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she said 무엇이든 받아들인다면 상처는 입지 않아.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것도. 자신이 싫어하는 것도. 자신이 인정할 수 없는 것도. 반발하지 않고 받아들여 버리면 상처는 입지 않아. 무엇이든 거부한다면 상처밖에 입지 않아. 자신에게 맞는 것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도. 자신이 인정할 수 있는 일도. 동의하지 않고 거부해 버리면 상처밖에 입지 않아. 두 개의 마음은 텅 빈 공간(ガランドウ) 긍정과 부정의 양끝에만 존재하는 것. 그 가운데에, 아무것도 없는 것. 그 가운데에, 내가 있는 것. / 가람의 동 -------------------------------------------------------------------------------- / 0 「저기, 3층 독실의 환자 얘기 들었어?」 「당연하지. 그 얘긴 어젯밤 사이에 다 퍼졌어. 농담한마디 안하는 뇌외과 아시카(芦家)선생님부터 평정을 잃었는데, 이쪽이라고 해서 입 다물고 있을 리 없잖아. 믿을 수 없게도 그 환자가 회복했다니까말야」 「아니아니, 그게 아니라니깐. 뭐, 확실히 그 여자애 얘긴데, 그 뒷얘기가 있어. 그 환자,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자마자 무슨 짓을 한 줄 알아? 놀라지 마, 스스로 자기의 눈을 짓눌렀대」 「──뭐야 그건, 정말이야?」 「응. 병원 안에서는 터부시 되고 있는 것 같은데 아시카 선생님을 보조하던 간호사에게 들은 이야기니까, 틀림없어. 선생님이 한눈파는 사이에 손바닥을 눈꺼풀 위에 대고 자기 눈을 압박하고 있었다고 했으니, 완전히 호러네」 「잠깐. 그 애, 2년 동안 잠만 자고 있었지? 그렇다면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치만 말야. 그 쪽 집이 부자잖아? 입원하고 있는 동안 우리들이 조심스럽게 리허빌리테이션을 해주니까, 관절 같은 건 굳어 있지 않았어. 그렇지만 뭐어, 본인이 움직인 게 아니니까 관절도 부자유해서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던 것 같아. 그 덕에 눈알 으깨기는 미수로 끝났지만」 「───그래도 대단한걸. 드러누워 있는 것은 간단하지만, 그 반면에 몸이 제일 약해지지 쉽다고 배웠잖아? 2년 동안이나 자고 있었다면, 인간으로서의 기능을 거의 하지 못할 텐데」 「그러니까 선생님도 방심하고 있었던 거겠지. 저기, 뭐라고 하더라? 흰자위가 출혈하는 케이스」 「구결막하출혈(球結膜下出血)」 「맞아, 그거그거. 보통은 자연 치유되는 것이라는데, 녹내장(綠內障) 일보 직전까지 안구를 압박했었기 때문에 지금은 눈이 보이지 않는 상태래. 본인의 희망으로 눈만 붕대로 칭칭 감고 있다고 하더라」 「흐응. 그럼 그 환자는 눈을 뜨고 나서 한번도 햇빛을 보지 못했던 거네. ……어둠에서 어둠인가. 조금 정상적이진 않은걸」 「조금이 아냐. 게다가 문제는 아직 남아있어. 아무래도 말이지, 실어증(失語症)? 그런 것 같다고 하더라구. 제대로 대화를 할 수 없어서, 선생님은 개인적으로 아는 언어요법사(言語療法士)를 불렀대. 우리 병원에는 그런 사람 없잖아」 「아라야(荒耶)선생님은 지난달에 그만둬 버리셨으니까. 하지만───그렇게 되면, 그 환자는 면회 사절이 되는 건가?」 「그런 것 같아. 정신 상태가 안정될 때까지, 부모님도 하루에 잠깐씩 밖에 만날 수 없대」 「그런가. 그렇게 된다면 그 남자애, 불쌍한데」 「누구? 남자애라니」 「몰라? 그 환자가 실려 온 뒤로 매주 토요일 날 면회 오는 애가 있어. 이제는 남자애라고 부를 수 없는 나이가 됐지만, 그 애는 만나게 해주고 싶어」 「아, 그 바둑이군을 말하는 거구나. 헤에, 아직도 다니고 있었구나. 요즘에는 보기 드문 일편단심인걸?」 「으응. 요 2년 간, 그 애만이 환자를 지켜보고 있었어. 그래서───환자가 회복한 기적의 몇 분의 일 정도는, 그 애 덕분 아닐까 하고 생각해. ……몇 년이나 이 일을 하고 있으면서 그런 소망을 입에 담다니 나도 어떻게 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지만」 / 1 ◇ 그곳은 어둡고, 바닥은 칙칙했다. 자신의 주위에 있는 것은 어둠뿐이라고 깨닫고, 나는 죽어 버린 것이라고 받아들였다. 빛도 소리도 없는 바다에 떠 있다. 나신으로,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로, 료우기 시키란 이름의 사람 형체가 가라앉아 간다. 끝은 없었다. 아니, 처음부터 가라앉아 가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이 곳에는 아무것도 없으니까. 빛이 없는 것이 아니라 어둠조차도 없다. 아무것도 없으니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가라앉아 간다는 의미조차 없다. 아마, 무(無)라고 하는 단어조차, 존재할 수 없다. 형용조차 무의미한 「 」속에서 나의 몸만이 가라앉아 간다. 나체인 상태인 나는, 시선을 돌리고 싶어질 정도의 농후한 색채를 띠고 있다. 이곳에는 「존재하는」 것은 모두 독기가 너무 강하니까. 「───이것이 죽음(死)」 중얼거리는 목소리조차, 아마도 꿈. 그저, 시간 같은 것을 관측한다. 「 」에는 시간조차 없지만, 나는 그것을 관측할 수 있게 되어 버렸다.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부패하듯 추하게, 시간만을 헤아리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다. 계속, 계속 먼 곳을 바라보고 있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계속, 계속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너무나 평온해서 만족하고 있다. 아니────일체의 의미가 없으니까, 이곳에서는 단지 「존재 한다」는 것만이 완벽한 것이다. 이곳은 죽음(死)이다. 죽은 자 밖에 도달할 수 없는 세계. 살아 있는 자는 관측 할 수 없는 세계. 그런데 나만이 살아 있다니─── 미쳐 버릴 것 같았다. 2년간. 나는 이곳에서 죽음이라는 관념과 닿아 있었다. 그것은 관측이 아닌, 오히려 싸움의 격렬함에 가까웠다. ◇ 아침이 되어, 병원은 갑자기 활기차게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복도를 지나가는 간호원들의 발소리와 잠에서 깨어난 환자들의 생활의 잡음이 수없이 반복된다. 밤중의 고요함에 비하면 아침의 어수선함은 축제(際り)처럼 느껴졌다. 눈을 뜬 지 얼마 안 되는 나에게, 그 활기찬 소리는 너무 크다. 다행히 나의 병실은 독실이었다. 밖은 소란스럽지만 이 상자 안 만은 고요하게 가라앉아 있다. 얼마 안 있어 의사가 진찰하러 들어왔다. 「기분은 어떠십니까, 료우기씨」 「───글쎄, 잘, 모르겠어」 감정 없는 나의 대답에, 의사는 곤란해진 듯 입을 다문다. 「……그러십니까. 하지만 어젯밤보다는 안정되어 있는 것 같군요. 괴로우시겠지만 현재 환자의 상황을 이야기하겠습니다. 기분이 나빠지시면 사양 말고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의사의 말에 나는 무언(無言)으로 대답했다. 그런 뻔한 일 따위에 흥미는 없었으니까. 그는 그것을 허락의 뜻으로 착각한 것 같았다. 「그러면,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오늘은 98년의 6월 14일입니다. 환자───료우기 시키는 2년 전의 3월 5일 심야에 교통사고에 의해서 당원에 실려 왔습니다. 횡단보도 상에서의, 승용차와의 접촉 사고입니다. 기억이 있으십니까?」 「…………」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런 일은 모른다. 기억이라는 서랍에서 끄집어낸 최후의 영상은, 빗속에서 가만히 멈춰 서 있는 클래스메이트의 모습뿐이다. 어째서 자신이 사고를 당했나, 하는 것은 기억에 없다. 「아아, 기억나지 않아도 불안해 할 필요는 없습니다. 료우기씨는 승용차와 접촉하기 직전에 그것을 알아차리고서 피하려고 했던 것 같으니까요. 그 덕분인지 다행히 신체 면의 상처는 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반면에 두부(頭部)에 강한 충격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당원에 실려 왔던 시점에서 의식은 혼수상태였지만 뇌 자체에는 상처가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은 2년간의 혼수상태에 의한 일시적인 의식의 혼란 일겁니다. 어젯밤의 진찰로는 뇌파에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으니까요. 기억은 점차 회복될 테지만 절대라고는 단언할 수 없습니다. 여하튼 혼수상태에서의 회복 자체부터가 전례가 없었던 일이니까요」 2년간이라고 이야기해도 나에게는 그다지 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자고 있던 료우기 시키에게 있어서 그 공백은 무(無)에 가깝다. 료우기 시키에게 있어서의 어제는 2년 전의 비 오는 날 밤이겠지. 하지만 나에게는 그렇지 않다. 지금의 나에게 있어서 어제는 그것이야말로 「무(無)」다. 「또, 두 눈의 상처도 깊은 것은 아닙니다. 둔기에 의한 상처는 안구의 장해 중에서 제일 가벼운 것이니까요. 어젯밤 환자 가까이에 날붙이가 없어서 다행이었습니다. 붕대도 곧 풀 수 있겠죠. 바깥의 풍경을 보는 것은 앞으로 일주일 정도 참아 주세요」 의사의 대사에는 어딘가 비난이 섞인 느낌이 있었다. 그는 내가 스스로 눈을 짓눌렀던 일로 곤혹스러워 하고 있는 것이겠지. 어젯밤도 어째서 그런 일은 했는지를 캐물어 왔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오전과 오후에 신체의 리허빌리테이션을 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친지 분들과의 면회는 하루에 한 시간 정도가 적당하겠죠. 몸과 마음의 밸런스가 정돈되면 금방 퇴원할 수 있습니다. 괴로우시겠지만 힘을 내주세요」 예상대로의 대사에 기분이 틀어졌다. 나는 빈정거리는 것에도 지쳐서 자신의 오른손을 움직여 보였다. ……몸은 그 어느 것이나 자신의 것 같지 않았다. 움직이는 것에 시간이 걸리고, 관절과 근육이 으득으득하고 깨져가는 것처럼 아프다. 2년 동안이나 사용하지 않았으니까 그것도 당연한 일일까. 「그러면 오늘 아침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시키씨도 안정을 찾으신 것 같으니 간호사는 붙이지 않겠습니다. 무언가 용무가 있을 때에는 그 쪽의 버튼을 눌러주세요. 옆방에 간호사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사소한 일이더라도 사양 말고 사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완곡한 어조. 눈이 보였다면 나는 의사가 인스턴트 적으로 웃는 얼굴을 보고 있었겠지. 뚜벅뚜벅 떠나가는 의사는, 마지막에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한마디 덧붙였다. 「아아, 그랬었죠. 내일부터는 카운슬러가 올 수 있습니다. 료우기씨에게 비교적 가까운 나이의 여성이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대화해 주세요. 