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 우주 바이러스(Found!) 아시모프가 쓰고 민시기가 옮김 지구를 자전하는 다른 컴퓨터 위성들과 마찬가지로 컴퓨터 2호 위성은 필요이상으로 덩치가 컸다. 현재 크기의 1/10만 해도 우주비행 관제위성으로서 정보 처리 및 저장에 필요한 용량은 충분히 수용할 수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위성에는 여차하면 죠와 내가 들어갈만한 여분의 공간이필요했다. 죠와 내가 2호 위성에 가야할 그런 일이 이제 생겼다. 컴퓨터 2호 위성은 완벽한 자기제어 장치를 갖추고 있다. 별 탈이없는 한, 컴퓨터 위성은 만전을 기하기 위해 동일 작업을 여러번에걸쳐 수행한다. 모든 자료를 제각각 다른 방법으로 세번씩 처리하고,결과 데이터가 항상 일치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은경우라면, 위성내 컴퓨터가 10억분의 1초내에 자기진단을 내려 잘못된 부분을 찾아내고 이를 교정했다. 컴퓨터위성이 얼마나 자주 이런 오류를 스스로 찾아내어 해결하는지알 길은 없다. 전혀 오류가 없을 수도 있고, 하루에 두어 번있을 수도 있다. 중앙 컴퓨터만이 그런 오류로 인한 데이터 처리상의 극히미세한 시간차를 포착할 수 있고, 또 이를 교정하느라사용된 예비부품의 수가 몇인지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중앙 컴퓨터는 이문제를 전혀 일반에게 알리지 않는다. 항상 완벽한 성능만이 대중의신뢰를 보장하는 법이다. 그리고 실제로 컴퓨터 위성은 완벽했다. 적어도 이제껏 죠와 내게수리동원령이 떨어진 적은 없었다. 죠와 나는 컴퓨터 위성 수리요원이다. 무언가 크게 잘못되어 2호 위성이나 다른 컴퓨터 위성이 자가 보수 작업을 해낼 수 없을때, 우리가 나서게 된다. 우리가 이 일을 시작하고 지난 5년간 동원령이 내려진 일은 없다. 컴퓨터 위성이 개발된 직후, 운용초기에는 가끔 사고가 터졌지만 그것도 벌써 옛날 일이다. 상황이 이렇다고 우리가 기능 훈련을 게을리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점 오해 없기 바란다. 죠와 내가 수리할 수 없는 컴퓨터는 세상에 없다. 어떤 컴퓨터 오류라도 일단 보여만 달라. 그 즉시 무엇이잘못되었는지를 알려드릴테니까. 아니, 굳이 내가 아니라도, 아마 죠가 처리해 드릴 것이다. 나는 저 잘난 맛에 사는 사람은 아니다. 어쨌든,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우리 둘 중 그 누구도 도대체 무엇이잘못되었는지 알 수 조차 없었다. 이 사건은 컴퓨터 2호 위성의 내부 압력이 저하되면서 시작했다. 이같은 일은 전에도 있어왔고 결코 치명적인 결함도 아니었다.어차피2호 위성은 진공상태에서도 아무 이상없이 작동할 수 있다. 옛날처럼수리요원들이 계속 들락거려야 했던 시절엔 위성 내부에도 공기가 필요했다. 그러나, 이같은 기압의 유지는 사실 더 이상은 필요 없는 과거의 전통일 뿐이다. 혹 과학자들은 전통따위에 전혀 신경을 쓰지않는다고 생각하시는지. 그러나 과학자들도 인간이란 점을 기억해 주시길. 기압 손실 속도를 보니, 주먹만한 크기의 운석이 2호 위성에 부딪힌것 같았다. 2호 위성은 기압 손실 속도와 다른 자료들을 토대로 충돌물체의 직경, 질량, 운동 속도 등을 측정해 지구로 보내왔다. 그러나컴퓨터 위성은 그 충돌에서 뚫린 구멍을 수복하지못했고, 대기 역시재생하지 않았다. 2호 위성의 기능에 무언가 문제가 생긴 것이다. 본부는 죠와 나를 즉각 호출했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죠의 평범하게 생긴 얼굴에는곤혹스러운 빛이 스쳐갔다. 그가 말문을 열었다. "운석들이 떼거지로 와서 부딪혔나 보군." 컴퓨터 중앙본부에 있던 누군가가 말했다. "운석 하나가 뚫고 들어와 내부에서 여러 번 다시 튕긴 게 아닌가싶습니다." "이 정도 속도로 뚫고 들어왔다면, 곧장 반대편으로 뚫고 지나가야하는 게 아닌가요? 운석이 내부에서 반동효과를 일으킬 확률은 적습니다. 상당히 이례적인 충돌 같군요." "어떻게 해야 하지요?" 내가 옆에서 물어보았다. 죠는 어딘가 불편해 보였다. 죠는 그때 이미 어떤 불길한 예감을 했던 게 아닌가 생각된다. 죠는 그 전에 우주여행을 해 본 적이 없다. 죠는 자신이 위성 수리요원직을 선택한 게 우주로 파견될 가능성이극히 적다는 아이러니 때문이라고 내게 자주 말했다. 그가 그얘기를한 횟수는 2의 X제곱 정도 되는 데, 여기서 X는 상당히 큰 자연수이다. 결국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가 올라가 봐야 할 것 같은데?" 그 상황에서 죠의 유일한 탈출구는 자신이 능력이 부족하기에 이 일을 맡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의 얼굴표정에서 그의 자존심이 그의 소심함을 서서히 누르는 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 완전히 압도했다기보다 그냥 손톱만큼 자존심이더 강했다고만얘기해 두자. 