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처럼 아이작 아시모프 옮긴이 김민식 삼십대 후반에 아주 건강한 편인데도 챨스 모딘은 여태 우주 여행 을 해 본 일이 없다. 그는 TV를 통해 우주 정착지에 대해 보고, 또 각 종 인쇄 매체를 통해 우주 정착지에 대해 읽은 적도 많지만 직접 가 본 일은 없다. 사실, 그는 우주에 흥미가 없다. 그는 지구에서 태어났고 지구에 서의 생활에 만족한다. 약간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는 바다로 간다. 그는 요트 조정을 아주 즐기고 또 능숙한 편이다. 고로 우주 정착지 시설 회사의 대표가 그에게 일을 위해 우주 여 행을 해야 한다고 했을 때 그는 영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모딘이 말했다. "이것보십시오. 저는 우주 여행에 맞는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패 션 디자이너라구요. 제가 로켓이나 가속이나 추진기 같은 것에 아는 게 뭐 있겠습니까?" "우리도 그러한 사실은 잘 압니다. 선생이 그런걸 알아야 할 필요 도 없구요." 나오미 바라노바가 달래듯 말했다. 우주에서 너무 오래 지낸 탓에 지구 중력에 익숙하지 않은지 그녀의 걸음걸이는 약간 어색했다. 모딘이 보기에 그녀의 옷은 알몸 가리개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패 션 감각하고는! 차라리 우비를 입고 다니는게 낫겠다. "왜 제가 우주 정거장에 가야 한다는 겁니까?" "당신의 전문 분야 일을 위해서죠. 우리를 위해 어떤 것을 디자인 해 주십사 하는 겁니다." "그게 옷인가요?" "날개입니다." 잠깐 생각해 봤다. 모딘이 무슨 생각을 할 때면 그의 넓은 이마는 붉은 혈색을 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이마가 붉게 변한 것은 기분이 언짢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할 수 있는 일 아닙니까?" 바라노바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녀의 머리칼은 검붉은 색 이었는데, 귀밑머리가 약간씩 허얘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별로 신경쓰는 것 같지 않았다. "모딘 씨, 상황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우리는 최고의 기술자 와 컴퓨터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인간에게 가장 적합한 형태의 날개를 제작했습니다. 응력과 표면 마찰, 공기 유동성, 방향 조종 가능성 등 의 모든 변수를 고려해서 날개를 제작했지만 별 소용이 없습니다. 저 희는 약간의 장식이 필요하리라..." "장식이라구요?" "기능과는 상관없이 사람들의 흥미를 끌 만한 무언가 말입니다. 이는 저희 우주 정착 사업의 성공 여부가 달린 문제입니다. 선생이 꼭 직접 와주셨으면 합니다. 문제를 직접 와서 보시라구요. 의뢰비는 충분히 드릴 겁니다." 결국 모딘을 우주로 끌어낸 것은 그 의뢰비였다. 게다가 일의 성 공 여부에 상관없이 상당한 착수금도 약속받았다. 그는 특별히 돈에 눈이 먼 사람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돈을 경시하는 편도 아 니었다. 그리고 그는 누군가 그의 능력을 인정해 주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사실 우주 여행이 생각했던 것 처럼 썩 나쁜 편은 아니었다. 우주 여행의 초창기에 우주 비행사들은 짧은 시간 동안의 엄청난 가속과, 긴 시간 동안의 좁은 공간의 구속을 견뎌야 했다. 아직도 지구인들은 우주 여행하면 그런 초창기의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백 년이 지나는 동안 우주 여행도 많이 편리해 졌다. 유압식 좌석이 가 속시 충격을 흡수해 이제는 거의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가 되 었다. 