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눈이 떠졌다. 어두운 밤. 집안엔 아무도 없어. 혼자서는 무서우니까 모두를 만나고 싶어서 정원으로 나갔다. 저택의 뜰은 정말로 넓어 그 끝은 깊고 깊은 숲속에 둘러 쌓여있다. 숲의 나무들은 검고, 검은 거대한 커탠같았다. 그것은 마치 어딘가의 극장같았다. 사아~ 거리며 나무의 커튼이 열리며, 곧바로 연극이 시작될것 같아 두근두근 거렸다. 멀리서 여러개의 소리가 들렸다. 검은 나무의 커텐 깊이. 숲속의 모두가 떠들고 있다. 열매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 참지못하고 숲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정말로 어둡다. 숲은 깊었고 어떠한 빛도 닿지 않는다. 단지 추울뿐이다. 눈속 깊숙히 저며드는 추운 겨울.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듯한 기분이 들어 좀더 깊이 들어간다. 나무의 베일을 헤쳐지나간 뒤. 숲의 공터에는 모두가 모여 기다리고 있다. 모두 다른 모양으로. 모두 흩어져있는 팔과 다리. 일면 무언가가 되어가는 숲의 공터. -------모르겠어. 모든것을 분해해버리기 위해 낯선사람이 와. -------잘 모르겠어. 그래도 누군가가 내앞에 와서 대신 잘려줬어. -------나는 어린아이라서 잘 모르겠어. 자갈과 따뜻한것이 얼굴에 튀었다. 붉은. 토마토처럼 붉은물. 분해되어 버린 사람. 그 어머니라는 사람은 그후 내이름을 부르지 못하게 되었다. -------정확히는 잘 모르겠어도. 단지 추웠고. 의미도 없이 울고 있었었다. 눈에 따스한 비경이 물결쳤다. 안구의 속으로 스며들어 온다. 그래도 전혀 신경쓰이지 않아. 밤하늘에는, 단지 혼자만의 달이 있으니까. 정말 신기하지. 어째서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했었던 거지. ------- 얼마나, 차가운------나쁜, 꿈. 아아-------눈치채지 못했었다. 오늘밤은 이렇게나 달이, 아름다-----------------------운걸--------- << □ >> 정신이 들자 병원침대위였다. 커튼이 흔들흔들 흔들리고 있다. 밖의 날씨는 매우 좋고, 따스한 바람이, 여름의 끝을 알려주고 있다. [처음겠습니다. 토노 시키군, 회복을 촉하해요.] 처음본 아저씨는 그렇게 악수를 요구해왔다. 상냥한 얼굴과 사각의 안경이 매우 잘어울렸다. 청결한 하얀옷도 그 아저씨에게 매우 잘어울렸다. [시키군. 선생님이 말한걸 기억해?] [....아니요. 저는 어째서 병원에 있는거지요?] [기억나지 않나보군. 자네가 도로를 건널때 자통차에 치여버렸다네. 가슴에는 유리파편이 꼽혀있었고, 도저히 살아날것 같아 보이지 않았었어.] 하얀옷의 아저씨는 즐거운듯한 얼굴을 하고, 무언가, 의사선생님 같은것을 말한다. --------------문득. 기분이, 나빠졌다. [.....잠이 오네요. 자도 될까요?] [아아, 그렇게 하세요. 지금은 무리하지 말고, 몸을 회복하는것이 좋으니.] 의사선생님은 계속해서 웃고있다. 분명히 말해, 별로 보고싶지는 않다. [선생님, 질문하나 해도 될까요?] [무언가, 시키군] [어쩨서 그렇게 몸에 낙서 같은걸 하고 있는거죠? 이 방도 군데군데 금이 가있고 지금이라도 부서질것 같아 보이는데.] 의사선생님은 일순간 웃는 얼굴이 무너졌다가, 곧장 즐거워보이는 웃는얼굴로 돌아와서는, 조금씩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역시 뇌에 이상이 있는것 같군. 신경외과의 도츠가선생에게 통보를 해주세요. 그리고 안구에도 손상이 있을지 모릅니다. 오후에는 눈검사를 다시 하도록 하도록] 의사선생님은 나에게 들리지 않게, 남몰래 간호원에게 말을 건냈다. [이상한걸... 모두 몸에 낙서가 되있어.] 검고, 곳곳으로 퍼진 선이 병원안을 달리고 있다.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 보는것만으로도 기분이 매우 좋지 않다. [이건 뭐야...] 침대에도 그런 낙서가 있다. 손가락으로 만져보면, 손끝이 완전히 밀려들어간다. [---아] 가는것으로 만지면 더 깊이 들어갈것 같아서, 선반위에 있는 과도로 낙서위를 긁어 보았다. 어떠한 힘도 주지 않았는데도, 나이프는 끝까지 침대속으로 들어가버렸다. 재미있었기 때문에 그대로 낙서를 따라 나이프를 당겼다. 쿵 무거운 소리를 내며, 침대는 깔끔하게 조각나 버렸다. [꺄아아아아아!] 옆침대의 여자가 비명을 질렸다. 간호사들이 달려와서 과도를 빼앗아가버렸다. [어떻게 침대를 조각조각낸거지, 시키군] 의사선생님은 침대를 조각낸 이유가 아니라, 그 방법을 묻고 있었다. [그 선을 따라 그리니 잘려버렸어요. 어째서 이병원은 금투성이인거죠?] [적당히 해주지 않겟나 시키군. 그런선따위는 없단말일세. 그리고 어떻게 침대를 조각으로 만든거지. 화 안낼테니까 가르쳐주지 않겠나.] [-------그러니까 그 선을 따라 잘랐을 뿐이라구요.] [......알겠다. 그 이야기는 내일 하도록 하지.] 의사선생님이 가버렸다. 결국 그누구도 내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그 낙서를 따라 나이프로 자르는것, 그것이 어째서 그렇게 깔끔하게 잘렸는지. 힘같은건 없었는데. 종이를 가위로 자르는것처럼, 간단히 잘려져 버렸었다. 침대도, 의자도, 책상도, 벽도, 평상도. .....허용될리는 없겠지만, 아마, 반드시, 인간도. 그 낙서들은 다른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것같다. 어째서인지 나에게만 보이는 검은선. 그것이 어째서 있는지, 아이인 자신도 모르게 알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히, 넝마조각 같은것이다. 수술을 할때 절개부를 봉합했던 그무렵같이, 굉장히 물러지고 있는것 같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렇게라도 되지 않으면 아이의 힘으로 벽이 잘려질리가 없으니까. -----아아,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다. 세상은 이렇게도 넝마조각같았어도, 굉장히 무너지기 쉬운곳이었다는것을. 다른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아. 그래서 괜찮아. 그래도 나에게는 보이는걸. 무서워서, 무서워서, 걸어갈수 없어. 마치, 나만 이상하게 되어버린것 같아. 그래서일까. 그로부터 2주가 지났어도, 아무도 나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그로부터 2주가 지났어도, 아무도, 나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로부터 2주가 지났어도. 주욱, 나만이 넝마조각같은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 병원에는 있고싶지않아. 잔뜩 낙서된 곳에서 더이상 있고싶지 않아. 그래서 여기서 도망가서, 누구도 없는 먼 장소로 가버리고 싶다. 그러나 가슴의 상처가 아파서, 조금도 달릴수 없었다. 조심해서. 마을밖의 들판에 도착하자 더이상은 움직일수가 없었다. [.....헉] 가슴이 아파서, 굉장히 슬퍼서, 땅을 보고 있었다. 헉, 헉. 누구도 없다. 여름의 끝에서, 풀숲의 바다속에서. 이대로, 사라져 버릴것 같았다. 그러나, 그전에. [당신, 그런곳에 앉아있어면 위험해요] 뒤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에.......?] ['에'가 아니라구요. 당신, 그냥 산뜻한것이 좋아서 풀숲속에 앉아있는걸로 보이지는 않네요. 조심하라구요, 하마터면 발로차 하늘로 날아갔을지도 모른니까.] 기분나쁜듯한 여자는 나를 가르켰다. 뭔가, 약간 머리쪽으로 왔다. 나는 반에서도 앞에서 네번째 앉기 때문에 그렇게 앉은키가 낮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결과적으로 누구한테?] [바보, 그런건 정해져있잖아. 여기에 있는것은 나와 당신뿐이니까, 나이외의 나군가가 있다고 생각하는거야?] 여자는 팔짱을 끼고, 자신감 넘치는 듯이 말했다. [뭐, 여기서 만난것도 무언가 인연이 있는것 같고, 조금 상대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을래? 난 아오사키 아오코라고 하는데, 넌?] 마치 쭈욱 알고 있었던 친구 같은기분으로 여자는 손을 뻗쳐왔다.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햇기에, 나는 토노시키라고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여자의 차가운 손바닦을 잡았다. 그여자와의 수다는, 굉장히 즐거웠다. 이 사람은 나의 이야기를 [아이니까]라는 이유로 무시하지 않았다. 한사람의 친구로서,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다. 나의 집에 관한것을. 역사가 있는 오래된 가문이라서, 굉장히 행동거지에 대해 시끄러워서, 아버지가 엄격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아키하라고 부르는 여동생이 있고, 굉장히 점잖아서, 언제나 나의 뒤를 따라왔었다는것. 넓은 집이었기 때문에, 숲처럼 넓어서, 언제나 아키하랑 함께 친구들과 놀았다고. ----뜨겁게 마음이 들뜬것 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아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군. 미안해 시키. 나, 볼일이 있어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해야겠네.] 여자는 일어섰다. ......다시 혼자가 되는가라고 생각하니, 침울해졌다. [그럼 내일 또봐, 여기서 기다릴테니. 너도 이젠 병원으로 달아가서, 약이랑 의사선생님의 말을 지켜야되.] [아----] 여자는, 마치 앞으로 그렇게 될것이라고 확신하고, 그렇게 떠나갔다. [....내일, 다시] 다시내일, 오늘같은 이야기를 한다. 재미있어. 사고로 부터 눈을 뜨고나서. 처음으로 인간다운 감정이 느껴졌다. 그리고 오후가되면 들판에 가는것이 일상이 되었다. 여자는 아오코라고 부를때 마다. 자신의 이름을 불리는게 싫다고 했다. 고민한 끝에, 뭔가 위대한 사람같아 보이니까 [선생님]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선생님은 뭐든지 열심히 들어주었고, 나의 고민을 한마디로 정리해주었다. 사고때문에 어두워진 나는, 조금씩, 선생님덕분에 좀더 자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나 두려웠던 낙서에 대한것도, 선생님과 이야기하니 별로 두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어디의 누군지는 몰라도, 혹시 선생님은 진짜로 학교의 선생님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런것은 어떻게되도 좋다고 생각한다. 선생님과 있으면 즐거우니까. 중요한것은, 바로 그런 단순한 것인거야. [저, 선생님. 저, 이런걸 할수 있어요.] 약간 놀래키고 싶어서, 병원으로 부터 가지고 나온 과도를 사용해, 들판에 살아있는 나무를 잘랐다. 그 낙서같은 선을 따라서, 끝까지 깨끗하게 잘랐다. [굉장하지요. 낙서가 보이는곳이라면, 어디라도 절단해 날수 있겠네요. 이러한 것은 누구도 할수 없어요.] [시키-------!!] 팍,하고 뺨을 얻어 맞았다. [선....생님?] [------넌 지금, 굉장히 경소한 행동을 한거야.] 선생님은 굉장히 진지한 눈을 하고 바라보았다. .....이유는 모르겠어도. 나는, 지금 자신이 한일이, 해서는 안될것이었다고 생각했다. 엄숙해진 선생님의 얼굴과, 얻어맞은 뺨의 고통에. 굉장히, 굉장히 슬픈기분이 들었다. [.....잘못, 했어요.] 정신이 들자, 눈물이 흘렀다. [-----------시키] 살짝, 돌아오는 감각. [-----사과할 필요는 없어. 분명히 시키는 화날만한 일을 한것이지만, 그것은 결코 시키가 나빠서 그런건 아니니까.] 선생님은 주저앉으면서 나를 안아주었다. [그래도 시키. 지금 누군가가 너를 꾸짖지 않으면, 분명 돌이킬수 없게 되버릴꺼야. 그래서 내가 한거야. 그대신, 시키는 나를 미워해도 좋아.] [.....우웅. 선생님을, 미워하는건 아니예요.] [-------그래. 정말로, 다행이야. .......내가 너를 만난것은 하나의 인연인가 보구나.] 선생님은 그러고는, 내가 보고있는 낙서에 대해 들었다. 이눈에 보이는 검은 선에 관한 이야기하자, 선생님은 한층더 강하게, 끌어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시키, 네가 보고 있는것은 원래는 보이지 않는 것이야. [물건]에게는, 무너지기 쉬운 각각의 장소가 있어. 언젠가 무너져 버릴 우리들은, 옛날부터 완전하지 않았어. 너의 눈에는, 바로 그 [물건]의 미로.... 다시 말해 미래의 끝을 보고 있는거겠지.] [.....미래를.....본다고, 요?] [그래요. 죽음이 보이고 있는거야. -----그것 이상의 것은 몰라도 되. 혹시 네가 자연스럽게 알게되는 시기가 오게되면, 필연으로 알게되는 것일까나.] [.....선생님. 무슨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에에, 알게되면 안되요. 단지 알고 있어줬으면 하는 하나는, 결코 그선을 장난으로 자르는 일은 없도록 해야한다는거야. -------너의 눈에는, [물건]의 생명을 가볍게 여겨버리게 할수 있을테니까.] [응. 선생님이 그렇게 말한다면 안할께. 그리고, 웬지 모르게 가슴이 아파요. .....잘못했어요 선생님. 더는, 두번다시 이런일을 하지 않을꺼니까.] [.....다행이야. 시키, 지금을 기분을 절대 잊어선 안되. 그렇게만 한다면, 너는 반드시 행복하게 될테니까.] 그러고는, 선생님은 나에게서 떨어졌다. [그래도 선생님. 그 낙서가 보이니 불안한걸요. 그러니까 그 선을 따라 그리는것만으로도 잘려 버리는거죠? 그렇다면, 내주변에는 언제나 갈기갈기 찟겨져도 이상하지 않은거죠?] [그렇네. 그 문제는 내가 어떻게든 해결하지. -------어떻게 보면, 내가 이곳에 온 이유일수도 있이니] 하아, 라고 한숨을 쉬고나서, 선생님은 빙긋이 웃음지었다. [시키, 내일은 너에게 굉장히 큰 선물을 줄께요. 내가 너를 이전의, 평범한 생활로 돌아가게 해줄테니.] 다음날. 선생님과 만난지 어느덧 7일째 된 들판에서, 선생님은 커다란 가방을 한손에 들고 왔다. [안녕. 이것을 쓰고 있으면 아마 그 낙서들은 보이지 않게 될꺼야.] 선생님이 준것은 안경이었다. [난, 눈이 나쁘지 않은걸요.] [괜찮으니 쓰세요. 특별히 나쁜게 들어있는건 아니니까.] 선생님은 강하게 안경을 나에게 씌워주었다. 그때------ [우와아! 굉장해, 굉장해요 선생님! 낙서가 조금도 보이지 않아요!] [당연하지. 특별히 자매가 일하는 마안살에 전해서 만든 아오사키 아오코의 최상품이니까. 결점같은건 그냥두지 않으니까 말이야, 시키] [응, 소중히 보관할께요! 그래도, 선생님 정말 대단해요! 그렇게나 싫었던 선들이 모두 사라지다니, 무언가 마법같아요, 이건!] [그거야 당연한거지. 왜냐하면 난, 마법을 사용하는걸.] 득의양양한 웃음을 한체, 선생님은 가방을 땅에 내려 놓았다. [그래도, 시키. 그 선은 사라진게 아니야. 단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것 뿐. 그안경을 벗으면, 선은 다시 보이게되.] [-------그, 그런거야?] [에에. 그렇게 밖에는 할수가 없었던 거야. 시키, 넌 그 눈과 어떻게든 타협을 봐서 살아가지 않으면 안되니까.] [........싫어요. 이런 이상한 눈, 필요없어요. 다시 그 선을 자르게 되어버린다면, 선생님과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게 되는걸요.] [아아, 앞으로 두번다시 선을 드러나지 않게 하는건 아니야. 바보네, 그런 약속은 깨버려도 된다고.] [.....그런거예요? 하지만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에에, 해서는 안되는 것이지. 그래도 그것은 너만의 특수한 힘인거라고, 시키. 그러니까 그것을 사용하는것도 너의 자유인거야. 너이외의 누군가도, 시키를 제지하는 일따위는 없는걸. 너는 개인이 소유한 능력중에서도, 정말로 특이한 능력을 가져 버렸어. 그래도, 그것이 너에게 있는것은, 무언가 의미가 있는 것일거야. 신은 무엇하나 의미없는 힘을 나누어 주지 않아. 너의 미래에는 그 힘을 필요로 하는 시기가 있을꺼니, 그 직사의 눈이 있다고 말할수 있어. 그러니까, 시키의 전부를 부정하는것을 이제는 그만둬요.] 선생님은 주저앉아서, 나의 시선과 같은 높이를 맞추었다. [그래도 말이지, 그러니까 절대 잊어서는 안되. 시키, 너는 곧은 마음을 가져야해. 지금의 네가 있는 끝까지, 그 눈은 결코 잘못된 결과를 낳지 않을꺼야.] [성인이 되라거나, 하는 것을 말하는게 아니야. 너는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어른이 되는것이 좋아. 할수없다고 말하는것을 솔직히 받아들일수 있게 되는것이, '미안해요'라고 말하는 너라면, 10년후에는 반드시 멋진 남자가 되어있을꺼야.] 그렇게 말했다. 선생님은 일어서고는,가방에 손을 뻗었다. [아, 그래도 큰일이 아닌한 그 안경을 벗지 말아야해. 특별한 힘은 특별한 힘을 부르는 것이니까. 어떻게라도 자신의 손으로는 감당하지 못한다고 시키본인이 판단했을때 안경을 벗고, 역시 시키본인이 잘 생각해서 힘을 행사하세요. 그힘자체는 결코 나쁜것이 아니야. 결과를 좋은것으로 만드는가 나쁜것으로 만드는가는, 어디까지나 시키군, 너의 판단에 달려있는거니까.] 가방이 쥐여 올라갔다. ---------선생님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선생님과 작별해야 한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무리예요 선생님. 나조차도 모르겠는걸요. 실제로는 선생님을 만날어요. .....안돼요. 선생님이 없다면, 이런 안경이 있다고 되는게 아니잖아요.....!] [시키,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면 안되요. 자기자신도 모르게 한숨쉬면서, 묻고있는것이 더 불쾌하게 하는걸.] 선생님은 8자 눈썹을 하고, 핑, 거리며 나의 빰을 손가락으로 튕겼다. [--------너 자신도 알고 있지? 너는 더이상 괜찮다는걸. 그렇다면 그런 재미없는 말을 해서, 겨우 강해진 자신을 버리지 말아요.] 선생님은 돌아서서 등을 향했다. [그럼 작별이구나. 시키, 어떠한 사람이 라도 인생이라는 것은 함정투성이인 거야. 너는 사람보다 그것을 어떻게 할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 좀더 반듯하게 사는거야.] 선생님은 가버렸다. 굉장히 슬펐었지만, 나는 선생님의 친구이니까,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응. 안녕, 선생님] [좋아, 작별인거야 시키. 그 의기로 언제까지나 건강하게 있는거야. 알겠지? 위험할땐 우선 침착하게, 그 뒤의 일을 생각해보는거야. 괜찮아, 너라면 혼자서라도 잘 해나갈수 있을꺼니까.] 선생님은 즐거운듯이 웃었다. 자아, 라고 바람이 불었다. 풀들이 일제히 흔들렸다. 선생님의 모습이 더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 [......바이바이, 선생님] 말해도, 더이상 만날수 없어, 라고 실감했다. 남은것은 많은 이야기와, 이 신기한 안경뿐. 단지 7일뿐인 시간이었더라도, 무엇보다도 소중한걸 가르쳐 주었다. 멍하니 서있으니, 눈에 눈물이 났다. -------아아, 얼마나 바보 같은가. 나는 작별만을 말했다. 고맙다는 한마디의 말도, 그사람에게 전하지 못했다. 나의 퇴원은 그로부터 얼마 있지 않아서였다. 퇴원한 그뒤, 나는 토노가가 아닌, 친척의 집에 머물게 되었다. 그래도 괜찮아. 토노시키는 혼자서 잘해나갈 수 있으니까. 새로운 생활을, 새로운 가족과 보내게 되었다. 토노시키의 9살의 여름은 그렇게 끝이 났다. 새로운 가을이 돌아오고, 나는 조금은, 어린이 된것같다고 생각했다----------- ===================================================================== *역자주 - 신경외과 도츠가 선생님 : 본문엔 뇌외과로 되어있습니다만, 국내에서는 뇌외과가 따로 없고 신경외과에서 신경, 뇌에 관련된 수술을 담당하기에 신경외과로 번역했습니다. 그리고 도츠가라는 이름은 대강 비슷한 발음이 나게 끼워 넣었습니다. 그외 일부 의역이 당당하게 끼여있습니다만, 전체 내용을 이해하는데는 크게 문제가 없습니다. 원문과 뜻이 다르다고 우기지 마시기를..... << □ >> 1 / 反轉衝動 I ----------가을. 여름의 그림자가 깨끗히 사라져 가버린 10월도 중순인 목요일. 나, 토오노 시키는, 8년만에 오랫동안 떨어져있던 친가에 돌아가게 되었다. "시키, 서두르세요. 언제나의 등교시간이 지났어요" 부엌에서 케이코상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예, 지금 나갈께요-!" 큰 소리로 대답하고, 그때까지 자신의 방이었던 아리마가의 한 방에 손을 맞댄다. "그럼, 갑니다. 8년간, 신세졌습니다." 팡팡, 하고 박수를 친 후. 가방 하나만 들고, 익숙하고도 친숙했던 방을 뒤로 했다. 현관을 나와, 아리마의 주택을 돌아본다. "시키" 현관까지 배웅을 온 케이코상은, 쓸쓸한 듯한 눈으로 나의 이름을 말했다. "다녀오겠습니다. 어머니도 건강하세요" 이제 돌아올 일은 없을텐데 다녀오겠습니다, 라고 하는 것은 이상했다. 이제부터, 가족으로서 이 집의 마루을 걷는 일은 없을테니까. "지금까지 신세졌습니다. 아버지에게도 안부 부탁합니다." 케이코상은 단지 끄덕일 뿐이었다. 8년간-----나의 모친이었던 사람은 대단히 슬픈 눈을 하고 있다. 이 사람의 그런 얼굴, 지금까지 본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토오노 저택의 생활은 힘들겠지만, 건강해.당신은 몸이 약하니까, 너무 무리해서는 안돼요" "괜찮아요, 8년이나 지나면 다른 사람처럼 건강한 몸으로 돌아갑니다. 이렇게 보여도 제법 튼튼해요, 내 몸" "에에, 그랬었지요. 하지만 토오노의 분들은 모두 어딘가 틀린 사람들이니까, 시키가 압도 되지않을까 걱정이 되서" 케이코상이 말하고 싶은 것은 대충 알수 있다. 오늘부터 내가 살게 되는 집은, 저택이라는 시대착오적인 건물인거다. 살고 있는 집도 화려하고 집안도 화려하다는 명가로, 실제로 몇개인가의 회사의 주주이기도 하다는 것같다. 다시 말하면, 8년전에 장남이었던 나---토오노 시키를 친척인 아리마가에 맡긴, 자신의 진짜 집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정해진 일이니까요" 그래, 이제 정해진 일이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지금까지 신세졌습니다." 최후로 다시한번 그렇게 말하고, 8년간 익숙해졌던 아리마의 집을 뒤로 했다. "----하아" 아리마가에서 떨어져, 언제나의 통학로에 나오자, 기분이 무거워졌다. ----8년전. 보통이라면 즉사, 라는 중증에서 회복한 나는, 친가인 토오노가에서 분가쪽인 아리마가에 맡겨졌다. 나는 9세까지는 친 양친의 집인 토오노의 저택에서 살고 있었고, 그 후 8년간, 고교2년생이라는 지금까지를 친척인 아리마가에서 살고 있었다, 라는 것이 된다. 양자라는 형태로 아리마가에 맡겨진 후의 생활은, 어디까지나 노멀한 것이었다. 그때-----헤어질때 선생이 말했던 것 같은 특별한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고, 자신도 선생이 준 안경을 걸고 있는 한 <선>을 보는 일이 없다. 토오노 시키의 생활은, 정말 평범하고. 대단히 평온한 채로,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바로 전날. 지금까지 감당(勘當)과 마찬가지로 내던져졌던 자신에게, <오늘까지 토오노의 저택으로 돌아와라> 같은 토오노가 당주의 말씀이 오기 전까지는. "하아-----" 또 한숨이 나온다. 사실, 교통사고에 휘말려 입원하기 이전부터, 나는 토오노가와는 사이가 나뻤다. 예의범절에 시끄러운 저택의 생활이 어린아이의 마음에는 재미없는 걸로 생각 되버렸기 때문일거다. 그러니까 아리마가에 맡긴다, 라고 친 아버지에게 들었을때는, 별로 저항도 없이 양자로 나갔다. 결과는, 대단히 양호였다고 생각한다. 아리마가의 사람들과는 잘 해내갔고, 의모인 케이코상과도, 의부인 후미오미상과도 부모자식같이 접해 왔다. 애초부터 일반적인 따스한 가정에 동경하던 점도 있어, 토오노 시키는 아리마가에서 진짜 아이같이 지내왔다. 그곳에 후회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단 하나. 한 살 연하인 여동생을 토오노 저택에 남기고 와버렸다, 라는 것 이외는. ".......아키하녀석, 나를 원망하고 있겠지" 라고 말할까, 원망받아도 당연하다는 기분이 든다. 저, 쓸데없이 넓은 저택에 외톨이가 되서, 머리 딱딱한 아버지와 마주치며 살고 있던거다. 아키하가 빨리도 밖으로 도망쳐버린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쉽게 상상할 수 있다. ".........하아" 한숨을 쉬어도 별수 없다. 이젠 될대로 되라다. 오늘, 학교가 끝나면 8년만에 친가로 돌아간다. 그곳에 뭐가 기다리고 있는가는 신만이 안다라는 것일거다. "그렇지. 게다가 지금은 좀더 절박한 문제가 있고 말이지." 손목시계는 7시45분을 가리키고 있다. 우리 고교는 8시정각에 아침 홈룸이 시작되기 때문에, 8시까지는 교실에 있지않으면 지각이 확정되버린다. 가방을 안고, 학교까지 대쉬하기로 했다. "하아, 하아, 하아------" 도착했다. 집에서 학교까지 실로 약10분. 육상부에서 스카우트하러 오지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의 좋은 타임을 내고, 뒷문으로 교정에 들어간다. "......그런가. 뒷문으로 들어가는 것도 오늘로 최후인가." 위치적으로 아리마의 집과 토오노의 집은 학교를 끼고 정반대의 장소에 있다. 아리마의 집은 학교의 뒷측에, 토오노의 저택은 학교의 정문방향. 자연히, 내일부터의 등교구는 뒷문이 아니라 정문으로가 될것이다. "여기의 쓸쓸한 분위기, 제법 좋았는데 말이지" 왜인지 우리 고교의 뒷문은 비인기라, 이용하고 있는 것은 자신을 포함해 10명 정도밖에 없다. 그 탓인가, 뒷정원은 아침저녁 불문으로 조용한, 사람이 없는 장소가 되있다. 카앙---, 카카, 카앙. .......그러니까 인걸까. 작은 새의 지저귐에 섞여서, 망치 소리까지 확실히 들려버리는 것은. "망치 소린가------라니, 에.......?" 카앙---, 카, 카캉---, 캉. 대충 리드미컬한 망치소리가 난다. 방향으로하면 중정 근처에서 인걸까. ".............." 뭐지. 홈룸까지 앞으로 10분정도 밖에 없다. 어디에 들릴수는 없지만, 왠지 신경쓰인다. 여기는----- 홈룸까지 앞으로 수분. 당장이라도 교실로 향해야한다. 언제나보다 몇분인가 여유를 갖고 교실에 도착했다. "-----후우" 가볍게 심호흡을 하고, 창가에 있는 자신의 책상으로 걸어 간다. 인데. "안녕, 토오노군" 하는,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로 인사 받아버렸다. "-----에?" 당황하면서 돌아본다. "토오노군, 방금 선생이 찾았었어. 뭔가 집의 일로 이야기가 있다고 했었는데" "........흐응. 집의 일이라니, 이사에 대해서인가" .....주소이전의 수속은 어제 끝냈을 터인데, 뭔가 부족한게 있었나. "-------" 클래스메이트의 여생도는 돌아가지않고, 가만히 이쪽의 얼굴을 바라본다. "에, 그러니까....안녕, 유미즈카" "응, 안녕 토오노군. 내 이름, 제대로 기억해 줬구나." 안심한 듯한 한숨을 흘리고, 그녀----유미즈카 사츠키는 작게 웃었다. "클래스메이트의 이름 정도는 기억하고 있어. 그, 유미즈카상과는 별로 이야기한 적은 없었지만" "그렇구나. 응, 그러니까 나, 토오노군에게 이야기거는 것 조금 불안했어." 말하고, 또 유미즈카는 웃었다. 왠지 대단히 기뻐하는 듯한, 그런 거동을 하고 있다. "............." 뭔가 다른 용건이라도 있는건가, 유미즈카는 가만히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정직히 말해, 나는 그녀와 별로 친하지않다. 2학년이 되서 같은 클래스가 되었지만, 지금까지 나눈 말은 셀수있을 정도의 것이다. 단, 유미즈카 사츠키는 클래스 안에서도 중심적인 생도였다. 클래스의 남자는 대부분이 유미즈카에게 열을 올리고 있다는 이야기고, 여자들 사이에서도 나쁜 소문이 흐르지 않는다는, 고전적인 아이돌이다. 자연, 유미즈카의 주위에는 언제나 사람의 무리가 생겨버리기 때문에, 별로 사교성을 갖지않은 나와는 정반대의 생도라고 생각한다. 이쪽이 <유미즈카 사츠키>라는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일은 있어도, 유미즈카 쪽은 <토오노 시키>라는 클래스메이트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을리가 없을텐데, 아무래도 오늘은 이상한 우연이 움직인것같다. "토오노군. 그, 조금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 "하아, 나에게 대답할수 있는 거라면 얼마든지" "응.....그, 성가시다면 미안해. 그, 지금 이사라고 말했는데, 토오노군 어딘가로 이사가.....?" 말하기 힘든 듯이 유미즈카는 어미를 흐린다. 겹쳐진 양손도, 우물우물하며 불안한듯 움직이고 있다. "갑작스러운 얘기지만, 혹시 전교라던가, 하는 거야?" "아아, 아냐아냐. 주소가 바뀌는 것뿐으로 학교는 변하지않아. 이사하는 곳도 이 거리고, 그렇게 대단한 일 아냐" "그래------다행이다" 후우, 하고 유미즈카는 가슴을 쓸어내린다. ".......?" 이상하다. 어째서 그녀가 내 이사하나에 그런 리액션을 하는 거지.....? "하지만 토오노군, 집이 바뀐다는 것은, 혹시 아리마상의 댁에서 나가게 된거야?" "아아, 아깝지만 언제까지도 신세질수도 없고-----" ......어레? 어째서 유미즈카가 그런 걸 알고 있지? 토오노 시키가 아리마상의 집에서 신세지고 있다는 것은, 이 고교에서는 그녀석외엔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여어, 토오노!" 하고. 갑자기, 교실의 문에서 주위를 신경쓰지않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딱 맞춰서, 중학시대부터의 친구인 그녀석이 온것같다. "옷, 유미즈카잖아. 드물구만, 너와 토오노가 이야기하고 있다니." "......안녕, 이누이군" 힘없는 목소리로 말하고, 유미즈카는 그대로 고개를 숙여버렸다. ......뭐어, 이녀석에게 맞정면에서 말 걸어지고 건강하게 대답이 할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지, 유미즈카는. "그렇다고해도, 아침부터 여자 끌어잡고 있다니 무슨 바람이 불은 거야. 토오노, 여자에게 별로 흥미없는 거 아니었어?" 아리히코는 큰소리로, 제법 유쾌한 발언을 해준다. "바보, 너무 사람듣기 나쁜 소리하지마. 나는 어디까지나 보통의, 제대로 여자에게 흥미도 있는 남자다" "그런가그런가, 그거 다행이다! 뭐, 요즘은 노멀한 성벽보다 업노멀한 성벽 쪽이 여자들에게 인기있지만 말이지. 당연 인기있는 것뿐으로 그 뒤에는 계속되지 않지만 말야!" 아하하하하, 하고 아침부터 바닥 빠진 밝은 웃음소리가 교실에 울려퍼진다. .......하아. 언제나 생각하지만, 어째서 나는 이녀석과 아는 사이가 된거지. 오렌지색으로 물들인 머리칼, 귀의 피어스. 언제라도 누구라도 덤빌려면 덤벼라, 라는 보기 나쁜 반사회적인 복장. 진학교인 우리 고교 안에, 단 한명 삐져나와 있는 자유로운 아웃트로. 그것이 이 남자, 이누이 아리히코군이다. "정말, 아침부터 시끄러운 녀석이구만 너는. 이쪽은 이것저것 밀려와서 블루해 있으니까, 오늘 하루는 가까이 오지말아줘" 쉿쉿, 하고 손을 흔들어 아리히코를 쫒아낸다. "블루하다니, 왜그래 토오노. 그 날이냐?" "------아니, 말을 틀렸다. 오늘 하루만이 아니라, 이제부터 일생 가까이 오지말아줘. 너와 있으면 제곱으로 우울이 늘어버릴것같다." 아리히코를 무시하고 자신의 책상에 이동한다. 가방을 놓고, 의자에 앉아, 하아, 하고 크게 기지개를 한다. "저말야, 토오노. 너무 사람을 무시하면 안돼. 무관심은 때로 사람의 마음을 상처입히는 거야" "헤에, 그거 처음 듣는데. 그럼말야, 상처입힌다가 아니라, 차라리 즉사시킬 방법은 없냐? 가르쳐주면 보답으로 그 자리에서 시험 해볼테니까" "......너무하는데 토오노. 뭔가 언제나보다 쎄잖아, 오늘 아침은?" "블루하다고 했잖아. 다른 녀석이라면 몰라도, 너에게만은 상냥하게 해줄 여유가 없어. "......하아. 어째서지, 토오노는 나에게만 차갑군. 다른 녀석들에게는 성인군자같은 녀석인데, 불공평하다" "뭐야, 잘알고 있잖아 아리히코. 세상, 공평한 일은 별로 없어" "......역시 토오노는 나에게만 차가워" 크게 한숨을 쉬는 아리히코. 별로 이쪽으로서도 아리히코에게 차갑게 대하는 것은 아니고, 뭐라 할까, 이녀석과는 이런 관계가 되버리는 거다. "-----인데, 아리히코. 보통은 2시간째부터 출석하는 야행인간인 네가 홈룸에 얼굴을 내밀다니, 무슨 바람이 분거냐. 조금, 아니 상당히 보통이 아니잖아" "아하하, 나도 그렇게 생각해. 우연히 일찍 일어났다고해서 시간 지켜올 곳이 아니지, 학교란 녀석은." "......너의 취미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을거니까 동의는 하지않아. 내가 듣고 싶은건 네가 일찍 일어난 이유뿐이니까" "일찍 일어난 이유......? 그렇군, 최근은 뭔가 소란스러우니까 밤놀이 못하잖아? 그러니까 필연적으로 밤중에 자버린다는 거요. 토오노도 알고 있잖아, 요즘 연속하고 있는 무차별 살인마 사건 얘기." "-----그런가. 그러고보면 그런 얘기도 있었지." 아리히코에게 듣고 생각났다. 조금 반성. 요즘 2, 3일, 토오노가에 돌아가나 돌아가지 않나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에, 세상의 뉴스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뭐였지, 상당히 저속한 선전문구였지. 연속엽기살인사건, 이라든가" "그것뿐이 아니야. 피해자는 모두 젊은 여자로, 2일전에 8인째의 피해자가 나왔어. 게다가, 그 전원이----뭐였지?" 음? 하고 고개를 갸웃 거리는 아리히코. "............" 이녀석에게 물은 자신이 바보였던것같다. "아아, 생각났다! 피해자전원이 갈갈이 찢긴 사체로, 아소트를 만들었다던가 뭐라던가!" ".....틀려, 이누이군. 살해당한 사람은 모두, 몸안에 피가 말라 없어졌다, 잖아?" "아아, 그랬지그랬지. 현대의 흡혈귀인가하고 했었지, 그거" "흐응. 자세하구나, 유미즈카상" "그렇지않아. 이 거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인 걸. 뉴스를 보면 싫어도 외워 버릴거라 생각해." ......그랬던건가. 확실히 옆 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샌가 이 마을로 옮겨와 있었군. "----라고 뭐어. 그런거야 토오노. 아무리 나래도말이지, 밤중에 살인범이 나다니는 중은 밤놀이는 안해. 그런거니까 최근은 성실하게 아침 7시에 눈을 뜨고 있는 거야" "......뭐야, 그런 이유였던건가. 너무 당연해서 재미없다" "뭐야, 힘이 없군. 그럼 그거냐, 아침부터 빈혈로 쓰러진거냐?" "아니, 오늘 아침은 괜찮아. 걱정해주는 것은 고맙지만말이지, 그렇게 46시 내내 빈혈을 일으켜서는 몸이 버티지못해. "아아, 그야 그렇지. 토오노가 괜찮다고 한다면, 뭐어 괜찮겠지만" -----인데. 아침의 수다를 끊듯이 예령이 울렸다. "자, 수업이 시작한다. 빨리 자리에 돌아가" 그래. 하고 대답하고 아리히코는 자신의 자리에 돌아간다. "그럼, 토오노군" "아-----응, 유미즈카상도, 시간 뺏어서 미안해" 탁탁탁, 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유미즈카상도 자리에 돌아갔다. 3시간째의 수업이 끝났다. 담임이기도한 수학의 교사는, "토오노, 서류에서 빠트린게 있는것 같으니까 사무실에 갔다 와" 하고 나가기 전에 말한다. 곧 끝난다는 것 같으니, 3시간째가 시작하기 전에 사무실에 가버리자. 사무실은 1층에 있다. 3층에 있는 2년의 교실에서 떨어져있지만, 대쉬로 가면 3시간째가 시작하기까지는 돌아올수 있을거다. ----달린다. ----달린다. ----달리---- .......!!?? 텅, 하는 충격을 받고, 바닥에 넘어졌다. 머리에 뭔가가 부딧친건가, 눈이 빙글빙글해서 주위가 잘 보이지않는다. "아----아야야야" ......바로 가까이에서 소리가 들린다. 들은 적 없는 여성의 목소리다. 아무래도, 있는 힘껏 누군가와 정면충돌을 해버린것같다. "----죄송합니다, 괜찮습니까." 아직 제대로 주위가 보이지 않았지만, 우선 부딧쳐버린 사람에게 사과했다. "예, 나는 괜찮습니다만....그쪽이야말로 다친 곳, 없습니까?" 정중한 어조에는, 이쪽을 비난하는 듯한 느낌은 전혀 없다. 이 누군지 모르는 상대는, 진짜로 이쪽의 걱정을 해주는 듯하다. "아----응, 나도 괜찮은데" 붕붕 머리를 흔들며 일어선다. 그러자, 겨우 눈이 제대로 보이게 되었다. "정말 괜찮습니까? 이마라던가, 툭 튀어나왔는데요" "에----?" 손으로 만져보니, 지잉, 하고 아픔이 지나간다. .....이 사람이 말하는 대로, 멋지게 커다란 혹이 생겨 버린 것같다. "미안해요, 내가 멍하고 있으니까 부딧쳐 버려서. 이마, 아프지요?" 면목없다는 듯이, 여생도는 내 얼굴을 들여다 본다. 정중한 어조니까 1년생인가하고 생각했지만, 리본의 색으로 보면 이 사람은 3년생---즉, 선배다. "아니오---괜찮습니다, 잘못한건 내 쪽이니까요. 이쪽이야말로 선배에게 부딧쳐서, 죄송했습니다" 꾸벅, 고개를 숙인다. "아, 그러고보면 그렇군요. 정말, 안돼요 복도를 달리면. 나같이 멍-하니 중정을 바라본다던가 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니까" "예, 이제부터 조심하겠습니다. ......그런데 선배쪽은, 그, 다친곳 없습니까?" "예, 덕분에 넘어진것 뿐입니다. 토오노군, 나를 피하려해서 벽에 부딧쳐 줬으니까" "----그런건가. 어쩐지 이렇게, 계속 별님이 난다라고 생각했더니" .....라고 말할까, 그 기세로 벽에 부딧치고, 혹 정도로 끝난건 오히려 럭키일거다.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선배도 복도에서 멍하니 있으면 위험해요" "예. 이제부터 조심하겠습니다." 싱긋, 하고 선배는 웃는 얼굴로 끄덕인다. "..............." 뭐라 말할까, 대단히 깨끗한 미소를 짓는 사람이다. ".......에, 그러니까, 그럼, 나는 이것으로" 바지의 먼지를 털면서, 사무실로 걸어가려 한다. 하지만 안경의 상급생은 가만히 나를 바라본다. "..............." 인데. 그럼, 이 선배는 누구지. 부딧쳐 버린 일로 혼란해 있었지만, 냉정히 되보면 이 사람은 미인이라고 생각한다. 이 정도의 미인이라면, 남자생도의 사이에서 <3년에 안경이 어울리는 미인이 있다>같은 이야기가 흐를 법한데. "저----나, 갈테니까요. 선배도 교실에 돌아가는 쪽이 좋다고 생각해요. 아, 혹시 몸이 어딘가 아프면 우리 교실에 와주세요. 2년 3조의 토오노라고 합니다. 그, 상처의 책임정도는 질테니까요." 예, 하고 그녀는 끄덕인다. ........연상인데, 왠지 후배를 상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럼, 혹시 뭔가 있는 것 같으면 점심시간에 교실에 실례하겠습니다. 하지만 시키군, 바쁘다고 해서 복도를 달리면 안돼요" "예, 알겠습니다. 하지만 선배도 복도에서 멍하니 있으면 안돼요" 그렇게 대답하고, 손을 흔들며 간다. ------인데, 잠간 기다려. 시키군이라니, 나는 이름까지 가르쳐주지 않았어. 게다가----방금, 이 선배는 나의 이름을 당연한 듯이 말하지않았던가.....? "......어레? 나, 선배와 전에 만난적이 있던가?" 선배는 에에! 하고 놀라면서, 조금 삐진 얼굴을 한다. "너무합니다! 토오노군, 나를 기억하고 있지않군요!" "------?" 기억하고 있지않다니, 아니, 그럴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만큼의 미인과 뭐가 있었다면, 잊어버리는 쪽이 어떻게 됬다고 생각하는데.... ".......에, 그러니까........" 그녀는 밉다는 듯이 아래에서 들여다본다. 그 눈동자에는, 확실히 기억이 있었던.....같......, 은. .....그러고보면 한번인가 두번, 어딘가에서 인사를 나눈 적이 있었.....던가? "-----시엘선배, 였던가?" 우물우물 그녀의 이름을 말했다. "예, 기억해줘서 다행이예요. 토오노군, 멍-해서 잊어버릴것 같았으니까" ......멍-하고 있을 생각은 없지만, 사실 잊어버렸으니까 별수 없다. "그럼 또. 점심시간에 또 만나지요" 시엘선배는 다시 한번 꾸벅 인사를 한다.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어딘가 어색한 기분으로 복도를 걸어나갔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그럼, 어디서 점심을 먹을까. 점심시간이 되서, 교실은 소란스럽게 활성화한다. 식당을 향해 뛰쳐 나가는 남자, 책상을 이어 테이블을 만드는 여자 그룹, 도시락을 손에 들고 천천히 교실을 나가는 생도. 그런 풍경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책상에 매점에서 사온 삼각빵과 우유를 놓는다. "정말, 변함없이 소식이구만 토오노는" .....눈 앞에 이 남자가 있는것은, 이젠 일상인지라 이제와서 불만을 말해도 소용없다. "하지만말야, 커다란 남자가 둘이서 얼굴 맞대고 점심이라는 것도 뭐하지. 식사에 꽃이 없는 것은 좀 문제있다고 생각해, 나" "그래. 꽃이 없다면 저쪽 그룹에 들어가면? 별로 막지않아, 나는" "바보 녀석. 꽃이란건 가련한 것이 한송이 피어 있으니까 좋은 거잖아. 저렇게 도당을 이뤄있는 건 안돼지. 아름답지도 않을뿐 아니라, 잔뜩 있어서 독으로 보인다" ......여자 그룹에서 들었다간 돌이라도 맞을듯한 발언을 하는 아리히코. 다행히, 지금 이녀석의 폭언을 들은 사람은 없는 것같다. ".......심한 소리하는데, 아리히코. 너는 전부터 심한 녀석이었지만, 최근 특히 심해지지 않았냐? 심하다기보다 외도라는 느낌" "어쩔수 없잖아. 실제로 아름다운 꽃이 학교에 있으니까, 감식안이 엄격해진다는 것이지" "......하아. 아름다운 꽃이라니, 누가" "그건 비밀이라는 걸로. 너무 라이벌을 늘리고 싶지않아서말야" 후후후, 하고 야심에 가득찬 웃음을 흘리는 아리히코. 이녀석의 모두 드러내는 감정표현은, 나에게는 없는 것이라 조금 감탄하기도 한다. -----인데. 교실의 문에서, 바로 방금 만난 사람이 이쪽에 향해 왔다. "........아" 도시락을 한손에 들고 온 그 모습은, 잘 못 볼리도 없이---- "안녕하세요, 토오노군. 방해하러 와버렸습니다만, 괜찮습니까?" "에-----아, 물론 괜찮습니다만-----" ......시엘선배는 웃는 얼굴인 채로, 당연한듯이 의자를 가져와 앉아버렸다. "저....선배, 역시 어딘가 다쳤습니까?" "아니오, 다치지 않았는데요?" 웃는 얼굴로 그런 대답을 해도, 곤란하다. "나, 토오노군이 점심시간에 와라, 라고 했으니까, 오지않으면 곤란할까해서" "우....확실히 그렇게는 말했습니다만" ......나로서는, 혹시 다쳤다면 책임을 질테니까 와줘라는 의미였을 터다. "서, 서, 선배애애애애애!!" 탕, 하고 소리를 내며 일어서는 아리히코. "아, 이누이군. 어레, 혹시 토오노군과 아는 사이였습니까?" "에에, 당연히 아는 나이지요! 토오노와는 꼬마 때부터 친구니까요! 그렇지, 토오노! 우리들은, 차라리 불알친구라고 불러도 이상하지않는 우정이었지!" "---------" 꽉, 주먹을 쥐고 역설하는 아리히코. 거기에는 동의의 말도 반론의 말도 끼어들 틈이 없다. "헤에, 그랬습니까. 토오노군과 이누이군이 친구사이라니, 우연이란건 정말 있군요" "그렇지요! 정말이지, 이 자식은 얌전할 것같은 얼굴해가지고, 어느 사이에 선배와 사이좋게 된걸까-,하고 의문스럽습니다, 나는!" 하하하, 하고 선배에게 웃으면서, 찌릿하고 나를 노려보는 아리히코. 이런것도 팔면육벽의 대활약이라 말하는걸까, 하고 멍하니 생각해본다. ------결국, 아리히코의 힘으로 시엘선배와 점심을 먹기로 했다. ......뭐어, 도시락을 가지고 온 근처, 선배는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겠지만. "헤에. 이누이군, 자취합니까?" "아뇨, 나는 누나와 둘. 양친이 집에 없으니까 자연히 자취할수 있게 된것 뿐예요." 아리히코와 시엘선배는 친한 것같다. 아직 몇번 밖에 만난적 없는 나에 비해, 맘편하게 선배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선배, 방금 토오노가 불러서 왔다고 했는데, 무슨 일 있었습니까?" "예, 쉬는 시간중에 토오노군과 부딧쳐 버렸습니다. 나는 상처는 입지않았습니다만, 토오노군은 머리를 부딧쳐버려서." "흐응. 그게 걱정되서 보러 왔다는 것?" "예, 그런 정도입니다." 선배의 어조는 깨끗해서,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이야기하는 것보다 이렇게 듣고 있는 쪽이 재미있어서 조용히 있으니, 아리히코가 이쪽에 창끝을 돌려왔다. "어떻게 된거야 토오노. 누군가와 부딧치다니, 혹시 또 빈혈이라도 일으킨거냐?" 아리히코의 목소리는 진지하게 이쪽의 몸을 걱정하고 있다. "....아냐, 틀려. 이사의 수속이라 말이지, 사무실까지 달려간거야. 그 때 꽝-, 하고 선배와 부딧쳐다는 거지" "----그런가. 뭐어, 어쨌든 너의 부주의라는 건가" 납득했다, 라는 듯이 팔짱을 끼고 끄덕이는 아리히코. "토오노군, 전학갑니까!?" 하고, 갑자기 선배는 느닷없는 발언을 했다. ......정말, 어째서 모두 이사라고 들으면 전학과 연결짓는거지? "저말이지요, 나는 전학가지 않아요. 단지 오늘부터 사는 곳이 바뀌니까, 주소변경의 서류를 낸 것뿐입니다." "에.......그럼, 즉, 자취를 하는 겁니까?" "그것도 아니예요. 단지 자신의 집에 돌아가는 것뿐이니까. 언덕 위에 있는 웅장한 곳이라, 제대로 실감도 일지않습니다만. ".....하아. 그것 혹시, 토오노상의 저택 이야기입니까?" 선배는 머뭇머뭇, 사양하듯이 들었다. 거리의 사람들로부터 보면, 언덕 위에 있는 토오노의 양관(洋館)은 뭔가 특별한 것으로 보일것이다. 이쪽도 8년간 돌아가지 않았지만, 기억 안에 있는 토오노 저택은 바보같이 컸다. "뭐어, 그런거죠. 스스로도 있을 곳이 아니라고는 생각하고 있지만, 이사해버린 것은 어쩔수없으니까" "---흐응. 그 말투를 보면 별로 내키지 않는거냐, 너" "글쎄,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는게 본심이야. 스스로도 잘 몰라." "뭐, 자기 집이래봐야 8년만인거지? 안심되지않는 것도 알겠다. 잠시는 남의 집같이 느끼겠지." ".....어떨까나. 아직 돌아가지 않았으니 잘 몰라. 뭐어, 나에게는 너네 집이라는 피난처가 있으니 마음은 편하지만." "윽, 너말야, 뭔가 싫은 일이 있을 때마다 우리 집에 자러오는거 찬성 못한다. 토오노의 폐를 끼치기 싫어하는 성격은 마음에 들었지만 말야, 그 너무 사양하는 근성은 마음에 안든다고, 옛날부터!" 탕, 하고 책상을 두들기는 아리히코. "............." 뭐라 말할까, 실로 아리히코가 말하는 그대로라서, 이쪽으로서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이누이군, 토오노군은 그렇게 자주 이누이군의 집에 묵으러 옵니까?" "에에, 그래요. 토오노 녀석은 양친에게 사양해서, 오래 학교를 쉬게 되면 있기 어색하다며 도망쳐오는 겁니다. 이 녀석, 맡겨졌다는 것으로 아리마가의 사람들에게 사양하는 거예요. 그래서, 마침 좋게 방이 비어있는 우리 집에 굴러 들어온다는 것. 이녀석은 얼굴은 괜찮으니까 누나도 마음에 들어버려서 말야, 뻔뻔하게도 맨손으로 자러 온다고!" 용서못해, 라고 아리히코는 쥔 주먹을 떤다. ".....맡겨졌다니, 토오노군이 입니까?" "앗-----" 핫, 하며 자신의 입을 막는 아리히코. "미안. 함부로 입에 담을 일이 아니었어" "아니, 괜찮아. 별로 나쁜 일이 아니니까" 아리히코의 얼굴을 보지않고, 빵을 먹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런가. 뭐, 그렇지. 그거에다 불평하면 벌받는 다는 거지" 응, 하고 납득하는 아리히코. 이녀석의 이런, 돌출적인 낙관성은 정말 부럽다. "토오노군. 그....전의 가족과는 사이가 나뻤습니까....?" "아뇨, 그런건 아니었어요. 이녀석, 아리마의 부모들과는 아무 문제도 없었어요. 아, 아리마란 것이 이녀석이 맡겨져있던 집의 사람들인데, 이게도 무지 좋은 사람이라서, 나로부터 보면 행복한 가정이었죠. 그런데 이녀석은 양자가 되지않겠냐는 이야기로 거절하고, 방학이 되면 우리 집에 도망쳐온다고요. 도대체가, 정말로 뭐가 불만인거냐 너는" "불만이 있을리가 없잖아. 잘 대해주고 있으니까, 이 이상 부담을 주고 싶지않은 것뿐이잖아." 흥, 하며 얼굴을 숙인다. 인데....어느 사이엔가 우리들의 가까이에 유미즈카가 있는 것을 알았다. "........" 유미즈카는 뭔가 말하고 싶어하는듯한 눈을 하고, 어쩐지 이쪽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유미즈카상, 무슨 일이야?" 아리히코와 선배로부터 떨어져서, 유미즈카에게 말을 건다. "아....응, 토오노군에게 묻고 싶은게 있는데, 지금 괜찮을까나?" "괜찮아. 여기서해도 괜찮은 이야기?" "....에, 그러니까......" 살짝, 유미즈카의 시선이 아리히코에게 향해진다. .....역시 유미즈카는 아리히코가 껄끄러운 것같다. "복도 쪽에서 이야기하고 싶은데, 괜찮아?" "상관없어. 그럼 잠깐 자리좀 비운다, 아리히코" 아리히코와 선배에게 한손을 들고, 유미즈카와 복도로 나가기로 했다. "그래서, 묻고 싶다는게 뭔데?" "응, 착각이었다면 미안해. 토오노군, 요즘 밤이 되면 번화가 쪽을 걷거나 해?" "하-----?" 번화가.....? 그런곳은 밤이 아니라 낮에도 별로 다니지 않는다. 유미즈카의 질문은 너무나도 느닷없어서, 오히려 흥미를 끌었다. ".....흐응-. 밤중이라니, 어느정도의 시간?" "내가 들은 이야기로는, 0시를 지나서라고 하는데" ......0시라니, 그거야말로 정말로 가능성이 없다. 가끔 물건을 사러 밤중에 번화가에 나가는 일 정도는 있지만, 심야에 거리에 나간 적따위 지금까지 한번도 없다. "그거, 틀림없이 내가 아니야. 우리 집은 구식이라서말야, 통금은 밤 7시야. 그걸 지나면 울어도 안에 들여주지않아서 말이지. 야숙만은 하고 싶지않으니, 무슨 일이 있어도 7시에는 돌아가고 있어" 유미즈카의 질문을, 그대로 부정한다. 그러자, 그녀는 기쁜듯이 미소지었다. "응, 알고 있어. 아리마상의 집은, 무슨무슨 류의 차도하는 집이었지. 그런가, 토오노군에게도 엄하구나" "엄하다기보다, 저건 괴롭히며 즐거워한다...인데, 유미즈카상, 그런거 잘 알고 있구나. 혹시 우리 문하생이야?" "으응. 나, 차도란거 전혀 몰라. 친구가 다니고 있어서, 그 아이로부터 굉장히 엄하다고 들은것뿐이야" "그런가....하지만 유미즈카상, 어떻게 내가 아리마상의 집에 산다고 알고 있어? 나, 고교에 와서부터 누구에게도 말한적 없는데" "토오노군, 나와 중학교가 같았다는것 잊고 있지." 쿡, 하고 웃으며 유미즈카는 말했다. "에-------?" .....중학교가 같았어.....? 나에게는 기억이 없으니 뭐라고도 말할수 없지만, 그거라면 확실히----내가 아리마의 집에 맡겨져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이상하지않다. "유미즈카상, 혹시, 그----" "토오노군이 아니라면 됐어. 식사중, 방해해서 미안해" 이쪽의 말을 막는듯이 말하고, 유미즈카 사츠키는 교실안에 들어가 버렸다. "여어. 이야기, 끝났냐?" "......아아, 그냥 착각이었던것 같은데.....어이, 아리히코" "아아. 유미즈카와 우리들은 같은 중학이야. 덫붙여 말하자면, 중2와 중3 때, 해서 고2의 지금까지 포함해서 3년간이나 클래스메이트지" "-----뭣" 이쪽의 질문을 완전 알고 있는 건가, 아리히코는 질려하며 대답한다. "어, 어째서 내가 묻고 싶은 걸 아는거야, 너"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으니까지. 하지만 정말, 토오노는 유미즈카를 무시하고 있는 건가하고 생각했지만, 설마 정말 모르고 있었다고는 말야. .....유미즈카도 참을성이 강하다고 할까, 유별나다고 할까. 고생하고 있다는 거다" 아리히코는 어려운 얼굴을 하고 어깨를 으쓱 거린다. "아, 역시. 지금의 아이, 토오노군의 그녀군요." "뭣----무슨 바보같은 소리를 하고 있는 겁니까, 선배는! 그럴리가 없잖아요, 나와 유미즈카상은 제대로 이야기를 한적도 없는데!" "아뇨아뇨, 숨겨도 안됩니다. 굉장히 사이가 좋아보여서, 쪼끔 부러웠습니다." 뭐가 기쁜건가, 뺨을 상기시키고 선배는 이쪽을 흘겨본다. "서, 선배! 아리히코, 너도 이 착각하고 있는 사람에게 뭔가 말해줘라!" "별로~. 나, 토오노와 유미즈카가 뭘하고 있나같은거 모르는걸. 알고 있는 일로 말하자면, 오늘 아침에도 둘이서 즐거운 듯이 이야기하고 있었다는 것 정도일까" "꺄--, 아침부터 학교에서 밀회라니, 대담하군요, 토오노군!" ......선배는 점점 뭔지 모를 방향으로 날아 올라간다. "........" ....뭐어, 상관없지만. 선배가 어떻게 착각하든, 나에게는 별로 관계없는 일이고. "하지만 토오노군, 너무 그녀에게 차갑게 굴면 안돼요. 유미즈카상, 뭔가 쓸쓸해 보이지않습니까. 좀더 배려해 주지 않으면 안돼요" ".....선배. 슬슬 점심시간 끝납니다만" "예. 그럼 토오노군, 이누이군, 다음에 또!" 선배는 웃는 얼굴로 우리 교실에서 나갔다. "......하아" 뭔가, 무지 지쳤다. "토오노. 유미즈카는 관둬" 갑자기. 언제나보다 진지한 얼굴로, 아리히코는 그런 소리를 한다. "그만두라니, 왜" "아아. 유미즈카말야, 저래 보여도 내성적에 일편단심이야. 너같이 멍하니있는 녀석과는 상성이 너무 나뻐. 저런 타입의 여자는 깊게 들어가면 위험하다는 거다." 아리히코는 자신의 자리에 돌아간다. ".....무슨 소릴 하는거야. 별로 나는, 유미즈카상을 어떻게 하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누구에게 하는 말도 아니게 중얼거리고, 자신의 의자에 깊게 앉았다. 하루의 수업이 모두 끝나고, 방과후가 되었다. 곧장 저택에 돌아갈 기분이 되지않아, 멍하니 창을 넘어 교정을 바라본다. 교실은 석양의 오랜지색으로 물들어져 있다. 적색 수채 물감에 칠해진듯한 색을 하고 있어, 눈이 아프다. ......붉은 색은 좋아하지 않는다. 안구의 안에 스며들 것만 같아서, 구역질이 난다. 아무래도, 나는 피를 연상시키는 것에 약한 체질인 것 같다. 아니, 정확히는 피에 약한 체질이 되버렸다, 리고 말해야 할지도 모른다. 8년전, 토오노시키는 죽을뻔한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그것은 굉장한 대사고로, 우연이 그 자리에 있던 나는 가슴에 상처를 입어버려, 몇일인가 생사경을 해맸다고 한다. 본래라면 즉사해도 이상하지않을 정도의 상처였다고 하는데, 의사의 대응이 좋았던건가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 당본인인 나자신은, 그 때의 상처가 너무나도 깊어서 잘 기억하고 있지않다. 8년전, 어린아이였을 때. 나는 갑자기 가슴에 한가운데를 텅, 하고 뚫려서,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그 뒤는 단지 괴롭고 추울뿐인 기억밖에 없었고, 정신을 차리니 병원의 침대에서 눈을 떴었지. 사고는 잘 기억하고 있지않지만, 지금까지도 가슴에 그 때의 흉태가 남아있다. 무슨 유리의 파편이 몸에 박혀버렸다고 해서, 가슴의 한가운데와 등에는 화상의 흔적같은 상처가 있다. .....정말, 스스로도 잘도 살았다고 질려버린다. 그후로, 나는 긴밀하게 빈혈에 비슷한 어지럼증을 일으켜서는 쓰러지게 되버려, 주위에 민폐만 끼쳐대 버렸다. .....아버지가 토오노가의 후계로서 부적합하다, 라고 나는 분가쪽의 집에 맡긴 것은 그것이 이유인지도 모른다. ".....가슴의, 상처, 인가." 제복에 감춰져 보이지않는, 가슴의 한가운데에 있는 커다란 흉터. 생각해보면, 그 사고후에 나는 그 '선'이 보여버리는 체질이 되버렸다. 지금으로는 선생이 준 안경 덕에 잊어 버렸지만, 선생과 만나지 않았다면 벌써 옛날에, 이 머리는 돌아버렸을거라 생각한다. 케이코상----지금까지 모친이었던 사람은, 헤어질 때 토오노의 저택은 평범하지않다 라고 말했었다. ".....그럴리가 없지. 내쪽이야말로가 보통이 아니니까" 미끄러지는 안경을 고치고, 가방을 손에 든다. 언제까지도 교실에 남아 있을 수는 없다. 그럼----- 슬슬 각오를 하고, 저택에 돌아가기로 하자. 할일도 없고, 서둘러 학교를 뒤로 한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정문에서 하교하는 것은 입학식 이후 처음이다. "이제부터는 여기에서 저택에 돌아가는 길이 통학로가 된다는 건가....." 정문에서 나와 주택지에 통하는 교차로로 나온다. 여기에서 거리로 나갈 것인가, 저택이 있는 주택지로 나갈 것인가로 갈라지는 것인데---- "어레, 토오노군이다" 딱, 유미즈카와 만나 버렸다. "아....야아, 유미즈카상" .....시엘 선배에게 놀림당했기 때문인가, 어쩐지 쑥스럽다. 유미즈카는 어리둥절하며 내 얼굴을 보고 있다. "에-그게, 유미즈카상? 내 얼굴에 뭔가 묻었어?" "아니, 왜 토오노군이 여기 있는 걸까하고. 토오노군의 집, 반대방향이야?" "아....뭐어, 어제까지는 그랬지만, 오늘부터는 아니야. 이제부터는 저쪽의 주택지의 안에 있는, 언덕 위의 집에 살게 되었으니까" "아, 아침에 말했던게 그 일이었구나" 탁, 하고 손을 치며 납득하는 유미즈카. ......뭐어, 아부 빼고라도, 그런 거동은 귀엽다고 생각한다. "...그런거지. 유미즈카상은 알고 있으니까 숨겨도 할수 없지. 나말이지, 맡겨져 있던 아리마의 집에서 오늘부로 친가에 돌아가게 된거야" "친가라니, 그....토오노상의 저택에?" "아아. 스스로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그런가, 토오노군은 실은 언덕 위의 왕자님이었지. 나와 이누이군 정도 밖에 모르는 비밀이었는데, 이럼 곧 모두에게 들켜버리는 걸 까나" 후후, 하고 옅은 미소를 띄우고, 유미즈카는 멀리에 시선을 던졌다. 하늘의 건너편. 먼 언덕 위에 있는, 토오노 저택을 바라보는 듯이. "하지만 괜찮아? 자신의 집이라고 해도, 벌써 8년이나 떨어져있었지? 그, 무섭다-, 라든가 불안하군-, 이라든가 생각하지않아?" "그렇구나. 실제로 불안은 있어. 애초부터 나는 저 저택을 좋아하지 않았고, 지금은 남의 집같이 느끼고 말이지. 하지만, 그래도----" .....여동생인 아키하를 혼자 남긴채로, 자신만 느긋하게 살아간다 같은 짓따윈 할수 없다. 아무리 불안해도, 나는 저택에 돌아가지않으면 안됀다. "----역시 자신의 집인 거니까. 거기에 돌아가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해." ".....그런가. 아, 불러 세워서 미안해. 토오노군, 서두르고 있지?" "아니, 별로 용건은 없어. 느긋하게 산책이라도 하며 돌아가려 했을 뿐이니까." "아----그렇, 구나." 어째서인가, 유미즈카는 고개를 숙인 채 입을 다물어 버린다. "...유미즈카상? 왜 그래, 어딘가 안 좋아?" 말을 건다. 그래도 그녀는 얼굴을 들지않고, 계속 아래를 향하고 있다. "........." 놔둘수도 없고, 이쪽도 가만히 그녀의 상태를 지켜본다. -----, 그때, "저, 저기!" "응, 왜." "저기, 그, 우리 집과 토오노군의 집, 언덕에 갈 때까지 돌아가는 길이 같은, 데...." "그렇구나. 그럼 도중까지 같이 갈까" "----에?" 놀라서 눈을 크게 뜨는 유미즈카. 그대로 잠시 굳어 있다가, "으, 응---그렇구나, 돌아가는 길이 같으니까, 도중까지 함께여도 이상하지않지!" 하고, 이상하게 맑은 목소리를 내고 이쪽의 옆에 왔다. "마침 잘 됐어. 나, 이 근처의 길에 익숙하지 못하니까, 유미즈카상 안내해 주지 않겠어." "응, 그럼 이쪽 길로 가자. 언덕 길까지 뒷길이 있어" ----유미즈카와 이야기를 하면서 귀가길을 걸어간다. 유미즈카와의 회화는, 이렇다할 특징은 없었지만 평온하고 즐거운 것이었다. .....아리히코는 그런 소리를 했었지만, 유미즈카상은 대단히 부드러운 분위기를 내고 있어, 함께 있으면 안심 할 수 있는 타입이라 생각한다. "----후후" 인데. 회화의 중간에, 갑자기 생각이 난듯이 유미즈카는 웃음을 흘렸다. "왜, 갑자기. 뭔가 이상한 말했어, 나?" "으응. 단지, 나와 토오노군은 내일부터 같은 통학로가 되는구나 해서" 정말 기쁜듯이, 그녀는 웃었다. 그 미소는 장식이 없어서, 보고 있는 이쪽까지 기뻐진다. ......그, 지금까지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용모나 거동이 어떻다고 하기전에, 유미즈카사츠키는 귀엽다고 생각한다. 전부터 반의 남자들이 유미즈카사츠키에게 열을 올린 이유가, 조금만 이해되었다. 회화가 끊겼다. 유미즈카의 미소에 멍하던 나와, 유미즈카가 입을 다물어 버렸으니까다. 둘이서 말없이, 석양의 주택지를 걸어간다. 갑자기---- "저기. 중학 2학년 때의 겨울 방학, 기억하고 있어?" 그렇게, 유미즈카는 속삭였다. "------?" 고개를 갸웃거린다. 중학2학년의 겨울방학이라면, 아리마의 집에 있기가 어색해서 일부러 보충수업을 받거나해서 학교에 남거나 했던 때다. 기억하고 있는가를 말하자면 기억하고 있지만, 어째서 그런 걸 묻는지 전혀 이유가 모르겠다. "역시-. 토오노군이니까, 틀림없이 기억하고 있지 않을거라 생각했어." 실망해서 어깨를 내리는 유미즈카. "자, 우리들의 중학교는 체육창고가 두개 있었지? 하나는 커다란 운동부가 쓰는 새로운 창고, 또 하나는 배드민턴부라던가 작은 부가 쓰고 있던 오래된 창고. 그래서, 이 오래된 창고가 문제라서 말야, 언제나 문의 열쇠 상태가 나뻐서, 열리지않게 되는 일이 몇번도 있었어" 오래 된 창고.....체육관 뒤에 있던 콘크리트제의 작은 건물.....? "아아, 그 창고인가. 한번 생도가 안에 갇힌 후로 쓰여지지않게 되었다고 하는." "그래그래. 그 생도란게 당시의 배드민턴부 2학년." "----아아." 그래, 확실히 그런 일이 있었다. 그건 새해가 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추운 겨울 날이었다. 날이 밝아서, 아리마의 집에 있기 어색해진 나는 스스로 보충수업을 받거나, 학교에 남을수 있을듯한 잡일을 지원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저녁의 5시정도 까지다. 주위도 어두워져 버려, 학교에 있던 교사들도 돌아간다는 것으로 나는 교실에서 쫒겨났다. 한겨울. 저녁의 5시 지났다고 하면, 주위는 정말 어두워져있다. 그 날은 확실히 눈이 내린다고 예보된 날로, 추위도 한층 심했다. 그런 이유로 오늘 정도는 곧장 집에 돌아가자 라고 생각했을 때, 교사 뒤의 구창고에서 캉캉하는 소리가 들려서, 살피러 보러 갔었지. ----안에 누구있어? 그렇게 물어봤더니, 창고의 안에서 몇명의 여생도의 목소리가 돌아왔다. 부활후 한참 뒷정리를 하던 중에, 바람이 불어서 추워서 문을 닫았더니 열리지 않게 되버려서, 벌써 2시간도 갇혀있었다, 라는 일이었다. 어떻게해도 문을 열수가 없어서, 할수 있다면 선생을 불러와줬으면 한다, 라고 했다. ......하지만, 교사들은 전원 돌아 가버렸고, 지금부터 전화해서 불러도 1시간은 이대로가 될거다. 그 날의 추위는, 정말 심했다. 눈이 내리지않는게 이상할 정도의 추위 중, 체조복인 채로 2시간이나 창고에 갇혀있던 애들에게, 한시간을 더 기다리게 하는건 너무하다고 생각했다. 조금 망설인후, 주위를 둘러보고 근처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 안경을 벗고 창고의 문에 보이는 '선'을 잘랐다. 그렇게해서 문을 열고, 안에서 5명정도의, 눈물로 눈을 새빨갛게 한 여생도들이 뛰쳐나왔었다---- ".....그러고보면, 그런 일도 있었지.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잘 알고 있구나. 그거, 갇혀있던 배드민턴부의 주장이 '부의 존속이 걸려있으니까 이 일은 비밀로 해'라고, 나에게 협박까지 했을 정도인데" "정말. 토오노군은 안에 누가 갇혀 있었는가, 전혀 흥미가 없었구나. 알겠어? 나는 그 때 배드민턴부의 부원이었어" 삐진 듯한, 유미즈카의 목소리. 에, 그러니까---즉, 그것은. "---나,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어.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단지 창고에 갇혔었다는 것 뿐이지만, 그 때는 춥고 어두워서, 정말 불안했어. 이대로 여기서 동사해버리는구나-하고, 모두 진짜로 생각했었으니까. 배도 고팠었고, 정말로 다운 직전이었어" "하아. 그건, 힘들었겠구나" 그다지 실감이 일지않아, 성의 없는 대답을 해버렸다. 유미즈카는 신경쓰지않고, 옛날의 일을 선명하게 떠올리는 듯이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렇게 모두가 떨고 있을 때에 말이지, 토오노군이 온거야. 언제나의 자연스럽고 걱정없는 어조로 '안에 누구 있어?'라고. 보고 모르는거냐-!, 하고 주장이 짜증낸거, 기억해?" "아아, 그건 기억하고 있어. 쾅하고 문에 배트를 던지는 소리였지. 그거, 깜짝 놀랐어" 그래그래, 하고 유미즈카는 웃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모두 돌아갔다고 듣고, 우리들은 정말 절망했었다고. 앞으로 1분도 견딜수 없는데, 어쩌면 내일까지 갇혀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우리들이 포기하고 있었을 때말이지, 통통 하고 문이 노크되고, 토오노군은 이렇게 말했어. '비밀로 한다면 열지 못할 것도 없어'라고" "아아. 거기서 또 쾅하는 소리가 났었지. '간단하게 열수있다면 고생안해-!'하고. 굉장한박력이었어." "아하하. 응, 주장은 우리들이 갇힌 책임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조금 여유가 없었어, 하지만말야, 그랬더니 곧 문이 열렸던거야. 모두 주장의 배트로 열린거라고 기뻐하며 튀쳐 나갔지만, 나는 문 옆에 멍하니 서 있던 토오노군을 봤어" 유미즈카는 따스한 눈빛을 향해온다. .....하지만, 그런 눈으로 봐도, 곤란하다. 그런 일, 이쪽에 있어서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서, 별로 감사받을 일이란 실감이 없다. "그 때말이지, 나, 굉장히 울었어. 눈꺼풀이 잔뜩 부어올라서. 그런 나를 보고, 토오노군은 뭐라 말했다고 생각해?" "모르겠는데. 뭐라고 말했어?" ......정말로 기억하고 있지않았기 때문에, 남의 일같이 물어본다. 그런데도, 유미즈카는 역시 기쁜듯이 웃으며 나를 봤다. "그게 말야, 내 머리에 손을 올리고, '빨리 집에 돌아가서 잡자(雜煮)라도 먹는게 어때'라고. 나, 어지간히 추운듯이 떨고 있었구나하고 부끄러워져 버렸어." "........" 으으음, 하고 눈썹을 찌푸린다. 내가 한 말이지만, 언동의 의미가 모르겠다. "분명, 토오노군은 잡자를 먹으면 몸이 따스해져라고 말하고 싶었던거라 생각해." ".....그런가. 정월 후였으니까말이지." .....그것은, 확실히 내가 말할 법한 얼빠진 대사다. 이렇게 듣고 보면, 좀더 제대로 된 대사가 있지 않았을까하고 후회해버릴 정도로. "나는, 그때 생각했어. 학교에는 의지되는 사람은 잔뜩 있지만, 정작 중요한때 도와주는 사람은 토오노군같은 사람이라고" "설마, 그건 과대평가야. 자, 병아리가 처음으로 본 사람을 부모라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 우연히 내가 도와줬다라는 것뿐인 이야기잖아" "그렇지 않아....! 나, 그때부터 토오노군이라면 어떤 일이든 당연한 듯이 도와줄거라고 믿고 있어" 그리고, 그녀는 마음을 정한듯이 얼굴을 들었다. "유미즈카상, 그거 과대평가야. 나는 그렇게 믿을만한 녀석이 아닌데" "괜찮아. 내가 그렇게 믿고 있으니까, 그렇게 믿게 해줘" 똑바르게 바라봐지며 단언 당하면, 이쪽도 쑥스러워서 반론 할 수가 없다. "---뭐어, 그건 유미즈카상의 마음이지만." "그렇지? 그러니까 또 내가 핀치에 빠지면, 그때도 구해 줄거지?" 유미즈카는 웃는 얼굴로 그렇게 말한다. .....그것은, 정직히 곤란하다. 나는 유미즈카가 생각하고 있는 정도로 뭐라도 할 수 있는 녀석인게 아니다. 인게 아니지만....이런 미소를 향하고 있는데, 그 신뢰를 깨버리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구나.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라면, 도와줄께." "응. 고마워, 토오노군. 제법 늦어 버렸지만, 그 때의 토오노군의 말, 기뻤어." 말하고, 유미즈카의 발이 딱 멈췄다. 따라서 이쪽의 발도 멈춘다. "나, 토오노군과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다면 좋겠다하고, 계속 생각했었어." 그것은, 어딘가 결심을 한 듯한 목소리였다. 석양의 적색 탓인가, 유미즈카는 어딘가 쓸쓸한 듯이, 보인다. "....무슨 말을 하는거야. 이야기라면 언제라도 할 수 있어." "안 돼. 토오노군에게는 이누이군이 있으니까. 게다가, 나는 토오노군 같이 될수 없는 걸" 사양하는 듯이 대답하고, 유미즈카는 나에게서 멀어진다. "그럼, 우리 집은 이쪽이니까. 또 내일, 학교에서 만나자" 바이바이, 하고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며 유미크자는 다른 길로 걸어 갔다. 언제나와 다른 귀가길을 걷는다. 모르는 길을 빠져나와, 점점 토오노 저택에 가까워진다. 주위의 퐁경은, 모르는 풍경은 아니었다. 적어도 나는 8년전---9세까지 토오노 저택에서 살고 있었으니까, 저택으로 돌아가는 길은 처음인건 아닌거다. 조금만 기분이 복잡하다. 이 귀가길은 그립고, 신선하기도 하다. 방금까지 토오노 집에 돌아가는 것은 내키지가 않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싫지도 않게 되었다. .....토오노시키가 9세까지 살고 있던 집. 그곳에 있는 것은 일본에는 어울리지않는 양관(洋館)으로, 지금은 여동생 아키하가 남아 있다는 이야기다. 나를 싫어하고 있던 아버지---토오노가의 당주인 토오노마키히사는, 지난 날, 타계했다고 한다. 모친은 아키하가 태어났을 때에 병사했다고 하니, 토오노의 인간은 나와, 여동생인 아키하 둘뿐이 되버렸다. 본래라면 장남인 나---토오노시키가 토오노가의 후계가 되었겠지만, 나에게는 그런 권리는 없다. 토오노가의 후계가 된다, 라는 것은 정해진 교육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것이 싫어서 자유롭게 지내서, 아버지에게서 몇번을 잔소리 들었는가 모른다. 그런데다, 나는 사고에 휘말려서 병약한 몸이 되버리고, 아버지는 마침 잘됐다는 듯이 나를 잘라 내버렸다. 아버지 말하길, <비록 장남이라해도, 언제 죽을까 모르는 자를 후계자로는 할 수 없다.>라던가 뭐라던가. 유감스럽게도 아버지의 예상을 배신하고 회복해버렸지만, 그쯤에는 토오노가의 후계는 여동생인 아키하로 정해져 있었다. 그때까지 토오노의 딸에 어울리도록, 엄격하게 길러져왔던 아키하는, 그때부터 더욱 엄격하게 자랐다는 것 같다. 옛날----사고에 휘말리기 전까지는 함께 저택의 정원에서 놀던 아키하와는, 그후로 전혀 만나지 않았다. ......8년전에 버린 저택의 생활. 8년간이라하는 세월은 길고, 그 시절의 기억은 대부분이 희미해져있다. 그래도. 어느 일만은, 지금도 강하게 마음에 새겨져있다. 그것은---- 여동생인 아키하에 대해서다. 아리마가에 맡겨진 당초, 아키하는 몇번인가 만나러 와줬다는 것 같다. 유감스럽게도 이쪽은 병원에 통원치료의 매일이라 만나지도 못하고, 아키하가 전료제(全寮制 : 전원 기숙사제)의 아가씨학원에 진학한 후로는 전혀 연락을 취하지 않았었다. 나는 아키하와는 다른, 본가에서 쫒겨난 인간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자유롭게 내키는대로 생활 할 수 있다. 고교도 어디까지나 평균적인 진학교에, 이 8년 동안 여동생과의 접점은 전혀 없다고 말해도 좋았다. 아버지가 죽고, 나는 저택에 돌아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확실히 말해서, 이제와서 토오노가에 돌아갈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토오노 저택에는 아키하가 있다. 어린이 였을 때. 아키하는 얌전하고, 언제나 뭔가를 참는 듯이 덜고 있어서, 아장아장 발소리를 내며 내 뒤를 따라 다녔었다. 긴 흑발과 호화스러운 양복 탓인가, 아키하는 정말 프랑스인형같이 꺽일듯한 소녀였다. 그 넓은 저택에서 아버지를 잃고 외톨이가 된 아키하가 걱정되었 었고, 무엇보다----모든 책임을 그녀석에게 떠넘기고 자기 멋대로 살아온 자신에게 미안한 감도 있다. 이번의 이야기를 승락하고 저택에 돌아가기로 한건, 그런 아키하에게 대한 사죄의 의미도 있었는지도 모른다. 토오노의 저택은 불필요 할 만큼 크다. 철책(鐵柵)에 둘려진 택지의 넓음은 이상하다고 말해도 좋다. 뭐니뭐니해도 소학교정도라면 그라운드 채로 안에 들어가버릴 정도이니까. 나무들로 감싸인 정원은, 이미 정원이라기보다 숲에 가깝다. 그 숲의 중심에 양관이 있고, 별채로 또 몇개의 집이 있다. 어렸을 때는 아무것도 느끼지 않았지만, 8년간정도 일반가정에서 자라온 자신에게 있어서, 이 크기는 이미 범죄적이기까지 했다. 문에 열쇠는 걸려 있지 않다. 힘으로 밀어 열고, 저택의 현관으로 향했다. 저택의 현관은 거대하게 솟아있어, 방문한 자를 위압하고 있다. 철로 된 문의 옆에는, 어울리지 않게도 초인종이 있었다. ".......좋아." 긴장을 떨치고, 초인종을 누른다. 삥퐁-, 하는, 친근한 소리는 없다. 무거운 정적이 계속되길 수초. 문의 안에서 탁탁탁, 하는 소란스러운 사람의 기척이 났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찰칵, 하고 문이 열린다. 열린 앞에 있는 것은, 본 기억이 있는 로비와, 앞치마를 걸친 소녀의 모습이었다. "다행이다. 너무 늦으시니까 헤매고 있는 걸까하고 걱정했어요. 해가 떨어져도 오지않으시면, 마중을 갈까하고 생각했습니다." 앞치마라고 하는 시대착오적인 것을 입은 소녀는 싱긋싱긋 웃고 있다. "아, 아니----그건, 그." 이쪽은 어떤가하고 말하자면, 소녀의 너무나도 시대착오적인 복장에 당황해서, 제대로 된 말이 입에서 나오질 않는다. 당황하는 이쪽의 어조에 이상하다고 생각한건가, 소녀는 조금 목을 갸웃거렸다. "시키님, 이지요?" "에---아아. 님이란건, 그, 필요없지만." "그렇지요? 정말, 놀라게 하지 말아 주세요. 나, 또 착각한건가하고 무서워졌잖아요" 소녀는 안돼, 하고 모친이 아이를 혼내는 듯한 거동을 한다. 그런데도 얼굴은 미소짓고 있어, 소녀는 아무튼 따스한 분위기를 무너트리지 않는다. .....기모노에 앞치마. 손님을 마중나와, 나같은 녀석에게 <님>을 붙여 부른다. 라는 것은, 이 아이는---- "에 그러니까, 그----너, 혹시 여기의 고용인?" 이쪽의 질문에 소녀는 미소만으로 대답했다. "자, 피곤하시지요? 사양하지말고 올라오세요. 거실에서 아키하님도 기다리고 계시니까요." 소녀는 빠르게 로비를 가로질러 거실로 걸어간다. 그때, 갑자기 생각난듯이 빙글 돌아보더니, 만면의 웃음을 띄우고 인사를 한다. "어서오세요 시키님. 부디, 오늘부터 잘 부탁드립니다." 소녀의 인사는, 정말 꽃같은 미소였다. 그것에 뭐 하나 대답도 못하고, 우물우물 그녀의 뒤를 따라가버렸다. 소녀에게 안내받아 거실로 이동한다. ----거실은, 처음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8년전이라 기억하지 않고 있는건가, 아니면 그때 이후로 내장을 바꾼건가. 아무튼 남의 집 같아서 마음이 진정이 되질 않는다. 두리번 두리번 거실을 둘러보고 있으니, 앞치마의 고용인씨가 꾸벅 머리를 숙였다. "시키님을 모셔왔습니다." "수고했어요. 주방에 돌아가도 좋아요, 코하쿠." "예." 고용인씨는 코하쿠, 라는 이름인 것 같다. 코하쿠상은 그럼, 하고 이쪽에도 살짝 인사를 하고 거실에서 나간다. 남겨진건 자신과----기억에 없는, 두명의 소녀뿐이었다. "오래만이군요, 오빠" 검은 머리의 소녀는 당당한 눈빛인 채로, 그런 말을 했다. ......확실히 말해서, 사고는 완전히 정지해버렸다. 새하얀 머리는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아아, 하고 끄덕이는 일 밖에 하질 못한다. ......하지만, 그건 어쩔수 없다고 생각한다. 8년만에 본 아키하는, 이쪽의 기억에 있는 아키하가 아니라, 완전히 양가의 아가씨로 변해 있었으니까. "오빠?" 흑발의 소녀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아니" 한심하게도, 얼빠진 말밖에 말 할 수가 없다. 이쪽은 눈앞의 소녀를 아키하라고 인식하기 위해 두뇌를 풀회전시키고 있는데, 아키하쪽은 이미 나를 오빠라고 인식해버린 것같다. "어딘가 불편하신듯 하군요. 이야기 전에 잠시 쉬시겠습니까?" 아키하는 스윽 흘겨본다. .....뭔가, 굉장히 기분이 나쁜듯이 보이는건 기분탓인걸까. ".....아니, 별로 기분이 나쁘진 않아. 단지 그, 아키하가 너무나 변했으니까, 놀란 것 뿐이야" "8년이나 지나면 변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들은 성장기였으니까요. ----그렇지 않으면 언제까지도 이전인 채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까, 오빠는." ......뭐지. 아키하의 말은, 어딘지 가시가 있는듯한 기분이 든다. "아니, 그렇다고 해도 아키하는 변했어. 예전보다 훨씬 미인이 됐어" 아부가 아니라 솔직히 감상을 말한다. ----그러자. "에에. 그렇지만, 오빠는 이전과 별로 변하지 않으셨군요." 하고, 눈을 감은채 아키하는 차갑게 잘라 말했다. "............." ....뭐어, 그 나름의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역시 아키하는 나를 좋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건강이 괜찮으시다면 이야기를 끝낼까요. 오빠, 자세한 사정은 듣지 않았지요?" "자세한 사정이고 뭐고, 갑자기 저택에 돌아오라는 말밖에 듣지않았어. 아버지가 죽었다는건 신문에서 읽었지만." .....한 기업의 톱에 있던 인물이 죽으면, 그 정도 경제신문에서 읽어낼수 있다. 토오노마키히사의 부보(訃報)는, 그의 장례가 끝난후에 신문을 거쳐 아들인 토오노시키에게 닿았다. 친척의 알림같은게 없어도, 쫒겨난 아들은 1부 100엔인 종이로 부모의 사망을 알 수 있었다. 아이러니한 이야기지만, 정말 편리한 세상이 되버린거다. "....면목없습니다. 아버님에 대해 오빠에게 알리지 않았던 건 이쪽의 실책이었습니다." 아키하는 조용히 머리를 숙인다. "괜찮아. 어차피 내가 가봤자 죽은 사람이 되살아나는 것도 아니고. 아키하가 신경쓸게 아냐"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집니다." 아키하는 심각한 얼굴을 하지만, 그런것은 정말로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였다. 장례식이란 것은 고인에 대해 감정을 끊지 못한 사람들이, 그 감정을 끊기 위해 행하는 의식이다. 벌써 옛날에 감정을 끊어온 나와 그 아버지의 경우, 장례식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오빠를 이쪽에 다시 부른 것은 나의 의향입니다. 언제까지도 토오노의 장남이 아리마가에 맡겨져 있는 것도 이상하지요? 아버님이 돌아가신 이상, 토오노의 혈족은 나와 오빠뿐입니다. 아버님이 어떤 생각으로 오빠를 아리마가에 맡기셨는 지는 모릅니다만, 그 아버님도 이미 타계하신 몸. 그러니까 이 이상 오빠가 아리마가에 맡겨질 필요는 없어졌기에, 이쪽에 돌아오도록 한겁니다." ".....뭐어 상관없지만, 그런걸로 잘도 친척사람들이 납득했구나. 나를 아리마가에 맡겨라라고 이야기를 꺼낸거, 확실히 친척의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그렇군요. 하지만 지금의 토오노의 당주는 나입니다. 친척 분들의 진언은 전부 각하하였습니다. 오빠는 이제부터 여기서 지내게 해주셔야 겠습니다만, 여기에는 여기의 규율이 있습니다. 지금까지와 같은 무례함은 피해 주셔야겠으니, 그렇게 알아주세요." "하하, 그건 무리야 아키하. 이제와서 내가 예의바른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을리도 없고, 돌아갈 생각도 없어." "될수있는 범위에서만으로 상관없으니 노력해주십시오. 그렇지않으면---나는 할 수 있었던 일이, 오빠에게는 할 수 없다, 라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스윽, 하고 아키하는 차가운 시선을 향해온다. 뭔가 무언으로, 8년간이나 여기에 놔두고 간 원한에 두들겨 맞고 있는 기분이 든다. "....OK, 알았어. 어떻게든 노력은 해볼께." 아키하는 가만히, 신용 할 수 없다는 듯이 노려본다. "노력할 필요는 없습니다. 결과를 내주시면 그걸로 좋습니다." 당당한 태세인 채로, 아키하는 용서없는 말을 꺼내온다. "이야기를 되돌리지요. 현재, 토오노가에는 오빠와 나 밖에 없습니다. 귀찮은 것은 싫기 때문에, 사람은 내쳤습니다." "에? 잠깐 기다려 아키하, 사람을 내쳤다니, 너----" "오빠도 친척의 사람들과 저택안에서 만나는 것은 싫지요? 하인도 대부분 휴가를 보냈습니다만, 나와 오빠 전속의 사람은 남겨 두었으니 문제는 없습니다." "아니, 문제없다니 아키하. 그렇게 제멋대로 굴면 친척희의에서 항의당하잖아!" "정말, 어쩌고저쩌고 말하지 말아주세요. 오빠도 저택안에 사람이 넘치는 것보다, 우리들 밖에 없는 쪽이 마음 편하지요?" ......우. 뭐어, 그건 정말 마음이 편해지지만. "하지만 이제 당주가 된 아키하가, 그, 그런 폭군같은 억지를 부리면 친척 사람들이 가만히 있지 않잖아? 아버지도 친척의 의견에는 거역하지 못했었잖아" "그렇군요. 그러니까 아버님는 오빠를 아리마가에 맡긴겁니다. 하지만 나, 어렸을 때부터 그 사람들이 정말 싫었으니까요. 이 이상 그 사람들의 잔소리를 듣는것은 사양입니다." "사양이라니, 아키하-----" "아아 정말, 됐으니까 내 걱정같은거 하지 않아도 좋아요! 오빠는 이제부터의 자신의 생활을 고민해주세요. 잔뜩 고생할게 눈에 훤하니까" 아키하는 조금만 내게서 시선을 돌리고, 기분나쁜듯이 그렇게 말했다. "그럼, 이제부터 모르는 일이 있다면 이 아이에게 질문하세요. ----히스이." 아키하의 옆에 서있던 소녀에게 눈짓한다. 히스이, 라고 불린 소녀는 무표정인채로 꾸벅 인사를 했다. "이 아이는 히스이. 이제부터 오빠 전속 시녀로 하겠습니다만, 괜찮겠지요?" ----------------에? "잠, 시녀라니, 즉, 그" "알기 쉽게 말하자면 메이드, 라고 하는 겁니다." 아키하는 당연하다는 듯이, 잘라 말한다. .......믿을수 없어. 양관에 어울리게, 메이드복을 입은 소녀는 아키하와 같이,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 당연한 듯이 서있다. "----잠깐 기다려줘. 어린애도 아니고 시녀같은거 필요없어. 자신의 일 정도는 알아서 해결 할 수 있으니까" "식사의 준비와 의복의 세탁도, 입니까?" 웃. 아키하의 지적은, 상당히 예리하다. "아무튼 이 저택에 돌아오신 이상은 내 지시에 따라주셔야 겠습니다. 아리마가에서는 어떻게 지내셨는가 모르겠지만, 이제부터 오빠는 토오노가에서 지내시는 겁니다. 그에 상응하는 대우라고 받아 들여 주십시오" "우....." 말도 없이, 히스이에게 시선을 옮긴다. 히스이는 역시 무표정으로, 단지 인형같이 이쪽을 바라 볼뿐이었다. "그럼 히스이, 오빠를 방으로 안내해 주세요." "예, 아가씨." 히스이는 그림자같이 기척도 없이 이쪽으로 걸어온다. "그럼 방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시키님." 히스이는 로비로 향한다. ".....하아." 한숨을 쉬면서, 이쪽도 로비로 걸어갔다. 로비에 나왔다. 이 양관은 로비를 중심으로 해서 동관과 서관으로 나눠져있다. 로비가 새의 동체, 동관과 서관이 새의 날개같이 꺽여 뻗어있어, 편익---즉 한쪽 관의 크기는 작은 병원급이다. 형태는 좌우 대칭으로, 동관도 서관도 같은 구조를 하고 있다고 기억하고 있다. "시키님의 방은 이쪽입니다." 히스이는 계단을 올라간다. 아무래도 토오노시키의 방은 2층에 있는 것 같다. ....그러고보면, 고용인의 방은 1층의 서관에 있었을 터이니까, 히스이와 코하쿠상의 방은 1층에 있는 거 겠지. 밖은 이미 해가 떨어져있다. 희미하게 전등이 들어온 긴 복도를, 메이드 복의 여자아이가 말 없이 걷고 있다. ".....뭔가, 동화의 나라같다." 나도 모르게 그런 감상을 흘린다. "시키님, 뭔가 말씀하셨습니까?" 멈춰서서 돌아보는 히스이. "아니, 그냥 혼잣말이니까 신경쓰지 말아줘." "........" 히스이는 가만히 이쪽을 바라본 후, 그럼, 하고 살짝 인사를 하고 걸어 갔다. ".........." 할 말을 잃다, 라는 것은 이런 일인 걸까. 히스이에게 안내받은 방은, 도저히 일개 고교생이 머물 방의 수준이 아니었다. ".....내 방이란게, 여기?" "예. 불만이 있으시다면 다른 방을 준비 해드리겠습니다만." "아니, 불만이 있는건 아니지만, 그----" 조금, 아니 상당히 지나치게 멋지다랄까. "시키님?" "----됐어. 아무것도 아냐. 기거이 이 방을 쓰도록 할께." "예. 방은 8년 전부터 손을 가하지 않았으니, 불편한 것은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 히스이의 말투는, 좀 이상하다. 그럼 마치, 여기가 내 방이었던 것 같은 느낌이잖아. "......저기. 여기, 혹시 내 방이었어?"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만, 아닌 겁니까?" 