지난 15년 사이 우주선을 타보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우주비행선 여행 중 가장 힘든 과정은 최초 발사직후 몇 분간의 가속시점이라는 것을 상기시키고 싶다. 아시다시피 이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일단 가속이 끝나면 그 다음부터는 특별한 일이 없다. 아니,일이 너무 없어 오히려 지루할 지경이다. 그냥 앉아 조종간을 쳐다만보면 된다. 모든 비행과정은 컴퓨터 위성에 의해 자동 제어되고 선체에는 사전에 입력된 프로그램이 있다. 우주비행사가 손수 우주선을 조종하는 시대는 이제 낭만적인 추억으로 기억된다. 물론 우주 정거장 운영 정착민들이 파업을 일으키는 날에는 다시 사람이 직접 조종간을 잡아야 할 일이 생기겠지만, 그런날이 오더라도 예비 컴퓨터 위성이 있어 큰 혼란은없을 것이다. 죠는 가속 시간 내내 숨을 죽이고 있었다. 내게는 숨도 쉬지않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사실 나 자신도 그렇게 여유롭지는 않았다. 이번은 겨우 세 번째 우주여행이다. 남편과 우주정착지 '로'로 두 번 휴가 여행을 다녀온 적은 있지만, 사실 아직도 우주여행이 부담스러운편이다.) 가속이 끝나자 죠는 내심 안도하는 기색이었으나, 그것도 별로 오래가진 못했다. 그는 또다시 초조해 졌다. 그는 입술을 삐죽내밀고 말했다. "이 기계가 자기 목적지를 잘 알고 있으면 좋겠는데..."우주 기술자답지 않은 그의 말에 어이가 없어 손바닥을 위로하고 팔을쳐드는 시늉을 했더니 무중력 상태 속이라 내 몸이 오히려 아래로약간 내려 앉았다. "죠! 당신은 컴퓨터 전문가예요. 컴퓨터 위성이 척척 알아서 일하고있다는 것 당신도 잘 알잖아요?" "그거야 알지요. 하지만 컴퓨터 2호 위성은 현재 고장난 상태입니다." "이 우주선은 2호 위성에 연결된 게 아니에요. 다른 컴퓨터 위성도세 대나 있지요. 그 중 한 대만 남아도, 모든 우주비행은 다처리될수 있습니다." "네 대 모두 고장날 수도 있지요. 2호기가 작동 불능인데, 다른 것들이라고 무사하리라는 걸 누가 보장합니까?" "그렇게 되면 우리가 직접 조종하면 되지요." "당신이 하겠다는 건가요? 아, 어떻게 하는지는 잘 알고 있겠군요.""지구 관제소에서 일러줄 겁니다." "그래요, 아주 안심이 되는군요." 죠는 이렇게 빈정거렸지만 사실 우리의 우주비행에 별 문제는 없었다. 출발한지 이틀도 채 안되어 우리는 컴퓨터 2호 위성에 접근하여2호위성 후방 10미터 지점의 정지궤도에 부드럽게 안착했다. 문제는 오히려 엉뚱한데서 터졌다. 비행을 시작한지 20시간정도 지났을 때 지구 관제소로부터 컴퓨터 3호 위성의 내부 기압 역시 떨어지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컴퓨터 2호 위성의 고장원인이 무엇인지는몰라도, 나머지 위성에게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네 대의 컴퓨터 위성이 모두 작동중지된다면 우주비행은 불가능해진다. 물론 수동 조작이 있지만 그 경우, 엄청난 여행지체가일어날 것이고 이는 궁극적으로는 지구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이다. 더 극단적인 경우에는 현재 우주정착지에 머물고 있는 수천 명의 인명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비록 우리 둘 중 누구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무거운 분위기가죠와 나를 압도해 왔다. 죠는 가뜩이나 침울한 얼굴에잔뜩 수심을드리우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나자신도 결코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지구는 이십만 킬로 떨어진 곳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지만, 죠는그 아름다운 모습에 눈길조차 던지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우주유영 연결선을 꼼꼼히 살펴본 뒤 반동총의 전지량여분을 점검했다. 그는 2호 위성까지 갔다가 반드시 돌아온다는 것에만전을 기하고 있었다. 이제부터 우리는 우주유영을 통해 10미터 전방의 2호 위성에 접근해야 한다. 우주유영의 경험이없는 사람이라면, 우주유영이란 것이 마지못해 한다 해도 하고 나서 보면 별 것 아니라는 사실에 오히려 놀랄 것이다. 물론 식은 죽 먹기였다고 할 수는 없다. 우리가 우주선에서 나와서컴퓨터 2호 위성으로 접근하는 동안 낭비한 우주유영장치의동력도전체의 반 가까이 되니. 