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적, 그 작은 금속조각은 나의 보물이었다.    울퉁불퉁하고, 작으며, 단지 기능미 밖에 없다.    은색의 쇳조각은 차가웠고, 그것을 강하게 쥐면 아팠던 것을 기억한다.    철컥, 하고 하루의 시작에 절반 돌린다.    철컥, 하고 하루의 끝에 절반 돌린다.    어렸던 나는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자랑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도,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철컥, 철컥. 시작에 한번, 끝에 한번.    하루는 언제나 원을 그리며, 그것을 매일 반복했다.    돌고 또 돌고. 질리지도 않고 싫증내지도 않고.    기쁨도 슬픔도 절반씩. 빙글빙글 변하지 않는 나날은, 이발소의 간판 같았다.    하지만, 끝나지 않던 나선의 나날은 갑자기 끝나버렸다.    은색의 쇳조각은 그저 차가울 뿐이라. ───기쁘지도 않다.    강하게 쥐면 피가 배어 나왔다. ──────슬프지도 않다.    당연하다. 쇳조각은 쇳조각에 지나지 않는다. 그곳에 환상은 없다.    현실을 안 여덟 살 때, 쇳조각은 이전처럼 빛나는 존재가 되지 못했다.    그 때에 깨달았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환상을 현명함과 맞바꾸는 일이다, 라고.    어리석게도 그것을 조숙한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그 사실을 자랑스럽게 받아들인 것이다. / 모순나선 / 0    금년 가을은 짧았다.    11월을 앞두고 세간의 정취가 겨울의 그것으로 바뀌려하고 있던 무렵, 경시청 수사1과의 아키미 형사는 이상한 괴담을 들었다.    직업상, 사람 죽는 일이 병원 다음으로 많은 그의 직장은 괴담이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춘하추동, 언제나 그런 쪽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자연히, 어지간한 이야기가 아니고서는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게 된 아키미 형사였지만, 그 이야기는 지금까지 들었던 것들과는 격이 틀렸다. 무엇보다, 괴담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을 사건이 정규 보고서에 당당하게 기록되어 있었던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누구도 눈길도 주지 않을 한 파출소의 보고가 그의 곁까지 흘러 들어온 것은, 그가 미스테리를 엄청 좋아한다는 사실이 서 내에서도 유명하기 때문이겠지.    그 사건은, 조금 정신이 이상한 도둑에 대한 사건으로 처리되어있었다.    내용은 의외로 간단하다. 10월의 첫날, 도심에서 약간 떨어진 주택단지의 변두리에서 절도사건이 있었다. 집사람들이 집을 비운사이를 노린 빈집털이였는데, 피해가 있었던 집은 열 곳이 넘는 맨션들 중도 제일 고급스러운 맨션의 한 집이었다고 한다.    범인은 전과가 있는 상습범으로 계획적으로 범행하는 타입은 아니고, 돌발적으로 빈집털이를 하는 유쾌범이었다. 범인은 평소 하던 대로 처음 본 맨션 안에 불쑥 들어가, 대충 봐서, 사람이 없는 것으로 짐작되는 집에 침입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 다음부터로, 수분 뒤에 이 범인은 인근의 파출소까지 달려가, 도움을 청했다는 것이다.    범인은 착란증세를 보이고 있어서 말에 두서가 없었지만, 그 맨션의 한 가족이 전원 사체로 방치되어있다고 간신히 말했던 것 같다. 마침 그 자리에 있던 경관은 범인을 데리고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범인의 말과는 반대로 가족은 모두 멀쩡하게 행복한 저녁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범인은 점점 곤혹스러워했고, 그것을 수상하게 생각한 경관이 추궁해보자, 그가 빈집털이를 하려고 맨션에 들어왔던 것이 드러나, 절도미수로서 체포되었다는 이야기였다. 「뭐야, 이건」    보고서를 대충 훑어보고는, 끼이끼이 소리가 나는 파이프의자에 등을 기대며 아키미 형사는 중얼거린다.    우습다고하면 우스운 이야기고, 특별히 마음에 둘만한 이야기냐면 그런 것도 아니다.    보고서에는, 범인은 술이나 약에 취하지 않았고, 정신상태에도 문제는 없었다는 사실도 덧붙여져 있다. 정신이상 절도범으로 체포된 빈집털이범은, 별나다고 한다면 확실히 별나다.    이런 별 볼일 없는, 게다가 끝나버린 사건(게다가 사건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것조차 의문이다)에 신경 쓸 시간은 없다.    지금의 그는 3년 전처럼 바쁘다. 아니, 그 사건의 재래(再來)가 아닌가 하고 의심하고 싶어질 정도로, 항구에는 행방불명자가 잇따르고 있었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은 사태지만, 10월부터 시작해서 이미 네 명의 행방불명자가 생겼다. 피해자의 친족의 입을 막아두는 것도 슬슬 한계겠지.    그런 상황 하에서 이런 헛소리에 관여하고 있을 여유는 없다. 그럴테지만, 아무래도 뒤가 켕기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빌어먹을」    그런 말을 내뱉으면서, 수화기를 든다. 전화번호는 보고가 있던 파출소. 상대는 얼마 안 있어 전화를 받았고, 아키미 형사는 사건이 있었던 때의 대강의 줄거리를 들어보았다.    범인이 말했던 "사체가 방치되었던 가족"의 이웃집들은 확인했었는가, 범인이 설명했다는 사체의 묘사에 모순은 없었는가.    대답은 예상 했던 대로, 좌우의 집은 당연히 확인했었고, 범인이 정신없이 주절댄 사체의 상황은 미친 사람의 말이라기엔 너무도 극명했다는 것이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그러자 등 뒤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뭐하고 있는 거야 다이스케. 서둘러, 두 번째의 유체가 나왔다는군」 「벌써 나와 버린 겁니까. 그 말투로 보니 또 먹다 남긴 건가 보지요?」    아아, 하고 끄덕이는 소리가 난다.    아키미 형사는 의자에서 일어서자, 깨끗하게 사고(思考)를 전환했다. 이 보고서가 아무리 마음에 걸린다고 해도 어차피 끝난 사건. 지금당장 우선되어야할 리 없다.    이렇게 1과 유일의 괴짜라고 불리는 아키미 형사조차, 이 괴상한 사건의 추급을 잊었다. / 1 (모순나선, 1)    이제 막 10월이 된 것뿐인데, 거리는 아주 추워져있었다.    시각은 오후 10시 조금 전.    바람은 차갑고, 밤의 어둠은 날카로웠다.    원래대로라면 거리는 아직 충분히 밝을 시간대인데, 오늘밤만은 시계의 바늘이 한 시간 정도 늦는 게 아닌가 하고 의심할 정도로 거리는 음울했다. 눈이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겨울하늘은, 너무나 빨리 겨울의 도래를 느끼게 한다.    그 탓이겠지, 평소에는 인파로 북적일 역 앞에는 일상의 활기가 없다.    역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겉옷의 옷깃을 올리고, 곧바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다.    집이라는 것은, 아무리 작더라도 따스한 안식의 땅이다. 이런 추운 날이라면 그 누구라도 자신의 집에 돌아가려고 발걸음을 재촉하겠지.    흘러가는 사람들. 정체하지 않는 열기. 평소보다 어둠이 짙은 거리.    그런 광경을 소년은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역 앞에서 떨어진 대로변, 캔 쥬스 자판기 옆에 숨듯이 주저앉아있는 소년의 시선은, 정상이 아니었다.    무릎을 끌어안고 주저앉아있는 소년은, 언뜻 보기엔 성별을 알 수 없다.    가냘픈 생김새에 호리호리한 몸집. 머리카락은 빨갛게 물들이고 있고, 머리칼이 한쪽방향으로 몰리는 스타일인지, 머리모양이 그리 깔끔하지 않다. 연령은 16,7세 정도일까. 초점 없는 눈동자는 가늘고 길어서, 여자의 옷차림을 하고 있으면, 멀리서 본다면 여성이라고 착각할 정도겠지.    딱딱, 하고 이빨을 맞부딪치는 소리를 내고 있는 소년의 복장은 어딘가 이상하다. 더러워진 청바지에, 군청색을 한 몸에 맞지 않는 커다란 블루종을 걸치고 있을 뿐. 겉옷 안에는 아무 것도 입지 않았다.    소년은 추위인가──아니면 다른 무엇인가를 견디는 듯, 그저 이빨을 딱딱하고 울리고 있을 뿐이다.    그는 얼마동안이나 그러고 있었던 것일까.    역에서 나오는 인적도 뜸해 졌을 무렵, 어느 사이엔가 소년은 몇 명의 젊은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여어, 토모에」    어딘가 깔보는 듯 느껴지는 친근한 말투로, 젊은이들 중의 한 명이 말했다.    목소리만이 흐른다. 빨간 머리의 소년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엔죠우, 이 자식, 무시하지 말란 말야」    젊은이는 난폭하게 겉옷을 쥐고서, 인형처럼 무저항한 소년을 일으켜 세운다.    말을 건 사람은 소년과 거의 동년배의 인간이다. 그의 주위에는 역시 같은 나이 또래의 사람들이 다섯 명 정도 모여 있다. 「뭐야, 학교를 관두면 이젠 남이란 거야? 그래, 토모에쨩은 사회인이니까, 우리 같은 꼬마 애들은 상대 안 한단 거군요?」    아하하, 하고 일제히 웃는 소리가 난다.    그렇지만, 소년───토모에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다.    후응, 하고 남자는 토모에의 겉옷에서 손을 떼고, 소년의 볼에 주먹을 날렸다. 텅, 하는 충격. 짤그랑하고 무언가가 길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 「자지 말라구, 멍청아」    놀리는 듯 한 남자의 말에, 다시 주위가 웃기 시작한다.    그 소리에 소년───엔죠우 토모에는 쇼크 상태에서 소생했다. 「……엔죠우……토모에」    자신의 이름을 중얼거린다. 사고가 정지해 있었던 토모에는, 자신의 존재조차 잊고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자기 입으로 말하는 것은, 그 명칭의 활동을 재개시키는 의식 같은 행동이다.    제정신을 찾고, 토모에는 눈앞의 남자를 노려본다.    예전의 동급생과, 그의 동료들.    그들에 대해서는 기억하고 있다. 보통의 학생도, 그렇다고 해서 불량학생도 되지못하고, 자신 같은 약한 자만을 쫓아다니는 시원찮은 놈들이다. 「아이카와(相川)냐. 너, 이런 시간에 뭐하고 있는 거야」 「그건 이쪽이 할말이야. 나는 네가 몸을 팔고 있는 건가하고 걱정 했다구? 왜냐하면 토모에쨩은 연약한 여자니까 말이야」    그치? 하고 남자가 주위의 동료들을 돌아본다.    물론 토모에는 여자가 아니다. 아직 토모에가 고교생이었던 시절, 가냘픈 몸과 그 이름 덕분에 그렇게 놀림 받고 있었던 것뿐이다.    토모에는 아무런 반론도 하지 않고, 휙, 하고 빈 깡통을 집어 든다. 「아이카와」남자의 이름을 부른다.    앙? 하고 토모에를 돌아보는 그 여드름 난 얼굴에, 토모에는 빈 깡통을 쑤셔 넣었다.    남자의 입에 빈 깡통이 밀려들어간다. 그대로 토모에는 손바닥으로 빈 깡통을 후려쳤다. 「컥」    견디지 못하고 남자는 쓰러진다. 기침을 해서 토해낸 빈 깡통에는, 붉은 피가 끈적하게 늘어 붙어있었다.    남자의 동료들은 어이가 없어서, 아직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저, 고교를 중퇴하고 일을 하고 있다는 옛 클래스메이트를 발견해서 한턱 얻어먹으려고 생각했던 것뿐이다. 이쪽에서의 폭력은 있어도, 설마 토모에 쪽에서의 폭력이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동료가 맞아 쓰러졌는데도, 곧바로 대응할 수 없었다. 「아이카와. 너, 변함없이 돌대가리구나」    그렇게 말하고, 엔죠우 토모에는 쓰러져있는 남자의 머리를 걷어찼다. 축구공이라도 차듯이, 발끝으로 있는 힘껏. 담담했던 어조와는 반대로, 그 기세는 죽을지도 모를 정도로 강력했다.    남자는 그걸로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실신한 것인가, 아니면 목뼈가 부러진 것인가. ───그저 아픔 때문에 곧바로 일어설 수 없는 정도인가, 하고 확인하고, 토모에는 달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많은 역 앞이 아니라, 한적한 골목 안으로.    토모에가 달려가는 것을 보고서, 그들은 그제서야 지금의 상황을 파악했다.    돈을 빼앗았어야할 상대가, 동료를 때려 쓰러뜨리고 눈앞에서 도망쳤다. 맞은 동료는 입에서 피를 흘리면서 쓰러져있다─── 「저 자식, 우릴 뭘로 보고───때려 죽여 버리겠어!」    누군가가 소리치자, 격정은 남은 다섯 명 전원에게 감염되었다.    그들은 달아난 암사슴을 붙잡아, 보복하기 위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    때려죽이겠다, 라고.    녀석들의 고함소리를 듣고서, 나는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그들은 그것을 진심으로 말하고 있다. 그런 주제에, 그 말의 진짜 의미를 전혀 모르고 있다. 그 각오가 없는 자가, 지금 막 그 경험을 하고 온 상대에게 「죽인다」라고 말하다니, 얼마나 경솔한가. ───나는, 방금 전에 사람을 죽이고 왔는데.    짤깍짤깍짤짝. 사람을 찔렀을 때의 감촉이 살아나서, 하마터면 뱃속에 들은 것을 토해낼 뻔 했다.    다시 생각해내니 몸이 떨려온다. 이빨은 부서질 듯이 딱딱거리며 소리를 내고, 머릿속은 폭풍이 휘몰아치는 것처럼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시끄러워졌다.    죽인다는 것이 어느 정도의 일인지, 그들은 모르고 있다. 모르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내가 알려주겠어.    아주 메마른 마음에, 나는 입가를 치켜 올렸다.    ……나는 그리 광폭한 성격은 아니다. 당하면 되갚아주는 것이 신조지만 아까처럼 한 대 얻어맞은 것을, 상대를 혼절시킬 정도로 되갚아준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오늘밤의 나는 이상했다. ……아니, 아니면. 단순히, 이상해지고 싶어 하는 것뿐일까. ───이 부근이 좋을까.    건물과 건물의 틈에 있는, 길이라고 부를 수 없는 골목으로 들어간다.    얼마 안 있어, 나는 녀석들에게 따라잡혔다.    아니, 정확히는 따라잡혀 주었다.    사람 눈에 띄지 않는 골목길에 멈춰 서서, 따라온 사람이 다섯 명이라고 확인하고 나는 선두의 상대에게 덤벼들었다.    손바닥으로 상대의 턱을 친다. 풋내기들끼리의 싸움은 때리고 맞는 것의 반복이다. 먼저 끈기에서 밀리는 쪽이 나중에는 일방적으로 얻어맞게 된다. 서로 치고받는 상황이 되면 자신에게 승산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할거라면, 진짜로 죽일 생각으로 한다.    적당히 같은 것은 없다. 상대가 달려들기 전에, 녀석들에게 둘러싸이는 것 보다 빠르게, 한명 한명 처리하는 수밖에 없다.    얻어맞은 맨 앞의 인간이 반격해온다. 나는 그것보다 빠르게 녀석의 왼쪽 눈에 손가락을 찔러 넣었다.    딱딱한 젤라틴에 손가락을 후벼 넣는 감각. 「키───아아아악!」    아픔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 틈에, 그 녀석의 얼굴을 잡고서, 혼신의 힘을 다해 후두부를 벽에 밀어붙였다.    쿵, 하는 소리가 나고, 선두의 남자가 주르르 미끄러지며 주저앉는다. 한쪽 눈에서는 피눈물. 후두부로부터는 피의 흔적을 벽에 남겨간다. ────이 정도나 했는데도, 아직 죽지 않았다.    눈을 돌리고 싶어지는 참상(慘狀)에, 달려온 나머지 네 명은 깜짝 놀라서 멈춰서 있었다. 때려서 피를 보는 일 정도는 있었지만, 죽느냐 사느냐하는 사투의 유혈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으니까.    그 사이에, 나는 제일 가까이에 있는 상대에게 달려든다.    손바닥으로 후려치면서, 머리카락을 쥔다. 그대로 머리를 끌어내리면서 자신의 무릎을 쳐올렸다. 뿌직, 하면서 코뼈를 부수는 감촉이 전해진다. 이 일격으로 상대는 반격의 의지를 잃었다.    거기서 3번 정도 더 무릎으로 얼굴을 들이받은 뒤에, 축 늘어진 상대의 후두부에 팔꿈치를 있는 힘껏 내리꽂는다.    충격으로 찡─하고 팔꿈치의 뼈가 저린다.    두 명 째가 쓰러졌다.    안면을 계속 짓이겼던 나의 무릎은 피에 젖어있다. 「엔죠우, 이 자식────!」    두 사람. 두 사람이나 재기불능이 되어버리고서야, 겨우 녀석들은 각오를 한 것 같았다. 남은 세 명은 이성을 통솔하지 못하고 일제히 달려 들어온다.    그렇게 되면, 다음 결과는 뻔했다.    나 혼자서 세 명이나 되는 인간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얻어맞고, 걷어차여서, 나는 맥없이 벽으로 몰렸고, 지면에 주저앉았다.    얼굴을 얻어맞는다. 배를 걷어차인다. 그래도 녀석들이 내가 한 정도의 폭력을 가하지 않는 것을 차가운 눈으로 관찰한다. ───세 명이 무저항의 인간을 집단구타 할 뿐, 인가.    그것은 분명 죽인다는 의도가 없는 폭력이다. 그렇지만 이대로라면 곧 나는 죽겠지. 치명상이 되지 않는 충격이라도, 반복되면 결국 심장에 다다른다. 그때까지 계속 얻어맞는 아픔에 견디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고통이라면 고통이었다. ───봐라. 죽일 생각이 없어도, 인간은 간단하게 살인을 저질러 버릴 수 있다.    그것은 죄인가. 자신처럼 명확하게 죽일 의지가 있어서 범한 살인과, 그들처럼 목적도 없이 단지 결과로서 범한 살인. 그 어느 쪽이, 보다 무거운 죄인 것일까.    그런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계속 두들겨 맞는다.    얼굴도 몸도 멍투성이가 되어, 아픔에도 익숙해졌다. 아마도 놈들 역시, 두들겨 패는 것에 익숙해져버려서 멈추지 않겠지. 「예쁘장한 얼굴을 하고서도 꽤 하잖아, 엔죠우!」    텅, 하고 한번 강하게 가슴을 걷어 채여, 기침을 했다. 얻어맞아서 입안이 터진 걸까, 아니면 내장에서 나온 걸까. 침에는 피 같은 것이 섞여있었다.    이 세 사람에 그럴 생각은 없어도. 이 행위가 이 뒤로 수초만 계속되면, 엔죠우 토모에는 죽어버리겠지.    ……거기서, 겨우 알아차렸다. 내가, 내 목숨이 어떻게 되어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놈들의 주먹에 한쪽 눈을 맞아서, 눈꺼풀이 감긴다. 눈꺼풀이 부어올라 시계(視界)가 두절되는 것처럼, 의식도 두절되려고 한다. 그 직전────    딸그락.    맑은 소리가 났다.    사람을 후려치는 둔탁한 타격음에 비하면 아주 작은, 방울 같은 소리.    세 사람은 움직임을 멈추고, 소리가 난 방향……자신들이 이 골목 안에 들어왔던 좁은 길의 입구 쪽을 돌아본다.    부어오른 눈꺼풀을 열어, 나도 그 상대를 보았다. 「──────」    의식이, 얼어붙었다.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나는 그 상대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 정도로────골목길의 입구에 서있는 사람의 모습은, 상식에서 벗어나 있던 것이다.    그 녀석은, 이 겨울날씨에 맨발에 나막신 같은 것을 신고 있었다. 옻칠한 것처럼 윤기 나는 흑발과 붉은 옷이, 하얀 맨발을 더욱 눈에 띄게 해서, 말을 잃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아니, 가슴을 찌를 정도의 특이함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그 인물은 귤색의 기모노를 입고 있었다. 호화로운 나들이옷이 아니라, 축제날에나 보일 것 같은 간소한 기모노다. 게다가, 황당하게도 붉은 가죽점퍼를 걸치고 있다.    딸그락, 하고 또 한번 소리가 났다.    ──나막신이 지면을 차는 소리. 한 발짝씩 다가온다.    흔들리는 머리카락, 끌리는 옷자락소리──자신의 눈이, 이 인물의 어떤 사소한 움직임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의──엔죠우 토모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 형체는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이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검은, 먹을 떨어뜨린 것 같은 흑발은 어깻죽지까지도 닿지 않는다. 난잡하게 잘려진 머리카락이었지만, 이 인물에게는 어울리게 보였다.    가냘픈 몸과 윤곽. 하얀 살결과───이쪽의 혼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검은 눈동자. 꾀죄죄한 골목길에 어울리지 않는 우아한 자태.    그것은, 아무래도 여자 같았다. ……아니, 연령은 우리들과 별 차이가 없으니까, 소녀라고 말해야할까.    너무나 간결한 생김새 덕분에 성별은 어느 쪽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어느 쪽 이라도 한기가 느껴질 정도의 미인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나는 이 상대가 여자라고 이해해버리고 있었다. 「어이」    일본풍과 서양풍을 혼합시킨 소녀가, 무뚝뚝하게 말한다.    소녀는 기분 나쁜 듯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망설임 없이 다가온다.    나를 둘러싸고 있던 녀석들은 당황하면서, 소녀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폭력에 이성이 마비되어있던 녀석들은, 다가온 여자를 원하게 되었던 것이다. 평소의 녀석들로서는 할 수 없는 억압된 감정을 드러내며 여자를 위압한다. 「우리들에게 뭔가 볼일이 있어?」    녀석들은 한발 한발 다가가면서 말한다. 이미 달아나지 못하도록 둘러싼 걸 보면, 세 사람의 마음은 하나같았다.    비열한 자식, 하고 욕하면서도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얻어맞은 팔다리는 멍투성이가 되어,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저 기모노 차림의 여자가, 이런 가짜 같은 얼간이들에게 더럽혀지는 것은 참을 수 없다. 아니───하지만, 저것이 이런 놈들에게 더럽혀진다는 일이 가능한 것일까? 「무언가 볼일이 있냐고 물었잖아. 너, 귀 없냐?」    녀석들 중 한 명이 다가가면서 소리친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부드럽게 한쪽 손을 내민다.    ……그 뒤로부터 일어나는 일은, 정말로 마법 같았다.    소녀의 가느다란 팔이 완만하게 움직여, 둘러싸고 있는 젊은이 중 한 명의 팔을 잡는다. 가볍게 끌어당긴다. 체중이 없어진 것처럼 남자는 빙글 하고 세로로 회전하여, 머리부터 땅바닥에 떨어졌다.    유도에서 말하는 샅걸이란 것일까. 일련의 행위는 매우 빠르면서도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슬로우 모션처럼 보였다.    남은 두 사람이 기모노의 여자에게 달려든다. 그 한 명의 가슴팍에 손바닥을 밀어치자, 그것만으로 상대는 지면에 나뒹굴었다. 인간 한 명을 기절시키기 위해서, 이쪽은 그만큼이나 되는 폭력을 휘둘렀는데, 소녀는 필요최소한의 행동만으로 두 사람이나 되는 인간의 의식을 잃게 만들어버렸다. 시간으로 치면 5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 사실에 내가 전율한 것처럼, 남은 한 명도 이 상대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    으아아, 하고 소리를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한다.    등을 돌리고 달려가는 그 머리를 소녀는 걷어찼다. 호쾌한 돌려차기는, 소리조차 내지 않고 마지막 한 명을 혼절시켜 버렸다. 「칫, 돌머리네, 돌머리」    혀를 차면서, 소녀는 흐트러진 기모노의 옷깃을 추스린다.    나는 말도 없이, 그저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거리의 불빛도, 달빛조차도 닿지 않는 이 쓰레기장 같은 곳 안에서. 그녀의 머리 위에만, 은색 광채가 내리쏟아지는 것 같았다. 「야, 너」    소녀가 이쪽을 돌아본다. 나는 무언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입 속이 상처투성이라서 말을 삼켜버렸다.    소녀는 가죽점퍼 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작은 열쇠를 꺼내서, 이쪽에 던져주었다. 땅바닥에 주저앉아있는 내 앞에, 낯익은 열쇠가 떨어진다. 「떨어뜨린 물건. 네 꺼지?」    목소리는, 머릿속에서 울렸다.    ……열쇠. 아아, 아까 얻어맞을 때 떨어뜨렸나.    이미, 지금에 와서는 어찌되어도 상관없는 집의 열쇠. 이 여자는 이것을 전하기 위해서 찾아온 것인가.    그리고는, 그걸로 용무는 끝났다고 말하는 듯 소녀는 등을 돌렸다.    안녕의 말도, 위로의 말도 없다.    찾아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산책하는 느낌의 발걸음으로 떠나간다. ……나 따위는 어떻게 되건 상관없다는 것처럼. 「────기」    다려, 하고 손을 뻗는다.    무엇을 붙잡지? 어째서 붙잡으려고 하지? 나도───엔죠우 토모에라도, 저런 미치광이 같은 여자는 상관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하지만, 지금 이렇게 내버려지는 것은 견딜 수 없었다. 누구에게라도, 버려지고 싶지 않았다. 자신에게는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정말로 가짜에 지나지 않는다는 충동에 견딜 수가 없었다. 「잠깐 기다려, 너!」    그렇게 소리치고, 일어선다. ……아니, 일어서려고 했지만, 잘 일어날 수 없었다. 몸의 마디마디가 쑤셔서, 벽에 손을 짚고서 겨우겨우 엉거주춤한 자세를 잡을 뿐이다.    기모노의 소녀는 멈춰 서서, 오싹해질 정도의 차가운 시선으로 돌아보았다. 「뭐야. 그것 말고 떨어진 물건은 없었다구」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한다.    그 발치에 다섯 명이나 되는 인간이 쓰러져있는데도, 이 녀석은 아무 것도 느끼지 않는다. 「어이, 설마 이대로 해놓고 가버릴 생각은 아니겠지」    숨넘어갈 것처럼 띄엄띄엄 말하자, 그녀는 그제서야 주위의 참상을 둘러보았다.    쓰러져있는 녀석들 가운데에는, 내가 상처 입혀서 피를 흘리고 있는 두 명도 있다. 서투른 폭력의 결과다.    흐응, 하는 소리를 내더니 소녀는 나를 치켜뜬 눈으로 바라보았다. 「안심해, 저쪽 녀석의 눈은 어쩔 수 없지만, 이 정도로는 죽지 않아. 맨 처음 눈을 뜬 녀석이 어떻게든 할거야. 아니면, 지금 당장 해결책이 있는 거야?」    여자의 것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 가늘고 높은 목소리로, 남자 그 자체인 대사를 말한다.    나는 그래, 하고 끄덕였다. 「그래. 하지만 이런 상황에선, 어느 쪽을 부르면 좋을까. 경찰? 아니면 병원?」    진심으로, 어딘가 좀 어긋난 것을 진지하게 물어온다.    나는 병원밖에 생각해내지 못했지만, 이것을 어디까지나 정당방위로서 생각한다면 경찰을 부르는 편이 빠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찰은, 안돼」    어째서? 라고 여자의 시선이 묻는다.    어째서일까. 나는 결코 입에 담아서는 안 될 비밀을, 비장의 카드를 내놓는 듯한 결의를 담아 고했다. 「나는, 사람을 죽였어」    잠깐. 시간이 멎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소녀는 흥미를 가진 것인지 다가와서는, 필사적으로 벽에 기대어있는 나를 찬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는, 안 보이는데 말야」    수상하다는 투로 말한다. 하지만 언짢은 표정으로 입술에 손을 대고서 고심하고 있는 것을 보니, 그녀에게도 확증이 가지 않은 것 같았다.    나는 고열에 시달리는 것처럼 자학적인 고백을 계속한다. 「진짜야. 방금 전에 죽이고 왔어. 부엌칼로 뱃속을 헤집어버리고, 목을 따버렸어. 그렇게 했는데 살아있을 리가 있겠어. ……헤헤, 지금쯤이면 우리 집은 짭새들이 모여서 나를 눈에 핏대를 세우고 찾고 있을 거야. 그래, 날이 밝으면 나는 순식간에 유명인이라구──!」    정신이 들고 보니, 나는 자조적으로 웃고 있었다. 크크크, 하는 자신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째서일까, 그것은 울고 있는 것 같은 목소리였다. 「그래. 그렇다면 진짜겠지. 그러면 병원에도 연락은 하지마. 그대로 철창행이 될테니까. ……아아, 옷은 피에 물들어버렸기 때문에 벗어버린 건가. 틀림없이 그런 차림이 유행인거라고 생각 했어」    차가운 손이, 나의 가슴을 더듬는다. 「────뭐」    숨을 삼킨다. 이 여자 말대로, 입고 있던 옷은 피에 젖어버렸기 때문에 벗은 것이다. 바지만 그대로고, 맨몸에 블루종만을 걸치고 도망쳐 나왔다.    ……알고 있다. 이 여자는 내가 살인자라고 알고 있으면서도, 조금도 놀라는 기색이 없다. 그것이───오히려 나를 불안하게 했다. 「너 무섭지 않아? 나는 사람을 죽이고 왔다구. 한명 죽이나 두 명 죽이나 마찬가지야. 사정을 안 너를 이대로 내버려 둘거라 생각해?」 「───한 사람 죽이는 것과 두 사람 죽이는 것은 틀려」    불유쾌한 듯 눈을 살짝 찡그리면, 기모노의 소녀는 더욱더 얼굴을 가까이 가져왔다.    ……내 쪽이 머리하나는 높은데, 밑에서 들여다보는 그녀에게 위압돼버린다.    바라보는 검은 눈동자에, 나는 꿀꺽하고 침을 삼켰다.    숨을 삼킨 것은, 위압당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저, 넋을 잃고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인간이라는 존재에 깊이 감동한 적이 없었다. 17년간 살아오면서, 이렇게까지 무언가에 매료된 일은 없었다. 이렇게까지 무아지경에 빠질 정도로 감동하는 일은 없었다. ───그렇다, 이렇게까지.    인간을, 아름답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정말로───나는 사람을 죽였어」    그런 말밖에 할 수 없다.    소녀는 얼굴을 수그리더니, 쿡, 하고 웃었다. 「알고 있어. 나도 그러니까」    옷자락이 끌리는 소리가 난다.    소녀는 이걸로 정말로 흥미를 잃었다, 라고 말하는 것처럼 물러선다.    떠나간다. 딸각딸각하고 소리를 내면서.    ……그 등을, 나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 「기다려, 자기도 그렇다고 말했지, 너!」    달려가려고 하다, 지면에 고꾸라진다. 그래도 어떻게든 일어서서, 나는 돌아보는 여자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그러면 도우라구. 서로 비슷한 사람이잖아, 우리들────」    평소의 나로서는 생각해낼 수 없는 억지를 부리며 소리친다. 필사적이 되어, 부끄러움도 체면도 없다. 납득할만한 근거도, 이유도 없는 나의 목소리에 소녀는 눈을 깜빡이면서 놀라고 있다. 「서로 비슷한 사람……응, 확실히 너는 텅 비어있어. 하지만, 도우란 건 뭘 말하는 거야. 사람을 죽인 죄에서야? 아니면 그 몸에 난 상처를 치료하라는 소리야. 미안하지만, 그 어느 쪽도 내 전문이 아니야」 ───아아, 그렇다.    나는, 어떤 도움을 받고 싶은 것일까?    누군가가 도와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한 것뿐이지 어떤 도움을 받고 싶은 건지, 나는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것이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이라고, 엔죠우 토모에의 마음에 새겨져있는데도. 「────우선, 이곳은 사람의 눈에 띄어. 그 전에, 나를 숨겨」    하지만, 일단 그것이 최우선이다.    여자는 으~응, 하고 지금까지의 무표정함과는 정 반대의, 인간다운 몸짓을 하며 생각에 빠진다. 「숨기라면, 은신처를 제공하란 소리야?」 「그러니까, 사람 눈에 띄지 않는 곳까지 손을 써주면 돼」 「이 거리에는 사람 눈에 띄지 않는 장소 따윈 없어. 타인에게 보이지 않는 것은 자기 집 안 뿐이잖아」    곤란하다는 얼굴을 하고서 말한다. 그런 것은 나도 알고 있다.    얻어맞은 아픔 때문에 성질이 급해진 것일까, 나는 역정을 내며 대답했다. 「그게 안 되니까 말하는 거야! 아니면 너의 집에라도 숨겨준다는 거야? 이 멍청한 계집애!」    젠장, 하고 욕을 내뱉는다. 그러자 소녀는 납득했다는 것처럼 끄덕였다. 「좋아. 내가 있는 곳도 좋다면 마음대로 써」 「────에?」 「단순한 놈이네, 그런 게 도와줬으면 하는 일이라니」    걷기 시작한다. 나에게 부축해주지도 않을 뿐더러 손을 내밀지도 않고.    그렇지만, 소녀의 등이 따라오라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자신도 이상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힘차게, 그 뒤를 쫓아갔다.    그렇게 하고 있는 것만으로 계속 얻어맞고 있었던 몸의 상처도, 사람을 찔렀을 때 멍든 마음의 상처도, 말끔히 잊을 수 있었다.    초연하게 걸어가는 등 뒤를 쫓아간다.    저 소녀는 혼자서 사는 것일까, 라던가 아직 이름조차 묻지 않은 것이라던가, 묻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산더미처럼 있는데, 아무 것도 생각할 수 가 없다.    ……그렇다, 아마도. 지금까지 믿은 적은 없었지만, 이것이 운명이란 것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아주 오래 전에. 나의 눈은 이미 저 여자밖에 보이지 않고 있었으니까. / 2 (모순나선, 2)    철커덕, 하고 소리가 났다. 옆방에서다.    시각은 슬슬 10시가 될 무렵 일까. 일에 지쳐 완전히 녹초가 되어버린 몸을 잠자리에 눕히고, 수분도 지나지 않았다. 엷은 잠에서 깨어, 나는 느긋하게 졸고 있었다.    옆방에서 난 소리는 한번 뿐이다.    문이 열린다. 옆방으로 통하는 문. 불을 끈 어두운 나의 방에, 사각형 빛이 비쳐든다.    어머니인가? 나는 실눈으로 그쪽을 바라보고── ───언제나 여기서 생각한다.    이런 광경, 보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문을 연 것은 어머니다. 역광 때문에, 그냥 서있다는 것 밖에 알 수 없다. 나에게는 그 모습보다, 그곳에서 엿보이는 옆방의 참상밖에 보이지 않았다.    싸구려 탁자 위에 엎어져있는, 아버지의 모습.    차색이었을 탁자는 시뻘겋게 되어서, 쓰러져 있는 아버지는 붉은 피를 계속 흘려보내고 있다. ……어쩐지, 부서진 수도관처럼 보였다. 「토모에, 죽어줘」    가만히 서있던 그림자가 말했다.    그 그림자가 어머니였다는 것은, 자신의 가슴을 찔리고서야 기억해냈다.    어머니는 나의 가슴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부엌칼로 찔러대었고, 최후에는, 부엌칼로 스스로의 목을 찔렀다.    악몽이라면 악몽이다.    나의 밤은, 언제나 이런 식으로 끝나버린다. …    짤깍짤깍짤짝짤깍.    ……귓속에서 울려오는 듯한 소리에 잠을 깨자, 료우기는 이미 나가있었다.    나는 얻어맞아서 멍투성이인 몸을 일으키고, 방안을 주욱 돌아보며 관찰한다.    이곳은 4층짜리 아파트의 2층 구석에 있는, 기모노 소녀의 집이다. 아니, 집이라기보다는 방이라고 말하는 편이 맞을까. 현관에서 거실까지 이어진 복도는 1미터정도로, 그 도중에 욕실로 통하는 문이 하나.    거실에는 아까까지 여자가 자고 있던 침대가 있는 걸 보니 침실과 겸하고 있는 듯 하다. 곁에 또 하나의 방이 있지만, 필요 없어서 쓰지 않고 있다고 한다.    ───어젯밤.    그 여자의 뒤를 한 시간이나 따라와 도착한 곳이 이 방이었다. 아파트의 입구에 있던 우편함의 이름표에 료우기라고 쓰여 있었으니까, 여자의 성은 료우기겠지.    여자───료우기는 나를 방에 데리고 들어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죽점퍼를 벗고 침대에 드러누워 버렸다.    무관심에도 정도가 있다. 나는 화가 머리까지 치밀어 올라서, 덮쳐 버릴까하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생각해보니, 큰 비명소리에 사람들이 모여 버리는 일은 곤란하다. 꽤나 고심한 끝에, 바닥에 놓여있는 소파를 침대삼아서 자기로 했다.    그렇게, 눈을 떠보니 그 여자의 모습이 없어졌다는 거다. 「───뭐야, 그 자식」    나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냉정하게 다시 생각해보면, 료우기는 나와 같은 나이 대 같았다. 여자, 라는 것 보다 소녀라는 형용 쪽이 딱 맞는다.    17세라고 하면 학생이다. 그렇다면 학교에 갔을까. 아니,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이 방이 너무 살풍경하다. 방에 있는 것은 침대와 냉장고와 전화기. 거기에, 옷걸이에 걸린 네 벌의 가죽점퍼와 옷장뿐이다. 텔레비전도 오디오도 없다. 심심풀이 삼아 볼 잡지도 없는데다가 테이블조차 없었다.    문득, 어젯밤 그 녀석의 대사를 기억해낸다.    살인자라고 한 자신의 말에, 료우기는 나도 그래, 라고 대답했다. ……현실감이 없었던 료우기의 말은 진짜였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 방은 도망자의 그것이다. 생활감이란 것이 병적일 정도로 결여되어있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섬칫, 하고 등골에 오한이 느껴졌다. 