히스이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린다. .....안심했다. 이 아이에게도, 그 나름으로 감정표현이란게 있는 것 같다. ".....뭐어, 듣고 보면 그런지도 몰라. 조금 기억이 있고, 분명 그랬던 거겠지." 친근감은 전혀 일지 않지만, 8년간이나 떨어져 있으면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시 마음이 편하지 않는데. 오늘 아침까지 다다미6개반의 방에서 지냈었으니까말이지, 뭔가 고급 호텔에 묶으러 온 듯해." "기분은 알겠습니다만, 부디 익숙해져 주십시오. 시키님은 오늘부터 토오노가의 장남이신 것이니까요." "그렇지. 적어도 겉보기 정도는 비웃음을 사지 않도록 노력해 볼께." 툭, 하고 책상에 가장을 두고 기지개를 펴본다. ----이것저것 신경이 팽팽 해질 듯 하지만, 확실히 오늘부터 익숙해져 갈 수 밖에 없겠지. "시키님의 짐은 전부 옮겨 두었습니다만, 뭔가 부족한 것은 없습니까?" "----아니, 별로 없는데. 어째서 그런 걸 묻지?" "......아니오, 짐이 너무 적은듯 했기 때문에. 필요하신 것이 있으시다면 준비하겠으니, 들려 주십시오." "......그런가. 아니, 우선 부족한 것은 없어. 애초부터 짐은 적어. 자심의 짐이라고 해야, 이 가방과 이 안경과....." 가방 안에 들어 있는 교과서라든가,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는 하얀 리본이라든가, 그것뿐이다. "아무튼, 짐은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아. 이런 훌륭한 방만으로도 충분해, 나는." "......알겠습니다. 그럼, 1시간후에 모시러 오겠습니다." "1시간후라니, 혹시 저녁식사?" "예. 그때까지, 편히 있어 주십시오." 히스이는 역시 무표정으로 말한다. ......하지만. 편히 있어주십시오라고 말해도, 여기서 어떻게 편히 있으면 되는 거지? 시계는 저녁 6시를 넘은 근처. 언제나 라면 거실에 가서 TV라도 보고 있을 시간이지만, 이 저택에 그런 것이 있는지 어떤지는 정말로 의심스럽다. "히스이, 시시한걸 묻지만 말이야. 이 저택에 TV라든가 있어?" "TV.....입니까?" 히스이는 살짝 눈을 가늘게 한다. ......뭐라 말할까, 스스로 말해놓고 뭐하지만, 심히 머리가 아퍼지는 질문이다. 이만큼 사치스러운 양관에 와서, TV가 있냐 없냐를 묻다니, 어딘가 틀려있는 기분이 든다. 히스이는 드물게 곤란한 듯한 얼굴을 하고, 시선을 허공에 옮겼다. ".......거실에는 없습니다. 체류하시던 분들은 사용하고 계셨습니다만, 떠나실 때에 짐은 전부 가지고 돌아 가시도록 했기 때문에 남아 있지는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잠깐 기다려. 체류라니, 누가 어느 정도 하고 있었어?" "분가쪽이 되시는 쿠가미네님의 장남 분의 가족, 토자키님의 삼녀과 그 혼약자, 키시마님의 장남이 체류하고 계셨었습니다. 기간은 3년 정도 입니다." "......3년, 인가. 히스이, 그런건 체류라고 하지 않고 거주라고 하지 않아?" 히스이는 대답하지 않는다. 거주하던 사람들이 어떤 인간이든, 고용인인 이상 실례가 되는 것은 말 할 수없는 것 같다. 뭐어, 아무튼 체류하던 친척쪽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가지고 돌아갔다라는 것 같다. 그렇게 되면, 그 현대적인 문화란 것을 속물적이라고 혐오하던 부친이 TV따위 볼리도 없다. 부친의 아래에서 8년간이나 자란 아키하도 마찬가지겠지. "----뭐, 없다고해서 별로 죽는 것도 아닌가." 히스이는 조용히 있다. ......고용인의 표본이라고 할까, 히스이는 질문 받은 일 이외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당연, 이쪽으로서는 재미가 없다. 어떻게 해서든 이 무표정한 얼굴을 웃게 해주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어중간한 노력으로는 불가능할 것 같다. "뭐, 좋아. 확실히 1층의 서관 쪽에 서고(書庫)가 있었지. 한가 할 때는 거기서 뭔가 주워들기로 할께." 히스이는 대답하지 않는다. 단지 방의 입구에 가만히 서있는 채, 어디를 보고 있는 건지 모르겠는 시선을 하고 있다. "----히스이?" 히스이는 아무 반응도 없다. 인데, 갑자기 똑바로 이쪽을 바라본다. "언니의 방에라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 아니 정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에-그러니까. 있다니, 뭐가?" "그러니까, TV입니다. 이전, 언니의 방에서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히스이는 마치 수년전의 일을 기억해내는 듯이 말했다. "잠깐 기다려. 언니라니, 혹시 코하쿠상?" "예. 현재, 이 저택에서 일하고 있는 자는 저와 언니, 둘뿐입니다." ......듣고 보면 확실히 닮았다. 코하쿠상이 싱긋싱긋 하고 있고, 히스이가 무표정이니까 어쩐지 자매라고 이어지지는 못했었다. "그런가. 코하쿠상이라면 확실히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볼 것 같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라고 코하쿠상의 방에 놀러 가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미안, 이 이야기는 없었던 것으로 해줘. 이제부터 여기에 살게 될테니까, 저택의 룰에 다르지 않으면 안돼겠지." 게다가 TV라도 보고 있다간, 아키하에게 어떤 잔소리를 들을지 알고 싶지도 않다. 우선은 토오노가의 인간에 어울리게, 근면한 학생이 되기로 하자. "그럼, 저녁식사 시간까지 방에 있을테니, 시간이 되면 부르러 와줘. 히스이도 다른 할 일이 있지?" 히스이는 예, 하고 끄덕이고 등을 돌린다. 키익, 하고 조용히 문이 열리고, 히스이는 방에서 퇴실해 갔다. 저녁식사는 아키하와 얼굴을 마주한 것이었다. 당연이라고 한다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히스이와 코하쿠상은 우리들의 뒤에 서서 시중을 들뿐, 함께 저녁식사를 하지는 않았다. ......나로서는 넷이서 먹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뭐라고도 말할 수 없는 긴장감이 있는 저녁식사는 실로 기습공격이었다고 말해도 좋다. 말해두자면, 토오노시키는 완---전히 테이블 매너같은 것은 잊고 있었다. 아니, 일단 단편적으로는 기억하고 있으니까 생초보라는 것은 아니었지만, 인간이란 것은 사용하지 않는 기억은 철저히 뇌내의 구석에 모셔둬 버린다. 이쪽의 일거일동 때마다 맞은 편에 앉은 아키하의 눈썹이 밀려 올라가는 모습은, 제법 긴장감이 있어서 스릴링했다. ......정직히, 이게 매일 반복된다고 생각하니, 정말로 마음이 무겁다. 저녁식사를 끝내고, 자실에 돌아왔다. 시각은 아직 밤 8시를 지난 정도. 자기에는 너무 빠르고, 어떻게 할까. 거실에 가서 아키하와 이야기를 하자. 거실에 오니, 거기에는 아키하가 혼자서 있었다. 코하쿠상과 히스이의 모습은 없다. 테이블에는 찻 잔이 두개 있고, 하나는 아키하가 쓰고 있다. "어라, 오빠도 식후의 차입니까?" "아니----그런게 아니라, 그냥 아키하와 이야기가 하고 싶다고 생각한건데." 방해면 돌아갈께, 라고 시선으로 의사표시를 한다. "그러시다면 서있지 마시고 앉아 주세요. 음료는 홍차로 괜찮겠습니까?" "......아아, 맛있는 거라면 뭐라도." 실은 일본차가 좋지만, 그런 것은 우선 입 다물어 두자. 아키하는 찻 주전자를 들고, 또 하나의 찻 잔에 홍색의 홍차를 따라 주었다.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소파에 앉아, 찻 잔을 입에 옮긴다. .....눈 앞에는 당당한 태세의 아키하가 있어, 조금 머뭇거려 버린다. 아키하를 만나러 온 것은 좋지만,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면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은지 모르겠다. "오빠? 왜 그러십니까, 조용히 있고. 나에게 할 이야기가 있는게 아니었습니까?" 가만히 바라보는 아키하. 그 모습은 여동생이라기 보다 본 적 없는 아가씨라는 느낌이라, 가볍게 이야기를 걸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에 그러니까....아키하는 이 8년간, 뭐 하고 있었을까, 생각했어." "그런거 말 할 것도 없지요. 오빠가 없어진 만큼, 아버님의 눈이 나 한명에게 조여진 것 뿐인 겁니다." 찌릿, 하고 무지 불만을 말하고 싶은 듯한 눈으로 이쪽을 보는 아키하. ......역시 8년간의 일을 묻는 것은 금지시 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런 오빠야말로, 8년간 어떻게 되신 겁니까. 나, 몇번인가 편지를 보냈을 터입니다만, 답장은 하나도 오지 않았었지요." "........우" 나도 모르게 숨이 막힌다. 확실히 아키하로부터의 편지는 몇통인가 왔었다. 하지만 답장다운 답장은 보낸 적은 한 번도 없다. 편지를 잘 안쓰는 성격이란 것도 있었지만, 역시 마음의 속 깊은 곳에서 토오노 저택과 연을 끊고 싶어서, 아키하에게의 답장을 보내는 것이 망설여 졌기 때문이다. "뭐어, 편지에 대해서는 됐습니다. 오빠가 답장을 했어도, 아버님이 막으셨을 테니까요. 그것보다 8년만에 저택에 돌아오신 감상은 어떻습니까? 얼마전에 저택의 노화 때문에 개장(改裝)을 했습니다만, 크게 변하지는 않았지요?" "-----" 아키하는 그렇게 말하지만, 이쪽으로서는 전혀 모르는 저택이다. 8년전이라고 하면, 나는 아직 소학생이었다. 저택에 대해서는 희미하게 기억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안에 들어와 보면 남의 집 같아서 도저히 마음이 가라 앉지를 않는다. "오빠?" "아----아니, 조금 생각하고 있었어. 그, 말이지. 아키하는 변하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나에게 있어 보면 이 저택은 역시 진정되지를 않아. 이 거실이나 로비는 기억에 있지만, 복도라던가 방이라든가는 잘 기억이 나질 않아. "......그렇습니까. 8년간은, 기니까요." 뭐어, 그런거겠지. 어쨌든 지금까지의 인생의 약 절반이다. 선명이 기억하고 있는 쪽이 이상하다. "뭐, 8년만이니까 말이지. 뭔가 실감이 오진 않지만, 차츰 익숙해질거라 생각해. 그런 이유니까, 잠시는 태도가 엉망이어도 너그럽게 봐주면 고맙겠어." "바보같은 말하지 말아주세요. 이 이상 오빠의 무례함을 너그럽게 봐줄 만큼, 내 눈을 열리지 않습니다." "풋.........!" 웃...위험해 위험해, 나도 모르게 마시고 있던 홍차를 토할뻔했다. 방금의 저녁식사 때, 나이프를 쥐는 순서가 틀린 것 만으로 아키하의 화살과 같은 시선이 향해져서 식은 땀을 흘렸는데. ".....그런가. 그것도 너그럽게 봐준건가, 아키하는." "에에, 될수 있는 한 양보는 하고 있습니다. 오빠는 그후로 아리마의 아주머니에게 길러졌으니까요. 아주머니는 분가쪽에서도 특히나 방임주의이니, 오빠를 얼마나 봐주면서 길렀는지는 방금의 저녁식사로 똑똑히 알았습니다." "어쩔수 없잖아. 나도 아줌마도, 설마 이쪽에 돌아오게 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으니까." "......그렇습니까. 뭔가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는 듯한 어조군요, 오빠는" "바보, 그럴리가 없잖아. 그야 나도 망설였지만, 여기에는 아키하 혼자뿐이잖아. 오빠로서, 그런거 놔둘수 없잖아." 그래, 내가 돌아온 것은 그것이 제1의 이유다. 아키하가 없었다면, 이제와서 이런 저택에 누가 돌아올 것 같아---- "8년간이나 소식불통이었으니, 이제와서라고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아키하가 혼자서 괜찮을까 계속 걱정했었어. 내가 저택에 돌아오려 한것은, 아키하가 걱정이었으니까 야." 살짝 아키하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정직히 자신의 마음을 말로 한다. "아-----응, 그.....고맙" "하지만 그런건 기우였구나. 이 8년 사이에 아키하는 대단히 강하게 큰 것같아. 안심했지만, 그 만큼 조금은 낙담했을까." 아니, 조금이라는 정도가 아니다. 어린이 였을 때의 얌전한 아키하의 이미지 밖에 없었던 만큼, 지금의 당당한 아키하는 마치 다른 사람같아서 어색해져 버릴 정도다. "----그렇습니까. 오빠의 기대에 응할 수 없는, 부족한 동생이라 면목없습니다." 아키하의 눈이 무섭다. ......위험해, 또 쓸데없는 소리를 해버린 것 같다. "그래서 오빠, 아리마에서의 생활은 어땠습니까?" 무서운 얼굴인 채로 아키하가 이야기를 걸어온다. ......뭐라 말할까. 동생과 이야기 하고 있을 뿐인데도, 굉장한 긴장감이다. "오빠. 내 말, 듣고 있습니까?" "듣고 있어. 아리마에서의 생활이지? 말해봤자 보통, 특히 문제는 없었어. 나로서는 이쪽의 생활보다 아리마의 집에서의 생활 쪽이 성격에 맞았던 것 같고." "그게 아니라, 몸 쪽은 어땠나요? 만성적인 빈혈이라 언제나 쓰러졌다고 들었습니다만." "아아, 확실히 퇴원해서부터의 1년은 툭하면 쓰러졌지만, 지금은 이제 괜찮아. ......그야 지금도 가끔 빈혈은 일어나지만, 뭐어 한달에 1번 정도고. 네가 걱정할 정도의 연약한 몸은 아냐." 툭, 하고 상처가 있는 가슴을 두드려 강한 척 해본다. 아키하는 그래요, 하고 진지한 얼굴로 끄덕였다. "하지만 오빠, 전에는 안경같은거 하지 않았었지요? 그, 입원해서부터 시력이라도 떨어진 겁니까?" "--------" ......그런가. 아키하는 내가 안경을 한 것도, 하고 있는 이유도 모른다. 하지만 사물이 부서지기 쉬운 <선>이 보인다던가, 이 안경이 그것을 보이지 않게 해준다던가, 설명 할 수가 없다. "......아니, 조금 말이지. 사고의 후유증이란 녀석으로 조금만 눈이 이상해졌어. 하지마 시력이 떨어진 것은 아니니까,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야." "----그렇습니까. 그, 아까 만났을 때는 놀랐어요. 오빠가 안경을 하고 있다니, 몰랐었으니까." "그런가? 그런 것치고는 굉장히 냉정했잖아, 아키하는." "----당연합니다. 8년만에 오빠와 재회하는 때에, 무참한 모습을 보일수는 없지 않습니까." 흥, 하고 아키하는 불쾌한 듯이 눈썹을 찌푸린다. "아키하님, 입욕의 준비가 되었습니다만, 어떻게 할까요?" "그래? 수고했어요, 코하쿠. 곧 갈테니 먼저 가있으세요." "얼레, 괜찮습니까? 모처럼 시키님과 함께이지 않습니까. 시키님은 도망치지만, 목욕은 도망치지 않아요. 좀더 느긋히 있어주세요." "됐습니다. 별로 이렇다할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니까." 아키하는 슥 하고 일어서서, 코하쿠상을 지나 로비로 향해 갔다. 코하쿠상은 아키하의 뒤를 따라간다. 혼자 거실에 남겨져서 멍하니 남겨진 홍차를 다 마셔본다. 아키하와 코하쿠상은 욕장에 향한것 같고, 이쪽도 방에 돌아가기로 할까. "----인데, 기다려. 혹시 아키하 녀석, 코하쿠상과 함께 목욕탕에 들어갈 생각인건가.....?" 아니, 생각이고 뭐고 틀림없이 함께 겠지. 그렇게 되면 코하쿠상이 등을 닦아주는 걸까. 아니, 그야 여자끼리니까 문제같은 건 없지만, 그..... "----뭐어, 별로 뭐를 상상하는가는 오빠의 자유겠습다만." "-----!" 괴, 굉장한 타이밍으로, 아키하가 돌아왔다. "실수로라도 히스이에게 쓸데없는 것을 시키지 말아 주세요. 그 아이는 코하쿠와 달라서 농담이 통하지를 않으니까." 아키하는 이쪽의 망상을 간파한 듯이 비난의 시선을 향한다. ......라고해도 놀랐다. 혹시 도청기라도 설치된건가, 이 저택. "----인데, 왜 돌아온거야 너. 코하쿠상과 목욕하러 간거 아니었냐." "하나, 욕장에 대해 말하는 것을 잊었습니다. 저말이지요, 오빠. 옛날에 쓰여졌던 대욕장은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코하쿠와 히스이만으 "아키하님, 입욕의 준비가 되었습니다만, 어떻게 할까요?" "그래? 수고했어요, 코하쿠. 곧 갈테니 먼저 가있으세요." "얼레, 괜찮습니까? 모처럼 시키님과 함께이지 않습니까. 시키님은 도망치지만, 목욕은 도망치지 않아요. 좀더 느긋히 있어주세요." "됐습니다. 별로 이렇다할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니까." 아키하는 슥 하고 일어서서, 코하쿠상을 지나 로비로 향해 갔다. 코하쿠상은 아키하의 뒤를 따라간다. 혼자 거실에 남겨져서 멍하니 남겨진 홍차를 다 마셔본다. 아키하와 코하쿠상은 욕장에 향한것 같고, 이쪽도 방에 돌아가기로 할까. "----인데, 기다려. 혹시 아키하 녀석, 코하쿠상과 함께 목욕탕에 들어갈 생각인건가.....?" 아니, 생각이고 뭐고 틀림없이 함께 겠지. 그렇게 되면 코하쿠상이 등을 닦아주는 걸까. 아니, 그야 여자끼리니까 문제같은 건 없지만, 그..... "----뭐어, 별로 뭐를 상상하는가는 오빠의 자유겠습다만." "-----!" 괴, 굉장한 타이밍으로, 아키하가 돌아왔다. "실수로라도 히스이에게 쓸데없는 것을 시키지 말아 주세요. 그 아이는 코하쿠와 달라서 농담이 통하지를 않으니까." 아키하는 이쪽의 망상을 간파한 듯이 비난의 시선을 향한다. ......라고해도 놀랐다. 혹시 도청기라도 설치된건가, 이 저택. "----인데, 왜 돌아온거야 너. 코하쿠상과 목욕하러 간거 아니었냐." "하나, 욕장에 대해 말하는 것을 잊었습니다. 저말이지요, 오빠. 옛날에 쓰여졌던 대욕장은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코하쿠와 히스이만으로는 관리가 힘들기 때문에, 우선 봉쇄 해두었습니다. ".......대욕장?" 인데, 뭐였지 그거? ".......음음음?" 생각나지 않아, 라고 갸웃거린다. 아키하는 질린 듯이 눈썹을 찌푸린다. "중정에 노천식 욕장이 있었지요? 그런것도 기억하고 있지 않은 겁니까, 오빠는." .......뭐어, 듣고보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라고해도, 여기 양관이잖아? 여관도 아니고, 왜 그런 엉뚱한게 있는 거야." "아버님은 어중간한 화풍 취향이셨으니까요. 별채의 저택이 화풍인 것도 그 영향이겠지요." "그런 이유이니, 목욕을 하신다면 자신의 욕장을 이용해 주세요. 로비의 뒤에 있는 제2욕장이 오빠의 것이니까요." 그럼, 하고 아키하는 가버렸다. "........그럼." 아키하도 없어졌고, 거실에 있어도 별수 없다. 이쪽도 목욕을 하고, 방에 돌아가기로 하자. "아----" 방에 돌아오자, 베드 메이크가 끝나 있었다. .....내가 없는 사이에 히스이가 끝내 준 것이겠지. "기쁘지만, 뭔가 주제에 넘치는데, 그런거는." 긁적긁적 뺨을 긁는다. --------그때. "시키님, 계십니까?" 노크와 함께 히스이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있어. 안에 들어와." "예, 그럼 실례합니다." "안녕. 고마워 히스이, 베드 메이크 해준 거지." 예, 라고 조용하게 끄덕이는 히스이. ".......우." 역시, 나에게 이런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에, 그러니까, 뭘까나. 다른 전언이라도 있어?" "아니오, 저로부터는 아무것도. 그렇습니다만 아키하님으로 부터, 혹시 시키님으로 부터 뭔가 질문이 있다면 대답하도록 지시를 받았습니다." ".......그런가. 확실히 묻고 싶은 일 투성이지만, 그런건 지내는 사이에 알게 되어 가겠고......" 응. 지금 당장, 자기 전에 알아두고 싶은 것이라면, 그것은---- "그럼 묻는데, 여기의 통금이 7시란거, 정말이야?" "예. 정확히는 7시에 정문의 열쇠를 잠그고, 8시에 저택의 출입구를 전부 닫습니다. 오후 10시를 지난 후는 저택 안에서의 이동도 자제하도록 하는 것이 규칙입니다." "저택 안도 나다닐수 없는 건가? ......뭐어 불만은 없지만, 그거 너무 엄하지 않아? 나도 아키하도 어린애가 아니니까,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좋을거라 생각하는데." "......예. 그러나 시키님, 규칙이니 이것만은 지켜주십시오. 최근의 밤은 위험하다고 시키님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아아, 아리히코가 말했던 그 흡혈귀 소동인가. 확실히 이 거리에서 연속살인이 일어나고 있는 이상,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겠지. "다른 것은....그렇군. 별로 관계없는 이야기지만, 괜찮겠어?" "예, 무엇입니까." "히스이와 코하쿠상이 여기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 건가 알고 싶은데, 어떨까나." "제가 시키님 전속이고, 언니 코하쿠는 아키하아가씨의 시중을 들고 있습니다. 두분께서 집을 비우신 사이는 저택의 관리를 맡고 있습니다만, 그것이?" ".......시중이라니, 역시 그런건가." 추욱 어깨가 무거워 진다. 아키하는 당연한 듯이 말했지만, 이쪽은 어디까지 보통의 고교생이다. 비슷한 나이의 여자 아이에게 시중을 들게 하는 취미는, 지금에서는 절대 없다. ".......시키님 전속이란 것은, 나 전용 고용인이란 것?" "예. 무엇이든 명령해 주십시오." ".......뭐어, 그것은 알았어. 아키하의 저 말투로 보면 너를 해고 해 줄 것 같지도 않고, 얌전히 시중 받기로 하겠지만----" "뭔가, 특별한 요망은 있으십니까?" "특별이란건 아냐. 단지, 그 시키님이란거를 관둬주지 않겠어. 정직히 말해서, 듣고 있으면 등골이 오싹해." "그렇지만, 시키님은 제 주인이십니다." "그러니까 그게 싫다고 하는 거야. 나는 어제까지 보통으로 살아온 몸이야. 이제 와서 비슷한 나이의 여자애에게 님붙여서 불리는 생활따위 질색이야." 하아, 하고 히스이는 마음없는 대답을 한다. "나를 부를 때는 시키로 됐어. 그 대신에 나도 히스이라고 편하게 부를테니까. 그리고 딱딱한 것도 그만두자고. 좀더 편하게, 느긋하게 해 가자." 히스이는 무표정이면서도 눈썹을 내려, 뭔가 곤란해 하고 있는 듯한 거동을 한다. "그렇지만, 당신은 저의 고용주입니다." "내가 고용한게 아니잖아. 히스이는 내가 못하는 일을 해주는 거니까, 그쪽이 더 대단해." 하아, 하고 히스이는 또 마음이 없는 대답을 한다. ......아무래도 하루 이틀로 이 아이와 말을 맞추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 "----아무튼 그런 거니까, 나에 대해서는 너무 딱딱히 하지 말아줘. 언니인 코하쿠상에게도 전해주면 고맙겠어." "예. 시키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히스이는 무표정으로 머리를 숙인다. 매우 멋지게도, 전혀 알고 있지 않다. "그럼 실례합니다. 오늘 밤은 이대로 쉬어 주십시오." 히스이는 인사를 하고 문고리를 잡는다. ----인데, 하나 묻는 걸 잊었다. "아, 잠깐 기다려." 문에 달려가서, 멈춰서려 하는 히스이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순간-----히스이의 팔이, 굉장한 기세로 나의 팔을 내쳤다. 짝, 하는 소리를 내며 손이 맞아, 히스이는 도망치는 듯이 후퇴한다. "에----" 너무 갑작스러운 일에, 그런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히스이는 무표정인 채, 하지만 확실히, 원수를 보는 듯한 격함으로 이쪽을 노려보고 있다----- "에, 그러니까----나, 뭔가 잘못 해버린 걸까." "아.... ......면목, 없습니다......" 긴장한 히스이의 목소리. "......몸을 만져지는 것은, 익숙하지가 않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히스이의 어깨가 작게 떨리고 있다. 왠지 굉장히 나쁜 짓을 해 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응, 미안." 나도 모르게 사과했다.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단지 히스이가 불쌍하게 생각되서, 꾸벅 머리를 숙였다. "-------" 히스이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단지, 기분 탓인지 시선이 부드럽게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시키님이 사과하실 일이 아닙니다. 잘못이 있는 것은 제 쪽입니다." "아니, 뭐어 그런것 같지만, 어쩐지." 긁적긁적 머리를 긁는다. 히스이는 가만히 내 얼굴을 바라본후, 일순만 눈을 감았다. "그....용건은 무엇입니까, 시키님." 그랬었다. 방에서 나가려는 히스이를 불러 세운 것은 묻고 싶은 일이 있었으니까다. "아니, 아키하는 어떻게 하고 있는건가 신경쓰여서. 저녀석, 전료제(全寮制)의 학교에 다니는거 아니었나?" "시키님, 그것은 중학교가지의 이야기입니다. 아키하님은 올해 부터 특례로서 자택에서의 등교를 허가받아 계십니다." ".....에 그러니까, 즉 이 집에서 학교에 가고 있다는 것?" "예, 그렇습니다만, 오늘 같이 저녁에 돌아오시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아키하님은 저녁식사의 시간까지 레슨이 있기 때문에, 귀가하시는 것은 언제나 7시전입니다." "레슨이라니----그거, 뭐야?" "오늘은 목요일이었으니 바이올린의 레슨이었습니다." "------에" "평일은 저녁식사 전에는 돌아오시니, 아키하님께 하실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저녁식사 후에 언니에게 말씀 해주십시오." 그럼, 하고 히스이는 머리를 숙이고는 방에서 나갔다. "바이올린의, 레슨." 뭐지, 그건. 어딘가의 아가씨도 아니고, 어째서 그런 성가신 일을---- "......라니, 어딘가의 아가씨였지, 저녀석." 그래, 그러고보면 토오노시키의 여동생은 토오노아키하라는 순수한 아가씨였지. 이쪽의 기억 안의 아키하는 얌전해서 , 언제나 불안한 듯한 눈으로 내 뒤를 따라오는 1살 아래의 여동생이었다. 어렸을 때의 아키하는 말수가 적어, 자신이 하고 싶은 일도 입에서 꺼내지 못할 만큼 기가 약하고, 언제나 부친인 토오노마키히사에게 혼나지는 않을까 허둥대던 선이 가는 여자아이였는데. "-----그렇지. 8년이나 지나면 인간은 휙 변하지." 자신이 8년간으로 지금의 토오노시키가 된 것 같이, 아키하도 이 8년간으로 지금의 토오노아키하가 된 것이겠지. -----8년간은, 길다. 지금까지의 인생의 절반. 그것도 어린이에서 어른이 되기 위해 성장하려 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나는 이 저택에 없었다. "......미안해, 아키하." 그 8년간을 함께 있어 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고 생각해서. 나도 모르게, 그런 사죄의 말을 중얼 거렸다. 혼자 남겨져서, 침대에 누웠다. 8년 만의 집. 8년 만의 육친. 왠지, 타인의 집같이 느끼는 자신. ".....하아. 이제부터 어떻게 되는 거지, 나." 누구에게 들리기 위한 것도 아니고 혼잣말을 하며, 그대로 잠으로 떨어져 갔다. 워--------------엉. ----파도 소리같이, 뭔가의 소리가 들려온다. 워--------------엉. ---뭔가의 먼 울음 소리. 들 개 치고는 가늘고 높다. 워--------------엉. ---고막에 울린다. 달을 향해서라도 짓고 있는 걸까. 워--------------엉. ---싫은 냄새. 이 짐승의 포효는, 두통을 부른다. 워--------------엉. ---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워--------------엉. 워--------------엉. 워--------------엉------------- ".....아아, 시끄러!!" 눈이 뜨였다. 창 밖에서 왕왕하고 개 짓는 울음 소리가 들려온다. 시계는 이제 밤 11시가 된 때. 민폐 정도가 아니다. "젠장, 이럼 잘수가 없잖아." 개의 울음 소리는 저택의 담 근처에서 들려온다. .......이대로는 잘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얌전히 잔다. 개의 울음 소리는 아직 계속되고 있다. 이대로면 확실히 말해 잘수 없다. ......잘수 없지만, 뭐어, 그것은 보통 사람의 신경 레벨에서의 이야기다. "..................졸리니까, 패스." 시트를 뒤집어 쓰고, 침대에 눕는다. 개 짓는 소리따위, 길을 달리는 자동차 소리라고 생각 해버리면 된다. "......하아." 오늘은 뭔가 긴 하루였다. 익숙하지 않은 저택의 저녁 식사와 아키하들과의 회화로 신경이 완전히 지쳐있다. 그 앞에서는 개의 울음 소리따위, 단순한 잡음에 지나지 않는다. 눈을 감아 버리면, 그 뒤는 평온한 잠 속으로 떨어질 수 있었다. "-----응" 뭔가, 소리가 들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비몽사몽으로 시계를 보니, 시각은 이제 마악 오전 2시가 된 참이다. ......방금의 들개의 소동에서, 2시간 정도는 지났다. 들개의 소리는 이미 그쳐 있다. 저택의 밤은 시계의 초침의 소리가 울리는 정도로, 조용하다. "-------?" 또 소리가 들렸다. ........저택 안........로비 쪽 인걸까. "-----설마, 도둑?" 있을수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 저택은 돈 되는 것으로 밖에 구성되어 있지 않은 말도 안 돼는 저택이다. 게다가, 지금은 나와 아키하, 코하쿠상과 히스이밖에 없다고 하는 무방심함까지 있기도 하다. ".........." 침대에서 나와서, 발소리를 내지 않도록 방을 나온다. ........혹시 도둑이라면 아키하들이 위험하고, 그것만은 가만히 놔둘수 없다. 2층에서 로비의 상태를 바라보는 것뿐이라면, 이쪽에게도 위험은 없다고 생각한다. ........로비에는 이상은 없다. "..............!" 아니, 누군가 있다. 현관에서 들어와, 비틀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로비를 횡단해 가는 모습은----- "아키.....하?" 아키하는 2층의 자기 방이 아니라, 1층의 서관으로 걸어 간다. 그 앞에 있는 코하쿠상의 방과, 아버지의 방 정도다. "......뭐하고 있는 거야, 저녀석. 이런 밤중에....." 중얼 거려봐야 대답은 없다. 잠시 로비를 바라보다가, 얌전히 자신의 방에 돌아 가기로 했다. ......뭐어, 뭔가 볼 일이 있던건가, 아니면 코하쿠상을 만나러 간건지도 모른다. 이쪽도 몰래 훔쳐 봤다는 잘못도 있고, 이것저것 알아보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자자 자자. 내일도 학교다." 침대에 들어가서, 눈을 감는다. ------잠에 떨어지는 도중. 로비에서 본, 흐리멍텅한 눈을 한 아키하의 모습이, 뭔가 좋지 않은 것 같이, 몇번도 몇번도 다시 떠올랐다. (反轉衝動 I. 完) << □ >> 2 / 反轉衝動 II 그 시절, 저택은 커다란 놀이터였다. 깊은 숲 같은 정원. 높은 성 같은 집. 몇일이 걸려도 전부 탐험할수 없는 닫혀진 상자의 세계에서, 우리들은 놀며 돌아다녔다. 매일은 즐거 웠다. 나이를 먹는 다는 것도 몰랐고, 아침과 밤은 같은 듯이 반복되는 거라고 의심하지도 않았다. 그것은, 단지, 강아지같이 들떠서 돌아 다니던 유년기. 우리들은 대단히 마음이 맞아서, 최고의 놀이 친구였다. 돌아보면 언제나 아키하가 있어, 손을 흔들면 부끄러워 하며 숨어버린다. 응, 그런 것도 언제나 대로. 그 시절, 저택은 커다란 놀이터였다. 깊은 숲 같은 정원. 높은 성 같은 집. 몇일이 걸려도 전부 탐험할수 없는 닫혀진 상자의 세계에서, 우리들은 놀며 돌아다녔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낯설은 목소리가 들린다. 보고 있던 꿈이 급속히 사라져간 후에 남는 것은, 눈을 뜨려 하는 늘어지는 몸의 감각뿐이다. "아침입니다. 일어나실 시간입니다, 시키님." 낯설은 목소리가 들린다. .....그러니까, 시키님은 그만둬 주지 않겠어. 그렇게 들으면 등골이 오싹해진다고, 어제 분명 말했는데---- ----눈이 떠졌다. 히스이는 침대에서 떨어진 곳에, 뭔가의 조상(彫像)같이 서 있다. "........" 여기는, 어디였지.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시키님." 메이드 복의 소녀가 인사를 한다. ".....아아, 그렇다. 나는, 자신의 집에 돌아 왔었지." 몸을 일으켜서 방안의 상태를 둘러 본다. "안녕 히스이. 일부러 깨워줘서, 고마워." "그 같은 말씀은 필요 없습니다. 시키님을 깨우는 것은, 저의 책무이니까요." 히스이는 담담히, 완전한 무표정으로 대답한다. "그, 그런가. 그럼, 됐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아도, 히스이는 예쁜 얼굴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아이가 깨워준다는 것은 기뻐해야 할 일이겠지만, 히스이에게 이렇게 감정이 없으면 별로 기쁘다, 라는 느낌은 없다. .....아깝다. 히스이도 코하쿠상의 절반 정도 밝으면, 굉장히 귀여울 거라 생각하는데. "----뭔가 용건이 있으십니까?" 이쪽의 시선을 느낀건가, 히스이는 똑바로 마주 본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눈이 떠서 제일 먼저 히스이의 얼굴을 보고, 여기가 토오노 저택이구나라고 실감한 것 뿐이야." 그럼, 하고 침대에서 일어나, 응- 하고 크게 양손을 뻗는다. "시키님,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저택에서 시키님의 학교까지 30분 정도 걸리니, 앞으로 20분 정도로 아침식사를 드시지 않으시면 안됩니다." "에----우와아, 벌써 7시 지났잖아!" 시계를 보고 경악했다. .....어젯 밤, 몇 번도 눈을 떠버린 탓에 체내 시계가 망가진 것 같다. "학교 제복은 그쪽에 두었습니다. 옷을 갈아 입으시는 것이 끝나시는 대로 거실로 와주십시오." "젠장, 어차피 깨워 줄 거라면 좀더 빨리 깨워주면 될텐데....!" 제 멋대로 혼잣말을 하면서, 개어진 학생복에 손을 뻗는다. 학교 제복은 잘 개어져 있고, 셔츠에는 아이론까지 걸려있다. 소매에 팔을 넣자, 뭔가 새 것 같은 기분이 좋았다. 거실에는 아키하와 코하쿠상이 있었다. 아키하의 제복은 아사가미 여학원, 이라는 유명한 아가씨 학원의 것이겠지. 둘은 이미 아침식사를 끝낸건가, 우아하게 홍차 같은 것을 마시고 있다. 아키하에게 인사한다. "여, 잘잤어 아키하."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오빠." "안녕히 주무셨어요 시키상. 아침 식사의 준비라면 식당 쪽에 되어 있으니까, 마음 껏 드셔 주세요." 차가운 아키하와 대조적으로, 싱긋싱긋 한 미소로 인사를 해주는 코하쿠상. "아, 감사합니다. .....근데, 아키하는 이미 끝낸건가? 보기에는 식후의 차 인듯한데. "당연합니다. 오빠가 몇 시에 기침을 하든 상관은 없습니다만, 적어도 아침 식사 정도는 여유를 가지고 해주세요. 7시 넘어서 아침을 들다니, 늘어졌다는 증거입니다." ".....아니, 7시쯤에 아침을 먹는 것은 보통이라 생각하지만. 그러는 아키하는 몇시에 일어나는 거야." "아침 5시에는 일어납니다만, 뭔가 이상한 점이라도?" "..............." ......과연이다. 그렇게 빨리 일어나서 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반론의 여지가 없을만큼 완벽한 기침시간이다. "애초에, 오빠의 학교는 여기에서 도보로 30분 정도지요? 그렇게 가까운 곳에 학교가 있는데 지각따위 하지 말아주세요. 부끄러우니까." "........우" 아키하의 말에는, 일일이 가시가 있어 따끔따끔하다. 하지만 전부 정론이기 때문에, 반론을 할 여지가 없다. "아키하님, 슬슬 시간 쪽도 한계입니다만, 괜찮으십니까?" ".....알고 있습니다. 정말, 첫 날부터 이러면 이제부터가 뻔하잖아." 투덜투덜, 하고 불만 같은 것을 중얼 거리고는 아키하는 소파에서 일어선다. "그럼, 나는 시간이기 때문에 먼저 실례합니다. 오빠도 조심해서 면학(勉學)에 힘내 주세요." 아키하는 그대로 거실을 뒤로 했다. 아키하를 현관까지 배웅하는 건가, 코하쿠상도 거실을 뒤로 한다. "면학에 힘내라니, 아키하." .....역시 아버지 아래에서 8년간이나 단련됬으니까 인걸까, 별거 아닌 부분에서 구식이라고 말할까, 예의 바르다고 말할까. "......뭐어, 그런 말 하지않아도 학교에는 가겠지만 말이지." 긁적긁적 뺨을 긁는다. 나갈 때 아키하의 얼굴은 왜인지 가슴에 남아서, 아침부터 잔뜩 주의받은 일따위 아무래도 좋게 되버렸다. "그런가----" 탁, 하고 손을 친다. 방금의 아키하의 얼굴은, 옛날의 아키하와 굉장히 닮았으니까, 나는 이유도 모르고 눈을 빼앗겨 버린 것일거다--- 코하쿠상이 준비해준 아침식사를 먹은 후, 로비에 나온다. 그러자, 로비에는 히스이가 가방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시키님, 시간은 괜찮으신가요?" "아아, 여기서 학교까지 달리면 20분도 안 걸리니까. 지금 7시반이잖아, 어디 한눈 팔고 가지 않으면 늦지 않아." 이쪽을 설명에 만족 한건가, 끄덕, 하고 히스이는 끄덕인다. "그럼, 밖에까지 배웅하겠습니다." "에---아, 응, 고마워." ....역시 자신 전속 고용인이란 것은 매우 부끄럽다. "아, 시키상! 잠깐 기다려 주세요!" 탁탁탁, 하고 코하쿠상이 2층에서 내려왔다. "..........." 히스이는 코하쿠상이 오자, 슥, 하고 몸을 물리고 입을 다물어 버린다. "얼레, 코하쿠상은 아키하와 함께가 아니었나?" "아키하 아가씨는 승용차로 학교에 향하시키까요. 오늘 아침은 시키상에게 전할 물건이 있어서 저택에 남도록 한겁니다." "전할 물건이라니, 나에게?" "예. 어제, 아리마가 쪽에서 짐이 도착한거예요." 싱긋하고 코하쿠상은 미소를 띄운다. "에---? 아니, 나는 내 짐은 전부 가지고 왔어. 애초에 저쪽에서 쓰던 것은 아리마가의 것이니까, 자신의 것이라고는 입고 있는 옷 정도인데...." "그렇습니까? 이게 도착한 짐입니다만." 코하쿠상은 20센치 정도의, 가느다란 나무상자를 넘겨준다. 중량은 별로 없다. "----코하쿠상, 나는 이런거 본 적도 없는데." "하아. 시키님의 아버님의 유품이라던것 같습니다만. 시키상에게 물려주도록이라고 유언이 있었다고." ".....그 아버지가 나에게?" .....그거야말로 실감이 일지 않는다. 8년전, 나를 이 저택에서 쫒아낸 아버지가 어째서 나에게 유품을 남겨 주는 거지? "뭐 됐어. 코하쿠상, 이건 방에 놔둬 줘." "------" 코하쿠상은 가만-히, 흥미깊은 듯이 나무상자를 바라보고 있다. 왠지 장난감을 가지고 싶어하는 어린애같은 거동이다. "------" 아니, 어린애 그것이다. ".....알았습니다. 안이 궁금한 거군요, 코하쿠상은." "아뇨, 그렇지 않아요. 단지 조금 궁금하다,하고." .......그러니까, 충분히 궁금해 하고 있잖아. "그럼 열어 보지요. 하나 둘, 얍!" 슥, 하고 마른 소리를 내고 나무 상자를 연다. 안에는---10cm정도의, 가느다란 철 막대기가 들어 있었다. "......철 막대기.....다." 아무런 장식도 없는, 오랫동안 사용해서 손길이 남은 철 막대기. ......이런 고철을 나에 대한 유품이라고 하다니, 아버지는 어지간히도 내가 마음에 안들었다고 생각된다. "----아니예요 시키상. 이거, 과도입니다." 코하쿠상은 철 막대기를 상자에서 꺼낸다. "자, 튀어 나오는 나이프라고 있지 않습니까. 그것과 같은 것같아요. 하나 둘, 얍!" 칭, 하는 소리가 나고 막대기에서 10cm정도의 칼날이 튀어 나온다. .....과연, 확실히 이것은 나이프다. "제법 오래된 것 같습니다만, 잘 만들어져 있어요. 뒤에 연호가 쓰여져 있습니다." 코하쿠상은 칼날을 넣고 나이프를 넘겨준다. 확실히 손잡이의 아래쪽에 숫자가 새겨져 있다. 칠(七)이라는 한자와, 그 뒤에 야(夜)라고 하는 한자. "언니, 이것은 연호가 아니야. 일곱의 밤이라고 쓰여져 있는 것 뿐이야." "!!!" 깜짝 놀라서 돌아 본다. 그러자,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히스이가 뒤에서 나이프를 바라보고 있었다. "노, 놀랐다....히스이, 심술 궂잖아. 그렇게 뒤에서 보지 않아도, 보고 싶으면 보여줄텐데." "아----" 갑자기, 히스이의 뺨이 약간 붉게 물든다. "시, 실례했습니다. 그---그 단도가 너무 예쁘니까, 저도 모르게." "예뻐? 이거, 예쁘다고 하는 걸까나. 어느쪽이냐고 하면 낡아 빠졌다는 느낌인데." "----그렇지 않습니다. 훌륭한 인문(刃文)을 한, 유서 깊은 고도(古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 나에게는 고철로 밖에 보이지않는데...." 히스이가 너무도 강하게 단언을 하니, 이쪽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응. 이것은 또 이것으로, 유품으로서 나쁘지 않은지도 모른다. "일곱의 밤....입니까. 그 과도의 이름인 걸까요?" "그럴지도. 나이프에 이름을 붙이는 녀석은 그렇게 많지 않을거라 생각하지만." 아무튼, 연대물이란 것은 확실하다. "뭐, 받을수 있는 물건은 받아 둔다는 게 내 신조고." 칼날을 넣고, 바지의 주머니에 나이프를 넣는다. "시키님. 시간은 괜찮으십니까....?" "위험해, 슬슬 가지않으면 늦을려나. 그럼 코하쿠상, 전해 줘서 고마워." 아뇨아뇨, 하고 코하쿠상은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정원을 지나 문에 나온다. 히스이는 말없이 따라 온다. ".....히스이. 혹시 내 배웅?" 예, 하고 히스이는 무표정으로 끄덕인다. "시키님. 귀가는 언제쯤이 되십니까." .....히스이는 끝까지 내 이름에 님을 붙이고 싶은 듯하다. 여기서 이야기를 해서 학교에 지각 할 수는 없다. '님'붙이기 논쟁에 관해서는 시간이 있을 때에 하기로 해야겠지. "시키님?" "아, 에-그러니까, 그렇군. 4시근처에는 돌아올거라 생각해. 나는 부활 하고 있지 않으니까." 아리히코와 놀러 나가지 않으면, 뭐어 대충 저녁에는 돌아 올수 있다. 이쪽의 어중간한 계산에 히스이는 깊게 머리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다녀오십시오. 부디, 가시는 중, 조심하시기를." .....뭐를 조심하는지는 불명이지만, 아마 이쪽의 몸을 걱정해준 것이겠지. "아아, 고마워. 히스이도 조심해." 호의에는 호의로 되돌리는 것이 당연. 가볍게 손을 들고, 히스이에게 건강하게 손을 흔들고 저택의 문을 뒤로 했다. ---언덕 길을 내려간다. 지금까지 아리마의 집에서 고교에 다녔었으니까, 이 길로의 등교는 처음이었다. "-----별로 없군, 우리 학교 학생." 이 주변의 가정에는 우리 고교에 다니는 사람은 적은 것 같다. 아침 7시 반. 길을 조금 서둘러 나아가는 학생복 모습은 자신 밖에 보이지 않는다. 간혹 학생복을 입은 사람 그림자가 섞이기 시작한다. 여기 근처까지 오면 우리 학교의 통학로가 되겠지. ".....유미즈카상은.....뭐, 그렇게 딱 맞춰서 있지는 않겠지." 어제, 여기서 '집이 이쪽이니까'라고 하고 헤어진 클래스메이트의 미소를 떠올린다. 교실에 가면 유미즈카사츠키가 있다고 생각하자, 기분 탓인지 걸음 걸이가 빨라 졌다. 주택지를 빠져서, 교차점에 도착한다. 교문이 닫힐 때까지 앞으로 10분 정도. 지각하지 않도록 아스팔트 노면을 달려 나갔다. -----도착. 저택에서 도보로 30분, 이라기 보다 20분 정도인가. 도중에 몇번인가 달렸으니까, 느긋하게 가고 싶다면 7시 넘겨서 저택을 나올 필요가 있겠지. "-----?" 교실에 들어오자, 공기가 어딘지 붕 뜬 것을 느꼈다. 아침의 교실은 언제나 소란스럽지만, 오늘의 소란스러움은 어딘가 색이 다른 기분이 든다. 창가의 자신의 책상까지 걸어간다. 그곳에는 뚱한 얼굴의 아리히코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리히코, 무슨 일 있었냐?" ".....글쎄. 별로 대단한 건 아냐. 그냥 우리 반의 누군가가 가출했다는 것 뿐인 이야기다." "그런가, 어쩐지 소란스럽다고 했다." 자신의 자리에 앉아서, 후우, 하고 숨을 내쉰다. "----라니, 그거 큰일이잖아! 누가 가출한거야, 누가!" "그런걸 내가 알겠냐. 아침의 홈 룸이 시작하면 싫어도 알게 되잖아. 가출한 녀석은 학교에는 오지 않을테니까, 빈 자리가 가출한 녀석이다." "아아, 그거 납득." 납득이지만, 아리히코의 태도는 언제나보다 드라이하다. .....클래스메이트가 가출했다는데도, 마치 남의 일이라는 듯이 무관심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리히코. 너, 너무 무관심하잖아. 클래스메이트가 가출한거라고. 걱정되지 않냐?" "아? 바보. 그딴걸 진짜로 걱정하고 있는 건 너정도라고. 반의 녀석들이 떠드는 건, 그냥 드물은 화제니까야. 나나 네가 가출했다는 것도 아니고, 관심따위가 있을리가 없잖아." ......그러고보면, 이녀석은 가까운 사람 이외에게는 굉장히 차가운 면이 있는 녀석이었다. "......하지만 뭐어, 다른 의미로 걱정은 하고 있지만 말이지. 이런 때에 가출을 하다니, 어지간히도 배짱이 있던가 어지간히도 '그거'던가고." "......? 이런 때라니, 어떤 때?" "어제 말했잖아, 토오노. 지금 거리에서는 무차별 살인마가 유행하고 있다고. 어디로 가출 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대서나 야숙따윌 하다간 푸욱하고 살인마에게 습격당해도 불평할 수 없잖아." "설마-----아무리 그래도, 그런 일은 없겠지." "토오노, 너는 제대로 TV를 보라고. 지금까지 희생자가 8명이라고? 그것도 전원 무차별로 죽고 있어. 나만은 안심, 따위의 생각은 버려버려. 요즘의 밤 길은 말이다, 엄청 조용하다고. 나다니고 있는 것은 위기감이 마비된 주정뱅이와 경관뿐이라 말이지, 덕분에 지루해서 지루해서 참을수가 없어." 아리히코의 목소리는 진지하다. ......그걸 듣게 되면, 이쪽도 불안해져 버린다. "-----옷, 쿠니후지가 왔다. 기다리시던 홈 룸이다." 아리히코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잠시 지나, 전원이 자리에 앉았다. 생도가 앉아 있지 않은 자리는 하나 밖에 없다. 그 자리는, 틀림없이 유미즈카 사츠키의 책상이었다. "그럼 나는 집이 이쪽이니까. 바이바이, 내일 또 학교에서 만나자." "........." ....어제 헤어질때, 유미즈카는 확실히 그렇게 말했다. 집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미소는 도저히 가출하기 직전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유미즈카는 결석이군." 교단에 선 담임은, 그냥 유미즈카 사츠키를 결석 취급하고 출석을 불러 간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홈 룸은 진행된다. 나는----- ....조용히 상황을 본다. ----물어봤자, 담임이 가르쳐 줄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아리히코의 말대로 가출이라고하면, 그것은 프라이베이트한 일이다. 클래스메이트가 괜히 '유미즈카상 가출 했습니까'라고 물어도, 대답해줄 교사는 없겠지. ".....그렇지. 아직 그렇다고 정해진 것도 아니고." 유미즈카는 지각하고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담임에게 묻는 것은, 좀더 상황을 보고나서가 현명하겠지. 점심 시간이 되어도, 기분은 나아지지 않는다. 유미즈카 사츠키가 가출했다, 라는 이야기는 충격이긴 했지만, 언제까지도 남을 화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교실은 언제나 대로고, 나만이 클래스메이트의 행방을 걱정하고 있는 듯이 마저 보였다. "토오노, 밥 먹자." "됐어. 뭔가 그런 기분이 아니야." "흐-응....뭐, 할 수 없나. 상관없는 고생을 지는 것도 적당히 해두라고." ".........." 상관 없는 고생, 인가. 아리히코의 말은, 일일이 지나치게 핵심을 찌르고 있다. "어레? 오늘은 이누이군과 함께가 아닙니까?" ".......선배. 무슨 일이예요, 우리 교실 같은 곳에 오다니." "예, 토오노군들과 점심 밥을 먹으려고 생각했습니다만.....토오노군, 점심 먹지 않습니까?" 자리에 주저 앉은 내 얼굴을, 걱정인 듯이 들여다 보는 선배.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어딘지 식욕이 없어서 말이지." "하아. 기분이라도 나쁜 겁니까? "......그런 정도일까나. 괜찮으니까, 나는 놔두고 식당에 가주세요. 아리히코라면 식당에 있으니까." "정말, 건강이 없군요 토오노군은. 무슨 일이 있었는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점심 밥을 먹지 않으면 점점 더 기분이 나뻐져 버려요." "-----그것은, 그렇지만." 식욕이 일지 않으니까, 이것만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알겠습니다, 그럼 마음이 가라 앉을 수 있는 곳으로 갑시다. 실은 비밀이지만, 토오노군은 특별합니다." 팔을 잡고, 선배는 억지로 나를 의자에서 일으켜 세웠다. 시엘 선배는 교사의 끝에 있는, 누구도 쓰지않는 교실까지 나를 데려 왔다. "어레....여기는 화실, 이었지요." "예, 여기라면 아무도 없고, 기분도 가라 앉으니까." "아니, 그건 그렇겠지만....선배, 여기 열쇠가 걸려있지 않습니까?" "그래요. 보통은 차도부의 부원 밖에 안에 들어갈수가 없으니까, 보통의 생도는 안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말하며,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는 선배. "뭐야, 선배 차도부원이었나요?" "예. 라고 말해도, 차도부원은 나뿐이지만 말이지요~" 아하하, 하고 웃는 얼굴로 말하고, 선배는 화실 안에 들어갔다. .....화실의 안은, 여기가 학교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만큼, 특별한 공간이었다. 다다미의 감촉과, 창에서부터 비춰 들어오는 햇볕이 싱.....하고 마음을 침착하게 한다. "방금도 말했지만, 차도부라고는 해도 부원은 나밖에 없습니다. 그 덕에 방과후라든가 쉬는 시간이라든가, 이렇게 자유롭게 써버리고 있는 겁니다, 예." 웃으면서 선배는 방석을 깔아줬다. "지금 차를 따를테니까, 토오노군은 거기서 기다려주세요." .....선배는 나가시 쪽에서 차의 준비를 해주고 있다. 서 있어도 별 수 없으니까, 얌전히 방석에 정좌했다. "............." 화실의 마력인걸까. 그만큼 가슴 속에 빙빙 소용돌이 치던 유미즈카의 일을, 침착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예, 그다리셨습니다. 그럼 점심 식사를 하지요. 실은 말이지요, 토오노군에게 묻고 싶은 일이 있었으니까, 차도부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것은 마침 잘 됐습니다." "예. 이야기, 입니까." 곤혹하면서도 차를 마신다. 화실에 들어오면 조건반사로 태세가 올바르게 되서, 기분이 정갈하게 되어준다. .....나는 전혀 상관하지 않았지만, 아리마가는 차도의 가원(家元)이기도 하다. 그런 집에서 자란 탓인가, 양실보다 화실 쪽이 편한거다. 선배는 뭔가 곤란한 듯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왜그러세요 선배. 뭔가 곤란한 얼굴하고 계신데." "에? 아, 그, 뭔가 토오노군 쪽이 침착하구나하고, 조금 놀랐습니다." "그렇습니까? 우리 집은 애초에 엄한 집이었으니까, 이런거에 익숙해져 있는 것뿐입니다. 그것보다 선배, 이야기가 있는거 아니었습니까?" "아, 그랬습니다. 이야기라고 하는 것은 말이지요, 어제의 점심의 계속입니다." ".....점심때 이야기의 계속이라니, 그, 집의 이야기?" 예, 하고 선배는 끄덕인다. "토오노군이 싫지 않다면, 좀더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생각해서. 어제는 어중간하게 이야기가 끝나버렸으니까 신경쓰여서." "......싫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우리 집 얘기를 들어봐야 재미없어요. 그거야 말로 시간낭비입니다." "재미없어도 좋습니다. 내가 그냥 듣고 싶을 뿐인거니까." "......하아, 유별나군요. 선배는."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하고 선배는 웃었다. "저기 토오노군. 토오노군은 자신의 집에 이사했다고 말했습니다만, 그거 어떤 의미입니까?" 선배는 흥미깊은 듯이 질문을 해온다. .....뭐어, 확실히 아무것도 모르는 선배에게 있어서, 어제의 회화는 너무 단편적이었겠지." "-----그렇군요. 요는, 나는 친가에서 쫒겨난 남자인겁니다, 이게. 9살 때 교통사고에 휘말렸다던가해서, 심한 상처를 입어버려서. 상처 그것은 어떻게든 나았습니다만, 그후로 금방 빈혈로 쓰러지고 먹은 것은 토하고 해서, 잠시 요양시킨다 라는 것으로 친척인 아리마라는 집에 맡겨지게 된 것인 겁니다. "에에 그러니까, 즉 그 아리마라는 분들이 토오노군의 9살 때부터 길러준 부모, 라는 것인거군요?" "그렇군요. 나는 자신의 부친에게 왜인지 미움 받아서, 아리마가에 맡겨졌을 때부터 두번다시 자신의 집....토오노 저택에 돌아올 일이 없을거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뭐어, 자신에게 있어서는 아리마가의 아이로서 살아가자라고 계속 생각했어요. 생각했습니다만, 얼마전에 그 부친이 타계한 겁니다. .....그렇게 되면 저택에는 여동생 한명밖에 없으니까요. 오랫동안 내버려 둬버린 것도 있고, 이제와서라지만 저택에 돌아가기로 한겁니다." -----이상, 토오노 시키의 가정 사정이었습니다. 라고 이야기를 끝낸다. 시엘 선배는 말없이 끄덕, 하고 작게 끄덕인다. "......하나, 물어도 되겠습니까? "응? 뭐어, 나에게 대답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그럼 묻습니다만, 토오노군은, 역시 전의 가족이 싫었습니까?" 전의 가족---길러준 부모인 아리마의 양친의 이야기인가. 진짜 양친이 아닌 부친과 모친. 타인의 집이었을 터의 모르는 건물. 하지만, 그런 일은 전혀 관계 없이---- "아니, 좋아했어요. 피가 이어 지지 않았다는 일따위 신경도 쓰지 않는 사람들로, 내가 혼자서 침울해 있는 것이 면목없어질 정도로, 따스했어요. 그런 맹목적인 애정을 믿을수 있는 자신이란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이 사람들은 나를 사랑해주고 있다. 그러니까 빨리, 하루라도 빨리, 나는 진짜 가족이 되지 않으면---- 그런 말을, 어렸을 때부터 계속 자신에 들려왔다. ......정말로, 계속 옛날부터. 의식이 멀어질 정도로, 계속 계속 반복해서 맹세해 왔다---- "......에 그러니까, 확실히 아리히코가 말한 대로, 아리마가에 불만 따위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잘해 줬고, 나도 그 애정에 응해왔다고 생각해요. 그야 서로, 이런거 가족 놀이라고 알고 있었습니다만, 연극같았던 그것마저도, 고통은 아니었던 겁니다." 아니, 오히려 행복했겠지. 어떤 의미로. 아리마의 양친과 나는, 이상적인 부모 자식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안됐던 거군요." ".....그래. 그래도, 일선은 넘을수 없었어요. 나는 진짜 가족이 아니다, 라는 말이 도저히 머리에서 떨어지지가 않아서. 그런거 무시해야 할 거라고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해도 안됐어요. 유아체험인지 뭔지 모르지만, 이렇게 되면 이미 저주일까나. 왠지 어디에 있어도 가족과는 계속 타인 인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의." 선배는 입을 다물고 있다. 시선을 돌리고, 면목 없는 듯이 어깨를 떨구고 있다. "것 봐요. 재미없는 이야기였지요. 그러니까 시간낭비라고 말했는데."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굉장히 유익한 이야기였습니다." 말하고, 선배는 자신의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이쪽도 그것을 따라 하듯이, 사온 빵을 입에 옮긴다. ......선배와 이야기를 한 덕분인가, 다소는 식욕이 돌아왔다. 라고해도, 결국은 사온 빵을 반도 먹지 못했지만. "그런데 토오노군, 뭔가 걱정이라고 있습니까?" "에----뭐예요 갑자기. 별로 고민같은거 없어요, 나는." "흐음. 그럼 단순히 몸이 안좋아서 식욕이 없던 것뿐이군요, 토오노군은." 가만히, 선배는 내 얼굴을 바라본다. ......뭐라 말할까, 깊은 눈 빛이다. 바라 봐지고 있으면 조용히 있기가 어렵다. "........별로 고민같은건 없습니다만......선배, 최근의 무차별 살인마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어제부터 집에 돌아오지 않는 클래스메이트의 이야기가 머리에서 떨어지지 않아서, 나도 모르게 그런 걸 물어 버렸다. "무차별 살인마 사건이라면, 그 흡혈귀 소동이군요." "-----응. 벌써 희생자가 8명도 나왔잖아. 나, 최근 뉴스를 보지 않으니까 잘 모르지만, 선배는 자세해요?" "글쎄요, 남들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만, 자세히 라고 할 정도는 몰라요. 단지....그렇군요, 흡혈귀라는 단어에는 오싹합니다만." "아아, 무슨 죽은 사람의 몸에서 혈액이 빠진다는 거였지. 이상한 이야기지만, 그런거 무슨 의미가 있을려나." "글쎄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의 생각은 이해할 수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토오노군, 어째서 흡혈귀라는 별명이 붙은 걸까요." ".......?" 선배는 이상한 걸 묻는다. "어째서고 뭐고, 몸안의 피가 빠졌다는 거지요? 그거라면 흡혈귀라는 별명이 붙는 것은 당연하지 않습니까." "토오노군은, 흡혈귀의 속설을 알고 있습니까?" 갑자기 웃는 얼굴이 되서, 선배는 더욱 이상한 질문을 해온다. ".....흡혈귀의 속설이라니.....흡혈귀에게 피를 빨린 사람은, 같은 흡혈귀가 된다는 것입니까?" "예. 자, 그렇다면 사체따위 남지 않겠지요. 흡혈귀가 범인이라면, 사체라고 하는 것은 남지 않는 거예요, 토오노군." "----과연, 그것은 그렇습니다만....흡혈귀란건 어디까지 별명이지 않습니까. 선배, 흡혈귀가 있다고, 진짜로 믿고 있는 겁니까?" "그렇지는 않아요. 왜냐면, 사체가 남아 버렸다는 것은 흡혈귀가 아니지요?" 웃는 얼굴인 채로, 선배는 어딘가 핀트가 빗나간 말을 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도 생각할 수 있지 않습니까? 발견되고 있는 사체들 쪽은, 흡혈귀가 되지 못했으니까 죽어버린 겁니다. 흡혈귀에는 될수 있는 사람과 될수 없는 사람이 있어, 될수 있는 사람은 흡혈귀에게 습격당해도 사체가 발견되지 않는 겁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살아 있으니까. 하지만 되지 못한 사람은 그대로 죽어 버린 결과, 사체로서 발견되는 거다, 라고." "아니--------그것은." ......선배는 웃는 얼굴인 채다. 그러니까 그런거, 그냥 농담이라고 알고 있는데도, 왜인지 웃어 날릴 수가 없다. "라~니, 농담이예요. 그런 일이 있다면 호러니까요. 나, 별로 무서운 이야기는 좋아하지 않으니까, 너무 싫은 거 묻지 말아주세요." ".....뭐야 그거. 선배쪽이야 말로 분위기 탄 주제에." "예, 무서운 이야기는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토오노군을 무섭게하는 것은 좋아합니다." ".............." .....뭔가, 나는 이 사람에게 원한 살 짓이라도 한걸까? "하지만 토오노군. 농담은 치워두고, 최근 밤 거리는 위험해요. 아무리 토오노군이 건강한 남자아이라고해도, 너무 나다니면 안됍니다." 어디까지 진심인건가, 선배는 농담같이 충고를 했다. 점심시간이 끝나, 다섯 시간 째의 수업이 시작했다. 고문의 수업 내용은, 전혀 라고 말해도 좋을 만큼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럼, 우리 집은 이쪽이니까. ---바이바이. 내일 또, 학교에서 만나자. 유미즈카는 확실히 그렇게 말했다. 그런 말을 했던 그녀가, 그대로 가출하다니 있을수 없다. "-----" 싫은 예감만이 든다. 밤의 거리를 배회하는 살인마. 밤은 위험하니까 나다니면 안됀다는, 선배의 말. "----" 해어질때의 이미지가 적(赤)이어서 인걸까. 문득. 새빨간 피에 물든, 유미즈카 사츠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그것은 갑자기 찾아왔다. 시계(視界)가 점점 하얗게 되고, 평균감각이 빙글빙글 이상해져간다. "-----" 빙글, 하고 시계가 흔들린다. 머리의 뒤 쪽에 뭔가가 도사려, 의식이 추욱 무거워지는 감각. "..........위, 험" 이 감각은 알고 있다. 돌발적인 현기증은 빈혈의 전조다. 뇌의 혈관에 막힌 혈액이, 검은 덩어리가 되어 어질어질 머리를 흔들어, 버이고 있는 것을 새카맣게 해버린다. 예를 든다면, 뇌 쪽에서 안구 방향으로 어둠이 밀려 나오는 듯한 감각. ---곤란, 한데....수업중에 쓰러지다니, 별로, 없었, 는데--- 붉다. 피 같이 붉은 유미즈카의 이미지가, 너무도 선명했으니까 인걸까. 어질, 하고 시계가 일그러져 간다. 검게되어 가는 시계 속, 더듬거려 책상을 잡아 기댄다. 그것도, 곧 헛수고가 된다. 손가락 끝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 뒤는 단지, 마루를 향해 떨어져갈뿐--- 그중에, 그녀가 말했던 말을 기억해냈다. <핀치일 때는 구해줘, 토오노군.> ---그러니까, 그런 부탁을 해도 무리라고. 나는 네가 생각하고 있는 정도로, 뭐라도 할수 있는 녀석인게 아니니까 말이야---- "---미안. 기다리게 만들었구나, 아리히코." "예이예이, 네가 아무 예고도 없이 쓰러지는 거엔 익숙해있어. 정말이지, 사람이 기다려 주는 것을 이용해서 아슬아슬 할때까지 양호실에서 자버리다니, 지가 뭐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네놈은." "뭐야, 그럼 깨워주면 됐잖아. 별로 얌전히 문닫는 시간까지 기다릴 것도 없잖아." "시끄럽구만, 아픈 사람을 두들겨 깨워봤자, 또 빈혈로 쓰러졌다간 성가시잖아. 자, 됐으니까 돌아가자. 벌써 7시잖아, 젠장" 아리히코는 복도를 걸어간다. ......그 후. 나는 빈혈로 쓰러져서, 보건실에서 자게 되었다. 그대로 하교의 폐문 시간인 6시반이 되서, 아리히코의 펀치로 눈을 뜨게 되어, 이렇게 누구도 없는 복도를 걷고 있다. "어이, 뭐하는거야. 빨리가자, 토오노." "---미안, 지금 갈께." 아직 조금 어지러운 머리를 흔들고, 아리히코의 뒤를 따라간다. "좋아, 여기부터는 혼자 돌아갈수 있지. 그럼, 내일 또 학교에서 보자고." "......생큐. 언제나 미안하다, 아리히코." "신경쓰지마. 빚은 출세 갚기로 배로 갚기다." .....아리히코의 대답은 일본어가 되어 있지 않다. 그것에 쓴웃음을 지으며, 이쪽도 집에 돌아가기로 했다. 교차점에 온다. 아직 밤 7시인데도, 근처에 사람의 그림자는 없다. 계속되는 무차별 살인마 소동으로 밤중에 나다니는 사람이 줄은 탓이겠지. 우선 눈에 들어오는 사람의 그림자는, 멀리서 걷고 있는 여자의 등뿐이다. ".....아, 금발." 멀리서 걷고 있는 여성은, 아무래도 외국인같다. 멀리서도 그렇다고 알수 있는 금색의 머리칼이, 걸을 때마다 흔들리고 있다. .....굉장히, 눈을 끈다. 등을 보는 것만으로, 저 여성이 미인이라는 것을 알수 있다. -----------두근. "에------" 갑자기, 두근, 하고 심장이 튀어 올랐다. 의미도 없이 목이 까칠까칠하게 말라간다. 몸안이 차가워져, 땀을 흘려간다. "아------그" 지끈, 하고 머리가 아프다. ......낮의 빈혈과는 다른, 의식을 멀어지게 하는게 아니라, 의식을 확실하게 만드는 듯한, 아픔. "하------아." 하악하악 하고 숨이 흐트러진다. 저-----등. 금색 머리칼의 여성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 왜인지----지끈지끈 머리가 아프다. "하아----하아, 하아-----" .....사고가, 흐려져간다. 나는----이대로, 저 여성을 쫒아가서, 그래서---- "그래.....서?" 뭐를, 하겠다는 거지, 대체. 여자는 맨션이 늘어선, 번화가의 안에 있는 맨션 단지로 사라져갔다. "....쫒지....않으, 면....." 정말 아무 맥락도 없이, 그렇게 생각했다. 발이 맨션 쪽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그 전에. "------!" 일순만, 확실하게. 유미즈카 사츠키의 모습을, 시계의 구석에 잡았다. "유미즈카, 상------?" 멍, 해져있던 의식이 확실해진다. 유미즈카....일순만이었지만, 그것은 확실히 유미즈카였다. 거리 쪽을 걷고 있었던 걸까? "이런 시간에 왜 나다니는거야......!?" 유미즈카가 가출중이라든가 행방불명이라든가, 그런 일 아무래도 좋을 정도로, 열 받았다. 여자애가 혼자서 밤 거리를 걷다니, 너무 무방비하다. 유미즈카는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사람들 사이를 걷고 있다. ......멀어서, 잘 모르겠다. 잘 못 본 것 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쫒아가서 불러 세우자, 하고 달렸다. "기다려, 유미즈카상----!" 쫒아가면서 말을 건다. "--------" 소리가 들린 건가, 유미즈카는 힐끗 이쪽에 돌아 봤다. 그 얼굴은, 별다를게 없다. 앞을 걷고 있는 소녀는 틀림없이 유미즈카 사츠키고, 그녀의 얼굴이 무서운 표정을 지었던 것도 아니다. "-------아" 그런데, 오싹하는 한기를 느껴 버렸다. ----두근, 하고. 심장의 고동이 빨라진다. 머리의 뒤쪽이 흔들거리며 무거워져, 몸이 조금만 열을 뻗는다. 방금 금발 여성을 봤던 때처럼, 지끈, 하고 머리를 조이는 듯한 아픔이 달린다. "뭐지.....뭔가, 이상하다." 몸안이 뜨겁다. 질 나쁜 열병에 들린 것 같이, 흔들흔들 거린다. 그러고있는 사이에, 유미즈카는 또 걸어가 버렸다. "기----기다려줘, 유미즈카상.....!" 달리면서 부른다. 유미즈카는 돌아보지도 않고, 비틀거리며 걸어간다. "이----, 들리지 않는거냐 유미즈카....!" 뜨거운 몸에 채찍질을 하며 달린다. 하지만, 도저히 유미즈카의 등을 잡을수가 없다. ....아무리 달려도, 걷고 있는 유미즈카에 따라 붙을 수가 없다. "------" 뭔가, 이상하다. 그렇게 알고 있는데, 뭔가 이상한건가 알수 없었다. 지금의 자신에게 할수 있는 일이라고 하면, 아무 해결책도 없는 채, 유미즈카 사츠키를 따라 갈뿐이다. ----그 때. 갑자기 유미즈카의 등이 사라졌다. 방금까지, 따라 붙지는 못해도 제대로 보이고 있었던 유미즈카의 등이 보이질 않는다. "....젠장....뭐였던거야, 대체....!" 멈춰 서서, 호흡을 정리한다. 하아하아, 하고 가슴이 크게 상하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제법 오랫동안 달리고 있었던것 같다. "......지금, 몇시, 지....." 양 무릎에 손을 집고, 적당한 쇼 윈도우에 시선을 옮긴다. 시각은----밤 12시에 걸려있었다. "-----거짓말. 그렇게 달렸던건가, 나." ...그런 실감은 없지만, 시계에 틀림은 없다. 둘러 보면, 번화가의 가게도 그 대부분이 닫혀 있었다. "----돌아, 가자" 유미즈카의 일은 걱정이 되지만, 이 이상 찾아도 찾을수 없을듯한 기분이 든다. ......애초에 네 시간 가까이 따라 가면서, 몇번도 불렀는데 돌아보지도 않다니, 그녀는 뭘 생각하고 있는 거지. 하아, 하고 크게 심호흡을 하고, 저택에 돌아가기로 했다. ......근처에 오면, 지나가는 사람은 전혀 없었다. 번화가 쪽은 아직 통행인이 있었던 쪽으로, 여기부터 저택에 돌아갈 때까지의 길은 완전히 사람이 없겠지. ".........." 무차별살인마라는 단어가 머리에 떠오른다. 밤 12시. 혼자서 거리를 걷고 있는 자신은, 살인마에게 있어 다루기 쉬운 사냥감인지도 모른다. "--------!?" 소리. 건물의 뒤쪽에서, 뭔가 소리가 들렸다. 사람이 쓰러지는 듯한, 그런 느낌의 소리였다고 생각한다. "......뒷골목 쪽.....?" ......소리는 한번 뿐이었다." 주위는, 불길할 정도로, 조용하다. .....싫은 예감이 든다. 뒷골목 쪽에, 누군가가 쓰러진건가. 그렇지 않으면 바람에 짐이 쓰러진것 뿐인가. .....어느쪽이라 하든, 상관하게 되는 것은 별로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방금까지 유미즈카를 찾고 있었던 탓인가, 그곳에 유미즈카가 있을 것같은 착각같은 것을 가져 버린다. ".....어떻, 하지......" 주위에 사람의 그림자는 없다. 의지할수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아침에 코하쿠상이 넘겨준 나이프뿐이다. 나는--- ---자신의 착각을, 무시할수없다. 벌써 몇명이나 살인을 범한 무차별 살인마가 배회하고 있는 밤의 거리에, 수상한 소리가 난 뒷골목으로 들어가려하다니 어떻게 됬다. 어떻게 됬지만, 나는---어제의 유미즈카의 미소를 잊을수없다. 유미즈카가 있을리 없지만. 혹시 저곳에 유미즈카가 있어서, 뭔가 되돌릴수 없는 일이 되어 있었다면. .....나는, 그것을 놓친 일을 절대로 후회할거다. "---좋아." 포켓속에 손을 넣자, 찰칵, 하고 차가운 감촉이 있다. 쓸 생각은 전혀 없지만, 아무튼 이쪽에도 무기가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편해진다. .....그리고, 위험한 때가 되면, 토오노 시키에게는 이 '눈'이 있다. 선생님은 함부로 쓰지마라고 말했지만, 상대가 살인귀라면 용서해주겠지. "......소리, 이쪽이었지." 각오를 정하고, 뒷골목으로 발을 옮겼다. ---두근. 심장이, 심하고 크게 맥 친다. 뒷골목은 조용하다. .....소리는, 이 안의 광장에서 들려왔다. ---두근. 목의 뒤가, 아프다. 극도의 긴장으로 경련이라도 하고 있는건가, 등골이 피부에서부터 튀어나올 것 만 같을 정도로, 아프다. ---두근. 어째서지. 나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은데, 본능이 아까부터 경고를 울리고있다. ---두, 근. 가지마. 이 앞에는 가지마. 가면, 분명 돌아올수없다. ---두, 근. 하지만, 이제 늦었다. 뒷골목을 빠져서, 나는 그 광장에 발을 들여버렸다. "---에?" 단지, 그런 소리밖에, 나오지않았다. 뒷골목은, 하나의 붉은 세계였다. 쓰레기나 폐품에 섞여, 손발이 산란(散亂)해 있다. 손발은 개나 고양이의 것이 아니다. 그 단면에서부터, 붉은 피와, 뼈와, 생생한 고기를 보인, 틀림없는 인간의 손발이었다. 지면이나 벽에는 붉은 피가 발라져있다. 코를 찌르는 무거운 냄새. 추룩, 하고. 붉은 안개가 되서 몸을 둘러 붙어 버릴 것 만 같을 정도, 농후한 피 냄새. 얼굴. 얼굴. 얼굴. 목부터 잘려져, 고통의 표정인채로 굴러다니는 얼굴. 분재 같이 말라붙어, 두조각으로 갈라져 카락카락하고 굴러다니고 있는 얼굴. 양눈을 빼내져,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수없을 만큼 정체불명인 채 방치된 얼굴. "----" 소리도 내지 못하고, 단지, 그것들 망골을 바라봤다. 아니, 인간의 사체라고 하기엔 너무 다르다. 질 나쁜 인형이라 해도, 저것들 보다 조금은 나을 거다. 사체는, 4개 있었다. 이것도 저것도 먹다 버린 반찬처럼 굴러다니고 있다. "하---하" 경악하여 사체의 바다를 바라본다. 목의 뒤가 뜨끈뜨끈하게 아프고, 목이 말라서 호흡이 불같이 뜨겁다. 손가락 끝이 덜덜하고 떨리고, 입가가 이상한 모양으로 일그러져간다. 이것은--뭐냐. 지금 눈 앞에 펼쳐져있는 세계는, 뭐냐. "---붉어" 그래. 눈이 산화(酸化)해 버릴만큼, 공격적인 일면의 색---. 단지, 멍하니 서있을뿐이다. 비명도 나오지않는다. 공포도 없다. 단지 자아를 잃고 이장(異狀)한 광경을 영화의 원신같이 뒷골목을 바라보고있는 자신이 있다. 분명. 그렇게라도 하지않으면 제정신으로 있을수 없기에, 이성이 그런 방법으로 나를 보호해주고 있는 것일 것이다. 덜컥, 하고 벽쪽의 사체가 움직였다. 아니, 틀려. 그곳에 있는건 사체가 아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굴러다니던 손발과는 다르다. 제대로 손발이 있는, 살아있는 인간인것 같았다. "아......." 뭔가, 의외인 것을 봤다. 인간이 살아있다는 기쁨보다, 이 광경 안에 살아있는 인간이 있는 일이, 왠지 부자연스러운 기분이 들어서. 하지만, 살아있다면. 살아있다면, 도와, 주지않으면. "저---여보세요?" 마비된 감정인채로, 아직 살아있는 인간에게 다가간다. "----기" 스륵, 하고 피의 바다에서 기어올라와, 그것은 나를 향해 얼굴을 들었다. 그, 말라비틀어진, 해골같은 얼굴을. "히-----!" 반사적으로 뒤로 도망친다. 하지만 그런 나의 움직임보다도, 해골 쪽이 몇배나 빠르다. 히유휴하는 소리를 내며, 그녀석은 나의 위에 달려들었다. ----휴, 휴. 싫은 소리가, 눈 앞에서 들려왔다. 보면---해골의 목은 큰 구멍이 뚫려있어서, 제대로 발음도 할수 없는것 같았다. "---아" 말라 비틀어진 얼굴, 말라 비틀어진 팔이 덥쳐온다. 뼈와 가죽밖에 남지않은 목의 성대가, 덜렁덜렁하고 기분나쁜 소리에 맞춰 진동하고있다. "우와아아아아!!" 단지, 필사적으로 그녀석을 때어 내려했다. 그러나 그녀석은 기분나쁜 소리를 내며 떨어지려 하지를 않는다. 그륵, 하고. 그녀석의 손가락이, 어깨에 박혔다. "으으으으윽!!" 아픔으로 몸이 튄다. 그것의 손가락은, 예리한 면도날 같았다. 용서없이 나의 가죽을 찢고, 고기를 헤치고, 그대로 신경을 뜯어내어 가는 격통---- "아, 아아, 아-----!!" 단지 아퍼서, 그런 소리밖에 나오지않는다. 비명을 지르며 있는 힘을 다해 그녀석을 때어내려 했지만, 그녀석의 힘은 너무 강하다. 내가 뭘하던 꼼짝도 하지않는다. 칵칵하는 소리를 내며, 해골의 입이 열린다. 어깨를 한입에 물어 뜯어낼 정도로 열린 입이, 죽고 싶지않아, 하며 도움을 구하는 듯이 나의 얼굴로 다가온다. "그----" 그만둬, 라는 말도 통하지않는다. 뼈와 가죽뿐인 그녀석은, 그대로 나의 머리를 물어뜯으려 하고------그대로, 갑자기, 무너져내렸다. "헤....?" 그렇게 강했던 힘이 사라져간다. 고작 뼈와 가죽만이 남아있던 사람의 모습을 한 그녀석은, 남겨진 뼈와 가죽마저도 잃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간다. 사락사락하고. 악몽이었던 것 같이, 그것은 재가 되어 흩어졌다. ".......뭐야, 이거" 즈륵하고, 어깨에서 통증이 달린다. "아.....읏" 등에 자신의 피가 흘러간다. 아픔은 현실. 그러니까 이것은, 거짓없는 현실. 심한, 악몽이다. 이런 일----악몽일수 밖에 없는데, 꿈마저도, 아니라니. "토오노군. 그 이상 거기에 있으면 위험해." "----!" 등뒤에서의 목소리에 돌아봤다. 들어온 뒷골목의 입구에, 유미즈카 사츠키가 서있다. "유미, 즈카----?" "안녕. 이런곳에서 만나다니, 우연이네." 마치,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것같이, 가볍게 유미즈카는 말을 걸어왔다. "유미즈카, 너....너야말로, 이런 시간에 뭐하는거야." "나는 단지 산보. 하지만, 토오노군이야말로 뭐 하고있어? 그렇게 잔뜩 사람을 죽이다니, 안돼는거 아닐까나." 후후, 하고 조용한 미소로 유미즈카는 말했다. "사람을 죽였다니---에?" 주위를 둘러본다. .....그리고, 자신이 어떤 참상 속에 서있는건가를 생각해냈다. 일면의 피의 바다 속. 토오노 시키는, 마치 살인범 같이, 아연히 서있다. "아, 아니야, 이건 내가 아니야.....!!" "아닐거 없잖아. 모두 죽어있고, 살아있는것은 토오노군뿐이라면 누구라도 한것은 토오노군이라고 생각해." "그럴리가 없잖아! 나도 이녀석에게 당할뻔 했다고....!" 방금까지 자신을 덥쳤던 괴물을 가리킨다. 하지만, 그곳에는 이제 아무것도 없다. 그것은 뼈는 커녕, 재마저도 남기지않고 바람에 흩어져 사라져있다. "아---" 숨을 삼킨다. 유미즈카는 쿡쿡하고 웃고있다. "아, 아니야---내가, 내가 아니, 야" 머리까지 마비되서, 그런 말밖에 말할수없다. ......알고있어. 제대로 뭐가 이상한지, 뭐가 이상하지 않은지 알고있지만, 사고가 헛돌아서 말할수가 없다. 예를들면, 가출했다고 하는 유미즈카가 어째서 이런 곳에 있는가. 예를들면 이런 참극을 눈 앞에 두고, 어째서 유미즈카는 그렇게 웃을수있는가, 라던가. "유미즈카상, 나는---" "응, 실은 알고있어. 토오노군은 식사중에 마주친 것 뿐인거지? 심술궂은 말해서 미안해. 나, 언제나 자신의 마음과는 반대되는 일을 해버리니까, 토오노군에게는 언제나 이런식으로만" 유미즈카는 아직 웃고있다. ....그것이 이 참극에 너무나도 어울리지않아서, 오싹했다. 유미즈카는 뒷골목의 입구에서 움직이지않는다. 부자연하게 돌려있는 양팔. 마치, 뭔가를 숨기려는듯이 뒤로 돌려져 있다. ---주의해서 보면. 그녀의 팔꿈치 근처에는 붉은 것이, 모선같이 붙어있다. "유미즈카, 너---" "왜그래? 무서운 얼굴해서. 이상해 토오노군." 또, 쿡 하고 웃는다. "-------" ...아니야. 그녀는, 유미즈카 사츠키가, 아니야. "유미즈카---왜 너, 손을 숨기고 있냐." "아, 역시 들켜버렸어? 토오노군은 멍한 듯하면서 예리하지. 나말이지, 당신의 그런 점이 예전부터 좋다-하고 생각했어, 시키군." 그래, 일부러 시키군, 하고 강하게 발음해서. 유미즈카는 양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붉게 물든 양손. 피는 말라있지않고, 뚝뚝 하는 소리를 내며 붉은 물방울을 흘리고 있다. 그것을, 자랑하는 듯이. 유미즈카 사츠키는, 입가에 웃음을 띄우고있다. "유미즈카, 그 손---" "응. 내가, 그 사람들 죽였어." "뭐---" "아, 하지만 이건 나쁜게 아니야. 나는 이 사람들이 미워서 죽인게 아닌걸.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사람들의 피가 필요하니까, 어쩔수없이 죽인 거니까." .....뭐, 지. 유미즈카는, 뭔가, 잘 알수 없는 것을, 말하고 있다. "죽였다니---정말인거냐, 유미즈카" "거짓말이라고해도 믿어주지 않을거잖아? 그러지않으면 나같은 여자아이는 이런 일 할수 없다고 생각해줄거야?" 쿡쿡하고 웃는 소리. ---믿을수없어. 믿을수없지만, 틀림없이 그녀는 거짓말따위 하고있지않다. 이 참극은. 모두, 유미즈카가 일으킨 것인거다. "어째서---이런, 심한 짓을" "심하지않아. 방금도 말했잖아, 나는 이 사람들이 미워서 죽인게 아닌걸. 시키군, 살기위해 다른 생물을 죽이는건 말이지, 나쁜 일이 아니야." "무슨 소리를----! 어떤 이유가 있던, 살인은 나쁜 일이잖아!!" "그렇지도 않지만 말이지. 아, 하지만 나쁜 일도 하나만 해버린것같아. 나, 오늘이 처음이니까 조절을 못해서, 피를 빨때 자신의 피를 보내버렸어. 그 탓에 죽다만 것이 나와서, 시키군이 공격당하게 된거야. 미안해. 나, 한바트면 시키군을 휘말리게 할 뻔했어. 그녀석이 되다말고 죽어줘서, 정말 다행이야." "무슨---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유미즈카" "지금은 몰라도 돼. 나도 아직 자기자신을 잘 모르니까, 잘 설명할수가 없어." "하지만, 몇일있으면 분명 시키군같이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시키군같이, 훌륭한---" 말하다 말고, 유미즈카는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괴로워한다. "학ㅡㅡㅡ아, 우....!!" 괴로움에 구역질을 하며. 유미즈카는 벌컥하고,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 "아퍼---. 역시, 배가 고프다고해서 아무거나 먹으면 안돼는 것 같아. 질이 좋은, 깨끗한 피가 아니면, 몸에 맞지않는걸까---" 콜록콜록하고 기침을 한다.. 그 목는 붉고, 분명히 피를 토하고 있다. "우----크, 으아아아......!!!" 유미즈카의 몸이 덜컥덜컥하고 떨리고있다. .....잘 모르겠다. 종말, 뭐가뭔지 모르겠지만, 단지, 유미즈카가 심하게 괴로워하고 있다는 일만은, 확실한 사실이었다. "어이...괴로운거냐, 유미즈카....!?" 유미즈카에게 달려가서, 그 손을 잡으려했다. "----안 돼! 가까이 오지마, 시키군!" 하지만, 그것은 유미즈카의 목소리로 막혔다. "......안, 돼. 전혀 괜찮지않아, 시키군." 하아하아하고. 괴로운듯한 호흡이, 붉은 피를 토하고, 전해져온다. "유미...즈카, 너---" 나에게는, 모르겠다. 유미즈카가 괴로워하는 이유도, 어째서, 그녀가 그렇게 되버렸는가도. "어떻게 된거야, 도대체. 사람을 죽였다고 말하지만, 그런거 거짓말이지, 유미즈카....? 그렇게 괴롭다면 빨리 병원에 가지않으면 안 돼잖아." .....이 무슨, 위선. 유미즈카가 사실은 이 참극을 만들었다고 알고있는데, 그런, 시시한 거짓말을 했다. "유미즈카---그쪽으로 가겠어, 괜찮지?" 부드럽게 말을 건다. 하지만 유미즈카는 붕붕하고 머리를 흔들어, 방금보다도 격하게 나를 거절했다. "어째서---괴롭다면, 당장 병원에 가지않으면 안돼잖아...!" ".....안 돼는건 시키군 쪽이야. 정말, 언제나언제나, 알아주지않으, 니까" "바보---그걸 말한다면 아까부터 뭐하나 몰라, 나는---!" "아...하, 그런가, 그렇지....그런데도, 나와 함께 있어주는구나---" 스륵, 하고. 도망치듯이, 유미즈카의 몸이 뒤로 당겨간다. ".....아퍼, 시키군." 하아하악하고, 호흡을 어지럽히며, 붉은 피가, 토해진다. ".....아프고, 춥고, 굉장히 불안해. 실은, 지금 당장이라도 시키군이 도와줬으면 해" ---하지만, 오늘밤은 아직 안돼. 그렇게 말하고. 유미즈카는 돌연 몸을 일으켰다. "---기다려줘, 곧 한사람 몫을 해내는 흡혈귀가 되서, 시키군을 만나러 갈테니까!" "아---기다려, 유미즈카!" "-----" 유미즈카의 모습은 없다. 내가 한발 내딧는 사이에, 유미즈카는 이미 뒷골목에서 사라져버렸다. ....그 스피드는 인간의 것이 아니라, 맹렬한 짐승의 그것이다. "---유미즈카, 너---" 무슨일이, 있던거야, 정말....! "그---!" 다친 어깨가 아프다. 돌아보면. 그만큼 인간의 부품이 산란(散亂)해 있던 뒷골목의 광장에는, 붉은 피밖에 남아있지않다. 얼굴도. 장기도, 손발도. 아까의 해골처럼, 재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젠---장" 단지 분해서, 벽을 친다. "어떻게 된거야, 대체------!" 분노에 찬 외침만이, 허무하게 뒷골목에 울렸다. "-----" 정신을 차리니, 저택의 현관까지 와있었다. 지끈, 하고 어깨의 상처가 아프다. 저택의 빛은 모두 꺼져있다. 연락도 넣지않고, 이런 밤 늦게 돌아오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아키하----아키하는 분명, 나에게 화나있겠지, 하고 생각하면서, 현관의 문에 손을 댔다. ....로비에는 아무도 없다. 그럼, 어떻게 할까. 상처의 치료를 하고싶지만, 잠자고 있을 코하쿠상들을 깨울수는 없고---- "......오빠?" "에----아키하?" 소리가 난 쪽으로 얼굴을 든다. .....올려보니, 계단에 아키하의 모습이 있었다. "역시 오빠군요. 대체, 이런 밤늦게 돌아오다니, 도대체 뭐를 생각하---" 계단을 내려오면서, 아키하는 그런 잔소리를 하며 멈춰섰다. "오빠, 그 어깨----어디서 다치신 겁니까?" "아--" 아차, 하고 상처를 숨겨도, 이제와서 늦었다. "아니, 이건, 그....." "됐으니까, 가만히 있어주세요. 상처는 어깨뿐이지요...?" "아-- 그렇지만, 잘, 아는구나." "그렇게 옷을 피로 더럽히고 있으면 압니다. 사정은 나중에 들을테니, 지금은 치료를 먼저합시다. 오빠, 조금 실례합니다." 유무를 말하게 하지않는 박력으로, 아키하는 나의 어깨에 손을 댔다. "------윽!" 아키하의 손가락이 닿은 것만으로, 몸이 덜컥하고 움직인다. ....아무래도 상처는 생각하고 있는것 이상으로 깊은 것 같았다. "아--- 죄송합니다, 아프셨습니까, 오빠" ".....아니, 괜찮아...라고 말하고 싶지만, 안 돼겠는데. 만지는것만으로, 굉장히 아퍼" "그렇습니까....이만큼 깊으면 코하쿠로는 무리군요. 제가 치료를 할테니, 거실 쪽에 가있어주세요" 아키하는 계단을 올라간다. "......후우" 거실에 전기를 키고, 소파에 앉는다. 어깨의 상처는 계속 아퍼, 시간이 지날수록 참지못할 정도가 되어가고 있었다. "기다리셨습니다. 상처를 치료하겠으니, 편하게 있어주세요." 아키하는 손에 뭔가 응급세트를 가지고 왔다. .....그런걸로 이 상처가 어떻게 될거라고는 생각하지않지만, 소독정도는 하지않으면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아키하는 나의 등뒤로 돌아, 상처의 치료를 한다. 피에 젖은 옷을 가위로 자르고, 상처를 노출시켜, 소독액으로 피를 씻어 흘린다. "---크!" 찌릿, 하고 온몸을 손가락으로 꼬집는듯한 아픔. ...하지만 그후는 아픔도 없고, 상처의 아픔도 점점 희미해져 있었다. 아키하의 치료가 좋았던건가, 아니면 대단한 상처는 아니었던건가. 수분이 지나자, 아픔은 완전히 사라져주었다. "예, 이것으로 끝입니다. 이정도의 상처라면, 내일 아침에는 아물겠지요." 탁탁 응급세트를 정리하는 아키하. .....뭐라말할까, 의외다. 아키하라면 어디서 상처를 입었는지라던가, 언제까지 놀러 다니고 있는거냐고 라던가하며 혼낼거라 생각했는데. ".....묻지않는군, 아키하" "묻지않는다니, 뭐를 입니까?" "그, 말이지. 내가 이런 시간에 돌아온 이유라던가, 이런 상처를 입은 이유라던가" 우물, 하고. 