어쨌든 우리는 컴퓨터 2호 위성에 도착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우리의 몸이 2호기에 가서 부딪혔다. 하지만 '쿵'소리가 나지 않을 정도로 아주 부드러운 도착이었다. 진공 상태에서 무슨 소리가 나느냐고 반문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충돌시의 진동은 우주복의 금속섬유를 통해서 전달되니충돌음은 실제로 들을 수 있다. 어쨌든 우리의 경우, 약간의 마찰음만이 들린, 아주 부드러운 도착이었다. 도착시 우리의 충돌 가속도가 2호기 위성의 궤도를 약간 변화시켰겠지만 컴퓨터가 자동으로 그 오차를 수정할 것이니 염려할 필요는 없다. 육안으로 살펴본 컴퓨터 2호위성의 외부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우리가 가장 먼저 살펴본 곳은 위성의 외부 표면이었다. 주먹만한운석이 컴퓨터 위성을 관통했다면 어딘가에 분명 자취가 남아있을것이다. 두 개의 구멍이 서로 마주보고 뚫린 채 말이다. 하루를 기준으로 그런 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사실 2백만 분의 1이고 이를 시간으로 따져보면 6천 년에 한번 생길까 말까하는 사고였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충분히 발생 가능한 일이다. 한편,위성자체를 순식간에 파괴시킬 정도로 덩치가 큰 운석과 부딪힐 확률은 100억분의 1도 채 못된다. 물론 나는 이런 확률 얘기를죠에게 언급하지 않았다. 이 확률은 이제 위성 내의 우리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아무리 작은 운석이라도 컴퓨터 위성의 합금외벽을 꿰뚫을 정도의 가속을 지니고 있다면 우주복하나 달랑 입고 있는 우리에게는 치명적인 위력이다. 죠의가뜩이나 불안한마음을 그런 확률 얘기로 더 어지럽힐 필요는 없다. 문제의 충돌 물질은 운석이 아니었다. "이게 도대체 뭐지?" 위성 외벽을 한참 살펴보던 죠가 말했다. 우리가 컴퓨터 2호 위성의외부에서 발견한 첫 비정상적인 징후는 외벽에 꽂혀있는 작은 실린더하나였다. 직경은 0.5cm 정도였고 길이는 6cm 였다. 20세기 박물관에갔을 때 끽연구 전시실에서 본 담배의 모습과 비슷했다. 플래쉬를 비추어보았다. "원래 장착된 부품은 아닌 것 같은데?" "당연히 아니지." 죠가 중얼거렸다. 실린더의 외부에는 나선형의 심이 있었다. 그 외 별다른 특징은 없었다. 그냥 금속의 형태를 하고 있었지만 어딘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단단히 박힌 것 같지는 않은데..." 죠가 장갑을 낀 손으로 잡고 돌리자 구멍에서 쉽게 빠져나왔다. 플래쉬 불빛에 구멍이 드러났고 그 너머로 위성 내부가 보였다. "이것 때문에 기압이 떨어졌구만." 내가 한마디하자 죠가 나즈막이 툴툴거렸다. 손아귀에 약간 힘을 주자 실린더는 미끄러지듯 빠져나와 우주공간을떠다녔다. 약간의 고생 끝에 다시 잡아채었다. 뚫린 구멍의모양은완전히 둥글고 그 직경은 0.5cm 정도 되어 보였다. 죠가 말했다. "정확히 뭔지는 몰라도 알루미늄 호일 비슷한데?" 그가 손으로 눌러보자, 얇으면서도 탄력이 있어 보였다. 힘을 살짝더 주자 표면이 눌리어 휘어졌다. 죠는 그 물질을 우주복 외부 주머니에 넣고 단추를 채웠다. "혹시 이런 게 표면에 더 있을지 모르니까 다른 곳도 한번 둘러봐요. 나는 안으로 들어가 살펴볼테니." 다른 표면을 둘러보는데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해치를열고 들어가 말했다. "나머지는 깨끗해요. 구멍이 하나뿐인걸 보니 그게 유일한 침입물인가 봅니다." "하나로도 충분하지요." 죠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부드러운 알루미늄 내벽을 플래쉬로 비춰보았다. 시커멓고 둥근 구멍이 눈에 확연하게 드러났다. 구멍을 메우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힘든 작업은 내부 공기를 재생시키는 일이었다. 컴퓨터 2호 위성의 충전용 가스 저장량은얼마 없었고, 계기판 역시 교정해 줄 필요가 있었다. 태양열 발전기에 약간 결함이 있었으나 손을 좀 보니 다시 내부 전원공급이 가능해졌다. 이 모든 작업을 거치고, 내부공기가 복원된 후에야 우리는 장갑과헬멧을 벗을 수 있었다. 그러나 죠는 끝까지 신중을 기하느라장갑을헬멧에 넣고 이를 다시 우주복 외부 고리에 걸어두었다. 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혹시 기압이 다시 떨어질지 모르니 미리 대비해야지요."나도 똑같이 따라 했다. 사소한 일에 목숨걸 필요는 없다. 구멍 맞은 편 내벽에 어떤 자국이 나 있었다. 구멍 땜질을 할 때 플래쉬 불빛으로 비친 것을 언뜻 보았었다. 이제 내부 조명이들어온후 다시 보니 어떤 자국이 뚜렷이 보였다. "저것 보여요, 죠?" 