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反轉衝動Ⅰ . (초반부터 생략) . ......8년 전에 버린 저택의 생활. 8년간이라는 세월은 길어서, 그 떄의 기억은 대부분이 희미해져있다. 그렇지만. 그 일만은, 지금도 강하게 마음에 새겨져있다. 그것은----- 활발했던 여자애의 일이다. ......전혀 만나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건 아키하만의 얘기가 아니다. 대략 8년전의 일이니까 잘 생각나진 않지만, 저택에는 같은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 있었을 터였다. 이름까진 생각나진 않지만, 확실히 쌍둥이 여자애들이었다. 친척이 아니고, 사용인으로서 일하는 것을 전제로 데려왔다,고 아버지는 말했다. "......이상하네. 어렸을때는 셋이서 잘 놀았었는데, 이름이 생각나질 않으니." 눈을 감고 다시 생각한다. 확실히 생각났다. 언제나 명랑해서, 보는 것만으로도 이쪽까지 활발하게 되는 듯한 여자애였다. 모난데 없는 성격에, 저택의 모두에게 귀여움받던 여자애. 나이가 비슷하다는 것도 있어서, 나와 그 애는 상당히 사이가 좋아, 매일같이 정원을 뛰어다니곤했다. "시키쨩, 같이 놀자." 라고 말하고, 방에 갇혀있던 나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준 것을, 생각했다. 그녀는 곧잘 웃으며, 내성적이였던 아키하의 손을 잡고 우리들과 놀아주곤했었다. 어쩌면, 실제로는 우리들보다 연상이었지도 모른다. 그 애는 우리들과 아키하가 놀도록 손을 끌어주는 반면, 막상 우리들과는 놀지않고 조금 떨어져서 우리들의 모습을 지켜봐주었다. 아키하의 교육계였던 엄격한 집사도 입버릇처럼 "----가 함께라면 상관없습니다" 라고 말하고 아키하를 밖에 내보내준 일이 있었다. 그런 그녀와는 대조적이었던, 또 한 명의 여자애가 있었다. 저택의 이층. 우리들이 정원에서 놀고있을 때, 저택 쪽을 돌아볼 때마다 우리들을 내려다보고있는 소녀의 모습이 있었다. 그 명랑한 애와 쌍둥이인 소녀는, 하지만 언제나 무표정하게 우리들을 바라보았다. 소녀는, 결코 저택에서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단지 차가운 눈을 하고서, 쭉 우리들을 바라볼 뿐. -----결국. 그 소녀와는 최후에 조금만 말을 나눴을 뿐이었다. "그 애들, 지금도 저택에 있을까나...." 그런 일을 생각하면서, 가방에서 하얀 리본을 꺼냈다. 오래된 하얀 리본. 최후에 그녀들에게서 받은 것. -----8년 전. 사고에 휘말렸던 후, 토오노의 저택에서 아리마 가에 맡겨지던 날. 저택을 나오기 직전, 뭔가를 생각했는지 여자애는 이 리본을 건네주었다. ......빌려주는 거니까, 돌려줘. 확실히 그런 뜻밖의 말을 하고, 여자애는 달려가버렸다. 그 뒤, 나는 곧 사용인에게 발견되어 저택의 현관까지 끌려갔다. 이후엔 누구의 배웅도 없이, 아리마의 아주머니에게 손을 끌려, 그 넓은 저택의 정문을 빠져나갔다. 그것이 8년전, 토오노의 저택을 뒤로 하던 때의 최후의 기억. "......하아" 한숨을 쉬고, 리본을 가방 속에 넣었다. "그래도, 8년도 전의 일이니까......" 그 여자애가 아직 저택에 있는지 어떤지도 알지 못한다면, 이름까지 알수 없다. 게다가, 어느 애가 리본을 빌려줬는지까지도 확실치 않다. "......별로, 그렇게 중요한 약속도 아니니까 아무래도 괜찮지만." 그래도, 생각해낸 이상 지키고 싶다. 이렇게 저택에 돌아가는 것을 승낙한 것은 아키하가 혼자 저택에 있으니까다. 8년 전에도 그 녀석을 내버려두고, 모든 책임을 그 녀석에게 떠넘기고 자기 멋대로 지낸 자신에겐 책임이 있으니까 저택으로 돌아간다. ......거기에 이어서라는 건 아니지만. 아직 저택에 그 애가 남아있다면, 8년 전의 약속을 확실히 지켜주고 싶다. "-----크다" 정문에 서자, 바로 그런 말이 나왔다. 일반 가정에서 지냈던 나에겐, 토오노의 저택은 크게 현실에서 벗어나 있었다. "......빨랐나, 나." ......아니, 지금은 후회되도 할 수 밖에 없다. 문은 열려있다. 힘으로 밀어 열고서, 저택의 현관으로 향했다. . (생략) . "그렇지요? 정말, 겁주지 말아주세요. 저, 또 틀리지않았나 무서워졌잖아요." 아하하, 하고 상냥한 미소을 흘리는 소녀. 확증 따윈 없지만, 딱, 이미지가 맞았다. "엣또, 그...... 너, 혹시 어렸을 때 우리들이랑 같이 놀았던 애?" 어렵게어렵게 물어보았다. 소녀는, 정말로 기쁜듯이 만면에 미소을 지었다. "자, 피곤하시죠? 사양하지말고 올라와주세요. 거실에서 아키하님도 기다리고 계시니까." 소녀는 지체없이 로비를 가로질러 거실로 향한다. . (생략) . 가방 속에 들어있는 교과서라던가, 누구 건지도 모르는 하얀 리본 뿐---- "아" 그렇다. 중요한 일을, 나는 아직 물어보지 않았다. "히스이, 잠깐 물어봐도 괜찮을까?" "예, 무슨 일이십니까, 시키님?" "저기, 방해해서 미안. 히스이랑 코하쿠씨는 자매지?" "-------" 한 순간, 히스이의 무표정한 눈에 놀람의 색이 섞였다. "......예, 확실히, 코하쿠는 저의 언니입니다." "그런가. 잘됐다, 그럼 두 사람도 예전부터 여기에 있던 애들이었구나!" 기뻐서, 바로 말을 했다. "......" 기뻐하는 나와는 정반대로, 히스이는 가만히 있는 그대로 자세를 흐트리지 않는다. "히스이......? 너랑 코하쿠씨는 여기에 거두어졌던 아이들이지? 잘 생각나진 않지만, 옛날에 같이 놀았던 적이 있었---" 말을 꺼내려다, 입을 다물었다. ......다르다. 우리들과 같이 놀았던 아이는 명랑했던 쪽이다. 차가운 눈을 하고 우리들을 바라볼 뿐이었던 쪽은, 저기----- "......저기, 자주 네 누나와 놀았던 거 같지만, 히스이......?" "예, 있었습니다. 시키님이 아리마 가에 보내지시기 2년 전 부터, 저와 언니는 마키히사님에게 거두어졌었으니까" 담담하게 히스이는 말했다. 히스이와 코하쿠씨가 추억의 쌍둥이라는 걸 알게된 건 좋지만, 히스이는 그 일을 도무지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런가. 히스이와는 전혀 얘기하지 않았었으니까. 멋대로 떠들어대서, 미안해" "시키님께서 사과하실 일은 아닙니다. 이쪽이야말로, 유년기의 일로 인해 시키님께 실례를 했습니다." 꾸벅꾸벅 머리를 숙이는 히스이. "------" 참으로, 거북하다. 히스이에게 악의가 없다는 것은 알고있지만, 같은 나이또래의 여자애에게 그런 말을 듣고서, 어떻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시키님, 다른 용건은 없으십니까?" "아...... 아니, 별로 없지만" "그러면 1시간후에 부르겠으니, 그때까지 아무쪼록 편히 있어주십시오." 히스이는 역시 무표정으로 말한다. 1시간후, 라는 일은 저녁식사일 것이다. ......하지만, 편히 있어주십시오라고 말해도, 여기서 어떻게 편히 있으면 되는 거지? . (생략) . 저녁식사를 끝내고, 내 방으로 돌아왔다. 시각은 아직 밤 8시를 지난 정도. 잠들기에는 이르고, 어떻게 할까. -내 방에서 얌전히 있자. "음-----" 저녁식사로 딱딱하게 굳어버린 어깨를 풀었다. 단념하고 기지개를 펴고서, 그대로 침대에 누워버렸다. . (생략) . 얌전히 잔다. 개의 울음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이대로는 확실히 잘 수 없다. ......잘 수 없다지만, 뭐, 그것은 보통 사람의 신경 레벨의 이야기. "............졸리니까, 패스." 시트를 덮고서, 침대에 눕는다. 개의 울음 따위, 길을 달리는 자동차 소리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하아." 오늘은 뭔가 긴 하루였다. 익숙하지 않은 저택에서의 저녁식사와 아키하들과의 대화로 정신도 지쳐버렸다. 그 앞에서는 개의 울음 따위, 단지 잡음에 지나지않는다. 눈을 감아버리면, 그 다음엔 완만하게 잠에 빠질수 있었다. -----그리운듯한, 꿈을 꿨다. 8년 전 여름의 끝. 큰 상처를 입고, 아무도 오지않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선생님을 만난 후. 저택에 돌아온 나는, 거기서 모르는 집에 맡겨진다는 일을, 아버지에게 들었다. 그 일은, 몹시 놀랍지는 않았다. 퇴원한 다음 날, 나는 아리마 가에 가게되었으니까. 그때는,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이었다는 것을, 기억한다. 가을의 시작. 나는 손을 잡아끌려 토오노의 저택을 뒤로 했다. 하지만, 그 바로 조금 전. 그 아이가, 어른들의 눈을 피해 만나러 와주었다. "여기를 나갈 때, 뒷 정원의 나무로 와줘." 그렇게 말하고서, 아버지의 눈을 피해 뒷 정원으로 갔다. 푸른 하늘. 어디까지라도 펼쳐져 있을 듯한 푸른 하늘의 아래, 그녀는 혼자서 기다렸다. 내가 알고있는 한, 그 애가 저택에서 밖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가지고 있어." 말하면서, 소녀는 자신의 머리를 묶고있던 리본을 풀어서 건네주었다. 작별선물이었겠지만, 어쨌든 어린애였던 나는 기쁨도 느끼지않았다. ......그래선데, 리본을 받고서 기뻐할 9살의 남자애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리본 좋아하는 거야. 그러니까, 나중에 꼭 돌려줘." 하지만, 그 말로 인해, 구해졌다. 돌려줘, 라고 소녀는 말했다. 돌아와줘, 라고 나에겐 들렸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누구 하나도 배웅조차 해주지않았던 최후의 날. 지금까지 한 번도 얘기한 적이 없었지만, 그녀가 그 말을 해주었던 것이, 기뻤다. -----하지만, 꼭 돌려줄게,라고는 말하지않았다. 그런 때에만 똑똑했던 나는, 이제 이 저택에 돌아오는 일은 없다고 이해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나누었던 말은, 단지 그것뿐. 소녀의 얼음같은 눈은, 하지만, 어딘가 슬펐었다. 시간 됐으니까, 하고서 현관으로 걸어간다. 소녀는, 역시 인형처럼 가만히 서서, 떠나가는 나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푸르른 하늘. 구름 한 점 없는, 그것은 어느 맑은 날의, 오래 된 꿈. 2.反傳衝動Ⅱ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귀에 익숙치않은 소리가 들린다. 보고있던 꿈이 급속히 사라져가고, 현실로 깨우려는 소리가 들린다. '아침입니다. 눈 뜨실 시간입니다, 시키님." 귀에 익숙치않은 소리가 들린다. ......그러니까, 시키님은 그만둬주지 않았나. 그런 말 들으면 등골이 오싹해진다고, 어제 분명히 말했었는데---- ----눈이 떠졌다. 히스이는 침대에서 떨어진 곳에서, 뭔가의 조상처럼 가만히 서있다. "음......" 졸린 눈으로 주위를 살펴본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시키님." 메이드복의 소녀는 고개숙여 인사한다. 한순간 내 눈을 의심하고서, 간신히 토오노 시키의 현재 상태를 생각해냈다. "......그런가, 내 집으로 돌아왔었지." 몸을 일으켜서 방의 상태를 둘러본다. 창 밖은 좋은 날씨다. 꿈 속에서 본 것 같은, 탁 트인듯한 푸른 하늘. "안녕 히스이. 일부러 깨워줘서, 고마워." "그런 말씀은 필요없습니다. 시키님을 깨우는 것은 저의 책무이니까." 히스이는 담담하게, 전혀 무표정으로 대답한다. "......하아. 어째서 이렇게 무뚝뚝할까, 히스이는." 정말로 아깝다. 히스이도 코하쿠씨의 절반 정도 밝다면, 굉장히 귀여울 거라 생각하는데. "시키님, 뭔가 용건이 있으십니까?" 이쪽의 시선을 느꼈는지, 히스이는 똑바로 쳐다보고있다. "아,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눈이 떠져서 먼저 히스이의 얼굴을 보고, 여기가 토오노의 저택이란걸 실감한것 뿐----" 얼음같은, 히스이의 눈동자. 그것은 아까까지 보았던, 꿈 속의 광경과 닮아있다----- "-----그런,가." 완전히 생각났다. 그 날, 작별선물로 리본을 건네주었던 것은, 언제나 창에서 우리들을 바라보고있던 소녀 쪽이다. 그것은, 다시 말하자면----- "히스이...... 였구나." "예, 뭔가 말씀하셨습니까, 시키님?" "아아......히스이, 기억하고 있으려나. 8년 전, 내가 여기를 나갈 때의 일이지만." "예, 그거라면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무엇입니까?" "에.....뭐냐니, 히스이." "변명은 아니지만, 시키님께서 저택을 떠나시고서 8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니 그 때의 일을 말씀하셔도, 저는 확실히 대답할 수 없습니다." "뭐-----" 그것은, 그 때의 약속같은 건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인가. "히스이----- 리본에 대한 일, 생각나지않아?" "......리본......입니까?" 뭔가 말하기 어려운 듯이 머리를 숙이고, 히스이는 예,하고 단언한다. "그런가. 그렇지, 8년도 전의 일이니. .......미안, 아무 것도 아니야. 지금 건 잊어줘." "............" ......약속은 잊혀져버렸다. 그래도, 그것을 원망할 기분도 아니다. 아무래도 어렸을 때의 얘기였고, 그 때, 그 약속 덕분에 적극적으로 살았다는 생각은 정말이었으니. "자, 그럼 일어났으니까. 히스이, 지금 몇시인지 알려주겠어?" "예, 아침 7시를 지날 때입니다." "오케이. 그렇다면 조금은 여유가 있겠군." 우-웅,하고 등을 펴고서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 말씀이라면, 그다지 시간은 없습니다. 이 저택에서 시키님의 학교까진 30분 정도가 걸리니까, 앞으로 20분 정도에 아침식사를 드시지 않으면." "에-----그런가, 여긴 아리마 가가 아니였지!" 경악했다. 익숙히 지냈던 아리마 가에서라면 20분 정도면 학교에 갈 수 있지만, 여기에서라면 지름길도 모른다. "학교의 제복은 그쪽에 놓아두었습니다. 옷을 갈아입으시는 것이 끝나면 거실에 와주십시오." "젠장, 어차피 깨워줄거라면 좀더 일찍 깨워주면 좋잖아......!" 자기 멋대로인 혼자말을 하면서, 개어진 학생복에 손을 뻗는다. 학교의 제복은 깔끔하게 개어져서, 셔츠에는 다림질까지 되어있다. 소매에 팔을 넣어보고, 뭔가 새 것 같은 기분이 좋았다. 거실에는 아키하와 코하쿠씨가 편하게 쉬고있다. 아키하의 제복은 아사가미 여학원, 이라 하는 유명한 아가씨 학교의 것일 것이다. 두 사람은 벌써 아침식사를 마쳤는지, 우아하게 홍차같은 것을 마시고있다. 두 사람에게 인사한다. "두 사람 다, 잘 잤어?" "안녕히 주무셨어요, 시키씨" 코하쿠씨는 하얀 앞치마에 어울리게, 그 이상없을 정도의 웃는 얼굴로 인사를 받아주었다. 한편 아키하는 힐끗 이쪽을 한 번 보고서,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아침은 꽤나 천천히시군요, 오빠." 라며 최고로 기분 나쁜듯한 기색을 나타낸다. "천천히라니, 아직 7시를 지난 정도잖아. 여기에서 우리 학교까지 걸어서 30분 정도니까, 오늘은 일찍 일어난 편이라고." "그렇다면 아침식사를 할 시간은 10분 뿐이군요. 배고픈 개는 아닐테니까, 아침식사는 느긋하게 하세요." "-------" 아키하의 말에는, 역시 가시가 있다. "아키하님, 슬슬 시간 쪽도 한계이니, 괜찮겠습니까?" "......알고있습니다. 정말, 첫날부터 이러면 나중이 걱정되잖아." 투덜투덜,하고 불평같은 것을 중얼거리고 아키하는 소파에서 일어났다. . (생략) . -----2교시가 끝나도, 유미즈카는 오지않았다. 정확한 근거가 없지만, 싫은 예감만이 늘어간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아침은 그만큼 와글와글 했었는데, 교실은 언제나대로의 밝음으로 돌아가고있다. 유미즈카 사츠키가 가출했다고 하는 소문을, 클래스메이트들은 그다지 대단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것 같다. "토오노, 밥 먹으러 가자." "됐어, 뭔가 그럴 기분이 아니야." "흐--음......뭐, 할 수 없지. 관계없는 고생을 등에 지는 것도 적당히 하라고." "............" 관계없는 고생, 인가. 아리히코의 말은, 하나하나 정곡을 찌르고 있다. "어레? 오늘은 이누이군과 함께가 아닙니까?" "......선배. 어째서, 우리 교실에 오셔서." "예, 토오노군들과 점심을 먹으려고 생각했었습니다만...... 토오노군, 점심은 먹지않습니까?" 책상에 주저앉은 내 얼굴을, 선배는 걱정스러운 듯이 살펴본다. "아니, 그런 뜻은 아닌데, 어쩐지 식욕이 나질 않아서." "하아. 기분이라도 나쁘십니까?" "......그런 정도일까나. 괜찮으니까, 나는 내버려두고 식당으로 가세요. 아리히코라면 식당에 있을테니까." "정말, 건강하지 않군요, 토오노군은. 무슨 일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점심을 먹지않으면 더욱더 기분이 나빠져 버려요." "-----그건, 그렇지만." 식욕이 나지 않으니까, 이것만은 어떻게 할 수도 없다. 나는-- ......아니, 역시 기분이 나쁘다. "......미안. 정말로 기분이 좋지않아. 잠깐 양호실에 가볼테니까, 선배는 아리히코랑 점심식사를 해결해줘." "하아...... 사정은 모르겠지만, 너무 무리하지 말아주세요, 토오노군." "하하, 무리하지 않으니까 양호실에 가요." 억지로 웃고서, 교실을 뒤로 했다. 종례의 홈룸이 끝났다. 교실에 남아있는 것은 나 정도로, 클래스메이트는 부활동에, 집으로 돌아가는 패거리도 바쁜듯이 학교에서 달려가버렸다. "-----그럼." 이쪽이라고 언제까지나 교실에 남아있을 필요는 없다. 잽싸게 짐을 가방에 넣고, 교실을 뒤로 했다. 시각은 4시쯤. 히스이에게 4시경에 돌아간다, 라고 말한 이상, 멀리 돌아가는 길로 갈 여유는 없다. "......" 언덕길에 다다라서, 갑자기 발을 멈췄다. 어제의 이 시간. 여기서, 유미즈카와 방금 전처럼 헤어졌던 일이 생각나버린 탓이다. "......" 정직하게 말하면, 유미즈카의 일이 걱정되고있다. 하지만, 아무리 걱정해도 나로선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핀치일 때는, 도와줄 손을 내밀어 주겠다고 말했지만. 지금의 나로선, 어디에 손을 내밀어 줘야 할지조차 알지못한다. 언덕길을 올라서, 저택을 에워싼 담을 돌아가, 저택의 정문에 겨우 도착했다. "......하지만 어울리지 않는 양관이잖아, 이건." 주택지의 속, 언덕의 끝에 두-웅 하고 서있는 양관은 여기 밖엔 일본에는 없을 것 같다는 착각을 일으키게한다. 게다가, 더해서----- "다녀오셨습니까, 시키님." 하고, 문 앞에서 나를 마중나와준 메이드씨까지 있는 상황이다. 히스이는 내가 오기 전부터, 조상처럼 정문에 서있다. "다녀왔어 히스이. ......저기, 엉뚱한 걸 물어보는 거지만, 혹시 여기서 계속 기다린거야?" "아뇨, 계속은 아니고 3분정도 기다렸습니다. 그것이 어떻습니까?" 지극히 당연하다는 듯이 히스이는 말한다. ...... 잠깐만, 그것은 나에겐 기다려주는 정도지, 충성이 지나치다. "-----아니, 마중나와준 것은 확실히 기쁘지만, 여기까진 나오지않아도 괜찮아. 그 복장이 눈에 띄어서, 나한텐 왠지 비춰보여." 거기다 계절은 가을이다. 슬슬 밖에 나와있으면 추워질 것이다. "............" 히스이는 침묵하고있다. 이국의 피가 섞여있는지, 군청의 푸른 눈은 유리세공처럼 무기질에, 감정도 없이 이쪽을 바라보고있다. 당분간의 침묵의 다음. "......알겠습니다. 그러면, 내일부터는 로비에서 기다리겠습니다." 히스이는 짧게 대답을 하고 문을 연다. 그대로 조상처럼 히스이는 움직이지 않는다. 이쪽이 문을 지나 정원에 드러가자, 조용히 뒤에서 따라온다. 현관에 이르러, 히스이는 슥하고 앞으로 나섰다. "우와아!" 생각없이, 반사적으로 몸을 굽혔다. "...... 무슨 일이십니까, 시키님." "아, 아니------저기, 아무것도 아니야." "............" 히스이는 말없이 현관의 문을 연다. 히스이가 앞으로 나선 것은, 나 대신 문을 열기위해서인 것 같다. 항상 주인의 뒤에 붙어서, 나갈 차례가 되면 소리도 없이 앞에 나서서 일을 처리한다. 확실히 메이드씨의 철칙같은 건 모르겠지만, 나같은 일반인은 히스이의 일거일동에 깜짝 놀래버린다. ......도무지 마땅치않다. 이러면 언제까지라도 손님이라는 기분이 없어지지 않지는 않을까. "저기, 히스이." "예, 무슨 일이십니까 시키님." "어제도 말했지만, 나는 내가 필요할 때는 스스로 하고싶어. 그러니까, 그만둬줘. 이건 비밀이지만 말야, 나, 실은 게으른 녀석이어서 응석부리고 한없이 타락한다고." 응, 아키하에게만은 비밀로 해두고싶다.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시키님은 엄격하게 해라, 하고 말씀하신겁니까?" "아니, 엄격하게 하는건 싫어. 가능하면 소탈하게 살고싶어."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시키님의 말씀의 취지가, 저에게는 이해되지 않습니다." "......아니, 그러니까 진지한 얼굴로 그런말을 해도." ......곤란하다. 어젯 밤, 조금이지만 대화해보고서 이 애와는 대화가 통하기 어려울 거란 예감은 했지만,이렇게까지 진지한 성격을 하고있을 거라는 건 생각지않았다. "-----아아 이제, 됬으니까 히스이는 나한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거야. 그러니까 세탁이라던가 요리라던가하는 신세는 지겠지만, 그거 이외의 일로 토오노시키에게 시간을 쓰지않아도 좋다고. 이 넓은 저택에서 코하쿠씨와 둘 뿐이잖아? 날 보살펴주는 것 같은건 좋을대로 좋으니까, 가능한한 즐거워해달라고 말했어!" "--------" 히스이의 표정은 바뀌지않는다. 대답도 하지않는다면 수긍하지도 않는다. 단지, 한번만 눈을 감은 듯한 느낌이 든다.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마음만으로 만족하겠습니다, 시키님." -----우우, 전혀 알아듣질않아..... 히스이는 나에게 길을 비켜주기위해, 슥하고 옆을 돌아간다. "......하아." ......정말로 질렸다. 그렇게 헌신적으로 보살펴주겠다는 것은 기쁘지만, 코하쿠씨의 절반 정도만 밝아줘도 좋을거라 생각한다. 그렇지않아도 히스이는 귀여운 분위기가 있으니까, 좀더 힘을 써준다면 그건 아무리----- "시키님, 방에 돌아가시지 않으십니까?" "아니, 잠깐 생각할 일이 있었어." 로비를 돌아서 계단으로 향한다. 히스이는 물건을 욕심내는 것처럼 내 손에 있는 가방을 쳐다본다. ......아마도, 그 배달물을 맡겨주십시오, 라고 말을 하고싶은 거겠지. 마중나와 준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거기다 가방까지 운반해주는 것은 지나치다. 나는 히스이의 뭔가를 말하고 싶어하는 태도를 무시하고, 내 방으로 걸어갔다. "입으셨던 학생복은 이쪽에 벗어주십시오. 저는 저택의 청소가 있으니, 용무가 있으시면 불러주십시오." "......히스이는 저택의 청소,인가. 아키하와 코하쿠씨는 뭘하고 있으려나." "아키하님은 살롱에서 마키히사님의 일을 이어받고 계십니다. 언니라면, 중앙 정원의 청소를 하고있을겁니다." "......하아. 아버지의 일을 이어받아, 혹시 변호산가 뭔가하고 얘기한거?" "예. 경영방침을 배우고 계셔서, 아키하님은 저녁식사 때까지 바쁘십니다." "............" 뭐, 아버지도 갑자기 타계했으니, 회사의 일은 아키하에게 뭐 하나 가르쳐주지 않았을 것 같다. "붙잡고 있어서 미안해. 뭔가 있으면 가서, 할 일로 돌아가도 좋아." "예, 그러면 실례하겠습니다." 학생복을 벗고, 사복으로 갈아입는다. 시침은 아직 5시가 된 정도이다. 이대로 저녁식사 때까지 멍하니 있기는 싫고, 지금은----- 히스이를 만나러 간다. ......그렇지, 어제부터 신세를 지고있으니까, 이렇게 멍하니 하고있을 여유가 있다면 히스이를 도와주는 정도는 하지않으면 벌 받을거다. -----그런데. 저택을 청소한다고 말했는데, 히스이는 어디에 있는거지. 로비에 내려가본다. 2층의 복도에선 히스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있다고 한다면 거실 쪽일 것이다. ......없다. ............없다. ..................없다. ........................없다. 1층에 히스이의 모습은 없다. 아직 보지않은 곳은 자물쇠가 걸려있는 유희실과 객실, 아키하가 있을 살롱 정도이다. "......엇갈려서 2층으로 갔나." 이정도로 넓은 저택이니까, 엇갈리는 일 정도는 있을 것이다. 기분을 돌려서 2층으로 향했다. 계단을 올라서, 복도를 살펴본다. 그리고. 동관의 안, 창가에 서있는 히스이의 모습을 보았다. "히스-----" 소리를 내려하다 목이 막힌다. 복도의 모퉁이. 밝기도 충분치않은 어둠의 속, 히스이는 혼자서 꼼짝도 하지않고 서있다. "----------" ......소리가, 나오지않는다. 히스이의 모습은, 어딘가, 위태롭다. 어두운 양관 속에 서있는 히스이. 확실히 귀엽다는 생각에, 동시에 유령을 보는듯한 기한을 생각하게하는 조용함. 히스이는 손가락 끝도 움직이지 않고, 단지 창 밖을 바라보고있다. "---------" 그 창은. 어렸을 때, 그 소녀가 언제나 내려다보고있던 창은 아니였지만. "히스-----이." 이렇게 말해도 정신없이 보고있다, 라고 할까나. 목소리를 내는 것도, 그렇다고 시선을 돌리는 것도 못하고, 그냥 멍하게 히스이를 응시한다. -----그리고. 인형같던 히스이의 눈동자가, 갑자기 이쪽을 향했다. "시키님, 뭐라 하시셨습니까?" "아----- 아니, 별로 뭐라고 할 의미도 없어, 그렇지만......" " ? " 살짝 고개를 갸웃하는 히스이. 거기엔, 아까까지의 이상한 긴장감은 사라져있다. "한가하니까 뭔가 도와주려고 찾았지만, 히스이가 어지간히 보이질 않아서. 지금 막, 간신히 찾았어." "......그렇습니까. 그렇지만 시키님께서 그런 일을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방에 돌아가주십시오." "음............" 왠지 모르게 예상은 했지만, 역시 히스이는 나에게 일을 맡길 생각은 없는 것 같다. "그래도 히스이, 따로 할 일이 없으니까 별 수 없어. 머-엉하니 있어도 몸에 안좋으니까, 뭐라도 괜찮으니까 시켜주지 않을래?" "그렇습니까, 시키님께 시켜드릴 만한 일은 전부 끝났습니다. 남아있는 것은 아키하님의 침실 정리 뿐입니다. 설령 시키님이라도, 남자를 아키하님의 침실에 보내는 것은 해드릴수 없습니다." "음, 음음음......" 그건, 확실히 그대로다. ......하지만, 무언가 비겁하다. 히스이는 일부러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말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저는 일이 남아서 실례하겠습니다." 히스이는 성큼성큼 발소리를 내면서, 그대로 아키하의 침실로 들어가버린다. "............음." 확실히, 심심하다고 여자애의 침실에 들어갈 수는 없다. "......할 수 없으니, 방에 돌아갈까." 발길을 돌린다. 그런데, 그 전에 히스이가 보고있던 창이 신경쓰였다. "아레-----정원에 있는 건, 코하쿠씨잖아." 창에서는 정원의 모습이 한 눈에 보인다. 히스이는 어렸을 때와 같이, 이 창에서 정원의 모습을 바라보던 것일까......? 저녁식사가 끝나서, 거실에서 식후의 차를 마신다. 눈 앞에는 아키하가 있고, 벽 쪽에는 히스이가 기다리고있다. 거실에는 테레비 같은 것은 없고, 아키하도 필요한 말 밖엔 하지않는다. -----뭐라 할까, 기품 넘치는 식후의 시간이다. "시키씨-, 잠깐 괜찮겠습니까-." 하고, 로비 쪽에서 코하쿠씨의 활발한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 코하쿠가 부르고 있는데, 뭔가 불릴만한 일을 하셨습니까?" "아니, 생각나는 건 없지만-----잠깐 가볼께." 아키하와 히스이를 거실에 두고서 로비로 갔다. 코하쿠씨는 현관 앞에서 무엇인가 빙글빙글하면서 걸어오고있다. "......코하쿠씨. 그거, 뭐하는 거야." "아, 시키씨. 이건 말이죠, 조금 복잡한 사정입니다. ......거기에 계시면 재미없으실 테니까, 잠깐 밖에 나가주시겠어요?" "......?" 사정도 모르는 채로, 부랴부랴 코하쿠씨의 뒤를 따라간다. "이야기인가요? 혹시 모두에겐 비밀로 하고싶은 일?" "예. 특히 아키하님의 귀에 들어가면, 시키씨가 혼나실 이야기예요." 아키하한테 혼날 이야기......? "뭡니까 그거. 나, 아키하를 화나게 할 짓은 하지않았는데." "아, 시키씨가 어떻게 하신 게 아니에요. 그, 실은 말이죠. 시키씨와 아키하님의 저녁식사 중,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에? 손님이라고, 나한테? "예. 문 밖에서 빙글빙글하면서 걷고있는데, 마음에 걸리는 말을 했습니다. 입고있는 제복이 시키씨의 고교의 제복이니까, 혹시나 생각해서." 그렇게 코하쿠씨는 그 손님의 외모를 말해주었다. 나이대는 나와 같고, 약간 동안. 긴 머리를 양갈래로 한 귀여운 여자애......? "............" 두쿵, 하고 시계가 새카맣게 된 기분이 되었다. 그 외모. 그것은, 가출했다는 유미즈카 사츠키 그것이 아닌가----- "그래서 말이죠, 그 아이, 여기가 토오노씨의 집입니까? 하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래서 그렇다고 했더니, 그러면 토오노군은 있습니까? 하고." "......응.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코하쿠씨." "예. 시키씨와 얘기하시는게 좋을거 같아서, 들어오라고 했더니 거절했습니다. 아무래도 지금은 아직 만나지 않는게 좋다고 그러던데." 어째서일까요, 하고 코하쿠씨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지만, 그것을 묻고싶은 것은 이쪽이다. "어째서---------- 유미즈카씨가, 나한테 왔을까......" 모르겠다. 모르겠지만, 단지, 싫은 예감만이 든다. "......코하쿠씨, 그거 얼마정도 전의 일?" "엣또, 시키씨의 저녁식사가 끝나기 전이니까, 그럭저럭 10분 정도 전 입니다." "-----! 그러면, 그 애는 어느 쪽으로 갔는지 알고있어?" "언덕을 거리를 향해 내려갔으니까, 역 앞 쪽일거라 생각해요." -----10분 전인가. 달리면----- 운이 좋다면,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알겠어. 잠깐 나갔다 올테니까, 그 애기는 아키하에게는 말하지말아줘." "알겠습니다. 아키하님이 아신다면, 계속 시키씨가 괴롭힘 당할테니까." 즐거운 듯이 웃는 코하쿠씨에게 인사를 하고서, 밤거리로 달려나갔다. "하아-----하아, 하아-----." 언덕길을 전력으로 내려서, 역전방면으로 달려간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역전의 인파를 헤치며, 유미즈카인듯한 모습을 찾는다. "하아...... 하아, 하아......" 숨이 찬다. 과로워져서, 달리고있던 발을 멈춘다. "......역,시...... 그렇게, 단순하겐, 찾을 수 없으,려나......" 하아, 하아. 거친 호흡을 고르고, 곧장 달린다. -----유미즈카 사츠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 어떻게 해봐서 간단히 찾아지지 않는다. ......나는 별로, 유미즈카 사츠키가 염려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마음에 정말 조금 걸리는 점이 있어서, 그 때문에 이렇게 뛰어다니고있다. -----그러면. 바이바이, 토오노군. 그것은, 어디에나 있는 이별의 말. ......정말로 기쁜듯했던, 부드러운 웃는 얼굴. 그런 얼굴을 하는 녀석이 가출 따위 할리 없다. -----핀치일 때는 도와줘, 토오노군. 그래, 이런 일을 하고있는 이유 따윈 단순하다. 나는 단지, 그 때의 웃는 얼굴이 배신하진 않을 뿐이니까----- "하아-----하아-----하아-----" 공원에도 유미즈카인듯한 인영은 없다. ......처음부터, 무슨 실마리도 없이 사람을 찾으러 나올 의도는 아니다. 찾을 수가 없으니까, 이제 슬슬 저택으로 돌아가자. "......젠......장......" 이라고 하면서, 다시 거리 쪽을 보러 발을 돌렸다. 다시 한 번 역 앞에 와본다. 시각은 밤 9시를 넘어버렸다. 연일의 연쇄살인마의 탓인가, 아직 9시인데도 다니는 사람은 극히 적다. -----그리고. "유미-------즈카." 한순간, 나의 눈을 의심했다. 그래도 눈 앞에서 걸어가는 뒷모습은, 유미즈카 사츠키와 닮았다. 유미즈카는 비틀비틀 하는 발길로 사람들 속을 걸어간다. ......멀어서, 잘 모르겠다. 잘 못 본 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쫓아가면서 부르자, 하고 달렸다. "기다려, 유미즈카씨-----!" 쫓아가면서 말을 건다. "----------" 소리가 들렸는지, 유미즈카는 힐끗하고 이쪽을 돌아보았다. 그 얼굴은, 뭐라 할 것은 없다. 앞으로 걸어가는 소녀는 틀림없이 유미즈카 사츠키이고, 그녀의 얼굴이 무서운 듯한 표정을 지은 것도 아니다. "-----아." 그런데, 오싹한 나쁜 한기를 느껴버렸다. -----두근, 하고. 심장의 고동이 빨라진다. 머리의 뒤쪽이 어질어질하고 무거워지고, 목이 약간 열을 머금는다. "뭐지...... 뭔가, 이상하다." 몸 속이 뜨겁다. 질 나쁜 열병에 걸린 것 같이, 어질어질하다. 그러는 사이에, 유미즈카는 다시 걸어가버렸다. "기-----기다려, 유미즈카씨......!" 달려가면서 불러본다. 유미즈카는 돌아보지않고, 비틀비틀 걸어간다. "이-----, 들리지 않는거냐 유미즈카......!" 뜨거운 몸에 채찍질을 하며 달린다. 그래도, 어떻게 해도 유미즈카의 등을 따라잡을 수 없다. ......아무리 달려도, 걷고있는 유미즈카를 따라갈 수 없다. "---------" 뭔가, 이상하다. 그렇게 알고는 있는데, 뭐가 이상한지 알 수 없다. 지금의 나에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어떤 해결책도 없는채로 유미즈카 사츠키를 쫓는 일 뿐이다. -----그런데. 갑자기 유미즈카의 등이 사라졌다. 아까까지, 쫓아가진 못해도 확실히 보이던 저 녀석의 등이 보이지않는다. "......젠장......어떻게 된거야, 대체......!" 멈춰서서, 호흡을 고른다. 하아하아, 하고 가슴이 크게 위아래로 움직인다. ......지금까지 몰랐지만, 상당히 오랫동안 달렸던 것 같다. "......지금, 몇시, 이지......" 양 무릎에 손을 짚고, 적당한 쇼윈도에 시선을 보낸다. 시각은-----밤 열두시에 다다라있다. "-----거짓말. 그렇게 달렸나, 나." ......그런 실감은 없지만, 시계에 이상은 없다. 둘러보면, 번화가의 밝음도 줄어가고있다. "-----돌아, 가자." 유미즈카의 일은 신경쓰이지만, 이 이상 쫓아가도 찾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대강 세 시간 가까이 쫓아서, 몇번이나 불러도 돌아보지조차 않다니, 저 녀석은 뭘 생각하고 있는지. 하아, 하고 크게 심호흡을 하고서, 저택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이 부근에 오면, 사람은 전혀 없었다. 번화가 쪽은 아직 다니는 사람이 있는 쪽으로, 여기부터 저택으로 돌아가기까지의 길은 완전히 사람이 없겠지. "............." 연쇄살인마라는 단어가 머리를 스쳐갔다. 밤 열두시. 혼자서 거리를 걷고있는 나는, 살인마에게 노려지기 쉬운 사냥감일지도 모른다. "-----!?" 소리. 건물의 뒤 쪽에서, 뭔가 소리가 났다. 사람이 쓰러진 듯한, 그런 느낌의 소리였다고 생각한다. "......뒷 골목 쪽......?" ......소리는 한 번 뿐이었다. 주위는, 불길할 정도로, 조용하다. ......싫은 예감이 든다. 뒷골목 쪽에서, 누군가가 쓰러진 건가. 아니면 바람에 물건이 넘어진 것뿐인가. ......어느쪽이든, 그다지 상관하게 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라곤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아까까지 유미즈카를 쫓아가던 탓인지, 거기에 유미즈카가 있을 듯한 착각을 가지게 되었다. "......어떻게, 할까......" 주위에 사람은 없다. 믿을 것이라고 한다면, 아침에 코하쿠씨가 전해준 나이프 뿐이다. 나는----- 보러간다. -----나의 착각을, 무시할 수 없다. 벌써 몇 명이나 살인을 저지른 살인마가 배회하고있다는 밤거리에, 괴상한 소리가 난 뒷골목으로 간다니 어떻게 되있다. 어떻게 되있지만, 나는-----어제의 유미즈카의 웃는 얼굴을 잊을 수 없다. 유미즈카가 있을 리 없겠지만. 혹시 거기에 유미즈카가 있어서, 뭔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린다면. ......나는, 그것을 보고 지나쳤다는 것을 절대로 후회한다. "-----좋아." 크게 숨을 쉬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뭔가, 일이 생기면 토오노 시키에게는 이『눈』이 있으니까. 선생님은 함부로 사용하지 말라고 말했지만, 상대가 살인귀라면 용서해주시겠지. "......소리, 이쪽에서였지." 각오를 다지고, 뒷골목으로 발을 옮긴다. -----두근. 심장이, 한층더 크게 고동친다. 뒷골목은 조용함. ......소리는, 이 속의 광장에서 들려왔다. -----두근. 머리의 뒤쪽이, 아프다. 극도의 긴장으로 경련이라도 하고있는지, 등골이 피부에서 튀어나올듯한 정도로, 아프다. -----두근. 어떻게 된걸까. 나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데, 본능이 아까부터 경고를 울리고있다. -----두, 근. 가지마. 그 앞에는 가지마. 가면, 반드시 돌아올 수 없어. -----두, 근.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뒷골목을 돌아, 나는 그 광장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에?" 단지, 그런 소리밖에, 나오지않았다. -----뒷골목은, 일면의 붉은 세계. 어디라고 해도, 쓰레기나 잡동사니에 섞여서 팔다리가 흩어져있다. 팔다리는 개나 고양이 같은 게 아니다. 그 절단면에서 붉은 피와, 뼈와, 생생한 살점을 보이는, 틀림없는 인간의 팔다리였다. 지면과 벽에는 붉은 피가 칠해져있다. 코를 찌르는 묵직한 냄새. 주르륵, 하고. 붉은 안개가 되어 몸을 둘러싸서 붙어버릴 정도로, 농후한 피의 냄새. 얼굴, 얼굴, 얼굴. 목에서 잘려져, 고통의 표정인 채로 구르는 얼굴. 미이라같이 말라버려서, 둘로 갈라져 대그락대그락 구르고있는 얼굴. 양눈을 뽑혀서, 남잔지도 여잔지도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인 채로 방치된 얼굴. "----------" 소리도 내지않고, 그냥, 그것들의 망골을 쳐다보았다. 아니, 사람의 사체라 하기에는 너무나도 지나치다. 질 나쁜 오브제라 해도, 정말 조금은 나을 것이다. 사체는, 4개 있었다. 이것도 저것도 먹고서 버린 잔반같이 굴러다닌다. "하---------하." 놀라면서 사체의 바다를 본다. 머리 뒤쪽이 욱신욱신 아프고, 목이 말라서 호흡이 불같이 뜨겁다. 손가락 끝은 부들부들 떨리고, 입가가 타원형으로 일그러진다. 이것은-----뭐냐. 지금 눈 앞에 펼쳐진 세계는, 뭐냐. "-----붉다." 그래.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공격적인 일면의 색----- 단지, 멍하니 서있는다. 어떻게 되있다, 라고 생각했다. 두근, 두근, 두근. 이런, 상황도 모르는 풍경을 앞에 두고. 나의 심장은, 두근두근하고, 뭔가를 기대하는 것처럼, 고동치고있다, 어째서. 부스럭,하고 벽족의 사체가 움직였다. 아니, 다르다. 거기에 있는 것은 사체가 아니다. 무조작하게 구르고 있는 팔다리와는 다르다. 정확히 팔다리가 있는, 확실히 살아있는 인간같았다. "아......" 뭔가, 의외의 것을 보았다. 사람이 살아있다는 일을 기쁨보다, 이 광경 속에서 아직 살아있는 사람이 있다는 일이, 뭔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져서. 그래도, 살아있다면. 살아있다면, 도와, 주지않으면. "저기-----여보세요?" 두근두근하고 고동쳤던 감정 그대로, 아직 살아있는 사람 쪽으로 다가간다. "-----기." . (생략) . "그-----!" 강하게 찔렸던 어깨가 아프다. 돌아보면. 저만큼 인간의 부품이 흩어져있던 뒷골목의 광장에는, 붉은 피 밖에 남아있지 않다. 얼굴도. 내장도. 팔다리도. 아까의 해골처럼, 재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아." 두근, 하고. 혈액이 역류하는 듯한, 토할 기분. "거짓말, 이다-----" 두근, 하고. 지금이라도 사정해버릴 정도의, 흥분 . "이런, 건-----" 언제까지라도. 안구에 타올라 떨어지지않을, 피의 붉은 색. "이런건, 거짓말이다-----!" 기우뚱하고.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이, 일그러져 보인다. -----정신을 차리니, 저택에 돌아와있었다. 동물의 귀소본능이라는 녀석일까. 지금이라도 통증으로 쓰러질 것 같아서, 확실히 집에 돌아온다곤 생각지 못했다. "......크." 토할 기분. 토할 기분이 든다. "하-----하,아-----" 어째선지 심장은 두근두근 맥이 뛰어서, 호흡까지, 어려웠다. "......빨리...... 쉬지않으, 면......" 예전부터 빈혈로 몇번이나 쓰러졌던지라, 내가 이제 곧 쓰러질거란 것을 알고있다. -----쉬면. 침대에 휴식을 당분간 한다면, 이런 토할 기분도 심장도 진정되어서, 모두 원래대로 된다. 그런-----그런 일도 잊어서, 아무 것도 없었던 것처럼, 언제나대로의 아침이 밝아온다. "시키씨? 다녀오셨습니까?" "아...... 코하쿠, 씨." 서관의 복도에서, 느닷없이 코하쿠씨가 얼굴을 내민다. ......그러고보면, 1층의 서관에 코하쿠씨의 방이 있었지만. "다녀오셨습니까 시키씨. 그리고, 아는 사이의 분은 만나셨나요?" "아-----아아. 한 번은, 만났어." 답하면서, 생각해버렸다. 흩어진 팔다리. 얼굴. 얼굴. 얼굴. 얼굴. 피로 칠해진 뒷골목. 양 손에 피를 칠하고서, 쿡쿡 웃는 유미즈카의 얼굴----- "미안. 방에 돌아갈테니까, 코하쿠씨도, 돌아가줘." 지금은 누구하고도 말하고싶지않다. 코하쿠씨를 돌려보내고, 계단을 올라갔다. 그대로 침대에 쓰러졌다. "하-------아." 가슴이 크게 상하로 움직여, 공기를 마신다. "--------" 멀어져가는 의식. 통증이 온다. 이대로, 예를 들어 정신을 잃어버리는 일이라도, 지금은 이대로 잠들고싶었다. -----어쩐지 졸리지않는다. 통증은 오고있는데, 언제나처럼 의식이 사라져 주지않는다. 눈꺼풀을 닫자, 아까 뒷골목의 광경이 떠오른다. 두근두근, 하고 고동치는 심장. 그것은 공포는 아닌, 오히려-----성적인 흥분에 가까웠다. "어째, 서------" 그거야말로 이유는 모르겠다. 혹시 공포와 성욕이라 하는 것은, 가까운 위치 관계인가. "에............?" 이런 밤중에, 누구일까. "시키님, 일어나계십니까......?" 우는듯한 목소리는, 히스이의 것이었다. 두근, 하고. 히스이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가슴의 고동은 약간 가라앉아주었다. "......아아, 일어나있어. 무슨 일이 있으면, 안에 들어와." "-----실례하겠습니다." ......무슨 일일까. 히스이는 접시에 컵과 약같은 종이봉지를 가지고 들어왔다. "......히스이. 무슨 일이야, 이런 시간에." "예. 시키님께서 몸이 편치않으신듯 해서 약을 가져왔습니다." "에........? 아니, 그건 그렇지만...... 잘 알고있네, 히스이." "언니에게서의 전언입니다. 시키님은 피곤하신 듯하니, 힘을 쓰시지 말아주십시오, 라는 것입니다." ......그런가, 코하쿠씨가. 아까 로비에서 마주쳤을 때, 내 안색이 나쁜 것을 확실히 보여버린 것이다. "......그런데, 그 약은 뭐야?" "수면제입니다. 시키님의 주치의에게서, 복용해도 문제는 없다고 허가를 받았습니다." "허가라니...... 이런 밤 중에!?" "아뇨, 시키님께서 이 저택에 오시게된 사이에, 언니가 시키님의 주치의에게 허가를 받았다합니다." "하아-----역시 코하쿠씨. 눈치가 빠른 것도 아닌가." 어쨌든, 지금은 감사하고싶다. 히스이에게 물을 받아서, 약을 마신다. "음-------아." 이윽고, 흐리멍덩해지면서 졸음이 왔다. "......고마워, 히스이. 코하쿠씨한테도 고맙다고 전해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그러면 안녕히 주무십시오, 시키님." ......히스이의 발소리가 들린다. 몸에서 힘이 빠져가는 듯한 감각. "음----- 기분, 좋아-----" 어렴풋이. 기절하는 것처럼, 잠으로 빠져든다----- -----그것은 꿈인가. 붉은 뒷골목. 내가 발을 들여놓기 전의, 뒷골목. 거기에서 유미즈카 사츠키는 죽이고 있다. 큰 길에서 평범한 통행인에게 말을 걸어, 뒷골목으로 끌어들여서. 용서없이 뒤에서 머리를 꺾어, 걸레처럼 비틀린 목에, 이를 꽂는다. 한 사람. 두 사람. 세 사람. 네 사람. 나를 내버려두고 그런 짓을 잘도. 단지 꿈 속에서, 탐하는듯이 피를 마신 다음, 유미즈카는 네 개의 사체를 뿔뿔히 흩어놓고, 계속 피를 핥는다. 붉은 세계. 하지만, 이상하게 두려워한다는 감각은 없다. 서투른 녀석 서투른 녀석 서투른 녀석 손에는 나이프. 호흡은 하아하아 하고 거칠다. 심장은 피스톤처럼, 아까부터 나에게 그렇게 하라고 부추기고있다. 나라면 더 잘 한다. 하아, 하아, 하아. 괴로운 한숨. 그것은-----나도 유미즈카 사츠키처럼 하고싶다, 라는 충동을 누르기위해, 호흡이 곤란할 대로 곤란해져 있는건가. 곤란해한다. 이런 것-----나는, 보고싶지 않으니까. 무엇을 망설이나. 망설이는 것 따위, 없다. 무엇을 억누르고있나. 억누르고 있는 것 따위, 없다. 참고있는 것에 가치따윈 없다. 누군가의, 귀에 익은, 목소리. 나는 내가 하고싶은대로 존재하고싶다. 그 목소리는, 나의, 목소리다. ......유미즈카는 울고있다. 잘 죽이지 못해서 울고있는지, 아니면 아파서 울고있는지, 잘 모르겠다. 쓸모없다. 확실히, 생각하면 괜찮지않은가. 저 여자는 쓸모없다. ......그러는 나는, 쓸모없지않은가. 꼴사나운 녀석은 죽여라. ......쓸모없는 것은, 죽여도 좋은가. 죽여라. ............ 죽여라. ............ 죽여라. ...... 죽여라. 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 ---------------- 3. 反轉衝動Ⅲ "시키님......!" -----소리가 난다. "정신을 차리시길. 지금 마실 것을 가져왔습니다." -----멀리서 오는 기척. 또각또각 하는 발소리. 그로 인해, 간신히 아침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 눈이 뜨인다. 방에는 아무도 없다. 하아하아, 하는 소리가 들린다. "......뭐지......이, 소리." 목소리를 내보고서, 그것이 내가 호흡하는 소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레." 살펴보니, 몸이 땀투성이였다. 마치 몇십 킬로나 마라톤을 한 다음처럼, 몸이 지쳐있다. "큭......" 두통이 난다. ......지독한 꿈을 꾼 탓이다. 피로 범벅이 된 유미즈카와, 그것을 부러운듯이 바라보던 내가 있는, 어찌할 수도 없는 악몽. "......어떻게, 되있다......" 거친 호흡인 채로 말한다. 어젯밤의 꿈은 아직 머리에 달라붙어서, 잊혀져주지 않는다. 정말로, 심한 악몽이었다. 꿈 속의 나는 머엉, 하고 있어서, 자기 혼자서는 그 악몽에서 깨어날수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시키님......!" 하고. 당황한 모습으로, 히스이가 방에 뛰어들어왔다. "히스이......? 무슨 일이야, 노크도 하지않고 들어오다니." "아...... 깨어나셨습니까, 시키님......?" "응, 지금 일어났어. 안녕 히스이. 오늘 아침도 깨우러 와주었구나." "아----- 예, 안녕히 주무셨십니까." 변명하듯이 인사를 하고서, 히스이는 침대까지 가까이 온다. "마실 것을 가져왔습니다. 기분이 좋지 않으신듯 하시면 마시십시오." 보면, 히스이는 어제와 같은듯한 은 쟁반에 마실 것을 준비해두었다. "......? 아니, 별로 기분은 나쁘지 않으니까 필요없어. 푹 잤더니, 머리도 상쾌해졌어." "-----그렇습니까." 찌릿, 하고 나를 응시하는 히스이. "전에는 몹시 기분이 좋지 않으신듯 했습니다. 시키님, 가슴의 상처가 아프신건 아니십니까?" "특별히 그런건 없지만. ......뭐, 확실히 꿈이 나빠서 그런지도 몰라. 아까까지 지독한 꿈을 꿨으니까." ......회상을 하자 통증이 난다. 히스이는 계속, 그런 내 얼굴을 응시하고있다. "......그런가, 히스이가 깨우러 와주었구나." "......예. 변명하지 마십시오." "무슨 말을 하는거야. 고마워, 히스이. 깨워줘서 도움이 됐어." 마음에서의 진심으로 감사를 한다. 히스이가 깨워주지 않았다면, 나는 이직도 그 악몽 속에서 내내 있었을 테니까. "그럼 곧 옷 갈아입고 식당으로 갈 테니까. 특별히 마실 것까지 가져와줬는데, 미안해."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러면 거실 쪽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히스이는 조용히 퇴실했다. 정직히, 약간 감동하고있다. 히스이는 무표정한 애라고 생각하고있지만, 어쩌면 감정표현이 서투른 것 뿐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가위눌린 것만으로도 저렇게 당황하다니, 상상하는 것만으로 바로 웃어버렸다. 이런 상태라면, 히스이의 웃는 얼굴을 보는 일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지 모른다. "-----자, 일어날까." 시트를 걷고, 몸을 일으킨다. -----순간. 지끈, 하고 격하게 몸이 아프다. "큭........!" 아픔은 안쪽에서, 두근, 두근, 하고 고동에 맞추듯이, 울려온다. "아-----그-----" 시트를 잡고서, 어떻게든 아픔을 견딘다. . (생략) .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오빠." 아키하는 소파에 앉은 채로, 이쪽의 안색을 살피는 듯한 인사를 해온다. "......아아, 안녕 아키하." 인사를 하고서, 그대로 식당으로 향한다. 시간적으로 아키하와 한가롭게 거실에서 대화를 할 여유는 없고----- 나자신에게도, 누군가와 대화를 할 여유는 없었다. "오빠, 할 얘기가 있습니다만-----잠깐, 괜찮겠습니까." "괜찮아, 시간이 없으니까 간단하게." 아키하의 맞은 편의 소파에 앉는다. "그러면 솔직하게 묻겠습니다만, 오빠는 어젯밤에 어디에 가셨던 겁니까?" 아키하는 쭉 곧은듯한 눈으로 질문해온다. ......코하쿠씨는 비밀로 해주었겠지만, 역시 2시간 가까이 저택에 없었다면 숨길수 없었겠지. "......별로. 그냥 거리를 걸었던 것뿐이야. 늦은건 사과하지만, 그리 큰일 저지른 건 아니잖아." 아키하에게 거짓말을 하고싶지않으니까, 가능한한 애매하게 대답한다. . (생략) . 일단 저택에 돌아가서,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어서 오십시오, 시키님." 로비에는 히스이가 기다리고있다. "다녀왔어. ......히스이, 아키하는 뭐 하고있어?" "아키하님은 오시지 않으셨습니다. 늦어질테니까, 저녁식사는 먼저 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런가. ......저녁식사 때까지 방에서 쉴테니까, 시간이 되면 식당에 갈께." "예, 불러드리겠으니, 편히 쉬십시오." 깊숙이 고개숙여 인사를 하는 히스이에게 등을 돌려, 내 방으로 발을 옮겼다. -----저녁식사가 끝나고, 침대에 허리를 기댔다. 시계의 바늘은 밤 9시에 다다르고 있다. 이 저택은 8시를 지나고부터의 외출은 금지하고 있으니까, 이제 밖으로 나갈수 없다. "............" 하지만, 그런 것은 단지 규칙이다. 그럴 생각이 든다면 언제라도 밖에는 나갈수있다. -----바이바이. 또 내일 학교에서, 토오노군. ......무엇을......생각하는건지, 하고서 나도 바보같다고 생각한다. 유미즈카가 대체 어떻게 됐는지, 나로선 전혀 모르겠다. 그 녀석이 거리를 떠들썩하게하는 흡혈귀살인의 범인이라는 것도, 깨닫고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석양의 돌아오는 길, 유미즈카의 최후의 말이, 아무리 해도 잊혀지지 않고있다----- ......어느사이엔가, 시각은 12시에 다다라있다.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아직도 수수께끼인채로, 자지않고 밤을 지새웠다. "......시키님, 일어나 계십니까......? ......히스이의 목소리다. 무슨 일일까, 이런 밤중에. "일어나 있는데, 무슨 일이야 히스이?" "-----예, 어째서 이런 시간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시키님이 일어나 계신듯해 전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전하다니, 무엇을?" "방금 전, 시키님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공원에서 기다리고 있다, 라는 전언이었습니다." "전화라니...... 이런 시간에?" "예. 이름도 말하지않고 끊어버려서, 시키님께 전하는 것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니----- 그건." ......생각할 것까지도 없다. 그 전화는, 유미즈카에게서 온 것이겠지. "......고마워. 그래도, 오늘밤은 늦었으니까 내일 다시 할께. 그 애, 학교의 클래스메이트니까 내일이 되면 만나거든." "거짓말이군요. 그런 괴로운 얼굴을 하시고서, 웃으시려는건, 곤란합니다." "바보, 거짓말 따윈 하지않아. 괜찮아, 이런 시간에 외출 같은건 안해. 아키하를 또 화나게할 뿐인데다가, 히스이에게도 곤란함을 주잖아. 그러니까, 그런 짓은 하지않아." ".................." 히스이는 침묵을 지킨다. 잠깐동안, 우리들 사이에는 말이 없었다. "......시키님. 부디, 무리는 하지말아주십시오." "......정말, 별로 무리따윈 하지않아. 이제부터 잘테니까, 히스이도 방에 돌아가도 괜찮아." ".................." 히스이는 단지 나를 응시하고 있을뿐이다. "-----그럼, 잘 자." 거기에 견딜 수 없어서, 세게 도어를 닫았다. "......질렸다. 히스이한테 숨기는건 할 수 없나." 책상에 넣어두었던 나이프를 꺼낸다. ......무엇을 할거란 작정도 아니지만, 일단 보호를 위해 무기를 가지고 있지않으면 안심할 수 없다. "-----공원인가. 이런 시간에 불러내다니, 어째서-----" 말하다가, 시덥잖은 우화를 생각해냈다. 흡혈귀는 밤이 아니면 활동할 수 없다. 그게 정말이라고 한다면, 유미즈카는 이런 시간에 나를 불러내는 것이 아니라. 이런 시간이 아니면, 나를 불러낼 수 없었다는게 아닌가. "......미안 히스이. 나도 바보같다고 생각하지만, 이 무리를 하지않으면, 아무래도 잘 수 없을 것같아." 여기엔 없는 히스이에게 사과하고, 조용히, 저택을 뒤로했다. "하아-----하아-----하아." 계속 달려서 더워진 몸을 쉰다. 시간은 곧 오전영시에 접어들어간다. 큰길에서 떨어진 공원. 연일의 살인사건으로 이 부근에는 사람이 없다. "........." 두근, 하고 심장이 크게 뛴다. 긴장으로 목이 마른다. 히스이가 받았던 전화가 유미즈카에게서의 것이라면. 그녀는, 이 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터이다. 밤의 공원에 인기척은 없다. 소리 하나 나지않는 달 아래. 이유도 없이, 전신의 체온이 떨어졌다는 기분이 든다. "-------윽 " 목 뒤가 저린다. 몸이 징......하고 차가워져서, 손가락끝까지 얼어버리는듯한, 오한. "학......학......" 차가워져가는 몸과는 정반대로, 목이 뜨거웠다. 바싹바싹하게 말라있다. 포켓 속에 손을 넣는다. 단지 몹시-----날붙이를, 손에 쥐고싶었다. "뭐-----지." 지끈...... 미세한 두통. 낮아지는 체온. 얼음같이 차가워져가는 이성. 무언가, 이상하다. 이 공원. 이 부근에는, 좋지않은 것이, 소용돌이치고있다는 기분이 든다. "이제와서 무얼 무서워하는거지, 나는." 두통을 뿌리치고,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매우 어둡고, 고요한 약속 장소. 거기에-----누군가가 엎드려있다. 하아하아하는 호흡. 안색은 새파랗고, 괴로운듯이 목을 긁고 있는 모습. 그것은 틀림없이, 유미즈카 사츠키의 모습이었다. "유미......즈카?" 그 모습이 너무나도 괴로웠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어젯밤의 일따윈 생각도 안하고, 유미즈카에게로 달려갔다. "기다려-----!" 그런 나의 행동을, 유미즈카는 목소리만으로 막아버렸다. . (생략) . 그것은-----정직히 기쁘지만. "저기. 시키군은 나를, 좋아해?" 지금의 그녀에게, 나는 뭐라고 답해주면 좋을까-----? 싫어해. "-----안됐지만. 너한테, 특별한 감정은, 갖고있지않아." 단호하게, 유미즈카의 눈을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그렇, 구나." ......유미즈카의 목소리와 몸이 떨고있다. ".........." ......이어서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나도 지독한 녀석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진짜 마음이었다. 토오노 시키는 유미즈카 사츠키라 하는 클래스메이트를, 지금까지 의식했던 적이 없다. 여기에 있는 것도, 이틀전의 돌아오는 길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었으니까, 어떻게든 내버려둘수 없었으니까----- "......응, 그정도, 알고있어. 그러니까 이렇게 돼버린 거겠지. ......괜찮아. 시키군이 그렇게 말해준다면, 나도, 자신에게 솔직하게 될뿐이니까." "아-----" 움찔, 하고 유미즈카의 몸이 떨렸다. 유미즈카는 하아하아 하고 괴롭게 숨을 내쉬며, 그대로-----지면에 무릎을 꿇어버렸다. 콜록, 하는 소리. 지면에 엎드린 유미즈카는, 크게 기침을 하고서, 피덩이를 토해냈다. "-----유미즈카!?" 이번에야말로 유미즈카에게 달려갔다. 하아하아 하고 상하하는 어깨에 손을 댔다. "아-----" 오싹했다. 유미즈카의 몸은, 옷 위에서라도 알 정도로 차가웠다. "바보, 이렇게 몸이 차가워져있잖아! 어째서 이렇게 밤에 나와서 돌아다니는거야, 너는!" "-----시키, 군." 공허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고. 그대로, 유미즈카는 쓰러지듯이 나에게 기대어왔다. 하아, 하아, 하고. 열을 담은 숨결이, 피부에 닿는다. "유미......즈카?" "시키군이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도, 지금까지 계속 시키군을 알지못했으니까." 콜록, 하고 토할듯이 기침을 하면서, 유미즈카는 목소리를 높인다. "됐으니까, 이제 말하지마......! 곧장 병원에 데려다줄테니까......!" "그래도, 지금이라면 알고있어. 시키군의 일도, 시키군이 하고싶어하는 일도, 정말로 잘 알고있어. 왜냐면-----." "에-----?" 꾹, 하고 유미즈카의 팔에 힘이 들어간다. 광장한 힘으로, 내 어깨를 눌러붙여온다. "왜냐면 나도, 시키군과 똑같이 되었으니까-----!" 말하고. 유미즈카는, 내 목에 그 이를 꽂았다. "아-------" 의식. 의식이, 멀어져간다. 목덜미에는 유미즈카의 어금니가 꽂혀있다. "-------" 빨려져간다. 무언가, 몸 속의 모든 것이, 체액으로 변해져서 빨려올라가듯이. 힘이 들어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 이것은, 의식이 멀어져 가는게 아니라. 단순히, 의식을 파괴당하고 있는 것 뿐이다. "-------아."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 이대로라면 죽어버린다고 알고있는데, 아무것도----- 그 여자를 죽여라 라고 하듯이. 나의 이성이 닿는지 알수없는 어딘가에서, 두근, 하고 몸속의 혈액이 끓어올랐다. "유미즈카--------!" 양팔은 단지 반사적으로, 유미즈카의 몸를 밀어냈다. 털썩, 하고 지면에 엉덩방아를 찧는 유미즈카. "무엇, 을-----" 일어선다. 하지만, 그것은 할 수 없었다. 몸이 피곤해져 있어서, 내 팔 하나마저도 만족스럽게 움직여지지 않는다. 