마치 약한 소리를 하는듯이, 그런 말을 해버렸다. 유미즈카와의 일이 있어서, 나는 굉장히 지쳐있다. 지쳐있으니까---이런 약한 소리를 했다. "----오빠. 나, 일의 순서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지금의 오빠에게는 우선 상처의 치료가 필요했으니까, 어디까지나 그쪽을 우선 시켰을뿐이지요." "....그런가. 그것은, 그렇겠구나." "도대체.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고있던거야, 오빠는. 나, 사람이 상처입은 것을 놔두고까지 잔소리하지는않아요." "....그런가. 미안, 이것저것 신세져서. 하지만, 치료를 받아둬 놓고 뭐하지만---" "사정은 말 할 수 없다는 거지요? 그런 변명은 듣고 싶지 않습니다만, 오늘은 특별입니다. 오빠가 말하고싶지않은거라면, 나도 깊게 추궁하지는 않겠습니다." "에ㅡ, 그, 괜찮은거야. 나, 이렇게 밤늦게 돌아왔는데." ".....확실히 오빠가 뭘하고 있었는지는 신경쓰입니다만, 이래도 믿고있으니까요. 위험한 일은 하지않고 있겠고, 게다가---그런 얼굴을 한 사람으로부터 억지로 이야기를 듣는다니, 할수없어요." 휘, 하고 쑥쑤러운 듯이 아키하는 시선을 돌렸다. ".........." 그런 얼굴이라니--지금의 자신은 그렇게 심한 얼굴을 하고 있는걸까. "사정은 오빠가 건강해져서부터 듣겠습니다. 하루밤 푹쉬면, 안색도 좋아지겠지요." "-----" 거북해져서, 아키하로부터 시선을 돌렸다. ......내가 건강해질때까지 이야기를 듣지 않는 다는 것은 고맙지만, 내일 아침이 되도 사정따위 말할수없다. 결국, 아키하에게는 아무것도 말할수없다. 그것이 미안해서, 아키하의 얼굴을 똑바로 볼수없었다. ".....아키하, 나는---" "아아 정말, 언제까지도 그런 얼굴 하지말아주세요! 오늘만은 특별히 용서해드릴테니, 방에 돌아가 쉬는게 어떻습니까? 어차피 나에게는 말할수없는 사정일테니까요!" 말하고 싶어하지않는 이쪽의 기분을 읽어낸건가, 불쾌한듯이 아키하는 로비로 걸어간다. 나는 소파에 앉은채, 아키하의 뒷모습을 배웅할수밖에 없다. 문득, 생각했다. 아키하가 곧 로비에 온것은, 돌아오지않는 나를 계속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인건가, 하는 생각을. "-----아키하" "뭡니까, 오빠" ".....치료, 고맙다. 걱정시켜서, 미안해." "에------" 우뚝, 아키하의 발이 멈춘다. -----라고 생각했더니, 아키하는 곧 휙하고 얼굴을 돌려버렸다. "나, 나는 오빠의 걱정따위 하지않았어요. 그렇게 아부할 여유가 있다면, 자신의 몸을 소중히 해주세요" 콰당, 하고 난폭하게 문이 닫혔다. "----잘 모르겠는 녀석이군, 저녀석도." 그래도, 아키하나름으로 나를 걱정해준것은 알수있다. "......위험한 일은 하고 있지않다, 인가" 아키하는 나를 믿고 있으니까, 그런 일은 하고 있지않겠지요, 라고 단언했다. 그런데도, 나는 그렇게 위험한 장면에 마주쳐버렸다. 뒷골목에 산란(散亂)한 사체. 양손을 피로 물들인, 유미즈카의 모습. "-----크" 다시 생각하는 것만으로 한기가 돈다. 상처를 조심하면서 일어서, 방으로 돌아가기로했다.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쓰러졌다. 눈을 감으니, 뒷골목에서의 광경이 떠오른다. ----내가, 그 사람들을 죽였어. 아무일도 아닌것처럼, 유미즈카는 그렇게말했다. ----그 사람들의 피가 필요했으니까. 그러니까 죽였다고. 마치 흡혈귀같은, 질 나쁜, 농담. ----기다려줘. 한사람 몫을 해내는 흡혈귀가 되서---- ....잘, 생각나지않는다. 유미즈카는 최후에 뭘 말하려했었지. "후.........아" 잠기가 몸에 침투해왔다. 유미즈카의 모습이 뇌리에서 떨어지지 않는 채, 천천히 눈을 감았다. ....확실한 일은, 단 하나뿐. 유미즈카가 한말은 전부 사실이고, 뒷골목의 사체는 그녀가 죽여버린 인간들이었다는 것. 그런데도. 나는 그런 한기가 도는 사실에 공포하는 것보다, 그녀가 흘린 한마디 쪽에 신경을 쓰고있다. ----아퍼....굉장히 아퍼, 시키군---- ....어떻게 됐어. 유미즈카는 살인자인데, 그녀의 그 말이, 어떻게해도 머리에서 떨어져 주지 않다니---- [反轉衝動 II, 完] << □ >> 3 / 反轉衝動III 여름의, 더운 날. 푸른 하늘과 커다란 커다란 궁개구름. 조금씩 조금씩 흔들리는 풍경과 정신이 멀어지는 듯한 매미 소리. 매미 소리. 매--앰 맴맴 매--앰 맴맴 매--앰 맴맴 -----시끄러워서, 죽고 싶어진다. 광장에는 매미의 허물. 태양은 바로 옆에 있는 것 같이, 광장은 조금씩 조금씩 그을려 간다. 한 여름의 더운 날. 마치, 세계가 프라이팬이 된 것 같다. 에-엥 엥엥 에-엥 엥엥 에-엥 엥엥 ......아키하가 울고 있다. 발 밑에는 어린애가 한명 쓰러져있다. 아이의 하얀 셔츠는 새빨갛게 물들어 있고, 꼼짝도 하질 않는다. 나는, 그것을 내려보고 있다. 양손은 쓰러져 있는 아이와 같이 붉다. 아니, 틀리다. 이 양손은, 쓰러져 있는 아이의 피로 붉은 거다. "아키하----!" 어른들이 달려온다. "이 무슨 일이냐-----" 어른들은 아키하를 데려 간다. 쓰러진 아이는 죽은 채. 나는 혼자 남겨져, 아이를 죽인 양손을 어른들에게 잡아 당겨졌다. "네가 죽인 건가-------" 어른들은 외치고 있다. 아이를 죽인 내 이름을 외치고 있다. 단 두그자인 말을, 미칠 만큼 외치고 있다. 단 두글자. 어른들은 모여서, 양손이 붉게 물든 나를, '시키'라고, 부르고 있었다. "시키님, 이대로는 기침하실 시간을 넘겨 버립니다. 부디 눈을 떠주십시오."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깊은 잠에서 눈이 떠졌다. "히스이....?" "예.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시키님." 꾸벅하고 인사하는 히스이. 창에서 가을의 햋볕이 들어오고 있고, 여기는 틀림없이 자신의 방이다. "-----히, 스이." "시키님, 기분이 편치 않으신 것입니까?" "아니---그런, 것은 아니라." .....단지, 굉장히 그리운 꿈을 꿨다. 하지만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다. "뭐였지.....잘, 생각나지 않아." "?" 히스이는 살짝 목을 갸웃 거리고 있다. ......그런가, 히스이에게 말해도 별 수 없지. 지금 것은----어떤, 꿈이었던 걸까. 눈이 멀 정도의 눈부신 백과, 격하게 흘러나온 적색의 얼룩. -------------뭔가. 뭔가, 불길한 꿈을. "......시, 키....." "예, 무슨 일이십니까 시키님." ".......아무것도 아니야. 미안, 일어날테니까 먼저 식당 쪽에 가 있어줘." 예, 하고 끄덕이고 히스이는 문 쪽으로 걸어간다. 탁, 탁, 탁. 언제나 보다 히스이의 발소리가 높다. 히스이는 문을 열고 방을 퇴실하려다가, 빙글, 돌아 봤다. "시키님, 느닷없는 질문을 하겠습니다. 시키님은 어제 밤, 몇시에 돌아오셨습니까." "에.....어제는.....그, 밤 늦게." ".....저녁 4시에는 돌아올 수 있다, 라고 시키님께서는 말씀하셨을 터인데, 예정이 변하신 거군요." "------아." 생각났다. 그러고보면 어제 아침, 히스이에게 저녁에는 돌아올거라고 말했었지. "미안. 조금 사정이 있어서, 어제는 돌아올 수 없었어. 오늘은 제대로 돌아올테니까, 좀 봐줘." ".....아니요, 시키님께서 그같은 말씀을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주인의 예정에 맞추는 것이 저희들의 일이니까요. 그렇습니다만, 이제부터는 부디 연락정도는 넣어 주십시오. 어떤 사정이라 해도, 연락을 넣은 것은 할 수 있을 터입니다." "-----그렇지. 미안, 오늘은 반드시 약속은 지킬께." "예. 그럼 실례합니다." ".....보기 드물게 화가 나있었지, 히스이." 평소에 무표정이니까, 히스이가 화나면 굉장히 화난 듯하게 느껴진다. .....그, 마치 내가 엄청나게 나쁜 짓을이라도 한 듯하다. "-----그럼, 일어날까." 시트를 걷고, 몸을 일으킨다. ----순간. 지끈, 하고 격하게 몸이 아펐다. "극......!" 아픔---아픔은 어깨의 상처에게서가 아니다. 좀더 안쪽에서, 두근, 두근, 하고 고동에 맞추는 듯이, 울리고 있다. "아----그-----" 시트를 잡고, 어떻게든 아픔을 견딘다. "하----아" .....가라앉았다. 돌발적인 발작이었던 것인가, 몸에 이상은 없다. "......가슴의......상처." 옷의 위에서 가슴을 만진다. 거기에는 커다란 흉터가 있어, 완치한 지금도, 때때로 지금같이 아플 때가 있다. 의사가 말하기로는, 정신적인 아픔이 완치되었을 터의 육체의 아픔을 되풀이 시킨다, 라는 것이다. 대체로 가슴의 상처가 아플 때는, 교통사고나 생물의 사체를 본 후다. 피나 죽음의 이미지가 8년전의 사고를 다시 떠올리게 하고 있는 것이겠지. ".....어젯밤 탓일까." 붉은 뒷골목. 거기서 평소대로 이야기를 걸어온 유미즈카의 웃는 얼굴. "그------!" 가슴이, 아프다. 유미즈카의 일이 머리에서 떨어지질 않는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좋은건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마저, 나에게는 감이 잡히지 않는다. 나에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면, 우선 토오노 시키의 일상을 보내는 것 정도다. "제기----랄." 자기자신에게 욕을 던지고, 침대에서 일어난다. 잠옷에서 학생복으로 갈아입고, 거실로 향하기로 했다. 거실에는 아키하와 히스이의 모습이 있었다. 코하쿠상은 주방 쪽에서 나의 아침식사의 준비를 해주고 있는 거겠지.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오빠." 아키하는 소파에 앉은 채, 이쪽의 안색을 살피는 듯한 인사를 해온다. ".....아아, 좋은 아침. 어제는 미안했다." 인사를 하고, 그대로 식당에 향한다. 시간적으로 아키하와 느긋하게 거실에서 이야기를 할 여유는 없고---나 자신에게도, 누군가와 이야기를 할 여유같은게 없었다. "오빠,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만---조금, 괜찮겠습니까." ".....좋아. 시간이 없으니까 짧게 해줘." 아키하의 맞은 편의 소파에 앉는다. "어제의 이야기의 계속입니다만. 오빠, 어제는 뭐를 하고 있었습니까?" 아키하는 똑바로 바라보며 질문을 던져온다. "별로. 단지 길거리를 걸었던 것뿐이야. 늦은 것은 사과하겠지만,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니잖아." 아키하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될수 있는한 온미하게 대답한다. "길거리를 걷고 있었을 분이라니, 그것은 큰 일이지요. 오빠는 아직 미성년이니, 밤의 길거리는 다니지 말아 주세요. 그렇지 않아도 최근은 소동인데." "아-------" 소동---밤의 길거리를 배회하는 무차별 살인마. 어째서. 어째서, 알아 차리지 못한거지. 사람을 죽이고 피를 뽑아낸다는 살인귀. 그 프레이즈는, 어제의 유미즈카에게 딱 맞아버리지 않는가----- ".....이런 일 제가 말할 것 까지도 없겠습니다만, 오빠의 몸은 무리해서는 안됩니다. 어젯밤같이, 그.....심히 지친 얼굴을 하고 돌아오시면, 곤란합니다. 뭔가 고민이 있다면 이야기를 해주세요. 큰 힘은 될수 없겠습니다만, 저로 괜찮다면....."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유미즈카. 유미즈카가, 이 거리를 시끄럽게하고 있는 살인귀인지도, 모른다. "오빠? 제대로 이야기를 듣고 계십니까?" "에------아니, 응, 듣고, 있어." 아키하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이쪽의 머리 속은 단지, 어제의 유미즈카가 떠오를 뿐이었다. 아키하는 사만히 나를 바라본다. "절대로 사정은 말할수 없다는 거군요, 오빠는." "아아. 아키하에게는, 관계없는 일이야." 지금은 유미즈카 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빨리 혼자가 되고 싶어서, 그런 말을, 되돌리고 있었다. "-----오빠는 끝까지 자기 멋대로 하겠다, 라는 것이십니까?" "..........." "알겠습니다. 그럼, 마음껏 자유롭게 해주세요. 오빠가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나도 마음대로 할 뿐이니까요." 아키하는 로비로 나가버린다. "시키님. 괜찮겠습니까, 그것으로." ".....괜찮겠냐니, 뭐가." "아키하님은 시키님을 깊이 걱정하고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저 분은 자신의 마음을 입으로 말하는 분이 아니시니까, 시키님께 전해지기 힘들거라고는 생각합니다만----" "제대로 알고 있어. 하지만, 지금은 머리가 꽉 차서 안돼. .....아키하에게는, 미안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 히스이는 그것뿐으로 입을 다물어 버렸다. "시키상~, 아침 밥이예요~" 식당에서 코하쿠상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자리에서 일어서서, 식당으로 향했다. "시키님, 오늘의 귀가는 언제쯤이 되십니까?" "아아, 오늘은 토요일이니까.....아니, 저녁쯤이 될거라 생각해. 조금, 찾아볼 것이 있으니까." "알았습니다. 그럼 부디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 꾸벅하고 인사를 한다. 히스이에게 배웅을 받고, 저택을 뒤로 했다. ----학교에 와도, 아무 의미도 없었다. 유미즈카 사츠키는 결석자로 취급되고, 누구도, 그녀를 걱정하고 있지 않은 듯이 보였다. 시간은 그야말로 어느사이엔가 지나갔다. 도중, 아리히코나 시엘선배가 왔던 것 같은 시분이 들지만, 잘 기억하고 있지 않다. 점심이 되어 학교가 끝났다. 아무 단서도 없다. 아무 단서도 없지만, 유미즈카를 찾지 않으면 안됀다. 해가 진다. 거리를 달려 돌아다녀도, 유미즈카 사츠키의 모습은 찾을수 없었다. "...........큭" 분해서 이빨을 물었다. ......유미즈카를 찾지 못한 것이 분한게 아니다. 2일전. 이 길에서, 그런 약속을 한 자신이, 짜증난다. ----핀치일때는 구해줘. 그렇게 말 해온 유미즈카에게, 나는 가볍게 대답했다. 내가 할수 있는 일이라면 도와줄께, 라고. .......그것은, 얼마나 무책임한 대답이었을까. 나에게 할수 있는 일따위, 정말 보잘것 없는 일이다. 아퍼, 라고. 아프고 어둡고 추워, 하며 괴로워하고 있던 유미즈카의 모습을 찾아내는 것마저, 할수 없다. "--------" 해가 져간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밤이 되지 않으면 유미즈카는 찾을수 없는 지도 모른다. ".....저녁에는 돌아온다고, 히스이에게 말했었지." 시간이 빨랐는지도 모른다. 일단 저택에 돌아가서, 냉정히 생각해보자. "어서오십시오, 시키님." "다녀왔습니다. .....히스이, 아키하는 뭐하고 있어?" "아키하님은 학교의 수속을 위해 나가셨습니다. 늦어질테니, 저녁식사는 먼저 하도록이라고 하셨습니다." ".........?" 학교의 수속, 인가. 아키하가 다니고 있는 고교는 이름높은 명문 아가씨 학원이니까, 뭔가 복잡한 수속이 있는거겠지. "저녁식사까지는 방에서 쉬고 있을테니까, 시간이 되면 식당으로 갈께." "예. 전하러 가겠으니, 편히 쉬어 주십시오." 꾸벅하고 인사를 하는 히스이에게 등을 돌리고, 자신의 방으로 발을 옮겼다. ----저녁식사가 끝나고, 침대에 앉는다. 시계의 바늘은 밤 9시를 가리키려 하고 있다. 이 저택은 8시를 지나서부터의 외출은 금지되어있으니까, 이제 밖에 나갈수 없다. "......" 하지만, 그런것은 단지 규칙일 뿐이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밖에는 나갈수있다. ----바이바이. 또 내일 학교에서 만나자, 토오노군. 나는---- ----나는.....도저히, 놔둘수없다. 유미즈카를 찾는다는 것이 위험한 일이라는 것은 알고있다. 이유는 어떻든, 저녀석은 그만큼의 인간을 죽인 녀석이다. 하지만, 도저히 내버려둘수가 없다. 석양의 귀가길. 유미즈카의 최후의 말이, 도저히 잊을수가 없다. "...가자. 생각하고 있어도 소용없어" 옷을 갈아입고, 나이프를 포켓에 넣었다. 아키하들에게 들키지않도록, 발소리를 내지않고 방을 뒤로했다. ....로비의 불은 꺼져 있었다. 어두워서 쓸쓸하지만, 몰래 빠져나가기에는 딱 좋다. 끽, 끼익. 이런때에만 삐걱거리는 계단을 내려와, 조용히 현관으로 향해간다. ----일때, "오빠? 이런 밤중에 외출이십니까?" 언제부터 로비에 있던건가, 아키하는 조용한 표정으로 말을 걸어왔다. "아키하---돌아와 있었던건가" "에에, 바로 방금정도. 그것보다 오빠야말로 무슨일이십니까. 옷을 갈아입으신걸 보면, 어딘가로 외출하시는것 같습니다만" 가만히, 아키하는 나를 바라본다. 나를 책망하고있다, 같은것은 아니다. 단지 불안한 듯한 눈으로 나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어제밤, 그런 상처를 입고 왔는데도 또 외출하시는 거군요, 오빠는" "....미안. 친구가 핀치라서말이지. 놔둘, 수가 없어" "....그렇습니까. 어차피 막아도 가시겠지요, 오빠는" "아아. 하지만 위험한 짓은 하지않아. 조금 상태만 보고 오는것뿐이다. ...집에 돌아온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폐만 끼쳐서, 미안해" 말하고, 현관에 걸어갔다. "아-----" 등뒤에서 들려오는, 작은 목소리. "오, 빠" 지금까지의 목소리와는 다른, 연약한 아키하의 목소리. .......그것은 마치 8년전으로 돌아간것 같은, 불안에 떠는 목소리였다. "아키하....?" "꼭....돌아, 오시는거지요.....?" "------" 연약한 아키하의 얼굴. 지금까지 강한 모습은 전혀없고, 그것은----정말로, 어린 시절의 울음보였던 아키하의 얼굴이었다. ".....뭐야, 조금 나갔다 오는것 뿐이라고 말했잖아. 아키하가, 그런 얼굴을 할 정도의 일이 아니야." "그것은---그렇겠, 습니다만" "괜찮아, 금방 돌아올거야. 미안해 아키하, 나, 너에게는 폐만 끼치고 있어" "아-----오빠!!" 등뒤에서 들려오는 아키하의 목소리를 떨치고 저택을 나온다. ....밖은 달이 밝은 밤. 불안한듯한 아키하의 얼굴을 본 탓일까. 왠지, 두번다시 여기에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번화가에 왔다. 유미즈카가 있다고한다면, 아마도 이 근처겠지. 예의 무차별살인의 희생자는, 번화가를 중심으로 발견되고 있으니까다. "....젠장, 뭘 생각하고 있는거야, 나는.....!" 자신의 억측에 투덜거린다. ......하지만, 다른 곳을 찾는 것보다는 여기를 찾는쪽이 유미즈카를 발견하기 쉬운것은 확실한 일이다. 생각을 정하고, 유미즈카의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뒷골목이나 사람이 없을 것 같은 곳을 돌아다녀 봐도, 유미즈카의 모습은 찾지못했다. "하아---하아---하아" 달려다니는 동안 뜨거워진 몸을 쉰다. 시간은 곧 오전0시에 다가가고 있다. .....이 이상은, 찾아도 헛수고인지도 몰라. "어디 가버린거야, 그녀석---" 멈춰져가던 다리를 움직인다. 아직 가지않은 장소가 있다. 포기하는것은, 정말로 몸이 움직여지지 않게 된 후에 하자---- .....화려한 큰길을 벗어나, 공원 쪽에 왔다. 계속되는 살인사건으로 이 근처에는 사람이 없다. "........." 유미즈카가 있을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지만, 이제 여기 이 외, 가지 않은 곳은 없었다. "------" 밤의 공원에 사람의 기척은 없다. 소리하나 없는 월하. 이유도 없이, 전신의 체온이 내려간듯한 기분이 들었다. "-----읏" 목뒤가 움찔거린다. 몸이 징....하고 식고, 손가락 끝마저 얼어붙는듯한, 오한(惡寒). "학.....학....." 식어가는 몸과는 정반대로, 목이 뜨거웠다. 거칠거칠하게 말라있다. 포켓안에 손을 넣는다. 단지---날이 달린 것을, 손에 쥐고 있고 싶었다. "뭐---야" 움찔...... 약한 두통. 낮아지는 체온. 얼음같이 차가워져 가는 이성. 뭔가, 이상하다. 이 공원. 이 근처에는, 좋지않은 것이, 도사리고 있는 기분이 든다. ".....아직 안쪽이 있었지. 이 공원" 두통을 흔들어 버리고, 안쪽으로 발을 움직였다. 주위에는 누구도 없다. 대단히 어둡고, 쓸쓸한 약속 장소. 거기에----누군가가 업드려있다. 하아하아하는 호흡. 안색은 새파랗고, 괴로운듯 목을 긁고 있는 모습. 그것은 틀림없이, 유미즈카 사츠키의 모습이었다. "유미즈카----!?" 드디어 만났다는 기쁨도 있었을 것이다. 어젯밤의 일따위 생각도 안하고, 나는 유미즈카에게로 달려갔다. "기다려----!" 그런 나의 행동을, 유미즈카는 목소리만으로 막아버렸다. "....기다려줘, 시키군. 시키군 쪽에서 와준것은 기쁘지만, 지금은 가까이 오면 곤란해져버려. 부탁이니까, 그 이상은 가까이 오지말아줘." 괴로운 듯한 호흡으로. 지금이라도 쓰러질것같은 몸을 떨면서, 유미즈카는 그런 말을 한다. "바보, 그런 안색을 하고있는 녀석을 놔둘수 있을리가 없잖아....!" "으응, 나는, 괜찮아....시키군이 와줬으니까, 이제 건강해져 버렸어." 억지로 몸을 일으키고, 유미즈카는 미소를 띄운다. 그것은, 어떻게 봐도 건강한 척하는 것이었다. .......가까이 갈수없어. 그렇게 해서까지, 유미즈카는 나를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알아버렸으니까. "....대체 어떻게 된거야 유미즈카. 어째서 집에 돌아가지않은거야. 어제밤의 그건 대체 뭐야. 어째서, 그런------" "응? 그런, 뭐?" "......젠장, 나에게는 모르겠어! 정말로----분할정도로 모르겠어, 유미즈카....!" "그래? 어제의 일은 본 그대로야. 내가 그사람들을 죽였다고 말했잖아?" 깨끗히 대답한다. .....그것만큼은 부정하고 싶다고 하는 나의 마음을, 비웃는듯이. "그럼....거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살인사건은, 유미즈카의 짓이었다는거냐.....!" "별로 대답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런 걸로 될거야, 응." "그런 걸로 된다니, 어째서......!?" "그런 거는 그런 거야. 나는 그 사람들을 죽였고, 분명 이제부터도 같은 일을 해갈 것인 걸. 거짓말 해봤자 어쩔수없잖아?" "유미..........즈카, 너----" "그렇게 부르는거, 그만둬주지 않을까나. 나도 시키군하고 부르고있으니까, 시키군도 이름으로 불러주지 않으면 불공평해." "뭐----" 숨을 삼킨다. 유미즈카는 역시 이전 그대로다. 이전 그대로인 태도로----굉장히 무서운 말을, 입에 담는다. "생각해보면, 나도 참 바보같지. 이런 식으로 시키군이라고 부르는 것도 못해서, 몇년간이나 당신을 멀리서 보기만했어." "유미---즈카?" "계속 시키군을 보고있었어. 그 창고에서 구해주기전부터, 계속 시키군을 보고있었어. 나는, 실은 겁쟁이야. 그러니까 주위 사람들에게 맞춰서, 무리해서 웃거나, 이야기를 맞추거나했더니 말이지, 어느 사이엔가 아이돌같이 취급받아 버렸어. 그러니까, 학교는 별로 즐겁지않았어. 하지만, 중학2년생이 된지 얼마 안됐을 때에는 말이지, 시키군이 말을 걸어줬을 때부터 변했었어" "에----?" "으응, 시키군은 기억하고 있지않아. 뭐라 말할까나, 당신은 언제나 자연스럽고, 장식이 없는 사람이니까. 분명 그때의 말도, 시키군에게 있어서는 아무것도 아닌 한마디였을거야" "-----" 뭐라 말하면 좋은걸까. 유미즈카가 말하는대로, 나는 아무것도 기억하고 있지않다. 유미즈카와 뭘 얘기했었는가, 아니, 유미즈카와 얘기한 일이 있었는가하는 일마저도, 기억하고있지않다. "괜찮아, 그런 얼굴 하지않아도. 시키군은 그 시절부터 이누이군이 딱 붙어 있었으니까, 다른 클래스메이트에게는 흥미 없었던 것 같았고. 하지만, 그래도 좋았어. 시키군하고 같은 교실에 있다고 생각하는것만으로, 굉장히 기뻤어. 언젠가 당신에게 제대로 말을 걸어서, 유미즈카상, 하고 불리는 일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니,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한심하지만." 그리운 듯이 그녀는 말했다. 굉장히 옛날. .....굉장히 먼 옛날을 떠올리는 것 같이. "나, 계속 당신을 보고 있었어. 알아주지 않을거라고 알고 있었지만, 계속 보고 있었어." "-----" 그것은---정직히 기쁘지만. "저기. 시키군은 나를, 좋아해?" 지금의 그녀에게, 나는 뭐라 대답해주면 좋은걸까----? "----정직히, 나에게는 모르겠어. 단지, 너를 놔둘수 없어." ....그래. 유미즈카와 얘기를 한것은 겨우 2일전의 일이지만, 그것이 계속 뇌리에 남아서 떨어지지않는다. 그렇다면, 그것은. "......나는 유미즈카상 같이, 예전부터 너를 알고있는 것이 아니지만-----" 위험하다고 알고 있는데도, 이런 곳까지 발을 옮겨 올 정도로. "너를, 좋아한다고, 생각해." "---------" ......유미즈카는 아연해서 나를 보고있다. 그것을, 될수있는한 똑바로 받아들여, 바라본다. "-----, 어" 붕붕 고개를 흔들고. 지금이라도 울어 버릴 것같은 얼굴로, 그녀는 말했다. "----그런거, 싫어" "....유미즈카, 상....?" "하지만, 그런거----나, 바보, 같아" 아연한채 중얼거리고, 유미즈카는 움추렸다. "아----" 움찔, 하고 유미즈카의 몸이 떨렸다. 유미즈카는 하아하아하고 괴로운듯이 숨을 토하고, 그대로----지면에 무릎을 꿇어버렸다. 콜록, 하는 소리. 지면에 주저앉은 유미즈카는, 크게 기침을 해, 피덩어리를 토해냈다. "----유미즈카!?" 이번에야말로 유미즈카에게 달려갔다. "유미즈카, 괜찮냐, 유미즈카.....!" 하아하아하고 상하하는 어깨에 손을 댄다. "아---" 오싹했다. 유미즈카의 몸은, 옷 위에서라도 알수 있을 만큼 차가웠다. "바보, 이렇게 몸이 식어있잖아! 어째서 이런 상태로 밤에 돌아다니는거야, 너는!" "-----시키, 군" 명한 목소리로 나의 이름을 부르고. 그대로, 유미즈카는 쓰러지듯이 나에게 기대어 왔다. 하아, 하아, 하고. 열을 담은 숨결이, 피부에 닿는다. "유미...즈카?" "시키군은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돼. 나도 지금까지 계속 시키군을 몰랐었으니까." 콜록, 하고 토하듯이 기침을 하면서, 유미즈카는 목소리를 올린다. "됐으니까, 이제 말하지마.....! 곧 병원에 데려가 줄테니까....!" "하지만, 지금이라면 알수있어. 시키군에 대해서도, 시키군이 하고 싶어하는 일도, 정말 잘 알수있어. 왜냐면----" "에----?" "왜냐면 나도, 시키군과 똑같이 되었으니까----!" 말하고, 유미즈카는 나의 목을 그 이빨로 물었다. "아-------" 의식. 의식이, 멀어져 간다. 목덜미에는 유미즈카의 이빨이 박혀있다. "----------" 빨려간다. 뭔가, 몸안의 모든것이, 액체로 변해 빨아 올려져 가는 듯이. 힘을 넣지않으면, 아무것도 생각 할 수가 없다. 이것은, 의식이 멀어져 가는 게 아니라. 단순히, 의식이 부셔져 가고 있을 뿐이다. "--------아"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다. 이대로면 죽어 버린다고 알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그런데도. 나의 이성이 닿지않은 곳에서, 두근, 하고 몸안의 혈액이 튀었다. "유미즈카------!" 양팔은 단지 반사적으로, 유미즈카의 몸을 밀쳐냈다. 털석, 하고 지면에 넘어지는 유미즈카. "뭐, 를-------" 일어선다. 하지만, 그것은 할 수 없었다. 온몸이 피곤에 지쳐 있어서, 자신의 팔 하나마저도 만족스럽게 움직일수없다. 유미즈카는 마치 알콜을 마신 후같이, 멍, 하며 주저 앉아 있다. "아----" 유미즈카의 얼굴이, 잘 안보인다. 의식이 몽롱해서, 이것도 저것도 희미하다. 몸이 자유롭지가 않다. 있는것은 단지, 목덜미의 통증뿐이다. 피가 벌컥벌컥하고 흐르고있다. 목덜미에 뚫린, 유미즈카의 이빨 자국. 깊이 물린 두개의 구멍에서, 뭔가, 검은 것이 몸 안에 흘러들어 온 것같이---- 혈맥 속. 이제 나로서는 어떻게 할수도 없는 곳에서, 검은 것이 전신을 범해간다. 겨우 한줌도 되지않는 검은 덩어리가 혈관을 통할때마다, 몸안이 타들어간다. "아-----그, 우으으우우!!" 등골, 등골을 뜯겨내져 가는듯한, 아픔. "하------아, 그으으으.....!" 단지 괴로워서, 지면을 긁는다. 하지만 어디에도 도움따위 없다. 유미즈카에게 온몸을 빨려 움직일수없는 데다, 몸안에 검은 뱀을 주입 당한 것 같은 아픔. 움직일수도 없고, 몸안을 맴도는 검은 것에게 내키는대로 범해져간다. "학------아, 아------" 지면을 긁어댄다. 유미즈카는 황홀한 눈동자를 한채, 나를, 바라보고, 있다. "유미......즈카...., 너, 뭐를........!" "괜찮아, 아픈것은 처음뿐이니까 참아줘. 처음은 괴롭지만, 피가 섞여주면 곧 가라앉아. 안심해줘, 시키군을 죽인다던가는 하지않아. 제대로 나의 피를 흘려 넣어 뒀으니까, 어제의 되다만 녀석같이 무너질 일도 없고, 나만을 봐주도록 될거야." 유미즈카는 기쁜듯이 속삭여온다. "무슨---소리하고, 있어, 유미즈, 카-----" "뭐냐니, 시키군도 나와 같이 된다는거야. 보통의 먹을 것 대신에 인간의 피를 빨고, 태양 아래를 걸을수없으니까 밤에 걸어 다닐수 밖에 없는, 다른 생물이 되는거야" ......뭐야, 그거. 바보같아, 그럼 마치--- "응, 흡혈귀같지. 나도 어째서 자신이 이렇게 되버렸는가 몰랐었어. 2일 전의 밤, 시키군이 밤의 번화가에서 걸어다닌다는 소문을 확인하러 가서, 정신을 차리고보니 뒷골목에 쓰러져있어서. 그때는 단지, 어둡고, 춥고, 몸안이 아프다고 생각할 뿐이었어. 하지만 이상하게도 말이지, 시간이 지나, 몸이 완전히 변하니까 많은 것들이 알수 있게 되었어. 나의 몸이 아픈 것은 대단한 기세로 무너지고 있으니까인거고, 태양빛을 받으면 그것이 빨라진다라던가, 몸의 붕괴를 막으려면 같은 생물의 유전정보라고 하는것이 필요하다던가. 응, 원리는 잘 몰랐지만, 아무튼 뭘하지 않으면 안돼는가는 간단했어. 나는 추웠고, 혼자서 쓸쓸했어. 그대로 없어져 버리는 것은 싫었으니까, 우선, 적당한 사람의 피를 빨았어. 그랬더니말이지, 그것이 굉장히 맛있는거야! 몸의 아픔도 희미해지고, 이젠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구. 하지만, 너무도 맛있었으니까, 정신차리고보니 그 사람의 피를 남기지않고 빨아버렸어. 그 사람말이지, 말라 비틀어진 미이라같이 되버려서, 굉장히 후회했어. 나, 몸만이 아니라 마음까지 괴물같이 되버린걸까하고. ----하지만,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렇게 하지않으면 안됐어. 말했지, 나는 미워서 사람을 죽이는게 아니야. 내가 사람으로부터 피를 빠는것은 시키군들이 다른 동물을 먹는것과 같은 이유야. 그러니까, 사람을 죽인다는 일을 너무 깊게 생각하지않기로 했어." "바----" 뭐야, 그건. 살기위해 필요하니까 인간을 죽여도 괜찮다는 건가. 그런 일, 나는----- "하지만 말이지, 이걸로 나도 한사람 몫을 하는 흡혈귀가 된것같아. 오늘밤의 식사는 의외로 즐거웠어. 지금까지는 단지 춥고 아프니까 피를 빨았지만, 점점 비결을 알게되서 재미있어 졌어. 시키군이라면 알수있지? 당신은 나같은 것보다, 훨씬 질 좋은 살인자인걸." "무----" 무, 슨. 무슨 말을 하는거야, 유미즈카, 는. "나는 계속 당신을 봐았어. 그러니까 당신의 상냥한 점도, 무서운 점도 제대로 알고 있었어. 내가 당신에게 말을 걸수 없었던 건 말이지, 시키군의 무서운 점이 뭐인건가 몰랐었으니까야. 하지만 지금이라면 알수있어. 당신은 나와 똑같은 걸. 밉다던가, 좋다던가하는 감정과는 관계없이,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고 생각하지?" "웃기------지, 마" 그런일, 나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생각한적 없어. "장난치는게 아니야! 나, 시키군이 가지고 있는 위험한 공기가 뭔가 몰랐어. 하지만, 이런 몸에 되고서 이해할 수 있었어. 시키군은 말이지, 단지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죽음을 연상시켜. 세상에는 드물게 태어날때부터 살인귀인 사람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당신은 순수한 살인귀야. 나말이지, 어제는 기뻤어. 이런몸으로 되서, 처음으로 잘됐다고 생각했어. 왜냐면 지금까지 몰랐던 시키군을, 겨우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그렇지, 시키군도 똑같지? 누군가를 보고, 이유도 없이 심장이 두근두근 크게 뛰고, 목이 거칠거칠하게 마른다던가 하지?" "거짓말----이다, 그런 일-----한번, 도" "--------" 한번, 도......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것봐. 그것이 감정에게 좌우되지 않는, 순수한 살인충동이야. 내가 이해하고 싶어도 계속 이해할 수 없었던 시키군의 위험한 점. 그리고 또 하나 말하는걸 잊었어. 흡혈귀는 말이지, 피를 빤 사람을 흡혈귀로 한다고 하잖아? 그것말이지, 정말이야. 정확히 말하면, 피를 빤 것 만으로는 그 사람은 죽어 버릴 뿐이야. 흡혈귀는 피를 빨 때, 자신의 피를 상대의 몸에 흘려보내는 걸로 흡혈귀의 분신으로 해버리는거야. 방금까지 시키군의 몸안에 있던것은, 나의 혈액" 일어서서, 만족스러운 듯이, 유미즈카는 말했다. ".......그래. 이거, 유미즈카상의, 피, 구, 나" 아직 몸안에서 계속 독을 뿜고있는, 검은 것. 이런 한입도 안돼는 양으로, 미치기 직전까지 괴롭다니, 믿어지지않는다. "자아, 이제 괜찮을거야. 일어서줘, 시키군" 유미즈카의 명령이 들린다. 아픔이 희미해진다. 손발의 자유가 돌아와서, 나는 겨우 일어섰다. "-----다행이야. 이걸로 계속 함께구나, 시키군" "................" "자아, 이쪽으로 와줘. 나의 옆에 와서, 나의 손을 잡고, 나를 안심시켜줘" 손을 뻗어온다. -----두근 심장이 한층 크게 뛰고, 발이 멋대로 움직인다. 단, 앞이 아닌 뒤로 움직였다. "시키........군?" 곤혹스러워하는 유미즈카의 목소리. -----두근 심장이 크게 뛴다. 목이 하아하아하고 말라간다. 신경이라고하는 모든 신경이, 눈앞의 것을 적이라고 인식해가 버린다. "하아....하아.......하아" 그 감정. 몸안에서 지금까지도 남아있는 유미즈카의 피의 독과, 몸안에서 밀려 올라오는 충동을, 필사로 억눌렀다. "왜그래.....? 저기, 어째서 내 말을 들어주지않는거야.....?" 두근, 하고 심장이 맥을 친다. 그거은 방금 유미즈카 본인이 말하던 살인충동이라고 하는 녀석인건가. 두근, 두근하고 맥치는 고동은. 죽여라, 죽여라, 하고 자기자신에게 명령하듯이, 반복되고있다. "시키군, 당신---" "정신 차려, 유미즈카" 하아하아하고 괴로운 호흡인 채, 유미즈카를 지켜본다. "어째서----!? 어째서 나의 피가 듣지않는거야......!?" ".....글쎄. 잘 모르겠지만, 아주 조금만, 몸안에, 진흙이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것이 유미즈카의, 흡혈귀의 피. 이런----단 한입 정도의 양으로 이만큼 구역질이 난다고 하는거라면. 전신이 이런 피로 되버린 유미즈카는, 얼만큼 괴로울까 상상도 되지않는다. ......아퍼, 라고. 유미즈카가 몇번도 반복했던 말의 의미가, 겨우 이해되어왔다. "......그만두자, 유미즈카상. 이런 일하고 있어도 아무것도 되지않아. 유미즈카상은, 병인거야. 그러니까 빨리 병원에 가서,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지않으면"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해준 아이를, 이 이상 괴롭게 하고 싶지않다. 그런데도, 그녀는 증오를 담은 눈으로 나를 노려본다. "----나의 피는 확실하게 시키군의 피에 섞여 있어. 그렇다면, 당신은 이제 나의 몸의 일부일 텐데.....! 설마, 나보다도 먼저 누군가의 지배를 받았어......!?" ".....그러니까, 나에게는 전혀 모르겠어, 유미즈카. 나에게 알수 있는 것은, 단지---어둡고 춥고 외톨이라고, 괴로운듯이 말한 너의 모습뿐이다. 2일전의 귀가길, 미소로 핀치일때는 구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던 웃는 얼굴이, 다시 생각날뿐이야." ......흡혈귀라는것이 어떤 것인건가, 정직히 잘 모르겠다. 그래도, 살기위해 인간을 죽이고 피를 빨고, 그래도 아프고 아퍼서 울어버릴 것 같은 것이라면, 어떻게든 해서 원래대로 돌려주지 않으면, 안된다. ".....유미즈카. 너는, 괴롭다고 말했다" "그래. 나, 이러고있을 때도 괴로워. 아직 혈관이 인간일 때 그대로니까, 피가 흐르는 것만으로 괴로워. 가늘고 약해서, 금방 파열해버려. 하지만 말이지, 좀더 많은 사람들의 피를 빨아가면, 곧 혈관도 튼튼해 질테니까 괜찮아" "......아프다고, 말했다" "에에, 마음이 아퍼. 살기 위해서라고는 해도, 모두의 피를 뺏지 않으면 안돼는 걸. 죄의식이라든가가 아니라, 순수하게, 지금까지 나였던 내가 희미해져 가는것이 아프고 무서워. 하지만, 그것도 혼자가 아니게 되면 무섭지않게 돼" ".......춥다고, 말했다" "응. 춥고 추워서, 손가락 끝이 괴사해버릴 것같아. 하지만, 그것은 별로 괴롭지는 않아. 단지 따스하다고 느끼지않게 된것 뿐이니까" "필사적으로----구해줘라고, 말했다" "구해주길 원하지만, 이젠 안 돼. 나는 원래의 사츠키에는 돌아갈수없으니까." 유미즈카는 그 때와 완전히 똑같은 미소로 고한다. "어째서----어째서, 이런, 일이" "그런거, 내 쪽에서야 말로 묻고싶어. 정신 차리고보니 이런 몸이 되어 있어서, 사람의 피를 마시지않으면 살아갈 수없게 되버린거야? 눈을 떠보니 죽어 있었다는 쪽이 훨씬 훨씬 편했을텐데. 하지만, 이렇게 되버린거니까 어쩔수없잖아. 모두가 당연한 듯이 다른 동물을 먹듯이, 나도 모두를 먹을수 밖에 없는걸" "뭣----뭐야 그거.....! 그런거 어떻게 되있어.....! 그런거-----어째서, 유미즈카가 그렇게-----" 인정할 수 없어서, 단지 목소리를 올렸다. "-------------" 유미즈카는 말없이, 고개를 흔든다. "어째서....! 예전같이, 보통으로 웃고, 보통으로 걷고, 보통으로 말하는게, 이제 할수없다는거야. 겨우---겨우 2일전의 얘기인데.....!" ".....그렇지. 겨우 2일전까지, 나도 시키군측의 생물이었다니, 꿈같아. 잃어보고 처음으로 알았어. ----응, 정말로 꿈같은 시간이었지. 혹시 돌아갈수 있다면, 나는 어떤 대가를 치뤄서라도 돌아가고싶어." "그럼----" "하지만 무리야. 나는 원래대로 돌아갈수없어. 계속, 이렇게 춥고 아프고, 외톨이인 채로 살아갈 수 밖에 없어" 유미즈카는 움추린다. 덜덜하고 떨어가는, 차가운 몸. "----도와줘, 시키군." 목에서 쥐어 짜내는듯한, 작은 목소리. "무서워. 굉장히 춥고, 어디를 가도 나는 외톨이라, 굉장히 불안해. 부탁이니까, 나를 도와줘" .....알고있어. 2일전에 귀가길에 한, 아무것도 아닌 약속을, 기억하고 있어. "----아아. 나에게 할 수있는 일이라면, 뭐라도 할께" .....정말로. 그걸로 네가 원래의 유미즈카 사츠키로 돌아갈수 있다고 한다면, 나는 뭐라도 해보이겠어. 하지만. 그녀의 대답은, 나의 그것과는, 크게 달랐다. "......아하. 시키군도참, 여기까지 와서까지 아직도 나를 원래대로 되돌리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구나. ......정말, 아찔할 만큼 상냥하네. 살인을 아주 좋아하는 주제에, 그외에는 굉장히 상냥하다니, 굉장한 모순" 쿡, 하고 즐거운듯이 웃는 유미즈카. "무리라고 말하고 있는데도. 시키군의 방식으로는, 나를 구할수 없어" "뭐...그럼, 그럼 어떻게하면 되는거야.....! 나는 아무것도 할수없어. 유미즈카를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수가 없어서, 뭘하면 좋은건가 모르겠어---!!" "그렇지않아. 시키군이라면 나를 구해줄수있는걸" 말하고, 유미즈카는 걸어온다. ----두근, 하고. 등골이, 위기감으로 얼어붙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유미즈카를 구할수있다니, 어떻게 해서" "간단해. 시키군이, 나의 동료가 되주면 되는거니까.......!!" "윽------!" 붉은 안광에 잡혀, 숨을 쉴수가 없게 되었다. ----곤란해. 확실하게 그렇게 알고있는데, 양발은 전혀 움직여주질 않는다. "동료라니, 뭐를----" "그렇게되면 나는 외톨이가 아니게되고, 추운 일도, 무서운 일도 없어져. 으응, 시키군만 나의 것이 되주면, 인간이었던 때보다 나는 훨씬훨씬 행복해질수있으니까----!" ----두근. 심장이 한 단 높게 고동한다. 유미즈카는 바로 앞에, 망설임없이 나의 목을 잡으려 팔을 뻗어온다. 그 속도는, 그야말로 탄환같다. 그런데 그것이 확실하게 보이고 있다----같은 착각이 들어, 필사적으로 지면에 주저앉았다. "-----극........!" 필사적으로 목을 비틀어 지면에 주저앉는다. 부웅, 하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유미즈카의 팔이 머리위를 지나쳐간다. "하--------아" "------거짓말" 덥친 자와 피한 자. 우리는 서로를 경악의 눈동자로 보고있다. "유미즈카, 너----" "시키-----군?" 아연히 유미즈카가 나를 내려본다. 나는---도망치지않으면 안 됀다고 알고있는데, 전신이 굳은 채 였다. 두근. 심장소리는 종같이. 한손은 마비되어 있는 나의 이성과는 관계없이, 포켓 안의 것을 쥐어간다. 유미즈카는 움직이지않는다. 단지 그 눈만이, 놀람에서 기쁨으로 변해간다. "......그렇구나. 시키군을 손에 넣는것은 간단히 끝날거라 생각했는데, 이거라면----" 두근. "----오늘밤은 의외로 즐거울 것 같네. 시키군?" 피에 굶주린 붉은 안광. 용서없이 뻗어오는, 짐승같은 팔. 전신의 털이 거꾸로 선다. 이대로 갈갈이 찢기기전에. 나의 손은 혼자서 포켓의 나이프를 꺼냈다. 두근. "-----에?" 자신의 목소리보다, 자신의 팔의 움직임 쪽이 빠르다. 나이프는 묵직한 소리를 내며, 유미즈카의 드러난 허벅지를 종으로 갈라냈다. "꺄아아아아아아!" 높은 유미즈카의 비명. ----아연히 자신의 팔을 본다. 그곳에는, 바로 지금 그녀의 한쪽 다리를 찢은, 피에 젖은 나이프가 있다. "........아" 제정신이 돌아온다. 몸이 움직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떨면서, 유미즈카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단지 달렸다. "어째, 서----어째서, 나는----" 모르겠다. 어째서 유미즈카를 찔러 버린건가, 자신의 일인데도 전혀 이해할 수 없다. 두근, 하고 심장이 높게 울리고. 정신을 차리니, 나이프로 유미즈카의 다리를 찢고 있었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단지, 나이프에는 유미즈카의 피가 축축히 묻어있고. 이 팔에는 유미즈카의 고기를 찢던 감촉이 남아있다. "어째서-------" 정말, 어째서 이런 일이 되버린거지. 나는 단지----유미즈카 사츠키를, 도와주자고 생각한 것 뿐인데. "극------" 그런데, 유미즈카의 얼굴을 생각해내자 심장이 두근, 하고 튀어오른다. 공포와 흥분. 유미즈카는 나를 죽이려하고있다. 심장은 두근두근하고 그 위험에 호응하고 있다. 나로는. 토오노 시키로는, 저 생물에게 대항할 수 없다. 예를 들자면 과일과 인간이다. 먹혀지는 측의 것이, 먹는 측에게 어떻게 대항한다는건가. <저것>은, 이미 그런것. 토오노 시키가 토마토를 먹는데 아무 힘들게 없듯이, 유미즈카 사츠키에게 있어서 나는 토마토와 아무 다를게 없다. 뒤집으면. 잡혀버리면, 그 뒤는 당연하다는듯이 살해당할 뿐. 그러니까 도망치고있다. 도망쳐서, 자신은 아직 살아있다고, 토할 만큼 실감하고있다. 단지, 밤을 달린다. 아무튼 지금은 달리고있다. ------뭐를 위해? 그런건 정해져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잡혀버려. 유미즈카 사츠키가, 자신을 쫒아오고 있는 기척을 느끼고 있다. 방금까지는 바늘 끝 같던 기척이, 앗하는 사이에 등 전부를 덮어버릴 만큼 커져있다. "하아, 하아, 하아ㅡㅡㅡ!" 도망치기위해 달리고있다. 하지만, 누구로부터 도망친다는거지. ......그것은, 예쁜 미소였다. 중학시대의 추억이야기를 하는 유미즈카 사츠키의 웃는 얼굴은, 정말로, 부드러웠다. "젠.......장........!" 이런 일이, 이런일이 있어도 되는거냐.....! 유미즈카는 사람을 죽이고, 사람의 피를 빠는 괴물이 되버렸----- "-------!?" 돌연, 등에 뭔가가 맞아서, 그대로 지면에 쓰러졌다. "아-----극-----우우........!!" 달리던 그대로 넘어진 것이니, 온몸이 까진 상처 투성이가 된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이상으로 등이 아프다. 등에 받은 둔기의 것 같은 충격으로, 만족스럽게 호흡을 할수가 없다. "뭐-----" 야, 하고 말하려다, 말을 잃었다. 지면에 넘어진 자신의 바로 옆에. 바로 지금, 자신에게 부딧친 것이 굴러다니고 있다. "인.......간" 그것은, 팔이나 다리가 이상하게 구부러진, 모르는 남자였다. "--------아" 남자의 몸에서, 피가 흘러 온다. 아스팔트에 붉은 피가 흘러와, 이쪽의 몸을 새빨갛게 물들인다. 그것은. 목이 없는, 인간의 몸이었다. "아---아, 맞출 생각은 없었는데. 운동신경이 올라간건 좋지만, 조준이 너무 정확하게 된다는 것도 곤란한거네" 등뒤에서 즐거운 듯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 쓰러진 채로 뒤를 향한다. 거기에는. 생목을 한손에 든, 유미즈카 사츠키가 걸어오고 있었다. "미안해 시키군, 아펐지? 실은 시키군이 달리는 앞에 던져서, 조금 놀라게 해줘야지하고 생각했을 뿐이야" 유미즈카는 미안, 하고 혀를 내밀고는, 휙, 하고 생목을 뒤에 던져 버렸다. "유미즈카, 지금 것, 은----" "응? 아아, '그거'말이야? 시키군을 쫒다가 부딪쳤어. 어쩌구저쩌구 시끄러우니까, 입하고 몸을 뜯어버 렸어. 낼름하고 피도 핥아 봤는데, 술로 간장이 맛이 간 남자의 피는 굉장히 맛없어. 시키군도 상대를 고를때는 젊고 건강한 몸으로 하지않으면 안돼" 즐거운듯이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미소인채 다가온다. 그곳에는, 그 때의 미소의 그림자따위, 없었다. 바이바이, 하고. 손을 흔들고 헤어진 그녀의 그림자따위, 어디에도 없었다. "사람을 죽이고----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거냐, 유미즈카." "생각안해. 이야기를 하는 인간과 식용의 인간은 다른것인 걸. 시키군도, 친구용 인간과 죽이기용 인간은 다르잖아? 그야 나도, 처음은 그렇게 완전히 나눠 생각할 수 없었어. 어젯밤까지만해도, 자기자신이 굉장히 싫었으니까. 하지만, 몸안이 아프고, 아픔을 누그러트리기 위해서는 피를 마실수 밖에 없었어. 그러니까 잔뜩의 인간을 죽였어. 한명을 죽일때마다, 몸의 아픔이 누그러지는 대신에 마음이 아펐어" 우뚝 멈춰서서. 유미즈카 사츠키는, 아주 일순만, 슬픈듯이 눈을 감았다. "하지만, 점점 알아져 왔어. 지금은 아직 뜨끔하고 아프지만, 그것도 얼마안가 없어질거야. 왜냐면----사람을 죽인다는 죄악감보다, 생명을 뺏는다고하는 우월감 쪽이, 몇배나 기분좋으니까. 말했잖아? 곧 시키군과 똑같이 될테니까라고. 안심해. 나, 시키군같이 살인을 즐길수있는, 훌륭한 흡혈귀가 될테니까" 웃는 얼굴로 유미즈카는 다가온다. "-----거짓말, 이다" 입으로 말하고, 그것마저도, 거짓말이라고 알았다. 자신마저도 속일수 없는 어설픈 거짓말을, 어째서 입에 담아버리는 걸까. ----틀렸어 그녀는, 틀렸어. 유미즈카 사츠키는 이제 구할수없어. 나에게 남겨져있던 이성마저도, 그 절망적인 결론에 져, 버렸다. "-------" 나이프를 움켜쥔 채, 일어섰다. 어쨌든 그녀는 나의 피를 빨 생각이다. 그렇게하면 이 목숨은 없어져 버리겠고, 나는 흡혈귀의 동료로 들어갈 생각은 없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해야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유미즈카. 나는, 너를 도와줄수 없다" "그렇지않아. 시키군만 얌전히 있어주면, 그걸로 나도 시키군도 행복하게 될수 있다니까" "-------" 틀려. 그 행복은 일그러져 있어, 유미즈카. "하지만말이지, 그래도 약속했으니까. -----나는 다른 방법으로, 너를 구해주지않으면" 말하고, 안경을 벗었다. 지끈, 하고 두통이 달린다. . . . . . 나는, 정말 처음으로. 사람을 죽이기위해, 이 시계(視界)를 받아들였다. "----그래. 할 생각이구나, 시키군은. 하지만 안돼. 술래잡기 놀이는 이제 끝" "------!?" "컥----!" ----뭐, 뭐가, 일어난거, 지. 일순만 유미즈카의 모습이 사라지고, 정신을 차리니 바로 옆에 유미즈카의 얼굴이 보여서----그대로, 옆구리를 맞은, 건가. "학----아, 극.........!" ....등이 아프다. 저, 아무것도 아닌 일격으로 건물의 벽까지 날려져 버린, 건가. "크-----!" 강하게 나이프를 쥐고 어떻게든 일어선다. "어라, 아직 움직일수 있구나. 시키군은 의외로 튼튼하네. 언제나 빈혈 일으키고 있으니까, 병약한건가하고 생각하고 있었어" 유미즈카의 목소리가 가까이 온다. "하아----하아, 하아" 호흡----호흡이, 거칠다. 어떻게된 일이냐. 나는, 말도 안돼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 "안돼, 그런 나이프같은 거에 의지하면. 시키군의 움직임따위는 멈춘듯이 보이니까, 총을 가지고있어도 나에게는 적이 아닌데 말이지" 쿡쿡하고, 즐기는듯한 웃음소리. "----하아-----아" 그것이, 착각이다. 나는 사물의 부서지기 쉬운 선이 보이지만, 단지 그것뿐인 인간인거다. 지금의 유미즈카같이, 나의 몇배도 빨리 움직이는 동물이 상대라면, 그 선을 만지는 것마저도 할 수없다. "크-----" 다시 말하면. 그녀의 앞에서는, 이런 선이 보여봤자 의미따위 없다. "----정말. 어쩔수없군. 조금 험하게 할테니까. 괜찮아, 머리와 심장만 살아있으면, 그 다음은 어떻게든 할수 있으니까......!" "크-----" 쿵, 하는 충격이 나고, 눈앞이 새까메졌다. 유미즈카의 손이, 나의 팔을 잡고. 그대로, 당기듯이 내던진 것 같다. 그야말로 축구공같이 내던져져서, 등부터 지면에 낙하했다. "아----극------!" -----보이지않아. 전신이 너무 아퍼서, 아무것도, 보이지않아. "자아, 그런곳에서 자고 있으면 큰일나, 시키군....!" "-------!" 옆으로 구른다. 방금까지 자신이 있었던 지면을 유미즈카의 팔이 두들긴건가. 쩌적, 하는 장난이 아닌 균열음까지 들려온다. "학-----크.....!" 져리는 몸을 억지로 움직인다. 시계는 아직 새카만채. 느낄수 있는 것은 유미즈카의 기척뿐. "........이.........게" 일어서서, 유미즈카의 기척이 나는 쪽에, 나이프를 겨눈다. "정말, 헛수고라고 말하고 있는데, 어째서 얌전히 있어주지 않는 걸까, 시키군은!" 유미즈카의 기척이 덥쳐온다. 두근, 하는 자신의 심장소리. 어설프게 눈이 보이지않은 덕분인건가, 이번엔 유미즈카의 팔을 피할 수 있었다. "------거짓말" 아연한, 유미즈카의 목소리. 분명, 유미즈카는 지금 등을 보이고있다. 하지만 눈이 보이지않는 나에게는 어떻게도 할수가 없다. 그곳에---싸늘하게, 더욱 강해진 살기가 달려온다. "이이이----얌전히 있으라고 말하는데!" 유미즈카의 목소리. 덥쳐오는 죽음. 그것에 맞춰서, 암운(闇雲)에 나이프를 휘둘렀다. "꺄아아----!" 차악, 하는 소리. 지금, 확실하게 유미즈카의 팔을 잘랐다. "아차----유미즈카, 괜찮냐........!?" 나도 모르게 말하고, 자신의 물러터짐에 슬슬 진절머리가 났다. 왜 나는 자신을 죽이려드는 상대에게 그런 걱정을 해----- "-----아" 몸이, 떳다. 정면에서 뭔가에게 맞아서, 튀어 날아져 가버린다. "아-----" 시계가, 돌아왔다. 지금의 일격이 너무나도 강력했던 덕인걸까. ".....뒷골.....목" 아무래도, 방금의 일격으로 뒷골목의 벽까지 튕겨 날려진 것 같다. 등에는 단단한 벽의 감촉이 있다. "-----아" 의식이 멀어져간다. 그런데, 유미즈카는 용서없이 달려온다. "거짓말쟁이-----!" 증오를 담은 목소리를 올리며, 나를 향해 손을 휘둘러 올린다. ".........." 움직일 수 없다. 움직일 수 없으니까, 이제, 살해 당할 수밖에 없었다. "...................에?" 벽이 흔들린다. 유미즈카의 팔은, 나의 바로 옆의 벽을, 단지 난폭하게 두들길 뿐이었다. "거짓말쟁이------! 구해준다고, 내가 핀치일 때 구해줄거라고 말했으면서!" 또, 엉뚱한 곳을 그녀는 부수고 있다. "어째서? 내가 이렇게 되버렸으니까 안돼는거야? 하지만, 그런거 어쩔수없어.....! 나도, 좋아서 이런 몸이 된게 아니니까........!" 탕, 탕. 억지를 부리는 아이같이, 단지, 그녀는 외치고 있다. ".....이렇게 아픈데, 이렇게 괴로운데, 어째서 시키군은 나를 구해주지않는거야!? 구해줄거라고 약속했는데, 어째서---" 탕, 탕. 출구없는 고뇌의 목소리. 언제 자신의 몸을 꿰뚫려도 이상하지않을 이 상황에서. 어째서인걸까, 이제부터 살해 당한다는 공포는 희미해져 있었다. "시키군----시키군이 내 옆에 있어준다면, 이 아픔도 견뎌낼수 있는데. 어째서, 어째서 당신까지 나를 받아 들여주지 않는거야.......!" ......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되풀이 되는 말은, 나에 대한 원한의 말따위가 아니다. 유미즈카 사츠키는, 계속, 계속, 어쩔 줄을 모르고 울고 있을 뿐이었다는, 건데---- -----유미즈카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 이제 손가락끝 정도 밖에 움직일수 없게 된 몸으로, 그녀의 모습을 바라본다. ......어째서일까. 유미즈카는 꼼짝도 안하게 된 나를 보고, 아연해서 서있다. ......마치. 악몽에서 눈을 떠, 자신이 한 일을, 후회하는, 듯이. "-----시키군, 나.....이럴, 생각, 이었던게-----" 유미즈카의 목소리는 떨리고있다. ......냉정하게 되준 것 같지만, 그래도 역시, 그녀의 목소리는 울 것 같았다. "........괜찮.....아" ----그렇게, 자신을 책망할 필요따위, 없어. 비록, 몸도 마음도 흡혈귀라는 것에 되버린다해도. 그녀는 역시, 어쩔수 없을 만큼, 불쌍한 피해자인거다. 어차피, 이제 나의 몸은 움직일수 없다. 유미즈카, 네가 그렇게 혼자서, 아프고, 춥다고 말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하나밖에 남아있지 않다. ".......좋아, 유미즈카상" "시키....군?" "내 피로 좋다면, 빨아도 괜찮아. 약속이니까....너와 함께, 있어줄께" 그것은, 스스로도 모를 정도로, 부드러운 목소리였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망설인 후, 조용히 나의 앞에 앉아, 나의 몸을 안아 올렸다. "-----정말, 괜찮아?"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에는, 망설임과 기쁨이 섞여있다. ".....뭐야, 지금까지 그렇게하고 싶어서 계속 쫒아왔잖아. 왜 여기서 사양하는걸까, 유미즈카상은" "하지만----나, 정말로 그렇게 하고 싶지만, 하지만----" ----그걸 한다면, 이제, 정말 망가져 버릴 것 같아서---- 그렇게, 그녀의 입술이 소리가 되지 않는 말을 이은다. "........" ......이 무슨 짓궂은 일인가. 확실히 그녀는 흡혈귀가 되버렸다. 하지만, 그래도 가장 소중한 부분에서, 인간의 마음을 남겨두고 있는거다. 그러니까말로, 그 마음이 유미즈카 사츠키에게 흡혈귀인 자신을 "아프다"라고 느끼게한다. 인간으로 있는 일. 그렇게 있는 한, 그녀는, 계속 아픈채인거다. "----아프잖아. 그럼, 됐어. 나는 너를 구해줄 수 없어. 그러니까, 유미즈카상이 말하는 방법으로 도와줄 수 밖에 없잖아" "......시키......군" 끄덕, 하고 끄덕이고. 그녀는, 나의 목덜미에 입술을 댔다. "아----" 사라져 간다. 몸에 남아있던 작은 열이, 급속히 힘을 잃어간다. 고요한. 대단히 고요한, 죽음. 이제와서 그녀를 떨어트릴 힘도 없다. 이 눈에 보이고 있는 '선'도, 곧, 사라져주겠지. ----이걸로 끝. 곧 토오노 시키는 사라지고, 그걸로 전부 다 끝난다. "--------아" 끝.....끝나서, 좋은, 걸, 까. ......돌아, 오실거지요......? 그런말을, 아키하는 말했다. 8년간 내버려둔 자신의 여동생. 뭐 하나, 오빠다운 일따위 해주지 못했던, 흑발의 소녀. ----계속, 저 넓은 저택에서 외톨이였던 토오노 아키하. "-------" 방금, 나는 죽음이 구원이 되는 일이 있다, 라고 유미즈카에게 나이프를 향했다. 그렇게해서 지금도, 죽음이 구원이 되는거라면 하며 이 목숨을 내던지려 하고있다. 하지만, 그것은. 과연, 누구에게 있어서 구원이 되는걸까. 적어도 토오노 시키라고하는 자신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사람에 대한 구원에는, 절대 되지 않은 기분이 든다---- "아키----하" .....죽을수 없어. 절대로, 지금은 죽을수 없어. "유미, 즈카----" 나이프가 움직인다. .......그녀의 가슴에 있는 <선>. 자신을 완전히 믿고, 최후의 구원에 기대고 있는 그녀의 심장에 있는 선. ......그곳에, 나이프는 깊숙히 박혔다. "-----시키, 군?" 사츠키의 입술이 떨어진다. 그 힘이 급속히 제로가 되어간다. "----미안. 나는, 유미즈카를 구해 줄수 없어" 이런 방법으로 밖에, 구해 줄수 없어. 그 아픔에서 도망칠수 없는 거라면. 하다못해---최후정도는, 아픔도 없이 떠날수 있도록 할 수 밖에, 없어. "그런가----역시 함께 가주지 않는 거구나, 토오노군" 그녀의 목소리는, 굉장히 평온하다. 마치, 2일전 석양의 귀가길 같이. "하지만, 기뻤어. 아주 잠깐이었다고 해도, 시키군은, 나를 선택해 주었으니까. .....응, 이거라면 이대로 죽어버려도 나쁘지 않을까나. 그만큼 잔뜩 있던 아픔도 없고, 무서운 기분도 마법같이 사라져버렸고----" 사락, 하는 감촉이 발에 닿는다. 보면. 유미즈카의 양발은, 이제 무릎까지 재가 되어 버렸었다. "----게다가, 지금은 조금 따듯해. 에헤헤, 이거 토오노군의 체온일까나" 기쁜듯이 유미즈카는 말했다. -----나는 정말로. 후회로, 죽고 싶어졌다. -----각오하고 있었다. 이 배신을 했을 때, 어떤 원한담긴 말을 들어도 좋다고, 각오하고 있었는데. -----어째서. 어째서 그런, 평온한 목소리로, 기쁜듯한 목소리로. 나를 원망하지 조차, 하지 않는거야. "----미안. 나는----무력하고, 최저다." 눈동자가 뜨겁다. 뇌안이, 흐리멍텅해져서 시계가 희미해져버린다. "아하. 토오노군 울고있구나. ......상냥하구나. 나, 나쁜 짓 잔뜩 했는데, 그래도 울어주는구나. ......응, 그런 점, 누구보다도 좋아했어. 중학교부터 계속 토오노군만을 봐왔으니까-----그런 아무도 모르는 일까지도, 나는 전부 알수있었으니까" 자랑스러워하는 목소리와, 사락사락하는 감촉. 그녀의 몸은, 이제 상반신 밖에 존재하지않는다. ".......나, 좀더 토오노군과 얘기하고 싶었어. 실은 보통으로, 아무것도 아닌 클래스메이트같이 얘기하고 싶었어. 그러니까, 지금 죽어 버리는 것은 정말 싫어" "--------"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 나에게는, 그녀에게 이야기를 걸만한 말이 없다. ------그녀는, 최후에 톡, 하고 자신의 뺨을, 나의 뺨에 기댔다. "하지만, 분명 이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던거야. -----그러니까, 울지말아줘, 토오노군. 당신은 올바른 일을 해줬으니까" 나이프의 감촉이 가볍다. 사츠키의 몸에는, 이제, 심장이 없었다. "아, 이제 소리를 내는것도 못할 것 같아. 그럼, 나는 집이 이쪽이니까. 슬슬 작별이네" "유미----즈카......!!" "응, 바이바이 토오노군. 고마워----그리고, 미안해" 삭. 한줌의 재가 바람에 날려 사라지듯이. 유미즈카 사츠키는, 이 눈 앞에서, 완전히 소멸했다. .....유미즈카의 모습은, 마치 환상이었던 것 처럼, 깨끗히 사라져버렸다. "-------" 어지러움만이, 남았다. 나는, 그녀를 죽였다. 구하고 싶었는데---최후는 그녀가 말하는 대로 구해주자고 생각했는데---결국은, 자신의 몸이 아까워서, 죽여, 버렸다. "아----아" 그래도. 그래도, 그녀가 사라져갈때 거짓말쟁이라고라도 말해 줬으면 좋았을거다. 그렇게 해줬다면, 나는 정말로 나쁜 녀석으로 될 수 있었을 텐데, 어째서----- 고마워. 미안해. 감사받을 이유가 없다. 사과받을 이유도 없다. "내가-----너를, 죽였는데" ......그래도, 고마워라고, 말해줬다. 그러니까말로. 정말로, 그녀를, 구해주고 싶었는데. "------" 굳었던 몸이, 멋대로 일어선다.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다. 마음과 몸은 다른 것인건가. 삭, 사악, 하고 무참히 몸을 질질 끌며, 뒷골목을 뒤로했다------ 끼익, 하는 소리를 내고 문이 열린다. 상처 투성이인 몸을 끌며, 드디어 저택에 돌아왔다. "------아." 로비에는 아키하가 있었다. 그때부터 계속 여기서 기다리고 있던걸까. ......지금의 자신에게는, 이제, 아무것도 모르겠다. "오빠, 지금까지 뭘 하고 계셨습니까, 대체 지금 몇시라고---- 오, 빠, 그 몸-----" ......아키하가 놀라고 있다. 어째서. 뭐에 놀라고 있는가 마저, 이제, 생각하고 싶지 않다. "오빠, 정신차려 주세요....! 대체 어떻게 된겁니까, 그렇게 상처 투성이로, 그렇게.....심한 눈을 하고" "............" 아무것도 대답하지 않는다. 아니, 대답할 수가 없다. 아키하가 뭐를 말하고 있는가도, 모르겠다. "--------" 아키하는 말없이 숨을 삼키고, 이쪽에 가까이 왔다. "아무튼 치료를 하지 않으면. 오빠, 걸으실 수 있겠습니까?" "............." 아아. 살아있으니까, 걷는 일 정도는 할 수 있어. "치료를 할테니, 거실에 와주세요. 아, 그리고 목욕----은 무리이니, 따스한 물로 몸을 닦지않으면 안돼겠군요." 아키하는 탁탁하고 발소리를 내고 사라졌다. -----아키하는 혼자서 나의 상처를 치료해줬다. 더러워진 몸을 타올로 닦고, 먹을 것까지 만들어 주고, 방까지 데려와 줬다. 그 사이, 나는 한마디도, 입을 열수가, 없었다. "......그럼, 저는 돌아가겠습니다. 오빠도 오늘밤은 편히 주무세요." 아무것도 묻지않고. 아키하는 끝까지 아무것도 묻지않고, 조용히 나가려한다. 사라져간다. 내가, 죽여버린, 그녀, 같이. -----그렇게 생각한 순간, 아키하의 팔을 잡아 버렸다. "오빠----!?" 그대로 아키하를 끌어 안는다. ......강하게. 단지 혼자가 되는 것이 견딜수 없어서, 누군가의 체온을 느끼고 싶었다. "아키----하" 아무 생각없이 끌어안는다. .....아키하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곧 뜯어낼 터인데, 떨고 있는 나의 몸을 거부하지 않는다. 이대로----단지, 이렇게 하고 있는 것만으로, 좋았을텐데. "나는, 최저다." 그렇게, 고백하고. 자신의 죄로부터, 아키하에게 도망쳤다. ".....구해주고 싶었어.....구해주고 싶었는데......구해줄 수가, 없었어." 꾸욱, 구원을 바라는 듯이 아키하를 끌어 안는다. 아키하로부터의 대답은 없다. 마치 나의 약함을 싫어하듯이, 아키하는 나로부터 몸을 떨어트렸다. "......오빠.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릅니다. 분명, 내가 들을 일도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 "나에게는 아무것도 대답해 드릴수가 없습니다. 오빠의 문제는 오빠가 해결하셔야 합니다. 그러니까----이런 일로, 제게 기대지 말아 주세요." .....아키하의 말은, 정말로, 그대로다. 그 질책이 너무나도 정확해서, 나는 겨우, 자신의 마음을 되찾았다. "......미안. 오늘 밤의 일은, 잊어줘." "..........." 아키하는 대답하지 않고 문으로 걸어간다. 그대로 나가려 하고, 우뚝, 아키하는 멈춰섰다. "-----무슨 일이 있었는가는 묻지 않겠습니다만. 나, 아까 오빠를 배웅했을 때, 굉장히 무서웠어요. 왜인지 이대로 오빠는 돌아오지 않을 듯한 기분이 들어서. 8년전과 같이, 그런 예감이 들은 겁니다." "--------" "하지만, 오빠는 제대로 돌아와 줬어요. .......오빠는 누군가를 구할수 없었다고 말하지만. 적어도, 오빠는 나를 제대로, 그런 예감에게서 구해준 겁니다." "-----그러니까, 어서오세요, 오빠. 아키하는 오빠가 돌아와준 것 만으로, 실은 굉장히 기쁩니다. .....그것을,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기억해둬주세요." 부끄러운 듯이 그렇게 말하고, 아키하는 꾸벅 인사를 했다. "아키하---------" "저로부터는 그것뿐입니다. .....머리 나쁜 오빠를 위해 다시 말해드리자면, 이제 두번 다시 귀여운 동생을 혼자로 하지 말아주세요라는 거니까요." "하, 하하---그런가, 잘 알았어. 하지만, 귀엽다니, 그런건 자기가 말하면 안돼, 아키하." 아키하의 말에 드디어 말을 되돌릴수 있었다. 단지 그것 뿐의 일인데도, 아키하는 자랑하는 듯한 미소를 띄운다. "예. 그럼 내일 또. 좋은 꿈을 꾸고, 새로운 아침을 맞이 해주세요. 내일, 아침이 되어서도 그런 얼굴을 하고 있으면 용서하지 않을테니까요." 아키하는 나갔다. 나는----상처 투성이인 자신의 몸을 바라보고, 그대로 침대에 쓰러졌다. "하------아" 깊게. 뭔가와 결별하는 듯이, 깊게 한숨을 쉰다. "......미안, 유미즈카. 역시 나는----후회는, 하면 안됀다고, 생각해." ......그녀와의 일은, 분명 일생 용서되지 않는 흉터가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올바른 것이었다고 믿자. 죄라는 것은 인정하고, 언젠가 벌이 있다고 한다면 받아 들인다. 하지만, 자신이 이렇게 살아 있는 것에 후회만은 하고 싶지 않다. "......다녀왔어, 아키하." 감사의 마음을 가득 담아, 그렇게 속삭였다. ......의식이 떨어진다. 완전히 피곤해진 몸과 마음이, 급속히 잠에 떨어져간다. 그 교차에서, 생각했다. 나는,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돌아올 집이 있고. 그것을 기다리고 있어준, 바꿀수 없는 육친이 있으니까, 라고----- [反轉衝動 III. 完] << □ >> 4 / 昏い傷痕 I ------강한 햇빛에 눈이 떠졌다. "........응." 침대에서 일어나 창 밖에 시선을 보낸다. 창을 넘어 보이는 하늘은 쾌청하고, 일요일에 어울릴 정도로 기분 좋은 날씨다. .......그것은. 어제의 일이 꿈같이 마저도 생각되는, 구름 하나 없는 푸른 하늘이었다. "........아침, 인가." 지끈, 하고 가슴이 아프다. 하늘은 이 이상은 없을 정도로 푸른 하늘로, 나는 언제나 대로의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그런 일이, 단지, 견딜수 없었다. 그녀는. 어젯 밤, 사라져버린 그녀는 이제 두번다시, 이런 아침을 맞이할 수가 없으니까----- "시키님, 일어나셨습니까?" .....그 목소리로 현실로 되돌려졌다. "......뭐를, 이제와서." 내가 후회한다고 해도, 그런 것은 위선이겠지. "시키님? 일어나 계십니까, 시키님?" 통통, 하고 작은 노크 소리. 나는 자신의 방에 돌아와 있다. 이렇게, 아무리 후회해도 언제나 대로의 아침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살아 있는 한, 피할수 없는 현실이다. 그것을 이제와서, 분해해도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아아, 일어나있어. 들어와." "실례합니다." 찰칵, 하고 문을 열고 히스이가 들어온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시키님." 갈아 입을 옷을 가져온건가, 히스이는 세탁한 양복을 가지고 와줬다. "안녕, 히스이. 에, 그러니까, 아키하들은 벌써 아침식사를 끝냈어?" ".....시키님. 실례입니다만, 일어나셔서 시간을 확인하셨습니까?" "에---? 시간이라니, 아직 아침----" 아침, 12시를 이미 지나 있었다. "에에-----? 왜, 왜 벌써 낮이 되어 있는거야, 이 시계?" "어느 사이엔가 정오가 되어 있는 것은 시계가 아니라 시키님 쪽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침부터 몇번인가 깨웠습니다만, 한번도 눈을 떠주지 않으셨습니다." "........." .....어지간히도 깊은 잠이었던 거겠지. 정신면만이 아니라, 몸 쪽도 무거운 상처를 입었다는 것인가. "그런가, 미안. 모처럼 깨우러 와줬는데, 뭘 한거지, 나. .....아아, 어제 잔 것이 늦었다고 해도, 일어나지 않은 일의 이유는 되지않고." "아니오, 휴일이니 언제 기침을 하시던지 시키님의 자유입니다만----시키님, 설마 어젯밤도 외출하셨었습니까?" "에-----아니, 그렇지는, 그, 아닌데.....아아, 그보다 아키하는 뭐하고 있어? 그녀석도 어제는 밤늦게까지 일어나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아키하님이시라면, 언제나대로 기침하셨습니다만." 히스이는 불만있다는 얼굴인 채, 제대로 이쪽의 변명에 대답해주었다. ".....그래. 역시 나와는 달라서 규칙적이구만, 그녀석은." ....어제, 이 방에서 있었던 일이 다시 떠올랐다. 유미즈카의 일로 너덜너덜해 있던 나를, 아키하는 아무것도 묻지않고 돌봐줬었지. 그 뒤의 일은, 그....나지만 부끄러워서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히스이, 아키하는 저택에 있어? 뭔가 바쁜 녀석이니까, 역시 휴일도 강습을 받고 있다던가." "예, 아키하님은 휴일도 예정이 들어와 있습니다만, 오늘은 저택에 남아 계십니다." ".......?" 예정은 있지만, 저택에는 남아있어.....? "잘 모르겠지만....뭐, 아무튼 갈아입고 거실에 갈테니까, 먼저 가 있어줘." "예. 그럼 실례합니다." 히스이는 언제나대로, 발소리 하나 내지않고 물러간다. "아, 히스이." "예? 뭐지요, 시키님." "응, 말하는 걸 잊었어. 깨워줘서 고마워. 늦었지만, 좋은 아침, 히스이." "------예. 부디 좋은 하루를, 시키님." "-------하아." 천정을 올려 보고, 크게 한숨을 쉰다. 유미즈카 사츠키의 일은, 분명 일생 잊을수 없는 기억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에 지배되어 버릴수는 없다. 나에게는 돌아올 집이 있고, 마중해준 아키하가 있고, 이렇게 언제나대로 기능하는 일상이 있다. 그것을 지키기 위해 그녀를 배신한거다. 그러니까---하다못해, 그 정도는 지켜두지 않으면, 모든 것이 거짓말이 되버린다. "-------궤변, 일까나." 그래도 속이고 속이며 해 나갈 수 밖에 없겠지. 그럼, 히스이가 기다리고 있다. 빨리 옷을 갈아 입고, 언제나대로의 일상이 있는 거실로 향하지 않으면 안됀다----- 거실에는 소파에 앉은 아키하와, 그 상대를 하고 있는 코하쿠상, 그리고 벽가에 서있는 히스이의 모습이 있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시키상." "응, 좋은 아침, 코하쿠상. 미안하지만, 밥 만들어 주지 않겠어. 제법 자서 배가 고파버려서 말야." "예, 알겠습니다. 지금 준비를 할 테니 잠시 기다려주세요." 코하쿠상은 탁탁하고 식당으로 간다. 이걸로 거실에 남은 것은 아키하와 조상같이 무언으로 있는 히스이뿐이 된다. ".....여. 아키하도, 좋은 아침." "................." 아키하는 기분 나쁜듯한 얼굴로 나를 보는 것만으로, 인사는 돌아오지 않는다. "...........우" 역시 어젯밤의 일로 화나 있는 걸까. 갑자기 끌어 안았으니까 화나도 어쩔수 없지만----- "아키하. 어제는, 그------" "오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시간에 일어나다니, 뭘 생각하고 있는 겁니까." "에----아니, 그, 그러니까, 미안." ".....정말이지, 그런 일을 화내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모처럼의 휴일인데 이런 시간까지 자고 있는, 오빠의 늘어짐을 화내고 있는 겁니다, 나는!" 흥, 하고 얼굴을 돌리고 화내는 아키하. .......랄까, 화내고 있다기 보다는 삐져있는 듯이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인걸까. "아니, 하지만 어쩔수 없잖아. 어제는 늦었고, 몸도 완전히 지쳤었으니까." "그런 것은 자업자득입니다. 어떤 사정이 있었다고 해도, 이 저택에서 지내가시는 거라면 제대로 규율을 지켜주세요." ".........우" 분하지만, 이쪽과 같은 조건에서 제대로 일어난 아키하에게 들으면 반론의 여지가 없다. "애초에 말입니다, 오빠. 아침에 일어나는 거라면 히스이에게 깨워달라고 하면 될뿐이지요? 오늘은, 뭐어 어젯밤의 일도 있으니 봐드리겠습니다만, 어째서 언제나언제나 시간 아슬아슬에서 기침하시는 겁니까, 오빠는." "....저말야, 아키하. 일단은 말해두지만, 나도 좋아서 늦잠 자는게 아니라고." "뭐예요. 그럼 어째서 언제나 여유없는 아침을 지내나요? 내가 언제나 어떤 기분으로, 아슬아슬한 시간까지 기다리고----" "아키하님." "아------" "..........?" 방금까지의 기세는 어디로 간건가, 아키하는 갑자기 입을 다물어 버린다. "저말야, 아키하. 말해두지만 내가 일어나는게 항상 7시 넘긴 것은 일부러가 아니야. 나도 빨리 일어나고 싶지만, 몸이 하는 말을 듣지 않으니까 어쩔수 없잖아. 그렇게 빨리 일어나게 하고 싶으면 굉장히 강력한 자명종을 사줘. 그거라면, 뭐어 어떻게든 빨리 일어날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저기, 오빠? 문득 의문스럽게 생각했습니다만, 오빠는 히스이에게 몇시에 깨워달라, 라고 하신 적 없습니까?" "--------아." 그런가, 그런 단순한 일을 잊고 있었다. "그렇구나. 모처럼 매일 아침 히스이가 깨우러 와주고 있으니까, 히스이에게 깨워달라고 하면 되겠군. 그런 이유니까 히스이, 이제부터는 아침 6시반쯤에 깨워주면 고맙겠는데...." 슬쩍, 등뒤의 히스이에게 시선을 던진다. 인데, 히스이는 가만히, 나의 얼굴을 노려봤다. "거절합니다." "에?" "그러니까, 시키님을 깨우는 것은 거절합니다, 라고 말씀드린 겁니다." "에-그러니까, 그." 뭐라 말하면 좋은건가, 너무도 쇼크라서 사고가 움직이지 않는다. 보면 아키하도 깜짝 놀란 듯한 얼굴로 히스이를 아연히 바라보고 있다. "뭣-------" "히스이. 어째서 오빠를 깨우는 것을 못하겠다는 건가요." "할수 없는 일은 받아 들일수 없습니다. 시키님을 제 의지로 깨우는 것은, 아마도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무리라니, 어째서." 문득, 둘의 말이 입을 맞춘다. 그러자, 또 히스이는 나를 가만히 노려봤다. "지금까지 3일간, 전부 무리였으니까요. 시키님, 어제는 제가 몇번을 불렀는지 기억하고 계십니까?" "아니, 기억하고 계십니까, 라니----나는 언제나 히스이의 목소리로 눈을 뜨고 있는데...." "그 이전의 제 목소리는 기억에도 남아 있지 않다, 라는 거군요. -----아키하님, 즉 이런 겁니다." 과연~, 하고 아키하는 심술 궂은 시선을 향해온다. ......뭐라 말할까, 일순에 나의 입장은 최악의 것이 되어 버렸다. "요는 히스이가 아무리 깨워도, 오빠는 자신이 일어나고 싶은 시간이 아니면 반응마저도 해주지 않는다----그런 건가요, 히스이?" 히스이는 말없이 끄덕인다. ".........." 나도 말없이 끄덕인다. 그런가~, 실은 제대로 아침 일찍 깨우고 있던건가. 스스로 말하는 것도 뭐하지만, 나의 숙면도 여기까지 오면 신업(神業)의 영역이 도달해 버렸는지도 모른다. "......오빠. 어째서, 거기서 자랑하는 듯한 얼굴을 하시는 겁니까." "아니, 나도 모르게. 자신의 굉장함에 질린 참." "....하아. 알겠습니다. 히스이는 지금까지대로, 오빠가 일어날 것 같아졌으면 어떻게든 일어나도록 노력을 해주세요." 예, 하고 히스이는 끄덕인다. 좋아, 이야기는 정리된 것 같군. 결국, 나는 지금까지 대로 자유로운 아침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는 거겠지. "저기. 그런데 히스이." "예, 뭡니까." "그, 오빠는 정말 안 일어나? 불러도 전혀 반응하지 않아?" "----예. 시키님의 수면은 대단히 조용해서, 조상(彫像)같으니까 알기 쉽습니다." .....조상같다니, 뭐야 그거. "헤에. 오빠, 잠버릇은 좋은거군요." "아니오, 그런게 아니라----뭐라 말씀드리면 좋을까, 그, 주무시고 계신 시키님은 다른 사람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 같은 조용한 잠든 얼굴은 본적이 없으니까, 처음 봤을 때는 돌아가신게 아닌가하고, 그-----" "그러니까 깨우기 어렵다, 라는게 아니라, 깨우는 것이 대단히 실례인 기분이 들어서, 억지로 깨울수가 없는 겁니다. 시키님이 스스로 일어 나실 수 있는 때는, 하얀 뺨에 체온이 돌아와 있어서, 아아, 일어 나실수 있겠구나, 하고 금방 알수 있습니다만----" 히스이는 눈을 감은 채, 남의 잠버릇의 감상을 흘리고 있다. "..........." .....왠지, 굉장히 부끄럽다. 생각해보면 잠버릇이란 것은 인간의 가장 무방비한 모습인거니, 그것을 이렇게 하나에서 열까지 설명당하면, 알몸을 보인 것 같아서 얼굴이 빨게 진다. 히스이는 그대로 입을 다물어 버리고, 아키하도 왜인지 얼굴을 돌리고 엉뚱한 곳을 보거나하고 있다. "......................" 왠지, 이상하게 분위기가 무겁다. "예, 기다리셨습니다. 시키상, 아침식사가 됐어요~" 거기에, 밝은 목소리로 구세주가 등장했다. "고, 고마워요. 그럼 감사히 먹겠습니다." "예, 천천히 드셔주세요" 코하쿠상의 미소에 등을 밀려, 혼자서 식당으로 발을 향했다. 점심 식사를 끝내고 돌아오니, 아키하도 히스이도 거실에 남아 있었다. 둘을 무시하고 방에 돌아가는 것도 어색해서, 아키하의 맞은 편 소파에 앉아 봤다. "드세요, 시키상은 차쪽을 좋아하셨었지요." 코하쿠상이 식후의 차를 테이블에 놔줬다. "응, 고마워. 사양하지 않고 받겠습니다." "아뇨아뇨, 사양같은거 하지 말아주세요. 여기는 시키상의 집이니까, 좀더 편히 해주세요." 코하쿠상은 나에게 신경 써주고 있는건가, 세세한 부분까지 돌봐준다. "......큰일인데. 나, 이래도 저택에는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긴장한듯이 보여?" "그렇군요~, 아직 양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다는 느낌입니다. 옛날같이, 라는 것은 안됐습니다만, 좀더 느긋히 해주셔도 좋을거라 생각해요." "코하쿠, 너무 오빠에게 너그럽게 굴면 안돼. 그렇지않아도 아리마가에서 지내서 둔해져 있으니까, 처음은 긴장하고 있는 정도가 딱 좋은거야, 이 사람에게는." "후후, 아키하님은 시키상에게만 엄하시군요." "나라고해서 좋아서 엄하게 하는게 아니야. 오빠가 너무나도 늘어졌으니까, 이쪽이 신경쓰지 않으면 안돼는 것뿐인 걸." ".......흐음" 조금 놀랐다. 아키하는 코하쿠상과 이야기하고 있으면, 어딘지 언제나의 당당한 분위기가 없어져 있다. 비슷한 또래라는 것도 있겠지만, 이 둘은 대단히 사이가 좋은 지도 모른다. "........." 슬쩍, 히스이에게 시선을 옮긴다. 아키하가 몇명도 있던 고용인을 해고하고 히스이와 코하쿠상을 남긴 이상, 히스이도 신뢰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시 코하쿠상과는 정반대의 성격이기 때문인가, 히스이와 아키하가 가볍게 회화하는 장면은 적은 기분이 든다. "무슨 일이지요, 시키님." 내가 보고 있는 것을 느끼고, 히스이가 용건을 물어 온다. "아니, 별로 용건은 없어. 단지 히스이는 얌전하구나라고 생각한 것뿐" "-----예. 그같이 하도록 마키히사님에게 배워왔습니다." 딱잘라 대답하는 히스이. ........뭐라 말할까, 너무 딱잘라서 회화가 계속되어 주질 않는다. ".........." 어쩐지 거북해져서 입을 다문다. 코하쿠상과 아키하는 아직도 뭔가 이야기에 몰두하고 있는 듯하다. "----시키님, 한가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에----아아, 괜찮지만, 뭔데?" "예. 시키님은 어젯밤도 외출을 하셨던 듯합니다만, 심야가 되면 정기적으로 외출하실 일이 있는 것입니까?" "아----아니, 그런 일은 없어. 조금 요즘 2일간은 특별했던 것 뿐이니까." 말하고, 아키하의 얼굴을 훔쳐본다. 아키하는 조용히, 단지 나와 히스이의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 .....아무래도, 어제의 아키하와의 일은 히스이도 코하쿠상도 모르는 것같다. "괜찮아, 히스이. 이제 밤늦게 외출할 일은 없으니까, 괜히 걱정하지 않아도 돼. 게다가말야, 어린애도 아니니까 밤에 외출하는 정도 그렇게 위험할건 없잖아?" "그렇습니다만, 시키님은 토오노가의 장남이십니다. 그같은 조심성없는 행동은 자중해 주십시오." "그래그래, 히스이짱이 말하는 대로예요. 시키상은 만성빈혈이니까, 너무 무리하면 안됀다고 의사선생님에게도 주의당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지만, 그것과 밤의 외출은 관계없어. 혼자서 나다니는게 안돼면, 나는 학교에도 갈수 없잖아." "뭐어, 그것은 그렇습니다만, 낮은 밝으니까 누군가가 도와주지요? 하지만 밤은 다릅니다. 특히 최근은 흡혈귀살인이라든가가 유행하고 있으니까, 빈혈로 쓰러졌을때 습격당한다, 같은 일이 있으면 어떻게 할 겁니까" "아........" 깜짝, 하고 나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 흡혈귀살인. 밤 거리를 배회하여 무차별로 사람을 죽이고 있던 살인귀. .....어젯밤, 이 손으로 죽여버린 클래스메이트. "아니, 괜찮아, 코하쿠상. 밤 거리에 흡혈귀따위 없어. .....그 사건은, 이제 두번다시 일어나지 않으니까." 유미즈카 사츠키는, 이제 이 세상에는 없으니까. "예? 그렇습니까, 아키하님?" "나에게 물어도 알리가 없습니다. 단언하고 있는 것은 오빠니까, 오빠에게는 뭔가 근거라도 있는 거겠지요. 그러고보면 오빠의 학교에서는 살인사건의 희생자가 된 분이 계시다는 것 같습니다만. 2년3조라면 오빠의 반이 아니었던가요." "에....? 우리 반에 희생자따위 없는데." "아, 시키상은 오늘 아침 뉴스를 보지 않으셨지요. 뭐라더라, 어젯밤, 유미즈카 사츠키상이라는 분의 혈흔이 큰 길의 뒷골목에서 발견되었다는 것같아요. 혈흔자체는 3일정도 전에 난 것이라는 것 같습니다만, 현장에 남겨진 출혈량으로부터 봐서 사망한 것은 일단 틀림없다는 이야기예요." "----------" .....동요가 격하다. 그녀. 유미즈카 사츠키가 사망했다는 것따위, 그런거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확실히 <사망했다>라고 들으면, <네가 죽였지>라고 하는 기분이 들어서------ "-----오빠? 왜그러세요, 안색이 나뻐요." "-------" .....괜찮다고, 대답할 수가 없다. 그녀의 죽음이. 자신의 안의 것만이 아니라, 벌써, 현실의 것으로서 다뤄져 버리고 있는 일이, 굉장히, 슬펐다. "..........." 후회는 하지 않는다고 정했는데, 이렇게 그녀를 생각하면 그림자가 진다. -------그때. "여러분, 오늘밤은 환영회를 합시다!" 하고, 느닷없이 코하쿠상이 목소리를 올렸다. "-------예?" 하고, 나와 아키하, 심지어 히스이마저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니까 시키상의 환영회를 합시다! 모처럼 모두 모여있고, 시키상의 이사 축하도 아직 하지 않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오늘밤은 시키상의 환영회입니다." 어때요, 하고 코하쿠상은 나에게 싱긋 미소를 향해온다. ".........." ......이런. 나는 정말로 기운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던 듯하다. "아키하님, 괜찮겠습니까? 허락을 주신다면, 지금부터 실력을 발휘해서 요리를 만들겠습니다만." "그렇군요, 모처럼 오빠가 돌아왔는데 아무것도 안한다라는 것도 뭐하고. 나는 찬성이지만, 히스이는 어때? 물론 찬성이지요?" "아----예, 시키님이 좋다고 하신다면, 저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가만히, 세명의 눈이 이쪽에게 향해진다. 나는---- ........그렇지. 후회는 하지않겠다고 정했고, 무엇보다 나를 배려해준 코하쿠상의 마음을 소중히 하지 않으면. "찬성인게 당연하지. 자신의 환영회인거니까, 거절할리가 없잖아." "결정이군요! 그럼 저는 요리 준비를 하겠습니다. 히스이짱은---오늘 내 일을 맡겨도 괜찮을까나?" "알겠습니다. 로비와 동관의 청소지요." "그럼 나는....어떻게 할까, 코하쿠?" "아키하님과 시키상은 방에서 쉬어 주세요. 저녁식사를 좀 빨리해서 환영회를 열테니까, 할 일이 있으시다면 그때까지 끝내주세요." 코하쿠상은 주방에, 히스이는 중정으로 향했다. "그럼, 나는 방에 돌아갑니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할까? ......그렇지, 일에 서투른 내가 히스이들의 도움을 해도 발목잡기 밖에 되지 않겠고. 아키하가 집에 있는 일은 드물으니까, 오늘 정도는 아키하와 느긋하게 이야기를 해보자. "아키하, 있어?" "에----오, 오빠.....!?" 