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하쿠 루트 번역본 입니다 번역하신 분은 이곳 레이스넷의 아라라님과 kwonv2님이니 퍼가실려는 분은 이분들의 허락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 일단 앞부분은 아키하루트와 같기 때문에 생략합니다. 고하쿠루트는 아키하루트와 히스이 루트와 매우 겹칩니다. 일단 겹치는 부분은 識님의 아키하 번역부분에서 가져와 붙여넣기 한부분이 대부분임을 알려드리며, 識님의 허락을 받지 않고 무작정 해버린짓이기에; 識님이 원하시면 언제든지 삭제 합니다.(차마 귀찮아서 겹치는 부분까지 다 번역할수 없었달까요;;) ===================================================================== 反轉衝動 I. 언제나와 다른 귀가길을 걷는다. 모르는 길을 빠져나와, 점점 토오노 저택에 가까워진다. 주위의 퐁경은, 모르는 풍경은 아니었다. 적어도 나는 8년전---9세까지 토오노 저택에서 살고 있었으니까, 저택으로 돌아가는 길은 처음인건 아닌거다. 조금 기분이 복잡하다. 이 귀가길은 그립고, 신선하기도 하다. 방금까지 토오노 집에 돌아가는 것은 내키지가 않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싫지도 않게 되었다. .....토오노시키가 9세까지 살고 있던 집. 그곳에 있는 것은 일본에는 어울리지않는 저택으로, 지금은 여동생 아키하가 남아 있다는 이야기다. 나를 싫어하고 있던 아버지---토오노가의 당주인 토오노 마키히사는, 지난 날, 타계했다고 한다. 모친은 아키하가 태어났을 때에 병사했다고 하니, 토오노의 인간은 나와, 여동생인 아키하 둘뿐이 되버렸다. 본래라면 장남인 나---토오노시키가 토오노가의 후계가 되었겠지만, 나에게는 그런 권리는 없다. 토오노가의 후계가 된다, 라는 것은 정해진 교육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것이 싫어서 자유롭게 지내서, 아버지에게서 몇번을 잔소리 들었는가 모른다. 그런데다, 나는 사고에 휘말려서 병약한 몸이 되버리고, 아버지는 마침 잘됐다는 듯이 나를 잘라 내버렸다. 아버지 말하길, <비록 장남이라해도, 언제 죽을까 모르는 자를 후계자로는 할 수 없다.>라던가 뭐라던가. 유감스럽게도 아버지의 예상을 배신하고 회복해버렸지만, 그쯤에는 토오노가의 후계는 여동생인 아키하로 정해져 있었다. 그때까지 토오노의 딸에 어울리도록, 엄격하게 길러져왔던 아키하는, 그때부터 더욱 엄격하게 자랐다는 것 같다. 옛날----사고에 휘말리기 전까지는 함께 저택의 정원에서 놀던 아키하와는, 그후로 전혀 만나지 않았다. ......8년전에 버린 저택의 생활. 8년간이라하는 세월은 길고, 그 시절의 기억은 대부분이 희미해져있다. 그래도. 어느 일만은, 지금도 강하게 마음에 새겨져있다. 그것은---- (3. 창가의 소녀 선택) 전혀 만나지 않았다고 하면, 그것은 아키하만이 아니었다. 다소 8년전 이야기인지라 잘 기억나진 않지만, 저택에는 비슷한 나이또래의 아이들이 있었다. 이름까지는 기억나진 않지만, 분명 쌍둥이 여자아이였다. 친척도 아니었고 식모(-_-;;)를 전제로 데리고 왔다고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이상하네, 어렸을적에는 셋이서 함께 놀러다녔는데, 이름이 기억안난다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분명 생각이 난다. 언제나 밝고 보는것만으로도 이쪽까지 기운이 나게 만드는 여자아이였다. 모난데 없는 성격으로 저택 모두에게 귀여움을 받았던 여자아이. 나이가 비슷하기도 하고 해서, 그아이와 난 사이가 굉장히 좋아 매일같이 정원을 뛰어다니고는 했었다. "시키야 같이 놀자" 라며 방안에만 있던 날 밖으로 끌고 나갔던것을, 생각한다. 잘 웃으며, 내성적인 아키하의 손을 잡고 우리들과 함께 자주 놀아주곤 했다. 어쩌면 우리들보다 나이가 많았을지도 모른다. 그아이는 우리들과 아키하가 놀수있게 만들어주고서는, 우리들과는 놀지 않고 조금 떨어져서 우리들을 지켜봐주었다. 아키하를 가르치던 엄격한 집사도 어쩔수 없는 것처럼 "---가 함께라면 괜찮습니다."라고 말하며 아키하를 밖으로 내보내 주고는 했었다. 하지만 그런 그 애 이상으로 신경쓰이던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 애가 어떤 아이인지, 어째서 항상 그렇게 있었던건지 알 수 없다. 저택 2층. 우리들이 정원에서 돌때, 뒤를 돌아볼 때까지 우리들을 내려다보고 있던 소녀의 모습이 있었다. 그 밝은 여자아이와 쌍둥이인 소녀는 반대로 언제나 무표정하게 우리들을 바라보고 이었다. 소녀는 절대로 저택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단지 차가운 눈을 하고서 계속 우리들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어렸음에도 불고하고 그소녀가 외로워 보인다든지 병이든 것 같이 보인다든지 토오노 저택에 있던 시절 생각나는 기억들은 오로지 그녀에 관한 것 뿐이다. 뭐 결국 그 소녀와는 마지막에 조금 이야기한 것이 전부인건가. "그 아이들은 아직도 저택에 있으려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가방에서 하얀 리본을 꺼냈다. 오래된 하얀 리본. 마지막에 그녀들에게서 받은 물건. ---8년전 사고에 휘말린후 토오노저택에서 아리마가로 맡겨지던 날. 저택을 나오기 직전 무슨 생각을 한건지 여자아이는 리본을 건내줬다. ....빌려주는거니까 돌려줘야돼. 분명 그런 내용의 이야기를 하고서는 여자아이는 뛰어갔다. 약속을 했던 커다란 나무. 그날은 정말 좋은 날씨에, 올려다 보면 지워져 사라져버릴것만 같이 높고 높은 파란 하늘이었다. 그것이 8년전 토오노가를 뒤로 할때의 마지막 기억. "하아" 한숨을 쉬고 리본을 가방속에 넣었다. "그래도 8년도 더 된 이야기려나" 그 여자아이가 아직 저택에 있을지도 알 수 없고,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도, 이 리본은 중요한 물건이구나." 아버지인 토오노 마키히사로부터 의절 당했던 당시. 버림받았다는 내 입장이 슬퍼질때, 그 소녀가 리본을 돌려받기 위해 날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는것만으로, 어딘가 가슴이 따뜻해지곤했다. 그러니까, 기억하고 있는한 지키고 싶다. 이렇게 저택에 돌아가는걸 승락한것은 아키하가 외토리로 저택에 있기때문이다. 8년 전에도 그 녀석을 내버려두고, 모든 책임을 그 녀석에게 떠넘기고 자기 멋대로 지낸 나에게 책임이 있으니까 저택으로 돌아간다. ....다만 그것과 별개의 의미로 나는 그 약속을 위해 저택에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하얀 리본 ....8년전 오직 한사람 "기다릴께"라고 말해주었던 약속을 위해. "-----크다" 정문에 서자 바로 그런 말이 나왔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던 나에게 토오노가의 저택은 크게 현실과 떨어져 있었다. "...좀 빨랐나, 나" ...아니 이제와서 후회해도 소용없다. 문은 열려있다. 힘으로 밀어 열고서 저택의 현관으로 향했다. 거실의 현관은 짓눌릴듯 솟아 방문하는 자를 위압하고 있었다. 양쪽으로 여는 문의 옆에는 어울리지 않게도 초인종이 붙어있었다. "....좋아" 긴장을 떨치고 초인종을 누른다. 띵-동 같은 친근한 소리는 나지 않았다. 무거운 정적이 계속되길 수초. 문의 안에서 탁탁탁 하는 소란스러운 사람의 기척이 났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찰칵 하고 문이 열린다. 열리자 앞에 있는것은 본적있는 로비와 앞치마를 걸친 소녀였다. "다행이다. 꽤 늦으시길래 헤매고 있는건 아닐까 걱정했다구요. 해가 져도 오시지 않으셨으면 마중을 갈까 하고 생각했으니까요." 앞치마같은 시대착오적인 물건을 걸친 소녀는 방글거리며 웃고 있다. "아, 아니------,그것은, 그-----" 이쪽은 어쨌든 소녀의 상당히 시대착오적인 모습에 당황해서, 할말을 잃어 버렸다. 움찔움찔하는 이쪽의 어조을 이상하게 생각한건지 소녀는 희미하게 고개를 기울였다. "시키님, 이시죠?" "에..응 님이라고하는건 그,사양이지만" "맞죠? 정말, 놀라게하지 말아주세욧. 저 또 착각한건 아닐지 무서웠다구요." 아하하,하며 싹싹한 웃음을 흘리는 소녀. 확증은 없지만서도, 이미지가 꼭 맞는다. "저기, 그...당신, 혹시 어린시절 나랑 함께 놀던 아이?" 어렵게 어렵게 물어본다. 소녀와 정말 기쁜듯이 얼굴가득히 웃음을 띄웠다. "자, 피곤하시지요? 사양하지말고 올라오세요. 거실에서 아키하님도 기다리고 계시니까요" 소녀는 빠르게 로비를 지나 거실로 걸어간다. .......소녀는 생각이 난듯 갑자기 뒤로 돌아 얼굴가득 웃음을 띄우며 인사를 했다. "다녀오셨어요 시키님. 부디 오늘 부터 잘 부탁 드립니다." 소녀의 인사는 정말 꽃같은 미소를 띈 얼굴이었다. 거기에 무엇하나 대답도 못하고 우물쭈물 그녀의 뒤를 쫓아갔다. 소녀에게 안내받아 거실로 이동한다. 거실은 처음보는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8년전의 일이라 기억이 안나는건가, 아니면 그사이 장식을 바꾸기라도 한건가. 어쨌든 다른사람집같아서 진정아 안됐다. 안절부절하며 거실의 형태를 돌아다 보고 있는동안 앞치마의 도우미씨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시키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수고 했어요. 주방으로 돌아가도 좋아요 고하쿠" "네." 고우미씨는 고하쿠라는 이름인가보다. 고하쿠씨는 그럼, 이라며 이쪽에도 작게 고개를 숙인뒤 거실을 나갔다. 남아있는것은 나와 본적없는 두명의 소녀뿐이었다. "오랫만이네요, 오빠" 긴 흑발의 소녀는 당당한 눈빛인채로 그런말을 했다. 확실히 말해 사고와 완전정지해 있다. 새하얀 머리는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아아, 하고 끄덕이는 일 밖에 하질 못한다. ......하지만, 그건 어쩔수 없다고 생각한다. 8년만에 본 아키하는, 이쪽의 기억에 있는 아키하가 아니라, 완전히 양가의 아가씨로 변해 있었으니까. "오빠?" 흑발의 소녀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아니" 한심하게도, 얼빠진 말밖에 말 할 수가 없다. 이쪽은 눈앞의 소녀를 아키하라고 인식하기 위해 두뇌를 풀회전시키고 있는데, 아키하쪽은 이미 나를 오빠라고 인식해버린 것같다. "어딘가 불편하신듯 하군요. 이야기 전에 잠시 쉬시겠습니까?" 아키하는 스윽 흘겨본다. .....뭔가, 굉장히 기분이 나쁜듯이 보이는건 기분탓인걸까. ".....아니, 별로 기분이 나쁘진 않아. 단지 그, 아키하가 너무나 변했으니까, 놀란 것 뿐이야" "8년이나 지나면 변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들은 성장기였으니까요. ----그렇지 않으면 언제까지도 이전인 채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까, 오빠는." ....뭐지. 아키하의 말은 왠지모르게 가시가 박혀있는 느낌이다. "아니, 그렇다고 해도 아키하는 변했다고. 예전보다 훨씬 미인이 됐는걸" 아부가 아니라 솔직한 감상을 말한다 ----그러자. "에에. 그렇지만, 오빠는 이전과 별로 변하지 않으셨군요." 하고, 눈을 감은채 아키하는 차갑게 잘라 말했다. "............." ....뭐어, 그 나름의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역시 아키하는 나를 좋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건강이 괜찮으시다면 이야기를 끝낼까요. 오빠, 자세한 사정은 듣지 않았지요?" "자세한 사정이고 뭐고, 갑자기 저택에 돌아오라는 말밖에 듣지않았어. 아버지가 죽었다는건 신문에서 읽었지만." .....한 기업의 톱에 있던 인물이 죽으면, 그 정도 경제신문에서 읽어낼수 있다. 토오노마키히사의 부보(訃報)는, 그의 장례가 끝난후에 신문을 거쳐 아들인 토오노시키에게 닿았다. 친척의 알림같은게 없어도, 쫒겨난 아들은 1부 100엔인 종이로 부모의 사망을 알 수 있었다. 아이러니한 이야기지만, 정말 편리한 세상이 되버린거다. "....면목없습니다. 아버님에 대해 오빠에게 알리지 않았던 건 이쪽의 실책이었습니다." 아키하는 조용히 머리를 숙인다. "괜찮아. 어차피 내가 가봤자 죽은 사람이 되살아나는 것도 아니고. 아키하가 신경쓸게 아냐"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집니다." 아키하는 심각한 얼굴을 하지만, 그런것은 정말로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였다. 장례식이란 것은 고인에 대해 감정을 끊지 못한 사람들이, 그 감정을 끊기 위해 행하는 의식이다. 벌써 옛날에 감정을 끊어온 나와 그 아버지의 경우, 장례식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오빠를 이쪽에 다시 부른 것은 나의 의향입니다. 언제까지도 토오노의 장남이 아리마가에 맡겨져 있는 것도 이상하지요? 아버님이 돌아가신 이상, 토오노의 혈족은 나와 오빠뿐입니다. 아버님이 어떤 생각으로 오빠를 아리마가에 맡기셨는 지는 모릅니다만, 그 아버님도 이미 타계하신 몸. 그러니까 이 이상 오빠가 아리마가에 맡겨질 필요는 없어졌기에, 이쪽에 돌아오도록 한겁니다." ".....뭐어 상관없지만, 그런걸로 잘도 친척사람들이 납득했구나. 나를 아리마가에 맡겨라라고 이야기를 꺼낸거, 확실히 친척의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그렇군요. 하지만 지금의 토오노의 당주는 나입니다. 친척 분들의 진언은 전부 각하하였습니다. 오빠는 이제부터 여기서 지내게 해주셔야 겠습니다만, 여기에는 여기의 규율이 있습니다. 지금까지와 같은 무례함은 피해 주셔야겠으니, 그렇게 알아주세요." "하하, 그건 무리야 아키하. 이제와서 내가 예의바른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을리도 없고, 돌아갈 생각도 없어." "될수있는 범위에서만으로 상관없으니 노력해주십시오. 그렇지않으면---나는 할 수 있었던 일이, 오빠에게는 할 수 없다, 라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스윽, 하고 아키하는 차가운 시선을 향해온다. 뭔가 무언으로, 8년간이나 여기에 놔두고 간 원한에 두들겨 맞고 있는 기분이 든다. "....OK, 알았어. 어떻게든 노력은 해볼께." 아키하는 가만히, 신용 할 수 없다는 듯이 노려본다. "노력할 필요는 없습니다. 결과를 내주시면 그걸로 좋습니다." 당당한 태세인 채로, 아키하는 용서없는 말을 꺼내온다. "이야기를 되돌리지요. 현재, 토오노가에는 오빠와 나 밖에 없습니다. 귀찮은 것은 싫기 때문에, 사람은 내쳤습니다." "에? 잠깐 기다려 아키하, 사람을 내쳤다니, 너----" "오빠도 친척의 사람들과 저택안에서 만나는 것은 싫지요? 하인도 대부분 휴가를 보냈습니다만, 나와 오빠 전속의 사람은 남겨 두었으니 문제는 없습니다." "아니, 문제없다니 아키하. 그렇게 제멋대로 굴면 친척희의에서 항의당하잖아!" "정말, 어쩌고저쩌고 말하지 말아주세요. 오빠도 저택안에 사람이 넘치는 것보다, 우리들 밖에 없는 쪽이 마음 편하지요?" ......우. 뭐어, 그건 정말 마음이 편해지지만. "하지만 이제 당주가 된 아키하가, 그, 그런 폭군같은 억지를 부리면 친척 사람들이 가만히 있지 않잖아? 아버지도 친척의 의견에는 거역하지 못했었잖아" "그렇군요. 그러니까 아버님는 오빠를 아리마가에 맡긴겁니다. 하지만 나, 어렸을 때부터 그 사람들이 정말 싫었으니까요. 이 이상 그 사람들의 잔소리를 듣는것은 사양입니다." "사양이라니, 아키하-----" "아아 정말, 됐으니까 내 걱정같은거 하지 않아도 좋아요! 오빠는 이제부터의 자신의 생활을 고민해주세요. 잔뜩 고생할게 눈에 훤하니까" 아키하는 조금만 내게서 시선을 돌리고, 기분나쁜듯이 그렇게 말했다. "그럼, 이제부터 모르는 일이 있다면 이 아이에게 질문하세요. ----히스이." 아키하의 옆에 서있던 소녀에게 눈짓한다. 히스이, 라고 불린 소녀는 무표정인채로 꾸벅 인사를 했다. "이 아이는 히스이. 이제부터 오빠 전속 시녀로 하겠습니다만, 괜찮겠지요?" ----------------에? "잠, 시녀라니, 즉, 그" "알기 쉽게 말하자면 메이드, 라고 하는 겁니다." 아키하는 당연하다는 듯이, 잘라 말한다. .......믿을수 없어. 양관에 어울리게, 메이드복을 입은 소녀는 아키하와 같이,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 당연한 듯이 서있다. "----잠깐 기다려줘. 어린애도 아니고 시녀같은거 필요없어. 자신의 일 정도는 알아서 해결 할 수 있으니까" "식사의 준비와 의복의 세탁도, 입니까?" 웃. 아키하의 지적은, 상당히 예리하다. "아무튼 이 저택에 돌아오신 이상은 내 지시에 따라주셔야 겠습니다. 아리마가에서는 어떻게 지내셨는가 모르겠지만, 이제부터 오빠는 토오노가에서 지내시는 겁니다. 그에 상응하는 대우라고 받아 들여 주십시오" "우....." 말도 없이, 히스이에게 시선을 옮긴다. 히스이는 역시 무표정으로, 단지 인형같이 이쪽을 바라 볼뿐이었다. "그럼 히스이, 오빠를 방으로 안내해 주세요." "예, 아가씨." 히스이는 그림자같이 기척도 없이 이쪽으로 걸어온다. "그럼 방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시키님." 히스이는 로비로 향한다. ".....하아." 한숨을 쉬면서, 이쪽도 로비로 걸어갔다. 로비에 나왔다. 이 양관은 로비를 중심으로 해서 동관과 서관으로 나눠져있다. 로비가 새의 동체, 동관과 서관이 새의 날개같이 꺽여 뻗어있어, 편익---즉 한쪽 관의 크기는 작은 병원급이다. 형태는 좌우 대칭으로, 동관도 서관도 같은 구조를 하고 있다고 기억하고 있다. "시키님의 방은 이쪽입니다." 히스이는 계단을 올라간다. 아무래도 토오노시키의 방은 2층에 있는 것 같다. ....그러고보면, 하인들의 방은 1층의 서관에 있었을 터이니까, 히스이와 코하쿠상의 방은 1층에 있는 거 겠지. 밖은 이미 해가 떨어져있다. 희미하게 전등이 들어온 긴 복도를, 메이드 복의 여자아이가 말 없이 걷고 있다. ".....뭔가, 동화의 나라같다." 나도 모르게 그런 감상을 흘린다. "시키님, 뭔가 말씀하셨습니까?" 멈춰서서 돌아보는 히스이. "아니, 그냥 혼잣말이니까 신경쓰지 말아줘." "........" 히스이는 가만히 이쪽을 바라본 후, 그럼, 하고 살짝 인사를 하고 걸어 갔다. ".........." 할 말을 잃다, 라는 것은 이런 일인 걸까. 히스이에게 안내받은 방은, 도저히 일개 고교생이 머물 방의 수준이 아니었다. ".....내 방이란게, 여기?" "예. 불만이 있으시다면 다른 방을 준비 해드리겠습니다만." "아니, 불만이 있는건 아니지만, 그----" 조금, 아니 상당히 지나치게 멋지다랄까. "시키님?" "----됐어. 아무것도 아냐. 기거이 이 방을 쓰도록 할께." "예. 방은 8년 전부터 손을 가하지 않았으니, 불편한 것은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 히스이의 말투는, 좀 이상하다. 그럼 마치, 여기가 내 방이었던 것 같은 느낌이잖아. "......저기. 여기, 혹시 내 방이었어?"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만, 아닌 겁니까?" 히스이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린다. .....안심했다. 이 아이에게도, 그 나름으로 감정표현이란게 있는 것 같다. ".....뭐어, 듣고 보면 그런지도 몰라. 조금 기억이 있고, 분명 그랬던 거겠지." 친근감은 전혀 일지 않지만, 8년간이나 떨어져 있으면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시 마음이 편하지 않는데. 오늘 아침까지 다다미6개반의 방에서 지냈었으니까말이지, 뭔가 고급 호텔에 묶으러 온 듯해." "기분은 알겠습니다만, 부디 익숙해져 주십시오. 시키님은 오늘부터 토오노가의 장남이신 것이니까요." "그렇지. 적어도 겉보기 정도는 비웃음을 사지 않도록 노력해 볼께." 툭, 하고 책상에 가장을 두고 기지개를 펴본다. ----이것저것 신경이 팽팽 해질 듯 하지만, 확실히 오늘부터 익숙해져 갈 수 밖에 없겠지. "시키님의 짐은 전부 옮겨 두었습니다만, 뭔가 부족한 것은 없습니까?" "----아니, 별로 없는데. 어째서 그런 걸 묻지?" "......아니오, 짐이 너무 적은듯 했기 때문에. 필요하신 것이 있으시다면 준비하겠으니, 들려 주십시오." "......그런가. 아니, 우선 부족한 것은 없어. 애초부터 짐은 적어. 자심의 짐이라고 해야, 이 가방과 이 안경과....." 가방 안에 들어 있는 교과서라든가,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는 하얀 리본이라든가, 그것뿐이다. "아" 그렇다. 중요한걸 나는 아직 물어보지 않고 있었다. "히스이, 잠깐 물어볼께 있는데." "네. 무엇입니까 시키님." "저기 착각했다면 미안한데, 히스이와 고하쿠씨는 자매지?" "------" 순간 히스이의 무표정한 눈에 놀라는 기색이 나타났다. "네. 분명 고하쿠는 저의 언니입니다." "그런가. 다행이다. 그럼 두사람도 옛날부터 여기에 있었단 애들이었구나!" 기뻐서 바로 말을했다. "..........." 기쁜 나와는 정반대로 히스이는 움직이지 않은채로 있었다. "히스이...? 너랑 고하쿠씨는 여기에 데려와졌던 아이들이지? 기억나지 않으려나 옛날 함께 놀았었는데---"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다르다. 우리들과 함께 돌았던 아이는 밝은쪽이다. 차가운 눈을하고 우리들을 바라보기만 했던것은 그--- "...저기, 네 언니랑 잘 놀았었는데 말이야, 히스이...?" "예, 있었습니다. 시키님이 아리마가로 가기 2년전에 저와 언니는 마키히사님에게 거두어졌으니까요." 담담하게 히스이는 말했다. ...히스이와 고하쿠상이 생각했던 쌍둥이었다는걸 알게된건 기쁘지만, 히스이는 그일을 별로 기억하지 못하는듯했다. "그런가. 히스이과는 별로 이야기 못했었으니까. 멋대로 들떠서 미안해." "시키님이 사과하실 일이 아닙니다. 저야말로 유년기 시절의 일로 시키님께 실례를 했습니다." 꾸벅 머리를 숙이는 히스이 "------" 엄청 거북하다. 히스이에게 악의가 없는건 알지만, 같은또래의 여자아이에게 그런걸 듣고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시키님 다른 용건은 없으십니까?" "아...응. 별다른건 없지만" "그럼 한시간후에 부르겠으니 그때까지 부디 편하게 있어주십시오." 히스이와 역시 무표정으로 말한다. 한시간후, 라는것은 저녁식사라는거겠지. ...하지만, 편하게 있어주십시오 라고 말해도, 여기서 어떻게 편하게 있으면 되는거지? 시계는 저녁 6시를 가리키고 있다. 평소때라면 거실에 가서 TV라도 볼시간이지만, 이 저택에는 그런물건이 있을리 만무하니. "히스이, 시시한걸 묻지만 말이야. 이 저택에 TV라든가 있어?" "TV.....입니까?" 히스이는 살짝 눈을 가늘게 한다. ......뭐라 말할까, 스스로 말해놓고 뭐하지만, 심히 머리가 아퍼지는 질문이다. 이만큼 사치스러운 양관에 와서, TV가 있냐 없냐를 묻다니, 어딘가 틀려있는 기분이 든다. 히스이는 드물게 곤란한 듯한 얼굴을 하고, 시선을 허공에 옮겼다. ".......거실에는 없습니다. 체류하시던 분들은 사용하고 계셨습니다만, 떠나실 때에 짐은 전부 가지고 돌아 가시도록 했기 때문에 남아 있지는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잠깐 기다려. 체류라니, 누가 어느 정도 하고 있었어?" "분가쪽이 되시는 쿠가미네님의 장남 분의 가족, 토자키님의 삼녀과 그 혼약자, 키시마님의 장남이 체류하고 계셨었습니다. 기간은 3년 정도 입니다." "......3년, 인가. 히스이, 그런건 체류라고 하지 않고 거주라고 하지 않아?" 히스이는 대답하지 않는다. 거주하던 사람들이 어떤 인간이든, 고용인인 이상 실례가 되는 것은 말 할 수없는 것 같다. 뭐어, 아무튼 체류하던 친척쪽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가지고 돌아갔다라는 것 같다. 그렇게 되면, 그 현대적인 문화란 것을 속물적이라고 혐오하던 부친이 TV따위 볼리도 없다. 부친의 아래에서 8년간이나 자란 아키하도 마찬가지겠지. "----뭐, 없다고해서 별로 죽는 것도 아닌가." 히스이는 조용히 있다. ......고용인의 표본이라고 할까, 히스이는 질문 받은 일 이외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당연, 이쪽으로서는 재미가 없다. 어떻게 해서든 이 무표정한 얼굴을 웃게 해주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어중간한 노력으로는 불가능할 것 같다. "뭐, 좋아. 확실히 1층의 서관 쪽에 서고(書庫)가 있었지. 한가 할 때는 거기서 뭔가 주워들기로 할께." 히스이는 대답하지 않는다. 단지 방의 입구에 가만히 서있는 채, 어디를 보고 있는 건지 모르겠는 시선을 하고 있다. "----히스이?" 히스이는 아무 반응도 없다. 인데, 갑자기 똑바로 이쪽을 바라본다. "언니의 방에라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 아니 정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에-그러니까. 있다니, 뭐가?" "그러니까, TV입니다. 이전, 언니의 방에서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히스이는 마치 수년전의 일을 기억해내는 듯이 말했다. "잠깐 기다려. 언니라니, 혹시 코하쿠상?" "예. 현재, 이 저택에서 일하고 있는 자는 저와 언니, 둘뿐입니다." ......듣고 보면 확실히 닮았다. 코하쿠상이 싱긋싱긋 하고 있고, 히스이가 무표정이니까 어쩐지 자매라고 이어지지는 못했었다. "그런가. 코하쿠상이라면 확실히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볼 것 같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라고 코하쿠상의 방에 놀러 가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미안, 이 이야기는 없었던 것으로 해줘. 이제부터 여기에 살게 될테니까, 저택의 룰에 다르지 않으면 안돼겠지." 게다가 TV라도 보고 있다간, 아키하에게 어떤 잔소리를 들을지 알고 싶지도 않다. 우선은 토오노가의 인간에 어울리게, 근면한 학생이 되기로 하자. "그럼, 저녁식사 시간까지 방에 있을테니, 시간이 되면 부르러 와줘. 히스이도 다른 할 일이 있지?" 히스이는 예, 하고 끄덕이고 등을 돌린다. 키익, 하고 조용히 문이 열리고, 히스이는 방에서 퇴실해 갔다. 저녁식사는 아키하와 얼굴을 마주한 것이었다. 당연이라고 한다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히스이와 코하쿠상은 우리들의 뒤에 서서 시중을 들뿐, 함께 저녁식사를 하지는 않았다. ......나로서는 넷이서 먹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뭐라고도 말할 수 없는 긴장감이 있는 저녁식사는 실로 기습공격이었다고 말해도 좋다. 말해두자면, 토오노시키는 완---전히 테이블 매너같은 것은 잊고 있었다. 아니, 일단 단편적으로는 기억하고 있으니까 생초보라는 것은 아니었지만, 인간이란 것은 사용하지 않는 기억은 철저히 뇌내의 구석에 모셔둬 버린다. 이쪽의 일거일동 때마다 맞은 편에 앉은 아키하의 눈썹이 밀려 올라가는 모습은, 제법 긴장감이 있어서 스릴링했다. ......정직히, 이게 매일 반복된다고 생각하니, 정말로 마음이 무겁다. 저녁식사를 끝내고, 자실에 돌아왔다. 시각은 아직 밤 8시를 지난 정도. 자기에는 너무 빠르고, 어떻게 할까. (3.고하쿠씨의 방에 TV를 보러간다.) ....그러니까, 고하쿠씨의 방은 여기인가? 똑똑, 문을 노크한다. "고하쿠씨 계세요?" "네-에,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방안에서 밝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약 3분쯤의 기다림. 문이 열리면서 고하쿠씨가 얼굴을 내밀었다. "어라, 시키님아니신가요, 무슨일이신가요, 이런시간에?" "저기, 그....TV를 좀 보여달라까 하고" "헤?" 포캉 하고 이상하게 쳐다보는 고하쿠씨 "아, 그러니까. 이 집에는 TV가 없지?, 지금까지 평범한 집에서 살아왔던 나한테 저녁식사후의 TV를 보는것은 일과라고도 할수 있어서, 보지 않으면 진정이 안된달까나, 저기...." ....말을 하면 할수록, 자신이 뜻하지 않게 바보같은짓을 하고 있다는것을 깨달았다. TV를 보여줘, 같이 말하며 여자방에 들어가려하다니, 정말 어떻게 됐어. 봐바. 고하쿠씨도 이상하게 쳐다보지---않네. "아하하, 그렇다면 그렇네요. 시키님은 어제까지 아리마의 저택에서 사셨으니까요. 갑자기라 이 저택의 분위기가 무겁죠?" 고하쿠씨는 밝게 웃는다. "그리고 말이죠,...이것, 아키하님이나 히스이한테 이야기 했나요?" "이것이라니, 고하쿠씨의 방에 온거?" 네, 라고 끄덕이는 고하쿠씨. "아니, 아무에게 말하지 않았지만서도, 그게 어때서??" "아니요아니요, 혹시 말씀하셨다면 시키님을 쫓아보내지 않음 안되기때문에, 그런거랄까요." 웃은얼굴인채로 말하고, 고하쿠상은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거린다. "다행이도 주위에 사람도 없고. 자자 들키면 큰일이니까 빨리 들어오세요" 긋, 하고 이쪽의 팔을 당겼다. "엣, 잠, 잠깐 고하쿠씨....!" "적당한 자리에 앉아 계세요. 전 차를 가지고 올테니까" "...." 크흠, 하고 기침을 하고서 앉았다. 고하쿠씨의 방은 여러가지 작은물건들이 있다. 여자방이라고 하기엔 어질러져있는쪽일지도 모른다. 귀여워, 라고 할만한 작은물건들은 보이지 않고, 있는건 어딘가 쓸모가 있는 물건들 뿐이다. ....어느쪽인가하면, 정리정돈을 좋아하는 학생의 방같은 분위기가든다. 이런저런걸로 잡다한 물건. 그가운데 파묻혀있는듯한 TV를 발견했다. 테이블위에 리모콘이 있다. 고하쿠씨도 방금전까지 TV를 찾고 있었던건가. "넵, 기다리셨습니다. 차로 괜찮죠 시키님" "아. 감사합니다. 저, 빈손이라서..." "아니에요 아니에요. 이쪽이야 말로 대접이 변변치 못해 죄송합니다." 고하쿠씨는 빙긋웃으며 말했다. "TV네요. 시키님은 이시간에 어떤걸 보시나요?" "확실히 결정해지진 않았지만, 기본적으로는 뉴스일까나." "그렇습니까. 시키님은 침착해서 식후에 독서를 하지 않을까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하하, 그런 우아한 취미는 갖지 않아. 스스로 침착할려고 신경쓰진 않지만, 안경을 쓰고 있어서 그런 이미지가 먼저드는걸지도 모르겠네" "---앗, 시키님 안경을 쓰시는군요. 아키하님은 시키님이 안경을 쓰고 있다는 소리를 한마디도 안하셔서 마중나갔을때는 놀랐어요." .....그런가. 이 안경을 쓰고나서 아키하를 직접만난적이 없으니. "그래도 이 안경은 ???안경이야. 눈이 나쁘다면 나쁘지만서도, 시력은 사람들보다 좋은편이라고 생각해. 별로 신경쓴다고 시력이 떨어지는게 아니니. 앗. 실수다. 지적인 이미지였었지. 환멸받았나?" "그런일은 없어요. 저도 책보단 TV쪽이 즐거우니까요. 시키님이 생각했던대로 활발한 편이라 기뻐요." "아, 응, 고마워" 뭔가 빛난다. 고하쿠씨는 정면에서 망설임없이 웃을얼굴을 향해와서, 바로 두근거려버린다. "아 죄송해요. 뉴스를 볼려고 하셨죠 시키님은" 고하쿠씨는 TV의 스위치를 켰다. 시각은 곧 밤 9시. 뉴스는 언제나처럼 조금 많이 손떨림으로 하루의 사건을 보도하고 있다. "어라. 또 거리살인입니까" 고하쿠씨는 옆에 내가 있는데도, 신경쓰인다는 분위기도 없이 혼잣말을 한다. 뉴스는 잠깐 연속거리살인을 특집으로 내보내고 있다. 옆의 거리에서 시작된 거리 살인은 현재 이 거리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내용은 단순한것이다. 심야, 밖에서 걸어다니고 있는 젊은 여성을 무차별적으로 살해 마지막까지 피를 빤다, 같은짓을 하고 있다. 피해자는 어제밤에 9명째가 되버린듯한다. "순찰관은 뭘하고 있는걸까요." "그러게말이야. 심야에 거리마가 나온다면 간단하게 잡아버리면 될것을 가지고, 범인은 대단히 용의주도한 녀석이라 꼬리를 잡히지 않는건가"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살인은 수가 커질수록 증거를 남기기 마련이니까요. 9명이나 죽어버렸는데도 범인을 잡지 못한것은 역시 용의주도한 범인인거네요." "용의주도한 거리마 인가. 그래도 거리마는 돌발적인 범죄가 아니야? 그게 용의주도하단게 이상한 이야기지만서도." "그렇네요. 일체 증거를 남기지 않는 시점에서 거리살인마은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처음부터 비밀 각본대로 범인은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할수 없어요." "아아, 과연. 그렇지만 말이야, 살해당한 9명의 여자는 무슨 의미가 있는걸까? 친구라든지 아는 사이라든지" "으음. 없지 않나요. 그런 공통점이 있다면 경찰들도 눈채챘을거라고 생각해요 결국 이건 목적도 연관성도 없는 극도로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이네요" 고하쿠씨는 심각한 문제를 웃을 얼굴로 이야기 한다. 고하쿠씨는 이 사건에는 별관심 없는 모양이다. "고하쿠씨 이거 이거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이라구. 고하쿠씨는 젊은 여자니까, 좀 무섭거나 하지 않아?" "괜찮아요. 거리마씨는 심야에만 나타나니까요. 밤에 바깥에 나가지 않는다면 만날일도 없어요." 고하쿠씨의 생각은 현실을 확실히 하고 있다. ....그런 가르기에는 조금 생생한것 같은지만. 확실히 뉴스로 아는 사건은 그런것일지도 모른다. "실례했습니다. 또 보러 올테니까 잘부탁해." "넵. 기다리고 있을께요." 고하쿠씨는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이대로 방까지 배웅해드리고 싶지만, 시키님의 방에는 히스이가 기다리고 있을테니 여기서 실례할께요." "네. 그럼. 안녕히주무세요" "...." ....저택의 취침시간이 밤10시인줄은 몰랐다. 이 저택에는 10시이후는 방에서 나가서는 안된다는 불문율이 있는듯하다. "아버지가 없어도 엄격한건 변하지 않는구나." 뭐 그것도 당연한가. 이쪽도 익숙하지 않은 저택의 분위기에 피곤하니, 얌전히 방으로 돌아가자. "아----" 방에 돌아오자, 베드 메이크가 끝나 있었다. .....내가 없는 사이에 히스이가 끝내 준 것이겠지. "기쁘지만, 뭔가 주제에 넘치는데, 그런거는." 긁적긁적 뺨을 긁는다. --------그때. "시키님, 계십니까?" 노크와 함께 히스이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있어. 안에 들어와." "예, 그럼 실례합니다." "안녕. 고마워 히스이, 베드 메이크 해준 거지." 예, 라고 조용하게 끄덕이는 히스이. ".......우." 역시, 나에게 이런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에, 그러니까, 뭘까나. 다른 전언이라도 있어?" "아니오, 저로부터는 아무것도. 그렇습니다만 아키하님으로 부터, 혹시 시키님으로 부터 뭔가 질문이 있다면 대답하도록 지시를 받았습니다." ".......그런가. 확실히 묻고 싶은 일 투성이지만, 그런건 지내는 사이에 알게 되어 가겠고......" 응. 지금 당장, 자기 전에 알아두고 싶은 것이라면, 그것은---- "그럼 묻는데, 여기의 통금이 7시란거, 정말이야?" "예. 정확히는 7시에 정문의 열쇠를 잠그고, 8시에 저택의 출입구를 전부 닫습니다. 오후 10시를 지난 후는 저택 안에서의 이동도 자제하도록 하는 것이 규칙입니다." "저택 안도 나다닐수 없는 건가? ......뭐어 불만은 없지만, 그거 너무 엄하지 않아? 나도 아키하도 어린애가 아니니까,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좋을거라 생각하는데." "......예. 그러나 시키님, 규칙이니 이것만은 지켜주십시오. 최근의 밤은 위험하다고 시키님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아아, 아리히코가 말했던 그 흡혈귀 소동인가. 확실히 이 거리에서 연속살인이 일어나고 있는 이상,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겠지. "다른 것은....그렇군. 별로 관계없는 이야기지만, 괜찮겠어?" "예, 무엇입니까." "히스이와 코하쿠상이 여기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 건가 알고 싶은데, 어떨까나." "제가 시키님 전속이고, 언니 코하쿠는 아키하아가씨의 시중을 들고 있습니다. 두분께서 집을 비우신 사이는 저택의 관리를 맡고 있습니다만, 그것이?" ".......시중이라니, 역시 그런건가." 추욱 어깨가 무거워 진다. 아키하는 당연한 듯이 말했지만, 이쪽은 어디까지 보통의 고교생이다. 비슷한 나이의 여자 아이에게 시중을 들게 하는 취미는, 지금에서는 절대 없다. ".......시키님 전속이란 것은, 나 전용 고용인이란 것?" "예. 무엇이든 명령해 주십시오." ".......뭐어, 그것은 알았어. 아키하의 저 말투로 보면 너를 해고 해 줄 것 같지도 않고, 얌전히 시중 받기로 하겠지만----" "뭔가, 특별한 요망은 있으십니까?" "특별이란건 아냐. 단지, 그 시키님이란거를 관둬주지 않겠어. 정직히 말해서, 듣고 있으면 등골이 오싹해." "그렇지만, 시키님은 제 주인이십니다." "그러니까 그게 싫다고 하는 거야. 나는 어제까지 보통으로 살아온 몸이야. 이제 와서 비슷한 나이의 여자애에게 님붙여서 불리는 생활따위 질색이야." 하아, 하고 히스이는 마음없는 대답을 한다. "나를 부를 때는 시키로 됐어. 그 대신에 나도 히스이라고 편하게 부를테니까. 그리고 딱딱한 것도 그만두자고. 좀더 편하게, 느긋하게 해 가자." 히스이는 무표정이면서도 눈썹을 내려, 뭔가 곤란해 하고 있는 듯한 거동을 한다. "그렇지만, 당신은 저의 고용주입니다." "내가 고용한게 아니잖아. 히스이는 내가 못하는 일을 해주는 거니까, 그쪽이 더 대단해." 하아, 하고 히스이는 또 마음이 없는 대답을 한다. ......아무래도 하루 이틀로 이 아이와 말을 맞추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 "----아무튼 그런 거니까, 나에 대해서는 너무 딱딱히 하지 말아줘. 언니인 코하쿠상에게도 전해주면 고맙겠어." "예. 시키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히스이는 무표정으로 머리를 숙인다. 매우 멋지게도, 전혀 알고 있지 않다. "그럼 실례합니다. 오늘 밤은 이대로 쉬어 주십시오." 히스이는 인사를 하고 문고리를 잡는다. ----인데, 하나 묻는 걸 잊었다. "아, 잠깐 기다려." 문에 달려가서, 멈춰서려 하는 히스이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순간-----히스이의 팔이, 굉장한 기세로 나의 팔을 내쳤다. 짝, 하는 소리를 내며 손이 맞아, 히스이는 도망치는 듯이 후퇴한다. "에----" 너무 갑작스러운 일에, 그런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히스이는 무표정인 채, 하지만 확실히, 원수를 보는 듯한 격함으로 이쪽을 노려보고 있다----- "에, 그러니까----나, 뭔가 잘못 해버린 걸까." "아.... ......면목, 없습니다......" 긴장한 히스이의 목소리. "......몸을 만져지는 것은, 익숙하지가 않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히스이의 어깨가 작게 떨리고 있다. 왠지 굉장히 나쁜 짓을 해 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응, 미안." 나도 모르게 사과했다.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단지 히스이가 불쌍하게 생각되서, 꾸벅 머리를 숙였다. "-------" 히스이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단지, 기분 탓인지 시선이 부드럽게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시키님이 사과하실 일이 아닙니다. 잘못이 있는 것은 제 쪽입니다." "아니, 뭐어 그런것 같지만, 어쩐지." 긁적긁적 머리를 긁는다. 히스이는 가만히 내 얼굴을 바라본후, 일순만 눈을 감았다. "그....용건은 무엇입니까, 시키님." 그랬었다. 방에서 나가려는 히스이를 불러 세운 것은 묻고 싶은 일이 있었으니까다. "아니, 아키하는 어떻게 하고 있는건가 신경쓰여서. 저녀석, 전료제(全寮制)의 학교에 다니는거 아니었나?" "시키님, 그것은 중학교가지의 이야기입니다. 아키하님은 올해 부터 특례로서 자택에서의 등교를 허가받아 계십니다." ".....에 그러니까, 즉 이 집에서 학교에 가고 있다는 것?" "예, 그렇습니다만, 오늘 같이 저녁에 돌아오시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아키하님은 저녁식사의 시간까지 레슨이 있기 때문에, 귀가하시는 것은 언제나 7시전입니다." "레슨이라니----그거, 뭐야?" "오늘은 목요일이었으니 바이올린의 레슨이었습니다." "------에" "평일은 저녁식사 전에는 돌아오시니, 아키하님께 하실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저녁식사 후에 언니에게 말씀 해주십시오." 그럼, 하고 히스이는 머리를 숙이고는 방에서 나갔다. "바이올린의, 레슨." 뭐지, 그건. 어딘가의 아가씨도 아니고, 어째서 그런 성가신 일을---- "......라니, 어딘가의 아가씨였지, 저녀석." 그래, 그러고보면 토오노시키의 여동생은 토오노아키하라는 순수한 아가씨였지. 이쪽의 기억 안의 아키하는 얌전해서 , 언제나 불안한 듯한 눈으로 내 뒤를 따라오는 1살 아래의 여동생이었다. 어렸을 때의 아키하는 말수가 적어, 자신이 하고 싶은 일도 입에서 꺼내지 못할 만큼 기가 약하고, 언제나 부친인 토오노마키히사에게 혼나지는 않을까 허둥대던 선이 가는 여자아이였는데. "-----그렇지. 8년이나 지나면 인간은 휙 변하지." 자신이 8년간으로 지금의 토오노시키가 된 것 같이, 아키하도 이 8년간으로 지금의 토오노아키하가 된 것이겠지. -----8년간은, 길다. 지금까지의 인생의 절반. 그것도 어린이에서 어른이 되기 위해 성장하려 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나는 이 저택에 없었다. "......미안해, 아키하." 그 8년간을 함께 있어 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고 생각해서. 나도 모르게, 그런 사죄의 말을 중얼 거렸다. 혼자 남겨져서, 침대에 누웠다. 8년 만의 집. 8년 만의 육친. 왠지, 타인의 집같이 느끼는 자신. ".....하아. 이제부터 어떻게 되는 거지, 나." 누구에게 들리기 위한 것도 아니고 혼잣말을 하며, 그대로 잠으로 떨어져 갔다. 워--------------엉. ----파도 소리같이, 뭔가의 소리가 들려온다. 워--------------엉. ---뭔가의 먼 울음 소리. 들 개 치고는 가늘고 높다. 워--------------엉. ---고막에 울린다. 달을 향해서라도 짓고 있는 걸까. 워--------------엉. ---싫은 냄새. 이 짐승의 포효는, 두통을 부른다. 워--------------엉. ---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워--------------엉. 워--------------엉. 워--------------엉------------- ".....아아, 시끄러!!" 눈이 뜨였다. 창 밖에서 왕왕하고 개 짓는 울음 소리가 들려온다. 시계는 이제 밤 11시가 된 때. 민폐 정도가 아니다. "젠장, 이럼 잘수가 없잖아." 개의 울음 소리는 저택의 담 근처에서 들려온다. .......이대로는 잘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얌전히 잔다. 개의 울음 소리는 아직 계속되고 있다. 이대로면 확실히 말해 잘수 없다. ......잘수 없지만, 뭐어, 그것은 보통 사람의 신경 레벨에서의 이야기다. "..................졸리니까, 패스." 시트를 뒤집어 쓰고, 침대에 눕는다. 개 짓는 소리따위, 길을 달리는 자동차 소리라고 생각 해버리면 된다. "......하아." 오늘은 뭔가 긴 하루였다. 익숙하지 않은 저택의 저녁 식사와 아키하들과의 회화로 신경이 완전히 지쳐있다. 그 앞에서는 개의 울음 소리따위, 단순한 잡음에 지나지 않는다. 눈을 감아 버리면, 그 뒤는 평온한 잠 속으로 떨어질 수 있었다. "-----응" 뭔가, 소리가 들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비몽사몽으로 시계를 보니, 시각은 이제 마악 오전 2시가 된 참이다. ......방금의 들개의 소동에서, 2시간 정도는 지났다. 들개의 소리는 이미 그쳐 있다. 저택의 밤은 시계의 초침의 소리가 울리는 정도로, 조용하다. "-------?" 또 소리가 들렸다. ........저택 안........로비 쪽 인걸까. "-----설마, 도둑?" 있을수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 저택은 돈 되는 것으로 밖에 구성되어 있지 않은 말도 안 돼는 저택이다. 게다가, 지금은 나와 아키하, 코하쿠상과 히스이밖에 없다고 하는 무방심함까지 있기도 하다. ".........." 침대에서 나와서, 발소리를 내지 않도록 방을 나온다. ........혹시 도둑이라면 아키하들이 위험하고, 그것만은 가만히 놔둘수 없다. 2층에서 로비의 상태를 바라보는 것뿐이라면, 이쪽에게도 위험은 없다고 생각한다. ........로비에는 이상은 없다. "..............!" 아니, 누군가 있다. 현관에서 들어와, 비틀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로비를 횡단해 가는 모습은----- "아키.....하?" 아키하는 2층의 자기 방이 아니라, 1층의 서관으로 걸어 간다. 그 앞에 있는 코하쿠상의 방과, 아버지의 방 정도다. "......뭐하고 있는 거야, 저녀석. 이런 밤중에....." 중얼 거려봐야 대답은 없다. 잠시 로비를 바라보다가, 얌전히 자신의 방에 돌아 가기로 했다. ......뭐어, 뭔가 볼 일이 있던건가, 아니면 코하쿠상을 만나러 간건지도 모른다. 이쪽도 몰래 훔쳐 봤다는 잘못도 있고, 이것저것 알아보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자자 자자. 내일도 학교다." 침대에 들어가서, 눈을 감는다. ------잠에 떨어지는 도중. 로비에서 본, 흐리멍텅한 눈을 한 아키하의 모습이, 뭔가 좋지 않은 것 같이, 몇번도 몇번도 다시 떠올랐다. (反轉衝動 I. 完) 반전충동II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보고있던 꿈이 급속히 사라지고, 현실로 불러깨우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침입니다. 눈뜨실 시간입니다. 시키님"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니까, 시키님은 그만두지않겠어. 그렇게 말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고 어젯밤에 말했었는데------ --------눈이 떠졌다. 히스이는 침대에서 조금 떨어진곳에 무언가 조각처럼 우두커니 서있었다. "응....." 잠에 취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시키님" 메이드차림의 소녀가 인사를 한다. 순간 내눈을 의심하고는, 곧 토오노 시키의 현재상태를 기억해냈다. "....그런가. 집으로 돌아온건가" 몸을 일으리키며 방안의 모습을 둘러본다. 창밖은 좋은 날씨다. 꿈속에서 보았던것처럼 탁트인 파란 하늘 "좋은 아침 히스이. 일부러 깨우러와줘서, 고마워" "그런말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시키님을 깨우는 것은 제 일이니까요" 히스이는 담담히 완전 무표정으로 대답한다. "....하아. 어째서 이렇게 무뚝뚝한걸까나, 히스이는" 정말 아깝다. 히스이도 고하쿠씨의 절반만큼만 밝았더라면, 아마 굉장히 귀여울꺼라 생각 되지만서도. "시키님. 무언가 용건이 있으십니까?" 이쪽의 시선을 느겼는지, 히스이는 똑바로 쳐다보고있다.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눈을 뜨자마자 히스이의 얼굴을 보자, 여기가 토오노 저택이다 라는걸 실감했을뿐----" 얼음같은 히스이의 눈동자 그것은 방금전까지 보고있던 꿈속의 광경과 비슷했다. "--------그런,가" 완전히 생각났다. 그날, 작별선물로 리본을 주었던건, 언제나 창에서 우리들을 지켜보던 소녀쪽이었다. 그것은 아마도 "히스이....였구나" "네. 무언가 말씀하셨습니까, 시키님?" "아아.... 히스이 기억하고 있으려나, 8년전 내가 여길 나가기전 일이지만서도" "네, 그거라면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무언가?" "에--------무언가?라니 히스이" "드릴말씀이 없지만, 시키님이 저택을 나가신지 8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니 그때의 일을 말씀하셔도, 저는 정확히 대답할수 없습니다." "뭐-------------" 그건 그때의 약속같은건 기억하고 있지 않다는건가. "히스이------ 리본에대한것 기억하고있지 않아?" ".....리본.....말씀이십니까?" 뭔가 말하기 어려운 듯이 머리를 숙이고, 히스이는 예,하고 단언한다. "그런가. 그렇지, 8년도 전의 일이니. .......미안, 아무 것도 아니야. 지금 건 잊어줘." "............" ......약속은 잊혀졌다. 그래도, 그것을 원망할 기분도 아니다. 아무래도 어렸을 때의 얘기였고, 그 때, 그 약속 덕분에 적극적으로 살았다는 생각은 정말이었으니. "그러면 이제 일어났으니까. 히스이 지금 몇시인지 알고 있어?" "예, 아침 7시입니다." "오케이, 그정도면 약간은 여유가 있군" 우-응하고 기지개를 펴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말씀이라면, 여유시간은 없습니다. 이 저택에서 시키님의 학교까지는 30분정도가 걸립니다." "에--------그런가, 여기는 아리마가가 아니였었지!" 경악했다. 익숙한 아리마가에서라면 20분정도면 학교에 갔었지만, 여기서라면 지름길도 모른다. "교복은 저쪽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옷을 갈아입으신후 거실로 내려와주십시요" "제길, 어쨌든 깨울꺼면 좀더 빨리 깨워주면 어디가 덧나나" 혼자 멋대로인 혼잣말을하며, 준비된 교복에 손을 뻗었다. 교복은 깔끔하게 개어져있고, 셔츠에는 다림질까지 되어있다. 소매에 팔을 넣으니, 뭔가 새것같은 기분이 좋다. 거실에는 아키하와 고하쿠가 쉬고있다. 아키하의 교복은 아사가미여학원, 이라고하는 유명한 아가씨학교의것이다. 두사람은 벌서 아침식사를 끝냈는지, 우아하게 홍차를 마시고 있다. (2.고하쿠씨에게 인사한다 <--선택) "좋은 아침 고하쿠씨. 오늘아침은 좋은 날씨네요." "네, 안녕하세요 시키씨." 평범한 아침인사에 고하쿠씨는 얼굴가득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어젯밤은 잘 주무셨습니까? 익숙하지 않은 저택의 밤이라서, 이런저런 불편함이 있을까봐 걱정했어요." "아아, 어쨌든 불편한건 없어. 이래뵈도 옛날엔 여기서 살았던적도 있고, 지금은 잘 신경써주는 고하쿠씨도 있으니" "어머, 능숙하시네요, 시키씨." "엑?, 아니, 단지 생각한걸 말한것뿐인데, 익숙하다니, 뭐가익숙하단거에요?" 고하쿠씨는 웃는얼굴로 이쪽을 바라볼뿐이다. 뭐라 말할까, 똑바로 바라보면 빛나서, 곁눈질을 하게된다. ---------그리고. 방금까지 아무말없이 이쪽을 바라보고있는, 또하나의 시선이 느껴졌다. "아....여어"(동생에게 하는 인사하고는-_-;) 슬쩍 손을 들어 인사했다. 아키하는 움직이지 않고 이쪽바라본다. 라고할까나, 흘겨보고 있다. "저기, 그... 좋은아침, 아키하" "어머, 무리해서 인사해주지 않아도 좋은데. 부디, 저에대한건 무시하셔도 좋아요. 오빠는 고하쿠와 즐거운 아침을 보내고 있는것처럼 보이니까" "욱..." 아키하의 말에 가시가 박혀있다. ....이쪽은 별로 아키하를 무시하려는게 아니라, 단지 고하쿠씨에게 인사를 한것뿐인데..... "아키하님, 너무 시키씨를 괴롭히지 말아주세요. 시간도 없고, 시키씨는 아직 아침식사도 하지못했으니까요" "아침식사를 못한건, 오빠가 늦게 일어났기 때문이죠. 아침이 바쁜건 오빠의 자업자득이에요" 흥, 하고 콧방귀를 뀌는 아키하. 아마, 내가 이시간에 일어난것에 대한 불만에 더해서 아키하에게 인사를 안한게 더블펀치로 기분나쁘게 만든 모양이다. "저기, 고하쿠씨, 아침식사, 제것 부탁할수 있을까요?" "네, 식당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부디 천천히 드세요" "안돼요 고하쿠. 그런것 무리라구요. 벌써 이런시간이니까, 오빠에게 아침을 먹을 시간같은건 없어요." "저기 아키하, 아직 7시를 지났을뿐이라고, 그정도의 시간은 있어. 여기부터 학교까지 걸어서 30분정도니까, 10분정도는 천천히 해도 된다고." "결국, 식사시간은 10분 인거로군요. 배고픈 개가 아니니까, 아침은 천천히드세요." "----------------" 아키하의 말에는 역시 가시가 있다. "아키하님, 슬슬 시간도 다되가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알고 있어요. 정말, 첫날부터 이러면 앞으로가 걱정되잖아" 투덜투덜 거리며 불만을 중얼거리며 아키하는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럼 전 시간이 다되서 먼저 실례할꼐요. 오빠도 신경쓰셔서 면학에 정진해주세요" 아키하는 그대로 거실을 빠져나갔다. 아키하를 현관까지 배웅하는건지, 고하쿠씨도 거실을 빠져나갔다. "면학에 정진하라니, 아키하" .....역시 아버지 아래에서 8년간이나 단련됬으니까 인걸까, 별거 아닌 부분에서 구식이라고 말할까, 예의 바르다고 말할까. "......뭐어, 그런 말 하지않아도 학교에는 가겠지만 말이지." 긁적긁적 뺨을 긁는다. 나갈 때 아키하의 얼굴은 왜인지 가슴에 남아서, 아침부터 잔뜩 주의받은 일따위 아무래도 좋게 되버렸다. "그런가----" 탁, 하고 손을 친다. 방금의 아키하의 얼굴은, 옛날의 아키하와 굉장히 닮았으니까, 나는 이유도 모르고 눈을 빼앗겨 버린 것일거다--- 코하쿠상이 준비해준 아침식사를 먹은 후, 로비에 나온다. 그러자, 로비에는 히스이가 가방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시키님, 시간은 괜찮으신가요?" "아아, 여기서 학교까지 달리면 20분도 안 걸리니까. 지금 7시반이잖아, 어디 한눈 팔고 가지 않으면 늦지 않아." 이쪽을 설명에 만족 한건가, 끄덕, 하고 히스이는 끄덕인다. "그럼, 밖에까지 배웅하겠습니다." "에---아, 응, 고마워." ....역시 자신 전속 고용인이란 것은 매우 부끄럽다. "아, 시키상! 잠깐 기다려 주세요!" 탁탁탁, 하고 코하쿠상이 2층에서 내려왔다. "..........." 히스이는 코하쿠상이 오자, 슥, 하고 몸을 물리고 입을 다물어 버린다. "얼레, 코하쿠상은 아키하와 함께가 아니었나?" "아키하 아가씨는 승용차로 학교에 향하시키까요. 오늘 아침은 시키상에게 전할 물건이 있어서 저택에 남도록 한겁니다." "전할 물건이라니, 나에게?" "예. 어제, 아리마가 쪽에서 짐이 도착한거예요." 싱긋하고 코하쿠상은 미소를 띄운다. "에---? 아니, 나는 내 짐은 전부 가지고 왔어. 애초에 저쪽에서 쓰던 것은 아리마가의 것이니까, 자신의 것이라고는 입고 있는 옷 정도인데...." "그렇습니까? 이게 도착한 짐입니다만." 코하쿠상은 20센치 정도의, 가느다란 나무상자를 넘겨준다. 중량은 별로 없다. "----코하쿠상, 나는 이런거 본 적도 없는데." "하아. 시키님의 아버님의 유품이라던것 같습니다만. 시키상에게 물려주도록이라고 유언이 있었다고." ".....그 아버지가 나에게?" .....그거야말로 실감이 일지 않는다. 8년전, 나를 이 저택에서 쫒아낸 아버지가 어째서 나에게 유품을 남겨 주는 거지? "뭐 됐어. 코하쿠상, 이건 방에 놔둬 줘." "------" 코하쿠상은 가만-히, 흥미깊은 듯이 나무상자를 바라보고 있다. 왠지 장난감을 가지고 싶어하는 어린애같은 거동이다. "------" 아니, 어린애 그것이다. ".....알았습니다. 안이 궁금한 거군요, 코하쿠상은." "아뇨, 그렇지 않아요. 단지 조금 궁금하다,하고." .......그러니까, 충분히 궁금해 하고 있잖아. "그럼 열어 보지요. 하나 둘, 얍!" 슥, 하고 마른 소리를 내고 나무 상자를 연다. 안에는---10cm정도의, 가느다란 철 막대기가 들어 있었다. "......철 막대기.....다." 아무런 장식도 없는, 오랫동안 사용해서 손길이 남은 철 막대기. ......이런 고철을 나에 대한 유품이라고 하다니, 아버지는 어지간히도 내가 마음에 안들었다고 생각된다. "----아니예요 시키상. 이거, 과도입니다." 코하쿠상은 철 막대기를 상자에서 꺼낸다. "자, 튀어 나오는 나이프라고 있지 않습니까. 그것과 같은 것같아요. 하나 둘, 얍!" 칭, 하는 소리가 나고 막대기에서 10cm정도의 칼날이 튀어 나온다. .....과연, 확실히 이것은 나이프다. "제법 오래된 것 같습니다만, 잘 만들어져 있어요. 뒤에 연호가 쓰여져 있습니다." 코하쿠상은 칼날을 넣고 나이프를 넘겨준다. 확실히 손잡이의 아래쪽에 숫자가 새겨져 있다. 칠(七)이라는 한자와, 그 뒤에 야(夜)라고 하는 한자. "언니, 이것은 연호가 아니야. 일곱의 밤이라고 쓰여져 있는 것 뿐이야." "!!!" 깜짝 놀라서 돌아 본다. 그러자,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히스이가 뒤에서 나이프를 바라보고 있었다. "노, 놀랐다....히스이, 심술 궂잖아. 그렇게 뒤에서 보지 않아도, 보고 싶으면 보여줄텐데." "아----" 갑자기, 히스이의 뺨이 약간 붉게 물든다. "시, 실례했습니다. 그---그 단도가 너무 예쁘니까, 저도 모르게." "예뻐? 이거, 예쁘다고 하는 걸까나. 어느쪽이냐고 하면 낡아 빠졌다는 느낌인데." "----그렇지 않습니다. 훌륭한 인문(刃文)을 한, 유서 깊은 고도(古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 나에게는 고철로 밖에 보이지않는데...." 히스이가 너무도 강하게 단언을 하니, 이쪽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응. 이것은 또 이것으로, 유품으로서 나쁘지 않은지도 모른다. "일곱의 밤....입니까. 그 과도의 이름인 걸까요?" "그럴지도. 나이프에 이름을 붙이는 녀석은 그렇게 많지 않을거라 생각하지만." 아무튼, 연대물이란 것은 확실하다. "뭐, 받을수 있는 물건은 받아 둔다는 게 내 신조고." 칼날을 넣고, 바지의 주머니에 나이프를 넣는다. "시키님. 시간은 괜찮으십니까....?" "위험해, 슬슬 가지않으면 늦을려나. 그럼 코하쿠상, 전해 줘서 고마워." 아뇨아뇨, 하고 코하쿠상은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정원을 지나 문에 나온다. 히스이는 말없이 따라 온다. ".....히스이. 혹시 내 배웅?" 예, 하고 히스이는 무표정으로 끄덕인다. "시키님. 귀가는 언제쯤이 되십니까." .....히스이는 끝까지 내 이름에 님을 붙이고 싶은 듯하다. 여기서 이야기를 해서 학교에 지각 할 수는 없다. '님'붙이기 논쟁에 관해서는 시간이 있을 때에 하기로 해야겠지. "시키님?" "아, 에-그러니까, 그렇군. 4시근처에는 돌아올거라 생각해. 나는 부활 하고 있지 않으니까." 아리히코와 놀러 나가지 않으면, 뭐어 대충 저녁에는 돌아 올수 있다. 이쪽의 어중간한 계산에 히스이는 깊게 머리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다녀오십시오. 부디, 가시는 중, 조심하시기를." .....뭐를 조심하는지는 불명이지만, 아마 이쪽의 몸을 걱정해준 것이겠지. "아아, 고마워. 히스이도 조심해." 호의에는 호의로 되돌리는 것이 당연. 가볍게 손을 들고, 히스이에게 건강하게 손을 흔들고 저택의 문을 뒤로 했다. ---언덕 길을 내려간다. 지금까지 아리마의 집에서 고교에 다녔었으니까, 이 길로의 등교는 처음이었다. "-----별로 없군, 우리 학교 학생." 이 주변의 가정에는 우리 고교에 다니는 사람은 적은 것 같다. 아침 7시 반. 길을 조금 서둘러 나아가는 학생복 모습은 자신 밖에 보이지 않는다. 간혹 학생복을 입은 사람 그림자가 섞이기 시작한다. 여기 근처까지 오면 우리 학교의 통학로가 되겠지. ".....유미즈카상은.....뭐, 그렇게 딱 맞춰서 있지는 않겠지." 어제, 여기서 '집이 이쪽이니까'라고 하고 헤어진 클래스메이트의 미소를 떠올린다. 교실에 가면 유미즈카사츠키가 있다고 생각하자, 기분 탓인지 걸음 걸이가 빨라 졌다. 주택지를 빠져서, 교차점에 도착한다. 교문이 닫힐 때까지 앞으로 10분 정도. 지각하지 않도록 아스팔트 노면을 달려 나갔다. -----도착. 저택에서 도보로 30분, 이라기 보다 20분 정도인가. 도중에 몇번인가 달렸으니까, 느긋하게 가고 싶다면 7시 넘겨서 저택을 나올 필요가 있겠지. "-----?" 교실에 들어오자, 공기가 어딘지 붕 뜬 것을 느꼈다. 아침의 교실은 언제나 소란스럽지만, 오늘의 소란스러움은 어딘가 색이 다른 기분이 든다. 창가의 자신의 책상까지 걸어간다. 그곳에는 뚱한 얼굴의 아리히코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리히코, 무슨 일 있었냐?" ".....글쎄. 별로 대단한 건 아냐. 그냥 우리 반의 누군가가 가출했다는 것 뿐인 이야기다." "그런가, 어쩐지 소란스럽다고 했다." 자신의 자리에 앉아서, 후우, 하고 숨을 내쉰다. "----라니, 그거 큰일이잖아! 누가 가출한거야, 누가!" "그런걸 내가 알겠냐. 아침의 홈 룸이 시작하면 싫어도 알게 되잖아. 가출한 녀석은 학교에는 오지 않을테니까, 빈 자리가 가출한 녀석이다." "아아, 그거 납득." 납득이지만, 아리히코의 태도는 언제나보다 드라이하다. .....클래스메이트가 가출했다는데도, 마치 남의 일이라는 듯이 무관심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리히코. 너, 너무 무관심하잖아. 클래스메이트가 가출한거라고. 걱정되지 않냐?" "아? 바보. 그딴걸 진짜로 걱정하고 있는 건 너정도라고. 반의 녀석들이 떠드는 건, 그냥 드물은 화제니까야. 나나 네가 가출했다는 것도 아니고, 관심따위가 있을리가 없잖아." ......그러고보면, 이녀석은 가까운 사람 이외에게는 굉장히 차가운 면이 있는 녀석이었다. "......하지만 뭐어, 다른 의미로 걱정은 하고 있지만 말이지. 이런 때에 가출을 하다니, 어지간히도 배짱이 있던가 어지간히도 '그거'던가고." "......? 이런 때라니, 어떤 때?" "어제 말했잖아, 토오노. 지금 거리에서는 무차별 살인마가 유행하고 있다고. 어디로 가출 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대서나 야숙따윌 하다간 푸욱하고 살인마에게 습격당해도 불평할 수 없잖아." "설마-----아무리 그래도, 그런 일은 없겠지." "토오노, 너는 제대로 TV를 보라고. 지금까지 희생자가 8명이라고? 그것도 전원 무차별로 죽고 있어. 나만은 안심, 따위의 생각은 버려버려. 요즘의 밤 길은 말이다, 엄청 조용하다고. 나다니고 있는 것은 위기감이 마비된 주정뱅이와 경관뿐이라 말이지, 덕분에 지루해서 지루해서 참을수가 없어." 아리히코의 목소리는 진지하다. ......그걸 듣게 되면, 이쪽도 불안해져 버린다. "-----옷, 쿠니후지가 왔다. 기다리시던 홈 룸이다." 아리히코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잠시 지나, 전원이 자리에 앉았다. 생도가 앉아 있지 않은 자리는 하나 밖에 없다. 그 자리는, 틀림없이 유미즈카 사츠키의 책상이었다. "그럼 나는 집이 이쪽이니까. 바이바이, 내일 또 학교에서 만나자." "........." ....어제 헤어질때, 유미즈카는 확실히 그렇게 말했다. 집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미소는 도저히 가출하기 직전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유미즈카는 결석이군." 교단에 선 담임은, 그냥 유미즈카 사츠키를 결석 취급하고 출석을 불러 간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홈 룸은 진행된다. 나는----- (2.사츠키에 대한것을 물어본다<-선택) -----------어젯밤의 사츠키의 웃는얼굴을 알고 있다. 그런 얼굴을하고 바이바이 라고 말했던 녀석이 가출한다니, 상상도 안된다. "-----선생님" "뭔가 토오노. 질문인가?" "예, 우리반에 가출을 했다는 학생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정말입니까?" "음---------" 멈칫 하고 교실안의 공기가 가라앉았다. 담임은 어려운 얼굴을 하고서 말하기 힘든듯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유미즈카 사츠키의 부모님들로 부터 그런 이야기가 들어왔다. 유미즈카는 어젯밤 집에 돌아가지 않은모양이다, 수색원을 냈으니까, 곧 찾아낼수 있을거다." 그리고 담임은 교실을 나갔다. 교실은 중얼중얼 소란스러워졌다. 뭔가 안좋은 예감이 든다. 무겁다. 의자에 몸이 속박당한것처럼 무겁다. 안좋은 예감이었다. -------두시간째가 끝났는데도 유미즈카는 결국 오지 않았다. 정확한 근거가 없지만, 싫은 예감만이 늘어간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아침은 그만큼 와글와글 했었는데, 교실은 언제나대로의 밝은분위기로 돌아가고있다. 유미즈카 사츠키가 가출했다고 하는 소문을, 반아이들은 그다지 대단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것 같다. "토오노, 밥 먹으러 가자." "됐어, 뭔가 그럴 기분이 아니야." "흐--음......뭐, 할 수 없지. 관계없는 고생을 등에 지는 것도 적당히 하라고." "............" 관계없는 고생, 인가. 아리히코의 말은, 하나하나 정곡을 찌르고 있다. "어머? 오늘은 이누이군과 함께가 아닙니까?" "......선배. 어째서, 우리 교실에 와서." "예, 토오노군들과 점심을 먹으려고 생각했었습니다만...... 토오노군, 점심은 먹지않습니까?" 책상에 주저앉은 내 얼굴을, 선배는 걱정스러운 듯이 살펴본다. "아니, 그런 뜻은 아닌데, 어쩐지 식욕이 나질 않아서." "하아. 기분이라도 나쁘십니까?" "......그런 정도일까나. 괜찮으니까, 나는 내버려두고 식당으로 가세요. 아리히코라면 식당에 있을테니까." "정말, 건강하지 않군요, 토오노군은. 무슨 일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점심을 먹지않으면 더욱더 기분이 나빠져 버려요." "-----그건, 그렇지만." 식욕이 나지 않으니까, 이것만은 어떻게 할 수도 없다. (1.시엘선배의 말을 따른다 선택) 시엘선배는 학교건물 끝에있는 아무도 쓰지 않는 교실까지 날 데리고 갔다. "어라.... 여기는 다다미방 이네요." "네. 여기라면 아무도 오지 않고, 기분도 진정이되니까요" "아니,그건 그렇겠지만.... 선배, 여기 잠겨있잖아" "그래요. 보통은 다도부의 부원만 들어갈수 있으니까, 보통 학생은 들어갈수 없어요." 말하며,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는 선배. "뭐야, 선배 다도부 부원이었던거야?" "네. 라고 말해도 부원은 저 혼자뿐이지만요-" 아하하, 라고 웃으며 선배는 다다미방 안으로 들어갔다. .....화실의 안은, 여기가 학교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만큼, 특별한 공간이었다. 다다미의 감촉과, 창에서부터 비춰 들어오는 햇볕이 싱.....하고 마음을 침착하게 한다. "방금도 말했지만, 차도부라고는 해도 부원은 나밖에 없습니다. 그 덕에 방과후라든가 쉬는 시간이라든가, 이렇게 자유롭게 써버리고 있는 겁니다, 예." 웃으면서 선배는 방석을 깔아줬다. "지금 차를 따를테니까, 토오노군은 거기서 기다려주세요." .....선배는 나가시 쪽에서 차의 준비를 해주고 있다. 서 있어도 별 수 없으니까, 얌전히 방석에 정좌했다. "............." 화실의 마력인걸까. 그만큼 가슴 속에 빙빙 소용돌이 치던 유미즈카의 일을, 침착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예, 그다리셨습니다. 그럼 점심 식사를 하지요. 실은 말이지요, 토오노군에게 묻고 싶은 일이 있었으니까, 차도부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것은 마침 잘 됐습니다." "예. 이야기, 입니까." 곤혹하면서도 차를 마신다. 화실에 들어오면 조건반사로 태세가 올바르게 되서, 기분이 정갈하게 되어준다. .....나는 전혀 상관하지 않았지만, 아리마가는 차도의 가원(家元)이기도 하다. 그런 집에서 자란 탓인가, 양실보다 화실 쪽이 편한거다. 