유미즈카는 마치 알콜을 마신 다음같이, 머엉, 하니 주저앉아있다. "아--------" 유미즈카의 얼굴이, 잘 보이지않는다. 의식이 몽롱해서, 이것도 저것도 희미해져있다. 몸도 자유롭지 못하다. 있는 것은 단지, 목덜미의 아픔 뿐이다. 피가 뚝뚝 흐르고있다. 목덜미에 파여진, 유미즈카의 잇자국. 깊게 파고든 두 개의 구멍에서, 무언가, 검은 것이 몸 속에 흘러들어오고있다----- "아-----그, 으으으으으........!" 등골, 등골을 쥐어뜯겨지는 듯한 , 아픔. "하------그, 아아아아아......!" 단지 괴로워서, 지면을 긁는다. 하지만 어디에도 도움따윈 없다. 유미즈카에게 몸 속을 빨려서 움직일 수 없는데다, 몸 안에 검은 뱀을 주입당한듯한 아픔. 움직이는 것도 할 수 없어서, 몸 안을 휘젓는 검은 것에게 멋대로 범해져간다. "학------아, 아------!" 지면을 긁어댄다. 유미즈카는 황홀한 눈동자인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유미......즈카......, 너, 뭐를......." . (생략) . "장난치는게 아니야! 나, 시키군이 갖고있는 여린 공기가 어떤건지 알지 못했어. 하지만 이런 몸이 되어서 이해할 수 있었어......! 시키군은 말이지, 단지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죽음을 연상시켜. 당신은 그런 사람이야. 지금의 나와 같이, 사람을 죽이지 않고선 살아갈 수 없는 사람. 호흡을 안 하면 살아갈 수 없는 거랑 같을 정도로, 시키군에게 있어 살인행위는 당연한 거잖아? 나말이지, 어제는 기뻤어. 이런 몸이 되어서, 처음으로 잘 됐다고 생각했어. 왜냐면 지금까지 알수없었던 시키군을, 간신히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저기, 시키군도 똑같지? 누군가를 보고, 이유도 없이 심장이 두근두근해서 크게 뛰고, 목이 바싹바싹하게 마르곤 하지? 붉은 피를 보고서, 술에 취했을 때처럼 멍해진 적이 있지? 사람의 목숨을 빼앗고, 사람의 목숨을 죽이고하는건 두근두근할 정도로 기쁘지!" "거짓말----이다, 그런 적-----한 번도." "--------아." 그것은, 꿈 속의 얘기였지만. 한 번도,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자, 그게 감정에 좌우되지않는, 순수한 살인충동이야. 내가 이해하고 싶어도 쭉 이해할 수 없었던 시키군의 여린 점. 그리고 또 하나 말하는걸 잊었어. 흡혈귀는, 피를 빤 인간을 흡혈귀로 한다고 하지? 그건, 정말이야. 정확하게 말하면, 피를 빨았던 것 만으론 그 인간은 죽어버릴 뿐이야. 흡혈귀는 피를 빨 때, 자신의 피를 상대의 몸에 흘려보내는 것으로 빨았던 상대를 자신의 분신으로 해버려. 그러니까, 지금 시키군의 몸 속에 흐르고 있는 건 말이지, 나의 혈액." 일어나서, 만족스러운듯이 말하는 유미즈카. "......그래. 이거, 유미즈카씨의, 피, 구, 나." ......아직도 몸 속에서 독을 내뿜고있는, 검은 것. 이런 한 입 정도도 되지않는 양으로, 미치기 직전까지 괴롭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피. 몸 속을 빙글빙글 돌아가고있는, 이물(異物). 눈에는 보이지않는다. 하지만, 나의 눈이라면, 그런 것----- 먼저 지면에 대고 엎드려서 발버둥친 탓에, 안경이 벗겨졌다. 선. 나의 몸에서 달리는, 이물같은, 점이 보인다. 그것부터, 죽여라 나이프를, 그 점에 찔렀다. 나의 몸에 나이프가 들어간다. 하지만 육체에는 지장없다. 죽인 대상은, 나자신이 아닌 이 이물 쪽. "자, 이제 슬슬 괜찮을거야. 일어서, 시키군." ......유미즈카의 명령이 들려온다. 아픔이 엷어진다. 팔다리의 자유가 돌아와서, 나는 간신히 일어섰다. "-----잘됐다. 이걸로 계속 함께야, 시키군." "................." "자, 이쪽으로 와. 내 옆에 서서, 내 손을 잡고, 나를 안심시켜줘." 손을 내밀어온다. -----두근. 심장이 한 번 크게 뛰고, 발이 멋대로 움직인다. 다만, 앞이 아닌 뒤로 향해서. "시키......군?" 죽여라 곤혹스러워하는 유미즈카의 목소리. -----두근. 심장이 크게 뛴다. 목이 하아하아 하고 말라간다. 신경이라고 하는 신경이, 눈 앞의 것을 적으로 인식하여버린다. 죽여라 "하아......하아.......하아." 그 감정. 마치 다른 사람같은, 나의 사고. 몸 속에서 끓어 오르는 충동을 견딜 수 없다. -----------의식이 / 몽롱해져 / 간다. "어떻게 된거야......? 저기, 어째서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거야......?" 죽여라 두근, 두근, 하고 맥박치는 고동은. 죽여라, 죽여라, 하고 자기자신에게 명령하는듯이, 되풀이되어진다. "시키군, 당신-----" "......소용없다, 유미즈카-----" 하아하아 하고 괴로운 호흡인채로, 유미즈카를 바라본다. "어째서-----!? 어째서 내 피가 효과가 없는거야......!?" "......유미즈카의 피는, 죽였다. 그러니까, 네 동료로는, 되지않아." "뭐-----" 멍하니 나를 보는 눈. 죽여라 "......사라져줘, 유미즈카. ......어째서인지는 모르지만...... 네가 있으면, 나는-----" 죽여라 "나는-----" 죽여라 "사람을 죽이고싶지, 않아------" -----------의식이 / 반전 / 한다. 유미즈카의 눈이 검게 타오른다. 바늘과도 같은 적의. 토오노 시키의 몸은, 토오노 시키의 의사와는 떨어져서, 놀람을 나타내지 않고 나이프를 반대쪽 손에 움켜쥔다. "그래. 해볼 생각이네, 시키군." "---------------"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아무 것도, 대답할 만한 사고가 활동하지않는다. 시계(視界)까지 제로로 된다. "거짓말쟁이. 나를, 도와준다고 말하고선." 그런 짓은 할 수 없다 "......괜찮아. 시키군이 얌전히 해주지 않는다면, 먼저 죽여줄게. 내 피를 보내면, 그 다음이라도 충분히 사이 좋아질거야......!" 못난 녀석이 잘도 있었다 ......단지, 목소리가 들려온다. 의사 따윈 없다. 이 몸을 죽이려하는 유미즈카를, 이 몸이, 반대로 죽이려하는 것 뿐이었다. 탁, 하는 감촉. 나이프를 쥔 오른팔은 무겁고, 축 내려진 왼팔은 뜨겁다. 왼팔의 뜨거움은, 피의 흐름에 의한 것이다. 유미즈카의 손톱이, 샥 하고, 옷을 피부를 베어서 내게 피를 흘리게했다. 그 출혈 덕분에, 타올랐던 혈액이 차가워져 주었는지. 사납게 맥박치던 심장이 진정되어간다. 그렇지만, 정신을 차리면. 나는, 유미즈카의 몸을 껴안아 조르듯이, 그 심장을 나이프로 꿰뚫고있다. "뭐-------" 그것은, 악몽의 연속이었다. 나는, 무의식의 쪽에서. 유미즈카 사츠키를, 죽여버리고있다. "어째......서." 기대어오는 유미즈카의 몸은 차갑다. 체온 따위, 처음부터 없었다. 그녀는 얼음같이 차가운 몸인 채로, 아무 것도 하지않고, 그냥 내게 안기려 올, 뿐이었다. "........유미, 즈카." 나이프를 쥔 손가락이 떨린다. 하아, 하아, 하는 호흡. 그것은 나와, 유미즈카의 것이었다. "나는--------어째서" 죽일 생각 따윈 없었는데. 유미즈카를 다치게할 의사까지, 뭐 하나 없었는데, 어째서-----!? "시키......군." 귓가에 유미즈카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것은 반드시, 원망을 하는 목소리다. 돕겠다고 말해놓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를 죽여버린 나에 대한 것이다. "............기, 뻐." 어째선지. 유미즈카는, 꿈꾸는듯한 평온함으로, 그런 말을 입에 담았다. "어째, 서." "......왜냐면, 처음으로 나를 진지하게 바라봐주었으니까야. 그러니까, 기뻐. 내가 시키군에게 있어서 첫 상대, 가 되어서." --------두근. "......미안해. 바보는 죽지않으면 낫지 않는다고 하는데, 내 경우엔, 죽어도 나아지지 않는 것 같아-----" --------두근. "......유미......즈카?" --------두근. 대답은 없다. 자아, 하고. 그녀의 몸은,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 처럼, 재로 되어 무너져내렸다. --------뭐가, 어떻게 된 건가. 그렇다 --------나로선, 이해, 할 수 없었다. 그것으로 좋다 "하--------아." ......한숨이 올라온다. 나이프를 손에 들고, 위장 속의 것이, 목에서 치밀어 올라온다. "아------하아------하아------" ......어떻게 된 건가. 그녀를 죽여버렸다는 후회도 있다. 죄악감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이상으로-----이 감각에 참을 수 없다. "하아-------하아------하아------" 어쨌든지, 충격. 이 아픔을 쾌락이라 한다면, 아마 이 이상의 쾌감은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할 만큼, 온 몸의 피가 끓어 올라서, 두근두근하고 맥박이 뛰고있다. ......당신은 그런 사람이야. 지금의 나와 같이, 사람을 죽이지 않고선 살아갈 수 없는 사람. -------그녀는. ......호흡을 안 하면 살아갈 수 없는 거랑 같을 정도로, 시키군에게 있어 살인행위는 당연한 거잖아. -------살인이 즐겁다고 했던 그녀는, 자랑스럽게, 나에 대해서 그렇게 말했다. "-----달라." 그런 것은 다르다. 그런 것을 인정할 수는 없다. 그런 것을 인정해버리면, 나는 정면으로 쓸모없어져 버린다. "------나는 달라. 너와는 다르다고, 유미즈카." 반론에 힘은 없었다. 시계가 일그러진다. 여기에-----이 이상 있는다면, 나는 좋지않게된다. ......돌아가지 않으면. 나의 세계로, 토오노 시키의 일상으로 빨리 돌아가지 않으면, 이 독에 덮여버린다. "--------크." 쑤시는 두통을 눌러죽이고, 비틀비틀 걸어갔다. 끼익, 하는 소리를 내고서 문이 열린다. 무거운 신체와 무뎌진 사고인 채로 저택에 돌아왔다. 저벅, 저벅, 하는 발소리 달빛에 비춰진 내 그림자는, 지쳐버린 망령같이 보여진다. "--------------------윽." ......유미즈카에게 베였던 왼팔이 아프다. 출혈은 어떻게든 멎어있다. 삐걱대는 듯한 아픔은 잔류해있는 것으로, 상처 자체는 그리 깊은 것은 아닌듯 하다. "----------------" 계단으로 향한다. 상처의 치료따윈 모르겠다. 지금은 단지, 1초라도 빨리 방에 돌아가서, 시체같이 자고싶었다----- 4. 搖籃궻庭 긴 잠에서 눈이 뜨였다. 창에서 들어오는 햇볕은, 이미 아침이라기보다 낮의 햇볕이었다. 어젯밤, 밤늦게 돌아왔던 탓일 것이다.. 정오 쯤 되어서야, 간신히 나는 눈이 뜨인 것 같다. ".............."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서, 나의 손을 본다. -----아직도 유미즈카를 찔렀을 때의 감촉이 남아있다. 이틀 전의 밤. 유미즈카를 만나고서, 그날 밤에 지독한 꿈을 꾸었다. "......차라리 어제 일도......꿈이라면, 좋을텐데." 그런 속 편한 얘기는 없다. 유미즈카가 흡혈귀가 된 원인도 몰랐고, 그 녀석을 도와주는 것도 할 수 없었다. -----아니. 그렇게 되버린 유미즈카를 도울 방법 따윈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이미 살아있지 않았다. 내가 한 일은, 보통 사람처럼 움직이는 사체를, 정확한 사체로 돌려놓았을 뿐이었지만, 그 정도의 것은 생각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실례하겠습니다, 시키님." 이미 익숙하게 된 목소리가 들리고, 히스이가 방에 들어왔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시키님. 오늘 몸 상태 쪽은 괜찮으십니까?" "음......아아, 푹 잔 덕택인지, 몸 상태는 나쁘지않아." "그렇습니까. 그것을 들어서 안심했습니다." ......눈썹 하나 까딱 않으면서 말해줘도, 아무래도 히스이가 안심하고 있다고는 보이지않는다. "............" 하지만, 나는 안심했다. 어젯밤에 일어난 일에서, 단지 하루 밤 밖에 지나지않았다. 나는, 이미 그 이상한 세계에서 빠져나갈 수 없겠지 하고, 마음 어딘가에서 체념하고있었다. "......고마워 히스이. 네 일이여서, 아침부터 몇번씩이나 상태를 보러와준거지? 신경써주어서, 감사하고있어." "------아닙니다. 시키님의 시중을 들어서 모시는 게 제 일이니까." 희미하게 기뻐하는 듯한 히스이의 표정. ......거기에, 어느정도 구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침대에서 자고있어서, 언제나대로 히스이가 깨우러 와주었다. 그런 세세한 일 만으로, 나는 확실하게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실감이 났으니까. "저기......시키님, 말씀 드리기 어려운 일이지만, 괜찮으시겠습니까?" "......? 뭐야, 말하기 어려운 일이. 정오 넘게까지 잤던 건 변명 할 수 없으니까, 사과할 수 밖에 없지만." "아니요, 그런 것은 아니고, 다소는 시키님의 수면시간이 관계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히스이는 말하기 어려운듯이 머뭇머뭇 손가락을 얽고있다. "......그, 제가 미흡한 탓으로, 어젯밤의 일이 아키하님께 알려져 버렸습니다." "에......어젯밤의 일이라니......뭐?" "그러니까, 시키님께서 외출하셨던 일입니다." "우------" 생각없이 히스이에게서 눈을 피했다. 나로선 잘 넘어갈 속셈이었지만, 역시 히스이에겐 들켜버렸나. "시키님은 밤에 돌아오셨으니까 아키하님도 그럴 생각으로 남아계시진 않은 듯 하지만, 나중에 뭔가 들으신건 확실합니다. 거실 쪽에서 화가 나 계시니까, 부디 정신을 바짝 차려주십시오." "........그런가. 뭐 어쩔 수 없지, 잔소리 하나 둘 정도. 출입제한을 어긴 건 이쪽이니까." "그 건이라면, 이후에도 이런 일이 있습니까? 저는 시키님을 막는 것은 할 수 없습니다만, 어젯밤 같은 일이 계속 된다면 아키하님께 전해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니, 어제 같은 일은 이제 없어. 전부, 어제 끝냈어. ......이제, 전화가 걸려오는 일 따윈, 없어." ------그래. 정말로, 결말을 냈다. 이렇게 말을 하고, 간신히 끝냈다. 유미즈카 사츠키는 이제 없다. 거리를 떠들썩하게했던 흡혈귀는 사라지고, 나는,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준 클래스메이트를, 내 손으로, 영원히 잃었다. "..............." 히스이는 아픈듯한 얼굴로 나를 본다. ......정말, 히스이한테 저런 얼굴을 하게 할 정도로, 지금의 내 얼굴은 지독한 상을 하고있다는 건가. "-----자, 시간도 시간이고 이제 슬슬 일어나지 않으면. 히스이, 아키하는 오늘은 저택에 있는거야? 이것저것 바쁜 녀석이니까, 휴일에도 학습을 하고있다거나." "예, 아키하님은 휴일에도 예정이 있으시지만, 오늘은 저택에 남아 계십니다." "........?" 예정은 있지만, 저택엔 남아있다......? "잘은 모르겠지만...... 뭐, 하여튼 옷 갈아입고 거실에 갈테니까, 먼저 가있어줘." "예.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히스이는 언제나대로, 발소리 하나 내지않고 걸어간다. -----그런데, 중요한 일을 잊고있었다. "히스이." "예? 무슨 일이십니까, 시키님." "응, 말하는 거 잊었어. 깨우러 와줘서 고마워. 늦었지만, 좋은 아침 히스이." "-----예. 부디 좋은 하루를, 시키님." 그럼. 이쪽도 빨리 옷 갈아입고 거실로 향하자. 거실에는 소파에 앉은 아키하와, 그 상대를 하고있는 코하쿠씨, 거기에 벽가에서 기다리고있는 히스이의 모습이 있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시키씨." "좋은 아침 코하쿠씨. 미안하지만, 밥 좀 지어줘. 엄청 잤더니 배가 비어버려서." "예,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지금 준비를 할테니까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코하쿠씨는 타박타박 식당으로 갔다. 이걸로 거실에 남은 건 아키하와, 조상처럼 말없이 있는 히스이만이 된다. "......아. 아키하도, 좋은 아침." "..................." 아키하는 기분 나쁜듯한 얼굴로 나를 한 번 언뜻 볼 뿐, 대답을 하지않는다. ".............우." 히스이가 가르쳐준대로, 어젯밤의 일을 화내고 있는 듯하다. 아침에 『밤놀이는 엄금!』이라고 주의를 받고서, 그 날 심야에 외출해버리면, 그럼 아키하라도 화내는건 당연한가. "아키하. 어젯밤엔, 저기-----" "오빠. 아무리 사정이 있어도 이런 시간에 일어나시다니, 무엇을 생각하고 계신 겁니까?" "에-----아니, 저기, 그러니까, 미안." "......정말, 그런 것을 화내고 있는게 아닙니다. 모처럼의 휴일에 이런 시간까지 자고있는, 오빠의 해이함에 화내고있는 겁니다, 저는!" 흥, 하고 얼굴을 돌리며 화내는 아키하. ......라고 할까, 화내고 있다기보다는 삐져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나. "아니, 그래도 별 수 없었어. 어제는 늦었기도 했고, 몸도 피곤하고 했으니까." "그런 것은 자업자득입니다. 대체 밤 열두시경에 외출을 하다니, 도대체 아리마 가에서 어떤 생활을 하신겁니까, 오빠는!" "웃...... 그쪽에서도 출입통제는 엄격했어. 밤의 외출도 금지되어졌고...... " "헤에, 그건그건. 아리마 가에서는 규칙을 지켰는데, 이쪽에 와서는 지켜주지 않는다는거군요. ......결국 오빠는 제 주의따윈 조금도 유념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흐-음, 그렇게되면 이쪽도 거기에 맞는 체벌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겠네요." 기분나쁜 곁눈질을 하는 아키하. ......뭐라고 할까, 아키하의 말은 농담을 말해도 농담으로는 들리지않아서, 무섭다. "......체벌이라, 아키하. 너, 뭔가 무섭다." "그건 말이지요, 어디까지나 예를 든 겁니다. 밤은 밤늦도록 하고싶은 대로 하고, 아침은 기분이 풀릴 때까지 잔다, 라는 사람을 가르치는데는 엄격하지 않으면 할 수 없겠지요." 음-, 하고 소리내는 아키하. ......뉘우치지만, 아키하가 말한 것은 완전히 정론이여서, 반론의 여지가 없다. "도대체, 오빠. 아침에 일어나는 것만이라면 히스이한테 깨워달라면 될 뿐이지요? 오늘은 일요일이니까 다행이었지만, 어째서 언제나언제나 시간이 아슬아슬하게 일어나는거지요, 오빠는." "......저기, 아키하. 일단 말해두지만, 나라고 좋아서 늦잠자는건 아니야." "뭐에요, 그럼 어째서 언제나 여유없는 아침을 지내는 거지요? 제가 언제나 어떤 생각으로, 시간이 아슬아슬 할때까지 기다리-----" "아키하님." "아-------" "........?" 아까까지의 기세는 어디 있었는지, 아키하는 갑자기 조용해져 버린다. "저기, 아키하. 말해두지만 내가 일어나는게 언제나 7시를 넘겨서쯤인건 일부러가 아니야. 나도 아침 일찍 일어나고 싶지만, 몸이 말을 듣지않으니까 어쩔 수가 없어. 그렇게 일찍 일어나게 하고싶으면 엄청나게 강력한 자명종시계를 사줘. 그거라면, 뭐 어떻게든 일찍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 (생략) . "무슨 일이십니까, 시키님." 내가 보고있는 것을 알고, 히스이가 용건을 물어온다. "아니, 별로 용건은 없어. 그냥 히스이는 얌전하구나하고 생각했을뿐." "-----예. 그리하도록 마키히사님에게 배워왔습니다." 딱 잘라서 대답하는 히스이. ......뭐라 말할까, 딱 자르는게 지나쳐서 회화가 이어져주질 않는다. "................" 거북해져서 입을 다문다. 인데, 그런 내게 신경이 쓰였는지, 코하쿠씨가 말을 걸었다. "그러면 시키씨, 하나 물어봐도 괜찮겠습니까?" "에-----아아, 괜찮지만, 무얼?" "에에, 시키씨는 어젯밤에도 외출을 했던 것 같은데, 심야가 되면 정기적으로 외출할 일이 있는가해서." "아----- 아니, 그런 일은 없어. 잠깐 요즘 이틀간은 특별했을 뿐이니까." 슬쩍, 히스이에게 시선을 옮겼다. 히스이는 말없이, 나와 코하쿠씨의 대화를 바라보고있다. "괜찮아 코하쿠씨. 이제 밤늦게 외출하는 일은 없으니까. 게다가, 어린애도 아니니까 밤에 산보 정도는 그리 위험하지 않잖아?" "정말, 무슨 태평한 말을 하는거에요 시키씨는! 저기, 히스이쨩도 그렇게 생각하지?" "언니의 말대로입니다. 시키님은 토오노가의 장남이시니까, 그런 부주의한 행동은 삼가해주십시오." "봐요, 히스이쨩도 화내지 않습니까. 좋진않지만, 시키씨는 빈혈체질이니까, 너무 무리를 해버리면 안돼요. 저, 시키씨의 주치의씨한테도 주의받았으니까요." "......아니, 그건 그렇지만, 그거랑 밤의 외출은 관계없어. 혼자서 나가서 돌아다닐수 없으면, 나는 학교에도 갈 수 없잖아." "관계있어요-. 낮 동안엔 밝으니까 누군가가 도와주겠지요? 하지만 밤엔 다릅니다. 특히 최근엔 흡혈귀살인인가가 유행하고있으니까. 빈혈로 쓰러진 사람을 습격한다, 라는 일이 있으면 어떻게 하실겁니까." "아..........." 움찔, 하고 생각치않고 몸이 떤다. 이렇게, 나 이외의 누군가에게서 『흡혈귀』라는 단어를 들으면, 정말로 유미즈카가 사람을 죽이던 일을 재인식해버려서. "......아니, 괜찮아 코하쿠씨. 밤거리에 흡혈귀따윈 없어. ......그 사건은, 이제 두번 다시 일어나지 않으니까." 유미즈카 사츠키는, 이제 이 세상에 없으니까. "예? 그렇습니까 아키하님?" "저한테 물어봐도 모릅니다. 단언하고 있는건 오빠니까, 오빠에겐 뭔가 근거라도 있겠지요. 그러고보면, 오빠의 고교에는 살인사건의 희생자가 된 분이 있던 것 같지만. 2년3조라면 오빠의 클래스는 아니었나요." "에......? 내 클래스에 희생자 따윈 없는데." "아, 시키씨는 오늘아침 뉴스를 보지않았군요. 확실히는 모르지만 유미즈카 사츠키라 하는 분의 혈흔이 큰 길의 뒷골목에서 발견되어진 듯 해요. 혈흔 자체는 훨씬 전의 것 같다고 하지만, 현장에 남겨진 출혈량으로 보아 사망했다는 것은 아마도 틀림없다는 얘기에요." "--------" ......동요가 격하다. 그녀.유미즈카 사츠키가 사망했다는 것 따위, 그런 일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다. 하지만, 이렇게 확실히 "사망했다"라고 들으면, "네가 죽였지"라고 듣는 기분이 들어서----- "-----오빠? 왜 그러세요, 안색이 나빠요." "-----아니, 별로, 아무 것도-----" 기분이 침울하다. 모처럼 히스이 덕분에 마음이 진정되었는데, 이런 작은 일로 쓰러질듯 하다니, 얼마나, 이 마음은 약한건가. "여러분, 오늘 밤은 환영회를 합시다!" 하고. 느닷없이, 코하쿠씨는 떠드는 듯이 큰 소리를 냈다. ------예? 하고, 나와 아키하와, 게다가 히스이마저도 머리를 갸웃한다. "그러니까 시키씨의 환영회를 합시다! 모처럼 모두 모여있고, 시키씨가 옮겨온 축하도 아직 하지 않았잖습니까. 그러니까 오늘 밤은 시키씨의 환영회입니다." 그렇죠, 하고 코하쿠씨는 내게 싱긋 웃는 얼굴을 향해온다. "..............." ......당했다. 히스이도 그렇고 코하쿠씨도 그렇고, 어째선지, 내가 약해져있는 것에 민감한 것 같다. "아키하님, 괜찮겠습니까? 허락을 받는다면, 지금부터 실력을 내서 요리를 만들겠습니다만." "그렇군요. 모처럼 오빠가 돌아왔는데 아무것도 하지않는다는 것도 뭐하고. 나는 찬성이지만, 히스이는 어때? 물론 찬성이지?" "아----- 예, 시키님이 괜찮으시다면, 저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긋이, 세 사람의 눈이 이쪽으로 향해진다. 나는----- 물론 찬성이다. ......그렇지. 후회는 하지않겠다고 정했고, 무엇보다 나를 신경써준 코하쿠씨의 기분을 소중히 하지않으면. "찬성으로 정했어. 내 환영회니까, 거절할 리가 없잖아." "결정이네요! 그럼 저는 요리의 준비를 하겠습니다. 히스이쨩은----- 오늘 내 일을 맡겨도 괜찮을까?" "알겠습니다. 로비와 동관의 청소입니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할까, 코하쿠?" "아키하님과 시키씨는 방에서 쉬어주세요. 저녁식사를 빨리 해서 환영회를 열테니까, 일이 있으시면 그때까지 끝내주세요." 코하쿠씨는 주방으로, 히스이는 중앙정원으로 향했다. "그럼 나는 방에 돌아갑니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할까? 히스이를 도와주자. 코하쿠씨도 큰일이지만, 코하쿠씨 몫의 일을 맡은 히스이 쪽이 바쁠것이다. 날마다의 은혜값기도 겸해서, 히스이를 도우러 가자. 로비에 나와서, 곧장 히스이를 만났다. 가재도구의 입수라도 했는지, 히스이의 발 가에는 먼지털이라던지, 행주라던지가 준비되어있다. "히스이, 잠깐 괜찮아?" "시키님? 방에 돌아가시지 않으신겁니까?" "아니, 방엔 돌아가지않아. 히스이와 코하쿠씨가 바쁘게 하고있는데, 나만 태평하게 있을 수도 없잖아." "..........." 음, 하고 히스이는 말없이 나의 눈을 꾸짖듯이 본다. "......시키님. 아무리 그렇다고 생각하셔도, 저의 일을 돕는다, 같은 것은 말씀하시지 말아주십시오." "----------우." 선수를 쳐버렸다. "뭐야, 괜찮지않겠어 돕는 것 정도. 이 넓은 저택을 혼자서 청소하는건 무리니까, 약간 정도는 협력하게해줘." "그 말씀이시라면, 시키님에게 도움을 받을만큼의 작업량은 아닙니다. ......오히려, 오늘은 언니가 없어서 즐거워질 정도입니다." "? 뭐야, 코하쿠씨가 없으면 즐거워진다니, 저택의 청소가?" "아----- 아니, 저기, 그런 것은......" 생각지않고 말을 술술 했는지, 히스이는 고개를 숙이고 떠듬떠듬 변명을 한다. ......뭔가, 신선한 얼굴을 하는듯하다. "......저기, 시키님. 지금 건 언니에겐, 그......" 말하지 말아주십시오, 라고 떠듬떠듬 말하는 히스이. "뭐야, 지금 건 코하쿠씨에게 얘기해버리면 안되는거구나. 그런가, 알겠어." 그런 일은, 꼭 코하쿠씨에게 가르쳐주지 않으면. "......시키님. 저기,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곧장 알려주는듯한 태도는 고치는 쪽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응? 뭐, 별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나." ".................." 히스이는 가만히 바라보고있다. ......뭔가, 아까 것은 이쪽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코하쿠씨에게 있어서 금구(禁句)인건가. "알았어, 코하쿠씨에게는 말하지 않을테니까 그렇게 노려보지 말아줘." "......기억났습니다. 시키님은 예전부터 의도없이 못된 장난을 치시던 분이지요. 어째서 그리, 기억했던 것처럼 천사귀(天邪鬼)같은 일을 하시는겁니까, 시키님은." "아니, 특별히 큰 이유같은 건 없어. 잠깐 히스이의 곤란해하는 얼굴이 보고싶었을 뿐이고." ".................." ......해버렸다. 어째서 이렇게, 솔직하게 생각한 것을 입에 담아버리는걸까, 나는. "시키님. 저는 일이 있어서, 그렇게 한가하시다면 언니의 도움이라도 해주십시오. 시키님이 말씀하신대로, 이쪽도 바빠서 시키님의 상대는 할 수 없습니다." 휭, 하고 얼굴을 돌리고, 화분 주위를 치우기 시작하는 히스이. ......뭔가, 도울 생각이 화나게 해버린 것 같다. "......저기, 히스이?" "예, 무슨 일이십니까?" 그래도 말을 걸면 규칙적으로 대답을 해주는 히스이는, 사람이 되어있다고 생각한다. "아까의 얘기지만-----아, 대답하기 싫으면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저기, 코하쿠씨가 언제나 중앙정원의 청소를 하지만, 저택 안의 청소는 전혀 하지않잖아. 그거, 아까 히스이가 말한 것과 관계있어?" "에...... 예, 저기, 확실히 관계는 있습니다만......" "언니에게는, 절대로 얘기하지 말아주십시오. 그것으로 자신의 손재주없음을 신경쓰고있는 눈치이니까." "? 손재주없다니, 코하쿠씨는 재주가 없던건가. 요리도 맛있고, 재미있는 말의 지식도 있잖아?" "그것은, 저기...... 사람에겐 잘되고 안되는게 있어서. 언니는 말입니다, 별로 어렵지않은 청소라면 즐거운듯이 해줍니다만, 이런 가재도구의 관리에는 치명적일 정도로 얼빠진 사람입니다." "-----얼빠지다니, 히스이. 그런 직설적인 표현을 하다니." 그거야말로 히스이의 이미지가, 아니지만. "아니오. 시키님은 알지못하시니까 그렇게 간단하게 말씀하시는겁니다. 언니가 청소의 이름을 사칭해 파손시킨 물건의 수는, 십이나 이십으로 헤아릴 수 없습니다. 진심으로 한다면 역시 청소를 한다기보다 흐트려놓아버린다, 라는 성가신 재능의 소유자입니다, 그 사람은." 꾸욱, 하고 맨주먹이라도 쥘듯 한 기세로 히스이는 말한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어지간히 코하쿠씨의 얼빠짐과 기타 등등의 피해를 받아온 것 같다. "......그렇구나. 뭔가, 의외다." "......예. 언니 본인도 그것을 신경쓰고 있습니다. 저와 아키하님이 말을 맞춰서, 언니에겐 가사와 정원의 청소에 전념해주라고 했습니다만, 그 때의 언니의 우울함은 심했었습니다." "......뭐, 코하쿠씨는 물건을 부수니까 청소는 하지말라고 말해주면, 그야 우울해지겠지만......" 그, 언제나 싱글싱글 웃는 코하쿠씨가 우울한 모습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상상할 수 없다. "그런 사정이어서, 시키님도 언니에게 실내의 청소를 시키는 일은 하지말아주십시오. 언니는 그것만 하지않으면 멋진-----" "예? 저 불렀어요?" " "!?" " 깜짝, 하고 몸을 떠는 히스이와 나. 뭐도 자기 말을 들으면 온다고, 별실 쪽에서 코하쿠씨가 다가온다. "언니-----뭔가 부족한 것이라도 있어요?" "에에, 손이 부족해서 시키씨한테 도움을 받을까 생각해서." 생긋, 하고 서있는 나한테 웃는 얼굴을 향하는 코하쿠씨. "하지만, 한 발 늦은 것 같네요. 시키씨, 부디 히스이쨩을 도와주세요." "언니. 별로 시키님에게 도움받을 사정은 아닙니다." 딱 잘라서 히스이는 말한다. ......뭐, 그건 그대로지만. '아, 그렇습니까? 그러면 시키씨, 지금은 한가하나요?" "-----그렇지. 손이 부족하다면 도와줄게. 그런데, 내가 코하쿠씨의 도움을 할 수 있을까나. 요리는 해본적이 없지만." "아뇨아뇨, 확실히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작업도 있어요. 자자, 그렇게 됐으니까 도와주세요." 꾸욱, 하고 내 손을 잡아끄는 코하쿠씨. "----------" 그것을, 히스이는 가만히 바라보고있다. ......저택의 별실은, 생각했던 것보다 작았다. 아직 저택에 많은 사람이 있었던 때는 주방을 사용했던 것 같지만, 지금은 아키하와 히스이, 코하쿠씨와 나 라는 네명뿐이니까, 새로 별실을 개장했다는 것이다. '예, 그러면 확실하게 손을 씻고서, 에이프론을 착용해주세요." 누구의 취미인지, 배 부분에 붓글씨로 "野暮天"이라고 쓰여진 에이프론을 건네준다. "그럼 시키씨에게는 단순작업부터 맡기겠습니다. 그게 전부 끝나면, 다음은 시키씨 아니면 못할 작업이 기다리니까." 코하쿠씨는 기분이 좋은듯하다. 우선, 바구니 가득 들어있는 새우 껍질벗기기를 대장에게 명령받았다. 탕, 탕, 탕. 도마를 두드리는 경쾌한 식칼 소리. 음음음음음~. 장단을 맞춘 코하쿠씨의 허밍이 별실에 울리고있다. ...... ............ .................. ........................ .............................. ....................................코하쿠씨는 조리에 몰두하고있는지, 그다지 얘기를 하지않는다. 내 쪽도 새우 껍질벗기기가 즐거워서, 계속 슥슥 껍질을 벗겨나간다. "----------" ......하지만, 그립다. 내가 사고를 겪고 저택을 나게게되기 전, 코하쿠씨와 아키하와 나는 이렇게 소꿉놀이를 여러번 한 적이 있다. 그 때는 어려서, 서로가 이성(異性)이란 것을 생각하는 것조차 하지않았다. 단지 이 넓은 저택에 있는, 아는 사이 정도인 친구들과의 매일이 즐거웠을 뿐이다. 그렇게까지 가지가지 있었던 일을 잊어버릴 정도로, 우리들은 떠들며 돌아다녔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렇지 않으면. 여러가지의 과거를 잊어버리기 위해, 나날을 즐겁게 지냈던 것일지도 모른다. "시키씨, 새우 껍질벗기기 마음에 드세요?" '에? 아니, 별로 그런건 아니지만, 어째서 그런 걸 물어보지요?" "왜냐면 꽤 즐거운 듯이 있잖아요. 히스이쨩은 말이죠, 새우 껍질벗기기를 하면 어깨를 움츠려서, 최후에는 八자로 되버려요." "그래요? 의외네, 히스이는 이렇게 담담하게 할듯이 보이는데." "에에, 어째선지 히스이쨩은 요리를 못 합니다. 청소라던가, 물건을 정돈하는 것은 상당히 잘 하지만요." "......헤에. 뭔가, 닮은 듯한 얘기를 들은 적, 있어." 응, 그것도 바로 아까, 그 히스이의 입에서. "......뭐, 생각해보면 히스이도 코하쿠씨도 이것도 저것도 함께는 아닌건가. 코하쿠씨는 예전부터 밝았고, 히스이는 예전부터 저택에서 나오지않았고." "헤에, 제가 밝게 보였나요? 한 번, 이렇게라도 시키씨들을 바라볼 생각이었지만." "응, 그건 알고있어. 코하쿠씨는 함께 떠들며 돌아다녀 주었지만, 위험한듯한 놀이는 막아주었고, 언제나 지켜봐 주었잖아." ......아아, 확실하게 기억하고있다. 저택의 중앙 정원에서 술래잡기를 하던 때라던가. 가능할 정도의 연못에서, 아버지의 잉어를 낚아올리려다 시행착오했던 때라던가. " 아, 그러고보면, 저택의 문에서 빠져나와 밖으로 나갔던 때가 있었잖아. 그때는 돌아오는 길따윈 몰랐으니까, 결국 코하쿠씨가 저택에 전화해줘서, 사용인의 사람이 데리러 와줬었지." "에에, 그 뒤에 마키히사님이 심하게 시키씨를 꾸짖으셨지요. 모두가 놀러 나갔는데, 어느새 놀러나간건 시키씨만이 되어서. 시키씨, 아무리 혼나더라도 나쁜건 자신이라고 언제나 주장했지요. ......그립습니다. 우리들은 여러가지 장난같은 일을 했었지만, 최후에는 아키하님과 저는 시키씨에게 도움받는게 일과였지요." 쿡쿡 하고 웃음을 흘리면서, 그리운듯이 코하쿠씨는 혼잣말한다. "......뭐랄까. 이렇게 옛날 일을 얘기하니까,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 이 저택에는 그다지 생각나지 않는 쪽, 코하쿠씨와 지냈던 유년기의 추억을 얘기하는 것만으로, 매우 그리운 기분이 든다. 하지만, 생각나는 것은 그런 즐거웠던 기억만이 아니다. "......히스이에게는, 나쁜 짓을 했었지." ......언제나 마음의 한쪽에 남아있는 그 아이. 결국, 한 번도 제대로 얘기하지 못했던 창가의 소녀의 기억이 있다. "......그 애, 계속 창에서 우리들을 보았어. 언제나, 어린 마음에 신경쓰였어. 그렇게 쓸쓸한 얼굴을 하지말고, 이쪽에 와서 놀면 좋았을텐데." 그래도, 그 아이는 내가 저택에서 나갈 때, 오직 혼자 선물을 주었다. "그렇네요-. 히스이쨩은 그 때부터 속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잘 모르는 애였으니까. 저도, 히스이쨩이 행복해져준다면 자신은 어떻게 되어도 좋다고, 쭉 생각했을 정도였으니까." "그런가. 코하쿠씨는 여동생사랑이구나." 뭔가가 기뻐져서, 그런 맞장구를 쳤다. "아." 하고. 짧은 소리를 내고, 코하쿠씨가 손을 올린다. 보았더니 검지손가락이 깊이 식칼에 베여있다. "코, 코하쿠씨, 손가락 베였어......!" "에?" 말을 듣고서, 코하쿠씨는 자신의 손가락이 베였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 같다. "아, 정말이네." "정말이라니, 잠깐 코하쿠씨!" 믿을 수 없다. 내가 보아도 깊이 베여있는데, 코하쿠씨는 너무 멍하니 있다. "부끄러워라. 자신있는 분야의 요리에서 실수를 해버리다니." 아하하, 하고 언제나대로 웃는 코하쿠씨. "웃을 일이 아니야, 빨리 치료를 하지않으면!" "괜찮아요. 생명에 별로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내버려두면 안 돼잖아! 정말, 그렇게 베였으니까 아프겠지......!" "아뇨아뇨. 그런건 말이죠, 아프지않다고 생각하면 아프지않아요. 이 손가락만 자신의 몸이 아니라, 인형인가 뭔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하면 아픔따위의 감각이 없어지겠지요?" "뭐--------" 웃는 얼굴로 코하쿠씨는 달관한듯이 말한다. 그야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조금은 아픔을 참을수 있겠지만, 아픔 자체는 결코 낫지않는다. "아아 정말, 어쨌든 치료를 해줘! 나는 피에 약하다고. 여기서 빈혈로 쓰러져버리면 코하쿠씨 탓이니까......!" "그렇군요, 확실히 치료는 하지않으면 안되겠네요. 그럼 시키씨, 잠깐 방을 나가겠습니다." 최후까지 생글생글하는 웃음을 흐트리지않고, 꾸벅 고개를 숙이고 코하쿠씨는 별실에서 나갔다. "그러면 시키씨가 돌아온 일을 축하하여, 건배를 하자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좋아하는 마실 것을 선택해주세요." 코하쿠씨는 전혀 독기없이 웃는 얼굴로, 늘여놓아진 마실 것을 권해온다. 그 대부분이 쥬스 같은 것이 있는게 아니라, 버젓한 알콜음료였다. "......아키하, 저기." "응? 뭡니까 오빠?" ......아키하는 자기 글래스에 벌컥벌컥 차색의 액체를 붓고서, 오렌지쥬스를 섞고있다. "너, 너, 그거 위스키가, 아닙니까." "그렇습니다만, 뭐가 이상하십니까?" "그렇습니다만이라니, 아키하." 그, 미성년의 음주는 하면 안되는거 아니던가......? "오빠의 환영회이니까, 술 정도는 마시지않으면 시시하지요? 아, 혹시 오빠, 설마 알콜엔 약한 쪽?" 아키하는 어딘지 모르게 기쁜듯하다. "아, 히스이쨩. 뜻밖이네, 오늘은 쥬스가 아니야." "................" 쑥스러운건가, 히스이는 말없이 술을 글래스에 따른다. "자, 오빠. 히스이도 술을 마시고 있으니까, 설마 혼자서만 쥬스로 해결할 생각은 아니겠지요?" "......정말. 의외로 축제 좋아하는구나, 아키하는." -----하아. 어쩔수 없지, 너무 순도 높은 알콜은 몸에 좋지않지만, 조금 정도라면 괜찮겠지. 테이블에 놓여진 마실 것 중에서 가장 도수가 낮은 것은-----와인일까. "그러면 여러분, 글래스를 들고. 하나-둘, 건-배!" 키잉, 하고 글래스와 글래스가 맞부딪히는 소리의 다음, 코하쿠씨는 꿀꺽하고 한 번에, 아키하는 시간을 걸려 천천히, 히스이는 찔끔찔끔 핥는듯이 마셔가고있다. ......아-아, 어떻게 돼도 모르겠으니까, 나는. -----자, 그러니까 말했었잖아. ......뭔가 잘못되어서, 하여튼 히스이가 잘못되었다. 코하쿠씨와 아키하는 생각지않게도 술에 익숙했던 것 같지만, 히스이에게 있어 제대로 술을 마신건 오늘이 처음이라고한다. 그런데도 나와 맞추려는 것인지, 얼굴을 붉히고서 일생 목숨을 걸고 글래스를 입에 대, 그 결과가 이거였다. "......저기, 히스이......? 그, 괴로우면 무리해서 마시지 않아도 괜찮아." "............." 끄덕, 하고 숙이는 히스이. 그대로 말없이 글래스에 입을 대고, 머엉, 하니 시선을 하늘에 띄운다. ......아무리 말려도 히스이는 조금씩조금씩 글래스를 기울인다. ......잘은 모르겠지만, 히스이는 히스이대로 술이 마음에 들어버린건지도 모르겠다. -----. 하고. "아........" 라는 소리를 내고, 고양이처럼 히스이는 소파에서 둥글게 말아버렸다. "아하하, 안돼요-, 히스이쨩. 이런 곳에서 자버리면 감기 걸리잖습니까. 자자, 아키하님도 중얼중얼 불평같은건 말씀하시지 말아주세요." 코하쿠씨는 웃는 얼굴로 잠들어버린 아키하와 히스이에게 얘기한다. ......아무리 보아도, 코하쿠씨 본인도 취해있는걸로 밖에 보이지않는다. "......질렸다. 히스이, 정말로 처음이었나." "예. 히스이쨩, 술에는 원래 약하니까. 언제나 그래요, 한 입만 마셔도 얼굴이 새빨개져버리지요-" 아하하-, 하고 활발하게 웃는 코하쿠씨. "......잠깐. 그거, 상당히 문제가 있잖아." "그래요. 히스이쨩도 항상 거절하지만, 시키씨가 권하니까 무리했던거에요-. 보통때는 애교있게 행동하지 않으니까, 하다못해 술 정도는 마셔야겠지요? 정말, 제 여동생이어서 귀여운게 아니지 않습니까!" 팡팡, 하고 내 등을 두들기는 코하쿠씨.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 사람도 보기좋게 취해있다. "오늘밤은 이걸로 그만할까. 아키하도 고주망태가 되었고, 히스이도 둥글게 말려버렸고." "......고주망태라니......뭡니까, 오빠, 모르는 말, 쓰지말아, 주십시오......" 중얼중얼 불평을 하는 아키하. 아무래도 아키하는 모르는 것이 있으면 기분이 나빠지는 것 같다. 그건 그거대로 괜찮지만, 이렇게 술에 취해버려서 아무것도 이해불능이 돼버리고, 결과로서 중얼중얼 불평을 반복하는 머신이 되어가고있다. "그러면 아키하님은 제가 모셔드릴테니까, 시키씨는 히스이쨩을 부탁하겠습니다." "에----- 잠깐 기다려 코하쿠씨. 나, 히스이에겐 닿을수 없어. 전에 히스이한테 닿은 것만으로 맞아버렸으니까." "-----그런가, 그건 히스이쨩에게 극도의 결벽증이 있어서요. 남자와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토해버릴 정도이니까, 시키씨가 껴안는건 문제가 있어요-"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토해......?" 그것은 결벽증이라는 말만으로 나타낼 수 없는 일이잖아. 팔년 전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었지만, 히스이한테 대체----- "그래도, 히스이쨩은 자고있으니까 괜찮아요. 예, 그럼 아키하님, 방에 돌아가니까요." "그런, 잠깐 코하쿠씨!" 아키하에게 어깨를 내주고, 비틀비틀 식당을 뒤로 해간다. 남은 것은. 먹지않았던 요리의 산과, 비어버린 술의 산과, 새근새근하고 편안한듯이 숨소리를 내는 히스이뿐이었다. 가을도 본편. 이런 곳에서 자면 감기쯤은 걸려버린다. "......괜찮으려나, 히스이한테 닿아도."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이쪽이라도, 그, 부정한 생각은 없고, 히스이를 방에 데려다 줄 뿐, 이고. "......미안. 나중에 화내도 좋으니까." 잠들어있는 히스이를 안아올린다. '아---------" 그것만으로도, 두근하고 심장이 크게 뛴다. "......가벼워." 히스이는 생각했던 대로, 가벼웠다. 딱 양손에 들어오는 화사(華奢)한 몸. 부드러운 촉감과, 확실한 체온. "......우선. 빨리 방에 데려다주지 않으면, 내 쪽이 어떻게 되겠다." 히스이를 깨우지않도록 천천히, 식당을 뒤로 했다. 히스이의 방의 문고리에 손을 대고서, 경악했다. "-----거짓말이겠지." 열쇠가 걸려져있다. "열쇠는-----히스이의 포켓, 일까." 싫다. 아니, 단지 포켓에 손을 넣는 것뿐이지만, 그건 싫다. 그런 짓을 하면 이쪽의 이성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할 수, 없나, 이런 상황." 다행히, 히스이의 방과 내 방은 이층이다. -----라는 이유로, 히스이를 안은채로 내 방에 돌아왔다. "좋았......어, 그리고." 침대에 히스이를 재운다. 정말로 무리를 해서 술을 마셨는지, 히스이는 전혀 눈을 뜨지않는다. "......그럼, 나는 어떻할까-----" "아-----레." 히스이를 내려놓고서 기운이 빠졌는지, 융단에 쓰러져버렸다. "으------음." 나도 술기운이 돈 것 같다. 흔들, 하고 속에서 현기증이 난다. "......뭐......괜찮,겠지." 별로 무엇을 할 리도 없겠고. 이대로, 융단에서 잠들어버려도, 아무도 불평은 하지않겠지----- --------그리운, 냄새가, 난다. 낡은 화실. 어두운 방. -----그것은, 대체 어느정도 옛날의 일이였는지. 새로 옮겨와서 주위의 사람들과 친해지지 않고, 혼자서 계속 틀어박혀 있던 어렸을 때. 어쨌든 이것도 저것도 싫어서, 누구와도 얘기하고싶지 않았다. 계속, 계속 혼자인 채로, 행복했던 때의, 요람의 시대의 고치에 틀어박혀 있었다. 그 전에 아무것도 없다고 알고있어도, 계속 그렇게 있고싶었다. 통통, 하는 소리. "-----누구?" "나야." 아아, 또 찾아왔다. 같은 나이또래의 여자애가, 이 방의 문을 두드리고있다. "시키쨩, 놀자. 그런 데 있으면 곰팡이가 생겨버리니까." "싫어. 밖은, 싫어." 무릎을 안고, 불빛없는 방 구석에서, 계속 작아져간다. ......여자애는 매일 찾아왔다. 질리지도 않고 노크를 한다. 소녀는, 결코 억지를 쓰지않고, 문을 열려고도 하지않고, 단지 내게 계속 권할뿐이다. "어째서 밖에 나오지 않는거야?" 왜냐면, 밖에는 모르는 사람밖에 없어서. 모두, 나를 미워하고있어. "그렇지않아. 모두, 시키군을 좋아하고 싶어질거야 ." 응. 그건 알고있지만, 믿을 수 없어. 왜냐면, 우리 아빠는, 그렇게 해서----- 그렇게 해서. 우리 아빠는, 그렇게 해서, 산산조각이 되어버렸어. "......그런가. 그렇구나, 그러면 아무도 믿을수 없겠네." 그래. 그러니까, 계속 여기에 있어. 이제 무서운 생각은 하고싶지않아. "하지만, 그럼 언제까지나 외톨이야. 외톨이는 심심해." 심심해도, 무서운 것보다는 즐겁다고 생각하지만. "그런거, 전혀 즐겁지않아. 이제, 정말로 어쩔수 없네. 자, 시키쨩은 나를 믿어도 돼." ......믿어도 된다니, 뭐야 그거. 바뀌었잖아, 보통은 내가 믿어줘도 돼는거 아냐? "괜찮아! 시키쨩은 나를 믿고서 밖으로 나오는거야!" ......괜찮지만. 하지만, 믿는데 무엇을 믿는거지? "간단해. 혹시 모두가 시키쨩을 싫어해도, 나는 반드시 시키쨩을 좋아한다는거. 나, 시키쨩을 좋아하니까, 이렇게 와서 놀러가자고 말한거야." ............바깥은, 즐거워? "응! 혼자서 있는거보다, 훨씬훨씬 즐거워-----" -----그리하여, 나는 밖으로 나갔다. 생각하면. 그것이 토오노 시키에게 있어, 가장 처음의 풍경이었다고 생각한다----- ---------------- 5. 殺人鬼Ⅰ -----밝은 빛에 의식이 차가워져간다. 창에서 들어오는 아침의 빛에 눈이 뜨여진다. "........응." 꿈에서 깨어났다. ......잘 모르는, 상당히 애매한 꿈을 꾸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운 냄새를 느꼈다. 그것은 다다미의 냄새-----인 것일까. "아........레." 이상하잖아, 아까 일어났는데-----아직도, 뭔가 좋은 냄새가 맡아진다. "음-----시........키........"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 "......에?" 뭔가 바로 가까이에서 기척을 느끼고, 졸고있던 눈을 떴다. "............아아아악!" 놀란 목소리를, 필사적으로 눌러죽였다. 어찌된 일인지, 히스이가 내 침대에서 자고있다. 그, 그것뿐만이 아니고, 이렇게 가까이에, 더군다나 내 몸에 기대서, 그-----무방비하게 자고있는 얼굴이 있다. "아-------, 악." 긴장해서 목소리가 나오지않는다. 잠기운 따위, 벌써 한순간에 날아갔다. "......어떻게 된거지, 이거." 목만을 일으켜 주위를 살펴본다. ......여기는 확실히 내 방이다. 히스이는 새근새근 편안하게 숨소리를 내고있다. "......에또, 어제는 확실히......" 어제의 일을 생각해냈지만, 그런 일은 아무래도 좋았다. 히스이의 숨결이 가슴에 닿는다. ......편안한듯한 잠든 얼굴. 그것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고있는 것만으로, 이미 다른 일은 아무래도 좋았다. "..................." 그대로 넋을 잃고 보았다. 지금까지 막연하게 느끼기는 했었지만, 히스이는 정말로 예쁘다. ......얼굴이 미인이라던가 그런게 아니라, 그, 청초한 분위기가, 매우 예쁘다고 생각되어진다. "............히스이." 할 수 있다면, 계속 이렇게 있고싶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얘기이고, 슬슬 히스이를 깨우지않으면 곤란하다. "......히스이. 어이, 히스이." ......불러봐도 일어날 기색이 없다. "자, 아침이라고. 슬슬 일어날 시간이잖아." 흔들흔들하고 히스이의 몸을 흔든다. "히스이. 일어나, 히스이." "우......응." 꼼틀, 하고 히스이의 손가락이 움직인다. 그대로, 얼음이 녹아가듯이, 천천히 히스이의 눈꺼풀이 뜨여졌다. ".................응." 천천히, 팔을 펴면서 일어나는 히스이. 눈꺼풀을 비비면서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살펴보기를 수초(數秒). 히스이는 자신이 내 방에 있고, 게다가 눈 앞에 내가 있다는 사태를 간신히 파악해주었다. "꺄악--------!"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는 히스이. "시, 시키님, 저는 도대체------." "그......잘 설명할 순 없지만, 어젯밤의 일은 생각나?" "에-----어젯밤의, 일 말입니까?" 가만히 생각에 잠기는 히스이. 하고. 그 순간, 히스이의 얼굴이 붉어졌다. "생각났어?" "예-----시키님에게는 미혹을 끼쳤습니다." 얼굴을 붉힌 채로, 정면에서 히스이는 이쪽을 응시해온다. "......그, 미안해. 히스이의 방까진 갔지만, 열쇠가 걸려있어서 들어가지는 못했어. 우선 내 방에서 재우고서, 코하쿠씨를 부르러 가자고 생각했지만...... 나도 술에 취한 듯해서, 그대로 잠들어 버린 것 같아." ......응, 확실히 그런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상해, 어젯밤은 틀림없이----- "......이상해, 처음에는 분명히 융단에서 잠들었을 뿐인데...... 그, 어느새 침대에 올라가버린 것 같아. 아, 그래도 히스이에게 이상한 짓은 하지않았어! 나도 지금 막 일어났으니까......!" ".............." 히스이는 가만히 말없이 응시해온다. "정, 정말이래도! 왜냐면 어쩔 수 없었어, 코하쿠씨는 아키하만으로도 벅찼고, 그대로 히스이를 내버려두는 건 할 수 없으니까! ......그야 히스이를 안았던 것은 사과하지만, 그렇다해도, 그, 나중에 혼날 건 각오했었으니까!" 히스이의 곧은 시선에 뭔가 답하듯이, 어쨌든 힘껏 변명을 한다. ".............." 히스이는 아무것도 대답하지않고, 자신의 옷을 가볍게 살펴보고서 끄덕인다. "그렇습니다. 옷의 흐트러짐이 없으니까, 시키님은 결백합니다." "다행이다-----" 휴우, 하고 어깨를 내려트렸다. "거기에, 시키님을 침대로 올린 것은, 그...... 확실히 접니다. 밤중에 한 번 일어났었지만, 그때 시키님이 바닥에서 주무시고 계신 듯해서, 그런 곳에서 주무시면 감기에 걸립니다, 하고 침대에서 주무시게 모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에......그래?" 그렇다면 확실히 침대에 올라가 버렸겠지만, 어째서 히스이는 침대에서 자고있던거지?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저도, 그, 술에 취해 전후불각(前後不覺)이 되어서, 눈 앞에 침대가 있으니 자실로 돌아갈 필요는 없다, 하고 멋대로 생각해버려서......" 부끄러운듯이 히스이는 설명한다. "그, 그래......그렇지, 확실히 그렇게 되버리지, 취했을 땐." 하하하, 하고 그냥 웃어본다. 히스이는 부끄러운듯이 어깨를 오므리고 있다. ......어째서일까. 아까까지 같이 자고있었던 것뿐인데, 히스이를 묘하게 의식해버려서, 제대로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어, 어쨌든 이 일은 두사람의 비밀로 하자. 아키하에게 알려지면 혼날테고, 코하쿠씨에게 알려지면 어디에서 터질지 모르니까." "-----예, 시키님이 허락을 내리시니, 저라 해도 돕겠습니다." "아아, 미안해 히스이. 내가 더 잘 정신차리고 있었으면, 이런 일로는 되지않았을텐데." 미안, 하고 히스이에게 머리를 숙인다. 결국 아무것도 없었지만, 여자애를 내 방에 데려와서 같이 자버린 것은 사실이다. 히스이가 뭐라고 말해도, 여기는 역시 내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뇨, 제 쪽이야말로, 더욱 정신차렸으면 시키님의 손을 번거롭게 하는 일따윈 없었을테니까." "정말! 어쨌든 사과하고 싶을뿐이니까. ......뭐, 가능하다면 『시키님 바보』하고 맞는 쪽이 상쾌하겠지만, 어떻게 말해도 히스이는 그런 건 해주지않을테니까." "아......예. 그런 것을, 시키셔도 곤란합니다." "그래? 그러면, 하다못해 솔직하게 사과 받아줘. 그렇게 해주지않으면, 나는 이제부터 히스이를 아무것도 믿지않게 될거니까." "............." 히스이는 다시 침묵에 잠겨서, 가만히 나를 응시해온다. "......정말로 요령 없으십니다, 시키님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매우 상냥한 목소리로, 히스이는 툭 말했다. "그럼, 이번의 일은 시키님이 나빴다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언젠가 보답을 해드리겠으니, 그 때까지 잊지 말아주십시오." "에-----히스, 이?" "그러면 실례했습니다. 시키님도 빨리 거실 쪽으로 가시지않으면 지각해버리십니다." 단정하게 인사를 하고 히스이는 퇴실해간다. "-------" 나는 이라면, 멍하니 입을 벌린채로 아직도 침대 위에 있는 중이다. "........웃었다." 그것뿐의 일에, 시간이 멈춘듯이 느껴졌다. "-------" 이상하다. 무언가, 상당히 이상하다. 단지 웃음지었을 뿐인데, 어째서 이렇게도, 나는 멍해져버려 있는거지----- 거실로 가자, 바로 히스이의 모습이 있었다. 아키하는 벌써 아침식사를 끝내고 홍차를 마시고 있고, 코하쿠씨는 별실에 있는 것같다. "좋은아침입니다, 오빠. 오늘 아침은 좀 이르시군요." "응? 아아, 오늘 아침은 잠깐 트러블......" 말하다가, 슬쩍 히스이의 얼굴을 훔쳐봤다. "아니, 뭐 귀신의 곽란(鬼の藿亂:병을 앓은적 없는 사람이 병났을때의 비유)이란 녀석때문에 일찍 일어났을뿐. 그러는 아키하도 대단하잖아. 어제 그정도로 취했는데, 이렇게 일찍 일어나다니." "당연합니다. 술은 마신 날의 일을 확실히 뒤섞이게 해서 즐기는 것이니까, 술 때문에 잠꾸러기가 되는 일은 없습니다." "흐-응. 그에 비해서 어제는 고주망태였지만. 혹시 아키하는 보통사람보다 분해효소가 많을지도 몰라. 정말 그렇다면 부러운 얘기지만." "......오빠, 무엇입니까, 그 분해효소란건." "아니, 잠깐 했던 얘기야. 알콜은 체내에 들어가서 아세트라는 맹독으로 변한다는 것 같아. 해서, 그렇게 되면 안좋으니까 간장 내에서 그 맹독을 분해하는 효소라는게 분비되어서, 알콜을 단순한 물로 분해시켜. 분해효소의 양은 인종차가 있다는 것 같지만, 일본인은 비교적 적어. 그 효소가 적은 사람을 하호(下戶:술을 못하는 사람)라고 말하지." 헤에, 하고 아키하는 감탄한듯이 눈을 동그랗게 한다. "......놀랐습니다. 잘도 그런 것을 아시는군요, 오빠." "아니, 별로. 친구에 질 나쁜 술꾼이 있을뿐이니까." "흐음. 그에 비해선 어젯밤은 그다지 술꾼이 되지않았던 것 같지만?" "그러니까, 나는 그 하호란 녀석이니까. 술은 기합으로 마시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악우를, 윤리적으로 개심시키기 위해선 이런저런거에 수고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덧붙여서, 그 악우란건 이누이 아리히코이다. "......하아, 잘 모르겠지만, 오빠의 사생활은 뭔가 즐거운듯 합니다." "뭐야 갑자기. 어째서 갑자기 그런 얘기가 되는거야." "오빠의 얼굴, 상당히 즐거운듯 하니까요. 어제만 해도 그런 얼굴은 하지 않았잖습니까." "우-----" 그야 확실히 어제는 즐기기보다 견뎠었지만. "시키씨-이, 아침밥 됐어요-" 하고, 좋은 타이밍에 코하쿠씨가 불러주었다. "아, 곧 가겠습니다-! ......그럼, 그런 일같은건 다음에, 아키하." ".............." 아침식사를 끝내고 거실에 돌아오니, 아키하의 모습은 이미 없었다. "아레......? 히스이, 아키하는?" "아키하님이시라면, 시키님께서 식당에 가신 다음에 곧장 학교로 가셨습니다." "그런가, 아키하의 학교는 멀리 있지. ......잠깐, 나도 태평하게 있을 때가 아니잖아." "예, 가방을 가져오겠습니다." 히스이는 타박타박 발소리를 내면서 로비로 사라져간다. "............" 그 뒷모습을 멍하게 바라본다. "흐-음. 시키씨, 어젯밤 뭔가 있었습니까?" "뭐-----갑자기 나와서 무슨 말을 하는겁니까, 코하쿠씨!" "아라, 수줍어하는걸 보니 역시 뭔가가 있었군요." "에-----아니, 아무것도 없었어요. 뭣하면 히스이에게 물어봐도, 괜찮습니다." "그렇습니까? 뭔가, 히스이쨩하고 사이가 좋아졌다는 기분이 들지만." 글쎄요, 하면서 머리를 갸웃하는 코하쿠씨. ......히스이와 사이가 좋아졌다니, 그런건 이쪽이 묻고싶을 정도다. "시키님, 가방을 가져왔습니다. 슬슬 저택을 나가지 않으면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습니다." "아아, 지금 가. 그럼 코하쿠씨, 나중에 저녁때." "에에, 그러면 다녀오세요." "오늘은 곧장 돌아올테니까, 올때는 4시쯤 될거야. 아, 하지만 여기로 마중나온다, 같은 일은 하지않아도 좋으니까."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그러면 부디 조심하시길." "고마워. 그럼 갈께, 히스이." 깊이 머리숙여 인사를 해주는 히스이에게 손을 흔들고, 언덕길로 달려갔다. 아무 일도 없이 교실에 와서, 언제나대로의 수업이 시작되었다. ......유미즈카의 자리는 없어져버렸다. 클래스메이트가 한 사람 없어져버린 정도로 학교의 시간표에 변동은 없다. "................." 약간, 불안해졌다. 히스이 덕분에 잊혀졌던 일. 그런 일을 경험해버려서일까. 여기에 있는 것에 위화감을 받고, 모두가 위에 떠있다고 생각되어진다. 정신을 차리니 하루가 끝나있다. "............하아." 아리히코나 선배를 만나러 갈 기분도 아니다. 지금의 자신은 학교보다, 토오노의 저택 쪽이 안정되어질 것 같다. 로비에 들어오자, 바로 히스이의 모습이 있었다. "다녀오셨습니까, 시키님." "다녀왔어 히스이. 코하쿠씨와 아키하는 안에 있어?" "아키하님은 돌아오시지 않으셨습니다. 언니라면 뒷정원의 청소를 하고 있을겁니다만." "평소와 같은가. 그럼 방에 돌아갈테니까, 히스이도 일로 돌아가도 괜찮아." "예, 그럼 실례했습니다." 이층으로의 계단에 발을 올린다. "아, 시키님." "응?" "저는 마키히사님의 방 정리를 하고있을테니까, 뭔가 용건이 있으시면 불러주십시오." 히스이는 동관 쪽으로 조속히 갔다. 가방을 놓고, 상의를 벗는다. "......자." 저녁식사까진 시간이 있고, 무엇을 할까. -----히스이를 만나러 간다, 인가. "......하지만 히스이, 일은 도움 받지않고, 일부러 만나러 가서 히스이의 일을 방해하는 것도......" ......곤란했다. 히스이에게 곤란함을 주는건 피하고싶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만나러 가고싶다. "............아." 그러고보니, 아직 히스이에게 리본을 돌려주지 않았다. 히스이는 잊었다고 말했었지만 원래 그 리본은 히스이의 것이다. 언제까지나 내가 가지고 있을 수도 없고, 돌려주러 가자. 아버지의 방에서, 히스이는 책의 정리를 하고있는것 같았다. 이제 주인이 없는데도, 아버지의 방은 예전대로 보관되어지고있다. "히스이, 잠깐 괜찮아?" "아-----시키님. 예, 무슨 일이십니까." "그, 전에도 말했었지만, 이것을 돌려주자고 생각해서." 팔년 전에 히스이에게 받은 리본을 내민다. "..................." "히스이? 역시, 이미 필요없어......?" "......아뇨, 받겠습니다. 그것은, 소중한 것이니까요." 리본을 받고서, 히스이는 침묵에 잠겼다. "............" 말을 걸 수 없다. 지금의 히스이는 팔년 전의 때처럼, 주위의 인간을 거절하고있는 듯이 보여서. "시키님, 용건은 그것뿐이십니까." 목소리도 내지못하고, 단지 끄덕였다. "그러면, 부디 방으로 돌아가주십시오. 아직 일이 남아있으니까." 방 안으로 걸어가는 히스이. "......히스이." 무언가, 저 리본에는 특별한 의미라도 있던 것일까. 이 팔년 간. 나는 정말로, 늦어버린 약속을 지킨 것뿐일지도 모른다. "......그럼, 방에 돌아갈께. 또 다음에, 히스이." 말하고, 방을 뒤로 했다. -----저녁식사가 끝나고, 방에 돌아왔다. 시각은 밤 열시가 되어가고있다. 오늘은 드물게 식후의 차모임 같은 것을 아키하들과 지내서, 어느샌가 취침시간이 되어버렸다. "음......" 그다지 피곤한 것도 아닌데, 왠지 몸이 나른하다. 저택의 생활에 익숙해졌다는 증명인 것일까. 