탕탕, 하고 당황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잠깐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나." "아-----예, 들어와주세요." 문고리에 손을 댄다. .....생각해보면, 아키하의 방에 들어가는 것은 이게 처음이었다. "..........응." 조금만 긴장하면서 문을 열었다. "우----"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것은 또, 그 얼마나, 예상 그대로인 방인지. "무슨 일입니까, 오빠? 제 방을 방문하시다니, 뭔가 특별한 용건입니까?" "아니, 그런 것은 아니야. 그냥 아키하와 이야기가 하고 싶군하고 생각한 것뿐이라 말이지. 바쁜거라면 나중으로 할테니까, 사양하지 말고 말해줘." ".....바쁘다면 바쁩니다만, 에 그러니까, 그것은 나중으로도 미룰수 있는 일이니까, 오빠와 이야기를 할 시간정도는 만들수 있습니다." 책상 위에 펼쳐진 노트를 삭삭 정리하는 아키하. "뭐야, 학교 과제를 하고 있던건가. 그렇다면 나중으로 할께. 공부 방해는 할수 없잖아." "아뇨, 이제부터 시작하려고 생각했던 참이니까, 밤으로 돌려도 괜찮습니다. 괜찮으니, 오빠는 적당한 의자에 앉아 주세요. 지금 차라도 따라올테니까" ".....그럼 상관없지만, 차는 필요없어. 조금이라도 배를 비워두는 쪽이 좋잖아, 오늘은." "그, 그렇군요. 그럼, 그렇게 합니다. 아키하는 자신의 책상의 의자에 앉는다. 이쪽도 적당한 의자에 앉아서, 힐끗힐끗 아키하의 방을 둘러봤다. 굉장한 내장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역시 나에게는 성격에 맞질 않는다. 침대와 책상밖에 없는 자신의 방으로도 마음이 가라앉질 못하니까, 이런 방을 가져왔다간 그때야말로 도망쳤을지도 모른다. "저기, 아키하." "예? 뭡니까, 새삼스럽게." "아니, 전부터 물어보려고 생각했었지만 말이지. 정말로 어째서, 이제와서 아키하는 나를 다시 불러준거지? 아버지가 죽고, 내가 장남이니까라고 해도 다시 부를 이유로는 약하다고 생각하지만." "이유가 약하다니, 무슨 말을 하시는 겁니까, 오빠는. 오빠의 집은 여기니까, 돌아오도록 하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이유따위----그거야말로 필요없습니다." "뭐어, 그건 그렇지만....아키하는, 나를 원망하고 있잖아. 나는 8년간이나 너를 내버려 뒀었다고." "에에, 물론 원망하고 있어요. 오빠가 아리마가에 맡겨진 것은 아버님 탓이니까 그것은 어쩔수 없습니다만, 그 사이에 편지 한통도 보내주지 않은 일은, 정말로 매일같이 열 받았었으니까요." "우-----아니, 그것은." "그것은, 뭡니까? 아아 정말, 대체 뭡니까, 오빠는! 모처럼 잊을려고 하는 일을 일부러 생각나게 하려 오다니, 그렇게 나를 화나게 만들고 즐겁습니까?" "아냐, 아키하를 화나게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편지의 일도, 그것은....아버지에게 금지 당해 있었으니까 할 수 없었던 것뿐으로----" "그런건 알고 있습니다! 제가 화내고 있는 것은, 어째서 이제와서 그런 말을 하는가라는 점입니다!" "-----그런가. 미안, 그냥 궁금했던 것뿐이야. 지금것은, 내가 잘못했다." "에에,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다면 두번다시 시시한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흥, 하거 얼굴을 돌리는 아키하. ......정말, 뭐하고 있는 거지, 나는. 모처럼 아키하와 이야기를 하려 왔는데, 쓸데없는 거나 물어보고. "뭐, 다른 사람도 아닌 오빠이니까 계속 신경쓰고 있을거라고는 생각했습니다만. 코하쿠도 말했지요? 여기는 오빠의 집인거니까, 좀더 리렉스해도 좋다고." "응....그것은 뭐어, 슬슬 익숙해져 갈거라고는 생각해. 단지-----" "단지, 뭡니까?" "아니, 뭐라 말할까 별로 그립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말이야. 저택의 생활은 기억하고 있지만, 도저히 옛날의 이미지와 일치하지 않아서 곤혹스러워하고 있어. 뭐, 8년간이나 떨어져 있었으니까 그것도 당연하다고는 생각하지만 말이지." "응? 뭐야, 그런 얼굴하고. 말해두지만, 나는 이 저택은 싫지않아. 이제 나간다는 일은 없으니까, 안심하라고." "아-----응, 그것은, 기쁩니다만." 아키하는 왜인지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돌린다. "오빠, 저도 한가지 묻는 것을 잊었던 일이 있습니다. .....그, 8년전의 사고의 상처말입니다만." "? 사고의 상처라니, 가슴의 상처 말이야?" "예. 그, 코하쿠의 말로는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았다고 합니다만, 그 점은 안심할 수 있습니까?" "응-, 어떨까나. 상처 그것은 이미 완치되있는 것같지만, 그래도 파손되어 버린 불안정한 기관이 있으니까. 년수가 지나면 완치되는 것도 있으면, 불안정한 채 낫지 않는 것도 있다는 이야기야. .....내가 툭하면 빈혈을 일으키는 것은 그런 불안정한 기관과, 사고 때의 정신적인 데미지가 낫지 않았으니까라던데 말이지." "그것은.....그, 아픕니까, 오빠." 고개를 숙인채, 아키하는 그런 말을 한다. "...아니, 아픈 것은 이제 없어. 단지 현기증을 일으킬 뿐이니까,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냐." 뭐어, 겨울이 되어 추워지면, 때때로 아플 정도일까. "현기증이라 해도 최근은 줄었고, 앞으로 수년 지나면 만성적인 빈혈도 없어지지 않을까나. 뭐, 어쨌든 이 정도의 상처라면 그렇게 신경쓸 정도의 것은 아니라고. 세상에는 말야, 완치한 뒤에 20년정도 걸려서 리허빌리를 하는 대단한 사람도 있으니까, 내 상처따위 아직 멀었다는 거지." 아키하는 고개를 숙인채,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 곤란한데. 왠지, 갑자기 무거운 분위기가 되버렸다. ".................." 아키하는 꼼짝도 하질 않는다. ".................?" 뭔가, 부자연한 기분이 들었다. "어이, 아키하!?" "아----오, 빠?" 아키하가 얼굴을 든다. 안심, 했다. 지금까지 정신을 잃고 있었던 듯한, 생기 없음. "왜그래, 기분이 나쁜건가? 몸이 안좋다면 누워줘. 나도 방에 돌아갈테니까." "응-----으응, 아니예요. 조금....오빠의 이야기를 들었더니 옛날 일을 생각해버려서, 그래서----" 웃, 하고 아키하의 몸이 흔들렸다. 아키하는 의자에서 마루에 쓰러지려 하고는, 어떻게 발을 내딧어 버텼다. "하------아." "아키하, 정말로 이상해. 무리하지 말고 눕지 않으면 안돼." "-----아뇨, 괜찮습니다. 오빠 정도는 아닙니다만, 저도 현기증을 일으키기 쉬운 체질인 것뿐이니까요. .....그, 지금것은 8년전의 사고를 생각해버려서. 오빠의 상처는 깊고, 대단히 많은 피가 흘러 버렸으니까----그래서 기분이 나뻐진 것뿐입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정말로 무리는 하지마. 기분이 나뻐졌다면 곧 나쁘다고 말해줘." "에에,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그렇게 하도록 할겁니다. 괜찮아요, 제 현기증은 오빠와는 달라서 정신적인 것에 지나지 않으니까." 완전히 괜찮아 진건가, 딱잘라 아키하는 대답한다. "슬슬 시간이군요. 코하쿠가 부르러 올테니, 오빠는 방에 돌아가시지 않으면." "어라, 벌써 5시인가. .....그럼 방에 돌아가지만, 아키하도 너무 참지마. 힘들 때는 확실하게 힘들다고 말하지 않으면 손해 본다고." "어라. 오빠가 그렇게까지 저를 걱정해주다니 의외군요. 이럴거면 가끔은 쓰러지는 쪽이 좋겠는데." "바보, 오늘은 어쩌다가야. 그럼 나중에 또" 찰칵, 하고 문을 연다. 아키하의 방은 서관의 가장 안, 내 방은 동관의 가장 안이니까, 거리적으로 보면 50m가깝게 떨어져 있는거다. "아----오빠." "응? 뭐야, 뭔가 잊은거라고 있어?" "아니오,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아키하는 말하기 힘든듯이 조용히 있다. 단지, 나를 바라보는 눈이, 마치----- "........죄송합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사과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럼 식당에서 만나지요. 오늘은 뭐를 해도 화내지 않을테니, 안심해주세요." "아아, 그건 기쁜데. 모처럼 코하쿠상이 맛있는거 만들어 준다니까, 오늘 정도는 테이블매너따위 잊고 싶었던 참이야." 대답하고, 아키하의 방을 뒤로 했다. "그럼 시키상이 돌아온 일을 축하하며, 건배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마음에 드는 음료를 골라주세요." 코하쿠상은 전혀 독기가 없는 미소로, 늘어져 있는 음료를 권한다. 그 대부분이 쥬스같은 게 아니라, 엄연한 알콜 음료였다. ".....아키하, 저말야." "응? 왜요, 오빠?" .....아키하는 자신의 글래스에 벌컥벌컥 차색의 액체를 따르고, 오렌지 쥬스를 붓고 있다. "너, 너, 그거 위스키가, 아닙니까." "그렇습니다만, 뭔가 이상합니까?" "그렇습니다만이라니, 아키하." 그, 미성년의 음주는 금지 아니었던가......? "오빠의 환영회인거니까, 술정도는 마시지 않으면 재미없지요? 아, 그럼 오빠. 혹시 알콜에 약한 쪽?" 아키하는 어딘지 기쁜듯 했다. "앗, 히스이짱. 드물구나, 오늘은 쥬스가 아니네." "............" 쑥쓰러워하는 건가, 히스이는 말없이 술을 글래스에 따르고 있다. "자, 보세요, 오빠. 히스이도 술을 마시고 있으니까요, 설마 혼자서만 쥬스로 끝내자 같은 생각은 아니겠지요?" "....으이구. 의외로 축제를 좋아했구나, 아키하는." "에에. 좋아하는 축제는 적습니다만, 오늘은 특별하니까요." ------하아. 어쩔수 없다, 너무 순도가 높은 알콜은 몸에 좋지 않지만, 조금 정도라면 괜찮겠지. 테이블에 늘어진 음료 중에서 가장 순도가 낮은 것은----와인인가. "그럼 여러분, 글래스를 드세요. 하나-둘, 건배~!" 낑, 하고 글래스와 글래스가 튕기는 소리 후, 코하쿠상은 단숨에, 아키하는 시간을 들여 느긋히, 히스이는 낼름낼름 핥는 듯이 마셔간다. .....아-아, 어떻게 되도 모른다고, 나는. --------------해서. 한시간도 지나지 않은 사이에 히스이는 잠들어 버려, 코하쿠상은 웃는 얼굴인 채로 히스이를 방으로 데리고 갔다. 옆에 있는 아키하는, 아직 건강하게 마시고 있으니 처리가 힘들다. "........아키하. 너, 술에 강했군." "그래요? 스트레이트하게 마시고 있는게 아니니까, 이 정도는 보통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아니, 그러니까말이지. 미성년으로 치고는, 알콜에 익숙하군이란 의미인데. "정말, 또 그런 얼굴을 하고. 됐으니까 오빠도 좀더 취해주세요. 모처럼 코하쿠가 오빠의 기운을 복돋아주자고 준비를 해줬는데, 그럼 의미가 없지 않습니까." "아아, 그랬지. .....응, 코하쿠상의 마음 씀씀이에는 감사하고 있어. 덕분에 조금 편해졌고." "무슨 말하시는 겁니까. 전혀 편해지지 않았어요, 오빠는. 술에 취하지 않아도 기운이 없고, 술에 취해도 기운이 없다면, 이젠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뭐야, 상당히 난폭한 말투잖아. 술에 취해도 기운이 없다고 해서, 이제 방법이 없다는 것은 잘못 되있어." "어쩔수 없잖아요, 오빠가 아무것도 말해주질 않으니까. 나도 오빠가 어젯밤의 일을 말해 주신다면, 술의 힘따위 빌리지 않아요." "--------" 그런, 가. 코하쿠상과 같이, 아키하도 나를 신경 써주고 있던건가.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물을수 없지요? 아무것도 묻지 않겠다는 약속이니까." ".....미안. 나는, 모두에게 폐만 끼치고 있어." "뭐어, 알아 주신다면 됐습니다. ----에, 오빠가 말하신대로 취해 있는 것 같으니까, 조금 밖에 나갔다 오겠습니다." 취해있다, 라는 것치고는 확실한 발걸음으로 아키하는 식당에서 나갔다. 아키하를 따라서, 밤바람을 맞으러 중정에 나왔다. 시각은 아직 6시반. 밖은 붉은 태양에 물들어 있다. ".....아직 저녁이었던건가." 중정에는 아무도 없다. 분명 아키하가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엇갈린 듯하다. ".....붉은 석양, 인가." 지금까지는 석양을 보면 피를 연상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귀가길에 보인, 그녀의 최후의 미소가 떠올랐다. ......지끈, 하고 가슴이 아프다. 가슴의 흉터가 아픈 것인가. 아니면 후회로 가슴이 아픈 것인가. 판별이 되지 않는다. 단지 가슴이 아플 뿐. 그야말로, 피를 흘리고 있는 듯이. "긋-------" 눈이 아찔했다. 익숙하지 않는 알콜과 가슴의 아픔 탓이다. 이런, 아무것도 아닌 일로, 나는 의식을 잃어 버리려 하고 있다----- .....나는 집이 이쪽이니까.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나와는 다른 방향으로 사라졌다. .....고마워. 그것은 아마도, 최후까지 함께한 나에 대한 말이었다고 생각한다. .....미안해. 그것은 아마도, 이제부터 후회할 나에 대한 말이었는 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잊어도 좋아. 그런 사츠키의 말이, 귓가에 속삭여진 기분이 들었다. .....이 무슨 위선인가. 나는, 그런 자신이 꿈꾸는 꿈속에서, 그런 자신에게 편한 말을 꿈꾸고 있다. 잊을수 있다면, 그것은 대단히 편할 것이다. 하지만 잊을수 없다. 좋아하지도 않았다면 싫어하지도 않았지만, 그녀의 미소를 잊어서는 안된다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목덜미의 흉터가 아픈 한, 잊을수 없으니까---- "아-----" 정신을 차리니, 자신의 방에 누워있었다. 나는 침대에 잠자고 있고, 눈 앞에는 아키하의 모습이 있다. "......아키, 하?" "정신이 드셨나요? 정말, 어째서 갑자기 빈혈을 일으키는 겁니까, 오빠는." "그런가.....역시 쓰러졌던건가, 나." "에에. 하지만 다행이예요. 곧 눈을 떠줘서. 죄송합니다, 제가 무리하게 술을 권했기 때문이군요." "아니, 그건 관계없어. 그냥 내 탓으로 쓰러진 것뿐이니까." 말하고, 천정을 올려봤다. 머리는 아직 어질어질해서, 아키하와 이야기를 할 기분이 되지않는다. ......그런데도, 아키하는 회화가 없어도 신경 쓰지 않는건가, 단지 조용히 이쪽의 용태를 살피고 있다. "....아키하?" "예? 뭡니까, 오빠." "-----그, 말이다. 거기 있어도 지루하잖아. 나는 괜찮으니까, 방에 돌아가도 괜찮아." "그것은 제가 방해된다, 라는 말입니까?" "아니, 그런게 아니라, 아키하는 지루하지 않은가 하고." "지루합니다만, 참을수는 있습니다. 좋아서 하고 있는 것이니, 오빠가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다면----뭐어, 됐지만. 시간이 흐른다. 시각은 밤 10시를 넘어가 있었다. 그때부터 4시간. 아키하는 이렇게 나를 간병해준 것일까. 아키하는 조용히, 나의 열을 제고 있다. .....아아, 생각났다. 그것은 분명, 8년이상 전의 일이다. 감기인지 뭔지를 들린 나에게, 아키하가 문병을 온 일이 있었지. 그것은 정말 심한 감기로, 숨을 쉬는 것도 괴로웠다. 그런 나의 베개맡에 앉아, 가만히 나의 손을 쥐고 있던 흑발의 소녀. 다다미와 창호지. 싸늘하게 차가운 겨울의 기온. 어두운 건물에서 울듯이 나를 바라보고 있던 어린 아키하의 모습. "......조금, 안심했다." "예? 뭔가 말했습니까, 오빠?" "......아아, 아키하에게도 조금은 옛날의 그림자가 남아있구나하고 생각해서 말이지.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왠지 기뻐졌어." 정말 자연스럽게, 스스로 놀랄만큼 부드럽게, 아키하에게 미소짓는다. "그것은 상관없습니다만, 오빠는 옛날과 전혀 변하지 않으셨군요. 남을 성가시게 하는 점, 조금은 고쳐주세요." 얼굴을 돌리고 투덜거리는 아키하. 지금은 그것이 쑥쓰러움을 감추기 위한 것이라고 알아버려서, 괜히 더욱 기뻐졌다. ".....정말, 뭡니까, 아까부터 히죽히죽 웃고. 그렇게 건강하다면, 이젠 제가 간호할 필요는 없을듯하군요." "아니, 그런게 아니라말야, 그냥 옛날 일이 생각난 것뿐이라니까. 다다미 방에서 말이다, 아키하가-----" -----다다미, 방? 뭐지, 그거. 아키하에게 간병 받은 것은 알겠지만, 어째서 그게 자신의 방이 아니라, 다다미 방인걸까. 뭔가. 뭔가, 대단한 위화감이, 있다. "아키하. 이 저택에 다다미가 있는 방이 있었던가?" "아니오. 이 저택에 화실은 없습니다." "그렇지.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조금 이상하게 생각한 것뿐이라서, 신경쓰지 말아줘." "하아. 화실이 없으면 이상합니까, 오빠는." "뭐어, 그렇지. 이만큼 넓은 저택이니까, 하나 정도는 있을지는 모르잖아." "에에, 하나가 아니라 화풍의 별채는 통채로 화실입니다만." "에------?" ------아아, 그러고보면 그랬었다. 정원의 숲 안쪽에, 화풍의 저택이 있었지. ".......정말, 진짜로 건강해 지셨군요. 이 이상 제가 있어도 방해인 듯하니, 방으로 돌아갑니다." 의자에서 일어나, 퇴실하려는 아키하. "고마워, 아키하. 몇시간도 빼앗아서 미안했다." "신경쓰지 마시지요. 내일부터는 비슷한 생활의 되풀이가 될테니까요." ".......?" 뭔가 잘 모르겠는 말을 하고, 아키하는 방에서 나갔다. --------전기를 끄고, 몸을 침대에 뉘운다. 아키하가 간병을 해준 덕에, 기분은 대단히 편안했다. 이거라면 금방, 몇일인가 만에 편안한 꿈을 볼수 있겠지. 깊은 숨을 토하고, 천천히 눈을 닫았다. .....잠에 떨어지기 전. 어린 아키하에게 간병 받는 옛날의 자신을, 선명하게 떠올렸다. 누구도 문병을 와주지 않았던 어두운 화실. 마키히사의 눈을 훔쳐서 온건가, 아키하는 몰래 다가와서, 나의 손을 쥐고 울고 있었다. 미안해요, 라고. 나에게는 이유가 알수 없었지만, 단지 미안해요라는 말을, 몇번도 몇번도 되풀이하고 있던, 흑발의 소녀. -----기억하고 있다. 단 한명, 나를 간병해준, 꺽일듯한 토오노가의 장녀를. ".........." 어두운 화실의 안에서 계속해서 울고 있던 어린 소녀. 열로 몽롱한 중, 분해서 혀를 물었다. 어째서 울고 있는 걸까, 하고. 나였다면. 나였다면, 절대, 아키하를 울리지 않았을텐데. ......미안해요. ......미안해요, 시키 오빠. 그 눈물이, 단지, 예뻐서. 그 때부터, 아키하에게 있어 진짜 오빠가 되자, 라고 맹세했었지----- [昏い傷痕 I . 完] << □ >> 5 / 靜夢 "응-----" 뭔가, 지끈거리는 아픔에 눈이 뜨였다. 시계는 아침 6시 40분을 지난 근처. 창 밖은 불만이 없을 정도 쾌청. "아야-----" 지끈, 하고 또 통증이 달렸다. 머리도 가슴도 아니고, 목의 옆이 아픈 것같다. "......이상한데.....목이 아프다니, 지금까지 없었는데." 목덜미에 손을 데도 출혈은 없다. 애초에 유미즈카에게 물린 상처는 이미 아물어 있었다. "......열이라도 있는 걸까, 나." 어제의 알콜 탓인가, 몸은 평소보다 무겁고, 어딘지 뜨겁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시키님." "아, 좋은 아침, 히스이. 어제는 잘 잤어?" "-----예, 예, 어제는 흉한 모습을 보여버려, 면목없습니다." "아, 그런가. 히스이는 자버렸었지. 괜찮아, 나는 그 후에 빈혈로 쓰러졌었으니까, 이쪽이 흉했어." "그렇게 말씀해 주시면 마음이 편합니다. 그럼, 갈아 입으신 후 식당쪽에 와주세요." 어지간히도 어제 일이 부끄러운건가, 히스이는 허둥지둥한 채 나갔다. "히스이는, 어쩌면." 어쩌면, 굉장한 부끄럼쟁이 일지도 모른다. 처음은 무표정하다고 생각했지만, 잘 보면 의외로 화낸다던가 삐진다던가 하고 있고. ".....다음에, 확 웃겨 볼까." 어떻게 웃길 것인지는 미정이지만, 히스이의 마음에서 부터의 웃는 얼굴이란 것은 분명 귀여울 것에 틀림없다. "-----인데, 히스이가 웃는 얼굴이면 코하쿠상이잖아." .......재미없는 결론이 됐다. 빨리 갈아입고 거실로 향하자. " " 아 " " 로비에서 아키하와 딱 얼굴을 마주쳐 버렸다. 아키하는 벌써 학교에 가는 건가, 가방을 가지고 있다. .....어째서인지, 아키하의 얼굴을 보니 갑자기, 몸이 뜨거워진 기분이 든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오빠." "----아, 아아. 좋은 아침, 아키하." 두근, 하고 가슴이 괴로워진다. "후후,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언제나 보다 20분이나 빠르다니, 오빠답지 않군요." "아니, 조금 안 좋은 꿈을 꾼 것뿐이야. 그냥 어쩌다가인거니까, 신경쓰지 말아줘." .....자신이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건가 모르겠다. 그런 꿈을 본 탓인가, 어렸을 때의 아키하의 얼굴이 겹쳐 버려서, 제대로 아키하의 얼굴을 볼수가 없어졌다. "오빠? 얼굴이 빨간데, 열이라도 있습니까?" "아니, 그런 것은 아니지만-----" "......?" 왜인지 아키하를 똑바로 볼수가 없어서 시선을 돌린다. 그러자, 아키하 녀석은 이상하다는 듯이 눈썹을 지푸리고, 옆까지 가까이 왔다. "실례합니다." 아키하의 손이, 이마에 닿는다. "아------" 두근, 하는 가슴의 동요. -----아키하의 손바닥은, 예전과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차가운, 부드러운 손가락. 두근, 두근, 하고. 단지 아키하의 손가락이 만지고 있을 뿐인 수초간, 자신의 심장이 두근두근하고 맥동하고 있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다. 시선을 내리면, 바로 가까이에 아키하의 얼굴이 있다. ......강한 의지를 연상시키는, 가늘고 힘이 강한 눈썹. ......깊고 맑은 검은 눈동자와, 같은 깊은 검은 색을 한 긴 머리칼. 그것들은 정말로, 토오노 아키하라는 이름에 관계없이, 예쁘다. ------두근, 하는 심장 소리. 이젠, 새빨게 졌을 터인 자신의 얼굴이 간단히 상상할수 있다. "아키하-----좀" 떨어져 주지 않으면, 곤란해. "......열은 없는 듯하군요." 손가락은 때고, 아키하는 조금만 몸을 뺐다. "만약을 위해 코하쿠에게 감기약을 준비 시키겠으니, 오빠는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어 주세요." 하고, 아키하는 2층에 올라가 버렸다. 시계 바늘이 7시를 가리키고 있다. "예, 기다리셨습니다. 감기약과 물을 가져왔으니까, 식후에 마셔주세요." "아.......코하쿠, 상." 추욱, 어깨가 늘어진다. 아니, 코하쿠상이 가져와 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쁘지만, 완전히 아키하가 가져와 줄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박자가 빠져버렸다. "고마워, 코하쿠상. 그래서 아키하는? 아직 학교에는 빠르다고 생각하는데." "아니오, 아키하님은 이런저런 수속이 있으셔서 일찍 등교 하셨습니다. 그래서 말이죠, 시키상?" 싱글싱글한 얼굴로 코하쿠상은 나의 얼굴을 들여다 본다. "왜, 왜? 나, 또 뭔가 했어?" "예. 방금 아키하님에게 뭐를 하신 걸까하고. 저렇게 기쁜 듯한 아키하님을 보는 것은 오랜만이니까, 너무 너무 신경 쓰여서." ".....아니, 별로 아키하를 기뻐하게 할 만한 일같은 거 하지 않았어. ....굳이 말하자면, 이쪽이 기쁜 일이 있었을 정도로-----" ....랄까, 오늘의 아키하는 괜시리 기분이 좋았지. 얼굴을 마주쳤을 때도 웃는 얼굴이었고, 게다가, 나의 열을 제다니 아키하의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 열을 재는 거라면 코하쿠상에게 맡기면 될텐데, 저것은 좀 이상했다. "시키상? 뭔가 집히는 것이 있습니까?" "미안, 모르겠어. 확실히 그녀석, 오늘은 굉장히 기분이 좋았지만, 그건 내 탓이 아니라고 생각해. 애초에 말이지, 나는 지금의 아키하에 대해서는 잘 몰라. 그녀석도 8년전과는 다르니까." "그렇습니까. 뭐어, 단지 시키상에게 자각이 없는 것뿐이라고는 생각합니다만, 그런 걸로 해두지요." "그럼, 시키상은 아침 식사를 해주세요. 식당 쪽에 준비를 해두었으니까요." "아, 예. 언제나 죄송합니다." 꾸벅 머리를 숙이고 식당에 향한다. "아, 시키상. 방금의 말입니다만, 그건 틀렸어요." "......에? 틀렸다니, 뭐가입니까?" "아키하님은 옛날과 조금도 변하지 않았어요. 아키하님을 모르겠는 사람으로 하고 있는 것은, 시키상 쪽이라고 생각합니다." 뭔가 의미 깊은 듯한 대사를 남기고, 코하쿠상은 로비쪽으로 가버렸다. "시키님, 오늘의 귀가는 언제쯤이 되십니까?" "응, 저녁에는 돌아올거야. .....이제 특별한 용건도 없고 말이지, 역시 4시까지는 돌아 올테니까." "예. .....오늘부터 여기서 귀가를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만, 돌아오시는 대로 용건이 있으시다면 불러주십시오." "..........?" 문에서 기다릴수는 없다니, 어떤 의미인거지. "그럼 안녕히 다녀오십시오, 시키님." "아아, 다녀 올께." 꾸벅 인사하는 히스이에게 손을 들고, 저택의 정문을 뒤로 했다. 오늘은 일찍 일어난 덕인가, 등교에도 여유가 있다. 언제나는 달려서 지나는 길을, 느긋하게 산보 기분으로 걸어간다. 천천히 걸어서, 교문이 닫혀지기 10분 전에 도착했다. 이 시간은 아침 부활을 하고 있지 않은 생도가 등교해 오는 시간대다. 진학교인 우리 고교의 부활은, 체육계의 부활밖에 아침 훈련을 하고 있지 않다. 자연히, 교문은 몰리는 생도들로 붐비게 된다. "아, 선배." 조금 앞에 시엘 선배가 탁탁 걷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선배!" 말을 걸어서 불러 세운다. "아, 좋은 아침, 토오노군. 드물군요, 승강구에서 만나다니." "아아. 선배의 뒷모습이 보였으니까 달려왔어요. 선배는 언제나 이 시간?" "예, 빨리 일어나는 게 서툴러서 언제나 시간 아슬아슬이예요. 그러는 토오노군은 오늘 아침은 늦잠을 잔겁니까?" "아니, 이래도 일찍 일어난 쪽인데. 언제나는 말이지, 문이 닫히는가 마는가의 경계에서 살고 있다고요, 나." "헤에, 토오노군은 실은 늦잠꾸러기 였군요.....인데, 어레?" 먼지라도 묻은 건가, 선배는 가만히 내 얼굴을 바라본다. "저기-----선배?" "토오노군, 휴일 중에 뭔가 있었습니까?" "아뇨, 별로 이렇다할 것은 없습니다만, 왜그래요, 선배?" "아뇨, 별로 아무것도 아닙니다. 조금 놀린 것뿐이니까, 잊어주세요." "?" 무슨 소리인지 알수가 없어서 곤혹스럽다. -------인데. 그런 때, 승강구 쪽에서 굉장한 기세로 아는 얼굴이 달려 왔다. "이누이군이군요." 선배는 냉정한 발언을 한다. "응, 저건 이누이지." 이쪽도 냉정히 말해 봤다. 나도 선배도, 이 시간대에 일부러 교사에서 나와서, 덤으로 이쪽을 향해 폭주해오는 아리히코의 기행(奇行)을 이상하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랄까, 이제 익숙해졌다. "토오노--------!!" 아리히코는 모래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온다. 멈추지 않는다. 우리들이 눈 앞에 있는데도 멈추지 않고, 아리히코는 나를 향해 호쾌한 뛰어 차기를 날려왔다. 퉁, 데굴데굴데굴, 풀썩. "........." 믿어, 지지않아. 이 남자, 남에게 라이더 킥을 날린 것만으로는 질리지 않고, 충돌한채로 지면에 3회나 굴러 줬다. "........." 일단 일어나서 옷에 묻은 모래를 턴다. 아리히코도 일어나서, 팡팡 하고 옷을 털고 있었다. "아리히코." "토오노." 3초의 인터벌 중, 우리들은 똑바로 서로를 마주 봤다. 하나-둘,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너!" "너, 여동생이 있었잖아!" 하고, 서로 고함을 질렀다. -------------인데, 뭐? "....잠깐 기다려. 나에게 여동생이 있냐니, 어떻게 그런걸 알고 있는 거냐, 너." "우와아아, 있다고 하는거냐---!" 오우, 하고 머리를 쥐고 몸을 꺽는 아리히코. .......뭐라 말할까, 비록 이녀석에게 백만엔을 빌려줬어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라고 말하고 싶어질 정도로 유쾌한 퍼포먼스라고 생각한다. "어이, 그만둬, 아리히코. 랄까 그만둬줘. 이대로는 온 학교의 웃음꺼리라고, 우리들." "에에이, 알바 아냐!" 찌릿, 하고 아리히코는 노려본다. "배신자놈, 이제부턴 형님이라고 불러주마!" 뭐가 뭔지 알수 없는 말을 남기고 아리히코는 달려 가버렸다. 그, 교사 쪽이 아니라, 교문 쪽으로. "......대체 뭐야, 저녀석." 홈룸 개시까지 앞으로 5분도 안남았다. 뭐가뭔지 이해불능이지만, 아무튼 오늘 하루는 아리히코와 얼굴을 마주칠 일은 없을 듯하다. 2시간째가 끝난 쉬는 시간, 느닷없이 아리히코는 돌아왔다. "음. 잘 생각해봤더니 내가 돌아갈 이유는 없었던거다." 같은 소리를 하고, 얌전히 자신의 자리에 앉아 버린다. 냅두고, 이쪽도 멍하니 자리에 앉아 3시간째의 개시를 기다린다. 라고, 해도----오늘의 교실은 뭔가 이상하다. 쉬는 시간이 될 때마다 교실의 남자들이 잔뜩 교실을 나가고, 행복한 듯한 얼굴을 하고 돌아온다. "?" ......왠지, 신경 쓰이는데. "안녕하세요, 토오노군. 방해해도 괜찮겠습니까?" "얼레? 선배, 쉬는 시간인데, 우리 교실에 와도 괜찮아요?" "예, 우리 교실에 있는 것보다 이쪽이 있는 쪽이 즐거우니까요." 웃는 얼굴로 기쁜 말을 해준다. 아리히코는 책상에 앉은 채로, 선배가 온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실로 이상적인 위치관계다. "하지만, 2년생의 교실도 소란스럽군요. 3년생의 남자생도도 떠들고 있었으니까, 지금쯤 4층은 대혼잡해 있는 걸까요." "........예? 3년의 남자가 떠들고 있다니, 뭐가 입니까?" "아, 여유군요. 뭐어, 토오노군은 보러 갈 필요가 없으니까요~" ".......?" ......잘 모르겠지만, [토오노]군은 [보러] 갈 [필요]가 없는 듯하다. "뭡니까, 그거. 보러가다니, 뭐를 보러 가는 겁니까" "그러니까, 1년생에 온 전교생 말입니다. 교실의 남자아이, 모두 번갈아 가면서 보러 가고 있지 않습니까. 그녀가 전입해온 클래스의 복도도 사람이 모여 있다는 것같고, 대단한 인기지요." 전교생.....? 에, 그러니까, 요는, 우리반의 남자들은 방금부터 그 아이를 보러 가고 있었던 걸까. "----하아. 그 말투로 보건데 귀여운 아이인거군요, 그 전교생." "저는 모릅니다만, 아침부터 그 이야기뿐이예요. 1년에 유명한 아가씨학원에서 전교해온 아이가 있다고." "....흐응. 이런 시기에 전교라니 어지간히 큰 사정이 있었던 걸까나." "아, 역시 그렇습니까. 하지만 아깝지요, 아사카미(淺上)여학원이라고 하면 명문 중의 명문이지요?" "헤에, 그건 기우로군. 확실히 우리 여동생도 거기의 1년생인데-----" -------인데, 기다려. 방금부터 자꾸 선배와 회화가 맞질 않는다. 선배의 어조는, 마치 내가 그 전교생을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신경쓰지 마시지요. 내일부터는 비슷한 생활의 되풀이가 되니까요. 아키하님은 수속이 있으니까, 일찍 등교하셨어요. "----------거짓말." 경악했다. 경악했지만, 이것은, 이제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토오노군?" 선배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아리히코의 자리를 보니, 녀석은 씨익하고 사악한 웃음을 띄우고 있다. 성큼성큼 아리히코의 자리로 걸어간다. "아리히코." "어라, 왜그러세요, 오라버니." ".....팬다, 그거." "쳇, 농담도 안통하는 녀석. 그래서, 무슨 일이냐. 이제와서 나같은 서민에게 무슨 용무이신가요." 힛힛힛, 하고 웃으면서 아리히코는 말한다. "옹무라니, 뭐어, 그야 용무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 상황." "그래서, 아리히코. 그 전교생이란거, 어떤 이름인지 가르쳐주지 않겠냐." "싫어잉~,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잖아? 그래, 그녀의 이름은 토오노 아키하. 뭐를 숨기겠냐, 너의 여동생이지. 으이구, 나에게까지 비밀로 해먹다니, 저만큼 죽여주면 금방 들킨단 말이다. 이번의 이번에야 말로 우정을 의심했다고, 나는." ".....아니, 애초부터 나와 너 사이에는 그런 환상은 성립해 있지 않았지만, 뭐어, 그런가." 힘없이 대답하고, 자신의 자리에 돌아간다. "토오노군?" 선배가 뭔가 말하고 있지만, 대답할 기력은 없었다. ".....하아. 뭔가 힘든 것 같으니까, 저도 돌아갑니다." 선배는 타악탁, 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교실에서 나갔다. 아키하가, 우리 학교에 전교해 와있다. "------뭘 생각하는 거야, 그녀석." 아연히 중얼거리고, 추욱, 하고 힘없이 자신의 의자에 주저 앉았다. 3시간째가 되서, 영어 수업이 시작했다. 유창한 발음으로 흘러 나오는 영문은, 별로 머리에 들어와 주지 않는다. 전교해 왔다는 아키하의 일로 머리가 가득 차버린 탓으로, 영문은 뭔가 불쾌한 노이즈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 애초에 아키하도 아키하다. 우리 학교에 전교해 올거라면, 미리 나에게 말해줬어도 좋았잖아. 아니, 그전에 그녀석이 우리 학교에 전교해 왔다해도, 아무 이점도 없는데----- "아-------" 지끈하고. 목덜미에, 통증이 지났다. 털석, 하고 몸이 책상에 엎어진다. 큰일이다. 몸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 현기증인걸까. 그럼 이런거 언제나 대로다. 즉 정상. 곧 복귀. 무엇보다 수업중. 빨리 회복하지 않으면. 자, 영어교사가 짜증스럽게 영문을 읽고 있다. 칠판. 분필. 분필 가루. 영문. 영문. 분필 부러지는 소리. 교사. 교사. 어른. 교단. 긱긱하는 교단. 책상. 36개의 책상. 생도. 생도. 36인의 생도. 3일전까지는 37개. 창문. 하늘. 교정. 태양. 인기척이 없다. 쓸쓸하다. 춥다. 무섭다. 불안. 뭔가. 원해. 원해. 원해------- "토오노군! 자네, 괜찮은가, 토오노군!?" 교단에서의 목소리로, 탁, 눈이 떠졌다. .....이마에는 굉장한 땀. 몸은 차가워져 있고, 호흡만이 하아하아하고 험하다. "왜그래, 토오노군. 자네, 몸이 안좋은 거라면 쉬어도 좋아." "아, 아니오. 괜찮습니다, 가라 앉았으니까요." ".....그런가. 뭐어, 너무 무리는 하지 않도록해. 자네의 경우, 성적은 좋으니까 조금은 쉬어도 괜찮다고. 다소 핸디가 있어도 문제는 없을테니까말이지." ....영어 교사의 말에는, 조금 섬세함이 빠져있다고 생각한다. 괜찮습니다, 라고 확실히 단언하고, 수업을 재개시켰다. 점심시간이 되서, 교실안이 소란스러워진다. "-------하아." 한숨이 흘러나온다. 아침부터 열이 있는 듯했지만, 정말 감기라도 걸린건가, 전신이 늘어졌다. "뭐야 토오노. 아직 교실에 남아있었냐." "......아아, 오늘은 좀 몸이 않좋아서 말이지. 학식까지 갈수 없으니까, 사오는 거 부탁해도 되겠냐? 매점의 언제나의 세트로 괜찮으니까." "아니, 그건 상관없지만 말이지. 괜찮은 거냐, 네 여동생, 뭔가 식당에서 곤란해 하는 듯했다고." "-------아." 그런가, 그녀석은 지금까지 아가씨학원에 다니고 있었으니까, 일반 학교의 <학식>이라는 시스템을 전혀 모르는거다. 지금쯤 학식에 가서, 우왕좌왕하고 있을 아키하의 모습이 눈에 훤하다. ------젠장, 그런거 놔둘수 있을리가 없다. "아, 토오노! 갈거라면 나도 간다!" 교실을 달려 나간다. ......뒤에서는, 묘하게 급하게 아리히코가 따라왔다. 생도들로 혼잡한 식당의 한가운데에, 아키하는 아연히 서있었다. 혼자서, 뭘하면 되는지 모르겠다, 라는 느낌으로. "-----으이구. 뭐하고 있는거야, 저녀석은." 서둘러 아키하에게 달려간다. "아키하." "오, 빠." 일순. 아키하의 얼굴이 울 것 같이 보여서, 가슴이 아펐다. "------자, 이쪽으로 와. 너, 이런 사람이 잔뜩 있는 곳은 싫어 하잖아." "아-----예." 정말, 1초라도 그런 울 것 같은 얼굴따위 보고 싶지 않아서, 억지로 아키하의 팔을 잡고 식당을 뒤로 했다. "자, 여기라면 괜찮지. 우선 점심밥은 사와 줄테니까, 벤치에라도 앉아 있어." "......예. 죄송합니다, 오빠." "-----됐어. 자세한 사정은 나중에 들을테니까. 아리히코, 매점에 다녀 올테니까, 그때까지 아키하는 부탁한다." "겍, 왜, 왜 이런 때에 나한테 부탁하는 거야, 너는! 됐어, 매점에는 내가 갔다 올테니까, 토오노는 동생 상대를 하고 있어." ".......? 뭐야 아리히코. 나를 형님이라고 부르는거 아니었냐? 말해두지만 이런 찬스, 이제부터는 절대 안준다." 속닥속닥, 하고 아리히코에게 귓속말을 한다. 이쪽의 작은 소리에 지지않게, 아리히코도 비밀회의에 참가해 온다. "아니, 그렇지만 말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갑자기 단 둘이란 건 곤란하잖아. 그야 보통 여자라면 그쪽이 좋지만, 네 여동생은 조금 레벨이 너무 높아." ".....뭐야, 너답지 않군. 너 아키하에게 쫄았냐?" "오우. 솔직히 말해서 쫄았다. 뭐니뭐니해도 지금까지 없던 타입이라서, 초전(初戰)은 첩보활동에 치중하고 싶다는 정도야." .....이녀석도, 어째서 이렇게 신기한 점에서 재미있지. "어쩔수 없구만, 그럼 3인분 점심밥을 조달해줘." "오우, 맡겨둬라. .....인데, 동생 뭐 먹냐? 매점에서 파는 빵따위 무서워서 못 내민다고, 나." "......그런거 몰라. 우리 학교에 전교해 왔으니까 카레빵과 커피우유로 충분이다." "-------라져. 5분안에 돌아오마." 아리히코는 대시로 교사로 돌아갔다. "지금의 사람과 상당히 사이가 좋군요, 오빠." ......어레? 방금까지의 연약한 모습은 어디로 간건가, 아키하는 완전히 원래대로 되어있다. "아아, 저녀석은 특별히 마음이 맞는 녀석이니까 말이지. .....라니, 그런 거보다 아키하!" "정말, 그렇게 큰소리 내지 말아주세요. 주위의 사람들이 놀라고 있지 않습니까." "뭣-----" "그것보다 제 질문에 대답해주시지 않겠습니까. 지금의 사람, 오빠의 뭐입니까?" ......뭐입니까라니, 저녀석은 중학부터의 악연인 것 뿐이지만-----라니, 그게 아니라. "아리히코는 그냥 클래스메이트야. 그것보다 아키하, 질문이라면 내 쪽이 먼저다." "예. 뭡니까, 오빠." "뭡니까가 아니야! 너, 어째서 우리 학교 따위에 전교해온거야. 우리 학교같은 2류 진학교에 전교해봤자, 아무 메리트도 없잖아!" "죄송합니다만, 오빠. 제가 어디의 학교에 다니든 제 자유입니다. 오빠에게 대답하지 않으면 안될 이유같은 건 없어요." ".....바보같은 말하지마. 나는 네 오빠야. 오빠로서, 너를 위한 게 되지 않는 일을 그냥 넘길수는 없어. 확실히 말해서, 우리 학교에 전교해오는 것은 너에게 있어 마이너스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아버지도 이제 없으니까, 적어도 내가 제대로 너를 봐주지 않으면 안돼잖아.....!" "....뭐예요. 이런 때만 그런 식으로 말을 돌리다니, 공정하지 못해요." "공정하지 못한 건 그쪽이잖아. 나에게 말도 없이 전교하다니, 대체 무슨 생각인거야. 제대로 된 이유를 들을 때까지 나는 네 전교따위 인정하지않을테니까!" "아-------" "시시한 이유였다간 원래 있던 학교로 강제로 돌려 보낸다. 자, 말해, 아키하. 왜 전교따윌 한거야, 너." 아키하는 고개를 숙이고 말이 없다. 아주 잠시간 그렇게 한 후, 아키하는 당당한 태세로 얼굴을 들었다. ".....오빠가 걱정되니까, 로는 안됩니까." -----------에? "......자, 잠깐 기다려. 내가 걱정되니까라니, 어째서----" 어째서 그런 이유로 전교따윌 하는 거냐, 너는. "왜냐면, 요즘 오빠의 소행(素行)의 흐트러짐은 너무 지나쳐요. 토오노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서도, 제가 가까이에서 감독하기로 정한겁니다." 아키하는 말을 딱 자른다. "웃--------" 소행의 흐트러짐, 이라는 말을 들으면, 이쪽으로서는 끄덕일수 밖에 없다. 사실, 최근 이 나의 생활은 엉망진창이라, 아키하들에게 폐만 잔뜩 끼쳐대고 있었으니까다. "하,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전교까지 할건 없잖아. 지금까지의 친구들이라든가는 어떻게 할거야." "그런 것, 오빠가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제게 미안하다고 생각하신다면, 오늘부터 생각을 고쳐주시면 됩니다." 휙, 하고 얼굴을 돌리며 반론하는 아키하. .....정말이지, 이렇게 말하면 저렇게 말하는 녀석이다. "......알았어, 멋대로 해. 하지만 말이다, 나중에 후회해도 모른다." "됐습니다. 오빠에게 걱정해달라고는 생각도 안하고 있으니까요." 흥이다, 라는 듯이 가슴을 펴고, 아키하는 삐졌다. "기다렸지, 3인분 사왔다.....인데, 뭐야, 혹시 방해되나, 나?" "아니오, 그렇지 않습니다, 선배. 오빠의 친구이시지요. 토오노 시키의 여동생으로, 아키하라고 합니다. 부디, 이제부터 잘 부탁드립니다." 슥, 하고 소리도 없이 인사하는 아키하. "아니아니, 이쪽이야말로 잘 부탁해. 나는 이누이 아리히코. 토오노와는 중학때부터의 사이로 말이지, 아키하짱에 대해서는 오늘 처음 알았어." ....말 안했던 것에 아직도 원한을 가지고 있는건지,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을 아리히코는 말한다. "됐으니까 아리히코, 밥 먹자. 점심시간은 짧으니까, 아키하에게만 매달려 있을수는 없잖아." 음, 하고 노려보는 아키하를 넘기고, 아리히코로부터 점심밥을 받는다. "자, 아키하. 카레빵과 우유를 줄테니까, 여기서 먹자. 별로 시간이 없으니까, 느긋하게 있을 여유는 없다고." "그런거 알고 있습니다. 어린애가 아니니까, 일일이 설명하지 말아주세요." "그래, 토오노. 너 아키하짱에게 일부러 엄하게 대하고 있지 않냐?" 우- 우-, 하고 야유하는 아리히코. "..........." 그것을 무시하고, 자신의 빵을 열고, 우유에 빨대를 꽂았다. 우물. 우물우물. 우물우물우물. "-------" 자, 그럼 점심밥도 다 먹었고, 교실에 돌아갈까. ".....저기, 오빠." 우물우물 말을 거는 아키하. 보면 카레빵은 아직 봉지도 열고 있지 않다. "뭐야, 아키하. 별로 식욕없는 건가?" "에, 그러니까, 그런게 아니라, 그, 말이지요." 부끄러운 듯이 올려본다. ".......그, 먹는 법, 가르쳐 주지 않으시겠습니까.....?" "-------" 머뭇머뭇 올려보는 시선. 그것에게----무슨 말을 할수 있겠는가, 나는. "먹는 방법이라니, 무슨 말하는거야. 그런거 그냥 봉지 뜯고 먹을뿐이잖아. 별로 어려울거 없다고. 그렇지, 토오노?" "아리히코, 미안하지만 학식에 가서 냅킨이라든가 가져와 주지 않겠냐." "-----에? 나?" 응, 하고 말없이 끄덕인다. "상관없지만, 빚으로 해둔다." 아리히코는 다시 교사에 향해 대쉬 해간다. "자, 줘 봐. 이건 봉지의 여기를 이렇게 열고, 그대로 무는 거야. .....말해두지만, 맛 쪽은 기대하지마. 코하쿠상의 요리와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있으니까." "에, 그러니까-----오빠, 정말?" "거짓말은 하지않아. 그렇지않으면 뭐야. 우리 학교에 전교해 왔는데, 우리 매점에서 파는 것따위 먹을수 없다같은 말하지마. 나, 아키하를 경멸하고 싶지 않아." "으응, 그런 건 아니지만....이 빵, 굉장히 커서, 한입으로는 무리가 아닐까나...." ".....누구도 한입으로 먹으라고는 안해. 이런 빵은 말이야, 조금씩 씹어 가는 거니까. 그만큼 입이 더러워 지지만, 아리히코가 냅킨을 가지러 가줬으니까 그걸로 닦으면 되잖아?" "......응. 고마워요, 오빠." 말하고, 아키하는 카레빵을 먹기 시작했다. .....뭐라 말할까, 카레빵을 한입 먹는데 이만큼 긴장하는 여자애도 없을거라 생각한다. 아키하가 점심을 끝낸 수분 후. 아키하는 아리히코의 풍모가 별로 신경쓰이지 않는 듯이, 의외로 친하게 회화를 즐기고 있는 듯했다. "그래요. 이누이상은 오빠와 중학시절부터 친구이신거군요." "아아. 벌써 어찌어찌해서 5년 가까운 사이라서 말야. 이녀석은 처음 만난 때부터 뭔가 손이 가는 녀석이라서, 이것저것 돌봐주다보니 어느사이엔가 길들여 버렸다는 거지." ".....아리히코, 그건 어폐가 있다. 정확히는 내가 너에게 털렸다, 라고 말해야 할거다." "오우. 어느쪽이든 악연이란 거군, 그거" 아하하하하, 하고 웃는 아리히코. "아아, 이젠 완전히 부폐해버려서 너덜너덜하니까 인연이 끊기질 않아. 서로 성가신 녀석에게 잡힌거지." 흥, 하고 짓궂게 아리히코에게 웃어준다. ".............." .....인데, 왜인지 아키하는 마음에 안든다는 듯이 나와 아리히코를 보고 있다. "아아, 그런데 아키하짱, 하나 물어도 될까?" "에에, 제게 대답할수 있는 일이라면." "저말야, 전부터 신경쓰였지만, 토오노는 만성적인 빈혈이잖아? 이거 옛날부터의 체질인건가?" ....아리히코의 대단한 점은, 이런 묻기 어려운 일을 스트레이트하게 묻는 점에 있다. "예, 오빠의 빈혈은 선천적인 체질이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토오노의 인간은 조금씩은 그런 특질(特質)이 있으니까, 오빠만이 이상, 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에....? 그런가, 아키하?" "예. 아버님도 생전에는 극단적인 우울증이 있으셨습니다. 해리성동일성장해(解離性同一性障害),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뭐? 해리성동일성장해.....?" "흔히 말하는 이중인격입니다. 아버님은 기억의 혼동을 일으키실 만큼 심한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처음 듣는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토오노 마키히사는 극단적인으로 상냥함과 강폭함이 뒤바뀌는 인물이었다. "흐응......마음의 병이었구나, 아버지." 그렇게 듣고 보면, 모든 것이 맞아 떨어진다. 내가 사고에 휘말리기 전까지, 아버지는 이쪽을 멀리하는 느낌은 있었지만 상냥한 인물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고 후의 마키히사는 확실히 이쪽을 혐오했다. 그것도, 생각해보면 우울증 탓인지도 모른다. "큰일이다! 점심시간 끝났잖아, 토오노!" "나한테 투덜대지마. 자, 아키하도 자기 교실에 서두르지 않으면. 전교 첫날부터 5교시째에 지각이라니 부끄럽잖아." "알고 있습니다. 오빠도, 조심하세요." 예령이 울리는 중, 우리들은 각각의 교실에 향했다. 파란으로 가득찬 하루가 끝났다.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할까---- .....점심 시간의 일도 있고, 아키하가 마음에 걸린다. 혼자서 돌아갈수 없다, 같은 일은 없겠지만, 만약을 위해 상황을 보러 가볼까. 완전히 해가 진 복도를 걷는다. 아키하의 반은 1년 1조였지. 교실은 조용하게 변해 있었다. 인기척이 없는 붉은 교실 안, 한명의 여생도가 서있다. "-------" ....조금. 현기증이 났다. 새빨간 석양에 물든 교실. 살짝 붉은 장발의 여생도가, 혼자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다. .....그것은, 어떻게 봐도 아키하에 틀림없다. 그런데 어째서인가, 나에게는 처음 보는 듯한, 모르는 여생도같이, 생각되어 버렸다. "오빠?" "---------" 불려지자 현기증이 가라앉았다. "너-----아키하, 지." "? 오빠, 또 기분이라도 안좋으신 겁니까?" 아키하는 언제나 대로 말을 걸어온다. ....보면 아키하는 흑발이고, 이 소녀는 틀림없이 자신의 여동생인 토오노 아키하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것보다 아키하, 이제부터 돌아갈거지. 용무가 없다면 함께 돌아가지 않겠어?" "에에, 그렇군요. 오빠가 괜찮으시다면, 함께 돌아갑시다." 무슨 바람이 분건가, 아키하는 굉장히 상냥하게 미소지었다. .....두근, 하고 심장이 뛴다. 방금의 현기증 탓인가, 아니면 자신의 학교에 아키하가 있다는 일 자체가 이상한 일인건가. 아무튼, 왠지 필요 이상으로, 가슴의 동요가 격하게 되어 버려있었다. 아키하와 함께 교사를 나온다. 승강구를 지나 교문에 도착하자, 나에게 손을 흔드는 선배의 모습이 보였다. "아, 드디어 왔군요, 토오노군." "얼레, 선배. 무슨 일입니까, 이런 곳에 멍하니 서서." "정말, 멍하니 있던게 아닙니다. 토오노군이 올거라 생각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만-----" 선배는 나의 옆에 있는 아키하에게 시선을 보낸다. 선배는 한눈에 나와 아키하가 함께 돌아가고 있다, 라는 사실을 간파한듯하다. "토오노군, 그쪽이 여동생입니까?" 아키하를 슬쩍 흘겨보는 선배. "....................." 아키하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지만, 선배도 아키하도 '이 아이를 소개해주길 바란다'라고 시선으로 말해온다. ------하아. 왠지, 대단히 피곤한 일이 될듯하다. "선배, 이녀석은 내 여동생으로 아키하라고 해. 오늘 우리 학교에 전교해온 듯해." 잘부탁합니다, 라고 아키하는 선배에게 머리를 숙인다. "그렇습니까. 안녕하세요, 토오노군의 친구인 시엘입니다." ......뭐지. 선배와 아키하는, 서로를 바라본채로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선배, 나를 기다린 듯한 말투였는데, 무슨 일 있었습니까?" "예, 잠깐 토오노군에게 함께 가주길 바라는 곳이 있었습니다만----" "----오늘은 벌써 늦어 버렸으니까, 다음으로 하지요. 안녕히 가세요, 토오노군. 아키하상도 또 내일 만납시다." 그럼, 하고 선배는 반대방향으로 걸어 가버렸다. "-------아." 잡을 사이도 없이, 선배는 탁탁 가버린다. "돌아갑시다, 오빠. 이제 해가 져버려요." 아키하는 아무일도 없었던 듯이, 극히 쿨하게 그런 말을 했다. 아키하와 저택을 향해 걸어간다. "........." 확실히 말해 복잡하다. 문득 옆으로 시선을 향하면 긴 머리칼을 흔들며 아키하가 걷고 있다. 아키하는 입을 다물고 있는 것치고는 고와서, 흠잡을 곳 없는 아가씨 같다. "........" 어째서인가, 회화가 떠오르질 않는다. 아키하와는 저택에서 매일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데 굉장히 긴장된 채로, 저택에 향해 발을 향하고 있다. 저택에 닿았다. 아키하는 문을 열려는 듯이 앞으로 나와, 생각난듯이 나에게 뒤돌았다. ".....한가지, 묻습니다만. 오빠는 시엘이라는 사람과 어느 정도로 친합니까?" 갑자기, 느닷없는 질문을 해온다. "아니, 별로 친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시엘선배와는 선배와 후배의 사이야. 뭐라말할까. 이야기하고 있으면 편해지는 친구라는 느낌인데." 그렇습니까, 하고 아키하는 눈을 감고 현관에 향해갔다. 정원을 지나 현관에 닿는다. 히스이가 문에서 기다리고 있다던가, 정원에서 코하쿠상이 빗자루를 손에 들고 청소하고 있다던가 하는 일은 없고, 오늘은 말을 맞춘 듯이 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 "예? 뭔가 말씀하셨습니까, 오빠." "아니, 별거 아니지만. 저말야, 아키하가 말했던 그 화풍의 별채에 들어가 보고 싶은데, 괜찮을까." "--------별채에, 입니까?" 중얼거리고, 아키하는 어려운 듯이 눈썹을 찌푸렸다. "그만둬주세요. 그곳은 벌써 몇년도 전에 봉쇄한 곳입니다. 오빠라고해도, 그곳에 출입하는 것은 용서하지 못합니다." 딱잘라 말하고, 아키하는 저택 안에 들어가 버렸다. 시각은 저녁 5시를 지났다. 저녁식사까지는 아직 1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이대로 저녁식사까지 방에서 지낼까, 아니면---- .....아무래도, 아키하의 말투가 신경 쓰인다. 별채에는 절대 들어가지마, 라고 아키하는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 괜히 신경 쓰이고, 첫째로-----이 저택에 화실이 그곳뿐이라고 한다면, 가보고 싶은 기분도 든다. ".....들키지 않으면 OK-지." 마음 속으로 아키하에게 사과하고, 슬슬 고양이 걸음으로 출구에 향하기로 했다. -----완전히 해가 져서, 근처는 한밤중처럼 어둡다. 숲이라기보단 차라리 산림에 가까운 정원을 걸어간다. ......별로 어디에 있는가 기억하고 있지 않았지만, 숲에 들어가자 발이 멋대로 별채를 향해 움직였다. 머리 쪽은 잊고 있어도, 몸이 기억하고 있다라는 것일까. 아무튼, 조금도 해매지 않고 별채에 도착했다. "----------" 사용되지 않고 어느정도 세월이 지난건가, 별채는 부분부분이 노화되어 있었다. 현관에 손을 대자, 열쇠는 걸려있지 않았다. 안은 당연하게 어둡다. 다다미나 창호지의 냄새가 나서, 전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인데도 안심할수 있었다. "------아" 그 화실에 들어가자, 오싹, 하고 등이 떨렸다. "------여기, 알고 있어." 어렸을때, 본관 쪽에는 없는 화실이 신기해서 놀러왔었지. "----------" 하지만, 이상하다. 저택에 돌아와서, 자신의 방에 안내 되었을 때에 느끼고 있던 위화감과 비슷한 것을, 피부가 느껴내고 있다. ".....아리마의 집이 화실이어서 인걸까." 왠지, 계속 여기서 지내왔던 듯한 기분이 든다. 아니, 그렇지않으면------ 그러고보면, 옛날 정원에서 놀고 있던 것은, 나와, 아키하, 만은 아니었던 것 같은, "아퍼-------" 지끈, 하고 목덜미가 아펐다. 빈혈의 전조인가, 몸도 무겁게 느껴진다. ".....곤란한데.....방에 돌아가지 않으면." 머리를 가볍게 흔들고, 정말로 쓰러지기 전에 방에 돌아가려 한 때. "얼레, 시키상이지 않습니까. 뭐하고 계십니까, 이런 곳에서." 갑자기, 코하쿠상이 들어왔다. "--------!!" 어, 어떻하지하고 주위를 둘러본다. .....숨을 장소따위 없고, 애초에 벌써 들켜 버렸잖아, 나. "안돼요, 여기에 들어오면. 아키하님으로부터 시키상만은 여기에 들여서는 안된다고 들었으니까요." ".....아아, 오늘 들었어. 들었지만, 그-----" "신경쓰인 거지요. 알겠습니다. 이번만은 봐드릴테니까, 이후에는 여기에는 오지 말아주세요. 이 건물, 애초부터 좀 오래된 것이니까 좀 위험합니다." .....애초부터 오래된 건물이라 위험하다, 인가. 뭔가 이상한 이유지만, 일단 이유는 되고 있다. ".....미안. 하지만 코하쿠상, 여기는 대체 뭐에 쓰였던 건물이지? 지금은 쓰지 않는다고 하는데, 예전에는 쓰고 있었던건가?" "에에, 여기는 원래 고용인의 주거였습니다. 시키상이 아리마가에 맡겨지기 전까지, 저택에는 10수명의 고용인이 있었습니다. 그만큼의 인수를 저택 쪽에 머물게 할수는 없어서, 마키히사님이 이 별채를 만드신 겁니다." "그래. 고용인의 주거였던건가." 듣고보면 납득 할수 있다. 확실히 이정도로 큰 대저택이 되면 그정도의 것은 필요해지겠지. 하지만, 어째서. 아키하는 나를 여기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거지----? "시키상, 슬슬 저택 쪽에 돌아가지 않으면 아키하님에게 들켜버려요." "아----그렇지, 미안했어." 작은 의문을 떨치고, 코하쿠상과 함께 저택에 돌아가기로 했다. 저녁식사는 언제나 대로, 나와 아키하만의 조용한 것이었다. 코하쿠상은 아키하의 뒤에, 히스이는 내 뒤에 서서, 한마디도 말하지 않는다는 규칙의 디너. "......." 단지, 언제나와 달라 아키하의 상태가 이상했다. 지금까지는 내가 식기의 소리를 낼때마다 찌릿 노려봤었는데, 오늘은 아키하 본인도 짤칵짤칵하고 거슬리는 소리를 낸다. 그러더니, "-----방에 돌아갑니다. 식사을 물려주세요." 하고는, 도중에 식당을 뒤로 해버렸다. "......왜그러지, 저녀석. 함께 돌아올 때까지는 저렇지 않았는데." "..............." 히스이는 입을 다문채,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코하쿠상은 언제나대로 웃는 얼굴로 식기를 정리한다. -------그때. 로비 쪽에서, 뭔가가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아키하!?" 그냥 그런 예감만이 들어, 로비로 달려갔다. "-------!" 그곳에는, 계단에 기대어 있는 아키하의 모습이 있었다. 아키하의 호흡은 흐트러져있고, 떨어져있어도 하아하아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안색은 창백하고, 이마나 팔에 구슬같은 땀이 흐르고 있다. ......그 모습은, 한눈에 보통이 아니라고 알수 있다. "어이, 아키하!" "가까이 오지마요....!" "!" 발을 멈춘다. 아키하는, 계단에 기댄 채로, 격하게 나를 거부했다. "뭣------가까이 오지 말라니, 무슨 말하는 거야, 뭐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괴로운 듯한 녀석을 놔둘수 있을리가 없잖아." "-----됐으니까, 오빠만은, 가까이 오지, 마요." 하아하아, 하는 목소리. "뭐------" 두근, 하고 심장이 뛴다. 단지, 괴로운 듯이 숨을 토하는 아키하의 모습. ......어떻게 됬어. 그것이 유미즈카 사츠키의 모습과 심히 닮아 있다고, 일순이라도 생각해버리다니. "아키, 하------" "됐으니까 오지 말아 주세요. 지금 가까이 오면, 나는 분명 틀려 버리게 되요. ....그러니까, 오지 말아요. 나는 오빠따위 없어도, 괜찮으니까------" 주룩, 하고. 계단에 기대어 있던 아키하의 몸이 쓰러진다. "아키하님?" 하고, 나의 옆을 지나 코하쿠상이 아키하에게 다가간다. 코하쿠상은 아키하와 뭔가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눈후, 아키하에게 어깨를 빌려주고, 일으켜 세웠다. 그대로, 아키하는 코하쿠상에게 도움을 받아,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버렸다. "뭐------뭐야, 그거." 이유를 모르겠다. 괴로운 듯한 아키하의 모습도 그렇고, 나에게 가까이 오지 말라고 말했으면서 코하쿠상에게는 안심하고 어깨를 빌리다니. "-----시키님." "히스이....지금 것은, 뭐야. 아키하가 저렇게 되다니, 어째서." ".....예. 아키하님은 돌발적인 호흡곤란에 떨어지는 일이 있습니다. 시키님이 빈혈기가 있는 것같이, 아키하님도, 토오노가의 사람이니까요." "아------" -----토오노의 인간에게는 그런 특색이 있으니까요. 점심시간, 아키하는 확실히 그렇게 말했었다. "......그런. 하지만, 아키하는 언제나 건강한 것 같았잖아." "아키하님은 시키님에게는 부디 비밀로 하도록, 조심하셨으니까요. 저희들도 시키님에게는 말하지 않도록 명령을 받았습니다." "-----------" 말이 없다. 나는 아연히, 아키하가 지나간 계단을 올려 볼수 밖에 없었다. "그럼, 안녕히 주무십시오. .....아키하님이라면, 언니에게 맡겨주세요. 언니는 몇년 전부터 마키히사님의 몸을 맡고 있었으니, 의학에 자신도 있습니다." "그렇구나. 아키하도 코하쿠상을 신뢰하고 있는 하고, 코하쿠상에게 맡겨두면 괜찮겠지." .......애초에 내가 따라가도 아무것도 할수 없으니까, 코하쿠상에게 맡길 수밖에 없겠지. "시키님, 아키하님이 저같은 용태가 되시는 것은 드뭅니다. 그것도, 제대로 약으로 나을수 있는 것이니까, 걱정은 필요없다고 생각합니다. ......아키하님은 원인과 치료방법을 알고 있는 자신보다, 시키님의 몸 쪽을 걱정하고 계십니다." "-----알고 있어. 젠장, 이럼 오빠실격이군. 나는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아." "아무것도-----모르고, 계십니까." 히스이는 고개를 숙인채, 그런 말을 한다. ".....히스이? 왜그래, 설마 너까지 몸이 나쁘다던가는 말하지 말아줘." "----아니오. 단지, 시키님은 정말로, 저 별채를 기억해낼 수 없으신 겁니까?" "------에?" ......기억해 낼수 없냐니, 뭐, 를. "....히스이, 그건-----" "-----시키님은, 정말로 토오노 시키가 되버리신 거군요." "히스이?" "....저 별채가 사용되지 않게 된것은, 시키님이 아리마가에 맡겨지고 곧입니다. 마키히사님은 철거한다고 결정하셨습니다만, 아키하님이 굉장히 싫어하셔서 저렇게 지금도 남아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시키님이 정말로 아키하님을 걱정한다면, 저 별채에 가까이 가지 말아 주세요." 말하고, 히스이는 물러가는 듯이 방에서 나갔다. 10시를 넘겨, 저택 안의 전기가 꺼졌다. "............." 잠들수가 없다. 아키하의 일. 아키하가 비밀로 하고 싶어하고 있는 별채의 일. -----인데, 잠깐 기다려. 히스이의 말은 신경쓰이지만, 별채라면 방금 갔었잖아.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알고 있다. 오늘밤은 이대로, 얌전히 자기로 하자. ------뜨겁다. ------뜨겁다. ------뜨겁다. ------목이, 거칠거칠하게 말라서, 뜨겁다. ------이대로는 잘수가 없다. 일어나서, 물을 마시러 가자. 밤의 거리에 나온듯하다. 눈에 핏발을 세우고 누군가가 지나가지 않는가 기다리고 있는 건가. ------뜨거웠다. 문득, 창유리에 비친 얼굴이 보였다. 눈은 핏발이 서서, 도저히 제정신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단지, 뜨거웠다. 사냥감을 발견한 듯하다. 뒤에서 목을 조르고, 그것으로 끝. 모르는 여성은 그걸로 죽어버린 듯했다. -----나는, 단지, 뜨거웠다. 사체를 끌고 들어가, 목덜미를 물어 뜯은 건가. 주륵주륵, 하는 소리가 들린다. 목덜미에서, 고기채로 찢는듯이 피를 마시고, 목을 갈증을 치료하려 한다. -----모르겠다. 하아하아하는 호흡음. 어지간히. 어지간히 그 행위는 흥분하는 건가. 사체의 가슴에 손가락을 찔러 넣었다. 고기를 찌부러 트려가는 소리. 뼈가 무너져 가는 소리. 심장을 맨손으로 뽑아내는, 소리. ------보고 있는 것만으로, 머리가 새하얗게 된다. 그, 구극의 약탈. 정점에 위치하는 배덕성. 그것이, 보고 있는 자마저 뜨겁게 한다. 비록 그것이 마이너스의 쾌락이라고 해도, 뜨거워 진다고 하는 것은, 변함은 없는 듯하다. ------나에게는, 모르겠다. 뜨거운 혈액을 입에서 흘리며, 황홀한 눈으로, 밤하늘을 올려 본다. 긴 머리가 흐트러진다. 머리 위에는 나선의 하늘. 얼마나 아름다운, 은색의 달. ------그러니까, 모르겠다. 나는, 단지, 뜨거웠던 것뿐인데----- [靜夢 , 完] << □ >> 6 / 沈夢 "--------!" 참지 못하고, 침대에서 튀어 일어났다. "하아----하아, 하아-----" 입가에 밀려 올라오는 구토기를 손바닥으로 누르고, 하아하아하며 호흡을 가다듬는다. "뭐-------" 뭐야, 지금 것은. 꿈. 꿈을 꿨다. 하지만, 지금 것은 뭐야. 저런 추한, 사람을 죽이고 피를 빠는 꿈을 보다니, 어떻게 되있다. "하아....하아....하아" 목의 갈증. 고기를 찢는 감촉. 사람을 죽일 때의, 뇌수가 타들어 갈듯한 쾌감. ......그것들의 단어가, 얼마나 리얼하게 떠올릴수 있는가. 소리를 내며 심장을 쥐어 뜯어낼 때의 감촉마저, 확실히 떠올릴수 있다. "하, 아-------" 그것이 <쾌감>이었는지는 전혀 모르겠다. 단지, 탄환과 같이 압축된 흥분이, 귓가에서 트리거를 당겨 뇌수에 박혀 들어간 듯한 충격만이 있었다. "그----윽" 떠올린 것만으로 숨이 멎는다. 그렇다면----그 충격은, 역시 <쾌감>이라 부를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무슨, 꿈을." 자신의 양손을 본다. 당연, 자신의 손은 새하얗고 피의 적색같은 건 띠끌도 없다. 나는 침대에서 자고 있고, 창에서는 부드러운 아침의 햇볕만이 들어오고 있다. .....그 때. 흡혈귀가 되버린 유미즈카와 처음으로 만났던 광경이, 아직 뇌리에 남아 있는 건가. 그러니까 그런, 처참한 꿈을 봐버리는 거다. "아야------" 지끈, 하고 유미즈카에게 물린 목덜미가 아프다. -----흡혈귀에게 물린 자는, 똑같이 흡혈귀가 된다. 그런 너무 유명한 속설을, 문득 떠올려 버렸다. "......설마. 지나친 생각이다, 그런거." 실례합니다, 하고 히스이가 방에 들어온다. 언제나 대로의 모습으로, 언제나 대로의 목소리를 하고.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시키님." 정중한 히스이의 어조. 언제부터인가, 히스이가 와주면 평온한 아침을 맞이 할수 있을 듯한, 그런 일과가 만들어져 있다. 그렇게 생각하자, 방금까지 머리에 소용돌이 치고 있던 악몽은 간단히 지워졌다. ".....시키님? 몸의 건강이 안좋으신 겁니까?" "-----아아, 아냐아냐. 조금 멍하니 보고 있었던 것뿐이야. ......응, 좋은 아침, 히스이. 오늘 아침도 언제나 대로구나." "아---예, 변화가 없어서 면목없습니다." "그런 의미가 아니야. 단지, 히스이가 언제나 대로니까 말이지. 오늘도 언제나 대로 평온한 아침이군하고, 실감할수 있었어." 읏차, 하고 기세좋게 침대에서 일어난다. "옷 갈아입고 거실에 갈테니까. 히스이는 먼저 가있어도 좋아." "예. 그럼 실례합니다." 히스이는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간다. "그럼---바보같은 생각하지 말고 학교에 갈까." 기분을 바로 잡고, 크게 심호흡을 해보거나 한다. 시각은 7시10분. 어제와 같이, 오늘도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좋을듯하지만---- 우연히 일찍 일어났다는 거고, 일부러 시간을 낭비할 필요도 없겠지. 어제의 저녁의 사건----아키하가 얼굴을 창백하게 해서 방에 틀어 박혀버린 일이 신경 쓰인다. 아키하의 건강이 좋아져 있다면, 그녀석도 거실에 있겠고. "어라, 안녕히 주무셨어요, 시키상. 오늘 아침은 빠르시군요." 코하쿠상은 나의 얼굴을 보고, 곧 미소로 인사를 해준다. "좋은 아침, 코하쿠상. 그런데 아키하는 벌써 일어나 있어?" "에에, 이제 곧 오실거예요. 오늘 아침은 두분이서 함께 식사를 하실수 있겠군요." 코하쿠상은 즐거운 듯한 발걸음으로 부엌으로 가버렸다. "오빠....?" "여, 좋은 아침, 아키하. 몸은, 제대로 좋아졌어?" "에----아, 예. 덕분에 발작도 나았습니다만.....오빠, 걱정하고 계셨습니까?" "뭐어, 그, 나름대로 걱정은 하고 있었어. .....어제는 미안했어. 아키하가 그렇게 된다고 몰랐었으니까, 나도 모르게 당황해버려서, 아키하에게 무리시켰지." "아니오, 그때는 제쪽이야 말로 소리를 질러서 면목없습니다. ......나, 그렇게 되버리면 주위가 보이질 않아서, 언동이 난잡해져 버립니다." 어제의 자신을 다시 떠올려보고, 부끄러운 듯이 아키하는 시선을 돌린다. ".....미안해요, 오빠. 어제는 보기 흉한 모습을 보여 버려서." "그렇지 않아. 아키하, 몸이 아플 때는 모두 그러니까, 그런 걸 걱정할 필요는 없어." "아....응, 오빠가 그렇게 말해준다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집니다만." 어지간히 어젯밤의 일이 마음에 걸리는 건가, 아키하는 우물우물 하면서 진정하지를 못한다. 거기에, "시키상-, 아키하님-, 아침 식사의 준비가 되었습니다-" 라는, 바닥 빠진 밝은 코하쿠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선 아침을 먹을까. 생각해보면 아키하와 아침밥을 먹는 것, 오늘이 처음이지." "그렇군요. 학교가 변해서, 저도 아침 시간이 느긋해졌으니까요. 이제부터는 계속 이렇게 할수 있다면 좋겠습니다만." ----그런가, 듣고 보면 그렇다. 우리들은 같은 학교가 되었으니까, 겨우 10분 일찍 일어나는 것 만으로 여유를 가지고 아키하와 아침밥을 먹를수 있게 되어 있는 거다. 아침 식사를 끝내고 거실에 돌아왔다. 시각은 7시 20분. 여유를 가지고 등교하려면, 이제 저택에서 나가지 않으면 안돼는 시간이다. 아키하는 준비가 끝난건가, 소파에 앉아서 시계를 보거나 하고 있다. ......라기보다, 아키하는 지금까지 차로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 학교에도 차로 갈 생각인지도 몰라. "아키하. 만약을 위해 묻는데, 학교까지는 걸어가겠지?" "당연합니다. 오빠의 학교에 자동차로 등교했다가는 자랑이 되잖아요. 저여도 그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함께 저택을 나가게 되겠군. "그럼 슬슬 갈까. 이 시간이라면 느긋히 걸어서 갈수 있을테니." "에....오빠?" "그러니까, 함께 학교에 가자라고 말하는 거야. 학교까지 지름길 가르쳐 줄테니까 따라와. ......뭐, 나와 가는 것이 싫다면, 별로 상관없지만." "----아니오, 이쪽이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오빠가 함께 있어 주신다면 걱정없습니다." "결정이군. 그럼 슬슬 가자." "히스이, 현관까지의 배웅은 필요 없어. 오늘도 저녁까지는 돌아올테니까, 잘 부탁해." 히스이에게 그렇게 고하고, 아키하와 함께 저택을 뒤로 했다. 아키하의 페이스에 맞춰서, 천천히 걸어서 학교에 도착했다. 시각은 7시 50분전. 홈 룸까지 여유로 늦지 않는 시간대다. "시간대로군. 좀더 빨리 걸으면 7시반에 나와도 늦지 않지만----인데, 아키하?" "............" 뭔가 이상한 것이라도 보는 듯이, 아키하는 교문을 상태를 바라보고 있다. "왜그래? 뭔가 이상한 거라도 발견했어?" "아---아니오, 별로 아무것도 아닙니다. 단지, 어제는 생도의 분들이 등교하기 전에 등교해 있었으니까, 이런 광경은 처음 봐서." .....그런가. 어렸을 때부터 전료제(全寮制 : 전원기숙사제) 학교에만 다녔었으니까, 이런 식으로 수많은 생도들이 학교에 몰려온다, 라는 광경에 아키하는 익숙해 있지 않은 듯하다. "바보구나, 뭘 남의 일처럼 이야기하고 있어. 어제부터 아키하는 우리 학교의 생도라고. 별로 사양할 필요따위 없잖아." "............" 뭔가 찜찜한 일이라도 있는 건지, 아키하는 그다지 기운이 없다. "왜 그래, 아키하. 뭔가 너답지 않다." ".....그런거, 어쩔수 없지 않습니까. 오빠와 함께 학교에 갈수 있는 것만으로 충분한데, 이런 평범한 생활을 해버리면, 나----" 아키하는 거북한 듯이 얼굴을 숙인다. "...........?" 아키하가 말하고 싶은게 잘 모르겠다. 단지, 이렇게 정문에 서있으면 너무 눈에 띈다. 방금부터 등교해 오는 생도들의 시선이 아키하에게 모여있어서, 이쪽이 부끄러울 정도다. "자, 우선 안에 들어가자." 아키하의 손을 잡고, 정문을 빠져 나간다. 정문을 빠져 승강구에 향한다. 아키하와는 여기서 해어져서, 아키하는 4층, 나는 3층의 교실에 향하게 된다. "그럼 오빠, 저는 1년생의 교실이니까요. 방과후까지, 작별이군요." "무슨 소리하는 거야, 그 전에 점심시간이 있잖아. 중정에서 기다릴테니까, 서둘러서 와." "아-------예, 기다리겠습니다." 꾸벅, 하고 어울리지도 않는 귀여운 인사를 하고, 아키하는 승강구에 달려갔다. "---------" .....뭐야, 귀여운 면 있잖아, 저녀석. "좋겠다, 사이 좋군요, 두사람." !? "시, 시엘 선배! 갑자기 뒤에서 말 걸지 말아 주세요.......!" "예, 이제부터 조심하겠습니다. 싱긋 웃고, 선배는 즐거운 듯이 이쪽을 바라본다. ".....뭐야, 선배. 말하고 싶은게 있으면, 확실하게 말해줘요." "아뇨아뇨, 내가 이제와서 말할 필요도 없는 듯 합니다. 토오노군, 굉장히 행복한 듯한 얼굴하고 있으니까요." "------뭣" "그런 얼굴한 채로 교실에 들어가면 이누이군에게 놀림 당해요. 그럼, 토오노군, 또 점심 시간에 방해하겠습니다." 선배는 쿡쿡 웃으면서 승강구로 걸어간다. "----------" 꾸욱, 하고 자신의 뺨을 꼬집어 봤다. "........그렇게 히죽거리고 있었나, 나." ........뭐어, 히죽거렸겠지. 아키하의 저런 웃는 얼굴 하나로, 왠지 행복한 기분이 되거나 했으니까. -----4시간째의 수업이 끝났다. 점심시간이 되어서, 학교안이 와글와글하고 시끄러워 진다. "------그럼." 아키하와 중정에서 만나기로 되어 있었지. .....그녀석이니까 코하쿠상에게 도시락이라도 받아 왔겠지만, 일단, 적당히 매점에서 사가기로 할까. ---------근데. "이여어 토오노, 늦었구만." "정말, 늦었군요, 오빠." --------어째서인지, 아리히코는 나보다도 먼저 중정에 와서, 아키하의 상대를 하고 있었나보다. ".....아침부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더니, 이런 곳에 있었냐, 아리히코." "오우! 4시간째부터 여기에 뻗디던 보람이 있었다는 거다!" 자랑스럽게 가슴을 피고 호언하는 아리히코. ......이렇게까지 행복한 녀석이면, 불만의 'ㅂ'자도 나오질 않는다. "그래서, 아키하. 오늘 점심은 어떻게 할거야? 코하쿠상에게 도시락이라도 만들어 달라고 했어?" "에....도시락, 입니까?" "........아니, 됐어. 그런 일반적인 일을 물은 내가 잘못이었다." 사온 빵 중에서, 비교적 보통인 샌드위치와 딸기 우유를 내민다. "자, 오늘 점심. 어제보다는 나으니까, 안심하고 먹을수 있을거다." "....응, 알았습니다." 머뭇머뭇 샌드위치와 딸기 우유를 손에 쥐는 아키하. .....이 앞, 아키하가 우리 학교의 점심 식사에 익숙해질 날이 올것인지, 조금만 불안해진다. "아-, 좋겠다좋겠다-. 어이 토오노, 내껀 없어?" ".......응. 뭐어, 어째서인지, 사왔어." 자, 하고 소세지 빵과 대충 마실 것을 넘긴다. "웃와-, 뭐야 그거! 고야 드링크따위, 포유류가 마실 물건이 아니잖아!" "어쩔수 없잖아, 다른 것은 이미 없었으니까. 뭐, 사보텐믹서라면 잔뜩 남아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건말이야, 이미 마실 물건이 아니니까." ".........음, 아직 너에게도 사람의 정이라는 것이 있었던 것입니까, 토오노." "너 이외에게는 얼마든지 있어. 자, 어제의 빚은 이것으로 땡이다." 칫, 하고 혀를 차면서도 아리히코는 즐거운 듯이 음료팩에 빨대를 넣는다. "냅킨 가져왔으니까, 아키하도-------" "------!" 까, 깜짝이야. 왜 저런 얼굴을 하고 있는거야, 아키하녀석. "왜, 왜그래, 아키하. 벌레라도 있었냐?" ".......별로 아무것도 아닙니다. 단지, 오빠와 이누이상은 정말 사이가 좋구나라고 생각한 것 뿐입니다." "아하하하! 아키하짱, 그건 아무리 그래도 과대평가라고. 나와 토오노는 친구는 친구여도 구적(仇敵)이라 쓰고 '친우'라고 부르는 친구니까말이지!" 카하하하하, 하고 유쾌한 듯이 웃는 아리히코의 옆에서, 아키하는 뭔가 말하고 싶은 듯한 시선을 향해 온다. -------그때. "아, 이런 곳에 있었군요, 토오노군들." 도시락을 한손에, 선배가 다가왔다. "앗, 시엘선배잖아! 좋았어, 오늘은 스리세븐이다, 토오노!" "..........." ......미안하지만 아리히코, 나는 그렇게까지 솔직하게 기뻐할수가 없다. 왜냐면, 그------ 아키하가, 대단히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으니까다. "여러분, 저도 점심을 함께 해도 괜찮습니까?" 응응, 하고 끄덕이는 아리히코. 나도 그것에는 찬성이지만----- "싫습니다." 하고, 아키하는 딱잘라 단언했다. ........중정의 공기가 춥다. 10월도 끝나가니까, 그야 따스하다고는 말할수 없지만, 아무튼 춥다. 아키하의 아가씨다운 면밖에 모르던 아리히코는, '아'하고 입을 연채 굳어 있다. ".........하아." 그러나, 오빠로서 아키하의 지금의 발언은 주의 시키지않으면 안돼겠지. "아키하,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비록 농담이라고 해도, 지금 것은 실례야." "오빠. 나, 농담은 입에 담지 않습니다. 지금 것은 거짓 없는 제 진심입니다." "뭐-----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너! 아키하는 선배와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그런데 갑자기 싫습니다라니, 그건 대체 어떤 말버릇이야!" "싫은 것은 싫은 겁니다. 나, 그 사람과는 절대적으로 상성이 나쁩니다. 당신도 그렇지요? 저와는 어울릴수 없다고 알고 있지 않나요, 선배?" "아뇨아뇨, 그렇지는 않아요. 확실히 서로에게 상대하기 힘든 타입인 듯합니다만, 나는 어떻게든 참을수 있으니까요." " " ---------" " 사삭, 하고 아리히코와 함께 몸을 뺐다. .......굉장해. 확실히 싸움을 거는 아키하도 아키하지만, 그걸 웃는 얼굴로 받아 넘기는 선배도 선배다. "흐응.....그거, 즉 서로에 대해서는 상살(相殺)하기로 합시다, 라는 제안인 건가요." "쉽게 말하면 그렇군요. 내가 용무가 있는 것은 아키하상이 아니라 토오노군이나 이누이군이니까요." 파박파박파박, 하고 둘 사이에서 불꽃이 튀고 있다. 옛날 말로하면 용호상박(龍虎相搏), 이라는 녀석인지도 모른다. ........결국, 정말 파멸적으로 (자칭) 상성이 나쁜 시엘 선배와 아키하를 둘러싸고, 점심 식사는 시작해 버렸다. "하지만, 토오노군에게 이렇게 나이가 가까운 여동생이 있다니 몰랐습니다. 나, 완전히 토오노군은 외동아들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어레? 나, 전에 선배에게 여동생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에에, 들었어요. 토오노의 저택에는 여동생이 한명 남아있다, 라는 이야기였지요." .........? 뭐야, 역시 선배는 아키하를 전부터 알고 있었잖아. "저도 오빠에게 이런 친구가 있다고는 생각 못했습니다. 시엘선배는 언제부터 이 학원에 계셨습니까?" "응? 아키하짱, 선배는 3년이니까 계속 전부터 있었어. 올해로 졸업인 것은 유감이지만." "그렇습니까. 그다지 제복에 익숙하지 않으신듯해서, 저와 같이 전교해 온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요-, 나도 실은 아키하상같은 제복이 입고 싶었는데. 아키하상, 그 제복은 전의 학교의 것입니까?" "에에, 이쪽의 학교의 제복은 취향이 아니기에, 전의 학교의 것을 입고 있습니다." 슥하고, 아키하는 엄청난 말을 해댄다. ......그런가. 완전히 아직 제복이 없는 걸까하고 생각했지만, 처음부터 우리 학교 제복을 입을 생각이 없었던거군. "하아. 아키하상, 꼭 활발할거 같으니까 이쪽의 것이 어울릴거라 생각해요. 저기, 토오노군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에? 뭐, 뭐가입니까?" "그러니까, 아키하상의 제복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쪽의 제복이 어울릴까하고." ".....어느쪽의 제복이 어울리는가, 인가....." 그렇군, 나는---- ".....어떨까나. 나는 지금 대로의 아키하가 좋다고 생각하는데. 아키하의 머리칼, 예쁘니까말이지, 너무 밝은 색채의 옷에는 어울리지 않을거라 생각해." "헤에-, 드물구만, 토오노가 여자애의 용모를 칭찬하다니. 랄까, 처음 아니냐, 그거." "시끄럽구만. 그냥 그렇게 생각한거 뿐이야. 아키하에게는 세라복이 어울리니까, 블레저는 싫다고 말한 것뿐이잖아." 흐응-, 하고 히죽히죽 웃는 아리히코. "------아." .....실수다. 아리히코에게, 당했다. 살짝 아키하를 보면, 아키하도 왠지 엉뚱한 쪽을 향해서 입을 다물고 있다. "과연-, 토오노가 여자에게 흥미가 없을 법도 하구만. 그야 아키하짱을 매일 보면, 우리 학교의 여자들 따위에게 눈도 가지 않겠-----인데, 게후우우욱!?" "아, 미안해요, 이누이군. 손, 미끄러져 버렸습니다." 아리히코의 옆구리에 팔꿈치를 예리하게 쳐넣으면서, 시엘선배는 싱긋 웃었다. ........하아. 이런 위에 구멍이 날 것 같은 시간을, 앞으로 10분 가깝게 지내지 않으면 안돼는 건가......... 방과후가 되었다. 아키하를 맞으러 1년의 복도로 가자. .....인데, 복도에서, 아키하와 딱 마주쳐버렸다. "어라, 오빠. 어딘가에 가시는 중입니까?" "아니, 이제부터 아키하를 데리러 가려 생각했던 참이다. 그쪽이야 말로 어딘가에 들려다 갈거야?" "아니오, 저는 오빠와 돌아갈까하고, 이쪽에 와봤습니다만...." "그런가, 엇갈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럼 갈까, 코하쿠상들이 기다리고 있어." "그렇군요. 집에 돌아갑시다, 오빠." "그래, 아키하에게 물어볼려고 생각한 일이 있었어." "제게 묻고 싶은 일, 입니까....?" "아아, 아키하 말야, 어째서 선배를 그렇게 싫어하는 거야. 혹시 얼굴 아는 사이였던 거야?" "아니오, 그 사람과는 어제가 처음입니다. 제가 그 사람을 좋아할수가 없는 것은 생리적인 이유인 것이니까, 오빠에게는 관계없습니다." "......생리적이라니, 뭐야 그거." "자신의 감정으로는 제어할수 없다, 라는 것입니다. 오빠가 아버님를 싫어하고 있던 것과 같은 것이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아 주세요." "저말야, 아키하. 나는 아버지가 좀 상대하기 껄끄러웠던 것뿐으로, 별로 싫어하진 않았어." "저도 그 사람이 싫은 건 아닙니다. .....뭐어, 오늘은 확실히 말이 지나쳤습니다. 스스로도 반성하고 있으니까, 점심 때의 일은 너그럽게 봐주세요." ".....그런가. 그렇다면 괜찮지만." .....뭐어, 그런 거라면 문제는 없군. 점심 시간은 시엘 선배가 오는 일이 많으니까, 아키하와 시엘 선배의 사이가 나쁜 채로는 곤란하다. 아키하도 이렇게 말하고 있고, 내일부터는 나도 아리히코도 옆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될듯하다---- "-----후우." 가방을 책상에 내던지고, 침대에 앉는다. 그럼, 어떻게 할까. 아키하는 교습이 있는 듯해서, 돌아오자마자 차로 어딘가에 나가 버렸다. ....그러고보면, 코하쿠상도 히스이도 뭔가 하느라 바쁜듯이 저택을 걸어다니고 있었지. ----그렇지. 언제나 신세지고 있고 하니, 히스이를 도우러 가자. "다녀왔습니다, 히스이. 바쁜듯한데, 뭐하고 있어?" "아---어서오십시오, 시키님. 저라면, 이제부터 마키히사님의 방의 정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히스이의 발 쪽에는 몇 십권은 되는 책이 놓여있다. 책이라는 것은, 한권 한권은 가볍지만 그게 열 권 단위가 되면 엄청 무거워진다. 히스이의 발 쪽에 있는 책은 50권은 가뿐히 넘고 있다. 도저히, 히스이의 가느다란 팔로 어떻게 될 것 같다고는 생각 할수가 없다. "아버지의 방 정리, 인가----확실히 서관의 1층이었지." 욧, 하고 책들을 들어 올린다. "안됩니다, 시키님. 그 같은 일은 제가 할테니, 부디 방에서 쉬어 주십시오." "괜찮아, 괜찮아. 방에 있어도 몸이 둔해질 뿐이니까말이지, 이런거 언제나 도와주는 것의 보답도 되지 않겠지만 도와줄께." "그렇습니다만-----" "......하지만, 정말 무겁구만, 이거. 아키하 녀석도 히스이에게 이런 힘쓰는 일을 시키다니, 뭘 생각하고 있는거지." "아-----" "히스이는 먼저 아버지의 방에 가있어줘. 책을 가지고 갈테니까, 히스이는 안의 정리에 전념해줘. 적재적소라는 말도 있고, 그거라면 괜찮지?" "----예, 그럼 부탁드립니다, 시키님." 히스이는 면목없다는 듯이 계단을 올라간다. -----그럼. 이쪽은 이쪽으로, 이 책의 산을 2층으로 옮기지 않으면 안됀다. "헤에----이게 아버지 방, 인가. 히스이, 조금 책이라든가 봐도 괜찮을까." "예, 열쇠가 걸리지 않은 것이라면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히스이는 운반된 책을 책장에 넣어가고 있다. 장르 별로 정리하고 있는 건가, 바쁘게 방 안을 왕복하고 있다. "....열쇠가 걸리지 않은 것이라니, 책상에 열쇠라도 걸려 있는 걸까." 아버지의 책상 서랍 고리에 손을 댄다. 당기자, 탁, 하고 걸리는 감촉. "정말이다, 열쇠가 걸려있어." 아버지가 죽은 후인데, 대체 뭐를 지키고 있는 거지. "-------" 히스이는 이쪽을 보고 있지 않다. 아버지의 책상 위에는 페이퍼 나이프가 하나. 마침 도구는 모여 있었던 것이다. "..............." 조금만 안경을 치우고, 책상을 본다. "--------거기." 소리도 없이 열쇠를 잘랐다. "-----뭐야, 종이밖에 들어있지 않잖아." 서랍 안에 있는 것은 오래된 종이 다발이었다. 어디, 하고 한장만 손에 들고 봐본다. "얼레-----이거, 우리 집의 가계도다." 틀림없다. 토오노 '마키히사'의 다음에는 토오노 '시키', 토오노 '아키하'라는 이름이 있다. 있지만------ ".....말도 안돼. 아버지 녀석, 10년전에 양자를 들였어. ......아, 하지만 곧 병사해버렸군." 10년전이라고 하면, 내가 소학교 1년생의 때다. 그런 엄청 옛날의 일이라면, 기억하고 있지 않은 것도 당연한가. "......하지만 우리집의 당주, 의외로 단명하는 구만. 아버지도 50전에 병사했고, 그 전은 30세에 사고사했군. .....우와, 그 전은 18세에서 자살했잖아." ------아니, 기다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것은, 이상해. 자세히 가계도를 살피면, 토오노가의 인간은 모두 이상한 죽음을 하고 있다. 발광사. 사고사. 타살. 행방불명. 사산. ....누구 한명, 수명으로 조용히 타계한 사람이 없다. "무......" 그 일련의 기록은, 저주받았다고 밖에 말할수가 없다. 특히 태반의 죽음은 발광사.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로 타계해 버리고 있다. "아-----" 시계로부터 빛이 희미해져 간다. 