봄밤 "얘! 오늘 사진재밋지" 영애는 옥녀의 옆으로 다가스며 정다히 또물었다. 마는 옥녀는 고개를 푹숙이고 그저 거를뿐, 역시대답이 없다. 극장에서 나와서부터 이제까지 세 번을 물었다. 그래도 한마디의 대답도 없을때에는 아마 나에게 뼈졌나부다. 영애는 이렇게생각도 하야밧으나 그럴 아무 이유도 없다. 필연 돈없어 뜻대로 되지안는 저의 연애를 슬퍼함에 틀림없으리라. 쓸쓸한 다옥정 골목으로 들어스며 영애는 날씬한 옥녀가 요즘으로 부쩍 더자란듯싶었다. 인젠 머리를 틀어올려야 되겠군하고 생각하다 옥녀와 거반 동시에 발이 딱멈추었다. 누가 사가주가다가 떨어쳤는가 발앞에 네모번 듯한 갑 하나가 떨어저있다. 옥녀는 걸쌈스러운 시눈으로 사방을 돌아보고 선뜻 집어들었다. 그리고 갑의 흙을 털며 그 귀에 가만히 "영애야! 시겐게지?" "글세 갑을 보니 아마 금시겔걸!" 그들은 전등밑에 바짝붙어서서 어깨를 맞대었다. 그리고 불야살야 갑이 열리었다. 그속에서 나오는 물건은 또 반질반질한 종이에 몇겹싸이었다. 그놈을 마자 허둥지둥 펼치었다. 그러나 짜정 그 속알이 나타나자 그들은 기급을 하야 땅으로 도루내던지며 퉤, 퉤, 하고 이방이나하듯이 침을 배앝지 않을수 없다. 그보다더 놀란건 골목안에 사람이없ㄴ줄 알았으니 이구석 저구석에서 작난꾼들이 불쑥불쑥 빠져나온다. 더러는 재밋다고 배를얼싸안고 껄껄거리며 "똥은 왜 금이아닌가" 하고 콧등을 찌끗하는놈___ 영애는 옥녀를 끌고 저리로 다라나며 "망할자식들 같으니!" "으하하하하! 고것들 이뿌다!" 이런음악회 내가 저녁을 먹고서 종로거리로 나온 것은 그럭저럭 여섯점반이넘었다. 너펄대는 우와기 주머닝에 두 손을 꽉 찌르고 그리고 휘파람을 불며 올라오자니까 "애!" 하고 팔을 뒤로 잡아채며 "너 어디 가니?" 이렇게 황급히 묻는 것이다. 나는 삐끗하는 몸을 고르잡고 돌려보니 교모를 푹 눌러쓴 황철이다. 번시 성미가 겁겁한 놈인 줄은 아나 그래도 이토록 씨근거리고 긴히 달려듬에는, 하고 "왜 그러니?" "너 오늘 콩쿨음악대횐거 아니?" "콩쿨음악대회?" 학고 나는 좀 떠름하다가 그제서야 그 속이 뭣인줄을 알았다. 이 황철이는 참으로 우리학교의 큰 공로자이다. 왜냐면 학교에서 무슨 운동시합을 하게되면 늘 맡아놓고 황철이가 응원대장으로 나슨다. 뿐만 아니라 제돈을 들여가면서 선수들을(학교에서 먹여야 번이옳을건대)제가 꾸미꾸미 끌고 다니며 먹이고, 놀리고, 이런다. 그리고 시합 그 이튼날에는 목에 붕대를 칭칭하게 감고와서 똑 벙어리소리로 "어떻냐? 내 어제 응원을 잘해서 이기지 않았니?" 하고 잔뜩 뻠을 내고는 "그지 시합엔 응원을 잘해야해!" 그러니까 이런 사람은 영영 남 응원하기에 목이 잠기고 돈을 쓰고 이래야 되는 말하자면 팔자가 응원대장일지도 모른다. 이번에도 콩쿨음악회에 우리 반동무가 나갔고 또 요행히 예선에까지 붙기도해서 놈이 어제부터 응원대 모기에 바빴다. 그러나 나에게는 아무말도 없더니 왜 붙잡나, 싶어서 "그럼 얼른 가보지, 왜이러구있니?" "다시 생각해 보니까 암만해도 사람이 부족하겠어" 하고 너도 가치 가자고 팔을 막 잡아끄는 것이다. "너나 가거라, 난 음악횐 싫다" 나는 이렇게 그손을 털고 옆으로 떨어지다가 "재! 재! 내 이따 나오다가 돼지고기만두 사주마" 함에는 어쩔수없이 고개를 모로 돌리어 "대관절 몇시간이나 하나?" 하고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 대답이 끽두시간이면 끝나리라, 하므로 나는 안심하고 ㄸ아섰다. 둘이 음악회장입구에 헐레벌떡하고 다다랐을 때에는 우리반 동무 열세명은 벌서 와서들 기다리고 섰다. 즈이끼리 낄낄거리고 수군거리고 하는 것이 아마 한창들 흉게가 버러진 모양이다. 황철이는 우선 입장권을 사가지고 와 우리에게 한 장씩 나누어주며 명령을 하는 것이다. 즉 우리들이 네 무데기로 나누어서 회장의 전후좌우로 한구석에 한무데기씩 앉고 시치미를 딱 떼고 있다가 우리악사만 나오거든 덮어놓고 손바닥을 치며 재청이라고 악을 쓰라는 것이다. 그러면 암만 심사원이라도 청중을 무시하는 법은 없으니까 일등은 반드시 우리의 손에 있다,고, 허나 다른 악사가 나올적에는 손바닥커녕 아예 끽소리도 말라 하고 하나씩 붓들고는 그귀에다 "알았지,응?" 그리고 또 "알았지, 재청?" 하고 꼭꼭 다진다. "그래그래 알았어!" 나도 쾌히 깨닷고 황철이의 뒤를 ㄸ아서 회장으로 올라갔다. 새로 건축한 넓은 대강당에는 벌서 사람들 머리로 까맣게 깔리었다. 시간을 기다리다 지루했는지 고개들을 길게 뽑고 수선스리 들어가는 우리를 돌아본다. 우리는 황철이의 명령대로 덩어리 덩어리 지어 사방으로 헤ㅈ다. 나는 황철이와 또 다른 동무 하나와 셋이서 왼쪽으로 뒤 한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일곱점 정각이 되자 벅적어리던 장내가 갑자기 조용하야진다. 모두들 몸을 단정히 갓고 긴장된시선을 모았다. 제일 처음이 순서대로 여자의 성악이었다. 잣달막한 젊은 여자가 나아와 가냘픈 음성으로 노래를 부르는데 너무도 귀가 간질업다. 하기는 노래보다도 조그만 두 손을 가슴께 꼬부려붙이고 고개를 개웃이 앵앵거리는 그 태도가 나는 가엾다 생각하고 하품을 길게 뽑았다. 나는 성악은 원 좋아도 안하려니와 일반음악에도 씩씩한 놈이 아니면 귀가 가려워 못듣는다. 그 담에도 역시 여자의 성악, 그리고 피아노독주, 다시 여자의 성악__ 그러니까 내가 앞의 사람 의자뒤에 고개를 틀어박고 코를 곤것도 그리 무리는 아닐 듯 싶다. 얼마쯤이나 잣는지는 모르나 옆의 황철이가 흔들어 깨우므로 고개를 들어보고 비로서 우리 악사가 등장한걸 알았다. 중학생교복으로 점잔히 바이오린을 켜고섰는 양이 귀엽고도 한편 앙증해보인다. 나도 조름을 참지 못하여 눈을 감은채 손바닥을 서너번 때렸으나 그러다 잘 생각하니까 다른 동무들은 다 가만히 있는데 나만 치는 것이 아닌가. 게다 황철이가 옆을 콱치면서 "이따 끝나거든____ "하고 주의를 시켜주므로 나도 정신이 좀 들었다. 나는 그 바이오린보다도 응원에 흥미를 갓고 얼른끝나기만 기다렸다. 연주가 끝나기가 무섭게 우리들은 목이 마른 듯이 손바닥을 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치고도 손바닥이 안해지나, 생각도 하였지만 이쪽에서 "재청이요!"하고 악을 쓰면 저쪽에서 "재청!재청!"하고 고함을 냅다 지른다. 나도 두귀를 막고 "재청!"을 연발을 했더니 내앞에 앉은 여학생 계집에가 고개를 뒤로 돌리어 딱한 표정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우리들은 기가 올라서 응원을 하련만 황철이는 시무룩허니 좋지가 않은 기색이다. 그 까닭은 우리 십여명이 암만 악장을 처도 퀑하게 넓은 그장내, 그 청중으로 보면 어서떠드는지 알 수 없을만치 우리들의 존재가 너무 희미하였다. 그뿐 아니라 재청을 요구함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말쑥이 채린 신사 한분이 바이오린을 옆에끼고 나오는 거이다. 신사는 예를 멋지게 하고 또 역시 멋지게 바이오린을 턱에 갓다대더니 그 무슨 곡조인지 아주 장쾌한 음악이다 . 그러자 어느틈에 그는 제멋에 질리어 팔뿐아니라 고개를 어깨까지 바이오린채를 ㄸ아다니며 꺼떡꺼떡 하는 모양이 얘, 이건 참 진짜로구나, 하고 감탄 안할수 없다. 더구나 압도적 인끼로 청중을 매혹케한 그것을 보드라도 우리 악사보자 몇배 뛰어남을 알 것이다. 그러나 내가 더 놀란 것은 넓은 강당을 뒤엎는듯한 그 환영이다. 일반군중의 시끄러운 박수는말고 우층에서(한 삼사십명 되리라)떼를 지어 악을 쓰는 것이 아닌가, 재청소리에 귀청이 터지지않은것도 다행은허나 손벽이 모자랄까봐 발까지 굴러가며 거기에 장단을 맞후어 부르는 재청은 참으로 썩 신이난다. 음악도 이만하면 나는 얼마든지 들을수 있다. 생각하였다.그리고 저도 모르게 어깨가 실룩실룩 하다가 급기야엔 나도 ㄸ아 발을 구르며 재청을 청구하였다. 실상 바이오린도 잘했거니와 그러나 나도 바이오린보다 그응원을 재청한 것이다. 그랬더니 황철이가 불끈 일어스며 내 어깨를잡고 "이리좀 나오너라" 이렇게 급히 잡아끈다.그리고 아무도 없는 변소로 끌고와 세놓더니 "너 누굴 응원하러 왔니?"하고 해쓱한 낯으로 입술을 바르르 떤다. 이놈은 성이나면 늘 이꼴이 되는 것을 잘 아므로 "너 왜 그렇게 성을 내니?" "아니, 너 뭐하러 예 왔냐 말이야?" "응원하러 왔지!"하니까 놈이 대뜸 주먹으로 내 복장을 콱지르며 "예이 이자식!우리건 고만 납짝했는데 남을 응원해줘?" 그리고 또 주먹을 내댈랴하니 암만생각해도 아니꼽다. 하여튼 잠간 가만이 있으라고 손으로 주먹을 막고는 "너 왜 주먹을 내대내, 말루 못해?"하다가 "이놈아! 우리 얼골에 똥칠한 것 생각못허니?" 하고 또 주먹으로, 대들랴는데는 더 참을수 없다. "돼지고기만두 안먹으면 고만이다!" 이렇게 한마디 내뱉고는 나는 약이 올라서 부리낳게 층게로 나려왔다. 동백꽃 오늘도 또 우리숫탉이 막쪼키였다. 내가 점심을 먹고 나무를 하러 갈양으로 나올 때이었다. 산으로 올라스랴니까 등뒤에서 푸드득, 푸드득, 하고 닭의 횃소리가 야단이다.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려보니 아니나다르랴 두놈이 또 얼리었다. 점순네 수탉(은 대강이가 크고 똑 오소리같이 실팍하게 생긴 놈)이 덩저리 적은 우리 수탉을 함부로 해내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해내는 것이 아니라 푸드득, 하고 면두를 쪼고 물러섰다가 좀 사이를 두고 또 푸드득, 하고 모가지를 쪼았다. 이렇게 멋을 부려가며 여지없이 닦아놓는다. 그러면 이못생긴 것은 쪼일적마다 주둥이로 땅을 받으며 그 비명이 킥, 킥, 할뿐이다. 물론 미처 아물지도 않은 면두를 또 쪼키어 붉은 선혈은 뚝 뚝 떠러진다. 이걸 가만히 내려다보자니 내대강이가 터져서 피가 흐르는것같이 두눈에서 불이 버쩍난다. 대뜸 지게막대기를 메고 달겨들어 점순네 닭을 후려 칠가 하다가 생각을 고쳐먹고 헷매질로 떼어만놓았다. 이번에도 점순이가 쌈을 붙여놨을 것이다. 바짝 바짝 내 기를 올리느라고 그랬음에 틀림 없을 것이다. 고놈의 게집애가 요새로 들어서서 왜 나를 못먹겠다고 고렇게 아르릉거리는지 모른다. 나흘전 감자쪼간만 하드라도 나는 저에게 조곰도 잘못한 것은 없다. 게집애가 나물을 캐러 가면갔지 남 울타리 엮는데 쌩이질을 하는 것을 다뭐냐, 그것도 발소리를 죽여가지고 등뒤로 살몃이 와서 "애! 너 혼자만 일하니?"하고 긴치않은 수작을 하는 것이다. 어제까지도 저와 나는 이야기도 잘 않고 서로 만나도 본척만척하고 이렇게 점잖게 지내든 터 이련만 오늘로 갑작소리 대견해졌음은 웬일인가. 항차 망아지만한 게집애가 남 일하는 놈보구___ "그럼 혼자 하지 떼루 하듸?" 내가 이렇게 내베앝는 소리를 하니까 "너 일하기 좋니?" 또는 "한여름이나 되거던하지 벌써 울타리를 하니?" 잔소리를 두루 느러놓다가 남이 드를가봐 손으로 입을 트러막고는 그속에서 깔깔대인다. 별루 웃어울것도 없는데 날새가 풀리드니 이놈의 게집애가 미쳤나 하고 의심하였다. 게다가 조곰 뒤에는 즈집께를 할금할금 돌아다보드니 행주치마의 속으로 꼈든 바른손을 뽑아서 나의 턱밑으로 불쑥 내미는 것이다. 언제 구었는지 아즉도 더운 김이 홱 끼치는 굵은 감자세개가 손에 뿌듯이 쥐였다. "느집인 이거 없지" 하고 생색있는 큰소리를 하고는 제가 준 것을 남이 알면은 큰일 날테니 여기서 얼른 먹어버리란다. 그리고 또 하는 소리가 "너 봄감자가 맛있단다" "난 감자 안 먹는다. 니나 먹어라" 나는 고개를 돌리랴지 않고 일하든 손으로 그 감자를 도루 어깬넘어로 쑥 밀어버렸다. 그랬드니 그래도 가는 기색이 없고 뿐만 아니라 쌔근쌔근 하고 심상치않게 숨소리가 점점 거츠러진다. 이건 또 뭐야, 싶어서 그때에야 비로소 돌아다 보니 나는 참으로 놀랬다. 우리가 이 동리에 들어 온 것은 근삼년째 되어 오지만 여지껏 감으잡잡한 점순이의 얼골이 이렇게까지 홍당무처럼 샛ㅃ애진 법이 없었다. 게다 눈에 독을 올리고 한참 나를 요렇게 쏘아보드니 나종에는 눈물까지 어리는 것이 아니냐. 그리고 보구니를 다시 집어들드니 이를 꼭 악물고는 엎어질 듯 자빠질 듯 논둑으로 힝하게 다라나는 것이다. 어쩌다 동리 어른이 "너 얼른 시집을 가야지?" 하고 웃으면 "염녀마서유 갈때되면어련히 갈라구___" 이렇게 천연덕스리 받는 점순이었다. 본시 뿌끄럼을 타는 게집애도 아니거니와 또한 분하다고 눈에 눈물을 보일 얼병이도 아니다. 분하면 차라리 나의 등어리를 보구니로 한번 모지게 후려쌔리고 다라날지언정. 그런데 고약한 그 꼴을 하고 가드니 그뒤로는 나를 보면 잡아먹을랴고 기르 복복 쓰는 것이다. 설혹 주는 감자를 안받아 먹은 것이 실례라 하면 주면 그냥 주었지 "느집엔 이거 없지"는 다 뭐냐. 그렇잖아도 즈이는 마름이고 우리는 그 손에서 배재를 얻어 땅을 부침으로 일상 굽신거린다. 우리가 이 마을에 처음들어와 집이 없어서 곤난으로 지날제 집터를 빌리고 그우에 집을 또 짓도록 마련해준것도 점순네의 호의이였다. 그리고 우리 어머니 아버지도 농사때 양식이 딸리면 점순네한테 가서 부즈런히 꾸어다 먹으면서 인품 그런 집은 다시 없으리라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열일곱식이나 된것들이 수군수군하고 붙어다니면 동리의 소문이 사납다고 주의를 시켜준것도 또 어머니었다. 왜냐하면 내가 점순이하고 일을 저질렀다는 점순네가 노할것이고 그러면 우리는 땅도 떨어지고 집도 내쫓기고 하지 않으면 안되는 까닭이었다. 그런데 이놈의 게집애가 까닭없이 기를 복복 쓰며 나를 말려죽일랴고 드는 것이다. 눈물을 흘리고 간 그 담날 저녁나절이었다. 나무를 한짐 잔뜩 지고 산을 나려오려니까 어디서 닭이 죽는 소리를 친다. 이거 뉘집에서 닭을 잡나, 하고 점순네 울뒤로 돌아오다가 나는 고만 두눈이 뚱그랬다. 점순이가 즈집봉당에 홀로 걸터앉었는데 아 이게 치마앞에다 우리 씨암닭을 꼭 붙들어 놓고는 "이놈의 닭! 죽어라 죽어라" 요렇게 암팡스리 패주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대가리나 치면 모른다 마는 아주 알도 못나라고 그 볼기짝께를 주먹으로 콕콕 쥐여박는 것이다. 나는 눈에 쌍심지가 오르고 사지가 부르르 떨렸으나 사방을 한번 휘돌아 보고야 그제서 점순이집에 아무도 없음을 알았다. 잡은참 지게막대기를 들어 울타리의 중툭을 후려치며 "이놈의 게집애! 남의닭 알 못나라구 그러니?" 하고 소리를 빽 질렀다. 그러나 점순이는 조곰도 놀라는 기색이 없고 그대로 의젓이 앉다서 제닭가지고 하듯이 또 죽어라, 죽어라, 하고 패는 것이다. 이걸 보면내가 산에서 나려올때를 견양해가지고 미리부터 닭을 잡아가지고 있다가 네보란드키 내앞에 쥐지르고 있음이 확실하다. 그러나 나는 그렇다고 남의 집에 튀어들어가 게집애하고 싸울수도 없는 노릇이고 형편이 썩 불리 함을 알았다.그래 닭이 맞을적마다 지게막대기로 울타리나 후려칠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왜냐하면 울타리를 치면 칠사록 울섶이 물러 앉으며 뼈대만 남기 때문이다. 허나 아무리 생각하여도 나만 미찌는 노릇이다. "아 이년아! 남의닭 아주 죽일터이냐?" 내가 도끼눈을 뜨고 다시 꽥 호령을 하니까 그제서야 울타리께로 쪼루루 오드니 울밖에 섰는 나의 머리를 겨느고 닭을 내팽개친다. "예이 더럽다! 더럽다!" "더러운걸 널더러 입때 끼고 있으랬니? 망할 게집애년 같으니"하고 나도 더럽단 듯이 울타리께를 힝하게 돌아나리며 약이 오를대로 다 올랐다. 라고 하는 것은 암탉 이 풍기는 서슬에 나의 이맛배기에다 물찍똥을 찍 깔겼는데 그걸 본다면 알집만 터졌을뿐 아니라 골병은 단단이 든듯싶다. 그리고 나의 등뒤를 향하야 나에게만 들릴듯말듯한 음성으로 "이 바보녀석아!" "애! 너 배내병신이지?" 그만도 좋으련만 "애!너 느아버지가 고자라지?" "뭐? 울아버지가 그래 고자야?"할양으로 열벙거지가 나서 고개를 홱 돌리어 바라봤드니 그때까지 울타리우로 나와있어야 할 점순이의 대가리가 어디 갔는지 보이지를 안는다. 그러다 돌아와서 오자면 아까에 한 욕을 울밖으로 또 퍼붓는 것이다. 욕을 이토록 먹어가면서도 대거리 한마디 못하는걸 생각하니 돌뿌리에 채키어 발톱밑이 터지는것도 모를만치 분하고 급기에는 두눈에 눈물까지 불끈 내솟는다. 그러나 점순이의 침해는 이것뿐이 아니다. 사람들이 없으면 틈틈이 즈집 수탉을 몰고와서 우리 수탉과 쌈을 붙여놋는다. 즈집 수탉은 썩 흠상굿게 생기고 쌈이라면 회를 치는고로 의례히 이길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툭하면 우리 수탉이 면두며 눈깔이 피로 흐드르하게 되도록 해놓는다. 어뜬 때에는 우리 수탉이 나오지를 않으니까 요놈의 게집애가 모이를 쥐고와서 꼬여내다가 쌈을 붙인다. 이렇게 되면 나도 다른 배채를 채리지 않을수 없다. 하루는 우리 수탉을 붙들어가지고 넌즛이 장독께로 갔다. 쌈닭에게 꼬추장을 먹이면 병든 황소가 살모사를 먹고 용을 쓰는것처럼 기운이 뻗힌다 한다. 장독에서 꼬추장 한접시를 떠서 닭도 주둥아리 께로 디려밀고 먹여보았다. 닭도 꼬추장에 맛을 들렸는지 거슬리지 않고 거진 반접시턱이나 곧잘 먹는다. 그리고 먹고 금세는 용을 못쓸터임으로 얼마쯤 기운이 돌도록 횃속에다 가두어두었다. 밭에 두엄을 두어짐 저내고나서 쉴 참에 그닭을 안고 밖으로 나왔다. 마침 밖에는 아무도 없고 점순이만 즈 울안에서 헌옷을 뜯는지 혹은 솜을 터는지옹크리고 앉아서 일을 할뿐이다. 나는 점순네 수탉이 노는 밭으로 가서 닭을 내려놓고 가만히 ㅁ을 보았다. 두닭은 여전히 얼리어 쌈을 하는데 처음에는 아무 보람이 없다. 멋지게 쪼는 바람에 우리 닭은 또 피를 흘리고 그러면서도 날개죽찌만 푸드득, 푸드득, 하고 올라뛰고 뛰고 할뿐으로 제법 한번 쪼아보도 못한다. 그러나 한번엔 어쩐 일인지 용을 쓰고 펄쩍 뛰드니 발톱으로 눈을 하비고 나려오며 면두를 쪼았다. 큰닭도 여기에는 놀랐는지 뒤로 멈씰하며 물러난다. 이 기회를 타서 적은 우리숫탉이 또 날쌔게 덤벼들어 다시 면두를 쪼니 그제서는 감때사나운 그 대강이에서도 피가 흐르지 않을수 없다. 옳다알았다 꼬추장만 먹이면은 되는구나, 하고 나는 속으로 아주 쟁그러워 죽겠다. 그때에는 뜻밖에 내가 닭쌈을 붙여놓는데 놀라서 울밖으로 내다보고 섰든 점순이도 입맛이 쓴지 살을 ㅉ으렷다. 나는 두손으로 볼기짝을 두드리며 연팡 "잘한다!잘한다!"하고 신이 머리끝까지 뻗히었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서 나는 넋이풀리어 기둥같이 묵묵히 서있게 되었다. 왜냐면 큰닭이 한번 쪼이킨 앙갚으리로 허들갑스리연겊어 쪼는 서슬에 우리 수탉은 찔끔못하고 막 곯는다. 이걸 보고서 이번에는 점순이가 깔깔거리고 되도록 이쪽에서 많이 드리라고 웃는 것이다. 나는 보다못하야 덤벼들어서 우리 수탉을 붙들어가지고 도로 집으로 들어왔다. 꼬추장을 좀더 먹였드라면 좋았을걸 너무 급하게 쌈을 붙인 것이 퍽 후회가난다. 장독께로 돌아와서 다시 턱밑에 꼬추장을 디려댔다. 흥분으로 말미아마 그런지 당최 먹질 않는다. 나는 할 일없이 닭을 반듯이 눕히고 그 입에다 권연물쭈리를 물리었다. 그리고 꼬추장물을 타서 그 구녁으로 조곰식 디려부었다. 닭은 좀 괴로운지 킥킥하고 재체기를 하는 모양이나 그러나 당장의 괴로움은 매일같이 피를 흘리는데 댈게 아니라 생각하였다. 그러나 한 두어종지가량 꼬추장물을 먹이고 나서는 나는 고만 풀이 죽었다. 싱싱하든 닭이 왜 그런지 고개를 살몃이 뒤틀고는 손아구에서 뻐들어지는 것이 아닌가. 아버지가 볼가봐서 얼른 홰에다 감추어 두었드니 오늘 아츰에서야 겨우 정신이 든 모양같다. 그랬든걸 이렇게 오다보니까 또 쌈을 붙여 놨으니 이 망한 게집애가 필연 우리집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제가 들어와 홰에서 끄내가지고 나간 것이 분명하다. 나는 다시 닭을 잡아다 가두고 염녀는 스러우나 그렇다고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가지 않을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소나무 삭정이를 따며 가만히 생각해보니 암만해도 고년의 목쟁이를 돌려놓고 싶다. 이번에 나려가면 망할년 등줄기를 한번 되게 후려치겠다, 하고 싱둥겅둥 나무를 지고는 부리낳게 나려왔다. 거지반 집께 다 나려와서 나는 호들기소리를 듣고 발이 딱 멈추었다. 산기슭에 늘려있는 굵은 바윗돌틈에 노란 동백꽃이 소보록허니 깔리었다. 그틈에 끼여앉아서 점순이가 청승맞게스리 호들기를 불고 있는 것이다. 그보다 더 놀란 것은 그 앞에서 또 푸드득, 푸드득, 하고 들리는 닭의 횃소리다. 필연코 요년이 나의 약을 올리느라고 또 닭을 집어내다가 내가 나려올 길몫에다 쌈을 시켜놓고 저는 그앞에 앉어서 천연스리 호들기를 불고 있음에 틀림 없으리라. 나는 약이 오를대로 다 올라서 두눈에서 불과함께 눈물이 퍽 The아ㅈ다. 나뭇지게도 벗어놀새없이 그대로 내동댕이치고는 지게막대기를 뻗히고 허둥지둥 달겨들었다. 가차히 와보니 과연 나의 짐작대로 우리 수탉이 피를 흘리고 거의 빈사지경에 이르럿다. 닭도 닭이려니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눈하나 깜짝 없이 고대로 앉어서 호들기만 부는 그 꼴에 더욱 치가 떨린다. 동리에서도 소문이 났거니와 나도 한때는 걱실걱실이 일 잘하고 얼골 이뿐 게집애인줄 알았드니 시방 보니까 그 눈깔이 꼭 여호새끼 같다. 나는 대뜸 달겨들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큰 수탉을 단매로 때려엎었다. 닭은 푹 엎어진채 대리하나 꼼짝못하고 그대로 죽어버렸다. 그리고 나는 멍허니 섰다가 점순이가 매섭게 눈을 흡뜨고 닥치는 바람에 뒤로 벌렁나자빠ㅈ다. "이놈아!너 왜 남의 닭을 때려죽이니?" "그럼어때?"하고 일어나다가 "뭐 이자식아!누집 닭인데?"하고 복장을 떼미는 바람에 다시벌렁 자빠ㅈ다. 그러고나서 가만히 생각을 하니 분하기도 하고 무안도스럽고 또 한편일을 저질렀으니 인젠 땅이 떨어지고 집도 내쫓기고 해야될는지 모른다. 나는 비슬비슬 일어나며 소맷자락으로 눈을 가리고는 얼김에 엉, 하고 울음을 놓았다. 그러다 점순이가 앞으로 다가와서 "그럼 너 이담부텀 안그럴터냐?" 하고 무를 때에야 비로소 살 길을 찾은 듯 싶었다. 나는 눈물을 우선 씻고 뭘 안그러는지 명색도 모르건만 "그래!"하고 무턱대고 대답하였다. "요담부터 또 그래봐라 내 자꾸 못살게 굴터니?" "그래그래 인젠 안그럴테야!" "닭 죽은건 염녀마라 내 안이를테니" 그리고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채 그대로 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둥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여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속으로 폭 파묻혀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깃한 그 내움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완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너말말아?" "그래!" 조곰 있드니 요 아래서 "점순아! 점순아! 이년이 바누질을 하다말구 어될 갔어?" 하고 어ㄷ갔다 온듯싶은 그 어머니가 역정이 대단히 났다. 점순이가 겁을 잔뜩 집어먹고 꽃밑을 살금살금 기어서 산일로 나려간 다음 나는 바위를 끼고 엉금엉금 기어서 산우로 치빼지 않을수 없었다. 야앵 향기르 품은 보드라운 바람이 이따금식 볼을 스처간다. 그럴적마다 꽃닢 새는 하나, 둘, 팔라당팔라당 공중을 날으며 혹은 머리우로 혹은 옷고름고에 사쁜 얹이기도 한다. 가지가지 나무들 새에 킨전등도 밝거니와 그 광선에 아련히 빛이어 연분홍막이나 버려논 듯, 활짝 피어버러진 꽃들도 곱기도 하다. (아이구! 꽃두 너머 피니까 어지럽군!) 경자는 여러사람 틈에 끼어 사구라나무 밑을 거닐다가 우연히도 콧등에 스치려는 꽃한송이를 똑 따 들고 한번 느긋하도록 맡아본다. 맡으면 맡을수록 가슴속은 후련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취하는듯 싶다. 뒤서너번 더 코에 디려대다가 이번에는 "얘! 이 꽃좀 맡아봐" 하고 옆에 따르는 영애의 코ㅅ밑에다 디려대이고 "어지럽지?" "어지럽긴 메가 어지러워, 이까진 꽃냄새좀 맡고!..." "그럴테지!" 경자는 호박같이 뚱뚱한 영애의 몸집을 한번 훔쳐보고 속으로 저렇게 디룩디룩하니까 코청도 아마, 하고는 "너는 꽃도 볼줄 모르는구나!" 혼잣말로 이렇게 탄식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래 내가 꽃볼줄 몰나, 애두 그럼왜 이렇게 창경원엘 찾아왔드람?"하고 눈을 똑바로 뜨니까 "애!눈 무섭다 저리 치어라" 하고 경자는 고개를저리 돌리어 웃음을 날려놓고 "눈만 있으면 꽃보는거냐, 코루 냄새를 맡을줄 알아야지" "보자는 꽃이지 그럼, 누가 애들같이 꺾어들고 그러듸" "넌 아주 모르는구나, 아마 교양이 없어어 그런가부다, 꽃은 이렇게 맡아보고야 비로소 존줄 아는거야!" 하면서 경자는 짓꾸지 아까의 그 꽃송이를 두 손바닥으로 으깨여 가지고는 다시 맡아보고 "아! 취한다. 아주 어지럽구나?" 그러나 영애는 거기에는 아무 대답도 아니하고 "얘! 쥔놈이 또 지랄을하면 어떻거니!" 하고 그 왁살스러운 대머리를 생각하며 은근히 조를부빈다. "얘, 듣기싫다,별소리 다 하는구나, 그까진 자식 지랄좀 허거나말거나" "그래도 아홉점안으로 다녀온댔으니까 약속은 지켜야할텐데" 하고 팔을 들어보고는 깜작 놀라며 "벌서 아홉점 칠분인대!" "열점이면 어때? 카페여급이면 뭐 즈집서 길으는 개돼진줄 아니? 구경헐거다 허구 가면 그만이지" 경자는 이렇게 애끝은 영애만 쏘아박고는 새삼스리 생각난 듯이 같이 왔든 정숙이를 찾아보았다. 정숙이는 어느 틈엔가 저만침 떨어저서 홀로 걸어가고 있었다. 어른의 손에 매여달리어 오고가는 어린아이들을 일일이 살펴보며 귀여운 듯이 어떤아이는 머리까지 쓰담어본다. 마는 바른 손에 꾸겨들은 손수건을 가끔얼굴로 가저가며 시름없이 걷고있는 그 모양이 심상치않고 (저게 눈물을 짓는 것이 아닌가? 정숙이가 왜 또 저렇게 풀이 죽었을까? 아마도 아까 주인녀석에게 말대답하다가 패랑패랑한 여자라구 사설을 당한 것이 분해 저러는게 아닐까? 그러나 정숙이는 그렇게 맘 좁은 사람은 아닐텐데...) 하고 경자는 아리숭한 생각을 하다가 떼로 몰리는 어른틈에 끼어 좋다고 방싯거리는 알숭달숭한 어린 애들을 가만히 바라보고야 아하, 하고저도 비로소 깨다른듯싶었다. 게집아이의 등에 엎이어 밤톨만한두주먹을 내흔들며 낄낄거리는 언내도 구엽고 어머니 품에 안기어 작난감을 흔드는 언내고 또한 구엽다. 한손으로 입에다 빵을 꾸겨넣며 부즈런히 따라가는 양복 입은어린애 아버지 어깨에 두 다리를 걸치고 걸터앉아서 "말 탄 양반 끄떡!" 하는 상고머리 어린애.. 이런 번화로운 구경은 처음 나왔는지 어머니의 치마속으로만 기어들려는 노랑 저고리에 쪼꼬만 분홍몽땅치마.. "재! 영애야! 아마 정숙이가 잃어버린 딸 생각이 또 나나보지? 저겄좀봐라, 자꾸 눈물을 씻지않니?" "글세" 영애는 이렇게 엉거주춤이 받고는 언쟎은 표정으로 정숙이의 뒷모양을 이윽히 바라보다가 "요새론 더 버쩍 생각이 나나보드라 집에서도 가끔 저래" "애좀 잃어버리고 멀 저런담, 나같으면 도리어 몸이 가뜬해서 좋아하겠다" "어째서 제가 난 아이가 보구싶지 않으냐? 넌 아즉 애를 못나봐서그래" 하고 영애는 바루 제일같이 펄쩍 뛰었으나 앞뒤좌우에 삑삑이 사람들이매 혹시누가 듣지나 않었나, 하고 좀 무안스러웠다. 그는 제주위를 흘끔흘끔 둘러본 다음 경자의 곁으로 바짝 다가스며 "네살이나 먹여놓고 잃어 버렸으니 왜 보구싶지 않겠냐? 그것두 아주 죽었다면 모르지만 극장광고 돌리느라고 뿡빵대는 바람에 쫓아나간것을 누가 집어갔어, 그러니 애통을 안하겠니?" "오 그래! 난 잃어버렸다게 아주죽은줄 알았구나, 그러면 수색원을 내지 그래왜?" "수색원 낸진 있해나 된단다" "그래두 못찾았단말이야? 가만 있자" 하고 눈을 깜박어리며 무엇을 한참 궁리해본 뒤에 "그럼 개아버지가 누군질 정숙이두 모르겠구면?" "넌줄 아니, 모르게?" 영애가 이렇게 사박스리 단마디로 쏘아붙이는 통에 경자는 암말 못하고 고만 얼굴이 빨개ㅈ다. (애두! 누긴 갠줄 아나? 아이 망할년같으니! 이년 떼내던지고 혼자 다닐가부다)하고 경자는 골김에 도ㄲ눈을 한번 떠ㅂ으나 그렇다고 저까지 노하긴좀 어색하고해서 타일으는 어조로 "별애두 다 본다, 네대답이나 했으면 고만이지 고렇게 톡 쏠건 뭐있니?"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한 대여섰발 옴겨놓다가 다시 영애쪽을 돌아보며 "지금 정숙이는 혼자 살지않어? 그럼개아버지는 가끔 맞나보긴 허나?" "난 몰라" "좀 알면 큰일나니 모른다게? 너 한집네 같이 있고 그리고 정숙이허구 의형제까지 헌 애가 이걸 모르겠니?" 경자는 발을 딱 멈추고 없이녀기는 눈초리로 영애를 쏘아본다. 빙충맞은 이년허구는 같이 다니지않어도 좋다,고 생각한 때문이었다. 하나 영애가 먼점에는 좀 비쌔ㅅ으나 불리한 저의 처지르 다시 깨닫고 "헤여진걸 뭘 또 맞나니? 말하자면 언니가 이혼해서 내던진걸!" 하고 고분히 숙어드니까 "그럼 말이야, 가만 잇자..."하고 경자는 눈을 째긋이 감아보며 아까부터 해오든 저의 궁리에 다시 취하다가 "그럼 말이야, 그애를 개아버지가 집어가지 않었을까?" 이렇게 아주 큰 의견이나 된 듯이 우좌스리 눈을 히번덕인다. "그건 모르는 소리야, 개아버지란 작자는 자식이 구여운지 어떤지도 모르는 사람이단다.안해를 사랑할줄 알아야 자식이 구여운줄도 알지" "그럼 아주 못된놈을 얻었었구나?" "못되구말구 여부있니, 난 직접 보질못해 모르지만 정숙이언니 이야기를 들어보면 고생두 요만조만이 안했나보드라, 집에서 안해는 먹을것이 없어서 굶고앉었는데 이건 젊은 놈이 밤낮 술이래, 저두 가난하니까 어디 술먹을 돈이 있겠니, 아마 친구들집을 찾아가서 이러저래 얻어먹구는 밤중이 돼서야 비틀거리고 들어오나보드라, 그런데 집에 들어와서는 안해가 뭐래두 이렇다 대답한마디 없고 벙어리처럼 그냥 쓰러저 잠만자, 그뿐이냐 집에 붙어있기가 왜 그렇게 싫은지 아츰 훤해서 나가면 밤중에나 들어오고 또 담날도 훤해 나가고헌대,그러니까 안해는 그걸 붙들고 앉아서 조용히 말한마디 해볼 겨를이 없지, 살림두 그러지, 안팍이 손이 맞어야 되지 혼자애쓴다구 되니? 그래 오작해야 정숙이언니가..."하다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남의 신변에 관한 일을 너머 지꺼려논 듯 싶다. 이런소리가 또 잘못해서 그 귀에 들어가면 어찌나, 하고 좀 좌지가 들렸으나 그렇다고 이왕 끄낸 이야기 중도에서 말기도 입이 가렵고해서 "너 괜히 이런소리 입밖에 내지말아" "내 왜 미쳤니 그런 소릴허게" 하고 철석같이 맹서를 하니까 "그래 오작해야 정숙이언니가 아주 멀미를 내다싶이해서 떼내던ㅈ어요, 방세는 내라구 조르구 먹을건 없고 언내는 보채고허니 어떻게사니, 나같으면 분통이 터저서 죽을 노릇이지, 그래서 하루는 잔뜩취해들어온걸 붙들구 앉아서 이래선 당신허구 못살겠우, 난 내대루 벌어먹을터이니 당신은 당신대루 어떻걸셈대구 낼 민적을 갈라주, 조곰도 화도 안내고 소리루 그랬대, 뭐 화두 낼 자리가 따루 있지 그건 화를 낸대짜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 그리고 언내는 안즉 젓먹이니까 에미품을 떨어저서는 못살게니 내가 데리구 있겠오 그랬드니 그날은 암말않고 그대로 자고는 그 담날부터는 들어오질 않드래, 별것두 다 많지? 그리고 나달후에는 엽서 한 장이 왔는데 읽어보니까 당신원대로 인제는 이혼수속이 다 되었으니 당신은 당신 갈대로 가시오 하고 배씸좋은 편지래지, 그러니 이 따위가 자식새끼를 생각하겠니? 안해 떼버리는게 좋아서 얼른 이혼해주고 이렇게 편지까지 헌놈이" "그렇지 그래, 그런데 사내들은 제 자식이라면 눈깔을 까뒤집고 들어덤비나 보든데... 그럼 이건 미환게로구나?" "미화다마다! 그래 정숙이언니도 매일같이 바가질 긁다가도 그래도 들은둥만둥 하니까 나종에는 기가 막켜서 말한마디 안나온다지. 그런데 처음에는 그렇지도 않었대, 순사다닐 때에는 아주 뙤롱뙤롱하고 점쟎든 것이 그걸 내떨니고나서 술을 먹고 그렇게 바보가 됐대요, 왜 첨에야 의두 좋았지, 안해가 병이 나면 제손으로 약을 대려다받히고 대리미도 붙들어주고 이러든 것이 고만 바보가... 그후로 삼년이나 되건만 어디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소식도 들어보질 못하겠대" "아주 바본게로군? 허긴 얘! 바볼수록 더 기집에게 바치나부드라, 왜 저 우리 쥔녀석좀 봐 얼병이같이 어릿어릿허는 자식이 그래두 기집애 꽁무니만 노리구 있지않어?" "글세 아마 그런가봐, 그런것헌테 걸렸다간 아주 신세 조질걸? 정숙이언니좀봐, 좀 가여운가 게다그후 일년두 채못돼서 딸까지 마저잃었으니, 넌 모르지만 카페로 돌아다니며 벌어다가 모녀가 먹구살기에 고생 묵찐이 했다. 나갈때마다 쥔여편네에게 어린애 어디가나 좀 봐달라구 신신부탁은 허나 어디 애들 노는걸 일일이 쫓아다니며 볼수있니?" "그건 또 있어 뭘허니? 외레 잘 됐지" "그러나 애어머니야 어디 그러냐?" 하고 툭 찻으나 남의 일이고 미천 드는거이 아닌걸 좀더 지껄리지 않고는 속이 안심치 않다. 그는 경자귀에다 입을 돌려대고 몇만냥짜리 이야기나 되는듯이넌즛이 "그래서 우리집 주인 마나님이 어디 다른데 중매를 해줄터이니 다시 시집을 가보라구 날마다 쑹닷거려두 언니가 말을 안들어, 한번 혼이가 나서 서방이라면 진절머리가 난다구... " 하고 안해두좋을 소릴를 마자. ㅆ아놓았다. "그럴거 뭐 있어? 얻었다가 싫으면 또 차내던지면 고만이지" "말이 쉽자 어디그러냐? 사내가 한번 달라붙으면 진득이모양으로 어디잘 떨어지니? 너같으면 혹..." 하고 은연히 너와 정숙이언니와는 번이 사람이 다르단 듯이 입을 삐쭉했으나 경자가 이 눈치를 선뜻 채이고 저도 뒤둥그러지며 "암 그럴테지! 넌 술취한 손님이 앞에서 소리만 뻑 질러두 눈물이 글성글성허는 바보가 아니야? 그러니 남편한테 겁두 나겠지, 허지만 그게 다 교양이 없어서 그래__" 이렇게 밸을 긁는데는 큰 무안이나 당한듯 싶어서 얼굴이 빨개지며 짜증 눈에 눈물이 핑 돌지않을수가없다. (망할년, 그래 내가 바보야? 남의 이야기는 다 듣고 고맙단 소리한마디 없이, 망할년! 학교는 얼마나 다녔다구 밤낮 저만 안다지, 그리고 그 교양인가 빌어먹을건 어서 들은 문잔지 건뜻하면 "넌 교양이 없어서 그래..."? 말대가리같이 생긴 년이 저만 잘났대...) 영애는 속으로 약이 바짝 올랐으나 그렇다고 겉으로 내대기에는 말솜씨로는 그 위풍으로는 어느모로든 경자에게 딸린다. 입문을 곧 열었으나 그러나 주저주저하다가 "남편이 무서워서 그러니? 애두! 왜그렇게 소견이 없니? 하루라두 같이 살든 남편을 암만 싫드라두 무슨 체모에 너 나가라고 그러니?" "체모? 흥! 어서 목말라 죽은 것이 체모야?" 하고 콧등을 흥, 흥, 하고 울리니까 "너는 체모두 모르는구나! 아이 별아이두! 그게 교양이 없어서 그래"하고 때는 이때라구 얼른그 '교양'을 돌려대고 써먹어보았다. 경자는 저의 '교양'을 제법 무단히 써먹는데 자존심이 약간 꺾이면서 (이년 보레! 내가 쓰는걸 배워가지고 그래 내게 도루 써먹는거야? 시큰등헌 년! 제가 교양이뭔지나 알며 그러나?)하고 모루 슬몃이 눈을 흘겼으나 허나 그걸 가지고 다투긴 유치하고 "체모는 다 뭐야, 재 ㄱ아도 체모에 몰려서 굶겠구나? 애두! 배지 못헌건 참 헐수없어!" "넌 요렇게 잘 뱃니? 그래서 요전에 주정꾼에게 '삐루' 세레를 받았구나?" "뭐? 내가 '삐루'세례를 받건말건 네가 알게 뭐야? 건방지게 이년이 누길"하고 그 팔을 뒤로홉잡아채이고 그리고 색색어리며 독이 한창 오를랴 하였을때 예기치않고 그들은 얼김에 서루 폭얼싸안고 말았다. 인적이 드문외진 이구석 게다가 그게 무슨놈의 즘생인지 바루 언덕우에서 이히히히,하고 기괴하게 울리는 그 울음소리에 고만 왼전신에 소름이 쭉 끼치는 것이다. 그들은 정숙이에게로 힝하게 따라가며 "아 무서워! 얘 그게 무어냐?" "글세 뭘까... 아주 징그럽지?" 이렇게 서루 주고받으며 어린애같이 맞우대고 웃어보인다. 경자는 정숙 곁으로 바짝 붙으며 "정숙이! 다리 아프지 않어? 우리저 식당에 가서 좀 앉었다가 돌아서 나가지?" "그럴까..." 정숙이는 아까부터 고만 나가고 싶었으나 경자가 같이가자고 굳이 붓잡는 바람에 건숭 따라만다녔다. 이번에도 경자가 하자는대로 붐비는 식당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을때 골머리가 아찔하고 아무생각도 없었으나 "우리 사이다나 먹어볼까?"하고 뭇는그대로 "아무거나 먹지"하고 좋도록 대답하였다. 그들은 사이다 세병과 설고 세개를 시켜놓았다. 경자는 사이다 한고뿌를쭉 들이켜고 나서 "영애야! 너 아까 보자는 꽃이라구 그랬지? 그럼말이야 그림한장을 사다걸구 보지 앨써예까지 올게뭐냐!" 하고 아까부터 미결로 온 그문제를 다시 근디린다. 마는 영애는 저 먹을것만 찬찬히 먹고있을뿐으로 수째 받아주질 않는다. 억설쟁이 경자를 데리고 말을 주고받다간 결국엔 제가 곱는 것을 여러번 경험하고 있다. 나종에는 하 비위를 긁어놓니까 할수없이 정숙이쪽으로 고개를돌리며 "언니느 어떻게 생각허우? 그래 보자는 꽃이지 꺾어들구 냄새를 맡자는 꽃이우? 바루 그럴양이면 향수를 사다 뿌려놓고 드럽디었지 왜 예까지 온담?"하고 응원을 청할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숙이는 처음엔 무슨 소린지 몰라서 얼뜰하다가 "난 그런거 모르겠어___"하고 울가망으로 씀씀이 받고만다. 영애는 있속없이 경자에게 가끔 쪼여지내는 자신을 생각할때 여간 야속하지 않다. 연못가로 돌아나오다 경자가굳이 유원지에 들어가 썰매한번 타보고 가겠다하므로 따라서 들어가긴 하였으나 그때까지 말 한마디 건네지않었다. 뿐만 아니라 경자가 마치 망아지모양으로 껑충거리며 노는걸 가만히 바라보고는 (에이 망할 게집애두! 저것주 그래 계집애년이람?)하고 속으로 손까락질을 않을수 없다. 유원지안에는 여러 아이들이 뛰놀며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고하였다. 부랑꼬에 매여달렸다가는 그네로 옴겨오고 그네에서 흥이 지이면 썰매우로 올라온다. 그 틈에 끼어 경자는 호기있게 썰매를 한번 쭈욱 타고나서는 깔깔 웃었다. 그리고 다시 기어올라가서 또 찌익 미끄러저 나릴때 저편 구석에서 "저 궁덩이 해진다!" 하고 손벽을 치며 껄껄거리고 웃는 것이다. 경자는 치마를 털며 일어서서 그쪽을 바라보니 열칠팔밖에 안돼 보이는 중학생 셋이 서서 이쪽을 향하야 웃고 있다. 분명히 그 학생들이 까시를 하였음에 틀림없었다. 경자는 날카로운 음성으로 대뜸 "어뜬 놈이야? 내 궁덩이 해진다는 놈이..." 하고 쏘아부치며 영애가 말림에도 듣지않고 달려들었다. 철없는 학생들은 놀리면 다라날줄 알았지 이렇게까지 독수리처럼 대들줄은 아주 꿈밖이었다. 모두얼떨떨해서 암말 못하고 허옇게 닦이다가 "우리가 뭐랬다구 그러시오?" 혹은 "우리끼리 이야기허구 웃었는데요" 이렇게 밑 따진 두멍에 물을 챌랴고 땀이 빠진다. 마는 경자는 좀체로 그만 둘려지않고 "학생이 공부는 안하구 남의 여자 히야까시허러 다니는게 일이야?" 하고 그중 나히 찬 학생의 얼굴을 뻘겋게 때려놓는다. 이 서슬에 한사람 두사람 구경꾼이 ㅁ이드니 나종에는 삑 돌리어 성이 되고말았다. 어떤이는 너머신이나서 "암 그렇지그래, 잘헌다!" 하고 소리를 내지르기도 하고 또는 "나히 어려 그렇지요. 그쯤허구 고만두십쇼"하고 뜯어말리는 사람... 그러나 정숙이는 이편에 따라 떨어저 우두머니 서서는 제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거기에는 대여섰살이 될지말지한 어린아이 둘이 걸상에 맞우 걸터앉어서 그네질을 하며 놀고있었다. 눈을 뚝 부르뜨고 심술굳게 생긴 그 사내아이도 구엽고, 스스러워서 눈치만 할금할금 보는 조선옷에단발한 그 게집애도 또한 구엽다. 바람이 불적마다 단발머리가 보르르 날니다가는 삿붓 주저앉는 그모양은 보면볼수록 한번 담싹 껴안어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였다. (우리 모정이두 그대루 컸다면 조만은 하겠지!) 그리고 정숙이는 여지껏, 어딘가 알수없이 모정이와 비슷비슷한 어린 게집애를 벌서 열아문이나 넘어 보아오든 기억이난다. 요 게집애도 어쩌면 그 누매며 입모습이 모정이같이 고렇게 닮었는지 비록 살은 포들포들이 올으고 단발은 했을망정 하관만 좀 길다하고 그리고 어디가 엎어저서 상처를 얻은듯싶은 이마의 그 흠집만 없었드라면 어지간히 같을번도 하였다. 하고 쓸쓸이 웃어보다가 (남이 우리 모정이를 집어간것마찬가지로 나도 고런 게집애한아 훔처다가 기르면 고만아닌가?) 이렇게 요즘으로 가끔 하야보든 그 무서운 생각을 다시 하야본다. 정숙이는 갖은 열정과 애교를 ㅆ아가며 허리를 ㄱ으리어 "얘! 악아야! 너 몇살이지?" 하고 손으로 단발머리를 쓸어본다. 게집애는 낯설은 사람의 손을 두려워 함인지 두 눈을 말뚱이 뜨고 치어다만볼뿐으로 아무 대답도 없었다. 그러다 손이 다시 들어와 "아이 참! 우리애기 이뻐요! 이름이 뭐지?"하고 또 머리를 쓰담으매 이번에는 마치 모욕이나당한 사람같이 어색하게도 비슬비슬 일어스드니 저리로 곧장 다라난다. 정숙이는 낙심하야 쌀쌀한 애두 다 많군하고 속으로 탄식을하며 시선이 그뒤를 쫓다가 이상두하다고 생각하였다. 거리가 좀 있어 똑똑이는 보이지 않으나마 아마 병객인듯 싶은, 힌 두루막이에 중절모를 눌러쓴 한 사나이가 괴로운 듯이 쿨룩어리고 서서는 앞으로 다가오는 게집애와 이쪽을 번갈라가며 노려보고 있었다. 얼뜬 보기에 후리후리한 키며 구부정한 그 어깨가, 정숙이는 사람의 일이라혹시하면서도 그러나 결코 그럴리는 천만 없으리라고 혼자이렇게 또우기면서도 저도 모르게 앞으로 몇걸음 걸어나간다. 시납으로 거리를 접어가며 댔걸음 사이를 두고까지 아무리 고처서 뜯어보아도 그는 비록 병에 얼굴은 꺼ㅈ을망정 그리고 몸은 반쪽이되도록 시들었을망정 확실히 전일 제가 떼어버릴랴고 민줄대든 그 남편임에 틀림없고... "아이 당신이?" 정숙이는 무슨 말을 힐랴는지 저도 모르고 이렇게 입을 벌렸으나 그 다음 말이 나오지를 않었다. 원수같이 진저리를 치든 그사람도 오랜만에 뜻없이 맞나고보니까 이상스리도 더 한층 반가웠다. 한참 멍하니 바라만보다가 더는 참을수가 없어서 "그동안 서울 게섰어요?" 