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0) 어쨌든, 누군가를 때려보자. 상대는 누구라도 상관없다. 될 수 있으면 별로 죄악감이 들지 않는 녀석이 좋겠지. 장소는 사람 눈에 띄지 않는 곳. 내신에 반영되는 것은 피하고 싶고, 나는 남의 이목을 끄는 짓에 익숙하지 않으니까. 일주일정도 궁리한 끝에, 상대와 장소를 결정했다. 상대는 같은 학교의 하급생. 이전에 한번 복도에서 나를 노려본 적이 있었던 금발의 남학생이다. 장소는 그가 드나들고 있는 게임센터에서 가까운 곳으로 정했다. 그 녀석은 일주일에 한번 꼴로, 얼굴 모르는 손님을 붙잡고 폭력을 휘두른다. 게임의 승패에 화가 나서, 자신을 지게 만든 녀석을 때리는 것이다. 물론 게임센터 안에서 그런 짓을 하지는 않는다. 교활한 그 녀석은 손님이 밖으로 나가는 순간에 말을 걸고, 억지로 골목길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굴욕을 해소했다. 남의 눈에 띄지 않는 폭력이기 때문에, 그는 죄가 물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이쪽으로서도 안성맞춤인 조건이었다. ◇ 『───약한 사람은 싫어요』 용기를 내서 고백했을 때,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떠나갔다. 분명히, 나는 태어나서 한번도 싸움이란 것을 한 적이 없다. 흥미가 없었던 것뿐이라고 하면 거기서 끝이지만, 실제로 어떤 문제로 누군가와 치고 박게 될 정도로 싸울 용기나 주장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약한 사람인 거겠지. 그 약함을 떨쳐버리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때려볼 수밖에 없다. 그것이 제일 손쉽고 빠른 강함의 증명이고, 무엇보다 『사람을 때린다』라는 행위에 흥미도 있었다. 17년 동안 살아오면서, 해보지 않은 일은 이제 그것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았으니까. ◇ 그렇게, 나는 그를 유인해 냈다. 밤에 게임센터에 가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게임으로 그를 지게 만들었다. 자리를 뜨자, 그는 이쪽을 노려보면서 골목길로 잡아끌고 갔다. 지금까지는 해가 없는 대화를 해서 유인해내는 패턴이었는데, 이번에는 대화가 없다. 상당히 화가 나있는 것 같다. ……안심한다. 그가 평소에 누군가를 때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자신이 폭력을 휘두르는 것에 죄악감은 있었던 거다. 하지만, 그것도 이것으로 사라졌다. 그가 나를 때릴 생각이라면, 이쪽이 때리더라도 거기에 죄라던가 벌이라던가 어느 쪽이 나쁜가 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게 될 테니까. 그는 나의 팔을 잡아끄는 채로 성큼성큼 골목 안으로 나아간다. 「어이」, 하고 부르자 그는 뒤를 돌아본다. 그전에, 나는 그의 머리를 때리고 있었다. 털썩, 하는 소리가 나고, 그는 지면에 쓰러졌다. 힘없이, 그대로 풀썩 쓰러지는 모습은 인형처럼 보였다. 쓰러진 그는, 머리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움직이지 않게 되어버렸다. 「────에?」 믿을 수 없다. 단 한번, 손바닥에 쥐어질 정도의 각목으로 때린 것만으로 그는 어이없이 죽어버렸다. 「────뭐야, 이건」 나도 모르게, 그런 불평을 토해내 버렸다. 하지만 그렇잖아? 이건 정말 사고다. 악의도 살의도 존재하지 않는 살인사건. 나는 그런 일을 저지를 생각이 없었는데. 「────몰랐어」 그래, 몰랐다. 인간이란 것이, 이렇게나 약해서 간단하게 죽어버리는 것이었다니. 그렇지만 이것은 그들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던 짓이었는데, 어째서 나만이 사람을 죽여 버렸던 걸까? 언제나 무차별로 폭력을 휘두르는 그들과, 이번에만 폭력을 휘두른 나. 그런데도, 사람을 죽인 것은 나뿐이라는 건가. 모르겠다. 내가 불운한 것일까. 아니면 그들은 언제나 행운인 것일까. 때린 상대가 죽은 것은, 단순히 어느 쪽의 운이 나빴기 때문인 것일까. 모르겠다. 모르겠다. 모르겠다. 그 차이도, 이 뒤에 기다리고 있는 나의 장래도, 그를 죽여 버렸던 죄의 유무도,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좋을까 하는 단순한 일 조차도. 하지만, 사실은 이해하고 있다. 사람을 죽인 사람은, 살인자로서 경찰에 붙잡힌다는 상식 정도는. 그래. 나 자신에게 아무런 죄가 없다고 하더라도. 「───안돼. 난 나쁘지 않아. 나쁘지 않으니까 경찰에 붙잡히는 건 잘못된 일이야」 아아, 그 이론에 틀린 점은 없다. 그러니 그것을 위해, 이 살인을 은폐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행히 목격자는 없다. 이 사체를 숨기면 그것만으로 나의 일상은 원래대로 돌아와 주겠지. 하지만, 어떻게? 파묻을 장소 따위는 없고, 소각해도 곧 꼬리가 잡힌다. 이 현대사회에 있어서, 완전한 사체의 처리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다. 젠장, 하다못해 여기가 숲이나 산이었다면, 동물들이 마구 뜯어먹어 줄 텐데───── 그냥, 자연스럽게 다 먹어치운다…………? 「아, 그렇지. 먹어버리면 되잖아」 너무나 단순한 해답을 떠올리고, 나는 뛸 듯이 기뻤다. 오늘밤은 왜 이리 머리가 잘 돌아갈까. 그렇다. 그 방법이라면 사체 자체의 소거 같은 것은 간단하지 않은가! 하지만 어떻게? 결국, 고기로서는 너무 크다. 내일아침까지 이 만큼의 고기를 혼자서 먹어치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하다못해 피를 마셔보자. 머리의 상처에 입을 대고, 흐르는 피를 마셔보았다. 끈적이는 액체가 목구멍에 달라붙는다. 한동안 그렇게 하고 있다가, 심하게 기침을 했다. ……안되겠다. 도저히 마실 수 있는 게 아니다. 혈액이란 것은 목에 달라붙어서 물처럼 계속 삼켜지지가 않는다. 섣불리 계속하면 호흡할 수가 없어져서 이쪽이 죽어버릴 것 같다. 어쩌지, 어쩌지? 고기도 먹을 수 없고 피조차 마실 수 없다니……! 머리를 감싸 쥐고 따닥따닥 이빨이 부딪히는 소리를 낸다. 이제 나는 떨고 있을 수밖에 없다. ……나는 사람을 죽여 버렸다. ……나는 그것을 숨길 수조차 없다. ……나는 사람을 죽여 버렸다. ……나의 인생은 이 시점에서 끝나버렸다. 혼란스러워서, 이젠 출구조차 보이지 않았다. 「───어째서, 끝까지 계속 마시지 않는가」 그런 목소리가, 뒤쪽에서 들려왔다. 돌아보니, 검은 망토 같은 코트를 입은 남자가 있었다. 장신에 떡 벌어진 체격을 하고 있다. 무언가 고민하는 것이 있는 걸까, 표정은 엄숙하게 찌푸려져 있었다. 「인간으로서의 도덕에 속박되었나, 소년」 남자는 사체를 보고 있지 않다. 나만을 보고 있는 듯 했다. 「……도덕?」 그렇게 중얼거리고서,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나는 어째서 먹는다는 걸 생각했던 걸까. 피를 마실 때도 혐오 따위는 느끼지 않았다. 흐물흐물하게 문드러진 상처에 입술을 대면서도 불쾌함을 느끼지 못했다니, 어떻게 되어버린 걸까 나는. 사람을 먹는다. 그것은 살인보다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아니었던가? 아무리 흉악한 살인범이라도, 먹는 짓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런 무서운 짓,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왜냐면. 사람을 먹는 것은, 분명히 이상한 행동이었으니까. 「하지만……그렇게 하는 것이 자연스런 행동이라고 생각했어」 「그런가. 그것은 네가 특별하다는 것이다. 살인이라는 극한상태에서 고른 선택에는 불필요한 것이 없다. 대부분의 인격은 그 시점에서 스스로의 죄로부터 도망친다. 그렇지만 너는, 너밖에 할 수 없는 방법으로 그것에 맞섰다. 설령 그것이 상식이라는 범위에서 “부서져있는” 방법이라고 해도, 그것을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검은 남자는 한발 짝 나에게 다가왔다. 어째서일까. 나는 살인현장을 들켰다는 공포보다, 무언가 특별한 것으로서 선택되어있는 듯한 고양감(高揚感)을 느끼고 있다. 「───나는, 특별하다고?」 「그렇다. 너는 이미 상식에 부재(不在)하고 있다. 상식이란 세계에 있어서, 이상자(異常者)는 죄에는 사로잡히지 않는다. 이상자가 이상(異常)을 행하는 것은 당연하고, 거기에 상식이라고 하는 선악의 잣대가 없기 때문이다」 남자는 더욱 다가와서, 나의 얼굴에 손을 대었다. 이상자(異常者). 광인(狂人). 변질자(變質者). 부재(不在). 나는 그런 놈들이 아니다. 그런 빗나가버린 자들이 아니다. 하지만───확실히 미쳐있다면. 사람을 죽여 버렸다고 해도,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 것일까? 「나는 이상, 해……정상이, 아냐」 남자는 말없이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 너는 정상이 아니다. 부서져 있는 거겠지? 그렇다면───」      완전히, 부서져버려라. 남자의 목소리는 기분 좋게 몸속으로 침투해간다. 아아, 그 말 대로다.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 몸의 떨림도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모든 것이 기분 좋은 상쾌함으로 변해버렸다. 눈앞이 새하얘져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목은 바짝바짝 타 들어가고, 신음소리조차 나오지 않는다. 몸 안쪽부터 불에 타가는 듯한 고통은, 지금까지 시험해봤던 약들보다도 짜릿한 쾌감이었다. 그렇다, 이런 쾌감은 분명히 온몸의 정맥에 레몬스카치를 흘려 넣어도 다다를 수 없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에게 얼굴을 붙잡히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펑펑 울었다. 뜨거워서, 기뻐서, 소리치고 싶을 정도로 감동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여기서 부서지기로 했다. ◇ 한 시간에 걸쳐서, 소년은 인간의 사체를 먹었다. 도구는 사용하지 않았다. 단지 자신의 이빨과 턱만으로, 자기보다 큰 생물을 통 채로 다 먹었다. 인간의 고기는 맛있다고도, 맛없다고도 느끼지 않았다. 단지 씹어 으깨는 것에 체력을 사용했다는 것 뿐. 「───1시간인가. 우수하다」 검은 외투의 남자는, 소년의 식사를 지켜보며 말한다. 뒤돌아본 소년의 입은 붉은 피에 물들어있었다. 인간을 먹은 것 때문이 아니다. 고기를, 뼈를, 상관하지 않고 씹어 으깨려고 한 소년 자신의 턱뼈가 부서지고 살이 찢겨져버린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도───소년은, 사체를 먹어 가는 것을 1초도 멈추려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이 골목에서 사체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한계이기도 하다. 스스로의 기원을 자각한 것만으로는 그 정도다. 기원은, 각성시키지 않으면 형체를 이루지 못 한다」 남자의 목소리를 소년은 공허한 눈동자로 듣고 있었다. 「지금 이대로 라면 곧 상식에 얽매여 버리겠지. 너는 단순히 사람을 먹은 정신이상자로 취급되어, 그 인생을 끝마치는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건 네가 바라는 바가 아닐 터. 누구에게도 얽매이지 않는 초월자로서의 능력, 상궤(常軌)을 벗어난 생명으로서의 특별성────가지고 싶지는 않은가」 남자의 목소리는, 소리가 아니라 문자 같았다. 그것은 소년의 마비된 사고에 직접 새겨지는 듯한, 강한 암시가 담긴 저주의 말. 스스로의 피로 목을 적신 소년은, 구원의 신에게 기도하는 것처럼 끄덕하고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승낙했다. 네가, 첫 번째다」 남자는 끄덕인다. 그 오른손이 올라간다. 그렇지만, 그 전에───그는 딱 한 가지 질문을 했다. 「당신, 누구야」, 라고. 검은 외투의 남자는, 눈썹하나 찡그리지 않고 대답한다. 「마술사───아라야 소우렌」 말은 신탁(信託)처럼, 짓누르듯 무겁게 골목 안에 울려 퍼졌다. ◇ 마지막에, 마술사는 소년의 이름을 물었다. 소년은 자신의 이름을 말한다. 마술사는 엄숙한 표정을 유지한 채, 희미하게 웃었다. 「리오───아깝군. 한글자만 바꾸면 너는 사자(獅子)였을 텐데」 그것은 진실로 아쉬운 듯한, 음울함을 담은 웃음이었다. -------------------------------------------------------------------------------- * 사자(獅子) : 말 그대로, 동물의 왕. 영어로 Lion이라고도 한다. 리오의 영어발음을 Lio로 해석한 듯. (키노코씨는 Rio라고 썼지만(...)) 다른 해석으로는, 레오(レオ, leo : 사자자리. 일반적으로 사자를 뜻한다)일지도 모른다. 이쪽이 더 의미에 부합되나? (한글자만 바꾸면, 이란 말에. リオ니까-_-;) -------------------------------------------------------------------------------- [ Before | Top | Next ] [MAIN] -------------------------------------------------------------------------------- [←|↑|→] -------------------------------------------------------------------------------- 얼어붙은 숨결만이 열기를 띄고 서로간의 끊어질 듯한 고동을 보았다 그렇게 너무도 소중한 추억은 이제 곧 사라져버리는 미련뿐 예를 들면 비. 안개처럼 내리퍼붓는 방과후. 예를 들면 저녁노을. 불타는 듯 한 교실의 모습. 예를 들면 눈. 처음으로 만났던 새하얀 밤과, 검은 우산. 네가 있어서, 웃고 있는 것만으로, 행복했다. 안심할 수 있어서, 불안한데도. 네가 있어서, 걷고 있는 것만으로, 기뻤다. 같이 있을 수 있어서, 함께가 아닌데도. 정말로 짧은 한때. 그 나뭇가지 사이로 비쳐드는 햇살이 따스할 것 같아 걸음을 멈춰 섰을 뿐인데. 하지만, 언젠가 같은 장소에 있을 수 있다며 너는 웃었다. ……그 말을, 전부터 계속,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다. ───그건 정말로    꿈같은 나날의 자취. / 허공의 경계 / 序 1999년, 2월 1일. 연호는 이미 2000년을 코앞에 두게 되어버려서, 누구나 유명한 예언자의 이름을 신경 쓰기 시작하던 무렵. 나 코쿠토 미키야는 전에 없이 추운 겨울이 닥친 거리를, 시키와 함께 걷고 있었다. 겨울도 한창, 오후 5시가 되면 해가 지고, 주위는 완전히 어두워진다. 하얀 입김을 토하며 귀로에 접어드는 우리들의 모습은, 역시 변함없이 변화가 결핍되어있었다. 나는 알기 쉬운 검은색 바지와 터틀넥 스웨터에, 진녹색 코트를 걸치고 있었고. 시키는 남색 기모노 위에 붉게 물들인 가죽점퍼를 걸쳤고, 아래는 런던부츠같이 긴 장화를 신고 있었다. 춥지 않은 걸까, 하는 의문은 있었지만, 그녀는 3년 전부터 이 스타일이다. 더위에도 추위에도 내성이 있는 것이 시키의 특징 중 하나다. 어쨌든, 나는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고 있는 참이고, 시키는 같이 와주고 있는 듯 하다. ……확실히 말하자면, 무언가 복잡한 사정이 있는 것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그래서, 웬일이야, 오늘은. 사무소까지 오다니 별일이잖아. 볼일이 있다면 방에서 기다리면 될텐데」 「별로. 최근에는 시끄러우니까, 바래다주려고 생각한 것뿐이야」 기분 나쁜 듯한 표정인 채, 그녀는 이쪽을 보지 않고 대답한다. 어쩐지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나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언제나 기모노가 평상복이라는 괴짜인 그녀는, 풀 네임은 료우기 시키라고 한다. 나와는 고교시절부터의 친구로, 여러 가지 사건 끝에, 지금에 이르렀다. 시키의 키는 딱 160센티이고, 분위기는 중성적. 매우 깔끔한 생김새를 하고 있어서, 더욱 그 느낌은 강해진다. 게다가, 말투도 남성의 그것이라서 모양새가 안 좋다. 도자기처럼 하얀 살결과, 깊이 있는 검은 눈동자. 어깻죽지부근에서 난잡하게 잘려진 흑발이, 그녀를 일본풍인지 서양풍인지 알 수 없는 인물로 만들고 있다. 시키는 등을 늠름하게 편 채로, 어두워져버린 풍경을 관찰하듯이 걷고 있었다. 그 모습은 의연하다기보다는, 긴장하고 있는 육식동물을 연상시킨다. 「……시키. 너, 요즘에 이상해」 「그래? 특별히 미키야를 웃긴 기억은 없는데」 마음이 딴 데 가있다, 라는 걸 보여주는 그녀의 대답. 대화가 이어질 리가 없다. 할 수 없이, 우리들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말없이 계속 걸었다. 휘황찬란한 역 앞을 향해서, 주택가의 길을 나아간다. 가로등 불빛은 평소대로였지만, 거리는 오전 0시처럼 아주 조용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이 부근의 길을 어슬렁거리고 있는 것은 우리 두 사람뿐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벌써 열흘 전부터. 이 거리에는 야간에 혼자서 걸어 다니려 하는 사람은 없어져 버렸던 것이다. ……사실은, 시키가 일부러 사무소까지 마중 나와 준 이유는 알고 있었다. 지금, 거리는 3년 전의 겨울과 마찬가지 상황이다. 아직 내가 고교1학년이었을 무렵, 거리는 어떤 살인마(通り魔) 사건에 공포에 떨고 있었다. 길거리살인마는 밤중에 출현하여, 길을 가는 사람을 이유도 없이 살해하고 있었다. 그 피해자의 수는 다섯 명도 넘어서, 경찰의 필사적인 조사에도 불구하고 범인은 잡히지 않은 채, 사건은 막을 내렸다. 길거리 살인마는 4년 전의 여름부터 사건을 일으켜, 3년 전의 겨울에 소식을 완전히 두절시켰다. 나와 시키가 고교 2학년으로의 진급을 눈앞에 둔, 추운 2월의 일이었다. 그 뒤, 시키는 교통사고에 의해 의식을 잃었고, 긴 혼수상태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나는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했지만, 결국 한 달 만에 자퇴해 버렸다. 그 뒤에 토우코씨의 사무소에 취직했고, 혼수상태였던 시키가 눈을 떴던 것이 작년 여름. ……그렇다. 나로서 보자면, 그 길거리살인마 사건은 이미 과거의 것이 되어있다. 그렇지만 시키로서 보자면, 그것은 반년 전에 일어났었던 사건이다. 텔레비전에 대대적으로 길거리 살인마 사건의 재래에 대한 뉴스가 흘러나오고부터, 시키의 모습은 날이 갈수록 긴장되어갔다. 그 모습은 딱 3년 전의, 사고를 당하기 전의 그녀의 불안정함과 비슷하고 생각한다. ……자신은 살인자라고 했던, '시키(織)'라고 하는 또 하나의 인격을 가지고 있던 그 무렵의 료우기 시키와. 역 앞에 나가자, 그래도 거리는 평소 대로였다. 사람이 없는 주택가와는 다르게, 활기찬 일루미네이션과 많은 교통량 앞에서는 살인마도 나올 수 없다. 사람들은 서로를 보호하듯이 달라붙으며, 거리를 더욱 번잡하게 만들고 있었다. 밤은 이제 막 시작된 참이라, 사람들의 흐름은 끊임없이 흘러넘치고 있다. 도중, 가게에 진열된 텔레비전에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화제는 역시 길거리 살인마 사건의 경위로, 시키는 발을 멈추고 그것에 몰입해 버렸다. 「살인귀라네, 미키야」 킥, 하고 시키는 웃으며 말한다. 보아하니, 뉴스의 텔롭에는 길거리 살인마라는 단어 위에 가위표가 되어있었고, 대신 살인귀라는 단어가 사용되어 있었다. 「……응. 그건 피해자가 통산 10명 이상이니까. 확실히 길거리의 살인마로는 이미지가 안 맞는 걸까. 그렇지만 살인귀라는 것은 오버야. 단순히 살인범이라고 명기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잖아. 장난스럽게 제멋대로 장식해대는 것은 뭐하다고 생각하지만」 진심에서 우러난 감상이었지만, 시키는 바보 취급하는 듯한 눈매로 이쪽을 흘낏 보더니, 코쿠토다운 일반론이네, 라고 악담을 내뱉는다. 「이거, 바른 사용법이야. 살인(殺人)과 살육(殺戮)은 별개야. 이 사건의 범인이 있다고 하면, 그 자식은 살인귀 이외의 누구도 아냐. 분명히, 범인이란 녀석도 이렇게 불려서 기뻐하고 있을 거라구. 살인귀에게는 이유 따위는 필요 없어. 희생자는 단순히 왼쪽 길로 갔냐 오른쪽 길로 갔냐하는 차이로 당한 것뿐이야. 그러니까, 이 녀석은 사람을 죽이지 않은 거야」 텔레비전의 화면을 노려보면서 시키는 말한다. 브라운관은 시키의 얼굴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어서, 그녀는 자기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니, 살인범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나에게, 시키는 아아,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살인과 살육은 달라. 기억해, 코쿠토? 사람은, 일생동안 한사람밖에 인간을 죽일 수 없다고」 텔레비전에서 눈을 돌려, 시키는 정면에서 나와 얼굴을 마주했다. 시키는 평소대로의 표정이다. 어떤 것에도 무관심한 듯한, 계속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눈빛. ……그렇지만 지금은, 그 검은 눈동자는 어딘가 괴로운 듯 가라앉아 있었다. 「……한 사람 밖에, 죽일 수 없어……?」 뭐랄까. 분명히 옛날에,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그녀자신의 입으로 들은 기억이 있다. 그런데도, 나는 기억해낼 수 없었다. ───나중이 되어서야 후회한다. 이 때, 이 순간에 그것을 기억해냈었더라면, 나는 그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됐어, 별 것 아니니까. 그것보다 빨리 돌아가자구. 막 일어난 참이라서, 우선 뭔가 먹지 않으면 진정이 안 돼」 「막 일어난 참이라니……시키, 학교는 어떻게 된 거야. 오늘은 월요일이라구, 하루 종일 자고 있어도 되는 날이 아니야」 「안심해, 오전 중에는 착실히 교실에 있었다구. 11월부터 이쪽은, 결석은 한자리수의 우등생이야. 놀랐지?」 ……정직히, 그것에는 놀랬다. 응, 하고 당황하며 끄덕이자, 시키는 만족스러운 듯이 웃으면서 코트 소매를 움켜쥔다. 「좋았어, 그럼 그에 대한 상 정도는 내놓으라구. 들었어, 아자카 녀석을 아카사카(赤坂)의 요정(料亭)에 데려갔다고 하던데. 신기하게도 말야, 그 요정은 전부터 내가 가고 싶었던 데거든. 나, 처음으로 아자카에게 살의를 품어 버렸었다구」 어쩐지 위험한 이야기를 활기차게 말 하면서, 시키는 나의 손을 잡아끌면서 걷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확실치 않았지만, 분명 한 끼에 월급의 절반은 날아가 버릴 요정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럴 생각인 시키를 내게는 멈출 수단이 없었다. ……할 수 없지. 정월의 비밀을 누설한 아자카를 원망하면서, 단념하고 나도 즐기기로 하자. 뭐어, 정직히 말하자면. 이 때의 시키는, 어쩐지 옛날의 그녀와 닮아있었다. '시키(織)'라고 하는 소년을 품고 있었던 시절의, 어딘가 위태롭게 느껴지는 명랑함이 있었던 그녀와. 그것이 어쩐지 기뻐서, 나는 그 언밸런스함을 추궁하지는 않았다. 내가 안고 있던 여러 가지 불안 이상으로, 이 날의 시키와의 이야기는 아주 즐거웠으니까. 이렇게 2월의 첫 날. 나와 시키는 함께 밤거리를 걸으며 귀로에 접어들었다. 그것은 정말로 아무 것도 아닌, 어느 일상의 풍경. ……하지만, 나중이 되어 되돌아보면, 이것이 코쿠토 미키야에게 있어서 료우기 시키를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최후의 날이기도 했던 것이다. 살인고찰 / 1 ◇ ────1995년, 4월.     나는 그녀를 만났다. ◇ 길거리 살인마에게 살인귀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여지고 나서부터 일주일 뒤. 아파트에 밀고 들어온 아키미 다이스케 형사는, 조카인 코쿠토 미키야를 오전 5시에 문을 두들겨 깨워, 프렌치(French)한 아침식사를 만들게 하고서, 토스트를 씹으며 아침 신문을 훑어보고 있었다. 신문의 날짜는 99년 2월 8일. 뉴스에서 살인귀라 명명된 범인이, 그 다음날부터 하루에 한 명을 살해하게 되고 난 뒤로 딱 일주일이 경과했다. 「……정말이지, 이 자식, 살인귀라는 네이밍이 마음에 들어버린 것 같은데. 설마 이렇게 의기왕성하게 일을 벌려나가다니 생각도 하지 못 했어」 경시청 수사1과의 불량형사인 다이스케씨는, 마치 남 얘기처럼 웃고 있다. 말해두자면, 이 사람은 이 사건에 관해서는 타인이기는커녕 육친에 가까운 관계다. 어쨌든 3년 전의 길거리 살인마사건도, 이번 살인귀 사건도, 둘 다 범인체포를 위해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으니까. 「형, 이런 곳에서 농땡이 피우고 있어도 돼요? 그 신문의 1면, 어젯밤의 피해자잖아요」 차린 김에 같이 아침을 먹고 있는 나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다이스케 형과 마주 보고 있다. 바빠야 할 다이스케 형은 신문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린 채, 아 그래, 하고 빤히 보일 정도로 그 자리를 피하기 위한 대답을 하고 있었다. 「그게 말이지, 뭐라고 할까. 요 일주일 사이에 사정이 꽤 변했어. 까딱 잘못하면 자위대의 차례가 될지도 모른다구, 이게」 신문의 커튼 저편에서, 테이블에 있는 커피 컵을 집으며 다이스케 형이 푸념을 한다. ……뭐어, 이 사람이 내가 있는 곳에 온다는 것은 대개는 저런 이유다. 평소부터 신세를 지고 있는 이쪽으로서는, 싫어도 그 푸념을 들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 「자위대라니, 전쟁이라고 하려한다는 건가요, 윗사람들은」 「그 안건이 올라가 있는 것뿐이야. ……이 다음 얘기는 오프더레코드(off the record)다. 기밀이니까, 육친에게도 말하지 마」 응, 하고 끄덕이자, 신문지의 저편에서 좋아, 하는 응답이 들려왔다. 이 사람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이야기를 모르는 것이 틀림없다. 「잘 들어 미키야, 3년 전 사건도 그랬지만 이번 사건은 말야, 증거라고 할 증거, 동기라고 할 동기가 전혀 없었어. 증거 같은 건 너희 학교 뱃지가 있었던 정도일까. 범인의 피부도 감식을 의뢰해봤지만, 해당자는 지금으로서는 없어. 그렇게까지 관련성이 없는, 사고 같은 사건을 일으킨 범인이 요 일주일동안 모습을 바꿨어. 하루에 한사람을 죽이다니, 여지껏 없었던 일이라구」 ……과연, 그것은 확실히 그 말 대로다. 3년 전의 사건도, 여름부터 시작되어 겨울까지 이어졌지만 그 동안의 희생자는 다섯 명뿐이다. 그렇지만 요 일주일 동안의 페이스는 너무 이상하다. 다이스케 형의 말에 따르면, 이번 살인귀는 작년 가을부터 조금씩 범행을 거듭해오고 있었던 것 같다. 뉴스에도 나오지 않았고, 경찰에서는 그저 행방불명자로 처리하고 있었지만, 금년이 되어 결국에 행방불명자의 친족으로부터 매스미디어에 정보가 새어나가서, 경사스럽게도 살인마 사건의 재래라는 뉴스가 방송되어버린 것이다. 「알겠냐, 미키야. 모습을 바꿨다는 의미를」 「……즉, 증거를 너무 남기고 있다는 건가요?」 뭐어 그렇지, 하고 삼촌은 재미없다는 투로 말했다. 「믿어지냐? 잘 들어, 햇수로 4년이라구? 그 사이에 일절의 목격자도 나오지 않게 하던 놈이, 이 일주일간에 실수를 연발해대고 있어. 완전히 딴사람이야. 이렇게까지 가면 단순한 편승범행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져」 「하지만, 살해현장은 완전히 같은 케이스였군요. 피해자가 어떤 식으로 살해되어있었는가 하는 정보는 아직 밝히지 않았으니까, 이 소동에 편승하려고 한 다른 인물은 흉내 낼 수 없어요」 「아아, 그 말대로야. 하지만……뭐랄까. 4년 전의 사건은, 어느 쪽이냐고 하자면 취미적인 살인이었어. 사체를 놀이도구로 본, 정신이상자라는 알기 쉬운 범인상을 표현하고 있었지. 하지만 이번은 조금 달라서 말야. 사체의 대부분이 남아있지 않아. 남아있는 것은 절단된 손발뿐이야. 이 차이로 볼 때, 4년 전의 사건과 이번 사건은 정말로 다른 범인에 의한 것일지도 몰라. 원래 말야, 도시 속에서의 범행에 있어서 사체의 은폐는 불가능에 가까워. 그런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사체를 숨겼으면서, 손발만 까먹었어. 모순 되잖아? 그렇지만 감식반 영감의 말을 들어보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하더라구. 알았어? 웃지 마. 놀랍게도 말이지, 이번 범행은 대형 육식동물의 소행이래. 미키야, 너 어딘가의 호사가가 기르고 있는 악어가 도망쳤다는 얘기, 들은 적 있냐?」 「……글쎄, 그런 소문은 들은 적 없는데」 대답하고, 나는 커피 컵을 들었다. 악어의 이야기는 제쳐놓더라도, 지금 이야기는 기분 나쁜 이야기였다. 형은 4년 전의 사건과 이번 사건은 다른 범인의 짓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된다는 건가. 4년 전───자신을 살인자라고 말했던 시키. 그건 거짓말이다. 그녀는 결코 사람을 죽일 수 없다. 죽이고 싶어도 죽일 수 없다. 나는, 계속 그렇게 믿어오지 않았던가. 그것이, 어째서───지금에 와서, 이렇게도 불안한 기분이 드는 걸까……? 「형. 아까 목격자라고 했는데」 머릿속의 불안을 부정하듯, 그런 이야기를 묻고 있었다. 삼촌은 오우, 하고 대답해준다. 「1주일 전부터의 범행은 꼭 번화가에서만 일어났어. 