무반응한 히스이와 밝은 코하쿠씨, 이러니저러니 하면서 나를 신경써주는 아키하. ......확실히, 익숙해져가는 이 생활은 즐겁다고 생각한다. 그거야말로 팔년전의 나로 돌아간듯한 생각까지 들 정도다. 아리마 가에서는, 여기까지 느슨해지는 일은 할 수 없었다. 아주머니께도 중학생인 애가 있었지만, 아무래도 경원(敬遠)되어지는듯 해서 얘기를 할 기회도 적었고. "음......정말로, 자야겠다." 잠옷을 입고서 침대에 눕는다. 빨리 자서 빨리 일어나, 내일이야말로 아키하를 놀라게하자----- "-----아레." 정신을 차려보니, 거리에 있었다. 오전영시. 다니는 사람이 두절된 거리 속을, 걸어가고있다. "하아-----하아-----하아-----." 어째선지 숨이 차있다. 나는. 두리번두리번 충혈된 눈으로, 길을 가는 인간을 정확히 보고있다. 바보같은 녀석들. 아직 살인귀는 잡히지도 않았는데, 싫증내지않고 거리를 걸어간다. -----자신만은 그런 기준에 맞지 않는건 자기의 특별성을 믿고있어선가, 그렇지않으면 죽고싶어도 자살할 수단이 없어서,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길 바라는 건가. 뭐, 무서운 건 후자겠지. -----모르는 패거리가 걸어간다. 저 녀석도 아니다. 저 녀석도 아니다. 저 녀석도 아니다. 한 사람 한사람, 자세히 응시하고선 머리를 흔든다. 저 녀석도 아니다. 저 녀석도 아니다. 저 녀석도 아니다. 발견되지 않는다. 분명히 특징은 물어서 알아냈는데, 어지간히, 목표인 인물은 발견되지 않는다. 안절 부절 한 다 없어. 없어. 없어. 없어. 어째서. 없어. 없어. 없어. 없어. "하아-----하아-----하아-----" 안절부절, 한다. 어째서 없어, 어째서 없어, 어째서 없어, 어째서 없어, 어째서 없어, 어째서 없어------! "쿠-----하하, 하." 결정했다. 오늘 밤은 취지를 바꾸자. 이제, 아무라도 좋다. 죽이는 거라면, 누구라도 좋다. 이제 한 번. 이제 한 번, 그 감각을 맛보고싶----------다. 긴 머리의 여자가 걸어가고있다. "아키, 하." 아아, 지금건 아키하다. 아키하. 아키하. 나의 여동생. 나만의, 아름다운 여동생. 그것이 갖고싶다 여동생이라면, 결국 나의 것이다. 나만의, 것일 터이다. 뒤에서, 가능한한 몸에 상처나지않게, 죽였다. 긴 머리를 쥐고서, 질질 아키하의 몸을 끌고간다. "하아-----하아-----하아." 아키하의 목덜미를 물어뜯고, 피를 빤다. ------숨이, 거칠다. 이전의 살인과는 다르다. 아키하. 아키하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이렇게도, 근사하다. 뇌수가 저린다. 생식기가 흥분한다. 피를 빨면서. 한 방울도 남기지않고 빨아올리면서, 몇번이고 몇번이고 사정했다. "아---------레." 끝나고서, 정신을 차렸다. "......뭐야 이녀석, 전혀 아키하가 아니잖아......!" 부아가 치민다. 사체를 산산조각내고도, 전혀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다. 가짜. 가짜는, 부아가 치민다. "하아-----하아-----하아-----" 쓸데없이 체력을 써버렸다. 밤이라도 길지는 않다. 아침이 되면, 시키가 깨어난다. "오늘밤은, 지쳤다. 다시 내일, 하자." 응, 그게 좋다. 그렇게 하자. 자. 아침이 오기 전에,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도록, 내 침상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 6. 殺人鬼Ⅱ "아---------!" 아--------- "하아-----하아-----" 아침, 이, 되어있다. 여기는 내 방. 나는 지금까지 여기서, 이렇게, 자고있었을, 터--------- "아파........" 지끈, 하고 관자놀이가 아프다. "꿈........" 지독한 꿈을 꾸었다. 사람을 죽이는 꿈. 죽이면서, 몇번이나 절정을 맞았던 꿈을. "아.........읏." 목이, 뜨겁다. 온 몸이 나른하고, 양 손에는, 샥,하고. 사람의 목을, 베는 감촉이, 부착된 채로. "아니......야." 아니야. 그런 것은 꿈이다. 틀림없이 꿈이다. 하지만, 그런 확실한 꿈이 있는건가. 모두 선명하게 보인다. 밤의 거리도, 목을 꺾는 감촉도, 목에 붙는 피의 끈적임도, 무참하게 살해당해버린 여자의 얼굴도----- 하지만 꿈이다. 실제로 토오노 시키는 여기에 있었으니까, 그런 것은 꿈에 지나지않는다. 단지, 문제는. 내가, 사람을 죽이고 기뻐하는, 꿈을 꾸어버렸다는 것. -----시키군은 나와 같이 눈 앞이, 빙글빙글하고 슬라이드해간다. -----살인이 너무 좋아서 견딜수 없는 사람이야 그, 이상해질 듯한 스피드. 실례하겠습니다, 라는 말을 하고 히스이가 방에 들어왔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오늘 아침은 벌써 일어나계셨군요, 시키님." ".........아아. 좋은 아침, 히스이." 슬라이드가 안정된다. 내가 서있는 각도에서 거침없이 가는 착각은, 히스이의 목소리 덕분에 멈춰주었다. "......시키님?" "에-------뭐, 히스이?" "뭐, 가 아닙니다. 몸의 상태가 좋지않으십니까? 아까쯤부터 아무것도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다." "......아니, 잠깐 히스이를 보고 있었을 뿐이야. 알고있어, 학교에 가지않으면. 곧 거실로 갈테니까, 먼저 가있어주겠어?" "시키님. 몸의 상태가 좋지않으시다면, 부디 무리는 하지말아주십시오. 학교도 큰일이지만, 시키님의 몸에는 비할수 없습니다." "하하, 정말 히스이. 학교는 쉬지않아.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너무 멋대로 하게하지 말아줘." "아뇨, 아키하님께는 제가 전해드릴테니까, 부디 쉬어주십시오." 히스이는 드물게도 끈질기게 버틴다. ......그런 멋없는 얼굴을 하고있는건가, 나는. "정말, 히스이도 의외로 걱정하는 성격이였구나.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아. ......잠깐 세수하러 갈테니까, 먼저 거실로 가줘." 침대에서 나와, 아직 뭔가를 말하고 싶은 얼굴을 한 히스이의 옆을 돌아간다. 방을 나설 때. 불안하게 이쪽을 바라보는 히스이의 시선이, 조금만 찔렸다. 탈의장에 와서, 거울을 본다. "......안색은 나쁘지않아. 히스이, 어째서 그렇게 불안한 얼굴을 했던거지." 바샤, 하고 차가운 물로 얼굴을 씻는다. -----어젯밤의 꿈을 생각하면, 확실히 구역질이 나고 학교에 갈 생각이 사라져간다. 하지만 그런 일로 학교를 쉰다면, 그거야말로 무언가를 인정하는듯한 생각이 들어, 불안했다. 거실에는 아키하와 코하쿠씨, 히스이가 모여있다. 매번 그런대로, 여기에 들어오는 순번은 내가 최후이다. "아, 안녕히 주무셨어요 시키씨." "거짓말!? 아직 여섯시 반 쯤이 아니야!" 부드러운 웃는 얼굴을 향해주는 코하쿠씨와, 실례인데도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나를 보는 아키하. " 좋은 아침이예요 코하쿠씨. 아아, 하는 김에 아키하도 좋은 아침." "음. 하는 김에가 뭡니까, 하는 김에가." "하는 김에는 하는 김에지. 날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라고 말해두면서, 막상 일찍 일어났더니 놀라는 녀석에겐 그걸로 충분해." "------흥. 어쩌다 일찍 일어나졌다고해서, 귀신의 목이라도 벤 듯한 기세이군요, 오빠는." "귀신의 목이라니, 아키하-----" 목. 목......? 쫘악, 하고 꿈 속의 감촉을 떠올려서, 구역질이 나려했다. "......미안, 코하쿠씨. 미안하지만, 식사 전에 차가운 마실 것이라도 받을 수 없을까?" "예, 탄산음료와 과즙음료, 어느쪽이 좋겠습니까?" "에-또, 탄산음료로 부탁하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코하쿠씨는 타박타박 별실로 향해간다. '......오빠? 무슨 일입니까, 말대꾸도 하지않고 얌전해지시다니. 혹시, 어디 몸상태라도 나쁜건?" "......전혀. 히스이도 그렇고 아키하도 그렇고,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거야. 단지 일어났을때 목이 말라있는 것 뿐이니까, 몸 쪽에 문제따윈 없어......!" 자신 속의 구역질을 부정하듯이, 단지, 반사적으로 화가 나 소리를 질러버렸다. "......죄송합니다, 오빠. 확실히 그다지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요, 일일이 걱정받는 것은." "아-----아니, 그런 일이 아니야. 그, 걱정해주는 것은 상당히 기뻐. 단지 약간, 오늘은 꿈자리가 나빠서 사나웠었어. ......미안해 아키하. 사과해야하는 건 내 쪽이야." 소파에 앉는다. 나도 어떻게 했는지 알고있지만, 이것만큼은 어찌하지도 못했다. "오빠, 무언가 고민이라도 있으십니까? 이 저택에 관계된 일이라면, 상담해드리는 것 뿐이지만 조금은 힘이 될거라 생각하는데......" "아니, 별로 집에 익숙해지지 않았거나 그런 문제가 아니지만-----" ......그렇구나. 대강의 얘기로 아키하에게 상담해보는 것도 기분전환이 될지도 몰라. 여기서는----- 상담한다. 하지않는 것보다는 하는 쪽이 좋다고 결정했다. 애시당초 나 혼자서 고민을 품고있어서, 쓸데없이 어둡게 생각해버렸었다. "......그럼 묻지만. 예를 들면, 자신이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버린다, 라는 것은 스트레스의 탓인걸까." "자신이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일, 입니까. 그것은 만성적인 것입니까, 아니면 우발적인 것입니까." "......그렇구나, 우발적인 것이 아닐까. 본인은 그다지 의식하지 않는 것 같으니까." "의식하지 않아서 그 행동을 해버린다, 라는 일은 본인의 의사로 그 『하면 안되는 일』을 막는 것은 할 수 없는겁니까?" "-----그래, 막을수 없어. 막으려 하는 생각마저 떠오르지 않게 돼." "그렇다면, 그 사람은 성격이 일시적으로 반전하고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군요." "......성격이 반전한다니......뒤집어진다는 거?" "에에. 무언가의 계기로 그 사람의 도덕관념이랄까, 가장 우선도라는 천칭이 뒤집어져 버립니다." "그것은 마음의 병, 이라고도 불리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자, 오빠, 생각나지 않습니까? 아버지는 상냥하신 분이였지만, 가끔 사람이 바뀐듯이 차가워져 버렸던 일을." "아버지가------?" ......듣고서 보니......확실히, 토오노 마키히사는 극단적으로 상냥했고, 극단적으로 엄격했고 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잘은 생각나지 않아. 히스이는 생각나?" 벽가의 히스이를 본다. -----인데. 히스이는, 뭔가에 견디듯이 머리를 숙이고 있어서,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은 듯했다. "아키하님, 그렇게 극단적인 얘기는 하지말아주세요. 마키히사님은 조울증의 기운이 격하셨던 것 뿐이에요." 하고, 코하쿠씨가 은 쟁반에 글래스를 담아 가져왔다. "안돼요, 아키하님. 돌아가신 분을 나쁘게 말하는건. 그렇지않아도 마키히사님은 아키하님의 아버지시니까." "아, 알고있습니다......! 당신에게 들을 것까지도 없어요......!" 히스이에 이어 아키하까지 조용해져버렸다. "예 시키씨, 기다리셨습니다." 레몬스카쉬를 담은 글래스를 테이블에 놓는 코하쿠씨. "자, 마시세요." 스트로우를 꽂고서, 차가운 액체를 마신다. ......그것을 끝으로, 히스이와 아키하가 입을 여는 일은 없었다. 아침의 거실에서 활발한 건 코하쿠씨뿐. ......어두어진 이유 자체는 모르겠지만, 아버지의 얘기가 원인이라는 것만은, 확실히 실감했다. "그럼 다녀오십시오, 시키님." "아아, 가지만...... 히스이." ".....예, 무슨 일이십니까, 시키님." "아까의 얘기. 아버지 얘기가 나온 순간, 히스이는 조용해졌지. 히스이만이 아니고, 자신이 얘기하던 아키하도 침묵에 잠겨버렸어." "저기. 내가 없었던 팔년 간,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있었어? 아까의 히스이와 아키하는 보통이 아니었잖아." "...................." 히스이는 답하지않는다. "......그런가. 뭐, 무리하게 듣자고는 생각하지 않았어. 기회가 있으면 얘기해줘." "-----아뇨. 그것은 시키님에게는 관계없는 얘기입니다. 시키님. 이제부터 이 저택에서 지내신다면, 두번 다시 마키히사님의 일은 입에 내지말아주십시오." 한 순간, 불같은 눈을 하고서, 히스이는 저택으로 돌아갔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아리히코는 언제나처럼 학교를 쉬고있다. "......학교식당에 갈까." 혼자서 식사를 하는것도 썰렁할 뿐이다. 생도들로 붐비고있는 식당에 간다면, 쓸데없는 일을 생각하지않고 해결되겠지. 예상대로, 식당은 근사하게 떠들썩했다. 몇십명이라는 행렬에 서서, 손쉽게 A정식을 사서 테이블에 갔다. 생도들의 얘기소리가 시끄러운 덕택에, 즉시 식사에 전념할 수 있었다. 묵묵히 포크를 움직여 영양을 섭취한다. ------인데. 한 순간, 무언가 이상한 영상이 보였다. "......? 텔레비의 영상인가." 식당 안에 데-엥, 하고 눌러앉은 대형 텔레비를 보았다. 우리 학교는 그날 아침의 뉴스를 녹화해서, 점심시간에 식당에 튼다는 종이 한 장의 서비스를 실시하고있다. 오늘도 오늘대로 몇시간 늦은 뉴스를 방영하고 있는 텔레비를 멍하니 본다. "------거짓말." 그 뉴스를 보고서, 경악했다. 텔레비에서 내보내고 있는 것은, 어제, 꿈에 봤던 그 뒷골목이었다. 뉴스캐스터가 말하고있다. 화면에는 크게, 흡혈귀살인. 아홉명째의 희생자, 라는 피문자의 자막. 그 뒤에, 이번의 피해자의 얼굴이 비춰졌다. 긴 머리를 한 그 여성은, 확실히, 꿈 속에서 내가 죽였던 상대였다. "-------------" 한 순간, 정신이, 멀어지는 듯 했다. "어째........서?" 그것은 꿈이다. 틀림없이 꿈이었다. 어째서 실제 꿈과 똑같은 사람이,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이 살해당해버려있다. "...........흡혈귀는, 이제, 없는데." 유미즈카는 내가 이 손으로 죽였다. 흡혈귀살인 따위의 것은, 이제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을터가 아닌가. "내가------죽였다?" 그래, 죽였다. 유미즈카를 이 손으로 찌를 때처럼. 하아하아 하고 숨을 내쉬며, 어제 밤도 모르는 여자를--------- 그러니까 말했지 토오노군? 참아봤자, 쓸데없다고. "욱--------" 구역질을 참고서 자리를 일어난다. 교실로는 돌아가지않는다. 그대로 거리로 달려나갔다. -----꿈에서 봤던 장소에 찾아갔다. 주위에는 경찰관이 몇명 있었고, 뒷골목에는 출입금지의 테이프가 쳐져있었다. "----------똑같다." 확실히 꿈 속에서 여기를 왔었다. -----아니, 그것은 꿈이 아니다. 이제, 꿈이라고 얼버무리는 것따윈 할 수 없다. ".........." 여기에 오래 있어도 경찰들에게 의심받을 뿐이다. ......이제와서 학교에 돌아갈 수도 없고, 오늘은 이대로 저택으로 돌아가자. 아직 오후 두시가 된 정도여선가,히스이는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지않았다. "................" 상황이 좋다면 상황이 좋다. 지금은 아무하고도 만나고 싶지않다. "......하아." 크게 한숨을 쉬고서, 침대에 누웠다. ......정말로, 사정을 모르겠다. 사람을 죽이는 꿈을 꾼 자신. 그대로 일어나 있는 살인. 이렇게 평소대로 지내고 있는 자신. 꿈 속에서 살인에 쾌락하던 자신. -------대체 어느쪽이. 진짜, 토오노 시키인건가. 그런건 이제와서 말할 것까지도 없잖아? ......또, 이 목소리. 자아 계속하자고 시키 ......머리 속에서 울려오는, 자신의 목소리. 밤은 매일 찾아온다 언젠가 반드시 우리들이 바라는 상대가 발견되겠지......? "닥쳐-------!" 침대에서 일어났다. "하아......하아......하아......' 호흡이 거칠다. 단지 지금. 아키하의 모습을, 원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아......하아......" ......토할듯 하다. 나는 그런 일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잠들고나면 이상한 생각이 머리 속에 스며들어온다. 마치, 머리 속에 또 하나의 모르는 자신이 있는 것같다. "............아." 그러고보니, 아키하도 같은 것을 말했다. 그것은-----아버지에게는 조울의 기운이 있어서, 극단적으로 인격이 변했다, 라는 얘기였다. ......그것은 지금의 나와 비슷한 일이 아닌가. ......그렇다, 나와 아버지는 친자간이니까, 유전적으로 그런 것을 물려받아도 이상하지는 않다. "아버지의 방, 아직 옛날 그대로였지......" 아버지의 방에 간다. 아버지의 방은 당시 그대로였다. 놓여진 서적은 그 대부분이 학술서로, 그렇다 해서 흥미를 끄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내가 바라는 것은 아버지의 일기나 수기이다. 꼼꼼했던 아버지의 일이니까, 아마 틀림없이 그런 류의 것을 남겼을거라 생각하지만----- "......역시 잘 보이는 장소에는 보이지 않으니까" 라고 한다면 열쇠가 걸린 곳인가. 책상의 서랍 부근을, 빨리 찾아보자. 아버지의 책상에 있던 페이퍼 나이프를 써서, 서랍의 열쇠의 『선』을 자른다. 책상 속에는 종이를 끈으로 맨 낡은 기록서와, 수기같은 책 뿐. 먼저 낡은 기록서를 본다. "......이거, 우리집 가계도인가." 틀림없다. 토오노 마키히사의 뒤에는 토오노 시키, 토오노 아키하라는 이름이 있다. "에...... 아버지 녀석, 십년전에 양자를 들였다. ......아, 하지만 곧 병사한건가." 십년전이라면, 내가 소학일년생일 때다. 그런 매우 오래된 일이라면, 생각나지 않는 것도 당연한가. "흐응...... 우리집의 당주는 의외로 단명이구나. 아버지도 오십세에 병사했고, 그 전은 삼십세 때에 사고사, 인가. ......그 전은 십팔세에, 자살했다-----" ------아니, 기다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이상해. 확실히 가계도를 보면, 토오노가의 인간은 모두 이상한 죽음을 하고있다. 발광사. 사고사. 타살. 행방불멸. 사산. ......누구 하나라도, 수명으로 조용하게 타계한 것이 없다. "뭐............" 그 일련의 기록은, 저주받았다고 밖에 할수가 없다. 특히, 그 태반의 사인은 발광. 토오노의 인간은, 그 대부분이 스스로의 목숨을 끊어 타계해버렸다. "이상해-----이상하다, 이거." 하지만, 대체 뭐가 이상한지 알 수 없다. "......다음은......아버지의 수기인가." 의외로 새 것인 포장을 한 수기를 손에 쥔다. -----두근. 고동이 뛴다. 그 내용을 보면 안된다고, 마음의 어딘가에서 고하고있다. 하지만, 이제와서 돌아갈수 없다. 꿀꺽하고 침을 삼키고, 아버지의 수기를 펼쳤다. -----토오노의 혈근(血筋)에는 마(魔)가 머물러있다. 쓰여있는 글은, 그런 류의 것이었다. 그것은, 비유가 아니다. 토오노의 선조는 『인간이 아닌 것』과의 혼혈로, 자손이 된 우리들에게도, 그 『인간이 아닌 것』의 피가 섞여져있다, 라는 것이었다. 피는. 짙은 자와 옅은 자로 나뉘어진다. 피가 옅은 자라면 보통의 인간으로 문제없이 지낼수 있지만, 짙은 자라면, 인간로서 살아가는 일은 할 수 없다. 토오노의 피가 짙은 자는, 모름지기 특별한 힘을 신체에 지니고 태어난다. 그것은 죽기 어려운 몸이기도 하고, 손을 쓰지않고 물건을 움직이는 힘이기도 하고, 타인에게서 체액을 착취하는 어금니로 있기도한다. 이 피. 이 피가 짙게 나타난 토오노의 인간은, 서서히 이성을 잃어간다. 그렇게 이성을 잃어버린 토오노의 인간은 그 대부분이 사람을 먹는 악귀로 되어버렸다. 예전에, 토오노의 당주는, 그렇게 되버린 동족을 처벌하는 책임이 있다고 한다. "---------는." ......어떻게 돼있다. 아버지는, 무엇을. 꿈이야기 같은 것을, 이리도 진지하게 쓰고있던거지. 수기는, 어느새에 아버지의 얘기로 바뀌어있다. 일자는 대략 구년 전. 수기에는 어지러운 문자가 이어져있다. ......결국 나의 피의 흥분이 억누를 수 없게 되었다. 공감자 일족의 고아를 손에 넣어, 스스로의 의지를 강화시켜도, 그것도 얼마 안가서는 효과없게 되겠지. 내가 나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아주 조금인 것일지도 모른다. ......두려워진다. 정신을 차리면, 하루의 절반이 전혀 기억에 없다. 나는, 내가 알지못하는 사이에, 자신의 반전하고있는 충동을 그 아이들에게 떠맡겨버렸다. 이대로는. 얼마 안가 완전히 이성이 없어져서, 단순한 괴물이 되어버리겠지. 내가 나로서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이후 어느정도 남아있는걸까. 아니, 그 아이들이 있다면 이후 수년은 보전될 것이다. 하지만 그 애들 쪽은 나의 행위에 견뎌야겠지. 아마, 그 아이들이 망가진 후, 나는 스스로의 손으로 나의 명을 끊어야되겠지. 하지만 그때까지는-----나는 아이들을 지키지않으면 안된다. 아키하의 피는 옅다. 아키하는 스스로 바라지않는 한, 나처럼은 되지않을 것이다. 문제는 시키다. 그 아이는, 나와 매우 가깝다. 하다못해 그 아이에게만은, 나와 같은 괴로움을 맛보게 하고싶지않다. ......토오노의 피가 이상한 피라고 한다면, 그 아이를 토오노라는 이름에서 떼어놓고, 상태를 볼 수 밖에 없겠지----- "----------" 읽기를 마치고, 경악했다. 아버지의 수기의 내용은, 너무나 비현실이여서, 기분이 나쁘다. 아버지는 조울이 격했을리 없다. 단지, 자신도 알지못하는 사이에 흉폭해졌을 뿐이다. 지금의-----토오노 시키와 똑같이. "......아니." 다른가. 아버지가 나와 같지는 않다. 내가, 아버지와 같다. 그것을 두려워해 아버지는 나를 저택에서 쫓았다. 하지만 나는 저택으로 돌아와서, 지금까지 잠들어있던 토오노의 피가 각성해버렸다는 건가. "핫......바보같잖아, 그런 얘기." 웃어넘겨봐도, 웃는 목소리마저 나오지 않았다. 토오노의 인간에게는 인간에겐 없는 피가 섞여있다. 토오노의 인간에게는 특별한 힘이 있다. ......그렇다면, 이제 웃어넘길 수 없다. 사람과 다른 힘. 그런 바보같은 힘이라면, 나는 팔년도 전부터 가지고있다. 사물의 죽음을 본다고 하는, 이 이상한 힘. "그..................." ---------구역질이 난다. 어쩔수 없는건 아니지만 서있을수가 없다. 빨리. 빨리 방으로 돌아가서 자지않으면, 머리가 어떻게 되어버릴 것 같았다. "시키님, 돌아와계신겁니까?" ......히스이 같은 목소리가 들린다. "시키님, 실례합니다.' ......히스이가 방에 들어왔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시키님께서 돌아와 계신 것을 알아차리지 못해, 마중이 늦어져 버렸습니다." "......아니, 괜찮아. 내가 오로지 일찍 왔었으니까. 그것보다 히스이, 미안하지만 당분간 혼자서 있게해줘. 지금은 사람하고 얘기할 기분이 아니야." "시키님, 기분이 좋지않으신 겁니까......?" "-----글쎄. 나도 잘 몰라." "..................." 히스이는 이쪽의 몸을 걱정하는 눈을 향해온다. ......젠장, 나는 무엇을 하고있는거지. 히스이는 내 걱정을 해주고있는데, 히스이에게 화풀이나 하고도 방법이 없는거지......! "......미안. 확실히 몸상태가 안좋아. 그, 저녁식사까지 자고싶은데, 뭔가 약이 없을까. 두통약이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예, 그러면은 기다려주십시오." "기다리셨습니다. 어서, 드십시오." "고마워. 항상 미안해." 히스이가 가져다준 물과, 분말약이 든 봉지를 받았다. 봉지에는 무언가가 두 개 있다. "저기, 두 개 있는데, 이거 뭐야?" "예, 언니에게 시키님의 상태가 나쁘다고 상담했을 때, 시키님의 주치의에게서 지정받았던 안정제를 받아왔습니다. 그쪽의 봉지 수면제입니다. 벤조지아제핀 계의 것이니까, 선잠을 잘 때에는 안전성이 높다고 말씀들었지만." "............?" 코하쿠씨는 믿고있지만, 그런 전문적인 단어를 히스이에게 말해주는 것도 문제있다. "......그렇구나, 코하쿠씨는 장래 약제사로 되려는 건가." 말하고서, 두 개의 약을 마신다. 물로 약을 목에 넘긴다. 인데, 정말로 즉효성인지, 얼마 안가서 졸음이 와주었다. "......그럼 조금 잘 테니까. 저녁식사가 되면 깨워줘." "예, 그러면 실례하겠습니다." 히스이가 나간다. 흔들, 하고 의식이 희미해진다. ......조금, 자자. 아직 밖은 밝다. 이 시간이라면-----그런 것, 들의 나쁜 꿈은 꾸지않을 테니까----- "그러면 실례하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십시오, 시키님." 깊숙히 인사하고서 히스이는 퇴실해갔다. "음...... 후아~아." ......아직도 조금씩 졸린다. 코하쿠씨가 준 수면제는 의외로 뒤를 더 나아가, 저녁식사는 머-엉하고있는 사이에 끝나버렸다. 시각은 아직 밤 아홉시를 넘긴 정도다. 좀 전에 선잠을 졸았던 것도 있고, 잠들기에는 너무 이르다. 열시가 되어서, 저택의 밝음이 사라졌다. "......그럼, 어떻게 된 걸까." 냉정하게 말해보지만, 나에게는 무엇을 해야할 지마저 아직도 알 수 없다. ......내가 본 꿈은 무엇인가. 아버지처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멋대로 돌아다니면서, 정말로 사람을 죽여버리고 있는건가. ......아니, 그것은 역시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애시당초 내가 저택을 빠져나가서 밤 거리를 배회하고있다면, 코하쿠씨나 히스이가 먼저 알아차릴거다. 꿈 속에서, 그것도 몸이 피에 젖어있었는데, 깨어나보면 분명히 침대에서 자고있는 일도 설명이 되지않는다. "..........확실하게 할 방법은 하나 뿐인가." 그래, 모든 것을 확실하게 할거라면----- 1. 밤거리에 나가본다. 2. 자지않고 아침을 기다려본다. ▶1. 밤거리에 나가본다. -----밤 거리를 다니면서, 연쇄살인마의 범인을 찾아본다. 그렇게 하는게, 내가 봤던 꿈이 정말로 꿈인지 증명시키는 답이다. 왜냐면, 실제로 살인마를 발견한다면. 거리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전부, 그 살인마의 짓에 지나지 않을테니까. "........좋아." 보호를 위해 나이프를 주머니에 넣고, 행동을 개시했다. -------밤 거리에 나왔다. 연쇄......살인귀를 찾는 수단따윈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거리를 배회하며 이상한 인물을 찾는다인가-----자기자신을 미끼로 해, 살인귀에게 노림받는 정도밖에 없다. ".................." 유미즈카와의 일이 있어서, 나의 위기감은 마비되어 버린건가. 고작 인간인 살인범이 상대라면, 그리 긴장할 일없이, 어슬렁어슬렁 밤 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다. 목표도 없이 배회한다. 시각은, 곧 오후 열한시가 되어가고있다. 괴상한 인물은 발견되지않았다. 시각은, 방금 오전 영시를 넘어갔다. ......이런 곳에 와도 방법이 없다. ......젠장. 그럴듯한 인영은 눈에 띄지않는다. "하아......하아......하아......하아." ---------안절부절해진다. 어째서 이리도, 그럴듯한 녀석이 나오지 않는건지. 저 녀석도 아니다. 저 녀석도 아니다. 저 녀석도 아니다. 저 녀석도 아니다. 주머니 속에 들어간 손은, 이미 참지 못하고 나이프의 자루를 쥐고있다. 저 녀석도 아니다. 저 녀석도 아니다. 저 녀석도 아니다. 저 녀석도 아니다. 저 녀석도 아니다. 저 녀석도 아니다. 저 녀석도 아----------- "--------에." 한 순간, 충혈된 눈을 한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이렇다 할 일은 아니다. 그것은, 쇼윈도우에 비친, 자신의 얼굴 그것이었다. "-------------" 어째서--------어리석은. 나이프를 움켜쥐고. 항항하고 숨을 흐트리고. 나는, 꿈 속의 살인귀와 완전히 같은 일을, 무의식 중에 하고있다, 어째서. "아니----------!" 아니야. 이런 일을, 하고싶던게 아니야. "젠장......뭘 하는거지, 나는......" ......정말로, 무엇을 하고있는거지. 그대로 자신의 얼굴에 신경쓰지않았다면, 나는 정말로-----아무라도 좋으니까, 지나가던 인간을. 살인귀라 결정하고, 나이프를 찔러넣었을지도, 모른다. 어째서. "윽-----------" 뛰쳐나왔다. 여기에는 있을 수 없다. 이런 방법으론 아무 것도 알수 없다. 나는----- 어떻게, 되어버려있다----- 하아------하아------하아------ 도망치듯이 저택에 돌아와서, 침대에 쓰러졌다. "큭............!" 결국, 아무 것도 해결할수 없다. ......졸음이 온다. 나에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꿈마저 꾸지않게 깊이 잠들자, 하고 노력하는 일 뿐이었다. "하아------하아------하아." 누군가에게, 들켜버린 기분이 든다. 나는. 두리번두리번하고 충혈된 눈으로, 길 가는 인간을 자세히 보고있다. -----시간이 시간인 탓인가. 어젯밤에 비해서, 통행이 전혀 없다. ......누군가에게, 들켰다. 발견되지 않는다. 오늘 밤도, 목표인 인물은 발견되지않는다. 안절부절 한다 "하아------하아------하아------" 장소를 바꾸자. 오늘 밤은, 거리는 그만이다. 옥상에서 옥상을 옮겨서, 너저분한 곳으로 나갔다. ......가장 높은 집의 옥상에서, 길을 살펴본다. 보지마 "-----있다." 길을 혼자서 걸어가고있다. 여자다. 이번에야말로 틀림없이 아키하였다면, 좋다. 나를 보지마 아니, 별로 그렇지 않아도 좋다. 다시 한번. 다시 한번, 그 감각을 맛보고싶다----- 뒤에서, 가능한한 몸에 상처가 나지않게, 죽였다. 머리를 잡고서, 질질 아키하의 몸을 끌고간다. "하아------하아------하아." 아키하의 목덜미를 물어뜯고, 피를 빨았다. -----재미없다. 어젯밤만큼, 오늘 밤에는, 재미있지 않았다. 역시 이런 짧은 머리따윈, 아키하가 아니다. "......재미없어......!" 부아가 치민다. 사체를 산산조각내고도, 전혀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다. 가짜. 가짜는, 부아가 치민다. 엿보지마 "하아------하아------하아------" 쓸데없이 힘을 써버렸다. 곧 밤이 지난다. 아침이 되면, 시키가 깨어난다. "오늘밤은, 지쳤다. 다시 내일, 하자." 응, 그게 좋다. 그렇게 하자. 자아. 아침이 오기전에, 아무에게도 발견되지 않도록, 오늘은 학교에 돌아가지말고----- ▶2. 자지않고 아침을 기다려본다. -----오늘 밤은 자지않고 있는게 좋겠다. ".....그렇지. 자지않고 있어서, 그래도 사-----" 내일, 다시 새로운 피해자가 나온다면, 나는 살인사건과는 전혀 무관계라는 것이 된다. '-----좋아." 무언가, 미묘하게 길을 어긋나있다는 정도, 알고있다. 이렇게 자지않고서, 누군가 모르는 사람이 살해당하기를 기다리는 것 따위, 이상하다고 알고있다. "-----하지만, 그것 이외에 어떻게 하란거야." 나에게는-----나의 기억까지 확실치않은 나에게는, 이제 이런 방법밖에 남지않았다. -----어쨌든. 오늘밤은 자지않고서, 꿈을 꾸지않고 아침을 맞는 것밖에 방법은 없다. -------한 시간이 지났다. 의식은, 아직 확실히 지키고있다. -------다시 한 시간. 의식은, 아직 확실히 지키고있다. -------한 시간. 의식은 확실히 지키고있다. -------시각은, 오전 한시를 넘겼다. 의식은 아직 확실 히 지키고있다. -------다음에, 네시간만 지나면, 아침이. ......무언가, 이상하다. 의식은 확실 히 있는데. ......시계가, 희미하게 닫혀진다. 일어나지, 않으면 안되는데. 아직, 전혀 졸립지 않은데.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몸은 이렇게도 잠을 원하고있는, 건, 지-------- "하아------하아------하아." 누군가에게, 들켜버린 기분이 든다. 나는. 두리번두리번하고 충혈된 눈으로, 길 가는 인간을 자세히 보고있다. -----시간이 시간인 탓인가. 어젯밤에 비해서, 통행이 전혀 없다. ......누군가에게, 들켰다. 발견되지 않는다. 오늘 밤도, 목표인 인물은 발견되지않는다. 안절부절 한다 "하아------하아------하아------" 장소를 바꾸자. 오늘 밤은, 거리는 그만이다. 옥상에서 옥상을 옮겨서, 너저분한 곳으로 나갔다. ......가장 높은 집의 옥상에서, 길을 살펴본다. 보지마 "-----있다." 길을 혼자서 걸어가고있다. 여자다. 이번에야말로 틀림없이 아키하였다면, 좋다. 나를 보지마 아니, 별로 그렇지 않아도 좋다. 다시 한번. 다시 한번, 그 감각을 맛보고싶다----- 뒤에서, 가능한한 몸에 상처가 나지않게, 죽였다. 머리를 잡고서, 질질 아키하의 몸을 끌고간다. "하아------하아------하아." 아키하의 목덜미를 물어뜯고, 피를 빨았다. -----재미없다. 어젯밤만큼, 오늘 밤에는, 재미있지 않았다. 역시 이런 짧은 머리따윈, 아키하가 아니다. "......재미없어......!" 부아가 치민다. 사체를 산산조각내고도, 전혀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다. 가짜. 가짜는, 부아가 치민다. 엿보지마 "하아------하아------하아------" 쓸데없이 힘을 써버렸다. 곧 밤이 지난다. 아침이 되면, 시키가 깨어난다. "오늘밤은, 지쳤다. 다시 내일, 하자." 응, 그게 좋다. 그렇게 하자. 자아. 아침이 오기전에, 아무에게도 발견되지 않도록, 오늘은 학교에 돌아가지말고----- ----------------------------- 7/透귡爪跡 눈이 떠지지 않는다. 어두운 꿈에 가라앉은 채로, 눈을 뜨게될 기미가 없다. -----오싹했다. 아무 이유도 없이, 이렇다할 확증도 없이. 나는 이대로 계속, 꿈에서 깨어나지 못 한다고, 알아버렸다. "시키님, 시간입니다. 일어나시지 않으면 학교에 늦어지십니다." "----------에?" 눈 앞에 히스이의 모습이 있다. 여기는 내 방이고, 밖은 멍해질 정도로 좋은 날씨였다. "히......스이?"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시키님. 오늘 아침은 평소보다 시간이 급하니, 어서 거실로 가십시오." 히스이는 평소대로, 담담하게 목소리를 낸다. "하---------아." 그것으로, 이것도 저것도 사라져가주었다. 눈이 뜨여진 자신과, 확실히 고동치고있는 자신의 몸을 껴안았다. ......안심한다. 아까까지의 악몽이, 정말로 뭐라 할 일은 아닌, 단지 악몽으로 변해주었다. "......다행이다. 히스이가 깨워주지 않았다면, 그대로, 일어나지 못했을지도 몰라." "시키님......? 몸 상태가 좋지않으시다면, 부디 말씀해주십시오." "아니, 그렇지 않아. -----좋은 아침 히스이. 네가 있어줘서, 다행이야." "에-----아, 예. 고맙습니다, 시키님." 미미하게 얼굴을 물들이고, 히스이는 머리를 숙인다. "아니, 그렇지않아. 정말로 감사하고 싶은건 내 쪽-----인데, 벌써 일곱시 반이잖아! 미안, 이제 일어날테니까 먼저 거실로 가줘!" "예, 그러면 기다리겠습니다." 히스이가 퇴실해가는 것과 동시에, 잠옷에서 학생복으로 갈아입는다. 침대에서 뛰쳐일어나, 코하쿠씨가 만들어준 아침식사를 조금만 먹고 현관에 나왔다. 소요시간은 실로 십 분도 걸리지않았다. "그러면 갈께. 나중에, 히스이!" "예. 돌아오시기를 기다리겠습니다." "......시간에 맞추었다......" 하아, 하고 한숨을 쉬고서 몸을 쉰다. 시간에 맞추었다고 해도, 교문이 닫히는 시간에 맞추었을 뿐이지, 여기에서 다시 교실까지 스퍼트를 내지않으면 안된다. "........하아." 아직 담임은 교실에 도착하지 않았다. 달려오느라 거칠어진 호흡을 고르면서 내 자리에 앉았다. ......교실의 상태는, 평소보다도 북적인다. 내일이 창립기념일로 휴교인지라, 모두 기분이 토요일이 됀 건지도 모른다. 방과 후가 되었다. 학교에 남을 일도 없고, 저택으로 돌아가자. "......어제의 꿈." 확실히 어제, 여기에서 사람을 죽이는 꿈을 꿨다. 내 나름대로 꿈을 꾸지말자고 노력은 했지만, 자기자신에게선 도망칠 수 없다고 하는 건가. "-------큭." 기리, 하고 이를 갈았다. 약해져있는 자신이 정나미 떨어진다. 그것은 전부, 꿈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확실히 그런 꿈을 꾸는 것은 어떻게 되었지만, 지금은 아직 나는 제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아버지다. 토오노의 피인지 뭔지가 어떤 것인지 나는 모른다. 단지, 내가 이렇게 계속 정상으로 있는 것은, 아키하들에게 곤란함을 끼치고싶지 않아서다. 가능한한 보통으로, 지금까지대로 행동하면서, 무언가 해결책을 찾을 수 밖에 없겠지------ "다녀오셨습니까, 시키님." 현관을 열자마자, 히스이가 정중하게 마중해준다. "다녀왔어. 바로 방에 돌아가니까, 히스이는 자신의 일로 돌아가도 좋아." "예. 그럼 거실의 청소로 돌아가겠으니, 무언가 용건이 있으시다면 불러주십시오." "......히스이는 거실의 청소, 인가......" 코하쿠씨의 모습이 보이지않지만, 후원의 청소나 장보러 나가있겠지. 아키하도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같고, 일단 방으로 돌아가자. 가방을 놓고서 사복으로 갈아입는다. 그대로 멍하게 방에서 지내기를 약 한 시간. 갑자기, 구루우우우우, 라는 소리를 들었다. 기분나쁜 소리는, 아무 일도 아니다. 정진정명, 내 배의 벌레이다. "......그런가. 아침부터 만족스런 식사를 하지않았지." 아침은 지각 직전이란 일로, 코하쿠씨가 만들어준 아침식사도 핥는 정도밖에 먹지않았다. 그 다음 학교에서 점심식사를 하자고 생각했지만, 어제의 일을 생각해내서 식욕이 없어져, 결국 아무 것도 먹지않았다. "저녁식사 전에 뭔가 가벼운 거라도 만들어주지 않을까......" ......쓸데없는 일을 늘려버려서 변명하는건 아니지만, 공복인 것은 공복인 거다. 여기는-----히스이에게 부탁해본다. ......그, 안되든 되든 히스이에게 부탁해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거실에 있지, 히스이." 잠깐 두근두근했다. 좋은 일은 빨리, 어서 히스이에게 부탁해보자. "거절합니다." 정확히 일 초도 걸리지않고. 히스이는 멋진 카운터로, 이쪽의 사고를 넉다운 시켜주었다. "그......그런가. 히스이는 바쁜 거였지." 쓰러질 듯한 몸을 어떻게든 추스리면서, 패잔병처럼 후퇴해간다. "잘못했어. 부디, 일을 계속 해주세요." 어질어질 로비 쪽으로 물러났다. "아......아니, 기다려주십시오 시키님. 그......결단코 시키님께 식사를 만들어드리는 게 싫다는 것은 아니고, 그......" "에........?" 생각없이 돌아본다. 인데------ 거기에는, 무언가 약간 귀여운 히스이가 있다. "그, 시키님은 언니의 식사에 익숙해져 계시니까, 제가 만든 것 따윈 아무래도 입에 맞지않을거라 생각해서......" 머뭇머뭇하고, 말하기 어려운 듯이 히스이는 말을 잇는다. "그러니까, 조금 더 저의 기술이 향상된 때에 불러주시기를 바랍니다, 만." "---------" 무......무슨, 말을 하고있는거지, 히스이는. 아까의 『거절합니다』도 멋진 충격이었지만, 저런 지금의 히스이에 비하면 가벼운 잽이다. "무, 무슨 말하는거야 히스이! 그, 히스이가 만들어준 것이라면 뭐라도 먹을테니까, 그런 일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아니요, 그런 이유에는 관계없습니다. 부디 시키님, 식사에 관해서는 언니에게 말씀해주십시오." "......아니, 나는 히스이 쪽이 좋아. 코하쿠씨에게 맡길 거라면 처음부터 코하쿠씨 쪽으로 갔지. 나는, 그-----히스이에게 만들어달라고 하고 싶어서, 부탁하잖아." 히스이는 나를 응시하고있지만, 아무것도 대답해주지 않는다. "..........음." 이리 된다면 이쪽도 의지다. 히스이가 만들어줄 때까지 거실에서 버텨본다......! "......" "............" ".................." "........................" ".............................." "...................................." ".........................................." "................................................" "......................................................" "............................................................" 아무 것도 말하지않고 서로 노려보기가 계속. ......이상하잖아. 대체 언제부터,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거지? "......알겠습니다. 저로 좋으시다면,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 해냈다, 정말이지 히스이!" "예. 그렇지만 입에 대신 뒤, 후회하셔도 할 수 없으시니까." "에......?" 뭔가 공포스런 것을 말하고, 히스이는 별실로 향해갔다. "-------후. 후후, 후후후후후." 기뻐서 웃음이 북받쳐 오른다. 벽 한 장으로 막힌 별실에서, 히스이가 나를 위해 요리를 해주고있다고 생각하면, 계속 입이 헤벌쭉해진다. 그야 코하쿠씨에게는 매일 받고있지만, 코하쿠씨의 경우는 너무나도 척척 해내서, 『코하쿠』라는 다른 요리인이 있는 것같아 긴장돼버린다. 반면, 히스이는 지금까지 요리같은 것은 만들지 않았다는 일도 있어서, 뭔가 조금 두근두근해진다. "......코하쿠씨 말하길, 히스이는 요리 못한다는 얘기지만......" 뭐어, 그래도 먹지못할 것은 만들진 않겠지. 보통 사람의 미각이 있다면, 먹지못할 요리라는 것은 보통 어떻게 해도 만들지 못하는 것이니까. ...... ............ .................. ........................ .............................. ....................................그렇다 해도. 좀, 시간이 너무 걸리잖아. "꺄아----!?" -----하고. 별실에서, 콰당, 하고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히스이!?" "어떻게, 무슨 일이 있는거야 히스이!?" 별실로 뛰어든다. "------아." 들어서서, 잠깐 움찔했다. 히스이는 근사한 성찬이라도 만들 생각인지, 상이라는 상에는 이리도 멋대로라 할 만큼 식재가 늘어놓아져있다. 도마 위에는 묘표인가 어딘가의 성검처럼 식칼이 꽂혀있고, 풍로에는 검은 재를 담은 프라이팬이 있기도 하다. "저......기, 히스이?" "........................" 히스이는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숙인채로 있다. "저기, 히스이. 나는 별로 가벼운 게 좋지만. 아, 단순한 것으로 핫케이크라던가, 그런거." "......말씀드리지만 시키님. 핫케이크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큭, 하고 마음 깊은 곳에서의 본심으로 히스이는 대답한다. ......질렸다. 이것은 정말로, 히스이에게 요리라는 것은 귀문(鬼門)인지도 모르겠----- "히스이. 잠깐, 손을 보여줘." "에......손을, 말입니까." 히스이는 깊이 생각하고서 손을 보여준다. "역시. 손가락, 베여있잖아." "......예. 죄송합니다, 만족스런 요리 하나 만들지 못하고, 이런 한심한 모습까지 보여버려서......" "바보, 그런 건 듣고싶지 않아. 상처가 났으니까, 무리 따위 하지말고-----" 무리 따위 하지말고, 빨리 치료를 안하면 안되는데. "......시키님?" 히스이의 하얀 손가락 끝이, 새빨갛게 물들어있다. 찐득, 하고 서서한 붉음에 젖은 히스이의 손가락 끝. "-----심하네. 꽤 깊은 상처가 아냐, 이거." 말하고서, 히스이의 팔을 당긴다. "읏------!" 흠칫, 하고 떨리는 히스이의 몸. 그래도 신경쓰지않고, 단지 히스이의 상처를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었다. "아-----!" 히스이의 목소리. -----잘 들리지않는다. 단지 어렸을때처럼, 상처를 핥아서 피를 빨아낸다. "........시키, 님." ------가는 손가락. 붉은 피는, 히스이의 하얀 손가락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니까 예쁘게 해주자고, 생각했을뿐. "......그만둬 주십시오, 시키, 님......" -----어째서, 일까. 히스이의 피는, 매우----- "..................아." -------달다. 히스이의 피는 달아서, 단지 이렇게 하고있는 것만으로도, 몸이 뜨거워져서, 무언가----- ".................."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시선을 올려보니, 거기에 히스이의 얼굴이 있었다. 붉게 물든 얼굴. 짙은 벽(碧)색의 눈동자. ......옛날. 매우 가까이 있었던, 붉은 머리칼. "------큭!" 히스이에게서 떨어진다. 나는-----지금, 무슨 짓을----- 히스이는 고개를 숙인채로, 꼼짝도 하지않는다. "............아.' 나는-----이성에게 닿는 것을 싫어하는 히스이의 손가락을 핥고서, 그것 뿐만이 아니라-----히스이의 피를, 그렇게 오래, 빨고있었던, 건가. ".....미안. 나, 정상이 아니야-----" 정말로 정상이 아니다. 꿈 속 뿐만이 아니었던건가. 누군가의 피를 맛있다고 느끼는 것 따위, 그런 것은 꿈 속 뿐만이 아니었던건가----- "......시키님은 저의 상처를 걱정해주셨을 뿐입니다. 사과하실 필요 따윈, 없습니다." "-----아니야, 나는-----" -----틀렸다, 히스이의 얼굴을 볼 수 없어. 아까의 피 맛이 남아있다. 히스이의 손가락의 감촉이, 잊혀지지 않는다. "-----미안. 내가 말했던 일이지만, 식사는 이제 됐어. 방에 돌아갈테니까-----조금, 혼자서 있게해줘." 히스이는 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다. 그 무언의 압력에서 달아나듯이, 내 방으로 얼른 뛰어갔다. 저녁식사가 끝나고, 거실에서 식후의 차를 마신다. ......우아하게 차를 마시고 있을 정신상태가 아니지만, 아키하나 코하쿠씨가 권하는 것은 거절할 수가 없다. 코하쿠씨가 타다준 홍차를 마시면서, 아키하와 코하쿠씨의 대화을 듣고있다. "그런데 오빠, 연말의 일이지만." 어째선지, 갑자기 아키하가 이쪽으로 얘기를 향한다. "연말의 일이라니, 생각이 빠르구나 아키하. 아직 달력은 시월이야." "무슨 말씀이십니까, 벌써 곧 십일월이 되지요. 십이월이 되면 앗 하는 사이에 겨울방학이 되어버리니까, 지금 때부터 예정을 세워두지 않으면." "......흐-음. 뭐 좋지만, 아키하들은 어떻게 할거야? 나는 연초는 항상 정해져있지만-----" "에에, 아리마의 아주머니께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오빠는 긴 방학이 되면 친구의 집에 머물면서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던가." 찌릿, 하고 뭔가 말하고 싶은듯한 곁눈질을 하는 아키하. ......웃. 어째서 그런 일까지 알고있는거지, 이녀석은. "......괜찮잖아, 방학을 어떻게 쓰는지는 사람 마음대로 아니야. 별로 아키하들에게 곤란함은 끼치고싶지 않으니까, 안심해줘." "아라, 시키씨는 여행을 가시지 않으십니까?" "......저기 말이죠. 나는 일개의 학생이니까, 여행을 갈 만큼 돈은 갖고있지않아요. 그야 아르바이트 정도는 하고싶지만-----" "오빠. 토오노 가의 장남이 아르바이트 따윌 한다면 어떻게 될지 알고계시지요." "자, 여기에 이렇게 귀신교관이 있으니까 학생다운 놀이는 할 수 없어요, 코하쿠씨." "뭐어, 그건 어쩔수 없네요. 그래도 시키씨, 정말로 여행은 가시지 않을겁니까? 모처럼 아키하님과 시키씨, 저와 히스이쨩으로 예약을 했는데." "에-----예약이라니, 어디에......?" "그러니까 겨울에 갈 여행의 호텔입니다. 시키씨는 화풍 취향이시니까, 금년은 국내로 했어요, 아키하님." "마, 말을 꺼낸건 코하쿠 쪽이지요. 나는 단지 찬성한 것 뿐입니다." 흥, 하고 시선을 피하는 아키하. "예, 그런 일로 해두겠습니다. 그리고 뭐, 이런 사정이니까 연말은 비워둬주세요, 시키씨. 히스이쨩도 시키씨가 간다면 밖으로 나가도 좋다고 승낙해주었으니까. 아시겠어요? 히스이쨩이 여행을 가는 건 처음이지요? 언제나 집지키기만 하고, 저택에서 나가자고 하질 않았으니까." ".................." ......그, 갑자기 그런 일을 말해줘도, 곤란하다. 가족으로 여행을 가는 것 따위,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으니까, 그----- "뭐, 뭡니까 오빠. 벼, 별로 억지는 쓰지않으니까, 따로 용무가 있으시다면 어서 거절하세요." "아니, 함께 가자. 대체로 아키하의 부탁을 거절하는 날에는, 뒤에 어떤 보복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는 거니까." "그러니까, 저의 제안이 아니라고 아까부터 말하지 않았......! 저는 별로, 그...... 한 사람이라도 상관하지 않으니까." "아아. 그런 일로 해두자. 어쨌든 생큐. ......확실히, 모두와 어딘가로 가는 것도 즐거울거야." "......감사해야할 필요 따윈 없습니다. 가족이 여행을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휭, 하고 얼굴을 돌리는 아키하. 그 밖에 이렇다 할 문제도 없고, 식후의 차모임은 미적지근하게 끝났다. 취침시간이 되었다. ......아까 거실에서의 회화 덕인지, 기분은 조금 즐거워져있다. "......연말의 여행, 인가." 이 멤버로 어떤 여행이 될지 상상도 되지않지만, 뭐 즐거운 여행이 될거란 것은 틀림없겠지. "--------후우." 크게 심호흡을 하고, 침대에 들었다. 적어도, 오늘 밤 정도는. 그런 꿈을 꾸지않도록 이라고, 기도하면서 눈꺼풀을 닫았다. ......어두운 곳에 있다. 안개가 끼어있는건가. 오늘 밤은, 달빛이 없어서, 주위가 보이지않는다. ---하아-----하아-------하아-------- 숨소리가 울려서 돌아온다. 오늘 밤은 사람을 죽이지는 않는다. 그 대신으로, 인형을 부수고있다. ---하아-----하아-------하아-------- 뺨을 때린다. 잡아 비틀어도 상관없는지, 힘의 가멸따윈 하지않는다. 끌고가듯이 몸을 당겨서, 인형을 범하길 계속한다. ---하아----하아-------하아-------- 이 녀석에게도 질렸다. 무엇을 해도 비명조차 지르지않는 이 녀석에게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단지, 나 자신의 성욕을 토해내기 위해 범할 뿐이다. ......바람이 불었다. 약간, 안개가 움직인다. 밤의 교실. 거기에, 예쁜 인형이 있다. ---하아-----하아-------하아-------- 인형은 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다. 스스로 움직이는 것조차 하지않는다. 일어선 살덩이를 가랑이에 박아넣어봐도, 꼼짝도 하지않는다. -----이런 것에는, 이제 흥분되지 않는다. 아무리 예쁘다고 해도, 인형을 상대로는 아무 것도 아니다. ---하아-----하아-------하아-------- 단지, 이 녀석의 상태는 최상이었다. 몇 번을 범해도, 이 녀석의 몸 그 자체에 질리는 일은 없다. 바들바들 떨리는 몸. 인형의 눈은, 나를 보지않는다. 비어있는 듯한 눈에 비치는 것은 달 뿐인가. -------이 쓰레기. 부아가 치민다. "-----이제 곧이다." 꿈틀, 하고 인형의 눈썹이 움직였다. "-----이제 곧 죽여버린다." 얼어있던 뺨이 붉어진다. "-----이제 곧 내가 돌아간다." 너를 죽여서 내가 겉으로 나가겠다 "-----그렇게 하면 너도 별볼일없다." 하하, 그것은 우습다. "---하아-----하아-------하아----" 호흡이 흐트러진다. "하아----------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현병(眩病)인 가운데, 비웃는 소리가 울려서 돌아온다. 목은 목제 인형이 된 것처럼, 건들건들 하고 정신없이 상하한다. 우습다, 우습다. 비웃으면서, 그저, 히스이인지도 코하쿠인지도 알 수 없는 소녀를, 계속 범했다. --------------------------------------- 8/『死』 "---------" 눈을 뜨고보니, 벌써 시각은 열시가 되어있다. "......그런가. 학교는 쉬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참을수 없어서, 잠옷인채로 복도에 나갔다. 세면소까지 달려가서, 구토했다. "욱-----극, 아............!" 위 속의 것을 토해도 토해도, 가슴의 메슥거림은 나아지지 않는다. 어젯밤의 꿈. 어떤 의미로는, 살인의 꿈같은 것보다, 더욱 최악인, 꿈. "하-----아, 아-----" 나는-----아키하만이 아니고, 히스이나 코하쿠씨까지, 더럽혀버렸다. 그런 꿈을. 히스이인지도 코하쿠씨인지도 알 수 없는 누군가를, 한 밤 중에 계속 범하는 꿈을 꾸다니. "..........하..........아." 아무 것도 토해낼 것이 없어져서, 간신히 목구멍의 경련이 멎었다. 로비로 나오니, 히스이가 무엇인가 일을 하고있다. 모양을 바꾼 것인지, 본 적 없는 의자를 로비로 옮기고 있다. "..............크." 현기증이 난다. 지금은-----정면에서 히스이의 얼굴이 보이지않는다. 하지만, 이대로 무시하고서 방에 돌아가는 것은, 더욱 견딜 수 없다. 평소 때처럼 히스이가 깨워주었더라면, 조금은-----이 가슴의 메슥거림도 가라앉아 주었겠고. "......히스이." 히스이는 내게 신경이 쓰였는지, 살금살금 조용한 발걸음으로 다가온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시키님." "......아아, 좋은 아침. 잘못했어, 내가 멋대로인 시간에 일어나버려서." "이쪽이야말로. 일어나실 시간에 곁에 있지않아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히스이는 슥, 하고 소리도 내지않고 머리를 숙인다. ......무표정한 히스이. 어젯밤의 꿈을 생각하게 되어서, 뒤가 켕긴다. "......아니, 히스이가 사과할 필요는 없어.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지 않은 이쪽이 잘못한 거니까, 히스이는, 나한테 꾸중 한 마디라도 해주는 쪽이, 좋아." ......그렇게 해주면, 조금은 즐거워지겠지. "시키님......?" 그래도, 그런 것은 이쪽의 멋대로인 사정이다. 실제로, 내 말에 히스이는 걱정하고있다. "아무 것도 아니야, 지금 것은 잊어줘. ......그것보다 아침밥를 먹고싶지만, 아침식사의 준비는 할 수 있어?" "......언니는 밖에 나갔습니다. 시키님의 아침식사라면, 식당에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만." "그래. 그럼 감사히 먹으러 갈게. 일하는 중에, 불러 세워서 미안해." 그럼 있다가 나중에, 라고 말하고 식당으로 향했다. 내 방으로 돌아와 봤지만, 급히 해야할 일은 없다. 자는 것도 이젠 지긋지긋하다. 무엇을 해야할지 잠시 생각해보고서, 팔년만에 저택 안을 산보하기로 했다. 로비로 내려왔다. 왠지 모르게, 어렸을 때의 추억을 확실히 하기위해, 유유히 저택안을 걷기 시작한다. 복도는 길게 뻗어있다. 어렸을 때는, 이 복도가 어디까지라도 이어져있다고 믿어 의심치않았다. 저택은 성같이 넓어서, 매일 돌아다니면서 벽이나 기둥, 책상에 자기의 이름을 새겨두었다. 당시, 아키하와의 놀이로 진지 따먹기 같은 게임이 유행했던 탓이다. 이름을 새겨둔 곳이 자신의 영지다, 라고해서 둘이서 저택을 돌아다닌 것은, 자신의 이름을 새기려고 했던 것이겠지. "......있다." 계단의 난간에 시키라는 이름이 새겨져있다. 아버지가 저택안에서 노는 것을 금했던 것은, 생각 외로 이 놀이 탓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주의깊게 보면, 여기저기에 나와 아키하의 이름이 새겨져있다. 밖으로 나간다. ......그러고보니, 아키하와 놀았던 것은 대부분이 정원에서였다. 아키하는 나와는 달리 아버지의 주의를 지키니까, 하루에 삼십분 정도밖에 놀 수 없었다. 그래도 놀 일이 있으면 우리들의 뒤에 따라와서, 가만히 말하는 것을 듣고있을 뿐이었다. 그렇지않으면, 일단 놀러나가면 활발하게 뛰어다니면서, 무엇을 해도 우리들과 승부를 겨루었다. "......뭐야. 저녀석, 예전부터 지금 성격의 근본은 있었잖아." 아버지의 앞에선, 고양이를 5, 6마리 굴리고있던 건지도 모른다. 저택의 벽에는 역시 이름이 새겨져있다. 시키, 시키, 아키하, 시키, 아키하, 시키, 아키하, 시키, 시키, 시키, 시키. 결과적으론 이 정도로, 역시 시키라는 이름이 많다. 뭐라고 하더라도 아키하는 여자애고, 남자애인 이쪽의 행동반경에는 당할 수 없었던 거겠지. "코하쿠씨......?" 뒷정원에 가보니, 확실히 코하쿠씨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코하쿠씨는 이쪽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무엇을 하러가는건지, 숲 속으로 들어간다. "?" 흥미를 느껴서, 조금만 뒤를 따라갔다. -------인데. 코하쿠씨가 걸어갔던 곳에는, 평범한 광장이 있는 듯했다. "......저런 곳에 광장 같은게......" 머리를 갸웃하고서 생각해 보았지만, 아무래도 기억은 애매모호하다. 저택의 숲속, 나무들을 베어낸듯한 광장이 보인다. ------아니, 보인다는 것은 옳지않다. 보통으로 걸어갈 때에는 절대로 보이지 않을터이다. 코하쿠씨가 저쪽으로 걸어가지않았다면, 저택에 살면서 평생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숨겨진, 나무들로 둘러싸인 작은 광장. "......이상해. 저런 곳에 광장이 있다니, 생각나지 않는데." 조금이라도 숲 속의 광장에서 아키하와 놀았던 기억은 없다. ------없는, 듯한, 기분이, 든다. "............" 조금 생각해보고서, 저 광장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광장에는 특별한 것은 없다. 먼저 들어갔던 코하쿠씨의 모습도 없다. "뭐야------그냥 공터잖아." 광장의 한가운데로 걸어간다. 광장은 정말로, 뭐라 할 것 없는 공터였다. 깨끗하게 치워진 흙의 지면과, 주위를 둘러싼 깊은 숲의 나무들. 매미의 소리와. 녹을듯한, 강한, 여름의 햇볕------ "에............?" 여름의, 햇볕-----? "아-----아파............" 가슴의 상처가 아프다. 마치 / 푹하고. 식칼에 가슴을 찔린 / 듯한 / 이 아픔. 매-앰 매앰매앰 매-앰 매앰매앰 매-앰 매앰매앰------ ------어딘가에서, 매미 소리가 나고있다. 지금은 이미, 가을인데. -----하얗게 녹아버릴듯한 여름의 햇볕. 먼 하늘에는 뭉게구름. 보이는 것은 매미 소리. 귓가에는 매미의 껍질. 껍질. 누군가의, 껍질. "-----------------........................." 상처가 열린다. 가슴이 새빨갛게 물들어서, 이 양손까지 검붉게 타오르고-------- ......웅크리고 있는 누군가의 그림자. 가까이 오는 어린 소녀의 발소리. 먼 곳의 하늘에는 뭉게구름. 매미의 푸른 하늘. 정신을 차려보니, 눈 앞에는 피투성이인 아키하의 우는 얼굴. 매-앰, 매앰매앰. 매-앰, 매앰매앰. -----고막을 찔러부수는, 바늘같은 매미의 소리. "아------그." 가슴이 아프다. 구역질이 난다. 상처는 이미 옛날에 나아있을 터인데, 어째서 이리도 아픈건가. 가슴이 부셔진다. 오래된 상처가 열려서 적색의 물들임이 흘러나온다. -----어째서. 나의 상처는, 전혀 낫지 않았다. 의식이 가라앉는다. 상처가 아프다. 그, 혼수(昏睡)하기 직전에, 이상한 영상을 떠올렸다. 여름의 더운 날. 피투성이인 아키하와, 그것을 내려다보는 자신. 손에 묻어있는 피를 핥는 그림자. ......그림자는 곧 자신 그 것의 얼굴을 한 소년이 되어서, 즐거운 듯이, 웃고있었다----- ......이야기 소리가 들려온다. "아키하님, 의사를 부르시지 않으십니까?" "바보같은 말하지마 히스이. 부를 사정이 아니잖아, 오빠의 상처는 보통의 상처가 아니니까......!" ......아키하 와 히스이 가 얘기하고있다. 여기는 시키의 방이다. 