하고 간신히 입을 열었다. 사나이는 고개를 저리 돌니고 외면한 그대로 "이리저리 돌아다녔읍니다"하고 활하게 대답하였다. 그리고는 반갑다는 기색도 혹은 놀랍다는 기색도 그 얼굴에는 아무표정도 찾아볼수가 없었다. 정숙이는 무엇보다도 먼저 그 앞에 폭 안긴 그 단발한 게집애가 모정인지 아닌지 그것이 퍽도 궁거웠다. 주볏주볏 손을 들어 게집애를 가르치며 "애가 우리 모정인가요?" 하고 물어보았으나 그는 못듣는듯이 잠잣고 있드니 대답대신 주먹으로 입을 막고는 쿨룩어린다. 그러나 정숙이는 속으로 (저것이 모정이겠지! 입 눈을 보드라도 정녕코 모정이겠지?)하면서 이년동안이란 참으로 긴 세월임을 다시 깨다를만치 이렇게까지 몰라보도록 될줄은 아주 꿈밖이었다. 마는 그보다도 더욱 놀라운것은 자식도 모르는 폐인인줄 알았드니 그래도 제자식이라고 몰래 훔처다가 이렇게 데리고 다니는것을 생각하면 그속은 암만해도 하늘땅이나 알듯싶다. 뿐만 아니라 갈릴때에는 그렇다 소리 한마듸없드니 일년후에야 슬몃이 집어간 그 속도 또한 알수없고... (저것이 정말 구여운줄 알까?) "애가 모정이지요?" 정숙이는 뭇지 않아도 좋을 소리를 다시 물어보았다. 여전히 사나이는 못들은척하고 묵묵히 섰는양이 쭐기고 맛장수이든 그 버릇을 아직도 못보린듯 싶었다. 그러나 저는 구지레하게 걸첬을망정 게집애만은 낄끗하게 옷을 입혀논걸보드라도 그리고 에미한테서 고생을 할때보다 토실토실이 살이올은 그볼따귀를 보드라도, 정숙이는 어느 편으로든에미에게 있었든것 보다는 그 아버지가 데리간 것이 애를 위하얀 오히려 천행인듯 싶었다. 정숙이는 사나이에게 암만 물어야 대답 한마디 없을 것을 알고 이번에는 게집애를 향하야 "얘 모정아!"하고 부러보니 어른 두루마기에 파묻혔든 게집애가 고개를 반짝 든다. 있해동안이 길다 하드라도 저를 길으든 즈 에미를 이렇게도 몰라볼까, 하고 생각해보니 곧 두눈에서 눈물이 확쏟아지며 그대로 꼭 껴안어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은 하나 그러나 서름이 구는 아이를 그러다간 울릴것도 같고해서 엉거주춤이 팔만 내밀어 머리를 쓰담어주며 "얘 모정아! 너 올에 몇살이지?" 또는 "얘 모정아! 너 나 모르겠니?" 이렇게 대답없는 질문을 하고있을때 저만침 등뒤에서 "정숙이 안인가?" 하고 경자가 달려드는 모양이었다. "그럼 요즘엔 어디 게서요?" 정숙이는 조급히 그러나 눈물을 먹음은 음성으로 애원하다싶이 뭇다가 의외에도 사나이가 사직동몇번지라고 순순히 대답하므로 그제서야 안심하고 "모정이 잘가거라..." 하고 다시 한번 쓰담어보고는 경자가 이쪽으로 다가 오기전에 그쪽을 향하여 힝하게 떨어저간다. 경자는 활개짓을 하고 걸어가며 신이야넋이야 오른 어조로 "내 그자식들 납짝하게 눌러줬지 아백죄 내 궁덩이가 해진다는구면 망할 자식들이! 내 좀더 닦아셀래다?" "넌 너머 그래, 철모르는 애들이 그렇지그럼 말두 못하니? 그걸 가지고 온통 사람을 ㅁ아놓고 이 야단이니!" 영애는 경자때문에 창피스러운 욕을 당한 것이 생각하면 할수록 썩 분하였다. 그런대도 경자는 저잘났다고 시퉁그러진 소리로 "너는 그럴테지! 왜 너는 체모먹구사는 사람이냐?"하고 또 비위를 거슬려놓다가 저리향하야 "정숙이! 아까 그 궐짜가 누구?" "응 그 사내 말이지? 그전에 나 세들어있든 집 주인이야..." 정숙이는 이렇게 선선히 대답하고 다시 얼굴로 손수건을 가저간다. (자식이 그렇게 구엽다면 그걸 낳아놓은 안해두 좀 구여울텐데?)하고 지내온 일의 갈피를 찾아보다가 그래도 비록 말은 없었다 하드라도 안해도 속으로는 사랑하리라고 굳이 이렇게 믿어보고 싶었다.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 병까지 든걸 보면 그동안 고생은 무던히 한듯싶고 그렇다면 전일에 밤늦게 들어와 쓰러진 사람을 멱살잽이를 하야일으켜서는 들볶든 그것도 잘못하였고 술 먹었으니 아츰은 고만두라고하며 마악 먹으러드는 콩나물을 땅으로 내던진 그것도 잘못하였고, 일일이 후회가 날뿐이었다. 즈 아버지를 그토록 푸대접을 하였으니 게집애만 하드라도 에미를 탐탁히 여겨주지 않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생각하니 더욱 큰 서름이 복받처오른다. 그러나 내일 아츰에는 일즉 찾아가서 전사일은 모조리 잘못하였다고 정성껏 사과하고, 그리고 앞으로는 암만 굶드라도 끽소리 안하리라고 다짐까지 둔다면 혹시 사람의 일이니 다시 같이살아줄는지 모르리라고 이렇게 조곰 안심하였을때 영애가 팔을 흔들며 "언니! 오늘 꽃구경 잘했지?" "참 잘했어!" "꽃은 멀리서 봐야 존걸 알아, 가찹게 가면 그놈의 냄새때문에 골치가 아프지 않어? 그렇지만 오늘 꽃구경은 참 잘했어!" 영애가 경자에게 무수이 쏘이고 게다 욕까지 당한 것이 분해서 되도록 갚을랴고 애를 쓰니까 경자는 코로 흥, 하고는 (느들이 무슨 꽃구경을 잘했니? 참말은 내가 혼자 잘했다!) "꽃은 냄샐 맡을줄 알아야 꽃구경이야! 보는게 다 무슨 소용있어?"하고 히찌를 뽑다가 정숙이편을 돌여보니 아까보다 더 뻔질 손수건이 올라간다. 보기에 하도 딱하야 그 옆으로 바싹 붙어스며 친절히 위로하야 가로대 "그까진 딸하나 잃어버리고 뭘 그래? 없어지면 몸이 가쁜하고 더 편하지않어?" 그때 눈같은 꽃이파리를 포르르 날리며 쌀쌀한 꽃심이 목덜미로 스며든다. 문간쪽에서는 고만 나가라고 종소리가 댕그렁댕그렁 울리기 시작하였다. 옥토끼 나는 한마리 토끼때문에 자나깨나 생각하였다. 어떻게 하면 요놈을 얼른 키워서 새끼를 낳게할수 있을가 이것이었다. 이 토끼는 하나님이 나에게 나려주신 보물이었다. 몹씨 치웁든 어느날 아츰이었다. 내가 아즉 꿈속에서 놀고 있을때 어머니가 팔을 흔들어 깨우신다. 아츰잠이 번이 늦은데다가 자는데 깨우면 괜스리 약이 오르는 나였다. 팔꿈치로 그손을 툭 털어버리고 "아이 참 죽겠네!" 골을 이렇게 내자니까 "너 이 토끼 싫으냐?" 하고 그럼 고만두란 듯이 은근히 나를 댕기고 게신 것이다. 나는 잠결에 그럼 아버지가 아마 오래만에 고기생각이 나서 토끼고기를 사 오섰나, 그래 어머니가 나를 먹일랴구 깨시는 것이 아닐가, 하였다.그리고 고개를 돌리어 뻑뻑한 눈을 떠보니 이게 다뭐냐, 조막만하고도 아주 하얀 옥토끼 한마리가 어머니 치마앞에 폭싸여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눈곱을 부비고 허둥지둥 다가앉으며 "이거 어서 낫우?" "이쁘지?" "글세 어서 났냔말이야?"하고 조급히 물으니까 "아츰에 쌀을 씨러 나가니까 우리 부뚜막우에 올라앉어서 옹크리고 있득라, 아마 누집에서 가르는 토끼데 빠저나왔나봐" 어머니는 얼은 두손을 화루우에서 부비면서 무척 기뻐하셨다. 그 말슴이 우리가 이 신당리로 떠나온 뒤로는 이날까지 지지리지지리 고생만 하였다. 이렇게 옥토끼가 그것도 이집에 네가구가 있으련만 그중에다 우리를 찾아왔을 적에는 새해부터는 아마 운수가 좀 필랴는거나 아닐가 하며 고생살이에 찌들은 한숨을 내쉬고 하시었다. 그러나 나는 나대로의 딴 히망이 있지 않어선 안될 것이다. 이런 귀여운 옥토끼가 뭇사람을 제치고 나를 찾아 왔음에는 아마 나의 심평이 차차 필랴나부다 하였다. 그리고 어머니 치마앞에서 옥토끼를 끄집어내 들고 고놈을 입에 대보고 빰에 문질러보고 턱에다 바처도보고 하였다. 참으로 귀엽고도 아름다운 동물이었다. 나는 아츰밥도 먹을새없이 그리고 어머니가 팔을 붙잡고 "너 숙이갖다 줄랴구그러니? 내집에 들어온 복은 남 안주는 법이야 인내라 인내" 이렇게 굳이 말리는것도 듣지않고 덜렁거리고 문밖으로 나섰다. 뒷골목으로 들어가 숙이를 문간으로 (불러 만나보면 물론 둘이 떨고 섰는것이나 그 부모가 무서워서 방에는 못들어가고) 넌즛이 불러내다가 "이 옥토끼 잘 길루" 하고 두루매기속에서 고놈을 끄내주었다. 나의 예상대로 숙이는 가손진 그눈을 똥그랗게 뜨드니 두손으로 답싹 집어다가는 저도 역시 입을 맞후고 빱을 대보고 하는 것이 아닌가, 허지만 가슴에다 막부동켜 안는데는 나는 고만 질색을 하며 "아 아 그렇게 하면 뼈가 부서저 죽우, 토끼는 두귀를 붙들고 이렇게..." 하고 토끼 다루는 법까지 아르켜주지 않을수 없었다. 허라는대로 두귀를 붙잡고 섰는 숙이를 가만히 바라보며 나는 이집이 내집이라하고 또 숙이가 내 안해라 하면 얼마나 좋을가 하였다. 숙이가 여자양말 하나 사다달라고 부탁하고 내가 그래라고 승낙한지가 달장근이 되련만 그것도 못하는걸 생각하니 내자신이 불상도 하였다. "요놈이 크거던 짝을 채워서 우리 새끼를 자꾸 받읍시다. 그새끼를 팔구팔구 허면 나종에는 큰돈이......" 그러고 토끼를 처들고 암만 디려다보니 대체 수놈인지 암놈인지 분간을 모르겠다. 이게 저윽이 근심이 되어 "그런데 뭔지 알아야 짝을 채지!"하고 혼자 뚜덜거리니까 "그건 인제....." 숙이는 이렇게 낯을 약간 붉히드니 어색한 표정을 웃음으로 버무리며 "낭중 커야 알지요!" "그렇지! 그럼 잘 길루"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그 담날부터 매일 한번식 토끼 문안을 가고 하였다. 토끼가 나나리 달라간다는 숙이의 말을 듣고 나는 퍽 좋았다. "요새두 잘 먹우?"하고 물으면 "네 물찌꺼기만 주다가 오늘은 배추를 주었더니 아주 잘 먹어요"하고 숙이도 대견한 대답이었다. 나는 이렇게 병이나 없이 잘만 먹으면 다되려니, 생각하였다. 안이나 다르랴 숙이가 "인젠 막 뛰다니구 똥두 밖에 가 누구 들어와요"하고 까만 눈알을 뒤굴릴적에는 아주 헌칠한 어른토끼가 다 되었다. 인제는 짝을 채줘야 할터인데, 하고 나는 돈 없음을 걱정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하여도 돈을 변통할 길이 없어서 내가 입고있는 두루매기를 잡힐가 그러면 뭘입고 나가나 이렇게 양단을 망설이다가 한 댓세동안 토끼에게 가질 못하였다. 그러자 하루는 저녁을 먹다가 어머니가 "금철어메게 들으니까 숙이가 그토끼를 잡아먹었다드구나?"하고 역정을 내는 바람에 깜짝 놀랬다. 우리 어머니는 싫다는걸 내가 디리 졸라서 한번 숙이네한테 통혼을 넣다가 거절을 당한 일이 있었다. 겉으로는 아즉 어리다는것이나 그 속살은 돈있는 집으로 딸을 놓겠다는 내숭이었다. 이러 어머니가 아시고 모욕을 당한 듯이 그들을 극히 미워하므로 "그럼 그렇지! 그것들이 김생 구여운 줄이나 알겠니?" "그래 토끼를 먹었어?" 나는 이렇게 눈에 불이 번쩍 나서 밖으로 뛰나왔으나 암만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제손으로 색동조끼까지 해 입힌 그 토끼를 설마 숙이가 잡아먹을상 싶지는 않었다. 그러니 숙이를 불러내다가 그토끼를 좀 잠간만 뵈달라하여도 아무 대답이없이 얼골만 빨개저서 서있는걸 보면 잡아 먹은 것이 확실하였다. 이렇게 되면 이놈의 게집애가 나에게 벌서 맘이 변한 것은 넉넉히 알 수 있다. 낭종에 가치 살자고 우리끼리 맺은 그 언약을 잊지 않었다면 내가 위하는 그토끼를 제가 감히 잡아 먹을 리가 없지 않은가. 나는 한참 도끼눈으로 노려보다가 "토끼 가질러왔우,내토끼 도루내우" "없어요!" 숙이는 거반 울듯한 상이드니 이내 고개를 떨어치며 "아버지가 나두 모르게....." 하고는 무안에 취하야 말끝도 다 못맺는다. 실상은 이때 숙이가 한 사날동안이나 밥도 안먹고 대단히 앓으므로 그 아버지가 겁이 버쩍 났다. 그렇다고 고기를 사다가 몸보신시킬 형편도 못되고 하야 결국에는 딸도 모르게 그 옥토끼를 잡아서 먹여버리고 말었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속은 모르니까 남의 토끼를 잡아먹고 할말이 없어서 벙벙히 섰는 숙이가 다만 미웠다. 뭘 못먹어서 옥토끼를, 하고 다시 "옥토끼 내놓우 가주갈테니"하니까 "잡아먹었어요" 그제서야 바로 말하고 언제 그렇게 고였는지 눈물이 똑 떨어진다. 그리고 무엇을 생각했음인지 허리춤을 뒤지드니 그 지갑(은 우리가 둘이 남몰래 약혼을 하ㅇ을때 금반지 살 돈은 없고 급하긴하고해서 내가 야시에서 십오전 주고 사넣고 다니든 돈지갑을 대신 주었는데 그것)을 내놓으며 새침이 고개를 트는 것이다. 망할 게집애 남의 옥토끼를 먹고 요렇게 토라지면 나는 어떻거란 말인가, 허나 여기서 더 지꺼렸다는 나만 앵한 것을 알았다. 숙이의 옷가슴을 불야살야 헤치고 허리춤에다 그 지갑을 도루 꾹 찔러주고는 쫓아올가봐 집으로 힝하게 다라왔다. 제가 내 옥토끼를 먹었으니까 암만 즈 아버지가 반대를 한다드라도 그리고 제가 설혹 마음에 없드라도 인제는 하릴없이 나의 안해가 꼭 되어주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나는 생각하고 이불속에서 잘 따더보다 그 옥토끼가 나에게 참으로 고마운 동물임에 비로서 깨달았다. (인제는 틀림없이 너는 내거다!) 생의 반려 동무에 관한 이야기를 쓰는 것이 옳지 않은 일일는지 모른다. 마는 나는 이 이야기를 부득이 시작하지 아니치 못할 그런 동기를 갖게 되었다. 왜냐면 명렬군의 신변에 어떤 불행이 생겼다면 나는 여기에 큰 책임을지지 않을수 없는 까닭이다. 현재 그는 완전히 타락하였다. 그리고 나는 그의 타락을 거들어준, 일테면 조력자쯤 되고만 폭이었다. 그렇다면 이것이 단순히 나의 변명만도 아닐 것이다. 또한 나의 사랑하는 동무, 명렬군을 위하여 참다운 생의 기록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그것은 바로 사월 스무일헷날이었다. 내가 밤중에 명렬군을 찾아간 이유는 (허지만 이유랄건 없고 다만) 잠간 만나보고 싶었다. 그의 집조 역시 사직동이고 우리집과 불과 오십여간 상거밖에 안된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나를 찾아오는 일이 별루 없었다. 물론 나는 불평을 토하고 뚜덜거린 적이 없는것도 아니나 그러나 다시 생각하고 눈덮어 두기로 하였다. 그 까닭은 그는 사람 대하기를 극히 싫여하는 이상스러운 성질의 청년이었다. 범상에서 버스러진 상태를 병이라고 한다면 이것도 결국 큰 병의 일종이겠다. 그래서 내가 가끔 이렇게 찾아가곤 하는 것이다. 방문을 밀고 들어스니 그는 여전히 덥쑤루한 머리를 하고, 방 한구석에 놓인 책상앞에 웅크리고앉었다. 물론 난줄은 알리라 마는 고개한번돌리어 보는 법 없었다. 나는 방바닥에 털뻑 주저앉으면서 "뭐 공부하니?" 하고 말을 붙이었다. 그는 아무 대답없이 책상우에서 영어사전만 그저 만적어릴 따름이었다. 그 태도가 글짜를 읽는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아주 안읽는것도 아닌, 그렇게 몽농한 시선으로 이페지 저페지 넘기고 있는 것이다. 이걸 본다면 무슨 생각에 곰곰 잠기어 있는 것이 분명하였다. "남이 뭐래면 대답좀 해라" 나는 이렇게 퉁명스리 말은 했으나, 지금 그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내라고 모를배도 아니었다. 권연에 불을 붙이고 나서 나는 혼잣소리로 "오늘도 편지 했나!" 하고 연기를 내뿜었다. 그제서야 그는 정신이 나는지 고개를 돌리드니 "내 너오길 지금 기다렸다." 하고 나를 이윽히 바라보고는 "너에게 청이 하나 있는데..." 하며 도루 영어사전께로 시선을 가저간다. 제깐에 내가 그 청을 들어줄지 혹은 않을지, 그게 미심하야 속살을 이야기하기 전에 나의 의향부터 우선 들어보자는 모양이었다. 나는 선선히 받으며 "청이랄게 뭐 있니? 될 수 있다면 해보겠지." "고맙다. 그럼......" 하고 불현듯 생기가 나서 책상 설합을 열드니 언제 써 두었든것인지, 피봉에 넣어 꼭 봉한 편지 한장을 내앞에 끄내놓는다. 그리고 흥분되어 더듬는 소리로 "이 편지좀 지금좀 곧 전해다우"하고 거지반 애원이었다. 마치 이 편지를 지금 곧 전하지 않는다면 무슨 큰화라도 일듯이 그렇게 서두는 것이다. 그의 말을 들어보면 동무에게 이런 편지를 부탁하는것은 물론 미안한줄은 안다. 하고 그러나 너에게 이런걸 청하는것도 이것이 마즈막일는지 모르니 그쯤 소중히 여기고 충심으로 전력하야 달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와서는 "너 그리고 답장을 꼭 맡아가지고 오너라."하고 아까부터의 당부를 또 다진다. "그래" 나는 단마디로 이렇게 쾌히 승낙하고 거리로 나섰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나의 의사에서 나온 행동도 아니거니와 또한 이 편지를 어떻게 처치해야 옳을지 그것조차 생각해 본 일도 없었다. 동무의 간곡한 소청이요 그래 마지못하야 받아들고 나왔을 그뿐이었다. 요사꾸라 때라 봄비는 밤거리를 호아 나려오며 나는 이 편지를 저쪽에 전해야 옳을지 어떨지, 그걸 분간못하야 얼뚤하였다. 우편으로 정성스러히 속달을 띠어도 [수취거절]이란부전이 붙어서 돌아오고 하는 그곳이었다. 내가 손수 들고 갔다고하야 끔뻑해서 받아줄리도 없을 것이다. 나는 편지를 호줌에 넣을 생각도 않고 한손에 그냥 떠바처 든채 떠름한 시선으로 보고 또 보고 하였다. 여기가 나의 큰 과실일는지 모른다. 애당초에 왜 딱잘라 거절을 못하였는가, 생각하면 두고두고 후회가 나는 것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건대 내가 이 편지를 아무 군말없이 들고 나온것도 달리 딴 이유가 있을듯 싶다. 다만 동무의 청이라는 그것만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확실히 나는 이걸 나에게 내놀때의 명렬군이 가ㅈ든 야릇하게도 정색한 그 표정에 기가 눌렸는지도 모른다. 오래동안 볕을 못본 탓으로 얼골은 누렇게 들떴고 손 안댄 입가에는, 스물셋으론 고지듣지 않을만치 제법 검은 수염이 난잡히 ㅃ히었다. 물론 번이는 싱싱해야 할 두볼은 꺼지고 게다 연일철야로 눈까지 퀭 들어간, 말하자면 우리에 가친 사람이라기 보다는 즘생에 가까웠다. 거기다 눈에 눈물까지 보이며 긴장이 도를 넘어 떨리는 어조로 이 편지를 부탁했든 것이다. 이걸 본다면 이것이 얼마나 중대한 편지임을 알것이다. 만일에 이 편지가 전대로 못가고 본다면 필연 명렬군은 온전히 그냥 있지는 않으리라. 하여튼 나는 그걸 가지고 갈 곳까지 다다랐다. 내가 발을 멈춘 데는 돈의동 뒤 골목이었다. 바루 내앞에 처다보이는, 전등 달린 대문이 있고 고옆으로 차돌에 나명주라고 새긴 문패가 달리었다. 안에서는 웃음소리와 아울러 가끔 노래가 흘러 나오련만 대문은 얌전히 듣닫기었다. 나의 임무는 즉 이집에다 편지를 바치고 그 답장을 맡아 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하야 보아도 다가서서 대문을 두드려볼 용기가 나질 않는다. 이 편지가 하상 뭐길래 그가 탐탁히받아주랴, 싶어서이다. 마는 어떻게 생각하면 사람의 일이라 예외를 알수없고 그리고 한편 전인으로 이렇게까지 왔음에는 호기심으로라도 받아줄지 알수 없다. 우선 공손히 바처나보자. 생각하고 나는 문앞으로 바특이 다가서본다. 그러나 설혹 받아준다 치고 요망스리 뜯어서 한번쭉 훑어보고 내동댕이 친다면 그때 내꼴이 무엇이 되겠는가, 아니 나보다는 이걸 쓰기에 정성을 다한 명렬군이 첫때 모욕을 당할 것이다. 여하한 일이라도 동무는 욕 보이고 싶지 않다, 생각하고 나는 다시 대문을 떨어저 저만침 물러슨다. 이러기를 서너차레 한다음에 나는 딱 결정하였다. 편지를 호주머니에 넣고 그대로 사직동을 향하야 올라갔다. 내가 명렬군의 집으로 막 들어갈랴 할제 등뒤에서 갑작이 "재!"하고 누가 부른다. 돌아다보니 저편 언덕에 그가 풀다님으로 서 있는 것이다. 아마 내가 그길로 올줄 알고 먼저부터 고대하고 서 있는 모양이었다. 그는 나를 데리고 사직공원으로 올라가며 "전했니?" 하고 조급히 묻는 것이다. "응" 하고 나는 코대답으로 받았으나 그것만으로느 좀 불충분함을 깨닸고 "잘 전했다." 하고 나는 명백히 대답하였다. "그래 잘 받디?" "전 뭔데 사람이 보내는걸 아니 받을가?" 나는 이렇게 큰소리는 하긴했으나 대미처 "그럼 답장은?" 하고 묻는데는 "답장은....."고만 얼떨떨하지 않을수 없었다.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이 돌지 않었든 까닭이었다. 조곰 주저하다가 "답장은 못맡아 온걸!"하고 얼버무렸으나 그것만으로 또 부족할듯 싶어서 "가보니까 명주는 노름을 나가고 없드구면, 그러니 그걸 보고오자면 새벽 두점이 될지 넉점이 될지 알수 있어야지? 그래 안잠재기를 보고 아씨 오거든 꼭 전하리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왔다." 하고 답장을 못맡아 온 그 연유까지 또박또박이 고하였다. 그러나 그는 편지를 그집에 두고 온 그것만으로도 저윽이 만족한 눈치였다. 나의 바른손을 두손으로 꼭 죄여 잡고는 "고맙다."하고 치사를 하는 것이다. 그때 나는 그의 눈우에서 달빛이 번쩍어리는 그걸 보았다. 이렇게 거짓말을 하고도 죄가 헐할가, 싶어서 나는 그에게 대하야 미안하다니 보다도 오히려 죄송스러운 생각에 가슴이 끌밋하였다. 나는 쾌활히 그등을 치며 "맘을 조급히 먹지 말어라, 무슨 일을 밥 먹듯 해서야 되겠니? 저도 사람이면 언젠가 답장을 할 때도 있겠지." "답장?"하고 그는 숙인 고개를 들드니 "그대로는 답장 안한다." "그대로 안하는건 뭐야? 염려마라, 언제든지 내 가서 즉접 받아오마." 일상 덜렁거리다 패를 당하는 나이지만 또 객쩍은 소리까지 지꺼려 놓았다. 내딴은 잠시이나마 그에게 기쁨을 주고자 했음이 틀림 없을것이나 물론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는것까지는 생각지 못하였다. 그러니까 그로 말하면 나의 장담에 다시 히망을 품고 "그럼 너 미안하지만 다시 한번 편지를 전해줄래?그리고 이번에는 답장을 꼭 맡아 오너라."하고 다시 청한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이렇게 거짓말에서 시작되어 엉뚱한 일이 벌어지게 되었다. 물론 전부를 나의 책임으로 돌리지않을수 없는것이나 한편 따저보면 명렬군도 일부를지지 않을수 없다. 왜냐면 그는 먼저도 말한바와 같이 보통 승질의 인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그가 편지를 쓰고있는 이것이 얼뜬 생각하면 연앨런지도 모른다. 상대가 여성이요 그리고 연일 밤을 새워가며 편지를 쓴다면, 두말없이 다를 연애라고 이렇게 단정하리라. 마는 이것은 결코 흖이 말하는 그 연애는 아니었다. 그 연애란 것은 상대방에게서 향기를 찾고, 아름다움을 찾고, 다시 말하면 상대를 생긴 그대로 요구하는 상태의 명칭이겠다. 그러나 그의 연애는 상대에게서 제 자신을 찾아내고자, 거반 발광을 하다 싶이 하는것이다.물론 상대에게는 제 자신의 그림자도 비치지 않었다. 그러므로 이것은 차차 이야기하리라 마는 때로는 폭력을 가지고 상대에게 대들어 나를 요구하는, 그런 괴변까지 이르게 되는것이다. 하니까 이것은 결코 연애가 아니라 하는것이 가당하리라. 첫째로 그의 편지는 염서가 아니었다. 보건데 염서는 대개 상대를 꼬다웁께 장식하였다. 그의 편지는 상대의 추악한 부분이란 일일이 꼬집어뜯어서 발겨놓 는 말하자면 태반이 욕이었다. 그러므로 상대는 답장을 안할뿐만 아니라 때로는 받기를 거절하였다. 그리고 둘째로는 그 상대가 화류게의 인물이요,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명렬군 보다는 다섯해가 우였다. 삼십이 가찹다면 기생으로는 한 고비를 넘은 시들은 몸이었다. 게다가 외양도 출중나게 남달리 두드러진 곳도 없었다. 이십전후의 팔 팔한 친구로는 도저히 매력이 느껴지지 않을 그런 인물이었다. 그럼 어째서 명렬군이 하필 그런 여자에게 맘이 끌렸겠는가. 여기에 대하야는 나는 설명을 감사리라. 우선 명렬군의 말을 들어보자. 그가 명주를 처음 본것은 작년 가을이었다. 수은동 근처에서 오후 한시경이라 고 시간까지 외고 있는것이다. 그가 집의 일로하야 봉익동엘 다녀 나올때 조고만 손대여를 들고 목욕탕에서 나오는 한 여인이 있었다. 화장 안한 얼굴은 창백하게 바랬고 무슨 병이 있는지 몹시 수척한 몸이었다. 눈에는 수심이 가득히 차서, 그러나 무표정한 낯으로 먼 하눌을 바라본다. 힌 저고리에 힌 치마를 훑여안고는 땅이라도 꺼질까봐 이렇게 찬찬히 걸어 나려오는것이었다. 그 모양이 세상고락에 몇벌 씻겨나온, 따라 인제는 삶의 흥미를 잃은 사람이 었다. 명렬군은 저도 모르고 물론 ㄸ아갔다. 그 집에까지 와서 안으로 놓쳐버리고는 그는 제넋을 잃은듯이 한참 멍하고 서있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그날 밤부터 편지를 쓰기 시작하였다. 매일 한장식 보내 었다. 그러나 답장은 한번도 없었다. 열흘이 지나도 보름이 넘어도 역시 답장은 없 었다. 그럴수록 그는 초조를 품고 더욱 열심히 편지를 띠었다. 밤은 전수히 편지쓰 기에 허비하였다. 그리고 낮에는 우중충한 방에서 이불을 들쓰고는 날이 저물기 를 고대하였다. 밤을 새운 몸이라 까우러저 자기도 하였으나 그러나 대개는 이 불속에서 눈을 감고는 그 담 밤이 되기를 기다리었다. 그전에도 가끔가다 망녕이 나면 이런 버릇이 없었든것은 아니나 이렇게 까지 장구히 게속되기는 이때가 시초이었다. 이제 생각하야 보건대 사람은 아마 극히 슬펐을때 가장 참된 사랑을 느끼는것 같다. 요즘에와서 명렬군은 생의 절망, 따라 우울의 절정을 걷고 있었다. 그의 환경을 뒤집어본다면 심상치 않은 그 행동을 이해 못할것도 아니다. 마는 거기 관하얀 추후로 밀리라. 내가 어쩌다 찾아 가 들여다보면 그는 헐없이 광인이었다. 햇빛 보기를 싫여 하는 그건 말고라도 거츠러진 그 얼골이며 안개 낀 그 눈매 - 누가 보든지 정신 병 환자이었다. 거기다가 방까지 역시 우울하였다. 남쪽으로 뚫린 들창이 하나 있기는 허나 검은 후장으로 가리어 광선을 콱 막아버렸다. 그리고 담배연기로 방안을 꽉찼다. 나는 그를 대할적마다 불길한 예감이 느껴지지 않을수 없었다. 커다란 쇳덩어 리가 그를 향하고 차츰차츰 나려오는듯 싶었다. 언제이든가 그는 그대로 있지않 으리라고 이렇게 나는 생각하였다. 하루는 나는 마음을 딱하게 먹고 찾아갔다. 아무리 생각하여도 이 게집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만큼 남의 편지를 받았으면 설혹 쓰기가 싫다 하드라도 답장 한장쯤은 함직한 일일게다. 얼마나 도도하기에, 무턱대고 편지만 집어먹는가. 당장에 가서 그 이유를 캐보고 싶었다. 그리고 될수 있다면 답장 하나 맡아다 가 주고 싶었다. 날이 어두웠으나 아즉 초저녁이었다. 그렇건만 대문은 그때도 꼭 닫기어 있었 다. 주먹으로 문을 두드리며 우렁찬 소리로 "이러너라!" 하였다. 기생집에 오기에 꼴은 초라할망정 음성까지 죽어질건 없었다. 다시 커다랗게 그러나 위엄이 상치 않도록 "문 열어라!" 하고 소리를 내질렀다. 그제서야 안에서 인까가 나드니 문이 열리었다. 그리고 한 삼심여세 되어 보 이는 여편네가 고개를 내어밀어 나의 아래우를 쑥 훑드니 "누길 찾으서요?" 하고 묻는것이다. 걸걸한 목소리가 이집의 안잠재긴듯 실었다. 이런때 "영주 있나?" 하고 어줍댔드면 혹 통했을지도 모른다. 원체 숫배기라 기생집의 예의는 조곰도 모르므로 "저 나명주선생좀 만나러 왔오." 하니까 그는 공연스리 눈살을 접드니 "노름 나가섰어요." 이렇게 토라지는 소리를 내는것이다. 그리고 내가 (하긴 소용도 없는 말이나) 미 처 "어디로 나갔오?" 하고 다 묻기도 전에 문을 탁 닫아버리고는 "모르겠어요." 하고 만다. 이럴때 번이는 웃고 말아야 할것이나 나는 짜정 약이 올랐다. 문짝을 부서버 릴가 하다가 결국에는 인젠 죽어도 기생집엔 다시 안오리라고 결심하고 그대로 돌아섰다. 그리고 그길로 힝하게 명렬군을 찾아갔다. 나는 분김에 사실을 저저히 설파하고 "너때문에 내가 욕봤다." 하고 골을 내었다. 하기는 그가 가라고 했든것도 아니건만- 그리고 말을 이어서 기생집에 있는것들은 전수히 사람이 아니다. 만에 하나라 도 사람다운 점이 있다면 보름씩이나 편지를 받고도 답장하나 안할리 없다. 거 기서도 너를 전혀 사람으로 치질 않는다. 생각해 보라아. 네가 뭐길래 기생이 너 를 보고 끔찍이 여기겠니. 이 땅에는 너 이외에 돈있고 며예있는, 그런 유복한 사람이 허다하다. 기생이란 그들의 소유물이지 결코 네가 사랑하기 위하여 생겨 난 존재는 아니다 라고 이렇게 세세히 설명하고 "아까만 하드라도 그 게집이 나에게 대한 태도를 보아라, 내가 만일 주단을 흘리고 갔ㄷ,라면 어서 들어오라고 온집안이 끓어나와서 야단일게다. 이것들이 그래 사람이냐? " 하고 듣기 싫은 소리를 늘어놓니까 그는 쓴 낯을 하고 "없으니까 없다 했겠지, 설마 널 땃겠니!" "없긴 뭘 없어?" 하고 소리를 뻑 질렀다. 그리고 또 기생도 기생 나름이었다. 그것도 젊다면 이어니와 나히 이미 삼십 을 바라보는 늙은이다. 이걸 뭘보고 정신이 쏠리는가. 이런건 정신병자가 아니면 하기 어려운 작난임을 다시 명백히 설명을 하야주 고 "오늘부터 편지를 끊어라. 허구많는 게집애에 어디 없어서 그까진걸…" "너는 모르는 소리야!" 그는 이렇게 더 듣고 싶지 않다는듯이 나의 말을 회피하다가 "차라리 송장을 연모하는게 옳겠다." 하고 엇먹는데 고만 불근하야 "듣기 싫다." 하고 호령을 치는것이다. 그리고 나를 쏘아보는 그 눈이 담박 벌겋게 충혈되었다. 나는 그에게 더 충고해야 듣지 않을것을 알았다. 말다툼에까지 이르지 않았음 을 오히려 다행히 여기고 그대로 나와버렸다. 이렇게 되었으니 그다음번 내가 편지를 전하러갔다가 대문도 못두르려보고 와서 거짓말을 한 것이 전혀 나의 과 실만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를 탓하지는 않았다. 그는 자기의 머리속에 따로히 저의 여성을 갖고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와 가치 생의 절망을 느끼고, 죽자하니 움직이기가 군찮고 살자하니 흥미없는 그런 비참한 그리고 그가 지극히 존경하는 한 여성이 있는것이다.그는 그 여성을 저 쪽에 끌어내놓고 연모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명주는 우연히 그 여성의 모형이 되고 말았을 그뿐이겠다. 내가 명렬군을 알게 된것은 고보때이었다. 그는 같은 나히에 비하면 숙성한 학생이었다. 키가 훌쩍 크고 넓적한 얼골을 가진 학생이었다. 말을 할때에는 좀 덜하나 선생앞에서 책을 낭독할적이면 몹시 더듬었다. 그래 우리는 그를 말더듬이라고 별명을 지었다. 그대신 그는 말이 드 문 학생이었다. 우리는 어떤때에는 그를 비겁하게도 생각하였다. 왜냐면 그는 여럿이 모인 곳 에는 안갈랴하고 비슬비슬 피하는 소년이었다. 사람이 없을 때에는 운동장에 나 려가 철봉을 하고 땅재조를 하고 하였다. 마는 점심시간 같은 때 전교학생이 몰 려나와 놀게 되면 그는 홀로 잔디밭으로 돌고하였다. 물론 원족이나 수학여행을 갈적이면 그는 어떠한 이유를 가지고라도 빠질랴 하였다. 이렇게 사람을 두려워하는 별난 소년이었다. 그리고 매일 성적이 불량하였다. 특히 사오학년에 이르러서는 과정낙제가 자 리를 잡을만치 불량하였다. 선생의 말을 빌면 재조가 있다고 그 재조를 믿고 공 부를 안한다. 그러나 제 재조를 믿는것도 다소 학과를 염두에 두는 사람의 말이 겠다. 그는 학과의 흥미난 없을뿐 아니라 우선 학교와 정이 들질 않었다. 그 증 거로 일년간의 출석 통계를 본다면 그는 학교에 나온 일수가 삼분지이가 못되었 다. 담임선생님은 화가 나서 이따위 학생을 첨보았다, 하고 "자! 눈으로 보아라, 이게 학교 다니는 놈의 출석부냐?" 하고 코밑ㅇ다 출석부를 디려대고 하였다. 그러면 그는 얼골이 벌개져서 덤덤이 섰을뿐이었다. 그 언제인가 남산에서 나는 그에게 들은 말이 있었다. 그날은 그가 쑹쑹거리는 바람에 나도 결석하였다. 우리는 남산우로 올라와 잔 디밭에 누어서 책보를 비었다. 그리고 이러쿵 저러쿵 지꺼리다가 무슨 이야기 끝에 "마적이 될랴면 어떻게 하는건가?" 하고 그가 묻는것이다. "왜 마적이 되고싶으냐?" "아니 글세말이야." "될라면 되겠지 뭐, 그까진 마적쯤 못되겠니?" "에 그가진 마적이 뭐야 - " 하고 그는 눈을 둥그렇게 뜨고 부인하드니 "너 마적이 신승한게다 좀체 사람은 못하는거야. 씩씩하게 먹고 씩씩하게 일하 고 좀 좋냐?" "난 디려준대도 안간다." "누가 디려주긴 한다디?" "사람을 안디리면 즌 죽진안나?" "그러게 새단원이 필요할때엔 모집광골 낸단다." 하고 양복 훗호주머니를 뒤지드니 손바닥만하게 오린 신문지쪽찌를 나에게 내주 며 "자 봐라." 한다. 내가 받ㅇㄹ고 읽어보니 그것은 마적단의 모집광고를 보고 물건너 어떤 중학 생 셋이 만주로 가다가 신의주 근방에서 붙들렸다는 기사였다. 나는 다 읽고나서 도루 내여주며 "흥! 그까진 마적이 돼?" 하고 콧등으로 웃었든것이다. 그 후에도 한 서너차례 마적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이걸 보면 그는 참으로 마적이 되고 싶었든 모양이었다. 나는 그를 괴망스럽다고 하였으나 이제 와 보면 당연한 일일것도 같다. 그는 어려서 양친을 다 여이었다. 그리고 제 풀로 돌아다니며 눈치밥에 자라 난 소년이었다. 그러면 그의 염인증도 여기에 뿌리를 박았을지도 모른다. 그에게는 형님이 한분 있었다. 주색에 잠기어 밤낮을 모르고 남봉군이었다. 그 리고 자기 일신을 위하얀 열사람의 가족이 히생을 하라는 무지한 폭군이었다. 그는 아무 교양도 없었고 지식도 없었다. 다만 그의 앞에는 수십만의 철량이 있 어 그 폭행을 조장할뿐이었다. 부모가 물려주는 거만의 유산은 무릇 불행을 낳기쉽다. 더욱이 이십오륙의 아 무 의지도 신념도 없는 청년에 있어서는 더 이를 말 없을것이다. 그도 이 예에 벗어지지 않었다. 그는 한달식 두달식 곡기도 끊고 주야로 술을 마시었다. 그리고 집안으로 기 생들을 훌몰아 드리어 가족앞에 들어내놓고 음탕한 작난을 하였다. 한집으로 첩 을 두셋식 끌어드리고 풍파도 일으키었다. 물론 그럴 돈이 없는 것은 아니나 치 가를 하고 어쩌고 하기가 성이가신 까닭이었다. 그는 오로지 술을 마시고 게집 과 가치 누었다. 그것밖에는 아무것도 귀치않었다. 몸을 조곰 움직일랴지도 않었 을뿐더러 머리는 쓰지 않었다. 하물며 가정사에 이르러서랴, 가족이 앓어 들어누 어도 약 한첩 없고 아이들이 신이 없다하여도 신 한컬레 순순히 사주지 않는 그 런 위인이었다. 술도 처음에는 여러 친구와 떠들고 취하는 맛에 먹었다. 그러나 하도 여러번 그러는 동안에 그것만으로는 취미가 부족하였다. 그는 시납으로 주정을 하기 시 작하였다. 이 주정을 몇번 하다가 흥이 지이면 저 주정을 하고 여기에 또 물리 면 그 담것을 - 이렇게 점점 강렬한 자극을 요구하는 그 주정은 끝이없었다. 그는 술을 마시면 집안세간을 부시고 도기를 들고 기둥을 패었다. 그리고 가 족들을 일일히 잡아 가지고 폭행을 하였다. 비녀쪽을 두손으로 잡고 그 목아지 를 밟고 서서는 머리를 뽑았다. 또는 식칼을 들고는, 피해다라나는 가족들을 죽 인다고 쫓아서 행길가지 맨발로 나오기도 하였다. 젖먹이는 마당으로 내팡게처 서 소등을 이르켰다. 혹은 아이를 움물속으로 집어던저서 까무러친 송장이 병원 엘 갔다. 이렇게 가정에는 매일같이 아우성과 아울러 피가흘렀다. 가족을 치다치다 이 내 물리면 때로는 제팔까지 이로 물어뜯어서 피를 흘렸다. 이러길 일년이 열두달이면 열한달은 계속되었다. 가장이 술이 취하야 들어오면 가족들은 얼골이 잿빛이 되어 떨고 있었다. 왜 냐면 언제 그손에 죽을지 그것도 모르거니와 우선 아픔을 이길수 없는 까닭이었 다. 그들은 순전히 ㅈㄴ인무도한 이 주정군의 주정받이로 태여난 일종의 작남감 들이었다. 그리고 그 가정에는 따뜻한 애정도 취미도 의리도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술과 음행 그리고 비명이 있을 따름이었다. 명렬군은 유년시절을 이런 가정에서 자랐다. 그는 뻔질나게 마룻구녕 속으로 몸을 숨기지 않을 수 없었다. 이를 덜덜덜덜 떨어가며 가슴을 죄였다. 그리고 속으로는 (은제나 저 자식이 죽어서 매를 안맞나…) 하고 한탄하였다. 먼촌 일가가 이것을 ㅘ 보고 딱하게 여기었다. 이렇게 해선 공부커녕 죽도 글 렀다, 생각하고 "명령이에게 분재를 해주게 그래서 다른데 가서 따로 공부를 하든지 해야지 이건 온 되겠나?" 하고 충고하였다. 형은 이 말을 들으니 "염녀마슈, 내가 어련히 알아채려서 할라구." 하고 툭 차버렸다. 그리고 가치 술을 잔뜩 먹고는 나종에는 분재운운하든 그일 가를 목침으로 후려갈겨서 이를 둘이나 분질렀다. 명렬군은 그 형님에게 마땅히 분재를 해 받을 권리가 있었다. 그러므로 욕심 이 과한 그형은 분재이야기만 나오면 눈이 뒤집혀서 펄쩍 뛰었다. "일즉 분재하면 사람 버려, 나처럼 되면 어떠커니? 너는 공부 다하고 늦윽해서 살님을 내주마." 이것이 분재 못하는 그의 이유이었다. 그러나 그 많은 재산도 십년이 채못되어 기울게되었다. 서울서 살든 형이 명 렬군을 그의 누님에게 떠맡기고 시골로 나려갈 때에는 불과 몇 백석의 땅이 있 었을 뿐이었다. 명렬군이 차차 정성할수록 그 형에게는 성가스러운 존재였다. 좋은 소리로 그 를 서울에 떼내던지고 즈이 식구기리만 대대의 고향인 그 시골로 나려가고 만것 이었다. 이것이 명렬군이 고보를 졸업하고 동경엘 갈랴 했으나 집의 승낙이 없 어서 그도 못하고, 이럴가 저럴가 망서리며 놀고 있었든 때의 일이었다. 이렇게 형의 손에서 기를 못피고 자란 그는 누님한테로 넘어오게 되었다. 따 라 비로소 살 길을 찾은듯이 그는 기쁘지 않을수 없었다. 그러나 그 누님도 그의 기대와는 다른 인물이었다. 그는 아즉 삼십이세의 젊은 과부이었다. 열네살에 시집을 가서 십년이나 넘어 살다가 쫓기어왔든 것이다. 돈 있는 친정을 둔 새댁만치 불행한건 다시 없을 것 이다. 라고 하는건 그를 괴롭히기에 자딸은 구실이 얼마든지 많었다. 썩도록 돈 을 묵히고도 시집하나 살릴줄모른다는 은근한 이유로 그도 역시 쫓기어 오고 만 것이다. 그러나 친정엘 와도 반기어 그를 맞어줄 사람은 없었다. 가장인 오빠라는 작 자는 매일같이 매만 따리었다.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출가외인이 친정밥 먹는다 고 머리를 터치어 거리로 내쫓았다. 이런 풍파를 겪고 혼자 돌아다니다가 근근히 얻은 것이 직업이었다. 그리고 방 한간을 세를 얻어 그 월급으로 단독살림을 시작하였다. 물론 그에게는 아무 소생도 없었다. 그 좁은 방에서 남매가 지내다가 이집으로 온것은 그후 일년이 석 지내서이 다. 시골 간 형이 아우의 입을 막기 위하여 사직동 꼭대기다 방둘 있는 조고만 집을 전세를 얻어준것이 즉 이집이었다. 그리고 둘의 생활비로는 누님의 월급이 있을뿐이었다. 누님은 경무과분실 양복부에 다니는 직공이었다. 아츰 여섯시쯤해서 가면 오 후 다섯시에 나오고 하는 것이다. 일공이 칠십전쯤 되므로 한달에 공일을 제하 면 한 십구원 남직하였다. 그걸로 둘이 먹고 쓰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허약한 젊은 여자에게 공장살이란 견디기 어려운 고역이었다. 공장에 다닌지 단 오년이 못되어 그는 완연히 사람이 변하였다. 눈매는 허황하 게 되고 몸은 바짝 파랬다. 그리고 보통 사람이 본다면 대뜸 "저 사람이 미쳤나?" 할만치 그렇게 그 언사와 행동이 해괴하였다. 번이도 그는 승질이 급하고 변덕이 쥐 끓듯 하든 사람이었다. 거기다 공장에 서 얻은 히스테리로 말미아마 그는 제 승미를 제가 것잡지 못하도록 되었던 것 이다. 거기 대하얀 또 따오히 말이 있으리라. 마는 여기서는 다만 그가 성한 사람이 아니란것만 알면 고만이다. 낮 같은 때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까빡 졸적이 있다. 그러다 삐끗하면 엄지손 가락을 재봉틀에 박는다 마는 뺄수는 없고 그대로 서서 쩔쩔 매는것이다. 그러 면 감독은 와서 뒷통수를 딱 때리고 "조니까 그렇지-" 하고 눈을 부라린다. 혹은 뒤를 보러갔다. 늦을 적이 있다. 감독은 수상이 여기고 부낳게 ㅉ아온다. 그리고 잡은 참 문을 열어제친뒤 자로다 머리를 따리며 "알캥이를 세고 있는거야?" 하고 또 호령이었다. 그러나 그는 치바치는 설음과 분노를 꾹꾹 참지않을 수 없다. 감독에게 말대 꾸 하는 것은 공장을 고만두는 사람의 일이었다. 또는 남자들 틈에서 일을 하는지라, 남녀관계로 시달리는 일이 적지 않었다. 어뜩삐뜩 근드리는 놈도 있고 맞우대고 눈을 흘리는 놈도 있었다. 혹은 빈정거 리는 놈에 쌈을 거는 놈까지 있었다. 그렇다고 사내와 공장에서 싸울수는 없는 일이니 그는 역시 참을수 밖에 다른 도리는 없었다. 없임받는 이 분통을 꾹꾹 참아오다가 겨우 집에 와서야 폭발하는것이다. 거기 에 만만하고 그리고 양순한 동생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집에 돌아와 자기가 애면글면 장만해놓은 그릇을 부시었다. 그리고 동생 을 향하여 "내가 널 왜 밥을 먹이니?" 하고 눈을 똥그랗게 떴다. 때로는 "네가 뭐길래 내가 이고생을 하니?" 하기도 하고 "이놈아! 내살을 긁어 먹어라" 하고 악장을 치며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대로 펄썩 주저앉어서 소리를 내어 엉, 엉, 우는것이다. 물론 이것이 동생에게 대한 설움은 아니었다. 그러나 동생은 이런 소리를 들으면 미안쩍은 생각이 날뿐 아니라 등줄기에 가 소름이 쭉 끼치고 하는것이다. 누님은 날이면 날마다 동생을 들볶았다. 아무 트집도 없이 의레히 할걸로 알 고 그대로 들볶았다. 그리고나서 한숨을 후유, 하고 돌리고는 마음을 진정하고 하는것이다. 그러니까 동생은 말하자면 그 밥을 얻어먹고 그의 분풀이로 사용되는 한 노동 자에 지나지 않었다. 그러나 누님이 기실 악독한 여자는 아니었다. 앞이 허전하다 하야 그는 시골 에서 어린 게집애를 었딸로 데려다가 기르고 있었다. 결코 동생이 있는 것이 원 수스러워 그럴 리는 없어다. 동생이 이리로 오는 당시로만 하여도 누님은 퍽 반색하였다. 밤이 깊은 겨울 이건만 그는 손수 와서 책과 책상 금침등을 머리에 이고 오며 "너 이런걸 잊지말아라" 하고 아우를 명심시키었다. "형님에게 설음 받든 생각을 하고 너는 공부를 잘해서 훌륭히 되어라" 혹은 "그까진 재산 떼준대도 받지말아라 더럽다 - " 이렇게 동생이 굳은 결심을 갖도록 눈물 먹음은 음성으로 몇번몇번 당부를 하 고앴든 것이다. 자기따는 부모없이 자란 아우라고 끔찍이 불상하였다. 동생도 빙판으로 그 뒤를 땋아오며 감개 무량하야 한숨을 후, 쉬고 하였다. 그러든 것이 닷세가 못되어 그 병의 증세가 이러나기 시작하였다. 이것이 명렬균이 입때까지 살아 온 그 주위의 윤곽이었다. 