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트의 아이들 - 제 2 부 1 앙가라로 가는 구도로는 타이셰트에서 시작되었다. 침엽수림 지대에 처 음 정착한 사람들이 개척한 길이었다. 그러나 근래 만들어진 새로운 길은 지방 내무인민위원회와 교도소가 있는 칸스크에서 시작되었다. 이제부터는 가차에서 내려 걸어가야만 했다. 칸스크는 스텝지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고 조용한 도시였다. 마침내 머리 위로 푸른 하늘이 보이고 사람 사는 냄새가 짙게 풍겨 나왔다. 이젠 더 이상 감방도 쟈코프도 없고, 무장한 보초도 없다. 사샤는 지금까지 실 제로 일어났던 일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는 다름 사람들과 같이, 옷가방을 들고 길을 따라 자유롭게 걷고 있었 다. 그의 옆에는 보리스 솔로베이치크가 칸스크에 남을 수 있도록 손을 쓰 지 못했다고 투덜거리며 걸었다. 자격증까지 있는 전문가를 왜 그런 작은 마을로 보내려는 걸까? 그게 국가에 어떤 이익이 되지? 베란다가 있는 작은 우체국은 매표소도 겸하고 있었다. 손가락에 잉크와 아교를 잔뜩 묻힌 젊은 직원들은, 그곳에서 편지를 받아 가는 인정 많고 사교적인 모스크바인, 솔로베이치크를 알고 있었다. 칸스크 구에서 씀. 건강 좋음. 일반 우편물은 보구차니 마을로. 당신의 사샤. 이것은 그가 어머니에게 보낸 첫번째 전보였다. 여직원이 단어 수를 헤아려 보더니 그에게 얼마라고 말한 다음, 영수증 을 쓰고 돈을 받았다. 거기 있는 소녀들은 명랑하고 매우 예뻤다. 얼굴이 참하고 몸이 야윈, 솔로베이치크의 젊은 여주인은 식탁을 차리고 있었다.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보리스에게 관심을 갖게 했을까? 그는 곧 떠나 그녀를 잊어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그가 유배자였기 때문에 동정했을까?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보리스는 도시 여자들에게 인기 있 는 남자였지만 그녀 곁에서는 언제나 애처롭게 보였다. 사샤는 어머니가 넣어 준 음식물 중에 마지막 남은 작은 물고기 통조림 을 배낭에서 꺼내 먹었다. 보리스는 보드카 병을 땄다. 그는 이곳에서조차 문화인처럼 살려고 자기만의 유리잔과 냅킨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거의 정상적인 생활로 보였다. 그러나 자신들의 신분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면, 미칠 것 같고 불가사의하고 심지어는 무서운 느낌까지 들었다. 아니, 그렇 게 무섭지는 않은 것 같았다. 천 잔을 마신 사샤는 벌써 머리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감옥에서 갓 나온 후니까 그게 정상이야. 보리스가 말했다. 곧 익숙 해질 거야, 앙가라에서는 순수한 화주를 마시게 될 거야, 그 술이 보드카 보다 운반비가 적게 들지. 거의 사백 마일을 말로 운반하거든, 우린 모든 것을 잘 해낼 거야. 너는 금방 숙련공처럼 일하게 될 거구. 거기에는 트랙 터, 파종기, 곡식 까부는 기계 등 모든 종류의 기계들이 있어. 그러나 난 그런 기계에 대해 아무 것도 몰라. 넌 모든 일을 좋아하게 될 거야. 트랙터도 곧 배울 것이고, 옛날에는 외국으로 나가는 게 유행이었지만 지금 우리는 북극으로 곰이나 잡으러 가 고 있어. 물론 유배지에서 썩는 것보다는 모스크바에서 뒹구는 게 백 번 낫지. 우리는 도대체 뭘 할 수 있겠니? 실컷 울어나 볼까? 나는 국가계획 위원회 의장이나 적어도 부의장은 되기로 모든 게 준비돼 있었지. 난 당원 이 아니니까. 난 항상 모든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하는 노동말처럼 모든 사 람의 짐을 들에 짊어졌어. 그런데 내 앞길은 구두점 하나 잘못 읽는 바람 에 막혀 버렸지. 이걸 명심해. 유배자는 그 누구도 진실을 말하는 법이 없 다는 사실을. 만약 정말로 스탈린에 반대해서 이곳에 보내졌다면, 그는 이 유 없이 이곳에 와 있는 것처럼 생각할 테고, 반대로 정말 이유 없이 이곳 에 보내졌다면 그는 마치 뭔가 이유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게 된단 말이야. 하지만 넌 아까 내가 말한 것을 믿을 수 있을 거야. 그것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니까. 우리 학교에 구호가 하나 나붙어 있었지. 재건의 시기에는 기 술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 스탈린 넌 그 구호 알아? 어느 날 어떤 소녀 앞에서 그것을 읽었는데, 그녀는 내가 제대로 읽지도 못한다고 비난하는 거였어. 잘 들어봐. 내가 기술 재건의 시기에는 스탈린이 모든 것을 결정 한다 라고 읽었다는 거야. 그녀는 똑똑한 소녀였는데 내 무지가 그녀를 화 나게 했고, 그녀는 자신의 노여움을 해당 부서에 전했던 거야. 