모딘은 날개의 작동 사진이나 조인 (鳥人)들의 비디오 테잎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상당히 멋있는데요." 나오미 바라노바가 그의 말에 약간 슬픈 미소를 지어보였다. "지금 보고 계신 것은 전문가, 즉 운동선수들의 비행 모습입니다. 만약 내가 저 날개를 달고 공중에서 양옆으로 어설프게 퍼덕거리는 것 을 보신다면 폭소를 터뜨리실 겁니다. 그나마 저는 보통 이상으로 잘 난다는 평을 듣는 사람인데도 그렇습니다." * * * 그들은 우주 정착지 5호에 접근하고 있었다. 정착지의 공식 명칭은 크리살리스였으나 모두들 그냥 5호라고 불렀다. "아마 번호보다는 이름이 낫다고 생각하시겠지만, 별로 정이 가는 곳이 아니라서요. 사실 그 점이 제일 큰 문제지요. 고향같다는 느낌이 안들거든요. 정착민들은 그냥 직업상 와서 있는 거지요. 이곳에 정착 해서 가정을 꾸미려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멀리서 보니 5호 정착지는 작은 구체같았다. 모딘이 지구에서 TV로 본 그대로였다. 보기보다 더 크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감이 별로 오 지 않았다. 우주 정착지에 도착했을 때 그의 시각과 느낌은 아직 그 웅대한 규모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주 비행선과 그의 모습은 상대적으로 작아져 갔고, 마침내 그들은 거대한 유리와 알루미늄의 구 조물에 도착했다. 한참을 내다보았는데도 여전히 비행선은 정착지 주위를 선회하고 있었다. "착륙하지 않을 건가요?" 그의 질문에 다시 바라노바가 답했다. "착륙하는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5호 정착지는 축을 중심 으로 2분에 한 번씩 자전합니다. 자전을 그렇게 계속해야 원심력이 생 겨 정착지 안의 모든 사물이 내벽쪽으로 밀리게 됩니다. 그것이 인공 적 중력의 효과를 주지요. 착륙 전에 그 자전 속도를 맞춰야 합니다. 그러는 데엔 시간이 좀 걸리지요." "자전 속도가 꼭 그렇게 빨라야 합니까?" "지구 중력에 맞먹는 원심력을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조 처이지요. 그게 가장 기본적인 문제입니다. 만약 자전 속도를 늦춰 지 구 중력의 10분의 1이나 그 이하에 해당하는 원심력을 발생시킨다면 훨씬 나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 경우에는 인간 생리에 문제가 생 기지요. 사람은 저중력 상태에서 오래 지낼 수가 없습니다." 우주선의 속도가 5호의 자전 속도에 거의 일치되었다. 모딘은 외부 반사경의 굴곡을 볼 수 있었다. 이 반사경을 통해 태양열 집적 발전 이 이루어졌다. 정착지에서 사용하고 남는 태양열 전원은 지구로 수출 되었다. 마침내 우주선이 구체의 한 극단을 통해 5호의 내부로 진입했다. 모딘은 5호에서 하루를 보낸 후 완전히 녹초가 되었다. 하지만 그 에게는 그 하루가 즐거웠다. 그들은 풀밭위에 앉아 있었다. 눈 앞에는 전원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머리 위로는 구름이 떠있고 해는 보이지 않았으나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바람이 불고 멀리서 시냇물 소리가 들렸다. 그는 지금 자신이 지구 주위를 도는 달 궤도 상의 한 우주 정착지 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마치 하나의 완전한 세상같군요." 바라노바가 말했다. "처음 오면 그렇게 느껴지지요. 일단 여기 오래 머무르고 나면 이 곳의 모든 곳과 익숙해 지게 됩니다. 이곳에서의 일상은 끊임없는 반 복의 연속이지요." "지구에서도 한 곳에만 머물러 있으면 일상 생활은 곧 반복의 연속 이 되지요." "그래요. 하지만 지구에서는 어디로든 떠날 수 있잖아요. 비록 여 행을 할 형편이 못된다 하더라도 어디든 갈 곳이 있다는 것은 알지요.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갈 곳이 없다는 걸 다들 알지요. 