나는 스페이드의 에이스를 뽑으려다가 죠커를 뽑아버렸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쨌든, 오래 머물러 있을 기분은 들지 않았다. 인사 한마디정도는 해주고 싶었지만, 본인이 없으면 어쩔 수 가 없다.    나는 숨어 들어온 도둑처럼 신중한 발걸음으로, 모르는 소녀의 방에서 나오기로 했다.    밖으로 나와서, 목적도 없이 걸어 다닌다.    처음은 힐끔힐끔 눈치를 보아가며 주택가의 길을 걸었지만, 세상은 이쪽의 사정과는 관계없이 평소대로다. 시계 바늘과 마찬가지로, 변화 없이 빙글빙글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결국 그런 것인가, 하고 나는 자포자기하여 큰길로 나갔다.    거리는 평소대로다. 엔죠우 토모에를 찾아다니는 경찰의 모습도 없는데다가, 나를 살인자라고 멸시하는 시선도 없다.    아무래도 사체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 같다. 그래, 나 같은 얼뜨기가 저지른 행위로, 세상이 곧바로 바뀔 리는 없었던 거다. 나는 아직 쫓기는 입장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자신의 집에 돌아갈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정오가 지나, 나는 유명한 개의 동상이 있는 광장까지 와 있었다. 적당한 벤치에 앉아서, 빌딩에 만들어진 커다란 전광판을 올려다본다.    그대로, 멍하게 몇 시간이나 보냈다.    평일인데도, 이곳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오간다. 보도에는 사람들이 넘치고,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파래지면, 차를 파묻어버릴 기세로 인파가 흘러간다.    인파의 대부분은 나와 그리 차이 없는 연령의 인간이다. 모두 대개는 웃는 얼굴이거나, 자신 있는 얼굴로 앞으로 앞으로 걸어간다.    그곳에 망설임은 없다. 아니───망설임 따위 생각한 적도 없겠지. 녀석들의 얼굴에는 사고(思考)의 ‘사’자도 없다. 이루고 싶은 꿈, 믿고 있는 미래를 위해서 지금을 살아가는 자의 얼굴로는 도저히 볼 수 없었다.    누구나가, 알고 있는 듯한 얼굴로 나아간다. 하지만 그 안에, 얼마만큼의 진짜가 있을까.    전원일까, 아니면 한줌정도 뿐일까.    진짜와 가짜.    녹아 들어갈 수 없는 무리 속에서 진짜를 발견하려고 계속 노려보지만, 전혀 판별할 수 없다.    당연 한가───게다가, 그런 것은 본인밖에 알 수 없는 일이니까.    나는 사람들의 물결에서 눈을 돌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렇다.──적어도, 나는 진짜가 아니었다. 진짜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맥없이 본성을 드러내버렸다.    ……고교에 입학할 때까지, 엔죠우 토모에는 육상계에서는 이름이 알려진 스프린터였다. 중학시절에서는 패배를 몰랐고, 한번도 다른 선수의 등을 본 적은 없었다. 랩타임은 아직 줄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고, 재능 역시 의심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무엇보다───나는, 달린다는 것이 좋았다. 그것만은 나의 진심이었다. 어떤 장해에도 지지 않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달리는 것을 그만두었다.    원래, 우리 집은 유복한 집이 아니었다. 소학교 무렵부터 아버지가 직장을 잃어서, 가정은 황폐해져가기만 했다. 어머니는 이름 있는 집안 출신으로, 아버지와는 본가와 연을 끊고서 결혼했다고 한다. 직업을 잃어서 일할 수 없게 된 아버지와, 세상물정을 몰라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어머니.    그저 부서져가기만 하는 가족 속에서, 나는 다른 아이들보다 빠르게 지혜를 익혀갔다고 생각한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이를 속이고 일을 하고 있었고, 학비만은 어떻게든 스스로 해결하고 있었다.    집안일은 모른다. 나는 나의 일만으로도 벅찼다.    스스로 일하고, 학교에 가고, 자신의 힘만으로 고교에 입학했다. 이미 부모라고 생각하지 않는 양친(兩親)과, 살아가기 위한 금전 문제. 그 두 가지의 초조함을 안고 있는 나에게 있어서, 달리는 일 만이 낙이었다.    그래서 아무리 지쳐있어도 부활동 만큼은 계속하고 있었고, 고교에도 진학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곧, 아버지가 사고를 일으켰다. 차로 사람을 치어버린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버지는, 운전면허 따위 없었다────.    상대에게의 배상금은, 어머니가 본가에 머리를 조아려서 어떻게든 한 것 같았다. 나는 그 무렵에는 구제불능이 되어서 아무 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자세한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 소동이 끝난 뒤에 기다리고 있던 것은, 주위의 변화였다. 그 부모와 나는 이미 무관계한데도. 그들의 자식이라는 것만으로, 학교 측의 태도는 급변했다.    지금까지 협력적이었던 육상부의 고문은, 노골적으로 나를 무시했다. 기대되는 신입이라며 입을 모아 떠들던 선배들은, 부를 그만두라고 압력을 넣어왔다.    하지만 그런 일에는 익숙해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집안일이다. 사고 때문에 지금까지 간신히 일하고 있던 직업을 잃게 된 아버지에게 가정을 유지해갈 힘은 없었다. 어머니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지만, 그런 것은 광열비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아버지는 수년 전부터 정식 직업을 갖지 못한 끝에 무면허로 차를 몰고 다니다가, 사람을 한사람 죽여 버렸던 거다. 그 소문은 부풀려지며 이웃에게로 퍼져나갔고, 아버지는 집에서 나올 수 없게 되었다. 어머니는 험담을 들으면서 일을 했지만, 한 직장에 오래있을 수 없었던 듯 하다. 나중에는 내가 걸어가고 있는 것만으로, 저리 꺼지라면서 돌이 날아올 정도가 되었다.    ……주위의 핍박은 나날이 에스컬레이트 되었지만, 나는 그것에 분노는 느끼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버지가 한 짓은 사실이다. 차별도 매도도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했다. 나쁜 것은 세상이 아니라 아버지니까.    그렇다고 해서 내 분노의 대상이 부모님이었다는 소리도 아니다.    나는, 그 때에 모든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가지 굴레가 정말로 귀찮아졌다.    무엇을 해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어차피 결과는 똑같아진다. 아무리 빨리 달려도, 가족이란 성가신 존재가 들러붙어 다닌다면 장래가 어떻게 될지는 뻔하다────.    나는 그때, 투쟁하는 것을 포기해 버렸다.    세상에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당연한 생활을 원하기 때문에 괴로움을 당한다. 자신의 인생은 이런 것이라고 받아들여버리면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일도 없다.    어릴 적과 마찬가지다. 환상을 현명함과 맞바꾸고, 나는 나 혼자서 살아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되자, 학교를 다니는 일이 바보 같아져서 학교도 그만두었다. 아니, 하루 온종일 일하지 않으면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이가 젊으면 경력이 어떻든지 일할 곳은 얼마든지 있다. 어리석게도 양심 따위를 가지고 있는 나는, 가족을 내버려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고교를 때려치우고 난 뒤로 부모님과는 집안에서도 말을 한 적조차 없다.    그렇게───정신이 들었을 때에는, 나는 그렇게나 좋아했던 달리기를 아주 깨끗이 잊고 있었다.    그렇게 좋아했었는데. 그것만이 낙이었는데.    나름대로의 불행이 일어난 것만으로 내버릴 수 있을 정도의 존재였다고 깨닫고, 깜짝 놀랐다.    칭찬해주었던 인간이 사라져서. 달릴 시간이 없어져 버려서. 그런 변명 같은 것에, 좋아하는 마음이 진 것이다.    진짜라면───달린다는 행위가 나에게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엔죠우 토모에라는 인간의 "기원(起源)"이었기에 그런 꼴이 되지는 않았을 텐데.    ……어린 시절, 부모님이 데려간 목장에서 말을 보았다. 이름도 모르는 그 말을 보고서, 나는 울었다. 그저 달리기만 하는 그 모습을 보고, 눈물이 흘러넘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전세(前世)라는 것이 있다면, 나는 그들이었던 것이겠지. 그렇게 믿어버릴 정도로, 달린다는 행위 그 자체에 감동했다.    하지만, 나는 가짜였다.    그래, 진짜 같은 확신을 가졌던 것뿐인, 모조품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사람을 죽여 버렸던 거지」    크크, 하고 웃어본다. 조금도 즐겁지 않은데 웃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은 고장 투성이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에도 질려서, 거리를 바라본다.    ……인파는 여전히 끊이지 않는다.    웃는 얼굴과 무표정한 얼굴로 길을 가는 사람들이, 진짜일 리가 없다. 무언가를 목적으로 살아간다면, 이런 놀이터에 있을 수 있겠는가. 아니, 노는 것이야말로 녀석들의 목적이라도 해도───그런 "진짜"를 , 나는 인정할 수 없다.    ……짤깍짤깍짤짝짤깍    문득, 거기서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나는───이런 독선적인 생각을 할 정도로, 주의주장 따위는 없었을 텐데.    시계를 보자, 곧 저녁에 접어들려 하고 있었다.    몇 시간이나 이곳에 있을 수 도 없다. 나는 정처 없이 인파의 격류를 뒤로했다. ◇    낯선 주택가의 길을, 가로등의 미약한 불빛이 비춘다.    가을의 태양이 저물고 나서 세 시간은 걸었다.    어디서 밤을 지낼까하고 고민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료우기의 아파트 근처까지 와있었다.    인간, 전락하면 이렇게까지 연약해지는 건가며 허탈해한다.    나의───엔죠우 토모에라는 녀석의 장점은 감정의 전환이 빠른 점이라 자부하고 있었는데, 이래서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다. 미련이 조금도 사라지지 않은 것이 아닌가.    올려다보니, 료우기의 방에는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그녀는 집을 비운 것 같았다. 「───어때, 이왕 왔는데」    아무도 없으니까 안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계단을 올라간다.    심각한 현실에 직면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유일한 구원에 매달리고 싶었던 것이다.    캉, 캉, 하고 소리를 내는 철제계단을 올라서, 2층 구석에 있는 방 앞에 도착했다.    오늘 아침, 내가 나올 때 꽂혀있던 신문이 없다. 료우기는 한번 돌아왔었던 것 같았다. 문에 노크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봐, 없어」    나는 떠나려고 하면서, 도어노브를 돌려보았다.    ───움직인다.    문은 순순히 열렸다.    안은 어둡다. 나는 노브를 손에 쥔 채로 얼어붙어서, 머리가 새하얗게 되어버렸다.    어쩌면 이대로 몇 시간이나 멀거니 서있을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한 순간───나는 문안으로 몸을 살짝 들이밀어, 안으로 숨어들어가 버렸다. 「─────」꿀꺽, 하고 침을 삼킨다.    믿을 수가, 믿을 수가 없다, 이런 일을 하다니 믿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나는 비주류(アウトロ-)를 자처하고 있지만, 범죄 같은 짓은 싫어하고 있었다. 비겁한 짓은 어릴 적부터 싫어했다. 그런데, 사람을 죽인 다음에는 가택침입을 저지르고 있다. ───아냐, 이건 불가항력이다, 게다가 그 녀석도 말했지 않은가, 마음대로 쓰라고!    짤깍짤깍짤깍짤깍.    마음속으로 지리멸렬한 핑계를 대면서, 나는 발을 앞으로 내딛고 있다. 현관에서 복도로, 복도에서, 거실로.    전등이 켜져 있지 않아서, 방은 시꺼멓다. 어둠 속, 숨을 헐떡이며 나는 소리 나지 않게 조심조심 걸어간다.    ───젠장, 이래서는 정말로 도둑이다. 전기. 전기다. 어두워서 무서워진다. 아, 하지만 스위치는 어디 있지?    형광등의 스위치를 찾아서, 벽을 손으로 더듬어간다.    그러자───그때, 현관의 문에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료우기가 돌아왔다, 하고 대응하는 것보다 빠르게 이 집 주인이 불을 켜고 방의 문을 열었다.    열고서는 멍한 눈으로 불법침입중인 나를 바라본다. 「───뭐야, 오늘도 있었던 거야. 뭐하고 있었어, 불도 안 켜고」    동급생을 비난하는 듯한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며, 료우기는 방문을 닫고 가죽점퍼를 벗는다.    그대로 침대에 걸터앉고서는, 한쪽 손에 들고 있던 편의점 비닐봉지에 부스럭부스럭하고 손을 집어넣었다. 「먹을래? 난 차가운 것은 싫어하거든」    휙, 컵 아이스크림을 던져준다. 상표는 하겐다즈의 스트로베리. 나란 침입자를 신경 쓰지 않는 것도 의문인데, 싫어하는 먹거리를 사오는 점도 수수께끼다.    나는 차가운 컵을 양손으로 잡고, 이성(理性)을 총동원 시켰다.    이 여자는, 나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살인자라는 것을…….어디까지가 진심인지는 모르겠지만……알고 있는 주제에. 그런데도 자신의 방을 은신처로 제공하고 있는 것은, 이 녀석 본인도 경찰에게 쫓기고 있는 걸까……? 「……야, 너 말야, 맛이 좀 간 거 아냐?」    자기 일을 제쳐두고서 그렇게 묻자, 기모노의 소녀는 아하하하! 하고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이상한 놈이네, 너. 헤에───맛이 가다, 맛이 갔다고 느꼈나! 그거 좋은 표현이야, 느낌이 팍 왔다구, 정말!」    료우기는 진짜로 웃고 있다. 너덜너덜하게 잘린 흑발이 흐트러지는 모습이, 나에게는 정말로 맛이 간 인간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하하, 아하하하하, 하───응, 맞아. 이 부근에서 나 정도로 위험한 녀석은 없을 거야. 하지만 너도 위험한 인간이지? 그러면 그런 건 상관없잖아. 할말은 그것뿐이야?」    소리 없이 웃으면서, 기모노의 소녀가 나를 올려다본다.    ……어딘가 위태로움을 느끼게 하는 얼굴은, 새로운 장난감을 손에 넣은 어린아이와 닮았다. 「아니……또 하나. 너, 어째서 나를 돕는 거지?」 「도와달라고 말했잖아. 다른 할일도 없었으니까 도운 것뿐이야. 너, 잘 곳 없지? 한동안 여기를 써도 괜찮아. 어차피 당분간 미키야는 오지 않을 테고」    ……딱히 할 일이 없어서 도왔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런 바보 같은 이유가 있겠는가. 확실히 나의 신경은 정상이 아니었지만, 그것을 그대로 믿을 정도로 망가져 버리지는 않았다. 그 증거로, 이 녀석이 거짓말을 하는지 어떤지 정도는 꿰뚫어볼 수 있다.    나는 기모노 차림의 소녀를 노려본다. 그녀는 그것을 눈꼽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다. 무시하는 것과는 다른,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당당함이 있다.    ……이 얼마나 모순 된 일인가. 곤란하게도, 료우기의 말이 진심인 것은 의심할 것까지도 없다.    그게 아니면. 설마 이 상대에게는, 일반적인 이유는 필요 없는 것일까. 친구이기 때문이라던가 돈이 되기 때문이라던가 하는 납득하기 쉬운 이유를, 생각하고 있지 않는 것이라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 진심이냐? 아무런 담보도 없이 나 같은 수상한 사람을 감싸는 거야? 설마 위험한 약이라도 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예의 없는 놈이네, 약은 싫고, 나는 지극히 제정신이야. 경찰에도 안 찌를 거야. 네가 찔러달라고 하면 하겠지만」    아아, 나도 그럴 걱정은 없다. 게다가 이 녀석이 경찰에 연락하는 장면 따위, 어떻게 상상하라는 건가. 내가 걱정하는 것은, 좀더 근본적인 것이었다. 「저기 말야. 나는 남자야. 너는 여자잖아. 전혀 모르는 녀석을 재운다는 일은 그런 거라고. 그게 좋냐고 묻는 거야, 나는!」 「에? 여자를 안고 싶으면 다른 곳에서 자는 게 아니었어, 남자란?」    멀뚱한 얼굴로 대답을 하는 것을 보고, 나는 말을 잃었다. 「아니, 그러니까───」 「아아 정말, 시끄럽네. 여기가 마음에 안 들면 딴 데를 찾아보면 되잖아. 어째서 내 생각을 떠보는 거야, 너는」    딱 잘라 말하고, 소녀는 다시 편의점 봉지에 손을 넣는다. 꺼낸 것은 삼각형 토마토 샌드위치였다. ……정말로, 나 같은 건 안중에도 없다. 「그러면 나는 여기를 잠자리로 삼겠어. 그래도 괜찮은 거지!」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상대는 안색도 바꾸지 않고 끄덕여버렸다. 「아아. 귀찮다면, 좀 귀찮지만」    우물우물하고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료우기는 말한다.    나는 그것으로 기운이 빠져버려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대로 시간만이 흘러간다.    어쨌든, 나는 태도를 바꾸기로 했다. 감정의 전환이 빠른 것이 엔죠우 토모에의 장점이다, 란 자부를 되찾으려는 듯 한 기세로 이 다음 일을 생각한다.    한동안의 잠자리는 확보했다. 식비는, 가지고 있는 3만 엔으로 한달은 버티겠지. 그 동안, 나는 경찰에 붙잡히지 않고 살아갈 방법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응?」    문득, 의문이 들었다. 어째서 오늘 저녁, 이 집에 열쇠가 채워져 있지 않았던 걸까, 하고. 「야, 어째서 문을 잠그지 않았던 거야, 너」 「당연히 열쇠가 없으니까 그런 거지」 「─────아?」    말을 듣고서 나는 졸도할 것 같았다.    이 료우기라는 여자, 집 열쇠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문을 잠그는 것은 자신이 잘 때뿐이고, 외출할 때는 문을 열어둔 상태. 본인 왈, 집을 비웠을 때에 도둑이 들어와도 자신에게는 해가 없으니까 라고 한다.    그래서 내가 침입할 수 있었던 것은 우연도 뭐도 아니었던 것이다. 이 방에 아무 것도 없는 것은 단골로 침입하는 도둑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정말로. 「이 바보, 열쇠정도는 잠궈 둬! 없다고 가만있지 말고, 관리인에게서 마스터키를 빌려오면 되잖아」 「마스터키는 잃어버렸어. 뭐 어때, 괜찮잖아. 네가 곤란해 할 이유도 없고, 그런 것은 짐만 될 뿐이야」    ……빌어먹을, 이렇게 말하니 저런 식으로 대답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열쇠가 없으면 내가 안심할 수 없다. 자신의 몸의 안전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료우기의 생활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아까 까지 료우기에게 품고 있던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반발심을 잊고, 진심으로 이 세상물정을 모르는 이 녀석을 걱정했다. 「바보 같은 소리 하지마, 열쇠가 없는 집 같은 건 집이 아니야. 기다려, 이렇게 되면 도어노브 채로 새것으로 바꿔주지」 「……괜찮긴 한데. 돈 있어, 너?」 「얕보지마, 그 정도는 가지고 있는 돈으로 할 수 있어. 오늘 중으로 바꿔놓을 테니까, 내일부터는 문을 제대로 잠그고 다니도록 해!」    나는 그렇게 말하고 일어섰다.    난 이사업체에서 일한 적이 있었다. 웬만한 집수리는 빠삭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아파트의 방문정도라면 수리할 수 없는 것은 거의 없다. 이틀 전까지 다니고 있던 회사의 창고라면 도어노브의 재고정도는 있겠지.    나는 자신도 왜 그런지 모를 정도의 기세로, 밤의 거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어떻게 회사에 숨어들까하고 진지하게 고심하다가, 자신이 언제 경찰에게 쫓길지도 모르는 몸이면서 아주 위험한 모험을 하려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정말, 료우기에게 뭐라고 하지도 못하겠다.    아직 이름조차 확실치 않은 여자를 위해서 일하고 있던 회사에 숨어들다니, 나도 꽤나 상식이란 것이 희박해져버리고 있었으니까. / 3 (모순나선, 3)    료우기의 방에 머무르게 된지, 일주일 가까이 지났다.    나도 료우기도 낮 동안은 나가있었기 때문에, 밤에 잘 때만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 이상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래도 일주일간이나 지나면 서로의 이름정도는 알지 않으면 불편하기 때문에, 우리들은 자신의 이름을 서로 알려주었다.    그녀석의 풀 네임은 료우기 시키. 놀랍게도 정말로 고교생이었다. 그 밖의 일은 전혀 모른다.    료우기는 나를 엔죠우라고 부른다. 그 탓인지 나도 료우기를 료우기라고 불렀다. 료우기 본인은 성으로 불리는 것을 싫어했지만, 나는 아무리해도 시키라고 말을 터놓을 수가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저, 내게는 그만큼의 각오가 없는 것이다. 얼마 안 있어 영원히 헤어져버릴 상대와는, 필요이상으로 친해지고 싶지 않다. 시키란 이름으로 불러버리면, 나는 분명 이 소녀에게서 떨어지기 힘들어진다. 언제 경찰에게 붙잡힐지 모르는 나에게는, 그런 관계는 방해밖에 안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 「엔죠우, 넌 여자 없어?」    평소대로의 밤, 료우기는 침대 위에서 책상다리를 한 채로, 뜬금없이 그런 것을 물어왔다.    료우기의 질문은 언제나 이런 식으로 갑자기 튀어나온다. 「여자라……그런게 있다면, 이런 곳에서 뒹굴고 있을 리 없잖아」 「그런 건가. 너, 인기 있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데 말야」 「감정 없는 목소리로 칭찬 받아봤자 조금도 기쁘지 않아. 게다가 여자에게는 싫증이 났다구, 난」 「───헤에, 어째서?」    흥미를 가진 것일까, 료우기는 바닥에 뒹굴고 있는 내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료우기의 침대의 바로 옆 바닥에 누워있는 나로서 보자면, 얼굴만 빼꼼히 나와 있는 것처럼 보여서 어딘가 귀엽다. 「엔죠우는 게이야?」    ……전언철회다. 이 녀석이 귀엽다니, 제정신이 아니었던게 틀림없다. 「그럴 리 없잖아. 단지 귀찮을 뿐이야. 실제로 사귀어보니까, 그렇게 재미있지도 않았어」    애시 당초, 나는 이성(異性)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고교 무렵, 세 달 정도 사귀어본 일이 있었는데, 그것은 달콤한 관계가 아니라, 심한 다툼이었던 기분이 든다.    어느 사이엔가 나는, 머뭇거리며 추억얘기를 시작하고 있었다. 「나도 많은 것을 바랬던 것은 아니라구. 그렇지만 상대는 나에게 많은 것을 바랬어. 처음에는 뭐어, 그런 것인가 하고 참고 있었지」    그래. 그녀석이 가지고 싶어 하는 물건은 사주었고, 예쁘게 꾸며달라고 하면, 그렇게 해 주었다. 아마, 그 녀석의 많은 바램을 충족시키지 못했던 적은 없었겠지.    상대는 그때마다 기뻐했지만, 나는 그 반면에 식어갔다. 같이 자는 것도, 모두 알고 있는 것만큼 대단한 것도 아니었고.    ……료우기는, 나의 독백을 제대로 듣고 있는 것 같다. 「그러던 중에 말야, 싫어졌어. 주변의 환경만이 아냐. 시간도, 돈도, 감정조차, 그 녀석에게 나눠주는 것이 귀찮아졌어. 그 나름대로 좋았었지만, 성욕의 처리라면 혼자서도 가능하고.    ──내가 보통 학생이었다면, 시간 같은 것은 남아돌았겠지. 하지만 나에게는 자유로워질 시간은 없었어. 그 녀석과 있는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수면시간이 줄어버리니까. 시간이 여유롭지 못한 나에게, 연애 따위는 처음부터 무리였던거야」    그래도, 나는 헤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행복해 보이는 그 녀석에게 이걸로 끝이야, 라며 절연장을 내던져서 울리고 싶지 않았다. ……사람을 상처 입히고, 자신이 상처 입는 것도 바보 같았다. 「하지만 헤어졌지? 어떻게 찬 거야, 너?」 「저기 말야, 나만 나쁜 사람 취급하지마. 채였다구. 호텔에서, 할 짓을 한 뒤에 갑자기 그런 소릴 들었어. 너는 나를 보아주지 않았어. 나의 겉모습만 보고 마음을 보아주지 않았어, 하고 말야. 솔직히 말해서 상당히 쇼크였다구」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이야기를 매듭짓자, 료우기는 매너 없이 웃기 시작했다. 「대단한데, 마음을 보아주지 않았다, 라고! 하하하, 그거 성가신 여자에게 걸려들었었구나, 엔죠우!」    침대의 스프링이 비틀리고 있다. 이 자식, 침대 위에서 웃으면서 굴러다니고 있다. 「뭐야, 지금 얘기의 어디가 우스운 거냐구. 청춘의 쓰라린 추억인데」    화가 나서 일어선다. 그러자, 료우기는 딱하고 웃음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아 왔다. 「하지만 이상하잖냐. 인간이 볼 수 있는 것은 겉모습뿐이지? 그것을 보아주었던 너는 필요 없고, 마음이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아주지 않으면 싫다, 란 소릴 하는 여자는 정상이 아냐. 정상이 아니란 것은 이상(異常)이란 것. 봐, 이상한 얘기잖냐. 그 애도 말이지, 마음을 보아주길 바랬다면 종이에 써서 보여줬으면 됐을텐데 말야. 엔죠우. 너, 그런 애와는 헤어진 건 잘한 일이야」    냉정하게 독설을 내뱉으면서 료우기는 침대에 털퍽 하고 드러누웠다.    그대로 고양이처럼 빤-히 내 얼굴을 바라보다가, 료우기는 말하기 어렵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뭐어,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그런 "보이지 않는" 불안이란 것은 말해버리면 거짓이 되잖아? 알 수 없는 상태로 믿는 것이 연애야. 연애는 눈이 머는 것이란 얘기는, 그런 의미 아니었어?」    다른 사람에게 들은 얘기지만 말야, 하고 덧붙이더니 료우기는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대나무를 쪼개는 것처럼 대화가 끝나자, 나도 떨떠름하게 드러눕는다.    불을 끄고, 잠 들어가는 고요함 속에 생각했다.    "여자"라고 하는 정이 깊은 상대는 지긋지긋하지만, 이 소녀라면 그런 일방적인 강요는 없겠지. 아니. 료우기가 상대였다면, 그런 성가신 일도 웃으면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    2주째의 밤.    열쇠로 문을 열고, 방에 들어오니, 료우기는 이미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나를 고양이 정도로 생각한 걸까, 소리를 들어도 일어날 기색조차 없다.    하지만, 오늘은 그것이 다행이었다.    나는 얻어맞은 뺨을 누르면서, 바닥에 주저앉는다.    짤깍짤깍짤깍짤깍.    침대 곁의 시계가 돌아간다. 시계의 바늘은 두 개 모두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어째서일까, 나는 시계판이 싫었다. 디지털 표시 쪽이 좋다. 돌아가는 시계 속에는 내가 있을 곳이 없는 것 같아서, 무서워진다. 「아얏」    걷어차인 발이 욱신거려, 소리를 내 버렸다.    료우기는 죽은 것처럼 자고 있다. 일어날 기미는 없다.    그 옆얼굴을, 나는 목적도 없이 바라보았다.    ──2주간이나 지내오면서, 깨달은 사실은 한가지 뿐.    이 녀석은, 마치 인형같다.    언제나 이 침대 위에서 죽은 사람처럼 자고 있다. 이 녀석은 아침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게 아니라, 할 일이 있으면 죽은 자에서 살아있는 자로 소생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학교에 가기 위해서인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다. 그 일의 실마리는 전화인데, 어딘가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으면, 료우기는 생기를 되찾는다.    그것이 심상치 않은 내용이라는 것은, 어렴풋이 눈치 채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료우기는 기다리고 있다. 그것이 없으면, 이 여자는 이곳에서 계속 인형인 상태로 있는 것이다.    짤깍짤깍짤깍짤깍.    나는 그 모습을 아름답다고 느꼈다. 슬픔 따위는 없었다. 료우기는 자신이 해야 할 일에만 환희하며, 되살아난다.    그것은 군더더기 없는 완벽함이다. 나는 처음으로, 천하지 않을 것이라 단정 짓고 있던 "진짜"와 만났다.    내가 그렇다고 믿고 있던 것. 내가 되고 싶었던 것. 자기 자신만 있으면 누가 무엇을 하더라도 신경도 쓰지 않는, 순수한 강함. 「────시키」    입에서 료우기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속삭임보다도 작았을, 한숨 같은 한마디.    그런데도, 료우기는 눈을 딱 떠 버렸다. 「───뭐야, 너 또 상처투성이잖아」    눈을 번쩍 뜨고서, 료우기는 눈썹을 찡그린다. 「할 수 없잖아. 저쪽에서 멋대로 싸움을 걸어왔기 때문이야」    나는 사실대로 대답한다.    오늘 돌아오던 중에, 본적 없는 2인조와 시비가 붙어서 싸우게 되었던 것이다. 당연히 때려눕혀 버렸지만, 이쪽도 풋내기라서 많이 맞아버렸다. 「너 뭔가 했잖아. 그런 것 치곤 약한데. 얻어맞는 거, 좋아하는 거야?」    료우기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한다. 무언가 했다, 라는 것은 가라데(空手)라던가, 유도라던가, 그런 것일까. 「멋대로 단정 하지마. 나는 무술에 관해서는 일자무식이야. 싸움이라면 뭐어 남들만큼은 하지만」 「그래? 때릴 때 손바닥을 사용 하길래, 분명히 그럴 거라 생각했었어. ───그러면 어째서 손바닥을 쓰는 거야?」    아아, 과연. 그러고 보니, 그걸로 한번 칭찬 받았던 적이 있다. 사람을 때릴 때, 주먹이 단련되지 않은 사람이 주먹을 사용하면 자신의 주먹에 무리가 가고, 계속해서 때리면 자신의 뼈가 나가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보통사람은 손바닥을 사용해서 때리는 편이 좋다. 아니 오히려 손바닥이 더 실전적이라는 무술도 있다.    물론, 나는 그런 것은 전혀 모른다. 「손바닥이 단단하잖아. 쥬스의 빈깡통을 찌그러뜨릴 때, 모두 손바닥이잖아. 주먹으로 하는 녀석은 별로 없다구」 「그건 손바닥쪽이 하기 쉽기 때문이겠지」    냉정하게 대답하는 료우기는, 하지만 진심으로 감탄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물끄러미 내 얼굴을 본다. 부끄러워져서, 나는 억지로 말을 계속한다. 「그러는 료우기야말로 뭔가 했겠지. 합기도야?」 「합기도는 취미삼아서 한 정도. 어릴 적부터 한 것은 딱 한 가지 있어」 「어릴 적부터인가. 그러니까 강할 수밖에. 도망치는 상대의 뒤통수에 하이킥이었는 걸. 하는게 다르다고 느꼈어. 그런데, 그거 말야. 역시 필살기 같은게 있는 거야?」    스스로 생각해도 바보같은 것을 묻는다. 그러자, 료우기는 우-웅, 하면서 진지하게 고민에 빠진다. 「그런 형태란 것은 있겠지. 모두 그걸로 쓰러뜨리는 것을 전제로 하고 수련할 테니까, 필살이라고 하면 필살의 마음가짐이야. 내가 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야. 원래부터 자기류(自己流)니까」    단련하는 것은 마음가짐이다, 라며 료우기는 말을 잇는다. 「몸을 다시 만드는거야. 그것을 가지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바꾸지. 호흡에서 보법(步法), 시계(視界), 사고(思考). 그런 것을 전투용으로 다시 만드는 것처럼. 근육의 사용법까지 바꾸니까, 다른 사람이 된다는 감각일지도 몰라.    싸움이 일어나면 마음을 바짝 긴장시키고 싸운다는 것이 무도(武道)의 첫걸음일텐데. 우리는 그것만을 추구해서, 결과적으로 도를 지나쳐버렸어」    자기자신을 경멸하는 듯한 대사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뭐야, 강하니까 좋잖아. 나같이 얻어맞는 꼴사나운 일도 안 당하고 말야. 세 명의 남자를 한순간에 처리해버렸잖아. 대단한 자기류(自己流)라구, 그거」    이 녀석과 만났을 때의 선명한 기억을 떠올리며 말하자, 료우기는 조금 놀란 것 같았다. 「그건 달라. 본 것을 그대로 따라한 것뿐이야. 무엇보다, 나는 아직 내 유파를 사용한 적이 없어」    아무렇지도 않게 무서운 소리를 하고, 료우기는 털썩하고 침대에 쓰러져서 자버렸다. ◇    ……어딘가에서 증기가 올라온다.    슈욱- 슈욱-하고 그림책에서 나올 것 같은 소리가 난다.    불빛은 없고, 방은 어둡다.    이곳은 뜨겁다.    단지 철판을 가열하는 소리와, 그 마그마 같은 빛만이 유일한 조명이었다.    주위의 벽에, 커다란 병이 늘어서있다.    바닥에는 가늘고 길다란 튜브가 어지러이 흩어져있다.    아무도 없다. 단지 증기의 소리와, 물이 끓는 소리만이………………………………………………………………………… …………………………………………………………………………………………………………………………………………… ………………………………………………………………………………………………밤이 되어, 나는 문득 잠에서 깨었다.    기분 나쁜 꿈을───꾸었기 때문이다.    짤깍짤깍짤깍짤깍.    시계를 보자, 아직 오전 3시를 지나고 있을 뿐, 잠을 깰 시간에는 아직 멀다.    침대에 눈길을 주자, 료우기의 모습은 없었다.    ……그 녀석은 이따금 밤중에 산보를 나가는 일이 있다. 그렇다 해도, 초목도 잠자는 야밤중에 나갔을리도 없다.    마중 나가볼까───서로의 사생활에 절대 상관하지 않는 것이 이곳을 잠자리로 삼기 위한 암묵의 양해라고 알고 있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꽤 망설이다가, 나는 좋았어라고 중얼거리며 일어섰다.    아무리 터무니없이 강하다고 해도, 료우기가 동년배의 소녀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게다가 그녀의 그 옷차림은, 밤중에 무리지어 있는 얼간이들을 끌어 들이는데는 충분하고도 남는다.    마음을 굳히고 내가 복도로 나갔을 때, 소리도 없이 현관문이 열렸다.    기모노 차림에 가죽점퍼, 라는 평소대로의 소녀가 그곳에 있다.    료우기는 역시 소리도 없이 문을 닫았다. 「뭐야, 돌아온거야?」    어쩐지 허탕친 느낌이 들어서, 나는 그렇게 말을 걸었다.    흘낏, 료우기가 이쪽을 본다────    순간, 살해당할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했다.    전기가 꺼져있는 복도는 어둡다. 그 가운데서, 료우기의 눈만이 푸르게 빛나고 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숨도 못 쉬고, 정상적인 생각조차 떠오르지 않아서, 나는 그저 멍하니 서있었다. 「───너라도 안돼」    목소리가 났다. 정신이 들고 보니 료우기는 스르르 나의 옆을 지나쳐가서, 신경질적으로 가죽점퍼를 침대에 던져버리고 있었다.    료우기는 침대 위에 앉더니, 벽에 기대어 천정을 바라본다.    나는 등줄기에 남아있는 오한을 참으며 방에 돌아와서 바닥에 앉았다.    그대로, 의식을 잃을지도 모를 정도의 말없는 시간이 흐른다.    갑자기───소녀가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사람을 죽이러 갔었어, 나」    그 말에, 어떤 대답을 하라는 것일까. 나는 그래, 하고 끄덕일 뿐이었다. 「하지만 헛수고였어. 오늘도 죽이고 싶은 상대를 찾지 못했어. 아까 복도에서 네가 있었을 때, 너라면 만족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역시 안돼. 해도 의미가 없어」 「……나는 완전히, 당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구」    솔직히 말하자, 료우기는 그러니까, 안 된다는 거야, 라고 말한다. 「나는 살아있다는 실감을 원해. 하지만 사람을 죽이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어. 목적도 없이 밤중에 돌아다니는 거야. 이래서는 완전히 유령이라구. 언젠가───이유도 없이 사람을 죽일거야」    료우기는 엔죠우 토모에에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사실, 누구에게도 말을 걸고 있는 것이 아니다. ……금단증상의 마약중독자처럼 멍해져있다.    이런 일은 지금까지 없었다. 내가 만났을 때의 료우기는, 밤에 나돌아 다니는 일은 있어도, 저런 살기를 품고서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어이, 왜 그래 료우기. 