난 언제나 발음이 좀 시원찮은 편이라서 이제부터라도 발음 연습 좀 확실히 해 둬야 겠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네게 돌아온 것은 제 58조, 반혁명 선전, 선동죄 였어. 다행히도 당국에서는 삼 년이면 내가 제대로 읽게 될 것이라고 생각 했지. 이곳에서는 과히 나쁘지 않았어. 난 모피공급조합 회계원이었으니까. 내 가 여기 온 뒤로 모피 생산량이 부쩍 올라갔거든. 하지만 당국에서는 내가 읽기를 배우기엔 칸스크가 너무 편하다고 판단했던 거야. 그래서 나는 첫 번째 그룹과 함께 앙가라로 보내지게 됐어. 난 지금 모피공급조합의 보구 차니 지점의 회계원 자리를 원하고 있어. 우리가 해야 될 일은, 사샤, 모 스크바에서라면 하찮은 일이겠지만 이곳에서는 우리 생존과 직결되는 일이 야. 보리스의 말이 옳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사샤는 다른 길을 택했다. 그는 그들이 보내는 곳으로 갈 것이고, 그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살 것이다. 그 들로부터 무엇인가 얻으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여기로 그를 보낸 쟈코프의 권리를 인식하는 것이었는데, 그는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넌 모스크바의 어디에서 살았지? 보리스가 물었다. 아르바트. 나쁘지 않군. 나는 페트로브카의 스케이트장 근처에서 살았는데, 들어 본 적 있니? 응. 너도 상상할 수 있겠지만, 나는 젊은 시절의 대부분을 허미티지 가든에 서 보냈어. 난 거기서 행복하게 지냈지. 그러나 나의 할아버지, 차디크는 말하곤 했어. 넌 차디크가 무슨 뜻인지 알아? 차디크란 철인과 성인의 중 간쯤 되는 말이지. 어쨌든 차디크인 나의 할아버지는 그런 경우에 <게누 그!>라고 말하시곤 했지. 넌 무슨 뜻인지 모를 거야 게누구는 <충분해>, < 그거면 됐어>라는 뜻이지. 그게 바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추억은 이제 <게누그>, 눈물도 <게누그>! 아침에 그 여주인은 그들이 깨기도 전에, 쇠오븐 안에 그들의 아침식사 를 마련해 놓고 일하러 나갔다. 단순한 여자의 놀라운 장점이 바로 이런 거라니까. 보리스가 말했다. 넌 내가 왜 아내와 이혼했다고 생각해? 그녀는 일찍 일어나서 내 아침을 해주지 않았어. 그래서 그녀는 남편을 읽은 거야. 기억해. 어쨌든 그녀는 나를 읽었단 말야. 자, 모피공급조합에나 가볼까? 유감스럽게도 퇴직 수당 을 탈 기회는 많지 않았어. 그러나 나는 보구차니로 가는 편지들 중에서 하나를 슬쩍 빼낼 거야. 면도하려 갈래? 아니. 사샤, 말 들어. 그 수염 좀 깎아. 그 턱수염은 뭘 하려고 기르니? 나가 봐. 여기 있는 소녀들이 얼마나 예쁜지 알아? 사샤는 벌써 그들 중 몇 명을 보았었다. 그들은 밝은 갈색 머리에 튼튼 한 몸과 다리를 가진, 매우 아름답고 품위 있는 시베리아 소녀들이었다. 그는 시베리아에서의 자신의 삶을 수행자의 삶으로 상상해 왔었다. 그는 불어, 영어, 정치학 그리고 경제학을 공부했었다. 유배 3년을 그대로 허비 하고 싶진 않았다. 이제 그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커리큘럼을 다시 짜 야 되지 않을까? 그들은 전혀 화장하지 않아. 모든 자연 그 자체지. 보리스가 덧붙였 다. 삼일 남았어. 그러니까 그 동안 맘껏 즐겨야 해. 그러나 이 친구야, 그런 턱수염을 하고 나가겠다면 차라리 집에 있는 게 좋을 거야. 이런 곳에서 면도하고 싶진 않아. 경험자 말을 들어. 넌 지금 겨우 유배 첫날을 보내고 있지만, 난 벌써 삼십개월째란 말야. 만약 그들이 널 풀어줄 때까지 네가 좌절만 하고 있다 면, 넌 벌써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 길은 하나밖에 없어.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그냥 사는 거야. 그래야만 성한 몸으로 나갈 수 있다구. 낮은 실내에 바랜 벽지, 게다가 천장의 누렇게 얼룩진 종이는 여기저기 들떠 있었다. 옆방에서 아이 우는소리가 들렸다. 그 방에서는 쾰른 산 화 랑무와 향수 냄새가 났다. 두 개의 평범한 이발 의자가 있었고, 이발사들 은 흰 가운에다 흰 장화를 신고 있었는데, 그들의 행동은 모스크바 이발사 들과 똑같이 엄격하고 정중했다. 사샤는 희미하고 금이 간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창백한 얼굴을 보았다. 한껏 자라난 그의 곱슬곱슬한 턱수염은 마치 일부러 다듬어 온 것처럼 보 였다. 전부 면도하시겠습니까, 깨끗하게? 이발사는 가위로 사샤의 턱수염을 자르기 시작했다. 곱슬곱슬한 수염 덤 불이, 이발사가 사샤에게 둘러 준 지저분한 덮개 위로 떨어져 내렸다. 가위가 짤까닥 소리를 내고 뜨거운 비누거품이 그의 턱을 따뜻하게 하 자, 그는 아르바트 이발소의 냄새와 밝은 불빛, 휴일의 혼잡이 연상되었 다. 이게 누구야, 아니 내 눈이 잘못되었나? 솔로베이치크는 그의 팔을 벌 렸다. 야, 너무너무 멋진데 그래! 다시 길을 따라 걸으며 사샤는 소녀들을 보았고 그녀들도 그를 뒤돌아보 았다. 그들이 우리를 여기 머물게만 해준다면 우리가 이 지방을 발전시킬 수 도 있을 텐데. 보리스가 말했다. 이 지역은 유배자로 가득 찼어. 