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개가 짙은 날에는 숲 속. 녹색의 냄새와 벌레의 소리. 저 멀리 걸어가서. 저 멀리 걸어가서. 햇님이 없는 들판에서, 어여쁜 꼬마들과 만났어. 슬슬 점심때가 되었으니, 이제 집에 돌아가지 않으면. 「돌아갈 필요는 없어. 여기는 계속 영원해」 아이들은 노래 부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영원(永遠)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계속 남아 있어서」 「그것은, 계속 변하지 않아」 요람(搖籃)의 합창. 별빛에 비추이는 풀의 언덕. 우유 같은 안개가 흩어지기 시작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사라져간다. 영원 같은 것은 모르겠어. 빨리 집에 돌아가지 않으면. 저기 먼 곳이 나의 집. 저기 먼 곳에 나의 집. 녹색의 냄새와 벌레의 소리. 안개가 짙은 날에는 숲 속. 분명, 영원히 돌아갈 수 없어. / 망각녹음 망각녹음\ 1 별로 춥지 않았던 12월이 끝나고, 나는 16살의 신년을 맞이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말로 대표되는 정월의 훈훈함은 몇 번 들어도 질리지 않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나는 정월을 즐길 수가 없었다. 아아, 정말, 내가 정말 왜 이러고 있는 거야 젠장! 하고 생각할 정도로 즐길 수가 없다. 오히려 정월에 관계된 기억만을 잘라 내버릴까하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형편이지만,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편리하게 어찌할 수 없으니까 문제는 조금도 해결되지 않는다. 방에 있어도 우울한 기분이 해소 될 리 없어서, 나는 베개를 내동댕이치고, 발뒤축으로 찍거나 하는 화풀이를 꾹 참고서, 토우코 사부의 사무소로 외출하기로 한다. 우리 집은 중류층 가정인 주제에, 이런 계절한정의 이벤트는 빼먹지 않고 꼭꼭 대응한다. 나에게도 하쯔모데에 입고가기 위한 나들이옷이 준비되어있었지만, 기모노 따위는 입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입던 평상복 차림으로 외출하기로 했다. 「어머, 아자카쨩, 외출이니?」 「네. 신세지고 있는 분께 인사를 드리러요. 저녁때까지는 돌아오겠습니다」 웃는 얼굴로 말하고, 나는 코쿠토가를 뒤로했다. 1월 1일의 정오 무렵. 올려다본 하늘에는 구름뿐. 그것은 어딘가 지금의 기분을 대변해주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나의 발걸음을 조금이나마 가벼워졌다. ◇ 사실, 나도 처음에는 정월을 좋아했었다. 그것을 싫어하게 된 것은, 잊을 수도 없는 3년 전의 1월 1일. 96년을 맞이한 그날, 나는 지방에 있는 친척 댁에서 집으로 돌아와 있었다. ……나, 코쿠토 아자카(黑桐鮮花)는 몸이 약하다. 학교의 체육수업에서 A이하의 성적을 받아본 적은 없지만, 어쨌든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되어있다. 나에게 도회지의 공기는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골에 있는 숙부님 댁에 맡겨진 것이 10살 무렵. 그 뒤로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의 수일간만은 집에 돌아와 있었지만, 사실은 그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자기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코쿠토 아자카를 양녀로 삼고 싶다는 숙부님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본격적으로 지방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몸이 약하다는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집을 떠난 원인은, 오라버니인 코쿠토 미키야였다. 그래, 고백할거라면. 나는, 어째서인지 그 어딘가 모자란 듯한 오라버니가 좋았다. 곤란하게도 남매로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애정이라서 뒷감당이 안 된다. 당시의 나는 아직 초등학교에 중간 정도 학년의 어린애였다. 그렇지만, 스스로도 자신의 정신연령이 남들보다 높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었다. 보통사람 이상의 용모나 학력 때문일까, 아니면 태어날 때부터 차가운 성격이기 때문일까는 알 수 없다. 생각해보면, 그런 것은 착각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키야에 대한 감정은 진짜였다. 좋아한다던가, 같이 있고 싶다던가, 하는 그런 레벨의 감정이 아니었다.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 할 수 있다면 가둬놓고서 누구의 눈에도 띄게 하고 싶지 않다고까지 골똘히 생각에 잠길 정도로 진심이었다. 아니, 지금도 진심이지만, 어른이 되고 보니 어렸을 때처럼 스스럼없이 움직일 수 없게 되어버렸다. 원래부터 떳떳하게 드러낼 수 있는 사랑도 아니라서, 지금은 얌전하게 반격의 찬스를 엿보고 있다. ……반격. 그래 반격이다. 내가 지방으로 이사한 것은, 오로지 미키야와 떨어지기 위해서다. 왜냐하면 그 이상 같이 있으면, 분명 나는 여동생으로서 인식되어버린다. 호적상의 사실 따위는 어떻게 되어있든 상관없다. 단지, 미키야가 무의식 하에 나를 여동생이라고 머릿속에 각인 해버리는 곤란했다. 그래서 병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집을 떠났다. 그 뒤에는 미키야가 여동생으로서의 나를 잊었을 무렵, 씩씩하게 돌아와 주면된다. 그렇게 될 때까지, 나는 더 이상 없을 정도의 숙녀가 되려고 매일 매일을 보냈다. 역시 반하기보다는 반하게 만들고 싶다. 미키야의 취향은 빠삭하게 알고 있으니, 그런 것은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다. ──봐, 계획은 역시 완벽해. 그런데, 터무니없는 방해자가 나타나버렸다. ……아니, 나타나 있었다. 그것은 3년 전의 정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중학생이 되어 겨우 사랑을 말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던 나는, 상황을 살피러 집에 돌아왔다. 그때, 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미키야 녀석이 집에 고등학교 친구를 데리고 왔다. 료우기 시키, 라는 이름의 그 여자와 미키야가 사귀고 있다는 것은 명백했다. 죽 쒀서 개준다는 것은 이런 걸 말하는 걸까. 설마, 이런 표표(飄飄)한 남자와 사귀는 여자가 있다니, 나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잖아? 그런 건 취미가 너무 나쁜거니까! 어쨌든, 그 날은 너무나 심한 쇼크에 눈앞이 새하얘져버려서, 나는 멍한 상태가 되어 지방으로 되돌아갔던 것이다. 그 뒤로 어찌할까 하고 고민하고 있던 때, 료우기 시키의 부보(訃報)가 날아들었다. 그녀는 교통사고란 불행을 당하여 미키야는 외톨이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때는, 뭐어 조금은 시키를 동정했었어. 한번밖에 만나지 않았었지만, 시키가 즐거운 듯 웃고 있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걸로 나는 안심했다. 시키 같은 괴짜는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겠지. 나는 순조롭게 고교를 졸업하고, 목표로 하던 대학에 들어가면 된다. 그러고 나면, 남은 것은 밀어붙이는 것뿐이다. 8년 가까운 세월을 보내고 있으면 여동생도 뭐도 아니겠지. ……하고 생각하고, 나는 만족스럽게 숙부님 댁의 테라스에서 홍차를 마시며 득의양양하게 미소 지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적도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시키 녀석, 작년 봄에 의식을 회복했다. 미키야는 그 사실을 전화로 전해주기까지 해서, 나는 결심했다. 이제는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라고 말할 수 없게 되었다. 나는, 나에게 솔직해 지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그렇게 되자 행동은 빨랐다. 곧 도심에서 명문, 그것도 기숙사제의 고등학교를 찾아 나섰고, 전입 수속을 밟았던 것이다. 다행히 숙부님은 아버지와는 달리 이름 있는 화가였고, 나는 성적 우수자이면서, 흠잡을 데 없는 양가집 아가씨 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다. 입학에 본인의 성적보다 부모의 재산이 중요하다고 하는 레이엔 여학원(禮園女學院)에도 수월하게 전입할 수 있었다. 그 뒤로 반년이 경과하고, 나는 싫어하게 되어버린 정월을 맞이하고 있다. 오늘도 사실은 미키야와 하쯔모데(初詣)에 갈 예정이었는데, 어젯밤에 시키가 찾아와서 미키야를 낚아 채 가버렸다. ……정말로. 사태는, 일각의 유예도 없는 상황이 되어있던 것이다. … 나의 마술 사부(師)인 아오자키 토우코의 공방은, 공장지대의 한가운데에 있다. 언뜻 보기에는 만들다 말고 방치되어있는 폐 빌딩이지만, 안에는 멀쩡한 사무소 같은 것이 꾸며져 있는 이상한 건물이다. 1층은 차고로 쓰고 있고, 2층과 3층은 불명, 4층에 미키야가 일하러 다니는 사무소가 있다. 오라버니가 다니는 회사의 소장은, 달리 말하면, 나의 사부이기도 한 것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응, 복 많이 받아라」 사무소에 들어가 인사를 하자, 토우코 사부는 나른한 표정으로 맞장구를 쳐주었다. 아오자키 토우코는 20대 후반의 여성으로, 늠름한 타입의 미인이었다. 평소대로의 수트 차림은 남장 여인(麗人) 그 자체로, 안경을 벗고 있기 때문에 더욱 성별이 애매해진다. 「뭐야 아자카. 오늘은 코쿠토와 외출하려던게 아니었어?」 소장석에 앉은 채로 토우코 사부는 뻔한 질문을 던져 왔다. 「시키가 나타나서 데려가 버렸어요. 자기가 강의를 결석하겠다고 말해놓고서는 좀 뭐하지만, 예정을 원래대로 되돌려도 괜찮을까요?」 「마침 잘됐군. 아자카에게 할 말이 생긴 참인데」 ……? 토우코 사부가 나에게 할 말이 있다니, 별일이다. 나는 그녀에게 커피를 타주고, 내 것으로 일본차를 타 와서 자신의 의자에 앉았다. 「그래서, 하실 말씀은 어떤거죠?」 「아아, 아자카는 코쿠토에게 고백한걸까 하는 의문이 들어서 말야」 정말, 사부는 요만큼도 진심이 없는 질문을 했다. 「안했습니다. 오라버니에게는 눈치 채이지도 않을 생각인데, 그게 무슨 일이라도?」 「───재미없군. 코쿠토라면 눈에 보일 정도로 허둥댈 텐데 너는 눈썹하나 깜짝 안하고 속답 해버려. 남매가 이렇게까지 틀릴 수 있다는 것도 보기 드문 일이라구. 정말로 남매인지 의심해본 적은 없는 거야? 아자카」 「정말로 남매가 아니라면 문제 따윈 없어요」 내심 토라져서 대답하자, 토우코 사부는 가볍게 웃었다. 「이야, 너는 정말로 순진해. 미안, 지금 건 쓰잘떼기 없는 질문이었어. 나도, 1년에 한번정도는 실언을 하는 것 같군. 용서해」 「일년에 한 번하는 실언을 정월에 해버리시다니. 대단한 스타트 대쉬군요. 그래서, 하실 말씀이란 건 무슨 일인가요?」 「너의 학교에 관한 얘기야. 아자카는 사립 레이엔 여학원 1학년생이었지. 1학년 4반의 사건에 대해서, 들은 것 없나?」 1학년 4반? 그건, 혹시──── 「다치바나 카오리(橘佳織)씨가 있던 반이네요. 저는 A클래스라서 D클래스의 일은 자세히는 모르지만」 「다.치.바.나, 카.오.리? 뭐야 그건. 그런 이름은 리스트에 없는데」 토우코 사부는 불유쾌하다는 듯 얼굴을 찡그린다. 나도 마찬가지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래도, 나와 토우코 사부 사이에는 서로 어긋난 점이 있는 것 같다. 「……저기, 무슨 말씀이시죠?」 「그래, 아자카는 모르는 건가. 그렇지, 클래스가 달라서는 화제가 되지 않는 건가. 레이엔은 클래스 별로 격리된 시스템인 것 같으니까 말야. 그 이야기는 4반 학생 들 밖에 모른다는 거군」 혼자서 납득하고서, 토우코 사부는 사건을 상세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사건의 시작은 2주전. 겨울방학을 눈앞에 둔 레이엔 여학원 고등부 1학년 4반 교실에서, 두 명의 학생이 말싸움 끝에 상대를 커터로 찔렀다는 것이다. ……레이엔이라고 하는, 봉쇄된 그 이세계(異世界)에서 칼에 찔리는 사건이 일어나다니, 갑작스러워서 믿겨지지가 않는다. 레이엔은 한번 입학하면 어지간한 특권이 없는 한 밖에 나갈 수 없는, 수용소 같은 학원이다. 그래서 내부의 공기는 거짓말처럼 조용하고, 멈춰있다. 폭력사태 따위가 일어날 리 없는 병적일 정도로 세정(洗淨)된 세계인데. 「───그래서, 부상은 어느 정도인가요?」 「상처 자체는 대단한게 아냐. 문제는 좀 다른 곳에 있지. 두 학생은 둘 다 상처를 입었다. 이 의미를 알겠나? 아자카」 「……말싸움 끝에 두 사람이 동시에 상대를 찔렀다는 소리네요. 곧 양자의 말싸움에 우열은 없었고 이야기는 평행선인 채로 두 사람이 동시에 결론에 달했다, 고 하는」 「그래. 말싸움의 내용은 조금 이따가 말하지. 문제는 아직 계속되고 있어서 말야. 이 사건은 곧바로 보고 되지 않았어. 겨울방학에 들어가고 나서, 학장이 보건실의 기록을 조사해보던 중에 상처를 입은 두 사람의 기록이 있었기 때문에 발견한 사고야. 4반의 담임은 그 사고를 의도적으로 은폐했다는 소리가 되지」 4반───D클래스의 담임은 하야마 히데오(葉山英雄)라고 하는, 레이엔에 두 명 있는 남성교사 중 한 명이다. 그렇지만 그는, 11월의 학생 기숙사 화재 뒤에 책임이 물어져, 담임에서 물러나게 되었어. 그의 대타로는 분명…… 「쿠로기리 선생님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나는,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을 하고 있었다. 토우코 사부는 으응, 하고 끄덕인다. 「마더도 그렇게 말하더군. 1학년 4반의 담임을 맡고 있던 쿠로기리라는 교사는 아주 신뢰가 두터운 거겠지. 마더가 그를 추궁했었을 때, 쿠로기리 사쯔키(玄霧皐月)는 그 사고를 기억하고 있지 않았던 것 같아. 마더에게 지적을 받고 갑자기 기억해냈다고 하더군. 어쩐지 수상쩍은 얘기지만, 마더 왈, 연극을 하는 것이 아니라 쿠로기리 사쯔키는 정말로 잊고 있었던 것 같다고 하더라고」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2주전의 사건을 깨끗하게 잊어버릴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지만……혹시, 쿠로기리 사쯔키라면 그런 일도 있을 수 있을 지도 몰라, 하고 나는 생각해 버렸다. 「말을 다시 돌리겠는데, 학생들의 말싸움의 내용이야. 두 사람의 학생은 방과후에 다른 학생들이 있는 가운데서 말싸움을 시작했어. 그 내용을 다른 학생이 듣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자신의 비밀이 알려져 버린 것 같더군. 그것이 또, 특수한 케이스의 비밀이라서 말이지. 본인이 잊고 있던 비밀을 폭로 당했다는 거야」 「───에?」 「그러니까, 본인이 잊고 있어서 기억도 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의 비밀을, 상대가 밝혀 버렸다는 소리야. 이 두 학생은 소꿉친구라서, 자신이 잊고 있던 일을 기억하고 있다면, 그것은 어렸을 적부터 친구인 상대방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 같아. 이야기에 따르면 그녀에게는 본인조차 잊고 있던 일이 적힌 편지가 한달 가까이 보내져왔다고 하더군. 처음에는 편지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어. 그렇지만 읽어 가는 도중에, 그것이 자신의 일이라고 기억해내고 섬뜩해졌다는 거지, 어쩐지. 기분이 나빠져서 친구를 추궁해보았는데, 그 친구도 마찬가지로 편지가 보내져오고 있었다고 해. 두 학생은 서로가 범인이라고 믿어버리고 동시에 커터로 서로를 찔렀다는 이야기」 나는 한동안 말을 잃었다. 본인조차 잊고 있는 기억이 편지가 되어 보내져온다? 본인조차 모르고 있을 비밀을 어딘가의 누군가가 편지로 보내온다는 소리인가. 「새로운 수법의 협박인가요, 토우코씨」 「아니, 편지에는 잊고 있던 과거의 사건들밖에 적혀져있지 않았다고 하더군. 협박하고 있는 것도 아냐. 스토커처럼 24시간 감시를 하고 있다고 해도, 과거의, 그것도 본인조차 잊고 있을 만한 사건을 아는 것은 불가능해. 기분 나쁘다고 한다면, 뭐어 기분 나쁜 이야기군」 기분 나쁜 정도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재미있어하면서 편지를 읽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한 달이나 계속된다고 하면 어떨까. 자신이 모르는 일을 자신이 아닌 누군가가 알고 있는 것이다. 하루하루 정체불명의 감시자의 편지를 읽을 때, 그녀들의 정신은 막다른 곳에 몰려있었겠지. ……커터로 서로 찌른다는 것은 오히려 가볍게 끝난 결말인지도 모른다. 「토우코씨. 그, 편지의 주인공은 밝혀졌나요?」 「아아. 범인은 요정이라더군」 토우코 사부는 딱 잘라 말했다. 나는 놀라서 에엣, 하는 소리를 내버렸다.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그러니까, 요정이야. 뭐야, 아자카는 이 이야기도 들은 적 없는 건가? 레이엔에는 영감(靈感)이 강한 여자가 모이는 건지, 목격자도 많다고 하던데. 아자카의 눈은 영체(靈體)에 초점이 안 맞으니까 보이지 않겠지만, 기숙사의 학생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것 같더군. 밤에, 머리맡에 요정이 날아온다. 눈을 떠보면 과거 수일간의 기억이 쏙 빠져있다는 거야. 기억을 채집하는 것은 요정의 일 같은 거니까, 아마 틀림없겠지. 1학년 4반의 사건과 요정의 이야기는 연결되어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 하겠군」 토우코 사부는 담담하게 말한다. 나는, 이 사람 밑에서 마술을 배우고 있으면서도, 그 말을 전혀 믿을 수가 없었다. 「토우코씨는 요정 이야기를 믿고 계신 건가요?」 「보지 않은 일에 대해서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레이엔이라면 요정정도는 살고 있겠지. 그곳에는 그런 분위기만큼은 충족되어 있으니까 말야. 그 학교는 세상과는 격리되어서, 부지 내에는 자동차소리조차 들리지 않아. 그곳을 지배하는 것은 엄숙한 교칙과 정결한 시스터들뿐이고, 소년소녀를 열광시키는 유행들은 침입할 수 없어. 부지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나무들은 이미 삼림처럼 우거져있어서, 그곳에서 길을 잃으면 반나절동안은 밖으로 나올 수 없겠지. 공기는 어딘가 사탕 같은 달콤함을 머금고 있고, 시계바늘은 노파가 뜨개질을 하듯 느릿느릿 나아가지. ───봐, 그야말로 도심에 자리 잡은 요정의 고향 그 자체잖아」 「잘 아시는군요. 마치 학원을 알고 있는 것 같은 말투에요, 토우코씨」 「당연히 알고 있지. 나는 그곳의 OG인걸」 ───이번에야말로. 나는, 깜짝 놀라는 소리를 냈다. 「뭐야 그 눈은. 마더 리즈바이페가 제3자에게 학원의 치부를 상담해 올 거라고 생각하나? 어젯밤, 학장에게서 원인의 규명을 해주었으면 한다는 의뢰를 받았어. 내 일터는 탐정사무소는 아니지만, 딴사람도 아니고 마더의 부탁이니 거절할 수 없지.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학원에 들어가는 것은 너무 눈에 띄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할까 하고 있었는데 말야. ──아자카」 듣고 싶지 않아요, 라고 말하며 나는 고개를 돌린다. 토우코 사부는 감정 없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화제를 바꿨다. 「그럼. 요정이란 걸 듣고서 아자카는 무엇을 연상했지?」 「──요정, 말인가요. 그, 작은 여자 애의 등에 날개가 달렸다던가」 자신 없이 대답하자 토우코 사부는 꿈이 있으니 충분해, 라고 말하며 소리 없이 웃었다. 「요정이라고 해도 종류는 가지가지니까, 그런 것도 있을지도 몰라. 단, 그것은 마술사가 만들어낸 사용마(使い魔)로서의 요정이지. 요정은 악마 따위와는 달리, 어떤 상념이 모여서 형체를 이룬 실상환상(實像幻想)이 아니라, 버젓하게 생물의 계통트리에 포함되어있는 존재야. 때문에 생물학적으로 생존이 불가능한 신체구조를 하고 있지는 않아. 고블린(Goblin)이라던가 레드캡(Red Cap)이라던가가 어떤 의미로는 순수한 요정이란 소리가 되지. 요정과 용(龍)으로 대표되는 환상종(幻想種). 일본에서는 순수한 오니(鬼)가 이것에 해당되겠는데, 그들은 때때로 우리들과 접촉을 해왔어. 그들은 악마들처럼 인간의 소원에 의해 생겨나고 소원에 의해 불려나오는 수동적인 것들이 아니야. 어디까지나 능동적인 존재지. 스코틀랜드부근에는 요정의 장난이 지금가지도 이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 장난 중에는 인간에게 무언가를 잊게 만든다, 라는 것이 있어. 그밖에는 어린아이를 숲 속으로 끌고 들어가서 일주일정도 돌려보내지 않거나, 갓 태어난 아이를 요정의 아이와 바꿔치기 하거나, 집의 현관에 토끼의 사체를 흩뿌려놓거나 하는, 실로 어린애장난의 레벨에서 벗어나지 않는 웃음 짓게 만드는 장난뿐이지. 정말로 통일성 없는 녀석들의 장난에는, 그렇지만 공통점이 딱 한 가지 있어. 요정들에게는 말야, 손득(損得)감정이란 것이 없어. 그들은 단순히 재미있기 때문에 하고 있을 뿐이지, 그 뒤에 무엇을 원하는 일은 있을 수 없어. 그렇지만 레이엔의 케이스는 달라. 빼앗은 기억을 편지로 써 보낸다는 것은 아무래도 악의가 느껴지잖아? 한마디 더하자면, 레이엔에 나타나는 요정이란 것은 아자카가 말한 대로의 귀여운 외견을 하고 있는 것 같더군」 ……과연. 역시 토우코 사부, 이런 식으로 돌려서 말해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분한걸. 나는, 나의 프라이드를 위해서 그 뒤를 스스로 말해버린다. 「곧, 레이엔 여학원에 나타난 요정이란 것은 만들어진 것, 사용마. 악의가 있는 이상, 그것을 조종하는 마술사도 존재한다는 말씀이군요」 그래그래, 하고 토우코 사부는 기쁜 듯이 끄덕인다. 「사용마에 관해서는 이전에 설명했었지? 마술사가 스스로의 육체의 일부를 제공해서 만들어낸 분신으로서의 사용마와, 다른 생물을 전신(前身)으로서 개조한 수족으로서의 사용마. 이번에는 수족으로서 사역시키는 사용마임이 틀림없어. 사람의 기억을 훔치는 것뿐인 단일성능이야. 하는 짓이 어린애들 같아서 한심해」 ……그 한심한 일의 처리를 떠맡게 되는 내 마음도 생각치 않고, 사부는 말을 계속한다. 「뭐어, 그것도 할 수 없나. 요정의 사용법은 어려워. 술자(術者)는 어느 사이엔가 그것에게 요망을 이루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요망을 들어주고 있는 경우가 많아. 녀석들은 제멋대로의 요구만 하니까 말야. 때문에, 옛날부터 요정을 사용마로 하려는 마술사는 적었어. 있다면 그 녀석은 일류의 실력자야. 그렇지만 이번에는 달라. 요정과 비슷한 사용마를 사용하고 있는 것뿐인 미숙자일테니까 수업에는 딱 좋아. 그래서 말인데, 아자카. 사부로서 명령한다. 목적은 진상의 규명. 기간은 겨울방학이 끝날 때까지. 원인의 배제(排除)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할 수 있다면 처리해버려」 ……역시 이런 결과가 되는구나. 나는 거의 자포자기했지만, 애써 냉정하게 끄덕였다. 「───수업의 일환이라면 할 수 없지요」 그러면 자세한 자료를 주지, 하며 토우코 사부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렇지만 그 전에, 나는 단 한가지의 불안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토우코씨. 저는 요정 따위는 볼 수 없어요. 토우코씨처럼 마안(魔眼)같은 것도 가지고 있지 않구요」 나의 질문에, 토우코 사부는 씨익 웃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느꼈던 적 없는, 킥을 날려주고 싶어질 정도로 불길한 웃음이었다. 「아아, 그거라면 괜찮아. 눈의 대용품은 잊지 않고 준비해뒀어」 사부는 킥킥하고 소리 죽여 웃으면서 그 내용을 말해주지 않았다. 망각녹음\ 2 나와 그녀는, 레이엔 여학원 고등부 직원실을 뒤로했다. ◇ 「나, 전부터 생각했는데 말야. 토우코는 사실 머리가 나쁜게 아닌가 하고」 1월 4일, 월요일, 흐린 날씨의 정오 무렵. 내 옆에, 나의 "눈의 대용품"이 밉살맞게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나는 이 녀석이 적이라는 것을 접어두고, 거짓 없는 본심으로 동의한다. 「맞아. 하필이면 너를 학원 내에 들여보내다니, 제정신으로 벌이는 사태라고 생각할 수 없어」 「너무한데. 이번의 희생자는 틀림없이 분명히 나라구. 전학할 예정 같은 건 있지도 않은데, 3학기부터 전학해오는 척 연극까지 하라고 했단 말야」 우리들은 고등부 교사(校舍)의 복도를 걸으며 서로의 얼굴을 보지 않고서 이야기를 나눈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은 료우기 시키라고 하는 이름의 소녀다. 레이엔 여학원의 교복은, 그대로 미사에 나갈 수 있을 만큼 수녀복에 가까운 디자인이다. 검은 예복에 학생다운 기능성을 혼합시킨 것으로, 일본인에게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 교복이다. 그런데도, 료우기 시키는 입고 있어도 평상복처럼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의 흑발은 교복의 색 보다 짙어서, 신체를 덮는 흑색에 녹아들지 않는다. 가느다란 어깨와 목덜미가 더욱 하얗게 보여서, 내가 봐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시키는 연상인 주제에, 어쩐지 어려 보인다. 키도 나와 별 차이 없지만 단정한 그 모습은, 차분한 크리스천 소녀를 멋지게 의태(擬態)하고 있었다. ……어쩐지, 아주 재미없다. 「아자카. 저쪽에 두 사람, 이쪽을 보고 있어」 지금 막 지나쳐간 상급생을 쳐다보는 시키. 이쪽을 관찰하고 있는 학생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있는지, 나는 간단하게 상상할 수 있었다. ……레이엔은 여학교이기 때문에, 학생들 사이의 좋아하고 싫어하는 취향에 있어서 남성이라는 요소는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역시 그녀들은 남성상(男性像)이란 것을 동경하고 있기 때문에, 중성적인 미인은 학년을 불문하고 인기가 있다. 레이엔에는 그런 타입의 사람은 적어서, 시키 같은 사람이 정말로 들어온다면 틀림없이 아이돌이 되겠지. 스쳐지나간 학생들은 어딘가 남성적으로 늠름한 시키의 옆모습을 보고, 그런 기대에 재잘거리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저 전학생이 흔치않기 때문에 그러는 것뿐이야. 이번 사건에는 관계없겠지」 「흐음. 겨울방학인데도 학생이 있군」 「우리는 전원 기숙사 입사제도(全寮制)라서, 기숙사에 남고 싶어 하는 학생은 의외로 많아. 교사는 도서실이 있는 1층과 4층만 개방하고 있지만, 기숙사에 있는 도서실로 대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교사까지 오는 사람은 별로 없어. 교칙위반으로 시스터에게 불려오는 거라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그 시스터의 호출도 3번이면 퇴학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나도 몇 번에 걸쳐 시스터의 호출을 받았다. 어떤 이유가 있다고 해도, 이 학원에서는 밖으로 나가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부모님과 만나러 간다는 이유조차 인정되지 않는 것이다. 레이엔에 입학한다는 것은 그런 것으로, 보호자들은 그 철저한 관리체제를 기대하고 입학시킨다. 나나, 친구인 후지노가 몇 번이나 외출해도 퇴학당하지 않는 것은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다. 후지노는, 아버지가 이 학원 기부금의 3할을 대고 있는 부자이기 때문에 퇴학당하지는 않는다. 라기 보다, 시켜주지 않는 것 같다. 나는……뭐어, 화가인 숙부님의 네임밸류도 있겠지만, 일단 레이엔의 진학률을 올리기 위해 고용된 용병 같은 존재라서, 외출을 너그럽게 봐주고 있었다. 레이엔도 학교임에는 틀림이 없는지라, 졸업생 가운데에 유명대학에 진학한 학생이 있다면 그보다 더할 나위가 없다. 나는 처음부터 T대학에 지원하고, 합격한다는 것을 전제로 입학을 허가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분명, 공부만은 하나님께 기도해서 어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레이엔의 경영진의 생각은 속물적이지만, 나에게 별로 불만은 없었다. 그 덕분에 예외적으로 외출을 허가 받고 있었고. 그렇게 혼자서 생각에 잠겨 있자, 옆에 있는 시키는 흥미 없는 나른한 눈동자로 학교건물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것에도 곧 질렸는지, 그녀는 가슴에 늘어뜨려진 십자가 장식을 만지작거린다. 「이상한 학교야. 교사가 시스터인건지, 시스터가 교사인건지. 그러고 보니 아까 예배당이 보였는데, 거기서 미사라던가 하는 것을 하는 건가?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던가 뭔가 하는, 그거」 시키는 소박한 질문을 해온다. 그렇지만, 그런 것 따위가 뭐 어쨌다는 거야, 바보 시키. 「───예배는 아침저녁에 있어요. 미사는 일요일에 한번 있지만 학생의 참가가 의무화된 것은 예배뿐이고 미사는 자유참가. 나처럼 고등학교에서 레이엔으로 전학해온 사람들은 크리스천이 아니니까, 미사에 나가는 일은 없어. 시스터들에게 주는 인상은 변하지만, 신앙은 자유니까 어쨌든 강제적인 것은 아니에요. 레이엔은 오래전부터 미션스쿨이었지만, 수년 전부터 양가의 아가씨육성학교가 되고 나서부터는 기독교에 흥미가 없는 애들도 많은걸. 아무리 품행이 불량한 애라도 레이엔을 졸업하면 구혼자가 줄을 서게 되니까. 그것이 목적이라서 딸을 입학시키려는 부모가 태반이겠지. 결국, 정말로 신을 믿어서 입학하는 애들은 줄어들고 있어요. 지금의 일본에서는 학생들의 부모도 기독교를 배우게 하기 위해서 입학시키지는 않겠지요. ……그래도, 학교 안에는 진짜 크리스천도 있는 듯 하지만」 「하나님, 인가. 있을 곳에는 있을지도 모르겠구만 그런거」 ……어쩐지, 엄청난 위화감이 든다. 시키의 남자 같은 어조에는 익숙해져있었지만, 가련한 수도녀로 밖에 보이지 않는 지금 모습으로 이야기하면 당황하게 되어버린다. 「하나님은 모르겠지만, 다른 것은 어때? 찾았어?」 걸으면서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체하며 물어본다. 시키는 아니, 라고 대답하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전혀. 밤까지 기다려볼 수밖에 없겠군, 이렇게 되면」 시키는 졸린 듯한 눈빛으로, 그런 말을 한다. ……이 여자는 보통 인간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이 있다. 유령 같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물체의 부서지기 쉬운 부분을 보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게다가 운동신경은 발군이고, 성격은 흉폭 하기까지 하다. 확실히 말해, 미키야와는 너무나 정 반대인 "특별"한 인간이다. 나는 다른 어떤 상대보다, 시키가 미키야와 함께 있는 것이 싫다. 그래, 내가 토우코 사부를 사부로 삼게 된 것은, 원인을 말하자면 이 녀석이 원인인 것이다. 미키야의 상대가 평범한 여자였다면 하루 만에 재기불능으로 만들어버렸을 테지만, 료우기 시키는 보통 내기가 아니다 지금 이 상태로는 맞설 수 없다, 고 판단한 나는 자신의 상식을 전당포에 맡기고, 마술사인 아오자키 토우코밑에 제자로 들어갔다. ……유감스럽게도 아직 실력으로는 시키에게 대적할 수 없어서, 지금은 이렇게 수업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도, 나는 조금 복잡한 기분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밤은 아자카의 방에서 보내는 건가? …………뭐어, 네가 있는 곳이라면 참기로 할까」 시키는 할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면서 말한다. 미키야의 말에 의하면, 시키는 자신이 잠자리로 삼은 장소 외에는 앉으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시키는 아직 보지도 않은 내 방에 묵는 것을 참겠다고 한다. 복잡한 이유는 이것으로, 즉 시키는 나를 싫어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시키가 싫은데도, 이래서는 어딘가 짝이 안 맞아서 실천에 옮기기 힘들다. 나도──미키야에 관한 것이 없었다면, 료우기 시키의 사람됨은 내가 좋아하는 부류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는데 말야. 이번에는 내가 한숨을 흘린다. 그러자, 시키는 힐끗 나를 쳐다보았다. 「아자카. 어디로 가는 거야. 기숙사에 가는 거 아니었냐?」 「기숙사에 볼일은 없잖아. 우선 4반의 담임에게 이번 일에 대해 물어볼 테니까, 따라와. 당신은 내 눈이니까 만나는 사람들 전부를 식별해줘야겠어」 「───담임이라면, 하야마란 놈인가」 「틀려요. 하야마 선생님은 11월에 이 학교를 떠났어. 지금은 쿠로기리 사쯔키라는 사람이 담임을 맡고 있고. 두 사람 다 우리학교에서는 거의 없는 남자교원이야」 「여학교에 남자 교사인가. 다른 곳이라면 별일 아니겠지만 이 학교에서 남자란 것은 이상(異常)인걸」 시키의 말은 당연한 이야기다. 졸업 할 때까지 학생을 흠잡을 데 없는 여성으로 만들어내는 레이엔에 있어서, 남자 교원이란 것은 방해자 밖에 되지 않는다. 불순이성교제를 막기 위해서 일부러 외출을 금지했어도, 적이 안쪽에 있어서는 트로이 목마라고도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렇네. 그렇지만, 그것에는 복잡한 사정이 있어. 하야마 히데오라는 사람은 학원에서도 싫어하는 사람이었어. 교원면허를 가지고 있는지 조차 의문인 사람으로, 실제로 학생들에게 손을 뻗은 일도 있는 것 같아. 하지만 시스터는 고사하고 마더조차 강하게 주의를 주지 못했어. 어째서냐면 우리 이사장은 지금은 오우지(黃路)라는 성이지만, 사위로 들어오기 전에는 하야마라는 성이었거든」 「이사장의 품행 불량한 동생이란 소린가. 그래서 그 녀석은 어째서 그만둔 거야」 「11월에, 내가 토우코씨의 사무소에 있었던 거, 기억나? 그때에도 말했지만, 고등부 기숙사에 화재가 있었어. 1학년과 2학년 C클래스 이하의 기숙사인 동관이 전소되어서 말야. 레이엔의 기숙사는 학년별로 나뉘어 있거든. 거기서 세부적으로 클래스별로 나뉘어서 관리되고 있는데, 불이 난 곳은 1학년 4반의 블록이었어. 하야마 히데오 선생이 말야, 무슨 생각이었는데, 불을 지른 거야. 이사장은 당연히 그를 잘라 버렸지만, 그 무렵에 하야마는 이미 학교에서 사라진 뒤였어」 도망친 거겠지, 라고 나는 덧붙인다. 그 화재의 정보는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았다. 불을 끄러온 소방사의 입도, 레이엔에 재학하는 학생의 아버지들이 협력해서 입을 막았다고 한다. ……소중한 딸이 있는 학교에서 불상사가 나게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겠지. ……사람이. 한 사람, 죽어버렸는데도. 「그래서, 쿠로기리라는 사람은 어떤데?」 「쿠로기리 선생님은, 문제없는 사람이라고나 할까, 하야마와는 정 반대. 레이엔의 학생 중에서 그 사람을 싫어하는 학생은 없다고 생각해. 쿠로기리선생님은 올해 여름부터 근무하고 있는데, 하야마처럼 백은 없다는 얘기야. 단지 마더의 보증이 있는 것뿐이야. 우리학교, 뿌리를 찾는다면 영국에 있던 어딘가의 명문교의 자매교라고 하더라구. 영국의 본교는 없어져 버렸지만, 자매교인 레이엔은 아직 남아있어. 마더로서는 교사는 전원 영국인으로 하고 싶겠지만, 일본어를 할 수 있는 순수한 영국인 교사 따위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어. 그 점에서, 쿠로기리 선생님은 외국태생에다가 발음도 완벽. 지저분한 미국 발음이 없다고 시스터들도 기뻐하고 있어」 「그럼, 쿠로기리라는 사람은 영어 교사인가?」 으음, 하고 시키는 눈썹을 찌푸리면서 중얼거린다. ……혹시. 유독 전통적인 것만을 고집하는 이 녀석은, 영어란 것이 전혀 안되는지도 모른다. 「영어뿐만이 아니야. 분명 독일어라던가 프랑스어 교원면허도 가지고 있다고 해. 중국어도 어느 정도는 마스터한 듯 하고, 남미의 어떤 부족의 말까지 알고 있다고 하고……뭐어, 사람들이 언어 오타쿠라고 수근대는 이상한 사람이야. ……코쿠토 아자카와 료우기 시키 에게 있어서는, 다른 의미로 특별한 사람. 나는 그 선생님을 대하는 게 아주 거북해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서, 멈춰 선다. 1층의 가장자리에 있는 영어교사의 준비실. 레이엔에는 직원실은 사무를 보는 장소이고, 각 교과의 준비실은 교사마다 한 개의 방이 마련되어있다. 쿠로기리 선생님이 사용하고 있는 곳은, 하야마 히데오가 사용하고 있던 준비실이다. 나는 시키에게 들키지 않도록 작게 심호흡을 하고서, 준비실의 문을 노크했다. ◇ 쿠로기리 사쯔키는 우리들에게 등을 보이면서 책상을 향해 앉아있었다. 그의 책상은 창가에 있어서, 잿빛 햇살이 방을 비추고 있다. 준비실은 그 이름과는 달리, 연구실처럼 어질러져있었다. 「쿠로기리 선생님. 1-A의 코쿠토 아자카입니다. 마더에게서 말씀은 들으셨나요?」 내 목소리에 네, 하고 끄덕이며 그는 돌아본다. 의자가 빙글 회전하며, 쿠로기리 사쯔키는 우리들과 마주보았다. 「───────」 시키가 숨을 삼키는 기미가 느껴진다. 나도 처음 이 사람과 마주했을 때에는, 현기증을 느낄 정도였으니까. 「아아, 네가 코쿠토군인가. 응, 들은 대로의 애 같구나. 우선 앉도록 해. 얘기가 길어지겠지?」 부드럽게 말하며, 쿠로기리 선생님은 미소 짓는다. 나이는 25세정도로 레이엔의 교사 중에서 제일 젊다. 아무리 봐도 문과계열 같은 가냘픈 몸매와 검은 뿔테의 안경이, 이 사람을 무해한 인물이라고 알려준다. 「1학년 4반의 일 일까?」 「……네. 커터로 찌른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에요」 나의 대답에, 쿠로기리 선생님은 미안하다는 듯이 눈을 약간 찡그렸다. 그것은 보고 있는 이쪽이 슬퍼질 것 같은,쓸쓸한 표정이었다. 「힘이 되지 못해서 미안하지만, 나 자신도 그 사건에 관해서는 기억이 애매해. 자세한 기억이 없는데다가, 그 애들을 말릴 수도 없었어. 분명 쿠로기리 사쯔키란 사람은 현장에 있었는데도 말이야.