골목 안에서 저질러졌으니까, 살해현장 주변에는 지나가던 사람들이 있었던 거지. ……뭐어, 확증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재미있는 사실이 두 가지 있어. 하나는, 살해시각 전후에 기모노 차림의 인물이 목격 됐다」 ……애써. 냉정하게, 나는 그 다음을 재촉했다. 「성별은 분명치 않았지만, 너무 수상하지? 중요참고인으로서 지명수배하고 있으니까, 이쪽은 곧 처리되겠지. 용의자일 가능성은 3할 정도라고 생각하지만 말야. 위쪽 녀석들은 그 놈이 살인귀라고 단정 짓고 있어. 그리고, 또 하나는 피해자에 관해서야. ……실은 이쪽 방면으로는 네가 좀 도와줬으면 한다, 동생아」 「별일이네, 대놓고 협력해달라니」 ……살인현장에서 목격된 기모노 차림의 인물. 밤중에 그런 차림으로 돌아다닐 인물이라니, 시키 이외에는 생각할 수 없다. 손가락이 저려서, 지금이라도 커피 컵을 떨어뜨릴 것 같다. 그래도 나는 냉정해지려고 노력했다. 「뭐어 그렇게 말하지 마. 미키야, 너 약 쪽에 대해서는 잘 알잖냐. 종류라던가 판매상의 세력이라던가」 「글쎄, 보통사람보다 조금 더 잘 아는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하지만, 그런 일이라면 나 같은 사람 보다 그 쪽(경찰)이 잘 알겠죠. 전문가가 있으니까」 「그건 그렇지만, 다른 시점으로부터의 의견이 듣고 싶은 거야. 아무래도 머리가 굳은 꼰대들이라서 말이지, 젊은 놈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것에는 어두워. 나도 포함해서 말야」 그리고, 다이스케 형은 한 장의 폴라로이드 사진과 휘갈겨 쓴 듯한 레포트 용지를 테이블에 던졌다. 사진에는 두 개의 유리병이 찍혀있다. 우표 같은 것이 들어있는 병과, 어떤 풀잎 같은 것이 들어있는 병. 레포트 용지에는 THC나 메스칼린이라는 단어 뒤에 그램(g)단위가 쓰여 있다. ……명백하게, 그, 불법적인 약의 자료였다. 「페이퍼는 LSD군요. 순도도 최근에 나돌고 있는 표준이지만……잎사귀 쪽은 판별 못하겠어요. 칸나비노이드가 검출되었다면, 대마(大麻)가 틀림없지 않나요?」 「그게 말이지, 감식 쪽 이야기로는 그런 대마는 본적이 없다더라구. 처음부터, 뭐냐 그, 칸나비노이드 던가? THC던가 CBC던가 하는 것이 함유되어있지 않다는군」 하아, 하고 나는 얼굴을 찌푸린다. 대마……마리화나라고 불리는 마약은, 칸나비노이드란 향정신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야 마약이 된다. THC가 함유되어있지 않은 대마 같은 건, 타이어 없는 자동차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뭐야, 그런 건 마리화나가 아니에요. 토치기시로잖아요」 「……뭐야, 그 토치기시로란건」 「응, 향정신성 물질을 함유하지 않은 대마. 일본산 대마에도 THC는 퍼센트 이하로 함유되어있어요. 최양질의 외국산 마리화나가 1 ~ 1.8퍼센트니까, 무시할 수 있는 수치는 아니겠죠. 그렇게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토치기시로라고 부르는 대마. 놀랍게도 재래종의 30분의 1밖에 THC가 없어요」 호오, 하고 감탄하는 소리가 신문지 저편에서 들려왔다. ……하지만, 그 토치기시로는 섬유를 목적으로 한 마(麻)로, 실제로 새의 먹이로 사용되고 있는 건 외국에서 수입되고 있는, 역시 위험한 마(麻)다. 「그래서, 이 사진이 어쨌길래요?」 「아아. 요 1주일 동안의 피해자중 절반이상이, 그걸 가지고 있었어. ……뭐, 기본적으로 밤중에 노다니고 있던 애들이 희생자였으니까, 필연적으로 약에 취해 놀고 있던 패거리였겠지만」 「형, 그건 편견이에요」 그 말을 듣자, 음, 하고 형은 입을 다물어버렸다. 「그런가. 그래서 최근의 유행을 듣고 싶다는 거군요. ……글쎄. 나도 요 1년간은, 그쪽 사람들하고는 만나지 않았기 때문에 잘 모르겠는데. 혹시 애시드와 칵테일한 새로운 스터프가 나돌고 있는 지도 몰라」 나의 말에, 곧바로 다이스케 형이 질문을 던져왔다. 애시드라는 것은 요컨대 LSD를 부르는 말이다. 다른 것으로는 엘(L)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표사이즈의 종이에 스며들게 해서, 혀끝으로 즐기는 대표적인 환각제다. 칵테일은 두 개의 약을 함께 사용하는 행위를 뜻한다. 물론 효력은 배가되지만, 어설프게 새로운 칵테일을 시험하려고 하는 것은 위험하다. 유명하다는 스피드 볼이란 물건은, 코카인과 헤로인을 조합한 것이다. 「……하아. 너, 아주 자세히 아는데. 뭔가 위험한 녀석들과 어울리고 있는 것 아냐?」 질문 받은 대로 설명했는데도, 다이스케 형은 그런 소리를 한다. 물론 그것은 오해다. 「그건 아냐. 이 정도는 흥미가 있으면 쉽게 알 수 있는 것들이고. 말해두겠는데, 나는 약에는 흥미 없다구. 약에 관련된 지식은, 고등학교 때 선배로부터 배운 것들이에요. 약사의 아들이라, 약에 관해서는 자세히 알고 있었어」 「그런거냐. 이 형은 안심했다」 말하면서, 다이스케 삼촌은 일어섰다. 「그럼, 슬슬 일 해볼까. 앗차, 하나 물어본다는 것을 깜빡했군. 결국, 대마란 것은 어떤 마약이지? 마약의 종류에는 UP계열과 DOWN계열이 있잖냐?」 질문을 받고, 나는 한숨을 쉰다. ……어째서 그런 초보적인 것을, 벌써 몇 년이나 형사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지? 「형, 그러고도 잘도 형사를 하고 있네요. 마리화나는 말이죠, 그 어느 쪽이기도 하면서, 그 어느 쪽도 아니야. UP계열이 되기도 하고 DOWN계열이 되기도 하는 편리한 약. 다른 약이 뇌의 어떤 화학반응에 작용하는지는 해명되어 있지만, 마(麻)가 함유하는 THC만은 그게 확실치 않아. 그래서 여러 가지, 현존하는 모든 마약의 성질을 가지고 있지. THC가 인체에 작용하는 효과는 너무 복잡해서, 아직 인간의 손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어요. 그래서 어쩌면,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서는 터무니없는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지」 과연, 하고 끄덕이며, 다이스케 삼촌은 현관으로 향했다. 「뭐야. 비잖아 이런」 그런 말을 내뱉으며, 형은 빠른 걸음으로 출근했다. 「……정말이지. 마지막까지 투덜대고 가네, 저 사람」 그래도, 이 음울한 마음이 밝아진 것은 사실이다. 나는 재빨리 아침식사를 마치고, 토우코 씨의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다. 오늘은 쉬겠습니다, 하는 용건을 말하자, 소장님은 「적당히 해둬」 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간파 당했구나, 하고 어깨를 늘어뜨리며 담록색 코트를 걸친다. ……시키가 없어진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살인귀가 매일 밤 산 제물을 구하기 시작하고부터, 그녀는 자신의 집에도 료우기 본가에도 돌아가지 않았다. 연락도 없는데다가, 그녀를 보았다는 사람도 없었다. 그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어떤 이유에 의한 것인지는 이미 생각할 것까지도 없다. 재래한 살인귀가 4년 전의 길거리 살인마사건과 같은 자라면, 시키는 어떠한 모습으로든 이 사건에 관계하고 있는 것이다. 시가지를 위협하는 살인귀의 정체가 무엇인지, 나는 알 수 없다. 4년 전, 스스로를 살인귀라고 말한 시키조차 그 무렵의 기억을 잃어서, 진실은 확실치 않다. ……그 정체를 아는 것은, 나에게는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다리는 것도 이제 지쳤다. 더 큰 일이 일어나기 전에, 나는 진상에 다다르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면, 이것은 남의 일이 아니다. 4년 전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멈춰있던 코쿠토 미키야와 료우기 시키의 사건이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조사를 개시했다. 밖에 나오자, 거리는 온통 잿빛이었다. 검은 우산을 쓰고, 우선 범행이 있던 현장을 향한다. 어젯밤의 범행현장은 경찰들에 의해서 봉쇄되어있었지만, 어젯밤이전의 현장은 용이하게 들어갈 수 있었다. 세 군데나 돌고 나자, 시각은 오후가 되어있었다. 이래서는 모든 범행현장을 돌았을 무렵에는 밤이 되겠지. 완벽한 헛수고라고 까지는 할 수 없지만, 이 행위는 역시 헛수고다. 그렇지만 단서가 일절 없는 나는, 이런 기본적인 조사를 되풀이 할 수밖에 없다. 다음 단계의 조사로 넘어가기 전에, 지금 알아두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은 길에 굴러다니는 돌 조각의 숫자조차도 놓칠 수 없으니까. ……정말이지, 내 안에 이런 병적으로 깊은 집념이 있다니, 미처 몰랐었다 빗속에서, 코쿠토 미키야는 살인이 일어난 골목길을 둘러보아 간다. 겨울비는, 아주 차가워서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 이 계절의 비는 3년 전에 싫어졌다. 그 날. 내가 그녀를 눈앞에서 잃었던 순간이 기억나 버리니까. … ────나는, 너를 죽이고(범하고) 싶어. 붉은 히토에의 소녀는 그렇게, 코쿠토 미키야의 목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비에 젖은 소녀의 이름은 료우기 시키라고 했다. 지면에 쓰러지고, 말에 올라타 듯 내리 눌린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그저, 확실하게 육박해오는 죽음을 보고 있었다. 단두대의 칼날 같은 무자비한 일격. 하지만 그것은, 이 목을 찌르지 않고, 그 직전에 멈추었다. ────어째서 중얼거림은, 시키 자신의 것. 나이프를 쥔 소녀는, 나를 죽일 수 없었다. 이 얼마나, 슬픈가. 죽인다는 의미밖에 가지지 않은 자가, 죽이고 싶지 않다는 의지로, 서로를 죽이려 드는 존재. 그 모순이 너무나 애처로워서, 나는 호흡조차 잊어버렸다. 하지만, 그건 한순간만의, 정말로 사소한 행운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료우기 시키에게는 거역할 수 없으니까. 소녀는 멈춰버린 자신의 팔을 바라보고, 그것을 미워했다. 이 얼마나 추한 팔, 이 얼마나 추한───자신인가, 하고. 분노가 용솟음치며, 나이프를 내리 찌른다. 이번이야말로, 코쿠토 미키야를 확실히 죽이기 위해서. 하지만 그때, 무언가가 우리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검은, 가사(袈裟)같은 외투를 걸치고 있던 남자였다. 남자는 나를 깔아 누르고 있는 시키를 옆에서 걷어찼다. ──어리석은 것. 그런 붕괴를 바란 것이 아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남자는 나를 일으켜 세운다. 그 순간───걷어차인 시키는 그것보다 격한 기세로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시키의 나이프가 남자의 관자놀이를 베어간다. 일문자로 새겨진 상처에서, 가루 같은 혈액이 떨어져갔다. 시키는 그대로 빠져나가며, 남자를 노려본다. 남자는 호오, 하고 웃었다. ──내가 상대여도 죽일 수 없는 건가.   녀석은, 완전한 헛수고는 아니었던 것 같군. 그리고, 남자는 내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시키는 쫓아온다. 하지만, 남자의 다리는 아주 빨라서, 마치 날아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남자는 료우기 저택의 부지에서 나오자, 나의 손을 놓았다. 이대로 돌아가면 무사히 집에 갈 수 있을 것이라 알려준다. ──아직 저것을 파괴하기에는 이르다.   상극하는 나선이야말로, 저것에 상응하는 종말이다. 그런 말을 남기고, 남자는 사라져갔다. 나에게는 눈앞에 펼쳐진 귀로와, 등 뒤에서 들려오는 시키의 발소리뿐이었다. ……그 때. 나는 혼자서 가는 귀로보다, 그녀와 있는 것을 택했다. 그것이 옳은 것이었는지, 정직히 말해, 지금도 모르겠다. 시키는, 마지막까지 나를 죽일 수가 없었다. 「너를 없앨 수 없다면─── 비를 맞으며, 단 한번. 허무하게 웃으며.                                     ───내가, 사라질 수밖에 없어」 소녀는 내 앞에서, 자동차의 헤드라이트에 몸을 내밀었다. 빗속. 요란한 브레이크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이미 늦었다. 젖은 아스팔트에 쓰러진 그녀의 모습은, 체온이 없는, 망가진 인형 같았다. ……그렇게 괴로웠던 시간을, 나는 알지 못한다. 앞으로도, 그 때 이상의 슬픔을 느끼는 일은 없겠지. 눈동자는, 확실히 눈물에 젖어있었다. 그런데도. 그때조차 코쿠토 미키야는, 만족스럽게 울 수 없었다. … 밤이 되어도 비는 그치지 않았다. 오늘밤은 특히 춥다. 이렇게 검은 우산을 쓰고 있으면, 그녀와 처음으로 만났던 눈 내리던 날로 돌아간 것 같다. 밤하늘을 올려다보았지만, 당연히 달도 별도 보이지 않는다. 멍해진 머리로, 이 하늘 아래서 시키가 추위에 떨지 않았으면 좋을 텐데, 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 1 ◇ 5월. 코쿠토 미키야란 인물과 알게 되었다. 한눈에 그가 마음에 들었다. 그는 이런 나도 차별하지 않고 대해준다. 아무런 타산도 없는 그의 웃는 얼굴이, 순수해서 좋았다. ◇ 「쳇, 비냐」 원망스럽게 중얼거리며, 나는 마침 지나치던 편의점의 우산대에서 한 자루, 비닐제 우산을 빌렸다. 그대로 걸어보았지만, 이미 목적은 잃어버린 것 같다. 피 냄새는 비에 씻겨 내려가, 뒤쫓을 수 없게 되어 버렸으니까. 2월 8일의, 막 아침이 된 시간. 거리는 사람들의 왕래가 뜸해서, 걷고 있는 사람은 자신뿐인 것 같은 착각까지 느껴진다. 나는 목적도 없이 걸다가, 역시 아무런 목적도 없이 멈춰서보았다. 그대로 타인을 관찰하듯, 자신의 모습을 돌아본다. 싸구려 우산을 쓰고, 지저분한게 눈에 띄는 점퍼를 걸치고, 기모노의 옷자락에는 진흙이 달라붙어 있다. 1주일 정도 골목길 안에서 잔 것만으로, 겉모습이란 것은 더러워져버린다. 특별히 외견이 어떤지는 신경 쓰이지 않았지만, 자신의 체취가 역겨운 것은 견딜 수 없다. 「좋아. 오늘 노숙은 관두자」 입밖에 내어보니, 그 제안은 의외로 기쁘게 들려서, 나는 일주일 만에 웃고 있었다. … 료우기 시키, 라는 것이 나의 이름. 태극을 양분한 의미를 가진 료우기(兩儀)란 성과, 시키(式)라는 그 의미대로의 이름을 가진 나는, 일반적인 상식에서 벗어난 자리에 위치한 인간이었다. 예전에, 나의 안에는 살인을 기호하는 억제된 인격인 '시키(織)'가 있었다. 시키라는 동일한 발음을 가진 그는, 내 안에서의 악(惡)이었다고 생각한다. 그에게 있어서 『살해(殺害)』라는 의지는, 관계하는 모든 것에 품는 첫 감정이었다. 어쨌든, 알게 된 자는 분별없이 죽이고 싶어 한다. 나는 그런 그를 몇 번이나 마음속에서 억눌러 죽여 왔다. 한 명의 인간이 하나의 인격 속에서 자기의 욕망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나는 나와 같은 나를 죽여 온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살인이라고 하는 행위를 혐오했기 때문이 아니다. 료우기 시키가 상식 속에서 간신히 존재할 수 있도록, 그런 '시키'의 비도덕적 행위를 규제하고 있던 것 뿐. 『살인』이라고 하는 행위 자체가────시키인 나에게 있어서도 저항하기 힘든 유혹이며, 언제나 나를 위협하고 있는 그림자였다. 그런 나를 구속하고 있던 건, 분명, 할아버지의 말씀이었다고 생각한다. 나의 아버지는, 료우기의 핏줄이면서도 이중인격자는 아니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나라고 하는 혈통자의 탄생을 기뻐하며, 평범하게 태어난 오빠를 후계자에서 제외시켜 버렸다. ……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특별했던 것이다. 언제나 혼자 있고, 외토리가 되는 것이 당연한 일. 하지만 그것도 쓸쓸하지는 않았다. 내 안에는 '시키 '라고 하는 또 한 명의 누군가가 있었으니까. 어릴 적의 료우기 시키는, 어떤 의미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우리들은 하고 싶은 일 만을 했고, 살인에 대한 죄악감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리하여 내가 여섯 살이 되어, 도구만 있으면 무언가를 죽여 버릴 수 있는 몸이 되었을 무렵, 할아버지가 타계했다. 할아버지는 나와 같은 이상자(異常者)였다. 자기 안에 다른 인격을 가진 할아버지는, 그 때문에 스스로를 꾸짖고, 짓누르고, 부정해서 자기(自己)가 애매해져 버린 인물이었다. 오랫동안. 이미, 20년 가까이 별채에 유폐되어있던 할아버지는, 임종 직전 나를 불러서, 유언을 고했다. 몇 십 년이나 제정신이 아니었던 노인은, 마지막 한 순간만 제정신으로 돌아와서 말을 남긴 것이었다. 할아버지의 말씀은 시키인 나에게 고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 말씀을 잊지 않고, 살인은 소중한 것이라 알고서 성장했다. ……내가 열여섯 살까지 사람을 죽이지 않고서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할아버지의 유언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시키와 '시키'는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악수를 하고, 상식에 녹아들어가 있었다. 저, 코쿠토 미키야란 인물과 만나기 전 까지는. 미키야와 알게 되고서, 나는 이상해져버렸다. 나는 상식에 녹아들어가 있던 것뿐이고, 상식대로 살지 않았다고 뼈저리게 느끼게 되어버렸으니까. ……몰랐으면, 좋았을 텐데. 내가 손에 넣을 수 없는 따스함이 있었다니, 알고 싶지 않았는데. 나는 그걸 가지고 싶었지만, 그것을 원한다는 것은 나의 파멸이기도 하기에. 나는, 아무리 그럴 듯 하게 둘러댄다 해도 내 안에 살인귀를 키우고 있는 시키이니까. 그렇게 나는, 자신이 분명히 망가져 있다는 사실과 맞닥뜨리게 되어버렸다. 그것을 부정하는 원래의 자신, 아무런 괴로움도 품지 않았던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 무렵부터, 나는 '시키'와 어긋나기 시작해버렸다. 그때까지는 '시키'의 행동은 확실히 파악하고 있었는데, 그 뒤로 그의 행동을 잘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4년 전. 고교 1학년 때에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의 기억은 '시키'의 것으로, 나는 모른다. 사건에 관해서 시키는 어디까지나 제3자였다. 다만, 망막이 기억하고 있다. 언제나 나는 그 살해현장에 서있었고, 피에 젖은 사체를 보고서 웃고 있었다고. 그렇게 해서 나는 그 현장을 미키야에게 목격 당했고, 그래도 내가 살인자가 아니라고 믿는 미키야를 알고, 결심했다. 나는 더 이상 부서져서는 안 된다고. 다다를 수 없는 행복 따위, 이루어지지 않는 꿈 따위는 필요 없다. 나는, 저 행복한 남자를 처참하게 죽여 버리고, 나 자신을 잔혹한 녀석으로 만들지 않고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그 후에 나는 사고를 당했고, 2년 동안이나 잠들었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나는, 예전의 시키가 아니었다. 사고로 '시키'를 잃고, 시키였던 시절의 기억조차 타인의 것으로밖에 실감할 수 없는 나는, 텅 빈 인형이었다. 그런 내가 이렇게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시키'가 사라진 만큼의 가슴의 공백을 메울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상대가 나를 파괴시킨 상대였다는 것은, 어쩐지 아주 얄궂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제 텅 빈 인형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제 와서 과거의 죄의 단편이, 나를 괴롭힌다. ……혼수상태에서 회복한 나는 중요한 기억을 잊고 있었다. 그것은 '시키'의 기억처럼, '시키' 본인이 죽어버려서 잃어버렸던 기억과는 다르다. 시키인 내가 체험했던 기억은, 잃어버리지 않았던 것이다. 시키는, 단순히 기억해내면 좋지 않은 사건을, 의도적으로 잊고 있었던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쓸데없이 끼어든 마술사의 손에 의해 그것을 강제로 기억해내게 되었다. ……그래, 나는 기억하고 있다. 3년 전. 코쿠토 미키야를 죽이려고 했던 자신을, 살인현장에서 언제까지나 우두커니 서있던 배덕적인 자신을. 그렇게 밤을 헤메이다가, 어느 누군가와 서로 죽이려들 수 없을까 하고 사냥감을 찾아다니고 있던 자기 자신을. ……정직히 말해서, 나는 살인귀가 누구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나 자신인가하고 묻는다면, 역시 긍정할 수밖에 없다. 왜냐면 나 자신은, 예전에 그 존재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4년 전과 마찬가지로, 지금의 나는 일상적으로 살아갈 수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살인귀를 질투하면서, 그 녀석을 찾고 있다. 만약 살인귀가 있다면, 그것은 달리 말하면 4년 전 사건의 범인이 '시키'가 아니라는 이야기도 되고───무엇보다, 나는 그런 상대와 맞붙어보고 싶다. 깨달아 버렸다. 4년 전의 나는, '시키'가 있었기 때문에 살인을 기호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시키'가 없다. 그런데도 나는 목숨을 건 싸움을 바라고 있다. 정말이지, 어째서 더 빨리 깨닫지 못했던 것일까. 정말이지, 어째서 이렇게 빨리 깨달아 버렸던 것일까. '시키'는 살인하는 것밖에 몰랐었던 것뿐이고. 살인을 기호하고 있던 자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었다는, 간단한 방정식을. … 숙박하는 호텔은 러브호텔이라는, 접수처가 기계장치로 되어있는 곳을 이용했다. 전에, 몸을 숨길 때는 이런 호텔 쪽이 좋다고 미키야가 말했던 것을 기억해내고 한 일이다. 확실히 자신의 신분을 증명할 필요가 없는 시스템은, 여러 가지로 수고가 필요치 않아서 좋다. 샤워를 하고 몸을 씻은 뒤에, 침대 위에 드러누웠다. 잘 생각은 없었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새벽 2시를 넘겨버리고 있었다. 방에 들어온 것이 저녁이었으니, 6시간이상이나 자고 있었던 셈이다. 잠에서 깨어나도, 아무도 없다. 그것은 지금까지 아주 당연했던 눈을 뜬 뒤의 모습. 그런데도 나는 아주 기분이 나빠져서, 화풀이를 하듯이 난폭하게 옷을 입었다. 단 일주일동안 혼자 있었던 것뿐인데, 나는 무엇을 애타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이 일주일은 짧은 것이 아니라,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길었던 것일까. 「……그런 일, 있을 수 없어」 자신에게 들려주듯이 중얼거리곤, 나는 호텔을 뒤로했다. 오전 2시를 넘긴 시각. 초목도 잠든 한밤중의 골목길을 걸어간다. 연일 계속되는 살인사건 때문에, 대개의 길에는 경찰관이 반드시 순찰하고 있어서 큰길은 쓸 수 없다. 그렇다고 해도 그건 살인귀도 같은 상황으로, 나는 놈과 마찬가지로 거미줄처럼 좁게 얽혀있는 빌딩의 틈새를 비집고 지나간다. 목적은 없다. 나는, 그저 우연성에 걸고 밤거리를 배회하고 있던 것뿐이었다. ……그러니까, 이런 성가신 것을 끌어들여 버린 거겠지. 「약에 취해 놀거면 딴사람을 알아봐라」 멈춰 서서 말해보지만, 대답은 없다. 골목과 골목이 교차하는 십자로. 그곳에서 나를 둘러싸듯 네 명의 사람형체가 서있었다. 어느 쪽 길의 출구에도 그들이 서있었고, 그 눈빛에 이성은 없다. 불법인 약으로 한창 정신개혁을 행하고 있던 중이었겠지만, 녀석들의 경우엔 개혁이 시시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것 같다. 「───말해도 안 들리려나」 그림자는 미리 짠 것처럼 다가온다. 나는 가죽점퍼의 가슴 주머니에 있는 나이프에 몰래 손을 뻗고, 한번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뭐어, 따분하긴 했어. 자극을 원하는 거지? ……좋아, 소원대로 기분 좋게 해주마」 그림자는 여기저기서 다가온다. 그들의 목적은, 단지 의미 없는 폭력뿐이다. 나는 그것을 거절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기쁘기까지 했다. 갈 곳 없는 나의 초조함은, 이 가슴속에서 계속 진흙처럼 어둡게 소용돌이치고 있다. 그래서. 이쪽도, 오늘밤은 나를 잃을 정도로 짜릿해지고 싶었던 것이다. 살인고찰 / 2 ◇ 5월. 그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 지금도, 나는 그녀를 볼 때마다 얼이 빠져버린다. 한눈에 반하기라도 한 것처럼 온몸이 저려서, 숨을 쉬는 것조차 잊어버린다. 그저 보고 있는 것 만인데도, 나는 완전히 그녀에게 푹 빠져 있었다. 이대로 라면 그러고 있는 사이에 산소결핍으로 죽어버릴지도 모른다. 나의 일상은 침식되어가고 있다. 같은 학교의, 기적 같은 여학생. 아마도, 나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거니와, 목소리도 들어본 적 없는 그녀. 그 마음은 날마다 비중을 더해가서, 무서울 정도다. ◇ ───다음날, 2월 9일. 어젯밤의 비는 밤중에 그쳐서, 거리는 흐린 날씨인 채로 아침을 맞고 있었다. 어제, 밤늦게까지 살해현장을 둘러보고 있던 나는, 그대로 친구의 아파트에 기어 들어가서, 날이 밝아 가는 모습을 필사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오우, 빨리 일어났는데 미키야. 아침밥이라도 지어주는 거야?」 눈앞의 침대에서 일어난 가쿠토가 눈을 비비면서 그런 말을 해온다. 물론, 1초도 기다리지 않고 불평을 투덜거리기로 했다. 「가쿠토. 냉장고에 맥주밖에 안 넣어 두는 녀석은, 착각을 하더라도 그런 말을 해선 안 된다구」 「하하, 그건 그렇군. 으음, 그럼 옆집에서 음식이라도 얻어먹을까」 머리를 긁으면서 덩치 큰 친구가 대답한다. 그러더니, 그는 갑자기 괴물이라도 본 것 같은 눈을 하고 이쪽을 보았다. 「어이, 너 얼굴이 새파래. 몸이 안 좋은 거 아냐?」 그런 말을 듣고서 나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과연, 확실히 납인형(蠟人形)처럼 얼굴색이 흙빛이 되어있었다. 「괜찮아, 약효가 떨어지기 시작했으니까. 복용하고 나서 10분 전후에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속효성(速效性), 지속시간은 네 시간 전후. 환각성(幻覺性)보다는 공감각(共感覺) 쪽이 강했어」 「……별난 자식이네. 예의, 요즘에 돌아다니는 약을 테스트한거냐?」 테이블 위에 있는 우표크기의 종이조각과 담배를 흘끗 보는 가쿠토.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나는 조용히 일어섰다. 「그 담배, 처리 해줘. 애시드 쪽은 해가 없으니까, 오락에 굶주려있다면 해보는게 어때? 어딘가의 유원지보다는 틀림없이 즐거울 거야」 바닥에 벗어 던졌던 코트를 주워들어, 소매에 팔을 집어넣는다. 시각은 아침 일곱 시. 슬슬 거리도 되살아나기 시작할 무렵이다. 지금의 나에게 이 이상 느긋하게 있을 여유는 없다. 「뭐야, 벌써 나가는 거야? 쪼-끔 더 쉬다 가라구. 다리도 후들거리잖아, 너」 「응, 그렇긴 하지만. 그러고 있을 수 없게 됐으니까」 뭐가? 하며 가쿠토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나는 전원이 꺼져있는 텔레비전을 가리키며, 방금 전까지 보고 있던 뉴스의 내용을 복창했다. 「오늘───이 아니라, 어젯밤의 희생자. 저기, 비싸기로 유명한 파빌리온이란 호텔이 있잖아? 그 근처의 골목에서 말야, 살인귀가 나온 것 같아. 잘은 모르겠는데 이번에는 한번에 네명이래」 호오, 하고 감탄하고 가쿠토는 텔레비전의 전원을 넣었다. 이 시간대, 방송은 모두 뉴스계통으로, 어느 채널을 틀어도 살인귀에 대한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내용은 내가 말했던 대로. 다만 추가된 것이 있다고 하면 그것은──── 「어이. 범인은 기모노 차림의 인물이라니, 뭐야 이건」 가쿠토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현관 쪽으로 걸어 나갔다. 약 기운 탓에 아직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은 평형감각에 당황하면서 신발을 신는다. 그러자, 가쿠토는 현관에 있는 나를 엿보듯 얼굴을 내밀고서, 테이블에 내버려두었던 두 개의 약을 내밀었다. 「어-이, 미키야. 묻는 것을 깜빡했는데, 이거 양쪽을 같이 하면 어떻게 되냐?」 「별로 권하지는 않겠어. 헨젤과 그레텔의 기분을 체험할 수 있는 것뿐이니까」 그런 대답을 해주고, 나는 친구의 아파트를 뒤로했다. ……그렇다. 나의 얼굴빛이 병자 같다고 한다면, 그것은 분명 그 기분 탓이다. 어쨌든 가쿠토의 방 전부가 먹을 것으로 생각되어 버려서, 밤새도록 식욕을 참느라 필사적이었으니까. … 오늘 아침 뉴스에 보도된 살인현장은, 가쿠토의 아파트에서 걸어서 한 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장소였다. 물론 현장에는 경관들이 나와 있어서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기 때문에, 구경꾼처럼 멀찍이 떨어져서 현장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현장은 골목길의 중계지점 같은 십자로로, 내가 있는 큰길에서 보이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너무 오래 있다가 경관의 눈총을 받는 것도 시간낭비라 생각하고, 큰길을 걸어간다. 