우리 두 사람쯤 더 있다 해도 괜찮을 거라구. 여기서 떠나는 사람들은 누구지? 그들보다 남아 있는 사람들이 문제야. 대식구를 거느린 자들이나, 병자 들, 노인들.... 봐, 저기 누가 오는군, 그러나 그를 쳐다보지 마. 그는 멘 셰비키 당원으로, 지도자 중 한 사람이었어. 그들을 향해 오고 있는 사람은 지팡이를 짚은 늙은 남자였다. 그는 코트 에다 중절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긴 잿빛 머리가 칼라를 덮었다. 솔로베이 치크는 그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 노인은 상대방이 누군지 잘 모를 때 그러는 것처럼 약간 어색하게 답례를 했다. 그러나 그는 곧 보리스를 알아본 듯, 모자를 벗고 웃었다. 저 사람은 양쪽 길을 거쳐왔지. 노신사가 그에게 나타낸 존경심을 자 랑하며 보리스가 말했다. 그는 1905년 혁명주의자로 추방되었고, 1920년 에는 반혁명주의자로 추방되었어, 저 사람 나이가 얼마쯤 돼 보여? 육십? 칠십둘이야! 그는 맨 처음 여기 온 사람 중 하나지, 넌 여기서 멘셰비 키, 사회혁명당원, 무정부주의자, 트로츠키주의자, 민족적 비주류파 등 온 갖 종류의 사람들을 만날 거야. 사샤는 아직도 멘셰비키나 사회혁명당원들이 소련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토로츠키주의자들이라면 기억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머지는? 그들이 아직까지.... 그들은 여전히 무엇인가 일어날 거 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아직까지도 자신의 의무를 수행하고.... 아니 면, 그들은 아마 아무 의무도 갖고 있지 않는지도 몰랐다. 그들은 장방형 기둥과 썰렁한 식탁이 있는 지하실의 모피공급조합 간이 식당에서 식사했다. 부엌은 커다란 직사각형의 배식창구 뒤에 있었다. 세 개의 큰 스튜 냄비가 스토브 위에서 끓고 있었고, 예쁘장한 여자 요리사는 손에 국자를 들고 서 있었다. 이 간이식당은 원래 고용인들을 위해 지어졌지만 굳이 외부인을 쫓아내 지는 않아. 여기서 계산을 하려면 신분카드를 갖고 있어야 해. 그런데 신 분증도 없는 유배자의 약 반수가 여기서 식사를 하거든. 그러니 누군가가 내 덕에 식사했다고 말해도 넌 그걸 믿을 수 있을 거야. 보리스를 발견한 요리사는 국자를 내려놓고 앞치마에 손을 닦더니 얼른 부엌에서 나왔다. 오늘은 보르시치(러시아스프)예요. 보리스 솔로베이치크, 그리고 비프 스트로가노프와 으깬 감자예요. 잠깐만 기다리신다면 감자 튀김도 해드릴 께요. 그녀가 그에게 기대며 속삭였다. 진짜 버터도 약간 있어요. 감자를 튀겨 줘요. 그가 크게 대답했다. 떠날 건가요? 그래야 될 것 같소. 그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들이 모피 모은 것을 갖고 왔소? 예, 네 자루 갖고 왔어요. 내일은 더 갖고 오겠대요. 그런데 그들은 또 다시 값을 엉터리로 쳤어요. 야채쇠고기 스튜는 팔 코페이카나 더 되는 게 틀림없어요. 그리고 난로수리비를 안 주겠다고 했더니 마구 연기를 피워 눈이 아파 죽을 뻔했어요. 그녀는 보리스가 거기 있는 한 모든 것이 잘될 것이나 그가 떠나면 모든 것이 엉망이 되리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 예상한 대로일 뿐이라는 표정이었다 - 그가 이곳에서는 아무 것 도 아닐지라도 약간의 존경을 받고 있음은 그를 기쁘게 했다. 하긴 그는 그럴 만 했다. 여기서 수다를 떨고 있는 것 좀 봐. 빨리 저녁을 차려야지. 그녀가 그 제야 생각난 듯 말했다. 내가 여기 왔을 때는 다섯 명의 일꾼이 있었지. 보리스가 말했다. 지 금은 한 명의 보조사와 그녀, 둘 뿐이야. 그녀는 요리도 하고 계산도 하 며, 종업원이자 지배인이지. 사실 이 식당은 여기서 내가 한 작은 일이었 어. 두 달간 내가 여기서 해낸 일을 죄다 말해 줄 수도 있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야? 어느 누구도 없어서는 안 돼 - 하루는 나라면 다음날은 네가 하 면 돼. 네가 그것에 대해 정말로 심각하게 생각해 본다 할지라도. 잘 모를 거야. 문학에서 푸쉬킨이 없었다면, 나는 그를 톨스토이로 대신 할 수 있 어. 그러나 그것은 톨스토이일 뿐 푸쉬킨이 아닐 거야. 그들은 나 대신 내 일을 하도록 다른 누군가를 보낼 수 있어. 그러나 그건 또 다른 푸쉬킨일 뿐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한 작은 남자가 식당으로 들어왔다. 꾸부정한 몸에 헝클어진 머리, 수염 은 깎지 않았고, 모자 꼭대기는 부러져 있었다. 더러운 셔츠 위에 길고 너 덜너덜한 웃저고리를 입고 있었는데 단추는 떨어졌고, 덕지덕지 무릎을 기 운 양복바지에다 굽이 다 닳아빠진 신발을 신고 있었다. 아, 이고르! 보리스가 불렀다. 이리로 와요, 이리 와! 이고르는 수줍게 웃으며 다가왔다. 사샤는 그의 푸른 눈과 가늘고 흰 목 을 바라보았다. 모자를 벗어요. 여기는 식당 안이잖아. 보리스가 말했다. 이고르가 그의 모자를 벗어 움켜쥐자, 오랫동안 감지도 않고 자르지도 않은 듯한 그의 밝은 갈색머리가 사방으로 뻗쳐 나왔다. 잘 지냈소? 