선배는 뭔가 곤란한 듯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왜그러세요 선배. 뭔가 곤란한 얼굴하고 계신데." "에? 아, 그, 뭔가 토오노군 쪽이 침착하구나하고, 조금 놀랐습니다." "그렇습니까? 우리 집은 애초에 엄한 집이었으니까, 이런거에 익숙해져 있는 것뿐입니다. 그것보다 선배, 이야기가 있는거 아니었습니까?" "아, 그랬습니다. 이야기라고 하는 것은 말이지요, 어제의 점심의 계속입니다." ".....점심때 이야기의 계속이라니, 그, 집의 이야기?" 예, 하고 선배는 끄덕인다. "토오노군이 싫지 않다면, 좀더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생각해서. 어제는 어중간하게 이야기가 끝나버렸으니까 신경쓰여서." "......싫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우리 집 얘기를 들어봐야 재미없어요. 그거야 말로 시간낭비입니다." "재미없어도 좋습니다. 내가 그냥 듣고 싶을 뿐인거니까." "......하아, 유별나군요. 선배는."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하고 선배는 웃었다. "저기 토오노군. 토오노군은 자신의 집에 이사했다고 말했습니다만, 그거 어떤 의미입니까?" 선배는 흥미깊은 듯이 질문을 해온다. .....뭐어, 확실히 아무것도 모르는 선배에게 있어서, 어제의 회화는 너무 단편적이었겠지." "-----그렇군요. 요는, 나는 친가에서 쫒겨난 남자인겁니다, 이게. 9살 때 교통사고에 휘말렸다던가해서, 심한 상처를 입어버려서. 상처 그것은 어떻게든 나았습니다만, 그후로 금방 빈혈로 쓰러지고 먹은 것은 토하고 해서, 잠시 요양시킨다 라는 것으로 친척인 아리마라는 집에 맡겨지게 된 것인 겁니다. "에에 그러니까, 즉 그 아리마라는 분들이 토오노군의 9살 때부터 길러준 부모, 라는 것인거군요?" "그렇군요. 나는 자신의 부친에게 왜인지 미움 받아서, 아리마가에 맡겨졌을 때부터 두번다시 자신의 집....토오노 저택에 돌아올 일이 없을거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뭐어, 자신에게 있어서는 아리마가의 아이로서 살아가자라고 계속 생각했어요. 생각했습니다만, 얼마전에 그 부친이 타계한 겁니다. .....그렇게 되면 저택에는 여동생 한명밖에 없으니까요. 오랫동안 내버려 둬버린 것도 있고, 이제와서라지만 저택에 돌아가기로 한겁니다." -----이상, 토오노 시키의 가정 사정이었습니다. 라고 이야기를 끝낸다. 시엘 선배는 말없이 끄덕, 하고 작게 끄덕인다. "......하나, 물어도 되겠습니까? "응? 뭐어, 나에게 대답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그럼 묻습니다만, 토오노군은, 역시 전의 가족이 싫었습니까?" 전의 가족---길러준 부모인 아리마의 양친의 이야기인가. 진짜 양친이 아닌 부친과 모친. 타인의 집이었을 터의 모르는 건물. 하지만, 그런 일은 전혀 관계 없이---- "아니, 좋아했어요. 피가 이어 지지 않았다는 일따위 신경도 쓰지 않는 사람들로, 내가 혼자서 침울해 있는 것이 면목없어질 정도로, 따스했어요. 그런 맹목적인 애정을 믿을수 있는 자신이란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이 사람들은 나를 사랑해주고 있다. 그러니까 빨리, 하루라도 빨리, 나는 진짜 가족이 되지 않으면---- 그런 말을, 어렸을 때부터 계속 자신에 들려왔다. ......정말로, 계속 옛날부터. 의식이 멀어질 정도로, 계속 계속 반복해서 맹세해 왔다---- "......에 그러니까, 확실히 아리히코가 말한 대로, 아리마가에 불만 따위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잘해 줬고, 나도 그 애정에 응해왔다고 생각해요. 그야 서로, 이런거 가족 놀이라고 알고 있었습니다만, 연극같았던 그것마저도, 고통은 아니었던 겁니다." 아니, 오히려 행복했겠지. 어떤 의미로. 아리마의 양친과 나는, 이상적인 부모 자식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안됐던 거군요." ".....그래. 그래도, 일선은 넘을수 없었어요. 나는 진짜 가족이 아니다, 라는 말이 도저히 머리에서 떨어지지가 않아서. 그런거 무시해야 할 거라고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해도 안됐어요. 유아체험인지 뭔지 모르지만, 이렇게 되면 이미 저주일까나. 왠지 어디에 있어도 가족과는 계속 타인 인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의." 선배는 입을 다물고 있다. 시선을 돌리고, 면목 없는 듯이 어깨를 떨구고 있다. "것 봐요. 재미없는 이야기였지요. 그러니까 시간낭비라고 말했는데."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굉장히 유익한 이야기였습니다." 말하고, 선배는 자신의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이쪽도 그것을 따라 하듯이, 사온 빵을 입에 옮긴다. ......선배와 이야기를 한 덕분인가, 다소는 식욕이 돌아왔다. 라고해도, 결국은 사온 빵을 반도 먹지 못했지만. "그런데 토오노군, 뭔가 걱정이라고 있습니까?" "에----뭐예요 갑자기. 별로 고민같은거 없어요, 나는." "흐음. 그럼 단순히 몸이 안좋아서 식욕이 없던 것뿐이군요, 토오노군은." 가만히, 선배는 내 얼굴을 바라본다. ......뭐라 말할까, 깊은 눈 빛이다. 바라 봐지고 있으면 조용히 있기가 어렵다. "........별로 고민같은건 없습니다만......선배, 최근의 무차별 살인마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어제부터 집에 돌아오지 않는 클래스메이트의 이야기가 머리에서 떨어지지 않아서, 나도 모르게 그런 걸 물어 버렸다. "무차별 살인마 사건이라면, 그 흡혈귀 소동이군요." "-----응. 벌써 희생자가 8명도 나왔잖아. 나, 최근 뉴스를 보지 않으니까 잘 모르지만, 선배는 자세해요?" "글쎄요, 남들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만, 자세히 라고 할 정도는 몰라요. 단지....그렇군요, 흡혈귀라는 단어에는 오싹합니다만." "아아, 무슨 죽은 사람의 몸에서 혈액이 빠진다는 거였지. 이상한 이야기지만, 그런거 무슨 의미가 있을려나." "글쎄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의 생각은 이해할 수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토오노군, 어째서 흡혈귀라는 별명이 붙은 걸까요." ".......?" 선배는 이상한 걸 묻는다. "어째서고 뭐고, 몸안의 피가 빠졌다는 거지요? 그거라면 흡혈귀라는 별명이 붙는 것은 당연하지 않습니까." "토오노군은, 흡혈귀의 속설을 알고 있습니까?" 갑자기 웃는 얼굴이 되서, 선배는 더욱 이상한 질문을 해온다. ".....흡혈귀의 속설이라니.....흡혈귀에게 피를 빨린 사람은, 같은 흡혈귀가 된다는 것입니까?" "예. 자, 그렇다면 사체따위 남지 않겠지요. 흡혈귀가 범인이라면, 사체라고 하는 것은 남지 않는 거예요, 토오노군." "----과연, 그것은 그렇습니다만....흡혈귀란건 어디까지 별명이지 않습니까. 선배, 흡혈귀가 있다고, 진짜로 믿고 있는 겁니까?" "그렇지는 않아요. 왜냐면, 사체가 남아 버렸다는 것은 흡혈귀가 아니지요?" 웃는 얼굴인 채로, 선배는 어딘가 핀트가 빗나간 말을 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도 생각할 수 있지 않습니까? 발견되고 있는 사체들 쪽은, 흡혈귀가 되지 못했으니까 죽어버린 겁니다. 흡혈귀에는 될수 있는 사람과 될수 없는 사람이 있어, 될수 있는 사람은 흡혈귀에게 습격당해도 사체가 발견되지 않는 겁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살아 있으니까. 하지만 되지 못한 사람은 그대로 죽어 버린 결과, 사체로서 발견되는 거다, 라고." "아니--------그것은." ......선배는 웃는 얼굴인 채다. 그러니까 그런거, 그냥 농담이라고 알고 있는데도, 왜인지 웃어 날릴 수가 없다. "라~니, 농담이예요. 그런 일이 있다면 호러니까요. 나, 별로 무서운 이야기는 좋아하지 않으니까, 너무 싫은 거 묻지 말아주세요." ".....뭐야 그거. 선배쪽이야 말로 분위기 탄 주제에." "예, 무서운 이야기는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토오노군을 무섭게하는 것은 좋아합니다." ".............." .....뭔가, 나는 이 사람에게 원한 살 짓이라도 한걸까? "하지만 토오노군. 농담은 치워두고, 최근 밤 거리는 위험해요. 아무리 토오노군이 건강한 남자아이라고해도, 너무 나다니면 안됍니다." 어디까지 진심인건가, 선배는 농담같이 충고를 했다. 점심시간이 끝나, 다섯 시간 째의 수업이 시작했다. 고문의 수업 내용은, 전혀 라고 말해도 좋을 만큼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럼, 우리 집은 이쪽이니까. ---바이바이. 내일 또, 학교에서 만나자. 유미즈카는 확실히 그렇게 말했다. 그런 말을 했던 그녀가, 그대로 가출하다니 있을수 없다. "-----" 싫은 예감만이 든다. 밤의 거리를 배회하는 살인마. 밤은 위험하니까 나다니면 안됀다는, 선배의 말. "----" 해어질때의 이미지가 적(赤)이어서 인걸까. 문득. 새빨간 피에 물든, 유미즈카 사츠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그것은 갑자기 찾아왔다. 시계(視界)가 점점 하얗게 되고, 평균감각이 빙글빙글 이상해져간다. "-----" 빙글, 하고 시계가 흔들린다. 머리의 뒤 쪽에 뭔가가 도사려, 의식이 추욱 무거워지는 감각. "..........위, 험" 이 감각은 알고 있다. 돌발적인 현기증은 빈혈의 전조다. 뇌의 혈관에 막힌 혈액이, 검은 덩어리가 되어 어질어질 머리를 흔들어, 버이고 있는 것을 새카맣게 해버린다. 예를 든다면, 뇌 쪽에서 안구 방향으로 어둠이 밀려 나오는 듯한 감각. ---곤란, 한데....수업중에 쓰러지다니, 별로, 없었, 는데--- 붉다. 피 같이 붉은 유미즈카의 이미지가, 너무도 선명했으니까 인걸까. 어질, 하고 시계가 일그러져 간다. 검게되어 가는 시계 속, 더듬거려 책상을 잡아 기댄다. 그것도, 곧 헛수고가 된다. 손가락 끝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 뒤는 단지, 마루를 향해 떨어져갈뿐--- 그중에, 그녀가 말했던 말을 기억해냈다. <핀치일 때는 구해줘, 토오노군.> ---그러니까, 그런 부탁을 해도 무리라고. 나는 네가 생각하고 있는 정도로, 뭐라도 할수 있는 녀석인게 아니니까 말이야---- "---미안. 기다리게 만들었구나, 아리히코." "예이예이, 네가 아무 예고도 없이 쓰러지는 거엔 익숙해있어. 정말이지, 사람이 기다려 주는 것을 이용해서 아슬아슬 할때까지 양호실에서 자버리다니, 지가 뭐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네놈은." "뭐야, 그럼 깨워주면 됐잖아. 별로 얌전히 문닫는 시간까지 기다릴 것도 없잖아." "시끄럽구만, 아픈 사람을 두들겨 깨워봤자, 또 빈혈로 쓰러졌다간 성가시잖아. 자, 됐으니까 돌아가자. 벌써 7시잖아, 젠장" 아리히코는 복도를 걸어간다. ......그 후. 나는 빈혈로 쓰러져서, 보건실에서 자게 되었다. 그대로 하교의 폐문 시간인 6시반이 되서, 아리히코의 펀치로 눈을 뜨게 되어, 이렇게 누구도 없는 복도를 걷고 있다. "어이, 뭐하는거야. 빨리가자, 토오노." "---미안, 지금 갈께." 아직 조금 어지러운 머리를 흔들고, 아리히코의 뒤를 따라간다. "좋아, 여기부터는 혼자 돌아갈수 있지. 그럼, 내일 또 학교에서 보자고." "......생큐. 언제나 미안하다, 아리히코." "신경쓰지마. 빚은 출세 갚기로 배로 갚기다." .....아리히코의 대답은 일본어가 되어 있지 않다. 그것에 쓴웃음을 지으며, 이쪽도 집에 돌아가기로 했다. 교차점에 온다. 아직 밤 7시인데도, 근처에 사람의 그림자는 없다. 계속되는 무차별 살인마 소동으로 밤중에 나다니는 사람이 줄은 탓이겠지. 우선 눈에 들어오는 사람의 그림자는, 멀리서 걷고 있는 여자의 등뿐이다. ".....아, 금발." 멀리서 걷고 있는 여성은, 아무래도 외국인같다. 멀리서도 그렇다고 알수 있는 금색의 머리칼이, 걸을 때마다 흔들리고 있다. .....굉장히, 눈을 끈다. 등을 보는 것만으로, 저 여성이 미인이라는 것을 알수 있다. -----------두근. "에------" 갑자기, 두근, 하고 심장이 튀어 올랐다. 의미도 없이 목이 까칠까칠하게 말라간다. 몸안이 차가워져, 땀을 흘려간다. "아------그" 지끈, 하고 머리가 아프다. ......낮의 빈혈과는 다른, 의식을 멀어지게 하는게 아니라, 의식을 확실하게 만드는 듯한, 아픔. "하------아." 하악하악 하고 숨이 흐트러진다. 저-----등. 금색 머리칼의 여성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 왜인지----지끈지끈 머리가 아프다. "하아----하아, 하아-----" .....사고가, 흐려져간다. 나는----이대로, 저 여성을 쫒아가서, 그래서---- "그래.....서?" 뭐를, 하겠다는 거지, 대체. 여자는 맨션이 늘어선, 번화가의 안에 있는 맨션 단지로 사라져갔다. "....쫒지....않으, 면....." 정말 아무 맥락도 없이, 그렇게 생각했다. 발이 맨션 쪽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그 전에. "------!" 일순만, 확실하게. 유미즈카 사츠키의 모습을, 시계의 구석에 잡았다. "유미즈카, 상------?" 멍, 해져있던 의식이 확실해진다. 유미즈카....일순만이었지만, 그것은 확실히 유미즈카였다. 거리 쪽을 걷고 있었던 걸까? "이런 시간에 왜 나다니는거야......!?" 유미즈카가 가출중이라든가 행방불명이라든가, 그런 일 아무래도 좋을 정도로, 열 받았다. 여자애가 혼자서 밤 거리를 걷다니, 너무 무방비하다. 유미즈카는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사람들 사이를 걷고 있다. ......멀어서, 잘 모르겠다. 잘 못 본 것 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쫒아가서 불러 세우자, 하고 달렸다. "기다려, 유미즈카상----!" 쫒아가면서 말을 건다. "--------" 소리가 들린 건가, 유미즈카는 힐끗 이쪽에 돌아 봤다. 그 얼굴은, 별다를게 없다. 앞을 걷고 있는 소녀는 틀림없이 유미즈카 사츠키고, 그녀의 얼굴이 무서운 표정을 지었던 것도 아니다. "-------아" 그런데, 오싹하는 한기를 느껴 버렸다. ----두근, 하고. 심장의 고동이 빨라진다. 머리의 뒤쪽이 흔들거리며 무거워져, 몸이 조금만 열을 뻗는다. 방금 금발 여성을 봤던 때처럼, 지끈, 하고 머리를 조이는 듯한 아픔이 달린다. "뭐지.....뭔가, 이상하다." 몸안이 뜨겁다. 질 나쁜 열병에 들린 것 같이, 흔들흔들 거린다. 그러고있는 사이에, 유미즈카는 또 걸어가 버렸다. "기----기다려줘, 유미즈카상.....!" 달리면서 부른다. 유미즈카는 돌아보지도 않고, 비틀거리며 걸어간다. "이----, 들리지 않는거냐 유미즈카....!" 뜨거운 몸에 채찍질을 하며 달린다. 하지만, 도저히 유미즈카의 등을 잡을수가 없다. ....아무리 달려도, 걷고 있는 유미즈카에 따라 붙을 수가 없다. "------" 뭔가, 이상하다. 그렇게 알고 있는데, 뭔가 이상한건가 알수 없었다. 지금의 자신에게 할수 있는 일이라고 하면, 아무 해결책도 없는 채, 유미즈카 사츠키를 따라 갈뿐이다. ----그 때. 갑자기 유미즈카의 등이 사라졌다. 방금까지, 따라 붙지는 못해도 제대로 보이고 있었던 유미즈카의 등이 보이질 않는다. "....젠장....뭐였던거야, 대체....!" 멈춰 서서, 호흡을 정리한다. 하아하아, 하고 가슴이 크게 상하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제법 오랫동안 달리고 있었던것 같다. "......지금, 몇시, 지....." 양 무릎에 손을 집고, 적당한 쇼 윈도우에 시선을 옮긴다. 시각은----밤 12시에 걸려있었다. "-----거짓말. 그렇게 달렸던건가, 나." ...그런 실감은 없지만, 시계에 틀림은 없다. 둘러 보면, 번화가의 가게도 그 대부분이 닫혀 있었다. "----돌아, 가자" 유미즈카의 일은 걱정이 되지만, 이 이상 찾아도 찾을수 없을듯한 기분이 든다. ......애초에 네 시간 가까이 따라 가면서, 몇번도 불렀는데 돌아보지도 않다니, 그녀는 뭘 생각하고 있는 거지. 하아, 하고 크게 심호흡을 하고, 저택에 돌아가기로 했다. ......근처에 오면, 지나가는 사람은 전혀 없었다. 번화가 쪽은 아직 통행인이 있었던 쪽으로, 여기부터 저택에 돌아갈 때까지의 길은 완전히 사람이 없겠지. ".........." 무차별살인마라는 단어가 머리에 떠오른다. 밤 12시. 혼자서 거리를 걷고 있는 자신은, 살인마에게 있어 다루기 쉬운 사냥감인지도 모른다. "--------!?" 소리. 건물의 뒤쪽에서, 뭔가 소리가 들렸다. 사람이 쓰러지는 듯한, 그런 느낌의 소리였다고 생각한다. "......뒷골목 쪽.....?" ......소리는 한번 뿐이었다." 주위는, 불길할 정도로, 조용하다. .....싫은 예감이 든다. 뒷골목 쪽에, 누군가가 쓰러진건가. 그렇지 않으면 바람에 짐이 쓰러진것 뿐인가. .....어느쪽이라 하든, 상관하게 되는 것은 별로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방금까지 유미즈카를 찾고 있었던 탓인가, 그곳에 유미즈카가 있을 것같은 착각같은 것을 가져 버린다. ".....어떻, 하지......" 주위에 사람의 그림자는 없다. 의지할수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아침에 코하쿠상이 넘겨준 나이프뿐이다. 나는--- (1.보러간다 선택) ---자신의 착각을, 무시할수없다. 벌써 몇명이나 살인을 범한 무차별 살인마가 배회하고 있는 밤의 거리에, 수상한 소리가 난 뒷골목으로 들어가려하다니 어떻게 됬다. 어떻게 됬지만, 나는---어제의 유미즈카의 미소를 잊을수없다. 유미즈카가 있을리 없지만. 혹시 저곳에 유미즈카가 있어서, 뭔가 되돌릴수 없는 일이 되어 있었다면. .....나는, 그것을 놓친 일을 절대로 후회할거다. "---좋아." 포켓속에 손을 넣자, 찰칵, 하고 차가운 감촉이 있다. 쓸 생각은 전혀 없지만, 아무튼 이쪽에도 무기가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편해진다. .....그리고, 위험한 때가 되면, 토오노 시키에게는 이 '눈'이 있다. 선생님은 함부로 쓰지마라고 말했지만, 상대가 살인귀라면 용서해주겠지. "......소리, 이쪽이었지." 각오를 정하고, 뒷골목으로 발을 옮겼다. ---두근. 심장이, 심하고 크게 맥 친다. 뒷골목은 조용하다. .....소리는, 이 안의 광장에서 들려왔다. ---두근. 목의 뒤가, 아프다. 극도의 긴장으로 경련이라도 하고 있는건가, 등골이 피부에서부터 튀어나올 것 만 같을 정도로, 아프다. ---두근. 어째서지. 나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은데, 본능이 아까부터 경고를 울리고있다. ---두, 근. 가지마. 이 앞에는 가지마. 가면, 분명 돌아올수없다. ---두, 근. 하지만, 이제 늦었다. 뒷골목을 빠져서, 나는 그 광장에 발을 들여버렸다. "---에?" 단지, 그런 소리밖에, 나오지않았다. 뒷골목은, 하나의 붉은 세계였다. 쓰레기나 폐품에 섞여, 손발이 산란(散亂)해 있다. 손발은 개나 고양이의 것이 아니다. 그 단면에서부터, 붉은 피와, 뼈와, 생생한 고기를 보인, 틀림없는 인간의 손발이었다. 지면이나 벽에는 붉은 피가 발라져있다. 코를 찌르는 무거운 냄새. 추룩, 하고. 붉은 안개가 되서 몸을 둘러 붙어 버릴 것 만 같을 정도, 농후한 피 냄새. 얼굴. 얼굴. 얼굴. 목부터 잘려져, 고통의 표정인채로 굴러다니는 얼굴. 분재 같이 말라붙어, 두조각으로 갈라져 카락카락하고 굴러다니고 있는 얼굴. 양눈을 빼내져,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수없을 만큼 정체불명인 채 방치된 얼굴. "----" 소리도 내지 못하고, 단지, 그것들 망골을 바라봤다. 아니, 인간의 사체라고 하기엔 너무 다르다. 질 나쁜 인형이라 해도, 저것들 보다 조금은 나을 거다. 사체는, 4개 있었다. 이것도 저것도 먹다 버린 반찬처럼 굴러다니고 있다. "하---하" 경악하여 사체의 바다를 바라본다. 목의 뒤가 뜨끈뜨끈하게 아프고, 목이 말라서 호흡이 불같이 뜨겁다. 손가락 끝이 덜덜하고 떨리고, 입가가 이상한 모양으로 일그러져간다. 이것은--뭐냐. 지금 눈 앞에 펼쳐져있는 세계는, 뭐냐. "---붉어" 그래. 눈이 산화(酸化)해 버릴만큼, 공격적인 일면의 색---. 단지, 멍하니 서있을뿐이다. 비명도 나오지않는다. 공포도 없다. 단지 자아를 잃고 이장(異狀)한 광경을 영화의 원신같이 뒷골목을 바라보고있는 자신이 있다. 분명. 그렇게라도 하지않으면 제정신으로 있을수 없기에, 이성이 그런 방법으로 나를 보호해주고 있는 것일 것이다. 덜컥, 하고 벽쪽의 사체가 움직였다. 아니, 틀려. 그곳에 있는건 사체가 아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굴러다니던 손발과는 다르다. 제대로 손발이 있는, 살아있는 인간인것 같았다. "아......." 뭔가, 의외인 것을 봤다. 인간이 살아있다는 기쁨보다, 이 광경 안에 살아있는 인간이 있는 일이, 왠지 부자연스러운 기분이 들어서. 하지만, 살아있다면. 살아있다면, 도와, 주지않으면. "저---여보세요?" 마비된 감정인채로, 아직 살아있는 인간에게 다가간다. "----기" 스륵, 하고 피의 바다에서 기어올라와, 그것은 나를 향해 얼굴을 들었다. 그, 말라비틀어진, 해골같은 얼굴을. "히-----!" 반사적으로 뒤로 도망친다. 하지만 그런 나의 움직임보다도, 해골 쪽이 몇배나 빠르다. 히유휴하는 소리를 내며, 그녀석은 나의 위에 달려들었다. ----휴, 휴. 싫은 소리가, 눈 앞에서 들려왔다. 보면---해골의 목은 큰 구멍이 뚫려있어서, 제대로 발음도 할수 없는것 같았다. "---아" 말라 비틀어진 얼굴, 말라 비틀어진 팔이 덥쳐온다. 뼈와 가죽밖에 남지않은 목의 성대가, 덜렁덜렁하고 기분나쁜 소리에 맞춰 진동하고있다. "우와아아아아!!" 단지, 필사적으로 그녀석을 때어 내려했다. 그러나 그녀석은 기분나쁜 소리를 내며 떨어지려 하지를 않는다. 그륵, 하고. 그녀석의 손가락이, 어깨에 박혔다. "으으으으윽!!" 아픔으로 몸이 튄다. 그것의 손가락은, 예리한 면도날 같았다. 용서없이 나의 가죽을 찢고, 고기를 헤치고, 그대로 신경을 뜯어내어 가는 격통---- "아, 아아, 아-----!!" 단지 아퍼서, 그런 소리밖에 나오지않는다. 비명을 지르며 있는 힘을 다해 그녀석을 때어내려 했지만, 그녀석의 힘은 너무 강하다. 내가 뭘하던 꼼짝도 하지않는다. 칵칵하는 소리를 내며, 해골의 입이 열린다. 어깨를 한입에 물어 뜯어낼 정도로 열린 입이, 죽고 싶지않아, 하며 도움을 구하는 듯이 나의 얼굴로 다가온다. "그----" 그만둬, 라는 말도 통하지않는다. 뼈와 가죽뿐인 그녀석은, 그대로 나의 머리를 물어뜯으려 하고------그대로, 갑자기, 무너져내렸다. "헤....?" 그렇게 강했던 힘이 사라져간다. 고작 뼈와 가죽만이 남아있던 사람의 모습을 한 그녀석은, 남겨진 뼈와 가죽마저도 잃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간다. 사락사락하고. 악몽이었던 것 같이, 그것은 재가 되어 흩어졌다. ".......뭐야, 이거" 즈륵하고, 어깨에서 통증이 달린다. "아.....읏" 등에 자신의 피가 흘러간다. 아픔은 현실. 그러니까 이것은, 거짓없는 현실. 심한, 악몽이다. 이런 일----악몽일수 밖에 없는데, 꿈마저도, 아니라니. "토오노군. 그 이상 거기에 있으면 위험해." "----!" 등뒤에서의 목소리에 돌아봤다. 들어온 뒷골목의 입구에, 유미즈카 사츠키가 서있다. "유미, 즈카----?" "안녕. 이런곳에서 만나다니, 우연이네." 마치,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것같이, 가볍게 유미즈카는 말을 걸어왔다. "유미즈카, 너....너야말로, 이런 시간에 뭐하는거야." "나는 단지 산보. 하지만, 토오노군이야말로 뭐 하고있어? 그렇게 잔뜩 사람을 죽이다니, 안돼는거 아닐까나." 후후, 하고 조용한 미소로 유미즈카는 말했다. "사람을 죽였다니---에?" 주위를 둘러본다. .....그리고, 자신이 어떤 참상 속에 서있는건가를 생각해냈다. 일면의 피의 바다 속. 토오노 시키는, 마치 살인범 같이, 아연히 서있다. "아, 아니야, 이건 내가 아니야.....!!" "아닐거 없잖아. 모두 죽어있고, 살아있는것은 토오노군뿐이라면 누구라도 한것은 토오노군이라고 생각해." "그럴리가 없잖아! 나도 이녀석에게 당할뻔 했다고....!" 방금까지 자신을 덥쳤던 괴물을 가리킨다. 하지만, 그곳에는 이제 아무것도 없다. 그것은 뼈는 커녕, 재마저도 남기지않고 바람에 흩어져 사라져있다. "아---" 숨을 삼킨다. 유미즈카는 쿡쿡하고 웃고있다. "아, 아니야---내가, 내가 아니, 야" 머리까지 마비되서, 그런 말밖에 말할수없다. ......알고있어. 제대로 뭐가 이상한지, 뭐가 이상하지 않은지 알고있지만, 사고가 헛돌아서 말할수가 없다. 예를들면, 가출했다고 하는 유미즈카가 어째서 이런 곳에 있는가. 예를들면 이런 참극을 눈 앞에 두고, 어째서 유미즈카는 그렇게 웃을수있는가, 라던가. "유미즈카상, 나는---" "응, 실은 알고있어. 토오노군은 식사중에 마주친 것 뿐인거지? 심술궂은 말해서 미안해. 나, 언제나 자신의 마음과는 반대되는 일을 해버리니까, 토오노군에게는 언제나 이런식으로만" 유미즈카는 아직 웃고있다. ....그것이 이 참극에 너무나도 어울리지않아서, 오싹했다. 유미즈카는 뒷골목의 입구에서 움직이지않는다. 부자연하게 돌려있는 양팔. 마치, 뭔가를 숨기려는듯이 뒤로 돌려져 있다. ---주의해서 보면. 그녀의 팔꿈치 근처에는 붉은 것이, 모선같이 붙어있다. "유미즈카, 너---" "왜그래? 무서운 얼굴해서. 이상해 토오노군." 또, 쿡 하고 웃는다. "-------" ...아니야. 그녀는, 유미즈카 사츠키가, 아니야. "유미즈카---왜 너, 손을 숨기고 있냐." "아, 역시 들켜버렸어? 토오노군은 멍한 듯하면서 예리하지. 나말이지, 당신의 그런 점이 예전부터 좋다-하고 생각했어, 시키군." 그래, 일부러 시키군, 하고 강하게 발음해서. 유미즈카는 양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붉게 물든 양손. 피는 말라있지않고, 뚝뚝 하는 소리를 내며 붉은 물방울을 흘리고 있다. 그것을, 자랑하는 듯이. 유미즈카 사츠키는, 입가에 웃음을 띄우고있다. "유미즈카, 그 손---" "응. 내가, 그 사람들 죽였어." "뭐---" "아, 하지만 이건 나쁜게 아니야. 나는 이 사람들이 미워서 죽인게 아닌걸.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사람들의 피가 필요하니까, 어쩔수없이 죽인 거니까." .....뭐, 지. 유미즈카는, 뭔가, 잘 알수 없는 것을, 말하고 있다. "죽였다니---정말인거냐, 유미즈카" "거짓말이라고해도 믿어주지 않을거잖아? 그러지않으면 나같은 여자아이는 이런 일 할수 없다고 생각해줄거야?" 쿡쿡하고 웃는 소리. ---믿을수없어. 믿을수없지만, 틀림없이 그녀는 거짓말따위 하고있지않다. 이 참극은. 모두, 유미즈카가 일으킨 것인거다. "어째서---이런, 심한 짓을" "심하지않아. 방금도 말했잖아, 나는 이 사람들이 미워서 죽인게 아닌걸. 시키군, 살기위해 다른 생물을 죽이는건 말이지, 나쁜 일이 아니야." "무슨 소리를----! 어떤 이유가 있던, 살인은 나쁜 일이잖아!!" "그렇지도 않지만 말이지. 아, 하지만 나쁜 일도 하나만 해버린것같아. 나, 오늘이 처음이니까 조절을 못해서, 피를 빨때 자신의 피를 보내버렸어. 그 탓에 죽다만 것이 나와서, 시키군이 공격당하게 된거야. 미안해. 나, 한바트면 시키군을 휘말리게 할 뻔했어. 그녀석이 되다말고 죽어줘서, 정말 다행이야." "무슨---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유미즈카" "지금은 몰라도 돼. 나도 아직 자기자신을 잘 모르니까, 잘 설명할수가 없어." "하지만, 몇일있으면 분명 시키군같이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시키군같이, 훌륭한---" 말하다 말고, 유미즈카는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괴로워한다. "학ㅡㅡㅡ아, 우....!!" 괴로움에 구역질을 하며. 유미즈카는 벌컥하고,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 "아퍼---. 역시, 배가 고프다고해서 아무거나 먹으면 안돼는 것 같아. 질이 좋은, 깨끗한 피가 아니면, 몸에 맞지않는걸까---" 콜록콜록하고 기침을 한다.. 그 목는 붉고, 분명히 피를 토하고 있다. "우----크, 으아아아......!!!" 유미즈카의 몸이 덜컥덜컥하고 떨리고있다. .....잘 모르겠다. 종말, 뭐가뭔지 모르겠지만, 단지, 유미즈카가 심하게 괴로워하고 있다는 일만은, 확실한 사실이었다. "어이...괴로운거냐, 유미즈카....!?" 유미즈카에게 달려가서, 그 손을 잡으려했다. "----안 돼! 가까이 오지마, 시키군!" 하지만, 그것은 유미즈카의 목소리로 막혔다. "......안, 돼. 전혀 괜찮지않아, 시키군." 하아하아하고. 괴로운듯한 호흡이, 붉은 피를 토하고, 전해져온다. "유미...즈카, 너---" 나에게는, 모르겠다. 유미즈카가 괴로워하는 이유도, 어째서, 그녀가 그렇게 되버렸는가도. "어떻게 된거야, 도대체. 사람을 죽였다고 말하지만, 그런거 거짓말이지, 유미즈카....? 그렇게 괴롭다면 빨리 병원에 가지않으면 안 돼잖아." .....이 무슨, 위선. 유미즈카가 사실은 이 참극을 만들었다고 알고있는데, 그런, 시시한 거짓말을 했다. "유미즈카---그쪽으로 가겠어, 괜찮지?" 부드럽게 말을 건다. 하지만 유미즈카는 붕붕하고 머리를 흔들어, 방금보다도 격하게 나를 거절했다. "어째서---괴롭다면, 당장 병원에 가지않으면 안돼잖아...!" ".....안 돼는건 시키군 쪽이야. 정말, 언제나언제나, 알아주지않으, 니까" "바보---그걸 말한다면 아까부터 뭐하나 몰라, 나는---!" "아...하, 그런가, 그렇지....그런데도, 나와 함께 있어주는구나---" 스륵, 하고. 도망치듯이, 유미즈카의 몸이 뒤로 당겨간다. ".....아퍼, 시키군." 하아하악하고, 호흡을 어지럽히며, 붉은 피가, 토해진다. ".....아프고, 춥고, 굉장히 불안해. 실은, 지금 당장이라도 시키군이 도와줬으면 해" ---하지만, 오늘밤은 아직 안돼. 그렇게 말하고. 유미즈카는 돌연 몸을 일으켰다. "---기다려줘, 곧 한사람 몫을 해내는 흡혈귀가 되서, 시키군을 만나러 갈테니까!" "아---기다려, 유미즈카!" "-----" 유미즈카의 모습은 없다. 내가 한발 내딧는 사이에, 유미즈카는 이미 뒷골목에서 사라져버렸다. ....그 스피드는 인간의 것이 아니라, 맹렬한 짐승의 그것이다. "---유미즈카, 너---" 무슨일이, 있던거야, 정말....! "그---!" 다친 어깨가 아프다. 돌아보면. 그만큼 인간의 부품이 산란(散亂)해 있던 뒷골목의 광장에는, 붉은 피밖에 남아있지않다. 얼굴도. 장기도, 손발도. 아까의 해골처럼, 재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아" 두근 하는. 혈액이 역류하는듯 구토감 "거짓,말이다---" 두근 하고. 지금도 사정해버릴것같은 흥분 "이런,것----" 언제까지도 눈동자에 녹아붙어 떨어지지 않는 피의 붉은색. "이런건 거짓말이다---------!" 흐느적. 눈에 비치는것 전부가 비뚤어져 보인다. 정신을 차려보니 저택에 돌아와있었다. 동물의 회귀본능이라는 녀석인건가. 지금도 어지러워서 넘어질것같다고 말하면서, 잘도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쿠" 구토감. 토할것같다. "학---------하, 아------" 게다가 심장은 두근두근 두방망이질치고 있어서 호흡마저 힘들었다. "...빨리....쉬지 않으면, 면...." 옛날부터 빈혈로 몇번이고 넘어질때, 조금있으면 쓰러질것이라는 느낌이들었다. ----쉬게하자. 침대에 잠깐 몸을 쉬게한다면, 이 구토감도 심장도 가라앉고, 전부 원래대로 돌아올것이다. 그런-----그런 일도 잊어버린채, 아무것도 아니었다는듯이, 평소때처럼 아침이 올꺼야. "시키씨? 돌아오지 않으셨습니까?" "아......고하쿠,씨" 서관의 복도에서 훌쩍하고 고하쿠씨가 얼굴을 내밀었다. .....그렇다는것은, 1층 서관에 고하쿠씨의 방이 있다는것. "다녀오셨어요 시키씨. 그런데 친구분과는 만나셨나요?" "아----아아, 일단은 만났다" 대답하며, 생각나버렸다. 산란되어있던 손발. 얼굴. 얼굴. 얼굴. 얼굴. 피에 젖어 더러워진 골목길. 양손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쿡쿡 거리며 웃던 유미즈카의 얼굴 --------------- "......미안 방으로 돌아갈테니, 고하쿠씨도 돌아가도록 해" 지금은 누구와도 대화하고 싶지 않다. 고하쿠씨를 뒤에 남겨놓고 계단을 올라갔다. 이대로 침대에 쓰러진다. "하------아" 가슴이 크게 솟았다 내려갔다 하며 공기를 흡입한다. "------" 멀어져가는 의식 현기증이 온다. 이대로, 설사 정신을 잃는것이라도, 지금은 이대로 잠들고싶다. ----인데, 잘수없다. 현기증은 있지만, 언제나처럼 의식이 멀어지지 않는다. 눈을 감으면, 아까전 골목길의 광경이 떠오른다. 두근,하고 높게 비명지르는 심장소리 그것은 공포가 아니라, 오히려------성적 흥분에 가까웠다 "어째서------" 그것이야말로 이유를 알수없다. 어쩌면 공포과 성욕이라는것은 매우 가까이 붙어있는건가. "에........?" 이런 밤에, 누구지? "시키님 깨어계십니까....?" 머뭇거리는듯한 목소리는, 히스이의 것이었다. 두근. 히스이의 모습을 상상 하는것만으로, 가슴의 고동이 조금은 가라앉았다. "....아아, 일어나있어. 무언가 용무가 있다면 들어와" "-----실례하겠습니다" .....뭐지. 히스이는 쟁반에 컵과 약처럼 보이는 종이봉투를 들고 들어왔다. "....히스이. 무슨일이야? 이런시간에" "네. 시키님이 잘 주무시지 못하시는것 같아 약을 가지고 왔습니다" "에....? 아니, 그건 그렇지만서도.....용케 알았네, 히스이" "언니의 말을전해드리면. 시키님은 피곤해보이시니, 힘을 쓰지 말아주십시오, 라는겁니다." ....그런가 고하쿠씨인가. 아까 로비에서 마주쳤을때, 내 안색이 나쁜것을 확실히 보여버린 모양이다. "....그런데 그약은 뭐야?" "수면제입니다. 시키님의 주치의로부터 복용해도 문제없다는 허가를 이미 받아놨습니다." "허가라니....이런 늦은 시간에!?" "아니요, 시키님이 이 저택에 오시게된 사이, 언니가 시키님의 주치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고합니다." "하아------역시나 고하쿠씨. 눈치가 빠르네" 어쨌든 지금은 감사하고 싶다. 히스이에게서 물을 받은뒤에 약을 먹는다. "음-----------아" 얼마안지나, 졸음이 찾아왔다. "...고마워 히스이. 고하쿠씨에게도 감사하다고 전해줘" "분부에 따르겠습니다. 그럼 안녕히주무십시요 시키님" ....히스이의 발자국소리가 들린다. 몸에서 힘이빠져나가는듯한 감각 "음------기분좋아------" 멍하고 기절하는것처럼 잠속으로 떨어져갔다. ------그것은 꿈인가 붉은 뒷골목 내가 발을 들여놓기전의 뒷골목. 거기에서 유미즈카 사츠키는 죽이고있다. 큰길에서 평범한 지나가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 뒷골목으로 끌어들여 사정없이 뒤에서 머리를 꺽고, 걸래처럼 꺽인 목줄기에 이빨을 박는다. 한사람 두사람 세사람 네사람 나를 내버려두고 그런 짓을 잘도. 단지 꿈속에, 탐하듯이 피를 마시고, 유미즈카는 네개의 시체를 찢어발겨 피를 핥는다. 붉은 세계 하지만, 이상하게도 두렵다라고 하는 감각은 없다. 서투른놈 서투른놈 서투른놈 손ㅇ는 나이프. 호흡은 하아하아 하고 거칠다. 심장은 피스톤처럼 아까부터 나에게 그렇게 하라고 부추기고 있다. 나라면 좀더 잘해 하아, 하아, 하아, 헐떡이는 한숨 그것은-----자신도 유미즈카 사츠키처럼 하고싶다는 충동을 억제하기위해, 호흡이 거칠어질대로 거칠어져있는건가. 난잡해져있다. 이런것-----나는 보고싶지 않으니까. 무엇을 망설이나 망설이는것같은것 없어 무엇을 참는가 참는것따위 없어 참고있는것에 가치따윈 없다. 누군가의 귀에익은 목소리. 나는 내가하고싶은대로 존재하고 싶다. 그목소리는 자신의, 목소리다. .....유미즈카는 울고있다. 잘 죽이지 못해서 우는건가, 아니면 아파서 울고있는건가, 잘모르겠다. 쓸모없다. 라고, 생각하면 좋은가. 저여자는 쓸모없다. ......그러는 나는 필요한가 추한녀석은 죽여라 ....쓸모없는것은 죽여도 좋은가 죽여라 ......... 죽여라 ......... 죽여라 ......... 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죽여라 "시키님......!" -----------목소리가 들린다. "정신차리세요. 지금 마실가지고 오겠습니다." -----------멀어지는 기척 탁탁 하는 발소리 그리고, 마침내 아침이 됐다는것을, 깨달았다. "-----------" 눈이 떠졌다. 방에는 아무도 없다. 헉 헉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뭐야......이, 소리" 목소리를 내보니, 그것이 내 호흡소리라는걸 알아챘다. "어.....라" 보니, 몸이 함으로 흠뻑젖어 있었다. 마치, 몇십키로쯤 마라톤을 하고난것 처럼 몸이 피곤했다. "큿........" 머리가 아프다. ......끔찍한 꿈을 꿨기 떄문이다. 피에 물들은 유미즈카와 그것을 부러운듯 계속 지켜보고 있는 나라고 하는, 어쩔도리도 없는 악몽. ".....어떻게 됐다......." 거친 호흡인채로 말한다. 어제밤의 꿈은 아직 머리에 달라붙어 있어, 잊혀지지 않는다. 정말로 심한 악몽이었다. 꿈속의 나는 머엉한채있어, 나 혼자서는 그 악몽에서부터 깨어날수 없을거라고 생각할정도로. "시키님......!" 하고. 당황한 모습으로, 히스이가 방안에 뛰어 들어왔다. "히스이....? 왜그래? 노크도 하지 않고 들어오다니" "아......깨어나셨씁니까, 시키님...?" "응, 지금 일어났어. 좋은 아침 히스이.오늘 아침도 깨워주러 왔구나." "아----------예, 좋은 아침입니다." 변명처럼 인사를 하고서, 히스이는 침대근처까지 다가왔다. "마실걸 가져왔습니다. 기분이 좋지 않으신것 같으면 마셔주세요." 보니, 히스이는 어젯밤과 같은 은쟁반에 마실걸 준비해왔다. "....? 아니, 별로 기분은 나쁘지 않으니까 필요 없어. 푹 자서 머리도 개운해" "--------그렇습니까" 찌릿, 하고 나를 바라보는 히스이 "아까는 굉장히 가분이 좋지 않으신듯 하셨습니다. 시키님, 가슴의 상처가 아프신건 아니십니까?" "별로 그런건 아니지만서도. ......뭐 아마도 꿈이 안좋아서 그런게 아닐까나. 아까까지 지독한 꿈을 꾸고 있었으니까." ........생각을 하니 어지러워 진다. 히스이는 가만히 서서 그런 나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가. 히스이가 깨워 주었구나." "......예. 죄송합니다." "무슨 말을 하는거야. 고마워 히스이. 깨워줘서 살았어." 진심으로 감사한다. 히스이가 깨워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직 그 악몽속에서 계속 있었을테니까. "그럼, 곧 옷을 갈아입고 식당으로 갈테니까. 일부러 마실것 까지 가져왔는데, 미안해"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러면 거실쪽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히스이는 조용히 방을 나갔다. 솔직히, 좀 감동했다. 히스이는 무표정한 아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감정표현이 서툴뿐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가위를 눌린것만으로 저렇게 당황하다니, 상상하는것만으로도 바로 웃음지어진다. 이정도라면, 히스이의 웃는얼굴을 보는것도 그렇게 어려운 일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럼, 일어날까" 시트에서 나와 일어난다. --------순간. 지끈, 하고 심하게 몸이 아프다. "큿.........!" 아픔은 안쪽에서부터 두근 두근 하고 고동에 맞추어 밀려온다. "아-----악--------" 시트를 잡고서 어떻게든 아침을 견딘다. "하------아" ........가라앉았다. 돌발적인 발작이었던건가. 몸에 이상은 없다. "....가슴의......상처" 옷위로 가슴를 만진다. 이곳에는 커다란 흉터가 있어, 완치된 지금도, 가끔씩 지금처럼 아플때가 있다. 주치의가 말하길, 정신적인 아픔이 완치된 육체적인 아픔을 가지고 온다, 그런것이다. 대체로 가슴의 상처가 아플때는, 교통사고나 살아있는것의 시체를 볼때다. 피와 죽음의 이미지가 8년전의 사고를 생각나게 한다. "어젯밤 탓.인가." 붉은 뒷골목. 거기서 평소대로 이야기를 걸어온 유미즈카의 웃는 얼굴 "큭................!" 가슴이, 아프다. 유미즈카의 일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떻하면 좋을지, 어떻게해야 하는가 마저, 나에겐 생각나지 않는다. 내가 할수있는 일이라면, 토오노 시키의 일상을 우선 보내는것정도다 "제---------길" 자기자신에게 욕을 던지고 침대에서 일어난다. 잠옷에서 교복으로 갈아입고, 거실로 향했다. 거실에는 아키하와 히스이의 모습이 있었다. 코하쿠상은 주방 쪽에서 나의 아침식사의 준비를 해주고 있는 거겠지.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오빠." 아키하는 소파에 앉은 채, 이쪽의 안색을 살피는 듯한 인사를 해온다. ".....아아, 좋은 아침." 인사를 하고, 그대로 식당에 향한다. 시간적으로 아키하와 느긋하게 거실에서 이야기를 할 여유는 없고---나 자신에게도, 누군가와 이야기를 할 여유같은게 없었다. "오빠,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만---조금, 괜찮겠습니까." "괜찮아. 시간이 없으니까 짧게 해줘." 아키하의 맞은 편의 소파에 앉는다. "그러면 솔직히 묻는겠는데. 오빠, 어제는 뭐를 하고 있었습니까?" 아키하는 똑바로 바라보며 질문을 던져온다. 고하쿠씨는 비밀로 해준것 같지만, 역시나 두시간가까이 저택에 없었다면 숨기고 넘어가는게 가능할리없었다 "별로. 단지 길거리를 걸었던 것뿐이야. 늦은 것은 사과하겠지만,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니잖아." 아키하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될수 있는한 온미하게 대답한다. "길거리를 걷고 있었을 분이라니, 그것은 큰 일이지요. 오빠는 아직 미성년이니, 밤의 길거리는 다니지 말아 주세요. 그렇지 않아도 최근은 소동인데." "아-------" 소동---밤의 길거리를 배회하는 무차별 살인마. 어째서. 어째서, 알아 차리지 못한거지. 사람을 죽이고 피를 뽑아낸다는 살인귀. 그 프레이즈는, 어제의 유미즈카에게 딱 맞아버리지 않는가----- ".....이런 일 제가 말할 것 까지도 없겠습니다만, 오빠의 몸은 무리해서는 안됩니다. 어젯밤같이, 그.....심히 지친 얼굴을 하고 돌아오시면, 곤란합니다. 뭔가 고민이 있다면 이야기를 해주세요. 큰 힘은 될수 없겠습니다만, 저로 괜찮다면....."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유미즈카. 유미즈카가, 이 거리를 시끄럽게하고 있는 살인귀인지도, 모른다. "오빠? 제대로 이야기를 듣고 계십니까?" "에------아니, 응, 듣고, 있어." 아키하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이쪽의 머리 속은 단지, 어제의 유미즈카가 떠오를 뿐이었다. 아키하는 사만히 나를 바라본다. "절대로 사정은 말할수 없다는 거군요, 오빠는." "아아. 아키하에게는, 관계없는 일이야." 지금은 유미즈카 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빨리 혼자가 되고 싶어서, 그런 말을, 되돌리고 있었다. "-----오빠는 끝까지 자기 멋대로 하겠다, 라는 것이십니까?" "..........." "알겠습니다. 그럼, 마음껏 자유롭게 해주세요. 오빠가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나도 마음대로 할 뿐이니까요." 아키하는 로비로 나가버린다. "시키님. 괜찮겠습니까, 그것으로." ".....괜찮겠냐니, 뭐가." "아키하님은 시키님을 깊이 걱정하고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저 분은 자신의 마음을 입으로 말하는 분이 아니시니까, 시키님께 전해지기 힘들거라고는 생각합니다만----" "제대로 알고 있어. 하지만, 지금은 머리가 꽉 차서 안돼. .....아키하에게는, 미안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 히스이는 그것뿐으로 입을 다물어 버렸다. "시키상~, 아침 밥이예요~" 식당에서 코하쿠상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자리에서 일어서서, 식당으로 향했다. "시키님, 오늘의 귀가는 언제쯤이 되십니까?" "아아, 오늘은 토요일이니까.....아니, 저녁쯤이 될거라 생각해. 조금, 찾아볼 것이 있으니까." "알았습니다. 그럼 부디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 꾸벅하고 인사를 한다. 히스이에게 배웅을 받고, 저택을 뒤로 했다. ----학교에 와도, 아무 의미도 없었다. 유미즈카 사츠키는 결석자로 취급되고, 누구도, 그녀를 걱정하고 있지 않은 듯이 보였다. 시간은 그야말로 어느사이엔가 지나갔다. 도중, 아리히코나 시엘선배가 왔던 것 같은 시분이 들지만, 잘 기억하고 있지 않다. 점심이 되어 학교가 끝났다. 아무 단서도 없다. 아무 단서도 없지만, 유미즈카를 찾지 않으면 안됀다. 해가 진다. 거리를 달려 돌아다녀도, 유미즈카 사츠키의 모습은 찾을수 없었다. "...........큭" 분해서 이빨을 물었다. ......유미즈카를 찾지 못한 것이 분한게 아니다. 2일전. 이 길에서, 그런 약속을 한 자신이, 짜증난다. ----핀치일때는 구해줘. 그렇게 말 해온 유미즈카에게, 나는 가볍게 대답했다. 내가 할수 있는 일이라면 도와줄께, 라고. .......그것은, 얼마나 무책임한 대답이었을까. 나에게 할수 있는 일따위, 정말 보잘것 없는 일이다. 아퍼, 라고. 아프고 어둡고 추워, 하며 괴로워하고 있던 유미즈카의 모습을 찾아내는 것마저, 할수 없다. "--------" 해가 져간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밤이 되지 않으면 유미즈카는 찾을수 없는 지도 모른다. ".....저녁에는 돌아온다고, 히스이에게 말했었지." 시간이 빨랐는지도 모른다. 일단 저택에 돌아가서, 냉정히 생각해보자. "어서오십시오, 시키님." "다녀왔습니다. .....히스이, 아키하는 뭐하고 있어?" "아키하님은 학교의 수속을 위해 나가셨습니다. 늦어질테니, 저녁식사는 먼저 하도록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가. .....저녁식사까지는 방에서 쉬고 있을테니까, 시간이 되면 식당으로 갈께." "예. 전하러 가겠으니, 편히 쉬어 주십시오." 꾸벅하고 인사를 하는 히스이에게 등을 돌리고, 자신의 방으로 발을 옮겼다. ----저녁식사가 끝나고, 침대에 앉는다. 시계의 바늘은 밤 9시를 가리키려 하고 있다. 이 저택은 8시를 지나서부터의 외출은 금지되어있으니까, 이제 밖에 나갈수 없다. "......" 하지만, 그런것은 단지 규칙일 뿐이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밖에는 나갈수있다. 시계의 바늘은 밤 9시에 다다르고 있다. 이 저택은 8시를 지나고부터의 외출은 금지하고 있으니까, 이제 밖으로 나갈수 없다. "............" 하지만, 그런 것은 단지 규칙이다. 그럴 생각이 든다면 언제라도 밖에는 나갈수있다. -----바이바이. 또 내일 학교에서, 토오노군. ......무엇을......생각하는건지, 하고서 나도 바보같다고 생각한다. 유미즈카가 대체 어떻게 됐는지, 나로선 전혀 모르겠다. 그 녀석이 거리를 떠들썩하게하는 흡혈귀살인의 범인이라는 것도, 깨닫고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석양의 돌아오는 길, 유미즈카의 최후의 말이, 아무리 해도 잊혀지지 않고있다----- ......어느사이엔가, 시각은 12시에 다다라있다.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아직도 수수께끼인채로, 자지않고 밤을 지새웠다. "......시키님, 일어나 계십니까......? ......히스이의 목소리다. 무슨 일일까, 이런 밤중에. "일어나 있는데, 무슨 일이야 히스이?" "-----예, 어째서 이런 시간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시키님이 일어나 계신듯해 전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전하다니, 무엇을?" "방금 전, 시키님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공원에서 기다리고 있다, 라는 전언이었습니다." "전화라니...... 이런 시간에?" "예. 이름도 말하지않고 끊어버려서, 시키님께 전하는 것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니----- 그건." ......생각할 것까지도 없다. 그 전화는, 유미즈카에게서 온 것이겠지. "......고마워. 그래도, 오늘밤은 늦었으니까 내일 다시 할께. 그 애, 학교의 클래스메이트니까 내일이 되면 만나거든." "거짓말이군요. 그런 괴로운 얼굴을 하시고서, 웃으시려는건, 곤란합니다." "바보, 거짓말 따윈 하지않아. 괜찮아, 이런 시간에 외출 같은건 안해. 아키하를 또 화나게할 뿐인데다가, 히스이에게도 곤란함을 주잖아. 그러니까, 그런 짓은 하지않아." ".................." 히스이는 침묵을 지킨다. 잠깐동안, 우리들 사이에는 말이 없었다. "......시키님. 부디, 무리는 하지말아주십시오." "......정말, 별로 무리따윈 하지않아. 이제부터 잘테니까, 히스이도 방에 돌아가도 괜찮아." ".................." 히스이는 단지 나를 응시하고 있을뿐이다. "-----그럼, 잘 자." 거기에 견딜 수 없어서, 세게 도어를 닫았다. "......질렸다. 히스이한테 숨기는건 할 수 없나." 책상에 넣어두었던 나이프를 꺼낸다. ......무엇을 할거란 작정도 아니지만, 일단 보호를 위해 무기를 가지고 있지않으면 안심할 수 없다. "-----공원인가. 이런 시간에 불러내다니, 어째서-----" 말하다가, 시덥잖은 우화를 생각해냈다. 흡혈귀는 밤이 아니면 활동할 수 없다. 그게 정말이라고 한다면, 유미즈카는 이런 시간에 나를 불러내는 것이 아니라. 이런 시간이 아니면, 나를 불러낼 수 없었다는게 아닌가. "......미안 히스이. 나도 바보같다고 생각하지만, 이 무리를 하지않으면, 아무래도 잘 수 없을 것같아." 여기엔 없는 히스이에게 사과하고, 조용히, 저택을 뒤로했다. "하아-----하아-----하아." 계속 달려서 더워진 몸을 쉰다. 시간은 곧 오전영시에 접어들어간다. 큰길에서 떨어진 공원. 연일의 살인사건으로 이 부근에는 사람이 없다. "........." 두근, 하고 심장이 크게 뛴다. 긴장으로 목이 마른다. 히스이가 받았던 전화가 유미즈카에게서의 것이라면. 그녀는, 이 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터이다. 밤의 공원에 인기척은 없다. 소리 하나 나지않는 달 아래. 이유도 없이, 전신의 체온이 떨어졌다는 기분이 든다. "-------윽 " 목 뒤가 저린다. 몸이 징......하고 차가워져서, 손가락끝까지 얼어버리는듯한, 오한. "학......학......" 차가워져가는 몸과는 정반대로, 목이 뜨거웠다. 바싹바싹하게 말라있다. 포켓 속에 손을 넣는다. 단지 몹시-----날붙이를, 손에 쥐고싶었다. "뭐-----지." 지끈...... 미세한 두통. 낮아지는 체온. 얼음같이 차가워져가는 이성. 무언가, 이상하다. 이 공원. 이 부근에는, 좋지않은 것이, 소용돌이치고있다는 기분이 든다. "이제와서 무얼 무서워하는거지, 나는." 두통을 뿌리치고,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매우 어둡고, 고요한 약속 장소. 거기에-----누군가가 엎드려있다. 하아하아하는 호흡. 안색은 새파랗고, 괴로운듯이 목을 긁고 있는 모습. 그것은 틀림없이, 유미즈카 사츠키의 모습이었다. "유미......즈카?" 그 모습이 너무나도 괴로웠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어젯밤의 일따윈 생각도 안하고, 유미즈카에게로 달려갔다. "기다려-----!" 그런 나의 행동을, 유미즈카는 목소리만으로 막아버렸다. "....기다려줘, 시키군. 시키군 쪽에서 와준것은 기쁘지만, 지금은 가까이 오면 곤란해져버려. 부탁이니까, 그 이상은 가까이 오지말아줘." 괴로운 듯한 호흡으로. 지금이라도 쓰러질것같은 몸을 떨면서, 유미즈카는 그런 말을 한다. "바보, 그런 안색을 하고있는 녀석을 놔둘수 있을리가 없잖아....!" "으응, 나는, 괜찮아....시키군이 와줬으니까, 이제 건강해져 버렸어." 억지로 몸을 일으키고, 유미즈카는 미소를 띄운다. 그것은, 어떻게 봐도 건강한 척하는 것이었다. .......가까이 갈수없어. 그렇게 해서까지, 유미즈카는 나를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알아버렸으니까. "....대체 어떻게 된거야 유미즈카. 어째서 집에 돌아가지않은거야. 어제밤의 그건 대체 뭐야. 어째서, 그런------" "응? 그런, 뭐?" "......젠장, 나에게는 모르겠어! 정말로----분할정도로 모르겠어, 유미즈카....!" "그래? 어제의 일은 본 그대로야. 내가 그사람들을 죽였다고 말했잖아?" 깨끗히 대답한다. .....그것만큼은 부정하고 싶다고 하는 나의 마음을, 비웃는듯이. "그럼....거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살인사건은, 유미즈카의 짓이었다는거냐.....!" "별로 대답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런 걸로 될거야, 응." "그런 걸로 된다니, 어째서......!?" "그런 거는 그런 거야. 나는 그 사람들을 죽였고, 분명 이제부터도 같은 일을 해갈 것인 걸. 거짓말 해봤자 어쩔수없잖아?" "유미..........즈카, 너----" "그렇게 부르는거, 그만둬주지 않을까나. 나도 시키군하고 부르고있으니까, 시키군도 이름으로 불러주지 않으면 불공평해." "뭐----" 숨을 삼킨다. 유미즈카는 역시 이전 그대로다. 이전 그대로인 태도로----굉장히 무서운 말을, 입에 담는다. "생각해보면, 나도 참 바보같지. 이런 식으로 시키군이라고 부르는 것도 못해서, 몇년간이나 당신을 멀리서 보기만했어." "유미---즈카?" "계속 시키군을 보고있었어. 그 창고에서 구해주기전부터, 계속 시키군을 보고있었어. 나는, 실은 겁쟁이야. 그러니까 주위 사람들에게 맞춰서, 무리해서 웃거나, 이야기를 맞추거나했더니 말이지, 어느 사이엔가 아이돌같이 취급받아 버렸어. 그러니까, 학교는 별로 즐겁지않았어. 하지만, 중학2년생이 된지 얼마 안됐을 때에는 말이지, 시키군이 말을 걸어줬을 때부터 변했었어" "에----?" "으응, 시키군은 기억하고 있지않아. 뭐라 말할까나, 당신은 언제나 자연스럽고, 장식이 없는 사람이니까. 분명 그때의 말도, 시키군에게 있어서는 아무것도 아닌 한마디였을거야" "-----" 뭐라 말하면 좋은걸까. 유미즈카가 말하는대로, 나는 아무것도 기억하고 있지않다. 유미즈카와 뭘 얘기했었는가, 아니, 유미즈카와 얘기한 일이 있었는가하는 일마저도, 기억하고있지않다. "괜찮아, 그런 얼굴 하지않아도. 시키군은 그 시절부터 이누이군이 딱 붙어 있었으니까, 다른 클래스메이트에게는 흥미 없었던 것 같았고. 하지만, 그래도 좋았어. 시키군하고 같은 교실에 있다고 생각하는것만으로, 굉장히 기뻤어. 언젠가 당신에게 제대로 말을 걸어서, 유미즈카상, 하고 불리는 일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니,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한심하지만." 그리운 듯이 그녀는 말했다. 굉장히 옛날. .....굉장히 먼 옛날을 떠올리는 것 같이. "나, 계속 당신을 보고 있었어. 알아주지 않을거라고 알고 있었지만, 계속 보고 있었어." "-----" 그것은---정직히 기쁘지만. "저기. 시키군은 나를, 좋아해?" 지금의 그녀에게, 나는 뭐라 대답해주면 좋은걸까----? "----정직히, 나에게는 모르겠어. 단지, 너를 놔둘수 없어." ....그래. 유미즈카와 얘기를 한것은 겨우 2일전의 일이지만, 그것이 계속 뇌리에 남아서 떨어지지않는다. 그렇다면, 그것은. "......나는 유미즈카상 같이, 예전부터 너를 알고있는 것이 아니지만-----" 위험하다고 알고 있는데도, 이런 곳까지 발을 옮겨 올 정도로. "너를, 좋아한다고, 생각해." "---------" ......유미즈카는 아연해서 나를 보고있다. 그것을, 될수있는한 똑바로 받아들여, 바라본다. "-----, 어" 붕붕 고개를 흔들고. 지금이라도 울어 버릴 것같은 얼굴로, 그녀는 말했다. "----그런거, 싫어" "....유미즈카, 상....?" "하지만, 그런거----나, 바보, 같아" 아연한채 중얼거리고, 유미즈카는 움추렸다. "아----" 움찔, 하고 유미즈카의 몸이 떨렸다. 유미즈카는 하아하아하고 괴로운듯이 숨을 토하고, 그대로----지면에 무릎을 꿇어버렸다. 콜록, 하는 소리. 지면에 주저앉은 유미즈카는, 크게 기침을 해, 피덩어리를 토해냈다. "----유미즈카!?" 이번에야말로 유미즈카에게 달려갔다. "유미즈카, 괜찮냐, 유미즈카.....!" 하아하아하고 상하하는 어깨에 손을 댄다. "아---" 오싹했다. 유미즈카의 몸은, 옷 위에서라도 알수 있을 만큼 차가웠다. "바보, 이렇게 몸이 식어있잖아! 어째서 이런 상태로 밤에 돌아다니는거야, 너는!" "-----시키, 군" 명한 목소리로 나의 이름을 부르고. 그대로, 유미즈카는 쓰러지듯이 나에게 기대어 왔다. 하아, 하아, 하고. 열을 담은 숨결이, 피부에 닿는다. "유미...즈카?" "시키군은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돼. 나도 지금까지 계속 시키군을 몰랐었으니까." 콜록, 하고 토하듯이 기침을 하면서, 유미즈카는 목소리를 올린다. "됐으니까, 이제 말하지마.....! 곧 병원에 데려가 줄테니까....!" "하지만, 지금이라면 알수있어. 시키군에 대해서도, 시키군이 하고 싶어하는 일도, 정말 잘 알수있어. 왜냐면----" "에----?" 긋, 하고 유미즈카의 팔에 힘이 들어간다. 굉장한 힘으로 내 어깨를 눌러 붙여온다. "왜냐면 나도, 시키군과 똑같이 되었으니까----!" 말하고, 유미즈카는 나의 목을 그 이빨로 물었다. "아-------" 의식. 의식이, 멀어져간다. 목덜미에는 유미즈카의 어금니가 꽂혀있다. "-------" 빨려져간다. 무언가, 몸 속의 모든 것이, 체액으로 변해져서 빨려올라가듯이. 힘이 들어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 이것은, 의식이 멀어져 가는게 아니라. 단순히, 의식을 파괴당하고 있는 것 뿐이다. "-------아."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 이대로라면 죽어버린다고 알고있는데, 아무것도----- 그 여자를 죽여라 라고 하듯이. 나의 이성이 닿는지 알수없는 어딘가에서, 두근, 하고 몸속의 혈액이 끓어올랐다. "유미즈카--------!" 양팔은 단지 반사적으로, 유미즈카의 몸를 밀어냈다. 털썩, 하고 지면에 엉덩방아를 찧는 유미즈카. "무엇, 을-----" 일어선다. 하지만, 그것은 할 수 없었다. 몸이 피곤해져 있어서, 내 팔 하나마저도 만족스럽게 움직여지지 않는다. 유미즈카는 마치 알콜을 마신 다음같이, 머엉, 하니 주저앉아있다. "아--------" 유미즈카의 얼굴이, 잘 보이지않는다. 의식이 몽롱해서, 이것도 저것도 희미해져있다. 몸도 자유롭지 못하다. 있는 것은 단지, 목덜미의 아픔 뿐이다. 피가 뚝뚝 흐르고있다. 목덜미에 파여진, 유미즈카의 잇자국. 깊게 파고든 두 개의 구멍에서, 무언가, 검은 것이 몸 속에 흘러들어오고있다----- "아-----그, 으으으으으........!" 등골, 등골을 쥐어뜯겨지는 듯한 , 아픔. "하------그, 아아아아아......!" 단지 괴로워서, 지면을 긁는다. 하지만 어디에도 도움따윈 없다. 유미즈카에게 몸 속을 빨려서 움직일 수 없는데다, 몸 안에 검은 뱀을 주입당한듯한 아픔. 움직이는 것도 할 수 없어서, 몸 안을 휘젓는 검은 것에게 멋대로 범해져간다. "학------아, 아------!" 지면을 긁어댄다. 유미즈카는 황홀한 눈동자인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유미......즈카......, 너, 뭐를......." "괜찮아, 아픈것은 처음뿐이니까 참아줘. 처음은 괴롭지만, 피가 섞여주면 곧 가라앉아. 안심해줘, 시키군을 죽인다던가는 하지않아. 제대로 나의 피를 흘려 넣어 뒀으니까, 어제의 되다만 녀석같이 무너질 일도 없고, 나만을 봐주도록 될거야." 유미즈카는 기쁜듯이 속삭여온다. "무슨---소리하고, 있어, 유미즈, 카-----" "뭐냐니, 시키군도 나와 같이 된다는거야. 보통의 먹을 것 대신에 인간의 피를 빨고, 태양 아래를 걸을수없으니까 밤에 걸어 다닐수 밖에 없는, 다른 생물이 되는거야" ......뭐야, 그거. 바보같아, 그럼 마치--- "응, 흡혈귀같지. 나도 어째서 자신이 이렇게 되버렸는가 몰랐었어. 2일 전의 밤, 시키군이 밤의 번화가에서 걸어다닌다는 소문을 확인하러 가서, 정신을 차리고보니 뒷골목에 쓰러져있어서. 그때는 단지, 어둡고, 춥고, 몸안이 아프다고 생각할 뿐이었어. 하지만 이상하게도 말이지, 시간이 지나, 몸이 완전히 변하니까 많은 것들이 알수 있게 되었어. 나의 몸이 아픈 것은 대단한 기세로 무너지고 있으니까인거고, 태양빛을 받으면 그것이 빨라진다라던가, 몸의 붕괴를 막으려면 같은 생물의 유전정보라고 하는것이 필요하다던가. 응, 원리는 잘 몰랐지만, 아무튼 뭘하지 않으면 안돼는가는 간단했어. 나는 추웠고, 혼자서 쓸쓸했어. 그대로 없어져 버리는 것은 싫었으니까, 우선, 적당한 사람의 피를 빨았어. 그랬더니말이지, 그것이 굉장히 맛있는거야! 몸의 아픔도 희미해지고, 이젠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구. 하지만, 너무도 맛있었으니까, 정신차리고보니 그 사람의 피를 남기지않고 빨아버렸어. 그 사람말이지, 말라 비틀어진 미이라같이 되버려서, 굉장히 후회했어. 나, 몸만이 아니라 마음까지 괴물같이 되버린걸까하고. ----하지만,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렇게 하지않으면 안됐어. 말했지, 나는 미워서 사람을 죽이는게 아니야. 내가 사람으로부터 피를 빠는것은 시키군들이 다른 동물을 먹는것과 같은 이유야. 그러니까, 사람을 죽인다는 일을 너무 깊게 생각하지않기로 했어." "바----" 뭐야, 그건. 살기위해 필요하니까 인간을 죽여도 괜찮다는 건가. 그런 일, 나는----- "하지만 말이지, 이걸로 나도 한사람 몫을 하는 흡혈귀가 된것같아. 오늘밤의 식사는 의외로 즐거웠어. 지금까지는 단지 춥고 아프니까 피를 빨았지만, 점점 비결을 알게되서 재미있어 졌어. 시키군이라면 알수있지? 당신은 나같은 것보다, 훨씬 질 좋은 살인자인걸." "무----" 무, 슨. 무슨 말을 하는거야, 유미즈카, 는. "말했었지? 나는 계속 당신을 봐았어. 그러니까 당신의 상냥한 점도, 무서운 점도 제대로 알고 있었어. 내가 당신에게 말을 걸수 없었던 건 말이지, 시키군의 무서운 점이 뭐인건가 몰랐었으니까야. 하지만 지금이라면 알수있어. 당신은 나와 똑같은 걸. 밉다던가, 좋다던가하는 감정과는 관계없이,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고 생각하지?" "웃기------지, 마" 그런일, 나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생각한적 없어. "장난치는게 아니야! 나, 시키군이 갖고있는 여린 공기가 어떤건지 알지 못했어. 하지만 이런 몸이 되어서 이해할 수 있었어......! 시키군은 말이지, 단지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죽음을 연상시켜. 당신은 그런 사람이야. 지금의 나와 같이, 사람을 죽이지 않고선 살아갈 수 없는 사람. 호흡을 안 하면 살아갈 수 없는 거랑 같을 정도로, 시키군에게 있어 살인행위는 당연한 거잖아? 나말이지, 어제는 기뻤어. 이런 몸이 되어서, 처음으로 잘 됐다고 생각했어. 왜냐면 지금까지 알수없었던 시키군을, 간신히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저기, 시키군도 똑같지? 누군가를 보고, 이유도 없이 심장이 두근두근해서 크게 뛰고, 목이 바싹바싹하게 마르곤 하지? 붉은 피를 보고서, 술에 취했을 때처럼 멍해진 적이 있지? 사람의 목숨을 빼앗고, 사람의 목숨을 죽이고하는건 두근두근할 정도로 기쁘지!" "거짓말----이다, 그런 적-----한 번도." "--------아." 그것은, 꿈 속의 얘기였지만. 한 번도,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자, 그게 감정에 좌우되지않는, 순수한 살인충동이야. 내가 이해하고 싶어도 쭉 이해할 수 없었던 시키군의 여린 점. 그리고 또 하나 말하는걸 잊었어. 흡혈귀는, 피를 빤 인간을 흡혈귀로 한다고 하지? 그건, 정말이야. 정확하게 말하면, 피를 빨았던 것 만으론 그 인간은 죽어버릴 뿐이야. 흡혈귀는 피를 빨 때, 자신의 피를 상대의 몸에 흘려보내는 것으로 빨았던 상대를 자신의 분신으로 해버려. 그러니까, 지금 시키군의 몸 속에 흐르고 있는 건 말이지, 나의 혈액." 일어나서, 만족스러운듯이 말하는 유미즈카. "......그래. 이거, 유미즈카씨의, 피, 구, 나." ......아직도 몸 속에서 독을 내뿜고있는, 검은 것. 이런 한 입 정도도 되지않는 양으로, 미치기 직전까지 괴롭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피. 몸 속을 빙글빙글 돌아가고있는, 이물(異物). 눈에는 보이지않는다. 하지만, 나의 눈이라면, 그런 것----- 먼저 지면에 대고 엎드려서 발버둥친 탓에, 안경이 벗겨졌다. 선. 나의 몸에서 달리는, 이물같은, 점이 보인다. 그것부터, 죽여라 나이프를, 그 점에 찔렀다. 나의 몸에 나이프가 들어간다. 하지만 육체에는 지장없다. 죽인 대상은, 나자신이 아닌 이 이물 쪽. "자, 이제 슬슬 괜찮을거야. 일어서, 시키군." ......유미즈카의 명령이 들려온다. 아픔이 엷어진다. 팔다리의 자유가 돌아와서, 나는 간신히 일어섰다. "-----잘됐다. 이걸로 계속 함께야, 시키군." "................." "자, 이쪽으로 와. 내 옆에 서서, 내 손을 잡고, 나를 안심시켜줘." 손을 내밀어온다. -----두근. 심장이 한 번 크게 뛰고, 발이 멋대로 움직인다. 다만, 앞이 아닌 뒤로 향해서. "시키......군?" 죽여라 곤혹스러워하는 유미즈카의 목소리. -----두근. 심장이 크게 뛴다. 목이 하아하아 하고 말라간다. 신경이라고 하는 신경이, 눈 앞의 것을 적으로 인식하여버린다. 죽여라 "하아......하아.......하아." 그 감정. 마치 다른 사람같은, 나의 사고. 몸 속에서 끓어 오르는 충동을 견딜 수 없다. -----------의식이 / 몽롱해져 / 간다. "어떻게 된거야......? 저기, 어째서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거야......?" 죽여라 두근, 두근, 하고 맥박치는 고동은. 죽여라, 죽여라, 하고 자기자신에게 명령하는듯이, 되풀이되어진다. "시키군, 당신-----" "......소용없다, 유미즈카-----" 하아하아 하고 괴로운 호흡인채로, 유미즈카를 바라본다. "어째서-----!? 어째서 내 피가 효과가 없는거야......!?" "......유미즈카의 피는, 죽였다. 그러니까, 네 동료로는, 되지않아." "뭐-----" 멍하니 나를 보는 눈. 죽여라 "......사라져줘, 유미즈카. ......어째서인지는 모르지만...... 네가 있으면, 나는-----" 죽여라 "나는-----" 죽여라 "사람을 죽이고싶지, 않아------" -----------의식이 / 반전 / 한다. 유미즈카의 눈이 검게 타오른다. 바늘과도 같은 적의. 토오노 시키의 몸은, 토오노 시키의 의사와는 떨어져서, 놀람을 나타내지 않고 나이프를 반대쪽 손에 움켜쥔다. "그래. 해볼 생각이네, 시키군." "---------------"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아무 것도, 대답할 만한 사고가 활동하지않는다. 시계(視界)까지 제로로 된다. "거짓말쟁이. 나를, 도와준다고 말하고선." 그런 짓은 할 수 없다 "......괜찮아. 시키군이 얌전히 해주지 않는다면, 먼저 죽여줄게. 내 피를 보내면, 그 다음이라도 충분히 사이 좋아질거야......!" 못난 녀석이 잘도 있었다 ......단지, 목소리가 들려온다. 의사 따윈 없다. 이 몸을 죽이려하는 유미즈카를, 이 몸이, 반대로 죽이려하는 것 뿐이었다. 탁, 하는 감촉. 나이프를 쥔 오른팔은 무겁고, 축 내려진 왼팔은 뜨겁다. 