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니의 크리스마스 휴가 아이작 아시모프 옮긴이 김 민식 그 사건의 발단은 결혼한지 40년 가까이 되는 내 아내 그라시였다. 아내는 로드니에게 휴가를 주고 싶어 했는데, 결국 나만 난처한 지경에 놓이게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은심정이기에 여러분 앞에 여기 사건의 전말을 밝히기로 한다. 물론 익명성을위해 나오는 이름들은 모두 가명으로 했다. 약 두 달전인 12월 중순의 일이다. 그라시가 내게 와서 이런 말을했다. "로드니에게 휴가를 주는게 어때요? 로드니도 성탄절을 즐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당시 나는 내 광학기의 초점을 풀어두고 있었다. 휴식을 취하거나음악을 듣고 있을때는 사물이 흐릿해 보이는게 나은 법이다. 나는 광학기의 초점을 맞춰 아내가 웃고 있는지 아니면 눈을 반짝이고 있는지 확인해 보려 했다. 그녀는 원래 농담을 즐기는 편이 아니다. 그러나 그녀는 웃고 있지 않았다. 눈에 장난기도 없었다. "아니, 도대체 왜 로드니에게 휴가를 주자는 거요?" "못 줄 이유가 어디있어요?" "당신은 냉장고나 소독기, 홀로그램 TV에게 휴가를 주는 걸 봤나? 휴가로 가전 기구의 전원을 때때로 꺼주나?" "이것봐요, 하워드. 로드니는 냉장고나 소독기가 아니에요. 그는인격체라구요." "그는 인격체가 아니야. 그는 로봇이라구. 로봇에게는 휴가가 필요없어."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아요? 그리고 로드니는 인격체라구요. 그도 가끔 쉬어야 해요. 로드니도 크리스마스 기분을 낼 필요가 있다구요." 나는 아내와 '인격체' 논쟁을 벌이고 싶지 않았다. 여러분은 이미여자가 로봇을 혐오할 확률이 남성의 경우보다 세배나 많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읽었을 것이다. 로봇의 일반 가정내 사용이 허가된 후,여성의 가사노동 중 많은 부분은 로봇에게 돌아갔다.그래서 여자들은 자신들의 위치가 로봇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고 느끼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라시의 경우는 좀 달랐다. 아내는 로드니를 '좋아한다'. ('좋아한다'는 표현은 아내의 말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로드니는 7년 정도된 구형 로봇이다. 그는 이제 우리 집안 일에많이 익숙해져 나도 그 로봇에 대해 만족하고 있는 터이다. 가끔 완전 자동 조작되는 최신형 로봇을 갖고 싶을 때도 있다. 이를테면 아들네가 갖고 있는 것같은 그런 첨단 로봇 말이다. 하지만 아내는 최신형 로봇을 아주 싫어했다. 아들 생각을 하니 다시 무슨 생각이 났다. "여보, 이번 크리스마스에 아들네가 오기로 했지 않소? 손님이 오는데 어떻게 로드니를 놀릴 수 있단 말이오? 이번 성탄절에는 들렌시 녀석이 그 멋진 제 아내와 함께 올텐데..." 나는 약간 비꼬는 투로 며느리를 '멋지다'고 표현 했는데 아내는모르는 눈치였다. 아내는 늘 며느리의 좋은 점만 보려고 노력하는편이었는데 내게 그것이 무척 신기했다. 왜냐하면 며느리에겐 좋은점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로드니없이 어떻게 우리가 집을 정리하고 또 손님을 맞을 수 있겠소?" "들레이니보고 그들의 그 잘난 신형 로봇을 가지고 오라고 하지요, 뭐. 어차피 그들은 로드니를 고물 취급하며 늘 자신들의로봇 자랑을 했으니 우리에게 로봇 성능을 보여줄 기회가 왔다고 아주 좋아할거예요." "당신이 더 좋아하겠지, 뭐.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합시다. 어차피그래봤자 사흘 정도니까. 하지만 로드니가 앞으로 매 공휴일마다 휴가를 즐기게 된다고 생각하면 곤란한데..." 농담으로 한 말이었는데 아내는 아주 진지하게 대답했다. "괜찮아요, 하워드. 