보리스가 물었다. 불평해선 안 되겠지. 이고르는 몇 개 남지 않은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 다. 불평해선 안 되겠지. 뭔가 불평이 있는 게로군. 또 해고당했나? 아니, 천만에. 현지조사하는데 내가 필요하지 않으니까 내보냈겠지. 그의 유쾌하고 지적인 목소리에는 사샤가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 없 는 무엇이 있었다. 그것은 무척 친숙한 것이었다. 이고르는 조사연구소에서 일했어. 보리스가 설명했다. 빌딩을 연구하 고, 모형을 그리고, 청부일을 계획하는 멋지고 깨끗한 직업이지. 그래서 누구든 잘 해낼 수 있다구. 하지만 버터로 도면을 엉망으로 만든 게으른 신사가 당신 앞에 있군. 이고르, 정말로 버터는 구했나? 그렇다면, 도면이 아니라 빵에다 발랐어야 했어. 그들이 현지에서, 당신이 불필요했기 때문 에 내보냈다는 건 거짓말이야. 직원의 반이 칸스크에 머물고 있으니 당신 도 조금만 잘했으면 여기 있을 수 있었어. 이고르는 미안하다는 듯 씩 웃으며 모자를 비틀었다. 좋아! 보리스는 그에게 잔소리하는 것을 중단했다. 배고픈가? 물론 먹어야겠지! 돈은 좀 있어? 물론 없겠지! 도면 여덟 장 값은 언제든지 받을 수 있네. 나도 지난 두 달 동안 그 여덟 장의 도면에 대해 지긋지긋하게 들어왔 지.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 이고르에게 먹을 걸 주시오. 돈은 내가 낼 테 니까! 보리스가 외쳤다. 요리사는 뾰루퉁한 표정으로 보르시치 한 그릇과 큰 빵 한 덩어리를 배 식창구로 내밀었다. 이고르는 모자를 벗어 주머니에 넣고, 팔 밑에 빵을 숨긴 채 두손으로 보르시치 그릇을 조심스럽게 들고는 멀리 떨어진 테이블 로 갔다. 저 사람은 누구지? 사샤가 물었다. 이곳에선 아주 유명한 사람 중에 한 사람이지. 시인이야. 프랑스 혁명 당시의 백인 망명자의 후손인데, 파리에서 굳건한 콤소몰이 되어 러시아에 왔지. 그런데 지금은 칸스크에 있어. 무엇 때문에? 정말 답답한 질문을 하는군. 왜냐구? 물론 폭동의 맹아를 제거하기 위 해서지. 내가 만약 나쁜 농담을 한다면, 적당한 시기가 오면 나도 반소비 에트운동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야. 넌 금지된 신문을 만들었지만, 내일은 지하잡지를 만들지 모르고, 모레는 그것이 삐라가 될 지도 몰라. 그들이 신문 때문에 삼 년 동안 너를 유배시킨 건 차라리 인간 적이야. 삐라 때문이었다면 넌 분명히 총살됐을 거니까. 사실 너의 삶을 구원한 셈이지. 이고르는 프랑스 망명자. 다시 말하면 혁명의 수난을 당한 사람의 아들로 파리에서 성장했지. 그래서 그에겐 좋은 일이라곤 전혀 생 길 수 없었어. 스스로 고립될 수밖엔 없었다구. 이고르는 구석에 앉아서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고 있었다. 그를 보면서 보리스가 계속 말했다. 보통사람이라면 몸을 깨끗이 할거 야. 그래야만 어디를 가나 인간적으로 대우받을 수 있으니까. 귀족들은 누 군가가 자기를 씻겨 줘야만 되지. 만약 그럴 사람이 없다면 그는 동물이 되고 마는 거야. 저기 있는 선생은 도무지 일하지를 않아. 그래서 남들이 남긴 음식 찌꺼기를 먹지. 그는 그의 아파트에서도 쫓겨났어. 그는 부랑아 야! 그는 여기 있는 모두에게 돈을 꾸지만 한 푼도 갚은 적이 없어. 그리 고 너도 알다시피 유배자들 중 돈 많은 자들은 그다지 많지 않아. 유배자 들은 그에 대한 노래와 춤을 만들어 그를 버려 놓았어. 시인이여, 당신은 말하지 않는다. 파리에서부터 당신은 말하지 않는다! 파리! 프랑스! 세 미 스킷 총병! 듀마 페르! 듀마 피스! 나는 그가 두려워하는 유일한 사람이지 그를 괴롭히는 사람들은 그가 여기서 식사한 값을 내주지 않지만, 나는 계 산해. 그는 내 방식을 참아내야 해, 나를 평민이나 시골뜨기로 경멸하더라 도 말야. 이제 내가 앙가라로 떠나버리면 그는 굶어죽을 거야! 그런데 가 장 재미있는 일은 그가 연인 둘시니아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야. 그녀 가 나타나면 너는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기막힌 장면을 보게 될 걸. 오, 마 침 그녀가 이리고 오고 있군. 놀랍도록 아름다운 여인이 식당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약 서른 살쯤 된 그녀는 당당했고 뚜렷한 윤곽과 크고 고집스러워 보이는 입을 가진 대단한 미인이었다. 그녀는 차가운 시선으로 실내를 둘러보다가 보리스가 정중하 게 인사를 하자 그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구석에서 접시에 코를 박고 있는 이고르를 발견했다. 저렇게 시시한 남자가 어떻게 저렇게 아름다운 여자를 사귀었지! 보리 스가 알 수 없다는 듯 젖어 중얼거렸다. 저 여자는 누구지? 레닌그라드에서 유배당한 남편을 찾으러 온 여잔데 저 허수아비에게 빠 져버렸어. 그들은 매일 여기서 만나. 그가 그녀에게 시를 읽어주면 그녀는 마치 그가 도리안 그래이인 것처럼 그를 응시하지. 그 여자가 이고르에게 무엇인가 얘기하자. 그는 식탁에 떨어진 빵 부스 러기를 주워 모아 입에 넣으면서 킬킬거렸다. 