지금의 환자에게, 대화는 회복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이니까요」 그렇게, 나는 혼자가 되었다. 병실의 침대 위에 드러누워서 스스로 닫은 눈을 안고 멍하니 존재한다. 「나의 이름────」 마른 입술로 말했다. 「료우기, 시키」 하지만 그런 인간은 이곳에 없다. 2년간의 무(無)가 나를 죽였으니까. 료우기 시키로서 살아왔던 기억은 전부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어쨌다는 것인가. 한번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나에게 있어서 그런 기억이 무엇이 된다고 하는 것인가. 2년 동안의 공백은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의 연결을 완전히 끊어 버렸다. 나는 틀림없이 료우기 시키이고 시키 이외의 다른 누구도 아닌데───예전의 기억을 자신의 것이라고 실감할 수 없다. 이렇게 소생한 나는, 료우기 시키라고 하는 인간의 일생을 필름으로 보고 있을 뿐이다. 나는 영화의 등장인물을 나 자신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 「마치 필름에 찍힌 유령 같아」 입술을 깨문다. 나는, 나를 알 수 없다. 자신이 진짜 료우기 시키인지 조차 애매모호하다. 나 자신이, 어쩐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처럼 생각된다. 자신의 몸속은 텅 비어서 동굴 같았다. 공기조차 바람처럼 통과한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정말로,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버린 것 같다. 그것이 몹시 불안하고───아주 쓸쓸하다. 빠진 퍼즐 조각은 심장. 그 빈 공간을, 가벼운 나는 견뎌낼 수 없다. 너무나 공허하게 텅 비어 버려서 살아가는 이유도 찾을 수 없다. 「그것이───어떻게 됐다는 거야, 시키」 말로 해보면 이렇다 할 것은 없었다. 이상하게도───가슴을 쥐어뜯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불안과 초조를, 나는 괴롭다고도 슬프다고도 느끼지 않는다. 불안은 있다. 아픔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료우기 시키였던 자가 안은 것이다. 나는 무감동이다. 2년 동안의 죽음으로부터의 소생에도 흥미가 없다. 그저 가벼이 하늘거리며 이곳에 있다.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 따위는 조금도 실감하지 못하는 상태로. / 2 다음 날이 되었다. 빛을 느낄 수 없는 지금의 나에게도 아침의 도래를 알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발견이다. 나는 그런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 몹시 기뻤다. 어째서 기쁜 걸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 아침의 진찰이 시작되고, 어느 사이엔가 끝나 있었다. 오전 중은 그다지 조용하지 않았다. 어머니와 오빠가 면회를 와서 이야기를 했다. 마치 타인 같아서 대화가 성립되지도 않는다. 할 수 없이 시키의 기억대로의 대응을 하자 어머니는 안심하고 돌아갔다. 연극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모든 것이 우스꽝스러웠다. ◇ 오후가 되자 카운슬러가 찾아왔다. 언어요법사(言語療法士)라고 하는 그녀는, 터무니없이 밝았다. 「하~이, 몸은 좀 어때요?」 하고 인사를 하는 의사가 있다는 소리, 나는 들은 적이 없다. 「헤에, 빼빼 말라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피부도 윤기 있고 곱네. 이야기를 들었을 땐 버드나무 아래 나타난다는 유령 같은 것을 상상해 버려서 별로 내키지 않았는데. 응, 내 취향인 귀여운 여자애라서 럭키야!」 목소리의 질로 볼 때 20대 후반 같이 느껴지는 여성은, 내가 누워 있는 침대 옆에 의자를 두고 앉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환자의 실어증의 회복을 돕기 위해서 찾아온 언어요법사입니다. 이 병원 사람이 아니니까 신분 증명은 할 수 없지만 눈이 보이지 않으니까 아무래도 상관없는 문제겠네요」 「───실어증이라니, 누가」 무심결에 대답하자 여의사는 응응, 하면서 끄덕이는 것 같다. 「그건, 당연히 화를 내겠죠. 실어증이란 건 그다지 좋은 이미지도 아니고, 게다가 오진(誤診)이고. 아시카군은 교과서대로 하는 사람이니까 당신 같이 특수한 케이스에는 약하다구요. 하지만 당신도 잘못했어요. 귀찮다고 해서 아무 말도 안 하려 하니까 그런 의심을 사 버렸구」 여성은 아주 친근하게 말하고는 쿡쿡하고 웃는다. ───완전한 편견이지만 나는 이 상대가 안경을 끼고 있는 인간이라고 단정했다. 「실어증이라고 생각된 거구나」 「그래요. 당신은 사고로 뇌를 다치기도 했으니까. 언어 회로가 파손된 것이 아닐까하고. 하지만 그건 오진. 당신이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신체적인 이유가 아니라 정신적인 것이죠? 그러니까 실어증이 아니라 무언증(無言症). 그렇게 되면 저는 할 일이 없어져 버리지만 1분도 안돼서 잘리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은 아니라서. 마침 본업도 한가하니까 한동안 이야기 상대를 해줄께요」 ……쓸데없는 참견이다. 나는 간호사를 부르는 버튼에 손을 뻗는다. 그러자, 여의사는 버튼을 재빠르게 나에게서 낚아챘다. 「───너」 「위험해요 위험해, 아시카군에게 지금 얘기를 해버리면 나는 곧바로 퇴장인걸요. 뭐 어때요, 실어증이라고 생각하게 해두면. 당신도 재미없는 문답을 할 필요가 없어지니까 이득이잖아요?」 ……그것은 확실히 그 말 대로다. 하지만 그것을 확실히 입 밖에 내는 이 인물은 뭐하는 사람일까. 나는 붕대가 감겨진 눈으로 정체불명의 여의사를 향한다. 「너, 의사가 아니지?」 「으응, 본업은 마법사에요」 어이가 없어서 나는 한숨을 쉬었다. 「요술쟁이에게 용무는 없어」 「아하하, 확실히 그러네요. 당신의 가슴에 뚫린 구멍은 매지션은 메울 수 없죠. 메울 수 있는 것은 보통 사람뿐이니」 「───가슴의, 구멍───?」 「응. 알고 있으시죠? 환자는, 이제 혼자라는 사실을」 쿡 하고 웃으면서 여의사는 일어섰다. 정리되는 의자 소리와 멀어져 가는 발소리만이 나에게 전해진다. 「아직 너무 이른 것 같으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 또 올께요, 바이」 갑자기 나타났다가 갑자기 그녀는 떠나갔다. 나는 움직이기 힘든 오른손으로, 입가에 손을 대었다. 이제는, 혼자. 가슴에 뚫린, 구멍. ───아아, 어떻게 된 일인가. 이 얼마나 중요한 일을, 나는 잊고 있었던 것인가. 없다. 어디에 불러 보아도 그가 없다. 료우기 시키 속에 있던 또 한사람의 인격인 료우기 '시키(織)'의 기미가 깨끗하게 사라져 있다─────. ◇ 시키는 자신의 내부에 다른 인격을 안고 있는 이중인격자였다. 료우기의 가계에는 유전적으로 두 개의 인격을 소유한 아이가 태어난다. 세간의 일반 가정이라면 몹시 싫어할 그것은, 료우기 가(家)에서는 역으로 초월자(超越者)로 떠받들어지고 정통한 후계자로 취급된다. ……시키는 그 피를 이어받은 자였다. 남자인 오빠를 제쳐두고 여자인 시키가 후계자가 된 것도 그것 때문이다. 하지만 원래대로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두 개의 인격───양성인 남자와 음성인 여자의 인격의 주도권은 양성인 남성 쪽이 강하다. 지금까지의 얼마 되지 않는 "정통한" 료우기 가문의 계승자는 전원이 남성으로서 태어나고 그 안에 여성으로서의 인격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시키는 무언가의 잘못으로 그것이 뒤바뀌어버린 것이다. 여성으로서의 시키 속에 남성으로서의 '시키(織)'가 내포되었다. 육체의 주도권을 가진 것이 여성인 시키────곧 나. '시키(織)'는 나의 마이너스적인 인격으로, 나의 억제된 감정을 담당하고 있다. 시키는 '시키'란 음의 어둠을 눌러 죽이면서 살아왔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자기 자신인 '시키'를 죽이면서 보통 사람처럼 살아왔다. '시키' 본인은 그것에 별다른 불만이 없는 것 같았다. 그는 대개 자고 있었으며, 검을 수련할 때 같은 상황에 불러 깨우면 귀찮다는 듯이 그것을 떠맡았다. ……마치 주인과 종의 관계 같지만 본질은 그렇지 않다. 시키와 '시키'는 결국 하나다. 시키의 행동은 '시키'의 것이고 '시키'가 자신의 기호(嗜好)를 눌러 죽이는 것은 그 본인의 바람이기도 했다. ……그래. 시키는 살인귀였다. 내가 아는 한 그 경험은 없었지만 그는 인간이란 자신과 같은 생물을 살해하는 것을 바라고 있었다. 주인 격인 시키는 그것을 무시했다. 계속 그것을 금지해 왔다. 시키와 '시키'는 서로를 무시하면서도,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시키는 고립(孤立)해 있었지만. '시키'라고 하는 또 한 명의 자신 덕분에 고독(孤獨)하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 관계가 깨지는 날이 찾아왔다. 2년 전. ───시키가 고교 1학년생이었던 때. 지금까지 육체를 사용하고 싶어 하지 않았던 '시키'가 스스로 표면으로 나오고 싶다고 부탁하기 시작했던 그 계절────. 그 때부터 시키의 기억은 애매하다. 지금의 나는, 고교1학년 무렵부터 사고를 당할 때까지의 시키의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 기억하고 있는 것은──살인 현장에 자리하고 있던 자신의 모습. 흐르고 있는 검붉은 혈액을 보면서 침을 삼키는 자신의 모습. 하지만 그것 보다 더욱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영상이 있다. 새빨갛게 불타는 듯한 석양이 비치던 교실. 시키(式)를 파괴해 버렸던, 그 클래스메이트. 시키(シキ)가 죽이고 싶었던, 한 명의 소년. 시키(シキ)가 지키고 싶었던, 하나의 이상. 그것을 계속 예전부터 알고 있던 기분이 드는데. 긴 잠에서 깨어난 나는, 그의 이름만이 아직 기억나지 않고 있었다. ◇ 밤이 되어 병원은 고요해졌다. 이따금 복도에 울리는 슬리퍼 소리만이 내가 깨어있다고 느끼게 한다. 어둠 속에서───아니, 어둠 속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나는 자신이 혼자라고 통감한다. 예전의 시키라면 그 감각은 없었겠지. 스스로 또 한 명의 자신을 품고 있던 시키. 그렇지만 이제 '시키'는 없다. 아니───나는, 자신이 시키(式)인지 '시키(織)'인지 조차 알 수 없다. 자신 속에는 '시키'가 없었다. 단지 그 사실만으로 나는 자신이 시키(式)라고 인식한다. 「크크……어떻게 이런 모순이 다 있지. 어느 한 쪽이 없지 않으면 자신이 어느 쪽인지도 알 수 없다니」 비웃어 보지만 가슴의 공허함은 조금도 채워지지 않는다. 하다못해 슬프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 이 무감동한 마음이라도 무언가 변화가 있을 텐데. 나는 알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누구도 아니니까, 료우기 시키의 기억을 자신의 것으로 실감 할 수 없다. 