그러면 그는 살아 나갈랴는 의욕이 없었든가 하고 이렇게 의심할지도 모른다 마는 그도 한개의 신념이 있었고 거기 ㄸ으는 노력을 가졌었다. 우선 그 증거로 그즌 명주라는 기생을 찾은 것이다. 그리고 그의 누님을 영원히 재우고자, 무서 운 동기를 가졌든것도 역시 그가 살아 나아갈 길을 찾고 잇든 한 노력이 있음을 우리는 차차 알것이다. 그의 우을증을 타진한다면 병의 원인은 여러갈래가 있으리라. 마는 그 근번이 되어있는 원병은, 그는 애정에 주리었다. 다시 말하면 그는 사람에 주리었다. 그는 앗다금식 나에게 "어머니가 난 보고 싶다!" 이렇게 밑도끝도 없이 부르짖었다. 나히 찬 기생을 그가 생각하게 된것도 무리는 아닐것 같다. 그는 속에서 여러 가지를 보았으리라. 즉 어머니로써 동무로써 그리고 연인으로써 명주가 그에게 필요하였다. 그러나 그때 나로는 그것가지 이해할만한 능력이 없었다. 사람같지 않은 기생 이니 그를 위하여 하루라도 일즉이 단념하야 주기만 바랬다. 거짓말을 하고 온지 사흘재 되는 날이었다. 내가 저녁을 먹고 있으려니가 "여기 아자씨 기서요?" 하고 낯익은 소리가 나는것이다 얼른 미다지를 열고 내다보니 그것은 틀림없이 명렬군의 ㅅ조카였다. "예?" "저 우리 아자시가요 이거 갖다 디리래요" 그리고 조고맣게 접은 종이쪽을 내준다. 받아들고 펴보니 그건 간단히 좀 왔다가지 못하겠니 이런 사연이었다. 마침 밥상을 울리랴든 때이므로 나는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게집애를 땋아 서 슬슬 나섰다. "아자씨 지금 뭐 허디?" "늘 아파서 앓으서요" 하고 선이는 가엾은 표정을 하는것이다. 그러나 나는 어쩐지 속이 불안스러웠다. 나는 오라는 그 속을 대충 짐작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들어갔을때 그의 누님은 마루끝에서 약을 대리고 있었다. 벅과 뒷간사이가 불과 칸반밖에 안되는 좁은 집이었다. 수채가 게 붙고 장독 이 게 붙고하였다. 뜰이라는 것은 마루와 장독 그 사이에 한 평반가량되는, 말하 자면 손바닥만한 깜짝한 마당이었다. 그 마당에 가 하양 입살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이걸 보면 오늘도 그 병이 한차레 지난 모양이었다. 아마 저녁을 할랴다가 그 대로 퍼 내 던진지도 모른다. 그는 나를 보드니 "개가 앓아요" 하고 언짢은 낯을 하는 것이다. 내가 불안한 마음으로 "글세 무슨 병일가요, 혹 몸살이나 아니야요?" 하고 물으니가 그는 "모르겠어요, 무슨 병인지" 하고는 "통이 아무것도 안먹고 저렇게 밤낮 앓기만 해요. 아마 내가…" 하고 미처 말끝도 맺기 전에 행주치맛자락을 눈으로 가저온다. 그리고 몇번 훌 쩍훌쩍 하드니 "내가 야단을 좀 쳤드니 아마 저렇게 병이…" 나에게 이렇게 하소를 하는것이다. 물론 그는 병이 한차레 지난 뒤에는 극히 온순한 여자이었다. 그의 생각에는 자기가 들볶아서 동생이 병이 난줄로 아는 모양이었다. 나는 위안시키는 말로 "염녀 마십시요. 봄이 되어서 몸살이 났겠지요" 하고는 거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이불속에 가만히 누어 있었다. 나를 오라고 고대 불렀으나 물론 인사도 하는 법 없었다. 가삼츠레히 뜬 눈으로 천정만 뚫어보고 있을뿐이었다. 헐떡한 얼골이며 퀭한 눈이 며칠전만도 더 못한것 같았다. 창백한 손등에는 파란 심줄이 그대로 비처올랐다. 그리고 얼골에는, 무거운 우울에 싸이어 괴로운 빛이 보이었다. 나는 첫눈에 그가 제버릇이외의 다른 병이 있음을 알았다. 얼마 바라보다가 "너 어디 아프냐?" 하고 물어보았다. 그는 무슨 대답을 할랴고 입을 열듯하드니 입맛으로 다셔버린다. 어딘가 몸이 몹씨 괴로운 눈치였다. 낯을 잔뜩 찌프리고는 역시 천정만 바라보고 있었다. 다시 한번 큰소리로 "어디 아퍼?" 하니까 "음-" 하고 입속으로 대답하다가 "어디가?" "등이 좀 결린다" 하고 그제서야 그는 내개로 시선을 가져온다. 마는 사실 등이 결린것은 아니었 으리라. 그때 나는 등이 왜 걸리는가, 싶어서 "그럼 병원엘 좀 가봐라, 병이란 예전에 고쳐야지…" 하고 객적게 권하였다. 여기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었다. 도루 낯을 찌프려가며 끙, 끙, 앓을 따름 이었다. 이제 와 생각하면 그는 둔감을 딱하게 여겼을지도 모른다. 누님이 짜서 들고 들어온 약을 그는 요강에 부었다. 그리고 빈 대접을 웃묵으 로 쓱 밀어버렸다. 마치 그 약을 받아 먹는것이 큰 모욕이나 될듯 싶었다. 누님이 이걸 목격하야 봤다면 또 분난이 일었으리라. 그가 나아간 담의 일이 라 그대로 무사하긴 하였다. 이걸 본다면 그는 이때부터도 누님에게 역심을 잔뜩 품고 있었음이 확실하였 다. 이윽고 그는 나를 향하야 "미안하지만 너 한번만 더 갔다올래?" 하고 나즉이 묻는것이다. 어딜 갔다 오는겐지 그것은 묻지 않어도 환한일이었다. "그래라" 하고 선뜻 대답하였다. 하니까 그는 자리 밑에다 손을 디밀드니 편지 하나를 끄내어 내앞으로 밀어놓 는다. "답장을 꼭 맡아오너라" "그래" 두말없이 나는 편지를 들고 나섰다. 답장을 맡아 오겠다. 한 전일의 약속도 있거니와 첫때 이날 분위기의 지배를 받았다. 그리고 한번 거즛말을 한것이 무엇보다 미안하였다. 오늘은 어떠한 일이 있드라도 답장을 맡아 오리라고 결심하였다. 내가 여기엘 가는것은 지금이 세번째다. 한번은 안잠재기에게 욕을 당하고 또 한번은 편지를 전하러 갔다가 대문도 못열어보고 그냥 왔다. 한번도 원 당자를 만나본 일은 없었다. (사람이 가서 애걸을 하는데야 답장하나 안써줄 리 없으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종노를 향하야 나려오다가 "여! 이 얼마만인가?" "참 오랫만인걸!" 하고 박인석군을 만났다. 그는 우리와 함께 고보의 동창이었다. 지금은 보전법과까지 마치고 전당포를 경영하고 있었다. 나는 그렁저렁 인사를 마치고 헤질려니가 "여보게! 내 자네에게 의논할 말이 좀 있는데-" 하고 고옆 찻집으로 끄는 것이다. 돈푼좀 있다고 자네, 여보게, 어쩌구, 하는 꼴이 좀 아니꼬웠다. 허나 의논이라 니가 나는 의논이 무슨 의논일가, 하고 되물었다. 그는 우좌스리 홍차둘을 시키드니 "자네 요새는 뭐허나?" 하고 나에게 묻는 것이다. "헐거있나, 밤낮 놀지" "그렇게 놀기만허면 어떻게" 그는 큰일이나 난듯이 눈을 둥그렇게 뜬다. 이것 또 어따쓰는 수작인가, 싶어서 "그럼 안놀면 어떻거나?" 하니까 "사람이 일을 해야지 놀면 쓰나!" 하고 제법 점잖이 훈계를 하는 것이다. 나는 모욕당한 자신을 느꼈으나 꾹 참고 차를 마셨다. 그도 차를 몇번 마시드니 주머니에서 시게를 끄낸다. 산지 얼마 안되는듯 싶 은 누런 시게에 누런 줄이었다. "허 시간이 늦었구면, 시간이 안늦었으면 극장엘 가치 갈랴했드니" 하고 뽐을 내는 것이다. 실상은 극장이 아니라 새로 산 그 시게를 보이고 싶었다. "자네 취직하나 안할려나?" "뭔데?" 하고 처다보니까 "그런게 아니라, 저 내 아들이 하나 있는데 말이야, 그놈을 유치원을 넣었드니 수째 가기 싫여한단 말이지, 응석으로 자라서 에미의 품을 못떠러저, 그래 자네 더러 와서 가치 데리고 좀 놀아달란 말일세, 일테면 가정교사지" 하고 나의 눈치를 쓱 ㅎ어보고는 "자네 의향은 어떤가?" 친구보고 제 자식허구 놀아달라는건 말이 좀 덜된다. 단적맞은놈, 하고 속으로 노했으나 "그러게 고마워이" 하고 활활히 받었다. 왜냐면 나에게 문득 한 생각이 있어서이다. 이 친구는 고보때부터도 기생집의 출입이 자잣든 청년이었다. 기생집에 대한 이력은 맹문동인 나보다 훨씬 환할것이 틀림 없었다. (그럼 이 박군을 사이에 두고 답장을 ㅁ아 오는것이 손쉽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박군! 요새두 기생집 잘 다니나?" 하고 물으니까 "별안간 기생집 이야긴 왜?" "아니 글세말이야?" "어쩌다 친구에 얼리면 갈적도 있지" "그래 기생을 사랑하는 사람두 있나?" "그게 또 무슨 소리야, 사랑을 먹구 살아가는 기생이 사랑이 없으면 어떻게 사 나?" "오라! 그럼 기생에게 연애편지를 하는 사람두 있겠네 그래?" "그야 더러 있지" "그러면 답장 쓰기에 바뿌겠구면?" "답장이라니?" 하고 당치 않은 소리란듯이 나를 쏘아보드니 "기생이 어디 노름채를 걸고 요리집으로 불러서 뚱땅거리면 흥이 나고, 다 이 러지만 그까진 답장은 왜쓰나?" 하고 그래도 못알아 들을까봐 "기생이란 어디 그런 답장 쓸랴고 나온겐가?" 이렇게 또박이 깨치어준다. 나는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따는 그럴것도 같다. 전일의 내가 가졌든 생각과 조곰도 다름 없었다. "요담 또 만나세" 나는 간단히 작별을 두고 거리로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 편지는 영영 답장을 못받고 마는것이다. 안쓰는 답 장을 우격으로 싸울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받아 보기조차 끄리는 이편지 의 답장을 바라는것은 좀 과한 욕망이겠다. 기생은 반듯이 요리집으로 불러서 만나 보는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음을 알았 다. 나는 이럴가 저럴가, 하며 머뭇거리다 한 게책을 품고 우리집으로 뻥 올라갔 다. 내방으로 들어와 나는 주머니에 든 편지를 끄내었다. 그리고 실례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 편지를 뜯어서 읽어보았다. 나명주 선생께 날사이 기체 안녕하시옵나이까, 누차 무람없는 편지를 올리어 너 머너 죄송하 외다. 두루 용서하여 주시옵기 엎드려 바라나이다. 선생이시어 저는 하나를 여쭈어보노니 당신에게 기쁨이 있나이가, 그리고 기 꺼웁게 명낭 하게 웃을수 있나이까, 만일 그렇다 하시면 체경을 앞에 두고 한번 커다랗게 웃어보소서, 그 속에 비치이는 얼골은 명낭한 당신의 웃음과 결코 걸맞지 않는 참담한 인물이오리다. 그 모양이 얼마나 추악한 악착한 꼴이라 하겠나이까. 선생이시어 그러나 당신은 천행히 웃으실수 있을지 모르외다. 왜냐면 당신의 그 처참한 면상은 분이 덮었고 그리고 고은 비단은 궂은 그 고 기를 가리웠기 때문이외다. 귀중한 몸을 고기라 하와 실례됨이 많음을 노여워하소서. 당신의 몸은 먹지 못 하는 주체궂은 고깃덩 어리외다. 그리고 저의 이 몸도 역시 먹지 못하는 궂은 고깃덩어 리외다. 선생이시어 그러나 당신은 천행히 웃으실수 있을지 모르외다. 왜냐면 당신의 그 처참한 면상은 분이 덮었고 그리고 고은 비단은 궂은 그 고 기를 가리웠기 때문이외다. 귀중한 몸을 고기라 하와 실례됨이 많음을 노여워마소서. 당신의 몸은 먹지 못 하는 주체궂은 고깃덩 어리외다. 그리고 저의 이몸도 역시 먹지 못하는 궂은 고 깃덩어 리외다. 선생이시어 당신은 당신의 자신을 아시나이까, 그러면 당신은 극히 행복이외 다. 저는 저 를 모르는 등신이외다. 허전한 광야에서 길 잃은 여객 이외다. 선생이시어 저에게 지금 단 하나의 원이 있다면 그것은 제가 어려서 잃어버 린 그 어머님 이 보고싶사외다. 그리고 그 품에 안기어 저의 기운 이 다할때까지 한껏 울어보 고 싶사외다. 그러나 그는 이땅에 이 미 없노니 어찌 하오리까. 선생이시어 당신은 슬픔을 아시나이까, 그렇다면 그 한쪽을 저에게 나누어 주소서. 그리 고 거기 ㄸ으는 길을 지시하야 주소서. 여기에다 일부에 서명을 한것이 즉 그 편지이었다. 글은 비록 다르다 할지라 도 요전번 내가 넣고 왔든 그 편지와 사연은 일반이었다. (이 글의 내용이 기생에게 통할까?) 나는 이렇게 의심하였다. 그리고 여고에 다니는 나의 누이동생을 불러서 내가 부르는대로 받아쓰라 하 였다. 유명렬선생전 답상서 그동안 기체 안녕하옵신지 궁금하오며 십여삭을 연하야 주신 글 월은 무한 감 사하오나 화류게에 떠러진 천한 몸이오라 그 뜻 알 길 막연하와 이루 답장치 못 하오니 이 가삼 답답측냥 없사오며 하물며 전도 양양하옵신 선생의 몸으로 기생 에게 이런 편지를 쓰심은 애통할바 크다 하겠사오니 하루바삐 끊어주시기 간절 간 절 바라옵고 겸하야 내내 근강하옵심 바라오며 이만 그치나이다. 사월그뭄 나명주 상셔 이런 답장에 필적이 여필이었다. 이만하면 그는 조곰도 의심치는 않으리라. 물론 이때 나는 이 편지의 결과까지 생각하기에는 우선 당장이 급하였다. 아 무 거침없이 들고 가서 그를 즐겁게 하야주었다. 이 답장이 그에게 얼마나 큰 기쁨을 주었든가 우리는 그걸 상상치 못하리라. 그는 편지를 받아들고 곧 뜯어보지 못할만치 그렇게 가슴이 설레였다. 방바닥 에다 그걸 나려놓고는 한참동안 눈을 참은채 그 흥분을 진정시키었다. 그리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두손으로 다시 집어들고 뜯어보았다. 그는 다 읽은뒤 억압된 음성으로 "고맙다" 하였다. 나는 양심에 찔리는 곳이 없었든것도 아니었다. 허지만 그의 기쁨을 보는것은 또한 나의 기쁨이라 안할수 없었고 "별소릴 다헌다, 고맙긴……" 하고 천연스리 받았다. 이렇게 하야 나는 일을 저즈르기 시작하였다. 일주일에 적어도 두번식은 나는 그의 편지를 읽지않을수 없었다. 그리고 싫여 도 그 답장을 부득이 쓰지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것이 그에게 미치는 영향은 자못 큰것이었다. 편지가 오고가고 하면 할수록 그는 더욱더 명주를 숭상하였다. 마즈막에 이르 러서는 연모의 정을 떠나 완전히 상대를 우상화하게까지 되었다.말하자면 이것 은 한개의 여성이 아니라 그의 나아갈 길을 위하야 빚어진 한개의 신앙이었다. 그리고 거기 ㄸ으는 비애는 그의 주위에 엉클린 현실이었다. 그는 자기의 처지를 끝없이 저주하였다. 뿐만 아니라 그의 누님을 또한 끝없 이 저주하였다. 누님은 그때 돈놓이를 하고 있었다. 물론 한 십구원밖에 안되는 그 월급에서 오원, 십원, 이렇게 떼어 빚을 놓는것이다. 그것은 대개 공장사람에게 월수로주 었다. 하니까 그 남아지로는 한달게량이 되질 못하였다. 그 결과는 좁쌀을 팔아 드 리고 물도 자기 손수 길어드리고, 하는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고단한 몸을 무릅 쓰고 바누질품을 팔기에 밤도 새웠다. 따라 가뜩이나 골병 든 몸이 날로 수척하 였다. 이렇게 그는 억척스러운 여자였다. 그러나 놓았든 빚은 마음대로 잘 들어오진 않었다. 돈 낼때가 되면 그들은 이 핑게 저핑게 늘어놓으며 그대로 얼렁얼렁하고 마는것이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내 다음부터는 잘 낼게 돈좀 더주우, 다 게있고 게있는거 어디 가겠우?" 하고 그를 달랬다. 혹은 "돈좀 더 안꾸어주면 그전것두 안내겠우" 하고 제법 대드는 우락부락한 남자도 있었다. 공장안에서는 빚놓이를 못한다는 것이 공장의 규측이었다. 그걸 들어내놓고 싸울 형편도 못되거니와 한편 변덕이 많은 그라 남의 꼬임에 잘 떨어지기도 하 였다. 돈을 내라고 몇번 불쾌히 굴다가도 어느 겨를에 고만 홀깍 넘어서, 못받는 빚에다 덧돈까지 얹어서보내고 하는것이다. 그의 급한 승질에는, 나종에 받고 못받고가 그리 문제가 아니었다. 우선 이 돈 이 가서 늘고 뿔어서 큰 철량이 되려니, 하는 생각만 필요하였다. 이렇게 그는 앞뒤염냥이 없이 그저 허벙거렸다. 그도 그럴것이 그는 돈으로 말미아마 시집에서 학대를 당하였다. 그리고 밥으 로 말미아마 친정에서 내어쫓기었다. 또는 공장살이 몇해에 얼마나 근고를 닦았 는가, 얼른 한미천 잡아서 편히 살고싶은 생각이 간절하였다. 그의 입으로 가끔 "어떤 사람은 이백원을 가지고 빚놓이를 한것이 이태도 못돼 삼천원짜리 집을 삿다는데!" 이런 탄속이 나왔다. 그리고 밤에는 간혹가다 치마속에 찬 큰 귀주머니를 끄내었다. 거기에서 돈을 쏟아서 가장 애틋한듯이 차근차근 세어보았다. 그동안 쓴것과 받은것을 따져보 아 한푼도 축이 안나면 그제서야 한숨을 휘, 돌리고 자는것이다. 그러자 하루는 그 돈이 없어졌다. 그가 공장을 파하고 나와서 저녁밥을 하고있든 때였다. 그는 손수 나아가 고 기를 사고 파를 사고, 해서 가지고 들어왔다. 그리고 기쁜 낯으로 화루에 장을 앉히고 있었다. 물론 그 병이 한차례 지난 뒤도 뒤려니와 그날은 오래만에 빚놓 았든 돈 오원을 받은 까닭이었다. 그는 곧잘 밥을 푸다가 말고 "여기 돈 누가 집어갔니?" 하고 째지는 소리를 하였다. 갑작이 ㅂ문틀우에 놓여있는 돈을 보고서이다. 십전 에서 고기 오전, 파 일전, 석냥 일전, 이렇게 샀으니 반듯이 삼전이 있어야 할터 인데 이전뿐이었다. 대뜸 선이를 불러서 "너 여기 돈일전 어쨌니?" 하고 묻다가 "전 몰라요" 하고 얼뚤한 눈을 뜨니까 "이년! 몰라요?" 그리고 때리기 시작하였다. 사실은 아까비지장사에게 일전 준것을 깜빡 잊었다. 그는 이렇게 정신이 없는 자기임을, 그것조차 잊기잘하는 근망증이었다. 바른대로 불라고 게집을 한참 치 다가 그예 장작개피로 머리까지 터치고나서야 비로소 자기의 게산이 잘못됨을 알았다. 그는 터진 머리에 약을 발라주며 "너 이담부터 그런 손버르쟁이 허지말아" 하고 멀쑤룩해진 자기의 낯을 그렁저렁 세웠다. 그러나 속으로는 부끄러운 양심이 없는것도 아니었다. 이런 때 동생이 나와서 자기의 역성을 들어 몃마디 하야 주었으면 좀 들 미안할게다. 그런데 자기의 밥 을 먹으면서 언제든지 꿀 먹은 벙어리로 있는것이 곧 미웠다. 그는 동생에게는 밥을 주지 않었다. 둘의 밥만 마루로 퍼가지고 와서 선이와 가치 정다히 먹었다. 그리고 문 닫힌 거는방을 향하야 "어디 굶어좀보지, 사람이 배가 쪼로록소리를 해야 정신이 나는거야!" 이렇게 또 시작되었다. 거는방에선 물론 아무 대꾸도 없었다. 조곰 사이를 두고 그는 다시 "학교를 그렇게 잘 다녀서 고등보통학교까지 맡고 남의 밥만 얻어먹니!" 혹은 "형이 먹일걸 왜 내가 먹인담, 팔짜가 드시니까 별꼴을 다 보겠네!" 하고 깐깐히 비우쩍어린다. 그렇다고 큰 음성으로 내대는 것은 아니었다. 부드러운 그러나 앙칼진 가시를 품은 어조로 "그래도 들뜯어 먹었니? 어이 내 뼈까지 긁어먹어라!" 하고 "아들 낳는 자식은 개아들이야!" 하고 은근히 뜯는 것이다. 그는 동생을 결코 완력으로 들볶지 않었다. 그것보다는 은근히 빗대놓고 비양 거리어 불안스럽게 구느것이 동생을 괴럽히기에 좀더 효과적인 까닭이었다. 완력을 쓰면 동생의 표정은 씸씸하였다. 그러나 이렇게 밸을 긁어놓으면 그는 얼골이 해쓱해지며 금세 대들듯이 두 주먹을 부루루 떨었다. 그러면서도 누님에 게 감히 덤비지는 못하고 마는 것이다. 이 묘한 표정을 누님은 흡족히 향낙하였다. 그리고 나서야 그는 분노, 불만, 비애―이런 거츨은 심정을 가라앉히고 하는 것이다. 이만치 그는 뒤둥그러진 승질을 가진 여자였다. 명렬군은 여기에서 누님을 몹씨 증오하였다. 누님이 그의 앞으로 그릇을 팽개 치고 대들어, 옷가슴을 잡아뜯을 때에는 그 병으로 돌리고 그대로 용서하였다. 그리고 묵묵히 대문밖으로 나가버리고 마는것이다. 마는 이렇게 깐죽어리고 앉 어서 차근차근 비위를 긁는데는, 그는 그속에서 간악한 그리고 추악한, 한개의 악마를 보는 것이다. 담박 등줄기에 가 소름이 쪼옥 끼치고 하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가 그의 누님을 치우고자, 흠한 결심을 먹는것은 결코 아 니었다. 만일 그가 단순히 누님을 미워만 하였드란들 일은 간단히 끝났으리라. 저주를 하면서도 이렇게까지 끌고 왔음에는 여기에 따로히 한 이유가 있지 않으 면 안될것이다. 동리에서는 누님을 뒤로 세놓고 "젊은기집이 어째 행동이 저렇게 황당해?" "환장한 기집이 아니요? 그러니까 그렇지!" "아이 미친년두 참 다보네!" 이렇게들 손가락질을 하였다. 한번 두레박 때문에 동리에 분난이 인 뒤로는 그를 꼭 미친 사람으로 믿었다. 그것도 그가 금방 물한통을 떠왔는데 그의 두레박이 간곳 없었다. 물통은 마당 에 분명히 있는데 이게 웬일일가, 하고 의심하였다. 대문밖에 있는 움물에 가 찾 아보아도 역 없는것이다. 이건 정녕코 움물 옆에다 놓고 온것을 물 뜨러 왔든 다른 여편네가 집어갔다고 생각하지 않을수 없었다. 왜냐면 움물에는 주야로 사 람이 끊이지 않었고 그리고 두레박을 잃는 일이 펀펀하였다. 그는 잡은 참 대문밖으로 나와 움물께를 향하고 "어떤년이 남의 두레박을 집어갔어?" 하고 악을 쓰고는 "이 동네는 도적년들만 사나? 남의 걸 집어가게" 이렇게 고만 실수를 하고 말았다. 그는 분하면 급한 바람에 되는대로 내쏟는 사 람이었다. 움물길에 모여섰든 안악네들은 물론 대로하였다. "아니 여보! 그게 말따위요?" 하고 꾸짓는 사람도 있고 "누가 집어갔단 말이요? 동넷년들이라니!" 하고 대드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또는 "이동네는 도적년들만 있다? 너는 이년아 이동넷년이 아니냐?" 하고 악장을 치며 달겨드는 사람도 있었다. 이렇게 하야 한나절 동안이나 아구다툼이 오고가고 하였다. 그리고 동네는 떠 나갈듯이 소란하였다. 만일에 이날 명렬군이 나와서 공손히 사죄만 안했드라면 봉변은 착실히 당할번하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두레박은 ㅂ에 놓인 물독우에 깨끗이 얹혀있었다. 그 후로도 그는 여러번 동네에 나아와 발악하기를 사양치 않었다. 이럴때마다 말 드문 동생은 방속에서 "음! 음!" 하고 아지못할 신음소리를 내었다. 그러나 이것만 보고 그 누님을 악한 여자라고 볼수는 없을 것이다. 명렬군이 한번에 생각하기를 누님의, 개신개신 벌어드리는 밥만먹고 있기가 미안하였다. 그리고 작업을 암만 열심히 듯보아도 마땅한 직업도 역시 없었다. 아무거나 한다고 ㅊ아다니다 문득 한 생각을 먹고서 "누님! 내 낼부터 신문을 좀 배달해보리다, 가치벌어드리면 지금보다는 좀 날 테니 아무 염려마우" 하고 그 누님을 안심시켰다. 하니까 누님은 펄쩍뛰며 "얘! 별소리 마라, 신문배달이 다 뭐냐? 네가 몸이나 튼튼하면 모르지만 그런 걸 허니?" 하고 말리었다. "왜 못하긴, 하루 한번씩 뛰기만 하면 될걸―" "그래도 넌 못해, 그것두 다 허는 사람이 있단다" 하고 좋지않은 얼굴로 "그저 암만말고 내가 주는 밥이나 먹고 몸성이 있거라, 그럼 나에게는 벌어다 주는것보다도 더 적선일테니, 나종에야 어떻게 다 되는 수가 있겠지" 하고 도리어 동생을 위안하였다. 그리고 이것이 세시간이 채 못지나서 우연히 문틀에 머리를 딱부딧고는 "아이쿠!" 하고 "내 왜 이고생을 하나! 늘큰이 자빠졌는 저 병신을 먹일랴고? 어여 뼈까지 긁 어먹어라, 이놈아!" 하고 그 병이 또 시작되었다. 그러면 명렬군이 그 누님에게 악의를 잔뜩 품고 일본대판으로 노동을 하러 갈 랴할 때 굳이 붙들어 말린 것도 결국 그누님이었다. 그는 말릴뿐만 아니라 슬피 울었다. "내가 좀 심하게 했드니 그러니? 내 승미가 번이 망해서 그런걸 옥생각하면 어떠커니?" 하고 자기에 승미를 자기 맘대로 못한다는 애소를 하고 "난 네가 없으면 허전해 못산다. 좀 고생이 되드라도 나와 가치있자, 그럼 차 차 살도리를 해줄테니-" 이렇게 눈물을 씻어가며 떠날려는 사람을 막았든 것이다. 이걸 본다면 명렬군에게 용단승이 없구나, 하고 생각할런지 모른다. 그러나 그 는 용단승 문제보다도 먼저 커다란 고민이 있었다. 떠날려고 뻣대다가 결국엔 저도 눈물로 주저앉고 만것을 보드라도 알것이다. 이러한 때면 그는 누님에게서 비로소 누님을 보는듯도 싶었다. 그리고 은혜를 입은 그 누님에게서 비로소 누님을 보는듯도 싶었다. 그리고 은혜를 입은 그 누 님에게 악의를 품었던 자신이 끝없이 부끄러웠다. 마음이 성치못한 누님을 떼내 버리고 간다면 그의 뒤는 누가 돌보아 주겠는가. 어떠한 일이 있드라도 누님을 떠러저서는 안되리라고 이렇게 다시 고치어 생각 하였다. 말하자면 그는 누님에게 원수와 은혜를 아울러품은, 야릇한 동생이었다. 나는 참으로 이런 누님은 처음 보았다. 기껏 동생을 들볶다가도 어떻게 어떻 게 맘이 내키면 금새 빙긋이 웃지 않는가. 그리고 부모없이 자라 불상하다고 고 기를 사다 재 먹이고 국수를 디려다 비벼도 먹이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건 아무래도 좋다. 나는 거기에서 일어나는 그 결과만 말하야 가면 고만이다. 이슬비가 나리는 날, 그 누님이 나에게 물통 하나만 사다주기를 청하였다. 집 에도 물통이 있긴허나 하오래 쓴것이라 밑바닥이 다 삭았다. 움물의 물을 기러 먹을랴며는 반듯이 새물통이 하나 필요하였다. 물론 자기가 가도 되겠지만 여자 보다는 사내가 가야 흥정에 덜 속는다는 생각이었다. 나는 우산을 받고 행길로 나섰다. 허나 그 근방에는 암만 찾아도 철물전이 없 었다. 종노에까지 나려와서야 비로소 물통하나를 사 들고 와서, 그에게 거슬른 돈과 내어주며 "물통이 별루 존게 없드군요!" 하니까 "잘 사셨읍니다. 튼튼하고 존데요!" 하고 물통을 안팎으로 뒤져보며 퍽 만족한 낯이었다. 그리고 그는 우중에 다녀온 나를 가엾단듯이 바라보드니 "신이 모두 젖었으니 절 어떠커서요?" 하고 매우 고맙다, 하다가 "이 얼마 주섰어요?" "사십오전 주었습니다." "참 싸군요! 우리가 가면 육십전은 줘야 삽니다." 그는 큰 횡재나 한듯이 아주 기뻐하였다. 그러나 물통을 이윽히 노려보다가 그 낯이 점점 변함은 이상하였다. 눈가에 주름이 모이고는, 그 병이 시작될 때면 언제나 그런거와 같이 마른 입살에 사가 품이 이는 것이다. 그는 물통을 땅에 그대로 탕, 나려치드니 "이년아!~" 하고 마루끝에 앉은 선이의 머리채를 잡는다. 선이는 점심을 먹고 앉었을 뿐으 로 실상 아무 죄도 있을턱 없었다. 몇번 그 뺨을 치고나서 "이년아! 밥을 먹으면 좀 얌전히 앉어 처먹어라. 기집애년이 그게 뭐냐?" 하고 얼토당토 않은 흉게를 하는것이다. 나는 고만 까닭없이 불안스러워서 얼골이 화끈 닳았다. 알고 보면 그 물통에 한군데가 우그러들은 곳이 있었다. 그것이 그의 마음에 썩 들지 않었다. 물론 나에게 그런 말이라도 했으면 나도 그를 모르는 배 아니 겠고 얼른 바꿔다 주었으리라. 허나 그는 남에게 터놓은 자기의 불평을 양명히 말할랴는 사람은 아니었다. 공연히 아이를 뚜드려서 은연중 나를 불안스럽게 만 들어 놓는것이 훨썩 더 상쾌하였다. 나는 이걸 말릴 작정도 아니요, 또는 그대로 서서 보기도 미안하였다.주밋주밋 하고 있다가 거는 방으로 피해 들어갈밖에 별 도리가 없었다. 명렬군은 아직도 성치 못한 몸으로 병석에 누어 있었다. 밖에서 나는 시끄러 운 울음소리에 가뜩이나 우울한 그얼골이 잔뜩 찌프렸다. 그리고 "음! 음!" 하고 신음인지, 항거인지 분간을 모를 우렁찬 소리를 내는 것이다. 실토인즉 그는 선이가 누님에게 매를 맞은적만치 괴로운건 없었다. 선이는 날 이 개이나, 비가 오나, 언제나, 매를 맞지 않을수 없는 이유가 붙어다녔다. 누님 의 소리만 나면 그는 고양이를 만난 쥐같이 경풍을 하였다. 이렇게 기를 못펴서, 열두살밖에 안된 게집애가 그야말로 얼골에 노란 꽃이 피게되었다. 명렬군은 일을 칠듯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었으나 그러나 두손으로 머리 를 잡고는 그대로 묵묵하였다. 한참동안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듯 싶었다. 이윽고 그는 자리밑에서 그걸 끄내놓드니 낙망하는 낯으로 "이게 웬 일일가?" "글세?" 하고 나는 깜짝 놀라며 얼떨떨하였다. 그것은 명주에게 갔다가 "수취거절" 이란 쪽찌가 붙어온 편지였다. 그 소인을 보면 어제 아츰에 띠었다가 오늘 되받은 것이 확적하였다. 그동안 내가 며칠 안왔었든 탓으로 이런 병폐가 생겼음은 물론이었다. 그는 고개를 수기고 있다가 다시 한번 "이게 웬일일가?" 하고 나를 쳐다보고는 "답장까지 하든 사람이 안받을 리는 없는데-" "글세?"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옳을지 떨떠름하였다. 하릴없이 나도 그와 한가지로 고 개를 숙이고는 그대로 덤덤하였다. 그러자 언뜻 그 언제이든가, 한번 잡지에서 본 기생집 이야기를 생각하고 "오!" 하고 비로소 깨다른듯이 고개를 꺼떡꺼떡하였다. "아마 이런가부다" 이렇게 나는 그의 앞으로 다가앉으며 "기생의 어머니란건 너 아주 숭악한거다. 딸이 연애라두해서 바람날까봐 늘 지 키고 있어요. 그러니까 그런 편지를 받을랴 하겠니? 말하자면 그 어머니가 편지 를 안받고는 도루 보내고 보내고 하는거야" "응!" 하고 깨다른듯 싶기에 "그러게 편지를 할랴면 그 당자에게 넌즛넌즛이 전하는수밖에 없다." 하고 의수하게 구려대었다. 여기까지 말을 하니 그는 더 묻지 않었다. 그런대로 올곧이 듣고 우련으로 부 친 편지를 후회하는 모양이었다. 이렇게 되니까 나도 그대로 안심되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면 그는 나를 통하 야 편지를 보내고 답장만 보면 고만이었다. 그외에 아무것도 상대에게 더 바라 지 않었다. 그가 명주를 찾아간다거나 할 염녀는 추호도 없을 터이므로 나는 그 런대로만 믿었다. 이날, 밤이 이슥하야 명렬군이 나를 찾아왔다. 나는 생각지 않었든 손님이라 좀 떠름이 바라보았다. 마는 하여튼 우선 방으 로 맞어드려서 "밤중에 웬일이냐?" 하고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침착한 그리고 무거운 낯을 하고 앉어서 권연만 피 고 있었다. 그러다 겨우 입을 여는 것이 "너 나좀 오늘 재워줄련?" "그러려무나" 하고 선뜻 받긴 하였으나 나는 그게 무슨 소린가, 하였다. 입고온걸 보면 동저고 리에 풀대님이다. 마는 나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제대로 두었다. 그는 자기의 가 정사에 관한 일을 남이 물으면 낯을 찌프리는 사람이었다. 정조 주인 아씨는 행낭어멈때문에 속이 썩을대로 썩었다. 나가래자니 그것이 고분 이 나갈것도 아니거니와 그렇다고 두고 보자니 괘씸스러운 것이 하루가 다 민망 하다. 어멈의 버릇은 서방님이 버려놓은 것이 분명하였다. 아씨는 아즉 이불속에 들어있는 남편앞에 도사리고 앉어서는 아츰마다 졸랐 다. 왜냐면 아츰때가 아니고는 늘 난봉피러 쏘다니는 남편을 언제 한번 조용히 대해볼 기회가 없었다. 그나마도 어제 밤이 새도록 취한 술이 미처 깨질 못하야 얼골이 벌거니 늘어진 사람을 흔들며 "여보! 자우? 벌서 열점반이 넘었우 기운 좀 채리우" 하고 말을 분이는 것은 그리 정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면 서방님은 그속이 무엇임을 지레 채이고 눈하나 떠 볼라지 않었다. 물 론 술에 고라서 못들을 적도 태반이지만 간혹 가다간 듣지 않을수 없을만한 그 렇게 큰 음성임에도 불구하고 역 못들은척하였다. 이렇게 되면 안해는 제물에 더 약이 올라서 이번에도 설마 하고는 "아니 여보! 일을 저즐러놨으면 당신이 어떻게 처칠하던지 해야지 안소?" "글세 관둬 다 듣기 싫으니" 하고 그제서야 어리눅는 소리로 눈살을 찌프리다 가 "듣기 싫으면 어떠커우 그꼴은 눈허리가 시여서 두고 볼수가 없으니 일이나 허면했지 그래 쥔을 손아귀에 넣고 휘둘르랴는 이따위 행낭것두 잇단 말이유?" "글세 듣기 싫어" 이렇게 된통 호령은 하ㅇ으나 원체 뒤가 딸리고보니 슬쩍 돌리고 "어여 나가 아츰이나 채려오" "난 세상없어도 어떻게 할수 없으니 당신이 내쫓던지 치갈하던지…" 하고 말끝이 고만 살몃이 뒤둥그러지며 "어쩌자구 글세 행낭걸!" "주둥아리좀 못닫혀?" 여기에서 드디어 남편은 열병 든 사람처럼 벌떡 일어나 앉지 않을수가 없었 다. 그와 동시에 놋재털이가 공중을 날아와 벽에 부딧고 떨어지며 쟁그렁 하고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인다.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서방님은 머리에 떠오르는 그 징글징글한 기억을 어 떻게 털어버릴 도리가 없는 것이다. 하기는 안해를 더 지꺼리게 하ㅇ다가는 그 입에서 무슨 소리가 나올지 모르니 겁도 나거니와 만일에 행낭어멈이 미다지 밖 에서 엿듣고 섯다가 이기맥을 눈치 챈다면 그는 더욱 우좌스러운 저의 몸을 발 견함에 틀림 없을 것이다. 안해가 밖으로 나간 뒤 서방님은 멀뚱이 앉어서 쓴 침을 한번 삼킬랴 하ㅇ으 니 그것도 잘 넘어 가질 않는다. 수전증 들린 손으로 머리맡에 냉수를 쭈욱 켜 고는 이불속으로 들어가 다시 눈을 감아볼랴한다. 잠이 들면 불쾌한 생각이 좀 덜어질듯 실어서이다. 그러나 눈만 뽀송뽀송할뿐 아니라 감은 눈속으로 온갓 잡귀가 다아 나타난다. 머리를 풀어 헤치고 손톱을 길게느린 거지귀신 뿔 돋힌 사자귀신 치렁치렁한 꼬 리를 휘저으며 깔깔 거리는 여호귀신 그중의 어떤것은 한짝 눈깔이 물커졌건만 그래도 좋다고 아양을 부리며 "아이 서방님!" 하고 달겨들면 이번에는 다리 팔 없는 오뚜기 귀신이 조쪽에 울롱이 앉아서 "요녀석!"하고 눈을 똑바루 뜬다. 이 것들이 모양은 다르다 할지라도 원 바탕은 한바탕이리라. (에이 망할 년들!) 서방님은 진저리를 치며 벌덕 일어나 앉어서는 권연에 불을 붙인다. 등줄기가 선뜩하며 식은 땀이 흔근히 내솟았다. 그것도 좋으련만 ㅂ에서는 그릇 깨지는 소리와 함께 안해가 악을쓰는 것 보면 행낭어멈과 또 말시단이 되는듯 싶다. 무슨 일인지 자세히는 알수없으나 "자넨그래 게다니나?" 하니까 "전 빨리 다니진 못해요" 하고 행낭어멈의 데퉁스러운 그 대답 - 서방님도 행낭어멈의 음성만 들어도 몸서리를 치며 사지가 졸아드는듯 하ㅇ 다. 그리고 (아 아! 내 뭘보구 그랬든가 4검붉은 그 얼골 푸리딩딩하고 꺼칠한 그 입살 그건 그렇다하고 찝찔한 짠지냄새가 홱 끼치는 그리고 생후 목물한번도 못해ㅂ 을듯 싶은 때꼽 낀 그 뭉둥아리는? 에잇 추해! 추해! 내 뭘보구? 술이다 술 분명 히 술의 작용이었다) 하고 또다시 애꿋은 술만 탓하지 않을수 없다. 아무리 생각 을 안할랴하야도 그날밤 지냈든 일이 추악한 그일이 저절로 머리속에서 빙글뱅 글 도는것이다. 과연 새벽녁 집에 다다랐을 때쯤 하늘땅이 움지기도록 술이 잠뿍 올랐다. 탁 시에서 나리어 어푸러 지고 다시 일어나다가 옆집 돌담에 부다치어 면상을 깐것 만 보아도 췻한것이 확실하였다. 그러나 대문을 열어 주고 눈을 부비고 섰는 어 멈더러 "왔나?" 하다가 "안즉 안왔어요 아마 며칠 묵어서 올모양인가 봐요" 그제야 안심하고 그 허리를 콱 부등켜안고 행낭방으로 들어간걸 보면 전혀 정 신이 없든것도 아니었다. 왜냐면 아츰나절 아범이 들어와 저 살든 고향에 좀 다 녀오겠다고 인사를 하고 나간것을 정말 취한 사람이면 생각해 냈을 리 있겠는 가. 허나 년의 행실이 더 고약했는지도 모른다. 전일부터 맥없이 빙글빙글 웃으며 눈을 째긋이 꼬리를 치든것은 그만두고라도 방에서 그알양한 낯과 대기를 갖다 부비며 "전 서방님허구 살구싶어요. 웬 일인지 전 서방님만 뵈면 괜스리 좋아요." "그래 그래 살아보자꾸나!" "전 뭐 많이도 바라자 않어요 그저 집 한채만 사 주시면 얼마든지 살림하겠어 요." 그리고 가장 이쁜듯이 팔로 그 목을 얽어드리며 "그렇지 않어요? 서방님! 제가 뭐 기생첩인가요 색시첩인가요 더바라게?" 더욱이 앙큼스러운것은 나종에 발뺌하는 그 태도이었다. 안에서 이 눈치를 채 이고 안해가 기급을 하야 뛰여나와서 그를 끌어낼때 어멈은 뭐랬는가 안해보담 은 더 분한듯이 쌔근거리고 서서는 그리고 눈을 사박스리 홉뜨고는 "행낭어멈은 일 시키자는 행낭어멈이지 이러래는거예요?" 이렇게 바루 호령하지 않었든가 뿐만아니라 고대자기를 보면 괜스리 좋아서 죽 겠다든 년이 딴통같이 "아범이 없길래 망정이지 이걸 아범이 안다면 그냥 안있어요 없는 사람이라구 너머 없인녀기지 마서요" 물론 이것이 쥔 아씨에게 대하여 저의 면목을 세울려는 뜻도 되려니와 하여튼 년도 무던히 앙큼스러운 게집이었다. 그리고 나서도 그다음날 밤중에는 자기가 대문을 들어 스자 마자 술취한 사람을 되는대로 잡아끌고서 행낭방으로 들어간 것도 역 그년이 아니었든가 허지만 잘 따저보면 모도가 자기의 불근신한 탓으로 돌릴수밖에 없고 (문지방 하나만 더 넘어스면 곱고 깨끗한 안해가 있으련만 그걸 뭘보구?) 이렇게 생각해보니 곧 창자가 뒤집힐듯이 속이 아니곱다. 그러나 이미 엎친 물이니 주어 담을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째 볼랴야 어째볼 엄두조차 나질 않는다. 서방님은 생각다 못하야 하릴없이 궁한 음성으로 아씨를 넌즛이 도루 불러드 렸다. 그리고 거진 울듯한 표정으로 "여보! 설혹 내가 잘못했다 합시다. 이왕 이렇게 되고난걸 노하면 뭘하오?" 하고 속 썩는 한숨을 휘도르고는 "그렇다고 내가 나서서 나가라마라 할면목은 없오. 허니 당신이 날살리는심 치 고 그걸 조용히 불러서 돈십원이나 주어서 나가게하도록 해보우" "당신이 못내보내는걸 내말은 듣겠오" 아씨는 아까에 윽박질렸든 앙가푸리로 이렇게 톡쏘긴 했으나 "만일 친구들에게 이런걸 발설한다면 내가 이 낯을들고 문밖엘 못나슬터이니 당신이 잘 생각해서 해주" 하고 푸리 죽어서 빌붙는 이마당에는 "그년에게 그래 괜히 돈을 준담!" 하고 혼잣소리로 종알거리고는 밖으로 나오 지 않을수 없다. 더비위를 긁었다가는 다시 재털이가 공중을 나를 것이고 그러 면 집안만 소란할뿐 외라 더욱 창피한 일이었다. 아씨는 마루끝에 와 웅크리고 앉어서 심부름하는 게집애를 시키어 어미를 부 르게 하고 그리고 다시 생각해보니 어멈도 물론 괘씸하거니와 게집이면 덮어놓 고 ㅁ을 못쓰는 남편도 남편이렷다. 그의 빈처라는 자기말고도 수하동에 기생첩 을 치가 하였고 또는 청진동에 쌀 나무만 대고 드나드는 여학생첩도 있는것이 다. 꽃같은 게집들이 이렇게 앞에 놓였으련만 무슨 까닭에 행낭어멈을 그랬는지 그속을 모르겠고 (그것도 외양이나 잘났음 몰라두 그 상파대가를 뭘보구? 에! 추해!) 하고 아씨는 자기가 치른것같이 메시꼬운 생각이 안날수 없었다. 그러나 이런 일이란 언제든지 게집이 먼저 꼬리를 치는법이었다. 그렇게 생각 하면 우선 행낭어멈 이년이 더욱 숭칙스러운 굴치라 안할수 없었다. 처음 올적만해도 시골서 살다 쫓겨올라온지 며칠안되는데 방이 없어서 이러구 다닌다고 하며 궁상을 떨은것이 좀치근히 본것이 안이였든가. 한편 시골거라 부 려먹기에 힘이 덜드려니하고 든것이 단열흘도 못되어 까만 낯바다기에 분때기를 칠한다 머리에 기름을 바른다 치마를 외루돌아입는다 ㅅ하며 휘즐르고 다니는걸 보니 서울서 닳아도 어지간히 닳아먹은 게집이었다. 그렇다 치드라도 일을시켜 보면 뒷간까지도 죽어 가는 시늉으로하고 하든것이 행실을 버려논 다음부터는 제가 마땅히 해야할 걸레질까지도 순순히 할랴질 않는가 그리고 고기 한매를 사 러 보내도 일부러 주인의 안을 채이기 위하야 열나절이나 있다오는 이년이 아니 었든가 "자네 대리는 오곰이 붙었나?" 아씨가 하 기가 막혀서 이렇게 꾸중을 하면 "저는 세상없는 일이라도 빨리는 못다녀요!"하고 시퉁그러진 소리로 눈귀가 실룩이 올라가는 이년이 아니었든가 그나 그뿐이랴 아씨가 서방님과 어쩌다 가 치 자게되면 시키지도 않으련만 아닌 밤중에 슬몃이 들어와서 ㄱ는 고래에다 불 을 처지펴서 요를 태우고 알몸을 구어놓은 이년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면 막벌이는 한다는 그남편놈이더 숭악할는지 모른다. 이년의 소견으로는 도저히 애 뱃다는 자세로 며칠식 그대로 자빠저서 내다 주 는 밥이나 먹고 누었을 그런 배짱이 못될것이다. 아씨가 화가 치밀어서 어멈을 불러 드리어 "자네는 어떻게된 사람이걸래 그리도도한가 앞으다고 누었고 애뱃다고 누었고 졸립다고 누었고 이러니 대체일은 누가 할겐가?" 이렇게 눈이 빠지라고 톡톡이 역정을 내었을제 "애 밴 사람이 어렇게 일을 해요? 아이 별일두! 아씨는 홋몸으로도 일안하시 지 않어요?"하고 저도맞우 대고 눈을 똑바루 뜬걸 보드라도 제속에서 우러나온 소리는 아닐듯 싶다. 순사가 인구조사를 나왔다가 제 성명을 물어도 벌벌떨며 더듬거리는 이년이 않이었든가. 이렇게 생각하면 아씨는 두년놈에게 쥐키어 그 농간에 노는 것이 고만 절통하여 "그럼 자네가 쥔아씨대우로 바처달란 말인가?" "온 별 말슴을 다하서요 누가 아씨로 바처달랐어요?" 어멈은 저로도 엄청나게 기가 막킨지 콧등을 한번 씽긋하다가 "애밴사람이 어렇게 몸을 움직이란 말슴이야요? 아씨두 온 심하시지!" "애 애 허니 뉘놈의 앨 뱃길래 밤낮 그렇게 우좍스리 대드나?" 하고 불같이 골을 팩 내니까 "뉘눔의 애라니요? 아씨두! 그렇게 막 말슴할게 아니야요. 애가 커서 이담에 데련님이 될지 서방님이 될지 사람의 일을 누가 알아요?" 하고 저도 모욕이나 당한듯이 아씨 붑지않게 큰소리로 대들었다. 아씨는 이말에 가슴분만 아니라 온전신이 고만 뜨끔하였다. 터놓고 말은 없어 도 년의 어투가 서방님의 앨지도 모른다는 음흉이리라 마는 설혹 그렇다면 실지 지금쯤은 만삭이 되여 배가 태독같에야 될것이다. 부른 배를 보면 댓달밖에 안 되는 쥐새끼를 갖이고 틀림없이 서방님건듯이 이렇게 흉증을 떠는 것을 생각하 니 곧 달겨들어 뺨한개를 갈기고도 싶고 그러면서도 일변 후환이 될가하여 가슴 이 죄여지지 않을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오늘은 이년을 대뜸…) 아씨는 이렇게 맘을 다부지게 먹고 중문을 들이스는 어멈에게 매서운 시선을 보 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얼러 딱딱 어렸다는 더욱 내보낼 가망이 없을터이므로 결국 좋은 소리로 "여보게! 자네에게 이런소리를 하는것은 좀뭣하나?" 하고 점잖이 기침을 한번 하고는 "자네더러 나가라는건 나붙어 좀 섭섭한데 말이야 자네가 뭐 밉다든가 해서 내쫓는게 아닐세 그러면 자네 대신 다른 사람을 디려야 할게 아닌가?" 그런게 않이라 자네도 아다싶이 저 마당에 쌓인 저 시간을 보지? 인제 눈은 나 릴터이고 저걸 어떻게 주체하나? 그래 생각다못해 행낭방으로 척척 디려쌀려고 하니까 미안하지만 자네더러 방을 내달라는 말일세" "그러나 차차 추어질텐데 갑작스리 어디로 나가요" 행낭어멈은 짐작지 않았든 그명령에 고만 얼떨떨하야 찔쩍한 두 눈이 휘둥그랬 으나 "그래서 말이지 이런 일은 번이 없는 법이지만 내가 돈십원을 줄테니 이걸로 앞다리를 구해 나가게" 하고 큰 지전장을 생각있이 내줌에는 "글세요 그렇지만 그렇게 곧 나아갈수는 없을걸이요" 하고 주밋주밋 돈을 받 아들고는 좋아서 행낭방으로 삥 나가지 않을수 없었다. 아씨도 이만하면 네년이 떨어졌구나 하고 비로소 안심이 되었다마는 단 오분 이 못되어 어멈이 부낳게들어오드니 그돈을 도루 내여놓며 "다시 생각해보니까 못더나겠어요 어떻게 몸이나 풀구 한 둬달 지나야 움직일 게 아냐요? 이몸으로 어떻게 이사를 해요?" 하고 또라지게 딴청을 부리는데는 아씨는 고만 가슴이 다시 달룽하였다. 