그 점은 미리 로드니에게 말해서 이해시킬께요." 로드니는 로봇 3원칙에 따라 작동하므로 어떤 명령을 이해시킬필요가 없다는 사실은 아내에세 별 의미가 없었다. 아들네를 기다리는 나의 마음은 별로 상쾌하지 못했다. 들렌시는내 아들이다. 이 녀석은 출세욕이 상당히 심한 편이다. 그래서 아들이 며느리 호텐스를 배우자로 고른 이유도 여자 쪽 배경 때문이었다. 집안에서 사업을 하고 있고 재계에 줄이 닿아 있는 며느리가 아들의끝없는 출세욕을 어느정도 채워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왜냐하면 그것 말고는 내 눈에 며느리의 장점은 전혀 안 보였기 때문이다. 아들 부부는 크리스마스 이틀 전에 그들의 로봇을 가지고 나타났다. 그들의 로봇은 며느리만큼이나 외양이 삐까번쩍했고 또그만큼강해 보였다. 그 로봇의 금속 표면에는 부드러운 윤기가 자르르 흘렀고 로드니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모난 부분들은 없었다. 또 소음도 거의 없었다. (며느리 호텐스가 특별 주문 제작한 로봇임에 틀림없다.)그가 바로 등 뒤에 바짝 다가왔을 때에도기척이 전혀 나지 않아 방향을 틀다가 부딪쳐 놀래 심장마비를 일으킬 뻔 한 적이 한두번이아니었다. 더 불행한 사실은 들랜시가 여덟살난 르로이를 데려왔다는 것이다. 그 아이는 나의 손자이다. 하지만 그 녀석은 아무리 봐도내 핏줄 같지가 않다. 물론 며느리와 혼외정사를 벌일 정도로 정신나간 사내는 없을 테니 내 친손주인 것은 거의 확실하다. 그러나 개구장이라기 보다는 망나니에 가까운 그 녀석을 보자면 제 어미를 빼닮아도단단히 빼닮은게 틀림없다. 그 아이는 오자마자 우리가 로드니를 금속 폐기 처리 공장에 보냈는지 여부부터 물었다. (녀석은 폐기 처리 공장을 '고물 쓰레기장'이라고 불렀다. 말버릇하고는...) 며느리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우리 최신형 로봇을 가져왔으니 이제 그 고물 로봇은 우리 눈에띄지 않게 해 주세요." 나는 아무말 않았지만 아내가 대답했다. "그럼, 아가. 사실 우리는 로드니에게 휴가를 주었단다." 이 말에 들렌시는 얼굴을 찡그렸으나 지 어미의 성격을 아는지라아무말 하지 않았다. 분위기를 바꾸려고 내가 한마디했다. "람보더러 뭐 마실 것 좀 준비하라고 할까? 커피나 홍차, 핫쵸코,브랜디 그런 걸로 말이야." 람보 Rambo는 그들의 로봇 이름이었다. 나는 왜 그 로봇의 이름역시 R로 시작하는지 모른다. 로봇 이름에 대한 특별한 법은없으나보통 R로 시작하는 이름을 많이 쓴다. 제일 흔한 이름이 로버트이다. 아마 세상에 로버트란 이름의 로봇만도 백만대는 족히 넘을 것이다. 갈수록 R로 시작하는 사람 이름이 줄어드는 이유도 비슷한 사연일 것이다. 밥 Bob이나 딕 Dick은 있어도 로버트 Robert나 리차드Richard같은 사람 이름은 없다. 포시 Posy나 트루디 Trudy는 있어도,로즈Rose나 루스 Ruth는 없는 것처럼 말이다. 가끔씩은희귀한 로봇이름도 있다. 나는 루타바가 Rutabaga라는 이름의 로봇을 세 대, 라메세스 Rameses란 이름의 로봇을 두 대 알고 있다. 하지만 로봇 이름을 람보라고 지은 예는 아들네 뿐이다. 도대체 며느리가 어디서 그런우스꽝스러운 이름을 생각해 냈는지모르겠다. 아마 물어보면 아주해괴한 대답이 나올 것이 틀림없다. 람보가 쓸모없는 로봇이란 점이 금방 드러났다. 그는 아주 현대식이고 완전 자동식인 들렌시/호텐스 저택에 맞추어져 프로그램되어있었다. 아들네 집에서 마실 것을 준비하기 위해 람보가 해야할 일은 버튼을 몇 개 누르는 것 뿐이었다. (로봇이 하는 일이 기껏 버튼을 누르는 따위라면 도대체 그따위 로봇이 무슨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람보는 호텐스를 보고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로드니는 부르클린 억양이 섞인 아이 목소리를 갖고 있다.) "자동 전자 기기가 없습니다. 마님." 