근처의 파빌리온이라는 호텔에 가보려고도 생각했지만, 그건 관뒀다. 거기는 접수처에서 숙박자를 체크하는 사람이 없고, 비디오카메라의 기록을 나 같은 일반인에게 보여줄 리도 없다. 게다가 시키가 그 호텔에 묵었다고 해도, 지금은 이미 없을 테니까 의미 따위는 없다. 살인현장을 벗어난 뒤, 이 부근에 살고 있는 지인의 아파트로 이동하기로 했다. 그 지인은 이 근처에서 불법적인 약을 취급하는, 속칭 드럭의 판매상을 하고 있었다. 전화로밖에 이야기를 한 적이 없는 상대지만, 과거에 한번 상담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사소한 트러블을 해결한 일이 있었다. 그 인연으로 최근의 일에 대해 묻고 싶다고 연락했더니,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하자는 전개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해서, 나는 그 아파트에 도착했다. 거리의 소음에서 떨어난 곳에 있는, 2층짜리 낡은 아파트에 인기척은 없다. 그것도 당연한 것이, 헐리기 직전인 그 건물의 거주자는 지인뿐이라고 했다. 캉캉하고 못미더운 발소리를 울리는 계단을 올라가서, 2층 끝에 있는 방문을 노크한다. 문의 저편에서 부스럭부스럭하고 무언가가 움직이는 기미가 있은 지 몇 분 뒤. 나무로 된 문이 열리고, 안에서 긴 갈색머리를 한 여자가 얼굴을 내밀어왔다. 연령으로서 이쪽보다 조금 위. 추운 계절에 어울리는, 빨간 한텐을 입고 있는 것이 특징적인 그녀는, 뚫어져라 나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오늘 아침, 연락했던 사람입니다만」 「알고 있다니깐. 뭐, 일단, 들어와. 근처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다고 선전해서 말야, 나」 흘끗 노려보고서 그녀는 방안으로 들어갔다. 망설이면서 그 뒤를 따른다. 방안은 어질러져있어서, 다이스케 형의 방 같았다. 옷가지나 잡지 따위가 바닥을 점령하고 있고, 그 한가운데에 태좌(台座) 같은 것이 있다. 그녀가 총총히 태좌에 붙어 앉는 것을 보니, 그것은 코타쯔 인 듯 했다. 뭐하고 있는 거야? 하고 묻는 시선으로 올려다봐서, 조심조심 코타쯔에 들어간다. 어째서인지, 전원은 들어가 있지 않았다. 「……헤에, 당신은 그런 얼굴이었구나. 의외로……, 이렇게……」 그녀는 코타쯔의 테이블에 턱을 얹더니, 뒹굴, 하고 얼굴을 가로누인다. ……나로서는 이 인물이 여성이었다는 점이 의외였다. 하지만 약장사를 하고 있는 이상, 성별을 속이는 것 정도는 당연한 지도 모른다. 「그럴까. 단지 남장이 좋았던 것뿐인데」 「───에?」 입 밖에도 내지 않은 질문의 대답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녀는 그런 나를 보고 킬킬하고 웃기 시작한다. 「아하하, 알기 쉬운데, 당신. 전화하고 이미지가 틀려. 나 말야, 뭐랄까, 좀더 파충류 같은 녀석을 상상했었어. 쬐끄만 안경을 끼고, 사람보다 정보 쪽이 소중합니다, 하는 느낌의 인텔리. 뭐, 어느 쪽이라도 상관없지만. ───그래서, 듣고 싶은 것이란 게 뭐야?」 갑자기 그녀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마치 머릿속에 스위치가 있는 것처럼 감정의 전환이 딱 떨어진다. 거기에 눌려서, 나는 질문을 개시했다. 「우선 어젯밤의 일입니다. 예의 살인귀의 목격자가 있다는 말, 들으셨나요?」 「아아, 기모노에 가죽점퍼를 입은 정신 나간 여자 말야? 들은 거고 뭐고, 그건 진짜야. 왜냐면 본 사람이 나인걸」 그녀의 말에, 나는 맞장구를 치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 ……뉴스에서는 기모노의 인물, 이라고 밖에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이미 성별까지 확정하고 있다니. 「그러니까, 분명 어젯밤 새벽 3시쯤이었을까. 비가 그쳐서 밖에 나갔어. 요즘에 장사가 망해서, 집안에서 빈둥빈둥 놀고 있을 수는 없었으니까. 당신도 알고 있겠지만, 저 호텔에 모여 있는 패거리는 나의 고객이었던 셈이지. 최근에는 거의 가보지 않았지만, 오늘쯤은 어떨까하고 얼굴을 내밀었더니 그거야. 큰 남자가 네 명이서 여자 하나에게 기를 쓰고 달려들고 있었으니, 꼴불견도 그만한 것이 없지」 그녀는 어젯밤의 사건을 기억해내 듯 말한다. 나는 자신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소리가 나게 이를 갈면서, 나도 모르게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기모노의 여자라니, 뉴스에서는 성별은 불명이었잖아요? 그런 어둠 속에서 잘도 여자라고 알았네요」 「응? 그건 당연히 알 수 있지. 멀리서 보고 있었으니까 형체 정도밖에 보지 못했지만, 몸의 라인이 예뻤으니깐. 하지만 뭐어, 확실히 딱 보지 않으면 모르겠지. ……근데, 왜? 당신, 그 녀석과 아는 사이야?」 그녀는 코타쯔에 얼굴을 누인 채로, 수상하다는 듯 이쪽으로 시선을 보낸다. 나는 아무 것도 대답하지 않았다. 「……뭐, 나하고는 관계없나. 서로 캐묻지 않기로 약속했으니깐. 그렇지만 말야, 그 애는 포기하는 편이 낫지 않아? 정상이 아닌걸. 나도 맛탱이가 가버린 패거리들하고 경쟁하고 있으니까 위험한 녀석은 알아차릴 수 있어. ……뭐, 스터프로 즐기자는 녀석은 위험이고 뭐고 없어. 약으로 마비되지 않으면 날지 못하는 인간은 평소에는 멀쩡한 인간이니까. 그것보다 무서운 것은 원래부터 날고 있는 패거리들이야. ……그 여자, 네 명의 남자에게 둘러 싸였으면서도 손어림을 하고 있었어. 달려드는 녀석을 나이프로 싹둑 베었지만, 베인 녀석은 전혀 피를 흘리지 않았어. 그렇지만, 그건 죽이지 않기 위해서 적당히 한 것이 아니야. 알겠어? 그건 말이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칼로 베고 싶으니까, 일부러 치명상을 입히지 않았던 것 뿐이라구. 남자들도 그것을 깨달은 건지, 아니면 아픔에 제정신으로 돌아온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여자로부터 도망치려는 듯 등을 보이고 달리기 시작했어. 그러니까, 그 등을 향해 마지막 한방이 쾅, 이야. 도망치려고 한 사냥감은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버린 거겠지. ……마지막에 남았던 한 명은 정말 비참했어. 울면서 애원한 것 같았는데, 결국 엄청 혼이 나다가 싹둑, 이었지. 그 뒤의 일은 몰라. 그 여자, 네 명을 처리해 버린 뒤에, 도망치지도 않고서 멍하니 서있었어. 그래서 말야, 뭘 하고 있는 걸까 하고 그늘 속에서 몸을 내밀다가 눈이 서로 마주쳐버렸어. ……응, 그건 위험했지. 어둠 속에서 말야, 형체밖에 보이지 않는데도, 상대의 눈만이 퍼렇게 빛나고 있는 것 같았어. 비명을 지르는 것도 잊고 도망쳐 나왔는데, 생각해보면 그것이 다행이었는지도. 소리를 질렀다면 틀림없이 쫓아오지 않았을까, 그 애」 손짓도 몸짓도 없이, 담담하게 그녀는 어젯밤의 사건을 이야기해 주었다. 분하지만, 그곳에 거짓이나 장식이란 것은 있는 것 같지 않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진실성이 결여되어 있네요. 상대방의 얼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엿보고 있었다는 거잖아요? 출혈도 확인하지 않았고, 사체를 확인한 것도 아니에요」 「그렇네. 증거로서는 약할까. 그래서 경찰에는 말하지 않았어. 뭐, 무슨 일이 있어도 녀석들하고는 손을 잡지 않겠지만. 기모노를 입은 인물을 보았다고 말한 사람은 나 말고 다른 녀석이 아닐까. 그곳, 비슷한 놈들이 모이는 곳이니까, 엿보던 다른 녀석이 있던 거 아냐?」 「……과연. 그러면 그 녀석은 기모노 차림의 인물의 성별은 알 수 없었다는 건가」 「그렇겠지. ……하지만, 이상해. 그 어둠 속에서 무엇을 입고 있는지 알 수 있다면, 성별도 저절로 나올 텐데. 대개는 말야, 그 형체를 보면 타이트한 스커트 같은 것을 생각해. 걔, 기모노 위에 점퍼를 걸치고 있는 것 같았으니까, 기모노의 소매 부분이 없었거든. 그래서, 그게 기모노구나, 하고 아는 것은 나 정도다, 하고 혼자서 자만하고 있었는데, 나 말고 상당한 감식안을 가진 녀석이 있었어. 하지만, 그래서는 앞뒤가 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아?」 「……확실히, 그건 이상하네요. 타이트한 스커트였다면 틀림없이 여성이라고 단정되죠. 그런데도 성별은 판단할 수 없고, 입고 있던 것만 알 수 있다니, 이상해」 ……어딘가, 잘 꾸며져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애초에 이 사건 자체가 현실감을 띄고 있지 않은 사건인데, 사건 그 자체의 진전이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서, 더더욱 현실감을 잃고 있다. 조금씩 밝혀져 가는 살인의 기록. 조금씩 화려해져 가는 살인귀의 행동. 카드를 하나씩 펼쳐 가는 것처럼, 순서를 따라서 밝혀지는 범인의 정체. 이래서는, 마치 「그래, 유치한 게임 같아」 간들거리는 얼굴로, 그녀는 그런 이야기를 했다. 또, 말하기도 전에 대답을 들어버렸다. 당황하듯 시선을 내리자, 그녀는 고양이처럼 히쭉히쭉 웃음을 띄운 채로, 전과같이 코타쯔에 엎드려 있었다. 「할 얘기는 그것 뿐? 그럼 난 이제 얘깃거리가 없어」 그녀의 말에, 곧바로 대답할 수 없다. ……오늘 아침, 뉴스를 봤을 때에 결정적인 사실과 맞닥뜨리게 되어, 숨을 쉴 수 없었다. 살인 현장에서 목격된 기모노차림의 인물. 그것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싶어서, 그것이 시키가 아니라고 반론하고 싶어서, 나는 이런 곳까지 찾아왔다. 그런데도, 결과는 나에게 있어서 최악에 가까운 회답이 돌아왔을 뿐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어쨌다는 건가. 이런 일은 3년 전과 같은 상황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면, 나는 아직 자신의 눈으로 무엇 하나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군요, 어젯밤 이야기는 이젠 됐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들려주듯이 생각을 전환한다. 물어봐야 할 것은 아직 두가지정도 남아있었다. 「이건 소박한 의문입니다만. 살인귀의 목격자는 이번이 처음인 것일까요? 요 일주일간은 특히 그랬고, 지금까지도 사람의 왕래가 없는 곳에서 일어난 사건이 아니에요. 3년 전의 사건과는 다르게, 살인이 일어난 곳은 모두 시내 안이잖습니까? 살해 장면을 본 사람이 없다고 해도, 그 전후에 수상한 인물을 본 사람이 없으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그런가. 응, 들어보니 그렇네. 하지만, 그건 힘들어. 살인귀의 살인현장이란 거의가 우리들 구역이잖아. 약장수는 경찰 따위와 관계하고 싶지 않고, 약을 사가는 녀석들도 일부러 경찰에게 밀고하지 않는걸. 수상한 인물이라고 하면 자기들도 포함되어버리니까, 우리들에게 있어서 수상한 인물이란 일반인인 셈이지. 그 중에서도 기모노를 입은 여자는 눈에 확 띄는 이단자겠지? 기모노 따위는, 요즘에는 부잣집 할머니밖에 입지 않는걸. 부잣집 할머니가 약을 사러온다는 건, 무지무지 수상하잖아」 그녀는 테이블에 뺨을 갖다 붙인 채로, 띄여띄여, 하는 암호 같은 말을 중얼거린다. 「……그런가. 요컨대 평소부터 수상하면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않는 거군요. 예를 들어서, 당신이라면 약장수니까, 살해현장을 방황하고 있어도 수상하지 않아요. 목격자들로서 보자면, 오히려 그쪽이 일상적이니까」 음, 하고 그녀는 얼굴을 찡그린다. 하지만 뭐라고 하지 않는 것을 보니, 그녀 자신도 그것에는 납득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말야, 아까도 말했잖아? 약을 사는 녀석들은 평소에는 정상이야. 일이 이만큼 화려해지면, 녀석들도 우리들을 희생양으로 삼을 거라고 생각해」 「그렇겠죠. 하지만 목격담은 어젯밤이 처음이었어요. 그러니까 지금까지 범행을 전후해서 목격된 약장수 또는 구매자가 없었다던가───아니면, 본 사람이 그 상대를 옹호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인물이었던가, 의 어느 한 쪽이겠지요. 이 만큼이나 거리 속의 살인이 계속되고 있어요. 목격자가 없다는 것은 오히려 이상한 일이에요」 「그런 거야? 목격자가 없기 때문에 목격자는 없는 것뿐 아닌가?」 「그건 보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의 얘기에요. ……저기, 밀실살인이란 것은 자주 무언가의 제재(題材)가 되잖아요? 그것과 마찬가지 에요. 전혀 의미가 없죠. 숨기는 것 자체가 죄를 고발하고 있으니까, 범인 자신이 손을 들고 있는 것과 똑같아요」 「───하냐아? ……저기 말야, 난 머리가 나빠서 잘 모르겠어. 밀실살인이란건 범인이 경찰에게 체포되지 않기 위해 쓰는 방법이잖아? 어째서 그것이 안 되는 거야?」 「왜냐면, 살인이잖습니까. 사체가 있는 방이 밀실이란 건, 그것이 외부의 인간에 의한 범행이 아니라는 증명이에요.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도록 그 장소를 폐쇄한다. 그것이 밀실의 의미입니다. 즉 밀실이란 상황인 이상, 그것은 자살이 아니면 안 되죠. 밀실을 열어보니 누군가가 죽어있다.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는데 대체 범인은 어떻게 이 사람을 살해한 걸까───하는 범행의 은폐법은 애초부터 잘못되어있어요. 알겠습니까. 밀실이라면, 그것은 자살이 아니면 의미가 없어요. 밀실을 연출할거라면, 살해를 행한 범인이 있다는 것 따위를 생각하게 만들면 안 되는 겁니다. 밀실을 살인현장으로 만들면, 밀실로 만든 의미자체가 사라져버리니까. ……역설이 되지만, 그러니까 목격자가 있다고 가정되는 상황에서는 목격자 없으면 이상해요. 시내 안에서의 살인이고 사건전후에 전혀 목격자가 없다는 것은, 상황으로 볼 때 그쪽이 부자연스러우니까」 하아, 하고 그녀는 누이고 있던 머리를 일으키며 대답한다. 「그래도, 목격자는 나왔잖아. 나라던가, 다른 녀석이라던가」 「네. 그래서 이상한해요. 목격자가 나왔다면, 이전에도 목격자는 있었을 겁니다」 난폭한 추리였지만, 틀림없다. 이로써 이전에 목격자가 없었다고 하면, 반대로 어젯밤의 사건만이 다른 사건이라는 것의 증명도 된다. 「……그런가. 목격자가 없다는 건, 발견되지 않도록 죽였다는 소린걸. 이제 와서 누군가에게 발견될 듯한 사건 따위, 살인귀는 저지르지 않아」 과연, 하고 팔짱을 끼고 그녀는 얼굴을 흐린다. ……어쩐지, 또 이쪽의 생각을 읽힌 것 같은 느낌이었다. 「머리 좋네, 당신. 안경을 낀 인텔리란 이미지를 선행시켜야겠어. ───그래서 말인데. 당신은 어느 쪽이라고 생각해? 어젯밤의 사건은 다른 사건인걸까, 아니면 전부터 목격자는 있었던 걸까」 「그런 건, 당연 하잖아요」 화난 것처럼 단정하면서,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왜냐면, 그 양쪽을 지지한다는 것 따위는, 자신의 이론을 모순 되게 만드는 대답이니까. 토라진 듯 시선을 돌리는 나를 보고, 그녀는 다시 깔깔 웃었다. 「그런가- 남자네, 당신. 이제부터 어떻게 할 거야? 그녀의 무혐의를 증명하려는 거야?」 「그전에 확인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사실은 그게 목적이라서 연락한 건데요, 알려주실 수 있나요? 최근에 돌고 있는, 새로운 칵테일의 판매상을」 「───하하아. 그것 때문에 온 건가 인텔리」 고양이 같았던 웃는 얼굴을 뻔뻔스런 웃음으로 바꾸고, 그녀는 이쪽을 곁눈질로 본다. 느슨했던 방안의 분위기는 어쩐지 찡- 하고 긴장된 공기로 변해버렸다. 「칵테일이라고 하면, 애시드와 대마의 새로운 물건 말인가. 이 조합은 무드라라고 하는데, 새로운 칵테일은 지금까지의 물건들과는 비교가 안 돼. 의존성이 너무 높아서 한번 빠지면 빠져 나올 수 없고, 효과도 너무 강해서 상용하는 것만으로 몸을 망가뜨리지. 목숨에 관계된 쾌락 같은 건, 오락이 아니겠지? 레크리에이션 · 스터프란 것이 약의 바른 존재방식이잖아. 그런 의미로 말하면 말야, 그건 위법정도의 얘기가 아냐」 「그런가요? 시험해봤는데, 구역질이 난 정도고 그 뒤로는 표준적인 레벨이었다고 생각 했습니다만」 「나돌고 있는 건. 약은 말야, 내성과 의존성이 있잖아? 내성이라는 건 할 때마다 몸이 약의 효과에 익숙해져버리는 거지. 내성이 생기기 쉬운 약은, 할 때마다 양이 늘어나서 돈이 많이 들어. 의존성이란 건 신체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으로 나뉘어져있는데, 뭐어, 까놓고 얘기하자면 약을 끊는 게 쉬운가 어려운가의 기준일까. 생활에 있어서의 사용회수의 빈도로, 의존성이 높은 약일수록 하는 횟수가 많아져. 뭐, 중요한 건 본인의 의지이지만. 담배를 좋아하는 사람이 담배를 끊겠다고 결의하는 것보다는 쉬운 의지야. 약이 몸을 망가뜨린다는 것은 미신에 지나지 않아. 요는, 본인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가가 전부인걸. 내가 생각하기엔 술이나 담배, 커피 쪽이 훨씬 위험한 약이야. 어째서 저쪽이 합법이고 이쪽이 불법인지, 관리에게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꾸욱 하고 주먹을 움켜쥐며 그녀는 열변 한다. ……뭐어, 나는 그것에 찬성하지도 부정하지도 않는 입장이라, 몸을 움츠리며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성도 생기기 쉽고, 신체적 의존성도 높은 악마 같은 약도 분명히 있어. 이건 정말로 몸을 망가뜨려. 그런 약, 나는 싫어. 그래서 블러드 칩의 판매상에 대해서는, 나는 아무 것도 몰라. 알고 싶지도 않고 만난 적도 없어」 그녀는 들은 적도 없는 약의 이름을 말했다. 「───블러드 칩?」 의심하듯 질문하는 나를, 그녀는 응, 하는 매우 귀여운 몸짓을 하며 바라보았다. 「예의, 새로운 칵테일. 그 물건은 상당히 파격적이야. 페이퍼 두 장과 건조대마 10그램, 세트로 요거뿐이거든」 핏, 하고 그녀는 손가락을 펴서 가격을 표시한다. 확실히, 그것은 파격적정도가 아니었다. 외국에 비해서 일본의 가격은 몇 배나 높다고 하지만, 그녀가 표시한 값은 외국의 가격보다도 더욱 낮은, 사실대로 말하면 고교생의 용돈으로도 충분히 사버릴 수 있는 가격이었다. 「어쩐지 무리해서 화제를 만들고 있는 패스트푸드 같네요, 그건」 「응. 그래도 꽤 오랫동안 이 가격이 유지되고 있어. 몸에 내성이 생기게 만들고, 의존성이 높아질 즈음에 단숨에 가격을 끌어올린다, 하는 짓거리는 야쿠자도 안 해. 그 뿐만 아니라 그것에 만족할 수 없게 된 녀석들에게는 더욱 윗 단계의 칵테일이 퍼져있어. 그게 블러드 칩이라고 하는 페이퍼지. 순도가 높은 LSD인지도 모르지만, 평가는 대단해. 페이퍼는 구강섭취잖아? 그런데도 효과는 정맥주사보다 확실히 날아간다는 거야. 나는 시험해보지 않았지만」 「이 이야기는, 유명한가요?」 「당근, 업계에서는 나름대로야. 당신이 몰랐다는 게 나로서는 놀라운 걸. 블러드 칩의 판매상은 애들밖에 상대하지 않으니까, 큰손의 유통에는 알려져 있지 않아. 조직말단의 약장수들은 알고 있지만, 위쪽은 상대해주지 않는 것 같아. 어차피 애들 놀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건. 그런 이유로, 경찰아저씨들도 블러드 칩에 대한 것은 몰라. 그 사람들, 야쿠자밖에 타겟으로 삼지 않으니깐. 나같이 단독으로 움직이는 약장수의 내부사정 따위는 조사하지 않는 거야」 아하하, 하고 그녀는 쾌활하게 웃는다. 하지만, 반대로 이쪽의 기분은 음울해졌다. ……그런 이야기, 나는 들은 적도 없었다. 예의 칵테일을 넘겨준 약장수는 그것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나에게만 그런 정보를 흘리지 않았던 걸까. 「고마워요. 참고가 됐어요」 인사를 하고, 일어선다. 묻고 싶은 것은 전부 물어봐서, 남은 것은 행동으로 옮기는 것뿐이다. 「너무 무턱대고 행동하면 안돼. 블러드 칩을 하는 녀석들에게 있어서, 그 약장수는 카리스마니까. ……저기, 아까 장사가 망했다고 말했었지? 이 부근에서 블러드 칩에 관여하지 않은 장사꾼은 나뿐이야. 싫어하니까, 그런 약. 하지만, 그렇게 하니까 지금까지의 고객들은 딴 쪽에 가버렸어. 어쩐지 말야, 새로운 신흥 종교 같은 흐름을 타고 있어」 기분 나쁜 듯, 그녀는 코타쯔에 들어간 채로 그런 말을 했다. 어질러진 방을 횡단해서, 현관의 노브에 손을 댄다. 그대로 돌아보지 않고, 마지막 질문을 했다. 대답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맞다. 그 판매상의 이름은, 아시나요?」 「어라. 몰랐어?」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그 이름을 알려주었다. ……순간, 현기증을 느꼈다. 하지만 그걸로, 지금까지의 애매하던 일은 전부 이어져버렸다. 나는 애써 냉정한 태도로 다시 한번 감사인사를 하고, 잿빛 거리로 나갔다. / 2 ◇ 6월. 최근의 생활은 전에 없을 정도로 충실해져 있다. 누군가와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이렇게도 즐거운 것인 줄은 몰랐다. 방과후나 쉬는 시간. 깨닫고 보면, 나는 그가 찾아오는 것을 은근히 기다리고 있었다. 깨닫고 보면, 그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이에는 심장이 두근두근 크게 고동쳐서, 아팠다. 언제고 떨어지지 않는 가슴의 불안은, 그와 이야기하고 있는 동안만, 그 아픔으로 바뀌어준다. 아아, 인정하자. 나의 세계는 양분되어있다. 그 중의 절반은 코쿠토 미키야라고 하는 인물에 의한 것이라는 현실을. ◇ 눈을 뜨자, 태양은 이미 저문 뒤였다. 나는 자기 위해서 숨어든 빌딩 옥상에서, 이웃 빌딩 옥상으로 뛰어넘는다. 내가 잠자리로 사용한 빌딩의 옥상은, 관계자 외에는 들어올 수 없는 곳이다. 그래서 이웃하고 있는 임대 빌딩의 옥상에 올라가서, 아무도 오지 않겠지 하며 출입금지인 빌딩으로 뛰어 넘어가서 잔 것이었다. ……이런 바보 같은 생활을, 나는 거의, 일주일 이상 반복하고 있다. 빌딩에서 골목으로 나와, 조용한 위화감을 느꼈다. 태어날 때부터, 단련되어있던 료우기 시키라고 하는 나의 피부가, 위험함을 느끼게 한다. 조심스럽게 골목 안을 이동하다 보니, 때마침 오늘 신문이 떨어져있었다. 날짜는 2월 9일. 1면의 헤드라인은 살인귀의 화제와, 그 범인의 모습에 대한 것이었다. 「……살인귀, 네 명을 살해. 떠오르는 기모노의 인물상……」 소리 내어 읽어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려보았다. 뭐지, 이건. 네 명을 살해? 네 명이란 건, 어젯밤의 녀석들인 건가. 그들은 죽어버린 것 같다. 그렇다는 건, 나는 그들을 죽여 버렸던 걸까. 지금까지 참고 있던 것뿐이지만, 어젯밤은 확실히 흉폭한 기분이었고. ……어쨌든,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살인귀를 찾아서 밤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3년 전처럼, 내 의지에 반(反)하는 그런 기분이 되어버리는 일도 있을지 모른다. 나는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신문을 던져버렸다. 「하지만, 이런 건 모르는 일이야」 그렇게 말하고, 걷기 시작한다. 피부가 민감하게 위험을 살피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지금까지 이상으로 남의 눈에 띄지 않도록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까지 이상으로 뒷골목을 사용하면서. 지금까지 이상으로 지저분한 장소에 숨어서. ……지금까지 이상으로, 인간성이란 것을 내팽개치고. 그런 짓은, 힘들고 재미없으며 의미 따윈 없는, 쓸데없는 작업이다.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멈출 수 없다니, 점점 자신이 바보처럼 여겨졌다. ……정말이지. 어째서 나는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걸까. 만족스러운 식사도 못하고, 근육의 피로도 풀 수 없는 얕은 수면을 반복하며. 목적도 없이, 마치 도망치는 것처럼 밤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위해서 이런 짓을 시작한 것일까, 시키는. 이렇게 짐승처럼 숨죽이고 사냥감을 뒤쫓고 있으면, 어쩐지 자신이 살인귀가 되기 위해서 살인귀를 뒤쫓고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아니. 혹시나. 정말로, 나의 목적은 그것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살인은 해서는 안 되는 짓이야, 시키 ……그런 말을, 기억해내 버렸다. 가만있어도 불유쾌한 기분이, 더욱 헤어날 수 없는 구멍으로 떨어져간다. 나는 더 이상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도록 하려고, 밤의 어둠 속을 걸어간다. 이런 일, 빨리 끝내버리고 싶다. ……아아, 정말 그 말 대로다. 이런 일은 얼른 끝내버리고, 나는 빨리 돌아가지 않으면──── ◇ 심야 2시를 지나서, 거리는 시체처럼 조용해져있었다. 길가는 사람은 없고, 귀를 찌르는 자동차의 굉음도 존재하지 않는다. 건물은 빛을 가두고, 달빛도 별들의 반짝임도 어두운 구름에 뒤덮인 밤. 아무도 없는, 아무 것도 없을 길거리. 그렇지만, 이상(異常)은 분명히 있었다. 큰길. ───멀리 가로등 아래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료우기 시키는 발을 멈춘다. ───사람 모습은, 어딘가 거동이 수상했다. 그녀는 옛날, 이것과 똑같은 광경을 본 적이 있다. ───어쩐지, 나는 그 인물의 뒤를 밟았다. 목구멍까지 밀려 올라오는 오한을 참으면서, 시키는 유혹 당하듯 골목길 안으로 들어갔다. … 골목길에서 더욱 안쪽 골목으로 들어간 그곳은, 이미 이세계(異世界)였다. 막다른 골목이 되어있는 그곳은, 길이 아닌 밀실로서 기능하고 있다. 주위를 건물의 벽으로 둘러싸인 좁은 길은, 한낮조차 햇빛이 들지 않는 공간이겠지. 거리의 사각(死角)이라고 불러야할 그 틈새에는, 언제나 한 명의 부랑자가 행복한 꿈을 꾸고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빛바랜 좌우의 벽에는 새로운 페인트가 칠해져있었다. 길이라고 부를 수 없는 좁은 공간은 무언가에 질퍽거리고 있었다. 언제나 떠돌고 있던 썩은 과일 냄새는, 더욱 농후한 다른 냄새에 오염되어있었다. 그 주변은, 피바다였다. 붉은 페인트라고 생각되었던 것은 엄청난 양의 혈액이었다. 지금도 길바닥에 줄줄 흐르는 액체는 사람의 체액. 코를 찌르는 냄새는 끈적이는 주홍빛. 그 중심에, 인간의 사체가 있었다.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양팔이 없고, 양다리도 무릎 부근에서 잘려있는 것 같았다. 그는 인간이 아니라, 지금은 피를 흩뿌리는 스프링쿨러가 되어있었다. 절단된 사지는 없다. 처음부터 사체의 사지는 절단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단두대보다 날카로운 짐승의 턱에 의해, 무참하게 뜯어 먹혔으니까. 으적, 하고 위를 떨리게 하는 저작음(詛嚼音)이 울려 퍼진다. 그것은 고기를 먹는, 원시적인 소리. 이미 그곳은 이세계(異世界)다. 피의 적색조차, 따뜻한 짐승냄새에 패퇴하고 있다. ───누군가가, 그곳에서 웃음 짓고 있었다. 검고, 뱀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가느다란 하반신의 윤곽. 몸에는 그녀와 같은 핏빛 점퍼. 축 늘어뜨려진 오른손에는 한 자루의 나이프. 어깻죽지까지 기른 머리카락은 마구잡이로 잘려져 있어서, 여성으로도, 남성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그것은 실루엣만으로 본다면, 완전히 그녀와 동일했다. 다른 부분은 한곳 뿐. 서있는 인물의 머리카락은, 흑색이 아닌 금색이었다. 골목길의 부패한 바람에 흩날리는 금발은, 어느 육식동물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초원의 세계에 있어서 백수(百獸)의 왕이라 부르며 두려워하는 사자라는 이름의 맹수를. … 「─────」 그 광경을, 시키는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상실되었을 터인 기억이 머릿속에서 점멸을 반복한다. ……그렇다, 그것은 4년 전 여름이 끝날 무렵의 일. 분명히, 그녀는 이와 같은 체험을 한 적이 있었다. 오늘처럼 죽어있는 밤의 거리에서 수상한 사람모습을 발견하고, 그 뒤를 밟다가────정신이 들고 보면, 그녀는 사체를 눈앞에 두고 서있었다. 그 사이의, 뒤를 밟고 나서 사체를 눈앞에 둘 때까지의 기억을, 그녀는 가지고 있지 않다. 그것은 시키(式)가 아니라 '시키(織)'라고 하는 그녀가 담당한 행동이니까. 「뭐야, 넌」 골목입구에서, 시키는 사체와 『자신』을 바라본다. 금발의 시키의 양어깨는 작게 떨리고 있었다. 두려움에서가 아니라, 기쁨에 의해서. 「료우기───시키」 금빛 앞머리를 휘날리며, 사람 형체는 스르륵 뒤를 돌아보았다. ……얼굴형조차, 료우기 시키와 비슷하다. 색이 들어간 거울을 보는 듯한 감각으로, 시키는 금색의 자신을 응시한다. 금색의 시키의 눈동자는 흉측할 정도로 붉었고, 귀에는 은색 피어스가 달려있었다. 어디까지나 무색(無色)인 시키를 도발하듯이 그것은 여러 가지 색채를 띄고 있다. 발치까지 내려오는 검은 가죽제 스커트. 두꺼운 가죽으로 만들어진 새빨간 점퍼. 그렇지만, 그것은 여성이 아니다. 금발의 시키는 시키가 아닌, 그저 살인귀라고 이름 붙여진 청년에 지나지 않았다. 「알고있어, 너는────」 시키는 중얼거리고, 살인귀는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나이프를 한 손에 들고, 지면을 기는 듯한 낮은 자세로 골목의 좁은 길을 질주한다. 