왼팔의 뜨거움은, 피의 흐름에 의한 것이다. 유미즈카의 손톱이, 샥 하고, 옷을 피부를 베어서 내게 피를 흘리게했다. 그 출혈 덕분에, 타올랐던 혈액이 차가워져 주었는지. 사납게 맥박치던 심장이 진정되어간다. 그렇지만, 정신을 차리면. 나는, 유미즈카의 몸을 껴안아 조르듯이, 그 심장을 나이프로 꿰뚫고있다. "뭐-------" 그것은, 악몽의 연속이었다. 나는, 무의식의 쪽에서. 유미즈카 사츠키를, 죽여버리고있다. "어째......서." 기대어오는 유미즈카의 몸은 차갑다. 체온 따위, 처음부터 없었다. 그녀는 얼음같이 차가운 몸인 채로, 아무 것도 하지않고, 그냥 내게 안기려 올, 뿐이었다. "........유미, 즈카." 나이프를 쥔 손가락이 떨린다. 하아, 하아, 하는 호흡. 그것은 나와, 유미즈카의 것이었다. "나는--------어째서" 죽일 생각 따윈 없었는데. 유미즈카를 다치게할 의사까지, 뭐 하나 없었는데, 어째서-----!? "시키......군." 귓가에 유미즈카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것은 반드시, 원망을 하는 목소리다. 돕겠다고 말해놓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를 죽여버린 나에 대한 것이다. "............기, 뻐." 어째선지. 유미즈카는, 꿈꾸는듯한 평온함으로, 그런 말을 입에 담았다. "어째, 서." "......왜냐면, 처음으로 나를 진지하게 바라봐주었으니까야. 그러니까, 기뻐. 내가 시키군에게 있어서 첫 상대, 가 되어서." --------두근. "......미안해. 바보는 죽지않으면 낫지 않는다고 하는데, 내 경우엔, 죽어도 나아지지 않는 것 같아-----" --------두근. "......유미......즈카?" --------두근. 대답은 없다. 자아, 하고. 그녀의 몸은,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 처럼, 재로 되어 무너져내렸다. --------뭐가, 어떻게 된 건가. 그렇다 --------나로선, 이해, 할 수 없었다. 그것으로 좋다 "하--------아." ......한숨이 올라온다. 나이프를 손에 들고, 위장 속의 것이, 목에서 치밀어 올라온다. "아------하아------하아------" ......어떻게 된 건가. 그녀를 죽여버렸다는 후회도 있다. 죄악감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이상으로-----이 감각에 참을 수 없다. "하아-------하아------하아------" 어쨌든지, 충격. 이 아픔을 쾌락이라 한다면, 아마 이 이상의 쾌감은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할 만큼, 온 몸의 피가 끓어 올라서, 두근두근하고 맥박이 뛰고있다. ......당신은 그런 사람이야. 지금의 나와 같이, 사람을 죽이지 않고선 살아갈 수 없는 사람. -------그녀는. ......호흡을 안 하면 살아갈 수 없는 거랑 같을 정도로, 시키군에게 있어 살인행위는 당연한 거잖아. -------살인이 즐겁다고 했던 그녀는, 자랑스럽게, 나에 대해서 그렇게 말했다. "-----달라." 그런 것은 다르다. 그런 것을 인정할 수는 없다. 그런 것을 인정해버리면, 나는 정면으로 쓸모없어져 버린다. "------나는 달라. 너와는 다르다고, 유미즈카." 반론에 힘은 없었다. 시계가 일그러진다. 여기에-----이 이상 있는다면, 나는 좋지않게된다. ......돌아가지 않으면. 나의 세계로, 토오노 시키의 일상으로 빨리 돌아가지 않으면, 이 독에 덮여버린다. "--------크." 쑤시는 두통을 눌러죽이고, 비틀비틀 걸어갔다. 끼익, 하는 소리를 내고서 문이 열린다. 무거운 신체와 무뎌진 사고인 채로 저택에 돌아왔다. 저벅, 저벅, 하는 발소리 달빛에 비춰진 내 그림자는, 지쳐버린 망령같이 보여진다. "--------------------윽." ......유미즈카에게 베였던 왼팔이 아프다. 출혈은 어떻게든 멎어있다. 삐걱대는 듯한 아픔은 잔류해있는 것으로, 상처 자체는 그리 깊은 것은 아닌듯 하다. "----------------" 계단으로 향한다. 상처의 치료따윈 모르겠다. 지금은 단지, 1초라도 빨리 방에 돌아가서, 시체같이 자고싶었다----- "에.........? 오빠...........?" 하고, 계단의 중간에서 아키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키하?" 얼굴을 든다. 그곳에는-------이제겨우계단에서 내려오는 아키하의 모습이 있었다. "아........" 아키하는 조용히 있다. 뭔가 모습이 이상하가도 생각하는 반면, 그런것 어쨌든 좋다고 비틀비틀 걸어간다. 돌아가려는곳은 자신의 방이다. 그것에는 사용하지 않음 안된다. 멍하니 서있기만하는 아키하를 지나 계단을 올라가지 않으면----- "자.....잠깐 기다리세요 오빠! 이런시간에 어딜 다녀오시는겁니까?" "---------------" 자. 그러는 아키하야 말로 이런시간에 어째서 이런곳에 있는거지 발걸음을 죽이고 계단을 내려오는것 같은거, 마치 지금까지 밖에 밖에 나가있었던것 같다. "아키하와는 관계없어. 방에 돌아갈테니까 방해하지 말아줘" "방해라니, 저는--------" 말을 하려다가 핫 하고 아키하는 숨을 삼켰다. "오빠, 그 몸------" 아까까지 놀래있던 아키하의 눈이 잠잠해졌다. "오른팔에 상처가 있어요. 잘보면 옷도 군데군데 더러워져있군요" "신경쓰지 말아줘. 이젠 아프지 않아, 거기는" "아프지 않다니, 그럴리 없어요. 지금도 쓸러질것 같은 얼굴을 하고, 오른팔에는 핏자국이 있어요. 정말, 지금까지 대체 뭘 하고 있었던건가요 오빠는" "..........." 대답하지 않고, 아키하의 시선을 벗어났다. 오늘밤 일어났던 일들을 설명하는건 할 수 없고, 무엇보다--------유미즈카의 이야기를 누구에게라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 "......별로. 길을 걷고 있다가 주정뱅이와 시비가 붙은것 뿐이야. 그 결과" 간결하게 말하고, 아키하를 지나갔다. 그곳을, 큿, 하고. 아키하에게 목을 부축당했다.(??) "오빠. 저, 화났어요." 어딘가 약한 목소리로, 아키하는 똑바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런 얼굴을 해버리면, 더욱더 진실같은걸 말할수 없게 된다. "--------------" ".............." 나와 아키하는 그대로, 말도 없이 시간을 보냈다. .........수분이 지난후, 하아, 하고 아키하는 단념한것처럼 어깨를 들었다. "좋아요. 사정은 묻지 않기로 하죠." 아키하는 상처입지 않은 왼팔을 부축하고 거실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잠깐 아키하. 나, 방에 돌아가 자고 싶은데." "안되요. 아무것지 묻지 않기로 했으니가, 대신 치료정도는 하게해도 괜찮죠? 자 이쪽이에요. 그런 상태인채로 자게 하면 걱정되서 어쩔수 없어요." 아키하는 내 팔을 부축한채로 거칠게 로비를 가로질러갔다. "............." 이렇게 되면 어쩔수 없군. 포기하고 아키하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치료는 의외로 간단했다. 본래 큰 상처는 없었고, 소독을 하는 약을 바르고 거즈로 대고 붕대를 감는 필요최소한의 치료. 그것을 혼자서 정리한후, 아키하느 따뜻한 물에 적신 타올로 내 얼굴을 딱고, 단신히 일단락되었다. "예, 이걸로 끝입니다. 이 교복은 더이상 안되겠네요. 내일은 새로운 교복을 준비 시켜놓도록 할테니까." ".............." ......아직 이성이 마비되어 있다. 아키하는 정말로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더욱이 상처의 치료도 해주었다. 조금 의외다. 이런일은 고하쿠씨나 히스이에게 맡겨도 좋을텐데, 아키하는 미소지으며 편안하게 상처의 치료를 해주었다. .....그, 여기 3일간의 아키하의 이미지와는 다른 부드러움은 옛날의 아키하를 생각나게 한다. "오빠? 자, 치료는 끝났으니까, 방으로 돌아가세요. 나 같은것 상대를 하는것보다 자고 싶다고 말했잖습니까" 아까의 내 말을 마음속에 담아뒀었는지, 아키하는 불만인듯 말한다. ".........." 나는 아직 머리가 어떻게 된채지만, 그래도 아키하 어느정도 걱정해주었는지는 이해가 됐다. "....응. 고마워 아키하" 머리가 머리가 어떻게 되버렸기 때문일까. 어느때보다 솔직하게 감정을 입에 담는다. "에-----------" 순간, 아키하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나로부터 떨어진다. "------------그래요? 벼, 별로 별로 감사 받을 정도의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오빠라도 내가 무슨일을 당했더라면 도와주겠죠?" "그거야, 그렇지만. 지금은 기뻤으니까" 더듬더듬 말하며, 자신도 겨우 눈치챘다. 지금은 어떻게해도 무감동해버리게 됐지만서도, 나는 사실은------고하쿠씨나 히스이가 아닌, 아키하에게 치료를 받게 되서 기쁜 모양이다. "바------바보같은 소리 하지 말고, 빨리 방으로 돌아가세욧. 아니면 아직, 어딘가 안좋은데가 있으신겁니까" 말하며, 아키하는 시선을 피했다. "---------? 오빠, 어깨에 피가" 말하며, 아키하는 내 어깨에 손을 댔다. 스륵, 하고 셔츠가 벌어졌다. 드러난 어깨와 목줄기. 그곳에는 유미즈카에게 물렸던 상처흔적과 말라버린 피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오빠, 이것-----------------------" 일순. 공기가 얼어붙었다. "........................." 목줄기에 뚫려 있는 이빨자국 그것이 무엇에 당했는지 설명할수없어 침묵한다. "-------------------------" 아키하는 숨을 마신채로, 천천히 몸을 이쪽에 맡겨왔다 "......오빠......여기, 아직......피가, 나요" 아키하의 목소리는 매우 정신없어보였다. 긋 하고 어깨에 닿아있는 아키하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쓰러질것 같은 몸은, 내 몸에 달까말까한 장소에 멈춰있는채. "...어쩌지....피를 멈추지 않으면 안되겠...군요" 뜨겁게 들뜬것 같은 아키하의 목소리. "----------아키하?" 말하기 어려운 위화감에 엄습당해 목소리를 낸다. "응---------------" 대답이 없다. 단지,들어가는 대신에, 후우 하고 목줄기에 따뜻한 감촉이 전해져 온다. "무.............." 목소리가 멀어진다. 아키하의 얼굴이 내 얼굴의 바로 옆에 있다. ....젖은, 무슨 감촉 ....움찔, 하고 울리는 접촉. "아키......하....?" ......마비된채로의 이성은, 잘 현재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헤메이는 아치에 만져지는 어깨 무서울정도로 혈관을 핥아대는 붉은 혀 부들부들 하고 떨리는 손가락에 안겨붙어가는 아키하의 체온 "아..................,앗" .....목줄기에서 흘러내리고 있는 내 피를 아키하가 핥고 있다. 별로, 그건 어떻다할 일은 아니다. 그것은 단지 이것자체의, 어린애들이 하는것 같은 지혈행위에 불과하다. 그래서, 그것이 매우 감미로운것이라는 생각에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아키하도 그것은 같은것인가, 단지-----의미도 없이, 내 목줄기에 뚫려 있는 이빨자국에 이빨을 맞추고있다. --------갑자기. 쿠당 하고 로비쪽에서 소리가 났다. "...............앗!" 아키하가 떨어졌다. "죄---------죄송해요, 오빠--------!"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서, 아키하는 뛰어나갔버렸다. "무--------------------" 거실에는 혼자 남겨져, 목줄기의 상처에 손을 댔다. 상처에는 아직 희미하게 아키하의 체온이 남아있다. "......도망갈 필요같은거 없었는데" 머엉한 머리로 중얼거리며, 아니, 하고 머리를 저었다. 분명 상처를 핥는것 같은건 어린시절에는 자주 했었다. 아키하나 히스이가 상처를 입었을 때에는 망설이지 않고 상처를 핥았었다. ....하지만, 그건 어린시절만의 순수한 오래된 행위였다. 그런것이 이성이 성장해버린 지금에는 그런 치료같은건 할수있을리 없다. "어떻게 된거야, 아키하녀석. .....뭔가 이상하지만" ....뭐 이상한건 지금의 나도 마찬가진가 마치 꿈속에 있는것 처럼 기억이 일정하지 않다. 아키하와 있었던 비밀스러운 일들도 내일 아침이 되면 꿈이라고 생각해버릴 정도니. .........그리고 방에 돌아왔다. 침대까지 걸어가서 그대로 쓰러졌다. "------응" 졸음이 의식을 잠식해 들어간다. 피곤해져있는것은 이성뿐만 아니라, 육체쪽도였다. 피곤을 풀기 위해 육체는 급속히 정지한다. 그전에. 하아, 하고 숨을 토하고, 한번더 목줄기에 손가락을 맞춰본다. "...........아" 조금 놀랐다. 뚫려있는 두개의 상처. 그곳으로부터의 출혈은 아키하 덕분에 멈춰 있었다---- 긴 잠으로 부터 눈을 떴다. 창으로 부터 들어오는 햇살은, 벌써 아침이라기 보단 점심의 햇살이었다. 어젯밤, 밤늦게 돌아왔기 때문이다. 점심때가 다 되서야, 겨우 나는 눈을 뜬것 같다. [...........]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자신의 손을 본다. -----------아직, 유미즈카를 베었을때의 감촉이 남아있다. 이틀전 밤. 유미즈카를 만나고, 그후에 지독한 악몽을 꿨다. [.......어젯밤의 일도......꿈이라면, 좋을텐데] 그정도의 좋은 이야기는 아니다. 유미즈카가 흡혈귀가 된 이유도 몰라서, 그녀석을 도와주지못했다. --------아니. 저렇게 되어버린 유미즈카를 도와주는 방법같은건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이미 살아있지 않았다. 내가 했던 일은, 인간처럼 움직이는 시체를 원래의 시체로 되돌아가게 한것 뿐이다. 그정도는 생각할수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실례합니다. 시키님] 이젠 익숙해져버린 목소리가 들리며, 히스이가 방안에 들어왔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시키님. 오늘 몸상태는 괜찮으십니까?] [응......아아, 잘 자서, 몸 상태는 나쁘지 않아] [그렇습니까, 그말을 들어서 안심했습니다.] .....눈섭하나 움직이지 않으며 말해봤자, 히스이가 안심하고 있다는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 그래도, 난 안심됐다. 어잿밤에 일어난일로 부터, 오직 밤이고 새벽도 없다. 나는 더이상 그 이상한 세계에서 빠져나가지 못한다고, 마음속 어딘가에서 포기했었다. [.....고마워 히스이. 너의 일이니까, 아침마다 몇번이고 상태를 보러 왔었지? 신경써줘서, 감사하고 있어] [------아니요. 시키님을 돌봐드리는것이 저의 임무니까요] 희미하게 기쁜듯한 히스이의 표정 ........그것에, 몇번 구원받았던 느낌이 든다. 이렇게 침대에 잠자고 있을때, 평소때처럼, 히스이가 깨우러 와주었다. 그런 사소한 일로, 나는 제대로 일상으로 돌아왔다는것을 실감했으니까. [저기........시키님, 말씀드리기 어려운일이지만, 괜찮으시겠습니까?] [......? 뭔데, 말하기 어려운거라니. 점심때가 다되도록 잔건 반성하고 있으니까, 사과하는수밖에 없겠지만] [아니, 그런일이 아닙니다만, 다소 시키님의 기상시간과 관계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히스이는 말하기얼운듯 우물쭈물 손가락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저기,제가 미숙한 탓에, 어젯밤의 일을 아키하님에게 들켜버렸습니다.] [에.....어젯밤의 일이라니.....무슨?] [그러니까, 시키님이 빠져나간 일입니다.] [--------------] 생각해내고 히스이로부터 눈을 피한다. 나는 잘 넘어갈 생각이었지만, 역시 히스이에게는 들켜버린건가. [시키님은 밤중에 돌아오셔서 아키하님도 눈치채버리시고, 나중에 무언가 물어보실것은 확실합니다. 부디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그런가. 알았어, 각오해두지] .....하지만, 어잿밤의 일이라면, 아키하에게 예전에 들켜버렸다. ......그후, 방심상태가 되버려, 내 치료를를 해주었던건 다른사람이 아니라 아키하였으니까. [.....시키님?그래서 말씀인데, 이후에도 이런 일이 있습니까? 저는 시키님을 말릴수 없으니, 어젯밤 같은 일이 계속 된다면, 아키하님에게 보고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어제같은 일은 더이상 없어. 전부 어제 끝낫으니까.....이제 전화같은거 오는일은 없어.] ----그래. 정말로, 끝나버렸다. 이렇게 말을하니, 간신히 끝났다. 유미즈카 사츠키는 어디상 없다.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던 흡혈귀는 사라졌다, 내가,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주었던 같은반 아이를 자신의 손으로 영원히 죽여버렸다. [...................] 히스이는 아픈듯한 얼굴로 나를 본다. .....정말, 히스이에게 저런표정을 짓게할정도로, 지금 나는 심한 얼굴을 하고 있다는건가. [----------자, 시간도 시간이니 적당히 일어나지않으면. 히스이, 아키하는 지금 저택에 있어? 무언가 바쁜녀석이니까, 역시 휴일에도 연습이 있으려나] [예, 아키하님은 휴일도 예정이 있습니다만, 오늘은 저택에 남아계십니다.] [........?] 예정이 있지만, 저택에 남아 있다니......? [잘 모르겠지만........뭐, 어쨌든 옷을 갈아입고 거실로 갈테니까, 먼저 가있어줘] [예.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히스이는 언제나처럼, 발소리 하나 나지 않고 나갔다. ...........하고, 중요한 일을 잊고 있다. [히스이] [네? 왜그러십니까 시키님] [응, 말하는걸 잊었어. 깨워주러 와서 고마워. 늦었지만 좋은 아침 히스이] [--------예. 부디 좋은 하루를, 시키님] 그럼. 이쪽도 서둘러서 옷을 갈아입고 거실로 가자. 거실에는 소파에 앉아 있는 아키하와 그 상대를 하고 있는 고하쿠씨, 그리고 벽쪽에 서 있는 히스이의 모습이 있다. [안녕히주무셨어요, 시키씨] [좋은 아침 고하쿠씨. 미안하지만, 밥좀 차려주면 안될까나. 너무 자버리니 배가 고파서] [예. 알겠습니다. 지금 준비 할테니 잠시 기다려주세요] 고하쿠씨는 탁탁 하며 식당으로 갔다. 이걸로 거실에 남아 있는건 아키하와 조각상같이 아무말없이 서 있는 히스이뿐이다. [........아. 아키하도 안녕] [...................] 아키하는 기분나쁜듯한 얼굴로 나를 한번슬쩍 보고는 인사를 답해주지 않았다. [.........우] 히스이가 가르쳐준대로, 어젯밤의 일로 화가나 있는 모양이다. 아침에 [밤장난엄금!!] 이라고 주의받았는데, 그날 밤에 외출을 해버리면, 역시 아키하라도 화나는게 당연하다. [아키하. 어젯밤은, 저기--------] [오빠. 아무리해도 이런시간에 일어나다니, 뭘 생각하고 있는겁니까] [에--------아니, 저기, 그러니까, 미안] [....정말, 그런걸 화내고 있는게 아니에요. 모처럼의 휴일인데, 이런시간까지 잠자고 있고, 오빠의 행실을 화내고 있는겁니다 저는!] 흥, 하고 얼굴을 돌리며 화내는 아키하. .....랄까나, 화낸다기 보단 삐진것처럼 보이는건 기분 탓인가. [아니, 그러니까 어쩔수 없잖아. 어제는 늦어버리고, 몸도 피곤했었으니까] [그건 자업자득입니다. 대체 밤 12시가 넘어서 나가다니, 대체 아리마가 생활을 하고 계시는겁니까 오빠는!] [웃.....그쪽도 통금은 엄했다고. 밤 외출도 못하게 했고.....] [헤에, 그것은 그것은. 아리마가에서는 규칙을 지켰으면서, 이쪽온뒤로 지키지 않는다는 거군요. ......결국 오빠는 저의 주의같은거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군요. 흥 그렇게 나오면 이쪽도 체벌을 생각하지 않을수 없군요] 심술궃은 눈을 하는 아키하. ......뭐라고 할까, 아키하의 말은, 농담을 해도 농담처럼 들리지 않기때문에, 무섭다. [체벌이라니, 아키하. 너 뭔가 무서워] [그건, 어디까지나 예를 말하거에욧. 밤은 밤의 사정이 있다고 해도, 아침에는 정신이 돌아올때까지 자버리는 사람을 교육시킬때는 엄하게 하지 않음 안되겠죠] 우웃-, 어떻게된거야 아키하. ......분하지만, 아키하의 말들은 정말 옳은말이라서 반론할수도 없다. [대체, 오빠. 아침에 일어나는건 히스이에게 깨워달라고 하면 되는거죠? 오늘은 일요일이라 다행이지만, 어째서 언제나 언제나 시간 아슬아슬하게 일어나는 겁니까, 오빠는] [.....저기, 아키하. 일단 말해두지만, 나도 좋아서 늦잠을 자는건 아니라고.] [뭡니까. 그럼 어째서 항상 여유없는 아침을 보내십니까? 내가 언제나 어떤 생각으로, 시간이 아슬아슬할때까지 기다리---------] [아키하님] [아----------] [......?] 방금까지의 기세는 어디로 간건지, 아키하는 갑자기 조용해졌다. [저기, 아키하. 말해두는데, 내가 항상 7시에 일어나는건 일부러가 아니야. 나도 일찍 일어나고 싶지만, 몸이 말을 안들으니 어쩔수 없어. 그렇게 빨리 일어나게 하고 싶다면 강력한 자명종시계를 사줘. 그거라면 아마도 빨리일어 날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저, 오빠? 문득 궁금해졌습니다만, 오빠는 히스이에게 몇시에 깨워달라고 말하신적 없습니까?] [-------------아] 그런가, 그런 단순한걸 잊고 있었다. [그렇구나, 어차피 매일아침 히스이가 깨워주러 오니까, 히스이에게 깨워달라고 하면 되는구나. 그러니까 히스이, 이제부터 아침 6시반쯤에 깨워주로 오면 좋겠는데....] 슬쩍, 하고 등뒤의 히스이에게 시선을 던진다. 인데, 히스이는 찌릿, 하고 내 얼굴을 노려본다. [거절합니다.] [에?] [그러니까, 시키님을 깨우는 거절합니다, 라고 말씀드린겁니다.] [에......그러니까, 저기] 뭐라고 말해야 좋은걸까, 엄청난 쇼크에 사고가 정지해버린다. 보니, 아키하도 깜짝놀란 얼굴로 히스이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다. [히스이. 어째서 오빠를 깨우는걸 할수 없다는거죠?] [불가능한 일은 받아들일수 없습니다. 시키님을 제 의지로 깨우는것은 아마도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무리라니, 어째서] 무의식중에 두사람의 대화에 끼어든다. 인데, 또 히스이는 나를 찌릿 하고 노려본다. [지금까지의 3일간, 전부 무리였으니까요. 시키님 오늘 아침에 제가 몇번 불렀는지 기억하고 계십니까?] [아니, 기억하고 계십니까 라니--------나는 히스이의 목소리에 눈이 뜨여져, 스스로 일어난것 뿐인데......] [그 이전의 저의 목소리는 기억에도 남아 있지 않다, 라는거군요.------아키하님 이런것입니다.] 정말이네-, 하고 아키하는 심술궃은 눈빛을 향해온다. ......뭐라고 할까, 순식간에 내 입장은 최악이 되버렸다. [요컨데, 히스이가 아무리 깨워도, 오빠는 자신이 일어날 시간이 아니면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그런거로군요, 히스이?] 히스이는 말없이 끄덕인다. [.............] 나도 말없이 끄덕인다. ......그런가-, 사실은 아침일찍 부터 깨우고 있었다는건가. 내가 말할게 아니지만 서도, 나의 숙면도 이쯤되면, 신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봐도 좋을지 몰라. [.....오빠. 어째서 거기서 득의만만한 얼굴을 하시는겁니까] [아니, 조금. 자신의 굉장함에 놀랐을뿐] [........하아. 알겠습니다, 히스이는 지금까지처럼, 오빠가 일어날것 같아지면 어떻게든 깨우는데 노력해주세요] 예, 하고 히스이는 끄덕인다. 이야기는 정리된것 같군. 결국, 나는 지금까지 처럼 자유로운 아침을 맞할수 밖에 없게됐다. [저기. 그런데 히스이] [예, 무슨일이십니까.] [그, 오빠 정말로 일어나지 않아요? 불러도 정말 반응 없고?] [----------예. 시키님의 수면은 정말 조용해서, 조각같아서 알기 쉽습니다.] [.............?] 조각같다니, 뭐야 그거. [헤에. 오빠, 잠버릇 좋네요.] [아니, 그런게 아니라---- 어떻게 말씀드리면 좋을지, 그, 잠들어 있는 시키님은 다른 사람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런 조용한 얼굴은 본적이 없어서, 처음에 봤을때는 돌아가신게 돌아가신게 아닌가 해서, 그---------] [그래서 깨우기 힘들다, 그런게 아니라, 깨우면 대단한 실례같아서, 억지로 깨우지 못하는겁니다. 시키님이 스스로 눈을 뜰때가 되면, 하얀 뺨에 체온이 돌아와있어, 아아, 눈을 뜨시려는 구나, 하고 금방알수 있습니다----] 히스이는 눈을 감은채로, 사람의 잠버릇에 대한 감상을 말하고 있다. [.............] 뭔가, 굉장히 부끄럽다. 생각해보면, 잠버릇이라는건은 인간의 굉장히 무방비한 모습이니, 그것을 이렇게 일일히 설명당하면, 치부를 보인것 같아서 얼굴이 빨갛게 되버린다. 히스이는 그대로 조용해져버리고, 아키하도 왠지 얼굴을 물들이고 엉뚱한곳을 보고 있다. [.............] 뭔가, 이상하게 분위기가 무겁다. [예, 기다리셨습니다. 시키씨, 아침식사가 준비됐어요-] 거기에 밝은 목소리의 구세주가 등장했다. [아, 고마워. 그럼 감사히 먹겠습니다.] [예, 천천히 드셔주세요] 고하쿠씨의 미소에 등을 밀려, 혼자서 식당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점심을 끝내고 돌아오니, 아키하도 히스이도 거실에 남아 있었다. 둘을 무시하고 방에 돌아가는것도 마음에 걸려서, 아키하의 맞은편의 소파에 앉았다. [자, 시키씨는, 차쪽을 좋아하셨죠.] 고하쿠씨가 식후의 차를 테이블에 놔주었다. [응, 고마워. 사양하지 않고 잘 먹겠습니다.] [아니요, 아니요, 사양같은거 하지 말아주세요. 여기는 시키씨의 집이니까, 좀더 즐겁게 있어주세요] 고하쿠씨는 나에게 신경서주고 있는건가, 세세한 부분까지 보살펴준다. [....큰일이네. 나, 이래뵈도 저택에는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긴장하고 있는것처럼 보여?] [그렇네요, 아직 어깨에 힘이 들어가있다는 느낌이에요. 옛날처럼, 은 안되겠지만, 좀 더 편하게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고하쿠, 너무 오빠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면 안돼. 그렇지 않아도, 아리마가에서 살아서 둔해져있으니까, 처음은 긴장하고 있는정도가 좀더 좋다고, 이 사람은] [후후, 아키하님은 시키씨에게만 엄하시네요] [나도 좋아서 엄한게 아니라고. 오빠가 너무나 늘어져있으니까, 이쪽이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되는걸] [....후으응] 조금 놀랐다. 아키하는 고하쿠씨와 이야기하고 있으면, 어딘가모르게 평소때의 당당한 분위기가 없어져있다. 비슷한 또래라는것도 있겠지만, 이 두사람은 굉장히 사이가 좋은지도 모르겠다. [...........] 슬쩍, 하고 히스이에게 시선을 옮긴다. 아키하가 몇명이고 있던 고용인을 해고 하면서 히스이와 고하쿠씨를 남긴 이상 히스이도 아키하에게 신뢰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시 고하쿠씨와는 정반대의 성격 덕분인지, 히스이와 아키하가 가볍게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얼마 없었던것 같은 느낌이다. [무슨 일이십니까, 시키님] 내가 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히스이는 용건을 물어온다. [아니, 별로 용건은 없어. 단지 히스이는 얌전하구나 라고 생각해서] [-----예. 그렇게 마키히사님에게 교육받았습니다.] 딱잘라 대답하는 히스이. ......뭐라고 할가, 딱잘라 말해 대화가 진행되지 않는다. [..........] 거북해져서 침묵한다. 인, 그런 나에게 신경을 써주는건지, 고하쿠씨가 말을 걸어준다. [아 그러고보니, 시키씨, 한가지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에--------응, 괜찮지만, 뭔데?] [에에, 시키님은 어젯만도 외출을 하시는것 같지만, 심야에 정기적으로 외출하실건가 해서요] [아-----아니, 그런일은 없어. 잠깐, 요 이틀간은 특별했으니까] 슬쩍하고 히스이에게 시선을 옮긴다. 히스이는 아무말없이, 나와 고하쿠씨의 대화를 바라보고있다. [괜찮아, 고하쿠씨. 이제 밤늦게 외출하지 않을테니까. 그리고, 어린애가 아니니까 밤 산책정도야 위험한일은 아니잖아?] [정말, 무슨 태평한 말씀을 하시는겁니까 시키님은! 자, 히스이쨩도 그렇게 생각하지?] [언니가 말하는대로입니다. 시키님은 토오노가의 장남이시니까, 그같은 조심성 없는 행동은 자중해주십시요] [자, 히스이쨩도 화내고 있잖아요. 아시겠어요, 시키씨는 빈혈을 가지고 있으니까, 심하게 무리를 해서는 안된다구요. 저, 시키씨의 주치의에게도 주의들었으니까요] [.....아니,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밤의 외출은 관계없어. 혼자서 걷지도 못한다면, 나는 학교에도 가지 못 할테니까.] [관계있어요-. 낮이라면 밝으니까 누군가가 도와주겠죠? 하지만 밤은 달라요. 게다가 최근은 흡혈살인귀같은게 유행해서, 빈혈로 쓰러져, 습격당할수도 있다구요.] [아........] 움찔, 하고 무의식중에 몸이 떨렸다. 이렇게, 자신이외의 누군에게 [흡혈귀]라고 하는 단어를 들으면, 정말로 유미즈카가 사람을 죽이고 있었던게 재인식되버린다. [.....아니, 괜찮아다고 고하쿠씨. 밤거리의 흡혈귀 같은건 더이상 없어.....그 사건은, 이제 두번다시 일어나지 않을테니까] 유미즈카 사츠키는, 이제 이 세상에 없으니까. [예? 그렇습니까 아키하님?] [나에게 물어도 아는게 없습니다. 단언하고있는건 오빠니까, 오빠에겐 무언가 근거라도 있는거겠지요. 그렇고보면, 오빠의 학교에는 살인사건의 희생자가 된분이 있는것 같지만 2학년 3반이라고 하면 오빠의 반이아닌가요] [에......? 우리반에는 희생자 같은거 없는데] [아, 시키씨는 오늘 아침 뉴스를 보지 못했군요. 뭐래도, 어젯밤, 유미즈카 사츠키 라고 하는 분의 혈흔이 큰길의 뒷골목에서 발견되었다고 해요. 혈흔 자체는 좀더 이전것이지만, 현장에남아 있던 출혈량으로 봐서 사망한건 틀림없을것이라는 이야기에요] [------------------] .....동요가 심하다. 그녀. 유미즈카 사츠키가 사망했다는것 같은거, 그런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이렇게 확실히 "사망해있다"라고 들으면 "네가 죽였지"라고 들리는것 같다. [--------오빠? 왜그러세요, 안색이 안좋아요] [--------아니, 별로, 아무것도--------] 기분이 가라앉는다. 겨우 히스이 덕분에 진정되었는데, 이런 사소한것으로 쓰러질것같은것, 같은것, 이 마음의 약함인가. [여러분, 오늘밤은 환영회를 해요!] 하고 갑자기, 고하쿠씨가 들뜬것 처럼 큰 목소리를 냈다. ----------예? 하고 나와 아키하, 더군다나 히스이 마저도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니까 시키상의 환영회를 해요! 모처럼 모두 모여있고, 시키씨의 이사 축하도 아직 하지 않았잖아요. 그러니까, 오늘밤은 시키님의 환영회인거에요] 네, 하고 고하쿠씨는 나에게 빙긋하고 웃는 얼굴을 향해왔다. [................] ........큰일이다. 히스이도 그렇고 고하쿠씨도 그렇고 , 어째서 이렇게, 내가 약해져있는것에 민감한거지 [아키하님 괜찮겠습니까? 허락해주신다면, 지금부터 실력발휘를 해서 요리를 만들겠습니다만] [그렇네, 간신히 오빠가 돌아왔는데도, 아무것도 안한다는것은 안되고 난 찬성이지만, 히스이는 어때? 물론 찬성이지?] [아---------예. 시키님이 좋아다고 하신다면, 저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가만히, 세사람의 시신이 이쪽으로 향한다. 나는--------------- ......그런가. 후회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무엇보다 나를 신경써주는 고하쿠씨의 마음을 소중하게 하지 않으면. [찬성이야. 자신의 환영회니까, 거절할리 없잖아] [결정됐네요! 그럼 저는 요리를 준비할께요. 히스이쨩--------오늘 내일을 부탁해도 괜찮을까나?] [알겠습니다. 로비와 동관의 청소였죠.] [그럼 나는...어떻게 할까 고하쿠?] [아키하님과 시키씨는 방에서 쉬고 계세요. 저녁식사를 빠르게 해서 환영회를 열테니까, 용무가 있으시다면 그전까지 끝내주세요] 고하쿠씨는 주방에, 히스이는 정원으로 향했다. [그럼, 저는 방으로 돌아가지요.]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할까? (1. 고하쿠씨의 손을 거든다. 선택) 단순하게 생각해서, 사인분의 요리를 만드는 고하쿠씨가 가장 큰일이다. 특별히 요리에 관해 무엇을 도와줄수 있을지 불안하지만, 어쨌든 고하쿠씨가 있는곳으로 간다. 이미 부엌은 전쟁터처럼 되어있다. 부엌이라면 부엌에는 산처럼 쌓아놓은 재료들이 흩어져있어, 부엌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도망가고 싶어질 정도다. [시키씨, 무언가 용무가 있습니까?] 불쑥하고, 고하쿠씨가 얼굴을 내밀었다. [......아니, 무언가 도와줄게 없을까 해서----------] 이것은, 내가 도와줄수 있는 세계가 아닌것 같은 기분이든다. [아, 그러면 좀 도와주세요. 사실은, 제쪽에서 시키씨에게 도와달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그래.....? 하지만 나, 요리를 해본적이 없으니까, 고하쿠씨의 힘이 되기엔 좀 불안하지만] [아니요 아니요, 누구라도 할수 있는 작업이에요. 자자, 그런거니까 도와주세요] 꾸욱, 하고 내 손을 잡아 당기는 고하쿠씨 [........] 뭔가, 납득이 되지 않은채, 고하쿠씨의 손을 거들게 되었다. ....냉정하게되서 보니, 이 저택은 큰데, 이 부엌은 작았다. 아직 저택에 친척들이 살고 있을때는 주방을 사용했겠지만, 지금은 아키하와 히스이, 고하쿠씨에 나 이렇게 네명뿐이니까, 새로운 부엌을 개장한것이다. [예, 그러면 키친에서 손을 씻으시고 에이프런을 입어주세요] 누구의 취미인가, 朴念仁 이라고 써져있는 에이프런을 건네받았다. [그럼, 시키씨에게는 단순작업부터 부탁드리도록 하지요. 이걸 전부 끝내면 다음은 시키씨가 아니면 할수 없는 작업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고하쿠씨는 기분이 좋은듯 하다. ----------어쨌든, 바구니 가득 들어있는 새우의 껍질까기를 대장으로 부터 명령받았다. 통, 통, 통. 도마를 두드리는 경쾌한 식칼소리. 응응응응응응~. 박자에 맞춘 고하쿠씨의 허밍이 부엌에 울리고 있다. .... ........ ............... 고하쿠씨는 요리에 몰두해 있는지, 별로 말을 하지 않는다. 내쪽도, 새우껍질까기가 재밌어서, 계속 슥슥 껍질을 벗기고있다. [---------------] ......그래도, 그립다. 내가 사고를 당해 저택을 나오기전, 고하쿠씨와 아키하와 나는 이렇게 소꿉놀이를 몇번 했던적이 있다. 그때는 어려서, 서로가 이성이라는것을 생각하지도 않았다. 단지, 이 넓은 저택에 있어, 서로 아는것뿐인 친구들과 매일이 즐거웠을뿐이었다. 그때까지 있었던 여러가지 일들을 까먹을 정도로, 우리들은 들떠 날뛰었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것보다. 여러가지 과거를 잊어버리기 위해서, 매일을 즐겁게 보냈던걸지도 모른다. [시키씨, 새우껍질까기가 맘에 드세요?] [에? 아니, 별로 그런건 아니지만서도, 왜 그런 소리를 하는거야?] [왜냐면, 매우 즐거우신것 같으니까요, 히스이쨩은 말이죠, 새우껍질까기를 시키면 어깨를 움츠려서, 마지막에는 팔자가 되어버린다니까요.] [그래? 의외네, 히스이는 이런것 담담하게 해버릴것 같이 보이는데] [네, 어째서인지, 히스이짱은 요리에는 소질이 없어서요. 청소라든가, 물건정리하는것은 매우 잘하지만요] [그런가. 히스이도, 고하쿠씨도 뭐든지 할수 있을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랬다면 기쁘지만요, 저도 히스이쨩도 타고난 멍한 곳이 있어요. 히스이 쨩은 미각이 이상해서, 히스이쨩 본인은 맛있는 요리를 만들 생각이지만, 저나 아키하님에게는 굉장히 이상한 맛이 되버리죠.] 과연, 그래서 히스이는 요리는 하지 않는거였군. 히스이는 미각이 좀 이상하고, 고하쿠씨는......어디가 이상하다는거지? [.....뭐, 생각해보면, 히스이도 고하쿠씨도 모두 함께는 아닌건가. 고하쿠씨는 옛날부터 밝고, 히스이는 옛날부터 저택에서 나오지 않았으니] [헤에, 저 밝게 보였나요? 한번, 이렇게라도 시키씨들을 바라볼 생각이었지만] [응, 그건 알고 있어. 고하쿠씨는 함께 장난치며 돌아다녔어도, 위험한 장난은 멈추게 했었고, 언제나 지켜봐줬었잖아] .....아아, 잘 기억하고 있다. 저택의 정원에서 술래잡기를 할때든지. 만들어진것뿐인 연못에서 아버지의 잉어를 낚아 올리려다 시행착오 했을때든지. [아, 그러고보면, 저택의 문밖으로 나갔던 적이 있었지. 그때는 돌아가는 길을 몰라서 결국 고하쿠씨가 저택에 전화를 해서, 집안사람이 데릴러 와줬었지] [으응, 그후에 마키히사님이 심하게 시키님을 혼내셨죠. 모두 놀러나갔는데, 어느새 놀러나간건 시키님 혼자가 되어 있어서. 이런저런 일들이 있어도, 결국엔 아키하님과 저는 시키님에게 도움받는게 일과였죠] 쿡쿡하고 하고 웃음을 흘리면서, 그리운듯이 고하쿠씨는 독백한다. [....뭐야. 이렇게 옛날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돌아가고 싶어진다.] 그래. 이 저택에는 별로 추억이 없는 정도, 고하쿠씨와 보낸 유년기 시절의 추억을 이야기 하는것 만으로 매우 그리운 기분이 든다. 하지만 기억나는것은 그렇게 즐거운 기억만은 아니다. [....히스이에게는, 미안했었지.] ....언제나 마음 한쪽구석에 남아 있는 그 아이. 결국, 한번도 마주보고 이야기 하지 못했던 창가의 소녀의 기억이 있다. [........그 아이, 쭈욱 창가에서 우리들을 바라보고 있었지. 언제나, 어린마음에 신경쓰였어. 그런 쓸쓸한 얼굴 하지 말고, 이쪽에 와서 놀았다면 좋았을텐데] 그래도, 그 아이는 내가 저택에서 쫓겨났을때, 오직 한사람 선물을 주었다. [그렇네요-. 히스이쨩은, 그 때부터 내성적이라 무엇을 생각하는지 잘 모르는 아이였으니까요. 저도, 히스이쨩이 행복해진다면 자신은 어떻게 되도 좋다고 쭉 생각해왔으니까요] [그런가. 고하쿠씨는 누나답네] 뭔가 기뻐서, 맞장구를 쳤다. [아] 하고. 짧은 소리를 내고서, 고하쿠씨가 손을 들었다. 보니, 검지를 식칼에 베여있었다. [고,고하쿠씨, 손가락을 베였어.....!] [에?] 말을듣고서, 고하쿠씨는 자신의 손가락이 배였다는걸 눈치 챈모양이다. [아, 정말이다.] [정말이다 라니, 잠깐 고하쿠씨] 믿을수 없어. 내가 보더라도, 깊게 베여있는데, 고하쿠씨는 그냥 멍하니 있다. [부끄럽네. 자신있는 분야인 요리에서 실수를 해버리다니.] 아하하, 하고 언제나 처럼 웃는 고하쿠씨. [웃을 일이 아니잖아, 빨리 치료 하지 않으면......!] [괜찮아요. 생명에 지장을 주는것도 아니고] [하지만 아프잖아, 그렇게 베였으니까!] [아뇨 아뇨. 이런건 말이죠, 아프지 않다고 생각하면 아프지 않아요. 이 손가락만 자신의 몸이 아니라 인형같은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면 아프다라고 하는 감각이 없어지겠지요?] [무--------] 웃는얼굴로 고하쿠씨는 달관한듯한 말을 한다. 그거야 그렇게 생각한다면, 조금은 아픔을 참을수 있겠지만, 아픔 자체가 사라지는건 아니다. [아아 정말, 어쨌든 치료를 해주세요! 나는 피에 약합니다. 여기서 빈혈로 쓰러지면 고하쿠씨 때문이니까......!] [그렇네요,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안되겠네요. 그러면 시키씨 잠깐 방을 나가겠습니다.] 끝까지 방긋웃는 얼굴을 무너뜨리지 않고, 꾸벅하고 머리를 숙이고 고하쿠씨는 부엌에서 나갔다. [그러면 시키씨가 돌아오신것을 축하하며, 건배했으면 합니다. 여러분, 부디 좋아하는 음료를 골라주세요] 고하쿠씨는 정말 순진한 웃는 얼굴로 늘어져 있는 음료들을 권했다. 그 대부분은 쥬스같은것이 아닌, 분명한 알콜음료들이었다. [.....아키하, 저기말야] [응? 뭐죠 오빠?] ......아키하는 자신의 글라스에 벌컥벌컥 차색의 액체를 따르고서, 오렌지 쥬스로 섞고 있다. [너,너, 그거 위스키잖아.] [그렇지만서도, 뭔가 이상합니까?] [그렇지만서도라니, 아키하] 그, 미성년자의 음주는 해서는 안되는것 아닌가? [오빠의 환영회이니까, 술정도는 마셔주지 않으면 안되겠죠? 아, 그렇지않으면 오빠. 혹시 알콜에 약한쪽?] 아키하는 어딘지 모르게 기쁜듯하다. [앗, 히스이쨩. 의외네, 오늘은 쥬스가 아니다] [.............] 쑥스러운가, 히스이는 아무말없이 술을 글라스에 따르고 있다. [자, 오빠, 히스이도 술을 마시고 있는데, 설마 혼자서만 쥬스로 하실셈은 아니시겠죠?] [.......정말.의외로 축제를 좋아하는구나 아키하는] [으응. 좋아하는 축제는 적지만서도, 오늘은 특별하니까요] ---------하아 어쩔수 없네, 너무 도수가 높은 알콜은 몸에 좋지 않겠지만, 조금쯤이라면 괜찮겟지. 테이블에 놓여져 있는 음료중에 가장 도수가 낮은건 와인인가. [그러면 여러분, 잔을 들어주세요. 하나 둘, 건-배~!] 키잉, 하고 글라스와 글라스가 부딪치는 소리 후에 고하쿠씨는 원샷을, 아키하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히스이는 낼름낼름 핥는것 처럼 마시고 있다. .........아-아, 어떻게 되도 몰라 난. ----눈앞에는 술판이 게속되고 있다. 대체 어디서 잘못된건가, 토오노 시키의 환영회는 몸안의 술로 변질되버린듯하다. 옛날부터 알콜에 익숙해져 있는건지, 아키하는 조용한 얼굴로 잔을 기울인다. 그 모습은 물을 마시는것 같았다. 고하쿠씨는 그런 아키하에게 잔을 채워주고, 아키하의 옆에 달라붙어 천천히 마시고 있다. 두사람 모두 외견상으로는 아무변화 없는 모습을 보여, 별로 얼굴에 나타나는지 않는 체질같다. .....덧붙여서, 히스이는 술을 한모금 마신후에, 비틀비틀 소파에 앉아 그대로 멍하니 있다. [.....아키하 녀석, 주당이네] 웃는 얼굴로 이야기하고 있는 아키하와 고하쿠씨를 바라보며 글라스를 기울인다. 안에는 단지 물로, 나는 건배할때 바꿔치기해서 한모금도 알콜을 마시지 않았다. 스윽, 하고 테이블에 놓여있는 스모크사몬을 입으로 옮긴다.......맛있다. 역시나 토오노가, 술안주도 일급품이다. [.............우음] 무언가, 여러가지 문제가있는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이건 이거대로 즐거운지도 모르겠다. 아키하와 고하쿠씨의 대화는, 확실히 말해 재미없다. 태양이 동에서 떠올라 서쪽으로 진다, 같은 당연한 이야기 밖에 하지 않는다. 그렇게 말해도 재미없는 이야기로 즐거운듯이 웃어대고 있어서, 보고있으면 미소가 지어진다. [.............] 한편, 히스이는 건배때 사용했던 잔을 소중한듯 붙잡은채로 멍해져있다. 조금 눈을 떨어져서 히스이를 보면, 조금 글라스 안이 줄어 있다. .....그건 그거대로 즐거운것 같다. 스윽, 하고 또 안주를 입으로 가져간다. 알콜에는 약한 주제에, 이런 간단한 요리들은 마음에들었다. ......하고. [........?] 왜그러지. 어느새 아키하가 맞은편의 소파에서 일어나서, 내눈앞에 서 있다. [오빠. 아까부터먹기만 하고, 술은 마시지 않고 있는것 같지만](태클 들어 올줄 알았다-_-) 무언가, 기분에 맞지 않았던걸까, 아키하는 뭇, 하고 눈을 가늘게해서 노려본다. [.....저기말야. 니가 취하는건 상관하지 않겠지만, 사람을 자신의 페이스로 끌어 들이려는건 그만두는게 좋아. 더군다나 나는 술에는 약한데다가, 같이 마실사람이 필요하다면 고하쿠씨와-----------] 고하쿠씨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려다가, 손가락이 멈췄다. 고하쿠씨의 모습이 없다. 아무래도, 술을 조달하기 위해 주방으로 가버린 모양이다. [실례군요. 저, 이래뵈도 취하지 않았어요] 잔을 한손에, 흔들하고 몸을 내밀어 오는 아키하. [.....그런가. 고하쿠씨가 없으니까........] 주정을 부릴 상대가 없으니까, 나에게 참견을 하러 왔다는건가. [고하쿠와 관계없어요. 지금은 어째서 오빠가 술을 마시지 않는가, 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겁니닷] [......아니, 별로 술이라면, 아까까지 마시고 있었지만](-_-물이라며) [거짓말이에욧. 나, 아직 한번도 술을 따라드리지 않았습니까. 나, 오빠가 쉬는것처럼 적극적으로 술을 마시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빠는 아까까지 와구와구와구와구하고 고하쿠가 만든것만 먹고있고, 한번도 잔을 비운적은 없지 않습니깟] 무----, 하고 얼굴을 찡그리고 나를 내려다보는 아키하. 기분탓인가, 아키하의 발걸음이 정확하지가 않다. [아키하. 하나 물어 보겠는데, 취했어?] [그런적없습니다. 저, 취하지 않았으니까. 왜냐면 아키하는, 오빠가 취해버릴때까지 반드시 맑은정신으로 있을꺼니깟] [.....취했다, 너] [괜찮으니까, 빨리 잔을 비우세요. 할말이 있다면 그후에 듣겠어요] 척, 하고 내 잔을 가리키는 아키하. 흔들흔들하고 있는 사람을 가리키고 있는 손가락이, 조금 어쩐지 불안하다. [.....아키하. 중요해서 말하는건데, 너 취했어] [정마아알------!집요하시군요,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죠!] 화난 소리를 지르고, 비틀 하고 아키하는 넘어질것 같이 비틀대고 있다. ......자신의 목소리에 현기증을 일으키다니, 역시 취해있다는 증거아닌가. [.....어쩔수 없네. 자. 일어날수 없으면 앉아 있어. 이야기가 있다면 제대로 들어줄테니까] 퐁퐁, 하고 옆의 소파를 두들였다. [아......예, 앉습니다.] 풀썩하고 소파에 앉는 아키하. 아까까지의 위세는 어디로 간건지, 옆에 앉자마자, 아키하는 얌전해져버렸다. [..................] [..................] 뭔가, 갑자기 서먹서먹해졌다. [...........응] 둘데가 없어서, 어쩔수 없이 글라스를 손에 들었다. 쭈욱, 하고 가볍게 잔을 들이킨다. 익숙하지 않은 알콜은 목이 뜨겁고, 그리 맛있다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단지, 빈혈의 어지러움증과 비슷한, 지면이 낮아 지는듯한 감각이 있을뿐이다. [..............] 뭐, 그래도 기분나쁘진않군 여기까지 마셨으면 전부 마셔버리자 하며 한번에 잔을 비웠다. [....마셨다. 아까까지 뭔가 빼기만 하지만, 결국은 술을 좋아하시는군요 오빠는] [욱. 뭐야 이거, 별로 나는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그럴리없어요. 그렇게 맛있게 마시는 주제에, 변명하지 말아주세요] 아키하는 몸을 내밀어 테이블 위에 있는 병을 집었다. [물을 섞겠습니다만, 따로 원하시는건 없습니까?] 멋대로 사람의 잔에 위스키를 따르는 아키하. 상식적으로는 멈추는게 당연하다. 하지만 꽤나 아키하가 기쁜것같으니, 이렇게된거 상식이라든지 도덕이라든지 갈데까지 가보자. [.....충분히 엷게 해줘. 그러면 마셔도 괜찮아.] [네, 알겠습니다. 어쨌든, 시작은 이걸로 용서해드리지요] 역시, 기쁜듯한 얼굴로 아키하는 술을 잔에 따른다. [........정말. 아리히코와 마실때도, 많이 마시지 않았는데] 잔을 들고 소파에 몸을 누인다. 이대로 천정을 보듯이 잔을 들이킨다. 천천히, 그래도 잔을 입에서 떼지 않고, 아키하가 따라준 술을 마신다. [---------후우. 이걸로 만족하십니까, 아가씨] 비어버린 잔을 테이블위에 놓는다. [응, 기분좋게 마시는쪽이었어요. 기세가 없었던건 아깝지만, 이정도면 합격일까나] [엄격하네. 오늘은 내 환영회였다고. 아키하가 마시라고하니까, 무리해서 마실수 밖에 없지만서도] [그래요?, 신기하네, 오빠가 나를 따라와주고] 쿡, 하고 웃는다. 아키하는 자기가 술을 따라 쭈욱 하고 한번에 마셔버렸다. -----------그 옆얼굴에, 움찔했다. 잔을 들이키는 아키하의 옆얼굴은, 너무나 어른스러워 보였다 눈을 감고 얼굴을 든다. 꿀꺽, 하고 알콜을 삼키는 하얀 목은 그것만으로 고와서, 곧 취했다는것을 잊고 만다. [-------------하아] 하고, 깊게 숨을 내쉬는 아키하. 잔은 비어있다. .....맛있어, 하고 한숨을 내쉬는것 같은 느낌이 든다. [..............] [? 왜그러세요 오빠. 제 얼굴에 뭐가 묻어 있나요?] [아--------아니, 별로 그런게 아니야] 말하고, 의미도 없이 잔을 든다. [예, 다음이군요. 이번에는 좀더 알콜의 분량을 늘리도록 하죠.] 아키하는 또 잔에 술을 따르고 있다. ........별로 술을 마시고 싶어서 잔을 든건 아니지만서도, 뭐, 이것도 나쁘지 않나. [..............응] 휙, 하고 아키하를 따라서 단숨에 술을 마신다. 라고 할수 있는 알콜의 양이 아니라서, 한번에 마시는건 하지 말아야햇나. 머리가 갑자기 빙글 해서 소파에 크게 쓰러졌다. [오빠------? 잠깐, 괜찮으세요...!?] [아-, 괜찮아. 조금 빙글거려서, 취한거 아니야. 잠깐동안 이러고 있을테니까, 난 안심하고 놀고있어] 소파에 등을 기댄채, 멍하니 천정을 올려다본다. 힘을빼고 이렇게 있는게, 굉장히 기분 좋다. [....미안해요. 저, 무리를 하게 만들어 버렸군요] 구슬픈 아키하의 목소리. [아니, 무리했지만서도, 기분은 좋아. 아키하가 너무 맛있게 마시니까, 걸려버렸지만서도, 결과 Alright. 그러니까, 아키하는 그대로 마시고 있어줘. 나도 좀 진정이 되면 또 상대해줄께] [------네. 그럼 그말을 믿고 오빠가 진정될때까지 기다릴꼐요] 골골골 하는. 물 소리. 아키하는 다운되버린 내 옆에서 역시 맛있는듯 잔을 들키이고 있다. [.......................] ....이상하다. 이런건 별거아닌데도, 굉장히-------편한안 느낌이 든다. [............................................................................................................................좋아] 숨을 한번 쉬고, 소파에서 몸을 일으킨다. [오빠? 이제 기분은 괜찮으세요?] [괜찮아. 이제 조금 아키하의 상대를 해줄까] 잔을 아키하에게 내민다. 아키하는 미소지은채로, 술을 따라준다. 그걸 이번엔 천천히, 자신의 페이스로 마신다.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어느샌가 히스이는 소파에서 자고 있다. 주방에 갔던 고하쿠씨는 한번도 돌아오지 않았다. 거실에서 움직이는것은 나와 아키하 두사람 뿐이다. 나는 알콜이 돌기시작해서 제대로 움직인다고 할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고하쿠씨가 돌아올때까지, 아키하의 상대를 하고있었다. [.....오빠. 오늘은 상냥하네요.] 갑자기. 작은 목소리로, 아키하는 그런 소리를 했다. [........응? 상냥하다니, 내가?] [으응. 옛날, 오빠는 차가운 사람이었으니까. 오늘처럼 편하게해준건 얼마 없었죠?] [........그랬,나. 난 잘 모르겠지만, 나는 차가웠,었나] [...정말. 오빠는 자신의 성격을 잘 모르고 계시는군요. 당신은 상냥한 사람이지만, 동시에 굉장히 차가운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오빠는 누구에게도 거스리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죠? 아무리 어색한 사람이라도, 아미루 좋아하는 상대라도, 토오노 시키의 안에는 최고가 되는이 없어. 오빠는 누구라도 좋아하고, 누구라도 용서해버려요] [......하지만 그건, 최고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 있어선 무엇보다 잔혹해요. 오빠에게 있어서는 누구라도 똑같은 가치에 지나지 않아. 나도, 고하쿠도, 히스이도, 모두 같은 장소에 있는것뿐. 그것은 기쁘다, 라는 영역을 벗어나있어요. 자신의 죽을 시기를 깨달은 늙은 개가 조용히 사라져가듯이, 오빠는 자신으로부터 무언가를 남겨놓지 않아. .....옛날부터 그런면은 있었지만, 돌아온후의 오빠는, 뭐랄까........매우 위험해서, 불안해져요.] 아키하는 숙인채, 그런 혼잣말을 계속한다. 잔은 비었다. 술은 따라지고, 단지 소용한 소리만이 울리고 있다. [....저기. 혹시, 오빠는 너무도 무방비한 사람이라, 사실은 너무도 고독한 사람일지도 몰라 하고, 저------이런 바보같은일을, 생각해버려요. 오빠의 안에는 최고가 될수 있는 사람이 없어. 혹시 먼 옛날에 가장 소중했던 사람을 잃어버린걸지도 몰라. 옛날의 저는, 그래도 좋아하고 있는채로 있어준다면 좋다고 생각해서. 오빠에게는 가장 생각나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걸로 좋다고. .....그래도지금은, 더이상------] [기다리셨습니다-! 추가의 술과 요리입니다] 웃는 얼굴로 고하쿠씨가 돌아왔다. [아.......] 아키하는 갑자기 말을 멈춰버리고, 하아, 하고 한숨을 쉬고 잔의 술을 따랐다. [자, 오빠도 마시세욧. 아까전까지 저만 마시지 않았습니깟] 고하쿠씨가 들고온 병을 손에 들고, 아키하는 쪼르르르 내 잔에 술을 따랐다. [안돼, 이제 한계라고. 평소때의 두배가까이 마셨으니까 감안해주면 안될까. 이이상 마셨따간 정말로 몸을 버린다고] [뭐라는거에요. 아직 한병도 비우지 않은 주제에 한계같은거 빠르다구요. 자, 오늘은 끝까지 상대해주겠다고 말하셨잖아요] 자, 하고 아키하는 잔을 내민다. 윽, 이쪽은 정말로 슬슬 한계래도. [안되요 아키하님. 아키하님 같은 술고래와 시키님을 똑같이 보지 마세요. 자, 시키씨도 확실히 거절하지 않으면 큰일이에요. 아키하님은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으니까, 끝까지 상대를 했다간 밤이 새버려요] [잠깐 고하쿠! 술고래가 뭐야, 술고래가. 하다못해 주선(酒仙)이라든지, 주호(酒豪)라든지, 그런말을 해주지 않겠어!?] 욱, 하고 화나서 아키하는 쭉 하고 술을 마신다. 저것만 마시고 있는데도, 마치 이게 첫번째 잔인듯한 기세다. .....아키하가 뭐라고 말을하던, 고하쿠씨의 말이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미안 아키하. 정말로 이이상은 상대할수 없어 내가 주치의에게 과도한 알콜섭취를 금지당한건 알고 있지?] 웃 하고 미안한듯이 아키하는 침묵한다. [.....그건, 그렇지만........] [그런얼굴 하지 마. 아키하가 만족할때까지 옆에 있을테니까, 그걸로 괜찮겠지?] [.................] 아키하는 납득할수 없다는 얼굴로, 끄덕, 하고 끄덕인다. [그럼 아키하님의 술은 제가 따라드릴께요. 자 아키하님, 시키님이 상대를 해주신다니 그걸로 괜찮잖아요.] [그렇,네......분명 오빠가 상대를 해주는건 틀림없는거니까. 어쨌든 오늘은 이걸로 감안해주지요.] 아키하는 고하쿠씨에게 글라스를 내민다. 고하쿠씨는 웃는얼굴로 아키하에게 술을 따르고, 아키하는 천천히 마시기 시작했다. 시간이 경과했다. 어느샌가 히스이도 눈을 떴고, 요점없는 대화가 흘렀다. 알콜 때문인지, 대화의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단지 아무런 의미도 없는 따뜻한 대화였다. 그런것에 익숙하지 않은 자신은, 부드러운 순면으로 짜여져있는것 같은, 불안정한 마음을 맛보고있다. 그때문이다. 이 시간이 좀더 계속되어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반면, 조금 혼자있고 싶다고 생각해버렸다. 갑자기. [.....오빠.....?] 하고, 아키하가 불안한듯한 눈동자로 올려본다. [왜그래? 기분이 안좋아 진거야, 아키하?] [아니....그런건 아닙니다. 단지, 갑자기 불안해져서. .....저기 오빠. 오빠는 더이상 어디에도 가지 않을꺼죠?] [가지 않아. .....뭐 나중의 일은 잘 모르겠지만도, 지금은 여기에 있는다고 정했으니까] .....그래, 조금이라도 학교를 졸업할때까지는 여기에 있을거고, 아키하가 혼자서라도 잘 해나갈수 있을때까지는 떨어지지 않아. --------단지. 그것은 언젠가는 나간다는, 그런 의미도있다. [그만. 그런말, 듣고 싶지 않아요. 여기는 오빠의 집이니까, 무슨일이 있더라도 여기서 사는게 좋잖아요] 말하고서, 아키하는 단숨에 잔을 들이킨다. ....늠름한 옆얼굴 불쾌한 생각을 단번에 마셔버리듯, 아키하는 잔을 비운다. 꿀꺽, 하고 움직이는 하얀 목. 희미하게 빨개진 뺨이, 아키하가 조금 취했다는것을 알려주고 있다. [하아......정말, 어째서 오빠는, 그렇게 언제나 저를 불안하게 만드는겁니까] 취해있는건가, 아키하는 초점이 정확하지 않은 눈동자로 날 흘겨본다. ---------읏 거기에. 이유도 없이, 두근 하고 심장이 높게 소리친다. [......듣고 계세요? 오빠만 있어준다면, 저는 그걸로 충분합니다. 그런건데, 오빠는 언제나 언제나........] 똑바로 바라보는 눈동자. 아키하의 뺨이 붉고, 그 눈동자는 물기를 머금고 있다. 그게 뭔가------------너무도 요염했다. ......내 머리에도 알콜이 돌고 있기 때문인가. 아키하는 여동생인데, 뭔가-------------- [.......................아키,하] [........응..........오빠, 저......뭔가, 이상해요.....] 멍하게 울리는 목소리마저, 타인의 것처럼. 나는, 이대로------------------ [아키하님, 잔이 비었으니까, 술을 따라드리겠습니다.] [아......응. 고마워, 고하쿠] 고하쿠씨에게서 잔을 건네받고서, 아키하는 또 쭈욱 하고 원샷을 한다. .............하고. 순간, 아키하는 본래의 얼굴이 되어버렸다 [.....아키하?] [.....이상하네. 나, 왠지 취한것 같아.] 아키하는 관자돌이를 손가락으로 누르고 있다. [취한것 같다니........너, 방금까지 취해있었잖아.]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제가 술에 취했다면, 제대로 이야기를 할수 없었을것 아닙니까.] 통, 하고 아키하는 잔을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이상하네.....이 정도, 아직 중간정도인데] 말하고서, 아키하는 이쪽에 쓰러져온다. [자,잠깐 아키하....!? 너, 갑자기 무---------] 어째서도 뭣도 아니다. [...........어이] 목소리를 내도 반응은 없다. 아키하는 쿨-쿨-하고, 이건 이건 행복하게 잠들어 있다. [어머, 희귀한 일이네요. 아키하님이 취해버린건 몇년만인지] 쿡쿡 하고 즐거운듯 웃는 고하쿠씨. [....고하쿠씨. 아키하가 취했다는게, 어떤 일?] [네, 아키하님은 술에는 취하지 않습니다. 단지 일정량을 넘겨버리면 한번에 지금처럼 취기가 엄습해버려서 이렇게 잠들어 버리십니다. 그래서 아키하님에게있어 취한다, 라는건 잠든다, 라는것입니다. 하지만, 불행중 다행이라고 말씀드릴까요, 만약 아키하님이 평소처럼 취하셨다면 무서웠을껄요? 취해서 난폭해진 아키하님을 상상 하실 수 있으세요?] 고하쿠씨는 상당히 무서운걸 묻고 있다. 그 대답은 보류하고, 잠들어버린 아키하의 얼굴을 봐본다. -----아키하는 편안하게 잠들어 있다. 어깨를 서로 어깨를 붙이고서, 몸이 밀착되어있는 상태. 아키하의 숨결과 체온이 바로 전해져오는 거리. .....아까전의, 이상한 감각이 생각나졌다. 아키하가 취해있었기 때문인가, 아까전의 아키하는 전혀 다른사람 같았었다. 거기에 두근두근해버린건 부정할수 없다. 그래도 이렇게 편안하게 나에게 기대어 잠들어 있는 아키하를 보고서 안심한다. 아키하는, 분명히 아름답다. 8년만에 만난 여동생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는것도 사실. 하지만, 그런건 더이상 관게 없다. 이렇게 나에게 몸을 기대고, 안심하며 잠들어 있는 아키하를 보는것만으로 좋다. 아키하는 틀림없는 나의 여동생이다. 내가 이 저택에 돌아온 이유중 하나는 아키하를 지켜주기 위해서였으니까------ [시키님. 그대로라면 아키하님이 감기를 걸리시지 않겠습까?] [에---------아, 그런가. 아직 10월이라고 해도 방심은 금물이겠지. 그럼 미안하지만---------] [예, 아키하님을 방으로 모시겠습니다.] 히스이는 아키하에게 어깨를 빌려주고, 그대로 거실을 뒤로 했다. 남아있는건 나와 고하쿠씨 뿐이 된건가------------------- [그렇네요, 아키하님도 잠이 들으셨고, 슬슬 시작할까요. 정리는 제가 할테니까, 시키님은 방으로 돌아가주세요] 고하쿠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은 뒷정리정도는 도와주고싶지만, 이쪽도 술이 돌아서 손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이런 상태로는 도와주기는 커녕, 고하쿠씨를 방해할뿐이다. [응.....미안해 고하쿠씨. 그럼 뒤를 부탁해] [네, 맡겨주세요.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시키씨] ------술을 깨기위해 정원에 나왔다. 밤바람은 희미하게 차가워, 알콜로 뜨거워진 피부를 식히기에 딱 좋았다. [--------어쨌든. 제대로 마셨군, 오늘은] 알콜을 마시는게 원인이 되어 두통을 유발해, 언제나의 어지러움증이 왔다. ........이정도라면 오늘밤은 끔직한 악몽을 보게될지도 모르겠다. 뭐, 그것도 각오하고 마셨다. 오늘의 아키하는 즐거운것 같았다. 그걸 대신해서라면, 악몽 한두개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정원에 준비되어있는 의자에 앉아서 하아, 하고 크게 숨을 쉰다. [---------------응] 밤바람이 차가운 얇은 천 처럼 피부를 스치고있다. .....정원은 소리하나 없다. 주택지에 있지만, 토오노의 저택은 다른 주택에서 멀리 떨어져있다. 이렇게 싶은 산림속에있는 서양저택에 있는것으로, 자신이 토오노 시키라는 학생이라는것마저 잊어버릴것같이 된다. 무색의, 흩어지는 공기. 소리도 없이, 정체하는 경치. 아주 약간 기억에 남아있는 요람의 정원 이곳에는 더이상 아무도 없다. 우리들을 호통치던 부친의 기척도, 우리들을 속박하던 담장의 격벽도, 토노시키를 기만하던 누군가의 광상도, 이미 마모되고, 혹은 폭락해서, 벌써 무가치한것이 되어있다. [-------------------] 그런, 요점 없는 일을 생각하고 있으니 점점 눈꺼풀이 감겨온다. [시키씨, 이런곳에서 잠들었다간 감기 걸려버려요.] ----------하고. 그 목소리로, 어지러운 졸음으로 부터 잡아깨운다. [...죄송해요 시키씨. 술은 가지고 나오지 않는쪽이 좋겠네요.] 나의 눈을 보면서, 고하쿠씨는 미소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내가 술을 깨기 위해 여기에 왔다, 라는걸 고하쿠씨는 전혀 모르고 있는것 같다. [저도 들떠 난리쳐버렸습니다. 시키씨의 몸을 생각하지도 못하고, 이런일을 저질렀네요. 시키씨, 힘드신가요?] 고하쿠씨는 이쪽으로 가까이 오지 않고, 변명하듯이 떨어져서 서 있다. ........뭔가, 그건 언제나 웃는 얼굴의 고하쿠씨 같지 않다. 술을 마셨던건 내 의지고, 그런걸로 고하쿠씨가 마음을 아파할 필요같은건, 없다. [.....정말. 답지 않게, 고하쿠씨] 눈을 마주치면 고하쿠씨는 또 사과할것 같아서, 아직 졸린채로 숲으로 시선을 향했다. [괴롭거나 하지 않아. 아키하도 밝았고, 좋은 술이었잖아. 고하쿠씨, 과보호한다고 말해진다고.] 명하게 숲을 바라보다가, 할수있는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햇다. ............... ................... ......................... ................................. 약간의, 침묵후. 갑자기, 저쪽근처 풀에서 나온 토끼처럼, 깡총하고 고하쿠씨가 내 시계안에 들어왔다. [고하쿠씨?] [앗, 역시 잘 일어나계시네요 시키씨. 갑자기 조용해지셔서, 잠드신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잖아요] 믓, 하고 야단친다. 아마, 여기서 잠드시면 안되요-, 라는걸 말하고 싶어하는것 같다. [....괜찮아 고하쿠씨. 제대로 일어났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술이 깨면 방으로 돌아갈테니까, 고하쿠씨는 방으로 돌아가도록해.] [응-, 거절합니다. 저도 바람을 쐬려고 했던 곳이니까, 시키씨가 방에 돌아갈까지 상대해주세요] 언제나처럼의 웃는 얼굴로 말하고는, 고하쿠씨는 숲의 가운데 떨어지는 잎을 들거운듯 바라본다. [.....뭐. 바람을 쐬는건 고하쿠씨의 자유니까 괜찮지만] 고하쿠씨는 대답대신, 바스락 바스락 하는 소리를 내며 낙엽을 밟고 있다. ............. ........................ .................................. .......................................... 또, 잠깐의 침묵 후 [......고마워 고하쿠씨. 오늘은 즐거웠어] 의자에 앉은채로, 마음으로 부터 진심으로 말했다. [왜그러세요? 오늘은, 그런 감사를 들을정도의 일은 아니에요.] [......그런가. 하지만, 정말로 즐거웠어. 생각해보면, 이런식으로 가족들과 떠들어 댔던건 처음이었었고, 분명, 이런걸 그리워 하고 있었으니까] ......아리마가에서는 이런적이 없었으니까. 당지, 자신은 아리마가에 누구도 미움을 가지지 않은 착한 아이로 있었으니까, 오늘처럼 신경쓰지 않고 즐거웠던적은 없었을뿐. [가족.....입니까?] 머리를 숙이고, 조용히 말한다. 고하쿠씨는 정말 잠깐만 가면을 쓰고 있는 모양을 한후, 언제나의 평소의 얼굴을 들었다. [하지만 시키씨. 당신은 이저택에 있는한, 시키씨가 그리워하는 가족이라는것은 손에 넣을수 없어요. 토오노가의 친척분들은 전부 시키님을 쫓아내려 하고 있습니다. 시키씨의 아군은 아키하님 뿐이에요. 그러니까, 이제부터의 생활은 시키씨에게 있어 마음괴로운것이 되겠죠] .....고하쿠씨의 말은 당연한것이다. 8년전 나는 친아버지와 친척회의에서 감당촌수전까지 미쳐있으니까, 그런 내 입장이 이제와서 좋아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뭐, 그정도는 각오하고 있어. 하지만, 그런건 어떻게 되도 좋아. 아키하는 그걸 8년간도 견뎌내 왔잖아. 나는 오빠니까, 아키하가 견뎌내왔던 정도는 여유있게 해주지 않으면 미안하고.] 8년간. 아키하는 어렸을때부터, 혼자서 토오노가의 엄격한 교육을 견뎌내왔다. 그것에 비한다면 친척들 사이에서의 싫어하는것 같은건 돌아다볼 가치도 없다. [그렇습니까. 아키하님은 행복하시네요. 이렇게 여동생을 생각하는 오빠가 곁에 있으니가요] [그건 어떨까나. 아키하에게 있어, 나는 좋은 오빠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고하쿠씨는 웃는 얼굴인채로, 단지 쿡쿡 하고 계속 웃었다. .....뭐라고할까, 그렇게 즐거워 하면 이쪽마저 부끄러워진다. 그, 간지럽다. [그래도 이상하네요. 시키상은 아키하님에 관한것 뿐으로, 자신의 대한건 생각하지 않으시니] [-----------에?] [시키씨는, 이렇게 행복한 날들이 없었죠. 토오노가로 부터 감당 당한 시키씨에겐 괴로운 일만 잔뜩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간신히 아리마가의 분위기에 적응했는데, 시키씨는 돌아와버렸습니다. 시키씨는 시키씨가 쭉 그리워 하던 평범한 가족에게서 토오노가의 멋대로의 사정으로 또 떨어져버렸습니다.] [...............] 그건--------대답할수 없는, 말이었다. 3일전의 아침 아리마가의 현관에서 이별했던 ???코씨의 얼굴이 생각난다. 그, 언제나 당당한 사람이 그렇게 슬프게 웃는건 본적이 없었다. 고하쿠씨가 말한대로--------나는 결국 자신에 적응해버린 반신을 자신으로부터 잘라내버렸으니까--------- [자. 시키씨는, 그것을 생각해본적 없으십니까?] [------------------] 틀려. 그것은 생각할수는 없는 일이다. [.....고하쿠씨......어째서, 그런---------] 걸, 이제와서 말하는거야. 할수있다면, 고하쿠씨와 아키하, 히스이에게는, 내가 원해서 이 저택에 돌아왔다고, 그렇게 생각하길 바랬는데. [시키씨] 고하쿠씨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 목소리를 무시 할수 없다. 홀린채로, 시선을 들었다. [알고 있습니다. 시키씨는 아리마가에 살고 있는쪽이 행복했다.] -----------그것은. 하지만 어째서, 그런---------- [어째서? 어째서 이제와서 이저택에 돌아와버리신겁니까? 시키씨는 이곳에 오면 불행해질뿐인데] --------어째서 그런------울것 같은 얼굴을 하고있는거야--------- [.........................] 나에게 대답은 없다. 단지 몰입하듯이 고하쿠씨의 모습을 보기를 계속하다, 조용히, 시선을 떨어뜨린다. [.....너무하네, 고하쿠씨는 말하기 어려운걸 물어보고] [예, 죄송합니다. 저도 취해있는것처럼 보이네요. 이런걸 물어보다니, 어떻게 됐나봐요] 고하쿠씨는 웃는 얼굴이었다. ........왠지 그런 얼굴을 하니, 아까의 질문이 모두 거짓말처럼 생각된다. [.....고하쿠씨. 아까의 이야기 말인데. 역시나말이야, 자신의 가족에게 돌아가는것은 당연한게 아닐까. 아키하를 외토리로 두는것도 그렇고, 아리마의 사람들을 귀찮게 하지 않아도 되고] [그럼, 그게 시키씨가 돌아온 이유같은거네요.] 