후두부에 혈액이 쌓여가는 듯한 느낌. 손발에 힘이 들어가질 않아서, 숨을, 쉴수 없게 되는 듯한, 착각. "시키님....!" 히스이....히스이가 달려 왔다. -----어떻게든 책장에 손을 대고, 몸을 받친다. "시키님! 정신 차리세요, 시키님.....!" 걱정하는 듯한, 히스이의 목소리. 하지만 그녀의 손은, 절대 나의 몸은 만지지 않는다. "괜찮아-----조금, 구토기가 든 것뿐이니까." "시키님, 무리는 하지 말아주세요......! 부디, 의자에 앉아주세요. 그 같이 창백한 얼굴을 하시고 계신데, 무리해서 서있을 필요는 없잖아요......!?" .....드물, 군. 히스이가 필사적이 되서, 나를 부르고 있다. "......응.....괜찮, 으니까-----" 어떻게든 의식을 갖추린다. 그래도 현기증은 가라앉지를 않는다. 적과 흑이 점멸하는 세계 속. 하얀. 대단히 따뜻할 것 같은, 히스이의 목덜미가 보였다. "--------아." 얼마나 매력적인가. 이 몸이 제대로 움직였다면,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히스이의 몸을 찍어 누르고----- 방금까지 빈혈로 어두워 졌던 시계가, 일전해서 새빨갛게 물든다. 히스이의, 하얀 목덜미. 새빨갛던, 어제의 꿈. -----살인의 밤의. 심장이 튀어 나올 정도의, 아픈 쾌감. "큭-------!" 참을수 없어서, 히스이로부터 도망쳤다. "시키님.....?" "아니-----괜찮아----괜찮으니까, 혼자 있게 해줘." "거절합니다. 시키님은 지금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계시지 않습니다. 그런----그런 분을, 혼자 있게 할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히스이는 다가온다. -----곤란해. 그것은, 무서워. 그런 손이 닿을듯한 범위에 오면, 자신이 뭘 해버릴지 몰라서, 무서워. "됐으니까 내버려둬줘, 히스이......!" "들을수 없습니다. 시키님, 부디 침착해 주십시오." .....그러니까, 그만둬. 가까이 오면 위험한데. 가까이 오지 말라고 말하는데. 어째서. 어째서 내 말을 듣지 않는거야, 이 여자. ------왜 내 방해를 하냐. 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거야......! "시끄러....! 가까이 오지말라고 말하는게 안들리는거냐, 히스이!" "아----" 탕, 하는 둔한 소리. 히스이는 책장에 튕겨져서, 괴로운 듯이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아-----" .....그 얼굴로, 제 정신으로 돌아왔다. 현기증도 급속히 희미해져 간다. 남은 것은 현기증도 아무것도 아닌, 단지 죄악감뿐이다. "----미안해. 나는, 뭐를-----" "----------------------" 히스이는 수그린 채, 얼굴을 들지 않는다. "-----히스이, 나는------미안해, 나도, 왜 이런 짓을 한건가------" "죄송합니다. 시키님의 명령을 지키지 않아, 시키님을 불쾌하게 해버렸습니다." "......아니야, 사과할 것은 내 쪽이다. 나는 히스이에게, 심한 짓을, 했으니까." ".......시키님, 부디 방에 돌아가 주십시오. 시키님은 지쳐 있으신 겁니다. 몸을 쉬시면, 곧 원래대로 될거라 생각합니다." "---------" 히스이는 얼굴을 들지 않는다. "......알았어, 방에 돌아갈께. 미안했어, 히스이." 대답은 없다. 자기혐오에 죽을것 같으면서도, 방을 뒤로 했다. ------저녁식사를 끝내고, 방에 돌아 온다. 침대에 쓰러져서 히스이의 얼굴을 떠올린다. "-------" 모르겠다. 어째서 그런 기분이 들어서, 그런 짓을 해버린건가. 그때. 나는, 히스이의 목덜미를 보고, 욕정했다. 마치 어제의 꿈같이, 히스이의 목덜미를 물어 뜯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은 조금도 떠오르지 않는다. 어젯밤의 꿈과, 방금의 자신. 내 안에, 내가 아닌 내가 있는 듯한, 그런 감각. "------" 목덜미에 손을 댄다. 흡혈귀에게 물린 자는 흡혈귀가 된다, 라는 이야기. ".......그런 바보같은. 하지만 낮에도 걸어다닐수 있잖아, 나." ......그래, 그것은 정말 있을수 없다. 그것은, 단지 현기증이 일어서, 몽롱한 의식이 보인 착각이다. 유미즈카와의 일이 뇌리에 세겨져 있어서, 그것이 빈혈일 때 다시 떠오르는 것뿐이라 생각한다. "히스이 말대로, 지쳐있는 걸까, 나." ......그런 지도 모른다. 빨리빨리 자고, 지친 몸을 쉬도록 하자. ------뜨거워. ------뜨거워. ------뜨거워. ------한번 흥분된 몸은, 잠따위로는 낫지를 않는다. ------자아. 오늘밤도, 이 갈증을 치료하러 가자. 밤거리에 나온 듯하다. 눈에 핏발을 세우고, 누군가가 지나가지 않는지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또. 문득, 창유리에 비친 얼굴이 보였다. 눈은 핏발이 서서, 도저히 제정신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또, 이 꿈. 사냥감을 발견한 듯하다. 사냥감이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죽었다는 것마저도 알아차리게 하지 않고, 끝내버린다. -------또 이 악몽을, 보고 있다. 사체를 끌고 와, 목덜미를 뜯어 먹는 소리. 주욱, 죽, 하는 소리가 들린다. 목가에서, 고기채로 물어 찢는 듯이 피를 마시고, 목의 갈증을 치료하고 있다. -------어제와 같은 일. 피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사체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물어 끊어 간다. -------어제와 같은 일. 손가락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사체의 손발을, 하나하나 물어 뜯어 간다. -------어제와 같은 일. 그때. 방해가, 들어왔다. 사체를 버리고 뛰어 오른다. 누군가. 누군가가 보고 있는 듯하다. -------어제와는, 다른건가. 뭔가 거대한 바늘 같은 것이 날고 있다. 그것을 피하기 위해 뛰어 오른다. 빌딩의 측면을 뛰어 올라, 옥상에서 옥상으로. -------검은 사람의 그림자가, 흡혈귀를 쫒아간다. 지붕에서 지붕으로. 어둠에서 어둠으로. 사람의 그림자는 쫒아온다. -------할수 없다. 할수 없지, 라고 중얼거리고. 오늘 밤의 식사는 끝을 고했다. [沈夢, 完] << □ >> 7 / 昏い傷痕 II "시키님------?" ----목소리가 들린다. "정신차리세요. 마실것을 가져 오겠습니다....!" -----타탁, 하고 달려 가는 발소리. "아-----" 검은 꿈에서, 눈을 떴다. "......자신의 방, 이다." 나는 틀림없이 자신의 방에 있다. 침대에 누워서, 이렇게 아침을 맞이 하고 있다. ......또, 그 꿈을 꿨다. 누군가의 피를 빠는 꿈. 꿈이라고 알고 있는데도, 심히 리얼한 꿈. 손에는 고기를 찢는 감촉이 남아 있고, 코에는 아직 생생한 피의 냄새가 남아있다----- "-----어떻게 된거야, 나는." 슥 목덜미를 만져 봤다. .....유미즈카에게 물린 상처는 이미 아물어 있다. 나는 멀쩡한 인간인 채다. 누군가의 피를 마시고 싶다따위 생각한 일도 없고, 태양의 햇볕를 괴롭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아." 아니야. 어제, 나는. 히스이의 목덜미를 보고, 뭐라, 생각했지. -----하얀 목덜미. 그곳에서 흐르는 붉은 피를, 나는 진심으로 원한다고----- "-----무슨, 바보같은." 아니야, 단지 지쳐있는 것뿐이다. 유미즈카와의 일이 아직 잊혀지지 않는 것뿐이다. 나는 흡혈귀따위가 되지 않았다. 아직 멀쩡한 인간인채 일터다. 하지만, 매일밤 피를 찾아 해매이는 자신이 있다. 그렇다면, 어쩌면. 나만 알아차리지 않은 것뿐으로, 실제는, 이제 돌아올수 없는 곳까지----- "히스이-----?" 히스이는 이상하게 절박한 표정으로 들어 왔다. "-----실례했습니다. 깨어나셨군요, 시키님." 슥, 하고 조용히 인사하는 히스이. ......그 모습은 방금까지의 꿈과는 정반대로 깨긋해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 불안을 씻어주었다. "아니, 지금 마악 일어났으니까 신경쓰지 말아줘. .....그, 좋은 아침, 히스이. 오늘도 깨우러 와줘서 고마워." ".....예.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꾸벅, 하고 다시 한번 인사를 하고 히스이는 침대에 가까이 온다. "마실 것을 가져왔습니다. 기분이 편치 않으시다면 마셔주십시오." 히스이는 은 쟁반에 마실 것을 준비해 있었다. 쟁반에 약같은 것까지 있다. "........? 무슨 일이야, 히스이. 약을 가져온 적, 지금까지 없었는데." ".....시키님, 기분은 괜찮으십니까? 방금까지 심하게 신음하시고, 안색도 안좋았기에 약을 가져왔습니다만." "------신음하다니, 내가?" "예. 보는 한은 몸에 열이 있으신듯해서, 언니에게 해열제를 처방해 받았습니다만, 그럴 필요는 없었습니까?" "설마, 그렇지 않아. 신경 써줘서 고마워." 내밀어진 약과 물을 마신다. 약은 그렇다하고, 물은 고마웠다. 히스이가 말하는 대로 몸전체가 뜨거워서, 목이 칼칼 말라 있었기 때문일거다. 그냥 물인데, 이 이상은 없을만큼 맛있게 느껴졌다. "몸이 괜찮으시다면 식당에 와주십시오. 몸이 편찮으시다면, 오늘은 휴식을 취해주세요." "아니, 학교는 쉬지않아. 이런 일로 쉬다가는, 그거야말로 끝이 없으니까." ".....그렇습니다만, 아직 시키님의 안색은 좋지 않습니다." "괜찮다니까. 게다가말야, 우리 학교는 내일 쉰다고. 내일 쉬니까, 오늘은 무리해도 되잖아?" "..........." 히스이는 뭔가 말하고 싶은 듯이 고개를 숙여 버린다. 그렇게 안색이 나쁜 걸까, 지금의 나는. "히스이. 하나 묻는데, 그렇게 신음했었어, 나." "------예. 언제 돌아오셨는지는 모릅니다만, 심히 지친듯이 잠들어 계셨습니다. 아침은 실례하여 시키님의 방의 커튼을 열기 위해 옵니다만, 그 때 괴로운 듯한 호흡을 내고 계셨습니다만." ......그런가. 그런 꿈을 보고 있었으니까, 그야 괴로워지기도 하.....인데, 잠깐, 기다려. "------히스이. 지금, 뭐라 말했어." "그러니까 아침부터 시키님의 건강이 좋지 않았습니다, 라고." "아냐, 그 앞! 내가 돌아왔다니, 어디에서!?" "-----모릅니다. 단지 언니가 저택을 돌고 있었을때, 시키님이 밖에 나가시는 것을 봤던 것뿐이니까요." "밖이라니, 내가.....?" "예. 저와 언니는 3시간마다 저택의 순찰을 하고 있습니다. 어제 심야는 언니의 순찰로, 그 때 시키님이 저택에서 나가시는 것을 봤다고 합니다." "뭣----" "시키님도 아침에는 돌아오셨다고 하니, 언니도 아키하님께는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언니는 시키님에게 약하니까, 분명 비밀로 하고 있는 거겠지요." "-----------" 뭐-----뭐야, 그거. 내가 밖에 나갔다고? 그럴리가 없잖아. 나는 제대로 여기에 자고 있고, 꿈도 봤다. 그런 생생한 꿈을-----봤, 다. "아-------" 하지만, 이상하다. 꿈이라는 것은 눈을 뜬 순간 잊혀져가는 것인데, 어째서 나는, 언제까지도 꿈의 내용을 명확히 기억하고 있는거지----- "시키님-----? 역시 안색이 안좋습니다만, 괜찮으시겠습니까." "......아, 아아, 괜찮아. 괜찮으니까, 히스이는 먼저 가 있어줘. ......괜찮아, 곧 갈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식당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문을 닫고, 히스이가 퇴실해 간다. "........그래, 괜찮아. .......아무 문제도 없어. 나는, 괜찮으니까------" 자신에게 다짐하는 듯이, 그런 말을 되풀이 하고 있었다. 식당에 가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거실을 통하지 않으면 안된다. ......마음이 무겁다. 정직히, 지금은 누구와도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 않은데. 히스이나 코하쿠상, 게다가----아키하에게, 평소대로 대할수 있을 자신이 없다. 나는------- 그래도, 아침의 인사 정도는 해두지 않으면. 그런 일로 아키하를 피하다니, 그거야말로 자신이 어떻게 되있다고 인정하는게 되잖아.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오빠." "아-----" 거실에 들어오자, 아키하는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해왔다. "......아아. 좋은 아침, 아키하." "좋은 아침 아키하....라니, 왜그러십니까, 오빠? 왠지 대단히 기운이 없는 듯합니다만." "조금 안좋은 꿈을 꾼 것뿐이야. 그런데 오늘은 기분이 좋은 듯하잖아. 뭔가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에에, 조금만. 오빠가 빨리 일어나 줬으니, 오늘은 느긋하게 등교할수 있지요? 여유 있는 아침을 맞이 할수 있으니까, 기분도 좋아집니다." "------그래. 그거 잘 됐구나, 아키하." 대답하고, 가슴이 아펐다. 나는. 그런 식으로 미소를 받을만한 인간이, 아닌지도 모르니까. "그럼 먼저 가. 나를 기다리다간 달리는 꼴 당할거다." "예? 뭔가 말하셨습니까, 오빠?" "그러니까, 여유있는 아침이 좋은 거잖아. 그럼 먼저 가라고 말한거야. 나에게 맞춰주고 있으면 여유따위 없고, 이쪽은 아키하에게 맞출 만큼 한가하지 않으니까. 준비가 됬다면 빨리 가는 쪽이 좋아." "에-----에, 그러니까, 그것은 그렇습니다만, 저는-----" "그렇지 않으면 뭐야. 혼자서는 학교에 갈수없다고 하는 거냐, 아키하는. 그만두라고, 어린애도 아니고. 슬슬 그런 나이도 아니잖아." "---------" 탕, 하고 소파에서 일어나는 아키하. "오빠. 그건, 진심으로 말하는 겁니까." "......별로. 단지 그렇게 생각한 것뿐이야." 기릭, 하는 소리. 아키하는 고개를 숙인 채, 부들부들 어깨를 떨고 있다. "아키하. 진짜로 슬슬 가지않으면 지각한다." "에에, 알고 있습니다! 저도 오빠에게 맞추다가 지각따위 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그렇지. 그럼 먼저 가있어. ......그렇게 남을 상대할수 있는 상태가 아니야, 나." "---------" 아키하는 빠른 걸음으로 나갔다. "----------" ......뭐하고 있는거야, 나는. 이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어째서------ "시키상, 지금은 너무했습니다!" "-----코하쿠, 상?" "정말이지, 나, 시키상을 다시 봤습니다! 어떻게 아키하님에게 그런 말한겁니까!?" "......알고 있어. 나도, 그렇게 아키하에게 모질게 굴 생각따위, 없었어." "아니오, 전혀 알고 있지 않습니다! 시키상은 아키하님이 어떤 마음으로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었던건지 모르는 겁니다!" "? -----기다렸다니, 오늘 아침?" "그런게 아닙니다! 아키하님에게는 말하지 않도록 명령 받았습니다만, 이제 참을수 없습니다." "알겠습니까, 시키상. 지금은 아키하님은 시키상과 같이 아침식사를 하고 계십니다만, 전교하기 전에는 큰일이었어요. 시키상, 아키하님이 다니던 학교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계십니까?" .....아키하가 다니던 여학원은, 확실히 옆 구였다고 생각하는데. "------옆의, 구........?" 잠깐 기다려. 그거, 거리적으로 차로 1시간 이상 걸리잖아. "드디어 알아 차리셨군요. 애초에 아키하님은 아침 6시에 여기를 나가지 않으면 학교에는 늦는 분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아키하님은 무리를 해서, 시키상과 아침밥을 먹는 것을 기다리고 계셨던겁니다." "......기다리다니, 어째서. 하지만 그녀석, 내 얼굴 볼때마다 불평만 하잖아." "그러니까, 아키하님은 솔직하지 못한 겁니다. 시키상이 한번이라도 일찍 일어나 줬다면 아키하님도 불평따위 하지 않았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시키상은 늦잠만 자고, 한번도 아침을 함께 해주지 않았지요. 아키하님은 '아침에 오빠의 얼굴을 볼수 있으면 됬어.'같은 말씀하시고, 시키상을 깨우지도 않았던겁니다." "뭐--------" "----이걸로 조금은 알아주셨습니까? 그럼, 적어도 아키하님께 방금의 일정도 사과해주세요." "----------" ........그것은,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지만. ".....모르겠는데. 코하쿠상은, 나에게 어떻게 하라고 그러는거야." "아뇨아뇨, 어렵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시키상은 지금까지 대로로 됐습니다. 단지 아키하님은 솔직하지 못하니까, 조금 정도는 시키상이 신경을 써주기를 바랬던 것뿐입니다." ".............." 지금까지 대로라니, 그게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아, 그리고 이 이야기는 비밀이예요. 내가 이야기한 것이 들키면, 아키하님에게 혼나버리니까요." 코하쿠상은 웃는 얼굴인채로 식당으로 이동해간다. ".............." "자, 시키상, 빨리 먹지 않으면 정말로 지각해버려요-" 식당에서 코하쿠상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빨개진 얼굴을 손으로 감추면서, 식당에 향했다. 시간 아슬아슬에 교문에 도착했다. 저택에서 달려 와서, 결국 지각은 면했다. -----그때. 톡, 하고 뒤에서 누가 어깨를 쳤다.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은 시간 아슬아슬이군요, 토오노군." "........선배." "게다가 아키하상도 함께가 아닌듯하고. 오늘은 늦잠 자버린 겁니까?" ".......응, 그런 정도. 시시한 일로 아키하와 싸움 비슷한 것을 해버렸어." "하아, 안돼요, 남매싸움같은 걸 하면. 토오노군은 오빠인거니까, 나중에 사과하러 가세요." "......그렇지. 같은 학교이고, 점심시간 전에는 사과하러 갈께. 애초에 일방적으로 내가 잘못한거고." 하아, 하고 한숨을 쉰다. 확실히 아키하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어젯밤의 꿈. 나는 잠자고 있을 생각이었는데, 밤에 나갔다고 하는 자신. ".....토오노군? 무슨 일입니까, 그런 침울한 얼굴을 하고. 뭔가 고민이라도 있습니까?" 가만히, 걱정스러운 듯이 선배는 바라본다. 걱정해주는 것은 기쁘지만, 이것만은 선배에게 의지할 수는 없다. "에-----아아, 조금 고민하고 있어. 하지만 자신만의 문제니까말이지, 혼자서 어떻게든 해볼께. .....걱정해줘서 고마워, 선배." ".......그렇습니까. 하지만 혼자서 어떻게 할수 없게 되면, 언제라도 상담해주세요. 나로 괜찮다면 힘이 되주겠습니다." "아아, 정말로 곤란해지면 선배에게 상담할께." .....인데, 이야기하는 사이에 아침의 예령이 울리기 시작했다. "-----위험해. 그럼 선배, 나중에 또!" "예. 또 점심 때에 방해하겠습니다." 예령이 울리고 있는데도 느긋하게 서있는 선배를 놔두고, 승강구로 달려 갔다. 2시간째의 수업이 끝났다. ......아키하에게 아침의 일을 사과하러 간다면 지금이 마침 좋을 것이다. ......4층에 올라왔다. 아키하의 교실은 1년 1조. 복도에 나온 생도에게 말을 걸어서, 아키하를 불러 달라고 했다. "토오노상-, 오빠가 왔어-!" ......우연히 불러 세운 여자애는, 대단히 알기 쉬운 방법으로 아키하를 불러 줬다. "뭔가 용무입니까, 오빠." 아키하는 화가 난 얼굴을 하고 나왔다. "--------" 해서, 곤란하군. 코하쿠상은 사과해라라고 말했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은 후면 이상하게 의식해버려서, 곤란하다. "용건이 없으시다면, 교실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용건은 있어. 그, 뭐라 말할까......" "뭐라 말할까, 뭡니까? 휴식 시간은 짧으니까, 말씀하고 싶으신 일이 있다면 빨리 말씀해 주세요." "......아니, 그게말이지......" ------라니, 에에이! 여기까지 와서 부끄러워하고 있을 상황이 아냐! "그, 아침에는 미안했다......!" "에-----오, 오빠.....?" "그러니까, 오늘 아침은 내가 잘못했다고 말하러 온거야! 제대로, 내일부터는 제대로 할테니까, 오늘 일은 용서해주지 않겠어, 아키하----!" "벼.....별로 용서하고 뭐고, 저는 그런 일 신경 쓰지-----" "됐어, 아무튼 사과하고 싶었던것 뿐이니까! 그럼 간다, 시간 뺏어서 미안했다!" "-----아, 잠깐, 오빠!" 등뒤에서 아키하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이제와서 멈춰서는 것도 돌아보는 것도 부끄러워서, 그대로 자신의 교실을 향해 달려 나갔다. .....점심 시간이 되었다. 아키하에게 사과하러 간다, 같은 일을 한 바로 다음에 그녀석과 점심을 함께 하는 것은 괜히 더 쑥스럽다. 하지만. "오우, 토오노. 빨리 중정에 가자, 아키하짱이 기다리고 있다." ......같은 소리를 하는 남자도 있고, 아키하를 혼자 놔둘수는 없다. "............하아." 무거운 한숨을 쉬고, 아리히코와 함께 교실을 뒤로 했다. 아키하는 아직 오지않았다. 어차피 시엘 선배도 올테니까, 오늘은 벤치보다 잔디밭에 진을 치자. "실례합니다-. 근데, 아키하상은 아직 오지 않았군요." "그렇군요. 슬슬 올 때라고 생각하는데----어이, 토오노. 너 아키하짱과 무슨 일 있었냐?" 쿡, 하고 사람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찌르는 아리히코. ....이녀석은 어째서 이렇게, 아무래도 좋은 때에 직감이 움직이지. "아, 왔다 왔다. 아키하짱, 이쪽-!" 붕붕 손을 흔드는 아리히코. 아키하는 망설이면서 잔디를 밟고 다가왔다. "죄송합니다, 늦어 버렸습니다. 클래스의 아이들에게 초대를 받아서, 거절하는데 시간이 걸려 버려서." "괜찮아, 괜찮아. 우리들도 방금 왔으니까. 자자, 여기에 앉아앉아." 팡팡, 하고 잔디를 때리는 아리히코. 아키하는 조금 망설인 후, 나의 옆에 앉았다. "............" 아키하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 나도 뭐라 말하면 좋은건가 몰라서, 결국 입을 다물어 버린다. "왜그럽니까, 두사람. 모처럼의 점심밥인데 조용히 있고, 이상해요." "우------" 그것은 알고 있지만, 뭐라 말하면 좋을까. ".............." 아키하는 가만히 입을 다물고 이쪽을 보고 있다. -----그때. "...........점심이군요, 오빠." 같은, 정말 굉장히 당연한 소리를 입에 담았다. "그렇지, 점심이지. 점심이니까 뭔가 먹지 않으면 안돼겠지." 뒤적뒤적, 하고 비닐 봉투에서 매점의 빵을 꺼낸다. "어제와 같은 빵인데, 괜찮아?" "예, 감사히 받겠습니다." 아키하에게 샌드위치를 넘기고, 자신도 샌드위치를 물기 시작한다. "..........." 젠장, 왠지 아키하의 일거일동이 신경쓰여서, 제대로 몸이 움직여주질 않아. "옷, 선배 오늘은 호화롭군요. 뭔가 좋은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아뇨,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말이지요-. 제법 좋은 때가 왔으니까, 잔뜩 먹어두지 않으면 다운 해버린다는 겁니다." "과연, 식욕의 가을이란 거군. 선배의 경우, 먹어도 영양이 가슴에 갈 것같아서 좋군요." .......이쪽이 아키하와 어색한 식사를 하고 있는데도, 아리히코와 선배는 괜시리 밝은 식사를 즐기고 있다. "............" 우물. 우물우물. 우물우물우물우물우물. "저기....오빠?" "응? 뭐야, 아키하." "그.....오늘은 마실 것은 없습니까? 조금, 목이 말랐습니다만....." "----------아." 잊고 있었다. 모처럼 사뒀던 딸기 우유가 비닐 봉지 안에서 잠자고 있다. "미안, 잊었어. 자, 이걸로 괜찮지." 우유 팩을 아키하에게 내민다. 팩을 받아 드는 아키하. "아------" 팩이 너무 작았기 때문인지, 아키하의 손가락과 자신의 손가락이 겹쳤다. -------두근. 단지, 그것뿐. 단지 그것뿐의 일인데도, 어째서인지 손가락 끝이 뜨거워졌다. 곧 손을 때면 될텐데, 손이 떨어지질 않는다. 보면 아키하도, 나와 같이 굳은 채였다. "얼레? 토오노군, 뭐하고 있는 겁니까?" "---------!" 팟, 하고 아키하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땐다. "아, 아뇨, 그냥 아키하에게 마실 것을 넘긴 것뿐입니다." "그랬습니까. 뭔가 둘다 멈춰 있었으니까, 마실 것을 서로 빼앗으려 하는 걸로 보여 버렸습니다." "앗, 선배도 그렇게 보였어? 나도말야, 토오노가 한개 밖에 없는 쥬스를 필사적으로 넘기지 않기 위해 사수하고 있는 듯이 보였어. 아키하짱이 목이 마르다니까 주면 될텐데, 인간성 더럽구만-하고." ......뭐어, 그런 식으로 보이지 않을 것도, 없었나. "아니, 그런게 아니야. 조금 멍하니 있었을 뿐이니까. 응, 그렇지, 아키하?" "............" 아키하는 멍하니 있을 뿐이다. 그 얼굴이 너무나도, 그......내가 알고 있는 아키하와는 달라서, 두근했다. "흥-.....어이, 토오노. 전부터 생각했는데, 너와 아키하짱말이다." "------뭐야. 쓸데없는 소리하면 화낸다." "아니, 별로 닮지 않았다고." "......그런거 당연하잖아. 아무리 남매라고 해도 남자와 여자인거니까, 그렇게 닮을것 같으냐." "아-, 그런게 아니라말이야, 뭐랄까, 분위기란게 틀리다고." "그렇군요. 아키하상은 가까이 가기 힘든 분위기가 있습니다만, 토오노군은 그 반대니까요. 토오노군이 물이라면 아키하상은 기름, 이라고 할까요." "......뭐어, 확실히 아키하는 친하게 지내기 힘든 부분이 있을까나. 좀더 상냥하면 불만이 없겠지만." "그러냐? 아키하짱, 충분히 상냥하잖아." "아아, 밖에서는 좋아, 이녀석. 하지만 집안에선 완전 다른 사람이라 말이다, 엄하기 짝이 없다고. 저녁식사 때도 살아 있다는 실감이 들지 않을 정도로 나를 혼내고-----" "-----뭐어, 이런 이야기는 그만두자. 좀더 이렇게, 평범한 이야기를 하자고, 아리히코." "어라, 이야기의 도중이었는데 그만두시는 겁니까? 나, 끝까지 제대로 오빠의 의견을 듣고 싶은데." "우......." 아키하의 시선이 아프다. .....아무래도, 방금의 아키하는 한 때의 헛 것이었던 것같다." "평범한 이야기구만----인데, 그러고보면 토오노. 너네 집, 오늘 아침 뉴스에 나왔는데 무슨 일있었냐?" "에----? 아침 뉴스라니, 우리 집?" "에에, 무차별 살인마의 피해자가 토오노군의 집 근처에서 나왔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 감옥같이 주-----욱 늘어져 있는 담, 아키하상의 저택의 담이지요?" "-----글쎄요, 어떨런지요. 아침의 뉴스는 보고 있지 않으니까, 저로부터는 아무것도 말할수 없습니다만." 아키하는 남의 일같이, 깨끗히 받아 넘긴다. 하지만 나는, 아키하같이 무관심하게는 있을수가 없었다. 왜냐면, 예의 무차별 살인마 사건은 이제 일어나지 않을 터다. 사람의 피를 빨지 않으면 살아 갈수 없었던 유미즈카는 이제 없다. 그러니까 희생자는 이제 나오지 않을터다. 나의. 나의 그 악몽만, 꿈인 채로 있어준다면. "-----선배. 그거 정말입니다. 무차별 살인이라니, 그 흡혈귀 사건의 얘기잖아." "예, 어젯밤으로 10명째의 희생자라고 해요. 역시 온 몸의 혈액이 빠져 버렸다는 것 같습니다만, 이번엔 몸 쪽도 이것저것 없어져 있다는 것 같아요." 선배는 언제나의 상태로 설명을 해준다. 하지만, 나는. 자신이 있는 세계가 휘청하고 기우는 듯한, 심한 현기증에 덥쳐지고 있었다. "유체에는 손발이 없어졌다는 것 같습니다만, 이게 사람의 입으로 물어 뜯은게 아닌가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상하지요, 인간의 입으로는" "인간의 몸을 물어 뜯다니 불가능합니다. 인간의 턱의 근력으로는 인간의 손발을 물어 뜯을수 없고, 이빨 쪽도 버티지 못하겠지요. ......그렇군요. 부드러운 연골에 이빨을 세운다면 뼈를 끊는 것 정도는 할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예, 그 말대로입니다. 하지만 유체에는 인간의 것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이빨형이 남아 있었다고 하니까, 이렇게 되면 인간의 모습을 한 인간이 아닌 생물이 범인이라는게 되겠지요. 그렇게 되면 흡혈귀가 범인이라는 것도, 의외로 맞아 떨어지고 있지 않을까요." ------구토기가, 든다. 선배, 선배는 모르니까 그런 웃는 얼굴로 말할수 있지만, 그것은----- "쿡" "아키하상. 나, 뭔가 이상한 말이라도 했습니까." "에에, 대단히 유쾌한 말을 들었기에, 그만 웃어 버렸습니다." "정말, 웃을 일이 아닙니다! 어젯밤의 희생자는 아키하상의 집 근처에서 발견 되었다는데!" "실례였다면 사과하겠습니다, 선배. 하지만 선배가 그런 꿈을 꾸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모처럼이니, 선배가 상상하고 있는 흡혈귀상을 들려주시겠습니까?" "에 그러니까, 그건 동화에서 나오는 흡혈귀 말입니까?" "아니오, 그 무차별 살인마라는 것의 범인상으로서의 흡혈귀입니다." 응-, 하고 시엘 선배는 생각에 잠긴다. 나는-----그런거 선배의 입에서 듣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반면, 심히, 흥미가 끌렸다. "역시, 범인은 인간이예요. 단지 조금 우리들과는 다른 가치관이라든가 소질이라든가를 가지고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상식으로는 판단되지 않는 성질을, 우리들은 흡혈귀라 해서 판단하려 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즉, 정신에 이상이 온 인간, 본래라면 금기인 일을 금기라고 느끼지 않게 되어 있는 정신이상자를 '흡혈귀'라고 말하고 있는 거군요, 선배는." "예. 호칭은 '흡혈귀'가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만. 사회의 규칙에서 벗어나버린 인간은, 그 성질이 이해할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에 소속되는 사람들로부터 인간으로 취급받지 못하게 됩니다. 그것이 세상 일반 상식의 방어기능이겠지요, 아키하상." "대단히 참고가 되었습니다, 선배. .......하지만 어렵군요. 선배의 생각으로는 '흡혈귀'는 죄를 범하고 있는게 아니게 되어 버립니다. 왜냐면, '흡혈귀'는 자신의 행위가 나쁜 일이라고 조금도 생각하고 있지 않지요? 그렇다면, 죄가 없는 것을 벌할 수는 없어요." "예. 그러니까 그런 벗어난 사람들을 벌하는 것은, 사회에 소속한 사람들에게는 할수 없습니다. 죄를 죄라고 인식하고 있지 않은 것을 벌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윤리관이 아니라 그 종 전체의 원칙으로 벌하지 않으면 안돼는 겁니다." "......종 전체의 원칙.....입니까?" "예. 자종을 타종보다 번영시킨다, 라는 제일 처음의 원칙입니다. 종에게 있어, 이것을 방해하는 것은 그것만으로 죄이니까요. 비록 흡혈귀씨가 살인을 죄라고 느끼지 않아도, 인간전체에게 있어서는 살인 행위가 아니라 그 흡혈귀씨의 존재 그것이 죄인겁니다." ---------그, 존재 자체가 죄. ......뭐지. 이상한 걸 묻는 아키하도 아키하지만, 그것에 대답하는 선배도 선배다. 게다가. 왠지 둘의 회화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에게 향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점심시간의 끝을 고하는 차임이 울려 퍼진다. "----죄송합니다, 시시한 이야기를 해버려서." "아-, 괜찮아괜찮아-. 나, 아키하짱의 목소리를 들을수 있는 것만으로 만족이니까." "그럼 해산이군요. 모두들, 서두르지 않으면 늦어 버려요." 선배는 식당 쪽으로 달려 간다. 선배의 교실은 그쪽에서 교사에 들어 가는 쪽이 가까운 거겠지. -------선배가 가버린다. 저 사람이 무차별 살인에 대해 자세하니까 인건가, 아니면 방금의 이야기가 걸리는 건가. ........아무 근거도 없다. 그런데, 단지 막연하게, 저 사람이라면 나의 고민을 해결 해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망설이고 있을 여유는 없다. 자신 혼자서 이런 걸 품고 있다는 일에는, 이 이상 견딜수 없다. "미안, 먼저 돌아가줘, 아리히코!" "아아? 먼저 돌아가라니, 어디 가는거야 토오노!" ........아무튼, 정말 혼나도 어쩔수 없을만큼의 억지로, 선배를 교사뒤로 끌고 와버렸다. 5시간째는 이미 시작 해버려있다. "정말, 갑자기 이런 곳으로 끌고와서, 뭡니까 토오노군." ......선배는 화났다기 보다 질려있다. "미안 선배. 하지만, 방금의 이야기를 좀더 자세히 듣고 싶어." "방금의 이야기라니, 무차별 살인의 이야기입니까?" "그래. 그, 죄를 죄라고 느끼지 않는 다는 녀석. 그거, 요는 무자각으로 사람을 죽이고 있다는 것일까나." ......예를들면. 자신은 자고 있을 생각이어도, 밖에 나가서 사람을 죽여버리고 있다, 라는 느낌으로. "잠, 아퍼요, 토오노군. 제대로 이야기는 들을테니까, 손을 놔주세요." "아----미안." 선배로부터 손을 땐다. .....어지간히 나는 서둘렀던 것같다. "예, 됐습니다. 에 그러니까, 무차별 살인의 범인씨가 무자각으로 살인을 일으키고 있는가 어떤가, 라는 얘기였지요." "응-----꼭 그게 듣고 싶어." "그런거 몰라요. 나, 범인씨가 아니니까." "무----그, 그건 그렇지만, 선배!" "예, 농담입니다. 토오노군이 너무나도 진지하니까, 조금 놀려 볼까하고." ".......선배, 참아줘. 이쪽은 정말로 심각하니까." "에에, 그런것 같군요. 하지만 왜 그러나요? 무차별 살인 사건의 범인같은거, 토오노군에게는 관계없지 않습니까." "그건--------" "그건, 뭡니까." .......그건. "내가-----그 범인이라고 말한다면, 어떻게 할거야?" 마음을 정하고,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선배는 재미있는 농담을 들은 듯한 얼굴을 하고, 쿡쿡 웃었다. "선배, 농담이 아니야. 나는-----" "에에, 토오노군이 진심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니까 뭔가 웃겨서. 왜냐면 자신이 살인귀라고 상담하러 오는 살인귀라니, 보통 없지 않습니까." "선배-----" "그럼 나로부터 묻습니다만, 토오노군은 어째서 그런 식으로 생각합니까?" "그건----그, 최근의 나, 이상해. ......원인은 알고 있어. 분명, 나는 흡혈귀에게 물린거야." ......뭔가의 비유 같이, 그렇게 말했다. "-----계속하세요. 아직 이어지는 게 있지요?" ".....그 이후, 뭔가 이상해. 갑자기 내가 나자신이 아닌 것 같게 되거나, 사람을 죽여 버리는 꿈을 꾸던가해. 어제도, 나는 잠자고 있었는데 밖에 나돌아다녔다는 것같아. ......그 때 꾸고 있던 꿈도 사람을 죽이고, 피를 빠는 꿈이었어." "--------" 선배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단지 나의 눈으로 보고 있다. "......우리 아버지는 이중인격이었다는 것같고, 어쩌면 나본인이 알아 차리지 못한 것 뿐으로, 살인자인 내가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걸 확인할 수가 없어서, 나는-----" "그래서 토오노군은 범인은 무자각인건가, 하고 물은 거군요." 하아, 하고 선배는 질렸다. "저말이지요, 혹시 토오노군이 그 살인귀씨라고 하면, 무자각같은게 아닙니다. 꿈으로서 살인 행위를 보고 있는 시점에서, 그것은 무자각이 아닌거니까요. 하지만, 그런 일보다 말이지요. 확실하게 말해버리면, 그런건 그냥 꿈입니다. 토오노군이 뭘 불안해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토오노군은 토오노군입니다." "-------" ......그렇게 말해주는 것은, 기쁘지만. 나에게는 선배의 말을 받아 들일수 있는 근거가, 무엇 하나있지도 않다. "하아. 어지간히도 불안한거군요, 토오노군." 말하고. 선배는 톡톡, 하고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아요. 토오노군은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보증하니까, 절대로 괜찮습니다." "아------예." ......자연히, 진심에서 끄덕이고 있었다. 단지 이렇게 하고 있는 사이뿐이라고 알고 있어도, 마음이 편해진다. 이쪽의 불안을 감싸는 듯한, 선배의 손바닥은 부드러웠다. 방과후가 되었다. 아키하의 일이나 자신의 일로 혼란하면서도, 우선 하루가 끝나려 하고 있다. "....돌아갈까." 아키하를 마중하러 가서, 저택에 돌아가자. 아키하와 함께 귀가길을 걷는다. ....점심 때와 같이, 둘뿐이 되면 서로 회화가 끊겨버렸다. ----아키하와 이야기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반면, 아키하의 얼굴을 보면 쑥스럽다. ".......도대체가, 중학생도 아니고." "......? 뭔가 말씀하셨습니까, 오빠?" "아----아니, 아무것도 아냐. 그냥 혼잣말." ........하아. 정말, 대체 뭐하고 있는거지, 토오노 시키는. 긴 언덕길에 닿는다. 여기를 오르면 저택은 눈 앞이다. "오빠. 저택에 돌아가기 전에, 하나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우뚝, 발을 멈추고, 아키하는 똑바로 나를 본다. "--------" 그곳에는 방금까지의, 애타는 침묵은 없다. 아키하는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다. "좋아. 묻고 싶은 거란게 뭔데?" ".......그, 이전에도 물었습니다만, 오빠는 시엘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뭐야, 뭔가하고 생각했더니 또 그거냐. 어떻게 생각하고 뭐고, 선배는 선배야. 뭐라도 상담할수 있는 의지되는 선배인데." ".......그렇군요. 오빠는 뭔가 고민이 있는 듯 했으니까요. 오늘 아침의 일도, 그것이 원인이지요?" "--------" ......놀랐다. 아키하는, 내가 혼자서 고민하고 있던 것을 알아 차리고 있었던 건가. "아키하.....너, 알아차리고 있었던거냐." "당연합니다. 우리들은 남매니까, 오빠가 침울해 있는 것정도 느껴낼수 있어요. 그런데, 어째서 오빠는 제게 상담해주지 않는 겁니까. 저보다도 그런 사람 쪽이 신뢰할수 있는겁니까, 오빠는." "너------너, 내가 선배에게 상담하는 거, 본거냐....!?" "에에. 정말로 그 때는 내 눈을 의심했어요. 오빠, 그 사람의 앞에서는 굉장히 순순하니까요!" 흥, 하고 얼굴을 돌리는 아키하. "......아니야. 내가 아키하나 코하쿠상에게 상담하지 않은 것은, 그------" 지금의 자신에 대해서 밝혀서, 혐오당하고 싶지 않았으니까인데. "그, 뭡니까.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확실히 말해주세요." "바보, 말할수 있으면 이렇게 고민하겠냐! 나는, 아키하들이 소중하니까 선배에게 상담한거야. 별로 너를 신뢰하고 있지 않다던가, 그런게 아니야." "그런 변명, 듣고 싶지 않아요." "마침 이야기가 나왔으니 확실히 말하겠습니다. 그 사람과 오빠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 이상은 그 사람과 친하게 지내지 말아주세요. 그것은 오빠를 위해서도 좋지 않습니다." "뭐---------" 너무나도 느닷없는 말에 목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아키하. 그것은, 일반가정의 인간은 토오노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미로 말하는 거냐." "............." 아키하는 대답하지 않는다. 침묵은, 즉 긍정이다. "-------그런가. 그렇겠지, 그야 아키하는 토오노가의 당주니까말이지. 아버지와 같이 가문이나 혈근(血筋 : '혈족'이라는 의미)이 소중하다고 하는거지?" ".......오빠, 그것은" "됐어, 별로 불평을 하려는게 아니야. 아키하를 혼자 남겨두고 집을 나간 것은 내쪽이다. 본래라면말이지, 그런 식으로 자랄 것은 내 쪽이었어. 그러니까, 아키하가 나쁘다고 말하는게 아니야." "..................." "하지만말이다, 지금 것은 그냥 넘길수 없어. 선배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어울리지 않는다니, 그런 말하지 말아줘." 아키하는 얼굴을 숙인채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잠시, 우리들 사이에 말은 없었다. ".............는 주제에." "에------?" "오빠도 토오노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멋대로 말하지 말아요-----!" 괴로운 듯이 외치고, 아키하는 내 앞에서 떨어졌다. "-----아무튼, 그 사람과는 친하게 지내지 말아요. 그 사람은 다른 사람입니다. 친하게 지내면 지낼수록, 오빠가 괴로워질 뿐이예요." 아키하는 언덕길을 달려 올라간다. "-----뭐야, 그거." 나는 아연히, 아키하의 뒷모습을 바라볼수밖에 없었다. 저택에 돌아왔다. 언제나라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로비에 들어 가겠지만, 지금은 안에 들어가기가 괴롭다. .....이 저택에 돌아와서, 나는 잔뜩 아키하를 화나게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방금 것은 진짜다. 나는 처음으로, 아키하를 진짜로 화나게하고, 그렇게 괴로운듯한 목소리를 내게 만들어 버렸다. "............." 방금 것은 어느쪽이 나쁘다, 라고 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잘 지나면 아키하도 냉정해져서, 어째서 시엘 선배를 그렇게 싫어하는 건가를 설명해줄 터다. "........정원이라도 돌까." 저택 안에 들어가면 아키하와 얼굴을 마주칠지도 모르고, 잠시 정원을 산책하자. "얼레, 코하쿠상......?" 그곳에 있는 것은 코하쿠상이었다. ......이쪽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은데, 숲쪽으로 가고 있다. 코하쿠상은 이쪽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뭐하러 가는거지, 코하쿠상은 숲 안에 들어간다. "?" 흥미가 동해서, 조금만 뒤를 따라간다. 코하쿠상이 걸어간 앞에는, 조금 넓은 공터이 있는 것같았다. ".........? 저런 곳에 광장따위......." 목을 갸웃거리며 떠올리려 해보지만, 자꾸 기억이 희미하다. 저택의 숲 속, 나무들을 베어 낸듯한 광장이 보인다. -------아니, 보인다는 것은 옳지않다. 보통으로 걷고 있으면 절대 보이지 않았을 터다. 코하쿠상이 저곳을 걸어 가지 않았다면, 저택에 살면서 일생 알아차리지 못했을 정도로 숨겨진, 나무들로 둘러쌓인 작은 광장. ".......저런 광장, 있었던가.....있었다면 제법 놀이터가 되었을텐데....." 적어도 숲 속의 광장에서 아키하와 놀던 기억은 없다. --------없는, 듯한, 기분이, 든다. "........." 조금만 고민하다가, 그 광장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광장에는 특별한 것은 없다. 먼저 들어간 코하쿠상의 모습도 없다. "뭐야-----그냥 공터잖아." 광장의 한가운데로 걸어간다. 광장은 정말로, 아무것도 없는 공터였다. 깨끗히 정돈된 흙 지면과, 주위를 둘러싼 깊은 숲의 나무들. 매미 소리와. 녹을 듯한, 강한, 여름의 햇볕---------- "에........?" 여름의, 햇볕--------? "아-------아퍼............." 가슴의 상처가 아프다. 마치 / 푹하고. 식칼로 가슴을 찔린 / 듯한 / 이 아픔. 매-앰 맴맴 매-앰 맴맴 매-앰 맴맴------- -------어딘가에서, 매미 소리가 들리고 있다. 지금은 이미, 가을인데. 하얗게 녹아버릴 듯한 여름의 햇볕. 먼 하늘에는 뭉개구름. 보이는 것은 매미 소리. 발아래에는 매미의 허물. 허물. 누군가의, 허물. "------........" 3명째. 3명째의 어린애의 허물. 이제, 떠올릴수도 없는 3명째의 아이. ......소용돌이 치는 누군가의 그림자(影法師). 가까이 오는 어린 아키하의 발소리. 먼 하늘에는 뭉개구름. 매미의 푸른 하늘. 단지, 아무것도 생각할수 없었다. 이대로는 아키하가 죽어버려. 정말로, 그것밖에 알수 없었다. 단지, 달리고 있었다. 그런 것밖에 몰랐다. 자신쪽이 위험하다따위, 그런 것 아무래도 좋았다. 아키하를 지키고 싶어서, 아키하의 대신이 된 것뿐. 멀리서. 매미의 울음소리. ----그 후. 가슴을 뚫려 죽은 나의 몸과. 나의 시체를 아연히 내려보는, 3명째의 모습이 있었다. "아-----그" 가슴이 아프다. 구토기가 든다. 가슴의 상처는 벌써 옛날에 아물었을 터인데, 어째서 이렇게도 아픈건가. 가슴이 부서진다. 오래된 상처가 열리고 '적색'의 자국이 흘러내린다. -----이 무슨 일이지. 나의 상처는, 전혀 나아있지 않았다. 아퍼. 무서워. -------현기증이 난다. 이것이, 죽음이라는 충동인가. 의식이 가라앉는다. 상처가 아프다. 털석 하고, 자신의 몸이 지면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었다. .......말소리가 들린다. "아키하님, 의사님을 부르지 않으시는 겁니까?" "바보같은 말하지말아줘, 히스이. 부를수 있을리가 없잖아, 오빠의 상처는 보통의 상처가 아니니까.....!" .........'아키하' 와 '히스이' 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여기는 '시키'의 방이다. 아무래도 침대 위에서 자고 있는 것 같다. 여어, 라고 소리를 내고 일어나려고 했지만, 몸이 생각대로 움직이질 않는다. 가슴의 아픔도 이제 없는 주제에, 몸은 납같이 무겁다. 만족하게 움직이는 것은, 눈과 입뿐인것 같다. "대체 어쩔 생각이야, 히스이. 오빠를 그곳에 가까이 가게하면 안됀다고, 당신도 알고 있을텐데......!" "면목....없습니다." "사과해서 끝날 문제가 아니야. 당신을 오빠전속의 시종으로 한 것은, 이런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잖아? 그것을 잊고, 당신은 뭘하고 있었던거야.....!" 아키하는 평소에서는 생각할수 없을만큼, 감정을 드러내고 화내고 있다. 혼나고 있는 히스이는 고개를 숙인채 계속 조용히 있다. .....나에게는, 둘이 어째서 이러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 모르겠지만, 히스이가 나 때문에 혼나고 있다, 라는 것 정도는 읽어냈다. "대답해, 히스이. 어째서 오빠는 그 장소에 가버린거지?" 아키하의 질문에 히스이는 대답하지 않는다. 둘 사이의 공기는 점점 무거워져 간다. 꾸욱, 입술을 물고, 아키하가 히스이에게 한발 다가선다. .....아키하가, 히스이에게 손을 올리려하고 있는 것은, 나로부터도 읽어냈다. 히스이도 알고 있을텐데, 고개를 숙인채 그것을 조용히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 "------잠깐 기다려, 아키하." "오빠----정신 드신겁니까!?" "아아, 아키하가 너무 시끄러워서, 지금 눈이 떠졌어." "아......." 아키하는 거북한 듯이 시선을 돌린다. "저말야, 너무 히스이를 나무라지마. 사정은 모르지만, 요는 내가 쓰러진 일로 다투고 있는 거지? 그럼 히스이에게 책임따위 없어. 이런거 내가 멋대로 쓰러진것 뿐이니까." 욧, 하고 팔에 힘을 넣어, 어떻게든 상반신만 침대에서 일으켰다. 지금은, 그것만으로 이제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수 있을것 같지 않다. 하지만 히스이가 침울해 있는 앞, 무리를 해서라도 건강한 척하지 않으면 안됀다. "......도대체가, 너도 내 문제따위로 싸움같은거 하지마. 어른스러운듯 보이면서 아직 애구만." "하지만-----오빠는 계속 정신을 잃고 있었어요? 5시간이상이나 혼수상태라니, 지금까지 없었을 터입니다. 혹시-----혹시 오빠가 그대로 눈을 뜨지 않게 되면, 저는 어떻게하면 좋습니까......!" "바보, 불길한 소리는 하지도 마. 이런거 그냥 빈혈이잖아. .....인데, 뭐야. 벌써 밤 10시를 지난건가." "........에에. 오빠는 저녁부터 지금까지, 계속 정신을 잃고 있었습니다." 머뭇거리면서 아키하는 말한다. "---------" 툭, 하고 몸에서 힘이 빠졌다. ".......졌다. 그렇게 오래 기절하고 있었다니, 소학교이후 처음이다. 아아, 그때는 빈번하게 쓰러졌었지. 아리마 가에 익숙하지를 않아서 말이야, 신경이 곤두섰던거야." 빈혈의 후유증인가, 왠지 아직 꿈을 보고 있는 듯했다. "......기억하고 있어. 아리마 가의 사람들은 좋은 사람들 뿐으로, 나를 친아들처럼 대해줬어. -----케이코상은 엄하지만 잘 돌봐주는 사람으로, 나를 친아이라고 계속 스스로에게 다짐했어. ......그러니까, 나도----진짜 아이가 되지않으면, 하고 생각했었어." "오빠, 무리하지 마세요. 여기는 토오노 저택입니다. 오빠가 그런 것을 다짐할 필요따위, 이제 없는겁니다.....!" "-----알고 있어. 하지만, 옛날부터, 그렇게 생각했어. 철이 들었을 때부터, 계속 생각했어. ....아리마의 사람들도 아키하들도 좋은 사람뿐이라, 그러니까, 굉장히, 괴로웠어-----" .....무슨 말을 하는거지, 나는. 멍하니 천정을 보면서, 스스로도 생각해낼수 없을 정도의 옛날 일을 되새기고. ".....무리는 하지마세요. 오빠가 여기에 돌아오고 아직 1주간입니다. 그러니까, 피로가 쌓여있는 겁니다." "----그럴까나. ....뭐어, 피로는 쌓여있, 지만." "그렇지요? 그러니까, 오늘은 이만 이대로 쉬어 주세요. 오빠는 다른 사람들보다 몸이 불안정하니까, 가끔은 하루 푹 쉬지 않으면 오늘같이 쓰러져버리는 겁니다." 아키하는 심각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 ......확실히, 아키하가 말하는 대로다. 모든 것을 잊고. 흡혈귀의 일도 나자신의 일도 생각하지말고 쉬지않으면, 정말로 못 견딜거다. "......그렇지. 아키하가 말하는대로, 오늘은 얌전히 누워있겠어." 말하고, 침대에 몸을 뉘었다. "정말....? 나중에 방을 빠져 나간다던가 하지 않기예요?" "뭐야 그거. 나, 그렇게 신용없는 걸까." .....아아, 없나. 지금까지 계속, 아키하를 내버려 뒀었으니까. "히스이, 코하쿠에게 오빠가 눈을 뜬 것을 전하러 가줘. 오빠, 저녁식사는 어떻게 하십니까?" ".......그런가. 아니, 코하쿠상에게는 미안하지만, 먹을수 있을것 같지가 않아." ".......알겠습니다. 그럼 히스이, 그렇게 코하쿠에게 전하고 와줘." 히스이는 고개 숙인채 끄덕, 하고는 방에서 나간다. "자아, 오빠. 오늘밤은 이제 쉬어 주십시오." 대단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키하는 말한다. 하지만, 잠드는 것은. 자서, 또 그런 악몽을 보는 것은 무섭다. "아니, 나는----" "......부탁합니다, 오빠. 오늘만은 제 말을 듣겠다고 하셨지요.....?" 애원하는 듯한, 아키하의 눈. ......정말 진심에서, 아키하는 나를 걱정해주고 있다. "알았어. 얌전히 잘께." "......예. 감사합니다." "바보, 무슨 소릴 하는거야. 고맙다고 하고 싶은 것은 이쪽이야." .......나를. 8년간이나 너를 내버려 두었던 나를, 이 저택에 다시 불러 준것은 그쪽이니까. "-----아키하. 그, 미안해. 확실히 나는 제멋대로에, 아키하를 생각해주지 못했어. 하지만, 이제부터는-----" "괜찮습니다. 오빠는 지금까지대로 오빠인채로 있어 주십시오. 게다가, 사과하지 않으면 안돼는 것은 제 쪽입니다. .......오빠는 제게 사과하지 말아주세요. 그러면 저는 정말로 싫은 여자가 되버립니다." 눈에 눈물을 담고, 아키하는 가만히 나의 손을 잡고 있다. ......모르겠다. 어째서 아키하가 그런 말을 하는 건가. 어째서 그렇게-----미안하다고, 되풀이 하는 건가. ".......졸려졌다. 조금, 잘께." "----예. 안녕히 주무세요, 오빠." .......오래된 가슴의 상처가 아프다. 3명째의 아이. .......그것은 분명, 10년전에 양자로 들어와, 곧 죽어버린 아이다. 뜨거운 여름날. 피투성이인 아이의 모습. 불길한 일만이 겹쳐 쌓여가는, 토오노 시키의 세계. -------두근. 그런데도, 조용하다. -------두근. 마음이 평온하다. -------두근. 바로 옆에, 아키하의 고동. -------두근. 정말로, 조용하다. -------두, 근. 그렇게해서 몇일인가 만에, 악몽을 보지 않고 평온한 잠에 떨어져 갈수 있었다. [昏い傷痕 II, 完] << □ >> 8 / 午睡の夢 희미한 아침의 빛에 눈이 떠졌다. 어제의 빈혈의 후유증인가, 몸은 아직 조금 무거웠지만 기분은 상쾌했다. .......몇일만이지. 이런, 아무것도 불안함이 없는 아침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은. 게다가 오늘은 창립기념일이라 학교가 쉰다. 언제나같이 허둥지둥 학교 갈 준비를 할 필요도 없고, 느긋히 아침을 만끽할수 있다. "아----" 그때, 겨우 알았다. 뭔가 사람의 기척이 있다고 생각했더니, 누군가가 침대에 몸을 기대고 자고 있다. "아키하......?" 밤 내내 간병을 해준건가, 아키하는 의자에 앉은 채, 상반신을 침대에 기대어 자버리고 있었다. 작은 숨소리. 긴 흑발은 침대에 흐트러져 있어서, 뭐라 말할까,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예뻤다. "아키하, 어이 아키하." 작은 목소리로 불러 봤지만, 눈을 뜰 조짐은 전혀 없다. .....뭐어, 잘 자고 있고 억지로 깨울 것도 없겠지. "........응" 살짝 뒤척거리는 아키하. 이렇게 자고 있으면 평소의 당당함은 파편도 없다. 무방비한 아키하의 잠든 얼굴은, 어렸을 때의 아키하와 뭐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 탓인지, 눈을 감으면 그 때의 아키하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8년전. 둘이서 놀고 있을 때, 꼭 뒤를 따라오던 흑발의 소녀. 말수가 적은 아이였지만, 아키하는 계속 우리들을 따라왔다. 웃는 일이 별로 없고, 때때로 보이는 웃는 얼굴은 어딘지 슬퍼보이고, 위태로워 보였다. -----아무것도 몰랐던 어린 시절. 나는 정말로, 아키하가 기쁜듯이 웃게 해주고 싶어서, 몇번도 몇번도 저택에서 정원에 끌고 나갔었지. "응......오....빠......." 무슨 꿈을 꾸고 있는건지, 아키하는 잠꼬대를 한다. "-------" 어째서인지, 단지 자연스러운 기분으로, 자고 있는 아키하의 머리칼을 쥐었다. 아키하의 잠든 얼굴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깊이 조용해져 간다. ........할수 있다면, 계속 이렇게 지켜보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아키하." .....기억하고 있어. 어렸을 때, 언제나 생각하고 있었다. 누구보다도 이 소녀를 소중히 하자고 맹세했던 나날. 울면서 나를 끌어 안은 아키하를. "......하지만, 큰일이군. 이제 그 때의 그림자는 희미해지고, 지금은 다 큰 여자애라서말야." 아키하의 예쁜 잠든 얼굴을 바라보며, 그런 소리를 중얼거렸다. "-------응" 사락, 하고 긴 흑발이 흘러간다. "......미안......해요" 괴로운 듯이 눈썹을 찡그리고, 아키하는 잠꼬대를 한다. "......미안해요.....미안해요, 오빠......" "--------아키하?" 아키하의 호흡이 흐트러진다. 긴 흑발이 사악, 하고 침대에서 흘러 떨어지고, 아키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아----오빠, 다. 어째서.....오빠가, 있습니까?" "......그야 있지. 왜냐면 여기, 내 방이니까." "에-----!?" 등을 맞은 것같이 등을 쫙 펴고, 아키하는 삭 하고 주위를 둘러본다. "좋은 아침입니다, 오빠. 어젯밤은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여기서 자버리고 있던 일을 완전히 무시하고 인사를 하는 점은, 과연 아키하. 배짱이 좋다고 할까, 마음을 가다듬는 솜씨가 보통 레벨이 아니다. "아아, 좋은 아침. 아키하 덕분에 잘 잤어. 이렇게 좋은 아침을 맞은 것은 오랜만이다." "그렇습니까. 그럼 몸쪽도 좋아지신 거군요." "아니, 그쪽은 아직 조금 무거울까나. 어차피 오늘은 휴일이고, 하루 얌전히 있겠어." "드물군요. 오빠가 그런 말을 하다니. 언제나였다면 어느틈엔가 어딘가로 사라지던가 하는데." "그건 말하지 말아줘. 이제부터는 제대로 집에 있을테니까, 아키하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아." "네네, 반만 믿어 두겠습니다." 아키하는 즐거운 듯이 미소를 띄우고, 나의 얼굴을 바라본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그런 얼굴을 하면, 곤란하다. 아키하는 그렇지 않아도 예쁜 얼굴을 하고 있는데, 그런 밝은 미소를 보이면 어떻게 될것만 같다. "그럼 오빠, 또 점심 때가 되면 상태를 보러 올테니까요. 그때까지 무리해서 밖에 나가거나 하지 말아 주세요." "알고 있어. .....하지만 한심하군. 이 집에 돌아오고 부터 아키하에게 간병만 받고. 이래서야 오빠실격이다." "------오빠." 별뜻 없는 감상이었는데, 아키하는 갑자기 얼굴에 그늘이 졌다. 아주 잠깐 얼굴을 숙인 후, 아키하는 의자에서 일어서 얼굴을 들었다. "------바보같은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오빠는 제 오빠입니다. 비록 실격이라고해도, 그것만은 변하지 않아요." ".....아니, 그건 그렇지만, 아키하?"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만은 정말이니까요. 오빠의 간병같은 거 매일이라고 해도 고통이 아니니까, 그런 것은 신경쓰지 말아주세요." 아키하는 빠른 걸음으로 문까지 걸어간다. "그럼 실례합니다. 오전중은 집을 비울테니, 무슨 일이 있다면 히스이를 써주세요." 그렇게, 아키하는 방에서 퇴실했다. 시각은 이제 10시가 된 참이다. 몸을 쉬는 것은 좋지만, 이렇게 하루 내내 침대에 누워 있는 것도 지루하다. "......후와아아아" ......그런데도, 나의 몸은 아직 잠이 부족한 듯하다. 몸도 무겁고, 괜히 걸어 다니다가 어제처럼 되다가는 아키하에게 혼난다. "......앞으로 2시간만 지나면 아키하도 돌아오겠고. 오늘 하루는 아키하가 말하는 대로 한다고 어제 약속했잖아." 그렇게 자기자신에게 말하고, 팍하고 기세 좋게 시트를 뒤집어 썼다. 어지간히 지쳐 있었던건가, 긴장을 늦추자 곧 졸음이 밀려왔다. .....이렇게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자신의 고동이 잘 들린다. "뜨......거" 그러고보면, 어제부터 그렇게 수분을 섭취하지를 않았다. 목도 칼칼하게 말라있기도 하고, 머리도 멍-해져 왔다. 조금 정도. 그냥 식당에 가서 물을 마시는 정도라면, 밖에 나가도 괜찮겠지. 복도에는 아무도 없다. 옛날. 떠올릴수 없을 정도로 옛날, 아니면 떠올릴 필요가 없는 옛날에 본, 영화에 나오는 폐허같이, 조용했다. 뜨겁다. 햇볕이 뜨겁다. 역시 아직 몸이 다 낫지는 않은건가. 너무 오래 태양 빛을 맞고 있을수는 없을듯하다. .......별채는 강한 햇볕에 감춰진듯했다. 마치, 여기만이 사막이라도 된 듯하게 뜨겁고, 하얗고, 눈이 안보인다. .......부스럭, 하는 소리가 났다. .......별채의 안에서다. .......누군가. .......안에, 있는 걸까. 숲쪽에서 창호지를 조금만 열고, 안을 훔쳐봤다. 그곳에는 아키하와 코하쿠의 모습이 있었다. 둘의 상태가 어딘지 이상하다. 사락, 라는, 대를 푸르는 소리. -------뭐, 를. 말이 없는 채, 코하쿠는 기모노를 풀어 젖히고, 그 가슴을 드러냈다. 나체를 드러낸 코하쿠는, 뺨을 붉히고, 꼼짝도 하지 않는다. 그, 하얀 가슴의 굴곡에, 아키하는 이빨을 맞춰 누른다. 기릭, 하는, 긴장감. 가슴을 내밀고 숙인 코하쿠와, 그 가슴에 웅크리듯이 얼굴을 파묻듯이 하고 있는 아키하. 코하쿠의 가슴에서, 툭, 투둑 하고 붉은 물방울이 흐르고 있다. 꿀꺽, 하고 아키하의 목이 뭔가를 삼키고 있다. 뭐를----뭐를 마시고 있는 건가, 그런 일은 말할 것까지도 없다. 이해할 것까지도 없다. 아키하는, 코하쿠의 피를, 마시고 있다-------- --------------------꿈 꿈------------------ 이것은, 꿈이다. 꿈이라면----빨리, 깨지 않으면. "-----에." .....자신의 방. 제대로, 자신의 방에, 있다. "아키하.....와, 코하쿠상, 이" 아키하가. 아키하가 코하쿠상의 피를 마시고 있는 것을, 확실히 봤는데. "꿈이라도 꾼건가, 나." ......그런지도 몰라. 아니, 그런 일은 절대로 꿈일터다. 그런 일이 현실일 리가 없다. "......하지만......너무, 생생했다." 꿈일터인데. 나는 화실의 다다미의 냄새도, 미미하게 흐트러진 둘의 호흡도, 아키하가 목에서 삼키며 내는 소리도, 확실하게 들어 버렸다. "------------" 침대에서 일어 난다. ......현기증이 일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아무래도 좋다. 별채. 별채에 가보면, 그것이 꿈인지 어떤지는 확실히 해진다----- "-------!" 소리를 듣고 빠르게 몸을 숨긴다. "코하쿠.....상." 별채가 있는 쪽에서 코하쿠상이 걸어 와서 그대로 저택으로 가버렸다. ......별채는 조용하게 변해있다. 없다고 생각한다. 아키하는, 이런 곳에는 없다. 왜냐면 오전중은 외출한다고 말했어. 아키하가 이런 곳에서, 코하쿠상과 함께 있다는 일은 있을수 없다. ".........." 꿀꺽, 하고 목이 침을 삼킨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안에 발을 들였다. "........오.......빠..........?" 화실에는, 아키하의 모습이 있었다. 아키하는 아연한 얼굴을 하고, 들어온 나를 바라보고 있다. "........아키하." "예.....뭐지요, 오빠." 내가 온 일을 이상하다고도 생각하지 않는 건가. 아키하는 멍한 얼굴을 하고 반응했다. ".......뭐지요, 가 아니잖아. 너, 이런 곳에서 뭘하고 있었어." "뭐냐니, 철거하기 전에 다시 한번 봐두자고 생각한 것뿐입니다만." "-----아니, 그게 아니라." 가만히 아키하의 몸을 본다. 얼레----그러고보면, 아키하는 제복을 입고 있다. 방금까지는 분명 평상복이었는데......? "아키하, 너 옷 갈아입은 거냐." "에에, 오전중은 학교쪽에 가 있었으니까요. 오빠의 방에서 나온 후 갈아입고, 방금쯤에 돌아온 겁니다." "......그런, 가. 그렇지, 이런 곳에서 그런 일을 하고 있을리가 없지." ----그래, 역시 그런 광경은 꿈이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이상하지만, 그것은 어느쪽이 이상한건가. 아키하가 이상한 건가, 그렇지 않으면 내가 이상한건가. 방금 본 광경. 그 때의 아키하는 평상복이었다. 그때부터 곧 갈아입는다는 것은 이상하고, 무엇보다----아키하의 이야기는, 어디도 이상한 점이 없다. 그럼----그런 꿈을 봐버린 내쪽이, 압도적으로 이상한건가. ".......오빠? 무슨 일입니까, 안색이 나쁜 듯해요. 게다가 오전중은 쉬고 있어준다고 말했는데, 어째서 이런 곳에 있습니까." "아니, 조금 몸을 움직일까하고 생각해서." ".......그렇습니까. 그것은 상관없습니다만, 여기는 출입금지라고 말했지요. 나와의 약속을 지킬수 없는 겁니까, 오빠는." 지릿, 하는 아키하의 시선. 자신의 마음의 밑바닥까지 모두 들여다보고 있는 듯해서, 두근, 하고 심장이 튀어 오른다. ".....미안. 이제부터는 조심하겠어." "이 별채는 노화되고 있으니, 만의 하나라는 일도 있습니다. 부디, 오빠는 이제 가까이 오지 말아주세요." ------기분 탓일까. 역시, 아키하의 태도는 어딘지 이상한 기분이 든다. 애초에, 어째서 그런 위험한 곳에 아키하는 혼자서 있던거지.....? "그럼 돌아가 주세요. 오빠, 안색이 좋지않아요." 나의 옆을 지나서, 아키하는 화실에서 나가려 한다. "잠깐 기다려줘 아키하. 어제 묻는 걸 잊었던 것이 있어." "묻는 걸 잊었던 일, 입니까?" "아아. 내가 쓰러졌던 중정이 있잖아. 옛날말이다, 그곳에서 아키하와 놀았는데, 그때 또 한명, 다른 누군가가 있었던 기분이 들어. 아키하는 기억하고 있어?" "-----그런 아이는 없었습니다. 그것은, 오빠의 착각입니다." 딱잘라 대답하고, 아키하는 별채를 뒤로 했다. ".......하지만 아키하, 3번째의 아이는 있었어. 10년전에 양자로 들여진 아이를, 너는 모른다고 하는 거냐." 화실에 남겨져서, 혼자서, 중얼거린다. 아키하는 3번째인 양자를 숨기고 있는 건가, 아니면 정말로 기억하고 있지 않은건가. -----나에게는, 판별이 되질 않았다. -------밤. 그때부터 방에 돌아와 멍하니 하고 있는 사이에, 하루는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생각할 일, 생각하지 않아선 안돼는 일이 너무 많은 탓일거다. 유미즈카가 없어져서, 이제 일어나지 않을 터인 무차별 살인이 아직도 계속 되고 있다. 그것과 같이 사람을 죽이고 피를 빠는 꿈을 꾸는 자신. 8년전. 내가 빈사의 상처를 입은 사고와, 그 이전에 있었을 터인 아이. 중정에서 떠올려진 일은, 틀림없이 8년전의 기억이다. 살인의 꿈을 꾸게 되었지만, 대단할 것은 없다. 나는 벌써 옛날에, 비슷한 일을 목격했던 듯하다. "--------" ......그때 이후로 아키하와는 얼굴을 마주치지 않았다. 저녁식사도 코하쿠상에게 식사를 방까지 가져다 달라고했고, 아키하가 문병을 와주는 일은 없었다. "뭐어, 이젠 충분히 건강하니까 문병을 올 필요는 없지만." ......아키하와는 어색한 채다. 이대로 밤이 밝아 아침이 되서, 또 언제나대로 '좋은 아침'하고 말을 나누면, 방금의 어색한 것도 없어져 주겠지. ".....그렇지. 오늘은 이제 자자." 전기를 끄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하지만, 아키하가 옆에 없다. 이대로 자버리면, 또. 나는 꿈을, 사람을 죽이러 가게 될지도 모른다----- "젠------장." ......안돼. 도저히 잘수가 없어. 어제는 아키하가 옆에 있어줬으니까, 그렇게 편안하게 잘수 있었다. 혼자서 자면, 또 그 꿈을 꾸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피를 빠는 꿈을 꾸고, 또 새로운 무차별 살인마의 희생자가 나왔을때. 그때야말로 나는, 자기자신을 변명할 여지마저 없이, 자신이 살인귀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크" 침대에서 나온다. .....잘수없어. 오늘 밤은 자지말고, 계속 일어나 있자. 창에서 들어오는 달빛도 밝고, 이렇게 달을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따위 금방----- "얼레-----중정에 누가 있다." 눈을 비빈다. "아키하잖아.....뭐하고 있는 거지, 중정의 한가운데에 멍하니 서서." 아키하는 커다란 나무 아래에서 멍, 하니 서있다. ".....산보일까. 벌써 10시를 지났는데, 긴장감없는 녀석." 그러고보면, 저택에 돌아온 첫날도 아키하는 밤중에 걸어다니고 있었지. ......어차피, 이렇게 있어도 잘수 없는 거라면. 어제 같이 아키하가 옆에 있어준다면, 악몽을 꾸지않을지도 모른다. 달빛 아래를 걷는다. 저택의 나무들은 멋진 단풍으로, 팔랑팔랑하고 나뭇잎이 흩어져가는 모습은 굉장히 환상적이다. 그 안에 아키하의 모습이 있었다. 긴 흑발과 가느다란 등을 보이고, 흩어져가는 단풍을 바라보고 있다. 사락, 사락, 하고. 나뭇잎과 같이 흔들리는 흑발과, 위태로워 보이는 그 몸 탓인가. 아키하의 모습은, 신기루 같았다. ".......아키하. 뭐하고 있는거야, 이런 시간에." "뭐냐니, 달구경이예요. 오빠와 같습니다." 내가 온 것에 조금도 놀라지 않고, 아키하는 그렇게 대답하고 뒤돌았다. "안녕하세요, 오빠. 환자인데 이런 시간까지 나돌아 다니다니, 곤란한 환자씨군요." "뭐어. 방에서 달을 보고 있었는데, 불량소녀가 밖에 있어서 말이지. 오빠로서 놔둘수가 없어서 나온거야." "후후, 그것은 면목없습니다." "아----뭐어, 저택의 안이니까 별로 괜찮지만, 최근 뭔가 소란스럽잖아. 아키하는 여자아이니까, 너무 밤에는 밖에 나오면 안돼." "예. 오빠가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곧 방에 돌아가겠습니다." "바, 지금은 괜찮아. .....그, 나도 잠이 안오던 참이니까, 조금 함께 있어주면 고맙겠어." "에에, 오빠가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꼭." .....아키하의 그 끄덕임은, 마치 뭔가를 기도하는 듯이 조용하고, 깨끗했다. ".....놀랐는데. 뭔가, 오늘밤은 괜히 더 상냥하잖아. 뭔가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건가?" "좋은 일같은거 없습니다만. 뭐어, 오빠와 여기서 이야기를 할수 있는 것은, 좋은 일인지도 모르겠군요." 쿡, 하고 농담하듯이 웃는 아키하. "--------" 그 행동에, 두근, 하고 가슴이 울렸다. "오빠? 왜그러십니까, 얼굴이 빨개요. 아직 몸이 안좋으신 거라면, 중정의 테라스로 이동할까요?" "아니, 괜찮아. 좀더 보고 있고 싶으니까, 여기에 있겠어." "그렇군요, 오늘은 정말 예쁜 밤인걸요. 나, 이 저택에서 여기의 풍경이 가장 좋습니다." 아키하는 또 살짝 미소지었다. ......그 모습에, 두근거린다. 아키하의 분위기는 굉장히 평온하고, 너무 부드러웠기 때문일까. 붉은 떨어져 가는 낙엽 속. 토오노 아키하는, 언제나의 몇배도 귀엽게 보여 버렸다. "저기, 오빠. 이 장소를, 기억하고 계십니까." "이 장소라니, 이 커다란 나무?" "예. 아직 제가 어린애 였을때, 여기가 약속 장소이지 않았습니까. 제가 방에서 교습을 받고 있을때, 콩하고 창에 돌을 던져줘서. 저는 그 후, 어떻게 해서든 가정교사 할아버지를 따돌리고 여기까지 달려 왔었습니다." ----아아, 듣고 보면 그랬다. 아키하는 언제나 저택 안에서 교습을 받고 있어, 아버지는 아키하를 밖에 내보내려 하질 않았다. "저택의 사람들은 아버님을 두려워해서, 제게 말을 걸어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당연했습니다. 나 자신도 아버님외의 사람과 이야기를 하면 안됀다고 믿고 있었던 겁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저는 모두들 보다 토오노의 가훈쪽이 중요했어요. 그러니까 혼자서도 괜찮았고, 아버님의 가르침에도 견딜수 있었던 거겠지요." "......그런가. 기억났어, 내가 있어도 없어도, 아버지녀석은 아키하에게 엄했지. 계속 방에 가둬두고, 하루 내내 교습만 시켰었잖아. 나는, 그게 정말 싫었다." "에에. 저도, 실은 아주 싫었습니다." ......그것은, 이제 과거의 추억으로서 정리된 것인가. 아키하는 쿡 하고, 그리운 듯이 웃었다. "하지만, 그걸 알게 해준 것은 오빠인거예요. .....오빠에게 있어서는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기억하고 계시지 않겠지만, 오빠는 제가 중정에서 선생을 기다리고 있을때 갑자기 다가와서, 느닷없이 제 손을 잡고 달려갔던 겁니다. 뭐하는 거야하고 물었더니, 혼자서는 술래잡기를 할수 없으니까 술래가 되라라고. ......정말, 다시 떠올려보면 굉장히 강렬한 사람이군요, 오빠는." 쿡쿡하고 아키하는 웃는다. "......뭐어, 어린애가 하는 짓이니까말이지. 그 근처의 무례함은 좀 봐주면 고맙겠어." "그렇군요. 그래서 결국, 저와 오빠는 아버님에게 혼나서, 더욱 만나는게 어려워졌습니다만-----" "-----아아, 이쪽도 오기가 생겨서 말이지. 하루에 한번 아키하와 놀거다하고, 이 방법 저 방법으로 아키하를 끌고 나갔었지. 하지만말야, 마지막엔 아키하쪽에서 빠져 나왔었잖아. 그런 주제에 멀리서 보고만있고, 제법 이쪽에는 오지 않았지만." "괜찮아요, 저는 그것만으로 즐거웠으니까. ----그래, 정말 즐거웠어요. 저를 당연한 듯이 놀러 데리고 가줘서, 그 때마다 아버님에게 혼나고. 아버님이 혼내는 것은 날에 날로 엄해졌지요? 그러니까 나, 그때마다 생각했습니다. 오늘은 이제 오지않아, 오늘이야 말로 오지 않겠지, 오늘은 와줄리가 없어, 하고. 하지만, 오빠는 그런 제 예상을 언제나 깨줬지요. .....정말, 그만큼 혼났으면 이제 절대 와주지 않을텐데, 오빠는 언제나 대로 웃는 얼굴로 오는 겁니다. 아버지에겐 혼나지 않았으니까 괜찮아하고, 정말 뻔한 거짓말은 하고." "......그런가. 이쪽은 완전히 아키하를 속였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 들켰던 건가." "물론입니다. 덕분에 나, 더욱 오빠에게 면목이 없어서 큰일이었습니다. 매일 언제나의 시간이 되면, 오빠는 오늘도 와버릴까하고, 굉장히 두근두근해서 기다렸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일이, 가장 기뻤어요. 오빠가 없어지고, 제 생활은 또 원래대로 돌아가 버렸습니다만, 괴롭지는 않았습니다. 왜냐면, 어떤 힘든 일보다도 오빠와의 추억쪽이 강했던 겁니다. .....오빠는 저를 내버려뒀다고 말씀하시지만, 그것은 아닙니다. 저----제쪽이야말로, 계속 오빠에게 도움을 받았습니다. 오빠와의 추억이 있으니까, 저는 아직 토오노 아키하인채로 있을수 있는 겁니다." 그렇게, 정말로 환상같이, 아키하는 웃었다. "-----정말, 문제있군요. 어린애도 아니고, 언제까지도 오빠에게 의지하고 있어서는 토오노가의 당주 실격입니다." ".....바보. 그런건 관계없잖아. 의지하고 싶어졌으면 의지하면 돼. 우리들은 남매니까." "아니요, 그렇게 할수 있는 것은 어렸을 때뿐입니다. 저는 토오노가의 후계이고, 그것은 이미 결정된 일입니다. 그러니까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혼자서 살아가지 않으면 안됩니다." "......뭐야 그거. 토오노의 후계자가 되었다고 해서 그렇게 고집부릴 필요는 없잖아." "아니요, 토오노의 후계자가 된다는 것은 그런 겁니다. 벌써 몇년도 전부터, 저는 그런 식으로 교육 받았습니다. ----하지만, 저도 아직 멀었군요. 이런 식으로 약한 소리를 하다니, 문제있습니다." 말하고. 탁, 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아키하는 뛰었다. 마치 춤추는 듯이, 흩어져 가는 단풍 속을 걸어간다. "아키-----하." ......가슴이 아프다. 나는 어떻게 된건지, 이 순간, 눈 앞에 있는 아키하를 끌어 안고 싶어졌다. ......달 빛에는 마력이 있는 건가. 비록 여동생이라도----아니, 여동생이니까야 말로, 나는, 이 소녀를 지키고 싶다는 충동에 밀리고 있다. "차가워졌군요. 슬슬 돌아갈까요, 오빠." ".....그렇군, 돌아가자. 언제까지도 그렇게 하고 있다간 어떻게 될것 같-----" ".....오빠?" "--------" 아키하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하는 건가 들어 낼수가 없다. 정말로, 나는 어떻게 되있다. 검을 터인 아키하의 머리칼이. 피같이, 새빨간 색으로, 보이다니. ---------필요없어. 그것은, 필요없어. ---------필요없어. 그것은 필요없는 것. ---------필요없어. 붉은 머리카락. 피 같은 이미지. 피를 빠는 귀신. ---------그것은, 인간이 아닌 것, 따라서. 제거하지 않으면, 안돼는, 것. "-----오빠? 잠깐, 괜찮습니까 오빠......!?" "극.......아, 윽.......!" 가슴이 조여진다. 심장이 날뛴다. 혈액은 정맥동맥을 확대시켜, 뇌수가 죽여라죽여라라고 반복한다. --------아니, 죽일 것까지도 없지. 그 전에 이 여자의 몸을 즐기자. 가느다란 팔. 아름다운 머리카락. 작은 가슴. 인형같이 훌륭하게 균정(均整)된 그 몸을, 범해버려라. -----목이 뜨겁다. 마치. 꿈 속에서 사람을 죽였을 때 같이, 뜨겁다. "오빠, 정신차리세요. 어깨를 빌릴테니, 저택에 돌아가지요." 목소리. 아키하의 목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아니, 얼굴을 봐서는 안돼. 보면 분명, 나는 그대로----- "-----됐어. 아키하의 몸은, 만질수, 없어." 틀려, 만지고 싶지 않아. 만지면----무슨 짓을 해버릴지, 모른다. "......먼저 돌아간다. 너도 꼭 돌아가라, 아키, 하." 희미하게 남아있는 이성을 총동원해서, 아키하의 앞에서 달려 나갔다. 어떻게든 자력으로 돌아올수 있었다. "학------아, 하아, 아-------" 그대로 침대에 쓰러진다. "제--------기랄, 우......!" 자기혐오로 죽고 싶다. 나는 꿈에서만으로 질리지도 않고, 현실에서까지 그런 충동을 느껴버렸다. 그것도 다른 누구도 아니고, 아키하에 대해서 그런 음란한----- "나------나, 는." 이제, 스스로도 자신을 모르겠다. 8년전의 기억. 피투성이인 소년과 아키하. 지금 보고있는 현실이라고도 꿈이라고도 받아 들일수 없는 사건. -------살인귀같은 토오노 시키. "----알고 있어. 시키군의 위험한 면을." ......그녀. 유미즈카가 자랑하듯이 했던 말. "시키군도 나와 같아. 나와 같이, 살인이 너무 좋아서 참을수 없는 사람이라고------!" "--------" 부정, 할수 없다. 애초에 토오노의 인간은 모두 어딘가 이상하다. 광사(狂死). 변사(變死). 행방불명. 정신이상. 코하쿠의 피를 마시고 있던 아키하. 살인의 꿈을 꾸는 자신. "--------크" 생각하고, 너무나도 바보같아서 쓴웃음을 지었다. 어째서 아키하가 이상하지 않으면 안돼는 건가. 아키하는 정상이고, 그것은 내가 꾼 파격적인 망상이지 않은가. 그래, 미쳐있는 것은 나뿐이다. 나만이 이렇게-----오늘 밤도, 사람의 피를 찾고, 있다------ ------------뜨겁다. ------------뜨겁다. ------------뜨겁다. ------------한번 흥분한 몸은, 잠따위로는 나아지질 않는다. ------------자아. 오늘밤도, 이 갈증을 해결하러 가자. 또 거리로 나온 듯하다. 또 눈에 핏발을 세우고, 또 누군가가 지나가지 않는가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어느 사이에 잠들어 버린 건가. 긴 머리칼을 사악, 하고 흔들고. 밤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또, 살인의 꿈을 꾸고 있다. 새로운 사냥감을 발견한듯하다. 오늘밤은 이제 누구라도 좋은 건가. 알지 못하는 남성을 죽이고, 뒷골목으로 끌고 간다. 그 사체의 목덜미를 물어 뜯는 소리. 주욱 주욱, 하는 소리가 들린다. 목덜미에서, 고기채로 씹는 듯이 피를 마시고, 목의 갈증을 치료하려하고 있다. ---------또, 같은 일. 그때, 방해가 들어 왔다. 사체를 버리고 뛰어 오른다. 누군가. 누군가가 보고 있는 것같다. --------검은 그림자가 다가왔다. 머리칼을 흐트리고, 머리위의 달을 올려 보고 있다. -----------그 그림자는, 내가 잘 아는 사람이었다. 옥상에서 옥상으로. 어둠에서 어둠으로. 그림자는 쫒아온다. --------시엘 선배와 똑닮은 그림자는, 괴물같은 살인귀를, 똑같이 괴물같은 빠름으로 쫒아간다. --------움직임이 멎었다. 흥분해 있어서일 것이다. 싸울 생각같았다. 도망치는 것은 질린 것같다. 아마도, '놀아줄' 기분이 된건가. --------시엘 선배가, 다가온다. .......그 뒤는 빨랐다. 시엘 선배는 대단히 강했지만, 우연히 지나가는 사람이 와버려서, 그걸로 끝나버린 것같다. 통행인을 감싸려해서, 시엘선배는 그 통행인과 한꺼번에 쇠파이프같은 것에 박혀 버렸다. ---------너무 처참한 광경. 양손을 겹쳐져서, 거기도 쇠 파이프로 뚫려버린다. 딱 매달린 듯이 되어서, 시엘 선배는 맨 몸을 드러내게 된건가. ------.....웃고 있는 것을, 알수 있다. 시엘 선배의 가슴에 혀를 움직이면서, 웃고 있다. 시엘 선배는 아무것도 하지않고, 노려보고 있다. ---------불같은 푸른 눈동자. 그것과 내 눈이 맞았다. ---------영상이 끊긴다. ---------organ이 부서졌다. ---------꿈은, 부스럼을 뜯어 내는 듯이, 깼다. [午睡の夢, 完] << □ >> 9 / 血を吸う鬼 "-------!" 침대에서 튀어 일어난다. 시계는 아침 6시전. "선배까지----어째서" .....아니, 그 신부같은 복장을 한 그림자가 선배라고 정해진 것은 아니다. 게다가, 아까의 선배는 보통이 아니었다. 꿈 속에서의 자신도 이상하지만, 선배의 이상함은 그 이상이었다. 옥상에서 옥상으로 뛰어 넘는 것은 당연하고, 손에 든 검을 탄환 같이 던져왔다. 보기에 따라서는, 살인귀따위보다 선배쪽이 훨씬 괴물같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그것은 꿈일 터다. 그 증거로 눈이 떠지면, 나는 침대에서 자고 있으니까. "-----그것이 꿈이라고 하는 건가, 나는." 하하, 하고 웃어버렸다. 그것이 꿈인지 어떤지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기억하고 있지 않든, 나에게 사람을 죽일 마음이 없다고 해도, 그런 것은 아무 의미도 갖지 않는다. ------확실한 것은, 아직 이 몸이 흥분하고 있다는 것뿐이다. 모르는 남성의 목을 부러트릴 때의 감촉도, 시엘 선배의 양팔을 뚫어 박고, 그 몸에 혀를 움직인 생생함도. .....가까이에서 느낀 선배의 숨결의 뜨거움도, 아직 감각으로서 남아있다. 그러니까, 그것이 꿈이든 현실이든,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내가 사람을 죽이고, 선배를 범하려 한 것에는 변함은 없으니까. "실례합니다." 학생복을 가지고 히스이가 들어 온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시키님." "......아아, 좋은 아침. 히스이." 가슴에 남은 피의 촉감과, 선배의 피부의 따스함을 떨치는 듯이 말을 건다. ......하지만, 그런 것은 헛수고였다. 히스이가 와서 아침을 고해줬는데도, 나의 기분은 어떻게 할수 없을만큼 가라앉은 채다. "시키님....?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만, 아직 몸의 상태가 안좋은 것입니까?" "......아니, 그렇지는 않아. 잠이 덜 깼을 때 몸이 안좋은 것은 언제나의 일이니까." 침대에서 일어난다. .....두통이 났지만, 그것은 무시했다. "곧 거실에 갈께. 아키하 녀석, 기다리고 있지?" "아니오, 아키하님도 오늘 아침은 몸 쪽이 편찮으시다고 해, 학교를 쉬시게 될 것 같습니다." "에----하지만 그녀석, 어젯밤은 그렇게 건강했는데" "저로부터는 아무것도 대답해 드릴수가 없습니다. 언니로부터 들은 것뿐으로, 자세히 듣지는 않았습니다." "-----그런가. 그, 전과 같은 발작인걸까." "언니가 거실에 있으니까, 자세한 이야기는 언니에게 들어 주세요." 그럼, 하고 히스이는 방에서 나갔다. "어라, 안녕히 주무셨어요, 시키상. 오늘은 빠르시군요." "좋은 아침, 코하쿠상. .....근데, 그런 일보다 아키하의 용태가 나쁘다니, 무슨 일입니까?" "에----? 아, 히스이짱에게 들었군요. 아키하님 조금 열이 있으신듯해서, 오늘은 쉬게 되실 것같아요." "열이 있다니-----그러니까, 어째서." "그렇군요-, 시키상이 돌아오시고부터 계속 바쁘셨잖아요? 친척의 분들과의 이야기라던가, 전교의 수속이라든가. 그래서 피로가 쌓여 버린 것뿐입니다." ".....피로가 쌓인 것뿐이라니, 정말입니까?" "물론입니다. 후후, 시키상도 참 그렇게 안색을 바꾸고, 역시 아키하님이 소중한 거군요-" 쿡쿡하고 기쁜듯이 웃는 코하쿠상. 듣고서, 자신이 얼마나 절박해 하고 있었는지 알았다. "아.....아니, 별로 아키하가 소중하다는 것은 아니라, 그----" "그, 뭡니까, 시키상." 가만히, 똑바로 바라보는 눈동자. 어설픈 거짓말따위 금방 간파당할 것같고, 무엇보다 자신의 기분에 거짓말을 하는 것은 잘못이다. "-----아니, 아닙니다. .....코하쿠상이 말한 대로, 나에게 있어 아키하는 소중하니까 걱정하게 되는 겁니다." .....스스로도 부끄럽지만, 코하쿠상의 앞에서는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시키상, 오늘은 솔직하시군요. 그런 말은, 꼭 아키하님이 계실 때 말해 주세요." 사심(邪心)없는 웃는 얼굴로, 엄청난 말을 한다. "....저말이지요. 아키하 본인에게 이런 말해도 별수 없잖아요. 그것보다 코하쿠상, 아키하는 아직 자고 있습니까?" "예, 방금 약을 드시고 잠드셨습니다. '문병같은건 오지 않아도 좋으니까 오빠는 학교에 가주세요.'라고 하십니다." "....그런가. 그럼, 조금 안심했다." 후우, 하고 소파에 앉는다. ....우선, 이걸로 고민의 하나는 줄어 줬다. "앗, 시키상. 어젯밤 말입니다만, 아키하님과 정원 쪽에서 이야기하고 계셨다는 것은 정말입니까?" "정말이야. 어제는 잠이 안와서, 정원을 보고 있었더니 아키하가 있길래 조금 이야기했었지만, 그게 왜?" "아뇨, 히스이짱이 그런 말을 하니까 신경 쓰인 것뿐입니다. 하지만 시키상, 밤중에 나다니는 것은 별로 좋지 않아요. 최근은 대단히 소란스러우니까요." "......소문의 무차별 살인 얘기잖아. 그런 거라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 "그렇다면 다행입니다만, 정말로 조심해주세요. 