료우기 시키라는 껍데기가 있어도 그 속이 깨끗이 씻겨 내려가 버렸다면 의미가 없다. ……대체. 이 텅 빈 공간에는 어떤 것이 들어가는 걸까. 「───내. 가, 들어,, 갈.. 께」 문득 그런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린 듯한 공기의 흐름. 기분 탓이겠지, 하고 나는 닫혀진 눈을 그쪽으로 향한다. 그곳에────있었다. 하얀 연기가 하늘하늘 흔들리고 있었다. 보이지 않을 나의 눈은 그 연기의 모양만을 포착하고 있다── 연기는 어딘지 모르게 인간과 비슷했다. 아니, 인간이 해파리처럼 뼈가 발라진 채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기분 나쁜 연기는 일직선으로 나를 향해 다가왔다. 아직 몸을 만족스럽게 움직일 수 없는 나는 그것을 멍하니 기다렸다. 이것이 유령이란 것이라 하더라도 무섭지도 않다. 정말로 무서운 것은 형체가 없는 것이다. 설령 아무리 기괴한 것이라 해도 형체가 있는 것이라면 나는 무섭다고 느끼지 않는다. 게다가───유령이라면 지금의 나도 비슷한 것이겠지. 살아 있지 않은 이것과 살 이유가 없는 나에게 큰 차이는 없으니까. 연기는 나의 볼에 접촉해 왔다. 전신이 급속히 차가워져 간다. 등줄기에 퍼지는 오한은 새의 발톱처럼 날카롭다. 불쾌한 감각이었지만 나는 그것을 멍하니 계속 바라보았다. 한동안 맞닿아 있자 연기는 소금을 뿌린 괄대충처럼 녹아 갔다. 이유는 단순하다. 연기가 나에게 닿아 있던 시간은 5시간 정도였다. 시각은 곧 오전 5시가 된다. 아침이 왔기 때문에 유령은 아침 햇살에 녹아 간 것이겠지. 그 동안 잠을 자지 않았던 만큼, 나는 이제부터 다시 자기로 했다. / 3 내가 회복하고 나서 며칠 째인가의 아침이 찾아왔다. 두 눈은 아직 붕대에 감겨진 채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도 없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아침. 잔물결 같은 고요함은, 너무 화려해서 자아를 잃는다. ──작은 새의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온다. ──햇살의 따스함을 느낀다. ──맑은 공기가 폐에 채워진다. ──아아. 저 세계에 비해서, 이곳은 너무나 아름답다. 그런데도 자신은 그것을 기뻐하지도 않는다. 그저 기척으로 느끼는 아침 공기에 감싸이고 있을 때, 생각한다. ───이렇게도 행복한데.    인간은, 이렇게도 외톨이다. 외톨이인 것은 무엇보다도 안전한 것인데 어째서 외톨이인 것을 견딜 수 없는 걸까. 예전의 나는 완성되어 있었다. 혼자서 만족하고 있었고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나는 이제 완전하지 않다. 부족한 부분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계속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나는 대체 누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일까……? ◇ 카운슬러라 자칭하는 여의사는 매일 찾아왔다. 어느 사이엔가 나는 그녀와의 회화를 덧없는 하루의 유일한 낙으로 삼고 있는 것 같았다. 「흐음, 과연. '시키'군은 육체의 주도권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사용하지 않았던 것뿐이구나. 들을수록 재미있는데요, 당신들은」 변함없이 침대 곁에 의자를 가져와서는, 여의사는 즐거운 듯 이야기한다. 어떻게 된 일인지, 그녀는 나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료우기 가(家) 사람밖에 모르는 나의 이중인격에 대해서도, 2년 전의 길거리살인마 사건에 내가 관련되어 있다는 것도. 원래대로라면 계속 숨기지 않으면 안 될 그런 사실은,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일이다. 나도 모르게 나는 카운슬러의 농담에 맞장구를 치듯 대화를 하고 있었다. 「이중인격에는 재미고 뭐고 없다고 생각해」 「아녜요아녜요. 당신들은 말이죠, 이중인격 같은 예쁜 것이 아니라구요. 아시겠어요? 동시에 존재하면서, 각자가 따로 존재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행동이 총합되어 있다. 이런 복잡기괴한 인격은 2중 인격이 아니라 복합개별인격(複合個別人格)이라고 불러야해요」 「복합……개별인격───?」 「그래요. 하지만 조금 의문이 남아요. 그렇다면 '시키'군은 자고 있을 필요 같은 것은 없거든요. 당신의 말에 따르면 그는 언제나 자고 있었다고 하는데 그 점이 조금」 언제나 자고 있던 '시키'. ……그 의문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마도 나뿐이다. '시키(織)'는 시키(式)보다 ──────꿈꾸는 것을 좋아했으니까. 「그래서. 지금도 자고 있나요, 그는?」 여의사의 말에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가. 그렇다면 역시 죽은 거네. 2년 전의 사고 때, 당신을 대신해서. 그래서 당신의 기억에는 누락이 있어요. '시키'군이 담당하고 있던 2년 전 사건의 기억이 애매한 것은 그것 탓이에요. 그를 잃어버린 이상, 그 기억은 되찾을 수 없겠죠. ……료우기 시키가 길거리살인마 사건에 어떻게 관련되어 있었는가는, 이걸로 진짜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린 거에요」 「그 사건. 범인은 잡히지 않은 것 같은데」 「으응. 당신이 사고를 당하고 난 뒤에 거짓말처럼 행방을 감췄어요」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여의사는 아하하, 하고 웃었다. 「하지만 '시키'군이 사라질 이유는 없었어요. 왜냐하면 가만히 있으면 사라졌을 사람은 시키씨 쪽이었겠죠? 그는 어째서, 스스로 사라지는 것을 바랬던 걸까요」 그런 것을 나에게 이야기 해 봤자 알 수 있을 리 있겠는가. 「몰라. 그것 보다 가위는 어떻게 됐어?」 「아, 역시 안 된대요. 당신은 전과가 있어서 날붙이는 절대 금지래요」 여의사의 말은 예상대로였다. 매일 하는 리허빌리테이션 덕분인지 나의 몸은 그럭저럭 스스로 움직일 수 있을 정도까지 회복했다. 하루에 두 번. 얼마 안 되는 수분간의 보잘것없는 운동으로 이렇게나 빨리 회복한 것은 내가 처음이라고 한다. 그 축하를 하자던 여의사에게 나는 가위를 갖다 달라고 했다. 「하지만 가위 같은 것을 뭐에다 쓸 거죠? 꽃꽂이라도 할 생각?」 「설마. 단지, 머리를 자르고 싶었을 뿐이었어」 그렇다.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니, 등까지 자란 자신의 머리카락이 귀찮아졌다. 목덜미에서 까칠 거리는, 어깨로 흐르는 머리카락은 성가시기만 할 뿐이다. 「그거라면 미용사를 부르면 될텐데. 말하기 힘들다면 제가 불러드릴까요?」 「됐어. 남의 손이 머리카락에 닿는다니, 상상도하고 싶지 않아」 「그렇네요, 머리카락은 여자의 생명인걸. 당신은 2년 전 그대로인데 머리카락만 자라 있다니, 가련하네요」 여의사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소리가 났다. 「그러면 대신에 이걸 드리도록 하죠. 룬을 새긴 것뿐인 그냥 돌멩이인데, 부적 정도는 될 거라고 생각해요. 문 위에 얹어 둘 테니까, 아무도 건드리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여의사는 의자를 사용해서 문 위에 부적이란 것을 둔 것 같다. 그녀는 그대로 문을 연다. 「그럼, 저는 이걸로. 내일부터는 다른 사람이 올지도 모르니까, 그 때는 잘 부탁해요」 괴상하게 돌려 말하면서, 여의사는 떠나갔다. ◇ 그날 밤, 언제나 찾아오던 손님은 나타나지 않았다. 심야가 되면 꼭 찾아오는 연기 같은 유령은 이날을 기해서 병실에 들어오지 않았다. 연기는 매일 밤 찾아와서 나에 닿아 있었다. 그것이 위험한 일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나는 그것을 가만히 놔두었다. 그 유령 같은 것이 나에게 들러붙어 나를 죽이려 하는 거라면 그것도 상관없다. 아니, 차라리 죽여준다면 얼마나 간단할까. 살아 있는 실감을 느끼지 못하는 나에게는 살아갈 이유조차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사라져 버리는 편이 편하다. 어둠 속, 눈꺼풀을 덮은 붕대에 손을 대었다. 시력은 이미 돌아와 있다. 그렇다면 나는 이번이야말로 완전히 안구를 망가뜨려 버리겠지.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나아버리면 다시 그것을 보게 되어 버린다. 그 세계를 보게 되어 버릴 거라면 이런 눈은 필요 없다. 그 결과로 이쪽의 세계가 보이지 않게 된다고 해도, 기분은 그것보다야 낫겠지. 하지만 나는 그 순간까지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 예전의 시키라면 망설이지 않고서 안구를 파괴했을 텐데, 지금의 나는 잠시 동안의 어둠을 얻은 것으로 정체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꼴사나운가. 나는 살아갈 의지도 없는 주제에 죽으려는 의지조차 없다. 무감동한 나는, 어떤 행동에도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 누군가의 의지를 받아들이는 긍정밖에 할 수 없다. 그래서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연기가 나를 죽이려 하는 것이라 해도 그것을 멈출 수 없다. 죽는 것에 매력은 느끼지 않지만 그것에 저항할 생각도 없다. ……어차피. 기쁨도 슬픔도, 료우기 시키였던 자 밖에 얻을 수 없는 것이라 한다면. 지금의 나는 살아가는 의미조차 없는 것일 테니까. 가람의 동\ 1 아오자키 토우코가 료우기 시키라고 하는 인물의 이야기를 들은 것은, 6월 초의 날씨 좋은 점심 무렵이었다. 그녀가 변덕을 부려서 채용한 신입사원이 료우기 시키의 친구였고, 심심풀이 삼아 그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 것이 이야기의 발단이었다. 이야기에 따르면, 료우기 시키란 인물은 2년 전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혼수상태에 빠졌고 생명 활동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눈을 뜰 기미는 전혀 없다고 한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육체의 성장도 정지해 버렸다고 했다. 생명 활동을 하고 있는데도 성장이 멈춰있다는 모순을 토우코는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흐음. 성장하지 않는 생물은 죽어 있는 것인데 말이야. 아니, 시간의 압력은 죽은 자에게조차 영향을 미쳐. 사체는 부패라고 하는 성장을 마치고 흙으로 돌아가잖아? 움직이는 주제에 성장하지 않는 다는 것은, 요전에 네가 기동시켜 버렸던 자동인형 같은 것 정도야」 「하지만 사실이에요. 시키는 그 때부터 나이를 먹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요. 시키 같은 원인 불명의 혼수상태의 다른 예는 없는 건가요, 토우코씨?」 신입사원의 물음에 토우코는 흠, 하고 팔짱을 낀다. 「그렇지. 저쪽 물 건너 나라에서 유명한 것이 있었어. 