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어」 자신의 무력함보다, 상처 입은 학생들을 생각하며 쿠로기리 사쯔키는 눈을 감는다. ……이 사람은, 똑같다. 누군가의 비극을 깊이 생각하면서, 떠맡을 필요 없는 짐을 지고 있다. 결코 타인을 상처 입히지 않는, 해 없는 너무나 다정한 인간────. 「선생님은, 그 두 학생들이 말싸움을 한 원인을 알고 계신가요?」 나는 확실히 하기 위해서 물어본다. 쿠로기리 선생님은, 조용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다른 학생들의 말로는 내가 두 사람을 말렸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나에게는 그 날의 기억이 없어. 응, 덜렁대면서 뭔가를 잘 잊어버린다는 소리는 자주 듣지만, 정말로 기억이 사라져버린 것은 처음이야. 무언가 중요한 일을 듣고 있었다고 한다면 돌이킬 수가 없어. 아니, 그 이전에 원인은 나인지도 몰라. 나는 그날, 그 애들과 같은 교실에 있었어. 그것만으로도, 나는 책임을 추궁당해야 하지」 생각에 잠겨있는 표정으로 선생님은 말한다. 거기서, 나는 겨우 깨달았다. 잊은 비밀을 편지로 받고 있다는 D클래스의 학생들의 초조함은 혹독한 것이겠지. 하지만 보이지 않는 불안에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은 그녀들뿐만이 아니다. 문제가 일어나고, 그 자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는다는 쿠로기리 선생님의 정신상태도 위태롭게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내가 그의 입장이라도 분명 같은 불안을 안고 있었겠지. 기억이 없다, 라는 것은 그것만으로 불안해 지게 된다. 그 사이에 무엇을 손에 넣었는가, 무엇을 잃었는가. 분명히 무슨 일인가를 했던 자신의 행동을 알 수 없다, 는 것은 바닥없는 구멍이나 마찬가지다. 나쁘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구멍은 깊고 어두워져간다. 그런 일은 없다고 부정하는 구실조차 잊어 가는 것이다. 선생님이, 자신이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선생님. 1학년 D클래스의 학생들은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을 시종 지켜보고 있었어요. 선생님은 말리러 들어갔던 것뿐이라고 하는데요」 「아니야, 코쿠토군. 생각해 보렴, 자신의 기억을 확인할 때에는 타인의 기억은 도움이 안돼. 과거를 결정하는 것은 역시 기억이라는 자신의 저울뿐이야. ……그래서 나는, 역시 내가 잘못했다고 하는 가능성을 고려해야한다고 생각해. ───아냐, 미안. 이런 말은 무의미하지. 이런 상태의 나는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질문을 계속해주지 않겠나」 무리해서 미소 짓는 그에게,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한다. 「……알았습니다. 그러면, D클래스 자체에 어떤 이상한 일은 없었나요? 예를 들면 학생전원이 숙제를 잊는다, 던가」 「그런 일은 없었어. 단지, 분명 우리 교실은 긴장되어 있다며 시스터들이 이야기 하던걸 들은 적이 있어. ……나 자신은 예전의 그 애들을 모르니까 단언은 할 수 없지만 확실히 4반 교실은 너무 조용하다고 생각해」 「그건, 무언가에 겁먹어있는 것 같은 분위기인가요?」 예상대로의 전개에 나는 확인 해본다. 커터로 서로를 찔렀다는 두 학생. 그녀들의 주위에 있던 다른 학생들은, 어째서 그렇게까지 과열된 말싸움을 말리지 않았을까. 흥미가 없어서? 아니, 그렇다면 대화의 내용 따위를 듣고 있을 리 없다. 지극히 당연한 흐름지만, 요컨대 망각한 기억을 적은 편지는 1학년 4반 학생 전체에게 보내지고 있던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은 말다툼을 하는 두 사람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두면, 적어도 둘 중 어느 쪽이 편지를 보낸 사람인지 확실해 지니까. ……그렇지만, 쿠로기리 선생님의 대답은 나의 추리를 뒷받침해 주지 않았다. 「……글쎄. 겁먹어있는 모습과는 다르다고 생각해」 「───겁먹고 있지 않았었나요, 모두?」 「아아. 겁먹고 있다기 보다는 오히려 서로 감시하고 있다는 편이 적절해. 그것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감시하고 있다────는 건가. 뉘앙스가 어긋나버렸지만 발상자체에 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요컨대, 그녀들은 적이 밖이 아니라 안쪽, 곧 교실의 누군가라고 확신하고 있다는 소리였으니까. 「선생님. D클래스의 학생들과 연락은 할 수 있나요?」 어쨌든, 사건을 잊지 않은 당사자들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다. 요정에 대한 이야기도, 소문이 돌고 있는 본인들에게 물어 보는 것은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을 테고. 「연락을 취할 필요는 없어. 우리 클래스의 학생들은 전원이 기숙사에 남아있으니까, 곧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야」 쿠로기리 선생님의 대답은, 나를 놀라게 하는 것 들 뿐이다. 1학년 4반의 학생들이 전원 학교에 남아있다? 그런 우연은, 이미 필연이나 마찬가지다. 「실례했습니다. 또 무언가 여쭈어보러 찾아뵙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 그 때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시키, 가자」 나는 옆에 말없이 앉아있던 시키를 재촉하며 일어선다. 그때────쿠로기리 사쯔키는 멀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저기……선생님, 무슨 일이라도?」 선생님은 대답하지 않는다. 대신, 시키가 처음으로 목소리를 냈다. 「시키는 저에요, 선생님」 시키는 여성의 어조로 그렇게 말한다. 선생님은 아아, 하고 밝은 목소리를 낸다. 「그런가, 아까부터 네가 있었지. 못 보던 얼굴인데, 신입생인가?」 「글쎄요. 학교를 좀 둘러보고, 재미있으면 정말로 전입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쿠로기리 사쯔키는, 그래, 하고 말하면서 기쁜 듯 끄덕이곤 시키를 가만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마치 동경하던 모델을 앞에 두고 있는 화가처럼 세세한 특징을 관찰한다. 나는 그것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때. 준비실의 문 쪽에서 노크소리가 났다. 「실례합니다」 하는, 맑은 목소리가 난다. 준비실에 들어온 사람은, 긴 머리의 상급생이었다. 당당해 보이는 째진 눈과 등 뒤까지 기른 검은머리. 미인이 많은 레이엔 안에서도 제일 눈에 띄는 그 미인을, 나는 알고 있다. 라기 보다, 작년까지 학생회의 회장을 맡고 있던 상급생을 모를 리가 없다. 사람을 내려다보는 듯한 눈동자와 가늘고 긴 눈썹은 미안(美顔)이라고 하기 전에, 어쨌든 박력이 있다. 어쩐지 성에 사는 왕비님 같은 상급생은, 분명──── 「어라, 오우지군(君). 벌써 그런 시간이 된 건가?」 쿠로기리 선생님이 들어온 오우지 미사야(黃路美沙夜)에게 말을 건다. 오우지 선배는 예에, 하고 자신 있게 말했다. 「사쯔키 선생님, 약속시간을 넘기고 계십니다. 오후 1시에 학생회 실에 와 계시지 않으시다니요. 시간은 영원하지 않으니까, 유효하게 쓰지 않으시면 곤란합니다」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오우지 선배는 쿠로기리 선생님을 비난한다. 그 경지에 이른 위엄은 진짜로, 그녀는 학생회시절부터 폭군으로 통하고 있는 듯 하다. 내가 전학해 온 무렵에 학생회의 인계가 있었기 때문에 잘 알지는 못하지만, 후지노의 말로는 시스터들조차 오우지 선배에게는 이견(異見)을 달지 못한다고 한다. 이야기에 따르면, 지금의 이사장조차 그녀에게는 딴소리를 못하는 듯 하다. 그도 당연한 것이, 데릴사위인 현 이사장과, 정통한 오우지가의 차녀인 오우지 미사야는 발언력이 다르다. ……오우지 가문의 아이들은 모두 양자라고 하는데, 그것을 약점으로 느낄 정도의 정신력으로는 오우지재단의 후계자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양자여도 누구보다 오우지가의 사람처럼 행동 할 수 있는 강한 마음을 요구하기 때문에, 오우지가는 후계자로 장래가 유망한 아이를 양자로 들인다고 한다. ……요컨대, 오우지 선배는 그런 철의 여인이란 소리다. 다만 다행인 것은, 오우지 미사야는 정의로운 사람인 듯 하다. 교칙을 어기는 학생에게는 용서가 없지만, 교칙을 지키는 학생에게는 자상하게 신경을 써주는 선배라고 한다. 본인도 경건한 크리스천으로, 일요일 낮 미사에는 매번 참가하고 있다고 하고. 「오우지군은 엄격하네요. 영원이라니, 정말, 어려운 이야기를」 쿠로기리 선생님은 빙긋 미소 지으면서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선다. 그것을 오우지 미사야는 답답하단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그녀처럼 규율에 따라 사는 사람에게는 쿠로기리 선생님처럼 느긋한 사람은 걸리적 거리겠지. 오우지 선배는 시선만으로, 그녀는 ? 하는 적의를 드러내온다. 어쩐지 더 이상 이곳에 있다가는 뭔가 귀찮아질 것 같아서, 얼른 자리를 떠나려고 시키의 팔을 잡아끈다. 「자, 가자, 시키」 우리들은 준비실의 출구로 걸어간다. 그러자, 그 문을 쿠로기리 선생님이 열어주었다. 그것은 손님을 보내는 집사처럼 자연스러워서, 나는 죄송합니다, 하며 고개 숙여 인사를 해버렸다. 「아뇨, 내 쪽이야말로 도움이 못되어서 미안해요. 둘 다, 좋은 휴일 보내길」 역시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선생님은 작별을 고한다. 어딘가 쓸쓸한, 공기 같은 웃음이었다. 「───선생님은 언제나 슬픈 표정으로 웃으시네요」 갑자기, 시키가 그런 말을 했다. 선생님은 의외인 듯 눈을 크게 뜨면서, 그런가요, 하고 끄덕였다. 「하지만, 나는 웃은 적이 없단다. ───한번도」 엷은 미소를 띄우면서, 쿠로기리 선생님은 그렇게 대답했다. ◇ 준비실을 뒤로하고, 우리들은 우선 기숙사로 돌아가기로 했다. 1층 복도를 빠져나와서, 안뜰로 향한다. 레이엔 여학원의 부지는 대학만큼 넓다. 그 넓이를 활용하기 위해서일까. 소등부에서 고등부까지의 교사(校舍)와 체육관, 학생 기숙사는 전부다 서로 떨어져 있다. 예를 들자면, 유원지에서 각각의 어트랙션처럼 건물들이 떨어져있다……라고 하는 것이 제일 비슷한 표현일까. 응. 어쩐지 꿈이 느껴지는 이 표현, 언젠가 미키야에게 말해줘야지. 고등부의 교사에서 학생 기숙사까지의 길은 길다. 도중에, 마라톤 코스인 숲 속을 지나가야 하는데, 실내화를 신은 채로 기숙사까지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통로가 따로 만들어져 있다. 나와 시키는 끼익끼익 소리가 나는 나무판으로 만든 길을 걸어간다. 시키의 기색이 어딘가 이상했다. 그것도 그렇겠지. 그렇게까지 비슷한 인간을 보게 되면 동요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 「쿠로기리 선생님이 미키야와 닮아서 놀란거지, 시키?」 내 물음에, 시키는 아아, 하고 솔직하게 끄덕였다. 「그렇지? 미키야보다 선생님 쪽이 핸섬하지만 말야」 「그렇군, 쿠로기리 쪽이 얼굴의 조형에 빈틈이 없어」 대사는 다르지만, 우리들의 의견은 동일했다. 그렇다, 쿠로기리 사쯔키라는 청년은 코쿠토 미키야를 쏙 빼닮은 것이다. 외견도 비슷하고, 무엇보다 분위기가 판에 박은 듯이 똑같다. 아니, 나이를 먹은 탓인지,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수락하는 자연스러움은 쿠로기리 선생님 쪽이 강하게 느껴진다. 나나 시키처럼 주위와 마찰밖에 일으키지 않는 인간으로서 보자면, 저런 "누구도 상처 입히지 않는" 보통 사람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쇼크다. 사실, 나도─────미키야와 내가 다른 인간이라고 깨달았을 때, 이유도 없이 눈물이 나왔다. 그것은 언제쯤이었을까. 이제는 기억하지도 못할 정도로 어렸을 때, 무언가의 계기로 나는 코쿠토 미키야가 그러한 사람이라고 깨달았던 것이다. 한 지붕 아래서 남매로 살아가면서, 나는 어느 사이엔가 미키야를 가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남매이면서 그런 것을 생각하는 것이 이상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그것을 잘못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무언가 후회되는 일이 있다고 하면 그것은. 그를 소중한 존재라고 인식했던, 그 첫 계기가 기억나지 않는 것뿐─── 「───하지만 그 사람은 쿠로기리 사쯔키란 사람이야. 아무리 비슷해도, 코쿠토 미키야가 아니니까」 말해봤자 소용없는 일을 나는 입에 담고 말았다. 그것은 옆에서 걷고 있는 시키도 마찬가지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끄덕이리라 생각했던 시키는 골치 아프다는 듯 이맛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비슷하다고 하기보다────그건, 오히려」 거기서 시키는 발을 멈추고, 숲을 노려보듯이 나무들 사이를 빤히 바라보았다. 「아자카. 저 속에 뭔가가 있지? 목조 건물 같은데」 「아아, 저건 구교사. 사용하지 않게 된 초등부 건물이야. 겨울방학 중에 헐릴 예정인데, 그게 뭐?」 「잠깐 보고 오지. 아자카는 먼저 돌아가 있어」 검은 예복의 스커트를 펄럭이며, 시키는 빠른 걸음으로 숲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잠깐, 시키! 기다려요, 혼자서 멋대로 돌아다니지 않는다고 약속했잖아!」 소리치며 시키의 뒤를 쫓는다. 「코쿠토, 아자카씨」 그 전에, 나는 등 뒤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 1 ◇ 『시키, 새로운 일이다』 라고, 토우코는 전화너머로 말했다. 1월 2일 밤, 토우코는 지금까지와는 색다른 일을 나에게 떠맡겼다. 아자카가 다니는 레이엔 여학원에 이상한 사건이 일어났으니 가서 조사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으로, 나는 그리 설레이지 않았다. 나───료우기 시키가 아오자키 토우코에게 협력하고 있는 것은 살인을 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번 일은 단지 원인의 규명을 하는 것뿐이라고 한다. 그래서는 나의 공허한 마음은 말라 있을 뿐, 채워지지 않는다. 애초에, 토우코의 일로 무언가를 죽인 적은 있어도, 인간이란 존재를 죽인 적은 한번도 없었다. 대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괴물들의 처치였다. 여름에는 한번 그럴 기회가 있었지만, 결국 나는 『물체를 보는 것만으로 구부리는』상대를 죽이는데 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일의 한복판에서 시키가 어째서 살인 행위에 집착하는지를 알아 버려서, 나는 서로 죽이려들며 싸우는 것이라면 누구라도 상관없다는 타협을 맺어 버리고 있다. 그건 일단 배는 부르지만, 맛에 만족할 수 없다는 상황이다. 그런 생활에 불만을 느끼기 시작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사건의 주모자를 발견하는 것만으로 좋다는 애매한 일이 찾아왔다. 나는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그렇지만 다른 할 일도 없다. 그냥 내 방에서 자는가, 레이엔 여학원에 가서 자는가의 차이라면, 거절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 나는 상세한 사정을 듣고서, 요정이 보이지 않는 아자카의 눈으로서 레이엔 여학원으로 향하게 되었다. 3학기부터 편입 예정이라 위장하고, 겨울방학 동안만의 전학생으로서. ◇ 숲 속을 걷는다. 아자카는 따라오지 않는다. 나는 나무들의 커튼 속으로 보이는 목조건물을 향해서 가고 있었다. 흐린 날씨 탓인지, 숲 속은 안개가 낀 것처럼 잿빛이었다. 레이엔 여학원의 부지는 넓어서, 건물과 건물 사이에 심어진 나무들은 이미 학교가 소유하고 있는 숲의 영역을 일탈하고 있다. 레이엔의 부지의 태반은 나무들로 빽빽하게 메워진 삼림이었다. 학원 안에 숲이 있는 것이 아니라 숲 속에 학교가 있다. 부엽토의 지면을 걸으면서, 나는 멍하니 공기의 냄새를 맡았다. 콸콸 흘러나오는 물처럼, 공기에는 향기가 있고 빛깔이 있다. 나뭇잎의 냄새와 벌레의 소리가 섞여서, 마음이 안개에 취해 버린다. 익은 과실 같은 달착지근한 공기.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풍경들. 수채물감으로 그려진 풍경화 속을 걷는 듯한, 둥실둥실 떠 있는 것 같은 이상한 감각. ───확실히. 외계(外界)와 단절된 이 학원은 하나의 이계(異界)였다. 문득 깨달아 버렸다. 이전, 한 맨션에 아무도 개입시키지 않는 것으로 이계를 만들어 낸 남자가 있었다. 그 녀석은 얼마나 번거로운 짓을 한 것일까. 이 학교나 료우기가의 부지처럼, 부지의 주위를 벽으로 둘러쳐서 아무도 들어올 수 없도록 한다면, 그것만으로 그 세계는 세상과 떨어져 버릴 텐데. 이윽고 숲을 빠져나왔다. 초등부 교사라던 건물은 4층짜리 낡은 목조건물이었다. 숲 속의, 나무들을 원형으로 베어 낸 광장에, 그 건물은 호흡조차 하지 않고 서 있다. 광장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나 있어서, 어쩐지 초원 같았다. 그 건물은 숨이 끊어지기를 기다리는, 임종 직전의 노인처럼 보였다. 풀을 밟으며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안은 외관처럼 낡아 있지는 않았다. 초등부 것이라서 그런지, 교사는 어딘가 모르게 작은 느낌이 든다. 나무판으로 만들어진 복도는 걸을 때마다 끼이끼이하고 소리가 났다. 끼이, 끼이. 끼이, 끼이. ……벌레 소리는 건물 안에 있어도 들려온다. 나는 아무도 없는 복도 한가운데에서 걷는 것을 멈췄다. 「쿠로기리, 사쯔키」 아까의 교사에 대해 생각한다. 아자카는 그것이 코쿠토 미키야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닮았다고 말하자면 닮았다. 인간은 모두 비슷한 얼굴이니까 누구나 똑같다. 하지만, 그것은 외견만이 비슷한 것이 아니다. 몸을 감싸고 있는 공기조차 같은 것이다. 「……비슷한게 아니야. 그것은 그 자체야」 하지만, 무언가가 결정적으로 다르다. 무엇이? 대답은 나오지 않는다. 그것이 목까지 올라와 있는데도, 남은 한 걸음을 앞에 두고 기억해낼 수가 없다. 알고 있으면서도 깨달을 수 없다니, 나도 퍽이나 인간다워 졌나보다. 반년 전────눈을 막 떴을 무렵에는, 알 수 없는 일 따위는 없었다. 알 수 없는 일은 료우기 시키가 모르는 일이기에, 생각할 필요 따위는 없다. 하지만 지금은, 료우기 시키가 알지 못했던 일을, 나는 지식으로서 경험하고 있다. 사고 전의 료우기 시키와 사고로부터 회복한 나 사이에 있는 절망적일 정도의 단절의 벽은, 점점 엷어져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것은 분명. 나로서의 감정을 가지지 않았던 내가, 이렇게 미지의 사건과 조우하는 것에 의해서 『나의 기억』을 쌓아가기 때문이다. 나는───가슴에 뚫려있는 구멍을, 보잘것없는 현실이나 사소한 것에 지나지 않는 약간의 감정으로 채워 간다. 의연하게 살아간다는 확실한 실감은 없지만, 막 혼수상태에서 깨어났을 무렵 정도의 허무감은 사라져 있다. 그렇다면────언젠가. 이 가슴의 구멍이 없어지면, 나는 다른 사람들과 같은 꿈이란 것을 꿀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덧없는 희망이야, '시키'」 나는 나에게 말했다. 대답이 없을 것은 알고 있었다. 『아니, 그것은 변변찮은 희망이에요』 ────그런데도, 대답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끼이. 끼이. 끼이. 벌레 소리가 난다. 목 뒤에, 찰싹하고 무언가가 닿았다. 「────아」 의식이 멀어져가며, 이곳에 있다는 기억이 새하얗게 변해간다. 지금 보고 있는 풍경이, 지우개로 지워지듯이 스윽스윽 없어져 간다. ……정말, 꼴사납다. 이곳이 벌레들의 둥지라고 알고서 찾아왔는데, 나는─── 「이 자식」 불쾌해져서 팔을 움직인다. 자신의 목덜미 쪽에 손을 뻗어서, 나는 확실히 무언가를 붙잡았다. 손바닥보다 조금 큰 인형(人形)을 하고 있는 것을 쥐고 있다는 감촉이 느껴진다. 손에 쥐어진 그것을, 나는 그대로 쥐어 찌부러뜨린다. 끼이, 하는 한층 날카로운 소리. 그러는 것으로 멀어져가던 의식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목뒤에 뻗었던 손을 눈앞으로 가져와 지긋이 바라본다. 손바닥에는 하얀 액체밖에 없었다. 끈적한 점액성의 액체가 바닥에 뚝뚝 떨어져간다. 찌부러뜨린 순간, 그것은 이렇게 되어 버린 것 같다. 나는 요정 따위는 본적이 없다. 그래서 이것이 아자카가 말했던 요정의 모습과 같은지는 전혀 판단 할 수 없었다. 「……기분 나빠」 붕, 하고 손을 휘둘러 액체를 떨어낸다. 점착성이면서도 살갗에 달라붙지 않는 이상한 액체는 깨끗이 떨어졌다. 벌레 소리는 이제 들리지 않는다. ……너무 불쾌한 나머지, 움켜쥔 김에 요정을 찌부러뜨려 버렸는데, 그것은 역시 실수였던 것 같다. 그 정도로 무리 지어 있던, 요정같이 보이던 기미는 이제 한 마리도 없다. 동료가 죽어서 도망친 걸까, 내가 요정을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것을 보고 요정의 주인이 퇴각한 걸까. 어느 쪽이라고 해도, 이 건물에서 단서는 없어진 듯 하다. 나는 온 길을 더듬어서, 기숙사로 이어진 통로로 돌아가기로 했다. 숲 속의 길에 돌아오자, 의리 있게도 아자카가 기다리고 있었다. 코쿠토 아자카는 나보다도 좀더 몸집이 작고 머리가 길다. 아까 오우지인가 하는 여자는 성의 왕비 같은 녀석이었지만, 아자카는 성의 공주님이란 표현이 딱 어울린다. 다만, 그 전에 『억척스런』이라는 수식어가 붙여져야겠지만. 나는 말없이 아자카 곁으로 걸어간다. 「어라? 시키, 안 가는 거야?」 ……갑자기, 아자카는 묘한 소리를 했다. 「안 가다니, 어디에?」 「그러니까───저기 말야」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아자카 역시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와, 숲 속을 번갈아 보고 있다. ────과연, 하고 나는 이해했다. 「아자카. 지금 몇 시냐?」 「오후2시를 조금 넘었었는데────」 깜짝 놀라며 아자카는 말을 멈췄다. 시각은 이미 3시를 지나있다. 「한 시간이나 서서 기다리다니, 꽤나 한가한가 보구만. 뭘 하고 있었는지 기억하고 있다면 문제는 없겠지만」 아자카는 말없이, 희미하게 팔을 떨면서 스스로의 입술에 손을 대었다. 그녀는 놀라움을 숨기지 못하는 모습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아마도. 아자카는 나를 부를 때부터 내가 돌아올 때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이 없는 것이다. 「시키, 나, 설마」 믿을 수 없어, 라고 하며 아자카는 몸을 떨면서 중얼거린다. 그것은 두려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분노에서 오는 것이겠지. 자존심 덩어리 같은 아자카에게 있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당했다는 것은 굴욕 이외의 아무 것도 아닐테니까. 「말할 것 까지도 없잖아. 너, 요정에게 당했구만」 갑자기, 아자카는 화악하고 얼굴을 붉힌다. 그것은 스스로의 미숙함과 굴욕이 섞여 있는 것이었는데, 부끄러운 것인지 분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아자카는 언제나 냉정하면서도 이렇게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 버린다. 그것은 아주 언밸런스해서, 주위에서 보기에는 귀엽게 보일 것이 틀림없다. 「───기숙사에 돌아가겠어요. 방침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으니까」 기분이 상한 듯 말하면서, 아자카는 성큼성큼 걷기 시작한다. 그 뒷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실은 나도, 그 소녀다운 순수함에 감탄했다고 이야기하면 아자카는 어떻게 반응할까. ……뭐어, 그런 일은 생각할 것까지도 없는 일이다. 나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일부러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의 뒤를 따라가기로 했다. / 2 기숙사에 돌아와서 1학년 4반 학생들 몇 명과 이야기를 끝마쳤을 무렵, 밖은 이미 어두워지고 있었다. 학교가 방학이라고 해도 기숙사 안의 규율은 유지되기 때문에, 우리들은 아자카의 방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는 오후 6시 이후부터는 기숙사내의 왕래조차 금지되어 버린다. 화장실은 다른 문제지만, 1층에 있는 학습실을 이용하는 시간에만 방에서 나오는 것이 허가된다고 한다. 고등학교에서 입학한 학생들은 이런 부자유함에 적응하지 못하고, 때때로 친구의 방에 놀러 갔다가 순찰하는 시스터에게 발견된다고 한다. 초등부부터 지내오는 학생들은 이미 익숙해졌기 때문에 무턱대고 바깥에 나가지 않고, 나가더라도 시스터의 순찰루트를 뻔히 알고 있기 때문에 발견되는 일은 없는 듯 하다. ……그런 이야기를, 아자카는 진지하게 들려주었다. 이번 사건에 전혀 관계없는 내용이니, 아마도 불평이겠지. 아자카는 자신의 의자에 앉아있다. 1학년생의 방은 2인실로, 아자카의 룸메이트는 집에 돌아가서 없는 상태였다. 방에는 벽과 일체화된 책상 2개와, 2층 침대가 하나. 개인의 물품인 듯한 책장과 칼라 박스 따위가 벽 쪽을 점령하고 있어서, 방은 가늘고 긴 형태를 하고 있었다. 건물 자체가 오래되어서 방도 낡았지만, 그것은 역사가 쌓인 모습으로, 안정된 분위기를 빚어내고 있다. 아자카는 방에 돌아오자 교복을 벗고 파자마로 갈아입었다. 나도 답답한 교복을 벗고 싶었지만, 갈아입을 옷 따위는 가져오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교복인 채로 침대에 앉아서 아자카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래서, 기숙사내에서의 행동은 할 수 없으니 오늘은 이만 쉬는 거에요. 기상은 5시지만, 겨울방학 중에는 아침 예배가 없으니까 6시정도 까지 자도 괜찮아요. 알겠어 시키? 다른 학생과 시스터들은 우리들이 1학년 4반의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니까 눈에 띄는 행동은 극력 피할 것. 너와 달리, 나는 이 뒤로도 2년 동안이나 이곳에서 살아야 하니까, 소동만은 일으키지 말아 주기 바래」 아자카는 어제 말했던 소리를 오늘밤도 반복한다. 그런 건, 정말로 필요 없는 걱정이다. 나는 잠자리를 이곳으로 바꾼 것뿐이지 뭔가 할 생각 따위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안심해. 내 역할은 보는 것뿐이라서 날붙이는 안가지고 왔어. 또 요정사(妖精使い)란 놈에게 개인적인 원한을 사고 있는 것도 아니니까 평화로울 거라구. 감정에 휩싸여 멋대로 행동하는 거라면, 네 쪽이 걱정이구만」 「나는 냉정해요. 목적은 진상의 해명에 있지, 원인의 배제가 아니니까요. 조사하는 것만 조사되면, 얼른 토우코씨에게 바톤터치 할 테니까」 부드럽게 받아 넘기지만, 아자카의 눈은 조금도 얌전해 보이지 않았다. 낮의 요정의 일건(一件)의 효력이겠지. 기본적으로, 아자카는 당하면 되갚아주는 성격이다. 「그래. 그렇게 되면 아주 좋겠구나, 아자카」 아자카는 힐끗 시선을 던져온다. 「……당신, 사람을 바보취급 하는 거 아니에요?」 「오해야, 그건」 곤란하게도 비난해오는 눈빛은 미키야의 그것을 쏙 빼닮아서, 나는 나도 모르게 웃어버린다. 「───괜찮아요. 나는 실수해도 문제는 일어나지 않으니까, 시키가 걱정해줄 상황은 아니에요. 그럼, 말을 돌리겠는데. 오늘 만난 사람들 중에서 이상한 사람은 있었어? 시키」 짤깍, 하고 아자카는 화제를 전환했다. 「이상한 녀석이라고 하면 만난 녀석들 전부. 1학년 4반 녀석들은 모두 목덜미에 그게 묻어 있었고」 「그거란 건, 시키가 으깨버렸다고 한 요정의 혈액?」 아자카는 눈살을 찌푸린다. 분명, 나를 잔인무도한 녀석으로 생각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렇지만, 그것은 사실이니까 부정은 하지 않는다. 「피와는 달라. 나비 같은 것의 날개에 묻어있는 비늘가루 같은 거야. 체액이었다면 그네들도 알아차렸겠지. 게다가, 쿠로기리란 교사한테도 있었다구. 그 때는 뭐였는지 몰랐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목덜미에 남아 있었어」 「───그런가. 저기, 시키. 기억을 빼앗아 가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몰라. 내가 하는 것도 아니니까」 「네에, 네에, 그러시겠죠. 너에게 의견을 구하다니, 나도 꽤나 약해졌나 봐」 멋대로 화를 내면서, 아자카는 혼자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11월부터 D클래스의 학생들에게 보내진 편지. 편지의 내용은 『본인도 잊고있는 비밀』이었다. 같은 시기에, 학원 내에 요정의 소문이 퍼졌다. 이 요정은 머리맡에 찾아와서 기억을 빼앗아 가는 듯 하다. 겨울 방학 전의 D클래스의 교실에서, 두 명의 학생이 말싸움 끝에 커터로 서로를 찔렀다. 다툼의 원인은 역시 편지. 한 달이나 되는 기간 동안 본인도 모르는 자신의 기억을 계속 배달 받고 있던 D클래스의 학생들은, 클래스메이트의 언쟁을 방관해 버릴 정도로, 정신적으로 마비되어 있었다. 자살자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는 것은, 4반의 학생들에게 물어 보고 실감할 수 있었다」 중얼중얼 아자카는 지금까지의 줄거리를 정리하고 있다. 「시키는 실제로 요정과 조우했고, 나도 1시간의 기억에 공백이 있다. ……무엇을 하고 있던 걸까. 1시간이나 있다면, 웬만한 일은 할 수 있는데」 기억의 공백은 아자카로서도 신경이 쓰여 버리는 일인 것 같다. ……나는 어떨까. 3년 전……내가 고등학교 1학년 무렵의 기억은 구멍투성이라, 기분이 언짢다. 그 무렵, 거리는 무차별로 사람을 죽이고 돌아다니는 길거리 살인마 사건으로 겁에 질려있었다. 나는, 그 사건에 관계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 때에 행동하고 있던 것은 '시키' 쪽으로, 그가 없어진 지금은 그 기억은 영원히 잃어버렸다. 「───어라」 문득, 깨달았다. 어째서 지금까지 깨닫지 못한 것일까. 3년 전의 살인귀에 관련된 기억이 없다는 것은 '시키'가 그것에 관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내가 사고를 당하기 직전의 기억이 없는 것은 어째서인가. 그때, 나는 '시키(織)'가 아닌 시키(式)였었을텐데. 만약 이번의 요정사란 녀석이 망각하고 있는 기억을 아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나는 과거를 손에 넣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시 아무래도 부드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아자카가 요정 따위를 믿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나에게는 도무지 그 존재가 납득이 안 가는 것이다. 뭔가. 나와 아자카는 근본적인 착각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참을 수가 없다. 「저기 아자카. 본인조차 잊고 있는 기억은, 어떻게 조사할 수 있을까」 「글쎄……최면상태에서 뇌의 심부(深部)로부터 끄집어 내는게 아닐까? 기억의 4대 기능은 알고 있지, 시키?」 「명기, 보존, 재생, 재인이잖아. 비디오 테이프와 마찬가지. 녹화한 영상에 라벨을 붙여서 명기한다. 그것을 소중히 정리해서 보존한다. 볼 때에는 데크에 넣어서 재생한다. 재생한 내용이 이전과 같은지 재인한다. 어느 하나라도 고장 났다면, 뇌는 정상적으로 움직여 주지 않지」 「그래. 본인이 잊고 있어도, 뇌 자체가 고장 나지 않다면 기억은 어딘가에 남아 있는 거야. 뇌는 명기한 것은 절대로 잊지 않으니까. 요정은 그것을 빼앗아 간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어」 ……무언가를 잊은 것을 수집하는 요정, 인가. 토우코는 악의가 있다고 말한 것 같은데, 나에게는 도무지 악의가 느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본인이 잊고 있는 기억이다. 그런 것은 빼앗아도 본인도 눈치 채지 못한다. 그것을 편지로서 보내준다는 것은 오히려 선의에서 나온 행동은 아닐까. 당신은 이런 일을 잊고 있어요, 다음부터는 잊지 마세요, 라고. 「기억을 빼앗는 것은 무언가 증거를 은폐하기 위해서일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잊고 있던 기억을 보여준다는 일은 어떤 의미를 가진 걸까」 의문은 말이 되어 흘러나왔다. 아자카는 글쎄 라고 말하며 의자에 기댄다. 「역시 죄의 고발이 아닐까? 당신은 옛날에 이런 죄를 범하고 있다, 라고 알리기 위한」 「한 달 동안이나, 다른 죄들을 계속해서 보여주는 건가. 그건 고발이 아니라 단순한 괴롭힘이지. 애들 같구만」 그렇지만 요정은 아이들 같다는 일반적인 통념이 있으니 정말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것으로 생각을 멈췄다. 어차피 눈에 지나지 않는 내가 이래저래 생각에 빠져있어 봤자, 결론을 내리는 사람은 아자카 본인이다. 나는 앉아 있던 침대에 그대로 드러눕는다. 「저기, 시키. 한 가지 알려줬으면 하는게 있는데」 의자에 앉은 채로, 아자카는 어딘가 부끄러운 듯이 무언가를 물어 왔다. 「그, 요정을 발견하는 방법 말인데, 어떻게 하는 거야?」 ……어지간히도 요정에게 기억을 빼앗긴 일이 분한가보다. 하지만, 나도 발견하는 방법 따위는 모른다. 「그런걸 알리가 없잖아. 굳이 말한다 해도 나도 보지는 못했고, 아자카로서는 무리겠지. 어떻게 해서라도 알고 싶다면, 그렇지. 어쩐지 따뜻하게 느껴지는 곳을 적당히 찾아봐. 감이 좋다면 잡을 수 있다구」 「공기가 따뜻한 곳, 말이지」 과연, 하고 아자카는 납득한다. 정말 엉터리였지만, 나는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요정도 살아 있는 것이라면 열을 발할 터. 그렇다면 그곳만은 다른 곳 보다 온도가 높을 테니까, 운이 좋다면 건드리는 것 정도는 할 수 있겠지. 하여간, 이야기는 여기서 끝났다. 나는 아자카의 조금 큰 잠옷을 빌려서, 2층 침대의 윗층에서 자기로 했다. 망각녹음\ 3 1월 5일, 화요일. 언제까지고 일어나지 않는 시키를 내버려두고, 나는 1층의 학습실로 향했다. 시각은 아침 7시를 막 지난 시간. 학습실에서 공부를 하려고 하는 기특한 학생은 없을 테지만, 그렇기 때문에 밀회에는 딱 좋은 장소가 된다. 학습실은 기숙사생을 위해서 설치된 도서실이다. 각자의 목적은 다르지만, 저녁부터 소등시간까지 기숙사생들은 이곳에 모여 잡담을 하거나 정말로 교과서를 펴고 있거나 한다. 그렇지만, 저녁부터는 악명 높은 사감 시스터 아인바하가 직접 지도를 하러 오기 때문에, 그녀의 눈을 피해서 잡담을 나누거나 딴 짓을 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뭐어, 저녁부터는 무서울 정도로 활기찬 학습실도, 이런 아침에는 인기척은 두절되어있다. 나는 이곳으로 D클래스의 반장을 불러냈다. 어제, 기숙사에 돌아와서 몇 명의 4반 학생들에게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보았지만, 모두 똑같은 이야기뿐이라 요령부득이다. 처음부터, 제3자인 나에게 그녀들이 마음을 열어줄 리도 없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쪽으로서는 본심을 털어놓고 정면으로 맞붙을 수밖에 없게 된다. 싸우는 거라면 1대 1은 기본중의 기본. 그리하여, 나는 제일 말이 통할 것 같은 D클래스의 반장인 콘노 후미오(紺野文緖)를 선택한 것이다. 학습실에 들어가자, 역시 사람 모습은 없다. 스토브가 켜져 있지 않은 탓이겠지. 널찍한 학습실은 몹시 추웠다. 「코쿠토, 이쪽」 늠름한 목소리가, 학습실 구석에서 들려온다. 도서실이기도 한 이곳은, 방 안쪽에 책장이 들어차 있다. 그 책장과 책상사이에 숨어있는 듯한 모습으로, 콘노 후미오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문을 닫고 안쪽으로 들어간다. 콘노 후미오는, 한마디로 하면 선머슴 같은 여자다. 나와 마찬가지로 고등학교에서 레이엔으로 전학한 아이로, 키가 아주 크다. 170센티미터는 훨씬 넘어서, 박력이 있다. 본인도 자신이 소녀답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머리카락은 짧다. 게다가 얼굴생김새는 매우 어른스러워서, 대학생이라고 해도 통할 정도의 분위기였다. 「죄송해요, 이른 아침부터 나오라고 해서」 일단 첫 대면이라, 나는 고개 숙여 인사해본다. 콘노는 핫, 하고 시선을 피하면서 빈정대듯 팔짱을 낀다. 「괜찮아, 어차피 나도 다른 애들하고 마찬가지로 제대로 못자고 있어. 무언가를 하고 있는 쪽이 마음이 편해져. 그래서 할 얘기란 건 뭐야? 하야마에 대한 거야?」 콘노 후미오는, 뭐라고 할까, 아주 딱 부러지는 성격인 듯 하다. 내가 무언가 조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하야마라는 건, 하야마 선생님 말씀이신가요?」 「그렇잖아. 어제부터 낯선 미인을 데리고 다니면서 우리 클래스 애들과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는 소문이던데. A클래스의 수석이 우리들에게 용무가 있다고 한다면, 그 자식밖에 없잖아」 그녀는 나를 흘끗 노려본다. ……과연, 이야기가 통하는 것 같다. 나는 콘노의 날카로운 시선을 마주보았다. 「하야마 선생님에 대한 것은 정직히 말해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건 제 인식부족이었던 것 같네요.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마더에게서 당신 클래스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 조사해달라고 부탁 받았어요. 콘노씨, 당신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나요?」 내 질문에, 키 큰 그녀는 난처한 듯이 이맛살을 찌푸린다. 「……큰일이네. 학장이 직접 나섰나. 과연 우등생은 달라. 나보고는 사고에 대한 일은 잊고 열심히 공부나 하라며 쫓아내더니만. 곤란해졌어, 정말」 「───콘노씨도, 이 사건을?」 「당연하잖아. 이래 뵈도 한 클래스의 반장이고. 나도 말야, 쿠로기리 선생님하고 똑같아. 그 자리에 있었으면서도 말릴 수 없었고, 그날의 일은 전혀 기억하고 있지 않아. 기억해보면, 아아, 그런 일도 있었구나, 하는 정도밖에는 모르겠어. 