너답지 않아, 정신차려!」    이상하게도───나는 지금까지 건드린 적도 없었던 소녀의 어깨를 쥐고 있었다.    믿을 수가 없다. 이, 무엇보다도 초연해있던 소녀의 어깨가……이렇게도, 가냘프다니. 「……나는 멀쩡해. 여름에도 이런 느낌은 있었어. 그때도───」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을 떠올려버린 것일까, 료우기는 말을 끊었다.    나는 료우기에게서 손을 떼고 침대에서 내려간다.    료우기는 벽에 기대어있는 것을 관두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저기, 료우기」    말을 걸지만 대답은 없다. 저 녀석은 예전에 말했다. 마음은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그러니까, 보이지 않는 고민 따위는 결코 타인에게 밝히지 않는다.    그렇다───료우기는 외톨이다.    나 역시 그랬지만, 기분을 달래기 위해서 가볍게 만날 수 있는 친구는 몇 명이나 만들었다.    하지만, 이 녀석에게 그런 인간은 없겠지. 나와 다르게 세부까지 완벽한 이 녀석은, 그런 것을 필요로 하지 않으니까. 「───저기, 료우기. 너, 친구 있냐?」    나는 소녀의 얼굴을 보지 않도록 하면서, 침대에 등을 기대고 물었다. 료우기는 조금 생각하다가, 있어, 하고 대답한다. 「에, 있냐? 네게!? 친구가!?」    놀라는 나와는 반대로 료우기는 냉정하게 아아, 하고 끄덕인다. 「그러면 얘기가 빠르지. 침울해져 있을 때는 말이지, 의미가 없어도 괜찮으니까 그 녀석들에게 걱정을 팍 털어놔 버리면 되는 거야. 임시방편이지만 꽤 후련해진다구. 이쪽의 고민 같은걸 털어버리면서, 시시껄렁한 얘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지금은 없어. 먼 곳에 갔어」    소녀의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료우기의 말이 아주 쓸쓸하게 느껴져 버려서.    하지만 그것은 나의 기분 탓이었던 것일까, 료우기는 텅, 하고 침대를 때리면서 혼자서 화를 내기 시작해버렸다. 「애초부터 그 자식은 제멋대로야! 멋대로 내 집에 오는가 싶더니, 나에게 알려주는 것은 전화번호뿐이야. 여름 때도 한달씩이나 퍼질러 자버리고, 어째서 그런 일로 내가 답답해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투둥투둥, 하고 난폭한 소리가 났다.    지금이야말로, 정말 믿을 수 없었다.    그 료우기가, 침대 위에서 팔다리를 버둥거리면서 날뛰고 있는 것이다───.    아니. 실제로는 그런 간단한 짓이 아니라, 베개에 나이프라도 쑤셔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소리가 투둥투둥에서 서걱서걱으로 바뀌어있다.    진위를 확인하는 것이 두려워서, 나는 료우기 쪽을 돌아보는 것만은 참기로 했다.    잠시 날뛰다가 료우기는 조용해졌다.    어찌됐든 간에, 료우기를 이렇게까지 흐트러지게 만드는 친구란 녀석이 부럽다.    나는, 그 녀석에 대한 것이 듣고 싶어졌다. 「저기, 료우기」 「……………」    아직 기분이 나쁜 걸까, 료우기는 대답하지 않는다. 나는 상관하지 않고 계속했다. 「그 친구란 어떤 녀석이야. 고등학교 때 알던 사람?」 「──아아. 고등학교 친군데, 시인 같은 녀석」    감정이 텅비어있는 중얼거림으로 료우기는 대답한다.    어디가 시인 같은 것인지, 같은 나이인지, 남자인가 여자인가, 같은 것은 묻지 않기로 한다. 내가 알아도 별 의미는 없다. 「그래서, 네가 밤에 돌아다니는 것은, 그녀석이 원인인거야?」    료우기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아니야. 밤중의 산책은 내 취미고, 살인충동도 나 한사람의 것이야. 아무도 관계는 없어. 문제는 나 개인의 것이니까. 지금 내가 어떤 상태인지도 알고 있어. ……흠. 결국, 너를 불안하게 만들 정도로, 지금의 나는 불안정하다는 거군」    료우기는 담담하게, 마치 다른 사람의 일처럼 말한다. 「불안이라니───나는 특별히 불안 같은……」 「나에게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던 주제에」    아름다운 목소리가, 목 뒤에서 날아온다.    ……차가운 뱀이 목을 휘감아가는 감각.    나는 자신의 등 뒤에 누워 있는 상대가 정말로 인간인가, 한순간이나마, 의문을 가졌다. 「봐, 지금도 그렇게 생각했지. 하지만 그것은 착각 때문에 느끼는 불안이야. 내가 살인을 하는 것은 살아있는 실감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니까. 너는 대상이 안돼」    ……어떤 의미일까. 나, 엔죠우 토모에를 죽여도 료우기는 즐거워지지 않는다는 소릴까. 「하지만───그렇지. 역시 너는 새로운 은신처를 찾도록 해야 해, 엔죠우. 나는 살아있는 실감을 느낄 수 없는 것뿐이지만───분명, 료우기 시키는 살인을 좋아해」    살짝, 고백하듯 얌전하게, 중얼거린다.    가라앉은 목소리의 톤. 심정의 불안을 토로하는, 끊어질 것 같은 목소리. ……빌어먹을. 안 그래도 멀리 느껴지던 여자가, 더욱 멀게 느껴져 버렸다.    그걸로 깨달았다. 나는 이 녀석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과 비슷할 정도로───아니, 그 이상으로 반해있다고. 「───바보, 그럴 리 있겠냐」    어쨌든 료우기의 말을 부정하고 싶어져서, 말을 잇는다. 「너는 정서불안정인 것뿐이야. 얼른 친구를 불러내서,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을 털어놔 버리라구. 친구란 것은 그 때문에 있는 것이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멀어져가 버리는 것이니까───」    거기까지 쏘아붙이다가, 나는 말을 끊었다. 아까의 료우기와 마찬가지다. 감정에 휩쓸려서 생각을 그대로 말하고, 정신이 들고 나서 깨달아서는 안 되는 것을 알아차려버렸다. 「───그런거라구. 나는 자겠어」    벌레 씹은 말투로 내뱉고는, 마루에 드러누웠다.    료우기가 무언가 말했지만, 나는 그것을 무시하고 자기로 한다.    오늘밤은 이 이상, 료우기와 제대로 이야기를 나눌 자신이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자신의 말에 가슴을 찔렸다.    그렇다. 어떻게 하더라도.    나에게는, 그 친구의 역할이 돌아오지 않는다. / 4 (모순나선, 4)    그날, 나는 료우기와 처음으로 만났던 뒷골목에 있었다.    한낮인데도 사람의 통행도 없는데다가, 거리가 가진 여러 가지 잡음조차 들려오지 않는다. 그 때의 피의 흔적도 깨끗하게 없어져있는 그곳에서, 나는 혼자 흰 입김을 토하며 서있었다.    짤깍짤깍짤깍짤깍.    10월도 끝나려하고 있다. 내가 집도, 일도, 모든 것을 버리고 달아나고 나서부터 한 달이 경과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도, 경찰이 나를 찾아 돌아다니는 기미는 없었다. 그 뿐 아니라 매일 빠짐없이 백화점에 들려서는 텔레비전의 뉴스를 체크하고 있는데도, 내가 저지른 살인은 보도되지 않은 것이다. 신문도 나름대로 보고 있지만, 역시 그런 기사는 눈에 띄지 않는다.    그 사건은, 여느 강도 살인 사건과는 계통이 다르다. 틀림없이 텔레비전의 시청자를 끌만한 화제다. 그러니 간단하게 사고로서 처리될 리가 없다. 「───설마───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건가」    중얼거린 자신의 말에, 나는 위 속에 든 것을 토할 것 같았다.    그런 녀석들,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다만, 사체인 채로 한 달이나 발견되지 않고 방치되어있는 광경을 생각한 것만으로, 굉장히 우울해졌다.    보러 가볼까────아니, 그거야말로 무리다. 그런 용기도 없고, 경찰이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라 하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렇게 바깥쪽에서 상황을 살피는 일 뿐이다.    ───단 한번.    단 한번이라도 좋으니까 텔레비전에 사건으로서 보도되면, 나도 공과 사의 구분을 짓고 료우기의 앞에서 사라질 수 있다. 엔죠우 토모에가 살인범으로서 세상에 알려지면 료우기에게 폐를 끼치게 되니까───나는 미련을 끊고, 이 거리를 떠날 수 있는 것이다. 「젠장, 어째서 나란 놈은───」    료우기에게서, 떨어질 수 없는 것일까.    짤깍짤깍짤깍짤깍.    바람이 강해져왔다. 차가운 북풍에 내쫓기듯이, 나는 골목길에서 걸어 나왔다.    그대로 거리를 걷고 있자, 멀리 횡단보도에 료우기의 모습을 발견했다. 기모노 차림에 가죽점퍼란 스타일은, 그 녀석 외에는 있을 수 없다.    나는 그것을 멀리서 바라보다가───본 기억이 있는 얼굴을 발견했다.    나와 료우기가 만났던 밤, 그 원인을 만든 녀석들 중의 한 명이다. 그 녀석은 익숙한 발놀림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료우기의 뒤를 밟고 있었다.    짤각, 짤깍짤깍, 짤깍. ────왠지, 위험하다.    나는 인파에 섞여 들어서, 료우기를 미행하는 남자를 미행한다.    그 녀석은 한동안 료우기를 집요하게 따라다니다가, 어딘가에 가버렸다. 그 후, 교대로 그 때 멤버 중의 한 명이 그 뒤를 이어서 미행한다.    녀석들은 료우기를 어떻게 할 생각이 아니라, 그저 미행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 해도───저 녀석들 치고는, 혀를 내두를 정도로 움직임이 조직적이고 불필요한 움직임이 없다.    한 시간이나 녀석들을 감시하면서, 나는 교대하고 떠나가는 녀석이 어디로 가는 것인지 알아야한다고 깨달았다.    마침 료우기에게 하이킥을 얻어맞고 혼절했던 녀석이 미행을 끝내고 떠나간다.    빠른 걸음으로 뒤쫓자 녀석은───아까까지 내가 있던, 그 골목으로 들어갔다.    ────함정이다.    무얼 하려고 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이것은 분명 불길한 의미를 가지고 있음이 틀림없다.    나는 골목 안으로 이어진, 좁은 선 같은 길의 입구에 멈춰 서서 그 안을 응시했다. 녀석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곳에서 무언가 찾을 수 없을까.    눈을 의심하자, 누군가가 서있었다.    와인레드의 긴 코트다.    훤칠한 장신(長身)의 인물은 남성일까. 머리카락은 길고, 금색을 띄고 있었다. 멀리서 보더라도, 사람을 깔보는 듯한 언짢은 얼굴생김새를 알 수 있다───.    그런데───저 녀석은 누구였을까. 「■■■■■■────────」    귓가에 유창한 발음이 흘러간다.    핫, 하고 정신이 들어 돌아보자 그곳에는 아무도 없다.    서둘러 골목 안을 다시 둘러보지만, 코트를 입은 남자도 사라져있었다.    차가운 북풍이 분다.    부들부들 몸이 떨린다.    나는 엔죠우 토모에의 의지와는 무관계하게 떨리는 몸을 끌어안고서,    이유도 알 수 없이 눈물이 나오려고 하는 기분을 필사적으로 참으면서,    가을의 끝과, 나란 존재의 끝을 느끼고 있었다. ◇    밤이 되어, 나는 료우기가 미행당하고 있던 일을 말했다. 그날 밤의 녀석들이 본격적으로 료우기를 감시하고 있다, 라고.    하지만 료우기의 대답은 평소대로 간결했다. 「헤에, 그래」    그래서? 라며 흐림 없는 눈동자가 되물어온다.    나는, 이번만은 이성이 흔들렸다. 「그래서라니. 감시하고 있는 것은 녀석들만이 아니야! 붉은 코트의 외국인이라던가 뭐 생각나는 거 없어?」 「그런 유쾌한 지인은 없어」    료우기는 그걸 끝으로, 이 이야기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흥미를 잃은 것이겠지. 이 녀석은 료우기 시키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 사건이라도, 료우기 시키 본인이 시시한 일이라고 인식하면, 뭐든지 내버려두는 것이다.    누명으로 살인범취급을 받아도 신경 쓰지 않겠지. 중요한 것은 밖의 평가가 아니라 자신의 기분 뿐 일테니까.    ……아아, 나도 그렇기를 바랬었고, 그것이 자연스럽기조차 한 료우기를 고상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만은 예외다.    ……그 녀석들은───아니 그 녀석은 진짜다.    나와 녀석들처럼 가짜, 모조품의 위험성이 아니다. 료우기와 마찬가지, 순수한 충동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말 좀 들어! 이것은 남의 일이 아니야. 틀림없이 너 본인에 대한 일이라구! 걱정하는 내 입장도 좀 생각해보란 말이야!」    소리 지르는 내가 시끄러웠는지, 기모노의 소녀는 능숙하게 침대 위에서 책상다리를 하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이때. 나는 진짜로 화를 내고 있었다.    료우기가 너무나 무관심했기 때문이 아니다. 이유는 좀더 단순하다. 그것은──── 「응. 그건 분명히 딴 사람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야. 그런데 어째서, 엔죠우가 내 일로 걱정하는 거야?」    그러니까, 그것은─── 「이 바보, 걱정하는게 당연하지. 나는 네가 죽는 걸 바라지 않으니까. 나는──너에게, 반했으니까」    다투고 있던 공기가, 딱 멈춘다.    ……말했다. 이제 곧 사라질 내가, 입에 담아서는 안 될 말을 해버렸다.    이 말은 무엇보다───나 자신을 위해서, 입 밖에 내서는 안 되었는데.    료우기는 이상한 것이라도 보는 듯한 눈으로, 날 보고 있다. 몇 초정도 흐른 후, 기모노의 소녀는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무슨 소리야 엔죠우! 네가 나에게 반할 리가 있겠어. 그 빨간 코트의 남자에게 최면술이라도 걸린 거 아냐? 잘 생각해 봐, 이상한 소리가 섞여 있었을 거야!」    료우기───시키는, 웃으면서 상대해주지 않는다.    어떤 확신이 있는 걸까, 그녀는 정말로 그런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나는, 물론───그런 말은 인정할 수 없다. 「아냐! 나는 진심이야. 너를 보고서, 처음으로 인간이 아름답다고 느꼈고, 겨우 비슷한 인간과 만났다고 생각했어. 너는 진짜야. 나는 너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해주겠어────」    앉아있던 료우기의 어깨를 쥐고, 나는 료우기를 노려본다.    료우기는 웃음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흐음, 그런가」    메마른 목소리.    료우기의 손이 뻗어 와서, 나의 옷깃을 쥔다. 그러자───나는 빙글, 하고 종이라고 된 것처럼 가볍게 회전해서, 천장을 올려다보는 모습으로 침대 위에서 뒹굴러버렸다.    그 위에, 나이프를 손에든 료우기가 있다───. 「그렇다면, 나를 위해서 죽을 수 있어?」    목덜미에 칼날이 닿는다.    료우기의 눈은, 아무 것도 없다.    평소대로의 무관심하게 나이프를 휘둘러, 무관심하게 나를 죽이겠지.    료우기는 자신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고 죽을 수 있는가, 라고 묻고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쾌락을 위해서 죽이겠어, 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은 그런 의미를 가진 말이다.    ───이 녀석은 그런 것으로밖에 애정을 느끼지 못한다.    죽는 것은 무섭다. 지금도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할 정도로 무섭다. 하지만, 어차피 이런 나의 생활도 길지 않을 것이다. 살인을 한 나는, 곧 경찰에게 붙잡혀서 두 번 다시 이쪽으로 돌아올 일은 없다. 그렇다면──── 「좋아. 널 위해서 죽어주겠어」    말했다.    료우기의 눈이, 인간다운 색을 띄어간다. 「마음대로 해, 어차피 이제 얼마 안 남았어. 나는 존속살인범이니까 말야. 삐끗하면 사형이라구. 그럴거라면 ───교수형보다, 네 편이 나을 것 같아」 「존속살인범?」    나이프를 내 목덜미에 대면서, 료우기가 반복한다.    나는 지금까지 숨기고 있던 기억을, 죽기 직전에 말을 꺼냈다. 그것은 분명히───죽기 전에 한번 정도는, 참회의 흉내를 내보고 싶었기 때문이겠지. 「아아, 나는 부모를 죽였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부모라서 말야, 내 눈을 피해서 돈을 빌려서, 놀러 다녀. 나도 진저리가나서 견딜 수가 없어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뭔가 잘못돼서 안 죽는 일이 없도록 몇 번이고───부엌칼로 내장을 들쑤셨어. 우리 집은 난방도 안 되거든. 그날 밤은 추웠잖아? 방에서 토하는 입김이 하얗게 보일 정도라, 사람의 내장 쪽이 따뜻하다구. 인간의 뱃속에서 김이 피어오르다니, 일생에 한번 볼까 말까 한 볼거리였어!    헤헤, 정말───모든 것이 마비되어서, 나는 바보가 되었던 것 같아. 손가락은 부엌칼을 놓지 않았고, 팔은 언제까지고, 뱃속을 헤집어댔어. 그러는 사이에 말야, 나는 부모를 죽이기 위해서 찌른 건지 창자를 헤집어버리기 위해서 찌른 건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고, 나중엔 그것이 인간이었는지 뭐였는지 조차 알 수 없게 되어버렸어」    우는 걸까, 하고 생각했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묘한 상쾌함까지 느껴진다. 나는 그 변변찮은 부모를 죽이고, 정말로 자유로워진 건가, 하고. 「───토모에, 너 어째서 죽인거야」    눈앞의 그녀가, 물었다.    생각한다. 나는 어째서 죽인걸까.    미웠던 걸까. 눈엣가시처럼 생각했던 걸까. 아니다, 그런 깨끗한 감정이 아니다.    나는─────무서웠던 걸까? 「나는, 무서웠어. 꿈을───꾸었어.    일이 끝나고 돌아와서, 이불 속에 들어가. 잠시 그렇게 있으면 옆방에서 어머니와 아버지가 말싸움을 하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려. 아버지는 피투성이가 되어있고, 어머니가 서있었어. 어머니는 그대로 나를 찔러 죽이고, 자신의 목을 찌르고 죽어.    처음에는, 나는 그대로 죽었나하고 생각했어. 하지만 달라. 아침이 되어서 눈을 뜨면, 그런 일은 없어. 나는 분명 부모를 죽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서, 그런 꿈을 꾸었던 걸 거야. 그 뒤로──그 꿈을 매일 밤 꾸었어. 매일매일, 그 꿈이 반복되었어. 꿈이라고 해도 매일이라구? 결국에는 참을 수 없게 돼. 나는 내가 죽는 밤이 무서웠어. 이젠 그 꿈을 꾸고 싶지 않게 되었어. 그래서───이제 꾸지 않기 위해서, 죽기 전에 죽이려고 한 것뿐이야」    그래. 그날 밤. 무언가의 용무로, 문을 연 어머니를, 숨기고 있던 부엌칼로 마구 찔렀다. 몇 번이나 살해당했었다. 지금까지의 울분을 토해내 듯, 있는 힘을 다해 죽였다.    나는 자유다. 그런 변변찮은 부모에게도, 그런 기분 나쁜 꿈에도, 더 이상 괴롭힘 당하는 일은 없다.    젠장, 이 얼마나───더럽혀진 자유인가. 「───바보구나, 너」    료우기는 진지하게 말했다. 그 직설적인 말은, 역으로 나를 후련하게 만들었다.    정말로 그 말이 딱 맞다. 나는 머리가 나쁘니까, 그 이외의 도망치는 방법을 생각하지 못했던 거다. 하지만 후회는 하고 있지 않다. 결과로서 경찰에게 붙잡히더라도, 그런 날들보다는 기분은 훨씬 나을테니까.    ……다만 한 가지. 스스로의 죄를 입에 담고서, 깨달았다.    나는 자신의 일 만을 중요시해왔던 인간이다. 그런 녀석이 설령 진짜라고 해도, 타인에게 반했다는 걸 입에 담으면 안 되는 거였다. ……그런 자각조차 없다. 료우기가 웃으면서 상대해주지 않았던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이 녀석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만은 진짜다. 가짜였던 나에게 있는 유일한 ‘진짜’인데도. 더러운 살인자인 나는, 그 생각조차 더러워져있다. ───괴롭다고 하자면, 지금은 그것이 후회된다.    그것을 알아버린 순간. 방금 전 까지 나를 격하게 만들고 있던 열병은, 새 것과 교체되어 버려진 구형 텔레비전처럼 급속히 식어갔다. 「그렇지만───」    나는 그 살인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 살인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었다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토모에가 말하고 있다.    료우기는 머나먼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었다.    엔죠우 토모에라는 나의 중심을 들여다보는 듯한, 한 점 흐림이 없는 관찰. 「───심각하게 잘못됐어. 견디는 것이 너의 장점이었는데, 결국, 괴로운 쪽을 선택했구나. 처음 만났을 때, 너는 엔죠우 토모에를 소홀히 하고 있었어. 미래를 잃고서 텅 비어있던 너는, 지금처럼 죽고 싶어 했던 거야?」    ……나를 기분풀이 삼아서 죽이려고 하는 소녀.    ……내가 살해당한다고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소녀.    그 둘이 물어온다.    ……어떤 것일까.    그날 밤, 나는 나를 아무렇게나 취급하고 있었다. 상대를 때려죽여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반대로 맞아죽어도 괜찮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죽고 싶지도 않았다. 그 때는, 그래……단지 살아있는 것이 어려웠던 것뿐이다.    목적도 없이 살아가는, 가짜 같은 자신이 꼴사나웠다.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주제에 자살하지도 못하는 자신이 추해서, 가만있을 수 없었다.    이렇게 료우기에게 스스로의 죄를 밝히고 있는 지금도, 죽는 것은 싫다. ───하지만 어차피, 인간은 최후에는 죽는다.    나는 그것이 다른 사람보다 조금 빠르고, 다른 사람보다 추하고, 다른 사람보다 가치가 없는 것뿐이다. ……그런가. 그 점이, 분명 견딜 수 없다.    무가치한, 하찮은 죽음.    그런 식으로 죽을 거라면, 차라리──── 「───너를 위해서 죽는 편이, 진짜 같아서 훨씬 나아」 「거절이다. 네 목숨 따위, 필요 없어」    나이프가 떨어진다.    흥미를 잃은 고양이처럼, 료우기는 나에게서 멀어져간다.    어디에 가는 것일까. 료우기는 가죽점퍼를 손에 들고서 나갈 준비를 한다.    나는, 그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봐, 엔죠우. 너의 집은 어디야?」    료우기의 목소리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차갑다.    ……우리 집은 셋방을 전전하며 옮겨 다녔다. 반년정도 있으면 집세를 내지 못하게 되었고, 빌린 돈의 독촉이 심해서, 쫓겨 다녔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이 싫어서───어릴 적부터 싫어서, 원래의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들어서 뭐하게. 어딘가의 맨션의 405호실이야」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니야. 네가 돌아가고 싶어 하는 집을 말하는 거야. 모른다면 됐어」    료우기가 문을 연다.    나갈 때, 소녀는 돌아보지 않고서 말했다. 「그럼. 기분이 내키면 또 쓰라구」    료우기는 사라졌다.    혼자 남겨지자, 너무 살풍경한 이곳은 색이 흑과 백 밖에 없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모든 것이 흑백이 되어버린 녹슨 마음으로, 한 달을 보냈던 방을 바라보고서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 5 (모순나선, 1)    겨울이 왔다.    나에게 있어서 올해 여름이 짧았던 것처럼, 거리 그 자체에 있어서 올해의 가을은 짧았던 것 같다.    사무소의 창문에서 내려다본 거리는, 지금이라도 눈이 내릴 것 같은 겨울하늘을 보이고 있었다. 예년에 없던 이상기상은, 사계절의 사(四)문자 중에서 가을이란 말만 말소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나날이 갈수록 가을의 정취는 희미해져갔다.    그렇다. 9월의 마지막에서 11월 7일인 오늘까지의 짧은 기간, 가을은 바쁘게 살아가는 경주마처럼 달려 나갔다.    그 기간 중의 나는, 하고 말하자면, 10월초부터 친척이 경영하고 있는 자동차면허 교습소에 다니고 있었다. 이 교습소는 나가노(長野)의 시골에 있는 기숙사제 학교로, 학생을 3주정도 합숙시키면서 일반 교습소의 과정을 재빨리 끝마쳐버린다고 한다.    한달 가까이 이 거리를 떠나 있게 된다는 사실에, 나는 그리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친척의 권유를 거절하지 못한데다, 직장상사인 토우코씨도 이 합숙에는 찬성이라고 해서, 망설임 없이 합숙에 가게 되었다. 그렇게 교습소인지 수용소인지 알 수 없는 3주간이 끝나고, 나는 태어나서 자란 거리로 돌아온 것이다. 「……에에, 그러니까. 이름은 코쿠토 미키야」    손에 든 면허증을, 의미도 없이 중얼거려본다.    캐쉬카드보다 작은 면허증에는, 내 이름이 또렷하게 인쇄되어있었다. 그 밖에는 본적(本籍)과, 생년월일, 지금의 주소, 거기에 사진까지 붙어있다. 정말로 최소한의 퍼스널데이터를 기록하고 있을 뿐인데,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신분증 가운데서는 제일 범용성이 풍부하다는 물건이다. 그 점이 너무나 신기해서 참을 수 가 없다. 「이 면허란 무슨 자격인 걸까요, 토우코씨」    같은 방 한구석의 침대에서 자고 있는 토우코씨에게 말을 건다. 물론, 대답 같은 것은 기대하지 않았다. 「───계약서잖아, 그건」    그런데도, 토우코씨는 성실하게 반응해주었다.    이 사람은 독한 감기에 걸려서 벌써 일주일 가까이 드러누워 있다. 아까까지 38도나 되는 열에 못 이겨 쓰러져있었는데, 막 지금 눈을 떠버린 것 같다.    이유는───분명, 배가 고파졌기 때문이겠지.    왜냐하면, 시각은 정오를 가리키려하고 있으니까.    지금, 나는 회사인 사무소에 있다.    정확히는 사무소가 있는 빌딩의 4층의, 평소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토우코씨의 사실(私室)이다. 나는 창가로 의자를 옮겨서 막 취득한 면허증을 바라보고 있었고, 토우코씨는 침대에 드러누워 있다.    ……이건 색기 넘치는 사정이 아니라, 단지 토우코씨가 감기가 악화되어 쓰러져있는 것뿐이다. 합숙에서 돌아온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말없이 무언가를 비난해오는 시키와, 감기에 다운되어버린 회사의 소장이었다.    이 두 사람은 내가 없는 사이에 보다 친한 사이가 되었다고 말했었는데, 시키는 토우코씨의 간병은 단호히 거절했고 한술 더 떠서 뇌가 녹아버리라는 소리까지 했다고 한다. ……변함없는 냉혈함을 발휘하는 시키는, 나와는 고교시절부터의 친구다. 풀네임은 료우기 시키. 성별은 여자. 말투가 난폭한 것 덕에 착각하는 사람이 가끔씩 있다.    한편, 눈앞에서 이마를 젖은 타올로 식히고 있는 여성은 아오자키 토우코라는 인물로,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의 소장이다. 사원은 나밖에 없으니, 회사라고 하는 것도 조금 무리가 있다.    이 사람은 천재기질이 있는 인간으로, 그런 사람의 예에 벗어나지 않게 지인이 적다. 감기에 걸려도 아무 것도 안하고, 하루 종일 누워있었던 것 같다. 본인 왈, 금년의 감기에 대항할 면역이 지금의 몸에는 없으니까 어쩔 수 없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면역이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그냥 누워있을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마법사이기도 한 토우코씨는 의사의 신세를 질 생각은 없는 거겠지. 분명, 자존심이란 것이 방해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런 사정이 있어서, 나는 한 달 만에 집에 돌아왔는데도 시키와는 거의 만나지 못하고 토우코씨의 간병을 하는 상황이 되어있었다.    계약서, 라고 성의 없는 대답을 하고서, 토우코씨는 베갯머리의 안경을 집어 들었다.    평소에는 너무 험상궂어서 미인인 것을 알 수 없지만, 쇠약해져있는 지금의 토우코씨는 다른 사람인가하고 생각할 정도로 온순하고, 아름다웠다.    아직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의식을 명료하게 하기 위해서겠지, 토우코씨는 말을 계속한다. 「그건 말이지, 운전기술을 습득했습니다, 라고 하는 계약서야. 중요한 것은 공부한 일인데, 목적이 바뀌어 버렸잖아요, 이 나라는. 공부한 결과로 자격을 취득하는 게 아니라, 자격을 얻기 위해서 공부하고 있어. 그러니까 자격을 손에 넣은 시점에서, 공부한 것의 의미가 사라져버리는 거지. 이것만 공부했습니다 라는 증거로 전락해버리는 자격 따위는, 계약서 같은 거겠죠」    의미로 보자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소리네, 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토우코씨는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자격이란 그런 것 아닌가요? 누구나 목적이 있어서 공부 할테구요」 「물론 반대도 있어요. 닭과 달걀 같은 관계니까, 목적과 결과, 행동과 과정은 배리(背離)하는 거에요. 면허를 따 버렸기 때문에 차에 타게된 사람도 있겠죠. 자동차면허를 땄을 때, 교습소에 가지 않고 그대로 시험을 보러 가는 사람도 있을 테고」    안경을 쓰고 있는 토우코씨는 부드러운 어조가 되지만, 오늘은 감기에 걸려있어서, 더욱 친절한 말투를 쓰고 있었다.    여담이지만, 이 사람은 갑자기 시험센터에 찾아가서, 학과시험과 기능시험에서 토를 달지 못할 정도의 성적을 내고 시험관에게 눈총을 받으면서 자동차면허를 땄다고 한다. 「교습소에 다니지 않고 면허를 딸 수 있는 것은 들었지만, 토우코씨는 직접 부딪혀 보는 스타일인가요. ……그렇군요. 소장님이 교습소에 다니고 있는 모습 같은 건───」    ───무서워서, 상상할 수 없다.    나오려다 만 그 뒤의 말이 거슬렸던 걸까, 토우코씨는 가느다란 눈썹을 찡그리며 이쪽을 노려보았다. 「실례에요, 미키야군. 그 무렵의 나는 아직 학생이었으니까, 교습소에 가도 잘못된 게 아니라구요. 그 나이 또래의 대학생처럼 말예요」    불만이다, 라고 말하는 것처럼 눈을 감으면서 토우코씨는 말한다.    ……과연. 말해보면 토우코씨도 10대였던 때가 있었다. 아직 학생이었다는 그녀의 사랑스런 소녀상을 상상하고, 나는 곧 숨을 삼켜버렸다. 그건 심장이 죄여들 정도로 강력한 정신공격이었기 때문이다. 「……그 쪽 편이 아득한 이차원(異次元)이네요, 소장님」 「───병자가 상대면 본심이 나오는군, 당신은」    물론. 평소에 괴롭힘 당하고 있었으니, 이럴 때 정도는 반격해두지 않으면 밸런스가 나빠진다.    타올이라도 교환할까 하고 자리에서 일어서자, 토우코씨는 배고파 라면서 아주 스트레이트한 욕구를 드러내왔다. 곤란하게도 만들어 두었던 죽은 오늘아침에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가게에서 만든 거라도 사올까요. 콘게츠(昏月)의 쯔키미(月見)우동이라던가」 「안~돼, 이젠 물렸어요. 저기 미키야군, 뭔가 만들어주지 않겠어? 혼자서 사니까 웬만한 것은 만들 수 있겠죠?」    ……혼자살기 때문에 자취 가능하다, 란 것은 대체 어디의 누가 퍼뜨린 통설인걸까. 토우코씨의 기대에 찬 시선에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나는 조금 잔혹한 사실을, 하지만 단호하게 선언했다. 「죄송해요, 제가 만들 수 있는 것은 면종류 뿐이에요. 최저레벨이 컵에 뜨거운 물을 붓는 거고, 최고레벨이 파스타를 익히는 정도의 조리정도. 그거라도 괜찮으면 주방을 빌리겠지만」    예상대로, 토우코씨는 노골적으로 싫은 표정을 지어주었다. 「그러면 오늘 아침의 죽은 어찌된 거야? 편의점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맛이었는데」 「그건 시키에요. 본인은 요리는 거의 하지 않지만, 어째서 그런지는 몰라도 일본요리라면 굉장한 실력을 가지고 있어요」    헤에, 하며 토우코씨는 의외라는 듯 눈을 깜빡인다. 그 의견에는 나도 동감이지만, 실제로 시키는 요리사도 새파랗게 질릴 정도로 요리를 잘한다. 료우기의 집은 명가라서, 시키는 원래부터 입맛이 까다롭다. 본인은 무엇이든 먹고 있지만, 그것은 자신이 만든 것이 아니니까 어떤 맛이라도 봐줄 수 있다, 란 것인 듯 하다. 시키가 요리한다, 라는 것은 본인이 납득할 레벨의 요리를 한다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요리 실력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다. 「───놀랬어, 시키가 나에게 무언가 해주다니. 하지만 뭐어, 당연한 걸까. 그 애, 날붙이의 취급에는 익숙해져 있을 테니. ……할 수 없지. 책상 위에 알약이 들어있는 병이 있으니까, 전부 가져다주지 않겠어?」    밥을 얻어먹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토우코씨는 다시 침대에 드러눕는다.    토우코씨의 책상에 있는 세 개의 약병을 손에 들었을 때───한 장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외국의 풍경일까. 돌로 만든 길과,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시계탑. 오늘처럼 지금이라도 눈이 내릴 것처럼 구름 낀 하늘 아래, 세 명의 인물이 나란히 서 있다.    두 사람의 남성에 한 명의 소녀.    남자들은 양쪽 다 장신으로, 한 명은 일본인 같았다. 다른 한 명은 그 지방 사람인 듯 풍경에 녹아 들어가 있어서 위화감이 없다. 아니───일본인 남성의 인상이 너무나 강한 것이다. 어두운 표정으로 서있는 일본인의 존재감은 너무 강렬해서, 풍경에서 뚜렷하게 분리되어 있다. ……가슴이 괴로워질 정도의 답답함. 나는 이전에, 그것을 코앞에서 느낀 적이 있다.    그것은, 그래. 잊을 수 없는 그 때의 감각은 아니었을까.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사진을 응시하자, 그 이상으로 인상적인 것을 보아버렸다.    검은 기모노 같은 코트를 입은 일본인 남성과 붉은 코트를 입은 금발벽안의 미남자.    그 두 사람 사이에 소녀가 있었다.    검은, 일본인 남자가 입고 있는 코트가 옅게 보일 정도의 흑단(黑檀) 같은 흑발. 허리 아래까지 늘어뜨려져 있는 머리카락은 긴 머리카락이라기보다, 아름다운 장식품 같았다.    아직 10대의 천진난만함이 남아있는 평온한 얼굴은, 한마디로 하면 영롱(玲瓏)일까. 소녀는, 사진 너머 서에도 혼을 빼앗아갈 수 있을 정도로, 너무나 화려했다. 응달의 꽃 같은 아름다움을 가진 일본의 유령과, 외국의 동화에 나오는 요정이 서로 녹아들면, 이런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할 정도로. 「토우코씨, 이 사진────」    나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드러누워 있던 토우코씨는 안경을 벗으면서 대답했다. 「으응, 아아. 그건 옛날에 알던 사람들이야. 얼굴이 기억나지 않아서 말야, 앨범에서 빼냈어. ───런던에 있을 무렵의, 단 한번의 불찰이란 거지」    안경을 벗은 토우코씨는 그 어조가 변한다.    예전에, 친구인 료우기 시키는 어딘가 애매한 이중인격자였지만, 아오자키 토우코란 사람은 진짜로 인격이 찰칵하고 스위치를 넣는 것처럼 바뀐다. 본인에게 듣기로는 인격이 아니라 성격을 전환하는 것뿐이란 말을 했지만, 나로 보자면 어느 쪽이고 별 차이 없는 문제다.    안경을 벗은 토우코씨는 한마디로 말하면 차가운 인물이다.    차가운 언동, 차가운 사고, 차가운 이론───그것들로 빚어진 인물상이, 안경을 벗은 토우코씨인 것이다. 「글쎄, 몇 년 전의 이야기였을까. 여동생이 고교에 들어가려고 했던 무렵이었으니까, 대충 8년 이상 됐을까.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는 것은 특기지만, 기억해내는 것은 도무지 잘 안돼. 쓸데없는 행위니까, 보기 좋게 정리할 생각도 들지 않아」    토우코씨는 드러우눈 채로, 깊은 생각에 빠져들 듯이 중얼거리고 있다. ……토우코씨가 자신의 옛이야기를 하다니, 상상도 못할 일이다. 감기란 것에 걸린 것이 처음이라는 말은 진짜 같다. 이런 것을 귀신의 곽란(藿亂)이라고 하는 거겠지. 「런던이라면──그, 영국의 수도 말이죠」    세 개의 약병을 토우코씨의 머리맡에 놓고서, 가까운 의자를 끌어당겨서 침대 곁에 앉는다. 토우코씨는 약병에서 알약을 꺼내서 삼키고는, 역시 드러누운 채로 말을 꺼냈다. 「그래. 당시, 할아버지 곁에서 뛰쳐나와 버린 나는 살 곳이 없었어. 공방을 처음부터 만들 수 있을 정도의 기술도, 자금도 없었던 풋내기 마술사는, 커다란 조직 밑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계산한 거지. 대학과 마찬가지야. 기구(機構)자체는 오래되고, 닳았으며, 쇠퇴하고 있지만 시설 그 자체에 죄는 없어. 대영박물관의 뒤편에는 고금동서(古今東西)의 연구부문이 있었지. 과연 현재의 마술사들을 양분하는 협회야. 그것은 내가 바라던 이상의 비장량(秘藏量)이었어」    열에 의식이 흐릿해진 것처럼 혼자 중얼거리는 토우코씨의 안색은 창백해지기만 한다.    아까의 약은 약이 아니라 독이었던 게 아닌가하고 의심하는 나에게, 토우코씨는 독이 아니라구 하면서 말을 멈췄다. 「좋은 기회니까 조금 더 말하게 놔둬.    ……아직 20살 남짓한 꼬마여자애가 학원에 유학하는 것은 어려워. 게다가 아오자키는 이단자취급을 받았으니까. 들어가기 위해서 나는 룬 마술을 전공으로 하기로 했어. 