초라하고 소심해 보이는 그 작은 남자는 매력이라곤 전혀 없었다. 여자가 일어나 배식창구로 가니 아 직도 뾰루퉁한 요리사가 그녀에게 보르시치 한 그릇을 주었다. 이고르는 일어나서 도와줄 듯 움직였으나 그냥 자리에 남아 있었다. 여자가 빵과 숟 가락을 가지러 갔을 때도 그는 또다시 그녀를 따라갈 듯 움직였으나 도로 앉았다. 이제는 그녀가 먹고 그는 얘기했는데, 그의 얼굴은 젊어 보이는 것 같기 도 하고 늙어 보이기도 했다. 그녀는 귀 기울여 들으며 가끔 고개를 끄덕 이기고 했다. 자기 몫의 반을 이고르의 그릇에 쏟아 준 그녀는 다시 음식을 가지러 갔 다. 저런 돼지 같으니! 보리스가 흥분했다. 그는 하루종일이라도 처먹어 될 거야. 아무 여자한테나 구걸한다고. 최악의 조건하에서도 인간은 인간 으로 남아 있어야 해. 저 파리의 신사가 타락한 것 좀 봐. 그가 단순하다 고는 생각지 말게, 조금도! 그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그는 식충이야. 그는 자신을 용서하지, 그러나 자신을 용서한다는 것이 곧 남을 용서한다 는 건 아냐. 그것은 차디크인 나의 할아버지가 늘 하시던 말씀이지. 이고 르는 소련으로 왔어! 소련을 위해서 뭔가 하려고 말야. 그러나 소련이 자 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그는 일하지 않았어. 그래서 쫓겨난 거라고. 사샤는 웃으며 말했다. 차라리 파리로 되몰았다면 좋았을 텐데. 식사를 끝낸 여자는 그릇을 밀어 놓고, 팔꿈치를 테이블에 괴고는 손으 로 턱을 받친 채 이고르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고르는 갑자기 우울해진 듯, 의자에 깊숙이 묻혀서 고개를 떨 어뜨리고는 중얼거렸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시를 읊고 있었는데 가끔 사샤에게까지 들려왔다. 십자군, 예루살렘의 벽, 황토, 불타는 태양, 돌아오지 않는 기사를 기다리 는 여자.... 어때? 보리스가 물었다. 빛나는 갑옷과 투구의 기사와 매력적인 여 인, 아! 칸스크의 모피공급조합 간이식당에서 말야! 그것은 우스꽝스러웠다. 그러나 사샤는 그 상황, 이고르의 초점 잃은 시 선과 아름다운 여인의 깊은 눈동자에 매혹되었다. 사샤는 순간적인 전율을 참아냈다.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치는 전율 을. 그는 보리스에게 말했다. 우리는 좀더 인내력을 길러야 해. 아르바트의 아이들 - 제 2 부 2 스탈린이 도착했을 때 모스크바 재건 계획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는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그는 카가노비츠가 개회사에서 무엇을 말했을지 알고있 었고 불가닌의 보고서도 읽어 두었었다. 재건을 위한 모든 의견들은 그에 게 보고되어 왔고, 당중앙위원회 정치국에서도 두 번 논의되었었다. 그런 다음, 그는 자신의 관점을 결정했는데, 그것은 모스크바 재건을 위한 일반 계획으로 통합되었다. 사실 일반 계획과 그의 견해는 똑같은 것이었다. 그가 단상에 오르자, 모든 사람들은 일어나 열정적인 박수 갈채를 보냈 다. 스탈린은 손을 들어 답례하고는 나머지 모든 사람들에게 앉으라고 손 짓하며 자리에 앉았다. 연단에 있던 누군가가 그의 연설을 끝내고 있었다. 겉으로는 주의 깊게 듣는 척하면서, 스탈린은 그의 아버지인 드주가쉬빌리가 새로 만든 구두를 단골 손님에게 건네주고 작은 구두 한 켤레를 수선하면서 하루나 이틀쯤 보내던, 고리에서 몇 마일 떨어진 작은 마을인 아테니의 낡은 교회를 스케 치하고 있었다. 그는 종종 어린 요세프를 데리고 다녔다. 그들은 아침 일찍 고리를 떠나 아테니에 도착할 때까지 타나 제방을 따라 포도밭을 걸었는데, 아테니에는 여나믄 채의 낡은 교회가 있었다. 그것들 중에 지온 수도원도 있었는데, 그것은 17세기 양식으로 지어진 것으로 둥근 지붕을 왕관처럼 쓰고 있었 다. 그 교회에는 그 시대의 인물들이 건물 정면에 새겨져 있었고, 교회 안 의 프레스코 벽화에는 그런 게 더 많이 있었다. 가장 중요한 기념물은 건축물이었다. 그것들은 아주 오래 갔고, 야외에 서 있어 쉽게 볼 수 있었다. 레닌은, 기념비와 같은 선전물의 제작을 명령 했을 때, 조각품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레닌은 너무 협소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오직 대중의 마음속에 새로운 역사적 권위의 이미지를 심는 수단으로서만 이해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것들의 진정한 목적은 그 시대를 영속시키려는 것이었다. 레닌 시대에 세워진 50여 개의 많은 기 념비들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가? 하나? 아니면 둘? 스탈린 시대의 기념비는, 그가 새롭게 창조하려는 도시인 모스크바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도시만이 영원히 남기 때문이다. 20세기의 평범한 건축 물들은 실패작이었다. 