그 사고를 일으킨 두 사람……가시마(嘉島)와 루리도(瑠璃堂)라고 하는데, 병원에 실려 가더니만 도통 소식이 없어. 병문안을 가는 김에 자세한 이야기를 물어보려고 학장에게 두 사람이 있는 병원을 물어보러 갔다가 쫒겨났었는 걸 나는」 윤기 있는 머리칼을 긁으면서, 콘노는 멋쩍은 듯이 말한다. 그 몸짓만으로, 나는 이 상대가 마음에 들어 버렸다. 「그러면, 그───당신에게도 편지가 배달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아아, 그거. 기분 나쁜 일이라면 그만한 일도 없지. 나는 비교적 적은 편이었지만, 많이 오는 애는 매일 왔었대. 가시마와 루리도도 매일이었다고 했으니, 상당히 심각한 상태였던 것이 아닐까」 편지의 내용은, 정말로 해가 없는 과거의 일들이 대부분 이라고 한다. 소학생시절에 좋아하던 남자아이와 함께 귀가하던 일이라던가, 없어져버린 기르던 고양이의 일이라던가. 「처음에는 말야, 보잘 것 없는 일이 쓰여 있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다시 잘 생각해보니, 그것은 자신의 일이야. 나는 깜짝 놀라기보다는 감탄한 쪽일까. 아아, 그런 일도 있었지, 하는. 그 중에는 엄청 겁을 먹고서 누구와도 이야기하지 않게 되어버린 애도 있지만」 「그것은, 마음에 찔리는 일이 있다는 걸까요?」 그렇겠지, 하고 콘노는 끄덕인다. 「우선 한 가지 물어보겠는데, 편지를 누가 보냈는지 짐작 가는 사람은?」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는 없지만, 이건 이미 비상식적인 일이잖아? 유령이라던가 요정이 있다면 짐작 가는 것은 있어」 하지만, 콘노 후미오는 그것을 말해주지 않았다. 나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니까, 라고 그녀는 대답을 거절했다. 나는 질문을 바꿔보기로 했다. 「그러면, 콘노씨는 이번 일을 어떻게 생각해요?」 「글쎄. 이상하다면 이상하겠지만, 우리 반은 예전부터 망가져 있었으니까. 뭐랄까, 모습을 바꾼 천벌일지도 몰라. 코쿠토는 몰랐겠지만, D클래스란 것은 거의 대부분이 고등학교에서 레이엔으로 전입 해온 애들이란 소리야. 문제아가 많았어, 정말로」 나도 그중 한 명이지만, 하고 그녀는 덧붙인다. 이건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인데, 콘노 후미오는 중학시절에는 유명한 농구선수였던 것 같다. 중견기업 회장의 외동딸인 그녀는, 본인의 의사와는 반대로 레이엔에 입학하게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하아먀 선생님이 기숙사에 방화했다는 이야기는, 어때요?」 여기가 승부처란 각오를 하고, 나는 말을 꺼낸다. 콘노는 눈에 보일 정도로 괴로운 얼굴을 하며, 나에게서 눈을 돌렸다. 「……그 자식이 무슨 생각으로 기숙사에 불을 질렀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어. 하야마 히데오란 남자는 완전히 정신이 나가 있었어. 그 자식의 입버릇이 뭐였는 줄 알아? 형님은 어째서 나에게 학장을 시켜주지 않는 거지, 였다구! 믿겨지지 않지? 그런 말이 고등학교도 제대로 안나온 녀석이 할 소리야!? 그런 야쿠자 같은 남자에게는 학장은 커녕, 교사 같은 걸 시키는 게 아니었어. 카오리가 죽은 것은 그 자식하고, 육친이라고 백수인 그 자식에게 교사를 시킨 이사장 탓이야. 우리들은 관계없어. 그래, 우리들의 책임이 아냐……!」 ……굳센 듯 보였지만, 그녀도 신경이 한계에 다다라 있던 거겠지. 나를 보지도 않고, 지금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서, 그녀는 미워죽겠다는 투로 말했다. 나는, 더 이상 아무 것도 알아낼 수 없겠다고 판단하고 단념하기로 했다. 「고마워요. 참고가 되었어요, 콘노씨」 나는 콘노 후미오에게 등을 돌린다 「아아, 한 가지 더 물어봐도 될까요? 당신은 요정을 믿고 있나요?」 떠날 때, 나는 아무래도 좋은 앙케이트처럼 가볍게 물어보았다. 「믿지는 않지만, 있다고는 생각해. 다른 녀석들도 나도, 거짓말처럼 기억이 애매하니까」 그래요, 라고 대답하고 나는 학습실을 뒤로했다. ◇ 그 후, 4반 학생들에게 사건에 대해 물어보았지만 누구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녀들은 모두가 의심에 사로잡힌 채, 각자의 방에 틀어 박혀있다. 그렇게 두문불출하는 모습은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는데, 그러면서도 입을 모아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다. 돌아가면 되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누구나가 입을 다물어 버린다. ……역시 제대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은 콘노씨 뿐으로, 다른 학생들과는 대화조차 성립되지 않았다. 종합결과로서, 그녀들은 모두가 요정을 믿고 있었다. 즉, 모두 편지와 기억의 누락을 가지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 이외에 확신한 일도 하나 있다. 그녀들───1학년 4반의 학생들은, 클래스 전체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담임이었던 하야마 히데오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은 이미 숨길 수 없는 사실이었다. ◇ 그리하여, 나는 직원실로 발을 옮겼다. 하야마 히데오 본인은 11월의 학생기숙사 방화사건을 기해서 학원에서 사라졌지만, 어떤 단서가 자료로서 남아있지 않을까 기대하고서. 「실례 합니다」 하고, 직원실의 문을 연다. 의외로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애시 당초 직원실은 아침의 직원회의 때 밖에 쓰지 않는 사무실 같은 곳으로, 시스터들은 거의 오지 않는데다가 사무원들은 겨울방학중이라 있을 리가 없다. 「아아───하나님, 감사합니다」 아멘(씨익), 하고 웃고서 나는 사무 자료함을 뒤지기 시작했다. 일단, 작년 11월 무렵의 파일을 한쪽 끝부터 체크해간다. 한 시간정도 정신없이 그러고 있었을까. 그래도 눈에 띄는 정보는 발견할 수 없었다. 「……큰일났네, 이래서는 정말로 시키를 데리고 학교를 샅샅이 찾아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 그런, 도베르만을 데리고 마을을 걷는 거나 다름없는 짓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미 그것 이외의 방법은 사라져버렸다. 할 수 없이 흩어놓은 파일들을 정리한다. ……그러다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정도의 서류를 발견했다. 「……하야마 히데오, 97년 2월 부임, 98년 12월 퇴직」 언뜻 보기엔 아무런 문제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어딘가 이상하다. 12월에 퇴직? 그런 바보 같은 일이. 하야마 히데오는 11월에 기숙사에 불을 지른 뒤에 그대로 학원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런데 어째서 12월까지 직원으로서 등록되어 있는 것일까. 게다가……퇴직의 이유는 거주지 불명. 말하자면 그것은 행방불명이란 이야기───!? 나는 혼란스러워진 머리를 끌어안았다가, 일단 자료를 원래대로 되돌려놓고 직원실에서 복도로 나왔다. 그러자, 거기서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 인물과 만나버렸다. 「어라, 직원실에 무슨 일인가요, 코쿠토군」 「……안녕하세요, 쿠로기리 선생님. 좋은 아침이죠?」 선생님은 꾸벅 인사를 한 나에게, 이미 점심때지만, 하고 상냥하게 대답해 주었다. 어제는 시키와 둘이어서 괜찮았지만, 나는 이 사람과 1대 1로 마주하는 것은 싫었다. 어쨌든, 대하기 어렵다. 불안해서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것이 미키야와 닮은 이 사람에게의 감정인지, 단순히 내가 불안한 것뿐인지, 도무지 분간이 가지 않았으니까. 「선생님은 직원실에 무슨 일이신가요?」 어떻게든 그 자리를 피하고자 그런 질문을 던진다. 그런 마음 없는 질문에도 쿠로기리 선생님은 진지하게 대응해주었다. 「아아, 마더에게 부탁 받은 일이 있어서 말야. 학생들의 명부를 불어로 바꿔야 되거든. 저쪽에서는 레이엔에 연이 있는 대학이 몇 군데 있으니까」 「헤에, 저희들의 명부를 보내는 건가요?」 「그렇겠지. 코쿠토 군에게는 남 얘기가 아닐지도 몰라. 유학생 후보는 너와 오우지군이 쌍벽이니까」 ……그런 이야기는, 금시초문. 나는 웃는 얼굴로 적당히 대답하며, 쿠로기리 선생님의 옆을 스쳐지나가려다가 발을 멈추었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에게 물어보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한 가지 남아있다. 「쿠로기리 선생님.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소문이 뭔지 아세요?」 「아아, 요정얘기 말이구나. 들은 적 있어요」 「선생님은 그거, 믿고 계시나요? 물론 저는 믿지 않지만」 요정을 믿고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 부끄러워서, 쓸데없는 소리를 입에 담아버렸다. 그는, 그런 나를 부드러운 미소로 바라보았다. 「요정은 일본에서는 드문 이야기겠지만, 저쪽에서는 유명해요. 스코틀랜드에서는 캣시(Cait Sith : 고양이 요정)라던가 카시(Cu Sith : 개 요정)라는 귀여운 일화도 있어서, 비교적 좋아하는 편입니다」 아아, 그렇지. 쿠로기리 선생님은 원래 외국사람이다. 저쪽의 대학에는 민속학 중에 요정분야란 것까지 있는 듯 하니까, 꼭 어린애 같은 질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캣시란 건, 장화를 신은 고양이 말이군요?」 「어라, 잘 알고 있네요. 말하는 고양이 이야기는 일본에도 있으니까, 그리 독창적인 이야기는 아니지만」 봐, 어딘지 모르게 지성의 향기가 나잖아. 나는 분위기를 타고, 조금 더 이야기를 하기로 한다. 「그러면, 저쪽에서는 요정의 장난이란 것이 실제로 일어나나요? 어디까지나 자연현상을 받아들이는 토착풍습의 일환으로서」 「최근에는 거의 들리지 않지만, 아이가 바꿔치기 당하는 일은 가끔씩 일어나는 것 같아요. 농사를 도와주는 타지인(余所者)은 없어진 듯 하지만」 그렇게 말하며, 선생님은 잠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브라우니(Brownie)나 노커(Knocker)라고 불리는, 집과 광산에 찾아와서 일을 도와주는 요정은, 곧 마을 안에 살지 못하는 타지에서 온 인간이 변화되어 전해진 것이라고 한다. 마을사회는, 그것만으로 독립된 딱 맞추어진 시스템이다. 그래서 다른 마을에서 흘러 들어온 자를 간단하게 동료로 받아들여주지는 않는다. 그 결과 그들은 산이나 숲에 살게 되었고, 작물을 수확하는 계절에 찾아와서 일을 도와주며 친분을 두텁게 해 간다고 한다. 한편, 아이 바꿔치기란 것은 그런 사건이 나쁜 쪽으로 이루어진 패턴이다. 부잣집의 집의 갓난아기를, 어디에 버려져 있던 아기와 바꿔치기 한다. 당시에는 부유한 집안일수록 신에게 축복 받은 자들이란 생각이 있어서, 가난하게 태어난 사람은 축복 받은 아기가 가지고 싶어서 자신들의 아이와 바꿔치기 했다고 한다. 「……그, 바뀌어 진 아이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어쩐지 궁금해져서 물어보자, 선생님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안심해요. 대개는 곧 원상복귀 되니까. 무엇보다 부잣집이니까, 찾는 것은 간단해. 당시에는 출산은 반드시 교회를 통해서 이루어졌어. 교회에서 세례를 받지 않은 아이는, 존재하지 않는 아이가 되는 거지. 시민권이 없어지는 거에요. 그러니까, 아무리 가난한 가정이라도 교회에 가서 돈을 내고 세례를 받아. ……뭐어, 받지 않으면 고문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처음부터 선택의 여지는 없지만. 그러니까 교회에 가면, 어디서 누가 출산했는지를 알 수 있어요. 아이 바꿔치기는, 정말로 요정밖에 해낼 수 없는 이상한 일이에요」 「헤에, 선생님은 정말로 있다고 믿으시는 건가요?」 「있다고는 생각해요. 하지만 좋아하지는 않아요. 진짜 요정이 행하는 장난은 조금은 도가 지나치니까. 지금 말하는 아이 바꿔치기도 그래요. 요정은 몇 년이 지나고 나서 갑자기 아이를 부모 곁으로 돌려보내 버리지. 돌아온 아이는 백치(白痴)가 되어있는 케이스가 대부분이라, 부모는 싫어했으면 싫어했지, 기뻐하지는 않았다고 하니까」 확실히, 그것은 장난치고는 너무 심하다. 요정은 천진난만하다는 이미지를, 나는 떨쳐내 버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앗차, 미안해요. 얘기가 길어져버렸네」 「아뇨, 즐거웠어요. 그러면 실례했습니다, 선생님」 나는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인사하고, 빠른 걸음으로 쿠로기리 선생님 앞에서 떠나기로 했다. ◇ 정오가 지나, 나는 11월에 불타버렸던 동관(東館) 학생기숙사에 가보기로 했다. 특별히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하야마 히데오가 불태웠다는 학생 기숙사를 한번정도는 봐둬야겠다고 생각했던 것뿐이었다. 동관의 주위에는 새끼줄이 둘러쳐져 있고, 출입금지 팻말이 걸려있다. 나는, 그것을 타 넘고서 동관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동관은 그 대부분이 불에 타버려서, 방들이 늘어서 있는 동쪽 편의 벽이 몽땅 없어져있었다. 어쩐지, 거대한 괴물이 발톱으로 후려친 것처럼 벽이 없다. 방이 있던 구획은 전부 불타고 무너져서, 누르면 부슬부슬 재가 되어갈 것 같을 정도다. 그것과는 대조적으로, 복도가 있는, 서쪽 편은 멀쩡하게 남아있다. 복도만 걷고 있으면, 화재가 있었다는 것을 모를 정도로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 하지만 불타서 무너진 방문을 열면, 그 앞에 있는 것은 바깥 풍경과, 토대가 약간 남아있는 폐허뿐이다. 그런 기괴한 모습을 한, 전위적인 아트 같은 건물 안을 걸어간다. ……이곳에 불을 지른 하야마 히데오란 교사를, 나는 한번 밖에 본적이 없다. 그는 주로 3반에서 5반까지의 수업을 맡고 있어서, A클래스에 온 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이다. 나는 그저 아침 예배 의식 때에 따분한 표정으로 성서의 페이지를 넘기고 있던 하야마 히데오 밖에 모른다. 30대 정도의 남성으로, 얼굴은 그럭저럭이었다고 기억한다. 「한번밖에 보지 못한 상대를 조사하다니, 바보 같아」 혼잣말을 하고서, 나는 이곳에서 떠나기로 했다. 1층까지 내려가서, 현관을 향하여 복도를 가로질러간다. 그러자, 그때. 현관에서 본 적 있는 사람의 모습이 나를 향해 다가왔다. 긴 흑발과 당당한 미안을 겸비한 인물은, 레이엔에는 한 명밖에 없다. 학교의 어둠의 실력자. 오우지 미사야는 어째서인지 나에게 다가와서는, 2미터정도의 거리를 두고 멈춰 섰다. 그녀는 내 얼굴을 보고, 빙긋 미소 짓는다. 「좀 어때요? 그 뒤로 뭔가 진전이 있었나요, 코쿠토씨?」 부드럽게, 오우지 미사야는 그렇게 말했다. 순간, 등줄기에 오한이 퍼졌다. 확실한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나는, 이 녀석이 어제 인사를 해온 장본인이라고 직감했다. ────끼이, 끼이, 끼이. 벌레 같은 울음소리가, 똑똑히 들렸다. 이대로라면 어제의 전철을 밟게 된다. 또다시, 어느 사이엔가 기억을 빼앗기고 몇 시간이고 멍하니 서있게 되어버린다. 장갑을 준비하지 않은 것이 뼈아프지만, 이렇게 된다면 한번 해볼 수밖에 없다. 나는 똑바로 눈앞의 미사야를 노려보면서 공기가 부자연스럽게 따뜻한 장소를 감지한다. ……시키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열에 관한 탐지와 가속(加速)이라면, 나는 이미 충분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 대기 속의 부자연스럽게 따뜻한 부분정도는 눈을 감고서도 알아차릴 수 있다─── 「───거기!」 나는 이미 가슴 부근까지 다가와 있던 『무언가』를, 맨손으로 붙잡는다. 손바닥에는, 분명히 무언가를 쥐고 있는 감각이 있다. 끼이끼이 하고 우는 그것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나는 오우지 미사야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어머. 당신, 요정이 안 보인다고 알려줬으면서, 벌써 볼 수 있게 된 거에요?」 여유만만하게 미사야는 말을 걸어온다. 그 잘난 체하는 태도에, 나는 이 상대를 완벽하게 적으로 인식하기로 했다. 「……그랬구나. 어제의 그 한 시간 동안, 저는 선배와 시시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 같네요」 「예에. 덕분에, 당신에 대한 모든 것을 알게 됐어요. 한 시간이나 있었는걸요. 당신이 어떤 인간인가 하는 것은, 이 애들에게 부탁하면 간단하게 손에 들어와요」 오우지 미사야는 한 손으로 자신의 어깨부근을 쓰다듬는다. 끼이, 하는 울음소리. 아마도 그곳에도 요정이 있는 것이겠지. 아니, 그녀 주위에는 그녀 이외의 열이 느껴진다. 세어보니 그것은 50마리를 넘고 있었다. ……그것은, 요정이 보이지 않는 나에게 있어서 절망적일 정도의 전력 차다. 「냉정하군요, 코쿠토씨. 놀라지 않다니, 재미없어요. 나는 당신의 말을 듣고서 놀랐었는데. 그렇잖아요? 설마 이 학교에서 나 이외에 마술을 배우고있는 사람이 있다니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놀라지 않아요. 처음부터 요정사가 있다고 알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놀란 선배는 당황해서, 방해자인 나를 없애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군요. 그 행동자체는 바르다고 생각하지만……스스로 정체를 밝히다니, 수준이 낮아요, 오우지 선배」 우선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나서, 나는 어떻게 도망칠까 하고 생각한다. 원래부터 내 역할은 원인의 규명을 하는 것이다. 평범한 싸움이라면 바라던 바지만, 생사에 직결되는 다른 마술사와의 싸움 따위는 하고 싶지도 않다. 「코쿠토씨, 저, 당신을 없애려는 생각 같은 것은 하지 않았어요. 왜냐면 당신은 얼마 안 되는 저의 동류(同類)인걸요. 서로 으르렁대기보다는 서로를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드나요」 「……갑자기 요정을 덤벼들게 해놓아서, 서로 이해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니에요. 그 애는 효율적인 대화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사용했어요. 당신에게는 무의미하게 끝나버려서, 아쉽네요」 어디까지가 진심인 것일까, 오우지 미사야는 시원스레 말한다. 나는──등 뒤의 도망갈 길을 곁눈질로 확인하면도, 잠깐 동안만 이 녀석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기로 했다. 「대화라면 저와 선배, 말인가요」 「맞아요. 코쿠토씨, 당신은 이곳에 와주었어요. 그것만으로 저는 당신에게 호감을 가졌어요. 왜냐하면 이곳은───」 「다치바나 카오리가 죽은 장소이기 때문인가요」 예에, 하고 그녀는 만족스럽게 끄덕인다. 그렇지만 그 눈은, 무자비한 여왕처럼 차가운 증오에 흐려져 있었다. 「11월의 화재 때,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한 1학년 4반의 학생 말이군요. 그 애와 아는 사이였던 건가요, 선배는」 뻔한 나의 질문에, 오우지 미사야는 예에, 하고 우아하게 끄덕이며 답했다. 「카오리는 나의 후배였어요. 초등부부터 귀여운 여동생 같은 존재였죠. 요령이 없어서 손해 보는 일만 하는 아이였지만, 누구보다 독실한 신앙을 가진 상냥한 아이였어요. 그렇지만 이곳에서 죽어버렸어요. 죽어야만 할 정도의 죄 같은 것은 없는, 예쁜 아이였는데. 신앙심 깊은 그 애는, 그랬기 때문에 더욱 괴로운 선택을 해버렸어요」 괴로운 듯, 미사야는 정말로 슬픈 표정으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자비로운 마음은 일절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녀들은 회개하지도 않아요. 카오리가 목숨까지 내던졌는데도, 이전과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어요. 그런 건, 이미 사람이라고 할 수 없어요. 1학년 4반의 학생들은 모두 죄인이에요. 그 같은 것들은 나의 학교에 들일 수 없어요. 쓰레기는 태워서 없애버려야 해요」 「1학년 4반 학생들이, 다치바나 카오리를 죽였다는 말인가요?」 「───그렇다고 하면───아니, 그러는 편이 얼마나 마음이 편할까요, 코쿠토씨. 카오리는 자살한거에요. 이 의미는, 당신은 이해할 수 없어요」 오우지 미사야는 경멸하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말은 불명확한 부분이 너무 많다. 아무래도 1학년 4반이 다치바나 카오리가 불타 죽은 원인인 듯 하다. 그렇지만……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이해할 수 없어도 상관없지만요. 결국 다치바나 카오리의 복수인가요, 이 소동의 원인은?」 「예에. 그녀들에게는 지옥의 밑바닥이 어울려요. 이 학교에서 평화롭게 살아가게 할 수 는 없어요」 「정말로, 죽일 생각인가요」 나는, 짧게 물어보았다. 대답은 뻔히 알고 있다. 오우지 미사야는 4반 학생을 인간으로 간주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거리낌 없이 살인……아니, 소거(消去)를 행하겠지. 그렇지만, 그녀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설마요. 죽여버리면 지옥에 떨어지지 않아요. 그러니까 당신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거에요. 그렇지만 그것을 나무라지는 않겠어요. ……손을 떼주셨으면 좋겠는데요, 코쿠토씨. 저, 당신과는 싸우고 싶지 않아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다시 한번 어깨에 태우고 있는 요정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보이지 않겠지만, 이 아이는 당신의 기억을 품고 있어요. 예쁘죠? 당신의 기억은 차갑고, 매끄러워요. 대리석처럼 아름다워요. 그런데도 그 중심에서는 강한 불꽃이 타오르고 있어요. 나는 그 속을 볼 수 없지만, 감촉만으로 아주 순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당신───아주 좋은 사람이에요」 오우지 미사야라는 이름의 선배는, 그렇게 말하면서 킥, 하고 웃었다. 나는 오래간만에────그래, 3년 전에 료우기 시키가 미키야와 함께 나타났을 때 이후로, 이 여자를 떡으로 만들어버리지 않고서는 분이 풀리지 않게 되었다. … 오랫동안, 우리들은 말없이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이미, 도망친다는 단어를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감정이 끓어오르고 있다. 미사야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할 수 없네요. 당신과는 마음이 맞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런 생각 안 드나요, 코쿠토씨?」 「예에, 전혀 안 들어요」 나는 속답한다. 미사야는 후후, 하고 웃었다. 「그럴까요? 저, 당신과 비슷해요. 예를 들면, 그렇지───친오빠를 사랑하고 있는 점이라던가」 「……에?」 정말로 생각치도 못한 말을 듣고, 나는 말이 막혀버렸다. 화악, 하고 자신의 뺨이 빨갛게 물드는 것을 느낀다. 「무, 무, 무」 슨 소리에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는다. 오우지 미사야는 기쁜 듯 눈을 감는다. 「당신에 대해서는 어제, 당신 자신의 입으로 들었다고 말했죠? 당신의 오라버니에 대한 것도, 당신의 마술사에 대한 것도 알고 있어요. 그런 점까지 우리들은 서로 통하고 있어요. 코쿠토씨는 반 년 전부터라고 말했지만, 저는 조금 뒤부터일까요. 마술이란 것을 몸에 익히게 된 것은」 마술. 그 단어가, 나의 사고를 급속하게 냉각시켰다. 미사야는───마술을 몸에 익혔다, 라고 말했다. 「그래요. 카오리가 죽어서, 나는 그 보복을 위해서 요정을 조종하여 사람에게서 기억을 빼앗는 마술을 몸에 익혔어요. 진리를 배우기 위해서 마술을 습득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목적을 위해서 마술을 익혔어요. 카오리를 위해서──그녀와 관계했던 자들의 기억을 채집하는 것이 나의 목적. 그녀의 치욕의 흔적을 모두 지우고 싶어요. 그것 이외에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문제에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은 그것 뿐. 형체 있는 것을 부수는 것도 아니고, 사람을 죽이는 것도 아니에요. 어때요, 코쿠토씨. 이건 나쁜 일인가요」 「그런 건, 제 알 바 아니에요. 그렇지만 4반의 학생들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 당신이라는 것은 알았어요. 그 원인이 다치바나 카오리에 있다는 것도. 그렇지만 쿠로기리 선생님은 어떻게 된 건가요?」 움찔, 하고 미사야의 눈썹이 동요에 일그러진다. 그래, 오우지 미사야가 갖가지 구실을 늘어놓으며 자신을 정당화시키려고 해도, 그것만은 분명히 나쁘다고 잘라 말할 수 있는 일이다. 쿠로기리 선생님이 담임이 된 것은 다치바나 카오리가 죽고, 하야마 히데오가 실종된 뒤다. 그는 사건에 아무런 관련도 없다. 그런데도, 요정에 의해서 기억을 빼앗겼으니까. 「쿠로기리 선생님의 기억을 빼앗은 건, 필요이상의 행동이에요」 나는 또렷하게 말해주었다. 여기가 이 여자의 이론무장을 파탄시킬 최대의 호기라고 간파했으니까. 하지만 예상과 반대로 그녀의 동요는 한순간에 끝나버렸다. 아니, 오히려 이전보다 강한 의지로 나를 노려보아 오기까지 한다. 「아니요. 필요한 일이었어요. 그 사람은 그런 사건 따위에 관계되지 말아야 할 사람이에요. 알아버린 사실은, 제가 전부 빼앗지 않으면 안돼요」 ……뭘까, 이 내던지는 듯한 강한 단정은. 스스로도 그 기세에 눌리고 있다고 느끼며, 나는 이유를 묻는다. 「───어째서지요?」 오우지 미사야는, 그 긴 머리를 촤악 하고 흔들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당연하잖아요. 그 사람이, 피를 나눈 나의 오라버니니까요」, 라고. 「……친오빠? 선생님이?」 믿을 수 없다고 말하긴 했지만, 나는 어쩐지 납득하고 있기도 했다. 엄청난 우연이지만, 확실히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우지 미사야, 아니 오우지가의 아이는 모두 양자니까, 그녀의 옛 이름이 쿠로기리 미사야라는 이야기도, 뭐어 거짓말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쪽의 쇼크도 개의치 않고, 오우지 미사야는 계속해서 말한다. 「……예에, 저도 처음에는 눈치 채지 못했어요. 카오리의 죽음을 안 뒤에, 당신과 마찬가지로 1학년 4반에 의혹을 품고 나는 하야마 히데오를 추궁했어요. 카오리가 어째서 그런 일을 당해버렸는지를 안 나는, 4반의 담임인 쿠로기리 사쯔키에게 상담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어요. ……이미 나 한사람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쿠로기리 선생님은 너무나도 상냥했어요. 그런 사람에게서 기억을 빼앗는 것은 가슴 아팠지만, 나는 그를 알기 위해서 기억을 빼앗을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야말로 행운이었다고 생각해요. 선생님의 기억은 확실하게 나의 오라버니임을 증명해주었으니까요. 오라버니는 카오리의 죽음의 진상을 전부 알고 있었어요. 고발하는 것은 용이했고, 하지 않으면 자책감에 괴로워 할 텐데도, 오라버니는 그녀들을 위해서 입을 다물고 있기로 결심한거에요. ……제가 따지고 들자, 오라버니는 죽은 자보다는 산 자를 존중해야한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나는 인정할 수 없어요. 사람 한 명을 자살까지 몰아넣고서 태연하게 살아가고 있는 그녀들은 용서할 수 없어요. 무엇보다───이런 더러운 일에 가슴 아파하는 오라버니의 모습을 보는 일이, 나에게는 견딜 수 없는 일이었어요. 그러니까, 사쯔키에게서 기억을 빼앗은 거에요. 내가 여동생이었다는 기억도, 그 사건에 관계된 기억도, 전부. 사쯔키는 아무 것도 고민하지않고 평화로이 살면서, 단지 나만을 사랑해주기만 하면 돼요. 뒤돌아볼 것은───아무것도 없으니까요」 ……나는, 말을 잃었다. 비슷하다.  비슷하다? 누구와,   누가? 그렇지만, 단지 그것뿐이다. 비슷할 뿐. 우리들은 비슷할 뿐이다. 바라는 모습, 원하는 것, 그것을 위한 노력이 다를 뿐이다. 「……하지만, 당신은 이용하고 있잖아요. 아무 것도 모르는 담임으로서, 선생님에게 1학년 4반의 비밀을 지키게 하고 있어요. 그것을 당신은 보고도 못 본 체하며 좋아한다는 소리만 하고 있어요」 「그것도, 이제 곧 끝나요. 말했잖아요, 코쿠토씨. 우리들은 비슷해요. 그러니까 당신의 갈등도 이해할 수 있어요. 저라면───당신의 바램을 이루어 줄 수 있어요」 그러니까 동료가 되라며, 오우지 미사야는 손을 내밀어왔다. 코쿠토 아자카는, 그 손을 바라본다.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원수처럼. 「───조건에 맞는다면, 못 본 체 해줄 수도 있어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한다. 하지만──만약. 만약 그것이 정말로 가능하다면, 나는 오우지 미사야를─── 「당신이, 나의 잃어버린 기억을 끌어 낼 수 있다면」                                   ───죽여서라도, 그 힘을 빼앗아온다. 「잃어버린, 기억?」 「그래요. 저에게는, 오라버니(미키야)를 좋아하게 된 결정적인 순간의 기억이 없어요. 갑자기 생각하고 보니 좋아하고 있었죠. 그러니까, 당신이 그 기억을 끄집어 낼 수 있다면──」 「그건 무리에요. 본인이 모르는 과거는 기억이 아니라 기록이에요. 요정이 빼앗을 수 있는 것은 당신의 기억 뿐」 ……그런가. 다행이다, 라고 나는 내심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러면───교섭은 결렬이네요」 그럼, 남은 것은 부딪쳐서 깨부수는 것뿐이다 이대로 미사야에게로 달려가, 필살의 내려 차기를 작렬시킨다. 조용히 몸의 중심을 앞으로 기울였을 때, 오우지 미사야는 또 무언가를 말했다. 나는 이미 대화 할 생각도 없어서, 그것을 가볍게 흘려 넘긴다. 「저기 코쿠토씨. 사용마를 만드는 데는 전신이 되는 물체가 필요하다는 거, 알고 있겠죠?」 그 정도는 알고 있다. 나는 순식간에 그녀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을 깨달아버렸다. ……이때만큼, 자신의 탁월한 사고능력을 원망스럽게 생각한 적은, 없다. 「그렇다면───당신이 방금 전부터 손에 쥐고 있는 것은 뭘로 만든 것일까요?」 미사야는 웃는다. 나는 손에 쥔 그것에 시선을 떨어뜨렸다. 보이지 않았던 것이 또렷하게 보인다. 요정은, 내가 이미지하고 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그것은, 한번밖에 보지 못했던, 하야마 히데오처럼 생긴 난장이(小人)였다. 나는 당황하며 손을 뗀다. 그 틈을 노리고───미사야의 손이, 나의 얼굴을 움켜쥐었다. 나의 의식은 번지점프를 하듯, 곤두박질치며 추락해갔다. / 3 … 그 녀석은 말했다. 「기억을 영상처럼 기록할 수 있는데, 어째서 잊는 일이 가능한 걸까?」 나는 대답한다. 「기억은 모두, 멋대로 잊어버려」 그 녀석은 말했다. 「그것은 기억하지 못할 뿐이라는 소리. 너는 분명 기억하고 있어. 기록할 수 없는 나와 달리, 사람들의 기억은 잊혀지는 일은 없어」 나는 대답한다. 「기억할 수 없다면, 그것은 잊혀졌다는 소리야」 그 녀석은 말한다. 「잊는다는 것은 열화(劣化) 된다는 것입니다. 기억은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빛바래져 가는 폐기물. 한심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모두, 영원한 것을 녹슬게 만들어 버려. 영원한 것을, 자신들의 손으로, 침전되기만 하는 먼지로 만들어버리는 거지」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영원하지 않다는 것은, 영원하다는 것” 그 녀석은 말했다. 「영원은 되돌려보내지 않으면 안돼. 그 슬픔을 재생하지. 설령 네가 망각했다 해도. 기록은 분명히 너에게 녹음 되어 있으니까」 나는 말했다. 「영원 따위, 누가 결정하는데」 그 녀석은 대답했다. 「알 수 없어. 그러니까, 그것을 계속 찾고 있어」 ───거기서 생각했다. 생각하는 것조차 할 수 없는 그 녀석에게 있어서, 해답이란 것은 도출해내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서 찾아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 똑똑 하는 노크소리에 나는 눈을 떴다. 창밖은 잿빛 하늘이라, 지금이 아침인지 점심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시계를 보자, 시각은 정오를 지나고 있었다. 「코쿠토씨, 계신가요」 방 밖에서 그런 소리가 들려온다. 너무 자서 생긴 두통에 얼굴을 찡그리며 침대에서 내려와, 계속 노크소리가 들리는 방문을 열었다. 복도에 서있는 사람은 시스터 한 사람으로, 그녀는 나를 보고서 당황하는 빛을 띄운다. 낯선 학생인 나를 보고 곤혹스러워 하는 듯 했다. 「료우기 시키입니다. 3학기부터 전입할 예정입니다만」 그렇게 말하자 시스터는 아아, 하고 끄덕이며 용건을 말했다. 코쿠토가에서 전화가 걸려와, 아자카를 부르러 왔다고 한다. 오늘에 한해서 아자카의 가족에게 전화가 왔다면, 상대는 단 한사람 밖에 없다. 「뭐하다면 제가 대신 전화를 받아도 될까요. 코쿠토씨의 가족과는 친하게 지내고 있으니까요」 「아아, 료우기씨와 코쿠토씨는 친척이었죠. 그렇다면 문제는 없겠네요. 전화는 로비의 전화기로 돌려져있으니, 얼른 가서 받아보세요」 그럼, 하며 인사를 하고 시스터는 떠나갔다. 나는 아자카의 잠옷에서 레이엔의 교복으로 갈아입고 방을 뒤로했다. 기숙사의 로비란, 곧 현관문을 뜻한다고 생각한다. 어제, 이 기숙사에 왔을 때에 다이얼이 없는 전화기가 로비의 소파 앞에 있는 것을 보았다. 아자카의 말에 의하면, 밖에서 걸려온 전화는 시스터들이 대기하고 있는 사감실로 연결되고, 전화 상대가 학생에게 관계있는 친족이 아니면 끊어버리는 구조라고 한다. 시스터가 전화의 상대를 "해가 없다"라고 판단한 상황에서만 전화가 로비로 돌려지고, 학생은 일단 프라이버시를 보호받으며 통화 할 수 있는 시스템인 듯 하다. 인기척이 나지 않는 로비까지 걸어가서, 나는 수화기를 손에 들었다. 「여보세요, 아자카?」 이미 듣기 익숙해져버린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전화 상대는 역시 코쿠토 미키야였다. 「아자카는 지금 부재중이다. 새해 벽두부터 전화하다니, 꽤나 여동생을 아끼시는구만, 너란 놈은」 어째서인지, 나는 일부러 차가운 목소리로 그런 말을 하고 있었다. 전화 저편의 미키야는, 웃, 하고 말을 삼키고 있다. 「……시키, 어째서 네가 전화를 받고 있는 거야?」 「아자카가 없어서라고 말했잖아. 그 녀석, 아침부터 힘이 넘쳐보였으니까 말야. 얼른 처리하고 집에 돌아가고 싶은 것 같은 걸」 「……그런걸까. 아자카는 집에 있어도 별로 즐거운 것 같지 않아 보이던데. 기숙사에 있는 쪽이 마음 편하다고 말하고있고」 「마음 편하다는 소리지 만족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겠지, 그 녀석의 경우에는」 내 말의 의미도 모르고, 미키야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듯 하다. ……뭐어, 모른다면 됐다. 「그래서 용건은 뭐야, 미키야」 「별거 아냐.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나 해서」 「몰라. 내일쯤 다시 전화를 해서 아자카 본인에게 물어보면 되잖아. 그럼-」 「그럼, 이라니 잠깐만 기다려, 아직 1분도 통화 안했잖아, 시키!」 당황하는 미키야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귀에 울려 퍼진다. 문득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니, 나는 수화기를 손에 든 채로 희미하게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어쩐지, 아주 화나있는 듯한 표정이다. 「이건 아자카에게 한 전화잖아. 나랑 이야기 할 것도 없잖냐」 「할 말은 있습니다. 사실은 시키가 뭐하고 있나 걱정되어서 걸어본 거니까, 조금만 더 얘기하자. 애초부터 말이지, 레이엔에 전화를 거는 것은 아자카 앞으로 걸 수밖에 없어. 그 쪽에 대한 얘기, 아자카에게 못 들었어?」 ……듣긴 했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됐어. 나, 전화로 얘기해봤자 잘 모르니까, 이야기하는 것은 싫어」 「……그런가. 그렇게 말하면 그렇네. 그러면 할 수 없지, 오늘은 이걸로 안녕이야. 레이엔은 하루에 한번밖에 전화를 바꿔주지 않으니까」 아쉬운 듯 미키야는 말한다. ……그런가. 오늘은 안녕인가. 「잠깐 미키야. 시간이 난다면 한 가지, 부탁을 해주지. 여기서는 알 수 없으니까, 밖에서 조사 해주지 않겠냐? 하야마 히데오라는 예전에 있던 레이엔의 교사와, 쿠로기리 사쯔키라는 교사에 대해서다. 이곳에서 일하기 전의 경력 같은 것, 찾아볼 수 있겠냐?」 「───글쎄 어떨까.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 수 없지」 이것은 미키야 나름대로의 승낙의 표현이다.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 몰라도 괜찮아. 말해두지만, 무리는 하지마. 그럼, 혼자서 나돌아 다니고 있는 아자카를 찾지 않으면 안 되니까, 끊는다」 「아아, 기다려. 이쪽에서도 한 가지 부탁할게 있어. 레이엔의 학생 중에서 다치바나 카오리란 애가 있었다고 기억하는데, 그 애의 성적을 조사해주지 않겠어? 체육의 출석률이라던가, 그 쪽으로. 레이엔은 자료를 서류만으로 정리해놓기 때문에 밖에서는 입수할 방법이 없어서 곤란해」 ……? 미키야는 생각치도 못했던 소리를 한다.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무언가 의미가 있는 거겠지. 「알았어. 여유가 있다면 해두도록 하지」 그렇게 대답하고서, 나는 철컥하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망각녹음\ 4 잠드세요 아자카씨. 덧없는 잠 속에서, 당신의 슬픔을 재생시켜 줄 테니까───. 그렇게, 오우지 미사야가 귓가에 속삭인다. 