그리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좋은 일도 아니지요." "최소한 이곳에 지구의 단점은 없잖아요? 이를테면 기상 이변 같은 것 말입니다." "이곳의 기후는 에덴 동산의 그것과 같지요. 하지만 곧 그런 아름 다운 날씨에도 질리게 됩니다. 뭘 하나 보여드리지요. 여기 공이 하나 있습니다. 높이 던져 다시 한 번 잡아보십시오." "장난하시는 겁니까?" "아닙니다. 한 번 해보십시오." 모딘이 말했다. "제가 야구 선수는 아니지만 공을 던질 수는 있지요. 다시 잡을 수 도 있을 겁니다." 모딘이 공을 직각으로 높이 던졌다.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저편으 로 날아갔다. 모딘은 공을 잡으려고 한참 달려갔으나 잡지 못했다. "똑바로 위로 던지지 않으셨군요. 모딘 씨." "똑바로 위를 보고 던졌어요." 모딘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대답했다. "지구의 기준에서 보자면 그렇지요. 문제는 이곳에서는 소위 코리 올리 효과가 작용한다는 겁니다. 이곳 5호의 내부 공간에서는 모든 사 물이 축을 중심으로 커다란 원을 그리며 자전합니다. 만약 공을 똑바 로 위로 던지면 축에 가까이 접근하게 됩니다. 축 가까운 곳에서 모든 사물은 작은 원을 그리면서 더 느린 속도로 돌지요. 하지만 공은 던질 때의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에 자전 방향으로 따라 저 편으로 멀리 가서 떨어지게 됩니다. 만약 공을 제자리에서 잡으려 한다면 자 전 반대 방향으로 45도 각도로 던져야 합니다. 그러면 부메랑처럼 다 시 던진 자리로 돌아오지요. 이곳에서의 사물의 운동은 지구에서와 다 릅니다." "오래 있으면 그런 것에도 익숙해 집니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저희는 이 구체 내부 적도 지점에서만 생활합니다. 그곳에서 사물의 운동 속도가 가장 빠르고 또 정상적인 중력의 효과를 얻을수 있지요. 만약 축을 향해 이동하거나 양극 쪽으 로 이동하면 중력 효과는 급격히 줄어듭니다. 자주 위로 올라가거나 양극쪽으로 가야할 일이 생기는데 그때마다 우리는 코리올리 효과를 염두에 두고 움직여야 합니다. 양극으로 이동할 때는 모노레일을 탑니 다. 왕복 노선이 있지요. 모노레일을 타고 갈때는 몸이 한쪽으로 쏠 리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거기에 익숙해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 고 영영 익숙해지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이곳에서 사는 것을 싫어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지요." "그러한 중력 왜곡 현상을 해결할 방안은 없습니까?" "만약 자전 속도를 늦춘다면 코리올리 효과는 줄일수 있지만 중력 효과 역시 줄어들게 됩니다. 그럴 수는 없지요." "이래도 탈, 저래도 탈이군요."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만약 사람들이 운동만 열심히 한다면 저중력 상태에서도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 정기적으로 상당 시간 운동을 해야하는데 그러려면 사람들이 운동을 재미있게 여겨야 합니다. 사람들은 지겨운 체조나 헬스같은 운동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하늘을 나는 것이 좋은 운동이 되리라 생각했지요. 양극 근처 무중력 지역에 가면 사람들의 체중은 거의 0에 가깝게 됩니다. 그래 서 양 팔을 퍼덕이면 공중으로 떠오르지요. 만약 경량 플라스틱 날개 를 양 팔에 달고 관절처럼 된 막대기를 이용해 적당한 방식으로 날개 를 접었다 펼쳤다 한다면 하늘을 새들처럼 자유자재로 날수 있을 겁 니다." "그게 운동이 될까요?" "그럼요. 하늘을 나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입니다. 그 점은 제가 장담하지요. 