과연, 하고 납득하는 고하쿠씨. ---------하지만, 그것 거짓말이다. 사실은, 아직 한가지-------아키하 보다 소중한 사건이, 분명히 있다. [시키씨? 왜 그러세요?] [......아니. 틀려 고하쿠씨. 사실은 말야, 아직 한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어] [헤에, 그건 설마 비밀스러운건가요?] [.....글쎄, 비밀이랄건 아니지만, 사람들에게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중요한 추억. 나는말이야, 이곳을 나갔을때 물건을 빌렸어. 그걸 확실히 돌려주기 위해, 여기에 돌아온거야] [----------------------------] ......그래도, 히스이는 기억하고 있지 않은것 같지만. 의자에서 일어난다. [술이 깼으니, 방으로 돌아갑니다. 그럼, 내일 또] 한손을 들고 정원에서 나간다. 고하쿠씨는 멍하니, 날 언제까지도 배웅하고 잇다. 침대에 쓰러진다. 알콜의 덕분인가, 곧 졸음이 찾아왔다. .......................] 고하쿠씨에게 그런걸 말해버렸기 때문이다. 요령도없이, 8년전의 약속이 생각났다. -------------두번다시 이 저택에 들어올수 없어. 그렇게 아버지에게 단언당하고 방을 나갔던 때의 기분을, 지금까지도 아직 기억하고 있다. 사고가 나서, 계속 외토리로, 선생을 만난후, 결국은 혼자가 된다고 알았던 때. 나는, 선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무감각한 인간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때, 단한번만 말을 걸어와주었던 소녀. ......그것이, 유일한 구원이었다. 그 말에 어떤 마법이 걸렸던걸지도 모른다. "돌려줘" 라고 말한, 단지 그것뿐인 말. 그래도 그것은, 그때의 자신에게는 소중한 말이였다. 그것을---------그저 소중하게 계속 생각해왔을뿐. .....뭐, 그 약속을 해주었던 정작 본인인 히스이는 잊어버렸지만서도. [......어쩔수없지. 어렸을대의 약속이고] 그것은 정말로 어쩔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8년은 길다. 그것이 어린시절의 약속이라고 한다면, 기억하고 있는쪽이 이상하다. [........잘까] 하아, 하고 심호흡을 하고 눈을 감는다. ────뜨거워서 몸을 일으켰다. 뜨거워. 목이 타들어간다. 만져보니 피가 흥건하다. 너무나도 뜨거워서, 몇 번이고 긁어서 상처가 난거겠지. [──────] 뜨거워. 뜨거워서 재대로 판단이 안선다. 방에는 누군가, 나 이외의 기척의 오탁이 있다. 뜨거워. 뜨거워서 방에서 나가기로 했다. ───시간은 이미 자정을 넘어섰다. 몸의 열은 아직 수그러들지 않는다. /착란. 두근, 두근, 하는 맥동 /발정. 시계가 고동에 맞추어서 흔들린다. /망상. 뜨겁다. 붉다. /연료튜브. 타들어간다. 불어난다. /곤충의 검은날개. 마치 눈에 /광상혈액. 동맥이 있는것 처럼. /타입, 사이(死異). 어둠속을 걸어간다. 심장의 활동은 자기를 가열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더욱더.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자기의 존재를 희박하게 할 정도의 고동소리. 심장은 둘로 늘어나서, 더욱 맥박을 쳐서 하나밖에 없는 몸은 뜨겁다. 자아, 그녀가 바라는 결말을 이루지않으면........ ───그리고, 눈 앞에는 모르는 누군가의 시체가 있었다. [──────하나, 둘, 세 명.......인가.] 입으로 소리내에 세어본다. 검지로 확인을 했는데, 그 검지는 새빨갛게 되어있었다. 아니. 나의 양손은, 붉은색 페인트를 발라놓은듯 붉었다. 물론, 주위에 붉은색 페인트는 없다. 있는것은 잘못만들어진 스파게티(물론, 소스는 미트소스다.)로 밖에 보이지 않는, 인간의 시체가 셋. 지면에는 나의───七つ夜 라고 새겨진 나이프가 떨어져있다. [............결국, 이것은.] 생각할것 까지도 없을거라 생각하지만. [..........내가, 했다는 건가.] 나이프를 줍는다. ........믿기지는 않지만, 이미 저질러진 일이라 어쩔수도 없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만큼 뜨거웠던 몸도 식어있다. 볼일은 이제 없으니, 빨리 저택으로 돌아가자. [────────칫. 누가온다.] 통로로 누군가 오고있다. 곤란하게 됐군. 안그래도 여기는 스파게티로 엉망이 되어있는데, 그 위에 또 새로운 미트소스를 얹지 않으면 안되는 것인가. 뚜벅, 뚜벅, 하고 발소리가 가까워진다. 어둠밖에 없었던 곳에 사람의 그림자가 희미하게 보인다. [───────] 나이프를 쥔다. 그림자는, 뒷골목으로 들어왔다. 키이이이잉, 하는 소리. ────믿을수가 없어. 유무를 가리지 않고 덤벼들었던 나를, 그림자는 응격해 왔다. 적의 무기도 나이프. 우리들은 서로에게, 상대의 목을 노린 필살의 일격을 퍼부었다. [[─────놀랐는걸.]] 어둠에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나는 나이프를 추스렸고, 적도 나이프를 추스렸다. [돌아와서 보니, 동류를 만나게 될줄은. 정말, 살인귀 같은건 처음 봤다.] 말하고는, 남자는 웃었다. 악의가 없는 웃음. 감량 끝에 링에 오른 복서가, 생애최고의 적과 대치했을 때 처럼, 즐거움으로 가득찬 웃음이다. 아마. 나도, 그것과 같은 웃음을 띠우고 있었겠지. [──────흥.] 남자는 콧웃음을 치고는 등을 돌렸다. 큰길을 향해서 걸어간다. [여기로 할까. 다 큰 남자 둘이서, 떡하니 서있는것도 뭐하잖아?] 길가에 주저앉는다. 남자는 문득 자판기까지 걸어갔다. [어이, 돈 내놔. 돈 안가지고 있어, 나.] 이쪽도 재정상태는 좋지는 않지만, 일단 동전을 던졌다. [한번정도 해보고 싶었어, 이거.] 즐거운듯 말하고는, 남자는 캔커피를 두개 뽑았다. [던진다.] [알겠어.] 캔커피와 잔돈을 받는다. 남자는 내 옆에 앉아서, 캔커피를 한모금 마신다. ......뭐랄까, 오늘은 이런일들만 일어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먼저. 뭘까, 담배도 커피도 별로 좋은것은 아니구나. 어째서 이런걸 마시는거지, 어른이라는 녀석들은.] [그야 인내심을 기르기 위해서지. 어른이 되면, 뭐 여러가지 힘드니까.] [아아, 그렇군. 너 머리 좋은데.] 케케케, 하고 유쾌하게 남자는 웃었다. 이쪽도 캔커피를 마셨다. .......정말로 동감이다. 이런 독이 들어간걸 마시는 사람들은 자살원망이 아마도 넘칠것이다. [그런데, 그러니까. 너는 무서운 녀석이구나. 갑자기 목에다가 나이프를 갖다대는거냐, 보통.] [사돈 남말하시네. 너야말로 나를 죽이려고 했었잖아.] [그랬었나? 뭐 상관없잖아, 옛날 일은. 서로 목숨이 붙어있으니까 흘려버리자구.] ....뭐, 분명히. 서로 죽이려 했었으니까, 어느쪽이 죽더라고 이상할건 없었다. 경기로서, 수지는 그런대로 맞아있다. 남자는 맛없어 맛없어 하면서도, 즐거운듯이 캔커피를 마시고있다. [.......응─, 뭐 이것도 적응되면 나쁘지는 않겠는데. 뭐랄까, 세상에서 떨어진 불량친구 라는 느낌.] 남자는 웃음을 참으면서, 그럼 말을 했다. [그래? 그럼 담배나 할까.] 그 쪽이 불량소년, 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아─, 필요없어. 그건 사고를 둔감하게 만들어. 순수하게 있고싶다면, 독극물은 안하는게 득이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커피를 마시고있군.] [뭐야 너, 살인귀인 주제에 째째하네. 인간이라는건 독을 먹으면서 살아가는 것이니까, 이 정도는 허용범위잖아. 너도 내성정도는 있잖아.] 쿡쿡 하고 남자는 웃는다. 정말로 틀린말이 아니기에, 캔커피를 입에 대었다. 그로부터 1시간정도, 남자와 이야기를 했다. 길가는 차들은 바라보면서,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중에서도 의미가 없었던건, 서로의 능력에 대한 것이었다. 사물의 죽임이 보인다는 나의 눈과, 좀처럼 죽지않는 남자의 몸. 서로 그 원리를 이야기하던 중에, [.......그런가. 그럼 말이야, 너 혹시 오감을 죽일수 있다는거야?] 라는, 의미불명한 말을 꺼냈다. [할수없어. 그런 애매한, 표현으로 밖에 표현할수 없는 것은 죽일수 없어.] [그럴리가 없잖아. 알겠냐, 시각이라면 눈, 청각이라면 귀를 죽이면되는 이야기잖아. 하지만 그런거라면 나도 할수있어. 하지만 너는 다르잖아. 물건은 부수지않고 죽일수가 있어. 너는 말이야, 그 선이라는 것이 보이는 시점에서 물체가 아닌 의미를 죽이고 있는거라구. 그러니까───오감의 위에있는 것, 제 육감이라는 편의상의 것, 혼이라던가 감정같은 것도 죽일수 있을터야.] [............................흐응.] .....그건, 확실히 그렇다. 애초에 내 눈은 그 자체가 이상한 것. 그것은 보통의 이치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전체를 벗어나있다. ......그러면 나는 그것을 죽일수 있는것인가. 어렸을적 딱 한번 본적이 있는 신기루. 분명히, 쿠레나이세키슈 라는 귀신들린것. [하지만, 그것도 힘들것 같군. 그런것까지 보인다면, 나는 재대로 사고를 할수 없었을거라 생각해.] [그렇겠지. 인간의 두뇌밖에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신의 계산을 하려하는 것이니까. 그야 폐인이 될거야, 보통.] 남자는 일어나서, 또 자판기까지 걸어갔다. [어이.] 뒤로 돌아보지도 않고, 뒤에있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동전을 던져주니, 남자는 받아서 또 캔커피를 뽑아왔다. 남자는 캔커피를 마신후에, [오랜만에 인간과 이야기 하고있어.] 라는 말을했다. [......이상한 소리하네. 너, 지금까지 무인도에라도 살고 있었던거야?] [아─? 지금도 살고있어, 이 무인도에 말이야. 아무래도 나는 세상과는 어긋나 있는것 같아. 의미도 없이 살인을 하는 녀석은 제정신이 아니라고 말이야. 그래서 뭐, 어긋나 있는 나는 어긋나 있지않은 녀석과 이야기 해도 회화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거지.] [.........흐응. 어긋나 있구나, 우리들.] [그래. 어느쪽이 이상한가는 문제가 되질않아. 말하자면 세상에서 떨어져있는 쪽이 어긋나 있다는거야.] [그래? 이상한건 세상 쪽일지도 몰라.] [헤에, 그게 무슨 의미냐.] [말그대로지. 너도 말했었잖아. 다수결의 원칙. 대부분의 의견에 찬성하지 않은 소수의견은 "사용할수 없어" 하고 제외되어 버리잖아. 어느쪽이 옳은지는, 관계가 없어. 모두에게 맞지않는 녀석은, 옳든 옳지않든 왕따가 되는것뿐. 어긋나 있다라는 표현에는 보편적인 기준은 통하지가 않아.] [──────흥. 그럼 뭐야, 우릴들 같은 살인귀는 악당이 아니다, 라고 말하는거야?] [.....어떨지. 일의 선악 같은건 몰라. 단지 이치로 생각하면 어긋나 있는것은 우리들이 아니잖아....그래, 예를들자면 복서 라는게 있잖아. 굳이 복서가 아니라도 상관없지만, 어쨋든 이해하기 쉬우니까 예로들게.] [복서 라는것은 말이야, 서로 때리는게 일이라구. 그것도 그냥 때리는게 아니야. 감량이라는 괴로운 체험을 하고, 매일매일 사람을 때리는 훈련을 하지. 어떻하면 사람을 잘 때릴까. 어떻하면 사람을 잘 때려 눕힐까. 그것만을 매일, 칼을 갈듯이 단련해 가. 이걸, 어떻게 생각해?] [......흐응. 그런 녀석들이 있구나. 그래, 그 다음은?] [아니, 그것뿐이야. 단지, 그들은 서로 때리기만 할뿐, 죽이지는 않아. 그야 사고로 죽는경우도 있어. 하지만 그 경우는 일반적으로 살인죄에는 해당하지않아. 왠지말이야, 이거 굉장하지 않아?] [────죽여도 좋다는거냐, 그거.] [아니아니. 죽이면 안돼. 하지면 죽여도 상관없어. 굉장한 모순이지. 그것만이 아니야. 복서 라는것은 주먹이 흉기로 인정되어서, 싸움을 해서는 안된다고.] [.....그거 굉장한데. 복서의 주먹이 흉기라는걸 알면말이야. 어째서 복서라는 직업이 있는거지. 사람을 죽이는 흉기니까 말이야, 복서 라는것을 없애야 하는거잖아. 죽이면 안돼, 죽이면 안돼. 그러면서도 세상에는, 살인도구가 넘쳐나지. 법률에서 조차 용인되어있어. 그런데도 살인은 안된다고 한다면, 이건 정말 혼돈이라 할수밖에 없어. 상식이라는 것이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선량한 것이라면, 우리들은 어긋나 있지않다구. 그도 그럴게, 상식에서 어긋나 있다면 그건 이 세상이니까 말이야.] ......라고해도, 복서 라는 직업을 적시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가지 직업이 있지만, 그만큼 자기의 목적을 위해서 열중할수 있는것은 없을거다. 일절 유혹을 끊고 자신을 단련해 간다. 인간은 알기쉬운 강함에 흥미를 보이는 생물이다. 그래서 경기는 없어서는 안된다. 그 중에서도 상대를 상처입히는 경기를 고른것은, 뭔가가 씌어있는 것이다. 강함에의 동경. 강함에 밖에 집착하지 못했던 사고. 그것은 아마도, 매우 건전한 정신이다. 나와 이 남자처럼 결과로밖에 의미를 구하지않는 사고와는, 색채야말로 비슷한 것의 그 모양과는 다른거겠지. 무언가, 자기마져 잊고서 열중하는 모습. 그건 그 개인의 자유로는 될수없다. 학문을 숭배하는 자, 예술에 소신하는 자, 상없에 매진하는 자. 그것은 개인이 결정할수 있다라면, 이 세상은 좀더 알기쉬운, 깨끗한 퍼즐이 되어 있었겠지. 하지만 이 퍼즐은 구멍 투성이다. 곳곳이 빠져있고, 그 중에는 정말로 규격이 이상한 피스도 섞여있다. [흐응. 너, 말을 잘하는 녀석이네. 예전에, 너 같은 친구가 나에게도 있었지. 그녀석은 뭐랄까......그래,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않았어. 그래서 아무것도 바리지 않았던것 처럼 보였던 거겠지. 그건 뭐랄까, 굉장한 고고(高孤)여서 말이야. 고고라는건 고독의 별명이잖아. 그래서 나는, 그게 신경이 쓰여서 어쩔수가 없었어.] [......흐응.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인가. 너는 어때? 뭔가 갖고싶은거 있어?] [......어떨런지. 있었다는 느낌이 들지만, 생각이 나질않아. 그런 너는 어때?] [바라는것은 누구에게나 있는거잖아. 하지만 깊이 빠지는 일은 없었지. 자기를 잃을 정도의 백열(白熱)은, 그래───오늘 밤의 이것이 처음 이었는지도 몰라.] [아하하. 그런점에서는 너도 살인귀라는 것이구나, 그건.] [....어떨지. 아직 단정지을수는 없어. 그런 너는 어떠냐? 살인은 재미있냐?] [─────바보냐 너는. 재미있다면 쉴새도 없이 했을거야. 이런것에, 이유는 없다구. 단지 시작했다간 빠지게 되지. 그런 이야기다.] ......그렇구나. 그건 조금이라도 이해가 되었다. 말하자면, 살인행위를 즐기고 있는것이 아닌, 살인을 저질러버린 경우, 그 작업에 몰두하게 될지 어떨지. 그것이 어긋나 있는건지 아닌건지의 차이라는 것인것 같다. [너 말이야. 어렸을 적에, 라디오 같은걸 해체해본 말투인데?] [라디오(螺子男).......? 아니, 그런녀석을 죽인 적은 없는데.] [────오케이, 재미없는 대답 고마워. 덧붙여 말하자면, 지금건 농담이야. 유기와 무기는 대극(對極)이니까 우리같은 것은, 오히려 의사 같은게 어울릴지도 몰라.] [의사, 인가. 나, 약은 싫다. 주사 맞으면 자신이 희박해지잖아. 왠지 말이야, 꼭두각시가 된듯한 느낌이 들잖아.] ........그런건가. 이쪽은 주치의까지 있는 몸이니까, 약 같은건 일상다반사인 것이라. [───────아─아. 즐거웠어, 정말로.] 남자가 일어난다. 그러고는───감정이 없는 눈으로 나를 내려다본다. [───그럼. 같은 거리에 두 사람은 필요없겠지. 이렇게 좁은 우리에 사자가 두마리나 있다면 죽도밥도 안되니까 말이야.] 남자는 나이프를 꺼내려고 한다. 무기질한 살기. 남자는 진심으로, 나와 서로 죽이려는걸 바라고있다. [그만두는 편이 좋아.] 지극히 자연스레, 그런 말이 나왔다. [왜?] [그야, 생물로서 네 쪽이 강하지만.] ────하지만, 그게 서로 죽이는 거라면. [너보다, 내 쪽이 우수하니.] [─────, ─────] 끼익, 하고 이를 가는소리. 남자는 굳은 웃음을 띠운후에, [하.......아하, 아─하하하........ㅅ ! !] 하고, 큰 소리로 웃었다. [뭐야. 그렇게 이상하냐, 살인귀.] 히히, 히히히, 하고 남자는 신경질적으로 계속 웃었다. .....어쩔수없이 이대로 놔두기로 하려던 순간, 남자는 갑자기 웃음을 뚝 그치고는 나를 보았다. [────그렇군. 네가, 맞아.] 그 말만을 남기고는, 남자는 혼자 걸어나갔다. [이걸로 나의 시대도 한물갔군. 너 같은 녀석이 나온이상, 내가 이 거리를 나간는수 밖에 없는거겠네.] [....굳이 나는 너의 뒤를이을 생각은 없지만.] [아니아니 무리라니까. 오늘 밤, 처음으로 빠졌었지? 그러면 이제 내일부터는 같은일의 반복이야. 너는 이제 하루라도 견딜수가 없을거야. 그럼 뭐, 두번다시 만나지 않기를 빌지.] 한 손을 들어 인사하고는, 남자는 가버렸다. [────────] 두번다시 만날수 없어, 라고 듣고는 조금은 유감이라고 생각했다. 발 밑에는 남자가 마신 캔커피가 10캔 정도. 결국, 이 빚을 되돌려 받을일은 없다는 것이었다. ────자, 방으로 돌아왔다. 조금만 있으면 날이 샌다. 들은대로 모든것을 있고, 이대로 자기로하자───── 4/?籃の庭 END 5/カインI 등골이 뒤틀리는듯한 기분이 들어서, 혼자서 잠이 깨었다. [아.......아, 아야야...........]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멍한 정신으로 등을 만져보니, 등에는 이렇다할 상처는 없다. .....아픔은 등이 아닌, 등골에서 전해져 오는것 같다. 그것도 아프다는것 보다, 뭔가 뜨거운 것이 목뒤부분에 모여있는듯한 느낌. [.....잠을 잘못잤나. 침대가 푹신한건 좋지만, 그렇다고 너무 좋아도────] 하고. 자신의 손을 보고, 사고가 멈추었다. [─────뭐야, 이거.] 양손을 응시했다. 붉다. 양손은 팔꿈치에서 부터 붉을 페인트가 칠해져있고, 양손은 새빨갛게 되어있다. 아니, 붉다는건 별로 어울리지 않다. 양손에 칠해진 페인트는 말라서, 지금은 붉다기 보다 검었다. [─────────] 잘, 모르겠어. 어젯밤은 코하쿠씨와 중앙정원에서 이야기를 나눈 후, 그대로 잤을텐데. 이렇게 손을 더럽힐만한 짓은 하지도 않았고, 악몽을────꾼 기억도, 없다. [읏..........! ] 찌리릿, 하고 두통이 왔다. 어째서 양손에 페인트가 묻어있는지는, 어쨋든 나중에 생각하자. 이제 얼마 안있으면 7시가 된다. 히스이가 나를 깨우러 오기전에, 이 양손에 묻은 페인트를 지우지 않으면 안되겠지. 욕실에서 양손을 씼고 로비로 돌아왔다. [시키님?] 하고, 히스이가 불러세웠다. [아, 안녕 히스이. 오늘은 일찍이 일어나서, 잠시 세수를 하고왔어.] 왜인지 뒤가 캥겨서, 변명을 해보았다. [네, 안녕하십니까. 그러면 옷 갈아입는건 어떻게 하실겁니까. 방에 준비를 해 두었습니다만.] 히스이는 이미 내 방에 갔다온듯 하다. 때마침 계단에서 어긋난 것인가. [그렇네, 아침식사가 끝나면 방에서 갈아입을테니, 그대로 놔둬. 깨우러 와주었는데, 방에 없어서 미안해.]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언니에게 말해둘테니까, 거실에서 기다려주세요.] 히스이는 코하쿠씨를 부르러, 서관으로 걸어갔다. [──────그럼.] 시간은 아직 6시 30분. 이 시간이라면 거실에는 아무도 없을거고, 여유있게 아침을 보내도록 하자. [놀랐어요. 오라버니, 일찍이 나오시네요.] ─────하고. 거실의 문을 열자마자, 우아하게 홍차를 마시면서 아키하가 그렇게 말했다. [........아니. 놀란건 이쪽인데.] 어떻게든 냉정하게 대답을 하고는, 거실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어찌된거야 아키하. 설마 너 항상 이렇게 일찍이 일어나는거야?] [그래요? 오늘은 평상시보다 1시간 늦게 일어났으니까, 별로 빨리 일어난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뭐가 즐거운지, 아키하는 기분이 좋아보였다. 평상시라면, [오라버니, 학생으로서 이 시간에 일어나는건 상식이잖아요. 무위하게 시간을 보내고있는 오라버니와 저를 같이 보지말아주세요.] 정도는 말해올것인데. [.....아키하?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냐?] 조심스레 물어보니, 아키하는 환하게 웃으며 네, 하고 기품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 오라버니도 서있지만 말고 앉아주세요. 아침식사까지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당분간 제 말상대를 해주세요.] [아───뭐, 상관은 없지만.] 아키하 맞은편의 소파에 앉는다. 아키하가 쓰고있는것과는 별도로, 티컵이 하나 더 준비되어 있다. 조르르륵 하고 소리를 내면서, 매우 고급스런 티컵에 홍색의 액체가 채워진다. 흔들, 하고. 올라오는 열기 마저도, 어딘지 모르게 부르조아틱 하다. [우유 넣으시겠어요? 넣는다면 가지고 오겠는데.] [아니, 이대로면 됐어. 그런데 아키하. 어째서 티컵이 2사람분 있는건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소박한 의문을 말해본다. [네. 언제 오라버니가 와도 문제없도록, 홍차의 준비는 언제나 2사람분 해두고 있어요.] [에────그건 결국, 어제도 그저께도 나를 기다렸다, 라는 것입니까.] 아키하의 대답이 두려워서, 어미가 경어로 바뀌었다. 하지만, 아키하는 전혀 화난기색 없이, [그렇지만, 별로 오라버니가 신경쓸 일은 아니에요. 이건 제가 좋아서 하는일이니까, 오라버니도 자신이 좋을대로 아침을 보내도 상관없어요.] .......음. 아키하의 말은 여지없이 정론이다. [그리고 저, 오라버니는 이대로로 좋다고 생각해요. 정말로 가끔, 기분이내킬때 만이라도 좋으니까 이렇게 일찍이 일어나주는것 만으로도 충분해요.] 빙긋, 하고 웃고는 아키하는 티컵을 입 에 대었다. [우──────] 등에 한기가 감돈다. 뭔가, 이상해. 그야 아키하가 어른스럽고 기품이 있고 상냥한건 나에게도 행복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이상하다. 이상한 일은 신경이 쓰이기에, 잠시 조사를 해보기로 하자. [아키하, 너 말이야.] [네? 무슨 일이에요, 오라버니.] [응.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보니 아직 술이 덜깬거지.] [───────────네?]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아키하. 한쪽 눈썹이 잠시 치켜올려진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웃음을 유지하는 점에서는 강자이다. [저기. 묻고싶지는 않지만, 오라버니는 대체 무슨생각을 하고 있는거에요?] [아니, 그치만 어제 아키하가 엄청나게 마셨잖아. 보통 그정도의 알콜은 하루로는 빠지지 않으니까, 아키하는 아직 술이 덜깬거야.] 그게 아니라면, 오늘 아침의 아키하가 기분이 좋은건 설명이 되지않아. [오, 오라버니, 당신─────────] 고개를 숙이고 부들부들 어깨를 떨고있는 아키하. 아무래도, 간파당한게 분한듯 하다. [자자, 굳이 무리해서 나에게 그런 대접을 할 필요는 없으니까, 방으로 돌아가라니까. 오늘 하루정도는 학교를 쉬어도 웃지 않을테니] [그럴리가 없잖아요───── ! ! ! ! !] 탕, 하고 아키하의 손이 테이블을 내려친다. 하늘을 날으는 티컵과 티컵. [───그런거야? 아키하, 억지로 참는건 좋지 않다구.] [억지로 참고있지 않아........! 오라버니는 제가 어젯밤의 알콜을 그 다음날까지 끌고가는 그런 볼품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 ?] 탕, 하고 다시 테이블을 내려친다. 또 하늘을 날으는 티컵과 티컵. [대체 말이에요, 멋대로 사람의 일정을 정하지 말아주시겠어요? 왜 제가, 학교를 쉬는데에 일일이 오라버니의 허락을 받지않으면 안되는 거에요............! ! ! !] 하아하아 하고 거치게 숨을 내쉬면서 노려보는 아키하. [............................] 그건을 진진하게 받아들이고, 음, 하고 팔짱을 꼈다. [원래 상태로 돌아왔잖아. 뭐, 저 정도로 활발한거 보니 확실히 어제의 알콜은 다 빠진것 같군.] [아─────────] 하고 다람쥐가 설탕과자를 먹는듯한 얼굴을 하고, 아키하는 눈썹을 찌푸린다. [......오라버니. 지금 것, 일부러 한거죠.] [별로─. 그렇게 생각했던건 진짜이지만 말이야.] [수단이 구식이에요. 어째서 이렇게, 자연스럽고도 평온한 아침이 연출되지 않는거에요, 오라버니는.] [너야말로. 평화로운 아침이란건 연출하는 것이 아니잖아. .....뭐, 항상 기다려 주었던건 솔직히 기뻐. 하지만 뭐랄까, 아키하와 이렇게 시끌시끌하게 아침을 보내는 편이 보람이 있으니까, 말하고 싶은게 있다면 시원스레 말해주는 쪽이 나도 기쁘단 말이다.] ......뭐, 아키하가 진심으로 불평을 말해 온다면 토노 시키는 부셔져 버리기에, 그 점 적당히 해주었으면 하고도 생각하지만. [뭐에요 그거. 시끌시끌 하다니, 저와 오라버니는 그런 사이인가요.] [안될까. 나, 아키하와는 솔직하게 말을 트고싶어. 거짓말을 하고싶지 않고, 될수있으면, 감추고싶지도 않아.] [아......응, 그건 저도, 그렇지만.........] 중얼주얼 하고 무슨 말을하는 아키하. [.......정말. 오라버니, 제가 안보는 사이에 말솜씨가 늘었네요. 예전에는 이렇게 나를 구슬리는건 할수 없었는데.] [그렇냐? 지금건 어디까지나 본심이야. 최고로 사랑.......까지는 안되지만, 소중한 여동생과는 사이좋게 지내고 싶습니다, 오빠로서는.] [오빠 라는 얼굴인가요, 오라버니는. 농담이라도 두번다시 그런말을 입에 올리지 말아주세요. 기분 나쁘니까.] 흥, 하고 아키하가 얼굴을 돌린다. 그렇게 아키하는 할일없이 티컵을 바라보고 있다가, 고개를 숙인채로, [......저도, 오라버니에게는 감추고싶지 않아요.] 그런말을 했다. [뭐야. 나에게 뭐 감추는게 있냐, 아키하.] [아니에요. 그냥 바라는게 있다면 오라버니가 일찍이 일어났으면 하는거에요......정말로, 오늘 아침은 오라버니가 일찍이 일어나서 굉장히 기뻤으니까. 그러니까, 그......오라버니가 항상 이렇게 같이 차를 마셔준다면, 매일 행복한 기분으로 학교에 갈수 있겠구나 하고, 저────] 머뭇머뭇 거리면서 엉뚱한 쪽을 보면서 계속하는 아키하. 그곳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시키씨, 아침식사 준비가 다 되었는데.] 하고, 코하쿠씨가 왔다. [어라.....? 아키하의 아침은 없는거에요?] [아니에요, 아키하님 이라면 이미 드셨잖아요. 시키씨, 아키하님과 같이 식사를 하시고 싶으시다면 6시 전에 일어나지 않으면 안돼요.] .......하아. 그건 뭐, 당분간은 불가능하겠지. [그런가. 그럼 아침을 먹고 올테니까, 나중에 봐 아키하.]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을 향했다. [...................................] 아키하는 말없이 나를 배웅했다. 그, 뭔가 말하려는 듯한 시선은 내가 아닌, 나를 부르러 온 코하쿠씨를 향하고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식사를 끝내고 거실에 돌아오니, 아키하의 모습은 이미 없었다. 대신이라는건 뭐하지만, 히스이가 티세트를 치우고있다. [어라......? 히스이, 아키하는?] [아키하님 이시라면, 먼저 학교에 가셨습니다만.] [그런가, 아키하의 학교, 멀었지......그럼, 나도 한가로이 있을대가 아니지.] [네. 방에 제복을 준비해 두었으니, 다 갈아입으시면 불러주세요.] 히스이는 발소리를 내지않고, 조용히 로비로 사라졌다. 방에서 제복으로 갈아입고, 평상시보다 여유를가지고 저택을 뒤로했다. [오늘은 곧바로 돌아올테니까, 한 4시 정도면 돌아올거야. 아, 그리고 여기까지 마중나오는건 하지않아도 돼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시키님,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고마워. 그럼 갔다올게.] 깊숙이 고개를 숙이는 히스이에게 손을 흔들고, 언덕길로 달려나갔다. 아무일도 없이 교실에 도착하고, 언제나처럼 수업이 시작되었다. [──────────] 거기서 알아차렸다. 유미즈카의 책상이 없어졌다, 는 것을. 클래스메이트가 한 사람 없어진 정도로 학교의 시간표는 변동이 없다. 공석은 공석으로 놔두는게 아니라, 비어버린 책상은 메워지고, 일상은 평상시 대로 흘러간다. [.....어, 째서.] 알아치리고는, 불안해졌다. 유미즈카와의 일은, 결코 잊어버릴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어째서───지금까지, 그녀의 일을 기억해 내려하지 않은거지. ─────시키군도 나와 마찬가지야. .......그 말은, 아직 머릿속에 박혀있다. [................하지만, 이상하다.] 그런데도 아무리해도, 그것을 깊게 생각할수가 없다. 그날 밤. 아키하가 치료를 해주던때에, 무언가를 떨어뜨린듯 하다. 이렇게 여기에 있는것도, 흡혈귀였던 유미즈카 사츠키의 일도, 모두 공허하다. 아니면 그건, 정말로 어렴풋한 꿈이었던 것인가. [..........그럴리는, 없겠지만........] 그것을 부정하는것이 어째서인지 되질않았다. 이렇게 있는 지금도, 유미즈카가 없는 교실에 있다는데도 그녀의 기억이 잘 떠오르질 않는다. 그날 밤부터 지금가까지. 무언가가, 현실로서, 토노 시키의 안에서 나사가 맞지 않아있는 듯 했다────── 정신을 차리니 하루가 끝나있었다. [...............하아.] 아리히코와 선배를 만날 기분이아니다. 오늘의 나는 학교보다, 토노의 저택쪽이 더 기분이 가라앉는것 같다. 로비에 들어가니 바로 히스이의 모습이 있었다. [다녀오셨습니까, 시키님.] [.......아아, 다녀왔어 히스이. 코하쿠씨와 아키하는 외출?] [아키하님은 아직 돌아오시지 않으셨습니다. 언니라면 뒷뜰의 청소를 하고있습니다만.] [평상시대론가. 그럼 방에 돌아간테니까, 히스이도 하던일 마저해.] [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발을 들였다. [아, 시키님.] [응?] [저는 마키히사님의 방을 정리하고 있으니까, 무슨 일이 있으시면 불러주세요.] 히스이는 동관으로 빠른걸음으로 가버렸다. 웃옷을 벗고, 가방안을 정리한다. ────그러자. 교과서에 섞여서, 흰 리본이 나왔다. [............그런, 가. 이제, 돌려주지 않으면 안돼겠지.] 8년의 그날부터 가지고 다니던 리본. 나는 이것은 돌려주기 위해 돌아왔으니까, 이제 원 주인에게 돌려주지 않으면 안된다. 리본을 쥐고 일어섰다. .......히스이에게 리본을 돌려주는 장면을 상상하고는,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8년전. 그 나무 아래에서 나누었던 말은, 그야말로 단 두, 세 마디였다. 그래도 그건 내에게 있어서 소중한 추억이다. 그러니까───설령 나대로의 추억이라해도, 히스이가 약속을 기억하지 않는이상, 리본을 돌려주는건 싫다. [──────그리고, 어딘가.] 표현을 할수는 없지만, 무언가 틀리다는 느낌이든다. 이 가슴에 걸리는것이 없어질때 까지는, 이 리본을 가지고있고 싶었다. [─────하아.] 의자에 앉아서,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본다. 주머니에는 리본. 관내에서는 히스이와 마주치기에, 기분이 가라앉을떄 까지 중앙정원에서 쉬기로했다. ............. ......................... ..................................... ................................................... ....................................문든, 어제의 일이 떠올랐다. 술을 깨기위해 중앙정원으로 나온 후, 코하쿠씨와 이야기를 할때. ────어째서 돌아오신 거에요. 평상시의 웃는얼굴이 아닌, 일순간의 얼굴. 그건 대체, 무슨 일이었던 거지───── [오야? 시키씨, 여기가 마음에 드시나보죠?] 청소를 끝내고 돌아온건지, 코하쿠씨는 빗자루를 들고왔다. [아───아, 아니, 그런건 아니에요.] 때마침 코하쿠씨를 생각하고 있던 때에 본인이 나타나버려서, 나도모르게 말을 더듬었다. 어쨋든, 여기에 있으면 코하쿠씨가 청소하는데 방해가 될테니 바로 방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어라, 시키씨 가시는 거에요? 아직 시간도 이르고, 좀더 중앙정원에 있어도 괜찮잖아요.] 빗자루를 땅에 놓는 코하쿠씨. [아니, 코하쿠씨가 일하는데 방해가되면 미안하니까.] [중앙정원의 청소는 끝났어요. 화단의 상태를 보고나면, 오늘의 청소는 끝이에요. 저녁때 까지 잠시 여유가 있으니까, 저도 여기서 쉬려고 생각했어요.] 코하쿠씨는 정원에서 중앙정원의 테라스까지 와서는, 일은 하지않아요─, 라고 말하려는듯 에이프런을 벗었다. [그런이유로 시키씨. 제 말상대가 되어주시지 않겠어요?] [아───네. 코하쿠씨만 좋다면, 기쁘게.] 결정났네요, 하고 웃는얼굴로 말하고는 코하쿠씨는 조금 떨어진 의자에 앉았다. ───아니, 정정. 앉으려다가,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시키씨. 왠지 시큰둥한 얼굴을 하고있네요.] [에? 그런 얼굴 하고 있었나요, 나?] [네. 그런 얼굴을 하고있으면 안경이 흐려진다구요.] 코하쿠씨는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수없는 충고를 해온다. [그런데 시키씨. 어젯밤에 이야기한거 말인데.] [? 어젯밤 이야기라니, 어떤.] [그러니까, 예전에 시키씨가 물건을 빌렸었다, 라는 이갸이에요. 그거, 벌써 돌려주었나요?] 눈을 반짝이면서 코하쿠씨가 물어온다. ........나이프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코하쿠씨는 생각보다 호기심이 강한 성격인듯하다. [........아니, 실은 빌린상대에 대한 기억이 잘 안나서. 그래서 라는건 아니지만, 빌린 물건은 당분간은 가지고 있어야겠다 하고.] [어머, 시키씨도 참, 그대로 슬쩍하시는거에요? 그렇게 좋은 물건인건 아니잖아요?] [아하하. 응, 분명히 좋은건 아니었지. 빌린것까진 좋았는데, 결국 한번도 사용한적이 없으니까.] ......뭐, 남자가 리본을 쓴데도 보기좋은게 아닐거고, 다행히 나에게 그런 취미는 없었으니. [흐─응, 그렇습니까. .....저기 시키씨. 시키씨가 물건을 빌린 상대, 라는것을 맞추어 볼까요?] [상관없지만. 코하쿠씨, 이런거 좋아하나보네.] [네. 그래서 말인데, 시키씨가 무언가를 빌린 상대, 라는건 히스이 인거죠.] [───정답이야. 잘 아네, 코하쿠씨.] [그치만 8년전의 일이죠? 그 때의 시키씨와 사이가 좋았던건 히스이잖아요.] 코하쿠씨는 즐거운듯이 말한다. [.................?] 사이가, 좋았다..........? [......그랬었던가. 하지만 사이가 좋았는지 어땠는지는 접어두고, 그 약손은 소중한 것이었어. 8년전의 그날. 지금까지 보고만 있었던 그 아이가 돌려주러 와줘 하고 말해주었다.......그것 만드로도 토노 시키는 구원받은거야.] [................하?] 코하쿠씨는, 진지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 [그녀에게 있어서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그 약속이 없었다면 나는 이 세상을 원망해, 굉장히 비뚤어진 녀석이 되었을지도 모를거라 생각해.] .......필요없는 아이로 취급받던 그 날. 가장 마음데 드는 물건을 받고는, 그것을 반드시 돌려주러 온다고 약속을 해버렸다. 자신이 돌아갈 장소에서, 유일하게 그 아이만이, 토노 시키가 돌아오는걸 기다리고 있을거라 생각하는것 만으로도──── 이제, 아무것도 필요없을 정도로. [......아아, 그래. 그래서 간단히 돌려줄수가 없어. 리본을 돌려준데도, 마치 아무것도 아닌 식기처럼 히스이는 오래된 리본을 받는다. .......그런건, 싫었어.] [──────] [이런게 내멋대로인건 알고있어. 하지만, 아무리해도 히스이에게는 돌려줄수가 없어. 이 리본을 돌려줄때는, 상대도 기억해 주었으면해. 정말로 기뻤으니까, 고마워하고 인사를 하고, 분명하게 약속을 지키고 싶었어....그렇지 않으면 나는, 그 때의 히스이에게도, 그 덕분에 여기에 있는 자신에게도 미안한 기분이 들어서.] 의자에 앉은채로,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심정을 토로했다. .......어째서 코하쿠씨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는 알수없다. 어젯밤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이 정원에는 무언가, 과거를 방불(彷彿)하게하는 효과가 있는건지도 몰라. [......코하쿠씨? 왜그래요, 왠지 괴로운 얼굴을 하고있는데.] [에? 저는 평상시대로 있는데요.] 괴로운듯한 얼굴을 하고, 코하쿠씨는 변함없는 어조로 웃는다. ........이야, 웃으려고 한것, 같다. [시키씨? 저, 그렇게 이상한 표정을 하고있나요?] 말하고는, 코하쿠씨는 창문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역시 괴로운듯한 얼굴을 한 코하쿠씨가 있고, 그런 자신을 코하쿠씨는 멍하니 바라보고있다. [코하쿠씨........? 기분이 안좋으면, 무리해서 나와 이야기 하지않아도 좋으니까, 방에 돌아가서 쉬는편이 나아요.] [────그렇네요. 잠시 쉬고나서, 저녁 준비를 하지않으면 안되니까.] 코하쿠씨는 서두르지않고, 천천히 테라스에서 나간다. [그리고 시키씨? 히스이는 잘 잊어버리니까, 느긋하게 기다려주세요. 아, 아니면 8년전과 같은 정원의 나무 아래에 데려가는것도 좋을지 모르겠네요. 어떤 계기로 생각날지도 몰라요.] 코하쿠씨는 빗자루를 주워들고, 저택뒷쪽에 있는 뒷문으로 걸어갔다. [.....그렇군. 그 나무 아래에 데려가면, 분명히 기억날지도 몰르겠군......] 하지만, 그것도 왠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 혼자 애가타서, 억지로 히스이가 기억나게 한다해도 기쁘지가 않다. 하지만, 그 나무를 보러 가는것은 좋은 생각이다. 돌아와서 아직 한번도 가보지 않았으니, 다음 휴일에라도 상태를 보러가도──── [....................어라?] 그러고보니, 어째서 코하쿠씨는 히스이와 만남 장소를 알고있는거지. ........코하쿠씨와 히스이는 자매니까, 히스이에게서 들었다해도, 어딘가 납득이 가질않아. 그 약속은, 뭐랄까 비밀같은 것이었다. 히스이의 성격에서 보면, 그런 장면은 아무리해도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저녁은 언제나처럼, 나와 아키하만의 조용한 것이었다. 코하쿠씨는 아키하의 뒤에, 히스이는 나의 뒤에서서,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는 방식의 저녁. [..................] 단지, 평상시와는 달리, 아키하의 상태가 이상했다. 지금까지 내가 식기가 부딪치는 소리를 낼 때마다 노려보았는데, 오늘은 아키하 본인도 소리를 내고있다. 결국에는, [───방으로 돌아갈게요. 저녁은 치워주세요.] 라고 말하고는, 도중에 식당을 나가버렸다. [......왜저러지, 아키하녀석. 아침에는 그렇게 활기찼었는데.] [.......................] 히스이는 아무말도 하지않는다. 코하쿠씨는, 주방에서 평상시처럼 식기를 치우고 있었다. ─────그런중에. 로비쪽에서, 무언가가 쓰러지는 소리가났다. [───아키하! ?] 왠지 그런 예감이 들어서, 로비로 달려갔다. [────── ! ] 그곳에는, 계단에 기대고있는 아키하가 있었다. 아키하의 호흡이 거칠어서, 떨어져있어도 하아하아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얼굴이 새파랗고, 이마와 팔에 구슬같은 땀이 맺혀있었다. .......그 모습은, 한눈에 봐도 심상치 않다는걸 알수있었다. [어이, 이키하 ! ] [가까이 오지마..........! ] [읏 ! ] 발을 멈추었다. 아키하는, 계단이 기댄채로, 강하게 나를 거절했다. [무슨───가까이 오지말라니, 무슨 말 하는거야. 무슨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괴로워하는 녀석을 그냥 둘수는 없잖아.] [───괜찮으니까, 오라버니만은, 가까이 오지말아, 요.] [무슨────] 두근, 하고 심장이 뛰었다. 단지, 괴롭게 숨을 쉬는 아키하의 모습. .........어떻게 된거야. 그것이 유미즈카 사츠키의 모습과 굉장히 비슷하다고, 일순이라도 생각하다니. [아키, 하────] [괜찮으니까 오지말아 주세요. 지금 가까이에 오면, 저는 분명히 이상하게, 되────] 스르륵, 하고. 계단에 기대고있던 아키하의 몸으 쓰러졌다. [아키하───────── ! ] 아키하에게 다가간다. [오라, 버니.....그만, 둬───] 쓰러지면서도 나의 손을 거부하는 아키하. 그것을 무시하고, 아키하를 양손으로 안았다. [읏......................] 아키하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진다. 무언가를 견디는듯, 입술을 깨물고있는 아키하의 표정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워 보였다. [───시키씨........! ?] 코하쿠씨가 로비로 나왔다. [코하쿠씨, 아키하가 이상해. 어쨋든 눕혀두고 올테니까, 알겠죠?] [────네. 너도 금방 갈테니까, 아키하님을 부탁드립니다.........! ] 코하쿠씨는 빠른걸음으로 서관으로 사라졌다. [.....아.........핫, 아................! ] 목소리를 죽이는 아키하. 큭, 하고 꺾여진 등과, 내밀어진 가슴이 애처로웠다. [오라버니───놔 줘요───] [바보, 가만히 있어.........! 금방 방에 데려가 줄테니까......! ] 팔 안에서 난동치는 아키하를 안아서, 계단을 올라갔다. [안돼.....오라버니....놔 줘요───] 멍한 눈을 하고서, 아키하는 아직도 나의 손을 놓으려고한다. [괜찮으니까 가만히있어.......! 지금 정도는 조용히 내게 기대어도 좋잖아........! ] 그렇게 말하고는 복도를 달렸다. 거칠은 아키하의 숨소리. 거칠은 아키하의 손톱. 흩어진 아키하의 머리카락이, 나에게서 냉정함을 빼앗아간다. [──────] 어떻게 된거야. 지금, 한순간. 무슨 붉은색이, 보인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아, 응........하, 아..........] 아키하의 호흡은, 보고있는것 만으로도 괴로워 보였다. 꼬옥, 하고 가늘은 손가락이, 내 옷을 찟을정도로 강하게 잡고있다. [자 아키하, 침대에 눕힐테니까 편히있어.] [후아.....아.......핫......아............] 하아하아 하고 거친 호흡을 하면서, 아키하는 침대에 누웠다. [응.........하, 응응................! !] 푹, 하고 일그러지는 침대. 아키하는 긴 머리를 흐트리고는, 괴로운듯 가슴을 긁는다. ───또 붉은색. 그건 기분탓이다. 망상을 떨쳐버리는듯, 큰소리를 냈다. [정신차려 아키하........! 제길, 어째서 갑자기, 이런...........! ! ! ! ] 나는, 괴로워하는 아키하를 앞에두고도 아무것도 할수없다. 분해서 입술을 깨물었다. 아키하의 모습이 너무나 괴로워보여서, 나도 힘을 조절할수가 없었다. ───푹, 하고. 입술이 찢어져서, 피가 맺혔다. 붉은 물방울이 침대에 떨어진다. 그건 아키하의 붉은 머리카락에 녹아서, 금방 보이지않게 되었다. [─────] 아니, 눈의 착각이다. 아키하의 머리카락은 검다. 붉게 보이는것은, 단지 내가 동전(動傳)하고 있다는 이야기일 뿐──── [..............아.................응..............] 눕혀놓은것이 운이 좋았는지, 아키하의 호흡은 점점 조용해졌다. [────────] 후우,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정도면 내가 없어도 괜찮겠지. 금방 코하쿠씨가 올것이니, 언제까지 아키하의 침실에 있을수도 없다. [......조용하게 있으라구. 금방 코하쿠씨가 올거니까.]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안돼..............! ! ! ! ! !] 아키하가, 안겨, 왔다. (본인은 이거보고 아키하 루트인줄 알고 잠시 쫄았었다..;;) [───────읏.] 아니, 안겨온다는 정도는 아니다. 아키하는 진정으로, 나의 들을 쥐어 뜯을 정도로 강하게, 달라붙은것 뿐이다. [아.......아키하, 너─────] 그 힘은 아키하의 가는 팔으로는 생각할수 없을정도로 강했다. 멍이 생길정도로 강하게, 아키하는 나를 조여왔다. [............싫어......가지말아요, 오라버니.] 꾸욱, 하고 아키하의 손톱이 등을 파고든다. 무언가를 두려워하는듯, 아키하는 단지 열심히 안겨온다. 그것을. 어째서, 떨쳐버릴수 없었던거지? 푸우욱, 하고 아키하의 손톱이 등을 찢는다. 상처를 받으면서도, 그래도 아키하의 어깨를 안았다. [.........아키하. 괜찮아, 이렇게 있으니까.] [아.......아, 아──────] 떨리는 손. 아키하는 나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는, 신음소리를 죽이고있다. [────아키하. 그렇게 괴로우면, 무리하지 않아도돼. 참을필요는, 없어.] [.....아니.....아니에요, 오라버니. 저는, 그런───오라버니에게 들을 자격같은건, 없어.] 말하고는. 추욱, 하고 아키하의 몸에서 힘이 빠졌다. [......아버님, 저는────저는, 오라버니를, 어떤 일이 있어도.] 흘러나오는 신음. 그것을 감추려는듯,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 손으로 하지않으면, 안되는 것인가요.] ────하고. 토해 내는듯한 비애가, 들렸다. [────────아키, 하?] [싫어────나, 어떻게하면...............!] 떨리는 목소리로, 아키하는 눈물을 흘린다. 신음이 봇물터지듯 흘러나온다. [........................] 아무말 없이, 단지 아키하를 끌어안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울다지친 어린아이 처럼 아키하는 잠들었고, 그 여린 몸을, 나는 침대에 눕혔다. [시키씨. 아키하님은 진정 되셨나요?]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는지, 코하쿠씨는 아키하의 침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아. 지금 자고있어요. 그런데 코하쿠씨, 아키하는 왜, 저런────] [아니, 시키씨가 걱정할 정도는 아니에요. 아키하님은 돌박적인 호흡곤란에 빠질때가 있어요. 시키씨에게 빈혈이 있듯이, 아키하님도 토노가의 사람이니까.] [.....뭐야 그거. 아키하는 평상시에는 건강하잖아요.] [네. 하지만 토노가의 분들은, 모두 그러한 질환을 가지고있어요. 유전적인 결함인지, 아키하님도 시키씨도, 두분의 아버님이신 마키히사님도 어딘가 신체적인 발작을 지병으로서 가지고있어요. 그 중에서도 아키하님의 병상은 가벼운 것이에요. 낙관적으로 볼수는 없지만, 시키씨와는 다르게 결코 목숨과 관련된것은 아니니까, 그런 무서운 얼굴은 하지말아주세요.] [────무서운 얼굴이라니, 어쩔수없잖아. 방금전까지 아키하게 그렇게 고통스러워 했는데. 나는 아무것도 할수 없었고, 지금까지───아키하가 그럼 몸이었다는걸, 몰랐었어.] [에에. 아키하님은 아무쪼록 비밀로 하도록, 신경을 써오셨으니까. 저희들도 시키님에게는 비밀로 하도록, 엄하게 지시를 받았으니까요.] [─────그런, 어째서.] [아키하님은 시키씨를 불쾌하게 하시고싶지 않으셨던 거에요. 그러니까 아무쪼록, 시키씨도 아키하님의 배려를 져버리는 일은 하지말아주세요] [.................읏] 할말이 없다. 코하쿠씨의 말이 너무나 정당해서 반론을 할수가 없다. 결국 나는, 혼자서 아무것도 모른채, 자신만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죄송합니다. 아키하를 잘 부탁드려요, 코하쿠씨.] 코하쿠씨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아키하의 방 앞을 떠났다. [──────────] 방에 돌아와도 잘수가 없었다. 무언가를 두려워 하던 아키하의 모습이 눈에 선해서, 마음이 진정되질 않는다. [아................야.] 등에 난 상처가 아프다. 아키하의 손톱이 긁은 등에는, 피가 흥건하다. 손톱을 살을 찢어서, 커터칼로 가른듯한 흔적이 몇십개나 나있다. ......하지만, 이런 상처는 아픈것도 아니었다. 창 밖 멀리있는 달을 바라본다. 아키하를 걱정하는 마음은, 그래도 진정되지 않는다. ..........그렇게나 고통스러워 하던 아키하. ..........몸에 질환을 가진다고 하는 토노의 일족. [─────────] 박동수가 올라간다. 그것을 생각하는것 만으로도, 아무것도 몰랐었던 자신에 대한 화가 치밀어오른다. [──────────] 붉다. 입술에 맺힌 붉은 피. 일순간, 붉은────피처럼 붉게 보였던, 아키하의 머리카락. [────────제, 길.] 자신에 대한 화로 진정이 되지않아? 그런건 거짓말이다. 그 머리카락. 그 색채를 생각하는것 만으로도, 두근두근 하고 심장이 요동친다. ........나는 어떻게 되어버린 거지. 그, 붉은 머리칼의 아키하를 생각하는것 만으로도, 피가 치솟아서, 숨쉬기가 괴롭다. 그래서 생각하지 않도록 하려는데도, 아무리해도 그렇게 되지않는다. 그 아키하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렇게나. 이렇게나 무언가에 빠져버린건, 이게 처음이었다. ────아니, 아니면. 이 머릿속이 새하얗게 타버릴듯한 감각은, 몇 일전에, 체험한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정말. 이거 아키하와 사랑에 빠진것 같잖아.] ......그것도, 또한 거짓말. 이 격앙은 사랑같은 상냥한것이 아니었다. 생각해내고, 거칠어진 호흡. 그것은 욕정이라 불리는 것이다. [───────────]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침대에 쓰러졌다. 기분이 가라앉지 않는다. 오늘밤은 이대로, 이런 기분으로 보내지 않으면 안되는것인가─── 똑똑, 하는 노크소리. [시키씨? 일어나 계신가요?] [에......일어나있는데, 코하쿠씨?] [네. 실례할게요, 시키씨.] 코하쿠씨는 은색 쟁반을 들고 방에 들어왔다. 쟁반에는 물이 들어있는 유리잔과, 약같은것이 있다. [아, 역시 기분이 않좋은것 같네요. 아까 시키씨, 굉장히 시큰둥해 보였으니까. 혹시 잠이 안오는거 아닐까─,하고 노파심에 와버렸어요.] 코하쿠씨는 침대까지 걸어왔다. [......코하쿠씨. 그거, 혹시 수면제 같은거에요?] [아니요, 그렇게 강한것은 아니에요. 안정제인데, 시키씨가 괜찮다면 권해드릴까 하고 생각해서.] 코하쿠씨는 조심스런 어조였다. 약은 권하지는 않겠지만, 내가 아무리해도 잠이 오지않으면 사용해주세요, 하는 의미. ........그 배려는, 정말로 고마웠다. [───고마워요. 때마침 잠이 안 올 때여서. 약, 받을게요.] (항상 환하게 웃는 코하쿠씨의 수줍은듯한 웃음...코하쿠씨도 충분히 모에닷!!) [......괜찮나요? 시키씨, 약 먹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주치의 선생님이 말씀하셨는데.] [별로 약을 싫어하는건 아니에요. 그 주치의는, 약의 부작용을 설명하지않고, 사람을 실험대로 삼아서. 하지만 코하쿠씨는 달라. 코하쿠씨가 준 약이라면 안심할수 있어요.] 잔을 받아들고, 약을 먹었다. 물로 약을 위까지 흘려보낸다. ....별로 즉효성이 있는것 같지는 않지만, 차가운 물의 감촉이 격앙된 마음을 진정시켜 준것같다. [고마워요. 이거라면 금방 잘수있을것 같아.] (얼굴을 붉히는 코하쿠씨 이걸로 코하쿠씨 모에도 업~!) [네. 그럼 실례하겠어요. 좋은꿈 꾸세요, 시키씨.] 코하쿠씨는 인사를 하고 방을 나갔다. [────────후아.] 팔을 쭉 뻗어서, 크게 숨을 내쉰다. .......오늘 밤은 아키하의 일을 생각하는건 그만두자. 오늘은 어쩃든 자고, 할일은 내일이 되면───── 5/カインI END VI/ 未來視 未來死 눈이 뜨였다. 코하쿠씨의 약 덕분인지, 머리가 굉장히 상쾌했다. 사각의 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마찬가지로 상쾌한 하늘이다. 무언가, 오늘은 좋은일이 있을것같은 느낌이든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학교를 향한다. 오늘은 아키하의 얼굴정도는 보고가려 했지만, 그만두었다. 뭐든지 서두르면 될것도 안된다. 오늘은 조용히 학교에 있기로하자. ────학교는 평상시 그대로였다. 아무런 변화도없고, 자신을 위협하는것도 없다. 방과후가 되면 학생들은 하교를하고, 교사는 조용하게 된다. 의미도 없이 해가 질때까지 시간을 보내기로했다. 저녁이 되었다. 아직 저택에 돌아갈 마음은 없다. 조금 놀고서, 어떻할지 생각하자. ────헉, 헉, 헉, 헉──── 일을 끝내고, 호흡을 재개했다. 눈 앞에는 방금 시체가된 여자의 모습. 양손은 역시 피로 물들어있다. ────헉, 헉, 헉, 헉──── 또 저질러 버린것 같다. 할 마음은 없었는데, 일단 시작해버리면 괜히 불타오르게 된다. 나쁜 버릇이다. 그럼, 시체를 어떻게할까. ────헉, 헉, 헉, 툭──── 자신의 숨소리만이 밤에 울려퍼진다. 그런데, 지금, 마지막에 이상한 소리가 났다. [─────────누구야! ?] 돌아본다. 큰 길로 이어지는 좁은 길에서, 발소리가 들려온다. ─────헉, 헉, 헉, 헉──── 이마에서 땀이 흘렀다. ........긴장하고 있는건 아니다. 몸이, 굉장히 뜨거웠다. 어떻게 된거다. 너무 더워서 목이 말랐다. 시체를, 굉장히 뜨거웠다. 시체의 목에 이빨을 세워서, 피를 마셨다. 목마름은 그정도로는 없어지지 않았다. ─────헉, 헉, 헉, 헉───── 흔들, 하고 시계가 일그러진다. 기분탓이 아니다. 이 주변의 기온이 이상하다. 대기의 차가움에 비해서, 지면의 온도가 너무나 높다. 피어오르는 아지랑이가, 엄청나게 위험하다고 알리고있다. [──────────칫] 시체를 문채로 달렸다. 이곳에 있다간 위험하다고 본능이 알려왔다. ─────헉, 헉, 헉, 헉───── ! 학교까지 도망쳤다. 여기라면 다른 사람에게 들킬일은 없다. 방금전 것이 뭐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석이, 웃고있다. [───────── ! ] 등뒤로 형용할수 없는 열기를 느꼈다. 돌아보니, 그곳에는. 붉은 열기 같은것이. 무언가, 알수없는 것의 기척이 가까이왔다. [제길───────] 쫒기고있다. .....귀찮으니까 죽이자, 하고 나이프를 쥐었다. 붉은 열기가 넓어져간다. 발소리를 내면서, 당당히 『누군가』가 오고있다. 허점 투성이인 걸음걸이다. 정체는 알수없지만, 적당한 먹이감이라고 입술을 핥은 후. [아──────────] 두근, 하고. 심장이, 그것에는 절대로 이길수없다, 하고 알려온다. [하──────하하, 하.] 땀이 흐른다. 열기 때문이 아니다. 본능에 이어서, 이성도 알려온다. 자신은, 그것에 잡혀 버린다면 끝장이다, 라고.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 무서워져서, 교사 안으로 도망쳤다. ────헉, 헉, 헉, 헉───── 4층까지 올라왔다. 여기까지 오면, 그것이 쫒아오는 일은 없겠지. 너───어째서 웃고있는거야. [하아........하, 하하, 하.] 겨우 한숨 돌리고, 자신이 아직 시체를 물고 있다는것을 알아차렸다. 입을 열었다. 툭, 하고 시체가 복도에 떨어진다. 손발은 아직 붙어있다. 마침 배도 고팠기에, 여기서 처리하기로 하자. ───────뚜벅. [────────! ?] 돌아본다. 그곳에는───그, 정체모를 녀석이 서있었다. [역시 당신이었군요, 오라버니.] 누군가가 말한다. 이 양손은 피로 물들어있다. 발 밑에는 새로운 시체. 보이고 말았다. 사람을 죽이는 장면을 보이고 말았다. 그럼, 이제 무서울건 없다. 상대가 누구이던 간에, 여기서 이녀석을 처라하는것 뿐이다. [핫─────── ! ] 나이프를 쥐고, 적에게로 달려간다. 그 순간. 키이이이이잉, 하는 소리가 나며, 한 손이 소멸되었다. [무슨............! ?] 발을 멈추고, 뒤로 뛰었다. 붉은 열기 같은것이, 간발의 차이로 스쳐갔다. [네놈, 무슨짓을─────] 팔꿈치 앞부분이 없어졌다. 아픔도 없다. 출혈도 없다. 단면에서는 살과 뼈가 보이고있고, 그곳에서────토할정도의 냉기가 체내로 침입해온다. [핫.......하, 아......! ?] 건드릴수 없어. 적은 아무것도 하지않는다. 단지 지금은 이제 없어져버린 한 쪽 팔을 노려보는것 뿐, 인것 같다. 결국───노려보는 것 만으로, 죽일수 있다는 것인가. 아니, 그건 아니야. 뚜벅, 하고 발소리가 울린다. 적이 다가온다. 그건, 불운이다. 적의 시계에 들어가면 뭘 해보지도 못하고 죽는다. [히.........히히, 히...............! ] 어둠에 둘러싸여, 보이지 않도록 복도를 달렸다. 계단까지 왔다. 발소리가 가까워진다. [하─────하하, 하─────] 창문을 열었다. 여기는 4층이지만, 상관없어. 적과 자신으로서는 기술의 차이가 너무나 크다. 이쪽은 가까이 가지 않으면 죽일수가 없는데, 적은 보는것 만으로도 된다는 거다. 그런 상대를 죽이기에는, 완전한 기습이외에는 없다. 지금은 여기에서 도망쳐서, 다른 날에 이쪽에서 죽이러 와주지. 창 밖에는. 무수히 많은 붉은 실이 펼쳐져 있었다. 창을 열어서 밖으로 몸을 던졌다. [읏───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 ! ] 갑자기, 몸이 타올랐다. 불이 붙기전에 복도를 굴렀다. [뭐......뭐, 야────] 그러니까, 교사를 붉은 실이 감싸고있다. 건들수가 없다. 창 밖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밖에 나가려고 하면 몸이 발화해 버린다. ────뚜벅, 하는 발소리가 들려온다. [제길......창문은 안돼겠군........! ] 도망치치 않으면. 어쨋든 도망치치 않으면 죽는다. 구르듯이 계단을 내려간다. 3층을 지나 2층까지 왔다. .......할수있어. 적보다 이쪽의 발이 빠르다. 아니야. 이제, 곳 뒤에 붉은 머리카락이. [.................읏 ! ] 넘어졌다. 갑자기, 한 쪽 발이 증발했다. [억────아, 아...........! ?] 넘어진다. 계단 쪽과는 반대로 굴렀다. 위에서는, 계단을 내려오는 적의 발소리. [헉─────하, 헉, 헉...............! ] 남겨진 한 팔과 다리로, 복도를 기어서 도망쳤다. [큭........뭐였던거야, 제기랄...........! ] 기어가면서, 소리쳤다. 적은 아직 계단에 있을터인데, 몸의 곳곳이 춥다. 복도에는, 붉은 열기. 복도는 땀이 날 정도로 뜨거운데, 몸은 차갑다. 그래서, 차갑다고 느끼는 부분이, 다음 순간에는 증발해갔다. [헉─────헉, 아...............! ] 하지만 이 정도로는 죽지않아. 이대로,가장 가까운 교실에 들어갔다. .......뚜벅, 뚜벅, 뚜벅, 뚜벅. 발소리가 가까워진다. .......적이 어떤 모습을 하고있을지 알수가 없다. 아니, 그러니까. 적의 살상능력은, 어떻게 생각해도 이쪽보다 몇배는 우수하다. 그 붉은 열기겠지. 하지만───그것은 다루고있는 본체는 최저다. 기척을 감출수도 없다라면, 상대를 관찰하는 능력도 없다. 뚜벅, 하고. 적은 이쪽을 눈치채지 못하고, 그대로 이 교실을 지나가려 하고있다. [─────────────] 진정이 되었다. 초보자가 날으는 도구를 가지고 있는거라면, 어떻게 될일도 없다. .......적은 교실을 지나갔다. 그럼, 뒤는 간단하다. 그 허점 투성이인 뒤를 덮친다. 한쪽 다리가 없다고 못할것도 아니다. 적이 돌아보는것 보다 빨리, 정확하게, 적의 뇌를 갈라주겠어────── ! 복도로 나간다. 적은 등을 보이고있다. ........저게 무슨 꼴이냐. 아직 이쪽의 기척조차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확실을 하고, 뛰어 올랐다. [─────── !?] 적이 놀라서 뒤로 돌아본다. 시간적으로 5초 정도는 있겠지. 그거라면 7번은 죽일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었다. 이었다. 이었다. 이었다. 이었을, 터였다. 적은. 무자비한 눈을 하고서, 뒤로 돌았다. [───놀랍군요. 그런 몸으로 아직 움직일수 있다니.] 적이 말한다. 떨그렁, 하고 나이프가 복도에 떨어진다. ........저.녀.석. 무슨, 짓을. 이녀석은, 별로, 기척을 관찰할 필요도, 몸을 지킬 필요도, 없었다. 적의 주위는 밀도조차도 느껴지는 열기로 충만해 있다. 다가가는것 만으로도────피부가 타고, 움직일수 없게, 되었다. 그건, 붉은 머리키락이 손발에 휘감겨 있기 때문일텐데. [하────────아.] 올려다 본다. 구름은 사라지고. 해방된 달빛이, 적의 모습을 비춘다. 모든게 끝났다고 확신한 것인지. 하늘하늘 거리던 적의 머리카락이, 사라락 하고 내려앉았다. ────아키하, 였다. [──────] 너무나 황당해서 목소리가 나오지가 않는다. 단지, 그걸로────이게 꿈이라는걸, 겨우 알아차렸다. [잘가세요 오라버니. 실컷 도망쳤었지만, 이걸로 끝이군요.] 아키하의 시선이 나를 향한다. 붉은 머리카락이 휘감기듯 뻗어온다. 시선에서 벗어날수가 없다. 아니야. 그건, 아니야. 뼈가 얼어 붙는듯한 오한. 그 후에, 모든것을 빼앗겨 버리는듯한 감각. 그러니까, 아니야.아직 시간은 있어. 잘라라. 그 머리카락을 잘라라. 아니면, 역시. 뭘 하지도 못하고. 의식이, 희박해져 간다. 이건 꿈이니까, 지금의 나에게는 보이지 않는건가. [어째서, 이런일이.] 저주하는듯한 아키하의 되뇌임. 그곳에. [당주로서의 임무, 수고하셨습니다.] 하고. 웃는 얼굴로, 코하쿠씨가 고해왔다. 악몽. 이건 악몽이다. 이건 조금 후의 미래. 이건 아직 결정되지않는 이후의 시간. 그러니까 빨리, 원래 시간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VI/ 未來視 未來死 END 6/ カイン Ⅱ ───그렇게, 침대에서 뛰듯이 깨어났다. [헉────하아, 하─────] 후우 하고 공기를 마신다. 지금 것은, 꿈이었던, 것 같다. [하아────하아, 아...........] 호흡을 정리하면서, 몸을 감쌌다. .......몸은 의연히 존재하고, 피부가 탄 흔적도, 없어진 부분도 없다. 등에 손을 대어보니, 축, 하는 소리가 났다. [......굉장한........땀.......] 말하고는, 마치 딴 사람의 일처럼 생각되었다. 전신이 땀으로 젖어있어, 시트는 물을 끼얹은듯 물기를 품고있었다. 지금의 꿈────그 악몽에서 깨어난 지금도, 이마에서 땀이 흐르고 있었다. [.......기분......나뻐.] 토할것 같은 기분은 견디면서 침대에서 일어난다. 창가로 걸어가 밖의 바람을 쐬고는, 기분이 조금은 가라앉았다. [.......무슨 꿈을 꾼거지, 나는.] 그 악몽을 반추(反芻)하고는, 자신의 양손을 확인한다. 양손에는 피 한방울도 없다. 그건 당연하다. 방금전의 것은 꿈이 지나지 않으니까, 내가 살인으로 피를 뒤집어 쓴것도, 사람의 피를 빠는짓을 할리가 없다. ───하지만. 어제의 아침, 토노 시키는 뭘 한거지. 분명히 붉은 페인트가 칠해진 양손을, 누구에게도 들키지않게, 씻지 않았던가. ────시키군은 나와 마찬가지야. 그렇게 말한 소녀기 있었다. ......잘 떠오르지 않아. 토노 시키는 그녀에게 물렸다. ......잘 떠오르지가 않아. 피를 빠는 병이 있다라면. ......생각이 잘 안나. 그건, 물리는 것에 의해서 전염된다. [──────아니야..........ㅅ ! !] 말하고는, 뇌속에 들어있는 어두운 정념들을 떨쳐내었다. 하지만 지금의 꿈은 사라지지 않아. 살인을 하는 자신이 있었다. 분명히 문제는 거기다. 나는, 설령 꿈 속에서라도 사람을 죽이고서, 그것에 아무런 죄악감이 들지 않았다. 단지, 당연하다는듯이 죽이고, 그것을 바라보았을 뿐. 그건 이상하다. 꿈 속의 자신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렇게 있는 자신과는 전혀 다른사람이다. 하지만, 그 꿈은 토노 시키가 본 것이다. 그렇다면───제정신이 아니었던 토노 시키도, 자신이라는 것이 된다. [───────아니야.] .......그리고, 그런 토노 시키를 벌하기위해 온 아키하. 꿈이라고 말하자면 꿈이겠지. 하지만 그건 악몽이라기 보다는, 그리 멀지않은 미래라는 느낌이 들어서, 토할것 같았다. 하고. 정중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실례하겠습니다...........시키님? 일어나 계셨습니까?] [아아. 잠자리가 사나와서, 방금전에 깼어......마침 잘됬다. 땀이 많이 나서, 빨리 갈아입고 싶다고 생각했어.] 히스이는 평상시처럼, 학생복을 준비해주었다. 그것을 받기 위해서 히스이에게 가까이 가려던중에, 어질, 하고 현기증이 났다. [시키님 ! ?] .......히스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가까이오는 기척이 드는데, 손을 들어 그것을 막았다. [아────괜찮아. 잠시 현기증이 난것 뿐이니까, 금방 괜찮아져.] 심호흡을 하고, 마음속으로 통통, 하는 리듬을 잡는다. 그렇게해서 머리속에 맺혀있던 피가 빠지기를 기다렸다. [봐. 금방 나았잖아.] 이런걸로 히스이가 걱정하게할 수는 없으니까, 될수있는한 밝게 웃어보였다. [.................우] 하지만, 이번에는 실패인것 같다. [......시키님, 무리는 하지말아 주세요. 그런 얼굴을 한채로 웃으시면, 곤란합니다.] 히스이는 괴로운듯한 표정으로, 그러말을 했다. [에────] 그렇게 감정을 내비친 히스이를 보는건 처음인듯한, 느낌이 든다. ......아니, 그럴리는 없겠지. 잘 생각해보니, 히스이는 무표정하게 보이는것 뿐, 굉징히 감정표현은 직선적이다. 8년전의, 언제나 창가에 있던떄의 그녀에 비하면 위화감을 느낄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얼굴에 나온다는 느낌이 든다. [........시키님? 역시 몸이────] [아니, 아니야 히스이. 단지 조금 의외라고 생각한것 뿐이야. 히스이는 옛날과 비하면 변했잖아. 항상 우리들을 보고있던 때에 비하면 활발해졌다는 느낌이 들어.] [─────그렇, 습니까. 그건 시키님이 잘못 아신거라 생각합니다.] 히스이는 말하기 그런듯 시선을 돌렸다. .......응. 역시 예전의, 인형같이 조용하던 히스이와는 이미지가 다르다. [그것보다도 시키님. 정말로 몸은 괜찮으신 겁니까?] [아아, 괜찮아. 히스이와 이야기를 했던니 괜찮아졌어.] [.....알겠습니다. 하지만 시키님, 다음 휴일에는 의사 선생님께 진찰을 받아야 될것 같습니다. 시키님은 이 저택에 돌아와서는, 매일같이 몸이 안 좋으시니까.] [...............우.] 그건, 분명히 그렇다. [뭐야, 히스이까지 코하쿠씨와 같은말은 하는구나. 그거, 마치 이 저택에 돌아오지 않는편이 좋았다는 것 같잖아.] 그건 그냥 가벼운 농담이었다. [네. 저도 언니와 같은 생각입니다.] [무슨───────] 순간. 눈 앞이, 흔들 하고 일그러졌다. [──────────]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8년전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돌아왔다. 그런데, 그것을. 그 리본을 건내주었던 히스이 본인이, 부정하는 것인가. [.....히스이. 네가, 그런말을 하는거야. 내가 대체 누구때문에 돌아왔다고────] [......아니에요. 시키님은 시키님을 위해서 돌아오신 겁니다. 그러니까───지난 약속 같은것에 묶여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이라면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시키님은 시키님의 의사로 해왔습니다. 그러니까 언제라도, 시키님은 자신의 의사로 자유롭게 될수가 있습니다.] 히스이는 학생복을 책상위에 놓고는, 조용히 문으로 걸어간다. [......실례했습니다. 아무쪼록,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히스이는 가버렸다. [....................] 혼자 남아서, 왜인지 가슴이 아팠다. ........히스이에 대한 분노는 없다. 아니, 역으로 미안하다는, 그럼 감정밖에 나오지 않는다. ────지난 약속에 묶여있을 필요는 없다. 히스이에게 있어서 아무것도아닌 약속. 나에게 있어서는 소중했던 약속. 그 차이를 이렇게 확실하게 말해도, 화가나지 않는다. 이유는 알고있다. [........어째서. 그런, 울것같은 얼굴을 하고있는거야, 히스이.] 그것이, 그냥 미안해서, 그녀를 책할수가, 없었다.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평상시처럼 당연한듯이 아침식사를 끝낸 아키하도, 조형물같이 벽에 서있는 히스이의 모습도 없다. [아, 안녕하세요 시키씨. 오늘아침도 일찍이 나오시네요.] [.....아아, 안녕 코하쿠씨.] 인사를 하고 거실을 둘러본다. 거실은 아키하와 히스이가 없는것 만으로도, 굉장히 활기가 없었다. [코하쿠씨. 아키하는 좀 나아졌나요?] [네. 이제 원래 상태로 돌아오셔서, 큰일은 없었어요. 하지만 아직 기분이 좋지않으셔서, 오늘은 쉬실것 같아요.] [.....그런가. 큰일이 없어서 다행이다.] [네. 정 그러시면 가보시는게 어떠세요? 아키하님, 분명히 잠자는 얼굴을 보이고싶지 않으셔서 베개를 던질거니까요.] 코하쿠씨는 아키하와 싸우고 오라고, 돌려서 말하고있다. 분명히 베개를 던질 정도로 당황하는 아키하를 보는건 재미있들것 같다. [───────아.] 