나는 꿈인지 잠인지 분간할 수 없는 애매한 졸음 속에서, 그저 눈을 감은 채로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꿈같은 꿈속에서, 나는 계속 영원을 바라보고 있다───────. … “그런 건 싫어. 나는 특별하고 싶어” ……어렸을 적에, 나는 아버지에게 그렇게 말한 적이 있다. 그것은 언제였을까. 아주 오래되어서 이젠 아버지의 얼굴도 자신의 모습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아득히 오래된 일. 철이 들었을 때부터, 코쿠토 아자카는 단 하나란 단어에 매료되어 있었다. 그것은 주박(呪縛)이나 다름없는 것이었지만, 나 자신은 그렇게 존재하는 모습밖에 사랑할 수 없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다. 나는 그저, 주위 사람들처럼 살아가는 것이 싫었다. 당연하게 깨어나고, 당연하게 살아가고, 당연하게 잠드는 것을 경멸하고 있었다고 기억한다. 나는 나일뿐이다. 그러니까 누구와도 다른 것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생각만을 막연하게 품고 있던 어린아이는, 무엇이 특별한 것인지도 잘 모르면서, 단지 주변보다 뛰어난 것만이 "다른 것"이라고 믿어버렸다. 빨리 어른이 되려고, 천진난만함이 용서되는 얼마 안 되는 유년기를 미련 없이 내버렸다. 억지로 성장시킨 지식을 자신만의 비밀로 하고, 주위에는 평범한 아이로 생각하도록 속여 왔다. 그러는 것으로, 나는 동년배의 아이들보다 특별해졌다. 천재라며 유명해지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우등생이라고 생각되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런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내가 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말로서는 표현할 수 없는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최고가 아니어도 좋다. 제일 약한 인간이라도 상관없다. 나는, 단지, 특별한 것이 되고 싶었던 것 뿐. 그렇게 여러 가지를 잘라내 버리면서 나는 조금씩 주위와 어긋나기 시작했다. 손에 넣은 지식으로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들을 상처 입히고, 멀리하고, 두려워하게 만들었다. 기뻐서, 나는 좀더 쓸데없는 것들을 잘라내 간다. 친구들이나 선생님은 물론이고 부모님조차 나를 경원시하기 시작해서, 나는 겨우 차분해 질 수 있는 나 자신을 손에 넣었다. 그 때, 나, 코쿠토 아자카를 지배하고 있던 감각은 무(無)였다. 아직 원래대로 돌아간 것은 아니지만, 나는 태어나기 전의 원래의 위치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그런 감각. 그것이 잘못되어있다는 사실은 어린애인 나로서는 알 수 없다. 그저 기분 좋은 일일 뿐이라, 그것에 선악이 있다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대로 나아가고 있었다면, 확실히 나는 다른 것이 되어있었을 것이다. 누군가와는 다른 것. 누군가와는 살아갈 수 없는 것. ……누군가를 상처 입히기만 하는 것으로. 하지만, 그것이 아주 손해를 보고 있는 짓이라고 깨달았다. 정의의 우군이라던가 백마를 탄 왕자가 극적으로 나타나서 나를 타이른 것이 아니다. 어쩐지 아주 자연스럽게, 나는 더욱 즐거운 것을 잃어왔구나, 하고 후회할 수 있었다. “……뭐하고 있어, 아자카. 혼자서 놀아봤자 재미없잖아. 얼른 집으로 돌아가자.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잖아” 그렇게 말하면서, 언제나 나를 데리러오는 소년이 있었다. 항상, 나는 혼자였다. 그 편이 즐거웠기 때문에, 나는 데리러오는 소년을 싫어하고 있었다. 더욱 심하게도, 그 나이 또래의 소년다움밖에 없는 그 인간을 경멸하기조차 했었다. 하지만, 언제나 소년은 데리러 와 주었다. 부모조차 말을 걸어오지 않는 나에게, 정말로 자연스럽게 웃어주었다. 그곳에 이해타산은 없었다. 소년은 득실을 따지지 않고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그 때에는 머리가 나쁘구나, 하고 내심 경멸했지만, 소년은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고 손을 쥐고, 나를 집까지 데리고 간다. 그것은 오빠로서의 입장이니까 취한 행동이겠지만, 분명 소년은 내가 다른 집 아이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특별하게 존재하기를 바랬다. 그는, 단지 그곳에 있는 것뿐이었다. 조금 가슴이 아팠지만, 그래도, 역시 나는 변하지 않은 채, 매일 매일을 낭비한다. 그것이 변한 것은, 어째서였을까. 정신이 들고 보니, 나는 그 소년을 항시 눈여겨보게 되어 있었다. 이를테면, 덤벼드는 개에게 물릴 뻔한 상황에서 구해줬다거나, 부모님에게 야단맞을 때 감싸주었다거나, 물에 빠져서 죽을 뻔한 상황에 손을 내밀어 주었다거나, 그런 일은 일절 없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나는 오라버니를 사랑하고 있었다.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타입이라서? 하지만, 주위에 벽을 만들고 있던 내가, 애초부터 사람을 좋아하게 될 리가 없다. 정말로 이유도 없이, 어느 날 아침 눈을 뜨고 보니, 나는 오라버니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나는 오라버니인 소년을 증오했다. 특별하게 존재하려하는 내가, 어째서 저런 평범한 상대에게 연애감정을 품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 하고 그 불합리함에 화가 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것만은 어찌할 방법이 없다. 아무리 부정하려고 해도 나는 소년을 계속 관찰하고 있다. 혼자서 놀러나가서 저녁때까지 기다리다가, 데리러 나오게 만든 일이 수없이 많다. 경멸하고 있던 웃음은, 역시 경멸할 정도로 생각이 없는 어린애의 웃음이었지만, 그 반면에 나는 슬프고 외로웠다. ────당연히 깨어나고. ────당연히 살아가고. ────당연히 잠들고. 나는 그런 생활을 혐오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니었다. ……몇 번, 나는 오라버니에게 용서를 빌려고 했었겠지. 코쿠토 아자카는 오랫동안 오라버니를 박대하고 있었으면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말로 할 수 없다. 나는, 그런 생활이 계속 두려웠던 것뿐이에요. 그것을 깨닫게 해줘서 고마워요, 오빠. ……그런 대사, 천진했던 유년기를 내버린 나는 입에 담을 수 없다. ……그렇지만, 하고 생각한다. 대체, 오라버니는 나에게 무엇을 해주었던 것일까. 미키야가 나를 완전히 굴복시켰을 리도 없다. 미키야가 나에게 설교를 했던 것도 아니다. 애시 당초 만약 그랬다면, 나는 그것을 논파(論破)하고 오히려 꼼짝 못하게 눌러버렸을 것이 틀림없다. 이유 없는 심경의 변화와, 발단이 없는 애정. 깨닫고 보니 강하게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만이 있었다. ────아니. 분명, 이유는 있을 것이다. 내가 잊고 있는 것 뿐, 무언가 아주 소중한 것을 잃고 있다. 그렇다면, 기억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 내가 나를 믿을 수 있는 것처럼. 이 사랑(戀幕)이 확실한 것이라고 맹세하는 것처럼. 그렇게 하면, 분명───아자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다. 아주 서투른 말투가 되겠지만, 그래도 정말로 솔직한 마음으로, 오빠에게 사과할 수 있을테니까─── … 「일어나라 아자카, 감기 든다」 익숙한 목소리가, 남성 같은 억양으로 들려와서,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누군가 나를 안아 일으켜서,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다. 허리에는 차갑고, 딱딱한 감각. 복도에 누워 잠들어 버린 나를, 누군가가 깨워주고 있는 거라고 어렴풋이 깨달았다. 「미키───」 이름을 부르던 도중, 상대가 흑발의 여자라고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나와 그 여자……료우기 시키는, 서로를 말없이 쳐다본다. 「……………」 시키는, 갑자기 손을 놓았다. 그녀에게 안겨있던 나의 상반신은, 그걸로 쿵, 하고 바닥에 부딪친다. 「가, 갑자기 무슨 짓이야, 이 바보!」 정통으로 등을 바닥에 부딪쳐서, 나는 참지 못하고 일어선다. 시키는 감정 없는 눈으로 이쪽을 힐끗 보더니, 잠 깼잖냐, 라는 성의 없는 핑계를 댄다. 「에에, 깼어. 깼고말고. 덕분에 어떤 꿈을 꿨었는지 잊어버릴 정도로 상쾌하게 깼다구!」 「뭐야, 또 당한거냐, 너」 그 말을 듣고 나서, 나는 기억해냈다. 오우지 미사야와의 대화. 그 뒤의 사건. 요정을 붙잡았고, 그 뒤에 허를 찔려 간단히 잠들어버려서 이렇게 시키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상황. 「어라, 이상하네. 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에는 빼앗기지 않은 것 같아. 나, 기억은 선명한 걸」 「그러면 요정사는 봤겠군」 으응, 하고 나는 끄덕였다. 김이 샜다고 하자면 김이 샜지만, 이번 사건의 주모자는 확실해졌다. 문득 손목시계를 보니, 시간은 그 뒤로 몇 분 지나지도 않았다. 아마도, 그녀는 나를 여기서 어떻게든 할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그 전에 시키가 찾아왔기 때문에 물러난 거겠지.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료우기 시키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건가. 「……고마워, 시키」 시키가 들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그리고나서, 나는 이번 사건의 주범이 오우지 미사야라는 것을 말했다. 「오우지 미사야라면, 어제 그 키 큰 여자?」 「그래. 방금 전까지 서로 말다툼을 하고 있었는데, 시키가 와서 도망간 것 같아」 그런가, 하고 시키는 끄덕인다. 그렇지만 그녀는 손가락을 입가에 대고, 어쩐지 납득이 안 간다는 눈치였다. 「왜 그래, 시키. 뭔가 미심쩍은 점이라도 있는 거야?」 「하지만, 그 녀석 자신도 잊고 있는데」 시키는 알 수 없는 소리를 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무언가, 아주 의미 있는 단어다. 미사야 자신도 잊고 있다. 그것은, 즉…… 「뭐, 상관없나. 인간이라면 무언가 잊고 있는 것 한두 가지는 있기 마련이지. 그것보다 아자카. 미키야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여하튼, 다치바나 카오리라는 여자의 성적을 조사해보라던데」 「────에?」 시키의 대사는, 나의 어중간한 사고를 멈춰버릴 정도로 의외였다. 나는, 미키야가 이런 종류의 사건에 관여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그는 여름에 이상한 유령사건에 관여했다가, 3주 동안 계속 자고 있던 적이 있다. 다행히 미키야는 혼자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부모님에게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혼수상태에 빠진 육체의 관리를 토우코 사부가 해주어서 다행이었지, 토우코 사부가 없었다면 3일 정도 만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그 이후로, 나는 미키야가 쓸데없는 일에 관여하지 않도록 눈에 불을 켜고 있다. ……곤란한 점은, 그 남자는 이런 일에 대해서만은 엄청나게 신경이 예민해서, 작년 11월에도 기숙사의 화재사건으로 여러 가지를 의심하고 있었다. 때문에, 나는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미키야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토우코 사부에게도 비밀엄수를 약속 받았다. 그런데도, 어째서 이런 절묘한 타이밍에 연락을 해오고, 거기에 다치바나 카오리의 성적을 조사하라는 말을 해오는 걸까? 대체 미키야는 누구에게서 이번 일에 대한 얘기를─── 「……그렇지. 생각할 것도 없어. 원흉은 언제나 너였으니까 말야, 시키」 「뭐야. 없었던 네가 잘못한거라고. 그 눈치로 보아하니, 내일도 걸려올 테니까 오후에는 자기 방에서 기다리면 되겠지」 그런 것에 대한 얘기가 아니었지만, 생각해보니 미키야의 전화도 가로채갔다는 것을 깨닫고서, 시키를 노려보는 눈이 더욱 험악해져버렸다. 시키는 나의 시선을 신경도 쓰지 않고 말을 계속한다. 「미키야가 말하기로는, 체육 출석률이 중요한 것 같더만. 어떻게 생각해냐? 아자카. 나는 녀석의 생각 같은 건 전혀 모르겠다」 「체육의 출석률?」 뭘까, 그건. 새로운 암호인걸까, 하며 얼이 빠져있던 순간, 무언가가 뇌리를 번개처럼 스쳐지나갔다. 오우지 미사야는 말했다. 다치바나 카오리는 화재에 휘말려 죽은 것이 아니다. 그녀는 자살한거다, 라고. 나는 중요한 것을 빼먹고 묻지 않았고, 오우지 미사야는 핵심이 되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것은 다치바나 카오리의─── 「……자살의, 이유」 중얼거리면서, 나는 뛰어나갔다. 화재로 반파되어있는 구교사를 뛰쳐나가, 숲 속을 전력으로 달려간다. 나는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달렸다. 가야할 곳은 정해져있다. 학생의 건강상태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카르테(karte)가 보관되어있는 양호실에 갈 수밖에 없으니까. 그리하여, 나는 다치바나 카오리의 건강진단서와, 양호실의 사용기록을 발견했다. 9월부터 체육은 전부 견학. 10월부터는 결석이 두드러지고, 그 화재가 일어나기 1주일 전부터는 한번도 등교하지 않았다. 확실히 하기 위해 보건담당 시스터에게 물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어떤 상담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걸로 엎어져있던 카드는 전부 뒤집어졌구나, 하고 나는 어두운 마음으로 확신했다. / 4 해가 지고, 교내에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학생들이 각자의 방으로 돌아간다. 레이엔의 기숙사가 문을 잠그는 시간은 오후 6시로, 그 이후에는 학생들에게 자유라는 것이 없다. 나와 아자카는 식당에서 기숙사생들과의 합동 식사를 마치고 자신들의 방에 되돌아 왔다. 창 밖은 이미 어두운 밤의 어둠에 감싸여있다. 들려오는 소리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 소리뿐이고, 기숙사는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쓸쓸한 분위기다. 나는 그런 점만은 마음에 들었고, 기숙사제가 아니라면 정말로 전학해도 좋을 것 같다고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도심의 고교는 어쨌든 너무 시끄럽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침대에 앉는다. 아자카는 착실히 문의 열쇠를 잠그고는, 긴 머리를 나부끼며 이쪽을 빙글 돌아본다. 「시키. 숨기고 있는 거 있지?」 검지손가락을 세우면서, 아자카는 이쪽을 바라본다. 「숨기고 있는 것 따윈 없어. 너야말로 나한테 말 안 한게 있잖아」 「내가 말하는 것은 물질적인 것이에요. 됐으니까 이러쿵저러쿵 말 돌리지 말고, 얼른 식당에서 슬쩍한 나이프를 내놓으라는 거야!」 아자카는 당장이라도 덤벼들 듯한 시비조로 말했다. ……놀랐다. 아자카가 말하는 대로, 나는 아까 식당에서 나왔던 빵을 써는 나이프를 슬쩍 옷소매에 감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차린 녀석이 있다니, 나의 암기술(暗器術)도 녹슬어 버린 것 같다. 최근에는 당당하게 칼을 가지고 다니고 있었으니까 무기를 숨기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고는 해도, 풋내기인 아자카에게 간파되다니 심각한 타락이다. 「그런 거, 기껏해야 식사용 나이프잖아. 아자카가 신경 쓸 정도의 일이 아냐」 간파되었다는 것 때문일까, 나는 뚱한 어조로 대답하고 있었다. 아자카는 나의 말 같은 것은 듣지 않고 거리를 좁혀온다. 「안 돼. 설령 날이 없는 나이프라도, 네가 가지면 덤덤탄(dumdum bullet)급의 흉기가 되니까. 레이엔에서 사람이 죽는 사태가 일어나는 것은 참을 수 없어」 「이제 와서 무슨 소릴. 이미 두 명이나 죽었다구, 신경 쓸만한 체면 따위는 옛날에 사라져버렸잖아」 「아니, 살인사건과 사망사고는 다른 거야. 자, 얼른 나이프를 내놓으라구. 우리들의 역할은 원인의 규명이지 해결이 아니니까」 「……거짓말. 완전히 끝장을 볼 생각이면서」 단호하게 나이프를 손에서 놓을 생각이 없는 나는, 바짝 다가오는 아자카를 마주본다. ……나도 장난삼아 나이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아자카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오늘 아침 눈을 뜨기 전에 나에게도 뭔가 이상한 감각이 있었다. 잠들어있는 나의 의식과 동화해온 그것이 요정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다음에 또 그런 일이 있다면 도망칠 수 없다. 그것을 위한 무기로서의 나이프였고, 레이엔의 식기 디자인은 모두 정교해서 마음에 들기도 했다. 돌아간다면 이 나이프는 관상용으로 소중하게 보관하리라고, 마음먹었다. 내가 그렇게 침묵하고 있는 사이에, 아자카는 이미 눈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어떻게 해도 넘기지 않을 생각구나, 시키」 「거참 시끄럽네, 너 꽤 끈질기구만. 그러니까 미키야에게 바람이나 맞는 거라구」 나는 며칠 전, 정월의 사건을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아자카의 감정을 거칠게 만들뿐인 것 같다. ……뭔가, 위험하다. 눈앞에 있는 아자카의 눈은, 쏴아, 하고 빠져나가는 파도처럼 감정이 사라져간다. 「───알겠습니다. 나, 실력행사로 들어가겠어요」 무서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나를 덮쳐눌렀다. 침대에 앉아있던 나는 덮어 눌러오는 아자카를 피할 수 없다. 나와 아자카는 그대로 침대에 뒤엉키면서 쓰러진다. ……결국, 나이프는 아자카에게 빼앗겨 버렸다. 겉보기에는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지만, 아자카는 상당히 감정이 격하다. 그런 그녀가 정말로 화가 나면 엄청나게 난폭해져서, 상처 입은 곰을 연상시킨다. 야수를 얌전하게 만드는 데는 대화나 반격은 무의미한가, 라고 판단한 나는 할 수 없이 숨기고 있던 나이프를 하나 내밀고 해 없는 승부를 끝마쳤다. 아자카는 나이프를 들고 자신의 책상으로 걸어간다. 나는 어떤 상태냐면, 침대 위에 널부러 진 채였다. 「……이 무식한 힘. 봐라, 팔에 멍 자국까지 나버렸어. 너, 평소에 뭘 먹고 사는 거냐」 「실례네요, 자그마한 빵과 신선한 야채뿐이에요」 아자카는 이쪽을 돌아보지도 않고 책상에 나이프를 넣는다. 그리고 그대로 열쇠를 걸어 잠가버렸다. 나는 침대에 고쳐 앉고서 그녀의 등을 바라본다. 가만히 있으면 될 테지만, 자신도 모르게 생각한 것이 입으로 나왔다. 「하지만 의외구만. 정말 넌 운동신경이 좋구나. 이 정도라면 충분히 미키야를 덮칠 수 있잖냐, 아자카」 갑자기 아자카의 얼굴이 새빨개진다. 뒷모습을 보고도 그렇다고 알 수 있는 것은,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었기 때문이다. 무, 무, 무, 하고 말을 더듬으면서 아자카는 뒤를 돌아본다. 역시 그녀의 얼굴을 새빨개져있었다. 「무, 무슨, 소릴 하는 거에요, 당신은」 「별로. 딴 생각은 없어. 그냥 그렇게 생각한 것 뿐」 ……문제는 그렇게 생각한 이유에 있는 것이겠지만, 나는 그것을 깊이 따지고 드는 것은 그만두었다. 아자카는 새빨간 얼굴을 한 채로 이쪽을 응시하고 있다. 나는, 어쩐지 무관심한 눈동자로 그 모습을 마주본다. 시계의 초침소리가 백 번 정도 반복되었을 무렵, 아자카는 ‘하아‘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입을 열었다. 「───역시, 아는 거야?」 「글쎄, 어떨까나. 알고 있던 것은 내가 아니니까. 적어도 당사자는 눈치 못 채고 있으니 그걸로 된 거 아냐?」 그래, 하고 아자카는 안심한 듯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녀가 코쿠토 미키야에게 연애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알고 있던 건, 내가 아니다. 옛날, 아자카와 처음 만났을 때 있던 '시키'가 한눈에 간파한 것뿐이다. 시키는 '시키' 덕에 그것을 알고 있던 것 뿐. 그 지식이 없다면, 나도 알아차리지 못했겠지. 그녀가 미키야에 대해서만 엄격하게 대응 하는 이유도, 그가 없는 곳에서는 자신에게 들려주려는 듯 오라버니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도. 아자카는 원래대로의 냉정함을 되찾고 나자, 이번에는 역으로 나를 흘끗 노려보아 왔다. 「하지만 좀 열 받는걸. 그건 여유야? 시키」 아자카는 엉뚱한 것에서 트집을 잡는다. 나는 이해불능의 질문에, 혼자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에게 빼앗겨도 괜찮냐고 묻는 거야. 정말, 열 받네-」 안달 난 것처럼 아자카는 같은 대사를 반복한다. 그렇지만 빼앗기다니 누구를 말인가. 말의 흐름으로 보면 미키야를 말하는 건가. 하지만 그건 내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렇다. 분하지만 시키라고 하는 나의 것이 아니라───── 안 돼. 그 다음은,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갑자기 등줄기에 두려움이 퍼져서, 나는 생각을 멈췄다. 「……아자카는 말야, 어째서 그런 녀석이 좋은 거냐. 남매잖아, 니들은」 자신을 얼버무리기 위해, 나는 지겨운 질문을 한다. 아자카는 그렇네, 하고 시선을 공중에 띄우면서 대답한다. 「솔직히 말하는데 말야, 시키. 나는 특별한 것이 좋아. 그렇다기보다는 금기(禁忌)라고 불리는 것에 매혹되는 성질인 것 같아. 그래서 미키야가 오빠인 것에 문제는 없는 거야. 문제가 있는 것은 저쪽뿐이고, 나로서는 오히려 기뻐할 만한 일이라구. 좋아하는 상대가 근친이라니,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어디까지나 냉정한 모습으로 아자카는 당치도 않은 소리를 한다. ……절실히 느낀다. 그 남자는, 이상한 녀석들이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 변태」 「뭐야, 정신이상자」 거의 동시에, 나와 아자카는 서로를 매도한다. 그것은 혐오나 경멸이 담기지 않은 정말로 순수한 의견을 서로 말한 것이었다. … 아자카는 내일 일찍부터 조사할 일이 있다며 일찍 잠자리에 들어버렸다. 나는 어떠냐면, 평소 야행성이었기에 간단하게 잠들 수가 없다. 시계 바늘이 2시를 넘어가도 잠이 오지 않아서, 그저 멍하니 창 밖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 밖에는 불빛도 없고, 깊은 나무들의 어둠만이 있다. 숲 속에는 달빛조차 닿지 않고, 이 기숙사는 심해에 있는 것처럼 고요하다. 나는 식당에서 손에 넣었던 나이프를 한 손으로 만지작거리면서, 숲과 어둠을 바라본다. 식당에서 손에 넣은 나이프는 두 자루. 한 자루는 여기서 사용하기 위해서, 한 자루는 가지고 돌아가기 위해서 입수한 것인데, 관상용 쪽은 아자카에게 빼앗겨 버렸다. 이렇게 되면 남은 한 자루가 사용되지 않게 되기를 빌 수밖에 없지만, 역시 그 바램은 이루어질 것 같지 않다. 「오늘밤은 상당히 바쁘구나, 너희들」 창 밖의 경치를 바라보며, 나는 혼자서 중얼거린다. 어두운 레이엔의 밤 중, 반딧불처럼 빛나는 것이 무수히 날아다니고 있다. 그 숫자는 1,20마리가 아니다. 어젯밤은 한두 마리 정도였었는데, 오늘밤만은 요정들이 활발하게 돌아다니고 있다. 아자카와 내가 사건을 휘젓고 다니고 있기 때문이겠지. 요정사는 예정을 급속하게 서두른 것 같다. 「이래서는 안 쓸래야 안 쓸 수가 없을 것 같은데」 희미한 달빛을 반사시키는 나이프를 바라보며, 나는 그런 말을 흘린다. 레이엔에서 밤을 보내는 것은 오늘까지다. 어떤 결과가 되더라도, 내일 결판이 나는 것은 명백했으니까. 망각녹음 5 \ ◇ 나는 말했다. 「이젠, 어떻게 될는지 모르겠어요」 그는 대답한다. 「아직 방법은 있지 않습니까. 부서져버린 것은 고치면 됩니다」 나는 말했다. 「그렇지만 저는 고칠 수 없어요」 그는 대답한다. 「고쳐서 다시 만드는 것은 제가 맡도록 하지요. 당신에게 죄는 없어요. 깨끗한 것은, 더러운 것에 닿을 필요가 없습니다. 당신은 그대로 있는 편이 좋아요」 나는 말했다. 「……저는 깨끗한가요. 그런 것처럼 살아왔지만, 지금은 자신이 없어요」 그는 대답한다. 「당신은 더러워져있지 않아. 자신에게 싹튼 어두운 감정을 억제할 수 없다고 해도, 그 손은 아직 하얀 그대로입니다」 그는 끄덕이면서───다정하게 웃었다. 「자신의 손은 깨끗한 상태로 있지 않으면 안 돼. 이 세계에, 그와 같은 더러움은 있어서는 안 돼요. 더러움은 더러움 스스로 없어지게 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더러움을 없애려고 하면 그 더러움을 이어받게 되어버리죠. 이 부정(不淨)한 순환을, 우리들은 저주라고 부릅니다」 더러워지지 않기 위해서, 자신 이외의 무언가를 사용하면 된다고 그는 말한다. 나는 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래도 결과로서는───── 그는 대답한다. 「영원은 되돌아가게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 슬픔을 재생하지요. 설령 당신이 망각했다고 해도. 기록은, 확실히 당신에게 녹음되어 있으니까」 나는 말했다. 「저에게, 잊고 있는 일 같은 건 없어요」 그는 대답한다. 「망각은 의식할 수 없는 누락입니다. 사람에게는 잊지 않은 일 따위는 없어요」 ───그렇다면, 나의 기억의 단절은 무엇일까. 「모르겠어요. 저의 빠진 부분은 무엇인가요」 그는 대답한다. 「그것은 오라버니에게로의 환상입니다. 당신이 원하신다면, 그 누락을 재생시켜 주도록 하지요」 나는 그것에 예스라고 답했다. ◇ 1월 6일 수요일. 하늘은 변함없이 재색의 구름에 뒤덮여있어서, 날씨는 흐린 채였다. 「……일곱 시, 반」 잠에서 깨어나 시간을 확인한다. ……믿을 수 없게도, 내가 1시간이나 늦잠을 자버리고 있었다. 당황하며 침대에서 일어나, 잠옷에서 교복으로 갈아입는다. 2층 침대 위에서 자고 있는 시키에게 말을 걸어 봤지만, 그녀는 전혀 눈을 뜨지 않는다. 아마도 어젯밤 늦게까지 깨어 있었던 듯, 시키는 잠옷으로 갈아입지 않고 교복을 입은 채로 자고 있었다. 추운 것도 더운 것도 괜찮다는 시키는 모포 한 장만으로 쿨쿨 자고 있다. 그 모습은 조각처럼 조용해서, 나는 깨우는 것을 포기했다. 원래부터 우리들의 역할은 원인의 규명이다. 어젯밤, 오우지 미사야와 맞붙은 뒤에 그녀를 찾지 않은 것은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건의 범인을 알아냈어도, 나와 시키는 그 범인을 붙잡을 필요 따위는 없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나도 오우지 미사야가 가만히 기숙사에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실제로 그녀는 어제부터 집에 돌아가기 위해 외출계를 마더에게 제출했었다. 즉, 서류상으로는 어제 아침부터 오우지 미사야는 레이엔의 부지 내에는 없다고 되어있다. 그 사실로 보더라도, 그녀는 이미 나와 접촉할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머리가 좋으면서도 어딘가 격정적인 듯 보이는 미사야는, 나의 회유를 아직 포기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엊그제와 어제 낮, 두 번에 걸쳐서 이쪽에 접촉해온 미사야는 결국 어느 쪽이고 시키에게 방해를 받아 결과를 얻지 못했다. 오늘, 정체가 밝혀진 상황에서 덤벼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지만, 3번째의 정직이란 말도 있다. 만일을 대비해서 도마뱀가죽으로 만들어진 장갑을 주머니에 넣고, 나는 방을 뒤로했다. 냉동고처럼 차가운 기숙사의 복도를 걸어서, 1학년 4반의 학생들의 방을 몇 개인가 방문했다. 그렇지만 태반의 학생은 방에 없었고, 간혹 자기 방에 남아있는 학생들도 대화 상대는 되지 못했다. 그녀들은 호흡도 거칠고, 눈의 초점도 확실치 않아서, 마약 중독자 같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마치 원수를 쳐다보는 듯한 눈초리로 노려보는데, 제대로 된 대화가 가능할거라 생각할 수 없다. 시키라면 같이 쏘아보면서라도 물어보겠지만, 나는 그런 비효율적인 행동은 선택하지 않았다. 1학년 4반 학생들과 이야기하는 것은 포기한다. 이야기를 들을 상대는 학생들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나는 기숙사에서 나와서 교사로 이동했다. 소비한 시간을 되 재빨리 시스터들에게서 필요한 것을 물어보고 다시 한번 기숙사로 돌아온다. 손에 넣은 정보를 정리하기 위해서 자신의 방에 돌아오자, 시키는 아직도 자고 있었다. ……조금 언짢았지만, 『눈』에게 생각을 기대하는 이쪽이 어리석은 거야. 으응 그럼, 하고 단념하고서, 나는 의자에 앉았다. ───그러면. 어제 양호실에서 조사한 자료에서, 다치바나 카오리가 어떤 상황이었는지는 예상할 수 있다. 체육수업을 견학한다는 것은,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다. 생리일이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 시스터들도 인정해주므로, 레이엔에서 체육을 견학하는 것은 의외로 간단한 부류에 들어간다. 중요시해야하는 것은 체육의 견학이 많다는 점이 아니라, 그녀의 건강진단과 견학하던 날을 대조해보는 일이다. 다른 학교에서는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레이엔에서는 학생의 생리 간격도 꼼꼼히 리스트 되어 있다. 그것에 의하면, 다치바나 카오리는 본래 있을 수 없는 날에 생리라며 체육을 견학하고 있었다. 이 부자연스러움은 그녀의 주장과는 반대의 사실을 연상시킨다. 시스터에게 캐물어보자, 그녀는 분명히 11월 부근에 생리가 늦어지고 있다며 상담을 해왔던 듯 하다. 시스터는 스트레스에 의한 일시적인 몸의 변조일거라며 안심시켜주었다고 했지만, 그것은 사정을 모르는 시스터가 말한 당연한 대답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억측의 영역을 넘지 않지만, 다치바나 카오리는 생리가 늦어지고 있던 것이 아니라, 생리가 오지 않게 되어있던 것이 아닐까. ……뭐어, 곧, 뭐라고 말해야하나, 그게, 그, 임신하고 있던 것이 아닐까 하는 것.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그것은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의 자살의 이유가 된다. 처음에는 단순히 생리가 오지 않는 것뿐인 불안이지만, 뱃속의 태아는 나날이 자라나서 그 존재감을 늘려간다. 9월에서 석달 가까이 지난 11월에는, 그녀의 정신은 어찌할 수 없는 곳까지 몰려있었던 것이 아닐까. ……레이엔에서 임신하다니, 그것은 누군가를 죽이는 일보다 훨씬 부도덕한 행위다. 밖에 나갈 수 없을 학생이, 교칙을 깨고 거리에 나가서 성행위 끝에 아이를 뱄다는 것은, 마더나 시스터가 듣고 졸도하는 것 정도로 끝날 얘기가 아니다. 다치바나 카오리 본인에게로의 경멸은 물론, 그녀의 부모도 그런 딸을 용서하지 않겠지. 일의 발각을 두려워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다치바나 카오리에게는 해결책이란 것이 없다. 낙태하기 위해서는 병원에 가지 않으면 안 된다. 시내에 나가는 것 만이라면 그렇다고 쳐도, 의사에게 보인다면 분명 학교에 연락이 취해져버린다. 초등부부터 레이엔의 학생이었던 그녀가 의사 자격증이 없는 무면허의사 따위를 알 리도 없고, 그녀는 점점 불러오는 배를 겁내면서, 사형수같은 매일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다치바나 카오리와 만난 적이 없으니까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그것은 자업자득인걸까. ……아니, 오우지 미사야의 말투에서 볼 때, 다치바나 카오리는 교칙을 깰만한 애는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교내에서 당한 거겠지. ……상대는 하야마인가, 역시」 그거라면, 어쩐지 맞아 들어간다. 다치바나 카오리와 성관계를 가지고 그녀를 임신시켜버렸던 하아먀 히데오는, 임신 3개월이 된 카오리란 증거를 없애기 위해서 기숙사에 불을 질렀다, 라던가. ……너무나 조잡한 생각이지만, 이야기의 줄거리는 대충 그런 것일까, 하고 나는 혼자서 끄덕여보았다. 하지만, 한 가지 꺼림칙한 부분이 있다. 다치바나 카오리의 상담을 받은 시스터는 스트레스 탓이라고 말했다. 그것이 의미 없는 설득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시스터들은, 다치바나 카오리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법한 환경에 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그것도, 교사인 그녀들에게도 느껴지는 동시에, 입 밖에 낼 수 없는 스트레스. 1학년 4반 학생들이 모두 감추고 있는 무언가. 「───이지메, 인가」 중얼거려 보니, 어쩐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원래부터, 1학년 4반의 학생은 고등학교부터 입학한 학생들뿐이라고 한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다치바나 카오리와는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던 거겠지. 그렇지만 4반의 위원장은 콘노 후미오다. 그 시원시원한 성격의 그녀가, 그런 한심한 작태를 방관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다치바나 카오리가 클래스로부터 박해를 받았다고 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이유가 필요할 터. 예를 들면, 그렇지. 「클래스에, 임신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졌다던가」 이거라면 이야기가 부합된다. 임신할 행위를 한 다치바나 카오리를 박해하는 4반의 학생들. 이유가 이유인 만큼 시스터들에게도 상담할 수 없는 카오리와, 역시 자업자득이라고 방관하는 콘노 후미오. 그 결과, 자살해버린 카오리에게 책임이 있으니 클래스 공통의 비밀로서 그녀들은 그 사실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하지만───그래서는 이야기가 안 맞는데」 혼자서 끄덕여보지만, 어디가 맞지 않는지 나는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단편적인 정보와 직감만으로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그것을 진실로서 단정하는데 필요한 근거를 찾아내는 작업은 서툴다. 이런 것은, 어쨌든 미키야가 발군이다. 굳이 말한다면, 나는 기발한 발상으로 트릭을 알아 맞추는 탐정이고, 미키야는 견실한 조사로 확실하게 범인을 체포하는 형사라고 생각한다. 나는, 흔히 있는 탐정소설의, 머리 나쁜 형사들을 조소하면서 멋지게 범인을 알아 맞추는 탐정이란 녀석을 매우 싫어한다. 어차피 추측에 지나지 않는 것을 단지 "가능하니까"란 이유만으로 추리라고 칭하며, 보통사람을 초월한 우수한 두뇌를 과시하면서 범인을 알아 맞춘다. 탐정은 당연한 조사밖에 하지 못하고 범인을 붙잡지 못하는 형사들을 무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무능한 것은 탐정 쪽이라고 생각한다. 형사의 작업이라는 것은, 사막 속에서 한 알의 보석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들은 그 괴롭고 힘든 작업을 거쳐서, 만인이 납득할 수 있도록 과거라는 불확실한 사건을 형체로 만든다. 그런데도 탐정은 다 보았다는 말투로 자기 한사람만의 공상을 이야기하며, 범인을 집어낸다. 사막 속에서 보석을 찾는 노력을 포기하고, 자기만의 범위에서 사건을 납득시킨다. 있을 법한 상황을 상정하고, 그 모든 것을 평등하게 평가하면서 하나의 해답을 풀어내가는 범인(凡人)과. 섬광 같은 발상을 진실이라 생각하고 그것만이 옳다고 단정 지으며 해답을 내놓는 천재. 분명, 진실의 대부분은 탐정밖에 다다를 수 없는 발상에 있겠지. 그렇지만 발상이 빈곤한 것은, 전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관념에 갇혀 있는 것은 후자 쪽이니까. 천재라고 불리는 존재는, 결국, 자신밖에 상대할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고독하다고 불린다. ……그래, 계속 고독. 「어라, 논점이 어긋나버렸네」 스스로도 어이없어하며, 나는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었다. 벽에 부딪친 건가, 하고 내심 한숨을 내쉬면서 시계를 본다. 시각은 정오가 되려하고 있었다. 창 밖의 하늘은 구름 낀 상태 그대로다. 얼마 안 있어 비라도 내리는 걸까, 하고 생각했을 때, 방문에서 노크 소리가 났다. 「코쿠토씨, 계신가요」 익숙한 시스터의 목소리. 「네. 방에 있는데요, 무슨 일이시죠?」 대답하면서 문을 연다. 노크를 한 사람은 역시 시스터로, 그녀는 나에게 전화가 걸려와 있다고 말했다. 그것이 미키야에게서 온 것임을 곧바로 알아차리고, 나는 빠른 걸음으로 로비로 향했다. 한산한 로비까지 걸어와서, 나는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여보세요, 시키?」 어릴 적부터 들어와서 낯익은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전화를 건 사람은 역시 코쿠토 미키야였다. 「시키는 아직 수면 중입니다. 일부러 레이엔까지 전화를 걸어오다니, 연인을 지극히도 아끼시나 보군요, 오라버니는」 일부러 나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전화 저편의 미키야는, 웃, 하며 말을 삼키고 있다. 「특별히 그래서 전화한 건 아니라구. 사건이 어떻게 돌아가나 하고 걱정되어서 연락한 거야」 「그런 건 쓸데없는 걱정이에요. 제가, 전에도 이야기 했었죠? 