당시 갓 결혼했던 20대의 여성이 혼수상태에 빠져서, 실제로 50년이나 되는 세월을 넘어서 소생했다는 예가 있지. 모르는 거야?」 토우코의 말에 신입사원은 아뇨, 라며 고개를 저었다. 「저기, 그 사람은 눈을 떴을 때 어떻게 되어 있었나요?」 「지극히 정상이었던 것 같아. 50년의 잠 같은 것은 아예 없었던 것처럼 말이지. 그녀는 20대의 마음을 가진 채로 완벽하게 소생해서 남편을 슬프게 했어」 「───에? 슬퍼하다니, 어째서인가요? 부인이 회복했으니까 그것은 기뻐해야 할 일이 아닌가요?」 「그러니까말야. 마음은 20대인 상태인데, 몸은 이미 70세로 노화해 버렸던 거야. 혼수상태인 사이에도 말이지. 살려둔다는 것은 열화(劣化)시킨다는 것이니, 이것만은 어쩔 수가 없어. 그리하여 70세의 부인은 자신이 아직 20대라는 생각으로 남편에게 놀러 가자고 떼를 쓰게 됐지. 남편 쪽은 착실히 70년 동안 살아왔으니까 그걸로 됐어. 문제는 부인 쪽이야. 50년이란 시간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다 써 버렸던 그녀는, 아무리 말로 설명해도 그 현실을 인정하려 할 수 없어. 싫어서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진실로서 인식하지 못하는 거야. 비극이라면 비극이지. 주름투성이의 몸을 이끌고 놀러 나가려는 그녀를, 남편은 눈물을 흘리면서 말렸다고 해. 그러면서 이렇게 생각했다고 하더군. 이렇게 될 거였다면 눈을 뜨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하고 말야. 어때? 꿈 얘기 같은 비극은 말야, 사실은 오랜 옛날에 현실이 되어 있는 거야. 참고가 되었어?」 토우코의 말에 그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라, 짚이는 것이라도 있는 건가?」 심술궂게 히쭉거리는 토우코에게, 그는 희미하게 끄덕였다. 「……예에. 조금. 가끔씩 생각해요. 시키는 스스로 일어나려 하지 않는 것은 아닌가 하고」 「일리 있는 데. 좋아. 시간도 때울 겸 얘기 좀 해봐」 정말로 시간을 때울 목적으로 말한 토우코에게, 그는 화를 내며 고개를 돌린다. 「거절하겠어요. 토우코씨의 그런 무신경한 부분은 문제가 있다구요」 「뭐야, 이야기를 꺼낸 것은 그쪽이잖아. 괜찮으니까 말해. 나도 진짜로 흥미 때문에 그러는 건 아니야. 아자카 녀석이 전화로 매일 그 시키라는 이름을 말해서 말이지. 어떤 인간이었는지 알지 못하면, 대답을 할 수가 없잖아?」 아자카란 이름이 나오자 그는 이맛살을 찌푸린다. 「전부터 물어보려고 했었는데 말이죠. 제 여동생하고 토우코씨, 어디서 알게 된 거에요?」 「1년 전의 여행지에서. 별 것 아닌 엽기 사건에 휘말려들었을 때, 나도 모르게 정체를 들켜 버렸어」 「……뭐어 괜찮지만요, 아자카는 순진하니까, 이런저런 것들로 꼬드겨서 이상한 걸 가르치진 말아주세요. 걔, 가만 놔둬도 불안정할 나이니까요」 「아자카가 순진하다라. 확실히 그건 순진한 건지도 몰라. 뭐어, 여동생과의 사정은 너의 문제니까 관여하지 않겠어. 그것보다 시키란 애의 이야기를 하지」 책상위에 반쯤 엎드린 토우코에게 그는 한숨 섞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료우기 시키라는 친구의 성격과 그 특이한 인격의 존재를. 그와 료우기 시키는 고교 시절의 클래스메이트였다. 입학하기 전부터 료우기 시키란 이름에 인연이 있던 그는, 그녀와 같은 반이 된 뒤로 친구가 되었다. 그다지 친구를 만들고 싶어 하지 않는 료우기 시키에게 있어서, 친하게 지내고 있던 사람은 그 뿐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이 고교 1학년이었던 무렵 일어났던 길거리살인마 사건이후, 료우기 시키는 미묘하게 변해가기 시작해 버렸다. 그녀는 자신이 이중인격자라는 것, 게다가 또 하나의 인격이 살인을 기호(嗜好)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에게 밝힌 것이다. 사실, 3년 전의 엽기 살인에 료우기 시키가 어떻게 관련되어 있었는지는 수수께끼다. 그것이 밝혀지기 전에 그녀는 그의 눈앞에서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실려 갔다. 3월에 처음으로, 차가운 비가 내리던 날 밤에. 그런 일련의 이야기를 토우코는 심심풀이 정도로 밖에 듣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야기가 깊어짐에 따라 그녀의 표정에서 웃음이 사라져 갔다. 「───이상이 저와 시키의 전말입니다. 이젠 2년도 지난 얘기지만」 「───그래서 성장이 멎어있다는 건가. 생명의 리저브라니, 흡혈귀도 아니고」 큿, 하고 입술 가장자리를 끌어올리며 토우코는 웃었다. 「그래서 말인데, 그 애의 이름은 어떻게 쓰지? 분명히 한자로 한 글자겠지?」 「수식(數式)의 식(式)인데요, 그것에 뭐라도?」 「시키가미(式神)의 시키(式), 인가. 거기에 성이 료우기(兩儀)라고 들었어. 너무 잘 만들었는데, 그거」 물고 있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서, 토우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일어선다. 「병원은 교외였던가? 흥미가 생겼으니, 약간만 상황을 보고 올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토우코는 사무실을 뒤로했다. 설마 이런 장소에서 그런 것에 관계하게 되다니, 어찌된 인과인가, 하고 입술을 깨물면서. 2 료우기 시키가 회복한 것은 그로부터 수일 뒤의 일이 된다. 친족조차 쉽게 면회할 수 없는 상황은, 일반면회의 불가능을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었다. 그것 때문이겠지. 신입사원인 그가 사람이 바뀐 듯한 음침한 기운을 풍기며 데스크 워크에서 생각에 잠겨있는 것은. 「어두운 걸, 아무래도」 「네. 전등, 이제 그만 구입하도록 하죠」 그는 토우코에게 시선도 돌리지 않고서 대답한다. 진지한 인간이 생각에 골몰하다 보면 전혀 엉뚱한 기행을 저질러 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 청년도 그런 류일까, 하고 예상하고 토우코는 말을 걸기로 했다. 「그렇게 골똘히 생각하지 마. 오늘 중으로 불법 침입할 것 같은 기미가 보여, 너」 「무리에요. 그 병원, 연구소 수준의 경비 시스템이니까」 바로 대답하는 것을 봐서, 경비 시스템 쪽을 상당히 자세히 조사한 것이겠지. 모처럼의 신입사원을 범죄자로 만들 수 도 없지, 하며 토우코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입 다물고 있으려 했는데, 할 수 없으니 알려 줄께. 나 말야, 대단찮은 일의 대타로 오늘부터 그 병원에서 일하게 됐어. 료우기 시키의 근황에 대한 것을 알아봐 줄 테니까, 지금은 얌전히 있도록 해」 「────에?」 「그러니까, 의사로 고용된 거야. 평소 같았으면 거절했겠지만 이번에는 아는 사람의 부탁이라서. 네가 억지로 이야기를 하게 만든 만큼, 예의 상 이것 정도는 해주려고 생각 했어」 토우코는 재미없다는 투로 말한다. 그는 책상에서 일어나서 그대로 토우코에게 걸어와서는 그녀의 양손을 잡았다. 붕붕하고 두 사람의 손이 위아래로 움직인다. ……그것이 감사의 의사표시인 것도 깨닫지 못하고, 토우코는 조금 굳어진 얼굴로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기괴한 취미를 가지고 있구나, 너」 「기뻐요. 깜짝 놀랐어요, 토우코씨에게도 보통 사람 같은 다정함이나 의리가 있었던 거군요!」 「……보통사람 만큼은 아니지만, 그런 것은 입에 담지 않는 편이 좋을 거라 생각하는데」 「괜찮아요. 제가 어리석었어요. 아, 그래서 오늘은 수트 차림이군요. 아주 멋져요, 잘 어울려요. 잘못 보고 있었어요, 예에!」 「……평소대로의 복장이지만, 뭐어 됐어. 아첨은 들어주도록 하지」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나, 하고 판단하고서 토우코는 이야기를 빠르게 끝마쳤다. 「그렇게 됐으니까 섣부른 행동은 하지 마. 안 그래도 그 병원은 수상해. 너는 여기에서 사무실을 지키는데 전념하도록. 알겠지?」 그 말에, 지금까지 무척 들떠 있던 그는 평소대로 침착해졌다. 「───수상하다니, 그 병원 말씀인가요?」 「으응. 결계 같은 것의 사전 준비가 이루어져 있어. 나 이외의 마술사가 개입하고 있는 것 같아. 그렇다고 해도 목적은 료우기 시키가 아니야. 그렇다면 2년 동안이나 가만히 둘 리가 없겠지」 명백한 거짓말이었지만 당당하게 잘라 말했기에 그는 의심도 하지 않았다. 「……에 그러니까. 결계란, 이 빌딩의 2층 같은 것 말이죠?」 「아아. 결계라는 것은 레벨 차가 있는, 일정 구간을 격리하는 것을 말해. 정말로 벽을 만들어 버리는 것부터 보이지 않는 벽으로 뒤덮어 버리는 것도 있지. 제일 수준 높은 것 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아무도 다가오지 않는다, 라는 강제암시. 이 빌딩도 마찬가지야. 이곳에 올 목적이 없는 자는 의식할 수 없다, 라는 암시라면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서 결계로 계속 존재할 수 있으니까. 화려하게 이계(異界)를 만들어서 주위가 이상(異常)을 알아차리게 만드는 결계 따위는, 하급 중의 하급 결계라구」 이상(異常)을 들키지 않는 이상(異常), 그것이 그녀의 공방을 수호하는 방법. 지도에 있어도 아무도 못보고 지나쳐버리게 되는 결계. 탁월한 마술사가 자리 잡아 살고 있는 세계란 것은, 별다를 것 없는 이웃집 같은 곳인 것이다. 하지만───그 결계를, 이 신입사원은 무의식중에 깨뜨렸다. 아오자키 토우코라는 인물을 알고 있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는 이 빌딩을 그는 아주 쉽게 발견해 버렸다. ……뭐어, 그 점이 그녀가 그를 채용한 이유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병원의 결계란 위험한 것인가요?」 「사람 말을 좀 들어봐. 결계 자체에 해는 없어. 결계란 단어는 원래 불교용어라구. 그것은 어디까지나 외계와 성지를 격리하는 것을 말해. 언제부터인가 마술사가 몸을 보호하기 위한 술법의 총칭이 되어 버렸지만. 알겠어? 아까도 말했지만 제일 수준 높은 결계는 일반인에게 이상하다고 느끼게 만들지 않는 "무의식 하에 호소하는 강제관념"이라구. 제일 고급인 것은 공간차단에 이르지만, 거기까지 가면 마술사가 아니라 마법사의 업(業)이 되지. 현재, 이 나라에 마법사는 한 명밖에 없으니까, 일단 그런 결계는 칠 수 없어. 칠 수는 없지만, 그 병원에 펼쳐진 결계는 상당히 교묘해. 나도 처음에는 눈치 채지 못할 정도였어. 지인 중에 결계제작의 엑스퍼트가 있었는데, 그 녀석과 동격의 제작자일까. ……뭐어, 결계제작의 전문가에는 철학자가 많아. 놈들은 치고 박는 것은 서투르니까 일단 안심해도 되겠지」 ……그렇다, 결계 자체에 위험은 없다. 문제는 외계와 차단된 세계에서 무엇을 행하는가 하는 점이다. 그 병원의 결계는 바깥이 아닌 내부로 향해 있다. 즉, 원내에 어떤 사건이 일어나더라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다, 하는 종류의 결계. 예를 들면 심야에 병실 하나가 폭발해도 누구 하나 잠을 깨는 일은 없겠지. 토우코는 그런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 슬슬 시간이다, 하고 시계에 시선을 던지면서 걷기 시작했다. 가느다란 그 등에 그가 말을 건다. 