내가 물었다. "나도 봤어요." 벽에 약간 패인 자국이 좁고 길게 나 있었다. 첫눈에 뚜렷이 드러나지는 않지만 손가락으로 더듬어보면 그런 자국이 1미터 가까이 이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치 누군가 벽 표면 금속을 샘플로 긁어 채취한 것 같았는데 해당 내벽은 주위보다 표면의 금속이 훨씬 더 부드러웠다. 내가 말했다. "아랫집에다 보고를 드려야겠군." "지구 통제소 말인가요? 내게는 그런 우주 용어가 아주 질색입니다. 사실 나는 우주에 관련한 모든 게 딱 질색이라구요. 우주출장의 가능성이 적은 이 직업을 택한 게 그 때문이었지요. 아니, 적어도 이 자리에 지원했을 땐 그런 줄 알았지요." 다시 참을성 있게 말했다. "죠, 우리는 이 문제를 중앙 컴퓨터 지구 통제소에 보고해야해요.""뭐라고요?" "우리가 뭔가를 발견했다고 말이야." "아,그래요? 우리가 발견한 게 뭔데요?" "구멍 말이에요, 기억 안나요?" "아, 잘 기억하고 있지요. 그런데 그 구멍의 발생 원인은 무엇입니까? 운석은 분명 아닙니다. 충돌 파편이나 고열의 흔적도 없이 동그란 구멍을 낼 수 있는 운석 얘기는 전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뒤에 실린더를 남기는 운석이 있다는 소리는 금시초문이구요."그는 주머니에서 실린더를 꺼내 패인 부분을 눌러서 펴 보였다. "구멍을 낸 게 무엇이었을까요?" 나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지요." "만약 우리가 지구 통제소에 지금 보고한다면 똑같은 질문을 하고우리는 똑같이 모른다고 대답하겠지요, 그 렇게 해서 얻는 게무엇입니까? 저들은 우리에게 당장 알아내라고 호통이나 치겠지요.""죠, 우리가 하지 않으면 지구에서 먼저 연락해 올 거에요.""그렇겠죠. 그렇다면 응답을 하지 말죠, 뭐." "우리가 무엇에 당했다고 생각하고 구조대를 보내올 겁니다.""컴퓨터 중앙 본부에서 일 처리하는 방식을 잘 알지요? 그런 결정을내리는 데 적어도 이틀은 걸릴 겁니다. 그전에 우리도 무언가 밝혀내겠지요. 그런 다음 연락해도 늦지는 않을 겁니다." 컴퓨터 2호 위성의 내부는 원래 인간의 작업공간으로 고려해서 설계된 게 아니다. 그저 수리요원들이 잠깐씩 와서 머물다 갈 것이라는사실을 염두에 두고 제작했을 뿐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작업하기에는 별로 불편하지 않았고 각종 연장과 보급품도 내장되어 있었다. 물론 응접실 소파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무중력 공간이기에그런 가구는 필요가 없다. 우리는 허공에서 천천히 이리로 저리로 떠다녔다. 가끔씩 누군가가벽에 가서 닿았다가 서서히 튕겨나오기도 했고, 서로의 팔 다리가 엉키기도 했다. "내 입에서 당신 발 좀 치워 줘, 제발!" 투덜거리며 죠가 내 오른발을 밀쳐버렸다. 이것은 실수였다. 왜냐하면 그 즉시 우리 둘 다 맹렬한 속도로 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가 보기에는 우리 몸이 허공에서 도는 게 아니라 컴퓨터 2호위성의 내벽이 우리 주위에서 빙글빙글 도는 것이었다. 다시 제자리를 잡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우리는 지구에서 모든 이론교육을 이수했었다. 그럼에도 우주 실전 경험은 부족했다.아니, 태부족이었다. 맹렬히 돌아가던 몸이 거의 정지 상태에 이르자, 속이 메스꺼워지기시작했다. 현기증이라 해도 좋고 우주선 멀미라 해도 좋다.뭐라 부르든 우주 공간의 멀미는 아주 불쾌한 것이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토사물이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 구름처럼 허공을 떠다니는 광경은 결코 보기에 아름답지 않다. 나나 죠는 이를 잘 알고 있었기에 구역질을 꾹 참았다. "죠, 아무래도 컴퓨터가 문제인 것 같아요. 내부를 살펴봐야겠어요." 내 뱃속의 문제를 잊기 위해서는 컴퓨터의 뱃속이라도 검사해야 했다. 게다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충분한 것도 아니었다.컴퓨터3호 위성에 이미 문제가 생겼다면, 머지않아 1호 위성과 4호 위성 역시 당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2호 위성의 고장원인을발견하느냐 못하느냐에 우주 정착민 수천 명의 안위가 좌우되는 것이다. 죠는 여전히 얼굴이 노랬으나 곧 원기를 회복했다. "그러기 전에 좀더 생각을 해 봅시다. 무언가 침입을 했어요. 깔끔하게 구멍을 내어놨으니 운석은 아닙니다. 내부에서 파편도없고 나간 구멍도 없고... 