몸을 공중에 떠있게 하는데 팔과 어깨 근육의 힘이 많이 드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계속 날기 위해서는 팔과 어깨 근육을 계 속 움직여야 합니다. 지속적으로 운동한다면 근력을 키워주고 골격을 튼튼하게 해주지요.문제는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사람들이 하늘을 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나요?" "만약 하늘을 쉽게 날수 있다면 좋아할 겁니다. 문제는 안정적으 로 날기 위해서는 양쪽 팔다리 운동의 조화를 이루어줘야 하는데 그게 보통 일이 아닙니다. 약간만 균형을 잃어도 몸이 기우뚱거리고 거꾸로 서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멀미가 나지요. 요전에 비디오에서 보았듯이 아주 우아하게 날아 다니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아 주 드물지요." "새들은 멀미를 하지 않을 텐데요." "새들은 정상적인 중력장에서 날아다닙니다. 하지만 5호의 사람들 은 그렇지 않습니다." 모딘은 이마를 찌푸리고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편히 주무시리란걸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우주 정 착지에 오고 한 며칠 잠을 못자지요. 하지만 모쪼록 편히 쉬시기 바랍 니다. 내일은 비행 지역으로 갈 겁니다." 모딘은 코리올리 효과가 별로 유쾌하지 않은 일이라는 바라노바의 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극지방으로 가는 작은 모노레일은 계속 해서 왼편으로 기우는 듯 했고 뱃속이 다 뒤집히는 것 같았다. 그는 하얗게 핏기없는 손으로 손잡이를 꽉 움켜 쥐었다. 바라노바가 측은한 얼굴로 말했다. "안됐군요. 속도를 늦춘다면 좀 나아지겠지만 그렇게 되면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겁니다." "이런 것에 익숙해 질 수 있나요?" "어느 정도는요. 완전히 익숙해지지는 않지요."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자 그는 무척 기뻤다. 하지만 이곳에 서 그의 몸이 공중에 떠 다닌다는 사실에는 적응하기가 약간 어려웠 다. 어쩌다 몸을 갑자기 움직이면 그의 몸은 공중으로 부웅 떠올랐다 가 아주 천천히 내려앉았다. 자신도 모르게 팔다리를 내저었다가는 상황이 더 악화되기 일쑤였다. 바라노바는 모딘이 스스로 익숙해 지도록 잠시 내버려 뒀다. 그런 뒤 모딘의 팔을 잡아 고정시켰다. "이걸 즐기는 사람도 있답니다." "난 아닙니다." 모딘이 오만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런 사람이 더 많지요. 여기 땅에 박혀 있는 고리에 발을 걸고 서세요. 갑자기 움직이지 마시구요." 하늘을 날고 있는 사람은 다섯명이었다. "저 조인들은 거의 매일 여기 온답니다. 가끔씩 오는 사람도 이삼 백명 되지요. 양극과 축 근처의 무중력 지대를 이용한다면 동시에 5 천명이 하늘을 날아다니게 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있는 공간이면 이 정착지의 3만명의 운동공간으로 충분합니다. 문제는 어떻게 사람들을 끌어내느냐 하는 것이지요." 모딘이 하늘을 향해 손짓을 하자 그의 몸이 약간 뒤로 밀려났다. "저 사람들도 이걸 배운것 아닙니까? 태어날 때부터 날아다니지는 않았겠지요. 다른 사람들도 쉽게 배울 수 있지 않을까요?" "저 사람들은 천부적으로 자질을 타고 난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절더러 무얼 하라는 겁니까? 저는 패션 디자이너이지, 천부적 소질을 부여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천부적 자질이 있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닙니다. 매일같이 연습을 많이 해야지요. 하늘을 나는 모습이 좀더 멋있다면 상황은 호전될 수 도 있습니다. 만약 아주 멋있는 날개를 디자인해 주신다면 비록 비행 자체는 어렵더라도 사람들을 디자인으로 유혹할 수 있을 겁니다. 