혁명적 금욕주의를 신경제정책의 과시적인 풍요와 대조시켜 보면, 현대의 건축가들은 그들의 건축에서 고전적인 유산을 무시 한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계승하고 혼합시켜야 했던 것은 무엇보다 고전 적 유산이었던 것이다. 위대한 표트르 대제는 이 점을 이해하고, 고전적인 선으로 정교하게 페 테르스부르그를 건축했다. 그 점이 바로 건축학적 관저에서 레닌그라드(지 금은 페테르스부르그로 불린다)가 진정한 도시라고 인정받는 이유였다. 그 러나 그것은 과거의 도시였다. 미래 세대의 전형은 모스크바가 될 것이다. 도시는 점차 위로 올라갈 것이기 때문이다. 고전적인 선으로 지어진 고층 건물은 바로 미래의 양식이었다. 최초의 고층건물은 소비에트 궁전이 될 것이다. 키로프가 1922년 제안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것을 새로운 모스 크바에 있어서 건축양식의 상징으로 만들려 하고 있었다. 그는 또한 새 고 속도로를 건설하고, 지하철을 설치하고, 새롭고 현대적인 아파트와 행정부 건물을 짓고, 새 다리와 둑, 호텔, 학교, 도서관, 극장, 클럽, 정원, 공원 을 세울 생각이었다. 그것은 모두 스탈린의 시대의 장엄한 기념물이 될 것 이다. 이런 생각들이 아테니의 낡은 교회들에 대한 추억을 되살렸다. 어린 시 절, 반쯤 부서진 교회의 덜커덕거리는 공허와 고대의 신비가 그의 상상을 촉발시켰다. 지금 그는 연단 위의 긴 탁자 옆에 앉아 종이에 그 교회들의 윤곽을 그리고 있었다. 그는 그림 그릴 줄은 몰랐지만 자 없이도 직사각형 모양을 그릴 수 있었다. 그는 단순한 손을 갖고 있었으니까. 스탈린 동지께서 연단에 오르시겠습니다. 카가노비츠가 말했다. 모두 일어났고, 다시 한번 열렬한 환영과 박수 갈채의 함성이 일었다. 스탈린은 연단으로 걸어가 퉁명스러운 태도로 박수 갈채를 중단시키고는 조용히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모스크바 재건의 필요성에 대해선 충분히 얘기되었습니다. 그러니 내가 그것을 반복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좁은 골목길과 옆길, 뒷골목, 막다 른 길, 누추한 집과 어두운 노동자 막사와 원시적인 운송수단들로 현재의 모스크바는 불규칙하게 마구 뻗어 있습니다. 그런 도시는 노동자들의 욕구 를 어떤 방법으로도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그는 잠시 중단했고 긴장된 침묵을 지켰다. 아무도 움직이거나 소리내지 않았다. 스탈린은 아주 조용히 이야기를 계속했다. 인민이 권력을 획득한 이래, 우리는 모스크바의 노동자들을 위해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려고 크게 노력해 왔습니다. 우리는 이전의 착취계급들에 게 점령당한 생활 공간을 축소시킴으로써, 지하실 생활에 익숙한 노동자들 을 어엿한 아파트로 이주시켰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학교를 노동자들의 자 녀를 위해 지었고, 노동자들의 클럽과 문화공간 또한 지어 왔습니다. 이 분야에서 우리가 이룩한 성과는 상당한 것이었고 그 성과는 소비에트 인민 의 가슴속에 긍지를 심어 주었습니다. 지도한다는 것은 앞을 내다보는 것 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창조한 계획은 수십 년간 계속되어야 합니다. 모스 크바 재건 계획은 바로 그러한 계획입니다. 그는 연단에서 걸어나와 회의장 단상 앞에 섰다. 그리고 다시 연단 위로 올라가 말을 계속했다. 이 계획을 실행하는 데 있어서, 우리는 두 가지 당면문제와 싸우게 될 것입니다. 첫째로, 모스크바는 <큰 마을>로 남아야 한다는 생각이고, 두 번째는 도시 발전의 과잉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맹목적으로 서구 모델을 모방해서는 안 됩니다. 모스크바는 사회주의 도시, 사회주의국가의 수도입 니다. 그런 관점에서 모스크바의 모습이 꾸며져야 합니다. 부자들은 궁전 에서 살고 노동자들은 빈민가에서 사는 도시가 아닙니다. 반대로 노동자들 이 최고, 최상의 쾌적함을 즐길 수 있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계획의 첫 번째 목표는 바로 모스크바를 살기 편한 도시로 만드는 것입 니다. 우리는 안락한 공원 지역에 새 아파트 단지를 건설해야 합니다. 또 한 모스크바 강과 야우자 강을 따라 안락하고 멋진 빌딩들을 건설해야 합 니다. 폐허를 쓸어버리고, 간선도로의 폭을 오십 내지 칠십 야드로 확장한 후, 그 도로를 따라 주택을 지어야 합니다. 이것은 도시의 수송문제를 해 결할 것이고, 노동자들에게 커다란 이익이 될 것입니다. 그는 다시 한번 멈추었다. 그는 자기가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임을 알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청중들은 지금 말하고 있는 사 람이 다름 아닌 스탈린이기 때문에 묵시처럼 그의 말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도 의식하고 있었다. 