하지만, 그런 꿈을 꾸었던 자신이, 평상시처럼 아키하와 이야기할 자신이, 없었다. [.......아니, 그만둘게요. 오늘아침은 기분이 안 좋으니까, 아키하와 이야기할 체력이 없어.] [그렇네요. 아키하님도 신경쓰지 안아도 돼, 하고 말씀하셨으니까, 시키씨는 학교에 가주세요. 그리고 시키씨? 히스이와 무슨일 있었나요?] 코하쿠씨는 웃는 얼굴을 한채, 뭔가 알수없는 걸 물어왔다. [히스이, 오늘아침은 시키씨를 대할 면목이 없다면서 방에서 안나와요. 그 히스이가 일을 쉬려하다니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시키씨.] 후후후, 하고 어딘가 무서운 웃음을 흘리는 코하쿠씨. .......틀림없이, 내가 히스이에게 나쁜짓을 했다고 생각하고있는 얼굴이었다. [───뭐, 뭘 했냐니, 별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아요.......! 어느쪽이라고 하자면, 내 쪽이 엄하게 질책을 받은거라구요.] [히스이가 시키씨를 질책 했다구요?] [아───아니, 그게 아니라, 뭐랄까....언제까지나 별것아닌 일에 집착하지 말라는, 그런 거에요.] [흐─응.....히스이도 잘 알수없는 짓을 하는군요. 하지만 안심했어요. 혹시 시키씨, 마키히사님과 닮아 있는건가 하고 걱정했어요.] [네? 아버지와 닮아있다니, 뭐가?] [아........] 실수다, 하고 코하쿠씨는 시선을 돌린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별것 아니니까, 신경쓰지 말아주세요.] [.....저기 말이야, 코하쿠씨. 그렇게 말하면 오히려 더 신경쓰이는데.] 아까의 복수다, 하고 코하쿠씨를 바라본다. ........ ................. ........................ ................................. [.....하아, 알겠습니다. 하지만 아키하님과 히스이에게는 비밀이에요. 마키히사님의 이야기는, 별로 해서 좋은게 아니니까.] [? 아버지의 이야기라니, 별로 감출 필요는 없잖아요.] [그렇지만, 별로 좋은 이야기는 아니니까. 저기 시키씨, 생각 안나세요? 마키히사님에게 조울(躁鬱)기가 있었던 것을.] [조울....?] 조울 이라는 것은, 말하자면 기분이 극단적으로 밝아졌다가 극단적으로 어두워졌다가, 빈번하게 바뀌는것을 말한다. [.....아아, 그러고보니 아버지에게 그런 점이 있었지. 상냥할때는 굉장히 상냥하시지만, 기분이 안 좋으실때는, 사소한 일에도 화를냈었지.] [에에. 그것도 아직 시키씨가 계실 때에는 좀 나았어요. 하지만 시키씨가 아리마가에 맡겨질 때 부터, 마키히사님은 기분이 안 좋을때가 많았어요. 의미도 없이 아키하님을 혼내거나, 히스이에게 손을 댄적이 많았으니까요.] [무슨────잠깐 기다려. 분명히 아버지가 엄한 사람이었지만, 그런 이유를 알수없는 일은────] [......그러니까, 시키씨가 가신 후의 이야기에요. 마키히사님의 조울은, 날로 악화되어 갔어요. 그건 조울이라 할수없는, 이미 2개의 다른 인격이 존재하는 단계까지 가버렸던 거에요. 마키히사님은 사소한 일에도 감정을 격앙하셨지만, 진정이 되시면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하다, 는 거에요. 그 때부터 저는 마키히사님의 간병을 했습니다만, 마키히사님은 저에게만 말씀해 주셨어요.] ────자신의 안에는 광폭한 자신이 있다. 이렇게있는 보통의 자신에는 그것을 억제할수가 없어서, 그것이 나타나면 자신은 잠들어 버린다. 이유도 없이, 눈에 비치는 모든것을 부수고 싶어진다. 그 때의 자신은, 악몽을 꾸는듯 하다──── [.....마키히사님은 병으로 돌아가셨지만, 병을 악화시킨건 마키히사님의 마음의 병에 의한것이 큰 것이었어요. ........인간의 정신면에대한 병은 어려운 것이에요. 그러니까 시키씨도, 혹시 마키히시님의 체질이 유전된걸지도 몰라, 하고 걱정한거에요. 토노가의 사람들은 어떤 질환을 유전하는것 같으니까. 하지만, 시키씨에 관해서는 저의 기우였어요. 그도그럴게 시키씨의 질환은 빈혈이죠? 마키히사님 처럼, 자신의 마음이 자유롭지 않다는건 아니니까.] 다행히다, 하고 안심하듯, 코하쿠씨는 웃었다. 나는. [──────] 나는. [─────────아니야.] 나는, 그렇게. 안심하고, 웃을수가, 없어. 어젯밤의 꿈. 아키하에게 욕정한 자신. 살인의 꿈을 당연한듯이 보는, 제정신이 아닌 토노 시키.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요. 그럼 아침식사 준비를 할게요.] 코하쿠씨는 식당으로 달려간다. 그 뒷 모습을, 단지 멍하니 바라볼수 밖에 없었다. 아침은 별로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코하쿠씨가 이야기 해준 아버지의 일이 머리속을 휘저어서, 정신을 차리니 저택의 문까지 와있었다. [시키씨, 잊어버린 물건은 없나요?] 히스이가 방에서 안나오니, 하고 코하쿠씨가 마중을 나와주었다. [정말, 시키씨! 오늘은 날씨가 이렇게도 좋으니까, 좀더 힘을 내지않으면 안돼요. 그런 얼굴을 한채로는, 보낼수가 없잖아요.] [아───응. .....그렇, 네. 미안, 잠시 생각을 하느라.] 가볍게 머리를 흔들어, 머리속에 끼어있는 그림자를 떨쳐버렸다. [아, 조금은 평상시의 시키씨로 돌아왔네요. 네, 이거라면 안심이에요.] .......이상하다. 이렇게, 웃는얼굴로 똑바로 바라보니, 정말로 힘이 날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다녀오세요 시키씨. 돌아오시는걸, 기다리겠어요.] 꾸벅, 하고 인사를 하는 코하쿠씨. 그걸로, 방금전 까지 자신을 지배하고 있던 어두은 감정은 사라졌다. [──상큐, 코하쿠씨. 덕분에 힘이 나.] [네. 시키씨는 역시, 밝은 얼굴이 어울리니까요.] [.......고마워. 그럼 다녀올게요, 코하쿠씨.] 진심어린 인사를 하고, 학교를 향해 달려나갔다. 평소보다 여유를 가지고 교실에 도착했다. 아리히코는 오늘도 지각인듯, 덕분에 조용히 홈룸을 맞이할수 있다. 약간은 소란스러운 교실 안에서, 자리에 앉아 담임 선생님이 오시는걸 기다리기로 했다. ────아무런 문제없이 하루가 끝났다. 여핼이라도 간건지, 아리히코는 결석이었다. 여행, 이라는건 비유표현이 아닌, 녀석은 돌발적으로 여행을 한다, 라는 이상한 버릇이 있다. 그것도 바이크를 탄 채로 방랑한다, 라는 멋진것이 아니다. 평일의 투어팩은 싸다구, 하며 나이 많은 분들에 섞여서하는 관광여행인듯 하다. .......정말. 소학교때 부터 함께 있었지만, 그녀석의 취미는 아직도 파악이 안된다. ─────저택으로 돌아왔다. 학교에 있을 동안은 생각하지 않기로했던 것이 뇌리에 스친다. 아침, 코하쿠씨가 이야기 해준 아버지의 이면성. 토노가의 사람이 가진다는, 유전적인 질환. .......히스이가 말한대로, 저택에 돌아온 후의 나는 어딘가 이상하다. 무언가, 자신도 알수없는 부분에서 기억이 애매한 느낌이든다. ......코하쿠씨가 말한것 처럼, 자신이 그 아버지와 같다고는 생각할수 없다. 하지만 사실로서, 이 저택에 돌아온 후부터, 나는 토노 시키라는 자신에게 자신을 가질수가 없게 되었다. [정말로────아버지는 이상했던 것일까.] 분명히 그런 기억도 있지만, 확실하게 단정지을수가 없다. 이런 일을 신경쓰다니 나 자신도 바보같은 짓이라는걸 알고있다. 하지만, 그래도───토노 시키는, 토노가 라는것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건지도 몰라. [다녀왔습니다───] 목소리를 내어보지만, 어쨋든 대답은 없었다. 아키하는 아직 방에서 쉬고있겠지. 코하쿠씨와 히스이도 나름대로 일을하고 있을거라 생각해. [..............그럼.] 생각해보니, 이건 좋은 기회일지도 모른다. 나는──── 1. 코하쿠씨를 만나러 간다. -선택. 2. 마키히사의 방을 조사한다. 코하쿠씨에게 이야기를 듣자. 아침의 상태로 보면, 코하쿠씨는 좀더 자세한 사정을 할고있는것 같았다. 아키하가 이 부분의 이야기를 해줄것 같지도 않고, 아버지의 방을 조사하는것도 시간이 걸린다. 코하쿠씨에게 직접 듣는편이, 무엇보다 효율적 이겠지. [코하쿠씨, 이 시간이라면 정원의 청소겠지.] 중앙정원으로 나가본다. [어라...........?] 정원에 코하쿠씨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살핀다. ───그러자. 일순간, 숲 쪽에서 코하쿠씨의 기모노의 색이 보였다. [........? 저 쪽에 청소할만한 장소가, 있었던가?] 그 쪽에는 아무것도 없다. 어렸을 적에 저 숲에서 놀았으니까, 틀림없었다. 특히 저 쪽은 자신에게 있어서 정원같은 거였으니까, 저곳에는─── [───────에?] ......뭐, 였지.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을터. 하지만 그것도 이상한 이야기. 아무것도 없는 장소가, 어째서. 어렸을 적의 토노 시키에게 있어서, 정원같은 특별성을 가지고 있는거지. [..............아, 야...........] 관자놀이에 가벼운 두통. .......잠시 고민을 한 후, 코하쿠씨의 뒤를 쫒기로했다. [─────────────] 숲 안쪽에는, 약간 큰 저택이 있었다. .......별관, 이라는 녀석 인건가. 본관인 저택에서는 나무들에 가려서 보이지 않도록 되어있다. [─────────거짓말.] 두근, 하고 심장이 경직한다. 처음 보는것 치고는, 굉장히───그리운듯한 느낌이 들어서, 현기증이 난다. [....................................] .......코하쿠씨는 이 안으로 들어갔다. 이 별관이 뭐인지는 생각이 나질않아. 단지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발을 들이지 않는것 뿐이다.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돌아가는것도 바보같기에, 큰맘먹고 들어가기로 했다. .......별관의 안을 걸어간다. 벌써 몇 년이나 쓰이지 않았던건지, 건물은 곳곳에 상처가 나있다. 그래도 청소는 하고있는지, 더럽지는 않다. [......코하쿠씨가 있을만한 곳은 안쪽의 화실인가.] 멍하니 그렇게 생각하고는, 자연스레 발이 화실로 향했다. ───그곳은 그리웠다. 다다미의 냄새가 나는, 조그만 방이었다. [어머, 시키씨? 무슨 일이에요, 이런 곳까지 오셔서.] 코하쿠씨는 조금 의외인듯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아니, 코하쿠씨에게 묻고싶은게 있어서, 따라왔어요.] ─────자신조차 이상할 정도로, 가라앉은 기분으로 그렇게 대답했다. [저에게 이야기, 입니까?] [응. 아침의 일로, 좀더 이야기를 하고싶어요....에또, 여기서는 뭐하니까 정원으로 가지 않겠어요?] 힐끔, 하고 방의 천장에 시선을 보낸다. 밖은 좀 있으면 해가져서, 금방 어두워져 버린다. 이 방에 전등같인게 있을리가 없을거고, 빨리 불빛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편이 좋겠지. [시키씨, 그 이야기라면 여기서 하는편이 좋을거라 생각해요. 저택에 돌아가면 아키하님이 계시니까, 마키히사님의 이야기는 할수 없어요.] [아───그런가. 아키하가 올수도 있겠네......하지만 코하쿠씨, 나는 별로 아키하에게 비밀로 하고 이야기를 들으려는건 아닌데.] [으─응, 그건 조금 어렵네요. 아키하님은 마키히사님의 이야기를 하고싶지 않아하세요. 그러니까, 시키씨가 아침의 이야기의 계속을 듣고 싶으시다면, 그건 아키하님이 안보이는 곳에서 하지않으면 안돼요.] [........코하쿠씨. 그건 결국, 아키하에게는 비밀로 하지않으면 안된다는 것, 인가요.] [네. 아키하님에게도 히스이에게도 알려서는 안되는, 시키씨와 저만의 비밀이에요.] 왜인지 즐거운듯이 코하쿠씨가 웃는다. ......뭐. 뭐랄까, 코하쿠씨와 두 사람만의 비밀, 이라는 단어에는 분명히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도 있지만........ [하지만 코하쿠씨. 곧 있으면 해가 지니, 여기서는 이야기 할수가 없잖아.] [아니, 그런거 아니에요. 이 별관에는 말이에요, 일단 아직 사람이 살수있는 환경을 유지하고 있어요. 전원도 살아있고, 이불도 준비되어 있으니까요.] [헤에, 그렇구나......하지만 여기, 상당히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았지? 그런데 왜 이렇게 해둔거지.] [그건 말이에요, 분명히 아키하님도 미련이 남아있는 건지도 몰라요. 여기는 예전, 마키히사님이 양자로 맞아들인 아이의 주거였기도 했으니까.] ─────하? 마키히사....아버지가 예전에, 양자로 맞아들인, 아이? [.....잠깐 기다려 코하쿠씨. 그 아버지가 양자를 들였다니, 무슨 말이야?] [어머, 기억 안나세요? 10년 정도 전에 마키히사님이 맞아들인 아이가 있었잖아요. 부모님을 사고로 잃어버린 걸, 마키히사님이 양자로 들인거에요.] [그런───게, 있, 었나.] [네. 그 2년후에 돌아가셨어요. 사소한 사고였던것 같은데, 저택에 일하고있던 사용인들은 역시 토노가는 저주받았다하고, 자주 말했었으니까.] ─────잠깐, 기다려. 뭔가......코하쿠씨의 말은, 무섭다. 듣고 있는것 만으로도 시선이 일그러진다. 마치 이 화실이 사탕으로 되어있는듯, 녹아버릴것만 같은, 불안함. [코, 코하쿠, 씨.] 10년 전에 들여온 양자. 2년후에 사고사 했다는 양자. 결국, 그것은. 8년전───내가 사고가 나서, 입원했던 때 잖아. ───사고. 그건 어떤 사고였지. 내가 큰 상처를 입을 정도의 사고. 그 양자라는 녀석이, 죽어버릴 정도의, 사고. 여름의 더운 어느날. ───생각이 잘 안난다. 단지 그 때, 나의 팔은, 붉은 피 투성이 였던것 같은───── [코하쿠, 씨. 저주받았다니, 무슨, 말이야.] [아니, 별로 그리 대단한건 아니에요. 그냥 토노가의 분들은, 대대로 요절 하셨어요. 그것이 사고사였다가 자살이었거나 병사였거나, 모두 천수를 누리는 형태가 아니어서 저주받았다, 라는 소문이 퍼진거에요.] [────자살 이라니......뭐야, 그거.] [그러니까 토노가의 분들───마키히사님도 그렇듯이, 어렷을 적부터 정신이 병들어서, 성인이되어서 자살을 하셨던 분들이 10명 이상이나 되는듯해요. 어디까지나 소문이지만, 전전(戰前)에는 살인의 죄를 범해버린 분도 계셨다던가.] ........정신이 병들어 있어? ........살인의, 죄? ........예를들면, 사람을 죽이는 꿈을 꾸거나, ........예를들면, 자신의 기억이 애매하거나? [코하쿠씨, 그건────] [아, 죄송해요. 이런, 토노가를 폄(貶)하는 소문같은걸 말해서.] [....아니, 괜찮아요. 애초에 그런 이야기를 듣고싶어서 온거니까.......상관없으니까, 좀더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세요, 코하쿠씨.] [────마키히사님의 이야기, 를 말입니까?] 코하쿠씨는 목소리의 톤을 떨어뜨리고 그렇게 말했다. [...................응] 말없이 끄덕인다. 코하쿠씨는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는, 그러면, 하고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시키씨. 아침에도 이야기 했었지만, 마키히사님의 몸을 관리하고 있었어요......시키씨를 아리마가에 맡긴 때부터 마키히사님은 굉장히 실의에 빠지셔서, 정신을 안정시키는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안되었어요.] [......잠깐 기다려 코하쿠씨. 아침에도 그런 말을 했는데, 정신을 안정시키는 약을 쓸 정도로 아버지는 심각했나요.] [────네. 밤이 되면 저택의 정원을 돌아다니게 되어, 그 날에 산 개랑 고양이를 죽이거나, 자신의 몸에 상처를 입히는건 놀란일도 아닐 정도였어요. 그렇게, 그러한 밤이 지나 아침이 되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시고, 피에 젖은 자신의 손을 이상한듯 바라보셨어요.] ─────무슨. 뭐야, 그건. 그건 정말로 미쳐있어. 꿈 속의 나 처럼, 제정신이 아니야. ......아니, 아니면. 나 쪽이, 아버지처럼, 제정신이 아닌건가. [시키씨......! ?] .......코하쿠씨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는───어느샌가, 다다미 바닥에 무릎을 꿇고있다. [시키씨, 얼굴이 창백해요! 몸이 안 좋으시면 방에서 쉬지 않으면 안돼요........! ] 말하면서, 코하쿠씨는 어깨를 기대었다. 그것에 의지해 일어났다. [......응, 괜찮, 으니까───] 어쨋든 의식을 정리한다. 그래도 현기증은 사라지지 않는다. 난무하는 붉은색과 검은색. 시계는 피와 밤의 색에 명암한다. 방금전까지 빈혈로 어두웠던 시계가, 갑자기 새빨갛게 물든다. 피를 연상케하는 그 색채. 대수롭지 않게 시체의 목을 물었던, 어젯밤의 꿈. ────목구멍을 타고 내려간다. 뜨거운, 점액같은, 피의 맛이. [──────────────아.] 풀썩, 하는 소리. 그게 자신이 쓰러지는 소리라는 건, 어떻든 이해가 되었다. [시키씨────── ! ?] 다가오는 코하쿠씨. [시키씨, 괴로운가요, 시키씨.........! ?] .......아니. 그리 괴롭지는 않아, 하고 말하려다, 의식이 끊어졌다. [................................]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손가락도 움직이지 않아. 뭔가 쓸데없는 짓을 하면, 그것 만으로도 의식이 달아날것만 같았다. 다다미에 쓰러진채, 명암하는 의식을 필사적으로 받친다. [───무리는 하지말아요. 이대로 잠시 누워주세요.] 코하쿠씨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대로 스윽, 하고. 코하쿠씨의 손이 나의 머리를 안아서, 툭, 하고 베개같은 것의 위에 올려주었다. [......아무쪼록, 이대로 있어주세요. 이렇게 있으면 피가 내려가죠?] [.....................응] 코하쿠씨의 목소리는, 굉장히 가깝게 들렸다. 그래서, 무심코. 자신을 코하쿠씨가 무릎베개를 해주고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조용히 시간이 흘러간다. 서로 아무런 말도 하지않았다. 그 침묵이, 지금의 자신에게는 굉장히 기분좋은 것이었다. [......조용하네. 이렇게 있으면, 왠지....굉장히 그립다는, 느낌이 들어.] 누운채로, 멍하니 다다미를 바라본다. 코하쿠씨는 끄덕인 후에, 내 던져진 내 팔의 맥을 집는다. [으─응, 조금 위험하네요. 시키씨, 체온이 내려간채 돌아오지 않는것 같으니까, 약을 가져올게요.] [아니, 괜찮아. 이런건 면역이 되었으니까 말이야, 조금 있으면 피의 흐름이 좋아질거라는 걸 알고있어. 이번에는 평상시보다는 힘들었지만, 좀 있으면 좋아질거야......그러니까, 이대로 있어주지 않을래. 그 쪽이 안심이 돼.] 아직 이렇게 있고 싶어서, 그런 말을 했다. 그런 거라면, 하고 코하쿠씨는 남아주었다. ────────────그러고는. [시키씨는 무섭지 않나요?] 그렇게, 코하쿠씨가 물어왔다. [....에? 무섭다니, 뭐가?] [시키씨의 몸 말이에요. 저, 시키씨가 저택에 돌아오시기 2일 전, 주치의 선생님으로 부터 시키씨의 진단서를 받았어요. 그 때는 놀람보다도, 속고 있는건가 하고 생각했어요.] [? 속고있다니, 어째서.] [어째서고 뭐고간에. 시키씨는 재생불량성 빈혈에 지극히 가까은 병상인데도, 보통 사람처럼 생활하는걸요. 본래라면 계속 병원의 침대위에 있어야 한다구요, 시키씨는.] 그건 걱정이라기 보다, 뭔가, 그래.....화내고 있는듯한, 그런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시키씨는 보통 사람과는 달라요. 잠들면, 다음날 아침에 당연한듯이 일어난다, 라는걸 단언할수 없는 몸이에요. 그런데로 보통사람처럼 생활을하고, 그런 자신을 무서워하지도 않는다......그걸, 저는 알수없어요. 말해주세요. 어째서, 시키씨는 무섭지 않은거죠.] [..............................] 그 질문에, 어찌 대답을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죽기쉬운 몸. 언제나 가까이에 있는 죽음. ........죽음이 보인다는 현실. 그 현실에, 단지, 나는 마비되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떨지. 분명히 실감이 안나서 그러는게 아닐까, 나는.] [.......모르겠어요. 시키씨는 죽음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건가요. 아니면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몸이니까, 살이있는것 조차, 관심이 없는것입니까.] [.....어떨런지. 단지 분명하게, 다른 사람보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서, 나는 불감증일지도 몰라. 어중간하게 민감해서 그 나름대로 보게되면, 그것도 일상이 되어버려. 그러니까, 나는 정색하고 있는건지도 모르지.] [....그러도 확실하게 말할수 있는걸 말이야, 코하쿠씨. 나는 언제나 죽음과 어깨를 나란히하고 있으니까, 이전보다 강하게 삶은 실감하고있어. 살아있다, 라는것은 그것 만으로도 행운이라는걸 알고있어. 코하쿠씨의 말대로, 나의 몸은 내 마음대로 할수 있는게 아니야......하지만, 그런 인형같은 몸이어서, 이렇게 이야기를 할수있는 지금이 멋지다는걸 믿고싶은거야.] .......그래. 자신의 몸을 이렇다저렇다 생각하는것 보다, 이렇게 있는것을 소중히 하고싶어. 언제 죽을지 두려워할 시간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이렇게 있는것을 소중히 해야하는 거니까. [......그래. 자유로운거군요, 시키씨의 마음은.] 조용히, 노래를 부르는듯한 소리를 낸 후에. 코하쿠씨의 손이, 부드럽게 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코하쿠씨?] 시선을 올린다. 그곳에는──── ────매우 온화한, 그녀의 웃는얼굴이 있었다. 자주봐왔을 코하쿠씨의 웃은얼굴. 그런데, 처음으로. 이 사람의 웃는얼굴을, 보는듯한 느낌이 든다. [..............................] ......단지 시간만이 흘러간다.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는 그녀의 손. 무릎에서 전해져오는 체온. 그리운 다다미의 냄새. 그 모든것이 너무나도 기분이 좋아서, 눈꺼풀이 슬슬 닫혀간다. ........따뜻한 코하쿠씨의 시선. 그것을 받으면서 잠들수 있다라면, 그건 얼마나───── [......왠지─────] 정말로, 이대로. [......처음으로, 코하쿠씨의 웃는얼굴을 본듯한, 느낌이 들어.] 잠으로, 빠져버릴것 같다. [그런가요? 시키씨 잠꼬대를 하시네요.] [.....괜찮아. 그걸로 코하쿠씨가 기뻐해준다면, 그걸로─────] 그걸로 이 사람이 웃어준다면, 언제까지나 이렇게 있고싶다. .........잿빛 어둠속 화실의 안. 그냥, 좀더 가까이에서 코하쿠씨를 느끼고싶어서 손을 뻗었다. [......시키씨..........?] 손으로 만졌다. 그녀의 뺨을 쓰다듬듯이 손을 대었다. 그녀의 피부를 만지던 손가락은, 그대로 코하쿠씨의 머리카락에 휘감겨서, 그대로──── [───코하쿠, 먼저 온거야?] 기세좋게 문이 열리고, 아키하가 화실에 들어왔다. [무슨─────────] 우뚝, 하고. 코하쿠씨의 손가락이, 굳었다. [─────뭘 하는거죠, 당신들.] 감정이 없는 아키하의 목소리. [아, 아키하.......! ? 아니, 이건 오해라니까........! ] 허둥지둥 일어나서, 기다려, 하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별로 오해도 파계도 기기괴괴도 아니다. 나와 코하쿠씨는 꺼림칙한 일 같은건 하지도 않았고, 코하쿠씨는 쓰러진 나를 간병해준것 뿐이니까. [잠깐 기다려 아키하. 지금것은 단순히, 내가 쓰러져서 코하쿠씨가────] 하고, 내가 말하려하기 전에. 아키하는 코하쿠씨를 노려보고는, 화실로 발을 들였다. 그 후에. 짝, 하는 마른소리가, 울렸다. [무슨.............] 말릴새도 없었다. 아키하는 코하쿠씨에게 다가가더니, 그대로, 사정없이 코하쿠씨의 뺨을 때린것이다. 상당히 힘이 들어 있었는지, 코하쿠씨는 몇 발자국 물러났다. [아키하, 너───── ! ] [오라버니, 여기는 들어오면 안됩니다. 몸이 좋지 않으시면 빨리 저택으로 돌아가주세요.] [읏.....! 그런건 아무래도 좋아! 너, 어째서 코하쿠씨를 때린거야! ] [당연하잖아요. 여기는 노화가 진행되고 있는 건물이에요. 그런곳에 오라버니를 쉬게하다니 뭘 생각하는건지.] [그, 그런거 때문에 때리는거야 너는! 코하쿠씨는 내게 신경을 써준것 뿐이잖아! ] [───그런거? 그런거라니 어떤것 말입니까, 오라버니. 이 건물은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건물이에요. 혹시 오라버니가 쉬고있을 때, 큰 지진이 일어나면 천장이 무너질지도 몰라. 그런 위험한 장소에서 토노가의 장남을 간병하다니, 사용인으로서의 배려가 부족하다는 증거에요.] [아키하.....! 저도 말해도 좋을게있고 안되는게있어. 코하쿠씨는 아무것도 잘못한게 없어. 여기도, 내 쪽에서 코하쿠씨를 불렀으니까!] [───그래요. 그렇게 코하쿠를 감싸는겁니까, 오라버니는.] 아키하의 시선이 날카로워진다. [─────────────] 그건, 그 꿈에 나왔던 아키하와, 닮아있었다. 악의와 증오에 가까운 시선. 그런 것을────현실로서 아키하가 바라보고있는, 악몽. [에───────────?] 혈맥이 짜듯이 눌렸다. 눈의 착각이. 일순간, 아키하의 주위에, 무언가───좋지않은 것이, 보인 느낌이 들었다. [─────알겠습니다. 오라버니가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저도 아무말 않겠습니다. 하지만 오라버니. 이후에는 절대로 여기에는 가까지하지 말아주세요. 그것마저 지키지 못하신다면, 저도 생각이 있으니까.] ────역시 눈의 착각이었는지, 아키하에게 이상한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왜인지, 지금의 아키하를 보고있으면 위험한 느낌이 들어서, 불안하다. [돌아가죠 코하쿠. 오라버니도 곧바로 방으로 돌아가세요.] ......그렇게, 아키하는 갔다. [코하쿠씨.] .....아키하에게 맞아서, 고개를 숙인채로 있는 코하쿠씨에게 말을 걸었다. [코하쿠씨......? 저기, 괜찮아........?] [네? 괜찮냐니, 뭐가 말인가요?] 태연하게. 언제나의 웃는얼굴로, 코하쿠씨는 얼굴을 들었다. ......그건 위장이라던가, 허세의 웃음이 아니다. 이 사람을 정말로 웃고있다. 아키하에게 맞을 일이, 마치 없었던 일인것 처럼. [......아니, 뭐라니, 그─────] [그러면 시키씨, 저택으로 돌아갈까요. 아키하님에게 들켜버렸으니, 이제 여기 별관에 오면 안돼요. 아키하님, 진심으로 시키씨를 교정할지도 모르니까요─.] 아하하, 하고 농담을 하고는, 코하쿠씨는 화실을 나갔다. [────────────] 아키하도 아키하지만, 코하쿠씨도 어딘가 보통이 아니었던 것인지. 나는 두사람 처럼, 금방은 저택으로 돌아갈수가 없었다. 식당에서 혼자 저녁을 먹고 방으로 돌아왔다. 아키하는 아직 몸이 안좋은지, 방에서 저녁을 먹었다. .......코하쿠씨는, 역시 평소대로 밝게, 나의 저녁을 만들어주었고, 아키하의 시중을 드는 모양이다. [.....코하쿠씨, 꺼림칙하지 않은건가.] 적어도 코하쿠씨는 아키하에게 불만은 없는 모야이었다. 히스이는 아침의 일에서 마음이 풀렸는지, 어쩃든 나의 시중을 들어주었다. .......히스이는 마음이 풀리는데 반나절 정도 걸렸으니까, 코하쿠씬느 히스이보다 정신적인 면에서 강한 사람일지도 몰라. [────────] 침대에 누워서, 하아, 하고 크게 한숨을 쉬었다. ......지쳐있는 것인가. 최근에는 밤이되면, 금방 침대에 쓰러져 버린다. 여러가지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는일이 있을텐데도, 그런건 나에게는 관계없는 일인듯한 느낌이 들어서, 금방 자려고한다. [......이상하네. 이렇게 집중력이 없었었나, 나────] 천장을 바라보며, 멍하니 입을 열었다. 눈꺼풀이 내려온다. 결국, 오늘밤도 어느 하나 의문을 생각하지도 못하고, 깊은 잠에 빠졌다───── ─────뜨거워. ─────뜨거워. ─────뜨거워. ─────피부가, 지글지글 타서, 뜨거워. ─────이대로는 잘수가 없어. 일어나서, 물을 마시러 가지않으면. 밤의 거리. 하아하아 하고 뜨거운 숨을 내쉬며, 거리를 걸어가는 사람들을 본다. 오늘밤에 한해서 두, 세 사람밖에 없다. 될수있으면, 혼자있는, 자신과 같은 나이의 여자아이가 필요했다. ───뜨거. 문득, 창문에 비친 얼굴이 보였다. 호흡은 거칠고, 마치 40도의 열병이 있는것 같았다. ───뜨거워───이렇게 뜨거우면, 견딜수가 없어. .....있다. 이쪽에서 다가갈 필요는 없다. 뒤에서 소녀를 끌어서, 그대로 기절시켰다. 질질, 하는 소리는 내면서, 소녀의 몸을 옮긴다. ───왠지, 웃음이 나온다. 확실하게, 지금까지 참아왔었는데, 그것도 이걸로 끝나버리는 것이니까. .....결국, 여기서 하기로했다. 이유는 간단. 그도그럴게, 여기가 살인귀의 본거지 였으니까. ───뜨거워. 하아하아 하는 호흡소리. 이제 곧. 이제 곧, 이 아이를 먹을수 있어. 그렇게, 식사를 시작했다. 목에 입을 대고, 혈액을 빨아들인다. ───너무, 달콤하다. 그 감각은 정말로 무서웠다. 이렇게 달콤하고, 이렇게 기분이 좋다라면. 분명히, 자신은 그 살인귀 대신에, 이 감각의 노예가 될거라는 예감이 들었기때문이다. ───밤이 깊었다. 머리 위에는 죄를 추궁하는 은색의 눈동자. 뜨거운 혈액으로 입술을 적시고, 황홀한 눈으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머리가 날린다. 머리 위에는 나선의 하늘. 매우 아름다운, 은색의 달. ────뱀과 같이. 피를 빠는 혼을, 바라보고있다. 7/逢魔ヶ?1 [────── ! ] 참지못하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하아, 하────아.] 메슥거리는 속을 참으며 짐승같이 숨을 쉰다. [무슨────────] 뭐지, 지금 것은. 꿈. 꿈을 꾸었다. 하지만 지금건 뭐지. 이틀전에 본 이상한 꿈과는 다르다. 밤거리를 걷는 감각. 콧전 남아있는 피 냄새. 질질 하고. 자신과 같은 나이의 여자아이를 끌고가던 소리. ────그 모든것이, 분명히 기억으로 남아있다. [하, 아───────] 그건 쾌감이라 불리는 것이었던 것일까. 탄환처럼 수축된 흥분이, 귀에서 방아쇠를 당겨 뇌를 때린듯한 충격만이 있었다. [큭────] 생각하는것 만으로도 숨이 멈출것같다. 그럼───그 충격은, 역시 『쾌감』이라 불리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무슨, 꿈을.] 자신의 양손을 본다. 당연히, 자신의 손은 새하얗고, 피의 붉은색 같은건 전혀 없다. 그런데 일순간 만은. 자신의 양손이, 새빨갛게 물들어있는 듯이, 보였다. ───뭐야, 너도 동류인가. .....어라. ───나 이외의 살인귀는, 처음 봤다구. ....아아, 분명히 그런 이야기를 했다. ───같은 거리에 살인귀는 둘은 필요없어. 여기는, 너에게 넘겨주지. .....단지, 그건, 언제의 일이었던 것일까. [......어째서.....생각이, 나질않는거지───?] 분명히, 나는 누군가와 그런 이야기를 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전혀 생각이 나질않아. 그게 현실이었는지, 아니면 역시 허망한 꿈이었는지. 단지 확실하게, 살인귀라는 녀석이, 나를 동류라고 불렀던 것만이 생각난다. [────이상해, 어이.....어째서 이리...머리속이, 엉망진창, 인거야────] 필사적으로 어젯밤의 꿈을 생각해내려 한다. [억───── ! ?] 탁, 하는 소리가 날 정도의 두통. [하────아, 핫..............! ] 생각이, 나질않아. 무리하게 어젯밤의 일을 생각해 내려하면, 토할것만 같다. 무서워. 생각이나지 않는다는 건, 무서워 왠지 그건. 내가 모르는 토노 시키가 살인을 하고, 그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 나라는 토노 시키를 속이고 있는듯한. ─────갑자기. 복도 쪽에서, 사람의 기척이 느껴졌다. [누구야───── ! ?] 말을 건다. 똑똑, 하는 노크소리가 났다. 실례하겠습니다, 하고 히스이가 방에 들어온다. 그건 평상시대로, 라는 것은아닌 아침의 광경이었다. [아───────────] 히스이의 모습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던 것 때문인지. 두근두근 하고 리듬이 막무가내였던 심장은, 어이없게도 조용하게 되었다. [안녕하십니까, 시키님.] [........히스, 이?] [네, 시간이 되어서 갈아입을 옷을 준비해 왔습니다.......저기, 시키님? 몸이 안좋으신 겁니까?] [아니, 그런건 아니야. 나는 평소대로고, 이상한곳은 전혀, 없어.] 자신에게 묻는듯이 말하고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안녕 히스이. 갈아입은 후에 거실로 갈테니까, 히스이는 먼저 가있어.] [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히스이는 조용히 문을 닫고 갔다. 그것을 바라보고서, 하아, 하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왜 약한모습을 모이는거야, 나는.] 어제, 아버지의 병에관한 것을 알아버린 탓이겠지. 지금의 자신과 토노 마키히사의 병상이 조금이지만 닮아있다, 라는 것만으로 피해망상적으로 되어버린 것인지도 몰라. [......그렇겠지. 그냥 돌아온지 얼마되지 않아서, 나는 지쳐있는것 뿐이고. 그런 꿈, 신경쓸 필요는 없다.] ───그럼. 시간은 좀 있으면 7시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유유히 아침을 맞이할수 있을것 같다. 아무생각없이 거실에 발을 들이고는, 중요한 것을 잊고있던 것을 알아차렸다. [이런─────] 라는 목소리를 어떻게든 억눌렀다. 거실에는 아키하와 히스이, 코하쿠씨의 모습이 있었다. 평상시라면 아무런 느낌이 없는 이 광경도, 어제의 사건으로 조금은 꺼림칙한 장면이 된다. 아키하와 코하쿠씨는 화해한것 같지만, 공교롭게도 나는 아직 아키하와 이야기조차 하지 않았다. 어제의 아키하의 행동으로 봐서는, 아직 나에게 화나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안녕하세요, 오라버니. 어젯밤은 편히 주무셨나요?] [───────네?] 하고. 아키하는, 매우 산뜻한 웃는얼굴로 인사를 해주었다. [아..........우?] 생각도 하지 못한일이라 사고가 굳어버렸다. 멍, 하니 서있는 나에게, 아키하는 역시 싱글벙글 웃으며 시선을 보낸다. ......이녀석, 뭔가 꾸미고 있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아키하는 너무나 기분이 좋아보인다. [시키님, 앉지 못하시는 것입니까?] [아......응, 앉아라면, 앉겠지만.] 조심조심 아키하 반대쪽의 소파에 앉는다. [안녕 아키하. 오늘은, 그, 상당히 기분이 좋은 모양이네.] [그렇나요? 분명히 오늘은 몸 상태가 좋아서, 얼굴색은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니, 얼굴색이 좋다던가, 그런 레벨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해. [그것보다 오라버니, 이 전에는 신세를 졌습니다. 원래 어제 말을해야 했었지만, 어제는 제가 이상해서 기회가 없어서.] 아키하는 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다. 그곳에는 어제 본 차가움이 전혀 없다. .........그, 어딘지 모르게 "위험하다" 라고 생각들던 분위기도, 어딘가 가버린듯 하다. [인사라니, 별로 아키하가 감사할정도의 일은 하지 않았어, 나는.] [그런거 아니에요. 오라버니는 쓰러진 나를 간병해주시고, 계속 옆에 있어주었잖아요. 오라버니가 안아주어서, 저는 결심을 할수 있었어요. 그날 밤은, 정말로 기뻣어요.] [읏──────── !] 눈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걸 듣고는 기침이 나왔다. ─────그러자. 뒤에서, 뭔가 무거운 프레셔를 느껴졌다. 힐끔 뒤를 돌아본다. .......그곳에는 어떻게봐도 평상시대로 인데, 어떻게봐도 평상시대로 라고 생각할수 없는, 코하쿠씨와 히스이의 시선이 있었다. [────아키하. 오해를 살만한 표현을 그만둬. 그날 밤은 아키하가 괴로워 보였으니까, 몸을 받쳐준것 뿐이잖아.] [어머. 저의 등에 양 손을 둘러서, 그대로 있는것을 받쳐준다고 하는건가요?] 후후후 하고 아키하가 웃는다. 등에는 두 사람의 시선이 가중되어 온다. 명백하게 과중기미(過重氣味)다. [───저기말이야. 너, 뭔가 이상해. 그렇게 나를 놀려서 재미있는거야.] [에에, 매우. 오라버니의 곤란한 얼굴을 보는것도 나쁘지는 않네요.] [..........................] 너무 이상하다. 아키하가 이런 캐릭터 였던가? [악취미네. 아침부터 오빠를 곤란하게 만들지, 어제는 어제대로 혼을내질 않나.......뭐, 먼저 틀림없이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너 나에게 원한이라도 있는거지.] 한숨을 내쉰다. 그러자, 아키하는 갑자기, 난처한듯 시선을 돌려버렸다. [......죄송해요. 어제의 일은 잘못했다고 반성하고있어요. 어제는 그, 기분이 안 좋아서 어떻게 된거라고, 코하쿠에게도 사과했고───] [코하쿠씨에게 사과했다니, 아키하가 ! ?] 아니, 아키하가 사과해 오는것도 의외지만, 코하쿠씨에게 사과한것도 너무 의외라서, 나도모르게 소리가 나왔다. [───웃. 오라버니, 저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자신에게 잘못이 있었으니까 코하쿠에게 사과하는건 당연하잖아요.] ......아니, 누구냐고 물어봐도, 사용인에게 엄한 여주인 이라던가 그런것을, 그래 막연하게. [오라버니. 지금 좋지않은 생각을 했죠.] ......날카롭다. 기분좋게 들떠있어도, 아키하의 감은 둔해지지 않은것 같다. [시키씨, 즐거운 시간을 방해해서 죄송하지만, 아침식사는 어떻하실 건가요? 곧 시간이 되니까, 준비를 하려고 하는데.] [그런가, 잊고있었다......하지만 별로 식욕이 없어. 목은 마르지만, 왠지 배가 불러서 말이야.] [아, 안돼요 시키씨. 어제도 쓰러지셨으니까, 아침은 먹지않으면 몸에 좋지 않아요. 여기서는 다소 식욕이 없더라도, 식사를 하게 할테니까요. [웃.......] 코하쿠씨의 말도 그렇긴 하지만, 이것만은 어쩔수가 없다. 애초에 그런 꿈을 꾼 후에, 제대로 식사를 할수 있을리가 없었다. [.......언니. 시키님은 아침부터 기분이 좋이 않으신것 같으니까, 그렇게 무리하게 말하는건 별로 좋지않다고 생각해요.] [정말, 히스이는 시키씨에게 무르단 말이야────, 어머?] [시키씨, 오늘 아침도 기분이 안좋으신 건가요?] 코하쿠씨가 바라본다. 그것에 따라서, 히스이와 아키하도 바라본다. .......뭐랄까, 이 상황을 그냥 넘길만한 분위기가 아니다. [────실은, 별로 기분이 좋지않아. 아침은 먹겠지만, 될수있으면 유동식으로 해주지 않을래. 최근에 몸도 안 좋아서, 별로 맛을 못느낄 정도이니.] 사실을 고백하니, 코하쿠씨는 그렇습니까, 하고 유감인듯 고개를 숙였다. .....요리담당으로서, 분명히 생각하는게 있겠지. [.....저기, 시키님? 시키님의 몸이 안 좋으신건, 생활환경이 바뀌어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그, 저택의 생활이 맞지 않으시다면, 당분간 아리가에 돌아가서 요양을 하시는건 어떠신가요.....?] [.......................] 히스이의 의견은, 순수하게 내 몸은 걱정해서 하는 말이었다. .....분명히 이 저택에 돌아와서부터, 토노 시키의 일상은 이상하게 되어버렸다. 게다가 8년전의 약속이 사라져 버린것도 있고, 무리해서 남아있는것 보다는 몇일 이라도 아리마가에 돌아가서, 몸을 추스리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렇네. 그것도 좋을지도 몰라. 아직 일주일 밖에 안되었지만, 이대로 맞지 않는다면 당분간 집을 떠나서, 몸을 추스리기로 할게.] 뭐 그것도 아직 이후의 이야기지만, 하고 덧붙여 둔다. ───그러자. 갑자기, 아키하가 소파에서 일어났다. [어머, 안돼요 오라버니. 겨우 돌아왔으니까, 이제 두번 다시는 이 저택을 떠나지 말아주세요. 그래도 또 나간다고 하시면, 저, 오라버니를 죽여버릴 테니까.] 빙긋, 하고 농담을 하고는 아키하는 로비로 가버렸다. [히스이. 아키하님의 등교시간 이니까, 따라가. 나는 시키씨의 아침을 준비해야하니까.] 네, 하고 대답한 후 히스이는 아키하를 쫒아간다. [그럼 아침은 먹기 쉬은것으로 할테니까,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코하쿠씨는 빠른 발걸음으로 주방으로 들어갔다. [─────────] 나는 하고 말하자면, 소파에 앉은채 멍하니 있었다. ───오라버니를 죽여버릴 테니까. ......그 말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농담일 터이지만, 어째서인지, 그것을 농담으로 들을수가 없었던거지. ────점심시간이 되었다. 아리히코는 언제나처럼 학교를 쉬고있다. [학식에라도 갈까.] 혼자서 밥을 먹어도 심심할 뿐이다. 시끄러운 식당에 가면, 혼자의 식사도 조금은 즐길수가 있겠지. 예상대로, 식당은 시끌벅적했다. 수십명의 행렬에 줄을서서, 무방한 A정식을 사서 테이블에 앉았다. 학생들의 말소리를 들으면서 점심을 먹는다. ─────그런데. 한순간, 뭔가 이상한 영상이 보였다. [.....? TV영상인가.] 식당의 안쪽에 떡, 하니 자리잡고있는 TV를 바라본다. 우리 학교는 그 날의 뉴스를 녹화해두고,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내보낸다는 서비스를 실현하고있다. 오늘도 지금과는 조금 늦은 뉴스를 내보내고 있는 TV를 멍하니 바라본다. [─────거짓말.] 그 뉴스롤 보고, 경악했다. TV에 비치고 있는것은, 어제, 꿈에서 본, 소녀의 얼굴이었다. 뉴스캐스터가 말하고있다. 화면에는 크게, 흡혈귀살인 새로운 희생자, 라는 피색 문자. .......소녀는, 어쨋든 운명을 달리한듯 하다. 몸의 혈액을 착취당한 소녀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있다고 한다. 의식불명. 회복의 기미도 불명. ......누가 소녀를 덥쳐, 그 피를 빼앗았는지도 불명. 화면에 비치는 소녀의 사진은, 틀림없이 어제의 소녀다. ───그러면, 불명이 아닌것이 하나 있다. 소녀를 덥친 범인은, 틀림없이────── [────────] 정신이, 멀어지는듯한. [어째.......서?] 그건 꿈이다. 틀림없이 꿈이다. 그런데도 실제로 꿈과 같은 인물이, 똑같이, 피를 빨렸다고 한다. [흡혈귀는, 이제, 없는데.] 유미즈카는 내가 이 손으로 죽였다. 흡혈귀사건 이라는것은, 이제 두번다시 일어나지 않을터였다. [내가─────죽였어?] 그래, 죽였다. 유미즈카를 이 손으로 찔렀을 때 처럼. 하아하아 하고 숨을 내쉬고는, 어젯밤도 알지못하는 소녀를───── 그래서 말했잖아 토노군? 참는다고, 될게 아니라고. 뭘 시치미 떼는거야. 너는 나 이상의 살인귀잖아. [웃────] 토할것을 참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교실에는 돌아갈수 없어. 그대로 거리로 달려나갔다. ───꿈에서 본 장소로 왔다. 주위에는 경찰이 몇 명있고, 뒷골목에는 진입금지 테이프가 걸려있었다. [───똑같다.] 분명히 꿈 속에서 여기를 지나갔다. ───아니, 그건 꿈이 아니야. 이제, 꿈이라고 넘어갈수가 없어. [...............] 여기에 오래 있어도 경찰들이 노려볼 뿐이다. ......이제와서 학교에는 돌아갈수 없다. 이대로, 저택에 돌아갈수 밖에 없었다. 아직 오후 2시가된지 얼마되지 않아서인지, 로비에는 아무도 기다리고 있지않았다. [.................] 타이밍이 좋다라면 타이밍은 좋다. 지금은 누구와도 만나고 싶지않다. 문득, 창문으로 시선을 옮긴다. 그곳에는 창백한 얼굴을 한, 딴 사람같은 토노 시키였다. 딴 사람같은 자신. 딴 사람같은 꿈. 의식에는 나오지않는, 기억에만 남아있는 살인의 흔적. 어질. 눈 앞이, 어둠으로 바뀌어간다. [아니야──── ! 나는 아버지와 같지가 않아........... ! ! !] 필사적으로 현기증을 버티면서, 쓰러질듯한 몸을 일으킨다. [───────아버지다.] 아버지의 방에 가서, 아버지가 어떠한 병상이었는지 조사해보면 된다. 그러면 나는 토노 마키히사와는 다르다는걸 분명히 할수있고, 혹시 같다라면───무언가, 해결책 같은것이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토노 마키히사의 방은 1층 서관, 코하쿠씨의 방 옆에 있다. 학교를 빠져나온게 운이 좋았다. 이 시간, 코하쿠씨도 히스이도 아키하의 모습도 없다. 나이프를 들고, 안경을 벗었다. 문의 자물쇠를 『절단』하려다, 다시 안경을 썼다. 방에, 자물쇠는 걸려있지 않았다. 아버지는 방은 그때 그대로이다. 나열된 서적은 그 대부분이 학술서로, 흥미를 끄는것은 아니다. 지금의 자신에게 필요한것은 아버지의 일기와 수첩이다. 꼼꼼한 성격이었던 아버지니까, 일단 틀림없이 그런것을 남겼을 것이다──── [......제길. 역시 눈에 띄는곳에는 없는건가.] 있다고 한다면 자물쇠가 있는 곳이겠지. 책상의 서랍을, 일단 조사하자. 격식을 차릴 상황이 아니다. 안경을 벗어 『선』을 본다. 나이프를 사용히, 서랍의 자물쇠의 『선』을 잘랐다. 책상 안에는 종이를 철한 오래된 기록서와, 수첩같은 책이 있었다. 먼저 오래된 기록서를 보았다. [......이거, 우리집 가계도인가.] 틀림없다. 토노 마키히사의 뒤에는 토노 시키, 토노 아키하 라는 이름이 있다. 그 바로 뒤에, 나나야 라는 단어가 있었다. [......아버지 녀석, 10년 전에 양자를 맞이했어.....하지만, 그것도 금방 병사한건가.] 10년 전이라면, 내가 소학교 1학년 때이다. 그렇게 오래전의 일이라면, 기억하지 못하는게 당연한건가. [......그런데, 우리쪽 당주는 정말로 단명(短命)이구나. 아버지도 50 전에 병사했고, 그 전은 서른에 사고사, 인가. .......그 전은 18살 때 자살했다────] ─────아니, 기다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이상하다. 확실하게 가계도를 보니, 토노가의 사람은 모두 이상하게 죽었다. 발광사. 사고사. 타살. 행방불명. 사산. ......누구 한 사람도, 제 수명대로 조용히 타계한 사람이 없다. [무슨...........] 그 일련의 기록은, 저주받았다고 밖에 할수없었다. 특히, 그 대반의 사인은 발광. 토노의 사람은, 그 대부분이 자신의 명을 끊는것으로 타계하였다. [이상해────이상하다구, 이거.] 하지만, 대체 무엇이 이상한지를 모르겠다. [.....다음은.......아버지의 수첩인가.] 비교적 새로운 장정을 한 수첩을 집는다. ────두근. 고동이 울린다. 이 안을 보면 안된다고, 마음 어딘가에서 알려오고 있다. 하지만, 이제와서 돌이킬수는 없다. 꿀꺽 하고 침을 삼키고, 아버지의 수첩을 열었다. ───토노의 혈통에는 마가 잠들어있다. 서두는, 그런류의 것이었다. 그것은, 비유가 아니다. 토노의 선조는 정말로 『인간이 아닌것』과의 혼혈로, 자손들인 우리들에게도, 그 『인간이 아닌것』의 피가 섞어있다, 라는 것이었다. 피는. 진한 자와 희박한 자로 나뉜다. 피가 희박한 자라면 보통의 인간으로서 문제없이 살아갈수 있지만, 진한 자라면, 인간으로서 살아갈수가 없다. 토노의 피가 진한 자는 특별할 힘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것은 죽지않는 몸 이라던가, 손을 쓰지않고 물건을 움직이는 힘 이라던가. 다른 사람으로 부터 혈액을 착취하는 것 이기도 하였다. 이 피. 이 피가 진하게 나타나는 토노의 사람은, 점점 이성을 잃어간다. 그렇게 이성을 잃어버린 토노의 사람은 그 대부분이 사람은 먹는 악귀가 되어버린다. 따라서, 토노의 당주는, 그렇게 되어버린 동족을 처벌하는 책임이 있다고 한다. [──────────] .......어떻게 된거야. 아버지는, 무엇을. 꿈같은 이야기를, 이렇게 진진하게 기록하고 있는 것일까. ─────수첩은, 어느새 아버지의 이야기로 바뀌어 있었다. 날짜는 9년 전. 수첩에는 날린듯한 글자가 계속되어 있었다. 끝끝내, 자신의 피의 끓어오름은 버틸수가 없게 되었다. 공감자의 일족의 고아를 손에 넣어, 자신의 의지를 강화한 시점에서, 그것도 언젠가 듣지않게 되겠지. 내가 나로 있을수 있는 시간은, 얼마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두려워진다. 정신을 차리니, 하루의 반이 전혀 기억나지 않아. 나는, 내가 모르는 곳에서, 자신의 반전하고있는 충동을 그 아이에게 떠맡기고 있었다. 이대로는. 언젠가 완전히 이성을 잃고, 그냥 짐승으로 변하게 되겠지. 내가 나로서 있을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남은걸까. 아니, 그 감응자인 아이가 있으면 몇 년은 버티겠지. 하지만 그 아이는 나의 행위를 버틸수가 없다. 아마도, 그 아이가 무너진 후, 나는 내 손으로 목숨을 끊지않으면 안된다. ......어이없는 이야기다. 자신의 지키기 위해서 다수의 방해를 배제해온 나는, 결국 자신의 손으로 목숨을 끊지않으면 안되는가보다. 아니면, 이건 나나야의 저주 인건가. 장난으로 녀석의 자식을 길러봤지만, 그 정도로는 녀석의 원념을 없애지 못했다는 것인가. 하지만, 이제와서 과거의 행위를 속죄할수도 없다. 꼴사나운 죽음이 기다린다 라면 미련없이 받아들이자. 하지만 그때까지는───나는 아이들을 지키지 않으면 안된다. 아키하의 피는 희박하다. 아키하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이상, 나 처럼은 되지않겠지. 문제는 시키다. 그 아이는, 나와 굉장히 가깝다. 적어도 그 아이만은, 나와 똑같은 괴로움에 빠지게하고 싶지않다. ....토노의 피가 이상한 피라고 한다면, 그 아이를 토노 라는 이름으로 부터 멀리하고, 상태를 보는수 밖에 없겠지────── [하───────아.] 아직 도중에 수첩에서 눈을 돌리고는, 폐에 침전한 안좋은 공기를 내보냈다. ......기분이 나빠진다. 아버지의 수첩의 내용은, 너무나도 비현실적이라, 기분이 안좋다. 아버지는 조울이 심했던 것은 아니다. 단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흉폭하게 되었던것 뿐이다. 지금의────토노 시키 같이. [─────이상해.] 하지만, 신경이 쓰인건 그 일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시키와 아키하, 하고 이상한 표기를 하고있다. 신경이 쓰여 가계도를 살펴보니, 아키하는 아키하(秋葉)으로 되어있지만, 시키는, 四季, 라고 쓰여져있다. [四季......분명히 시키라고 읽지만.] 이 이상 생각하는건 위험하다고 직감했지만, 사고는 멈추지 않는다. [.......이 감응자 라는건 뭐지. 양자로 들여온 아이.......말인건가.] 그것도 어딘가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어쨋든, 수첩은 아직 반이 남았다. 마지막까지 보면 이 의문도 풀리겠지. 하지만 그건───정말로 해결해도 좋은 의문 인건가. [................] ───토할것 같다. 그리 심하지는 않지만 서 있을수가 없다. 빨리. 빨리 방에 돌아가서 자지 않으면, 머리가 어떻게 되어버릴것 같았다. 그래도, 수첩의 페이지를 넘기기로 했다. ───수첩의 나머지는, 무언가의 기록이었다. 날짜는 8년 전의 여름에서 시작해서, 그 후는 조금씩 날이 경과하는듯 했다. [...............] 의미가 알수 없더라도, 어쨋든 훑어보기로 하자. O월O일 아들 시키가 토노의 피에 경사(傾斜)한다. 시키, 그 장소에 있던 양자를 살해. (양자는 나나야의 직계 자손이다. 코하쿠, 히스이라는 감응자의 일족이 아닌건 불행중 다행이었다.) 시키는 반전이 심하다. 봐서 처벌할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토노의 당주의 의무라 해도, 내 자식을 죽이는건 괴롭다. 토노의 피는, 아키하보다 시키가 진하다. 잠재적인 레벨은 아키하에게서 보다 오랜 기원을 느끼지만, 피의 진함에서는 시키가 위였다. 그 때문에, 시키는 성인이 되기전에 반전해버린 것이겠지. 시키의 능력은 『불사』와 『공융(共融)』이다. 시키는 되살아난 자기의 능력을 제어하지 못해, 결과로 가까이에 있던 나나야의 양자를 살해하고, 그 목숨을 빼앗았다. 처음으로 능력행사 한것으로는 굉장한 거라는건 말할것도 없었다. O월X일 시키, 양자, 함께 목숨을 건졌다. O월O일 사회적인 처리가 남았다. 시키는 나나야의 양자를 살해해버렸다. 사실은 은닉했지만, 시키는 모두의 앞에 내놓은 상황은 아니었다. 아직 내가 남긴 상처도 낫지 않았고, 모습도 변해버렸다. 토노 시키로서 사람 앞에 나올 상태.......인간으로 표현 할수있는 생명은 아니다. 나나야의 양자는 아직 살아있다. 그것이 존명하고 있는 사이, 아직 써먹기로 했다. 반대의견이 있다면 반답을 바란다. 추신. 나나야의 혈족은, 살인귀를 배출하는 일족이다. 혹시 양자가 살아남은 경우, 목숨을 공유해 이어져있는 시키에게 악영향을 주게되겠지. 모처럼 이성을 되찾은 시키가, 나나야의 양자에 이끌려서 『살인귀』가 되어버릴 가능성도 부정할수 없다. 그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양자는 눈이 닿는 범위에서 키우지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토노의 저택에 가까이 두는것도 허용할수 없다. 관리에 적당한 분가를 선택해 주었으면 한다. O월X일 ........토노의 피에 각성한 시키. 한 번 임사체험을 해서인지, 지금은 이전처럼 이성이 돌아와 주었다. 하지만, 언제 반전을 해버릴지 알수없다. 본의아니게, 시키도 토노의 저택에 가까이 둘수가 없었다. 시키의 시중은 신뢰할수 있는 사용인에게 맡긴다. O월X일 나나야의 자식을 분가에 맡긴다. 아키하가 나를 싫어한다. 아키하에게 있어서는 두 사람의 오빠를 동시에 잃는것이 된다. 내가 미움받는건 당연한건지도 모른다. O월X일 아키하를 차기당주로서 교육한다. 일족을 관리하는 당주로서 필요한 능력에 관해서는, 아키하는 충분할 정도의 재능이 있다. 시키가 "불사" 라고 한다면, 아키하는 "약탈" 이다. (오누이, 공융능력은 모두 갖추고있다.) 후회했다. 아키하가 10년만 일찍이 태어났다면, 키시마의 도움없이 나나야를 멸할수 있었을텐데. 하지만 주의하지 않으면 안된다. 약탈은 양날 검이다. 상대의 열을 빼앗으면서, 그 상념조차 빼앗아 버린다. 나 처럼──죽인 상대의 저주를 불러 일으키는 일이 없도록, 교육하지 않으면 안되겠지. O월X일 아키하가 아리마가에 가려고 했다. 아키하와 나나야의 자식을 만나게 할수는 없다. 아키하는 기숙사제 학교에 전입시켜, 행동을 제한했다. O월X일 최근, 몸 상태가 이상해져 왔다. 감응자의 아이 만으로는 한계가 되었던 것일까. O월X일. ......간만에 자신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붓을 드는게 얼마 만인지. 당분간 다음은 없겠지. 붓은 여기서 멈추기로 했다. 나의 죽음 후에, 이건 아키하에게 전해주도록 아이에게 말해두었다. 아키하가 이것을 읽을지는 알수없다. 하지만 한번이라도 봤다면, 반드시 처분하도록. 그것이 나, 토노 마키히사가 내 딸에게 보내는, 단 하나의 유언이다. [────────뭐야, 이거.] 10년 전에 들여온 양자. 그런 옛날 일, 나는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그녀석을, 내가 죽였어? 8년 전의 여름 날, 그 상처를 입었을 때. ......그녀석이, 나를 죽였어? 8년 전의 여름 날, 그 성처를 입었을 때. [──────] 토할것 같다. 기분이 안좋다. 지금까지 잊고있던 기억이, 엉망진창이 되어서 머리속에서 날뛰고있다. [──────큭.] .......알고있다. 이렇게까지 결정적으로 쓰여있었으니, 인정할수 밖에 없는거잖아. 애초에, 그거라면 이야기가 맞아 들어간다. 내가 아리마가에 맡겨진 이유. 직계인 장남을 감당한 이유. 아무것도 아니다. 요약하면, 나는───시키라는 이름은 가진, 시키 라는 인간의 대용이었다는 것이다. [헛───이 얼마나, 흉한꼴인가.] 자신을 저주하듯 중얼 거리고는, 수첩을 던져버렸다. ......이제, 이 이상 알아야 할것은 없다. 여기에 있어도, 단지 시간을 허비할 뿐이겠지. ────해가 진다. 침대에 쓰러진채, 어느 일을 계속 생각하고 있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니, 그 수첩에서 알게된 사실은 2가지 뿐이다. 내가 토노가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 나나야 라는 가계가 살인귀를 배출했다는 것. 나는 토노 마키히사와 피가 이어져 있지 않다. 살인의 꿈을 꾸는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원인이었다. 그러면, 이제 할일은 분명하게 되었다. ────로비에서 이야기 소리가 들린다. [.....아키하, 돌아온건가.] 침대에서 일어난다. 마지막으로 아키하의 입에서 사실을 듣고싶었다 [───────] 결심을 하고 문을 두드린다. [아키하, 할말이 있어.] [에, 오라버니 인가요? 들어와 주세요.] 아키하의 목소리는 밝다. 그것에 결심이 약해지면서도, 단숨에 문을 열었다. [이상한 일도 있네요. 오라버니가 제 방을 방문하다니.] 아침과 같이, 아키하는 웃는얼굴을 하고있다. 그것을 보고있으면, 이대로 말없이 나가버리고 싶어진다. ........뭐라해도, 나는. 토노 시키인 자신도, 토노 아키하 라는 여동생도, 떨어지고 싶어할 정도로 소중한 것이라는걸 느끼고 있던것인가. ─────그래도. 묻지않으면 안되는것이 있다. [아키하─────] [네, 뭔가요 오라버니] 아키하는 뭔가, 즐거운 회화를 기대하는듯이 바라본다. [─────읏.] 끼익, 하고 이를 갈고는, 아키하의 눈 만을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나나야 라는 집안의 일을 알려줘. 나에게는, 그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 [─────────] 순간. 마치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아키하는 모든 움직임을 멈추었다. [─────────] 아키하는 말없이 나를 바라본다. [대답할수 없는건가. 그럼 질문을 바꾸지. 아버지───토노 마키히사는 이중인격 이었지. 그것도 아버지만이 아니야. 토노가의 사람 대부분은 몸에 무언가의 질환을 품고있어.......그러니까 나도 자신의 몸이 그렇구나 하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건 아니야. 나의 빈혈은 8년 전의 사고에 원인이 있을 뿐이야. 그치만, 나는.] [알고있어요. 토노가에 양자로 들어온 아이니까, 이죠?] 말하고는. 무슨 생각인지, 아키하는 웃었다. [아키하──── ? ] 아키하는 천천히, 연기를 하는듯 우아하게 창가로 걸어간다. 쏴아, 하고 커튼이 바람에 날린다. 아키하는 창문에 손을 대고, 빙글 하고 뒤로 돌았다. [오라버니는 토노가에 들여온 양자로, 진짜 이름은 나나야 시키라고 합니다. 오라버니의 말대로, 당신의 몸이 불안정 한것도 8년 전의 사고가 원인.....흐응. 그 상태로 보면, 토노의 사람이 모두 사람과는 다르다는 것도 알아버린것 같네요.] 아키하는 분명하게, 가장 묻기 힘들었던 사실을 말했다. [.......아키하. 그건───── ] [괜찮아요. 어차피 언젠가는 알게될 사실이었고, 돌려말하는건 싫어하니까. 오라버니가 알아버렸다면 감출것도 없어요.....아니, 오히려 처음부터 이랬어야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도그럴게, 그렇게 하면 참을 필요가 없어지는 걸요.] 네, 그렇죠, 오라버니. 하고. 아키하는 자신이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키하. 그럼 역시, 나는──── ] [네. 10년 전에 아버지에 의해 들여온 양자에요. 하지만 오라버니는 그 사실을 기억하고 있지않아. 오라버니, 저희들에게는 시키라는 또 한 사람의 친구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계시나요?] [────────아니. 생각이 안나.] [그렇겠죠. 그건 아버님이 오라버니에게 암시를 걸었기 때문이에요.] [.....시키는, 토노가의 피를 견디지 못한 사람이었어요. 오라버니는 거억하지 못하시겠지만, 8년 전의 그날, 오라버니는 시키에게서 저를 지켜주었어요. 그, 피에 굶주린 살인귀가 된 시키에게서, 몸을 던져 지켜주었어요. 그래서 오라버니는 시키에게 죽어서, 시키도 아버지에게 처분되었습니다. "떨어져" 버린 일족의 인간은 처분하는 것은 토노가 당주의 의무이니까.] [........? 죽었다 라고 말했는데, 나는 살아있잖아.] [────네. 오라버니는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어요. 그 후의 일은 기억하고 있죠? 오라버니는 병원에 옮겨져, 저택에 돌아온 그 날에 아리마가에 맡겨졌어요. 그 때의 아버님은 오라버니에게 암시를 걸었겠죠. 오라버니는 아직 상처도 다 낫지않았고, 심신도 불안정안 상태였어요. 그래서 간단히, 정말로 깊게 아버님의 암시를 믿게 되었던 거에요.] [.....그런거구나. 그럼, 이제 됐어. 아키하가 알고있다면, 이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어. 나는 토노가의 사람이 아닌거지? 그러면, 이제───무리해서, 나를 오빠라고, 부르지 않아도 돼.] 바로. 남남인 나는, 이 집에서 나갈테니까. [......오해는하지마세요 오라버니. 저는 체면을 위해서 당신을 오라버니, 라고 부른게 아니에요. 기억안나세요? 저, 오라버니가 시키에게 죽기전 부터 당신을 오라버니라 불렀어요. 그러니까 당신이 양자이든 아니든 관계없어요. 저는 처음부터 오라버니가 진자 오빠가 아니라는걸 알고있었습니다. 오라버니도 그걸 받아들였어요. 그러니까───오라버니가 아무리 부정한데도, 오라버니는 이미 토노 시키인거에요. 그러니까, 이대로, 당신은 이 저택에 있어주세요.] 아키하의 말은 정말로 기뻤다. 하지만, 나는 알수없었다. 어째서 아키하는 그렇게도, 남남인 나를 받아들여 준건지. [────왜. 나는 아키하에게 있어서, 진짜 오빠가 아닌데도.] [.......정말. 여기까지 말했는데도, 오라버니는 아직 이해하지 못하시네요. 저에게 있어서 오빠라 부를수있는 사람은 당신뿐이고, 설령 오라버니가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데도, 그냥 옆에 있어주었으면 해요. 저는, 오라버니를 사랑하고 있으니까.] [무슨─────── ] 선뜻, 아키하는 굉장한 말을 했다. 아키하가 나를, 오빠로서 좋아해주는건 기쁘다. 하지만, 그럴수록────나는, 이 저택에 있을수 없다. [......아니야. 나는 아키하가 생각하는 그럼 사람이 아니야. 아키하는 시키는 살인귀라 말했지만, 나도───시키와 같은, 살인귀 일지도 모른다구.] [살인귀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요?] [....................] 여기까지 온 이상, 숨길수는 없다. 나는 지금까지의 일────어젯밤 살인의 꿈과 기억에 없는 피의 흔적, 그리고, 아키하에게 죽임을 당하는 꿈을 꿈 일. [.....나는, 나에게 자신을 가지고있지 않아. 아무리해도 그것이 꿈이라고는 생각이 들지않아. 아버지는 나나야의 사람은 살인귀를 배출한다고 말했어. 그러니까 나도 시키처럼 되어서, 언젠가 아키하에게 폐를 끼치게 될거야.] 심장은 조이는듯한 기분으로, 모든걸 고백했다. 그런데도, 아키하 녀석은, 눈을 희번덕 거리더니, 이상하다는 듯이 웃음을 참았다. [뭐, 뭐가 이상한거야. 이건 농담이 아니라구......믿기지 않겠지만, 나는 분명히 사람의 피를 빠는 꿈을 꾸었어......!] 아키하는 아직도 후후 하고 웃고있다. .....왠지. 그렇게되니, 혼자 고민하고 있던 내가 바보처럼 느껴졌다. [아아, 이상해. 알겠어요? 오라버니는 결단코 흡혈귀 같은게 아니에요. 오라버니는 나나야 라는, 어디까지나 사람으로서 우수한 피를 가지고 있는것 뿐이니까. 그리고 나나야의 사람들은 살인귀 같은게 아니에요......분명히 아버님이 보시면 살인귀 이겠지만, 나나야의 사람들이 살인충동을 보이는것은 인간외의 사람 뿐이에요. 그러니까, 오라버니가 보고있는것은 단지 꿈에 지나지 않아요. 그 꿈도, 시키라는 살인귀에게서 흘러들어온 상념같은 것이니까, 오라버니 본인의 소위가 아니에요.] 시키에게서 흘러들어온 상념? 그러고보니 아버지의 수첩에도 그런게 적혀있었지. 시키는 내 목숨을 빼앗아, 그것을 공융하고 있으니까, 우리들은 서로 영향을 준다던가 어떻다던가. [....그런건가. 하지만 그럼 누가 거리에서 살인을 하고있는거야. 나가 보고있는게 꿈이라해도, 실제로 거리에서 희생자가 나오고 있으니까────] ────살인귀는 실존한다. 나는 그 녀석과 만나적이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것도 꿈 속의 일이었단 말인가. 아니, 그 진위는 놔두고서라도, 혹시 이 거리에 살인귀가 있다고 하면, 그건──── [......시키가, 살아있어......?] [에?] 지금까지 웃음을 참고있던 아키하도, 심각한 얼굴을 했다. [아키하. 아버지의 수첩에는, 시키는 살아있다고 쓰여있었어. 그건 결국────] [아버님의 수첩.......?] 이상하다는듯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아키하. [아버지는 나와 시키는 이어져있다고 말했어. 그럼 내가 보고있는 꿈이라는건 시키의 꿈일지도 몰라.] ......아니, 그렇다기보다 시키가 행하고있는 살인행위 그 자체인가. [.....분명히 그 가능성도 있어요. 아버님의 사인도 이상한 점이 여럿 있었고, 저택의 지하에는 누군가를 묶었던 흔적이 있었으니까.] [.....잠깐 아키하. 저택의 지하라니, 이 집에 그런 곳이 있었는거야.] [어머, 그건 당연하잖아요? 토노가의 사람 다수는 정신이상이 왔는걸로. 밖의 세계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그런 결계가 준비되어 있어요. 뭐, 용도는 그것만이 아니지만. 저도 어렸을 적, 아버님이 하신말씀을 어겼을때 자주 같였으니까.] 왜인지 즐거운듯, 아키하는 이쪽을 흘려본다. .....왠지, 등골이 오싹해졌다. [.....알겠어. 지하실의 이야기는 됐으니까, 지금은 시키의 일을 어떻게 하지 않으면. 혹 정말로 시키가 거리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있다면, 어떻게든 멈추게하지 않으면 안되잖아.] [그런가요? 시키가 뭐든간에, 우리들이 관연할 필요는 없잖아요? 경찰이라는 조직이 있으니까, 살인귀 같은건 그들에게 맡겨야 하잖아요?] [무슨──────아키하, 무슨 말 하는거야. 아무리 살인귀가 되었다 해도, 시키는 네 오빠잖아. 그야 벌을 받아 마땅하겠지만, 그래도────] [.....하아. 정말, 오라버니는 어디까지 사람이 좋은것일까.] 질렸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고는, 아키하는 머리를 쓸어 올렸다. [저에게 있어서 육친은 오라버니 뿐이에요. 시키같은건 알 바 아니고, 오라버니가 마음 아파할 필요도 없어요.] [바보, 그럴수는 없는거잖아. 지금까지 경찰에게 잡히지 않았던 녀석이, 그리 간단하게 잡히겠냐. 그 사이에 또 새로운 피해자가 나온다구.] [저는 몰라요, 그런거, 저희들의 책임이 아니니까.] 말하고는, 아키하는 나의 눈을 바라본다. [저기, 이제 이런 이야기는 그만두지 않겠어요? 살인 이라던가 살인귀 라던가, 그런이야기는 재미없어요.] [무슨──────] 하지만 이건 우리들의 문제이다, 하고 말하려다, 하지 못했다. ....깊숙이, 이 쪽의 마음까지 꿰뚫어보는 듯한 아키하의 눈. 그런 눈을 하고있으면, 왜인지 아키하에게는 이길수 없을듯한 느낌이 들어서, 기합이 빠져버린다. [알아주신것 같네요. 그럼 이제 방으로 돌아가 주시겠어요? 학교에서 돌아온지 얼마 안되었으니까, 해야할 일이 있어요.] [──────] ........아키하의 말대로, 어쨋든, 이 이상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다. 납득이 가지않은 채로 끄덕이고, 아키하에게 등을 보였다. 아키하의 방에서 나가려 한다. ─────그러자.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뭐야. 이제 할 이야기는 없잖아, 아키하.] [───────] 아키하는 말없이, 나의 눈을 바라본다. [───오라버니. 저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은 당신이에요. 이 8년 간, 오라버니와의 추억이 없었다면 저는 제가 아니게 되었을겁니다. .......오라버니가 있어주어서, 아키하는 아키하인채로 있을수 있었어요. 저에게 있어서 오라버니는 자신 이상으로 소중한 사람이니까, 계속, 나를 좋아해 주었으면 했어요.] 시계에는 나 밖에 없는듯한 한결같음으로, 아키하는 나를 바라보고있다. [하지만 그건 제멋대로의 소원이죠? 오라버니에게 있어서는 토노가도 저도, 짐 밖에 되지않으니까. 그러니까 오라버니는 저를 멀리하고 있는거겠지, 하고 계속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기우였던 거죠? 그치만 오라버니는 이 저택에 돌아와 주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저를 위해서 돌아와주신 것이니까.] 그렇게, 기쁜듯이 아키하는 웃었다. ......그 웃는얼굴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그래. 아는 아키하를 놔둘수가 없어서 돌아왔어. 그건, 지금도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고있어.] 