이년이 필연코 행낭방에 나갔다가 서방놈 의 훈수를 듣고 들어 과서 이러는 것이 분명하였다. 아씨는 더 말할 형편이 아님을 알고 돈을 받아든채 그대로 벙벙히 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 한참 지난 뒤에야 안방으로 들어가서 서방님에게 일일히 고 해 바치고 "나는 더 할수없오 당신이 내쫓든지 어쩌커든지 해보우!" 하고 속 썩는 한숨 을 쉬니까 "오죽 뱅충맞게 해야 돈을 주고도 못내보낸담? 째! 째! 째!" 하고 서방님은 도 끼눈으로 혀를 채인다. 어멈을 못내보내는 것이 마치 아씨의 말주변이 부족해 그런듯 싶어서이다. 그는 무엇으로 아씨를 이윽히 노려보다가 "나가! 보기싫여!" 하고 공연스리 역정을 벌컥 내었다. 마는 역정은 역정이로 되 그나마 행낭방에 들릴까봐 겁을 집어먹는 가는 소리로 큰소리의 행세를 할랴 니까 서방님은 자기속만 부적부적 탈뿐이였다. 그것도 그럴것이 서방님은 이걸로 말미아마 사날동안이나 밖으로 낯을 들고 나오지 못하였다. 자기를 보고 실적게 씽긋씽긋 웃는 년도 년이려니와 자기의 앞에 나서서 멋없이 굽신굽신하는 그 서방놈이 더능글차고 숭악한것이 보기조차 두려웠다. 서방님은 이불을 머리까지 들쓰고는 여러가지 귀신을 손으로 털어가며 "끙! 끙!" 하고 앓는 소리를 치고하였다. 그리고 밥도 잘 안자시고는 무턱대고 죄없는 아씨만 대구 들볶아대었다. "물이 왜 이렇게 차? 아주 어름을 꺼오지 그래" 어떤 때에는 "방에 누가 불을 때랬어? ㄱ여죽일터이야?" 이렇게 까닭모를 불평이 자꾸만 자구만 나오기 시작하였다. 아씨는 전에도 서방님이 이렇게 앓은 경험이 여러번 있으므로 이번에도 며칠 밤을 새우고 술을 먹드니 주체가 났나부다고 생각할 것이 돌리었다. 부모가 물 려준 재산을 왜 온전히 못쓰고 저러나 싶어서 딱한 생각을 먹었으나 그래도 서 방님의 몸이 축갈가 염녀가 되어 풍노에 으이를 쑤고 있노라니까 "아씨! 전 오늘 이사를 가겠어요" 하고 어멈이 앞으로 다가슨다. 아씨는 어떻 게 되는 속인지 몰라서 떨떠름한 낯으로 "어떻게 그렇게 곧 떠나게 됐나?" "네! 앞다리도 다 정하고해서 지금 이삿짐을 옮길랴구 그래요" 하고 어멈은 안마당에 놓였든 새끼뭉태기를 가지고 나간다. 그 모양이 어떻게 신이 났는지 치맛뒤도 여밀줄 모르고 미친년같이 허벙거리며 나간 것이었다. 아씨는 이 꼴을 가만히 보고 하여튼 앓든 이빠진거 처럼 시원하긴 하나 그러 나 년이 급작이 떠난다고 서드는 그속이 한편 이상도 스러웠다. 좀체로해서 앉 은 방석을 아니 뜰 든 이년이 제법 훌훌이 털고 일어슬적에는 여기에 딴속이 있 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얼마후 아씨는 궁금한 생각을 먹고 문간까지 나와보니 어멈네 두내외는 구루 마에 짐을 다실었다. 그리고 보구니에 잔세간을 넣어 손에 들고는 작별까지 하 고 갈랴는 어멈을 보고 "자네 또 행낭사리로 가나?" 하고 물으니까 "저는 뭐 행난사리만 밤낮 하는줄 아서요?" 하고 그전 붙어 눌려왔든 그 아씨 에게 주짜를 뽑는 것이다. "그럼 삭을세루?" "삭을세는 왜또 삭을세야요? 장사하러 가는데요!" 하고 나도 인제는 너만 하 단듯이 비웃는 눈치이다가 "장사라니 미천이 있어야 하지않나?" "고뿌술집 할테니까 한 이백원이면 되겠지요 더는해 뭘하게요?" 하고 네보란 듯 토심스리 내뱉고는 구루마의 뒤를 ㄸ아 골목밖으로 나아간다. 아씨는 가만히 눈치를 봐하니 저년이 정녕코 돈이백원쯤은 수중에 갖이고 히 짜를 빼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어젯저녁 자기가 뒤란에서 한참 바뿌게 약을 끄리고 있을제 년이 안방을 친다고 들어가서 오래있었는데 아마 그때 서방님과 수작이 되고 돈두 그때 주고받은것이 확적하엿다. 그렇지 않으면 고분고분이 떠 날리도 없거니와 그년이 생파같이 돈 이백원이 어서 생기겠는가. 그렇게 따지고 보면 벌서붙어 칠팔십원이면 사줄 그 신식의걸이 하나 사달라고 그리 졸랐건만 도 못들은 척하든 그가 어멈은 하상 뭐길래 이백원식 히떱게 내주나 싶어서 곧 분하고 원통하였다. 아씨는 새빨간 눈을 뜨고 안방으로 부르르 들어와서 "그년에게 돈 이백원 주었우?" 하고 날카러운 소리를 내었다. 그러나 서방님은 암말없이 들어누어서 입맛만 다시니 아씨는 더욱 더 열에 띠이어 "글세 이백원이 얼마란 말이요? 그년에게 왜주는거요 그런 돈 나에겐못주?" 이렇게 포악을 쏟아 놓다가 급기야엔 눈에 눈물이 ㅁ인다. 그래도 서방님은 입을 꽉 다물고는 대답대신 "끙! 끙!" 하고 신음하는 소리만 내일뿐이다. 슬픈이야기 암만 때렸단대도 내 게집을 내가 첬느데야 네가, 하고 덤비면 나는 참으로 헐 말없다. 허지만 아무리 제게집이기로 개 잡는 소리를 가끔 치게 해가지고 옆집 사람가기 불안스럽게 구는. 이것은 넉넉히 내가 꾸짖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것 두 일테면 내가 안해를 가ㅈ다 하고 그리고 나도 저와같이 안해와 툭축어릴수 있다면 혹 모르겟다. 장가를 들었어도 얼마든지 좋을수 있을만치 나이가 그토록 지났는대도 어쩌는 수 없이 사글셋방에서 이렇게 홀로 둥글둥글 지내는 놈을 옆 방에다 두고 즈이끼리만 내외가 투닥닥 투닥닥, 하고 또 끼익, 끼익, 하고 이러 는 것은 썩 잘못된 생각이다. 요즘같은 쓸쓸한 가을철에는 웬 셈인지 자꾸만 슬 퍼지고, 외로워지고, 이래서 밤잠이 제대로 와주지 않는 것이 결코나의 죄는 아 니다. 자정을 넘어서서 새루 두점이나 바라 보련만도 그대로 고생고생 하다가 이제야 겨우 눈꺼풀이 어지간히 맞어들어올랴 하는데다 갑작스리 꿍, 하고 방이 울리는 서슬에 잠을 고만 놓지고 마는 것이다. 이것은 재론할 필요없이 요 뒷집 의 거는방과 세들어 있는 이 내방과를 구분하기 위하야 떡막아논, 벽이라기 보 다는 차라리 울섶으로 보아 좋을듯 싶은, 그 벽에 필연 육중한 몸이 되는대로 디리받고 나가 떨어지는 소리일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벽을 디리받고, 덜어지고, 하는것은 일상 맡아놓고 그 안해가 해줌으로 이번에도 그랬었음에 별루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들릴가말가 한 낮윽한, 그러면서도 잡아 먹을듯이 앙크러 뜻는 소리로 그 남편이 쭝얼거리다 퍽, 하는 이것은 발길이 허구리로 들어온게 고, 그래 안해가 어구구, 하니까 그바람에 옆에서 자든 세살짜리 아들이 어아, 하고 놀래깨는 것이 두루 불안스럽다. 허 이눔 또 했구나, 싶어서 나는 약이 안 오를 수 없으니까 벌떡 일어나서 큰 일을 칠 거라 꾸중을 한다든가 하는 것이 점잖은 나의 체면을 상하는 것쯤은 모를리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잠 자기는 영 글른 공사기로 권연 하나를 피어 물었든 것이나 아무리 생각하여도 놈의 소 행이 괘씸하야 그냥 배기기 어려우므로 캐액, 하고 요강뚜껑을 괜스리 열었다가 깨지지만 않을만침 아무렇게나 나리닫으며 역정을 내본댄대도 저놈이 이것쯤을 끄뻑할놈이 아닌것은 전에 여러번 겪었으니 소용없다. 마뜩지 않게 골피를 접고 혼자서 끙끙거리고 앉어 있자니까 아 이놈이 ㄲ듯 싶어서 점점 더하는 것이 급 기야엔 안해가 아마 옷꿰짝에나 혹은 책상 모슬기에나 그런데다 머리를 부딧는 것 같드니 얼마든지 마냥 울수 있는 그 서럼이 남의 이목에 걸리어 겨우 목젖및 에서만 끅, 끅, 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이놈이 사람을 잡을 작정인가. 하고 그대 로 있기가 안심치가 않어서 내가 역정난 몸을 불쑥 일으키어 가지고, 벽과 기둥 이 맞닿은 쪽으로 헌지 오래된 도배지가 너털너털 쪼개지고 그래서 어쩌다 뽕 뚫린 하잘것없는 그 구녕으로 내외간의 싸홈을 디려다 보는것은 좀 나의 실수도 되겠지만 이놈과 나와 예의니 뭐니 하고 찾기에는 제가 벌서 다 처신은 잃어놨 거니와 그건 말구라두 이렇게 남 자는걸 깨놓았으니까 나좀 보는데 누가 뭐랠테 냐. 너털대는 벽지를 가만히 떠들고 디려다보니까 외양이 불밤송이같이 단적맞 게 생긴놈이 전기회사의 양복을 입은채 또는 모자도 벗는법없이 고대로 쪼그리 고 앉어서, 저보담 엄장도 훨썩 크고 투실투실이 벌은 안해의 머리를 어떡허다 그리도 묘하게스리 좁은 책상맡구녕에다 틀어박았는지 구둥이만이 우로 불끈솟 은, 이걸 노리고 미리 쥐고 있었든 황밤주먹으로 한반 콕 쥐여박고는 이년아 네 가, 어쩌구 중얼거리다 또한번 콕 쥐어박고 하는 것이다. 안해로 논지면 울러 들 었다면 벌서도 꽤 많이 울어 두었겠지만 아마 시골서 조촐이 자란 계집인듯 싶 어 여필종부의 매운절개를 변치않을랴고 애초부터 남편 노는대로만 맡겨두고 다 만 가끔가다 조곰식 끽, 끽, 할뿐이었으나 한편에 올룽이 놀래앉었는 어린아들은 즈 아버지가 어머니를 잡는줄 알고 때릴때마다 소리를 빡빡 질러 우는 것이다. 그러면 놈은 송구스러운 이 악장에 다른 사람들이 깰가봐 겁 집어먹은 눈을 이 리로 돌리어 아들을 된통 쏘아보고는 이자식 울면 죽인다. 하거 제깐에는 위협 을 하는 것이나 그래도 조곰 있으면 도 기익하는 데는 어쩔수 없이 입을 막고저 따귀 한개를 먹여 놓았든것이 그 반대로 더욱 난장판이 되니까 저도 어처구니가 없는지 멀거니 바라보며 뒤통수를 긁는다. 놈이 원악이 담대하지가 못해서 낮같 은 대 여러 사람이 있는 앞에서는 제가 감히 안해를 치기커녕 외출에서 들어올 적마다 가장 금실이나 두터운 듯이 애기엄마 저녁 자셨오 어쩌오. 하고 낮 간질 어운 소리를 해두었다가, 다들 자고 만귀 잠잠한 꼭 요맘때 야근에서 돌아와서 는 무슨 대천지원수나 품은듯이 울지 못하도록 미리 위협해 놓고는 은근히 치 고, 차고, 어러는 이놈이다. 허기야 제 안해 제가 잡아먹는대 그야 내 뭐랠게 아 니겠지, 그렇지만 놈이 주먹으로 얼마고 콕콕 쥐여박아도 안해의 살 잘찐 투실 투실한 구둥이에는 좀처럼 아플상 싶지 않으니까 이번에는 두손가락을 찌깨같이 꼬부려가지고 그 허구리를 꼬집기 시작하는 것인대 아픈것은 참아 왔다드라도 채시니없이 요렇게 꼬집어 뜻는데 있어서야 제 아무리 춘행이기로 간지럼을 아 니 피는법은 없을게다. 손가락이 들어올적마다 구부려있든 커단 몸집이 우찔근 하고 노는 바람에 머리우에 거반 얹히다싶이 된 조고만 책상마자 들먹들먹 하는 걸 보면 저 괴로워도 요만조만한 괴로움이 아닐텐데 저런 저런 게집을 친다기로 수째 뺨 한번을 보기좋게 쩔꺽, 하고 치면쳤지 나는 참으로 저럴수는 없으리라 고 아! 나쁜 놈하고 남의 일 같지않게 울화가 터질랴고 하였든것이나 그보다도 위선 아무리 남편이란대도 이토록 되면 그 뭐 낼쯤 두고보아 괜찮으니까 그까짓 거 실팍한 살집에다 근력 좋겠다. 달룽 들고 나와서 뒷간같은데다 틀어박고는 되는대로 투드려주어도 안해가 두려워서 제가 감히 찍소리 한번 못할텐데 그걸 못하고 저런, 저런, 에이 분하다. 그럼 그것은 내외간의 찌들은 정이 막는다 하 기로니 당장 그 무서운 궁둥이만 우로 번쩍 들지경이면 그통에 놈의 턱주가리가 치받혀서 뒤로 벌렁 나가 떨어지는 꼴이 그런대로 해롭지 않을턴데 글세 어쩌자 고, 그러나 좀더 분을 돋까놓면 혹 그럴는지도 모를 듯해서 놈의 무참한 꼴을 상상하며 이제나 저제나 하고 은근히 조를 부볐든것이 이내 경만치고 말으므로 저런, 저런 하다가 부지중 주먹이 불끈 쥐어졌든 것이나 놈이 휘둥그런 눈을들 어 이쪽을 바라볼때에야 비로소 내 주먹이 벽을 울려 친걸알고 깜짝 놀랐다. 허 물벗겨진 주먹을 황망이 입에디려대고 엉거주춤이 입김을 쏘이고 섰노라니까 잠 안자구 게 서서 뭘허우, 하고 변소에를 다녀가는듯 싶은 심술궂은 쥔 노파가 긴 치 않게 바라보드니 내방앞으로 주춤주춤 다가와서 눈을 찌긋하고 하는 소리가 왜 남의 기집을 자꾸 디려다 보고 그류, 괜히 맘이 동하면 잠두 못자구, 하고 거 지반 비웃는것이 아닌가, 내가 나히찬 홋몸이고 또 저쪽이 남편에게 소박받는 게집이고 하니까 이런 경우에는 남모르게 이러구 저러구 하는 것이 사차불피의 일이라고 제멋대로 이렇게 생각한 그는 요즘으로 들어서 나의 일거일동, 일테면 뒷간에서 뒤를 보고 나온다든가 하는 쓸데적은 고런 행동에나마 유난히 주목하 야 두는 버릇이 생겨서 가끔 내가 어마어마하게 눈총을 겨느는 것도 무서운줄 모르고 나종에는 심지어 저놈이 게집을 떼 던질랴고 지금 저렇게 못살게 구는거 라우, 이혼만 허거던 그저 두말말고 데꺽 꿰차면 고만 아니요, 하며 그러니 얼마 나 좋으냐고 나는 별루 좋을것이 없는것 같은대 아주 좋다고 깔깔 웃는것이다. 이 노파의 말을 들어보면 저놈이 십삼년동안이나 전차운전수로 있다가 올에서야 겨우 감독이 된것이라는데 그까짓걸 바이루 부슨 정승판서나 한것같이 곤내질을 하며 동리로 돌아치는건 그런대로 봐준다 하드라도 갑작스리 무슨 지랄병이 았 는지 여학생 장가좀 들겠다고 안해보고 너같은 시골띠기허구 살면 내낯이 깍인 다, 하며 어여 친정으로 가라고 줄청같이 들볶는 모양이니 이건 짜정 괘씸하다. 제가 시골서 처음 올라와서 전차운전수가 되어가지고, 지금 사람이 온체 착실해 서 돈도 무던히 모었다고 요 퉁안서 소문이 자자하게 난 그 저금 팔백원이라니 얼나라니를 모으기 시작할때 어떻게 생각하면 밤일에서 늦게돌아오다가 속이 후 출하야 다른 동무들은 냉면을 먹고, 설렁탕을 먹고, 하는 것을 놈은 홀로 집으로 돌아와 이불속에서 언제나 잊지않고 곡 대추 두개로만 요기를 하고는 그대로 자 고자고 한 그덕도 있거니와 엄동에 목도리 장갑, 하나없이 그리고 겹저고리로 떨면서 아츰 저녁 격금내기로 변또를 부치러 다니든 그 안해의 피땀이 안들고야 그 칠팔백원돈이 어디서 떨어지는가, 그런 공로를 모르고 똥개 떨거다 떨고나니 까 놈이 게집을 내차는 것이지만 그렇게 되면 제놈신세는 볼일 다 볼게라고 입 을 삐쭉하다가 아무튼 이혼만 한다면이야 내가 새에서 중신을 서주기라도 할게 니 어디 한번 데리고 살아보구려, 하며 그 안해의 얼마큼이든가 남편에게 충실 할수 있는 미점을 듣기에 야윈 손가락이 부질없이 폈다접었다. 이리 수선이다. 이 신당리라는데는 번시라 푼푼치 못한 잡동산이 만이 옹기종기 몰킨 곳으로 점 잔한 짓이라고는 전에 한번도 해본일 없이 오즉 저잘난 놈이 대번일진댄 감독 됐으니까 여학생 장가좀 들어보자고 번처더러 동리로 돌아다니며 말을 드는 수 다쟁이들이매 뱀마다 내가 벽틈으로 눈을 디려넣고 정신없이 서 있어서 저 남의 게집보고 조갈이 나서 저런다는 것쯤 노해서는 아니 되겠지만 그래도 조곰 심한 것같다. 이놈의 늙은이가 남 곧잘 있는 놈 바람 맞히지 않나, 싶어서 할머니나 그리로 장가 가시구려, 하고 소리를 뻑 질렀든것이나 실상은 밤낮 남편에게 주 리경을 치는 그 안해가 가엷은 생각이 들어 길래 그럴양이면 애초에 갈라스는 것이 좋지 않을가 보냐 마는 부부간의 정이란 그무엔지, 짤지 않은 세월에 찔기 둥찔기둥이 맺어진 정은 일조일석에는 못끊는듯 싶어 저러고 있는 것을, 요즘에 는 그 동생으로 말미암아 더 매를 맞는다는 소문이 있다. 한편에다 여학생 하나 를 미리 장만해 놓고 신가정을 꿈꾸는 놈에게 번처라는 것이 눈의 가시만치나 미운데다가 한 열흘전에는 시골 처가에서 처남이 올라와서 농사 못짓겠으니 나 월급자리에 좀 넣어달라고, 언내 알라 세사람을 재우기에도 옹색한 셋방에가 깍 찌똥같은 커단 몸집이 넓직하게 터를 잡고는 늘큰히 묵새기고 있다면 그야 화도 조곰 나겠지, 허지만 놈에게는 그게 아니라 하루에 세그릇씩 없어지는 그 쌀밥 에 필연 겁이 버럭 났을 것이다. 그렇다고 처넘을 면대놓고 밥쌀이 아까우니 너 갈대로 가라고 내여쫓을수는 없을만큼 고만콤쯤은 놈도 소견이 되엿든것이나 이 것은 적실히 놈의 불행이라 안할수 없는 것으로 상전에서는 아 여보게 고만 자 시나, 물에 말아서 찬찬히 더 들어봐, 하고 겉면을 꾸리다가 밤에 들어와서는 이 러면 저두 생각이 있으려니. 확신하고 안해를 생트집으로뚜드려패자니 몇푼어치 못되는 근력에 허덕허덕 고만 지고마는 것이다. 그러면 처남은 누의 맞는 것이 가엾기는 허나 그렇다고 어짜는 수는 없는고로 무색하야 밖으로 비슬비슬 피해 나가는 것이나, 이래도 맞고 저래도 맞는 그 안해의 처지는 실로 딱한 것으로 이대로 내가 두고 보는 것은 인륜에 벗어나는 일이라 생각하고, 그 담날 부낳게 ㅊ아가 놈을 꾸짖었단대도 그리 어줍잖은 일은 아닐것이다. 내가 대문간에가 서 서 그집 아이에게 거는방에 세들은 키 쪼꼬만 감독좀 나오래라, 해가 지고 그동 안 곁방에서 살었고 또 전자부터 잘났다는 성식은 익히 들었건만 내가 못나서 인사가 이렇게 늦었다고 나의 이름을 대니까 놈도 좋은 낯으로 피차 없노라고 달랑달랑 쏟으며 멋없이 빙긋 웃는양이 내 무슨 저에게 소청이라도 있어 간것같 이 생각하는 듯하야 불쾌한 마음으로 나는 뭐 전기회사에서 오랜대두 안갈 사람 이라고 오해를 풀어주고는 그 면상판을 이윽히 디려다보며 오 네가 매밤의 대추 두개로 돈 팔백원을 모은 놈이냐, 하고는 그 지극한 정성에 다시금 감탄하지 않 을수가 없었다. 비록 낯짝이 쪼그라들어 코, 눈, 입이 번뜻하게 제자리에 못되고 는 넉마전 물건같이 시들번이 게붙고 게붙고 하였을망정 제법 총기있어 보이는 맑은 두눈이며 깝신깝신 굴러나오는 쇠명된 그 음성, 아하 돈은 결국 이런 사람 이 갖는개로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어리다 그럼 무슨 일로 오셨읍니까 하는 바람 에 그제서야 나의 이 심방의 목적을 다시금 때닫게 되었다. 허나 그대도 네 게 집 치지말라구 할수는 없는게니까 아 참 전기회사의 감독 되기가 무척 힘드나보 든데, 하며 그걸 어떻게 그다지도 쉽사리 네가 영예를 얻었느냐고 놈을 한창 구 슬리다가 뭐 그야 노력허면 다 될수있겠지요. 하며 흥청흥청 뻐기는 이때가 좋 을듯 싶어서 그렇지만 그런 감독님의 체면으로 부인을 콕콕 쥐어박는것은 좀덜 된 생각이니까 아예 그러지 마슈. 하니까 놈이 남의 충고는 듣는 법없이 대번에 낯을 붉히드니 댁이 누굴 교훈하는거요, 하는데는 고만 어이가 없어서 벙벙히 서있었든것이나 암만해도 놈에게 호령을 당한것은 분한듯 싶어 그럼 게집을 처 서 개잡는 소리를 끼익끽 내게 해가지고 옆집 사람도 못자게 하는 것이 잘했오. 하고 놈보다 좀더 크게 질렀다. 그랬드니 놈이 삐얀히 치다보다가 이건 또 무슨 의민지 잠잣고 한옆으로 침을 탁뱉아 던지다가 무섭게 이것이 필언 즈여편내의 신이겠지, 커다란 고무신을 짤짤 끌며 안으로 들어갔으니 놈이 나를 모욕했는가, 혹은 내가 무서워서 피했는가, 그걸 알수가 없으니까 옆에서 구경하고 서 있든 아이에게 다시 한번 그 감독을 나오래라고 시키어 보았든 것이나 이젠 안나온대 요, 하고 전갈만 나오는데야 난들 어떻게 하겠는가. 망할놈, 아주 겁쟁이로구나, 하고 입속으로 중얼거리며 좀 더 행위가 방정도록 꾸짖어두지 못한것이 유한이 되는 그대로 별수없이 집으로 돌아왔든 것이나 밤이 이슥하야 잠결에 두 내외의 소군소군하는 소리가 벽 넘어로 들려올 적에는 아하 그래도 나의 꾸중이 제법 컸구나. 싶어 맘으로 흡족했든것이 웬일인가 차츰차츰 어세가 돋아저서 결국에 는 이년, 하는 음포와 아울러 제꺽, 하고 김치 항아리라도 깨지는 소리가 요란히 나는 것이 아닌가. 이놈이 또 무슨 방정이 나 이러나, 싶어 성가스리 눈을 부비 고 일어나서 벽틈으로 조사해 보았드니 놈이 방바닥에다 안해를 엎어놓고 그리 고 그 허리를 깡충 타고 올라앉어서 이년아 말해, 비른대로 말해 이년아 하며 그 팔 한짝을 뒤로 꺾어 올리는 그런 기술이었으나 어쩌면 제 다리보다도 더 굵 은지 모르는 그 팔뚝이 호락호락이 꺾일것도 아니거니와, 또 거기에 열을 내가 지고 목침으로 뒤통수를 콕콕 쥐여박다가 그것두 힘에 부치어 결국에는 양옆구 리를 두손으로 꼬집는다 하드라도, 그것쯤에 뭇할 안해가 아닐텐데 오늘은 목을 넣아 울수있었든만치 남다른 벅찬 서럼이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들을만치 타일 렀건만 이놈이 또 초라니방정을 떠는것이 괘씸도 하고 일방 뭘 대라하고 또, 울 고하는 것이 심상치 않은 일인듯도 하고, 이래서 괜스리 언잖은 생각을 하느라 고 새루 넉점에서야 눈을 좀 붙인것이 한나절쯤 일어났을 때에는 얻어맞은 몸같 이 휘휘 둘리어 얼떨김에 세수를 하고 있노라니까, 쥔 노파가 부낳게 다가와서 내귀에 입을 다려대고는 글세 어저자구 남 매를 맞히우, 무슨 매를 맞혀요, 하고 고개를 돌리니까 당신이 어제 감독보구 뭐래지 않었오. 그래 즈 안해의 역성을 들때에는 필시 무슨 관게가 있을게니 이년 서방질헌거 냉큼 대라고 어젯밤은 매 로 밝혔다는 것인대, 아까 아츰에 그 처남이 와서 몇번이나 당부하기를 내가 찾 아와 그런즛을 하면 즈 누님의 신세는 영영 망처놓는 것이니 앞으론 아예 그러 한 일이 없도록 삼가달라고 하였으니 글세 반했으면 속으로나 반했지 제남편보 구 때리지 말라는 법이 어딨오. 하고 매우 딱하게 눈살을 접는 것이다. 그리고보 니 그 안해를 동정한것이 도리어 매를 맞기에 똑 알맞도록 만들어논 폭이라 미 안도 하려니와, 한편 모든걸 고렇게도 알알이 안해에게로만 들씨리 드는 놈의 소행에는 참으로 의분심이 안 일수 없으니까, 수건으로 낯도 씰줄 모르고 두주 먹만 불끈 쥐고는 그냥 뛰어나갔다. 가루지든 세루지든 이놈과 단판씨름을 하리 라고 결심을 하고는 대문간에 가서서 커다랗게 박감독, 하고 한 서너번을 불렀 든것이나 놈은 아니 나오고, 한 삼십여세가량의 가슴이 떡 벌어지고 우람스런 것이 필연 이것이 그 처남일듯 싶은 시골 친구가 나와서 뻔히 처다보드니 마침 내 말없이도 제대루 알아채렸는지 어리눅는 어조로 아 이거 글세 왜 이러십니까 하며 답답한 낯을 지어 보이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넌즛이 허는 사정의 말이 이러시면 우리 누님의 전정은 아주 망처놓시는겝니다. 그러니 아무쪼록 생각을 고치라고, 촌띠기의 분수로는 너머 능숙하게 넓직한 손벽을 펴들고, 안간다고 뻣 딛이는 나의 어깨를 웨 이러십니까, 하고 골목밖으로 슬근슬근 밀어나오는 것이 었으나 주춤주춤 밀려나오며 가만이 생각해보니 변변히 초면인사도 없는 이놈에 게마저 내가 어린애로 대접을 받는것은 참 너머도 슬픈일이었다. 나종에는 약이 바짝 올라서 어깨로 그손을 뿌리치며 왝 돌아슨 것만은 썩 잘된것 같은대, 시꺼 먼 낯판대기와 떡벌은 그 엄장에 이건 나허구 맞투드릴 자리가 아님을 깨닫고 는, 어째보는 수 없이 그대로 돌아스고마는 자신이 너머도 야속할 뿐으로 이ㄹ 게 밀려오느니 차라리 내발로 것는것이 나을듯 싶어 집을 향하야 삐잉 오는 것 이다. 내가 안해를 갖든지 그렇잖으면 이놈의 신당리를 떠나든지, 이러는 수밖에 별도리 없으리라고 마음을 먹고는 내방으로 부루루 들어와 이부자리며 옷가지를 거듬거듬 뭉치고 있는 것을 한옆에서 수상히 보고 서 있든 주인 노파가 눈을 찌 긋이 그 왜 짐을 ㅁ소, 하고 묻는것까지도 내 맘을 제대로 몰라주는 둣하야 오 즉 야속한 생각만이 들뿐이므로 난 오늘 떠납니다. 하고 투박한 한마디로 끊어 버렸다. 따라지 쪽대문을 열어놓으니 사직원이 환히 나려다보인다. 인제는 봄도 늦었나부다. 저 건너 돌담안에는 사구라꽃이 벌겋게 벌어졌다. 가 지가지 나무에는 싱싱한 싻이 펐고 새침히 옷깃을 핥고드는 요놈이 꽃샘이겠지 까치들은 새끼칠 집을 장만하느라고 가지를 입에물고 날아들고- 이런 제길헐, 우리집은 은제나 수리를 하는겐가 해마다 고친다, 고친다, 벼르 기는 연실 벼르면서 그렇다고 사직골 꼭대기에 올라붙은 깨웃한 초가집이라서 싫은 것도 아니다. 납작한 처마끝에 비록 묵은 이영이 무데기무데기 흘러 나리 건말건, 대문짝 한짝이 삐뚜루 배기건말건 장뚝뒤의 판장이 아주 벌컥 나자빠저 도 좋다. 참말이지 그놈의 ㅂ옆에 뒷간만 좀 고쳤으면 원이 없겠다. 밑둥의 벽이 확 나가서 어떤게 ㅂ이고 뒷간인지 분간을 모르니 게다 여름이 되면 ㅂ바닥으로 구데기가 슬슬 기어들질 않나, 이걸 보면 고대 먹었던 밥풀이 고만 곤두스고만 다. 에이 추해추해 망할 녀석의 영감쟁이 그것좀 고쳐달라고 그렇게 성화를 해 도- 쪽대문이 도루 닫겨지며 소리를 요란히 내인다. 아침 설거지에 젖은 손을 치 마로 닦으며 주인 마누라는 오만상이 ㅉ으려진다. 그러나 실상은 삭을세를 못받아서 악이 오른것이다. 영감더러 받아달라면 마 누라에게 밀고 마누라가 받자니 고분히 내질않는다. 여지껏 밀어왔지만 느들 오늘은 안될라 마음을 아주 다부지게 먹고 거는 방문 을 홱 열어제친다. "여보! 어떨게 됐소?" "아 이거참 미안합니다. 오늘두 ―" 덥쑤룩한 칼라머리를 이ㄹ게 긁으며 역시 우물쭈물이다. "오늘두라니 그럼 어떻걸 작정이요?" 하고 눈을 한번 무섭게 떠보였다마는 이 위인은 맘만 얼러도 노할 주변도 못된다. 나이가 새파랗게 젊은 녀석이 웨 이리 헐일이 없는지 밤낮 방구석에 팔짱을 지르고 멍허니 앉어서는 얼이 빠졌다. 그렇지 않으면 이불을 뒤쓰고는 줄창같이 낮잠이 아닌가, 햇빛을 못봐서 얼굴이 누렇게 시드렀다. 경무과 제복공당의 직공 으로 다니는 즈 누이의 월급으로 둘이 먹고지난다. 누이가 과부걸래 망정이지 서방이라도 해가면 이건 어떻걸라고 이러는지 모른다. 제 신세 딱한줄은 모르고 만날 "돈은 우리 누님이 쓰는데요 - 누님 나오거던 말슴하십시요" "당신 누님은 밤낮 사날만 참아달라는게 아니요. 사날 사날허니 그래 은제가 돼야 사날이란 말이여?" "미안스럽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사날후에 꼭디리겠읍니다. 이왕 참아주시든 길이니―" "글세 은제가 사날이란 말이요?" 하고 주름 잡힌 이맛살에 화가 다시 치밀지 않을수가 없다. 이놈의 사날이란 석달인지 삼년인지 영문을 모른다. 그러나 저쪽 도 쾌쾌히 들어덤벼야 말하기가 좋을턴데 울가망으로 한풀 꺾이어 들옴에는 더 지꺼릴 맛도 없는 것이다. "돈두 다 싫소, 오늘은 방을 내주" 그는 말 한마디 또렷이 남기고 방문을 탁 닫아버렸다. 그러고 서너발 뚜덜거 리며 물러스자 다시 가서 문을 열어잡고 "오늘 우리조카가 이리 온다닌까 어차피 방은 있어야 하겠소" 장독 옆으로 빠진 수채를 건너스면 바루 아랫방이다. 번시는 광이었으나 셋방 놀랴고 싱둥겅둥 방을 디린것이다. 흙질 한것도 웃채보다는 아즉 성하고 신문지 로 처덕이었을 망정 제법 벽도 번뜻하다. 빗바람이 들여치어 누렇게 들뜬 미다지었다. 살몃이 열고 노려보니 망할 노랑 통이가 여전히 이불을 쓰고 끙끙누었다. 노란 낯짝이 광대뼈가 툭 불거진게 어 제만도 더 못한것 같다. 어쩌자구 저걸 디렸는지 제 생각을 해도 소갈찌는 없었 다. 돈도 좋거니와 팔자에 없는 송장을 칠가봐 애간장이 다조라든다. 하기야 처음 올때에 저 병색을 모른것도 아니고 "영감님! 무슨 병환이슈?" 하고 겁을 먹으니까 "감기를 좀 들렸드니 이러우" 이런 굴치같은 영감쟁이가 또 있으랴. 그리고 그날부터 뒷간에다 피똥을 내깔 기며 이 앓는 소리로 쩔쩔 매는 것이다. 보기에 추하기도 할뿐더러 그 신음소리 를 들을적마다 사지가 으스러지는것 같다. 그러나 더 얄미운것은 이걸 데리고 온 그 딸이었다. 뻐쓰껄 다니니까 아마 가 진말이 심한 모양이다. 부족증이라고 한마디만 했으면 속이나 시원할걸 여태도 감기가 쇄서 그렇다고 빠득빠득 우긴다. 방을 안줄가봐 속인 고행실을 생각하며 곧 눈에 불이 올라서 "영감님! 오늘은 방셀 주서야지요?" "시방 내몸이 아파 죽겠소" 영감님은 괜은 소리를 한단듯이 썩 군찮게 벽쪽으로 돌아눕는다. 그리고 어그 머니 끙끙, 옴츠라드는 소리를 친다. "아니 영 방세는 안내실테요?" 하고 소리를 뻑 지르지 않을래야 않을수 없다. "내 시방 죽는 몸이요. 가만있수" "글세 죽는건 죽는거고 방세는 방세가 아니요, 영감님 죽기로서니 어째 내방세 를 못받는단 말이요!" "내가 죽는데 어째 또 방세는 낸단 말이요?" 영감님은 고개를 돌리어 눈을 부릅뜨고 마나님 붑지않게 호령이었다. 죽을때 가 가까워오니까 악이 바칠대로 송두리 바친 모양이다. "정 그렇거든 내딸 오거든 받아가구려" "이건 누구에게 찌다운가 온, 별일두 다 많어이" 하고 홀로 입속으로 줄얼거리 며 물러가는 것도 상책일런지 모른다. 괜스리 병든석과 겼고특고 이러단 결국 이쪽이 한굽죄인다. 그보다는 딸이 나오거든 톡톡이 따저서 내쫓는 것이 일이 쉬우리라. 고옆으로 좀 사이를 두고 나란히 붙은 미다지가 또 하나 있다. 열고자 문설죽 에 손을 대다가 잠간 멈칫하였다. 툇마루 우에 무람없이 올려놓인이 구두는 분 명히 아끼꼬의 구두일게다. 문열어볼 용기를 잃고 그는 ㅂ쪽으로 돌아가며 쓴 입맛을 다시었다. 카펜가 뭔가 다니는 게집애들은 죄다 그렇게 망골들인지 모른다. 영애하고 아 끼꼬는 아무리 잘 봐도 씨알이 사람될것 같지않다. 아래웃턱도 몰라보는 애들이 난봉질에 향수만 찾고 그래도 영애란 계집애는 비록 심술은 내고 내댈망정 뭘 물으면 대답이나 한다. 요 아끼꼬는 방세를 내래도 입을 꼭 다물고는 안차게도 대꾸 한다디 없다. 여러번 등기싫게 조르면 그제서는 이쪽이 낼 성을 제가 내가 지고 "누가 있구두 안내요? 좀 편히 계서요, 어련히 낼라구. 그런 극성 첨보겠네" 이렇게 쥐여박는 소리를 하는것이 아닌가 좀 편히 계시라는 이 말에는 하 어 이가 없어서도 고만 찔긋 못한다. "망할년! 은젠병이 들었었나?" 쓸 방을 못쓰고 삭을세를 논것은 돈이 아수웠던 까닭이었다. 두 영감 마누라 가 산다고 호젓해서 동무로 모은것도 아니다. 그런데 팔자가 사나운지 모다 우 거지상, 노랑통이, 말괄냥이, 이런 몹쓸것들뿐이다. 이 망할것들이 방세를 내는 셈도 아니여 그렇다고 아주 안내는 것도 아니다. 한달치를 비록 석달에 별러내 는 한이 있더라도 역 내는 건 내는거였다. 즈들기리 짜위나 한듯이 팔십전 칠십 전 그저 일원, 요렇게 짤끔짤끔 거리고 만다. 오늘은 크게 얼를줄 알았더니 하고보니까 역시 어저께나 다름이 없다. 방의 세간을 마루로 내놔가며 세를 드린 보람이 무엇인지 그는 마루끝에 걸타앉어서 화풀이로 담배 한대를 피어문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하여도 내방 빌리고 내가 말 못하는 것은 병신스러운 즛임 에 틀림이 없다. 담뱃대를 마루아 내던지고 약을 좀 올려가지고 다시 아랫채로 나려간다. 기세좋게 방문이 홱 열리었다. "아끼꼬! 이봐! 자?" 아끼꼬는 네활개를 꼬 벌리고 아끼꼬답게 무사태평히 코를 골아올린다. 젖통 이를 풀어헤친채 부끄럼 없고, 두다리는 이불 싼 우로 번쩍 들어올렸다. 담배연 기 가득 찬 방안에는 분내가 홱 끼치고― "이봐! 아끼꼬! 자?" 이번에는 대문밖에서도 잘 들릴만큼 목청을 돋았다. 그러나 생시에도 대답없 는 아끼꼬가 꿈속에서 대답할리 없음을 알았다. 그저 겨우 입속으로 "망할 계집애두, 가랑머릴 쩍 벌기고 저게 온―째째" 미다지가 딱 닫겨지는 서슬에 문틀우의 안약병이 떠러진다. 그제야 아끼꼬는 조심히 눈을 떠보고 일어나앉었다. 망할년 저보구 누가 보랬 나, 하고 한옆에 놓인 손겨울을 집어든다. 어젯밤 잠을 설친 바람에 얼굴이 부석 부석하였다. 권연에 불이 붙는다. 그는 천정을 향하야 연기를 내뿜으며 가만히 바라본다. 뾰죽한 입에서 연기는 고리가 되어 한둘레 두둘레 새여나온다. 고놈을 하나씩 손가락으로 꼭 질러서 터치고 터치고― 아까부터 영애를 기다렸으나 오정이 가까워도 오질 않는다. 단성사엘 갔는지 창경원엘 갔는지, 그래도 저 혼자는 안갈것이고 이런 때이면 방 좁은 것이 세삼 스리 불편하였다. 햇빛이 안들고 늘 습한건말고 조금만더 넓었으면 좋겠다. 영애 나 아끼꼬나 둘중의 누가 밤의 손님이 있으면 하나는 나가잘수밖에 없다. 둘이 자도 어깨가 맞부딧는데 그런데 셋이 눕기에는 너무 창피하였다. 나가서 자면 숙박료는 오십전씩 박기로 하였으니까 못갈것도 아니다마는 그 담날 밝은 낮에 여기까지 허덕허덕 찾아오는 것은 어째 좀 어색한 일이었다. 어제도 카페서 나오다가 골목에서 영애를 꾹 찌르고 "얘! 너 오늘 어디서 자구오너라" 하고 귓속을 하니까 "또? 얘 너는 좋구나!" "좋긴 뭐가 좋아? 애두!" 아끼꼬는 좀 수집은 생각이 들어 쭈뼛쭈뼛 그손에 돈 팔십전을 쥐어주었다. 여느때 같으면 오십전이지만 그만치 미안하였다. 마는 영애는 지루퉁한 낯으로 돈을 받아넣며 또 허는 소리가 "얘! 인젠 종로근처로 우리 큰방을 얻어오자" "그래 가만있어―잘가거라 그리고 낼 일즉와―" 남 인사 하는데는 대답없고 "나만 밤낮 나와자는구나!" 이것은 필시 아끼꼬에게 엇먹는 조롱이겠지 망할 애도 어더러 누가 뚱뚱하고 못생기게 낳랬나, 그렇게 빼지게 허지만 영애가 설마 아끼꼬에게 빼지거나 엇먹 지는 않었으리라. 아끼꼬는 벽게로 허리를 펴며 팔뚝시계를 다시본다. 오정하고 십오분 떠 삼분 영애가 올때가 되었는데 망할거 누가 채갔나 기지개를 한번 느리고 돌아누으며 미닫이게로 고개를 가저간다. 문 아랫도리에 손가락 하나드나들만한 구멍이 뚫 리었다. 주인 마누라가 그제야 좀 화가 식었는지 안방으로 희졌고 들어가는 치 마꼬리가 보인다. 그리고 마루뒤주우에는 언제꺾어다 꽂았는지 정종병에 엉성히 뻗은 꽃가지, 붉게 핀것은 복숭아 꽃일게고 노랗게 척척 느러진 저건 개나리다. 건넌방 문은 여전히 꼭 닫겼고 뒷간에 가는 기색도 없다. 저 속에는 지금 제가 별명진 톨스토이가 책상앞에 웅크리고 앉어서 눈을 감고 있으리라. 올라가서 이 야기나 좀하고 싶어도 구렁이같은 주인마누라가 지키고 앉어서 감히 나오지를 못한다. 이것은 아끼꼬가 안채의 기맥을 정탐하는 썩 필요한 구멍이었다. 뿐만 아니라 저녁나절에는 재미스러운 연극을 보는 한 요지경도 된다. 어느 때에는 영애와 같이 나란히 누워서 벼개를 비고 하내 한구멍씩 맡아가지고 구경을 한다. 웨냐 면 다섯점 반쯤되면 완전히 히스테린 톨스토이의 누님이 공장에서 나오는 까닭 이었다. 그 누님은 성질이 어찌 괄한지 대문간서부터 들어오는 기색이 난다. 입을 꼭 다물고 눈살을 접은 그 얼굴을 보면 일상 마땅치 않은 그러고 세상의 나가을 모 르는 사람같다. 어깨는 축 느러지고 풀없어 보이면서 게다 걸음만 빠르다. 들어 오면 우선 건넌방 툇마루에다 빈 벤또를 쟁그렁하고 내다붙인다. 이것은 아우에 게 시위도 되거니와 이래야 또 식성도 풀린다. 그리고 그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사면의 불평을 찾기 시작한다 마는 아누는 마당도 쓸어놓고 부뚜막의 그릇도 치고 물독의 뚜껑도 잘 덮어놓았다. 신발장이 라도 잘못 놓여야 트집을 걸텐데 아주 말쑥하니까 물박아지를 땅으로 동댕이친 다. 이렇게 불평을 찾다가 불평이 없어도 또한 불평이었다. "마당을 쓸면 잘 쓸던지, 그릇에다 흙칠을 온통해놨으니 이게 뭐냐?" 끝이 꼬부라진 그 책망, 아우는 빈속에서 끽소리없다. "밥을 얻어먹으면 밥값을 해야지, 늘 부처님같이 방구석에 꽉 앉었긴만 하면 고만이냐?" 이것이 하루 몇번씩 귀아프게 듣는 인사이었다. 눈을 홉뜨고 서서, 문닫힌 건 넌방을 향하야 퍼붓는 포악이었다. 그런 때이면 야윈 목에가 굵은 핏대가 불끈 솟고 구부정한 허리로 게거픔까지 흐른다. 그러나 이건 보통때의 말이다. 어쩌다 공장에서 뒤를 늦게 본다고 감독에게 쥐어박히거나, 혹은 재봉침에 엄지손톱을 박아서 반쯤 죽어오는 적도 잉ㅆ다. 그러면 가뜩이나 급한 그 행동이 더욱 불이 야불이야 한다. 손에 잡히는대로 그릇을 내던저 깨치며 "웨 내가 이고생을 해가며 널 먹이니 응 이놈아?" 헐없이 미친 사람이 된다. 아우는 그래도 귀가 먹은듯이 잠자코 앉었다. 누님 은 혼자서서 제몸을 들볶다가 나종에는 울음이 탁 터진다. 공장살이에 받는 설 음을 보다 아우의 탓으로 돌린다. 그러면 할일없이 아우는 마당에 나려와서 느 님의 어깨를 두손으로 붓잡고 "누님! 다 내가 잘못했수 그만두" 하고 달래지 않을수 없다. "네가 이놈아! 내살을 뜯어먹는거야" "그래 알았수, 내가 다 잘못햇으니 고만둡시다." "듣기싫여, 물러나" 하고 벌컥 떠다밀면 땅에 주저앉는 아우다. 열적은듯, 죄송 한듯 얼굴이 벌개서 털고 일어나는 그 아우를 보면 우습고도 일변 가여웠다. 그러나 더 웃으운것은 마루에서 저녁을 먹을때의 광경이다. 누님이 밥을 퍼가 지고 올라와서는 암말없이 아우 앞으로 한그릇을 쭉 밀어놓는다. 그리고 자기는 자기대로 외면하야 푹푹 퍼먹고 일어선다. 물론 반찬도 각각 먹는것이다. 아우는 군말없이 두다리를 세우고, 눈을 나려깔고는 그 밥을 떠먹는다. 방에 앉어서, 주 인 마누라는 없인여기는 눈으로 은근히 흘겨준다. 영애는 톨스토이가 너무 병신스러운데 골을 낸다. 암만 얻어 먹드라도 씩씩하 게 대들질 못하고 저런, 저런, 그러나 아끼꼬는 바보가 아니라 사람이 너무 착해 서 그렇다고 욱인다. 하긴 그렇다고 누님이 자기 밥을 얻어먹는 아우가 미워서 그런것도 아니다. 나무잎이 둥금둥금 말리든 작년 가을이었다. 매일같이 하 들볶으니까 온다간다 말없이 하루는 아우가 없어졌다. 이틀이 되어도 없고 사흘이 되어도 없고 일주 일이 썩 지나도 영 들오지를 않는다. 누님은 아우를 찾으러 다니기에 눈이 뒤집혔다. 그렇게 착실히 다니든 공장에 도 며칠씩 빠지고 혹은 밥도 굶었다. 나종에는 아우가 한을 품고 죽었나부다고 집에 들오면 마루에 주저앉어서 통곡이었다. 심지어 아끼꼬의 손목을 다 붓잡고 "여보! 내아우좀 찾아주, 미치겠수" "그렇지만 제가 어딜 간줄 알아야지요" "아니 그런데 놀러가거든 좀 붓들어 주, 부모없이 불상히 자란 그놈이―" 말끝도 다 못마치고 이렇게 울든 누님이 아니었든가. 아흘에만에야 아우는 남 대문밖 동무집에서 찾아왔다. 누님은 기뻐서 또 울었다. 그리고 그 담날부터 다 시 들볶이 시작하였다. 이 속은 참으로 알수없고, 여북해야 아끼꼬는 대문소리만 좀 달르면 "얘 영애야! 변덕쟁이 온다. 어서 이리와" 하고 잇속없이 신이 오른다. 아끼꼬는 남모르게 톨스토이를 맘에 두었다. 꿈을 꾸어도늘 울가망으로 톨스 토이가 나타나고 한다. 꼭 바렌치노같이 두 팔을 떡 버리고 하는 소리가 오! 저 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 가슴에 안켜주소서. 그러나 생시에는 이놈의 톨스토이 가 아끼꼬의 애타는 속도 모르고 본둥만둥이 아닌가. 손님에게 꼭 답장을 할 필 요가 있어서 "선생님! 저 연애편지 하나만 써주서요" 아끼꼬가 톨스토이를 찾아가면 "저 그런거 못씁니다" "소설 쓰시는이가 그래 연애편지를 못써요?" 하고 어안이 벙벙해서 한참 처다 본다. 책상 앞에서 늘 쓰고 있는 것이 소설이란 말은 여러번이나 들었다. 그래 존경해서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뒤에서는 톨스토이로 바치는데 그래 연애편지 하 나 못쓴다니 이게 말이 되느냐 하도 기가 막혀서 "선생님! 연애 해보섰어요?" 하면 무안당한 계집애처럼 고만 얼골이 벌개진다. "전 그런거 모릅니다." 아끼꼬는 톨스토이가 저한테 흥미를 안갖는걸 알고 좀 샐쭉하였다. 카페서 구 는 여급이라고 넘보는 ㅁ인지 조선말로 부르면 숭해서 아끼꼬로 행세는 하지만 영영 아끼꼰줄 안다. 어쩌면 톨스토이가 숭칙스럽게 아랫방 뻐쓰껄과 눈이 맞었 는지도 모른다. 왜냐면 뻐쓰껄이 나갈때 고때쯤해서 톨스토이가 세수를 하러 나 오고 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옥생각인진 몰라도 뻐쓰껄도 요즘엔 버쩍 모양 을 내기에 몸이 닳았다. 며칠전에는 뻐쓰껄이 거울과 가우를 손에 들고서 아끼꼬의 방엘 ㅊ아왔다. "언니! 나 이 머리좀 잘라주" "근 왜 자르랴구그래 그냥 두지?" "날마다 머리 빗기가 구찮어서그래" 하고 좀 거북한 표정을 하드니 "난 언니머리가 좋아 몽톡한게!" 웃음으로 겨우 버무린다. 하 조르므로 아끼꼬도 그 좋은 머리를 아니 자를수 없다. 가우에 힘을 주어 그 중특을 툭 끊었다. 뻐쓰껄은 손으로 만저보드니 재겹게 기쁜 모양이다. 확 돌 아앉어서 납쭉한 주뎅이로 해해 웃으며 "언니머리같이 더좀 디려잘라 주어요" "더 잘름은 못써 이만하면 좋지않어?" 대구 졸랐으나 아끼꼬는 머리를 버려놀가봐 더 응칠않었다. 여기에 승이 바르 르 나서 뻐쓰껄은 제방으로 가서는 제손으로 더 몽총이 잘라버렸다. 그 뜯어논 머리에다 분을 하얕게 바르고는 아주 좋다고 나다니는 게집애다. 양말뒤축에 빵 구가 좀 나도 즈방 들어갈제 뒤러 기어든다. 아츰에 나갈제 보면 뻐쓰껄은 커단 책보를 옆에 끼고 아주 버젓하다. 처음에 아끼꼬가 고등과에 다니는 학생인가 한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왜내면 그 책보가 고등과에 다니는 책보같이 그렇게 탐스럽고 허울이 좋았다. 그러나 차차 알고보 니까 보지도 않은 헌 잡지를 그렇게 포개고 고 사이에 변또를 꼭 물려서 싼 책 보이었다. 변또하나만 차면 공장의 게집애나 뻐쓰껄로 알가봐서 그 무거운 잡지 책들을 힘 드는줄도 모르고 들고 왔다갔다 하는 것이 아니냐. 그래 놓고는 저녁 에 돌아올때면 웬 도적놈같은 무서운 중학생놈이 쫓아오고 한다고 늘 성화다. "그눔 대리를 꺾어놓지" 이렇게 딸의 비위를 맞후어 병든 아버지는 이불속에서 큰소리다. 그리고 아츰 마다 딸맘에 떡 들도록 그 책보를 싸는것도 역 그의 일이었다. 정성스리 귀를 내어 문밖으로 두손으로 내받히며 "얘! 일직안이 돌아오너라 감기들나" 이런걸 보면 영애는 또 마음에 마뜩지 않었다. 딸에게 구리칙칙이 구는 아버 지는 보기가 개만도 못하다했다. 그래 아끼꼬와 쓸데적게 주고ㅛ받고 다툰 일까 지 있다. "그럼 딸의거 얻어먹구 그렇지도 않어?" "그러니 더 든적스럽지 뭐냐?" "든적스럽긴 얻어먹는게 든적스러, 몸에 병은있구 그럼 어떻거니? 애두! 너무 빠장빠장 우기는구나!" 아끼꼬는 샐쭉 토라지다 고개를 다시 돌리어 웅크라ㄸ는 소리로 "너 느아버지가 팔아먹었다지, 그래 네맘에 좋냐?" "애두! 절더러 누가 그런 소리 하라나?" 하고 영애는 더 덤비지 못하고 그제 서는 눈으로 치마를 걷어올린다. 이렇게까지 영애는 그 병쟁이가 몹씨도 싫었다. 누렇게 말라붙은 그 얼골을 보고 김마까라는 별명을 지을만치 그렇게 밉살스럽 다. 왜내면 어느날 김마까가 영야의 영업을 방해하였다. 그날은 어쩐일인지 김마까가 초저녁부터 딸과 싸운 모양이었다. 새로 두점쯤 해서 영애가 들어오니까 둘이 소군소군하고 싸우는 ㅁ이다. 가뜩이나 엄살을 부 리는데다 더흉측을 떨며 "어이쿠! 어이쿠! 하나님 맙시사!"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 날 잡아가지 왜 이리 남겨두슈!" 아래 웃칸을 흙벽으로 막았으면 좋을걸 얇은 빈지를 드리고 조히로 발랐다. 웃칸에서 부시럭 소리만 나도 아래칸까지 고대로 흘러든다. 그 벽에다 머리를 쾅쾅 부지지며 "어이구! 이눔의 팔짜두!" 제깐에는 딸앞에서 죽는다고 결끼를 날이는 꼴이다. 그러면 딸은 표독스러운 음성으로 "누가 아버지보고 도라가시랬어요? 괜히 남의 비위를 긁어놓구 그러시네!" "늙은이보구 담밸 끊으라는게 죽으라는게지 뭐야!" "그게 죽으라는거야요? 남 들으면 정말로 알겠네―" 딸이 좀 더 볼멘 소리로 쏘아박으니 또다시 "어이구! 이놈의 팔짜두!" 벽에 머리를 부지지며 어린애같이 껙껙 울고 앉었다. 질긴 귀로도 못들을 징 그러운 그 울음소리― 가물에 빗방울같이 머처럼 끌고왔든 영애의 손님이 이마를 접는다. 그리고 아 주 말없고 취한 자리로 비틀비틀 쪽마루로 내걷는다. 