구멍이 뚫릴 때의 파편이 실내에 남아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없지요." "글쎄요, 나는 내부에서 잔해를 찾아볼 생각은 못했는데.""내가 둘러보았지만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충돌 구멍을 통해 바깥으로 빠져나갔나 보지요." "내가 빼어낼 때까지 그 구멍은 실린더로 막혀 있었는데 말입니까?"죠가 말을 이어갔다. "물론 아직 내부에 있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난 없으리라 확신합니다. 외부 벽면은 무언가에 녹았고 그 이물질은 현재 이 위성내에 침투해 있을 겁니다." "어떤 이물질 말입니까? 누가 그런 짓을 했다는 겁니까?"나의 물음에 죠는 냉소를 지어 보였다. "왜 그런 질문을 합니까? 혹 100년 전의 일이라면, 나는 러시아 측이 컴퓨터 2호 위성에다 무슨 농간을 부렸다고 주장하겠지요.아, 실례. 물론 당신은 미국 측의 농간이라고 우겼을 테고." 나는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차갑게 말했다. "지금 우리는 현재의 문제를 얘기하고 있는 겁니다. 요시프 동지."(*주: '죠'의 '죠셉(Joseph)'을 러시아식으로 표현한 것인가봅니다. 맞는 건가요, 민식님? ^^;.. 꼬마위성) 그는 나의 힐난을 못 들은 척 말을 계속했다. "그럼 무슨 반란세력의 짓인가 보지요." "그렇다면 그 반란세력은 자체적으로 우주여행도 할 수 있고,우리가모르는 특수기술을 보유한 집단이겠군요." 죠가 말했다. "우주여행은 별 문제가 아니지요, 불법적으로 컴퓨터 위성의 비행통제회선만 따낸다면 말입니다. 이미 성공사례도 있지요. 실린더라면지구에 가져가 조사해보면 자세한 결과가 나오겠지요. 아, 우주용어로 말해서 아랫집에 가져간다면 말입니다." "그래도 이해가 안가는 군요. 반동세력이 컴퓨터 위성 장애를 일으켜 무슨 이득을 보겠다고?" "우주여행을 사보타지하려는 게 아닐까요?" "그리되면 반동세력 자신들을 포함한 모든 지구인이 피해를 입게 되는 데도 말인가요?" "그래도 사람들의 이목은 끌잖아요. 그 집단의 목적이 무엇이든 곧뉴스거리가 될 것이고... 아니면 컴퓨터 2호 위성을 망가뜨린후, 다른 위성도 공격하겠노라고 협박할 수도 있죠. 치명타는 아니지만, 충분히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고 또 여론의 엄청난 반향도 불러일으킬수 있으니 말입니다." "믿을 수 없어요. 그건 너무 극적인 추론이에요." "아니, 나는 지금 가장 현실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 겁니다."죠는 말을 마치고 위성 내부 부품들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어쩌면 이 물질은 외계에서 온 건지도 모르지요." "오, 좀 참아줘요, 죠." "날더러 더욱 논리적인 방식으로 설명하라는 겁니까? 좋습니다. 이실린더가 2호 위성 외벽에 부딪힌 후, 그 속의 무언가는 위성의 금속장갑을 먹어치우고 2호 위성 내부에 침입했습니다. 그 괴물질은 곧내부 벽을 기어다니며 금속표면을 얇게 부식시켰어요.그게 지구에서온 것처럼 들리나요?" "내가 아는 바로는 아니죠. 하지만 내가 만물박사는 아니고, 당신도지구의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니에요." 죠는 나의 비난을 무시했다. "문제는 그 괴물체가 상당히 자기방어 체제가 잘 갖추어진 컴퓨터위성에 어떻게 침투할 수 있었느냐 하는 겁니다. 자동 봉함장치나 대기 재생장치가 거의 동시에 꺼져버린 걸 보면 순식간에 침입했다는걸 알 수 있지요." 나는 무언가를 가리켰다. "당신이 얘기하는 괴물체가 저건 가요?" 그는 깜짝 놀라 갑자기 몸의 움직임을 멈추려 했고 이로 인해 오히려 뒤로 퉁겨졌다. 그 와중에 그는 소리를 질렀다. "바로 저거야! 저거라구." 워낙 흥분해서 팔 다리를 마구 내저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 내가그를 잡아 세우느라 그의 팔을 낚아챘을 때 오히려 각기 엉뚱한 방향으로 퉁겨 나서 한참동안 둘은 무중력 상태 속을 헤매었다. 죠는 보잘 것없는 러시아어로 내게 몇 마디 욕을 했지만,그 방면의 어휘력은 내가 더 풍부했기에 더 다양한 욕설들을 영어로 들려줄 수 있었다. 나는 영어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구사했다. 그러나 그의 러시아어실력은 그냥 단편적인 문법 수준이었다. 서툰 외국어 욕설은 오히려낭만적으로 들리는 법이다. "자, 이제 됐어." 우리의 몸이 다시 균형 감각을 되찾자 죠가 말했다. 내가 가리킨 컴퓨터 본체와 위성 내벽 연결 부위에는 작은 실린더가꽂혀 있었다. 죠가 이를 떼어내자 그 자리에 구멍이 남았다.위성 외부 장갑에 붙어있던 것과 똑같이 생겼는데 좀 더 모양이 가늘었다. 죠가 만지자 부스러지듯 축 늘어져 버렸다. "컴퓨터 내부에 들어가 봐야겠어." 