「토우코씨, 시키를 잘 부탁드려요」 아아, 하고 토우코는 손바닥을 팔랑팔랑 흔들면서 대답했다. 뒤돌아보지 않는 그녀에게 그는 다시 한번의 사소한 의문을 던졌다. 「맞다. 그, 지인이라던 엑스퍼트는 누군가요?」 딱 하고 토우코의 발이 멎는다.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빙글, 하고 뒤를 돌아보며 답했다. 「왜 당연한 걸 묻고 그래. 결계의 전문가라면 스님이기 마련이잖아」 3 토우코가 임시 의사로서 병원에 불려 간지 6일정도 경과했다. 날이 가면 갈수록 회복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료우기 시키의 보고를 그에게 전할 때 마다, 토우코는 어떤 종류의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즉, 현재의 료우기 시키와 과거의 료우기 시키가 타인에게 있어서 동일한 존재일까 하는 것을. 「하루에 두 번 있는 리허빌리테이션과 뇌파 체크가 그녀의 일과인 것 같아. 퇴원 날 정도는 면회도 할 수 있을테니 이제 조금만 더 참도록 해」 병원에서 돌아온 토우코씨는 오렌지색의 넥타이를 느슨히 풀면서 책상에 걸터앉는다. 여름을 코앞에 두고 있는 저녁. 저녁놀의 붉은 빛이 전등 없는 사무소의 내부를 심홍(深紅)으로 물들여 주고 있었다. 「하루에 두 번의 리허빌리테이션이라니, 그것만으로 괜찮은가요? 2년 동안이나 자고 있었던 상태라구요, 시키는」 「환자가 자고 있어도 매일 관절은 움직여 주고 있었겠지. 게다가 리허빌리테이션은 운동이 아니야. 하루에 5분이나 하면 충분해. 원래부터 리허빌리테이션이란 것은 의학용어가 아니라구. 그건 말야, 인간으로서의 존엄의 회복이라는 의미야. 그러니까 지금까지 잠만 자고 있던 료우기 시키가 자신을 인간이라고 실감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거야. 신체의 회복은 또 다른 얘기고」 거기서 한 박자 쉬고, 토우코는 담배에 불을 붙인다. 「하지만. 문제는 신체적인 면이 아니라 정신적인 면. 그 애는 이전의 료우기 시키가 아닌 것처럼 변했어」 「───기억상실, 인가요」 각오하고 있었던 걸까, 그는 머뭇거리다가 그런 바보 같은 소리를 했다. 「으음, 글쎄. 인격 자체는 이전 그대로라고 생각해. 료우기 시키 자신에게 변화는 없어. 변화가 있던 것은 시키(式)쪽이지. 너에게는 쇼크가 될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는 걸」 「그런 것은 지금까지 겪었던 일로 익숙해졌어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시키는……그, 어떻게 되어 버린 건가요?」 「아아. 솔직히 말하자면, 그녀는 텅 비어 있어. 지금까지 내부에 또 하나의 자신을 안고 있던 시키. 하지만 '시키(織)'는 이젠 없어. 아니, 그녀에게는 자신이 시키(式)였는지 '시키(織)'였는지 조차 애매하겠지. 눈을 뜬 그녀 안에는 '시키'가 없었어. 그것이 그를 잃어버린 것에 의해서 그녀의 마음속의 공백이 되어 버린 거야. 아마도───그 애는, 그 빈 공간을 견뎌 낼 수 없어. ……가슴이 비어 있는 거야. 구멍처럼, 채워져 있지 않아. 공기조차 바람처럼 드나들지」 「'시키'가 없다니───어째서」 「시키 대신이 되었던 거겠지. 어쨌든 2년 전의 사고 때, 료우기 시키는 죽었던 거야. 어설프게 살아있어서 살아있다고 착각해 버리게 되지만, 일단 죽은 것으로 가정해 봐. 료우기 시키는 새로운 인간으로서 료우기 시키의 육체에 되살아났어. 지금의 시키에게 있어서, 과거의 시키, 그리고 그것에 의해 소생해 있는 현재의 시키는 타인에 지나지 않아. 누구라도 타인의 역사는 실감할 수 없어. 아마도 그 애는 지금도 나 자신이 내가 아니란 감각인 채로 밤을 보내고 있겠지」 「……타인이라뇨. 그건 시키는 이전의 일은 기억하고 있지 않다는 건가요?」 「아니, 기억하고 있어. 지금의 그녀는 틀림없이 네가 알고 있는 시키겠지. 그녀가 계속 생존해 올 수 있었던 것은 시키와 '시키' 라는 개별 된 동격의 인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야. 료우기 시키가 사고에 의해서 정신사(精神死)했다. 그때에 죽는 역을 떠맡은 것이 '시키'라고 하자. 그래서 그녀는 사망해야 했지만, 아직 뇌 내에는 시키가 남아 있었어. 그 결과, 정신사에는 이르지 않았지. 시키는 료우기 시키가 죽어 버렸다는 사실 때문에 계속 잠을 자 버리고 있었지만, 죽은 것은 '시키'니까 그녀는 살아 있었어. 그래서───2년간이나 혼수 상태였었을 테고, 생명 활동을 하면서도 성장하지 않았어. 죽어있었으면서도 살아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러나 소생한 그녀는 이전의 시키와는 세부가 틀려. 기억상실이라고 할 정도도 아니지만, 필요할 때가 아니면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거나 하지는 않겠지. 타인이라고도,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도 말할 수 없지만 그녀는 지금까지의 시키와는 틀린 거야. 시키와 '시키'라는 인격이 섞인 제3의 인격이라고 생각하며 받아들이면 되겠지」 ……하지만 사실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시키가 료우기(兩儀)인 이상, 그 반쪽이었던 '시키'와 서로 섞일 리도 없고 '시키'가 빠진 공백을 시키 혼자서 메꿀 수도 없을 테니까. 그 사실을 말하지 않고 토우코는 말을 잇는다. 「하지만 설령 그녀가 전혀 다른 사람으로서 되살아났다 해도, 그녀는 료우기 시키야. 아무리 스스로에게 실감을 느끼지 못한다 하더라도───그 애는 역시 료우기 시키인 거라구. 지금은 아직 삶의 실감조차 손에 잡히지 않겠지만, 곧 그녀도 자신이 시키라고 의식할 때가 와. 장미는 장미로서 태어난 거야. 자라난 땅과 물이 바뀐 것만으로 다른 꽃이 되지는 않아」 그러니까 그런 일로 고민 하지 마, 라고 그녀는 중얼거리듯 덧붙였다. 「결국, 뚫린 구멍은 무언가로 메울 수밖에 없는 거야. 그녀는 기억이 아니라 현재를 거듭해 쌓아 나가면서 새로운 자신을 형성해 갈 수밖에 없어. 그것은 누구도 손을 빌려줄 수 없는 건물 짓기 같은 일이야. 타인이 참견할 일이 아니라구. 요컨대, 너는 지금까지 대로 그녀를 접하면 되는 것뿐이야. 그 애의 퇴원, 가까운 것 같아」 다 피운 담배를 창 밖으로 떨구고, 토우코는 양손을 올리고 기지개를 켰다. 뚜둑뚜둑 하고 호쾌하게 뼛소리가 난다. 「정말이지,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는 게 아니라니까. 담배 맛이 안 나서 견딜 수가 없어」 긴 한숨을 내쉬면서 그녀는 혼잣말을 했다. / 4 평소대로의 아침 진료가 끝난 뒤, 오늘이 20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눈을 뜨고 나서 7일이 지나갔다는 소리다. 신체가 순조롭게 회복하고 있는 나는, 내일 퇴원하기로 되어 있다. 두 눈의 붕대도 내일 아침에는 푼다고 했다. 7일……일주일간. 그 사이에 내가 얻은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잃은 것이 너무 많아서 무엇을 잃어 버렸는지 조차 애매하다. 부모님도 아키타카도, 아마도 예전 대로인 채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다. 료우기 시키라는 나까지도 바꾸어 버렸으니까 나를 에워싸고 있던 모든 사실들이 없어져 버리는 것은, 분명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문득 두 눈을 덮은 붕대에 손을 댄다. 잃은 것 대신에 얻은 것이 이거다. 2년 간───살아 있는 상태로 '죽음'이라는 것에 닿아 있었던 나는, 그런 형체 없는 개념이 보여 버리는 체질이 되어 있었다. 혼수상태에서 눈을 뜨고 처음 눈에 보인 것은, 놀랍게도 간호사가 아닌……그녀의 관절에 그려진 선이었다. 사람에도, 벽에도, 공기에도───흉측하게도 정밀한 선이 보였다. 선은 언제나 유동하며 일정치 않았다. 하지만 확실히 그 고체의 어딘가에 있어서, 지금도 그곳에서 『죽음』이 배어나올 것 같다는 강박관념에 휩싸였다. 나에게 말을 거는 간호사가 목덜미의 선부터 좌르르 무너져 가는 환상을 보았다. 그것이 대체 무엇인지를 이해했을 때───나는, 스스로의 손으로 이 두 눈을 찌부러뜨리려고 했다. 2년 동안이나 움직이지 않았던 양팔은 힘을 주는 것만으로도 격통을 느꼈지만 그래도 팔을 움직이려고 했다. 불행인지 행운인지 나의 완력은 아직 약해서 두 눈을 파괴하는 행위는 도중에 의사에 의해 저지당하고 말았다. 그들은 의식의 혼탁에서 비롯된 돌발적인 충동이라고 결론짓고 내가 두 눈을 짓누르고 있던 이유를 거의 묻지 않았다. 「이제 곧───눈이 낫는 걸까」 그런 것은 싫다. 그런 세계 따위, 나는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다. 아무것도 없는 세계. 그곳에 『있을』무렵 에는, 아주 평온해서 흡족해 하고 있었다. ──믿을 수 가 없다. 눈을 뜨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보니, 그 장소만큼 무서운 세계가 없는 것이다. 그 어둠이, 자고 있던 내가 꾼 단순한 악몽이었다고 하더라도────그곳 에 떨어지는 것은 견딜 수 없다. 그리고 그곳에 연결되어 버린 이 두 눈도. 나는 손가락을 눈동자에 갖다 댄다. 그 다음엔 죽도를 내리 휘두르듯 깔끔하게 힘을 가하는 것뿐이다────. 「잠깐잠깐. 포기가 너무 빨라, 너는」 갑자기 소리가 났다. 나는 문에 의식을 향한다. 그곳에 있는 것은───뭐지? 발소리도 없이 누군가는 다가온다. 내가 드러누워 있는 침대 곁에 오자, 그 누군가는 딱 멈췄다. 「직사의 마안(直死の魔眼)인가. 그것을 없애는 것은 아까워, 시키. 눈을 멀게 해 봤자, 보여 버린 것은 보게 되어 버린다구. 저주란 것은 버려도 되돌아오는 것이니까」 「너는───인간이냐?」 나의 물음에, 그 누군가는 웃음을 눌러 참고 있는 것 같았다. 슉, 하고 라이터가 불을 토해 내는 소리가 난다. 「나는 마술사야. 너에게 그 눈의 사용법을 알려주려고 생각해서 말이지」 들은 기억이 있는 목소리. ……이 누군가는 틀림없이 그 카운슬러였다. 「이 눈의 사용법 이라고……?」 「으응. 지금보다 좀 나은 정도지만 모르는 것보다는 나아. 노려보는 것만으로 상대의 죽음을 구현시킨다는 마안(魔眼)은 켈트의 신 이래로 처음이야. 없애기엔 아까워」 발로르(balor)라고 하는데 말야, 하면서 여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소릴 덧붙인다. 「마안(魔眼)이라는 것은 자기의 안구에 무언가 부가효과를 일으키는 영적수술(靈的手術)의 결과인데, 너의 경우에는 자연적으로 보여 버렸었지. 원래 그 재능이 있었고 이번 사건으로 재능이 개화했다는 소리야. 들은 이야기일 뿐이지만, 옛날부터 시키란 애는 존재의 내면을 보고 있었던 것 같다는데?」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이 여자가 말하는 대로 시키는 옛날부터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을 볼 때도 그 인간의 표면이 아닌, 그 속에 있는 심부(深部)를 포착하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시키 본인은 의식하고 있지 않았겠지만. 「그건 말이지, 료우기 시키가 무의식적으로 행하고 있던 제어법이야. 너는 표면을 보려고 해서는 안돼. 만물에는 모두 이음매가 있어. 완벽한 물체란 것은 없으니까, 모두 부서져서 다시 만들어지고 싶다는 바람이 있지. 