일직선. 그저 순수하게, 가만히 서있는 시키를 노리고. 시키는 곧바로 나이프를 쥐고, 놀라움에 눈살을 찌푸렸다. 육박해오는 형체는, 인간의 움직임을 하고 있지 않았다. 형체는 뱀처럼 갈지(之)자로 움직인다. 좁은 뒷골목 안은, 살인귀에게 있어서는 너무나 넓은 사냥터였다. 시키가 눈과 피부로 느끼는 경계망을, 그 형체는 짐승처럼 재빠르게 비집고 들어온다. 그렇게───보고 있는데도, 그 움직임이 눈에 잡히지 않는다. 시키에게 있어서는 아직 멀고, 그에게 있어서는 필사의 간격까지 거리가 좁혀졌을 때. 뱀은, 그 움직임을 맹수의 것으로 변화시켰다. 폭발하는 불꽃같은. 후림불. 짐승은 시키의 머리위로 도약하여, 그 머리를 향해 나이프를 내찌른다. 키잉-하고 나이프와 나이프가 충돌했다. 시키의 정수리를 노렸던 나이프와, 그것을 막으러 들어온 시키의 나이프가 맞부딪친다. 순간───각자의 나이프와 서로 통하듯, 두 사람은 시선을 교차시켰다. 적의에 가득 찬 시키의 눈동자와, 기쁨에 가득 찬 살인귀의 눈동자. 히쭉 웃고서, 살인귀는 크게 뛰었다. 시키에게서 떨어지듯이 뒤쪽으로 뛰어서, 거미 같은 동작으로 착지한다. 한번의 도약으로 6미터나 거리를 벌린 그것은, 손발을 지면에 붙이고, 짐승처럼 숨을 토했다. 명백하게, 그것은 인간이라는 존재에서 일탈해있었다. 「어째서」, 하고 그는 말했다. 「어째서, 진짜로 하지 않는 거야」 사체를 등 뒤에 두고, 흐르는 혈액에 젖으면서, 살인귀는 항의의 목소리를 낸다. 시키라고 하는 소녀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자신과 닮은 상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4년 전과는 딴사람이잖아. 지금도 나를 죽이려고 생각했다면 죽일 수 있었을 텐데, 그 마지막 선을 넘어 주지 않아. 동료를 원하고 있으면서 말야. 료우기 시키가 그래서는 곤란해」 거친, 심장 그 자체에서 토해져 나오는 듯한 숨소리가 울려 퍼진다. 의외로───살인귀다운 그것은,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이성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살인귀의 호흡은, 지금이라도 호흡곤란으로 쓰러질 것처럼 보일 정도로 거칠다. 흥분 때문일까, 아니면 정말로 괴로워서일까. 시키는 어느 쪽일까 하고 잠깐 생각하다가, 곧바로 싫증을 냈다. 그런 건 어느 쪽이라도 그녀에게는 상관없는 일이니까. 「……그렇게 된, 건가. 귀여운 이름이라서, 틀림없이 여자일거라고 착각하고 있었어. 하지만 이야기를 하는 건 그 때가 마지막이라고 말했는데 말야, 선배」 차가운 시키의 목소리에, 살인귀는 글쎄, 하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랬던가. 공교롭게도, 그런 옛날 일은 잊었어」 살인귀는 웃음을 억누르며 대답한다. 어조와는 정반대로, 그는 더 이상 없을 정도로 즐거운 것 같았다. 물론, 시키는 즐겁지도 어떻지도 않다. 상대가 누구더라도, 살인귀를 찾아내서 처치하는 것이, 그녀의 유일한 목적이니까. 「───몇명 죽였냐, 너」 눈을 가늘게 뜨며 시키는 물었다. 살인귀는 웃으면서 기억하고 있지 않아, 라고 대답했다. 「……저기 말야, 광인(狂人)이 자신의 행위를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럴 리 없잖아. 쓸데없는 걸 묻지 말라구. 광인이 정신 나간 짓거리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야. 그래서 이 3년간, 나는 누구에게도 살인자라고 지적당하는 일은 없었어. ……난 말야, 죽여도 죄를 추궁당하지 않는 인간이라구. 오히려 매일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안 되는 지도 모를 정도야. 아아아, 그런데도, 알기 쉬운 증거를 남겨준 것은, 전부 너를 위해서였어. 일부러 알기 쉽게 사체를 남겨주면, 4년 전을 기억해 낼 거라고 생각했어. 너는 계속 무시해 와서 효과가 없었지만, 다른 곳에서 효과가 있었지. 그래, 살인귀야. 이름이 없었던 나에게 세상이 준 이 이름──정말로 딱 들어맞잖아……! 너무나 기뻐서, 요 일주일간은 그 기대에 부응해주었던 거야. 살인귀는 모두의 예상대로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안 되는 걸. 그렇잖아? 너는 알고 있을 거야 료우기 시키. 그래서 내가 부러워서 찾고 있던 거야. 빨리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나라고하는 동류(同類)를 찾고 싶었던 거야. ……아아, 알고 있어. 알고 있다구. 알고 있고말고. 왜냐면 내가 제일, 너를 잘 알아줄 수 있으니까…………!」 ……뒷골목에 울리는 호흡은 점점 커져서, 위험한 것이 되어간다. 살인귀의 혀가, 피에 젖은 입술을 매끄럽게 핥아간다. 광인처럼 핏발선 눈동자를 한, 자신과 닮은 자. 그것을 앞에 두고, 시키는 아무 것도 대답하지 않는다. 격한 혐오가 그녀의 말을 막고 있다. 이 상대와 이야기하는 것조차, 더러워질 것 같아서 시키는 한마디도 말하지 않는다. ……살인귀의 말에 저항하기 힘든 진실이 포함되어있어서, 그것을 부정하고 싶었다고 하더라도. ───살인귀가, 되고 싶어 하고 있다. 그 말에, 그녀는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도록, 살짝 눈썹을 찡그렸다. 하지만, 모든 짐승의 감각을 가지고 있는 살인귀는 그 변화를 놓치지 않는다. 그는 씨익, 하고 입가를 일그러뜨리며 끌어올린다. 「……거봐, 너는 무리하고 있어. 그런 것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겠지……? 네가 무엇을 해도 채워지지 않는 것은, 너 자신의 기원에 거스르고 있기 때문이야. 참을 필요 따위는 없어. 솔직하게 하고 싶은 일만 하면 돼」 시키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녀는 해충이라도 보는 듯한 눈매로 바닥을 기고 있는 짐승을 바라본다. 살인귀는 마지막 제안을 말했다. 「……그런가. 그래도 돌아오지 않는다면 원인을 죽일 수밖에 없겠군. 지금의 료우기 시키를 유지시키고 있는 녀석을 죽이면 돼. 그렇게 하면 전부 해결돼. 설마 할 수 없다는 소리 따위는 안 하겠지, 너도 사실은 죽이고 싶어서 근질근질 하고 있으니까 말야……!」 아하하하하, 하고 살인귀는 웃었다. 즐거워서 견딜 수 없다고 말한 그는, 동시에 한순간에 눈앞에 나타난 료우기 시키에 의해서 한쪽 팔을 잘리고 있었다. 「누가────」 「────에?」 눈으로 인식할 수가, 없다. 무표정으로, 그저 눈동자만을 퍼렇게 빛내는 료우기 시키의 행위가, 살인귀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사냥감을 덮치는 육식동물의 동작은, 너무 빨라서 인간의 시각으로는 포착할 수 없다. 그것과 동격의 살인귀의 동체시력을 가지고서도, 역시, 료우기 시키의 움직임은 눈에 잡히지 않았다. 살인귀의 한쪽 팔을 잘라 떨어뜨린 나이프는, 용서 없이 적의 목을 노리고 번뜩인다. 「────누구를, 죽인다고」 「히이─────!」 비명을 지르며 살인귀는 뛰었다. 뒤쪽으로 뛰면 분명 시키에게 따라잡힌다. 도망칠 거라면, 그녀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장소로 달아날 수밖에 없다. 순식간에 그렇게 생각하고, 그는 골목 안을 둘러싸고 있는 벽으로 뛰어서 달라붙었다가, 더욱 위쪽을 향해 뛰어오른다. 날다람쥐 같은 그 행동은, 손쉽게 그를 안전한 위치로 피신시켰다. 지상 20미터정도의 빌딩 벽면에, 살인귀는 거미처럼 달라붙어 있었다. 그는, 조심조심 눈 아래의 광경을 바라본다. ───푸른 눈동자를 한 사신(死神)이, 지상에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에게서 퍼져 나오는 살기는 칼날이 되어, 그의 전신을 꿰뚫는다. 처음으로 느낀 것은 공포. 그 뒤에는, 그저 환희만이 그를 지배했다. 「……아아. 역시, 너는 진짜잖아」 그렇다, 그녀는 진짜다. 틀림없이 자신과 같은 세계에 살아야할 존재인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본성을 드러나게 한 원인은 확실해졌다. 어느 인물을 죽인다고 떠본 것만으로, 료우기 시키가, 자신보다도 훨씬 더 엄청난 살인귀가 된 것을, 그는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 「……간단한 얘기야. 방해자는 죽이면 돼」 그는 벽을 뛰어올라가며, 골목에서 떠나간다. 시키가 뒤쫓아오는 기미는 있었지만, 도망친다는 행위라면 아무도 그를 따라올 수는 없다. 나무 한 그루 없다고 해도, 이 거리는 그에게 있어서의 밀림이었다. 모습을 감추고, 사냥감을 찾아내는 건 식은 죽 먹기라고 말할 수 있다. 달이 없는 밤, 살인귀는 기쁨에 울부짖었다. 긴, 4년을 넘은 사랑이 겨우 이루어지는 거라고 예감하면서. 살인고찰 / 3 ◇ 7월. 약한 사람은 싫어요 그녀는 태연히 그렇게 말했다. 약한 사람은 싫어요 료우기 시키는 나를 그렇게 거절했다. 약한 사람은 싫어요 그 의미를, 나는 잘 알 수 없었다. 그날 밤, 처음으로 사람을 때렸다. 그날 밤, 사람으로 사람을 죽였다. ◇ ……2월 10일, 흐림, 곳에 따라서는 맑음. 카스테레오에서 흘러나오는 일기예보는, 어제보다 별로 나아 보이지 않는 날씨를 말해주고 있었다. 핸들을 쥐면서 손목시계를 보니, 시각은 이제 막 정오가 되어있었다. 평소대로라면, 토우코 씨를 상대로 사무의 하나로서 사용처불명의 돈을 어디에 썼는지를 묻고 있을 시간인데도, 나는 오늘도 일을 쉬고, 공장지대의 휑하니 넓은 길을 달리고 있었다. 물론, 자신의 다리가 아니라 자동차로 달리고 있다. “적당히 하라구, 코쿠토” 라고 말한 토우코씨의 충고는, 미안하게도 아직 효과를 발휘하고 있지 않다. 어젯밤도 살인귀의 피해자가 나와 버렸다. ……잊을 수가 없다. 어젯밤의 피해자가 발견된 장소는, 4년 전에 제일 첫 번째의 희생자가 나왔던 골목길이기도 하다. 그저 단순한 우연인지도 모르겠지만, 그 사실은 사태가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굴러가기 시작하는 것 같은 증거로 생각되었다. 사건은, 이제 일각의 여유도 없다. 어제, 판매상의 아파트에서 조사를 시작한지 만 하루. 블러드 칩이라고 하는 신종마약을 취급하고 있는 판매상의 거주지가 항구부근의 아파트에 있다고 알아내고, 코쿠토 미키야는 그 은신처로 향하고 있었다. 항구에 가까이 가면 가까이 갈수록, 스쳐 지나가는 차는 대부분 트럭으로 바뀌어간다 잿빛 하늘 아래, 역시 잿빛으로 탁해진 바다를 크게 우회해서 공업지대를 달려간다. ……작년 여름, 브로드 브리지라고 명명된 다리가 있었다. 건조도중에, 태풍에 의해 거의 전파(全破)된 대교. 건설재개의 전망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판매상의 아파트는, 그 브로드 브리지가 바라다 보이는 해변에 있었다. 차에서 내려, 소금기를 머금은 바람을 맞는다. 겨울 바다는 차가워서, 바람도 얼음처럼 피부를 차갑게 식혔다. 인기척 없는 항구는 거리보다 몇 십 배나 으스스 했다. 무수히 세워져 있는 창고를 곁눈으로 보며, 목적인 아파트를 향한다. 아파트는 소금기에 손상되었는지, 외견은 낡아빠져 있었다. 이미, 폐허로밖에 보이지 않는 2층 목조 아파트. 판매상은 그 아파트를 빌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파트 자체가 그의 소유물 인 듯 하다. 4년 전까지는 아라야라는 인물이 소유주였던 물건. ……그런 의미에서는, 판매상의 거주지를 발견하는 것은 간단했다. 6호실까지 밖에 없는 아파트의 문을 전부 노크해서 비어있는 지를 확인한다. 조금 고민하다가, 2층 끝의 방에 숨어들기로 했다. 약 30년을 넘은 아파트의 자물쇠는, 드라이버 하나로 간단하게 파괴할 수 있었다. ……정말, 스스로도 엄청나게 폭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세상에 대한 체면에 신경 쓰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빙고, 인가」 현관을 통해 부엌으로 들어가서,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방의 구조는 좁아서, 현관과 부엌이 이어져있다. 그 안에 다다미 여섯 장 자리 방 한 칸이 있을 뿐인, 70년대를 상징하는 듯한 싸구려 아파트. ……방안의 상태는 어제의 그 판매상의 집과 별 차이가 없다. 부엌에서 엿보이는 안쪽의 모습은 태풍과 사보텐이 뛰어든 뒤 같아서, 그야말로 폐허 같았다. 커튼을 달지 않은 창문으로부터는 전면에 바다가 바라다 보인다. 쓰레기가 어지러이 흩어져있는 방안에서, 그 창문만이 벽에 걸린 미술품처럼 어울리지 않았다. 쏴아아, 하는 파도소리까지 들려올 것 같은, 납빛의 바다로 통하고 있는 창문. 그것에 끌려 들어가듯 방안으로 들어간다. 「─────」 섬뜩, 했다. 후두부에 혈액이 몰려서, 그대로 뒤로 쓰러져버릴 것 같은 감각. 그걸 견뎌내면서,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특별히,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 온 것은 아니다. 이 은신처에 예의 약의 제조법이 있다고 해도, 그런 것에는 흥미도 없다. 나는 그저 막연히, 어떤 단서 같은 것을 원했던 것뿐이다. 하지만, 이미 그럴 필요는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시키」 중얼거리고, 방안에 흩어져있는 사진을 집어 들어 본다. 그건 내가 아직 고교생이었던 시절의 료우기 시키의 사진이었다. 방안에 흩어져있는 것은 사진뿐만이 아니라, 캔버스에 그려져 있는 초상화 같은 것까지 있다. 숫자는 그리 많지 않지만, 이 방에는 시키를 모티브로 한 것들이 흩어져있다. 연대는 4년 전인 1995년부터 지금까지. 올해 1월, 레이엔 여학원에 위장 전입했을 때의 사진까지 갖춰져 있다. 방에는 그 이외의 일용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료우기 시키라고 하는 인물의 잔해로 가득 채워진, 바다가 보이는 작은 방. ……이것은, 그의 체내다. 자신의 방이라는 것은 그 개인의 세계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그 장식이 자신이라는 껍질에서 흘러 넘쳐 버렸을 때, 방은 세상이 아니라 그 인물의 몸속이 되는 것이다. 오싹, 하고 등줄기에 오한이 퍼진다. 이 방을 형성한 인물과는 대화가 성립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나는 그가 돌아오기 전에 철수해야만 하겠지.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이 방의 주인과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아니……분명,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방안에 머물러 있다가, 창가의 책상 위에 책이 놓여져 있는 것을 깨달았다. 녹색 뒷 표지의, 아마도 일기겠지. 이것 보라는 듯 준비되어있는 그것은, 읽히는 것을 바라고 놓여져 있는 물건이었다. 「……이게 이 방의 심장인가요, 선배」 일기를 손에 든다. 쓴 사람의 의도대로, 나는 그 금단의 상자를 열고 있었다. …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걸까. 나는 온통 시키의 사진으로 뒤덮인 방에 멈춰선 채, 그의 일기의 마지막 페이지를 다 읽었다. 이 일기는, 어느 살인의 기록이었다. 4년 전에 일어난, 사고 같은 살인사건. 사건의 발단은 전부 그곳에서 시작된 것이다. 한번 심호흡을 하고, 나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일기는 봄부터 시작되어있었다. 제일 첫 페이지, 제일 첫 구절을, 나는 완전히 암기해버리고 있었다. 이 일기의 장본인이 한사람의 소녀를 처음 보았던 때의 기록, 그의 이야기의 발단. 그것은──── 「───1995년, 4월. 나는 그녀를 만났다」 갑자기. 현관 쪽에서, 그런 말이 던져졌다. 삐걱, 삐걱, 발소리가 가까워져온다. 그는 천천히, 이전처럼 친밀한 웃는 얼굴을 한 채로, 여어, 하고 손을 들며 돌아왔다. 「오래간만이야. 3년 만이려나, 코쿠토군」 「─────」 놀라서 말도 나오지 않는다. 나타난 그는, 완전히 시키 그 자체였다. 여성의 스커트와, 붉은 가죽제 점퍼. 어깻죽지 부근에서 자른 너덜너덜한 머리칼과 중성적인 생김새. 다만 머리색은 금색이고, 눈동자는 컬러 콘택트렌즈라도 끼고 있는 것인지 토끼처럼 새빨갰다. 「생각한 것 보다 빨랐네. 솔직히, 네가 이곳에 찾아오는 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유감이라는 듯 고개를 숙이며 그는 말한다. 나는 그렇군요, 하고 동의했다. 「흠. 내가 뭔가 실수라도 한 걸까. 너와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던 패밀리 레스토랑 이래로, 흔적은 전부 없앴을 텐데」 「……그렇죠. 당신 자신에게 미스는 없었다고 생각해요. 다만, 힌트는 있었어요. 11월에 어떤 맨션이 헐린 것은 알고 있겠죠? 그 직전에 맨션의 거주자를 조사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 때 당신의 성을 발견했어요. 나는 그것이 계속 신경 쓰였어요. 왜냐면 그 맨션은 보통 건물이 아니었으니까요. 그 곳에 있었던 이상, 당신은 어떤 형태로든 시키와 관련 하고 있는 것이 되는 거에요. 그렇죠?────시라즈미(白純), 리오(里緖)선배」 금색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아아, 하고 선배는 끄덕였다. 「과연, 맨션의 명부이라니. 아라야씨도 시시한 잔꾀를 부렸군. 덕분에 나는 제일 만나고 싶지 않은 상대와,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되어 버렸다는 건가」 곤란하다는 듯 미소 지으며, 선배는 방안에 들어왔다. ……그때, 겨우 알아차렸다. 시라즈미 선배의 왼팔이, 깨끗하게 사라져있다는 것을. 「그 눈치를 보니, 전부 알고 있는 것 같구나. 그래, 3년 전의 이 계절 일이야. 네가 료우기 시키의 저택을 방문했을 때에 나와 만난 것은 우연이 아니야. 나는 너에게 그녀의 살해현장을 보여주고 싶어서, 너를 불러 세웠어. 뭐어, 그것이 쓸데없는 짓이라서, 결과적으로 나는 아라야씨에게 실패작 취급을 받아버렸지만. ……하지만, 지금도 그 선택은 옳았다고 생각해. 그 상태로, 네가 그녀의 본성을 모르고 희생되는 것은 참을 수 없었으니까」 창가의 책상에 앉아서, 시라즈미 선배는 그립다는 것처럼 말했다. 그 모습은, 내가 알고 있는 선배와 무엇 하나 바뀐 점이 없었다. ……어떻게 된 걸까. 일기를 읽고, 블러드 칩의 판매상이란 이야기를 듣고서, 나는 선배가 변해버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사람은 옛날 그대로다. 옛날 그대로의, 사람 좋은 선배다. 일기에 씌여 있던 사건에 대해서는, 이 사람에게 모든 책임이 있는 것도 아니다. 발단은 불행한 사고와, 아라야라고 하는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에 의한 것이었다는 일을, 코쿠토 미키야는 알아버렸다. 그래도. 나는, 이 사람의 죄를 고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벌써, 4년이나 전부터. 선배는 죄를 쌓아오고 있어요」 정면에서 그를 응시하며, 나는 말했다. 시라즈미 선배는 약간 시선을 돌리며, 그래도 조용하게 끄덕인다. 「그 말대로야. 그렇지만 4년 전의 길거리 살인마 사건의 범인은 내가 아니야. 그건 료우기 시키의 손에 의한 것이야. 나는 너를 보호하고 싶어서, 그녀를 앞질러 움직였던 것에 지나지 않아」 「그건 거짓말이에요, 선배」 단언하며, 나는 주머니에서 블러드 칩이라고 불리는 종이조각을 꺼내들고 손에서 떨어뜨렸다. 빨간 우표는 하늘하늘하고 어질러진 방에 떨어져간다. 시라즈미 리오는, 그것을 괴로워하는 듯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선배. 당신이 하고 싶었던 일이란 것이, 이런 일이었나요」 내가 아직 고교생이었을 무렵.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며 학교를 자퇴했던 선배는, 조용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확실히, 방향성은 어긋나버렸어. 어릴 적부터 어설픈 약물들에 대해 잘 알고 있던 탓일까, 나는 자신의 기량을 과신하고 있었던 거겠지. 나는 단순히, 자유로워질 수 있는 약을 만들고 싶었을 뿐인데. ……정말로.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나는」 자조적인 웃음을 억누르며, 시라즈미 선배는 한쪽 팔로 자신의 몸을 끌어안았다. 떨리는 몸을 떠받치려는 듯한 몸짓이었다. 나의 시선을 깨달은 걸까, 선배는 없어져있는 왼팔에 시선을 보낸다. 「이거 말야? 네 상상대로, 료우기 시키에게 당했어. 한쪽 팔 정도는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건 그리 간단하게 고쳐지지 않아. 죽인다는 것은 그런 거잖아. 상처는 치료할 수 있어도, 죽은 부분은 치료할 수 없지. 소생의 업은 마법사의 영역이라고 아라야 씨는 말했어」 마법사. 그 단어를 이 사람에게서 듣는 상황이 되다니, 그 무렵에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것은 필연이다. 4년 전. 사고로 사람을 죽여 버렸던 시라즈미 리오를 아라야 소우렌이라는 마술사가 구했을 때, 시키에게 눌려있던 나를 그 마술사가 구했을 때. 그 때부터, 이렇게 되는 것은 정해져있었으니까. ───그렇지만. 사람을 죽여 버린 당신은, 그 죄의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안돼요. 「선배. 어째서, 당신은 몇 번씩이나 사람을 죽인건가요」 따지고 드는 목소리에, 시라즈미 리오는 눈을 감고서 대답했다. 「……나도, 죽이고 싶어서 죽인 게 아냐」 괴로운 목소리로 말하면서, 그는 손바닥을 자신의 가슴에 댔다. 꾹, 하고 가슴을 쥐어뜯는 것처럼, 손바닥에 힘이 들어간다. 「나는, 한번도, 자신의 의지로 사람을 죽인 적이 없어」 「그럼, 어째서」 「……코쿠토군. 너는 기원이라는 것을 알고 있나? 아오자키 토우코의 곁에 있다면 들은 적 정도는 있을 테지. 그것의 본질, 존재의 근원이 된 사실. 나아가서는, 그것 자체의 존재방식을 결정하는 방향성. 나는 말야, 그 녀석을 각성 당한 거야. 아라야 소우렌이라고 하는, 인간의 탈을 쓴 악마에게」 유감스럽게도, 나는 기원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들은 적이 없다. 기원을 각성 당했다는 소리를 들어도, 종잡을 수 없다. 「……잘 모르겠지만, 그것이 원인이라는 건가요, 당신은」 「아아. 기원이 어떤 것인지는, 나도 자세히는 몰라. 혹은 아오자키 토우코라면 해결책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아마도 나는 이미 손쓰기에는 늦었어. 기원이라는 것은 말야, 알기 쉽게 말하면 본능이라고 생각해. 나나 네가 가지고 있는 본능. 이 녀석은 사람마다 제각각의 모습을 가지고 있어. 전혀 해가 없는 본능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 있는가하면, 나처럼 특별한 본능을 가지고 있는 인간도 있어. 나의 그 본능은, 운 나쁘게도 아라야의 목적에 적합한 것이었어」 하아, 하고 크게 호흡을 하고 선배는 말을 잇는다. 그의 이마에는, 이 추운 날씨 속에서도 구슬 같은 땀방울이 맺혀있었다. 무언가, 절망적일 정도까지의 위험한 공기가 긴장되어간다. ……이대로 라면 아주 위험한 상황을 만나겠구나하는 예감에 초조해하면서도, 나는 이 장소에서 도망칠 수가 없었다. 「선배, 괜찮으세요? 몸이 안 좋아 보여요」 「걱정할 필요 없어. 이런 건 언제나 있는 일이니까」 실을 토해낼 것 같은 가늘고 긴 호흡을 하며, 선배는 끄덕였다. 그런 것 보다 이야기를 하자며 띄엄띄엄 말 한다. 「……알겠어? 코쿠토군. 인격으로서 표층의식에 구현된 본능은, 이성을 구축(驅逐)해. 나라고하는, 시라즈미 리오라고하는 인격을 능가해 버리는 거야. 어쨌든 상대는 나의 기원이야. 겨우 20년 정도 길러진 시라즈미 리오라고 하는 형체는, 언제까지나 기원을 억누를 수 없었어. ……아라야씨는 말했어. 기원을 각성한 자는 기원에 속박당한다고. 너는 알아들을 수 없겠지, 코쿠토군. 나의 기원은 말야 "먹는다" 라는 행동이야」 크크크, 하고 웃으면서 선배는 말한다. 호흡은, 이미 눈뜨고 못 볼 정도로 거칠어져있었다. 선배는 구역질을 견디는 것처럼 필사적으로 팔에 힘을 넣고 있다. 몸의 떨림도 격해져서, 따닥따닥하고 이빨이 부딪치는 소리가 나고있었다. 「선배, 기분이───」 「……괜찮으니까, 남은걸 설명하게 해줘. 제대로 된 대화 같은 것은,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까. ……그러면. 표층의식에 구현화 된 본능은, 육체 그 자체를 미묘하게 변화시켜. 물론, 겉모습이 변하는 것이 아냐. 내부구조가 재구성되는 것뿐이야. 격세유전(隔世遺傳)이라는 것 같아. 그래서 말야, 바뀌어 가는 본인조차, 그때까지 깨닫지 못해」 가슴에 대고 있던 손을 얼굴에 대면서 선배는 웃음을 억눌러 참는다. 그는 손바닥으로 자신의 얼굴을 덮어버렸다. 둥글게 구부린 등은 웃을 때마다 위아래로 들썩거려서, 천식환자처럼 위태롭다. 시라즈미 리오의 억누른 웃음은 독버섯을 먹어버린 사람처럼 병적이라, 보고 있을 수 없었다. 「……하하, 곧 그렇다는 소리야. 나는, 어느 사이엔가 그런 것이 되어있었어. 기원은 충동이야. 그 녀석이 깨어났을 때────나는, 내가, 아니게, 돼. 당연하다는 듯, 무언가를, 먹을 수밖에 없어. 젠장, 알겠어? 미키야. 뭐야, 먹는 일이 기원이라니! 어째서 그런 것이 나의───대원(大元)이라는 거야……! 나는 그런 하찮은 것에 의해 나 자신이 소거되어 버린다는 거야! ───아아, 그런 건, 인정할 수 없어. 그런 걸로, 나는 사라지고 싶지 않아. 나는───나인 채로, 죽고 싶어」 뿌득, 하고 이빨소리를 내며, 시라즈미 리오는 책상으로부터 떨어졌다. 눈동자에 눈물이 글썽이고, 양어깨를 격하게 들썩거리면서, 온힘을 다해 무언가 흉폭한 감정을 억누르려고 싸우고 있다. 「……선배, 토우코씨가 있는 곳에 가죠. 그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선배는 다다미에 무릎을 꿇은 채, 붕붕 고개를 저었다. 「……소용없어. 나는, 특별하니까」 그런 말을 하며, 선배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경련은 점점 격해져간다. 그래도 그 표정은, 아주 평온했다. 「……아아, 너는 상냥하구나. ……그랬어. 언제나, 너만은 시라즈미 리오의 편이었어.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자신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네 덕분이겠지. ……응. 나도 너를 죽이는 일 따윈, 하고 싶지 않아」 그대로, 선배는 나의 발치에 매달려왔다. 실리는 팔의 힘은 아주 강해서, 다리가 부러져버릴 것 같다. 그래도 무섭지는 않다. 왜냐면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것은 시라즈미 리오가 안고 있는 절망의 크기인 것이다. 그것을 거부하는 일 같은 것은 할 수 없다. 「시라즈미───선배」 나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선배는 나의 코트에 매달린 채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경련은 점점 격해져서, 지금이라도 몸이 둘로 갈라져 버릴 것 같았다. 갑자기───그는, 작은 소리를 냈다. 「나는, 살인자야」 짜내는 듯한, 작은 참회. 「───예에, 그래요」 창 밖의 바다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나는, 정상이 아냐」 토해 내버리는 듯한, 작은 자책.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창 너머의 바다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나는, 어찌할 수 없어」 울기 시작해 버릴 듯한, 작은 고백. 「───살아있는 한, 그런 일은 없어요」 대답해도. 창 밖의 바다를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 우는 것 같은 말. 두서없는 대답. 거기에, 어떠한 구원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최후에. 시라즈미 선배는, 목구멍에서 짜내는 것처럼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했다. 「───나를, 구해줘, 코쿠토」 ……그 말의 대답은, 나로서는 불가능하다 나는 자신의 무력함을, 이번에야말로 저주하고 싶어질 정도로 뼈저리게 느꼈다. 「쿨────럭」 시라즈미 선배의 소리가 높아진다. 그는 한층 커다란 신음소리를 내고서, 한쪽 팔로 나를 벽 쪽으로 떠밀었다. 쿵, 하고 세게 등을 벽에 부딪친 뒤에, 선배에게 시선을 되돌린다. ───시라즈미 리오는 충혈 된 눈동자를 하고, 그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나를 찾지 마. 다음번에는 죽이게 될 거야」 흐려진 목소리로 말하고서, 그는 책상위로 몸을 내민다. 쨍그랑, 하고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 「───선배! 토우코씨가 있는 곳에 가요. 그렇게 하면 분명───」 「분명, 어떻게 된다는 거야? 낫는다는 보증 같은 것도 없고, 돌아간다고 해도 내게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아. 무턱대고 살인의 죄 값을 치를 바에야, 이대로 갈 데까지 가보는 거야. 게다가 나는 료우기 시키가 노리고 있어. 빨리, 그 녀석에게서 도망치지 않으면 안돼서 말야……!」 그는 웃으며 말하고서는, 금색 머리칼을 휘날리면서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서둘러 창가 쪽으로 달려갔지만, 눈 아래의 항구에는 선배의 뒷모습조차 찾아 볼 수 없었다. 