내부는 완전히 엉망이었다. 물론 언뜻 보기에는 몰랐다. 사실, 그냥별 생각없이 보았다면 컴퓨터가 멀쩡하다고 믿었을 것이다.하지만가까이에서 찬찬히 살펴보면 컴퓨터 칩이 몇 개 없다는 것을 알 수있었다. 자세히 살필수록 흰개미가 쏠아놓은 나뭇가지처럼 컴퓨터에숭숭난 구멍들을 볼 수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2호 위성이 자동수리하느라 예비부품을 거의 다 사용해 버려서 부품저장량은 바닥이 나있었다. 우리가 살펴보는 가운데에도 부품들이 계속해서 없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죠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실린더를 꺼내어 끝에서 끝까지 다시 살펴보았다. "내 생각에 이 괴물체는 고품질 실리콘을 애호하는 것 같습니다. 뭐라 자신있게 말할 수 없지만, 이 물체의 몸뚱이는 거의 알루미늄으로되어있지만 뭉툭한 끝부분은 실리콘인 것 같습니다." 내가 물었다. "그렇다면 태양 전지와 같은 구조인데요?" "바로 그렇습니다. 우주에서 동력을 얻는 방법이죠. 동력이 있어야컴퓨터 2호 위성까지 이동해 올 수 있고 또 외벽을 부식시켜침투할수도 있고, 또, 뭐랄까... 생명 활동도 할 수 있을 테니까요.""이게 살아있는 물체라구요?" "그럼요. 보세요, 컴퓨터 2호 위성에게는 자기수리 기능이 있습니다. 고장난 부품은 방출하고 예비부품으로 갈아 끼우지요. 만약 필요한 모든 부품이 주어지고, 제대로 프로그램만 된다면 자신과 똑같은컴퓨터를 복제해 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부품의공급면에서 외부에 절대 의존하기에 우린 컴퓨터 위성을 생명체로 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2호 위성에 침입한 이 괴물질은 외부 양분을 스스로 섭취하는능력이 있어요. 그건 분명 생명체가 가진 특징이죠." "그럼 지금 이것이 생명력을 가졌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진보한 마이크로 컴퓨터라고 말하는 겁니까?" "솔직히 나도 내가 하는 소리를 완전히 이해하는 건 아닙니다.""도대체 어떤 인간이 그런 걸 만들겠어요?" "왜 인간이라고 단정합니까?" 다음 번 발견은 내가 했다. 그것은 마치 허공을 떠다니는 굵은 펜처럼 보였다. 눈 언저리에 언뜻 비쳤을 때 난 그것이 펜이라고생각했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주머니 속의 물건들이 빠져 나와 떠다니는 법이다. 그 무엇도 확실히 묶어두지 않는 한, 제자리에 고정시켜둘 수 없다. 약간만 빈 틈이 보이면 펜이나 동전들은 주머니 밖으로 빠져 나와 기류나 관성에 따라 돌아다니게 된다. 나는 이 '펜'을 거머쥐려고 별 생각없이 손을 뻗쳤다. 물론 잡을 수없었다. 무중력 상태에서 무언가 잡으려고 손을 내미는 순간기류가발생해서 그 물체는 반대로 밀리기 마련이다. 가까이 접근해서 양손으로 살짝 눌러 잡아야 한다. 우주에서 조그마한 물건하나 잡는 것은 항상 양손이 다 필요한 작업이다. 물론 어떤 사람은 한 손으로도 할 수 있다고도 하지만 나는 그들처럼 노련한 '우주족'이 아니다. 그 물체에 접근하면서 문득 나는 내펜은 주머니 속에 그냥 그대로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주머니위를 눌러보니 펜이 느껴졌다. "죠, 펜 잃어 버렸어요?" 그에게 외쳤다. "아니오." "그 비슷한 거는요? 열쇠나 담배는?" "요즘 담배 피우는 사람이 어디 있소?" 저렇게 맹한 소리를 하다니. "뭐, 잃어버린 거 없어요? 내 눈에 뭐가 보여요." "저런, 이제는 헛것까지 다 보는군." "저것 봐요, 죠. 저기요." 죠가 그것을 보고는 잡으려고 몸을 급하게 틀었다. 그래봐야 아무소용없다는 것을 진작에 말해주었어야 했다. 우리 움직임이 컴퓨터위성의 내부 대기를 불안정하게 하면서 금속체가 여럿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공기의 흐름을 따라 사방을 떠다녔다. 하나를 잡았다. 아니 내가 잡았다기 보다는 그것이 죠의 우주복에가 먼저 걸렸길래 그걸 떼어내 죠를 불렀다. 죠가 깜짝 놀라펄쩍 뛰는 바람에 하마터면 놓칠뻔 했다. "이것 봐요!" 그 금속체가 붙어있던 죠의 우주복에 구멍이 나 있었다. 우주복 금속 외피까지 부식시키다니. "이리 줘봐요." 그는 그것을 엉거주춤 받아서 벽에 대고 꾹 눌렀다. 다시 받쳐든 죠의 양손에는 종이처럼 얇은 금속 박편이 놓여 있었다. 그 물체의 중심부에는 까만 담뱃재 같은 심이 있었다. 빛을 받자 그검은 심은 광채를 냈다. 표면은 약간 촉촉해 보였다. 조금씩 꿈틀거리며 무언가를 찾는 듯했다. 뭉툭한 끝 부분이 벽에 닿자 들러붙어버렸다. 죠가 손가락으로 집어 떼어냈다. 그때 약간 힘을 주어야 했다. 죠가손가락을 비비며 말했다. "끈적끈적한데." 