너의 눈은 그 이음매가 보여. 현미경 같은 거야. 영적인 시력이 너무 강해. 우리들로서는 보이지 않는 선이 보이고, 또한 죽음에 오랫동안 접하고 있던 너는 그것이 무엇인지 뇌가 이해해 버리지. 그 결과, 죽음이 보여 버리게 되는 거야. 그 뿐만 아니라 만지는 것도 가능할 테고. 생물의 사선(死線)이라는 것은 살아있는 한 끊임없이 그 위치를 바꾸는데, 그것을 확실하게 포착해 버리는 능력은 노려보는 것만으로 생명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마안(魔眼)과 큰 차이가 없어. 네가 그것을 파괴하겠다고 하면, 내가 받도록 하지. 다시 말하면, 매입해 주겠어」 「……눈이 없어도 보이게 돼버린다고 말했지? 그렇다면 눈을 멀게 할 이유 따윈 없어」 「그래. 너는 평범하게 살아갈 수 없어. 고민하는 것도 거기까지 해 둬, 료우기 시키. 이제 그만 하고 정신 차려. 너는 원래부터 우리 쪽의 인간이잖아? 그렇다면─── 남들처럼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꿈 따위는 꾸지 마」 「────────」 ……그 한마디는 어떤 의미로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반론을 한다. 「살아가는 의미 따위───나는, 가지고 있지 않아」 「흥. 마음이 비어서 인가. 하지만 죽는 것은 싫지? 왜냐하면 너는 저쪽의 세계를 알아 버렸으니까. 케텔의 카발리스트도 다다를 수 없는 심부(深部)에 있을 수 있었는데도. 사치스런 계집애 같으니. 알겠어? 너의 고민은 단순해. 타인으로서 되살아났다고 해서 뭐가 어떻다는 거야. 단지 '시키'가 없는 것뿐일 텐데. 확실히 시키와 '시키'는 한 세트였어. '시키'가 없다는 것은, 이미 그것만으로 딴 사람이지. 설령 네가 시키 그 자체라고 하더라도, 이전과는 다른 것도 알아. 하지만 그것은 단지 그것뿐이야. 그런데도 너는 살려는 의지도 전혀 없는 주제에 죽는 것만은 사양하고 있어. 살 이유가 전혀 없는 주제에, 죽는 것만은 두렵다고 하고 있어. 생과 사의 어느 쪽도 고르지 않고 경계 위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거야. 마음이 텅텅 비어 버릴 만도 하지」 「……다 안다는 것 같은 소릴, 잘도───」 나는 여자를 노려본다. 그 순간───분명히, 보이지 않을 눈이 여자의 윤곽과 검은 선을 포착해 버렸다. 『죽음(死)』이, 여자의 선에서 나 자신에 휘감긴다. 「본건가. 틈이 있으니까, 그 정도의 접촉으로 작동되는 거야 이곳의 잡념들로서 보자면, 너의 몸은 특상의 그릇(器). 정신 못 차리면 녀석들에게 홀려서 죽게 될 거야」 홀려서 죽게 된다는 것은 그 하얀 연기를 말하는 건가. 하지만 그것은 이젠 오지 않는다. 「잡념이란 것은 말이지, 죽은 뒤에도 남아 버린 혼의 조각에 지나지 않아. 의지가 없으니까 그냥 떠돌 뿐이야. 하지만 조각인 이상, 녀석들은 점점 덩어리를 이루어서 하나의 혼령이 되지. 녀석들에게는 의지가 없지만 본능만은 남아 있어. 이전의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다. 인간의 몸이 가지고 싶다, 라고 하는. 병원에는 잡념이 많아. 그것은 부유령이 되어 몸을 구하고 있어. 그들은 힘이 미약하기 때문에 일반인에게는 감지되지 않고 접촉도 할 수 없어. 형체 없는 영이 관계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을 감지할 수 있는 영능력자 뿐이야. 영시(靈視)를 생업으로 하는 술사는 그들에게 홀리지 않도록 자아를 껍질로 보호하니까 부유령 따위에게 당하는 케이스는 흔하지 않아. 하지만───너처럼 마음이 텅 빈 사람은 홀려 버린다구」 여자는 경멸하듯 말했다. 과연, 그 연기가 내가 있는 곳에 온 이유는 그건가. 하지만 그렇다면 어째서 그것은 나에게 들러붙지 않았던 걸까. 그것이 내 안에 들어오려고 한다면 나는 저항하지 않았을 텐데. 「───꼴사납군. 룬의 수호도 이것으로는 무의미해. 이젠 됐어, 역시 성격에 안 맞아. 이제부터는 멋대로 해」 독설을 내뱉고 여자는 침대에서 떨어져간다. 병실의 문을 닫을 때, 여자는 말했다. 「그런데 말야, '시키'는 정말로 헛되이 죽은 거냐, 료우기 시키?」 나는 그 물음에 대답할 수 없다. 정말로───이 여자는, 내가 피하고 있는 것만을 가시처럼 남기고 간다. ◇ 밤이 되었다. 주위에는 칙칙한 어둠. 오늘만은 복도를 걷는 발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산 속에서 고요히 자리 잡은 호수의 수면처럼 평온한 밤중에, 나는 그 여자와의 대화를 반복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마지막 말만을. 어째서 '시키'는 시키의 대신이 되었던 걸까. 질문에 대답할 '시키'는 없다. ───이제는 없는 '시키'. 무엇을 위해서 그는 사라져 버린 것일까. 무엇과 맞바꾸어서, 그는 사라져 버린 것일까. 꿈을 꾸는 것이 좋았던 '시키'. 그는 언제나 잠을 자고 있었다. 그 행위조차 포기하고 그 비가 오는 날 밤에 그는 죽었다. 이젠 만날 수 없는 자신. 처음부터 만날 수 없었던 자신. '시키'라고 하는 , 원래 자신이었던 것───. 의식은 가라앉는다. 그가 도달했던 결론에 다다르려, 그저 추억을 역행했다. 끼이, 하고 병실의 문이 열린다. 느리고 완만한 발소리가 다가온다. 간호사일까. 아니, 시각은 이미 오전0시를 지나 있다. 방문객이 있다고 하면, 그것은───. 그 때, 인간의 손이 나의 목에 달라붙었다. 차가운 손바닥은 그대로 나의 목뼈를 부러뜨리려는 듯 힘을 넣었다. / 5 「아────」 목에 걸리는 압박에 시키는 신음했다. 호흡을 할 수 없다. 목구멍이 조여진다. 이래서는 호흡곤란을 일으키기 전에 목이 비틀려 잘려 버리겠지. 시키는 보이지 않는 눈으로 그 상대를 응시했다. ……인간이───아니다. 아니, 형체는 인간의 모습. 그렇지만 그녀 위에 올라타서 목을 조르고 있는 인간은, 이미 살아 있지 않았다. 죽은 사람이, 혼자서 움직여서 침대 위에서 시키를 습격하고 있다. 목에 걸리는 힘은 약해지지 않는다. 시키는 상대의 양팔을 쥐고서 저항하지만 힘의 차는 뚜렷했다. 무엇보다───이것은 자신이 원했던 일은 아니었던가. 「──────」 호흡을 멈추고 시키는 죽은 자의 손에서 양팔을 뗀다. 그대로 살해당할 거라면 그것도 좋다고 포기하면서. 왜냐하면 살아있어도 의미가 없다. 살아 있다는 감각이 없는 데도 존재하고 있는 것은 그것이야말로 고행(苦行)이다. 사라져 버리는 것이 자연의 섭리라고 까지 생각되었다. 힘이 실린다. 실제로는 아직 몇 초 지나지도 않았는데, 시간은 너무나 완만하다 고무처럼 늘어져간다. 죽은 자가 시키의 목을 조른다. 체온이 없는 목재 같은 손가락이 목덜미를 파고든다. 이 살인행위에는 용서 따위는 없었고 처음부터 의지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목의 피부가 찢어졌다. 흐르는 피는 살아 있다는 확실한 증거다. 죽어서──'시키'와 마찬가지로 죽어서──그것을 버린다. 버린다? 그 단어에, 시키의 의식이 되돌아온다. 문득 의문이 생겨났다. 정말로───그는 기뻐하면서 죽었던 것일까. ……그렇다, 그것을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이유는 어찌됐든 그곳에 그의 의지는 있었던 걸까. 죽고 싶었을 리는 없다. 왜냐면──죽음은, 그렇게도 고독하고 무가치한데. 죽음은, 그렇게도 검고 기분 나쁜데. 죽음은, 어떤 것보다도 무서웠는데────! 「────사양 하겠어」 순간, 시키는 몸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양팔로 죽은 자의 팔을 쥐고, 밑에 깔린 채로 한쪽 발을 상대의 배에 붙이고──── 「나는, 그곳에 떨어지는 것만은 싫어───!」 ────있는 힘껏 그 몸뚱이를 차올렸다. 죽은 자의 양손이 배어나온 피에 주르륵 하고 미끄러지며 목에서 떨어진다. 시키는 침대에서 일어선다. 죽은 자는 곧바로 시키에게 덤벼든다. 양자는 불빛 없는 병실 안에서 맞붙었다. 죽은 자의 육체는 성인 남자의 것이다. 시키보다 머리 두 개는 크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시키는 힘에서 밀린다. 양팔이 붙잡힌 채 시키는 질질 밀리며 후퇴했다. 좁은 독실이라 곧 벽에 다다른다. 탕, 하고 벽에 떠밀려지자 시키는 각오를 굳혔다. 그녀는 의도적으로 그녀의 등 뒤에 창문이 오도록 도망쳤다. 이렇게 밀려가는 것은 의도대로다. 문제는───이곳이 지상 몇 층이냐는 점이고. 「────망설이지 마」 스스로에게 말하며 시키는 죽은 자를 밀고 있던 양손을 떼었다. 죽은 자가 목덜미를 향해서 손을 뻗어 온다. 그것보다 빠르게───그녀는 자유로워진 손으로 유리창을 열었다. 그대로 양자는 뒤엉키듯 밖으로 낙하했다. ◇ 떨어지는 순간. 나는 죽은 자의 쇄골을 잡고서 상하를 반전시킨다. 빙글하고 죽은 자를 지면으로, 자신은 위로 올라타는 모양이 되자 그 다음에 육감에 따라 도약했다. 이미 지상은 코앞이었던 것 같다. 죽은 자의 육체가 지면에 부딪히고, 나의 육체는 부딪히기 직전에 지면과 수평으로 뛰고 있었다. 촤아아, 하고 병원 앞뜰의 흙을 무너뜨리면서 양손양발로 착지한다. 사체는 병동의 화단으로 추락했고───나는 그곳에서 멀리 떨어진 앞뜰에 미끄러져 내린 상황이었다. 도장(道場)에서도 한 적 없는 신기에 가까운 착지를 했지만, 3층 높이 분량의 무게는 나의 사지를 마비시키고 있다. 나의 주위는 안뜰에 있는 나무들과, 이런 일에도 쥐죽은 듯 조용한 밤뿐이었다. 나는 움직이지 못하고 그저 목의 아픔만을 느낀다. 아아───나는 아직 살아 있다. 그리고───저 사자(死者)도 아직 죽은 것은 아니다. 죽고 싶지 않다면 할 일은 명백하다. 죽기 전에 죽인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 가슴의 공허함은 사라졌다. 동시에, 여러 가지 감정도 엷어져 간다. 「뭐야, 정말」하고 중얼거린다. 이 일로 나는 알아차렸다. 그렇다───고민하고 있던 내가 바보 같았다. 대답은 이렇게나 단순한데도─── ◇ 「놀래라. 고양이냐, 너는」 목소리는 시키의 바로 뒤에서 났다. 시키는 되돌아보지 않고 착지의 충격을 필사적으로 견디고 있다. 「너냐. 어째서 이런데 있는 거야」 시키의 질문에 자칭 마술사인 카운슬러는 한심하다는 듯 대답했다. 「감시하고 있었으니까. 오늘 밤 쯤이라고 추측했던 것뿐이야. 자, 쉬고 있을 틈은 없다구. 확실히 병원은 활기 좋은 사체가 있지. 놈들, 영체로서는 들어갈 수 없는 것이라서 실력행사로 나왔어. 사체에 깃들어서 너를 죽이고 옮겨 들어갈 생각이야」 「어찌됐건 간에, 너의 이상한 돌 때문이잖아」 지면에 엎드린 채로 시키가 말한다. 그곳에, 지금까지 같은 망설임은 티끌 한 점 찾아볼 수 없었다. 「어라, 알고 있었던 거야? 응, 확실히 이건 나의 미스다. 영체가 들어올 수 없도록 병실에 결계를 쳤는데, 그것을 깨기 위해서 몸을 얻어서 찾아오리라고는. 보통, 녀석들에게 그런 지식은 없는데 말이지」 쿡쿡, 하고 마술사는 유쾌하게 웃는다. 「그러냐. 그럼, 네가 어떻게든 해봐」 「오케이」 파칭, 하고 마술사가 손가락을 튕긴다. 보이지 않는 시키에겐 어떻게 비쳤을까. 마술사는 담뱃불로 공중에 문자를 새긴다. 문자는 투사된 것처럼 죽은 자의 몸에 겹쳐졌다. 직선만으로 형성된, 먼 나라 먼 세계의 마술각인(魔術刻印). 룬이라고 불리는 회로가 작동하고, 갑자기───지면에 쓰려져 있던 죽은 자의 몸이 불타기 시작했다. 「───지금 가지고 있는 F(アンサズ)로는 너무 약한데, 이건」 마술사가 중얼거린다. 화염에 휩싸인 죽은 자는 천천히 일어났다. 완전히 부러져 있는 양다리로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 걸까. 