당시에, 룬은 인기도 없고 공부하는 사람도 적었거든. 협회 측도 연구자는 원하고 있었지. 그렇게 저쪽에서 룬 문자를 안정시키는데 2년, 툴레 협회에 있는 오리지널에 근접하는데 또 수년. 그걸로 겨우 자신의 연구실을 가질 수 있었던 무렵이었을까. 원래의 목적이던 인형 만들기에 골몰하고 있던 어느 날, 나는 그 남자와 만났어. 원래는 타밀(台密)의 승려라는 괴상한 편력의 소유주로, 지옥 같은 남자였어. 강한 의지, 단련되어있는 자기(自己)의 껍질은, 불타오르는 업화처럼 한결같았지.    ……지옥 같은, 이란 소리는 말야, 코쿠토. 만약 지옥이란 개념이 의지를 가지고 인간의 모습을 한다면, 이라는 가정(假定)이야. 그 정도로 녀석은 타인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단지 그 괴로움만을 계속 빨아들이고 있었어. 마술사로서의 능력은 허점 투성이었지만, 녀석의 강한 자기(自己)는 모두를 능가하고 있었지.    ───나는, 그런 서투른 녀석이 마음에 들었었어」    스스로 말하는 추억의 남성을 노려보듯, 토우코씨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뜬다. 그것은 미움으로도, 슬픔으로도 보이는, 난해한 눈빛이었다.    말의 내용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나는 그런가요 하며 맞장구를 친다. 병자에게 거스르지 않는 것이 간병의 요령이라고 생각한다. 「하아, 토우코씨의 인형 만드는 기술은, 외국제로군요」    명백히 분위기를 깨는 질문에 그래, 하고 토우코씨는 진지하게 끄덕였다. ……틀렸다, 농담도 통하지 않는다. 토우코씨의 독백을 듣는 것은 좋지만,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것은 듣는 사람으로서 미안한 일이다. 그러니까 이런 이야기는 시키나 아자카에게 하면 좋을 텐데, 열에 혼미해진 토우코씨는 이야기의 난해함의 기어를 올리기 시작한 것 같았다. 「내가 인형 만들기에 빠진 것은 말이야, 완벽한 인간의 모형을 통해서 「 」에 도달하기 위해서였어.    녀석은 반대로 육체가 아니라 혼, 다시 말해 측정할 수 없는 상자 속의 고양이 같이 「있는」 존재지만, 「없는」 것을 통해서 「 」에 도달하려고 하고 있었어. 육체는 명확한 모습이 있기 때문에 비쳐 보이지 않아. 그러나 형체 없는 혼은 비쳐 보여. 어딘가의 심리학자가 주창한 집합무의식(集合無意識)과 비슷해. 그 연쇄(連鎖)를 더듬어 가면 중심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겠지.    아아, 요컨대. 나도 녀석도 원작(原作)을 구하고 있었어. 대원(大元)이 되는 하나, 인간의 오리지널이라고 부르면 될까. 지금의 인간은 너무 나뉘어버려서 이미 측정 불가능할 정도의 속성과 계통을 이루어 버렸어. 그래서 대원에 도달할 수 없지. 속성과 계통. 바꿔 말하면 숙명일까. 수식과 마찬가지로, 그런 능력과 역할을 부여받고, 그런 결과를 도출하는 인생. 그런 결과밖에 도출되지 않는 인생. 당연해, 유전자에는 그런 능력밖에 부여 되어있지 않으니까. 그것을 숙명이라고 한다면 숙명이겠지.    우리들 영장(靈長)은 너무도 복잡하게 이루어져있어. 만능을 추구한 나머지, 여러 가지 능력을 부가해버린 결과야. 인간을 구성하는 정보인 유전자는, 단 네 종류의 염기에 지나지 않아. 하지만, 그 네 종류의 염기가 섞인 단순한 나선이 계측 불능할 정도까지 축적된 것에 의해 계측 불가능이 된다는 모순에 빠져버렸어. 그렇기 때문에 해석할 수 없어. 대원(大元)에 다다르는 것은, 현대의 인간으로서는 불가능인거야.    그러니까───나는 스스로 만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 결과는 무참했지만 말야. 아무리 사력을 다해도, 만들어진 것은 완벽한 나뿐이었어」    약이 듣기 시작한 걸까, 토우코씨의 얼굴에 홍조가 돌아왔다.    허공을 노려보는 눈동자도, 점점 흐릿해져간다. 「하지만───녀석은 아직 계속하고 있는 거겠지.    인간의 "기원(起源)"을 보는 그 녀석은, 혼의 모형을 찾다가 스승에게 파문당했다는 소릴 들었으니까. ……뭐 이런 인과가 다 있지. 지금 이런 것에 관계해버리다니. 알았어 코쿠토? 너는 상관이 없는 일이니, 사전에 주의를 주도록 하지. 무슨 일이 있어도 사진 속의 남자, 그 중(坊主)에게는 가까이 가지마」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 듯이 말하고서, 토우코씨는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다.    자그마한 가슴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조용히 호흡을 반복하고 있다. 분명 약이 효력을 잘 발휘해서 잠든 것이겠지.    나는 토우코씨의 이마에 수건을 바꿔 얹고, 그녀의 잠을 방해하지 않도록 방을 뒤로했다.    옆의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다.    단지 이 빌딩의 주위에 있는 공장에서, 날카롭고 높은 소리가 울려올 뿐이다.    그 잔향을 피부로 느끼면서, 홀로 중얼거렸다. 「───가까이 하지 말라니, 무리에요 토우코씨. 왜냐하면 저는 그 사람을 2년 전에 알게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그 사실이 어떤 의미를 가진 것인지, 내가 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그때의 자신을 도와준 사람이 인화지에 찍혀있는 인물이었는지도 확실치 않다.    내 안에서 그 사진의 인물은 불확실했고, 열에 정신이 혼미해진 토우코씨의 말도 퍼즐 조각처럼 흩어져있었다.    불확실한 것이 불확실한 말을 불러냈다. 단지 그것뿐인데도, 방금 전까지 평온했던 공기가 엷어져서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말로 할 수 없는 불안만이 등골을 떨리게 하고 있었다. / 6 (모순나선, 2)    하룻밤이 밝아서 11월 8일의 낮.    날씨는 어제와 거의 바뀌지 않은 흐린 상태로, 전등 없는 사무실은 폐허처럼 어두웠다.    이 사무소는 나와 토우코씨 만으로는 너무 넓다. 책상도 떡 하니 10명분은 늘어놓아져 있고, 방문객을 접대하기 위한 소파도 있다. 바닥은 콘크리트의 거친 표면이 드러나 있고, 벽에는 벽지조차 발라져있지 않은 점이 눈에 거슬리지만, 사람 수만 채워지면 그 나름대로의 직장으로 보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곳은 자신을 포함해서 3명밖에 없다.    창가에 있는 소장의 책상에, 토우코씨의 모습은 없다. 어제의 약이 잘 들었는지, 오늘 아침에 감기가 낫자 어디론가 외출해버렸기 때문이다.    소장이 없는 사무소 가운데, 나는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미술관의 회장(會場)건설에 드는 자재의 발주량과 가격조사 따위를 하고 있었다. 토우코씨의 계획도를 한 손에 들고, 공정에 알맞을 것 같은 자재를 싼값에 구입하기 위해서다. 그 사람은 ‘만들 수 있기만 하면 돼‘ 라고 말하는 사람이라서, 이런 귀찮고 검소한 노력은 해주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사원인 내가 할 수밖에 없다.    자재가게의 리스트를 노려보며, 여긴 어떨까하고 전화를 걸어 교섭하고, 다음 자재가게로 이동한다. 바쁜 건지 충실한 건지 구분을 할 수가 없는 나 자신 이외에는, 그밖에 두 명의 인물이 있었다.    한 명은, 방문객용의 소파에 앉아서 멍하니 있는 기모노의 소녀. 말할 것도 없이 료우기 시키로, 그녀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예절바른 자세로 앉아있다.    다른 한 명은, 나와는 제일 떨어져있는 책상에 앉아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검은 교복의 여학생. 시키와는 대조적인 긴 머리를 등 뒤로 길러 내리고 있는 그 녀석은, 코쿠토 아자카라고 한다.    성이 나와 같은 것은 변명할 여지없이 육친(肉親)이란 소리로, 여동생인 아자카는 고교 1학년생이다. 몸이 약해서, 10살 무렵에 도회지의 공기는 몸에 좋지 않다며 친척집에 맡겨졌고, 그 뒤로는 가끔씩 밖에 만나지 못했다. 확실히, 마지막으로 만났던 것은 내가 고교에 들어간 뒤의 정월이었다고 기억한다. 그때는 아직 앳된 그 또래의 여자애였지만, 올해 여름에 재회한 아자카에는 조금 놀랐다. 오래간만에 대면한 여동생은, 우리 집 자식이 아닌 게 아닐까하고 생각할 정도로 아가씨 티가 났으니까.    역시, 태어난 집과 환경이 다른 것만으로 인간이란 존재는 훌륭하게 성장해버리는 것 같다. 언행도 늠름하고, 이전의 연약함은 전혀 없다. 10살부터 15살이라는 성장기에 만나보지 못했던 것도 원인이겠지만, 나는 한동안 이 녀석이 아자카라고 실감하지 못할 정도였다.    흘끗 먼 곳의 책상에 앉아있는 아자카를 본다.    국어대사전보다 두꺼운 책을 몇 권이나 쌓아두고 열심히, 아주 조용하게 베껴 쓰고 있다. ……토우코씨가 떠날 때 아자카에게 남긴 과제다.    어제의 토우코씨의 무거운 대화도 마음을 음울하게 해주었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고, 나에게 있어서 최대의 걱정거리는 이 것인지도 모른다. 「오라버니. 저, 토우코씨의 제자로 들어가겠어요」    무엇을 생각한 것일까. 한 달 전에 아자카는 나에게 그렇게 고했다. 물론 반대는 했지만, 여동생은 완고하게 들어주지 않았다.    ……정말이지. 어째서 평범한 우리 가계(家系)에서 마법사 같은 이상한 것이 출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아자카」    전화가 일단락되어서, 마주보는 책상에 앉아있는 여동생에게 말을 건다.    아자카는 쓰고 있던 문장을 끝까지 다 쓰고 나서, 스르륵하고 흑발을 흔들며 얼굴을 들었다. 지기 싫어하는 억척스러운 성격인 주제에, 차분하면서도 기품 있는 눈동자가, 뭔가요, 하고 묻는 듯 예의바르게 이쪽을 본다. 「학교가 창립기념일이라서 휴일인 것은 알고 있어. 하지만, 어째서 이런 곳에 있는 거야, 넌」 「오라버니, 가끔씩은 집에 얼굴을 내밀라구요. 학생기숙사는 화재가 나서, 지금은 폐쇄 중이에요. 집이 가까운 학생은 될 수 있으면 기숙사에서 일시적으로 퇴거해주었으면 한다는 학원 측의 요청, 어머니는 알고 계시다구요」    고교시절의 반장을 떠올리게 하는, 침착한 목소리와 눈동자가 대답했다. 「화재라니────기숙사가 전소될 정도의?」 「동관(東館)만이에요. 1학년과 2학년 기숙사의 절반이 불탔어요. 학원 측에서 무마시켰으니까 뉴스에는 나오지 않았겠지만」    시원스런 말투로, 아자카는 굉장한 말을 했다.    유명한 아가씨학원인 레이엔의 학생기숙사가 불탔다, 라는 일은 진위를 떠나서 분명히 스캔들이 된다. 대학교 급의 부지를 자랑하는 레이엔이라면, 확실히 화재를 비밀리에 처리하는 것이 가능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학생기숙사에 화재가 났다는 것은 심상찮은 일이다. 지금의 아자카의 말투에서 그것이 방화───그것도 학생에 의한 것이라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오라버니. 쓸데없는 생각하고 있는 것 아녜요?」    이쪽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아자카는 곁눈질로 노려보아 왔다.    ……여름에 있던 일로, 여동생은 코쿠토 미키야가 쓸 때 없는 일에 고개를 들이미는 것을 싫어하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한동안 무언(無言)의 암투가 계속되어버리기 때문에, 말을 바꾸기로 한다. 「그것보다, 너, 뭐하고 있는 거야」 「오라버니하고는 상관없는 일이에요」    이쪽이 말하려는 것을 알고 있는 걸까, 아자카는 쌀쌀맞은 대답을 한다. 「관계는 있다구. 여동생이 마법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니, 아버지께 어떻게 설명하란 말이야」 「어머, 집에 얼굴을 비쳐주실 거에요?」    ……우. 이 녀석, 이쪽이 부모님하고 말싸움 끝에 의절상태인 것을 알고 있으면서 「그리고 말이죠, 오라버니. 마법사하고 마술사는 다른 거에요. 토우코씨 밑에 있으면서도 못 들으셨어요?」    그러고보니, 토우코씨는 가끔씩 그런 이야기를 한다. 편의상, 일반인들에게는 마술사보다 마법사라고 말하는 쪽이 희망대로의 이미지를 전하기 쉽기 때문에 말하는 것뿐이지만, 이 두 가지의 호칭은 전혀 별개다, 라던가 뭐라던가. 「아아, 확실히 들은 적은 있어. 하지만 큰 차이는 없잖아? 어느 쪽이건 수상한 마법을 사용하니까」 「마법과 마술은 달라요.    마술이라는 것은, 확실히 상식에서 괴리된 현상. 하지만 그건, 단순히 상식으로 가능한 일을 비상식적으로 가능하게 만들어놓은 것뿐이라구요. 예를 들면, 그렇지───」    아자카는 토우코씨의 책상까지 걸어가서, 그곳에 있는 페이퍼나이프를 집어 들었다. 은제(銀製)의, 세공도 훌륭한 토우코씨의 애용품이다.    아자카는 필요 없어진 서류를 발견하자, 그곳에 나이프로 무언가를 휘갈긴다. 갑자기────서류는 화르륵 하고 연기를 토하기 시작하고, 천천히 타들어가 버렸다. 「…………………」    나는 말없이, 그 자초지종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전에, 토우코씨도 비슷한 일(그 때는 규모가 더욱 컸지만)을 했지만, 자신의 여동생이 그런 일을 하는 것을 보게 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게 된다. ……아니, 토우코씨에게 제자로 들어갔다는 것은 그런 것이라고 내 나름대로 상상은 하고 있었지만. 「───좀 참아줘. 그거, 아무런 속임수도 없는 거야?」 「물론 있어요.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고, 실제로는 대단한 것이 아니니까, 특별할 것 없어요. 왜냐하면, 요즘에는 그런 일은 구경거리 축에도 못끼니까요. 물건에 불을 붙이는 거라면 백엔짜리 라이터로도 족해요. 라이터로 하던, 손끝으로 하던, 불을 붙인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아요. 그런 것, 전혀 신비롭지 않잖아요? 아시겠어요, 오라버니. 마술이란 것은 이런거에요」    담담하게 아자카는 말을 잇는다.    마술이란 건, 요컨대 문명의 대용품 같은 것인 듯 하다. 아니, 아자카 말대로, 따라잡혀 버렸다, 라고 하는 편이 바를까. 「예를 들면 비를 내리게 하는 일이라도, 마술도 과학도 마찬가지겠죠. 그저 방법이 틀릴 뿐이고, 그것을 하기 위해 투자하는 노고는 같은거에요. 마술은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전에 깔려있는 준비는 대단한 것이죠. 시간과 자금으로 환산한다면, 과학적으로 비구름을 만드는 것과 완전히 동일.    확실히, 옛날이라면 그것은 기적의 종류였어요. 하지만 현대에서는 기적도 뭐도 아니에요. 옛날에는 마을 하나를 재로 만드는 마술사는 마법사로 불리며 인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돈만 있다면 누구든지 가능해져버렸어요. 미사일을 살짝 날려주면 되니까요」    오히려 그편이 아득히 효율적이고 빠르겠죠, 라는 소리를 아자카는 덧붙인다. 「마술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개인의 힘으로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시간을 소비해서 가능하게 만드는 일에 지나지 않아요. 학문으로서 봐도 그렇잖아요. 진리를 얻기 위해서 몇 십 년씩 명상할거라면 달에 가서 명상하는 편이 깨달음을 얻는 데는 빠를지도 모르죠. 유감이지만 마술은 비의(秘儀), 금기(禁忌)의 종류라 기적은 될 수 없어요. ───기적이란 것은 인간의 손으로는 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거잖아요? 현재 지구상의 모든 자력(資力)을 투자해도 할 수 없는 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마법사. 곧 마법이란 것이에요」    인간은 아직 할 수 없는 일. 그것이 마법이라고 불리는 것이라고, 아자카는 말했다. 「그럼, 옛날에는 마술사보다 마법사가 많았던 것이 아닐까. 옛날 사람들은 라이터도 미사일도 없었으니까」 「그렇겠네요. 그러니까 과거에는 마법사를 무서워했고, 직업으로 성립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다르잖아요? 확실히 말하자면 필요가 없는 거에요, 마법 따위는. 현대에 있어서는, 마법 그 자체도 적어졌어요. 인간에게 불가능한 일이란, 이미 숫자를 헤아릴 수 있을 정도밖에 없잖아요? 어쨌든 지금은 마법사는 다섯 명 정도밖에 없데요」    ……과연. 확실히 그런 의미라면, 마법사와 마술사는 다르겠지. 지금의 인류에게 불가능한 일이라면, 시간이라던가 공간을 조작하는 일 정도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도 과거를 추측하는 것도 완전하지는 않지만 가능해져가는 시대니까, 불가능한 일이라면 정말로 셀 수 있을 정도밖에 없다.    언젠가───인간은 마법 그 자체를 배제해버리겠지. 어릴 적, 신기하게 생각했던 여러 가지 일들에 반해서 과학자가 된 청년이, 연구를 거듭해서 그 신기함 자체를 단순한 현상으로 끌어내려 버린 것처럼. 「흐음. 그렇게 되면 최후의 마법이란 것은, 모두 행복해지는 일 정도가 되어버리겠네」    응. 잘은, 모르겠지만. 「────────」    아자카는 어째서인지 입을 다물어 버렸다.    의외의 물체를 보는 듯한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얼굴을 돌려버린다. 「……마법은, 도달할 수 없는 것이에요. 게다가 저는 마법사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에요. 어디까지나 목적을 위해서 마술을 배우고 있는 것뿐이라구요」 「그런가. 마법은 안 되지만, 마술이라면 배울 수 있다는 건가. 지금, 아자카가 한 것처럼 말야」    결론에 도달한 것 같아서 그렇게 매듭짓자, 아자카는 아니오, 하고 고개를 저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에요, 오라버니.    마술이라도, 옛날에는 마법이었어요. 그저, 단순히 인류의 문명에 따라 잡혀버린 것뿐이니까, 노력하면 어떻게든 습득과 사용이 가능한 것뿐이에요.    ……아쉽게도, 제게는 마술사의 가계(家系)같은 축적된 역사가 없어요. 마술사란 사람들은, 피와 역사를 축적한 가계에요. 그들도 처음에는 보통의 학자였어요. 그들은 공부한 신비, 얻은 힘을 다음대의 자손에게 전해요. 자손은 더욱 연구를 거듭해서, 다시 자손에게 전하고. ───그렇게 해서 마법에 근접하려고 하며, 끝없이 반복을 한다죠. 토우코씨는 6대째인 것 같은데, 3대째의 계승자가 엄청난 천재였다고 해서 대단한 발전을 이뤄냈다던가. 그래서 토우코씨의 재능도 핏줄덕분 이라고 생각해요. 저처럼 이제부터 마술을 공부하는 자는 그렇게 간단하게 마술사에는 이를 수 없어요」 「흐음. 어쩐지 고생일 것 같은데, 여러 가지로」    응, 하고 어쩐지 납득할 수 있었다.    핏줄───혈족의 힘.    확실히 그것은 어떤 가문이라도 마찬가지다. 우리들에게 그것은 많은 친척이기도 하고, 물려받은 재산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는 소리는, 곧──── 「야, 그러면 너는 뭘 하고 있는 거야. 우리 집은 평범한 집안이라구. 누구하나 마술은 고사하고 불교에 심취한 적도 없어. 마술 같은 건 익히지 못하는 것 아니야?」 「그건 그렇지만, 재능은 있는 것 같아요. 발화시키는 구성의 정교함은 보기 드물 정도라고」    삐진 듯한 말투로 아자카는 말한다.    ……나 참, 불을 붙일 수 있게 되어서 어쩌겠다는 거야. 혹시, 기숙사에 화재를 낸 것도 이 녀석이 원인인 것이 아닐까. 「저기 말야, 한 세대뿐인 재능은 소용없다고 자기 입으로 말했잖아. 그렇다면 뭘 해도 소용없는 것 아냐? 마법사───가 아니라, 마술사를 지향해도 어쩔 수 없어. 제대로 된 길로 돌아오지 않으면, 일자리도 못 구하게 된다구」    그게 아니라도, 요즘의 취직사정은 험하다.    아자카는 곧 반론을 해오려고 한다.    그 전에───보다 공격적인 대사가, 발소리와 함께 사무실로 날아 들어왔다. 「아니, 취직율은 좋아. 아자카의 나이로 그만큼이 가능하다면, 앞으로 2년만 지나면 오라는 곳도 많아져. 표면적으로, 일류 큐레이터로서 채용될 수 있어」    텅, 하고 문을 여는 소리와 함께 토우코씨가 돌아왔다. ◇    병에서 막 나은 토우코씨는, 그것을 느끼게 하지 않는 확실한 걸음걸이로 소장의 책상까지 걸어간다.    겉옷을 걸고 의자에 앉고 나서, 자신의 책상을 보더니 눈썹을 찡그렸다. 페이퍼 나이프의 위치가 아까와는 달랐기 때문이겠지. 「아자카. 사람의 물건을 쓰지 말라고 말했잖아. 도구에 의지하면 실력이 무뎌진다구. 무엇보다 코쿠토 앞에서 실패하는 건 싫어서겠지, 으응?」 「───네, 말씀대로에요」    토우코씨의 힐문에, 아자카는 뺨을 붉게 물들이면서도 분명하게 대답했다. ……그런 점은 여동생이라도 존경할만하다. 「그런데, 생각치도 못한 얘기를 하고 있었잖아. 코쿠토는 마술에는 관심 없었던 것 아니었어?」 「그건 그렇지만…………저기, 토우코씨. 어제의 일 기억나세요?」    앙? 하고 안경을 벗은 토우코씨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애초의 원인이었던 어제의 의미 불명의 대화를, 말한 본인은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토우코씨는 담배를 입에 물고 한 대 피운다. 「그런데 말야, 아자카. 어째서 코쿠토에게 그런 말을 한 거야. 숨기는 것, 은폐하는 것이 마술의 대전제라구. ……뭐어 코쿠토가 상대라면 문제는 없겠지만」 「제가 상대라면 뭐가 좋은가요?」 「말해도 모르잖아. 비밀이 새는 일도 없어. 너는 상대에 따라 말하는 내용을 고르니까 말이야, 정상적인 인간에게 이런 이야기는 안 한다구」 「그건 그렇지만───역시 남에게 알려지는 것은 곤란한가요? 마술사란」 「당연히 곤란하지. 사회적으로는 아무래도 좋지만 말야, 마술의 위력이 떨어져. 코쿠토, 미스터리(ミステ-ル)의 어원을 알고 있어?」 「미스터리란건, 그, 미스터리(ミステリ- - mystery) 소설 말인가요?」 「그래. 추리소설이 아니라, 신비라는 의미의 미스테리」 「하아. 원래는 그리스어겠죠, 영어니까요」 「……뭐어 그렇지. 그리스어로 닫는다는 의미. 폐쇄, 은폐, 자기완결을 지향하지. 신비는 말이야, 신비로 존재하는 것에 의미가 있는 거야. 숨겨두는 것이 마술의 본질이지. 정체가 밝혀진 마술은, 온갖 초자연적 기법을 이용한다 하더라도 신비에는 이를 수 없어. 단순한 재주로 전락하지. 그렇게 되면 말야, 갑자기 그 마술은 약해져버려.    마술이라도, 원래는 마법이었어. 곧, 원천인 근원에서 끌어들인 정해진 힘인 것은 틀림없어. 부유하는 신비, 라는 것이 있다고 가정해볼까? 이것에는 10의 힘이 있어. 알고 있는 인간이 한 명이라면, 10의 힘 전부를 쓸 수 있어. 하지만 아는 사람이 두 명이라면, 이것은 5와 5로 나뉘어서 사용돼. 자, 힘이 약해졌어. 다르게 말하자면, 이 세계의 모든 기본적인 법칙이라고 생각하지만 말야, 이건」    토우코씨의 말의 전체상(全體像)은 변함없이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말하고 싶은 것은 왠지 모르게 이해된다.    숨기는 것, 닫는 것이 마술이란 것의 존재방식이라면, 마술사란 사람들이 사람 앞에서 마술을 드러내 보이지 않는 것도 납득할 수 있다. 「그러면, 사람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는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거군요, 토우코씨는」 「아냐, 안 해」    치익, 하고 담뱃불을 재떨이에 비벼 끄면서 말했다. 「마술사끼리의 싸움이라면 할 수 없지만, 그 이외에는 혼자 있을 때라도 쓰거나 하지는 않아. 마술적인 기법은 다음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의례(儀禮), 의식(儀式)의 시간 정도밖에 동반되지 않아.    중세 무렵부터, 학원(學院)이라고 불리는 것이 생겼어. 녀석들의 단속이 꽤나 병적이어서 말야. 학원은 오래 전부터 마술사들이 쇠퇴하는 것을 예견하고 있었어. 그들은 그 조직력을 가지고 마술 자체를 결코 밝혀지지 않는 것으로 만들었지. 눈에 보이는 신비를, 아무도 모르는 신비로 끌어 올린거야. 그 결과, 사회에서 신비는 옅어지게 되었어.    이것을 철저히 하기 위해서 학원은 여러 가지 형률(刑律)을 만들어 갔지.    예를 들면, 마술사가 일반인을 마술적인 현상에 말려들게 하면, 그 마술사를 죽이기 위해서 학원에서 자객이 와. 마술사라는 군체(群體)에 해가 되는 한 가지 요소로서 말살하기 위해서. ……마술사가 일반인에게 정체를 들키면 힘을 잃는다, 라는 일화의 원인이 이거야.    학원은 은폐성을 보다 강고히 하는 것으로 마술의 쇠퇴를 막으려했고, 그 결과 학원에 속한 마술사는 함부로 마술을 행사하지 않게 됐어.    그 계율을 싫어해서 초야로 내려간 마술사도 많지만, 학원이 소유하는 서적들과 토지는 막대한 것이야. 마술사가 마술사로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거의 학원이 제압하고 있어. 학원에 소속되지 않는다는 것은 따돌림 받는 것과 마찬가지야. 실험을 하려고 해도 지맥이 일그러진 영지(靈地)는 학원이 소유하고 있고, 마술을 공부하려해도, 교과서가 몰수되어 있어서는 공부할 수가 없잖아? 때문에 학원에 소속되지 않은 마술사는, 하고 싶어도 마술의 실천이 불가능해. 조직의 힘이지. 그런 점은 대단한 것이라고 칭찬할 수 있겠군」 「저기, 토우코씨. 그러면 저도 학원에 소속되지 않으면 안되는 건가요……?」    머뭇머뭇하고 끼어드는 아자카의 목소리는 어딘가 불안했다. 「안 해도 좋지만, 하는 편이 편리해. 학원에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것도 아니야. 그곳을 관두는 것은 자유야. 대의명분으로서 지배자가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그러면 은폐성을 사수하는 의미가 없어요. 공부한 사람을 밖으로 내보내면, 마술이 퍼져버려요」    납득이 가는 아자카의 의견에, 으응, 하고 토우코씨는 끄덕였다. 「그렇지. 사실, 학원에 유학해서 힘을 얻고, 초야로 내려가려는 놈들도 많아. 하지만 10년 정도 지나면 그런 생각은 없어지게 되는 거야. 왜냐하면, 마술을 연구하는 것에서라면 학원은 최고의 환경이니까. 마술사로서 최고의 환경이 모여 있는데, 일부러 아무 것도 없는 초야에 내려간다는 바보 같은 행동은 일어나지 않아. 마술사는 마술을 공부하는 것이 최우선사항. 공부한 지식과 힘을 사용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아. 그럴 시간이 있으면, 더욱 높은 단계의 신비를 공부하려고 하겠지. 하지만 아자카는 처음부터 목적이 우리들과는 다르니까, 학원에 들어가도 그쪽의 독에 물드는 일은 없어. 높은 곳을 지향하고 싶다면 한번쯤은 발을 들여놓아야 할 거야」    아자카는 곤란한 듯 눈썹을 늘어뜨린다. 아무래도 본인에게 그럴 생각은 전혀 없는 것 같았다. 여동생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곳에 유학하는 것은 반대였기 때문에, 아자카의 망설임은 나로서는 고마운 일이다. 「……하나 묻겠는데. 그 학원 안에서도 비밀은 지켜지고 있단 소리야?」    그때, 갑자기 소파 쪽에서 목소리가 났다.    그곳에는 아까부터 말없이 앉아있던 시키가 있다. 그녀는 흥미 없는 대화에는 일절 참가하지 않는 성격이라 지금까지 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것뿐이었는데. 「───그렇지. 학원 안에서도 마술사는 자신의 연구 성과를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아. 이웃한 자들이 무엇을 연구하고 무엇을 목표로 하고, 무엇을 얻었는지도 수수께끼야. 마술사가 자기의 성과를 밝히는 것은 죽기 전에 자손에게 계승할 때 뿐이니까」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만 공부하는 주제에, 자신을 위해서는 힘을 쓰지 않아. 그런 존재방식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거야, 토우코. 목적이 공부하는 것이라면, 그 과정도 공부하는 것인가. 처음과 끝밖에 없는 거라면, 그런 것은 제로와 마찬가지잖아」    ……변함없이, 시키는 가늘고 투명한 여성의 목소리에, 남자 같은 말투로 이야기한다.    시키의 신랄한 추궁에, 토우코씨는 희미하게 쓴웃음을 짓는 듯 보였다. 「목적은 있어. 하지만, 네 말대로기도 하군. 마술사는 제로를 구하고 있는 거다. 처음부터 없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마술사들의 최종적인 목적은 말야, "근원의 소용돌이"에 도달하는 일이야. 아카식 레코드라고도 불리는데, 소용돌이의 가장자리에 그러한 기능이 붙어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겠지.    근원의 소용돌이라는 것은 말이지, 아마도 모든 것의 원인이야. 이것에서 모든 현상이 흘러나오고 있어. 원인을 알면 끝도 저절로 산출되지. 있는 그대로 말하면 "궁극의 지식"인가. 하, 궁극 따위는 기준을 만들어서 결국 유한한 것으로 만들고 있으니, 이런 호칭도 바르지는 않아. 하지만 제일 알기 쉬우니까 그렇게 부르고 있는 거야.    원래부터 세계에 유포되어있는 여러 가지 마술계통은, 이 소용돌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가느다란 하나의 강에 지나지 않아. 각국의 유사한 전통과 신화가 있는 것은 그 때문이야. 본래의 원인은 동일한 것으로, 세부를 각색하는 것은 "강(川)"을 이해한 자의 민족성이지. 점성술(astrology), 연금술(alchemy), 카발라(kabbalah), 신선도(神仙道), 룬(rune), 헤아리면 끝이 없는 연구자들. 그들은 근본이 같기 때문에, 결국 같은 최종목적을 가슴에 품고 있어. 마술이라는 근원의 소용돌이에서 갈라진 말단의 흐름에 섣불리 접촉해버렸던 그들은, 그 끝────정점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상상해버렸으니까.    마술사의 최종적인 목적은 진리로의 도달밖에 없어. 인간으로서 태어난 의미를 안다, 따위의 속물적인 욕구도 없어. 그저 순수하게, 진리라는 것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알고 싶어 해. 그런 것들의 집합체가 그들이야. 자기(自己)를 투명하게 하고, 자아(自我)만을 가진 자들───영원히 보답 받을 수 없는 군체. 세계는 이것을 마술사라고 부르지」    담담하게 말하는 토우코씨의 눈빛은 지금까지의 어떤 때보다도 날카롭다. 호박색의 눈동자가, 불이 붙은 듯이 흔들리고 있다.    ……그렇지만, 미안하게도 나에게는 그 말의 절반도 이해되지 않았다.    이해한 것은 한가지뿐이어서, 우선 그것을 물어보기로 한다. 「저기, 괜찮은가요? 목적이 있으니까 공부하는 것에 의미가 있겠죠. 보답 받을 수 없다는 것은……그건, 그런가. 아직 아무도 다다르지 않았다는 거군요?」 「다다른 자는 있어. 간 사람이 있으니까 그 정체를 알 수 있었던 거야. 현재까지 남아있는 마법이란 것도, 다다랐던 자들이 남긴 것이지.    하지만───저쪽 편에 간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았지. 과거, 역사에 이름을 남길만한 마술사들은 도달한 순간 소실되었어. 저쪽 편은 그렇게 멋진 세계인걸까, 아니면 가버리면 돌아올 수 없는 세계인걸까. 그것은 알 수 없어. 가보지 않으면 말야. 하지만, 그곳에 다다르는 것은, 한 세대 정도의 연구로는 불가능해. 마술사가 피를 축적해서 연구를 자손에게 남기는 것은 자기의 마력을 증대시키는 것이 목적이야. 그것은 언젠가 근원의 소용돌이에 도달할 수 있는 자손을 만들어내기 위한 행위에 지나지 않아. 마술사는 말이지, 이미 몇 세대나 근원의 소용돌이를 꿈꾸면서 죽고, 자손에게 연구를 계승하고, 그 자손 역시 또 자손에게 계승하지. 끝이 없는 거야. 그들은 영구히 보답 받지 못해. 반대로 도달할 수 있는 가계(家系)가 나타났다고 해도, 아마 불가능하겠지. ───방해자가 있으니까 말이야」    미워하는 듯한 어조와는 반대로, 토우코씨는 킥, 하고 마른 웃음을 흘렸다. 그 방해자라는 사람이 있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몸짓으로. 「뭐어, 어느 쪽이라고 해도 무리한 얘기야. 현대의 마술사에게는 소용돌이에 도달해서 새로운 질서───새로운 마술계통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해」    이걸로 긴 이야기는 끝이다, 라고 말하는 것처럼 토우코씨는 어깨를 늘어뜨렸다.    나와 아자카는 그것으로 아무 말도 할 수 없어졌지만, 시키 만이 거리낌 없이 토우코씨의 말의 모순을 추궁했다. 「이상한 놈들이군. 무리란 걸 알고 있으면서 어째서 계속하는 거야, 너희들은」 「그렇네. 마술사를 자칭하는 무리는, 태반이 "불가능"이란 혼돈충동을 가지고 태어났던가, 혹은 포기할 줄 모르는 바보들뿐인 거겠지」    맥이 풀린 듯 어깨를 축 늘어뜨리면서 토우코씨는 대답한다.    그 행동에, 뭐야 알고 있잖아, 하면서 시키는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    이야기가 끝나고 한 시간 정도 흐르자, 사무소는 평소대로의 고요함을 되찾았다.    시각도 오후3시가 되려고 하고 있어서, 한잔씩 마시자는 듯, 사람 수대로의 커피를 타러간다. 아자카 것만은 일본차로 타서 잔을 돌리고, 자신의 자리에 다다랐다.    일도 전체의 목표가 정해진 것 같았고, 이 정도라면 이번 달 급료는 걱정 없겠구나, 하고 안심하면서 커피를 입에 댄다.    조용한 사무소에, 음료를 마시는 소리가 난다.    그런 평온한 정적을 깨듯이, 아자카는 시키를 향해 엄청난 말을 했다. 「───저기. 시키는 남자죠?」    ……컵을 떨어뜨릴 뻔 할 정도로, 지옥 같은 질문이었다. 「──────」    그것은 시키도 마찬가지로, 손에든 커피 컵에서 입술을 떼고, 불유쾌한 듯, 하지만 고민하는 것 같은 얼굴을 해버렸다. 우리 바보여동생에게 할 반론은 지금으로서는 없다.    그것을 승기(勝機)라고 본 걸까, 아자카는 말을 계속한다. 「부정하지 않는 걸 보니 그런가보네. 당신 틀림없는 남자인거에요, 시키」 「아자카!」    실수다, 참지 못하고 끼어들어버렸다.    이런 질문은 무시하는 것이 제일이지만, 일이 일인 만큼 나도 모르게 반응해 버린 것이다.    기세 좋게 일어나버리긴 했지만, 재치 있는 대사도 떠오르지 않아서 나는 말없이 의자에 도로 앉는다.    ……어쩐지 패잔병 같은 기분이었다. 「시시한 일에 반응 하지 마, 너」    극히 무표정하게, 시키는 그렇게 말한다.    한쪽 손으로 이마를 누르고 있는 것을 보면, 화를 참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 아주 중요한 얘기야, 이거」    겉모습은 어디까지나 쿨─한 시키와 마찬가지로, 아자카도 어디까지 쿨─하게 반응한다. 책상 위에 양 팔꿈치를 대고 손가락을 마주 끼고 있는 모습은, 회의를 진행하는 반장 같았다. 「중요한 얘기, 인가. 내가 남자던지 여자던지 큰 차이 없잖아. 아자카에게는 아무런 관계도 없어. 아니면 뭔가, 너 나한테 싸움이라도 걸고 있는 거냐?」 「그런 건, 처음에 만났을 때부터 정해졌잖아요?」    두 사람은 서로의 모습을 보지 않고 있었지만, 서로 노려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로서는 뭐가 정해졌는지 알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것을 물어볼 분위기가 아니다. 「……아자카, 어째서 지금 와서 이런 말을 반복하면 안 되는지 신기하지만, 마지막이 되길 빌면서 다시 한번 말할게. 저기, 시키는 여자야. 확실히」    우선, 그것만 말했다.    아자카의 무례를 감싸면서, 시키의 상한 기분을 진정시킬 회심의 한마디는, 어째서인지 두 사람의 신경을 거슬러 버린 것 같았다. 「그런 거 알고 있어요. 오라버니는 가만히 있어요」    알고 있으면서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거냐, 너는. 「제가 듣고 싶은 것은 육체적인 면의 성별이 아니에요. 정신적인 면의 성별이 어느 쪽인지 명확히 하고 싶은 것 뿐. 뭐어 보아온 바로는, 시키는 남자 같아 보이지만」    보이지만, 의 ‘만’부분을 강하게 발음하면서 아자카는 시키를 흘겨본다.    시키는 더욱더 불쾌해져간다. 「몸이 여자라면 성별이 어느 쪽이라도 변하지 않잖아. 내가 남자라면 어쩌겠다는 거야 너」 「아 맞다, 레이엔의 친구라도 소개시켜줄까요?」    ────아.    이미 비꼬는 것이 아니라, 도전장 같아진 아자카의 대사를 듣고서 나는 간신히 숨을 삼켰다.    아자카 녀석, 아직 2년 전 일에 얽매여있는 건가.    고교1학년 때의 정월. 나는 시키와 하쯔모데에 갔다가 돌아올 때, 시키를 집으로 초대한 적이 있다. 마침 지방에서 겨울방학 사이에 돌아와 있던 아자카는, 시키와 대면하고서 가벼운 쇼크 상태에 빠졌다. 그도 당연한 것이, 그때의 시키는 ‘시키(織)’ 라는 또 하나의 인격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지금의 시키보다 활기차고 소년의 그것이었던 시키의 행동과 말투에, 아자카는 꼬박 하룻동안 드러누워 버렸다.    라고는 해도, 지금 것은 말이 지나치다. 시키에게 얻어맞아도 할말이 없다. 「아자카, 너말야」    다시 일어서서 아자카를 노려보는 것과, 시키가 소파에서 일어나는 것은 동시였다. 「거절이다. 레이엔의 여자 중에는 제대로 된 녀석이 없으니까」    시키는 흥, 하고 코웃음을 치면서 말하고는, 그대로 사무소에서 나갔다.    감색의 기모노가, 소리를 내면서 시야에서 사라져간다.    그 뒤를 쫓을까하고 망설였지만, 그것은 오히려 시키의 불쾌함에 기름을 붓는 결과가 될 것이 틀림없다.    나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기적에 감사하면서 의자에 앉고, 식어버린 커피를 단숨에 들이켰다. 「유감, 결국 얼버무려졌네」    칫, 하고 혀를 차면서 아자카는 자세를 풀었다. 저 녀석도 지금까지 임전태세였던 듯, 등받이에 몸을 기대어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언제나 생각하지만, 어째서 아자카는 시키와 말할 때만 태도가 휙하고 바뀌는 걸까?    이건 이야기를 좀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자카, 지금 건 뭐야?」 