사 람들이 우아하게 하늘을 날게 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자주 비행 운동을 하겠지요. 운동량이 늘어난다면 자전 속도를 늦추어도 건강에 지장이 없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코리올리 효과도 줄이고 우주 정착 지도 살만한 곳이 될 겁니다." "기적을 바라시는 군요. 저 사람들을 좀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을 까요?" 바라노바가 손을 흔들자 한 조인이 아주 큰 원을 우아하게 그리며 내려왔다. 젊은 여자였다. 그녀는 10피트 정도 떨어진 상공에서 날개 끝을 가볍게 펄럭이며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지요?" "별 것 아닙니다. 제 친구가 당신이 어떻게 날개를 다루는지 궁금 해 해서요. 한 번 보여주실래요?" 그 아가씨는 다시 한 번 웃어보이더니 양 쪽 날개를 차례로 비틀 어 공중제비를 넘었다. 멈추는 듯 하더니 양쪽 날개를 뒤로 착 접어 몸을 위로 날렸다. 부드럽던 날개짓을 세차게 하여 빠른 속도로 수직 상승했다. 한참후에 모딘이 말했다. "발레하고 비슷하군요. 하지만 저 날개는 영 폼이 나지 않는군요." "그런가요? 정말 그래요?" "그럼요. 꼭 박쥐 날개 처럼 생겼군요. 맵시가 전혀 나지않는데 요." "그럼 어떡하지요? 깃털 장식 같은 것을 달아볼까요? 그럼 사람들 이 더 좋아할까요?" "아니오. 어쩜 비행 자체를 더 쉽게 해야 할 지 모르겠군요." 그는 발을 고리에서 빼고 몸을 가볍게 공중으로 띄워 보았다. 연 습삼아 팔다리를 흔들어 봤더니 몸이 심하게 기우뚱거렸다. 고리에 다시 발을 걸려고 허둥거리자 바라노바가 그를 끌어내려 주었다. 모딘이 말했다. "흠. 내가 무얼 디자인할테니 누가 제 디자인대로 시제품을 하나 만들어주세요. 제가 한 번 그걸 입고 날아보죠. 아직 이런 일을 해 본 적은 없습니다. 보시다시피 무중력상태에서 내 몸하나 추스리지도 못하거든요. 하지만 내가 디자인한 날개를 걸친다면 분명 날 수 있을 겁니다. 내가 날게 된다면 다른 사람도 쉽게 날 수 있겠지요." "그건 그렇습니다." 희망인지 체념인지 모를 바라노바의 대답이었다. 거의 한 주가 지나자 모딘에게 5호는 집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적도 지역의 표면에서 머무르는 한 코리올리 효과로 애먹을 필요가 없었다. 마치 그가 지구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처음 시도할 때 모든 사람이 다 와서 구경하는 것은 싫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어려울 수 있고, 처음부터 사람 들에게 이 날개의 사용이 어렵다는 인상은 주고 싶지 않거든요. 혹시 성공할 경우를 대비해 이 정착지의 고위직 관료 몇 분이 동행해주셨 으면 좋겠군요." 바라노바가 나섰다. "처음에는 사적인 자리에서 시험해 보는게 낳지 않을까요? 처음에 는 실수하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처음에 성공한다면 그만큼 강한 인상을 남기게 되겠지 요." "첫시도에 성공할 학률이 얼마나 되겠어요. 합리적으로 생각하세요. 저를 믿으세요. 지금까지 시도해 온 것은 모두 방향이 틀렸어요. 여러분은 새들처럼 하늘을 날려고 했지요. 하지만 당신이 지적했듯이 지구의 새들은 정상적인 중력장에서 나는 겁니다. 이곳의 새들은 무중력 상태에서 날지요. 그렇다면 디자인 자체는 완 전히 달라야 합니다." 언제나처럼 온도는 아주 적당하게 조절되어 있었다. 습도도 안성 맞춤이었고, 풍속도 알맞았다. 더 이상 바랄것없는 날씨였다. 하지만 모딘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무대공포증 때문에 고생하는 것이 다. 무중력 지역이라 공기 밀도가 적도 지역보다 약간 더 희박했다. 그래서 숨쉬기가 약간 곤란했다. 지금 하늘을 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약간의 관중이 있을 뿐 이었다. 정착지 총독, 보건부 부장, 안전국 국장 등등이 함께 자리하 고 있었다. 