그럭저럭 침대 위에서 자고있는 것 같다. 여어, 하고 소리를 내고 일어나려 했지만, 몸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가슴의 아픔은 이미 없는 주제에, 몸은 납같이 무겁다. 만족스럽게 움직이는 것은, 눈과 입 뿐인 것 같았다. "대체 무슨 생각인거야 히스이. 시키를 그쪽으로 다가가게 해선 안된다고, 당신도 알고있을텐데......" "면목............없습니다." "사과해서 끝날 문제가 아니야. 당신을 오빠의 사용인으로 한 것은, 이런 사태를 막기위해서잖아? 그것을 잊고서, 당신을 무엇을 하고있었던 거지......?" 아키하는 평소에서는 생각할수 없을 정도로, 감정을 드러내서 화내고있다. 대해서, 혼나고있는 히스이는 고개 숙인채로 계속 조용히 있다. "코하쿠는? 그 아이에게도 말해두었지요? 오빠에게서 눈을 떼지말라고." "언니는, 없습니다." "없다니...... 무슨 일?" 히스이는 답하지 않는다. 기리, 하고 아키하는 이를 간다. -----없어? 무슨 소릴 하는거야, 코하쿠씨라면 아까, 뒷정원에 있었잖아----- "아키하님. 이제, 그만두십시오." "-----히스이." "이 사람은 다릅니다. 다른 사람인 겁니다. 이 저택에 있으면 반드시 불행해집니다. 그러니까, 이제 그만두십시오." "그런 얘기, 지금은 듣고싶지않아." "아뇨, 그러니까 말씀드리는 겁니다. 아키하님도 눈치채셨을 겁니다. 시키님은, 이대로라면 정말 살인귀가 되어버립니다." --------지금. 히스이는, 뭐라고. "......저택에 있는 것으로 토오노의 피가 동요된다는 거? 그거야말로 설마야. 오빠에 한해서, 그것만은 있을 수 없는 것." "......그렇지요. 이 사람은 저희들과 같이, 마키히사님의 변덕으로-----" 순간. 짝, 하고 뺨을 때리는 소리가 방에 울렸다. "히스이. 그것을 입에 담는 일은 용서하지 않는다, 라고 말했을 터이지요." "......................" 두 사람은 그것으로 조용해졌다. 숨이 멎을만큼 긴장된 공기가, 두 사람 사이에 충만해있다. .......히스이는 괴로운듯이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있다. 아키하가 어째서 그렇게 화내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 이상 히스이의 괴로운 얼굴은 보고싶지않다. "우-음." 어쩐지, 부자연스럽게 몸을 틀어본다. ".......히스이, 뒤는 맡기겠습니다. 오빠가 일어나면, 아무쪼록 수고해줘." "아키하님은 괜찮으시겠습니까?" "에에. 내가 있으면, 역으로 오빠의 몸을 약하게 해버리니까." 어딘가 자조하는듯한 쓴웃음을 짓고서, 아키하는 방에서 나갔다. ".................." 그럼, 나는 이제부터 어떻게 할까. 아직 깨어나지 않은 척을 하고있는 쪽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이제 눈을 뜨셔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시키님." "......뭐야, 눈치채고 있던건가. 사람이 나빠. 히스이." "예. 아키하님은 알아차리시지 못 하셨지만. ......예전부터, 사람의 연기를 꿰뚫어 보는게 서투른 분이시니까." 주저하면서 히스이는 말한다. "......흐음. 그거라면 히스이는 민감하지." "......뭐라 할까요. 가장 알고싶은 사람의 마음을 알수없으니까, 저도 제가 생각하는만큼 감이 좋다, 라고 할수는 없습니다." "그런가." 끄덕이면서, 왠지 모르게 히스이가 말하고있는 건 코하쿠씨의 얘기겠지, 하고 직감했다. "......히스이. 아까 말했지만, 코하쿠씨는 어디에 갔어?" "......죄송합니다. 저, 언니의 일은 잘 알지 못합니다." ".................." 무언가, 걸린다. 그래도 뭐가 걸리는지, 지금의 자신으로선 생각되지 않았다. 이렇게 하고있는 사이에도. 몸은 나른해져, 얘기하는 것에까지 체력을 쓴다. "시키님, 무리를 하고계신 것은 아니십니까......?" "......응. 자백하자면, 상당히 나른해. 나, 대체 어떻게 된거지?" "......시키님은 뒷정원에서 쓰러져 계셨습니다. 평소의 빈혈과는 다른 듯해서, 어쨌든 아키하님께 연락을 해서 방으로 옮겨왔습니다." ......쓰러졌다. 뒷정원에서. 하얀 햇볕과, 매미의 소리. "------생각났어. 그래, 갑자기 어지럼증이 나서. 그대로 휘청하고 쓰러졌어. ......질렸어, 이런건 소학교 이래 처음이야." "......의사를 부르려고도 했었지만, 아키하님이 좀더 상태를 보자, 라고." "......아아, 아키하는 옳았어. 이런 것은 정신적인 것이니까, 의사를 불러도 아무것도 되지않아. 그런데, 어느 정도로 정신을 잃었던거야, 나?" "......시키님이 쓰러져계신 것을 발견했던게 정오 지나서였으니까, 정확히 열두시간 쯤 입니다." "뭐-----벌써 그런 시간인거야!?" 놀라서 시계를 본다. 인데,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지금은 오전영시입니다. 오늘 밤은 여기서 간호를 해드릴테니까, 뭔가 있으시다면 주저말고 불러주십시오." "아......아아, 그건, 부탁하지만." -----반나절이나 의식을 잃었다니, 사고를 당했던 때 이래 처음이다. 거기에 더해서, 반나절이나 자고있었는데 몸은 아직도 자고싶어한다. "......미안. 뭔가, 매우 졸려......" "그러시다면 어서 주무십시오. 저는 복도에서 기다리겠으니까, 뭐가 있으시다면 바로." "......무슨......말하는거야. 간병해주는 사람을, 복도에 있게하면 안 되지. 부탁이니까......히스이는......여기에......" -----젠장, 목소리가 이어지지않아. 주르륵, 하고 등줄기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듯이. 의식은, 돌연히 끊어져버렸다. ------------문득, 꿈을 꾸었다. 어두운 밤이었다. 밤중에, 무언가 소리를 들은 기분이 들어 눈을 떴다. 저택은 무인. 어느새인가 어른들은 출타한듯하다. 혼자서는 불안해진다. 어른들이 어디에 갔는지 확실히 알기위해 정원으로 나갔다. 그것은, 겨울의 추위같은 밤이었다. 토해낸 숨이 하얗다. 정원은 춥고, 반면, 밤하늘은 아름다웠다. 얼어붙는다, 라는 표현은 이 겨울의 밤하늘을 위해 있는 것이 틀림없다. 얼은 별. 깊은 어둠. 세계를 비추는, 생명없는 달빛. 어린애인 나에게 있어서, 저택의 정원은 너무 넓다. 정원을 지나가면 주위는 숲. 산 속에 있는 이 저택은, 실로 인간이 사는 환경에는 맞지않았다. 저택은 어두운 숲 속에 있다. 그것은 심해의 속에서 깜박이는, 발광어의 빛과 같다. 숲의 어둠은 깊고 높고, 어둡고 멀다. 이미 나무들이라고 하기보다, 달에까지 쳐져있는 검은 커텐 그것이다. 소리가 나서, 어른들이 숲 속에 있다고 확신했다. 숲 속으로 들어간다. 일체의 광원조차 없는, 절대의 어둠이 거기에 있다. 내 몸조차 보이지않는 어둠 속, 단지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걸어간다. 단지 춥다. 안구의 속이 마비돼버렸다. 그 와중에, 내 이름을 불렸다는 기분이 들었다. 꽃이 베이는 탄식소리. 서걱서걱 흔들리는 풀. 그곳에서, 붉은 귀신과 만났다. 귀신은 이쪽에는 관심이 없고. 나도, 그 귀신에게 관심은 없었다. 홍. 적. 주. 비(緋)색의 해원이 된 들을, 넘어간다. 나무들이 베어진 광장으로 나온다. 거기에는, 어른들의 사체가 산란해있다. 어두울 터인 대지는 독기어린 붉음에 물들어서, 마치 세계라는 살아있는 것이 유혈하고 있는듯이 보인다. --------그것은. 유혈하는 대지에는, 어른들을 죽인 적이 있다. --------가장 처음의, 나쁜 꿈. 적은 이 몸까지 죽이려 다가온다. 어머니는, 이 몸을 가리고 베여죽었다. --------얼굴에 닿는, 뜨거운 혈액. 얼어버릴듯한 밤 중에. 그, 따뜻함이. --------처음으로 싫어했던, 색. 적의 손톱이 가슴에 박혔다. 너무나 추워서 마비됐기 때문이겠지. 아픔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하늘을 본다. 세계가 흉하게 녹아간다. 그 속에서, 유일불변의 푸른 어둠. --------왠지 아름답다. 그것은 유리같이, 맑은 달. 아아-----알아차리지 못했었다. 오늘 밤은 이렇게도 달이, 아름답-----다------- 9. 불타는 몸 1 9번째 날/ 10월 29일(금요일) ................................................................. ................................................................. ................................................................. ................................................................. ................................................................. ................................................................. ................................................................. ...찰칵, 하고 조용히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서, 의식이 기억으로부터 어그러져서 떨어져 간다. 떠올라 가는 마음. 그 끝엔 현실이 있다. -----그렇게 해서, 오랜 꿈에서 깨었다. "어라...... 어째서." 뺨을 만져보고, 자신이 울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무엇이 슬펐는지, 무엇이 아팠는지 잘 알 수 없다. 그저, 대단히 소중한 것과 헤어졌다는 감각만이 가슴에 남아았다. "나쁜 꿈이 아니었다, 란 걸까." 지금까지 보아왔던 살인의 꿈과는 달랐다고 생각한다. 어제는 며칠인가만에 잘 잤던 밤이었다. 그것도 분명, 히스이가 곁에서 돌봐주었기 때문이겠지. "......히스이?" 몸을 일으켜서 방을 살펴본다. 히스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아까 문이 닫히는 듯한 소리를 들었던 느낌이 드는 것은, 히스이가 나가서 그랬던 걸까. 어쨌건 아침이다. 오늘은 금요일, 학교는 물론 가야 한다. "그럼, 일어나지 않으면." 어제의 후유증 때문인가, 침대에서 일어서자 조금 욕지기가 올라왔다. "갈아입을 옷은...... 뭐야, 아직 준비되지 않았잖아." 히스이는 학생복을 가지러 간 듯 싶다. 그렇다면 금방 돌아올테지. "......얼......래." 돌연히, 힘을 잃고서 앞으로 꽈당 쓰러졌다. 언제나의 현기증 --- 이겠지만, 일어설 수가 없다.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어떻게든 팔은 움직이지만, 자신의 몸 조차 지탱되지 않는다. "......잠깐만, 거짓말이지." 필사적으로 힘을 모은다. 그렇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한번 팔로 버텨볼 수도 없다. "난리났군...... 내 몸, 아직 정상이 아닌 모양인데." 융단에 구른 채, 솔직히 현실을 받아들였다. 이대로 약이 올라서 일어서려 노력해 봤자, 설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별로 괴롭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고, 잠시 가로누워 있으면 언젠가 체력도 돌아오겠지. "시키님, 갈아입으실 옷을 가져왔습니다." 철컥, 하고 문이 열리며 히스이가 들어온다. "----시키님!?" 비명과도 같은 목소리와, 달려오는 발소리. "시키님, 정신차리십시오, 시키님......!" 히스이는 필사적으로 불러온다. "야아, 좋은아침이야 히스이. 그게, 쓰러진 것 뿐이니까 그렇게 걱정하진 말아주지 않겠어." "쓰러진 것 뿐이라니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는 겁니까, 시키님께선......!" "괜찮다니까. 일으켜 주면, 금방 정상으로 돌아올테니까." "네, 숙지했습니다---" 즉석에서 끄덕이고는, 히스이는 내 어깨에 손을 뻗는다. "아......" 딱, 하고 히스이의 팔이 멈춘다. 히스이는 긴장한 얼굴을 하고서, 이마에 땀까지 띄우며 필사적으로 팔을 뻗으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의 일은 없었다. 히스이는 보고 있는 이쪽이 괴로워질 만큼이나, 입술을 깨물고, 필사적으로 나의 몸에 닿으려 노력하며 몸을 떨고 있다. "......그런가. 아니, 무리는 하지 않아도 좋아 히스이. 코하쿠상을 불러와 주면 그걸로 되겠지." "........................" 히스이는 끄덕, 하고 수긍하고선 달려나갔다. "......뭐다냐. 히스이의 결벽증도, 어쩐지 뿌리가 깊은 모양이야." 쓰러진 채, 태평하게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코하쿠상은 금방 와서, 내게 어깨를 빌려주었다. ......라고 해도 이쪽은 몸에 힘이 들어가주지 않는 것이니까, 거의 다 코하쿠상이 해 주었다. 내가 힘이 빠져있기 때문일까, 코하쿠상은 '시키상도 참 여자아이처럼 가벼우시네요-' 라는 말까지 했다. "이상하군...... 별로 어떻다는 것도 아닌데, 몸이 움직이지 않아." "그렇네요-, 일단은 열도 없으신 것 같고, 잠시 상태를 보지 않고서는 뭐라고도 말할 수 없어요. 그치만 얼굴빛도 좋으시고 잠시 계시면 회복될 거라 생각해요." 코하쿠상은 미소를 거두고 내 채온을 잰다. 그 미소 덕택에 이쪽도 기분이 편해지긴 하지만...... 히스이는 아까부터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는 채 였다. 지금도 코하쿠상의 등 뒤에 숨는 것처럼 하고서는, 이쪽의 상태를 힐끔힐끔 훔쳐보고 있다. "오라버니......!" ---그러고 있자니. 안색이 바뀐 아키하가 방으로 달려들어왔다. "야아. 아침부터 기운이 넘치는구나 아키하." 한손을 들어 인사를 한다. "무슨---" 라고 했지만, 아키하 녀석은 사람의 얼굴을 본 순간 도깨비라도 본 것처럼 놀란 모습을 해 준다. "뭐야, 소란스럽게. 별로 아무데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그렇게 무서운 얼굴은 하지 말아 줘. 어쩐지 이쪽까지 걱정이 되잖냐." "그건......그럴지도 모르지만요, 그래도---" 파랗게 질린 얼굴을 한 채, 아키하는 지그시 이쪽을 바라본다. 나 본인은 별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데도, 히스이와 아키하는 토노 시키가 심한 중증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듯 하다. "그렇게 지독한 얼굴을 하고 있는걸까, 지금의 난." "그렇지 않아요. 시키상께선 평상시 그대로이세요. 라고는 해도, 아직 몸 쪽은 정상이 아니신 것 같으니까 오늘 하루는 느긋하게 계셔 주세요. 학교에는 전화를 해 둘테니까요." "......그렇네. 우리 주치의에게도 연락을 부탁해요. 일단, 정밀검진을 받으시도록 하지요." "정밀검진이라......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말야." "---오라버니. 정밀검진이 싫으시다면 이대로 입원시켜 드릴 텐데, 그래도 좋으시겠어요?" "아......아니요, 정밀검진을 받는 쪽이 더 좋습니다." "잘 생각하셨어요. 그럼 코하쿠, 히스이. 오라버니를 잘 부탁해요. 이 분은 자신의 몸을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니까, 그 만큼 당신들이 신경을 써 주세요." 실컷 명령을 하고서는, 아키하는 방에서 나갔다. "그럼 저는 전화를 하고 올께요." 코하쿠상도 방에서 나갔다. 남은 것은, 병들어 누운 나와 고개를 숙이고 있는 히스이만이 된다. "히스이?" "......네, 무슨 용건이신지요, 시키님." "응. 나라면 괜찮으니까, 자신의 일로 돌아가도 좋아. 몸도 생각대로 움직여 주지 않으니, 침대에서 빠져나와 밖에 나가는 일 같은건 없을테니까." ".................." 히스이는 고개를 수그린 채, 한 발도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히스이? 왜 그러는 거야, 아까부터 상태가 이상한데. 기분이 나빠졌다면, 내게 신경쓰지 말고 쉬어 줘." 히스이는 더더욱 침묵해 버린다. ......그러고 있자니. 갑자기, 결심을 한 것처럼 히스이가 말했다. "......시키님께선, 화가 나 계신것은, 아닌지요." "헤? 화가 나다니, 어디에?" "그러니까, 조금 전의 일입니다. ......저는 시키님의 시중을 들지 않아선 안되는데도, 시키님을 돕는 일 조차 불가능해서......" "-----히스이" ......놀랐다. 그런 일을 신경쓰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확실히, 아까는 조금 쇼크였을까. 곧 히스이가 일으켜 주겠지 하고 기대했었는데, 결국은 코하쿠상에게 일으켜 세워지게 되었고 말야." ".................." "그렇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은 얘기야. 히스이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난 굉장히 히스이에게 도움을 받고 있어. 거기에 비하면, 아까의 일 같은건 진짜로 애교인거나 마찬가지니까." "그럴, 까요. 저는 조금도 시키님께 도움이 되어드리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뭘 모르네. 내가 이렇게 차분하게 있을 수 있는건 히스이의 덕택인거야. ......정말 빈말같은게 아니고, 히스이가 없었다면 난 벌써 어떻게 되었을 거라니깐." "......? 제가, 말씀입니까?" "그래. 나 말야, 요즈음 계속 정서불안정때문에 언제나 나쁜 꿈을 꾸거든. 그래도 히스이가 매일 아침 안녕히 주무셨습니까라고 말해주니까, 난 어떻게든 평온하게 있을 수 있는 거겠지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나는 벌써 몇번이나 히스이에게 도움을 받고 있어. 오늘도, 히스이가 와 주어서 무지 기뻤다고." "에......아, 네, 감사합니다." "저기, 즉 그런 거야. 몸에 닿는다던가 하지 않아도, 히스이는 확실히 말로서 전달해 주잖아? 그것만으로도 기쁜 일이란 건 잔뜩 있을거라 생각해. 그래서, 히스이는 날 엄청 도와주고 있다니까." "저어...... 정말로, 그런 것일까요." "정말로 진짜. 그 증거로, 오늘아침은 아직 아침을 맞은듯한 느낌이 들지 않는거야. 이쪽은 확실히 얘기 했는데도, 히스이가 아직 말해주지 않았으니까." "-------" 히스이는 머뭇머뭇 이쪽으로 시선을 향한 다음, 조그맣게 심호흡을 한 것처럼 보였다. "......네. 좋은 아침입니다, 시키님." 희미하게 뺨을 물들이고서, 히스이는 곧은 시선으로 잊었던 말을 고해온다. "그런 거야. 사람은 누구라도 맞는 분야와 맞지 않는 분야가 있으니까,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어. 히스이는 히스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 주면 OK이니까." "..............." 히스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단지, 가만히 뭔가를 생각하는 것처럼 이쪽을 바라본다. "아-, 저기...... 그렇게 쳐다보면 긴장이 되는데, 히스이." "네, 넷, 죄송합니다." 말하고서, 히스이는 도망치듯이 문으로 걸어간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언니께서 연락을 해 주신 듯 하니까, 금방 의사선생님께서 보러 오시겠지요." 언제나 깊숙히 머리를 숙여서 했던 인사도 건성으로 해치우고는, 히스이는 탕탕 발소리를 내며 방을 나갔다. 정밀검진이라고 해도, 어차피 혈압이라던가를 재는 정도이겠지 하고 낙관했던것이 실수였다. 역시나 부잣집이라고 할까 상식에서 벗어나 있다고 할까, 정밀검진을 하러 온 의사 씨는 뭔가 복잡한 기계를 옆 방으로 날라와서, 간이진찰실을 마련해 주었다. 본격적으로 온 몸의 검진을 받고서, 의사 씨가 방을 뒤로 한 것이 정오를 지난 때 쯤. 내가 코하쿠상의 부축을 받고서 방으로 돌아온것은 당연히 그 뒤로, 합계 네 시간 가까이 구속당했다는 얘기가 된다. "............하아." 침대에 가로누워서 가볍게 한숨을 쉰다. 저 만큼 씩이나 검진을 해 봐도 이상은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뭐, 도대체가 8년전의 사고때 목숨을 건진 시점에서 기적적이었으니까, 의사샌님도 원인불명의 병세, 라는 걸 간단히 받아들여 주었다. 일단의 방침으로서는, 이렇게 침대에서 쉬는일이 제일 나은 듯 하다. 주사를 맞는걸까라고도 생각했지만, 이상한 증세가 없는 몸에 약을 투여하는 건 그거야말로 위험한 일이라는 것 같다. "시키 사-앙, 안에 들어갈께요-." 코하쿠상이 들어왔다. 그 손엔 쟁반과, 죽 인듯한 것이 보인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드시지 않으셨으니까요. 늦어지긴 했지만 식사를 가져왔어요." "그런가. 땡큐, 코하쿠상." "아뇨아뇨, 이것도 저의 일이니까요." 코하쿠상은 베겟머리까지 접근하자, 랄라라하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수저를 손에 든다. "저기, 코하쿠상?" "네, 아-앙 해주세요, 앙-." 방긋방긋 웃으며, 이 사람은 정말로 부끄러운 일을 강요해 왔다. "............에?" 사태를 파악하지 못한 채, 뻐끔하고 입을 벌린다. 그러자 코하쿠상은 죽을 뜬 수저를 식히면서, 내 입에 수저를 들이밀었다. ---그대로, 비어있는 쪽의 손으로 이쪽의 턱을 우물우물 움직여 온다. "......코하쿠상. 그거, 무슨 농담이예요?" "농담이 아니예요. 시키상은 환자이시니까, 식사하시는 걸 돕는건 당연하지 않나요." 생긋 하고 미소를 띄우고선 , 코하쿠상은 제 2격을 가해왔다. "우음." 일단, 이번엔 자신의 힘으로 씹는다. "네, 잘 하셨어요. 그런 이런 느낌으로 계속하시죠 시키상." "자, 잠깐 기다려요 코하쿠상......! 환자라고는 하지만, 난 단순한 빈혈이라니깐. 이런 식으로 도와주지 않아도, 식사 정도는 스스로 할 수 있어요......!" "네에, 알았으니까 얌전히 계셔주세요. 저, 이런 일에는 익숙해 있으니까." 에헴, 하고 가슴을 편 코하쿠상은 제 3격을 내보낸다. "응---" 강제로 수저가 입에 들어와서, 어쩔수 없이 턱을 움직인다. "맛은 좀 어떠세요? 아리마家의 분으로부터는, 시키상은 매실죽을 좋아하신다고 들었는데요." "......예, 확실히 맛있네요." "다행이다. 그럼 사양 말고 드셔주세요." 코하쿠상은 정말이지 즐거운 듯 하다. "......하아." 아무래도,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을 것 같다. 단념하고서 코하쿠상의 간호를 받기로 한다. ...... ............ ..................부끄럽다. 부끄럽긴 하지만, 기쁘다는 일엔 뭐 변함이 없다. 코하쿠상이 만들어준 죽은 맛이 있어서, 앗 하는 사이에 식사는 끝나 버렸다. "그런데 시키상, 몸의 상태는 좀 어떠세요?" "아뇨, 별로. 노곤할 뿐이니까 언제나의 빈혈과 다를게 없어요." "그러신지요. 시키상은 어린시절에도 여기서 크게 다치셨으니까, 무리를 하시면 안돼요." 식기를 챙기면서, 코하쿠상은 그런 얘기를 했다. "---코하쿠상. 그거, 무슨 의미죠?" "에? 무슨 의미고 뭐고, 시키상은 8년에 사고를 당하셔서 크게 다치셨었잖아요? 그 요양을 위해서 아리마家에 맡겨지셨다고 들었는데요?" "아니, 그건 그렇지만...... 이 저택에서 크게 다치는 일 같은건 난 당하지---" ---아니, 그러고 보니. 나는 어디에서, 죽을것 같은 사고에 휘말렸던 거지. 어린 시절의 큰 부상. 죽음의 선이 보이는 계기가 된 사고. 그건 대체 무슨 사고로, 대체 어디에서 그런 사고에 휘말렸던 것인가, 난 전혀 기억하고 있지 않아--- "시키상? 왜 그러시는지?" "에...... 아, 아무것도 아녜요. 코하쿠상에게 묻더라도 알 리가 없겠지, 그런 건." ---그래도, 어제 어렴풋이 기억이 났었던 그것은, 8년전 사고의 기억인 듯한 느낌이 든다. 그 때---자신과, 아키하와, 나머지 또 한 사람, 누군가가 있었던 듯한 느낌이 들지만-- "그럼 식기를 정리하고 올께요." 코하쿠상은 방을 나가려 한다. "잠깐 기다려요 코하쿠상. 옛날, 코하쿠상과 곧잘 함께 놀았았죠. 그 때에 누군가, 다른 한 사람이 더 있지 않았었나요?" 코하쿠상은 등을 돌린 채, 움찔 하고 멈춰섰다. "저와, 시키상이, 함께......?" 쿡, 하고.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웃음이, 차갑게 방에 퍼졌다. "글세요, 기분 탓이 아니실까요? 때때로는 히스이쨩이 끼어 있었는지도 모르고." "아, 그런가. 그런 일도 있나." "그래요. 그럼 또 나중에 올께요." 코하쿠상은 식기를 가지고서 방을 나간다. "-----그러면." 밥을 먹었더니 졸리워졌다. 할 일도 없고, 잠깐 수면을 취하기로 하자--- ---정신이 들자, 낯선 장소에 있었다. 그 곳은--- 이미 긴 세월동안 사용되고 있지 않은 지하실인 듯하다. 책상이나 의자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안쪽에는 부서진 칠판이나 파이프 의자가 버려져 있다. 태양의 빛은 들어오지 않는다. 어둡고, 곰팡이 냄새가 나는 지하실에서, 그저 숨을 죽이고 있다. 책상 위에 웅크려 앉아, 무릎을 끌어안고 있다. 바닥에는, 정말로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여자의 사체가 뒹굴고 있다. 하아 하아 하아 거친 숨결. 피가 모자라, 라고 그것은 생각하고 있다. 살을 먹고 싶어, 라고 그것은 생각하고 있다. 사람을 죽이고 싶어, 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호흡의 타이밍이, 딱 맞아 떨어졌다. "누구야----!" 목소리를 올리며 주위를 훑어본다. 지하실에는, 아무도 없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제기랄, 또 너냐!" 그것은, 나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 "안 줄 거다......! 이 여잔 내가 잡아온 거야! 네게 가로채기 당할까 보냐!" 말하고선, 그것은 발치의 사체에 달려들어 그 복부를 물어뜯었다. 푸욱. 질퍽, 질퍽. 내장을, 물어 으깨는 소리.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숨이 차오른다. 어째서일까. 그것의 호흡과 동화하는 것처럼, 이 쪽의 호흡도 흐트러져 간다. "죽여줄 테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빨리, 빨리 널, 죽여, 주겠어." 미친 듯이 중얼거리고는, 그것은, 으드득으드득 소리를 내며 사체의 뼈조차도 씹어먹고 있었다. "시키님, 잠이 드셨었는지요?" "에----?" 보니, 어느 사이엔가 눈 앞에 히스이가 있었다. "히스이...... 어느 새 방에 들어온 거야?" "어느 새...... 라고 말씀하셔도. 저는 5분 정도 전에, 시키님의 시트 교환을 마친 참입니다." "그렇군. 미안, 아까까지 자고 있었던 모양이라서, 히스이가 들어온 걸 눈치채지 못했어." "......시키님, 부디 짓궂으신 장난은 그만두어 주십시오. 방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신 분도 시키님이시고, 침대 시트를 새로 갈라는 지시를 내리신 분도 시키님이십니다." "뭐-------" 뭐야 그게. 난 아까까지 잠든 채로, 또 싫은 꿈을 꾸다가, 히스이의 목소리에 눈이 뜨인 건데......? "......히스이. 나, 깨어있는 것처럼 보였어?" "......네. 시트를 교환한 다음, 시키님께서 눈을 감고 계시기에 이제부터 주무실 것인지 여쭙고 있었던 참입니다만." "---아냐. 한동안은, 자지 않을래." 어쨌건 간에 그렇게 대답하고, 자신의 손을 보았다. ......손을 들어올리는 일이, 지금은 어렵다. 몸의 상태는 아침부터 조금도 회복되지 않는다. 무거운 몸. 지금까지 자신의----토노 시키의 몸이라고 생각해 왔던 이 몸이, 본적 없는 타인의 것인 듯한 위화감이 든다. "......얼마간 깨어 있을게. 히스이는 이 다음엔, 집안일?" "아니요, 오늘은 시키님의 간병을 허락받고 있으니까요. ......그게, 시키님께서 괜찮으시기만 하시다면, 이대로 상태를 보도록 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히스이의 제안은, 이쪽이야 말로 고마웠다. 히스이가 곁에 있어준다면, 아까 같은 꿈을 꾸는 일도 없겠지. "......이쪽에서야 말로 부탁해. 히스이에게 폐가 되지 않는다면, 잠깐 방에 있어 주지 않겠어." "---네. 그러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시키님." 고개를 깊숙이 숙여 인사를 하고는, 선 채로 지그시 바라보는 히스이. "아니, 그러니까 계속 신경을 써 주지 않아도 좋아. 적당히 의자를 가지고 와서, 책을 읽거나 자신의 일을 해 주는 쪽이 고맙겠어. 이쪽도 적당히 시간을 죽이고 있을테니까." "아......네, 숙지했습니다." 히스이는 당황해 하며 방을 나간다. 분명 내가 말한 대로, 의자와 책을 가져올 셈인 거겠지. "성실하구만, 히스이도." 중얼거리자, 그만 웃음이 나왔다. 이 저택에서 히스이와 재회했던 때, 무표정하고 차가운 여자아이라고 생각했던 게 생각난다. 그 때는 그렇게밖에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히스이가 어떤 아이인지, 조금씩 알게 되었다. "빨리 와주지 않는 걸까, 히스이." 침대에 몸을 맡기고서, 진심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녀가 곁에 있어 준다면, 이렇게 환자로 있는 것도 그리 나쁜 건 아니겠지. 히스이의 간병은, 그야말로 그냥 함께 있어주는 것뿐이었다. 이성의 몸엔 접촉할 수 없다, 라는 히스이는 이쪽의 병세를 봐주는 일이 불가능하다. 열을 재거나 땀을 닦거나 해 주는것은 코하쿠상의 역할로, 히스이는 옆에 있으면서 이쪽의 '목이 마른데' 라는 요구를 들어줄 뿐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불만이라는것도 아니다. 하루종일 방에 있어주었다, 라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가능한 한 방에 함께 있어 준 덕택에, 아까의 그것 이후로 이상한 꿈은 꾸지 않았다. 그리하여 취침시간인 10시가 되기 조금 전. "오라버니, 형편은 좀 어떠세요?" 하고, 아키하가 문병을 와 주었다. "아아, 기분은 좋아. 몸은 아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지만, 이대로 간다면 내일까지는 나을 거라 생각해. 옛날에도 한번 이랬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와 완전히 똑같으니까." "다행이다. 그 말씀을 들으니 안심이 되네요." 후우, 하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듯 숨을 내쉬는 아키하. "안녕히 주무세요 오라버니. 아, 그래도 기분이 좋다고 해서 무리를 하시진 말아주세요. 그랬다가 다치시기라도 한다면 죽도 밥도 안되니까요." "알고 있다니까. ......그럼 잘 자 아키하. 일부러 걱정해 주어서 고맙다." "에......뭐, 남매지간이니까, 이 정도는 당연한 거지만요...... 어쨌든, 몸을 소중히 해 주세요. 또 오늘 아침처럼 오라버니가 쓰러져 계시는 장면 같은 거, 전 보고 싶지 않으니까요." 그럼, 하고 가벼운 미소를 남기고서 아키하는 떠났다. "-----" 취침시간이 되었다. 어차피 몸이 움직이지 않아서야 돌아다닐 수는 없다. 제대로 잠을 자서, 내일은 몸을 회복시키지 않으면 안 돼. 오늘 밤은 아무 것도 생각말고, 그냥 자기로 했다. 10. 불타는 몸 2 10번째 날 / 10월 30일(토요일) 창에서부터 비쳐 들어오는 아침햇살에 눈이 뜨였다. "---꾸지 않았군 그래, 꿈." 좋은 꿈도 악몽도 없었던, 순수한 수면이었다. 덕분에 기분은 그렇게 나쁜 것이 아니다. 오늘은 토요일이고, 학교가 끝나면 히스이나 코하쿠상에게 간호를 해 주었던 답례를 하지 않으면, 이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시각은 아침 6시를 막 넘긴 때. 하루종일 누워있었기 때문에 잠 기운 같은 건 티끌만치도 없다. "---좋았어, 일어날까." 침대에서부터 몸을 일으킨다. "-----에."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몸의 상태는, 전혀 낫지 않았다. 그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악화되어 있다. 어제는 자신의 팔 정도는 움직일 수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단순한 일이 버겁다. "----윽, 크으----" 양팔을 수직으로 들어 올려본다. ...... ............ .................. "----하앗......아." 겨우 올라갔다. 그저 그 일만을 하는데, 온몸의 힘을 사용하고, 일분 가까운 시간이 걸려버렸다. "......어떻게 된 거야, 이게." 이래서야 시체다. 그렇잖으면 동력이 끊긴 로봇인가. 어쨌건 간에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것치고는 의식은 또렷한 상태이고, 아픔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히스이---코하쿠상. 잠깐---" 와 줘, 라고 말을 하려다 말았다. 목소리는 나오지만, 큰 소리를 지르려 하니 현기가 난다. ......큰 목소리를 내는데도 기운을 쓰기 때문에, 그 부담으로 뇌에 피가 고이는 듯한 감각. "하앗-----" 가볍게 숨을 토한다. 이렇게 된 이상 히스이가 깨우러 와 줄 때까지, 이런 식으로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없겠지. ---그 뒤는, 그야말로 어제 아침의 반복이었다. 처음부터 이쪽이 침대에 쓰러져 있었던 만큼, 얘기는 조금 빨랐지만 대체적으로는 변함이 없다. 나를 깨우러 온 히스이는 얼굴이 파랗게 질린 채 코하쿠상을 부르러 갔고, 코하쿠상은 내 몸을 보살펴 주었다. 얘기를 들은 아키하가 또 달려오고, 어제와 똑같이 의사를 불러 검진을 받고서, 이렇게 침대에서 몸을 쉬게 하고 있다. ......역시나 하루종일 잠만 자는 것인 채로는 기분이 나빠지는 법이라, 지금은 상반신만을 일으켜서 베드 보드에 등을 기대고 있다. "시키님, 무언가 말씀하셨습니까?" "응......? 아니, 멍하게 있었을 뿐이야. 별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어." "-------" "봐, 또 그런 얼굴 한다. 별로 통증이 있는 게 아니니까, 히스이가 염려할 만한 일이 아니라고 얘기했었지." "......네. 송구스럽습니다, 시키님." "그러니까 됐다고. ......정말이지, 히스이는 걱정이 많은 성미로군. 그런 부분은 자매인 걸까, 코하쿠상과 닮았어." "에----언니를 닮은 것입니까, 저는." 의외인 듯 히스이는 질문해 온다. ......닮은 거냐고 하면, 그야 겉모습은 붕어빵이다. "아아, 잠깐 옛날 얘기 좀. 어렸을 적부터 코하쿠상은 누나 역할이었다는 거 알고 있지? 그러니까 나나 아키하가 엉뚱한 짓을 해서 상처를 입으면, 코하쿠상이 금방 걱정을 하는 거야. ......아니, 상처만 가지고 얘기한다면 또 괜찮지만, 이쪽이 몸 상태가 조금이라도 좋지 않으면 잠자라 자라 해대서 성가셨었어." "에...... 그, 귀찮으셨던, 것인지요?" "아아, 이쪽이 질려버릴 정도로 귀찮았었어. ......그게 언제적 일이더라, 확실히 좀 감기기운이 있는 걸 무시하고 놀았었던 일이 있었는데 말이야. 코하쿠상, 셋이서 놀 때에 간호해 줄 테니까 당장 자라 지금 자라 라는 말을 연발해대지 않겠어. 결국, 어거지로 방에 돌아갔었지만, 그 다음에 즐거운 듯이 젖은 타월을 가져와서 사람의 얼굴에 덮었던 거야. 질식사 하는 걸까 라고 생각했다고, 이쪽은." "............ ," "어쩐지 말이야, 이제 와서 회상하면 그건 염려성이었다는 것 보다, 단순히 간호라고 하는 놀이를 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지. 코하쿠상, 묘하게 신이 난 것 같았고." "........................ ," "아, 그렇지만 코하쿠상이 폐를 끼쳤다는 얘기는 아니라고. 코하쿠상의 그런 점도 고마웠었고, 아키하를 데리고 돌아다니는 것도 즐거웠어. ......그렇군. 헤아려 보니, 난 굉장히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구나라고 생각해 ." "---네. 분명히, 언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히스이는 조용히 끄덕인다. ......근데, 아뿔싸. 어린애 시절의 얘기 따위를 해 봤자, 히스이에겐 따분한 것일 뿐이겠지. "---미안. 히스이가 잘 모르는 얘기를 해서 재미 없었지." "신경 쓰시지 말아 주십시오. 즐겁습니다, 저는." "에, 그래......? 그렇다면 좋지만......" 확실히 히스이는 따분한 것처럼은 보이지 않는다. "네. 시키님의 몸 상태가 괜찮으시다면, 아무쪼록 이야기를 계속해 주십시오. 의사선생님께서도 가능한 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좋다, 라고 말씀하셨으니까요." ......과연. 몸을 움직인다고 할 때, 지금의 내가 움직일 수 있는 몸 같은 건 이 입 정도인 거라는 거지. "난리났는데. 그렇게 되면 그다지 얘기할 일이란 게 없어서 말이야. 과거의 얘기라면 여러가지가 생각이 나지만." "저는 그것으로도 만족입니다. 부디, 시키님께서 어린아이 이셨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 주십시오." "......그래? 그래도, 옛 추억의 얘기 같은 거 히스이에겐 재미없을거라 생각하지만, 좋겠어?" "네, 즐겁습니다, 저." 정말로 기쁜듯한 미소를 띄우는 히스이. "-----" 지금의 자기 몸 상태를 잊고서, 두근, 하고 심장이 높이 울렸다. ......좀처럼 보기 힘든 히스이의 웃는 얼굴은, 이쪽의 얼굴이 빨개져버릴 정도로, 그게, 뭐랄까--- "시키님? 왜 그러시는지?" "아---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면 잠시 옛날 얘기에 어울려 달라고." 네, 하고 끄덕이는 히스이. 그렇게 해서, 어렴풋한 기억을 생각해 내며, 더듬더듬 하고 시시한 이야기를 계속했다. 점심 시간이 되어서, 히스이의 교대로 코하쿠상이 찾아왔다. 코하쿠상은 뜨거운 물이 든 세면기와 몇장의 행주를 갖고서 와 있다. "......" 무언가, 맹렬하게 나쁜 예감이 들었다. "그럼 시키상, 몸을 닦아드릴 테니까 잠깐만 참아주세요." "----' 역시, 그렇게 나오는군. ".........으" 그건 너무나 싫지만, 확실하게 싫다고는 얘기할 수 없었다. 스스로 만족스럽게 움직이지 못하는 이상, 누군가가 몸을 닦아줄 수 밖에 없는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어제부터 몸져 누워있었기 때문에 몸도 땀에 절어있는 것이, 솔직히 말해 끈적끈적해서 기분 나쁘다. "......네. 부탁드릴게요." "아뇨아뇨, 이쪽에서야말로 부탁드리겠어요." ......끝났다. 그거야 뭐 죽을 정도로 부끄러웠지만, 이제와서 코하쿠상에겐 거역할 수 없다. 도대체가 볼일을 볼 때도 코하쿠상의 부축을 받아서 화장실까지 가고 있는 형편이다. 이렇게까지 친절하게 간호를 해 주고 있는 거니까, 창피해하는 것은 실례라고 생각한다. "예, 이걸로 끝났습니다. 정말로 수고하셨어요." 말쑥하게 새로운 잠옷으로 갈아입혀 주고서, 침대 시트를 다시 깔아 준다. "그렇지만 시키상, 진짜로 힘이 들어가지 않으시는 거로군요. 몸을 닦아드릴 때에, 반동이 없길래 깜짝 놀라버렸어요." "......그렇네요. 정말로 어떻게 된 거지, 이 몸." 보통은, 병구완을 받는 입장이라고 해도 다른 사람에 의해 팔이나 다리를 들려 올려지면 무심코 힘이 들어가서 근육이 힘에 거스르는 것처럼 움직여 버린다. 그 반동이 있기 때문에 간호를 하는 쪽도 체력을 소비하는 것이지만, 지금의 자신에겐 그 반동 조차도 없다. 그것이야말로 뼈가 없는 해파리인지 뭔지가 된 듯한 기분이다. "해파리, 인가...... 뜻밖에 들어맞는 걸지도, 그거." 농담을 할 셈으로 중얼거렸지만, 웃을 기분이 되지는 않았다. ......뭐랄까, 마치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질 않는다. 몸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일. 몸의 감각이 없다는 일이, 이렇게도 소름끼치는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이래서야 마치, 이러고 있는 자신조차 꿈인 듯한, 애매한 것인 듯이 생각해 버린다. "시키상, 그렇게 불안한 얼굴은 하지 말아 주세요. 분명히 무슨 원인이 있어서, 그것만 해결하면 금방 원래대로 돌아와 줄 테니까요." "......그렇군요. 그래도, 원인 같은게 있는걸까요, 이거." ......있다고 하면 8년전의 오랜 상처일까. 의사의 말에 따르자면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 얘기되었던 사고로부터 8년간. 어쩌면은, 기적의 계산서가 이제서야 겨우 돌아온 것일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토노 시키는, 이젠. 이대로, 평생동안 스스로 일어서는 일조차 불가능해질지도, 몰라. "시키상? 어떻게 되신 거예요, 굉장히 불안한 얼굴을 하고 계시는데." "아...... 아니요, 잠깐 싫은 상상을 했더니, 갑자기 무서워진 것 뿐이예요." "아-. 안돼요 시키상! 병은 기운으로부터 시작, 기운이 약해져 버리면 나을 병도 낫지 않는다구요!" "---그렇네요. 나쁜 방향으로 생각해도 소용이 없지요. ...정말, 고마워요, 코하쿠상." "알아주신다면 됐어요. 시키상께선 이해심이 너무 많으시다고나 할까, 자신의 처지를 너무 미련없이 받아들여 버리시는 경향이 있으시니까요. 제대로, 이때다 할 때에는 자신을 위해서만 제멋대로인 말씀을 하시는 것도 좋으실 거라 생각해요." ......코하쿠상은 매우 진지하게 주의를 준다. 뜻하지 않게, 아까 히스이에게 얘기했던 8년전의 일을 생각해냈다. "......졌다 졌어. 코하쿠상, 아직도 간호하길 좋아하는 사람이었군요." "네에?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옛날에 말이예요, 제가 감기에 걸렸으면서도 무리해서 놀았던 때가 있었죠. 그 때랑 같구나 싶어서요." "으응-, 그러고 보니 그런 일도 있었지요. 시키상, 자신의 몸에 대해선 언제나 말이 없는 아이이셨었고." "코하쿠상에겐 금방 들켰지만요. 그리고서 별채로 끌려간 다음의 일은 지금도 원망하고 있다고요." ......아니, 실은 감사하고 있지만, 자기도 모르게 심술궂은 소릴 해보고 싶어져서 코하쿠상을 책망한다. "---------" 그러자. 코하쿠상은 뭔가를 필사적으로 생각해 내려고 굳어져 버렸다. "......어라. 뭐야, 코하쿠상 기억하고 있지 않으신 거로군요." "아무래도 그런 모양이예요. 죄송합니다, 전 기억력이 나쁘거든요." "아뇨, 보통은 8년씩이나 전에 있었던 일 같은건 세세히 기억하지 못하는 거고, 어쩔 수 없는거 아녜요?" "그렇군요-. 대체적인 일이라면 기억하고 있지만요, 이미 8년이나 지난 이야기이니까요. 어쩌면, 뭔가 중요한 일을 잊어버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건 전적으로 동감이다. 나도 그 숲의 빈터에 갈 때까지, 8년전 사고의 영상을 잊고 있었으니까. "그럼 식사를 가져올 테니까, 잠시만 혼자서 쉬고 계셔 주세요." 오후가 되고, 혼자가 되었다. 나 혼자만이 코하쿠상과 히스이에게 보살핌을 받고 있는 것도 미안해서, 일단 두 사람은 원래의 일로 되돌아가게 했다. 어젯밤은 나쁜 꿈을 꾸지 않았고, 움직이지 않긴 하지만 몸의 상태는 안정되어 있다. 이 상태라면, 저녁식사 때까지 혼자 있어도 괜찮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뭐어 몸이 아예 움직이지 않으니까 그 상태가 좋다 나쁘다 할 것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베드 보드에 등을 기댄 채, 한가하게 방 안을 응시한다. 저택에 돌아온지 10일. 처음엔 위화감이 있었던 이 방도 지금은 자신의 방이라 인식해 버리고 있는 만큼, 인간의 적응성이라는 건 얕볼 수 없다. ---러자니. ---지금, 두통이 ".........에?" 선. 선이 보인다. "안경은 쓰고 있는데---어째, 서." 하아---- 하아---- 하아---- "----윽, 누구야!?" 목을 움직인다. 방에는 자신 이외엔 아무도 없다. 하아---- 하아---- 하아---- 숨결이 들려온다. 들개와도 같은, 침 투성이의 숨결이, 귓가에서 반복되고 있다. 하아---- 하아---- 하아---- "----무슨." 어떻게든 목을 움직여서 돌아본다. 그러나 뒤에는 아무도 없다. 기척조차 없다. 그렇다면 환청인가. 틀려. 이 숨결은 오히려 환각. 그러나 현실. 하아---- 하아---- 하아 실내엔 울리지 않는다. 울리는 것은 내 머릿속에서 만이다. 그렇다면. 숨결은, 틀림이 없이. 이 뇌수(腦髓)의 안에서부터 배어나오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섞여든다. 딱 맞물린다. 낮선 목소리와, 자신의 호흡이 화음을 이룬다. 이게 무슨 일. 이게 무슨 일인가. 나와 이 녀석은 접합해 가고 있다. 나와 이 녀석은 융합해 가고 있다. 삼각 톱니바퀴와 / 마름모꼴 톱니바퀴 잡음 / 반향 파노라마 / 트레모노 본래라면 접합점 따위 없을 터 환상에서조차 이미 알고 있는 듯한 느낌 따위는 거부할 터 이상해 이상해 넌 뭐야 넌 뭐야 난 나는 "아-----." 막혔던 것이 한꺼번에 터져 흐른다. 돈다. 돈다. 돈다 돈다 세계가 돈다. 태양과 달. 암컷과 라이온. 천사와 더러움. 충돌하는 비탈길. 부서진 모래시계. 거슬러 올라가는 모래. 깨진 유리창과 손잡이가 없는 문. 어둡다. 어둡다. 어두워. 어두워. 어두워. "그, 마----." 충돌한다. 녹아 내리는 벽. 풀리는 의미. 설명하는 자기 자신. 가변투과율의 매끄러움. 난교하는 시간. 관측생명과 실행기능. 새끼손가락이 없는 손. 초점이 없는 눈. 달려가는 양탄자. 1중. 2중. 3중. 건너뛰어 7백 7십 7의 우리. 터지는 풍선. 처음부터 내지 못한다는 약속. 처음부터 넘쳐 난다는 규칙. 처음부터 죽는다는 계약. 독과 꿀. 붉음과 태반(胎盤). 수은등과 유아등(역자 주 : 유아등 = 誘蛾燈 = 밤에 나방 및 모기 등의 해충을 유인하여 죽이는 등). 다중차원에 굴절하는 광원관측, 헤엄치는 물고기, 심층신경에서 시를 짓는 나사못. 도구, 도구, 도구. 제한 없이 재현하지 않고 육성해서 여러 별로의 의의는 없이 의지는 없이. 견디는 것보다는 편함.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샌 깊은 바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세균에서부터 생겨나는 모순. 굽어 내려다보는 쿼크. 모두 부정. 나전세공을 한 무형, 시체창고로부터 발달한 엠브리오(역자 주 :엠브리오 = 배아 = 胚芽), 그 있을 수 없는 법칙에 저주는커녕 축복을. 하하 아하하하 "뭐야, 이, 거----" 정지야말로 무시. 피가 흐르는 대지. 혈액에 맹독을 대가로 하여 불사에 다다른다. 장미. 장미. 장미. 장미. 화려한 것에야말로 대세가 머무른다. 풍현나찰, 기급의 양식을 먹는다. 증식하는 고름 곰팡이 더러움. 5월보다 늦은 4월, 역전하는 사지. 사갈이원으로부터 생겨나 천칭궁에 각성한다. 썩어 문드러진 과일껍질. 불탄 셀룰로이드의 인형. 수백 번 귀신과 마주치는 대패나사. 마찰과 연마. 태양과 달. 암컷과 라이온. 충돌하는 비탈길. 깨어진 모래시계. 일그러진 적란운, 비교가 불가능한 나. 거슬러 올라가는 모래. 8년 전. 죽였다. 죽였다. 죽였다. 죽였다. 죽였다. 죽였다. 죽였다. 죽였어. 죽였어. 죽였어. 네가. 죽였어! (역자 주 : 정확도가 낮은 부분. 해석하는 사람까지 이상해질 것 같음) 하 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다---닥, 쳐----!" "하아----하아----하아----." ......멎었다. 힘껏, 그야말로 자살하는 듯한 기세로 후두부를 벽에 들이받아, 멈추게 했다. "---뭐야----지금, 그거." 모르겠다. 그저 터무니없는 말들이 머릿속에 넘쳐서,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아무 것도---그야말로, 이렇게 보통으로 생각할 수가 없게 되어서, 기계처럼 단어를 반복할 뿐인 머리가, 되어 버릴, 것만 같았다. "............아." 정신이 들자, 눈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콧물이나 침까지 지저분하게 흘리고 있다. "어윽----!" 머리가 아파온다. 언제나의 빈혈에서부터 오는 두통이 아니다. 뇌가 펑크를 일으키고 있다. 나의 기억에는 기록할 수 있는 한계가 있는데도, 그 한계를 몇십 배 씩이나 넘은 것이 머릿속에 흘러 들어온 탓이다. "......큭." 또 한번. 또 한번 아까처럼 영문모를 두통이 온다면, 난 분명히---몸보다도 먼저, 마음이 부서질 것이다. 아하 아하하 하 "무슨----." "그만----." 흘러들어온다. 아니, 얻어 버린다. 그 녀석의, 우리들과는 레벨이 다른 상식을, 수신해 버린다. 그래, 접합해 가고 있다. 나와 그 녀석의 융합은 벌써 시작되어 있다. 그것은 8년 전. 한여름의 날. 하늘엔 매미. 축제를 벌이는 개미들. 누구라도 처음엔 급한 죽음. 중력변화에 의한 통증, 출혈, 쇼크 증세. 시야는 오그라든다. 암흑 시야. 적색 시야. 생명정지의 위험률. 낙태. 출산할 때에 대한 모체의 절개와, 기아 계(飢餓界)에서의 어린아이의 시식--- 쓸데없는 짓을 "그---만." 나는 네가 눈을 뜨고 있는 한 너와 하나가 되어가는 거니까 "-----윽!" 도움을 청하는 것처럼, 강하게 눈꺼풀을 닫았다. "............하............아." 가라, 앉았다. 내 안으로 들어오는 정보도, 들려오는 목소리도 사라졌다. "......살았......다." 한숨을 지으며 가슴을 쓸어 내린다. 그렇지만, 그 반면에 소름이 끼쳤다. "......눈을 뜨면......또, 그게 온단 말야?" 모르겠다. 아까 그건, 정말로 한순간의 일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무서워서 눈을 뜰 수가 없다. 끔찍한 감각. 머릿속에 지네가 기어 돌아다니는 듯한 감각엔 견딜 수 없다. "-----" ......졸리워졌다. 하지만, 잠이 들면 또 나쁜 꿈을 꿔 버릴지도 모른다. "신경 쓸까 보냐. 그런 꿈이 방금의 그것보단 몇 배나 나아." 의식을 진정시킨다. 눈을 감은 채, 잠에 빠졌다. "하아----하아----하아-----." 짐승과도 같은 숨결. "하아----하아----하아-----!" 인간형의 그림자에 맹렬히 달라 붙는다. 콱, 하고 피부를 물어뜯는 감각. 그다지 질좋은 살이 아닌 복부의 지방. 목구멍에 휘감기는 뜨거운 혈액. ---소름끼친다. 그 모든 감각을, 자신은 정확하게 전달받아 버리고 있다. "또, 또또또또, 또 너냐 시키이!" 그것은, 외쳤다. "제길, 제길, 제길, 제길, 제길-----!" 그것은 응석받이 어린아이처럼 날뛰었다. 지하실에 버려진 책상을 닥치는 대로 부수고, 콘크리트 바닥을 북북 갈라찢어 간다. "죽여 버리겠어, 죽여 버리겠어, 죽여 버리겠어......!" 말하고서. 그것은, 자신의 손바닥에, 나이프를 찔러꽃았다. ------켁----!? 손바닥을 관통한 나이프의 아픔. 그것은, 확실하게, 이쪽의 손바닥에 전해져 왔다. "어디 봐라, 조금씩 죽여 주지---." 그것은 다음으로, 자신의 넓적다리를, 책상의 파편으로 꿰뚫었다. ----컥---- "그렇게 해서 도로 빼앗아 주마----." 다음으로 배를, 자신의 손톱으로 가르고, 장기를 끄집어 낸다. ---아프, 다. 아프, 다.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 파-----------!!!!!!! "그 손가락도, 그 피부도, 그 눈동자도!" 눈알을 눈러 터뜨린다. ---정신이 이상해진다. 꿈. 꿈이라면, 깨어, 줘. 아파. 차라리, 죽고싶어. 쇼크사를 할 정도로 아픈데도, 죽지 않아. "그 목소리도, 그 위치도, 모두 내 거야, 원래 내 것이었던 거다---! 기다려, 이제 금방 널 죽이고 내가 거기에 있어 줄 테니까......!" 외치고는. 그것은 자신의 뇌수에, 나이프를 푸욱 하고 꽃아 넣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 아마도 생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선 최고로 아픈 이미지에 의해, 눈이 뜨였다. "아----하아, 하아, 하아----!" 꿈, 지금건 꿈이다. "윽......!" 그런데도 온몸이 아프다. 손바닥. 허벅지. 배. 눈. 두뇌. 그것들이 전부 아프다. 난. 지금 꾼 꿈속에서의 아픔을, 고스란히 현실로 가져와 버리고 있다. "아----아파." 그런데도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손바닥에 구멍이 뚫려있는 듯한 감각은 있는데, 몸을 움직이게 할 수가 없다. "아-----아." 적어도 몸이 움직인다면---있는 힘껏 날뛰어서 의식 상에서라도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을텐데, 그런 일 조차 내게는 불가능하다. "제----기랄." 어떻게, 된 거야. "왜---이런." 아까는, 깨어있으면 몸보다도 마음이 먼저 망가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런 꼴을, 당하고 있는거야, 난......!" 잠들어 버리면, 마음보다도 몸이 먼저 망가질 뿐인 듯 하다. "그 녀석은---대체 뭐야." 꿈속에 등장하는 누군가. 나를 알고 있으며, 나와 감각이 일치하는, 누군가. 매일 밤, 사람을 죽이며 돌아다니고 있는 살인귀. 뭐야 아직 인정 못하는거냐 "......그러니까, 뭘." 난 너야 "......그럴리가, 있을까 보냐." 넌 나와 같아 "......아냐, 난 아직 제정신이야." 먼 옛날부터 너도 이미 미쳐있어 "......아니라고 했잖아......!" "시키님---!" ---그러자니. 노크도 하지 않고, 히스이가 방에 들어왔다. "히---스이......?" "시키님, 방금 전의 목소리는 시키님의 것이신지---!?" 히스이는 절박한 어조로 침대까지 다가온다. "무슨----시키님, 대체, 무엇이----." 히스이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보자니. 시트는, 흥건하게, 피에 물들어 있다. ---피는, 손바닥과 허벅지에서부터 흘러나온것인 듯 했다. 듯 했다, 라는 것은 추정에 지나지 않는다. 어쨌든 내 몸에는 상처다운 상처가 없기 때문에, 도대체 피가 스며나오는게 이상했다. "히스이쨩, 난 주사의 준비를 하고 올 테니까 시키님의 병세를 봐 드려요." "잠깐 언니, 시키님께선----" "히스이쨩. 가끔씩은 언니가 하는 말을 들어줘도 좋겠죠?" "아----." "그러면 시키상, 잠시 후에 수혈을 할 테니까요, 그때까지는 안정하고 계셔주세요." 나의 치료를 마치고서, 코하쿠상은 방을 나갔다. "시키님---정말로 아무일도 없으셨던 것입니까? 언니는 염려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만, 조금 전의 출혈은 아무래도---." "...끈질기군. 아무 일도 없었다고 했잖아. 상처도 없었어. 묻고 싶은건 오히려 이쪽이라고." ---난폭하게 말하고는, 자기혐오를 느낀다. 히스이에겐 미안하지만, 정말이지 냉정하게 있을 수가 없다. 나는---이상해져 있는 걸까. 잠들면 살인귀의 꿈을 꾸고서, 자신의 몸에 상처를 입혀 버린다. 출혈은 그것이 원인이란 걸 알고있다. 알고 있지만, 그런 일을 히스이나 코하쿠상에게 말할 수는 없다. 믿어 줄 리도 없거니와, 무엇보다도 그런 걸 털어놓으면 두 사람은 분명히 내가 미쳐있다고 생각하겠지. 이 몸이 이상하다는 일은 인정해 주겠다. 그렇지만 히스이나 코하쿠상, 아키하에게 내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만은, 싫다. 그것만은, 결코 입에 올린다거나 하고 싶지 않다. "그렇습니다만, 이미 시키님의 몸은 정상이 아니십니다. 열도 있으신 듯 하고, 아까부터 호흡도 흐트러져 계시는게, 차마---." 보고 있을 수가 없다, 라는 말을 히스이는 삼켰다. "......됐으니까 물러나 줘. 걱정해 주는 건 고맙지만, 지금은 혼자 있고 싶어." "그러면 무언가 원하시는 것은 없으십니까. 목이 말라 계시다면 뭔가 가져오겠습니다." "원하는---것?" 원하는 것? 그런 거, 특별히 없어. "아아, 확실히 목은 말라있지만......" 그래, 말라있어. 바짝바짝 말라있어. 그러니까 빨지 않으면. 붉은, 음료. 목구멍에 휘감기는, 걸쭉하게 달라붙는 그 액체. 뜨거운, 생명의 용솟음과도 같은 새빨간 피가, 지금은, 마시고 싶어---- "아----." "......시키님?" 원하는, 것. 원하는 것은, 당연히 있어. 그것은 꿈에서 보았던, 히스이의, 몸. "--------윽!" 쾅, 하고 머리를 두들겼다. 움직이지 않았을 팔은, 자신에 대한 분노로, 움직여 주었다. "시키님!? 어떻게 되신 겁니까, 시키님!" "다가오지마----!" "시키......님." "......하아......하아......하아." 목이 뜨겁다. 몸이 뜨겁다. 정상이 아냐. 정상이 아냐. 정상이 아냐. 나는, 뭘 생각한거야---. "......다가오지마......오면, 무슨 짓을 할지, 몰라." "하지만, 시키님---." "오지 말라고 했잖아......! 나는 미치거나 하지 않았어......!" 소리를 질러, 히스이의 접근을 거절했다. 그래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난 틀림없이 히스이를 범하고 만다. 그 때의 꿈처럼. 지금 ,두근두근하고 고동치는 심장소리에 지배 당해서. "---괜찮으니까 나가 줘. 히스이는, 내 몸의 상태같은건, 이해할 수 없어." "......네. 숙지했습니다, 시키님." 히스이는 떠나간다. 그 등을, 몽롱한 시선으로 응시했다. ---흥분한 몸은, 누구를 보아도 같은 일 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나에게 수혈을 위한 주사를 놓아 주고 있는 코하쿠상에게조차, 그 하얀 목덜미를 물어뜯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혔다. 나는---홀로 있지 않으면 제정신을 유지할 수가 없다. 그래서 히스이도 코하쿠상도, 아키하조차도 방에서 몰아냈다. ---그러나,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혼자 있으면 있는 대로, 나는 망가져 갈 뿐이다. "윽......" 두통이 지끈거린다. 깨어 있으면 또 그 두통이 흘러들어 온다. 정신이 미치기 전에, 눈을 감고 잔다. 그렇다고 해서 잠이 들면 그 녀석의 꿈을 꾸어 버린다. 그 녀석이 자신의 몸에 상처를 입힐 때 마다, 육체적인 고통이 닥쳐온다. "----하." 그 아픔으로 눈이 뜨인다. 하지만, 그렇게 눈을 뜰 때마다 그 두통이 닥친다. 그래서 눈을 감으면---또, 잠이 들어 버린다. ..................그 반복. 가벼운 헛잠에 몇번이나 떨어지고, 뇌를 꿰뚫리는 아픔에 눈을 뜬다. "하아----하아----하아----." 호흡은 이미 오래전에 흐트러져 있다. 손발은 움직이지는 않는 주제에, 나이프로 잘게 찢기는 고통으로 인해 경련을 일으키고 있다. 시간의 감각 따위, 전혀 없다. 단지 한 시간이 무한한 것처럼 느껴진다. 솔직히, 나는. 내일 아침까지 제정신으로 있을 자신 같은 건, 조금도 없었다. ----찰칵, 하고 문이 열렸다. 발소리가 접근해 온다. ......나는 살짝 잠이 들어 있어서, 그것이 누구인지, 정확하게는 알지 못했다. "오라버니. 이렇게나, 수척해지셔서." 우는 듯한, 음성. "----죄송해요......오라버니가 이렇게 괴로워하고 계시는데도, 제겐 아무것도 불가능해요." 살짝, 겹쳐지는 손가락. "이런 일 밖에---저는 할 수가 없어요, 오라버니." 아키하의 손가락이, 나의 손가락에 엮여 간다. 똑. 똑. 똑. 물방울의 소리에 맞추어, 아키하의 체온이 전해져 온다. ---따뜻하다. 엉망진창으로 벗겨져 떨어졌던 정신의 껍질이, 그걸로 조금은 다시 칠해진 듯한 느낌이 든다. "기다려 주세요 오라버니. 제가, 금방 편하게 해드릴 테니까." ......손가락이 떨어진다. 발소리가 멀어져 간다. ---철컥, 하고 문이 닫혔다. ......어렴풋한 잠 속에서. 그런, 확실하지 않은 꿈을 꾸었다. 11. 