「뭐냐니, 시키와 오라버니가 확실히 하지 않으니까 그런 거잖아요. 아니면 생각한 적이 없나요? 료우기 시키가 여자로서 오라버니와 사귀고 있는 지, 남자인데 오라버니와 사귀고 있는지」    말투는 그야말로 똑소리가 나고 있었지만, 아자카는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그 언밸런스 덕분에, 여동생이 말하고 있는 것을 알아버렸다. 「아자카, 그런 것을 바보의 억측이라고 하는 거야. 시키가 남자든 여자든, 우리들이 화제로 할 일이 아니라구. 무엇보다 시키는, 처음부터 여자였으니까, 생각이 남자라도 별로 큰 차이가 없잖아」    아자카는 팟하고 눈을 가늘게 뜨며 노려본다. 「───그래요. 오라버니는 여자라면 다른 문제는 별 것 아니라는 거군요. 곧, 뒤집으면 동성끼리의 교제는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대답을 듣지 않으면 안 되겠네요.    여기에 성전환을 해서 남자가 된 여자와, 성전환 해서 여자가 된 남자가 있다고 해요. 이 두 사람이 정말로 오빠를 사랑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빠가 상대를 한다면 어느 쪽? 겉보기에는 여성이지만 마음은 계속 남자였던 쪽과, 겉보기에는 남자지만 마음은 계속 여자였던 쪽. 자아, 대답해 봐요」    ……아자카의 질문은, 어렵다.    잘 생각하면 할수록, 고를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확실히, 쉽게 생각한다면 원래 여성으로서 태어났던 쪽이겠지만, 성별이 바뀌어버렸다면, 성별이 여성인 사람을 고른다. 하지만 그 사람의 마음은 남자인 상태니까, 곧 남자로서 남성인 코쿠토 미키야를 좋아하는 것이 된다.    연애에 성별은 상관없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내가 득도 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래서는 겉으로 보이는 성별만으로 남녀를 구분하고 있다는 소리가 되는데, 어쩐지 자신이 아주 잔혹하게 느껴져 버린다. 게다가 원래부터, 동성끼리 짝을 짓는 것이 안 되니까, 남자가 남자로서 코쿠토 미키야를 사랑하고 있는 것은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어디까지나 여자로서 좋아하는 전자(前者)가되겠지만, 그 사람의 성별은 남성으로─────아아, 어째서 이런 일로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지!    ……아냐, 잠깐. 이거, 어쩐지 전제부터 모순 되어 있는 것 아냐? 동성끼리의 연애를 인정하지 않은 주제에, 어느 쪽을 골라도 동성(同性)이라는 함정이 있으니까.    그것을 깨닫고서 얼굴을 들자, 토우코씨만이 유쾌한 듯이 웃음을 참고 있었다. 「지저분해, 아자카, 이건 『동시에 진실과 거짓이 성립하고 있는 명제』 잖아!」 「예에, 그래요. 유명한 에피메니데스의 패러독스죠」 「그래, 코쿠토에게 있어서는 치명적인 모순의 추구야. 정말, 너희들은 심심하게 만들지 않는다니까. 코쿠토 집안은 전부 이런 거냐, 아자카?」    아직도 웃고 있는 토우코씨와는 반대로, 아자카는 진지한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다. ……그런가, 이 녀석은 이 녀석 나름대로 나를 걱정해주고 있는 거다. 그렇다면 시키가 명확히 하지 않은 만큼, 하다못해 자신만이라도 확실히 마음을 말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 「……아아, 확실히 아자카가 말하고 싶은 것도 알겠어. 단, 나는 시키가 어느 쪽이라고 해도 관계없다고 생각해」    부끄러움을 감추려 볼을 긁으면서 그렇게 말하자, 아자카는 깜짝 놀라서 의자에서 일어났다 「───상대가, '시키'라도 좋다고 하는거에요?」 「…………응. 뭐어, 아마도」    갑자기 뭔가 두꺼운 것이 내 얼굴에 작렬했다. 「불결해────!」    다다다, 하고 달려가는 소리.    아까까지 아자카가 읽고 있던 책을 얼굴에 맞은 거다, 라고 알아차리면서 의식이 돌아왔을 무렵에는, 사무실에는 나와 토우코씨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시키는 아자카에게 화를 내며 퇴장했고, 아자카는 지금 막 밖으로 뛰어나가서 이것도 퇴장.    나는 지끈거리는 얼굴에 손을 대면서, 혼자서 계속 웃고 있는 토우코씨를 노려봤던 것이었다. ◇    그로부터 2시간이 지나서 퇴근할 시간이 되었다.    시키도 아자카도 돌아오지 않은 채, 나는 퇴근전의 약속이 된 마지막 커피를 두 사람 분 끓이고 이제부터 시키의 맨션에 들릴까말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아, 그렇지 코쿠토. 미안하지만 잔업을 맡겨도 될까」    커피를 마시던 토우코씨의 한마디에 의해 그런 고민도 사라져버린다. 「잔업이란 건, 다른 건으로 일이라도 받으신 거에요?」 「아니, 그쪽 일이 아냐. 돈은 되지 않는 일이야. 오늘 아침에 그것 때문에 외출했었는데 말이지, 친하게 지내고 있는 형사에게서 재미있는 말을 들었어. 코쿠토, 카야미하마(茅見浜)의 코가와(小川) 맨션을 알고 있어?」 「카야미하마라면, 저 매립지에 세워진 맨션지대군요. 근 미래 모델구역이라고 하는」 「아아, 여기서 전철로 30분 정도일까. 도심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사치스럽게 토지를 사용하고 있는 거리야. 그곳에 말야, 옛날 건축에 관계했던 맨션이 있는데, 묘한 사건이 일어난 것 같아. 어젯밤 오후 10시경, 20대 전반의 회사원이 길가에서 습격당한 것 같아. 피해자는 여자였으니까, 폭행을 노린 범죄자겠지. 근데 말야, 불운하게도 피해자는 칼에 찔려버렸어. 범인은 그대로 도망쳐버렸지만, 피해자는 그렇게 못했지. 복부를 찔린 피해자는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지 않았어. 그리고, 현장은 예의 맨션지대야. 주위에는 가게도 없고, 밤 10시여서 이미 행인도 없어. 그녀는 피를 흩뿌리면서 제일 가까운 맨션에 들어가서 도움을 청하려고 했어.    하지만, 그 맨션의 1층과 2층은 사용되지 않았어.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은 3층이었으니까. 엘리베이터로 3층까지 올라간 시점에서 체력의 한계였어. 그녀는 거기서 충분할 정도로 큰 소리로 도움을 청했는데도, 맨션에서 사는 그 누구도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오후 11시에 그녀는 사망 했어」    ……비극적인 이야기다.    현대의 맨션은 그것이 커지면 커질수록 이웃과의 만남이 없어진다. 오히려 무관심한 것이 예의바른 것이라는 암묵적인 룰이 도회지에는 존재하는 것이다.    지금 것과 비슷한 얘기를, 친구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밤중에 아래층에서 비명이 반복되는데도 누구하나 도와주러 가지 않았고, 아침이 되어보니 그 집의 애들이 부모에 의해 살해되어 있었다고 한다. 다른 이웃들은 듣고 있었는데도 장난이려니 생각하고 무시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 다음이야. 피해자의 도움을 청하는 소리는 이웃 맨션에서도 들릴 정도였다고 해. 비명이 아니라, 도움을 청하는 사람의 목소리라구. 이웃 맨션사람들은 그렇게나 큰 소리니까 곧 그 맨션사람들이 달려 갈 거라고 생각하고, 무시 했대」 「그런───그 맨션의 사람들은 알아차리지 못했던 건가요?」 「아아, 그렇게 증언하고 있어. 누구하나 예외 없이 평소대로의 밤이었다고 했대. 뭐어 이것뿐이라면 그렇게 이상한 얘기는 아닐텐데, 이 맨션에는 이전에 또 하나, 이상한 사건이 있었던 것 같아. 그것은 듣지 못했지만, 어쨌든 이상사태가 두 번 계속되는 것은 뭔가 이상하다면서 형사씨에게 상담을 받았단 거야」 「……다시 말해, 저에게 그곳을 조사해라, 라는 말씀이시군요, 소장님은」 「아니, 현지에는 둘이 가자. 코쿠토는 부동산을 알아봐서 될 수 있는 한 빠른 시일내에 거주인들의 리스트업과 과거에 어디에 살았었는지를 조사해주면 돼. 돈이 되지 않는 일이니까 천천히 해도 된다구. 마감은 12월이야」    알겠습니다, 라고 대답하고 커피를 입으로 옮긴다.    ……어쩐지, 또 이상한 사건에 발을 들여 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말야, 코쿠토」 「예?」 「너, 정말로 시키가 남자라도 상관 없는 거야?」    ……이 말을 하는 상대가 가쿠토라면 나는 참지 못하고 입에 머금은 커피를 토해냈겠지. 「……그럴리 없잖아요. 당연히 시키는 좋아하지만, 욕구를 말하는 거라면 여자인편이, 좋아요」 「뭐야, 재미없게. 그러면 문제 없잖아」    김샜어, 라며 토우코씨는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커피 컵에 입을 댄다.    ………그거라면, 문제, 없다? 「잠깐만요. 문제없다니, 어떤 거 말이에요? 그 말은, 곧────」 「그래. 시키는 틀림없이 정신적인 면으로도 여자야. 애초부터 양성인 ‘시키(織)’가 없으니까. 남자일 리가 없잖아?」    그것은───그렇지만, 그러면 그 말투는 뭘까. 예전의 시키는 여자의 말투를 쓰고 있지 않았던가. 「저기 말야아. 처음부터 남성을 양성, 여성을 음성이라고 전제한 것은 시키잖아? 그렇다면 말은 간단해. 이 음양의 생각은 태극도(太極圖)에서 나온 거야. 한국의 국기를 알고 있겠지. 몰라? 원모양과 닮은 건데」    원모양, 이라고 하면……그, 원형 가운데 파도 같은 선이 그어져 원을 양분하고 있는 그림 말인가. 그것은 반월이 아니라 2개의 혼령이 서로의 꽁무니를 물려고 하는 것처럼 이지러진 반월이다. 문자로 하자면 「の」라는 문자가 그나마 뉘앙스가 비슷하다. 「태극도라면 절반이 백, 절반이 흑이 되지. 그리고 그 어느 쪽이나 반대색의 작은 점이 찍혀있어. 백색 반월에는 검은 점이, 흑색 반월에는 하얀 점이, 말이지.    알겠지. 검은 부분이 음성, 곧 여자야. 이 그림은 서로로 뒤얽히면서 상극(相克)하는 그림, 흑과 백의 나선인거야」 「상극하는───나선?」    그 말을, 나는 이전에 들은 적이 있다──── 「그래. 음과 양, 빛과 어둠, 옳고 그름이라고 해도 좋아. 근원에 있는 하나의 물체에서 두 개로 나뉘어 진 상태를 가리키고 있지. 이것을 말야, 음양도에서는 양의(兩儀 : 료우기)라고 해」 「───료우기(兩儀)라면, 그건」 「그래, 시키의 성이야. 그것이 2중인격인 것은 아득한 과거부터 정해진 사실이겠지. 료우기 가문이기 때문에 2중 인격이 된 것일까. 아니면 얼마 안 있어 시키가 태어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료우기란 성으로 한 것일까. 아마도 후자일거야.    료우기가(家)는 아사가미나 후죠우와 비슷한 오래된 가문 중의 하나야. 그들은 인간이상의 인간을 만들려고 하는 일족으로, 그들 각자의 방법과 사상(思想)으로 후계자를 낳았어. 자신들의 집안의 "유산"을 계승시키기 위해서 말이지.    그 중에서도 료우기 가문은 흥미로워. 그들은, 초상적(超常的)인 능력은 결국 문명사회로부터 말살되는 것을 알고 있었어. 그래서 표면적으로는 보통의 인간으로서 생활할 수 있는 초능력을 생각했어. ──저기, 코쿠토. 프로페셔널이라고 불리는 인간은 어째서 한 가지 분야밖에 정점에 설 수 없는 거지?」    갑작스런 질문에, 나는 대답할 수 없다.    오늘은 정말로 긴 하루로, 들어오는 정보가 나의 한계를 넘고 있다. 게다가───시키가, 그런 집안에서 태어났다니, 어째서──── 「그것은 아무리 우수한 육체 · 소질을 가지고 있더라도 하나의 인간은 하나의 일 밖에 극에 다다를 수 없기 때문이야. 높은 산에 오르면 오를수록, 그 이외의 산은 오를 수 없게 돼.    료우기가(家)는 그것을 해결했어. 하나의 육체에 무수한 인격을 부여하는 것에 의해서. PC와 마찬가지야. 시키라는 하드웨어에 수십수백이라는 소프트를 넣으면, 온갖 분야의 프로페셔널이 탄생하지. 그러니까 그것의 이름은 시키(式)인거야. 시키가미(式神)의 시키. 수식의 식(式). 정해진 것만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프로그램. 무수한 인격을 가진, 도덕관념도 상식도 인격 채로 재 기록 할 수 있는 텅 비어있는 인형───」    시키는, 그것을 알고 있던 것일까.    ……아아, 분명히 알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우리들과의 관계를 완강히 피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 자신이 이상한 가문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인지하고서, 그저 조용히 살아가려고 하고 있던 것일까───. 「아까 하던 태극도 얘기 말인데. 혼돈인 「 」에서 두 개로 나뉜 것이 양의(兩儀). 그곳에서 더욱 안정되기 위해서, 종별을 늘리기 위해서 사상(四象)으로 나뉘고, 더욱 복잡화하기 위해서 팔괘(八卦)라는 2진법으로 나뉘어가. 이것도 시키의 기능을 나타내고 있군.    하지만, 이것은 이제 없어. 완벽한 프로그램은 버그가 생겨버렸어. 지금의 시키는 뭐어 다소의 문제는 있겠지만 확실히 자아(自我)를 가진 보통의 인간이야」    짤깍, 하고 라이터의 불이 켜진다.    토우코씨의 말에, 나는 에? 하고 되묻는다. 「왜 그런 얼굴을 하는 거야. 망가뜨린 것은 너잖아. 정신이상자는 말야, 자신을 정신이상자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으니까 파멸하지 않아. 시키도 예전에는 그랬었어. 하지만 코쿠토 미키야라는 인간이 깨닫게 해버린거야. 료우기 시키라는 존재방식은 이상(異常)이다 라고.    아아──그렇지. 구했다고 하자면, 너는 벌써 2년이나 전에 시키를 구했던 것이 아닐까?」    자아, 하며 토우코씨는 담배를 내밀어왔다.    담배는 피우지 않지만, 나는 그것을 받아서 불을 붙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피운 담배는, 아주 애매한 맛이었다. 「앗차, 논점이 빗나갔네. 료우기에 관해서 말할 생각은 없었는데, 요즘에 무엇인가에 재촉당하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입이 가벼워져. 어쩌면 내일쯤 죽을지도 모르겠는데, 코쿠토?」 「──무섭네요. 자동차에 주의하란 소리로 알아듣지요」 「아아, 그러는 것이 좋아. 그리고 말야, 태극도에 대한 얘기야.    양의(兩儀)에는 각자에 점이 있다고 말했지? 백 속의 흑, 흑 속의 백이야. 이것을 양속의 음, 음속의 양이라고 하지.    이것은 곧, 남자 안에 있는 여성적인 부분과, 여자 안에 있는 남성적인 부분을 가리키고 있어. 남자 말투를 쓰고 있으니까 양성, 이라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야. 어떤 인간이라도 이성(異性)적인 기호는 가지고 있어. 여장취미란 것은 그 극단적인 것이지. 지금의 시키는 음성의 시키임에 틀림없어. 남자말투인 것은 죽어버린 '시키'를 위해서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행하고 있는 대상행위(代償行爲). 하다못해 너에게는 '시키'를 기억시키고 싶은 거겠지. 크크큭, 정말 귀엽지 않아?」 「───」    ……아아, 듣고 보니 그 말 대로다.    시키는 남자말투를 쓰고 있지만, 2년 전 같이 남자의 그것 같은 행동은 취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몸짓도, 행동도, 여자의 것이었으니까.    '시키'라고하는 반신을 잃어버린 그녀는, 지금도 불안정하고 약한 상태인 것이다.    그것을 깨닫자, 나는 가슴이 조여 들어왔다. 2년간의 잠에서 깨어난 그녀는 이전보다 견실하게 지내고 있어서, 착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고독한 상태고, 지금도 항상 다칠 것 같이 위태로워 보였던 그 시절과 바뀌지 않았다.    나도 바뀌지 않았다. 지금도, 그런 시키를 가만히 놔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 2년 전에는 아무 것도 하지 못했지만.    만약 또 그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나는 이번이야말로 그녀를 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 7 (모순나선, 3)    다음날, 눈을 뜨자 시각은 오전 9시를 넘어있었다.    완전한 지각이다.    수화물이라기에는 너무 무거운 짐을 들고 사무소에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는 것은 토우코와 시키란 조합이었다. 「죄송합니다, 늦었어요」    들고 온 검도의 죽도주머니 같은 짐을 벽에 세우고, 나는 겨우 한숨을 돌렸다.    마라톤을 끝내고 난 뒤처럼, 크게 심호흡을 하며 호흡을 진정시킨다.    길이가 1미터도 안되는 짐은, 쇳덩이라도 들어있는 것처럼 무거워서, 집을 나올 때는 그렇게 무겁지 않았는데, 100미터정도 걷자, 이미 팔이 저려와 버렸다.    크게 숨을 고르면서 양어깨의 근육을 스스로 주무르고 있자, 시키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야아. 안녕 시키. 날씨 좋지?」 「응. 한동안 맑을 거라는군」    오늘은 무언가 용무라도 있는지, 시키는 새하얀 옷을 입고 있었다. 소파에 던져져있는 붉은 가죽점퍼와의 조합은, 백색과 적색의 깨끗하고 선명한 배색이 되겠지. 보통은 모양이 들어간 띠를 좋아하는데, 역시 오늘만은 낙엽 같은 모양이 들어간 띠를 하고 있다. 언뜻 보니, 기모노의 옷깃에도 몇 개의 붉은 단풍잎이 흩어져있다. 「미키야. 그거, 누구 짓이야」    척, 하고 하얀 손가락을 뻗으면서 시키는 말한다.    그녀의 손끝은, 벽에 세워진 짐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아, 그건 아키타카씨에게 부탁받은 물건. 시키, 어제 밤에 외출 나갔었지? 돌아오는 길에 들리니까 시키가 집을 비웠고, 현관 앞에 아키타카씨가 기다리고 있었어. 오래간만이라서 한 시간정도 이야기에 빠져있었는데, 시키는 돌아오지 않아서 서로 자리를 떠났지. 그때 떠맡았던 것이 그거야. 메이(銘)가 없다던가, 카네사다(兼定) 같데 진위가 확실치 않다던가 뭐라던가」 「카네사다라니, 쿠지(九字)를 넣은 카네사다!?」    웬일로 눈을 빛내면서, 시키는 벽에 세워진 짐을 손에 든다. 나에게도 나름대로 무거웠던 물건을, 시키는 한 손으로 들고서 그것을 묶은 끈을 풀기 시작했다.    바나나껍질을 벗기듯이, 훌쩍, 포장의 머리부분 천이 풀린다. 얼마 안 있어, 나타난 것은, 가늘고 긴 금속판이었다. 아니, 금속이라기보다 녹슨 쇠라던가, 구리 같은 질감을 띄고 있다. 짐을 싼 천의 머리부분 밖에 풀지 않아서 전체상의 10분의 1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이 것이 막대기 같은 물건이란 것은 분명하다.    죽도주머니 속의 쇠는, 다시 한번 솜 같은 것으로 싸여있다. 쇠는 가늘고 긴 자를 크게 만든 것 같은 철판으로, 작은 구멍이 2개 뚫려있었다. 녹슨 표면에는 한자가 새겨져있다. ……뭘까, 저건. 「아키타카 녀석, 이런 것을 가지고와서……」    곤란하잖아 라고 시키는 말했지만 눈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웬만한 일로는 미소조차 띄우지 않는 시키가, 정체불명의 철판을 손에 들고는 쿡쿡하고 웃고 있는 것은, 말로 하기 힘든 불쾌감이 느껴졌다. 「시키, 그건 뭐야?」    시키가 너무 이상했기에 물어본다.    그러자, 시키는 빙글 하고 돌아보면서 씨익 하고 웃었다. 「볼래? 좀 만나 뵙기 힘든 칼이야, 이 놈은」    기뻐하면서, 죽도주머니에서 내용물을 꺼내려고 하는 시키.    그것을 지금까지 묵묵히 있던 토우코씨가 제지한다. 「시키, 그건 고도(古刀)지? 500년 이상 된 칼 따위를 이곳에서 꺼내지마. 결계가 통째로 깨져버리면 어쩔 거야」    그 말을 듣자, 읏, 하고 시키는 움직임을 멈춘다.    토우코씨는 칼이라고 하지만, 저 스틸자를 크게 만들어 놓은 것 같은, 도무지 물건 같은 걸 자를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철판이 칼인걸까……? 「덤으로 쿠지(九字)까지 들어가 있어. 병투에 임하는 자는 모두 진열 앞에 있으라(兵鬪ニ臨ム者ハ皆陣烈前ニ在リ) 인가. 미안하지만 나 정도의 결계로는 100년 클래스의 명도에 버텨낼 수 없어. 그걸 여기서 꺼내 보라구, 아래층 물건이 흘러나올걸」    전에 없이 위기감이 느껴지는 토우코씨의 말에, 시키는 놀라면서 죽도주머니를 다시 포장하기 시작했다. ……이 두 사람, 내가 자리를 비우고 있는 사이에 여러 가지 수상한 짓을 하고 있었다는 얘기는 진짜인 것 같다. 「───그렇군, 검신(檢身)뿐인 일본도를 미키야에게 보여줘 봤자야. 자루(柄)를 준비하지 않다니, 아키타카도 얼빵하구만」    시키는 건성으로 그런 말을 한다.    ……그녀가 10살 무렵부터 시중을 들어준 아키타카씨 보고 얼빵하다는 것은 너무 심하다.    아키타카씨는 이제 막 30대가 된 것 뿐인데다가, 그 유능함은 날이 갈수록 원숙해지고 있는데.    시키는 아쉬운 듯이 짐을 소파에 누인다.    ……이것은 나중에 안 것인데, 이 때의 칼에는 자루가 붙어있지 않았다. 시대극에서 봤던 일본도는 이미 자루가 있는 상태였고, 검신(檢身)뿐인 칼은 커터 날처럼 장식이 없다. 뚫려있던 두 개의 구멍은, 그곳을 통해서 자루를 고정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참고로, 고도(古刀)라는 것은 헤이안(平安)중기부터 게이치오(慶長)까지의 칼을 말하며, 틀림없는 중요문화재다. 「알겠어? 시키. 역사가 축적된 무기는 그것만으로도 마술에 대항하는 신비가 되는 거야. 이 다음부터는 절대, 그런 물건을 이 빌딩에 들이지 마. 무슨 일이 일어나도 책임 못 진다구」    여차하면 국보가 될 수도 있는 소중한 물건을 그렇게 취급하면서, 토우코씨는 후우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코쿠토. 오늘 아침의 지각의 이유는 뭐지?」 「죄송합니다, 조사에 애를 먹어버려서요. 일단, 예의 코가와 맨션의 거주인 들의 리스트와 웬만한 정보는 모아왔는데요」    ───그래, 어젯밤부터 예의 맨션을 조사하기 시작해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밤을 새고 있었던 것이 실수였다.    최근에는 인터넷이 보급되어서, 밤낮에 상관없이 조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여지껏 해오던 것처럼 밤엔 모두 자고 있으니 쉬자, 라는 구분이 없다. 결과, 아키미 형에게 묻거나, 넷서핑으로 자세한 이야기를 수집, 선별하다보니 일이 커져 버렸던 것이다. 「……12월까지 괜찮다고 말했을 텐데. 정말 코쿠토는 사소한 일에 얽매여 끙끙댄다니까. 좋아, 듣도록 하지」 「네. 코가와 맨션은 쯔미하마 일원의 맨션지대 안에서, 그중에서도 제일 고급지향의 건물이에요. 모양도 특이하니까, 나중에 설계도를 봐주세요. 설계기간은 96년부터 98년. 공사는 3사(社)합동이었어요. 토우코씨는 동동(東棟)의 로비를 맡으셨죠?. 일단 건설에 관계한 작업원 들의 이름도 리스트 업 해 뒀어요. 자세한 건설 스케쥴도 있으니까, 보시고 싶으시다면 여기」    갓 프린팅 한 자료를 가방에서 꺼내어 토우코씨의 책상위에 늘어놓는다.    어째서인지, 토우코씨는 눈을 희번덕거리며 입을 다물어 버렸다. 「보면 아시겠지만, 이 맨션이란 것이 두 개의 맨션이 맞닿아 있는 모습이에요.    예쁜 반달모양을 한 10층짜리 건물이 두 개, 마주보듯 세워진 거죠. 항공사진으로 보면 놀랄거에요. 정말로 원형을 하고 있으니까요. 원래는 사원기숙사를 만들 생각이어서, 1층과 2층은 레크리에이션용의 시설이 되어있어요. 현재는 사용되지 않아요. 불경기라서, 그런 쓸데없는 전력은 쓸 수 없겠죠.    각 동은 10층 건물로, 방의 수는 각층에 다섯. 동서 합쳐서 10개. 방은 3LDK의 서양풍과 일본풍의 절충으로, 수도관의 배치가 비교적 조잡해요. 10년 정도 있으면 아래층으로 물이 새버리겠죠, 예에. 주차장은 맨션의 부지에 40대, 지하에 또 40대. 주거인의 숫자에 비해서 부족하지 않지만, 지금상태로는 부지쪽 만으로도 충분해요.    원래 사원기숙사로 쓰려고 했던 회사 자체가 축소되어 버리고, 중간에 오너가 바뀌었어요. 새로운 오너의 방침으로 사원 기숙사에서 일반용으로 전환되었다고. 주거인의 입주는 98년, 금년부터 에요. 3월까지 모집했던 것 같은데, 딱 절반의 입주자 밖에 모이지 않았어요. 서동(西棟)은 가까운 시일에 다시 짓는다는 말도 나오고 있구요. 자, 설계도의 카피본이에요」    찰팍, 하고 다음 자료를 책상에 내려놓는다.    토우코씨는 더욱 언짢은 표정이 되어서 얼굴을 찡그려버렸다. 「맨션은 동동(東棟)과 서동(西棟)으로 나뉘어 있지만, 1층의 로비는 공통이죠. 엘리베이터도 하나뿐이에요. 이렇게나 넓은데도, 생각 없이 대충 만들었단 소리에요, 이건. 기능성보단 외관을 중시한 것이겠지만. 엘리베이터도, 초기에는 고장이 잦았던 것 같아요. 관계자가 그런 말을 흘리더라구요, 5월경까지 엘리베이터를 사용 하지 않았다니까.    방의 수는 각 동에 다섯씩, 6시 방향부터 오른쪽으로 돌면서, 1호실, 2호실, 하고 구별되죠. 동동(東棟)은 1호실부터 5호실까지. 6호실부터 10호실까지는 서동이 돼요. 옥상은 진입금지구요.    3층의 거주인은 소노다(園田), 빈방, 와타나베(渡邊), 빈방, 이쯔키(樹), 다케모토(竹本), 빈방, 하이도(杯門), 빈방, 토엔지(桃園寺).    4층의 거주인은 빈방, 빈방, 사사타니(笹谷), 모치쯔키(望月), 아라타니(新谷), 빈방, 빈방, 쯔지노미야, 카미야마(上山), 엔죠우.    5층의 거주인은 나루시마(奈留島), 덴노지(天王寺), 빈방, 빈방, 시라즈미(白純), 우치토(內藤), 에노모토, 빈방, 빈방, 이누가미(戌神). 6층의─────」 「됐어, 알았어. 네가 고삐가 풀리면 얼마만큼 폭주하는지, 잘 알았어」    이쪽이 리스트를 읽어가는 것을, 토우코씨는 한숨섞인 목소리로 제지했다. 「어디, 리스트를 보여 봐. 가족구성부터 일하는 회사, 예전 주소까지 망라되어있어도 놀라지 않을 테니까」 「그렇네요, 저도 소리 내서 읽는 것은 피곤하죠」    그렇게 말하면서 리스트를 넘기자, 토우코씨는 와아, 하면서 어울리지 않는 비명을 질렀다. 「젠장, 정말로 조사해뒀을 줄은. 코쿠토 진짜로 탐정이라도 해보지 않겠어? 아주 인기가 있을 거야, 분명」 「안 될거에요. 이번에도 절반정도의 거주인 밖에 조사할 수 없었어요」    그래, 아쉽다고 하자면 그것이 유감이었다.    결국 50세대정도의 입주자중에서, 연고를 찾은 것은 반수인 30뿐이다. 다른 것은 입주자의 이름과 가족구성정도밖에 알아내지 못했다.    토우코씨는 말없이 리스트를 넘기고 있다.    문득 시키 쪽을 돌아보니, 그녀는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 생각에 잠겨있었다. 노려보듯이 눈썹을 찡그린 그 얼굴은, 오싹함이 있었지만, 무섭다기 보단 아름답다. 「토우코, 그 리스트 잠깐만」    시키는 토우코의 뒤로 걸어가서, 리스트를 받는다. 「……그렇지. 이런 별난 이름, 또 있을 리가 없어」    칫, 하고 시키는 혀를 찬다. 「먼저 돌아갈게. 토우코, 타고갈 만한 것 있어?」 「차고 구석에 200짜리 바이크가 남아있는데」 「너 말야, 기모노 차림으로 바이크에 올라타라는 소리야?」 「쯔나기가 로커에 들어있어. 내 것이라서 클지도 모르겠지만, 기모노 보다는 낫겠지. 그리고, 부탁인데 하레이는 꺼내지마. 사이드카의 연결부 마무리가 아직 안 끝났어」    아아, 하고 끄덕이는 시키는, 가죽점퍼를 걸치고, 죽도주머니에 싸인 일본도를 손에 들고 사무실을 나가 버렸다.    하얀 기모노가, 뱀처럼 불길한 마찰음을 낸다. 「────시키!」    ……뭘까. 뭔가, 말로하기 힘든 안 좋은 느낌이 들어서, 나는 시키를 불러 세웠다.    시키는 가죽점퍼의 등을 보인 채, 고개만을 돌아본다. 마치 생각도 없는. 나쁜 장난의 주의를 받아 이상하게 생각하는 꼬마 같은, 소박한 의문을 띈 눈동자. 「? 뭐야 미키야. 나, 뭔가 나쁜 것에라도 홀려있어?」    정말로, 잠깐 가볍게 물건을 사러갔다 오려는 듯한 분위기의 그녀에게, 나는 무엇을 말해야만 하는지───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아니……아무 것도 아니야. 밤에 갈테니까, 이야기는 그때 하자」 「뭐야, 이상한 녀석이네. 하지만 뭐어───상관없겠지. 밤이지? 그 시간이라면 방에 있을 거야」    자 그럼, 하면서 한쪽 손을 올리며 시키는 밖으로 나갔다. ◇    시키가 토우코씨의 바이크를 빌려서 외출했다는 흔치않은 일이 있은 지 한 시간 정도 지나서, 나와 토우코씨는 직접 맨션을 보러가게 되었다.    마이너 1000이라고 하는 미니쿠페 같은 토우코씨의 애차를 타고 도심의 빌딩에서 벗어나 차로 약 30분. 얼마 안 있어 우리들은 서해안의 거리같이 탁 트인 항구지구에 다다랐다.    카야미하마라고 불리는 그곳은, 우선 넓다. 토지가 남아도는 건지, 광대한 평면에 간간히 고층빌딩이 세워져있을 뿐, 한 세대 전의 폴리곤 게임의 필드를 연상시킨다. 분명히 브로켄인지 드라켄인지 하는, 네 명이 평평한 땅을 여행하는 게임이었던가.    예의 맨션은 확실히 맨션이 난립하는 지역의 가운데에 있었다. 주위에는 같은 모습의 거대맨션들 밖에 없어서 멀리서부터 원형의 탑이 보이는데도 도달하는 것에 시간이 걸려버렸다.    거의 모든 맨션이 두부같이 4각형인 가운데, 그 맨션 하나만이 법칙을 거스르며 우뚝 서있다.    10층 건물이라고 해도 높다. 정말로 원형의 맨션으로, 부지 주변에는 블록을 쌓아올린 벽이 있다. 부지에서 맨션으로 뻗은 길은 하나뿐이라, 타지마할로 이어지는 길 같았다. 단 하나의 길은, 그대로 맨션 로비로 뻗어있다. 「뭐야, 지하 주차장 따위는 없잖아」    운전석에서 그렇게 푸념하고서, 토우코씨는 차를 노상에 주차시켰다. 「자아, 갈까」    담배를 입에 물고, 토우코씨는 걷기 시작한다.    그 옆에 붙어서 맨션의 부지로 내딛을 때, 아찔하고 현기증이 났다.    오늘의 강한 태양 빛 탓이겠지. 탑처럼 우뚝서있는 맨션을 올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에, 현기증이 난 것뿐이다.    저벅저벅 앞으로 걸어가는 토우코씨를 쫓아, 맨션 안으로 들어간다.    ──갑자기, 구역질이 났다.    맨션 안의 로비의 벽은 크림색으로 통일되어있어서, 더없이 청결한 느낌이다. 그런데도 이를 악물지 않으면 쓰러져 버릴 정도의 오한이 느껴졌다.    아니, 이것은 이미 혐오에 가깝다.    기분이 나빠져서 날뛰고 싶어진다.    밖의 공기는 그 정도로 차가웠는데, 맨션 안의 공기는 뜨뜻미지근했다. 온방이 너무 잘되어서 그런 것일테지만, 이것은 인간의 숨결 같다. 미적지근하게 살갗에 달라붙어서, 어쩐지───살아있는 생물의 체내에 있는 듯 한. 「코쿠토, 그건 기분 탓이야」    귓가에 들린 토우코씨의 목소리에, 나는 겨우 묘한 오한에서 구제되었다.    마음을 추스리고 주위를 관찰한다.    로비는, 두 개의 건물을 잇는 유일한 공간이다.    이 맨션은 원을 딱 반원 모양으로 자른 것 같은 건물이 서로 마주보듯 세워져있다. 두 개의 건물을 잇는 것은 중앙의 공간뿐으로, 2층부터 위는 동동(東棟)에서 서동(西棟)으로는 직행할 수 없다. 꼭 중앙의 스페이스에 되돌아와서, 로비를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로비에는 관리실이 없다.    원형의 공간의 중심에는, 맨션의 등뼈라고 불러야할 거대한 기둥이 있다. 이것이 1층에서 10층까지를 이동하는 엘리베이터로, 기둥주위에는 계단이 있다.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벽으로 에워싸니까 기둥이 되어버린 것 같은 기둥으로, 어쩐지 기분 나쁘다. 「───기분 나쁜 건물이네요」 「유령의 집 같은데. 완전히 감추지 못해서, 불길한 것이 기척이 되어 떠돌고 있어. 분명 그런 건물은 의외로 많아. 인간을 미치게 만드는 건물은 간단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 말야. 벽지의 색, 계단의 위치를 바꾸는 것만으로 인간은 부조(不調)를 일으켜. 그것이 매일 사용하는 인간이라면, 더욱 심해질테고」    토우코씨는 우선 엘리베이터에 탔다. 「몇 층이 좋아 코쿠토?」 「아뇨, 몇 층이라도 좋아요. ……굳이 말해야 한다면 4층인데요」 「그러면 4층으로 하지」    토우코씨는 엘리베이터 안을 찬찬히 훑어보면서 말한다.    엘리베이터는, 벽의 사각이 약간 만곡한, 비틀린 기둥처럼 만들어져 있었다.    B에서 10까지 있는 버튼에서 4층을 누른다.    우─────────────웅.    아주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큰, 기동음이 났다.    몸은 올라가고 있는데, 땅바닥으로 떨어져 가는 듯한 감각이 든다.    얼마 안 있어,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4층의 로비도 원형. 엘리베이터를 나오자 바로 앞에는 동동(東棟)으로 연결된 통로가 있다. 맨션의 입구는 남향이었으니까, 6시 방향으로 통로가 뻗어있는 것이다.    이 통로는 바깥까지 연결되어있어서, 외벽의 막다른 곳에 이르면 빙글 하고 3시 방향으로 반회전해서, 서동(西棟) 맨션의 외벽을 돌고 있다. 맨션의 각방의 입구는 역시 바깥쪽에 있다. 「지금, 4층이니까 저곳이 401호네요. 저기부터 405호까지 계속되고, 막다른 길. 서동은 어떻게 가는 거죠?」 「엘리베이터의 뒤편으로 도는 거야. 엘리베이터의 뒤에 있는 북측의 통로는 서동으로 이어져있어. 정말로 두 개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 맨션」 「이상한 구조네요. 바깥쪽을 이어버리면 그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그래서는 맛이 안 나잖아. 이렇게까지 공들여서 만들었어. 확실히 백과 흑으로 나뉘겠지. 그런데, 코쿠토. 4층에 무슨 용무가 있는거야? 죽어있는 가족의 방이라도 방문할거야?    듣고서, 나는 움찔했다.    토우코씨의 목소리는 크림색의 로비에 반향된다.    반질반질 윤이나는 로비 바닥에 전등의 빛이 반사되어, 어쩐지────지금이, 한밤중인 것처럼 착각했다.    그렇다. 어째서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이 맨션에 오고나서 아직 사람과 만나지 못했다. 아니, 그것은 고사하고────사람의 기척이란 것이 없다. 「소장님, 그 말을 어디서」 「그러니까 친하게 지내고 있는 형사로부터야. 강도 짓하러 들어갔더니 일가 전원이 죽어있었다는 이야기지? 그 방과 가족의 이름 까지는 듣지 못했지만 말야. 그렇지만, 너라면 조사했을거라 생각하고 있었어」    아아, 그 말 대로다. 어젯밤 아키미 형에게 전화를 했던 것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였으니까. 「어쩔래? 확인해 볼 거야? 코쿠토」 「그럴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조금……」    솔직히 말하자면 무섭다. 오기 전까지는 그저 그런 사건으로서 재미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곳은 진짜다. 있는 것만으로 몸이 떨린다. 부끄럽지만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건이 있었다는 가족을 방문하는 것이 두려웠다. 「가봐. 나는 혼자서 엘리베이터를 사용 하고 싶어. 그렇지, 이 윗 층에서 만나지. 저 쪽 계단을 사용해서 올라와. 아마도 나선 계단일텐데, 눈을 감는 편이 좋을 거야」    자아 그럼, 하고 한마디 남긴 토우코씨는 엘리베이터를 타고서, 윗 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램프는 10층까지 올라갔다. ───나는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혼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로비에는, 나 밖에 없다.    자신의 숨소리밖에 없는 세계.    한낮인지 심야인지, 판별이 안가는 거대한 밀실.    마치 방 전체가 진공 팩이 된 것 같은, 너무나 답답한 압박감.    몰랐었다. 맨션이라는 건물이, 이 정도로 기분 나쁘고 외계(外界)와 차단된 이계(異界)였다니. 「빌어먹을, 절대 내려와 주지 않겠지, 토우코씨」    혼잣말을 해서 활기를 넣으려했지만, 오히려 역효과였다.    반향 되어 돌아오는 자신의 목소리가 타인의 목소리처럼 되어 귓가에 전해져온다. ……한밤중의 공동묘지라도, 이 정도까지 기분 나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어쨌든 할 수 없다. 로비에 있는 한, 밀실이란 압박감이 따라다닌다. 각오를 단단히 하고 동동으로 연결된 통로 쪽으로 향한다.    밖으로 나오자, 로비 정도의 압박감은 없었다. 바깥을 빙그르르 도는 복도에서 보이는 경치는 재미가 없다. 왜냐면 사방은 모두 똑같아 보이는 맨션들뿐이었으니까.    그것을 곁눈으로 바라보면서, 막다른 곳까지 나아간다. 동동을 끝까지 걸어서, 나는 4층의 5호실에 다다랐다. ───9일전의 밤. 이 방에 침입한 강도는, 그곳에서 여러 구의 사체를 보고 도망쳤다.    그대로 혼란에 빠져 경찰서로 찾아간 강도는, 다시 한번 방문했을 때 평소대로 생활하고 있는 가족과 만나고는 더욱더 혼란스러워 했다고 한다.    강도는 환상이라도 본 것일까. 아니면 무언가의 착오가 있던 걸까.    그만두면 될텐데, 나는 여기까지 왔다는 기세도 있어서 벨을 눌렀다.    띵-동- 하는 밝은 소리.    조금 있자────맨션의 방의 문은, 끼이, 하는 소리를 내며 열렸다.    그곳에서 무언가가 나왔다.    우선, 인간의 팔.    그리고, 인간의 머리. 「네, 엔죠우입니다만. ……당신, 누구?」    문을 연 딱딱한 얼굴을 한 중년 남성이, 꽤나 귀찮은 듯이 그렇게 말했다. ◇ ───결국, 그 말은 단순한 헛소리였다.    사건이 있었다는 5호실의 엔죠우가(家)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로비에 돌아오자, 엘리베이터는 아직도 10층에 있는 상태다. 버튼을 누르면 내려오겠지만, 그 안에는 토우코씨가 타고 있다. 무서워서 계단을 사용 하지 않은거냐, 라면서 나무라는 것이 눈에 훤하다.    할 수 없이 엘리베이터 옆의 계단으로 발을 옮긴다.    로비에 충만한 공기의 무거움은 여전했지만, 엔죠우가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이겠지.    어쩐지 어둡고, 불그스름한 전등에 비춰진 계단을 나는 오르기 시작했다.    계단은 직각으로 꺾어져 가는 타입으로, 엘리베이터의 주위에 뱀이 달라붙어서 몸을 감아가는 것처럼 위로 위로 뻗어있다. 