그, 어딘가 위험해 보이는 지금의 아키하를 보살피기 위해서도, 돌아왔다는 건 틀리지 않다. 하지만, 아니야. 아키하의 눈이 너무나도 진지해서, 거짓말을 할수 없다. [하지만 아키하. 내가 돌아온건 이유는 그것만이 아니야. 나는────] 8년 전의 그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돌아왔다. 그건 아키하에 대한 애정보다 소중한, 거짓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만둬요. 그런 이야기는 듣고싶지 않아요. 오라버니는 돌아와 주었다. 사실은 그것 뿐이죠? 그럼, 그 이외의 일 같은건────오라버니의 사정같은건, 저에게는 필요 없어요.] 아키하의 시선이 떨어진다. 시선을 돌린 아키하는, 어딘가────의미도 없이, 위험한 것을 느끼게 한다. [방으로 돌아가세요. 그런 얼굴을 한채로, 제 앞에 서있지 말아주세요, 오라버니.] [...................]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말없이 아키하의 방을 뒤로했다. 밤도 깊어서, 이제 자정이 되려고 한다. 언제나의 취침시간은 이미 지나갔다. 침대에 누운채로, 창 너머의 달을 올려다 본다. [...................] 자지 않고 밤을 보낸다. 또 살인의 꿈을 꾸는것이 무섭다, 라는건 아니다. 거리를 배회하고 있는 시키라는 살인귀. 어딘가 무너질것만 같은, 위험한 분위기의 아키하. 그런 것들이 신경쓰여서, 언제까지나 자지않고 달을 올려다 볼 뿐이었다. [..........목이, 마르네.] 마지막으로 물을 마신게 저녁때 였으니까, 그 후로 4시간이 지났다. 참는것도 뭐하니까, 부엌에 가서 물을 마시기로 했다. 컵에 물을 딸라서, 단숨에 마셨다. 왜인지, 묘하게 맛이있다. [......이상하네. 그냥 목이 마른것 뿐인데.] 어젯밤의 꿈 속의 나처럼, 목구멍을 넘어가는 액체의 감각이 기분 좋았다. [응........? 누가 오네.] 뚜벅, 뚜벅, 하는 발소리가 가까워진다. 매우 작은 발소리로, 깊은 밤이 아니면 들리지않을 정도로 조용하다. [......시키님? 이런시간에 무엇을 하시고 계십니까?] [히스이 인가. 아니, 목이 말라서 물을 마시런 온것 뿐이야.] [시키님. 그런 것이라면, 저를 부르시면 갖다 드리겠습니다. 아무쪼록, 밤에는 방에서 쉬어 주십시오....밤에 이 저택을 걸어 다니는건, 별로 좋은건 아닙니다.] 담담하게 히스이가 말했다. [........?] 하지만, 그 말은 어딘가 이상하다. 밤에 저택을 걷는것은 좋은 것이 아니다, 라는 말은, 뒤집어보면 방에서 나오지마, 라는 것이된다. ......아니, 그런것 보다. 히스이와 코하쿠씨는 어렸을 적 부터 이 저택에서 일해왔다. 그러면───내가 토노가의 양자라는 것을 알고있어도 이상하지가 않다. [.....히스이. 묻고싶은게 있는데, 괜찮을까.] [네. 그러시면 시키님의 방으로 돌아가죠. 여기는 이야기를 할만한 장소는 아닙니다.] [아니, 여기서면 됐어. 사소한 것을 물어보는것 뿐이니까.] [────── ?] 히스이는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 하아, 하고 심호흡을 한다. 히스이가 몰랐을 경우, 묻는 시점에서 비밀을 밝히는 것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이제와서 이 일을 숨길 마음은 없다. [간단하게 묻겠는데. 히스이는, 내가 양자라는 것을 알고있는거야.] [─────────] 히스이의 어깨가 떨린다. .......그걸로, 히스이도 알고있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런가. 히스이가 알고있다는 것은 코하쿠씨도 알고있다는 것이 되겠지. 뭐야. 이런거, 별로 비밀도 아무것도 아니었잖아.] [시키님, 그건──── ] 히스이는 거기서 말을 끊고, 고개를 숙였다. [.....죄송, 합니다. 하지만 시키님, 시키님은 양자이셔도 틀림없이 토노가의 장남 이십니다. 아키하님이 시키님을 육친으로 받아 들이시듯이, 저와 언니에게 있어서도 시키님은 저희들의 주인 이십니다.] [......고마워. 그렇게 말해주니, 이 저택에 남아있어도 되는구나 하고 믿을수가 있어.] [시키님....아무쪼록, 그런 말씀은 하지말아주십시요. 시키님에게 있어서, 이 저택은 진짜 집이니까.] [알고있어. 나도 그런 마음이야. 짧았지만, 어렸을 적에 여기서 지낸 시간은 소중한 것이야. 그것을 버릴수는 없잖아.] 히스이는 안심한듯 가슴을 쓸어내린다. [.....하지만, 그래도 알고싶어. 내가 이 집에 오기전, 에또....나나야, 였었지. 그 때, 어떤 아이였었나 하는 것을. 히스이가 그걸을 알고있으면 가르쳐주었으면 해.] [.......죄송합니다. 시키님은 나나야 라는 구 가계의 장남이라는 것 외에는, 저는 알고있지 않습니다. 모든것은 마키히사님이 처분하셨으니까.] .......그런가. 뭐, 나를 토노 시키로서 가장시켰다면, 나나야 시키였던 때의 기록은 모두 처분해 두었겠지. [그렇지만 시키님. 언니라면 뭔가 알고있을지도 모릅니다.] [에......? 히스이 어째서 코하쿠씨라면 알고있는거지?] [언니는 어렸을 적 부터 마키히사님의 시중을 들었으니까. 토노가의 사정이라면, 어느 의미로 아키하님 이상으로 알고있을 것입니다.] [...............?] 그러고보니 코하쿠씨도, 자신이 마키히사님의 사용인 이었다 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그건, 가끔 마키히사의 건강을 본다는 이야기 였다고 생각했는데.....어렸을 적 부터 마키히사의 시중 이었다는건 몰랐다. [.......그 코하쿠씨가 말이지....그렇게 매일 나와 놀았으니까, 아버지 옆에 있었다 하는 이미지는 없지만─────] .....어느쪽이라고 하자면, 마키하사의 시중은 히스이 쪽이 이미지가 맞다. 언제나 저택 안에 있고, 나와 아키하와 코하쿠씨가 놀고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라는. [......그런건가. 하지만 이상해 히스이. 아키하에게도 전하지 않았던 것을, 아버지는 어쨰서 코하쿠씨에게 전한거지.] [아니, 전했다, 라는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언니는 이 저택에 들어와서부터 계속 마키히사님의 곁에 있었으니까, 마키히사님의 혼잣말을 들을 기회가 많았었겠지요.] [──────계속, 아버지의 곁에 있었어?] 그러니까. 그건 언제나 저택 안에 있던 히스이 쪽──── [기다려. 코하쿠씨는, 어렸을 적 부터 아버지 곁에 있었다는 거야.] [아─────] 시선을 돌리는 히스이. ───지금, 뭔가 어긋나있다. 지금가지는 단지 위화감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 형태와 소리를 내서 맞쳐져 간다. 코하쿠씨는 히스이밖에 모를 약속을 알고있다. 히스이는 8년 전의 약속을 잊고있었다. 하지만 그건, 단지. 두 사람의 위치가, 그대로 역으로 되었던것 뿐이잖아. 그렇다면────── [.....히스이. 다시 한번 묻겠는데, 8년 전의 일을 기억하고 있어?] [────네. 리본을 시키님에게 건내주었다는, 일 말이지요.] [......그래. 내가 내 방을 나온 후에, 현관에서 불러세워서 리본을 주었다. 그런데 리본의 색이 무슨 색이었는지 알고있어?] [흰색 이었습니다만, 무슨.] 히스이의 대답은 막힘이 없다. 하지만, 그건 이미 틀려있었다. [────────] 털썩, 하고. 무릎의 힘이 빠져서, 쓰러지듯이 의자에 앉는다. [──────어쨰서.] 무슨 오해를, 지금까지 하고 있었던거지, 나는. [시키님......?] [────아니야 히스이. 나는 정원의 나무 아래에서 리본을 받았어. 현관이 아니야.] [───────────] 히스이는 숨을 멈추고, 그대로 입을 다물어 버렸다. [왜───── ] 모르겠어. 어째서 코하쿠씨는 나를 속이기만 한건지. 어째서───분명하게, 그 약속의 상대가 자신이라고 말해주지 않았던 것인지. [시키님───언니에게는 이 일을 알리지 말아주세요. 시키님이 알아버렸다는걸 알게되면, 언니는 갈곳을 잃게 됩니다.] 갑자기. 히스이는, 그럼 말을 했다. [알리다니, 코하쿠씨와 히스이가 바뀌었다는 것, 을 말이야.] 말없이 히스이는 끄덕인다. [.......그럼 역시, 히스이가 우리들과 놀았던 아이이고, 코하쿠씨가───저택에 있던 아이였던 것인어야, 히스이.] 말없이 히스이는 끄덕인다. [어째서........? 어째서 그렇게 바꾼거야, 히스이들은. 그런일을 한다고해서, 아무 의미도 없는거잖아. 아니면 나를 놀리고 있다고 말하려는건 아니겠지.] [시키님을 속인건 죄송합니다. 저희들도,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확실하게 설명을 해드릴수가 없습니다.] [.....8년 전의 이야기 입니다. 시키님이 아리마가에 가신 후, 저는 이전에 비해서 어른스러워 졌다고 생각합니다. 언니는 그런 저를 위로하듯 밝게 행동하게 되어서, 어느샌가, 저희들은 입장이 바뀌게된것 뿐입니다.] [그걸 알수가 없어. 히스이, 너는 그렇게나 활발한 아이였었잖아. ] [.......아닙니다. 저는 원래, 그다지 활동적인 아이는 아니었습니다. 단지 시키님이 계시니까, 혼신을 다해 시키님을 쫒았던것 뿐입니다.] [─────────────] .....아아, 기억하고 있다. 언제나 활발하고, 웃음이 떠나지 않았던 소녀. 우리들의 누구보다도 자유롭고, 위태로웠고, 그런데 가장 빈틈이 없었던, 코하쿠씨의 어린시절 같은 소녀의 모습을. [....그랬었나. 히스이는 내가 없어도, 역시 활발했었다고 생각해. 그건 말이야, 틀림없이 지(地) 였으니까. 히스이와 오래 놀았던 내가 말하는 거니까 틀림없다니까.] [......네. 그 때는 정말로 즐거웠습니다. 시키님이 계신 2년간은, 저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계절 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키님이 없어지고 나서부터 무언가가 무너져 버렸습니다. 아키하님은 마키히사님을 미워하시게 되고, 마키히사님은 언니를 엄하게 대하게 되었습니다. 즐거웠던 저택의 생활은, 거기서 끝났던 것입니다. 저는 점점 말이 없어지고, 일을 할수없을 지경까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언니는 일을 할수없게 된 저 대신에 일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전의 저처럼 웃으면서, 이전의 저처럼 활발하게. 그 대신에, 저는 이전의 언니의 일을 받게 되었습니다......저는 그것이 가장 편했습니다. 동시에, 그것이 단 하나뿐인 언니의 소망 이었던 것입니다.] [......코하쿠씨의 소망....?] 히스이의 말을 나는 이해할수 없었다. 단지, 히스이는 정말로 코하쿠씨를 걱정하고 있다. 그것만은, 그런 자신에게도 확실하게 느껴졌다. [히스이. 코하쿠씨가 소망했다니, 무슨 말이야.] [......언니는, 늘 히스이가 되고 싶어했습니다. 하지만 저 때문에 그것을 참고 있었습니다. 언니에게 있어서, 저 대신에 일하는건 단지 연극에 지나지 않는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니는 예전의 히스이로 되어서, 언니 자신의 의사를 죽이고 있습니다. 언니는 자신의 의지가 아닌, 어디까지나 "예전의 히스이" 로서 나날을 보내고 있는것 뿐인, 인현 입니다.] [.....저, 그런 언니가 무서웠습니다. 언니에게는 자신이라는 것이 없어져서, 단지 누군가로 되어서 보내고 있는것 뿐이라는걸 알아버린 것입니다.......언니는 분명히, 제가 이전의 히스이로 돌아가면 금방 이전의, 본모습의 언니로 돌아와줄거라고 생각합니다. .......저와 언니가 처음으로 바뀌었을 떄, 언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괜찮아, 히스이. 히스이가 원래대로 될때까지, 내가 대신해 줄테니까. 그러니까 언제라도, 히스이가 원래대로 돌아오면 히스이는 되돌려 줄테니까. [────그 말이 무서워서, 저는 조금이라도 빨리 원래 자신으로 돌아자가 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했습니다.....하지만, 그런 때에 우연히, 정원을 즐겁게 걷고있던 언니를 본것입니다. 언니는 정말로 즐거워 보였습니다.....예전의 자신이 그런 웃는얼굴로 정원을 걷고 있었는지 몰랐을 정도로, 언니는 즐거워 보였습니다. 언니는 단지 혼자서, 정원을 걷고 있었던것 뿐이었는데.] [언니의 행위는, 모두 "히스이" 라는 역할을 연기하고 있는것 뿐이라는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연극은 너무나도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래서────언니 자신이 눈치채지 못한것 뿐, 지금의 코하쿠는 언니가 늘 동경해왔던 꿈이었다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무너뜨린 다는건, 저는 할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히스이는 입술을 깨물어, 눈물을 참듯이 입을 다물었다. [......시키님. 언니는 지금의 언니로 있을수있게 해주세요.......그렇지 않으면, 언니는 자기가 있을곳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히스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건, 결코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 코하쿠씨는 언제까지나 예전의 히스이를 연기하고, 히스이는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예전의 코하쿠를 연기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인가. ───그런, 거짓밖에 없는 코하쿠씨를 보고, 히스이는 늘 곁에 있겠다고 한다. 그것이───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시키님. 약속해 주십시요. 언니에게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겠다고.] [......알겠어. 하지만 히스이. 너는 그걸로 좋은거야.] [.............................] 히스이는 대답하지 않는다. .........갈곳이 없는 감정을 삼키고는 의자에서 일어난다. 고개를 숙이고있는 히스이를 두고서, 부엌을 뒤로할수 밖에, 없었다. [───────── ?] 방으로 돌아가려고 하다가, 현관의 문이 약간 열려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누가 밖에 나간건가?] .......히스이는 아직 부엌에 있을 터이다. 그렇다면 코하쿠씨나 아키하가 밖에 나갔다, 라는 것이된다. [......................] 솔직히, 지금은 자고싶다. 몸도 마음도 지쳐있어서, 금방 자지않으면 쓰러질것만 같다. 오늘밤 만은. 이대로 조용히 자지않으면, 토노 시키는 부서져 버린다. 여기서는 1, ......밖에 나가본다. 2, 조용히 방에 돌아간다. -선택. ─────방에 돌아가자. 히스이가 한 말이, 머리 속에서 거품을 내고있다. 안그래도 무거운 몸은, 눈에 보이지 않는 언령의 쇠사슬로 더욱더 무거워 진다. [................................읏] 계단을 올라가려다, 몸이 굳었다. ........발이 올라가지 않아. 걷는것 조차, 될것같지 않았다. [......................어떻게 된거야, 이거.] .......어쩔수 없지. 부엌에 돌아가서, 히스이의 어깨를 빌려서───── [어───────라.] 부억에 돌아가려다, 바닥에 쓰러진다. [───────잠, 깐.] 목소리도 안 나온다. 질질 팔 만으로 기어서, 금방 힘이 다 빠졌다. 뚜벅뚜벅, 하는 발소리가 들려온다. 부엌에서 히스이가 온다. .......살았다. 어쨋든, 이걸로 히스이의 어깨를 빌려서──── 뚜벅뚜벅, 뚜벅뚜벅, 뚜벅. [.....................거짓말.] 계단에서 기어 온것이 시야 밖으로 나간건지. 때마침 나는 그늘로 들어가 버러서, 히스이가 눈치채지 못하고 계단을 올라가 버렸다. [....................왠지, 굉장히 바보인거 아냐, 나.] 멍하니 되뇌인 순간, 오싹, 하고. 가까이에, 자신 이외의 기척을 느꼈다. [───────────── !] 쓰러진채로 시선을 뒤로 보낸다. 그곳에는. 유령같은, 사람 그림자가. [──────────────] 거기서, 겨우 지금의 자신의 상황을 파악했다. 움직이지 않는 몸. 나오지 않는 목소리. 빛이 없는 어두운 양관. ........그리고, 사냥감을 응시하는 누군가. 이렇게 밥상이 차려져 있으니, 이제 죽는것 뿐이다. 무슨 호러영화의 상황처럼, 토할 것 같은 기분보다 웃음이 흘러나왔다. [........................하, 하하.] "누군가" 눈 발소리 하나 내지도 않고 다가온다. 죽는다, 라는 긴박감 때문인지, 현기증이 더욱 가속화 되어간다. [───────────] 기척이 멈추었다. "누군가"는 쓰러진 나를 내려다보고, 그대로, 무방비한 등을 향해서──── [시키씨, 이런 장소에서 자면 감기걸려요─] ────하고, 명랑하게 말을, 건내왔다. [.........................코하쿠, 씨?] [네, 저 인데 무슨 일이세요?] ..................힘이 빠진다. [시키씨? 정말로 무슨 일이신거에요, 이런곳에 누워서.] ..........끝까지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것에 안심한 것인지, 그대로───현기증에 흔들리던 의식은, 완전히 끊겨버렸다. 7/逢魔ヶ? I END 8/ 逢魔ヶ? II 강한 햇빛을 느껴서 눈을 떠보니, 그곳은 자신의 방이었다. 나는 확실하게 잠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워있다. [────────그런가, 어제.] 어젯밤, 로비에서 쓰러졌었다. 히스이는 나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가버렸고, 코하쿠씨가 소리를 듣고 와주었다. [......라는 것은, 밖에 나갔던건 아키하 녀석인가.] ......아마. 책임감이 강한 아키하 이니까, 밤 거리에 시키를 찾으러 간 거겠지. [......녀석. 시키는 나한테 맡겨두라고 말했는데......] [실례하겠습니다.] 노크 소리가 나고, 문이 열린다. 온것은 세면기와 타올을 갖고 온 코하쿠씨 였다. [아, 안녕하세요 시키씨. 몸은 어떠신가요?] 평상시와 다를게 없는 웃는얼굴로 코하쿠씨는 가까이 다가왔다. [─────────] 어젯밤 히스이와의 회화가 떠올랐다. 그것은 어떻게든 사고의 구석에 두고서, 될수있는한 평소대로 웃어보였다. [안녕 코하쿠씨. 저기───어젯밤, 그 이후로 코하쿠씨가 옮겨준 것인가요?] [어머, 시키씨 기억이 안나세요? 시키씨 로비에 누워있어서, 말을 걸었더니 혼자 일어서서. 아니, 잘잤어, 하고 말하고는 걸어 나갔어요─. 어깨를 빌려드렸만, 시키씨는 스스로 여기까지 돌아왔던 거에요.] [.........그래. 왠지, 전혀 기억에 없어서. 최근 피로해서 그런건가. 자신이 뭘 하고있었는지, 기억이 잘 안나.] [하아. 그럼 어젯밤의 일도 기억하지 못하시는 건가요?] [.....아마도. 나의 기억은 부엌에서──────] ......히스이와, 코하쿠씨의 관계를, 들었어. [아하하, 그거 유감이네요─. 시키씨, 줄곳 저에게 사과를 했었다구요. 왜 사과하시는 겁니까, 하고 물엇는데, 나는 바보다, 벽창호다, 라고만 대답하셨어요. 시키씨, 벽창호 인건가요?] [아니. 일단 인간일 작정인데.] .......뭐, 그래도 슬슬 진심으로 무뚝뚝하다 믿음성이 없다 하고, 돌을 맞을듯한 기분은 든다, [......어쨋든 살았다. 그대로 로비에서 잤더라면 감기 걸렸겠고, 학교도────] 어라? 눈의 착각인가, 시계는 아침 10시를 여유있게 넘기고 있었다. [아──── ! 코, 코하쿠씨, 학교 ! ] [네. 시키씨의 학교라면, 오늘 개교기념일로 쉬어요.] [──────────] 그런, 가. 그러고보니, 그런 날도 있었지. 최근 학교에가도 멍하니 있었으니, 그런것 조차 잊고있었다. [뭐, 어쨋든 일어나지 않으면. 이런 시간까지 자고있으면 아키하에게 무슨말을 들을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어라────몸이, 잘.] 움직여주지 않아. 팔로 받쳐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그 팔에 힘이 들어가지않아. [아무래도 아직 몸이 좋지않은것 같네요. 오늘 아침은 38도 정도의 열이 있었으니, 아직 얼굴색도 좋지않고. 지루하시겠지만, 오늘은 침대 위에서 쉬어주세요, 시키씨.] 코하쿠씨는 차가운 물에 적신 타올을 내 이마 위에 올려놓는다. .......차가워서, 기분이 좋다. [응─, 어쨋든 열은 내려갔네요─. 땀은 왠만큼 빠진것 같고, 얼굴색도 좋아졌으니까, 밤에는 괜찮아 질 거에요.] 코하쿠씨는 체온계와 얼음 주머니를 적당히 펼쳐놓는다. .......마직막에는 입을 열어서, 혀의 상태까지 확인해 버렸다. [그러면 금방 죽을 끓여서 올게요. 시키씨, 오늘은 얌전히 있지않으면 안돼요.] [아────코하쿠씨.] [네? 무슨 일이신가요 시키씨?] .......코하쿠씨는 역시 코하쿠씨다. 보고 있으면 나까지 힘이 나올것 같은 그 웃는얼굴에 변함은 없다. 나에게는───이 사람이, 그냥 웃는얼굴을 연기하고 있다라고는 생각이 들지않는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죽, 기대하고 있을게요.] [네, 그럼 실례할게요.] 코하쿠씨는 탁탁 하는 발소리를 내면서 복도로 나갔다. 그 뒷모습을, 그냥 조용히 바라보았다. 정오가 되었다. 코하쿠씨는 죽을 가져온 후, 저택의 일로 돌아갔다. [........................하아.] 이렇게 혼자가 되니, 지금의 자신이 놓인 상황의 이상함에 한숨이 나온다. ........양자였던 자신. ........그래도 상관없다고 말해주었던 아키하. ........히스이와 코하쿠씨. ........그리고, 지금도 설치고 있을 살인귀. 코하쿠씨에게 물어보니, 오늘아침 뉴스에서 새 희생자가 나왔다, 라는건 없었다는것 같다. 그래도 시키가 설쳐되고 있는 이상, 희생자는 또 나오겠지. [.......이 몸이 좀더 생각대로 움직여준다면, 내가────] 시키를 멈춘다, 하고 말하고는, 베개에 머리를 묻는다. 그런 꿈을 계속 꾸어온 영향인 것인가. 나도 시키에게 지지않을 정도로 쓸모없는 사고를 하고있다. [.......뭘 한다고 해도, 어쨋든 몸이 낫지않으면 안돼겠지.] 눈을 감는다. 지금까지 상당히 지쳐있었던 건인지, 긴장을 푸니 금방 잠이왔다. ......귀를 기울이니, 자신의 고동이 잘 들려온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몸 내부에서 울려오는 소리가 시끄러워서, 잠에서 깨어난다. [뜨............거.] 또, 목이 말라온다. 목이 컬컬하게 말라서, 정신이 멍하니 흐릿했다. 눈을 떴다. 몸은 아직 무겁다. 조금 열이 다시 나왔다. 그래도, 식당에 가서 물을 마시는 정도라면, 몸을 움직여도 괜찮겠지. 복도에는 아무도 없다. 옛날. 생각이 나지않을 정도로 옛날인지, 아니면 생각할 필요가 없는 옛날에 본, 영화에 나오는 폐허같이, 조용했다. 더워. 햇빛이 덥다. 그냥 물을 마시고 싶은것 뿐인데, 어째서. 뭔가에 홀린듯이 발이 움직인다. ......별관은 강한 햇빛으로 눈이 부셨다. 마치, 여기만이 사막이라도 된듯이 덥고, 희고, 눈이 침침하다. ........덜커덩, 허고 소리가 났다. ........별관의 안에서다. ........누군가. ........안에, 있는건가. 툇마루에서 문을 조금 열어서, 안을 살펴보았다. 그곳에는 아키하와 코하쿠의 모습이 있었다. 두 사람의 모습이 어딘가 이상하다. 스르륵, 하는 띠가 풀어지는 소리. ──────무엇, 을. 말없이, 코하쿠는 기모노를 벗어서, 가슴을 드러내었다. 알몸을 드러낸 코하쿠는, 뺨을 붉히고, 움직이지 않는다. 그, 흰 가슴의 부풀어 오른곳에, 아키하는 입술을 대었다. 긴장감. 가슴을 드러내고 고개를 숙이고있는 코하쿠와, 그 가슴에 웅크리듯이 얼굴을 묻고있는 아키하. 코하쿠의 가슴에서, 똑, 똑, 하고 붉은 물방울이 흘러나온다. 꿀꺽, 하고 아키하의 목이 무언가를 넘긴다. 무엇을───무엇을 마시고 있는건지, 그런건 생각할 필요도없었다. 아키하는, 코하쿠씨의 피를, 마시고있다────── [────────] 시간이 정지한다. 전신의 혈관골격근육고동이 뒤집힌다. 심장소리 조차 나지않는다. 철컥, 철컥, 하고 기계가 변형하듯이. 전신의 세포가, 급속도로 변모해 간다. ────몸의 기능은, 맑은 호수같이 정밀(靜謐)하다. 그런데도 아직 머리만이 허수아비 인채로, 토노 시키는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아키하. 아키하마져 피를 빠는 귀신인가 하고, 곤혹한채로 있다. [.......아키하, 님.] 입술을 떨면서, 코하쿠가 입을 연다. [......이제, 그만해 주세요. 이 이상 섭취하시면 몸에 좋지 않습니다. 약도 지나치면 독이 되듯이, 피에 너무 적응되어 버리시면─────[ [시키처럼 된다, 라고 말하고 싶은거야? 이상하네 코하쿠. 당신은 내가 그렇게 되길 바라는거 아니야?] 즐기는듯한 아키하의 눈동자. [......................] 코하쿠는 대답하지 않는다. [됐어, 나도 어버님은 경멸하고 있으니까. 그사람은 추악했어. 그 사람이 진짜 아버지라고 생각하면, 나도 죽여버리고 싶어져. 그렇지? 자신 안의 피에 저항하지 못하고, 아직 아이였던 당신을 욕정의 배출구서, 매일매일, 질리지도 않고 능욕했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말이야, 코하쿠. 실은 당신이 나와 시키를 원망하는것 정도는 알고있어.] [......어째서이죠. 아키하님은 그것을 알고서, 저의 피를 마시시는 것입니까.] [그래요. 당신이 우리들은 원망하는건 어쩔수가 없는 일이지만, 나는 당신이 좋아. 그러니까 당신이 뭘 하든지 용서해줄게. 단 하나, 당신이 나의 소중한 것에 손을대지 않는다는 전제하의 이야기야.] 미소지으며, 아키하는 코하쿠의 유방을 핥았다. 부들, 하고. 어깨를 떨면서, 코하쿠는 입술을 깨문다. [.....안됩, 니다, 아키하님......그렇게, 평소보다 많이 빠시면, 정말로────] [걱정할 필요없어. 나는 오라버니 같이는 되지않아. 나에게 있어서 흡혈행위는 오락과 같은거야. 시키처럼 자신의 몸을 망치는 일은 없을거야. 하긴────당신에게 있어서는, 그렇게 되는편이 기쁘겠지만 말이야.] [.....................] 코하쿠는 대답하지 않는다. 단지 눈을 가늘게 뜨고서, 긍정도 부정도 하지않는다. 아키하의 붉은 혀가, 코하쿠의 흰 피부를 미끄러져간다. 그리 가파르지 않은 유방에, 아키하의 손톱이 꽂힌다. 푸욱. 손톱은 피부를 찢고, 구슬처럼 핏방울이 맺힌다. ────────────, ──────────. 두근두근. 두근두근. 심장이 큰 소리를 내며 움직인다. 나의 의지와는 먼 곳에서. 두근, 두근, 하고. 죽여, 죽여, 하고, 명령한다. [.....아키하님. 어째서, 시키님은 그렇게 많은 피를 요구하는 걸까요. 살아있기 위해서라면, 이렇게 제것 만으로도 괜찮을텐데.] [에에, 살아있기 위해서라면 코하쿠의 피 만으로도 충분하겠지. 감응자인 당신의 피는 다른 사람보다 질 좋고 맛있는걸. 하지만, 생식행위와 흡혈행위는 달라. 피는 말이야, 양만 있으면 돼, 라는것이 아니야. 인간의 피는 한사람 한사람 맛이 달라. 한 번이라도 흡혈에 적응되어 버린것은, 전에 빨았던 것과는 다른 맛을 구해 흡혈행위를 반복하게 되는거야.] [제한은────없는, 것입니까.] [에에. 하지만 그건 취미 같은 것이니까, 본인의 의사가 강하면 멈출수가 있어. 맛있는 피를 구하는거라면 언제라도 손에 넣을수 있어. .......실은 말이야, 시키도 나도 한 사람의 피만 있으면 괜찮은걸.] ─────매혹되어 버린것인가. 피를 먹는 아키하를 보고있으면, 호흡을, 할수없게된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괴로워. 이렇게 괴로우면, 잘못하면. 이 진공에서 해방되고 싶어서, 죽여, 버, 릴것만, 같다. [......한 사람의 피만 있으면, 괜찮다는 겁니까.] [그래요. 시키에게 있어서, 그건 나였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저 사람은 그리 간단히 내가 있는곳에는 오지 못했어......와버리면, 그 사람에게 있어서 즐거운 게임은 끝나 버리니까.] [그래, 끝나 버리는거야, 코하쿠. 자신에게 있어서 최고의 피를 마셔버리면, 그 후는 아무것도 없어. 나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손을 대어서. 분명히 목숨까지 빼앗아 버리게 될거야. 그 후에 남는것은 허무 뿐이겠지.] 아키하의 손가락이 코하쿠의 몸을 죄어들었다. 부들 하고. 코하쿠는 눈을 감고, 아키하의 행위를 견디려고 한다. [.......그러니까 결코, 나는 가장 갖고싶은 것에게는 손을 대지않아. 댈 때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그것이, 결코 자신의 것이 되어주지 않는는걸 안 후이겠지. 아키하가 쓰러진다. 코하쿠도 쓰러진다. 사라락, 하고. 붉은 머리칼이 폭포처럼, 오래된 화실을 유린했다. [하───────아.] 토할것 같은것을 진정시키고, 충혈된 눈을 한채로 도망쳤다. 빙글빙글 하고 현기증이 난다. 무엇을────무엇을 말하고 있었던거지, 지금 것은. 치키. 피를 빤다는 것. 시키와 마찬가지로, 단지 놀이로서 코하쿠의 피를 입에 대는 아키하. 붉은 머리카락. 코하쿠. 코하쿠. 코하쿠씨. 마키히사에게, 능욕을 당하고 있었다는 게, 무슨 말이야. 치키치키. 찌릿찌릿 하고 두통이 왔다. 아직 심장은 미쳐있다. 아키하. 코하쿠의 피를 마시고있던 아키하를 보고, 아름답다 라고 생각해버렸다. 치키치키치키. 새빨간 머리카락. 거미의 실로된 붉은 고치. 변종으로 진홍빛갈로 물들은, 독나방의 날개같은, 극채색의 불길함.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독살스럽다. 따라서────굉장히 이질적인 감정에 지배당하고 있다. 태양의 아래, 숲을 걸어간다. 치키치키. 치키치키. 치키치키. [───시끄, 러워────]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치키치키 하는 소리. 울음 소리도, 꿈틀거리는 소리도 아닌 기음. 그건 나의 등골에서 들려오고 있다. 치키치키. 치키치키. 치키치키. 벌레다. 뭔가 검은 곤충이, 내 등에 붙여있다. .......코하쿠씨가 나를 벽창호라고 말해서이다. 벌레들은 나의 등을 나무인줄 알고, 꿀을 찾아서 붙어있다. 치키치키. 치키치키. 치키치키. 치키치키. 치키치키치키. 치키치키치키치키치키치키. 치키 치키치키치키치키치키치키치키.치키치키치키치키치키치키치키치키치키치키치키치키치키 치키치키치키치키치키.....................! ! ! ! ! ! 등골에 붙은 곤충은, 꿈들꿈들 하고, 목 부위에서, 뇌속으로 들어온다. 몇 십마리의 곤춘이 손톱을 세우고, 키이키이 하고 울면서, 등에 붙어있다. 그 곤충이 들어올떄 마다────좋을리가 없는 충동에 지배되어 간다. 죽여라, 하고. 토노 아키하를 죽여버려라 하고, 머리 속에서 들려온다. 그 곤춘의 이름은, 살의 라는것임에 틀림없었다. [시끄, 러워────시끄러워, 시끄러워, 시끄러워, 시끄러워............ ! ! ! ! ! ] 목덜미를 손으로 눌렀다. 그렇게라도 하지않으면 미쳐버릴것만 같다. 피를 먹고있던 아키하에 대한 증오같은건 아니다. 단지, 아키하를 죽여라 하고 반복하는 자기자신에 대한, 증오밖에, 존재하지 않아───── [하아..........헉, 아, 하아───────] 목에 붙어있는 벌레들을 떨쳐버리고, 자신의 방으로 도망쳐왔다. [─────아─────하, 아──────] 벽에 등을 기대고, 끊어질듯한 호흡을 이어갔다. 나는 자기자신의 행동을 억제할수가 없다. 이런건, 시키라는 살인귀와 대체 어디가 다르다는 거야. ......아니. 그런건, 실은 아무래도 좋아. 나는, 어쨰서───알지, 못했던거지. [─────────코하쿠, 씨────────] ........마키히사의 수첩에 있었던 말. 감응자 라는 단어. 양자로서가 아닌, 단지 도구로 취급되기 위해서 들어온 코하쿠와 히스이. 그 의미. 마키히사 전용 이라는 것의 의미도, 나는 전혀 이해하지 못해다. 이해, 하려고조차 하지않았다. ────매일매일, 질리지도 않고───── 아키하는 그렇게 말했다. 마키히사가 무엇을 해왔는지, 나에게는 생각할 것까지도 없다. 마키히사가 나와 마찬가지로 폭력적인 충동에 지배되는 인간이라면, 코하쿠에게 무엇을 했느냐 라는건, 알고있는거다. ────항상. 항상 창가에 있던 소녀. 밖에 나오는 것도, 도움을 청하는 것도, 몰랐었다. 아직 어린 코하쿠에게, 마키히사는 애정같은걸 가지고있지도 않았다. 그 수첩에 적혀있던 것이다. 마키히사는, 아키하를 도구로밖에 보지않았다. 단지, 아이처럼. 자신의 욕정을, 소녀에게 내동댕이치고 있었을 뿐이었다. ───줄곳, 단지 정원에서 노는 우리들을 바라보고만 있던 소녀. 미키히사를 탓할수는 없다. 나도. 마키히사 이상으로, 소녀에게 괴로움을 주었다. 히스이는 말했다. 코하쿠씨는, 히스이가 되고 싶었었다고. [───────────] 나에게는 상상조차 가지않는다. 어렸을 적부터, 계속 저택에 갖혀있던 소녀. 단 한장의 창을 사이에 두고 놀고있던 우리들은 보고만있던 매일. 그런데도. 저택을 떠나는 나에게, 소중한 것을 맡겨주었다. 그 후. 일할수 없게된 여동생을 위해서 동생의 역할을 연기했던 그녀는, 그 연극 속에서 웃었다. ─────지독한, 익살이다. .......그런, 자신이 만든 것인줄 알고있는 연극의 안에서만, 그녀는 웃을수 있는것인가. [───────이 무슨.] 무슨짓을, 나는 해버린 것인가. .......나는 코하쿠씨가 히스이라고 생각하고, 코하쿠씨를 상대로, 그 때의 추억을 이야기했다. 환영회의 날. 코하쿠씨와 요리를 하면서, 나는 즐겁게 히스이와의 추억을 이야기했다. ────상처입은 손가락을, 그녀는 아프지 않다고 말했다. [─────어리석었, 어.] ......가슴이 매여온다. 호흡을 할수가 없다. 아키하를 죽이고 싶어지는 자신. 이렇게나 무신경한 자신. [미안해────미안해, 코하쿠씨────────] 의식이 희미해져간다. 그대로 몸은 혼수상태로 빠진다. 나는, 처음으로. 자신의 이 힘으로, 자기자신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키하님, 의사 선생님을 부르시지 않으시는 겁니까?] [소용없어. 오라버니의 몸은 병 때문이 아닌걸.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한 나을수 있는것이 아니야.] .......아키하 와 히스이 가 이야기 하고있다. 여기는 시키의 방이다. 아무래도 침대 위에서 자고있는듯 하다. 아키하, 하고 말하며 일어나려고 했지만, 몸이 생각대로 움직여주질 않는다. 몸은 납 처럼 무겁다. 자유롭게 움직이는건 눈과 입 뿐이다. 한순간. 아직, 꿈 속이 있는건가 하고, 생각했다. [실례야, 히스이. 오늘 하루는 오라버니를 돌봐줘, 라고 말했지? 이래서는 오라버니를 맡겨둘수가 없어.] [죄송........합니다.] [사과할거라면 오라버니에게 사과해줘. 나에게 사과한대도 불유쾌할 뿐이야.] ......나에게는, 두 사람이 어째서 이렇게 된건지, 전혀 알수가 없었다. 알수는 없었지만, 히스이가 나 때문에 혼나고 있다, 하는 것 정도는 읽어낼수 있었다. [......아키하님. 저로서는 시키님이 쓰러지셨을 때, 밖에 도움을 청할수가 없습니다. 언니와 역할을 바꾸어주시지 않겠습니까.] [....안돼요. 당분간 코하쿠는 오라버니에게 가까이가게 할수가 없어. 히스이도 그런줄 알고있어. 코하쿠를 부를 때는 당신도 동반해서. 오라버니와 코하쿠를 둘이서만 있게해서는 안돼.] [하지만 아키하님. 시키님의 용태는 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습니다. 언니에게 약 처방을 받지않으면, 시키님은 일어나시지도 못하는게 아닐까요?] [......그렇네. 하지만, 그건 그거대로 형편이 좋아.] 작게 되뇌이고는, 아키하는 생각한다. [히스이, 오라버니가 일어나면 당분간은 학교는 쉬어라고 말해줘. 최근 몇일간 활기가 없는것 같고, 얼굴색이 좋아질때 까지 방에서 내보내서는 안돼. 학교에는 내가 연락을 넣어둘 테니까.] .......아키하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되었다. 방에는, 말없이있는 히스이만, 있다. [.....시키님. 깨어나셨습니까?] ......놀랬다. 아키하는 눈치채지 못한것 같았는데, 히스이는 내가 일어나 있었떤 것을 알아차렸던것 같다. [.....아아, 방금전에 깨어났어.......미안해. 나 때문에 아키하에게 혼났지.] [아니요. 아키하님이 화를 내시는건 당연한 일입니다. 시키님이 쓰러지셨는데도, 저는 알아차리지 못했었으니까.] [────정말. 그런건 항상있는 일이잖아. 아키하도 정말, 이런것 때문에 학교를 쉬어라는 거야. 이런거 아침이 되면 금방 나을텐까, 그렇게 과보호 할 필요는 없는데.] [.....시키님. 그 이야기 말인데, 아무쪼록 아키하님의 말씀을 들어주시지 않겠습니까.] [하? 아키하의 말대로 라니, 내일부터 학교를 쉬어라는 거 말이야?] 네, 하고 끄덕이는 히스이. 그 눈은 아키하에게 혼나서가 아닌, 진심으로 나의 몸을 걱정하고있는 시선이었다. [우───────────] 그런 눈을 하면 싫다, 라고는 말할수가 없다. [...........알겠어. 어쨋든 내일 정도는 학교를 쉴게. 그걸로 됐어?] 히스이는 미안한듯, 미미하게 웃는얼굴을 보였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무슨일이 있으시면, 곧바로 불러주세요.] ────히스이는 인사를 하고 가버렸다. 혼자가 된 순간에, 갑자기 잠이 밀려왔다. [읏────] 심각한 이야기, 내 몸은 어떻게 되어버린것 같다. 일어나 있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도, 전혀 견딜수가 없다. 나는 천창의 모양을 노려보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멍하니 잠속으로 빠져들었───── / 折紙 ─────어째서 이렇게 슬픈 것인가. 그 이유를 모르겠다. 별로, 누가 어떻게 되든 그건 그 개인의 운명이다. 남남인 자신에게 나누어지는 것도 아니다. 아픔도 기쁨도, 감정도 육체도, 별게다. 무엇이, 슬프다 라는것은 아니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도 분한건지. 그 소녀의 일을 아무것도 몰랐던 주제에. 지금의 그녀의 밖에 보지 못했던 주제에. 자신에게 있어서, 이 두가지 사항에는 연결점이 전혀없다. 그런데 어째서. 지금까지 보지도 않았던 과거를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질것만 같은지. ───저기. 가장 비참한 녀석은 어떤것일까. 달이 비치는 밤. 우연히 거리에서 만남 살인귀는, 문듯 그런것을 물어왔다. 그건 말릴수가 없었다, 의미 같은건 없는 회화의 한 장면이다. ......그리고, 자신은 어떻게 대답했었지. 슬픈 일은 간단하게 눈에 보이고, 행복은 너무 어려워서 알수가 없다. 비참한 상황이라고 하면 그거야 말로 끝없는 밑을 보는수밖에 없다. 이 이상은 없는 슬픈 기억, 견딜수 없을정도로 괴로운 삻을 강요당한 것이 비참하다고 한다면, 태어나지 않았면 되는것이다. ───자신에게 있어서는. 그, 태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가장 슬픈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말하며, 살인귀라고 말하던 남자는 웃었따. 뒤로 나자빠질 정도로 웃고는, 너는 좋은 녀석이구나, 라고 한 후에. ────뭐가 비참하냐니, 그건 말이야. 그 비참한 녀석이 본인이 자신이 비참하다는걸 알지못하고,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있는것이 아닐까. 그렇군, 하고 끄덕인 기억이 있다. 분명히 그건 어쩔수가 없다. 자신이 슬프다고 생각하는 것 조차 할수없다. 유일하게, 권리로서 주어진 동정마저 그 본인에게는 의미가 없다. 그녀는 자신이 행복하다라는 환상을 믿은채, 누가봐도 활기찬 생을 보낸다. 고통을 나눌수 없는 타인으로서. 비참하다고 한다면, 분명히 태도가, 가장 비참하겠지, 하고 동의했다. [─────────] 무엇에 깨워진 것도 아니지만, 천천히 눈이 뜨였다. 창에서 들어오는 태양빛도, 피부를 간지럽히는 차가운 바람도 기분이 좋다. 밖은, 매우 맑았다. 언제까지나 누워있을수 있는 날씨가 아니다. 상반신 만이라도 몸을 일으켜서 기지게를 펴자, 하고 힘을 넣었다. [으으─────역시 안되는건가.] 팔의 감각이 아직 둔하다. 혼자 일어날수가 없다, 라는 정도는 아니지만, 걸어 다니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는걸 느꼈다. 똑똑, 하는 질리도록 들은 리듬의 노크소리가 났다. [실례하겠습니다, 시키님. 몸은 어떠십니까?] [아아, 컨디션은 좋아. 이정도면 밤에는 움직일수가 있을거야.] ......왠지 어제도 그런 말을 했던 기분이 들지만, 이번에야 말로 괜찮은 거겠지. [......시키님. 하나, 여쭈어봐도 괜찮겠습니까?] [응? 뭐?] [시키님은 아리마가에 계시던 때도, 이번처럼 쓰러지신 적이 있으십니까?] 히스이의 목소리가 약하다. ........이 저택에 돌아와서 부터 몸 상태가 안좋아 지신것은, 하고 걱정하고 있는것같다. [히스이가 책임을 느낄정도는 아니야. 아리마가에서도 이런일은 몇번 있었어.......뭐,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1년에 한번 정도가 되어서, 고등학교에 가서는 없었으니까. 이쯤되면 슬슬 오지않을까 하고, 나름대로 각오는 했었어.] [그럼, 그 떄도 금방 나으셨습니까?] [하루이틀만에 나았어. 그러니까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마. 그런 얼굴을 하면, 왠지 나까지 중병이라고 오해할것 같잖아.] [....................시키님은, 중병이라고 생각합니다. 빈혈을 일으킨다, 라고 들었지만, 그렇게 쓰러지신다고는 듣지 못했습니다. 시키님은 자신의 몸이 이상하다, 고 생각하신적은 없으십니까?] [아하하. 자네의 몸은 엉망진창이네, 하고 주치의 선생님에게 자주 들었었지. 생각해보니 으렇게 쓰러저도 금방 회복하는 점에서, 보통사람 보다 경이적인 체력이라 할수도 있겠네.] [.................................] .......아. 웃어 넘기니까, 히스이가 화났다. [시키님. 보통사람 보다 우월한 체력을 가진분은, 밤에 열을 내지는 않습니다. 어젯밤, 시키님이 몇 도이셨는지 기억하고 계십니까?] [에────나, 무슨짓 했었나.] [......어젯밤의 이야기 입니다. 시키님이 잠드신 후, 금방 열을 내셨습니다. 발한도 심하고, 빈번하게 몸을 닦고, 한시간 마다 상태를 보러올 정도였습니다.] ─────내 몸이지만, 그건 굉장하다. 굉장하지만, 그것도 히스이에게 폐를 끼치면 조금은 정신을 차리지않으면, 하고 부끄러워질 정도이다. [.......어라? 그러고보니 잠옷이 어제꺼와는 다르네. 히스이......는 무리니까, 코하쿠씨가 갈아입혀준건야?] [아니요, 그건 아키하님 입니다. 어젯밤 저와 아키하님이 교대로 시키님을 간병했습니다. 아침이 되어서 시키님이 안정되셨기에, 아키하님도 방에 돌아가셨습니다만.] [──────아키하가?] 말하고는, 어젯밤의 광경이 떠올랐다. ────코하쿠씨의 피를 빨고있던 아키하. 히스이에게 화를내던 아키하. [시키님.......?] 히스이가 말을 걸어온다. 나도모르게, 내 얼굴은 찌푸려져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아무것도 아니야......그런가, 아키하가 간병해 준건가.] [네. 한시간 마다 시티미의 방 앞에 오셔서, 시키님을 간병해 주셨습니다......그 시키님의 몸을 건드리는건 할 수 없었기에, 아키아님이 와주셔서 다행이었습니다.] [──────────] ........얼마나 바보인가. 아키하가 그렇게 걱정해 주었다는데, 나는 무슨 생각을 했던거지. [......고마워 히스이. 아키하에게도 고맙다고 전해줘.] [네. 그럼 시키님, 아침식사를 가지고 올테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히스이가 방을 나가고, 이번에야 말로 몸을 일으켰다. 벽에 등을 기대고, 하아, 하고 크게 심호흡을 한다. .....몸 상태는 그런대로 좋아졌고, 밖은 날씨가 이렇게도 좋다. 게다가, 밤새도록 아키하와 히스이가 간병해준 것은 정말로 기쁘다. 그렇다는데도, 기분은 먹구름이 낀채로 맑아지지가 않는다. [.......어제 부터 코하쿠씨를 못 만났네.] 얼굴을 보면, 지금까지 해 왔던것 처럼 이야기를 못해 곤란할 거라는건 알고있다. 그래도, 지금은 코하쿠씨의 얼굴을 보고싶었다. 정오를 넘어서서, 태양도 그 정점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몸 상태는 여전해서, 좋아지지는 않지만 나빠지지도 않는다. 반은 부자유 스러운 몸을 주체못하면서, 창 밖의 하늘을 바라본다. [─────────] 이렇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도록 해도, 머리에 떠오르는건 한 사람 뿐. 시키라는 살인귀를 어떻게 하지않으면 안된다는데도, 나는 코하쿠씨 만을 생각하고있다.──── 노크 소리가 났다. [오라버니. 저인데,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목소리로 봐서 아키하이다. 별로 아키하를 피할 일은 없다. ......분명히 어제의 일은 신경이 쓰인다. 하지만 코하쿠씨가 싫어했던 것은 아니었던것 같고, 그건 아키하에게 있어서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토노라는 혈족은 감응자라 불리는 자를 필요로 하고있다. ......아키하는 아버지처럼 코하쿠씨를 괴롭히는건 아니니까, 지금은, 그 일은 내 가슴속이 묻어놔야 할것이다. [나에게 물어볼 필요도 없잖아. 서있지 말고 들어와.] [네. 실례할께요, 오라버니.] 방에 들어오는 아키하. [아키하, 학교는? 이제 1시가 되었잖아.] [그런건 쉬었어요. 오라버니가 괴로워하고 있을 때에 밖에 나갈수가 없잖아요?] 아키하는 웃으면서, 침대까지 다가왔다. [그럼 채온을 잴 테니까, 이것을 물어 주세요. 끝나면 시트를 바꾸려하는데, 잠시 정도는 서있을수 있겠죠?] 자, 하고 아키하가 체온계를 내민다. ......아무래도 히스이 대신에 가벼운 진찰을 하러 온것 같다. 아키하는 체온을 잰 후에, 시트를 바꾸고 새로운 잠옷을 준비하고 척척 움직였다. .......그러고보니 코하쿠씨도 빈틈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었지만, 아키하처럼 재빠르다, 라는 인상은 없었다. 코하쿠씨 자체는 언제나 온화하지만,할 일을 순서대로 하니까 빈틈이 없는거겠지. [오라버니, 끝났으니가 누워도 괜찮아요.] 서 있는김에, 힐끔 하고 정원을 보았다. [───────── 아.] 코하쿠씨가, 빗자루로 낙옆을 모으고있다. 여기서라면 말을 걸수도있으니, 인사를 해볼까──── [오라버니. 새로운 시트로 갈았는데요.] [에......? 아, 그런가. 미안해, 멍하니 있어서.] 무거운 손 발을 움직여 침대에 누웠다. 아키하는 의자에 앉더니만, 서투른 손놀림으로 사과를 깎기 시작했다. 어려운 듯한 얼굴로 나이프를 써보지만, 때때로 힘이 너무 들어가 침대에 나이프가 꽂힐듯 하다. .....신부수업 인건가. 그런 위험한 일은, 될수있으면 부엌에서 해줬으면 한다. [......아키하. 무리하지 않아도 돼.] 덧붙여, 잘 하지도 못하는건 하지마 하고 말해보았다. [...................] 아키하는 불만스러운 듯한 얼굴로, 마지못해 나이프와 사과를 바닥에 놓았다. 들고온 쟁반에 접시와 포크가 있는걸 보면, 역시 평소에 안 하던 일을 하려했던가 보다. [...................쿠.] 결과야 어떻든, 아키하의 마음은 기쁘다. 이랄까, 왠지 이상해서 나도모르게 웃어버렸다. [......웃. 뭐가 이상한 건가요 오라버니. 저, 오라버니를 웃길만한 일은 하지 않았잖아요.] [아니, 예전 그대로구나 하고. 어렸을 적에 한 번, 내가 감기 걸렸을때가 있었잖아. 그 때도 서투르게 간병을 했었구나 하고 말이야.] ......아아, 생각났다. 아직 내가 양자로서 살고있던 때의 이야기다. 아버지의 눈을 피해서 아키하와 놀고있던 때, 갑자기 열이 나서는 쓰러졌었다. 나는 그대로 별관 화실에서 요양하고 있었는데, 아키하는 저택을 빠져나와 간병하러 온적이 있었다. [...........그리운걸. 처음은 그냥 손을 잡고있는것 뿐이었는데, 어느새 간병다운 간병을 하기 시작했으니 말이야. 너, 끝에는 저택에서 주사기를 가져와서, 비어있는 채로 나에게 주사를 놓으려 했었잖아.] [웃.....분하지만, 부정할수 없는 사실이네요.] [장난치치마. 지난선생님이 눈치채고 멈춰주시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미 저세상에 가 있었을 거라구.] 게다가 지난선생님은 당시 토노가의 전속의사를 하고있던 의사의 조수였던 사람이다. 지금은 그 때의 연으로, 나의 주치의를 해주시고 있다. [지난선생님 말인가요. 그러고보니 의사를 싫어하던 오라버니도 그 사람에게는 어쩔수 없었네요.] [.....그야 그렇잖아. 그 사람이 매드(Mad)가 붙는 의사였으니까. 어설프게 저항했다간 배로 온다구. 의사의 배 갚음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기나해?] 어떨지요, 하고 아키하는 웃었다. 딴 사람의 일이라고 생각하고는, 정말로 귀엽지않다. [아, 의사라고 하니 코하쿠씨는 언제 약제사의 자격을 딴거야? 코하쿠씨, 연령적으로는 우리들과 비슷하잖아. 그거 연령제한 같은거 없어?] [......그렇네요, 그것에 관해서는 아버님이 조금 무리는 하셨습니다. 코하쿠와 히스이는 정확한 생일을 알수없어요. 그러니가 아버님은 코하쿠의 호적을 약간 조작해서, 서류상의 코하쿠의 연령을 올렸다고 해요.] [──────으엑.] 역시 부자. 하는일이 불법이다. [하지만, 히스이는 오라버니와 같은 나이라고 생각해요. 히스이와 코하쿠는 쌍둥이니까, 당연히 오라버니와 같은 나이가 되겠네요.] [────── 거짓말.] .....같은 나이라니, 코하쿠씨와 내가..........? 아니, 그야 확실히 생각해 본 적도 없었지만, 어째서인지 코하쿠씨는 연상처럼 느껴졌다. .......뭐, 분명히 『연상의 사람』이라는 이미지는 없었지만, 그래도 같은 나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도그럴게, 그래서는.....코하쿠씨는 8살인가 9살 때 부터 토노 마키히사에게───── 쩌저적. 하고. 몸에 금이 간듯한, 착각. [오라버니......? 왜그러세요, 몸이 안 좋으신 거에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내 몸 같은건, 솔직히, 아무래도 좋아.] 어차피 이런 것은, 순간적인 아픔에 지나지않아. [아무래도 좋아는 아니잖아요. 그렇게 땀을 흘리면서, 지금에라도 쓰러질것만 같잖아요......! ] [────그런건────코하쿠씨에, 비하면─────] [────────────] 비하면, 얼마든지 견딜수 있는 아픔이다. 나는 역시 코하쿠씨를 만나고싶다. 만나서 뭘 말해야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만나서, 뭔가를 하지않으면 안된다. 8년 전의 약속도 아직 지키지 못했어. 나는, 이런 곳에서 언제까지나 쉬고 있을수 만은 없──── ────하고. 갑자기, 현기증이 사라졌다. [어때요? 조금은 진정 되었나요?] 아키하가 이마에 손을 대고있다. 차가운 손. 그 차가운 감촉이, 나의 현기증을 멈춰준듯 하다. [────오라버니. 몸은 어떠세요?] [?] 어떻냐니, 그런건 아까 말했는데. 아키하의 눈은 진지하다.....무언가, 좀더 다른것을 물어 올듯한, 그런 시선. [.......좋아요. 제 방법으로 살펴볼테니, 잠시 가만히 계세요.] 말하고는, 아키하는 이마에 대던 손을 아래로 내렸다. 잠옷 위로 손 바닥을 댄다. [.......특별히 이상이 있는곳은 없는것 같네요. 그런데도 체온이 일정하지 않은것은 내가 아직 불편하기 때문인지.....] 아키하는 그렇게 되뇌이고는 손을 떼었다. [오라버니는 건강한 몸을 하고있네요. 그런데 왜, 돌발적인 빈혈을 일은키는게 이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나요?] [......아아. 그야 의사선생님에게 매번 들었던 말이야. 하지만, 그게 어떻다는거야.] [당연하죠. 의학으로는 오라버니의 빈혈의 원인은 알수가 없어.....저기 오라버니. 그 이유를, 알고싶지는 않으세요?] [에─────── ?] 두근, 하고 심장이 뛰었다. 내가 오랫동안 알려고해도 알지 못했던 사실. 이 불안정한 자신의 몸. 그 원인을 아키하가 알고있어......? [농담.......은 아닌것 같네.] [에에. 오라버니가 알고싶다, 라 하시면 알려드리겠어요. 이런 원래, 저의 육친이 저지른 죄입니다. 그러니까 오라버니는 알 권리가 있어요.] 아키하의 말은 어딘가───위험한 무언가가 느껴진다. 하지만 거기까지 듣고서, 고개를 저을수는 없었다. [.....알고싶어. 알고있다면 가르쳐줘, 아키하.] [알겠습니다, 그럼 알려드리겠어요. 라고해도, 대부분은 오라버니도 알고있는 거에요. 오라버니는 8년 전의 사고로 그렇게 된거죠? 그럼, 원인은 모두 거기에 있는게 당연한 것이죠.] [8년 전────그렇다는건, 내가 시키에게 죽임을 당한 일?] [그래요. 그 때의 오라버니는, 시키에게 목숨의 대반을 빼앗겨 버렸어요. 시키는 아버님에게 처단당한 후, 지하실에 방치되어 있었죠? 그럼, 시키는 없어진 자신의 목숨 대신에, 오라버니의 목숨을 사용해 존재하고 있는거에요. 그러니까 오라버니는, 자신의 목숨으로 자신의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결과로서 지금 같이 죽음에 직면해 버렸어요. 말하자면 시키가 살아있는 한, 오라버니는 계속 이대로라는 거에요. 이제, 원래대로 돌아갈수 없는.] [무슨.......죽음에 직면해 있다니, 그건 아니잖아. 이건 그냥────] 그냥 빈혈, 일리가 없다. 자신의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고, 빈번하게 의식을 잃는다는건 빈혈이라 부를수가 없다. 그러면, 아키하의 말대로. 이것 죽음에 이르는 과정과 별 차이가 없다. [.....왜? 그래도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왔잖아. 8년간이나 이렇게 살아왔으니까, 이제부터도────] [아니에요. 지금까지는 시키가 지하실에 갖혀있었으니까, 오라버니는 어떻게든 살아왔던 거에요. 하지만 시키가 밖으로 나와서, 원래 오라버니가 사용해야 할 목숨을 사용해서, 마음대로 배회하고 있다. 그 만큼의 부담이 모두 오라버니에게 오게되니까, 오라버니는 이제 이전처럼 생활을 할수가 없어요.] [─────────] 두근, 하는 고동. 아키하의 말은 사양이 없다. 그것이 진실임에 따라서,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서 심장을 찌르고있다. [오라버니. 원망하시려면 시키와, 시키를 밖으로 내보낸 누군가를 원망하세요. 설령 시키가 살아있다해도, 시키가 얌전히 있었다면 오라버니는 이런 몸이 되지는 않았으니까.] 말하고는, 아키하는 입술을 깨물었다. .....나의 목숨을 빼앗아간다는 시키에 대한 분노인건가, 입술에 피가 맺힐정도로 강하게. [.............아키하.] 아키하의 시선은 나를 보고있지않다. 보이지않는 적을 노려보듯이, 아키하는 허공을 응시하고있다. [하지만 안심해요. 무슨일이있어도, 오라버니는 제가 지켜드릴테니까. .......오라버니가 항상 웃는얼굴로 있을수 있도록, 제가────] ───시키를 죽인다, 라고 말하려는 건가. .....아버지의 수첩을 떠올린다. 토노가의 당주는 벗어나버린 것을 처벌하지않으면 안된다는, 그런 기록. [──────────아.] 언젠가의 밤. 나를 안고서, 필사적으로 눈물을 참고있던 아키하. 그 때, 아키하는 분명히 말했다. 자신의 손으로 오빠를 죽이지않으면 안되는것인가, 하고. ......아키하는, 나에게 터놓지도 못하고, 울고있던 것인가──── [.......됐어. 아키하가 책임을 느낄필요는, 없어.] [아니요.......저는 토노가의 당주입니다. 그러니까 토노의 사람이 저지른 죄는, 제가 반드시────] [.......바보. 그렇게 괴로운 얼굴 하지마 아키하. 괜찮아, 이런건 이전에도 있었어. 시키가 뭘 하든지, 이 정도면 내일이면 다 나아. 그러니까, 너는 아무 걱정도 하지마.] [오라버니, 하지만 그래서는 반복될 뿐이잖아요. 저는 오라버니가 그런, 언제 죽을지 알수없는 몸으로 있기를 바라지않아.........! 그러니까, 그걸 위해서 저는────] [아무 걱정도 하지말라고 말했잖아. 시키는────내가 어떻게든 할테니까. 아키하는 아무것도 하지않아도 돼.] [.................오라, 버니.] ......아아. 아키하에게 오빠를 죽이는 일을 하게할수는 없어. 그리고 이런 나와 시키의 문제다. 토노의 피가 불긴한것이고, 8년 전부터 그것에 농락당하고 있다라면. 그렇다면 모든걸────자시자신의 손으로, 8년 전의 일을 끝장내주지. 코하쿠씨도 아키하도, 이 이상───토노의 피 같은것에, 괴롭도록 놔둘까보냐. [─────오라버니.] 안심한 것인지, 아키하는 겨우 어깨의 힘을 뺐다. [......다행이다. 오라버니는, 역시 오라버니인 것이네요. 8년 전의 그때와 같이, 나 만을 지켜주는.] 아키하는 젖은 눈으로,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뭐라할까. 굉장히, 좋은 분위기, 이다. ──────, 그런데. 그런 분위기를 깨듯이, 꼬르륵, 하고 아키하의 배에서 소리가 났다. [───────────] [...............................] ......그러고보니, 아키하가 어젯밤부터 자지않고 내 간병을 해줬었지. 아까의 고민하는 표정도 그렇고, 내가 쓰러진것은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고는, 식사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고보니, 배가 고프네.] 하고, 어쨋든 장단을 맞추었다. [......정말. 안심했더니 긴장이 풀려버렸어요.] 아키하는 부끄러운듯 변명한다. 뭐, 이쪽도 그걸로 살았는지도 모른다. 그대로 였다면, 분위기에 휩쓸려서 뭘 할지도 몰랐을거고. [아키하, 나는 당분간은 괜찮으니까, 아키하도 조금은 쉬어주지않을래. 어젯밤, 계속 간병했었지?] [아──────응. 크게 할수있는 일이 없어서, 오라버니를 도와줄수는 없었지만, 제가 할수있는건 그정도 였으니까.] [그걸로 충분하다니까. 히스이에게 그 사실을 듣고, 정말로 기뻤어. 좋은 여동생을 두었구나 하고말이야.] [......네. 그럼 조금만 쉴게요. 저녁후에 다시 올테니까, 오라버니도 편히 쉬어주세요.] 의자에서 일어난 아키하는 방을 나갔다. 가벼운 노크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린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시키씨, 저녁 시간이에요─] [────────에 ?] 의외로, 온것은 코하쿠씨였다. [어라, 코하쿠씨......?] [네?] 하고 코하쿠씨는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그치만, 아키하는 당분간 코하쿠씨를 가까이하게 하지않겠다고 말했는데.] 너무나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라, 생각하고 있던것을 말해버렸다. [네, 저도 그렇게 들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점적주사(링거)만은 아키하님도 히스이도 할수 없으니까. 시키씨, 저녁을 먹은 후에는 주사에요─] 코하쿠씨는 평상시의 웃는얼굴로 그렇게 말하고는, 덜그럭덜그럭, 하고 荷台(1)를 방에 들여놓고는, 탁 하고 문을 닫았다. .......코하쿠씨가 가져온 荷台의 가장 위에는 저녁. 아래에는 주사기와 링거의 준비가 정리되어 있었다. [저기, 코하쿠씨.] [에─또, 먼저 식사네요.] 드세요, 하고 식사를 쟁반에 담아서 건내주었다. 코하쿠씨의 웃는얼굴은, 흡족해하고 있다.. ........그것을 없애는 일을, 어찌 할 수 있을손가. ───지금까지 해왔던대로 접해주세요. 히스이의 말이 생각이 난다. 나도, 코하쿠씨가 언제나 웃어주었으면 한다. 이렇게, 행복하고 웃어주었으면 한다. 그것을───무너뜨리는 일은, 할수없다. [.......그럼, 잘먹겠습니다.] [네. 잘 씹어서 드세요.] 코하쿠씨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단지 젓가락을 움직였다. .....바로 옆에는 코하쿠씨의 웃는얼굴이 있다. 그것이 너무나 슬퍼서, 바로 바라볼수가 없었다. 딸그락딸그락 하는, 식기 소리만이 울린다. 옆에서 행복하게 웃고있는 그녀를 보고있으면,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을, 죽이고 싶어진다. ......왜이렇게 슬픈거지, 나는. 바로 옆에 코하쿠씨가 있다. 어제부터 만나고 싶었던 사람이 옆에 있으니까, 슬퍼해야할 일은 아무것도 없을터이다. ────슬픈일은 간단히 눈에 보이고, 행복은, 너무 어려워서 알수가 없다. 예를들면 그것은, 어렸을때 부터 계속 저택에 갖혀있던 소녀 였다가. 그래도 갈 때에, 토노 시키에게 리본을 건내주었던 그녀 였다가. .....아무것도 모르고. 코하쿠씨에게, 즐거웠던 저택의 생활을 이야기했던 나 였다가. .......그런것이, 아팠다. 딸그락딸그락 하는 식기 소리. 잘먹었습니다, 하고 합장한다. 두 그릇이나 더 먹은것이 기뻤던 모양인지, 코하쿠씨는 기뻐하면서 식기를 치운다. .........그 기쁨이 연극이 아닌 진짜였다면, 나는 얼마나 기뻤을지. [─────뭐야, 간단한거잖아.] 슬픈 이유를 찾아보고서, 겨우 알아차렸다. 이런걸 몰랐었다니, 정말로 어떻게 된거다. 토노 시키는, 단순히 이 사람이 좋은것 뿐이다. 이 사람이 상처입을 모습을 상상하는것을 견딜수가 없을정도로, 나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것 뿐이라고. 그런 단순한 사실을, 나는, 지금에와서, 겨우 알아차린것 같다───── [그러면 점적주사(링거) 전에 주사네요. 시키씨, 셔츠를 걷어주시겠어요?] [...........................] 팔꿈치까지 옷을 걷어올린다. [별로 아프지않은 주사니까 안심해주세요. 마키히사님도 때때로 몸이 안 좋으셨으니까. 저, 이런거에는 적응이 되어있다구요─] 알콜로 적신 탈지면으로 팔을 닦는다. ..........어떻게 될것같다. 코하쿠씨는 마키히사의 이름을, 아무렇지않게 말하고있다. 그렇게 완벽하게───연극을 할 필요는, 어디에 있다는거지. [아, 그러고보니 시키씨는 어렸을적 부터 자주 상처를 입으셨네요. 마키히사님이 혼내시는것도 신경쓰지않고, 정원을 활기차게 뛰어 다니셨어요.] 그리운듯이 말한다. [───────읏] 그 웃음을, 똑바로 바라볼수가 없다. 한순간 그녀의 웃는얼굴은 보통과 달랐다. 싱글벙글 웃는게 아닌, 꿈을 이야기하는 듯한 멀게 느껴지는 웃음. 그래도 지금의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는, 속지않으면 안되었다. [...............그랬, 었지. 하지만, 코하쿠, 씨도────즐거워, 보였어.] [네, 시키씨와 함께 뛰어다녔어요.......에에, 정말로 즐거웠어요. 해가 질때까지 계속 그 정원에서 즐겁게 떠들면서. 하지만 놀이가 끝나면 언제나 흙투성이로, 시키씨는 가장(家長)씨에게 언제나 혼났었죠.] ─────그것도 연극. 그런 웃는얼굴은, 실재로 존재하지 않아. [읏................... !] 꿈을 이야기하는 그녀를, 왠지 지켜볼수가 없어서, 그 몸을 껴안았다. ────강하게 껴안는것 조차 할수없다. [앗.........에또, 시키씨?] 어딘가 얼이빠진 코하쿠씨의 목소리. 아무말없이, 단지 몸을 끌어당겨서 머리카락을 쓸었다. [.....................] 얼굴을 보이지 않도록 하지않으면 안된다. 나는 아마도, 굉장한 얼굴을 하고있겠지. 그런 얼굴을 보였다간, 감이 좋은 코하쿠씨다. 분명히, 내가 알아버렸다는 것을, 알게된다. [...................읏.] 그래도. 견디고 있었을터인데, 어쩔수도 없이, 이를 악물었다. [시키씨........? 어디 아프신가요, 시키씨?] [........................아니. 그런건, 아니야.] 이대로, 손에만 힘을 주었다. 강하게 안을수는 없지만, 이렇게 조금이라도 이 사람을 안고싶었다. [.....정말. 안돼요, 시키씨. 남자니까, 아파도 참지않으면.] 말하고는, 그녀의 팔이 나의 머리를 쓸었다. 코하쿠는 조용히,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것이. 나에게 있어서 결정타 였다. [─────────됐어.] [시키씨? 무슨말 하셨나요?] 물어오는 코하쿠. 그리고, 멈추라고 자신에게 소리치면서, 그래도 말이 나왔다. [────이제, 웃지않아도, 돼.] [에?] [────이제, 무리하게 웃지않아도, 된다구.] 입술을 깨물고, 피를 토하는 마음으로 말했다. [──────────────] 쓰다듬던 손이 멈춘다. 코하쿠씨는 우뚝, 하고, 호흡마저 멈추고 굳어있다. ──────탁. 하는, 무언가의 소리. [읏.........................! ] 코하쿠씨의 몸이 떨어진다. [곤란하네요. 링거가 흘러버렸어요.] 언제나의 웃음. [때마침 대용품은 내일이 되지않으면 오지 않으니까, 오늘은 링거는 그만두죠. 그럼 시키씨, 무슨일이 있으시면 불러주세요.] 아무일도 없었던것 처럼 코하쿠씨는 荷台를 밀고간다. 그녀는 문도 열지도않고 방에서 나갔다. [읏─────] 무슨짓을 한거야, 나는. 히스이와의 약속을 깨버리고, 이런 짓을 하고. 이래서는 마키히사와 다를게 없다. 나는 자신의 감정조차 억제하지 못하는 것인가. 열려진채로 있는 문은 나의 어리석음을 비웃는듯 흔들리고 있다. ────기다려. 코하쿠씨는 문을 열지도않고 방을 나갔다고........? [.......그건 이상해. 분명히 코하쿠씨는 문을 닫았었다.] 그런데 문은 열려있었다. 그건 결국, 코하쿠씨를 안았을 때, 누군가가 문을 열었다, 라는것은 아닐까. ────저녁식사 후에 다시 한번 올게요, 오라버니. ......그래, 아키하는 나에게 말했다. [아키하에게, 보인건가──────────] 혼자서 되뇌인다. 그건 뭐라할수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어째서인지───뭔가 되돌릴수없는 짓을 해버린듯한, 그런 불안만이 가슴을 가득 매웠다. (1) 荷台: 호텔 같은데서 음식을 옮길 때 쓰는 손수레 같은거죠..한 단어로 딱 떠오르는게 없어서..그냥 한자로 표기했습니다. ──────날짜가 바뀌었다. 하루종일 맑던 하늘에는 검은 구름. 비구름은 무리를 지어 하늘은 유린하고, 달빛은 없다고 해도좋다. 하아, 하고 크게 숨을 마시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봐. 밤이되면 낫는다고 말했잖아.] 몸의 상태는, 뭐 80%정도. 그래도 달리는데 지장은 없다. ......서랍을 열서 나이프를 꺼낸다. 그것을 주머니에 넣고, 좋아, 하고 기합을 넣었다. .........문제는 산더미 같았다. 그래도 할수있는 일과, 하지않으면 안되는 일을 틀리는일은 없다. 거리를 설쳐대는 살인귀. 아마도 오늘밤도 배회하고있을 시키를 저지한다. [.......오빠로서 할수있는건 이정도밖에 없으니까.] 아키하에게 진자 오빠인 시키와 싸우게하다니, 그런 비참한 일은 시킬수가 없다. 이 몸이 아직 움직일 때에, 시키를 어떻게든 저지하지 않으면 안되겠지. 암운에 거리를 걸어도 시키의 모습은 보이지않았다. [.......칫. 예측이 빗나간건가.] 어떻게든 밤의 거리에 나가면, 시키와는 그것만으로 만날수 있다고 마음 한구석에서 생각했다. 아직 실제로 만난적이 없으면서, 시키와는 자석의 양극이 붙는것 처럼, 바라지않아도 만날거란 예감은 있었지만───── [........무턱대고 돌아다니는것 보다, 어딘가에서 죽치고있는게 효율적인가.] .......망을보다면 역시 뒷골목 이겠지. 꿈 속에서 그곳은 몇번이나 살인현장이 되어있었다. 꽤 높은 확률로 오늘밤도 시키가 나타나겠지. ──────그럼. 어둠에 숨어서 숨을 죽인다. 언제 덥쳐도 좋도록, 나이프은 이미 쥐고있다. ............. ........................ ..................................... ................................................. .................................................................. [──────읏.] 심장이 몹시 빠르다. .......불근신 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마음은 그리 흩어져있지 않았다. 나는 지금부터 시키와 싸운다. 그건 서로 죽이기에 극히 가깝다. 나에게 죽일 마음은 없다해도, 결과로서 그렇게 되어버릴 가능성이 크겠지. [─────────크.] 그렇다는데도, 마음은 아직 흩어지지 않았다. 그런 꿈을 계속봐온 탓인지, 살인이라는 일점에서, 나의 감정이 부서져 버린것인가. ......정상인것은 심장 뿐이다. 정확하게 활동하고, 살인이라는 행위에 긴장하고, 두근두근 빨리뛰는 심장만이, 나나야 시키에게 있어서의 정상인가. [─────────크, 우.] 하아, 하고 크게 숨을 내쉰다. 심장은 아직고 과열하고있다. [──────────] 이상하다. 감정은 흩어지지 않았는데, 어째서 이렇게────나는, 혈안이 되어서 흡혈귀를 기다리는 거지.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이전. 이렇게, 누군가를, 찾고있었던것 같다. [──────────────] 기척을 느끼고, 어둠에 몸을 숨겼다. .......발소리가 기척이 오고있다. 맥박은 더욱더 빠르게. 방문한 상대가, 내가 쓰러뜨려야 할 『적』이라고 확실하게 조명했다. ───발소리가 가까워져 온다. 몇 걸음 후면.