호텐스는 놀라 숨을 헉 들이마셨다. "할아버지, 아직 부엌을 자동화하지 않고 사시나요?" (르로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아예 나를 부르지도 않던 며느리가아이가 태어난 후 어쩌다 필요할 때에는 나를 할아버지라고 부르고있다. 호텐스는 사람들간의 호칭이 주는 인간적 느낌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모른다.) "로드니가 들어가면 그 부엌은 완전 자동화된단다." "아, 그래요. 하지만 지금은 20세기가 아니잖아요, 할아버지." '차라리 지금이 20세기였으면 좋겠구먼...' "람보를 다시 프로그래밍해서 가전기구들을 조종할수 있도록 하면 되지 않니? 그럼 그 로봇도 물을 끓이고, 차를 타고, 필요한 건무엇이나 할 줄 알게 될거야." "물론 그렇지요. 하지만 그의 프로그래밍에는 절대 손대지 않을거예요. 그는 최고급 제품이라 약간만 손대도 성능이 떨어질수 있거든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그라시가 밝게 웃으며 끼어들었다. "굳이 프로그래밍에 새로 손댈 필요는 없단다. 얘야. 누가 그 로봇에게 차례차례 일하는 방법을 알려주면 될텐데 그러니. 그나 저나나는 집안 일에 대해 전혀 모르는데, 어떡하지?" 내가 해답을 일러줬다. "로드니에게 시키지 뭐." "여보! 로드니는 지금 휴가중이에요." "나도 알아. 로드니에게 일을 시키자는게 아니고, 람보에게 일을시키자는 거야. 로드니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필요가 없다구." 이때 뻣뻣한 자세로 람보가 끼어들었다. "마님. 제게 입력된 프로그램 중에는 다른 로봇의 명령을 따라야한다는 내용이 없습니다. 그것도 구형 로봇에게서 말입니다." 호텐스가 로봇을 달랬다. "그야 당연하지 람보. 할아버지 할머니도 그 점은 잘 이해하고계실거야." (들렌시는 내내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다. 아내 앞에서 그 녀석은 늘 꿀먹은 벙어리가 됐다.) 내가 다른 방안을 제시했다. "좋아. 그렇다면 로드니더러 내게 해야할 일을 일러달라고 하마. 그런 다음 내가 람보에게 명령을 내리면 되겠지?" 그 말에는 람보도 침묵을 지켰다. 그도 인간의 명령에는 절대 복종해야 한다는 로봇 제 2원칙을 알고 있는 모양이다. 호텐스는 잠깐 인상을 찌푸렸다. 아마 람보와 같은 최신형 로봇에게 나같은 늙다리가 명령을 내린다는 생각에 마음이 상한눈치였다. 하지만 그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에게도 인간에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있나 보다. 놀랄 일이다! 하지만 르로이에게는 그런 최소한의 예의 조차 없었다. "나는 그 고물덩어리가 눈에 띄는게 싫어. 그런 고물 쇳덩어리가무슨 일을 알겠어. 로드니가 제대로 안다해도 할배가 엉뚱하게 말을전달할게 틀림없어." 나는 르로이와 단 둘이 있다면 아이에게 조용히 예의를 가르쳐주고 싶었다. 몽둥이로 말이다. 하지만 호텐스에게도 모성 본능이란게있는지, 며느리는 손주를 한시도 나와 단둘이 있도록 하지 않았다. 나는 창고에서 혼자 사색을 즐기고 있던 로드니를 데려왔다. 로봇도 혼자 있을 때는 사색이나 공상을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막상 일을 시켜보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로드니가 한 마디하면내가 그것을 람보에게 말하고 그러면 람보가 무엇을 하고... 다시로드니가 한마디 하고... 그런 식이었다. 로드니가 혼자 일할 때 보다 시간이 배로 들었다. 게다가 나도 무척 지쳤다. 왜냐하면 식기 세척기 겸용 멸균 소독기 사용법이나 크리스마스 만찬을 준비하는 것이나 식탁과 거실을 치우는 일 모두가 엄청난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그라시는 계속해서 로드니의 크리스마스 휴가가 망쳐지고 있다고불평했다. 하지만 아내는 나 역시 휴가를 망지고 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는 듯 했다. 