불타는 몸 3 11번째 날/ 10월 31일(일요일) 몇 번째인가의 아침을 맞이했다. 시간상으로는 어젯밤으로부터 한밤을 샌 것에 지나지 않지만, 수면과 각성을 반복하고 있는 자신에게 있어서는 날짜나 시간의 감각은 이미 사소한 구분에 지나지 않게 되어 있었다. "실레하겠습니다, 시키님." 목소리가 들리고, 히스이가 들어온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음료를 가져왔습니다." "..............." 고마워, 같은 말을 할 여유도 없다. 히스이가 잔을 가지고 오는 것을 초조하게 바라볼 뿐이다. "시키님, 스스로 드실 수 있으시겠는지요? 아직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실 수 없으시다면, 이쪽에서 드시도록 돕겠습니다만." 몸을 앞으로 내밀듯이 하며 이쪽의 상태를 살핀다. 마시게 해 준다니, 그래도 히스이는 내 몸엔 닿지 않겠지. 아니, 그런 일 보다도 히스이가 접근하게 되는 게 곤란하다. 어제와 같다. 몸은 말을 듣지 않는 주제에, 히스이나 코하쿠상의 얼굴을 볼 때마다--- ---난, 그야말로 미쳐버릴 것처럼 된다. "......물 정도는 스스로 마실 수 있어. 잔을 두고서 물러나 줘." "네, 숙지했습니다." 잔을 놓고 히스이는 벽 근처까지 물러섰다. 어떻게든 한 팔을 움직여서, 잔에다 입을 댄다. 차가운 물은, 공기인 것처럼 무미건조하다. 뜨거워진 호흡기관은 이런 걸로는 식지 않고, 뭔가를 원하는 심장은 이런 걸로는 적셔지지 않는다. 히스이는 벽 근처에서 지그시 이쪽을 보고 있다. ......이게 무슨 일인가. 단지 3일동안 몸이 움직이지 않게 되어 있는 정도로, 나는 히스이를 질투하고 있다. 저런 식으로 자유로이 움직이는 몸을 가지고서, 아무런 고통도 갖고 있지 않은 그녀에게 초조함을 느끼기 시작하고 있다. "히스이." "네, 무슨 일이십니까 시키님." "용무가 끝났다면 나가 줘. 주위에 누군가가 있으면 안정이 되지 않아." "---하지만 시키님, 그래서는." "무슨 일이 있으면 부른다고 했잖아. ......너무 같은 얘기를 하지 않게 해줘. 말을 하면, 상당히 지친단 말야." "......숙지했습니다. 그러면 시간을 두고 다시 한번 올 테니, 부디 무리하지 말아주십시오." 문이 닫힌다. ......히스이는 한 시간마다 간호를 하러 온다. ".........하아." 맥이 풀린다. 오늘만으로도 앞으로 열 번 이상이나, 이런 식으로 히스이를 쫓아내지 않으면 안되나 하고 생각하니 자기혐오로 찌부러질 것만 같았다. "하아.........!" 팔을 나이프로 마구 찌르는 아픔으로 인해 눈이 뜨였다. "하아......하아......하아......" 어느 틈엔가, 또 잠들어버린 듯 하다. 그 녀석은 오늘도 그 지하실에서, 자신의 몸을 계속해서 죽이고 있다. "빌어......먹을." 탕, 하고 벽에 주먹을 벽에 부딪힌다. 이런 고통을 앞으로 얼마나 견디지 않으면 안되는 걸까. 그렇지 않으면 그 녀석을 나 자신의 손으로 어떻게 하지 않는 한, 이 아픔은 영원히 계속되는 것인가. "어쩌라는 거야, 대체---!" 탕, 하고 다시 한번 벽을 친다. ......근데, 어라? "......몸, 움직이잖아." 상반신을 침대에서부터 일으킨다. 아까까지는 한시간 가깝게 걸렸던 일을, 지금은 당연한 듯이 ---아니, 이전처럼---할 수 있도록 회복되어 있다. "됐다......나아 주었어......!" 너무나도 기뻐서, 침대에서 뛰어 일어난다. 뚜욱. "에?" 뭔가가 떨어졌다. 시선을 내린다. 융단에는. 팔꿈치에서 빠져 떨어진, 나의 팔이 구르고 있었다. "------윽." ......꿈을, 꾸고 있었던 듯 하다. 온몸의 힘을 총동원해서, 어떻게든 상반신을 일으킨다. 한 팔은 아직 제대로 붙어 있다. 감각이 없으면 통증도 생기지 않는다. 아직, 토노 시키는 부서져 있지 않다. "시키님, 안에 들어가도 좋겠습니까?" ......히스이의 목소리다. 아무래도 간호를 받을 시간이 된 듯하다. "......아아, 들어와도 좋아." "실례하겠습니다." "시키님, 부디 누워 계셔주십시오. 몸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라고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주의받고계실 터입니다." "하루 종일 자고 있을 수도 없잖아. 거기다 의사라고 해도, 조금도 몸을 고치지 못한다면 고마움이고 뭐고 없어." 히스이는 어깨를 움츠리고서, 면목이 없다는 듯 침묵하고 있다. ......초조하다. 그런 겉보기만의 배려를 받더라도 내게는 불쾌할 뿐이란 걸, 왜 이해 못하는 거야 저 여자는---. "--그만둬 줘. 그런, 일일이 동정하고 있는 듯한 얼굴을 하면 우울해져." "---네. 면목없습니다, 시키님." "......할 일이 있다면 빨리 끝내 줘. 어차피 난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니까, 시트를 갈건 링거를 바꾸건 간단하게 할 수 있겠지." "......네, 숙지했습니다." 히스이는 말없이 링거의 내용물을 교환한다. 피와 땀으로 더러워진 시트와 이불을 교환하는 것은 코하쿠상의 역할인 듯하다. 작업이 끝났는데도, 히스이는 좀처럼 침대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 "히스이......?" "시키님. 한가지, 여쭤봐도 좋겠습니까......?" "?" 히스이의 목소리는 어딘가 떨리고 있다. "......좋아, 뭔데?" "......네. 시키님의 몸은, 저기......아프신, 것인지요." "뭐------." 한 순간, 정말로 히스이에게 고함을 칠 것처럼 되어 버렸다. 아프냐, 라고? 히스이에게---내가 아닌 녀석에게, 이 고통이 이해될까 보냐. 자신의 몸이 칼날에 마구 찔리는 것 만으로도 미쳐버릴 것 같은데, 몸이 조금도 움직여 주지 않는 날 보고, 아프냐, 라니---. "글쎄, 어떨까. 이젠 모르겠어. 나 자신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훨씬 전에 마비되어 버렸으니까." "............네......에." 히스이의 목소리는 점점 더 떨려간다. "그저, 몸이 투명한 불에 태워지고 있는 것 같아. 손가락 끝에서부터 한가닥 한가닥, 조금씩 죽어가지." 히스이는 괴로운 듯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 ............ .................. ..............................그 후. "시키님, 저는." 히스이의 목소리는 이젠 떨리지 않는다. 냉정한, 언제나 대로의, 억양이 없는 목소리. "이러하신 시키님을 뵙고 있는 것은, 참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히스이는. 나 같은 건 아무래도 좋다는 듯한,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다. ---두근, 하고 심장이 뛰었다. "----." 원한다, 라는 충동이 샘솟아 오른다. 이렇게 몸 가까이에 히스이가 있다. 히스이의 몸이 있다. 손만 뻗으면, 지금 당장에라도 자신의 것으로 해 버릴 수 있다---. "시키님, 저는." "시끄러...! 그런 얼굴로 날 보지 마!" 분노는 돌발적이었다. 그저 히스이의 무표정한 태도가 용납이 되지 않아서, 링거의 팩을 잡아, 히스이의 얼굴에 내동댕이쳤다. 철퍽, 하는 액체 소리. 히스이에게 지는, 수혈 팩의 붉은 얼룩. 그래도 히스이의 표정은 변하지 않는다. "---시키님, 무리는 하지 말아주십시오." 그 어조. 감정이 없는, 목소리. "......시끄러워. 내 몸이야, 어떻게 하건 내 맘이잖아......!" 변함없는 표정. 그것이 더욱더 신경에 거슬린다. "그렇겠지. 어차피 히스이에게 있어선 남의 일에 지나지 않는 거야. 그거야 뭐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을 테니까!" "시키님---아무쪼록, 진정해 주시기를." 히스이의 표정엔 변함이 없다. 나에게 뭐라고 비난을 할 수도 있을 텐데, 잠자코 참고 있다. ---그것이, 거꾸로 더 화가 난다. "아아, 그렇지 뭐. 그거야 히스이에 비하면 나 같은 건 침착의 쪼가리도 없어......! 넌 내가 이렇게 괴로워하고 있는데도 눈썹 하나 까딱 않고, 그런 식으로 냉정하게 관찰하는게 가능할 정도로 차가운 녀석이니까 말야----!" "시키님, 부디 무리하지 말아주십시오. 그렇게 소리를 지르시면 몸에 해롭습니다." "이......이......! 이젠 됐어, 당장 나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면 눈에 거슬려......!" "---숙지했습니다. 그러면 실례하겠습니다, 시키님." 떠나가는 히스이. 그 때, 언뜻 하고 히스이의 손끝이 보였다. 그녀는 피가 스며나올 정도로 강하게, 자신의 손을 쥐고 있다. ......마치, 가능한 한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려 노력하는 것처럼. "아----." 그것이, 내게 신경을 써 준 일이란 걸 금방 이해했다. 동정 따위 하지마, 라고 내가 말했기 때문에. 일부러 장단을 맞춰서, 나의 제멋대로인 화풀이에, 계속 견디고 있었던 것인가---. "젠장......뭘 하고 있는 거야, 난." 히스이에게 아무렇게나 화풀이를 해 봤자 몸이 낫는 것도 아니다. 아니, 그것뿐만 아니라, 나는----. "----큭." ......정말로, 이상해져 있다. 히스이에게 화풀이를 할 뿐만 아니라, 히스이가 가까이에 있는 것 만으로 욕정을 해 버리고 있다니. 히스이의 피부를 가까이에서 보고, 희미한 냄새를 맡는 것 만으로 그 몸을 원하고 만다면, 나는 그 녀석과 다를게 없다. 그러니까 같다고 하잖아 "또---." 나와너 는 같은 인간인 거니까 "시끄---러." 그래 같아 내가 지금까지갇혀있었던 것처럼 너 도 "닥쳐----." 그방에 평생 갇혀있는거야 "뭐---." 그감옥에서 나오지않으면 일생 "너---이 자식." 계속 갇힌채인거지......! "시끄럽다고 하잖아......!" 쿵, 하고 머리를 벽에 들이받는다. 그것으로 목소리는 멎었다. ......그러나, 그 대가로 의식이 멀어져간다. "............" 그 뒤는. 또, 그 지하실의 꿈을 꾸게 된다. ---저녁이 되었다. 깨어있는 동안에 닥쳐오는 두통은, 지금은 조금 엷어져 준 상태다. "..............." 코하쿠상은 세 번째의 옷갈아입히기를 마치고서 방을 나갔다. ......히스이는, 그 뒤로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 "당연한 건가. .......그런 말을 듣고서야, 보통은 오지 않겠지." ......히스이는, 이젠 오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정신이 아득해질 것 같지만, 그게 낫다는 것도 알고 있다. 만에 하나, 히스이가 다시 와 주어도. 난 그녀에게 심하게 대할 뿐이라, 간호를 받을 자격따위는 없으니까. "......실례하겠습니다, 시키님." 그렇게 말하고서, 히스이가 방에 들어왔다. 히스이는 문을 닫고는 거기에서부터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녀의 손엔 은쟁반과, 물이 담긴 유리잔이 들려있다. "음료를 가져왔습니다만, 드실 수 있으시겠는지요?" "--------." 히스이는 정말이지 무표정이다. 단지, 그 손끝이 떨리고 있다. "......히스이." ......어째서. 그런 소리까지 했는데, 그녀는 나 따위를 간호해주는 걸까. "......됐어 히스이. 무리할 필요 없으니까, 나 같은 녀석의 상대를 하지 않아도 좋아." "시키님. 저는 무리같은건 하고 있지 않습니다. 시키님이시야말로, 부디 무리는 하지 말아주십시오." 감정이 없는 히스이의 목소리. 지금도 떨리고 있는 손 끝. ......겨우 눈치를 챘다. 히스이의 목소리는,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억눌러 죽인 목소리라는 걸. "......미안. 날, 경멸해도 좋아." "괜찮습니다, 시키님. 저야말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이니, 꾸중을 듣는 게 당연합니다." ----그런게, 당연할 리가 없다. 나쁜 것은, 일방적으로 이쪽인 거니까. "......미안해. 안됐지만, 몸이 무겁거든. 스스로는 마실 수 없을 것 같으니까, 마시는걸 거들어 주지 않겠어." "......네, 그 말씀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히스이는 침대까지 걸어온다. "......실례하겠습니다." 몹시 망설이는 듯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 하고는, 히스이는 나의 몸을 일으켜 주었다. "에---히스이?" "부디, 천천히 드셔 주십시오." 한 손으로 내 등을 지탱하고, 유리잔을 입에 옮겨준다. 지금까지. 히스이는 결코, 이쪽의 몸에는 닿지 않아 왔었는데. "......" 꿀꺽, 하고 물을 몇 모금 넘기고서, 목을 가로저었다. 유리잔을 내려놓는 히스이. 그대로, 손바닥을 나의 이마에 겹쳐온다. ----두근, 하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식으로, 심장이 고동쳤다. "히스이---괜찮은, 거야?" 히스이의 손바닥이 떨어진다. "열은, 없는 듯 합니다." 고개를 숙이는 히스이.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런 일 만으로, 이렇게도 나의 아픔이 수그러들어 버리고 있다--- "히스이......저기, 부탁이 있는데." "네, 무엇이십니까 시키님." "아아--조금만 더, 손을 올려 놓아주지 않겠어." "어째서......이신지." "......히스이의 손, 서늘해서 기분이 좋거든. 그렇게 해 주면, 편해질 것 같아." ---정말로, 아까까지의 고통이 거짓말인 것처럼, 편해질 수 있다. 히스이는 희미하게 얼굴을 붉히고서, 네, 하고 꺼져 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나의 이마에 손바닥을 겹쳐왔다. "......이상한데......뭔가, 그리워......" 기분이 진정된다. 의식이 누그러져 간다. ......아아, 그러고 보면 히스이에게 간호를 받는 채 잠들었을 때도, 이런 느낌이었다. "......고마워......미안하군, 히스이." 의식이 가라앉는다. 진실로 아늑한 시간. (역자 주 : 아늑한 ~ 시간까지 의역) 며칠인가만에, 아무런 고통에도 괴로워하는 일 없이 평온하게 잠들 수가 있었다. 깊은 밤이 되어서, 히스이는 방으로 돌아가도록 했다. 아까는 기분이 진정되어 주었지만, 언제 또 그『두통』이 닥쳐와서, 내가 제정신을 잃을지 알 수 없다. "윽............" 게다가, 나의 몸은 정상이 아니다. 손끝 하나도 움직이지 않는 주제에, 히스이나 코하쿠상의 몸을 마음대로 하기 위해서라면, 그야말로 나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날뛰더라도 이상할게 없다. "아---야." 두통은 멎지 않는다.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 녀석이 자신의 몸을 상처입히는 일에 의해 전해져 오는 것은 아픔만이 아닌 것인지도 모른다. "우욱---하, 아, 하아............!" 콜록콜록하고 심하게 기침을 한다. 오늘 저녁부터 계속, 그 녀석이 목을 나이프로 찌르고 있던 탓인지, 그 이래로 호흡을 제대로 할 수가 없는 상태이다. "하아......하아......하......으." 헉-, 헉-. 쉰 목소리가 밤에 울려 퍼져간다. 고장난 로봇인 것도 아닌데, 나는 숨을 쉰다, 같은 간단한 일조차,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실패하고 만다. "......여기까지......인걸, 까." 본래대로라면 8년 전에 정지했을 몸이다. 그거야 뭐, 언젠가 이렇게 되는 일쯤, 생각해 보지 않았던 건 아니다. "하.........하하, 하." 하지만, 이걸로 된 걸지도 몰라. 나는 언제나 그 녀석이 사람을 죽이는 꿈을 꾸었다. 그러나, 사실은『그 녀석』이란 놈은 처음부터 있지도 않았고, 그것은---단순히, 내가 행해왔던 현실이었던 걸지도 모른다. ......유미즈카가 했던 말을 기억해낸다. 그녀는 날 살인귀라고 말했었다. 그 때는 부정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그것을 부정할 힘도 없다. 제대로가 아닌 정신. 부서져 있는 육체. 사람을 죽이는 꿈을 꾸는 자신. 자신의 내부에서 울려오는, 자신과는 다른 자신의 목소리. ......히스이를 더럽히고 있는 망상이 머리에서부터 떠나지 않는 토노 시키. "............윽!" 두개골이 깨질 것 같은 두통. 마치 살인귀라는 인격이, 지금의 자신을 먹어치우려 하고 있는 것인가와도 같은, 탈피 소리. ......잊고 있는 사고의 기억. 피에 물든 자신의 모습. 그렇다면, 이렇게 꾸어 버리는 살인의 꿈은, 내가 과거에 저지르고서, 단순히 잊어버리고 있는 영상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 뿐일지도 모른다. "---윽......! 아, 아우우우으으으......!" 머리가 아프다. 뭔가를 죽여라, 라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아, 하지만 괜찮다. 설사 내가 살인귀라도, 이젠 누구도 죽일 수 없다. 그 녀석의 말대로, 나는 이 방안에 갇힌 채, 이젠 한 발자국도 스스로의 힘으로는 밖으로 나가는 일은 불가능하게 되어버렸으니까----. 12. 백일몽 12번째 날/ 11월 1일 (월요일) 헉-, 헉-, 헉- 헉-, 헉-, 헉- 헉-. 헉-. 헉-. 헉-. "......시키님!? 부디, 부디 정신을 차려주십시오, 시키님......! 헉- 헉- 헉- 헉- 헉- 헉- 헉- 헉- 헉-, 헉-, 헉-, 헉-......! "실례하겠습니다, 시키님......!" 헉- 헉- 헉- 헉- "......어......라......히스, 이......?" "다행이야......깨어나 주셨군요, 시키님." 히스이는 목이 멘 음성으로, 그런 말을 해 온다. "......?" 난, 히스이가 그런 얼굴을 하고 있는 이유를 전혀 알지 못한다. "어떻게 된거야 히스이. 그런 표정을 다 하고, 무슨 일인가가 있었던 거야?" "............아니오, 아무일도 없습니다. 시키님,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 마시고, 아무쪼록 몸을 쉬도록 해 주십시오." "......아아, 말해주지 않더라도 그렇게 하고 있지만 말이야." 헉- 헉- 헉- 헉- "그치만 히스이, 왠지, 오늘아침은 시끄럽지 않아? 이렇게 헉-헉- 시끄러워서야 제대로 잘 수 없는데." "......시키님, 그것은." 그만, 히스이는 말하기가 괴로운 듯 침묵해 버린다. 헉- 헉- 헉- 헉- 소리는 그치지 않는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부터 들려 온다. "----윽." 콜록, 하고 기침을 한다. 그 때만 헉- 헉- 하는 소리가 멎었다. "아---." ......뭐야. 바보같이. 어쩐지 시끄럽다고 생각했더니, 헉-헉- 거리고 있던 건 자신의 호흡이었던 것인가. "환장하겠군. 별로, 감기에 걸려있는 것도 아닌, 데." "..............." 히스이는 고개를 숙인 채, 입술을 꼭 깨물고 있다. 뭔가를 말하고 싶지만, 입에 올릴 수 없다. ......히스이의 태도는 그런 식으로 해석된다. "히스이, 왜 그러는거야 말도 없이. 아무것도 히스이가 잘못한 건 없으니까, 좀 더 편하게 있어 줘." "---네. 제게 가능한 일이시라면, 힘 닿는대로 시중을 들겠습니다." "아니, 시중이라니 왜 그렇게 호들갑스러운 거지, 히스이는. 난 히스이가 있어주는 것 만으로 마음이 편해지니까, 가능하면 웃어 주는 쪽이 고맙겠는데." "......저어, 이런 얼굴이면 좋으시겠는지요." 음, 하고 진지한 얼굴을 하는 히스이. ......솔직히, 이전에 보여 주었던 미소에 비하면 노려보고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히스이의 열성적인 마음이 기뻤다. "응, 그런 느낌이면 괜찮으니까 편하게 있어주면 돼. ......그럼, 편한 김에 뭔가 마실것 좀 주지 않겠어? 목이 말라서, 숨을 쉬기가 조금 힘들어." "네, 음료라면 준비되어 있습니다." 시야에서 히스이가 사라진다. 마실 것은 벽 근처에 준비해 두었던 거겠지. 히스이는 은쟁반을 가지고 와서는, 나의 상반신을 일으키기 위해 등에 손을 댄다. --그, 순간. 그 감정이, 히스이의 손이 닿은 등에서부터 뇌수까지, 두려울 정도의 스피드로 뛰어 올라왔다. "시키님, 몸은 이 정도로 하면 되겠습니까?" "단숨에 드시면 몸에 해로우니, 천천히 입에 머금어 주시길." "시키님? 저기, 입을 벌려 주시지 않으면 흘러 버립니다." "떨어져------엇!" "꺅!" 쨍강, 하는 소리. 융단에 떨어진 유리잔. 내게 밀려서 엉덩방아를 찧고 있는 히스이. 허억- 허억- 하고. 짐승과도 같이 숨을 몰아쉬고 있는, 자신. "시키----님." 히스이는 떠민 내게 화를 내지 않고, 괜히 염려스러운듯한 시선을 향해 온다. "며, 면목 없습니다......시키님의 허락도 받지 않았는데 몸을 움직여 버리다니, 무슨 뻔뻔한 짓을---." "아냐---. 그렇지 않아. 그런, 히스이가 사과할만한 건 없어......!" ......잘못이 있는건. "틀려 히스이. 네가, 히스이가 잘못한게 아냐." 나쁜것은, 헉- 헉- 하고 숨을 올리며, 히스이의 몸을 탐내고 있는 자신이다. "시키......님?" "됐으니까 나가 줘. ......부탁해. 적어도 지금만이라도 좋으니까, 혼자 있게 해 주지 않겠어." "......시키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 면."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는. 히스이는, 방에서 나갔다. ----------------------- ----------------------- ----------------------- ----------------------- ----------------------- ----------------------- ----------------------- ----------------------- ----------------------- ----------------------- ----------------------- ----------------------- ----------------------- ----------------------- -----------------------. 시간이 스쳐 지나가고 있다. 이런 몸이 되어서 계속 침대에 누워있으면, 시간의 감각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히스이를 몰아낸것이 바로 한시간 전인지, 그렇지 않으면 30분 이전인지, 잘 확인이 되지 않는다. 내가 혼자가 되고서부터, 시계바늘은 3시간 정도 전진해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미덥지가 못하다. 분명 둥글 터인 시계판은, 아까부터 표주박 모양으로 이상하게 찌그러져 보이고 있다. 헉- 헉- 헉- 자신의 숨소리만이 들린다. 일그러진 시계는 마악 정오가 된 참이다. 검진은 오후 2시쯤이니까, 앞으로 한동안은 이렇게 이성을 유지하고 있을 수 있다. ......뭐어, 그렇다고는 해도. 홀로 있으면 그『두통』이 닥쳐와서, 이번에야말로 토노 시키의 이성이라는 것을 뿌리째 빼앗아가 버릴 듯 하기는 하지만. "실례하겠습니다." 소리도 없이 문을 열고서, 히스이가 들어온다. 히스이가 갖고 있는 은쟁반에는 물이 든 유리잔과, 무슨 약인 듯한 봉지가 놓여져 있다. "......히스이. 아직 검진 시간은 아니잖아." "네. 시키님의 목이 마르시지는 않을까 해서 왔습니다." 철컥하고 문에 열쇠를 걸고서, 히스이는 침대까지 접근해 온다. .........열쇠를, 걸고서......? "혼자서 몸을 일으키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무리이시라면 제가 돕겠습니다만." "아니, 별로 목은 마르지 않으니까 됐어. 그것보다 왜 온 거야. 난 잠시 혼자 있게 해달라고 했는데." "거절하겠습니다. 지금의 시키님을, 정말이지 혼자 계시계 할 수는 없습니다." 딱 잘라 말하고서, 히스이는 내 어깨를 붙잡아 왔다. "잠---히스이?" "홀로 일어나실 수 없으시다면, 그렇게 말씀해 주십시오." "----!?" 확, 하고 몸이 강제로 일으켜졌다. 히스이의 손가락은 쟁반에 놓인 약봉지를 주워서, 역시 반쯤은 강제로 나의 입에 털어넣는다. "마셔 주십시오. 언니가 처방한, 특별한 악입니다." "응......읍!" 입에 물을 대는 유리잔. "응-, 으, 응-......!" ......아까의 일을 화내고 있는건지, 히스이의 움직임에는 용서가 없다. 정확하고, 나긋나긋하게, 그야말로 진짜, 의사가 없는 인형처럼. "핫---푸하아......! 정말, 갑자기 무슨 짓을 하는거야 히스이! 그거야 뭐 요즈음 계속 히스이에게 화풀이를 해 왔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 금, 건------." 어----라. 일으켜진 몸이 침대에 쓰러진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힘이 들어가지 않지만, 불쾌하진 않다. 차라리 이것은 형상이 있는 부자유스러움이니까. 몸이 중심쪽에서부터 뜨거워져 간다. ---그게, 뭐랄까. 이런 식으로『살아있다』라고 느끼는건, 정말로, 오래간만인 듯한 느낌이 든다----. "......믿기지가 않아. 어쩐지, 이거라면--." 걷는 것 쯤은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할 듯한 느낌이 든다. "안됩니다. 언니의 말로는 조금씩 몸의 감각을 되찾아가지 않으면 효과가 없는 듯 합니다. 아무쪼록 잠시, 시키님께선 그대로 몸을 쉬도록 해 주십시오." "에......아, 응. 히스이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렇게 하겠지만, 히스이는 어떻게 하려고? "네. 저는 시키님의 몸을 간호해 드리겠습니다." 말하고는. 히스이는 체온이 낮은, 얼음과도 같은 손가락을, 나의 가슴에 뻗어 왔다. "------!" 오싹, 하고. 회복되고 있는 체력처럼, 가라앉아 있던 것이 고개를 쳐든다. "히스이......! 매, 맥을 잰다면 팔이잖아, 팔......!" "아닙니다. 저는 맥이 아닌, 시키님의 고동을 확인하고 있으니까요." "으----!" 싸늘, 하게. 차가운 손가락이 가슴에서부터 복부로 옮겨간다. 가슴 부근. 벌려진 셔츠의 틈새에서부터, 직접 피부에 접촉해오는, 손가락. "윽, 히, 히스이......!" "부디 진정해 주십시오. 너무 움직이시면, 모처럼의 귀중한 약이 효과를 잃어버리고 맙니다." "에---그거, 정말이야......?" "네. 체내에 흡수되기 쉬운 성질인 듯, 움직이면 금방 녹아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는 효과가 약하므로, 될수 있는 한 시간을 들여 몸 안에 침투시키라고 언니가 가르쳐 주었습니다." "우......코하쿠상이 그렇게 말했다면, 어쩔 수, 없지만." 얼굴을 붉힌다. 그냥조차 이성의 몸에 닿길 좋아하지 않는 히스이의 손가락이, 직접 이쪽의 피부에 접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난---. "어............라." "체온도 일정해지셨군요. 이렇게 되면 한동안은 멍한 상태가 되셔서, 그다지 어려운건 생각하실 수 없게 되는 듯 합니다." "............무." 무---슨. 말을 하 고 있는 거지 히스이 는. "그렇지만 아직 시간이 걸릴 듯 하니, 무언가 이야기를 하기로 하시지요. ......그렇군요. 시키님꼐서 좋아하시는, 어린 시절의 얘기라도 하실까요." 선 채로. 마치 관 안에 든 죽은 사람을 장송하듯이, 히스이는 이쪽을 내려다본다. "기억하고 계십니까? 시키님께서 마당에서 놀고 계실 때, 언제나 언제나 제가 있는 창을 올려다 보고 계셔주셨던 일을. 저는, 그 시간을 언제나 몹시 기다렸습니다. 저택에 계시던 분들께선, 저를 없는 사람,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하셨으니까요." "저를 바라보시는 시키님의 눈은, 언제나 소리없이 말씀하고 계셨습니다. 빨리 밖으로 나와서, 모두와 함께 놀자라고. 그렇지만, 저는 건물 밖으로는 나가지 못했습니다. 나갈 방법도 알지 못했었고, 그런 일에 의미가 있는지 어떤지조차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히스이의 목소리가, 멀다. 담담한 히스이의 이야기. 거기엔 어디에도 어두운 그늘 같은건 없는데도, 굉장히----. "저는, 무언가 의미를 바라고서 그 창에서 밖을 보고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단지 마키히사님의 방에는 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마키히사님의 방 이외에 유일하게 머무르는 것을 허락받은 그 장소에 있었던 것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던 것입니다. 시키(역자 주 : 주인공을 의미하는 게 아닌 듯)님이나 아키하님께서 마당에서 놀고 계시는 모습은, 제게는 태양의 빛이나 나무의 잎사귀와도 별반 다를 게 없는 것이었으니까요. ---당신만. 제게 신경을 쓰시지 않으셨다면, 그걸로 좋은 거였습니다. 시키님께서 저에게 손을 흔드시며,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저를 부르시는 일 같은 것만 없었다면, 제가 어떻게 되었을지 알 수 없습니다. 지금, 제가 이러고 있을 수 있는것도 모두 시키님의 덕택인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히스이는, 기쁜듯이, 웃었다. "매일, 그 시간을 몹시 기다렸었어요. 시키님께서 정원에서 저를 찾으시는 모습을, 언제나 보고 있었지요. 시키님께선 오늘에야말로 놀자, 오늘에야말로 나와라고, 언제나 그런 눈을 하고 계셨어요. ......웃어 버릴 일이네요. 저는 시키님께서 계신 덕택에, 처음으로 자신이 밖으로 나갈 다리가 있는 인간이란 걸 알았던 거예요. 저기, 듣고 계세요 시키님? 약 기운이 돈다고 해서 너무 간단히 뛰어오르지는 말아주세요. 저, 어렸을 적부터 시키님과 이렇게 이야기해보고 싶었으니까요." ......히스이의 입가가 일그러져 있다. 기뻐서. 즐거워서, 입술이 웃음의 형상을 만들고 있다. "저, 정말로 기다렸었어요. 하지만 그건 시키님께서 절 밖으로 데려가 주시는 날이 오는 것, 은 아니었다구요. 저, 그런 일은 불가능 하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희망따위 알지 못하는게 좋았던 거예요. 그러면 절망도 모르는 채로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도 당신은 자신 만만하게, 진짜로 그것이 간단한 일인 듯한 눈을 하고서, 제게 밖으로 나오면 좋을텐데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정말, 매일 시키님께서 밖에 나오시는 오후의 시간이 몹시 기다려졌었어요. 제게 있어서, 감정을 전할 수 있는 상대는 시키님 뿐이었으니까요. ......그것이 어떤 감정이며, 그렇게나 매일, 비는듯한 기분으로 시키님을 생각하고 있었던 일 같은건, 당신은 모르셨겠지요." ---히스이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얘기를 계속한다. 의식이 몽롱해서, 그 의미를 잘 이해할 수 없다. 단지----히스이가 입에 올리고 있는것은, 이 이상 없을 정도의, 저주라는 일 정도밖에는. "아---, 윽." 정신이 들자, 전신이 뜨거웠다. 두근, 두근하고 혈관이 맥박치고 있다. 그만큼이나 다 죽어가서, 금방이라도 멈추었을 듯했던 온몸의 기관이 점차 재생해가고 있다. "뜨---뜨거워, 히스이, 굉장, 히---." 뜨겁다. 뜨거워서 어떻게 이상해져 버릴 것만 같다. 시트. 시트가 거치적거린다. 잠옷도 덥다. 마치 한여름에 코트를 입고 있는 듯한 숨막힘. "하----아, 큭----." 그러나, 아직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3일 동안이나 만족스럽게 움직이지 않았던 근육은, 그리 간단히 태엽을 돌려주지 않는다. "히스이, 어떻게 된 거야 이거......! 모, 몸은 뜨겁지만, 조금도 몸이 움직여 주지 않잖아......!" "---네. 아무리 기능을 회복시키더라도, 그 이상으로 시키님께서 잃어버려가고 계시는 생명력쪽이 더 큰 것입니다. 그러니, 아까의 약으로는 이런 작은 부분밖에 시키님을 회복시켜 드릴 수가 없겠지요." 말하고서. 히스이는 나의 배에 뻗쳤던 손가락을, 그대로 아래로 미끄러뜨렸다. 거기에는, 아까부터 벌써 우뚝 서 있던, 나 자신 바로 그것이라 할 수 있는 근육의 기둥이 존재하고 있다. "-----!" 오싹, 하면서 등이 뒤로 젖혀진다. 히스이의 손가락은, 뜨겁게 팽창해서 푸른 혈관을 뚜렷하게 나타낸 나의 생식기에 휘감기자, 그대로 바지를 벗겨 버렸다. "......윽! 나, 나쁜 장난은 그만 둬 히스이......! 어째서---지금까지 필사적으로 널 멀리해 왔는데, 이래서야, 난---." 더는, 자신의 욕망을 억누를 수 없게, 된다. "......시키님. 이제부터, 시키님의 아랫도리 시중을 들겠습니다." 뺨을 수치로 붉게 물들이고서, 히스이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해 온다. "------." 그만둬, 라고 말하려 해도, 말은 나오지 않았다. 히스이에게 그런 일을 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나의 이성과는 관계없이, 펄펄 끓어오른 성기는 히스이의 손가락을 원하고 있다. "------윽,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난!" 외치는 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작다. 퍼뜩, 하고. 꿈 속에서 더럽혀지고 있었던, 인형과도 같이 아름다운 몸을 생각해 낸다. "시키님, 무엇을 참고 계시는 것입니까." "당연하잖아......! 난, 히스이에게, 그런---." "시키님. 그런 몸이 되셔서까지, 무리를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톡, 하고. 히스이의 손가락이 남근의 끝부분에 닿는다. 귀두에 있는 구멍에선 아까 만져진 탓으로 벌써 액체가 흘러있었는지, 히스이의 하얀 손가락에, 음란한 실이 끌려지고 있다. "마음을 편히 가지시길. 바라는 것을, 하고 싶은 일을 하시지요. ......지금의 시키님께선 마음도 몸도 무리만을 하고 계셔서, 정말이지 보아 드릴 수가 없습니다." "------." 그건---그렇겠지, 만서도. ......더워. 젠장, 뜨거워서---- 냉정하게, 사리분별을 정리할 수, 없어. "시키님. 당신을, 조금은 건강하게 해 드리겠습니다." 꾹, 하고 히스이의 손가락이, 낚시바늘과도 같이 굴대에 파고든다. "저희들에게는 그런 힘이 있는 것입니다. 시키님께서 체액을 주시면, 아주 조금만은, 시키님을 도와드릴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아무 말씀 없이, 참고 계셔 주시기를." 하아, 하고 뜨거운 숨결이『나』에게 걸린다. 히스이의 숨결은, 그 손가락과는 대조적으로--- 불태워진다, 라고 생각할 정도로, 뜨거웠다. "......그러면, 실례하겠습니다." 작은, 망설이는 듯한 목소리를 올리고서, 히스이의 얼굴이 나의 허리로 수그러져 간다. 약 때문인가, 아니면 히스이의 손가락에 잡혀 있기 때문인가. 움직이지 않는 나의 몸과는 대조적으로, 나의 그것은 기운차게 발기해 버리고 있다. 뜨겁게, 스스로도 파열해 버리지나 않을까 하고 불안해질 만큼 충혈된 근육의 봉. 거기에, 히스이의 더듬거리는 손가락이 닿아 간다. "윽......! 히, 히스이, 역시---." 안돼, 라고 말하기 전에. 히스이의 양손은, 무언가 소중한 것을 다루듯이, 뿌리 부근에서부터 나의 물건을 감쌌다. "응......" 희미하게 숨을 삼키는 히스이. 그 다음. 나의 그것과는 다른 열기를 가진 감각이, 입맞춤을 하는 것과도 같이 내려왔다. -------------------------------------------------------------------------------------------- ♡한 장면 생략 ...어차피 보면 다 알텐데 해석이 무슨 소용일런지 -------------------------------------------------------------------------------------------- "핫---아, 아----." 어지간히 괴로웠는지, 히스이는 바닥에 주저않는다. "하아...... 하아...... 하아......" 호흡이 어지러운 것은 이쪽도 마찬가지다. ----두근. 그렇지만, 안된다. 이런 것으로는 부족하다. 확실히 몸은 움직인다. 움직이게 되었다. 그래서야말로, 저런 걸로는 만족할 수 없다. ----두근. "시키님...... 몸은 좀 어떠십니까." 융단에 쓰러진 채, 히스이는 그런 것을 물어 온다. 나는--- 1. ......이런 걸론 전혀 충분치 않아. 2. ......몸이 회복되었으니, 히스이에게 감사하지 않아선 안 돼. <- 선택 "............" 뭐라고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어제까지의 무감각에 비하면, 정말로 조금이긴 하지만, 지금은 살아있다는 실감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히스이에게 그런--- 자신의 것을 마시게 하는 따위의 일을 시켜 버릴 바엔, 차라리 움직이지 못하는 채로 있는게, 더 나았다. "------." 히스이는 옷매무새를 고치고선 침대에서부터 떨어진다. "......히스이......난." "시키님. 이 일은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말아 주십시오. ......제게도, 방금의 일을 말씀해 주시는 것은 싫습니다." "---윽." ......역시. 히스이도, 지금의 행위를 생각하고 싶지 조차 않을 정도로 혐오하고 있는 것인가. "시키님. 이것은 제가 먼저 말씀드렸던 일입니다. 부디, 시키님께선 아무 일도 없었다고 생각해 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저는 더 이상 시키님의 시중을 들 수가 없게 됩니다." "-------." 뭐라 대답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나는 히스이에게 사과할 말을, 그렇다고 감사의 말과 같은 것도, 지니고 있지 않다. "그러면 실례하겠습니다." "아........." 히스이는 떠나갔다. 나는 그것을, 침대 위에서 배웅할 수 밖에 없었다. ......오후 2시가 되었다. 검진을 받을 시간이 되었지만, 히스이가 오지는 않겠지. "............하아."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어쨰서 그런 일이 되어버린 걸까. 그거야 뭐 시작한건 히스이의 쪽이지만, 아무리 몸이 달아올랐다고 해도, 히스이의 얼굴을 억눌러 붙이고는 거기다 자신의 액체를 뿜어 내보내다니, 제 정신이 아니다. "-----윽." 두통이 온다. ......이유는 알지 못할지언정, 히스이와 체액을 교환한 일로 확실히 다소간의 체력은 돌아와 주었다. 그렇지만, 회복한 체력에 맞추듯이 두통도 강해져 가고 있다. ......노크 소리가 났다. 코하쿠상......일까. "실례하겠습니다, 시키님." "---------에." 온 것은, 히스이였다. "-------." 히스이는 말 없이, 언제나대로의 검진을 처리해 간다. 오늘은 아직 잠을 자지 않은 덕택에, 피가 나진 않은 상태이다. 수혈용의 링거는 쓰지 않고, 체온을 잰 다음 침대 시트를 갈고서, 물과 내복약을 준비해 준다. "-------." 그 동안, 우리들 사이에서 말은 한 마디도 없었다. ......그런 일을 한 뒤인 만큼, 이쪽은 히스이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다. 히스이도 그럴 거라 생각하지만, 그쪽에는 사용인으로서의 책임이 있기 때문이겠지. 히스이는 시원시원하게, 언제나와 같이 작업을 해 낸다. 갑자기. "시키님, 몸의 상태는 좀 어떠십니까." 라고, 바로 옆에서부터 말을 걸어온다. "아, 아니, 하지만-----." 상태라고 해도, 아까의 그걸로 조금은 몸이 움직여 주게 되었지만, 그게--- "시키님, 왜 그러십니까. 왠지, 얼굴이 붉으신 듯 합니다만." "어, 얼굴이 붉다는게, 그건--- 그치만, 히스이가." "네. 제가 어떻다는 말씀이신지요." 고개를 갸웃거리는 히스이. "으-----." 제길, 제대로 말을 못 하겠다. 대저 난, 아직 아까의 일을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아까는, 미안. 히스이도 부끄러웠을텐데, 난폭하게 해 버려서." "아............" 생각해 낸 것인지, 히스이는 수치스러운 듯 얼굴을 떨구어 버렸다. ----라는 건 아닌 듯했다. "......괜찮습니다. 제 쪽이야말로, 시키님의 몸을 상냥하게 돌보아 드리지 못하고, 이기적인 짓만 하고 말았습니다. 제게 시키님에게서 미움을 받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바---미움을 받다니, 내가 히스이를 싫어하게 될 리가 없잖아......!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다 해도, 난 히스이를 미워한다거나 하진 않아! ......그거야 뭐, 히스이가 나를 싫어하게 되는 건, 별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을 하고서, 어쩐지 등이 무거워졌다. 스스로도 말하고 있는 것이지만, 슬슬 히스이도 내게 정이 떨어질만 하겠지. 지금도, 아까의 일을 생각해 내고선 기막혀하고 있을 게 틀림없......근데, 어라? ......이상하다. 어째서 저렇게, 기쁜듯이 히스이는 웃고 있는 걸까......? "......히스이. 왜, 웃는거야." "네, 지금 시키님께서 하신 말씀은, 그대로 제가 드릴 말씀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것이 이상해서." 쿡쿡 하고, 정말로 기쁜듯이, 히스이는 웃었다. ...아찔, 해 진다. 이따금씩 보여주는 히스이의 웃는 얼굴은 너무나도 귀여워서, 어떻게 이상해져 버리기라도 할 것 같다. 그래서일까. 아까의 히스이의 미소가, 굉장히 무섭게 느껴지는 것은. "......어쨌든, 아직 사례를 하지 않았지. 아까는 고마웠어, 히스이. ......그게, 방법에는 여러가지로 문제가 있었지만, 덕택에 몸도 그럭저럭 나아진 것 같아. 지금이라면 조금은 걸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에---아, 네. 제가 한 일이라면 별 게 아닙니다만, 그래도 도움이 되셨다면 기쁩니다." 정면으로 나를 바라보는 히스이. ......그렇게 시선을 받으니 아까 있었던 일을 생각해 내 버려서, 또 흥분해 버리고 만다. "......그래도, 역시 아까의 그건, 그러니까, 옳지 않다고 생각해. 그거야 뭐 난 기뻤지만, 그런 건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부자연, 스럽다는 것이신지?" "아아, 부자연스러워. 그런 일은 서로간에 뜻이 맞았을때, 그게 그러니까...... 하는 거잖아. 아무리 히스이가 사용인이라고 해도, 그런 일까지 할 필요같은건, 없어." "숙지했습니다. 시키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다음부터는 시키님의 몸에 접촉하기 전에 먼저 허락을 받겠습니다." ......아니, 그러니까 그런 얘기가 아니고. "그러면 실례하겠습니다. 무언가 용무가 있으시다면 불러 주십시오, 시키님." 그리고서 히스이는 방을 나갔다. "......COOL해." 불쑥 중얼거린다. 난 히스이의 얼굴을 보는 것 만으로도 낯이 빨개지는구나 하고 자각했을 정도인데, 히스이는 완전히 언제나대로였다. "..............." 어쩐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미묘한 위화감이, 한동안 사라지지 않고 나의 머리를 괴롭혔다. "아------앗." 눈을 뜨자, 벌써 밖에선 해가 떨어지려 하고 있다. ......어느 틈엔가, 자고 있었던 듯 하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호흡이 흐트러진다. 체온이 뜨겁다. 왠지. 몸이, 불타올라서, 흩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 "......무......울......" 묵이 마르다. 뜨거워서 목소리도 잘 나지 않는다. 히스이나 코하쿠상을 부를 수도, 없다. "............" 넓은 방. 어지간히, 며칠씩이나 여기에 있으니 맥이 풀린다. 안정을 찾을 수 없는 방. 본 기억이 없는 방. ......이런 방은, 나의, 방이 아닌듯한 느낌이 든다. "......무......울......" 목이 마르다. 물. 자기 집에 가서, 빨리, 물을 마시지 않으면 안 돼. "허억......허억......허억......" 벽에 손을 짚고, 무너져 쓰러질 것처럼 되어 가면서, 어떻게든 걷는다. "허억......허억......허억......" ......어떻게 된 거야. 아직 10미터 밖에 걷지 않았는데도, 벌써 심장이 파열될 것만 같다. ".........허억.........허억........." 그래도, 가지 않으면. 이 이상 걸었다가는 죽어 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대로 물을 마시지 않고 있어도 죽어버릴지 모른다. 그렇다면, 스스로 걸어서 물을 마시겠다. 침대에서 기다리고만 있는 생활 따위, 더 이상은 도저히 해 먹을수가 없다. "허억......허억......허억......" 정원으로 나온다. 물----주방은, 이쪽이, 아닌데도. "............하.........아." 수풀 속으로 들어간다. ......이제 곧. 이제 곧, 물이 있는, 그리운 장소에 도착한다. "하............아." 열로 인해 의식이 혼미해졌다가, 정신이 들자 이런 곳까지 와 있었다. 하얀, 햇살. 이젠 해는 지려고 하고 있는데, 세계는 하얗다. 마치, 여기만이 사막이라도 된 것처럼 더워서, 하얘서, 눈이 흐릿하다. ......덜컹, 하는 소리가 났다. ......별채의 안에서 부터다. ......누군가가. ......안에, 있는 걸까. 툇마루에서 미닫이를 조금만 열고, 안을 훔쳐보았다. 거기에는 아키하와 코하쿠의 모습이 있었다. 두 사람의 상태가 어쩐지 이상하다. 사락, 하고, 띠를 끄르는 소리. -----무엇, 을. 말없이, 코하쿠는 키모노를 벌리고는, 그 가슴을 내보였다. 나체를 드러낸 코하쿠는, 뺨을 붉히고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그, 하얀 가슴의 볼록한 부분에, 아키하는 입술을 눌러 붙인다. 팽팽, 거리는, 긴장감. 가슴을 내놓고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코하쿠와, 그 가슴께에 웅크리듯 얼굴을 파묻고 있는 아키하. 코하쿠의 가슴에서부터, 뚝, 뚝 하고 빨간 방울이 흐르고 있다. 꿀꺽, 하며 아키하의 목이 무언가를 삼킨다. 뭘---뭘 마시고 있는지, 그런 일은 말할 것까지도 없다. 이해를 할 필요까지도 없다. 아키하는, 코하쿠의 피를, 마시고 있다----. 어지럼증이 일어난다.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저 백일몽을 꾸는 것과도 같은 기분으로, 두 사람의 요염함을 엿본다. 갑자기, 아키하가 코하쿠의 몸에 팔을 감은 채로, 입을 열었다. "예의 살인귀 이야기......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죠, 코하쿠." "글쎄요. 분명 시키님께서 벌이신 일이라 생각해요." (역자 주 : 여기서의 '시키'는 '志貴'가 아님) ----무슨. "뭐어----그렇겠지요. 저런 몸으로 어떻게 걸어다니는진 모르지만, 더 이상 내버려 둘 수는 없어. 토노의 피가 일으킨 오점은, 토노의 피로 없애지 않으면." ----그러니까 무슨 소리들을, 하고 있는 거야. "그러면, 아키하님." "네. 토노의 당주로서, 제가 오빠를 죽이겠어요." ----그 말을 듣고, 소름이 끼쳤다. 아키하의 말에 망설임은 없다. 아키하의 말에 끄덕이는 코하쿠상조차, 진심이었다. "그럼 아키하님. 히스이쨩에게도 그 일을 전하지 않으면 안되겠네요." "그렇네요. ......하지만, 히스이의 손은 빌리지 않아도 되겠죠. 오빠는 만족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 몸이 아니야. 숨통을 끊는데는 나와 당신만으로 충분할테니까요. ----하아, 하아, 하아. 자신도 모르게, 호흡이 흐트러져 간다. "알겠어요, 코하쿠? 부디 오라버니에겐 눈치 채이지 않도록 해 줘요. 나중 며칠 안에 결판을 낼 테니까, 가능한한 오라버니를 고통스럽게 하고 싶지 않아." "네, 알고 있어요. 어차피 아무리 해도 혼자서는 침대에서 일어나실 수 없는 듯 하니, 눈치채일 위험은 없겠지요." -----하아, 하아, 하아. 손가락이 떨린다. 등에서부터 욕지기가 전해져 와서, 쓰러질 것만 같아진다. 그러나, 여기서 쓰러질 수는 없다. -----도망치지 않으면. 여기서 쓰러졌다가는, 살해당한다. 지금 이렇게 엿보고 있는것을 두 사람에게 들켰다간, 그대로 죽임을 당하고 만다. "하----아." ......모르겠다. 두 사람이 어째서 나를 죽이려 들고 있는 것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 그것을 이해하려는 머리도, 열 때문에 의식이 흐릿해서 움직여 주지 않는다. ......모르겠다. 이런 것은, 나쁜 꿈이다. ----------꿈 꿈----------? 그래, 이것은 꿈. 언제나 꾸고 있는, 질이 나쁜 악몽에 지나지 않아. 그렇다면, 어서 깨지 않으면. 이런 이상한 망상에 완전히 먹히기 전에, 빨리 눈을 떠서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지 않으면----. "큭----으." ......어쨌든 방으로 돌아와 주었다. 그 다음은---그래, 자물쇠, 자물쇠를 채우지 않으면--. "시키님." "-------!" ......언제부터 방에 있었는지ㅡ 히스이는 내 방의 한가운데에 내내 서 있었다. "무엇을 하고 계셨던 것이십니까. 그런 몸으로 걸어다니시면 곤란합니다." "히......스이." "얌전히 누워 계셔 주십시오. 시키님께서 무리를 하셔서는, 제가 아키하님께 야단을 맞아 버립니다." "아키하에게......야단을 맞아......?" 왜 내가 밖에 나와 있는것 만으로 아키하에게 야단을 맞는 거지. ......아니, 그런 건 이미 확실히 알고 있다. 아키하는 내가 살인귀라는걸 눈치채고서, 나를 이 방에 가두고는, 당장 오늘 밤에라도, 나를 죽이려 들고 있는 것 뿐이다. "----나가 줘, 히스이." "시키님......?" "이 방엔 누구도 들어오게 하지 않겠어. 설사 히스이라 해도, 이젠 두번다시 들이지 않아......!" "시키님---꺅!" 어디에 그런 기운이 남아 있었는지, 히스이를 힘으로 밀어붙여 문에서부터 복도로 튕겨 낸다. 그대로, 문을 닫고는 자물쇠를 채웠다. "시키님---!? 시키, 님, 열어주세요, 시키님......!" 탕탕, 하는 소리. 그것을 무시하고서, 무너지듯, 융단 위에 쓰러졌다. ----괴롭, 다. 뇌수에 달라붙어 오는 막. 모공이란 모공에서부터 물들어 오는 독. 콧구멍이나 입으로 산소를 빨아들일 때마다, 몸 안에 뒤섞여 들어오는 잔해물들.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어쩐지, 기관이라던가 기능이라던가, 그런 것들과는 얘기가 다른 것, 인간을 활동시키는 기본적인 생명, 에너지와도 같은 것이, 유출되어 가고 있다. 나의 심장엔 눈으로 볼 수 없는 파이프가 밖을 항해 뻗어있다. 『생명』은, 그 파이프를 통해서, 그 녀석에게로 흘러 나가 버리고 있다. -----괴롭, 다. 그러니, 때에 맞출 수 없다. 나의 몸에서 아무리 많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생산해 봤자, 전부 그 녀석에게 가로채기 당하고 만다. 그러니까, 외부에서부터 활력을 보충하지 않으면, 살아 갈수 없다. 링거. 영양제. 주사. 진통제. 수분. 혈액. 이성. 지성. 감정. 기억. 시각. 청각. 미각. 촉각. 후각. 체액. 애정. 충동. ------하......아 약 같은 걸론, 단지 간신히 목숨을 지탱하는 일 밖에 할 수 없다. 그래서는 낫지 않는다. 나를 움직일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통통, 하는 소리에 눈이 뜨였다. 통통. 통통. 통통. "......시......끄럽, 군." 벽에 손을 짚고서, 간신히 일어선다. 호흡은, 헉헉 하는 소리를 내는게, 귀에 거슬렸다. 통통. 통통. 통통. "오라버니! 열어주세요, 오라버니!" 아키하가 문을 두들기고 있다. ......그런가. 자물쇠를 채워 뒀으니까, 아무도 안으로 들어올 수 없는 거였나. 1. 자물쇠를 연다. 2. ......왜 자물쇠 같은 걸 채워 뒀더라? <- 선택 (역자 주 : 뭐 골라도 상관없는 페이크 선택기) "왜 자물쇠 같은 걸, 걸어 뒀던 거지......" 몽롱한 두뇌를 움직인다. 그것은. 확실히---- "--------." 그렇지. 아키하를 이 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잠가둔 거였어. "오라버니......! 깨어 계시는 거죠, 검진을 하지 않아선 안되는데도 자물쇠 같은 걸 채우고 뭘 하시는 거예요!" 탕탕, 하는 소리. 아키하는 필사적으로, 그야말로 원망조차 서려있는 듯한 목소리로, 방 안에 있는 날 불러댄다. "아아 정말, 어쨌든 열어 주세요! 저녁분의 링거도 맞지 않으시다니, 오라버니께선 죽고 싶으신 건가요!"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그건 당연한 일인가. 아키하에게 있어서, 내가 방에 틀어박혀 있는 것은 탐탁치 않다. 내가 계속 이렇게 하고 있는 한---아키하는 날 죽일 수 없으니까. "오라버니......!? 잠깐, 듣고 계시는 거죠, 오라버니......!" 통통, 하는 소리. ......문을 두들기는 소리는 아무래도 좋지만, 아키하의 목소리엔, 견딜 수가 없다. "시, 끄러............!!" "에------." 문 너머에서,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시, 시끄럽다니...... 오라버니, 전 오라버니를 염려해서---." "......알게 뭐야. 난 여기에서 나가지 않겠어. 내가 걱정되는 거라면, 아키하는 사라져 줘." "무---." "알겠냐, 난 절대로 나가지 않을 테니까 말야. 난 네게, 죽임이라던가는, 당하지 않아......!" 탕, 하고 문을 친다. ......문 너머에서는, 공기가 얼어붙은 듯한 침묵만이 있었다. ---그, 뒤. "......오라버니, 그건 무슨 의미이시죠. 제가 오라버니를 죽이다니, 누구에게서 그런 말을 들으신 거예요." "......됐으니까 나가......! 난 살인귀 따위가 아냐, 아직 멀쩡한 인간이란 말이야......!" "설마----오라버니, 당신은 그렇게까지 끌려 가 버리고 계신 건가요." 맥이 탁 풀린 혼잣말을 중얼거린 다음. 아키하의 기척이 문에서부터 떨어졌다. "......알겠어요. 오라버니께선 지금 지쳐 계신 듯 하니, 나중에 또 올께요." "--시끄러워. 난, 아키하들을 이 방엔 들이지 않을 거야......!" "......오라버니. 오늘밤은 오라버니의 말씀을 들어 드리겠지만, 내일은 제 말에 따라주셔야 해요. 지금의 오라버니께서는 하루도 위태로우신데, 이틀씩이나 방치해 두었다간 그야말로 쇠약해져서 죽어 버려요. 그러니, 앞으로 하루만은 견뎌 주세요." 또각, 또각, 하고 멀어져 가는 발소리. "하아.........하아.........하아."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다. 분명히 아키하가 말했듯이, 이대로는 정말로 약해져서 죽어 버린다. "하아.........하아.........하아." 그래도, 아키하에게 살해당하는 것 보단, 나아. ----문에 자물쇠를 채운다. (역자 주 : 위의 선택기에서 1번을 고르면 문을 두번 잠그는 일을 막을 수 있음;;) 그리고는 벽에 기대서, 잠들지 않도록, 계속 눈을 뜨고 있었다. 13. 금색 실의 고치 13번째 날/ 11월 2일 (화요일) ......똑, 똑똑, 똑. ......똑, 똑똑, 똑. ......똑, 똑똑, 똑. ......똑, 똑똑, 똑. ......똑, 똑똑, 똑. ......똑, 똑똑, 똑. ......똑, 똑똑, 똑. ......똑, 똑똑, 똑. ......똑, 똑똑, 똑. ......똑, 똑똑, 똑. ----날이 밝았다. 굉장히, 조용하다. 귀에 거슬렸던 헉헉 하는 호흡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똑, 똑똑, 똑. "--------." 몸은 이젠, 꼼짝도 하지 않는다. 사고도 완전히 정지되어 있다. 거울이라도 있었다면, 이렇게 벽에 기대서 쓰러져 있는 자신이 실이 끊긴 인형처럼 비추어졌겠지. ......똑. 또똑, 똑. 똑, 똑. "-------쿨럭." ......또 박자를 틀렸다. "컥---하, 아, 아----." ......똑, 또, 똑. ......똑, 또, 또똑. ......똑, 또똑, 똑. ......똑, 또똑, 똑. ", ......, ......" 리듬이 돌아와서, 간신히 다시 호흡을 할 수가 있었다. "---------." 단지 하룻밤 홀로 있었던 것 만으로, 몸은 심하게 쇠약해져 있다. 시야는 부옇게 흐려져 있다. 공기가 닿는 것, 그것만으로도 피부가 아프다. 숨쉬기도 의식하고서 하지 않으면 혼란스러워져서 멈춰 버릴것 같을 정도로, 몸의 기관이 이상해지기 시작하고 있다. ......똑, 똑똑, 똑. ......똑, 똑똑, 똑. ......똑, 똑똑, 똑. ......똑, 똑똑, 똑. ......똑, 똑똑, 똑. ......똑, 똑똑, 똑. ......똑, 똑똑, 똑. ......똑, 똑똑, 똑. "시키님, 일어나 계시는지요......?" 히스이의 목소리. ......이걸로 몆 번째지. 히스이는, 정말로 싫증도 내지 않는다. "깨어 계시지요? 그러시다면, 적어도 식사를 하시도록 해 주십시오." "......됐어. 히스이들이 가져오는 것은, 먹지 않을거야." 아무것도 먹지 않겠다. 이 집에서 나오는것은 아무것도 믿을 수 없다. 음식도. 물도. 약도. 자신을 죽이기 위한, 독이라 생각된다. "......시키님, 여기에 식사를 두고 가겠습니다. 제가 떠난 다음, 아무쪼록 문을 열고서 드셔 주시기를." ......히스이의 기척이 멀어져 간다. "........." 쿵, 하고 벽에 머리를 부딪는다. ......이런 식으로 히스이를 무시하는게 몆 번째지. ......히스이. 히스이는 아키하나 코하쿠상과는 달라. 하스이는 나를 죽이려 들고 있는 건 아닐지도 몰라. "......" 그렇지만, 그런 건 망상이다. 히스이는 나를 이 방에 가둬두려 하고 있다. 지금도, 아까처럼 질리지도 않고 나의 상태를 염탐하러 와서는, 날 방에 몰아넣고 있다. "----하, 아." ......안돼. 스스로도 자신의 생각이 두서없는, 피해망상에 젖어 있다는건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이제와서 사고는 정상으로 돌아 와 주지 않는다. ......똑, 똑똑, 똑. ......똑, 똑똑, 똑. ......똑, 똑똑, 똑. ......똑, 똑똑, 똑. 의식은 몽롱해져 있다. 몸은 마디마디가 아프다. 목은 바짝 말라서, 지금 당장 물을 마시지 않으면 죽을것 같은 정도. ......그래도, 자신은 완고하게 문에 자물쇠를 건 채였다. ......또 노크다. 똑똑, 똑똑 거리는 소리의 반복. "......시키님. 식사가 식어 버렸습니다." 슬픈 듯한 목소리. "아키하님께서도, 언니도 오늘은 나가서 돌아오시지 않으실 모양입니다. 지금, 이 저택에는 저와 시키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밖으로 나와, 라고도 말하고 싶은 건가. "시끄러워......! 내게 상관 말라고 했는데도, 왜 이해를 못하는거지 히스이는......!" "--------." 숨을 삼키는 기척. 히스이의 기척이 멀어져 간다. 또 똑똑, 하는 소리. 떠나가는 기척. ......그런 걸, 셀 수 없을정도로 반복하고, 있다. "하---아, 윽-----." ......괴롭다. 허기는 대수로운 일이 아니다. 그저 목의 갈증과, 열을 내고 있는 몸이 괴롭다. "------------." ......뭘 하고 있는거지, 난. 이런 식으로 벽에 지탱해서, 당장이라도 멈춰버릴것만 같은 몸을 부둥켜안고서. 닫힌 창. 닫힌 문. "----------." ......그러고 보니, 옛날. 이것과 같은 사건이 있었던 듯한 느낌이 든다. ------그건, 대체 얼마나 옛날에 있었던 일일까. 새로운 환경으로 데려와져서, 주위의 인간들과 가까워지지 못하고 홀로 계속 틀어박혀 있었던 어린 시절. 어쨌건 모든 것이 싫어서, 누구와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때에, 몇번이고 문을 두드렸던 소녀가 있었다. 