오라버니는 이런 종류의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거야, 당연히 이쪽도 관여하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할 수 없잖아. 너와 시키가 고개를 들이밀고 있으니까, 무시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나로서는 무시해주면 아주 고맙겠지만, 어쩐지 지금 대사에서 찡-하고 온게 있어서 토를 달지 않기로 했다. ……스스로를 환멸 한다. 나는 정말, 애매한 곳에서 타산적이다. 「그래서 용건은 뭔가요? 시키 쪽인가요, 아니면 제 쪽인가요?」 「의뢰는 시키로부터지만, 보고하는 것이라면 아자카 쪽이 적임일까. 하야마 히데오와 쿠로기리 사쯔키에 대해서 조사한 결과인데, 들어 볼래?」 에, 하고 나는 숨을 삼킨다. 미키야에게서 다치바나 카오리에 대해 조사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시키 쪽에서도 그런 조사를 맡겼다는 것은 듣지 못했다. 정말이지, 시키의 생각 없는 행동에 아주 불쾌해진다. 「───헤에, 시키가 그런 것을 부탁 했었나요. 오라버니에게는 위험한 짓을 시키지 말라고 그렇게나 말했었는데, 질리지도 않나 보네요. 분명 그 사람은 오라버니의 몸을 걱정하지 않는 거에요. 그러니까 그런 위험한 조사를 떠맡기는 거죠. 오라버니도, 이제 그만 그런 여자와는 손을 끊어야 해요」 초연한 나의 대사도, 미키야에게는 통하지 않은 것 같다. 그는 아하하, 하는 웃음으로 답한다. 「그렇구나. 시키가 걱정해주는 방식은 다른 사람들과는 많이 틀리니까」 ……정말이지, 뭐가 즐거운지 전화의 목소리는 기쁜 듯 하다. 나는 화가 치밀어 올라서, 미키야가 조사했다는 하아먀 히데오의 정보를 재촉했다. 수화기 저편에서는 파라락하고 파일의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가 난다. 아무래도 상당한 양이라 자료를 파일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겠지. ……그렇다는 건, 어딘가의 공중전화나 휴대전화로 걸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어라? 오라버니, 지금 어디 있는 거에요?」 「회사의 사무소. 토우코씨는 아키미 형사와 함께 외출 중」 뚱한 목소리로 미키야는 말한다. 나도, 그 사실에는 조금 동요했다. 「아키미 형사라니───그, 다이스케 삼촌을 말하는 거?」 으응, 하고 토라진 듯 한 느낌으로 미키야는 끄덕였다. 아키미 다이스케란 사람은, 우리 아버지의 동생으로 경시청의 형사를 하고 있는 인물이다. 아버지의 동생 중의 막내로, 우리들에게 있어서는 큰 오빠와 같은 존재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다이스케 삼촌은 미키야를 마음에 들어하고 있어서 이 두 사람은 정말로 형제가 아닐까 하고 생각할 정도로 사이가 좋다. 「하여간 말야, 토우코씨가 아는 형사가 다이스케 형이었대. 정월에 형에게 회사의 소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까, 그건 아오자키 토우코잖아, 하고 외치더라니까. 그래서 오늘은 조카를 구실로 토우코씨와 데이트란 소리지. 코쿠토의 삼촌인 사람의 초대를 거절할 수는 없지, 하면서 외출한 소장도 소장이지만」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 어쨌든 미키야는 불만인 듯 혼잣말을 되풀이한다. ……토우코 사부의 정보원 중 한사람이 우리 집안의 다이스케 씨였다는 것은, 뭐어 있을 수 있는 이야기라 생각한다. 다이스케씨는 1과에서도 비주류니까, 토우코씨 같은 사람과 정보교환을 해도 이상하지 않다. 「뭐어, 됐어. 말을 돌릴께. 그래서 하야마 히데오에 대한 이야기인데, 아자카는 얼마나 알고 있어?」 미키야의 말에는 이쪽의 심정을 살피는 기미가 느껴졌다. ……그런 식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마음 씀씀이를 잘 알고 있는 나는, 그가 무엇을 염려하고 있는지 순식간에 이해할 수 있었다. 「괜찮아요. 걱정은 필요 없어요. 저, 어지간한 일에는 놀라지 않아요. 하야마 히데오라는 교사가 어떤 인간이었는지는 알고 있으니까요」 그렇구나, 하고 수화기 저편에서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미키야는 조금 망설이다가, 그럼, 하고 말을 꺼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하야마 히데오는 레이엔의 학생들에게 원조교제를 시키고 있었던 것 같아. 그가 담임으로 있던 클래스의 학생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그런 일을 시키고 있었던 듯 해」 「────에?」 너무나 엉뚱한 말에, 나는 그런 리액션 밖에 취할 수 없었다. 미키야는 나의 동요를 일부러 무시하고, 단숨에 진실을 보고해온다. 「실제로 무엇을 시키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어. 단지, 레이엔의 학생이라는 희소가치를 활용하는 정도였으니까, 그리 복잡한 일은 시키지 않았겠지. 가치를 올리려면, 아쉬운 맛을 느끼게 해야 하니까. 학생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것도 일주일에 두 번 정도로, 몇 명씩 밖에 데리고 나가지 않았던 것 같아. 대범한 건지 신중한 건지 분간이 가지 않는 일이지만, 하야마 히데오는 잘 해나가고 있었던 거겠지. 원래부터 그는 번화가에서는 유명해서 말야, 멋들어진 유흥객을 자처하고 있었대. 그 놀이도 매일매일 도를 넘어가서 많은 빚을 지고 있어. 그쪽 계통의 술집에는 대개 스폰서가 붙어있거든. 뭐어, 즉 폭력단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인데, 하야마는 그런 녀석들에게 빚을 지고 있었다는 소리가 되지. 변제를 강요당해, 궁지에 몰린 하야마 히데오는 소원(疎遠)한 사이였던 형을 의지해서 레이엔에 교사로 채용되었어. 착실하게 일해서 빚을 갚겠다는 명목으로 형을 설득했겠지만, 아무래도 하야마 히데오는 처음부터 레이엔의 학생을 데리고 나가서 놀게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 같아. ……알고있지? 레이엔의 학생이란 것은 명문여학교란 것 이외에도 가치가 있어. 대개가 자산가의 외동딸이니까, 하야마 히데오를 독촉해대던 녀석들도 뭔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거야. 아니면, 처음부터 목적인 학생은 한 명뿐이었는지도 몰라. 그건 아직 불명이지만, 어쨌든 하야마도 폭력단도 맛을 들여 버려서, 9월 무렵까지는 1학년 4반 학생 거의 전원이 밖에 끌려 나갔어. 일단, 대략적인 커다란 줄거리는 이 정도」 그리고 나서, 미키야는 하야마 히데오가 데리고 나갔던 학생들의 이름과 그 순번, 날짜 귀가시간까지 하나하나 보고해 주었다. 물론, 하야마가 관계하고 있던 폭력단에 대한 것도 세부적인 것까지 꼼꼼하게 조사하고 있다. 「증거가 되지 않는다는게, 분하지만 말야」 하며, 미키야는 힘없이 투덜거리고 있었다. 분명히 미키야가 조사한 자료만으로는 경찰은 움직여 주지 않는데다가, 혹시나 학생의 부모가 멈추게 해버릴 지도 모른다. 이런 건, 다치바나 카오리가 임신한 사실이 스캔들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이 학교 자체가 없어질지도 모르는 대사건이다. 「───미안해, 아자카」 하야마에 관한 정보를 전부 이야기한 뒤에, 미키야는 가만히 그런 말을 했다. 너무나 충격적인 사실에 혼란스러워 하고 있던 나는 그래도 응, 하고 한번 깊이 끄덕였다. 하지만, 이걸로 이야기는 전부 이어졌다. 1학년 4반 전체가 숨기고 있던 비밀이란 것은 다치바나 카오리의 자살 따위가 아니라, 이 원조교제 그룹에 대한 일이었다. 그녀들은, 처음에는 하야마 히데오에게 무언가의 협박을 받아서 밖으로 끌려 나간 것일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반년동안이나 그 비밀이 지켜진 것은 하야마만의 힘이 아니다. 미키야의 말로는, 억지로 끌려 나간 학생이 대부분이었지만 그 중에는 스스로 자원해서 밖으로 나간 애도 있다고 한다. 그녀들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자신의 오락을 위해서 모두가 비밀을 지켰고 하야마 히데오가 하는 말에 따르게 되었다. 원래 중학교까지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던 자들에게 이곳의 금욕적인 생활은 그렇게 언제까지나 참아낼 수 없다.그녀들에게 있어서, 하야마의 협박은 그것이야말로 뱀의 유혹이었던 것이다. 나쁜 것은 하야마 히데오라고 말한다면, 그녀들 자신에게 책임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반년동안이나 비밀이 지켜졌다. ……그렇지만, 그녀들이 나쁘다고 잘라 말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이 학원에 있다. 주위를 벽으로 에워싸고, 병적일 정도로 외계와 단절된 다른 세계. 바람도 불지 않고, 밖의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느릿느릿 흐르는 공기는, 분명히 속세의 부정(不淨)에서 격리되어있는 증거다. 하지만──이곳에는 공기의 출구조차 없다. 흐르지 않는 공기는 정체되고 침전(沈澱)된다. 이곳은 외계에서 단절된 이계(異界)같은 것이 아니다. 이계를 만들기 위해 벽을 준비해서는 안 된다. 벽에 둘러싸인 세계는 이세계(異世界)따위가 아니라, 단순한 감옥에 지나지 않으니까───. 「그러면, 다치바나 카오리는? 어째서 오라버니는 그 애의 이름을 알고 있고, 성적을 조사하란 이야기를 한 건가요?」 나는 마지막 의문을 말했다. 「아아, 11월에 불타죽은 애 말이구나. 그 무렵에, 아자카는 기숙사가 불탔다고 해서 잠시 동안 토우코씨의 사무소에 있었지? 그 때, 조금. 업무 이외의 조사를 하고 있을 때, 하는 김에 조사해뒀어. 다이스케 형에게 무리한 부탁을 해서 불타죽은 애의 감식 결과를 보여 달라고 했거든. 다치바나 카오리의 사인은, 아무래도 확실치 않아. 타죽었는지도 모르고, 그 전에 이미 죽어있었는지도 몰라. 그녀의 검사결과는 약물에 의한 중독사인지 화재에 의한 소사(燒死)인지 밝혀지지 않은 채로 끝났어. 그렇지만, 이상한 기록이 남아있었어. 그녀는 임신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던 것 같아. 유체는 불타버렸기 때문에 결국 진위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아,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가 화재를 틈타서 그녀를 죽였을리는 없다고 생각해. 사인이 소사든 약물에 의한 중독사든 간에 다치바나 카오리가 타살되었을 가능성은 극히 낮아. 그녀는 말야, 클래스 안에서도 제일 마지막에 밖으로 끌려 나갔어. 그 사실에서 볼 때, 그녀는 마지막까지 하야마 히데오에게 저항한 것이 명백해. 본인이 바라지 않는 결과로서 성행위를 강요당해서, 거기에 임신까지 해버렸다고 하면, 그것은 어쩔 도리가 없어. 자신이 더럽혀진거야. 열여섯 살짜리 여자애가, 주위에서 아무런 도움도 없는 상황에서 견뎌낼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이것은 억측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화재가 났을 때, 기숙사생이 전부 피신한 상황인데도 그녀는 방에 틀어박혀 있던 것이 아닐까? 죽음은, 그녀자신의 의지였는지도 몰라」 조심스러운 미키야의 말에, 나는 예에, 하고 강하게 긍정한다. 「그것이 그녀의 자살의 이유겠죠. 하지만──그럼 어째서 낙태하지 않았던 걸까요. 하야마에게 말하면, 그 정도조치는 해주었을 텐데」 「여자아이니까. 아이를 떼는 짓을 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닐까」 어쩐지 편견 같아 보이는 미키야의 대답에 나는 아아, 하고 다른 의미로 납득했다. 1학년 4반 녀석들이 그녀를 박해하고 있었던 것은 그것이었다. 언제까지고 낙태를 하려하지 않는 다치바나 카오리. 그녀가 낙태하지 않는 한, 곧 클래스의 비밀이 밝혀져 버린다. 그렇게 되면 그녀들은 파멸이다. 하야마 히데오가 지시를 내릴 것까지도 없이, 그녀들은 다치바나 카오리를 박해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강한 폭력을 휘두를 수는 없다. 도가 지나친 폭력을 휘두르면 시스터들에게 그것을 들켜버리고, 무엇보다 다치바나 카오리 자신이 견뎌낼 수 없어서, 시스터에게 자신의 죄까지 참회해버릴 테니까. ……그런 가시 방석 같은 상황에서 석 달 간을, 다치바나 카오리는 견뎌왔다. 주위의 박해와, 자신이 안아버린 지울 수 없는 상처. 그래도 사람이 좋았다던 그녀는 클래스메이트들을 고발하지 못하고, 그 둘 사이에 끼어서 자살해버린 것인가. 이 얼마나──── 「───약한 사람. 죽을 각오가 있었다면, 임신하고 있다는 사실도 견뎌낼 수 있을 텐데. 죽는 것으로 모든 것을 내팽개쳐 버리다니, 완전한 패배자야. 어렸을 적부터 레이엔에서 살고 있었는데도, 밖에서 들어온 녀석들에게 지다니」 나는 한번도 본 적 없는 다치바나 카오리의 사람 좋은 미소를 연상하면서, 어금니를 뿌득, 깨물었다. 죽는 것으로밖에 해결할 수 없는 무의미함에, 동정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전화너머의 오라버니의 목소리는 그것을 부정했다. 「아냐. ───정말 괴로운 결단이야. 나도, 지금의 아자카의 말에 겨우 깨달았어. ……전에 자살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었는데, 다치바나 카오리라는 아이에게 있어서, 세상의 통념은 들어맞지 않아」 마치 어딘가 아픈 것처럼, 미키야는 괴로운 목소리로 말한다. 나로서는, 그가 그렇게까지 단정하는 의미를 알 수 없었다. 「……? 오라버니, 어째서 다치바나 카오리에게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자살이 들어맞지 않는 거죠? 인간은 괴롭기 때문에 자살하는 거잖아요? 다치바나 카오리도, 현실에서 해결책이 없어졌기 때문에 죽음이라는 도피를 선택했다고 생각해요. 자살하지 않는 인간이란 것은, 다른 말로, 아무 것도 없는 인간───곧 자살할 이유조차 없는 인간뿐인 걸요」 나의 반론에, 그러니까 너는 이해할 수 없어, 라고 미키야는 말한다. 그것은, 오우지 미사야와 똑같은 대사였다.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으응. 지금 다치바나 카오리는 초등부부터 레이엔에 있다고 말했지? 그렇다면 그녀는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단 소리야. 잘 들어, 아자카. 크리스천은 자살하지 않아. 기독교에 있어서 자살은 커다란 죄야. 기독교는 끝까지 살아남아서 축복을 받는 것이 교의인거야. 그러니까, 그들에게 있어서 자살은 살인과 마찬가지, 혹은 그 이상의 큰 죄가 되지. 다치바나 카오리는 자신을 위해서 자살한 것이 아니야. 자신을 위해서라면 자살 따위는 할 수 없어. 그녀는」 미키야는 정말로 괴롭다는 듯 말한다. 나는 소리도 내지 못하고 숨을 삼키고 있었다. ───분명, 그 교의를 잊고 있었다. 윤회전생을 부정하는 기독교는, 불교와는 달리 사후세계에 구원이 준비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결국 고등학교부터 아침예배에 참가하고 있던 나에게 있어서, 그런 교의는 영어 단어 하나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일상의 상식으로서 사고의 끄트머리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다치바나 카오리라면 그것은 자신의 순결과 동등한, 지켜야만 하는 형률이 되어있었겠지. 아마도 태어날 때부터 크리스천이었던 그녀에게 있어서, 자살이란 것은 죽음보다 무서운 일인 것이다. 「…………그러면, 그녀는 어째서 자살했다는 건가요」 생각이 미치지 않아서, 나는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분명 그 대답은, 나에게는 다다를 수 없는 영역의 일이다. 차가운 인간인 나는, 그녀가 다다른 경지 같은 것은 예상도 할 수 없다. 미키야는 말했다. 「속죄할 생각이었을 거야, 아마도. 다치바나 카오리는 스스로의 죄와 친구들의 죄를 생각하고 괴로워했기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해. 그녀들을 대신해서, 혼자서 지옥에 떨어지는 것으로 친구들의 죄를 속죄하려고 한 거겠지」 「……그래서」 나는 그 뒤의 말을 잇지 못하고, 잠시 침묵했다. ……그래서 오우지 미사야는 당신은 이해할 수 없어, 라고 말했던 것이다. 그녀의 분노는 진짜였다. 다치바나 카오리의 죽음의 의미를 누구보다도 깊이 이해하고 있던 그녀는, 그래서 이전과 달라지지 않은 1학년 4반 학생들을 용서 할 수 없었다. “죽어서는 지옥에 떨어지지 않는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렇다, 타인의 손에 의한 죽음으로는 지옥에 떨어지지 않는다. 다치바나 카오리가 떨어진 장소에 그녀들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살인은 무의미하다. 그래서 오우지 미사야는, 그녀들이 스스로 죽도록 조금씩 궁지로 몰아넣고 있었다. 솜으로 목을 조르듯이, 조금씩 조금씩. 죄에 따른 참회 같은 것이 아니라, 주위의 눈에서 도망치기 위한 비참한 죽음을 선택하라고. 5 \ ……………차가운 비가 내리고 있다. 추위도 더위도 거의 느끼지 않는 시키가, 춥다고 느끼고 있다. 빗속. 아주 춥고 괴로운 빗속. 나는 작은 칼을 손에 들고, 의지 없는 눈동자로 누군가를 계속 바라보고 있다─────────────────────── ─────────────────────────────────────────────────순간, 나는 눈을 떴다. 눈앞의 공간에 『요정』이 날고 있다. 눈을 뜸과 동시에 옷소매에서 나이프를 꺼내, 그것을 찔렀다. 텅, 하는 소리를 내며 나이프는 벽에 꽂혔다. 나이프와 벽 사이에는, 꼬치가 되어버린 요정 같은 것이 끼이끼이 소리를 내고 있다. 아자카의 말대로, 소녀의 모습을 하고, 벌레의 날개를 달고 있는 생물은, 작은 손으로 나이프의 칼날을 빼려고 하던 도중에, 힘이 다해 녹아갔다. 「……이런. 조금만 더 참았더라면」 중얼거리다가, 나는 입을 다물었다. 조금만 더 참았더라면 어떻게 되었다는 것인가. 내가───료우기 시키가 잊고있는 3년 전의 그날의 사건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고? 내가 2년이나 되는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있던 원인인 교통사고. 나 본인의 기억이 전혀 없는 그 사건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고───? 「이젠 진짜,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고」 짧게 푸념을 내뱉고, 나는 침대에서 뛰어내렸다. 작게, 바닥이 삐걱이는 소리가 복도에서 들려온다. 그것은 아까 전 까지 이방의 입구에 서서 안의 상황을 살피고 있던 누군가가 도망치는 소리였다. 나는 나이프를 옷소매에 다시 집어넣고, 방에서 나온다. 복도는 동서로 뻗어있다. 달려가는 모습은 동쪽으로 사라져갔다. 그 뒷모습은 틀림없이─── 「……오우지 미사야인가. 나와 아자카를 착각했……을 리가 없겠지」 그렇다면, 피해를 입은 것은 나다. 아자카에게 얌전하게 있으란 소리는 들었지만, 보복정도는 해줘야겠지. 노쇠화한 나무 바닥 복도를 달려서, 그녀의 뒤를 쫓는다. 오우지 미사야의 발은 예상외로 빨라서,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미사야는 망설임 없이 기숙사를 나가서 교사쪽으로 향해 달려간다. 아자카와 같이 걸었던 숲 속의 통로를 지나 고등부 교사에 다다르자, 미사야는 교사가 아니라 그 옆에 있는 건물───예배당으로 들어갔다. 그게 함정이란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 달려왔다가 방으로 돌아가는 것도 바보 같다. 나는 한번 한숨을 쉬고, 아무렇게나 예배당의 문을 열어젖혔다. 무거운 문은 소리하나 없이 열린다. 어두운 예배당 안에 사람의 모습은 하나밖에 없었다. 나는 문을 닫고, 그 인물과 마주한다. 거리로는 10미터정도 떨어진 장소에 서있는 인물은, 말없이 안경을 고쳐 쓰며 조각을 관찰하는 듯한 눈매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어라. 이런 시간에 예배당에는 무슨 일입니까, 료우기군」 남자는 엷은 미소를 띄운다. 그것은 부드럽고, 거북함 없는 어린아이의 미소였다. 그렇지만 빛깔이 없어서, 알맹이란 것이 없는 공허한 감정이기도 하다. 쿠로기리 사쯔키만이 이전과 마찬가지로 아주 메마른 웃음을 띄우고서 그곳에 서있었다. 망각녹음 / 5 「그럼, 다음에는 쿠로기리 사쯔키에 대한 건데」 수화기 저편에서, 새로운 파일을 꺼내는 소리가 난다. 미키야는 쿠로기리 선생님에 대해서도 조사한 듯 하지만, 나에게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하야마 히데오가 저질렀던 짓과 1학년 4반의 비밀이 밝혀진 지금, 이제 더 이상 할 일은 없다. 오우지 미사야가 하려고 하는 일도 안 이상, 토우코 사부에게 맡기면 더 이상의 희생자를 내지 않고 사건은 해결되겠지. 「괜찮아요, 오라버니. 저와 시키도 곧 외출계를 내고 돌아갈 테니까, 사무소에서 기다리고 있으세요」 「그래? 하지만, 그래도 들어볼 만큼 들어봐도 헛수고는 아니라고 생각해. 절대 관계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으니까」 「관계없다고 말할 수 없다, 인가요?」 응, 하고 미키야는 끄덕인다. 거기에 감정의 기복은 없다. ……오라버니가 이런 말투를 쓰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것만으로, 하야마 히데오에 대한 것보다 쿠로기리 선생님에 관한 일 쪽이 중요하다고 직감했다. 「설마, 쿠로기리 선생님도 원조교제와 관련이 있다는 말이에요?」 「아니, 그쪽 이야기와는 전혀 별개의 얘기야. 쿠로기리 사쯔키는 1학년 4반의 사건과는 관련되어 있지 않아.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겠는데, 아자카는 쿠로기리 사쯔키가 어디서 태어났다고 생각해」 그런 말을 듣고서, 나는 머리를 굴렸다. ……이름으로 보면 일본이지만, 그는 오랫동안 외국에서 유학하고 있었다고 한다. 혹시 부모님이 일본인인 것뿐이지, 태어난 것은 외국일지도 모른다.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영국에 오래 있었다고 했으니, 혹시 그쪽에 집이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아아, 쿠로기리 사쯔키는 웨일즈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것 같아. 다만 그는 10살 무렵에 양자로 내보내져서 말야, 쿠로기리 사쯔키라는 이름은 양자로 데려간 부모가 붙여준 이름이라고 해 쿠로기리의 성에 대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름까지 바꾸는 것은 이상한 얘기잖아」 그건───이상하다고 하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양자로 받아들인 부모가 쿠로기리 선생님을 진짜 자식처럼 하고 싶다고 바란다면, 옛 부모가 붙인 이름을 바꾸는 일 정도는 하지 않을까? ……그렇다고는 하지만, 성의 변경은 그렇다 쳐도 이름의 변경 따위는 들은 적이 없었는데. 「그래서 말야, 당시의 일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물어봤는데, 쿠로기리 사쯔키는 신동 취급을 받을 정도로 머리가 좋았고, 흠 잡을 곳 없는 아이였던 것 같아. 그런데도 그의 부모는 사쯔키를 싫어해서 양자로 내보냈어. 그렇지만 양자로 데려가겠다는 사람은 없었어. 그런 상태가 한동안 계속된 끝에, 소문을 듣고서 멀리서 일본인이 그를 양자로 삼았단 얘기야. 그 뒤부터는 저쪽의 학교에 기록이 남아 있어서 그의 경력은 확실히 찾아볼 수 있었지만, 양자로 내보내지기 전의 일은 도저히 알 수 가 없어」 부모에게 미움을 받아서 양자로 내쫓겼다……인가. 그 선생님에게 그런 어두운 과거는 어울리지 않게 느껴진다. ……그건 그렇다고 해도, 나는 그 이야기의 내용보다 당시의 웨일즈의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을 찾아낸 오라버니의 수완 쪽에 신경이 쓰였다. 대체 어떤 정보원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이 남자는. 「하지만, 신동이라고까지 불렸던 아이를 양자로 내보내다니, 그렇게까지 부모가 아이를 싫어했던 건가요? 그, 사실은 돈이 궁했다던가, 그런 이유가 아니라」 「문제는 거기야. 바르게 말하자면 쿠로기리 사쯔키가 신동이었던 것은 열 살 무렵까지고, 그 뒤로는 반대로 보통 사람 이하가 되어 버렸어. 뇌의 장애인지 어떤지는 불명이지만, 그는 10살 무렵부터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고 해. 눈으로 본 영상을 기록하지 못하는 증상으로, 한때는 백치와 다름없는 상태였던 것 같아. 그의 부모는 그런 자식을 싫어해서 양자로 내보내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기억을────할 수 없다?」 그렇게 중얼거리고서, 나는 머릿속이 기우뚱하고 흔들리는 듯한 감각을 맛보았다. 쿠로기리 선생님의 증상은, 이번 사건과 너무나도 의미가 비슷하니까. 「그렇지만, 선생님은 정상이에요. 이런 저런 것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고, 지식도 풍부하고. 그런 증상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아요」 「그건 그렇겠지. 낫지 않았다면 교원 면허 같은 건 딸 수 없어. 단지, 그런 옛날이 있었다는 것. 그렇게 양자로 내보내진 쿠로기리 사쯔키는 원래대로의 신동다운 모습을 되찾고 14살에 대학에 입학, 언어학 박사까지 취득했어. 장래가 너무나 유망한 그는, 그렇지만 그대로 일개 교원으로서 저쪽의 학교를 전전하고 있었어. 이번처럼 레이엔에 온 것은 그로서 보자면 그렇게 특이한 일도 아니야. 그의 근무한 학교에서 자살자가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 「───있는 거군요. 쿠로기리 선생님이 근무한 뒤에 자살한 학생이」 「요즘의 학교라면, 자살자가 나오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야. 그렇지만 쿠로기리 사쯔키가 근무하고, 그가 또 다른 학교로 이동한 뒤에는 반드시 자살자가 나와. 인과관계는 증명할 수 없지만, 우연은 마냥 계속되지는 않잖아」 미키야의 말에, 나의 사고는 빙글빙글 춤추기 시작했다. ……근무했던 학교에서 떠난 뒤, 반드시 자살자가 나오는 교사. 쿠로기리 선생님도, 이번 사건에 관련되어 있는 것일까. 그렇지만 선생님은 오우지 미사야에게 적당히 이용되고 있던 것뿐이다. 선생님 자신도 기억을 빼앗겨서, 1학년 4반에는 아무 이상도 없다고 믿고 있게 되었다. 조종하고 있는 것은 오우지 미사야 쪽이다. 그 해가 없는, 미키야와 닮은 사람이 무언가를 하고 있다니,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뭐어, 이쪽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이 정도일까. 뒤는 아자카 차례인데, 무모한 짓은 하지마. 아무쪼록 시키에게서 떨어지지 말도록 해. ……아, 또 하나가 남았던가. 단순한 얘깃거리인데, 쿠로기리 사쯔키의 사쯔키(皐月)란 이름. 그건 메데(メ-デ-)의 언어유희 같은데, 뭘까, 메데란 건」 ……그것은 메데가 아니라 메이데이(メイデ- : 5월1일, 노동절)를 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메이데이(Mayday)는 5월 1일을 말하는 것으로, 태양의 회귀를 축하하는 날이다. 그렇구나, 그렇다면 사쯔키란 이름을 붙일 수 있겠지. 사쯔키는 음력 5월을 뜻하니까── 「아아, 그런가」 머릿속이 새하얘진 채로, 나는 혼자서 납득하고 있었다. 그래서, 사쯔키인가. 일본인에게는 친숙하지 않은 축제일이라 짐작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 날은 틀림없이── 「오라버니, 쿠로기리 선생님이 신동에서 백치로 전락 해버린 이유는 있겠죠?」 「응? 아아, 소문 정도라면 있었던가. 잘 모르겠지만, 바꿔치기 당했다던가 뭐라던가. 실제로는 3일정도 집에 돌아오지 않은 때가 있었고, 그 뒤로 머리가 극단적으로 나빠졌다고 하던데」 「그렇겠죠. 선생님은 바꿔치기 당했던 거에요. 메이데이는 할로윈(Halloween)과 하지제(夏至際)의 밤과 마찬가지로, 요정들과 만나기 쉬운 날인걸요. 분명───쿠로기리 선생님은, 거기에서 멈춰 있는 상태인거에요」 전화 상대에게 이야기하고서, 나는 수화기를 철컥 내려놓았다. 토우코 사부의 말을 기억해 낸다. ───요정의 사용법은 어려워. 술자는 어느 사이엔가 그것에게 요망을 이루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요망을 이루어 주고 있는 경우가 많아. 알았나 아자카. 스스로 만들어 낸 것 이외의 사용마에게는 주의해. 사역하는 쪽이 사역 당하는 결과가 될지 몰라─── 사역하는 쪽이, 사역 당한다. 사역하고 있는 쪽이, 실제로는 사역 당하고 있다는 사실. 나는 근본적인 부분에서 잘못을 범하고 있었다. 애초에, 어째서 다치바나 카오리는 자살까지 몰렸던 것일까. 미사야는 요정은 기억밖에 빼앗지 않는다고 말했다. 본인조차 잊고 있던 과거는 기억이 아니라 기록이라고. 그러면 누가 망각되었을 기록을 편지로 보내고 있는 것일까. 아니, 그런 것보다 더욱 생각해야 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어째서 나는 그것을 잊고 있었던 것일까. 이번 사건의 근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의문. 그것은──── 오우지 미사야는, 대체 누구에게서 마술을 배웠는가. ◇ 「분명──쿠로기리 선생님은, 거기에서 멈춰 있는 상태인거에요」 조용하게, 약간의 슬픔과 확실한 적의를 담은 한마디를 남기고, 전화는 갑자기 끊어졌다. 「아자카────?」 전화 상대의 이름을 불러도 대답은 없다. 끊긴 수화기를 들고서, 코쿠토 미키야는 조금 고개를 갸웃거린다.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였는데……그렇게 생각하면서, 미키야는 의자에 고쳐 앉는다. 1월 6일, 정오 무렵. 아오자키 토우코의 사무소에는 그의 모습밖에 없다. 소장인 토우코는 외출해 있지만, 원래 오늘은 휴일이기 때문에 직장에 있는 미키야 쪽이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가 그런 짓을 하고 있는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여동생인 코쿠토 아자카와 친구인 료우기 시키 두 사람이다. 그에게 있어서 여러 가지 의미로 걱정인 이 두 사람은, 새해 벽두부터 이상한 사건의 조사를 하고 있는 듯 하다. 미키야는 사건 자체의 내용을 모르기 때문에, 그것이 위험한지 안전한지 조차 전혀 분간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이 그런 사건을 조사한다는 이야기도 누구에게서 들은 것도 아니다. 단지 1월 2일에 시키가 의미불명의 엉뚱한 화풀이를 해오길래, 그녀 본인에게 눈치 채이지 않도록 아무렇지도 않은 척 물어 보아서 알아낸 것뿐이었다. 코쿠토 미카야가 시키에게서 알아낸 정보는, 그녀가 전학생으로 위장하여 레이엔에 침입한다, 라는 것뿐이었다. 그 뒤로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다가, 연락을 해 봤더니, 시키 본인에게서 하야마 히데오와 쿠로기리 사쯔키에 대한조사를 부탁 받아버렸다. 작년 11월에 레이엔 기숙사 화재사건을 언뜻 들었던 미키야는 그 때부터 조사를 개시, 대강의 자료가 만들어 졌던 것이 바로 1시간 전. 물론, 전화를 했던 어제부터 한숨도 자지 못했다. 「……뭐어, 시키가 있는 한, 만의 하나란 것도 없겠지만」 여동생의 안전을 걱정하면서, 미키야는 우-응, 하고 기지개를 켰다.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하고 책상을 향해 고쳐 앉고, 미키야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뜬다. ……상당히, 졸립다. 잠을 잘 상황이 아닐지도, 하는 생각을 하면서 코쿠토 미키야는 천천히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러고 보니, 하고, 어렴풋한 졸음 속에서 생각했다. 레이엔에 갔다는 것은 시키가 교복을 입었다는 소리로, 그런 엄청난 미스매치의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것이 조금 기대 되었다. 그렇지만 결국, 시키는 마지막까지 자신에게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원인은 간단해서, 레이엔의 교복으로 갈아입은 시키를 보고, 토우코씨가 한마디, 「───훌륭해」 라는 감상을 흘려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뭐가 훌륭한 것인지는 정말 모르겠지만, 그 덕분에 시키는 레이엔의 교복을 정리해 집어넣어 버렸다. 「책상에서 자면 감기 든다, 코쿠토」 「───네, 일어나겠습니다」 반사적으로 얼굴을 들고, 코쿠토 미키야는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보았다. 시각은 오후 3시경. 장소는 사무소의 자신의 책상. ……그로부터 두 시간 동안이나 자 버렸던 같고, 몸은 당연히 차가워져 있었다. 겨울도 한창인 이 계절에, 온방도 없이 자면 몸이 차가워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소장님, 언제 돌아오신 거에요?」 미키야는 등뒤에 서 있는 아오자키 토우코를 돌아본다. 코트를 입은 여성은, 입에 담배를 문 채로 지금 막, 이라고 대답했다. 토우코는 따분하다는 눈매를 하고 있어서, 아무리 봐도 오락에 굶주려 있는 기색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오늘의 데이트는 다이스케 삼촌의 자폭으로 끝났구나, 하고 미키야는 혼자서 납득했다. 「하하아. 그 모습을 보니, 지루했었나 보네요, 소장님」 평소에 당하기만 했으니 이럴 때 정도는 놀려줘야지 하며 미키야는 씨익 웃는다. 그렇지만 그의 생각과는 다르게 토우코는 아니, 하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렇지도 않아. 시시했지만, 지루하지는 않았어」 말하면서, 그녀는 코트의 주머니에서 캔 커피를 꺼내서는 미키야의 책상에 놓았다. 「선물이야. 코쿠토에게 주지」 ……상당히 값싼 선물이지만, 차가워진 몸에는 고마운 물건이다. 미키야는 잘 먹겠습니다, 하며 캔커피의 뚜껑을 딴다. 토우코는 의연하고 따분한 듯 한 시선인 채, 미키야의 책상 위에 방치된 파일을 바라보고서 아무 생각 없이 집어 든다. 「아, 그거 말인가요? 시키의 부탁으로 레이엔의 교원에 대해 조사한 거에요. 토우코씨에게는 재미없을 거라 생각하지만요」 그렇겠지, 하고 그녀는 끄덕이고서는 그래도 파일의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미키야가 앉아 있는 의자 옆에 선 채로 파일의 내용을 훑어가며 읽어나간다. 관심 없는 태도로 페이지를 넘기던 손은, 쿠로기리 사쯔키의 사진에서 딱 멈췄다. 「───갓 워드(僞神の書)」 입술에 물린 담배가 떨어진다. 유령이라도 만난 것처럼 눈을 크게 뜨며 그녀는 믿을 수 없어, 라고 중얼거렸다. 「거짓말이겠지, 협회가 혈안이 되어서 찾고 있는 마술사가 이런 곳에서 고등학교 선생을 하고 있다는 거야……? 뭐 이런 농담이 다 있어, 으응? 마스터 · 오브 · 바벨(統一言語師)」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소리도 없이 웃었다. 그것은 경멸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율을 억누르기 위해서 흘린 힘없는 마른 웃음이었다. 「쿠로기리 사쯔키는 마술사인가요?」 미키야의 질문에, 토우코는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일그러진 웃음을 띄운 채로 자신의 의자에 앉는다. 고개를 숙이고 눈앞의 공간을 노려보는 그 모습은, 목걸이가 풀린 검은 표범처럼 광기가 배어나오고 있었다. 그 정도로───그녀에게 있어서, 쿠로기리 사쯔키라는 사람은 이상한 존재인 것이겠지. 「……마더가 보낸 자료에는 사진은 없었으니까 말야. 처음부터 아자카에게 맡길 생각이었던 것이 어리석었나. 나 자신이 확인해 봤으면 좋았을걸. 아니──확인하자마자 나도 기억을 빼앗겨 있었을까」 토우코씨의 독백에, 미키야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사건의 내용을 모르는 그에게 있어서, 기억을 빼앗는다, 란 말은 어떤 비유로 밖에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모르고 있는 나름대로, 미키야는 의문을 이야기했다. 「토우코씨. 아자카와 시키는 쿠로기리 사쯔키를 조사하고 있어요. 쿠로기리 사쯔키는 두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인물 인가요?」 「설마. 갓 워드는 아무 짓도 안 해. 소문이 진실이라면, 그는 결코 타인을 상처 입힐 수 없어. 애초부터 그는 마술사가 아니야. 그에게는 마술의 재능은 전혀 없어. 선조나 부모가 마술사였던 것이 아니라, 아자카처럼 변이적(變異的)인 유전체질자(遺傳體質者)야. 아자카가 불태우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것처럼, 그는 언어를 말하는 것밖에 할 수 없어. 하지만───이런 종류의 유전체질자는 한정된 능력 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들처럼 축적된 혈통에게는 없는 영역에까지 내딛을 수 있지. 갓 워드는, 그 영역까지 단 십 년 만에 다다른 괴물이야. 당시───20대에 마스터 클래스에 올라간 나는, 자신이 최연소 마술사임을 의심하지 않았어. 그렇지만 실제로는 태어나서 15년 만에 마스터가 된 아이가 있어서 말야. 중동 방면의 학원에 있던 그 아이와 만날 기회는 한번도 없었지만, 그 이름만은 학원에 널리 퍼져있었어. 마스터 · 오브 · 바벨(통일언어사), 갓 워드 · 메이데이(ゴド-ワ-ド · メイデイ). 신화의 시대를 유일하게 재현할 수 있는, 마법사에 가장 가까운 마술사지」 크크, 하고 웃음을 억누르면서 토우코씨는 말을 계속한다. 그녀는 미키야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스스로의 감정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이야기를 자아내는 듯 보였다. 「갓 워드의 본명이나 성장내역은 불명이야. 그가 소속되어 있던 아틀라스 학원에서도 아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었겠지. 본인을 본 사람도 그리 흔치않아. 단지 그 모습과 능력만이 전해져 오는 마술사로, 런던의 마술사(협회최대의 학원생)는 그가 실존하지 않는 유령이라고 의심하고 있었어. 갓 워드의 마술은, 문자 그대로 그 말에 있어. 그는 현존하는 모든 인종, 부족의 말을 파악하고 있어. 말할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그 언어가 태어난 배경과 신앙, 원리부터 사상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어. 