어젯밤도 거리 쪽에서 남자가 죽어버렸다는 것같으니까요." "---------" 탕, 하고 소파에서 일어났다. "코하쿠상, 지금 그거, 정말?" "에에, 아침 뉴스에서 하고 있었으니까요. 지금까지 여성밖에 피해자가 없었는데 남자의 희생자가 나왔다는 것으로, 잔뜩 시끄러워진것 같아요." "--------" 남자. 남자의, 피해자. 꿈 속에서 죽여버린, 모르는 남성. "시키상----?" ......코하쿠상이 뭔가 말하고 있다. "아----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 말밖에 되돌릴수가 없는 채, 언제까지도 아연히 서있었다. ------학교에 도착했다. 시간은 7시 50분 지남. 대단히 빨리 저택을 나왔을 터인데, 결국 언제나같이 아슬아슬한 시간에 등교하게 되었다. 이유는 말할 것까지도 없다. 자신이 살인귀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발이 나아가는 것을 느리게 한 것뿐이다. 교문을 지난다. 주위에는 자신과 같이 교실에 향하는 생도들의 모습이 있다. "----------" ......그들의 모습을 볼때마다 발이 멎는다. 그들은 살인따위 생각도 안하는 보통의 인간이다. 그 안에 나같은 인간이 섞여서, 함께 수업을 받아도 괜찮을리가 없다. "......유미즈카. 겨우, 너의 마음을 알았다." 아니, 그녀에 비하면 나의 불안따위 작은 것이겠지만, 하지만 드디어, 유미즈카 사츠키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이었는지 실감할수 있었다. .....지금의 토오노 시키는, 여기에는 있어서는 안됀다고 생각한다. 벌써 몇명도 사람을 죽였다. 그것이 꿈인가 현실인가는 별도로 하고, 확실히 그런 선호를 가져버린 거라면, 여기에 있어서는 안될 터다. "........하." 쓴웃음을 지어버린다. 바로 수일 전까지는, 이런 일로 고민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이봐, 거기의 소년. 느긋하게 있으면 지각합니다." "에?" 톡, 하고 어깨를 두드린다. "좋은 아침입니다, 토오노군. 오늘도 같은 시간이군요." "-----------" 너무나도 놀라서, 목이 막혔다. "얼레, 왜그러나요? 토오노군, 얼굴이 빨갑니다만." "-----------" 잊고 있었다. 나는 자신의 일뿐으로, 선배에 대해서 잊고 있었다. -----어젯 밤. 사람을 죽이고 있던 내 앞에 온 검은 그림자. 피를 빠는 살인귀를 쫒아, 앞으로 조금으로 살인귀를 끝낼수 있는 곳에서 잡혀 버려서, 역으로 그 몸을 꿰뚫린 누군가. -------그리고, 그 후. 내가, 범하려 해버린, 몸. ".......선배, 그-----" 뭐라 말하면 좋은 건가 모르겠다. 어제 일을 사과하지 않으면 안돼지만, 그것이 꿈인가 현실인가 아직 나 자신도 모르고 있다. 게다가, 무엇보다------ "예, 뭡니까, 토오노군?" "아니, 그.....선배는 언제나대로구나, 생각해서." -----무엇보다, 선배는 언제나대로다. 그러니까 어젯 밤의 일은 역시 꿈인건가, 아니면 그 그림자는 선배가 아닌 누군가라는 것이 된다. 어젯 밤, 몸을 쇠파이프로 뚫린 사람이 이렇게 건강하게 학교에 있을리가 없고.....시엘 선배가 어제의 그림자라면, 살인귀인 나를 눈앞에 두고 이렇게 웃어줄리가 없다. "토오노군? 어떻게 된겁니까, 아까부터 얼굴이 빨개졌다가 파래졌다가. 기분 나쁜듯합니다만, 혹시 가을 감기입니까?" "아니,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 ......어젯밤의 꿈이 아직 몸에 남아 있어, 선배의 얼굴을 직시할수 없다. 요염한 피부의 색이라든가, 부드러운 촉감이라든가. 탄력이 있고, 그러면서 강하게 쥐면 부드럽게 손가락이 들어가는 유방과, 그 위에 문신같이 흐른 붉은 피의 선명함. "-------우" ....곤란해. 쓸데없는 일을 리얼하게 떠올려버렸다. "토오노군? 정말 아까부터 이상해요. 교실에 가기전에 보건실에서 약을 받는 쪽이 좋지 않겠습니까?" 이쪽의 상태가 신경쓰이는 건가, 선배는 아래에서 바라본다. "우----잠깐, 선배." 그렇게 가까이 오면, 어제의 꿈이 떠올라버린다. ......시엘 선배의 얼굴을 눈 앞에 두고, 카악, 하고 자신의 뺨이 빨게 지는 것을 알았다. "하아, 중병인 것같군요." 질린 풍으로 어깨를 떨구고, 선배는 팔을 뻗었다. 슥, 하고 선배의 손이 이마를 만진다. 부드러운 감촉과 그녀의 체온이, 괜히 선명하게 느껴졌다. "잠, 선배----기쁘지만, 지금은 그런거, 곤란합니다만-----" "응-, 생각보다 열은 없는 것같군요." 선배는 이쪽의 말따위 무시하고, 나의 뺨에 손을 대고 있다. ---------그때. 열을 재는 선배의 옷 소매로부터, 하얀 붕대가 둘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에?" .....손바닥보다 좀더 아래에 둘러진 붕대. 그곳은, 틀림없다. 어젯밤, 꿈속에서 선배가 꿰뚫린 부분이었다. 열이 급속히 식어간다. 현실이, 정말로 무너져가는 듯한 감각. "......선배. 그 팔의 붕대, 왜그래." "아, 이거? 부끄럽지만, 방심한 대가입니다. ......그, 이미 나았습니다만, 뭔가 신경쓰여서 붕대정도 감아둘까나하고. 별거 아니니까 신경쓰지 말아주세요." 선배는 아무것도 아닌듯이 말한다. ......어째서일까. 그러니까야말로, 그것이 거짓말이라고 알아버렸다. "-----틀려. 별거, 있잖아. 어젯밤에 쇠파이프로 팔을 꿰뚫렸으니까, 아직 아플게 분명해." "---------" 갑자기, 선배로부터 미소가 사라졌다. "아------" ------두근. 꿈속의 공기가 되살아난다. 아주 일순만, 나의 주위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토오노군, 잠깐 괜찮습니까?" 말하고, 선배는 나의 팔을 잡았다. "---------" .....지금의 자신에게 대답할 말은 없다. 시엘 선배는 무슨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무언인 것도 아니고, 나를 교사뒤까지 끌고 갔다. "수업, 땡땡이 쳐버렸군요." 어쩔 생각인지, 선배는 언제나대로의 태도로 그런 말을 한다. "..........." 나는 아무것도 말할수 없다. 꼴사납게도, 아직 일말의 희망을 품고 있다. 이 후, 선배가 '그런데 어젯밤이라니 무슨 말입니까, 토오노군'하고 말해주기를. 그 꿈은 역시 꿈이고, 선배는 단지 선배라는 꿈을, 아직 기대하고 있다. "......선배, 나는" "그렇군요. 그 전에 이걸 보이지 않으면 안돼겠군요." 나의 말을 끊고, 시엘 선배는 옷 소매를 걷어서 양 팔을 보였다. .....붕대에 감긴, 아플 것같은 양팔. "토오노군이 말한 대로, 이것은 어젯밤에 당한 겁니다." "--------" 누구에게, 라고는 물을수 없다. 그것은 다름아닌 나자신에 의한 것이니까. 하지만, 이것으로 확실해졌다. 그것은 현실이고, 나는 이미 몇명도 사람을 죽인 살인귀라는 것이. ".......졌다. 그것은 정말로-----진짜로 있었던 일, 이었다니." "----------" 선배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나를 바라본다. 내가. 토오노 시키가 살인귀라고 알고 있는데, 어째서----- "-----------어째서." 이 사람은, 어째서. "어째서 지금까지 말 안 했던거야, 선배......! 선배는 내가 살인자라고 알고 있었잖아? 그럼 어째서, 지금까지 그렇게-----" 평범한 고교생의, 선배와 후배의 관계를 계속해준 건가, 나에게는 전혀 이해할수 없다. "나는 살인자다. 어젯밤도 선배에게 그런 짓을 했는데, 어째서 그런 얼굴을 하고 있을수 있는 거야, 선배는....!" "그런 얼굴이고 뭐고, 나와 토오노군은 보통의 선배와 후배니까 당연하지 않습니까. 말해 두겠습니다만, 나는 토오노군과 밤에 만난 적따위 없어요." 가슴을 펴고, 딱잘라 선배는 말한다. "---------예?" .....밤에 만난 적이 없다니----어젯밤, 만난 정도가 아니라 서로 죽이려 하고 있었는데......? "-----무슨 말하는 거야, 선배! 지금까지, 지금까지 2번이나, 시엘 선배는 나의 살인을 방해했잖아.....!" "그렇습니다만, 나는 토오노군에게 칼을 향한 적따위 없습니다." "무-----향한 적이 없다니, 실제로 지금까지 몇번도 던졌잖아! 나는 확실히 봤어. 그렇지 않으면 그 그림자는 선배가 아니라고, 이제와서 시침 땔 생각인가......!?" "뭐어, 될수 있으면 시침 때고 싶습니다만, 그렇게까지 들켜 버려서야 변명도 통하지 않겠지요." 선배의 태도는 전혀 변하지 않는다. 뭐라 말할까, 선배의 말은 요점을 잘 잡을수가 없다. .....아니, 분명 일부러 그런 식으로 말하고 있다. -------냉정해져 보면. 이쪽도 남의 말은 할수 없지만, 보통이 아니라면 선배도 보통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잡아때려 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걸까-----? "선배, 진지하게 대답해줘. 나에게는 알수 없는 일 투성이라, 어떻게 되버릴 것 같아. 시엘 선배, 당신은 어째서 그런 일을 하고 있는거야." "싫다. 토오노군, 왠지 무서워요." .....어디까지 진심인건지, 선배는 몸을 뺐다. 뭔가, 완전히 잡아때고 있다. "......선배, 부탁이니까 진지하게 대답해줘. 어젯밤도 그렇고 그전도 그렇고, 선배는 대체 뭐야. 그런거, 보통 인간에게 할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 "하아. 그런거라니, 어떤 겁니까." "그러니까.....! 이쪽의 말도 안돼는 움직임에 당연하게 쫒아와서, 몇개나 검을 던졌잖아.....! 내가 본것만으로도 20개 가깝게 있었는데, 어디에 그렇게 많은 검을 가지고 있던거야! 게다가-----어제는" "예, 어제는 어떻게 되었지요." "어제는.....나에게, 몸을 쇠파이프로 꿰뚫렸어. 그런데 어째서, 지금도 그렇게 괜찮은 얼굴을 하고 있을수 있는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보통이 아니잖아. 선배, 정말 인간인가......!?" 순간. 선배는 대단히 슬픈듯한 얼굴을 하고, 고개를 숙였다. ".....글쎄요. 사실을 말하면, 나에게도 자신은 없습니다." "나는 단지 시엘이라는 이름이 있는, 흡혈귀전문의 엑소시스트이니까요. 토오노군이나 다른 모두들 같이 상식 속에 있을수 있는 인간이 아니라는 것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에.....흑혈귀라니, 선배.....?" "됐습니다, 어차피 나는 외부인이니까. 토오노군이 차가운 눈으로 봐도 어쩔수 없다고 각오정도는 하고 있습니다요-다." 옆을 향하고, 선배는 무슨 소리인지 알수 없는 말을 한다. "잠깐 기다려. 엑소시스트라니 무슨 말하는 거야, 선배는!" "엑소시스트는 엑소시스트입니다. 악마제령의 지식을 배운 수도사가 되는 것입니다만, 토오노군 모릅니까? 잘 쓰이는 말이니까 알고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만." "뭐어, 나는 제령한다기보다 퇴치니까 엄밀히 말하면 엑소시스트와는 다릅니다. 그렇군요, 알기 쉽게 말하면 마법사입니다. 이것도 또 엄밀히 말하면 아주 다르달까, 정반대의 속칭입니다만, 토오노군에게는 그쪽이 알기 쉽지 않습니까?" "마, 마법사라니, 그런----" 바보같은, 이라고는 말할수 없었다. 실제, 나는 이 사람의 인간을 벗어난 점을 목격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믿을수가 없다. 그렇지 않으면 믿고 싶지 않은건가. 이 사람이 너무나도 상냥한 선배였으니까, 나는, 시엘이라는 인물에게는 선배인채로 있어주길 원하는 건가. "-----거짓말, 이지."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을 입에 담았다. "예, 실은 거짓말입니다. 전부 헛소리니까, 믿지 말아 주세요." .....이 사람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그거야말로, 전부 만들어낸 이야기같이 끝내려 하고 있는 것뿐으로. "-----틀려. 그것은, 헛소리같은게 아니야." .....나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하지 않으면 안됀다. "............" .....어째서일까. 선배는, 슬픈 듯이 눈을 가늘게 한다. "......나도 어떻게 된건지 모르겠어. 하지만, 나는 실제로 사람을 죽이려 하고, 언제나 선배가 막아줬어. 뭔가 뭔지 모르지만, 그것만은 진실이야." "그런건 꿈이지 않습니까. 토오노군은 평범한 일개 학생입니다. 내가 보증합니다." "평범할리가 있어....!? 비록 꿈이라도----매일 밤 살인을 즐기는 녀석이 일상생활에 섞여있다고? 그런것, 나라도 오싹해....!" -----그래, 사람을 죽이고 싶어하고 있다. 꿈 속에서만이 아니라, 나는 실제로 살인충동을 가져버렸다. 그것도 모르는 타인상대가 아니라, 나는 가장 가까운 인간인 아키하에 대해서----- ".......살인귀, 인가. 아아, 말로 해보고 겨우 알았다. 매일, 선배가 내가 있는 곳에 오는 것도 당연해. 이런 위험한 녀석은 내버려 둘수 없으니까 말이지. 그러니까-----그러니까 선배는 나를 죽이려 한거지.....!" ".................." "왜 아무 말 없는거야. 뭔가 말해줘, 선배!" "아-----" 붕대에 감긴 선배의 팔을 잡고, 억지로 끌어 당겼다. 선배는 고개를 숙인채, 아무것도 말해주질 않는다. "......모르겠어. 무엇 하나 모르겠어, 선배. 나는 자신이 어떻게 되버린건가 정말로 모르겠어. ......그러니까, 부탁해. 선배가 뭔가 알고 있다면 가르쳐줘......!" ".......토오노군. 당신은, 정말로 자신이 살인귀라고 생각하고 있는 겁니까." "생각하고 뭐고, 그것 이외에 없잖아. ......그러니까, 이젠 편해지고 싶어. 나 자신으로 모르겠으니까----선배의 입에서 확실히 말해주길 바래. 그렇게 하면, 분명-----" 이제, 죽어도 어쩔수 없다고, 각오 정도는 할수 있을 테니까. ".......어째서" "선배.....?" "어째서......어째서 언제나같이, 그런 바보같은하고 웃어 날려주지 않는 겁니까. 그렇게 하면, 계속 이대로 지낼수 있었을 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이제 안돼는 거군요. 마법은, 간단히 풀려 버렸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선배는 나의 팔에서 도망쳐, 멀리, 떨어져 버렸다. "토오노군, 내가 알고 있는 것으로 좋다면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당신이 어떤 인간인건가. .....지금까지, 몇명의 인간을 죽여왔는가." "아-----" 조금만, 현기증이 났다. 그만큼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렇게 확실하게 '죽였다'라고 들으면, 가슴이 아퍼진다. "......좋아. 가르쳐줘, 선배." "아뇨, 여기서는 안됍니다. 오늘 밤, 나는 학교에 있을겁니다. .....그 앞의 일은, 토오노군이 정해주세요." .....그것은, 최후의 결정권을 나에게 맡긴다는 것인가. 밤의 학교에 내가 가면 그걸로 끝. 하지만 내가 가지 않으면, 이대로 언제나의 선배와 후배라는 관계로 돌아갈수 있다는, 최후의 선택----- ".........." 확실하게 가겠다고 말하지 못하고, 입을 닫늗다. "......그럼, 밤의 학교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단지, 하나만 약속해 주세요. 이 일은 동생에게는 비밀로 한다, 라고." "에....아키하에게, 입니까?" 아니, 이쪽도 아키하를 휘말리게 할 생각은 없으니까 말할것도 없다. 없, 지만. 어째서 선배는, 진지한 얼굴로 그런 말을 하는 거지. 마치, 선배에게 있어의 적은 나따위가 아니라 아키하라고 라도 말하는 듯이. "......선배. 아키하는, 관계없잖아." "----토오노군. 그녀는, 조심해주세요." 대단히 무서운 목소리로 그런 경고를 남기고, 선배는 내 앞에서 물러갔다. -----수업이 끝나고, 교실에서 사람의 기척이 사라져간다. ......오늘 밤, 학교에서 시엘 선배와 만나든 만나지 않든, 한번 저택에는 돌아가지 않으면 곤란하겠지. 결국, 아침의 선배와의 회화에서 안 일따위, 그 꿈이 현실이라는 것뿐이다. 문제는 무엇하나 해결되지 않았고, 내가 살인귀인가 마저, 모른다. "------하아." 깊은 한숨을 쉬고, 교실을 뒤로 했다. 저택의 문 앞에는 히스이의 모습이 있었다. "얼레, 히스이. 뭐하는 거야, 이런 곳에서." "예, 시키님의 귀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에....그것은 기쁘지만, 어째서? 이제 마중은 할수 없다고 말했었잖아." "그것은 아키하님과 시키님이 함께이실 때의 이야기입니다. .....그, 언니로부터의 제안으로, 두분께서 함께인 때는 배웅도, 마중도 자제합시다, 하고." "----------" 그런가, 확실히 아키하와 둘이 있을때, 히스이에게 마중 받는 것은 곤란할지도 모른다. "코하쿠상도 이상한 곳에 신경을 쓰는군. 뭐, 나로서는 히스이에게 마중 받을수 있다면 그쪽이 기쁘지만. 아무튼 다녀왔습니다. 일부러 고마워, 히스이." "예. 안녕히 다녀오셨습니까, 시키님." 꾸벅하고 인사하는 히스이. ......냉정히 생각해보면, 저택 앞에서 메이드씨에게 인사 받는다는 것은, 정말 굉장히 시대착오적인 일인지도 모른다. "아. 그러고보면 아키하 녀석는 이제 괜찮아?" "예, 점심에는 몸이 좋아 지셨습니다. 뭐하시다면 아키하님의 방에 가시면 어떻겠습니까?" "그렇군, 한번 정도는-----" ------그녀에게는, 조심해주세요." "----아니, 역시 관두자. 조금, 지금은 잘 만날수 없어." ......아키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게 아니다. 단지, 시엘 선배가 그런 말을 하니까, 지금은 아키하와 만나기가 힘든 것뿐이다. "시키님, 방에 돌아가시지 않으시는 겁니까?" "아, 그랬다. 그럼 안에 들어갈까." 가슴 속의 불안을 알리지 않기 위해 밝게 행동하면서 저택의 문을 지나쳐 갔다. ......밤이 되었다. 아키하와는 저녁식사 때 조금 이야기를 한 것뿐으로, 곧 자신의 방에 돌아왔다. 아키하의 상태는 지금까지와 그렇게 변함이 없었고, 역시 선배의 경고는 착각한 것일거다. ".....간다고 하면 슬슬 시간인가." 밤의 학교에서 이야기를 한다, 라고 선배는 말했다. 가면, 나와 선배의 지금까지의 관계는 그걸로 끝이 된다. 하지만 가지 않으면, 내일부터는 또 이전과 같은 관계인채로 해나갈수 있다. 그 선택권을, 선배는 나에게 맡긴거다. 나는---- "----이 이상, 온미한채로 둘수는 없다." 그 꿈이 정말로 현실인건가. 자신은 사람의 피를 빠는 살인귀가 되버린건가. .....그것들의 문제는, 이제 온미한채로 둘수있는 게 아니다. "일단, 만약을 위해 가져갈까. 유미즈카와의 사건 이후, 책상에 넣어두었던 나이프를 주머니에 넣는다. 히스이나 코하쿠상에게 들키지 않도록, 몰래 로비까지 내려왔다. 남은 건 소리를 내지않고 현관을 열뿐인데---- 내가 현관을 여는 것보다 먼저, 끼익, 하는 소리를 내고 현관 문이 열렸다. "오빠? 무슨 일입니까, 그런 곳에 굳어서." "아----아키하, 너" 왜 거기에, 하고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조금 정원을 산보하고 있던 것뿐입니다만, 오빠야말로 무슨 일입니까. 마치 지금부터 외출하시는 듯한 옷차림이지 않습니까." ".......아아, 학교에 잊고 온게 있어서 가지러 가는 참이야." .....아키하에게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다. 그러니까 최저한의 사실만을 말로 했다. "흐응-, 잊고 온 물건입니까." 가만-히, 내 눈을 바라보는 아키하. "뭐어, 좋습니다만. 아직 8시전이고, 9시에는 돌아올수 있으시겠지요, 오빠." "......그렇군. 한시간이면 돌아올거다." "알겠습니다. 현관의 열쇠는 열어둘테니, 부디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아키하는 거실 쪽으로 걸어갔다. ......이상하군. 얼마전까지라면 좀더 의심받았을텐데, 지금의 아키하는 나를 전면적으로 신뢰하고 있는 듯했다. ......그, 역시 어제 중정에서의 일이 영향인걸까. 아키하가 나를 신뢰해주듯이, 나도 아키하에게 신뢰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기쁘다. ------그녀에게는 조심해주세요. "-------읏" 선배의 말이, 저주같이 다시 떠오른다. "......아무튼 학교에 가서, 빨리 돌아오자." 그것도 선배와 만나면 확실해질 터다. 좋아, 하고 각오를 정하고 현관 문을 손에 잡았다. -------교사는 조용하게 되어있다. 우리 학교의 하교시간은 6시반으로, 밤의 순찰을 도는 교사도 용무원도 없다. 이 시간, 교사는 완전히 무인의 영역이 되어 있다. .....주위는, 정말로 조용하다. 소리 하나 없고, 자신의 심장의 고동이, 이 주변에서 유일의 소리였다. ".......선배, 교사 안일까나....." 그러고보면 학교에서 기다린다라고 들었지만, 어디서 기다리고 있는지는 듣지 못했다. .....아니, 선배가 의도적으로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 옳겠지. ".....할수 없군. 적당한 창문열쇠 자르고 들어갈까." 안경을 벗는다. ".....크" 가벼운 두통과 함께, 시계에 '선'이 떠오른다. 물건의 부서지기 쉬운 '선'. 그곳을 지나는 것만으로 물건을 절단 해버린다는 것. "......유미즈카의 때는, 단지 필사적이었지만...." 이렇게 냉정하게 되서 안경을 벗으면, 자신의 눈의 이상함을 재인식 해버린다. "......그럼, 선이 열쇠에 있는 창문은......" 뭐라도 자를수 있다고 해도, 자를수 있는 것은 '선'이 보이는 곳뿐이다. 벽이나 창문 그자체를 잘라버리면 내일이 되면 소동이 된다. 자르는 것은 최소한으로 해두지 않으면 안됀다. "옷, 마침 있다. 이걸로....좋았, 어." 슥, 하고 버터를 자르는 듯한 미끄러움으로 열쇠를 자르고, 복도의 창문을 열었다. -------두근. 창에서 복도에 들어오자, 갑자기, 가슴이 괴로워졌다. "우......" 뭐지. 굉장히. ------두근. 굉장히, 불길한, 공기가 있다. ".....선배.....어디에 있는, 거지." 중얼거리는 것마저, 어렵다. 두근, 하는 심장소리. 일제히 크게, 마치 혈액을 역류시키고 있는 듯한 격함으로 북을 친다. "얼......레?" 보면 자신의 손가락 끝이 떨리고 있다. 목에는 구토기. 안경을 벗고 있다고는 해도, 두통은 초를 따라 강함을 더하고 있다. "뭐야......뭔가, 이상해." 모르겠다. 단지 교사 안의 공기는, 밖의 공기와는 너무 다르다. 굳이 말하자면, 활기가 없다. 밖의 생생한 현실감에 비해, 복도 안의 공기는 슬플 정도로 쇠약해져있다. ".......하지만, 알고 있어......." 이 싫은 공기, 처음 마실터인데, 알고 있다. 왜냐면 보고 있었다. 매일 밤, 꿈 속에서. 내가 사람을 죽이고 피를 빨때의 공기는, 언제나-----이런, 사취로 가득차 있었으니까. "에-----?" 소리, 등뒤에서, 뭔가가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선배......?" 돌아 본다. 그곳에, 있는 것은. 본 적없는 남성이었다. "웃......!" 토할 것같아져서, 입가를 손으로 눌렀다. 남성.....본 적없는 남자의 온몸에는, '선'이 지나고 있다. 마치 온몸의 혈관이 떠올라있는 듯한 기괴함. "------기" 남자는 천천히, 그야말로 슬로우 모션같이, 이쪽으로 걸어온다. "저기-----여보세요?" 각오를 정하고 말을 걸었다. .....확실히 기괴하지만, 그것은 내 눈쪽이 기괴한거다. 저런, 온몸에 '선'을 가진 인간은 처음 보지만, 아무튼 선만 없으면 멀쩡한 인간이니까. "---------기-----기기" 남자는 뭔가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목소리도 소리도 되어 있지 않아, 잘 알아들을 수가 없다. 남자에게 가까이 걸어간다. -----오싹, 한다. 어째서인지, 이 사람에게 한발 가까이 갈때마다 오한이 든다. 이것은----- "기------" 남자가, 이제 눈 앞에 있다. "잠, 잠깐 기다려, 당신 대체 누-----" 누굽니까, 라고 말할 여유는 없었다. "앗-------!" 탕, 하는 충격. 남자는 가까이 오자마자, 한손으로 쓸어내듯이 나의 몸을 쳐 날렸다. "아------그" 등. 튕겨 날아가서, 등을 벽에 부딧쳤다. 너무나 느닷없는 일과, 격한 아픔으로 눈이 어질어질하다. "아야....뭐하는 겁니까, 갑자기.....!" 일어나서 남자를 노려본다. "----------" 목소리가, 멎었다. 저거. 저건, 뭐야. 지금 눈 앞에 있는 것은, 뭐야. 방금까지의 남자인가. 이것이 살아있는 인간인가. 아니, 중요한 것은 그런 사소한 일이 아니라------- 시력이 회복하고, 남자의 모습이 원래대로 돌아간다. ......그래, 원래도 돌아갔다. 나의 눈은 사물의 '죽음'을 보는 거라고, 선생은 말했다. 아아, 정말이지 그 말대로다. 왜냐면------ "너, 는------" "기-----기기, 기기기" 남자가 뭔가를 말하려 한다. 말이 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왜냐면 목의 절반이상이 없었다. 예리한 이빨에 물어 뜯겨져 있었다. 그러니까, 제대로 말할수 있을리가 없다. "어째서------어제, 죽였을 터, 인데" "기-----기기기기기" 어깨를 떨며, 남자는 웃고 있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틀림 없다. 지금 눈 앞에 있는 사체는, 어제, 꿈 속에서, 내가 죽인 남자였다. "아-----" 남자가 천천히 다가온다. "아-----" 아무것도 생각할수가 없다. 단지, 죽음의 덩어리가 가까이 온다. "아-----아" 지끈, 하는 아픔. 그걸로 알았다. 방금의 남자에게 튕겨졌을때, 가슴의 측면을 맞은거다. 지끈, 지끈. 몸이 아프다. 근육이 아프다던가하는 레벨이 아니라, 뼈 그것이 저리는 듯한 느낌. 지금 것으로, 확실히 갈비뼈가 어떻게 되버렸다. "기-----기기기기기기..........!" 남자가 팔을 휘둘러 올린다. 그걸로, 마비되었던 머리가 겨우 이해해줬다. -----틀림없어. 이녀석은, 나를 죽이고 싶어하는 듯하다. "힉------!" 휘둘려 내려진 남자의 팔을 피했다. 뿌직, 하는 싫은 소리. 남자의 팔이 벽에 박혀있다. ......콘크리트의 벽에, 정말로 박혀있다. 어지간히도 조절이라는 것을 하지 않은 듯하다. 콘크리트 벽을 무너트린다, 따위의 대가로 자신의 뼈를 부러트려 버렸으니까. "아-----아아" 그것은, 매우 우습고, 믿기 어려운 세계였다. 꿈이라면. 꿈이라면, 여기서 깨주길 바랄 정도로. "기-----" 남자가 나를 돌아본다. "아아아, 아----" 뿌직, 하는 소리. 남자는 팔을 벽에 박은 채, 나에게 다가온다. 팔은. 벽에 박힌 채, 몸으로부터 툭, 하고 끊겼다. "기, 기기, 기" 웃으면서, 다가온다. "아----아아아아아!" 발이 움직인다. 이제, 1초라도 이곳에는 있을수 없었다. "하아, 하아, 하아.....!" 휘청, 하고 무릎부터 마루에 무너진다. 남자......그 사체는 쫒아오지 않는다. 그 속도라면, 도저히 쫒아올수 없을, 터다. "하아, 하아, 하아......!" 가슴이 아프다. 호흡을 할때마다 갈비뼈가 부서질것 같다. "하아.....하아.....하.....아" 어떻게든 호흡을 추스린다. 어떻게든. 어떻게든 제정신으로 돌아가도록, 필사적으로 마음을 가라앉힌다. 생각해라. 잘 보고, 그 뒤에 생각해라라고 선생에게 배웠을터다. 그러니까 잘 생각하지 않으면. 비록 저것이 사체이고. 내가 죽여버린 상대라고 해도. "하-----생각할수 있겠냐, 그런 게......!" 갈비뼈의 아픔도 무시하고, 단지 그렇게 외쳤다. 모르겠다. 알수 있을리가 없다. 자신이 죽인 상대가, 지금 이렇게 자신을 죽이려 하고 있다. 자신이 죽였을 터인 상대가, 되살아나서 복수를 하러 와있다. -----그런 것은, 그냥 악몽이다. 현실에서는 있을수 없는, 상식에서 벗어난 악몽. 하지만, 이제와서 뭐를. 나는 벌써 옛날에, 그 악몽에 듬뚝 빠져와 있지 않은가----- "젠-----장" 어떻게든, 어떻게든 호흡을 갖추리고, 도망치지 않으면. 이 교사에서 밖에 나가서, 저택에 돌아가서, 아키하에게 다녀왔습니다라고 말하지 않으면---- "에-----?" 등뒤에서 소리가 났다. "------설마" 따라잡혔다----? 아니, 그럴리는 없다. 그런 느린 녀석이 그렇게 간단히 쫒아올리가 없다. 계단을 훔쳐본다. ....올라오는 사람의 그림자는 없다. 방금의 소리는 기분 탓------- "아-------윽, 우------" 또, 당했다. 이쪽이 계단에서 돌아본 때, 저것은 이미 2층에 올라 왔었던 것같다. "도망----치지 않으면" 아픈 몸을 채직질해서 일으켜 세운다. "으윽------!?" 휘청, 하고 그대로 쓰러진다. 튕겨 나갈때 발을 부딧쳐 버린 것같다. 오른 발에 전혀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일어서는 것도, 도망치는 것도, 할수 없다. "아-----" 발소리가 가까이 온다. -----두근. 터벅, 터벅, 하는, 감정 없는 매마른 소리. -----두근. 떠오는 것은, 사취(死臭)인걸까. -----두근. 심장 소리가 높다. 이성은, 이미 어떻게 되있다. -----두근. 가까이 온다. 나를 죽이기 위해, 사체가 다가온다. "아-------아" 단지, 무서웠다. "기........" 다가온다. 구멍 투성이인 몸으로, 나를 죽이기 위해 다가온다. 앞으로 한걸음. 그것으로, 방금 벽을 찌른 듯이, 나의 가슴을 꿰뚫고 끝난다. "아-----하" 그 극한에서, 문득, 의문스럽게 생각했다. 나는 뭘 무서워하고 있는 건가, 하고. 죽인 상대가 살아 있는 것이 무서운 건가. 아니, 틀리다. 그럼 이제부터 죽게 된다는 것이 무서운 건가. 그것도, 틀리다. 다시 생각나는 것은, 단지 하나. 꿈 속, 쾌락만을 위해 인간을 죽일 때의 뜨거움 뿐. ......그 죄가, 두렵다. 나는 사람을 죽이려 하는 자기자신의 죄가 두렵다. "크-----하하, 하" 뭐야, 그럼 문제따위 아무것도 없었다. 이 상대는 이미 죽어있다. 그럼, 두려워 할 것따위 하나도 없다. 죽은 자를 죽은 자로 되돌리는 것은 아무 죄악도 아닐 터다. 그럼. 또 한번 죽이는 것에, 대체 뭘 망설일 필요가 있는거지-----? "기----!" 사체가 팔을 들어 올린다. 나는 주머니에서 나이프를 꺼낸다. -----그 뒤는, 정말로 간단했다. 꿈속에서 몇번도 흉행을 겹친 덕인가, 아니면 역시 그 흉행은 자신의 손에 의한 것인건가. 나의 팔은 거짓말같이 정확하게 움직여, 진짜 살인귀같이 빠르게 사자를 끝냈다. 투둑, 투둑, 투둑. 바로 지금 8개로 해체된 고기조각이, 복도에 굴러간다. "아------하" 오싹, 했다. 고기를 끊는 감촉. 목숨을 끊는 몰락. 튄 피는 없다. 단지, 나이프에 붉은 피가 묻어있는 것뿐으로, 나자신에게는 아무것도 없다. "----------" 오싹, 하고 있다. 등을 핥는 감각은 아픔과 추위. 얻는 것따위 없다. 단지, 나이프에 붉은 피가 묻어 있는 것뿐으로, 얻은 것따위, 뭐 하나------ "--------하" 단지, 구토기가 든다. 비위가 상한건가. 눈 앞에 흩어진 잔골을 보고, 절개해버리고 싶을 만큼, 가슴이 아펐다. 밤의 교사. 달 빛의 아래에서, 흐느낀다. "......하," "......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언제까지도 계속해서 웃는다. 웃긴게 아니다. 밀려 올라오는 것은 후회밖에 없다. 죽였다. 어떤 이유가 있던, 나는, 또 죽여, 버렸다. ----그에게 죄가 있던 것도 아닌데. 이 사람에게도, 자신의 인생이라는 것이 있었을 터인데.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귀에 거슬리는 웃음 소리. 계속 듣고 있는 자신의 귀나, 계속 웃고 있는 자신의 목을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웃을수 밖에 없다. 하다못해, 웃지 않으면. 뭐 하나라도 인간다운 일을 하고 있지 않으면, 무너져 버린다. "하하, 하, 하하, 하------" 웃겨서 웃고 있는게 아니다. 남아있는 제정신을 붙잡기 위해, 웃고 있었다. 그렇게라도 해서 자신을 비하하지 않으면 안될만큼, 나의 이성이 남아있지 않았다. "하----하하하, 하.......하" ......차라리, 울어버리면 좋았을거다. 하지만 그런 위선은 용서되지 못한다. 뭐가----죽은 사람을 죽이는 것은 죄가 아니다, 냐. "하-----하-----아" ......변하지않아. 살아있든 죽어있든, 그 사람을 죽이려하는 의사에 변함은 없다. 사자라고 해서, 그 활동하고 있는 목숨을 끊는 감촉이 둔해지는 것마저도 아니다. "------하" 자신의 어리석음에 분노마저 일지 않는다. 비록 죽은 자이든, 사람을 죽인다, 라는 것은 그것만으로 죄인거다. 내가, 토오노 시키가 멀쩡한 인간이면 인간일수록, 그 죄를 전부 등에 질수 없게 될만큼. .......유미즈카와의 일을 떠올린다. 그녀는 그것이 가장 옳았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역시, 그녀는 살아있고 싶었을터다. 죽음이 구원이 된다는 따위, 살아있는 측의 제멋대로인 바램이다. 죽음은. 단지 그것만으로, 이렇게도, 아프다. ------누군가가 다가온다. 이번에야말로 선배겠지. "-------크" 벽에 기대면서, 어떻게든 일어섰다. 두근, 두근. 심장은 아직 격하게 활동하고 있다. 나의 마음은 반은 죽어 있는데도, 몸은 그 한계까지 살기 위해 활동한다. .....얼마나, 더러운가. 이렇게도 죽음은 괴로운 거라고, 8년전도, 유미즈카의 때도, 이 순간도 똑똑히 알게 되었는데. 토오노 시키의 몸은, 그래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무슨, 무참함-----" 하지만, 무참한 것은 어느쪽인건가. 자신이 살인귀라고 알아버렸으니까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마음인가. 아니면, 비록 타인을 죽여서라도 자신이 살아남으려 하고 있는 몸 쪽인가. ......아마도 마음쪽이겠지. 선악은 아무튼, 나의 마음은, 이렇게도 위태로웠으니까. "-------왔다." 호흡을 정리하고, 나이프를 꽉 쥔다. 부딧친 오른 발이 살짝 아프다. 통각이 회복했다는 것은 움직인다는 것이다. 이걸로 싸우는 것 정도는 할수 있다. 그렇게, 시엘 선배가 달 빛 아래에 나타났다. ".....놀랐는데. 꿈 속에서도, 그렇게 요란한 복장은 아니었는데." "예. 이것은, 흡혈귀를 죽일때의 무장이니까요." -----오싹한다. 선배의 눈과, 그 목소리를 들은 것만으로 이해할수 있었다. 이 사람은, 일절의 망설임도 없이 나를 죽일 생각이라고. "......그런가. 나를 죽일 셈으로 이 장소로 부른건가, 선배는." "----------" 선배는 대답하지 않는다. ......분명, 대답할것까지도 없는 것이니까겠지. "너무하는데. 나는 살인귀가 아니라고 말해줬는데, 마음 속에서는 내가 그렇다고 알고 있었군." "-----예. 이 거리에 둥지를 틀고 있는 흡혈귀는 토오노 시키라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니까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에에. 그러니까 나는 이 학교에 왔습니다. 처음부터, 당신을 감시하기 위해서." 말하고, 그녀는 단도를 뽑았다. 나의 나이프의 두배에 가까운 도신과 폭을 가진, 확실히 사람을 죽이기 위한 흉기를. "-----선배. 당신이 뭐인건가 나에게는 알수 없어. 알아도, 나에게는 관계없는 일이겠지." "그렇군요. 당신에게는 관계없는 일입니다, 이것은." "......그래. 하지만말이지, 미안하지만 나는 죽지 않아. 생각해보면, 나는 죽고 싶지 않으니까, 유미즈카를 죽였어. 그렇다면-----이제 간단히는 죽을수 없어. 당신이 나를 죽인다면, 나도-----" "좋습니다. 서로 동의 위에서의 죽이기라면, 죄는 있지만 벌은 없습니다. 당신이 그럴 기분이 되어줘서, 다행입니다." 삭, 하는 소리. 어느사이엔가, 선배의 몸이 바로 가까이에 와있다. "그럼 토오노군. 어젯밤의 계속을 시작합시다." 순간. 튀어 흩어지는 불꽃을 연상시키는 스피드로, 시엘 선배는 돌진해왔다. 선배의 행동은, 대단히 심플했다. 나의 눈앞까지 밟아 들어와, 단지, 단도를 횡일직선으로 벤 것뿐. "읏........!" 빠르게 방어에 들어간 나이프와 함께, 몸이 튕긴다. "윽........!" 비틀거리는 몸. 뒤로 쓰러질 것 같아지는 몸을 필사적으로 가다듬고, 어떻게든 선배의 모습을------ "뭐------" 순간, 사고가 얼었다. 복도에 선배의 모습은 없다. 단 일순. 나의 나이프와 선배의 단도가 부딪친 것뿐인데, 선배의 모습은 홀연히 사라져 버리----- "에------?" ----그것은, 단지 우연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무 조짐도 없이, 단지 바로 옆에서 바람을 느껴, 시선을 움직였다. 창 유리로부터 비춰 들어오는 월광의 빛에. 계단을 뛰어 오르는 듯이 벽을 달려온, 선배의 실루엣이 보였다. "-----위!?" 그렇게 지각하는 것과, 몸을 구부리는 것은 동시였다. "--------!" 개같이 엎드려서 앞으로 도망친다. 돌아본 앞에는, 마침 천정에서 낙하하고 있는 선배의 모습이 보였다. ......나에게 단도를 휘두른 후, 그대로 벽을 달려올라 천정에서 나의 머리를 노린건가. 그, 제트코스터의 루프같은 말도 안돼는 운동은, 반할 만큼 아름다웠다. 비록 그것이, 나의 후두부를 뚫으려한 일격이었다고 해도. "---------" 방금의 섬광 같은 움직임이 거짓말같이, 선배는 움직임을 멈췄다. 지금의 일격을 내가 피한 것이 의외였던 건가. 푸른 눈이 토오노 시키라는 생물의 성능을 확인한다. 그, 기계같은 감정 없는 눈. 찰칵, 하고. 다음의 행동을 위해 태엽을 감는 듯한, 긴장감. "--------" 숨을 쉬는 것마저 잊어버린다. 저 눈에 노려봐지면, 움직일수가 없다. 그런 여분의 틈을 보이자 마자, 저 단도가 나의 가슴에 박히겠지----- "----------읏" 두근, 두근, 하는 심장 소리만이 울린다. 나는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고, 선배는 단지 나를 지켜볼 뿐이다. ......곤란해. 이대로라면, 언젠가 긴장을 견디지 못하고 나자신이 뭔가를 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선배는 확실히 나를 끝장내버린다. "----------" 아무것도 못하고, 단지 나이프를 강하게 움켜 쥔다. 그 때. 기계같았던 선배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놀랐습니다. 확실히 당신은 서로 죽이는 것에 우수해. 상대의 기척이 아니라, 자신의 죽음에 반응하는 데에 매우 돌출되어 있어. 당신 본인이 기억하고 있지 않아도, 당신은 그런 훈련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군요." 눈썹하나 움직이지 않고, 선배는 말을 계속한다. "죽는다, 라는 방어본능이 예지에까지 도달한 상대에게 암살류는 통하지 않아. 토오노군 상대로 사각에서의 기습따위, 무의미였습니다." 하아, 하고. 마치 불쌍히 여기는 듯이, 선배는 한숨을 흘린다. "불쌍하게도. 아픔을 느끼기도 전에 의식을 끊을수 없다면, 남은 것은 힘에 맡겨 죽일뿐입니다. 비록 죽음을 예지한다고 해도, 토오노군의 운동능력이라면 별로 대단할 것은 없습니다." 기릭. "--------안색이 나쁘군요, 토오노군." 두근. "방금부터 느끼고 있지요? 심장을 움켜쥐이고 있는 듯한 구토감을." 두근. "토오노군은 민감하군요. 즉, 그것이" 오싹. "자신이 죽는다, 라는, 모든 생물이 가진 본능적인 충동입니다." 말하고. 그녀는, 정면에서 베어왔다. "큭.....!!" 선배의 단도를 나이프로 막는다. 퉁, 하는 충격. 아무렇지 않게 내딪으며 온 선배의 일격은, 마치 커다란 해머를 내리친 듯한 충격이었다. 키이이이잉, 하고 나이프가 비명을 지른다. "으으으읏.......!" 손가락끝이 저린다. 하지만, 그런 일을 신경쓰고 있을 여유따위 없다. 탕, 하는 발소리. "하, 극......!?" 입에서 산소가 세어나간다. 선배는 나의 발의 틈에 밟아 들어왔다. 몸과 몸이 충돌할 정도의 거리. 그 기세인채, 선배는 어깨를 나의 가슴에 부딧쳤다. 비틀거리는 몸. 나이프를 쥔 힘이 약해진다. 그곳에, 간발의 차이를 주지 않고 2격째가 들어왔다. 아래에서 낚아올리는 듯한 단도의 궤적. 어떻게든 나이프로 막았지만, 기세는 죽이지 못했다. 삭, 하고. 싫은 소리가, 났다. "아--------" 뜨겁다. 어딘가를 베였다. 툭하고 떨어진 살과, 피의 뜨거움. 그것을 느낄 사이마저 없이. 3격째가, 들어왔다. 심장을 노린건가. 있는 힘껏 몸을 구부린 덕에, 단도는 갈비뼈과, 그 근처의 살을 잘랐다. "각, 아아아아아아........!!!!!" 비명. 죽는다는 오한보다. 단지, 아픔에 의한 두려움만이 지났다. 그곳에. 용서없이 4격째가 덥쳐왔다. ------갈비뼈를 당했다. 나이프를 가진 팔에는 한팔 분밖에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그래서는 선배의 단도를 튕기는 것은 불가능이다. "큭-------!" 비틀거리는 발로, 어떻게든 뒤로 뛴다. 떨어지는 간격. 선배는 빙글, 하고 등을 보이고------ 촹, 하고. 창과 같은 돌려차기를, 나의 배에 쳐넣었다. "하-----악........!!!!!!" 등부터 복도에 쓰러진다. 아퍼하고 있을 여유따위 없다. 곧 일어나지 않으면 죽는다. 하지만 늦다. 몸을 일으킨 순간, 눈 앞에 선배의 모습이 있었다. 그 단도가 나의 심장에 내려온다. "---------!" 단지, 아무것도 생각할수 없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고, 그 일격에 대항하는 듯이, 나이프를 선배의 목덜미에 겨눈다. --------그러자. 우뚝, 선배의 단도가 정지했다. "학-----" 호흡. 호흡이, 거칠다. "학, 학, 학, 학, 하-----" 자신의 목덜미에 단도를 들이대고 있다. 선배가 조금 팔에 힘을 넣으면, 틀림없이 즉사하는 거리. "하-----아" 그 사실. 그것만으로, 정신을 잃을것만 같아, 진다. "------끝입니다. 비록 당신이 그 나이프를 나의 목에 찔러넣어도, 나는 죽지 않습니다." "무------뭐, 를--------" "당신도 봤다고 말했지요. 쇠파이프로 몸을 찔려도, 나의 몸은 곧 상처가 나아버립니다. ......확실히 목을 찔리면 잠시간은 죽어있지만, 그 전에 당신을 죽입니다." "--------뭣" 그녀의 말에 거짓은 없다. .......그런 시시한 거짓말을 할 상황이 아니다. 즉. 이렇게 서로의 목숨을 쥐고 견제하고 있는 상황에는, 아무 의미도 없다는 건가. "죽지 않는다------라고------?" ......아아, 그것은 정말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만큼 상처를 입고도, 선배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 학교에 와있었다. "----크" 하지만, 그런 거, 알바 아냐. 선배의 몸에는 '죽음'이 보인다. 다른 인간과는 대단히 다르지만, 선배의 죽음은 확실히 보인다. 그럼, 죽이는 것은 쉽다. 이 '선'에 예외따위 있을수 없다. "믿을수 없다면, 어서 그 나이프를 움직여도 좋습니다. .....뭐어 어느쪽이든, 나를 죽이는 이외에 당신이 살 길은 없습니다. 여기서 시험해 보는 것도 좋지 않습니까?" "---------" .....도발하고 있다. 죽일수 있다면 죽여봐라, 라고 도발하고 있다. 하지만 선배, 그 도발은 목숨을 뺏게 될거다. 다른 녀석이라면 몰라도, 나는-----정말로, 당신을 죽일수 있으니까. -----두근, 하는 고동. 시선을 내리면, 가슴에는 단도가 들이 밀어져있다. .....죽일, 수밖에 없다. 죽고 싶지 않으니까. 이제 간단히 죽을수는 없다고 알고 있으니까, 여기서, 죽을수는 없다. 아니, 애초부터 단순하게. 나는, 죽고 싶지, 않다. -----두근, 하는 고동. 그럼 대답은 하나밖에 없다. 죽여라. 그 나이프로 시엘의 목덜미에 보이는 '선'을 절단해서, 죽여라. 살고 싶다면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 1. 살아남을수 밖에 없다. <--click 2. ......나는, 할수 없어. <--click ...이 둘중 어느쪽이 더 먼저 보고 싶으십니까? 가장 많은 쪽의 것을 내일 올리지요.(핫핫핫) 뭐어, 그냥 올리기만 재미없어서 생각한 약간의 놀이입니다. 결국은 둘다 올릴테니까요. << □ >> 그 단도가 나의 심장에 내려온다. "---------!" 단지, 아무것도 생각할수 없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고, 그 일격에 대항하는 듯이, 나이프를 선배의 목덜미에 겨눈다. --------그러자. 우뚝, 선배의 단도가 정지했다. "학-----" 호흡. 호흡이, 거칠다. "학, 학, 학, 학, 하-----" 자신의 목덜미에 단도를 들이대고 있다. 선배가 조금 팔에 힘을 넣으면, 틀림없이 즉사하는 거리. "하-----아" 그 사실. 그것만으로, 정신을 잃을것만 같아, 진다. "------끝입니다. 비록 당신이 그 나이프를 나의 목에 찔러넣어도, 나는 죽지 않습니다." "무------뭐, 를--------" "당신도 봤다고 말했지요. 쇠파이프로 몸을 찔려도, 나의 몸은 곧 상처가 나아버립니다. ......확실히 목을 찔리면 잠시간은 죽어있지만, 그 전에 당신을 죽입니다." "--------뭣" 그녀의 말에 거짓은 없다. .......그런 시시한 거짓말을 할 상황이 아니다. 즉. 이렇게 서로의 목숨을 쥐고 견제하고 있는 상황에는, 아무 의미도 없다는 건가. "죽지 않는다------라고------?" ......아아, 그것은 정말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만큼 상처를 입고도, 선배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 학교에 와있었다. "----크" 하지만, 그런 거, 알바 아냐. 선배의 몸에는 '죽음'이 보인다. 다른 인간과는 대단히 다르지만, 선배의 죽음은 확실히 보인다. 그럼, 죽이는 것은 쉽다. 이 '선'에 예외따위 있을수 없다. "믿을수 없다면, 어서 그 나이프를 움직여도 좋습니다. .....뭐어 어느쪽이든, 나를 죽이는 이외에 당신이 살 길은 없습니다. 여기서 시험해 보는 것도 좋지 않습니까?" "---------" .....도발하고 있다. 죽일수 있다면 죽여봐라, 라고 도발하고 있다. 하지만 선배, 그 도발은 목숨을 뺏게 될거다. 다른 녀석이라면 몰라도, 나는-----정말로, 당신을 죽일수 있으니까. -----두근, 하는 고동. 시선을 내리면, 가슴에는 단도가 들이 밀어져있다. .....죽일, 수밖에 없다. 죽고 싶지 않으니까. 이제 간단히 죽을수는 없다고 알고 있으니까, 여기서, 죽을수는 없다. 아니, 애초부터 단순하게. 나는, 죽고 싶지, 않다. -----두근, 하는 고동. 그럼 대답은 하나밖에 없다. 죽여라. 그 나이프로 시엘의 목덜미에 보이는 '선'을 절단해서, 죽여라. 살고 싶다면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하아 하아 하아 잘 숨을 쉴수가 없다. 나의 생사에 아무런 흥미가 없는 듯한 선배의 눈. 우뚝 심장의 앞에 정지한 단도. 1초후에는 확실히 죽는다는 상태.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이상하군요. 벌써 몇명도 죽인 주제에, 자신이 죽는 것은 무섭다는 겁니까." 혐오와 닮은 목소리. 경멸하는 듯한 눈의 형태. 지금이라도 나를 죽이려 하는, 그녀의 단도.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그럼 죽여도. 죽여도. 죽여도. 죽여도. 죽여도. 죽여도. 돼? "---------하------하, 아" 숨을. "안녕히. 여기서 죽어주세요, 토오노군." 잘. "-----하하-----아-----하, 하------" 쉴수 없다. 그것은, 이쪽이, 빨랐다. 선배의 단도가 깊게 박히는 것보다 빠르게, 나의 나이프는 선배의 목에 보이고 있던 '선'을 통했다. "아--------" 목소리는 어느쪽의 것이었는가. 툭, 하고 목이 떨어지는 소리가 나고, 벌컥벌컥하는 한심한 소리. 소리가 나고, 목, '목', / 머리? /가 굴러, 굴러, 굴러, 굴러. "아--------에?" 하지만, 그것은 이상하다. 어떻게 생각해도, 동시였을 터. 나, 나만이 살아 남고, 선배의 목, 목, 만이, 이렇게, 데굴데굴 굴러간다는 것은, 이상하다. "하하------아" 즉, 그것은. 선배는, 처음부터. 나를 죽일 생각따위, 없었다는, 것이, 아닌가. "아, 하아, 아, 하아하아하아하아, 하하" 목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 선배의 몸은 대단히 붉다. 복도는 축축하게 물들어 간다. 붉은 페인트가 축축하게 젖어간다. "하하--------" 목을 잃은 인간이란 것은, 그 시점에서 다른 기능을 갖추는 것같다. 축축하게. 스프링쿨러같이, 붉은 액체를 흩뿌리고 있다. "하, 하하---------하" 전신이 새빨갛게 되었다. 나이프는 원래부터, 머리칼과 신발까지 붉은 화장같아져서, 기분나쁘다. "-----뭐야. 별거, 아니잖아." 아아, 정말 대단할거 없다. 좀더 이렇게, 많은 것이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있는 것은 단지 붕 뜬 듯한 감각뿐이다. "이럼 말이다. 꿈 쪽이, 훨씬" 생생하고, 리얼, 했다. 일어서서 걸어간다. 질퍽, 하는 발소리. 눈 앞에는 시엘이라는 여자의 머리가 구르고 있어, 그 눈이, 나를 노려보고 있는 듯이 보였다. "바보군, 선배. 어떤 자신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죽지 않는 것따위 없어." 그러니까, 그것이 당신의 잘못이다. 잘못. 잘못. 잘못. 잘못. 아니. 잘못이라고 말하면, 그런것은 모든 것에게인가. 환상은 끝. 지금까지 필사적으로 부정하고 있던 것도, 이걸로 확실히 긍정되었다. 나는 그냥 살인자고. 자신의 손으로, 부셔서는 안될 것을 부수고, 나의 기반도 진흙같이 흘러 갔다. "큭------뭐야, 유미즈카. 전부, 네가 말했던 대로 잖아." 웃음이 세어 나온다. 어떻게 되버린 것같다. 나는, 자신이 살인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예를 들수 없을 만큼 즐겁다. 창 밖에는 멀고 먼 달이 차갑다. 시계는 주(朱)로 통일되어 돌아갈 조짐도 없이. 지구제였던 사고회로는 우스운 이성(異星)의 회로로 갈아지고. 십수년간 쌓아온 관념은 나열하는 숫자와 극히 미지의 방정식으로 진화 진화. 그곳에는 공통하는 색채마저 없고, 네가 보고 있는 주(朱)와 내가 보고 있는 주(朱)는 판별할수 없다. 아아. 즉, 나는 부서진것 같다. 그렇지않으면 모든 것은 처음부터 유쾌한 거짓말입니까. 그렇다면 부디, 내일에는 사라져 주세요. .....어두운 숲에서 무대가 시작한다. 잘 모르겠지만, 살인귀라면 살인귀다운 일을 하지 않으면 안돼는 겁니다. 우선은 거리에 나가서, 꿈의 계속을 합시다. 아무래도 좋은 누군가를 잡는다. 뒷골목으로 끌고 가서, 가만히 눈을 떠줄 때까지 기다린다. 잠시 지나자, 누군가는 서서히 눈을 연다. 될수 있는대로 상냥하게, 양손을 펼쳐 환영하자. ------자아. 어서오세요. 이 훌륭한 육살공간(戮殺空間)에. [月姬, 了] << □ >> "하-----악........!!!!!!" 등부터 복도에 쓰러진다. 아퍼하고 있을 여유따위 없다. 곧 일어나지 않으면 죽는다. 하지만 늦다. 몸을 일으킨 순간, 눈 앞에 선배의 모습이 있었다. 그 단도가 나의 심장에 내려온다. "---------!" 단지, 아무것도 생각할수 없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고, 그 일격에 대항하는 듯이, 나이프를 선배의 목덜미에 겨눈다. --------그러자. 우뚝, 선배의 단도가 정지했다. "학-----" 호흡. 호흡이, 거칠다. "학, 학, 학, 학, 하-----" 자신의 목덜미에 단도를 들이대고 있다. 선배가 조금 팔에 힘을 넣으면, 틀림없이 즉사하는 거리. "하-----아" 그 사실. 그것만으로, 정신을 잃을것만 같아, 진다. "------끝입니다. 비록 당신이 그 나이프를 나의 목에 찔러넣어도, 나는 죽지 않습니다." "무------뭐, 를--------" "당신도 봤다고 말했지요. 쇠파이프로 몸을 찔려도, 나의 몸은 곧 상처가 나아버립니다. ......확실히 목을 찔리면 잠시간은 죽어있지만, 그 전에 당신을 죽입니다." "--------뭣" 그녀의 말에 거짓은 없다. .......그런 시시한 거짓말을 할 상황이 아니다. 즉. 이렇게 서로의 목숨을 쥐고 견제하고 있는 상황에는, 아무 의미도 없다는 건가. "죽지 않는다------라고------?" ......아아, 그것은 정말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만큼 상처를 입고도, 선배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 학교에 와있었다. "----크" 하지만, 그런 거, 알바 아냐. 선배의 몸에는 '죽음'이 보인다. 다른 인간과는 대단히 다르지만, 선배의 죽음은 확실히 보인다. 그럼, 죽이는 것은 쉽다. 이 '선'에 예외따위 있을수 없다. "믿을수 없다면, 어서 그 나이프를 움직여도 좋습니다. .....뭐어 어느쪽이든, 나를 죽이는 이외에 당신이 살 길은 없습니다. 여기서 시험해 보는 것도 좋지 않습니까?" "---------" .....도발하고 있다. 죽일수 있다면 죽여봐라, 라고 도발하고 있다. 하지만 선배, 그 도발은 목숨을 뺏게 될거다. 다른 녀석이라면 몰라도, 나는-----정말로, 당신을 죽일수 있으니까. -----두근, 하는 고동. 시선을 내리면, 가슴에는 단도가 들이 밀어져있다. .....죽일, 수밖에 없다. 죽고 싶지 않으니까. 이제 간단히 죽을수는 없다고 알고 있으니까, 여기서, 죽을수는 없다. 아니, 애초부터 단순하게. 나는, 죽고 싶지, 않다. -----두근, 하는 고동. 그럼 대답은 하나밖에 없다. 죽여라. 그 나이프로 시엘의 목덜미에 보이는 '선'을 절단해서, 죽여라. 살고 싶다면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하아 하아 하아. 잘 호흡을 할수가 없다. 나의 생사에 아무런 흥미가 없는 듯한 선배의 눈. 우뚝 심장의 앞에 정지한 단도. 1초후에는 확실히 죽어버린다는 상태. "이상하군요. 벌써 몇명도 죽인 주제에, 자신이 죽는 것은 두렵다니. 죽고 싶지 않다면, 그 나이프로 찌르면 살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 선배의 숨결이 눈동자에 닿았다. 빙글하고. 그 말에 현기증이 난다. "안녕히. 토오노군이 하지 않는다면, 내가 먼저 할뿐입니다." 말하고. 선배의 팔에 힘이 담겼다. "----------" 그걸로 끝난다. 토오노 시키는 이걸로 죽는다. 그것이 싫다면. 선배보다 빨리, 이 나이프로 찌를뿐------! "극------!" 손가락끝에 힘이 실린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도저히 팔이 움직여 주지않는다. ......죽고 싶지는 않아. 자신이 살인귀라고해서 죽어도 좋다, 같은 것도 없다. 하지만 시엘 선배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그러니까 지금은, 죽이고 싶지 않아도, 하지않으면 안됀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나의 팔은, 꼼짝도 해주질 않는 건가------- 갑자기. 나, 좀더 토오노군과 이야기하고 싶었어. 그러니까, 지금 죽어버리는 것은 실은 싫어. 그런, 일을. 하지만, 분명 이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거지. -----그러니까, 울지말아줘, 토오노군. 당신은 옳은 일을 해준거니까. 멋대로, 떠올, 렸다. 응, 바이바이 토오노군. 고마워-----그리고, 미안해. -------아아. 그런, 것인가. "어째서 저항하지 않습니까." 선배의 목소리가 들린다. 단도는 가슴에 들이밀어진 채로, 슥, 하고 옷을 찢고 살에 박혀 들어 있다. "이대로면 죽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그 나이프를 움직이지 않습니까." 그런 일은. "........나는, 할수 없어." "어째서. 지금까지, 몇명도 죽였는데?" 이제, 절대로. "........나는, 할수 없어." "바로 지금, 거기의 사체를 죽이지 않았습니까. 한번 해버리면 두번도 세번도 변함은 없습니다. 하지않으면----나는, 이대로 당신을 죽입니다." ......그녀는 진심이다. 분명 1초후에는 토오노 시키라는 살인귀를 죽이겠지. 그것이 무섭지 않을리가 없다. 아아, 그래도----- "나는, 사람은, 죽일수 없어------" 말하고, 눈물이 흘렀다. 뭐가 슬픈 것도, 누군가가 불쌍하다는 것도 아니고. 단지, 뺨을 지나는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는가. 단지 텅 비어있던 의식은, "------후우. 겨우 알아줬군요, 토오노군." 하는, 얼빠진 선배의 목소리로 돌아왔다. "에-----선, 배......?" "자, 이걸로 납득이 되었지요? 당신은 살인귀따위가 아닙니다. 지금의 말이 토오노군의 진실이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런 것은 꿈입니다. 토오노군은 토오노군. 대단히 자연스럽고, 남을 배려할 줄을 알고, 이런 일로 울어버릴 정도로 상냥한 사람. 내가 동경한, 어디에도 있을 법한 보통의 남자 아이인거니까요." 말하면서, 선배는 단검을 집어 넣었다. 방금까지의 살기는 어디로 간건가, 선배는 정말로 언제나의 상냥한 선배로 돌아와 있었다. "어째서.....? 나를 죽이기 위해 온게 아니었습니까, 선배는." "에에, 토오노군의 그런 자포자기한 마음을 죽이기 위해 온겁니다. 당신은 살인귀따위가 아니예요. 하지만 내가 아무리 말해도 믿어주지 않을것 같으니까, 조금 몰아넣어서 몸으로 알게 해줄까, 하고." "뭐-----몸으로 알게 한다니, 그럼, 방금까지의 것은 전부 연극이었다는 건가.....!?" "아뇨, 나는 진심이었어요. 토오노군이 살인귀라는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었으니까 봐주지는 않았고, 있는 힘껏 하는 쪽이 나도 즐거우니까. 자, 좋아하는 아이일수록 괴롭히고 싶어진다는 그거군요." 선배는 웃는 얼굴로 엄청난 말을 한다. "하-------" ----그걸로, 기가 빠졌다. 방금까지 이것저것 각오하고 있던 자신이 바보같이 생각된다. "하하, 하-----" 뭔가 우스워서, 웃어버렸다. 선배가 말한 대로, 그만큼 자신이 살인귀가 아닌가하고 두려워하던 불안이 사라져있다. "......아아, 그렇군. 확실히 겨우 눈을 뜬 기분이 들어. 하지만 너무한데 선배. 오늘 것은, 아무리 그래도 너무 엄해." "예. 지금까지 봐준 만큼, 이자를 붙인겁니다." 미소지으며, 선배는 손을 내밀어 왔다. 선배의 손을 잡는다. 욧, 하고 소리를 내고 선배는 나의 몸을 일으켜 세워줬다. 교사에서 그라운드로 나온다. 선배에게 입은 상처는, 선배가 치료해줬다. .....어떤 원리인건지, 바르는 약 같은 것을 바른 후, 선배가 손을 댄 것만으로 상처가 아물어 준거다. "그럼, 내가 알고 있는 일을 가르쳐 준다는 약속이었지요. 자, 뭐가 묻고 싶습니까, 토오노군은." "뭐냐니-----그야 뻔하잖아. 내가 꿈에서 보고 있는 일 전부야. 어째서 내가 사람을 죽이는 꿈따윌 보는 건가, 대체 선배는 어떤 사람인건가, 모르는 일 투성이니까." "하아, 그런 것입니까. 그럼 우선 토오노군이 보고 있는 꿈에 대해서부터 이야기를 하지요." "간단히 말해버리면 말이지요, 토오노군이 보고 있는 꿈은 토오노군의 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토오노군, 살인의 꿈을 꾼다고 말했지만, 그 꿈이란거 '누군가가 사람을 죽이고 있는 곳'을 보고 있을 뿐인 꿈이 아닙니까?" ".....그야 그렇지. 꿈 속의 일을 스스로 어떻게든 할수 있다면, 사람을 죽일것 같아?" "자, 그러니까 그런 일인겁니다. 토오노군은 말이지요, 잠들어 버리면 살인귀의 의식에 동화해버리는 겁니다. 아, 동화라기 보다는 휘말린다, 라는 쪽이 옳을까요. 그러니까 토오노의 시점은 살인귀의 것과 같으면서, 어딘지 그 광경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는 듯한 감각이 아니었습니까?" "..........." 그것은----그말대로다. 지금까지 몇번도 살인의 꿈을 꿨지만, 나는 결국, 그런 '장면'을 본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어째서 그런 녀석과 나의 의식이라는게 일치되는 거야. 그거, 뭔가 원인이 있는 겁니까?" "......에에, 이유는 확실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좀더 나중에 설명하게 해주세요. 그전에 토오노군이 살인귀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돼니까요." "확실히, 그것은 살인귀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 성질은 흡혈귀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그야 뭐어, 확실히 흡혈귀라는 쪽이 좋겠지, 그건." 꿈 속에서의 광경을 떠올린다. 그것은 살인을 즐기고 있던 것과 동시에, 역시 사람의 혈육을 먹고 있었으니까. "예. 나는 그 흡혈귀를 처리하기 위해 이 거리에 온 인간입니다. .....자세히는 설명할수 없습니다만, 세계에는 수많은 방어기능이 존재합니다. 법률을 깬 범죄자를 잡기 위해 경찰기구가 존재하듯이, 인간의 울타리를 벗어난 이단자를 처리하기 위한 조직도 많이 존재하는 겁니다. .....나는, 그런 조직의 한명이라고 생각해주세요." ".....흡혈귀를, 처리하기 위해서......?" "그렇습니다. 자신의 육체를 유지하기 위해 같은 생물의 혈액을 섭취하고 갈아가는 것. 그렇게해서 존재해 있는 한은 불노이며 정지한 생명. 그런 이단자를 토벌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니까요. 내가 매일 밤, 토오노군이 보고 있던 꿈 속에서 흡혈귀와 싸우고 있던 것은 그런 이유로부터 입니다." "---------" 말이 없다. 정직히, 나에게는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세계의 이야기였으니까. "......얼레. 선배는 그 흡혈귀와 몇번인가 싸웠지?" "지금까지 2회정도입니다. 첫번째는 놓치고, 두번째는 서로에게 상처를 입혔다라는 정도였습니다만." "그렇지? 그런 그 흡혈귀라는 녀석의 얼굴 봤잖아. 그렇다면 처음부터 내가 흡혈귀가 아니라고 알고 있었을 터잖아?" "......아니오. 유감이지만, 그래서는 확증이 잡히지 않습니다. 흡혈종 중에서는 체격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킬수 있는 자도 있으니까, 외견만으로는 특정할수 없습니다." "......그런건가. 성가신 이야기군, 그것은." "하지만, 이걸로 확실해졌어. 상당히 멀리 돌아왔지만, 그 흡혈귀라는 녀석이 무차별 살인을 하고 있는 녀석인거군?" "예. 무차별 살인의 희생자로서 보도되고 있는 유체는, 단지 먹고 남긴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실제는 혈육을 모두 빼앗겼다던가, 아니면 피를 빨리고 똑같이 흡혈귀가 되버렸다던가도 하니까, 유체따위 애초에 남질 않는 겁니다." ".......잠깐 기다려. 피를 빨리고 흡혈귀가 되는 인간이 있다면, 그거 배에 배로 불잖아." "아뇨, 피를 빨리고, 죽어도 죽지않고 '남을수 있는' 인간이라는 것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인간은 육체로부터 혼을 분리시키지 못하고, 육체의 죽음과 함께 혼도 사멸해버리니까요. 죽지 않고 '남을수 있는' 인간이란 것은 백명에 한명 있을지 어떨지의 확률입니다. .....예를들면, 당신이 알고 있는 유미즈카 사츠키 같이." "뭐-----선배, 선배는 유미즈카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건가." "아니오, 내가 달려갔을 때는, 이미 당신이 그녀를 소멸시킨 때였으니까요. .....미안합니다. 그 때, 토오노군이 상처입었다고 알고 있었는데 도와줄수 없었어요." "-----아니, 그런 일은 됐어. 유미즈카와의 일은, 그것으로 가장 좋았다고 생각하고 싶어. .....하지만, 그런가. 유미즈카도 처음부터 흡혈귀였던게 아닐테니까. 그녀석은 그 흡혈귀에게 습격당해서, 그런 몸이 되버린거군----" "그렇겠지요. 단지, 유미즈카상 같은 사람은 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흡혈귀로서 활동할수 있게 되기에는, 긴 세월이 필요합니다. 그녀가 곧 활동할수 있었던 점을 보면, 유미즈카 사츠키는 선천적으로 영적인 상념이 뛰어났던 거겠지요." "헤....? 영적인 상념이라니, 뭐야?" "인간이 태아로서 형성되었던 때에 정해진 뇌의 기능범위----라고도 말할수 있습니다. 토오노군 같은 '능력자'는, 일반에서는 각성하지 않은 뇌의 기관을 사용하고 있는 겁니다. 유미즈카 사츠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녀는 천성적으로 '적합했던'거겠지요. 그러니까 부계인 흡혈귀의 지배는 받지 않고, 독립한 흡혈종으로서 활동할수 있었습니다." 나에게는 선배의 설명은 모르겠다. 단지, 걸리는 것이 하나 있었을뿐이다. "선배. 내가 능력자라고 말했는데, 선배는 내 눈에 대해서 알고 있는건가.....?" "눈, 입니까? 아니요, 토오노군이 어떤 눈을 하고 있는지는 모릅니다만, 당신이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토오노군의 혈족은 특별한 혈족이니까요. 나같이 수련을 하여 몸에 익힌 마술이 아니라, 당신은 천성적으로 '능력'을 몸에 익히고 있습니다. 그런 것을 '초능력'이라 하는 겁니다. 일반의 인간은 뇌의 회선이 하나밖에 열리지 않았습니다만, 토오노군은 그 외에도 또 한개, 우리들로는 볼수 없는 회선이 열려 있겠지요." "......특별한 혈족이라니, 그것은 토오노의 혈족이 특별하다는 것.....?" "그렇군요, 토오노 혈족도 오랜 것이니까요. 그렇지만, 과거의 기록을 보면 토오노의 인간의 특이능력은 모두 제각각입니다. 단순한 감응능력밖에 없는 자나, 인간으로서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살인을 범해버리는 자, 능력은 있지만 일생 눈뜨지 않고 지내는 자. ......그것도 대를 겹치면서 희박해지고 있는 듯하니까, 이번 대에서는 그렇게 대단한 능력자는 나오지 않겠지요." "--------" 아연한다. 선배의 말이 사실이라면, 나만이 아니라 아키하에게도, 나의 눈같이 '부서진' 부분이 있다는 걸까....? "이야기를 돌릴까요. 토오노군, 방금 말했지요. 어째서 자신의 의식이 흡혈귀의 것과 섞이게 되는가하고." "아....아아, 확실히 물었는데." "그것도 토오노군의 능력에 관계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뇌는 다른 인간보다 회선이 넓습니다. 당신은 그 회선의 넓음에 의해, 잠에 들어 자아가 희박해져버리면, 자신과 관련이 있는 것, 이어지기 쉬운 뇌를 가진 흡혈귀의 의식에 빨려 들어가버리고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하.....? 선배, 이어지기 쉬운 뇌라니 뭐야. 그, 만들어진 형태가 비슷하다든가 그런게 아니잖아?" "아니오, 그 말대로의 의미예요. 토오노군은 쌍둥이가 동일체험을 한다, 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습니까?" "쌍둥이의 동일체험....?" "자, 형쪽이 상처를 입으면,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동생도 같은 아픔을 느낀다,라는 이야기입니다. 토오노군의 꿈은 이것과 비슷한 거라 생각합니다." "애초에, 일란성 쌍생아라는 것은 하나의 유전자정보에서 만들어진 두개의 인간의 육체입니다. 그들은 완전히 같은 규격으로 만들어진 육체 파츠니까, 한쪽의 뇌가 느낀 아픔을, 또 한쪽의 뇌가 수신한다, 라는 것은 있을수 없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뇌는 수신과 송신을 다루는 기관입니다. 우리들은 한명 한명 다른 설계도로 만들어진 뇌를 가지고 있으니까, 타인에게 자신의 감각을 전하기 위해서는 언어로 송신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하지만 완전히 같은 규격의 뇌라면, 말이 아니어도 의사는 전해져 버립니다. 방금의 표현으로 말하자면, 뇌의 회선이 열려있으니까 전파를 수시해버리는 겁니다. 토오노군의 경우, 남보다 뛰어난 뇌가 있으니까, 자신에 가까운 육체에 이어져버리는 거겠지요." "......설마, 나에게는 쌍둥이따위, 없어." "에에,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토오노군의 경우는 쌍둥이일 필요같은거 없습니다. 의식이 의식에 심켜진다, 동화한다, 라는 일은 보다 가까운 뇌의 규격을 하고 있다는 거겠지요. 토오노군의 경우, 뇌의 회선이 많으니까 일란성 쌍둥이일 필요따위 없는 겁니다. 단순히 같은 루트, 닮은 신체를 하고 있다면, 아마도 그 상대에게 삼켜져버립니다. 그것은 같은 모친이나 부친을 가진 형제여도 상관없습니다. .....뭐어, 특례로서 타인끼리여도 장기이식을 하여 서로의 '육체'를 나눠가졌다면 이어져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피가 이어져있는 자라면 상관없다.....? 그건-----그럴리는, 없다. 왜냐면 나의 육친은, 지금은 이제 아키하밖에 남지 않았다. 아키하밖에. 아키하밖에, 없다고, 하는 건가. "-------거짓말이다. 그런 건, 틀려." .....선배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나의 뇌리에는. 코하쿠상의 피를 빠는, 아키하의 모습이. "그럴리가 있을리 없어. ....역시, 그건 꿈따위가 아니야. 사람을 죽이고 피를 빠는 것은 내 쪽이다. 왜냐면, 그렇지 않으면------" 모든 일에서, 아귀가, 맞아버린다. ".....나도 처음은 토오노군을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만나고 있는 사이에, 토오노군은 아니라고 생각한겁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제멋대로인 바램인지도 몰랐어요. 그러니까, 오늘 밤의 일은 나에게 있어서는 도박이었습니다. 당신이 망설임없이 나를 죽이려 한다면, 토오노군이 흡혈귀인거라고 인정할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토오노군은 아니었습니다." "-----틀려. 방금 것은, 그------" "토오노군. 토오노가의 혈족은 그 전원이 '인간이 아닌 자'의 피가 섞여 있습니다. 그중에는 전혀 해가 없는 자도 있었던 듯합니다만, 그런 자는 한대에 한명 정도밖에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과거에 거슬러보면, 토오노의 혈족 안에는 사람의 피를 빠는 자도 적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토오노군은 사람의 피를 빨 의사도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지요. 그렇다면-----" "그런거----선배가 알수 있을리가 없어." "......토오노군. 토오노가에게는 흡혈귀가 태어날 가능성이 있는겁니다. 하지만 당신이 그렇지 않다면, 이제-----" "--------읏" 틀려, 하며 필사적으로 목을 가로저었다. ------나는, 선배의 말을 인정하지 않는다. 인정할수가, 없다. ......하지만, 생각나버렸다. 별채에서 코하쿠상의 피를 빠는, 토오노 아키하의 옆 얼굴을. ".....아키하는 틀려. 그런 이상한 힘이 있는 것은, 내 쪽이다." "-----그럴지도 모릅니다. 나로부터 봐도, 아키하상은 각성하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오염규정으로 말하자면 아직 '돌아갈수 있는' 레벨입니다." ".....틀려. 아키하는, 틀려......! 그런, 그런 식으로 이상한 것은 나뿐이야. 왜냐면, 아키하는 몇년도 나를 기다려주고, 오늘도, 배웅해줬으니까......!" "나는 흡혈귀를 사냥할 뿐입니다. 그것이 누구든, 놔줄수는 없습니다." "--------읏" 아무것도 말하지 못하고, 단지 입술을 물었다. .......모르겠다. 만약.....아키하가 그렇다고 할 경우,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은 건가. 보고 보지 못한 척을 할건가, 그렇지 않으면 아키하를 살리기 위해 선배와 싸울것인가. .......안돼. 아무리 생각해도, 답따위, 나올리가 없다. "-----알겠습니다. 토오노군에게 있어 아키하상은 대단히 소중한 사람인거군요. 아마도, 당신자신보다도 훨씬." ".....당연하잖아. 둉생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는 오빠따위 없어." "우리들, 싸우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 할말이 없다. .....정말로, 졌다. 선배는, 말하고 싶지 않은 일이어도 확실히 말해버리니까. 교문에 나왔다. 선배 안에서는 결론이 나온건가, 이제 무엇하나 말해주지 않았다. "----이제부터 토오노군이 어떻게 할것인가는 묻지 않습니다. 우리들, 여기에서 작별이니까요." 감정이 없는 눈을 하고, 선배는 한쪽 손을 내밀었다. "................" 말도 없이, 그 손을 잡는다. 아주 잠시간. 나와 선배는 허무한 악수를 나눴다. 안녕히, 라고만 남기고, 선배는 가버렸다. .....아키하가 기다리는 저택에 돌아간다. 선배와의 회화에서, 내가 보고 있던 것은 꿈이라고 알았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어 준것은 아니다. 흡혈귀-----밤이면 밤마다 사람을 죽여가는 것의 정체. 그것이 정말로 아키하라면, 나는 무엇을 할수 있고, 무엇을 해야하는가. "큭......!" 모르겠다. 단지 분해서, 입술을 물을수 밖에 없었다. [血を吸う鬼 , 完] << □ >> 10 / 熱帶夜 .....그것은, 이제 몇년도 전의 일인가. 여기에 와서, 계속 방에 틀여 박혀 있던 후. 사용인(使用人) 여자애와 사이 좋게 되어, 겨우 밖에서 놀게 된 후였을까. ----미안해요, 오빠. 누구도 없는 정원에서, 아키하는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뭐를 사과하고 있는가 물어도, 아키하는 단지 미안해요라며 되풀이할 뿐이었다. -----우리들이, 오빠로부터 전부 빼앗아 버렸으니까. 아키하가 울고 있는 이유는, 그때의 자신에게는 이미 끝나버린 일에 지나지않았다. .....증오하고 있지않다고 하면 거짓말이 된다. 하지만, 그것은 아직 6살정도의 여자애가 책임을 느끼고, 필사로 사과할 일은 아니었을터다. 첫째로, 아키하는 전혀 나쁘지 않았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오빠. .....어째서 알지 못했던걸까. 아키하는 처음 만난 때부터, 언제나 나에게 사과하고 있었다. 이 넓은 저택 안에서, 단 한명 나를 위해 울어준 소녀. ----고마워. 하지만, 이제 됐어. 웃으며, 아키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키하는 놀란 얼굴로 이쪽을 올려 본다. 그 때에, 처음으로, 강하게 생각했다. ----울지 않아도 돼, 아키하. 이제부터는, 우리들은 남매인거니까. .....기쁜듯이 웃었던 아키하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 그 때 맹세했다. 진짜 가족이 되겠다고. 나는 오빠인거니까, 어떤 일이 있어도 아키하를 지키겠다고 맹세했다. 그런 마음을. 꿈꾸는 듯이, 계속 품고 있던 시절이, 있었다. "응....." 아침의 빛에 눈이 떠졌다. 자신이 살인귀가 아니라고 확실히 안 덕분인가, 어제는 살인의 꿈은 꾸지않았다. ".....하지만, 뭔가....." 그리운 꿈을 꾼 듯한 기분이 든다. 아직 나도 아키하도 어려서, 자신들이 어떤 관계인가 몰랐던 시절의 꿈----- "실례합니다. 깨셨습니까, 시키님." "아아, 좋은 아침, 히스이. 오늘 아침도 빠르구나." 히스이는 인사를 하며 들어온다. 언제나대로 갈아입을 학생복을 두고 안녕히 주무셨습니까하며 인사를 하러 와준다. "시키님, 어젯밤은 언제 돌아오신 겁니까? 아키하님께서 거실에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만." "..........아아, 어제는 피곤해서 말이지. 아키하가 거실에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대로 자긴의 방에 돌아왔어." 그렇게 대답하고, 자신에 대한 혐오감으로 우울해진다. ......어젯밤. 시엘 선배와 해어진 후, 저택에 돌아온 나는 아키하로부터 도망치는 듯이 자신의 방에 돌아가버렸다. 선배에게는 아니라고 계속해서 외쳤던 주제에, 나 자신, 아키하에게 묻는 것이 무서웠다. '네가 흡혈귀인건가'같은 것을 아키하에게 물을수 있을리가 없고, 혹시 그 대답이 최악의 것이었다면, 어떻게 하면 좋은지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이상, 아키하와 얼굴을 마주하고 제대로 된 회화가 가능할리가 없었다. "히스이. 아키하는 벌써 거실에 있는건가?" "예, 아까부터 시키님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런가. 곤란하군, 그건." 지금은, 그녀석과 단둘이서 지금까지 대로 지낼 자신이 없다. 아무것도 아닌 인사마저 잘 할수 없을듯한 기분이 든다. "히스이, 미안하지만 오늘은 함께 있어주지 않겠어. 집을 나갈 때까지만으로도 좋으니까, 옆에 있어줬으면 해." "---------" 표정은 변하지 않아도, 히스이는 숨을 삼키며 나를 본다. "----알겠습니다. 그럼, 시키님께서 외출하실 때까지 함께 있도록 하겠습니다." 꾸벅 인사를 하고, 히스이는 나의 부탁을 들어줬다. 거실에는 아키하와 코하쿠상이 함께 차를 마시고 있었다. "여어. 두사람 모두, 좋은 아침." "........." 어젯밤, 아키하가 있던 거실에 얼굴을 비추지 않고 방에 들어가버린 일에 화가 나 있는건가, 아키하는 이쪽을 슬쩍 본 것만으로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예,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시키상. 드물군요, 히스이짱과 함께 오다니." "......응, 오늘은 좀 몸이 안좋아서 따라와 달라고 했어. 계단에서 현기증이라도 일으키면 위험하니까말이지." "헤에에, 그것 또. 히스이짱은 신뢰 받고 있군요-" "..........." 히스이는 역시 말없이 나의 옆에 있어준다. "그럼 아침 식사의 준비를 하고 올테니, 아키하님과 기다리고 있어주세요." 코하쿠상은 주방으로 향해 갔다. "............" 아키하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어색한 분위기인채, 소파에 앉는다. ..... ............ ....................... 어색한 침묵이 거실을 지배한다. "오빠." "응----뭐야, 아키하." "몸이 안좋다고 하셨습니다만, 기분은 괜찮으십니까....?" "아니,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니까. 아키하가 걱정할만한 일은 아니야."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별로 괜찮습니다만." 어색한듯이 시선을 돌리는 아키하. ".....?" 아키하의 태도는, 어딘지 이상하다. 어젯밤의 일을 신경쓰고 있는 것은 명백하지만, 아무래도 언제나와는 다르다. 아키하이니까, '어째서 말을 걸어주지 않았어요'정도는 말할텐데, 묘하게 우물우물하고 침착하게 있지를 못하고 있다. "그, 아키하?" "저기, 오빠?" -----둘이서, 동시에 말을 걸었다. "아, 예. 뭡니까, 오빠." "아니, 아키하쪽이야말로 뭐야." ".......아니오, 저는 그냥 불러 봤을뿐입니다만----" "......?" 점점더 뭐가 뭔지 모르겠다. "아키하님, 시키상-! 아침밥 준비가 끝났어요-!" 코하쿠상의 목소리가 식당에서 들려온다. "라는데. 갈까, 아키하." "----예, 갈까요, 오빠." 왠지 오늘 아침의 아키하는 왠지 얌전한게 귀엽다. .....왠지, 점점더 자기혐오를 느낀다. 방금까지 아키하와 만나기가 힘들다, 같은 소리를 했으면서, 이렇게 얌전한 아키하라면 좀더 이야기하고 싶었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그럼 시키님, 아키하님, 안녕히 다녀오십시오." 나의 말을 확실하게 지켜서, 히스이는 정문까지 따라와줬다. "오늘은 토요일이니까 일찍 돌아올거야. .....아, 하지만 여기서 기다리지 않아도 괜찮아. 어쩌면 그대로 놀러갈지도 모르니까, 저택에서 느긋하게 기다려줘." 알겠습니다, 하고 인사를 하는 히스이에게 손을 흔들고, 저택의 정문을 뒤로 했다. ".........." 그럼. 문제는 여기부터 학교까지의 거리다. ".........." 옆에 있는 아키하는 아무 말없이 따라온다. ......그, 조용히 있어주면 고맙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불안해진다. 학교에 도착했다. 시간은 7시반을 지난 근처. 이 시간, 등교하고 있는 생도의 수는 극소수다. "............" 아키하는 아직 아무 말이 없다. .....역시 아침부터 전혀 말을 나누지 않는 것은 거북하다. ".....저기, 아키하." "아----예, 예. 뭡니까, 오빠." "뭡니까라니, 그....뭔가 오늘은 이상하지 않냐, 너. 어젯밤의 일도 화내지 않고, 계속 멍하니 있는 듯하고." "에----그렇게 보입니까, 나?" ".....아아, 보여. 혹시 아직 기분이 안좋은건가? 그렇다면 제대로 쉬지않으면-----" -----아. 문득, 알아차렸다. 아키하는 어제, 학교를 쉬었다. 어제의 시엘 선배는 팔에 붕대를 감고 있어, 흡혈귀와는 서로 상처입혔다라고 말했다. "..........." ".....저기. 오빠 쪽이야말로, 안색이 좋지않은 듯합니다만." "아----아니, 그것은" 붕붕 머리를 흔들어 싫은 상상을 떨쳐낸다. ......어떻게 되어있다. 아키하는 나와 같이 돌발적인 몸의 장해를 가지고 있으니까, 그야 학교를 쉴 때정도 얼마든지 있을수 있다. 아키하를 믿지 않으면 안돼는데, 무슨 불길한 상상을 해버리는거지, 나는. "나는 됐어. 그것보다 정말 왜그래. 오늘의 아키하는 굉장히 여자애다워서, 뭔가 아키하답지가 않아." "..... 지금 굉장한 말을 해줬군요, 오빠." "옷. 그래그래, 조금은 다워졌군. 아키하는 역시 그렇지 않으면 안돼지. ....뭐어, 얌전하다면 그것으로 또 나쁠것은 없겠지만 말이지." ".....정말. 나, 보통때는 그렇게 어른스럽지 못합니까." "아.....아니, 아키하는 어른스러워. 예의바르고, 확실하고. .....얼레, 이상한데. 이만큼의 조건이 모여있는데 어째서 이렇게...." 어째서 이렇게, 아키하는 어른스럽다는 이미지가 희박하지? "......뭐어, 아무래도 좋나. 아키하의 몸이 나쁜게 아니라면 아무것도 묻지않아. 자, 교사에 들어가자." "............." 아키하는 뭔가 말하고 싶은 듯한 얼굴인채로, 나의 뒤를 따라 교문을 지났다. "그럼 안녕. 오늘은 점심으로 학교가 끝나니까, 점심식사는 저택에서 먹을수 있다." "아-----오빠." "응? 뭐야, 역시 몸이 안좋은거냐? 그렇다면 보건실까지 데려가겠는데." "아니오, 몸은 괜찮습니다. 게다가 기분도 나쁘지 않습니다. 단지, 그.....오늘 아침 제가 이런 식으로 정신이 빠져 있는 것은 이유가 있는 겁니다." "......? 정신이 빠져있다니, 왜?" "그.....오빠, 어렸을 때의 약속을 기억하고 계십니까?" 느닷없이. 뺨을 붉히며, 아키하는 가만히 나의 눈을 바라봤다. "-----어렸을 때의 약속이라니, 뭐야?" "......정말. 역시 기억하고 계시지 않군요. 됐습니다, 아무것도 아니니까! 처음부터 기대따위 하지도 않았고, 어차피 오빠에게 있어서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을테니까요!" 흥, 하고 아키하는 얼굴을 돌린다. "뭐야, 갑자기. 어렸을 때의 일이라니, 벌써 8년이상 전의 얘기잖아. 게다가 약속이라고 말해도, 너와 한 약속이라면 그야말로 셀수 없을 정도로 있잖아. 그런 식으로 말해도, 무슨 소린지 전혀 짐작도 못해." "그것은......그렇습니다만, 그래도 기억하고 있어주길 바라는 일이란게 있잖아요? ......그, 어제는 어렸을 때의 꿈을 봐버려서, 오빠는 기억하고 있을까, 하고." "아키하. 어렸을 때의 꿈을 본 것만으로 일일이 옛날 일을 끄집어 내는거냐, 너는." ".....하지만, 그리웠던 겁니다. 기억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 나무 아래에서 오빠가 제 이름을 처음 불러주고, 제 머리를 쓰다듬어 줬던 일. 나, 그 시절에는 금방 울어버리는 아이였지요? 모두 내가 울면 곤란한 듯이 사과했습니다만, 오빠만은 함께 슬퍼해 줬어요. 그러니까 더욱 울음이 그치지 않았지만, 그 후는 정말로, 더이상 슬픈 일따위 없다고 생각할수 있었습니다. 그 때부터 저는----오빠? 왜그러십니까, 기분이 안좋으신 겁니까.....?" "-----아키하. 그, 어제 봤다는 꿈이란거, 혹시 누구도 없는 정원에서 네가 계속 울고 있던 때 얘기냐.....?" "아......응, 저도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런 느낌의 꿈인듯한----" "---------" 오싹, 하고 등에 차가운 것이 지난다. 그 꿈. 그 꿈은, 나도 봤다. ......선배는 말했다. 나는 흡혈귀의 의식에 휘말리고 있다고. "오빠? 정말로 괜찮은 겁니까.....?" "-----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나는 이쪽이니까." 구토기를 누르며, 아키하로부터 떨어진다.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 바라지 않는 결과만 나오는 거지. 