똑똑, 하는 노크 소리. 누구야, 하고 내가 물을 때마다,「나야」라고 답해오는 음성. "시키쨩, 놀자. 그런 곳에 있으면 곰팡이가 생겨버릴꺼야." 괜한 참견이야, 라고 며칠이나 며칠이나, 나 자신은 그 아이를 되돌려 보냈었다. 또 똑똑, 하는 소리. 떠나가는 기척. ......그 아이는 매일 왔다. 질리지도 않고서 똑똑, 하고 노크를 한다. 소녀는 결코 무리하게 조르지도, 문을 열려 하지도 않고서, 단지 나를 계속 불러댔었다. "왜 밖에 나오지 않는거야?" 밖에 나갈 수는 없어. 저택에 사는 인간들은, 모두가 날 적으로 보고 있어. "그렇지 않아. 모두들, 시키쨩을 좋아하고 싶어하는 걸." 하지만 믿지 못하겠어. 나의 아버지는 그것을 믿었다가 토노 마키히사에게 살해당한 거야. "......그렇구나. 그렇네, 그러면 아무도 믿어지지 않겠네." 그래. 그래서, 홀로 있는 것이 편했어. "그치만, 그러면 언제까지나 외토리야. 외톨박이는 재미 없어." 상관 없어. 죽는다던가 하는 꼴을 당하는 것 보단, 당연히 그게 더 나아. 속는 것 보다는. 외토리인 채, 자신에게 속아서, 죽음에 이르는 쪽이, 더 깨끗해. "정말. 알았어. 그러면 시키쨩은 날----하면 돼. 그러면 밖에 나올 수 있잖아?" 그 단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데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이가 없는 듯한 목소리로, 무엇을 하면 된다라고, 그 소녀는 말했던 거였지----. 똑똑거리는 소리. 히스이는 정말로 그만 둘 줄을 모른다. 이쪽이 질릴 정도의 강한 참을성이, 어린 시절의 추억을 상기시킨다. "...............?" 발소리가 나지 않는다. 히스이의 기척이 멀어지지 않는다. "............히스이?" 문의 저 편에는 침묵이 있다. 히스이는 잠자코 문 밖에 서 있다. 길게. 히스이의 기척은, 그야말로 이젠 두번 다시는 움직이지 않기나 할 만큼, 계속 문 너머에 존재하고 있다. "어째서 밖에 나오시지 않으십니까, 시키님." ......그런건 당연해. 아무도 믿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에, 이렇게 홀로 있는 거잖아. 아키하도, 코하쿠도, 자기 자신조차도 애매모호해서 믿지 못하기 때문에, 이렇게 틀어박혀 있을 수 밖에 없어. ......아아, 겨우 눈치를 챘다. 아키하의 일 같은건, 사실은 사소한 일인 것일지도 몰라. 나는 살인귀일지도 모르는 자기 자신을 가둬두고 싶어서, 이렇게 홀로 있으려 하고 있는 것인가. "......누구도. 아무것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십니까, 시키님께선." ......그렇다. 그러니까, 히스이가 내게 상관할 의무같은 건, 없다. 인간의 피를 탐내고, 히스이의 몸조차 난폭하게 범했던 나 따위를, 히스이가 그렇게까지 신경 써 준다는건, 잘못이다. "......히스이. 됐으니까, 이젠 가 줘. 나는 혼자 있을때가 마음이 즐거워. 그러는 게 아무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고 끝나." "거짓말이십니다. 그런 건, 절대로 즐겁다던가 하지 않습니다. 시키님께선 거짓말을 하고 계십니다......!" ......히스이의 목소리는, 어딘가 화가 나 있는 듯 했다. "시키님, 당신께서 아무도 믿을 수 없으시다면, 저를 믿어 주시는 것으로 충분해요! 그러니, 지금만은 제 말을 들어 주세요......!" ......울고 있는 듯한, 히스이의 목소리. 정말로 화를 내고 있는 것인지, 히스이가 하는 말은 뒤죽박죽이다. 날 믿어도 좋아, 라니, 그거야 말로 거꾸로이다. 보통은, 내가 믿어주마, 라던가 하는 건데. ".........정말이지........." 엉망진창이다. 그런 제멋대로인 억지를 쓸 만한 녀석은, 그 아이 뿐이라고 생각했었다. "......믿으라니, 뭘." "그런 거, 저는 몰라요......! 전 단지 시키님이 좋기 때문에, 이렇게 시키님을 부르고 있을 뿐입니다......!" 탕, 하고 한번 세게, 문이 노크를 받는다. "......시키님, 부디 문을 열어 주세요. 저로는 역부족이시겠지만, 홀로 갇혀있는 것보다는 훨씬 더 편해지실 테니까요......!" 우는듯한 히스이의 목소리. 그것은 말투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그 때의 소녀가 했던 말과, 대단히 닮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직 안되나요......!? 이대로 가다가는 시키님께선 정말로 위험하시단 말이예요......! 어째서---어째서 옛날로 되돌아가 버리신 거죠......! 돌아오면, 또 모두 다 같이 놀자고 그렇게 약속 했었는데, 왜......!" 우는듯한 소녀의 목소리. "아............" 어렴풋이 기억해 낸다. 그러고 보니 과거, 내가 병원으로 옮겨지기 전에 그런 사소한 언약을 했었지 아마. 그 때는 상처가 나으면 저택으로 돌아오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건 그야말로 인사나 같았던 거라서, 마음에도 두지 않고 있었지만. "시키님을---그 때와 같이 시키님을 눈 앞에서 잃어버리는건, 이젠 싫어요......! 부디...... 부탁이니 문을 열어주세요....... 시, 키---."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멎는다. 울음을 터뜨리는 듯한 기척. 며칠이나 며칠이나 계속해서 나를 불러주었던 그 아이. 너무나도 활기차고, 배려가 많고, 언제나 곁에 있었던 소녀. ---그건. 사실은, 대체 누구였다는 거지--? "히스이......!" 이미 일어설 힘 같은건 없을텐데도, 몸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일어섰다. 움직일 때마다 의식이 멀어진다. 그래도 그런 고통은, 머리의 구석쪽으로 제쳐지고 있었다. ------히스이. 히스이. 히스이, 히스이, 히스이, 히스이----! 문까지 도착해서, 자물쇠에 손을 댄다. ".....이......게." 마비된 손끝은 생각대로 움직여 주질 않아서, 자물쇠는 쉽사리 열려 주지 않았다. 짤깍, 하고 겨우 자물쇠가 벗겨졌다. 열리는 문. 그 너머에, 그리운, 히스이의 모습이 있었다. "시키님, 정말, 너무하셔." 눈물에 젖은 얼굴인 채로, 히스이는 나를 바라본다. 그렇지만, 지금은 내 몸 같은건 아무래도 좋다. 그런 것 보단, 나는---. "---히스이. 네가, 그 아이인건가." ".................." 히스이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것은 아니오, 라는 대답이 아니라, 네, 라는 침묵이었다. "어째서----난 분명 코하쿠상이 그런 걸까 라고 생각했었어. 히스이도, 어제 자신이 저택 안에 있었던 아이라고, 말했잖아." "......시키님. 그것은, 제가 아니었습니다. 분명 언니는, 쇠약해져 계신 시키님을 내버려 둘 수가 없어서, 시키님을 도왔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에-----." ----그건 즉......어제, 내가 덮쳐 버렸던 히스이는, 코하쿠상이었다는 얘기, 인가......? (역자 주 : 선택기에서 H신을 거절했기 때문에 번역의 핀트가 맞지 않고 있음) "......그러면 역시, 히스이가 우리들과 함께 놀았던 아이이고, 코하쿠상 쪽이---저택 안에 있던 아이라는 거야, 히스이?" "..............." "왜......? 모르겠어. 어째서 그런 바꿔치기같은 짓을 하고 있는 거지, 히스이들은." "......시키님을 속이려 했던 것은 아닙니다. 시키님께서 아리마 가(家)에 보내지신 후, 저는 이전에 비해 어른스러워졌다고 생각합니다. 언니는 그런 저를 격려라도 하듯 밝게 행동하게 되어서, 어느 틈엔가, 저희들의 입장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을 뿐입니다." "그런......어째서 그렇게......? 히스이......넌 그렇게도 활발한 아이였는데." "......아닙니다. 저는 원래부터, 그다지 활동적인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그저 시키님께서 계셨기 때문에, 있는 힘껏 달려서 시키님을 쫓아갔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게 잘못이었던 것입니다. 제가 시키님을 정원으로 데려갔었기 때문에ㅡ 시키님께선 그런 사고를 당해 버리셨습니다. 저는---단지 무서워서, 시키님께서 다 죽게 되신 것을 보고만 있었습니다. 피에 물든 시키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을 뿐, 우는 것도 도움을 청하는 일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 때부터, 저는 자신을 알 수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전의 자신이 어떤 식으로 말하고, 어떤 느낌으로 웃었는지가 기억나지 않게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시키님께서 죽어가시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보고만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 건 인형과 다름이 없습니다. 그래서---차라리 인형이 되어 버리면 되는 거야 라는, 그런 저주를, 자기 자신에게 걸어 버렸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신이 들자 저는 언니처럼 말이 없게 되어 있었습니다. ......언니는 일을 할 수 없게 되어버린 저 대신에 움직이게 되고, 저 대신에 웃게 되었던 것입니다." "......잠깐만, 히스이. 네가 하는 말을, 난 잘---." 이해하지 못하겠어. "내가 다 죽게 되었다니 그게 무슨 소리지. 히스이는 8년의 사고에 대해 알고 있는거야?" "......네. 시키님께선 사고에 휘말려서 부상을 당하셨던 것이 아니십니다. ......이 저택의 정원에서, 살해당할 뻔 하셨던 것 뿐입니다." "뭐-----." 그건, 아냐. 죽인 것은 내 쪽이다. 그래도 난, 피에 물든 자신의 몸을 언제까지나 내려다 보고 있었으니까---. "아......" 정신이 아득해진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앞느로 고꾸라져 쓰러진다---. "시키님......! 정신 차리세요......!" ......그 직전. 히스이는 쓰러지는 나의 몸을 정면에서부터 안아 받쳐준다. " "아-----." " ......나와, 히스이의 목소리가 겹친다. 히스이는 아주 필사적으로 나를 지탱해 준 거겠지. 나와 서로 껴안은 모양이 되어서, 몸을 덜덜 떨고 있다. "............히스이." 알고 있다. 히스이가 이성의 몸과 서로 접촉하는것이 서투르다는 건 알고 있다. 그러니까 지금도, 이렇게 받쳐 주고는 있을지언정, 히스이의 몸은 조금씩 떨고 있는 것이다. "---히스이." 그래도, 떨어질 수가 없었다. 히스이의 몸에 팔을 두른다. 그 체온. 부드러운 몸. ......어렸을 적부터, 날 지켜봐 주었던, 소녀. 아아---이젠, 혼동하진, 않아. "히스이......겨우 만났어." 만족스럽게 움직이지 않는 몸으로, 단지, 히스이의 몸을 끌어안았다. "아......시키, 님......" 히스이의 몸의 떨림은 그치지 않는다. 그래도 거절하지 않고, 히스이는 나의 등에 팔을 감아 온다. "......미안." 무엇에 대한 말인지, 스스로도 모르겠다. 그저, 히스이에게 사과하지 않아선 안될만한 일이 셀 수 없을만큼 많이 있다라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 말을 했다. "......괜찮습니다. 사과하지 말아 주십시오, 시키님." 조용히 대답하고는, 히스이는 나를 침대까지 데려가 주었다. 침대에서 몸을 쉬게 한다. 양탄자와 침대는 이렇게도 차이가 있는 것인지, 침대에 눕는 것 만으로도 몸이 다소간은 편해졌다. 히스이는 침대에 누운 내게 이불을 덮고서는, 물이 든 유리잔을 내민다. "시키님, 스스로 드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아아, 어떻게든 그 정도는." 히스이에게서부터 유리잔을 받아 들고는, 하루만의 수분을 섭취한다. "응......" 뜨겁게 말라있던 목이 치유된다. 단순한 한잔 분량의 물이, 콸콸, 하고 손끝까지 세차게 흘러가는 듯한 감각. 잔을 히스이에게 되돌리고는, 푹석, 하는 소리를 내며 몸을 침대에 맡겼다. "시키님!?" "---아아, 아냐아냐. 너무나도 기분이 좋아서, 힘이 빠졌을 뿐이야. 몸 상태는, 그렇게 나쁘지 않아." "시키님, 너무 놀래키지 말아주십시오. 자금의 시키님께서는 이대로 쓰러지시더라도 이상하실 것이 없으니까요." 정말로 불안한 듯한 눈으로 날 보고 있다. ......그 눈길에 감사하는 반면, 욱신, 하고 후회하는 마음이 들었다. "......시키님? 어딘가 아프십니까? 아프시다면 부디 사양 마시고 말씀해 주십시오." "아니, 특별히 아픈 곳 같은건 없지만." ......단지, 가슴이 아프다. 내가 쓰러지고 나서부터, 언제나 나를 걱정해주었던 히스이. 그런 그녀를 향해, 난 바보같은 짓만 해 오고 말았다. 그녀의 올곧은 헌신도 눈치채지 못하고서, 히스이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일만, 해 왔다. 나의 몸을 회복시키려고, 그런 일마저 해 주었던 히스이를 난폭하게 다루었다. ......그 때의 히스이가 코하쿠상이었다고는 하지만, 내가 히스이에게 난폭했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것 뿐만이 아니다. 사람을 죽이는 꿈을 꾸고, 실제로 거기에 끌리는 것처럼, 히스이를 범하는 꿈조차 꾸었었다. ......나는. 이런 식으로, 히스이에게 간호를 받을 자격따위는 없다. "시키님, 마실것이 입에 맞지 않으셨는지요......?" 아니, 하고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렇지 않아. ......그게, 여러가지로 고마워 히스이. 물을 마시는 것 만으로 이렇게까지 편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그렇지만, 이젠 됐어. 난 히스이에게 이런 대우를 받을 자격 같은 건 없어." "---시키님, 아직도 그런 말씀을 하고 계시는 것이십니까. 저는 시키님을 도와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거기에 자격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렇지 않아 히스이. 네게 잘못이 있는 게 아니야." ...그래, 나쁜것은 나의 쪽이다. 아무리 히스이가 헌신을 다해 주더라도, 나는, 그 호의를 뒤집어서 되돌려버린다. "......난 히스이가 곁에 있으면, 분명히 또 심한 짓을 할 거야. 그러니까 최저한의 치료를 끝내면, 곧 방에서 나가줬으면 좋겠어. ......부탁해. 나는 이젠, 히스이를 상처입히고 싶지 않아." 히스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래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는 알아 주었을 것이다. 몇초인가의 침묵을 지킨 후, 이해해 주었는지 히스이는 얼굴을 들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거절하겠습니다." "......아아, 미안하지만 그렇게 해 주면 고맙겠어...... 가 아니라, 잠깐. 히스이, 지금 뭐라고 그랬어......?" "거절하겠습니다, 라고 아뢰었습니다. 그런 말씀 만으로는, 시키님을 홀로 계시게 할 수는 없습니다. 납득이 가는 이유를 듣지 않고서는, 저는 시키님의 말씀에 따르지 않겠습니다." 딱 잘라서 히스이는 대답한다. "이유를 들려 주십시오 시키님. 저는, 그렇지 않고서는 여기서부터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겠습니다." "뭐---." 히스이의 눈은 진지하다. 어설픈 변명도 거짓말도 간파당해버릴 테고, 무엇보다 난---히스이에게 거짓말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았다. "......알았어. 이유를 말하면 나가 줄 거지?" "네. 그것이 납득이 가는 것이라면, 저는 시키님의 말씀을 어기지 않겠습니다." ".........하아." 깊게 숨을 내쉰다. ......각오를 굳히고는, 입을 열었다. "히스이, 난 사람을 죽이는 꿈을 꿔. 매일 밤 매일 밤, 모르는 누군가를 죽이고서, 그 피를 빠는 꿈을 꾼단 말이야." "......꿈을 꾸신다니 ......그런 것이 이유라는 말씀이십니까, 시키님." "......아냐. 그러니까 말이지, 내게는 그것이 꿈인지 어떤지 판별이 가질 않는다는 거야. 사실은 내가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 뿐, 현실에서 사람을 죽여버리고 있는 건지도 몰라. ......내 아버지인, 토노 마키히사처럼 자신이 알지 못하는 자신이 존재하는데, 그 녀석이 마을을 어지럽히고 있는 살인귀인 것일지도 모른다고." "시키님, 그것은---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시키님께선 지금도 이렇게 시키님 그대로이시지 않습니까." "......지금은 그렇지. 하지만 때때로, 영문 모를 생각들이 머리속에 떠올라. 내가 꾸고 있는 꿈이란 것도, 과거에 내가 범했던 살인의 기억인 건지도 모르지." ......거기에다 사실, 난 8년전에 누군가를 죽이고 말았다. 그 마당에서 피에 물든 소년의 모습을 물끄러미 내려다 보고 있었던 기억이, 실제로 존재하니까. "시키님, 정신을 차려 주십시오. 설마 자신이 피를 빠는 괴물이다라니, 그런 생각에 빠져드시는 것은, 이상합니다." "......아아, 이상하지. 하지만 웃어 넘길수가 없어. ......히스이는 알지 못하겠지만, 토노의 인간은 모두 보통 사람과는 다른 것 같아. 아버지는 이중인격자였었고, 나도 비슷한 건지도 몰라. 아키하라 해도----." 코하쿠상의, 피를 마시고 있었다. "어쨌든 간에, 토노의 인간은 모두가 보통이 아닌 거야. 나라고 해도 그건 마찬가지야. 쓰러지고 나서부터는 계속, 히스이나 코하쿠상이 올 때마다, 두 사람이 탐나서 견딜수가 없었어. 지금은 아직 아무렇지도 않지만, 또 그 두통이 닥쳐오면, 분명--- 난 히스이에게 심한 짓을 해 버릴게 분명해......!" "---시키님. 그런 일이라면, 저도 언니도 처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하아......? 알고 있었다니, 뭘." "그러니까, 토노의 인간은 보통 인간과는 다르다, 라는 것을 말입니다. 아니, 거꾸로 말씀드리자면 모르고 계셨던 것은 시키님 뿐이셨습니다. 저도 언니도, 처음부터 그것을 알고서 이 저택에 맡겨진 것이니까요." "------뭐." "그렇습니다만, 그것을 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도 언니도, 보통의 인간에게는 없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그 힘이 있었기 때문에, 마키히사님께 인수된 것입니다. 그래서 토노 가(家)에 관한 일이라면, 저희들은 시키님 이상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확실히 토노의 혈통은 이상하다 하기에 지장이 없는 것이겠지요. 그렇지만 시키님. 그런 것은 당신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시키님께선 마키히사님과 같은 이중인격도 아니시고, 피를 빠는 귀신 따위이신것도 아닙니다. 당신께서는---어느 쪽인가 따져보면, 저나 언니에 가까우신 분이시니까요." "......내가, 히스이들에 가까워......?" "네. 시키님께선 결코 살인귀 같은 것이 아니십니다. ......지금은 저를 믿으시고, 아무쪼록 뒷바라지를 시켜 주십시오." "......안돼. 그렇다 해도 내가 히스이를, 그러니까...... 탐난다고 생각하는건 사실이란 말이야. 함께 있다가는 난 돌이킬수 없는 짓을 해 버릴 거야." "저---저기, 그 문제입니다만, 한가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에......? 응, 별로 상관은 없는데......" "저기, 시키님께서는, 그게...... 저나 언니가, 싫으신 것이신지요......?" "------네?" 꼼지락꼼지락하고 조급하게 손가락을 모으고서, 히스이는 영문 모를 질문을 해 온다. 내가 히스이나 코하쿠상을 싫어하는가, 라고? 하늘과 땅이 뒤바뀌더라도, 그런 일은 없다. "......저기 말야. 내가 히스이나 코하쿠상을 싫어할 리가 없잖아. 난 코하쿠상에게 감사하고 있고, 히스이에게도, 그게...... 고마운데 하고, 언제나 생각하고 있으니까." "------하아." 어째서인지 한숨을 지으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히스이. "그러시다면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지금의 시키님께서는, 몸의 영향으로 감정의 제어가 불안정해져 계실 뿐이십니다. 평소에 생각하시는 것이 표출되고 있는 것 뿐이니, 그것은 어디까지나 시키님 자신의 의지이십니다. 그러니까, 시키님게서 저나 언니에게 호의를 가지고 계셔 주신다면, 그런 기분이 드신다 해서 이상하실 것은 없습니다." "아......아니, 그건 분명 그렇지만......! 그래도 그런 걸 가지고 두 사람이 탐난다고 생각하는건 이상하잖아, 역시!" "네에, 위험하군요. 하지만 시키님께서는 언제나 참아주셨었던 것이시지요? 그러시다면 나중에도 걱정하실 것은 없습니다. 시키님께서는 자신이 위험하다라고 말씀하고 계시지만, 시키님 자신은 그 이상으로 강하신 분이십니다. 지금까지도 견디고 계셨으니, 이제부터도 참아 내실 수 있으시겠지요? 거기에다, 그것이 시키님의 의지이신 것이시니, 이중인격이다 라는 것도 아닙니다." "아니...... 그건, 그런 논리가 되긴 하겠지만서도......" ......사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그렇지만, 그렇게 신뢰로 가득찬 미소를 보게 되면, 그야말로 죽더라도 견뎌 내지 않아선 안된다는 느낌이 들게 된다. "......알았어. 히스이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가까이에 있어 줘. 나도 가능한 한 자신을 억눌러 볼께." "에----아니요, 제가 말씀 드리고 싶었던 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 얼굴을 붉히고서 고개를 숙이는 히스이. "응......?" 영문을 모르겠다. 히스이는 말하기 곤란한 듯, 힐끔힐끔 하고 이쪽으로 시선을 향해 올 뿐이다. "히스이? 내가, 무슨 이상한 얘기라도 한 거야?" "........................" 히스이는 지그시 나를 바라보아 온다. "--------?" 뭔가, 굉장히 꺼림칙한 기분이 든다. 긴장으로 심장이 고동치고 있는 듯한, 무슨 나쁜 장난을 들키고서 야단맞기 직전과도 같은, 그런 어중간한 기분나쁨.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크----." ......아차. 어째서인지, 긴장하고 있었던 탓인가, 어지럼증이 일었다. "으......" 의식이 기우뚱 하고 흔들린다. ......잊고 있었지만, 난 이런 식으로 멀쩡하게 말하고 있을 수 있는 몸이, 아니었다. "아............ , 윽----." 두근, 하고 심장이 울릴 때마다 욕지기가 올라온다. 히스이---히스이에겐 미안하지만, 지금은 이대로 잠드는 편이, 조금은 편하겠는데----. "시키님, 괴로우신, 것이신지요." "에......아, 조금은, 괴로워. 하지만 아까보다는 나으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어." "......아니요. 이대로는 시키님께서는 몸이 쇠약해져서 죽어버리시고 맙니다. 언니도, 시키님께서는 오늘 밤을 넘기실 수 없으리라고, 말했습니다." "뭐----." 말을 듣고서, 오싹했다. ......그거야 생각해 두고 있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이 몸이 낫지 않았을 때. 날마다 심해져가는 이 몸의 결말이 죽음이라는 거라던가, 그런 상상은 몇 번이나 했다. 하지만, 그것을. 이렇게도 확실히 다른 사람에게서 들으니, 등줄기가 얼어붙을 정도로, 오한이 들었다. ".................."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런가, 하고 담담히 받아들이면 되는 건가. 웃기지마 하고 날뛰는 쪽이 더 나을까. ".................." 어느쪽도 불가능하다. 자신의 몸이 오늘밤에라도 그 활동을 정지한다, 라는 예상은 가는데도, 전혀 실감이 나질 않는다. 마치 모니터를 통해서, 모르는 환자의 인생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정도로, 다른 사람의 일인듯한 느낌이 든다. "......아키하님과 언니는, 시키님의 몸을 고치기 위해 외출중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때에 맞지 않을지 모릅니다. 아무리 시키님을 낫게 할 수 있더라도, 그때까지 시키님의 체력이 다해 버려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뭐, 그건, 그렇군." 아키하와 코하쿠상이 무엇을 하러 나가 있는지는 모른다. 내 몸을 고친다니, 이런 원인불명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이라도 찾고 있는 걸까. 그렇지만 뭐, 그런 노력도, 결국. 두 사람이 돌아오기 전에 내가 힘이 다해 버리면, 아무 의미도 없게 되겠지. "......그래도, 그런데 말씀입니다. 아키하님들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시키님께서 건강하게 있으실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 "......실례인 줄은 압니다만, 저기, 시키님께서만 허락해 주신다면, 그 방법을 행할 수 있습니다, 만." 주춤주춤, 망설이면서 히스이는 나의 얼굴빛을 엿보아 온다. 나를 오늘밤 만이라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라고 히스이는 말한다. 혹시 그것이 사실이라면, 내게 그것을 거부할 이유따위는 없다. "......허락이고 자시고도 없어. 조금이라도 살 수 있다고 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밖에 없잖아. 그런 건, 오히려 내가 부탁하고 싶을 정도야." "---네. 그러면 시키님, 잠시만 눈을 감아 주시겠습니까?" "눈을 감으라고? 뭐 상관 없지만...... 자, 이걸로 좋아?" "......됐습니다. 그대로, 아무쪼록 움직이지 말아 주십시오." 또각, 하는 발 소리. 접근해 오는 히스이의 기척과,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 그 후. 삐걱, 하며 침대가 삐걱거리고는, 입술에 무언가가 닿아 왔다. "-------." 부드러운, 감각. 사람의 체온을 느끼게 만드는 그것은, 틀림없이 히스이의 입술이었다. ----쿵, 하고 체온이 상승한다. 주저하는 느낌으로 겹쳐진, 히스이의 입술. 그 감각과, 히스이에게서부터 흘러들어 오는 숨결이, 마치 약과도 같이 온 몸에 펴져 돌아간다. "아-----." 두근, 두근. 단지 입술을 겹치고 있을 뿐인데도, 사고가 새하얘진다. 몸이 붕 뜬 것처럼 기분이 좋다. 아픔도, 피로도, 무엇이라도 사라져가는 듯한 부유감. "응...... , ......아." ......히스이의 숨결이, 흐른다. 그저 닿고 있었을 뿐인 입술이, 조금은, 강하게 서로 겹쳐졌다. "응-----히스, 이." ......나 자신도,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단지 너무나도 히스이의 호흡이 기분좋아서, 스스로도 히스이의 입술을 요구했다. "...... , 시키......니, 임......" 망설이는 듯이 약해지는 히스이의 감각. 그것이 싫어서, 내 위에 올라와 있던 히스이의 몸을 안아서 가까이로 끌었다. "응......아." 떨어지려 하는 히스이를 안아 끌며, 입술을 요구한다. "핫......응, 응......!" 숨을 쉴 수 없는 것인지, 히스이는 조금 저항했다. "------하, 아." 그래도 멈추지 않는다. 히스이가 내쉬는 숨. 입술. 타액. 그 모든 것이, 기분좋다. 눈을 감은 채, 히스이의 입에 혀를 들이민다. "응---응!" 지금까지와는 달리, 정말로 떨어지려 하는 히스이. 그것을 껴안아 누르며, 히스이의 혀를 요구했다. "아......응, 응......!" 아마, 눈을 뜨면 거기엔 히스이의 싫어하는 얼굴이 있을테지. 그런 것을 보아 버리면, 나는 금방 손을 놓아 버린다. 그러니까, 이대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채로, 그저 히스이의 혀를 요구했다. "응......아, 아......" 타액에 젖은 혀가 엉킨다. 자신의 혀가 누군가의 혀와 서로 닿고 있는 것 만으로도, 감각이 미칠것 같다. 맛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촉각 중에서도 가장 예민한 감각을 가진 혀가, 본래는 결코 닿을 일이 없는 다른 사람의 혀와 서로 녹아들고 있다는, 그 사실 만으로도 이성이 펑크를 일으킬 것만 같다. 거기다가, 그것이 히스이의 혀라던가 한다면 그야말로 한계파열이다. "아......응, 응......아......" 붉은 혀의 연결은 계속된다. 입술은 떨어져도, 히스이의 혀와 나의 혀는 아직 서로 녹아들고 있다. 그것은 비유가 아니라. 우리들의 혀는, 서로의 타액으로 인해서, 정말로 끈끈하게 서로 밀착하고 있다. ---그런 시간이, 얼마나 계속되었을까. 정신이 들자 나의 몸은 뜨겁게 끓어올라 있었고, 히스이는 옷매무새를 고치면서 침대 곁으로 돌아가 있었다. 두근. "아----앗." 두근, 두근. "하--아...... 하아...... 하아...... 하아......" 두근, 두근, 두근. "뜨겁다......몸이, 왠지...... 굉장히." 두근, 두근, 두근, 두근. ......히스이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인 채이다. 나에게는---잘, 방금전 행위의 정체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히스이...... 지금, 어째서---." 어째서, 나 같은 녀석에게 키스를 한 것인가. 왜, 키스를 했을 뿐인데, 약을 쓴 것 이상으로 몸이 건강해져 있는건가. 그 정체를, 전혀 알지 못하겠다. "......네. 그러니까, 지금 것이 시키님을 도울 방법인 것입니다." "날 돕는다니---그러니까, 어떻게." "어떻게라고 물어오시면 곤란합니다. 그저, 저와 언니는, 몸을 겹친 사람에게 힘을 나누어줄 수가 있답니다. ......그, 체액을 교환하면, 그 사람을 자신과 같은 것이라 인식하게 되어서, 자신의 힘을 나누어 주거나, 그 사람의 힘을 증폭 시킬 수가 있는 것입니다." "뭐---뭐야, 그게." "저와 언니는 태어나면서부터, 그와 같은 특별한 체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토노의 피와는 다른, 보통의 인간으로부터 생겨난 특이한 능력자. 마키히사님께서는『감응자』라고 부르셨습니다." ----아. 그 단어는, 분명히, 아버지의 수기에 있었던 듯 없었던 듯. "마키히사님께서는, 해마다 비중을 더해가는『토노에 의한 자신』을 제어하시기 위해서 저희들을 인수하셨던 것이십니다. 저희들은 힘을 나눠주는 일에 의해, 그 사람 본인의 힘을 강하게 하는 경향이 있었으니까요. ......마키히사님께서는, 토노에 의한 자신이 아닌 인간인 자신에게 언니를 감응 시키셔서, 간신히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지탱하고 계셨던 것이랍니다." "..............." 아니, 그런 건, 내게 말하지 않아도 되는데...... 즉 그, 체액의 교환이라 하면, 지금 것은---. "......잘은 모르겠지만, 히스이의 몸이라는 것은, 내게 있어서 약과도 같은 거라는......?" "네. 본래의 시키님이셨다면 아무 의미도 없겠습니다만, 지금의 시키님께서는 체력이 저하되어 계시니까요. 저 정도의 힘을 나누어 드리는 것 만으로도, 어떻게든 인간 수준의 생명력을 유지 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가. 그래서 이렇게 건강해진 거구나, 난." 꾹, 하고 양손을 쥐어본다. "......움직여. 응, 확실히 움직여......!" 아직 몸의 관절들은 굳어 있지만, 그래도 자신의 의사대로 몸을 움직일 수가 있다. 왠지 그런 당연한 일이, 지금은 엄청나게 기쁘다. "고, 고마워 히스이! 덕분에 원래대로의 체력이 돌아온 것 같아!" 만세ㅡ, 라고도 외칠 듯이 팔을 들어올린다. 그러나, 히스이는 아직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다. ......뒤집어 생각해 보니. 아무리 히스이의 숨이 기분 좋았다고 해도, 그렇게도 강제로, 싫어하는 히스이를 무시하고서 계속 키스를 해 버렸던 거다. "아......그러니까, 미안. 히스이의 호흡이, 굉장히 기분이 좋아서, 그만---." "아니요, 아까의 일은, 그것으로 되었습니다. ......그, 저만으로는 체액의 교환은 불가능했을 테니까요." 부끄러운 듯이 나를 바라보는 히스이. "그렇습니다만 시키님. 그게, 방금전의 것은 응급처치와도 같은 것이라, 그걸로는 금방 시키님께서는 원래대로 돌아가 버리시고 맙니다." "뭐---그, 그런 거야? 모처럼 원래대로 돌아왔는데, 또 아까처럼 된다는 건---." 그딴 건 거절이다. 이렇게 움직일 수 있게 되고서야, 겨우 이해했다. 아까까지의 자신, 요 근래 며칠간의 자신은 정말로 비정상이었다. 이렇게 움직일 수 있게 된 지금, 또 그렇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라는 상황으로 돌아간다니 소름이 끼친다. "......어쩌지. 난, 이젠 다시는 그런 건 사절이야. 그런 식으로 실이 끊긴 인형처럼 되고서, 또 두통이 닥치면, 그때야 말로---." 이 몸이 멈추기 전에, 마음이 먼저 망가져 버릴 거다. "시키님. 저도, 시키님께서 두번 다시 저런 몸이 되시는 것은 바라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 조금 더 깊게, 시키님의 몸을 나누어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망설이는 듯, 모아 쥔 손가락 끝을 떨면서, 히스이는 내게 똑바로 시선을 향해 왔다. ----두근, 하고 심장이 고동친다. 좀 더 깊게 나눈다, 라는 것은. 그러니까, 서로의 체액을 나눈다는 것이니까, 그건 즉----. "----그건, 그게-----." 히스이는 입을 다물고 있다. 이런 일은 역시 내 쪽이 입에 올리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즉, 히스이를 품는다는, 것?" 히스이는 말이 없는 채로, 끄덕, 하고 끄덕였다. "----------" 화악, 하고 얼굴이 빨개진다. 그거, 그건 기쁘지만, 그래도---. "---곤란해. 그건 곤란해. 그런 건 바라는 바이지만, 그건 곤란해. 그런, 나를 돕기 위해서 히스이가 몸을 내던진다, 라는 건, 잘못이야......!" 붕붕, 하고 손을 내저으며 히스이의 제안을 딱 잘라 거절한다. ".................." 히스이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왠지, 거절당해서 안심하고 있다는 것 보다는, 내가 하는 말에 상처를 입고 있는 듯한, 그런 연약함. "아니, 히스이가 싫다는 게 아니라......! 그래도 이상하잖아, 날 돕기 위해서 일진 몰라도, 그런 걸 위해서, 자기 몸을 내던지다니, 어떻게 된 거 아냐!" "......어떻게 되어 계시는 분은 시키님이십니다. 시키님께서 제가 싫으시다는 것은 이해했습니다. 그렇습니다만, 지금 저와 맺어지시지 않으면 시키님께서는 오늘 밤에라도 죽어 버리시게 됩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실 수가 있는 것이십니까." "아---아니, 그건." ......그렇다. 그래서 히스이도, 이런 얼토당토 않은 일을 제안해 와 주고 있는 것이다. ......이성의 몸에 접촉하는것 조차 꺼려하는 히스이가, 그러니까, 자신을 가져달라고 까지 말하는 것은, 오로지 나의 목숨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 같은 걸 위해서, 그런 말을 해 준다. 내가 좋다던가 싫다던가, 그런 것엔 관계없이, 자신을 안아도 좋다고 얘기하고 있다---. "크------." 그렇다면 그걸로 된 게 아닐까. 나도 죽고 싶지는 않아. 히스이의 몸을 갖는 것 만으로 살 수 있다면, 그것을 싫어하는게 이상해. "------윽." 히스이는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 손끝이 떨리는 것도 변함없다. 불안한 것은--- 나 같은 녀석보다, 히스이의 쪽이다. 그런데도 그것을 숨기고, 자연스럽게 행동해 주고 있다. 그렇게까지 배려받고 있는데도, 왜---. "히스이---- 넌, 그래도 좋은거야?" "......네. 시키님의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저는 그것으로 만족입니다." "---아냐! 그게 아니라, 그러니까---." 좋아하지도 않는 상대에게, 자신의 몸을 맡겨도 정말로 괜찮은 것인가. 난, 싫다. 히스이를 품고 싶다. 히스이가 사랑스럽다 생각하고, 히스이를 위한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과 이건 다른 문제이다. 난, 요악을 하자면. 히스이가, 나를 사랑하고 있는지 어떤지를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녀를 안는것을 꺼려하고 있을 뿐인 거다. "---괜찮겠어, 히스이. 이런 일로 내게 몸을 맡겨도, 후회하지 않을까." "......모르겠습니다. 그렇습니다만 한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 "네. 시키님께서 조금이라도 저를 좋아해 주시고 계신다면, 지금만은 그것을 최우선으로 해 주십시오. 지금만이라도 저를 사랑해 주신다면, 저는--- 아무것도, 후회같은 것은 하지 않을 테니까요." ......떨리는 손끝으로, 히스이는 그렇게 말했다. "-----윽." ......바보다. 지금만큼, 자신이 구제불능의 멍청이다라는 것을 통감해 본 적은, 없다. "---히스이. 나는." ......뭐가 히스이가 사랑하고 있어주지 않는다면 싫다, 냐. 그런 거, 정말로--- 내게는 말할 자격 따위, 없었다. "---와 줘. 지금은, 네가 필요해." ......히스이가 바짝 다가온다. 그 팔을 붙잡아, 자신의 곁으로 끌어당긴다. "---그래도 착각하지 말아 줘. 난 이런 몸이 아니었다고 해도, 히스이를 제일--- 언제나 원한다라고 생각했었어." 그대로. 히스이의 몸을 침대에 쓰러뜨리고, 그 몸에, 손가락을 뻗쳤다. 사락, 하는 소리를 내며 가슴의 리본을 푼다. "아......" 떨리는 듯한 히스이의 목소리. 못 들은 척, 등에 있는 에이프런의 띠도 끌러 버린다. "시키님, 저기......" 히스이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듯한 눈으로, 불안한 것처럼 나를 바라본다. "히스이는, 처음......?" "아......네, 면목이, 없습니다." 꺼져들어가는 목소리와, 새빨갛게 물든 뺨. 가늘게 떨리는 몸은, 자신의 두려움을 쫓아 보내듯이, 힘껏 시트를 쥐고 있다. "그렇습니다만 시키님, 그...... 일부러 에이프런을 벗기시지 않아도 좋지 않겠습니까." 옷을 벗고서, 맨살을 드러낸다, 라는 일에 저항을 느끼는 거겠지. 히스이는 무서워서 떨고 있는 토끼처럼 불안한 듯한 눈동자를 한다. ......그것이, 두근, 하고 이쪽의 심장에 불을 질렀다. ---------------------------------------------------------------------------------------- ♡한 장면 생략 히스이의 옷이 벗기기 힘든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과, 유명한「손가락 츄파」가 여기서 유래된 것이라는 정도만 알아 둡시다 (음음) ---------------------------------------------------------------------------------------- 귀를 기울이면, 색- 색- 하고 조용히 잠든 숨소리가 들려 온다. "......잠든 건가, 히스이." 히스이를 침대에 재우고는, 시트를 덮어준다. 힘이 다해 버린 히스이와는 대조적으로, 내 쪽은 아직 기운이 있다. ......아니, 몸은 완전히 지쳐 있지만, 히스이를 품기 전에 있었던 부자유스러움은 사라져 있다. 이걸로, 일단 오늘 밤은, 나는 정상적인 사람 수준의 몸으로 돌아왔다, 라는 거겠지. ......히스이는 침대에서 잠들어 있다. 나의 몸에 힘을 나누어 준 탓에, 히스이도 완전히 지쳐 버린 거겠지. "......아니면, 역시 너무 무리를 시킨 걸까, 내가." 북북 하고 코를 긁적거리면서, 조금 반성한다. ......히스이는 첫 경험이었는데, 아까는 정말로 좀 너무했다. "......그래도, 히스이가 너무 귀여우니까 어쩔 수 없잖아." 러고 변명을 해 봤자 그거야말로 소용없는 일. 히스이는 편안한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다. ......행동을 한다 하면, 지금뿐이다. "......미안. 잠시만 더 자고 있어 줘, 히스이." 히스이의 머리칼을 가볍게 잡아당기고는, 옷을 갈아입고 나서 방 밖으로 나왔다. ---그러고 보니 아키하도 코하쿠상도 없었지. 마침 좋은 기회야. 이 틈에 나에 대해서, 8년전의 사고에 관해서 확실히 조사해 주마. 아버지의 방에 들어간다. ......여기에라면, 나의 의문에 대답을 해 줄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책상 서랍......에는, 이젠 아무것도 없는 걸까." 잠겨져 있는 서랍에라면 아버지에게 있어서 개인적인 것이 아직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런 곳에 있는 것에, 중요한 기록을 한 것이 있으리라곤 생각되지 않는다. "......금고인가 뭔가가 있으면 좋을 텐데." 방 안을 뒤진다. "............있다." 금고인 듯한 물건이라면, 생각보다 간단하게 찾아냈다. 열쇠는 없고, 다이얼 번호도 모른다. 그래서 안경을 벗고, 금고에 보이는『선』을 베었다. "......응......" 안에는 낡은 일기장과, 편지지인 듯한 것들이 있을 뿐이었다. 일기장은 어린이용이며, 다른 하나는 누군가에게 보냈던 편지의 원문인 듯 하다. "......편지의 원문이라니, 어째서." 필적은 틀림없는 아버지의 것이다. 내용은 대단히 단편적이라서, 한번 보고는 무슨 얘기인지 알 수 없다. ---날짜는, 8년전의 어느 여름날부터 시작해서, 그 뒤로 조금씩 월일이 경과하고 있는 것 같다. "............" 의미를 모른다 해도, 일단 눈을 돌려 보기로 한다. ○월 ○일 아들인 시키가 토노의 피로 기울어짐. 시키, 마침 그 장소에 있었던 양자를 살해. (양자는 나나야의 대를 잇는 아들이다. 코하쿠, 히스이라는 감응자의 일족이 아닌 것이 불행중의 다행이었다.) 시키는 반전이 심하다. 따라서 처리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네. 토노 당주로서의 역할이라고는 하나, 자신의 아이를 죽이는 것은 괴롭다. 토노의 피는, 아키하보다 시키의 쪽이 더 진하다. 잠재적인 레벨로는 아키하에게서부터 더 오래 된 기원이 느껴지긴 하지만, 피의 진함은 시키가 상회하고 있어. 그렇기 때문에, 시키는 성인이 되기 전에 반전해 버린 것이겠지. 시키의 능력은『불사』와『공융』이다. (역자 주 : 공융 = 한 용매 (溶媒)속에서 다른 물질과 함께 용해 됨) 시키는 소생한 자기의 능력을 제어하지 못하고는, 그 결과로 가까이에 있었던 나나야의 양자를 살해하고서, 그 생명을 빼앗아 가졌네. 처음의 능력행사 치고는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겠지. ○월 ×일 시키, 양자, 함께 생명을 건지다. 시키는 나에게 죽임을 당하기 전에 양자를 살해해『생명력』을 빼앗아서, 그 남은 목숨으로 다시 살아난 듯 하네. 시키는 임시로 죽어 있었던 탓인지, 반전했던 이성을 다소간은 되돌려 주었다. 따라서, 위험하긴 하나 처리하는 것을 그만두고, 토노의 저택에서 일시적으로 격리하는 것으로 해 두고 싶다. 나나야의 양자 쪽은, 목숨을 건졌다 해도 길게는 버티지 못하겠지. 만약에 회복된다 하더라도, 시키에게 생명을 빼앗기고 있는 몸. 언제 급사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몸이다. 양자는 살아 있는 한 시키와 의식이 동조되어 버릴 가능성이 있네. 시키와 생명을 공유하기 때문의 부작용이겠지. 그러나, 그렇게 되어 버리면 언젠가 양자는 쇠약해져 죽게 된다. 문제는 없어. ○월 ○일 사회적인 처리가 남는다. 시키는 나나야의 양자를 살해하고 말았다. 사실은 은폐했지만, 시키는 겉으로 드러낼 수 있을만한 상태가 아니네. 아직 나에게서 입은 상처도 낫지 않았고 겉모습도 변모해 버려 있다. 도저히 토노 시키로서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있는 상태...... 인간으로서 표현할 수 있는 생명이 아니야. 나나야의 양자는 아직 살아 있다. 그게 살아있는 틈에, 아직 이용하기로 했네. 반대의견이 있다면 답당을 부탁하네. 보충 설명. 나나야의 혈연은, 어떤 종류로는 살인귀를 배출하는 일족이다. 혹시 저 양자가 살아 남아버린 경우, 목숨을 공유하기 때문에 연결되어 있는 시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겠지. 모처럼 이성을 되찾은 시키가, 나나야의 양자에게 이끌려서『살인귀』가 되어버릴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네. 그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양자는 눈이 닿는 범위 내에서 기르지 않아서 안 돼. 그러나 토노의 저택에 접근시키는 것도 허용할 수 없어. 관리에 적절한 친척을 골라 줬으면 하네. ○월 ×일 ......토노의 피에 눈을 뜨고 만 시키. 한번 임시로 죽는 체험을 했던 탓인지, 지금은 이전과 같은 이성이 돌아와 주었다. 허나, 언제 무슨 일을 계기로 반전해 버릴지 알 수 없네. 본의는 아니네만, 시키도 토노의 저택에 가까이 할 수는 없어. 시키의 관리는 신용할 수 있는 사용인에게 일임하겠네. ○월 ×일 그 아이의 이성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라는 보고는 아직 오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집에 맡기고 나서, 이미 1년이 지났네. 마음이 불편하다. 저런 생활을 내 아이에게 겪게 하는 것은 괴롭다. 어서, 한시라도 빨리 시키가 회복되어 준다면 금방 저택으로 다시 불러들이겠네만. "-------뭐야, 이거." 양자. 10년전에 양자가 있었다는 일은, 알고 있다. 그런 먼 옛날의 일, 난 전혀 기억하고 있지 않지만, 분명 양자가 있었다는 것 만은 알고 있다. ......그 녀석을, 내가 죽였다? 8년 전, 그 정원에서? "......의식이 연결된다......" 편지에는, 나와 그녀석의 의식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라고 쓰여져 있다. 보통이라면 웃어 넘길 부류의 이야기. 그렇지만, 지금의 자신에겐 너무나도 확실히 이 몸에 기억이 있다. "-----아냐." 아니, 그렇지 않아. 이것은, 그런 게 아니야. "-----큭." ......알고 있다. 이미, 사실은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눈치 채고 있는 주제에, 난 그것을 생각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아직 부정하고 싶어하고 있다. 양자는. 죽임을 당한 것은. 대체 어느 쪽인가 하는 것 따위, 벌써 확실히 이해하고 있을 터인데, 난 그 사실을 보고서도 보지 않은 척 하길 원하고 있다----. "크윽--- 무슨, 꼴사나운." 자기를 저주하는 중얼거림을 흘리며, 편지를 팽개쳤다. "......다음은 이쪽인가." 금고에 담겨졌던 일기. 아무래도 어린아이의 것인 듯, 토노 마키히사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팔락, 하고 페이지를 넘긴다. 거기에 있는 것은, 단지 4 글자의 가다까나 뿐이었다. タスケテ (역자 주 : 도와줘요) , 하고. 새하얀 페이지에, 작게, 새겨져 있다. "............에?" 페이지를 넘긴다. 도와줘요. 넘긴다. 도와줘요. 넘긴다. 도와줘요. 넘긴다. "무슨-----." 그것은, 읽는 자의 발 밑을 무너뜨려, 깊은 어둠으로 떨어뜨리리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을 만큼의, 저주였다. 도와줘요 도와줘요 도와줘요 도와줘요 도와줘요 도와줘요 도와줘요 도와줘요 도와줘요 도와줘요 도와 줘요 도와줘요도와줘요 도와줘요 도와줘요도와 줘요도와줘요도와줘요도와줘요도와줘요도와줘요도 와줘요도와줘요도와줘요도와줘요도와줘요도와줘요 도와줘요도와줘요도와줘요도와줘요도와줘요도와줘 요도와줘요도와줘요도와줘요도와줘요도와줘요도와 줘요도와줘요도와줘요도와줘요도와줘요도와줘요도 와줘요도와줘요도와줘요도와줘요도와줘요도와줘요 도와줘요도와줘요도와줘요도와줘요도와줘요도와줘 요도와줘요도와줘요도와줘--------. "-----." 구역질이 났다. 지금까지 여러가지 악몽을 꾸어 왔지만, 이건, 그것들을 웃돈다. 도와줘요, 라는 문자. 이 일기를 쓴 사람은, 다른 단어를 몰랐던 게 아니야. 이 글자만. 이 녀석은, 이런 감정밖에 떠올릴 수가 없었던 것 뿐이다. 나열된 문자들 중에는, 갈겨 쓴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한글자한글자, 토해 낼 듯한 감정이 담겨서 반복된 단어. 이 녀석은 이렇게 이 네 글자를 쓰는 것 밖에, 도망칠 장소가 없었다. 그것 이외엔 저주를 토로하는 방식을, 이 녀석은 알지 못했던 것이다. "......윽." 페이지는 아직 반 이상 남아있다. 내게는. 이 이상, 이것과 마주하고 있을 기력은, 없다. "----." 가능한 한 눈을 돌리고서 페이지를 넘겨 간다. 팔락팔락하고 넘겨져 간 최후의 페이지에서, 손이 멈추었다. "......보통의 문장......?" 최후의 페이지에 있는 것은, 짧은 문장이었다. 새하얀 페이지에, 은색 연필로 쓰여진 글자. 그러니까 인형이 되어 버리면 돼 제 몸은, 조금씩 박동을 멈추어 갔습니다 혈관은 하나씩 튜브가 되고 혈액은 연기처럼 사라져 가서 심장이건 무엇이건, 모양뿐인 세공이 된다 봐, 그러니까 이젠, 아프다던가 하지 않아 "------." ......일기장을 덮고는, 금고에 되돌린다. 토노 마키히사가 뭘 어쩔 셈으로 이것을 금고에 간직해 두었는지는 모른다. 다만, 이것은. 이 일기를 쓴 아이의 원념이 두려워서, 금고에 봉인했던 것이 틀림없었다. ......해는 이미 져 있었다. 어두워진 마당. 눈 앞에는 어두운, 베일과도 같은 숲이 펼쳐져 있다. 언젠가, 이 저택에 오기 전에 꾸었던, 먼 옛날의 꿈을 회상한다. "............어디." 특별히 거기에 가면 뭐가 있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자신의 마음에 구분을 두고 싶어서, 검은 베일 속으로 들어갔다. 정원에는 아무것도 엎다. 8년 전, 여기에서 죽임을 당한 누군가의 사체가 있을 리도 없고, 8년 전, 여기에서 죽임을 당한 누군가의 핏자욱이 남아 있을 일도 없다. "............" 그러나, 그것을 단 한순간 환시(幻視)했다. 여름의 더운 날. 나는 분명히, 여기에서 피에 물든 자신의 몸을, 다른 사람인 것처럼 관찰하고 있었던 것이다. "......흥. 여기서 누군가에게 죽었다는 건 틀림 없다는 건가." 그것이, 죽은 것이 자신인지 그 녀석인지, 그것만은 나도 모른다. 어느 쪽이 양자이고, 어느 쪽이 시키라는 괴물인 것인지. "......적당히 생각하자면, 내가 여기서 그 녀석을 죽였다는 얘기가 될까." "아닙니다. 여기서 죽음을 당하신 것은 시키님, 당신의 쪽이셨던 것입니다." "----!?" 돌아본다. 그러자, 거기에는, 어느 틈엔가 히스이가 바로 곁에까지 와 있었다. "히스이. 벌써 눈을 뜬 거야? ......그러니까, 괜찮아, 너무 무리하지 않아도. 아직 지쳐 있지 않아......?" "시키님이시야말로, 너무 무리하지 말아 주십시오. 아무리 체력을 보충하셨다 하더라도, 잃어버려 가고 계시는 양 쪽이 압도적으로 많으니까요." 히스이는 그대로, 내 눈 앞까지 다가온다. "아......" ......두근, 하고 심장에 생기가 든다. 히스이가 근처에 있어주는 것 만으로, 정말 몸에 활력이 샘솟아 준다. "굉장하군, 몸이 따끈따끈해졌어. ......응, 히스이의 따뜻함이 전해져 와. 하지만 히스이. 지금 한 말이 대체 무슨 뜻이지. 여기서 죽음을 당한 건 내 쪽이라고 말했지만, 히스이는 여기서 무엇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는거야?" "---네. 저는 시키님께서 살해당하시는 것을 보고 있었습니다. 당신께선 여기서, 시키에게 죽임을 당하셨던 것입니다. ......육체나 혼 뿐만 아니라, 정말로, 무엇이든 모조리 죽어버리셨습니다." 히스이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다. 그것은 공포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나를 죽인 상대를 향한 분노로 떨고 있는 듯 했다. "......잠깐 기다려줘 히스이. 여기에서 죽은 것은 나나야라는 집안의 양자잖아. 그렇다면, 죽은 건 그 녀석 쪽이 아닐까." "아니요. 죽임을 당하신 것은 당신의 쪽이신 것입니다, 시키님." 딱 잘라서 히스이는 대답한다. ----아아, 과연. 그러면 역시---- "그런가. 양자인 것은, 내 쪽이었었나." "......네. 시키님께서는 나나야라는 가문의 상속자이셨습니다. 마키히사님께서는, 나나야의 집안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으신 당신을 양자로 거두셨던 것입니다. ......당신의 성함이 시키(志貴)---토노 마키히사의 아들인 토노 시키의 이름과 같다, 라는 우연을 재미있게 여기셨기에." "같은----이름?" "네. 그러니 시키님께서 혼란스러우신 것도 당연합니다. 거기다가 시키님께서는 저희들과는 달리, 진짜 가족으로서 토노 가(家)에 받아들여지셨던 것이니까요." "-------."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런 거, 특별히 이제와서 쇼크받고 자시고도 없다. 난 처음부터 아버지와는 마음이 맞지 않았었고, 이 저택에도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런--- 그런---- 그런, 것이---- 모두 다 거짓이었다고 해도, 나는---. "......면목 없습니다. 시키님을 슬프게 해 드릴만한 것만, 말씀 드려서." "아니, 괜찮아. 별로 슬프다던가 어떻다던가 하진 않아." ----말을 하고서, 거짓말이군, 이라 생각했다. 이것이 어떤 감정에 의한 것인지는 모른다. 다만, 가슴에 뻥 뚫린 틈새가 있는 것 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상한데. 토노의 인간은 모두 이상한 힘을 가지고 있잖아? 그 녀석......시키가 흡혈귀라면, 난 어떻게 되는 거지. 나도 그 녀석 만큼 비정상이진 않지만, 이상한 눈을 가지고 있어. "......저도 자세하게는 모릅니다. 단지 아키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시키님께서는 저나 언니처럼, 토노와 같은『혼혈』과 적대하는 가문 출신이시라는 듯 합니다. ......저희들에게 있는 것은 체액을 교환한 상대와 감응하는 능력 뿐입니다만, 나나야라는 혈족에게는『마를 퇴치한다』고 하는, 공격적인 능력이 있는 것이겠지요." ......과연. 확실히 나의 눈은, 히스이처럼 누군가를 살리기 위한 힘이 아니라, 누군가를 죽이기 위한 힘이다. "......그런가. 하지만, 그렇다면 어째서 아버지는 날 양자로 받아들인 걸까. 자신들의 적을 양자로 삼다니, 얘기가 이상하잖아." "......시키님께서는 나나야라는 퇴마의 가문 중에서도 특수한 혈족의 상속자이십니다. 아자가미(淺神), 후죠(巫淨), 료기(兩儀), 나나야(七夜). (역자 주 : 게임에 사용된 한자중엔 약자가 많아서 글자 모양이 다를 수 있음) 이 네개의 가문은『혼혈』인 자들과는 천적으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마키히사님께서는, 그 중의 한명을 토노가에 받아들여서 무언가의 억제력으로서 사용하시기 위해, 시키님을 거두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어째서 그런 서로 적대하고 있는 무리끼리가 말야, 양자로 주거나 양자로 삼거나 하는 건가 해서." "그것은......나나야 가(家)중에서 시키님만이 살아 남으셨다라고, 들었습니다." ".........아아, 그런 거로군." 10년 전. 산골에 숨어 사는 듯 지냈었던 오래된 일본풍의 저택. 검은 숲에 둘러싸인, 그야말로 역사의 흐름이 놔 두고 갔던 듯한 시골 세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생각나는 거라곤 유리와도 같은 푸른 달과. 검은 숲의 광장에서 수많은 인간을 조각내고 있는, 토노 마키히사와 많이 닮은 사나이의 그림자 뿐이다. "------, 하아." 이제 와서. 그런 끝나버린 일 따윈, 아무래도 좋겠지. "......그러니까. 내가 여기에서 시키라는 녀석에게 죽었던 건 알았어. 하지만, 어떻게 이 내가 살아서 토노 시키라는 입장이 되어 있는거야. 난, 거기에 관한 걸 잘 모르겠어." "......네. 분명히 시키님께서는 시키에게 가슴을 관통당하셔서 빈사 상태에 빠지셨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뒤, 시키님께서는 기적적으로 생명을 건지셨던 것이십니다. 시키님께서는 살아나시고, 마키히사님께 처리당했던 시키도 목숨을 건졌습니다. 아무도 죽지 않았던 것이라, 일은 그것으로 끝날 터였습니다. 하지만 시키는 더 이상 사람들 앞에 내놓을 수 있을만한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런가, 그래서 토노 시키의 대역이 필요했었다는 얘기인가. 토노 마키히사는 한 기업의 보스였었으니 말이야. 그 아들이 돌연히 사라졌다, 래서야 주위에 변명할 말이 없었겠지." "......네. 마키히사님꼐서는 사고로 죽은 것은 나나야라는 양자인 것으로 처리하시고, 시키님을 토노 시키로서 다루셨습니다. ......어디까지나, 토노 가(家)의 체면을 지키시기 위해서만. "......흐응. 과연, 그 아버지가 할 만한 짓이야." 아아, 이걸로 모든게 맞아 떨어진다. 아무리 토노 시키다 라고 해 둬도, 난 토노 가(家)의 인간이 아니야. 토노의 뒤를 상속하는 자는 피를 잇고 있는 아키하 이외엔, 이젠 없어. 그러니까 아버지는 나를 아리마네 집에 맡기고서, 장남이 건재하긴 하지만 몸이 약하기 때문에 상속자로는 삼지 않는다, 라는 입장을 만들어 낸 거야. "시키님--- 저는." "......됐어. 지금까지 잠자코 있어서 죄송합니다, 라고는 말하지 말아줘. 이렇게 말해 준 것 만으로도 충분해. 히스이도 나와 비슷한 처지인 거잖아?" "아니요, 저는 시키님이나 언니에 비하면 아무런 고통도 맛보지 않았습니다......! 마키히사님께서 돌아가신 뒤에도, 아키하님께서 저희들의 입장을 옹호해 주고 계신답니다. 그래서, 저만이 그저 편안하게,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지금까지 살아오고 말았던 것입니다......!" "잠깐 기다려 히스이. 아키하는-- 그러니까, 내가 진짜 오빠가 아니라는걸 알고 있는거야......?" "......네. 시키님께서 아리마 가(家)에 맡겨지시고서, 마키히사님께 들으셨던 모양이십니다. 그렇습니다만, 아키하님께 있어선 오빠는 시키님 뿐이십니다. ......마키히사님께서는 매일처럼 시키님의 일은 잊어라, 라고 아키하님께 분부하셨습니다. 하지만, 단 한번도 아키하님께서 끄덕이셨던 적은 없습니다. 아무리 엄하게 꾸중을 들으셔도, 아키하님께서는 시키님만을 기다리고 계셨던 것입니다. ......진실을 알게 되면 시키님게서는 토노의 집에서 떠나 버리신다. 그러니 시키님께는 진실은 결코 말하지 않아 주었으면 좋겠다, 라고 아키하님께서는 저희들에게 머리를 숙이셨습니다. 저도 언니도, 아키하님께는 몇번이나 도움을 받았습니다. 