토우코씨 말대로 분명한 나선계단이다. 각 층에 닿으면 계단의 도중에 뻥하고 구멍이 뚫려있어서, 로비로 나갈 수 있게 만들어져있다.    ……크림색의 벽은, 불그스름한 전등에 비취어 중세의 성의 계단 같았다. 전등의 불빛이 어쩐지 흔들리는 듯 느껴진다. 불빛은 어두워서, 계단의 구석까지 닿지 않았고, 한 계단 오를 때마다 기분을 음울하게 만들어 간다.    구불구불한 계단 끝, 벽의 저편에서 무언가가 멈춰서있는 것 같은 두려운 착각과 싸우면서 계단을 올라가, 5층의 로비에 다다랐다. ……아니, 탈출했다는 표현이 맞을까.    5층의 로비는, 4층의 로비와 완전히 똑같은 모습이었다. 맨션이니까 백화점처럼 각층에도 변화는 없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완전히 똑같아서 한기가 느껴진다. 「왔구나. 그럼, 내려가자」    로비에는 토우코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엘리베이터에 탄 그녀에게 다가간다.    엘리베이터에 타자, 토우코 씨는 각층에 대응하는 버튼 앞에 서서, 뒤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코쿠토, 밑을 보고 있어 봐. 간단한 퀴즈야」 「에? 하아, 밑을 보고 있으면 되는 거죠?」    엘리베이터가 닫힌다. 또 커다란 기동음.    아래로 내려가는 시간은 3초도 걸리지 않았다. 맨션이라는 거대한 밀폐 속의, 제일 작은 밀폐의 상자가 정지한다. 「그럼 문제다. 이곳은 몇 층일까?」    말을 듣고 고개를 든다. 엘리베이터는 열려있고, 로비가 보였다. 아까까지의 층과 완전히 같은 로비의 벽에는 5라는 숫자의 플라스틱이 붙여져 있다. 「어라……5층 그대로네」    하지만 엘리베이터는 확실히 움직였다. 그렇다고 하면 틀린 것은 내 쪽이다.    잠시 생각하고, 당연한 결론을 입에 담는다. 「그러면, 아까는 6층이었던 거군요」 「정답. 코쿠토는 1층을 올라오려다가 2층을 올라와 버린 거야. 착각하기 쉬운 계단 설계지만, 뭐어 그것은 덤 같은 것이고.    그런데 말이야, 맨션이라는 것은 기괴하지? 자신이 살고 있는 층을 확인할 수단이, 로비에 있는 저런 작은 문자뿐이니까. 층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엘리베이터 안의 감각으로는 판단하기 힘들어져. 만약 엘리베이터의 스위치를 조작해서 각 층을 바꿔 놓아버리면, 오래 살지 않은 사람은 4층인지 5층인지 제대로 알 수 없게 되겠지. 기회가 있다면 가까운 맨션에서 시험해보면 돼. 시간은 심야가 좋겠군,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는데」    그런 말을 하고서, 토우코씨는 엘리베이터를 닫았다.    얼마 안 있어 1층에 도착했고, 우리들은 로비를 나왔다. 「그렇지, 잠깐 동동의 로비에 가보자. 확실히 어느 쪽 동이라도 1층은 로비가 있었지?」 「예에. 곧바로 2층의 시설과 연결된 천장이 없는 구조에요. 꽤 괜찮은 호텔의 로비 같은 느낌이죠……그런데, 동동의 로비를 설계한 것은 토우코씨잖아요」    그랬던가, 라고 적당히 대답하고, 토우코씨는 걷기 시작한다.    1층의 로비는, 말하자면 원의 중심이다.    이 중심에서 가느다란 선처럼 동서의 통로가 하나씩 뻗어가서 각 동의 1층에 있는 로비에 이어져있다. 각 동의 로비는 말하자면 라운지 같은 성격을 띠고 있다.    곧 동동의 로비에 도착했다.    꽤 넓은, 아무 것도 없는 광장. 천장이 없어서 커다란 계단이 일직선으로 2층의 층계참까지 뻗어있다.    영화에서 자주 보는, 서양건물의 커다란 응접실 같은 느낌일까. 반원형 라운지의 한가운데에 2층으로 이어진 투박하게 생긴 계단이 있다. 주위는 크림색의 벽뿐이고, 바닥은 마블모양의 대리석이다. 「손을 써둔다면, 뭐어, 이곳일까. 만의 하나를 위해서 도주경로정도는 만들어놓도록 하지」    그렇게 말하면서, 토우코씨는 대리석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그대로, 화석을 찾는 학자처럼 지면을 손으로 뽀득뽀득하고 건드리고 있다. 「───저기. 뭐하고 있는 거에요, 소장님?」 「신중에 신중. 그런데 말이지, 계단을 사용 하면서 뭐 느낀 거 없어? 움직인 흔적이 있을 텐데, 그거」 「?」    계단을, 움직였다……?    그 상자 속에 밀어 넣은 것 같은 계단을 움직인다는 소리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그 중심의 기둥을 움직였다는 소리다.    그런 바보 같은 일을 어떻게. 「기둥이 아냐. 계단만이야. 벽 구석 같은 데는 안 봤던 거야? 벽에 긁힌 자국이 있었겠지. 아아, 그런가. 무서워서 거기까지 신경을 못 썼던 건가」    바닥에 손을 댄 채로, 돌아보지도 않고 토우코씨는 말한다.    ……확실히, 거기까지 신경은 못썼다. 아니, 계단은 어두워서 가장자리까지 불빛이 닿지 않았기 때문에 신경 쓸 리가 없었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계단을 움직인다는 일은 불가능이에요. 그 기둥을 움직인다는 일은, 이 맨션을 무너뜨린다는 것이잖아요?」 「그러니까 계단만이라고 말했잖아. 로켓펜슬이야, 말하자면」 「로켓펜슬이란건, 뭔가요?」    딱, 하고 토우코씨의 손이 멎는다.    그리고, 그녀는 슥 하고 일어섰다. 「모르는거야? 한자루의 연필 속에, 10개정도의 연필심이 들어 있는 거야. 작은 미사일같은 것이 차있어. 권총의 탄환하고 비슷하지. 연필 속에 세로로 들어차 있어서, 심이 닳으면 오래된 미사일을 빼서, 제일 뒤로 다시 집어넣지. 그러면 밑에 있는 새로운 미사일이 나와서, 심을 깎는 수고 없이 글씨를 쓸 수 있다는 물건이야. ……지금도 팔고 있을까, 이미지 적으로는 우무(トコロテン)」    납득이 안 간다, 라고 하는 것처럼 토우코씨는 말한다.    그녀가 말하는 미사일펜슬은 이미지 할 수 없었지만, 우무틀이라는 표현으로 감이 잡혔다. 곧, 밑에서 계단만을 비튼 것이다. 「나선계단을 밑에서 밀어 올렸다고 하시는 건가요. 피스톤이나 뭔가로」 「그렇겠지. 처음부터 반 층 분의 여유를 두고 만들었을 거야. 엘리베이터를 사용 할 수 있게 됨과 동시에 밑에서 밀어 올린 거지. 한층 분을 늘리려는 게 아냐. 나선의 출구를 비틀기 위해서야. 그렇게 하면 북과 남이 바뀌게 돼」    자아, 돌아갈까, 하고 토우코씨는 다시 걷기 시작한다.    중앙의 로비에 돌아와서, 이 원형 맨션에서 나올 때. 소장은 납득이 안 간다는 듯 투덜투덜 이런 말을 내뱉고 있었다. 「……정말로 모르는 걸까, 로켓펜슬. 내가 학생일 적에는 유행이었었는데 말야, 그거」    마지막 일로는, 노상주차하고 있던 차에 주차위반의 딱지가 붙여져 있었다.    그러고 보니 맨션의 앞의 도로는 넓었지만 차의 왕래가 없었고, 주차하고 있는 차는 토우코씨의 자동차뿐이었기에 눈에 띄었던 거겠지. / 8 (모순나선, 4)    그날 밤.    일이 끝나고, 나머지 조사할 일도 끝내놓은 뒤 시키의 맨션으로 향했다.    11월 9일 오후 8시를 지난 시각.    그리고 날짜가 다음날로 바뀌었어도, 시키는 돌아오지 않았다. / 9 (모순나선, 5)    ……짤깍. 짤깍. 짤깍. 짤깍.    정신이 들고 보니, 나는 료우기의 방에 있었다.    그 녀석에게 부모를 죽인 일을 밝힌 밤부터, 결코 발을 들이지 않았던 이 살풍경한 방에.    밖은 해가 지려하고 있다. 변함없이 신경에 거슬리는 시계바늘은, 곧 6시를 넘어가려고 하고 있었다. ────머리가 아프다.    료우기와 연을 끊고 나서 9일정도 지났을까. 나는 막 11월이 된 거리가운데서 부랑자처럼 생활하고 있었다. 밥도 안 먹고, 그저 부모의 사체가 발견된 뉴스만을 찾고 있었다.    무리한, 인간으로서의 최저의 생활을 하고 있었던 탓일까, 두통은 매일매일 강해져갔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몸 쪽도 부실해졌다. 영양부족이 원인이었는지, 관절이란 관절이 모두 무거웠다. 「……뭐하고 있는 거야, 나는」    무릎을 끌어안고 중얼거린다.    두 번 다시 이곳에는 오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그저, 료우기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따닥따닥, 하고 이빨이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나는 겁먹고 도움을 청하듯, 어느 사이엔가 이곳에 와있었다.    불을 켜지 않은 암흑 속에서 얼마나 그렇게 하고 있었을까.    세상은 갑자기 빛으로 가득 찼다. 「뭐하고 있는 거야 엔죠우. 불을 켜지 않고서 숨어있는 걸 좋아하는 거냐?」    하얀 기모노와 붉은 가죽점퍼를 입은 소녀가 말한다.    내가 있는 것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    어깻죽지까지 내려오는 흑발도, 검고 깊이가 있는 눈도, 남자 같은 말투도, 무엇하나 예전대로인 상태로, 료우기는 방에 들어왔다. 「그렇다하더라도 타이밍이 너무 좋은데. 끝내주는데」    료우기는 그런 말을 중얼거리면서, 손에 든 짐을 침대에 내려놓았다.    그 뒤에, 곧바로 사용하지 않던 옆방에 들어가서 짐과 비슷할 정도로 가늘고 긴 나무상자를 가지고 나온다. 「잠깐 기다려, 다 짜맞춰버릴 테니까」    료우기는 짐을 푼다. 안에 든 것은 검신(檢身)뿐인 칼이었다.    기모노의 소녀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나무상자를 열어서 칼집 같은 물건과 칼자루, 커다란 동전같이 생긴 쯔바(鍔)를 칼에 붙여간다. 「얼레, 하바키(はばき)가 너무 작아. 시노기제(鎬造り)인 주제에 어째서 맞지 않는 거야, 젠장. ……귀찮아졌네, 하바키는 이것밖에 없는데」    불만스럽게 말하며, 료우기는 검신(檢身)에서 훌륭한 일본도로 변신을 마친 칼을 침대 위에 놔두고 이쪽을 돌아보았다. 「됐어. 할말이 있는 거지?」    말과는 반대로, 료우기의 얼굴은 변함없이 무관심하다.    나는───무엇을 어떻게 말해야할지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저,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싶다고 생각한 것뿐이라서.    ……변하지 않았다.    나는 료우기와 처음으로 만났을 때도, 무엇으로부터 구해주었으면 하는지조차, 생각해내지 못했으니까. 「────모르겠어. 나는, 뭔가 이상해져 버렸어. 스스로에게 자신을 가질 수 없어」    료우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나는, 그저 있는 그대로를 말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 길거리에서 어머니를 발견했어. 처음에는 많이 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틀림없는 어머니였어. 뒤를 밟아봤는데, 어이없게도──그 사람은, 그 맨션으로 돌아가 버렸어───」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렇게 떠들어댄다.    ───그러자.    료우기는 그래, 하고 말하면서 일어섰다. 「곧 부모님이 살아있던 거겠지. 뉴스에도 나오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정상이야」 「그럴 리 있겠어! 나는 분명히 어머니를 죽였어. 아버지도 죽어있었어. 그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야. 살아있다는 쪽이 잘못 된 거라구!」    그렇다. 그런데 어떻게, 평소처럼 살아가는 것일까. 당연한 듯 자기 집에 돌아간다.    그, 피투성이가 된 지옥 같은 집에, 어째서──── 「헤에, 잘못되어있구나. 그러면 확인하러가자」 「───ㅁ, 뭐?」 「그러니까, 그 맨션에 가서 확인하면 되는 거잖아. 정말로 엔죠우의 부모님이 살아있는 건지, 죽은 건지. 그 편이 후련해지겠지」    결정했어, 라고 말하는 것처럼 료우기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가죽점퍼의 안주머니에 긴 나이프를 집어넣고, 기모노의 띠의 뒤춤에도, 두 번째의 나이프를 끼워 넣는다.    그런 심상찮은 준비를 하고 있으면서도, 하얀 기모노의 소녀는 잠깐 담배라도 사러나가는 듯한 느낌으로 걷기 시작했다.    료우기는 혼자서라도 갈 생각인 것 같다.    그곳에 갈 생각은 없었지만, 이 녀석을 혼자 가게 놔둘 수도 없어서 나는 동행하기로 했다. 「엔죠우, 바이크 운전할 수 있어?」 「……남들만큼은」 「그러면 그렇게 하자. 아까 타고 온 녀석이 있으니까, 그걸로 가자」    말하면서, 료우기는 지하의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이런 작은 아파트가 지하주차장을 가지고 있는 것도 놀랬지만, 시키가 준비한 바이크에도 놀랐다.    하레이급의 대형 바이크에 사이드카가 붙어있다. 료우기는 망설임 없이 사이드카에 탔다.    나는 자포자기상태로 대형 바이크에 걸터앉아서 한 달 전까지 살고 있던 항구지구의 맨션으로 향했다. ◇    익숙치 못한 대형 바이크 덕분에, 맨션에 도착한 것은 밤 7시가 되어버렸다.    11월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겨울하늘 아래, 달에 다다르려는 것처럼 원형의 건물이 우뚝 서 있다. 주위의 사각형 맨션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이 맨션은 이상한 구조로, 동동과 서동으로 나뉘어 진 건물이다. 우리 집은 동동의 4층. 아니, 애초부터 서동에는 사람은 살지 않는다. 입주자가 적어서 이용되지 않는 것이다.    이야기에 따르면 입주희망자는 산더미처럼 많았지만, 맨션의 오너가 낯을 좀 가려서 전체의 절반밖에 입주시키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고급지향의 맨션에 우리 집이 사는 것은, 아버지와 오너가 아는 사이기 때문인 것 같다. 「다 왔어. 여기야」    사이드카에 앉아있는 료우기에게 말을 건다.    료우기는, 무언가 유령이라도 보는 듯한 눈매를 하고 맨션을 올려다보았다. 「뭐야, 이거」 단지, 그렇게 말할 뿐이다.    나는 바이크를 길에 세워두고 맨션 부지에 들어갔다.    블록으로 만든 벽에 둘러싸인 부지는, 작은 소학교의 부지보다도 크다. 건물 자체는 원형이라서 폭을 잴 수 없지만, 주위의 정원은 꽤 괜찮은 편이다.    그 정원을 일도양단 하듯이, 포장된 길이 맨션을 향해 뻗어있다.    나는 입을 다물고 있는 료우기를 데리고 로비로 들어갔다.    로비를 잠시 동안 걸어서, 맨션의 중심에 있는 큰 기둥에 도착한다. 기둥 안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어, 그 옆에는 거의 쓰이지 않는 나선계단이 있었다.    나는, 엘리베이터를 불렀다.    짤깍, 짤깍, 짤깍, 짤깍.    ……어쩐지 기분이 나쁘다.    심박이 평소보다 빠르다. 숨을 잘 쉴 수 없다.    그것도 당연할까. 지금부터, 내가 죽였던 사람들의 사체가 있는 방에 가려고 하고 있으니까.    엘리베이터가 왔다.    안에 들어간다. 료우기도 뒤를 따른다. 문이 닫힌다.    우─────────────웅.    듣기 익숙해진 기동음을 내면서, 엘리베이터는 올라간다. 「────비틀려있어」    료우기가 살짝 중얼거렸다.    엘리베이터가 4층에 멈춘다.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바로 정면으로 이어진, 남쪽으로 향하는 통로로 걸어 나갔다.    그대로 맨션의 외측으로 나가자, 길은 직각으로 좌측으로 굽어진다. 동동의 외주(外周)를 돌아가는 복도다. 좌측에는 맨션의 방이 늘어서 있고, 오른쪽은 바깥. 4층에서 밑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가슴께까지 이르는 벽이 있다. 「이쪽의 막다른 곳이 우리 집이야」    걸어간다. 변함없이 조용한 맨션이라, 집안에서 말소리는 나지만 복도에서 사람을 만나는 일은 거의 없다.    막다른 곳의 방 앞에 다다라서, 나는 멈췄다. ────정말로, 들어가는 건가.    팔이 움직이지 않는다. 눈앞이, 흐려져 버려서 문손잡이가 잡히지 않는다. 아냐, 그렇지. 그 전에 벨을 누르지 않으면.    설령 문이 잠겨있더라도, 벨을 누르고 들어가지 않으면 어머니가 놀라버린다. 예전에 빌린 돈을 받아내러 온 놈들이 갑자기 집안으로 밀어닥친 적이 있었는데, 그 뒤로 어머니는 벨을 누르고 들어가지 않으면 어머니는 깜짝 놀라면서 겁에 질려버렸다.    손가락이 인터폰의 버튼을 향해 뻗는다.    그것을 료우기의 손가락이 멈췄다. 「벨은 됐어. 안에 들어가자, 엔죠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멋대로 들어갈 생각이야」 「멋 대로고 뭐고, 원래부터 여기는 네 집이잖아. 게다가 스위치는 넣지 않는 편이 좋아. 구조를 알 수 없게 돼. 열쇠 가지고 있지? 줘봐」    료우기는 나에게서 집 열쇠를 받아서, 철커덕 하고 돌렸다.    문이 열린다. ……안에서 나는 텔레비전 소리.    누군가, 있다.    감정이 실리지 않은 겉모습뿐인 가족의 이야기소리가 난다.    지금의 생활을 어머니와 세상의 인간들 탓이라고 푸념을 늘어놓는 아버지의 목소리.    그것을 말없이 듣고 있으면서, 그저 끄덕일 뿐인 어머니의 목소리. 「──────」    그것은, 틀림없는 엔죠우 토모에의 일상이다.    료우기는 소리도 내지 않고 안에 들어간다. 나도───그 뒤를 따랐다.    복도를 빠져 나와, 거실로 통하는 문을 연다.    훌륭한 건물에 어울리지 않는 싸구려 테이블과 소형 텔레비전. 제대로 청소도 되지 않은 휴지 투성이의 더러운 방.    그곳에 있는 것은, 틀림없는 나의 부모였다.   “어이. 토모에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거야? 벌써 여덟시라구, 일이 끝나고 한 시간이나 지났어. 정말이지, 어딜 싸돌아다니고 있는 거야, 그 놈은”   “글쎄요, 어떻게 된 걸까요”   “그 녀석이 부모를 부모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은, 네가 제멋대로 하게 내버려둬서 그런 거야. 니미럴, 돈 같은 것도, 안 갚아도 되는 곳에 갚고, 나에게는 땡전 한 푼 안 줘. 누구 덕분에 살아가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그 자식은”   “글쎄요, 어떻게 된 걸까요” ───뭐야.    뭐야, 이건.    부모님이 있다. 소심한 인간인 주제에 자신을 거물이라고 의심치 않는 아버지와, 그 비위를 맞출 뿐인 어머니.    죽었을 두 사람이 변함없는 일상 속에서 살고 있다.    아니 그런 것이 아니다.    이 사람들 어째서, 들어온 우리들을 돌아보지 않는 거지────!? 「엔죠우가 돌아오는 것은 보통 몇 시였어?」    귓가에서 료우기가 물어온다. 나는 9시경이라고 대답했다. 「앞으로 한 시간인가. 그때까지 기다리자」 「뭐야 이건.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료우기!」    너무나 덤덤한 태도에 화를 내면서 다가가자 료우기는 귀찮다는 듯이 나를 흘끗 쳐다본다. 「벨도 노크도 안했으니까 손님에게 대응하지 않는 것뿐이겠지. 정해진 패턴이외의 행동에 대응하기 위한 스위치를, 우리들은 누르지 않았어. 그래서 손님은 오지 않은 것이 되어, 엔죠우의 부모님들은 평소대로의 생활을 하고 있을 뿐이야」    그렇게 말하며, 료우기는 당당히 거실을 횡단하여 옆방으로 이동했다. ……그곳은 나의 방이다.    나는 몹시 망설이다가 양친에게서 눈을 돌리면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대로, 가만히 서 있는다. 료우기도 벽에 기대어 멍하니 기다렸다.    전등도 켜지 않은 방 가운데, 나와 료우기는 그저 계속 기다렸다.    무엇을?    핫, 당연한 것이다. 그것은, 평소대로 돌아오는 엔죠우 토모에 밖에 없지 않는가.    나는, 예전에 살인을 범한 장소에서, 나 자신을 기다렸다.    그것은 이상한 시간이었다.    영원으로도 한순간으로도 느껴지는 심한 괴로움. 현실감이란 것이 녹아버려서, 시계가 반대로 돌고 있는 것 같다.    역시, 나는 돌아왔다.    겨우 돌아와 주었다. 벌써 돌아와 버렸다.    두 가지 감정이 섞이는 가운데, 토모에는 부모와는 아무 말도 나누지 않고 말없이 방안에 들어왔다.    한쪽으로 쏠리는 붉은 머리카락. 호리호리한 몸. 중학 시절부터 여자취급을 받았던 갸름한 얼굴. 세상을 등진 눈매의 토모에는, 한번 깊은 한숨을 쉬었다.    ……심호흡과 비슷하다.    마치 그러는 것으로 오늘 하루의 힘들었던 일이 지워질 거라 믿는 것 같은, 그것은 온 힘을 다한 조촐한 의식(儀式)이었다.    그 토모에조차, 이 토모에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나와 료우기는 유령이 된 것 같았다.    이윽고, 토모에는 잠자리에 들어서 잠이 든다.    한동안의 시간. 나는, 이 다음의 전개를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 것도 생각하지 못하고, 엔죠우 토모에를 바라보고 있었다.    거실에서 말싸움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의 목소리와, 처음으로 듣는 어머니의 감정적인 목소리.    날카로운 소리를 지르면서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사납게 달려든다.    그것은 인간이 아니라 울부짖는 개 같았다.    정체를 모르는 금성인이었는지도 모른다. ……여자의 히스테리란 것은 열성팬처럼 난폭한 것이라고 처음 알았다.    이 얼마나 어이없는 진실의 체험인가.    쿵, 하는 기분 나쁜 소리.    어머니 같은 인간의 격한 숨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려온다.    짤깍, 짤깍, 짤깍, 짤깍. 「……그만둬」    중얼거려도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    왜냐면 이건.    짤깍, 짤깍, 짤깍, 짤깍.    문이 열린다. 토모에가 눈을 뜬다. 멈춰서있는 어머니의 손에는 커다란 부엌칼이 쥐어져있다.   “토모에, 죽으렴”    무언가 끊어져버린 듯한, 감정 없는 여자의 목소리.    짤깍, 짤깍, 짤깍, 짤깍.    토모에에게는 역광 때문에 보이지 않았겠지.    어머니는, 정말로.    슬픈 얼굴로, 울고 있었다.    짤, 깍.    어머니가 토모에를 난도질한다. 배, 가슴, 목, 팔, 다리, 허벅지, 손가락, 귀, 코, 눈, 마지막으로는 이마까지.    부엌칼은 거기서 부러지고, 부러진 칼날로 어머니는 자신의 목덜미를 힘차게 그었다. ───방에 울리는, 쿠궁 하는 둔탁한 소리. 짤깍짤깍.짤깍짤깍. 짤깍짤깍.짤깍짤깍. 짤깍짤,깍.짤,깍짤,깍짤깍. ………………짤깍짤깍짤깍짤깍짤깍!    아아, 이 얼마나──── 「───잔혹한, 꿈인가」    현실이 되어있는, 나의 악몽.    하지만, 이것이 어떤 현상인가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    너무 리얼해서 나는 구역질을 참는 것이 전부였다.    스르륵, 하고 하얀 기모노가 움직인다.    료우기는 방에서 떠나가려고 하고 있었다. 「기분이 풀렸다면, 나가자구. 이곳에 이젠 볼일이 없어」 「……볼일이 없다니, 어째서! 사람이───내가 죽어있는데」 「무슨 소리하는 거야. 잘 봐, 피가 한 방울도 흐르지 않았잖냐. 아침이 되면 눈을 뜰 거야. 아침에 태어나서 밤에 죽는 『고리』인거야. 그곳에 쓰러져있는 것은 엔죠우가 아니라구. 왜냐하면 지금 살아있는 것은 너잖아」    료우기의 말에 핫, 하고 참상의 현장을 둘러본다. ……분명히 그만큼의 흉측한 일이 있었는데도 피가 한 방울도 흐르지 않았다……. 「어, 어째서───」 「몰라. 이런 짓을 하는 의미를 전혀 모르겠어. 어쨌든, 이곳은 이제 됐어. 자, 빨리 다음으로 가자구」    종종걸음으로 료우기가 걸어간다.    참을 수 없어서, 나는 그 등을 바라보며 물었다. 「다음이라니────또 어디에 간다는 거야, 료우기」 「뻔하잖아. 너의 진짜 집이야, 엔죠우」    시원스럽게──마치 내게 붙어 다니던 혼란을 떨어내듯 료우기는 그렇게 말했다. ◇    중앙 로비까지 돌아오자, 료우기는 엘리베이터에 타지 않고 그 뒤편으로 돌았다. 엘리베이터의 뒤……곧 북쪽으로는 서동으로 통하는 통로가 있다.    서동은, 동동과 완전히 똑같았다.    이 맨션의 성질상, 동동에 사는 사람은 서동에 들어가지 않는다. 반년이상이나 살고 있었는데도 나는 이런 당연한 사실을 이제서야 알아차렸다.    서동으로 이어지는 복도를 걸어간다.    시간도 10시를 넘어서, 바람은 찌르는 듯 차가워졌다.    ……서동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그 때문인가, 전등도 최소한 밖에 켜져 있지 않고, 늘어서 있는 방에서도 불빛이란 것이 전무했다.    달빛만이 의지가 되는, 겨울의 어둠.    그런 무인(無人)의 복도를 료우기는 힘차게 나아간다. 6호실, 7호실, 8호실, 9호실. ……막다른 곳인 최후의 10호실에 다다르자, 딱 멈춰 섰다.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것은 말야, 사소한 일이야」    갑자기, 료우기는 문을 노려보면서 말을 꺼냈다. 「너는 405호실이라고 말했잖냐. 그런데 미키야는 네 이름을 마지막에 말했어. 그 꼼꼼한 녀석이 아무런 이유 없이 순서를 바꿀 녀석이 아냐. 그렇다면 엔죠우란 가족은 4층의 마지막의 방, 곧 410실이 아니면 이상한거야」 「────뭐라고?」 「그 엘리베이터는 한동안 쓰지 않았지? 입주자가 모이고 모두 이 맨션에 살기 익숙해질 무렵에 겨우 움직이기 시작했어. 그것이 시작의 신호였던 거야. 전부, 북(北)과 남(南)을 바꾸기 위한 장치였다구. 엘리베이터가 원형이고, 소리가 큰 것. 대단한 위장이지. 2층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그것을 위한 것뿐이야. 타고 있는 사람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면서 반회전 시키기 위해서는 최소한 1층 분의 거리가 필요했었던 거겠지」    북과 남이───바뀌었다……?    그런 애들 장난 같은 장치가, 정말로 있다는 건가. 하지만, 정말 있다면 어떻게 될까?    엘리베이터에서 나와서 정면에 있는 길이, 동동으로 이어지는 통로다. 그것은 너무나 당연해서, 의심할 여지없는 사실.    그렇다면───엘리베이터가 반회전하고 있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다면, 엘리베이터에서 나와서 눈앞에 있는 통로로 가는 것이 일상이다.    만약 정말로 모르는 사이에 엘리베이터가 회전해있어서 출구가 남이 아니라 북으로 향해 버렸다면, 나는 지금까지 서동으로 향하고 있던 것이 된다. 이 로비의 남측과 북측의 구조는 완전히 똑같다. 각 동으로 통하는 통로는 어느 쪽이고 왼편을 향해 직각으로 굽어있으니까, 바뀐 것은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러면───이쪽이, 나의 집이었다는 소리야?」 「응. 정확히는 입주해서 한 달간만 있던 집.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게 되고 나서부터는 아까의 집이야. 분명 계단도 엘리베이터의 기동에 맞춰서 옮겨놓았겠지. 계단의 출구도 반대로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 이곳의 계단은 나선형으로 되어 있지 않냐?」    아아, 정말 그 말대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못했다. 「하지만 거짓말이야. 보통은 알아차리잖아, 이런 거!」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반발하지만, 료우기는 역시 담담한 눈으로 나의 말을 부정했다. 「이곳은 정상이 아냐. 이계(異界)야. 주위는 모두 똑같은 4각형 맨션뿐이라서 풍경에 큰 차이가 없어. 맨션 안은 벽으로 나뉘어 있어. 크림색 벽의 군데군데에는 이상한 모양이 섞여 있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망막에 부담이 가해지지. ───토우코는 아니지만. 정말로 복잡한 결계야. 작은 이상(異常)이 하나도 없으니까, 커다란 이상(異常)을 알아차리지 못해」    료우기가 도어노브에 손을 뻗는다. 「연다. 반년만의 네 집이라구, 엔죠우」    료우기는 재미있다는 듯 말했다.    나는────그것을, 열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    10호실 안은 끈적끈적한 어둠이었다.    어둠밖에 없었다.    짤깍짤깍짤깍짤깍.    귓속에서, 그런 소리가 난다. 몸이, 관절이, 무겁다. 「불은────이건가」    어둠 속에 료우기의 목소리가 난다.    번쩍하고 불이 들어왔다. 「───────」 숨을 삼킨다.    하지만, 놀라지는 않았다. 그것이 있는 것은, 아주 옛날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사후(死後)반년이란 거군」 침착한 료우기의 목소리.    아아, 그렇겠지.    우리들이 들어온 방에는, 인간의 사체가 두 구 있었다. 더러워진 사람의 뼈와, 군데군데 붙어있는 살 같은 것. 썩어서 너덜너덜해진 살은 바닥에 떨어져 쌓여서 뭔지 모를 가루의 산을 이루고 있다.    엔죠우 타카유키(孝之)와, 엔죠우 카에데(楓)────나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체다.    내가 한 달 전에 자신이 죽음을 당하는 악몽을 꾸기 싫어서 죽여 버렸던 부모의 사체. 하지만 반년전의 사체. 지금도 생활하고 있는 동동의 엔죠우란 하는 가족────.    그것들의 모순을, 나는 더 이상 생각할 수가 없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서있을 뿐인 료우기처럼, 나는 아무런 동요 없이, 떨어져 가는 모래시계를 바라보는 것처럼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는 마음으로, 사체를 보고 있다.    아까의 광경───내가 매일 꾸고있던 악몽의 재생영상이었던 5호실의 사건에 비하면 이런, 모든 일이 끝난 뒤의 사체는 단순히 기분 나쁠 뿐이다. 별다른 쇼크는 없다.    아주 옛날에 죽어버린 인간의 사체.    누군지도 판별 불능한, 뼈의 산.    눈이 있던 부분은 어두운 동굴처럼 구멍이 뚫리고, 허공을 노려보고 있다.    ……무가치하다. 이 정도로 무의미하고, 보상받지 못한, 바보 같은 죽음이, 부모였던 것.    주위의 박해를 견디지 못하고 자신의 탓이 아니라며 태도를 바꿔버린 아버지에게도 거스르지 못하다가, 반복되는 매일 끝에 아버지를 죽이고 자신도 죽은 어머니. 「──────────」    그런데도, 그것뿐인데도, 나는 그것으로부터 눈을 뗄 수 없었다.    이것은 뭘까.    나는 어떻게 된 걸까.    ───아버지도 어머니도 필요 없다고.    그 정도로 혐오했었던 인간이 두 사람 죽은 것만으로, 어째서 나는 이렇게도 멍텅구리가 되어버린 걸까────?    그 때, 현관에서, 문을 여는 소리가 난다. 「헤에, 한번 해볼 생각인가본데?」    료우기는 웃는 것처럼 말하고는 점퍼 안쪽에서 나이프를 꺼냈다.    천천히 누군가가 거실에 들어온다.    목소리도 발소리도 내지 않으며 나타난 사람은, 어디에도 있을법한 중년이었다. 표정 없는 얼굴과 멍한 시선이 역으로 분명한 위험을 느끼게 한다.    어딘가를 보고 있던 것 같은 남자는, 그대로 우리들에게 덤벼들었다. 실에 조종되는 인형처럼, 낌새도 없이 갑작스럽게.    그것을 료우기는 간단히 죽여 버렸다.    한명. 두명. 세명. 네명. 현관에서 여기저기서 몰려드는 맨션의 거주인 들을, 춤추는 것처럼 화려하게 죽여 간다. 그곳에 불필요한 움직임은 일절 없다.    곧 거실은 사체로 뒤덮여 버렸다.    료우기는 나의 손을 잡고 뛰기 시작한다. 「오래있을 필요 없어. 간다!」    료우기는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나는───부모의 사체를 봐서 이상해져 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이 상황을 용납할 수 없었다.    어째서───이렇게, 인정사정없이 사람을 죽이는 걸까, 이 녀석은. 「료우기, 너─────!」 「말은 나중에 해. 게다가 그 녀석들은 인간이 아니야. 나도 몇 번 죽었는지 모를 정도라구. 그런 건, 인간도 죽은 사람도 아닌 그냥 인형(人形)이야. 이놈이고 저놈이고 죽고 싶어 안달을 해서, 구역질이 나」    처음으로───증오에 찬 얼굴을 하고, 료우기가 달린다.    나는 약간 망설이다가, 그녀에게 살해된 가족 같은 집단의 사체를 밟고서 복도로 나갔다.    복도에 나가자, 이미 다섯 명 정도의 인간이 복도에 쓰러져있었다. 내가 그것에서 눈을 돌리고 있는 사이에, 료우기는 8호실 앞에서 몇 번 째인가의 인간을 베어 넘기고 있었다.    ───강하다.    압도적일 정도다. 아무래도 이 녀석들은 동동에서 넘어온 것일 텐데, 영화에 나오는 좀비 같이 움직임이 완만하지 않다. 인간이상으로 격렬하게 덤벼들어온다.    그런데도, 료우기는 눈썹하나 깜짝 안하고 간단하게 처치한다. 피가 나지 않는 것은 료우기가 말한 대로 녀석들이 인간이 아니기 때문일까.    피 한 방울 뒤집어쓰지 않으며 거주인 들을 살해하고 중앙의 로비로 통한 길을 열어가는 료우기는 하얀 사신 같았다.    나는 료우기가 베어 넘기며 길을 열어가는 사람들의 무리의 끝을 본다.    로비에서 전등 빛이 새어나오고 있다. 조명 없는 서동의 복도에 겨우 빛을 전하고 있는 그 통로의 입구에, 검은 사람형체가 서있었다.    의지가 없는 거주인 들과는 다르다.    검은 비석이 아닐까 하고 착각할 정도의 검은 덩어리는, 검은 코트를 입은 남자였다.    그것을 본 순간, 나의 의식은 얼어붙어서, 실이 끊긴 인형처럼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보는 것이 아니었다. 아니, 다르다. 나는 이곳에 와야 하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면 만나버리는 일도 없었다.    저, 조용하고 처참한 사건에는 어울리는,    악마 같은 검은 그림자에────── / 10    남자는, 어두운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중앙의 로비로 이어지는, 하나밖에 없는 좁은 길을 막는 것처럼.    검은 외투를 걸친 남자는 달빛조차 거부하고 있어서, 밤보다 깊은 그림자 같았다.    암색(暗色)의 남자는, 맨션의 거주인 들을 베어 넘어뜨려 가는 하얀 기모노의 소녀를 감정 없이 바라보고 있다.    그 눈빛을 알아차린 걸까, 덤벼든 마지막 거주인을 죽이고서, 기모노의 소녀는 발을 멈췄다.    소녀───시키는, 이렇게까지 가까이 와서야 겨우 남자를 알아차렸다. 거리로서는 5미터도 안된다. 이런 가까운 거리까지 『적』을 감지할 수 없다니, 그녀 자신조차도 믿을 수 없었다.    아니───그것뿐만이 아니다. 남자의 모습을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미조차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이, 시키의 마음에서 일절의 여유를 박탈하고 있었다. 「……얄궂은 일이군. 본래대로라면 이쪽의 완성이 끝난 후가 되어야했을 터인데」    무거운, 듣는 사람을 영혼부터 굴복시키는 목소리로 마술사는 말했다.    남자가 한 발짝 앞으로 나온다.    별 것 없는 빈틈투성이의 그 전진에, 시키는 반응할 수 없었다.    눈앞의 남자가 『적』이고 자신과 엔죠우를 죽일 생각인 것도 알고 있었지만 평소처럼 달릴 수가 없다.    ───이 자식, 보이지 않는다…….!?    마음속으로 놀라는 것을 억누르면서 시키는 남자를 응시한다.    지금까지 긴장을 푸는 것만으로 보아버리고 있던 인간의 죽음이, 이 남자에게는 없었다.    인간의 몸에는 따라 그으면 그것만으로 그 부분을 정지시켜버리는 선이 있다. 그것이 생명의 이음매인지, 분자의 접합점의 약한 부분인지 시키는 모른다. 그저 볼뿐이다.    지금까지 누구 한 명, 무엇 하나에도 예외 없이 『죽음의 선』이 있었다.    그런데. 이 남자는, 그 선이 아주 미약했다.    시키는 강하게, 지금까지 행한 적도 없을 정도로 강하게 남자를 노려본다. 뇌가 가열되기라도 한 것일까. 의식이 거의 새하얗게 될 때까지 상대를 관찰해서, 겨우 찾았다.    ……몸의 중심. 가슴 한가운데에 구멍이 보인다.    선이 아이들의 낙서처럼 빙글빙글하고 한 부분에 원을 그리고 있어서 구멍처럼 보인 것인가. 「────알고 있어, 네놈」    그, 기괴하게 존재하는 생명을 가진 상대를, 시키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기억해 낸다.   지금의 시키가 생각해낼 수 없는 먼 기억,   2년 전의 비 오는 날 밤에 일어난 사건의 단편을.    남자는 대답한다. 「그렇다(左樣). 이렇게 만나는 것은, 실로 2년 만이다」    듣는 사람의 뇌를 움켜쥐는, 무거운 목소리.    남자는, 천천히 자신의 왼쪽 관자놀이에 손을 댄다. 그곳에는 일직선으로 베어진 상처가 있다. 2년 전, 료우기 시키가 입혔던 깊은 상처가. 「네놈은─────」 「아라야 소우렌(荒耶宗蓮). 시키를 죽이는 자다」    눈썹하나 움직이지 않고, 남자는 그렇게 단언했다.    남자의 외투는 확실히 마술사 같았다.    양어깨에서 드리워진 검은 천이, 동화에 나오는 마법사의 망토와 비슷하다.    그 망토 아래로, 남자의 한쪽 팔이 뻗어 나왔다. 떨어져있는 시키의 목을 붙잡으려는 듯, 천천히.    시키는 양발의 간격을 약간 벌려서 자세를 잡는다. 지금까지 한 손에 쥐고 있던 나이프도, 어느 사이엔가 양손으로 쥐고 있었다. 「악취미야. 이 맨션에 무슨 의미가 있나」    스스로의 긴장과───아마도 처음으로 체험한 두려움이라는 것에 견디기 위해서 시키는 말했다.    마술사는 대답한다. 시키에게는 그것을 들을 권리가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편적인 의미는 없다. 어디까지나 나 개인의 의지다」 「그러면 저 반복도 너의 취미란 소리냐」    시키는 번뜩하고 두 눈동자에 적의(敵意)를 담아서 남자를 노려본다.    반복────저 엔죠우가(家)처럼 밤에 죽고 아침에 되살아나는 불가사의한 현상. 「효과적이지는 않지만.    나는 하루에 완결하는 세계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단순히 생(生)과 사(死)가 서로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는 양의(兩儀)에는 이를 수 없어. 같은 인간들의 행위와 죽음이 아니면, 너를 제사지내 주기에는 불충분하다. 사망한 뒤에 소생하는 나선으로는 불완전하다. 서로 얽혀들면서도 상극하는 것이 조건이라면, 그들은 이어져 있어서는 안돼. 따라서, 음(陰)에는 그들의 사체를. 