나는 호탠스의 비평 감각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며느리는 사사건건 뭐라고 듣기 싫은 소리를 해댔다. 하지만 한 번도똑같은 불평을 두 번하는 법이 없었다. 그처럼 끊임없이 창의적으로불평하는 사람은 내 평생 처음 보았다. 최악의 순간은 성탄 전야에 왔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운 후, 나는 완전히 기진맥진 해졌다. 우리 집의 트리는 버튼 하나만누르면모든 장식품이 저절로 조립되는 자동식이 아니다. 구식 플라스틱으로된 모형 전나무에 종이나 인형 등을 일일이 손으로달아야 한다. 구식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고 호텐스는 아주 거북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녀에게 변명조로 말했다. "호텐스, 사실 직접 장식품을 달다보면 창의력도 길러지고 자신만의 개성적인 트리를 꾸밀수 있단다." 호텐스는 코웃음을 치고는 역겹다는 얼굴을 하고는 종종걸음으로방을 빠져 나갔다. 나는 그녀의 뒷통수에 대고 절을 꾸벅 했다. 일단내 눈 앞에서 그녀가 사라지는 게 너무 반가웠기 때문이다. 나는 계속 로드니의 지시 사항을 람보에게 전달해 주었다. 작업이 끝나자 나는 지친 다리를 쉬려고 거실 한쪽 어두운 구석안락의자에 앉았다. 내가 의자에 몸을 묻은 순간 꼬마 르로이가 거실에 들어왔다. 구석에 있는 나를 보지 못한 눈치였다. 아니면 나를 보고도 그냥 거실 가구의 일부 정도로 생각하고 무시했든가... 그 아이 역시 트리를 역겹다는 듯이 흘긋 쳐다본 후 람보에게 말했다. "이것봐, 내 크리스마스 선물은 어디있지? 분명 두 노친네가 무슨구닥다리 선물을 준비했을 텐데, 선물을 받으려고 내일 아침까지 기다리기는 싫어." "작은 주인님, 저는 선물이 어디있는지 모릅니다." "그래?" 르로이가 이번에는 로드니를 향해 말했다. "야, 멍텅구리. 너는 어때? 너는 선물이 어디있는지 알지?" 사실 그의 이름이 멍텅구리가 아니였기 때문에 로드니가 못 알아들은 척 가만 있어도 별 문제가 안 될 상황이었다. 아마 람보라면 분명 그랬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로드니는 람보와는 다르다. 그는 공손히 대답했다. "예, 알고 있습니다. 작은 주인님." "어디 있는지 말해봐." "말씀드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면 내일 아침선물을 주실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실망시키는 격이 될 겁니다." "잘 들어. 파쇠 덩어리야. 나는 지금 명령하는거야. 지금 당장 그선물들을 찾아 가져오라구!" 말을 마친 르로이는 누가 대장인지 교훈을 주기 위해 로드니의정강이를 호되게 찼다. 그것은 실수였다. 사실 나는 잠깐전에 그러한 르로이의 의도를 읽고 그 애의 그같은 실수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르로이는 이미 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래서 그 애는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그나마 발을 내지르는 순간 슬리퍼가 벗겨서 그 애의 맨발이로봇의 크롬강 외부를 세게 걷어차게 되었다. 아이는 마루를 데굴데굴 구르며 악을 썼다. 그 애의 어머니가 달려왔다. "무슨 일이냐, 르로이? 무슨 일 있었니?" 뻔뻔스럽게도 그 꼬마 녀석은 거짓말을 했다. "저 로봇이 저를 때렸어요. 저 고물 로봇이 저를 쳤다구요." 호텐스는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구석의 나를 보고 소리를 질렀다. "저 로봇, 즉각 해체시켜야 겠군요." "호텐스, 로봇이 아이를 팰 리는 없어. 로봇 제 1원칙 때문에 그런 행위는 불가능해." "오래된 로봇이잖아요. 고물이 다 된거라구요. 르로이 말은..." "아이가 거짓말하는 거다. 