그에게 말할 수 없는 언어는 없고, 그가 모르는 인종은 존재하지 않아. 그렇지만, 이것은 그가 각국을 돌아다니며 배운 지식이 아니야. 갓 워드는, 단 한 종류의 언어를 공부하고, 그 결과로서 모든 인종의 언어를 이해한 것에 지나지 않아. 코쿠토. 바벨탑 정도는 알고 있겠지? 바빌로니아에 전해지는 신의 문(門)에 대한 신화야」 「───하아. 브뤼겔이 그린, 나선 모양의 커다란 탑 말씀이군요. 분명……인간은 높은 탑을 만들어서, 그 꼭대기에 신전을 지어서 하느님이 쉽게 내려올 수 있도록 하려고 생각했었지만, 하나님이 보기엔 사람이 하늘에 가까이 오는 것은 오만한 짓이어서, 탑을 부수고, 인간이 하나로 모여서 이런 일을 반복하지 못하도록, 말을 혼란시켜서 사람들을 뿔뿔이 흩어버렸다는」 「호오, 잘 알고 있는데. 맞아, 그것이 인류 최고(最古)의 신화로 전해지는 바벨탑의 전설이지. 이 신화가 보여주는 사실은 다수 있지만,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말을 혼란시켰다』는 점에 있어. 신은 인류라는 종(種)이 갈라지도록 사람들을 나누었어. 피부색이나 체질로서가 아니라 제일 나누기 쉬운 근본적인 부분, 즉 언어야. 일본인과 외국인의 최대의 차이는 머리색이나 눈동자의 색이 아니라, 그 언어의 차이잖아? 그거야 말로 제일 거대한 단절의 벽이야.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바벨탑 같은 거대 건조물을 지을 수 없다고 하느님은 예상한 거겠지. 그러나, 결국 인간은 지구상에서 제일 명예로운 영장이 되어, 언어의 벽조차 허물어 버렸어. 그럼, 여기서 말을 되돌리지. 사람들은 신에 의해 말이 혼란스러워져 버렸어. 그것은 신이란 존재가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있던 시대, 곧 신대(神代)의 사건이야. 신대 무렵은 신비(神秘)가 신비가 아니고, 그것이 상식으로서 취급되고 있다고 하지. 보통 말하는 검과 마법의 세계겠지. 현대에서는 불가능이 된 신비는, 신대라면 그렇게 곤란한 기술도 아니야. 그것은 어째서일까. 각각의 마술사는 당시의 자전(自轉)과 달과의 위치 관계, 별의 움직임에 따른 상극(相剋)이 세계에 에텔을 가득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지. 하지만───그것을 뒤집어엎은 것이 갓 워드. 그는, 신대에는 세계가 뛰어났었던 것만이 아니라, 언어 자체도 우수했었다, 라고 증명했던 거야. 신은 말을 혼란시켰다고 해. 그럼───그것은 이전에는 어땠던 걸까. 그래, 인간은 모두 같은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었어. 그렇지만 만물에 공통되는 『의미의 설명』이 정말로 가능했을까? 가능하다고 한다면, 그것은 형체 없는 언어, 사람이 사람에게 말을 하는 언어가 아니라, 인간이 세계 자체에 말을 걸어서 의미를 결정하게 하는 언어가 되지. 신은 말을 혼란시켰어. 그 언어를 두려워해서, 사람들에게 형체가 있는 말을 내려주었어. 우리들은 지혜를 얻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진실을 빼앗겨 있던 거야. ……즉, 갓 워드(God Word)란 것은 그런 거야. 신이 혼란시키기 전에, 세계에 공통되고 있던 하나의 언어. 이것을 우리들은 통일언어라고 이름 붙었고, 갓 워드는 그것을 유일하게 재현할 수 있는 마술사지. 마스터 · 오브 · 바벨(Master of Babel). 모든 생물에 공통되는 의사소통이란 것은, 즉 신(근원)에게 이어지는 문과 다를 바 없어. 바벨이란 것은 신의 문이라는 의미이기도 하지. ……갓 워드 본인에게는 마술사로서의 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 문을 지나가는 것은 불가능 할 것 같지만」 밉살스럽게 입가를 끌어올리는 토우코와는 대조적으로, 미키야는 어렵다는 표정으로 무언가 생각에 빠져있다. 토우코의 이야기의 몇 할 밖에 이해하지 못했던 그는, 결론으로서 이런 의문을 이야기했다. 「……즉, 쿠로기리 사쯔키는 어떤 것과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건가요?」 「아아. 다만 이것은 일방통행의 대화지. 신대에는 모두가 통일언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화가 성립되었지만, 지금은 갓 워드 한사람밖에 말할 수 없는 언어니까, 말을 걸 수 있는 사람은 그 본인뿐이야. 바위나 짐승에게 말을 들려줄 수 있어도, 바위나 짐승은 갓 워드 본인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할 수 없어. 인간이라면 각자의 언어로 의사를 밝히겠지만」 「하아. ……그건 의미가 있는 걸까요? 대답이 없다면, 그런 것은 단순한 혼잣말이잖아요」 「단순한 언어라면 그렇지. 하지만 그는 달라. 그는 바위나 짐승에게 자신의 의사를 들려줄 수 있어. 그렇지만 이야기를 들려주는 대상은 바위나 짐승이 아니라, 이 세계 자체인거야. 존재론적인 계층조직으로서, 나 개인이란 것 위에, 세계에 존재 하는 아오자키 토우코라는 것이 있어. 이쪽에 말을 걸게 되면, 나 개인의 의사로는 어떻게 하더라도 저항할 수 없어. 그것을 부정하는 것은 곧 세계에 존재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기 때문이지. 언어절대(言語絶代). 그의 말은 그대로 진실이 되어 버려. 갓 워드라는 녀석은, 만물에게 공통하는 최고의 최면술사인 셈이지. 기억에는 인간 그 자체가 기억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세계 자체가 기록하고 있는 것이 있어. 아카식 레코드의 개념에 가까운데, 그것보다는 하위의 파동현상이겠지. 그것을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가 통일언어야. 갓 워드……쿠로기리 사쯔키가 망각한 기억을 채집할 수 있는 것은 그거야. 녀석은 본인의 뇌가 잊고 있는 기억에서가 아니라, 세계가 기록하고 있는 과거를 끌어내지. 세계가 성실하게 녹음하고 있는 여러 가지 과거를 알아낼 수 있는 것은, 현대에서는 그 남자뿐이겠지. 과연 봉인지정을 받은 마술사란 건가」 실컷 이야기해서 진정이 되었는지, 토우코는 의자에 깊이 등을 기대며 심호흡을 한다. ……봉인 지정. 마술협회가 전무후무 할 거라고 판단한 희소능력을 가진 마술사는, 협회 자신의 손에 의해서 봉인된다. 그 기적을 영원히 보존하기 위해서. 봉인지정은 마술사로서는 최고급의 명예이기도 하고, 동시에 성가신 일이기도 하다. 어쨌든, 봉인 당하면 연구를 계속할 수 없다. 마술사인 이상, 다음 단계를 지향할 수 없다는 것은 마술사로서의 의미가 없는데도, 협회는 마술사의 샘플로서 보존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 굴욕을 견딜 수 있을리 없기에, 봉인지정을 받은 마술사들은 협회에서 몸을 숨기게 된다. 갓 워드도 협회에서 빠져나간 마술사 중 한 명이다. 때문에, 그가 이곳에 있다고 협회에게 알리면 갓 워드는 곧바로 붙잡히게 되겠지. ……하지만, 아오자키 토우코는 그 방법을 쓰지 않는다. 아니, 쓸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나까지 발견 되버리니까, 젠장할」 욕하듯이 중얼거리곤, 그녀는 천정을 올려다본다. 갓 워드가 레이엔에 있는 이상, 아자카와 시키에게 승산이란 것은 만의 하나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 본인이 나서서 쿠로기리 사쯔키라는 마술사와 대결할 정도의 인과도,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방관인가. 뭐어, 별일 없겠지」 간단하게 그렇게 결론짓고, 토우코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 모습을, 미키야는 못미덥다는 얼굴로 바라보고 있다. 「……별일 없을 거라니……들은 것만으로도, 쿠로기리 사쯔키라는 사람은 위험한 인물이잖아요. 두 사람을 도우러 가지 않는 거에요, 소장은」 「갓 워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잖아. 게다가 그에게는 공격수단이란 것이 없어. 마술사로서의 능력은 3류 이하야. 아자카와 시키가 아무리 덤벼들더라도, 그는 타인을 파괴하지 않아. 그건, 어디까지나 타인의 바램을 구현화 시킬 뿐인 마술사야. 본래 갓 워드는 마술사라고 불릴 만큼의 스킬을 가지고 있지 않아. 그런 그가, 마술사로서 불리는 이유는 말이지, 이젠 사상이 변화되지 않는, 어떤 일만을 추구하는 개념화되어 버렸기 때문이야」 「……? 어떤 일을 추구하는 개념이라니, 뭐가 목적인 건가요, 그 사람?」 미키야의 소박한 질문에, 토우코는 아아, 하고 끄덕인다. ───생각해 보면. 이번의 망각을 기록하는 행위 그 자체가 갓 워드의 성질인 것이다. 그것에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것은 뭐어,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설마 마술세계에 있어서 인간국보로 까지 불리는 남자가, 이런 촌구석의 작은 학교에서 실험을 하고 있다고 누가 생각하겠는가. 「목적은 말이지, 간단한 거야. 그는 우리들로서 보자면 아무래도 상관없는 문제를 추구하고 있어. 뭐라고 해야 할까───그래, 영원이야. 갓 워드는 영원을 찾고 있는 거야. 그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환상을 쫓고 있어. 아니, 반대일지도 모르겠군.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밖에 쫓아갈 수 없어. ──신기루는, 확실히 사람의 마음을 매혹시켜 마지않는 꿈(환상)이니까」 그러니까 안심해도 돼, 라고 덧붙이고서 그녀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깊고, 천천히 호흡을 한다. 토우코는 천정을 감정없이 바라보다가, 이렇게, 노래했다. 「보답 받지 못하는구나. 영원 따위, 어디에나 있다고 하는데도 말야」 담배는, 하늘하늘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었다. / 5 잿빛 햇살이 비쳐 드는 예배당 안에서, 쿠로기리 사쯔키라고 하는 교사가 서 있다. 그 표정은 상냥한 미소를 나타내고 있으면서, 적의도 호의도 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어라. 이런 시간에 예배당에는 무슨 일인가요, 료우기군」 뛰어 들어온 나를 나무라지도 않고, 그는 자연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그 모습이 코쿠토 미키야와 겹쳐져 버려서, 정말 찰나의 순간 가벼운 현기증이 일어나 버렸다. 그렇지만 쿠로기리 사쯔키는 쿠로기리 사쯔키에 지나지 않아서, 나는 옷소매에서 나이프를 꺼내 들었다. 수술용 메스 같은 작은 날붙이를 보고, 쿠로기리 사쯔키는 얼굴을 찌푸린다. 「위험해. 그런 것을 꺼내 들면, 누군가가 다치게 돼」 그의 말은 학생을 타이르는 것처럼 부드러웠다. 나는 그것을 무시하고 예배당을 둘러본다. 사람 모습은 고사하고, 인기척조차 없다. 이곳에 뛰어들었던 여학생의 모습도 이미 없었다. 아니, 그게 아니면───처음부터 이곳에는 쿠로기리 사쯔키 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오우지 미사야는 어디 있나요, 선생님」 예배당을 둘러보는 것을 그만두고, 나는 제단 앞에 서있는 교사를 바라본다. 쿠로기리 사쯔키는 살짝 끄덕인다. 「여기에 오우지군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네가 찾고 있는 것은 나라고 생각해요. 이곳에서 망각의 채집을 하고 있던 사람은 오우지 미사야가 아니라, 쿠로기리 사쯔키니까」 부드러운 미소를 띄운 채로, 쿠로기리 사쯔키는 그렇게 말했다. 그 말에 거짓은 없어서, 나는 이 상대가 사건의 범인이라는 사실을 간단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곳에는 이상함이나 놀라움도 없다. 갑자기 고해진 진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처럼 나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잘 걸린 최면술. 「어떤 의미인가요, 그건」 알고 있으면서, 나는 쓸데없는 질문을 한다. 어조는 자연스레 공격적이 되어 있었다. 이제 나이에 걸 맞는 여성의 어조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날카롭게 상대를 노려본다. ……쿠로기리 사쯔키는 나의 시선을 받고서, 뒤가 켕기는 듯 한 표정으로 살짝 쓴웃음을 짓는다. 「말 한대로의 의미야. 네가 찾고 있는 상대는 나다. 아까의 요정은 내가 한 일이 아니지만 말야. ……아아, 오우지 군은 너에 대해서 잘 이해하지 못했던 모양이야. 의사체(擬似體) 요정 한 마리로 너를 어찌할 수 있을 리가 없는데, 너에게 보내 버렸어. 만들어 낸 존재일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어떤 생명 활동의 연장으로서 분할된 생물이라서 말야. 살해당하기 위해서 사역 당하다니, 불쌍하지」 정말로 슬픈 듯 쿠로기리 사쯔키는 눈을 감는다. 내가 죽였던 요정을 위한 묵도겠지. 그것을 바라보면서, 나는 한동안 생각했다. 료우기 시키의 역할은 원인의 규명하는 아자카를 돕는 것이다. 그렇지만, 적이 눈앞에 있다면, 해야 할 일은 한가지다. 나는, 이 녀석을───── 「아니야, 료우기군. 나는 요정사가 아냐. 요정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은 오우지군뿐이야. 나는 그렇게 많은 사용마를 동시에 조종하는 사고의 분할이 불가능해. 그것은 틀림없이 오우지군만의 재능이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언어를 기록하는 일 뿐이야. 요정사건에 관련해서는 나는 한없는 무관계에 가까워. 너는, 그 이유로 나를 적으로 인식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뭣───」 「그렇다고 해서, 너와 내가 관계가 없다는 것도 아니야. 그 인과 때문에, 나는 이번에 한해서는 오우지군을 실패에서 구해주지 않으면 안돼」 쿠로기리 사쯔키가 눈을 떴다. 떠진 눈동자는, 역시 이전과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평범한 교사의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나는 이 일에는 관여해서는 안 돼. 하지만, 원래부터 너는 이 사건과는 무관계한 팩터입니다. 당신과 적지 않은 관계를 가진 제가, 당신을 맡는 것은 당연한 일. 오우지 미사야를 저지하는 역할이 있는 것은 코쿠토군 뿐이니까, 뒷일은 그녀들의 능력의 문제겠지요. 그러니까───네가 상대한다고 한다면, 그것은 저 정도란 겁니다」 곤란하게 됐다는 듯이, 어쩔 수 없다는 투로 쿠로기리 사쯔키가 덧붙인다. 「……어째서? 레이엔의 사건 이외에, 내가 너의 상대를 할 이유 따위는 없잖아」 「그럴까. 너는, 잊은 기억을 기억해 내는 것이 싫었던 거지? 그래서 어제도 나를 거부했어. 원래부터 어떤 기억을 약탈하는 것은 오우지군의 짓이었지만, 망각의 채집은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이라서 말야. 지금 네가 이곳까지 오우지군을 쫓아온 것은, 기억을 빼앗은 댓가로 죽이러 온 거잖아? 봐, 그렇다면 그 상대는 내가 되는 거야」 ──부드럽게 웃는 얼굴로 쿠로기리 사쯔키는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것에 끄덕일 수조차 없다. 쿠로기리 사쯔키의 말대로, 나는 자신의 기억이 건드려지는 것을 혐오하고 있었다. 요정이란 것을 반사적으로 찌부러뜨려 온 것도 그것을 용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요정사인 오우지 미사야를 죽이기 위해서 여기까지 쫓아왔다. 그 표적이 쿠로기리 사쯔키라는 인물로 바뀌었다고 해도, 용납할 수 없는 일임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럴 기분이 들지 않는다. 아까와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나는──── 기분 나쁜 오한도, 아무런 위험도, 이 상대에게서는 느껴지지 않았다. ……이런 것은, 처음이다. 『적』을 목전에 두고, 나는 아무래도 무감동인 듯 하다. 그것이 이해할 수 없는 심경이라고 깨닫고, 겨우 나는 오한이라는 것을 등줄기에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아직도, 도무지 죽일 마음이 들지를 않는다. 「그런게, 있을 것 같냐────」 오한이란 증오를 바탕으로 하여, 나는 부드럽게 웃는 쿠로기리 사쯔키를 진지하게 관찰했다. 검은, 죽음의 선을 직시한다. ……쿠로기리 사쯔키의 몸에 있는 죽음의 선은, 거미집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동시에 어디를 통해서도 죽기 쉬운 몸이라는 이야기다. 이렇게까지 죽기 쉬운 인간을, 나는 본적이 없다. 쿠로기리 사쯔키는, 침울한 빛의 눈동자까지 엷게 웃고 있었다. 「과연, 그것이 직사의 마안이란 것입니까. 나는 이미 지나간 뒤의 길밖에 알 수 없지만, 너는 지나가는 길을 볼 수 있는 거군. ……흠. 과거를 기록할 수 있는 나와, 미래를 보는 것이 가능한 너. 아라야가 나를 불러낸 이유는 너의 소거에 있었던 것 같아, 시키군」 슬픈 듯이 눈을 가느다랗게 뜨며 쿠로기리 사쯔키는 이쪽을 보았다. ……나는 상대의 그런 태도보다, 단 한번 말한 단어에 눈앞이 새하얘졌다. 겨우 오한과는 다른 적의가, 이 몸에 채워져 간다. 아라야. 쿠로기리 사쯔키는, 틀림없이 그 이름을 말했으니까. 「그런가. 너는 마술사인가, 쿠로기리 사쯔키───」 그렇다면 적이다, 나는 나이프를 고쳐 쥔다. 지금까지의 이상한 심경은, 이 마술사의 손에 의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상하다. 그렇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상대는 죽여도 괜찮은 존재. 이 상대는 죽이지 않으면 안 되는 존재. 그렇게 자기 자신에게 들려준 순간. 나에게 보이지 않는 내가, 쿡하고 웃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 이제부터 죽여야 할 상대의 얼굴을 바라보자 두근, 하고 심장이 크게 고동친다. 미키야와 닮았다고 해서, 못 본체 하지는 않는다. 상대가 마술사라면, 나와 마찬가지로 경계밖에 있는 존재다. 그렇다면───그것은 살인이 아니다. 쿠로기리 사쯔키는, 무리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아니니까. 나는 지금도 튀어 나갈 듯한 료우기 시키의 몸을 냉정하게 제어하면서, 일격으로 쿠로기리 사쯔키를 절명시킬 방법을 뇌리에 그린다. ……빈틈투성이의 그 몸으로 질주하여, 목덜미를 향해 수직으로 나이프를 찔러 넣는다. 꽂아 넣은 칼날 그대로, 몸 아래까지 나이프를 단숨에 끌어내리면 끝난다. 그것은 실행하기 쉬운 일이라, 나는 3초 뒤의 결과를 명확하게 그릴 수 있다. ……그런데도. 마음속의 영상은, 사지가 너덜너덜하게 절단된 소년의 사체였다. 두근, 하고 심장 소리가 커진다. 긴장되어 호흡이 거칠어진다. 그런 적은, 지금까지 없었다. 상대가 미키야와 닮아있는 남자기 때문에, 나는 당황해서 호흡을 흐트러뜨리고 있는 것 같다. 「시키군, 그건 아니야」 갑자기, 가만히 있기만 하던 마술사가 말했다. 몸은 그 말에 반응하여 달려 나가려고 해서──────나는, 그것을 강하게, 전에 없을 정도로, 필사적이 되어, 억눌렀다. ……왜냐면, 안되니까.   그것만은 절대 할 수 없으니까──── 이유를 알고서, 나의 호흡은 더욱 흐트러진다. 아직───이 상대에게 살의를 품어서는 안 된다. 나는, 이 상대에게는 덤벼들 수 가 없다. 미키야와 닮은 이 남자. ……그것을 죽인다는 행위가, 나의 심장에 이렇게나 부담을 가한다. 그것이 하기 싫은 일이라서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한 것만으로, 나는. 목이 마르고, 혀가 저려서, 참을 수 가 없다. 그것이 오히려 두려워서, 나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다리를 억눌렀다. 그렇지만, 몸은 지금이라도 저 남자를 죽이고 싶어 하고 있다. 시키의 슬픔과 괴로움을 해결하고 싶어 하고 있다. 그렇게 하면───편해질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렇다면 나는. ───이번에도, 어느 사이엔가. 코쿠토 미키야라는 친구를, 2년 전처럼 죽이려고 하고 있는 걸까? 「……그런 건, 싫어」 중얼거리고, 나는 나의 몸을 멈추었다. 쿠로기리 사쯔키는 혼자서 나를 지켜보듯이 끄덕이고 있었다. 「응, 잘 참았네. 만약 네가 그대로 나를 죽이면, 일은 끝나 버렸겠지. 옛날에, 너는 일상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살인충동을 가진 '시키'군을 죽여 왔어. 그렇지만 지금은 시키라는 네가 스스로의 살인충동을 죽이지 않으면 안돼.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너는 시키라고 하는 인격조차 잃어버리고 텅 빈 상태로 돌아가 버리겠지. ……흠. 아라야의 말로는 시키군은 격정적이라고 했었지만, 그건 그의 오판이었던 것 같군. 내가 보기에는, 너는 조금 겁쟁이로 보여」 부드럽게 말하면서, 쿠로리기 사쯔키는 나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너에 대해서는 아라야에게 들었어. 원래부터 나는 그것을 위해서 이 거리에 불려 온 사람이야. 말했잖아, 너와 나는 무관계하지 않다고. 아라야는 나를 너에게 맞닥뜨리게 할 생각이었던 것 같지만 그 전에 본인이 패배해 버리다니, 웃음거리도 되지 않아. 유감인걸. 그의 목적의 달성에는, 나름대로의 흥미가 있었는데」 그것만 말하고서, 쿠로기리 사쯔키는 입을 다물었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저 그렇게 서있는 것 뿐,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마술사는 도망치려고도, 싸우려고도 하지 않는다. 마치 자신은 움직이지 않는 거울이라는 것처럼. 나는 나이프를 손에 쥔 채────그 공기 같은 상대와, 언제까지고 마주보고 있었다. 침묵은, 무거워져서 예배당에 가득 채워져 간다. 아직도 흐트러져 있는 심장소리 만이 두근, 두근, 하고 나의 귀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언제까지나, 있을 수 없는 종소리 같이 울림이 멈추지 않는다. 덤벼들지도 못하고, 크게 울리는 심장의 고동을 진정시키지도 못하던 나는, 말하고 싶지도 않는 말을 했다. 「───어째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거냐, 쿠로기리 사쯔키」 「나로서 말해야 할 것 것은 전부 말했기 때문이야. 만약 이 이상 대화가 있다고 한다면, 그건 네가 던지는 질문에 내가 답하는 형태 밖에 없어. 당신이 나를 무관계하다고 생각하면, 나도 당신을 무관계한 자로 생각하고 물러가겠어요. 당신이 나와 싸운다고 한다면, 나도 자위수단을 취하겠지요. 오우지 군을 돕는 것은 한번 뿐입니다. 그것도, 이미 끝났습니다. 그러니까, 결정하는 것은 당신입니다. 나 스스로는, 아무 것도」 ……이상한 대답에, 나는 눈썹을 찡그렸다. 마술사는 결정하는 것은 나라고 말한다. 그것은 곧, 이 상대에게는 의지가 없다는 말과 다름없다. 하지만───그것은 모순 되어 있다. 「이쪽이 바라면 바라는 모습으로 응해 준다는 거냐, 너는. 그렇지만 나는 잊은 기억을 되찾고 싶다는 생각 따윈 안했어」 크게 고동치는 가슴을 한 손으로 누르면서, 마술사를 노려본다. 마술사는 동정하듯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니, 당신 자신이 망각하고 있던 기억을 구하고 있었지. 나는 그것에 응하는 것뿐입니다」 구하고 있었다────? 아아, 그것은 분명 사실이다. 그렇지만 내가 원한 것은 잃어버린 '시키'의 기록이다. 내가, 료우기 시키가 보냈던 3년 전의 기억만. 괴로웠던, 그러나 따뜻했던 클래스메이트와의 기록이다. 그 때의 기억 따위, 필요 없다. 차가운 비에 얼어붙어 있는 기억은, 오히려──── 「그건 틀렸어, 쿠로기리 사쯔키. 나는 기억을 되찾고 싶은 것이 아니야. 분명, 기억을 완전히 망각하고 싶은 거야」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시키는 그 날의 기억을 잊어 버렸다. '시키'의 기억은, 그가 죽은 것에 의해 기록으로 전락해서 망가져 버렸다. 분명, 영원히 되찾을 수 없다. 그렇지만 그 손실의 댓가로 지금의 내가 이곳에 있다. 「그러니까───너 따위는 부르지 않았어」 「……과연, 나의 착각이었나 보군요. 분명 시키군이 바랬던 것은 그 쪽이었죠. 그러면 그 쪽도 돌려보내 주지요. 그것이 나의 역할이니까」 마술사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곳에는 적의도 악의도, 선의도 호의도 없다. 토우코는 말했다. 요정의 장난에는 선악이 없다고. 그들은 결과를 구하지 않고 행동한다. 거기에 개인의 의지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기억을 채집하는 이 마술사는, 그야말로 요정 그 자체다. 하지만……그렇다면, 어째서 이 남자는 웃는 얼굴로 있을 수 있는 걸까? 스스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그 표정도 움직이지 않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이상해, 너. 내가 바란 모습밖에 응할 수 없는 주제에, 어째서 너는 웃고 있는 거야. 난 너의 웃는 얼굴 따위는 구하지 않았어. 거울이라면, 스스로 웃는 짓 따위는 할 수 없어」 「예에, 그 말대로입니다. 하지만 나는 웃고 있지 않아요. 말했지요? 나는 웃은 적이 없다고」 그렇게 대답하는 마술사는, 그래도 웃는 얼굴을 무너뜨리지 않았다. 「하지만, 주위에서는 그렇게 보이는 듯 하더군요. 나 본인은 무표정하게 있으려고 하지만, 어찌해도 쿠로기리 사쯔키는 웃고 있어. 나는 자신이 웃고 있다고 실감한 적이 없어요, 시키군. 웃으려고 생각해서 웃은 적이 없어. 미소를 띄운 이유도, 웃는 얼굴을 해야 할 가치도 몰라. 잘 모르겠어요, 그런 것은. 즐겁다니, 느낀 적이 없으니까요. 그런 건 삶의 실감이 없는 당신과 많이 닮아 있군요. ……뭐어, 당신 쪽은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요. 료우기 시키는 미래가 있으니까. 하지만───나에게는 과거밖에 없어요. 쿠로기리 사쯔키는, 누군가의 과거를 보는 일밖에 할 수 없어.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 무언가를 빼앗는 것처럼, 나는 살아 있기 위해서 쿠로기리 사쯔키 이외의 과거를 채취하지요. 그 뒤의 일은 몰라. 과거를 끄집어낸 뒤에, 그 결과를 어떻게 취급하는가는 과거를 가진 본인의 의지에 따르지요. 보는 것밖에 할 수 없는 나는, 그것을 어떻게 다룰 수는 없으니까」 어딘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웃는 얼굴을 한 채로 마술사는 말한다. 거짓 없는 진심으로 웃고 있는 그 얼굴은, 이렇게 덧붙였다. 게다가, 다루려고 하는 의지도 가지고 있지 않아, 라고. 「───과거 밖에, 없어?」 「그래요. 과거가 없다는 것은, 자신(自身)이 없다는 것에 연결되지요. 슬픈 일이지만, 나에게는 자신이란 것이 희박해. "스스로 생각 한다"라는 행위를 할 수 없는 이상, 쿠로기리 사쯔키에게는 꿈이라던가 목적이라던가 하는 것이 없는 거야. 그런 것은 책이나 마찬가지겠네. 지식은 있는데, 그것을 이용하는 것은 책으로 존재하는 나 본인이 아냐. ……나에게는, 세상에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인간으로서 기능하는 의미가 없어. 그렇지만 자살할 용기도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 이상, 나는 쿠로기리 사쯔키로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겁니다. 자신이 없는 이상, 자신을 확실한 존재로 할 방법은 한 가지 밖에 없겠지요. ───타인의 소망을 이루어 주는 것. 쿠로기리 사쯔키는 그것 말고는 자신이라는 표현이 불가능해. 거기에 선악의 개념은 없어요. 나는 너희들의 소망을 돌려보내 주고 있어. 잊은 시간을 기억나게 해주고 있어요. 어쩌면, 이것은 오히려 좋은 일이 아닐까, 시키군? 너희들이 잊어 버렸던 소중한 기록을, 소유주인 너희들 자신에게 돌려주는 것뿐이니까」 「그건, 주제 넘는 짓이야」 그렇게 말하고서, 나는 마술사를 노려본다. 이 남자의 말은 무언가 이상하다. 의미가, 뇌가 아니라 몸에 전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나는 우선 자기 자신에게, 남자의 말에 마음을 기울여서는 안 된다고 들려주었다. 「잊은 기억을 돌려준다고? 그런 건 사절이다. 시키는 편지로 보내오는 사실 따위는 필요 없어. 잊은 기억은 되돌아오지 않는 것. 네가 하는 말 따위, 나는 한마디도 믿을 수 없어」 크게 고동치는 가슴의 소리를 한 손으로 누르면서, 나는 쿠로기리 사쯔키를 직시한다. 마술사는 처음으로 나에게 똑바로 시선을 보내왔다. 서로 노려보는 것과는 조금 먼, 이별의 의식같이 허무한 시선이 뒤엉킨다. 「───그런가. 너조차도 스스로의 기억을 포기한다는 거군요. ……너희들의 생각은 알 수 없어. 어째서 그렇게, 영원하게 존재하는 것을 멈춰 버리려고 하는 걸까」 「영원? 망각한 기억을 떠올려서 기록하는 것이 영원이라는 거냐? 웃기지마, 그런 거라면 지천에 깔려있어. 네가 일부러 끼어들 문제가 아니야」 그래, 추억을 남겨 두고 싶다면, 사진이나 비디오로 촬영해 두면 된다. 그거라면 자신이 망각해버린 뒤에도 확인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마술사는 그것을 부정했다. 처음으로──그 표정이 웃는 얼굴 이외의 형태를 만든다. 「그건 영원이 아니야. 외계에 남은 것은, 영원히 남지는 않아. 분명, 현대의 기술이라면 어떤 사고를 당해도 파손되지 않는 "물체"를 만들 수 있겠지. 하지만, 그것은 물체 자체가 변하지 않는 것이지 우리들이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야. 물체는 관측자가 있어야 처음으로 의미란 것이 부여되지. 때문에, 설령 물체 자체가 불변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관측하는 자의 인상이 불변이 아니면 "영원"……이 아닌 거야. 너는, 어제 봤던 것을 어제 봤던 때와 완전히 동일한 마음으로 관측할 수 있을까? 그래, 불가능하지. 관측자의 마음은, 항상 변할 수밖에 없으니까. 새로운 물체는 낡게 되고, 멋진 것은 빛이 바래 가지. 물체 자체는 변하지 않는데, 우리들 자신의 마음이 물체의 가치를 바꿔 버리는 거야. 봐───개체가 불변하든 하지 않든, 영원하지는 않지? 어째서일까? 간단해, 우리들은 외계의 물체와는 단절되어 있기 때문이야. 알겠나, 시키군. 영원하다는 것은, 형체가 없다는 소리야. 관측자의 인상에 좌우되지 않는, 관측자 자체를 지배하는 일. 그것이 유일하게 영원이라고 말할 수 있는 현상, 즉 기록이라는 것이야」 「───그 기록이란 건, 나중에는 변하는 것이잖아. 그 때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 사건도, 되돌아보면 나쁜 일이 되는 경우가 많지. 네가 말하는 영원 따위는, 어디를 뒤져도 찾아 볼 수 없어」 「아니. 그것은 기록이 아닌 기억이겠지. 기억이란 것은 곧, 그 인물의 성격일 뿐이야. 성격은 그때그때 변하는 것. 외계에 순응하기 위해 변하는 성격은 드레스 같은 것이지. 너라면 알고 있을 거야. 말투나 성격, 육체 따위는 결국, 자기를 알기 쉽게 표현하기 위한 복장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한 발짝. 마술사는 나를 향해 내딛어 왔다. 「관측자 자신이, 관측되는 대상이 되는 것. 자기 자신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축적해온 시간 그 자체가 자기라고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 인격 따위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고 인정하는 것. 기록이란 것은 즉, 자신의 생각조차 영향을 받지 않는 혼의 핵입니다. 그것만이 영원히 보관되는 것이야. 스스로의 내부에 가둬 넣고 하나가 될 수 있는 자기 자신의 상처이기 때문에. 그것이라면, 설령 세계가 없어지더라도 자신에게 남고, 자신이라는 세계가 끝날 때까지 함께 있게 된다. 그것은, 계속 남아 있어서. 그것은, 계속 변하지 않아」 ……성격 따위는 필요 없다. 자기가 쌓아온 역사만이 자기를 나타내는 증거라면, 그것은 무슨 일이 일어나도 변하지 않는 것이 된다. 관측자 자체가 관측 당하는 대상이 되면, 관측하는 자도 불변이고 관측 되는 대상도 불변. 그것이 영원이라고 마술사는 말했다. 「……네가 말하는 것은, 모르겠어」 「그렇겠지. 간단하게 어떤 일을 망각할 수 있는 너희들로서는 알 수 없어. 이 세계에서 영원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인간의 기록뿐이야. 너희들은 인생 뒤에 추억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어. 사실은 추억 뒤에 인생이 만들어지고 있는데도. 사람에게는, 망각해도 되는 기억 따위는 없어. 인격이 잘라 내버린 기억을, 그 개인 자체는 버리고 싶어 하지 않아. 그래서 너희들의 소원은, 언제든 망각의 녹음인거야. 나는 그녀들의 거울에 비친 상(鏡像),으로서, 그 소원을 돌려주고 있던 것뿐이고」 다시 한발 짝. 마술사는 웃는 얼굴을 되찾고 가까이 다가온다. 나는 나이프를 쥔 손에서 평소대로의 미열을 느끼고, 깨달았다. ……가슴의 두근거림도 손끝의 저림도, 목의 갈증도 어느 사이엔가 사라져 있다. 길고, 그러면서도 정말로 의미 따위는 없었던 대화 끝에, 나는 이 상대의 정체가 보이고 있었다. 두근거림은 이미 멎어 있다. ……분명히, 이 녀석은 미키야와 닮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르다. 비슷한 것뿐이지, 다른 과정을 밟은 존재다. 그 차이를 확실히 깨닫고, 나는 이것을 단순한 적이라고 인식할 수 있었다. 「……선악의 개념이 없다, 인가. 분명히 네가 나쁜 것이 아니야. 너는 그저 누군가의 소원을 듣고 있던 것뿐이니까」 그렇지만, 틀리다. 선악의 개념은 분명히 존재한다. 확실히 쿠로기리 사쯔키 자신에게 의지는 없다. 그렇지만 이 녀석에게는 어떤 것의 선악을 정확히 분간할 수 있는 지성이 있는 것이다. 그것을 가지고 있는 주제에 선도 악도 동등한 가치로 취급하는 시점에서, 이 녀석은 스스로를 무해하다고 말할 자격 따위는 없다. 「겨우 알았어. 넌 말야, 거울인 체 하고 있는 것뿐이야. 그렇게 해서 무해한 척을 하고 있는 것뿐이라구. 책임을 타인에게 떠넘기고, 마치 어린애 같잖아」 나의 말에, 마술사는 기쁜 듯이 눈을 반짝였다. 어딘가 삐에로와 닮았다───── 「나와 싸운다, 고 말하고 있는 거군요, 시키군」                                  ─────광기를 머금은 일그러진 웃음. 「좋지요. 그렇다면 나도 아라야와의 계약을 완수하기로 하겠습니다. 서로 무시했더라면 좋았을 테지만」 마술사가 안경에 손을 댄다. 싸움 전에 안경을 벗어 두려는 것이겠지만, 나의 몸은 그것을 기다릴 정도로 참을성이 좋지 않다. 한걸음에, 쿠로기리 사쯔키를 벨 수 있을 정도까지 거리를 좁혔다. 【너」「에게는」「보이지 않아】 마술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뇌 자체에 직접 울려오는 그것은, 틀림없는 진실이다. 나는 눈 깜짝할 사이에 쿠로기리 사쯔키의 모습을 잃어버렸고, 휘두른 나이프는 허공을 갈랐다. 「뭣───」 주위를 둘러본다. 예배당에 사람 모습은 없다. 단지 나 이외의 또 한사람의 기척만이 이 피부에 전해지고 있었다. 쿠로기리 사쯔키는 분명히, 내 앞에 있다. 그런데 나는 마술사의 모습을 찾아볼 수 가 없었다. 「……위험한데. 소리보다 빠르게 행동할 수 있다니, 너무 얕보고 있었는걸. 덕분에 한쪽 팔을 잃었어. 아라야가 진 것도 납득이 가는군. 너는 확실히, 죽이는 일에 뛰어난 것 같군」 목소리는 눈앞에서 들려온다. 나는 덤벼들고 싶은 충동을 견디면서, 눈앞으로 의식을 집중시켰다. ──쿠로기리 사쯔키를 볼 수 없다면.   녀석의, 죽음의 선만을 찾으면 된다── 「하지만, 너는 나에게 이길 수 없어」 목소리는 나의 사고에 직접 들려오고 있다. 그것보다 빠르게, 나는 마술사의 죽음의 선을 응시하고 있었다. 「─────찾았다」 이번에야말로, 놓치지 않는다. 다시 한번, 마술사에게로 육박한다. 하지만───그것조차도 놓쳐버렸다. 【이곳」「에서는」「보이지 않아】 목소리가 예배당에 울려 퍼진다. 예배당은 모든 것이 어둠 속에 잠겼다. 마술사의 한마디에 한줄기 빛도 없는,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세계가 되어 버렸다. 「……흠. 역시 너 개인에게는 효과가 약했던 걸까. 근원에 통해 있는 너의 몸과 나의 말은 같은 계급이니까 말이야. 그렇지만 그것도 이렇게 하기만 하면 돼. 이곳에서는, 설령 료우기 시키로 있더라 해도 죽음을 볼 수 없어. ……뭐어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이래서는 나 본인도 무엇 하나 볼 수가 없지만 말야」 귓가에서 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면서 나이프를 휘둘러도, 베어지는 것은 바람뿐이다. 「소용없어. 너는 나에게 이길 수 없다고 말했을 텐데. 그렇게───모든 것을 살해할 수 있는 너라도, 말(言葉)만은 죽일 수 없으니까」 ……그런 건 생각한 적도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나는 말만은 죽일 수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너를 죽일 수 있냐고 하면 그것도 불가능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정도야. 조금이라도 너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간단히 당해버리겠지. 그래서 생명을 건 싸움은 안 해. 원래부터, 나는 싸움을 하는 사람이 아니야. 내가 하는 것은, 너의 소망을 이루어 주는 것뿐이니까」 그 말에, 나의 몸은 희미하게 떨렸다. 나의 소망───망각하고 싶은 나의 진실. 「그만 둬. 나는 그런 것, 원하지 않아!」 외침은 어둠 속에 사라졌다. 「자아───너의 슬픔을 재생시키자. 안심해. 설령 네가 잊어버리려 했다고 해도───기록은 분명히 너에게 녹음되어 있으니까」 그것은 감정이 없는, 메트로놈같이 규칙적인 소리. 마술사의 목소리가 시키라고 하는 나의 안에 침투해 가는 것을, 나는 멈추지도 못하고 그저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망각녹음\ 6 미키야에게서 온 전화를 끊고, 나는 고등부 건물로 서둘러 움직였다. 시각은 오후 1시를 막 지났을 무렵. 하늘은 지금이라도 눈물을 흘리기 시작할 것 같은 잿빛으로, 머리 위에는 두꺼운 구름이 덮여 있다. 「……이래서는, 오늘은 비가 오겠는 걸」 겨울의 차가운 공기로 폐를 물들이면서, 나는 어두운 숲을 빠져나와 고등부 건물에 다다랐다. 아무도 없는 복도를 걸어서, 1층 구석에 있는 영어교사의 준비실로 간다. 