잠들어 버리면 흡혈귀의 의식에 휘말리는 자신. 어젯밤. 살인의 꿈을 꾸는 대신에, 아키하와 같은 꿈을 꾸었다니, 그런 것, 알고 싶지도 않았는데. ......교실에는 셀수 있는 정도밖에 사람이 없다. 창가의 자신의 자리에 이동해서, 가방을 내려 놓는다. "..........." 의자에 앉아서, 그대로 홈 룸이 시작하는 것을 기다렸다. "여어, 빠르구만, 토오노. 오늘 아침은 또 제법 안색이 나쁜데, 무슨 일이냐?" "아리히코인가. ....대체, 아키하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같은 소리만 하고. 나, 그렇게 안색 나쁜거냐." "아? .....아니, 그렇군, 듣고 보면 보통이군. 왜일까, 토오노가 굉장히 침울해 있는 듯이 보였기 때문일까." "......침울해 있다, 인가." 확실히 기분은 침울해 있다. 이걸로 선배가 와서, '역시 그랬지요?' 같은 말을 했다간, 이제 반론의 여지가 없을 정도다. "-----아리히코. 너, 오늘은 선배 봤냐?" "아? 선배라니 어디의 누구 선배야." "어디라니.....나와 너의 공통의 선배라고 하면, 시엘 선배 이외에 없잖아." "누구야 그거, '시에루'라니. 우리 학교에 유학생같은게 있었냐?" -------경악으로, 입이 열렸다. "......아리히코, 너." 툭. 툭 끊으면, 어떻게든 거기까지 말을 한다. 하지만, 그 다음은 계속되어 주질 않았다. "뭐야, 토오노. 말하고 싶은게 있다면 확실히 말하라고. 돈 문제이외라면 뭐라도 듣는다." 아리히코의 상태는 언제나와 다르지 않다. 언제나와 변하지 않은 상태로, 깨끗하게, 선배에 대해서 전혀 기억하고 있지 않다. "정말로, 선배를 기억하고 있지 않은거냐." "그-러-니-까-, 선배라니 어디의 누구선배냐고 묻고 있잖아." "-------" 그런 것, 이제와서 대답할수가 없다. 나는, 겨우. 어젯밤, 그 사람이 말한 작별이 어떤 의미인건가, 알수 있었다. "옷, 슬슬 쿠니후지 녀석이 오는구만. 그럼, 나중에 또보자고." 아리히코는 자신의 자리에 돌아간다. 그렇게 교실에 담임이 들어와, 홈 룸이 시작하고, 그대로 첫시간째인 물리 수업이 시작했다.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선배는, 정말로 사라져버렸다. 나의 앞에서부터 없어진 것이 아니라, 시엘 선배라는 존재가 흔적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져버렸다. ----마법은, 간단히 풀려버렸습니다. .....어딘지 슬픈 듯한 얼굴로, 그 사람은 그렇게 말했었지. 아리히코는 기억하고 있지 않다. ......분명, 다른 누구도 기억하고 있지 않다. 그 사람은 이 학교의 생도가 아니었다. 나라는 인간을 감시하기 위해 섞여들어온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나에게 정체를 들키면, 그 뒤는 이제 없어질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 가슴이 아프다. 나를 살인귀가 아니라고 증명해준 대신에, 시엘 선배는 신기루같이 지워졌기 때문인건가----- 점심이 되어, 수업은 모두 종료했다. 모처럼의 토요일을 풀로 활용하기 위해, 클래스메이트들은 너나 할거없이 교실에서 뛰어 나간다. "오? 뭐야, 토오노, 집에 안가냐?" "아아, 아직 남아 있어. 조금 사람을 기다릴까, 하고." "흐-응....그거 아키하짱 말이냐?" "설마. 아키하였다면 이쪽에서 마중 나가지. 내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올 예정이 없는 사람이니까, 만날지 어떨지는 몰라." "그러냐. 그럼 먼저 간다." "아아, 너무 밤놀이 하지말라고." "우햐햐, 토오노에게 걱정 받았다간 끝장이지." 아리히코가 교실을 나가고, 다른 생도들의 모습도 없어져 간다. 혼자 교실에 남아서, 단지 시엘 선배를 계속해서 기다렸다. 찰칵, 하고 시계 바늘이 오후 1시를 가리킨다. 그라운드에서 육상부의 외침이 들리기 시작했을때, 드륵, 하고 교실 문이 열렸다. "-------" 온 것은 아키하였다. 아키하는 창가의 의자에 앉은 내가 있는 곳까지 다가온다. "오빠, 돌아가지 않으실 겁니까?" "......아니, 돌아갈거야. 단지 오늘 하루 선배와 얼굴을 마주치질 못해서 말이지. 여기서 기다리면, 올거라 생각하는데." .....아니, 틀려. 와주길 바란다고 생각할 뿐이다. 하지만, 그 사람이 나의 앞에 나타나줄 일은 이제 없겠지. "-----그렇군요. 그렇다면 저도 함께 하겠습니다." 아키하는 옆의 의자에 앉았다. ".....별로 상관없지만. 유별나구만, 너." "예. 뭐니뭐니해도 오빠의 여동생이니까요." ......뭐가 기쁜건가, 아키하는 웃는 얼굴로 의자에 앉아 있다. ......뭐어, 쫒아낼 이유도 없다. 선배와 아키하를 만나게 하는 것은 곤란하지만, 어차피 선배는 오지않는다. 나는 단지, 하루를 헛보내고 있는 것뿐이니까. 저녁이 되었다. 아키하는 불평 한마디도 없이, 단지 나의 옆에 앉아 있다. ......생각해보면, 저택에 돌아와서 이렇게 오랫동안, 아키하와 단둘이 된 것은 처음인지도 모른다. 특히 이야기를 하지 않는 만큼, 언제나보다 아키하를 의식해버린다. 어렸을 시절, 언제나 울고 있던 아키하. 그로부터 8년간, 계속 나를 기다려준 아키하. 이렇게 지금도, 다만 조용히 나에게 함께 해주는 아키하. .....그 아키하가 흡혈귀인지도 모른다고 듣고, 나는 단지 부정할수 밖에 없었다. 이유는 말할것도 없다. 나에게 있어 아키하는 소중한 동생이니까, 그런 건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뿐이다. .....지키겠다고 맹세했던 소녀. 내가 토오노의 저택에 돌아온 이유. 8년만에 만나, 아름답게 성장한 아키하를 봤을 때의 놀람. 아키하는 소중한 존재다. 그것은 애정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애정의 종류가 어떤 것인건가, 확실하게 말할수는 없다. 남매로서 지낸 시간은 겨우 2년뿐. 그 사이에도, 어째서인지 육친의 정보다도, 단지 지키고 싶다는 감정쪽이 우선해 있었다. ".........." 모르겠다. 때때로, 스스로도 모를만큼 아키하에게 반할 때도 있다. 여동생이니까 소중한건가하고 말하자면, 아니다. 나에게 있어서, 아키하는 단지 소중한 존재인 것일거다. 그러니까. 비록 아키하가 흡혈귀라고 해도, 나는---- "아키하. 슬슬 돌아갈까." "그것은 상관없습니다만....괜찮습니까, 오빠. 아직 선배가 오지 않았지요?" "아니, 처음부터 안온다고 알고 있었어. 그러니까, 이제 됐어." ".........." 아키하는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문득, 의문스럽게 생각했다. 아리히코나 다른 생도----교사들 마저도 선배를 기억하고 있지 않았지만, 아키하는 기억하고 있는가 어떤가, 하고. "아키하. 너, 선배를 어떻게 생각해?" "......선배뿐으로는 누굴 가리키고 있는가 모르겠습니다만, 오빠가 말하는 인물은 시엘상 얘기지요? 그렇다면, 나의 말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과는 어울려주지 않길 바랄뿐입니다." "뭐---------" 말이 막힌다. 아키하는 선배를 기억하고 있다. 누구든 잊고 있는 선배를, 어째서----- "아키하, 너-----" "오빠? 왜그러십니까, 그런 무서운 얼굴을 하고." "......어째서? 어째서 기억하고 있는거야, 아키하. 선배에 대해서는 모두 잊고 있는데, 어째서 너는 기억하고 있는거야....!?" "에-----" 아키하의 표정이 얼어 붙는다. 그리고, 아키하는 피하는 듯이 나로부터 시선을 돌렸다. "아키하. 너, 혹시.....처음부터 선배의 정체를 알고 있었던 건가.....?" "--------" 아키하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 침묵은, 즉 긍정이다. "아키하.....! 조용히 있지 말고 대답해줘, 너는 처음부터 선배가 흡혈귀를 퇴치하기 위해 있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었으니까, 계속 선배를 혐오했다는 거냐.....!" "흡혈귀라니, 오빠-----" 아연해서 나를 보는 아키하. .....그 얼굴은 흡혈귀라는 단어에 놀라고 있다기보다, 내가 흡혈귀라는 단어를 입에 담은 것에 놀라고 있는 듯했다. ".....아키하. 조용히 있지 말고 대답해줘. 그렇지 않으면 나는, 너를----" 믿을수가, 없게 돼. ".....그래요, 오빠. 저는 처음부터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이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이 첫대면인 인간에게 암시를 걸고 있는 것을 느꼈으니까, 그 사람은 신용할수가 없었던 겁니다. "......? 첫대면인 사람에게 암시를 걸고 있다니, 선배가.....?" "에에. 그러니까 모두들, 시엘이라는 이름에마저 위화감을 느끼지 않았지요? 저는 암시에 걸리지 않았으니까, 그 사람이 어딘지 이상(異狀)한 사람이라고 알았던 겁니다." 해명하는 듯이 아키하는 말한다. 하지만, 아키하는 중요한 것을 말해주지 않는다. 누구도 걸렸다는 시엘 선배의 암시라는 것에, 어째서 아키하는 걸리지 않았는가라는 것을. "그 사람의 암시에 걸려있던 사람은, 그 암시가 풀린 시점에서 시엘이란 인간을 잊어버립니다. 저는 처음부터 암시에는 걸리지 않았으니까, 암시가 풀린 지금도 그 사람을 기억하고 있는 겁니다." "......그것은 알았다. 하지만 아키하. 어째서 너는, 그 암시에는 걸리지 않은 거야." "-------그것은, 그------" ".....그렇지. 토오노의 인간은 보통이 아니니까. 보통이 아니니까, 선배의 암시같은 거에는 걸리지 않았던거지." "오빠, 어떻게 그것을" ".......당연하잖아. 나도, 보통이 아니니까." 말하고, 의자에서 일어선다. 아키하는 경악한 얼굴을 한 후, 각오를 한 듯한 얼굴로 의자에서 일어섰다. -----무인의 교실. 붉게 물든 교실에서, 우리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본다. ".....선배로부터 들었어. 토오노의 사람은 모두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그 중에는 스스로도 자신을 억누를수가 없어서, 사람을 죽여버리는 녀석도 있다고, 들었어." ".............." "하지만, 나는 믿을수 없다. 믿고 싶지, 않아." ".............." "대답해줘, 아키하. 너는----흡혈귀따위가, 아니지?" 아키하는 대답하지 않는다. 단지 괴로운 듯이 눈을 가늘게 뜰 뿐이었다. ------어째서. 어째서 아키하는, 거짓말이라도 좋으니까, 그렇지는 않다고, 말해주지 않는거지---- "----뭔가 말해. 어째서 아무 말 없는거야, 아키하.....!" 침묵이 괴로워서,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아주 잠시의 정적 후. 아키하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한 우아함으로, 창가까지 걸어갔다. 긴 머리칼이 붉은 석양에 물들어 간다. 붉은, 머리칼을 흔들며, 아키하는 빙글 돌아본다. "그럼 묻겠습니다만. 오빠는 제가 흡혈귀라고 하면, 어떻게 하실겁니까?" 슥, 하는. 시선이라는 칼날이, 나의 목덜미에 박히는 듯한, 압력. "------그것은." 아키하의 시선이 예리하게 꼿힌다. 떨어져 있다. 아키하와 나는 떨어져 있는데, 마치 눈 앞에 아키하가 있는 듯한, 긴박한 공기. "대답해줘요, 오빠. 제가 피를 빠는 귀(鬼)라고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아키하, 그것은----" "혹시 제가 그것을 인정하면, 아키하는 자신을 억누를 필요가 없어집니다. 알고 있나요, 오빠? 나, 이제 시시하게 고집 부리는 것은 그만두고, 자신에게 솔직해질수 있는 겁니다?" 귀기(鬼氣)에 달하는 박력과, 어딘지 즐기는 듯한 잔인함을 담은 눈동자로, 아키하는 아래에서 올려본다. 그 시선에, 오싹했다. 아키하는 나를 올려보고 있는데, 이쪽이 내려봐지고 있는 듯이 생각될 정도로, 차가운 정(靜)의 박력이 있다. "뭐-------" 숨을 삼킬뿐으로 아무것도 말할수 없다. 떨어져 있는데. .....우리들은 지금도 입맞춤을 하는 듯한 태세와 착각인 채로, 단지 서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키하의 눈은 다른 사람같이 차갑다. "아키하, 너-----" 목은 거기서 정지한다. 도저히-----도저히, 나에게는 그 앞을 말할수가 없다. "농담이예요, 오빠. 나는 누군가의 피따위 마시지 않는 걸요." 말이 막히는 나의 상태가 즐거운 듯이 웃고, 아키하는 칼날 같았던 시선을 멈췄다. "시엘이 말한 대로, 확실히 토오노가의 인간에게는 '다른 것'의 피가 섞여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발현하면 한눈에 알수 있는 것이라고, 오빠도 알고 있지 않습니까." 쿡, 하고. 아키하는 놀리는 듯이 웃었다. "내가, 알고 있어.......?" "에에. 그러니, 오빠의 질문은 무의미입니다. 나는 오빠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니까. 그래서, 이야기는 그게 다입니까? 그럼, 저는 먼저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아키하는 가버릴려고 한다. 하지만, 안됀다. ......이제, 지금을 놓치면 찬스는 없다는 기분이 든다.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 전부 물을 수밖에, 출구는 없다. "......어니, 아직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나와 너가 어렸을 때 있었던, 또 한명의 남자애에 대해서다." "의외로 끈질기군요, 오빠는. 그런 아이는 없었다고 말했을 터입니다." "그럴리가 없잖아. 10년전에 아버지가 양자를 들였으니까." "--------" 아키하는 눈썹을 치켜 올린다. 그것은 지금까지 같이 숨기고 싶은 것을 감추는 반응이 아니라, 분노에 가까운 반응이었다. ".....그래요. 히스이도 곤란하군요. 오빠에게는 알리지 않도록, 그만큼 주의하라고 말했는데." 하아, 하고 한숨을 쉬는 아키하. "....아키하. 세번째 아이는 있었어. 나도 희미하지만 기억하고 있어. 이제 가르쳐줘도 괜찮잖아. 그녀석은.....어째서, 죽어버린거야." "아니요. 그 사람은, 죽지 않았습니다." "------에?" "하지만, 살해당한 겁니다. ----오빠, 당신 자신의 손에 의해." "뭐----내가, 죽였다-----?" 말하고, 현기증이 일었다. ------그래, 죽였다. 8년전의 사고. 어렸을 때의 자신. 그 중정에서. 뜨거운, 악몽같이 뜨거운 여름 날. 피투성이인 아키하와 소년. 뭉게구름과, 어디까지도 울려 퍼지는 매미 소리. ------그곳에서, 나는 그 아이를, 죽인, 건가. 현기증이 일었다. "큭------" 멀어져가는 의식을 어떻게든 멈춰세운다. "틀-----나, 는" 하아, 하아하고 호흡이 흐트러진다. 나. 나는, 그런 일----- "보세요, 오빠. 사람에게는, 누구든 비밀로 해두지 않으면 안돼는 일이 있지요?" "아키하-----너" "그러니까 이제, 시시한 일을 생각하는 것은 그만두세요. 오빠는 토오노 시키로서, 저 저택에 있어주면 그것으로 됐으니까요." -----아키하가 간다. 나에게는, 그것을 막을 말이 없다. 석양의 교실. 나는 혼자 남겨진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서있을 뿐이었다----- -----------밤이 되었다. 저택에 돌아갈 기분도 되지않아, 공원의 벤치에 앉아서, 그냥 생각한다. "............" .....틀린건가. 아키하가 '다른 것'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고, 세번째의 아이가 있고, 그게 죽어버렸다는 것도 확실해져있다. 아키하는, 내가 세번째 아이를 죽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자신, 피투성이가 된 아이를 그 중정에서 본 기억이 있다. "........크" 코하쿠상의 피를 빨고 있던 아키하. 토오노의 사람은 인간이 아니라고 말했던 아키하. .....남매라면, 잠들어 있을때 의식이 동화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했던 선배. "---------으" 그럼, 이제 의심할 요소는 아무것도 없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것이 사실이다. 하다못해. 하다못해 아키하가 코하쿠상의 피를 빨고 있는 것만이라도 보지 않았다면----- "-----얼레" ....잠깐, 기다려. 내가 아키하와 코하쿠상을 본 것은, 꿈속이었을 터다. 꿈 속에서, 나는 아키하와 코하쿠상을 봤다. 그것은 즉----아키하에 동화하고 있어서는, 아키하 본인을 볼수는 없다, 라는 것. ".......그럼 그 꿈을 보고 있었던 것은-----" 보이고 있던 아키하일리가 없다. 아키하가 흡혈귀라면, 그런 영상은 절대 볼리가 없다. "-----그래. 아키하가 살인귀일리가 없잖아!" 말하고, 벤치에서 일어섰다. 그 뒤는 정말, 스스로도 부끄럽다고는 생각하지만, 공원 안을 뛰어다녔다. "하, 하하, 하하하하하-------!" 주위의 시선따위 아무래도 좋다. 단지 기뻐서, 웃으면서 뛰어 다닌다. 왜냐면, 이것으로-----나는 아키하를 계속 지키고 있을수 있는 거다. 나와 의식이 동화해버리는 흡혈귀에게도, 이번만은 감사해주지. 그녀석이 아키하를 훔쳐보고 있지 않았다면, 나는 말도 안돼는 착각을 한 채----- "--------" 아니, 잠깐 기다려. "아키하를-----보고 있었다?" 살인귀는, 아키하를 보고 있었다. 저택 안에서. 사냥감을 노리는 음험함으로, 그림자에서 몰래. 마치, 다음 사냥감을 아키하로 정한 듯이. "무------" 등골이, 얼었다. 하지만, 지금은 멈춰 서있을 때가 아니다. "아키하------!" 외치고, 전력으로 저택으로 달려갔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이상해. 아직 7시가 되었을뿐인데, 저택의 빛이 들어 있지 않다. "하아....하아, 하아-----" 계속 달려서 흐트러지는 호흡을 억누르며, 저택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저택은 조용하게 변해 있다. 주위는, 굉장히 덥다. 가을 밤인데도, 오늘 밤은 너무 뜨겁다. "하아.....하아.....하아......" 호흡이 흐트러지는 것은, 절대 달려왔으니까가 아니다. 심한 열대야다. 이마에서 흐른 땀이, 뺨을 지나 떨어져간다. "......크" 이마의 땀을 훔친다. 타들어가는 듯한 밤 공기 속에서, 저택의 현관에 손을 댔다. "큭------!" 현기증이 일었다. 긱, 하고 온몸의 뼈를 울리는 듯한 오한은, 의식을 조여들이려 하고 있다. "--------" 현기증은, 현기증과는 달랐다. 의식은 멀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선명하게, 여분의 부분을 깍아내려 가늘고, 강하게, 칼날같이 갈아 내어간다. ----기리, 하는 소리. 이유도 없이 증오가 일어 오른다. 현기증은 멈추지 않고, 두통은 격해져갈 뿐인데도, 몸에는 활력이 퍼져간다. "아키하......!" 외쳐도 대답은 없다. 저택은 모든 전기가 끊겨있다. 사람의 기척은 전혀 없다. "히스이, 코하쿠상....! 아무도 없는 건가!?" 대답은 없다. 있는 것은 삶아지는 듯한 뜨거움과, 바늘같이 피부에 박히는 정적뿐이다. "-----아키하." 싫은 기척만이 든다. 다른 일을 생각할 여유는 없다. 아키하. 아키하의 방은, 분명----- ------2층의 동관 가장 안. 그곳이 아키하의 방이다. .....계단을 올라간다. 높은 기온과 싫은 예감이, 밤의 어둠을 유리같이 굳히고 있다. -----하아, 하아, 하아. 험한 숨결인채 계단을 올라서, 복도를 걷는다. ......등골이 아프다. 싫은 공기는, 아키하의 방에 가까워질 때마다 무거워져 간다. -----아키하의 방에 도착했다. 현기증은 견딜수 없을만큼 강해져있다.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행운이었던 건가, 나이프는 제대로 들어 있다. "----------" 현기증을 죽이고, 나이프를 한손에 들고 문을 열었다. --------어둠. 창에서 비춰져 들어오는 달빛만이, 희미하게 방의 상태를 밝혀주고 있다. 그 푸른 어둠 속, 쓰러져 있는 아키하의 모습이 있었다. "아키하------!" 달려가서 안아 일으킨다. "..................." 아키하는 정신을 잃고 있는건가, 꼼짝도 하지 않는다. 단지, 그 작은 가슴이 살짝 상하하고 있어, 숨이 있다는 것만은 읽어낼수 있었다. 아니, 그런 일보다 좀더 이상한 것이 있다. 아키하의 긴 흑발. 그것이, 지금은 피같은 붉게 물들어 있다. "아키하-----정말로 아키하....인거지?" .....어둠 속에서 적색으로 보이는 머리카락. 하지만, 그래도 아키하는 틀림없이 아키하였다. "아키하, 어이, 정신차려.....! 대체 무슨 일이 있------" 달그락, 하는 소리가 났다. "--------!" 돌아 본다. 소리가 난 방향-----달이 비춰져 들어오는 창가에, 뭔가, 이질적인 '것'이 서있었다. .......그것은, 전신에 붕대를 감은 인간같았다. "-------누구냐." .....등골에 흘러내리는, 극도의 오한. 신경의 중추인 척수를 따라, 뇌수에 알려지는 죽음의 기척. .....사람의 그림자는, 단지 그곳에 서있을 뿐으로, 부서져 있었다. 분명하게 상궤(常軌)를 벗어난, 떠있는 눈. 하지만 그곳에는 확실한 지성이 존재해, 붕대의 인물은 광기와 이성을 동시에 겸비한 듯이 보인다. 두근, 하고 튀어 오르는 심장. 심박수는 한계를 넘어 올라간다. 반면, 이성은 죽은 자같이 식어간다. 이 공기. 공기를 오염시키고 쇠약하게 만들어가는 사취(死臭)를 알고 있다. -----틀림없다. 지금 이 방에 있는 것은, 몇번도 꿈에서 본 살인의 세계였다. "-----누구냐고, 물었다." 나이프를 강하게 쥐고, 그림자를 노려본다. 붕대의 남자는 씨익 웃은 듯이 보였다. "쓸쓸한데, 시키. 너는 자신이 죽인 상대도 기억하고 있지 않은거냐." 소리를 내며, 한발만 다가온다. "------!" 아키하를 한손으로 안고, 물러섰다. "모르겠는건가, 시키. 나는, 너에게 죽은 남자야." "무슨-----" 남자의 목소리는, 단지 듣고 있는 것만으로 비위에 거슬린다. 증오스럽다. .....저택에 들어온 때부터 느끼고 있던 증오가 압축되어, 이 남자에 대해 빨려가는 듯이, 증오스럽다. 이 증오. 제거하지 않으면 안됀다는 본능이, 살인충동이라는 것인건가. 두근, 하는 고동. 내가 모르는 곳에서, 나의 몸이 외치고 있다. 이 남자. 이 존재는, 죽여야 할 존재라고 외치고 있다. "-----그런가. 네가, 흡혈귀인가." 아키하를 한손으로 안은채, 또 한손으로 나이프를 겨눴다. 하하하, 하고. 남자는 소리를 죽여, 매우 즐거운 듯이 웃었다. "그만둬. 나는 너다. 누구도 자신을 죽이는 것은, 할수 없어." "뭐-----뭐라고.....?" "아키하는 돌려받겠다. 본래, 그건 내 것이니까말이지." 더욱 한 걸음. 남자는 이쪽에 가까이 온다. "멈춰-----!" "멈출 것 같으냐. 나는 너로부터 되찾으러 왔단말이다. 이름도, 입장도, 그 힘도, 모든 것은 내 것이었던 것이다." 남자는 천천히 양손을 벌려, 자랑하는 듯이 목소리를 올린다. "......무슨 말을 하고 있어. 너----너는, 뭐냐." "......아직 모르겠는건가. 도대체가, 정말로 박정한 녀석이다. 8년전. 나와 너는, 그렇게 사이가 좋았는데말이지." "에------" 8년전? 그렇게, 사이가, 좋았다-----? "......뭐어, 기억하고 있지 않은 건 어쩔수 없나. 그 아버지이니까, 네가 모든 것을 잊게 하기 위한 암시는 전력을 다한 것이겠고." "너 자신도----추한 기억은 잊고 싶었던거겠고 말이지, 시키." 남자가 웃는다. 시계가 흔들린다. 8년전. 8년전. 8년전------ 그것은 내가 사고에 휘말려서 병원에 옮겨진 때. 그것은 토오노 저택에서, 셋이서 놀던 것이 마지막이 되었던 때. 그것은-----그 중정에서, 피투성이가 된 소년의 모습이 있었던 시간---- "하지만 그것도 끝이다. 지금까지 괴로웠겠지, 시키? 기다리고 있어, 곧 편하게 해줄테니까." 남자는, 얼굴의 붕대를 천천히 풀어갔다. 그 안에 있는 맨 얼굴, 그것은----- "너...." "오랜만이군, 토오노 시키. 아니, 그것은 진짜 네 이름이 아니었나." 붕대의 아래에서 나온 맨 얼굴. 그것은------피투성이가 된 그 소년이 아닌. "토오노-----'시키'" 그렇다. 어째서 잊고 있었던 걸까. 옛날 아키하와 함께 있던 그. 세번째의 아이는, 확실히 그런 이름이었다. "그렇다. 정말로 오랜만이군, 나나야 시키. 드디어----자신이 가짜라고 알아준 것같군" 남자-----'시키'는 입가를 올리며, 매우 기쁜듯이 웃었다. "아------" 두통. 두통이 인다. 완고하게 닫혀진, (누구에게?) 봐서는 안돼는, (뭐를?) 망각이 녹음된 상자가. -------그 모든 것을 잊어라라고, 명령받았다. 토오노 마키히사. 나를 외톨이로 만든 그 인물에게, 나나야 시키는 양자로 들여졌다. 단지 나의 이름과 그의 아들의 이름이 같았다는 우연이, 그에게는 유쾌하게 느껴졌으니까이겠지. 그것은, 이제 10년도 지난 과거의 이야기. 양자로 들여진 자신. 끌려간 모르는 저택. 언제나, 언제나 타인이었던 가족들. 별채에서의 생활. 그곳에서 알게 된 소년과 소녀. 셋이서 놀며 다닌 넓은 정원. 여름의 뜨거운 날. 무서운 그림자에게 덥쳐진 아키하. 단지, 구하겠다는 생각밖에 하지 못해서, 자신의 몸을 방패로 한 순간------ -------그 모든 것을, 잊어라라고 명령받았다. 토오노 마키히사에게. 자신의 부친에게. 이제부터 자신은 나나야 시키로서가 아닌, 토오노 시키로서 살아가는 거라고 명령받아----- "-------, ...........!" 현기증, 구토기. 뒤섞이는 기억이, 뇌수 속을 뛰어다닌다. 털석, 하는 소리. 자신의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겨우 안아올린 아키하를 마루에 놓치고, 나는, 하아하아하고 한심한 소리를 내며, 나이프를 끌어 안는 듯이 쥐고 있다. "--------쇼크냐? 아아, 그야 쇼크겠지. 지금까지 토오노 시키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만큼, 자신이 가짜라고 알았던 때의 충격은 각별하겠지.....!" 아하하, 하고 웃는 '시키' "하지만말이다, 그런건 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냐. 나는 말이다, 시키. 친구라고 믿고 있었던 너에게 죽고, 토오노 시키라는 이름까지 빼앗기고, 아키하까지-----나의 아키하까지 너에게 빼앗겨버렸다.....! 그 굴욕을 네가 알수 있을 것같냐!" "죽, 였다-------? 내가, 너를---------" "그렇다. 뭐어, 먼저 죽인 것은 내쪽이지만, 결과로서 너는 나를 죽인거야. 아직 생각나지 않는거냐, 시키. 8년전의 그 날, 나는 자신의 피에 져서 너를 죽였다. 그 가슴의 흉터를 보라고. 이 팔로 말이다, 너의 가슴을 꿰뚫어줬잖아?" "가슴의, 상처-----" 그것은, 사고로. 뭔가의 사고에 휘말린 것이라고, 들은 것--------. "그렇다. 뭐어, 그 다음에 나는 아버지에게 죽을 뻔했지만 말이지. 겨우 토오노에 가까운 피에 각성했는데, 그 후에 그대로 지하옥에 유폐되서, 8년간이나 어둠속에 있었다는 거다. -----그 빌어먹을 아버지, 토오노에 가깝게 된 몸을 인간으로 되돌린다면 밖에 꺼내주겠다는 소리나 지껄여대고....! 그때까지 토오노 시키가 부재면 귀찮을테니까, 나 대신에 양자인 너를 토오노 시키로 세운거야, 그녀석은." "----------" ......즉. 10년전의 양자라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나였던건가. "알겠냐, 시키. 나는 너에게 죽은거다. 나는 이렇게 여기에 살아있어. 그런데 토오노 시키로서의 네가 있다. 나에게는 말이다. 이제 돌아갈 장소가 존재하지 않아. 토오노 시키라는 이름도, 입장도, 사랑하는 동생마저도, 자신의 존재의의마저도 네놈에게 빼앗겼다. 나라고 하는 토오노 '시키'는말이다, 너라고 라는 토오노 시키에 의해 죽은거야." 일보. 빛나는 살의가 담긴 눈을 하고, 시키는 이쪽에 다가온다. "자아-----이걸로 이야기는 끝났다. 시키, 너는 본래라면 8년전에 죽은거다. 그렇다면 이제 충분하잖아. 슬슬, 본래의 관계로 돌아가지 않겠냐." "-------본래의, 관계, 라고------?" "그렇다. 나는 토오노 시키로 돌아가고, 너는----원래의 사자(死者)로 돌아가라라는 거다!" 탕, 하는 충격. '시키'의 일격으로 복도까지 튕겨 나갔다. "아-----" 등을 벽에 부딧쳤다. 숨을 잘 쉴수없다. 머리도 아직----혼란된 채, 움직여주지 않는다. "크-----" 기척이 다가온다. 아키하의 방에서, '시키'의 몸이 뛰어나오고 있다. "치이------!" '시키'의 목소리가 들린다. 녀석의 무기도 나이프인건가, 순차에 휘둘러진 이쪽의 나이프와 녀석의 나이프가 부딧쳤다. "학, 학, 학------" 숨이 오른다. 구토기가 멈추질 않는다. 그래도 망설일 여유따위 없다. 나는----- -----자신의 일을 생각한다따위, 나중의 나중이다. 확실한 것은 이녀석이 모든 원흉이라는 것. 거리에서 몇명도 사람을 죽이고 피를 빨고 있는 것도. 선배를 상처입히고, 그 몸을 범하려 한 것도. ......유미즈카를. 유미즈카를 흡혈귀로 만들어, 그런 괴로움을 등에 지게한 것도. 전부. 전부, 이 '적'의 짓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 이빨을 물고, 증오를 억누른다. 될수 있는 한 냉정하게 되기 위해 노력하고, 안경을 벗었다. -----시작하자. 다행히, 목숨을 주고 받는 것은 이걸로 3번째. 슬슬 적당히, 어떻게 움직이면 되는 건가는 싫을 정도로 알고 있었다---- "하아----하아----하아----" 툭, 툭 땀이 떨어진다. 몸의 이곳 저곳을 나이프로 공격 당했지만, 다행히, 치명상은 입지 않았다. 토하는 숨이 험한 것은, 단지, 한계 이상으로 몸을 움직이고 있는 대가다. "모르겠어------" .....눈앞의 적은, 짜증스러운 듯이 숨을 토한다. "왜냐----어째서 단지 인간인 너를 죽일수가 없냐.....? 왜 너에게, 이렇게까지 살상능력이 갖춰져 있는 거냐, 시키!" 적의 눈에는 분노가 있다. 아마도, 간단히 끝낼수 있다고 생각하던 사냥감에게 저항당한 짜증스러움일 것이다. "하아-----하아-----하아------" 심장이, 괴롭다. 아무리 저녀석의 수법을 꿈에서 봤다고 해도, 애초에 몸의 능력이 다르다. 나이프로 저녀석의 나이프를 막는 것으로 힘에 겨워서, 녀석의 '선'을 긋는 것은 어렵다. -----물론. 서로 동시에 치는 것으로 되는 거라면, 그야말로 쉽게 녀석의 숨을 끊을수 있겠지만. "----좋아, 놀이는 끝이다. 너와 같이 나이프로 끝내주려 했는데말이지. 역시 익숙하지 않은 물건은 쓰는게 아니었다." 적은 나이프를 마루에 버린다. 어둠속에 빛나는, 짐승같은 예리한 손톱. "결국은 이건가. 8년전과 같다는 것은, 별로 보기 좋지 않은데 말이야." 웃고, 적은 자세를 갖췄다. -----두근, 하는 소리. 진심이 된 녀석의 움직임에는 따라갈수 없다, 라고 몸이 이해하고 있다. 녀석이 덥쳐 오는 모습은, 아마도 시인(視認)조차 할수 없을 것이다. 정신이 들었을 때는, 이쪽의 몸에 구멍이 뚫린다. ------두근. 죽음의 기척이 늘고 있다. 이대로는 확실히 죽는다는 위기감. 하지만, 공포는 전혀 없었다. 늘어가는 위기감에 비례하여, 온 몸의 져림이 강해져간다. "하아-----하아------하아-------" 뜨거운 아픔. 그것은 한계까지 활줄이 당겨진 활과 같다. 자기자신으로도 어떻게 할수 없이 억누를수 없는 살인 충동. 아마도----그것은 다음 순간에 해방되어, 확실히 '시키'를 죽인다. "잘가라, 시키. 아키하는 내 것이다. 이번엔 네가, 끝없는 어둠에 떨어져라-----!" 적의 몸이 사라진다. 팽팽히 당겨진 활의 시위가 되돌아간다. ----하지만, 그 직전. 나와 '시키'의 사이에, 끼어 들어오는 그림자가 있었다. "----------" ......그것은,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아키하였다. 아키하는 나를 감싸는 듯이 '시키'의 앞에 서 막는다. "....아키하. 어쩔 생각이냐." 아키하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 등. 아키하의 붉은 머리칼을 앞에 두고, 내 안의 피가 소란을 일으킨다. "....비켜, 아키하. 너의 진짜 오빠는 나다. 그런 가짜를 감싸줄 필요는 없어." -----그 등. 아키하의 붉은 머리칼을 앞에 두고, 내 안의 피가 소란을 일으킨다. "......아키하, 너무 나를 슬프게 하지 말아줘. 나는, 너만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싫습니다. 비키지 않습니다." 아키하는 목을 흔들고, 확실히 '시키'를 거절한다. "......아키하!" "물러가세요. 당신이 오빠를 죽인다고 한다면, 그 전에 내가 당신을 죽입니다. 토오노의 당주의 역활은, 당신 같은 '것'을 소거시키는 일이니까요." "무슨----무슨 말을 하는거야, 아키하! 너는 그렇게 나를 기다리고 있었잖아. 항상, 항상 보고 있었다고. 오빠인 나를 계속해서 기다리는 너의 모습이 있었으니까, 나는 여기에 돌아온거야. 그 빌어먹을 아버지를 죽이고 겨우 자유롭게 된 것은 전부 너를 위해서다. 그런데, 어째서 그런 가짜를 감싸는 거야, 너는!" ".....확실히, 나는 오빠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당신따위가 아닙니다. 토오노의 피에 져, 단지 살인귀가 된 당신은 8년전에 죽어야 했습니다." "아----아키하, 너는 친오빠에게 죽으라고 하는 거냐? 아니야, 그녀석은 아니야. 속지마, 너의 오빠는 나뿐이다. 알겠냐, 거기의 남자는 단지-----" "닥치세요....! 그 이상 오빠를 모욕하는 것은 용서하지 못해. 당신에게----당신따위에게, 이제 두번다시 오빠를 죽게 하지 않아....!" "아키-----하" '시키'의 몸이 비틀거린다. "그만둬----그녀석은 그냥 가짜잖아. 그런 녀석을 감싸서----나를, 이 이상 배신하지 말아줘, 아키하." "---------" 아키하는 대답하지 않는다. 단지 격한 적의를 '시키'에게 향할 뿐으로. "아키하-----너까지, 나를 배반하는 건가, 아키하-----" 기릭, 하는 소리. 핏발이 선 눈으로 '시키'는 나와----아키하를 적시(敵視)한다. "......이게 마지막이다. 비켜, 아키하. 너는 오빠가 하는 말을 듣지 않겠다는 거냐!" "------비키지 않습니다. 나의 오빠는, 당신따위가 아니니까.....!" 아아아아아아, 하는 절규. 기성을 지르며 '시키'는 뛰었다. 아키하에게가 아니라, 그 등뒤에 있는 나에게. "-------" 그러나, 그것은 이쪽도 각오하고 있었다. 나이프를 겨누고 질주하는 적을 맞아 친다. 그러나, 이쪽의 나이프보다, '시키'의 손톱쪽이 약간 빠르다. 결과는 역시 동시 치기인가. 하지만 그거라면, 확실히 이녀석의 '선'을 절단해서, 갈갈이 해체할수 있다----- ------'시키'의 손톱은, 나에게는 닿지 않았다. "아----" 혼이 빠진 듯한, '시키'의 목소리. "아키, 하----" '시키'의 손톱은, 아키하의 등을, 깊게 찢었다. '시키'가 노린 것은 아니다. 단지, 아키하가 나를 끌어안은 것뿐의, 일이다. "-------"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느끼지 않았다. 지금은 의식이 얼어붙어 있다.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채, 자신의 살인충동에 밀려 움직이고 있다. 아키하의 몸이 무너진다. 그 틈. '시키'가 자신을 잃고 있는 그 찰나, 녀석의 '선'을, 일섬(一閃)했다. .....튀이는 피의 냄새. 스스로도 열받을 정도로, 그런 것밖에 느낄수 없었다. 너무나도 심한 현기증 탓으로, 나의 오감은 대부분 마비되어 버린 듯하다. 아무것도, 지금은 느끼지 않는다. 눈 앞에 피투성이가 된 아키하의 모습이 있고, 그 옆에 '시키'의 사체가 구르고 있는데도. 나는 아무것도 느낄수 없는 채, 단지, 아연히 서있을 뿐이었다. 전기가 들어왔다. 인공의 빛이 눈에 스며 들어오고, 아연했던 의식이 돌아왔다. "-------" 주위를 둘러본다. 눈 앞의 로비에 있는 것은, 단지 붉은 피의 흔적이 있을 뿐이다. 쓰러진 아키하의 몸도 없고, '선'을 절단한 '시키'의 사체도 없다. "에------" 나의 손에는 아직 나이프가 쥐어져있다. 방금까지의 일이 꿈이 아닌 것은 확실한 일. 그 증거로 로비에는 피가 잔뜩 묻어 있다. "아키하-----나를, 감싸고" 떠올리고, 토할 뻔했다. 그런 일, 그런 일을 해주길 바랬던게 아니다. 나는 아키하를 지키고 싶었던 것뿐인데, 어째서 거꾸로, 그렇게---- "시키님." 등뒤에서 불려졌다. "저택의 전원을 예비의 것으로 교환하였습니다. 아키하님의 상처는 얕은 듯하니, 부디 정신을 확실히 해주십시오." "히스이----지금까지, 어디에" "그것은 방금 이야기했습니다. 저와 언니가 달려왔을때에는 시키님과, 상처입은 아키하님이 쓰러져 있었다고. ......시키님을 몇번인가 불렀습니다만, 시키님은 회화가 가능한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즉, 나는 상처입은 아키하를 앞에 두고 멍하니 서있었다는 건가. "아키하님에게는 곧 응급처치가 필요했기 때문에 저와 언니가 아키하님의 치료를 하고, 저택의 전원을 회복시켰습니다만----역시 시키님의 지시를 기다려야 했습니까? "-----아니. 히스이들은, 옳아. 나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서있을 뿐이었던 거지?" "예. 저희들이 달려와서 1시간정도 지났습니다만, 시키님은 단지 서계실 뿐이었습니다." "......그런, 가." 상처입은 아키하를 앞에 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니, 최저다. 이럼 지키는게 아니라, 거꾸로 상처입힌 것과 마찬가지다. "히스이. 아키하는, 괜찮은 건가." "예, 그렇게 깊은 상처는 아닌 듯합니다. ......그러나 수일로 나을 상처도 아니기 때문에, 지금은 방에서 쉬고 계십니다." "-----시키님,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정신을 차리니 저택의 전기가 꺼져있고, 저는 언니의 방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저와 언니는 약으로 잠 재워진 듯합니다만, 그렇게 로비에 향했을 때 시키님과 아키하님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언니는 아키하님의 상처는 큰 동물의 손톱에 의한 것이라 말했습니다만, 그건-----" "에-----?" 이상해, 그럼 수가 부족하다. "히스이는 '시키'는 없었던 건가!?" "아니오, 시키님이라면 아키하님의 앞에 서서 계셨습니다만....?" "아니, 내가 아니라, 그-----" 말을 하려다 입을 닫았다. 히스이는 '시키'에 대해서 모른다. 아키하가 상처를 입은 이유도, 내가 죽을 뻔했던 것도 모른다. ".....히스이. 로비에는 나와 아키하밖에 없었던 거군....?" 히스이는 작게 끄덕인다. "------그녀석------!" 살아 있다. 확실하게 어깨부터 대각선으로 '선'을 절단했는데, 치명상은 되지 못한건가. 아니면, 흡혈귀란 것은 인간보다 죽기 어려운 것인건가. 어느쪽이든, 그녀석은 아직 살아 있고, 여기에서 도망친 것은 틀림없다. "......아니, 지금은 그런 일은 아무래도 좋아. 그런 것보다, 아키하를-----" "기다려주십시오, 시키님. 아키하님의 침실에 가실 겁니까?" "당연하잖아, 나는 아키하에게 사과하고,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지금은 언니가 치료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시키님이 가셔도, 아키하님은 기뻐하지 않으실 거라 생각합나다만." "그....그것은, 그럴지도 모르지만...." "시키님은 방에 돌아가주세요. 아키하님의 치료가 끝나고, 아키하님 스스로 시키님을 부르시면, 제가 알려드리 겠습니다." 말하고, 히스이는 계단을 올라간다. 코하쿠상을 돕기 위해 아키하의 침실에 향한 것이겠지. "........" 확실히, 남자인 내가 아키하의 치료를 할수 있을리가 없다. 찢길 듯한 가슴을 안은 채, 히스이가 부르러 오는 것을 방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방에 돌아와, 마음을 가라앉힌다. 냉정하게 되서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아키하에 대해. 자신에 대해. '시키'라는 남자에 대해. ......'시키'는 내가 양자고, '시키'를 대신해 토오노 시키로서 취급받았다, 라고 말했다. 그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고, 오히려 납득할수 있다. 내가 이 저택 안을 별로 기억하고 있지 않은 것도, 이 방을 자신의 것이라고 들어도 실감이 일지 않았던 것도. ......내가 아리마가에 맡겨진 것도, 8년전의 사고 때, 아무도 문병을 오지 않았던 것도. ......10년전에 양자가 되어, 사고를 당할 때까지의 2년간. 나와 아키하와 '시키'는 형제로서 키워졌다. '시키'는 처음부터 내가 양자라고 알고 있는 듯한 말투였다. 하지만, 아키하는 어떨까. '나의 오빠는, 당신따위가 아니니까----' 아키하는 '시키'에게 그렇게 외치고, 나를 감싸 상처를 입었다. .....아키하는 내가 양자란 것은 모를지도 몰라. 그러니까 몸을 버려서까지 나를 구해줬다. 남매가 아니면, 그런 일은 할수 없겠지. 그러니까----아키하는 나를 진짜 오빠라고 믿고 있을터다. "시키상? 잠깐 괜찮습니까?" "코하쿠상. 아키하는 이제 괜찮습니까?" "예, 우선 치료는 끝났습니다. 절대 안정이니까 수주간은 제대로 걸을수 없겠습니다만, 우선 생명에 지장은 없습니다." "그런가-----다행이다." 하아, 하고 크게 가슴을 쓸어 내린다. 나를 감싸고 입은 상처가 큰일 났다면, 나는 아키하에게 어떤 얼굴을 하면 좋은지 알수 없다. "시키상. 히스이짱에게 들었습니다만, 아키하님과 이야기가 하고 싶으신 듯하군요?" "......아아. 아키하의 상태가 나쁘다면 그만두겠지만, 될수 있다면 이야기가 하고 싶어." "그렇다면, 다녀와 주세요. 하지만 너무 깊은 이야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아키하님은 제법 무리하고 계시니까, 정신적인 부담은 걸고 싶지 않습니다." "......알고 있어. 그냥 아키하의 얼굴을 보고, 고마워라고 말할 뿐이니까." "예, 좋습니다. 그럼 저도 잠시 쉬도록 할테니까, 아키하님의 간병을 부탁합니다." 아키하의 치료로 지친건가, 코하쿠상은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방을 나갔다. "............." .....자아. 아키하의 무사를 확인하지 않으면. 똑똑, 하고 노크한다. "아키하. 나인데, 안에 들어가도 괜찮을까?" 잠시의 정적 후. "......예. 들어와 주세요, 오빠." 꺼져들어가는 약함으로, 아키하의 목소리가 돌아왔다. 아키하의 침실에 들어간다. 지금까지 누워 있었던건가, 아키하는 천천히 몸을 침대에서 일으켰다. "---------" .....졌다.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면,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는다. 아키하의 침실에 있다는 일로도 긴장하고 있는데, 아키하의 분위기는 정말로 약해서, 가슴이 막힌다. "------" 우리들은 말없이, 단지 서로 바라볼 뿐이었다. ...... ........... ................... ............................느닷없이. "오빠, 앉지 않습니까?" "아----그렇군, 언제까지도 서있으면 마음이 불편하지." 의자에 앉는다. 하지만 아키하와 시선의 높이가 같아져서, 더더욱 나에게는 할 말이 떠오르지 않게 된다. "......아무것도 묻지 않는 군요, 오빠는. 나, 이래도 각오하고 있습니다만." 평온한 목소리로, 아키하는 말했다. "......그렇군. 확실히 묻고 싶은 일은 이것저것 있어. 하지만, 그것은 아키하가 건강해지면 물을테니까. 지금은 단지, 아키하의 얼굴을 보러 온 것뿐이야." "그래요. 하지만, 저는 오빠에게 묻고 싶은 일이 있어요. 나말이지요, 모르는 일이 있으면 신경질적으로 됩니다. 그러니까 오빠가 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안심하고 잠들수 없어요." ".......그런가. 알았어, 아키하는 지금 환자니까. 특별 서비스로, 뭐라도 대답해주지." "미안합니다. 저는 숨기기만 하는데, 오빠에게는 숨기지 말아주길 바라다니. .....정말로. 제멋대로군요, 나." ".....그러니까 괜찮다고. 아키하의 그런 면도 좋아하니까, 참아주지. 자, 묻고 싶다는게 뭐야, 아키하." 아키하에게 이끌리고 있는 걸까. 나는, 스스로도 놀랄 정도, 대단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키하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럼 묻습니다. 오빠는 흡혈귀라는 단어를 썼지요? 그것은 시엘로부터 배운 말입니까? 아니면 오빠 자신으로부터 나온 말인겁니까?" ".......양쪽, 일까. 나말이지, 어째서인지 잠들면 사람을 죽이고 피를 빠는 꿈을 꾸는거야. 그래서 완전히 자신이 살인귀인건가하고 생각했지만, 시엘 선배가 오해를 풀어줬어." ".......그래요. 오빠는 '시키'의 의식과 동조 해버린거군요. 그러니까-----학교에서 그런 걸 물은 겁니까." "에----아키하, 너 나와 그 흡혈귀가 동조하고 있다고, 알수 있는건가....?" "아니요, 그런 가능성도 있겠다하고. 오빠는 기억하고 있지 않겠습니다만, 그 '시키'라는 사람은 우리들의....." "아아, 형이라는 거지. 나도 아까까지는 잊고 있었다. 하지만 희미하게는 기억하고 있었어. 왜냐면, 정원에서 놀때, 언제나 우리들의 뒤를 아키하가 따라왔었어. 우리들이란 것은 나혼자가 아니라는 거니까." 그래. 다시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의 기억에는 그런 모순점이 있었다. 그것을 알지 못한 것은, 역시 아버지가 나에게 암시란 것을 걸었기 때문일거다. 아키하는 입을 다문채,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역시 아키하는 내가 양자라는 것을 모르는 것같다. 그럼, 여기서 그런 말을 해서, 아키하를 동요시키고 싶지 않다. 거짓말을 할수 있다면, 지금은 하지 않으면 안된다. ".......오빠. 당신은 8년전, '시키'에게 죽을뻔한 겁니다. '시키'는 토오노의 피가 진한 쪽은 아니었습니다만, 정말로 갑자기, 토오노에 가까운 것이 되버렸어요. 토오노의 피는 오랜 생물의 피로, 이성보다 본능을 우선시켜버립니다. 그 피가 전신에 퍼져버린 '시키'는, 그 장소에 있던 오빠를 덥친 겁니다." ........그것은 '시키'에게 들었다. 이 가슴의 상처는 사고가 아니라, 그녀석에게 입은 것이라고. "토오노의 인간의 능력은 모두 다릅니다. '시키'같이 사람을 먹는 자가 있으면, 아버님같이 정신에만 이상을 가지는 자도 있습니다. ......'시키'는 오빠를 덥쳐, 그 피와 목숨을 빼앗아버렸습니다. '시키'는 아버님에게 처벌당했습니다만, 오빠의 목숨을 빼앗은 덕에 살아남을수 있었던 겁니다." ".....모르겠군. 나는 그녀석에게 목숨을 빼앗겼다니, 어떻게 된 거야....?" "이 경우, 혼이라고 하는 쪽이 좋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시키'가 아니니까, 그 원리는 모릅니다. 단지, '시키'는 오빠의 목숨으로 간신히 살아남은 겁니다. 오빠와 '시키'는 같은 심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다른 사람 같은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니까-----오빠와 '시키'의 의식은 동조하기 쉽습니다. ......그 원리라면 저와도 동조 해버릴거라 생각합니다만, 오빠와 '시키'는 대단히 사이가 좋았으니까. 분명, 서로 이끌린 것이라도 있었겠지요." "그만둬. 그런 녀석과----아키하를 상처입히는 녀석과, 서로 이끌린다는 일따위 없어." "............" 아키하는 어딘지 괴로운 듯한 얼굴을 한채, 가만히 나의 얼굴을 바라본다. .....가느다란 몸. 핏기가 없는 하얀 피부. 흐르는 흑발에는 살짝 붉은 색이 숨겨져 보여, 대단히 위태로운 이미지가 든다---- "그래. 아키하, 너 그 머리칼은 어떻게 된거야. 방금은 새빨겠는데, 지금은 흑색으로 돌아와 있어. 그거, 어떻게 된거야." ".......그러니까, 이것이 토오노의 피인겁니다. 저는 '시키'같이 몸의 변조는 없습니다만, 토오노의 피가 오르면 머리카락이 본래의 색으로 돌아가 버리는 듯합니다. 지금은 가라앉았으니까, 어떻게든 흑발로 돌아와 줬습니다만." ".......그런가. 다행이다, 아키하에게는 흑발이 어울리니까말이지. 붉은 머리칼이 되면, 곤란해." .....그런, 토오노의 피따위의 뭔지도 모를 것에게, 물들지 않았으면 한다. ".......에에, 저도 붉은 머리카락은 싫습니다. 비록 색뿐이라고 해도, 몸이 변조한다는 것이니까요. 저는, '시키'같이는-----" 말하려다, 아키하는 침대에 쓰러졌다. "아키하-----!?" 침대에 쓰러진 아키하의 어깨를 받친다. "크------아.....윽......!" 아키하의 몸이 떨리고 있다. 마치 심장 그것이 없어져 버린 듯한 호흡의 흐트러짐. 괴로운 듯이 이빨을 물은 듯한 표정. 고통을 견딜수 없는 듯이, 온몸에서 스며나오는 땀. "아키하.....! 왜그래, 상처가 아픈건가!?" "아-----하, 오, 빠-------" 괴로운 듯이 시트를 움켜쥐는 아키하. "읏, 기다려, 곧 코하쿠상을 불러올테니까....!" "아, 안돼-----어차피, 누구에게도, 낫게 할수.....없으니까....!" 하아하아하고 가슴을 격하게 상하하며, 아키하는 나의 팔을 잡는다. 가느다란 손가락. 부드러운 손바닥이, 단지, 필사적으로 나의 손을 잡는다. "알았어-----여기에 있어. 여기에 있으니까, 아키하." "-----------" 아키하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침대 위에서 날뛰는 아키하. 흐트러진 긴 머리카락은, 어느사이엔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아키하, 너 머리카락이----" "괜----찮, 습니다-----이런거, 곧-----가라앉으, 니까-------" 괴로워하는 아키하. 아키하의 손을 함께 잡아주는 것밖에 못한채, 단지, 시간만이 흘러갔다. .....길게 느껴진 시간이 끝났다. 실제로는 수분도 되지 않았던 시간은, 그야말로 몇시간으로 느껴졌다. "--------" 아키하의 호흡은 가라앉아 있다. 머리카락은 붉은 채이지만, 방금에 비하면 희미한 색이 되어 있었다. "-----죄송합니다. 보기 싫은 모습을 보여버렸습니다." 몸을 일으키는 아키하. .....무리하고 있는 것은, 이제 충분할만큼 알아버렸다. "......됐어. 누워있어도 괜찮으니까, 무리는 하지 말아줘. 아직 몸의 상처가 아프잖아? 나따위에게 맞출 필요는 없어." "아니오, 괜찮습니다. 등의 상처는 관계없습니다. 이런 발작은, 언제나의 일이니까요." ------등의 상처는, 관계, 없어? "......뭐야, 그거. 언제나의 일이라니 무슨 뜻이야. 지금같은 상태는 드물지 않다는 건가." "............." 아키하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것은 긍정이라는 뜻이다. ......믿을수 없어. 방금같은, 그야말로 피를 토하는 듯한 괴로움이, 언제나 일어나고 있다는 건가, 너는----- "......어째서? 이상하잖아, 그것은. 그런거, 그런 것은-----보통이, 아니야." 아키하는 대답하지 않는다. 단지, 정말로 쓸쓸한 듯이, 조용히 끄덕였다. "......오빠가 말한 대로예요. 나는 보통이 아닙니다. 이 발작은 오빠의 빈혈과는 다릅니다. 이것은 토오노의 인간이 가지는, 유전적인 괴로움인겁니다. 이 괴로움을 견딜수 없게 된 자는, '시키'같은 토오노에 가까운 '것'이 되는 겁니다." "-------뭐" "토오노의 인간은 이상하다고 말했지요? 저는 그중에서도 특히 피가 진해요. 몸이 자라고, 그런 경향은 날에 날로 강해져 왔습니다. ......이제, 자기자신으로도 어떻게 할수 없을 곳까지 와있어요. 그러니까, 밤은 언제나 이런겁니다." 별로 뭔가를 원망하는 것도 아니고, 아키하는 담담히 말한다. 나는----그나름으로 아키하가 말하는 것이 이해할수 있으면서, 그런 걸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뭐야, 그거. 하는 말의 의미가, 모르겠어." ".......도대체가. 정말로, 오빠는 머리가 나쁘다니까요." 쿡, 하고. 곤란한 듯이, 아키하는 웃었다. "나의 신체는 보통의 사람보다 열의 소비가 심해요. 그러니까 보통 방법으로는 영양의 공급이 맞지를 않아서, 최후에는 직접 타인으로부터 열을 섭취하지 않으면 안돼게 됩니다. ......오빠가 말한 대로지요. 저는 흡혈귀같은 짓을 하고, 부서질듯한 자신을 억눌러왔습니다. 하지만 그런 방법을 취하면 취할수록, 나는 보통이 아닌, 토오노에 가까운 인간이 되버립니다. ......하지만 그렇게 할수밖에, 제게는 자신을 유지할 방법이 없는 겁니다." "아키하-------" "알겠어요? 뭔가 살아 있는 것으로부터 열을 빼앗지 않으면 살아갈수 없는, 어설픈 생명. 그것이 토오노 아키하라는 존재인거예요, 오빠." -----목이 막힌다. 하지만, 그래도 억지로 말을 찾았다. 여기서 조용히 있어 버리는 것은, 아키하를 상처입힐 뿐이다. ".....그런가. 그래서 코하쿠상의 피를." "에----오빠, 알고 있었습니까......? 제가, 코하쿠로부터 피를 나눠받고 있다고" "아아. 말 안해서, 미안해." 뺨을 붉히고, 아키하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것은 최후의 수단입니다. 별로 빼앗는 것은 피일 필요따위 없어요. 체온이라도 의사여도, 아무튼 열을 가지는 것이라면 힘이 되니까. 피는, 그 안에서 가장 영양이 있을 뿐." ".....그럼, 아키하는 '시키'와는 다르군. 그녀석같이, 정말로 흡혈귀라는게 아니야." ".....에에. 저는 '시키'와 달라서 동료를 만들수는 없습니다. 저는, 단지 빼앗을 뿐인 존재이니까요." 눈을 감는 아키하. 하지만, 내게 있어서는 그쪽이 구원이다. 왜냐면 그런 것----조금만 먹는 것이 다르다는 것뿐인 거니까. "......안심했어. 아까부터 이상이다이상이다 말했지만, 아키하는 보통이야. '시키'따위와는 다른, 보통 인간이다. 지금의 발작도, 제대로 누군가로부터 피를 받으면 일어나지 않잖아? 그렇다면-----" "......확실히 정기적으로 사람으로부터 피를 뺏으면 발작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아무렇게나 피를 빨다니, 할수 없어요. 그런 일에 익숙해져 버리면, 저는 '시키'과 똑같이 되버립니다." "......아무리 괴로워도, 그것이 아플뿐인 괴로움이라면 견디어 갈수 있어요. 밤은 특히 토오노의 피가 일어나니까 괴롭지만, 아침이 되면 가라앉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일은 언제나의 일인겁니다. 오빠가 그런 얼굴을 할 필요따위, 없어요." "......바보. 그렇게 괴로운 거라면, 피 정도 줬을텐데." 정말로, 솔직하게 그렇게 생각했다. 아키하가 매일밤 이렇게 괴로운 거였다면, 나의 피정도 얼마든지 주겠다. "싫습니다. 누군가의 피따위, 마시고 싶지 않아요. 코하쿠의 피도, 실은 마시고 싶지 않으니까." "어째서.....? 그걸로 발작이 없어진다면, 그걸로 괜찮잖아." "그것은.....그렇습니다, 만" 아키하는 말을 끊고 고개를 숙이고, 부끄러운 듯이, 연약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저는 오빠에게 흡혈귀라고 불리고 싶지 않습니다. 아키하는, 오빠와 같은 인간으로 있고 싶으니까." "-----------아" 자신의 생각의 얕음이,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원망스럽다. ......나는, 아키하의 기분을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아키하가 얼마나 토오노의 피를 혐오스럽게 생각하고 있는가라는 것도, 나를 소중히 생각해주고 있는가 라는 것도. "......아키하. 뭔가, 내가 할수 있는 일은 없는거냐." "그렇군요, 부디 자신의 방에서 쉬어주세요. 오빠도 피곤하시지요?" "...........바보." ......그런 말 밖에, 되돌릴수가 없다. "됐으니까 누워줘. 아키하가 잘때까지 옆에 있을테니까." "......알겠습니다. 오빠가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호의를 받아들이겠습니다." ......말하고, 아키하는 침대에 누웠다. 모래가 떨어져 가는 듯한 시간 후. 아키하는 조용히, 천천히 잠들어 갔다. 편안한 듯한 아키하의 잠든 얼굴. 그것을, 질리지 않고, 단지 계속해서 지켜봤다. "시키상, 일어나 계십니까?" ......코하쿠상의 목소리가 들린다. 시계를 보니, 이미 오전3시가 되어 있었다. "일어나있습니다. 아키하의 간병입니까, 코하쿠상?" "예, 열을 제려고 생각해서. 시키상, 면목없습니다만...." "아, 죄송합니다. 곧 자리에서 일어나겠습니다." 의자에서 일어난다. 방을 나가기 전에, 다시 한번만 아키하의 잠든 얼굴을 지켜봤다. ".......고마워. 미안해, 아키하." 작게 속삭이고, 아키하의 침실을 뒤로 했다. .....코하쿠상에게 아키하를 맡기고, 복도를 걷는다. 이걸로 잠시는 안심일텐데, 불안은 사라져주질 않았다. '시키'가 아직 살아있다, 같은 일은 아무래도 좋은 문제다. 신경쓰이는 것은 하나뿐. .....계속 아키하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녀석의 머리카락의 색은, 몇시간이 지나도, 원래의 흑색으로 돌아가 주질 않았다. [熱帶夜, 完] << □ >> 11 / 望遠鏡 아키하에 대해서는 코하쿠상에게 맡기고, 1층에 내려왔다. 나는 아키하의 치료를 할수는 없다. 그러니까 뭔가 다른 일로, 아키하의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 아버지의 방이라면, 아키하를 어떻게든 도와줄수 있는 방법을 찾을수 있을지도 모른다. 토오노의 피라는 것의 대처법도 조금은 기록되어 있겠지. "젠장----역시 그렇게 편하게 찾을수는 없나." 하아, 하고 한숨을 쉬고 의자에 앉는다. 아버지의 장서는 아무튼 너무 많아서, 한권 한권 보고 있는 것만으로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대부분은 학술서뿐으로 토오노가에 대해서의 자료따위 그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다. 발견한 것이라고 하면, 아버지의 일기같은 것뿐이다. "............흐응-. 내가 아리마가에 맡겨지고 부터의 수기같군, 이거." 팔랑팔랑 페이지를 넘겨간다. -----그때. 아키하라는 단어를 발견해서, 페이지를 되돌렸다. "어디어디....아키하의 발작의 원인에 대해서라니------이거, 혹시" 빠져 들어가는 듯이 수기의 내용을 읽는다. .....아버지의 견해에 의하면, 아키하가 토오노의 피로 되어 버린 것은 내가 없어지고 곧이라고 한다. 아키하는 살아가기 위해, 다른 사람보다 많은 열량을 필요로 한다. 그 필요로 하는 열량을 10으로 하면, 아키하가 식사로 섭취할 수 있는 열량은 6이나 7정도의 것이고, 남은 부족한 양만큼이 아키하의 몸에 부담을 걸어버린다는 것 같다. 문제는, 어째서 그렇게 영량을 필요로 하는가라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그것을 확실히 하는데 잠시 시간이 걸렸던 듯하다. 몇년이 지나서, 겨우 그 원인이 쓰여져 있다. "절반의 생명.....?" ......잘, 의미가 모르겠다. 아무래도 아키하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10의 힘 중, 그 절반의 힘밖에 쓰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알기 쉽게 말하면, 몸의 절반밖에 쓰고 있지 않은데 다른 사람들 처럼 움직이고 있다, 라는 것같다. 하지만 당연히, 그래서야 다른 사람들처럼 움직일수 있을리가 없다. 그 때문에, 아키하의 몸은 부족한 만큼 힘을 밖에서의 열량으로 보충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행위는 인간에게는 할수 없는, 초상(超常)의 힘이다. 따라서 밖에서 열량을 필요로 하면 할수록, 인간으로 부터가 아닌, 토오노로 부터의 피가 활성화하는 것같다. "..............." 그 뒤에 계속되는 것은, 아키하의 성장기록같은 것이었다. 그것도 잠시간 읽어 나갔지만, 아무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판명했다. 휙, 하고 수기를 책상에 던진다. "-----하아. 원인을 알아도 해결 방법이 실려있지 않으면 어쩔수가 없잖아, 바보 아버지." .....아니면, 아버지도 해결 방법은 찾지 못했던 건가. "......하지만 절반뿐인 힘이라는 것은, 남은 절반은 뭐하고 있는 걸까......" 요는, 아키하는 자신의 힘이라는 것을 전부 쓸수 있으면 타인으로부터 열을 빼앗을 필요는 없는거다. "---------" ....여기에 있어도 이 이상 얻을 것은 없을듯하다. 조금 밖에 나가서 머리를 식혀보자----- .....아키하의 일이 마음에 걸려서, 어느 사이엔가 별채까지 와있었다. 자신의 방에 돌아갈 기분은 되지 않았고, 저택 안에 있는 것보다는, 자연히 발이 이쪽에 향했다. 방에 오른다. 잘게 갈라진 다다미에 앉아, 멍하니 천정을 바라봤다. "---------하아." 크게 한숨을 쉰다. ......여기에 있으면, 마음이 가라앉아 준다. 어렸을 때, 아직 내가 양자였을 때, 여기가 나의 방이었다. ".....그러고보면, 감기에 걸려서 아키하가 와준 것도, 이 방이었지."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씩 기억이 돌아오는 기분이 들었다. 10년전, 토오노 저택에 맡겨진 자신. 이 화실에서 지내, 아키하나 '시키'와 놀던 나날. ".....그녀석은 '나나야', 라고 말했었지." '나나야'. 七夜라고 쓰는 걸까. 나의 진짜 성이겠지만, 지금이 되서 보면 별로 대단할 것도 없다. 나나야 시키라는 아이는, 8년전에 사라져 버렸다. 그 호적도, 이름도, 기억마저도. 양친의 얼굴마저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런 옛날의 일을, 떠올리고 싶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아아, 그런가. 이 나이프는 아버지의 유품이 아니라, 나의-----" 주머니에서 나이프를 꺼낸다. 손잡이에 나나야(七夜)라고 새겨진 골동품. 그런 의미에서는, 이것은 진짜로 아버지의 유품이었겠지. 토오노 마키히사에게도 남들 정도의 인정은 있었던 듯하다. 나나야 시키의 흔적이 되는 것은 전부 처분하지 않으면 안돼었을 텐데, 이 나이프만은 남기고, 나에게 유품으로 나눠줬으니까. -----그때. 뚝, 하고 손바닥에 물이 떨어졌다. "------얼레" 뺨에 손가락을 댄다. .......이상하다. 슬프지도 않고 기쁘지도 않은데. "이상하군----어째서, 울고 있는거지, 나." 이유도 없다. 단지, 그것이 제법 멈춰주지 않았다는 것이, 슬프다면, 슬펐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경과했는가. 심야를 지나, 이제 곧 해가 밝을 것이다. ".......그런가. 오늘은 일요일이었지." 뭐어, 평일이라도 학교는 쉬고 아키하의 옆에 있으려 했겠지만, 일요일인거라면 그걸로 나쁠 것은 없다. "절대안정이라고 말했었지, 코하쿠상." ......마음이 무겁다. 아키하가 원래의 건강한 몸으로 돌아갈 때까지, 몇주가 걸릴지 상상도 되질 않는다. "----그때까지, 내가 할수 있는 일----" 그런 거, 생각할 것까지도 없다. 어떻게든 그녀석을 찾아내서, 이번에야말로 저승으로 보낼 뿐이다. 그녀석은 이제 인간이 아니다. .....아니, 비록 인간이라고 해도. 살인자라고 벌을 받는다해도, '시키'라는 흡혈귀를 이대로 놔둘수는 없다----- "........?" 현관에 누군가가 왔다. 코하쿠상.....인걸까. 여성다운 작은 발소리가 가까이 와서, 문이 열렸다. ----정말 놀랐다. 온 것은 아키하였다. "아키하, 너.....상처는 괜찮은 건가?" "....예. 상처는, 이제 아물었습니다." 아물었다....? 그런 바보같은, 그 상처는 하룻밤으로 나을 만한 것이 아니고, 코하쿠상도 완치에는 몇주간도 걸릴거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런, 상처가 곧 낳는다는 것은 인간의 기술이------ "---------아" 거기서 알았다. ....아니, 알지 못하는게, 나았다. 아키하의 머리카락이, 아직 붉은 채였다는 것을. ".....오빠가 생각하고 있는 대로예요. 상처는 아물어 버린겁니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절대 치료할수 없는 상처였는데." 아침해에 물들어가는 아키하의 머리카락을 붉다. -----하지만 그런 것, 나에게는 아무래도 좋았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아키하. 상처가, 상처가 나은거라면, 그걸로 잘 된거잖아. 토오노의 피리든가 말해서 싫었지만 말이지, 이런식으로 쓸모있어준다면, 다행, 이다---" "......괜찮습니다, 그렇게 무리는 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오빠를 곤란하게 하기 위해 온게 아닙니다. 아직 내가 나로 있을수 있는 중에 이야기하지 않으면 않돼는 일이 있으니까 온 것입니다." "뭐--------" 내가 나로 있을수 있는 중이라니, 그런------ "들어주세요, 오빠. 저는, 대단히 긴 시간 당신을 기만해 왔습니다. 그 보상은 어떤 일을 해도 할수 없지만, 하다못해 진실만은 이야기하지 않으면, 나는 이대로 사라질수가 없어----" 아키하의 눈은 울듯할 정도로, 슬퍼보였다. .....그런 눈을 하면, 아키하를 막는다니, 도저히 할수 없었다. "....알았다, 듣겠어. 하지만 아키하. 나는 무슨 말을 들어도 토오노 시키인 채야. .....네가 말하고 싶어 하고 있는 진실이란 것은, 말할 필요가 없을지도 몰라. 그래도----이야기하고 싶다는 건가, 너는" "오빠, 당신......알고, 있는겁니까?" ".....'시키' 녀석은 수다쟁이라 말이지. 아키하가 기절해 있는 동안에, 대부분의 얘기는 들었어. 하지만, 네가 말하고 싶다고 한다면 듣는다. 나도----누구보다도 너의 입으로 들으면, 정말로 납득이 갈거라 생각하니까." 아키하는 아연한 후, 입술을 강하게 물고 나를 바라본다. "오빠. 당신은 10년전, 나나야라는 가문에서 들여진 양자입니다. .....아버님이 왜 당신을 양자로 하고 싶어했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아버님은 당신을 새로운 가족으로서 우리에게 소개했습니다." 아키하는 괴로운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 한손으로 가슴을 움켜쥐는 듯이 이야기를 계속한다. "나나야라는 가문은, 우리들과는 대극에 있는 혈족이라고 들었습니다. ......토오노가 같은 인간 이외의 사람의 피와의 혼혈이나, 그 '인간 이외' 그 자체인 것을 마(魔)나 요(妖)라고 한다면, 그런 것들을 적시하는 것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도 있는 겁니다." "오빠도 자신들의 학교에 표범이나 사자가 있다면 싫지요? 우리들 인간은 자신들과 다른 것, 자신들보다 동물로서의 능력이 뛰어난 것이 있으면 그것을 제거하려 합니다. ......분명, 이유는 간단한 것이겠지요. '다른 것'을 혐오하니까, 그들은 마(魔)를 사냥하려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것'이 우리들의 사회에 섞여있다, 라는 사실이 자신의 생명을 위험하게 하니까, 퇴마를 이루는 조직이 있습니다." "-----나나야가는 퇴마를 행하는 가문 중에서도 특별한 가문으로, 마술이나 법술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자신들의 능력만으로 마(魔)를 사냥하고 있던 가계(家系)였습니다. ......인간이 아닌 것의 피를 받아 들이는 것으로 특별하게 된 토오노와, 인간의 피만으로 자신을 특별한 것으로 까지 단련한 나나야. 토오노와 나나야는 적이면서도, 그런 의미에서는 등을 맞대고 있는 혈통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오빠가 특별한 힘을 가지고 계시다면, 그것은 토오노의 피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나나야의 퇴마의 피에 의한 것인 겁니다. 오빠의 피에는, 무의식하에서 '인간 이외의 것을 퇴치한다'라는 명령이 세겨져 있습니다. ......오빠, 한번만 나를 보고 달려서 도망쳐버린 적이 있었지요? 그때에 안 겁니다. 오빠의 나나야의 피는 지금도 확실하게 기능하고 있고, 토오노 아키하라고 하는 '마(魔)'에 반응한거라고." -----그것은, 그 밤의 일인가. 확실히 그 때, 아키하의 머리카락이 붉게 보여서 갑자기 살인충동을 느껴버렸다. 그것으로 나는 자신이 살인귀인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즉----- "에에. 오빠가 피의 흥분을 느끼는 것은, 저나 '시키' 같은 '벗어난 것'뿐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우리들 같은 오랜 혈족에 대해서는 사신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비록 나나야의 사람들이 몇대도 전부터 퇴마를 그만둬버린 지금도, 나나야의 혈족은 있는 것만으로 위협이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 뭐지. 갑자기, 두근, 라고 심장이 높게 울렸다. 싫은 예감이 든다. 아키하에게 그 앞을 말하게 해서는 안됀다. ......아니, 그런 것을, 아키하의 입에서 듣고 싶지는 않은 것뿐인건가. "이제 됐어. ....그 앞은 말하지 않아도 좋아. 내가 어째서 양자로 들여졌는가같은 일은, 이미 끝나버린 일이잖아. .....그러니까, 됐어. 그런 일은 나에게도 아키하에게도,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오빠, 하지만----" "나나야같은 알지도 못하는 집의 대해서는 아무래도 좋아. 아키하, 네가 토오노가의 당주라면, 이야기해야 하는 것은 토오노가에 대해서만 일 터잖아." "----------" 아키하는 사과하는 듯이 아래를 향하고, 예, 라고 끄덕였다. "......이야기를 우리들에 대해서로 돌리겠습니다. 오빠와 나, 그리고 '시키'. 우리들은 친 남매로서 키워졌습니다. 오빠와 '시키'는 대단히 사이가 좋아서, 저도 어린 마음에 질투할 정도로, 사이가 좋았어요. 하지만, '시키'가 그렇게 되어 버린 때에 모든 것이 어긋나 버린 겁니다." "......8년전, '시키'가 토오노로부터의 것이 되버렸잖아. 그래서 그녀석은 그 자리에 있던 나를 죽였지." "......예. 하지만 오빠는 간신히 살아남아 줬습니다. 하지만, 일은 그렇게 간단히 끝나주지는 않았어요. 미쳐버린 '시키'는 은밀하게 처리했습니다만, 토오노가의 장남을 죽여버려서는 안됩니다. 토오노가는 사회적으로도 지위가 있는 가문이지요? 그러니까....간단히 후계자인 장남이 없어졌습니다, 같은 것을 주위에 알릴수 없었습니다." "거기서 아버지는 생각한겁니다. '시키'에게 죽을 뻔했던 오빠를 진짜 토오노 시키로서 다뤄, 반전하여 인간이 아니게 된 '시키'를 사고로 사망해버린 양자로서 다루면 된다, 라고." 아키하는 입술을 깨물면서, 여기에 없는 토오노 마키히사를 저주하는 듯한 격함으로 그렇게 말했다. -----즉 그런 것이다. 나와 '시키'는 거기서 바뀌었다. 죽은 측인 내가 살아남고, 죽인 측인 '시키'가 죽어버렸다. 그것이 나와 '시키'의 관계라는 건가. ".....죄송합니다. 오빠는----시키라는 이름을 한 아이는, 이제 어디에도 없습니다. 시키라는 아이는 8년전에 죽어버렸어요. 그것은 생명으로서의 죽음이 아니라, 존재로서의 죽음입니다. 호적도 과거도 집도, 그 기억도, 이제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아요. 오빠가 토오노 '시키'의 대신이 된 8년전에, 전부.....아버지가, 처분해버렸으니까요." "그러니까 오빠는 아리마가에 맡겨진 것입니다. 체면을 위해, 우선 토오노가의 장남은 살아있지 않으면 안돼지요. 하지만 진짜 피가 이어지지는 않았으니까, 후계자로는 할수가 없습니다. 아버님은 사고로 몸이 약해졌다는 이유를 대서, 오빠를 아리마가로 추방한 겁니다." ".....나는 납득할수 없었습니다. 몸이 약하다니, 그런 이유로 오빠를 아리마가에 맡긴 아버님이 미웠어요. 몇번도 몇번도 아버님에게 오빠를 다시 불러 달라고 되풀이한 탓이겠지요. 아버님은 견딜수 없게 되서, 제게 오빠가 양자였다는 것을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오빠를 두번다시 토오노가 출입시키지 말라고 제게 지시한 겁니다. ......자신이 얼마나 오빠에게 추한 짓을 해왔는가는 생각하지도 않고, 그런 수치를 모르는 일을, 그 사람은 최후까지 제게 지시하고 사망했습니다." 아키하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났다. 긴 시간을 숨기고 있었기 때문일까, 아키하의 고백은 왠지 참회와 같이 느껴졌다. ".....제 이야기는 이걸로 전부입니다. 알겠지요, 오빠. 당신은 나의 오빠가 아닙니다. 당신은-----이런 저주받은 집의 인간이, 아닌겁니다." 우는 듯이. 정말로 울듯한 목소리로, 아키하는 말했다. "......그런가. 미안했다, 아키하. 오빠도 아닌데, 지금까지 오빠인척해서 너를 곤란하게 했었어." "에.....오, 빠......?" "하지만, 나는 이제 여기의 사람이야. 나는 아키하의 오빠가 아니지만, 그래도 여기에 있으면 안될까. 나는, 이제 아키하를 혼자로 놔두고 싶지는 않아." "아--------" 아키하는 입가에 손을 대고, 말을 삼킨다. 긴, 침묵 후. 아키하는 슬픈 듯이,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그런가. 그렇겠지, 이제와서 이런 소리를 해봤자 별수 없나. 나는 이미 오빠 실격이니까말이지." "아니-----아니예요....! 그렇지, 그렇지 않습니다.....!" ----믿을, 수없어. 아키하----아키하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울고 있다, 니. "오빠는----나의 오빠는 당신뿐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계속 아키하는 당신을 보며 왔으니까.....!" ".....기쁘지만, 그건 아키하가 몰랐으니까야. 나는, 아키하의 오빠가 될수 없었어." "그런거, 그런거 처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오빠가 양자로 들여졌다는 것도, 나의 오빠가 아니라는 것도, 그 정도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래도 좋았습니다. 당신이 처음 제 이름을 불러준 때부터, 나는-----" 툭, 하는 소리. 얼굴을 눈물로 적신 채, 아키하는, 나의 가슴에 쓰러졌다. "아키------하" 가느다란 어깨에 손을 올린다. 두근, 하는 고동은 어느 쪽의 것일까. 이렇게 가까이. 팔을 두르면 끌어 안을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에서, 아키하의 몸이 존재하고 있다----- "......알고 있었던, 건가."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어렸을 때부터, 내가 진짜 오빠가 아니라고, 알고 있었던건가. "......그럼, 어째서. 어째서 그것을 말하지 않았어, 아키하. 나는, 너의 오빠가 아닌데." .....잠시의 정적. 결심을 한 듯이, 아키하는 얼굴을 들었다. "......함께, 있고 싶었으니까." "그렇게하면.....남매라는 것으로 해두면, 함께 있을수 있어요. 나는 인간이 아니니까, 오빠와는 너무 다르니까, 곁에 있을수 없지요....!?" 분한 듯한 목소리로 말하고, 아키하는 탕, 하고 나의 가슴을 손으로 때렸다. "하지만----그래도 남매라면 함께 있을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오빠에게 미움받아도, 나따위에게 신경도 쓰지 않는다고 해도, 그래도 계속 함께 있을수 있다고....!" 탕. 분한 듯이, 나의 가슴을 때리는 소리. "이상하지요....? 이렇게 큰 집에서 태어나도, 내게는 무엇하나 마음대로 할수 있도록 허락되지 않았어요. 나는 다르니까, 다른 인간들과는 다르니까 저택에 갇혀서, 누구와도 관계하지 않고 일생을 보낼거라고 각오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것을 당신이 부순겁니다." 마치 지금까지 참고 있던 것을 토해내는 듯이, 몇번도 몇번도, 아키하는 나의 가슴을 때린다. "오빠만-----오빠만 없었다면, 나는 그대로 살아갈수 있었는데.....! 나는 약해지고,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렸어요. 오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자신에게도 거짓말을 하고. 계속, 계속 남매라고 거짓말을 하고 있으면,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아무것도, 필요없다고----" ------가슴이 아프다. 그런 사소한 거짓말을, 그런 작은 거짓말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 울어버릴 정도로, 아키하는 많은 것을 견디어 온 건가. "아키, 하------나는." "계속, 계속, 내게 있어 오빠는 당신뿐이었어요. 당신 이외의 사람을 오빠라고 인정하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할수 없어요. 스스로도 어떻게 할수 없을 정도로, 할수 없는 겁니다.....!" 탕, 하는 소리. 다시 강하게 나의 가슴을 때리고, 아키하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긴 침묵. 그 중에서, 미안해요라고, 아키하는 속삭였다. "---------" 그 말에, 가슴이 막힌다. .....아키하는, 지금까지 계속 혼자서 괴로워 하고 있었다. 내가 양자였다는 것도, 그 후에 토오노 시키로서 자란 것도, 전부 알고 괴로워 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 울면서 내게 사과하고 있던 흑발의 소녀의 모습이 겹친다. -----생각해보면. 아키하는 계속,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사소한, 아키하에게 있어서 정말로 사소한 행복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 그 만들어진 이야기 그것이 아키하의 바램을 억누르는 벽이었지만, 그런 관계만으로, 아키하에게 있어서는 행복한 일이었다, 라니. "아키하----나는." ".....괜찮습니다. 죄송합니다, 제멋대로인 말만해서. 하지만, 이것으로 마지막이니까 안심해주세요." 말하고, 아키하는 나로부터 떨어졌다. 방금까지의 우는 얼굴도 사라지고, 언제나의 당당한 아키하가 그곳에 있다. "이걸로 마지막이라니-----아키하?" "......자, 보세요, 오빠. 제 머리카락, 이제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슬퍼하는 것도 아니고, 이제 피할수 없는 종국을 받아들이는 듯이, 아키하는 조용히 나를 본다. .....붉게 변색한 머리카락이 돌아가지 않는다. 그것은 즉, 아키하도 '시키'같이 토오노로부터의 것이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뭐-------그런거, 그런건 일시적인것 뿐이잖아...! 게다가 그대로여도 아키하는 아키하다. 문제따위, 없어." "됐습니다. 자신의 몸에 대해서니까, 이제 돌아갈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의 거짓말도 이걸로 끝. 나 같은 괴물로부터 떨어져, 오빠는 나나야 시키로서 살아 주세요." 아키하는 고개를 숙인채, 한걸음만 뒤로 물러났다. ......나나야 시키따위, 모른다. 이제와서, 그런 이름에 미련은 없다. 아니, 아무리 미련이 남아있다고 해도, 그런 거-----아키하 이상으로 버릴수 없는 것따위, 어디에도 없다. "-----이, 바보" 아키하의 손을 잡는다. "아----오, 오빠......" 망설이는 듯한 목소리. 드센 주제에 외로움을 잘타는 아키하. ......잡았다. 생각해보면, 나는 벌써 먼 옛날에 이녀석에게 붙잡혔었다. "알겠냐, 아키하. 주위에서 뭐라고 하든, 나는 너의 오빠다. 계속, 무슨 일이 있어도, 피따위 이어지지 않았어도, 진짜 오빠인거야." ".....고마워요, 오빠. ....하지만, 나는...." "하지만! 그런게 아니어도, 나는 아키하의 곁에 있겠어. 여동생이 아니어도, 나에게 있어 아키하는 소중한 여자다. 다른 누구에게도, 상처입히게 하지 않아." 그렇게, 아키하의 팔을 당겨, 그 몸을 끌어 안았다. "........아." "나도, 동생으로서 너를 사랑하고 있어." 끌어 안는다. "하지만말이다. 여자로서, 그 이상은 없을만큼 너를 사랑하고 있어. 그것만으로-----옆에 있으면 안돼는 거냐." "-------" 숨을 삼키는 기척. 멈춘 호흡. ......두근, 하는 가슴의 고동. 서로의 체온이, 차가운 손가락 끝을 따스하게 해간다. -----그것이, 끝이었다. 얼어붙은 시간 속에서, 단지 그렇게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듯이, 그대로 입술을 겹쳤다----- "아------" 처음은 거부하는 듯이. "응, 아-----" 그대로, 몸을 맡겨온다. 단지 겹칠 뿐인 키스는, 절대 그 이상 깊게는 교하지 않았다. 그래도, 아무것도 생각할수 없을만큼, 의식이 튀었다. 아키하의 입술은 차갑고, 부드러웠다. 망설이는 듯이 겹쳐 있던 입술이, 강하게, 떨어지기 싫을 만큼 녹아들어 가는 감각. 억누른 숨결의 뜨거움이, 서로의 의사를 마비시킨다. -----이유는 이것저것 붙일수 있다. 하지만 단지, 지금은 단순히 아키하를 가지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나의 팔 안에서 떨고 있는 아키하를 끌어 안고, 모든 것을 나의 것으로 하고 싶다고, 진심으로 생각해 버린다----- "하....아, 아-----" 아키하의 몸에서 힘이 빠진다. 힘없이 이불에 몸을 맡기는 아키하. 붉음이 섞인 흑발이 사악, 하고 다다미에 퍼져서, 뭔가 아름다운 생물을 보고 있는 듯하다. "하아------하아------하아-------" 아키하 정도는 아니지만, 흐트러진 호흡을 어떻게든 정리한다. 아키하는----몸을 누인채, 아직 얼굴을 붉게 하고, 눈물을 남기고 있다. ......처음의 성교에 의한 아픔 탓인걸까. 아키하의 눈물은 확실히 남아 있다. "....오빠, 밖에, 내셨군요." 아연히, 꿈을 꾸는 듯한 어조로 아키하는 그런 말을 속삭인다. 아키하의 몸에는 나의 정액이 흩어져 버려있다. 아키하는 그것을 신경쓰는 듯한 느낌도 없이, 단지 추욱 몸을 이불에 내던지고 있다. "아키하.....아직, 아퍼?" "아------응, 아직 조금 아픕니다만, 이제 괜찮습니다." ".....그런가. 미안, 부드럽게 한다고 말했는데, 아키하가 귀여워서, 그만----" 난폭하게, 자기 편한대로 끝내버려서. ".....아니요, 괜찮습니다. 아펐지만, 그 이상으로 기뻤어요. 나, 이걸로-----이제, 남길 것이, 없습니다." "뭐-----불길한 소리는 하지도 마.....! 아키하는 아키하라고 말했잖아. 비록....그 머리카락이 돌아가지 않아도 나는 상관없어. 피를 원한다고 하면 얼마든지 주겠고, 아키하가 괴로워 할땐 옆에 있고 싶어. ......게다가, 말이지. 나, 이런 걸로는 전혀 부족해. 이제부터는 좀더, 아키하를 사랑하고 싶어. 그러니까 그런 소리 하지마. 우리들, 이제부터 계속 함께 잖아." "오빠-----" 아키하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잠시의 사이. 나와 아키하의 사이에 있는 것은, 뜨거운 서로의 체온뿐이었다. 갑자기. "저기, 오빠. 하나, 귀여운 여동생의 부탁을 들어주시겠습니까?" 같은, 밝은 어조로 아키하가 말해왔다. "아아, 좋아. 오늘은 서비스한다. 나에게 할수 있는 범위라면, 뭐라도 들어주지." "다행이야. 그럼 약속해주세요. 혹시 내가 변해버리면, 당신의 손으로 죽여준다고." 슥하고. 마치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아키하는 말했다. "뭐-------" 목이 막힌다. 어째서-----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안돼는건가, 모르겠다. ".......뭐야, 그거. 그런거, 내가 들어줄거라 생각하는 건가." "에에. 왜냐면, 이제 오빠는 제 소중한 사람이니까요. 자신이 죽을 때는, 가장 소중한 사람이 관을 덮어주길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그렇지않으면, 오빠는 제 장례식에는 나와주지 않을겁니까?" "뭐-----그것과 이것은, 이야기가 틀려." "다르지않아요. ......오빠. 확실히 나의 머리카락은 이제 돌아가주지 않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것뿐이라면 아직 문제는 없습니다. ......내가 무서워하고 있는 것은, '시키'같이 이성을 잃는 것입니다. 아버님은 40세를 경계로 정신에 이상을 일으키셨습니다. 그러니까 저도, 길게 살면 그렇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 지, 않아. 아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런 건 앞날의 얘기잖아. 게다가----비록 그렇게 된다고 해도, 나는-----" ".....