근육만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다리를 질질 끌며 시키를 향해 다가온다. 화염은 얼마 안 있어 꺼졌다. 「어이───이 사기꾼」 「그렇게 소리 지르지 마. 인간 크기 정도 되는 물체의 파괴는 어려워. 살아 있다면 심장을 불태우면 끝나. 하지만 죽은 자는 그렇게 안돼. 죽어 있으니까, 팔이 없어지던 머리 가 없어지던 상관 안한다구. 권총 정도의 폭력으로 인간 그 자체를 소거할 수 없는 것은 알겠지? 저걸 멈추려면 화장터 정도의 화력을 가져 오든가────덕망 높은 스님이라도 데려오는 수밖에 없어」 「자기자랑은 됐어. 요점은, 너로서는 무리라는 거야」 시키의 발언에, 마술사는 프라이드에 몹시 상처를 입은 것 같았다. 「너라도 무리야. 죽은 자는 이미 죽어 있으니까 죽일 수 없어. 때마침, 가지고 있는 무장으로는 사람을 죽일 수 는 있어도 없앨 수는 없어. 이곳은 피하자」 마술사는 후퇴했다. 하지만 시키는 움직이지 않는다. 3층으로부터의 낙하로 다리가 부러져 버린 것도 아니다. 그녀는 그저 웃고 있었다. 「죽어 있다고 하던 뭐라고 하던, 저건 "살아 있는" 사체잖아. 그렇다면──────」 바닥을 기고 있던 자세가 올라간다. 그것은 등을 구부리고 사냥감에 덤벼들려는 육식동물의 자세와 닮아 있었다. 스윽, 하고 그녀는 스스로의 목을 쓰다듬는다. 피가 흐르고 있다. 피부가 찢어져 있다. 목이 졸렸던 흔적이 남아 있다. ─────하지만, 살아 있다. 그 감각에, 오싹해졌다. 「───뭐든 간에 죽여 보이겠어」 스르륵, 눈동자를 덮고 있던 붕대를 풀었다. 어둠 속, 직사의 마안(魔眼)이 그곳에 있다────── 가느다란 양다리가 지면을 박찼다. 죽은 자는 달려드는 시키에게 양팔을 뻗는다. 그것을 종이 한 장 차로 피하고, 그녀는 눈동자가 포착한 선을 쓰다듬듯이 한쪽 손으로 죽은 자를 갈라 찢었다. 오른쪽 어깨부터 가사(袈裟)로 베듯이 왼쪽 허리까지 시키의 손톱이 파고 들어간다. 그걸로 그녀의 손가락 뼈는 부러졌지만, 죽은 자의 상처는 그것을 아득히 상회하고 있었다. 주르르, 하고 조종하던실이 끊어진 것처럼 죽은 자는 지면에 쓰러진다. 그래도 한쪽 팔 만은 실이 남아 있었는지, 죽은 자는 바닥을 기듯 엎드린 채로 시키의 한쪽 발을 쥐었다. 그 팔을 시키는 망설이지 않고 밟아 짓이긴다. 「죽음 덩어리가, 내 앞에 나타나는 게 아니야」 그렇게 말하면서, 시키는 소리 없이 비웃었다. 살아 있다. 지금까지의 마음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이렇게도 확실하게 살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니. 「시키!」 마술사는 소리 지르고서, 무언가를 시키에 향해서 던졌다. 그것은 은색을 띤, 아무런 장식 없는 한 자루의 나이프. 시키는 지면에 박힌 나이프를 빼어 들고서 아직 움직이고 있는 사마귀 같은 죽은 자를 내려다본다. 그대로 그녀는 사체의 목에 나이프를 꽂았다. 죽은 자는 딱, 정지했다. ───그러나. 「멍청아, 처치할거라면 본체를 찔러!」 마술사의 질타보다 빠르게, 그 이상(異常)이 나타났다. 시키가 사체를 찌른 순간───사체에서 연기가 튀어나온 것이다. 연기는 도망치듯이 필사적으로───시키의 육체로 사라져 간다. 「───────」 덜컥, 하고 시키의 무릎에서 힘이 빠진다. 지금까지 시키의 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홀릴 수 없었던 그들은, 시키가 살인에 의해서 고양(高揚)을 얻어 자아를 잊고 있는 순간을 노리고 그녀 안으로 침입한 것이다. 「마무리에서 실수한거냐, 얼간아」 마술사는 달려온다. 그것을───시키는 한쪽 손으로 제지했다. 다가오지 말라는 의사표시에 마술사는 멈춰 선다. 시키의 몸은 나이프를 양손에 쥐고, 그 칼끝을 자신의 가슴으로 향했다. 허무한 눈동자가 강한 의지를 되찾는다. 굳게 다문 입술, 뿌득하고 이빨을 깨문다. 나이프의 칼끝이 가슴에 닿는다. 그녀의 의지도 육체도 망령 따위에는 침범 당하지 않았다. 「이걸로 놓치지 않아」 중얼거림은 다른 누구에게 향한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것. 시키는 자신의 내부에 꿈틀거리고 있는 것의 죽음을 직시한다. 꿰뚫는 것은 료우기 시키의 육체다. 그렇지만 그것은 존재하지도 못하는 조잡한 존재를 죽일 뿐인 행동. 자기 자신은 결코 상처 따위 입지 않는다고, 시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힘을 넣는다. 「나는 약한 나를 죽인다. 너 같은 것 따위에게────료우기 시키는 넘기지 않아」 나이프는 미끄러지듯 그녀의 가슴을 찔러 들어갔다. ◇ 은빛의 날이 뽑혀 나온다. 피는 나지 않는다. 그녀에게 있는 것은 가슴을 찔렀다는 아픔뿐이다. 붕, 하고 시키는 나이프를 휘두른다. 칼날에 묻은 더러운 영을 떨어내듯이. 「너, 말했지. 나에게 이 눈의 사용법을 알려준다고」 지금까지 일정치 않았던 그녀의 어조가 굳어져 간다. 마술사는 그것에 만족하면서 끄덕였다. 「조건을 붙여서. 나는 너에게 직사(直死)의 사용법을 알려주겠어. 그 대신에 나의 일을 거들어 줘. 사용마를 잃어서, 마침 실력 있는 수족이 필요했던 참이야」 시키는 마술사를 돌아보지 않고서 그래, 하고 조용히 말을 흘렸다. 「그거, 사람은 죽일 수 있어───?」 마술사조차 전율할 목소리로. 「아아, 물론이다」 「그럼 하겠어. 마음대로 써. 어차피 그것 말고는 목적이 없어」 슬픈 듯한 시키는, 그대로 천천히 지면에 쓰러졌다. 지금까지의 피로 때문인가───아니면 스스로의 가슴을 찌른 난폭한 짓 때문인가. 마술사는 그녀의 몸을 안아 일으키고는 눈을 감고 자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잠 같은 것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죽은 자의 그것에 가까운 얼어붙은 얼굴. 그것을 오랫동안, 마술사는 계속 바라보았다. 이윽고 말이 흘러나온다. 「목적이 없다, 인가. 그것도 비극이지만 말야, 너는 아직도 틀렸어」 평온한 시키의 모습. 마술사는 밉다는 말투로 말했다. 「텅텅 비어 있다는 것은 얼마든지 채워 넣을 수 있다는 소리잖아. 이 행복한 자식, 그 이상의 미래가 대체 어디에 있다는 거야」 중얼거리고서 마술사는 혀를 찼다. 마음에서 우러나온 말 따위를 입에 담은 스스로의 미숙함을. ……정말이지, 그런 건 오랫동안 잊고 있었는데. / 가람의 동 꿈에 빠져서, 의식을 가라앉혔던 때를 혼자서 생각한다. 없어져 버린 '시키'. 또 하나의 나. 그는 무엇과 맞바꾸어 사라졌고. 그는 무엇을 지키기 위해서 사라졌던 걸까. 료우기 시키의 기억을 더듬어서 그것을 알아 버렸다. 아마도───'시키'는 스스로의 꿈을 지킨 것이었다.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그의 꿈. 그것이 그 클래스메이트였던 걸까. 아니면 그가 되고 싶었던 남자로서의 인간이, 그 소년이었던 것일까. 그것은 이젠 알 수 없게 되었지만. '시키'는 그와 시키가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사라졌다. ───나에게 이렇게도 깊은 고독을 남기고. … 아침 햇살이 비쳐 든다. 시력을 되찾은 나의 눈동자는 그 따스함에 잠에서 눈을 떴다. 나는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어젯밤의 그 사건은 그 마술사가 잘 처리했음이 틀림없다. 아니, 그건 사소한 일이다. 지금은 그런 것 보다 그에 대한 것을 생각하자. 나는 드러누운 채로, 머리조차 움직이지 않고서 아침 공기를 받아들였다. 빛 때문에 잠을 깬 것은 얼마나 오래간만인 것일까. 엷으면서도 강하다. 선명한 햇살에 마음속의 어둠이 빈틈없이 색칠되어 간다. 지금 손에 넣은 이 우연한 삶과─── 이제는 돌아오지 않는 또 다른 내가 녹아 섞여서 빛 속으로 사라져 간다. 료우기 '시키'의 존재와. 그가 꿈꾸었던 것이 사라져 간다. 울고 있었다면, 나는 눈물을 흘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눈동자는 말라 있다. 이제 우는 것은 한 번 뿐이라 마음먹었고 있었고───이 일로 우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이제 되돌릴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에, 나는 두 번 다시 후회하지 않는다. 아침 햇살에 엷어져 가는 이 어둠처럼. 그렇게 미련 없이 사라져 가는 것을 바랐을 테니까. ◇ 「안녕, 시키」 곁에서 소리가 났다. 목만 옆으로 움직인다. 그곳에 있는 것은 오래 전에 알던 친구다. 검은 테의 안경도 꾸밈없는 흑발도, 정말로 변하지 않았다. 「나, 알아보겠어……?」 목소리는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아, 알고 있다. 네가 계속 시키를 기다렸고. 너만이 계속, 나를 지켜 주고 있었다는 것을. 「코쿠토 미키야. 프랑스의 시인 같아」 중얼거린 목소리에 그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마치 다음날 학교에서 만났을 때 같은 평범한 웃는 얼굴이었다. 거기에 어느 정도의 노력이 숨겨져 있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단지───그도, 그 약속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이 맑은 날씨라 다행이야. 퇴원하기엔 딱이야」 눈동자에 눈물을 글썽이면서, 할 수 있는 한 자연스럽게 그는 말한다. 텅 비어 있는 나에게 그것은 무엇보다 따스했다. 우는 얼굴보다 웃는 얼굴을, 이 친구는 선택했다. 고립(孤立)해 있는 것 보다 고독(孤獨)을 느끼는 것을, '시키'는 선택했다. ───나는 아직 어느 쪽도 선택할 수 없지만. 「……아아. 없어지지 않는 것도, 있는 건가」 부드러운 햇살과 하나가 되어 갈 것 같은 그의 웃는 얼굴을 나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질릴 때까지. ──그런 것으로 가슴의 구멍이 메워지지는 않을 거라 알고 있으면서도, 지금은 그렇게 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부드러운 그의 웃는 얼굴. 그것은, 나의 기억 속에 있는 것과 같은 웃는 얼굴이었다. / 伽藍の洞 · 了 -------------------------------------------------------------------------------- * 伽藍の洞(がらんのどう) : 직역하면 가람의 굴(동굴), 가람의 구멍, 건물의 (큰) 구멍 정도. 伽藍(がらん) : 승려들이 사는 건축물의 총칭. 일반적으로는 금당 · 강당 · 탑 · 식당 · 종루 · 경장 · 승방의 일곱가지 건물을 갖추고 있는 사찰을 가리킨다. 정식 명칭은 승가람마(僧伽藍摩)이며 어원은 산스크리트語의 상가라마(Saghrma). 인도에서는 수행하는 승려가 모여 수행(修行) · 숙박하는 원림(園林)을 말하였는데, 나중에는 가람에 7가지 건축물을 갖추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이것을 칠당가람(七堂伽藍)이라고 한다. 7당이란, 중국에서 생겨난 것으로서 금당(金堂) · 강당 · 탑 · 식당 · 종루(鐘樓) · 경장(經藏) · 승방(僧房)을 다 갖춘 형식을 말한다. 