두 번째 목표를 이야기하겠습니다. 그가 계속했다. 세계 최초의 사회 주의 국가의 수도는 아름다운 도시여야 합니다. 우리는 국가건설의 시초에 이미 위대한 레닌 동지의 영도 하에 기념물을 이용한 선전 계획을 마련했 습니다. 위대한 레닌 동지는 우리 시대가 수세기 동안 지속될 기념물들을 남기기를 원했던 바, 레닌 동지의 위업을 받들어 더욱 발전시키는 일이 우 리의 과업입니다. 그러나 근년에 우리는 여전히 가난했고, 그러기에 수수 한 건축물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그것이 형식주의 예술가들 에게 문호를 확대했고 대중들은 형식주의 예술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 것은 우리에게 낯선 예술입니다. 이제 우리는 부유하며 힘이 있습니다. 무 엇보다 먼저 우리의 고전적 유산을 이용해야 합니다. 물론 페테르스부르그 를 계획했던 사람이 했던 맹목적 모방은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고전주 의의 형식에 사회주의의 내용을 부어 넣어야 합니다. 그는 다시 오랫동안 멈추고 나서 계속했다. 동지 여러분, 이제 마지막 문제가 남았습니다. 모스크바는 어떤 방향으 로 발전되어야 할까요? 첫 번째 제안은 모스크바를 박물관처럼, 말하자면 기념물로서, 있는 그 대로 남겨 두고 새로운 장소에 새로운 모스크바를 건설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면에서 우리는 이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모스크바는 역사의 중심지입니다. 러시아 제국을 통일하고, 창조한 것은 바로 옛 모스 크바입니다. 우리는 감히 모스크바를 버릴 수 없으며, 그렇게 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두 번째 제안은 대체로 사도보야 안쪽에 있는 현재의 도시 중심부를 건 드리지 말고 남겨 둔 채, 여덟 개의 위성구역으로 둘러싸서 실제로 새로운 모스크바를 형성할 여덟 개의 주거집단으로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이것 은 첫 번째 제안의 변형일 뿐입니다. 이러한 제안들은 어디에 근거한 것일까요? 첫째 우리가 모스크바를 재건 할 수 있다는 신념의 결핍입니다. 물론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훨씬 쉬울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볼셰비키이고, 우리의 모스크바를 다시 건 설하여 현재의 도시는 국가의 중심지, 혁명의 중심지로 남겨두는 가장 어 려운 선택마저 수행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모스크 바를 방사형 고리 모양으로 발전시켜야 하는데, 그것은 역사적으로 가장 발전된 형태입니다. 그것의 건축학적 초점은 블라지미르 일리이치 레닌의 거대한 초상화가 꼭대기에 있는 소비에트 궁전으로서, 도시의 주요 고속도 로는 거기에서부터 팔방으로 퍼져 나갈 것입니다. 하늘로 뻗친 고전주의적 이념을 조화시켰을 뿐 아니라 사회주의 사상에 의해 형성된 모스크바 - 그 것이 바로 모스크바 미래의 모습입니다. 스탈린은 10시 15분전에 회의장에서 서재로 돌아왔다. 슈미야츠키가 영화를 가져왔습니다. 요세프 바사리오노비치. 포스크레 비셰프가 말했다. 좋아, 슈미야츠키는 집에 보내도록 하게. 크레멘트 예프레모비치에게 와서 보라고 해. 스탈린은 늘 정치국원 중 한 사람과 같이 영화를 보았다. 그럴 때에는 안경을 쓰고 뒷줄 맨 가장자리에 앉았다. 영사기를 가로막지 않고, 또 털 털거리는 소리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아주 드문 경우에, 그리고 손님이 있을 때만 안경을 벗고 두 번째 줄 중 간쯤에 앉곤 했다. 그는 결코 공식석상에 안경을 쓰고 나타난 적이 없었 다. 오늘 그는 찰리 채플린의 도시의 불빛 을 주문했다. 그것은 세 번째로 보는 것이었다. 그는 채플린을 사랑했는데, 자기가 유일하게 사랑해 온 아 버지를 연상시켰기 때문이었다. 때때로 그는 영웅으로 등장한 채플린에게 서 자신을 본다고 생각했는데, 그 둘은 모두 세상에서 혼자였다. 그러나 그는 현실과 맞지 않는 그러한 생각을 곧 지워 버리곤 했다. 아무튼 채플 린은 그의 아버지, 유일한 존재인 그의 아버지를 연상시켰다. 가난한 채플 린은 뒤돌아보고 힘없이 웃으면서 길을 걸어 내려갔다. 그 장면에서 스탈 린은 눈물을 흘렸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보로쉴로프가 그에게 몸을 굽혔다. 왜 그러십니까, 코바? 이 영화는 내 얘기야 라고 스탈린은 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그것은 스탈린의 얘기가 아니었고, 무기력한 신기료 장수인 그의 아버지 얘기였다. 그가 돈을 벌기 위해 첼라비나 어떤 곳으로 떠날 때면 늘 그는 채플린과 똑같이 뒤돌아 서서 힘없이 웃고는 요세프에게 손을 흔 들곤 했던 것이다. 스탈린의 가족들은 당시 구두 수선공인 쿨룸베가쉬빌리의 집에서 살고 있었다. 