아무리 오래되고 고장이 났어도아이를때릴 로봇은 없단다." 르로이가 다시 악을 썼다. "할배가 날 때렸어. 할배가 그랬다구."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 경우라면 로봇이 나를 말렸을게다. 람보에게 물어봐라. 로드니나 내가 아이를 때리려 했다면 그로봇이 반드시 주인을 보호하려 했을 거다. 이봐, 람보!" 명령조로 람보의 이름을 불렀다. 람보가 대답했다. "마님, 도련님께 어떤 위험이 닥친다면 저는 기꺼이 도련님을 보호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도련님의 의도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맨발로 로드니의 무쇠 정강이를 차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호텐스는 화가 나 눈이 튀어나올 지경이 되었다. "르로이가 그랬을 때에는 뭔가 이유가 있었겠지! 로드니를 당장폐기 처분시켜야 해요." "맘대로 하려무나. 하지만 폐기 신청 판결을 받으려면 너의 로봇이 거짓 증언을 해야 할 텐데 그러다가 까딱하면 그 최신형로봇의두뇌 회로가 망가질걸? 그리고 나는 로드니를 위해 사실대로 증언할거다." 호텐스는 다음날 아침 창백한 얼굴의 르로이를 데리고 서둘러 가버렸다. (르로이는 엄지발가락을 삐었다. 그게 바로 자업자득이란거다.) 들렌시는 끝까지 침묵을 지키다 갔다. 그라시는 좀더 오래 머물다 가라고 아들네를 붙잡았다. 하지만 나는 아무 감정없이 그 애들을 보냇다. 사실 아무 감정이 없었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마침내 그들이 가게 되자 속으론 무척 기뻤다. 이후에 나는 아내가 없을 때 로드니에게 가서 말했다. "미안하다. 로드니. 네게 휴가를 주려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끔찍한 크리스마스 휴가가 되었구나. 앞으로는 결코 이런 일이없을거다. 내 약속하마." "감사합니다. 주인 어른. 사실 지난 이틀 만큼, 로봇 3원칙의 존재가 원망스러운 때가 없었습니다." 나는 로드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한다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날밤 나는 한밤중에 잠이 깼다. 그때 이후로 걱정 한가지가늘 내 뇌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물론 로드니가 무척 심한 대접을 받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로봇이 3원칙의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로봇이 3원칙이 없었으면 하고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이다. 만약 내가 이를 당국에 신고한다면 의심의 여지없이 로드니는 폐기 처리되고 우리는 새로운 로봇을 교환받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라시는 나를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결코 말이다! 얼마나신형이든, 얼마나 재주가 많든, 아내에게 있어 로드니를 대체할 수있는 로봇은 없다. 사실 나 자신도 스스로를 용서하지 않게 될 것이다. 나의 로드니에 대한 정은 차치하고도 호텐스에게 그런 만족감을 줄 수는없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다면 나는 로봇의 3원칙이 없었으면 하고 바라는 로봇과 한 집에서 살게 되는 것이다. 없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과 없다고 무시하는 것은 백지 한 장의 차이이다. 만약 그 백지 한 장의 변화가 일어난다면, 로드니가 무슨 짓을할 지 어떻게 아는가? 이제 이 일을 어떡하나,.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