「……이 무슨, 바보 같은」 겨우 진정하고, 그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런 일로, 무엇이 해결될 리 없다. 시라즈미 리오에게 출구가 없는 것처럼, 코쿠토 미키야에게도 출구 같은 것이 준비되어있지 않은 것이다. 견딜 수 없는 무력감에 입술을 깨물면서, 시키의 잔해에 파묻혀 있는 방을 뒤로했다. 아무런 타개책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해도, 해야만 하는 일은 남아있다. 시키를 찾아내야 하고, 선배도 그냥 내버려둘 수 없다. ……그렇다, 어디에도 구할 방법이 없다고 해도. 시라즈미 리오 자신을 위해서, 이 이상 그가 살인을 범하게 해서는 안 되니까. 살인고찰 / 4 ◇ 8월. 그날부터 한숨도 잘 수 없다. 너무나 무서워서, 밖을 걸어 다니지도 못한다. 태평스레 살아가고 있는 자신이 싫어서, 거울을 보지도 못한다. 나는, 최저의 인간이다. 아무 것도 할 생각이 들지 않고, 아무 것도 먹을 기분이 들지 않는다. 나는 어디하나 상처 입지 않았는데도 엉망진창이 되어서, 마치 죽은 사람처럼 살고 있다. 7일째에 깨달았다. 그때에 죽은 것은 그 사람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정말, 어째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거지.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은, 자신도 함께 죽이는 거라는 단순한 현실을. ◇ 항구에서 자신의 방에 돌아올 무렵, 주변은 완전히 어두워져있었다. 이틀 만에 돌아온 방에는, 당연히 누구의 모습도 있을 수 없다. 테이블 위에 휑하니 펼쳐져 있는 시내의 지도와, 마시다 만 커피가 남아있는 머그 컵. ……쓸쓸함만이 지배하고 있는 이 공간은, 시키의 모습도 그 흔적도 희박해져 있었다. 「…………」 나도 모르게, 한숨을 흘리고 있다. 그래, 조금은 기대하고 있었다. 방에 돌아가면, 시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남의 침대에서 멋대로 자고 있다, 라는 평범한 일상을. ……작년 11월부터, 시키는 가끔씩, 정말로 갑자기 내 방에 얼굴을 내밀고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자고 가는 기행(奇行)을 반복하고 있었다. 혹시나 불평을 돌려서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해진 나는 아키타카씨에게 상담 한 적도 있다. 시키의 해석불능의 행동을 이야기하자, 아키타카씨는 아무 말 없이 내 어깨에 손을 얹고는, 아가씨를 잘 부탁드립니다 라고 하는, 역시 돌려 말하는 듯한 대답을 남겨주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것은 따스한 나날이었다. 나는, 그것이 쭉 계속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전화가 울렸다. 토우코씨에게서 일까. 3일이나 회사를 쉰 것을 심심풀이 삼아, 나를 괴롭히는 속셈일지도 모른다. 「예, 코쿠토입니다」 마지못해 수화기를 들고 말한다. 그러자, 수화기의 저편에서 숨을 삼키는 듯한 기척이 전해졌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나는, 그것이 그녀라고 깨닫고 있었다. 「…………시키?」 「───이, 등신」 긴장된 목소리로, 시키는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의 매도를 퍼부어왔다. 정말로 화가 나서 떨고 있는 듯, 수화기 너머에서도 시키의 감정이 전해져온다. 「어제부터 어디에 가있었어 너는! 밖이 위험하다는 것은 알고 있잖아, 뉴스를 안 보고──」 있었던 거야, 하고 말을 걸다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뉴스 같은 것은 당연히 보고 있다. 보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방에 틀어박혀 있을 수 없었던 것이 아닌가. 「……됐어. 무사하다면, 그걸로. 한동안 토우코가 있는 곳에서 묵도록 해. 용건은 그것뿐이야」 ……그걸 전하고 싶어서 시키는 어젯밤부터 이 방에 전화를 걸고 있었던 것 같다. 이쪽의 신변을 걱정해주는 것은 기쁘다. 하지만 지금은, 그 마음이 역으로 나를 불안하게 한다. 살인귀의 정체는 알았지만, 그렇다면 어째서 시키가 돌아오지 않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으니까. 「시키. 너,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야」 「미키야하고는 관계없어」 「관계있어. 살인귀를 쫓고 있는 거잖아, 시키는」 짧은 침묵 뒤에, 그래, 하고 시키는 대답했다. 그 목소리는 차가워서, 수화기 너머에서조차 나는 몸을 떨어버렸다. 살의밖에 없는, 무서운 목소리. 시키는 살인귀를───선배를, 죽일 생각인 것이다. 「안 돼, 시키. 돌아와. 너는───그 사람을 죽여서는 안돼」 「헤에, 시라즈미와 만났구나, 미키야. 흐음, 어떻게 할까. 더욱더 녀석을 용서할 수 없게 되어버렸는걸」 차가웠던 목소리가 일변하며. 그녀는 킥, 하고 웃고 있었다. 「시키!」 「거절이야. 이젠 정말, 이쪽도 참는 것의 한계야. 모처럼의 사냥감을 놓칠 생각은 없어. 그 녀석은 오래간만의 벗어난 상대니까 말야」 벗어난 상대. 작년 여름,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 살인을 범했던 아사가미 후지노와, 자신의 의지와는 반대로 살인을 범해버린 시라즈미 선배는 똑같다는 건가. ……아아, 똑같다. 이유는 어떻든 간에, 그들은 자신에게서 태어난 충동만으로, 사람을 죽여 버리고 있다. 세상은 그것을 살인귀라고 말하니까. 「……하지만, 그렇지만. 설령 상대가 아무리 죄를 많이 지은 인간이라도, 살인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야」 「너의 일반론은 신물이 나, 코쿠토. 시라즈미 리오는 이미 정상이 아냐. 그 자식은 너무 죽였어. 그러니까 죽여도 되는 상대라구」 「죽여도 좋은 인간 같은 건 없어」 「바보 같은 소리하지 마, 그 녀석은 이미 손쓰기엔 늦었어. 인간으로는 돌아갈 수 없어」 시키는 단호히 말한다. 그녀의 말대로, 시라즈미 리오는 이미 인간이라고 불리는 존재에서 변해버렸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그 사람은, 인간인 채로 있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배는 아직 우리들과 똑같잖아. 어쨌든 돌아와. 선배를 죽이면, 나는 너를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 ……대답은 없다. 그녀는 생각에 잠긴 뒤에, 짧은, 거절의 말을 남겼다. 「안 돼, 그럴 수 없어」 어째서냐고 되묻는다. 그녀는 아주 잠깐의 망설임 뒤에, 메마른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나도, 그 자식과 같은 살인귀니까」, 라고.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 정도로, 그녀의 고백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었으니까. 「……너는, 아냐. 아무도 죽이지, 않았잖아!」 「우연히, 지금까지는. 하지만 변하지 않았어. 깨달았어, 미키야. 4년 전의 나는 살인이라는 행위에 가까웠어. '시키'가 살인 밖에 모르는 인격이었기 때문에. 하지만, 그것뿐이야. '시키'는 살인밖에 몰랐던 것뿐이고, 살인을 좋아한 것이 아니었어. 잠에서 깨어난 뒤에 금방 깨달았던 거야. '시키'가 없어져서, 시키만 남아버린 나는, '시키'가 없는 데도 살인이라는 행위를 동경하고 있어. 봐, 얼마나 간단해. 결국 말이지, 살인을 하고 싶어 하고 있던 것은 '시키'가 아니라 살아남은 시키 쪽인 거야」 수화기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다. 자기 자신을 저주하는 듯한, 침울한 목소리. 평소대로의 시키의 목소리였지만, 나는 그렇게 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러니까 안돼. 나는 그쪽으로 돌아가지 않을 테니까, 미키야는 기다리지 않아도 돼」 수줍게 웃으며, 시키는 그런 말을 했다.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 같은 목소리였다. 나는 잠자코 듣다가, 솔직히, 머리끝까지 화가 나 버렸다. 「저기 말야. 그건 너의 착각이야 시키」 대답은 없다. 나는 상관없이 계속 말했다. 「언젠가 네가 말했잖아. 사람은 일생에 한 사람 분의 죽음밖에 떠맡을 수 없다고. 너는 그것을 소중히 여기고 있고, 무엇보다………살인의 아픔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 그렇다. 어렸을 때부터 '시키'라는 자신을 죽여 왔던 너. '시키'라는 피해자이기도 하면서, 시키라는 가해자이기도 한 너는──그것이 무엇보다 슬픈 일이라고 알고 있다. 그래서 믿고 있었다. 계속, 상처투성이의 애처로운 시키를. 「……너는 아무도 죽이지 않아. 우연히 아무도 죽이고 있지 않은 것뿐이라고? 웃기지마, 그런 우연이 지금까지 계속될 수 있겠어? 너는 자신의 의지로, 항상 참고 있었어. 인간의 기호는 제각각 이잖아. 시키는 단순히 그것이 살인이었던 것뿐이야. 그렇지만, 계속 참아왔어. 그렇다면 이제부터도 참아낼 수 있어. 절대로」 뿌득, 하고 이을 악무는 소리가 났다. 시키는 조용히, 내팽개치는 듯한 과격함을 담아 말했다. 「절대라는 게 뭔데. 내가 알 수 없는 것을, 어째서 네가 알 수 있는 거야」 그런 것, 오래 전부터 알고 있다. 「────왜냐면, 너는 상냥하니까」 3년 전에 나를 죽일 수 없었던 너를. ……시키는 아무 것도 대답해주지 않는다. 수화기 너머인 탓에, 나는 그녀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우리들의 대화는. 그저 목소리가 들릴 뿐. ────그것도, 이별의 말로 끝나버린다. 「……너는 변하지 않는구나, 코쿠토. 말했지? 난 말야, 너의 그런 점이 정말 싫다고」 그리고,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 수화기는 정기적인 전자음 밖에 발하지 않는다. 마지막 말. 그것은 작년 여름이 끝날 무렵에, 둘이서 비를 맞았을 때와 같은 의미의 말이었다. ◇ 시계는 2월 10일의 오후를 표시하고 있다. 거북해했던 것이, 정말 싫어하는 것으로 격상되어버린 것이 원동력이 된 걸까, 나는 이틀간 제대로 자지 않았다는 것을 잊고서 방을 뒤로했다. / 3 ◇ 8월. 나는, 점점 미쳐가기 시작한다. ◇ ───왜냐면, 너는 상냥하니까. 시시한 말을 기억해내고, 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끓어오르는 것은 흉폭한 감정뿐이라, 정말 짜증이 난다. 「…………뭐 저런, 행복한 남자가 다 있지」 뿌득, 하고 이를 깨물며, 나는 그 녀석의 멍청한 얼굴을 머릿속에서 후려갈겼다. 변하지 않았다. 정말로, 그 녀석은 4년 전과 변하지 않았다. 료우기 시키라는 살인귀를 믿고, 나에게 바보 같은 웃는 얼굴을 보인다. ……나를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고 살해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으면서, 나에게 환상을 품게 만든다. ……그래. 료우기 시키라고 하는 이상자(異常者)가, 양지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고 하는 환상을. 4년 전, 시키는 그것이 아주 거북했다. 그 기분을, 나는 지금이 되어 겨우 이해했다. ……나는, 미키야를 죽여 버린다. 그러니까 그에게서 도망치지 않으면 안 된다. 내가 료우기 시키라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아무런 괴로움도 품지 않도록. ……하지만, 그래서는 나도 옛날 그대로다. 미키야에 대해서는 말 할 수 없다. 왜냐면 옛날이나 지금이나, 시키는 코쿠토 미키야를 이렇게나 방해물로 생각하고 있으니까. 코쿠토 미키야와의 전화 이후로 두 시간정도 지났을 무렵, 나는 시라즈미 리오의 거처에 도착해있었다. 녀석을 추적하는 것은 간단해서,. 단순하게 녀석의 몸에 배어있던 마(麻)의 냄새를 더듬어 왔더니, 그 근원에 다다른 것뿐이었다. 항구에 있는, 배에서 옮겨진 화물을 보관하는 창고. 그 것이 살인귀의 본거지 인 듯 하다. 항구에 인기척은 없다. 밤 9시를 넘긴 창고가(倉庫街)에 접근할 괴짜는 없을 테고, 이곳에 살고 있는 인간도 없으니까. 항구에 있는 것은 어두운 바다의 반짝임과, 키 큰 가로등의 불빛 뿐. ────확실히 이곳이라면.     무엇을 해도, 방해받을 염려는 없다. 나는 나이프를 왼손에, 투척용 단도를 오른손에 들고 목적인 창고로 걸어간다. 학교의 체육관 정도나 되는 그것은, 창고라고 하기보다는 무언가의 공장 같다. 높이는 8미터 정도로, 의외로 창문이 벽 전체에 나있었다. 창은 7미터 정도의 높이에 있어서 안의 상황은 엿볼 수 없지만, 저렇다면 해가 떠있을 동안은 틀림없이 밝겠지.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철의 벽에 둘러싸인 비닐하우스라고나 할까. 창문으로 들어갈까 하고도 생각했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창고의 입구, 커다랗고 붉게 녹슨 철문은, 약간 열려 있었다. 함정치고는, 별 생각 없이 만들어진 구조. 어처구니가 없어서 문틈으로 창고 안에 들어간다. ────그러자. 그곳은, 살풍경한 항구의 경치에서 일변한, 아주 이상한 풍경이었다. 천창(天窓) 같은 창문으로부터, 달빛이 비쳐들고 있다. ……이곳은, 마치 밀림 같았다. 5미터정도 되는 풀이 창고 안에 가득히 심어져있다. 지면의 대부분은 흙으로, 길 같은 부분만 콘크리트로 포장되어있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열대림. 그것이 이 창고의 정체였다. 「────」 꿈틀하고 오른손의 단도가 반응한다. 녀석은 그 밀림 속에 숨어서, 내 모습을 엿보고 있었다. ……이쪽도 그런 식으로 같이 엿보아 줄까하고 생각했지만, 그만두었다. 코쿠토 미키야와의 대화로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던 나는, 남들과 마찬가지로 느긋한 마음을 잃어버리고 있었던 것 같다. 그대로, 무성한 풀을 헤치며 사냥감에게로 달려들었다. 「───!」 깜짝 놀라며 녀석은 도망친다. 하지만 늦다. 도망치는 등 뒤를 따라잡아서, 왼손의 나이프를 내리 휘두른다. 직전에, 녀석은 뛰어올랐다. 어젯밤과 마찬가지로, 벽을 향한 도약. ……분명, 사람인 나는 새나 거미처럼 입체적인 움직임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 재주는 이미 보기 질렸다. 오른손의 단도를 벽에 달라 붙어있던 적에게로 던져서, 바닥에 떨어뜨린다. 나는 바닥에 쳐 박힌 녀석의 몸에 달려들어 말을 타 듯 걸터앉았다. 「───뭣」 녀석───시라즈미 리오는, 나를 올려다본다. 어젯밤의 일전으로 전력은 호각이라고 생각했던 그것은, 지금의 일방적인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말조차 잃고 있었다. 나처럼 꾸민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나이프를 내리치려는, 나를 바라본다. 그것은 어젯밤의 살인귀가 아니라, 미키야의 말대로 정말로 해 없는 단순한 "인간"이었다. 「기, 기다려, 줘」 사냥감은 자신도 의미를 모르면서, 그런 목숨의 구걸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말에 흥미는 없다. 나는 그대로 나이프를 내리 찌른다. 언젠가와, 뭔가, 비슷했다. 「────에?」 놀라는 목소리는 나와, 녀석의 것이었다. 나는───녀석의 목덜미까지 육박한 나이프를 딱 멈춰버리고 있었다. 「뭣…………」 영문도 모르고, 나는 왼손에 힘을 넣는다. 놓치지 않는다. 나는 이 녀석을 죽이고, 실인귀가 되는 거다. 그렇게 하면────분명, 나는 혼자서도 해나갈 수 있다. 돌아갈 수 없게 되어도, 아무 것도 아파하지 않고 제멋대로 살아갈 수 있다. ……그렇다는 데도. 나의 왼손은 아무리 애를 써도, 시라즈미 리오를 죽여주지 않는다. “───용서하지 않겠어” 그런 말이, 뇌리에 울려 퍼진다. 사냥감은 뱀처럼, 나에게서 도망쳐 버렸다. 하지만 그 등은 허점투성이였다. 녀석의 몸에 있는 죽음의 선도 확실히 보이고 있다. 남은 것은 언제나처럼, 이 왼손을 휘두를 뿐. “───너를,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나는 마지막 기회를 놓쳐버렸다. 마치 광대 같다. 계속 갈망하고 있던 살인인데도, 나는 최후의 선을 넘을 수 없다. 그 남자의, 아무 것도 아닌 말 때문에. 「그건, 별 것도 아닌데……!」 그렇다, 그런 건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일이다. 누구에게 용서받지 못해도 상관없다. 세계 속의 인간 전부에게 용서받지 못한다 해도 괜찮다. 그런데도, 어째서. 「───그 자식, 탓이야」 아픔과도 닮은 증오가, 그런 말을 하게 한다. 도망친 사냥감이 비웃는다. 아까 까지 죽음을 겁내고 있던 사냥감은, 나의 이상을 알아차리고, 어젯밤의 살인귀로 돌아가 있는 듯 했다. 어떻게 됐든, 시라즈미 리오를 죽일 수 없는 나는, 살인귀로 돌아온 그것을 쓰러뜨리지도, 그것에게서 도망치지도 못했다. / 4 ◇ 8월. 아라야씨가 말한 대로다. 나는 옳다. 미쳐있다면, 사람을 죽여 버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 ……비가, 내리고 있다. 쏴아쏴아하고 멈추지 않는 빗소리가 시끄러워서, 나는 감겨있던 눈을 떴다. 「……뭐야, 아직 살아있어」 잠에서 깨어나서, 콘크리트 바닥에 누워있는 채로, 그 풍경을 바라보았다. 풀이 우거져있다. 나보다 두 배 이상, 키가 큰 식물. 높은 창에서 비쳐 들어온 햇빛은, 비 때문에 잿빛이었다. 그래도 벽 전체에 둘러쳐져 있는 창문으로부터의 빛은 강해서, 이곳이 건물 안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밝다. 어느 사이엔가, 바깥은 아침을 맞이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잿빛으로 그을린 식물원. 그곳에 나는 쓰러져있다.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시라즈미 리오에게 당한 듯 하다. 양손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고, 온몸이 멍해서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뭔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약이라도 맞은 것 같았다. 의식도 몽롱해서,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다. 수갑이 채워진 채로, 딱딱한 콘크리트 위에 자고 있다. 눈은 떠져있지만, 나는 아무 것도 보고 있지 않았다. ───이곳은, 춥다. 들려오는 것은 빗소리뿐. 창유리를 적셔가는 차가운 겨울비를, 나는 의미도 없이 바라보고 있다. 맞은 약 때문일까. 나의 의식은 현재가 아니라, 3년 전의, 먼 옛날을 바라보고 있었다. …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날 밤은 추워서, 뼈까지 부서져버릴 것 같았고. 시키는 우산도 쓰지 않고, 코쿠토 미키야를 뒤쫓았다. 쏟아지는 폭우 속을, 가로등만을 의지해서 달려간다. 젖은 아스팔트는 빛을 반사시켜서, 그 녀석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도, 시키는 곧 따라잡았다. 아까는 정체 모를 남자가 방해했지만, 이번에는 도와줄 사람 따위는 없다. 시키는 멈춰서있는 미키야에게 나이프를 휘둘렀다. 빗물을 강처럼 흘러가게 하는 노면에, 소년의 피가 섞여간다. ……하지만, 나이프는 스친 것뿐이었다. 어째서, 하고 숨을 삼키는 시키와, 달려나가는 미키야. 시키는 곧 그것을 따라잡아서, 다시 같은 일을 되풀이한다. 몇 번이나 몇 번이나, 그런 술래잡기가 반복되었다. 이상하게도. 소년은 한동안 달리는 것을 멈추고, 계속 소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빗속에서, 시키는 도무지 미키야를 죽일 수 없다. 「어째서────!」 울부짖으며, 나는 머리를 감싸 안았다. 저 녀석은 또 멀리서 발을 멈추고, 비를 맞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가슴이 아파온다. 「……코쿠토와 있으면 괴로운데. 나는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을 보여주니까, 나는 이렇게나 불안정해져버려. 그래서───죽이지 않으면 안돼. 없애버리면, 더 이상 꿈꾸는 일도 없어. 이런 아프기만 한 꿈도 없애버리고, 이전의 나로 돌아가지 않으면──」 어린애가 화풀이를 하는 것처럼 소리치지만, 울고 싶어질 정도의 슬픈 기분은, 더욱 강해져갈 뿐이었다. 내리 퍼붓는 빗속, 시키는 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미키야는 달리는 것을 멈추고, 그녀와 마주본다. ……아무 말도 걸지 않는 미키야. 서투른 미키야. 하지만, 멈춰 서서 나를 기다려주는 소년. 그곳에서, 시키는 '시키'의 의지를 알아버렸다. ……확실히 미키야를 죽이면 그런 괴로움에 사로잡히는 일도 없어져서,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그 대신에, 이젠 그런 꿈조차 꿀 수 없게 되어버린다, 라고. 꿈을 꾸는 것은 괴롭지만. 꿈을 꾸지 않는다, 라는 건 얼마나 감정이 없는 일일까? 결국. 마지막 순간까지 미키야를 죽이는 걸 저지한 것은 그 검은 남자도 시키도 아니다. 무엇보다도 꿈을 꾸는 것을 좋아했던, 그것밖에 할 수 없었던 '시키'가, 미키야라는 꿈의 형상을 부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설령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이라 해도, 아무리 아프고 괴로운 것이라도. 꿈이라는 것은 그것만으로 소중한, 살아가는 목적이니까. ────그러니까, 없앨 수 없다. 저 녀석을 없애면, 나는 더욱 괴로워진다. 하지만 이런 감정도, 더 이상 견뎌낼 수 없다. 그렇다면──── 시키는 걸어서 미키야를 향해 다가간다. 소녀는 소년에게서 조금 떨어진 횡단보도 위에서, 발을 멈추었다. 시계(視界)를 가린 빗 속. 멀리서 자동차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최후에, 시키는 웃었다. ……그래, 대답은 간단하다. 「널 없앨 수 없다면───내가, 사라질 수밖에 없어」 시키는, 미소지으며 그런 말을 남겼다. 부드러운, 행복한 듯한, 허무한 미소였다. 다음 순간, 다가온 차는 요란한 브레이크 소리를 울리며, 그녀의 몸을 날려버렸다. … 그것이 내가 기억하고 있는, 3년 전 그날의 기억이었다. 그때. 진짜로 죽어버린 건, 내 쪽이었다. 이렇게 눈을 떠서 료우기 시키로 존재하는 건, 자고 있던 '시키'쪽이었다. 하지만 '시키'는 날 대신해서, 그때 죽어버렸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는 그 자신의 꿈을 지킬 수 없었으니까. '시키' 만이 이 몸에 남아버리면, 그는 무차별로 살인을 반복하겠지. ……그 자신이 꿈꾸고 있었던 것을 현실에서 이룰 수 있는 것은, '시키'가 아니라 시키였으니까. ───시키의 이면이라는 위치에 있는 '시키'는, 언제나 자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근원의 인격에서 나뉘어 진 우리들. 그렇지만 육체의 주도권을 가진, 료우기 시키라 이름 붙여진 인격은 시키인 나뿐이었다. 시키로서 내가 있는 이상, 그 동안의 '시키'는 자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언제나, 언제나 자고 있던 그. 시키의 억압된 원망(願望)을 품은 그는, 타인을 부정하고, 상처 입히고, 죽이려고 하는 방향성에 속박되어 있었다. 그것이 그가 태어난 이유이니까, '시키'는 살인귀가 아니면 존재할 수 없다. '시키'가 인격으로서 료우기 시키의 육체에 나타난다는 것은, 그때 관계하고 있는 상대에게 살의를 가지고 있을 때뿐이었다. 하지만, '시키'에게도 지금의 나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소원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같은 취미를 가지고, 함께 성장해온 우리들은, 동경하는 것조차 같았으니까. 시키……긍정의 마음인 나는, 그 흉내정도는 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시키'는 그런 일 조차 할 수 없다. 그래도, 아무리 타인이 싫어도, 언젠가 함께 있을 수 있을 거라고 '시키'는 생각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에겐 이룰 수 없는 소망이다. 그래서───그가 꾸는 꿈은 시키가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꿈이었다. 꿈꾸는 것을 좋아했던 '시키'. 꿈속에서밖에 소망을 이룰 수 없었던 '시키'. 그것은 뒤집어 말하면 시키의 소원이기도 했고. 우리들은, 현실에서 그 꿈과 만나버렸다.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그의 꿈. 자신의 존재 그 자체를 부정하는 소망. '시키'가 좋아했던 그 클래스메이트. 시키는 그 클래스메이트와 있으면, 꿈을 손에 넣을 수 있다. 그렇지만 '시키'가 있는 한, 언젠가 나는 클래스메이트를 죽여 버리게 되겠지.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꿈을 부숴 버린다. '시키'는 그것이 싫어서, 코쿠토 미키야라는 꿈의 형상을 부수고 싶지 않아서, 시키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서, 단 한가지의 방법을 선택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꿈을 지키기 위해. 겨우 손에 넣은 그의 행복. 그것을, 계속 꿈꾸고 있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그러니까 하다못해, 그 녀석은 '시키'를 기억하게 하고 싶어. ……지금의 나는, '시키'가 꾸는 꿈이니까」 그래서, 나는 무의식적으로 '시키'의 말투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러고 있는 나를, 주위의 모두가 '시키'로 보게 하도록. ……비는 그치지 않는다. 나의 의식은 아직 몽롱하다. 흔들 하고 눈앞이 흔들리며, 저항할 수 없는 졸음이 덮쳐온다. 그 전에, 조금만. 나는 '시키'라고 하는 또 한 명의 자신의, 마지막 마음을 기억해내고, 잊기로 했다. ───고마워. 너를 죽이는 일 따위는, 할 수 없어. ……조금, 슬프다. 죽이는 것으로밖에 누군가와 관계할 수 없었던 '시키'는, 그 말을 전하고 싶은 상대에게 전할 수조차 없었다. 살인고찰 / 5 ◇ ……그래도, 나는 안심 할 수 없다. 혼자는 너무 불안하다. 나는, 나와 같은 광인(狂人) 동료가 필요하다고 깨달았다. ◇ 2월 11일, 목요일. 이른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빗속, 나는 토우코씨의 사무소에 얼굴을 내밀었다. 사무로 돌아가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항구에 가기 전에 토우코씨에게 상담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시라즈미 리오에 대해 이야기하자, 토우코씨는 시시하다는 듯한 얼굴로 흐응, 하고 맞장구를 칠뿐이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소장님?」 시키도 선배도 자신은 관계없다, 라는 태도에 발끈해서 노려보자, 토우코씨는 안경을 벗으면서 이쪽을 노려본다. 「어떻게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어. 기원을 깨운 지 4년이나 되었다면, 시라즈미 리오는 방법이 없어. 이미 완전히 다른 것으로 바뀌어있겠지」 말하면서, 토우코씨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대로 한쪽 손으로 뺨을 누르면서, 흠, 하고 깊은 생각에 잠긴다. 「하지만 기원각성자(起源覺醒者)라니. 아라야 자식도 귀찮은 선물을 남겨줬군. 보통사람에게 그걸 행하면 반드시 인격이 붕괴해. 시라즈미 리오의 양면성(兩面性)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겠지」 「소장님, 그, 기원이라는 건 뭔가요? 선배는 본능 같은 것이라고 했는데, 그런 것이 인간의 의지를 엷어지게 한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겸사겸사 그 의문을 말하자, 토우코씨는 그렇지, 하며 끄덕이면서 담배를 손가락으로 옮겼다. 「어차피 한 개인의 심층의식이 육체 그 자체를 변혁시키는 일은 있을 수 없어. 아오자키 토우코든, 코쿠토 미키야든, 고작 20년 정도의 세월동안 길러진 의식은 말야, 육체라고 하는, 보다 강고한 자신에게는 대항할 수 없는 거야. 인격을 담당하는 것이 뇌수(腦髓)라면, 개인을 표현하는 것은 육체야. 인간은 뇌만 있으면 육체는 필요 없다고 하는, 최근에 유행하는 이야기는 말이지, 결국 스스로 인격이라는 것을 업신여기고 있는 거야. 뭐,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나」 ……아무래도, 지금 얘기는 탈선했던 것 같다. 토우코씨는 잠시 생각에 잠기고 나서, 또 이상한 것을 물어왔다. 「코쿠토. 너는 전세(前世)라는 것을 믿냐?」 「……전세란, 그, 자신이 태어나기 전에는 동물이었다던가, 하는 얘기 말인가요? ……글쎄요, 저는 애매해서 잘 모르겠습니다. 