되는대로 구두짝이 끌린다. "왜 가서요?" "요담 또 오지" "여보서요! 이밤중에 어딜 간다구 그러서요?" 하고 대문간서 그 양복을 잡아 채인다 마는 허황한 손이 올라와 툭툭털어버리고 "요담 또 오지" 그리고 천변을 끼고 비틀거리는 술 취한 거름이다. 영애는 눈에 독이 잔뜩올 라서 한 전등이 둘세씩 보인다. 빈방안에 홀로 누어서 입속으로 김마까를 악담 을 하며 눈물이 핑돈다. 벌서 한점 사십오분 영애는 디툭디툭 들어오며 살집 좋은 얼골이 싱글벙글이 다. 손에는 퉁퉁한 과잣봉지, 미다지를 여니 웃묵구석에 쓸어박은 헌 양말짝, 때 절은 속곳, 보기에 어수산란타. "벌서오니? 좀 더있지―" "애두! 목욕허구 온단다" "목욕은 혼자 가니?" 하고 좀 뼈질랴 한다. "그래 너 줄라구 과자 사왔어요―" "그럼그렇지 우리 영애가!" 요강에서 손을 뽑으며 긴히 달겨든다. 아끼꼬는 오줌을 눌적마다 요강에 받아 서는 이손을 담그고 한참있고 저손을 담그고. 그러나 석달이나 넘어 그랬건만 손결이 별루 고와진것 같지 않다. 그 손을 수건에 닦고나서 "모두 나마까시만 사왔구나?" 우선 하나를 덥썩 물어뗀다. "그손으로 그냥 먼니? 얘! 난 싫단다!" "메 드러워? 지두 오줌은 누면서그래" "그래도 먹는것하구 같으냐?" 하지만 영애는 아끼꼬보다 마음이 훨씬 눅었다. 더 타내지 않고 그런냥으로 앉어서 같이 집어먹는다. 그의 마음에는 아끼꼬의 생활이 못씨 부러웠다. 여러 손님의 사랑에 고이며 이쁜 얼골을 자랑하는 아끼 꼬. 영애 자신도 꼭 껴않어주고 싶은 아담스러운 그런 얼골이다. "그의 은제 갓니?" "새벽녁에 내뺏단다. 아주 숫배기야" "넌 참 좋겠다. 나두 연애좀 해봤으면!" "허려무나 누가 허지말라니?" "아니 너같은 연앤싫여. 정신으로만 허는 연애말이지" 하고 어덴가 좀 뒤둥그 러진 소리. "오! 보구만 속태우는 연애말이지?" 하긴 했으나 아끼꼬는 어쩐지 영애에게 넘우 심하게 한듯싶었다. 가뜩이나 제몸 못난걸 은근히 슬퍼하는 애를― "얘! 별소리 말아요. 연애두 몇번 해보면 다 시들해지는걸 모르니? 난 일상 맘 편히 혼자 지내는 네가 부럽드라!" 하고 슬그머니 한번 문질러주면 "메가 부러워? 애두! 괜히 저러지" 영애는 이렇게 부인은 하면서도 벙싯하고 짜정 우월감을 느껴볼랴 한다. 영애 도 한때에는 주체궂은 살을 말리고자 아편도 먹어봤다. 남의 말대로 듬뿍 먹었 다가 꼬박이 이틀동안을 일어나도 못하고 고생하든 생각을 하면 시방도 등어리 가 선뜩하다. 그러나 영애에게도 어쩌다 염서가 오는것은 참신통한 일이라 안할 수 없다. "또 뭐 뒤저갓니?" 하고 영애는 의심이 나서 제 경대설합을 뒤저본다. 과연 몇 일전 어떤 전문학교 학생에게 받은 끔쩍이 귀한 연애편지가 또 없어졌다. 사내 들은 어째서 남의 게집애 세간을 뒤저가기 좋아하는지 그 심사는 참으로 알수없 고 "또 집어갔구나? 이럼 난 모른단다!" 영애는 고만 울상이 된다. "뭐?" "편지말이야!" "무슨 편지를?" "왜 요전에 받은 그 연애편지말이야" "저런! 그 맘할자식이 그건 뭣하러 집어가 난 통히 보덜 못했는데―수집은척 하드니 아니, 숭악한 자식이로군!" 아끼꼬는 가는 눈섭을 더욱이 잰다. 그리고 무색한듯이 영애의 눈치만 한참 바라보드니 " 내 톨스토이보고 하나 써달라마 그럼이담 연애편지 쓸때 그거보구 쓰면 고 만 아냐!" 하고 곱게 달랜다. 그러나 과연 톨스토이가 하나 써줄는지 그것도 의 문이다. 영애가 벌서전부터 여기를 떠나자고 졸라도 좀좀하고 망서리고 있는 아 끼꼬! 그런 성의를 모르고 톨스토이는 아끼꼬를 보아도 늘 한양으로 대단치않게 지나간다. 그렇다고 한때는 뻐쓰껄에게 맘을 두었나하고 의심도 해봤으나 실상 은 그런것도 아닐것이다. 낮에 사직원 산으로 올라가면 아끼꼬는 가끔 톨스토이 를 만난다. 굵은 소나무 줄기에 등을 비겨대고 먼 하늘만 정신없이 바라보고 섰 는 톨스트이다. 아끼꼬가 그앞을 지나가도 못본척하고 들떠보도 않는다. 약이 올 라서 속으로 망할자식 하고 욕도 하야본다. 그러나 낭종알고 보면 못본척이 아 니라 사실 눈뜨고 못보는 것이다. 그렇게 등신같이 한눈을 팔고 섰는 톨스토이 다. 이걸보면 아끼꼬는 여자고보를 중도에 퇴학하든 저의 과거를 연상하고 가엽 슨 생각이 든다. 누님에게 얻어먹고 저러구 있는것이 오작 고생이랴. 그러고 학 교때 수신선생이 이야기하든 착하고 바보같다는 그 톨스토이가 과연 저런건지 하고 객적은 조바심도 든다. 아끼꼬는 기침을 캑하고 그 앞으로 다가슨다. 눈을 깜박깜박하며 "선생님! 뭘 그렇게 생각하서요?" 하고 불쌍한 낯을 하면 "아니요―" 하고 어색한듯이 어물어물하고 만다. "그렇게 섰지 마시고 좀 운동을 해보서요" 하도 딱하야 아끼꼬는 이렇게 권고도 하야본다. "오늘은 방을 좀 처야하겠소 여기 내조카도 지금 오고했으니까―" 주인 마누라는 악이 바짝 올라서 매섭게 쏘아본다. 방에서만 꿈을 꿈을 방패 매기를 하고 있는 톨스토이가 여간 밉지않다. "아 여보! 방의 세간을 좀 처줘요. 그래야 오는 사람이 들어가질 않소?" "사날만 더 참아줍쇼 이번엔 꼭 내겠읍니다" "아니 뭐 사삭을세를 안낸대서 그런게 아니요 내가 오늘부터 잘데가 없고 이 방을 꼭 써야하겠기에 그래서 방을 내달라는 것이지―" 양복바지를 거반 응덩이에 걸친 버드렁니가 이렇게 허리를 쓱 편다. 주인 마 누라가 툭하면 불러온다는 즈 조카라는 놈이 필연 이걸게다. 혼자 독학으로 부 청에까지 출세를 한 굉장한 사람이라고 늘 입의 침이 말랐다. 그러나 귀 처즌 눈은 말고 헤 버러진 입에 양복입은 체격하고 별루 굉장한것 같지않다. 게다 얼 짜가 분수없이 뻐팅길랴고 "참아주시든 길이니 며칠만 더 첨아주십시요" 이렇게 애걸하면 "아 여보! 당신만 그래 사람이요?" 하고 제법 삿대질까지 할줄 안다. "저런 자식두! 못두생겼네 저게 아마 경성부 고쓰깽인거지?" "글세 그래도 제법 넥타일 다 잡숫구" 하고 손가락이 들어가 문의 구녕을 좀 더 후벼판다마는 아끼꼬는 구렁이(주인마누라)의 속을 삐얀히 다 안다. 인젠 방 세도 싫고 세 방사람을 다 내쫓을랴 한다. 김마까나 아끼꼬는 겁이 나서 참아 못건디리고 제일 만만한 톨스토이부터 우선 몰아낼랴는 연극이렸다. "저 구렝이좀 봐라 옆에 서서 눈짓을 해가며 자꾸 씨기지?" "글세 자식도 얼간이가 아냐? 즈아즈멈 시기는대로 놀구섰네" "아쭈 얼짜가 뻐팅긴다. 지가 우와기를 벗어놓면 어쩔테야 그래? 자식두!" "톨스토이가 잠잤구 앉었으니까 약이 올라서 저래, 맛부리는게 밉살머리궂지? 자식 그저한대 앵겨ㅈ으면" "내가 한댕 먹이면 저거 고택골간다. 그래니깐 아끼꼬한태 감히 못오지 않어?" 주먹을 이렇게 들어뵈다가 고만 영애의 턱을 치질렀다. 영애는 고개를 저리 돌리어 또 빼쭉하고 "얘 이럼 난 싫단다!" "누가 뭐 부러그랬니 또 빼쭉하게?"하고 아끼꼬도 좀 빼쭉하다가 슬슬 눙치며 "그래 잘못했다. 고만두자 ㅆㅆㅆ―" 영애의 턱을 손등으로 문질러주고 "재! 저것봐라 놈은 팔을 걷고 구렁이는 마루를 구르고 야단이다." "얘 재밋다 구렁이가 약이 바짝 올랐지?" "저자식 보게 제맘대로 남의 방엘 막 들어가지 않어?" 아끼꼬가 영애에게 눈을 크게 뜨니까 "뭐 일을 칠것같지? 병신이 지랄한다느니 정말인가베!" "저자식이 남의 세간을 제맘대로 내놓질 않나? 경을칠 자식!" "그건 나물에 뭘해 그저 톨스토이가 바보야! 그래도 부처같이 잠잤고 않었지 않어? 세상엔 별 바보두 다 많어이!" 아끼꼬는 그건 들은체도 안하고 대뜸 일어선다. 미다지가 열리자 우람스러운 거름. 한숨에 안마루로 올라스며 볼멘 소리다. "아니 여보슈! 남의 세간을 그래 맘대로 내놓는 법이있소?" "당신이 웬 챙견이요?" 얼짜는 톨스토이의 책상을 들고나오다 방문턱에 우뚝 멈춘다. 눈을 휘둥그렇 게 뜨고 주저주저하는 양이 대담한 아끼꼬에 저윽이 놀란 모양― "오늘부터 내가 여기서 자야할테니까―그래서―방을 치는데―" 얼짜는 주변성없는 말로 이렇게 굳다가 "당신 맘대로 방은 치느거요?" "그럼 내방 내맘대로 치지 누구에게 물어본단 말이유?" 하고 제법 을딱딱이긴 했으나 뒷갈망은 구렁이에게 눈즛을 슬슬한다. "그렇지 내방 내가 치는데 누가 뭐할턱 있나?" "당신맘대룬 안되우 그책상 도루 저리갔다 놓우 삭을ㅇ세 내란다든지 하는개 옳지 등을 밀어 내쫓는 경오가 어짓단말이오?" "아니 아끼꼬는 제거나 낼 생각하지 웬걱정이야? 저리 비켜서!" 구렁이는 문을 막고섰는 아끼꼬의 팔을 잡아댕긴다. 에패는 찍 소리없이 눌러 왔지만 오늘은 얼짜를 잔뜩 믿는 모양이다. 이걸 보고 옆에 섰든 영애가 또 아 니꼬와서 "제거라니? 누구보구 저야? 이 늙은이가 눈깔이 뼛나!" 하고 그 팔을 뒤로 홱 잡아챈다. 늙은 구렁이와 영애는 좀 중앙의 비례가 안된다. 제풀에 비틀비틀 돌 드니 벽에가 쿵하고 쓰러진다. 그러나 눈을 감고 턱이 떨리는 아이고 소리는 엄 살이다. 얼짜가 문턱에 책상을 떨기드니 용감히 홱 넘어 나온다. 아끼꼬는 저자식이 더럽게 달마찌의 숭내를 내는구나 할 동안도 없이 영애의 뺨이 쩔꺽― "이년아! 늙은이를 처?" "아 이자식보래! 누기뺨을 때려?" 아끼꼬는 악을 지르자 그 석때를 뒤로 잡아서 낚워친다. 마루우에 놓였든 다 듬이돌에 걸리어 얼찌는 응덩방아가 쿵하고 잡은참 나라드는 숯보구니는 독 올 른 영애의 분풀이다. 그러자 또아렛방문이 홱 열리고 지팽이가 김마까를 끌고나온다. "이자식이 웬 자식인데 남의 계집애 뺨을 때려? 온 이런 망하다 판이날 자식 이 눈에 아무것두 뵈질않나―세상이 망한다망한다 한대두만 이런자식은" 김마까는 뜰에서부터 사방이 들으라고 왁짝 떠들며 올라온다. 구렁이한테 늘 쪼여지내든 원한의 복수로 아끼꼬와 서로 멱쌀잡이로 섰는 얼짜의 복장을 지팽 이는 내질른다. "이런 염병을 하다 땀통이 끊어질 자식이 있나!" 그와 동시에 김마까는 검불같이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내댓든 지팽이가 도루 물러오며 빠짝말른 허구리를 첬든것이다. 개신개신 몸을 일으집으며 김마까는 구시월 서리 맞은 독사가 된다. "이자식아! 너는 니애비두 없니?" 대뜸 지팽이는 나라들어 얼짜의 귓배기를 나려갈긴다. 딱하고 뼈닿는 무된 소 리. 얼짜는 고개를 푹 꺾고 귀에 두손을 디려대자 죽은듯이 꼼짝못한다. 아끼꼬도 얼짜에게 뺨 한개를 얻어맞고 울고 있었다. 이 좋은 기회를 타서 얼 짜의 등뒤로 빨간 얼골이 달겨든다. 이걸 곤투식으로집어실가 하다 그대로 그 어깨쭉지를 뒤로 물고 느러진다. 아아 이렇게 외마디 소리로 아가리를 딱딱 버 린다. 그리고 뒤통수로 암팡스리 나라든것은 영애의 주먹이다. 톨스토이는 모도가 미안쩍고 따라 제풀에 지질려서 어쩔줄을 모른다. 옆에서 눈을 흘기는 영애도 모르고 "노서요 고만 노서요 이거 이럼 어떻검니까?" 하며 아끼꼬의 등을 두손으로 흔든다. 구랭이도 벌벌 떨어가며 "이년이 사람을 뜯어먹을텐가 안놓니 이거 안놔?" 아끼꼬를 대구 잡아당기며 얼른다. 그러나 잡아당기면 당길수록 얼짜는 소리 를 더 지른다. 이러다간 일만 크게 벌어질걸 알고 구렝이는 간이 고만 달룽한다. 이번 사품에 안방 미다지는 설쭉이 부러지고 두주우에 얹혔든 대접이 둘이나 떨 어져 깨졌다. 잔뜩 믿었던 조카는 저렇게 죽게되고 이러단 방은커녕 사람을 잡 겠다. 생각하고 그는 온몸이 덜덜 떨리었다. 게다 모지게 나려치는 김마까의 지 팽이― 구렝이는 부리낳게 대문밖으로 나왔다. 골목길을 나려오며 뒤에 날리는 치맛 자락에 바람이 났다. "삭을세를 내랬으면 좋지 내쫓을랴구 하니까 그렇게 분난이 일쿠 하는게 아니 야?" "아닙니다 누가 내쫓을랴구 그래요 세를 내라구 그러니깐 그렇게 아끼꼬라는 년이 올라와서 온통 사람을 뜯어먹고 그러는군요!" "말마라 내쫓을랴구 헌걸 아는데그래 요전에도 또한번 그런일이 있었지?" 순사는 노파의 뒤를 따라오며 나른한 하품을 주먹으로 끈다. 푹하면 와서 찐 대를 붙은 노파의 행세가 여간 구찮지 않다. 조꼬맣게 말라붙은 노파의 신 머리 쪽을 바라보며 "올에 몇살이냐?" "그년 열아홉이죠 그런데 그렇게―" "아니 노파말이야?" "네 제나요? 왜 쉰일곱이라구 전번에 엿줬지요 그런데 이 고생을 하는군요" 하고 궁상스리 우는 소리다. 노파는 김마까보다도 톨스토이보다도 누구보다도 아끼꼬가 가장 미웠다. 방세 를 받을랴도 중뿔나게 가루맡아서 지랄하기가 일수요 또 밤낮 듣기싫게 창가질 이요 게다 세숫물을 버려도 일부러 심청궂게 안 마루끝으로 홱 끼엇는 아끼꼬 이년을 이번에는 경을 흠씬 치도록 해야 할텐데 속아 간질대서 그는 총총거름 을 치다가 돌뿌리에 책기여 고만 나가둥그러진다. 그바람에 씨레기통 한귀에 내 뻗은 못에 가서 치마자락이 찌익 하고 찢어진다. "망할자식같으니 씨레기통의 못두 못박았나!" 하고 흙을 털고 일 어나며 역정 이 난다. 그꼴을 보고 순사는 손으로 웃음을 가린다. "그봐! 이젠 다시 오지마라 이번엔 할수 없지만 또다시 오면 그땐 노파를 잡 아갈테야?" "네―다시 갈리있겠습니까 그저 이번에 그 아끼꼬란 년만 흠씬 버릇을 아르켜 주십시요. 늙은이보구 욕을 않나요 사람을 치질않나요! 그리고 안죽 핏대도 다 안마른 년이 서방이 메친지 수가 없어요―" 순사는 코대답을 해가며 귓등으로 듣는다. 너머 많이 들어서 인제는 흥미를 놓진 까닭이었다. 갈팡질팡 문찌방을 넘다 또 고까라질랴는 노파를 뒤로 부축하 며 눈쌀을 ㅉ으린다. 알고보니 짐작대로 노파 허풍에 또 쏙은 모양이었다. 살인 이 났다고 짓떠들드니 임장하야 보니까 조용한 집안에 웬 낯설은 양복쟁이 하나 만 마루끝에서 천연스리 담배를 필뿐이다. 그리고는 장독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 며 뭘 주어먹는 생쥐가 있을뿐 신발짝 하나 난잡히 놓이지 않었다. 하 어처구니 가 없어서 "어서 죽었어?" "어이구 분해! 이것들이 또 저를 고랑땡을 먹이는군요! 입때까지 저 마룽에서 치고 차고 깨물고 했답니다." 노파는 이렇게 주먹으로 복장을 찧며 원통한 사정을 하소한다. 왜냐면 이것들 이 이 기맥을 벌서 눈치채고 제각기 헤저서 아주 얌전히 백여있다. 아끼꼬는 문 을 닷고 제방에서 콧노래를 부르고 지팽이를 들고 날뛰든 김마까는 언제 그랬드 냔듯이 제방에서 끙 끙 여전한 신음소리. 이렇게 되면 이번에도 또 자기만 나물 리키게 될것을 알고 "어이구 분해! 어이구 분해!" 주먹으로 복장을 연팡 들두들기다 조카를 보고 "얘―넌 어떻게 돼서 이렇게 혼자 앉었니?" "뭘 어ㄷ게 돼요 되긴?" 하고 눈을 지릅뜨는 그 대답은 썩 퉁명스럽고 걱세다. 이런 화중으로 끌고 온 아즈멈이 몹씨도 밉고 원망스러운 눈치가 아닌가. 이걸 보면 경은 무던히 치고난 놈이다. "어이구 분해! 너꺼정 이러니!" "뭘 분해? 이 망할것아!" 순사는 소리를 빽 지르고 도루 돌아슬랴 한다. "나리! 저걸 보서요 문 부서진것하구 대접 깨진걸 보서두 알지않어요?" "어떤 조카가 죽었어 그래?" "이것이 그렇게 죽도록 경을치고두 바보가 돼서 이래요!" "바보면 죽어두 사나?" 하고 순사는 고개를 디밀어 마루께를 살펴보니 따는 그릇은 깨지고 문은 부서졌다. 능글마즌 노파가 일부러 그런줄은 아나 그렇다고 책임상 그냥 가기도 어렵다. 퍽두 극성스러운 늙은이라 생각하고 "누가 그랬어 그래?" "저 아끼꼬가 혼자 그랬어요!" "아끼꼬! 고반까지 같이 가" "네! 그러서요" 하도 여러번 격는 일이라 이제는 아주 익숙하다. 저고리를 갈아입으며 웃는 얼굴로 나려온다. 그러나 순사를 따라 대문을 나슬 적에는 고개를 모루 돌리어 구렁이에게 몹씨 눈총을 준다. 순사는 아끼꼬를 데리고 느른한 거름으로 골목을 꼽든다. 쪽다리를 건느니 화 창한 사직원마당. 봄이라고 땅의 잔디는 파릇파릇 돋았다. 저 우에선 투덕어리는 빨래소리. 한옆에선 풋뽈을 차느라고 날뛰고 뗘들고 법썩이다. 뿌웅하고 음충맞 게 내대는 자동차의 싸이렌. 남치마에 연분홍 저고리가 버ㅈ이 활을 들고 나온 다. 그리고 키 훌쩍 큰 놈팽이는 돈지갑을 내든다. "너 왜 또 말성이냐?" 하고 순사는 고개를 돌리어 아끼꼬를 씽긋이 흘겨본다. 그는 노파가 왜 그렇게 아끼꼬를 못먹어서 기를 쓰는지 영문을 모른다. 노파의 눈에도 아끼꼬가 좀 구여울턴데 그렇게 미울때에는 아마 아끼꼬가 뭘좀 먹이질 않어 틀렸는지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사람 다 제처놓고 아끼꼬먼 씹을리가 없다. 생각하다가 "뭘 말썽이유 내가?" "네가 뭐 쥔마누라를 깨물고 사람을 죽이구 그런다며? 그리구 요전에도 카페 서 네가 손님을 쳤다는 소문도 들리지 안니?" 하고 눈쌀을 찝고 웃어버린다. 얼 굴 똑똑한것이 아주 헐수없는 게집애라고 돌릴수밖에 없다. "난 그런지 몰루!" 아끼꼬는 땅에 침을 탁 뱉고 아주 천연스리 대답한다. 그리고 사직원의 문간 쯤 와서는 "이담 또 만납시다" 제멋대로 작별을 남기고 저는 저대로 산쪽으로 올라온다. 활텃길로 올라오다 아끼꼬는 궁금하야 뒤를 한번 돌아본다. 너머 기가막혀서 벙벙히 바라보고 있아가 다시 주먹으로 나른한 하품을 끄는 순사 한편에선 날뛰 고 자빠지고 쾌활히 공을 친다. 아끼꼬는 다시 올라가며 저도 남자가 됐드라면 '풋뽈'을 차볼걸 하고 후회가 막급이다. 그리고 산을 한바퀴 돌아 나려가서는 이 번엔 장독대우에 요강을 버리리라 결심을 한다. 구렁이는 장독대우에 오줌을 버 리면 그것처럼 질색이 없다. "망할 년! 이번에 봐라 내장독우에 오줌까지 깔길테니!" 이렇게 아끼꼬는 몇번 몇번 결심을 한다. 땡볕 우람스리 생긴 덕순이는 바른 팔로 왼편 소맷자락을 끌어다 콧등의 땀방울을 훑고는 통안네거리에 와 다리를 딱 멈추었다. 더위에 익어 얼골은 벌건히 사방 을 둘러본다. 중복허리의 뜨거운 땡볕이라 길 가는 사람은 저편 처마 끝으로만 배앵뱅 돌고 있다. 지면은 번들번들이 닳아 자동차가 지날 적마다 숨이 탁 막힐 만치 무더운 먼지를 풍겨놓는 것이다. 덕순이는 아무리 찾아보아도 자기가 길을 물어 좋을만치 그렇게 여유있는 얼 골이 보이지 않음을 알자, 소맷자락으로 또 한번 땀을 훑어본다. 그리고 거북한 표정으로 벙벙히 섰다. 때마침 옆으로 지나는 어린 깍쟁이에게 공손히 손짓을 한다. "얘! 대학병원을 어디루 가니?" "이리루 곧장 가세요" 덕순이는 어린 깍쟁이가 턱으로 가르킨대로 그길을 북으로 접어들며 다시 내 걷기 시작한다. 내딛는 한발작마다 무거운 지게는 어깨에 박이고 등줄기에서 쏟 아저 나리는 진땀에 궁둥이는 쓰라릴만치 물었다. 속 타는 불김을 입으로 불어 가며 허덕지덕 올라오다 엄지손가락으로 코를 힝 풀어 그 옆 전봇대 허리에 쓱 문댈 때에는 그는 어지간히 가슴이 답답하였다. 당장 지게를 벗어던지고 프른 그늘에 가 나자빠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으련만 그걸 못하니 짜증이 안날수 없 다. 골피를 찌프리어 데퉁스리 "빌어먹을거! 왜 이리 무거!" 하고 내뱉으랴 하였으나. 그러나 지게우에서 무색하야질안해를 생각하고 꾹 참 아버린다. 제 속으로만 끙끙거리다 겨우 "에이 더웁다!" 하고 자탄이 나올 적에는 더는 갈수가 없었다. 덕순이는 길가 버들밑에다 지게를 벗어놓고는 두손으로 적삼섶을 흔들어 땀을 드린다. 바람끼 한점 없는 거리는 그대로 타붙었고 그우의 모래만 이글이글 닳 아간다. 하눌을 치어다 보았으나 좀체로 빗맛은 못볼듯 싶어 바상바상한 입맛을 다시고 섰을때 별안간 댕댕소리와 함께 발등에 물을 뿌리고 물차가 지나가니 그 는 비로소 살은듯이 정신끼가 반짝난다. 적삼 호주머니에 손을넣어 곰방대를 끄 내물고 담배한대 뭍일랴 하ㅇ으나 홀쭉한 쌈지에는 어제부터 담배한알 없었든것 을 다시 깨닫고 역정스리 도루 집어넣는다. "꽁무니가 배기지 않어?" 덕순이는 이렇게 안해를 돌아보다 "괜찮어요!" 하고 거진 죽어가는 상으로 글성글성 고인 안해가 딱하였다. 두달 동안이나 햇 ㅂ 못본 얼골은 누렇게 시들었고, 병약한 몸으로 지게우에 앉어 까댁이는 양이 금시라도 꺼질듯 싶은 그 안해였다. 덕순이는 안해를 이윽히 노려보다 "아 울긴 왜 우는거야?" 하고 눈을 부라렸으나 "병원에 가면 짼대겠지요" "째긴 아무거나 덮어놓고 째나? 연구한다니까!" 하고 되도록 안해를 안심시킨다. 그러나 덕순이 생각에는 째든 말든 그건 차치 해놓고 우선 먹어야 산다고 "왜 기영이 할아버지의 말슴 못들었어?" "병원서 월급을 주구 고쳐준다는게 정말인가요?" "그럼 노인이 설마 거짓말을 헐러구. 그래 시방두 대학병원의 이등박산가 뭐가 열네살 된 조선아히가 어른보다도 더 부대한걸 보구 하두 이상한 병이라구 붙잡 아드려서 한달에 십원식 월급을 주고 그뿐인가 먹이구 입히구 이래가며 지금 연 구하구 있대지 않어?" "그럼 나두 허구헌날 늘 병원에만 있게 되겠구려?" "인제 가봐야 알지 어떻게 될는지" 이렇게 시원스리 받기는 받았으나 덕순이 자신 역 기영할아버지의 말이 꽉 믿 어서 좋을지가 의문이었다. 시골서 올라온지 얼마 안되는 그로써는 서울일이라 호욕 알수 없을듯 싶어 무료진찰권을 내온데 더 되지 않었다. 그렇다 하드라도 병이 괴상하면 할수록 혹은 고치기가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월급이 많다는 것인 대 영문모를 안해의 이병은 얼마짜리나 되겠는가, 고속으로 뭇척 궁금하였다. 아 히가 십원이라니 이건 한 십오원쯤 주겠는가, 그렇다면 병 고치니 좋고, 먹으니 좋고, 두루두루 팔짜를 고치리라고 속안으로 육조배판을 느리고 섰을때 "여보십쇼! 이 채미하나 잡서보십소" 하고 조만침서 차미를 버려놓고 앉었는 아이가 시선을 끌어간다. 길쯤길쯤하고 싱싱한 놈들잉 과연 뜨거운 복중에 하나 벗겨들고 으썩 깨물어 봄직한 참외였 다. 덕순이는 참외를 이놈저놈 멀거니 물색하야 보다 쌈지에 든 잔돈 사전을 얼 른 생각은 하였으나 다음 순간에 그건 안될 말이라라고 꺽진 마음으로 시선을 걷어온다. 사전에 일전만 더 보태면 히연 한봉이 되리라고 어제부터 잔뜩 꼽여 쥐고 오든 그 사전, 이걸 참외값으로 녹여서는 사람이 아니다. "지게를 꼭 붙들어!" 덕순이는 지게를 지고 다시 일어나며 그 십오원을 생각했든 것이니 그로써는 너머도 벅찬 희망의 보행이었다. 덕순이는 간호부가 지도하야 주는대로 산부인과 문밖에서 제 차례가 돌아오기 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해는 남편이 업어다놓은 대로 걸상에 가 번듯이 느러저서 괴로운 숨을 견디 지 못한다. 요량없이 부어오른 아랫배를 한손으로 치마째 걷어안고는 매호흡마 다 간댕거리는 야왼 고개로 가쁜 숨을 돌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수술실에서 들것으로 담어내는 환자와 피고름이 앵긴 쓰레기통을 보는것은 그로 하야금 해 쓱한 얼골로 이를 떨도록 하기에는 너머도 충분한 풍경이었다. "너머 그렇게 겁내지 말아. 그래두 다 죽을 사람이 병원엘 와야 살아 나가는거 야!" 덕순이는 안해를 위안하기 위하야 이런 소리도 하는 것이나 기실 안해 붑지 않게 저로도 조바심이 적지 않었다. 안해의 이 병이 무슨 병일가, 짜정 기이한 병이라서 월급을 타먹고 있게 될 것인가, 또는 안해의 병을 씻은듯이 고쳐줄수 가 있겠는가, 겸삼수삼 모두가 궁거웠다. 이생각 저생각으로 덕순이는 안해의 상체를 떠받혀주고 있다가 우연히도 맞은 켠 타구 옆땡이에가 떨어저있는 권연 꽁댕이에 한눈이 팔린다. 그는 사방을 잠 간 살표보고 힝하게 가서 집어다가는 곰방대에 피어물며 제차레를 기달리었으나 좀체로 불러주질 않는 것이다. 이렇게 하야 그들은 허무히도 두시간을 보냈다. 한점을 사십분가량 지났을때 간호부가 다시 나아와 덕순이 안해의 승명을 외 는 것이다. "네! 여ㄱ읍니다!" 덕순이는 허둥지둥 안해를 떨처업고 진찰실로 들어갔다. 간호부 둘이 달겨들어 우선 옷을 벗기고 주물를제 안해는 놀랜 토끼와 같이 조고맣게 되어 떨고 있었다. 코를 찌르는 무더운 약내에 소름이 끼치기도 하려 니와 한쪽에 번쩍번쩍 늘려놓인 기게가 더욱이 마음을 죄이게 하는 것이다. 안 해가 너머 병신스리 떨므로 옆에 섰는 덕순이까지도 제면적지 않을수 없었다. 안해의 한팔을 꼭 붙들어주고, 집에서 꾸짖듯이 눈을 부르떠 "메가 무섭다구 이래?" 하고는 유리판에서 기게 부듯는 젤그럭 소리에 등줄기가 다 섬찍할제 "은제부터 배가 이래요?" 간호부가 뚱뚱한 의사의 말을 통변한다. "자세이는 몰라두!" 덕순이는 이렇게 머리를 긁고는 아마 이토록 부르기는 지난 겨울부턴가봐요. 처음에는 이게 애가 아닌가 했든것이 그렇지두 않구요. 애라면 열달에 날텐데 "열석달이나 가는게 어딨읍니까?" 하고는 아차 애니뭐니 하는건 괜히 지꺼렸군 하였다. 그래 의사가 무에라고 또 입을 열수있기 전에 얼른 대미처 "아무두 이병이 무슨 병인지 모른다구 그래요, 난생처음 본다구요" 하고 몇마디 더 얹었다. 덕순이는 자기네들의 팔짜를 고칠 수 있고 없고가 이 순간에 달렸음을 또한번 깨닫고 열심이 의사의 입만 처다보고 있는 것이다. 마는 금테안경 쓴 의사는 그 리 쉽사리는 입을 열랴지 않었다. 몇번을 거듭 주물보고, 두드려보고, 들어보고, 이러기를 얼마 한다음 시떱지 않게 저쪽으로 가 대여에 손을 씻어가며 간호부를 통하야 하는 말이 "이 뱃속에 어린애가 있는데요. 나올랴다 소문이 적어서 그대로 죽었어요. 이 걸 그냥 둔다면 앞으로 일주일을 못갈것이니 불가불 수술은 해야 하겠으나 또 그 결과가 반듯이 좋다고 단언할 수도 없는 것이매 배를 가르고 아이를 끄내다 만일 사불여의하야 불행을 본다드라도 전혀 관게없다는 승낙만 있으면 내일이라 도 곧 수술을 하겠어요" 하고 나어린 간호부는 조곰도 꺼리낌없는 어조로 줄줄 쏟아놓다가 "어떻게 사실테야요?" "글세요!" 덕순이는 이렇게 얼떨떨한 낯으로 다시 한번 뒤통수를 긁지 않을수 없었다. 간호부의 말이 무슨 소린지 다는 모른다 하드라도 속대중으로 저쯤은 알아체였 든 것이니 안해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그 말이 두렵기도 하려니와 겨우 아리를 뱃다는 것쯤, 연구꺼리는 못되는 병인양 싶어 우선 낙심하고 마는 것이다. 허나 이왕 버린노릇이매 "그럼 먹을것이 없는데요―" "그건 여기서 입원시키고 먹일것이니까 염녀마서요―" "그런데요 저―" 하고 덕순이는 열적은 낯을 무얼로 가릴지 몰라 주볏주볏 "월급같은건 안주나요?" "무슨 월급이요?" "왜 여기서 병을 고치면 월급을 주는수두 있다지요" "제병 고처주는데 무슨 월급을 준단말이요?" 하고 맨망스리도 톡 쏘는 바람에 덕순이는 얼골이 고만 벌개지고 말았다. 팔자 를 고치려든 그 계획이 완전히 어그러졌음을 알자, 그의 주린창자는 다시금 척 꺾이며 두꺼운 손으로 이마의 진땀이나 훑어보는 밖에 별도리가 없는 것이다. 허나 안해의 생명은 어차피 건져야 하겠기에 공손히 허리를 굽씬하며 "그럼 낼 데리고 올게 어떻게 해주십시요" 하고 되도록 빌붙어 보았든것이 그때까지 끔찍끔찍한 소리에 얼이 빠져서 멀둥 이 누었든 안해가 별안간 기급을 하여 일어나 살뚱맞은 목성으로 "나는 죽으면 죽었지 배는 안째요!" 하고 얼골이 노랗게 되는데는 더 헐 말이 없었다. 죽이드라도 제 원대로나 죽게 하는 것이 혹은 남편 된 사람의 도릴지도 모른다. 안해의 꼴에 하도 어이가 없 어 "죽는거보담이야 수술을 하는게 좀났겠지요!" 비소를 금치 못하고 섰는 간호부와 의사가 눈에 보이지 않도록, 덕순이는 시선 을 외면하야 뚱싯뚱싯 안해를 업고 나왔다. 지게우에 올려놓은 다음 엎디어 다 시 지고 일어날려니 이게 웬일일가 아까 오든때와는 갑절이나 무거웠다. 덕순이 는 얼마전에 히망이 가득이 차올라가든 길을 힘풀린 거름으로 터덜터덜 나려오 고 있었다. 보지는 않어도 지게우에서 소리를 죽이어 훌적훌적 울고있는 안해가 눈앞에 환한것이다. 학식이 많은 의사는 일짜무식인 덕순이 내외보다는 더 많이 알것이니 생명이 한이레를 못가리라든 그 말을 어째볼 도리가 없다. 인제 남은 것은 우중충한 그 냉골에 갖다 다시 눕혀놓고 죽을 때나 기다리고 있을 따름이 었다. 덕순이는 눈우로 덮는 땀방울을 주먹으로 훔처가며 장차 캄캄하야 올 그 전도 를 생각해 본다. 서울을 장대고 왔든것이 벌이도 제대로 안되고 게다가 인젠 안 해까지 잃는것이다. 지에미부틀! 이놈의 팔짜가, 하고 딱한 탄식이 목을 넘어오 다 꽉 깨무는 바람에 한숨으로 터저버린다. 한나절이 되자 더위는 더한층 무서워진다. 덕순이는 통째 짓무를듯싶은 등어리를 견디지 못하야 먼저번에 쉬여가든 나무 그늘에 지게를 벗어놓는다. 땀을 디려가며 안해를 가만히 나려보니 그동안 고생 만 시키고 변변히 먹이지도 못하였든것이 갑자기 후회가 나는 것이다. 이럴줄 알았드면 동냇집 닭이라도 훔처다 먹였든걸, 싶어 "울지 말아, 그것들이 뭘아나? 제까진게-" 하고 소릴를 뻑 지르고는 "채미 하나 먹어볼테야?" "채밀 싫어요-" 안해는 더위에 속이 탔음인지 행길 건너 저쪽 그늘에서 팔고있는 어름 냉수를 손으로 가르킨다. 남편이 한푼 더 보태여 담배를 살려든 그돈으로 어름냉수를 한그릇 사다가 입에 먹여까지 주니 안해도 황송하야 한숨에 들이킨다. 한그릇을 다 먹고나서 하나 더 사다주랴 물었을때 이번에는 왜 떡이 먹구싶다 하였다. 덕 순이는 이것이 마즈막이라는 생각으로 돈으로 왜떡 세개를 사다주고는 그래도 눈물도 씻을줄 모르고 그걸 오직오직 깨물고 있는 안해를 이윽히 바라보고 있었 다. 그러다 안해가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 왜떡을 입에 문채 훌쩍훌쩍 울며 "저 사촌형님께 쌀두되 꿔다먹은거 부대 잊지 말구 갚우" 하고 부탁할제 이것이 필연 안해의 유언이라라고 깨닫고는 "그래 그건 염녀말아!" "그러구 임자옷은 영근어머이더러 사정얘길하구 좀빨아달래우" 하고 이야기를 곧잘 하다가 다시 입을 이그리고 훌쩍훌쩍 우는것이다. 덕순이는 그 유언이 너머 처량하야 눈에 눈물이 핑돌아가지고는 지게를 도루 지고 일어슨다. 얼른 갖다 눕히고 죽이라두 한그릇 더얻어다 먹이는 것이 남편 의 도릴게다. 때는 중복허리의 쇠뿔도 녹이려는 뜨거운 땡볕이었다. 덕순이는 빗발같이 나려붓는 얼골의 땀을 두손으로 번갈라 훔처가며 끙끙 나 려올제, 안해는 지게우에서 그칠줄 모르는 그 수많은 유언을 차근차근 남기자, 울자, 하는 것이다. 연기 눈 뜨곤 없드니 이불을 쓰면 가끔식 잘두 횡재한다. 공동변소에서 일을 마치고 엉거주침이 나오다 나는 벽께로 와서 눈이 휘둥그 랬다. 아 이게 무에냐. 누리끼한 놈이 바루 눈이 부시게 번쩍버언쩍 손가락을 펴 들고 가만히 꼬옥 찔러보니 마치 갓굳은 엿조각처럼 쭌둑쭌득이다. 얘 ㅇ눔 참 으로 수상하구나 설마 뒤깐기둥을 엿으로 빚어놨을 리는 없을텐데. 주머니칼을 끄내들고 한번 시험쪼로 쭈욱 나리어깍아보았다. 누런 덩어리 한쪽이 어렵지 않 게 뚝 떨어진다. 그놈을 한테 뭉처가지고 그앞 댓돌에다 쓱 문태보니까 아 아 이게 황금이 아닌가. 엉뚱한 누명으로 끌려가 욕을 보든 이 황금. 어리다는, 이 유로 연홍이에게 고랑땡을 먹든 이 황금. 누님에게 그 구박을 다받아가며 그래 도 얻어먹고 있는 이 황금- 다시 한번 댓돌우에 쓱 그어보고는 그대로 들고 거리로 튀어나온다. 물론 양 쪽 주머니에는 묵직한 황금으로 하나 뿌듯하였다. 황금! 황금! 아, 황금이다. 피언한 거리에는 커다랗게 살찐 도야지를 타고서 장꾼들이 오르나린다. 때는 좋아 봄이라고 항명한 아츰이었다. 길양쪽 버드나무에는 그 가지가지에 주 먹같은 붉은 꽃이 달리었다. 알쫑달쫑한 꽃이팔을 날리며 엷은 바람이 부웅 하드니 허공으로 내몸이 둥실 얘 이놈 좋구나. 허나 황금이 날아가선 큰일이다. 두손으로 양쪽 주머니를 잔뜩 웅며잡고 있자노라니 별안간 꿍하고 떨어진다. 이눔이 어따 이건 함부루 내던졌 느냐. 정신이 아찔하야 똑똑이 살펴보니 이것이 바루 우리집 대문앞이 아니냐. 대문짝을 박차고 나는 허둥지둥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돈이라면 한푼에 목이 말라하는 누님이었다. 이 누런 금덩어리를 내보이면 필연코 그는 헉하고 놀라겠 지. "누님! 수가 터졌우!" 나는 이렇게 외마디 소리를 질렀으나 그는 아무 대답도 없다. 매우 마뜩지않 게 알로 눈을 깔아붙이고는 팟죽만 풍풍 퍼먹고 있는것이다. 그러나 머처럼 입 을 연다는 것이 "오늘은 어떻게 취직 자리 좀얻어봤니?" 대문밖에좀 나갔다 들어만오면 변치 않고 그냥 물어보는 그 소리. 인제는 짜 장 귀등이 가렵다. 마는 아무래도 좋다. 오늘부터는 그까진 밥 얻어 먹지 않어도 좋으니까- "그까짓 취직" 하고 콧등으로 웃어버리고는 "자 이게 금덩어리유 똑똑이 보우-" 나는 두손을 다 그코밑에다 디려댔다. 이 래두 침이 아니 넘어갈터인가. 그는 가늘게 실눈을 떠가지고 그걸 이윽히 다려 다보다 종내는 나의 얼골마저 치어다보지 않을수 없는 모양이었다. 금덩어리와 나의 얼골을 이렇게 번차례로 몇번 훌터가드니 "이거 너 어서 났니?" 하고 두눈에서 눈물이 확 쏟어지질 않느냐. 그리고 나의 짐작대로 날렌 두손이 들어와 덥썩 훙켜잡고- "아이구 황금이야!~" 평소에도 툭하면 잘 짜는 누님. 이건 황금을 보구두 여전히 눈물이냐. 이걸 가만히 바라보니 나는 이만만해도 황금 얻은 보람이 큼을 느낄수 있다. 뻔 둥번둥 놀고 자빠저 먹는다 하야 일상 들볶든 이 누님, 이왕이면 나두 이판에 잔뜩 갚아야 한다. 누님이 붙잡고 우는 황금을 나는 앞으로 탁 채여가며 "이거 왜 이래? 다르라구" 하고 네보란드키 호령을 냅따질렀다. 내가 황금을 얻어좋은건 참으로 누님의 이꼴을 보기 위하야서다. 이런 황금을 막허뿔리 만저 보이느냐 어림없다. 호기있게 그 황금을 도루주머니에 집어넣고는- "오늘부터 난 따루 나가겠우 누님밥은 맛이 없어서-" 나의 재조가 자라는데까지 한끝 뽐을 내였다. 이 만큼하면 그는 저쯤 알아 채 이겠지. 인젠 누님이 화를 내건말건 내 받고 섰을배 아니다. 버듬직하게 거는방 으로 들어가 내가 쓰든 잔세간과 이부자리를 포갬포갬 싸 놓았다. 이것만 들고 나스면 고만이다. "탁씨"하나 부를 생각조차 못하고 그걸 그대로 들고 일어스자 니까 이때까지 웬영문을 몰라 떨떠름이 서 있든 누님이 "얘 너 왜 이러니?" 하고 나의 팔을 잡아드린다. "난 오늘부터 내밥을 먹구 살겠우-" "얘, 그러지 말아 내 인젠 안그럴게" "아니, 내 뭐 누님이 공밥먹는다고 야단을 첬대서 그걸가지고 노했다거나 혹은 어린애같이 삐졌대거나…"하고 아주 좋도록 속좀 쓰리게 해놓고 나스니까 "얘, 내가 다 잘못했다. 인젠 네맘대로 낮잠두 자구 그래 응?" 취직 못한다고 야단도 안치고 그럴께니 제발 의좋게 가치 살자고 그 파랜 얼굴에 가엾은 눈물 까지 보이며 손이 발이 되게 빌붙는다. 이것이 어디 놀구 먹는다구 눈물로 밤낮 찡찡 대든 그 누님인가 싶으냐. "이거 왜 이래? 난 싫다는데-" 누님을 메다던지고 나는 신바람이 나게 뜰알로 나려섰다. 다시 누님이 맨발로 뛰어나려와 나를 붙잡고 울수 있을만침 고만침 동안을 띄여놓고는 대문께로 나 오려니까 뜰알에서 쌀을 주어먹고 있든 참새 한마리가 포루룽 날아온다. 이놈이 나의 턱밑으로 넌즛이 들어 오드니 이건 어디다 쓰는 버릇인지 나의 목줄띠를 콱물어채는 것이 아니냐. 그리고 그대로 대룽대룽 매달려 바들짝바들짝 아 아 아이구 죽겠다. 아픈건 둘째치고 우선 숨이 막히여 죽겠다. 보통이를 들었든 두 손으로 참세란 놈을 불이나게 붙잡고 띠여 볼라니까 아, 아, 나 죽는다. 잡아대 리면 대릴수록 참새는 그머리같이 점점 달나붙고 숨쉬기만 더욱더욱 괴로워진 다. 요놈이 버릇없이 요런. 젓 먹든 힘을 다 디려 내목이 다라나냐 네목이 다라 나냐고 홱 한번 잡아 채이니 후유 코밑의 연기로다- 공교로히도 나의 코끝이 뚫어진 굽도지 구녕에가 파수를 보고 있는 것이다. 고 구녕으로 아츰짓는 매캐한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다. 그 연기만도 숨이 막히기에 넉넉할텐데 이건 뭐라고 제손으로 제목을 잔뜩 웅켜잡고 누었느 냐 "그게 온 무슨 잠이냐?" 언제쯤 거기 와 있었는지 누님은 미닫이를 열어 제치고서서는 눈이 칼날이다. 어젯밤 내일은 일즉부터 돌아 다니며 만날 사람들을 좀 만나보라든 그 말을 내 가 이행치 못하였으니 몹씨도 미울것이다. 야윈 목에가 핏대가 불끈 내솟았다. "취직인가 뭔가 할랴면 남보다 좀 성심껏 돌아다녀야지-" 바루 가시를 집아삼킨 따끔한 호령이었다. 아무리 찾아보아야 고대 가치살자 고 눈물로 빌붙든 그 누님은 그림자도 비취이지 않었다. 한 사람이 이렇게도 변 할수 있는가, 나도 뚱그렇게 눈을 뜨고서 너머도 허망한 일인양하야 얼뚤한 시 선으로 한참 누님을 치어다보았다. 암만해도 사란ㅁ의 일같지 않다. 그렇다고 무 슨 연극도 아닐턴데, 낮에는 누님이 히짜를 뽑고 밤에는 내가 히짜를 뽑고. 이마 의 땀을 씻을랴고 손이 올라가다 급작이 붉어오는 안색을 깨닫고 도루 이불을 뒤집어쓴다. 이불속에는 아즉도 아까의 그 연기가 남아 있는 것이다. 정분 들고 나갈거라곤 인제 매함지박 키쪼각이 있을뿐이다. 체랑 그릇이랑 이낀좀 하나 깨지고 헐고하야 아무짝에도 못쓸것이다. 그나마도 들고나설랴면 안해의 눈을 기워야할턴데 맞은쪽에 빤이 앉었으니 꼼짝할 수 없다. 허지만 오늘도 밸 을 좀 긁어놓으면 성이 뻐쳐서 제물로 부르르나가버리리라. 아래묵의 은식이는 저녁상을 물린뒤 두다리를 세워 얼싸안고는 고개를 떠러친채 묵묵하였다. 묘한 꼬투리가 선뜻 생각키지않는 까닭이었다. 웃방에서 나려오는 냉기로하야 아랫방까지 몹씨 사늘하다. 가을쯤 치받이를 해두었든면 좋았으련만 천정에서 흙방울이 똑똑 떨어지며 찬바람이 새여든다. 헌옷때기를 들쓰고 앉어 어린이들은 활루전에서 킹얼거린다. 안해는 그 아이를 옆에끼고 달래며 감자를 구어먹는다. 다리를 모로 느리고 사지를 뒤트는 냥이 온종일 방아다리에 시달린 몸이라 매우 나른한 ㅁ이었다. 하품만 연달아 할뿐이 었다. 한참지난후 남편은 고개들 들어 안해의 눈치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두터운 입 살을 찌그리며 데퉁스럽게 "아까 낮에 누가 왔다갔어?" 하고 한마디 내다붙였다. "면서기밖에 누가 왔다갔지유" 하고 안해는 심심이 받으며 들떠보도 않는다. 물론 전부터 밀어오든 호포를 독촉하러 면서기가 왔든 것을 자기는 거리에서 먼저 기수채웠다. 그때문에 붙잡히면 혼이 들까봐 일부러 몸을 피한바나 어차피 말을 꼴랴니까 "볼일이 있으면 날 불러 대든지할게지 왜 그놈을 방으로 불러드려서 둘이들 뭐했어그래?" 하고 눈을 부르뜨지 않을수 없었다. 안해는 이마를 홱들드니 잡은 참 눈꼴이 돌아간다. 하 어이없는 모양이다. 샐쭉해서 턱을 족곰소치자 그대로 떨어치며 잠잣고 아이에게 감자를 먹인다. 이만하면 하고 다시한번 분을 솎았다. "헐말이 있으면 밖에서 하던지 방으로까지 끌어드릴건 뭐야" "남의속 모르는소리 작작하게유 자기때문에 말막음하느라고 욕본 생각은 못하 구…"하고 안해는 감으잡잡한 얼굴에 핏대를 올렸으나 표정을 고르잡지 못한다. 얼마 그러더니 남편의 낯을 똑바루 쏘아보며 "그지말고 밤마닥 집신짝이라두 삶어서 호포를 갖다내게유" 하다가 좀 사이를 두곤 들릴듯말듯한 혼자소리로 "계집이 좋다기로 집안물건을 모조리 들어낸담" 하고 모지게 종알거린다. "집안물건을 누가 들어내?" 그는 시치미를 떼며 펄석 뛰었다. 그러나 속으로는 찐하였다. 모르는줄 알았드 니 안해는 벌서 다안 눈치다. 어젯밤 안해의 속곳과 그젯밤 맺돌짝을 훔으려낸 것이 탈로되었구나 생각하니 불쾌하기 짝이없다. "누가그러소리를 해? 벼락을 맞을라구" 한팔로 아이를 끌어드려 젖만 먹일뿐 젊은 안해는 받아주지않었다. 샘과 분에 못이겨 무슨 호된말이 터질듯터질듯하련ㅁ 꾹꾹 참는 모양이라. "누가 그따위 소리를 해그려?" "철쇠어머니지 누군누구야" "뭐라구?" "들뼝이와 배맞었다지 뭔뭐야 맺돌하고 내속곳은 술사먹는거라지유?" 남편을 갑작스레 얼굴이 벌갯다. 안해는 살고자 고생을 무릅쓰고 바둥거리는 데 남편이란 궐자는 그속곳으로 술사먹다니 어느모로 보던 곱지못한 해일이리 라. 그도 안해의 시선을 피할만치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마는 그렇다고 자기의 의지가 꺽인다면 남편된 도리도 아니었다. "보도 못하고 애맨 소리를 히그래 눈깔들이 멀랴구" 하고 변명삼아 목청을 돋 았다. 그러나 아무 효력을 보이지 않으매 약이올랐다. 말끝을 슬몃이 돌리어 "자기는 뭔데 대낮에 그놈을 끼고 누었드람" 하야 안해를 되순나잡았다. 이말에 안해는 독살이 뾰로ㅈ다. 젖먹이든 아이를 방바닥에 쓸어박고는 발닥 이러슨다. 공도모르고 게정만 부리니 야속할게라. 찬방에서 혼자좀 자 보란듯이 천연스레 뒤로 치마다리를 여미드니 그대로 살랑살랑 나가버린다. 아이는 요란 히 울어대인다. 눈우를 밟는 안해의 발자취소리가 멀리 사라짐을 알자 그는 속이놓였다. 방문 을 열고 가만히 나왔다. 무슨 즛을 하던 볼사람은 없을것이다. ㅂ으로 더듬어 들 어가서 성냥을 그어대고 두리번거렸다. 생각대로 함지박은 부뚜막우에서 주인을 기다린다. 그속에 담긴 감자나부렁이는 그자리에 쏟아버린뒤 번적들고 뒤란으로 나갔다. 앞으로 들고나가단 안해에게 들키면 혼이난다. 뒷곁 언덕우로 올라가서 울타리밖으로 던저넘겼다. 그담엔 예전 뒤나보러 나온듯이 싸리문께로 와서 유 유히 사면을 돌아보았다. 하얀 눈뿐이다. 울타리에 몸을 비겨대고 뒤를 돌아 함 지박을 집어들자 뺑손을 놓았다. 은식이는 인가를 피하야 산기슭으로 돌았다. 함지박을 몸에다 착붙였으나 들 킬염여는 없었다. 매섭게 쌀쌀한 달님은 푸른 하늘에 댕그머니 눈을떴다. 수어리골을 흘러 나리 든 시내도 인젠 얼어붇어서 날카롭게 번득인다. 그리고 산이며 들, 집, 낫가리, 만물은 겹겹눈에 잠기어 숨소리조차 내지않는다. 산길을 빠저 거리로 나올랄제 어데선가 징소리가 울린다. 고적한 밤공기를 은 은히 흔들었다. 그는 가든다리를 멈추고 멍허니섰다. 오늘밤이 진홍회총회임을 깜빡 잊었든것이다. 한번 안가는데 궐전이 오전 뿐만아니라 괜은 부역가지 안담 이씨우는것이 이동리의 전레이었다. 허나 몸이 아퍼서 앓았다면 그만이겠지, 이 쯤 마음을 놓았으나 그래도 끌밋하였다. 진흥회라고 없는 놈에게 따을 배채해준 다든가 다른 살방침을 붓들어준다든가 할진저 툭탁하면 굶는놈을 붙잡아다 신장 노 닦으라고 부역을 시키기가 난당 껀듯하면 고달푼놈 불어앉치고 잔소리로 밤 을 패는것이 일수이니 가뜩이나 살림에 쪼들리는 놈이라 도시 성이가셔서 벌서 부터 동리를 떠날나구 장은댓으나 옴치고뛸 터전이 없었다. 하지만 진흥회가 동 리청년들을 쓸어간것만은 고마운 일이었다. 오늘밤에는 저혼자 들뼝이를 차지할 수 있으리라. 술집 가까히 왔을때엔 기쁠뿐더러 용기까지 솟아올랐다. 길가에 따로떨어저 호젓이 놓인 집이다. 산모룽이 옆에 서서 눈에 쌓여 흔적이 진가민가나 달빛에 빗기어 갸름한 꼬리를 달았다. 서쪽으로 그림자에 묻기어 대문이 열렸고 고곁으 로 등불이 반짝대는 지게문이 있다. 이방이 게숙이가 빌려있는 곳이었다. 문을 열고 썩 들어서니 게집은 이러스며 반긴다. "이게 웬 함지박이지유?" 그태도며 얕은 우슴을 짓는냥이 사흘전 처음 인사할제와 조곰도 변치않었다. 어젯밤 자기를 사랑한다든 그말이 알톨같은 진정이리라. 하여튼 정분이란 히얀 한 물건. "왜우서 어젯밤 술값으로 가져왔지" 하였으나 좀 제면적었다. 계집이 받아들고 서 좋아하는걸 얼마쯤 보다가 "그게 그래봬두 두장은 넘을걸" 맞우 싱그레 우서주었다. 게숙이의 흥겨운 낯은 그의 행복 전부이었다. 계집은 함지를 들고 안쪽문으로 나가드니 술상을 바처들고 들어온다. 