약 열 몇명이 와 있었으나 낯익은 얼굴은 바라노바 뿐이 었다. 그의 옷에는 작은 마이크가 부착되어 있었다. 그는 말할 때 떨지 않으려고 무척 노력해야 했다. "우리는 지금 무중력 상태에서 날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새나 박쥐의 날개가 우리의 모델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들의 날개는 중력이 있는 공간에서 날기 위한 겁니다. 바다에서는 다르지요. 물 속에서는 중력의 영향이 부력에 의해 상쇄됩니다. 만약 중력의 영향 이 전혀 미치지 않는 물속에서 비행을 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수영이 라 부릅니다. 중력이 없는 이 지역의 하늘에서는 비행을 하기보다 수 영을 해야 합니다. 고로 독수리보다는 돌고래를 흉내내야 하는 겁니 다." 그는 말을 마치자 마자 공중으로 몸을 날렸다. 그가 착용한 의상 은 몸에 딱 붙지도 그렇다고 펄렁거리지도 않았다. 약간 균형을 잃 으려하자 그는 한쪽 팔을 앞으로 뻗었다. 유압식 기구가 작동하면서 부드럽게 곡선을 그린 기다란 지느러미가 등줄기를 따라 생겨났다. 그의 몸은 다시 균형을 잡았다. "무중력 상태에서 이 지느러미 만으로도 몸의 균형을 잡는 것은 충분하지요. 약간씩 비틀거릴 수도 있지만 균형은 유지하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지금은 처음이라 약간 서툴지만 약간만 연습한다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을 겁니다." 그가 다른 팔을 앞으로 내밀자 그의 양다리와 양팔에 각각 짧은 지느러미가 생겼다. "이들을 움직여 추진력을 얻지요. 팔을 퍼덕일 필요는 없습니다. 가볍게 움직여도 되니까요. 하지만 방향을 바꾸려면 몸을 구부리고 고개를 틀어줘야 하지요. 팔과 다리의 각도도 약간 바꿔줘야 하구요. 신체의 전근육을 다 써야 하지만 결코 격렬한 운동은 필요없습니다. 즉 지치는 법없이 몇시간 동안 전신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스스로도 빠르고 우아하게 움직이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위 로, 위로, 빠른 속도로 위로 몸을 치솟자 속도가 너무 빨라져 멈추지 못하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슬며시 들었다. 하지만 분능적으로 발 꿈치와 팔꿈치를 틀자 몸이 방향을 바꾸고 속도가 줄어드는 게 느껴 졌다. 쿵쾅거리는 심장 박동 간간이 아련한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노바가 존경스런 눈빛으로 말했다. "우리 기술이 실패한 이유를 어떻게 꿰뚫어 보셨습니까?" "새와 비행기 때문에 이곳 기술자들은 처음부터 날기 위해서는 날 개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집착했지요. 그래서 최대한 효과적이고 이상 적인 날개를 제작한 겁니다. 패션 디자이너의 일은 사물이 주위 환경 과 미학적으로 일치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날개는 우주 정착지의 환 경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환경에 맞는 의상을 디자인한겁니 다. 그게 제 일이지요." "이 돌고래 의상을 제작하는 대로 사람들은 하늘을 마음껏 헤엄쳐 다닐 수 있게 될 겁니다. 그런 다음에는 정착지의 자전 속도를 늦추 는 계획을 세워야 겠지요." "아니면 아주 멈추게 할수도 있겠지요. 제 생각에 사람들은 걸어 다니는 것보다 공중을 헤엄쳐 다니는 걸 더 좋아하게 될 겁니다."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어쩌면 두 번다시 걸어다니려 하지 않을 지도 모르지요. 나자신 도 그럴 겁니다." 모딘은 약속받은 의뢰비를 받았다. 그는 수표에 적힌 숫자를 흡족 한 표정으로 보았다. "원래 날개는 새들을 위한 거지요,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