부정은 하지 않지만, 긍정도 하지 않아요」 「코쿠토다운 대답이군, 정말로. 하지만 뭐어, 여기서는 있다고 가정해. ……과학적으로 봐도 전생론(轉生論)은 있어. 모든 분자는 유전되잖아? 정신이나 혼, 생명이라고 하는 관념을 제거하면, 모든 것은 무언가로 다시 태어나있어. ……기원이라는 것은, 그 무질서한 법칙을 거슬러 올라가는 기술이야. 마술사 중에는 말이지, 전세의 인격을 자신에게 빙의 시켜서 그 능력을 행사하는 놈도 있어. 자신이 태어나기 전의 자신의 능력을, 시대를 초월해서 계승하려는 실험이야. 기원이라는 것은, 그것보다 더욱더 위의 것을 지향해. 전세가 있다면, 그 전세의 전세가 있는 것이 도리잖아? 전세가 인간이 아니고, 그 전세의 전세는 물체도 아닌데, 면면히 이어지는 존재의 끈. 너라고 하는 혼의 원점. 너라고 하는 존재가 시작한(만들어진) 장소는 분명히 있어. 하지만 그 장소에는 생명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 존재하는 건 어떠한 시작의 원인, 그 일을 결정짓는 어떠한 방향성뿐이야. 모든 것의 근원인 소용돌이 속에서, 번쩍이는 섬광처럼 발생하는 무언가의 방향성. "……을 한다" 라는 의미가 부여된 것이 흘러나와서, 그 흐름에 맞는 물질을 본떠 만들고, 시간이 흘러 그것은 인간이 돼. 시작의 원인으로 발생한 어떤 존재의 방향성이라고나 할까. 근원의 소용돌이라고 하는 혼돈에서 발생한 "……을 한다" , "……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라는 충동. 결국, 모든 형체 있는 것이 그렇게 존재하도록 구성되어있는 절대명령. 이 혼돈충동을, 마술사들은 기원이라고 불러. 뭐어, 단순하게 말하면 본능이라고 하게 되겠네. 봐, 예를 들면 어린아이에게밖에 욕정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이 있잖아? 원인은 유아체험에 의한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어릴 적에 체험한 것 정도로 성인의 의식에 변혁은 일어나지 않아. 그건 말야, 태어나기 전부터 그런 거야. 혼에는 기원이라고 하는 주형(鑄型)이 있어. 우리들은 알고 있어도, 존재의 원인이 되는 방향성에 거스르는 것만은 불가능 하다구」 뭔가 마지막에 엄청난 폭론을 말하고, 토우코씨는 말을 끊었다. ……하지만 납득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우리들은 자기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행동도, 욕망에 견디지 못하고 해버리고 만다. 인간에도, 식물에도, 광물에도, 그 방향성이란 것이 정해져있어서, 결국 그것에 묶여서 살아가고 있다고 토우코씨는 말했다. 「뭐어 보통은 결코 자각할 수 없는 거야. 다만 그 중에는 태어날 때부터 기원에 가까운 인간도 있어. 초능력자하고 마찬가지라서 말야, 그런 녀석들일수록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똑같이 사회에서 벗어나기 쉬워. 덧붙여 말하면, 죽음을 구하는 시키의 기원은 허무(虛無)고, 규율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아자카는 금기(禁忌)라고나 할까. 시키는 너무 가까워서 그 충동에 끌려가고 있지만, 아자카는 언제나 정상이잖아? 기원은 어디까지나 원인이고, 개인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야. ───어떤 사고로 인해서 그것을 자각하지 않는 한은」 토우코씨는 날카로운 눈동자로 이쪽을 응시한다. 그녀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즉, 자각하면 그 방향에 져버린다는 거군요?」 「그거야. 존재의 시작에서부터 지금까지 축적되어온 기원이라는 방향성에, 시라즈미 리오라는 17년도 안 되는 방향성은 대항할 수 없어. 그는 스스로의 충동을 반복할 수밖에 없어. 먹는다, 라는 건 아주 특이한 방향성(충동)이지만 말야. 아라야가 눈여겨 본 것도 납득이 가는군. 알겠어? 미키야. 먹는다는 기원을 가졌다면, 시라즈미 리오의 전세는 모조리 포식 하는 쪽의 생물이었던 것일 거야. 기원을 각성한 자는 축적해온 전세를 손에 넣을 수 있어. 시라즈미 리오는, 한 인간이 아닌 여러 마리의 짐승으로 보는 편이 좋아. 시라즈미 리오라고 하는 인격이 남아있는 동안에는 괜찮겠지만, 그것이 사라져버리면 정말로 "야수의 군체(群體)"로 변모 한다구」 그건 그것대로 흥미가 깊지만, 하는 소리를 중얼거리며 토우코씨는 비꼬듯 웃었다. 이 사람의 냉혹함은 언제나 그렇지만, 오늘의 나는 그걸 잠자코 보고 있을 수 없다. 「───원인은 그렇게 해버린 마술사겠죠. 선배가 혼자였다면, 이런 일은───」 「과연 그럴까. 기원을 각성시키는 술법은 말야, 술자(術者)만으로는 불가능해. 기원을 가진 자가 자각해야, 비로소 그것을 불러 깨울 수 있어. 술자와 피험자가 합의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비술이라구, 기원각성은. 시라즈미 리오는 자신의 의지로 그것을 선택한거야. 그는 스스로의 의지로 짐승이 되어서, 스스로의 의지로 사람을 죽이고 있어. 빼앗아버린 생명은 되돌릴 수 없어. 설령 시라즈미 리오를 되돌렸다고 해도 손쓰기에는 늦었어. 시라즈미 리오 본인은 자기가 자신을 억누를 수 없다고 말했지만 말야, 그런 일은 없어. ……아무래도 너는 시라즈미 리오 편을 들고 있는 것 같으니까 충고해 두지. 알겠어? 기원각성자는 분명히 자신의 인격을 잃어버려. 그러나 그것이 둘로 나뉘어 지는 일은 없어. 시라즈미 리오라고 하는 의지가 남아있다면, 남아있는 동안에는 충동을 억누를 수 있어. 인격은 이중인격처럼 스위치 되지 않아. 그는 자신의 의지로 사람을 먹고 있는 거라구, 코쿠토. 때문에, 그것을 네가 알고있는 시라즈미 리오라고 동일시하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야. 시라즈미 리오는 널 속여서, 동정을 사고 있을 뿐이야」 목숨이 위험한 장난을 한 학생을 꾸짖는 것처럼, 토우코씨는 엄한 눈동자를 한다. 좀처럼 다른 사람을 걱정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만큼, 나는 마술사……토우코씨에 대한 독기가 조금 빠져버렸다. 납득이 가지 않는 얼굴을 하는 나를 보고, 토우코씨는 의외라는 듯 얼굴을 찡그린다. 「……놀라지 않는 거냐 코쿠토? 시라즈미 리오는 충동에 져서 사람을 먹고 있는 게 아니라고 말한 거야, 나는」 「에……? 아뇨, 쇼크에요, 네」 담담한 어조로 대답하자, 토우코씨는 재미없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결국, 토우코씨도 시라즈미 선배를 구할 수 없는 거군요?」 「그런 거지 뭐. 그건 혼이라는 형체를 추구해서 근원에 다다르려고 했던 남자가 얻은, 극한의 기술이야. 나의 전문은 육체 쪽이라, 혼에 관해서는 두 손 들었어」 「……그런가요. 그렇지만 선배의 인격이 남아있는 지금이라면, 뭔가 해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뭐어,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정도라면 가능하겠지. 하지만 그런 일에 의미는 없다구. 지금까지 시라즈미 리오로 있을 수 있다는 것 쪽이 기적이야. 내일이라도 바뀌어버릴지도 모르는데다가……이미 옛날에, 그건 인간인 것을 포기하고 있는지도 몰라」 ……그런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사람은 구해달라고 말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시라즈미 리오가 아닌 인격이 되어있어도, 도와달라고 말한 것은 사실이니까──. 「……정말이지. 너는 알기 쉽구나, 코쿠토. 뭐어, 말리지는 않겠지만 말야 상대는 살인귀라구. 그런 건 시키에게 맡겨두면 될텐데. 4년 전 사건의 결판을 내기 위해서 살인귀를 쫓고 있는 거잖아, 시키는」 그런 말을 듣고, 나는 고개를 숙였다. ……4년 전 사건의 결판을 낸다. 그렇게 말하면 듣기는 좋지만, 그녀의 상태는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한번, 시키를 눈앞에서 잃었다. 그 때의 시키와 어젯밤 전화해온 시키가 비슷했다는 것도 알고 있다. 4년 전과 다르지 않다. 살인귀가 나타나고, 시키는 자신도 같은 것이라고 말하며 정말로 그쪽으로 기울어지려 한다. ……대체 그녀는 무엇 때문에, 사람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하는 걸까? 「토우코씨,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참지 못하고, 그런 질문을 했다. 토우코씨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면서, 한 가지 대답을 했다. 「상대에게 품은 감정이, 자기의 용량을 넘어버렸을 때겠지. 자신이 감당해낼 수 있는 감정의 양은 정해져있어. 들어가는 그릇이 큰 인간이 있는가하면, 극단적으로 작은 인간도 있지. 연애든 증오든, 그 감정이 자기의 그릇에서 흘러 넘쳐 버리면, 그 만큼이 고통으로 바뀌는 거야. 그렇게 되면 상대의 존재 자체를 견딜 수 없게 되지. 견딜 수 없는 것이라면 어떻게 할까. 그것을 어떤 수단으로 없애버릴 수밖에 없어. 그것을 망각하거나, 그것에서 떨어지거나, 어쨌든 자신의 안에서 멀리하지. 그 수단이 극단적이 되면 살인이라는 행위가 되는 거야. 자신을 지기키 위해서니까, 도덕은 사라지고 임시방편의 정당성도 손에 넣을 수 있어」 ……자신으로서는 어찌 할 수 없게 된 미움. 그것을 위한 복수가 아니라, 그 감정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행위가 살인……? 즉 견딜 수 없는 고통이, 살의(殺意)로 모습을 바꾸었다는 건가. 「하지만, 그런 것과 관계없이 사람을 죽이는 사람도 있어요」 「그건 살인이 아냐. 살육(殺戮)이야. 사람이 서로의 존엄과 과거를 저울에 달아서 어느 쪽인가를 소거한 상황에 한해서, 그건 살인이 돼. 사람을 죽였다는 의미도 죄도 떠맡는 거야. 하지만 살육은 달라. 살해된 쪽은 사람이지만, 죽인 쪽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없어. 남아있는 의미도 죄도 없어. 사고는, 죄 그 자체를 떠맡지 않으면 안 되잖아?」 ……사람을 죽인 다는 것은. 자기 자신도 죽인다는 것. 「그럼, 살인귀란 뭔가요」 「글자 그대로잖아. 사람을 죽이는 귀신이니까, 그런 건 자연재해와 마찬가지야. 말려들은 쪽이 재수가 없는 거지」 ……그것과 같은 의미의 대사를, 시키는 분명히 말했었다. 시키와 헤어지게 된 열흘전의 밤. 뉴스를 보고서, 시키는 살인귀는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고 알려주었다. 그녀는 말했다. 인간은 일생이 한사람밖에 죽일 수 없다고. 나는 말했다. 사람은 일생에 한 명분의 죽음밖에 등에 질 수 없지 않느냐고. 「기억───났다」 ……그래, 두 말의 의미는 같은 것이었다. 그것은 예전에 그녀가 나에게 말해주었던 시키의 할아버지의 유언이니까. 시키는 그것을 계속 지키며 소중히 해왔으면서도, 없애버리려고 하고 있다. 나와 살인귀가, 그녀를 그곳에 몰아 넣어버린 것이다. 시키가 나에게 어떤 감정을 품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를 괴롭혀서, 시키는 나를 죽일 수밖에 없게 되어버렸다. 그러나, 살인의 아픔을 알고 있는 시키는 아무도 죽일 수 없다. 그렇다면───아무런 아픔도 의미도 떠맡지 않는 "살인귀"가 되어버리면 된다고, 그녀는 생각한 것일까. 그리고, 그녀의 주위에는 그 살인귀가 설쳐대고 있었다. 살인귀는 살인귀로서───료우기 시키를 동료로 만들고 싶었으니까. 「───실례 했습니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서며, 말한다. 토우코씨는 불만스러운 듯 얼굴을 찡그린다. 「뭐야, 벌써 끝이냐. 밖에는 비가 오고 있다구. 좀 더 천천히 쉬다가 가도 괜찮아」 「네. 하지만, 가야해요」 인사를 하고 걷기 시작한다. 서둘러 움직이는 등이, 내일 또 봐, 하는 작별인사를 듣고 있었다. / 5 … 그리운, 꿈을 꿨다. “사람은, 일생에 반드시 한번은 사람을 죽인단다” 그런, 거야? “그렇단다. 자기 자신을 최후에 죽게 하기 위해서, 우리들은 단 한번, 그 권리가 있단다” 자신을, 위해? “그렇고 말고. 사람은, 한 명 몫밖에 인생의 가치를 감당할 수 없단다. 그래서 모두, 최후까지 다다르지 못한 인생을 용서해줄 수 있도록, 죽음을 존중하는 거란다. 생명은 모두 동등한 가치를 가지니까. 자신의 목숨이라고 해서, 자신의 것은 아니란다” 그럼, 할아버지는? “할아버지는 안 되겠지. 벌써 몇 명이나 죽여 버렸어. 죽여 버렸던 그들의 죽음을 떠맡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죽음은 떠맡을 수 없어. 할아버지의 죽음은, 아무도 맡아주지 않은 채로, 텅 비어버린 곳으로 간단다. 그건, 아주 슬픈 일이야” 한번밖에, 안되는 거야? “아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은 한번 뿐이란다. 그 다음부터는 이미 의미 없는 일이 되어버린단다. 누군가를 죽여서 그걸 다 써버린 사람은, 영원히, 자신을 죽여줄 수가 없어. 인간으로서 죽을 수가 없는 거야” ……할아버지, 아파? “오냐, 이걸로 이별이다. 잘 있거라, 시키. 하다못해 네가,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할아, 버지? 저기, 할아버지, 왜 그래? 왜 그렇게, 슬픈 얼굴을 하고 죽은 거야? 저기, 할아버지───. … 찰팍, 하는 소리가 났다. 밖에 내리퍼붓는 빗소리와는 다른,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는 기분 나쁜 소리. 나는 꿈에서 깨어나 눈을 뜬다. 그곳은 풀이 우거진 창고 안으로, 나는 손목에 수갑이 채워진 채 콘크리트 위에 내팽개쳐져있다. ……상황은, 아까와 조금밖에 달라져있지 않다. 몸의 나른함은 엷어지기 시작했고, 눈앞에는 나처럼 꾸민 남자가 있었다. 시라즈미───리오. 드러누운 채로, 나는 그 상대를 확인한다. 그것은, 입가에 추악한 웃음을 띄우고 나를 내려다보았다. 「벌써 눈을 뜨다니, 성질 급한 공주님인걸」 그렇게 말하며 시라즈미는 쭈그려 앉는다. 그 손에는 주사기가 있었다. 「네게는 약으로는 약했던 것 같아. 처음부터, 이걸 사용했으면 좋았을 것을」 시라즈미 리오는 나의 팔을 잡아당기고, 주사침을 찔렀다. 약으로 마비되어있는 나에게는, 그 아픔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전신에 힘이 안 들어가고, 양팔이 묶여있는 나는, 그저 이 남자를 노려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좋은데, 그 눈빛. 역시 료우기 시키는 그러지 않으면 안돼. 뭐, 지금 것은 단순한 근육이완제란 거야. 조금만 더, 네가 얌전하게 있어줬으면 해서」 시라즈미 리오는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서, 나의 몸을 핥듯이 관찰한다. 나는 그저, 창 밖의 비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아, 길었어, 이 3년간. 계속 기다렸던 나의 마음을, 네가 알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것이 무언가 말했다. 그런데도 나는, 시라즈미 리오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상대도 그것을 알고서 혼잣말 같은 것을 계속해 간다. 「……아라야의 말을 빌리자면, 나는 실패작이었던 것 같아. 너무 정 반대다, 하는 엉뚱한 소리를 지껄였어. 나와 네가, 어째서 정반대라는 거야. 안 그래? 료우기. 우리들은 이렇게나 서로 닮았어. 자신이 세상에서 벗어나 버렸다는 것은 알고 있지? 그렇다면 우린 둘 다 미쳐있는 사람들이야. 사이좋게 지내지 않으면 안 돼」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정말로. 무시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료우기 시키는 완전히 다른 누군가를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것은 하잘 것 없는 독백을 계속한다. 「……네가 사고를 당하고 나서부터, 나는 사용보류 상태였어. 너를 부수는 것은 예정되어있던 두 사람에게 시킬 테니까, 나는 방해되지 않도록 얌전히 있으라고 하더라구……사람을 이용해먹고서, 못쓰게 되니까 내팽겨 쳐버려. 화가 나잖아? 하지만 나는 아라야한테는 맞설 수 없어. 말하는 대로 너에게서 멀리 떨어져있을 수밖에 없었지. 저기, 그러니까 그렇게 삐져 있지 마. 일부러 잊고 있던 것이 아니라구. ……하지만 말야, 나는 알고 있었어. 아라야는 료우기 시키를 궁지로 몰아넣을 수 없어. 너를 완성시킬 수 있는 사람은, 같은 광인인 나뿐이야. ……아아, 나는 분명 이 날이 올 거라고, 알고 있었어」 그것이 나에게 다가온다. 개처럼 손발을 바닥에 짚고서, 그것을 료우기 시키의 발에 입을 맞추었다. 할짝, 하는 소리가 났다. 끈적이는 소리, 축축한 감각. 까슬까슬한 혀가, 복사뼈에서 기어 올라오는───감각에, 몸이 떨리려고 한다. 「───」 소리 같은 건, 낼 수 없다. 잿빛 창고에 울리는 것은 그것의 격한 숨결뿐이었다. 내 몸은 움직일 수 없었지만, 감각만이 예민해져있다. 열대야 속에 있는 것처럼, 끊임없이 땀을 흘렸다. 몸은 물을 뒤집어 쓴 것처럼, 전신이 땀에 녹아간다. 「───」 발치의, 기모노 옷깃이 갈가리 찢겨진다. 시라즈미 리오라고 하는 그것은, 뜨거운 숨을 토하며, 그저 이 행위에 빠져있다. 타액 투성이의 혀가, 무릎부터 천천히 올라온다. 넓적다리에서 안쪽으로 미끄러지며, 열심히 구석구석 핥아간다. 끈적이는 소리는 집요하게 반복되었다. 물엿 같은 땀이, 피부에 달라붙어서 기분 나쁘다. 「───」 ……소리를, 죽인다. 나의 피부를 핥아 가는 악당은,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둔한 움직임으로, 다리부터 허리까지 올라온다. 혀는 기모노의 옷깃도 흐트러뜨리지 않고, 천 위로 기어갔다. 스르륵, 할짝. 끈적이는 소리는, 그저, 불쾌하다. 끝없이 흘러 떨어지는 타액은, 옷 위에서도 피부를 적셔간다. ……수갑에 묶인 양손이 아프다. 짐승의 혀는 나의 가슴의 형태를 열심히 더듬다가, 목덜미까지 도달했다. 뺨에서 눈까지를, 살짝 핥는다. 하아하아 하는 숨결이, 눈앞에서 반복된다. 타액 투성이가 된 내 몸과, 짐승 같은 그것의 숨결이 코를 찔러서, 구역질이 나려고 한다. 「───미친 개」 그저, 그렇게 매도했다. 그것은 기쁜 듯이 웃고는, 나의 목덜미를 깨물었다. 「아───」 약에 의해 예민해진 감각은, 격했다. 뇌수에 칼날이 침입한 것 같은 예리함에 신음소리를 흘린다. 그걸로 만족한 걸까, 시라즈미 리오는 입을 떼었다. 목덜미에는 짐승의 이빨자국. 매끄럽게 목덜미에서 흘러내리는 피의 감각조차, 음란했다. 「……아직이야. 아직, 먹어서는 안돼. 너는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것은 일어선다. 「시라즈미 리오는, 너를 사랑하고 있으니까, 소중히 다루는 거야. ……먹는 것이 나의 기원이었어. 그 충동이 일어나면, 나는 닥치는 대로 주위의 인간을 먹었지. 히지만 그걸로 사라졌어야 할 시라즈미 리오는 여기에 있어. 나는 충동 따위에 지지 않아. 너라고 하는 동료가 있으니까, 나는 시라즈미 리오를 인정할 수 있었어」 스스로의 욕망에서 도망치듯이, 시라즈미 리오는 나에게서 떨어져간다. 「……그런데도! 너는 어젯밤에 나를 죽일 수 없었어. 결국 말야, 아직 한 명도 만족스럽게 죽일 수 없어. 아라야같이 인간이 아닌 상대를 죽여도 소용없어. 너는 나 이상의 살인귀이면서, 어째서───단 한번도, 인간을 죽이지 않은 거야!」 격한 호흡도 그대로인 채, 시라즈미 리오는 누워있는 나를 바라본다. 「그래선 곤란해……나는 동료가 없으면 안돼. 안심할 수 없어. 언제나, 불안했어! 네가……너만이 나의 동료라고 생각 했었는데, 지독한 배신이야. 이대로 라면, 시라즈미 리오는 기원에 먹혀버리잖아!」 ……이 얼마나, 어리석은 착각인가. 시라즈미 리오라고 자칭하는 그것은, 위태로운 발걸음으로 풀숲 속으로 사라져간다. 「……기다려줘. 곧───너를 얽어매고 있는 원인을 없애줄 테니까」 그런 중얼거림만이 들렸다. 나는 그 말의 의미를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리해도 그것이 자신에게 어떤 결과를 낳을지를 생각할 수 없었다. ……분명, 이건 약 때문이다. 내 머리는 멍하니, 종잡을 수 없는 생각만 하고 있다. 창유리에 튀는 빗방울의 횟수라던가, 내일 자신이 어떻게 되어있을까 하는, 의미 없는 것을. 대체, 나는 어째서 살인귀를 찾으려고 했던 걸까? 많은 일이 있어서, 제일 첫 번째 이유를 잊어버렸다. 나는───분명히. 분명히, 안심하고 싶어서, 밖으로 뛰쳐나갔었던가. 재래한 살인사건. 4년 전의 기억이 애매한 나. ……다시, 그 녀석을 죽여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런가. 살인귀가 정말로 있다면, 나는 살인귀가 아닌 걸」 그렇게 중얼거리자, 눈물이 나오려 했다. 나는, 돌아가고 싶어서. 눈을 뜨고 나서 반 년 간, 그 녀석과 지냈던 생활 속에 있고 싶어서. 나는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증명하고 싶어서, 살인귀라는 상대와 결판을 내지 않으면 안 되었던 거다. 그런데도, 나는 그걸 놓쳐버렸다. 계속 뒷골목 안에 숨어서, 살인귀를 쫓던 중, 자신 안에 있는 살인충동을 인정해버렸던 거다. 그렇게 해서 자신도 알 수 없는 상태로 시라즈미 리오를 쫓다가, 이렇게 묶여있다. 이전의 나라면───3년 전의 시키라면, 살인귀가 재래했다 해도 신경도 쓰지 않았겠지. …………나는, 약해졌다. 혼자 드러누워서, 시라즈미 리오의 타액 투성이가 된 몸을 혐오한다. 밖에는 비. 나는 아주 어리석고 추하구나, 하고 생각했다. 정말로 용서할 수 없다.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르고, 애가 타서, 이 원인이 있다면 뭐라고 한마디 내뱉어주고 싶었다. 왜냐면, 나는 별로 잘못한 것이 없다. 나를 이렇게 만든 책임은 그 녀석에게 있으니까. ……그래. 전부 그 녀석 탓이다. 그 녀석 때문에 이렇게 됐다. 그 녀석이 있어서 약해졌다. 그 녀석이 없었으면 나는 이렇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 녀석이 없으면, 나는, 살아갈 수가 없다───. 「……정말로, 바보 같아」 약의 효과로, 머리는 계속 멍한 상태. 숨 막힐 정도로 더워서, 땀은 눈물처럼 흐르고 있다. 이런 모습, 누군가가 본다면 부끄러워서 죽어 버릴 거다. ……그러니까, 빨리 가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이런 곳에 이런 짓을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이곳은, 내가 있고 싶었던 장소가 아니다. ───빨리, 돌아가지 않으면. 자신의 집, 내가 돌아가야만 하는 그 장소로.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렇게 생각한 내가 마음속에 그린 것은 료우기가의 저택이 아닌, 코쿠토 미키야가 기다리는 이렇다 할 것 없이 평범한 아파트였다───. 살인고찰 / 6 ───최후에. 나는, 그 창고에 다다랐다. 토우코씨의 사무소를 나오고 나서 두 시간 후, 항구에 있는 무인 창고에. 그곳이 시라즈미 선배의 진짜 은신처이며, 약을 숨기고 있는 장소라는 것은, 토우코씨의 사무소에 가기 전에 조사가 끝나있었다. 빗속, 창고 중에서도 제일 커다란 그곳으로 다가간다. 창고의 정면에 있는 문은, 닫혀있어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자기보다 몇 배나 커다란 철문을 드라이버로 열 수 있을 리도 없어서, 나는 창고의 뒤편으로 빙 돌아가 보았다. ……창고의 벽은, 빈틈없이 유리창이 설치되어있다. 그곳으로 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공교롭게도 창문이 있는 곳은 지상에서 5미터 정도의 위치다. 사다리가 없으면 손도 댈 수 없다. 창고는 보기보다 커서, 학교의 체육관정도나 되었다. 그렇다면 반드시 뒷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걸어가다가, 금방 그것을 찾게 되었다. 벽에, 평범한 방문같이 생긴 입구가 있다. 발소리를 내지 않고 다가가서 노브를 돌린다. 잠겨있지 않아서, 그대로 안으로 살짝 들어간다. ……그곳은 헛간처럼, 좁은 공간이었다. 바로 앞에 창고 안으로 이어지는 문이 보인다. 그곳으로 다가갔을 때, 깡, 하는 소리가 났다. 「───아얏」 머리를 감싼다. 그것이 자신이 뒤쪽으로부터 얻어맞은 소리라고 깨닫기도 전에, 몸이 지면에 처박히고 있었다. … 꿀꺽, 하고 목이 무언가를 삼켰다. 새까맸던 시계(視界)가 조금씩 보이게 되어, 나는 처박힌 머리를 들었다. ……장소는 그대로. 시간도 수분밖에 경과하지 않았겠지. 다만, 추워서 몸이 찔끔찔끔 떨리고 있다. 일어나려고 하니, 한쪽 팔이 지끈하고 아팠다. 왼팔의 팔꿈치부분이 이상한 방향으로 굽어져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양다리의 무릎안쪽도 날붙이에 베어져있었다. ……그곳은 이전에, 큰 상처를 입어버려서, 지금도 달리면 아픈 부분. 그곳이 베어져 있어서, 일어나려고 하면 정신을 잃을 것 같을 정도로 아프다. 하지만, 이대로 누워 있으면 아픔은 없다. 상처는 아물어있어서 출혈도 없고. 게다가 부러져 있는 팔뼈의 아픔도 없어서, 지금은 아직 괴롭지 않았다. 이상하다고 하면, 몸이 부풀어있는 것 같은 감각뿐이다. …………아까 삼킨 것은 약일까. 그렇다, 예를 들면 모르핀 같은. 그렇지만 삼키자마자 바로 효과를 발휘하는 진통제 따윈,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런 편리한, 마술 같은 약이라니. 「………………」 방을 둘러보자, 벽 쪽에 누군가가 있었다. 쌓여있는 잡동사니들 위에 무릎을 세우고 앉아있다. 「미안해. 남자를 묶는 취미는 없지만, 그런 방법밖에 취할 수 없었어」 그렇게 말하며, 그는 내가 있는 쪽으로 걸어온다. 이쪽의 머릿속은 약 때문에 새하얘져있다. 뜨거워서, 보고 있는 광경조차 온통 새하얗게 칠해져 있다. 그래도, 그가 누구인지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시라즈미───선배」 「끈질긴 녀석이구나, 코쿠토. 날 찾지 말라고 이야기했잖아. 그래서 이렇게 된거야. ……그렇지만 뭐어, 한편으로는 기뻐. 그래도 너는 나를 찾아주었어. 역시 너는 시라즈미 리오의 편이라고 알고 있었으니까. ……아아, 맞아. 료우기에게 주기에는 아까워. 어째서 깨닫지 못했던 걸까. 네가, 나의 동료가 되어주면 된다고」 선배의 어조는, 이전의 그의 것과는 다르다. 다른 사람 같은 어조로, 의기양양하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연극 같은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동료는, 만들 수 없어요」 입을 연 순간, 심한 아픔에 혀가 둔해졌다. 아무래도 아픔이 없을 뿐, 나의 몸에는 큰 문제가 생겨있는 것 같다. 소리를 낼 때마다 머리가 타버리는 듯한 감각을 견디면서, 나는 말을 이었다. 「선배의 약은, 한번도 성공하지 못 했잖아요」 방의 공기가 얼어붙는다. 시라즈미 리오는 뿌득, 하고 이빨소리를 내면서 나를 보았다. 「……설마. 거기까지 알고 있을 줄은 몰랐어, 코쿠토. 아아, 그 말대로고 말고. 난 말야, 바보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 약을 나눠주고 있었던 것이 아냐. 확실히, 무의식중에 그 자리의 기분 때문에 먹어버렸을 때의 입막음은 됐어. 바보들에게 있어서, 나는 그냥 거저나 다름없는 가격으로 약을 파는 히어로니까 말야. 대개의 수상한 행동도 눈감아 주었어. 뭐, 그런 것은 2차 적인 일에 지나지 않지만」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그는 말을 흐렸다. 「……당신이 팔고 있던 건, 약이 아니에요」 시라즈미 리오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한숨을 쉬었다. 「아아, 네가 말하는 대로야. ───나는 말야, 나와 같은 녀석을 원했어. 그렇지만 그런 녀석은 료우기 외에는 존재하지 않아. 그렇다면 인공적으로 만들 수밖에 없잖아? 이 창고에 심은 대마는 아라야에게서 받은 건데, 다른 대마와는 성질이 조금 틀려. 의존성이 없고 내성도 생기지 않지만, 이 녀석은 체내에서 분해 되지 않는 독이야. 몇 십 번하면, 이성을 깨끗하게 파괴해주는 끝내주게 하이 한 약이지」 「……그렇게 몇 십 번, 복용시킨 상대에게, 블러드 칩을 하게 한 건가요」 「가망 있는 녀석들에게, 를 잘못 말한 거겠지. 그건 말야, 나의 피로 키운 특별제라구. 기원을 각성한 자는 기원에 속박 돼. 그렇다면……그런 녀석의 피는, 이미 보통 혈액이 아니라고 생각했어. 결과는 어중간했지. 단순한 약에 지나지 않는 녀석도 있는가 하면,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린 녀석도 있었어. 아깝지. 그것에 견뎌냈더라면, 분명 나와 동류가 되었을 텐데. 덕분에 나는, 먹고 싶지도 않은 사체를 처리하는 꼴이 됐어」 「……죽이고 싶어서, 죽인 게 아니라고 했으면서」 타버릴 듯한 목구멍으로, 나는 바보 같은 소리를 했다. 어처구니가 없군, 하며 시라즈미 리오는 얼굴을 흐린다. 「약으로 죽은 것은 내 탓이 아냐. 원했던 것은 녀석들이고, 견뎌내지 못한 것도 놈들의 책임이야. ……뭐어, 동정은 하고 있어. 나처럼 특별했다면, 죽는 일은 없었을 테니까」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아까 먹여진 약이, 의식을, 너덜너덜하게 만들어 가는 것 같다. 「하지만 말야, 3년 동안이나 계속했는데도, 성공한 녀석은 없었어. 나는 포기하려했지. 그때였어, 료우기가 눈을 뜬 건. 너도 기뻐했었겠지만 말야, 나도 즐거웠어. 안 그래, 친구? 그런 의미로는, 시라즈미 리오와 코쿠토 미키야는 동료였어, 왜냐면───」 시라즈미 리오는 히쭉 웃었다. 