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네 걸음────────── ! 그대로, 적에게로 달려갔다. 적이 갑자기 나타난 습격자를 돌아본다. 뒤로 도망치려고 하지만, 이쪽이 몇배나 빠르다. 나이프를 적의 목을 향해 휘두른다────── [[ ! ? ]] ─────직전에, 종이한장 차이로 궤적을 돌렸다. 슈웅, 하고 나이프가 아키하의 머리카락을 자른다. 우리들은 서로 크게 숨을 내쉰 후에, 동시에 서로를 손짓했다. [오라버니, 어째서 이런곳에 ! ?] [아키하, 왜 이런곳에 있는거야 ! ?] ..........................뭐, 그걸로 어떻게든 자신들이 같은 목적으로, 똑같이 여기에 왔다는걸 알게되었다. [.........................] 아키하는 무언가, 광장히 불만에 가득찬 눈으로 나를 보고있다. ......코하쿠씨를 안았던 것에 화를내고 있는거겠지만, 지금만은 그런걸로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아키하. 너, 이런시간에 뭘 하고있는거야.] [정해져있잖아요. 토노가의 당주로서, 시키를 찾고있어요.] [.....................] 주눅든 기세도 없이, 분명하게 아키하는 대답해온다. [───아키하. 시키는 내가 어떻게든 한다고 말했잖아. 아무리 정해진 일이라해서, 네가 이런 위험한 일을 할 필요는없어. 너도 그건 알아준거 아니었냐.] [그렇지만, 마음이 바뀌었어요. 오라버니는 무언가로 바쁜것 같았으니까, 대신에 제가 할수밖에 없잖아요.] 흥, 하고 시선을 돌리는 아키하. [........아키하. 너 뭣 때문에 화나있는지는 묻지않겠는데, 그것과 시키의 문제는 별개잖아? 이건 시키와 나의 문제야. 아키하를───이런, 목숨이 걸려있는 싸움에 휘말리게 할순없어.] [질렸다. 또 그런 한가한 소릴 하는겁니까, 오라버니는 무르다구요. 알겠어요? 이렇게 하고있는 사이에됴 오라버니의 몸은 쇄약해져 버려. .......그러니까 저는, 어떤 일을해서라도 오라버니를 원래대로 하지않으면 안되는 거에요. 그것을 그만둬, 라고 말해도 듣지않을거에요.] .......아키하는 내 눈을 노려본다. 그건 물러나는것을 모르는, 진지한 눈 이었다. [....아키하가 하는말은 정당해. 내 몸을 신경써주는 마음도 기뻐. 하지만, 그건 괴로울 뿐이잖아. 시키는 너에게 있어서, 그.......] [오라버니. 저에게 있어서 오빠라 부를수 있는것은 오라버니 뿐입니다. ........분명히 이건 괴로운 역할이지만, 누군가가 하지않으면 안되는 일이죠? 제가 철이 들었을 때 부터, 토노가의 당주로서 교육을 받았어요. 그러니까, 이런것은 각오를 하고있었어요.] [그런것 보다 ! 오라버니, 그런 몸으로 뭘 하시겠다는 거에요. 오라버니야 말로, 시키에게 당하기라도 하면 어쩔라구요 ! ?] [웃──────] 아키하는 광장히 무서운 얼굴로, 걸어오더니, 손가락으로 나의 목을 찔렀다. 엄청난 박력에 눌려서, 나도모르게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봐요, 저에게 한 소리 들은정도로 기가 눌렸잖아요. 알겠어요? 오라버니는 보통사람 이니까, 시키같은 괴물을 이길수가 없어요. 자, 오늘밤은 제가 보내드릴테니까, 내일부터는 몸조심해주세요.] 꽈악, 하고 나의 팔을 잡고서 걸어나가는 아키하. [자───잠깐 아키하, 기다려 보라니까.....! ] [잔소리가 심하네요. 심야니까 떠들면 경찰이 오잖아요........!] [───────── 우 ] 또 기가 눌려서 입을 다물었다. .......어쩔수 없지. 아직 몸도 다 나은것도 아니고, 여기선 아키하의 말대로 저택에 돌아가자────── [그럼 오라버니, 방에 얌전히 계셔주세요. 저도 오늘은 이걸로 끝낼테니까.] 기분이 안좋은채로 아키하는 등을 돌린다. ───사라락, 하고 흩날리는 흑발. 이유도 없이. 아키하를 보고, 갑자기 불안해졌다. [......아키하.] [네? 무슨 일이에요, 오라버니?] [......믿어도, 되는거지.] ......? 무엇을 믿는건지 내 자신도 알지 못하면서, 그런 말을 했다. 아키하는 멍하니 있다가. [네. 오라버니가 걱정할 필요는 결단코 없으니까, 아무쪼록 쉬어주세요.] 하고, 근심없는 웃는얼굴로 말했다. [.................................] 아키하의 모습이 멀어져간다. 내 방은 2층의 서쪽 끝. 아키하의 방은 동쪽 끝. 같은 저택에 있으면서도, 멀리 떨어진 거리가 불안하게 만드는건지. 결국, 마음의 불안은 사라지지 않은채, 무엇이 불안한건지 정해지지 않은채로, 자신의 방의 문을 열었다. 9/ 折紙 END 10/ 檻髮 ─────개개비의 소리가 들린다. 멀리있는 달. 밤은 어둡고, 나무들의 베일은 세계를 덮는다. 지면은 뾰족뾰족 날카롭게, 톱처럼 이어져있다. 사람은 없다. 커다란 개개비의 소리만이, 멀리서 들려온다. 검은, 들판이었다. 본능이 향수(鄕愁)를 일으킨다. 여렸을 적, 한참 어렸을 적, 이 숲을 해쳐다녔다. 밖에 나갈때는 한밤중. 부모님과 그 남매들은 사람들 앞에 나가는게 서툴러서, 하루중에 밖에 나가는일은 거의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그 날도 당연히 밤이었다. 혼자 정원에 나와서, 검은 숲 속에서, 모르는 사람과 만났다. 검은 들판은, 그 날에 한해서 한층 검어보였다. 심상한 암색(暗色)은 아니었다. 어느쪽이냐 하면 희미하게 밝은 어둠. 선혈의 융단은, 뱀딸기의 열매에 유사하다. 매우 뜨거웠다. 공기를 마시면, 불을 마시는것 같이 폐가 찌르르 하고 짓물렀다. 이곳은 한 여름처럼 뜨겁다. 그래서인가. 오늘 밤은 이렇게도 추운데도, 개개비의 울음소리가 들리는것은. 뱀딸기의 열매로 쫘악 깔여있는 들판. 그 속에서, 한층더 붉은 눈이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들판에 서있다. 그녀석은 외눈박이 였다. 눈이 붉게 빛나고있다. 하늘에 구멍이 나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주위의 것과는 너무나 이절적인 존재색. 외눈박이 인것 때문에, 그 색은 배로 된건가. 그녀석의 눈에 비파면, 들판의 선혈은 빛바랜 황매화에 지나지 않겠지. 붉은색 보다 붉은색. 나나야에서는 쿠레나이세키슈(紅赤朱)라 전해져온다. 쿠레나이세키슈. 한마디로 말하면 극히 오래된, 선조환을 일으킨 혼혈을 지칭한다. 소아(小我)로서의 이성이 대아(大我)로서의 이성에게 먹혀버려 제정신이 아니게 되어버린 자들이다. 붉은 흉안(凶眼)은, 씌여진것의 증거라한다. 그녀석의 등에는 신기루같은 무언가가 피어오른다. 그녀석은 미친듯이 웃고있다. 즐거운일이 있었던것은 아니겠지. 개개비의 소리에, 그녀석의 모습이 희미해져간다. 그녀석은 어딘가에 먹히듯이 사라져갔다. .....멀리서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혼자서는 무서우니까, 좀더 숲 안쪽에 가지않으면 안된다. 나무들의 베일의 저편에는, 딸랑딸랑, 둥둥, 챙챙, 하고, 축제같이 떠들석했다. 나나야 시키는, 숲의 안쪽으로 걸어간다. 들판을 지났을 때, 아까의 붉은색에 대해서 생각했다. 불쌍하게도. 그녀석은 등에서 피어오르던 신기루에 씌여서, 언젠가 지쳐서, 그렇게 되어버린거겠지. 그녀석은 강해 보였지만, 동신에 매우 위태로워 보였다. 그래서는 오래 못살겠는걸, 하고 결론은 내고는, 숲 안쪽으로 걸어갔다. 창에서 비쳐오는 아침 햇살에 눈이 뜨였다. [────────앗.] 자고있는 사이에 또 열이라도 난것인지, 잠옷이 젖어있다. .......그건그렇고 이상한 잠이었다. 아주 오래전에 만들어진 소리없는 희극......잘은 모르겠지만, 검은 산고모를 쓴 연기자가 여러가지 위험한 상황에 놓인다는, 그런 느낌의 영화를 본것같은 꿈이었다. [......그러고보니, 아리마가에 있었을 때는 꿈같은건 꾸지 않았었지.] 라 할까, 어렸을적 부터 꿈이라는 것과는 인연이 없었던 듯한 느낌이든다. 나의 수면은 너무 깊어서 꿈을 볼 심도(深度)가 아니다, 하고 주치의 선생님은 말했다. 그러면, 이 저택에 돌아와서부터 계속해서 꾸는 꿈은, 꿈이라기 보다는 기억의 단편일지도 몰라. [......라니. 그것을 꿈이라고 하는게 아니었나.] 뭐, 그렇 세세한 것을 고찰하는것은 학자들에게 맡기고, 학생인 토노 시키는 학교에 가야하는 거겠지. [────좋아, 일어날까.]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 에] 몸이 움직이지 않아. [무슨.....움직이지 않는다니, 어째서! ?] 이를 악물고 몸에 힘을 준다. 힘을 너무줘서 머리에 피가 올라서, 가벼운 현기증이 날 정도까지 노력해서, 겨우 상반신을 일으켰다. [아...........아, 뜨...........] 몸이 뜨겁다. [제길......어제보다, 나빠졌어.......] 어제는 그냥 전신이 무거울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팔을 움직이는것 조차도 힘들다. [─────읏, 크─────] 한 팔을 수직으로 올려본다. ......... ................ ........................ [─────헉......아.] 겨우 올렸다. 단지 그정도의 일은 하는데도, 몸의 힘을 사용해서, 1분 가까이 걸렸다. [.......어떻게된거야, 이거.] 이래선 시체다. 아니면 동력이 끊어진 로봇인가. 어쨋든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에 비하면 의식은 확실히 있고, 아픔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코하쿠씨──────] 그래, 그녀를 부르려다 그만두었다. 어제, 나는 코하쿠씨를 끌어안고는, 그런말을 해버렸다. 코하쿠씨가 어떻게 생각했을지 알수없다. ......코하쿠씨와 히스이가 바뀐것을 내가 알고있다, 라는 것까지는 눈치채지 못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오늘은 만나기 그렇다. [히스이───아키하, 잠시────] 와줘, 하고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목소리는 낼수있지만, 큰 소리를 내려하면 현기증이 난다. ......큰 소리를 내는대도 근력을 사용하니까, 그 부담으로 뇌에 피가 모이는듯한 감각. [헉────── ] 가볍게 숨을 내쉰다. 이렇게 되면, 히스이가 깨우러 올때까지, 이렇게 기다리는 수 밖에 없겠지. ────결국, 오늘도 학교를 쉬었다. 나를 깨우러 온 히스이는 얼굴이 창백해져서 아키하를 부르러 갔다. 이야기를 들은 아키하가 와서, 이건 아키하와 코하쿠씨라도 대처할수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일부러 의사를 불러서 검사를 했다. 검사결과는 언제나 그렇듯이 원인불명. 그 후는 정해진대로, 침대에서 하루 쉴 것, 이라는 아키하의 명령이 내려졌다. .......해가 진다. 침대에 누운채로, 아무것도 못하고 창 밖을 바라본다. [...............제길.] 이렇게 될거라면, 역시 어젯밤에 시키와 끝장을 봤어야했다. 이러고있을 사이에도 흡혈귀의 희생자는 늘어간다. ......아니, 어젯밤도 나와 아키하가 저택에 돌아간 후, 시키는 누군가의 피를 빨았을지도 모른다. [─────── ] 내가 판단을 잘못한 것인가. 어젯밤. 아키하가 무슨말을 하든지, 나는 그대로 뒷골목에 남아서 시키를 기다려야 했는게 아니었던가. [.........오늘밤에야 말로, 하지않으면.] 몸이 움직이지않아, 라고 울상을 지을수도 없다. 지금은 한시라도 빨리 시키를 저지해야 한다. 그걸 위해서, 밤을 대비해 조금이라도 체력을 쌓아두지 않으면 안된다. [시키씨, 깨어계신가요?] 문이 열리고, 코하쿠씨가 들어왔다. [코하쿠─────씨.] [네. 하루만이네요, 시키씨.] 웃는얼굴로 말하고, 코하쿠씨는 문을 닫는다. [.....그런가. 그러고보니, 그렇네.] 난처해서 시선을 돌린다. 지금은 코하쿠씨를 바라보고 이야기를 할수가 없다. 시키의 일로 여유가 없다는것도 있지만, 나는 어제의 포커를 얼버무리기 위한 변명을 생각해두지 않았다. [시키씨? 왜그러세요, 고개를 숙이시고? 역시 아직 몸이 안좋으신 건가요?] [읏...............! ] 휙, 하고 나의 얼굴을 엿본다. [────아니, 그런건 아니, 지만.] 얼굴을 붉히면서, 어떻게든 평정을 찾고서 대답했다. ......난처하다. 만나기 그렇다고 말해놓고서는, 코하쿠씨의 얼굴을 보고 고양(高揚)되어있는 자신이 있다. 하루 만나지 못한 만큼, 이렇게 코하쿠씨가 있어주는것 만으로도, 시키의 일을 잊어버릴 정도로, 기쁘다. [.....코하쿠씨, 무슨일이야. 링거라면 아까 끝났는데.] ......그래도, 그녀와는 거리를 두지않으면 안되었다. 나는 히스이와의 약속을 깨고, 코하쿠씨를 끌어안았다. 코하쿠씨가 어제의 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수없다. 하지만 이쪽은, 어제로 자신의 마음을 알게되었따. 이렇게 곁에 있으면, 이번에는 무슨짓을 할지 나 자신도 알수없다──── [볼일이 없다면 나가줘. 아키하가 오면, 코하쿠씨가 혼나잖아.] [볼일 이라면 있어요. 저녁식사의 식단을 정하려 하는데, 시키씨 드시고싶으신거 있으세요?] [먹고싶은 거라니.......오늘은 이런상태니, 소화가 잘되는거 였으면 좋겠는데.] [후후, 그게 말이에요─, 시키씨는 세세한건 신경쓰지 않아도 돼요. 의사 선생님이 식사는 마음대로 해도 좋다고, 허가를 내렸어요. 그러니까 오늘밤은, 시키씨가 좋아하는걸 만들어 드릴수가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니, 그야 왠만한건 다 좋아하는데, 오늘은 맛 보다 영양이 필요했다. [────그렇네, 영양이 많은거면 좋겠어. 조금이라도 체력을 붙여서, 오늘밤에야 말로 시키를 저지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네? 시키씨를 저지하는 거에요?] 코하쿠씨는 이상한듯이 고개를 갸우뚱 한다. [아──────] 이런, 나도모르게 생각하던 것이 입으로 나와버렸다. ......라니, 잠깐 기다려. 그러고보니 코하쿠씨는 시키를 알고있을터이다. 아키하가 코하쿠씨의 피를 마실때에, 분명히 둘은 시키의 이야기를 하고있었으니까. ......그리고 히스이도, 내가 양자라는 것을 알고있었다. 그럼 코하쿠씨가 시키를 모를리가 없다. [───그런가. 코하쿠씨도, 알고있는건가.] [하아. 알고있다니, 뭘 말인가요?] [.....그러니까 내가 양자이고, 아키하는 시키라는 살인자 오빠를 두고있다는 사실 말이야.] 웃는얼굴이 얼어붙었다. [.......그렇습니까. 시키씨, 알어버리신 거군요.] 하지만, 그것도 한순간. "예전의 히스이" 라는 역할을 연기하고있는 코하쿠는, 이 정도로 무너지지 않는다.] [하지만 시키님은 이미 타계하셨습니다. 지금의 토노가의 장남은 시키씨 뿐이니까, 그 일은 잊어버리시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코하쿠씨는 웃는얼굴 이었다. 그건 방금전, 저녁식사의 식단을 어떻게할까, 하고 말할때와 같은 웃는얼굴 이었다. [.......나도 잊고싶어. 하지만, 지금은 잊어서는 안돼. 토노의 피라는 녀석이 저지른 일을, 나는 용서할수가 없어.] 아버지가. 너를, 웃기만하는 인형으로 만들어버린 것을. [........그리고 시키의 일은 그냥 둘수가없어. 녀석이 거리에서 흡혈귀 소동을 일으키고 있는한, 아는 아키하의 오빠도로 될수가 없으니.] 그 소녀에게, 약속의 리본을 돌려주는 일도, 할수없어. ───난는 , 그정도의 일 밖에 할수가 없다. 이 사람을 어떻게하면 구할수 있는지, 어떻게하면 토노 마키히사의 죄를 속죄할수 있을지는, 알수없다. 단지 지금은, 시키라는 살인귀를 저지하고, 토노의 피라는 것을 없애는것 밖에 할수없다. [......그러니까, 내 손으로 어떻게든 해보고싶어. 나는 시키를 그냥둘수가 없지만, 그 이상으로, 그───코하쿠씨를, 도와주고 싶어서.] ......바보. 또 나는, 의미를 알수없는 말을 하고있다. 멋대로 고민하고, 멋대로, 코하쿠씨를 도와준다니, 이런 자기멋대로인 것을──── [.......하하, 무슨말 하는거지, 나. 하지만 뭐, 어쨋든 그런거야. 이건 토노의 문제니까, 나 만으로 끝장을 낼거야. 코하쿠씨와 히스이는 걱정할 필요가 없어.] 코하쿠씨는 아무말도 하지않는다. 그 웃는얼굴로 사라져있다. [코하쿠씨? 나, 뭔가 거슬리는 말을 했어?] [────아니에요. 저, 시키씨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시는 건가요?] ────────? 그렇게 생각하다니, 뭐가......? [시키씨. 아키하님이 매일 저택을 나가시는건 알고 계신가요.] [알고있어. 아키하는 토노의 당주로서 시키를 찾고있잖아. 그만두라고 했지만, 아키하 녀석은 내 말 같은건 듣지를 않아.] [거짓말이에요. 시키시는 아키하님 에게서 아무것도 듣지 못했잖아요 ! ?] [.....기다려 코하쿠씨. 듣지 못했다니, 뭘] [.....................] 코하쿠씨는 대답하지 않는다. .....단지, 코하쿠씨의 상태가 보통이 아니다. 둔감한 나라도 알수있다. 두근, 하고. 진정되어있던 심장이 박동수를 올렸다. [아키하님은, 시키씨에게 거짓말을 하고계십니다. .....원래 시키님은 피를 빠는 귀신은 아니에요. 다른 사람의 체온. 피라는 온기를 필요로 하고있는건.] 두근, 두근. 맥박이 흐트러진다. 코하쿠씨는 진지한 눈과, 문득, 어느 사실이 겹쳐져서, 싫은것은, 상상해 버렸다. ───잠깐 기다려. 부탁이니까, 잠시만 기다려줘. 그건. 내가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는걸 피하고있던건 아니야. [.....기다려줘. ....됐어. 지금은, 그런 이야기, 하지않아도 돼.] [─────시키씨. 토노 시키(シキ) 라 불리던 사람은, 이미 타계하셨습니다. 분명히 시키님은 피를 빠는 귀신이 되어서, 거리를 소란스럽게 한 살인귀 였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끝났습니다. .......5일 전. 누구도 아닌 아키하님의 손으로, 시키님은 처벌된 거에요.] ───그 꿈. 아키하에게 죽임을 당한 살인귀의 꿈. 그건 내가 본것이 아닌, 시키가 보고있던, 최후의 광경. [사람을 죽이고 피를 마시던 시키라는 사람은 이제 없어요. 그러니까....지금 거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은, 모두────] ───시키는 이미 없다. 예전에 퇴장을 했다. 남아 있는것은. 매일밤 저택을 빠져나가 거리를 배회하고있는, 토노 아키하 라는 피를 빠는 귀신 뿐이었다. [시키씨────── ! ?] 불러세우는 코하쿠씨의 목소리를 떨쳐버리고, 방에서 뛰쳐나왔다. ────달린다. 몸이 아프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좋아. 아무것도 생각할수 없어. 이 이상은 생각하고 싶지않아. 아키하의 입으로 진실을 듣기 전 까지는, 이제 아무것도. 달린다. 동관의 끝, 아키하가 있는 방으로 달린다. 숨이 거칠어지고, 반 미친채로, 노크도 없이 무거운 문을 열었다. [하아────하아, 하────] 방을 살펴본다. 아키하는───내를 보자마자, 우아하게 의자에서 일어났다. [왜그러세요 오라버니. 노크도 없이 방에 들어오다니 실례에요.] [하────────아.] 흐트러진 호흡을 정리하고 아키하를 응시한다. 아니, 지신도 의식하지 못했지만 나는 아키하를 노려보고 있겠지. 해의가 담긴 시선을 받고는, 아키하는 무언가를 생각하는듯 했다. [오라버니.......? 무슨일 있었나요?] [──────────] 한번 심호흡을 하고, 흐트러진 호흡을 바로잡았다. 가슴의 맥동을 억제하고, 아키하를 노려본 채로, 입을 열었다. [────아키하. 어떻게된, 일이야.] 아키하의 얼굴이 굳었다. .......그 말만으로 내가 무엇을 듣고싶은지 안 것인가. 아키하는 말없이 나를 바라본 후에, 휙 하고, 아무일도 없었던듯이 창가까지 걸어갔다. 밖은 깊은 하늘. 붉게 물든 햇빛이, 하늘과 이 방을 달구고있다. 그 안에서, 3일 전의 석양과 같이, 아키하는 붉은 하늘을 등지고서 뒤로 돌았다. [그렇게 물어오면 무슨일인지 알수없어요, 오라버니.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주지 않겠어요?] [────────] 그 찰나에, 현기증이 났다. 눈의 착각인가, 아키하 주위에 아지랑이 같은것이 보였다. ───위험하다, 하고 느끼게하는 공기. 등뒤에 그런, 타들어갈듯한 하늘이 있기 때문이다. 아키하의 머리카락이 진홍으로 보여서, 척, 하고 전신의 기강을 다졌다. [오라버니? 아무말도 안하시면 어떻게 할수가 없잖아요. 아니면 이제와서───아무것도 없었던걸로 해서, 방에 돌아가 주시는건가요.] 쿡쿡, 하고 아키하는 웃는다. 그걸로 정말로. 아키하가 나를 속이고 있었다는걸, 알아버렸다. [아키하, 왜────] [왜 시키를 죽였는지 라면, 이유는 아시잖아요. 저는 토노가의 당주입니다. 그 역할은 토노에서 벗어나버린 일족의 처리가 제일(第一)입니다. 제가 시키를 죽인것은 힐족의 합의였고, 오라버니도 시키를 죽이고 싶어하셨잖아요.] 전신에 닭살이 돋았다. ───뭐야. 지금, 눈 앞에 있는것은 누구야. 이, 보고있는것 만으로도 숨이 멈출것 같은 중압은 누구의 것이야. [아니야───내가 말하고 싶은것은, 그런게 아니야.] [흐응. 그럼 문제가 없잖아요. 사람이 아닌것을 처리한 걸로 죄는 아니잖아요? 설령 키우던 개라로 해도, 사람을 물면 죽이지않으면 안돼. 제가 한 일은, 그것과 같은 차원의 이야기에요.] [아니라고 말했잖아.....! 내가 말하고싶은건, 어째서 나에게 그 사실을 속인건가 하는거야.........! ] [아아, 그것 말이구나. 시시하게, 그런 뻔한것을 물어오다니. 저기 오라버니, 자신도 눈치채지 못한것을 물어오는건 질문이 아닌 확인이에요. 그런거라면, 저는 끄덕일수 밖에 없는데 말이에요.] 아키하의 주위가 일그러진다. 신기루 처럼 흔들리는 커튼. 붉은, 석양에 물들은 긴 머리카락. 지금에라도 아키하를 죽이려고하는 이 몸. [───시키를 죽인건, 5일 전이지.] 네, 하고 아키하가 끄덕인다. 5일 전───그날 밤, 아키하가 쓰러진 날. 울면서 안겨오던 아키하는,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거부하며, 눈물을 흘렸었다. [그럼, 그 후에 일어난 흡혈귀 소동은 시키가 한짓이 아냐. 그건, 네가 한 짓이냐.] 네, 하고 아키하는 끄덕인다. 숲 속의 떨어진 저택. 그곳에서 코하쿠씨의 피를 마시던 아키하. 그 때에, 이미──시키는 사라졌었고, 아키하는 흡혈귀 같은 행휘를 반복하고있다. 코하쿠씨가 말했었잖아. 어째서 자신의 피 만으로 만족하지 않는건가, 하고. [────어째서. 시키는 그렇다치고, 너는───아무데도, 이상한 곳은 없었잖아.] [에에, 저는 아직 시키처럼 어긋나 있지는 않아요. 그렇게 되지않도록 코하쿠에게서 피를 받고있으니가, 그런건 당연하잖아요?] [....그럼! 어째서 코하쿠씨 만으로 만족하지 못한거야 ! ?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다 라고 말한다면, 어째서 지금에 와서 그런────] 시키와 같이, 흡혈귀 같은 짓을 하고있는거야, 너는.................! ! [그건 시키의 영향이에요. 이건 저에게 있어서도 실패였던 거에요, 오라버니. ....저의 힘은 단지 사물을 배체하는것이 아니라, 대상을 부수는것이 아닌, 대상으로부터 빼앗는다, 라는 종류의 힘이었어요. 저는 시키에게서 시키의 목숨을 빼앗았습니다. 하지만 그 때에, 뭔가 좋지 못한것까지 빼앗아 버린것 같아요.] [────── ?] 뭔가 좋지 못한것? 이전의 아키하에게는 없고, 지금의 아키하에게 있는것. 그건, 그───── [....뭐라고 할까, 시키를 죽인 이래, 저는 자식의 감정을 제대로 억제할수가 없어요. 이상하게 기가 억세졌다가, 보통이라면 마음에 담아둘 욕망을 형태로 나타나게 해버려요. 그래서 지금까지 참고있던 욕구에 솔직하게 되어버린 것이겠죠. 코하쿠의 피는 저의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것 뿐이지만, 이제 몇년이나 입에대던 맛이라 질려버린 거에요.] [───에에, 이런거 오라버니에게 말해봤자 알아주시지 않겠지만, 처음으로 코하쿠 이외의 피를 마셨을때는 굉장했었으니까. 너무나 맛있어서, 그대로 미쳐버릴 정도로.] 아키하는 진심으로 기쁜듯이 웃었다. 흔들리는 신기루. 아키하에 대한 위험함을 느낀것은, 분명히, 내........아니, 그건 시키였던 것인가. 시키가, 아키하에게 죽는 꿈을 본 다음날 부터였다. [──────아키하, 너──────] [그런 눈으로 보지말아요. 제가 빼앗는건 혈액 뿐이에요. 시키처럼 목숨까지 빼앗는건 아니니까, 그렇게 화낼필요는 없잖아요, 오라버니.] [.......혈액 뿐이, 라고.....?] 아키하에게는 어느하나 불리한 점도 없었고, 갑자기 태도를 바꾸었다 라는것도 아니다. 그냥 당연한듯이 이야기를 하고, 미소를 지으면서 나를 바라보고있다. [──────────읏] ......호흡이, 잘 되지않아. 아키하는 즐거워 하고있다. 내가 직접 아키하를 문책하고 있는것이 , 아키하에게 있어서는 시간때우기에 불과한듯 하다. ───이무슨 일이냐. 이래선 마치, 정말로 광기를 즐기고있는, 살인귀나 마찬가지잖아──── [장난치치마......! 왜────그런. 어쩌자는거야 아키하. 너, 뭔가 이상하다구.....! !] 아키하의 시선을 어떻게든 떨치고는, 한걸을 다가갔다. [아........................] 내가 다가가려고 한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아키하는 한순간 말을 삼켰다. [너도 알고있잖아. 그런변명, 옳을리가 없잖아......! ] 또 한걸음, 다가갔다. 아키하는 토라진듯이 시선을 돌린 후, 입술을 깨물고 나를 노려보았다. [.....이상하지 않아요. 제가 다른사람의 피를 빠는것은, 모두 오라버니를 위한 것이니까.] [에────── ] 발이 멈춘다. 아키하는 입술을 강하게 깨문 후, 뭔가, 자포자기 한듯이 어깨의 힘을 뺐다. [......전에도 말했잖아요. 오라버니는 8년 전에 시키에게 죽임을 당했다. 하지만, 토노라는『혼혈』이라면 몰라도, 오라버니는 보통의 사람이라구요. 시키에게 목숨의 대반을 빼앗겨버린 오라버니는, 재생하는 힘 같은건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저는 그걸 용서할수 없었다. 오라버니는 말이에요, 저를 감싸고 시키에게 죽었던거에요. 원래는 죽는것은 제 쪽이었어요. 저는 피투성이인 오라버니에게 지켜져서, 오라버니는 이제 죽어있는데, 그래도 시키에게서 저를 지켜주었습니다. ......그 후의일은 저도 잘 기억이 나질않아요. 단지 오라버니 대신에 자신이 죽었으면 좋았을걸 하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그 소원은 이루어 졌습니다. 봐요, 동화에서 자주 나오잖아요. 죽은 새나 개에게 자신의 피를 주어서 살린다는, 것이. 원래 저의 힘과는 정반대이지만, 저는 그런 저주를 오라버니에게 걸었던 거겠죠. 그렇게 오라버니는 기적적으로 재생해서, 저는 그 날부터 몸에 무거운 고랑을 차게되었어요. ......생각해보니 당연해요. 원래 자신이 써야할 목숨의 반을 오라버니에게 주었으니까.] [───────────] 눈 앞이 깜깜하다. 그럼 내가 이렇게 있는것은 아키하 덕분이고, 동시에 나를 도와주어서───아키하는 몸에 질환을 지나게 되었다는, 건가. [......아키하. 그 때의 발작도, 전부────나, 때문인거야.] [......그래요. 저는 오라버니를 살리고있는 한, 토노라는 이계의 피를 계속 사용하게되요. 그렇게 하고있으면 말이에요, 사람으로서의 피가 약해져버려요. 그것이 과하게 되면 시키처럼 인간에서 벗어나 것이 되어버려. 그것을 막기위해서는 토노의 피가 흐르는것을 최소한으로 억제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오라버니에게 힘을 나누어 주는것이 고작이고, 자신의 몸을 유지할수가 없어요.] [........그 결과로, 그런 발작증세의 반동이 온다. 몸이 위험을 감지하고, 오라버니에게 힘을 나누어 주는것을 그만두던지, 토노에서 벗어난것이 되어버려 하고 강제해 오는거에요. 그래도 지금까지 버텨올수 있었던건, 코하쿠 덕분이에요. 감응자인 코하쿠는, 개인의 의지를 보강해주죠. 저는 정기적으로 코하쿠의 피를 마시는것으로, 인간으로서의 토노 아키하를 붙잡고있다───라는 것이네요.] 나도모르게, 몸이 비틀거렸다. 아키하. 아키하가 피를 마신것은, 결국. 어느누구도 아닌, 나의 책임. 내가 이렇게 살아있는 한, 아키하는 토노에서 벗어난 생활을 할수밖에 없다, 라는 것인가──── [하지만, 그것도 시키를 처벌하면 해결될거라 생각했습니다. 시키가 죽으면 오라버니의 목숨을 가로채는 방해자가 없어지게 되니까.] [──────아.] ......그렇다. 시키가 이제 없으니까, 내 목숨은 나 혼자 사용하게 되니까, 이제 빈혈이 일어나는 일은 없어져야 할 터이다. [후후. 그게말이에요, 이상해요 오라버니. 저 이외의 누군가가 시키를 처리했다면, 오라버니는 원래대로 돌아왔을텐데. 말했었죠? 저, 시키로부터 모든것을 빼앗아 버렸다고. 저는 코하쿠 처럼 타인과 감응할 수 있는 힘같은건 없어요. 빼앗은 것을, 누구나에게 줄수도 없어요.] 아키하는 진심으로 이상한듯, 자기자신을 비하 하는듯, 미소를 지었다. [시키를 죽이고나서, 저는 몸의 무거움에서 해방되었어요. 매일밤 오던 발작도 일어나지 않게되고, 기분이 매우 좋아요. .....이유는 말할 필요도 없죠? 결국, 너는 시키를 통해 오라버니의 목숨을 빼앗아 버렸어요. 하지만, 빼앗는것 뿐 오라버니에게 돌려줄수가 없어요. 시키와 달리, 저에게는 누군가와 공융하는 기술도 없으니까.] [....그래, 오라버니와 시키는 공융하고 있었어요. 분명히 오라버니는 시키에게 목숨의 대반을 빼앗겼지만, 시키가 자고있을 때는 역으로 시키로 부터의 공급이 있었어요. 그것도 지금은 없어져버렸다. 오라버니의 몸이 움직이지 않는것은 그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저는, 지금까지 이상으로 오라버니에게 힘을 나눠주지 않으면 안돼요. .....그걸 위해서는, 인간의 피를 섭취해서 힘을 축적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말하고는. 아키하는 붉게 물든 창가에서 떨어진다. [오라버니. 분명히 저는 피를 빠는 흡혈귀 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건 모두 오라버니를 위해서 였습니다. 이래도 오라버니는 저를 용서할수 없다는 것인가요? 토노 시키 로서가 아닌, 나나야 시키 로서 저를 죽일건가요?] [─────────────────]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키하에게 들을 필요도 없이, 나는 토노 시키라는 인간이다. 이제와서, 그런 기억에도 남아있지 않는 나나야 라는 인간은 될수없다. 하지만, 몸은 아닌건가. 지금의 아키하를 보고있으면, 전신의 힘을 비축하도록 테엽이 감겨지는듯 했다. 그건 지금도. 토노 아키하 라는 사람과는 떨어진 것을, 어떻게 하려고하는 기세로. [......아니야. 토노도 나나야도 아니야. 나는, 네가....아키하가 피를 빠는것을, 하지않았으면 하는것 뿐이야. 네에게───그런, 시키같은 짓 만은 하게 하지않아.] [오라버니. 저는 오라버니를 위해서 피를 빨고있는 거에요. 어째서 그걸 알아주시지 않는거죠? 그 때도───저는 분명하게 오라버니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했는데, 오라버니는 아무말도 해주지않았다. 저는 오라버니를 사랑하고 있다고 전했는데, 어째서 저 이외의 여자를 보려고 하는건가요.......! ] [바───사랑하고 있다니, 그런건 남매로서 잖아.....! 설령 피가 이어지지 않았다고 해도, 우리들은 남매라구 ! ? 무슨 바보같은 소리 하는거야, 너는.....! ] [바보같은게 아니야..........! ! 남매니까───여동생 이니까 좋아해서는 안된다는 건가요 ! ?] 아키하의 목소리가 방에 울린다. ......그렇게 큰 소리는 낸건 이번이 처음이었던가. 아키하는 하아하아 하고 어깨를 위아래로 움직이며, 분한듯 입술을 깨물었다. [─────────아키, 하.] [........오라버니. 저는 이대로, 인간이 아닌것이 되어도 상관없어요. 그걸로 오라버니가 살아있어 준다면,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어요. 그러니까───오라버니도 저 만을 봐주세요. 아키하는 계속 오라버니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겨우 이렇게 돌아와 주었는데, 이제와서....저를, 배신하지 말아요.] ────손을 떨면서, 아키하는 그렇게 말했다. 아키하는 입을 닫고는, 단지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자신만을 봐주었으면 한다, 라는 고백. .....프라이드가 높은 아키하가 그런 말을 하다니, 생각도못했다. ────하지만, 틀려, 아키하. 분명히 아키하는 소중한 존재다. .......지금까지 아키하는 나를 구해주었다. 그럼 될수있으면 아키하의 소망에 응하고싶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아키하는 여동생이야. 거기에 그 이상의 애정은 가질수없어. 내가 가장 생각하고 있는 상대는 아키하가 아니게 되었으니까──── [...........아키하. 나는, 너의 마음에 응할수가 없어. 나에게 있어서 소중한 사람은, 따로 있어.] .......아키하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듯 냉정했다. 조용히 눈을 감고는, 내 앞에서 떨어진다. 뚜벅뚜벅, 하는 발소리. 아키하는 창가까지 걸어간다. 쏴아, 하고. 바람이, 아키하의 머리를 흩날렸다. [......그래요. 하지만 오라버니? 당신에게는, 자유는 없다구요.] ────차가운 시선. 그 직후, 쿵, 하고, 내 몸은 갑자기 땅에 무릎을 꿇었다. [아─────, 읏...................! ?] 숨. 숨을, 쉴수없어. 방금전까지 처럼, 괴롭다는것과 레벨이 다르다. 정말, 로 숨을 쉴수가 없어, 서, 손발이, 움직이, 지 않──── [어때요 오라버니? 8년 전의 상태로 돌아간 기분은.] 아키하, 의────웃음을 참는 소리, 가, 들려온, 다. [아.............아키, 하───── ?] 어떻게든 시선을 올린다. 그곳에는 지금에라도 무너질듯한 위험함을 풍기는, 아키하의, 즐거운듯한, 눈동자가 있었다. [말했잖아요, 오라버니의 몸은 제가 살려드리고 있는거라고. 알겠나요? 제가 조금이라고 그리 생각하면 죽어버리는 몸. 그것이 토노 시키라는 목숨이에요, 오라버니.] 귀에, 속삭이듯, 아키하는 말한다. [──────, 읏, ─────── !] 열이 식어간다. 급속도로 죽음에 이르러가는 감각. 몸 전체의 감각이 사라져 가고, 긴장을 풀면 1초 후에라고 사라져버릴것 같은, 공포. ........아키하가 하고있는 말은 진짜다. 이렇게 하고있는 지금도, 아키하에게, 심장을 졸리고 있는듯한, 느낌이 든다───── [오라버니의 의사는 강하네요. 저, 이대로 기절시킬 작정으로 힘의 공급을 끊었는데.] .....아키하의 손가락이 내려간다. 등을 그어가는, 흰 손가락. [아────아야................! ] 그 손톱이, 등의 상처를 헤집고 들어간다. [.....멋져. 내가 낸 상처가, 아직 남아있어.] 그날 밤. 울면서 안겨오던 아키하가 긁어서 낸, 등의 상처를. [────자아, 한번더 묻겠어요 오라버니. 오라버니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건 저 지요?] 귀에 속삭이는 목소리. 몸의 감각은, 이제 완전히 없어지려 하고있다. 이대로 대답하지 않으면, 그대로────나는, 죽어버릴지도, 모른다. [대답해요. 저, 언제까지나 상냥하게 해줄 생각은 없다구요?] .................농담이, 아니다. 이런 힘으로하는 방법 같은것에, 따를까보냐....! [─────정말. 정말로 고집이 세군요, 오라버니는.] 아키하의 손가락이 떨어진다. [알겠습니다. 내일까지 시간을 드릴테니, 조금은 냉정해져서 생각해주세요.] 아키하는 쓰러진 나에게서 떨어져서, 수화기 같은것을 손에 들었다. [코하쿠, 내 방에 와줘. 옮겨줬으면 하는것이 있으니까.] 아키하의 목소리는 들떠있다. [─────────────]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는다. 단지 코하쿠씨가 여기에 온다, 라는것 밖에는, 사라질듯한 의식은 이해하지, 못했다. 문이 열리고, 코하쿠씨가 왔다. [시키───── 씨?] 쓰러져있는, 나를 알아차린건지. 코하쿠씨가 달려, 왔다. [시키씨........! ? 정신차리세요, 시키씨.......! ] .....정말로, 의식이 몽롱해진것, 같다. 코하쿠씨가. 이런, 다급한 목소리를 내다니, 믿을수가, 없어. [아키하님, 대체 무슨짓을 하신겁니까.] [별로. 그냥 오라버니에게 현실을 알려준것 뿐이야. 몸으로 직접 알려주지 않으면 알지못하는것 같으니까.] [하지만 여기서 이러는것도 뭐하잖아? 그래서 말이야, 코하쿠. 오라버니를 방까지 데려다줘. 가엽게도, 내일 밤까지는 계속 저상태 일테니까.] 아키하가 들을 돌린다.......침실에 가는듯 하다. 그 등에서 흔들리는, 신기루같은 열기가, 거슬린다. [............시키씨, 설수 있겠어요?] .......설수있어, 라고 말했지만, 말로는 되지못했다. 코하쿠씨, 가 어깨를 빌려준다. ......자신이 걷고있다, 라는 감촉도, 자신이 살아있다고 하는 감각조차 희미하다. 토노 시키라는 인간을 움직이는 케이블이, 끊어져있다. 끊긴 영상을 보면서, 나는 아키하의 방에서, 복도로 나온, 듯 했다──── ────밤이 되었다. 토노 시키의 몸은 침대에 누워있다. 하아 하아 하는 호홉소리가, 시계의 초침소리를 감추고있다. 몸은, 관절이란 관절이 불꽃을 내는듯이 아프다. 의식은 단편적. 초단위로 기절과 각성을 반복하고 있다. ───그 때문이겠지. 지금 시간이 얼마나 되었는지는 알수없다. 아키하의 방에서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서, 이제 한 시간정도 지난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이 단지 착각이라는 것은, 8의 숫자에 멈춰있는 시계가 알려주었다. [─────, ───────, ──────] 호흡이, 멈출것만 같다. 40도 가까이 열을 내던때도, 이정도로 심하지는 않았다. 몸은 움직이지 않아. 그런데 심장만이, 아까부터 폭주하고있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아키하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고있겠지, 나의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마치 철로 된 말뚝으로, 손발이 침대에 고정되어 있는듯한 감각이다. 그렇다는 데도, 그럴 마음만 있다면 몸을 움직이는 정도는 될것같았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미친듯이 폭주하는 심장이, 아키하의 주박(呪縛)마쳐 상회하고 있다. 손발이 말뚝으로 봉해져 있는거라면. 봉해진 부분만을 제외하고는, 심장만이 밖을 튀어 나와버릴 정도의 피의 순환.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뭘 흥분하고 있는건지. ────붉은 머리카락의 아키하. 그것을 생각하는것 만으로도, 움직이지 않아야할 손발이 경직한다. 분명히, 어떠 일을하기 위해서하면, 이 몸은 어떻게든 움직여주겠지.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머릿속에 있는건 뭐지. 아까, 굉장히 즐거워 보였던 아키하인가. 그건 이상했다. 분명히 아키한느 그런점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너무했다. 무언가, 아키하 본인마저 알아차리지 못한것이, 아키하에게 씌여있다고 밖에는 생각할수가 없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아키하는 시키의 광기를 마신건가. 시키가 미쳐버린 원인이 있다고 한다면, 그 원인을, 아키하는 모르고 빼앗아버린 걸지도 몰라. 그렇다면. 그건, 토노 마키히사와 같이, 그냥─────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시끄, 러워─────] 폭주하는 심장을 억누른다. 정말, 아까부터 뭘 흥분하고 있는거야. 그렇게 쉬지도 않고 되풀이하면, 나도 그렇게 되어버리잖아. 죽여. 죽여. 죽여. 죽여. [헉────아, 하아, 하─────] 목이 아프다. 몸이 삐걱거린다. 알고있는거야, 이 생각없는 놈아. 이런 몸으로 지금의 아키하에게 반항한데도, 이길수는 없어. 죽이고 싶었다면. 그것을 죽여라고 말하려면, 좀더 조용히 있어. 그렇게하면 말 안해도, 이 피를 걸고 저 마를 쳐부셔, 줄테니───── [아니야.........! 뭘, 그럴 마음이 되어있는거야, 나는.............! ! ! ]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미쳐버린 고동은 계속된다. 나는, 몽롱하게. 기절과 각성을 반복한다, 꿈도 현실도 아닌 시간에 빠져있다. ───이래선 내일을 기다릴것까지도 없다. 이런것이 밤새도록 계속된다면, 나는 0시를 기다리지도 못하고 발광 할 것임에 틀림없었다──── 발한하던 몸에서, 땀이 멈추었다. 몸이 타버릴지도 모를정도로 뜨거웠던 피부가, 천천히 식어간다. 이마에는 젖은 타올의 감촉. 누군가가 몸을 조금 일으켜서, 입에 컵을 대었다. 꿀꺽. 약간 차가운 물이, 목을 타고 넘어가는 쾌감. ─────────. 바로 옆에는 사람의 기척. 그걸로 누군가가 간병하고 있는거다 하고, 알아차렸다. [안녕하세요. 몸은 어떠신가요, 시키씨.] 언제나의 웃는얼굴로,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아......코하쿠, 씨.] 끊어진 호흡을 묶어, 어떻게든 목소리를 내었다. [아, 말하지않아도 괜찮아요. 지금의 시키씨가 어떤 상태인지는, 시키씨보다 잘 알고있으니까.] 코하쿠씨는 웃는얼굴로, 내 이마에 놓인 타올을 덜어내었다. ───역시, 방금전의 건 환영이었던 것인가. 코하쿠씨는 평소대로다. 이런 때에도, 웃는얼굴로, 히스이를 연기하고있다. .....그것을. 나는 코하쿠에게서 그 가면을 벗기지도 못하고, 여기서 끝내버리는 것일까. [사정은 아키하님께 들었습니다. 아키하님은 내일까지 기다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만, 그걸로는 안돼요. 아키하님도 냉정한 판단력을 잃고계신 거에요. 이대로는 시키씨는 오늘밤은 넘길수가 없으니까.] [────────────] 하아하아 하고 숨이 차오른다. 코하쿠씨의 말은, 가차없었다. [시키씨는 전에 말했어요. 자신은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마비되어 있다고. 지금도 그런가요? 그렇다고 이런 몸으로 아키하님에게 거역하다니, 그런 희망이 없는 일을 하는겁니까.] [─────────코하쿠씨?] .......놀랐다. 코하쿠씨의 목소리는,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그럴리가 없잖아. 나는 보통사람 보다 죽음 이라는것에 민감하다고 말했잖아. ......그러니까, 지금의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 알고있어. 코하쿠씨가 말하지않아도───오늘밤을 넘기기는 어려울거라고, 눈치채고 있었어.] [그럼, 시키씨는 죽음이 두렵지 않은거군요. 아키하님을 받아들이면 금방이라도 좋아질텐데, 그것을 하지 않다니 바보같아요.]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그걸로 좋다고 생각해. 나는 이런 자신이 좋고, 그런 자신을 좋아해준 아키하가 좋아. ....아아, 그리고, 말이야. 이렇게 코하쿠씨와 이야기 할수있는, 별것아닌것도 좋아. ......하지만 자신에게 거짓말을 한다면, 그런것이 즐겁지 못하게 될것같아서, 두려, 워──────] 심하게 기침을 했다. ....무리해서 코하쿠씨와 이야기를 해서겠지. 지금 내 몸은, 그런 간단한 것 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시키씨. 어째서 아키하님을 좋아한다고 말씀하시지 않은거에요?] 같은 질문이 되풀이 되었다. 단지, 지금의 질문은 이전의 것과는 달라져 있었다. 코하쿠씨의 목소리를, 어딘가────슬픈듯이, 들렸다. [아키하님의 말씀대로 하면 시키씨는 살아날수 있어요. 설령 말로만하는 방편이라도, 지금은 그렇게 하지않으시면 죽어버리잖아요. 시키씨가 뭘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아키하님의 마음에 응해주시면 되는거에요.] ───그런거. 할수 있었다면, 벌써 했다. [────싫어. 분명히 나는 아키하를 사랑하고있어. 하지만 그건 남매간의 감정일뿐, 그 이외의 것은 아니라구. ....내가 좋아하는건 아키하가 아니야, 코하쿠씨. 나는, 가장 좋아하는 상대를 속이는것 만큼은, 하고싶지않아.] 거칠게 호흡을 하면서, 굳은 어조로 말했다. 똑딱, 하고. 초침이 한 번 움직일 정도의, 짧은 침묵이 있은 후. [정말. 어쩔수가 없네요, 시키씨는. 지금 만의, 말로만하는 방편도 안되는거에요?] [.....할수없어. 몸이 자유롭게 못된다면, 적어도 마음만은 자유롭고싶어. 한번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면, 그 거짓을 계속할수 밖에 없게 되어버리잖아. 거짓을 거짓으로 덥어씌우다간, 언젠가 무두 허사가 되어버려. 그렇게되면 나는────] ......단지 혼자 도망칠 곳도 없이, 그렇게 되어버린 그 소녀를.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이대로 도와주지 못하게 되어버려.] 그러고는, 그냥 코하쿠씨 만을 바로보았다. 그녀는 웃는얼굴로 돌아가지 못하고, 시선을 돌렸다. [......안돼요, 그래서는. 그럼 아키하님이 불쌍하잖아요.] [아키하가, 불쌍해......?] [.........네. 아키하님은 오늘밤도 거리에 나가서, 누군가의 피를 빨겠죠. 아키하님은 시키님과 달라서 피를 빤 상대를 같은것으로 만들어버리는 힘을 없지만, 역으로 상대에게서 무언가를 빼앗아버리는 힘이 있어요.] [아키하님도 자각하고 계실거에요. 장난으로 피를 빨면 빨수록, 아키하님의 힘은 인간과는 떨어져간다. 하지만 아키하님은 그 행위를 그만두실수가 없다. .....아키하님의 힘 만으로는 시키씨를 존명시킬수가 없다. 그러니까───자신의 변모해 간다고 자각하셔도, 시키씨를 살리기 위해서 아키하님을 피를 빠는 흡혈귀를 계속하게되요.] [아─────────] [그정도로 시키씨를 필요로 하고있는 아키하님을 거절하시는 건가요? 이 8년간, 아키하님을 시키씨만을 계속 기다려오셨는데도요.] [─────────] .......그런건, 대답할수가 없다. 애초에, 지금 자신이 죽음에 이르고 있는것은 아키하의 짓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살아왔던 것도 아키하의 덕분이었다. 나는, 아키하에게────되돌려줄수 없을만큼, 커다란 빚을 지고있다. [───────────읏.] 무엇이 정당한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판단할수가 없어. 그래도 내어줄수 없는것이 있고, 어떻해서도 용서할수 없는것이 있다. .......그러니까, 할 일은 정해져있다. [────그래. 아키하는 오늘밤도, 피를 빨러 가는건가.] 몸을 일으킨다. 뇌에는 전류가 흐르는듯한 아픔. 그것을 견디며, 어떻게든 침대에서 일어났다. [무......시키님, 무슨짓을.] [......안돼. 토노 아키하가, 피를 빠는것을 막지않으면.] 어떻게든 한 걸음 내딛었다. 쓰러질것 같지만 어떻게든 앞으로 나갈수 있어. 이정도면......아키하의 방 정도까지는, 갈수 있겠지. [기다려주세요.] 앞을 가로막듯이. 코하쿠씨는, 내 시선의 앞에 나왔다. [아키하님을 막는다, 라고 말하셨죠. 그건 나나야로서의 피 입니까.] [.........그런거 몰라. 단지 아키하는, 지금의 아키하로, 있어, 주었으면 해. 그건 토노 시키로서의, 당연한, 마음, 이잖아.] [............안됩니다. 그런 마음으로는, 아키하님은 시키씨를 용서하지 않으시겠죠. 시키씨도 알고있을거에요. 지금의 아키하님은 이전의 아키하님이 아니라는걸.] .......그런건 알고있는 사실이다. 아키하의 등에 흔들리는 신기루. 그것이 아키하를 부추겨서, 아키하를 아키하가 아니게 만들고있다. 지금의 아키하에게 있어서, 아키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는 이제 필요없는 것이 되었겠지. [그래도───막지 않으면. 나는, 그녀석의, 오빠 니까.] [........................................] 코하쿠씨는 아무말도 하지않는다. 몸을 움직여, 책상까지 걸어간다. 그곳에는 아리마카에서 가져온, 몇가지 물건이 들어있다. 서랍에서 나이프를 꺼낸다. ......그렇게. 또, 돌려주지 않은 것을, 보았다. [코하쿠씨.] 마직막 자취를 강하게 쥐고서, 걸어간다. [...................] 코하쿠씨는 그냥 서있을 뿐이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니까, 이거.] 손을 내밀어서, 흰 리본을 보여주었다. [늦었지만, 돌려줄게. 미안해. 모처럼 빌렸는데, 결국, 한번도 쓰지못했어.] .......마음이 말로 나왔는지는 알수없다. 스윽, 하고 될수있는한 상냥하게. 소녀의 손에, 약속의 리본을 놓았다. [──────────────] 숨을 삼키는 소리. 코하쿠씨는 인형처럼 서서, 멍하니, 자신의 손에 놓은 리본을 바라보고있다. [.......눈치채셨나요, 시키씨.] [.....금방은 눈치채지 못했어. 알게된건 정말로 최근이야. ...원래는 돌아온 그 때에 알아차리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었는데.] 그래. 저택에 돌아온 자신을 마중나와 준 코하쿠씨가 어서오세요, 라고 말해줬을 때, 나는 눈치채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래도 이 사람은, 예전 여기에 있던 아이인가, 하고 물었던 나에게, 미소를 보여주었다. [....그러니까, 이제와서 그럴 자격은 없지만, 고마워. 코하쿠씨가 이 집에서 기다려주어서, 기뻤어.] ........그것이 이 8년간. 토노 시키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눈물. 그녀의 뺨.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은 얼굴에, 한줄기 눈물이 흘렀다. ......그 눈물이 어떤건지 나는 알수가없다. 단지, 꿈처럼. 언제가 처럼, 그녀의 몸을 안고있었다. .......코하쿠씨의 체온이 느껴진다. 격앙되었던 심장은, 그걸로, 신기하게도 진정되었다. [.....코하쿠씨. 아키하는 내가 막을테니까, 코하쿠씨는 히스이와 함께 여기서 떨어져. .....그러고선, 그대로 돌아오지 않아도 돼. ......10년이나 이 저택에 갖혀있었어. 코하쿠씨는 자유롭게 되어도 상관없고, 이제───무리하게 웃을 필요도, 없으, 니까────] [시키씨, 당신은, 전부.] 알고계셨네요, 하고, 코하쿠씨의 입술이 움직인다. 그것을 말하게 하고싶지 않아서, 자연히, 내 입술로, 그녀의 입을 막았다. ───그건 한순간. 건드리기만 하는것 뿐인, 그래도 지배(支配)를 나누는 입맞춤 처럼, 잊고싶은 시간이었다. 얼굴을 든다. 안았던 양팔을 놓았다. 인형같은 그녀 대신에, 힘껏 웃는얼굴을 보였다. [그럼. 짧은 시간이었지만, 코하쿠씨와 있어서 즐거웠어. ────응. 나, 코하쿠씨가 제일 좋아.] ───자아 가자. 이 다음은, 아키하를 막는것 뿐이다. [...................안돼, 요.] 문을 열려던 때, 뒤어서 그런 목소리가 들렸다. [...................안돼요, 시키씨. 그대로는 아키하님을 막을수가, 없어요.] [.....에?] 뒤를 돌아보니, 그곳에는──── [시키씨을───아키하님을 막으러, 보낼수 없어요.] 웃는얼굴이 아닌, 정말로 슬픈듯한 얼굴의, 코하쿠씨가 있었다. [코하쿠씨───왜.] 그런, 울것같은 얼굴을 하고있는거지. [시키씨. 지금, 진심이에요?] 코하쿠씨는 나를 똑바로 쳐다본다. 그건, 코하쿠씨가 좋다라고 말한 것의 진위를 확인하려는 눈이다. [───────────] 말없이 끄덕인다. 코하쿠씨는 걸어오더니, 꼬옥 하고 나의 손을 잡았다. .......그대로 어느정도 시간이 흘렀는지. 코하쿠씨는 아무말도 하지않는다. 그냥 아이처럼 손을 잡을 후, 평상시의 웃는얼굴로 돌아와서는 나의 손을 가슴 한 가운데에 놓았다. [그러면, 저를 안아주세요. 그러면 시키씨는, 아키하님의 도움없이도 괜찮아 질테니까.] [무슨────안으라니, 코하쿠씨를.] [그러니까 몸을 겹치는 거에요. 저와 히스이는 원래 그걸 위해서 이 저택에 들어온 아이에요.] 코하쿠씨는 웃는얼굴로, 아무렇지도 않게 말도안되는 소리를 하고있다. [모, 몸을 겹치다니, 그런........! ] 너무나 갑작스런 일에 목소리가 뒤집힌다. [네. 시키씨는 모르시겠지만, 저희들은 감응자라 불리는 인간이에요. 간단히 말하면, 자신 이외의 누군가에게 지신을 투영해서, 그 사람의 힘을 상향시킬수가 있어요. 그렇지만 그것을 할수있는건 대응되는 사람......말하자면 이성 뿐이에요. 아키하님은 여성이시니까, 저와는 감응이 되지않았어요. 그러니가 아키하님은 저의 피를 마시고, 가짜 계약을 하고있던것 뿐이에요.] [────────────] 두근, 하고 체온이 상승한다. 지금까지 처럼 심장의 폭주가 아닌, 그.......토노 시키 본인의 감정의 고조라고 할까, 그런 걸로. [.....하, 하지만, 그런건, 왠지─────] [시키씨는 아키하님의 소망에는 응할수가 없잖아요? 그럼, 이 방법 밖에는 없어요. 자, 저의 몸을 안아주세요. 체액을 교환하면, 저는 시키씨의 몸을 도울수가 있어요. 그렇게하면 아키하님의 도움 없이도, 시키씨의 보통의 몸으로 돌아올수가 있다구요.] [웃.........] .......그건, 분명히 생각도 못한것이다. 아키하에게 부담을 주지않게 되면, 아키하도 피를 빠는일이 없어진다. 그리고 나도, 본심을 말하자면, 코하쿠씨를 자신의 것으로, 하고싶다. [───────────] 하지만 그건. 뭔가, 역시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 [시키씨, 저를 좋아한다고 말해준건 거짓말 인가요?] 그런───웃는얼굴로 말하면, 자신을 억제할수가 없어진다. [────거짓일리가 없잖아. 나는, 계속 코하쿠씨를──────] [그럼, 저가 시키씨에게 힘이 될수있도록 해주세요. 그렇지않으면 시키씨는 죽어버리고, 아키하님을 막을수도 없잖아요.] 말하고는. 더욱 강하게, 그녀는 나의 손을 가슴에 품었다. 부드러운 탄력. 여성의 가슴의 감촉에, 머리가 어질어질 하다. [─────────────] .......알고있다. 코하쿠씨의 연기는 계속되고있다. 나는, 이 사람에게 이용당하고 있을 뿐이라는걸, 알고있다. 그래도────나에게 있어서는, 매우 소중한 것이다. [..............괜찮은거야. 코하쿠씨는, 나 같은 놈에게 몸을 맡겨서.] [네. 저도 시키씨를 사랑하고 있으니까.] ───그 웃는얼굴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알고는있다. 그래도, 그 말을 믿었다. 그냥, 믿고싶다고, 생각했다. ....코하쿠의 몸을 끌어안는다. 그대로, 아까와는 다른, 단지 빼앗을 뿐인, 폭력적인 입맞춤을 했다. 그 시간이 얼마나 계속된건지. 부드러운 코하쿠의 입술. 그리고 자신의 입을 눌러서, 코하쿠의 숨조차 빨아들이듯, 강하게 그녀를 껴안았다. [────────────] 이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머리속이 진공상태가 되어서, 제대로 생각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냥 계속, 이렇게 있을수있으면 좋겠다 하고, 그런 것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쿠.] 그런데, 몸은 한계를 맞이했다. 다리가 떨린다. 코하쿠씨를 안고있던 팔은 떨어지고, 그대로, 나는 코하쿠씨에게 기대어버렸다. [......정말, 안돼요 시키씨. 그런 몸으로 무리를 하니까 쓰러져 버리잖아요.] 비틀 하고, 몸이, 바닥에 쓰러지려 하고있다. [자, 침대에서 가만히 계세요. 금방 원래대로 해 드릴테니까.] 침대에 쓰러졌다. 몸은 만족스럽게 움직이지 않는다. 숨을 쉬는것도 괴로워서, 시계가 일그러지고 있다. [읏..............] .......난처하다. 이런 몸으로는, 코하쿠를 안을수 조차, 없다. 그녀를, 토노 마키히사가 한것처럼 빼앗아버리면 몸을 움직일수 있게 된다해도, 애초 몸이 움직이지 않으면, 그런걸──── [......안심해 주세요. 시키씨는 그대로 가만히 계셔주시면, 다음은 제가 봉사를 할테니까.] 말하고는, 코하쿠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시계에서. 코하쿠의 모습이, 사라져버린다. [.......코하쿠, 씨.........?] 대답없이, 단지 내 허리 쪽에서 철컥철컥 하는 소리만이 날 뿐. [─────────아.] 그것이 바지의 벨트가 풀어지는 소리라는걸 알아차리고는, 숨이 멎었다. 지이익, 하고 지퍼가 내려가는 소리와, 감촉. [자───코하쿠, 씨...........! ] [........................................] 대답은 없다. 코하쿠는 정중한 손놀림으로 속옷을 내리고는, 위축된 내 자신을 꺼내었다. [────────────────── !] 화악, 하고 자신의 체온이 올라가는게 느껴졌다. 그건 흥분 때문이 아닌, 코하쿠씨가 멀뚱멀뚱, 자신의 것을 바라보고 있는것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그야 몸을 겹치는 것이니까, 언제까지나 그것을 감출수는 없지만, 그래도───그냥 성행위를 한다 라는 이미지밖에 없었으니까, 지금의 상황은 완전히 예상밖이었다. ───────────────────── 1차전 진행중... ───────────────────── 지금까지 참고 참았던 것은, 그걸로 끝이났다. 단 한번의 사정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정도의 양. 그렇게, 꿀꿀 하는 둔한 소리를 내면서, 진한 정액이 코하쿠의 질내를 매웠다. 아────하아────하아────하아 흐트러진 나의 호흡만이, 방에 울렸다. 코하쿠는 내 위에서 내려와, 나 이마에 손을 대어서 열을 재고있다. [다행이다, 몸의 열은 돌아온것 같네요. 저와 시키씨, 상성이 좋았던 것일까요. 보통, 저처럼 전에 계약자가 있으면 한번으로는 잘 안되는데 말이에요─] 기쁜듯이 목소리가 들뜬 코하쿠. 하아────하아────하아───── .....분명히, 몸은 이전과는 틀리다. 숨이 흐트러진건 코하쿠와의 성교 때문이고, 육체자체는 몇일인가 저의, 움직이려고 생각하면 움직이는, 자연스러운 상태로 돌아왔다. [하지만 다행이야. 지금의 시키씨, 별로 체력이 없죠? 한번의 사정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면 어떻하지 하고 걱정했어요. 지금의 시키시라면 한 번 이상은 목숨이 걸릴것 같았으니까.] 흐트러진 기모노를 바로잡으면서, 코하쿠는 침대에서 떨어진다. 그 모습은 기쁜듯이, 나의 체력이 원래대로 돌아온것을 기뻐해주었다. 하아─────하아────────아. 하지만. 그런건, 나는 전혀 기쁘지않았다. [그럼 갈아입을 옷을 가져올 테니까, 시키씨는 쉬어주세요. 저의 힘은 즉효성은 없으니까, 잠시동안 그대로 있어주세요.] 말하고는, 코하쿠는 방에서 나가려한다. 그, 언제나의 웃는얼굴과 등을 보고서, 견딜수가 없었다. [코하쿠씨──── !] [에─────── ?] 침대에 일어나, 나가려는 코하쿠의 손을 잡는다. [────────────] 그대로 아무말 없이, 그냥 코하쿠씨의 손을 잡는다. [.......? 무슨 일이세요, 시키씨?] [────────] 고개를 숙이고는, 소리가 날 정도로 이를 악물었다. 손에서 전해지는 코하쿠의 체온. 지금 놓치면, 그것을 이렇게 느낄수가 없게될지도 모른다. 아키하를 막는것은 목숨을 걸 정도라는 것 정도는, 둔감한 나도 잘 알고있다. ......지금밖에, 없어. 이 사람을 사랑할수 있는 시간은 지금밖에 없어. 그런데도, 그렇게 몸을 겹치는것은, 싫었다. [──────────안, 돼.] [엣, 시키씨.......?] [......지금걸로는 안돼, 코하쿠. 그걸로는, 부족해.] 고개를 숙인채로, 자신 얼굴이 빨갛겠지 하고 느끼면서, 그렇게 말했다. [아....죄, 죄송해요.......! 역시 저, 한번으로 시키씨를 받아들이지 못한것 같네요. 죄송해요, 시키씨가 그런말을 하게해서. 기다려주세요, 금방 시키씨에게 부담이 안갈 방법으로───] 허둥지둥 당황하는 코하쿠. [아니야. 그건 이제됐어. 몸은, 정말로 좋아졌어. ......그, 부족한건, 몸이 아니라 마음.] [네........? 마음, 입니까?] 분위기가 바뀌어, 코하쿠씨는 이상한듯이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엣또───시키씨, 기분이 좋지않으셨나요?] 진지한 얼굴로 별것아닌걸 물어온다. 하지만 이제와서, 부끄러워할 여유는, 없다. [그런게 아니야.....! 에....그, 굉장히 기분 좋았어. 솔직히, 버릇이 될 정도다.] [아하. 시키씨도 참, 얼굴이 새빨개서 귀여워요.] 코하쿠는 기쁜듯이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럼 뭐가 부족했었나요? 시키씨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저는 모르겠어요.] [......그치만, 당연하잖아. 나는 전혀 코하쿠씨를 사랑하지 않아. 나는 그렇게, 코하쿠씨를 안고 싶었던건 아니야.] [.....잘 모르겠어요. 그치만, 방금전 건 가장 좋은방법 이었다고 생각해요. 시키씨의 몸에 부담을 주지않고 체액의 교환을 하는것에는 지금것이 최적이었어요. 실제로 시키씨, 이렇게 건강하게 되었잖아요.] [그러니까, 그게 아니라고 말하고있잖아.........! 나, 아까 코하쿠씨가 하자고 말했을 때, 굉장히 기뻤어. .....정말로, 아키하의 일을 잊을정도로 기뻤다구. 나는───다른건 아무래도 좋을정도로, 코하쿠씨가 좋아. 감응자 라던가 몸을 위해서 라던가, 그런건 필요없어. 단지 단순히, 코하쿠를 안고싶다라고 생각하는건, 안되는거야.] [────────────────] [아까도 기분은 좋았지만, 그런건 싫어. 나만 좋고, 코하쿠씨는 전혀 기분이 좋지 않았잖아. ......나는 그다지 경험은 없지만, 그래도 나와 같이, 코하쿠도 느껴주었으면 했어. 그러니까, 부족해. 나는 단지, 순수하게 코하쿠씨가 좋다고 전하고싶어. ......감응자 같은건 필요없으니까, 그대로의 코하쿠씨를, 사랑하고 싶은것 뿐이야.] 잡은 손을 강하게 잡는다. 코하쿠는 멍하는 나를 올려다본 후에, [아───저, 그런 말 하시면, 곤란해요. 그치만, 그런건......해본적이, 없어.] 얼굴은 새빨개져서, 그렇게 말했다. 방금전까지 땀 하나 없었던 코하쿠의 손은, 갑자기 땀이 배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옆에 있는것 만으로도, 두근두근 하고 당황하고있는 코하쿠의 심장소리가 들릴것만 같다. ........그걸로 알게되었다. 코하쿠는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아서, 몸을 겹친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걸. 토노 마키히사는 코하쿠를 도구로밖에 보지 않았다. 코하쿠도 자신을 도구라고 받아들였다. [.................] 이무슨 일인가. 그녀는 매일같이 능욕 당할뿐, 정말로───몸을 겹친다라는 것의 의미를, 모른채였다. [────코하쿠씨. 나, 코하쿠씨의 알몸이 보고싶어.] [아, 안됩니다........! 갑자기 무슨소리를 하시는겁니까 시키씨는.........! ] 몸 전체가 빨개져서, 코하쿠는 그렇게 소리쳤다. [.....그래. 그럼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까는 의무였구나. .....그렇겠지. 좋아하지도 않는 상대의 앞에서 옷을 벗다니, 할수없겠지.] [아..............] 코하쿠는 얼굴이 빨개진채로, 고개를 숙여버렸다. ..........그런것은......라고, 중얼중얼 말하는 것이, 파격적으로 귀엽다. [........저기, 아니에요. 저의 몸은 더러우니까, 시키씨에게는, 보여드릴수가, 없어서.......] [그런건 상관없어. 그런일은 절대로 없겠지만, 설령 더럽다고 하더라도, 코하쿠씨의 몸이라면 분명히 깨끗해.] 잡은 손을 잡아 당겼다. [───────── !] 툭, 하고 가슴에 코하쿠의 무게가 느껴진다. 그것을 확인한 후, 코하쿠의 뒤로 돌아가서, 목에 얼굴을 묻는다. [아────────시키, 씨────────] .....제지의 목소리 같은건 들리지 않는다. 떨리는 코하쿠의 몸을 끌어안으며, 코하쿠의 목을 혀로 핥았다. ─────────────────────── 2차전 진행중. ─────────────────────── 최후의 일격. 경직하는 성기관에서 토해져 나온 뜨거운 정액이, 코하쿠의 안을 태워간다. [하─────아......아────────] 부들부들 입술을 떨고있는 코하쿠. ────그렇게해서. 혼이 빠져나가듯이, 그녀는 침대에 몸을 맡겼다. [─────────────아.] 쓰러진 코하쿠 위에, 몸이 쓰러진다. ────코하쿠는 방심상태가 되었는지, 잠자듯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쪽은 그렇지않다. 정말로, 지쳤다. 몸이 아직 원래 상태가 아니었던 것도 있지만, 어쨋든───기분이 너무좋아서, 견딜수가 없었다. 자신의 체력의 한계도 모르고 내 달려서, 결국은, 이대로 쓰러지려 하고, 있다. [...............잠와.] 풀썩, 하고 소리를 내면서, 코하쿠의 옆에 쓰러졌다. .......의식이 몽롱해져 간다. 옆에는 하아하아 하고 숨을 쉬고있는 코하쿠의 옆얼굴. [.....................................] 그것 만으로도, 왜인지 굉장히───안심이 되었다. 몸을 위로 향하여, 천장을 멍하니 바라본다. .......이대로 자버리다니, 아까워서 잘수가 없다. 좀더 코하쿠의 숨을 느끼고 싶어서, 혼란스러운 머리로, 단지 잠을 참고있었다──── 10/ 檻髮 END 11/ 七つ夜 침대에 누운채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바로 옆에는 코하쿠씨가 있다. .......지쳐서 자고있는 거겠지. 조용한 숨소리만이 들린다. [───────] 한 손을 들어서, 손을 잡아보았다. [──────좋아.] 아픔도 없고, 둔한 감각도 없다. .....그녀의 체온이 그대로 내 몸을 감싸는듯한 감각. 아직 전신에 퍼지지는 않았지만, 점점 자신의 몸에 활기가 돈다는것을 알수있었다. 이정도면 금방 움직일수 있게되겠지. 그때까지는 서둘러 아키하의 방에 간대도 소용없겠고, 지금은 이렇게────코하쿠씨와 여운을, 조용히 느끼고싶었다. [────── 시키씨.] .......바로 옆에서. 코하쿠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대답하지 마세요. 조금이라도 이야기를 하고싶었던것 뿐이에요. 제 멋대로인 혼잣말 이니까, 조용히 들어주시지 않으면 곤란해요.] 코하쿠씨의 목소리는, 굉장히 온화했다. [.......................] 응, 하고 끄덕이고, 그냥 천장을 보라본다. 옆에서는, 몸을 기대어오는 코하쿠씨의 시선이 느껴진다. [......저는, 시키씨가 생각하고있는 그런 여자는 아니에요. 저에게는 자신이라는 것이없이, 이렇게있는 지금도, 무언가의 연기를 하고있는것 뿐일지도 몰라요.] [............................] [저, 예전에는 굉장히 말이 없었어요. 모두가 웃거나 슬퍼하거나 하는 의미를 몰랐었고, 그렇게 하는것에 의미를 두지못했어요. ......하지만, 그래도 자신이라는 것은 있었다는 느낌을 들어요. 이 저택에 들어왔을 때는, 저는 확실히 있었어요.] [......저는 여기에와서, 견딜수없는 아픔을 알아버렸습니다. 분명히 그걸로, 자신 이라는 것이 무너져버렸다고 생각해요. 저는 단지 그곳에 있기만하는 인형이 되었습니다. 그러는 편이 훨신 편했고, 그렇게 하지않으면 살이있을수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그런걸 해도 아무런 해결책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스스로 목적을 찾아서, 그것을 해내기위한 역할을 연기하게 되었어요. 저는 자신이라는 것이없는 인형 이었으니까, 그럴싸한 양복을 입으면, 어떠한 사람이라도 될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다른 사람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건 연극에 불과했습니다. 웃는것도 우는것도 할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것이 정말로 즐거운것인지, 정말로 슬픈것인지는 알지못한채 였어요.] [.....이상하지요. 자신을지키기위해 자신을 버리고 인형이 되었는데. 그렇게하면 할수록, 저는 이전보다 무너져 가는거에요. 연극이 능숙하게 되어서, 거짓말도 능숙하게 되어서, 웃는얼굴로 사람을 속이게 되어서. 그렇게 목적을 달성하려 할수록, 자신의 지키려고 한 자신이 없어져 버리는 것이에요. 기쁜게 뭐지. 슬픈게 어떤거지. .....아픔이라는게. 어떤 이미였지, 생각하는것 조차 할수없게 되어버렸습니다.] [그래도, 어느 일을 생각하면 마음이 술렁거렸어요. 8년 전에 지워버린, 그 남자와의 일을 생각하면, 잘 모르는 감정이 있었어요. 언제나 정원에서 놀던, 저를 알지도 못하면서 내려와 하고 말을하던 아이에요. 저, 그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았어요. 단지, 무서웠던것 뿐이에요. .....모처럼 인형히되어 아픈것을 참을수 있게 되었는데, 그 아이를 보고있으면, 그런건 단지 자기만의 생각일 뿐이라고, 알아차릴것만 같아서.] [.........그 아이가 정원에서 목숨을 잃었을 때, 저는 창문으로 계속 보고 있었습니다. 남자아이는, 피가 이어지지않은 여자아리를 지키고는 죽어버렸어요. 저는, 거기에서 눈을 뗄수가 없었습니다. 