미안하야 달라도않는 술이나 술값은 어찌되었든 우선 한잔하란 ㅁ이었다. 막걸리를 화로에 거냉만하야 ㄸ아부며 "어서 마시게유 그래야 몸이 풀류" 하드니 입에다 부어까지 준다. 한숨에 쭉 들어켰다. 한잔 두잔 석잔 계집은 탐탁히 옆에 붙어앉드니 은식의 얼은손을 젖가슴에 품어준다. 가여운 모양이다. 고개를 접으며 "나는 낼떠나유" 하고 떨어지기 섭한 내색을 보인다. 좀 더 있을랴 했으나 진 흥회장이 왔다. 동리를 위하여 들뼝이는 안받으니 냉큼 떠나라하였다. 그러나 이밤에야 어델가랴 낼아츰 밝는대로 떠나겠노라 하였다는 것이다. 은식이는 낭판이 떨어저서 멍멍하였다. 언제던 갈줄은 알았든게나 급작이 서 들줄은 꿈밖이었다. 따로 떨어지면 자기는 어찌 살려는가. 게숙이에겐 번이 남편 이었다. 곧 아랫묵에 누어있던 아이의 아버지. 술만 처먹고 노름질에다 훅닥하면 안해를 뚜들겨패고 벌은 돈푼을 뺏어가고 함으로 해서 견딜수 없어 석달전에 갈 렸다는 것이었다. 그럼 자기와 들어내고 살아도 무방할게다. 허나 그런말은 참아 하기 어색하였다. "난 그래 어떻게 살아 나두 ㄸ아갈가?" "그럼 그럽시다유" 하고 그말을 바랐단듯이 선듯 받아가 "집에 있는 안해는 어떻게 하지유?" "그건 염여없어" 은식이는 기운이 뻗혀서 게집을 얼싸안었다. 안해쯤은 치우기 손쉬웠다. 제대로 내버려두면 어데로 가던마던 할터이니까 다만 게숙이를 ㄸ아다니며 벌어 먹겠구나 하는 새로운 생활만이 기쁠뿐이다. "낼 밝기전에 가야 들키지 않을걸!" 야심하여도 술군은 없었다. 단념하고 문고리를 걸은 뒤 불을 껏다. 계집은 누 어있는 은식이팔에 몸을 던지며 한숨을 후지운다. "살림을 하려면 그릇쪼각이라두 있어야할텐데-" "내 집에가서 가저오지" 그는 아무 꺼림없었다. 안해가 잠에 고라지거나 들어가서 이거저거 후무려오 면 그뿐이다. 내일부터는 굶주리지않어도 맘편히 살려니 생각하니 잠도 안올만 치 가슴이 들렁거린다. 우풍이 시었다. 주인이 나뻐서 방에 불도 안핀모양 까칠한 공석자리에 들어누 어서 떨리는몸을 노기고자 서로 꼭품었다. 한구석에 쓸어박혔든 아이가 잠이깨 었다. 킹얼거리며 사이를 파고 들려는 걸 어미가 야단을 치니 도로 제자리로 가 서 끽소리없이 누었다. 매우 훈련받은 젖먹이었다. 은식이는 그놈이 몹씨 싫었다. 우리들이 죽도록 모아노면 저놈이 써버리겠지 제애비번으로 노름질도 하고 어미를 두들겨패서 돈도 빼았고하리라. 그러면 나는 신선노름에 도끼자루 썩는 격으로 헛공만 드리는게 아닐가 하고 생 각하니 곧 얼어죽어도 아깝진 않었다. 그러나 어미의 환심을 살려닌까 에그놈 착하기도하지 하고 두어번 그궁뎅이를 안뚜덕일수 없으리라. 달이 기우러 지개문을 밝힌다. 있다금식 마구간에 뚜벅어리는 쇠굽소리 평화 로운 잠자리에 때아닌 마가들었다. 게숙이에게 돈좀쓰든 단골이란 세도가 맹랑 하다. 은식이는 골피를 찌프렸다. 마는 계집이 귀속말로 "내잠간 말해보낼게 밖 에나가 기다리유" 함에는 속이 든든하였다. 그말은 남편을 신뢰하야 하는 속셈이 리라. 그는 바람같이 안문으로 나와서 방벽게로 몸을 착붙여세웠다. 은식이는 귀를 기우려 방의 말을 였드렸다. 뭉태가 들어오며 "오늘도 그놈 왔 었나" 하드니 계집이 아무도 안왔다닌까 그자식 웨 요새 바람이 나서 지랄이야 하며 된통비웃는다. 그놈이란 자기다. 이말저말한 참을 주언버언 지꺼리드니 자 기가 동리의 평판이 나쁘다는둥 안해까지 돌아다니며 미워 남편을 숭본다는등 혹은 게숙이를 집안 망할 도적년이라고 갖은 방자를 다하드라는둥 자기에 대한 흠집은 모조리 들추어낸다. 그럴적마다 계집은 는실난실 여신이 받으며 가치 웃 는다. 그리곤 남못드를만치 병아리소리로들 속은거리는 것이었다. 은식이는 분이올라 숨도 거츠렀다. 마는 어째볼 도리가 없다. 게숙이 좇아 핀 잔도 안주고 안통이 되는듯 야속하기 이를데없다. 그는 노기와 추움으로 말미아 마 팔장을 끼고는 덜덜떨었다. 농창이 난 버선이라 눈을 밟고 섰으니 쑤시도록 저렸다. 안해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집으로만 가면 따스한 품이 기다리련만 왜이 고생을 하누, 하지만 안해는 싫었다. 아리랑 타령하나 못하는 병신, 돈한푼 못버 는 천치, 하긴 초작에댜 물불을 모르도록 정이 두터웠으나 인제는 다삭었다. 뭇 사람의 품으로 옮아안기며 에쓱어리는 들뼝이가 천하다할망정 힘 안드리고 먹으 니 얼마나 부러운가, 침들을 게재흘리고 덤벼드는 뭇놈을 이손저손으로 후둘르 니 그영예 바히 고귀하다할지라. 그는 설한에 이까지 딱딱어린다. 그러면서도 불 러드리길만 고대하야 턱살을 바처대고 눈이 빠질지경이다. 계집이 한문으로 "잘가게유 낭종 맞납시다" "응 내 추후로 한번가지" 뭉태를 내뱉자 또한 문으로 "가만히 들어오게유" 은식이를 집어드린다. 그는 닝큼 들어스며 얼은 손을 썩썩문탯다. "그자식 남자는데 왜와 쌩이질이야…" "그러개말이유 그건 눈치코치도 없어" 계집은 빌틈없이 여일하였다. 등잔에 불을대리며 건아하야 생글생글 웃는다. "자식이 왜그뻔세야 거짓말만 슬슬하구" 하며 아까의 흉잡혓든 대갚음을 하였 다. 뭉태란놈은 돈도 신용도 아무것도 없는 건달이란둥 오입질하다 들키어 되게 경을 쳤다는둥 남의집 버리를 훔처내다 붙잡혀서 구메밥을 먹었다는 헛풍까지 찌며 계집을 얼렁거리다가 깜짝놀랜다. 안말에서 첫홰를 울리는 게명성이 요란 하였다. 시간이 촉박하다. 계집의 뺨을 문질러보곤 벌덕 이러섰다. "내 밖에 좀 갔다올게 꼭 기달려 응" 은식이는 즈집싸리문을 살몃이 들어밀었다. 달은 아주 넘어갔다. 뜰에 깔린 눈 의 반영으로 할만하였다. 우선 봉당으로 올라스며 방문에 귀를 기우렸다. 깊은 숨소리, 안해는 고라졌다. 그제선 맘을 놓고 ㅂ으로 들어갔다. 더듬거리며 부뚜막에 다리를 얹자 솥을 뽑았다. 사년전 안해를 더더드릴제 행복 을 게약하든 솥이었다. 마는 달가운 꿈은 몇달이었고 지지리 고생만하였다. 인젠 마땅히 다른데로 옮겨야 할것이다. ㅂ벽에 걸린 바구니에는 수까락이 세가락있 다. 덕이(아들)먹을 한개만 남기고는 모집어 궤춤에 꽃았다. 좁쌀이 서너되 방에 있다마는 그걸 꺼내다간 일이 빗나리라. 미진하나마 그대로 그림자같이 나와버 렸다. 수아릿골 꼬리에 달린 막바지다. 양쪽산에 끼어 시냇가에 집은 얹엿고 쓸쓸하 였다. 마을 복판에 일이라도 있어 돌이깔린 시냇길을 오르나리자면 적쟌히 애를 씨웠다. 그러나 그것도 하직을 하자니 귀엽고도 일변 안탁까운 생각이 안남는다. 그는 살든 집을 두어번 돌아다보며 술집으로 향하게 달려갔다. "어서 들어오우 춥지유?" 게숙이는 어리삐삥한 우슴을 띠이며 반색한다. 아마 그동안 눕지도 않은듯 떠 날 준비에 서성서성하였다. 계집의 의견대로 짐을 뎅그먼이 묶어놓았다. 먼동트 는 대로 질머만메면 된다. 만약 아츰에 주저거리단 술집주인에게 발각이 될게고 수동리에 소문이 퍼진다. 그뿐더러 안해가 쫓아온다면 모양만 창피하리라. 떠날 차보를 다하고나서 그는 게집과 자리에 맞우누었다. 추위를 덜고자 몸을 맞붙였으나 그대로 마찬가지 덜덜 떨었다. 얼른 날이 밝아야할텐데- 그러다 잠 이 까빡들었다. 그건 어느때나 되었는지 모른다. 아이가 칭칭거리며 머리우로 기어올라서 눈 이띠었다. 군찬하서 손으로 밀어 나릴랴할제 영문모를 일이라 등뒤 웃묵쪽에서 "이리온 아빠 여깃다" 하고 귀설은 음성이 들린다. 걸걸하고 우람한 목소리. 필연코 내버린 번남편이 결기먹고 ㄸ아왔을것이다. 은식은 꿈을꾸는듯 싶었다. 겁이나서 두러누은채 꼼짝도 못한다. 안해의 정부를 현장에서 맞닥드린 남편의 분노이면 매일반이리라. 낫이라두 들어 찍으면 찍소리 못하고 죽을밖에 별도리 없다. 등살이 꼿꼿하였다. 생각다 못하야 게숙이를 깨우면 일이좀 피일가하여 손 꼬락으로 넌즛이 그배를 몇번질렀다. 마는 계집은 그의 허리를 잔뜩 끌어안고 코골음에 세상을 모른다. 부쩍부쩍 진땀만 흘렀다. 남편은 어청어청 등뒤로 거러 온다. 언내를 번적 들어안고 "왜성가시게 굴어 어여들 편히자게유" 하며 웃묵으 로 도로간다. 그래도 그말씨가 매우 유순하였고 맘세좋아 보였으나 도리어 견딜 수 없이 살을 저몃다. 계집은 얼마만에 이러났다. 어서 떠나야지 하고 눈을 부비 드니 웃묵을 나려다보고 경풍을 한다. 그리고 입을 봉하고는 잠잠히 있을뿐이다. 날은 활닥 밝았다. ㅂ에선 솥을 가신다. 주인은 기침을 하드니 씨걱그리며 대 문을 연다. 이판 새판이었다. 은식이도 ㄸ아이러나 웅크리고 앉으며 어찌될건가 처분만 기다렸다. 곁눈으로 흘깃살피니 키가 커다랗고 감대는 사납지 않으나 암기좀 있 어보이는 놈이 책상다리에 언내를 안고 웃묵에 앉었다. "떠나지들-" 마샛군은 이러나서언내를 계집에 맡기드니 은식이를 향하야 손을빈다. "여보기유 이러나서 이짐좀 지워주게유" 은식이는 허란대로 안할수 없었다. 번시는 자기가 질짐이었으되 부축하야 지 워주었다. 솥, 맺돌, 함지박, 봇다리들을 한태 묶은 것이니 조히 무거웠다. 허나 남편은 힘들기커녕 홀가분한 모양, 싱글거리며 덜렁덜렁 밖으로 나슨다. 계집도 언내를 퍼대기에 들싸업곤 ㄸ아 나섰다. 은식이는 꿈을 보는듯이 얼이빠졌다. 그 들의 하는냥을 볼라고 설설 뒤묻었다. 아츰공기는 더욱 쑤셨다. 바람은 지면의 눈을 품어다간 얼굴에 뿜고뿜고 하였 다. 산모룽이를 꼽드러 언덕길을 나릴ㄹ제 남편은 은식이를 돌아보며 "왜섯수? 가치 갑시다유" 동행하길 곤하였다. 그는 아무대답없이 우두머니 섯을뿐. 그러자 산모룽이 옆 길에서 은식이 안해가 달겨들었다. 기가 넘어 입은 버렸으나 발이 안나왔다. 헐 덕거리며 얼굴이 새빨개지드니 "왜 남의솥을 빼가는게야?" 하고 게집에게로 달라붙는다. 동리 사람들은 전눈을 두부비며 구경을 나왔다. 멀직이 떵어저서 서로들 붙고 떨어지고 수군숙덕. "아니야 아니야" 은식이는 안해를 뜯어말리며 볼이 확근거렸다. 그래도 발악을 마지않는다. 악 담을 퍼붓는다. 그러지마는 들뼝이내와는 귀가 먹었는지 하나는 짐을 하나는 아 이를 들러업은채 언덕을 늠늠히 나려가며 돌아보도 않었다. 안해를 분에 복바치어 눈우에 털뻑 주저앉으며 울음을 놓았다. 은식이는 구경군 쪽으로 시선을 흘깃거리며 입맛만 다실따름. 종국에는 안해를 잡아 이르키며 울 상이 되었다. "아이야 우리솥이 아니라닌깐 그러네" 두포전 1. 난데없는 업둥이 옛날 저 강원도에 있었던 일입니다. 강원도라 하면 산 많고 물이 깨끗한 산골입니다. 말하자면 험하고 끔찍끔찍한 산들이 줄레줄레 어깨를 맞대고 그 사이로 맑은 샘은 곳곳이 흘러 있어 매우 아 름다운 경치를 가진 산골입니다. 장수꼴이라는 조그마한 동리에 늙은 두 양주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마음이 정직하여 남의 물건을 탐내는 법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개 새 끼 한번 때려보지 않었드니만치 그렇게 마음이 착하였습니다. 그러나 웨 일인지 늘 가난합니다. 그건 그렇다 하고 그들 사이의 자식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오작이나 좋겠습니까. 참말이지 그들에게는 가난한것 보다도 자 식을 못가진 이것이 다만 하나의 큰 슬픔이었습니다. 그러자 하루는 마나님이 신기한 꿈을 꾸었습니다. 자기가 누어 있는 그 옆자 리에서 곧 커다란 청용 한마리가 온몸에 용을 쓰며 올라가는 꿈이었습니다. 눈 을 무섭게 부라리고는 천정을 뚫고 올라가는 그 모양이 참으로 징글징글 하여보 입니다. 거진거진 다 빠져나가다 때마침 고 밑에 놓였던 벌겋게 핀 화롯불로 말 미암아 애를 씁니다. 인젠 꽁지만 빠져나가면 고만일텐데 불이 뜨거워 그걸 못 합니다. 나종에는 이응, 하고 야릇한 소리를 내지르며 다시 한번 꽁지에 모지름 을 쓸 때 정신이 고만 아찔하여 그대로 깼습니다. 별 꿈도 다 많습니다. 청용은 무엇이며 또 이글이글 끓는 그 화로는 무슨 의 밀가요. 그건 그렇다 치고 다빠져나간 몸에 하필 꽁지만이 걸리어 애를 키는건 무엇일는지- 마나님은 하도 괴상히 생각하고 그 이야기를 영감님에게 하였습니다. 이걸 듣고는 영감님마자 눈을 둥그렇게 떴습니다. 그리고 얼마 있더니 손으로 무릎을 탁 치며 "허 불싸! 좋긴 좋구먼서두-" 하고 입맛을 다십니다. 그 눈치가 매우 실망한 모양입니다. "그게 바루 태몽이 아닌가?" "태몽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유?" 하고 마나님이 되짚어 물으니까 "아들 날 꿈이란 말이지-" "아들을 낳다니? 낼 모레 죽을것들이 무슨 아들인구!" "허 그러게 말이야 - 누가 좀 더 일찌기 꾸지 말랐든가!" 하고 영감님은 슬픈 낯으로 한숨을 휘 돌립니다. 이럴지음에 싸리문께서 꽹가리 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마나님은 좁쌀 한쪽박을 퍼 들고 나오며 또한 희한한 생각이 듭니다. 여지껏 이렇게 간구한 오막살이를 바라고 동냥하러 온 중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이게 웬일입니까. 다 쓸어진 싸리문 앞에 서서 중이 꽹가리를 두드릴 수 있으니 별일도 다 많습니다. 마나님은 좁쌀을 그 바랑에 쏟아주며 "입쌀이 있었으면 갖다 드리겠는데 우리 두 장 이 좁쌀만 먹어요." 하고 저윽이 미안쩍어합니다. 모처럼 멀리 찾아온 손님을 좁쌀로 대접하여서는 안 될 말입니다. 동냥을 주고도 그 자리에 그냥 우두머니 서서 마음이 썩 편치 않습니다. 그래서 논밭길로 휘돌아 내려가는 중의 뒷모양을 이윽히 바라보고 서 있습니다. 하기는 중도 별 중을 다 봅니다. 좁쌀이건 쌀이건 남이 동냥을 주면 고맙다는 인사가 있어야 할게 아닙니까. 두발이 허옇게 센 낏끗한 노승으로써 남의 물건 을 묵묵히 받아가다니 그건 좀 섭섭한 일이라 안할수 없습니다. 그러나 더욱 이상한 것은 그 담 날 똑 고맘 때 중하내 또 왔습니다. 이번에는 마나님이 좁쌀 한쪽박을 퍼들고 나가보니 바로 어제 왔던 그 노승이 아니겠습니 까. 그리고 어제와 한가지로 묵묵히 동냥을 받아가지고는 그대로 돌아서고마는 것입니다. 어쩌면 사람이 이렇게도 무뚝뚝할수가 있습니까. 고마운것은 집어치고 부드럽 게 인사 한마디만 있어도 좋겠습니다. 허나 마나님은 눈쌀 하나 찌프리는 법 없 이 도리어 예까지 멀리 찾아온것만 기쁜 일이라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다 셋째번 날에는 짜장 놀라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똑 고맘 때 바로고 중 이 또 차자오지 않았겠습니까. 마나님은 동냥을 군말 없이 퍼다주며 얼떨떨한 눈으로 그 얼굴을 뻔히 쳐다보았습니다. 그제서야 그 무겁던 중의 입이 비로소 열립니다. "마나님! 내 관상을 좀 할줄 아는데 좀 봐드릴가요?" 하고 무심코 마나님을 멀뚱히 바라봅니다. 마나님은 너무도 반가워서 주름 잡힌 얼굴을 싱긋벙긋하며 "네! 어디 은제 죽겠나 좀 봐주슈." "아닙니다. 돌아가실 날짜를 말씀해 드리는것이 아니라 앞으로 장차 찾아올 운 복을 말씀해 드리겠습니다." "인제는 거반 다 살고난 늙은이가 무슨 복이 또 남았겠어요?" 여기에는 아무 대답도 하려하지 않고 노승은 고 옆 괴때기 위에 가 덜썩 주저 않습니다. 그리고 허리띠에 찬 엽낭을 뒤적대더니 강한 돗베기와 조그만 책 한 권을 꺼내듭니다. 돗베기 밑으로 그 책을 바짝 드려대고 하는말이 "마나님! 당신은 참으로 착하신 어른입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전생에 지은 죄 가 있어 지금 이 고생을 하는것입니다." 하고 중은 한 손으로 허연 수염을 쓰다듬어 내리더니 "그러나 인제는 그 전죄를 다 고생으로 때셨습니다. 인제 앞으로는 복이 돌아 옵니다. 우선 애기를 가시지게 될것입니다." "아니 이대도록 호호 늙은이가 무슨 애를 가진단 말심이유?" 하고 망칙스럽단듯이 눈을 감작깜작하다가 그래도 마음에 솔깃한것이 있어 "그래 우리같은 늙은이에게도 삼신께서 애를 즘지해주슈?" "그런것이 아니라 현재 마나님에게 아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다만 마나님 눈에 보이지만 않을 뿐입니다." "네, 애가 지금 있어요?" 하고 마나님은 눈을 횅댕그러히 굴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노승의 하는 말이 그게 온 무슨 소린지 도시 영문이 모릅니다. "그럼 어째서 내 눈에는 보이지를 않습니까?" "네 차차 보십니다. 인제 내 보여드리지요." 노승은 이렇게 말을 하더니 등 뒤에 졌던 바랑을 끄릅니다. 그걸 무릎앞에 놓 고 뒤적거리다 고대 좁쌀을 쏟아넣던 그 속에서 자그마한 보따리 하나를 끄냅니 다. 그리고 다시 그 보따리를 끄를 때 주인 마나님은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집집으로 돌며 동냥을 얻어 넣고서 다니던 그 보따립니다. 그 속에서 천만 뜻 밖에도 먈간 눈을 가진 애기가 나옵니다. 인제 낳은지 삼칠일이나 될는지 말는 지 한 그렇게 나긋나긋한 귀동잡니다. "마나님! 이 애가 바루 당신의 아들입니다." "네?" 하고 마나님은 얻어맞은 사람같이 얼떨떨하였습니다. 그러나 애기를 보니 우선 반갑습니다. 두 손을 내밀어 자기 품으로 덥썩 잡아채가며 "정말 나 주슈?" 하고 눈에 눈물이 글성글성 했습니다. "아니요, 드리는것이 아니라 바루 당신의 아들입니다. 그러나 혹시 요담에 와 다시 찾아갈 날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노승은 이렇게 몇마디 남기고는 휘적휘적 산모롱이로 사라집니다. 물론 이쪽 에서 이것저것 캐물어도 아무 대답도 하야주는 법이 없었습니다. 2. 행복된 가정 마나님은 애기를 품에 안고서 허둥지둥 뛰어들어갑니다. "여보! 영감!" 하고는 숨이 차 한참을 진정하다가 그 자초지종을 저저히 설명합니다. 그리고 분명히 들었는데 노승의 말이 "이 애가 정말 내 아들이랍니다." "뭐? 우리 아들이야?" 하고 영감님 역 좋은지만지 눈을 커다랗게 뜨고는 싸리문 밖으로 뛰어나옵니다. 아무리 생각하여도 심상치는 않은 중입니다. 직접 만나보고 치사의 말을 깎듯이 하여야 될겝니다. 그러나 동리를 삿삿치 뒤져보아도 노승의 그림자는 가뭇도 없었습니다. 다시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와서는 "아 아 그렇게 자꾸만 만지지 말아." 하고는 다시 한번 애기를 품에 안아보았읍니다. 과연 귀엽고도 깨끗한 애깁니다. 어쩌면 이렇게 살결이 희고 눈매가 맑습니까. 혹시 이것이 꿈이나 아닐지 모릅 니다. 영감님은 손으로 눈을 비비고나서 다시 드려다 보았습니다마는 이것이 결코 꿈은 아닐듯 싶습니다. 그러면 그 노승은 무엇일가. 또는 어째서 자기네에게 이 애기를 맡기고 간 것일가. 아무리 궁리하여보아도 그 속은 참으로 알수가 없습 니다. 그러나 하여튼 애기를 얻은것만 기쁠뿐입니다. 그들은 애기를 가운데 놓고 앉 아서 해가 가는줄도 모릅니다. 이렇게 하여 얻은것이 즉 두포입니다. 그들은 날마다 애기를 키우는걸로 그날 그날의 소일을 삼았습니다. 애기에게 젖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나이가 이미 늙어서 마나님은 아무리 젖을 짜보아도 나오지를 않습니다. 하릴없이 조를 끓이어 암죽으로 먹일때마다 가엾 은 생각이 안날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때때로 영감님이 애기를 안고서 동리로 나갑니다. 왜나면 애기있는 집으로 돌아다니며 그젖을 조금씩 얻어먹이고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제구가 없어 젖구걸을 다니건만 애기는 잘두 자랍니다. 주접한번 끼는 법 없이 돋아나는 풀싹처럼 무럭무럭 잘두 자랍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이상한 애기도 다 있습니다. 열살이 엄어서자 그 힘이 어른 한사람을 넉넉히 당합니다. 뿐만 아니라 얼굴 생김이 늠늠한 맹호 같아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머리를 숙이게 하는 것입니다. 겸하여 늙은 부모에게 대한 그 효성에도 놀랍지 않을수가 없었습니다. 동리 어른들은 그 애를 다들 좋아하였습니다. 그리고 자기네끼리 모이면 "저 두포가 보통 아이는 아니야!" 하고 은근히 수군거리고 하였습니다. 늙은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를 극진히 사랑하였습니다. 그리고 나날이 달라가 는 그 행동을 유심히 밝히어보고 있었습니다. "필연 이 애가 보통 사람은 아닌거야." "남들두 이상히 여기는 눈칩니다." 이렇게 늙은 두 양주는 두포의 장래를 매우 흥미있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3.놀라운 재복 두포는 무럭무럭 잘두 자랍니다. 물론 병 한번 앓는 법 없이 낄긋하게 자라갑 니다. 늙은 아버지와 어머니는 너무도 기뻐서 어쩔쭐을 모릅니다. 나날이 달라가는 두포를 보는것은 진품 그들의 큰 행복이었습니다. 아들을 아침에 산으로 내보내 면 저녁나절에는 싸리문 밖에가 두 양주가 서서, 아들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것 이 하루 하루의 그들의 일이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두포가 들어오자 집안이 차차 늘지를 않겠습니까. 산 및에 놓였 던 그 오막살이 초가집은 어디로 갔는지, 인제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 리고 그 자리에가 고래등같은 커다란 기와집이 넓지기 놓여있습니다. 동리에서 만 제일갈뿐 아니라, 이 세상에서 으뜸이리라고. 다들 우러러보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하여 이토록 부자가 되었는지, 그걸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 습니다. 그래, 어떤이는 사람들이 워낙이 착하여 하느님이 도와주신거라고 생각 하였습니다. 혹은 두포의 재주가 좋아 그런거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재주? 무슨 재주가 좋아, 빌어먹을 여석의 거! 도적질이지." 이렇게 뒤로 애매한 소리를 하며 돌아다니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두포를 원수같이 미워하는 요 건너 사는 칠태입니다. 칠태라는 사람은 동네에서 꼽아주는 장사로, 무섭기가 맹호같은 청년입니다. 그런데 마음이 번디 불량하여 남의 물건을 들어다놓고 제것같이 먹고 지내는 도 적입니다. 이렇게 엄청난 짓을 하여도 동리에서는 아무도 그를 나무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왜냐면 그는 너무도 힘이 세이므로 괜스리 잘못 덤볐다간 이쪽이 그손에 맞아죽을지 모릅니다. 그리하여 칠태는 제 힘을 자시하고, 한번은 두포의 집 뒷감을 넘었습니다. 이 집 뒷광에 있는 쌀과 돈, 갖은 보물이 탐이 납니다. 그러나, 열고 들어가 후무려내면 고만입니다. 누구 하나 말릴 사람은 없으리라 고, 마음놓고 광문의 자물쇠를 비틀어봅니다. 이때 이것이 웬 일입니까 "이놈아!" 하고 벽력처럼 무서운 소리가 나자, 등어리에가 철퇴가 떨어지는지 몹시도 아파 옵니다. 정신이 아찔하여 앞으로 쓸어지려 할때, 이번에는 그 육중한 몸둥아리가 공중으로 치올려뜨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다시 떨어졌을 때에는 거지반 얼이 다 빠지고 말았습니다. 허지만 힘꼴이나 쓴다는 장사가 요까진것쯤에 맥을 못 추려서 말이됩니까. 기 를 바짝 쓰고서 눈을 떠보니 별일도 다 많습니다. 칠태의 그 무거운 몸둥아리가 두포의 두팔에가 어린애같이 안겨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집안에서 시작된 일 이 어떻게 되어 여기가 대문밖입니까. 이건 참으로 알수 없는 귀신의 노름입니 다. 그러자, 두포는 칠태의 몸둥아리를 번쩍 처들어 무슨, 헌겁 헌겁때기와 같이 풀밭으로 내던졌습니다. 그리고 그는 두 손을 바짓자락에 쓱 문대며 "이놈! 다시 그래봐라. 이번엔 허릴 끊어놀테니." 하고는 집으로 들어가버립니다. 그 태도가 마치 칠태같은 것쯤은 골백다섯이 와 도 다―우습다냥 싶습니다. 이걸 가만히 바라보니, 기가 막히지 않을수 없습니다. 제깐에는 장사라고 뽑내 고 다녔더니, 인제 겨우 열댓밖에 안 된 아이놈에게 이 욕을 당해야 옳습니까. 그건 그렇다 하고, 대관절 어떡해서 공중을 날아 대문 밖으로 나왔겠습니까. 아무리 생각하여도 두포의 재주에는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습니다. 광문 앞에서 필연, 두포가 칠태의 몸을 번쩍 들어 공중으로 팽개친것이 분명합니다. 그래놓고 는 그 몸이 대문 밖 밭고랑에가 떨어어지기 전에 날쌔게 뛰어 나가서 두손으로 받은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지만 않았다면 칠태는 땅바닥에 그대로 떨어져서 전병같이 되고 말았을겁니다. 이건 도저히 사람의 일 같지가 않았습니다. 칠태는 도깨비에 씨인듯이 등줄기에가 소름이 쭉 내끼쳤습니다. 그리고 속으 로 썩 무서운 결심을 품었습니다. "흐응! 네가 힘만으로는 안 될라! 어디보자." 이렇게 생각하고, 칠태는 도끼를 꽁문이에 차고서 매일같이 산으로 돌아다녔 습니다. 왜냐면 두포가 아핌에 산으로 올라가면, 하루 온종일 두포의 그림자를 보는 사람이 없습니다. 겨우 저녁때 자기 집으로 들어가는 뒷모양밖에는 더 보 지 못합니다. "그러면 두포는 매일 어디가 해를 지우나?" 이것이 온 동리 사람의 의심스러운 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칠태는 제대로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제놈이 허긴 뭘해. 아마 산속 깊이 도적의 소굴이 있어서 매일 거기가 하루 하루를 지내고 오는 것이리라고. 그러니까 산으로 돌아다니면 은제든가 네놈을 만날것이다. 만나기만 하면 대뜸 달겨들어 해골을 두쪽으로 내겠다고 결심했던 것입니다. 칠태는 보름동안이나 낮 밤을 무릅쓰고 산을 뒤졌습니다. 산이란 산은 ㅅㅅ이 통 뒤져본 폭입니다. 그러나 이게 웬일입니까. 두포는 발자국조차 찾아 볼 길이 없습니다. 4. 칠태의 복수 그러자 하루는 해가 서산을 넘을 석양이었습니다. 칠태가 하루 온종일 산을 헤매다가, 기운없이 내려오려니까. 저 맞은쪽 산골짜 기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힐끗합니다. 그는 부지중 몸을 뒤로 걷으며 가만히 노 려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너무도 기뻐서는 몸이 부들부들 떨리었습니다. 이날까지 그렇게도 눈을 까 뒤집고 찾아다니던 두포, 두포. 흐응! 네가 바로 두포로구나 이놈 어디 내도끼를 한번 받아보아라. 칠태는 숲속으로 몸을 숨기어 두포의 뒤를 밟았습니다. 그러나 두포에게로 차 차 가차이 올쑤록 눈을 크게 뜨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왜냐면, 두포의 양 어깨 위에는, 커다란 호랑이 두마리가 얹혀있지를 않겠습니까. 이걸보면 필연 두포가 주멱으로 때려잡아가지고 내려오는 것이 분명합니다. 칠태는 다라가던 다리가 멈칫하여 장승같이 서있습니다. 아무리 도끼를 가졌 대도 두포에게 잘못 덤비었단 제 목숨이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이럴가, 저럴가, 망서리고 섰을때, 때마침 두포가 어느 바위에 걸터앉아서 신의 들매를 고칩니다. 꾸부리고 있는 그 뒷모양을 보고는 칠태는 다시 용기를 내었습니다. 이깐놈의 거, 뒤로 살살 기어가서 도끼로 내려만 찍으면 고만이다. 이렇게 결심은을 먹고 산 잔등이에 엎드려 소리없이 기어올라갑니다. 등 뒤에서 칠태의 머리가 살몃이 올라올때에도 두포는 그걸 모릅니다. 다만 허리를 구부리고 신들매만 열심히 고치고 있었습니다. 칠태는, 허리를 펴며 꽁무니에서 도끼를 꺼냈습니다. 그리고 때는 이때라고 온 몸에 용을 써가지고 두포의 목덜미를 내려찍었습니다. 워낙이 정성을 드려 내려찍은 도끼라, 칠태 저도 어떻게 된 영문을 모릅니다. 확실히 두포의 몸이 도낏날에 두쪽이 난걸 이 눈으로 보았는데, 다시 살펴보니, 두포의 몸은 간속이 없습니다. 다만 바위에가 도낏날 부딛는 딱소리와 함께 불 이 번쩍나고 말았을 그뿐입니다. 그리고 불똥이 튀는 바람에 칠태의 왼눈 한짝 은 이내 멀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참으로 이상두 스러운 일입니다. 사람의 몸이 어떻게 바위로 변하는 수가 있습니까. 칠태는 두포에게 속은것이 몹씨도 분하였습니다. 허나 어째 볼수 없는 일이라, 아픈 눈을 손등으로 비비며 터덜터덜 산을 내려옵니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하여보니, 두포가 보통 사람이 아닌것을 인제 깨닫게 됩니 다. 우선 두포의 늙은 부모를 보아도 알것입니다. 그들은 벌써 죽을때가 지난 사 람들입니다. 그렇건만 두포가 가끔 산에서 뜯어오는 약풀을 먹고는, 늘 싱싱하게 있는것이 아닙니까. 이것말고라도 동리 사람 중에서도 금새 죽으려고 깔딱깔딱 하던 사람이 두포에게 그 풀을 얻어먹고 살아난 사람이 한둘이 아닙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두포에게는 엄청난 술법이 있음을 알것입니다. 칠태는 여기에서 다시 생각을 하였습니다. 제 아무리 두포를 죽이려고 따라다 닌대도, 결국은 제몸만 손해입니다. 이번에는 달리 묘한 꾀를 쓰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 칠태는 동리로 내려와 전보다도 몇갑절 더 크게 도적질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뒤로 돌아다니며 하는 소리가 "그 두포란 놈이 누군가 했더니, 알고 보니까 큰 도적단의 괴수더구면." 하고 여러가지로 거짓말을 꾸미었습니다. 동리 사람들은 처음에는 반신반의하여 귓등으로 넘겼습니다. 마는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고. 나종에는 솔깃히 듣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동리에서는 여기저기서, "아, 그 두포가 큰 도적이래지?" "그럴거야, 그치 않으면 그 고래등같은 큰 기와집이 어서 생기나? 그리고 아침 에 나가면, 그림자도 볼수 없지 않어?" "그래, 두포가 확실히 도적놈이야. 요즘 동리에서 매일같이 도적을 맞는걸 보 더라도 알쪼지 뭐!" 하고는 두포에게 대한 험구덕이 대구 쏟아집니다. 그리하여 모든 사람이 모이어 회의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두포네를 이 동리에 서 내쫓거나, 그렇지 않으면 죽여 없새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우선 두포를 향하여 동리에서 멀리 나가달라고 명령하였습니다. 그때 두포의 대답이, "아무 죄두 없는 사람을 내쫓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하고는 빙긋이 웃을뿐입니다. 그리고는 며칠이 지나도 나가주지를 않습니다. 동리 사람은 그러면 인젠 하릴없으니, 우선 두포부터 잡아다 죽이자고 의론이 돌았습니다. 그래, 어느날 아침, 일찌기 장정 한 삼십명이 모이어 두포의 집으로 몰려갔습 니다. 5. 두포를 잡으려다가 아직 해도 퍼지지 않은 이른 아침입니다. 동리 사람들은 두포네집 대문깐에 몰려들었습니다. 그들 중의 가장 힘센 몇 사람은 굵은 밧줄을 메고, 또 더러는 육모망맹이까지 메고 왔습니다. 두포가 순순히 잡히면 모르거니와 만일에 거역하는 나달에는 함부로 두들겨 죽 일 작정입니다. 우선 그들은 대문 밖에 서서, "두포 나오너라, 잠ㅈ고 묶여야지, 그렇지 않으면 느 부모에게까지 해가 돌아 가리라." 하고 커다랗게 호령하였습니다. 두포는 손 등으로 눈을 비비며 나옵니다. 그런데 웬 영문인지 몰라 떨떠름이 그들을 바라봅니다. 그 때 동리 사람 삼십명은 한꺼번에 와짝 달겨들어 두포를 사로잡았습니다. 어떤 사람은 팔을 뒤로 꺾고, 또 어떤 사람은 목아지를 밧줄로 얽어 다립니다. 이렇게 두포를 얽었을 때, 두포는 조금도 놀라는 기색이 없습니다. 그냥 묶는 대로 맡겨두고, 뻔히 바라보고있을 따름입니다. 그들은 뜻밖에도 두포를 쉽사리 잡은것이 신이 납니다. 인제는 저 산 속으로 끌어다 죽이기만 고만입니다. 제 아무리 장비 같은 재주라도 이판에서 빠져나지 는 못할것이다. 그들은 마치 개를 끌어다리듯이 두포를 함부로 끌어다렸습니다. 이 때 묵묵히 섰던 두포가 두 어깨에 힘을 주니, 몸을 몇고팽이로 칭칭 얽었 던 굵은 밧줄이 툭툭 나갑니다. 그모양이 마치 무슨 실나부랭이 끊는듯이 어렵 지 않게 벗어납니다. 동리 사람들은 이걸 보고서 눈들을 커닿게 떴습니다. 어찌나 놀랐는지 이마에 땀까지 난 사람도 있었습니다. 대체 이 놈이 사람인가, 귀신인가, 아무리 뜯어보 아야 입, 코에 눈 두짝 갖기는 매일반이렸만 이게 대체 어떻게 된 놈인가. 이렇게들 얼이 빠져서 멀거니 서있을 때, 두포가 두팔을 쩍 버리고 몰아냅니 다. 하니가 자빠지는 놈에, 어퍼지는 놈, 혹은 달아나는 놈, 그 꼴들이 가관입니 다. 그들은 이렇게 두포에게 가서 욕만 당하고 왔습니다. 다시 생각하면 이것은 동리의 수치입니다. 인제 불과 열다섯밖에 안 된 아이 놈에게 동리 어른이 욕을 본것입니다. 이거야 될 말이냐고, 그들은 다시 모여서 새 계획을 쓰기로 하였습니다. 이 새 계획이라는건, 두포는 영영 잡을수 없다. 하니가 이번에는 그 집에다 불을 질러 세 식구를 태워버리자는 음모이었습니다. 하루는 밤이 깊어서입니다. 그들은 제각기 지게에 나무 한짐씩을 지고 나섰습니다. 이 나무는 두포의 집 을 에워싸고 그 위에 불을 지를것입니다. 그러면 이 불이 두포의 집으로 차츰차 츰 번져들어가, 나중에는 두포네 세 식구를 씨도없이 태울것입니다. 그래 그들은 소리없이 자꾸만 자꾸만 나무를 져다 쌉니다. 얼마를 그런뒤, 이 제는 너희들이 빠져 나올래도 빠져 나올 도리가 없을 것이다, 하고 생각하는데 사방에서 일제히 불을 질렀습니다. 워낙이 잘 마른 나무라 불이 닿기가 무섭게 활활 타오릅니다. 나종에는 화광 이 충천하여 온 동네가 불이 된것 같습니다. 그들은 먼찍암치 서서 두포의 집으로 불이 번져들기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인젠 별수없이 다 타 죽었네." "그렇지, 제 아무리 뾰죽한 재주라도 이 불 속에서 살아날수는 없을 것일세." "그렇지. 제 놈이 기운이나 셌지, 무슨 술법이 있겠나." 이렇게들 서로 비웃는 소리로 주고 받고 하였습니다. 그런 동안에 불길은 점 점 내려쏠리며 집을 향하여 먹어들어갑니다. 인제 한식경 좀 있으면 불길은 완 전히 처마끝을 핥고들겝니다. 그들은 아기자기한 재미를 가지고 구경하고 서있습니다. 그러나 불길이 두포 네 집 처마 ㄱ을 막 핥고들 때, 이게 도 웬 놈의 조ㅎ니까. 달이 밝던 하늘에가 일진 광풍이 일며, 콩알 같은 빗발울이 무데기로 쏟아집니다. 그런지 얼마 못가 서 두포의 집으로 가번 다 타들어왔던 불길이 차차 꺼지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하도 놀라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습니다. 서로 눈들만 맞혀보며, 하 나도 입을 버리는 사람이 없습니다. 마른 하늘에 벼락이 있다더니, 이게 바루 그 게 아닌가. 그들은 은근히 겁을 집어먹고 떨고 서있습니다. "이건 필시 하늘이 낸 사람이지 보통 사람은 아닌걸세." "그래 그래. 이게 반드시 하늘의조화지, 사람의 힘으로야 될수 있나." 이렇게들 쑤근쑥덕하고 의론이 벌어졌습니다. 그들은 지금 천벌이나 입지 않 을가 하고 애가 조립니다. 착하고 깨끗한 두포를 죽이러들었으니 어찌 그 벌을 받지 않겠습니까. "그것 봐, 애매한 사람을 죽이려드니까 마른 하늘에 생벼락이 안 내릴가." 하고, 한 사람이 눈살을 찌푸릴 때, 고 옆에 서있던 칠태가 펄꺽 뜁니다. "천벌이 무슨 천벌이야. 도적놈을 잡아내는데 천벌일까?." 하고 괜스리 골을 냅니다. 그러나 칠태는 제 아무리 골을 내도 인제는 딴 도리가 없습니다. 동리 사람들 은 하나 둘 사납으로 없어지고, 비는 쭉쭉 내립니다. 6. 이상한 노승 칠태는 두포 때문에 눈 한짝 먼것이 , 생각하면 할수록 분합니다. 몸이 열파에 날지라도, 이 원수야 어찌 갚지 않겠습니까. 마음대로만 된다면 당장 달겨들어 두포의 머리라도 깨물어먹고싶은 이 판입니다. 칠태는 매일과 같이 두포의 뒤를 밟았습니다. 언제든지 좋은 기회만 있으면 해치려는 계획입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중도에서 두포를 잃고 잃고 하였습니다. 어느 때에는 두 포의 걸음을 못 따라 놓치기도 하고, 또 어느 때에는 두 눈을 똑바로 뜨고도 목 전에 두포가 어디로 갔는지 정신없이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여 칠태는 근 한달 동안이나 허송세월로 보냈습니다. 그러자 하루는, 묘하게도 산 속에서 두포를 만났습니다. 이 날은 별로 히두포 를 찾을 생각도 없었습니다. 다만 나무를 할 생각으로 지게를 지고 산속으로 들 어간 것입니다. 그러나 몸이 피곤하여 어느 나무뿌리에 쭈구리고 앉아서 졸고 있을 때입니다. 칠태가 앉아있는 곳에서 한 이십여간 떨어져, 커다란 바위가 누워있습니다. 험 상스리 생긴 집채 같은 바윈데 그 복판에가 잣나무 한주가 박혔습니다. 그런데 잠결에 러렴푸시 보자니가, 그 바위가 움즉움즉 놀지를 않겠습니까. 에? 이게 웬 일인가, 이렇게 큰 바위가 설마 놀리는 없을텐데- 칠태는 졸린 눈을 손으로 비비고, 다시 한번 똑똑히 보았습니다. 아무리 몇번 고쳐보아도 분명히 바위는 놉니다. 그제서야 칠태는 심상치 않은 일임을 알고 숲 속으로 몸을 숨기었습니다. 그 리고 눈을 똑바로 뜨고는 그 바위를 노려보고 있습니다. 조금 있더니, 집채같은 그 바위가 한복판이 툭 터지며 그와 동시에 새하얀 용마를 탄 장수 하나가 나옵 니다. 장수는 사방을 둘레둘레 훑어보다니 공중을 향하여 쏜살 같이 없어졌습니 다. 이 때, 칠태가 놀랜것은 그 장수의 양 겨드랑에 달린 날개쪽지였습니다. 눈이 부시게 번쩍번쩍하는 날개를 쭉 펴자, 용마와 함께 날아간 장수, 그리고 더 욱 놀란것은 그 장수의 얼굴이 두포의 얼굴과 어쩌면 그렇게도 똑같은지 모릅니 다. 혹은 이것이 정말 두포나 아닐가, 또는 제가 잠결에 잘 못 보지나 않았는가, 하고 두루두루 의심하여 봅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지켜만 보면 다 알 것입니다. 오늘 하루해를 여기ㅓ 다 지우더라도 확실히 알고 가리라고 눈을 까뒤집고는 지 키고 앉았습니다. 이렇게 하여 대낮부터 앉았는 칠태는 해가 서산에 질려는 것도 모릅니다. 그 러다 장수와 용마가 다시 나타났을 때에는 칠태는 정신없이 그 관상을 뜯어봅니 다. 그러나 아무리 뜯어보아도 그것은 분명히 두포의 얼굴입니다. 장수는 그 먼젓번 나오던 바위로 용마를 탄채 들어갑니다. 그러니까 쭉 갈라 졌던 바위가 다시 여며져 먼젓번 놓였던대로 고대로 놓입니다. 그리고 조금 있 더니 그 바위 저 쪽에서 정말 두포가 걸어나옵니다. 그리고 그 뒤에 노인 한분 이 지팡이를 껄며 따라나옵니다. 그 모습이 십오년 전 바랑에서 두포를 꺼내던 바로 그 노승의 모습입니다. 노인은 두포를 껄고서 고 아래 시새 밭으로 내려오더니, 둘이 서서 무어라고 이야기가 발어집니다. 노인은 지팡이로 땅을 그어 무엇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두 포의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무어라고 중얼거리기도 합니다. 그럴때마다 두포는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공손히 듣습니다. 칠태는 열심으로 그들의 얘기를 엿듣고져 애를 썼습니다. 그러나 너무 사이가 떠, 한마디도 제대로 들을수가 없습니다. 저 노인은 무언데, 저렇게 두포를 사랑 하는가, 아무리 궁리하여보아도 알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자 두포가 노인 앞에 엎드리어 절을 하고나니, 노인은 그 자리에서 간 곳 이 없습니다. 그제서야 두포는 산 아래를 향하여 내려오기 시작합니다. 칠태는 두포의 뒤를 멀찌기 따라오며 이 궁리 저 궁리 하여봅니다. 또 쫓아가 도끼로 찍어볼까, 그러다 만약에 저번처럼 눈 한짝이 마자 먼다면 어찌할겐가. 그러나 사내 자식이 그걸 무서워 해서야 될 말이냐. 칠태는 또 도끼를 뽑아들고는 살금살금 쫓아갑니다. 어느 으슥한 곳으로 따라 가 싹도 없이 찍어 죽일 작정입니다. 두포와 칠태의 사이는 차차 접근하여 옵니다. 결국에는 너덧 걸음 밖에 안 될 만치 칠태는 바짝 붙었습니다. 이만하면 도끼를 들어 찍어도 실패는 없을 것입 니다. 두포가 굵은 소나무를 휘돌아들 때, 칠태는 도기를 번쩍 들기가 무섭게 "이 놈아! 내 도끼를 받아라." 하고 기운이 있는대로 머리께를 내려찍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칠태는 어그머니, 소리와 함께 땅바닥에 가 나둥그러지고 말았습니다. 왜냐면, 도기를 내려찍고보니 두포는 금새 간 곳이 없습니다. 그리고 도끼는 허공을 힘차게 내려와 칠태의 정강이를 퍽 찍고 말았던것입니다. 다리에서는 시 뻘건 선혈이 샘 같이 콸콸쏟아집니다. 그리하여 칠태는 그 다리를 두손으로 부둥켜 안고는 "사람 살리우―" 하고, 산이 쩡쩡 울리도록 소리를 드리질렀습니다. 그러나 워낙이 깊은 산속이라 아무도 찾아와주지를 않았습니다. 7. 이상한 지팽이 아무리 사람 살리라는 소리를 쳐도 그 소리를 이 산골자기 저 산봉오리 받아 울릴뿐, 대답하고 나오는 사람은 없습니다. 정말 칠태는 큰일 났습니다. 해는 저물어 점점 어두어지고, 도끼에 찍힌 상처 에서는 쉴새없이 피가 흐릅니다. 저절로 눈물이 펑펑 쏟아지도록 아픕니다. 하지 만 칠태는 아픈 생각보다는 이러다가 고만 두포 이놈의 원수도 갚지도 못하고 어찌되지 않을가 하여 눈물이 났습니다. 그나 그뿐이겠습니까. 벌써 사방은 컴컴하고 거츠른 바람이 첩첩한 수목을 쏴 아 쏴아. 