나는, 그를 응시하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맞아. 3년 전, 그녀를 망가뜨린 것은 너와 나야. 네가 시키의 내면을, 내가 주위를 흔들었어」 ……아아, 역시, 그런 거였구나. 나와 시라즈미 리오, 어느 쪽인가가 빠졌었다면, 시키는 그런 꼴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 ……그가 말하는 대로. 그런 의미라면, 그와 나는 최고의 콤비네이션을 보였던 거겠지. 「그건 간단했어, 코쿠토. 밤에 나다니는 료우기의 습관은 정말 안성맞춤이었지. 나는 그 녀석을 꾀어내서, 그 앞길에 사람을 죽여두기만 하면 됐었으니까! 처음에는 모습을 보여 버렸지만, 몇 번 거듭하다보니 익숙해졌어. 그날 너와 헤어진 뒤에, 서둘러서 료우기 저택까지 먼저 돌아가서 해놨던 건 완벽했잖아? 그건 말야, 너에게 보여주려고 전력을 다했던 것이었거든」 시라즈미 리오의 말은, 잘 알아들을 수 없다. 호흡이 잘 되지 않아서, 심장에 불이 붙은 것 같다. ……몰랐다. 숨을 쉰다는 것은, 이렇게나 어려웠다. 「……월요일의 네 명을 죽인 살인자도, 당신이군요」 그런데도, 나는 이야기를 한다. 그는 아아, 하고 끄덕였다. 「답답했다구, 그건. 일부러 손을 써서 덮쳐들게 했는데, 료우기는 녀석들을 움직이지 못하게만 만들뿐, 어찌해도 마지막 선을 넘지 않았어. 덕분에 뒤처리가 나에게 돌아와 버렸지만……그건, 나름대로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 갑자기 시라즈미 리오는 벽 쪽으로 돌아갔다. 「슬슬 시간이야. 힘들었지, 미키야. 괜찮아 곧 편해질 거야, 너라면」 잡동사니들 위에 있는 물건……나이프와, 뭔가, 막대 같은 물건을 손에 든다. ……그 나이프는, 시키의 것이다. 「……설마, 시키를」 「아니, 그녀에게는 아무 짓도 안 했어. 내게 필요한 것은 네 쪽이란 걸 알았으니까. 아아, 그녀는 이제 됐어. 옆의 창고에 재워두었는데, 내일이라도 돌아가 달라고 해야지」 그는 한 팔로 능숙하게 그 두 가지를 잡고, 다시 한번 이쪽까지 다가왔다. 「자아, 시작해볼까. 괜찮아, 걱정할 건 없어. 지금까지 실패했던 이유는, 그냥 약을 주기만 했기 때문이니까. 아라야도 말했었어. 기원을 깨우는 일에는, 서로의 동의가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고. ……맞아, 그러니까 이번에는 성공해. 네가 바라면, 모든 것이 손에 들어와. 절대 실패 따위는 없어. 특별해지는 거야, 미키야」 ……시라즈미 리오는 어딘가 막다른 곳에 몰린 것처럼 말한다. 나는, 그저 고개를 가로 저었다. 「특별이라니, 자신이 사라져버리는데도……? 당신은, 그것을 싫어하지 않았나요?」 「바보구나, 그런 말을 믿은 거야. 싫어할 리 없잖아? 나는 기원을 각성한 덕분에 특별해질 수 있었어. 힘도 강해졌고, 보통 사람은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도 할 수 있게 되었어. 누구에게도 지지 않고, 약하다는 소리 따위는 듣지 않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은 대로 살 수 있어. 이렇게 즐거운 건───4년 전의 시라즈미 리오에겐 불가능한 일이었어」 ……특별하고 싶다. 남보다 뛰어나고 싶다. 그것이 그의 소망인가. 그렇지만 그것은 누구나 안고 있는 바램이겠지. 이 사람에게 죄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 「물론 자신이 사라지는 일 따위도 없어. 나는 시라즈미 리오인 채야. 충동은 억누를 수 있어, 미키야. 두려워 할 것 따위는 없어.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먹고 싶으니까 먹고 있던 것뿐이야. 기원 따위의 의지가 아냐. 나는 나의 의지로, 사람을 먹는 것을 바란거라구」 “……시라즈미 리오는 동정을 사기 위해, 널 속이고 있을 뿐이야” 토우코씨는 그렇게 말했었다. 그런 건───. 「……뭐야, 놀라지 않는 거냐. 너의 얼빠진 얼굴이 보고 싶었는데. 이상하네. 어째서 놀라지 않는 거야, 미키야」 시라즈미 리오는 이상하다는 듯이 묻는다. 왜냐면 그런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 「───에?」 얼이 빠진 건, 시라즈미 리오 쪽이었다. ……그래. 그런 것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 일기를 읽었을 때부터, 전부 알고 있었다. 이 사람이 아주 옛날에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있는 것도, 시라즈미 리오라고 하는 인간이 없어져버린 것도. 하지만. 구해줬으면 한다는 말은, 4년 전의 시라즈미 리오가 남긴 말이었으니까. 하다못해 나만은, 그를 구해주고 싶었는데. 「……살인을 범하고. 그 죄에서 도망치기 위해서 당신은 자기 자신을 버렸어요. 옛날에, 료우기 시키를 사랑하고 있던 시라즈미 리오는, 오로지 자신을 정당화시키기 위해서 시키를 원했구요. 거기에 이미 애정은 없어요. 당신은───」 「시끄러!」 큰 소리를 지르며, 시라즈미 리오는 나의 몸을 걷어찼다. 다행히, 아픔은 이미 마비되어서 느껴지지 않는다. 「나에 대한 것은 아무래도 좋아. 지금은, 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애가 타는 듯 말하며, 시라즈미 리오는 나이프를 휘두른다. 그는 시키의 나이프로 막대의 끝을 새끼 손가락정도의 크기로 잘라내어, 그것을 자신의 입에 넣었다. 「연속투여는 몸에 나쁘지만, 이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어. 너는 조금 고집이 센 것 같으니까」 난폭하게 머리카락이 잡아당겨지며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그대로 시라즈미 리오는 입술을 포개왔다. 거부하는 혀를 누르고, 씹은 것을 입으로 옮겨서 삼키게 한다. ……저항하지 못하고, 나는 그것을 삼켜버렸다. 「이걸로, 모두 잘 될 거야」 입을 떼고, 시라즈미 리오는 편안한 얼굴로 말했다. 「이번 것으로 10회 이상의 투여량이 돼. ……신체는 견뎌낼 수 없겠지만, 그 전에 이걸 삼켜. 자신의 의지로, 지금까지의 자신을 버리는 거야, 미키야」 그는 빨간 종이조각을 꺼낸다. ……눈앞이 흐려져서, 잘 보이지 않는다. 「뭘 하고 있는 거야. 특별해지는 거라구? 흔한,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생활에서 해방되는 거야! 이렇게나 즐거운데, 어째서 말을 안 듣는 거야. 삼키는 거야, 미키야. 나는 네가 아니면 싫어!」 부러지지 않은 팔에, 그는 블러드 칩을 쥐어준다. 반응 없는 코쿠토 미키야에게, 시라즈미 리오는 초조해하기 시작했다. 「삼켜, 미키야! 어떻게 하든 간에, 너의 몸은 지금 삼킨 약의 효과를 견뎌내지 못해. 알았어? 삼키지 않으면 죽는다구! 평범한 채로 죽는 것하고, 특별한 상태로 사는 것하고, 어느 쪽이 멋진지는 생각할 것도 없잖아!」 분명히, 그건 생각할 것도 없다. 나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어째서」 쥐어 짜내는 듯 한 목소리. 게다가, 가만히 있으면 될 텐데, 나는 대답하고 있었다. 「뭔가, 재미있을 것 같지 않으니까」, 라고. 시라즈미 리오의 표정이 얼어붙는다. 빠직 하고 공기에 금이 간 것 같았다. ……정말로. 오래 못 살겠는 걸, 나는. 「……응. 선배를 보고있는 한, 별로 즐거울 것 같지 않아요. 게다가 나는 선배가 말하는 평범이라는 것 쪽이 좋습니다. 특별한 존재 따위, 싫어요」 나를 보는 시라즈미 리오의 눈동자에 인간성은 없다. ……이 사람은, 지금의 대화로 나를 적으로 인식했다. 「……뭐야 그건. 무슨 소리야, 그건……! 알겠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죽는다구? 그 이외의 선택은 없어! 그 때의 시라즈미 리오도 그랬어! 누구나 특별하고 싶다고, 남보다 뛰어나고 싶다고 바라는데……!」 믿을 수 없다며 그는 격앙했다. 그는 웃으며 나를 본다. 그것은 공포로도, 초조함으로도 볼 수 없는 웃음이었다. 「어째서? 믿을 수 없어, 코쿠토. 너는 어째서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지? 나는 알아. 너는 허세를 부리고 있는 것도, 누군가에게 부담을 느끼게 하려는 것도 아니야. 너는───너는 진심으로 그런 것을 바라고 있는 거야. 이대로 라면 죽는다구? 뭘 그렇게 폼 잡고 있는 거야! 젠장, 망가져 있어. 넌 정상이 아냐. 아무리 생각해도 넌 이상해!」 「──이상한 건 그쪽이겠죠, 선배」 나는 위 속에서, 밀려 올라오는 구역질을 억누르듯 말했다. ……좀더 약삭빠르게 굴었다면, 아마도. 나는 좀더 오래 살 수 있었을지도 몰랐지만. 「당신은 이상하게 존재하기를 바라며 살아왔어요. 사람을 죽여 버린 당신은, 그 죄에서 눈을 돌리고 도망쳤어요. 나는 미쳐있다. 미쳐있다면 사람을 죽여도 어쩔 수 없다고. 이상한 인간이라면, 이상한 행위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얼버무리고, 핑계를 대며……! ……그래도, 그런 건 울컥 화가 나서 사람을 때렸다는 변명이나 마찬가지에요. 거기엔 어떠한 정당성도 없어요. 그런데도 당신은 자기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미친 척 하며, 지금도, 계속 도망치고 있어요」 ……그렇다. 처음으로 사람을 죽이고, 아라야 소우렌이라는 인물의 유혹을 받아들였을 때부터, 시라즈미 리오는 사라져있었다. 광인(狂人)으로서 라면 존재할 수 있다는 이론무장을 한 그는, 같은 살인귀인 료우기 시키를 원했다. 자신과 같은 살인귀가 있다면, 자신이 정당화 되니까. 이상한 것은 자신만이 아니라고 안심할 수 있으니까. 「…………시끄, 러워」 눈동자를 가늘게 뜨며, 시라즈미 리오가 이쪽을 응시한다. 하지만 끝까지 말하지 않으면 이곳에 온 의미가 없다. 「……태어났을 때부터 이유도 없이 살인을 기호(嗜好)해버린 시키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살인을 기호하고 있다며 굳게 믿어버린 시라즈미 리오」 ……천연물과 인공물. ……타고난 것과, 만들어낸 것. 그 차이를, 입으로 말하지 않는 한 당신이 깨달아주지 않는다면. 「……살인귀라는 호칭은 잘못된 거였어. 시키가 안고 있는 괴로움을, 당신은 가지고 있지 않아. 버리고 싶어도 버려지지 않는 감정, 그 차이가 당신에게는 없으니까」 「…………시끄러워, 코쿠토」 「그러니까───당신은 시키와 같은 존재가 아니야. 완전히 정 반대의 인간이지. 사람을 죽이고, 그 죄를 자신의 것이라고 인정하지 않아요. 그저 도망치며, 살인자도 살인귀도 될 수 없는 도망자. ───그것이 당신의 정체입니다, 선배」 그래도, 구해달라고 말했으니까. 미쳐버리면, 하는 선택밖에 생각하지 못했던 그릇된 당신을, 이쪽 편으로 다시 데려오고 싶었다. 「…………시끄럽다고, 말했는데!」 미움에 가득 찬, 저주 같은 노성. 그가 나이프를 치켜드는 것을, 나는 멈추지도 못하고 끝까지 지켜보았다. ◇ 그는, 나이프를 쳐들었다. 기세는 멈추지 않고, 감정에 북받친 일격으로, 코쿠토 미키야의 머리부터 내리친다. 이마부터 뻐끔히 파고든 나이프는, 코쿠토 미키야의 세계를, 간단히 두절시켰다. / 6 털썩, 하고 미키야는 바닥에 쓰러졌다. 엎드리듯 땅바닥에 처박힌 채 움직이지 않는다. 단지 머리부분에서 붉은 피가 흘러서, 콘크리트 바닥을 적셔간다. 나는 멍하니 손안의 나이프를 바라보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미키야의 사체는 무서워서, 다가가지 조차 못하겠다. 왜냐면, 미키야는 죽어있다. 「미안……이럴 생각은, 없었어」 그렇게 말해도, 대답하는 소리는 빗소리밖에 없다. 나는, 울고 있었다. 먼 옛날. 시라즈미 리오가 학생이었던 시절부터 계속 남아있던 애정이, 엷어져간다. 예를 들면 그때. 시라즈미 리오가 학교를 그만둘 때, 누구나 마음속으로 나를 바보취급하고 있었다. 고등학교를 중퇴하다니,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며 비웃음을 띄우고 있었다. 그렇지만, 코쿠토 미키야만은 달랐다. 그는 열심히 하라며 진심으로 격려해 주었다. 잊을 수 있을 리 없다. 그때의 기쁨은, 지금도 시라즈미 리오 안에 살아있다. 그런데도, 그걸 준 본인은 죽어버렸다. 내가, 발끈해서 죽여 버렸다. 알고 있었는데. 인간은, 사소한 일로 죽어버린다. 시라즈미 리오는 그것을 회피하는 운이 절망적으로 낮다는 것을,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을 때부터 분명히 알고 있었는데도……! 하지만, 나쁜 건 내가 아니다. 「……어째서 반항한 거야, 코쿠토. 너는 언제나 내 편이었잖아. 너는 언제나 나를 알아주었잖아. 그러니까───너만은, 내게 반항해서는 안 됐는데……!」 그래. 이 세상 사람들 모두가 인정해주지 않더라도. 그가 인정해준다면, 그걸로 좋았다. 네가 있어준다면 그것만으로 좋았었는데……! ……코쿠토 미키야의 말 대로다, 하고 리오는 납득한다. 시라즈미 리오는, 료우기 시키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료우기 시키를 원하고 있는 것은 살인귀로서의 나다. 그녀가 나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면 이제 볼일은 없다. 특별한 존재는 한 명 뿐이라서 특별하다. 그래서, 그녀는 원래대로 돌아온 뒤에 빨리 죽여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잃고 나서, 깨달았다. 살인귀인 나에게 필요한 것이 동료고, 시라즈미 리오인 나에게 필요했던 것이 그였다. 시라즈미 리오라는 존재가 아직 남아있던 것은, 코쿠토 미키야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코쿠토 미키야 앞에서라면, 시라즈미 리오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이젠 없다. 절반은 없어져버렸다. 옛날, 나의, 시라즈미 리오의 세계의 절반을 점하고 있던 인물과 함께. 미안, 미키야. 네가 믿어주었던 나는, 아무래도 여기서 사라져버릴 것 같아. 「───남은, 절반」 하지만 괜찮다. 난 살아있다. 아직 시라즈미 리오에게는 료우기 시키가 남아있다. 그녀가 돌아와 준다면, 나는 계속 안심하고 있을 수 있다. ……아아, 그래. 코쿠토 미키야 따위는 필요 없다. 나는 처음부터 이렇게 하고 싶어 하지 않았는가. 스스로의 안에서 고동치는 충동에게 소거되어버리지 않도록, 자신과 같은 살인귀라는 인종이 있다며 안심하고 싶다. 나는, 방을 뒤로했다. 창고 안에 돌아와서 대마(大麻)의 정원으로 걸어간다. 시키───옛날에, 동경했었던 여자. 누구보다도 특별하게 보였던, 피에 굶주린 살인귀. 그것이, 내 것이 된다. 큭, 하고 미소가 흘러나왔다. 그 녀석의, 땀과 타액에 더러워진 모습이 뇌리에 되살아나서, 참을 수가 없다. 빨리───하고 싶다. 코쿠토를 죽였다고 말하면, 그녀는 틀림없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주겠지. 진짜 살인귀가 덮쳐든다. 그것은 매우 고혹적(蠱惑的)인 시츄에이션이다. 더구나 그녀는 아직 약에 취해있다. 일어설 수 도 없는 살인귀를, 손톱 끝부터 씹어간다───이 이상의 무대를 대체 누가 준비할 수 있을까? 그렇다, 아무도 할 수 없다. 나 외에는 아무도. 혀가 매끄럽게 움직인다. 이 녀석도 그녀의 땀을 듬뿍 핥아서, 빨리 고기 맛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땀?」 나는 대마의 초원에 멈춰 섰다. 땀? 땀이란 뭐지? 확실히 약을 할 때는 발한(發汗)을 한다. 하지만───그 양은 보통이상이다. 더구나 놓은 것은 단순한 근육이완제. 땀을 흘릴 리는 없다. 대량의 땀. 마치 체내의 독소를 체외로 토해내려는 듯한, 비정상적인 발한. 「───농담이겠지, 설마」 나는 달렸다. 료우기를 방치하고 있는 블록으로 서두른다. 풀을 헤치며, 무작정 달렸다. 목적지에는 10초도 걸리지 않아 도착했고, 나는 예상대로의 광경을 목격했다. 「────」 감동해서, 말도 나오지 않는다. 창고 안에서 유일하게, 대마를 심지 않은 콘크리트의 광장. 일어서지도 못해야 할 료우기 시키가, 악귀 같은 시선으로, 유유히 그곳에 서있었으니까─── / 7 ◇ 료우기 시키의 모습은, 처절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시라즈미 리오는 호흡조차 잊고, 그 모습에 빠져있다. 그녀를 묶고 있던 수갑은 이미 그 효력을 잃고 있었다. 푼 게 아니다. 그녀는, 자른 것이다. 수갑은 커다란 액세서리처럼 시키의 오른쪽 손목에 늘어뜨려져 있다. 수갑의 고리에는 상처하나 없다. 상처가 있는 건 그녀의 왼손뿐이다. 시키는───수갑을 빼기 위해, 왼손의 엄지손가락과 그 뿌리까지 자신의 입으로 깨물어서 잘라낸 것이었다. ◇ 「───하, 하하, 하」 시라즈미 리오는 웃었다. 「───너는, 최고야」 ……웃음소리조차, 신경에 거슬린다. 「───완벽한, 살인귀야」 목을 떨면서, 허세를 부리고 있다. 나는 이제 정말, 이 미친개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질려버렸다. ……내겐, 이런 짓을 하고 있을 여유는 없으니까. 「자아───시작하자 료우기. 너만이, 나를 유지시킬 수 있어」 유아등(誘蛾燈)에 모여드는 벌레처럼, 그것은 나에게 걸어온다. 나는, 그를 보지도 않았다. 「딴 델 알아봐. 난 안 해」 할 수 없이 입으로 말해준다. 그것은 나의 말의 의미도 깨닫지 못하고, 멈춰 서서, 눈을 껌뻑이고 있었다. 「……뭐, 라고」 「너랑 놀아주고 있을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고 했다」 그래, 살인귀 같은 칭호도 필요 없다. 그런 건 이 녀석에게 줘버리지 뭐. 필요한 것을, 난 아주 옛날에 손에 넣었다는 걸 깨달았으니까. 가슴의 구멍. 텅 비어있던 구멍은 메워져있다. 나의 살인충동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겠지만, 분명 그것에 견뎌나갈 수 있다. '시키'의 살인의 이유와, 시키의 살인의 이유는 달랐다. 여름에 그 사건으로 깨닫지 않았던가. 나는 삶의 실감을 얻고 싶어서 목숨을 건 싸움을 하고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이유도 희미해져 있었다. 목숨을 건 싸움으로 삶의 실감을 얻지 않더라도, 나는 조금씩이긴 해도, 채워지고 있으니까. 지금의 나는, 예전의 시키가 아니니까. 나는 저쪽으로 돌아가서, 계속 료우기 시키와 싸워나가면 된다. 져버리면 거기까지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살인귀라고 하는 때마침 적당한 구실을 대고 도망칠 수는 없다. 가슴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그 녀석과, 나의 행복을 위해서 사라진 또 한 명의 '시키'를 위해서도. 「거짓말이지, 료우기?」 「그럼 잘 있어, 살인귀」 그렇게 말하고, 나는 걸어 나갔다. 약에 마비됐던 몸, 물어뜯은 왼손도 그대로인 채, 낯선 타인과 스쳐지나가듯, 시라즈미 리오의 옆을 지나쳐간다. 그것은 가만히 멈춰선 채로, 내뿜는 숨결만을 거칠게 하며, 나의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까지, 날 배신한다는 거냐」 중얼거림은, 빗소리에 사라져간다. 나는 그저, 빗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런 건, 용서하지 않아. 너를 위해서 사람을 죽이고, 너를 위해서 여기까지 해왔던 나를 내버리는 거야? 그럼, 시라즈미 리오는 어디에도 없어. 지금은 이제 너만이, 시라즈미 리오를 유지시켜줄 존재였는데!」 나는 되돌아보지 않고, 이 초원을 떠나기로 했다. ────다음의, 말을 들어버릴 때까지는. 「……그런가. 미키야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 거냐, 료우기」 작게. 목이 쉰 듯한 웃음소리와 함께, 그것은 그렇게 말했다. ────다리가, 멎는다. 「그럼 갈 필요 없어. 그 녀석은 확실히 여기에 있으니까」 구역질이, 났다. 눈앞이 흔들려서, 쓰러질 것 같다.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도, 어째서. 나는 그런 대사만으로, 모든 게 이해 되 버렸던 걸까…………? 「너, 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뒤돌아보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는데도, 나는 뒤돌아보고 있었다. 이제 아무도───죽이고 싶다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도록, 살아가자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네가 잘못한 거야, 료우기. 언제까지고 꾸물대고 있으니까, 내.가. 대.신. 처.리.해.버.렸.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내 귀는 어떻게 되어버린 것 같았다. 「맞아, 이건 네 나이프였지. 돌려주지. 더럽혀버려서 미안하지만 말야」 챙그랑, 하고 나의 나이프가 바닥에 떨어진다. 은색의 예리한 날붙이는, 새빨간 피에 더럽혀져있었다. 나의 나이프와, 누군가의 혈액. 그것이 누구 것인지, 나는 잘 알고 있다. ……틀릴 리가 있겠는가. 그 녀석의 피 냄새는, 전부터 잊지 않고 있었으니까. 「……아아. 죽은 거냐, 너」 중얼거리며, 나는 앞으로 나아갔다. 콘크리트 위에 뒹굴고 있는 나이프를 집어야 했으니까. 「그래, 내가 죽였어, 네가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코쿠토는 말이지, 마지막까지 착한 사람인체 하며 설교를 늘어놓았어. 뭐라더라, 나와 너는 정반대래! 웃기잖아, 우리들은 이렇게도 서로 닮았는데 말이야……!」 ……빗소리가, 시끄럽다. 나는 나이프가 있는 곳까지 걸어가서, 콘크리트에 무릎을 꿇었다. 날에 묻어있는 혈액은 아직 생생하다. ……이 흉기가 피를 머금은 것은, 시간으로 겨우 수분전의 것이겠지. ───아아. 이렇게 가까운 장소에서, 이렇게 가까운 시간에. 나는, 그 녀석을 잃었다. 「……바보. 그러니까 토우코가 있는 곳에 가있으라고 말했잖아. 죽을 때까지 멍청하다니, 정말로 너다워」 “선배를 죽이면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 시키──” 그렇게 날 속박했던 남자는, 자신이 감싼 동물에게, 살해당했다. ……어째서일까. 그건 내 것이었는데. 그 녀석을 죽여도 되는 건, 나뿐이었을 텐데. 「───절대로」 나이프를 손에 쥔다. 양손으로 쥐고서, 나는 일어섰다. 고개를 숙인 채, 칼을 가슴에 안고서 멈춰선다. 아래를 내려다보는 상태로, 나는 입을 열었다. 「───좋아, 하자」 상대를 보지 않고서, 고개를 숙인 채로. 얼굴을 들어도 어쩔 방법이 없다. 왜냐면, 나에게는 아까부터 저 짐승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날 용서하지 않겠다고 말했었지. 우리들은 확실히 그 한 점만은 닮았어, 시라즈미」 짐승이, 달려온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로, 그것을 무시했다. 생사를 건 싸움의 상대 따위는, 나중에 해도 된다. 지금은 아직───음미하고 싶었다. 이 나이프(가슴)에, 그의 따스함이 잔류하고 있는 짧은 시간 동안은. ◇ 시라즈미 리오의 몸이 튄다. 일직선으로 덮쳐오는 적을 앞에 하고, 그래도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서걱, 하고 짐승의 손톱이 팔의 살을 도려낸다. 피가 흐르고, 적이 바로 옆을 스쳐지나가도, 시키는 고개를 숙인 채였다. 그녀의 양손은, 다정하게 나이프를 끌어안고 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처럼, 소중하게, 소중하게. 기억하고 있던 열이 옅어져 같다. 자신의 체온이라던가, 서로 스칠 때의 살결의 따스함이라던가. 이런 나에게도 조금은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던 마음이라던가, 그 녀석이 믿고 있던 나의 마음 같은 것이. 피가 흐르고, 상처를 입어서, 몸은 점점 차가워진다. 하지만, 아픔은 거의 없었다. 아픔이라면, 더욱 괴로운 아픔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차가운 비를 맞으며, 우리들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술래잡기를 하고 있었지. ───그래. 얼어붙은 입김만이 열기를 띄고.    서로 끊어질 듯한 호흡을 보였다. 쩡, 하고 또 살이 베여나갔다. 적은 사냥을 즐기듯이 움직이지 않는 나를 괴롭히고 있다. 눈에도 잡히지 않는 스피드로 달려와서, 지나치는 순간 살을 도려내 가고 있다. ……밖의 비는, 그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나에게 있어서는 즐거운 일이었다. ───예를 들면 비. 안개처럼 내리퍼붓는 방과후, 너의 휘파람을 듣고 있었다. 세 번째, 다리를 베였다. 촤악, 하고 소리를 내며 콘크리트가 젖어간다. 뼈까지 파먹어 들어간 손톱은, 다리와 바닥을 피로 물들이며, 서 있기도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그렇다, 서있는 것만으로, 숨이 답답했다. 하지만 가끔씩은 같이 웃을 때도 있었다고 기억한다. '시키'는, 네가 좋았으니까. ───예를 들면 저녁놀. 불타오르는 듯 한 모습의 교실에서, 너와 나는 서로 이야기했다. 적의 능력은, 이전보다 비교가 되지 않는다. 스피드도, 정확함도, 진짜 짐승 이상이다. 그에 비해, 나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마음도 얼어 붙어있는 상태, 몸도 곧 움직이지 않게 되겠지. 그러한데도, 나는 그 사실을 기쁘게 생각하고 있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아직 팔은 움직이니까. 다음에 달려올 때에, 확실하게 숨통을 끊자. ──네가 있어서, 웃을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했다. 네 번째, 달려온다. 적이 노리는 것은 왼팔이다.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왜냐면 살인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니까. ──네가 있어서, 걷고 있는 것만으로, 기뻤다. 피를 너무 흘려서, 정신이 아득해진다. 몸은 지금이라도 쓰러져 버리겠지. 그런데도, 나는 그 녀석의 말을 지키고 있다. ……시라즈미 리오를 죽일 수 없다. 설령 죽어버렸어도, 내 안에서 그의 말은 살아있으니까. ……그 따스함을, 계속 지키고 있고 싶으니까. ──정말 짧은 한때.   나뭇가지 사이로 비쳐드는 햇살이 따스할 것 같아, 걸음을 멈춰 섰을 뿐인데. 그래도, 기뻤다. 나를 평범하게 대해준 네가. 사람을 죽여서는 안 돼, 라고 진지하게 말해준 것이 기뻤다. 말로 해주지는 않지만. 내가 보기엔, 네 쪽이 예전부터 기적처럼 아름다웠다. ──언젠가, 같은 장소에 있을 수 있다며 너는 웃었다. 다섯 번째 손톱이 덮쳐온다. 그것이 분명, 나의 최후다. 적은 목덜미를 베려고 하겠지. 이젠 그냥 놔둬도 출혈로 죽을 내 숨통을 끊는데, 경동맥은 충분하고도 남는다. ──그 말을, 계속,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다. ……죽음이 육박해 온다. 되돌아보면, 나의 지금까지는 즐거웠던 일 뿐이라, 나도 모르게 얼굴이 미소를 띄워버린다. 단 일년간의 옛날과, 단 반년동안의 지금까지. 달려가는 시간은 빨라서, 붙잡을 수도 없었다. 하지만, 감사하고 있다. 거짓말처럼 행복했다. 변화 없이 지루한 고교생활. 다툼 없는 평온한 나날의 자취. ────그건 정말로.     꿈같은, 나날이었어요. 고마워. 하지만, 미안해요. ……나는 얼굴을 들고 놈의 죽음을 보았다. 없어져버리는 건 알고 있다. 네가 믿어주었던 것이나, 네가 좋아한다고 말해주었던 나를. 알고 있어도, 나는 녀석을 죽이기로 했다. 그걸로 지금까지의 나 자신이 전부 사라져버린다 해도. 분명 아무도 곁에 있어주지 않게 되겠지만. 그래도───그래도 나는, 너를 죽인 이 녀석을 용서할 수 없다───. ───그녀는 달려오는 적을 바라본다.    그렇게 돼 버리면 간단하다.    수면을 날아오르는 하얀 새처럼 화려하게.    결말까지는, 정말 한순간이었으니까. ◇ 마지막은, 아주 싱거웠다. 그녀는 목덜미로 뻗어온 시라즈미 리오의 팔을 잘라버렸다. 그대로 적의 양다리를 단숨에 절단한다. 풍선처럼 공중에 떠있는 시라즈미 리오의 몸에 나이프를 꽂아 넣고, 사정없이 지면에 내동댕이친다. 나이프는, 묘비처럼 심장을 꿰뚫고 있다. 커헉, 하고 그는 한번 숨을 토하고, 끝났다. 시라즈미 리오의 얼굴은, 놀란 모습으로 멈춰있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자신이 죽은 것도 깨닫지 못한 채, 시라즈미 리오는 생명활동을 정지했다. ◇ 나이프는 묘비처럼 시라즈미 리오의 가슴에 꽂혀있다. 양손으로 나이프를 쥔 그녀는, 계속 무릎을 꿇은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은 비스듬히 비쳐드는 햇살. 잿빛 조명에 비춰진 모습은, 죽은 자를 송별하는 신부처럼, 빛깔이라는 것이 없었다. 시라즈미 리오의 시체에 출혈은 없다. 창고에 흩뿌려져있는 선명한 주홍빛은, 모두 그녀 자신의 육체에서 흘러나온 것이다. 팔을, 다리를, 몸을 찢어진 그녀의 생명은, 아마 수분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아니, 료우기 시키라면 몇 분의 생명을 몇 배나 보전하고, 치료를 받는 것으로 회복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하지 않았다. 나이프에서 양손을 떼고 등부터 바닥에 쓰러진다. 아아, 하고 입술이 한숨을 흘렸다. 좀더 호흡의 간격을 길게 하고, 베인 상처의 신경을 차단한다. 그대로 몸을 쉬고 있으면, 도움을 청할 수 있을 정도의 체력은 회복된다. 「…………하지만, 됐어」 중얼거리고, 시키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창 너머에서 보이는 풍경, 언제나 비. 