언니는 마키히사님께 딸린 사용인이라, 마키히사님의 방에서 나오는 일은 허락받지 못했었습니다. 그것이 싫어서, 언니를 자유롭게 해 주신 분은 아키하님이십니다. 그러니까--- 아키하님께서 그것을 바라신다면, 저도 언니도 이 거짓말을 관철시키고 싶었습니다. 아키하님과 마찬가지로, 저희들도, 시키님께서 돌아오시는 것을 바라고 있었으니까요." "............히스이." "그러니 시키님, 부디 아키하님을 원망하지 말아 주십시오. 아키하님께서는 누구보다도 시키님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계십니다." "......아아, 그건 알고 있어. 난 아키하를 원망하거나 하지 않아. 원망을 받는다면, 그건 이쪽이야. 히스이나 아키하가 고민하고 있었는데도, 난 혼자서만 맘편히 자랐으니까." "............" 그러니까, 아키하에게는 감사하고 있다. 그 애는 나같은 타인을 저택으로 다시 불러들일 필요같은건 없었는데, 그런데도 나를 오빠라고 불러 주었다. ......그러니, 나도 관철시키자. 아키하가 토노 시키를 오빠라고 말해 준다면, 나도, 나나야 시키라던가 하는 이름은 모른다. 난 이대로, 그 애의 오빠로서, 계속 토노 시키인채로 있지 않으면----. "으----윽!" "시키님!?" 히스이가 달려온다. 불안한 듯한 얼굴로 나의 몸을 받치는 히스이의 손을 놓고서, 하아, 하고 깊게 숨을 내쉬었다. "......미치겠네. 모처럼 히스이에게 도움을 받았는데, 지금도 두통이 닥쳐 와." "---시키님. 당신의 체력이 쇠약해지시는 것은, 8년전의 사건이 원인인 것입니다. 그 때, 시키님의 생명을 빼앗은 시키는, 당신의 생명을 사용해서 살아남아 있습니다. 그러니---시키님께서는 이렇게 쇠약해져 버리시고, 시키라는 인간과, 의식마저도 혼동되어 버리시는 것이십니다." "......그렇구만. 즉, 이런 얘기인가. 나의 몸은 그 녀석을---시키라는 살인귀를 어떻게 하지 않는 한, 두번다시 원래대로 돌아오진 않는다는." "......네. 시키는 시키님을 증오하고 있다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조금씩 시키님의 체력을 빼앗아 가며, 마음에조차 침범해서, 시키님을 괴롭히며 즐기고 있는 것입니다." 히스이의 목소리에, 또 분노한 기색이 섞인다. "내가 밉다, 인가. ......모르겠는데. 나를 죽인것은 그 녀석 쪽이잖아. 내가 시키를 증오한다면 이해가 가겠지만, 시키가 나를 증오한다는 건 엉뚱해." "아니요. 시키에게 있어서, 시키님게서는 자신을 죽인 상대인 것입니다. 시키님께서는, 토노 시키라는 인간을 지워버리셨던 것이니까요." "......? 내가 시키를 지웠다고......?" "네. 시키님께서는 분명 시키에게 죽임을 당하셨습니다. 그렇지만 그 뒤에 생명을 건지셔서, 시키 대신에 토노 시키로 취급받으셨던 것입니다. ......그 뒤, 어딘가에 유폐되어 있던 시키에게 있어서, 시키님의 존재는 위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토노 시키라는 자신은 확실히 살아 있는데도, 현실에 토노 시키라는 인물은 존재해 버리고 있다. 시키는, 살아 있으면서도『토노 시키』라는 존재 모두를 시키님께 빼앗겨서, 어디의 누구도 아닌, 존재하지 않는 자가 되고 만 것입니다." "......그런가. 나라는 가짜에게 입장을 빼앗긴 진짜라는 얘기인가. 과연---." 시키가, 나를 죽이고서 되돌아오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다. "그렇습니다만 그것도 여기까지입니다. 시키님의 몸은 제가 지키겠습니다. 시키가 무엇을 하더라도, 이젠 두번다시 시키에게 당신을 죽게 하지는 않습니다. ......살인귀로서 거리를 배회하고 있는 시키도, 머지않아 받아야 할 처벌을 받을 것입니다. 그러니 그때까지, 시키님께서는 방에서 쉬도록 해 주십시오." ".................." 방에서 쉰다......? 아냐, 그래서야 이쪽이 버티지 못해. 히스이는 모른다. 그 녀석과의 동조는 날마다 심해져 간다. 그러니까. 그 녀석이 진짜로 미쳐 버리면, 나도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하. 뭐라 해도 자신의 몸을 상처 입혀서까지, 내게 복수해 오는 녀석이니까 말이야." ......복수? 아니, 그건, 달라. ......나에게 죽었다는 시키. ......이 나를 가짜라고 하는 시키. ......날 죽이러 간다고 반복하는 시키. ......나만 없었다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거라 하는 시키. ......장난으로, 토노 마키히사처럼 기분 내키는 대로 거리의 사람들을 죽여가는 시키. 다음은, 그래. ---먼 옛날에 죽어 버린, 나나야 시키라는 어린 아이. 무의식중에, 부득, 하고 이를 갈았다. "까불지마---- 원망하는 소릴 하고 싶은 건 이쪽이란 말이다, 시키." 욱신. 가슴의 흉터가 아프다. 이 상처의 아픔을 멈출 방법은, 단 하나 뿐이겠지. "시키님, 어디로......?" "당연하잖아. 그 녀석이 온다고 하고 있어. 그런 거, 일부러 기다리고 있을 수 없잖아." 그 녀석의 소굴은 알고 있다. 이딴 시시한 인연은, 이쪽이 가서 결판을 내 주마. "그만 둬 주십시오 시키님......! 시키님의 몸으로 밖에 나가시다니, 너무 위험합니다!" "히스이. 미안하지만, 내 방에 나이프가 있어. 가져다 주지 않을래." "---거절하겠습니다. 시키님을 가시게 할 수는 없습니다." "......하아. 별수 없구만, 그럼 스스로 가지러 가겠어. 히스이는 집을 봐 줘." "시키님......!" 히스이에게 등을 돌리고 걷는다. "시키님! 그런 짓을 하셨다간 정말로 화낼 테니까요, 저......!" 그만 두게 하려고 따라오는 히스이에게 마음속으로 사과하면서, 저택으로 돌아갔다. ------정문을 나선다. 주머니 속엔 나나야(七夜)라 새겨진 나이프. 히스이의 덕택에 체력은 아직 버틸 듯 하다. 단지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 내 곁에 딱 달라붙은 히스이 이겠지. "......히스이. 부탁이니 저택으로 돌아가 주지 않겠어." "......거절하겠습니다. 시키님께서 저의 바램을 들어 주시지 않으시니, 저도 시키님의 말씀은 듣지 않겠습니다." 홱, 하고 얼굴을 돌리며 히스이는 토라진다. "저기 말야. 난 히스이가 방해된다고 얘기하는 게 아냐. ......그게, 지금부터 가는 곳은 굉장히 위험하니까, 히스이는 저택에 남아 줬으면 좋겠어. "말씀드리겠습니다만, 지금의 시키님께서는 제게서 떨어지시면 금방 쓰러져 버리시고 맙니다. 정말로 시키님께서 가셔야겠다고 말씀하신다면, 저도 데리고 가시지 않으셔서는 시키님께서 곤란해지십니다." "에--- 히스이의 힘이란게, 원래 그런 거야? 우리들 그렇게나, 그......서로 몸을 겹쳤었으니까, 한동안은 건강한게 아닐까, 난?" "......아닙니다. 그것은 친밀한 자로서, 시키님과 계약을 하기 위한 의식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저나 언니는 피나 체액을 나눈 사람의 곁에 있지 않으면 힘을 나누어 줄 수가 없습니다." "----그건." 곤란하다. 그게 사실이라면, 히스이가 옆에 있어주지 않고서는 난 학교에 도착할 수조차도 없다. "그래도 시키님께서 남아라, 라고 분부하신다면 남겠습니다만. 아무쪼록, 제가 어떤 행동을 취하면 되겠는지는 시키님께서 결정해 주시기를." 히스이는 찌릿, 하고 정면에서부터 나를 노려본다. "......으." ......대답은,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히스이의 도움이 없이는 학교에 갈 수 없다면, 난 그녀를 데리고 갈 수 밖에 없는 거니까. ......며칠인가 만에 방문한 학교는, 등골이 서늘해질만큼 고요했다. 사람의 기척, 생명의 파동이라 할 만한 것들이 일절 느껴지지 않는 공간. 낮 동안엔 수백명이라는 학생들의 생활의 터전이 되고 있는 그것은, 달빛의 아래에서는 마치 방치된 폐허처럼 보였다. "시키님, 정말 여기에 온게 옳은 것일까요......?" "------." 히스이의 물음에 대답할 말이 없다. 나도, 단지 꿈 속에서 그 녀석이 학교에 있는 상황을 보았던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가자, 히스이." 말하고는, 교문을 지나친다. "----윽." "시키님, 이곳은---." 나의 발이 멈춘것과 같이, 히스이도 딱 하고 움직임을 멈추었다. ----삐걱, 하는 소리. 밤의 교사. 정문을 거쳐 안에 들어오고서부터, 뭔가 공기가 달라져 있다. ----삐걱, 삐걱. ......공기가 삐걱거리고 있다. 긴장된 대기엔, 빨아들이는 것 만으로도 폐에 상처를 입힐 듯 가시가 돋쳐있다. ----삐걱, 삐걱, 삐걱. "......이 감각, 은---." 꿈 속에서 몇번이고 맛보았던 혐오감. 공기가 얼어붙는 살기. 적의. 증오. 교사 안에서. 그 꿈속의 사건처럼 보이는, 사투가 행해지고 있는 듯한, 살벌한 어둠. "시키......누군가와, 싸우고 있는, 걸까." ......모르겠다. 그 인간을 벗어난 괴물과 대등하게 싸울 녀석따위, 있을 리가 없다. "언, 니---?" 불쑥 하고. 구역질을 억누르는 듯한 표정으로, 히스이는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언니 ---코하쿠상. 아침부터 없었던 아키하. 코하쿠상과 같이 나가서, 오늘은 돌아오지 않는다. ......어젯 밤. 방에 틀어박힌 나에게, 앞으로 조금만 더 견뎌 달라고 말했던 아키하. "뭐......설마, 아키하----!?" 다리가 움직인다.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그저 교사의 안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교사에 들어선다. 안의 공기는, 바깥 이상으로 긴장되어 있었다. "시키님---." "....................." 히스이의 중얼거림에는 대답하지 않고, 단지 주위에 신경을 쓴다. ----복도는. ----굉장히. ----조용하다. ".........!" 키이이이이이잉, 하는 소리가 울린다. 고막을 떨게 만드는 불쾌한 소리. 찌잉 하고 창 유리에 공명(共鳴)하고 있다. ---소리는, 위 층에서부터 울려온 듯 하다. "시키님, 방금 것은---." "......어쨌건 간에 내게서 떨어지지마. 간다, 히스이." 히스이의 손을 잡고, 계단으로 달려갔다. ---히스이의 손을 잡고서, 층계를 올라간다. "............윽." 꽉, 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를 악물어 버린다. 그 날. 열로 정신이 혼미해져서 방을 나오니, 아키하와 코하쿠상이 얘기하고 있었던 일을 기억해 낸다. 아키하는 시키를--- 오빠를 죽인다, 라고 말했었다. 그것은 내가 아니라, 시키를 얘기한 것이었다는 걸 지금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니, 지금 싸우고 있는 두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아키하와 시키이겠지. 키이이잉, 하고, 다시 공명하는 소리가 울려온다. 소리는 더욱 위--- 4층 부근에서부터일까. "저 바보......!" 3층의 층계참을 뛰어 올라간다. 제길--- 무슨 터무니없는 짓을 하는 거지, 아키하는. 시키에 관해서는 지금까지 꿈을 통해 체험해 온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그 녀석의 운동능력은 인간에 비할 바가 아니다. 토노 가(家)의 인간이 얼마나『인간에서 벗어나』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키하는 이길 수 없다. 아키하로는, 스스로 시키에게 농락당하러 가는거나 마찬가지이다. "............윽!" 한걸음이라도 빨리 층계를 달려 오른다. ---아키하. 나는 아키하를 신용하지 못하고 쫓아 보냈다. 오빠다운 일이라곤 아무것도 해 오지 않았는데, 그래도 날 오빠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지금, 혼자만으로 시키라는 살인귀와 싸우고 있다. "제기---랄!" ......뭔가, 대단히 절망적인 예감만이 든다. 아키하--- 아키하에게는, 결코 승산 따위는, 없다. 시키는 아키하를 죽일 것인가? ......모르겠다. 꿈 속에서 그만큼이나 아키하에게 집착하고 있었던 그 녀석이 아키하를 해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반면. 녀석에게 있어서,『무언가에 집착하는 것』이란, 우리들처럼『그것을 손에 넣는다』라는 것과는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놈은, 미쳐 있다. 그런 사나이의 관념은 미치지 않은 내겐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니, 미친 사람의 사상같은 건, 미친 자라도 도달할 수 없는 유일한 세게이다. 미친 본인에게조차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에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단지 고립되어 떠오를 수 밖에 없는 유물론. "아키, 하---." ---살아있어. 아키하는, 아직 절대로 살아있어. 시키따위에게 죽임을 당할 리가 없어. 그래도, 시키에게 죽는것은 나였을 터이다. 아키하가--- 아키하가 내 대신 죽는다던가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돼. 그렇게 되면, 나는---. 키이이이이잉. 4층에 닿은 것과 동시에, 또 예의 공명이 들려왔다. 소리는 대단히 가깝다. 층계에서 복도로 나온 바로 앞에서부터 들려오고 있다. "아키하----!!" 최악의 광경을 머리에서부터 떨쳐내고는, 복도로 달려 나왔다. ----에? 순간, 할 말을 잃고서, 멍하니 그 자리에 멈춰섰다. "-------." 내 등 뒤쪽에서, 히스이가 숨을 삼키는 기척이 난다. "아-----아키, 하." 나도, 그런 단어밖에, 머리속에 떠오르지 않는다. 달빛 아래의 복도. 들이쉬는 것 만으로도 폐를 갈라 찢어놓을듯 얼어붙은 공기 속. 몇 미터나 떨어진 복도의 앞에, 아키하는 서 있었다. 피와도 같이, 붉다. ---처음엔 그것이, 아키하의 선혈로 보였다. 그러나 다르다. 붉은 것은, 아키하의 길고 긴 머리칼 만이다. "------" 아직, 상황을 제대로 판단할 수가 없다. 복도의 전방에는, 제대로 바닥에 발을 붙이고 서서, 붉은 머리칼을 나부끼고 있는 아키하와---. 바닥에 한 무릎을 꿇고, 쿨럭쿨럭 피를 토하고 있는, 그 녀석의 모습이 있었다. 아키하를 앞에 두고서 무릎꿇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그 녀석--- 시키이다. 아키하는 시키를 여유롭게 내려다보고 있다. ......아키하의 등 뒤에는, 가까이 있는 듯한 코하쿠상의 모습도 있었다. 하아하아 하고, 당장이라도 죽어버리기나 할 만큼 약해져있는 시키와, 호흡 한 가닥 흐트러져 있지 않은 아키하. ---상황은. 믿기 어렵게도, 압도적으로 아키하의 쪽이 우세했다. "으윽.........!" 시키가 뛰어오른다. 육안으로는 포착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검은 그림자가 아키하의 어깨에 달려들어 물어뜯으려 한다. 키이이이잉, 하는 공명. 아키하가 시키를 노려본다. 동시에 시키의 몸은 바닥에 되돌려지듯 튕겨 날아가고, 저 공명에 반응이라도 하는 것처럼, 그 몸이 연기를 내며 사라져 간다. "히익--- 으아아아아악!" 복도에 울려 퍼지는, 시키의 비명. 모락모락, 하고 연기를 내며 증발해 가는 시키의 신체. 키모노 아래의 녀석의 신체는, 그 대부분이 뼈를 노출시켜서, 마치 미이라와도 같았다. 그래도 살아 있는 것인가, 일그러진 모양이 된 체구인 채로 시키는 아키하를 바라보고 있다. 공포로 탁해진, 부들부들 떨리는 눈동자로. 반면, 아키하의 옷에는 해진 자리도 한 군데 없다. ......이렇게 떨어져 있어도 알 수 있다. 아키하의 주위는 열에 의해 신기루처럼 일그러져 있는 것이, 이 교사를 감싼 공기 이상으로,『다른 세계』였다. "하아, 크, 우아아아아.........!" 증발해가는 자신의 몸을 쥐어뜯는 시키. 그것을 조금의 방심도 없이, 냉정하게 관찰하고 있는 아키하. -----두 사람의 힘은. 근본적으로,『질』이 다르다. "굉장해.........아키하님, 대단......하세요." 등 뒤에서 막연하게 중얼거리는 히스이. 거기에는 이쪽도 같은 의견이다. ......어떻게 된 거지. 우세하다고 해도, 저건 도가 지나쳐. 이래서야, 너무 압도적이지 않은가----. "여기까지예요, 시키," "아키, 하." 시키는 숨을 몰아쉬며, 간신히 친동생의 이름을 입에 올린다. 아키하는--- 시키를 노려본 채, 꼼짝도 하지 않는다. "어째서--- 왜 내게 이런 꼴을 당하게 만드는 거니. 난 네 오빠잖아." ".................." 꾹, 하고. 아키하 주위의 일그러짐이 더해 간다. "사랑하고 있어, 아키하. 난, 너만을 사랑하고 있다고. 그것을 위해서 저 지하실에서 살아 남아, 저 가짜를 죽여서라도 원래의 남매로 돌아가려 했던 건데...... 그런데도, 그런데도 왜 날 방해하는 거지, 아키하!" "......방해를 하고 있는게 아니야. 이것은 토노의 혈족으로서 당연한 행동입니다. 길을 벗어난 동족을 처리하는 것은 토노의 당주가 할 일이니까요." "토노의 당주는 나야! 그 녀석만 없었더라면, 내가 계속 시키인 채로 있었을 거다. 주욱, 네 오빠인 채로 있을 수 있었던 거야. 눈을 뜨렴 아키하. 넌 저 가짜에게 속고 있을 뿐이란 말이야!" 바짝, 하고 다시 아키하 주위의 일그러짐이 커져 간다. 아키하는 아주 잠깐동안만 눈을 감은 뒤, 결별하는 것처럼, 시키를 노려보았다. "---전 속고 있는게 아니예요! 저의 오라버니는, 당신 따위가 아니니까......!" 키이이잉, 하고 울리는 소리. "히익......!" 얼굴을 감싸는 시키. ......그렇지만, 그런 것엔 의미가 없다. 아키하의 힘이 어떤 것인가, 난 알지 못한다. 단지, 저것은--- 아키하의 시야 내에 들어와 있는 것, 아키하가 보고 있는 것이라면, 그 물체에게서부터 열을 빼앗는 듯한, 그런 피할 수 없는『약탈』이다. 키이이이잉, 하는 소리. 그래서, 다음 순간에는. 시키의 얼굴은, 한 순간에 얼어붙어 기화한다. 할, 터였다. "시키상?" 그것은, 우리들을 눈치챈 코하쿠상의 목소리였다. "---에?" 놀라며 우리들을 향해 돌아서는 아키하. ......그, 사이. 단 한 순간. 그러나, 절대적일 만큼의, 틈. 그것을, 그 녀석이 놓칠 리가 없었다. 1, 아키하의 이름을 외친다. 2, 코하쿠의 이름을 외친다. "시키상?" 그것은, 우리들을 눈치챈 코하쿠상의 목소리였다. "---에?" 놀라며 우리들을 향해 돌아서는 아키하. ......그, 사이. 단 한 순간. 그러나, 절대적일 만큼의, 틈. 그것을, 그 녀석이 놓칠 리가 없었다. 1, 아키하의 이름을 외친다. <- 선택 2, 코하쿠의 이름을 외친다. "히----!" 울음 소리도 웃는 소리도 아닌 목소리를 내며, 시키가 뛰어오른다. 그야말로 불꽃의 속도로 도약하는, 검은 그림자. "윽---!" 아키하와 코하쿠상이 뒤돌아선다. 그러나, 이미 절망적일 정도로까지 늦었다. 검은 그림자는 아키하에게는 가지 않는다. 시키는, 아키하가 아닌, 그 옆에 있는 코하쿠상을 향해 뛰었던 것이다. ---저 녀석은 알고 있다. 지금의 내가 이렇게 움직일 수 있는것이 히스이의 힘에 의한 것인 것처럼. 아키하의 압도적인 힘이, 코하쿠상의 도움에 의한 것이라는 일을. "코하쿠.........!" 아키하의 제지하는 목소리도 때에 맞지 않는다. "히--- 이이이이이이!" 시키는 소리를 지르며, 창과도 같은 팔을, 코하쿠상의 얼굴을 향해서 내찌른다. 푸욱, 하고 살을 꿰뚫는 소리가, 확실히 났다. "------."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철철 하고 기분좋은 소리를 내며 흘러 떨어지는 붉은 피. 코하쿠상의 뺨을 적시는, 아키하의, 붉은, 혈액. "......아키하, 아가씨......?" "아----윽." 쿨럭, 하고. 뭔가를 말하려다, 아키하는 입에서부터 피를 토했다. 아마도. 혈관의 대부분을 잃었기 때문에, 피의 흐름이, 역류해 버리고 있는 것인가. "--------."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머릿속이 새하얗다. 그것은. 아키하의 가슴을 꿰뚫은 시키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으." 푸욱, 하고 팔을 빼는 시키. "우우우?" 풀썩, 하고. 코하쿠상에게로 쓰러지는, 아키하의 몸.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피로 물든 자신의 팔을 휘둘러 대는 시키. 그 때마다, 철썩, 철썩, 하고 주묵을 흩뿌리는 것처럼, 아키하의 피가 바닥이나 천장에 튀어 간다. (역자 주 : 주묵 = 朱墨 = 붉은 빛깔의 먹) "아아아아아, 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 붕붕 하고 팔을 휘두르는 시키. "아아아, 아키, 아키하, 아키하가, 아키하?" 딱, 하고 시키의 움직임이 멈춘다. 시키는 피에 물든 아키하의 몸을 응시한 다음, 새빨갛게 젖은 자신의 팔을 보고서--- 무슨 무서운 것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처럼 달려갔다. 쾅쾅, 하고 계단을 달려 올라가는 소리. 시키는 옥상으로 도망쳤다. -----그런 건.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아키하.........아키하----!" 아무 생각도 없이, 아키하에게로 달려갔다. 코하쿠상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는게, 정말로 호박색의 눈동자가 보석이라도 되어버린 듯, 의사라는 것이 없는 상태이다. (역자 주 : 호박 = 琥珀 = 코하쿠) ----나는. 피에 물든, 아키하의 곁에 무릎을 꿇었다. 아키하는 아주 편안한 눈을 한 채, 힘 없이, 바닥에 쓰러져 있다. "아키하......!" 정신차려, 라던가는--- 도저히, 얘기할 수 없다. 안경을--- 안경을 쓰고 있어도, 보이고, 있다. "아키하--- 아키하!" 그런 말밖에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다. 아키하는---- 편안한 눈동자를 지은 채로, 살짝 나를 보았다. "......오, 라버니 ......어째서, 이런, 곳 ......에." 쿨럭, 하고. 아키하의 입에서부터, 붉은 피가 샌다. "윽------!" ......보이고 있다. 아키하의 몸에 있는 죽음의 선이, 이젠 어쩔 도리가 없을 만큼의 속도로, 그녀의 온 몸을 온통 칠해 가고 있다. 이건, 즉사다. 그래도 아직까지 살아 있을 수 있는 것은, 아키하가 토노라는 특이한 피를 가진 일족이기 때문이겠지. "큭--- 빌어먹을, 어째서......!" 그래도--- 누구보다도 죽음을 이해하고 있다 해도, 그런 건, 인정하고 싶지 않다. "움직이지 마......! 당장, 당장 치료해 줄 테니까......!" 웃옷을 벗어서, 아키하의 가슴에 댄다. 그대로 어떻게 해서든 아키하의 가슴에 난 상처를 막으려 묶었다. 피는, 웃옷을 눈 깜짝할 사이에 물들여 간다. 효과 같은건 조금도 있을 리 없다. 그래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듯, 상처를 눌렀다. ---누르는 일 밖에, 할 수 없었다. "저기......대답해 주세요." 불쑥 하고. 필사적으로 상처를 누르는 내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아키하는 말했다. "오라버니, 왜 여기, 계세요? 신경 쓰여서, 안심할 수 없어. 저, 모르는 일이 있으면, 화 잘 내게 된다는 거, 아시, 잖아요?" "-------윽." 아아, 그러고 보니 그랬었지, 하고 수긍했다. 상처는 계속 피를 흘린다. 웃옷은 훨씬 전에 피에 물들어서, 지혈 조차도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제기랄--- 이 싸구려. 왜 금방 피에 젖어 버리는 거야. 열받는다.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하는 웃옷에게도,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하는 자신에게도, 진짜로, 정말로, 이런 상처자리 하나 막지 못하다니, 왜, 난---. "......바보. 어째서라니, 여긴 우리 학교라고. 이런 한밤중에라도 말야, 뭔가의 실수로 오는 일 정도는 있을지도 모르잖아." 눈물을 글썽이며. 단지, 자신이 할 수 있는 말로, 대답했다. "아, 그렇구나---- 나, 답지 않아. 그, 런 일, 전혀, 고려하지도 않았다, 니." 만족한 듯, 아키하는 말했다. 아키하는 고통스런 기색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체온이 사라져 간다. 새하얀 얼음이, 햇빛 앞에 소리도 없이 녹아 가는 것처럼. 아키하는 자신의 몸에 관해 이해하지 못한 것인가, 아니면 이미 이해했기 때문에 그러는 건가--- 마치 아침 식사때의 아무렇지도 않은 회화 처럼, 보잘것 없는 듯이, 이야기를 한다. "저기요. 아까의 얘기, 듣고 계셨던 거예요." "---아아, 미안하지만, 들렸어." "그렇, 구나. 알아, 버리신, 거구나. ......가장, 알리고, 알리고 싶지 않, 않은 상대가, 듣게 만들다니, 바보 같아." "말하지 마......! 됐으니까, 됐으니까 가만히 있어. 부탁해............ 부탁할, 테니까." 웃옷의 팔 부분을 끈으로 해서 꾸욱 하고 아키하의 몸에 붙들어 맨다. 헛수고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정말로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도저히, 제 정신으로 있을 수가 없었다. "---죄송해요. 저, 계속 오라버니를 속여 왔어. 계속, 계속 여러가지 일에 관해, 잠자코, 있었어요." "......괜찮아. 그런 건, 이젠 아무래도 좋아. 그러니---." "오라버니는--- 당신은, 저의 오빠가, 아니세요. 저, 지독한, 여, 자, 였지요. 계속, 계속 곁에 있어, 있어 주었으면 해서, 그런, 시시한 거짓말을, 해, 왔어요." 그러니까 이건 천벌인 거예요 떨려서 잘 움직이지 않는 입술로. 아키하는, 그 말 만을, 확실히 발음했다. 피는, 멎지 않는다. 난. 이대로, 미쳐 버리는 건가 하고, 생각했다. "......알고 있었어. 그런 건 알고 있었던 거야. 그러니,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아키하의 손을 잡고서, 그렇게 말했다. 간신히, 크게 숨을 토하면서. 뭐야아, 하고 아키하는 이상한 듯 웃었다. "......오라버니, 알고 계셨구나 ......그럼, 참을 필요 따위, 없는, 거였어." -----정말로. 나, 바보 같아. 아키하의 입술이 그렇게 움직인다. 말로 하면 되는데. 목소리로 내면 되는데. 아키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 "......아키하?" 대답은 없다. 지금, 자신이 안고 있는 것은 호흡을 하지 않는다. "야." 대답은 없다. 지금, 자신이 안고 있는 것은 토노 아키하였던 것. "뭔가, 말좀 해 봐." 대답따윈, 영원히, 없다. 지금 자신이 안고 있는 것은, 편안하게 눈을 감아 버린 상태다----. "아키하-----!!!" 흔들흔들하고 아키하의 몸을 흔든다. 그래 봤자--- 무슨 일이 있는것도 아니란 걸, 누구보다도, 이해하고 있는데도. "......시키님, 부디---." 히스이의 손이, 아키하를 흔드는 나의 손에 겹쳐진다. "-----아." 정신이 들자, 아키하의 몸은 지저분하게 되어 버려 있었다. 내가--- 바보 같이, 더럽혀, 버렸다. "----." 조용히, 아키하의 몸을 바닥에 되돌린다. ----교사 안은, 굉장히 고요하다. 나도 히스이도, 말 없이, 그저 정지하고 만 상태다. 단지--- 코하쿠상만이, 그 동력을 되찾았다. "시키님께서는 어디로 향하신 걸까요?" ----시, 키. 그 말에, 의식이, 각성했다. "언니, 지금은 그런 일---." "아니--- 코하쿠상의 말 대로야." 일어선다. 다행이다--- 나이프를 가져와서, 정말로, 다행이다. "그...... 그만 둬 주세요 시키님......! 그런, 그런 위험한 일을 하시지 않아도, 어차피 저 상처라면 시키는 길게 버티지 못할테니까......!" "......아냐. 아키하는 시키를--- 저 살인귀를 이 이상 방치해 둘 수 없어서, 여기까지 했던 거야. 아키하를 위해서라도, 저 녀석을 내버려 둘 수는 없어." 말하고는, 히스이를 밀어냈다. 거짓말이야. 지금은 그런 대의명분보다도-----. "저 녀석과는, 여기서 결판을 내 주지." ----미워서. 그냥 단순히, 저 자식을 죽이고 싶어서 견딜수가 없어. "따라 오지 마. 둘은 여기에 있으면서, 아키하를 깨끗하게 만들어 줘." 코하쿠상은 끄덕 하고 승낙한다. 불안하게 나를 바라보는 히스이에게 등을 돌리고, 홀로, 층계를 달려 올라갔다. 옥상. 달을 하늘에. 거친 숨결의 야수가, 콘크리트의 대지에 웅크리고 있다. "-----시키." 안경을 벗는다. 그것으로, 놈의『선』을 직시했다. "헉--- 헉--- 헉---!" 웅크리고서, 시키는 자신의 팔을 잘게 물어뜯고 있다. 거기에는-- 이미 이성의 반짝임은 없다. 아까의 그걸로 결국 미친 것인가. "............윽." 열받는다. 나는--- 아키하를 위해서, 제정신을 잃는 것 조차, 불가능한데. 월광의 아래. 지금까지 몇번이나 알고 있었는데도, 처음으로 만난 적을 향해, 한발짝 다가섰다. "시키--- 아키하는 죽었어." "아-----." 시키는 번뜩, 하고 충혈된 눈을 돌려 온다. 얼굴의 반이 없어져도, 녀석은 죽지 않는다. 토노라고 하는 혈족의 능력--- 시키의 그것은『불사』라는 듯 하다. 즉 다른 생명보다 죽기 어렵고, 살기 쉽다는 얘기이겠지. "핫." 웃기는군. 그런 거, 나의 앞에선 무의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추하다고, 너." "시끄...... 러워." 훅, 하고 숨을 들이키고서, 시키는 일어섰다. "시끄, 러워. 시끄러, 워. 시끄러워." 망가진 인형처럼, 마음이 부서진 채로 외친다. "시끄러워, 시끄러워, 시끄러워, 시끄러워, 시끄 러워, 시끄러워, 시끄러워 시, 끄러워 시끄러, 워 시 끄러워 시끄, 러워 시끄러워 시끄러워, 시끄러워 시끄 러워 시끄러워, 시끄러워 시끄러워 시끄러워 시끄러워 시끄러워 시끄러워 시끄러워 시끄러워 시끄러워-----!!!" "....................." "넌, 시끄러워." 후욱ㅡ 후욱ㅡ 하고 숨을 쉬면서, 시키는 외친다. "언제나, 언제나 시끄럽단 말이야, 넌! 뭐야, 무슨 원한이 있는거야, 왜 언제나 날 방해하는 거야 넌!" 비틀비틀하고 불안한 발걸음으로 날뛰는 시키. 나는--- "너--- 무슨." ---영문을, 모르겠다. "시끄럽다고, 넌! 알겠냐, 날 홀로 놔둬, 날 들여다 보지 마, 내 꿈을 멋대로 쓰지 마............!! 네가, 네가, 네가 언제나 날 지배하니까, 난 불안해서 참을수가 없잖냐!" 시키는 머리를 쥐어 뜯는다. "뭐----."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나는 지금까지 꿈을 꾸면 시키의 행동을 트레이스 해 왔다. 그러나, 그것을. 정작 본인, 트레이스 당하고 있는 시키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나, 라는 것을. "......나가라고. 내 안에서 나가. 내 집에서 나가, 내 이름에서 나가! 방해된단 말이야, 방해된다고요, 방해 된다니깐, 내가!!!!" 시키는, 어린아이처럼 날뛰고 있다. ".........칫. 그딴 건 피차일반 아냐." 나이프를 움켜쥔다. 원래부터 이녀석을 이해한다던가 라고는 생각하고 있자 않았다. 난--- 네 녀석과, 서로 죽이러 온 거니까. "좋아, 한번 서로 죽여보자 이거야! 날 방해물 취급하는 놈은 전부 적이다! 한 놈, 한 놈도 남기지 않고 죽여 주지! 너도, 너도, 아키하도, 코하쿠도! 나를 죽을때까지 지하실에다 처박아 둔다고 지껄였던 아버지처럼, 갈기갈기 찢어 죽여 버리겠어......!" 미친 사람처럼 고함을 치는 시키. 그 모습은 정말로 추하다. "핫, 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리고는. 시키는, 바로 정면에서부터 내게 습격해 왔다. 아키하와의 싸움으로 인해, 시키는 멀쩡한 몸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일은 쉬웠다. 달려오는--- 시키 본인은 그럴 생각이었던 듯한, 걷는 것 보다도 느리게 다가온 시키의 팔을 피하고서, 정수리에서부터 복부까지, 그『선』을 절단했다. "컥." 턱, 하고. 힘을 잃은 시키가 이쪽의 몸에 기대 온다. "봐, 간단해. 네 몸의 선은 너무나도 확실히 드러나 있어." 마치 커다란 쇠기둥이 머리에서부터 찔려 있는 듯 했던 시키의 죽음의 형상. "그러니까 말야. 추하다는 건, 그걸 얘기한 거다." "핫......... 하하, 하." 시키는 웃을 뿐이다. 거기에, 지성이라 할 만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하, 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웃으며 죽어 간다. 내게 걸려 있던 팔이, 주륵 하고 내려간다. 시키는 죽는다. 그 전에, 번뜩 하고 나를 보고서, 이상한 듯 고개를 기울였다. "------너, 누구야?" "......에?" "넌, 누구냐고." "뭐, 뭘 이제와서. 난 네가 계속 목적으로 삼아왔던 토노 시키야." "아아, 그렇군. 네가 시키였던 거냐." 주륵, 하고 지면에 쓰러지는 시키. "뭐야---- 들었던 겉모습과, 전혀 다르잖, 아." 시키는 쓰러져서, 그대로 풍화되어 갔다. -------끝났다. 이걸로, 끝났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을 괴롭히는 두통이 사라졌다던가, 이것으로 사람 수준의 몸으로 돌아왔다던가, 그런 건 기쁘니 어쩌니 할 것도 없다. 잃어버린 것이, 너무나도 커서, 아무것도. ----그러나, 무엇이 끝난 것인가. "-----어째서." 어질, 하고 현기가 난다. 시키의 마지막 말이, 어지러움이 되어 망막에서부터 벗겨지질 않는다. 분명히 뭔가가 끝났다. 그래도 무엇이 끝난 것인가, 도대체 무엇을 끝내려 했던 것인지를, 난 알지 못한다. "--------." 달을 올려다본다. 막연한 암흑에 마음이 사로잡힌 채. 그저 멍하니, 히스이가 올 때까지의 사이동안, 월광의 아래에서 멈춰 서 있었다. 한낮의 달 an epilogue 그리고 나서의 일주일 동안은, 꿈처럼 흘러갔다. 시키의 사체와 함께, 아키하의 유체도 이윽고 풍화되어 버렸다. 사건의 일은 외부에 새지 않고, 토노가의 친척들에 의해 은밀히 처리 되었다. 나 자신은 저택에 남아, 아키하 대신 토노가의 후계자가 되었다. 일단 형식만인 것인 듯 하지만, 그리 간단하게 대신할 사람을 결정할 수도 없는 모양이다. 시키가 죽은 것에 의해 몸의 쇠약함도 사라져서, 토노 시키는 원래대로의 생활로 돌아왔다. 그 뒤로는, 지금까지와 조금밖에 달라지지 않았다. 아키하는 없는, 행복한 학교생활. 히스이나 코하쿠상과 함게 보내는, 아무런 부자유도 없는 저택에서의 일상. 토노 시키--- 내가 저택에 돌아오고서부터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은, 이것으로 끝난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내게는 아직 하지 않아선 안될 일이 남아 있었다. 생각하면, 사소한 엇갈림이 있었다. 그것은 의문이라 생각하지 않으면 의문이라 생각되지 않을만큼 작은, 눈에 보이지 않는 어긋남에 지나지 않았다. 그날 밤. 죽기 직전, 시키가 그런 말을 남기지 않았더라면. ......미묘하게 어린 시절의 기억과 어긋나는, 코하쿠상과 히스이의 회화. 마키히사에게 거꾸로 원한을 품게 된 시키. 아버지는 금방이라도 시키를 저택으로 돌아오게 하고 싶었을 터인데, 자신은 일생동안 지하실에 갇혀있게 되었다며 원망하고 있었던 시키. 나를 복수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주제에, 결국 한번도 스스로 내 앞에는 나타나지 않았고, 게다가 나의 겉모습을 알지 못했던 시키. 다음은, 맞아. 딱 한번 꿈 속에서 보았던, 시키에게 능욕당하고 있었던 인형과도 같은 소녀. 그건, 아마도----. 맑게 갠 휴일의 정오가 좀 지났을 무렵. 히스이에겐 물건을 사러 가 달라고 했다. 조금 무리하게 시켰으니, 저녁때까진 돌아오지 않겠지. 저택에는 자신과 그녀밖에 없다. 그녀의 방 안에 단둘이서 얘기하고 싶다, 라는 메모를 남겨두었다. 곧, 약속한 시간이다. 슬슬 그 장소로 가지 않아선 안 돼. 만나기로 한 장소에 가니, 그녀는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좋은 날씨네요, 시키상." 아아, 하고 끄덕인다. 그녀는 생긋 웃어온다. "눈치 채 버리신 거로군요, 시키상." 아아, 하고 끄덕인다. 그녀는 역시 웃는 얼굴을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언제나...... 어떤 때에라도 무너지지 않았던 그 미소. 생각하면 언제나 무표정이었던 히스이는, 실은 그 감정을 잘 변화시키는 소녀였다. 히스이는 외견이 마음이 없는 인형 같았을 뿐, 마음까지는 인형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소녀는 어떨까. 언제나, 언제나 웃고 있었던 코하쿠. 무슨 일이 있더라도 웃음을 잃지 않는, 인형과도 같이 마음이 굳어버린 인간. 아키하가 죽어버렸을 때 조차도, 그 미소가 무너지지 않았던, 가면과도 같은 웃는 얼굴. ----그것은. "......코하쿠상. 시키를 미치게 만든건 당신인 거지?" "네." "아키하에게 피를 주고 있었던 것도, 아키하를 인간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였지." "네." "시키에게 틀린 정보를 주어서, 내가 아닌 무관계한 사람들을 습격하게 만든 것도." "네." "어린 시절 멀리서부터 우리들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도, 히스이가 아닌 당신 이었어, 코하쿠." "네." "그 때, 아키하의 주의를 산만하게 만든 것도!" "네." "내게, 시키의 뒷처리를 재촉한 것도!" "네." "......전부, 전부 네 의도대로였다는 거냐고, 코하쿠......!" 그녀는 웃는 얼굴인 채로 끄덕인다. "그래요. 그것들은 모두, 제가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는데 하고 생각했던 일이예요, 시키상." 그래도 미소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싹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껴서, 자신도 모르게, 한발 뒤로 물러났다. "어째서--- 무엇을 위해, 그런 짓을." "어머. 이상하네요, 시키상도 이미 알고 계시면서. 일부러 이런 일을 할 이유따위, 하나 아니면 둘 정도밖에 없지 않나요." "......복수, 인가." "응, 아마 그거예요. 복수를 위해서, 저는 토노의 사람들을 죽게 했던 겁니다." "복수라니......나처럼, 자신의 양친이 토노 마키히사에게 살해당했기 때문인가." "설마요. 저도 히스이쨩도 원래부터 고아인 걸요. 양친의 얼굴 같은건 몰라요." "그럼 왜!" "글쎄요. 제게도, 이미 그 때의 감정은 이해가 가지 않아요. 다만 이유만이라면 압니다." "이유라니, 어떤." "그렇군요, 예를 들자면 제가 마키히사님에게 능욕당했었던 일일까요. 저와 히스이쨩은, 원래부터 그걸 위해서 인수되었던 아이들이었다는 듯 해요. 인간을 이탈해 가는 마키히사님을 인간으로 머무르게 하기 위해, 감응자로서의 저희들이 필요했던 거겠지요. 시키상도 히스이쨩과 하셨잖아요? 힘을 나누어 주기 위해서는, 성교가 제일 효과적인 거라니까요." "------윽." 그건---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래서는, 즉---. "마키히사님은 궁지에 몰려 있었으니까요. 제 나이 따위, 그야말로 신경쓰고 있을 여유가 없었던 거겠지요. 제가 먼저 선택되었던 이유는 간단해요. 저, 원래부터 말이 없고 얌전했었으니까, 활발한 히스이쨩보다는 날뛰지 않으리라 판단된 것이겠지요." 그래도. 미소는, 흐트러지지 않는다. "마키히사님은 별반 나쁜 사람, 이라는 것은 아니었어요. 단지 때때로, 토노의 피의 영향에 의해 흉폭해져 버릴 뿐이었지요. 그러니까 그런 때를 위해서, 저를 방에다 준비해 두고는, 저를 상대로 그 분풀이를 해 왔던 거예요. 그것은 일반적인 상식에서는, 성적인 학대라고 말하는 것 같네요. 그렇지만 저, 제대로 기억하고 있지는 않아요. 마키히사님이 저를 찾는 건 매일의 일과와도 같은 것이었으니까, 일일이 그런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면 펑크가 나 버리잖아요. 앗, 하지만 처음에 습격당했을 때의 일은 잘 기억하고 있다구요. 그 날은 제 여덟번째 생일이었던 거예요. 마키히사님이 선물을 준다고 얘기하길래, 저는 말이 없으면서도 두근두근해서, 마키히사님의 방에 따라갔던 거니까요." 즐거운 듯, 언제나대로, 그녀는 웃었다. "마키히사님의 행위는 날마다 심해져 갔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저는 아직 어린아이였기 때문에, 감응자로서는 반 사람 몫밖에 해 내지 못했었거든요. 그래서 어떻게든, 나머지 반의 분량으로서 히스이쨩에게도 협력을 받지 않아선 안 됐었어요. 그렇지만, 저는 언니였으니까요, 히스이쨩을 울게 해서는 안된다고, 어쩐지 모르게 생각했던 겁니다. 그래서, 마키히사님이 요구하는일은 전부 다 받아들였어요. 저 혼자서도 해낼 수 있으니까, 히스이쨩에게는 손을 대지 말아 달라고, 딱 한번 부탁했었지요. 마키히사님도 뒤가 켕기는 부분이 있었는지, 제 청을 들어주었어요. 분명, 비밀을 알고 있는 것은 적은 쪽이 좋다고 생각했던 거겠지요. 그렇게 해서 저와 마키히사님의 관계는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고, 저는 마키히사 님의 방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 무렵의 저는, 조금은 세상사를 생각하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해서 도망칠까, 히스이쨩을 데리고서 어떻게 하면 도망칠까, 언제나 생각하고 있었지요. 하지만 어디로 도망칠 것인지도 알지 못해서, 계속 마키히사님에게 자신의 몸을 내밀며, 조금씩 무너져 갔던 거예요. 그러는 동안 생각하는 것도 귀찮게 되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면 상처입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난 인형이다. 인형은 아파하지 않아. 인형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 그렇게 믿으며, 마키히사님과의 일을 지나쳐 보내게 되었던 거예요. 그러니까 말이죠, 신기하게도 이전보다 그다니 고통스럽지 않았던 것입니다. 마키히사님이 토하는 숨결도 기분나쁘지 않게 되었고, 마키히사님의 팔도 단지 따뜻할 뿐인 살이 되었고, 목을 졸리거나 배를 걷어채여도, 어쩐지 다른 사람의 일인 것처럼 생각되어서, 매일이 조금은 편하게 되었습니다. 시키상. 저, 히스이쨩만은 깨끗한 채로 있어 주었으면 했어요. 그것을 위해서라면, 어떤 능욕이라도 견뎌내지 않으면 하고 결정했었지요. 하지만, 어려웠어요. 마키히사님의 능욕이, 라는 게 아니라구요. 저에게는 시키상의 쪽이 의미를 알 수 없어서, 더 무서웠어요." "내......가?" "네. 제게 있어서, 같은 저택 안에 있으면서도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는 시키상들의 모습은 다른 세계처럼 보였었지요. 저는 마키히사님의 눈을 피해서, 몰래 시키상들의 상태를 관찰하고 있었어요. 그것이, 제게도 이해가 가지 않았던 거예요. 어째서 그런 의미없는 일을 하는 걸까 하고. 다른 세계인 거니까, 어떻게 하더라도 시키상들과는 관계할 수 없는데도 이상하잖아요. 특별히 시키상이 부러웠던 것도 아니고, 토노의 아이들이 밉다는 것도 아니면서. 저는 정체 모를 기분을 품은 채, 계속 시키상들을 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기분이, 저를 인간으로 되돌려 버릴 것만 같아서, 무서웠어요. 그렇게 2년이 지나고, 시키상은 시키님에게 죽임을 당하셨습니다. 시키상은 기억하고 계시지 않겠지만, 시키님은 아키하님을 죽이려 했던 거예요. 거기에 돌연히, 시키상이 와서 아키하님을 감싸셨어요. 시키상은 아키하님과는 타인인데도, 시키상은 토노의 인간들에게 무엇이고 전부 다 빼앗겼는데도, 아키하님을 감싸고서 죽어 버리셨어요. 저, 그 때는 가슴이 아파서, 기쁜 듯 시키상의 유체에 매달려 계시는 아키하님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지요. 아, 혹시 그 때부터 정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지요. 아키하님께는, 그 때의 시키상과 똑같이 죽는 방식이 어울리겠지 하고요." "뭣----!" "아직이예요, 시키상. 이유를 알고 싶으시다면, 아직 조금만 더 얌전히 계셔 주세요." ".........윽." 코하쿠에게 다가서려 했던 발이 멈춘다. "며칠 후엔가, 시키상께서는 저택으로 돌아 오시고, 그대로 아리마 가(家)에 맡겨지시기로 되었습니다. 그건 정말로 비밀스러운 애기여서, 저는 마키히사님이 흘린 말을 듣고, 시키상이 없어진다는 걸 알았지요. 아키하님이나 히스이쨩에게는 가르쳐 줄 시간도 없었어요. 결국, 계속 보아 왔던 그 아이와 한번도 얘기하는 일 없이 헤어지는구나--- 그렇게 생각한 순간, 이상하게도 다리가 움직여 주어서, 저는 몇년인가 만에 복도를 달려나와, 시키상을 붙잡고는, 그렇지만 할 말 같은 걸 찾지 못해서, 할 수 없이 유일하게 자신의 것이었던 리본을 넘겨 드렸었어요. 그 뒤에 말이죠, 토노 가(家)의 친척들이, 시키님을 처단한다, 라는 걸 결정했습니다. 마키히사님은 자신의 아들을 죽이는 것을 주저해서, 비밀리에 지하실에다 유폐시켰던 거예요. 시키님은 얼마 후에 원래의 인간으로 돌아올 테니까, 그때까지 제가 돌봐 줬으면 좋겠다, 라고 분부를 받아서 말이죠." "..............." 아아, 역시--- 그렇게 된 일인가. 그러니까 그 꿈은 현실이었던 것이다. 내가 히스이나 코하쿠상을 능욕하고 있다라는 욕망을 가지고 있었던 게 아니야. 그것은, 현실에서. 시키가, 그녀를----. "마키히사님에게서부터 자유로워질 시간을 받고서, 그러지 말았어야 했을 것을 저는 기뻐했었지요. 그렇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시키님은, 부친인 마키히사님과 같이, 저를 감정의 배출구로밖에 사용하지 않으셨어요. 분명, 그것으로 최후의 감정이 끊어져 버린 거였다고 생각해요. 저, 필사적으로 생각했어요. 어떻게 하면 이 현황을 타파할 수 있을까 하고. 그랬더니 말이예요, 답은 간단하게 나와버렸던 거예요. 요약하자면 토노의 일족이 모두 사라벼리면 되겠다는. 마키히사님 뿐만 아니라, 시키님도 고통스러운 일 밖에 시키지 않는다면, 이젠 그렇게 할 수밖에 없잖아요? 거기에 생각이 닿았던 때, 저, 몇년만에 웃었어요. 정말로, 어째서 그런 간단한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걸까 해서, 스스로도 자신에게 기가 막힐만큼 이상했었어요. 그 때부터, 저는 겨우 스스로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제가 움직여도 될 만한 이유를 찾는 것이었던 거라구요. 인형은 스스로는 움직이지 않아요. 제대로 실이라던가 태엽이 달려 있지 않으면, 인간처럼 행동할 수 없지요. 그래서, 그 이유를 발견하고 난 뒤부터는 정말로 간단했어요. 시키님이 마키히사님을 거부하게 만들어서, 서로간의 불신감을 부채질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시키님이 피를 마셔보고 싶다라고 얘기하길래 저의 피를 마시게 해 주고, 시키님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당시대로의 시키님을 용인해 준 것 뿐이예요. 시키님이 침울해져 있을 때엔, 특별히 약을 조합해 드렸어요. 아, 그거라면 시키상에게도 내놓았던 약이라구요. 자아, 저택의 뒷마당에 나팔꽃이 피어 있지요? 저건 흰독말풀이라는 건데요, 저기에는 3가지의 향정신물질이 함유되어 있어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마약이겠네요. 복용한 사람을 섬망상태에 빠지게 해 버리는 약입니다. (역자 주 : 섬망 = 의학에서, 의식 장애 상태의 한 가지. 외계에 대한 의식이 엷어지고, 망상이나 착각이 일어나는 증세) 의식을 잃고서, 제 말을 틀림없이 듣게 되고는, 눈을 뜨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편리한 약. 저는 마키히사님 전용의 주치의가 되도록 교육받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에는 정통하거든요. 그런 일도 있어서, 시키님은 제게 있어서는 형편이 좋은 쪽으로 미쳐 버리셨습니다. 그 다음엔 더욱 간단했지요. 밤이 되면 마키히사님의 방을 엿보도록, 하고 아키하님께 밀고했기 때문에, 아키하님께서는 겨우 저와 마키히사님의 관계를 눈치 채셨답니다. 그 이후로는, 아키하님께서는 저에게 죄의식을 가져 주셔서 여러가지로 일이 쉬워졌어요. 뭐, 아키하님께서 당장 마키히사님께 항의하셨던 것은 의외였지만요. 아키하님의 추궁 덕택에 마키히사님은 금방 저를 자유롭게 해 주었습니다. ......저, 시키님이 마키히사님을 죽여 버리기 전까지는 자유로워지지 못하리라 생각했었는데, 실제로는 4년이나 빨리 자유롭게 되어버린 거네요. 그리고 나서 보통의 사용인으로 돌아온 저는, 말이 없어져 버린 히스이쨩과 교체하기로 한 겁니다. 아, 하지만 그 뒤로도 마키히사님과 시키님의 상대를 했던 것은 저였으니까 안심해 주시길. 히스이쨩은, 계속 순수한 채였다구요." 생긋 웃으며, 그녀는 말을 마쳤다. "..............." 내게는,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모든 원흉은 토노 마키히사 였었다고 하더라도. 이 전말, 이 결과를 바라고서, 줄거리를 만든것은 눈 앞에 있는 소녀이다. "그렇지만요 시키상. 저는 아키하 아가씨가 밉지도 않았고, 시키님도 미워하지 않았어요. 이런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라는 것도 솔직한 마음이예요." "------." ......뭘, 이제와서. "하지만, 저는 그렇게 하는 것 이외엔 할 일이 없었어요. 그런 목적을 가지지 않고서는 살아 갈 수가 없었어요. 인형은, 자신의 의사대로는 움직이지 못하는 거예요. 무언가에 조종받지 않으면, 인간답게 행동할 수 없어요." "그렇다고 해서---." ......용납할 수 있을리가 없다. "진심으로 내 의도대로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어요. 그래도 참 이상하지요. 모두들, 제 말을 진실로 받아들여 버려요. 기껏해야 열 살 정도인 아이의 시시한 속삭임에 그럴 마음이 되어버리는 거예요. 우연이란건 무섭네요." 쿡 하고 웃는 코하쿠. "---만족하나, 코하쿠." "모르겠습니다. 저는 즐겁다고도 슬프다고도 느끼지 못하게 되어버린 인형이니까요." 그렇겠지, 하고 코하쿠를 본다. ......여기에 있는 것은 한없이 인형에 가까운 인간이다. 먼 옛날에 감정이 모두 마모되어 버려서,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어버린 소녀. 자신은 아픔을 느끼지 않는 인형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것으로, 정말로 자신이 인간이 아닌, 아픔을 느끼지 않는 인형이라고 반 이상 굳게 믿고 있다. 그래서 상처를 입더라도 아파하지 않는다. 시키가 죽어도, 아키하가 죽더라도, 슬프다고도 기쁘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실이 명령하는대로 움직였던, 허무한 인간. "그렇지만-----." "에?" "그렇지만, 단 하나, 불가능했던 일이 있었어요." 아주 잠시. 살짝 먼 눈을 하고서, 그녀는 말했다. "아키하님께선, 마지막에 저를 감싸 주셨지요. 네에, 반 정도의 확률로 그렇게 될 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되도록 아키하님과 사귀어 왔었으니까요. 마키히사님이 가했던 학대를 밝히고, 점점 인간에서 벗어나 가는 아키하님을 헌신적으로 돕고. ---그렇군요, 사실은 확실히 저를 감싸고서 죽어 줄 것이다, 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 미소는. 웃고 있는데도 굉장히 슬픈 듯, 당장에라도-- "그런데--- 저도 참, 그 때 놀라버렸던 거예요. 어째서 이 사람은 나를 돕는 것일까 해서. 자신이 죽어 버리는데도, 왜 나를 도와주는 걸까 하구요." ---당장에라도, 울음을 터뜨릴것만, 같았다. "실은 지금도 잘 몰라요. 그 때 아키하님께서 돌아가셔서, 저는 정말로 슬펐던 것인지 기뻤던 것인지. 하지만, 지금도 저는 아침에 눈을 뜨면, 이젠 안 계신다는 걸 아는데도 아키하님의 방에 가서 아침의 차를 타 올리고 있습니다. 이상하지요? 그 방에는, 이젠 아무도 없는데도." 그녀의 팔이 무언가를 꺼낸다. 스륵, 하며 명주천이 스치는 소리. 천에 싸여있던 가늘고 긴 그것을 잡고, 그녀는 자신의 가슴을 겨누었다. 반짝, 하고 햇살을 반사시키는 칼날의 광택. "코----!" 달린다. 그러나, 그녀의 쪽이 더 빠르다. ---푸욱, 하는, 맥없는 소리가 나고서, 그녀는, 지면에 쓰러진다. 그녀는 자신의 단도로 가슴을 찔러, 그대로 쓰러졌다. 달려가 보았자, 너무 늦었다. 단도는, 확실하게 그녀의 심장을 꿰뚫고 있다. 쿵, 하고 의식이 흔들린다. -----이유도 없이. "바--- 어째서......!" 끌어안는다. 가슴에는 붉은 모란과도 같은색의, 선혈. 그녀의 미소는 그래도 무너지지 않는다. -----그것이, 거꾸로. 비할데 없이, 가엾게, 느껴졌다. "정신 차려......! 왜, 어쩌자고 이런 짓......!" "봤자, 복수 이외에는 할 일이 없었으니까--- 끝나 버리면 사라질 뿐이지요. 이것저것 새로운 태엽을 찾아내려 했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는 시간이 다 되어 버렸네요." 생긋 하고 웃는다. 그게, 이유도 없이----. "뭐야 그게, 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아키하의 때와 똑같이, 코하쿠의 상처를 본다. ---살 수 없다. 이건, 확실히, 심장을 관통해 버린 상태다. ".........윽." 어째서지. 이유도 없이, 단지--- 슬퍼서, 끝까지, 참지 못했다. ......그녀는 눈을 좁혀서 푸른 하늘을 보고 있다. 정원의 나무 아래. 8년 전, 이 저택을 나서는 자신에게, 멀리서 보고만 있을 뿐이었던 소녀가 리본을 이별의 선물로 주었던 장소. 여기는. 재회를 약속했던, 커다란 나무 아래였다. "그 리본은, 마음에 들었던 물건이었어요." 불쑥 중얼거린다. "그래서 다음에 만날 때는 돌려달라고 했었는데. 약속, 지켜주시지 않았네요, 시키상." "그건--- 하지만." 혼동해서, 히스이의 것이었다라고, 생각해 버렸기 때문에----. "딱 한가지 도박을 했었어요, 저. 혹시 히스이쨩과 바꿔친 저를, 그 때의 남자아이가 알아차려 준다면--- 이런 일, 이젠 그만두자라고." "바--- 뭐야 그게. 마지막에 가서 내게 책임을 떠넘기겠다는 거야, 넌......!" 고함을 치면서도, 손은 필사적으로 상처의 출혈을 막으려 한다. 그래도 죽음은 잔인하다. 무자비하고, 정확하게, 1분의 헤멤도 늦어짐도 없이. 그녀의 생명의 초침을, 짤깍짤깍하고 제로의 위치까지 진행시켜 가고 있다. "젠장, 까불고 있어! 뭐가 딱 한가지 도박을 했었어요, 냐고! 너 때문에 아키하는, 아키하는----." 필사적으로 지혈을 한다. 이유도 없이, 슬퍼서. 눈물이, 눈동자에서 넘치고 있다. "어머? 울고 계시네요, 시키상." "---안돼냐! 빌어먹을, 네가 가장 나쁜 녀석이란 걸 알고 있는데도, 제기랄, 왜 난, 이렇게도----." 그래, 이렇게도----. "코하쿠가, 죽는다던가 하는 걸 바라지 않는 거냐고, 젠장......! 뚝뚝 눈물이 떨어진다. 그녀는, 살풋 웃었다. "상냥하시네요, 시키상께서는. 하지만 신경쓰시지 말아 주세요. 전 인형이라서, 아프지도 무섭지도 않답니다." "또 그거야--- 너는, 왜 그런---." "그래도 그 쪽이 훨씬 편하다구요? 인간으로는 여러가지가 너무나 괴로워서, 굉장히, 고통스러웠던 걸요. 하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어. 어디에도 출구 같은 건 없었지요." 그래, 하고 조그맣게 숨을 들이키고는. 그녀는, 눈을 감고서 회상한다. "왠지, 기억해 내 버렸어요. ......어린 시절의 이야기예요. 저 말이죠, 무섭고 아파서요, 하지만 죽는것은 더욱 싫었습니다. 토노 마키히사는 거대해서, 그림책에 나오는 마물 바로 그것이었어요. 토노의 저택은 너무도 넓어서, 도깨비집 같았구요. 매일매일은 언제나 추워서, 울부짖는것이 일과였어. 하지만 목소리를 올리면 더욱 심한 짓을 당하니까, 계속 참고 있을 수 밖에 없었어요. 그런데도, 여동생은 밖에서 즐거운 듯 놀고 있었지요. 제가 아무리 원해도 나갈 수가 없었던, 도깨비집의 창문을 뛰어넘어서 간단히, 햇님 아래에서 웃고 있었던 거예요. ......왠지, 모두들 제게 있어서 슬픈 일만 하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아픔을 느끼지 않는, 인형이 되자라고, 생각했을 뿐." 출혈은 멎지 않는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고통밖에 없었던 요람기의 기억을 그리워한다. "아픈 것은 싫어요. 그래서, 인형이 되어 버리면 된다고." "코......하쿠?" "그리고는, 저의 몸은 조금씩 고동을 멈추어 갔습니다. 혈관은 하나씩 튜브가 되고. 혈액은 연기처럼 사라져 가서. 심장이든 무엇이든, 모양뿐인 세공이 된다. 그렇게 하면, 아무것도 아프지 않게 되잖아요?" "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자신을 인형이라고 굳게 생각했던 소녀. 자신을 인형이라 믿지 않고서는 살아 갈 수 없었던 소녀. 그렇게 해서, 정말로 자신이 인형인 것이라고 착각해 버릴 정도로, 그런 것 이외에는 구원이라는 게 없었던 코하쿠. "그러니까, 아무리 시키상께서 상냥하시더라도 우실 필요는 없어요. 인형이 하나, 망가진 정도의 얘기이니까요." ---그건, 틀려. 손을 잡고서, 아냐, 하고 목을 저었다. "아냐......! 코하쿠는 인간이야. 인형으로라던가는 되지 못해......! 코하쿠는 확실히 살아있는, 살아있는 인간이잖아......! 그 증거로 이렇게, 지금도 붉은 피를 흘리고 있잖아!" "아. 그건, 분명 그렇네요." 눈을 감은 채, 아하하, 하고 그녀는 웃었다. "......그렇지? 아키하를 좋아하고, 히스이를 언제나 염려하며, 나와 우스갯소리를 하며 웃었던, 보통의 여자아이인거야. 그러니까---." 그녀가 그렇게 바랐기 때문에, 결과로서 아키하가 죽어 버리고, 시키가 미쳐 버린 결말을 맞이했다고 하더라도. "---코하쿠가, 죽는다던가 할 건, 없었단 말이야." 잡은 손에 힘을 넣고는, 본심에서부터, 그런 말을 짜내었다. "......후후. 시키상께선, 생각했던, 대로의, 남자아이, 이시네, 요. 저...... 겨우, 이야기했어, 요." 두근, 하고. 한번 높이, 최후의 한번만이라는 듯. 크게, 그녀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했다. ......닫혀졌던 눈이 열린다. 그녀는, 마지막에. 높고 높은, 푸른 하늘을 보았다. "그래요--- 역시, 단순한 결심이었던 거로군요." 콜록, 하고 입에서부터 피가 떨어진다. ----아파, 라고. 작게, 그녀는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인형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해서, 그녀는 숨을 거두었다. 공허한 눈동자를 한 채, 영원히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그것은 만들어 낸 것이 아닌, 조용하면서도, 너무나 슬픈듯한, 얼굴이었다. ----방을 나서서, 문을 향한다. 두 사람 만의 조용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언제나처럼 저택의 정원을 뒤로 한다. "안녕히 다녀오십시오, 시키님. 요즘들어 추워졌으니까, 너무 무책임한 행동은 하시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아아. 히스이도 너무 무리하진 않도록 해." 히스이에게서 가방을 받아 들고는, 저택의 정문에 등을 돌렸다. 언덕길은 길게, 어디까지라도 계속되기나 하는 것처럼, 마을을 향해 뻗어있다. 