고마워요. 하지만, 그렇게 된 토오노의 사람은 죽지 않으면 안됩니다. 자신이 토오노로부터의 존재가 되어버리면 빠르게 자결한다. .....토오노의 사람은 모두 그렇게해서 살아 왔습니다. 완전히 변해 버린 사람은 죽지라도 않는한 원래대로 돌아올수 없게 됩니다. 그렇게 변모한 육체에는, 정상적인 마음이 움직여주지 않아요. 나는 나자신마저도 모르게 되어서, 눈에 비치는 것에게 해를 뿌리고 다니게 됩니다. ......두려운 것은, 그렇게 되어 버리면 자결하는 것마저 할수 없게 되어 버린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오빠. 제가 가장 소중한 당신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 겁니다. 당신을 누구보다도 신뢰할수 있으니까, 제게는 당신밖에 없으니까, 당신에게 밖에 자신을 맡길수 없어요. 나는 내가 모르는 곳에서,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들을 죽여버린다같은 것 싫습니다. 그런 일을 해버리면, 그때까지 토오노 아키하였던 내가 사라지게 되버리지요?" "아키하-----그것은" ".....그러니까, 죽여주세요. 언젠가, 제가 완전히 변해버렸을 때, 그때까지 나를 사랑해준다면, 나를 위해 죽여주세요. 제가 죄를 범하기 전에. 변해버린 후도, 내가 나자신으로 있을수 있도록. ......내가, 토오노 시키의 여동생으로 있을수 있는 사이에." "----------" .....이빨을 문다. 아키하의 눈물은, 그런 의미였다. 이렇게 서로를 안고 있는 지금이 행복하니까 울고 있는게 아니다. 언젠가. 언젠가 먼 미래, 이 행복이 없어져 버린다고 알고 있으니까, 그것이 슬퍼서 울고 있다. "바------" .....용서할수 없어. 이런 말을 하는 아키하도. "바보------" 이런 운명을 가지고 있는 토오노의 피도. "어째서, 그런-----" 비록 거짓말로라도, 아키하의 바램을 들어 줄수없는 나자신도------- "응--------!?" 강렬하게 아키하의 입술을 빼앗았다. 3번째의 키스는, 사랑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단지 아키하를 조용히 만들기 위한, 거친 입맞춤이었다. "아------아, 아" 힘이 빠져서, 그대로 겹쳐지는 듯이 아키하의 위에 쓰러졌다. "학.....하아, 하아, 하아----" 귓가에는 아키하의 숨결이 들린다. "아키-----하" 숙삭이고, 아키하를 끌어 안았다. 서로 땀투성이가 되어, 더러워졌지만, 그런 일은 아무래도 좋았다. "........기분, 좋았어?" "-----------------" 귓가에, 예, 라는 작은 공기. ......그걸로, 진짜로 힘이 다했다. 풀석, 이불 위에 드러누워 눈을 닫는다. .....어제부터 쉬지않고 움직였기 때문일거다. 아무튼, 맹렬하게 졸렸다. "......오빠......?" 아키하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이제 대답할 체력마저 없다. ".......자는 겁니까? 저기, 오빠." ......그러니까, 대답이 할수 없다니까. 미안하지만 이대로 자게 해주지 않겠어, 아키하. "......그건 상관없습니다만.....나, 함께 자도 괜찮습니까......?" .....상관없지만, 아키하는 몸을 씻지 않아도 괜찮은걸까. 나는 그렇다하고, 아키하는 샤워정도 하고 싶을거라 생각하는데. "......그럼 몸을 씻고 오면 되는 거군요? 알겠습니다. 잠깐 다녀오겠습니다. 이 별채, 욕실과 이 방만은 살아 있습니다." .....아키하의 체온이 떨어져 간다. 그대로, 깊은 잠에 떨어져 간다. ".......오빠, 약속을 잊지마세요." 목소리가, 들린다. "......죽음보다도 괴롭다는 것은, 확실히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당신만은, 약속을 지켜주세요." 잠들어 있는데, 목소리가 들린다. "미안해요.....이런 말을 해서. 하지만, 죽음이 구원이 되는 일도 있어요." 그럼, 이것은 있을수 없는 꿈의 이야기. "나는, 단 한명 소중한 당신 이외에는, 몸을 맡기고 싶지 않은 겁니다. 그것을, 부디----아무리 괴로워도 잊지 말아 주세요." ......싫은 꿈.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잊을수 없다. 할수 있다면. 그런 것, 잊고 싶다고 바랄 정도로------- "오빠, 일어나주세요, 오빠." ----아키하의 목소리가 들린다. "오빠, 오빠. 정말로 슬슬 일어나지 않으면 몸에 나뻐요. 이제 해가 지는데, 언제까지 잘 생각입니까-" ----신기하다. 귓가에서, 아키하의 목소리가 들린다. ".....정말. 이렇게 부르는데, 어떻게 그런 행복한 듯한 얼굴로 잘수 있는 겁니까, 오빠는!" -----귝, 하는 소리. 갑자기, 졸음에서 눈이 떠졌다. "아야야야야야야......!" 팔에 격통을 느껴 튀어 오른다. ----그러자. "아....좋은 아침, 아키하." "................." 아키하는 입을 삐죽하게 하고, 상당히 불만이 많은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참고로, 바로 방금의 격통은 아키하가 내 팔을 꼬집은 것같다. "아키하. 나의 팔, 이렇게 부풀어 올랐는데 뭐했어." "별로. 오빠가 일어나주질 않으니까 가볍게 꼬집은 것뿐입니다." "아니, 일어나주질 않는다니, 말을 걸어주면 일어나, 나는." 아....뭔가, 아키하의 시선이 차갑게 느껴진다. "정말, 히스이가 말한 대로군요. 아무리 말을 걸어도, 그것마저도 기억하고 있지 않다니." "에-----뭐야, 몇번도 깨워준건가, 아키하?" "에에, 그야말로 셀수 없을 정도로 오빠의 귓가에서 떠들었습니다만, 오빠는 기억하고 계시지 않지요?" "아.....응, 미안하지만 전혀 기억하고 있지 않아." "알겠습니다. 이제부터는 성가신 일은 그만두고, 직접 타격을 먹이도록 할테니까요. 그것이 싫다면, 조금은 일찍 일어나도록 신경 써주세요." .....아무래도, 제법 아키하를 남겨두고 잠들어 버린 듯하다. 아키하가 화내는 모습에서부터 말해, 1시간 이상은 먼저 아키하는 깨버린 거겠지. "......으이구, 어쩔수 없잖아. 어제는 이것저것 있어서 완전히 지쳐있었으니까. 학교에서는 아키하에게 위협당하고, 돌아왔더니 '시키'녀석하고 싸우고, 아키하를 자지 않고 간병하고, 마지막엔 그거잖아? 보통 하루 완전히 자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노동량이라고, 이거." "마지막의 그거라니, 오빠-----" 스스로 말하고 생각난건가, 아키하는 얼굴을 새빨갛게 하고 고개를 숙였다. ......처녀다워서 너무 귀엽다. 평소에 드센 만큼, 이런 곳을 보면 괴롭히고 싶어 지는 것은 어절수 없는 것이겠지. "뭐야. 방금까지는 그렇게 끌어 안아 줬으면서. 혹시 아키하, 남녀로 사랑하는 것은 싫어졌어....?" "에----아, 그러니까-------그" 고개를 숙인채, 우물우물 말을 흘린다. "됐어, 아키하가 싫다고 한다면 나도 이제부터는 하지 않을테니까. 좋아, 이제부터는 플라토닉한 관계로 있자, 아키하!" "아우......오빠, 나는, 그--------" "뭐야, 확실하게 말해주지 않으면 몰라." .....안돼, 나도 모르게 입가가 씨익 웃어버린다. 히죽거리는 얼굴을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될수 있는 한 냉정한 얼굴로 아키하를 본다. "그......저는 싫지는, 않습니다, 만" "좋지도 않다는 건가. 알았어, 이제부터는 참을께." "아----아뇨, 어느쪽인가로 말하자면, 좋아한다,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만----" 아키하는 시선을 돌리고, 제법 재미있는 대답을 해준다. "흐응-. 만 뿐이군, 아키하는." "어, 어쩔수 없지 않습니까. 아까는 머리 안이 새하얗게 되버려서, 좋은지 나쁜지 잘 몰랐습니다!" "그런가. 그럼 한번 또 할까. 이번엔 나, 스스로 아키하의 옷을 벗기고 싶어." "아---------" 아키하는 얼굴을 새빨갛게 해서 나를 바라본다. ......아키하는 멍-한 후, 뭔가를 생각해 낸듯이 얼굴을 붕붕 흔들었다. ".......오빠, 우선 옷을 입어주세요. 이제 해도 지고, 저택 쪽에 돌아가지 않으면." "별로 좋잖아, 여기도 저택이니까. 나, 오늘은 하루 내내 아키하와 있고 싶은데, 아키하는 싫은 건가?" "그런거, 저도 마찬가지 입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조금 아프니까, 제대로 된 침대에서 하고싶다고, 그-----" 삐진 듯한 얼굴과 목소리로, 아키하는 어설프게 투정을 부린다. 하지만, 뭐라 말할까, 그건 푸욱, 하고 가슴에 왔다. "-----찬성. 사실을 말하자면, 아까 아키하를 보고 있었을 때에 생각했어. 그 푹신푹신한 침대에서 아키하와 자고 싶다고." "........." 끄덕, 하고 끄덕이는 아키하. -----좋아, 이렇게 됬다면 좋은 일은 서둘러서다. 빠르게 옷을 입고, 저택에 돌아가자. 별채를 나와서 정원에 나온다. 아키하가 말한 대로, 이미 해는 지려하고 있어, 정원은 일면의 주(朱)에 감싸여 있다. "------저기, 아키하. 코하쿠상들, 뭐하고 있을까." ".......그렇군요, 코하쿠는....그, 눈치 챘을지도 모릅니다. 그 아이, 평소는 서툽니다만 때때로 굉장히 감이 좋으니까----" ".......으음" .....별로 부끄러운 일을 했다는 기분은 없지만, 역시 찜찜하다. 코하쿠상이니까 '축하합니다!'같은 해피한 리액션을 해주겠지만, 혹시 히스이에게 들키면 어떤 얼굴을 할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얼레" 지금, 가볍게. 두통이 인 기분이, 든다. "크......" 멈춰 선다. 아키하는 탁탁 먼저 가버린다. "아키하, 잠깐, 기다려-----" 말을 건다. 아키하가 돌아본다. 그 얼굴. 알아차리기 전에. 몸이, 지면에 쓰러졌다. "오빠-----!" 달려오는 아키하. 하지만, 아키하는 내가 있는 곳까지는 오지 못한다. 그 도중에, 그녀석에게 붙잡혔으니까. "'시키'---! 당신, 오빠에게, 잘도.....!" 그녀석에게 조여지면서 아키하는 날뛴다. 그녀석.....'시키'는 핏발이 선 눈인 채, 아키하의 목을 졸랐다. "아---------" 덜컥, 하고 아키하의 머리가 내려간다. '시키'는 정신을 잃은 아키하의 몸을 안고, 증오를 담은 눈으로 나를 내려본다. ".....잘도 해줬군. 정말로, 너는 나로부터 모든 것을 빼앗아줬다." 저주라는 것이 형태가 된다면, 그것은 이런 목소리가 될것이다. '시키'는 기릭, 하고 이빨을 갈면서 나를 내려본다. .....움직일수 없어. 등에서, 힘이 빠져간다. 약한 아픔과, 이대로 사라지는게 아닌가하는 탈력감. 자신의 몸이, 자신의 피로 젖어가는 감각. 나의 등뒤에. 날개처럼 박힌, 나이프. "'시......키'" "그러나 착각하지마, 시키. 아키하는 너를 사랑하는게 아니야. 아키하가 사랑하고 있는 것은 오빠라는 존재인거다. 아아----그 점만은 너에게 감사하고 있어. 그렇지, 아키하? 겁쟁이였던 오빠를 용서해줘. 네가 그렇게까지 나를 생각해주고 있었다니, 알지도 못했다. 내가 좀더 현명했다면, 이런 녀석에게 너의 순결을 빼앗기는 일따위, 없었을텐데." ......'시키'는 아키하의 몸에 얼굴을 가까이 했다. 아키하는 의식을 잃고 있어, 저항마저 할수 없다. "......그래. 남매라는 것은 관계없어. 나는, 누구보다도 너를 사랑하고 있다." '시키'는 아키하를 안은 채, 쓰러진 나의 몸에 가까이 온다. "이번에야말로-----이번에야말로 두번다시 돌아올수 없게 죽여주지, 시키. 네가 살아 있으니까, 아키하는 몸에 부담이 걸리고 있으니까말이다." ".......몸에.....부, 담......?" "흥, 모르는 건가. 아키하는 말이다, 그 때에 죽은 너를, 자신의 생명을 나눠줘서 살려준거다. 지금까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은건가? 가슴이 구멍이 뚫려서 살아 있는 인간따위 있을리가 없잖아." "8년전의 그 날. 죽어 있는 너를, 아키하는 자신의 생명을 나눠주는 것으로 소생시킨거야. 내가 너로부터 빼앗은 만큼의 목숨을, 아키하는 자신의 생명으로 보충하고 있는거다. 그렇지라도 않으면, 네가 살아 있을 이유따위 없을텐데." ------생명을, 나눠주고, 있어? "그러니까 아키하는 자신의 몸을 유지할수 없어. 너따위를 위해 계속 괴로워하고, 네가 살아 있는한, 이제부터도 괴로워해 가는거다. ------그것을, 지금, 해방시켜주지." '시키'가 걸어온다. 나의 몸은 움직이지 않는 채, 의식이 멀어져 간다. ------절반의, 생명. .....소리. 검이 지면에 박히는 소리. 욕하는 듯한, '시키'의 목소리. -----아버지의 수기에 있던, 아키하의 발작의 원인. "----토오노군, 지금 상처를 아물게 할테니, 정신 차려주세요.....!" -----본래라면 죽어 있을 나의 몸. ......몸이 안겨 일으켜 세워진다. 그대로, 어딘가로 운반되어 간다. .....하지만, 그런 일은, 아무래도 좋았다. -----이 무슨 일이지. 결국은, 나인가. 처음부터 끝까지, 아키하를 괴롭게 하고 있던 원인이었던, 건가-------- [望遠鏡 , 完] << □ >> 12 / 或る終劇 -----꿈을 꿨다. 아니, 꿈이라고 하는 자신의 것이 아닌 꿈을, 봤다. 그 날. 울면서 이 몸에 기대어, 자신의 마음을 나눠준, 소녀의 꿈을 봤다. 우리들은 혼자서 살고, 혼자서 죽는거다, 아키하. 그것이, 내가 아버지에게서 배운 최초의 언어였다. 의미따위 알리가 없다. 단지 그렇게 말하는 아버지의 눈동자가 유리세공같이 무기질해서, 굉장히 불안했던 것만은 기억한다. 이 사람은 대단히 쓸쓸한 사람이고. 자신도 언젠가, 그렇게 되버린다고 알아버렸으니까 일거다---- ----토오노가의 딸로서 태어난 나에게는, 연상의 오빠가 있었다. 나는, 그 오빠와는 도무지 사이좋게 될수 없었다. 양친은 그 소년을 오빠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뭔가 다른 것으로 보여서 참을수가 없었으니까. 토오노의 혈족의 사람은, 모두 다른 피가 섞여있다. 그러니까 오빠는 인간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것이겠지만, 내가 본 오빠는, <그것>마저도 아닌 기분이 들었다. 나는, 도저히 오빠를 진정으로 받아들일수가 없었다. 그리고 내가 6살이 되었을때. 또 한명의 오빠로서, 모르는 소년이 우리들의 생활에 가했다. 소년의, 오빠와 같은 울림의 이름이, 처음은 대단히 어색했다. 오빠보다 얼마간 연하의 소년은, 하지만 어른스러웠고, 누구보다도 상냥했다. 엄격한 가훈에 묶인 우리들을, 소년은 당연하다는듯이 많은 놀이에 데리고 다녔다. 말없이 그 뒤를 따라다니는 중에, 나는 말은 하지않았지만, 이 새로운 오빠에게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시끄럽고, 침착하지못하고, 난폭했지만. 어째서인가, 이 사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소중히 해줄거라고 알았으니까. 토오노의 적자(嫡子)인 나는, 오빠나 소년과는 떨어진 방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토오노라고하는 특별한 피 때문에, 나에게는 평범한 생활은 허락되지 않는다고 아버지는 말한다. 몸이나 마음을 깍기만하는 학습과 연습의 시간을, 나는 받아들이는 것으로 해내보냈다. .......아버지는 미워서 이런 일을 하는게 아니야. 나를, 아키하를 '사랑하고 있으'니까, 대단히 대단히 엄하게 나를 꾸짓는거다, 라고 자신에게 들리면서. 나의 마음은 마모되어간다. 처음부터 있던 마음이라고 하는 것이 줄어가고, 깍여지고, 점점점점 작아져간다. 하지만, 견뎌갈수있을 기분이 들었다. 비록 아주 짧은 시간뿐이지만. 공부가 끝나면, 밖에 나가 모두와 놀수있는 자유가 있으니까하고. 우리들은 셋이서 노는 일이 많았다. 소년과 오빠는 역시 남자아이, 대단히 사이가 좋다. 나는 언제나 조용히, 둘의 등을 쫒아다닌다. 오빠도, 소년과 자신들이 다른 것이라고 알고 있는것 같았다. 보통의 사람과 이렇게, 강아지같이 들떠있을수있는 시간이 곧 지나 버린다고 하는 것도 알고 있다. 알고 있으니까야말로, 이 시간을 소중히 하고 싶었다. 언젠가 성인이 되어, 이 감옥같은 저택의 안에서 외톨이가 되었을때. 이 추억만 있다면, 울지않고, 쓸쓸할 때도 평온하게 있을수있기를, 하며. ----추억은 셀수도 없다. 특별한 나날속에, 더욱 특별했던 때도 있었다. 그것은, 단 한번만, 소년과 멀리 여행을 나갔던 밤. 검은 밤 나무들이 깊은 야원에서 둘이서 ----그것은 정말로, 꿈같은 시간이었다. 마치 매일이 퍼레이드같은 따스함. 하지만. 그것은, 덪없이 끝나버렸다. 여름의, 뜨거운 날. 중정에서 오빠의 모습을 발견하고, 나는 다가갔다. 오빠는 괴로운듯 하아하아하고 숨을 쉬고, 지면에 엎드려있다. 왜인지, 싫은 바람이 불었다. 매미소리가 들리고, 지면이 흔들려간다. 평행감각이 흔들려가는 기분에 취하면서, 나는 오빠에게 말을 걸었다. 돌아본 오빠는, 오빠가 아니었다. 뭔가 추한 짐승으로 변해버린 오빠를 보고, 나는 아무것도 할수 없게 되버렸다. 언젠가. 언젠가 자신도 저렇게 되버리는 걸까하는 혐오에, 몸이 얼어붙어 버려서. 피에 굶주린 짐승은 나에게 덥쳐온다. 나는 피할수가 없다. 그때, 손이 당겨졌다. 돌아본 앞에 있던 것은, 소년이었다. 그는 손을 당겨 나를 달리게 한다. ......무섭지않은 걸까. 저런 추한 짐승을 앞에 두고, 소년은, 나를 감싸듯이 짐승의 앞에 섰다. 하지만, 짐승은 나밖에 보고 있지 않았다. 도망치는 나에게 덥쳐오는 짐승과, 그 사이에 끼어드는 소년. 투둑하고. 자신의 뺨에 뜨거운 피가 튄 순간의 눈물을, 기억하고 있다. ........소년은 나의 몸을 안고, 짐승으로부터 여동생을 지켜줬다. 몸을 꿰뚫리고, 피투성이가 되면서도, 그는 나의 몸을 끌어안은 채였다. 나의 작은 몸을 지키고, 절대 손을 놓지않는다. 올려보면, 그는 울고 있었다. 그것은 아픔에서가 아니라, 후회로 눈물을 흘리는듯한, 대단히 슬픈 얼굴이었다. ----미안, 하고 소년은 말했다. 죽기 직전. 하다못해 자신이 죽어버린 후도, 자신의 몸이 나를 감싸줄수 있기를 하며, 강하게 끌어안고. 미안, 하고 소년은 되풀이한다. 내가 진짜 가족이었다면, 분명, 아키하를 지킬수 있었을텐데. 분한데----나는, 아키하의 오빠가, 될수 없었어. 무엇보다도----누구보다도 소중히한다고, 맹세했는데. .........그런 속삭임을 참회와 같이 남기고, 그는 죽었다. 자신의 목숨이 다한 후에도, 나의 몸을 걱정해준, 친오빠보다도 오빠로 있어주려했던 소년. .........그 말만으로, 충분했다. 이제, 그 이상의 것은 아무것도 바랄수없다. 아아----이 사람은 배신하지않는 사람이다, 라고 나는 울었다. 이상할지도 모르지만, 자신을 감싸고 죽은 오빠의 몸을 끌어안고, 기뻐서 울었다. 이 앞에 뭐가 있어도, 나에게는 이 사람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일이, 무엇보다도 행복하게 느껴져서. 그 후의 일을, 나는 모른다. 정신을 차리니 오빠였던 짐승의 유체가 끌려가고, 소년의 작은 몸이 저택에 옮겨진 일밖에 기억에 없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들었다. 그 사고로 죽은 것은 양자 쪽이고, 살아남은 것이 토오노의 적자, 나의 친오빠인거다라고. ........그런 일은 단지 체면을 위한거라고 알고있었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그가 살아있어줬다. 그 이상을 바라면, 그것이야말로 벌을 받을 거다. ........비록 소년이 호적상에서도 진짜 오빠가 되버려도, 소년본인도 그렇게 믿어버린다해도. 여동생으로서 곁에 있을수있다면 그걸로 좋다고, 나는 자신에게 말했다. .........그렇게 8년이 지나, 아버지가 타계했다. 집의 전권을 맡게된 나는, 주위의 반대를 억누르고 그를 저택에 다시 부르자고 생각했다. 토오노의 후계자가 된 나에게 자유는 없다. 하지만 단 한번정도라면, 억지도 용서될지도 몰라. 그렇다면----그 한번뿐인 바램을, 나는 전해질수 없는 사랑을 위해 쓰고 싶다. 그것만으로, 좋았다. 나는 그 사람으로부터 모든것을 빼앗아 버렸다. 그러니까, 이 이상은 아무것도 바라지않아. ----그때. 단지 별을 올려본 때와 같은 행복은, 이제 있을수 없겠지만. 곁에 있을수있다면, 그걸로 좋아. 오빠가 돌아와 준다면. ----검은 밤 나무들이 높은 야원에서 둘이서 그것은 얼마나 행복하고, 자기멋대로인, 꿈의 형태---- -----지끈, 하고. 가슴의 아픔으로, 눈이 떠졌다. "..........하" 모르는 방. 자신은 침대에 누워있어, 상반신은 나체였다. 양복 대신에, 하얀 붕대가 둘둘 가슴에 감겨 있다. "-------" 기억이 혼동해 있다. 뭐가 어떻게 된건지, 지금 어떻게 되있는 건지, 엉망진창으로 뒤섞여서, 잘 정리 할수가 없다. "읏......." 확실한 것은 이 가슴의 상처의 아픔뿐이다. ......가슴의 상처. 뒤에서 찔린 자신. 누구에게? 그런 것 떠올려 볼 필요도 없다. 나는 바로 지금, '시키'에게 찔려서 아키하를----- "아키하.....!" 침대에서 일어 난다. "극-----!?" 갑자기, 몸의 움직임이 멈췄다. 가슴의 상처가 지끈거려서, 전신의 근육이 굳어 버린다. "아-----, 윽-------"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괴롭다. 이럼 도저히 일어날수가----- "아, 정신이 들었습니까, 토오노군. 놀랐는데요, 곧 눈을 뜰수 있는 상처가 아닙니다만" "에----선, 배....?" "예, 납니다. 덫붙여 말하면 여기는 내 방이니까, 안심해도 좋아요. 아무리 그 흡혈귀가 토오노군을 노리고 있어도, 일부러 내가 있는 곳까지 오지 않을테니까요." "납니다라니....선배, 이제 내 앞에 나와주지 않는거 아니었나......!?" "그럴 생각이었습니다만, 저렇게 되버려서야 도와주지 않을수는 없지 않습니까." 말하고, 선배는 침대까지 다가왔다. "자, 무리해서 움직이니까 상처가 벌어져 버렸습니다. 붕대, 새 것으로 바꾸겠어요." 선배는 솜씨 좋게 나의 몸에 둘려진 붕대를 풀고, 새로운 붕대로 다시 조여 주었다. 뀩, 하고 강하게 몸을 조이는 붕대. ".....인데.....선배, 그, 치료 받으면서 미안하지만, 아퍼." "에에, 아프게 매고 있는 겁니다. 조금 정도 움직여도 괜찮을 정도로 하고 있으니까, 조금 조용히 있어주세요." "아.....예, 죄송합니다." 나도 모르게 사과하고, 빙글 방의 상태를 바라본다. 여기는 시엘 선배의 방인 듯하다. 아무래도 나는 '시키'에게 찔려서, 그 후 선배에게 도움을 받은 듯하다. 하지만-----그럼 아키하는 어떻게 된건가. "선배, 아키하는!? 아키하는 어디에 있습니까!" ".............." 우뚝, 선배의 팔이 멈춘다. "선배-----!" ".....내가 구할수 있는 것은, 그 상황에서는 한명 뿐이었습니다. 나로는 두명분의 인간을 안고 그 흡혈귀의 권내(圈內)에서 이탈하는 것은 할수 없습니다. 그러니까----나는, 아직 구할 가능성이 있는 토오노군의 구조를 우선했습니다." "아키하를-----아키하를 버렸다는 건가, 선배....!" ".....예. 어차피 아키하상은 살수 없는 목숨입니다. 그런 그녀를 구하기 위해 토오노군의 목숨까지 위험에 쳐하게 할수는 없었습니다." "뭐-------" 뭐를-----이 사람은, 말하고 있는, 거지. "어째서.....! 왜. 왜 나따위를 구한거야....! 선배는 흡혈귀를 쓰러트리기 위해 있잖아!? 그럼 나따위는 신경쓰지 말고, 거기서 '시키'놈을 쓰러트려 줬으면 됐잖아....!" ".....확실히 그 선택도 있었습니다만, 그래서는 토오노군이 죽어버렸겠지요. 토오노군은 곧 치료를 하지 않으면 죽어버릴 정도의 상처였습니다. 나에게는 그 흡혈귀를 단시간에 끝낼 확신이 없었으니까, 토오노군을 데리고 그 저택에서 도망친다, 라는 가장 확실한 선택을 한 것뿐입니다." "-----그래서 아키하를 버렸다는 건가!? 그런거----그런거, 쓸데 없는 참견이다! 나따위 놔두고 '시키'를 쓰러트려 줬다면, 아키하는 살수 있었을거 아니야....!" "......그것은 부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토오노군, 아키하상은 죽지 않았어요. 그 흡혈귀의 목적은 토오노 아키하라는 존재를 자신에 가까운 것으로 하는 겁니다. 아키하상은 죽지 않습니다. 그 자리에서 죽는 것은 당신뿐이었습니다, 토오노군. 그것은 당신도 알고 있지 않습니까?" "--------" .....말이 막힌다. 선배가 말한 대로다. 나는, 무슨----도와준 이 사람에게, 자신의 무력함을 탓하고 있는 거지. "......미안. 하지만 나는----그녀석이 아키하를 죽이지 않는다니, 믿을수 없어. 그녀석은 살인귀다. 그런 것,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 "......토오노군. 아키하상은 죽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키하상에 대해서는 포기해주세요. 그녀는---이제, 돌아 올 수 없습니다." "그런 건 알고 있어.....! 하지만 그런 것, 겨우 머리카락의 색정도의 이야기잖아. 아키하는, '시키'따위와는 달라." "아닙니다, 토오노군. 그 흡혈귀의 목적은 아키하상을 손에 넣는 것인겁니다. 토오노 '시키'----아키하상의 친 오빠인 그는, 이미 인간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그가 원하는 토오노 아키하라는 것은 자신과 같지 않으면 안됩니다. ----알수 있지요, 토오노군. 그 흡혈귀는 인간인 아키하상은 필요로 하고 있지 않아요. 그러니까 어젯밤도 아키하상을 습격했으면서, 목숨을 빼앗는 짓은 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방법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토오노 '시키'라는 '것'은 토오노의 혈족에 섞인 이종(異種)의 피를 활성화 시킬 수가 있는 거겠지요." "-------" 듣고서, 생각났다. 아키하의 머리카락이 붉어져서, 그대로 돌아오지 않게 된 것은. 그녀석이, 아키하를 기절시키고 부터였다는 것을. "선배----어떻게, 그런 일까지-----" "토오노군이 잠들어 있을때, 토오노군의 입에서 부터 들었습니다. .....무단으로 토오노군의 기억을 끄집어 꺼낸 것은 사과하겠습니다만, 구해준 대가라고 생각해 주세요." "-------" 그런 일은 아무래도 좋다. 선배에게 사과받아도 의미따위 없다. 그것보다. 그런 일보다, 지금은 아키하를----- "큭.....!" 침대에서 일어선다. 푸욱, 하는 아픔. 칼날로 신경을 들어내지는 아픔이, 전신의 끝까지, 열 손가락의 끝까지 전해져온다. "아------극......!" 하지만, 몸은 움직인다. 움직인다면-----이런 곳에서 자고 있을수는 없다. "-----선배. 내 나이프, 있지. 돌려 줘." "저택에 돌아갈 겁니까, 토오노군." 대답할 것까지도 없다. 선배는 나이프를 손에 품고, 슥, 하고 나의 앞에 막아섰다. "확실히 그 흡혈귀도 아키하상도, 토오노의 저택에 남아 있습니다." "-------" "그렇지만, 그때부터 이미 6시간이상 경과해 있습니다. ....아마도, 아키하상은 이미 늦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런 건 관계없어, 선배. 아키하가 어떤 모습이 되어도 관계없어. 나는 그녀석과 함께 있기로 정했어. ......먼 옛날. 진짜 오빠가 되겠다고, 진짜 가족이 되겠다고, 맹세했었어." 말로 해보고, 어떻게 할수 없을만큼 분했다. ......이제, 몇년도 전의 일. 나자신도 잊고 있던 먼 맹세. 언제나, 언제나 타인같았던 가족들. 그래도----진짜 가족이 되자고 노력하고 있던 자신과, 단 한명, 진짜 가족 이상으로 나를 생각해주고 있던 소녀. 그런 것, 처음부터 거짓말이라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만들어진 일을 지키려 하고 있던 우리들. ......정말로, 모르는게 좋았다. 그것은 얼마나 위태롭고, 유리같이, 멀고도 먼 꿈이었던가. "......토오노군. 확실히 당신이라면 아키하상이 어떤 모습이 되어 있어도, 이전과 변함없이 그녀를 토오노 아키하라고 인정할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당신의 멋대로인 해석입니다. 아키하상 본인은, 변해버린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겠지요." ".....아키하본인이, 인정하지 않아.....?" ......그것과 같은 듯한 말을 한 것은 누구였던가. "알겠습니까, 토오노군. 토오노로부터의 것이 되어버린 아키하상은, 그 시점에서 자아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본능 앞에서 패퇴한 이성은 밑바닥에 가라 앉혀지고, 그녀는 토오노 '시키'와 같이 의미도 없는 살인을 되풀이하게 됩니다." "그녀본인이 바라지 않는, 토오노 아키하의 의사가 아닌 살인. 그것을, 아키하상 본인은 지각할 수 마저도 없습니다. 변해버린 그녀에게는, 이제 자신이라는 것은 없는겁니다. 그곳에 있는 것은 단지 살인귀라는 현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 "알겠습니까, 토오노군. 변해버린 토오노 아키하를 누구보다도 용서할수 없는 것은, 그녀에게 죽어버린 사람들이 아니라, 그렇게 의미도 없이 살인을 범해버리는 그녀 자신인겁니다. 하지만, 변해버린 그녀에게는 그것을 생각하는 마음마저도 없지요. -----죽지 않으면. 눈을 뜬 피를 가라 앉히기에는, 모든 것을 초기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초기화한다, 라는 것은 지운다, 라는 것입니다. 그녀가 변해버렸다면, 이제 거기에 아키하상은 없습니다. 아키하상은 죽는 것으로, 겨우 토오노 아키하로 돌아갈수 있는 겁니다." .....아아, 생각났다. 선배와 같은 말을 하고 있던 것은, 다름아닌 아키하자신이었다. ----죽여주세요. 그런, 정말로 재미없는 말을, 아키하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었다. "------" 목소리가 안나온다. 피. 피가, 역류하는건가고, 생각했다. "머-----" "괴롭겠습니다만, 포기하고----" "멋대로, 지껄이기는------!" "꺅!?" 선배의 멱살을 잡고, 벽에 밀어붙인다. 이 분노는 이 사람에 대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 이상, 아키하를 가볍게 말하는 것을 용서할수가 없었다. "나에게----나에게 아키하를 죽이라고 말하는 건가, 너는.....!" "----예. 아키하상이 그렇게 바란다면, 그 역활은 당신에게 양보하겠습니다." "까불----까불지마.....! 나는 죽이지 않아. 비록 무엇이든, 두번다시 사람은 죽이지 않는다고,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가르쳐준것은, 선배, 인데.....!" "토오노, 군------" 무표정이었던 선배의 얼굴이 무너진다. ......알고 있어. 선배도, 좋아서 이런 차가운 말을 하는 게 아니라는 것 정도. ".....토오노군. 죽음보다도 괴로운 일이란 것은 있습니다. 아키하상에게 있어,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지요?" "------" ".....게다가, 혹시 변해 버렸다면, 그녀는 이제 인간이 아닙니다. 자신을 지각할수 없는 것은, 생명이라고는 부를수 있겠습니다만, 인간이라고는 부를수 없습니다." 말하고. 선배는, 나이프를 내게 넘겼다. "-----토오노군. 흡혈귀 퇴치는 내 일입니다. 그 흡혈귀는 내가 맡을테니, 당신은----" ".....됐어. 미안하지만, 선배는 여기에 있어줘." "에....토오노군?" ".....그녀석과는 오랜 사이야. 이것은 우리들의 문제니까.....정직히, 선배는 끼어 들어오지 말았으면 해." "-------" "하지만, 혹시 내가 어떻게 되버리면, 그 때는 전부 맡기겠어. .....대단히 제멋대로인 말이지만, 그걸로 괜찮을까, 시엘 선배." "-------" 선배는 살짝 눈을 가늘게 한다. 마치 환상이라고 보는 듯한, 흐릿한 시선. "......예. 확실히 제 멋대로인 제안입니다만, 토오노군에게 맡기겠습니다. 하지만, 내게는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어째서 그렇게까지 합니까? 그런 몸으로, 당신은 토오노가의 인간도 아닌데, 어째서." -----어째서, 인가. 그런것, 이제 뻔하다. "선배가 말했잖아. 토오노 시키는 말이지, 자신이상으로 토오노 아키하가 소중한거라고. .....하지만, 아키하가 생각하고 있는 만큼, 나는 그녀석을 생각해주지 못했어. 그러니까, 가지 않으면." -----지금까지 계속. 아키하는, 혼자서 괴로워 하고 있었다. 그것에 비하면 이 정도의 아픔따위, 그야말로 내세울 가치마저도 없다. "그럼, 갈께. 지금까지 고마워. 그리고, 안녕, 선배." 상처의 아픔을 참으며, 걸어 간다. "------예. 안녕히, 토오노군." 나갈때, 선배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저택에 도착했다. 두통이 든다. 시계(視界)는 안개가 낀듯이 공허. "하......아" 시계가 일그러진다. 호흡을 잘 할수가 없어서, 공기를 들이 마신다,라는 것만으로 현기증이 났다. 슥, 하고 내딧는 한걸음이, 몇백미터로도 느껴진다. 몸은. 완전히 지치고 마모하고 고갈되서, 이미 감각을 잃고 있다. "하.....아" 슥, 하고 질질 끌듯이 발을 움직인다. 몸은 이미 한계를 맞이하고 있고, 자신이 인형이 되어버린 기분이 들 정도로, 잘 움직여 주지 않는다. 이런 몸으로는 아무것도 할수 없겠지, 라고 이성은 비관적인 것만 생각한다. "------------" 그러나, 피의 뜨거움이 그것들을 모두 부정한다. 두근, 두근, 하는 심장 소리. 고동만이 높다. 달 아래, 신경이 날카롭게 갈아진다. -----단지, 자연스럽게 여기에 왔다. 틀림은 없다. 두근, 하고 팽창하는 심장. 목이 뜨겁다. 육체는 완전히 지쳐있어, 단지 살아있다는 사실을 유지하기 위해서 모든 기능을 소모하고 있다. 이런 몸으로 싸운다, 라는 행위는 자살과 같은 의미인가. 하지만, 두려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손에 든 나이프의 무거움에 손가락이 져린다. 신경이 드러나는 듯한, 이 감각. -----그립다. 이 감각에는 기억이 있다. 이전, 몇번인가 맛 봤던 감각. 꿈속에서 '그녀석'이 사람을 죽일 때에 맛 봤던 피의 흥분과, 먼 옛날, 이런, 일이 있었던 듯한 기분이 든다----- "극-------" 길게는 버티지 못한다. 별채 안에 발을 움직였다. -----이상하게도. 그 광경을 봐도, 마음은 아무것도 느끼지 않았다. "-------'시키'" "네놈----인가." 천천히, '시키'가 몸을 일으킨다. 그곳에 있는 것은, 둘의 그림자뿐이다. 하나는 '시키'라는 이름의 흡혈귀. 또 하나는, 피같이 붉은 머리칼을 한, 한명의 소녀. "-----잘 왔군. 이제 오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시키." "--------"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시키'의 등뒤에는, 아키하가 있다. 멍하니, 죽은 듯한 눈을 하고, 벽에 늘어지듯 등을 기대고 있다. '시키'가 입힌 것인가, 아키하는 기모노 차림이었다. 그 '형태' 마치 의사가 없는 인형 같은, 아키하. 하아, 하고 깊게 숨을 쉰다. 이상하게도,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다. 저렇게 되어버린 아키하와 같이, 나도 인형이 되어버린 것 같이,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늦었군. 아키하는 확실히 돌려 받았다." '시키'가 다가온다. "'시키'. 너, 뭘 했냐." 나이프를 겨누고, 그렇게 묻는다. '시키'는 유쾌한 듯이 웃음을 죽인다. "글쎄. 나도 그런 건 몰라. '시키'라는 나의 목적은 아키하뿐이다. 지저분한 잡종들의 피를 빨다니, 내 취미가 아니야." ".....그러냐. 그런것 치고는 분별없었잖아, 너는." "아아, 정말이지 그 말대로다. 하지만 어절수 없겠지? '그건' 내 의사가 아니니까. .....울려오는 거야, 시키. 제한없이, 죽이고, 빼앗고, 모두 부셔버리라는 생각이 말이다. 나는 그것에 따르고 있을 뿐이지. 이유따위 몰라." ".....추하군. 이제 잘은 생각나지 않지만, 옛날의 너는 그런 녀석이 아니었어, '시키'" "아아. 8년전의 그날부터, 나는 돌아버린 거지. 이 머리 속에는 또 한명, 이상한 동거인이 있어. 그녀석이 말하는 거야. 모든 것을, 죽여라라고." 말하고, '시키'는 웃었다. 끼익끼익 소리를 내며 회전하는 톱니바퀴같이, 끝없이 웃는다. ----거기에. 인간다운 절제란 것은, 티끌도 존재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묻는데. 너는, 지금의 자신이 아프지 않은건가." "아퍼....? 설마. 나는 완전해. 이러고 있는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 뭐어, 굳이 말하자면 지루하다는 것이 불만이었지만, 그것도 이걸로 해결했어. 지금까지는 잡종들을 먹는다, 같은 즐거움밖에 없었지만, 그런 것은 여기까지다. 아키하가 돌아온 이상, 이제 잡종들과 놀 여유따위 없어졌으니까 말이지." '시키'은 만족스러운 듯이 목을 울린다. -----물어봤자 헛수고였다. 하지만, 그래도 들어 두고 싶었다. 유미즈카가----그녀가, 이녀석같이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계로 흡혈귀따위의 것이 된 그녀가, 최후까지 괴로워 하던 '인간'으로서의 아픔을, 이녀석은 가지고 있는가 어떤가라는 것을. "그런가. 그럼-----너는 이제 사람이 아니다." 말에 살의가 스며든다. '시키'는, 뚝 움직임을 멈췄다. "알수없는 녀석이군. 이렇게 일부러 죽으러 온 것도 왜인지 알수 없지만, 지금의 질문도 알수 없다. 어이, 시키. 너말이다, 대체 뭘하러 온거냐?" "너를 죽이고, 아키하를 돌려 받으러 왔다." 그렇게 말을 한 순간. 두근, 하고 전신의 혈류가 가속한다. "핫, 제정신이냐, 시키! 네가, 단지 보통 인간인 네가, 이 나를 죽일수 있다는 거냐!?" "..........." 대답할 필요는 없다. 시선을 가늘게 하고. 단지, 녀석의 '선'을 직사(直死)한다----- "기어오르지마.....! 이건 내 것이다. 너따위에겐 넘기지 않아......!" 뭔가 불길한 것이라도 느낀건가. '시키'는 두려운 듯이 물러선다. "알겠냐, 아키하는 내 여동생이다....! 이녀석과 피가 이어져 있는 것은 나뿐이다. 너따위에게 나설 자리는 없어.....!" 핏발이 선 눈으로 이쪽을 노려본다. -----이제, 이 이상 나눌 말은 없다. 나이프를 겨누고, 한걸음 앞에 나갔다. "아아, 그말대로다, '시키'. 아키하는 내게 있어 여동생따위가 아니야." "뭣이......?" "아키하는, 내 여자니까." "키이-------!" 일보, 내딧는다. 내 말에 격노한건가, '시키'는 일직선으로 덥쳐온다. 그것이 나에게 있어서도 녀석에게 있어서도, 최후가 될 서로 죽이기(殺し合い)의 신호가 되었다. -----시간을 걸려서는 안된다. 나의 몸은 한계고, 아키하를 조금이라도 빨리 여기에서 데려가고 싶었다. 그러니까, 할 일은 하나뿐이다. 일직선으로 달려오는 '시키'의 팔을 피하고, 녀석의 가슴에 보이고 있는 '선'을 찢는다. 한번만이라면. 아직 몸이 움직이는 지금이라면, 녀석의 팔을 피하는 것은 할수 있을 것이다. 녀석이 덥쳐온다. 맨손일 터인 '시키'의 간격과 나의 간격은 같다. 우리들은 공평히, 서로가 서로의 필살의 간격에서 서로를 죽인다----- ------아니. 그것은, 이쪽만의 환상이었다. "핫......!" 조소하는 듯한 소리를 내며, '시키'는 '그것'을 휘둘렀다. "-----------!?" '그것'을 나이프로 받는다. ----쓸데없는 일따위 생각할 여유는 없다. 키잉, 하고 굳은 소리를 내고, '시키'가 가진 '그것'과, 나의 나이프가 튕긴다. "칫, 나이프째로 두동강 내주려 했는데----골동품 치고는 튼튼하잖아, 시키!" 붕, 하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시키'는 '그것'을 휘둘러 올린다. "--------" 두근, 하고 전신이 맥친다. '시키'가 가지고 있는 것은 나의 나이프보다 열배 가까운 길이가 있는 '검같은 것'이었다. "--------" 알수 없다. 분명 녀석은, 방금까지 맨손이었는데, 그런 것을 어느 사이에----- "그러나 두번째는 없다....!" 휘둘러 내려지는 붉은 검. 이런 실내에서, 그런 것을 휘둘러도 천정이나 벽에 부딧칠 뿐인데----- "----------!?" 순차로 피했다. '시키'가 가진 붉은 검은, 천정에 부딧치는 일 없이 휘둘러 내려졌다. 그 과정. 확실히 천정에 박혀 들어갔는데, 마치 천정을 투과하는 듯이, 녀석의 흉기는 휘둘려 내려졌다. 어딘가에서. 뚝, 하는 물소리가, 들린다. "끈질기다-----!" 붕, 하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고, '시키'가 검은 다시 겨눈다. "-------------" 사고가 정지한다. 시계(視界)에는 '시키'와, 방의 안쪽에 수그리고 있는 아키하의 모습. 아키하는 멍하니 나와 '시키'를 바라보고 있다. 인형 같은 아키하. 아키하. 아키하를 이런 장소에 놔둘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은----- "크-----!" 혀를 물고, 떨어졌다. 정원에 통하는 창호지를 뚫는다. 저 검이 벽에 부딧치지 않는 거라면, 실내에서는 이쪽이 너무 불리하다. 별채의 밖은 숲이다. 어두운 밤, 나무들이 높은 숲 속이라면, 조금은 이쪽에게도 승산이 있겠지---- "아------그" 갑자기 현기증이 일었다. 발이 접질러져 쓰러질 것 같아 진다. 지금은 그런 때가 아닌데, 등의 상처가 열려서, 피가 스며 나오려 하고 있다. "우------윽" 발이 후들 거려, 그대로, 가까운 나무에 기댔다. "으......" 여기서 쓰러질수는 없다. 멀리서는 풀을 해치는 소리가 들린다. '시키'는 확실하게 나를 쫒아 오고 있다. 그럼, 조금만 더. 하다못해 이쪽의 몸을 숨기고, 녀석의 등뒤에서 공격할수 있는 곳까지 가지 않으면----- "--------" 그때. 기대고 있던 나무에, 검같은 것이, 박힌다. "----------!" 순차로 옆으로 뛴다. 2격째. 날아온 검은, 가볍게 나무를 관통한다. "------------!!"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게 몸이 움직인다. 나무에서 나무로 몸을 숨겨간다. 그것을 쫒아오는 검. 던져지는 검에 한이 없는 건가, 다음에서 다음으로, 탄환같이 날려진다. "뭐--------" 끝이 없다. 도망치면 도망칠수록, 검은 수를 늘려 내던져져온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니. 검은 숲은 꿰뜷어진 나무로 가득차서, 그 광경은, 어딘가 이국(異國)의 처형장같이, 생각되었다. "----------응? 뭐야, 도망치는 건 관둔건가, 시키. 설마 여기라면 나를 죽일수 있다, 같은 끝내주는 생각을 하고 있는게 아니겠지.....!" 녀석의 목소리가 높게 들려온다. 검은 던져져 오지 않는다. 이쪽에서 녀석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듯이, 녀석도 내 모습을 볼수 없다.....라는 것은, 아닌가. "하......아." 호흡을 정리하고, 가장 큰 나무에 등을 맡겼다. 이 대목이라면 녀석의 검이 관통하지는 않을거다. "어이어이, 방금까지의 위세는 어디갔어! 나를 죽일거라면말이다, 좀더 적극적으로 되어 주지 않으면 재미없다고....!" 목소리는 울려서, 막연하게도 녀석의 위치는 잡을수가 없다. 눈을 감고, 조금이라도 청각을 민감히 한다. ........ ................. .......................... .................................... .....녀석의 호흡도, 기척도 들리지 않는다. 당연하다고하면 당연인가. 이쪽은 녀석 같이 오감이 짐승처럼 발달한 것은 아니니까. "------------?" 뚝, 하는 물소리가, 났다. .......뭐지. 이 가까이에 저수지따위, 없었을 터다. "아이고, 이 겁쟁이놈. 좋다고, 네가 그럴 생각이라면 내가 무대를 띄어주지. 너는 거기서, 좋을 만큼 숨어있어라." .....목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막연히도 녀석의 위치는 잡을수가 없다. ".....그럼. 그렇게되면 조금 취향을 살리지 않으면 말이지. 그냥 너를 죽이는 것만으로는 보기 좋지가 않아. 이대로 꿰뚫어버리는 것은 간단하지만, 그럼 아키하도 기뻐하지 않겠지." ......뚝, 하는 물소리. 이번엔 가깝다. 바로 눈 앞의 나무에서 소리가 나고 있다. 보면, 그것은. 나무를 관통한 붉은 검에서, 물같은 것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그렇군, 손발을 끝장내고 아키하의 장난감으로 하는 것도 좋을지도....! 인형놀이라면 아키하도 기뻐하겠고, 지금의 아키하에게는 딱 좋지." .....수액은 아닌 듯하다. 저런 가느다란, 그야말로 두께가 존재하지 않는 검에서 체액같은 것이 흐르고 있다. 잘 보면, 그것은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되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그래그래, 아직 너에게 이야기하지 않았지, 시키. 지금의 아키하는 말이다, 정직히 나의 손에도 넘쳐. 너무나도 기뻐서 나는 좀 지나치게 해버린 것 같아. 옛날의 아키하로 돌아온 것은 좋지만, 아무나 물어 뜯어서야 곤란하잖아?" .....뚝, 뚝 하고 떨어져간다. 붉은 검은, 검이라기 보다는 칼날 그것 같았다. 커터의 칼날을 검으로 한 듯한, 극히 단순한 흉기. '시키'가 던져온 것의 정체가 이건가. 새빨간, 졸탑파(卒塔婆 : 무덤 앞에 새우는 죽은 자를 기리는 탑) 같은 긴 칼날. 하지만 왜, 그것이 붉은 물을 계속해서 흘리고 있는 건가. 붉다. 붉다. 붉......다? "아아, 그런가. 아키하의 장난감으로 한다는 것은 각하하지. 몇십개나 되는 검으로 꿰뚫은 너는 최고의 선물이 되겠지만, 아키하 녀석, 놀기도 전에 먹어 치울것 같으니까말이야. 이키하에게 그런 나쁜 것을 먹일수는-----" "--------" 시, 끄러. 붉다. 사람이, 지금. 붉다. 중요한, 것을. 붉다. 떠올릴 것, 같아 졌다는데. "......아니, 기다려. 그런가, 그거 좋군! 아키하를 나와 같이 사람을 먹게 하는 것은 나쁘지 않아......!" "-----------피" 그런, 가. 피다. 저것은, 피다. 그러니까 이렇게도 주위에는 검이 박혀 있다. 나무에는 몇백이라 하는 검의 졸탑파(卒塔婆). 갈갈이 찢겨 산란(散亂)한 사람의 손발. 어두운 밤. 유리의 달. 일면,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숲의 광장----- "좋아, 좋아좋아좋아좋아좋아! 좋다고, 맨 처음의 먹을 것이 너라는 것은 최고잖아....! ------정했다. 아아, 빨리 아키하를 나와 같이 하지 않으면 안돼게 되버렸다." 뚝, 하고. 또, 새로운 피가 흐르는 물소리. "잘가라, 시키. 아쉽기 한이 없지만, 놀이는 여기서 끝이다-------!" 그걸로, 녀석이 어디에 있는지는 들어 냈다. 기대고 있던 나무에서 떨어진다. 그대로 뒤돌아서, 나무에 지나는 '선'을 절단한다. 주륵, 하고. 대목은 힘없이 쓰러지려 한다. "뭣----------!?" 목소리는 머리 위에서 들렸다. 즉, 저녀석은, 아까부터 내 바로 위에서, 시시한 헛소리를 지껄여 댔다는 거다. "네, 놈---------!!" '시키'가 떨어져온다. 그 손에는 붉은, 피로 만들어진 검이 있다. 하지만 그것을 휘두르는 것보다 빠르게----- 나의 나이프가, 녀석의 한 팔을 일섬했다. 튀어 흩어지는 선혈. ......'시키'의 한팔이 지면에 떨어진다. 절단된 단면에서 분출된 혈액이, 검은 자국같이 지면을 적셔간다. 그것은 아래에 있던 나도 마찬가지다. 보통의 인간과 아무런 차이가 없는 붉은 혈액이, 투툭하고, 이 가슴에 묻어간다. "학, 극---------!" 지면에 굴러 떨어진 '시키'는, 그대로-----원숭이 같은 날렵함으로, 뒤로 크게 뛰어 물러났다. "학-----하하, 하." 입가를 일그러 트리고, '시키'는 나를 보고 있다. "뭐야, 하면 잘 할수 있잖아......! 안심했다, 시키. 그대로 얌전한 채로 죽는다니 너에게는 어울리지 않으니까 말이지." "-------------" 뭔가를 말하려다가, 멈췄다. 지금의 자신에겐 그런 여유는 없다.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목을 움직일 체력이 있다면, 그것을 전부 저 생물의 제거에 써라하고. ㅁㅗㅁ이, ㅇㅣㅅㅓㅇ을 ㅈㅣㅂㅐ하고 있다. "어이, 왜 닥치고 있는거야 너는....! 제기랄, 혼자서 착한 놈인척 해먹고, 네 쪽이 나보다 훨씬 괴물이잖아......!" "--------" 나이프를 강하게 쥐고, 짖어대고 있는 '시키'에게 걸어간다. "핫, 나따위와는 할 이야기도 없다는 거냐. 아아, 정말로 동감이다. 나도 지금의 너와 이야기하는 것따위 사절이다. 나는 확실히 사람을 먹지만, 너같이 기계는 아니니까.....!" "------------" 풀을 밟고, 걸어간다. "알겠냐, 나에게도 아직 판단기준이란 녀석은 남아있다. 자신이 하는 일이 너희들에게 있어 악이라고 이해하고 있어. 그것을 각오한 위에서 우리들은 존재하고 있단 말이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가지지않고 피라는 것에게 명령받는 너는 뭐냐? 자신의 의사마저 가지지 않고 '것'을 죽이려 하는 너는 대체 뭐냐고 묻고 있단말이다, 나나야 시키......!!!" "--------" 걷는다. 저녀석을, 죽이기, 위해------ "까불고 있어.....! 지금의 네가 어떤 눈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냐? 너는 생물따위가 아니야. 의사가 없는 기계와 같이, 인간외의 것이라면 무조건으로 죽이려 하는 인형이잖아! 아아, 아버지가 나나야의 인간을 모조리 죽인 것도 당연하지. 왜냐면 네쪽이야 말로, 감정이 없는 살인귀 그것이니까....!" "-----------" 마지막 한걸음. 이걸로, 확실히. 이 괴물을, 죽일수 있다------- "------것봐, 너는 그런 녀석이야, 시키! 인간이 아닌 녀석이 상대면, 상대가 아무리 인간과 닮았어도 죽일뿐이지? 그럼. 너는 나를 끝낸 후에, 아키하도 똑같이 죽일거지?" "--------," 뭐, 를. 그런, 일, 은------ "없다, 라고 단언할 수 있나? 말해두지만, 아키하는 나따위보다 수배는 괴물같다고? 그런 것을 앞에 두고, 너의 이성이 충동을 억누를수 있을리가 없어. .....자, 아직 너에게 나나야 시키로서가 아니라 토오노 시키로서의 이성이 남아 있다면 알수 있겠지. 너는 여기서 나에게 죽던지, 아니면-----스스로 자신을 처리하는 쪽이 구해지는 거라고-----!!" "------------!" 사라졌다. 아니, 도망친건가. 사악사악하고 풀을 해치는 소리가 난다. 녀석은 숲의 안으로 도망쳐 간다. "-------------아" .....놓쳐 버렸다. 지금이라면 확실히 끝낼수 있었는데, 놓쳐 버렸다. 어째서인가. 그것에 분노를 느끼고 있는 자신과, 어딘지-----다행이다, 라고 생각하는 자신이, 있다니. "........놓칠수는, 없다." ......수풀에 피의 흔적이 계속되고 있다. 한팔을 절단 한거다. 피의 흔적은 명확하게, 녀석이 있는 곳을 알려준다. 그러나, 서두르지 않으면 놓칠지도 모른다. "-------" 크게, 숨을 쉬었다. "하아.....하아...., 아" 호흡이 돌아온다. 방금까지 붉게 물들었던 시계(視界)가 정상으로 돌아간다. "하--------아" '시키'가 하는 말을 인정할 생각은 없다. 나는 아키하를 죽이는 짓을 절대 하지 않고, 상대가 인간이 아니니까, 무조건으로 죽인다같은 짓은, 하지 않는다. ".........읏" 틀려. 그 때는, 틀려. 나는 '시키'와는 다르다. 제대로 자신의 의사를 가지고, 자신의 행동을 억누를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피 냄새가 강하면. 왜인지, 생각해내서는 안돼는, 먼 과거의 일이 되살아날 것 같아서, 무서울뿐. "젠-----------장" 오른손은 나이프를 가진 채. 맨손인 채인 왼팔로, 가슴에 묻은 튄 피를 닦는다. ------그걸로, 조금은 피 냄새가 희미해졌다. "-------'시키'" 어둠 속, 유아등(誘蛾燈)같이 붉은 피의 흔적이 계속되고 있다. 다시 한번 크게 호흡을 하고, '시키'의 뒤를 쫒았다. 여기가, 종착이었다. "---------" ....이것은 우연인가, 그렇지 않으면 의도적인건가. 8년전. 내가 시키에게 죽을 뻔했던 장소에서, 다시 한번 서로를 죽이지 않으면 안돼는 듯하다. "......칫. 역시 쫒아왔나." 광장의 안에서, '시키'는 몸을 숙이고 있다. 그런 것마저도 그때와 같다. ".........." 나이프를 강하게 쥐고 걷기 시작한다. 발아래에 축축한 감촉. '시키'의 출혈은 멈추지 않는다. 흘러 내리는 피의 흔적은 '시키'에게 계속 되고 있다. 질퍽, 질퍽. 걸을 때마다 녀석의 피가 발아래에서 소리를 낸다. .....이만큼의 출혈도 잘도 살아 있다. 피의 흔적은, 그야말로 물웅덩이같다. "크......윽" 그러나 한계인 것은 이쪽도 마찬가지다. 길게 끌면 불리해진다. 녀석이 상처를 입은 지금밖에 죽일 찬스는 없을 것이다. "----------, " 한걸음 내딧는다. "-----기다려! 아직 이야기하지 않은 게 있어.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거기서 얌전히 있어 주지 않겠냐, 시키." "--------" "그런 얼굴 하지마. 이건 너에 대해서도 좋은 이야기라고? 뭐니뭐니해도, 아키하를 원래대로 되돌릴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니까." "뭐---------" 순간. 이성이 발을 멈춰버렸다. 그러나 몸은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나가, 녀석의 숨을 끊지 않으면 안됀다고 제안한다. 나는------ ".............." 발을 멈췄다. 축축해진 지면을 밟아 가면서, 멈춰있는 '시키'를 노려본다. "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 유쾌한 듯이 '시키'는 웃고있다. ......알고있다. 여기서 내가 멈춰있으면, 놈은 방금까지의 데미지에서 회복 해버릴 것이다. 나는 최후의 찬스를 내버린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알고있다. 그러나, 그래도-----아키하를, 원래의 아키하로 되돌릴 방법이 있다고 하는거라면, 그것을 듣지 않을수는 없었다. ".....정말, 로" "응? 뭐야, 시키. 목소리가 작아서 잘 안들려" ".....정말, 이겠지, '시키'" "아아, 나는 수다쟁이지만 말이지, 거짓말만은 하지 않는 것이 폴리시라고. 그러니까 네가 좀만 더 거기에 서있어주면 뭐라도 얘기해 주겠고-----너의 태도에 따라서는, 내 손으로 아키하를 구해줘도 좋을 정도다." "..........아키하를, 구해........?" 그말에 뭔가, 불길한 것이 섞여있던건가. 움찔, 하고 몸이 떨려, 그대로 넘어질 것 같았다. 발 밑이 젖어있어서 지면이 미끄러지기 쉽게 되있기 때문------ "미끄러지기------쉬워?" ----------기다려. 지금, 나는. "뭐야, 아키하를 구하는 방법따위 다 알고있잖아. 그녀석은 말야, 인간으로서 살아갈 힘이 없으니까 토오노로부터의 피의 힘으로 살아갈수밖에 없어. 그렇게해서 토오노로부터의 힘을 써버리고있으니까, 결과로서 인간보다 토오노에 가까운 생물이 되버리고있는 것 뿐이잖아?" 붉은 피로 만들어진, 놈의 흉기. "그러니까말야. 저녀석이 자신만으로 살아갈수있는 상태로 돌려주면, 토오노의 피따위에 의지하지않아도 되게되는거야. 자, 간단하잖아? 아키하를 되돌리고싶으면, 아키하를 그런 상태로 하고있는 원인을 제거하면 될뿐이야." 그 피의 흔적에, 나는 서있다------ "간단히 말하면 말이다, 시키. 너만 죽어주면 모든게 해결이라는거잖아------!!" "읏--------!!" 그 목소리와 동시에. 있는 힘을 다해, 나는 바로 옆으로 뛰었다. "--------" 일순의 차이였다. '시키'의 몸에서 흐르고있던 피의 강. 그것이 일제히, 일순에 바늘의 산으로 변했다. 이 무슨 실수. 저 붉은 검이 놈의 피로 되어있는 것이었다면, 흘러나온 혈액을 그대로 검으로 만드는 것마저 간단했을 거다. "하, 아------아" 피의 흔적에서 옆으로 뛰어, 지면에 굴러 떨어진다. ......하지만 완전히 피했다, 라는 것이 아니었다. 왼팔이, 끝나있다. 왼팔은 저 바늘의 산에 찔린것이 아니다. 팔은 내측에서 밖쪽을 향해 찢어져있다. .....다시말하면. 방금, 왼팔에 가슴의 튄 피가 묻었던, 그 피가 결정화해서, 폭발하는 화약같이 왼팔을 찢어 갈긴거다. "아--------크..........!!" 지면을 구르면서, 어떻게든 아픔을 견딘다. 불행중의 다행이다. 혹시 그때 가슴의 피를 닦아두지 않았으면, 나는 등뒤에 검이 만들어져 즉사했을거다. "칫------!!" 목소리가 들린다. 삭, 하고. 풀을 헤치고 달려오는 소리. "끈질기다, 부탁이니까 지금걸로 뒈지란말이다-----!!!" 다가온다. 지면에 쓰러져있는 나는, '시키'를 공격할수가 없다. 다가온다. 칼날같이 예리한 손톱을 만든 팔을 내밀고, 나의, 심장을 축출하려는듯이 덥쳐온다. 그것은, 마치 서커스같다. 검은 숲. 언제 막이 열리는 걸까하고, 두근두근했다. 멀리에는 매미의 소리. 푸른 하늘 과 높고 높은 뭉게구름. 그렇게해서. 또, 숲속에서 살해 당한다는 건가. 그것은 열받는다. 그렇게 몇번도. 몇번도 몇번도, 똑같이 살해 당하는건가. -----눈을 떠라 토오노 시키. 그런 일은, 적당히. 이제, 지겹지않냐----? "에-------?" 소리를 올린건 '시키'쪽이었다. '시키'의 팔은 나의 가슴이 아닌, 지면에 꽂혀있다. ......별로, 대단한것도 아니다. 몇번도 몇번도 같은 식으로 살해당했으니까, 단지 몸쪽이 익숙해진것뿐. 토오노 시키는, 자신의 가슴을 꿰뚫으려한 적의 팔을 피하고, 그대로 적의 복부에 그어진 '선'을 절단했다. "거짓------말이지?" 주륵, 하고. '시키'의 몸이 옆으로 어긋난다. 그것을 필사적으로 팔로 받치며, '시키'는 물러났다. "왜-----왜, 왜, 왜? 어이, 시키, 이상해. 이 상처, 어째서-----간단히, 붙어, 주지않는거야?" 일그러진 웃음을 띄우며, '시키'는 주춤주춤 뒤로 물러난다. 조금씩 어긋나가는 상반신과 하반신. 그것을 한 팔로, 필사적으로 눌러 붙이는 '시키'의 모습은, 서커스의 광대같았다. "아퍼------아, 퍼. 뭐야, 싫다 이거. 정신이 흐릿, 해져. 피가 멈추지않아. 몸이 떨어져. 아퍼. 아퍼. 아퍼.아퍼. 아퍼. 아퍼. 아퍼-------" 말하고. 주륵, 하고 '시키'는 쓰러졌다. 다리는 아직 서있는채. 상반신만이, 무슨 농담같이 지면에 떨어졌다. "-------" 살아, 있다. 저런 상반신만으로, 거미가 되다만 것 같은 형태가 되서도, 저녀석은 살아있다. "극......." 마비될것만 같은 몸에 채찍질을 하여, 간신히 일어선다. 저녀석은, 살아있다. 그럼-----죽이지, 않으면. "히--------!?" 질질거리며 한팔로 도망가려는 그것의 앞에 무릎꾾었다. 나이프를 머리위에 휘둘러 올린다. 남은건, 이걸 내리는 것뿐. 그것의 중심. 심장의 거의 옆에있는 '점'같은 선에 나이프를 떨어트리면, 그걸로 끝난다. "아------히, 히?" ......끝난다. 전부다. 8년전부터 계속된 시시한 인연도, 그것만으로 끝난다. "히야------히이이이이이이!?" 죽음을 거부하는 '시키'의 목소리. .....별로, 그것에 동정한 것은 아니다. 이제와서 무서워진것도 아니다. 분노가. 희미해진것도, 아닌, 데. ".......어째, 서" 어째서. 나는, 이 나이프를 떨어트린다라고하는, 간단한 일마저 할수없는거지.......? "하----히히, 히히히히히히히히히......!!!!" 웃으며, 질질거리며 그것은 풀숲안으로 사라졌다. "-------" 아연히 쳐다보고, 피로 물든 나이프를 바라봤다. ......나는, 죽이지않았다. 그렇지않으면 죽일수 없었던 것 뿐인걸까. 히히, 히히히, 히히히히히히히. 귀에 거슬리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그것은 별채 저택쪽. 아키하가 남겨져있는 저택에 향하고 있는듯이, 들렸다. "--------!!" 일어선다. 이 얼마나 물러터졌는가. 저녀석이 최후에 아키하에게 도망칠 거라는 것 따위, 그런것은 생각하면 금방 알수있는 일인데.......!! "큭-------!!" 만족히 움직일수도 없는 양발을 움직여, 별채 저택으로 달려갔다. 핏자국은 일직선으로 별채로 늘어져있다. 붉은 길 중간중간에는, 장기같은 것이 흩어져있다. .......이래서는 그 장소에서 마무리를 찍을것까지도 없이, <시키>는 언젠가 숨이 끊어지겠지. 하지만 그전에, 그녀석은 최후의 힘으로 아키하에게 행하고있다. "크------" 쓰러질 것 같은 몸을 받치고 달린다. 핏자국을 따라 별채에 도착. 피는. 그대로 별채의 안으로 침입해있다. ------늦지않았다. 화실의 안은, 아까와 아무것도 달라져있지않다. 벽에는 아연히 앉아있는 아키하가 있다. 다다미의 위에는 핏자국이 있고, 그곳에는. "아----아, 아아, 아-----" 주륵, 하고. 상반신 밖에 없는 남자가, 필사적으로 다다미의 위를 기어가고있다. "아-----아, 아키, 하-----!" 주륵주륵하고. 굼벵이같이 흔적을 남기며, '시키'는 벽에 기댄 아키하에게 다가간다. "살려, 주-----아키, 하-----" 도움을 구하듯이 뻗어지는 팔. 피에 젖은 손가락이, 아연히 앉아있는 아키하에게 뻗어간다. "--------" 그렇게 하게 놔둘수없다. 그전에, 다가가 놈의 숨통을 끊지않으면----- "에-----?" 놀람은, 나와 '시키'의 입에서, 동시에 흘러나왔다. 후, 후후. 티없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기이-----아, 히이아, 아, 아아아아아아아!!!" 심장을 뜯겨지면서, '시키'가 외친다. 아하하, 하. 어린아이같은, 웃음소리. "히, 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시키'의 외침. 훅 하고 튀어 흩어지는 피. 다다미나 창호지문을 홍으로 찢어가는, 핏덩어리. 아하, 아하하, 아하하하 즐거워서 견딜수없다는, 웃음소리. "그, 그만, 그만해, 아키, 아키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시키'의 비명은, 거기서 끝났다. 소리를 지를 기관인 목이 꿰뚫려, 머리와 함께 뜯겨졌으니까. "아키-----하" 나의 중얼거림에, 아키하는 반응하지않는다. ......아마도, 자신이 그런 이름이었는지조차, 알고있지않다. 아키하는 붉은 머리를 흔들며, 아하하하하, 하고 동녀(童女)같이 웃을뿐이었다. "아키-----하" 대답은 없다. 이성이라고 하는것이 빠져나간 아키하를 앞에 두고, 나는-----단지, 그런 말밖에, 할수없었다. 쿡쿡. 아키하의 웃음소리가 울린다. '시키'의 몸을 잠시 만지던 그녀는, 움직이지 않게 된 장난감에 질려 버린것같다. 두리번두리번 방안을 둘러본후. 갑자기, 창호지문을 부수고 밖으로 달려나갔다. 그 양손을, 생생한 피로 물들인채. "기다------" 기다려, 라고 말할수없다. .......알고있어. 이제, 모든것이 늦어버렸다고 알고있어. 어린애같은 아키하. 티없는, 사물의 선악마저 모르는채, 저런식으로 사람을 죽일수밖에 없는 생물. ------죽여, 주세요. 그러니까. 지금, 내가 아키하를 쫒아간다고하는 것은. 그녀를, 죽인다고하는, 일이다. -----답따위 나오지않았다. 그러나, 아키하를 놔둘수 없는 것만은 확실하다. "------으" 밀려 올라오는 감정을 억누른다. 아무것도 생각 할 수 없는채, 아키하의 뒤를 쫒았다. ------의외롭게도, 아키하는 밖에 나가지않았다. 달빛의 아래. 언젠가 함께 이야기를 했던 단풍나무 아래. 아키하는, 멍하니 서있었다. 조용히, 서있다. 뭐를 하는것도 아니다. 어린아이같이 순진하게, 흩어져가는 단풍을 바라보고있다. "------" 그것을-----어떻게 하라고, 하는거지. 이성도 없고, 지성도 없다. 단지 그곳에 있을뿐인 소녀. 그곳에 죄따위는 없다. 아키하는, 아무것도, 나쁘지 않은, 데. ------죽여주세요. 그 말이 다시 떠오른다. ------당신의 손으로, 죽여주세요. 이 무슨 잔혹한, 소원. 그런 일 밖에-----구해주길 바란다는 말조차, 할수 없었던건가. 그렇게 말해줬다면-----나는 뭐를 적으로 돌려서라도, 최후까지, 너를 계속 지켜 나갈수 있을텐데. ------당신만은, 약속을 지켜주세요. ......심한 복수다. 그야 8년간 내버려두긴 했지만. 이런 보복을 당할거라니, 생각도 못했다. "------" 아키하는 말했다.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단지 본능에 따라 사람을 죽여버리는 것이 되버린다면, 그것은 죽음보다도 두려운 일인거라고. 선배는 말했다.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단지 본능에 따라 사람을 죽여버리는 것이 되버리는 거라면, 죽게 해주는 쪽이 구원이라고. "------" 나이프를 쥔다. 이상하게도, 슬프다고도 느끼지않는다. 마음에 텅텅 비어 버린 것같이, 아무것도, 느끼고 싶지않았다. "아키하-----" 낙엽을 밟으며 아키하에게 걸어간다. 알아차리고, 아키하는 미소로 나를 맞이한다. "------하다못해" 나이프를 강하게 쥔다. 아키하는, 웃었다. 아하하하하, 하고 즐거운듯이 웃으며, 자신을 죽이려하는 나를, 맞이하고있다. "--------" 결심이 둔해진다. 하지만, 이제 걸어나가 버렸다. ------죽음이, 구원이 되는 일도 있다. 걷는다. 아키하는 도망치지도 않고, 즐거운듯이, 나를 기다리고있다. ------죽여, 주세요. 흩어져가는 단풍. ------그것이, 너의 최후의 바램이었으니까. 아키하는 웃고있다. 이제, 이 이상 가까이 갈 거리가 없다. 남은건 이 팔을 내미는 것만으로, 된다. ------나는, 아무리 괴로워도 "너를, 죽이지않으면 안돼." 말하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넘쳤다. ------그렇게. 정면에서, 아키하의 몸을 끌어안았다. ------죽일수 있을리가, 없어. "......살아있어 주길 원해." 이상한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키하. "어떤 모습이 되어도----나는 네가 살아있어 주길 원해, 아키하." 눈물이 멈춰주지않는다. 아키하는 기쁜듯이 같이 끌어안고-----나의 목덜미를, 힘껏 물어뜯었다. "으------" 아프다. 그것은, 피를 빨기위해서가 아니다. 단지 깨문다고하는, 원시적인 행위. "아-----아키, 하" 아키하는 단지, 일사불란하게 물어뜯고있다. 꽈득, 하고 살이 찢기고 뼈가 깨진다. 아키하에게 이성은 없다. 끌어 안고 있는 상대가 누구인지도, 끌어 안는다고 하는 행위의 의미마저도 모른다. 아키하는, 사람의 형태를 한 짐승과 다를바 없다.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살아있어, 주길 바래" .....그렇게 바라는것은 안 되는걸까. 비록 아키하가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것이 되버려도, 그래도 살아있어 주길 바란다고 생각하는 것은 죄인건가. 아키하가. 그런 자신에게는 견딜수없다고 해도, 나는, 그것에 견뎌주길 바란다. ------그 죄를. 내가 등에 지겠다고 생각하는 일이, 단지, 자기 멋대로인 기만이라해도. ".....내가, 구할거야." 강하게. 단지 한마음으로, 아키하의 몸을 끌어안았다. "우, 우우우, 우-!" 팔 안에서 날뛰는 아키하를 끌어안는다. 칵, 하고. 물려있던 어깨뼈가, 부서졌다. "윽-----아, 아키, 하------" 어깨가 물려 부서져도, 그래도 한손으로 아키하를 끌어안았다. "우-! 우우, 으............!!" 날뛰는 아키하. 그것을 계속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것이 최후의 포옹이 될지도 모르니까인걸까. 이렇게 강하게, 상대의 체온도 고동도 기억하기위해 끌어안은 일은 없었다. "우-.....으, 응......." ........내가 아무것도 하지않는 것을 알고 안심한건가, 아키하는 날뛰지않게 되었다. 사락사락하고 내려오는 단풍 안에, 어느정도 그렇게하고 있었던걸까. 어느샌가 아키하는, 나에게 몸을 맡긴채 잠들어버렸다. "............." 될수있는한 부드럽게, 아키하를 지면에 눕힌다. 아키하의 머리색은 붉은 채다. '시키'의 말이 확실하다면. 한 방법이외로는, 계속 원래의 흑발로 돌아가는 일은 없겠지. "............." 비록 어떤 결말이 되더라도, 구하겠다고 맹세했다. 아키하를 구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아키하가 토오노로부터의 것이 되버린 원인. 그녀가 그 생명의 반을 나눠 입힌 인간이 없어지면, 그녀는 원래의 '토오노 아키하'로 돌아갈수있다. 하지만 그것은-----나의, 토오노 시키의 죽음을 의미하고있다. 도대체 뭐가 행복이고, 뭐가 구원이 되는건가는 모르겠다. 죽음이 구원이 된다, 따위 말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뭐가 옮은건가 판단이 서질않는다. 나는----- -----죽음이, 구원이 되는 일따위는 없다. 그것은 8년전, 죽어가다 소생한 자신에게 있어서, 당연하게 되어있던 답이었다. 아무리 괴로워도, 아무리 힘들어도, 단지 살아있는 것만으로 행복하다고 실감하고 있다. 그러니까, 그것에 따른다면 자살하는 짓따위는 할수없다. 아키하도 죽어버린것이 아니다. 살아있다면, 어떻게든 간병하고 있다면, 언젠가 원래대로 돌아와주는 날이 올지도 몰라. 간단히 목숨을 내던지다는 것은, 죽음은 존귀하다는 환상에 취해있는 일이라고, 알고있다. "------그래도" 그래도, 아키하는 행복하게 있어주길 원해. 자신보다도, 훨씬훨씬 몇배도, 아키하는 행복해지길 바랄뿐이야. 게다가, 애초부터. 나는 8년전에 죽은거고, 계속, 아키하에게 꿈을 보여주고 있던 것에 지나지않는다. 그러니까, 이것은 본래의 주인에게 돌려준다는 것뿐인 이야기. 슬퍼할 일도 아니고, 아까워할 일도 아니다. 모든것은 원래의 형태로 수습된다는 것뿐인 끝이잖아. 단풍이 흩어져간다. 붉은 지면. 그곳에 아키하는 누워있다. 지면에 펼쳐진 머리칼은 적. 선명하게, 붉은 나뭇잎 속에 녹은 듯이 흘러져있다. 그 얼굴은 평온해서, 대단히, 행복한 꿈을 꾸고 있는듯이 보였다. "......으이구. 이런곳에서 자서, 감기 들리지마." 될수있는한 언제나처럼 중얼거리고, 자신의 몸을 내려봤다. 온몸에 그어져있는 '선' 어디를 통하면, 몸에 부담을 주지않고 죽을수있을까 찾아본다. "......계속, 맡아 두었던 것을 돌려주지않으면. 너무 오래 빌려버렸지만, 지금이라면 아직 늦지 않았겠지, 아키하" 이 몸이, 아키하의 목숨에 의해 살아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면. 나라고하는 것이 멈추면, 그 목숨은 본래의 주인에게 돌아갈터다. 나이프를 몸에 댄다. 두근, 하고 심장이 비명을 지른다. 역시 그것은 무섭다. 무서우니까, 평온하게 사라질수있도록, 아키하의 잠든 얼굴만을 바라봤다. "안되겠군----나는, 아키하와의 약속을 깨기만 했어." 죽음에 달하는, 익숙한 감촉. 가장 죽기 쉬운듯한 '선'에 나이프를 움직인다. 순간. 손발을 조종하는 실이 끊긴듯이, 온몸의 톱니바퀴가 멈춰버렸다. 털썩, 하고 아키하의 몸에 겹치듯이 쓰러진다. 희미해져 가는 의식의 바닥에서, 단풍이 내려 쌓여가는 것을 바라봤다. 눈같이 내려 쌓인다. 그것이 너무나도 예뻤던 덕분인걸까. 잠자는듯이, 의식이 하얗게 되어갔다. 먼 달. 하얀 여름 날. 매ㅡ앰, 하고. 매미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或る終劇 , 完] << □ : 에필로그>> [True End / 穩かな午睡] ----------따스한 햇살. 창에서 비쳐들어오는 하얀 빛에 눈을 찔려, 천천히 눈을 열었다. "...........응" 흐릿하던 의식이 눈을 뜬다. 창넘어의 푸른 하늘은 맑게 게어있고, 오늘이 기분좋은 하루가 될 것이라고 고하고 있다. "후아-------아" .....익숙하지않은 침대에서 잔 탓인가, 왠지 몸이 무겁다. 응-, 하고 기지개를 해 몸을 풀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똑똑, 하고 노크하는 소리가 났다. "실례합니다" 인사를 하면서 히스이가 들어왔다. 히스이는 익숙한듯이 문을 닫는다. "아------" 조용한 아침. 이 방에 오는 것이 당연한 듯이 행동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조금만-----나는 자신이 이 방의 주인이 된 착각이 들었다. "안녕하십니까, 아키하님. 지난밤은 편안히 주무셨습니까?" "에에, 푹 잤어요. 미안하군요 히스이, 오빠의 방에서 자고싶다고 고집부려서" ".......아니요, 그렇지않습니다. 시키님도.....아키하님께서 사용해주셔서, 기뻐하실거라 생각합니다" 더듬거리며 히스이는 말한다. "흐응. 히스이는 포기가 나쁘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오빠는 행복한 사람일지도" "아-----아키하님.........!" "사실이잖아. 그럼 옷을 갈아 입고 거실로 갈테니, 코하쿠에게 말해줘" "............예, 실례합니다, 아키하님" 히스이는 조용히 퇴실했다. 방은 갑자기 썰렁해진다. ......오빠는 자신의 짐이라고 하는 것을 갖고 있지않아, 여기에는 침대와 책상정도밖에 없다. "........정말. 이런 살풍경한 방에서 잘도 잤군요, 오빠는" 질려버린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곧 준비해줬을텐데, 오빠는 아무것도 말하지않았다. ......나에게 사양했다, 라고 하는것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그 사람은 물욕이란게 전혀 없다. 어린애의 때도 그랬다. 자신은 아무것도 필요없다고, 아키하들만 있어주면 그걸로 좋다고, 깨끗한 미소로 그렇게 말했다. 그것이 나에게는 불안했었지. 그사람은 아무것도 남기지않고, 무엇에도 묶이지않았다. 그렇게 자유라고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고독한것이라고 어린 나에게 똑똑히 알려준거다. "---------흠" 창을 본다. 언제나 오빠가 보고 있던 풍경. 숲의 새는, 하늘의 푸름에 비춰져있다. ------그 후.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낙엽이 가득 쌓인 정원. 그곳에 쓰러진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나는 살아있다. 머리칼도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고, 피의 뜨거움도 느끼지않게 되었다. 몸상태는 오히려 양호로, 언제나 몸에 있던 탈력감도 없어져버렸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희미했다. 그래, 어린 시절. 정말 좋아했던 오빠를 구하고 싶다고 바랬던 때부터 있던 몸의 무거움이, 마치 없었던 일인것 같이 없어졌다. .......그 무거움은 힘들기는 했지만, 동시에 안심할수 있는 무거움이었는데. 자신의 몸은 절반의 힘밖에 없고, 언제나 몸이 무거웠지만, 기뻤다. 왜냐면 그 무거움의 오빠의 무거움이고, 나는 계속 그렇게 있는한 계속, 오빠를 느끼고 있을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 무거움은 손바닥정도밖에 느낄수없다. 정원을 둘러본다. 낙엽이 흩어지는 밤에, 토오노 시키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걸로 이해해버렸다. 자신은 어떻게 살아 돌아왔는가. 토오노 아키하는, 어째서 원래의 토오노 아키하로 돌아올수 있었는가, 라고하는 것의 의미를. "..........." 밖은 좋은 날씨고, 언제까지나 이런 일을 하고 있을수는 없다. 빨리 옷을 갈아입고, 아침식사를 끝내고 학교에 가지않으면. 응접실에 내려와 아침식사를 끝낸다. 시각은 6시를 마악 넘겼다. 이거라면 앞으로 수분은 천천히 보낼수 있겠지. "아키하님." "응? 뭔가요, 히스이. 당신도 한잔 할건가요?" "............." 히스이가 불만에 찬 얼굴로 바라본다. ........라고하기보다, 저건 노려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얌전한 히스이에게는 드문 일이다. ".......아침의 차를 함께 해준다.......라고하는 것은 아닌것같군요. 뭔가 말하고 싶은거라도 있나요?" ".......예. 실례라 알고도 의견을 말하겠습니다. 아키하님은, 어째서 또 전교를 하신겁니까." -------과연, 그 일인가. 오빠가 죽어버렸다, 라고 하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히스이로 보면, 내가 원래의 아사가미여학원에 돌아가버린 일은 뭔가의 부호같이 느껴지겠지. "어째서도 뭐도 아니지요. 내가 그 학교에 전교한것은 오빠가 있었으니까 입니다. 그 목적이 없어졌으니까, 원래의 장소로 돌아가는 것은 당연하지요?" "................" 히스이는 납득이 가지않는 것 같다. "그렇지않으면 뭔가요? 히스이는 오빠가 없어도 그 학교에 남아야한다고 하는건가요?" "..........예. 시키님은 돌아가신 것이 아니니까, 아키하님이 그같은 일을 하시면 시키님은 슬퍼하실겁니다" "설마. 이제 없는 사람이 어떻게 슬퍼한다는건가요, 히스이" 소파에서 일어난다. ......시간은 빠르지만, 학교에 가기로 하자. "히스이, 코하쿠에게 준비하도록 전해줘. 아아, 그리고 이제부터 나는 학교의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될테니, 저택의 관리는 계속해서 맡기겠어요. 수속은 금주중으로 끝낼테니, 자세한 것은 돌아와서 얘기하지요" "-------아키하님!" "뭔가요? 아직 뭔가 있나요, 히스이" "......아키하님은......이제, 시키님을 잊어버릴 생각이신겁니까" "별로. 단지, 있지도 않은 사람을 생각해도 시간이 아까울 뿐입니다." 응접실을 나간다. 등뒤에서 히스이의 시선을 느끼면서, 로비로 걸어갔다. "그럼 다녀오세요, 아키하님" 문까지 배웅을 와, 코하쿠는 인사를 한다. "다녀오겠어요. 저녁에는 돌아올테니, 이야기는 그 때합시다." "예. 하지만 유감입니다. 이렇게 아키하님을 배웅하는 것도, 이젠 없어질테니까요" "..........정말, 코하쿠까지 그런 말하지마요. 이런거, 오빠가 돌아오기 전으로 돌아간 것 뿐이지요? 나는 원래 토일밖에 저택에는 돌아오지 않았었고" "그렇군요. 하지만 마키히사님이 돌아가신 지금, 아키하님게서 저택에 돌아오실 이유는 없습니다. 아키하님, 이제부터는 장기휴일에만 돌아오실 것이지요?" "-------응. 아마도, 그렇게 되겠지요" 끄덕이고, 코하쿠에게는 아무것도 숨길수가 없구나하고 실감한다. 내가 토오노의 저택에 돌아온 이유는, 아버지가 시끄러웠으니까다. 그 아버지도 죽고, 아버지의 후계자로서의 책임도 졸업할때까지 대리를 세운 지금, 내가 스스로 이 저택에 돌아올 이유는 없다. 무엇보다 졸업해버리면, 앞으론 계속 이 저택에서 지내게된다. 최후의 자유시간인 3년간을 스스로 버리는것은 바보같다. "하지만 저택에 새로운 하인은 고용하지않아요. 힘들겠지만 둘이서 열심히 해줘요, 코하쿠" "예. 아키하님도 한달에 한번은 돌아와주세요" "------OK, 선처하지요" 시간이 되었다. 차의 운전수가 톡톡, 하고 노크해 시간을 알린다. ".....아키하님? 정말 괜찮습니까?" "괜찮냐니, 뭐가. 당신까지 히스이와 같은 말을 하려는건 아니겠지요, 코하쿠" "-----아니요, 그렇다면 됐습니다. 그럼 다녀오세요, 아키하아가씨" 꾸벅 인사하는 코하쿠. 그녀를 문앞에 남기고, 차는 가도를 내려가기 시작했다. -------흘러가는 풍경을 바라본다. 아키하님은 잊어버리실겁니까? 그렇게 히스이가 추궁했을때, 나는 아무것도 말하지않았다. 하지만 그런건 개인의 자유다. 히스이가 오빠의 죽음을 받아들이던 믿지않던 나에게는 관계없다. 히스이는 오빠가 살아있다, 같은 그야말로 풀카운트에서의 만루역전홈런을 바라고있다. ......그것을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고, 나는 자기자신에 대해 웃어버렸다. 왜냐면, 그 바램은 나자신의 바램이기도 했으니까다. ------시키님을 잊어버리실겁니까. 그런것, 할 수 있을리가 없다고 말해주면 좋았을까. 오빠가 살아 있을리는 없다. 왜냐면 오빠가 목숨을 내던지는 것이, 내가 이렇게 돌아올수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다. 그것을 누구보다도 알고있는 주제에-----나는, 히스이들과 같이 믿어버리고있다. "......하지만, 아직 남아있어" 멍하니 하늘을 올려본다. ......어린시절, 오빠에게 목숨을 나눴던 때부터 있던 가슴의 고동. 자신이외에, 또 한사람의 심장이 가슴에 있는듯한 무거움. 두근, 두근하고 고동하고 있던 감각이, 지금도 가슴에 남아있다. .......그것은, 이제 정말로 미미하고 희박한 것이 되어 버렸지만, 아직 남아있다. 고동도 하지않게 되버렸고, 단지 돌조각같이 되버렸지만, 아직 남아있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러니까 스스로 부정하면서도, 히스이보다도 코하쿠보다도, 세상의 누구보다도 오빠가 살아있다고 믿고있다. 그는 언젠가 분명 돌아온다. 그럼 아무런 문제없으니까, 나는 원래의 생활에 돌아가지않으면 안돼------- -------저택에 돌아왔다. 이렇게 돌아오는 일도, 앞으로 수회정도로 없어지겠지. "......생각보다 빨리 도착해버렸나." 중얼거리고, 조금만 감상에 젖기로 했다. 숲에 왔다. 그 밤 이후, 한번도 발을 들이지않았던 장소. ......여기에는 추억이 너무 많다. 어린 시절, 오빠와 뛰어 놀았던 정원. 언젠가, 저택을 빠져나가 둘이서만 별을 보러간 밤. 돌아온 오빠와 이야기를 했던 나무들의 무리. ------그렇게, 반전해 버렸던 내가 눈을 뜬 숲. "........정말, 바보같아. 그만큼 나를 죽여달라고 말했는데, 결국-----" 오빠는 자신을 희생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사람이라면 그렇게 해버릴거라고 알고있었다. 그러니까 그만큼 굳게 약속했는데, 오빠는 내가 한말따위 뭐 하나 들어주지 않았다. "그래그래, 그러고보면 어렸을때부터 그랬지. 오빠는 결국, 자신이 올바르다고 생각한 일밖에 하지않는 사람이었어. ......그런데 언제나,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었지." ------그래. 나나 히스이가 아버지에게 혼날때도, 오빠는 감싸줬다. 내가 '시키'에게 죽으려 할때도, 몸을 던져 감싸줬다. 그렇게, 내가 돌아올수 없게 되버린 때도. 부탁도 안했는데, 멋대로------ "............읏" 흘러 나오려한 흐느낌을 억눌렀다. 나는 슬퍼하고 있는게 아니다. 오히려 화내고 있는거다. 이번의 이번에야 말로 화가 났다. 그 사람은 자기 생각뿐으로, 남겨진 나의 일따위 조금도 생각해주지 않았으니까. "......정말. 절대로 용서하지않을테니까" 하지만, 그 상대가 눈 앞에 없는 상황. 이 쌓여가는 감정은, 대체 어디에 풀면 좋은걸까. 오빠는 없다. 돌아올 예감도 없다. 가슴에 남은 따스함은 사라지고, 지금은 죽어버린듯한, 단지 무거움만이 남아있을뿐----- "---------확실한것이, 그것뿐, 이라니" 그렇게 생각하면 불안해진다. 아무리 강한척해도 사실은 이제 안된다고, 질것 같아진다. -----오빠는 어딘가에 살아있다고 믿고있다. 가슴에 남은 오빠의 무거움은 대단히 희박해져 버렸지만, 확실하게 남아있다. 그러니까 살아있다고, 믿고싶다. 믿고싶, 지만----- "------하지만 오빠. 이렇게 조용하면, 언젠가, 정말로 잊어버리지 않을까하고, 나------" .........오빠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믿는 것이 어렵다. 가슴에 지금도 남아있는 잔재. 그것은 오빠가 살아있다고 믿을수있는 동시에, 이제 살아있지 않다는 증거가 되버릴 것 같아서, 무섭다. "......아-아. 이런 모습 다른 사람에게 보이면 완전 웃음거리잖아" 하아, 하고 한숨을 쉬고 저택에 돌아가기로 했다. -------그때. 타악, 하고 발끝에 뭔가가 닿았다. ".........어레?" 낙엽에게 가려져 보이지 않았지만, 뭔가 떨어져있다. ".....................음" 반짝, 하고 저녁해에 반사하는 금속조각. ..........낫이라든가 그런거겠지. 코하쿠도 청소도구를 내던져두다니, 위험하----- "----------------" 아니, 틀리다. 알아차리고, 숨을 쉬는 것마저도 잊고, 그것을 주워 올렸다. ---------------두근. 그래, 단 한번만. 그 나이프를 쥐었을때, 화석이 되었던 것이 되살아났다. .......그것은, 어떤 연결이었던걸까. 이 나이프과 주인의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않는 특별한 연관이 있었던 걸까. 단지, 정말 일순만. 가슴속에서, 이전과 같이, 아니 좀더 강하게, 그 사람의 고동이 느껴졌다. "----------------아" 주륵, 하고 뺨에 뜨거운 것이 흐른다. 그것이 눈물이라고 알아도, 닦지않았다. --------------살아있어. 그것뿐으로, 아무것도 생각할수 없다. 어디에 있는가따위 모른다. 뭐하고 있는가따위 가르쳐 주지 않는다. 하지만, 알았다. 오빠는 살아있다. 단 한번뿐이었지만, 나는 확실하게 오빠의 체온을 느끼고, 끌어안을수 있었다. "-------------하아" 크게 숨을 쉬고, 말을 삼켰다. ........믿을수 있어. 이제, 지금의 고동만으로 충분했다. 이 앞에 뭐가 있어도 나는 믿고, 오빠의 귀가를 기다릴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굉장히 기쁘다. "............예. 우선은 맡아두겠습니다, 오빠" 일곱의 밤이라고 새겨진 나이프를 접어넣고, 추억의 숲에 등을 향했다. 숲은 적일색(赤一色) 셀수없을 정도의 추억을 담은 숲에, 잠시의 작별을 고한다. 왜냐면, 추억은 이제부터도 또 잔뜩 생길것이고, 나에게는 해야할 일이 있다. 감상에 젖는것은 여기까지다. -----------자아. 나는 언제나대로의 나인채 하루하루로 돌아간다. 그렇게, 그것이 몇년이 걸려도. 분명 돌아온다고 믿고, 언제까지도 그 사람을 계속 기다릴테니까--------- [穩かな午睡 , 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