그 정체불명의 금속벌레는 죠가 다시 만진 이후 뻣뻣해졌다. 이젠움직이지 않는 듯했다. 나는 몸을 틀어 내 우주복을 살펴보았다. "죠, 설마 그게 내 몸에도 어디 붙어 있는 게 아니죠?""하나도 안 보이는 데 그래." "잘 좀 살펴봐요. 우리는 이제 서로서로 지켜줘야 해요. 우주복이망가진다면 우주선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잖아요." 닿기만 하면 우주복에 구멍을 내버리는 물체들에 둘러 쌓여 있다는것은 아주 으스스한 기분이다. 괴 금속체가 눈에 띄는 대로, 몸을 날려 피하면서 동시에 그것들을눌러 잡으려 했는데 사실 이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기다란 것이 내 다리근처로 접근하기에 걷어차려 했다. 이는 어리석은 짓이었다. 혹 진짜로 찼다면 발에 그대로 붙어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발의 움직임이 기류를 형성해서 그것을 벽에 날려딱 붙여버렸다. 죠는 서둘러 그것을 잡으려고 손을 뻗쳤는데 마음만 급했다. 그의몸은 오히려 역반동을 일으켜 뒤로 밀려나면서 장화 신은 발한 쪽이실린더가 꽂힌 벽 근처를 쳤다. 그가 다시 균형을 잡고 보니 그 물체는 꼼짝 않고 거기에 붙어있었다. "내 발에 맞아서 부서진 겁니까?" "아뇨, 간발의 차로 빗겨났어요. 그런데도 꼼짝하지 않는 것 같아요." 한쪽 끝을 잡아 보았다. 다른 실린더 보다 두 배는 길어 보였다. 사실 생김새는 두 개의 실린더를 연결해 놓은 것처럼 보였다. "자가 복제 방법 가운데 이분법이군요." 죠가 금속표면을 벗겨내면서 말했다. 이번 실린더의 내부에는 먼지같은 기다란 줄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줄은 둘로 나뉘어 있었다. "이들을 죽이는 것은 아주 간단하군. 일단은 안전한 것 같아."죠가 말했다. "그것들이 생명체라는 당신의 말은 옳았군요." 나는 약간 주저하며 인정했다. "내 생각에 이것들은 단순한 생명체가 아닙니다. 바이러스의 일종이지요."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 건 가요?" 죠가 설명했다. "비록 나 자신 세균 학자가 아닌 컴퓨터 기술자이지만, 내가 알기로지구의, 아니 우주식으로 말해서, 아랫집의 바이러스는 단백질 껍질속의 핵산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입할 때, 어떤 특정 효소를 이용하여 세포벽이나 세포막에 구멍을 내고 핵산을주입시킵니다. 이때 단백질 외피는 세포막 외부에 남겨집니다. 일단세포 속에 들어가면 핵산은 다시 단백질을 섭취하여 표피를 형성해냅니다. 사실 바이러스 핵산은 분열할 때마다 자체 핵산증식과 함께 단백질 표피증식을 합니다. 일단 숙주세포 내 모든 양분을 섭취하고나면 핵산은 분열하여 수백 개의 자세포를 만들어 냅니다. 뭔가 낯익은 그림 아닌 가요?" "이런, 바로 이 2호 위성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잖아요. 하지만 그게 어디서 왔을까요?" "지구는 분명 아닙니다. 지구의 우주정착지에서 온 것도 아니고... 분명 먼 외계에서 흘러 왔을 겁니다. 광대한 우주 공간을 헤매면서증식할 수 있는 숙주를 찾아온 겁니다. 아마 가공처리된 순수금속을목표로 삼을 겁니다. 이들이 금속의 원석을 녹일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순수 실리콘 부품을 포함하는 금속체는 지능을 가진 생명체만이 만들어 낼 수 있잖아요." 내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죠가 얘기를 이었다. "즉, 이 바이러스의 존재는 우주에 우리말고도 다른 지적 생물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되는 셈이죠. 컴퓨터 위성 같은 기구가 흔치 않다면야 이런 바이러스들은 증식할 수 없었을테니 말입니다. 그리고 아마그 외계생물은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존재해 왔을겁니다. 한 100억년 정도 됐는지 모르지요. 그 기간 동안 지구에서 핵산, 단백질, 수분으로 이루어진 지구 생물의 진화가 진행되었듯 금속, 실리콘, 기름으로 구성되는 외계 금속 생물의 진화가 이루어졌을 겁니다. 우주선이나 위성에 기생하는 금속성 세균이 나타날 만큼 충분한 시간 말입니다." "당신말은 꼭 우주탐험을 시작하게 되는 모든 생명체는 머지않아 금속 기생충의 침략을 받게 되어있다는 것처럼 들리는군요.""그래요,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든 이들을 막아내야겠지요. 다행히도이놈들은 아직은 증식단계이니 죽이기가 쉬워요. 나중에이놈들이 컴퓨터 2호 위성에서 증식을 마치고 나갈 때가 되면 표피를 두껍게 하고 안정된 내부구조를 가진 포자가 되면 또다시백만년 동안 우주 공간을 흘러 다니며 다른 숙주 금속체를 찾으려 할 겁니다. 