평탄한 언덕길과, 빨려들어가 버릴 듯할 정도로 푸른 하늘. 퍼뜩, 환상을 보았다. 이 아래의 언덕길이 사다리와도 같이 하늘을 향해 뻗어있어서, 화창한 푸른 하늘에 닿으려 하는 모습을. ---그것을 보고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슬픈 사건을, 회상해 냈다. "--------히스이." "네. 무슨 일이십니까, 시키님." "......응, 내일부터 겨울방학이라고 말했었지? 오늘은 금방 돌아올 테니까, 학교 갔다 와서 거리에 나가지 않을래. 좀 상담하고 싶은 일도 있고." "네---? 거리에, 말씀이십니까." "그래. 겨울방학을 하면, 어딘가로 여행이라도 가자고. ......뭐어, 아직 어디로 갈 것인지는 결정 못해서 말이야, 히스이보고 골라달라 할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히스이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것도 그런가. 히스이는 결코 저택에서부터 나오려 하지 않는다. 저택 밖으로 나오는 역할은 모두 코하쿠상이 맡았었기 때문에, 히스이는 8년전부터 밖으로 나오는 일이 없어져 버렸다. ......그게 맘에 안든다, 라는 게 아니다. 그저, 정말로. 히스이와 함께 어딘가 모르는 곳에 가서, 조금씩, 슬픈 일에 지지 않도록, 즐거운 일을 늘려가자고 생각했던 것 뿐이었다. "어떻게 할까. 히스이가 싫다고 한다면 됐지만서도." "----아니요, 시키님께서 함께 해주신다면 기쁩니다. 저,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렇군. 그럼 점심때 전에는 돌아올 테니까, 평상복으로 갈아입고서 기다려줘. 함께 계획을 짜자... 참, 혹시라도 엉뚱한 녀석이 한 명 딸려올지도 모르지만, 그 때는 그 때라는 걸로 해 두지." 네? 하고 고개를 기울이는 히스이. ......학교에 가면 여행에 익숙해 있는 아리히코에게 상담하게 되겠지만, 그 녀석이니까 따라온다고 할 지도 몰라. ---뭐, 그건 그것대로. 아리히코네 누나라던가를 초청해서, 여러명이 놀러 가는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그러면 다녀올께. 배웅해줘서 고마워, 히스이!" 그렇게 고하고는, 언덕길을 뛰어 내려갔다. 길은 길고, 평탄하게 마을로 이어져 있다. 나는 등에 따스한 히스이의 시선을 느끼면서, 화창한 푸른 하늘 아래를 달려갔다. 그렇게 해서, 저는 그를 배웅했습니다. 언제나대로의 일과를 마치고, 문에 손을 댄다. 저택에는 이젠 저밖에 없습니다. 언니도 아키하님도 없어지고, 새로운 사용인도, 새로운 당주도 오는 일은 없는 모양입니다. 여동생을 잃은 그에게 양도된 것은, 이 저택과, 얼마간의 돈 뿐. 다행히 저택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은 모두 토노 가(家)의 분가에 계시는 분들께서 부담해 주시기로 했기 때문에, 금방 이 저택에서 나간다, 라는 일은 없을 듯 합니다. ---방학을 하면, 어디론가 여행이라도 가지 않겠어. 그 말에, 저는 응낙하기로 했습니다. ......그 날부터, 저는 이 저택에서 나가는 일을 스스로 금하고 있었습니다. 언니가 저 대신에 마키히사님의 상대를 하고 있다는 일을 안 때부터, 계속, 밖에 나가는 것을 싫어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도 그렇잖아요? 언니는 저를 더럽히지 않게 하기 위해서 몸을 내놓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결코 더러워져서는 안 되었습니다. 누구든간에 남자인 사람에게는 결코 접촉하지 않아. 언니를 계속해서 더럽힌 이성의 손가락 따위 닿지 않겠어. 저는 다만, 기계처럼 된다면 좋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밖에 나가면 더러워져 버리니까, 나는 이 저택안에 머무르면 돼. 이, 무균실과도 같은 저택에 틀어박혀서, 계속 더러워짐 없이 있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그래도, 언니가 나를 지켜 주었으니까. 저에게 가능한 일은, 인형처럼 깨끗한 채로 있는 것 뿐이야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끝내는 것으로 할께요. 전 밖으로 나가려고 생각해요, 언니." 정오에 접어들어서, 평상복으로 갈아입었다. ......자신의 옷을 입는 것이 몆 년만이지. 소매를 끼워보고서, 대단히 등이 가벼워졌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만큼이나 입는데 익숙해져 있었던 메이드복은, 이 평상복에 가벼움에 비하면 마치 무거운 형틀이나 마찬가지이다. "---------아." 쏴아, 하고 바람이 불었다. 머리에 묶으려고 손에 들고 있던 리본이 날아간다. 그것은 하얗다. 아주 옛날에, 어떤 소녀가 그에게 주었던, 단 하나의 추억이었다. 리본은 어디까지라도 날아간다. 바람을 타고서,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기나 했던 듯, 숲 속으로 녹아들어 간다. "기다려, 그건-----." 쫓아가려 하다가, 발을 멈추었다. 저것은 소녀의 물건이었다. 내 것이 아니니까, 적어도 그것만이라도 주인에게로 되돌려야 할 것이다. 나의 손에는 약속이 있다. 저 리본을 넘겼던 소녀가 기다리며 바랬던 약속만은, 지금도 내 안에 살아있다. 그러니까--- 저 리본만은, 적어도. 소녀가 꿈꾸었던 장소로, 돌아가려 한 것이겠지. "--------." 약속은 지켜진다. 그가 나를 그 때의 소녀라고 생각했다면, 나는 그 소녀의 꿈을 이루지 않아선 안 된다. 내가 그를 사랑했던 것처럼. 소녀도 계속, 남자아이를 사랑하고 있었을 터이니까. 생각해 보면, 우리들은 정말로 많이 닮은 자매였다. 나와 언니는 서로 바뀌었지만, 바뀌고서 히스이를 연기했던 언니는 완벽하게 히스이를 연기하고 있었다. 근심이 없는 미소. 직선적인 감정. 그리고, 그를 향한 맑은 연심도, 진실된 마음으로서. 그것은 연극이긴 했지만, 언니는 히스이로 있을 때에만, 정말로, 솔직한 기분으로 그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히스이라는 역할이 되어서, 진심으로 그를 사랑했다. ......과거. 소녀가 바랬던, 계속 간직했던 꿈을 꾸는 것 처럼. "그러니까, 언니. 저는, 저로 돌아가지 않으면." 그것이 금방 가능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조금씩 분발하자. 이젠 옛날의 자신처럼은 행동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힘껏--- 지금의 자신인 채로, 소녀의 꿈을 이루지 않아서는 안 돼. 남자아이가 사라진 후, 언니가 과거의 나와 똑같은 성격을 가지게 된 것은, 그것을 해 보고 싶었기 때문. ......소녀의 꿈은, 히스이라는 소녀가 되어서 토노 시키와 사랑을 하는 일이었다. 그러니 난 그 꿈을 이룩한다.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의 꿈과, 언니의 꿈을 지키기 위해, 이제부터 계속--- 저 사람의 곁에 있자. "아-------." 멀리서부터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들려 왔다. ......돌아오신 듯 하지만, 왠지 소란스럽다. ......혼자서가 아니라, 몇분인가 친구분들을 데려오신 듯 하다. ---히스이, 하고 부르는 음성이 들려온다. 나는 창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면서, 현관으로 달려나갔다. ---하늘은, 어디까지도 높고 푸른 하늘. 히스이는 계속 기다렸던 남자아이를 마중나가서는, 별것도 아닌 일이 그저 즐거워서, 함께 웃는다. 그것은 싫증날 일 없이 계속되는 매일매일의 조각. 계속 애타게 기다렸던 평온한 세계. 그것을, 계속,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자유로이 뛰어다닐 날이 오리라 믿고서, 방안의 창을 통해 높은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언젠가 세계에 날개가 돋아서. 이 등에도 날개가 돋아서. 나는 언니와 같이 웃는 얼굴이 되어서, 그 남자의 아이와 마주보고 웃는다. ------그것이, 머언 옛날에. 어린 소녀가 꾸었었던, 어떤 하나의 꿈이었다------. FIN "시키상?" 그것은, 우리들을 눈치챈 코하쿠상의 목소리였다. "---에?" 놀라며 우리들을 향해 돌아서는 아키하. ......그, 사이. 단 한 순간. 그러나, 절대적일 만큼의, 빈틈. 그것을, 그 녀석이 놓칠 리가 없었다. 1, 아키하의 이름을 외친다. 2, 코하쿠의 이름을 외친다. <- 선택 "히----!" 우는 소리도 웃는 소리도 아닌 목소리를 올리며, 시키가 뛰어오른다. 그야말로 불꽃의 속도로 도약하는, 검은 그림자. "코---------." 여기에서부터는 시간에 맞출 수 없다. 때에 맞는다 하면, 그것은-----. "아차---." 아키하가 시키를 향해 돌아선다. 순간적으로 대비하는 자세를 취하는 아키하. 그러나 검은 그림자는 아키하에게는 가지 않는다. 시키는, 아키하가 아닌, 그 옆에 있는 코하쿠상을 향해 뛰어든 것이다. "코하--------." ---저 녀석은 알고 있다. 지금의 내가 이렇게 움직일 수 있는것이 히스이의 힘에 의한 것인 것처럼. 아키하의 압도적인 힘이, 코하쿠상의 도움에 의한 것이라는 일을. "코하쿠상, 엎드려---------!" 외쳤다. 처음부터 시키가 코하쿠상을 노리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나 했던 것처럼, 온몸으로 소리를 질렀다. "코하쿠............!" 아키하의 몸이 코하쿠상의 앞으로 흐른다. -----설마. 몸을 희생해서, 코하쿠상을 지키려 하는 것인가. "히--- 이이이이이이!" 시키는 목소리를 올리며, 창과도 같은 팔을 코하쿠상의 얼굴을 향해 내찌른다. 거기에 끼어드는 아키하의 몸. ---그것은, 절망적이기까지 할 정도의 타이밍이다. 보고 싶지 않다. 코하쿠상을 감싸고서, 아키하가, 그 대신에 죽어버린다는, 그런 장면은. "안-----돼...............!!!!!" 그 직전.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었던, 코하쿠상의, 우는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써걱, 하고 살을 갈라 찢는 소리가 났다. 붉은 피가 복도에 흘러 떨어진다. "에---------." 멍해진 상태인 듯한 코하쿠상의 목소리. 그녀는, 순간 아키하를 밀쳐 날렸다. 자신의 몸을 감싸려 하는 아키하를 밀치고서, 스스로, 시키의 손톱 앞에 몸을 던졌다. "너---- 너 이녀, 석." 시키의 목소리는 분노로 떨리고 있다. "아----- 아니, 아니야, 아키하. 난, 너를 상처입히려고는, 조금도----." 휙휙 고개를 흔든다. 시키의 눈 앞에는, 한팔을 새빨갛게 물들이고서 쓰러진 아키하가 있다. ......코하쿠상이 밀쳐 내 준 덕택에, 시키의 손톱은 아키하의 팔을 찢는 정도에 그친 것인가. "윽......큭............아!" 바닥에 쓰러져서, 고통스럽게 한팔을 움켜잡는 아키하. 그것을 떨면서 내려다보는 시키와. 멍하니, 그야말로 인형인 듯 멈춰 서 있는 코하쿠상. "아---- 네, 네녀석이, 나를 방해하는거냐......!" 시키가 얼굴을 든다. 그 앞에는 코하쿠상이 있다. ......어째서인가. 코하쿠상은, 영혼을 뽑혀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꼼짝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너---- 네 녀석, 까지 내 방해를............!" 시키가 고함을 지른다. "시키님............!" 애원하는 듯한 히스이의 목소리. 그런 건 말할 필요조차도 없다. 코하쿠상이 몸을 희생해서 아키하를 살려 준 것처럼, 이번엔 내가 녀석을 절대로 막아내 보이겠어......! "시키............!" 달린다, 안경은 오래 전에 벗은 채이다. 보이는 선은 한일자 가로로 칠 수 있는 목과, 왼쪽 대흉근에서부터 복부 중앙부분까지의 사선. ......어느쪽이던 간에, '통과시키면' 확실히 끝장을 낼 수 있다. 나이프를 강하게 움켜줜 채, 자신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빠르기로 복도를 질주했다. "----------!" 돌아보는 시키. 하지만, 압도적으로 나의 쪽이 더 빠르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괴로워하는 목소리가 복도에 메아리친다. "히------ 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정신이 이상해진 듯한 웃음. ----얕았나. 이런 나악한. 아키하의 앞에서--- 친오빠인 시키의 목을 자르는 것을 주저했다. 녀석의 가슴부위에서부터 달리는 사선. 그것을, 도중까지밖에 베지 못했다. "히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웃음 소리를 올리며, 시키는 후퇴한다. 녀석은 그대로, 허점 투성이인 등을 보이며 비틀비틀하고 계단으로 달아나 버렸다. ......쫓는 것은 손쉬운 일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것보다도 몇배나 중요한 것이 있다. "----아키하! 정신 차리렴, 아키하......!" 무릎을 꿇고서 아키하의 몸을 살핀다. ......지독하다. 아키하의 오른팔은 팔꿈치 부분을 썩둑하고 뜯긴 것이, 붉은 페인트를 더덕더덕 마구 칠해 놓은 듯 했다. "......아 ......오라버 ......왜 ......이런, 곳에----." 몽롱해진 눈동자. 하아하아 하고 흐트러진 호흡과 창백해진 안색. ......그 온몸에 퍼져가는, 엄청나게 많은 죽음의 형상들. "......어째, 서 ......방에서, 얌전히 계시지, 않는, 거예요............" "바---- 입 다물고 있어......! 이야기라면 나중에 얼마든지 할 테니까, 지금은 잠자코 있어줘......!" "......그런, 거 ............싫어, 요 ......오라버, 언제부터, 여기에 계셔----." 넓어져 간다. 아키하의 출혈에 맞추어서, 죽음의 선이 퍼져 간다. "됐으니까 잠자코 있으라고 넌......! 부탁해--- 부탁이니, 지금만큼은 얌전히, 있어, 줘............!" "..............................응. 오라버, 께서 그렇게 말씀, 하신다면--- 아키하는, 예의 바르게, 있을께, 요----." 어쩐지, 억지스런 웃음을 띄우고는, 아키하는 입을 다물었다. ......아니, 그것은. 단순히, 더 이상, 말하는 일도 보는 일도 할 수 없을 만큼, 약해져 있다는 것. "아--- 아냐............!!!! 기다려, 금방 지혈해 줄 테니까......!" 옷을 벗어서, 즉석의 천을 만들어 아키하의 팔을 동여맨다. "제길---- 이런 걸로는 의미가 없어......! 빌어먹을......! 어째서, 이렇게 피를 흘렸다간, 그것만으로도 죽어버리는데, 왜............!" 필사적으로 아키하의 팔을 졸라맨다. ......그것으로 어떻게 될 리가 없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그 이외에 무엇을 해야 할지 조차 생각이 닿질 않는다. 나는. 스스로도 자신이 반쯤 광란상태가 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는데도, 냉정하게 되는 일은, 아무리 해도 불가능했다. "시키님, 진정해 주십시오......! 그 이상 아키하님의 팔을 동여매서는 역효과입니다." "히스이------ 하지만!" "......괜찮아요! 아키하님께선 돌아가시지 않습니다. 언니가 있으니까, 아키하님께서는 금방 회복되실 수 있으십니다. ......저기, 그렇지요 언니?" 히스이는 인형과도 같이 버티고 선 코하쿠상의 손을 끌어다, 아키하의 곁에 앉혔다. "......언니. 지금은, 아키하님에게만 감응해 드리세요. 언니도 아키하님을 살리고 싶어서, 스스로 망쳐 버린 거잖아요?" "-------------." 히스이는 코하쿠상의 하얀 손을 살짝, 양손으로 감쌌다. 코하쿠상의 시선은, 아직 공중을 바라보고 있다. 그래도--- 히스이의 말이 전달되었는지, 그만큼이나 흐르고 있던 아키하의 피는, 파도가 물러가듯 멎어 주었다. "하-------아." ......가슴을 쓸어 내린다. 이것으로--- 살았다. 아까까지 막연하게 품고 있었던 불안. ......아키하가 죽어 버린다는 최악의 불안함이, 조금씩, 사라져 간다. "--------." 아키하는 코하쿠상과 히스이가 도와 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토노 시키가 아니고서는 낼 수 없는 결판을, 마무리 짓지 않아선 안 돼. "------히스이. 아키하와 코하쿠상을 부탁해." "......시키님. 역시, 가시는 것입니까." "어떤 의미로는 저 녀석과 난 비슷한 패거리이니까. 적어도 자신의 손으로, 막을 내려 주지 않으면." ".............................." 히스이는 말없이 바라본다. ......그 눈동자가 가지 마세요 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것만은 들어 줄 수 없다. "......여기까지 고마웠어, 히스이. 네가 있어 주어서, 정말 다행이야." 그 자리를 걸어 나온다. 등에 지그시 기울여지는 시선을 뿌리치고서, 시키의 뒤를 쫓았다. ---점점이 핏자욱이 이어지고 있다. 정말로 도망칠 생각은 없었던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도망친다는 행위도 이해하지 못할 만큼 제정신을 잃은 것인가. 시키는, 마치 나를 기다리는 것처럼 복도에 멈춰 서 있었다. "-----시키." 말을 건다. 시키는 초점이 맞지 않는 눈으로, 이 쪽을 보았다. "하------ 또, 너냐." 시키는 움직이지 않는다. ......아까의 내 일격과, 아키하에게서 입은 부상 때문이겠지. 저 녀석은, 이미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몸을 하고 있지 못하다. "제길---- 또 실패다. 잘 안돼. 왜 이렇게도 잘 안돼는 거냐고......! 성공하질 못해, 일이 잘 되어 본 적이 없어, 언제나 난 실수만 하고 있어.........!!!!! 이상하잖냐, 왜 저 녀석이 날 방해하는건데! 저 녀석이, 저 녀석의 말대로 틀림없이 해 왔는데, 어째서 언제나 언제나 언제나 언제나 언제나 언제나 언제나 언제나 언제나 언제나 언제나 언제나 날 방해하는거야, 넌!" ......시키의 눈은 허공을 노려보고 있다. 녀석은 처음부터, 아무도 보고 있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눈 앞에서 나이프를 가지고 있는 나 조차도, 시키에게 있어서는 단순한 방해물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시키. 그렇게도, 괴로운거냐." "괴로워? 내가? 왜?" 시키는 진심으로 우스운 듯이 웃으며, 흔들흔들하고 일어섰다. "난 괴롭다던가 하지 않아. 멋진 인생이다. 무엇을 하더라도, 누구에게도, 나를 벌하는 일 따위는 불가능해." 시키의 눈동자에 살의가 돈다. ......할 마음이 생긴 것인가. 월광 아래. 지금까지 몇번이나 알고 있었는데도, 처음으로 만난 적을 향해서, 한 발짝 내딛었다. "좋아, 한번 서로 죽여보자 이거야! 날 방해물 취급하는 놈은 전부 적이다! 한 놈, 한 놈도 남기지 않고 죽여 주지! 너도, 너도, 아키하도, 코하쿠도! 나를 죽을때까지 지하실에다 처박아 둔다고 지껄였던 아버지처럼, 갈기갈기 찢어 죽여 버리겠어......!" 미친 사람처럼 고함을 치는 시키. ---그 모습이, 대단히 가엾었기 때문일까. 이제부터 서로 죽고 죽이게 될 텐데도, 나는 냉정한 것이, 바로 얼음 그 자체였다. "핫, 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바로 정면에서부터 시키가 습격해 온다. "--------------." 뭐라 할 것도 없다. 접시 위에 담긴 고기에 나이프를 통과시키는 것처럼, 고통도 없이, 토노 시키를 절단 했다. 덜컹, 하고. 시키의 목이 바닥에 떨어진다. 힘을 잃은 시키의 몸이, 그대로 나에게 기대왔다. "---------."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후회도 아픔도, 증오도 혐오도. 마치 아까의 코하쿠상과도 같이, 나는 인형으로라도 되어버리기나 한 듯 하다. "크------- 크크, 크." ......있을 리 없는 웃음소리. 바닥에 구른 시키의 얼굴이, 웃고 있다. "대단한데, 너--- 이런 차가운 아픔은 처음이야. 이 얼마나--- 얼마나 굉장한, 방해자." 웃으면서, 시키의 얼굴은 재가 되어 간다. 사락사락 하고, 조금씩 사라져 간다. 시키는 사라진다. 그 전에, 번뜩 나를 보고는, 이상한 듯 목소리를 냈다. "---근데 말야. 너, 누구야." "......에?" "넌, 누구냐고." "......모르는 거냐. 난 네가 계속 목적으로 삼아왔던 토노 시키야." "아아, 그렇군. 네가 시키였던 거냐." 사라져 가는 시키의 얼굴. "뭐야---- 들었던 겉모습과, 전혀 다르잖, 아." 그렇게 남기고서, 시키는 완전히 풍화해 갔다. -------끝났다. 이것으로, 끝났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을 괴롭히는 두통이 사라졌다던가, 이것으로 사람 수준의 몸으로 돌아왔다던가, 그런 건 기쁘니 어쩌니 할 것도 없다. ------그래서. 뭐가 끝난 것인가. "-----어째서." 어질, 하고 현기가 난다. 시키의 마지막 말이, 어지러움이 되어 망막에서부터 벗겨지질 않는다. 분명히 뭔가가 끝났다. 그래도 무엇이 끝난 것인가, 도대체 무엇을 끝내려 했던 것인지를, 난 알지 못한다. "--------." 달을 올려다본다. 막연한 암흑에 마음이 사로잡힌 채. 그저 멍하니, 히스이가 올 때까지의 사이동안, 월광의 아래에서 멈춰 서 있었다. 양달의 꿈 an epilogue 그리고 나서의 일주일 동안은, 분주하게 흘러갔다. 시키의 유체는 그 흔적을 일절 남기지 않고 풍화했으며, 아키하의 팔의 상처도 큰 탈없이 치료가 행해졌다. 토노 시키로서의 자신의 입장은 애매모호한 것이 되어 버렸지만, 이제와서 나나야 시키라는 인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런 이쪽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키하는 그날 밤의 일을 입에 올리려 하지 않았다. 토노가의 당주인 아키하가 시치미를 떼고 있다, 라는 것도 있어서, 이대로 한 동안은 토노 시키로서의 생활을 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평온했던 일상은 되돌아 왔다. 시키가 사라진 일에 의해 나의 체력은 회복되었으며, 아키하의 부상도 순조롭게 회복되어 가고 있다. 코하쿠상과 히스이는 변함없이 저택에서 움직여 주고 있고, 어디에도 불안의 그림자 같은 건 없었다. ......없다고, 믿고 싶었다. "오라버니? 벌써 점심때라구요, 오라버니." 가까이서 질린듯한 아키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정말, 날씨가 좋다 해도 이런 곳에서 잠들지 말아 주세요. 낮잠이시라면 자신의 방에서 주무시면 되지 않나요." ......톡톡, 하고 어깨를 두들기는 손끝. "응----." 그것으로, 괴이한 꿈에서부터 눈이 뜨였다. ".........응, 잘 잤니 아키하." "잘 잤니, 가 아녜요. 아무 할일도 없는데 거실에 오셔서, 그대로 잠들어 버리시다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 거죠, 오라버니께선." "..................뭐어, 이것저것 생각은 하고 있지만 말이야." 하아, 하고 무겁게 한숨을 쉬며 소파에서 일어선다. "잠깐만요 오라버니. 정말로 자기 방에서 다시 주무실 셈은 아니시겠지요. ......자, 모처럼의 휴일이니까요, 좀 더 그런, 의의가 있게 활용해야겠다 라던가는 생각하지 않으세요? 그냥 예를 들어 하는 얘기이지만, 때로는 가족들과 친목을 다지기 위해 놀러 나간다던가, 평소의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놀러 가자고 초청을 해 준다던가." ".................." 아키하가 말하는 의의가 있음은, 굉장히 한정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야 생각하지. 아키하가 생각하고 있는 의의있음과 내가 생각하는 의의있음은 다르겠지만, 두번이나 자는 건 과분한 일이야. 그런데도 방에 돌아가는 이유는 간단. 자다 일어나서 아키하와 얼굴을 맞대는 건 체력을 소비하는 일이니까, 잠시 방에서 잠을 깨고 올까 해서, 그것 뿐." "음. 잠깐요, 그건 무슨 의미로 하시는 말씀이시죠, 오라버니!" "어떤 의미고 자시고, 잠이 덜 깬 머리로는 아키하의 잔소리에 반박할 수가 없잖아. 그러니까 자기 진지에서 컨디션을 조정한 다음 돌아올 뿐이야. 어차피 슬슬 점심먹을 시간이고, 이야기라면 나중에 들을 테니까." 휘휘 손을 내저으며 아키하에게 등을 돌린다. 아키하는 아무래도 불만이 있는 듯한 얼굴로 내가 떠나는 것을 바라본다. ......후우. 이래서야 또, 점심식사때엔 기합을 넣어서 덤비지 않았다간 큰일나겠군. 방에 돌아온다. 내가 거실에서 졸고 있던 사이, 히스이는 방을 청소해 준 듯 하다. "......하지만, 내가 봐도 살풍경한 방이라니까, 진짜." 침대와 책상 이외엔 아무것도 없는 방. 겨울도 가까워 졌으니, 슬슬 난방기구 정도는 손에 넣지 않아선 안되겠지. 아키하는 이러쿵저러쿵 시끄럽지만, 실수로라도 난로같은 걸 쓸 마음은 들지 않으니. "......? 뭐지, 책상 위에-----." 놓아 둔 기억이 없는 편지가 놓여 있다. 신경이 쓰여서 내용물을 열어 보았다. "-----------------." ............................................................................... ................................................................................ ...............편지에는, 그 나무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라고만 적혀 있다. "어째서." 그런 말 만을 중얼거리며, 편지를 구겨 쥔다. 책상 서랍을 열고서, 나나쯔요루(七つ夜)라고 새겨진 나이프를 집어 주머니에 넣었다. "--------." ......못 본 것으로 해 둘수는 없어. 자신의 기분을 정리하기 위해 심호흡을 하고는, 방을 나왔다. ----그것을, 언제 눈치챘는지는 기억하고 있지 않다. 다만, 생각해 보면 왠지 모르게 너무나 잘 맞아떨어지는군, 하고 생각했던 것이 계기였다. 어쨌든, 무엇이 가장 형편이 좋았느냐 하면, 시키와 나의 관계이다. 시키는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를 근거지로 삼고 있었으면서도, 결국--- 가장 미운 상대인 나를 노리는 일은 하지 않았다. 시키가 그럴 마음만 먹었더라면, 나는 벌써 죽어 있었겠지. 그것이 이런 결말로 막을 내린것은, 누군가가 잘 꾸며진 줄거리를 준비했었기 때문이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 만나기로 한 장소에 가니, 그녀는 언제나처럼 웃는 얼굴로 기다리고 있었다. "늦으셨어요, 시키상. 아침부터 기다리고 있었는데, 벌써 점심때가 되어버렸잖아요." "응, 미안해요. 좀 거실에서 두번 잠들었다가, 바로 방금전에 방에 돌아왔거든." "아아, 그러셨군요. ......실패했네. 역시 직접 전해드리는 편이 좋았을 뻔 했어요." 그럴지도 몰라, 하고 끄덕였다. 그녀는 생긋하고 웃어 온다. "하지만 와 주셔서 다행이예요. 여기라면 단 둘이서 이야기할 수 있어요." "-----." 기쁜 듯이 웃는다. 미소를 지은 채, 정말로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그녀는 입을 열었다. "눈치 채 버리신 거로군요, 시키상." "........................" 끄덕일 수도, 고개를 저을 수도 없다. 역시, 하고 그녀는 기쁜 듯 웃었다. "시키상. 시키님을 저렇게 만들어 버린 것은, 저예요." "..............." ......그런, 거. "아키하님께 피를 드리고 있던 것도, 아키하님을 토노에 의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였어요." "........................" ......그러니까, 그런 것을. "시키님에게 틀린 정보를 가르쳐서, 시키상이 아닌 관계없는 사람들을 습격하게 해 버린 것도 제 탓이라고 생각해요." "..........................." 얘기하고 싶었던게, 아냐. "어린 시절 멀리서부터 시키상들을 보고 있었던 것도, 히스이쨩이 아닌 저였던 거예요, 시키상." "..................코하쿠, 상." "그 때, 아키하님의 주의를 산만하게 만들어 시키님께 기회를 만들어 준 것도 의도적인 것이었어요." "..................코하쿠." "그치만 실패해 버렸습니다. 사실은 거기에서, 아키하님과 시키님이 죽어 주었으면 좋겠는데 라고---." "--------코하쿠우우우우우우우우!" 고개를 숙인 채. 그저,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됐어." "시키상?" "...............됐다고, 그런 건. 이젠 다 끝난 일이고, 나는---- 그런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아." 말하고서,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 이런 진실따위, 알아 차리지 못하는 편이 더 좋았다. 코하쿠상은 코하쿠상인 채. 언제나 웃는 얼굴로, 히스이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아키하와 사이가 좋으며, 나와, 아무것도 아닌 얘기를 하며 함께 웃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인 채로, 있어 주었으면 했다. "--난, 몰라. 코하쿠상이 머물러주기만 한다면, 그걸로 됐으니, 까." "----------." ......그녀는 대답하지 않는다. 길게. 쓰라린, 정적이 감돌았다. "안된다구요, 시키상. 제가 저질러 버린 일들을, 없었던 걸로 한다던가 할 수는 없어요. 저는 실패한 겁니다. 몇 년이나 자신을 움직여오던 이유에 실패해 버렸으니, 이 코하쿠는 사라질 뿐이예요." "뭐----." 얼굴을 든다. 거기에는---- 언제나와 다름없는, 그녀의 모습이 있었다. "하지만, 시키상에게는 저를 책망할 권리가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당신만은 토노 가(家)와는 관계가 없는 분이시니까. 저는, 그 시키상을 이용해서 아키하님과 시키님을 함정에 빠뜨리리려 했습니다. 그러니 시키상이 저를 비난하고 싶으시다면, 부디 좋으실 대로 해 주세요." "권리라니, 그런 거---- 코하쿠상을 비난할 권리따윈, 아무에게도 없어." ......그래. 어린 시절 이 저택에 맡겨져서는, 토노 마키히사의 흉행(凶行)을 계속 한 몸에 받아왔다. 누구에게도 구원을 요청하지 못하고,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 그런 매일을 몇년이고 빈복해 왔다면, 그것은. "......권리라고 하면, 코하쿠상에게는 복수를 할 권리가 있었을 거야. ......내게는 상상조차 가지 않지만, 코하쿠상은, 토노라는 집안을, 증오할 수 밖에 없었던 거니까." 궤변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서투른 거짓말을 입에 올렸다. "----아니요. 저는 마키히사님도 아키하님도 미워하지는 않았어요. 그러니까 제가 했던 일들은 복수라고 하는 건 아니지요. 저는 단지,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인간답다고 생각했을 뿐. 저는 저를 위해서만 마키히사님과 시키님을 곤경에 빠뜨리고, 아키하님을 돌아가시게 하려 했던 거예요. ----있는 것은 그것 뿐. 거기에는 아무 감정도 없었습니다." 무너지지 않는 웃는 얼굴. 그러나, 그것은 거짓 미소이다. 정말로 미소를 지은 거라면, 지금쯤 나는--- 그녀를, 진심으로 증오했을 것이다. "아냐, 그렇지 않아. 코하쿠상은 그렇게 믿고 싶어할 뿐인거야. 그래도, 그럼--- 어째서 코하쿠상은 아키하를 감쌌던 걸까. 코하쿠상에게는 감정이 있었으니까. ......아키하를 좋아했었기 때문에, 스스로 줄거리를 깨뜨린 거잖아......!" "------." 희미하게. 그녀는 잠깐동안만 시선을 피하고는, 웃는 얼굴로 돌아왔다. "......그렇네요. 저, 스스로 깨뜨려 버렸어요. 사실은 그 때, 저는 시키님에게 죽었어야 했겠지요. ......그래도 처음부터 저 아니면 아키하님, 어느 한쪽밖에 살아 남지 못할 구조로 해 둔 거였다구요? 그런데 어째서, 둘 다 살아남아 버린 걸까요." 난처한 듯이 말하고는, 그녀는 미소로 돌아온다. "......그런 건 간단해. 코하쿠상이 아키하를 구하고 싶어 했으면서, 스스로도 살길 원했기 때문에 살아 남은 거겠지. 그렇다면--- 이젠, 그걸로 된 거잖아. 설사 모든 것을 꾸민것이 코하쿠상이었다 할지라도, 난 기뻐. 아키하가 살아 있어 주어서, 코하쿠상이 살아있어 주어서, 그게 정말로 기쁘단 말이야. 그것 만으로는---- 코하쿠상은, 안 될까." 말하고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슬프다기보다는 분해서, 감정을 막아내지 못했다. ----나는, 이미 이해해 버리고 있다. 이 사람은, 이젠 돌아와 주지 않는다. 그 때, 아키하를 감쌌던 때부터 이미 부서져 버려서, 이제 돌아와 주진 않는다고, 스스로도 화가 날 만큼이나 잘 이해해 버린 상태다-----. "울고 계시는 건가요, 시키상. 연극을 해 왔던 인형이 망가진 것 뿐인데, 그래서야 바보 같아요. ......네에, 정말 바보 같아. 저기요 시키상. 저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다고 말씀 드렸었지만, 딱 한명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었어요. 아시겠지요? 코하쿠는, 시키상이 미웠던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시키상만 계시지 않으셨더라면, 저는 아무것도 생각할 필요 없이 그 창가에 있을 수 있었던 거니까요." 생긋 하고 웃으며, 그녀는 빙글 하고 등을 돌렸다. 나비의 날개와도 같이 키모노의 소매가 나부낀다. 앞으로 내딛으려 하는 발. 그러나 움직이지 않는다. 한 발이라도. 한 발이라도 그녀에게 다가섰다가는, 그것으로---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릴 듯한 느낌이 들어서. "제가 미워했던 것은 시키상 뿐입니다. 이외의 사람들은 좋지도 싫지도 않았어요. 저, 그런 감정은 잃어버렸는 걸요. 그러니까---- 아키하님을 도운 것도, 단순한 우연이었던 거예요." 흔들, 하고 뒷모습이 흐려 보인다. "코하쿠, 상---." 뭔가, 불길한. 손을 뻗더라도 잡지 못할것만 같은, 절망만이 느껴진다. ---그 때. "언니-----!" 그렇게,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가 울렸다. "히스이------?" "히스이, 쨩......?" 목소리가 겹친다. 히스이는 하아하아 하고 어깨를 들썩이며, 똑바로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히스이쨩, 어째서." 그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그것을 듣고는, 히스이는 한층 더 강한 시선으로 그녀를 보았다. "......거짓말." 짧고. 힘있는 목소리로, 히스이는 그렇게 말했다. "언니가 하고 있는 말은, 전부 거짓말이예요. 언니는 아키하님이 좋아서 그 때에 감싸 버렸던 것이고--- 지금의 코하쿠가, 시키님을 증오하는 일은, 할 수 없어." "--------." 숨을 삼키는 기척이 났다. 등을 돌린 채, 그녀는--- 대단히, 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요? 언니는 저를 연기하고 있었어. 그렇다면, 시키님을 미워하는 일 같은건 절대로 불가능해. 언니는 과거의 히스이를 연기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시키님을 사랑하고, 아키하님을 지키려 했던 것 뿐......! 언니는 언니가 그렇게 믿고 있는 것처럼, 허무한 사람 같은게 아닌 거죠......!?" 쥐어 짜내는 듯한 히스이의 목소리. 그녀는 돌아보지 않고서, 다만,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아이 참. 시키상께서 거실에서 주무시거나 하지 않으셨다면, 히스이쨩에게 들키지도 않았을 텐데. 정말로, 시키상께서는 예정을 어긋나게만 해 주셨어요." 등을 돌린 채, 싱긋 웃고는. 그녀는 입가에 손가락을 댔다. 꿀꺽, 하고. 무언가를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 달린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우리들이 달려가는 것보다도 먼저, 붉은 피를 토하며, 그녀는 지면에 무너져 내렸다. 털썩. 딱딱한, 듣기 싫은 소리. 그녀는 미소를 지은 채, 입술에서부터 붉은 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언니--------!" 그녀의 몸을 끌어안는 히스이. 하지만, 그것은. 누가 보더라도, 이미 늦은, 끝나버린 뒤의, 일이었다. "거짓말--- 언니, 언니, 언니------!!!!" 이젠 움직이려 하지 않는 그녀의 얼굴을 안고서, 히스이는 필사적으로 불러댄다. 그, 피를 통하는 듯한 마음이 전해진 것인가. 뻐끔뻐끔하고, 그녀의 입이 움직였다. "언니......? 언니, 정신 차려요......!!" 결사적인 외침. 그것을 보고서, 그녀는 어린아이처럼 웃었다. "......어머 ......안돼, 요, 히스이쨩. 그렇게, 울고, 있으니 ......옛날로, 돌아간 것, 같잖아." "그런--- 언니, 왜----." "......응. 그래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히스이쨩이, 되돌아올 수, 없으니까." 끊어질 듯 말 듯. 히스이고 무엇이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듯한 눈으로, 멍하게,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언, 니." 히스이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뚝뚝 하고, 쉴새없이 흐르는 눈물. "......어째서? 그런 거, 됐어요. 전 이대로도 좋았어. 언니만 행복하다면, 그걸로 만족이었어요. 저--- 저는 계속 언니에게 보호받고 있었으니까, 그것으로---." 계속, 행복했었는데, 하고. 괴로운 듯, 히스이는 말을 삼켰다. "왜......? 언니는 히스이인 채로 있었으면 좋았어요. 옛날, 언니가 동경했던 히스이인 채로 있었으면 되는 거였는데, 왜--- 이제 와서, 제게 돌려준다니, 그런 거----." 주륵, 하고 눈물이 흐른다. 그녀의 뺨에 떨어진 눈물에 반응한 것인가. 그녀는, 응, 하고 조용히 끄덕였다. "......그렇, 네. 나, 정말로, 즐거웠어. 전부 연극이었지만, 즐거웠어요, 히스이쨩. 그러니, 히스이쨩도, 즐거워한다면, 좋겠구나--- 해서." 피가 흐른다. 한번 말을 할 때마다, 그녀는 혈액을 토해 내 간다. "저기-- 언니, 정신 차려요 언니......! 이럴, 이럴순 없어......! 어째서, 어째서 언니가 죽지 않으면 안되는 거야......!? 언니가--- 언니가 죽지 않아선 안될 이유따위, 어디에도 없는데......!" 히스이의 목소리는, 이미 그녀에게는 닿지 않는다. 하아, 하고 크게 가슴을 오르락내리락 한 후, 그녀는 높고 높은 하늘을 올려다본다. "......예뻐. 나, 밖에 나올 수는 없었지만, 하늘의 색 만은, 기억하고 있었어." "언니--- 언니......?" "......되돌아 보면, 그런 아무것도 아닌 게, 나의 하루, 였어요. 히스이쨩과, 시키상과, 아키하님이, 계시고. 거기엔, 너무나 아름다운, 하늘이 있었던, 거예요. 응...... 잘, 생각나지않아. 즐거웠던 일이라던가, 점점...... 희미해져, 가는, 것 같아." ......힘이 빠진다. 그나마 남아있던 눈동자의 빛이 사라져 간다. 그것을. 내버려 둔다던가 할 수 있을리, 없었다. 나이프를 꺼낸다. 안경은 이미 벗은 상태이다. 다음은---. "시키님, 무엇을----!" 히스이가 매달려 온다. "----코하쿠상을 구하겠어. 지금은 잠자코, 날 믿어줘." 히스이를 떼어놓고, 그녀의 몸을 응시한다. ......유미즈카 때와 마찬가지야. 그 때, 자신의 체내에 섞여 들어간 유미즈카의 혈액을 '죽일수 있었다' 라면. 그녀가 마신 독극물도, 죽일 수 있을 것이다. "-----------크." 두통이 격렬하다. 쿡쿡 하는 소리를 내며, 관자놀이에서부터 컷터칼의 날이 찔러 들어오는 듯한 두통. 그것은, 아픔때문에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을 정도. "-----------윽." ......다른 사람의 몸에서 이물질을 보는 것은 어려운 것인가. 확실히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고 있으니, 두뇌가 아픔을 경고로서 전달해 온다. "아------하, 아." 호흡이 미쳐 날뛴다. 칠칠치 못하게 열린 입에서부터, 질질 하고 침이 흘러 간다. 시야는 빨갛다. 온몸의 체액이 소독약으로 변해 버리기나 한 듯, 작렬하는 통각(痛覺)이 퍼진다. "켁------ 그그, 극-----." 아아, 허나, 그렇더라도. "크------- 아, 아-------!" 이대로, 실명해 버려도 상관없다는 셈으로 그것을 보았다. ------선이 끊어져 가는 의식의 다발. 세계가 하얗게 된 듯한 광경. 파직, 파직, 하고 혈관이 파열되는 소리 속에서, 신속하게, 토노 시키가 가동 불가능 상태에 빠지기 전에, 그녀의 몸 속의 이물질을 말살시켰다. 며칠만에 본 광경은, 하얀 진찰실이었다. "......좋아. 아무래도 문제는 없는것 같네, 시키군. 흐림도 보이지 않고, 증세가 재발할 일도 없겠지. 오늘부터는 정상적으로 지내도 상관 없어." 요 며칠간, 계속 진찰을 해 주었던 의사가 카르테에 뭐라고 써 넣고 있다. 처음으로 보는 그의 얼굴은, 예상 외로 인자했다. "그럼 몸조심하게. 아아, 그래도 한동안은 무리하지 않도록. 자네는 아무래도, 자신의 몸을 너무 격하게 다루는 모양이야." "---알겠습니다. 그러면 안녕히. 그간 신세졌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하며 머리를 숙인다. 그리고는, 의자에서 일어섰다. 복도로 나온다. 대합실에는 히스이의 모습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며칠인가 만에 히스이의 얼굴을 보고는, 붕붕 하고 손을 흔든다. 히스이는 즉시 다가와서는, 마악 병석에서 일어난 나의 몸을 부축하려는 듯 바짝 달라붙어 주었다. "그럼 갈까. 코하쿠상도 오늘부턴 면회할 수 있지?" 네, 하고 끄덕이는 히스이. "......저어, 시키님. 정말로 몸은 괜찮으십니까?" 히스이는 걱정스러운 듯 올려다본다. "저기 말야. 의사라는 건 완치되지도 않은 환자를 자유롭게 하진 않는 족속들이라고. 퇴원한다는 건 이미 멀쩡하다는 뜻이야. 병원에 익숙해 있는 내가 말하는 거니까 틀림 없어." "----네. 그래서 괜히 걱정이 된답니다. 시키님께서는 의사선생님을 만나셔도, 한번 제대로 나아 보신 적이 없으시니까요." "............음." ......히스이도 제법 말이 늘었다. 그것은 정말 사실이었기에, 반박할 말이 없다. "어쨌든, 눈의 붕대는 풀었단 말이야. 히스이의 얼굴도 똑똑히 보이고, 몸도 나았으니까 문제는 없겠지 뭐. 자, 그것보다 어서 빨리 코하쿠상에게 가 보자." 아직 무언가 말하고 싶은듯한 히스이의 손을 끌고서, 코하쿠상의 병실로 걸음을 옮겼다. -----그 후. 나이프로 코하쿠상의 몸을 베어가르는 나를 본 히스이는 반쯤 광란을 일으킨 상태가 되었다. 그랬지만, 코하쿠상의 몸에 상처가 없는 것, 그 다음에 코하쿠상의 호흡이 되돌아온 것, 덧붙여서 내가 고꾸라진 일이라던가가 있어서, 히스이는 혼란스러운 상태에서도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뒷처리에 힘써주었던 듯 하다. 그 결과로, 코하쿠상은 목숨을 건졌다. 내 쪽에 관해 말하자면, 심한 체력의 저하에다, 안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져 있었다. ......뭐어, 실명했던 거로군, 이라는 것은 어쩐지 모르게 이해하고 있었다. 실제로, 코하쿠상의 몸에 나이프를 휘둘렀을 때엔, 이미 '선' 밖에 보이지 않는 상태였었고. 그래서 실명했다는 것을 알았어도 그리 쇼크를 받진 않았던 것이지만, 얼마 지나자 시력은 깨끗하게 회복되었다. 검진을 받아보니 안구에는 어무런 이상이 없고, 신경에 문제가 있었을 뿐인 듯 하다. 선이 끊어졌던 신경이 이어졌다, 라는 것 보다 마모되어있던 신경이 회복했다는 것이겠지. ......아무래도, 나의 눈은 간단하게 실명할 정도로 상냥한 물건이 아닌 모양이다. 잘못했다간, 실명하더라도 그 '선' 만은 보이도록 되어 버릴지도 몰라. ......뭐,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나도 코하쿠상도 살았다, 라는 일. ......하지만 코하쿠상은 완벽하게 나았다, 라는 게 아니었다. 그녀는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그러나, 그 댓가로서, 잃어버린 것이 있었다. "시키님." "에---- 아아, 부디 먼저. 나보다는 히스이가 먼저 들어가는 편이 좋으리라 생각해." 네, 하고 대답하고는 히스이는 병실의 문을 노크한다. 들어오세요, 라는 대답이 돌아와서, 우리들은 병실로 들어갔다. ----병실에는 코하쿠상밖에 없다. 그녀는 침대에 누운 채 상반신만을 일으켜서, 나와 히스이를 보았다. "........................" ......코하쿠상에게 미소는 없다. 불안한 듯한 눈동자가, 들어 온 손님을 바라볼 뿐. "저어...... 누구이시죠?" 그 말에, 히스이의 어깨가 조금 떨렸다. "병문안을 하러 온 거예요. 실례할께요, 언니." 언니, 하고 불리자 코하쿠상은 의외라는 듯한 눈으로 히스이를 본다. 히스이는 코하쿠상의 곁에 앉았다. 난 방해되겠군, 하고 생각해서, 눈에 띄지 않도록 벽 근처의 의자에 앉는다. 코하쿠상은 변함없이, 기운이 없는 얼굴을 하고서 히스이와 나를 번갈아 보았다. "저기...... 죄송해요. 저, 왠지 이상하네요. 두 사람 모두 기억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것이 어떤 기억이었는지 생각나질 않아서요." 미안하다는 듯 코하쿠상은 말한다. 그것은 농담이나 무언가의 예가 아니라, 정말로, 본심에서부터 나온 말이었다. -----기억에 장애가 있다. 그렇게 들은 것은, 아마 나의 쪽이 더 먼저라 생각한다. 코하쿠상은 이전의 코하쿠상이 아니게 되어 있었다. ......아니, 그 말에는 어폐가 있군. 확실히는 모르지만 뇌의 시스템이라 하는 것은 기록, 보존, 재생, 인식이라는 네 가지로 구별되는데, 코하쿠상은 그 중 보존이라는 기능에 이상이 와 버렸다고 한다. 의사의 말에 의하면 이제부터 사람답게 사는 일은 가능하지만, 과거...... 이전에 있었던 일들의 대부분이 기억나지 않게 된 상태다, 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기억나지 않는다, 라기보다 이미 잃어버린 것. 지금까지 보존되어 있었던 코하쿠상의 과거의 기억--- 정보는 잃어버렸고, 생각을 해 내려 해도 그 기억의 소재가 없다. 그러니, 코하쿠상은 나도 히스이도 생각해 낼 수 없다. ......이전의 코하쿠상으로 돌아온다 라는 일은, 정말로, 절망적일 정도로까지 있을 리가 없다. 치사성 독극물의 쇼크로 그렇게 된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코하쿠상 본인의 의지로 닫아 버렸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렇게 눈 앞에 있는 코하쿠상은, 몸도 마음도 코하쿠상인 채이면서, 단지, 나나 히스이나 아키하의 일들을 모두 잊어버리고 있을 뿐이었다. "저어............" 눈을 크게 뜨고서 코하쿠상은 히스이를 쳐다본다. 네? 하고 대답하는 히스이에게, 코하쿠상은 머뭇거리며 말을 건다. "저와 같은 얼굴을 하신 당신은 누구이신지." "---------." 히스이의 몸이, 얼어붙은 듯 정지한다. 하지만 그것도 한 순간. 히스이는 활짝 웃으며, 코하쿠상의 손을 잡았다. "전 당신의 여동생이예요. 히스이, 라고 하지요." "히스이...... 쨩이신가요." 하아, 하고 어딘가 얼이 빠진 대답을 한다. 그것은 히스이에게 있어서 매우 잔혹한 답변이었겠지. 그런데도 히스이는 아까보다도 더욱 상낭하게 미소지으며, 네, 하고 대답했다. "......죄송해요. 저, 히스이쨩의 일이 생각나지 않고, 거기 계시는 분도 기억나지 않는답니다. ......아핫, 좀 무서워져 버렸어요. 히스이쨩에 관한 일도 알지 못하다니, 저, 정말로 이상해져 버렸나 봐요." 따돌림당하고서 남겨진 어린아이처럼 코하쿠상은 고개를 숙였다. 그, 불안함 밖에 존재하지 않는 얼굴은, 코하쿠상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다. ---그래도. 히스이는 강하게, 코하쿠상의 손을 쥐었다. "아니요, 안심하세요 언니. 아무리 불안하시다 하더라도, 제가 함께 있어요. ......지금까지 언니가 저를 지켜와 주셨었던 것처럼, 이번엔 제가, 계속 계속 언니를 지킬 테니까." 멍한, 얼굴. 코하쿠상은 멍하니 히스이를 본 다음, 고마워요, 하고 진심으로 바라듯이 대답했다. "에---- 아, 응." 쑥쓰러운 듯 아래를 향하고서, 히스이는 우물우물 하고 말을 뭉기적거린다. (역자 주 : ......이 줄 의역. 언제나 의성어ㆍ의태어가 문제다) "에 또, 그러면 뭔가 필요하신 건 없으세요? 먹고 싶은 거라던가, 원하는 거라던가." 쑥스러움을 감추기 위한 히스이의 말에, 코하쿠상은, 네, 하고 올곧은 눈으로 끄덕인다. "......먹고 싶은 것은 없지만, 원하는 게 있어요. 부탁드려도 될까요?" 코하쿠상은 히스이뿐만 아니라, 벽 근처에 앉아있는 나에게까지 시선을 향해 온다. "네. 뭐지요, 언니." "......저, 코하쿠라는 이름을 계속 싫어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 저, 이름이 있었으면 해서." "..................이름." 어째서일까. 그렇게 들으니, 하나의 이름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것은 벌써 버려져서, 이미 기억에밖에 남아있지 않은 오래된 단어. "...............시키님." 히스이가 돌아본다. ......그녀에게도 비슷한 이미지가 있었던 것인지, 동의를 구하는 것처럼 바라보아 왔다. "...............응." 끄덕이며 대답한다. 히스이는 코하쿠상을 향해 다시 되돌아보며, "나나야(七夜)라는 건 어떨까요." 그렇게, 전했다. "............나나야." 음미하듯 코하쿠상은 중얼거린다. 그런 다음, 무언가를 생각해 낸 듯 얼굴을 들었다. "---네, 저, 그 울림이 마음에 드는 것 같아요. 뭔가, 아주 그리워서요."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웃었다. 그것은 언제나 그녀에게 있었던, 꽃과도 같이 웃는 얼굴. ---그녀는 겨우. 깨어나고서 처음으로, 기쁜듯 미소지었다. ---언제부터인가,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광경에는 위화감이 사라져 있었다. 그녀들은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언니와 여동생으로서 온화하게 시간을 쌓고 있다. ......기억을 잃은 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모르겠다. 그녀에게 있어서는 괴로운 기억밖에 없었던 과거가 사라져 준 것이라면, 그건 기뻐해야 할 일이다 라고는 생각한다. 확실히 그렇다면, 그 뒤는 반드시 행복해질 것이다. 슬픈 일들을 잊고서, 그녀는 겨우 인간의 행복을 얻을수 있겠지. "----------." 그러나, 이렇게도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아무래도 다시 생각해 버린다. 창가에 서 있었던 어린 소녀. 그녀에게 있어선 과거는 잊혀져야만 할 일이란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가능한 일이었다면, 나는 구 코하쿠상이 행복해져 주었으면 했다. ......그것은 이미 이룰 수 없는 소망이다. 그러니 그런 바램은 이 정도로 메듭을 짓자, 고. ----동경하고 있었던 푸른 하늘 아래서. 근심이 없는 그녀의 웃는 얼굴을, 이별의 꽃과도 같이, 최후에 딱 한번 환상으로 보았다----. "시키님, 잠깐 괜찮으시겠습니까?" 병원을 나온 후. 갑작스럽게, 히스이는 그런 말을 해 왔다. "에......? 상관 없지만, 뭔데?" "네. 아직 시간도 있고 하니, 방문하고 싶은 곳이 있습니다." "방문라고 싶은 곳......?" 히스이의 으도를 파악하지 못한 채 고개를 기울인다. "자, 괜찮으니까 가시지요 시키님!" 꼬옥, 하고 억지로 내 손을 잡아 끌며 히스이는 달려나가 버렸다. "----------------." 따라온 곳은, 교외의 초원이었다. 가을이 다 끝나간다지만 하늘은 높다. 쏴아쏴아 하고 흔들리는 풀과 뺨을 쓰다듬는 바람이, 침울해 있던 마음을 떠내려 보내 주는 듯한, 그런 광경. "히스이......? 여기에 들르고 싶었다니, 왜." "글쎄, 왜일까요?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확실한 이유는 없답니다. 단지 병원에 오는 도중, 전철의 창을 통해 이 초원이 보였었기 때문이니까요." 곁에서 바람을 받으며,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히스이는 말했다. "......더욱 더 모르겠는데. 확실히 좋은 곳이라 생각하지만, 일부러 찾아올 만한 장소도 아니잖아. 놀고 싶다면, 좀 더 특별한----." "아니요. 방문하는 장소는 여기가 좋습니다. 마을 안이 아닌, 좀 더 조용하고 꺠끗해서, 긍정적이 될 수 있는곳에 찾아오고 싶었어요. 시키님께서 언제나의 시키님으로 되돌아와 주실 수 있을만한, 이런 들판에." 맑게 미소지으며, 히스이는 나를 올려다본다. "언제나의 나라니---- 히스이?" "네. 그렇지만 병실에서의 시키님게서는 아주 우울해져 계셨습니다. ......시키님께서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는 알고 있고, 저도 시키님게서 그렇게 생각해 주셔서 기쁩니다. 그래도, 그런 것을 언니는 바라지 않았습니다." 히스이의 손이 뻗어온다. 스윽, 하고 부드럽게 붙잡아오는 손바닥. "그렇지요? 시키님게서는 좀 더 활기차게 계셔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저기요 시키님. 시키님께서는 눈치채지 못하고 계시겠지만, 시키님께선 양달의 향기가 나신답니다. 저는 그런 시키님이 좋고, 이제부터도 계속 좋아하리라 생각합니다." (역자 주 : 양달 = 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 음달의 반대) 똑바로 바라보아 오는 눈동자. 그것은 정말로 상냥하며, 긍정적인 눈동자 였다. 히스이의 쪽에서야 말로 양달의 향기가 난다. 8년 전. 아키하와 나와 그녀가 정원을 뛰어 다녔던, 그 때로 돌아간 것처럼. "----그럴까. 나, 스스로는 어두운 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데." "시키님께서는 스스로 말씀을 하시는 분이 아니실 뿐이십니다. 제게 있어서, 아니, 저희들에게 있어서, 시키님께선 그런 들판과도 같은 분이셨어요." "----------." 히스이의 손가락이 움직인다. 꾹, 하고 쥐어 오는 손바닥의 감각. "자, 그러니까 그런 얼굴은 하지 말아 주세요 시키님. 아키하님도 무사하시고, 언니도 살아난 거라구요? 시키님께서 슬퍼하실 이유 같은건 어디에도 없어요. 언니는 살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분명 원래대로의 언니로 되돌아올 날이 올 테고, 돌아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지금까지의 몇 갑절은 행복해져 줄 것입니다. 시키님께는 침울해져 계실 시간 같은건 없어요. 그래도, 이제부터 언니와 아키하님을 더욱 행복하게 해 드리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 히스이가 하는 말은 뒤죽박죽인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그 말을 들은 순간---- 음울해져 있던 마음에 빛이 비쳐들어 왔다. "-----그렇, 네. 나는 오빠인 거니까, 그 정도는 당연한 듯 해내지 않아선 안 되겠지." 네, 하고 히스이는 끄덕여 준다. "......아아, 어렵긴 하겠지만, 하지 않으면 안 돼. 그래도 말야, 나도 두 사람이 행복해져 주길 원하니까." "------네. 시키님이시라면, 반드시." 힘있게 끄덕이고서, 히스이는 나의 손을 가슴 근처에다 겹쳤다. ......두근, 하는 고동. 히스이의 따스한 체온이, 풀을 흔드는 바람과도 같이 마음에 맑게 개어 간다. "---거기에다, 말씀이죠. 역시 시키님께서는 활기차게 계셔 주시지 않으면, 제가 곤란해져 버립니다." 왜? 하고 묻는다. 히스이는 뺨을 묽게 물들인 채, 그래도 똑바로 나를 바라보며---- "......저를 행복하게 해 줄 사람은 시키님뿐이시기 때문이니까요. 저는 양달의 양기가 나는 당신을 위해서, 계속 곂에 있고 싶은 것입니다." ------입맞춤을 하기 위해, 히스이는 발돋움을 했다. 하늘은 높다. 슬픈 일 따위 한 점도 없는 깨끗한 아늘 아래,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의 체온이 전해져 왔다. ----들판에서부터는. 확실히, 부드러운 양달의 향기. ----아아, 히스이가 하는 말에 틀린 부분은 없어. 잃어버린 것은 크지만, 모든 것을 잃은 건 아닌 거야. 하루하루는 미래를 향해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앞을 향해 걸어가서, 모두가 다 행복해지도록 하지 않으면 손해이다. "......응. 고마워, 히스이." 날씬한 몸을 껴안고서, 눈을 감았다. 뺨에는 슬픔과는 다른, 따뜻한 눈물이 흘렀다. 살아있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라는, 그런 것은 옛날부터 알고 있다. ----자아, 히스이의 손을 잡고, 후회함이 없도록 걸어가기로 하자------. END 번외편 시에루선생의 수업 제 8교시 히스이ㆍ굿 엔딩, 수고하셨습니다. 각 히로인에게는(한명만에게는 예외가 있습니다만) 두 종류의 엔딩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True 엔딩과 Good 엔딩이 그것이지요. 히스이상의 Good 으로 오기 위해선 True 를 거치지 않아선 안 되니, 이것으로 히스이상은 완벽이네요! 그럼 여기까지 츨레이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다시 '月姬' 의 어딘가에서 만나기로 하죠! "시에루상. 저도 전하지 않아선 안 될 얘기가 있습니다만." 어머, 로어 박사. 희한하시군요, 이런 자리에 다 나오시다니. "일이 일이니까요. 요점만을 설명하자면, 히스이상을 클리어 하고 나서 첫 날을 다시 플레이하시면, 어떤 선택지가 늘어나 있습니다. 사실상, 月姬에 있어서의 최종 루트 등장이라는 거지요. ......뭐어, 제가 이런 얘기를 하지 않아도 그래픽 모드에 가 보시면 한 눈에 알아보시겠지만." 그렇군요ㅡ. 그러면 계속해서 月姬를 즐겨 주세요. ---------------------------------------------------------------------------------------------------------------------------- 히스이 시나리오 종료 ...... 번역 비화 한 가지 가능했다면 슬슬 놀면서 느긋하게 하고 싶었지만, 뒤이어 올라온 코하쿠루트 덕분에 정신없이 매달리게 되었습니다 이른바「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라는 거겠지요 ...... 덕분에 학사경고 한방 확정 ...... 오타 밎 오역 신고 언제 어디서 무엇이든지 정말 절대 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