창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굉장히, 무서운 얼굴을 하고있었습니다. .....저, 그 때에 처음으로 사람을 증오했어요. 그치만, 정말로 분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그 남자아이가 너무나 미워서, 눈물이 날 정도였어요.] [.....마키히사님은 증오하지는 않아요.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은 전혀 없었으니까. .......그 남자를 죽여버린 시키님도, 그 남자에게 감싸여서 살아난 아키하님도, 별로 아무래도 좋았습니다.] [───분명히. 화풀이를 한거에요. 그치만, 어째서 그 아이가 그런일을 했는지, 저는 전혀 알수가 없었으니까. 피투성이가 되어서 정원에 버려진듯한 남자아이의 망골을, 저는 계속 지켜보았습니다. ....그 아이는 자신보다 다른 사람이 소중하다고 말하는것일까. 그러니까 저렇게, 아키하님을 도와줄수가 있었구나. 하지만......그럼 어째서, 그런일을 할수 있는데, 그 아니는 나를 도와주지는 않는거지. 어째서─────내 주위의 사람은, 그 아이같이 상냥하지 못했던거지 하고.] [......그것이 어떤 감정이었는지는 알수없어요. 하지만, 무감동한 저의 나날 속에, 그 남자아이 만이 빛나고 있었어요.] 그런후에. 천천히, 그녀는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것 뿐이에요. 저는 이 감정이 어떤건지 알수없어요. 지금은 매우 행복하지만, 혹기 그것도 그냥 연기였을지도 모르잖아요? 저기, 괜찮아요 시키씨. 이런, 시키씨가 저를 사랑해주시듯 시키씨를 사랑할수 있을지 알수없는 저 같은것을 신용해버려서.] [말했잖아요? 저,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도 모른다구요. 저는 인형이니까, 원하면 어떤 코하쿠라도 될수있어요. 그러니까 시키씨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코하쿠는, 제가 아닌, 그냥─────] 연기를 하고있던 쪽의 코하쿠일지도 몰라요, 하고. 웃는얼굴을 한채로,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런일은, 절대로 없어. [......아니야. 연기라던가 만든것 이라던가, 그런건 관계없어. 코하쿠씨는 코하쿠씨야. ......누구가에게 상냥하게 대할수없는 사람은 말이야, 어떤 연극을 해도 상냥하게는 될수없어. 그러니까 행동이 어떻게 바뀌든지, 코하쿠씨의 마음속은 똑같은거야.] ......그래. 설령 연기라해도, 코하쿠씨는 그렇게 즐거워보였다. 그럼 그것은, 그 역할은 즐기고 있다는것. 코하쿠씨 자신이 그렇게 되고싶다고 생각하던, 정말로, 원하면 금방 이루어지는 꿈이었어. [.....아아. 혹시 지금까지의 코하쿠씨가 전부 거짓이라도, 나는 새로운 코하쿠씨도 좋아할수 있어. 분명해.] [─────────────] 코하쿠씨는 아무말없이, 단지 기쁜듯이 끄덕였다. [그렇네요. 시키씨라면, 그렇게 말해줄거라고 생각했어요.] 가까워지는 입술. [에─────] 갑자기, 코하쿠씨가 입술을 겹쳐왔다. 코하쿠씨의 혀가 들어온다. 툭, 하고 뭔가 딱딱한 무언가의 감촉이 난 후에. [우────꿀꺽.] 하고, 목으로 무언가가 넘어갔다. [자───코하쿠씨, 지금 뭔가 입으로 옮겨서 마시게한거지────] ...........어라. 왠지, 굉장히........기분이 좋아. 계속 몸이 아팠던것도 있고, 왠지 이대로 자버릴듯한, 그런──── [저기 시키씨. 마지막으로 들려주세요. 당신은, 어느『코하쿠』가 좋았는지.] 바로 옆인데도, 굉장히 멀리서, 목소리가 들린다. [응──────] 정신이 멀어진다. 그래도, 확실하게.......코하쿠씨의 말에, 답하지 않으면. [......그런거, 몰라. .....하지만, 나는 지금의 코하쿠씨가 좋아.] 꿈속을 헤매이며, 멍하니 말했다. 그녀는 멍하니 나를 본 후에. [네. 저도, 이 코하쿠가 가장 좋았어요.] 그렇게, 이 이상은 없을정도의 웃는얼굴을 남기고는, 조용히 일어났다. 스르륵, 하는 기모노를 입는소리. 침대에서 나와 옷을 입는듯 하다. [그럼 시키씨. 제가 저지른 일의 책임을 지고올게요.] 그녀는 웃는얼굴로───지금까지와는 다른, 진짜 웃는얼굴로 그렇게 말하고는, 이 방에서 나간다. [───뭘 한다고, 말하는거야, 코하쿠──────] 의식이, 점점 끊어진다. ....무슨, 일이야. 겨우 몸이 나앗는데, 이번에는 의식이, 점점 희미해져, 가───── [무슨일이, 아니야................!] 잠들려던 의식을 깨운다. ───코하쿠. 그녀는, 마지막에 뭐라고 말했지 ! ? "자신이 저지른 일의 책임을 지고올게요." [.....장난치치마......! 왜, 이렇게──] 자신 혼자서 하려하는거야, 그 사람은........! 이제 숨길일도, 연기를 할 필요도 없다. 나는 코하쿠씨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한다는데, 어째서────또 혼자서 가려고 하는거야. 나를 재우고, 그걸로───내 몸을 걱정할 작정이라고 말하려는 거야............! ? [적당히해────화가, 난다, 구─────] 침대에서 일어난다. .....책상까지가, 굉장히 멀다. [......제길.....무슨 약을, 마시게 한, 거야......한번, 코하쿠씨의, 방────] 방을 철저하게 뒤져서, 이런 약은 전부압수하지 않으면 안되는, 걸까─── [헉...............아, 아──────] 어떻게든 걸어서, 책상에 쓰러진다. 책상 위에 나이프가 있다. 아까 서럽에서 꺼내어, 그 후에 여기에 놓았던, 것───── [..................] 안돼. 또, 자버렸다. ........뭐인거야, 이 흉악한 잠 기는. 어떻게 해도 의지의 힘으로 어떻게 되는게 아니야. [........제길........코하쿠씨, 나중에 배로 갚은줄테니, 까─────] 나이프를 손으로 잡는다. 칭, 하고 칼날이 튀어나온다. 그것을──── 아아, 굉장히 아프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중지의, 손톱의 틈에 찔러넣었다. [윽───────────────!] 그, 예각적이고 금속적인 아픔이 직접 뇌를 때린다. [헉───이, 방해가된다구.] 손톱에서 나이프의 끝부분을 빼낸다. 찌릿, 하고 중지가 아프면서 잠기가 물러난다. 적당한 손수건으로 중지를 감싸서, 출혈을 막았다. [읏.......뭐, 이정도라면.] 나이프를 쥐는데 지장은 없다. .....애초에 나는 나이프를 지니는것 만으로도 돼는거니까. 사물을 자르기위한 완력 같은건, 토노 시키에게는 필요가 없다. [제길, 섣불리 판단하지 말라구, 코하쿠─── !] 나이프를 주머니에 넣고 방에서 뛰쳐 나간다. 코하쿠시를 아키하와 만나게할수는 없다. 어떻해서든지 그 전에 막지않으면, 분명히 되돌릴수 없는 일이 되어버려──── 문을 연다. [코하쿠씨...............!] .......방에는 인기척이 없었다. 코하쿠씨의 모습도 없고 아키하의 모습도 없다. [───────옆인가 ! ?] 침실도 보았지만, 그곳에도 두 사람의 모습은 없었다. [그런───두 사람 다, 어디에.] 시계에 시선을 보낸다. 시간은───오전 0시를 지나, 이미 날짜가 바뀌었다. [─────거짓말.]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된거지. 분명히 코하쿠씨와 몸을 겹칠때 부터 시감의 감각이 마비되었는지, 그래도 아직 밤이된지 얼마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시간이라면, 아키하는 이미─────] 밤의 거리에, 사람의 피를 빨러 가버렸다. 저택의 밖으로 나온다.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할수가 없다. 코하쿠시는 아키하를 막으러 갔다. 하지만 아키하가 코하쿠씨가 하는말을 들을거라 생각들지않아. .......지금의 아키하는 보통이 아니다. 최악, 막으러 온 코하쿠씨를 방해자로서 배제할수 밖에 없겠지. [설마───────학교, 인가......?] 시키가 아키하에게 죽임을 당한 후, 딱 한번, 사람의 피를 빠는 꿈을 보았다. 어떤 원리로 그런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아키하가 보고있던 현실이라면, 아키하는 시키와 마찬가리로 밤의 학교를 『식사장소』로 하고있는것이 된다. 그럼───이 시간, 피를 빠는 귀신이 된 아키하가 있는 장소는, 학교 이외에는 없다──── ───그렇게해서, 이 장소에 돌아왔다. 조용했다. 달빛을 받으며 서있는 거대한 건물은, 수백명의 학생을 수용할 장소라고는 생각할수가 없다. ────멀리서. 먼 옛날에 버려져, 누구의 기억에서도 망각된, 지역에서 조차 소거된듯한, 저주받은 묘지가 보인다. [──────────] 관자놀이에 가벼운 두통. 그것을 참으며, 정문을 지났다. 안에 들어가자 마자, 두통이 배가 되었다. 시계가 일그러진다. 심장이 각성한다. 손가락이, 싸움을 예감하고 떨린다. [───────있다.] 라는 느낌. 교사에는 피 냄새밖에 나지않았다. 풍기는 대기는 열기를 품어, 살을 태워가고있다. 바람은 없다. 정체된 공기는 부패하고, 변모하여, 여기에 마(魔)가된 붉은 색의 우리의 형태를 만든다. 양눈은 안경 너머로도 붉은 머리카락을 환시하고있다. 붉은 머리카락은 교사는 물론 교정까지 침식하여, 천년을 살아온 거미의 우리같이, 먹이를 놓칠 틈 같은것이 없었다. [아키하────너.] 이미 이곳은 이계(異界)이다. 사람이 발을들여 좋을 세계는 아니다. [여기까지, 끝나 있는건가.] 두통은 멈추지 않는다. 찌릿, 하고 손톱을 벗긴 손가락이 아프다. 두근, 하고 심장은 환희의 비명을 지르고있다. 안경을 벗고, 나이프를 쥐었다. .......이렇게『선』을 마주하는게 몇 년 만인지. 선생님에게 받은 이 안경을 스스로 벗을 때가 올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것이───자신의 여동생과 대치하게 위해서라니, 꿈에도. [─────────] 한탄할 시간이 없다. 준비는 끝났다. 이 다음은. 이, 붉은 함발(檻髮)을 찢을 뿐이다. ───뜨거워. 안에 들어가니, 기온은 더욱 상승했다. ───뜨거워. 이 열기는 알고있다. 꿈에서 본. 모르는 소녀를 덥친 흡혈귀는, 교사에 들어가, 그 후────── ────────뜨거워. 질질질 소녀의 몸을 끌어서, 그 장소에 들어갔다. 일찍이 시키라는 살인귀가 사용하던 밀실. 은색의 달이 뱀처럼 죄인을 바라본다. ───────────뜨거워. 이, 교실에. [..................아키하.] 발을 들인 순간, 현기증이 났다. 책상과 책상 사이에는 소녀가 쓰러져있다. 한 사람, 두 사람..........세 사람. 알지도 못하는 소녀들은 전부 정신을 잃었다. 목에는 붉은 상처. 그 안에서, 붉은 머리카락의 "요(妖)"가 웃고있다. [어머, 어쩐일이세요 오라버니. 내일까지 못 기다리고, 벌써 오신거에요?] 주눅든 기세도 없이, 아키하는 나를 맞이했다. ───두근. 그 모습을 보고있으면, 어떤 충동에 휩싸이게 될것 같다. 그것을 전력으로, 누구와 싸우는것 보다 필사적으로 눌렀다. [───────] 아키하는 창가에서 달빛을 받고있다. ───두근. 나는 교실에 들어간 시점에서, 한걸음도 앞으로 나가지않았다. .....위험해, 하고 본능과는 다른것이 경고해 온다. 그건, 예상이상이다. 시키를 처리할 때의 아키하와는 비교도 안된다. [놀랐는데요. 오라버니는 움직일수있는 몸이 아니었는데, 그래도 무리해서 저를 만나러 오신거네요. .....다행이다. 오라버니도 겨우, 저의 마음을 이해하신 거군요.] 기쁜듯이 아키하는 말한다. ────두, 근. 깊은곳에 있는 이성이 말한다. 토노 시키는 그것에는 이길수가 없다, 라고. 그러기에 그것을 화나게 해서는 안된다. 그것을 적으로 돌려서는 안된다. 그렇게하면, 틀림없이 소거되는건 자신이라, 고. ────두, 근. 그래도───이제와서, 도망칠수는 없었다. [────아키하. 코하쿠씨는, 어쨌어.] 공기가 응축하는듯한 위압감. 아키하는 기분이 나쁜듯, 이를 갈았다. [코하쿠라면 저기에요. 뭘 생각한건지 저에게 손을대려 했기에, 조금 벌을 주고있었어요.] 아키하는 내 옆......복도에 마주하는 벽을 보았다. [───── ?] 시선을 옆으로 옮긴다. 그곳에는───벽에 걸려있는, 코하쿠씨의 모습이 있었다. [무슨───────] 코하쿠씨의 몸은 공중에 떠있었다. 아니, 옆에서 보면 그렇게밖에 보이지 않겠지. 하지만───── ────두, 근. 나의 눈에는, 그녀를 묶고있는 것이 보였다. 코하쿠씨의 몸은 붉은 머리카락 같은것으로 벽에 걸려있는것 뿐이다. 머리카락은 꽉꽉 하고 소리를 냄녀서, 코하쿠씨의 손발을 조이고있다. ....의식을 잃은것인가. 코하쿠씨는 목을 늘어뜨리고, 정말로───거미줄에 걸린, 불쌍한 호랑나비 처럼 보였다. [이상하죠? 코하쿠가 혼자서 벽에 붙어있다니, 굉장한 특기라고 생각되지 않나요?] 후후후, 하고 아키하는 웃고있다. [하지만 안심해요 오라버니. 저, 한번 물린것 정도로 키우던 고양이는 죽이지않아요. 코하쿠에게는 별것아닌 벌을 준것 뿐이고, 금방 용서해 줄거니까.] [무슨───────] ────두, 근. 눈 앞이 희미하다. 괴롭게 머리를 늘어뜨린 코하쿠의 모습과, 붉은 아키하의 모습이 겹쳐져서, 이성이 녹아버리려 하고있다──── [하지만 조심해주세요. 저, 한번 물린 애완동물 에게는 흥미가 없어요. 분명히 마음 속으로 자신의 것이 아니게 되어버리는 거에요. 그러니까 두번째 같은건 없어. 내 물건이 아니게 된 것은 필요없어. .....저기 오라버니? 저, 자신을 배신한 상대에게는 얼마든지 잔혹해질수 있다구요.] 꽈악. 하고. 코하쿠씨의 몸을 묶고있는 붉은 머리카락이, 손발을 잘라버릴듯한 기세로 조여온다. [아키하. 너───── !] 벽에 다가간다. 코하쿠씨를 묶고있는 머리키락은, 당연히 건드릴수가 없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아키하의 머리카락의 연장, 아키하 본인이 그리고있는 이미지에 지나지 않아. 아키하는 코하쿠씨를 시계에 넣는것으로, 그 의지의 힘으로 코하쿠씨를 벽에 봉하고있는 것뿐. ────두, 그, 은. .....그 힘의 흐름이 붉은 머리카락 처럼 보인다. 그건 아키하 본인도 볼수없는 이미지. 갑자기 생각났다. 나의 눈은, 원래부터 이런걸 위해서 준비된 것이었잖아. 그것이 몇번이고 몇번이고 죽음을 접한것에 의해『죽음』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어버린것뿐이 아닌가 하고──── [큭────────── !] 시끄러워, 지금은 그런건 아무래도 좋아. 보이고 있다면, 내가『절단』하지 못할것은 없다구. 이런 붉은 머리카락 같은것에, 언제까지 코하쿠씨가 당하고있게 할까보냐......... ! ────나이프를 휘두른다. 심장의 리듬이 빨라진 탓인가. 자신도 놀랄 정도로, 나이프를 다루는게 능숙해져있었다. 그건 칼을 휘두른다, 라는 감각이 아니었다. 대기를 탄 나이프는, 붉은 머리카락이 아닌 대기 그 자체를 가르듯이 섬세하고 신속했다. 정신을 차리니. 나는 단숨에, 코하쿠씨의 몸을 묶고있던 모든 머리카락을 해체했다. 코하쿠씨의 몸이 떨어진다. [────────읏.] 받아 들어서 뺨을 만져보았다. 체온은 분명히 있다. 호흡도 약하긴 하지만 멈춰있지 않다. .....그녀의 몸에,『선』은 손으로 셀수있을 정도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아.] 안도하고 코하쿠씨를 바닥에 눕힌다. ────다행이다. 정말로......코하쿠씨의 몸에 큰일이 없어서, 다행이야. [오라버니────지금, 무슨─────] .....아키하의 목소리는 떨리고있다. 나이프를 한손에 쥔채로 돌아선다. [────────────] 나를 보고, 아키하는 숨을 삼켰다. 믿을수 없는것을 본듯이 입에 손을 대고는, 나의 눈을 바라보고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푸른, 눈.] [.................?] [어째서───? 오라버니에게, 그런 체력은 남아있지 않을텐데────] 멍하니 되뇌인 후. [설......마.] 아키하는, 그 입술을 부들부들 떨었다. [오라버니, 당신────코하쿠와, 계약을, 한건가요.] 아키하의 목소리는 떨리고있다. 그건 증오라기 보다는, 어딘가 비애에 가까운, 목소리 처럼 들렸다. [.....................] [.......거짓말. 그럼 오라버니는, 저를────] 아키하의 몸이 비틀거린다. 아키하는 경악한 눈을 한채로 창가에 기댄다. 그 얼굴은 창백해서, 지금에라도 토할것 같은──── [웃...........아, 에───────ㄱ] ───아니, 견디지 못하고 토해냈다. [아────ㅅ, 우...........................!] 아키하는 우는듯이 구토를 한다. 붉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아키하는 괴로운듯 얼굴을 가리고, 단지 토했다. 입까지 올라온 비명을 토해내듯이. [───도둑고양이. 죽였어야 했는데.] 그렇게, 쓰러진 코하쿠씨를 노려본 후에. 아키하는, 마음속 깊이 이상한듯이 웃었다. [그래요. 그럴려던 거군요, 오라버니. 오라버니는 저를 배신한 주제에, 거기다 처단하기 위해서 온거군요. .......굉장해. 저를 한번 배신한것도 모자라, 일부러 코하쿠를 도와서까지 (힘을)빌려서 토노 아키하를 죽이러 오다니, 철저하네요.] 아키하의 웃음소리가 교실에 가득찬다. 그것에 반응해 온도가 올라갔다. ────두, 그, 은. 심장이 맹렬한 반면, 이성이 경고를 울리고있다. 죽여라, 라는 명령조차, 도망쳐, 라는 명령으로 바뀌고있다. [바───그럴리가 없잖아........! 나는 아키하를 죽이러 온게 아니야.........!] [거짓말. 그치만 오라버니는 코하쿠고 잤잖아요? 그럼 이제 저의 도움같은건 필요없지요. 그런데 여기에 왔다는것은, 그런거 잖아요?] [그러니까......! 나는 너를 죽이러 온게 아니라, 네가 피를 빠는것을 막기위해 온거야..........! 나를 도우려고 하지않으면, 아키하는 피를 빨지않아도 되잖아? 그럼, 아키하는 이제 괴로워하지 않아도 돼. ......내 몸이라면 괜찮아. 나는 코하쿠씨가 있어주면, 그걸로────] [결국 저는 이제 이용가치가 없다는 건가요? 아하......정말, 저는 바보네요. 그렇게 소중히 했었는데, 이렇게나 오라버니를 사랑하고 있었는데───오라버니는 결국, 저를 봐주시지 않았네요.] [이용가치가 없다니, 그런 바보같은 소리 하지마! .....나도 아키하를 소중하게 생각해. 네가───네가 바란다면, 뭐든지────] 해줄게, 라고는 말할수 없었다. 아키하가 바라는게 뭔지는 알고있다. 하지만, 그건 들어줄수 없다. 나는 이미, 두번다시 코하쿠씨를 배신하는것 만은, 할수없으니까. [───거짓말쟁이. 그런 사람은, 이제 필요없어요.] 교실이 비명을 지른다. 공기가 타들어간다. 아키하의 붉은 머리카락이 제한없이 퍼져간다. 그건. 압도적이기까지 한, 힘의 차이였다. [아──────────] 몸이 비틀거린다. 무의식중에 다리가 뒤로 물러난다. ───두근. [말했었죠, 오라버니. 저, 한번 물린 개는 필요없어요.] ───두근. 두근. [......오라버니. 아키하에게 있어서, 오라버니는 정말로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그것도 끝났어요. 그치만, 얼마나 마음을 졸여도, 그것이 손에 들어오지 않으면 눈에 거슬릴 뿐이잖아요?] ───두근. 두근. 두근 [───그러니까, 죽여드리겠어요 오라버니. 가장 소중한 것이니까, 당신은 다른 누구에게도 상처입게 하지않아요.] ───두근.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아───아키, 하.] 숨을, 쉴 수가없어. 교실의 대기는 불꽃 같아서, 들이쉬면 폐가 타버린다. 아키하의 주위에는 이글이글 흔들리는 신기루. 심장은. 당장에라도, 도망치던지 죽이던지 하나를 택하라고 반복하고이다. [정말, 왜그러세요 오라버니. 저, 이래도 신경써주고 있는거라구요. 이쪽이 진심이라면 금방 끝나 버리니까, 조금은 오라버니를 치켜세워 드리지않으면 안되잖아요? 자, 아까 코하쿠를 도와준것 처럼, 저에게 덤벼들지 않는건가요?] [읏..................! ] 아키하의 웃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 토할것 같은 살기. 아키하는 이미, 완전히──── [.......그래. 약하네요, 오라버니는. 이렇게 되었는데도 아직 저를 죽일마음이 없다니. 하지만 저는 달라요. 빨리, 오라버니를 죽이고 싶어서 어쩔수가 없다구요. .....그치만, 지금까지 계속 참아왔어요. 그 피도 육체도, 체온도 윤곽도, 전부 저만의 것으로서 오라버니를 소유할수 있는것을 꿈꿔 왔으니까.] 아키하는 떨면서, 자신의 말에 몸을 떨면서, 즐거운듯이 웃었다. ───심장이 미칠것 같다. 눈 앞에 있는 그것은, 이미 완전히─────이전의 토노 아키하와는 달라있었다. 두통이 온다. 머리가 깨질것 같다. 그건 너무나 아파서, 생각할수가 없게된다. ────이성이 미칠것만 같다. 머리. 머리가 이렇게 아프면, 나까지. 미쳐서, 아키하와, 서로 죽이고싶은 마음으로, 되어버려───── [자, 서로 죽여보자구요 오라버니. 토노와 나나야는 원래부터 그런 관계였으니. 이제와서 망설일 필요는 없잖아요?] 뚜벅, 하고 아키하가 다가온다. 사르르륵 하고 바닥에 놓여있던, 붉은 머리키락이 맥동한다. [그래도 할수없다고 한다해도 상관없어요. 오라버니같은 거짓말쟁이는 여기서 죽어버려.] 말하고는. 시키를 죽였을 때 처럼, 아키하는 나의 몸을 응시한다. [───────── !] 지면이 튀어오른다. 눈에는 보이지 않아야 하는것, 열기가 담긴 붉은 것이 나를 삼킬듯이 덥쳐온다. [───────] 탕, 하고 착지하는 소리가 복도에 울린다. [────────하.] ......어떻게된거야. 그 열기에 덮히려던 순간, 위험을 느끼고 몸이 뛰어올랐다. 뒤로 크게 뛰어서, 착기하고나서 한번 더 지면을 박차올랐다. 그것 만으로, 여기까지 물러났다. [하.............., 아.] 숨이 찬다. 지금의 스피드는 심상치 않다. 뭐라해도 한순간에, 아키하의 시계에서 사라질 정도의 속도이다. 그렇지않으면, 그 열기에서 도망칠 방법이 없다. 그 꿈 속에서, 아키하는 시키의 몸을 노려보는것 만으로도 빼앗아갔다. ......나와 시키는 거의 같다. 보는것 만으로도 되는 아키하와, 접근하지 않으면 안되는 나와는 전력의 차이가 너무나 크다. [아니야─── ! 서로 죽일 마음은 없다고 말했잖아..........!] ────찌리릿. 하지만 두통이 배가 되어간다. 머리가 갈라져 날개가 생길것만 같다. 교실의 문에서 붉은 열기가 새어나온다. 아키하는 주위의 공기를 진홍색으로 바꾸어서, 복도에있는 나를쫒아왔다. 거리로서 교실 하나 정도, 나와 아키하는 떨어져있다. [질렸어요. 대체 어떤 몸을 하고있는거에요, 오라버니는.] 흔들리는 붉은 머리카락. 복도의 기온은 제한없이 상승해 간다. [아무리 밤이라고 해도, 갑자기 시계에서 사라지다니 어떻게되었어요. ....정말로 경탄할만한 다리군요. 도폐물에 숨은것도 아니고, 단지 속도 만으로 이쪽의 동체시력을 상회하는걸요.] 찌릿찌릿 아파오는 관자놀이. 토노 시키의 두통은 제한없이 배화(倍化)되어간다. [하지만, 그것도 끝이에요. 이번엔 더이상 방심하지 않을거고, 여기라면 오라버니를 놓칠일도 없어요.] ───분명해ㅣ, 여기는 교실보다 불리하다. 뒤로 도망쳐도, 계단까지는 거리가 꽤있다. 얼마나 빨리 달린데도, 그 등을 아키하가 노려보면 붉은 열기에 잡힌다. 라고해서 가까운 교실에 들어가면, 이제 독 안에든 쥐이다. 아키하는 벌레의 손발을 잡아떼듯이, 조금씩 나의 손발을 없애가겠지. [먼저────그렇네요. 그 훌륭한 다리부터 없애드리죠.....! ] 아키하의 눈이 나의 발을 잡는다. 이글, 하고 대기가 타는냄새. [───────] 뒤로 뛰어오른다. 토노 시키 주위의 공기가 열기로 바뀌어서, 그대로 양발을 감싼다. 나이프를 쥔다. 시계는 양호. 좌뇌를 도려내는듯한 두통. 절단. 대기와 함께. 붉은 머리카락을, 잘라죽였다. [큭────────── !] 신음하고는, 아키하는 분한듯이 나를 바라본다. [───────────] 하지만 괴로운건 이쪽도 마찬가지였다. 금방 절단했다고는 해도, 양 다리는 화상을 입은듯 강하게 시려온다. 두통은 그 시림 보다 더 강하게, 정말로 머리가 갈라질 정도이다. [또───어째서, 그럴짓을 할 수 있는거에요, 당신은......... ! !] 불안한 걸음걸이로 아키하는 걸어온다. 거리가 멀어서 내가 잘 보이지 않으니까 효과가 없다, 라고 판단한 것이겠지. ........아마도, 그건 맞을것이다. 아키하의 능력을 눈에 보이고있는 영상의 선명함에 비례한다. 지금이 심야이고 건물의 안 이니까, 나를 잡아려고하는 열기의 움직임이 느리다. 이것이 대낮이고 빛이 있었다면, 아키하의 시선과 열기의 속도는 거의 동일하겠지. 그렇게되면 아무리 보이고 있어도 잘라 죽이는것으로 막는다, 라는것 조차 안될것이다. [큭......... !] 화상을 입은 다리로 뒤로 물러난다. 아키하는 쫒아온다. 서로 경계를 하고있는 탓인지, 단지 일정거리를 유지한채, 우리들은 복도를 이동해 간다. ────── 그 때. 아까까지 우리들이 있던 교실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나왔다. [──────────] 의식이 멈춘다. 두통도 심장소리도 없어졌다. ───안돼. 어째서 나오는거야. 어째서 그대로 정신을 잃은채, 교실에 있어주지 않는거야. [─────아키하, 님.] 등 뒤에서 나는 목소리에 아키하가 돌아본다. ───최악이다, 하고 직감했다. [이제, 그만둬 주세요. 이런 일을 한다해도, 아키하님이 괴로울 뿐입니다. ......사람의 피를 빠는것을 계속하고, 시키님 처럼 미쳐도 좋아질건, 없습니다.] 비틀거리면서. 지금에라도 쓰러질듯한 발걸음으로, 코하쿠씨는, 아키하에게로 걸어간다. [───────그만둬.] 외침은 들리지 않는다. 코하쿠씨에게로 가기 위해서는, 아키하를 지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걸────어떻게, 하라는거야. [......아직 아키하님에게는 시간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키씨에게 손을 대시면, 정말로───토노에서 벗어난, 귀신이 되어버립니다.] [.................................................] 아키하는 나와 코하쿠씨를 견주어 보았다. 그러고는─── [이미 늦었어. 나는 피를 빠는 귀신이고, 당신의 말에는 더이상 놀아나지않아. 좋아질게, 없다구? 이 감각을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듯이 말하지 말아 코하쿠. 나 말이야, 지금 매우 즐거워. 시키의 마음도 이해해. 이렇게 자유롭고 유쾌한건 태어나서 처음이야. 그러니까, 이제와서 돌아가라라니 그럴순 없어.] [아니에요.......! 아키하님을 그렇게 믿으시려 하는것 뿐입니다. 시키님에게 손을 대어버리셔서, 시키씨가 모든것을 알아버려서, 그것을 없었던 것으로 하시고 싶으신거죠....? 하지만, 그건 안되는 일이에요. 아무리 미친척을 해도, 아키하님은──────] [시끄러워..............! 당신 같은것에게, 나와 오라버니를 서로 죽이도록 하게한 당신 같은것에게, 그런 선인같은 말을 토해낼 자격같은건 없어......!] 아키하의 머리키락이 휘날린다. 그건, 나를 향한 열기와는 질부터 다른, 정말로 질량을 가진 머리카락 이었다. [에에, 만족하는거지 코하쿠. 당신의 생각대로 나와 오라버니가 서로 죽이려고 하고있어. 당신의 복수는 이걸로 완성, 이라는 거네.] [아─────────] 코하쿠씨의 말이 끊어진다. [그런가, 오라버니는 모르는가 보네. 코하쿠가 오라버니를 마음대로 조종해서, 오라버니가 스스로 자신을 가지고 없어지도록 했던것을.] 아키하는 승리를 자랑하듯, 나에게 시선을 보낸다. [오라버니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나요? 매일밤 금방 잠이오고, 자신의 기억이 애매하게 되었던것은 모두 코하쿠의 짓이에요. 코하쿠는 말이에요, 약으로 위장해 오라버니에게 마약을 복용시키고 있었어요. 그렇게해서 건망상태가 된 오라버니의 귀에 속삭인 거겠죠.『당신을 거리에서 사람을 죽이고있는 살인귀 에요.』하고.] [그래서 코하쿠는 오라버니를 살인귀로 만들어서, 저를 죽이려고 했어요. 아니, 오라버니가 살인귀가 되지않아도, 오라버니가 밤 거리에 나가도록 하는것 만으로도 되었던 거에요. 어떻든간에 저와 오라버니가 서로 죽이도록 계획을 짜고, 코하쿠는 웃는얼굴로 그것을 실행했다. 토노가의 인간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저 만이 아닌 관계없는 오라버니까지 속여서, 코하쿠는 이 상황을 완성했으니까.] [...........................] ───아아, 그렇군. 그래서 언제나, 코하쿠씨는 좋은 타이밍으로 나타나서는, 내가 알고싶어 하는것을 알려주고, 잠이 오지않는 나에게 약을 가져다준 것인가. 하지만, 그건. [코하쿠에게 있어서, 저도 오라버니도 연극을 완성하기위한 말에 지나지 않았다. 알겠죠? 코하쿠에게 있어서는 오라버니도, 단지 도구에 불과했다는걸...........! 그래도, 그래도 오라버니는 코하쿠를 선택하겠다는 건가요.......!] ......그래. 울것같은 격렬함으로, 아키하는 말했다. ───하지만, 그건. [............알고있어. 그런건, 전부터 알고있었어, 아키하.] [─────에?] 이상한듯한 목소리. 그건 결과적으로, 누가 준 것인거지. [코하쿠씨가 나를 이용하고 있다고, 그런건 이미 알고있었어. .......하지만, 그런건 관계없어. 나는 코하쿠씨를 사랑하고있어. 그러니까 코하쿠씨가 뭘 하든────나는, 코하쿠씨를 믿을거니까.] [────────────] 숨을 삼키는 소리. 그녀는, 정말로 멍하게. 멀리서, 닿지않는 고향을 바라보는듯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하. 아하하, 하.] 마른, 인형같은 아키하의 웃음 소리. [......뭐에요, 그럼 저 혼자서 놀아나고 있던건가요. 저는 어떤것 보다 원했던 싶었던 사람에게 거절당하고, 그 원했던 사람은 사랑했던 상대를 도구취급한다. 그래도────그래도 오라버니를 손에 넣을수있다니, 장난치치마 코하쿠........! ! ! ! !] [아키하────────! ] 아키하의 머리키락이 안개처럼 퍼졌다. ───달렸다. 아키하에게 다가가면 죽일수있다 던가, 시간이 모자라다 던가, 그런 쓸데없는 것을 배제하고, 달려서,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파악할수 있었다. 그녀가, 그 교실에서 나와버린 시점에서. 나의 손은, 절대로, 닿을수가 없다는걸. 푸욱, 하는 소리. 아키하의 머리카락은 칼 같은 예리함으로, 그녀의 가슴을 관통했다. 멍하니. 아니, 그래도 받아들일수 있도록, 그녀는 피하지도 않았다. 쓰러진다. 기모노가 하늘거린다. 라는 슬로우 모션.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않은 사고가, 시간의 흐름을 느리게 하는건가. ────화풀이, 였었어요. 문득, 그런말이 떠올랐다. ────어째서 그 남자아이는 그런 짓을 했는거지. 자신보다 다른 누군가가 소중하나는 것인가. 그녀는, 그, 소중한 누군가로, 되고싶었다. 하지만 그것을 이루어지지 못하고, 결국은 혼자서 살아서. 그 결과로, 이런 결말밖에, 맞아하지 못한다 라고 말하는듯이. ───그런 일을 할수 있다는데, 어째서 그 아이는 나를 도와주지는 않는거지. ....................그 죄는. 8년 전만이 아니라, 이 순간에조차, 반복되었다. ───그래서, 이상하게 생각했어요. 어째서───어째서 제 주변의 사람은, 그 아이같이 상냥하지 않았는가 하고──── 무너지는 몸. 그 틈에. 마지막까지 허망한 눈을 한채, 그래도────코하쿠는, 나를보고 미소를 짓는듯이, 보였다. [──────────────] 발이 멈춘다. 소리도 없고, 호흡도 없다. 찌르는듯한, 두통만이 있을뿐. [─────흥. 도둑고양이에게 어울리는 최후네.] 아키하가 웃는다. 찌르는듯한 두통. [저는 이제 돌아갈수 없어요. 시키에게 손을 대고, 오라버니에게도 거절당했다. 그럼, 이제 갈때까지 갈수밖에 없잖아요. 저는 자유롭게 되었으니까, 괴롭지도, 않아.] 아키하의 몸이 이쪽을 향한다. 대기가 타들어간다. 붉은 머리카락은 뱀 처럼 머리를 쳐들었다. 마치 그 단체가 의지를 가지는듯한 사악함. 찌르는듯한 두통. 두통. [────나를 죽이는게, 아니었나.] 듯한 두통. 두통. 두통. 두통. [코하쿠씨가 아니라───나를 죽이는게 아니었나, 아키하.] 두통. 두통. 두통. 두통. 두통. 두통. 화가난다. 화가난다. 화가난다. 그녀를 구하지 못한 자신. 태평스럽게 살아가는 자신. 그녀를 구하지 못한 아키하. 태평스럽게 살아가는 아키하. [뭐에요, 오라버니도 참 금방 죽여줬으면 했나요? 뭐 사과한데도 용서하지 않을거지만, 어차피 말이에요, 코하쿠는 죽일 마음이었어요. 그치만 그런거, 살아있어도 의미가 없잖아요. 이미 예전에 무너졌으니까, 빨리 처리해주는거 본인을 위해서 잖아요?] ──────그런가. 무너졌다면, 처리하는 편이 본인을 위하는것인가. 그럼────────── [..........너는, 아키하가 아니야.] 이제, 내가 알고있는 아키하가 아니다. 나 만이 인정하려 하지 않았지만, 이미 예전에, 그 신기루에 씌여있다. [좋아, 아키하. 네가 원하는대로 해주지.] 8년 전. 둘이서, 정원을 뛰어다닐때 처럼. [자─────진짜로, 서로 죽여보자구.] 두통이, 멎었다. 토노 시키는 죽음으로. 나는 밤에 산책하고 있던 때의, 나나야 시키로 바뀌었다. 자신과 적과의 거리를 가늠한다. 거리는 10미터. 나이프가 닿는 범위에서 뛰어든다면 2걸음. 확실하게 처리하려면 세 걸음을 필요하게 된다. 복도에는 도폐물도 없고, 크게 움직여서 몸을 숨길정도로 넓지도 않다. 벽와 천장을 발판으로 한 점에서, 아키하의 시계에서 벗어하는건 어렵다. 이쪽이 두 걸음 내딛으면, 아키하는 이쪽을 알아차리는건 단숨이다. 상황은 이상이다. 이대로 거리를 좁히면서, 한호흡 차이로 이쪽이 먼저 죽는것이 된다. [────그래요. 겨우 그럴 마음이 된거군요, 오라버니.] 한 걸음, 아키하가 걸어온다. 아무리 어두운 밤이라도, 그 거리면 이쪽의 모습을 정확하게 볼수있다. 다음 한걸음. 아키하가 더 걸어오면, 그것이 신호가 도니다. 죽이던지, 빠지던지. 판단을 잘못하면, 그 꿈과 같이 시키라는 인에가 아키하의 머리카락에 먹힐 뿐이다. ────뚜벅, 하는 발소리. [───────] 1, ────여기서 처리한다. 2, ────일단 빠진다. <-선택. ───결과를 내기에는 아직 이르다. 확실히 죽이기 위해서는, 적이 방심하게할 필요가 있다. [틀렸어요 오라버니. 자금이 저를 처리할 마지막 기회였는데.] 적의 발이 멈춘다. 자신에 가득찬 시선과 호흡의 리듬. [──────────] 결국, 이 거리가 어두움 밤에 있어서의 토노 아키하의 최대 사정거리 라는것인가. [아까 오라버니의 속도라면, 혹시 이런 좁을 복도라도 놓칠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 거리라면 이제 그럴리도 없어요. 그치만, 오라버니의 눈동자의 색이 보일정도로, 당신의 모습을 확인할수 있으니까.] [───────] 이쪽이 달리면, 아키하에게 다가가기 전에 죽는다는 것인가. 하지만───그건, 어디까지나 이쪽이 접근할 때의 이야기인데. [...................] 아키하가 눈을 가늘게 뜬다. 이미 목숨을 잡은 상대가, 아직 냉정한게 마음에 걸리는 것인가. ......아니면, 단지 그것만의 일로 주저하는 것인가. 어느쪽 이라도───시키가 생각하던 대로, 그것은 아직 서로 죽인다는것을 모르고있다. [───뭔가를 꾸미고 있는것 같네요, 오라버니.] 당연한 것을 묻는다. 대답할 의무는 없다. [──────────바보냐, 그녀석은.] 되뇌이고는 나이프를 든 손을 바꾸었다. 오른손에 들고있던 나이프를, 왼손으로 옮겼다. 아키하의 거리는 이걸로 잡았다. 다음은──── [───보기 흉하네. 지금에와서 무엇을 무서워 하는거야, 너.] [저───저는 무서워하지 않아요.......! 뭐에요, 그곳에서 떨면서 움직이지 않는것은 오라버니 잖아요!] [.....상관없지만. 너, 나를 죽이려는거지? 그럼 빨리 시작하는 편이좋아.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않는다면, 다음에 네가 눈을 깜빡이는 순간에 죽일거야. ────안그래도, 네 얼굴도 질리려는 참이다.] [─────────── !] 아키하의 주위가 일그러진다. 쏴아, 하고. 아키하의 살의가, 붉은 머리카락을 구현화한다. 아키하의 응시와, 주위의 공기가 붉은 머리카락이 되어서 양 팔에 휘감기는건, 거의 동시였다. [───────] 뒤로 뛰어오른다. 무엇보다도 우선시해서, 오른팔에 붙은 머리카락을, 감기는것 보다 빨리 절단했다. [큭────── !] 짧은 아키하의 목소리. 금방 자유롭게 된 오른팔로 나이프를 옮긴다. 왼팔에 감긴 머리카락을 자른다. .......이쪽을 자유롭게 하는건 단숨이었다. [치───────] 왼팔의 감각이 없다. 팔 그 자체에 외상은 없지만, 반응, 감각, 모두 없다. [그렇군────그런 조작인가.] 더욱더 뒤로 뛰어오른다. ───붉은 머리카락이 쫒아온다. 아까만큼의 즉효성은 없지만, 확실하게 이쪽의 사지를 휘감아온다. .......아니, 쫒아온다, 라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이 붉은 머리카라에서 도망칠수는 없다. 아키하에게 보인다, 라는 것으로 이미 김겨오는 것이다. 받을지 피할지, 그런 행위를 이미지 하는것은 잘못되어있다. 있으면 있는것이고, 없으면 없는거라는 이야기. 피부에 닿아있는 공기처럼, 붉은 머리카락은 이미 이쪽에게 감겨오고있다. 그러기에, 그 공격에서 도망칠수가 없다. 할수있는것이 있다라면, 그것은───아키하가 이쪽에서 무언가를 빼앗기전에, 그 파이프라인......붉을 머리카락을 절단하는것 밖에는 없다. 아키하가 직접대상의 모습을 보고있을 때는, 빼앗는다는 행의 그 자체는 일순간 이겠지. 하지만 대상이 시계에 선명하지 못한경우, 빼앗는 행위에 타임랙이 존재한다. 그 사이에, 무언가를 결정적으로 빼앗기기 전에, 어떻게든 붉은 머리카락을 잘라서 치명상을 피하고있다. 이쪽이 하고있는건, 단지 그것뿐이다. 아무리 아키하에게 조차 보이지 않는 "붉은 머리카락" 이라는 이미지의 연장을 볼수있다는 점에서, 그것이 압도적인 능력이라는것에 변함은 없다. ───여유를 부리는지, 아키하는 달리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쫒아온다. [─────────] 손과 발, 동체에 감겨오는 머리카락을 쉴새없이 절단한다. 시험해보다가 희생된 왼팔은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아픔도 없다. 출혈도 없다. 하지만, 옷 위에서도 살이 조금씩, 화상에 의해서 없어지는게 느껴진다. [───────────치.] 뭐가 불쾌하냐면, 벗겨진 살의 측면에서, 토할정도의 냉기가 체내에 침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도망치는 것에 완전히 의식을 집중할수가 없다. 아키하를 응시하면서 뒤로 빼는 발걸음이 점점 느려져가, 결국은, 멈추어 버렸다. ───그렇게, 아키하의 거리가 되었다. [─────흥. 뭐에요, 결국 도망치는것도 못하잖아요. 타버리기만 하는 사냥감인 주제요, 말은 잘도 하는군요.] 쫒아왔다, 라는 확신이 있었겠지. 아키하는 발을 멈추고 이쪽을 노려보았다. [이걸로 끝이에요, 오라버니. 기대되죠? 이제부터 당신은, 유언도 푸념도 없이 저에게 희롱을 당하며 죽을테니까─── !] ────그러니까. 그런 말을 하는것이 필요이상의 일이란 말이야, 아키하. ────────탕, 하고. 단숨에 계단까지 뛰어올라, 그대로, 계단아래로 내려갔다. [거짓말─── !?] ......위에서 아키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지금까지 직선적으로 뒤로 뛰었기 때문에, 아키하는 갑자기 바로 옆으로의 이동에 반응하지 못했던 거겠지. ......뭐, 이쪽도 계단에 다다른다, 라는 것을 고려해서 아키하를 유인했으니까 우연이라는 것도 아니다. [이............... ! 아까부터 촐랑촐랑...........! ] 아키하는 계단으로 몸을 내어서 아래 층으로 떨어진 나를 보려고 한다. [──────그럼.] 그 전에, 더 아래 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읏..........] 2번이나 한번에 아래층까지 뛰어내리니, 무릎이 비명을 지른다. 그것을 무시하고 복도로 서둘러갔다. 탕탕, 하는 계단을 내려오는 아키하의 발소리도 들려온다. [────────창문.] 여기는 이층이다. 여기에서라면 창문에서 지상으로 뛰어내릴 수는있다. [───────] 하지만, 그것은 시키의 실수를 될풀이 하는것이다. 여기까지 그 꿈과 거의 같은 상황을 재현하고 있으니까, 세부적인 것까지 시키를 따라할수는 없다. 복도로 나온다. 2층의 복도에도, 붉은 머리카락이 곳곳에 걸려있다. ......마치 맥동하는 무언가 처럼. [────── !? ] 발의 감각이 사라져, 바닥이 쓰러졌다. [이런─────] 왼발에 머리카락이 감겨있다. ───계단을 내려올때 발 만을 보인것인가. 지금은 아키하의 시계외에 있으니, 즉사라는 아픔은 아니지만────── [제길......예상보다 꽤 하는걸, 녀석.] 머리카락을 절단한다. 왼발은───왼팔과 거의 같은 상황이 되어버렸다. [────────] 발소리가 가까워진다. 아키하가 복도에 내려오기 전에, 교실에 뛰어 들었다. [───────, ───────────, ─────] 숨을 죽이고, 복도에 마주하는 벽에 기대었다. .......이 무슨 일이야. 이걸로 반신은 거의 죽은 몸. 자신도 알고있으면서, 그 꿈을 여기까지 재현할줄은 생각도 못했다. ......뚜벅, 뚜벅, 뚜벅, 뚜벅. 발소리가 가까워진다. [────────────] 꿈 속에서는, 분명히 이 후에 시키는 죽임을 당했다. .......시키의 판단은 틀리지는 않았다. 단지, 녀석은 아키하라는 적의 능력을 정학하게 파악하고 있지않았던것 뿐. 타들어가는 대기의 냄새. 한 여름같은 작열하는 기온. 그렇게해서, 타는듯한 열기와 함께 소멸해가는 몸. 그 사실로, 시키는 아키하가 적을 "발화" 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는 그 역이다. 아키하는 붉은 머리카락에 감긴 대상에게서 "열"을 빼앗고, 한순간에 동결, 기화해, 결과로서 소멸한것 같이 보이는것 뿐이다. 발화라면, 한번 불이 붙어버리면 이쪽은 어쩔수도 없다. 아무리 머리카락을 자른다해도, 발화한 자신의 몸을 절단할수는 없다. 하지만───그건 흡수하고있는 것 뿐인 약탈이다. 그러므로, 혹기 이 전신을 붉을 머리카락으로 감싼다고 해도, 빼앗기기 전에 머리카락을 절단해, 아키하 본체를 처리하면 문제는 없다. 아키하는 아키하 본인이 살이있는 동안에는 대상을 염작시킨다. 하지만 그 불꽃은 아키하가 죽어버리면 사라지는 환영이다. .......뚜벅, 뚜벅, 뚜벅, 뚜벅. [────────] 애초에, 왼팔은 타버릴것을 각오하고 내 놓은 것이었다. 왼팔이 탄 후에, 어깨까지 팔을 자를 준비까지 했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아키하의 능력은, 본체만 정지시키면 이쪽이 죽을일은 없다. 아키하의 정체가 진 화염사가 아닌이상, 동시에 노리는 기습은, 상대의 절명이 이쪽보다 빠르면 동시에 친다고는 할수는 없다. [──────────] 뚜벅, 하고. 아키하의 발소리가, 등 너머로 들렸다. 틀림없이───아키하는 이쪽을 눈치채지 못하고, 이 교실을 지나가려 하고있다. 1, ......알아차리기 전에 처리한다. <- 선택. 2, ......지나간 후에, 등을 친다. 여기서 끝이다. 시키의 꿈을 되집을 마음은 없다. 토노 아키하는, 여기서 완벽하게 해체해 주지. [────────────] 벽에 그어진『선』을 응시한다. ......벽 너머에는, 뚜벅, 하는 발소리. 좀더 강하게. 뇌가 탈정도로, 강하게 벽을 직시했다. .......발소리는 바로앞에 왔다. 이 얇은 벽 너머에는, 무방비하게 걷고있는 아키하의 모습이 있다. [───────────] .........능숙하게 하면, 직접 손을 댈 필요도 없다. 토노 아키하는 벽 아래에 깔려서 사망한다. ......아니, 창가의 벽은 얇다. 그런걸로 죽지는 않겠지. [───────────] 그럼, 역시. 그 긴 머리카락을 절단해, 그녀의 육체를 토막내는 것은 자신의 역할이다. 아키하를. 죽인다. 이제 사람이 아닌 아키하는. 죽여도, 좋은 상대. ....................................................................이제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아키하는, 토노 시키의, 여동생, 인데. 그것을. 사람이 아니게 되었다는 것으로, 너는. ────────찌릿. [큭──────────아.] 두통. 멈춰있던 두통이, 어쨰서. ───────찌릿, 찌릿, 찌릿. 두통. 눈이 튀어 나올듯한 아픔. ......벽의 선을 무리하게 보려고 한 탓이다. 머리가, 아프다. .........아아. 이렇게 아프면, 아까까지의 자신이, 안주해 버려. ────────찌릿 찌릿 찌릿 찌릿 [아────────────아.] 생각하지마. 두통 정도는 무시해. 여기서 생각하면, 나는 분명히───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리게 된다. 그렇게되기 전에────토노 시키로 돌아가기 전에, 아키하를 죽이지 않으면 역으로 죽게된다. [─────────── ! ] 자신을 죽이는 기세로, 나이프를 휘둘렀다. 키이잉, 하는 마른 소리. 단 한번 크게 휘두른 나이프는 원을 그리며, 버터처럼, 벽을 깨끗이 절단했다. 그 다음은. 복도를 향해서, 절단한 벽을 밟아 누른다. [────────────에? ] 얼이빠진 아키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것도 당연하다. 갑자기 벽이 원형으로 잘라져, 그것이 자신을 향해서 미끄러져 오는것이다. 놀리지 않을리가 없다. 그리고, 그것이 끝이었다. 벽에 뚫인 구멍으로 복도로 뛰어나온다. 이쪽의───나의 모습은 잘려진 벽이 방해가 되어서 아키하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 아키하를 향해 쓰러지려 하는 벽. 그것을 아키하의 붉은 머리카락이 감싼다. ......무기물 마져도 열을 빼앗는 것인지, 벽은 급속도로 결합을 잃어간다. 하지만. 아키하가 그것을 분해하기 전에, 나의 나이프가 해체했다. 토막토막. 크고작은 덩어리가 되어서 벽이 떨어져간다. ─────────────찌리릿. 그건 한순간. 한순간의, 광경이었다. 아키하의 머리카락이 역으로 선다. 그대로 나의 몸을 감싼다. 하지만────늦었다. 아키하의 주위의 열기와 함께 벽을 절단했다. 새로운 열은 순간에는 방출되지 않을거고, 설령 그렇다고 해도. 아키하를 눌러 쓰러뜨러서, 말탄상태가 된 나의 나이프가, 아키하의 머리카락 보다 빨랐다. [아──────────] 아키하의, 목소리. 들려진 나이프. 다음은, 그것을 아키하의 왼쪽 쇄골에서 오른쪽 폐에 그어진『선』을 긋는것 뿐. 하지만, 아키하의 머리카락도 나의 팔에 감겨온다. 목에도 몸에도 머리카락을 흘러서, 주저하면 다음 순간에 자신의 몸이 기화될거라고 이해하고있다. ─────────────────찌릿. 하지만, 두통이 난다. 두통이 난다구, 아키하. 그렇게 머리 속에서 죽여라하고 반복하고 있는데, 그렇게도 네가 미운데도, 그래도────────── .......어째서. 어째서 눈이 뜨인건지. 어째서 아키하의 모습이, 한순간 이라도 원래의 아키하로 보인건지. 그것만 없었다면, 금방 이 나이프를 떨어뜨렸을 텐데. 그래도────────── .......피부가 타들어 간다. 몸에 감긴 머리카락이, 열을 빼앗아 간다. 시계가 희미해진다. 아키하를 누르고있던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후우, 하고. 아키하가 숨을 불어넣으면, 그것 만으로도 쓰러질것 같은 정도로, 몸이 가볍다. 하지만────아직 팔은 살아있다. 아직 시간은 있다. 즉사하지 않았다면, 나의 승리다. 아키하만 처리하면, 이 이상의 열을 빼앗기지는 않는다. 그래도───────────── [──────────────────읏] 그런데도, 아무리해도, 나이프를 떨어뜨릴수가 없었다. 왜이리도, 무른거지. 아키하는 주저없이 나를 소거한다. 그런건, 정말로 알고있다. 아키하는 이제, 이전의 아키하가 아니니까. ─────그래도. 그래도, 그런 일은. 할수가, 없었다. ──────────────────찌릿. ......두통. 이것 때문에 고민을 했었지만, 지금만은 감사하지 않으면. ......틀렸었다. 아키하가 인간이 아니라면, 아키하는 이전의 아키하가 아니니까, 죽여도 된다고 생각하다니, 어떻게 되었었다. 설령 어떻게 변한데도, 아키하는 아키하다. 나를 도와주고, 기다려준, 소중한, 여동생이다. ────그것을. 어째서, 상처입힐수가, 있는거지. .........................................................찌, 릿. 두통이 사라진다. 몸의 힘도 사라져간다. 단지 나이프 만은 아키하에게 떨어지지 않도록, 희미해져 가는 의식 속에서, 필사적으로 팔에 힘을 주었다. [어째서......죽이지 않는, 건가요.] 아키하의 목소리. [나는 피를 빠는 귀신 이잖아요.....? 밤이 되면 사람의 피를 마시는 괴물이고, 지금도 오라버니를 죽이고, 코하쿠도 이 손으로 죽였다. 그런데 어째서────그런, 슬픈 얼굴을 하는, 건가요.] 빼앗겨가는 열. .......나완 달리, 아키하는 정말로 봐주지 않았다. 이제. 나의 몸은, 이미 죽어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차가워, 져있다. [.....그만둬요. 그런 얼굴로 죽다니, 비겁하잖아요. .......나는 나쁜녀석이니까, 오라버니는 마지막까지 아키하를 미워해서, 잘도 코하쿠를 죽였구나 하고 원망의 말을 하지 않으면 이상하잖아요? 코하쿠도 내가 미웠을 거에요. 저는 토노 마키히사의 딸이고, 코하쿠의 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코하쿠를 저택에 잡아두었는걸.] [.......그러니까 코하쿠에게 라면 좋다고 생각했어. 그 아이가 토노가에 복수한다고 한다면, 그것에 놀아나자고. 코하쿠의 피를 마시고, 내가 사람이 아니게 되어도───코하쿠는 내가 미우니까, 그걸 어쩔수없는 것, 이라고.] ───그런가. 아키하도, 나와 마찬가지 였던건가. 알고 있으면서. 코하쿠씨가 우리들은 파멸하려는걸 알고 있으면서, 그래도──── [그치만 어쩔수가 없잖아요. 그 정도밖에, 저는 코하쿠에게 갚을 방법이 없는걸요. .....코하쿠가 원한다면, 적어도 나 정도는 토노의 혈족 중에서, 그 아이의 편이 되어주자고.] [........................................아니야.] 생각을 말로 하고는, 놀랐다. 나는 아직────살아있는, 모양이다. [.....뭐죠? 오라버니, 잘 들리지 않아요.] [.....아니야, 아키하. 코하쿠는 누구도 미워하지 않아. 코하쿠시는, 좋아서 그런걸 바란건 아니야.] ───그래. 단지, 그런것 밖에 목적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것을 필사적으로 처리하고 있던것 뿐이었어. .......그 사람은, 단지 그것밖에 할수 없었다. 자신은 살아있는 목적이 어느 사람이라고, 자기자신을 열심히 속이는것 밖에, 할수 없었다. [아키하. 나는 분명히, 아키하와 코하쿠씨에 비하면, 너무나, 행복했었다고, 생각해. ....그래서, 미안해. 나에게는 알수가없어. 토노가에 묶여있던 아키하의 괴로움도, 아무것도 미워하지 않는데도, 이런 일을 할수밖에 없었던 코하쿠씨의 괴로움도.] 이 얼마나, 꼴사나운가. [.......누가. 누가 나빴던것도 아니야. 나도, 아키하도, 시키도, 코하쿠씨도. .......누가 나빴던것도 아닌, 데───── 어째서 우리들은, 이런. 서로를 상처입히는 결말을, 선택해 버린건지. [......오라버니. 아직, 시간이 있는게, 아닐까요.] 깔려있던 아키하는, 멍하니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오라버니는 이제 금방 죽어요. 하지만 저를 죽이면 아직 시간이 있을거라 생각해. .....뭐, 코하쿠가 없으니까 확실하다고는 말할수 없지만.] 진지한 눈을 하고, 아키하는 나를 올려다본다. [......알겠죠? 그러니까 빨리, 그 나이프를 떨어뜨려주세요. 그걸로 오라버니는 살아날수 있어요.] 아키하는 기분나쁜듯, 당치도 않는말을 한다. [.....................] ........정말. 그걸 할수 있었다면, 벌써 했을거라고, 말했는데. [......정말, 그걸 할수 없다면 저게 살아남을 뿐이에요. 괜찮아요? 저, 내일부터 이 거리를 아비규환의 지옥으로 바꾸어 버릴테니까요. 히스이 뿐만 아니라, 오라버니의 소중한 친두들도 위험하게 될거에요.] .......아키하가 꽤나 진심이라는 것은, 그런대로 전해져 왔다. [........바보. 그런짓을 했다간 무서운 사람이 나와서 힘들다구. .....분명히 말이야, 흡혈귀전문 킬러가 있어서, 아키하는 그런 사람들과 밤낮 싸움을 계속하게 될거야.] ......그러니까 뭐, 지옥으로 하는것은 그만둬. 될수있으면, 아키하는───괴롭겟지만 피를 빠는것은 참고,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살아주었으면 하니까. [─────어쨰서. 어째서 그런 얼굴을 하는거에요, 오라버니. ......저는 이제 이전의 아키하가 아니에요. 이렇게 있는 지금도, 오라버니의 목을 물고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나는 시키와 마찬가지로, 광기에 씌인 그냥 괴물 이잖아요? 그럼 아까의 오라버니로 돌아가서, 촤악 하고 기분좋게 처리하는 편이 좋잖아요.] 아키하는 토라져서, 마치 내가 잘못한듯이 책망한다. .......처리하는 편이 좋아, 하고 아키하는 말한다. 그것은 분명히 아까까지의 자신을 지배하던 말이다. 하지만, 그런건. 조금도, 좋지않아. [─────할수없어. 나는, 아키하는 죽이지않아.] [이전의 아키하는, 그렇겠죠. 지금의 저는 달라요. 오라버니가 알고있는 아키하가 아니라니까요.] [───아니, 그런건 관계없어. 설령 네가 귀신에 씌여서, 그녀석을 죽이기 위해서라고 해도───토노 시키는, 토노 아키하를 상처입힐수가 없어.] ......이 8년간, 계속 나를 용서해준 검은 머리카락의 소녀를, 사랑하고 있다. 그것이 남매로서의 감정으로, 아키하의 감정과는 다르다고 하더라도. [아키하는, 나에게 있어서 소중한 사람이야. 그 상대를───상처 입히다니, 할수없어.] [────────────────] 아키하는 눈을 크게 뜬 후. 하아, 하고 어깨를 늘어뜨리고 숨을 내쉬었다. [.....정말, 무슨소리 하는거에요. 저는 오라버니에게 상처입기만 했어요. 그런것도 몰라주다니, 정말로 둔감하네요.] 아키하는 상녕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 후에. 멈춰있던 나의 손에, 양손을 겹쳐왔다. [───────────────아.] 그것 말으로, 아키하가 뭘 하려는것지 읽을수 있었다. 팔을 놓으려고 했지만, 팔에 힘이 들어가지않아. .....아키하의 말대로. 나의 몸은, 이미 나의 자유로 되는것은, 아니게 되었다. [그만──────그만둬, 아키하..............!] 필사적으로 소리를 내었다. 아키하는 듣지못하는 척을 하고, 빙긋 웃었다. [....정말. 그러니까 이런 때까지, 저는 스스로 하지않으면 안돼요.] 그렇게, 어딘가 기쁘면서, 굉장히 슬픈듯한 웃음으로. 아키하는, 그 양손에 힘을 주었다. ────────나이프가 떨어진다. 그곳은 선이 있는 장소는 아니다. 그냥 심장. 찌리면 격통을 불러오는, 단지 치사상(致死傷). [아───────아키, 하.................! ] 팔은 멈추지 않는다. 나는, 아키하의 행위를 막을수가 없다. 이런───이런일이, 있을리가. 나는, 결국. 소중한 두 사람을 구하려다, 그 두 사람을. 자신의 눈 앞에서, 잃게되다니──── [안돼───────── !] ────────? 뭐, 지. 팔이 멈춰, 있다. 나의 손에 겹쳐진 아키하의 양손. 그것을 안듯이, 누군가가 덥쳐왔다. 아키하는 믿기지 못할것을 본듯이, 그 그림자를 바라보고있다. 나는───그렇게, 분명히 아키하와 같이. 창백한 얼굴을 하고있었겠지. [코────하쿠?] [네......! 저에요 아키하님.......! 저 이니까, 아무쪼록───이 손을 놓아주세요.....!] 코하쿠씨는 울것같은 얼굴로, 아키하가 쥐 나이프를 뽑았다. [..............코, 하쿠.] 아키하는 멍하니. 마치 씌인것이 빠져나가는 듯이 멍하니 코하쿠씨를 바라보고있다. [.................그런가. 살아있었구나, 코하쿠.] [─────네. 아키하님은 저의 의식을 잃게 한것 뿐이에요. 아키하님은 마지막 순간에, 사람을 죽이는것을 피했던 거에요.] [───────────] 아키하의 눈동자가 슬픔으로 흔들렸다. .......광폭한 상념에 씌인 아키하의 무의식에 있었던, 사람다운 마지막 감정. 그것이────코하쿠씨와, 아키하를 구한것이었다. 후우, 하고. 크게 숨을 내쉬고는, 아키하는 눈을 감았다. [───곤란한걸. 이래서는 결국 당신의 전승이잖아. 코하쿠는 살아있고, 토노가의 최수의 혈통은 여기까지 라는거지? .....하지만 뭐, 그것도 괜찮겠지. 나도 솔직히, 이제 쉬고싶다고 생각했어.] 말하고는, 아키하는 힘없이 양손을 내렸다. [자, 됐어 코하쿠. .....오라버리는 죽여주지 않았지만, 코하쿠라면 해주겠지? 나는 코하쿠를 죽이려고 했고, 당신이 싫어하는 토노 마키히사의 딸인걸.] [.........................] 코하쿠씨는 나이프를 쥔채로, 아키하를 바라보고는, 당연하다는듯, 고개를 저었다. ────굉장히, 조용히. 얼어붙은 얼음이 녹아들듯, 천천히, 시간이 흘러간다. [.............................이상하네. 어째서 코하쿠마져, 나를 죽여주지 않는거지.] 눈을 감을채로. 마치 자고있는듯이, 아키하는 되뇌인다. [당연해요. 저는, 아키하님이 좋으니까.] 떨그렁, 하고. 코하쿠씨의 손에서 나이프가 떨어졌다. [아키하님이 저를 얼마나 싫어하신데도, 아키하님을 계속 시중들고 싶어요. 그러니까 아키하님───저를 불쌍하가도 여기신다면, 죽지말아 주세요. 이대로 아키하님이 죽어버리시면, 저는───원래의 코하쿠로, 돌아가고 말아요.] [............정말. 제멋대로, 말한다니까.] 하아, 하고 크게 한숨. 그렇게, 아키하는 토라진듯이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어쩔수 없는건가. 코하쿠에게는 아까의 빚이 있으니, 지금은 얌전히 있을게. ......오라버니도 말이에요. 어쩔수없지만, 남매로서 사랑해 준다면 그걸로 좋겠지 하고, 생각해 주겠어요.] ───아키하의 머리카락이, 흘러내린다. 몸을 감싸던 것은 사라져, 나는 그대로, 뒤로 쓰려졌다. 어느새, 하늘은 높고 맑았다. 은색의 달. 푸르스름한 복도에는, 이제 붉은 열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키하의 머리카락은 붉은채 였지만, 아키하 본인이 등지고있던 신기루는 이미 사라져있다. 지금은───코하쿠씨가 붙여 있으니까, 아키하도 분명히 괜찮을것이다. [──────────] 의식이 멀어져간다. 차갑게 식은 몸이 잠들려 하고있다. 그 전에. 지금은 평온한 달빛을 보고, 멍하니 생각했다. 세월이 지나, 토노 시키가 저택의 생활에 적응한 후에도. 분명히 지금처럼, 행복하게 보내고있겠지 하고, 그런 좋은 꿈을───── 11/ 七つ夜 日向の夢 - an epilogue [시키님, 일어나주십시오, 시키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미, 몇번이고 들었던 히스이의 목소리. [이미 시간이 지났습니다. 이 이상 주무시는건 안좋다고 봅니다.] .......정중한 히스이의 목소리. 하지만, 그런것에는 어젯밤, 기뻐서 좀처럼 잘수없었던 나를 일으킬수가 없는것이다. [───시키님. 적당히하고 일어나주시지 않으시면, 아키하님에게 또 괴롭힘을 당하실거하 생각합니다만.] ───찰나. 몽롱하던 의식이, 그 한마디에 깨어났다. [────────읏! ] 침대에서 일어났다. 히스이는 옆에서, 나의 당황하는 모습을 관찰하고있다. 밖에서는 맴~, 하는 매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침이라든데 햇빛은 강하고, 잠옷은 땀으로 젖어있다. 뭐어, 그건. 이 이상은 없다고 할 정도로, 전형적인 여름의 아침이었다. [아────안녕, 히스이.] [안녕하십니까, 시키님.] 정중한 인사를 하는 히스이. ......그 냉정함이, 역으로 안좋은 예감으로 다가온다. [히스이. 혹시 아키하 녀석, 아직 나가지 않은거야.......?] [네. 시키님의 얼굴을 볼때 까지는, 하고 거실에서 기다리시고 계십니다. ......그렇네요, 이제 한시간 정도 경과했다고 생각합니다만.] [──────────── !] 시계를 본다. 시간은 오전 10시를 넘어가고있다. [제길───왜 오늘은 이 시간까지 남아있는거야, 아키하 녀석........! ] [시키님이 여행을 떠나시는 아침이니까. 아키하님이 배웅을 하시는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우] 왠지 히스이의 시선이 따갑다. ......그 일은 비밀이지만, 역시 히스이와 아키하에게는 들켜버린 것인가. [......알겠어. 어쨋든 금방 거실로 갈테니까. 히스이는 먼저 가있어.] [알겠습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히스이는 방을 나갔다. 어젯밤 부터 준비해둔 옷으로 갈아입은 후에, 숄더백을 어깨에 걸치고 방을 뒤로했다. ────거실에는. 감정의 기울기가 수직으로 되어있는 아키하의 모습이 있었다. [욧. 안녕, 아키하.] [안녕하세요 오라버니. 여행의 아침 치고는, 굉장히 여유있는 기상이네요.] 아키하는 따가운 시선을 보내온다. [......미안해. 어젯밤 잠이오지 않아서 아침까지 일어나있었어. 그래도 일찍 일어난 편이라구, 나.] [흐─응. 여행이 기대되어서 전날에 잠을 못자다니, 몹시 귀여운 일을 말하는군요. 오라버니, 그렇게 이누이씨와 여행을 가는게 즐겁나요?] [뭐야 그말은. 여행이 기대되는건 당연하잖아.] [그렇네요. 오라버니의 즐거움이라고 하면 술을 마신 다람쥐 같은것이니까. 여름방학을 할때부터도 물론이고, 계속 이 날을 기다려온거죠? 이누이씨와 어디에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여행처에 좋은 일이라도 기다리고 있는가 보죠.] [아키하님. 그 말씀은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것은 있는것이지, 기다리고 있는것은 아닙니다.] [아, 그런가. 기다린다 라는 형용사는 사람에 대하여 사용하는 것이네. 오라버니를 한시간이나 기다렸으니까, 나도 어떻게되었나봐.] [..................................................] ......이 두사람. 최근, 굉장히 호흡이 잘 맞는다. [그리고 오라버니. 여행은 몇일 이었죠.] [.......7일 인데. 그게, 왜.] [헤에, 짧네요. 가끔씩 밖에 만나지 못하니까, 저는 틀림없이 방학내내 그쪽에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오라버니. 그래선 코하쿠가, 불쌍하지 않아요?] [무───무무, 무슨 말을 하는거야 너 ! 나는 이누이와 거처없는 여행을 가는거지, 결코 코하쿠씨가 있는곳에 가는게 아니라구......! 대체 말이야, 코하쿠씨 라면 금방 만날수가 있잖아. 지금도 토,일 에는 이쪽에 와주니까, 별로, 내가 만나러 갈 필요는...........] [───────────────] [........필요는, 없지만......역시 외로울까, 하고.......]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바닥을 바라본다. ───제길, 상관없잖아. 여름방학 이니까, 코하쿠씨가 있는곳에 묵으러 가는것 정도는, 모르는척을 해줘도. [───어머, 벌써 시간이. 이 이상 저쪽을 기다리게 할수는 없으니, 오늘은 여기서 용서해 드리겠어요, 오라버니. 아키하는 즐거운듯이 말하고 소파에서 일어난다. [그럼 히스이, 뒤를 부탁해. 오늘은 저녁에는 돌아올테니, 둘이서 사이좋게 험담이나 하자구요.] [네. 그럼, 꼭.] .....그러니까. 아키하는 몰라도, 히스이 까지 성격이 바뀐건 어떻게 된 일이냐. [다녀올게요. 오라버니도 다녀오세요. 선물을 기대하지 않으니까, 어무쪼록 편히.] 아키하는 로비로 가버렸다. 그리고는. [아─아, 나도 빨리 좋은 남자를 찾고싶네─] 라고, 큰 소리로 마지막 놀리는 말을 남기고 갔다. [.....녀석, 날이 갈수록 활발해져 가는데.] 정말, 설마 이런 날이 올줄을 생각도 못했다. ....그 사건으로 부터, 벌써 1년이나 지났다. 바뀐건 산더미같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징적인건 아키하와 코하쿠의 일이겠지. 막말로 하자면, 아키하는 이전 그대로이다. 머리는 붉은채로, 보통은 검게 염색하고 있는듯하다. .....아니, 약품에 의한것이 아니라, 본인의 의사로 바뀌어 진다는듯 하다. 의태(擬態)일지도 모른다. ......흡혈충동도 그런대로 있긴하지만, 가끔 수혈용 팩으로 츄우츄우 빨고있다. 그것도 의태일지도 모른다. 아키하는 시키에게서, 무언가의 악령 같은것은 물려받아 버렸다. 그것이 원인으로 아키하는 폭주해 버렸지만, 그 사건 후, 아키하는 그것의 고삐를 잡은듯 하다. 간단히 말하자면, 그건은 아키하에게 옮겨간 시점에서 매우 희박해져서, 아키하의 성격이 조금 고집스러워지는 정도의 영향으로 그쳤다, 라는 것이다. .....고집이라기 보다는 짖궂어졌다, 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본인에게 말하면 화를내기에 그만두자. 그것은 아키하의 성격을 조금 솔직하게 한것만이 아니라, 아키하의 힘 그 자체도 강하게 하였다. 아키하 혼자서는 억제하지 못했던 토노라는『피』를, 그것의 덕분에 아키하는 콘트롤을 할수있게 되었다. 머리의 색을 감출수 있는것도 그것 덕분이겠지. ....결론부터 말하면 무적상태로, 오빠로서는 굉장히 다루기 힘들어졌다. ────한편 코하쿠씨는, 연초에 독립해 버렸다. 아키하가 혼자서도 괜찮아 진것과, 뭔가 생각이 있었는지, 코하쿠씨는 나가노(長野)의 산속에 있는 토노의 분가의 저택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래도 주말에는 여기에 돌아와서 네 사람이서 이전처럼 지내고있다. 이전, 어째서 그런일을 하는거냐 하고 물었더니, 뭐든 그쪽에서 조사하고 싶은게 있으니까, 그것이 끝날때 까지 저의 부탁을 들어주세요, 하고 대답했다. 그렇게 말해버리면 이미 빠져버린 나로서는 기다릴수 밖에 없다. 이래로, 나와 코하쿠씨는 주말에는 재회하지만, 저택에는 아키하와 히스이가 있기에 둘이서있을 기회가 좀처럼 없었다. 덧붙여 말하자면, 코하쿠씨와 아키하의 사이는 양호하다. 코하쿠씨는 아키하를 좋아하고, 아키하도 코하쿠를 마음에 들어한다. ........나와 코하쿠씨의 일은, 아키하도 인정하고 있다, 하고 공언은 하고있다. 공언은 하고있지만, [상관없어요, 별로. 오라버니는 오라버니 마음대로 하니까, 저도 제 마음대로 하는것 뿐인걸요.] 라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수없는 발언을 덧붙였다. [................................하아.] 그런 이유로, 여러가지 복잡하게 얽혀있는 중에, 코하쿠씨 에게서 편지가 왔다. 너에게 보여주고 싶은게 있으니까 여름방학을 이용해서 나가노까지 와줬으면 한다, 라는 편지를 보고, 금방 이번 광언여행을 계획한것이다. 일단, 나는 이제부터 아리히코와 일주일간 여행을 하는것으로 되어있다. 그렇다는데, 아키하와 히스이는 필요없는 의심을 하고있다. .......정말. 두 사람 다, 사람을 뭘로보는거야. [시키님.] [우와!] .......심장에, 안좋다. 히스이도, 뒤에서 기척을 죽이고 말을거는건 그만뒀음 한다. [시키님, 서두르시지 않으면 전차 시간에 늦는건 아닙니까?] [아───이런, 그러고보니 여유부릴 때가 아니었다.] 준비성이 좋은 코하쿠씨는, 나가노까지의 교통수단을 확실하게 준비해주었다. 전차는 지정석 이기에, 시간을 놓지면 내돈으로 전차를 타지않으면 안되게 된다. .......아르바이트도 시켜주지 않는 빈곤학생 에게는, 그건 할복과 마찬가지다. [미안, 나도 이제 가볼게. 미안해, 아침부터 허둥지둥해서.......! ] 가방을 들고 거실을 뒤로한다. 그 등에, [네. 그럼, 언니에게 안부를 전해주세요.] 라는, 부드러운 히스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차는 달린다. 희게 사라져 버릴듯한 햇빛 속에서, 산간의 전원을 향해서나간다. 너무나 시골이기 때문인지, 차량에는 나밖에 없었다. 창가에 않아서, 흘러가는 풍경을 바라본다. 뜨거운 햇빛이 시계를 눈부시게 해서, 기분좋은 바람만이 뺨을 건드린다. [───────────] 편지에 시선을 옮긴다. 편지에는 사진이 동봉되어 있고, 다음은 만나기로한 장소의 주소밖에 없었다. ......주소라 해도, 그것은『이 거리에서 이런이런 순서로 가요』하는, 주소가 아닌 장소의 표식이다. 동봉된 사진은, 분명히 그 장소의 것이겠지. [──────돌아갈 장소, 인가.] 그곳이 어디인지, 말하지않아도 예감은 하고있었다. ......코하쿠씨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는거겠지. 토노 마키히사가 말한 자세한 말. 그것에 의지해서, 그 숲을 반견한건지도 모른다. 검은 숲. 누구의 눈에도 띄지않는, 산속에 자리한 오래된 저택. 옛날. 나나야 시키라는 아이가 살고있던, 그 장소를. [──────────────] .......목적기까지는 아직 상당히 걸린다. 햇빛이 너무나 강한 탓이겠지. 눈을 감고 의자에 등을 기댄채, 그대로──── ───그대로, 꿈속으로 빠졌다. 희게 비치는듯한 태양. 사람의 손에 더럽혀지지 않은 공기의 냄새. 하늘은 한없이 맑고, 흔들리는 아지랑이가 바람을 튕긴다. 봄은 들판. 가을은 하늘의 별. 겨울은 차가운 흙만의 고향. 그리고, 여름은, 분명히───눈을 빼앗길만한, 밝은 꽃. ────그곳에, 그녀가 기다리고있다. 온통 꽃밭. 숨이 막힐듯한 여름의 냄새. 밝은 해바라기에 지지않을 정도의 화사한 웃는얼굴. 타버릴 정도의 열기 안에서, 그녀는 마중을 나와주었다. ─────어서오세요, 하고. 이번에야 말로, 정말로. 어렸을 적의 약속을 이루듯이. . . . . . .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