그때에는죽이기 어려울지도 모르지요." "지금은 어떻게 해치울 건 가요?" "이미 몇 마리 해치웠잖아요. 첫 번째 것은 그냥 만졌더니 뻣뻣해져버렸고, 두 번째 놈은 만지지는 않았지만 근처의 벽을 찼더니 그 진동으로 내부 금속심이 먼지가 되어 버렸지요. 그러므로 지금 이들을파괴할 수 있는 방법은 충격이나 진동을 주는 겁니다."더 이상 죠가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그는 장갑을 천천히 끼더니 장갑 낀 손으로 세게 벽을 쳤다. 그가 반동으로 반대편 벽으로 밀려가자 이번에는 발을 내질러 반대편 벽을 찼다. "당신도 똑같이 해요!" 죠가 소리쳤다. 곧 우리 둘은 위성 속을 떠다니며 사방의 벽을 걷어차고 있었다. 무중력 상태에서 벽을 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를것이다. 그것도 마음먹고 쿵하고 울리도록 세게 친다는 것 말이다. 헛 발길질을 하고 그 자리에서 공중제비를 한 것도 몇 번 되었다. 금방 둘다숨이 턱에까지 차올라 거친 숨을 몰아쉬게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비위가 좋아졌는지 멀미는 하지 않았다. 한참을 그런후 바이러스 몇 개를 모아 살펴보니 모두 다 속에는 먼지만남아 있었다. 분명 최신 컴퓨터 위성처럼 진동이 전혀 없는 구조물에서만 적응하는 놈들이었다. 비록 증식 능력은 대단하지만 여전히 외부 환경 변화에는 취약한 원생동물과 같은 속성을 가지고 있었다. 죠에게 물어보았다. "이제 다 해치운 건 가요?" "어떻게 압니까? 한 마리라도 남아있다면 곧 다시 증식을 시작할텐데... 만전을 기한다는 의미에서 좀 더 충격을 줘 봅시다."한참을 더 쿵쿵거리며 떠 다녔더니 나중에는 '살아남은 놈이 있어도까짓 거 할 수 없다'싶을 정도로 녹초가 되었다. 헉헉거리며 간신히 말했다. "우리가 이것들을 몽땅 죽였다고 하면 지구 과학발전 위원회(PAAS)가 별로 좋아하지 않을텐데..." 과학 발전위에 대한 죠의 발언을 굳이 옮겨 적지 않더라도 교양있는독자라면 이해해주리라 믿는다. 그냥,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고만 해두자. "이것 봐요. 그들은 우리더러 컴퓨터 2호 위성을 수리하라고 올려보냈죠. 물론 수천 명의 안전이 걸린 문제라고는 이해하고 있었지만,이 일에 우리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지는 몰랐죠. 이제 이 위성을 수리해야 하든, 아예 새로 갈아야 하든 그건 상관 안해요. 이 죽어버린 금속충들을 연구해도 무언가 얻을 만한 게 있을 겁니다. 살아있는 표본이 필요하다면 이 근처 우주공간을 뒤져보라고 해요. 누군가 보낸다면 그 친구들 한순간도 방심하지 않고 우주복을 살펴봐야 할 겁니다. 우주공간에서는 이 벌레들을 죽일만큼 강한 진동을 일으킬 방법이 없으니 말입니다." 내가 말했다. "좋아요, 일단 중앙 컴퓨터 본부에 연락해서 2호 위성에 대해 응급처치 작업을 하라고 해야겠군요. 혹시 2차 감염이 있을지 모르니 지원팀이 올 때까지 우리는 이곳을 지켜야 합니다. 물론 다른 위성들에기술자들을 보내어 특수 설비를 시공하라고 즉각 협조 요청을 해야지요. 위성 내부기압이 떨어진다는 징후가 보이면 즉각 강한 진동이 울리게끔 하는 장비를 설치해야 할 겁니다." "너무 간단하군요." 죠가 냉소적으로 말했다. "우리가 미리 그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게 운이 좋은 거지요.""잠깐만요." 죠는 왠지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그들을 발견했다구요? 차라리 우리가 그들에게 발각되었다고 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만약 금속성 생물이 우주 어딘가에서 진화를 거듭했다면 이런 바이러스만이 유일한 형태일 거라 생각하십니까? 이렇게 원시 생물만이요?" 죠는 말을 이어갔다. "만약 이것들이 광활한 우주공간을 통해 서로 교신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요? 이런 바이러스들이 이쪽으로 떼거지로 몰려오고있다면? 아니 다른 진화한 형태의 금속생물들도 새로이 발견한 우리행성,즉, 미개척 금속문명을 향해 오고 있다면? 그중 어떤종은 여하한 진동에도 견뎌낼 정도로 튼튼한 생물일 수도 있지요. 위험에 다양한 대응 방식을 큰 덩치를 가진 생물도 있다면 어떡합니까? 이들이 침입할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아니, 심지어는, 대기권을 뚫고 들어와 지구상의 금속 구조물에 대한 약탈을 개시할 것입니다. 자 이제 지구에 보고합시다. 저들이 우리를 발견했다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