양(陽)에는 그들의 생활을 준비했다」 「하. 그래서 이쪽이 시체보관소고, 저쪽이 일상이란거야? 쓸데없는 것에 신경 쓰는데. 그런 건 아무런 의미도 없잖아」 「───의미 같은 것은 없다고 말했을 텐데」    그리고, 남자는 시키의 등 뒤에 멍하니 서있는 소년을 발견했다.    엔죠우 토모에는, 아라야 소우렌이라는 어둠을 직시해서 굳어져있다. 「그래, 의미 같은 것은 없다. 원래부터 같은 인간이 두 개의 속성으로 동시에 존재하는 것은 불가능이다. 죽은 자와 산 자는 양립 할 수 없어. 모순하고 있는 이 세계에, 개인이 공통할 수 있는 의미는 전무하다」    마술사는 시선을 소년에게서 소녀에게로 돌린다.    이젠, 엔죠우 토모에에겐 의미도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이것은 단순한 실험이다. 인간은, 정말로 다른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지 시험해보고 싶었다.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 하지만 그 죽음에는 각 사람마다 정해진 죽음밖에 없다. 한 개인이 최후에 맞는 죽음이란 것은 단 하나인 것이다.    화재로 죽는 자는 어떤 모습으로든 화재로 사망하고 가족에게 살해당하는 자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가족에 의해서 목숨을 잃지. 첫 번째의 죽음의 직면에서 도망치려고 해도 두 번째, 세 번째의 죽음은 반드시 정해진 방법으로밖에 찾아오지 않아.    이 한정된 죽음을, 우리들은 수명(壽命)이라 부른다.    인간은 죽는 방법조차 정해져 있어. 하지만 같은 결말을 몇 천 번이나 반복하면, 그 나선에도 고장이 생기겠지. 고장은 사소한 사고라도 상관없다. 퇴근 중에 차에 치인다는 흔한 불행이라도 좋다.    ───그런데도 지금으로서는, 결과는 동일하다. 2백 번 정도의 반복으로는 인간의 운명이 바뀌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별일 아니라는 것처럼, 남자는 감정도 없이 말한다.    그것만으로───시키는, 이 남자를 이곳에서 죽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직감했다.    어떠한 수단,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남자가 이런 일을 행하고 있는지는 아직 모른다.    단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남자는 자기 본인조차 어찌되어도 좋다고 말한 실험으로 엔죠우의 가족에게 매일 서로 죽고 죽이는 일을 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동일한 죽는 방법……최후의 하루를 반복시키고 있는 건가. 같은 조건에서 시작하는 아침과, 같은 조건으로 살고 있는 가족을 준비해서. 그래서, 밤에 죽는 것은 엔죠우 쪽뿐이냐?」 「그래서는 이계(異界)의 의미가 없다. 이곳에 불려 들어온 가족들은 모두가 붕괴하고 있던 자들이다. 원래부터 부서져있던 관계는 여유를 없애는 것만으로 빠르게 종착점에 닿는다. 몇 십 년이나 걸리는 종말로의 길은 고행(苦行)이지. 그들은, 한 달 만에 곧 다다를 종말에 이르렀다」    ……자랑도 없고 탄식도 없이, 마술사는 말한다.    시키는 검은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검은 남자를 흘겨본다. 「……브레이크를 부수고 등을 떠밀었다는 소리잖아. 확실히, 이 건물은 스트레스가 쌓여. 모든 점에서 일그러져있어. 바닥은 바다처럼 군데군데가 경사져서 평형감각이 고장 나고, 눈에 부담을 주는 도장(塗裝)과 조명의 사용법으로 모르는 사이에 신경도 약해져가지. 아무런 주술적인 부속도 없이 인간을 이렇게까지 이상하게 만들 수 있다니. 대단한 건축가야, 너는」 「아니(否). 이곳의 설계는 아오자키에게 의뢰했다. 찬미라면 내가 아니라 그녀에게 돌아가야겠지」    남자는, 또 한 발짝 내딛어왔다.    이야기는 여기까지인 듯 하다.    시키는 남자의 목덜미를 노리며───마지막으로, 진짜 의문을 물었다. 「아라야. 어째서 나를 죽이는 거지?」    남자는 대답하지 않는다.    대신, 이상한 소리를 했다. 「후죠우 키리에도 아사가미 후지노도 효과적이지 않았다」 「────에?」    예상치 못했던 인물들의 이름을 듣고서, 시키는 말을 잃었다.    그 틈을 이용해───남자는 또 한 발짝 나아갔다. 「죽음과 가까이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후죠우 키리에는, 너와 비슷하지만 다른 속성이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병마에 먹힌 후죠우 키리에. 그것은 죽음을 통해서 밖에 살아있다는 실감을 느낄 수 없는 한 명의 여성. 죽음으로밖에 살아있음을 느낄 수 없었던 한 명의 인간. ……하나의 마음에 두 개의 육체를 가진 능력자.    그리고.    죽음과 가까이하며 그것에 저항하는 것밖에 살아있음을 느끼지 못하는 료우기 시키. ……두개의 마음에, 하나의 육체를 가진 능력자. 「죽음에 접촉하는 일 밖에 쾌락을 얻을 수 없는 아사가미 후지노는, 너와 비슷하지만 다른 속성이었다」    ……통각(痛覺)이 없기 때문에, 외계(外界)로부터의 감정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아사가미 후지노. 그것은 인간을 죽인다는 종국적인 행위로밖에 쾌락을 얻을 수 없었던 한 명의 소녀. 인간을 죽여서 그 고통스러워하는 과정과 우월감 이외에는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없었던 한 명의 인간. ……능력을 인공적으로 봉쇄한 오래된 혈족.    그리고.    죽음에 접촉해서 서로를 죽이려드는 일밖에 자신과 다른 사람을 느끼지 못하는 료우기 시키. ……능력을 인위적으로 개발한 오래된 혈족. 「죽음 가까이 있으면서 그녀는 죽음을, 너는 삶을 선택했다.    목숨을 내던지면서 그녀는 살인을 즐겼고, 너는 서로 죽이려드는 일을 중시했다.    알고 있을거다. 그녀들은 동포이면서, 료우기 시키와는 상반하는 속성의 살인자라고」    시키는, 깜짝 놀라며───이 말하면서 다가오는 어둠을 바라보고 있었다.    보고 있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2년 전엔 실패했다. 녀석은 너무 정 반대였다. 필요했던 것은 같은 "기원(起源)"을 가지면서 분화된 자들이었던 거다.    그렇다, 기뻐해라 료우기 시키. 그 두 사람은 너만을 위해서 준비했던 산 제물이었다」    남자의 목소리는, 웃음을 참지 못하는 사람처럼 고양되어있었다. 그런데도, 얼굴만은 움직이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 고민에 가득 찬 철학자의 얼굴. 「또 하나의 말(駒)이 준비되어 있지만, 아오자키가 알아차린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지. 엔죠우 토모에는 뜻밖의 수확이었다. 너는 나의 의지와는 벗어난 곳에서, 스스로 이 장소에 방문한 것이었으니까」 「네놈이─────」    시키는 나이프를 쥔 양손에 힘을 모은다.    남자는 발을 멈추고, 시키의 등뒤를 가리켰다.    그곳에 있는 것은, 지금 막 그녀가 쌓아버렸던 사자(死者)들의 무리밖에 없다.    그, 압도적일 정도의 죄와, 어둠의 구현. 「무(無)야 말로 너의 혼돈충동, 기원이다.    ───그 어둠을 봐라.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 내라」    마(魔)적인 운을 담은 주문이 울려 퍼진다. 「───원흉……!」    내뿜어지는 외침과 함께, 시키는 마술사를 향해 뛰어들었다. 극한까지 휘어진 활에서 튀어나간 화살처럼 빠르게, 짐승 같은 속도와 살의(殺意)를 품고서. ◇    양자의 거리는, 이미 3미터정도 밖에 없었다.    좁은 복도에서 대치하는 시키와 마술사에게 있어서, 서로에게 도망갈 길은 없다. 후퇴 같은 것────양자(兩者) 모두, 사고의 끄트머리에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시키의 몸이 튕긴다.    이 거리라면 접근에 1초도 걸리지 않는다. 단숨에 녀석의 가슴에 나이프의 칼날을 찔러 넣는다.    하얀 기모노가 어둠에 흐른다.    그 전에, 마술사는 발음했다. 「불구(不俱),」    공기가 변한다.    시키의 몸이, 갑자기 정지한다. 「금강(金剛),」    한 손을 눈앞 한가운데로 내뻗으면서, 시키를 향한 채로 마술사는 그런 단어를 읊는다.    시키는, 바닥에 떠오르는 선을 발견했다. 「사갈(蛇蝎),」    마술사의 주위로부터, 모든 유동(流動)이 두절되어간다.    대기에 흐르는 여러 가지 현상이 밀폐되어간다.    시키는 보았다.    검은 남자의 발밑에서 퍼져나오는, 세 개의 원형 문양(文樣)을. ───몸이, 무겁다……?    마술사를 보호하는 세 개의 서클은, 별의 궤도를 선으로 그린 도형과 비슷했다. 세 개의 가늘고 긴 서클이 동심원을 그리 듯 지면과 대기(大氣)에 떠올라 있다.    그 서클의 제일 바깥 선을 밟아 들어간 순간, 시키의 몸은 동력을 빼앗겼다. 거미줄에 붙잡힌, 가냘픈 하얀 나비처럼. 「그 몸. 아라야 소우렌이 받겠다」    마술사가 움직인다.    시키가 밤의 어둠에 하얀 기모노의 잔상을 남기면서 달린다면, 이 남자는, 밤의 어둠에 녹아들어, 사냥감에게 조금씩 다가갔다.    접근하는 과정조차 인식시키지 않는, 그것은 망령 같은 속도.    멈춰 선 채로 움직일 수 없는 시키의 바로 옆에서 마술사의 코트가 펄럭인다.    기미조차 없는 마술사의 접근에, 시키는 눈 하나 깜짝하지 못했다. 보고 있었는데도───남자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있었는데도, 남자가 자신의 바로 옆에 서있다고 지각(知覺)할 수 없다───    한기(寒氣)가 느껴진다.    이 상황에 이르러, 그녀는 겨우 『적』이 진정한 괴물이라고 이해했다.    마술사가 왼손을 뻗는다.    바이스처럼 열린 손바닥이, 시키의 얼굴을 쥐어 으스러뜨리려는 듯 뻗어 나온다. 「오지……마……ㅅ!」    얻어맞는 듯한 등골의 오한이, 역으로 그녀의 몸을 정지상태에서 소생시켰다.    마술사의 손끝이 얼굴에 닿은 순간, 시키는 튕겨지듯, 얼굴을 뒤로 빼었다. 그대로 몸을 바로 옆으로 흘리면서, 마술사의 팔을 향해 나이프를 휘두른다.    쩍, 하는 둔탁한 소리를 내면서, 나이프는 마술사의 왼손을 손목부터 절단했다. 「, 대천(戴天)」    마술사가 발음한다.    분명히 나이프의 날이 통과한 마술사의 손은, 팔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날은 무를 자르듯이 깔끔하게 통과했는데 마술사의 팔엔 상처하나 없다. 「, 정경(頂經)」    오른손이 움직인다.    죽지 않는 왼손에서 도망친 시키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뻗어나간 오른손은, 확실히 그녀를 붙잡고 있었다.    소녀의 얼굴을 한 손으로 움켜쥐고 마술사는 시키의 몸을 공중으로 들어올린다. 시키가 소녀라고는 해도, 팔 하나로 인간을 가볍게 들어올리는 모습은 도깨비나 마물 같았다. 「아─────」    시키의 목이 떨리고 있다.    신음과도 닮은 목소리에 의식은 없었다.    남자의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것은 압도적인 절망감 뿐. 그것은 피부를 관통해서 뇌수에 이르고, 척추를 미끄러져 내려가 시키의 온몸에 침투했다.    그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대로, 죽을 거라 확신했다. 「───미숙. 이 왼손에는 불사리(佛舍利)를 채워 넣었다. 아무리 직사의 마안을 사용해도, 죽기 쉬운 부분 따위 보이지 않아. 단순히 잘라내는 것뿐이라면, 아라야는 상처입지 않는다」    마술사는 소녀의 얼굴을 쥔 손바닥을 압박시키며 말한다.    시키는 대답할 수 없다.    얼굴을 조여드는 힘이 너무 강해서, 대답할 여유조차 없었다.    ……남자의 팔은, 인간의 머리를 쥐어 으스러뜨리기 위한 기계 같았다. 얼굴에 파고드는 다섯 손가락은, 힘으로는 뿌리칠 수 없다. 어설피 몸을 흔들어 반격하려 하면 이 기계는 망설임 없이 시키의 머리를 부숴버린다.    마술사의 말은 이어진다. 「한마디 더하자면 나는 죽지 않는다. 나의 기원은 『정지(停止)』다. 기원을 일깨운 자는, 기원 그 자체에 지배당한다. 이미 멈춰있는 자를, 너는 어떻게 죽인다는 거냐」    시키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녀는 일절의 감정을 잘라 내버리고, 남자의 몸에 있는 미약한 선을 찾아내는 일에 전력을 기울였다.    전신을 휘감아버린 절망감이란 마취도, 얼굴을 조여들고 있는 아픔도 모두 무시하고, 유일한 돌파구를 열려고 한다.    그러나 그 전에.    마술사는 자신이 공중에 들어올리고 있는 소녀를 관찰하다가, 결론지었다. 「───그런가. 머리는 필요 없겠군」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마술사는 처음으로 팔에 힘을 넣었다.    삐직, 하고 뼈를 부스는 소리가 들린다.    순간─────    료우기 시키라는 소녀의 얼굴을 으스러뜨리려는 그 오른팔이 이번에는 잘려졌다. 「────므」    마술사가 조금 후퇴한다.    공중에 매달렸던 자세로 마술사의 팔을 팔꿈치부터 잘라낸 시키는, 자신의 얼굴에 들러 붙어있던 손을 벗겨내고, 재빨리 물러섰다.    털썩, 하고 지면에 검은 팔이 떨어진다.    마술사의 3중의 원형에 닿지 않는, 아슬아슬한 거리까지 떨어지자, 시키는 지면에 한쪽 무릎을 대고 쭈그려 앉는다.    얼굴이 으스러질 뻔한 아픔 때문일까, 아니면 마술사의 미약한 죽음의 선을 찾아내려고 의식을 집중한 것 때문일까. 시키는 거친 호흡을 하면서, 무릎을 꿇고 지면만을 응시한다.    두 사람의 거리가, 다시 한번 크게 벌어졌다. 「……과연, 내가 경솔했다. 병원의 일로 입증되었었지. 살아있던지 죽어있던지 움직이는 자라면 움직이고 있는 원천을 자른다. 그것에 너의 능력이다. 내가 이미 멈춰진 생명이라 해도, 이렇게 존재하고 있는 이상 존재하게 하는 끈이 있다. 그것을 잘리면 분명히 죽겠군. 유일한 예외는 이 왼팔뿐이지만 그것도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까. 아무리 성자의 뼈라 하더라도 활동하고 있는 이상은 그것을 재촉하는 인과(因果)가 있는 것이 도리다」    잘린 팔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마술사가 말한다. 「역시 그 눈은 필요 없다. 료우기 시키의 부속품으로서는 너무 위험하다. 그러나 부수기 전에는────마취가 필요할까」    마술사는, 3중의 결계를 유지한 채로 한 걸음 내딛었다.    시키는, 그 3중의 원형을 계속 바라본다. 「……소용없다. 너는, 지금 것으로 끝났어야했다」    나이프를 역수(逆手)로 쥐고, 시키는 말했다. 「나도 결계는 알고 있다구. 수험도(修驗道)에서는 성지인 산에 여자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결계를 펴지. 들어온 여자는 돌이 되어 버린다고 이야기하지만, 결계란 것은 경계에 지나지 않잖아. 원 안이 결계 인 것이 아냐. 그 구획만이 타자(他者)를 저지하는 마력의 벽이다.    그렇다면───선이 사라지면, 그 힘은 소실 된다」    그리고, 그녀는 지면에 나이프를 찔러 넣었다.    마술사가 가진 3중의 원형의, 제일 바깥쪽의 원 그 자체를 "죽인" 것이다. 「────몽매(蒙昧)」    마술사가 조급한 듯이 앞으로 나왔다.    다시 한발 짝, 시키에게로 다가와도 시키에게 변화는 없다.    ……남자의 결계는 3개에서 2개로 줄어있었다.    마술사는 내심 혀를 찼다. 시키의 직사의 마안이 이 정도의 물건이라고는 고려하지 않았었다. 설마 형체가 없는, 살아있지도 않은 결계라는 개념조차도 살해한다니, 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절대성(絶對性)인가────    경계에 접촉한 외적(外敵)을 처리하는 3중 결계의 바깥쪽 결계, 불구(不具)를 잃은 마술사는 시키의 숨통을 끊기 위해 달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직 두 개 남아있다」 「───그것도, 늦어」    웅크린 자세인 채로, 시키는 등 뒤로 손을 뻗었다.    기모노를 묶고 있는 띠 안에는, 두 번째의 나이프가 있다.    시키는 등 뒤의 띠에서 나이프를 횡으로 잡아 빼며 곧바로 마술사에게로 던졌다.    칼날이, 2중의 결계를 관통 한다    수면을 튕기며 날아가는 작은 돌처럼 나이프는 원 위에서 두 번 정도 튕기며, 마술사의 이마를 향해 날아갔다. 탄환 같은 속도였다. 「───!?」    마술사는 재빠르게 피했다. 나이프는 남자의 귓가를 스치고 통로의 안쪽으로 사라져가고, 피했을 귓가는 몽땅 도려내져 있었다. 피와 살과 부서진 뼈, 그리고 뇌장(腦漿)이 흘러나온다. 「────큭」    신음을 흘리는 마술사.    그것보다 빠르게───그는, 자신의 가슴을 꿰뚫는 충격을 느끼고 있었다.    탕, 하고 하얀 어둠이 마술사의 체구(體軀)에 작열한다.    그것이 나이프를 던진 뒤에, 곧바로 자신에게로 질주해온 시키라고 마술사가 파악했을 때, 승패는 결정 나 있었다.    어깨부터 몸통박치기를 해온 시키의 일격은 대포의 일격 같은 충격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뼈가 몇 대는 나가 버릴텐데, 시키의 손에는 은의 나이프가 쥐어져있었다.    나이프는, 마술사의 가슴중심을 확실히 관통하고 있다. 「커────헉」    마술사가 피를 토한다. 피는 모래 같은 가루였다.    시키는 나이프를 잡아 빼서, 그대로 마술사의 목덜미에 나이프를 찔러 넣는다. 양손으로 있는 힘껏. 승패는 결정 나 있는데도, 필사적인 표정으로 두 번째 치명타를 날리려고 한다.    왜냐면─── 「……순순히 체념하지 못하는군. 그래서는 저승에서 헤메이게 된다, 시키」 ───적은, 아직 죽지 않았으니까. 「빌어먹을, 어째서……!」    시키는 저주하듯 소리친다. 어째서───어째서 너는 죽지 않는 거냐고.    마술사는 움직이지 않는 무뚝뚝한 얼굴로, 눈알만으로 씨익 웃었다. 「확실히, 그곳은 나의 급소겠지.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무리 직사의 마안이라고 해도, 2백년을 살아온 나의 세월을 치사시킬 수는 없다. 얼마 안 있어 이 몸은 두절되겠지만, 이렇게 되는 건 각오하고 있었다. 료우기를 붙잡을 수 있는 거다. 대가가 스스로의 죽음이라면 어울리겠지」    마술사의 왼손이 휘둘린다.    ……그래. 승패는 이미 나있었던 것이다.    강하게 쥐여진 남자의 주먹은, 그대로 시키의 복부에 작렬했다.    거목 나무조차 꿰뚫을 것 같은 일격에, 시키의 몸이 들썩인다. 그 일격만으로 시키는 가슴과 목을 관통당한 마술사 이상으로 입에서 피를 역류시켰다.    빠직빠직하고 소리를 내며, 내장과 그것을 보호하고 있던 뼈가 부러진다. 「─────」    그대로 시키는 기절했다.    아무리 직사의 마안을 가지고 탁월한 운동신경을 소유하고 있더라 하더라도, 그녀의 육체는 연약한 소녀의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힘을 절반정도로 억제했다고 해도, 콘크리트 벽도 부수는 아라야의 일격에 견디어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마술사는 소녀의 배를 한쪽 손으로 쥐어 들어올리고, 그대로 맨션의 벽을 향해 내던졌다.    시키의 전신의 뼈를 부숴 버릴 듯한 기세로 행해진 흉행(兇行)은, 더욱 기괴한 현상이 되어버렸다. ……벽에 부딪힌 시키의 몸은, 물에 가라앉듯이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부글부글하고 소리를 내면서 맨션의 벽이 시키를 완전히 삼키고 나자, 마술사는 겨우 팔을 내렸다.    ……그 목에는 지금도 시키의 나이프가 꽂혀있고, 눈에는 아까까지의 위압감이 보이지 않는다.    한동안의 공백이 흘러도, 검은 외투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마술사의 육체는, 완전히 죽어있었다. / 8 (모순나선, 5)    날짜가 11월 10일이 되어도, 시키는 자신의 방에 돌아오지 않았다. 시키는 자신의 집에 열쇠를 잠그지 않고 외출하는 나쁜 버릇을 가지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제대로 열쇠를 잠그고 있다. 그 탓에 나는 방에 들어가지 못하고 몇 시간 동안 기다리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이전에는 아키타카씨도 똑같이 계속 기다리고 있다가 끝내 방안에 들어가지 못했던 그는, 나한테 시키에게 전할 물건을 맡기고 갔었다. 시키가 밤의 산책을 나가면, 날이 밝을 때까지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평소라면 아무 것도 아닌 일인데, 어제 시키가 떠나 갈 때는 어딘가 불길했다. 그것이 신경이 쓰여서, 충분히 기다려 봤지만, 아침이 되어도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다. / 11 (모순나선, 6)    돌아오지 않는 시키를 기다리는 사이에, 거리는 아침을 맞이해 버렸다.    날씨는 음울하게 구름 낀 하늘.    말로 하기 힘든 불안을 가슴에 묻어두고 사무소로 발을 옮긴다. 시각은 아침 8시경. 책상에 앉아있는 토우코씨 이외의 사람모습은 없어서, 시키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최후의 기대는 깨끗이 사라져버렸다.    언제나 대로의 인사를 하고 책상에 앉아서, 일단 어제의 일을 계속한다. ……아무리 어두운 불안이 있어도 몸은 제대로 활동했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반복해온 작업이어서 일까, 코쿠토 미키야 본인의 마음이 소극적이라도, 반복한 일상의 힘은 평소대로의 생활을 보내려고 한다. 「코쿠토, 어제의 일말인데」    창문을 등진 소장의 책상에서 토우코씨의 말이 들린다.    나는 하아, 하고 의심쩍은 눈길로 반응했다. 「예의 맨션의 입거자(入居者)말야. 50건 중에 30건밖에 조사할 수 없었다고 고민하고 있던 것 같은데, 조사는 그걸로 끝났던 거야. 그건 조사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어.    이름과 가족구성밖에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남은 20건의 입거자는 가공의 가족이야. 그 뒤로 조사를 해봤는데, 네 번째 반복까지 결과가 똑같아서 그만뒀어. 이미 몇 년 전에 죽은 인간들의 호적과 역사들을 재이용해서, 있지도 않은 입거자를 날조해낸 거야」    나는 다시 한번 아, 하고 입을 벌렸다. 「조작되어있었던 것은 한결같이 동동의 거주인들 뿐이야. 이게 어떻게 된 건지─────」    말을 하다가 토우코씨는 눈썹을 찡그린다.    무언가, 몸 위에 개미의 행렬이 지나가고 있는 것 같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면서, 침입자다, 라고 중얼거렸다.    토우코씨는 책상 속에서 풀로 만들어진 반지를 꺼내어, 이쪽을 향해 던졌다. 「그걸 가지고 벽 쪽에 서있어, 손가락에는 끼지 말도록. 곧 손님이 올 건데, 철저하게 무시해. 소리도 내지마. 그러면 손님은 너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떠날 거야」    엄청 불쾌한 표정으로 토우코씨가 말한다. 거기에는 다른 건 묻지 말라는 절박한 긴장감이 있어서, 나는 그것에 따르기로 했다.    아주 서투르게 만들어진 풀반지를 쥐고 시키가 애용하는 소파의 뒤쪽 벽에 선다.    그러자, 곧 발소리가 들려왔다.    공사도중에 방치된 이 빌딩의, 콘크리트가 드러난 바닥을 일부러 과장하는 듯한, 높게 울리는 구두소리.    그것은 한번도 멈추지 않고, 일직선으로 이 사무실이 있는 방까지 찾아왔다.    문이 없는 사무소의 입구에 붉은 형체가 나타난다.    어두운 금발에 벽안. 윤곽이 뚜렷한 얼굴에 아무리 봐도 품위 있는 행동거지.    나이가 20대 전반정도 되어 보이는 독일인.    붉은 코트를 입은, 그림으로 그린 듯한 미남자는 사무소에 들어오자 쾌활하게 손을 들었다. 「야아, 아오자키! 오래간만이야, 그 동안 잘 있었나?」    청년은 친근함에 가득 찬 미소를 띄운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뱀처럼 악의에 찬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붉은 코트의 청년은, 토우코씨의 책상 앞 까지 걸어가서 그곳에 멈춰 섰다.    토우코씨는 의자에 앉은 채로, 명백하게 환영하지 않는 태도로 청년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낸다. 「코르넬리우스 · 아르바. 슈폰하임 수도원의 차기 원장이 이런 벽지에 무슨 일이지?」 「하하, 당연한 것을 묻는군! 모든 것은 너를 만나기 위해서야. 런던에서는 신세를 졌으니까 말야, 옛 학우로서 충고를 해주러 왔지. 아니면 나의 호의는 폐가 되는 건가?」    청년은 과장된 몸짓으로 양손을 벌리고, 선의에 가득 찬 웃음을 짓는다. 어쩐지 독일인이라기보다는 프랑스인 같은 왕자님흉내를 내는 것이, 토우코씨와는 정 반대다.    토우코씨는 차가운 눈빛을 누그러뜨리지 않는다. 그것을 앞에 두고서도, 청년은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게다가 일본은 좋은 곳이야. 너는 벽지(僻地)라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협회의 감시도 소홀한거다. 이 나라에는 독자적인 마술계통이 존재하고 있어서 우리 조직과는 양립할 수 없어. 대륙에서 파생한 음양도(陰陽道)였던가. 나에게는 신도(神道)와 구별이 가지 않지만, 뭐어 별 문제는 없겠지. 그들의 좋은 점은 말야, 자신들의 지배권을 침범하지 않으면 손을 뻗쳐오지 않는다는 점이야. 협회와는 다르게 폐쇄적이더라구. 일이 일어나기 전이 아니라 일이 일어난 후에 움직이지. 사후처리의 달인들이야. 일본인은 모두 그런 사람들이라구. 앗차, 이것은 악의가 있어서 하는 말이 아니야. 오히려 나에게는 기쁜 일이지. 계획 도중에 방해가 들어오지 않는다니, 나의 나라에서는 생각할 수 없어. 협회에서 벗어난 마술사에게 있어서, 이 나라는 이상향(理想鄕)이야」    애초에, 나는 협회에 속한 마술사니까 관계없지만, 하고 덧붙이면서 청년은 웃었다.    ……그는 토우코씨만 보고 있다. 정말로 나를 보지도 않고 있고, 눈치 채지도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기관총처럼 주절대는 청년을 한쪽 눈으로 노려보면서 토우코씨는 겨우 입을 열었다. 「쓸데없는 소리를 하러 온 거라면 돌아가 주기바래. 남의 공방(工房)에 무단으로 발을 들여 놓은 거야. 죽더라도 할말이 없어」 「뭐야, 너도 무단으로 나의 세계에 들어 왔었잖아. 일행이 있는 것 같아서 인사를 하는 것은 참았지만, 원래대로라면 너야말로 예의를 모른다고 욕을 먹었어야 했어」 「호오, 그 맨션은 너의 공방이었던 건가. 그 결계 아닌 결계가 너의 농간에 의한 것이라고 하면,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되겠는걸」    크큭, 하며 토우코씨가 평소대로의 심술궂은 웃음을 흘린다.    청년은 희미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우리들의 공방은 현대에서는 그것만으로 이계(異界)다.    무리(群)라는 것은 외계의 이계(異界)는 무시하지만, 내부의 이계(異界)를 병적일 정도까지 배제하려하지. 그것을 피하기위해서, 마술사들은 무리 속에 있으면서 자신을 감추기 위해 결계를 만들어. 그렇게 해서 마술사는 이계를 더욱 이계로 만드는 거지. 하지만 이계를 격리하려고 하는 결계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이번에는 협회가 그것을 감지해버려. ───결국, 인간사회에서는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는 결계를 만들 수 없어.    궁극의 결계란 것은 문명사회에 감지되지 않고, 마술협회에도 감지되지 않는 것을 말해. 저 맨션이 바로 그거지. 혼연일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마술적인 실험을 하고 있는 반면, 그 이상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도록 사회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어. 그것은 마술사가 되지못한 마술사에게는 절대 다다를 수 없는 결론이다. 내가 아는 한 그런 일을 실천할만한 녀석은 한 사람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런가, 너는 겨우 녀석을 따라 잡은 거야. 축하해, 코르넬리우스 · 아르바」 「값싼 평가하지 말아 주게나, 아오자키. 나는 아라야 따위는 문제시하고 있지 않아. 인형들의 몸을 준비하고, 뇌수(腦髓)만을 살려두는 기술은 나만의 것이야. 그 이계(異界)는 나의 힘이 아니고서는 성립할 수 없어」    지금까지 넘치던 젊음은 어디에 간 걸까, 청년은 잘난체하는 노인처럼 언성을 높인다. 「그런가 그런가. 그래서, 용건은 뭐지 아르바. 설마 자랑 하러 온 것은 아니겠지? 학생이었을 무렵이라면 모르겠지만, 너나 나나 협회에서 떨어진 몸이야. 자신의 연구 성과라면 썩어 문드러질 정도로 있는 제자들을 상대로 보여 주라구」 「흥. 변함 없군 너는. 알았어, 쌓인 얘기는 나중에 하지. 곧 나의 세계에서 이야기를 나누게 될 거야. 확실히 너의 본거지에선 마음이 놓이지 않는군. 즐거운 이야기는 편안한 장소에서 하는 법이니까. ────아오자키. 태극(太極)은 맡아두겠어」    여유에 넘친 청년의 말에, 토우코씨는 미약하게 눈을 번뜩인 것 같았다. 「───태극의 안에 태극을 가둬넣은 건가. 정말로 근원에 근접하려 하는 의지는 인정하겠지만, 억지력이 움직인다구. 세계 아니면 영장(靈長), 어느 쪽이 움직이는지는 알 수 없어. 하지만 과거에 한번도, 그것을 피한 마술사는 없어. 스스로 자멸할 생각이야 아르바?」    토우코씨는 붉은 코트의 청년을 노려본다.    그러나 청년은 내 뜻대로 될 거라고 말하는 것처럼 씨익 웃었다. 「억지력? 아아, 그 방해자는 움직이지 않아. 이번에는 스스로 길을 만든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열려있던 길을 더듬어갈 뿐 이니까. 반동(反動)이 있을 리 없어. 하지만, 그래도 일은 신중하게 진행할 생각이야. 료우기라는 샘플은 조심스럽게 취급해주지」    ──료우, 기? 「시키를 어떻게 한거야, 너!」    순간, 나는 외치고 있었다.    두 사람이 일제히 이쪽을 돌아본다.    이 바보, 라고 말하는 듯 고개를 숙이고 있는 토우코씨와,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는 청년.    아차, 하고 자신을 꾸짖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붉은 코트의 청년은 나를 발견하자, 즐거워서 참을 수 없다는 듯이───씨익 하고 웃었다. 「어제의 소년이군. 그런가, 제자는 두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제대로 있었잖아. 기쁜데, 즐거움이 하나 늘어버렸어 아오자키!」    빙글, 하고 토우코씨를 향해 돌며 그는 말한다.    오페라의 가수처럼 양팔을 벌리고 말하는 그는, 도저히 제정신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저건 제자도 뭐도 아냐. ……라고 말해도 소용없나」    토우코씨는 두통을 참는 것처럼 턱에 손가락을 대고, 한숨을 쉰다. 「용건은 그것뿐인가. 일부러 알려주러 온 것에는 감사하지만, 내가 협회에 알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 「흥, 너는 그런 짓은 안 해. 그렇게 한다 다더라도, 놈들이 오는데 까지는 6일은 걸리겠지. 협회의 한 무리가 일본에 상륙하려면 이쪽의 조직과 이야기가 필요하니까, 거기서 또 이틀. 자, 봐. 어딘가의 책에서 나오는 신이라면 세계를 창조해도 여유가 있잖아!」    아하하하하, 하고 청년은 몸을 ㄱ자로 구부리면서 웃었다.    그렇게 홀로 웃고는 만족했는지, 왔을 때처럼 상냥한 언행으로 돌아가더니, 청년은 발길을 돌렸다. 「그러면, 다음에 보자. 너도 준비가 있을 테지만, 될 수 있는 한 빠른 재회를 기대하고 있겠어」    마지막까지 쾌활한 어조로 인사를 남기고, 청년은 붉은 코트를 망토처럼 펄럭이면서 떠나갔다. 「토우코씨, 지금은 무슨 소리에요!?」 「아아, 시키가 납치감금 되었다는 이야기겠지」    붉은 코트의 청년이 떠나간 뒤, 곧바로 소장석에 달라붙자 토우코씨는 시원스레 그렇게 대답해주었다. 그, 너무나 덤덤한 그 태도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당황하면서도 나는 스스로 충분히 알고 있는 질문을 계속하는 수밖에 없다. 「감금되었다면, 어디에?」 「코카와 맨션. 아마도 최상층. 근데, 그곳에 옥상은 없었지. 그러면 10층의 어딘가의 동이겠지. 시키는 음성이니까 서동인가」    토우코씨는 어디까지나 냉정했다. 가슴 포켓에서 담배를 꺼내서, 천정을 바라보면서 한 대 피워 무는 여유까지 있다.    같이 그러고 있을 정도로, 나는 낙천주의자가 아니었다. 시키가 납치되었다는 소리는 갑작스러워서 믿을 수 없었지만, 그것이 거짓말이라 해도 확인하러 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달려 나가려고 하는 차에, 토우코씨가 기다려, 하고 말을 걸어왔다. 「───뭐에요. 소장님은 언제나 처럼 상관없다는 방침이잖아요?」    울컥해서 내뱉자, 토우코씨는 언짢은 얼굴로 끄덕였다. 「기본적으로는. 하지만 이번에는 남의 사건이 아냐. 아무래도 나에게도 관계가 있는 사건 같아. 무엇보다, 시키에게 관계하기로 마음을 정했을 때부터 이렇게 될 것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말야」    정말, 뭐 이런 인과가 다 있냐며 그녀는 이전에도 말했던 대사를 되풀이한다. 「게다가 말야, 코쿠토. 마술사의 성(본거지)에 간다는 것은 싸우러간다는 소리야. 나의 이 공방이나, 아르바의 그 맨션이나───마술사에게 있어서 성이란 것은 방어를 위한 것이 아냐. 오히려 공격을 위한 도구, 쳐들어오는 외적을 확실하게 처단하기 위한 도구야. 나는 그렇다 쳐도, 코쿠토가 찾아가면 현관문에서 집오리(家鴨)가 되 버릴지도 몰라」    그 말을 듣고서, 나는 겨우 그 붉은 코트의 청년이 토우코씨와 동류(同類)의 인간인 것이라고 생각이 미쳤다.    ……확실히, 그 조금 이상한 제스쳐는 정상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하지만, 어제는 아무 일도 없었잖아요」 「어제는 일반인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겠지. 전에 말하지 않았던가? 마술사는 마술사 이외에는 마술을 사용하지 않아. 섣불리 손을 대서 트러블이 일어나면 지금까지의 고생이 수포로 돌아가지. 그 맨션이 이상(異常)이라고 밖에 알려지는 것은 아르바가 바라는 바가 아냐」    그렇게 말하지만, 마술사라면 나 정도는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최면술도 인간의 기억을 애매하게 만들 수 있다, 마술이라고 이름 붙은 것이라면 그 이상의 일이 가능할거라 생각한다.    그 의문을 이야기하자, 토우코씨는 끄덕이면서 아니야, 라는 모순 된 대답을 돌려주었다. 「그건 말야, 인간의 기억에 관련되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손을 댈 수 있어. 룬에는 망각이라는 그야말로 그것만을 위한 각인까지 있고 말야.    하지만, 그것이 통한 것은 과거의 이야기야. 옛날은 기억을 잃은 사람이 한두 명쯤 있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았어. 요정에게라도 홀렸었나, 하고 끝나버려. 하지만 현대에서는 다르잖아? 한 사람의 기억에 이상이 있으면 철저하게 조사해 준다구. 조사하려 하는 것은 기억이 지워진 개인이 아니라 주위의 인간들이야. 가족과 친구, 상관이 그것을 의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게까지 확실한 기억의 소거는 불가능해.    결계와 마찬가지야. 하나의 이상을 은폐하기 위해서 기억을 조작하면, 이번에는 그 기억의 조작이라는 이상이 노출돼. 거기부터 원인을 더듬어서 그 맨션에 다다를 가능성은 제로가 아니야. 기억이 지워진 본인이 갑자기 기억해 낼 가능성도, 절대 없다고 단언할 수 없고」    토우코씨는 몹시 불쾌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면서 말했다.    ……과연, 확실히 그 말 대로다. 다소 걱정이 지나친 경향이 있지만, 요즘 세상에는 조그마한 불가사의조차도 무시되지 않고 추궁당하고 있다. 아니, 모든 일이 설명 되어버렸기 때문에, 역으로 설명되지 않은 것이 부각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기억이 아닌, 그 인간 그 자체를 지워버린다면 어떨까? 지성을 파괴해서 폐인으로 만든다던가, 생명 그 자체를 소거해서 죽은 자로 만든다던가. 죽은 사람은 말이 없고, 이거라면 비밀은 샐 일도 없다.    ……아아 그런가. 그래도 결과는 똑같다.    주위는 반드시 그 구멍을 알아차린다. 정보화가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현대에서, 사라진 인간 한 명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일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그 맨션에 이르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그 맨션을 방문한 일반인은 아무런 이상을 눈치 채지 못한다. 그 건물의 이상한 구조는, 그런 외적요인을 아무 것도 없었던 것처럼 되돌리기 위한 것이다.    그 아르바라는 사람이 마술사이고,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을 꾸미고 있다(라고 할까, 아까까지의 말로는 그렇게 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해도, 그는 묵묵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우연으로 빈집을 털러 들어간 강도나, 폭력배에게 습격당해서 도망쳐 들어간 여성이 경찰을 부르는 것은 알고 있었어도, 손을 대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들의 기억을 조작하거나, 그, 죽여버리던가 하면 오히려 그것으로 관심의 눈이 쏠린다.    