그런데 이 칠당의 명칭과 배치는 시대와 종파에 따라 다른데 보통 남향(南向)으로 세웠다. [ 출처 : empas 백과사전 - http://100.empas.com/entry.htmll/?i=570&Ad=Encyber ] がらんどう : 텅 비다. * 가람에 관한 역자의 단상 : 여기서 伽藍(がらん)은 허공 4장에서는 은유적으로 '시키(의 마음)'를 뜻한다고 생각됩니다. '텅 비어버리다' 란 がらんどう란 단어와, (직역해서) '가람의 동굴'이란 뜻의 がらんのどう는 스펠도 거의 유사하고, 아직 세부적으로 단정은 못하겠지만, '텅 비어버린(がらんどう)' 시키의 마음이겠죠. 마음에 큰 구멍이 나 버린 시키의 모습은 시키(의 마음) = 伽藍(がらん)으로 생각해서 伽藍の洞(がらんのどう)라고 하면 곧 시키(의 마음)에 뚫려버린 큰 구멍(빈 공간)이 될 듯도. 게다가 세 단어 모두에 'がらん'이란 글자가 들어가 있으니 약간은 언어유희적……일까요? -_-; 그리고, 극중에 '건물짓기'란 것의 원 스펠은 伽藍作り(가람 짓기). "현재를 거듭해 쌓아 나가면서 새로운 자신을 형성해 가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굳이 '伽藍'이란 단어를 썼다는 것은 위의 심증을 굳히는 요소중의 하나지만……과연 어떨런지는. 이상 역자의 잡설……이었습니다. 심심해서 같이 실어버립니다. * 켈트신 : 켈트 신화에 등장하는 암흑의 마신 "흉안(凶眼)의 발로르(Balor)". 켈트 신화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신족이자 신화시대의 다섯 번째에 위치한 "투아하 데 다난(Tuatha de Danann)" 족. 발로르는 이에 적대하는 거인족인 포워르(Fomor)의 왕이다. 언제나 한쪽 눈을 감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는데 그의 한쪽 눈은 마법에 걸린 흉안(凶眼)으로 이 흉안에는 강력한 죽음의 힘이 깃들어 있어서 뜨이는 순간 모든 생명을 재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가 그런 눈을 갖게 된 경위는 이와 같다. 어느 날 그는 어떤 집 근처를 지나가고 있었는데 그 집은 그의 아버지의 드루이드들이 죽음의 마법을 만드는 곳이었다. 우연히 창문이 열려 있던 탓에 그는 호기심에 이끌려 안쪽을 들여다보았고 때마침 솟아오르던 독기(毒氣) 어린 마법의 연기가 그의 눈에 들어가 버린 결과, 그는 평상시엔 한쪽 눈을 감고 있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여담이지만, 이 눈을 뜰 때는 항상 그의 부하들이 상아 고리로 그의 눈꺼풀을 열어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흉안은 또한 발로르의 약점이기도 해서, 투아하 데 다난과 포워르 족의 전투였던 "제 2차 모이 티라 대전 (The Great Battle of Magh Tuireadh)" 당시 발로르가 그의 외손자이자 데 다난의 총사령관이던 빛의 신 루(Lugh)를 죽이고자 흉안을 뜨고 루를 보려던 순간, 루는 마법의 창인 "브뤼냐크"를 던져 발로르의 흉안을 꿰뚫고 빛의 검 프라가라흐로 그 목을 베어 죽였다고 한다. 작품 내에서는 시키가 지닌 직사의 마안을 비유하는 데 쓰였지만, 아무래도 발로르의 흉안에 비할 때 시키의 마안은 격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 발로르의 흉안은 뜨이는 순간, 죽음 자체를 시선이 미치는 곳에 구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쉽게 설명하자면, 직사의 마안의 능력과 후지노의 능력이 결합 되었다는 느낌일까). 물론 시키의 능력 또한 인간의 능력임을 감안하면 드물고 뛰어난 능력임은 부정할 수 없을 테지만. [ 자료제공 : 유준영(Nownuri : 성야)군 ] * 케텔의 카발리스트 : 카발라 Cabala (caballa, kabala, kaballa, Kaballah, qaballah.... ) 카발라는 일반적으로 유대 신비주의로 알려져 있는 고대의 비전 지식체계입니다. 카발라의 전통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카발라를 신봉하는 사람들에 따르면 성서상의 주요 인물들이 모두 카발라의 맥을 이었던 카발리스트였습니다. 아담과 노아, 아브라함이 카발라의 가르침을 차례로 전해 받았으며, 아브라함은 이것을 다시 이집트에 전했다고 합니다. 한편 아브라함에게 카발라의 가르침을 전해준 것은 하나님의 제사장이었던 멜기세덱이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모세 역시 카발라의 비전에 입문한 입문자였으며, 모세는 다시 70명의 장로들을 카발라에 입문시킴으로써 이후 카발라의 전승은 이스라엘에서 이어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카발라의 대부분은 유대교의 랍비에 의하여 쓰여진 것이지만, 중세 기독교도에 의하여 쓰여진 것도 있습니다. 카발라의 저자들은 헤브라이 성서에 나타나는 문자나 단어, 숫자, 악센트를, 신비주의와 수비술에 근거하여 해석하고 마치 암호처럼 다룹니다. 카발라는, 신비적 능력이 없는 자에게는 단지 문자 그대로의, 또는 비유적인 의미로 밖에 읽혀질수 밖에 없는 경전속에서 신의 신비적 의지에 의하여 숨겨진 심오한 의미를 찾아내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동시에 오컬트에 기호를 해석하는 방법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카발라(QBLH)라는 단어는 ‘받다’라는 의미의 히브리어 어근 키벨(QBL, Qibel)에서 파생한 것으로, 본래는 구전으로 전승되다가 서기 150년경에 처음으로 활자화되었습니다. 『세펠 조하르(빛의 서)』와 『세펠 예트지라(창조의 서)』 등이 중요한 카발라의 경전들입니다. 당시 카발라의 전통은 ‘마쉐 베레쉬트’와 ‘마쉐 멜카바’라는 두 개의 신비학파로 나뉘어 있었는데, ‘마쉐 베레쉬트’가 주로 우주의 창조와 역사에 관심을 두었다면 ‘마쉐 멜카바’는 신의 보좌에 들어가는 것을 주된 목표로 삼고 있었습니다. 후에 ‘마쉐 베레쉬트’는 사변적인 카발라로, 그리고 ‘마쉐 멜카바’는 실천적인 카발라로 그 전통이 이어집니다. 『세펠 예트지라』는 마쉐 베레쉬트 전통에서 나온 것으로, 여기에 처음 세피로트(생명의 나무)에 관한 교의가 등장합니다. 카발리스트들은 신이란 일절의 '속성' 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된 존재로, 볼수도 느낄수도 없는 모든것을 초월한 존재라고 봅니다. 그래서 이들은 전능한 신과 인간에게 느껴지는 신의 속성을 구분 하고 그걸 잇는 중간속성을 설정했는데, 그게 바로 10종류의 '세피라'(Sephira, 구슬) 라고 합니다. 이 세피라를 신의 속성에 대한 유출경로, 즉 인간의 감각의 방법에 따라 구성해 만든 것이 '세피로트의 나무'(생명의 나무)입니다. 천국에 있는 이 생명의 나무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에덴의 중앙에 심어져 있는 지식의 나무의 옆에 있는 나무라고 합니다. 생명의 나무는 생명의 원천이자 인류의 탄생을 나타내는 존재로서 나무는 10개의 구슬(세피라)과 22개의 길 (파스,Pass)로 이루어져있다고 합니다. 현재 인간은 가장 아래의 마르쿠트 (왕국) 에 위치하며 22개의 길을 거쳐 세피라를 하나씩 얻어가면서 케테르(왕관)을 향해 정신적 수양이 되는 여행을 계속한다고 하죠. 각기 세피라에는 사람을 지도하고 수호하는 대천사가 있다고 합니다. 그 10종류의 세피라를 요약해 보면, [ http://aimship.new21.org/topic/kabbalah/kabbalah.html를 가보시면 세피라와 생명의 나무의 도해가 나옵니다. 아래 설명과 같이 참고하세요 ] 1. 케테르(Keather:왕관) 인간의 머리위에 있는 대우주와의 접점. 창조의 원천, 순수존재, 생명력의 원천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이곳의 천사는 메타트론(Metatron). 2. 코쿠마(Cochma:지) 남성원리의 상징인 '지고의 아버지' 의 별명을 가진다. '動性'의 상징이기도 하고 천사는 라지엘(Ratziel). 3. 비나(Binah:이해) '지고의 어머니'의 별명이 있다. 즉 코쿠마와 대응하는 관계이다. 모든 것에 형태를 준다고 한다. 이곳의 천사는 자피켈(Zaphkiel). 4. 케세드(Chesed:자비) 순수하고 성스러운 우주법칙으로서의 '사랑'의 비전을 의미하고 있다. 케세드를 수호하는 천사는 자드키엘(Zadkiel). 5. 게브라(Geburah:신의 힘) '신의 힘'을 상징. 정의를 앞에 둔 파괴적 성격을 가진다. 별명이 '천계의 외과의사' 라고 한다. 이곳의 천사는 카마엘(Camael). 6. 티파레트(Tiphreth:미) 천사 미카엘(Michael)이 진좌하는 이 세피라는 생명의 나무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모든 생물에게 생명 에너지를 공급하는 중심부인 것이다. 7. 네차크(Netreth:승리) '풍요'의 의미를 가지는 네차크는 7이라는 번호가 상징적이다. 7은 '창세기'에 있어서의 창조의 7일간의 이미지로, '견실', '용기'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천사는 하미엘(Hamiel). 8. 호드(Hod:영광) 라파엘(Raphael)을 천사로 두고 있는 호드는 물질적 형태의 '주형' 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형태는 카발라에 있어서 내적존재의 구현이다. 9. 예소드(Iesod:기반)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아스트랄체'. 즉 영혼과 육체의 중간이 위치한다고 하는 영기이다. 카발라에서는 이에 대해 '전존재물질'이라고 하는 표현법을 취한다. 이곳의 천사는 가브리엘(Gabriel). 10. 마르쿠트(Malchut:왕국) 이곳에 존재하는 천사는 케테르와 마찬가지로 메타트론이다. 이곳은 오감을 통해 느낄 수 있는, 말하자면 물질적 왕국이다. 이상의 카발라에 관한 서술은 아래의 국내 사이트를 참조하였습니다. [ http://www.rathinker.co.kr/skeptic/cabala.htmll http://members.tripod.lycos.co.kr/dew0309/index07.htmll http://aimship.new21.org/topic/kabbalah/kabl03.html http://aimship.new21.org/topic/kabbalah/kabbalah.html ] 다음은 카발라에 관한 해외 사이트입니다. [ http://www.newadvent.org/cathen/08590a.html (카톨릭 백과사전입니다) http://www.kabbalah.com/ksite/default.asp? (Shraga Berg's Kabbalah Center exposed by Rick Ross) http://www.digital-brilliance.com/kab/faq.html (Kabbalah FAQ) http://kabbalah-web.org/ (Kabbalah Home Page) http://www.digital-brilliance.com/kab/nok/index.html (Colin Low's Notes On Kabbalah) ] [ 출처 : empas 지식거래소 질문마당 - http://kdaq.empas.com/dbdic/db_view.jsp?ps=src&num=614082 ] -------------------------------------------------------------------------------- [ Before | Top | Next ] [MA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