노크도 하지 않고 문을 열자, 쿠로기리 사쯔키라는 교사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의자에 앉아서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는 평소처럼, 웃는 얼굴을 한 채로 이쪽의 전체상을 관찰한다. 그 왼팔은 축 늘어져 있어서, 마치 몸의 그 부분만이 죽어 있는 것 같았다. ……어째서일까. 나는, 그것이 누구의 짓인지 한눈에 알아차려 버렸다. 「그것은 시키에게 당한 상처군요, 선생님」 예, 하고 쿠로기리 선생님은 끄덕였다. 「이 팔과 바꿔서 도망쳐 나왔습니다. 아아, 시키군은 무사해요. 앞으로 한 시간 정도 있으면 깨어나겠지요. 그렇다 해도, 나의 팔은 일생 동안 치료할 수는 없겠지만」 잿빛 햇살이 비쳐 드는 창을 등지고, 쿠로기리 사쯔키는 엷게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아무런 동요도 감추는 것도 없는, 너무나 평온하게 존재하는 그 모습. 나는 숨을 멈추면서, 무언가에 매료되듯 그 의문을 이야기한다. 「다치바나 카오리를 궁지로 몰아넣은 것은 당신이죠, 선생님?」 예, 하고 쿠로기리 사쯔키는 끄덕였다. 「하야마 히데오를 행방불명으로 만든 것도」 예, 하고 선생님은 끄덕였다. 「오우지 선배에게 마술을 몸에 익히게 한 것도」 예, 하고 마술사는 끄덕였다. 「우리들의 망각을 채집하고 있던 것도」 예, 하고 그는 끄덕였다. 「그리고, 요정에게 바꿔치기 당했던 것도, 정말이었군요」 예, 하고 그것은 웃으며 끄덕였다. ◇ 「────어째서」 그것밖에 입으로 나오지 않았다. 「어째서, 선생님이?」 꼴사납게도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그는 안경 안쪽의 눈동자를 흐리지 않으며 대답한다. 「특별히 목적 같은 것은 없습니다. 다치바나군도, 오우지군도, 하야마 선생도, 나는 그들의 바램을 이루어 준 것 뿐입니다. 어째서냐고 묻는다면, 그들 본인에게 물어 보세요. 나는 대답할 수 없어요」 미소를 띄운 채로 쿠로기리 선생님은 말한다. 그것은 변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람은 정말로 대답할 수 없는 것이다. 예를 들면, 다치바나 카오리가 자신의 죄를 쿠로기리 선생님에게 상담한다. 그는 다치바나 카오리에게, 그녀 본인밖에 생각해낼 수 없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 뿐. 자살에 의한 구제는, 그녀 본인의 의지이니까. 예를 들면, 오우지 미사야가 다치바나 카오리의 죽음에 보복하고 싶다고 상담한다. 그는 오우지 미사야에게 그녀 본인 밖에 생각해낼 수 없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 뿐. 1학년 4반 전원을 스스로 자살로 몰아넣는 수단을, 마술로서 오우지 미사야에게 제공한다. 거기에, 쿠로기리 사쯔키 자신의 의지는 전혀 없다. 「───하지만, 망각을 채집하는 것은 별개에요. 누구도 잊은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바라지는 않아요」 「그럴까. 어째서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코쿠토군」 「────에?」 어디까지나 부드럽게, 쿠로기리 선생님은 되물어 왔다. 거기에 적의도 악의도 없다. ……어딘가, 이 상황은 이상했다. 나는 사건의 흑막과 대결할 각오로 이 방에 찾아와서, 이렇게 1대 1로 대치하고 있다. 그런데도 쿠로기리 사쯔키는 평소대로고, 나도 교사에게 질문하는 학생처럼 마음이 가라앉아 있었다. 마치───나의 참을 수 없는 마음이, 쿠로기리 사쯔키라는 적에게 반영하고 있는 듯한 감각─── 「왜냐면, 나 자신이 바란 것이 아니에요」 「그렇겠지. 기억하고 있지 않으니까, 생각할 수 있을 리가 없어」 ───그것이 나의 이유란다, 코쿠토군. 혼잣말처럼, 쿠로기리 선생님은 그렇게 덧붙였다. 기억하고 있지 않으니까, 생각할 수 없다. 그것이 망각을 채집하는 이유라고, 이 인물은 말한 것이다. 「그것은 무슨 말씀인가요, 선생님」 「간단해. 나는 그러는 것으로밖에, 너희들을 알 수 없어. 내가 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너희들의 기록을 더듬는 것 이외에 방법이 없는 거야. 쿠로기리 사쯔키가 기록을 채집하는 이유는, 분명 그것이었겠지」 오래된 사건처럼 이야기하고, 그는 생각에 잠기듯 입가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아무런 감정도 품지 않은 눈동자를, 나는 정면으로 마주본다. 묻고 싶은 것, 알고 싶은 것은 그런 애매한 말이 아니었으니까. 「제가 묻고 있는 것은 좀더 명확한 이유에요. 대체 어째서, 선생님은 망각의 채집 같은 일을 시작하신 건가요? 선생님이 되찾아야 할 과거는, 어디까지나 자기 자신의 것뿐인데」 미키야에게서 들은 정보를 기억해낸다. 쿠로기리 사쯔키는 열 살 무렵, 요정에게 유괴되었다는 과거를 가지고 있다. 그 사실을 따지고 들자, 그는 호오, 하고 감탄의 소리를 냈다. 「───놀랐습니다. 그런 옛날 일까지 잘도 조사했군요. 당신이 말한 대로, 나는 분명히 어릴 적에 요정과 만난 적이 있어요. 그 뒤로, 기억장해를 일으키게 된 것도 사실입니다. 마술을 배운 원인은, 그 장해가 의학으로는 치료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지요. ……아아, 틀림없습니다. 분명히 나는 자신의 과거를 되찾기 위해서 마술을 배우고, 망각의 채집을 할 수 있는 수단에 도달했어요. 원래대로라면, 나는 타인의 기억 따위에 간섭해야 할 리는 없었겠지요」 어딘가 후회하듯이 그는 말했다. 나는, 타인에 간섭해서는 안 되었다며. 「───그렇다면, 어째서」 「그렇게 원했던 것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코쿠토군. 아주 높은 곳까지 올라가봤지만, 나는 자기 자신의 과거를 더듬을 수가 없었던 겁니다. 뇌는, 기억을 절대로 잊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뇌에 이상이 없을 경우에만 가능해요. 나의 기억은 망각이 아니라, 파손되어 버렸던 것이었어요. 그렇게 되자 수단은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나 개인이 기억하는 과거가 아니라 세계 그 자체가 기록하고 있는 현상을 찾아볼 수밖에 없었지. 다행히, 나에게는 그것이 가능할 정도의 기술이 있었다. 하지만 소용없었지. 관측자는, 자기 자신이 관측되는 대상이 될 수 없어. 자기 자신과 악수할 수는 없는 겁니다. 인간이란 것은. 그래서────나는, 타인 속에 있는 나를 끄집어 낼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의 기억, 의식은 그 심층에서 연결되어 있습니다. 마술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들어본 적 있을 겁니다. 근원의 소용돌이라고 불리는 『위치(位置)』에 대한 것을. 예전의 나는, 당신들의 기억의 바닥에서, 나에게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기억을 찾고 있었어요」 「───아카식 레코드, 인가요」 그렇게 말하고, 나는 작게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런 것, 도통 믿을 수가 없다. 토우코 사부조차 도달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한 모든 것의 근원. 이 인물은 그곳에 도달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토우코 사부는, 사람들의 의지는 독립되어 있지만, "영장의 의지"라고 하는 커다란 묶음 속에서 독립하고 있는 거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 커다란 묶음을 관측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고 한다면, 독립하고 있으면서 고독(孤獨)하고 있는 사람들의 의지나 기억에 녹아드는 것이 가능하다고도. 하지만, 이 얼마나 불쌍한 일인가. 그것이 설령 진실이라고 해도───그렇게까지 했어도 이 사람은 바라던 것을 손에 넣지 못하고 있다. 「그곳에도……쿠로기리 사쯔키의 과거는 없었던 거군요, 선생님」 가냘픈 목소리로, 나는 이 인물의 결말을 대변한다. 그렇지만 의외로. 그는 다정한 미소를 띄운 채 나의 말을 부정했다. 「아니요. 답은 있었어요. 이상하죠? 그런 일을 하지 않아도, 나는 기억을 잃지 않고 있었던 겁니다. 단지, 내가 그렇다고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뿐.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이미 많은 타인들의 과거를 채집하고 있었어요. 코쿠토군. 사람이 기억을 망각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합니까?」 갑자기 질문을 받아, 나는 머뭇거렸다. 우리들이 무언가를 잊는 이유. 그것은 분명─── 「……뇌의 용량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우리들은 필요한 정보와 불필요한 정보를 나누지 않으면 안 되죠.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되면 축적될수록, 그 망각은 많아지겠지요. 우리들은 매일 매일을 혼란 없이 살아가기 위해서, 불필요한 기억을 소거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예에. 그것이 평범한 과정이겠지요. 하지만 그것은 망각이 아니라 정리라고 하는 겁니다. 시간에 의해 소거된 기억과, 개인의 의지에 의해 소거된 기억은 달라요. 내가 묻고 있는 것은, 사람이 의도적으로 소거한 기억에 대한 겁니다. 당신은,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말하지 않는군요, 코쿠토군」 부드러운, 햇살에 스러져 갈 듯이 다정하게 웃으면서, 쿠로기리 선생님은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 말에, 숨을 삼킬 수밖에 없다. ……그래, 이 사람이 말하는 대로. 지금은 우등생 같은, 누구나 알고 있는 대답에 지나지 않는다. 「……망각은. 우리들이 의도적으로 추억을 잊는 것은, 그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대답하면 되는 건가요, 선생님」 힘없이 대답하는 나에게, 쿠로기리 선생님은 말없이 끄덕였다. ……물론, 나도 알고는 있었다. 사람이 스스로 기억을 잊는 것은, 그것이 불필요한 일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기억하고 있어서는 위험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과거에 범한 여러 가지 잘못. 그것을 기억하고 있으면 자아를 붕괴시킬지 모르는 기억을, 우리들은 의도적으로 잊어버린다. 그렇게 하는 것으로 지금의 자신은, 건전하고 죄가 없는 자신이라는 환상을 지키고 있는 것이니까. 「그래요, 그것이 망각된 기억의 정체입니다. 죄, 금기, 후회라고 하는 것을 당신들은 의도적으로 잊어버리지. 그것은 심층의식에 깊이 뿌리내려서 당신 자신에게서 제거 할 수 없게 된 당신의 일부이기 때문에 잊을 수밖에 없는 거겠지요. 알겠나요. 사람의 의식의 심층부를 찾는다는 일은, 망각된 기록을 끄집어내는 일이 되는 겁니다. 나는, 그것을 너무 반복 했어. 자신의 과거를 찾기 위해서 많은 인간의 망각을 돌아보아서, 나는 아마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던 거겠지요. 대개의 인간은, 스스로의 죄를 망각하는 것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신의 더러움, 추함을 없었던 것으로 하고 살아가고 있는 거죠. 그것은 나쁜 일이 아냐. 오히려 생태적으로는 우수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나는 두려워요. 그 더러움을 내버려둘 수가 없어. 당신들의 세계는 아주 불안정해서 분쟁이 너무나 많아. 이대로는 영원히 남는 것 따위는 없어져 버리겠지요. 그래서, 없어지지 않도록 너희들의 소망을 형체로 만들어 주고 있던 것뿐입니다. 잃어버린 물건을 되돌려 받은 뒤에 어떻게 취급하느냐는 그 개인의 자유잖아요? 그곳에 나의 의지가 개입할 여지는 없어. 만약 이것에 선악이라는 것이 정해진다고 하면, 그것을 결정하는 것 역시 개인의 의지입니다」 어렴풋한 미소를 띄우면서 쿠로기리 사쯔키는 그렇게 말했다. 그가 사람의 망각을 채집하는 것은, 자신의 과거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인간의 망각을 보아왔던 그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더러움을 참을 수 없게 되어서 그 청소를 시작했다는 소리일까. 자기의 편력을 찾아본다는 그의 목적은, 어느 사이엔가 인간의 편력을 형체로 만든다는 것으로 바뀌어져 버렸다. 다만, 그는 그 청소를 자신의 손이 아니라 더러워진 부분을 가진 그 본인의 손에 맡겼다. 그래서 이 사람은 자기 자신은 선악에 대해 추궁 당할 일이 없다고 말한다. ……나는, 그런 것은 단순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럴까요. 당신은 망각을 제시하는 일이 죄의 고발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런데도 자신에게 선악이 없다고요?」 예, 하고 그는 끄덕인다. 「나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아. 단지, 해결할 수단을 원해」 당연한 듯이 쿠로기리 사쯔키가 대답한다. 나는, 여기서 겨우, 이 인물에 대해 반감 같은 것을 품었다. 분명 잊혀진 기억의 몇 개인가는 스스로 잊으려고 한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 대부분은 잊으려고 해서 묻어버린 기억이 아니다. 그것은 기억할 필요가 없는 일들인 것이다. 예를 들면, 어린아이 시절에 보았던 어슴푸레한 착각. 사실은 단순한 구름인데도 무언가 특별한 생물처럼 생각되었던 그 때, 공장의 연기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연기가 하늘을 만들고 있다고 믿고 있던 시선. ……저녁놀을 향해서 끝없이 걸어가면, 모르는 나라에 도착해 버릴 것 같아서 두려웠다. 그렇지만 마음은 두근거려서, 계속 지평선 너머를 동경하고 있었다. 그것들은 지금으로서 보면 단순한 착각이겠지. 하지만 그것은, 잊어도 기억해내서도 안되는 소중한 것이다. 나이를 먹어서, 어른이 되어 가는 우리들에게는 기억해 내서는 안 되는 꿈이 있다. 그 꿈을 함부로 까발리는 것은, 분명,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그건 쓸데없는, 당신만의 생각이에요. 사람을 알기 위해서 망각을 채집하는 것이라면. 그런 짓보다 먼저, 당신은 잊어버리고 있는 자신의 기억을 수집해야만 해요. 쿠로기리 선생님」 시선에 힘을 모아, 나는 쿠로기리 사쯔키를 바라보았다. 그는 온화한 표정을 무너뜨리지 않고 빙긋 미소 지었다. 「그건 불가능해요, 코쿠토 군. 쿠로기리 사쯔키의 기억은 망각된 것이 아니라, 요정에게 빼앗긴 겁니다. 나의 기억은 말이죠,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던 것뿐입니다」 「기억이, 알 수 없어?」 앵무새처럼 따라 중얼거리며, 나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기억을 잊은 것이 아니라,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는 것은 무슨 소리일까. 그러고 보면, 이 사람의 말은 어딘가 이상했다. 자신의 일을, 언제나 타인의 일처럼 말하고 있다. 그것이 어떤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람은, 즉…… 「요정에게 유괴된 뒤에도, 기억은 원래대로였다?」 그는 끄덕인다. 「그래요. 쿠로기리 사쯔키는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았어. 그러니───나는, 타인의 망각을 돌아볼 필요 따위는 없었어. 그런 짓을 해도, 이미 돌아갈 집 따위는 없었는데 말야」 그렇게 말하고, 그의 표정은 변해 갔다. 웃는 얼굴은 웃는 얼굴인 상태지만,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변모해 간다. ……마치, 서커스의 크라운의 화장처럼. 「확실히, 나는 어릴 적에 요정들에게 유괴되었습니다. 그것이 요정이라고 불리는 것이었는지는 모르겠어요. 혹시, 단지 동료를 원했던 것뿐인 망령이었을지도 몰라. 영원히 있자, 라고 그들은 말했어. 나는, 그저 집에 돌아가고 싶었어. 요정들에게 붙잡힌 아이는 두 번 다시 집에 돌아갈 수 없다는 미신만은 알고 있던 나는, 정신없이 그들에게서 도망쳐 나왔어. 들판을 넘고, 숲을 지나서. 자신의 집이 보였을 때, 문득 뒤를 돌아보았더랬지. 거기에 있던 것은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요정의 사체와, 피로 새빨갛게 물든 나의 양손이었어. 그때, 그들이 말했던 것이 진짜였구나, 하고 안겁니다. 하지만 그렇잖아요? 어린애였던 나는, 두 번 다시 원래의 집에는 돌아갈 수 없었으니까」 웃는 얼굴인 채로 광대의 얼굴은 말한다. ───머릿속에 그려 버리고 말았다. 행방불명이 된 자식이, 정체를 알 수 없는 피에 물들어 돌아왔을 때의 부모의 차가운 반응을. ……그런 것이다. 설령 자신의 집에 돌아올 수 있다고 해도, 그곳에는 이미 이전의 그것과는 달라져 있다. 그 집은, 이미 그가 마음속에 그리고 있던 보금자리가 아니다. 그가 돌아가고 싶었던 것은 따스한 집이지, 자신을 백안시하는 부모가 있는 집이 아니었으니까. 「──선생님은, 요정들에게 유괴된 것이 아니라──」 「예에. 그들을 모두 죽여 버렸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것이 잘못이었지. 대신 쿠로기리 사쯔키는 그들에게서 저주를 받아 버렸던 겁니다. 나는, 기억을 잊어 버렸던 것이 아니야. 쿠로기리 사쯔키는 말이지, 그 때부터 자신의 기억이 자신의 것인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던 것뿐입니다. 이상하게도, 그 뒤로 나는 본 것의 『재인』을 할 수 없어. 그 후에 얻었던 지식은, 기억이 아니라 정보에 지나지 않아요. 세계는 영상이 아니라, 말로 모습이 바뀌어 진 정보로 변해 버렸지. 나(私)의───아니, 나(ボク)의 바깥 세계는, 열 살 무렵에서 멈춰진 그대로입니다. 요정들의 저주겠지만, 이게 어떻게 된 것인지, 무슨 수를 써도 풀리지 않을 정도로 강력해」 쿡쿡하고 그는 어린아이처럼 웃었다. 「기억이───언어에 지나지 않아?」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해 버렸다. ……나는, 쿠로기리 사쯔키라는 인물의 마음이 아직 요정에게 빼앗겨 있는 상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은 엄청난 착각이었지만, 10살 무렵부터 성장하지 않은 것이 아닐까하는 예상만은 맞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 지금의 말은, 너무나 이상하다. 본 영상을 재인 할 수 없다? 그럴 리는 없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눈으로 본 영상을 "재인" 할 수 없다, 라는 것은 과거가 없다는 소리와 마찬가지다. 아무리 기억력이 좋아도 그것을 기억 해내서 "자신이 가진 기억"이라 인식할 수 없다면, 그런 것은 책에 씌여 있는 정보와 마찬가지다. 나는, 쿠로기리 사쯔키를 어제 보았다. 그 과거를 기준으로, 지금 쿠로기리 사쯔키와 만났고 그가 어제 만났던 사람이라고 "재인" 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이 있다. 재인 할 수 없다, 라고 하는 것은 기억이 확실해도, 일치하지 않는다는 소리다. 즉 어제 있었던 일도, 쿠로기리 사쯔키는 기억해 낼 수 없다. 그에게 있어서, 모든 사건은 몇 번 반복한다 해도 처음으로 체험하는 일이 된다. 「───거짓말이에요. 선생님은 제가 코쿠토 아자카라고 알고 있잖아요. 재인 할 수 없다면, 내가 누구인지 알 턱이 없어요」 눈을 부릅뜨고, 나는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상대를 바라보았다. 쿠로기리 사쯔키는, 나의 부정의 말을 부드럽게 받는다. 「그럴까요. 나는 코쿠토 아자카라는 인간의 특징을 단어로서 기록하고 있어요. 당신을 보고서, 기록되어 있는 코쿠토 아자카의 특징과 맞아떨어지니까, 너를 코쿠토 아자카라고 인식하는 것뿐입니다. 그러니까, 이곳에 당신보다 코쿠토 아자카의 특징에 들어맞는 제3자가 나타난다면, 나에게 있어서 코쿠토 아자카는 그 제3자가 되겠지요. 당신자신이 누구인가는 관계없습니다. 내 안에는, 영상이 없습니다. 모든 것은 단어로서 기록되어 있지요. 인간의 경우에는 신장, 체중, 골격, 피부색, 머리모양, 언동, 나이뿐입니다. 나는 당신을 보고 코쿠토 아자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의 당신이라는 인간의 특징에 맞아 떨어지는 것이, 코쿠토 아자카라는 것에 제일 가까운 것뿐. 명기도, 기록도, 보존도 할 수 있어. 나는 단지 재인만 할 수 없는 거야. 물론, 이 방법으로는 끊이지 않고 문제가 생겨 버리지요. 영상으로 확인 할 수 없는 나는, 말로 물체를 구별하니까. 그러니까 머리모양 하나 바뀌는 것만으로, 그 상대를 착각하는 경우도 있어. 뭔가를 잘 잊는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자주 듣지요. 이 학원에서도, 쿠로기리 선생님은 어딘가 나사가 하나 빠진 것 같다고 소문이 나 있잖아요?」 그러고서, 쿠로기리 사쯔키는 자조적인 웃음을 지웠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몸이 진정되어 있는 것을 깨달았다. ────이 사람은, 아무도 보고있지 않다. ……알아 버렸다. 쿠로기리 사쯔키가 코쿠토 미키야와 닮은 이유와, 어디가 결정적으로 다른가 하는 이유를. 어제라고 하는 일이 기억이 아니라 기록, 데이터에 지나지 않는 이 인물에게는, 자기(自己)라는 것이 없다. 왜냐면, 자신의 추억이 없으니까. 그에게 있어서, 기억은 자기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외계에 대응하기만 하는 정보로 전락해 있다. 그곳에 쿠로기리 사쯔키라는 인간의 의지는 희박하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말을 걸지 못하며, 모든 일을 저항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아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한 점만이 아주 비슷하면서, 결정적으로 다르다. 이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받아들이는 것 뿐. 미키야처럼 거기서 되돌려주는 것이 없다. 쿠로기리 사쯔키는, 언제나 갓 태어난 아기인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웃고 있는지 어떤지도 모른다. 자신의 생각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 생각하는 것조차 할 수 없다. 그는 기억해낼 수 없으니까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이 인물은, 타인의 기억을 채집하는 것으로밖에 타인을 알 수 없다. ……어찌된 일일까. 이래서는 마치, 주위의 일에만 반응하는 기계나 똑같다. 이 애매한 세계를 확실한 것으로 결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선 자신의 의지가 필요한데도. 「당신의 현실은 언제나 불확실한 거군요, 선생님」 무언가 불쌍한 것을 보는 것처럼, 나는 말했다. 그는 끄덕인다. 「그렇지요. 그렇지만 그걸로 충분해요. 자신이 웃고 있는 실감도 없어. 이 신체도, 손가락이 다섯 개 있고 생각대로 움직이니까 나의 팔 일거야, 하고 가정할 수밖에 없지. 자신의 신체조차, 말로 변환할 수 있는 사실로밖에 인식할 수 없어. 하지만, 인간은 육체가 필요 없는 생물이잖아요? 우리들은 뇌만 있으면 족해. 결국은 뇌 내의 전기반응만이 우리들의 세계입니다. 외계는 항상 애매한 것, 그것을 확실한 것으로 결정하는 것은 각자의 머릿속이지. 성격도 육체도, 결국은 자기를 알기 쉽게 보여주는 장식밖에 되지 않아. 형체가 남는 것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이 머릿속에 있는 것뿐이지. 물질은 소비되고 마모 되어가는 것. 지구라고 하는 세계가 부서져 가는 것은 자연의 섭리입니다. 최후에는 죽어 버리는 것이 바른 존재방식이니까, 누구도 그것을 해결할 필요 따위는 없어. 우리들에게 있어서 진짜 세계는, 각자의 뇌수 속뿐이니까. 하지만, 그것조차 더러워져 있어. 그래서 나는 망각을 채집하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시도는, 인간으로서의 조건이니까. 나에게는 자기(自己)가 없어. 그렇지만 자기가 없다고 하는 나이기도 해. 확실한 육체도 확실한 현실도,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겠지요. 정신은 육체에 깃들지 않고, 현실에 의미 따위는 없어. 영원은 이곳에는 없어. 밖의 세계는 너무나 더러워져 있으니까」 평탄한, 아주 시시하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그는 말했다. 나는 정말 한순간, 이 인물의 의지에 접촉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정말로 보잘 것 없는 일이다. 이곳에는 아무도 없다. 단지 사람의 망각을 채집하는 책이 있을 뿐. ……옛날, 쿠로기리 사쯔키는 자신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마술을 배워서, 사람들의 기억을 보고 다녔다. 그렇지만 그것은 무의미했다. 결국, 기억을 되찾아 봤자 그것을 자신의 것이라고 인식할 수 없으면 의미가 없다. 그의 행동은 헛수고였다. 그렇게 목적은 바뀌어져 버렸다. 우리들의 망각을 돌아보던 사이에, 이 인물은 여러 가지 어둠을 보아 왔다. 열 살인 채 멈춰 있는 아이에게 있어서, 그것은 얼마나 공포스러웠을까. 그는 사람들의 더러움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는 세계의 더러움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것은 무섭고,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그렇지만 그는, 생각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자신의 기억이 돌아오지 않게 된 뒤에도, 계속 찾고 있었던 거군요. 당신에게는 그것밖에 할 수 없으니까」 예, 하고 위신의 서(僞神の書)는 끄덕였다. 「……어떤 마술사는 인간이 없어지는 것이 해결법이라고 결론지었지만, 나는 인간이 마음대로 지내면서, 여전히 영원히 있을 수 있는 결론을 원했어. 그렇지만 나의 사고는 뿔뿔이 흩어져서 형체가 없어. 온힘을 다해 무언가를 생각해도, 잡음투성이라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조차 알 수 없어. 계속, 모두가 평화로워지는 방법을 찾아서 고민하고 있어. 하지만, 쿠로기리 사쯔키는 그것을 도출해낼 수가 없어. 자기(自己)가 없는 그는, 이미 어떤 사실밖에 말로 할 수 없는 겁니다. 때문에, 나는 그 해답을 사람들의 기억의 바닥에서 찾았어. 지금까지 몇 천 년이라는 역사를 쌓아 온 인류입니다. 오랜 역사 속이라면, 한사람 정도는 그 해답을 발견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니까. 물론, 과거에 그런 방법은 없을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생각 한다는 미래가 없는 나에게 있어서는, 기억해낸다고 하는, 과거에서 그 방법을 찾아내는 방법밖에 대답을 찾을 수단이 없었지」 그것이 지금, 망각을 채집하고 있는 목적이라고 그는 말했다. 사람들은 잊고 있다. 모든 것에 공통하는 해답을. 그래서 우리들은 이렇게도 불완전하다고, 쿠로기리 사쯔키는 믿은 것이다. 아니, 그런 목적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다. 사람이 망각한 것 속에, 일찍이 누구도 기억해 낼 수 없는 망각에, 그가 구하는 대답이 있을지도 모른다. 쿠로기리 사쯔키에게 있어서는 그 이외에 희망은 없었다. 그렇게 해서 대답은──어디에 있었다는 소리일까. 「……한가지, 질문이 남아 있습니다」 뭔가요, 라고 하며 변하지 않는 미소로 그는 말을 받는다. 「당신은 어째서 망각의 채집만으로 멈추지 않았던 건가요. 그것을 녹음할 필요는 없었고, 우리들의 바램을 이루어 줄 필요 따위는 없던 것 아닌가요」 과연, 하고 변하지 않는 웃음 띈 얼굴로 그는 끄덕였다. 「간단해요. 나는 인간으로 있고 싶었던 것뿐입니다. 자신이 인간이라고 느끼고 있고 싶었지. 인간으로서 내 마음대로 인간만을 소중하게 취급하면, 나는 너희들의 동료가 될 수 있어.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은 자기의 의지입니다. 나는, 그것을 나타낼 필요가 있었지. 예전의 나는, 집요하게 타인의 과거만을 구했어. 그것만을 반복해 왔어. 그것은 틀림없는 나만의 의지입니다. 쿠로기리 사쯔키는, 자신의 기억을 되찾으려고 하는 목적을 잃은 뒤에도, 그것을 잃고 싶지 않았어. 그래───유일한 인간성. 취미라고 하는 오락을 그것으로 정한 것이지」 「목적이───목적이군요」 숨을 삼키는 나에게 그는 만족스러운 듯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코쿠토 아자카. 마술사란 것은 누구나 그런거야」 그것이 당신이 알고 싶어 하던 말입니다, 라고 하며 사람의 소망을 이루어 주는 마술사는 끄덕였다. ◇ 길고, 의미 없었던 문답은 끝났다. 나는 떠나기 전에, 한 가지 이 인물에게 묻고 싶은 것을 말한다. 그것은 이 사건의 조사를 명령받은 코쿠토 아자카로서가 아니라, 나로서의 코쿠토 아자카가 확실히 하고 싶은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알려주세요. 당신에게 있어서, 오우지 미사야는 무엇인가요」 나는, 이젠 이 인물에게 관심도 흥미도 없다. 단지 그 대답만이 듣고 싶었다. 혹시, 그것만이 이 누구도 아닌 인물을 개인으로 만들어 주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며. 그리고, 대답은 예상대로였다. 「오우지군은 오우지군입니다. 그게, 어때서?」 다정한 웃는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소망을 반영하는 거울로서의 그가 아니라, 쿠로기리 사쯔키라는 인물을 사랑하고 있다는 그녀에 대한 그의 진실이, 이거였다. 「오우지 미사야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데」 「예에.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환상입니다」 「오우지 미사야를, 사랑하지 않는 건가요」 「글쎄. ───그건, 그녀가 결정할 일입니다」 간결한 대답. 인간다움이 티끌만큼도 없는,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는 대답. 「당신의 의지는, 그것뿐이군요」 「예에. 그녀도 다른 학생들과 다르지 않아요. ……단지 이 학교 안에서 그녀는 뛰어난 학생이었고 아름다웠다는 것은 인정하지」 자료를 뒤지는 것처럼 말하는 그 목소리에, 나는 한 걸음 물러서 버렸다. 「───당신은, 설마」 「맞아요. 내가 망각을 채집한 것은, 1학년 4반뿐만이 아닙니다. 이 학교의 인간 모두의 망각을 채집했어요. 코쿠토군. 이 학원의 문제는 1학년 4반의 사건만이 아니에요. 단지, 당신이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것뿐이지」 그럼───레이엔의 학생은 모두, 이 인물에게 자신을 되돌려 받고 있었던 것이다. 800명 가까운 인간의 죄를 고발하고, 그것을 여러 가지 소망대로 돌려준다. ……그것은, 아주 위험한 줄타기가 아닐까. 그만큼의 숫자가 있다면, 오우지 미사야처럼 오라버니를 향한 환상을 품은 자도 있을 수 있거니와 쿠로기리 사쯔키 자신을 미워하는 학생도 나와 버릴 수 있다. ……아니, 그 정도로 이런 일을 계속 반복해 왔던 이 인물은, 아주 옛날에 누군가가 살의를 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 다음은 말할 필요 없어요, 코쿠토군. 당신이 걱정 할 필요는 없습니다. 누군가의 소망이 나를 살해하는 것이라고 해도, 그 선악은 나에게는 관계없으니까. 어떠한 소망, 어떠한 결과더라도 책임은 그 학생에게 있습니다. 그래──나로서는, 아무것도」 자신이 죽는 것조차 받아들일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것은 죽음을 각오한 말이 아니다. 나라는 것이 없는, 자신을 무시한 인간의 말이다. 「저는 착각하고 있었어요」 이전에, 나는 이 사람을 해가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 생각한 것이었다. 이것은 해가 없는 인간이 아니다. 있든 없든 상관없는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고, 어째서 알아차리지 못한 것일까──── 「당신은───결코, 미키야와 같은게 아냐」 쿠로기리 사쯔키는, 만족스럽게 끄덕였다. 나는 준비실을 뒤로한다. 이 인물에 대해 할 일 따위는, 아무 것도 없었으니까. 「오랜 질문이었어. 지금까지, 이렇게나 나를 대답하게 만든 사람은 없었는데」 「아니에요, 선생님. 지금은 코쿠토 미키야의 의지가 아닙니다. 나는 사부에게 명령받은 조사를 위해서───그리고 오우지 선배를 대신해서 당신을 알려고 한 것뿐이니까요」 그것은, 차가운 대답이었다. 그렇지만 쿠로기리 사쯔키는 정말로 기쁜 듯 쿡, 하고 작은 미소를 흘렸다 ……지금까지의 웃는 얼굴과는 다른, 어딘가 만들어 낸 듯한 어색한 웃음을. 「오우지군은 구교사에 있어. 너와 료우기군이 생각대로 되지 않으니까 계획을 앞당긴 거겠지. 1학년 4반 학생들을 구교사에 모아 놓고 불을 지를 거라고 말했어. ────그렇지. 멈추게 할 거라면 서두르는 편이 좋아」 그 말을 듣고, 나는 뛰쳐나갔다. ……마지막으로. 그 말만은, 그가 스스로 자아낸 것이었다고 깨닫지도 못한 채. / 6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어두운 숲에 둘러싸인 이 교사는, 뚝뚝 빗소리를 내면서, 누구에게도 접촉 받지 않으며 우두커니 서있다. 절반이 불타버린 그 초등부 건물은, 이제 곧 남은 반신마저도 불타서 사라지려 하고 있었다. ……목적인 그녀들은 4층의 교실에 모여서, 그대로 잠들었다. 나는 직접 손을 대지 않는다. 이제는, 그녀들 중 누군가가 스스로 불을 붙이는 것을 기다리자. 부서진, 아무도 없는 구교사에서 비를 기다린다. 2층 복도에서 어두운 숲을 바라보고 있는데, 코쿠토 아자카라는 학생이 나타났다. 나는 우울한 한숨을 흘리며, 그녀를 맞이하러 가기로 했다. ◇ 가랑비가 검은 제복을 적신다. 겨울비는, 눈처럼 차가웠다. 토하는 입김은 하얗고, 목덜미가 찡하고 울린다. 그런 얼어붙은 공기 속을 지나서, 코쿠토 아자카는 구교사에 도착했다. 어제 찾아왔을 때처럼, 승강구로 안에 들어간다. 절반이 불에 타 문드러진 초등부 건물은, 이미 몇 십 년이나 방치된 폐가처럼 적적했다. 학생인 아이들의 목소리도, 학교로서의 숨결도 끊어져 있다.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은 끼이끼이하는 작은 벌레 소리와, 코를 찌르는 마른 냄새뿐. 그녀는 킁, 하고 코로 냄새를 맡고서 그것이 가솔린 냄새라고 알아차렸다. 코쿠토 아자카는 화약이나 연료의 냄새에 보통 사람보다 몇 배는 민감하다. 「──아아, 귀찮아」 양어깨를 늘어뜨리면서, 아자카는 그런 한숨을 쉬었다. 「한번밖에 대화를 나눠보지 않은 상대를 위해서 몸을 던지다니, 정말, 바보 같아」 복도를 걸어가면서, 아자카는 오른손에 장갑을 낀다. 차(茶)색을 띈 가죽장갑은, 그녀의 스승에게서 물려받은 물건이었다. 불도마뱀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그 장갑은, 발화시키는 것뿐인 그녀의 능력에 잘 견디며, 동시에 그것을 폭발시켜 준다. 전투준비를 하고, 아자카는 2층으로 이어진 계단 앞에 멈춰 섰다. 2측으로 이어진 계단의 층계참에, 오우지 미사야가 기다리고 있었다. 「질리지도 않는가보군요, 코쿠토씨」 마음에 든 하급생을 나무라는 듯한 우아한 말투로 오우지 미사야는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계단의 층계참에 진을 친 상태로, 복도에 있는 아자카를 내려다보고 있다. 미사야의 주위에는 무수한 소리가 반향 되고 있었다. 그것은 아자카에게는 보이지 않는, 요정이라고 불리는 것들이다. 벌레들은 날개 소리를 내며, 이제나저제나 여왕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저 사냥감에게 덤벼들어라, 라고 하는 단 한마디의 명령을. 이전과 다르지 않은 압도적인 전력차로 볼 때, 지금의 아자카의 위치는 확실히 불리했다. 계단 위에 있는 미사야와 아래 있는 그녀와는, 거리가 너무나 벌어져 있다. 그 상황을 무시하고, 아자카는 미사야에게 말을 걸었다. 「선배는 거짓말쟁이네요. 1학년 4반 학생들은 자살이 아니면 안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당연합니다. 저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이곳에 모여서, 스스로 타 죽는 것에 변함은 없어요. 사실은 각자 회개하게 만들어야겠지만, 예정을 앞당겼어요. 아직 죽고 싶어 하고 있는 학생은 반수 정도지만, 곧 모두 그렇게 될 거에요. 여기서 전원이 불타 죽어도 결과에 큰 차이는 없겠죠」 「흐응───자살 지원자가 있던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데요. 하지만 죽기 쉬운 상황과 죽어도 좋을 것 같은 분위기를 준비하면, 분명 몇 명의 죽음에 대한 갈망은 모여 있는 클래스메이트들을 길동무로 만들어 버리겠죠」 참혹한 얘기네요, 하고 아자카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다. 그 몸짓에 긴장의 빛이 전혀 보이지 않아서, 오우지 미사야는 의심스러운 듯 얼굴을 찡그린다. 「코쿠토씨. 당신, 그녀들을 구하러 온 것 아니에요?」 「설마. 저, 아직 하나님을 믿지 않는 걸요. 그래서 죄라던가 벌이라던 가에 신경 쓰지 않아요. 저 애들은 자살하고 싶어 하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그것을 말리는 짓은 쓸데없는 참견이잖아요」 빙긋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공주님처럼 순진한 미소를 띄우며, 코쿠토 아자카는 오우지 미사야에게 시선을 주었다. 거기에 거짓의 감정은 보이지 않는다. 코쿠토 아자카는, 정말로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미사야의 표정은 점점 험악해져 간다. 그렇다면───그녀는 무엇 때문에 이곳까지 온 것일까? 「그렇다면, 나에 대한 보복인가요?」 「의미적으로는 가까울까요. 내가 이곳까지 온 것은, 오우지 미사야가 불쌍해서니까요」 그렇게 말하고, 아자카는 오우지 미사야의 모습을 똑똑히 응시했다. 초등부 건물이기 때문에, 계단은 그렇게 단차도 높지 않고 단수도 많지 않다. 