그렇다───어디까지나 평범한 맨션으로서, 그 운 나쁜 사람들이 일으킨 사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언젠가, 이 사무소에서 아자카가 말했던, 패러독스를 떠올린다.    현상을 지우기 위해서 일으킨 현상이, 결국 자기를 막다른 곳으로 몰아넣는 행위가 된다. 하지만 역시 처음의 현상을 남겨도 막다른 곳에 몰려 버린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현상"이라는 말이 사라져주지 않는다──.    문제가 문제자신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일어나 버린 현상은, 다른 의미를 부여해서 완전히 덮어 감추는 수밖에 없다. 현상 그 자체는 결코 무(無)로 돌릴 수 없으니까. 「그런 거야. 그 결계에 허점은 없었어. 두개의 사건만 없었더라면 우리들도 알아차리지 못한 상태에서 시키가 사라져버려서 그 곳을 특정(特定)할 수 도 없었겠지.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말야, 코쿠토. 모든 일에는 언제나 방해꾼이 따라다니기 때문에 완벽한 것 따위는 없다는 거야」    토우코씨는 꽤나 핵심을 찌르는 소리를 한다.    ……그 자신이 완벽하더라도 밖에서 찾아온 예측불능의 방해자. 저 맨션을 덮친 방해자는 우연히 겹쳐진 그 두 사건을 말하는 거겠지. 「저기, 아까 전 사람이 말했던 억지력이란 그것을 말하는 건가요?」    방금 전 까지 있었던 두 사람의 마술사의 대화를 기억해내어 묻자, 토우코씨는 또다시 몹시 기분 나쁜 얼굴을 하면서 끄덕인다. 「───그럴지도 몰라.    억지력(抑止力)이라는 것은 말야, 우리들에게 있어서 최대의 우방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최대의 적이기도 한 "방향의 수복자(方向の修復者)"를 가리켜.    우리들 인간은 죽고 싶지 않아. 평화롭게 있고 싶어.    우리들이 있는 별도 죽고 싶지 않아. 오래살고 싶어.    억지력이라는 것은 그거야. 영장류라는 군체(群體)의 누구나가 가진 통일된 의식, 자신들의 세계를 지속시키고 싶다는 원망(願望). 자아(自我)를 분리한, 인간이라는 종의 본능에 있는 방향성이 한데 모여서 형체가 된 것. 그것이 억지력이라고 불리는 카운터 가디언.    그렇지, 예를 들면 a라는 우수한 인간이 세계정복을 했다고 하자. 그는 정의로운 사람인데다가, 그의 통치는 이상적이었다고 치고. 인간이 인간으로서 본 도덕상의 한계에서 말이야. 그러나 a의 행동이 한사람의 인간으로서가 아닌, 영장류전체의 시점으로 봐서 악(惡), 곧 멸망의 요인이 되는 경우 억지력이 구현돼.    이것은 영장의 세상을 유지시키고 싶다, 라는 a까지 포함된 인류의 의식하(意識下)의 집합체야. 인류를 보호하기 위해서 인류를 구속(拘束)하는 이 존재는,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나타나서 누구에게도 관측되는 일 없이 a를 소멸시키지. 사람들의 무의식 하의 소용돌이가 만들어낸 대표자는, 역시 무의식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의식되지 않아.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형체 없는 의식(意識)이 저주가 되어 a를 죽인 것이 아냐. 억지력은 대개 촉매가 될 수 있는 인간에 깃들어서, 적이 된 a를 구축(驅逐)하지. 촉매가 된 인간은 a만을 쓰러뜨리기 위한 능력을 가지지만, 그 이상의 능력은 부여 되지 않아. a를 대신할 수 없도록 말이야.    억지력이라는 영장류전체의 의지를 떠맡은 수신자(受信者), 그런 특수한 채널을 가진 인간이라는 존재는 드물게 존재해. 역사는, 이것을 영웅이라고 부르면서 찬양하지.    하지만 근대에 들어서 이 호칭은 사용되지 않아. 문명이 발달해서 인간은 자신들을 멸망시키는 일이 간단해져버렸어. 어떤 기업의 회장이 전 재력을 기울여 아마존의 삼림의 벌목량을 증가시키면, 1년 뒤에 지구는 끝장나. 봐, 언제어디서나 지구는 핀치잖아? 억지력에 떠밀려 움직여서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세계를 구하고 있는 놈들은 도처에 깔려있어. 영웅은 한 세대에 한 명 뿐. 현대에는 세계를 구한 것 정도가지고서는 영웅이라고 불리지 못해.    또, 이 a를 인간의 손으로 어찌 할 수 없는 경우, 억지력은 자연현상이 되어 a와 함께 주위를 소멸시키지. 아주 옛날에 어딘가의 대륙이 가라앉은 것도 이 녀석 짓이야.    이렇게 말하면 인류의 수호자 그것이지만, 이 녀석은 인간으로서의 감정이 없어. 가끔씩은 만인을 행복하게 하는 행위의 앞을 가로막는 일도 있어. 귀찮은 점은, 이 녀석이 결국 인간 그 자체의 대표자라는 점이야. 우리들이 그것을 인식할 수 없어도, 억지력은 최강의 영장 인거야. 과거 몇 번이나, 어떤 실험에 도전했던 마술사들 앞에는 이것이 나타났고 그 마술사들은 모조리 참살 되었어」    ……토우코씨의 말은, 어쨌거나 길다.    하지만 그것과 비슷한 이야기를, 나는 고등학교 수업시간에 들은 기억이 있다. 그것은 어떤 과목의 어떤 내용이었던 걸까. 인간은 모두 따로따로지만 어딘가에서 이어져있다는 이야기였다.    ……그것과는 다르게, 나는 지금 이야기로 오를레앙의 성녀를 연상했다. 단순한 농민의 딸이 신의 계시를 받고서 싸웠다는 옛이야기. 실제로는 당시의 기사들이 비겁하고 미천하다며 쓰지 않았던 전법을 취한 것뿐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것도 무언가에 떠밀렸던 결과는 아니었을까.    돌연히 사람이 변한 것처럼 활약하는 어떤 사람. 그 때만 다른 인격이 되어 악과 싸우는 어떤 사람. 그것이 억지력이라는 영장의 수호자라는 존재. 「……이야기는 이해했어요. 그래서, 그 실험이란 것이 시키에게 관련되어 있는 거군요?」    나도 토우코씨와 같이 지내면서, 이 사람의 회화의 흐름은 읽을 수 있게 됐다. 이 사람은 의미 없는 이야기는 입에 담지 않는다. 나중에 반드시 실없는 이야기라 생각했던 것에 관계하게 된다. 그래서───그 실험이란 것이 시키가 납치된 이유라고 느꼈다.    토우코씨는 담배의 불을 비벼 끄면서, 기쁜 듯이 이쪽을 바라본다. 「───아르바가 시키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몰라.    단지 녀석의 목적은 근원의 소용돌이로의 도달이야. 그렇다면 시키의 몸을 열겠지만, 아마도 녀석에게 그런 용기는 없어. 기한이 아슬아슬할 때까지 생각하겠지. 옛날부터 그랬으니까. 레드캡을 산채로 잡았다고 기뻐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적절한 해부법을 몰라서 결국 썩게 만들어 버렸던 일도 있었던가. 뭐어 본인도 그런 말을 했으니, 시키의 신체는 7일간은 무사하겠지. 무엇보다 무사히 산채로 잡혀 줬을 때의 얘기지만」    엄청나게 불길한 얘기를 토우코씨는 말한다. 「──시키는 무사해요. 그 자식, 맡아뒀다고 말했잖아요. 그것은 살아있단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말이라구요!」    반론하는 나는, 나도 모르게 토우코씨를 노려보고 있었다.    왜냐면, 스스로의 말로 인해──────시키가 죽어있는 모습을 이미지 해 버렸으니까. 「───그러니까, 빨리 구하지 않으면」    중얼거린다. 하지만 어떻게? 이런 때 나에게는 방법이 없다. 경찰을 불러서 그 맨션을 조사해달라는 것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짓은 아무런 효과도 없겠지.    그만큼 용의주도한 장치를 만드는 상대다. 경찰이 한꺼번에 몰려오면 아무런 미련도 없이 사라져 버릴 것이 틀림없다.    시키를 구할 거라면 방법은 두 가지 밖에 없다.    그 붉은 코트의 남자를 쓰러뜨리던가 눈치 채이지 않고 시키를 되찾아오던가. ────나에게 가능하다고 하면, 그것은 후자의 방법이다.    ……응, 그 맨션의 설계도를 다시 조사해보자. 어딘가 만든 본인들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침입경로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자신의 생각에 빠져 있자, 토우코씨는 어이없다는 듯이 말을 걸어왔다. 「기다려 기다려. 뭐든지 시키가 관련되면 너는 이성을 잃어버려. 병원 때도 말했잖아. 위험하니까 코쿠토는 얌전히 있으라고. 이번엔, 네 차례는 없어.    ──마술사의 상대는 마술사가 하는 거니까」    말하면서, 그녀는 일어섰다.    평소대로의 슈트 차림인 채로, 위에 롱코트를 걸친다. 브라운의 가죽제 코트는 무거워 보여서, 나이프 정도로는 잘릴 것 같지 않았다. 「───아르바 녀석은 그렇게 말했지만, 녀석의 성(城)에 쳐들어갈 준비는 이삼일씩이나 필요 없어. 바라는 대로 지금 바로 가줘야지.    코쿠토, 내 방의 옷장에 가방이 들어있으니까 가지고 와 줘. 오렌지색 쪽이야」    토우코씨의 말에는, 감정이라는 것이 없었다.    마술사 같은 그녀의 말에 재촉당해 옆방으로 이동해서, 옷장을 연다. ……가운데에는 옷들 대신에 가방이 놓여져 있었다. 007가방(アタッシュケ-ス)을 조금 부풀려놓은 듯한 오렌지색 가방과, 그대로 여행이라도 갈 수 있을 것 같은 커다란 가방이 있다.    들은 대로 오렌지색의 가방을 손에 든다. 의외로 무겁다. 멋지게 생긴 가방이었는데, 가방의 바깥쪽에는 이런저런 스티커 같은 것들이 붙어있었다.    사무소에 돌아와서 가방을 건네자, 토우코씨는 가슴포켓에서 담배 갑을 꺼내서 나에게 넘겨주었다. 「맡아둬. 대만의 맛없는 담배인데, 이제 이것밖에 안 남았어. 만든 회사는 당연히 없고, 어딘가의 괴짜 장인이 상자하나 분량만 만든다는 물건. 그렇지, 지금 우리가 가진 비품 중에서 두 번째 정도로 가치 있는 물건이라 할 수 있겠군」    이상한 말을 남기고, 그녀는 등을 돌리고 걷기 시작했다.    ……설마 첫 번째로 중요한 비품이란 것은 나를 말하는 걸까하고 생각하고 물어보자, 그녀는 얼굴만을 돌리면서 말했다. 「실례야. 아무리 나라도 사람을 비품취급하지는 않는단 말야」    마치 안경을 끼고 있을 때의 그녀처럼, 삐진 표정으로 입술을 비쭉거린다.    그런 뒤에, 평소의 냉담한 얼굴로 돌아온 토우코씨는 계속 말했다. 「코쿠토. 마술사라는 인종들은 말이지, 제자나 가족들에는 친절해지는 거야. 자신의 분신 같은 존재니까 필사적으로 지키려 하지. ……뭐어 그런 거니까, 너는 안심하고 있어. 오늘밤에는 시키를 데리고 돌아올테니」    뚜벅뚜벅하고 걸어가는 소리.    나는 그 뒷모습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차색(茶色)코트의 마법사를 배웅했다. 矛盾螺旋 · 續く * 툴레 :    툴레의 나무(Arbol del Ture) - 멕시코의 툴레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 멕시코 변백나무(Mexican cypress)    툴레는 오아하카에서 남동쪽으로 약 10km 떨어진 190번 도로 옆에 있고, 툴레의 나무는 툴레의 산타마리아 마을의 성당 앞 정원에 있음. (사진 가운데 있는 건물이 성당인 듯)                                     연령 2000년 이상. 높이 41.85m, 둘레 57.9m, 중량 636.107t, 직경 14.05m, 체적 816.829㎥ (1995년 자료) * 큐레이터 : curator n.    (특히 박물관 · 도서관 따위의) 관리자, 관장; 감독, 관리인, 지배인; (대학의) 평의원    [Sc.법률] (미성년자 · 정신 이상자 등의) 후견인. [ 출처 : 한글2002SE - 한컴사전 - 영한사전 ]    큐레이터란 화랑과 같은 문화공간에서 예술작품 소개 및 전시를 기획하고 유치하며 고객을 관리하는 사람들로서 '화랑의 꽃'이라 불린다.    우리나라에서 큐레이터란 직업명이 붙여진 것은 88올림픽 이후로 미개척 분야라 할 수 있다.    화상학, 미학, 미술사에 정통해야 하는 전문성 때문에 많은 큐레이터 들이 외국유학 출신이거나 회화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미학, 미술사를 전공한 사람들이다. 또한 굳이 미술관련학과를 졸업하지 않더라도 미학이나 문학전공자들이 다년간 작품을 감상하고 작품 분석을 통해 큐레이터로 데뷔하곤 한다.    홍익대학교에 전문 큐레이터를 양성하는 예술학과가 있다. 졸업을 하고 2-3년의 사회적 경험을 쌓아야 활동할 수 있다.    큐레이터에 종사하면서 얻는 수입은 보통 화랑주가 고객에게 작품을 판매하는 수익금으로 채워진다.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직종이지만, 먹고 사는 문제보다는 한 나라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는 문화창달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 출처 : 청소년세계(Korean Youth world Association) - http://www.youth.co.kr/      → http://www.youth.co.kr/yt/yt03032.htm ] * 아카식 레코드 (Akasic Record) :    우주의 집단의식이나 우주의 마인드, 혹은 집합체적 도서관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다른 말로 알려지지 않은 제 5원소 - 에테르의 영역이라고도 하며, 불교에서는 인간의 6식을 넘어선 제7식, 제8식, 혹은 말라야식, 아뢰야식 등으로 표현한다.    과거 이 우주상에 살다간, 인간과 모든 생명체들의 생각과 경험, 지식들을 포함한 기나긴 시간과 공간의 기록들은, 차곡차곡 포개어져 날실과 씨실처럼 엮여 가면서 점차 일련의 에너지로써 작용하게 되는데, 그것들은 아카샤(akasha)라 불리는 광대한 영역 주변의 에너지장(場)에 고밀도의 진동수로 각인되어 있다고 한다. (기계어를 이용하여 컴퓨터에 자료가 저장되는 원리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이 세상에 살다간 사람들이 부정적인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되면 그 나쁜 생각들은 그 사람의 사후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아카샤의 에너지장의 일부가 되어 존재하면서 세상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 생명체의 의식과 시공간 자체는 층을 형성해가면서 우주의 집단의식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아카식 레코드란 이 영역과 에너지장 전체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상기한 바와 같이 과거 · 현재 · 미래의 모든 기록과 우주의 법칙이 새겨져 있는 탓에, 이와 접촉하게 되면 세계의 구성과 원리 · 법칙을 알 수 있다고 전해진다. 그에 의해 거대한 정보 창고라는 별명이 붙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아카식 레코드란, 이런 사실(시공간의 기록)들을 보관하고 있는 단순한 정보창고 혹은 도서관이기 이전에, 모든 생명체 하나하나의 심층의식과 직접 연결되어있는 거대한 태초의 "대영역" 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이는 동양 사상에서 이야기하는 무극(태극 이전의 혼돈)의 개념과도 비슷한 면이 있다.    츠키히메와 허공의 경계를 비롯해 멜티 블러드에서 등장하는 "대원의 일" 과 "아라야식(아뢰야식)", "아카식 레코드", "근원" 의 의미와 본질은 모두 동일.    [ 자료제공 : 유준영(Nownuri : 성야)군 ]    추가. 주)비브로스의 칼라풀 퓨어걸이란 잡지의 2003년 7월호 TYPE-MOON 특집에서 발췌.    작품 내의 표현을 빌자면 「모든 것의 근원,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을 기록한 것. 원래는 오스트리아의 신비사상가, 루돌프 · 슈타이너가 제창한 개념으로, 우주창생이래의 모든 존재에 관한 모든 정보가 담겨져 있는 기록의 층. 산크리스트어의 「아카샤(akasha)」가 어원.    [ 출처 : Colorful PUREGIRL 2003년 7월호 - Encyclopedia of TYPE-MOON ] * 쿠페(Cooper) :    프랑스어(coupe). 적히지 않는 관계로 영어로 적음. 승용차의 차체형식.    원래는 2인승의 세단(상자형 차)을 가리켰으며, 어원적으로는 마부석(馬夫席)이 외부에 있는 2인승인 4륜 상자형 마차의 뜻이다.    최근에는 4~6인승이라도 2도어(door)이며, 지붕이 낮고 스마트한 형태의 것을 쿠페라고 한다. 2도어 세단과의 구별이 어려우며, 이 밖에 컨버터블 쿠페 · 하드톱 쿠페 등의 변형도 있다.    [ 출처 : empas 백과사전 - http://100.empas.com/entry.html/?i=152589&Ad=map ]    그 외, 일본의 쿠페 사이트 [http://www.71club.net/]    마이너-1000은 미니쿠페의 이름인 듯 하나 자세한 정보는 모르겠음. * 카네사다(兼定) :    일본도의 한 종류이기 이전에 사람 이름. 전국시대에 미노(美濃)에서 활약한 명공(名工).    그 뒤에 그가 만든 칼을 토대로 만든 일본도들에게 모두 카네사다라는 이름이 붙는 듯.    사진은 무로마치(室町)시대에 만들어진 이즈미노카미후지와라(和泉守藤原)의 카네사다.          일본도에 관해 좀 더 알고 싶으신 분은 한국사회인검도연맹[ http://www.kumdos.org ]에서 일본도 페이지를 읽어보시길. [ → http://www.kumdos.org/home/class/japando_1_1.htm ]    역자의 노파심 한마디 추가. 쿠지 카네사다라는 칼도 실제로 있다는군요. 위 사진은 어디까지나 참고일 뿐이지, 작품 중에 나오는 카네사다가 저렇게 생겼다는 건 아니니까 염두 해두시라는 겁니다. * 시키가미(式神) :    식신이란 음양도에서 쓰이는 귀신(鬼神) · 사역신(使役神)을 말한다.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신이며, 불교의 그것 같은 명확한 루트는 없습니다.    [ 참조 : 京都町家街道 - http://www.machiya.ne.jp      → http://www.machiya.ne.jp/ura/u_index.htm에서 좌측 하단에 음양사(陰陽師)에 들어가서,          우측상단에 음양이란(陰陽とは)에 들어가서 좌측하단 다섯 번째 메뉴 ] * 태극도(太極圖) :    흑과 백의 구옥(勾玉)의 형상을 서로 맞춘, 「상승하는 땅의 기와 하강하는 하늘의 기」를 의미하는 것이 태극도입니다.    「하늘의 양의 기와, 땅의 음의 기에 의한 상승과 하강의 유동이 만물을 탄생 시킨다」라는 말이 있어, 우주와 세계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태극도에서는, 天 · 地 · 人 · 時 · 五行을 상징할 수 있는 정오각형과 별의 그림이 있어, 별에서 우주의 소용돌이가 생겨난다.    태극도 안에는 음양오행과 우주의 소용돌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참조 : 京都町家街道 - http://www.machiya.ne.jp/      → http://www.machiya.ne.jp/ura/u_index.htm에서 좌측 하단에 음양사(陰陽師)에 들어가서,          우측상단에 음양이란(陰陽とは)에 들어가서 좌측하단 두 번째 메뉴 ]    태극 :    음양(陰陽)의 이기(二氣)가 태극의 일원(一元)에서 생성했다고 하는 사상은 《주역(周易)》의 〈계사상(繫辭上)〉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태극을 일원으로 보는 사상은 진한(秦漢) 때의 제서(諸書)에서 볼 수 있으며, 《여씨춘추(呂氏春秋)》의 〈대악편(大樂篇)〉에는 음악의 근원을 태일(太一)에 있다 하고, 이 태일에서 양의(兩儀)와 음양이 생성한다고 풀이하였다. 또한 《예기(禮記)》의 〈예운편(禮運篇)〉에는 예의 근원을 대일(大一)에 있다 하고, 이 대일에서 천지 · 음양 · 사시(四時)가 생성한다고 하였다. 《순자(荀子)》의 〈예론편(禮論篇)〉에 나오는 것은 《예기》와 마찬가지여서, 중국 고대의 전통사상에서는 만물이 생성 전개하는 근원을 일원으로 보고, 이것을 태일 · 대일 · 태극 등으로 일컬었으며, 이 일원에서 이기 · 오행(五行) · 만물이 화생(化生)한다고 설명하였다.    위에서 말한 것 가운데 태일사상이 가장 오래되었고, 태극사상은 후에 정리되어 역사상(易思想)에 도입되었다.    [ 출처 : empas 백과사전 - http://100.empas.com/entry.html/?i=154482&Ad=Encyber ]    성리학의 태극설 :    태극이라는 말은 성리학 이전에도 《주역(周易)》 <계사전(繫辭傳)>에 나오는데, 그것에 의하면 태극을 만물의 근원, 우주의 본체로 보고 "태극은 양의(兩儀:음양)를 낳고, 양의는 사상(四象)을 낳고, 사상은 팔괘(八卦)를 낳고 팔괘에서 만물이 생긴다"고 하였다. 이 우주관을 계승하고 여기에 오행설(五行說)을 가하여 새로운 우주관을 수립한 것이 북송의 유학자 주돈이의 《태극도설(太極圖說)》이다. 《태극도설》은 만물 생성의 과정을 ‘태극―음양―오행―만물’로 보고 또 태극의 본체를 ‘무극이태극(無極而太極)’이란 말로 표현하였다. 그 본체는 무성무취(無聲無臭)한 것이므로 이를 무극이라 하는 동시에 우주 만물이 이에 조화(造化)하는 근원이므로 태극이라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주자는 이것을 해석하여 태극 외에 무극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하여, 만일 무극을 빼놓고 태극만을 논한다면 태극이 마치 한 물체처럼 되어서 조화의 근원이 될 수 없고, 반대로 태극을 빼놓고 무극만을 논한다면 무극이 공허(空虛)가 되어 역시 조화의 근원이 될 수 없다고 하였다. 이같이 무극과 태극은 떼어 생각할 수 없는 것으로, 유(有)가 즉 무(無)이며, 절대적 무는 절대적 유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소옹은 태극이 곧 도(道)라 하였다. 만물의 근원적 이치가 도 또는 도리(道理)라 한다면 태극은 곧 태초부터 영원까지, 극소에서 극대까지 어디에나 존재하는 이치라 하였으니, 다시 말하면 공간적으로 대 · 소가 있을 수 없고, 시간적으로 장(長) · 단(短)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자는 천지도 하나의 태극이요 만물 하나하나가 모두 태극이라 하였고, 이 태극에서 음양으로의 이행(移行)은 태극의 동정(動靜)에 의하는 것이며 동정은 곧 음양의 두 기운을 내포하고 있어, 만물의 근원적인 생성(生成)이 전개된다고 하였다.    [ 출처 : empas 백과사전 - http://100.empas.com/entry.html/?i=726917&Ad=map ]    태극과 무극 :    무극(無極)이란 문자 그대로 우주의 대생명력(大生命力)이 음극(陰極)도 양극(陽極)도 아닌즉 +.-도 아닌 절대 중(中)으로서 공(空)의 상태인 것을 말한다.    현대물리학에 의하면 우주의 공간(空間)은 진공(眞空)이며, 모든 물질도 원자핵만 압축시켜 놓으면 진공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모든 질소를 뺀, ≪우주의 진공도 마이너스(-) 에너지의 전자로 가득차 있다≫는 것입니다. 즉 이것은 공(空)이 단순히 텅빈 무(無)가 아니라, 모든 소립자(素粒子-물질)를 낳는 본체(本體)로 생멸(生滅)작용을 무한히 반복하며 변화해 가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 까닭은 기(氣:전자파)의 본질이 운동에너지인 동시에 진동적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현대물리학은 공(空)이 단순히 정지해 있는 것이 아니라, 생성소멸의 무한한 반복작용을 하는 ≪살아 있는 공(空)≫이라는 것입니다. 진공 자체의 이같은 동적 작용의 발견은 물리학의 가장 위대한 발견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만물은 ≪진공(眞空)≫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우주창조의 본체(本體)는 무극(無極)이라는 것이 입증되는 셈입니다.    우주창조의 본체는 비록 무극(無極)이지만, 우주만물의 실질적인 창조와 분열작용은 태극(太極) 생명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태극(太極)은 음양이 나누어지기 이전체인 음양(+.-)전체를 내포하고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무극(無極)이 일단 창조작용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전 진동(振動)이 압축된 ≪공(空)≫의 상태로 전환하였다가 여기서 ≪물(水)≫을 창조하면서 변화작용이 시작됩니다.    태극(◐)은 무극(○)의 대생명 막이 자체 스스로의 자율적 창조력으로 음양의 상대성(相沖)운동을 하면서 시작됩니다. 천지만물은 모두 물(水)에서 생겨난 것이며, 우주계의 모든 변화는 물의 변화운동으로서, 그 물(水)은 진공(眞空)에서 생겨났으므로 우주만유(宇宙萬有)의 본질은 텅빈 공(空)에서 생겨난 것입니다.    따라서 만물의 본질은 아무것도 없는 무허(無虛)한 공(空)입니다. 그러므로 공(空-無極)을 ≪우주창조의 본체≫라 하고, 태극수(太極水)를 ≪우주운동의 본체≫라 합니다.    우주 공간에 충만한 물질의 기본입자는 수소(水素)원자인데, 수소가 모든 원자의 기본이 되므로 원자번호가 1입니다. 이는 무극의 대생명 막이 자체 스스로의 자율적 창조력으로 음양의 상충(상대성)운동을 시작하여 처음으로 창조하는 태극수(太極水)를 1태극수라 함과 동일한 것입니다.    현실세계의 창조와 우주운동의 기본적 요소를 말할 때는 흔히 태극수(太極水)로 일컽지만, 태극수가 생긴 대생명의 본원(本源)을 말할 때는 태극수의 근본 뿌리인 공(空-無極)을 말하는 것이니, 무극(○)은 우주창조의 본체로 무형의 근원이며, 태극(◐:空과 水)은 우주운동의 본체로 유형 창조의 모체가 되는 것이다.    우주창조란 우주의 대생명 막이 무극(○)에서 태극(太極-◐)으로의 전환운동을 말하며, 우주의 변화운동 중 가장 심오하고 신비로운, 우주의 ≪시간과 공간≫의 첫 출발이기도 합니다.    태극수의 음양운동은 상대성 운동으로, 태극은 음양미분이전(陰陽未分以前)인체 음양전체를 내포하고 있어, 실로 일체현상의 출현 이전체인 동시에 완성체 바로 그것이어서 만상에 무소부재(無所不在)란 절대 원리가 성립하는 것입니다.    이 태극수가 우주의 전 공간 속을 스며들어가자, 이 우주에는 무궁무진한 시간과 공간이 엮어내는 생장소멸(生長消滅)의 수레바퀴가 돌기 시작하였습니다.    모든 물질은 양성자(+), 중성자(전기를 띠지 않은 입자), 전자(-)의 3가지 입자로 형성되어 있고, 이들을 더욱 추적해 본 결과 반(反)양성자, 반(反)전자라는 반(反)입자가 동시에 생겨나 운동의 작용(作用), 반작용(反作用)의 법칙(두 물체 사이에 쌍으로 작용하는 운동법칙. 예컨데, 손으로 나무를 당기는 힘과 당겨질 때의 반발하는 힘)에 의하여 쌍으로 쌍호의존하여 존재함을 알아낸 것이다.    현대물리학자들은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입자를 소립자(素粒子)라 일컬어 왔습니다.    그런데, 이들 소립자들은 다시 수많은(300여개) 소립자들로 쌍호 형성되어 서로 의존함으로써만 존재할 수 있다는 우주의 신비를 밣혀 냈습니다. 그러므로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는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일체 만물이 생성되는 태극수(太極水)가 음양의 양면성을 동시에 지니므로,≪공간과 시간≫,≪남과 여≫의 상호관계처럼 태극체(음양체)를 이루어 하나의 음양체를 구성하며, 이들은 서로 분리되어 작용할 수 없는, 한 존재의 양면성인 것이다.    우주의 기(氣)에서 나오는 에너지 군(群)인 소립자들은 그 자체는 ≪입자≫이면서, 동시에 ≪진동≫으로 나타나며, 또한 진동과 입자의 양면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기(氣)는 공간의 ≪어느 때≫≪어느 곳≫에서나 존재하는 ≪연속체≫이지만, 그 입자성은 ≪비연속≫적인 알맹이 모양(소립자)의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곧 ≪시간과 공간≫, ≪정신과 물질≫, ≪입자와 진동≫, ≪연속과 비연속≫과 같이, 한 실재(實在)에 양면성을 동시에 지니고 변화한다는 것이니, 그 이유는 태극 생명수 자체가 스스로 음양의 상대성을 모두 지니고, 서로 의지하고 연관을 맺으면서, 조화를 이루는 ≪통일체로 자존{自存}≫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의 본질인 것이다.    우주만물은 태초에 창조된 이후로 순간의 멈춤도 없이 무상하게 변화해 가고 있으니, 한 알의 모래나 먼지를 비롯한, 모든 동.식물은 물론이요 우리의 육신도 정지해 있는 것은 하나도 없으며, 인간이 감각으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몇 수천만분의 1초라는 극히 짧은 시간을 수명으로 하는 수많은 소립자가 생겼다 없어졌다 하는 생성소멸의 작용이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변화해 가는 것입니다.    이같이 찰나의 멈춤도 없이 무상히 변화하는 연유는, 만물의 기(氣)의 본질이 진동적 존재이기 때문이며, 또한 진동성은 입자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기(氣)의 운동에너지 때문인 것입니다.    대우주 운동의 본질은 진동의 원리로서, 여러 물질의 상위(相違)는 진동의 구성 즉 양전자(+)를 중심하고 회전하는 음전자(-)의 수에 따라 다른 것이며, 이같은 진동의 차이에 따라 빛의 흐름과 색의 차이가 생기는 것이며, 에너지의 강도도 달라지는 것입니다.    예컨데, 태양 광선의 스펙트럼(무지개 색의 띠)의 경우, 일곱가지 색깔 중에서도, 노란색 부분이 가장 진동이 빠르고 에너지량도 가장 많으며, 그 양쪽으로 갈수록 에너지량도 적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인간의 오감(五感) 즉 보고, 듣고, 느끼고, 맛보고, 냄새를 맡는 다섯 가지의 감각도 결국은 외계(外界)의 물체가 발산하는 진동을 받아드리는 것이며, 우리가 소리를 듣는 것도 결국 음(音)의 진동으로 전해오는 것을 받아드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인간의 오감으로 수신(受信)할 수 없는 성능 이상(以上)이나 이하(以下)의 아주 높거나 극히 적은 주파수(周波數)를 가진 진동도 적지 않으므로 그것은 인간의 오감으로 감지(感知)할 수 없는 것입니다.    물리학에 의하면 음양의 진동수(1초 동안에 왕복운동을 하는 횟수)가 1초에 16회 이상이 되면 1개 음향의 조자(調子)가 되며, 그 수가 가해질수록 조자가 높아지며, 조자가 더욱 고조(高調)되어 4만 이상으로 진동되면 열(熱)로 화(化)하며, 다시 고도화(高度化)되어 1초에 몇억의 수로 진동하면 광열(光熱)로 화(化)하며, 그 이상 고도화되면 색(色)으로 화(化)한다고 한다.    따라서 색(色)과 광열(光熱)에도 음파가 진동한다는 이치가 명백해지는 것이니, 우리가 파란 나뭇잎이나 빨간 꽃을 본다는 것도 빛의 선의 진동을 눈으로 받아드려 그것을 뇌로 보내는 작용을 말한다.    이와같이 어떤 물체가 발산하는 진동은 사람이나 다른 물질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니, 그 진동파의 영향으로 인간의 심신(心身)에 조화(調化). 부조화(不調化)가 작용하게 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 하겠다.    무극이 ≪우주창조의 본체≫라면, 태극은 ≪우주운동의 본체≫로써 음양을 모두 내포한 음양의 본체요, 이기(理氣)의 본체이니 음양은 ≪만물 생성의 본원(本源)≫이라 하겠다.    우주의 대생명력은 우주만유를 창조할 때, 두 기운(+.-)이 서로 대립하면서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통일체(태극체.◐)를 형성하도록 창조되었으니, 우주만상(宇宙萬象)은 음양(+.-)으로 조직 형성되어 있으며, 음양 이기(陰陽二氣)의 교감(交感)으로 만물이 생성변화하는 것이다.    예컨데, 인간의 세포전자(細胞電子) 형성의 경우, 남자는 1개의 양전자(+)와 47개의 음전자(-), 여자는 1개의 양전자(+)와 48개의 음전자(-)로 형성되어 있으며, 각각 1개의 양전자(+)를 중심으로 음전자(-)가 급속도로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남자의 정자(+)와 여자의 정자(-)가 서로 교감하여 새로운 인간이 생성되듯이, 만물은 음양 조직(體) 원리와 음양교감의 순환반복하는 운행(運行)법칙으로 생성변화하는 것이니, 생명의 순환리듬은 ≪무극,태극,음양≫에서 다시 무극으로 순환반복하는 것입니다.    이 무극(主).태극(體).음양(用)은 따로따로 전혀 다르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우주 대생명력(精氣)이 만물을 창조 변화시키기 위해서 상호연관성과 상호 의존성에 의해 통합된 전체로서의 유기체(有機體)로 존재하면서, 그 유기체는 그 구성요소들을 부단히 갱생(更生)시키고 재순환시키면서 전체적 구조를 유지시키는 것입니다.    [ 출처 : 길벗철학원 - http://ujuhim.co.kr/      → 보국풍수 http://ujuhim.co.kr/main42-24.htm      → 4. 풍수지리학과 과학의 상호관계 http://ujuhim.co.kr/main42-24.htm ] * 쿠지(九子) :    「臨兵鬪者皆陣(陳)列在前」하고 문자를 영창하면서, 횡(5줄), 종(4줄) 순으로 손가락으로 쿠지를 긋는다. 이것은 구성구궁(九星九宮)을 나타내며, 가장 극에 달한 숫자로 최대라는 의미입니다. 쿠지의 중앙에 점을 더해서 쥬지(十字)로 한 강력판도 있습니다.    원래, 고대중국에서 「사기를 피하고, 재앙을 제거하고 복을 부르며, 적을 파괴한다(邪氣を避ける、除災招福、敵を破却する)」라는 용도로 있었습니다. 쿠지와 오망성(五芒星)을 셋트하여, 마물방지 · 전쟁방지로도 쓰였습니다.    [ 참조 : 京都町家街道 - http://www.machiya.ne.jp/      → http://www.machiya.ne.jp/ura/u_index.htm에서 좌측 하단에 음양사(陰陽師)에 들어가서,          우측상단에 음양이란(陰陽とは)에 들어가서 좌측하단 네 번째 메뉴]    [ 추가 참고 : 文化財覺書 - http://www.konanmachi-stm.ed.jp/oboegaki/oboegakitop.htm] * 게이치오(慶長) :    1596년부터 1614년까지의 연호. 당시의 정유재란을 일본에서는 慶長の役이라 부른다. (임진왜란은 文祿の役이라 부른다. 文祿은 1592년부터 1595년까지의 연호) * 3LDK :    방 둘에 마루, 부엌이 딸린 평범한 집. 일본에서 이정도 맨션에 살면 상위 중류층 수준. * ところ-てん [心太] :    우무. 한천(寒天). 우뭇가사리를 달여 그 달인 물을 식혀 굳힌 투명한 식품. gelidium jelly -しき[-式] 뒤에서 밀어 자연히 앞으로 밀려 나가게 되는 일.    [ 출처 : 한글2002SE - 한컴사전 - 일한사전 ] * 레드캡(赤帽子) :    어둠에 둘러싸인 폐허나 야산에 살며, 마치 망령 같은 요정. 불행한 참사를 당한 인간이나 동물이, 언젠가부터 이 요정이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레드캡은 그 이름대로 빨간 모자를 쓰고 있는데, 이 모자는 인간의 피로 물들여져 있는 거라고 전해지고 있다. 그들은 키가 작은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고, 눈이 붉고 입술에서 삐져나온 긴 이빨이 있다. 왼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있고 철장화를 신고 있다.    [ 참조 : Fairy Tales - http://gackt-c-web.hp.infoseek.co.jp/fairytop.htm ] * 덧붙임    이 페이지는 기본적으로 언어 인코딩을 한국어로 하기 위해서(For NonUnicode) Encoding이 Korean일 경우 표현이 불가능한 한자는 모두 삭제하였습니다. 보통이라면 대체한자를 쓰거나 그도 없을 경우 그냥 빼버리고 넘어가겠습니다만, 이번의 경우엔 엔죠우를 비롯한 각종 성씨들이 걸리는 바람에 좀 곤란해져 버렸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유니코드(Unicode)를 따로 저장을 하였으니 유니코드가 깔려 있고(왠만하면 깔려 있으리라 믿습니다) 논유니코드 페이지에서 읽지 못한 성씨(엔죠우, 쯔지노미야, 에노모토)의 한자표기를 보고 싶으신 분은 유니코드 페이지를 읽으시면 되겠습니다. (어짜피 차이점은 저것 밖에 없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대체한자로 교체 및 교체 불가시 삭제를 시행하였습니다.)    [Unicode Page로 이동]    그리고, 메인 페이지에서 언급 한 건 아니지만 이 홈페이지는 기본적으로 가장 유행인 사이즈 1024 768에 최적화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이러한 텍스트 페이지도 기본적으로 이 사이즈의 창 크기로 조절하여 테스트를 한 뒤 업로드를 합니다. 태그만으로 완벽하게 표현 되는게 아니다보니 이래저래 억지로 짜맞춘 부분도 약간 있기에, 1024 768 사이즈가 아니면 주인장이 의도한대로 표시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을겁니다. 주인장은 최대한 원작 제본과 똑같이 만들기 위해(원작 제본이 좀 많이 정교합니다. 그걸 최대한 따라하고 있습니다. 한국어와 일본어의 텍스트에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그쪽을 따라가고 있기에 한국어 측면에서 다소 무리가 있긴 합니다만 '미관상'의 이유가 발목을 잡는군요.) 3차 교정을 노트패드로 하면서도 이렇게 피를 토하며 작업하는 것입니다.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게습니다. [ Before | Top | Next ] [M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