그리고 이따금씩 어흐흥어흐흥 하고 산이 울리는 무서운 짐승 우는 소 리가 들립니다. 아마 호랑이인듯 싶습니다. 그 소리는 칠태가 있는 곳으로 점점 가까이 옵니다. 바루 호랑이입니다. 엄청나게 큰 대호가 소나무 숲사이에서 눈을 번쩍번쩍 칠태를 노리고 가가옵니다. 꼼작 못하고 칠태는 이 깊은 산속에서 아무도 모르게 호랑이 밥이되고 말가봅 니다. 걸음을 옮기자니 발하나 움직일수 없고 팔하나 들수없는 칠태입니다. 아무 리 기운이 장하다기로 이 지경으로 어떻게 호랑이같은 사나운 맹수를 당해낼수 있겠습니까. 그래도 칠태는 사람을 불러 구원을 청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 살류. 사람 살류." 그리고 "아무도 사람 없수." 그러자 어디선지 "칠태야." 하고, 자기를 부르는 소리가 났습니다. 두포의 음성입니다. 그러나 이상한 일도 많습니다. 부르는 소리만 나고 두포도 아무도 모양을 볼수는 없습니다. 두리번 두리번 사방을 돌아보는 칠태눈에 이것은 또 무슨 변입니까. 금방 호 랑이가 이던 자리에 호랑이는 간데가 없고 뜻하지 않은 백발 노승이 긴 지팽이 에 몸을 실리고 섰습니다. 칠태는 그 노승에게 무수히 절을 하며 이런 말로 빌었습니다. "산에 나무를 하러 왔다가 못된 도적을 만나 이모양이 되었습니다. 제발 저를 이 아래 마을까지만 갈수 있게 해 주십시오." 그러나 노승은 잠잠히 듣고만 섰습니다. 그러더니 문득 입을 열어 "무애한 사람에게 해를 입히려 하면 도리어 자신이 해를 입게 되는 줄을 깨달 을 수 있을가?" 하고 노승은 엄한 얼굴로 칠태를 내려다 봅니다. 하지만 칠태는 무슨 뜻으로 하 는 말인지도 깨닫지 못하면서 그저 "그런줄 알다말구요. 알다뿐이겠습니까." "그렇다면 이후로는 마음을 고치어 행실을 착하게 가질수 있을가?" "네 고치고 말구요. 백번이래도 고치겠습니다." 하고, 칠태는 엎드리어 맹세를 하는 것이로되 그속은 그저 어떻게 이 자리를 모 면할 생각밖에는 없습니다. 노승은 또 한번 "다시 나쁜 일을 범하는 때는 네 몸에 큰 해가 미칠줄을 명심할 수 있을가?" 하고 칠태에게 단단히 맹세를 받은 후 "이것을 붙잡고 나를 따라오너라." 하고 노승은 지팽이를 들어 칠태에게 내밀었습니다. 참 이상한 지팽이도 다 있습니다. 칠태가 그 지팽이 끝을 쥐자 금새로 지금까 지 아픈 다리가 씻은듯, 났고 몸이 가벼웁기가 공중을 날뜻싶습니다. 아마 노승도 이 지팽이 까닭인가 봅니다. 허리가 굽고 한 노인의 걸음이라고 는 할수 없습니다. 빠르기가 젊은 사람 이상입나다. 그렇게 바위를 뛰어넘고 내 를 건너 뛰고, 칠태는 노승에게 이끌려 그 험한 산길을 언제 다리를 다쳤드냐싶 게, 내려갑니다. 어느덧 칠태가 사는 마을 어구에 이르러 노승은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그러더 니 또 한번 "애매한 사람에게 해를 입히려다가는 먼저 네 몸에 해가 돌아갈것을 명심해 라." 하는, 말을 남기자마자, 노승은 온데간데가 없이 칠태 눈 앞에서 연기처럼 사라 ㅈ습니다. 세상에 이상한 노인도 다 보겠습니다. 칠태는 사람의 일 같지 않아, 정말 여기 가 자기가 사는 마을 어구인가 아닌가, 눈을 비비며 사방을 돌아봅니다. 틀림없 는 마을 어구, 돌다리 앞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웬 까닭입니까. 돌아서 걸음을 옮기려 하자 갑자기 발 하나를 들수가 없이 아픕니다. 조금전까지도 멀쩡하던 다리가 금새로 아까 산에서처럼 피가 철철흐르고 그럽니다. 고만 칠태는 땅바닥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사람 살류. 사람 살류." 하고, 큰 소리로 마을을 향해 외쳤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무슨 일이 났나, 하고 이집 저집에서 모여나와 칠태를 가운데 로 둘러싸고는 "어떻게 된 일야. 어떻게 된 일야." 하고 모두들 눈이 둥그래서 궁금해합니다. 그러자 칠태는 "두포, 그 도적놈이" 하고, 산에서 자기가 노루 사냥을 하는데 두포란 놈이 숨어 있다가 불시에 돌로 때리어 이렇게 다리를 못쓰게 해놓고 자기가 잡은 노루를 도적질해 갔노라고 꾸 며대고는, 정말 그런것처럼 칠태는 이를 북북갈았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모두 칠태를 가엾이 여기어 쳇쳇 혀끝을 차며 두포를 나쁜 놈 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칠태를 자기 집까지 업어다 주었습니다. 8. 엉뚱한 음해 마을에는 괴상한 일이 생기었습니다. 밤이면 마을 이집 저집에 까닭 모를 불이 났습니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 고 날마다 밤만 되면 정해논 일처럼 "불야. 불야." 소리가 나고, 한두집은 으례 재가 되어버리고 합니다. 이러다가는 마을에 성한 집이라고는 한채도 남아나지 않을가봅니다. 마을 사 람들은 무슨 까닭으로 밤마다 불이나는것인지 몰라 서루 눈들이 커다래서 걱정 들입니다. 그리고 어찌해야 좋을지 그 도리를 아는 사람도 없습니다. 다만 누구는 "분명 이것은 산화지. 산화야." 하고, 산에 정성으로 제를 지내지 않은 탓으로 그렇다 하고, 지금으로 곧 산제를 지내도록 하자고 서두르기도 합니다. 그러면 또 한 사 람은 "산화란 뭔가. 도깨비 장난일세, 도깨비 장난야." 하고, 정말 도깨비 장난인걸 자기 눈으로 보기나 한것처럼 말하며, 시류떡을 해 놓고 빌어보거나 그렇지 않으면 판수를 불러다가 경을 읽게 하여 도깨비들을 내 쫓거나 하는수밖에 도리가 없다고 주장입니다. 이렇게 각기 자기 말이 옳다고 떠도는 판에 칠태가 썩 나섰습니다. 그리고 "산화는 다 뭐고, 도깨비 장난이란 다 뭔가." 하고 자기는 다 알고있다는 얼굴을 하는것입니다. "그럼 산화가 아니면 뭔가?" "그럼 도깨비 장난 아니면 뭔가?" 하고 사람들은 몸이달아 칠태 앞으로 다가서며 묻습니다. "그래 자네들은 산화나 도깨비 생각만 하고, 두포란 놈, 생각은 못하나." 하고 칠태는 그걸 모르고 딴 소리만 하는것이 가깝다는듯이 화를 벌컥 냅니다. 그리고 두포가 자기 집에 불을 논 앙가픔으로 밤마다 마을로 나와 불을 놓는 것이라 하고, 그 증거는 보아라, 전일 두포 집으로 불을 노러가던 사람의 집에만 불이 나지 않았느냐 합니다. 따는 그렇게 생각하고 보면, 두포 집으로 불을 노러가던 사람의 집은 모조리 해를 입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아, 저런 죽일 놈 보아라." 하고, 아주 두포의 짓인것이 판명난 것처럼 주먹을 쥐며 분해합니다. 그러나 실상은 칠태의 것입니다. 칠태가 밤이면 나와 다리를 절룩절룩 처마 밑에 불을 지르던 것입니다. 그 이상한 지팽이를 가진 노승이 다집하던 말이 무 서웁기도 하련만 원체 마음이 나쁜 칠태라 그런 말쯤 명심할 사람이 아닙니다. 머리에는 어떤하면 눈 하나를 멀게하고 다리가지 못 쓰게 한 두포 이 놈의 원수 를 갚아보나 하는 생각뿐입니다. 하지만 기운으로나 재주로나 도저히 두포 와 맞겨눌수는 없으니까 이렇게 뒤로 다니며 불을 놓고 하고는 죄를 두포에게 들씨 웁니다. 그러면 마을 사람들이 두포를 가만두지 않을테니까 칠태는 가만있어도 원수를 갚게되리라는 생각입니다. 그속을 모르고 마을 사람들은 두포를 다 죽일 놈 벼르듯 합니다. "저 놈을 어떡할가." 하고 모이면 공론이 이것입니다. 그러나 한 사람도 어떻게 할 도리를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두포의 그 엄청 난 기운과 재주 앞에 섯불리 하였다는 도리어 큰 코를 다치지나 않을가, 은근히 겁들이 났습니다. 그래서 이런 때에도 "어떡했으면 좋은가." 하고 칠태의 지혜를 빌어보는수밖에 없습니다. 칠태는 그것을 기대리었던것 같이 사람들을 한 곳으로 모이게 하고 수군수군 무슨 짜위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얼굴에 자신 있는 웃음을 지으며 각각 자기 집으로 돌아가 괭이, 부삽, 넉가래, 같은 연장을 들고 나왔습니다. 날이 저물자 그사람들은 마을 옆으로 흐르는 큰 냇가로 모이더니 말 없이 그 내 중간을 막기 시작합니다. 떼 를 뜯어다가 덮고, 돌을 들어다 누르고, 흙을 퍼다가 펴고, 그러는대로 냇물을 점점 모이기 시작합니다. 날이 밝을 임시에는 그 큰 내의 물이 호수와 같이 넘 쳤습니다. 이제 일은 다 되었습니다. 산 밑, 두포 집 편을 향한 뚝 중간을 탁 끊어 놓았 습니다. 물은 폭포와 같이 무서운 기세로 두포 집을 향해 몰려갑니다. 마을 사람들은 언덕 위에 올라서서 그 장한 모양을 매우 통쾌한 얼굴로 보고 들 섰습니다. 인제 바루 눈 깜작할 동안이면 물은 두포 집을 단숨에 ㄷ질러 버 릴것입니다. 제아무리 재주가 뒤어난 두포기로 이번엔 꼼짝 못하리라. 그런데 이 게 웬 일입니까. 물끝이 두포집 근처에 이르자 마치 거기 큰 웅뎅이가 뚫리듯이 물이 자자집니다. 마침내 물은 냇바닥이 들어나도록 자자지고 말았습니다. 하두 어이가 없어서 마을 사람들은 서루 얼굴을 쳐다보다가는 한사람 두사람 슬슬 돌아가고 언덕 위에는 칠태 홀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섰습니다. 그러나 이것으로 고만둘 칠태가 아닙니다. 밤이 되면 칠태는 더욱 심하게 마 을로 다니며 도적질을 하고 불을 놓고 합니다. 점점 거치러져 이웃 마을이나 또 먼 마을에까지다니며 그런 짓을 계속합니다. 그럴쑤록 두포를 원망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를 없새버리려는 마음이 커갔습니다. 마침내는 관가에서도 그 일을 매우 염려하여 누구든지 두포를 잡는 사람이면 크게 상을 준다는 광고를 동네 동네에 내돌렸습니다. 9. 칠태의 최후 마을 사람들은 둘만 모여도 두포 이야기로 수군수군합니다. 두포를 잡는 사람에게는 후한 상금을 준다는 광고가 붙은 마을 어구 게시판 앞에는 몇날이 지나도록 사람이 떠날새가 없이 모여서서 그 광고를 읽고 또 남 이 읽는 소리를 듣고 합니다. 그러기는 하나 한사람도 두포를 잡아보겠다고는 생각조차 못합니다. 무슨 힘 으로 두포의 그 놀라운 술법과 기운을 당할 엄두를 먹겠습니까. "두포는 하늘이 낸 사람인걸, 우리네 같은 사람이 감히 잡을 수 있나." "그렇지 그래, 그 술법 부리는 것 좀 봐, 그게 어디 사람의 짓야, 신의 조화 지." 하고, 모두들 머리를 내졌습니다. 그러나 칠태는 여전히 큰 소리입니다. "술법은 제깐놈이 무슨 술법을 부린다고 그러는거여. 다 우연히 그렇게 된걸 가지고." 그리고 칠태는 벌컥 불쾌한 음성으로 좌우를 돌아보며, "그래 당신들은 왼 마을 왼 군이 두포 놈으로해서 재밭이 되어버려도 가만히 들 보고만 있을테여." 하고 연해 마을 사람들을 충동이기에 성화입니다. 이럴지음에 또 한가지 마을 사람들로 하여금 두포를 집으려는 욕심을 도둘 일 이 생기었습니다. 그 때 마침 나라 조정에서 무슨 일인지 벼슬하는 사람들이 손수 수레를 타고 팔도로 돌며 어떤 사람 하나를 찾았습니다. 그 수레가 이 마을에서 멀지 않은 읍에도 나타나서 이런 소문을 냈스니다. 누구든지 이러이러하게 생긴 사람을 인도해오는 사람에게는 많은 재물로 대접 할뿐더러 높은 벼슬가지 내린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찾는 사람의 모습이 바로 두포의 생긴 모습과 한판같 이 흡사한 것입니다. 나이가 같은 열다섯이고, 얼굴 모습이 그렇고, 더욱이 이마 에 검정 사마귀가 있는것가지 같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두포를 눈 앞에 놓고 말 하는듯이 같을수가 있습니까. 의심할것 없는 두포입니다. 대체 두포란 내력이 어떻한 사람이길래 나라 조정에서 일게 소년을 많은 상금 을 걸어서까지 찾습니까. 그것은 여차하고, 자아 두포를 잡기만하면 관가에서 주는 상금을 말로도 나라 의 벼슬까지 얻게 될것이니 그게 얼마입니까. 가난하고 지체 없던 사람이라도 곧 팔자를 고치게될 것입니다. 여기 눈이 어두워 더러 코 큰 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두포란 놈이 정 아무리 술법이 용하다기로 열다섯 먹은 아이 놈 아냐. 아이 놈 하날 당하지 못할데선." 하고, 팔을 걷어붙이기는 마을에서 팔팔하다는 젊은 패들입니다. 그리고 나이 많 은 사람들은 "술법을 부리는 놈을 잡으려면 역시 술법을 부려잡아야 하는거여." 하고 그 술법을 자기는 알고있다는듯 싶은 얼굴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정작 자신있게 나서는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섯불리하 였다가 도리어 큰 화를 입지나 않을가 하는 여기가 두려워습니다. 어떻게 그런변 없이 감짝같이 올개미를 씰 묘책이 없을가, 하고 그 궁리에 모두 들 눈들이 컴컴해질 지경입니다. 그 중에도 칠태는 더욱이 궁리가 많습니다. 그로 보면 이번이 두번 얻지 못할 기회입니다. 이번에 두포를 잡으면 눈 한짝 다리 하나를 병신 만든 원수를 갚게 되기는 물론 재물과 공명을 아울러 얻게 될것이 생각만해도 회가 동합니다. (어떡하면 두포 이 놈을 내 손으로 묶을수 있을가.) 그러나 칠태 자기 재주로는 도저히 두포의 그 술법 그 기운을 당해낼 게 제가 못됩니다. 그게 어디 사람의 일일세 말이지요. 어떻게 인력으로 마른 하늘에 갑 자기 비를 만들고 그 숫한 물을 금새 땅 밑으로 숨이게 합니까. 이건 사람의 힘 은 아닙니다. 반드시 두포로하여금 사람 이상의 그 힘을 갖게한 무슨 비밀이 있 을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을 하다가 문득 칠패는 "옳다. 그렇다." 하고, 무ㄹ을 탁치며 일어섰습니다. 그 날부터 칠태는 두포의 뒤를 밟아 그의 행적을 살핍니다. 두포는 매일 하는 일이 날이 밝으면 집을 나가 산으로 갑니다. 칠태는 몸을 풀잎으로 옷을 해 가 리고 슬슬 그 뒤를 ㄸ습니다. 두포가 가진 그 알수없는 비밀을 밝히려는 것입니 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아무리 눈을 밝혀 뒤를 밟아도 어떻게 중도에서 두포를 잃고 잃고 합니다. 그리고 번번히 잃게되는 곳이 노송 나무가 선 바위가 있는 근처입니다. 마치 그 바위 근처에 이르러서는 두포의 모양이 무슨 연기처럼 스 르르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두포는 바위 근처에 이르러서는 자기 몸을 아무의 눈에도 보이지 않게 변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부터는 칠태는 근처 풀섶에 몸을 숨기고 앉아 그 바위를 지킵니다. 그러자 전일 칠태가 보던 똑같은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두포가 그 바위 앞에 이르러 무어라고 진언 한마디를 외이자, 집채 같은 바위가 움질움질 놀더니 한 가운데가 쩍 열립니다. 그리고 두포가 들어가고 바위가 전대로 닫아졌다가는 얼마후 다시 열릴때에는 새하얀 용마를 탄 장수가 나타나 눈부시게흰 날개를 치며 공중으로 사라집니다. 놀랍습니다. 그 영마를 탄 장수는 바루 두포입니다. 아무래도 조화는 이 바위에 있나봅니다. 그러지 않아도 전부터 병 가진 사람 이 빌면 병이 떨어지고, 아이 없는 사람이 아이를 빌면 태기가 있게되고 하는 영험이 신통한 바위입니다. 그러면 그렇지, 같은 이목구비를 가진 사람으로 어떻 게 그런 조화를 부리겠습니까. 이제야 칠태는 두포의 그 비밀을 깨달은듯이 고개를 끄덕끄덕, 아주 히색이 만면해서 산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아마 칠태는 무슨 끔직한 흉계가 있나봅니다. 칠태는 그 길로 산 아래 자기 집으로 가더니 부엌으로 광으로 기웃거리며, 쇠망치, 정, 또는 납덩이, 남비, 숱덩 이 이런것을 끄집어내옵니다. 그걸 망태에 담아 걸머지더니 역시 히색이 만면해 서 집을 나섭니다. 그리고 두포가 자기 집에 돌아와 있는 살피고는 곧 산으로 치달았습니다. 마침내 바위가 있는 곳에 이르자 망태를 내려놓고 칠태는 망치와 정을 꺼내듭 니다. 그리고 잠시 멈추고 서서 사방을 돌라보며 무엇을 조심하는듯 주저하더니 이내 바위 한복판에 정을 대고 망치를 들어 뚜드르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도 무척 겁이 나나봅니다. 연해 칠태는 두리번두리번 사방을 돌라보 며 합니다. 아무도 없습니다. 다만 정을 따리는 망치 소리만 쩡쩡 산골자기에 울 릴따름입니다. 그래도 마을에서는 장사란 이름을 듣는 칠태입니다. 더구나 힘을 모아 내리치 는 망치는 볼 동안에 한치 두치 정부리를 바위에 박습니다. 점점 정은 깊이 들 어갑니다. 세치 네치 한자에서 또 두자 길이로, 그리고 한옆에는 시뻘겋게 숯불 을 달아놓고는 납덩이를 끓입니다. 마침내 서너자 길이의 구멍이 바위에 뚫리자 칠태는 매우 만족한 웃음을 한번 허허허 웃습니다. 그리고. "네 놈이 인제두" 하고, 벌써 두포를 잡기나 하듯싶은 기쁜 얼굴로 이글이글 끊는 납을 그 구멍에 주루루 붓는 것입니다. 그러나 칠태의 그 얼굴은 금새로 새파랗게 질리고 말았습니다. 그 끓는 납을 바위 뚫닌 구멍에 붓자마자, 갑자기 천지가 문어지는 굉장한 소리로 바위와 아 울러 땅이 요동을 합니다. 그나 그뿐입니까. 맞은편 산이 그대로 칠태를 향하고 물러오며 ㄷ어내립니다. 그제야 칠태는 자기가 천벌을 입은 줄을 깨닫고 "아야, 하느님 제 죄를 용서하십시사." 하고, 비는것이나 이미 몸은 쏟아져내리는 둘 밑에 묻히고 말았습니다. 10. 두포의 내력 마을 사람들은아무리 두포를 잡을 궁리를 해도 도리가 없습니다. 모두 답답한 얼굴을 하고 만나면 서로. "자네 어떻게 해볼 도리좀 없겠나." 하고들 묻습니다. 마는, 한 사람도 신통한 대답이 없습니다. 그러다가 한자가 무 릎을 탁 치며, "옳다. 이럭하면 좋겠네" 하고, 여러 사람을 한 곳으로 모이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뭐 별수없네. 두포 놈의 늙은 부모를 잡아다가 두도록 하세. 그럼 두포 근ㅁ 이 제 애비 어미에게는 효성이 지극한 놈이니까 우리가 애써 잡으려고 하지 않 아도 제 스스로 무릎을 끓고 기어들걸세." 그 말이 옳습니다. 가뜩이나 부모에게 효성스런 두포가 자기로 말미암아 연만 하신 아버지 어머니가 옥에 가치어 고생을 하는 것을 알고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은 물론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 생각이 옳다고 모두들 찬성입니다. 그리고 당장에 일을 처 러버릴 생각으로 앞을 다토아 두포집을 향해 몰려갑니다. 그러나 두포 집 근처에 이르러서는 호기있게 앞서가던 사람들이 문득 걸음을 멈춥니다. 머저 두포가 알고 해방을 하지나 않을가 걱정이 되는 까닭입니다. 마 는 그들은 그 일로 오래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누구 생일 잔치에 청하기나 하는듯이 노인 내외를 슬몃이 불러내도 워낙이 착 한 노인들이라 응치 않을리 없을것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더욱 신이나서 두포 집으로 웃줄거리며 갑니다. 마침내 두포집 문전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그 집 밖앝 마당에 어떤 소년 하나가 제기를 차고 있습니다. 그 모습 이 너무도 두포와 같에 마을 사람들은 무출하였습니다. 그러나 얼굴 모습은 두 포와 같애도 표정이나 하는 행동은 두포가 아닙니다. 제기를 차다가 말고 자기 둘레로 모여드는 마을 사람들의 얼굴을 이사람 저사람 쳐다보는 눈은 예사 열다 섯이나 그만 나이의 소년의 겁을 먹은 상입니다. 전일에 보던 그 용맹스럽고 호 탕한 기상은 조금도 없고 귀엾게 자라난 얌전하고 조심성있는 글방 도련님으로 밖에 보이질 않습니다. 어떻게 이 소년을 그처럼 놀라운 기운과 술법을 부리던 두포하고 하겠습니까? 마을 사람은 하두 이상스러워서 한참 아래 위를 훑어보다가 이렇게 물었습니 다. "넌 뉘 집 사는 아인데 여기서 노니?" "저는 이 집에 사는 아이이ㅖ요." "그럼 이름은 뭐냐?" "이름은 두포라고 합니다." "뭐 두포?" 하고 마을 사람들은 놀라 한걸음 뒤로 물러났습니다. 두포하는 그 이름보다는 어쩌면 두포가 이처럼 변했을가싶어 더 한칭 놀라웁니다. 딴 사람이 아니고 이 소년이 바루 두포일진댄 그의 늙은 부모를 갖다 가둘건 뭐 있고, 두려워할건 뭐 있겠습니까. 그대로 손목을 이끄러간데도 순순히 따라올상 싶습니다. 도대체 이 착하고 약해보이는 소년이 무슨 죄같은 것을 범했을가도 싶습니다. 그리고 어른된 체면에 이어린 소년에게 손을 대는것부터 어색한 생각이나서 마 을 사람들은 서루 벙벙이 얼굴만 바라보고섰습니다. 그러다가 그 중에 두포를 잡아 상을 탈 욕심으로 한 자가 앞으로 나서며 이렇게 딱 얼렀습니다. "네 놈이 바루 두포라지." "네 지가 바루 두포올시다. "그럼 이 놈, 네 죄를 모를가." "지가 무슨 죄를 졌다고 그러십니까." "네 죄를 몰라, 모르면 그걸 가르쳐 줄테니 이걸 받아라." 하고, 그사람은 굵은 밧줄을 거내들며 막 얽으러 덤비었습니다. 이러할 때, 건너편 큰 길에서 앞에 많은 나졸을 거느린 수레가 이곳을 향하고 옵니다. 나라 조정에서 내려와 읍에 머무르고 있던 일행임이 분명합니다. 아마 두포를잡으러 오는 것이 겠지요. 마을 사람들은 두포를 남기고는 양편으로 쩍 갈라섰습니다. 수레가 그 집 어구에 이르자 멈추고는 그 안에서 호화로운 예복을 차린 벼슬 하는 사람이 내려와 두포가 있는 앞으로 옵니다. 그러더니 신하가 임금에게 하 는 법식으로 공손히 절을 합니다. 그리고 어리둥절하는 두포를 부축여 뒤에 또 한채 있는 빈 수레에 오르기를 권합니다. 죄인으로 다시리기는사려 임금이나 그런 사람으로 모십니다. 마을 사람들은 너무도 뜻 밖에 일에 놀라 버린 입을 다물지 모합니다. 그러나 더욱 놀라기는 그 집 노인 양주입니다. 어쩐 영문은 모르면서 그저 지 금까지 ㅇ 아들로 여기고 살던 두포를 잃는줄만 알고 얼굴에 울음을 지으며 벼 슬하는 사람의 옷깃에 매달리어 두포를 자기네들 곁에 그대로 두어주기를 애원 합니다. 그러자 언제 왔는지 긴 지팽이를 짚은 노승, 십오년 전에 그들 노인 양주를 찾아와 두포를 맡기고 가던 그 노승이 나타나 그들을 반가히 맞았습니다. "으지없는 가난 아기를 오늘날 이만큼 장성하시게 하긴 오로지 그대들의 공로 요." 하고 노승은 치사하는 인사를 하고는 "그대에게 십오년 전에 맡기고 간 아기는 바루 이 나라 태자이시던가요." 이제야 역신을 물리치고 국토가 바루 잡혀서 다시 등극하시게 되었으니 그대들 은 기뻐는 할지언정 아예 섭섭해하지는 마시요. 하고 그대로 두포와 떨어지기를 섭섭해하는 노인 양주를 위로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십오면 전 당시 나라 임금까지 믿고 사랑하시던 신 하 한사람이 뱃심을 품고 난을 이르켜 나라 대궐에까지 쳐들어왔습니다. 그런 위태로운 중에서 그 때 정승 벼슬로 있던 지금 노승이 어린 태지를 품에 품고 겨우 난을 벗어나 노승으로 차리고도 팔도로 돌며 태자를 맡아 기를 만한 사람 을 물색했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강원도 산골에 극히 가난하고 착하게 사는 노 인 양주를 매우 믿음직하게 여기어 아기를 맡기었습니다. 그리고 자기는 머지 않은 산 속에 머물러있어 난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한편 태자로하여금 일후 영 주가 되시기에 합당한 모든 것을 가르치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오늘날 역신을 물리치고 나라가 바루 잡히며 비로서 태자는 임금으로 등국하시게 되기는 하였 으나, 그러나 노승은 매우 섭섭한 얼굴을 합니다. 그것은 한 달포동안만 더 도를 닦았더면 태자로 하여금 하늘 아래에 제일 으 뜸가는 군주가 되시게 되는 것을 고만 칠태로 말미암아 십년의 공이 수포로 돌 아가고 말았으니 왜 아니 그렇겠습니까. 만약에 칠태가 그 바위에 납을 끊어붙지만 않았더면 두포는 어깨에 날개가 돋 친 장수로 온갖 도술을 부릴수 있겠으니 그런 임금이 다스리는 나라의 장래가 어떠할 것은 길게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좋습니다. 태자는 그런 놀라운 기운과 술법을 잃어버린 대신으로 끝 없이 착한 마음과 덕기를 가출수 있어 이만해도 성군이 되기에 넉넉합니다. 다만 죄송스럽기는 마을 사람들입니다. 그런것을 모르고 칠태의 꼬임에 빠저 외람하게도 태자를 해코저 하였으니 그 죄가 얼마입니까. 백번 죽어도 모자라겠 습니다. 모두들 업드리어 울면서 빌었습니다. 그러나 너그러우신 태자는 노엽게 알기는사려 모든것을 용서하시고 또 그 마 을에는 십년동안 나라에 받히는 세금을 면제해주시고 수레는 떠났습니다. 그 후 노인 두 양주는 태자가 물리고 간 그 집과 재산을 지니며 오래 부귀와 수를 누리었습니다. 지금도 강원도에는 그 바위가 그대로 남아있어 일러 장수 바위라고 합니다. 형 아버지가 형님에게 칼을 던진것이 정통을 때렸으면 그자리에 엎떠질것을 요행 뜻밖에 몸을 비켜서 땅에 떨어질제 나는 다르르 떨었다. 이것이 십오성상을 지 난 묵은 기억이다. 마는 그 인상은 언제나 나의 가슴에 새로웠다. 내가 슬플때, 고적할때, 눈물이 흐를때, 혹은 내가 자라난 그가정을 저주할때, 제 일 처음 나의 몸을 쏘아드는 화살이 이것이다. 이제로는 과거의 일이나 열살아 채못된 어린 몸으로 목도하였을제 나는 그얼마나 간담을 조렸든가. 말뚝같이 그옆에 서있든 나는 이내 울음을 터치고말았다. 극도의 놀냄과 아울러 애원을 표현하기에 나의 재조는 거기에 넘지 못하였든 까닭이다. 부자간의 고롭지못한 이분쟁이 발생하길 아버지의 허물인지 혹은 형님의 죄인 지 나는 그것을 모른다. 그리고 알랴지도 않았다. 한갓 짐작하는건 형님이 난봉 을 부렸고 아버지는 그비용을 담당하고도 터보이지않을만치 재산을 가졌건만 한 푼도 선심치않았다. 우리 아버지, 그는 뚝뚝한 수전노이었다. 또한 당대에 수십 만원을 이룩한 금만가이었다. 자기의사후 얼마못되나 그재산이 맏아들손에 탕진 될줄을 그도 대중은 하였으련만 생존시에는 한푼을 아끼었다. 제가 몬돈 저못쓴 다는 말이 이걸 이름이리라. 그는 형님의 생활비도 안댈뿐더러 갈아마실듯이 미 워하였다. 심지어 자기눈앞에도 보이지 말라는 엄명가지 나리었다. 아들이라곤 그에게 단지 둘이 있을뿐이었다. 형님과 나-허나 나는 차자이고 그의 의사를 받 들어 봉양하기에 너무 어렸으니 믿을곳은 그의 맏아들, 형님이 있을 것이다. 게 다 아버지는 애지중지하든 우리어머니를 잃고는 터저올으는 심화를 뚝기로 눌으 며 어린 자식들을 홋손으로 길러오든바 불행이도 떼치지 못할 신병으로 말미아 마 몸저누은 신세이었다. 그는 가끔 나를 품에안고는 에미를 잃은 자식이라고 눈물을 뿌리다가는 느형님은 대리를 꺾어놀놈이야, 하며 역정을 내고 내고하였 다. 어버이의 권위로 형님을 구박은 하였으나 속으로야 그리 좋을리 없었다. 이 병이 낫도록 고수련만 잘하면 회복후 토지를 얼마주리라는 언약을 앞두고 나의 팔촌형을 임시양자로 데려온 그것만으로도 평온을 잃은 그의 심사를 알기에 족 하리라. 친구들은 그를 대하야 자식을 박대함은 노후의 서름을 사는 것이라고 간곡히 충고하였으나 그의 태도는 여일 곳꼿하였다. 다만 그대답으로는 옆에앉 았는 나의 얼굴을 이윽히 바라보며 고소하는 것이었다. 나는 왯떡사멱을 돈이나 줄려는가하야 ㅁ모르고 마주 웃어주었으나 ㅈㅁ 영리하였든들 이자식은 크면 나 의 뒤를 받드러주려니 하는 그의 애소임을 선듯 알았으리라. 효자와 불효를 동일시하는 나의 관념의 모순도 이때 생긴것이었다. 형님이 아 버지의 속을 썩였다고 그가 애초부터 망골은 아니다. 남ㄸ으지못할만치 지극히 효성스러웠다. 아버지에게 토지가 많았다. 여기저기 사면에 흩어진 전답을 답품 하랴 추수할랴하랴면 그노력이 적잖이 드는것이었더,. 병에 자유를 잃은 아버지 는 모든 수고를 형님에게 맡기었다. 그리고 그의 뜻을 받들어 낙자없이 일을 행 하였다. 물론 이삼백리식 걸어가 달포식이나 고생을 하며 알뜰이 가을하야온들 보수의 돈 한푼 여벌로 생기는건 아니었다. 아버지는 아들과 마주앉아 추수기를 대조하야 제대로 셈을 다질만치 엄격하였던 까닭이다. 형님은 호주의가무를 대 신만 볼뿐아니라, 집에들어서는 환자를 위하여 몸을 사리지않았다. 환자의 곁을 떠날새없이 시종을 들었다. 밤에는 이슥도록 침울한 환자의 말벗이 되었고 또는 가즌 성의로 그를 위로하였다. 그는 있다금 까빡졸다간 경풍을 하야 고개를 들 고는 자기를 책하는듯이 곳꼿이 다시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밤거리에 인적이 끊일때가 되면 그는 나를 데리고 수물통움물을 향하야 밖으로 나섰다. 이움물이 신성하다하야 맑은 그물을 떠다가 장독간에 올려놓고 정안수를 드렸다. 곧 아버 지의 병환이 하루바삐 씻은듯 나시도록 신령에게 비는것이었다. 그리고 아침에 먼저 눈을 뜨는 것도 역시 형님이었다. 밝기무섭게 일어나는길로 배우개장으로 달려갔다. 구미에 딸리는 환자의 성미를 맞후어 야채랑, 과일이랑, 젓갈, 혹은 색 다른 찬거리를 사들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언젠가 나는 혼이 난적이 있다. 겨울 인데 몹씨 추웠다. 아침일즉이 나는 뒤가마려워 안방에서 나올려니가 형님이 그 제서야 식식거리며 장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장놈과 다투었다고 중얼거리며 덜덜뜰드니 어름이 제그럭거리는 조히뭉치 하나를 마룽에 놓는다. 펴보니 조기 만한 이름모를 생선, 그는 두루마기, 모자를 벗어부치곤 물을 떠오라, 칼을 가저 오라, 수선을 부리며 손수 밸을 갈라 씻은다음 석세에 올려놔 장을 발라가며 정 성스레 구었다. 누의 동생들도 있고 그의 안해도 있건만 느년들이 하면 집어먹 기도 쉽고 데면데면이 하는고로 환자가 못자신다는 것이었다. 석세우에서 지글 지글 끓으며 구수한 냄새를 후우는 이름모를 그생선이 나의 입맛을 잔뜩댕겼다. 나는 언제나 아버지와 겸상을 함으로 좀 맛갈스러운 음식은 모두 내것이었다. 그날도 나는 상을 끼고앉아 아버지도 잡숫기 전에 먼저번부터 노려두었든 그생 선에 선듯 저까락을 박고는 휘저놓았다. 그때 옆에서 따로 상을받고있든 형님의 죽일듯이 쏘아보는 눈총을 곁눈으로 느끼고는 나는 멈칫하였다. 그러나 나를 싸 주는 아버지가 앞에 있는데야 설마, 이즘 생각하고는 서름서름 다시 집어들기 시작하였다. 좀 있드니 형님은 물을 쭉 드려키고나서 그대접을 상우에 콱놓으며 일부러 소리를 된통내인다. 어른이 게심으로 차마 야단은 못치고 음포로 욱기를 보이는것이었다. 나는 무안도하고 무섭기도 하야 들었든 생선을 입으로 채넣지 도 못하고 얼굴이 벌겋게 멍멍하였다. 이눈치를 채고 아버지는 껄껄웃드니 어여 먹어라, 네가 잘먹고 얼른커야 내배가 부르다. 하며 매우 만족한 낯이었다. 물론 내가 망내아들이라 귀엽기도 하였으려나 당신의 팔이 되고 다리가 되는 맏자식 의 지극한 효성이 대견하단 웃음이리라. 노는 돈에는 난봉나기가 책경 쉬운일이다. 형님은 난봉이었다. 난봉이라면 친 한것도 사랑이라 부르면 좀 고결하다. 그를 위하여 사랑이라 하여두자. 열여덜, 열아홉 그맘때 그는 지각없는 사랑에 빠지고말았다. 장기는 열다섯에 들었으나 부모가 얻어준 안해일뿐더러 그얼굴이 마음에 안들었다. 사랑에서 한문을 읽을 적이었다. 낮에는 방에 들어앉아서 아버지의 엄명이라 무서워서라도 공부를 하 는 체하고 건성 왱왱거리다간 밤이 깊으면 슬몃이 빠져나갔다. 그리고 새벽에 몰려들어와 자고하였다. 물론 돈은 평소시어른 주머니에서 조곰씩 따끔질해두었 다. 뭉텡이돈을 만들어 쓰고쓰고 하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자식에게 도끼날같이 무서운 어른이었다. 이기미는 눈치채고 아들을 붙잡아놓고는 벼룻돌, 목침, 단소 할거없이 들어서는 거이 혼도할만치 뚜들겨팼다. 겸하여 다시는 출입을 못하게 하고자 그의 의관이며 신발등을 사랑다락에 넣고 쇠를 채워버렸다. 그래도 형님 의 수단에는 교묘히 그옷을 끄내입고 며칠동안 밤거리를 다시 돌수있었으나 사 랑하는 어머니를 잃고 또 얼마안되어 아버지마자 병환에 들매 그럴 여유가 없 었다.밖으로는 아버지의 일을 대신보랴 안으로는 그의 병구원을 하랴 눈코뜰새 없이 자식된 도리를 다하니 문내에 없든 효자라고 칭찬이 자자하였다. 병환은 날을 ㄸ아 깊었다. 자리에든지 한돌이 지나고 가랑잎은 또다시 부수수 지니 환자도 간호인도 지리한 슬품이 안들수 없었다. 그러자 하루는 형님이 자 리곁에 공손히 무릎을 꿇으며 아버님, 하고 입을 열었다. 지금의 처는 사람이 미 련하고 게다 시부모섬길줄 모르는 천치니 친정으로 돌려 보내는게 좋다. 그러니 아버지의 병환을 위해서라도 어차피 다시 장가를 들겠다는 그필요를 말하였다. 그때 아버지는 정색하여 아들의 낯을 다시한번 훑어 보드니 간단히 안된다하였 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엔 안된다. 하였다. 아버지도 소싯적에는 뭇사랑에 몸을 헤였다마는 당신은 빠땀뿡, 하였으되 널랑은 바람풍하라, 하였다. 낭중에서야 알 았지마는 이때벌써 형님은 어느집처녀와 슬몃이 약혼을 해놓고 틈틈이 드나들었 다. 아즉 총각이라고 쏘기는 바람에 부자의 자식이렸다 문벌좋겠다 대뜸 훌걱넘 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성례를 독촉하니 어른의 승락도 승락이려니와 첫대 돈이 없으매 형님은 몸이 달았다. 아버지는 자식을 사랑하였고 당신의 몸같이 부리긴 하였으나 돈에 들어선 아주 맑았다. 가용에 쓰는 일전일푼이라도 당신의 손을 거처서야 들고났고 자식이라고 푼푼한 돈을 맡겨본법이 없었다. 형님은 여기서 배심을 먹었다. 효성도 돈이 들어야 비로소 빛나는듯 싶다. 이날로부터 나흘동안 이나 형님은 집에서 얼굴을 볼수 없었다. 똥오줌까지 방에서 가려주든 자식이 옆을떠나니 환자는 불편하여 가끔화를 내었고 ㄸ아 어린 우리들은 미구에 불상 사가 일것을 기수채고 은근히 가슴을 검뜯었다. 닷셋째되든날 어두울 무렵이었 다. 나는 술이취하여 비틀거리며 대문을 들어스는 형님을 보고는 이상히 놀랐다. 어른 앞에 그런 버릇은 년래에 보지못한 까닭이었다. 환자는 큰사랑에 있는데 그는 안방으로 들어가서 엣가락뎃가락하며 주정을 부린 다. 그런뒤 집안식구들을 자기앞에 모아놓고는 약주술이 카랑카랑한 대접에다가 손에 들었든 아편을 타는것이다. 누의동생들은 기급을 하여 덤벼들어 그약을 뺏 으렸으나 무지스러운 그 주먹을 당치못하여 몇번씩 얻어맞고는 울며서서 뻔히 볼뿐이었다. 술에다 약을 말정히 풀어놓드니 그는 요강을 번쩍들어 대청으로 던 저서 요란히 하며 점잖이 아버지의 함짜를 불렀다. 그리고 나는 너때문에 아까 운 청춘을 죽는다, 고 선언을 하고는 훌쩍…울었다. 전이면 두말없이 도끼날에 횡사는 면치못하리라 마는 자유를 잃은 환자라 넘봤을뿐더러 그태도가 어른을 휘여잡을 ㅁ이었다. 그러나 사랑에서도 문갑이 깨지는지 제끄럭소리와 아울러 이놈 얼찐 죽어라,는 호령이 폭발하였다. 이음성이 취한 그에게도 위엄이 아즉남 았는지 그는 눈을 둥글둥글 굴리고 있드니 나종에는 동생들을 하나씩 붙잡아가 지곤 뚜들겨주기 비롯하였다. 이년들 느들 죽이고 나서 내가 죽겠다,고 이를 악 물고 치니 울음소리는 집안을 뒤집었다. 어른이 구여워하는 딸일뿐아니라 언제 든 종용하길 원하는 환자에게 보복수단으로는 이만한 것이 다시 없으리라. 그리 고 이제 생각하면 어른에게 행한 매끝을 우리들이 받았는지도 모른다. 매질에 누의들이 머리가 터지고 옷이 찢기고 하는 서슬에 나는 두려워서 두러누운 아버 지에게로 달아가 그곁을 파고들며 떨고있었다. 그는 상기하여 약올른 뱀눈이 되 고 소리를 내이도록 신음하였다. 앙상한 가슴을 벌떡이었다. 병마에 시달리는 스 름도 컷거늘 그중에 하나같이 믿었든 자식마자 잃고보니 비장한 그심사는 이로 헤아릴수 없을것이다. 눈물을 먹음고 나의 손을 지긋이 잡드니만 당신의 몸을 데려다 안방에 놓아달라고 애원비슷이 말하였다. 하지만 그러기에 나는 너머 조 그맷다. 형님에게 매맞을 생각을 하고 다만 떨뿐이었다. 그런대로 그날은 무사하 였다. 맏아들의 자세로 돈이나 나올가하여 얼러보았으나 이도저도 생각과 틀리 매 그는 실쭉하여 약사발을 발로 차버리고는 나가버렸다. 그뒤 풍편에드르매 그 는 빗을 내어 저이끼리 어떻게 결혼이라고해서는 자그만집을 얻어 신접사리를 나갓다는 것이엇다. 그곳을 누님들은 가끔 찾아갔다. 그리고 병에들어 울고계시 는 아버님을 생각하여 다시 그품으로 돌아오라고 간곡히 깨쳐주었다 마는 그는 종래 듣지를 않고 도리어 동기를 뚜들겨보내고 보내고하였다. 아버지의 승미는 우리와 별것이었다. 그는 평소 바둑을 좋아하였다. 밤이면 친 구를 조용히 데리고앉아 몇백원씩 돈을걸고는 바둑을 두었다. 그렇지 않을 때에 는 밤출입이 자졌다. 말인즉선 오입을 즐겼고 그걸로 몸을 망쳤다한다. 술도 많 이 자셨다는데 나는 즉접 보든못한바 아마 돈을 아겨서이리라. 또는 점이 특출 하였다. 엽전넷닢을 흔들어 떨어쳐서는 이걸 글로 풀어 앞에 닥처올 운명을 판 단하는 수완이 능하여 나는 여러번 신기한 일을 보았다. 그러나 일단 돈모는데 들어서는 몸을 아낌이 없었다. 초작에는 물론이요 돈을 쌓아논뒤에도 비단하나 몸에 걸칠줄 몰랐고 하루의 찬가로 몇십전씩 내놀뿐 알짜돈은 당신이 웅크러쥐 고는 혼자 주물렀다. 병에 들어서도 나는데없이 파먹기만 하는건 망쪼라하여 조 석마다 치릅씩이나 잡곡을 섞도록 분부하여 조투성을 만들었고 혹은 죽을 쑤게 하였다. 그리고 찬이라도 몇가지 더하면 그의 안자시고 밥상을 그냥 내보내고 하였다. 이렇게 뼈를 깍아 모은 그돈으로 말미아마 시집을 보낼쩍마다 딸들의 신세를 조렸고, 또 마즈막엔 아들까지 잃었다. 이걸 알았는지 몰랐는지 그는 날 마다 슬픈 빛으로 울었다. 아들이 가끔와서 겉으로돌며 북새를 부리다 갈쩍마다 드러누은채 야왼주먹을 들어 공중을 나려치며 죽일놈, 죽일놈, 하며 외마디 소리 를 내었다. 따라 심화에 병은 날로더쳤다. 이러길 반해를 지나니 형님은 자기의 죄를 뉘우첬는지 하루는 풀이 죽어서 왔다. 그리고 대접하나를 손에서 내놓으며 병환에 신효한 보약이니 갖다드리라 한다. 나는 그걸받아 환자앞에 놓으며 그연 유를 전하였다. 환자는 손에 들고 이윽히 보드니만 그놈이 날먹고 죽으라고 독 약을 타왔다, 하며 그대로 요강에 쏟아버렸다. 이말을 듣고 이들은 울며 돌아갔 다. 이것이 보약인지 혹은 독약인지 여지것 나는 모른다. 마는 형님이 환자때문 에 알밴자라 몇마리를 우정 구하여 정성으로 고아온것마는 사실이었다. 며칠후 그는 죄진낯으로 또다시왔다. 부엌으로 들어가드니 부지깡이처럼 굵다란 몽둥이 를 몇자루 다듬어서는 그것을 두손에 공손히 모라쥐고 아버지의 앞으로 갔다. 그러나 그방에는 차마 못들어가고 사랑방문턱에 바싹 붙어서 머뭇거릴뿐이었다. 결국 그러다 울음이터졌다. 아버님 이매로 저를 죽여줍소사. 그리고 저의죄를 사 해주소서, 하며 애걸애걸 빌었다. 답은 없다. 열번을 하여도 스므번을 하여도 아 무 답이 없었다. 똑같은 소리를 외이며 울며 불기를 아마 한시간쯤이나 하였을 게다. 방에서 비로소 보기싫다, 물러가거라, 고 환자는 거푸지게 한마디로 끊는 다. 그러니 형님은 울음으로 섰디기 울음으로 물러갈밖에 도리가 없었다. 그는 다시 오지 않았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야 뉘라고 없었으랴 마는 하는 그 행 동이 너머 괘씸하였고 치가 떨렸다. 복바치는 분심과 아울러 한팔을 잃은 그슬 픔이 이때에 양자를 하게된 동기가 되었다. 그 양자란 시굴서 데려올려온 농부 로 후분에 부자될 생각에 온갓 고생을 무릎쓰고 약을 대리랴, 오줌똥을 걷으랴, 잔심부름에 달리랴, 본자식 저이상의 효성으로 환자에게 섬기었다. 물론 그때야 환자가 죽은다음 그아들에게 돈한푼 변변히 못받을 것을 꿈에도 생각지는 못하 였으리라.아즉건 총각이라고 속이어 혼인이랍시고 저이끼리 불야살야 엉둥거리 긴 하였으나 생활에 쪼들리니 형님은 뒤가 터질가하여 애가탓다. 물론 시량은 대었으되 아버지의 분부를 받아 입쌀한되면 좁쌀한되를 섞어서 보냈다. 그뿐으 로 동전한푼 현금은 무간에였다. 형님은 그쌀을 받아서 체로바치어 좁쌀은 뽑아 버리곤 도로 입쌀을 만들어 팔았다. 그돈으로 젊은 양주가 먹고싶은 음식이며 담배, 잔용들에 소비하는 것이었다. 이소문을 듣고 아버지는 그담부터 다시 보내 지말라고 꾸중하셨다. 애비를 반역한 그자식 괘씸한 품으로 따지면 당장 다리를 꺾어놀것이다. 그만이나마 하는것도 당신이 아니면 어려울진대 항차 그놈이 무 슨 호강에 그러랴 싶어서 대로한 모양이었다. 부자간 살육전은 여기서 시작되었 다. 밥줄이 끊어진 형님은 틈틈이 달려와서 나를꾀었다. 담모텡이로 끌고가서 내 귀에다 입을대고는 있다 왜떡을 사줄테니 아버지 주므시는 머리맡에 가서 가방 을 스몃이열고 저금통장과 도장을 끄내오라고 소군거리는 것이었다. 그때 그는 의복이며 신색이 궁끼에 끼어 촐촐하였다. 부자의 자식커녕 굴하방친구로도 그 외양이 얼리지 못하였으니 마땅히 자기의차지될 그재산을 임의로 못하는 그원한 이야 이만저만 아니었으리라. 나는 그의 말대로 갖다주면 그는 건아하여 나의 머리를 뚜덕이며 데리고가서는 왜떡을 사주고 볼일을 다본 통장과 도장은 도로 내놓며 두었든쟈ㅏ리에 다시 몰래 갖다두라하였다. 그왜떡이란 기름하고 검누른 바탕에 누비줄 몇줄이 줄을친것인데 나는 그놈을 퍽좋아했다. 그맛에 들리어 종 말에는 아버지에게 된통 혼이났었다. 그담으로는 형님은 와서 누의동생들을 족 대기었다. 주먹을 들어 혹은 방망이를 들어 함부로 때려 울려놓고는 찬가로 몇 푼타두었던 돈을 다급하여 갖고가고 하였다. 그는 원래 불량한 승질이 있었다. 자기만 얼러달라고 날뛰는 사품에 우리들은 그주먹에 여러번 혹을 달았다. 양자 로 하여 자기에게 마땅히 대물려야할 그 재산이 귀떨어질가 어른을 미워하든중 하물며 사랑까지 푼푼치 못하매 그는 독이 바짝 올랐다. 뜨거운 여름날이나 해 질림시하여 식식 땀을 흘리며 달겨들었다. 환자는 안방에 들어누어 돌아가도 않 고 뼈만남은 산송장이 되어 해만 끄나 그를 간호하는 산사람따라 느러질 지경이 었다. 서슬이 시퍼렇게 들어오든 형님은 긴병에 후달리ㅣ어 ㅁ을 잃고는 마루에 들 모여 앉었든 우리앞에 딱스드니 도끼눈으로 우리를 하나씩 훑어주고는 코웃 음을 친다. 