리듬 좋게 뛰어 올라가면, 미사야에게 다다르는데 2초도 걸리지 않겠지. 「───내가, 불쌍하다구요?」 오우지 미사야의 눈동자에, 불같은 적의가 이글거린다. 지금이라도 막 요정들을 풀어버릴지도 모르는 그녀를 앞에 두고, 아자카는 미동도 하지 않고 물었다. 「선배. 당신은 어째서 쿠로기리 선생님에게 상담했나요?」 오우지 미사야는 그가 나의 오라버니이기 때문에, 라고 곧바로 대답했다. 「그렇군요. 그럼, 그 힘은 누구에게서 얻었나요?」 그것도 오라버니에게서, 라고 그녀는 대답한다. 「그렇다면───당신은, 언제 쿠로기리 선생님을 오라버니라고 알았나요?」 그것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렇게 말하다가, 그녀는 그 지극히 간단한 모순점을 깨달았다. ……어떻게. 지금까지 이런 단순한 모순을 깨닫지 못했던 걸까, 하고 놀라면서. 「──────」 미사야는 작은 목소리를 흘린다. 그래서는, 순서가 이상하니까. 「그런거에요, 선배. 당신은 그가 오라버니이기 때문에 상담했던 것이 아니었죠? 당신은, 단순히 쿠로기리 선생님이 담임이었기 때문에 상담했던 것뿐이에요. 그것도, 분명 다치바나 카오리에 대한 것이 아니에요. 당신은 이 학원에서 최고의 권력자인걸요. 쿠로기리 선생님과 상담 같은 걸 하지 않아도, 하야마 히데오 본인을 직접 추궁할 수 있었죠. 그 결과───하야마 히데오는 죽어 버렸어요. 총명한 당신이었으니, 그것은 정말로 불행한 사고였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어쨌든 하야마는 죽어 버렸어요. 당신이 상담했던 것은 그 일 때문이 아닌가요, 오우지 선배」 오우지 미사야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녀는 그저 아무것도 없는 허공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곳에, 있지도 않은 사람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미사야는 자신을 바라보는 하급생조차 잊고서, 그저 자신의 생각에 빠져있다. 오라버니. 오라버니────언제부터 그것을 알았던 것일까.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리가 없다. 왜냐하면, 나는 오라버니의 얼굴 따위는 털끝만치도 기억하고 있지 않았으니까. 그렇다면───알 방법은 한가지뿐이다. 요정을 부릴 수 있게 되어서, 쿠로기리 사쯔키의 기억을 빼앗았다. 그 조각에, 최면술처럼 쿠로기리 사쯔키가 자신의 오라버니라고 쓰여져 있던 것뿐일지도 모른다. 왜냐면, 그것 이외에 알 방법이 없었으니까. 「나, 나는─────」 「알 수 없겠죠. 오우지씨, 당신은 자신의 기억으로 쿠로기리 선생님을 오라버니라고 인식했던 것이 아닌걸요. 당신은, 쿠로기리 선생님에게서 빼앗은 기억으로 밖에 그것을 알지 못했어요. 타인의 기억은 어차피 타인의 것이잖아요? 그곳에 오우지 미사야로서의 진실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아요. 당신은, 단지, 거울을 보고 있던 것뿐이었어요. 쿠로기리 사쯔키는, 당신을 위해서 무언가를 해준 것이 아니에요. 그에게 있어서, 당신은 거기에 있는 요정과 다를 바 없어요. ──오우지 미사야는 요정을 사역하는 듯 했지만, 실제로는 자기 자신이 사역 당하고 있는 요정이었으니까──」 그렇게 말하고서, 아자카는 시키의 말을 생각해 냈다. 미사야 자신이 잊고 있다고 말한 그녀는, 처음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거…………짓말」 신음하듯, 오우지 미사야는 말했다. 「그런 건, 거짓말이야────!」 격앙과 함께, 요정들은 탄환으로 바뀌었다. 공중에 정체되어 있던 날개 소리는, 칼날처럼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코쿠토 아자카에게 달려든다. 그것은, 기관총의 소사(掃射) 같은 폭력의 폭풍. 그렇지만 그것보다 빠르게, 그녀는 달려 나가고 있었다. 양 주먹을 눈앞으로 가져온 채로 앞으로 수그리고 계단을 뛰어 올라간다. 자신의 몸을 꿰뚫으려는 요정들을, 그녀는 몸을 옆으로 슬라이드 시키는 것만으로 멋지게 회피했다. ……요정들의 무리가 표적으로 향해 발사된 탄환이라면. 그녀는 사냥감을 덮쳐드는 육식동물 그것이었다. 단 세 발짝만으로 계단을 주파한 그녀는, 앞으로 수그린 채 오우지 미사야 앞에 발을 멈춘다. 탕하고 발을 내딛으며, 휘이 하고 휘파람처럼 토해진 호흡. 퍼 올리는 듯한 보디블로는 곡선을 그리며 오우지 미사야의 복부를 스치고, 그 등 뒤로 내찔러졌다. 화륵, 하고 아무 것도 없을 공간에서 소리가 난다. 「AzoLto────!」 주먹의 착탄(着彈)을 확인하면서, 아자카는 그런 단어를 발음했다. 마술을 발동시키는 주문은, 그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로 변한다. 그, 마술의 발동에 필요한 의식을 극단적으로 요약한 영창이, 코쿠토 아자카에게 있어서의 주문이었다. 대기가 한순간에 불타오른다. 미사야의 등 뒤에 있던 무언가는, 고민의 소리 같은 것을 지르면서 불타 간다. 목제 인형에 가솔린을 끼얹고 불을 지른 것처럼 화염은 명확히 무언가의 형체로 불타올랐고, 이윽고 화염과 함께 사라져갔다. 후우, 하고 화탄(火彈)의 사수(射手)는 숨을 토한다. 「……이것이 당신이 몸에 익히고 있던 마술의 정체. 마술은 몸에 익히는 것이 아니라, 그 몸에 새기는 거에요. 선배처럼 한두 달 만에 마술을 사용한다는 것은 불가능해요. ……쿠로기리 선생님은 당신 자신에게 요정을 붙이는 것으로, 그 문제를 해결했어요」 발화에 의해 여전히 불이 붙어있는 오른손의 장갑을 움켜쥐면서, 코쿠토 아자카는 그렇게 말했다. 오우지 미사야는 멍하니───홀리고 있던 것이 떨어져 나간 것처럼, 멍한 눈동자를 한 채로 털썩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는다. 「……그래. 그런, 거군요」 그렇게 중얼거리고, 오우지 미사야는 소리도 없이 웃었다. 좀더 빨리 깨달았어야 했다고, 자기 자신을 비웃으면서. … 그녀는 회상한다. ……그 때. 하야마 히데오를 추궁했을 때, 말싸움이 되어 하야마 히데오에게 폭력을 행사 당했다.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거역당한 일이 없었던 나는, 이성을 잃고 정신없이 하야마 히데오를 떠밀었다. 단지 그것뿐인데, 그 운 나쁜 남자는 죽어버렸다. “이젠,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말하며, 나는 쿠로기리 사쯔키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아버지에게도 학장에게도 상담할 기분이 들지 않았다. 나는───전부터 계속 사모하고 있던 쿠로기리 선생님에게만, 자신의 죄를 고백했다. 그 사람은, 신기한 사람이었다. 영광이나 결과에 집착하는 인간밖에 알지 못하는 나는, 그 무엇도 집착하지 않는 쿠로기리 사쯔키를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선생님이라면 도와줄 것이라 꿈꿨던 것이다. 그리고 바램대로, 그는 모든 것을 해결해 주었다. 오라버니에 대해 환상을 품고 있던 나. 그것을 형체로 만들어준 사쯔키. 카오리의 죽음에 보복하고 싶었던 나. 그것을 가능하게 해줄 힘을 알려준 사쯔키. 그는, 깨끗한 것은 더러운 것에 접촉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어째서, 그때 깨닫지 못했던 것일까. 그것은 나와 그녀들의 일이 아니었다. 그는 말했다. 더러워지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 이외의 것을 사용하지 않으면 된다고. 그때, 사실 나는 알고 있었다. 설령 나 자신이 그녀들을 죽이지 않더라도. 나 자신이, 그녀들의 죽음을 바라는 거라면. “하지만. 그래도, 결과로서는───똑같은 일이 아닐까요, 선생님?” ……그때의 나는 그에게 그렇게 말했으면 좋았을 텐데. … 「말하지 않는게, 좋았었어」 오우지 미사야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바라보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녀는 옆에 서 있는 나를 의식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그 말은 그녀 자신에게도, 나에게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도 알고 있었어. 사쯔키는, 자연스러웠으니까. 자연스럽던 사쯔키를 사랑한 나는, 그런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되었어. 그렇지만 그렇게 자신만의 무언가로 만들지 않으면 불안했던 거야. 나는, 사쯔키가 다른 누군가의 것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것은 바꿔 말하면, 자신의 것도 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소리야. 나는 그저 보고 있는 것만으로 좋았어. 설령───그가, 나를 그 무엇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더라도, 그것만으로 좋았었는데」 무언가, 이미 먼 옛날의 일처럼 그녀는 말했다. ……닮았어요, 선배.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역시 나와 오우지 미사야는 닮았다. 자신보다 소중하게 생각할 정도의 상대인데도, 그것을 말한 순간 소중해지지 않게 되어 버리는 관계. 나도 알고 있다. 나의───우리들의 마음은 결코 형체가 되어서는 안 되는 사랑이란 것을. 「그래도────구하지 않을 수 없었어」 그것이 제일 무거운 죄라고 말하듯, 그녀는 말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말하고 있었다. 「선배. 다치바나 카오리를 자살로 몰아넣은 것은 쿠로기리 선생님이에요. 그 사람에게 있어서, 특별한 것 따위는 존재 하지 않아요. 당신의 복수는 처음부터 의미가 없던 것이었어요」 「바보군요, 코쿠토씨. ……그런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 그런 말만을 남기고, 오우지 미사야는 바닥에 엎드렸다. 참회하는 것처럼 얼굴을 바닥에 대고, 그녀는 웃고 있다. 쿡쿡하고 흘러나오는 웃음은, 어쩐지 우는 것처럼 흘러나오고 있었다. ◇ 나는 그녀를 남기고, 아이들의 교사를 떠난다. 숲에 내리는 비는 이윽고 안개가 되어, 돌아오는 길을 숨기고 있는 것 같았다. 망각녹음\ 7 어렸을 적의 꿈을 꾸었다. 아직 내가 코쿠토가에 살고 있던 무렵의, 아주 오래된 추억을. 달이 밝은 밤의 일이다. 그 날 낮에, 이웃집에 살고 있던 할아버지가 타계했다. 그 사람은 평범한 이웃으로, 젊을 때 가족을 잃고 혼자 사는 쓸쓸한 노인이었다. 치매를 앓고 있어서 어제의 일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었지만, 아주 상냥하고, 따스한 할아버지였다. 나는 멀리했고, 오라버니는 그 노인과 친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노인은 자신의 고독을 메우듯이 이웃집 소년과 이야기했고, 오라버니는 순수한 친애(親愛)에서 이웃집 할아버지와 지내고 있었다. 어느 날, 아무런 전조도 없이 그 노인은 바닥에 엎드린 채 눈을 뜨지 않았다. 그것을 나와 오라버니는 저녁때 부모님에게서 들었다. 아무렇지도 않던 식탁의 공기는 긴장되었고, 나도 그 불쌍한 노인을 위해서 눈물지었다. 그 사람은, 가족을 잃고서 몇 십 년이라는 모진 시련을 견디다가, 역시 보답 받지도 못하고 죽어 버렸다. 그때의 차갑던 나도, 그것은 슬픈 일이라고 느낄 수 있었으니까. 나조차 그랬으니, 오라버니는 울겠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울지 않았다. 아주 슬픈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결코 울지 않았다. 허세를 부리는 걸까, 하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은 오라버니의 괴로워 보이는 눈이 말하고 있었다. ……슬프다면 울면 될텐데. 미키야는 그런 모습인 채로, 눈물 흘리는 일은 없었다. 며칠 후. 나는, 할아버지가 임종을 맞은 것을 발견한 사람이 놀러 갔던 오라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달이 밝게 빛나던 밤, 나는 툇마루에 나가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툇마루에는 오라버니라는 먼저 온 손님이 있었으니까. “어째서 울지 않는 거야?” “응, 글쎄” 곤란한 듯한 얼굴로, 오라버니는 나를 내려다본다. 눈동자는 아직도 몹시 슬퍼 보였고, 그리고 아주 상냥했다. “남자는, 울면 안 되니까?” 아버지의 말을 기억해서 물어 보아도, 오라버니는 고개를 가로 저을 뿐이었다. “저기, 어째서 울지 않는 거야?” “응. 울고 싶어도, 울 수 없어” ───그것은, 특별한 일이니까. 그것만 말하고, 오라버니는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그 옆모습은 지금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았지만, 그래도 결코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이때, 나는 알아 버렸다. 남보다 몇 배는 누군가를 동정하고, 남보다 몇 배는 울어 버릴 것 같은데도, 이 사람은 절대 울 수 없다고. 무언가를 위해서 눈물을 흘린다는 일은 아주 특별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주위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슬픔의 표현이기도 하며, 마음의 동요를 감염시키는 행위이기도 하다. 운다는 행동은 특별하다. 그것만으로 주위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이 사람은 울 수 없는 것이다. 한없이 평범하고, 누구보다도 사람을 상처 입힐 수 없는 기원을 가진 이 사람은, 설령 자신이 아무리 슬프더라도 무언가를 위해 눈물 흘리는 일조차 할 수 없다. 울어 버리면, 누군가가 특별해져 버리니까. ───그것은 누구와도 사귈 수 있는 대신에 얻은,    누구에게도 눈치 채게 하지 않는 텅 빈 고독. ……이 때. 나에게 있어서, 코쿠토 미키야는 소중한 사람이 되었다. 이런 나 따위보다 훨씬 소중한, 절대로 잃어서는 안 되는 것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달이 밝게 빛나는 밤. 남매 둘이서 별을 올려다본다. 그것이 나에게 있어서의 원풍경(原風景). 계속 잊고 있었고, 계속 기억해 내서는 안 되는, 머나먼 날의 꿈이었다. ◇ 1월 11일, 월요일. 학교가 시작하고, 나는 평소대로의 학교생활로 돌아와 있었다. 수업을 마치고 교실을 나온다. 기숙사에 돌아와서 준비를 마치고, 시스터에게 외출계를 제출한다. 시스터는 떨떠름한 표정을 보여주었지만, 오케이를 받아내고 기숙사를 나오다가 그곳에서 후지노와 마주쳤다. 「나가는 거에요? 아자카」 「잠깐 동안만. 혹시 통금(門限)시간까지 못 올지도 모르니까, 세오(瀨尾)에게 잘 말해 줘」 아름다운 긴 머리를 가진 동급생에게, 룸메이트에게로의 전언을 부탁하고 나는 서두른다. 빠른 걸음으로 숲을 빠져 나와서 레이엔의 교문에 다다른다. 수위 아저씨가 개인용 문을 열어줘서 밖으로 나오자, 그곳에는 아는 인물이 멍하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인물은 검은 색 일색의 옷에, 밝은 차색을 한 코트를 걸치고 있다. 이 겨울 날씨 속에서 얼마나 기다리고 있었는지, 안경이 걸린 코끝이 빨갛게 되어 있었다. 달려온 나는 호흡을 깨끗이 고르고,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기다렸어요? 오라버니」 「으음, 글쎄. 그렇게 길지는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웃는 얼굴로도, 불평으로도 보이는 애매한 얼굴을 하고, 코쿠토 미키야는 그렇게 말했다. 「그러면 갈까. 기숙사 통금시간까지 앞으로 두 시간 밖에 없으니까, 서두르자」 그렇게 말하며 미키야는 걷기 시작한다. 그의 옆에 서서, 나는 설레이는 마음을 나름대로 자제하고 있었다. 레이엔의 높은 벽을 끼고, 우리들은 역으로 향해 걸어간다.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렸냐 하면, 시작은 어제의 미키야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그 정월에 약속을 어겼던 일을 신경 쓰고 있었던 것 같은 미키야는, 그 보충을 하자고 말해 온 것이었다. “조금 늦긴 했지만, 세뱃돈 필요하지 않아?” 라고 하는 오라버니의 말에 한발 양보해서, 나는 정월의 사건을 용서해 주었던 것이다. ……정말, 애매하게 타산적인 나 자신이 싫어지지만, 그것은 그것으로 좋을까 하고 인정하기로 한다. 왜냐면, 처음으로 선물 받을 것을 고민하는 사이에 날이 밝았고, 이렇게 걷고 있는 지금까지도 고민하다니, 귀엽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아자카는 어느 쪽이 좋아?」 갑자기 그런 말을 듣고, 나는 네?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니까, 저녁 말야. 일식이야 양식이야. 밥 사준다고 말했잖아」 「─────예?」 다시 한번, 나는 작은 새처럼 고개를 갸웃거린다. 도통, 의미를 알 수 가 없다. 지.금, 이.녀.석.이. 무.슨.소.리.를. 하.는.걸.까? 「……저기 말야, 어젯밤, 뭐가 갖고 싶냐고 물으니까 정하지 못하겠다고 말해서, 그러면 식사로 하자고 결정했잖아」 나는 깜짝 놀라며 미키야를 올려다본다. 그러고 보니, 내가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대답하니까 그러면 식사로 할테니까 밖으로 나와, 라고 말하고서 그대로 전화가 끊어지지 않았던가……!? 「……할 수 없지. 정하지 못했다면, 어딘가 적당히 맛있을 것 같은 집에 들어가 볼까. 괜찮아, 오늘은 큰돈을 찾아왔으니까 엄청난 가격의 가게라도 무섭지 않다구」 그러니까 안심해, 라면서 미키야는 웃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뭐 이런 일이 다 있지. 이 사람, 밥 한 끼 사주면 여자가 기뻐할 거라고 진짜로 생각하고 있는 걸까? 「……생각한거겠지, 역시」 하아, 하고 한숨을 쉬며 중얼거린다. 미키야는 뭐? 하고 되물어 왔지만, 나는 무시하기로 했다. ……왜냐면, 불평해도 어찌할 방법이 없다. 나는 이 사람이 그런 사람이라서 좋아하게 되었는걸. 이쪽의 이상을 억지로 밀어붙여 버렸다가는, 나의 사랑은 길을 잃어버리고 어딘가로 사라져 버린다. 「……그렇지. 실패 사례도 예상 했던거고」 자중자중, 하면서 주문처럼 마음속으로 반복한다. 「뭐야. 아까부터 혼잣말이 많아, 아자카.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그렇게 물어오자, 나는 조용히 고개를 흔들었다. 어차피 세상일이란 별 것 없으니, 큰일도 아니다. 「아무 것도 없어요. 단지, 나는 선배처럼 실패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뿐이에요」 힘주어 대답하고, 나는 미키야의 팔을 끌어안았다. ……응, 분명 이 정도는 남매로서도 허용되는 범위겠지. 미키야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면서, 평소대로 걸어간다. 나도 그것에 따라 평소대로 걸었고, 이윽고 눈부신 장식이 넘쳐나는 거리가 보였다. 조금 늦은 나의 새해는, 이런 식으로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에 맞게, 저녁식사는 화려하기 그지없는 일식이 되었다는 얘기다. / 망각녹음 그 날의 수업을 마치고, 쿠로기리 사쯔키는 준비실에 돌아왔다. 하늘은 며칠 동안 계속되는 흐린 날씨로, 복도는 모노크롬 사진처럼 아주 조용했다. 준비실의 문을 열고, 안의 상황을 천천히 바라본다. 물건이 넘쳐나는 그의 방은, 그렇지만 생활감이라는 것이 배제되어 있었다. 잿빛 햇살에 비춰진, 시간이 멈춘 준비실. 그 풍경이 쿠로기리 사쯔키의 기록되어 있는 정보와 일치하는지 확인하고서 그는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탕, 하고 문을 닫았다. 「──────」 동시에, 그는 날카로운 아픔을 느꼈다. 시선을 내린다. 그녀는 나이프를 쥐고, 깊숙히 쿠로기리 사쯔키의 복부를 찌르고 있었다. 「────누구니」 조용하게, 그는 말했다. 학생은 대답이 없다. 그저 나이프를 쥔 손을 떨면서, 얼굴을 들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 그는, 그런 그녀의 몸을 관찰했다. 신장, 체중, 머리색, 머리모양, 피부색, 골격. 쿠로기리 사쯔키가 기록하고 있는 한, 그 학생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학생은 한 명밖에 없었다. 하지만──── 「너인가. 나를 죽이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었던 거구나?」 학생은 대답이 없다. 그는 한번 어깨를 늘어뜨리더니, 자신의 손을 그녀의 어깨에 얹었다. 다정하게, 그녀의 공포를 진정시키는 것처럼. 「그러면 이제 가 보도록 해. 너의 용건은 끝났어」 학생은, 그 말에 꿈틀하고 몸을 떨었다. 쿠로기리 사쯔키는, 자신을 죽이려는 상대에게조차 상냥했다. 살인을 하는 것 보다, 그 사실 쪽이 두려워진 걸까, 그녀는 나이프에서 손을 떼고 방에서 뛰쳐나갔다. 그 등을 최후까지 바라보아도, 그는 알 수 없었다. 저 학생은, 대체 누구였을까. 여러 가지 특징은 어느 한 명의 학생을 특정 시키고 있었지만, 단지 그 학생과는 머리 모양이 달랐다. 그것만으로 그에게 있어서 그녀는 모르는 타인이었다. 머리 모양을 바꾼 것뿐인지도 모른다고 해도, 단 한 부분이 기록되어 있던 정보와 다르다면─────쿠로기리 사쯔키에게 있어서 저 학생은 처음 보는 타인이니까. 그는 스스로 준비실의 문을 닫고, 안에서 문을 걸어 잠갔다. 피를 흘리면서, 방의 모든 문을 조심스레 닫아 갔다. 이윽고 몸이 움직이지 않게 되어, 그는 벽에 등을 기댄 채로 주저앉았다. ───죽음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언제나, 나는 이 결과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몸을 관찰했다. 피를 흘려서 빨갛게 물든 그것은, 지금까지 기록하고 있던 쿠로기리 사쯔키의 몸과는 달랐다. 그래서일까. 이제부터 죽는 것인가 하는 공포는, 자기(自己)라는 것과 비슷하게 아주 희박했다. 그───아니, 나는 지금의 쿠로기리 사쯔키를 채집한다. ……출혈은 심하다. 아마도 살아날 수 없겠지. 죽음에 이를 때까지의 시간은, 앞으로 10분 정도겠지. 그럼, 하고 숨을 쉰다. 하다못해 죽을 때까지의 그 시간을, 자유롭게 쓰고 싶었다. 하지만 10분은 너무 짧다.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에 답할 수 있을까? 아니, 시간의 길이는 문제가 아니겠지. 그는 지금 태어나서, 그리고 10분 후에 사망한다. 말하자면 이 시간은 그의 인생이다. 이 정도로 긴 시간도 없다. 자아, 무언가 생각하자. 무언가를 사색해 보자. 지금까지의 자신이라면 무엇을 생각해야만 하는가 하고 그 모든 것을 사용해 버렸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깨끗해진 이 인생 속에서, 그는 놀랄 정도로 스무스하게 의제(議題)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호흡은 거칠다. ───십분은 길다. ───출혈은 심하다. ───인생은 짧다. 공백에 씻겨 가는 두뇌가, 의미도 없이 그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그렇지. 우선은 태어나기 전에 대해 생각해 보자」 마지막에, 그는 해답에 다다랐다. 궁극의 망각이란 건, 즉 생전의 기억이다. 사람은, 태어나기 전의 기록만은 가지고 있지 않다. 자신이 태어나기 전의 세계. 그것은 아주 무의미하고, 평화롭다. 아아, 고민은 너무나 간단한 것. 「결국, 나만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세계는 이렇게나 평화로웠어」 기뻐하며, 즐거워하며, 쿠로기리 사쯔키는 웃었다. 그런 것에 무슨 의미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단 한 가지. 이 오랜 시간 속에서, 그는 처음으로, 자신이 웃고 있는 거라 실감할 수 있었다. / 7 … ───마술사는 말했다. 나라도, 말(言葉)만은 죽일 수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죽어버리겠지. 모든 것은 전부 사라지고, 없어지고, 죽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과거와 미래의 경계가 애매해져 버린다. 모든 것은 되돌아오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없어지지 않도록 소중하게 다루는 것이다. ……애초에, 어째서 없어지는 것 정도로 그것을 영원하지 않다고 말하는 걸까. 사라져 버리더라도, 잊혀져 버리더라도, 물체의 존재는 변하지 않는다. 바뀌는 것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들 자신의 마음의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말해 주었어야 했다. 그러니까───망각에서 영원을 구하는 일 따위는 의미가 없다고. 잊어버릴 수 있는 것은 당연한 듯이 잊혀지고, 이제 더 이상 변형되는 일없이 잠든다. 봐라───망각한다는 행위 그 자체가, 영원을 정의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예전의 내 안에 있던 '시키'라는 소년이, 그 날들을 나에게서 망각시킨 이유를, 지금은 알 수 있다. 그는 정말로 소중한 추억을, 지금을 살아가는 나 자신의 마음에 의해 바꿔지지 않도록, 소중하게 잠들게 해준 것이다. 설령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그것이 있었던 것만은 변하지 않으니까. ……저 마술사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을 테지만, 그것을 답으로 인정할 수 없었다. 자기(自己)가 없는 그는, 확실한 것이 없기 때문에, 말(言葉)이라는 죽지 않는 것으로 영원을 원했던 걸까. ────정말이지, 보답 받을 수 없다. 말로 할 수 있는 영원 따위는, 그것이야말로 아무런 가치도 없는데도. … ◇ 1월 7일이 되어, 나는 답답한 레이엔의 교복에서 해방되었다. 아자카를 아직 학원내에 남겨둔 채로, 나 료우기 시키는 레이엔 여학원의 교문을 빠져나와 있었다. 예정되어 있던 전입수속을 취소하는데 하루가 걸려 버렸지만, 사건 자체는 해결했기에 학원 측에도 딴소리는 없었을 것이다. 아키타카가 보내준 남색의 쯔무기를 입고, 그 위에 가죽점퍼를 걸치고서 나는 유유히 이 숲과 교사의 세계에서 밖으로 나온다. 그러자, 그곳에는 아는 얼굴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한가한 놈. 뭐하고 있는 거야, 이런데서」 「저기 말야. 나도 항상 한가한게 아니라구. ……응, 한가하지는 않지만, 오늘은 우연히 한가 했어」 그러니까 할 수 없잖아, 하며 미키야는 어깨를 늘어뜨린다. 그 몸짓에 안도하며, 나는 쭈뼛쭈뼛 오한을 느끼면서 고개를 가로 저었다. ……사실은, 한동안 미키야와는 만나고 싶지 않았다. 기억해 내버린 기억의 조각이, 내 안의 불안을 조금씩 키워 가고 있으니까. 그래도 지금은 그런 두려움 보다, 이 녀석의 멍한 모습 쪽을 원했던 것 같다. 「……그래. 그러면 시간이라도 때울 겸 같이 놀아줄까. 마침 시시한 이야기를 들은 참인데, 너한테도 얘기해 주지」 그렇게 말하며, 나는 걷기 시작한다. 미키야는 솔직하지 않은걸, 하는 폭언을 토하면서 나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쿠로기리 사쯔키와 오우지 미사야의 이야기가 끝날 무렵, 나와 미키야는 우리들이 살고 있는 거리를 지나쳐 있었다. 걸어가면서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아무 생각 없이 서로의 집을 지나쳐 버렸던 것이다. 우리들은 암묵적인 양해아래, 토우코씨의 사무소를 향하는 모습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말야. 어째서 1학년 4반의 사건만이 겉으로 드러난 걸까. 아자카의 말로는 쿠로기리 사쯔키는 학생 전원의 기억을 채집했다고 했잖아」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의문을 이야기하자, 미키야는 까다롭다는 표정으로 끄덕였다. 「그건 오우지 미사야의 소원이 1학년 4반의 학생에게 향한 보복이었기 때문이겠지. 망각한 기억을 편지로 보내고 있었던 것은, 미사야가 그것을 바랬기 때문이야. 그러니까 다른 학생은 망각을 채집 당하는 것만으로 끝났던 거지」 「바보 취급하지 마,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어. 요는, 어째서 오우지 미사야의 소원만이 사건을 일으켰냐는 점이잖아」 「그렇네. ……분명, 오우지 미사야만은 특별했어. 다른 학생들은 말야, 그 소원 자체를 쿠로기리 사쯔키가 형체로 만들어 주고 있었잖아. 그렇지만, 오우지 미사야는 다르지? 그녀의 소원은, 그녀 자신의 손에 의해서 실행되게 되어있었어 ……이 차이는, 크다고 생각해」 ……그런가. 들어보니 그 말 대로다. 쿠로기리 사쯔키는, 스스로를 거울이라고 말하고 있면서 오우지 미사야에게 대해서만은 거울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째서?」 미키야는 대답하지 않는다. 우리들은 한동안 말없이, 겨울의 추운 공기 속을 걷고 있었다. 긴 침묵과 생각 뒤에. 미키야는, 슬퍼하듯이 나를 보았다. 「시키. 쿠로기리 사쯔키는 말야, 실제로 여동생이 있었어」 그는 그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다. ……이유는, 그것만으로 충분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녀가 그의 진짜 여동생이더라도, 반대로,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이제 와서는, 진실을 아는 사람은 쿠로기리 사쯔키 뿐이겠지. ……그리고 사쯔키 자신조차, 그것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진실은 영원한 어둠 속이다. ───얼마나 우스운가. 이런 곳에도 영원이 있다. 「……웃기는 얘기야. 불쌍하구나, 쿠로기리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말했다. 자기(自己)가 없는 그 마술사는, 정말로 몇 개월 전의 나와 아주 비슷했으니까. ……그렇지만. 나의 그 감상에, 미키야는 의외란 듯이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놀랬어. 시키는 그에게 당했으면서도 그의 편을 드는 거야?」 「편드는 것이 아냐. 단지 미워하지 않을 뿐이지」 그래, 미워하지 않는다. 미워할 리가 없다. 그것은, 왜냐하면──── 「그 녀석, 미키야와 비슷했으니까」 「에?」 「미키야의 성은 검은 오동나무(黑い桐)잖아. 그 녀석은 검은 안개(黑い霞)야」 나는 그런 시시한 대답을 하고 있었다. 미키야는 옆에서 쓴웃음을 짓는다. 「과연. 돈지(頓智)가 있는데, 그건」 나의 말을 전부 농담으로 알아들은 것이겠지, 미키야는 천진스레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돈지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건 사어(死語)잖아, 미키야」 곁눈질로 미키야를 바라보며, 나는 어이가 없다는 투로 그렇게 말한다. 「────아」 거기서 어떤 것을 깨닫고, 나는 살짝 웃어 버렸다. 「어라, 왜 그래?」 「아니. 내가 죽일 수 없었던 것을, 너는 지금 죽였구나 해서」 나의 대답에 미키야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생각에 잠겨 버렸다. 그것도 당연할까. 이런 독백, 미키야에게 있어서 뜬금없는 이야기일 테니까. 「아무것도 아냐. 의미 없는 혼잣말이니까 잊어 버려. 이런 건, 당연한거니까」 ……그래. 현대에는 말조차 죽여 버린다. 보편성을 잃은 말은, 그 의미가 박탈되고 단순한 발음으로 전락해 버린다. ……마치, 유년기에 남진 채 성장해 버렸던 저 마술사처럼. 「뭐야 그건. 미안하지만 나는 시키처럼 위험한 성격이 아니라구. 누군가를 때려본 적도 없으니, 죽이거나 할 리가 없잖아. ……아아, 없겠지. 응, 분명 없다고 생각하지만───」 재주도 좋게, 미키야는 자기 자신의 대사로 더욱 깊이 생각에 빠져 들어가 버렸다. 이 녀석이 하는 생각이니,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를 상처 입힌 짓 따위를 반성하고 있는 것이겠지. ……그런 점은, 정말로 바보 같다. 하지만, 나는 그런 이 녀석을 보고 있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 이유를 따져보는 것은 제쳐두고, 입가에 웃음을 띄운 채, 료우기 시키는 계속 걷기로 했다. 저녁노을이 사라지고, 하늘에는 별이 반짝이기 시작한다. 차가운 달을 머리 위에 둘 무렵. 정신이 들고 보니, 우리들은 토우코의 사무소까지 지나치고서 낯선 길을 걷고 있었다. 얼굴을 마주보며, 서로의 부주의함에 한숨을 내쉰다. 바보 같다고 미키야는 말했지만, 나는 의외로 기뻤다. 이유는, 뭐어, 웬지모르게 알 것 같다. 왜냐면, 이것이 나에게 있어서, 처음으로 누군가와 함께 한 밤의 산책이었기 때문이니까───── 忘却錄音 / 了 -------------------------------------------------------------------------------- * 어투와 호칭, 어휘의 번역에 관하여 : 사실, 이제까지 제대로 신경 쓰지 못 하고 작업을 해왔던게 사실이나, 이번 6장 망각녹음에서는, 아자카와 시키, 사츠키의 말투가 상황에 따라서 조금씩 변하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역자는 그냥 한가지 어체로 통일시키는 방법을 선택하였으나, 그럴 경우 원본에서 느낄 수 있는 어감이 확 죽어버리기에, 약간 어색함을 감수하고라도, 원본의 어감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어투를 바꾸었습니다. 특히, 시키와 토우코에 관해서는, '원본을 읽어보니, 번역본을 읽을 때와는 너무 다른 강한 어투라서 놀랐다' 라는 지적이 들어온 만큼, 6장에서는 최대한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어투를 바꾸어보았습니다. 원래 역자의 어투가 약한 편이기 때문에, 역자의 성향이 많이 반영 되는 번역에도 어쩔 수 없이 강한 어투도 조금 그 느낌이 죽어 있었습니다. 별 수 없이, 교정을 보면서 그것들을 살리기 위해서, 교정자의 어투가 많이 반영되었습니다. 혹여나, 사투리가 끼지 않았을까 걱정도 해봅니다만, 읽으시는데는 지장이 없으리라 생각 됩니다. 소설을 끝까지 다 올린 다음에,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퇴고를 할 예정이긴 합니다만, 이제부터라도, 라는 느낌으로 최대한 노력하였습니다. 그리고, 호칭은 정확히 말하면 이제까지 잘 써온 '오라버니'라는 호칭에 관해서인데, 사실 역자는 모두 '오빠'라고 표기했습니다만, 왠지 캐릭터의 성격이나 분위기상, '오라버니'가 적합하다고 판단하여 이제까지 아자카가 미키야 앞에서 부를 때는 호칭을 모두 '오라버니'로 통일하였습니다. 그 외에 이번에 자주 나온 오라버니라는 단어는, 상황에 적합하게 오빠와 혼합하여 사용하였으나, 분위기상 오라버니가 많을겁니다. '오빠'라는 어휘 자체가 좀 저연령적이 느낌도 들어서, 'お兄ちゃん' 이외에는 그다지 '오빠'라는 번역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교정자 성격이라고 생각해주십시요.) (사실, 아키하나 아자카 같은 'お孃樣'는 아무래도 '兄さん'이라고 하면 그런 느낌입니다. 다카포의 네무가 주인공에게 '兄さん'이라고 하는건 그다지 감흥이 없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사용마(使い魔)'에 관하여인데, 저는 그냥 무심결에 저렇게 쓰기 시작했습니다. 발음상으로도 가장 무난하지 않나, 라는 생각에서인데, 역자는 처음에 사역을 당하는 입장이니까 수하에 있는 마물이라 하여 '수하마(手下魔)'로 번역하였습니다. 저는 그냥 제 취향대로 싹 바꿔버렸는데, 작가인 나스 키노코씨가 생각하는 使い魔와 가장 비슷한 개념이 서펜트(Serpent)입니다. (신작 Fate / stay night의 정보 공개에서 使い魔 위에 서펜트라고 써놨더군요) 확실히, 츠키히메(정확히는 카케츠토야)에서 나오는 렌을 알퀘이드는 使い魔라고 합니다. 그녀가 '夢魔'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Serpent와 확실히 매치가 된다고 할 수 있겠지요. 여담입니다만, MELTY BLOOD를 번역한 친구 준영이는, '시종마(侍從魔)'로 번역하고 있다더군요. 저건, 나름대로 괜찮은 느낌이라고 생각합니다. 오! 나의 여신님(원제 : ああっ 女神さまっ)이란 만화책에서 보니 25권(국내 라이센스판)에 시종마라는 단어가 나오던데 그게 원문이 使い魔인지는 모르겠군요. 마지막으로, 끝 부분에 '검은 오동나무(黑い桐)'와 '검은 안개(黑い霞)'는 둘 다 '쿠로이키리'로 발음 됩니다. 동음이어의 언어유희. * 덤덤탄(dumdum bullet) : 인체나 동물의 몸에 명중하면 보통탄보다 상처가 크게 나도록 만들어진 특수 소총탄. 19세기 영국이 식민지 인도의 내란 진압용으로 인도의 공업도시 덤덤에 있는 무기공장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이름이 붙었다. 탄두 끝에 구멍을 뚫고, 탄알의 외피에 홈을 길게 파서 쉽게 찢어지도록 만들었다. 성능은 약간 떨어지나, 탄알이 명중하면 보통탄처럼 관통하지 않고 탄체(彈體) 내의 부드러운 납이 흘러나와 인체 내에 퍼지므로 상처 부위를 복잡하게 만들어 골절시키거나 근육 또는 내장에 손상을 주어 사망률을 높이며 회복을 지연시킨다. 비인도적이라는 이유로 1907년 만국평화회의에서 사용이 금지되었으나, 미국과 영국은 이를 비준하지 않았다. 보어 전쟁에서 영국군이, 러 · 일전쟁에서 러시아군이 사용하였다고 하나 오늘날 사용하는 나라는 없다. [ 출처 : empas 백과사전 - http://100.empas.com/entry.html/?i=46770&Ad=Encyber ] * 돈지(頓智) : 원문은 'どんち'라고 되어 있는데, 기지, 재치가 있다. 라는 뜻입니다. 단지, 본문에서 사어(死語)라는 조건을 만족시키려고 하다보니, 죽은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이란 조건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사실, 고등학교 때 윤리시간에, 국내 불교쪽에서 돈오(頓悟)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순간적으로 깨우치다'라는 뜻이었던가요, 비슷하다면 비슷한 어휘군요. -------------------------------------------------------------------------------- [ Before | Top | Next ] [MA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