겨울이라는 계절은, 언제나 이런 하늘 아래서, 자신의 손을 더럽혀 버린다. ……이런 모습으로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진흙투성이가 되어 집에 돌아가면, 야단맞아버리니까. 「그래도, 기다려 줬는데」 ……함께, 걸어 주었는데. ……더러워진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걸었었는데. ……그런, 꿈같은 나날이, 있었는데. 「정말, 꿈같구나」 숨이 답답해진다. 의식이, 촛불처럼 흔들리고 있다. 끊어질 것 같은 생명은, 아지랑이 같아서, 아주 아름다웠다. 그녀는 호흡을 고른다. 살아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잠들기 위해서. 하늘을 보는 눈동자는 울고 있었다. ……결심했었다. 만약 눈물을 흘리는 일이 있다면, 그건, 그녀석이 죽었을 때라고. 눈꺼풀을 닫고, 호흡이 평온해져간다. 후회는 별로 없었다. 그저 조용히 생각할 뿐. ……미키야가 없다면, 이미 살아가는 의미 따위는 사라져 버렸다. 불의 따스함을 안 짐승이 돌아가지 않는 것처럼. 나는, 텅 비어있는 나로는 돌아갈 수 없을 테니까. 살인고찰 / 7 ……세계가, 단절된다. 처음엔,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쿨럭, 하고 또 목구멍에서 위 속의 것들을 토해낸다. 크래쉬 되어 이성을 잃고 있던 의식을 되찾은 것은, 그런 육체의 살려고 하는 기능이었다. 한쪽 팔로, 어떻게든 상반신을 일으켰다. 양다리에는 거의 힘이 들어가 주지 않는다. 어떻게든 벽 쪽까지 기어가서, 벽에 손을 짚고 일어선다. 시계(視界)가, 겨우 돌아온다. 하지만 보이는 건 윤곽뿐이다. 세계는 희뿌옇게 되어서, 모든 것이 애매하다. 「……아파」 어디가 아픈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프다. 나는 왼쪽 눈에 손을 댄다. ……피는, 이젠 정말 조금밖에 나오지 않는다. 시라즈미 리오가 먹였던 약은, 특별한 대사촉진기능이라도 있었던 걸까. 상처의 대부분은 피로 굳어있어서, 일단 출혈량으로 죽게 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다만 상처 그 자체는 낫지 않았다. ……당연한가. 나이프로 이마부터 뺨까지, 왼쪽 눈 통째로 베였다. 살아있는 건 엄청난 행운이고, 왼쪽 눈에 연동해서 오른쪽 눈의 기능이 정지하지 않은 것도 행운. 여기서, 왼쪽 눈이 무사하기를 기대했다간 천벌 받겠지. 어떻게든, 벽을 짚어가며 창고로 걸어갔다. ……창고는 풀이 우거져있어서, 뭐가 뭔지 알 수 없다. 아픔과 출혈, 거기에 약의 효과로, 나는 한가지 일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시, 키」 걸어 나간다. 창고는 넓고, 풀이 방해가 되어, 찾을 수가 없다. 한 발짝, 내딛을 때마다 아픔에 의식이 아득해졌다. 정신을 잃고, 그렇지만 곧 정신을 되찾고, 또 한 발짝. 그런 반복을 하면서까지,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나는. 스스로도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 분간이 안가는, 이런 피투성이의 몸을 질질 끌면서. 「………………」 덜컥, 하고 다리가 풀려서, 땅바닥에 쓰러졌다. 풀을 심은 지면은 흙이라서, 상처는 거의 벌어지지 않았다. 무릎은 못쓰게 되었으니, 기어가기로 한다. 하지만, 창고는 너무 넓어서 찾을 수가 없다. 왼쪽 눈은 뜨겁고. 오른쪽 눈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서, 어쩔 방법이 없다. ……잠깐 쉬자. 이곳에 시키가 있다는 보증 같은 것은 없고, 나는 헛수고를 하면서, 스스로 죽을지도 모르는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냉정하게 생각했으면서도, 전진은 멈추지 않았다. 「어째서, 일까」 ……당연히, 시키를 보고 싶으니까. 하지만, 만약 시키를 찾았는데, 그녀와 시라즈미 리오가 싸우고 난 뒤라면,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선배를 죽인다면, 너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 시키. 분명히 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래, 용서하지 않는다. 네가, 사람을 죽이는 것만은 용서할 수 없다. 다른 누군가가 누군가를 죽여도, 상관없다. 나는 단지, 시키 만은 사람을 죽이지 않기를 원했다. 네가 좋으니까. 너를 좋아하고 있으니까. 네가, 행복해졌으면 하니까. 더 이상, 상처입지 않기를 원했던 것 뿐. ……이 얼마나 굉장한 억지인가. 나는 설령 시키라도, 살인이라는 행위를 범한 인간을 미워해 버린다. 시키를 믿고 있다, 같은 말은 둘러대기 좋은 말이었다. 나는 믿고 있고 싶었던 것뿐이다. 사람을 죽여 버리면, 나는 시키를 용서할 수 없게 되어 버릴 테니까. 「……선배를 죽이면, 널, 용서하지 않아」 잠꼬대처럼 중얼거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풀을 헤치고, 아무 것도 없는 곳으로 나왔다. 콘크리트의 바닥, 온통 햇살이 비쳐드는 광장. 그곳에 시키가 있었다. 곁에는 시라즈미 리오의 몸. 쓰러져있는 두 사람은, 살아있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 선배를 죽인건가, 시키. 후회가 가슴을 메운다. 하지만, 그건 다른 것이다. 나는───시키의 모습밖에 보이지 않았다. 기어서 시키 곁까지 갔다. ……그녀는, 편안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몸은 상처투성이로, 피에 더러워져있다. 얼굴빛은 창백하고, 전혀 열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도, 호흡은 멈추지 않았다. ───아아, 살아있다. 나는 안도하고, 시라즈미 리오에게 용서를 빌었다. 그는 정말로 죽어있다. 어떤 사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죽여 버린 것은 시키다. 이 결과는, 당신만의 종말이다. 피해자는 당신이고, 슬퍼할 수 있는 권리는 당신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나는 시키가 살아있는 쪽이 기쁩니다, 선배. 당신을, 불쌍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오히려 원망하기까지 하니까. 왜냐면, 이걸로 시키는 이제───. 그때, 하얀 손가락이 뺨에 닿았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뺨을 쓰다듬는다. 스치듯이 뺨을 더듬는 그것은, 그녀의 손가락이었다. 「울고 있는 거냐, 코쿠토」 너무나 약해진 눈동자로, 시키는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멍한 의식인 채로, 한쪽 눈이 없는 코쿠토 미키야의 얼굴을 쓰다듬고 있다. 흐르는 피가, 그녀에게는 눈물로 보였는지도 모른다. 시키는 몸을 일으키지도 못한다. 나는 그녀를 안아주는 것조차 하지 못한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얼어붙은 입김만이 열기를 띄고, 우리들은, 서로, 끊어질 듯한 호흡을 보였다───. 「시라즈미를, 죽였어」 시키는 말했다. 「응, 알고 있어」 나는 끄덕였다. 시키는 한번 시라즈미 리오의 시체를 보고서,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걸로, 여러 가지를 잃어버렸어」 그것은 공허하고 슬픈 목소리였다. 그녀가 잃어버린 것.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던 것이라던가, 지금까지의 자기 자신이라던가. 혹시, 나에 대한 것까지 들어가 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이걸로, 시키는 자신을 죽일 수 없게 되었다. 그 죄를, 등에 질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녀의 조부가 말했던 것처럼. 그것을 지켜온 그녀는, 조부와 마찬가지로 외토리로 죽음을 맞이한다. 쓸쓸하고, 텅빈 장렬(葬列)을. 「……하지만 상관없어. 말했잖아, 너 대신 짊어져 주겠다고」 붉은 피가 시키의 뺨에 흘러 떨어진다. 왼쪽 눈에서 흐른 물방울은, 분명히 눈물처럼 보였다. ……그래, 여름이 끝날 무렵에, 처음으로 웃어주었던 너에게 맹세했다. 너 대신에 죄를 짊어지겠다고. 그러니─── ─────내가, 널 죽이겠어. 네가 죽을 때까지, 네가 죽는 그 때까지, 결코 외톨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 「……나는, 살인자인데」 멍해진, 마음 없는 목소리로 시키는 말한다. 모든 것을 잃었다고 자신을 책망하면서, 울기 시작할 것 같은 아이처럼. 그녀는 알고 있다. 그것이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죄이고, 아무리 빌어도 용서받을 수 없는 슬픔이라고. ……나도, 그것을 용서할 수는 없다. 누구에게도, 그것을 용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살인은 해서는 안 되는 짓이라고 말했잖아. 그런데도 지키지 않다니, 넌 멍청이야. 이번에는 머리끝까지 화가 났어. 화났으니까, 울어도 소용없어」 「……뭐야. 울어도 용서해주지 않는구나」 「아아. 절대로 적당히 안 넘어 갈거야」 나는 시시껄렁한 소리를 한다. 그래도, 그걸로 시키가 마음이 편해질 수 있다면 얼마든지 욕설을 들어주겠다. 시키는 살며시, 정말로 살며시 미소 짓고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것은, 이제부터 잠들려고 하는 듯한 평온함. ……주홍색 눈물이 그녀의 뺨에 떨어져 흐른다. 나는 감각이 두절된 팔로, 상처투성이의 그녀의 몸을 안아 일으켰다. 누구에게도 용서받지 못하고, 너 자신도 용서할 수 없는 상처라면, 하다못해 네 곁에 있으려 해. 강하게, 이대로 서로가 죽어버릴 것 같을 정도로 강하게 끌어안았다. 의식까지 두절되기 전에, 마지막 맹세를 말했다. 「시키. 너를───일생, 놓아주지(용서하지) 않겠어」 내뱉은 말은 퍼붓는 빗소리에 지워진다. 확실히 남아있는 것은, 그저 서로를 끌어안으려고 하는 가녀린 손끝뿐이었다. / 8 … 2월이 끝나도, 아직 거리에는 겨울의 정취가 남아있었다. 기온이 낮아서, 뉴스에서는 내일쯤에 4년 만에 눈이 내린다는 소리까지 있다. 3월은 아직 막 시작한 참이라, 겨울의 자취가 피부에 달라붙겠지. 아무래도, 봄은 아직 나중 이야기인 것 같다. … 항구를 떠들썩하게 했던 살인귀는, 약물에 의한 중독사라는 모습으로 매듭지어졌다. 시라즈미 리오의 유체는 경찰에게 회수되고, 료우기 시키와 코쿠토 미키야는 어디까지나 피해자로서 보호되어, 이렇게 어떻게든 살아있다. ……미키야는 정식 병원에 입원했지만, 나는 그렇게는 못한다. 무엇보다, 스스로 물어 뜯어내 버린 왼손은 토우코가 만든 의수(義手)다. 그런 상태로 병원에 갈 수도 없어서, 나는 료우기 가문의 힘으로 개인병원으로 실려 갔고, 그 뒤에 토우코의 신세를 져 버렸다. 나는 2월중에 회복했지만, 미키야는 오늘까지 병원의 침대 위에 있다. 몸의 상처와 투여된 약물의 제거는, 그 녀석한테 부득이한 2주간의 입원을 하게 만들고 있었다. 뭐어, 그것도 오늘까지. 사실은 좀더 입원 해 있지 않으면 안 되는 것 같지만, 병원은 재미없다는 이유로, 미키야는 오늘 퇴원한다. 그런 이유로, 나는 이 겨울하늘 아래 서있었다. 국립병원의 커다란 현관. 로터리를 이루고 있는 광장에서 떨어져 있는 커다란 나무아래서, 드나드는 사람들의 모습을 힐끗힐끗 감시한다. 그런 짓을 두 시간 정도하고 있다보니, 새까만 사람의 모습이 병원에서 나왔다. 바지도 윗도리도 검은색. 한쪽 손에는 붕대가 감겨 있어서, 그곳만이 하얗다. 검은색 일색의 남자는 현관을 나와서 간호사와 의사에게 인사를 하고, 부리나케 이쪽으로 다가온다. 나는 말을 걸지 않고, 그냥 서있었다. 「……정말. 결국 한번도 병문안을 안 왔구나, 넌」 불만스럽다는 듯 얼굴을 찡그리며, 코쿠토 미키야는 그렇게 말했다. 「아자카에게 혼났단 말야. 병실에 얼굴을 내밀었다간 죽여 버린다는 소리까지 듣게 되면, 갈 생각도 사라진다구」 이쪽도 기분이 언짢은 표정으로 대답한다. 미키야는 그럼 할 수 없지, 하고 역시 불만스럽게 끄덕였다. 「그럼, 갈까. 택시라도 탈래?」 「역까지 별로 멀지도 않잖아. 걸어가자」 「……뭐, 그것도 괜찮을까나」 막 퇴원한 사람에겐 힘들지만, 하고 덧붙이며 미키야는 걸어 나간다. 나는 거기에 나란하게 걸어 나갔다. 그 뒤는 언제나처럼. 두서없는 이야기를 나누며, 역으로 향하는 완만한 언덕길을 내려갔다. 흘끗, 미키야의 옆모습을 바라본다. ……그는, 머리를 기르고 있었다. 라고 해도, 왼쪽 앞머리만으로, 장발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딱 왼쪽 눈이 가려질 정도로 기른 머리카락 탓에, 더욱 새까만 인물이 되어있다. 「왼쪽 눈」 가만히 중얼거리자, 아아, 하고 미키야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소용없었어, 하고 대답했다. 「시즈네(靜音)쨩이 말한 대로가 되어버렸네. 저기, 기억해? 여름에 말야, 한 시간정도 찻집에서 이야기했던 여자애 말인데」 「미래시(未來視)의 능력을 가진 여자 말이지. 기억하고 있어」 「응. 그 애가 말했었어. 시키와 관계하면 최후에는 두 눈으로 세상을 못 볼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예언적중. 정말 두 눈으로 세상을 못 보게 됐어」 대체 어떤 신경을 가지고 있는 건지, 미키야는 즐거운 듯 웃으면서 그런 말을 한다. ……나는, 조금 화가 났다. 이럴 때, 대체 나보고 어떤 얼굴을 하라는 거야, 바보. 「하지만 오른쪽 눈에 지장은 없대. 그러니까 대단한 일은 아냐. 원근감이 조금 어긋나는 것 뿐. ……그러니까, 왼쪽에 와주지 않겠어? 익숙하지 않아서 말야, 아직 그쪽이 불안해」 말하는 것 보다 빠르게, 미키야는 나를 왼편으로 오게 했다. 게다가 그 뿐만 아니라, 찰싹 달라붙기까지 했다. 「뭐하는 거야, 갑자기」 조금 놀라며, 그래도 냉정하게 말한다. 미키야는 불만스러운 듯한 얼굴로 돌아와서,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뭐냐니, 지팡이 대용이야. 익숙해질 때까지 일주일정도는 시키에게 맡길 테니까, 잘 부탁해」 뭐가 잘 부탁해 인지, 미키야는 당연하다는 듯 말한다. 나는 발끈하며 노려보았다. 「뭐야 그건. 어째서 내가 그런 짓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해줬으면 하니까. 시키가 싫다고 하면, 괜찮지만」 ……병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전에 없이 미키야는 이쪽의 등골이 오싹해질 듯한 소리를 한다. 빤히, 나를 바라보는 눈동자는 탁함이라는 것이 없다. 나는 붉어진 뺨을 감추기 위해, 시선을 돌렸다. 「……별로. 싫은 건 아니지만」 소근소근 대답하자, 미키야는 기쁜 듯이 웃었다. ……변함없이 행복한 녀석. 정말, 어쩐지 나까지 그런 기분이 되어버리잖아. 「하지만 나, 내일부터 학교에 가야하는데」 「그런 건 땡땡이쳐버려. 어차피 이제 곧 봄방학이니까, 선생님도 봐 줄거야」 「───너 말야」 평소부터 성실하게 학교에 가라고 설교하던 주제에, 미키야는 무책임한 소리를 지껄인다. ……정말, 이 억지는 병원에서 뭔가가 있었던 게 틀림없다. 나중에 캐물어 주지, 하고 생각하고서, 나는 킥하고 웃어버렸다. 「왜 그래, 시키?」 「아아. 너는 제멋대로인 녀석이구나, 해서」 미키야는 멀뚱해져 있다가, 씨익 하고 미소를 띄웠다. 「그렇지. 벌써 몇 년이나 전부터, 난 멋대로 널 좋아했어. 지금도 그래. 시키가 싫어해도, 멋대로 신세를 지기로 마음 먹었어」 그렇게, 염치도 없이 이런 아니꼬운 대사를 입에 담는다. 나는 항상 하던 불평을 해주려했지만, 뭐, 괜찮나. 정직히 말하면, 옛날의 시키도, 사실은───. 「어라? 왜 그러는거야, 시키. 이런 대사는 하면 안 되는 거 아냐? 지금까진 매번 거북했다고 말했었잖아」 김 샌 걸까, 미키야는 스스로 무덤을 판다. 나는 말없이 가만히 있으려 생각했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응, 뭐어 한번 정도는, 진심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그렇지도, 않아」 에? 하고 놀라는 미키야. 그의 얼굴을 보지 않도록 저쪽 편을 향하고서, 나는 계속 말했다. 「그러니까 말이지, 미키야. 지금의 시키는, 그런 걸 싫어하지 않는다고 말한 거야」 ……쳇, 역시 창피하다. 이런 소리 두 번 다시 할까보냐. 슬쩍, 미키야의 눈치를 엿본다. 아무래도 정신적인 데미지는 저쪽이 큰 듯, 미키야는 하늘을 날아가는 고래라도 본 것처럼 멍해져있다. 그게 우스워서, 나는 미키야의 손을 잡는다. 천천히 걷고 있는 그를 잡아끌 듯이, 발길을 재촉하며 언덕길을 내려간다. 자아, 역은 바로 이 앞이다. 나는 빨리 돌아가고 싶어서, 미키야의 손을 잡아끈다. 잡아 챈 손바닥은, 어느 사이엔가 나보다 확실한 힘으로 쥐여지고 있었다. ───그런 사소한 일이, 어쩐지 기쁘다. 나는 뺨에 나타나려하는 미소를 냉정하게 억누르면서, 언덕길을 내려간다. 이윽고 역에 도착했을 때, 우리들은 낯익은, 우리들의 거리로 돌아갔다. 구불구불한 귀로. 멀고, 길을 잃어버릴 것 같은 험난한 길이라도, 누군가에게 손이 쥐어져있다. 내가 원했던 것은 나이프 따위가 아니라, 그저 그 손바닥이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나는 이 손을 놓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것으로 나의 이야기는 끝이다. 나는 지금의 나도 옛날의 시키도 받아들이고 일상을 보내간다. 이후엔, 딱 이 계절처럼. 추웠던 겨울이 끝나고 새로운 봄이 찾아오는 때를, 조용히 기대하자고 생각했다───. / 殺人考察(後) · 了 -------------------------------------------------------------------------------- * 길거리 살인마(通り魔) : 그냥, 원문을 보고 느낌이 오는 건, '지나가다가 아무나 붙잡고 살인을 저지르는 살인강도'라는 느낌. 츠키히메에서나 여기에서나, 범인의 정체가 후에는 그것이 아니라고 밝혀지지만, 처음 시작은 저렇게 알려지고, 세간에 알려질 때는 딱 저런 느낌이니까. 어떻게 느낌을 살릴까, 하다가 그냥 문득 꺼내버린 단어가 길거리 살인마(역자가 꺼낸 단어임). 츠키히메 번역하신 분들께선 어떻게 하셨는지는 몰라도(일단 단어는 똑같으니까), 이쪽은 일단 가볍게, 그리고 뜻은 확실히 전달 되도록 이걸로 선택. 좀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신 분은 제보를(...) * 애시드(LSD) : Lysergic Acid Diethylamide 미국에서 60년대 흑인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싸구려 마약. 1943년 스위스 화학자 호프만이 맥각알칼로이드를 연구하던 중 발견한 물질로 무색, 무미, 무취한 백색분말이다. lsd는 주로 강하고 기묘한 정신적 반응을 일으키고 시각, 촉각, 청각 등 감각을 왜곡시키는 가장 강력한 물질이다. 극소량인 25㎍(마이크로그램 · 먼지 1입자 크기)만 투약해도 30분 뒤부터 4∼12시간 동안 환각증상을 보이며 염색체 이상까지 초래할 수 있는 치명적 약물이다. 여성들은 염색체 이상으로 기형아 출산, 유산 등의 고통을 겪게 된다. 이 마약은 주로 남미에서 제조돼 미국에서 쓰이며 남용한 결과 마약보다 더 심한 해를 끼쳤으므로 법률에 의해 엄격히 규제하게 되었다. 국내에는 90년대 초 본격 상륙했다. [ 출처 : YAHOO! Korea 시사상식 - http://kr.search.yahoo.com/search?p=LSD ] * 대마초 : 환각을 일으키는 마약의 일종으로 대마의 잎과 꽃에서 얻어지는 물질. 마리화나라고도 한다. 대마는 중앙아시아 원산의 삼과 식물로 한해살이풀이다. 대마초는 대마의 잎과 꽃에서 얻어지는 물질로서, 400여 종 이상의 화학물질로 구성되어 있는데, 대마초에만 존재하는 60여 종의 카나비노이드를 함유하고 있다. 이들 화학물질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델타나인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delta-9 tetrahydrocannabinol)로, 약칭해서 THC라 한다. 이 THC는 1g/10,000만으로도 환각상태를 일으킬 수 있어, THC를 많이 함유한 대마초일수록 인체에 미치는 해가 크다고 알려져 있다. 대마초의 성분은 강력한 진경제 · 환각제의 작용을 한다. 습관성이기 때문에 재배와 사용을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대마초는 고대 중국으로부터 인도와 북아프리카를 거쳐 중남미에 전파되었다. 대마는 고대부터 많은 나라에서 사용되었으나 그 약리효과가 불확실하고, 환각작용을 나타내며,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여 현재는 의학적인 목적으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대마는 우리나라에서도 예전부터 삼베옷의 원료로 이용해왔던 식물이다. 대마초가 환각 목적의 흡연물질로 우리나라에 소개된 시기는 1960년대 중반으로 미군들을 통해 알려졌다. 1970년대 중반에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급속히 번져나가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각제로 알려져 있다. 마약의 종류에는 중추신경억제제 · 환각제 · 중추신경흥분제 · 일반의약품 등이 있는데, 대마초는 환각제에 속한다. 지각 · 감각 · 사고 · 자기인식 · 감정 등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로, 감각의 변화 · 망상 · 환상 등을 유발한다. 대마초에 의한 신체적 · 정신적 증세는 다음과 같다. ① 신체적 증세 : 평형감각이 없어져서 술 취한 사람처럼 걷게 되고, 식욕이 지나치게 많이 생기며, 머리가 아픈 증상이 나타난다. 또한 장기간 사용하면 눈꺼풀이 아래로 처지고 눈물이 돌아 눈에서 광채가 나며 손이 떨리고 말을 더듬는다. ② 정신적 증세 : 청각능력이 지나치게 예민해지고,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들며 기분이 좋아지다가 나빠질 수 있다. 또한 무의식적으로 웃음이 나고 돌아다니고 싶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대마초는 담배보다 훨씬 많은 자극제와 두 배나 많은 타르를 함유하고 있어 흡연할 때 가끔 뇌와 인두의 염증 및 목젖이 붓는 현상을 초래한다. 계속적인 대마초 흡연은 폐의 질환이나 만성 기관지염, 축농증 등을 유발한다. 대마초는 뇌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10~20대까지 대마초를 상습적으로 흡연했던 사람의 경우 70~90세의 노인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뇌기능 장애 현상이 발견된다. 대마초를 피우는 여성들은 가끔 월경주기에 문제가 발생하고 난소에서 난자가 생산되지 않거나 미성숙한 난자를 생산하게 된다. 임신 중에 대마초를 사용했을 경우, 유독한 카나비노이드가 혈류를 타고 태반으로 흘러 들어가 탯줄을 거쳐 태아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알코올 증상의 유아와 비슷한 미숙아가 태어날 수 있다. 대마초는 남성의 생식기관의 기능을 약화시킨다. THC는 뇌하수체가 충분한 남성호르몬을 생산하는 것을 억제하여 정자의 수를 줄어들게 하고, 단백질을 파괴시켜 정자의 활동을 약화시킨다. THC는 염색체를 깨뜨리고 손상시킬 수 있다. 생식세포에서도 이런 파괴행위가 일어나 불임이나 비정상적인 아이를 낳게 될 수도 있다. [ 출처 : empas 백과사전 - http://100.empas.com/entry.html/?i=44563&Ad=photorental#top ] 그 외, 대마로 검색 해서 삼(hemp)과 대마관리법 등에 대해서도 참고하도록 하자.(하시시에 관한 정보도 있다) [ 참고 : 대마가 뇌에 미치는 영향 - http://nopain365.com/marihuana_brain.html ] * 마리화나(marihuana) : 인도 · 아라비아 지방의 야생삼인 인도대마초(Cannabis sativa var. indica )의 암그루 꽃이삭과 상부의 잎에서 분리한 호박색 수지(樹脂)를 가루로 만든 마약. 브항(bhang)이라고도 한다. 재배삼의 암그루 꽃이삭과 잎에서 얻어지는 것을 간자(ganja)라고 한다. 마취 성분은 테트라히드로카비놀(THC)을 함유하며, 이것을 사용하면 감각을 잃고 상상력이 지나치게 풍부해지며 유쾌해져서 자기를 상실하고 헛소리를 하며 환각(幻覺) · 환상(幻想) 등의 정신적 이상을 나타낸다. 몰핀(아편)과는 달라 금단현상(禁斷現象)은 없다. 한국에서는 1976년 대마관리법(1976.4.7, 법률 제2895호)이 공포되어 대마초 및 그 제품을 대마(大麻)라고 하여 그 소지 · 재배 · 양수 · 양도 · 수입 · 수출 · 시용(施用) · 교부를 금하고 있다. 인도대마초는 중앙아시아에서 옛날부터 이슬람교도가 사용한 마취약으로 13세기 중국 원(元)나라 때 유욱(劉郁)이 지은 바그다드 여행기인 《서사기(西使記)》(1263)나 M.폴로의 《동방견문록(東方見聞錄)》에도 인도대마초를 사용해서 젊은이들이 도취하는 이야기가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 출처 : empas 백과사전 - http://100.empas.com/entry.html/?i=58488&Ad=Encyber ] * 칸나비노이드(cannabinoid) : 인도대마초인 마리화나의 주성분이다. 이것을 피우면 감각을 잃고 상상력이 지나치게 풍부해져서 환상이 보이고 기분이 들떠 헛소리를 한다. 인간의 대뇌에는 이 칸나비노이드 수용체 1이 있으며 그 유전자(CNR1)가 6q14에 있다. [ 출처 : 다윗정보통신 게놈과학 - http://genomescience.co.kr/home.html → 염색체와 유전자 - 6번 염색체 - http://genomescience.co.kr/6.html ] * 일본에서의 대마 : 일본산 산업용(주로 섬유생산) 대마는, 마약이라기 보기엔, THC등의 인체에 해로운 화학물질의 함유량이 기준치 이하로 떨어지는 대마인데, 일본산 대마는 보통 대부분 이런 듯 하다. [ 참고 : 大麻の絆 - http://www.headrok.co.jp/taimalink/ → 일본원산 대마 - http://www.headrok.co.jp/taimalink/gensanshu.html ] → 대마의 분류 - http://www.headrok.co.jp/taimalink/bunrui.html ] 다이스케가 THC인가 CBC인가 횡설수설 하는 부분. 원래는 CDBA인 듯 하다. 자세한건 아래에. (번역하기 귀찮다기 보다 난해) [ 참고 : 日本産業用大麻クラブ - http://www.kansai-cc.co.jp/hemp/ → ヘンプフォ-ラム@命の祭り2000 - 3/6 page- http://www.kansai-cc.co.jp/hemp/inochi03.html ] 토치기시로 : 일본 도치기현(사이타마현과 카나가와현 사이에 있는 행정구역. 한자는 Korean non-Unicode에선 표기 불가)에서 나는 무독성 대마. '아사(あさ)'는 이 지역의 전통적인 지역특산물이었다. 아사의 무독품종이 토치기시로. [ 참고 : 도치기의 농수산물 - http://www.pref.tochigi.jp/seisan/index/index.html → 특산물 - http://www.pref.tochigi.jp/seisan/kajukaki/tokusan/tokusan.html ] 자세한 정보는 있는데, 링크가 날아가서, 구글(google)에서 임시로 보존하고 있는 페이지를 긁었습니다. 이건 일단 제 계정에 올려놓겠지만, 자료가 일본어이므로 링크를 건너가셔서 글자가 깨져 나오시는 분들께서는 Encoding 설정을 Japanese (Shift-JIS)로 하셔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 참고 : 토치기시로 ] * 스터프(stuff) : 작품 내에서는, 합성 물질(synthetic stuff)이나 위스키 등의 의미로 쓰인 듯. [ 참고 : empas 영어사전 - http://engdic.empas.com/show.tsp/?s=&f=&z=I&q=stuff ] * 한텐 : 왠만한 사람들은 다 한번쯤은 어느 매체를 통해서든 봤으리라 생각한다. 참고사진을 아래에. [ 참고 : 宮田織物 - http://www.e-miyata.com/ → http://www.e-miyata.com/winter2000/hanten/h718.html ] * 후림불(とばっちり) : 《속》(「とばしり」의 음편) ①물방울이 튀어서 날아 떨어짐. ②옆에 있다가 억울하게 화를 당함. 남의 일에 휩쓸려 듦. [ 출처 : 한글2002SE - 한컴사전 - 일한사전 ] 〈俗〉(뜻밖에 뒤집어쓴) 언걸. 후림불. とばしり로도 읽음. [ 출처 : 民衆書林 - 民衆엣센스 日本語 漢字 읽기 辭典 ] 한자가 있긴 한데, Korean non-Unicode에선 표기 불가. * 시즈네의 예언 : 원래는, 시키와 관련 되면 위험한 일을 당한다(ひどい目にあう)인데, 위에서 미키야가 이걸 언어유희로 응용을 해서, 자신의 한쪽 눈이 없어진 걸 ひどい目로 표현 한 것임. 원문은 이렇다는 걸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ひどい目にあう는 위험한 일을 당하다, 험한 꼴을 당하다, 혼쭐이 나다 등등이 있는데, 단순히 ひどい目라고 해도, 위험한 일, 험한 꼴 등의 의미가 있지만, 미키야는 ひどい와 目을 구분하여, 참혹한(?) 눈이 되었다고 표현한 언어유희. 번역에 대해서 친구 준영이의 다른 의견은 '눈앞이 캄캄해지다'를 제시해주었지만, 일단 한쪽 눈이라도 멀쩡하니, 캄캄할 것까지야(...) -------------------------------------------------------------------------------- [ Before | Top | Next ] [MA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