우리는 또 매맞을 증조를 보고는 오늘은 누가 먼저맞나하여 속을 조 렸다. 그는 부나케 부엌으로 들어갔다. 솥뚜껑을 여는 소리가 나드니 느들만 쳐 먹니, 하는 호령과 함께 젠그렁하고 쇠부짓는 소리가 굉장하였다. 방에서는 이 놈, 하고 비장한 호령. 흠울한 분위기에 쌍혀오든 집안공기는 일시에 활기를 띠 었다.이소리에 형님은 기가나서, 뒷곁으로 달아나는 셋째누의를 때려보고자 쫓아 갔다. 어른에게 대한 모함, 혹은 어른을 속여서라도 넌즛넌즛이 자기에게 냥식을 안댔다는 죄목이었다. 누의는 뒤란을 한바퀴돌드니 하릴없이 마로우로 한숨에 뛰여올랐다. 방의문을 열고 어른이 드러누웠으매 제가 설마 여기야, 하는 ㅁ이나 형님은 거침없이 신발로 뛰어올라 그허구리를 너덧댓번 차드니 꼬까라트렸다. 그리고는 이년들 혼자먹어, 이렇게 얼르자 그담 누님을 머리채를 잡고 마루끝으 로 자르르 끌고와서 댓돌알로 굴려버리니 자지러지는 울음소리에 귀가놀랬다. 세상이 눈만 감으면 어른도 칠 형세이라, 나는 눈이 휘둥그렇게 아버지의 곁으 로 피신하였다. 환자는 눈물을 흘리며 묵묵히 누웠다. 우는지 웃는지 분간을 못 할만치 이를 악물어 보이다는 슬몃이 비웃어버리며 주먹으로 고래를 칠때 나는 영문모르고 눈물을 청하였다. 수심도 수심나름이거냐 그의 슬픔은 그나알리라. 그는 옆에 앉았는 양자의 손을 잡으며 당신을 업어다 마루에 내다노라, 분부하 였다. 양자는 잠잣고 머리를 숙일뿐이다. 만일에 그대로하면 병만 더칠뿐 아니라 집안에 살풍경이 일것을 염녀하여서이다. 하지만 환자의 뜻을 거슬림이 그의 임 무는 아니었다. 재삼 명령이 나릴적엔 마지못항녀 환자를 고이다루며 마루우에 업어다노니 환자는 두다리를 세고 웅크리고 앉아서는 마당에 하회를 기다리고 우두머니 섰는 아들을 쏘아보았다. 잇해만에야 비로소 정면으로 대하는 그아들 이다. 그는 기에넘어 대뜸 이놈, 하다가 몹쓸 병에 가새질려 턱을 까브며 한참 쿨루거리드니 나를 잡아먹으랴고, 하고는 기운에 부치어 뒤로털뻑 주저앉고 말 았다. 그리고 몸을 전후로 흔들며 시근거린다. 가슴에 맺히도록 한은컷건만 병으 로 인하여 입만 벙긋거리며 할말을 못하는 그는 매우 괴로운 모양이었다. 그러 나 당신옆에 커다란 식칼이 놓였음을 알자 그는 선듯 집어 아들을 향하여 힘껏 던졌다. 정배기를 맞았으면 물론 살인을 쳤을거나 요행히도 칼은 아들의 발ㄲ에 서 힘을 잃었다. 이순간 딸들도 아버지를 앞뒤로 얼싸안고 아버님 저를 죽여줍 소사, 애원하며 그품에 머리들을 박고는 일시에 통곡이 낭자하였다. 마당의 아들 은 다만 머리를 숙이고 멍멍히 섰드니 환자옆에 있는 그양자를 눈독을 몹씨 드 리곤 돌아가버렸다. 허나며칠 아니면 자기도 부자의 호강을 할수 있음을 짐작했 든들 그리 분할것도 아니련만- 얼마 아니어서 아버지는 돌아갔다. 바루 빗방울이 부슬부슬 라니든 이슥한 밤 이었다. 숨을 몬다고 기별하니 형님은 그부인을 동반하여 쏜살같이 인력거로 달 겨들었고 문깐서부터 울음을 놓드니 어버이의 머리를 을싸안을 때엔 세상을 모 른다. 그는 느껴가며 전날에 저온죄를 사해받고자, 대구 애원하였다. 환자는 말 른 얼굴에 저윽이 안심한 빛을 디이며 몇마디의 유언을 남기곤 상장이 되었다. 점돈을 노면 일상 부자간 공이 맞는 괘라 영영잃은 놈으로 쳤드니 당신 앞에 다 시 돌아오매 조히 마음을 논 모양이었다. 그리고 형님의 효성이 꽃핀것도 이때 이었다. 그는 시급하여 허둥거리다가 단지를 하고자 어금이로 자기의 손까락을 얹어놓고 방맹이로 짓이겼다. 이결과 손까락만 팅팅부어 며칠을 두고 고생이나 하였을뿐, 피도 짤끔짤끔 하였 고 아무 효력도 보지 못하였다. 나는 어떻게 되는건지 가리를 모르고 송장만 뻔 히 바라보고서서 울다가 가끔 새아즈머니를 곁ㄴ 훑었다. 근 ㄴ백제 보도못하든 시아비의 송장을 주물르고 앉아서 슬피울고 있드니 형님에게 송장의 다리팔을 펴라고 명령하는 것이었다. 남편은 거기에 순종하였다. 내가 만일 이때에 나의 청춘과 나의 행복이 아버지의 시체를 따라 갈줄을 미 리 알았드면 나는 그를 붙들고 한달이고 두달이고 나려울었으리라. 그러나 나는 사람을 모르는 철부지였다. 서름도 서름이려냐 긴치못한 아버지의 상사가 두고 두고 성가시었다. 왜냐면 아침상식은 형님과 둘이 치르나 저녁상식은 나혼자 맡 는 것이었다. 혼자서 제복을 입고 대막대를 손에집고는 맘에도 없는 울음이라도 어구데구하지 않으면 불공죄로 그에게 담박몽뎅이 찜질을 받았다. 그러면 자기 는 너머 많은 그돈을 처치못하여 밤거리를 휘돌다가 새벽녁에는 새로운 한계집 을 옆에끼고 술이 만취하여 들어오고 하였다. 천금을 손에쥐고 가장이 되니 그 는 향락이란 향락을 다누렸다 마는 하로는 골피를 ㅉ으렸다. 철궤에 들은 지전 뭉치를 헤여보기가 불찰, 십원짜리 다섯장이 없어졌음을 알았든 것이다. 아침에 그는 상청에서 곡을 하고나드니 안방으로 들어가 출가하였든 둘째누님을 호출하 였다. 그리고 다른사람은 일절 그건처에 얼씬도 못하게 영이 나렸다. 방문을 꼭 꼭닫히고 한참 중얼거리드니 이건 때리는게 아니라 필시 죽이는 소리이리라. 애 가가가, 하고 까브러지는 비명이 들리다간 이번엔 식식어리며 숨을 돌리는 신음, 그리고 다시 애가가가다, 그뒤 들어보니 전날밤 아버지의 상망에 잡술 제물을 장만하러 간것이 불행이 이누님이든바 혹시나 이기회에 그돈을 다른데로 돌리지 나 않았나, 하는 혐의로 그렇게 고문을 당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치마만남기고 빨개벗기어 그옷을 일일히 뒤져보고 털어보았으나 그돈이 내닷지 않으매 대뜸 엎어놓고 발길로 차며 따리며하여 불이 나렸다한다. 그래도 단서는 얻지못하였 으니 셋째, 넷째, 끝의 누님들은 물론 형수, 하녀, 또는 어린 나에 이르기까지 어 찌 그고문을 면할수 있었으랴. 끝의 누님은 항웅큼 빠진 머리칼을 손바닥에 들 고는 만져보며 무한 울었다. 그러나 제일 호되게 경을 친것은 역시 둘째누님이 었다. 허리를 못쓰게 들어누어 느끼며 냉수한그릇을 나에게 청할제 나는 애매한 누님을 주리를 틀은 형님이 극히 야속하였다.실상은 삼촌댁이나 셋째누의나 그 들중에 그돈을 건은방다락 복고개를 뚫고 넣었으리라,고 생각은 하였다. 마는 나 는 입을 다물었다. 만약에 토설을 하는 나절에는 그들은 형님손에 당장 느러질 것을 염녀하여서이다. 애기 애기는 이땅에 떨어지자 무턱대고 귀염만 받을려는 그런 특권을 가집니다. 그 리고 악을 지르며 울수있는 그런 재조도 타고납니다. 그는 가끔 명령을 나립니 다. 응아! 응아! 이렇게 소리를 지르고 눈물을 흘리며 우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걸 귀아프다 아니합니다. 다만 그의 분부대로 시행할 따름입니다. 겸하여 오. 우 지마, 우리 아가야, 하고 그를 얼싸않으며 뺨도 문태고 뽀뽀도하고 할수있는, 그 런 큰 행복과 아울러 의무를 우리는 흠씬 즐길수 있는 것입니다. 허나 이런 악아는 턱이 좀 달음니다. 어머니가 시집온지 둬달만에 심심히 빠 친 악아요. 그는 바루 개밥의 도토립니다. 뉘라고 제법 다정스러운 시선한번 돌 려주는 이 없읍니다. 악아는 고집이 된통 세입니다. 그래도 제권리를 막우 행사하고자 기를 까륵까 륵 씁니다. 골치를 찌프리고 어른은 외면합니다. 울음도 한이 있읍니다. 얼마후 에는 근력이 지치고 목은 탁 잠깁니다. 밤톨만한 두 주먹을 턱밑에다 꼬부려붙 이고 발로 연해 공중을 참니다. 그제서는 찍, 찍, 하고 생쥐 돛에 친 소리가 들 립니다. "에―이" 할머니는 옆을 지날적마다 이렇게 혀를 채입니다. 뿐만 아니라 어머니가 못보 면 눈두 곧잘 흘김니다. 할아버지는 사람이 좀 내숭합니다. "아 얘 그 젖좀 먹여라 그렇게 울려되겠니?" 하면 겉면에는 아주 좋은 낯을 합니다. 마는 마누라와 단둘이 누으면 이불속에 서 수군거립니다. "마누라, 이거 귀아파 못살겠구면!" "나두 귀청이 떨어졌는지 귀가 먹먹하다우, 그러니 이를 어쩐담!" "내다 버릴가? 남의자식 그깐걸 뭘하나!" 이런 흉게가 가끔 버러집니다. 어머니는 이속을 전혀 모릅니다. 알기만하면 담박 "누구자식은 사람이 아니람? 아이 우서라 별일도 다 많어이!" 하고 시어미에 게 복복 들어덤빌것입니다. 모르니까 잠자꼬 악아옆에 앉어서 옷만 꼬여맵니다. 그렇다고 악아가 귀여운것도 아닙니다. 나오너라, 나오너라, 이렇게 빌때 나오는 악아가 귀엽습니다. 나오지마러라, 제발 죽어라, 죽어라, 요렇게 속을 조릴제 나 오는 악아는 귀엽지 않습니다. 도리어 이우없는 원수라 하겠지요. 악아가 빽, 빽, 울적마다 그 어머니는 얼굴이 확확 닳읍니다. 어느때에는 너머 무참하여 "어서 죽어라, 아니꼬운 꼴 못보니?" 하고 악아에게 악을 빡 씁니다. 이것은 빈정대는 시어머니를 빗대놓고 약간 골풀이도 됩니다. 악아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는 외조부 한분이 있을뿐입니다. 간혹 찾어올적 이면 푸른 똥이 덕개덕개 눌어붙은 악아의 궁뎅이를 손에 쳐들고 얼고 빨고 좋 아합니다. 그러면 악아도 그때만은 좋다고 꿀꺽, 꿀꺽, 바루 웃읍니다. 외조부, 그는 사람이 썩 이상합니다. 커다란 딸이 있건만 시집을 안보내지요. 젖이 푹 불거지고 얼굴에 여드름까지 터쳐도 그래도 안보내지요. 그속이 이렇습 니다. 딸을 나가지고 그냥 내줄게뭐야. 앨써 길렀으니 덕좀 봐야지. 부자놈만 하 나 걸려라. 잡은참 물고 달릴터이다. 그러나 부자가 어디 제멋 안부리고 이런델 뭘 찾어먹으로 옵니까. 부자는 좀더 부자를 물어볼랴고 느무는 것이 원측이니 좀체 해볼수가 없었읍니다. 괜히 딸의 나히만 더끔더끔 늘어갑니다. 그러자 한번은 아버지가 눈이 둥그랬읍니다. 그간 그런줄 몰랐드니만 눈여겨 보매 딸의 배가 무시루 불쑥불쑥 솟읍니다. 과년한 색씨라, 배가 좀 불르기도 예 사입니다. 허나 아버지야 어디 그렇습니까. 처녀의 몸으로 아이를 빠친다든지 하 면 그런 망측이란 세상에 없읍니다. 허 아주야단났읍니다. 밤이 이슥하여 넌즛이 딸을 불렀읍니다. "너 요새두 몸허느냐?" "네" 딸은 순색으로 대답하고 고개를 푹 숙입니다. 그러니 애비 체면으로 너 이래 저랬지. 하기도 좀 어색합니다. 어떻게 될랴는가. 그대루 내버려 두었읍니다. 날이 갈수록 배는 여일히 불러옵니다. 예전 동이같이 되었읍니다. 이러고보면 의심할 건덕지가 없읍니다. 대뜸 매를 들고 딸을 사뭇 나려팹니다. 하니까 그제 서야 겨우 부는데 어떤 전기회사 다닌다는 놈인가하고 둘이 그꼴을 만들었든 것 입니다. 잘만하면 만원이 될지, 이만원이 될지, 모르는 이몸이다. 복을 털어도 분 수가 있지 그래 그까진 전기회사놈허구! 그는 눈에서 피눈물이 날지경입니다. 즉 선 아들을 시키어 그놈을 붙들어왔읍니다. 칼라머리를 훙켜잡고 방추로 꽁무니 를 막 조겼읍니다. 그리고 식칼을 들고 들어와 너죽고 나죽자고 날뜁니다. 신주 같이 위하든 남의 밥줄을 끊어놨으니 하긴 죽여도 시원치는 못하겠지요. 어찌 혼이 났든지 그놈은 그길로 도망을 간것이 어디로 갔는지 종적을 모릅니다. 즈 어머니만 뻔찔 찾어와서 내아들 찾어놓라고 울고불고 악장을 치자 가고가고합니 다. 그러니 일만 점점 난처하게 됩니다. 그놈이나 그대를 두었드면 사위라도 삼을 걸! 우선 이애를 어떻게 처치해야 옳겠읍니까. 낙태할약은 암만 사다가 퍼부어도 듣지를 않습니다. 인제는 별도리 없읍니다. 아므 놈이나 하나 골라서 처맡기는 수밖에는요. 그는 소문을 놓았습니다. 내가 늙판이고 손이 놀아서 퍽 적적하다. 그래 데릴 사위를 하나 고르는데 아무것도 안보고 단지 놈하나만 튼튼하면 된다고. 이말을 듣고 뭉척 놀란것은 필수입니다. 저녁을 먹다말고 수저를 든채 벙벙하 였습니다. 너머 좋으니까요. 그도 장가는 들었었으나 사년만에 안해가 도망을 했읍니다. 제따는 가랭이가 찢어지게 가난한 이따위 집에서는 안살겠다는 거겠지요. 그후로 안해없이 오년 간 꼬박이 홀로 지냈읍니다. 나히 이미 삼십을 썩 넘고 또돈 없고 보니 게집얻 기가 하눌의 별 따깁니다. 숫색씨요 게다가 땅까지 오십석을 붙여준다니 참으로 이거야― "아버지 정말이야요?" "정말이지 그럼, 실없은 소리겠니!" 하고 늙은 아버지는 장죽을 뻑뻑 빨으며 무엇을 생각합니다. "별소리말구 시키는 대로만 해. 이게 필경 우리집안이 될랴는 증존가보다!" 어머니는 옆에서 이렇게 종알거리며 귀를 답니다. "그런데 한번 보자는걸, 가품두 안보고 지차두안보고 단지 실랑하나만 보자는 거야" 하고 아버지는 눈을 지긋이 감습니다. 암만해도 자식의 나히가 탈입니다. 일껀 침을 발라놨다가 이놈을 늙었다구 퇴박을 받는 나절에는 속쓰린 경우를 만 날것입니다. "낼가서 나힐좀 주려봐라. 저게 상업학굔가 뭘졸업했다니까 그래두 썩고를 것 이야" "상업학교요?" 더욱 놀라운 소립니다. 이건 바루 콧등에가 꿀떡이 떨어졌읍니다. 필수도 전일에는 인쇄소 직공이었읍니다. 십년이나 넘어 근고를 닦았고 따라 육십원이란 좋은 월급까지도 받아보았습니다. 그러다 불경기로 말미아마 직공을 추리는 사품에 한몫끼어 떨려나고 말앗읍니다. 라고 하는건 그놈의 원수 혼또로 돈또로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런 안해와 갖우 앉어서 매일 짖기고 배우고하면 한 서너달이면 터득하겠지. 몹시 기쁩니다. 허나 요새 게집에 학교좀 다니면 대 학생 달랍니다. 필수같이 판무식의 실업자는 원치않겠지요. "아버지, 학교 다녔다면 거 되겠어요?" 아들은 똑같은 말을 펄적 무르며 입에 침이 마릅니다. 밤이 늦었으나 잠도 잘 생각이 안납니다. 돈없어 공부 못한 원한, 직업없는 서름, 참으로 야속도 합니다. 한끝해야 고물상 거관으로 다니는 아버지의 봉죽이나 들고 이대루 한평생 늙어 질려는지! 여기에는 아버지 역 닥하지 않을수 없읍니다. 그는 이윽고 허연 수염만 쓰다 듬고 앉었드니 "될수있다"하고 쾌히 대답합니다. 이런 생각을 한것입니다. 그의 내종사촌이 바루 의사입니다. 하여 친척간에 그이만치 대우받는 사람이없고 그 이만치 호강하는 사람은 문내에 없읍니다. 과연 세상에 판치기로 의사빼고 다시 없겠지요. "너 낼가서 의사라구 그래라" 혼인에 빈말이 없지 않을수 없습니다. 아따 한번 얼러봐서 되면 좋구 안되면 할일없고 그뿐 아닙니까. 그 이튿날 아버지는 조반도 자시기전에 부낳게 나왔읍니다. 자기 다니는 고물 상에 가서 그 주인에게 사실을 토파하고 간청하였습니다. 그래서 전에 벌려놓았 든 세루 두루마기와, 가죽가방과, 또는 의사가 흔히 신는 우녀같은 반화와 이 세 가지를 한나절만 빌리기로 하였습니다. 집에 돌아왔을 때에는 아들은 벌써 몸치 장을 다하고 있읍니다. 머리를 기름도 바르고 얼굴에 분도 바르고 하였습니다. 그렇니가 좀 애뙈도 보입니다. "얘 호사한다. 어여 입고 가봐라" 어머니가 두루마기를 입혀주니 아들은 싱글벙글 흥이 말아닙니다. 색씨도 색 씨려니와 세루란 난생처음 걸쳐보니까요. "이게 뭐야, 화장도 길구 쿨렁쿨렁하니!" 하고 아들은 팔즛도하고 곤개즛도하 고 몸을 뒤틉니다. 좋기도 하지만 좀 멋적은 생각도 드는 까닭입니다. "이자식아, 인전 봄 지각좀 나라" 아들이 나히 분수로는 너머 달망댑니다. 이게 또 가서 주책없이 지꺼리지나 않을가 아버지 역시 한 염여입니다. "괜찮어, 점잖은 사람이란 으례 옷을 넉넉이 입는 법이야!" 그리고 대문간까지 나와 손수 인력거를 태워줍니다. 인력거군에게 삯을 사십 전 미리 끄내주며 좀 아깝습니다. 자기는 거관질로 벌어야 하로에 끽 사십전 될 가말가합니다. 이돈이 보람없이 죽지나 않을가하여 "시방 병원 가는길에 들렸다구 그래라" 하고 다시 다지다가 또 "가친이 가보라해서 왔다구그래. 괜스리 쓸데적은 소리는 지꺼리지 말구" 아들은 빈가방을 옆에끼고 거많이 앉어 갑니다. 따는 아버지의 말이 용하게 들어맞읍니다. 그날 저녁으로 색씨집에서 일부러 전갈이 왔읍니다. 그런 훌륭한 실랑은 입때 보덜 못했다는 것입니다. 혼인이란 식기전 단결에 치어야한다. 낼이라도 곧곧 해치우는게 어떠냐고. 그들은 좋며말며 여부가 없읍니다. 전갈온 그 사람에게까지 머리를 수그리며 굽신굽신 처분만바랄뿐입니다. 한편으로는 한 염여도 됩니다. 실랑감만 뵈고말잣 든 노릇이 고만 간구한 살림까지 들어나고 말았읍니다. 이러다 뒤가 터지기전에 얼른 해치우는 수밖에 별도리 없겠읍니다. 나흘되는 날 혼인은 불야살야 버러집니다. 양식거리도 변변치못한 판이니 혼비가 어서 납니까. 생각다 못하여 일가집으 로 혹은 친구의 집으로 목이 말라서 돌아다니며 빗을 냈읍니다. 한달포후에 갚 기로 하고 사십원가량 만들었든 것입니다. 마는 인조견 나부렁이로 금침이라, 옷 이라 또는 음식이라 이렇게 벌리고보니 그도 모자랍니다. 안험몰라도 이왕 할랴 면 저쪽에 흉잡히지 않을만치는 뻔때있이 하여야 그만한 덕을 보겠지요. 혼인 당일에도 늙은 양주는 꼭뚜 새벽같이 돈을 변통하러 나갔읍니다. 늦은 가을이라 찬 바람이 소매끝으로 솔솔 기어듭니다. 마누라는 으스스 몸을 떨으며 영감을 바라보고 "이거 이렇게 빗을 내다가 못갚으면 어떻게 할라우?" 무던히 애가 킴니다. 그러나 영감님은 아주 뱃심이 유합니다. 고개도 안돌리고 어청어청 거러가며 "이구녁 털 저구녁에 박는 셈인데 뭘그래. 다 게있고 게있는걸!" 필수가 일어났을때에는 집안이 떠들석합니다. 잔치를 버리느라고 음식타령에 흥이 났겠지요. 먼촌일가며 동이게집 아이들 알것없이 먹을 콩이나 생겼는지 웅 게중게 모인 모양같습니다. 그는 일변 기쁘면서도 좀 미진한 생각도 듭니다. 이번 혼인이 이렇게 얼린 첫 동기는 오십석 땅입니다. 그런데 장니될 상투백이의 낯짝을 뜯어보니 아마 구두 쇠 같습니다. 필수가 방으로 들어가서 그앞에 절을 껍씬하고 "제가 김필숩니다" 하고 어른이 보내서 왔다는 그연유를 말하니까 그는 늠늠 히 "으 그러냐, 거기 앉어라" 하고 제법 따라지게 해라로 집어십니다. 상투는 비 록 하였을망정 그 태도가 여간 치어난 내기가 아닙니다.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 기 버려 놓다가 "그래 의사질을 많이 했다니 돈좀 모았느냐?" "목거야 있겠습니까 마는 그저 돈만은 됩니다" " 허 꽤 꽜구면―" 하고 똑바루 쳐다보며 선웃음을 치는 양이랑 또는 " 병원일이 바뿔터이지 어서 가봐라" 하고 국수도 한그릇 대접없이 그대로 내 쫓는 솜씨이랑 좀체 친구는 아닙니다. 필수는 제출물에 질리어 무안한 생각과 아울러 어떤 두려운 염려도 생깁니다. 마치 무슨 범굴이나 찾어들은듯한 그런 허전한 생각이요. 하고 그 꼬락서니가 땅 오십석커녕 헌 버선한짝 막무간낼듯 싶습니다. 그러나 사모를 떡쓰고 관대를 걸치고 사인교에 올라앉으니 별생각 없읍니다. 색씨가 온 어떻게 샹겼을가 궁거운 그 초조밖에는 이러다 혹시 운이좋아 매끈하 고 똑딴 그런 게집이 얻어걸릴지 누가 압니까. 그는 색씨집 중문에서 매우 점잖이 나렸읍니다. 어제밤부터 제발 채신없이 까 불지말고 좀 든직이 하라는 아버지의 부탁은 아즉 잊지않읍니다. 우좌를 부리며 조곰 거만스리 초례청으로 올라습니다. 허지만 맘이 간즈리워서 더는 못참읍니 다. 얼핏 시선을 후둘으며 마루한편에 눈을 깔고섯는 신부를 흘낏 했읍니다. 그 리고 이건 몹씨 낭판이 떨어집니다. 누가 깔고 올라앉었었는지 모릅니다. 얼굴은 멋없이 넙적합니다. 디룩디룩한 살덩이, 필시 숫가락이 넘어 커서겠지요. 쭉째진 그입술, 떡을쳐도 두말은 칠법 한 그응덩판, 왜 이리 떡 버러졌을까요. 참으로 어지간히 못두 생겼읍니다. 한번만 보아도 입맛이 다 홱 돌아갑니다. 하긴 성적을 하면 색씨의 얼굴이 좀 변하기도 합니다. 도리어 민얼굴로 볼제가 좀더 훨씬 날지도 모르지요. 제발 적선하는 셈치고 원얼굴은 좀 이뻐줍소사! 실랑은 속중으로 이렇게 축원 하며 신부에게 절을 합니다. 이 혼인이 어떻게 되는 것인지 당자도 영문을 모릅니다. 실랑상이면 으례 한 몫 호사를 시키는 법이 아닙니까. 그런데 채린것을 보니 헐없이 행낭어멈 제사 지내는 번으로 삼백실과에 국수편육, 김치, 장종지, 나부렁이뿐입니다. 이건 사람 대접이 아니라 바루 개대접, 불쾌하기 짝이 없읍니다. 봐한즉 개와집에 면주쪽을 들쓰고있는 사람들이 그래 이럴수야 있겠읍니까. 게다 속은 거즛이로되 의사라 하였으니 그 체면도 봐주어야 할 것입니다. 저녁상은 받은채 그대로 물렸읍니다. 찝쩍어리는 것이 오히려 치수가 떨어질 듯 해서요. 신방을 치를 때에도 마음 한편이 섭섭합니다. 왜냐면 신방이라고, 지키는 년놈 코빼기하나 구경할 수 없읍니다. 이건 결단코 신랑에 대한 대접이 아닙니다. 그는 골피를 찌프려가며 색씨의 옷을 벗겼읍니다. 이젠 들어다 자리에 눕혀야 됩니다. 두팔로 그 다리와 허리를 떠들고 번쩍 들랴하니 온체 유착하여 좀체 비 끗도 안합니다. 그대로 웅크리고 앉어서 무릎과 어깨를 비겨대고 밀긋밀긋 아랫 묵으로 떠다밉니다. 그렇니까 어떻게 된 색씨길래 제가 벌뜩 일어납니다. 서슴지 않고 자리로 성큼성큼 나려가드니 제법 이불을 뒵쓰고 번듯이 눕는 것입니다. 에쿠 이것두 숫건 아니로구나! 하고 뜨끔했으나 따져보면 변은 아닙니다. 계집애 가 학교를 좀 다니면 활기도 나고 건방지기가 예사니 그렇기도 쉽겠지요. 이렇 게 풀쳐 생각하고 그도 그 옆에가 붙어누읍니다. 그는 안해를 끌어안고자 손을 디려밀다가 문득 배에가 닸읍니다. 눈을 크게 뜨고 다시한번 이리저리 주물러보았습니다. 이건 도저히 처녀의 배때기는 아닙 니다. 어디 처녀가 이다지 딴딴하게도 두드러오를수야 있겠읍니까. 정년코 병들 은 배에 틀림없읍니다. "이게 뭐요?" "뭔 알아 뭘하우!" 색씨는 눈하나 까딱없이 순순히 대답합니다. 번죽도 좋거니와 더구나 뭔 알아 뭘하우? 아니 적어두 한평생 가치지낼 남편인대―옷을 입혀줄 남편, 밥을 먹여 줄 남편―그 남편이 묻는대 뭔 알아 뭘하우? 콧구녕이 둘이게 망정이지 하나만 있었드면 기절을 할번했읍니다. "아니 남편이 묻는데 알아 뭘하다니?" "차차 알지요―" 얘 이건 바루 수작이 기생 외딴치는구나! 허나 이것이 본시 땅때문에 얼르고 붙은 결혼이매 그리 낙망될것도 없읍니다. 압따 빌어먹을거 하필 처녀라야 맛입 니까. 주먹을 쥐어 그배를 툭툭 두다리며 "에 그놈배 복성두스럽다!" 좋은 낯으로 첫날을 치렀읍니다. 시부모는 이불른 배에 대하여 아무 불평도 없읍니다. 시체 색씨니만치 이놈것 좀 뱃다가 저놈것좀 뱃다가 하기가 그리 욕은 아닙니다. 저만 똑똑해서 자식이 나 잘 기르면 고만 아닙니까. 물론 그속이 좀 다르니까 이런 생각도 하지만이요. 하기야 성한 시악씨 다 제쳐놓고 일부러 이런 병든 계집애를 고를 맛이야 없겠 지요. 신부리를 하여 색씨가 집에 당도하자 그들은 상감님이나 만난듯이 무척 반색 합니다. 어지나 얼고떠는지 상전을 위하는 시종의 충성이 그대로 나타납니다. 며 누리가 가마에서 나리기가 무섭게 달겨들어 그곁을 고이 부축하며 "너머 시달려서 괴롭겠다. 얼른 방에 들어가 편히 누어라" 시어미는 이렇게 벌서 터줍니다. 시아비도 덩달아 빙그레 웃으며 "아 그렇지, 몸이 저지경이면 썩 괴로울걸" 하고 되레 추어주며 은근히 그내색 을 보입니다. 있는집 시악씨란 번이 다 그런지요. 이 며누리도 매우 시큰둥합니다. 시집온지 사날도 채 못되건만 해가 꽁무니를 치받혀야 일어나고합니다. 거침없이 기침도 ㅋㅋ, 하고 가래를 뱉지요. 그때는 시어미가 벌서전부터 일어나 아츰을 합니다. 없는 돈을 끌어가며 며누 리입에 맞도록 찬을합니다. 김을 굼니다. 고기국을 끊입니다. 혹은 입맛이 지칠 가바 간간 떡도합니다. 그전에야 어디 감히 함부로 김이 뭐며 떡이 뭡니까. 상을 받혀들고 방으로 들어가면 그제야 마누라는 권연쯤 피다가 방바닥에 쓱 문태끕니다. "얘들 밥 먼저먹구 세수해라!" 며누리는 밥상을 이윽히 드려다봅니다. 그러나 "오늘두 명태국이얘요?" 하고 눈살을 흐리며 마뜩지 않은 모양입니다. 머처럼 공을 드린게 또 퇴박이냐! 낭판이 떨어져서 풀이 죽습니다. 어제는 명태국이 먹 고싶다드니 왜 이리 입맛이 들숭날숭하는지 그 비위는 맞후기참으로 졸연치 않 습니다. "이게 내가구 숭늉울 떠다주세요" 영 나리는 대로 잠ㅈ고 떠다줄 따름입니다. 그성미를 더뜰렸다 삐쭉 간다든지 하면 그야말로 큰일 날거니까요. 며누리는 옷을 자랑하는 재조가 하나 있읍니다. 친정에서 옷한농 해온것을 가 끔 헤집어놓고 "즈이집에서는 모두 면주삼팔이 아니면 안입어요" 하고 시퉁그러진 소리를 하며 번죽어립니다. 그꼴이라니 두눈갖곤 차마 못보지요. 허나 미상불귀히 자랐 길래 저만이나 하려니, 하고 "암 그럴테지, 느집이야 그렇다마다 여부있겠니!" 쓰린 속을 눌르며 그런대로 맞장을 처줍니다. 그러자 시집을 갔든 딸이 또 찾아옵니다. 기를 못펴고 자란 몸이라 핏기 하나 없고 곧 넘어갈듯이 가냘핍니다. 나히는 미처 삼심도 못되련만 청춘의 향기는 전에 나르고 빈쭉젱입니다. "어머니, 인젠 더 못살겠어요" 하고 손을 붙들고 눈물을 떨립니다. 옹크러물은 그 입매를 보니 부모를 몹씨 원망하는 눈킵니다. "왜 또 맞엇니?" "더는 못살아요!" 그리고 어미품에 머리를 파묻고 다만 울뿐입니다. 어미는 더 묻지않어도 뻔한 속입니다. 영감을 곧바루 깨물고 싶을만치 그런 호된 미움이 불일듯합니다. 백죄 열네살짜리를 설흔일곱 먹은 놈에게로 다섯째 애첩으로 보내다니 이야 될말입니까. 만여석 지기니깐 하불상 백석쯤이야 떼어 주겠지, 하고요. 하드니 덕은 고사하고 고작 딸얼굴에 꽃만 노랗게 피었습니다. 게다 놈이 술을 쳐먹으면 곱게 못새기고 개지랄이 납니다. 때리고 차고 또는 벌 개 벗겨놓고 새면 물고뜯고 이지랄이니 세상에 온이런 망측이……허나 모두가 네 팔짜다― "우지마라. 필수처 드르면 창피스럽다, 쉬―고만둬" 딸의 손목을 굳이 끌고 생워리를 시키러 건는 방으로 건너갑니다. 딸이 시집을 못살고 쫓겨옴은 어미로써 지극히 큰 슬픔에 틀림없읍니다. 그는 딸을 앞에 앉혀놓고 때없이 꼴짝꼴짝 눈물로 위로합니다. "얘, 별수없다. 시집살이란 다 그런거야!" 하고 눈물도 씻겨주고 "게집된게 불찰이지, 누길 원망하랴!" 하고 제눈도 씻고, 어느때에는 권연까지 피어 권하며 "담배를 배워라, 그럼 화가 좀 풀리니" 이렇게 잔상히 달래도 봅니다. 그러나 밤에 자리속에서 영감을 만나면 "에이 망할놈의 영감, 덕본다드니 요렇게두 잘봤어?" 하고 창이 나도록 바가지 를 복복 긁습니다. 그러면 영감님은 눈을 멍뚱이 뜨고 딱하지요. 그래두 한다리 뻗을줄을 알았지 애비치고 누가 딸얼굴에 노란꽃 피라고 빌놈이 있겠읍니까. "허 이러는게아냐, 누가 영감수염을 채나?" 하고 되레 점잖이 나무릅니다. 독 살이 불꽃같이 뻗힌지라 이걸 등을 투덕투덕 뚜덕이며 묵주머니를 만들자면 땀 개나 조히 빠집니다. 허나 늙은 몸으로 며누리 봉양하기에 실없이 등골이 빠졌읍니다. 어차피 딸도 오고했으매 네가좀 찬이라도 입에 맞도록해서 주라고 밥짓기와 상배를 떠넘겼읍 니다. 딸은 게집애적부터 온체 성질이 꽁합니다. 게다 숭악한 남편을 만나 몸이 휘 지다보니 인젠 빈껍떠기만 남은, 등신입니다. 그저 시키는대로 고분고분이 일만 할뿐입니다. 또 한편 생각하면 친정밥처럼 얻어먹기 어색하고 눈치뵈는 밥은 별 로 드무니까요. 하루는 모질게 추운 겨울입니다. 된바람이 처마끝에서 쌩, 쌩, 달리며 귀를 여 윔니다. 그리고 부엌으로 연송 눈을 드려뿜읍니다. 낡삭은 초가집이라도 유달리 더 추울거야 있겠읍니까. 마는 번디 가랭이 짖어지게 가난하면 추위도 꽁무니에 서부터 치뻗히는 법입니다. 딸이 새벽같이 일어나 나오니 속이 어지간히 떨립니다. 손을 혹혹 불며 찬물 에 쌀을 씻고있노라니 "여보 이요강좀 버려다주―" 하고 건는방에서 올케가 소리를 지릅니다. 날새가 너머 심한지라 오늘은 요강도 안내놓고 그러는게지요. 장 하는 버릇이라 여느때 이면 잠ㅈ고 버려다줄것이로되 이날만은 밸이 좀 상합니다. 저는 뭣인대 손끝하 나 까닥안하곤 밖에서 떨고있는 나를 부리며 요가드름인지―그는 대꾸도 않고 그냥 귓등으로 흘렸읍니다. 하니까 뭐라고 뭐라고 쫑알거리는 소리가 제법 흘러 나옵니다. 자세히는 아니 들리나 필경 악담이나 그렇잖으면 욕설이 한끗이지요. 겨우 밥을 끓여서 상에 받혀들고 들어갑니다. 올캐는 눈귀가 커지며 들떠보도 않습니다. 그리고 시누가 채 나가기전에 밥한술을 얼른 떠넣고 씹드니 "이것두 밥이라구했나? 돌만 어적어리니!" 하고 상전에다 숫가락을 딱 때립니 다. 너머나 꼴불견이라 눈이다 실 노릇입니다. 하도 어이없어 한참 나려다보다 "그만두 다행이루아우, 나가서 좀 해보구려" "추면 밥두 안먹읍디까?" "……" "여느몸두 아닌데 좀 사정두 봐줘여지? 자기도 애나좀 배봐!" 기막힐 일이 아닙니까. 어느놈의 자식을 뱃길래 이리 큰첸지 영문모르지요. 요 즘에는 어머니에ㄱ도 막우 바락바락 들어덤비는게 그 행실이 꽤 발만스럽습니 다. "배란 아이를 뱃우 왜이리 큰체유?" 하고 낯을 붉히며 아니 쏠수도 없읍니다. 하니까 대뜸 "뭐?" 소리를 뻑 지르자 들어덤비어 머리채를 휘어잡고 끓어댕기드니 땅빵울을 서너 번 먹입니다. 넓은 그얼굴에는 심술이 덕지덕지하며 한창 시근거립니다. "난 우리집에서 여태 이런꼴 못봤어!" 시누는 원 병약한 몸이라 앙팡할 근력도 없거니와 또 그럴 주변도 못됩니다. 몇번 두드려 맞는대로 그냥 몸만 맡길뿐입니다. 그리고 나종에는 아프다도 제신 세가 서러워 소리를 내며 엉엉 웁니다. 안방에서 아침을 자시고 있든 영감이 역정이 나서 문을 벌컥 엽니다. "왜 또 형을 들커거리니, 이년?" 하고 며누리를 편역들어 도리어 딸을 책합니 다. 제대로 뒤두었으면 그만일텐데 왜 들컥질을 하는지 온 아다모를 일입니다. 가뜩이나 요새 툭하면 이고생사리 안하고 가느니마느니 하는걸! 열이나서 딸을 불러세우고 며누리덕 못보는 화풀이까지 얹어서 된통 야단을 쳤읍니다. 어찌 혼 이 떴든지 달은 한을옥먹고 그길로 든벌채 친정으로 내뺐읍니다. 아버지가 내신 세를 망쳤으니 그런줄이나 알라고 울며 갔읍니다. 마누라가 이꼴을 가많이 보고있자니 독이 바짝 오릅니다. 자기도 처음에야 갖 은 정성을 다 짜아가며 며누리를 받들었으나 인젠 고만 냄샐내고 말았읍니다. 덕을 보잔노릇이 덕은커녕 바꿔치기로 뜯기는 마당에야! 참으로 웃읍지도 않습 니다. 한번은 아들을 시키어 수작을 얼러보게 하였든 것입니다. 제풀로 오기만 기다렸다는 땅이 어느때나 올런지 부지하세월이니까요. "우리가 넉넉하면 몰라도 그렇지 못하고 또 장인께서 어차피 땅오십석을 주신 닸으니 이왕이면가서 말슴이나 한번 해보구려!" 하고 남편이 어운을 떼보니까 안해도 역시 좋단듯이 "글세 나두 그런생각은 있으나 빈손으로야 어디……" 하고는 뒷말을 흐립니다. 아닌게 아니라 하긴 그럴 법도합니다. 좋은 잉어를 낚을랴면 미끼먼저 좋아야 할게아닙니까. "그럼 뭘?" 안해는 눈을 감고 뭘 조곰 생각하는듯 하드니 "그 유성기를 갖우갔다 들려주는게 어떻겠우? 아버지가 완고가 돼서 그런걸 좋아하리다" 그축음기란 고물상에 팔아달라는 부탁을 받고는 이날 낮에 아버지가 갖다논 남의 물건입니다. 판가지 얼러 잘받아야 십오원 될가말가하는 그 또래 고물입니 다. 이걸 새치길 하잔것인데 아따 그 뭐 어디 상하는 것도 아니고 달른것도 아 닙니다. 낼아침에는 가져오라고 신신당부를 하여 맡겨보냈읍니다. 그래서 저녁에 가서 그이튿날 낮에야 오는데 보니까 빈손입니다. "어떻게 됐어?" "그렇게 빨리 되우, 인저 천천잉 주신답디다" 단지 그뿐, 축음기는 어찌 되었는지 꿩 구어먹은듯 쓱싹되고 말았읍니다. 그것 때문에 빗으로 무리꾸럭을 하노라고 집안이 수태 욕두 보았지요. 이렇게 보니까 덕을 본다는 것이 결국 병신구실로 뜯긴다는 말이나 진배없지요. 마누라는 며누 리가 미워 죽겠으나 참아 그러지 못하고 그대신 영감에게로 달라붙습니다. "이렇게두 덕을 잘봤어? 딸 잡아먹고 아들까지 잡아먹을테여. 이 망난아?" "허 이러는게 아니라니까, 누가 영감을 꼬집나?" 영감도 입에 내어 말은 안하나 속은 늘 쓰립니다. 친정이 좀 있다구 나나리 주짜만 심해가고 행실이 점점 버릇없는 며누리를 보면 속이 썩습니다. 물론 모 두 자기가 버려돈 탓이겠지요. 허나 기왕 엎친물이라 인제는 어째본다는 재조가 없읍니다. 그는 가끔 며누리를 외면하여 침을 탁 뱉고는 잉하고 콧등에 살을 모 고합니다. 아들은 차차 안해가 귀여워집니다. 따는 얼굴이 되우 못두생기고 그놈의 땅오 십석은 침만 발르다가 이내 삼키지도 못하고 말았읍니다. 마는 그런게 아닙니다. 나히 이미 사십고비를 바라보고 더구나 홀애비의 몸일진대 안해라는 이름만 드 러도 괜찮읍니다. 게다 밉던곱던 한 두어달동안 가치 지내다보니 웬녀석의 정이 그리부푸렀는지 떼칠레야 떼칠수도 없는 형편입니다. 어머니가 ㅂ으로 끌고가서 은근히 "얘, 그거 보내라, 어디 계집이 없어서 그걸 데리고 산단말이냐?" 하고 초를 치면 "글세요―" 하고 어리삥삥한 한마디로 심심히 치고맙니다. 하기는 아들도 안해와 된통 싸운적이 없은것도 아닙니다. 장가를 든지 한달쯤 지나든 어느 날입니다. 안해라고 얻어는 놨으나 먹일게 없읍니다. 뒷심을 잔뜩 장을 대고 이리저리 긁어모왔든 빚을 못갚으니 줄청 졸리는 통에 머리털이 실 지경입니다. 어떻게 밥줄이라도 붙들어야 할텐데 온 이것두 되나 안되나 우선 입들을 씻기고 나서 이야기니 적게처도 이삼십원은 들어야 할게고―그는 툇마루 햇볕에 웅숭크리고 앉어서 이런궁리 저런궁리 하고 있노라니까 웬 뚱뚱한 소방 수 한자이 책을 손에들고 불쑥 들어옵니다. 영문모를 혼또로 돈또로를 부르며 반벙어리소리를 하는데 무슨뜻인지 알턱있읍니까. 마침 방안에 안해가 있음을 다행으로 녀기고 "여보 이게 뭐랜 소리유? 이리와 대답좀 하우" 하며 신여성을 안해로둔 자세를 보일려니까. "아이 망측두해라. 누가 안해보구 남우 사내대답을 하래!" 하고 성을 톡냅니다. "괜찬허 학교두 다녔을라구!" 그래도 방안에서 꼼짝안하고 종알거립니다. 대마도는 한참 벙벙이 섰드니 결 국엔 눈을 딱부르뜨고 뭐라고 쏴박고 나갑니다. 제말엔 대척없고 즈끼리 딴소리 만 지꺼리니까 아마 화가 났든게지요. 그리고 필연코 욕을 하고 나갔기가 쉽습 니다. 낯이 화끈하여 얼마후 밖으로나와 다른 사람의 말을 드르니 집웅우로 굴 뚝을 석자를 올리라고요. 그는 분한 생각이 치밉니다. 그놈 상투백이에게 모조리 쏙은걸 생각하고 곧 때려죽여도 시원치 못할만치, 치가 부르르 떨립니다. 바탕이 언죽번죽한 게집이니 제가 짜증 학교를 좀 다녔다면 장난 삼아서라도 나와서 히 짜를 빼겠지요. 예이 망한년! 그는 열벙거지가 나서 부낳게 건는방으로 튀어들어 갔읍니다. 사지를 부드들 떨으며 "일어쪼각하나 못하는 것이 무슨 학교를 다녔다구? 이년아!" 하고 넘겨짚으며 얼러딱딱입니다. 그러니가 안해는 잠ㅈ고 낯이 ㅃ애집니다. "네까짓게 학교를 다니면 얼마라구!" 두둑한 뺨에다 다짜고짜로 양떡을 먹입니다. 안해가 밉다기보다 미주리쏙인 장인놈의 소위가 썩 괘씸하고 원통합니다. "저는 웬 의사라구 빈가방을 들고 왔다갔다해. 아이 웃으워라, 별꼴두 다 많 어!" 하고 그제서야 안해는 고개를 들며 입을 삐쭉입니다. 이말은 남편의 자존심 과 위풍을 똥물에 통재 흔듭니다. 잡담제하고 왁하고 달겨들자 "이년 뭐? 다시한번 놀려봐" 하고 가랑머리를 찢어놓는다고 다리한작을 번쩍 듭니다. 그런데 이를 어쩝니까 안해가 남아지 다리를 마자 공중으로 번쩍 치올 리며 "자 어서 찢어놔봐!" 그러니 온악 육중한 다리라 한짝도 어렵거늘 두짝을 한껍에 들고 논다는 수야 있읍니까. 이럴때는 기운이 부치는 것도 과연 서름의 하납니다. "에이 더러워서!" 잡앗든 다리까지 내여던지며 저혼자 정해지지요. 이러한 환경에서 악아는 나왔읍니다. 동짓달 초순 그것도 몹씨 사나운 날이었 읍니다. 아츰부터 산모가 배가, 아프다고 뒷간엘 펄쩍 드나들드니 저녁나절쯤하 여 한데다가 빠지고 말았읍니다. 그런줄이야 누가 알았겠읍니까. 별안간 "아구머니 이보레―" 이렇게 께메기소리를 지름으로 집안식구가 허겁지겁 달려가보니 악아는 발판 널에 걸쳤읍니다. 그럼 그렇지 네가 자식하나 변변히 빠쳐보겠니! 시어미는 눈살 을 찌그리고 혀를 챕니다. 시애비도 이꼴을 보니 마뜩지않어서 입맛만 쩍쩍 다 십니다. 그건 하여간 우선 급하니까 남편은 들어덤비어 안해를 부축하고 시어미 는 악아를 두손에 받들고 이렇게 수선을 부리며 방으로 끌어드립니다. 악아는 응아! 응아! 하고 자그마한 입으로 웁니다. 일부러 볼려는 이도 없거니와 얼뜬 눈에 띠는게 딸입니다. 이렇듯 흔캄스럽게 나왔건만 복이 없는 지귀염을 못받습니다. 악아를 제일 미 워하는 이는 할머니입니다. 그는 뻔찔 영감을 꼬드기며 성화를 합니다. 그까진거 남의 자식은 해 뭘한담! 갖다 내버리든지, 죽여 없애든지, 하자는 것입니다. 영감 역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따는 괴이치않은 말입니다. 남의 자식을 애써 길러야 뭘합니까. 그걸 국을 끓입니까, 떡을 합니까, 아무 소용이 없거든요. 혹 기생을 만들며는 나종에 덕좀 볼런지 모르지요. 마는 어느 하가에 그만치 자라고 소리 도 배우고 합니까. 그때는 벌써 전에 두 늙은이 당속에서 힌 백골이 되어 멀건 이 누었을 것입니다. 하고 또 에미딸 애미 담지 별수 있겠습니까. 저것두 크면 필시 낯짝이 즈에미번으로 ㅈ다논 덕일테고 승갈도 마찬가지로 발만하겠지요. 이런 생각을 하면 악아도 곧 밉고 마누라의 말이 솔깃하고 달곰쌉쌀합니다. 그 랬다. 경찰놈의 거 밤낮 백빽 울고― 어느날 낮에 어머니가 홀로 친정엘 단일러갔읍니다. 아마 담뱃값이라도 타러 갔겠지요. 그틈을 타서 영감 마누라가 건는방문을 가만이 열고 들어갑니다. 악아 는 빈방에 끽소리없이 혼자 누었읍니다. 마누라의 말대로 영감은 악아를 들고 자 그앞에 넙쭉 엎딥니다. 하니까 악아는 ㅁ도 모르고 수염을 잔뜩 웅켜잡고 좋 다고 신이나서 자꾸 챕니다. 난지 벌서 두달이 넘으매 인제는 제법 끄윽, 끄윽, 하고 웃읍니다. 이것 유심히 드려다보니 죽여치다니 참아! 우선 먼저 얼굴을 드 려대고 "그렇지 이자식 사람아나? ㅉ, ㅉ" 하고 얼르며 고 맬간 볼에다 뽀뽀를 하고보 지 아니치도 못할 노릇입니다. 그리고 일껀 먹었든 계획이 꽁무니로 스르르 녹 아나립니다. "누가 얼르라고 끌고왔어? 왜저리 병신짓이여" 마누라는 옆에서 골을 내며 쫑쫑걸입니다. "허 안되지. 어디 인도골 쓰고야!" 하고 영감은 고대짜위는 까먹고 딴청을 부 치며 눈을 흘깁니다. 이러기를 아마 한 서너차례 될겝니다. 아들은 그런 속내는 모릅니다. 그리고 딸이 이쁜지 미운지 그것조차 생각해볼 여지가 없읍니다. 매일같이 취직을 운동하러 나가면 어두어서야 파김치가 되어 돌아옵니다. 기진하여 자리에 누우면 세상을 모르고 그대로 코를 곱니다. 아버지 의 생기는 푼돈냥으로는 도저히 살림을 꾸려갈수가 없읍니다. 이거 하루바삐 밥 줄을 잡아야 할텐데 참 야단입니다. 그날도 저녁때가 되어서야 눈이 헤가마가 되어 들어옵니다. 팔장을 끼고 우둘 우둘 떨며 "밥좀 줘" 하다가 "이방엔 군불도 안지폈나?" 안해는 대답대신 입귀를 샐쭉 올립니다. 군불이라고 그 알량한 장작 서너개피 지피는거―오늘은 그나마도. 없어서 못때니 소곰을 골판입니다. 써늘한 방바닥에 서 악아까지 추운지 얼굴이 오무라든것같이 보입니다. 남편은 곁눈도 안뜨고 허둥지둥 밥을 떠넣습니다. 일은 하나도 성사못하고 부 지럽시 입맛만 대구 달아지니 답답한 일입니다. 같은 밥도 궁하면 배나 더 먹히 고 그리고두 또 걸근거립니다. 이것도 역 없는 욕의 하나라 하겠지요. 그는 수저 를 놓고 혀끝을 우아래로 꼬부리어 잇새의 밥풀을 죄다 뜯어먹고 그리고나서 물 을 마시려니까 "여보. 우리 얘를 내다버립시다" 하고 안해가 맞우 처다보며 눈을 깜짝입니다. "왜 날젠언제구 또 내버리다니?" "아니 저……" 안해는 낯이 후꾼한지 어색한 표정으로 어물어물합니다. 실상이지 딸은 제딸 이로되 요만치도 귀엽진 않습니다. 이것때문에 걸려서 시부모에게 큰체를 못해 서요. 큰체를 좀 빼다가도 방에서 악아가 빽, 울면 고만 제밑을 들어내놓고 망신 을 시키는 폭입니다. 전날에 부정했던 제죄로 말미아마 아주 찔끔 못하고 꺾여 버립니다. 또 이뿌던것도 모두들 밉다, 밉다, 하면 어쩐지 ㄸ아 밉게되는 법이니 까요. "그런게 아니라 이렇게 서루 고생할게야 있우, 자식귀한 집으로 가면 저두 호 강일테고한데!" 이말은 듣기에 좀 구수합니다. "글세" 하고 든직이 생각하여 봅니다. 따는 이런 냉골에서 구박만 받느니 차라 리 손노는 집으로 들어가서 호강을 하는것이 함결 날겝니다. 그리고 저게 지금 은 모르나 좀 자라면 세우 먹을랴고 들겝니다. 가난한 마당에는 악아의 쬐꼬만 입도 크게 무섭습니다. 또 게다 밤이면 짹, 짹, 우니까 압따 너두 좋고 우리두 좋고! "좀 잘사는 집에다 하우" "그래 염려마라" 자정이 넘은걸알고 안해가 퍼대기에 싸주는대로 악아를 받아안었습니다. 그리 고 속은 모르고 어른들이 알면 야단을 만날까바 슬몃이 밖으로 나왔습니다. 거리에는 이미 인적이 드물고 날카로운 바람만 오르나립니다. 만물은 겹겹눈 에 드리없이 눌리고 다만 싸늘한 한빛뿐입니다. 그리고 눈은 아즉도 부슬부슬 나리는 중입니다. 이런 즛에는 순사를 만나면 고만 망입니다. 그것만 없으면이야 어디가 어떻게 하든지 멋대로 할텐데. 속을 조리며 뒤골목을 끼고 종로로 올라갑니다. 그러니 등뒤에서 버스럭만 하여도 이거 칼이나 아닌가하고 얼떨떨하야 눈을 둥굴립니 다. 다옥정골목으로 들어서서야 비로소 머음을 놓았습니다. 거기 고대 깔린 눈우 에 발자욱이 없음을 보니 일이 벗날 염려는 없겠지요. 다방골이란 번이 기생촌 이요 따라 남의 소실이 곳잘치가하여 사는 곳입니다. 기생이 어디 자식낳기가 쉽습니까. 젖먹이라도 하나 구하야 적적한 한평생의 심심소일을 하고자 우정 주 문하러 다니는 일이 푹합니다. 그런 자리로 들어만 가면이야 그만치 상팔짜가 또 없겠지요. 허리띠를 풀어제치고 배가 적을세라 두드려가며 먹어도 좋을게 아 닙니까. 그렇거든 아예 내공은 잊지말고 나종에 갚아야 되겠지― 우선 마음에 맞는 대문짝부터 고릅니다. 어느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갔드니 양 칠을 하야 허울 멀쑥하고 찌르를하게 떨뜨린 소슬대문이 있습니다. 그떠버린 품 새를 보면 모름몰라도 벼천이야조히 하겠지요. 이만하면 하고 퍼대기로 푹씨어 악아를 문앞 섬돌우에다 올려놓았습니다. 악아는 잠이 곤히든 모양입니다. 인제 이게 추우면 깨서 짹, 짹, 소리를 지르겠지요. 그러면 행낭어멈이 나와서 집어드 리고, 주인이 보고, 이렇게 일이 얼릴겝니다.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힝하게 골목을 나왔습니다. 그러나 팔짱을 끼고 덜 덜 떨으며 얼마쯤 오다보니 다리가 차차 무거워집니다. 저게 울었으면 다행이지 만 울기전 얼어죽으면 어떡합니까. 팔짜를 고쳐준다고 멀쩡한 딸만하나 얼려죽 이는 셈이지요. 그는 불현듯 조를 부비며 그곳으로 다시 돌쳐습니다. 악아는 ㅁ모르고 그대로 잠잠합니다. 다른이가 볼까바 가랭이가 켱겨서 얼른 집어들고 얼른 나왔읍니다. 바루 내년 봄에나 하면했지 이거 않되겠읍니다. 그리 고보니 왜 집에서 나왔든지 저로도 영문을 모를만치 떠름합니다. 집에 갈때에는 큰길로 버젓이 나려갑니다. 찬바람을 안느라고 얼어붙는둣이 눈이다 씸벅씸벅합니다. 그런데 한가지 염려는 벗엇으나 또 한 걱정이 생깁니다. 이걸 그대로 데리고 가면 필경 안해가 쨍쨍거리며 등살을 댈겝니다. 그러지 않 어도 요즘에 버쩍 지가 의사라지 왜? 또는 이까진 미화가 의사면 꽤게! 하고 건 뜻하면 오곰을 박는 이판인데. "에이, 이거 왜나와 이고생이야 참!" 그는 털털거리며 이렇게 여러번 입맛을 다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