그 집은 두 개의 방밖에 없는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집이었는데 쿨룸베가쉬빌리가 하나를 썼고, 드주가쉬빌리 가족이 다른 방에서 우글거 렸다. 쿨룽베가쉬빌리는 집안에서 작업을 했기 때문에, 항상 가죽냄새가 코를 찔렀다. 스탈린의 아버지는 카헤챠 일대를 헤매느라 종종 집을 비우 곤 했다. 그는 아내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스탈린의 어머니는 카르트벨리 에서 태어난 순수한 그루지아 사람으로 정력적인 여성이었다. 반면에 아버 지의 조상들은 고리 지방에 거주했던 남부 오세챠 사람으로서 점차 그루지 아 사람이 되어갔고, 그의 할아버지는 오세챠 사람들의 이름 끝에 붙이는 -ev를, 드주가예프를 그루지아의 이름 끝자인 -shvili로 바꾸었다. 그의 어머니는 이그나타쉬빌리라는 부유한 홀아비의 집에서 청소와 빨래 를 했다. 학교에 가면, 그 늙은 남자가 요세프의 진짜 아버지이며 요세프 를 신학교에 보낼 책임이 있다고들 했다. 요세프가 정말로 드주가쉬빌리의 아들이라면, 그의 아버지로부터 구두 만드는 일을 배우고 있었을 것이고, 집에서 살았지 그루지아 주변을 헤매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그들은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었다! 어린 요 세프는 아버지가 아주 멋있고 조용한 구두장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비 록 그의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집안 꼴을 망쳤다며, 끊임없이 욕설을 퍼붓 고 있었지만, 요세프는 어머니가 아버지를 너무 심하게 대하기 때문에 그 의 어머니를 사랑할 수 없었다. 어머니가 그에게 기대를 건 것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성직자가 되길 바랬다. 그를 신에게 바치고 싶었던 것이다. 그녀는 아들을 잘 먹이려고 이그나타쉬빌리에게 데려갔다. 그는 거기에 가고 싶지 않았 다. 그들은 모두 부유했고, 그만이 가난했다. 그들은 그에게 스프 한 접시 와 양고기 몇 점, 강냉이를 줄 것이다. 그리고 요세프가 마당에서 그걸 먹 고 있는 동안, 안에서 포도주를 마시며 담소할 것이다. 이그나타쉬빌리에 게 갈 때면, 그의 어머니는 그를 잘 입히려고 애쓰곤 했다. 왜? 어떤 사람 들은 부를 과시하기 위해 옷을 입었고, 또 어떤 사람들은 가난을 감추기 위해 옷을 입곤 했다. 그러나 그는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는 거 지였고, 거지처럼 돌아다녔고, 언제나 그럴 것이다. 그래서 그의 바지는 누더기가 되었다. 그에겐 다른 바지가 없었다. 구두도 다 해졌고, 그것도 유일한 구두였다. 훗날, 티플리스의 학교에서 그는 자기의 헐벗은 모습을 자랑스러워 했다 - 그것이 진실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 다. 지금도 그는 단순하게 군인처럼 입고 입었다. 그는 어머니에게 복종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아버지를 사랑했지만, 그 에게도 복종하지 않았는데, 그건 아버지가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단 순한 이유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의지가 있었다. 사람들은 그가 어머니의 성격을 닮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의지력과 정력을 빵을 모으는 데 만 쏟았다. 반면 그의 아버지는 속박된 짐승이 아니라 진정한 인간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1코페이카를 벌기 위해 자신을 혹사시키지는 않았다. 그는 웃고 노래하며 친구들과 테이블에 둘러 앉아 있기를 좋아했다. 때론 그가 호의적이며 매력적이며 쾌활한, 살아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러나 어머 니와 함께 있을 때면 그는 늘 왜소하고, 지치고, 조용하며 약한 남자로 변 하는 것이었다. 첼라비에서 술에 취해 싸우다가 그의 아버지가 죽었다는 편지가 왔다. 그건 거짓말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싸운 적이라곤 없었다. 조용하고 평화 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누가 그를 죽였고, 왜 죽였을까? 그의 아버지는 단순히 죽었을 뿐이었다. 학교의 소년들은 그의 아버지가 제대로 자립할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고 그를 놀려댔다. 그러나 요세프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고, 그것이 모두 거짓말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그는 대답할 고민조차 하지 않았고 씩 웃으며 자신을 지켰다. 그는 학교 친구들을 모두 경멸했다. 부를 뽐내는 친구들을 경멸했고 가난을 부끄러워하는 친구들을 경멸했다. 그의 아버지는 아무도 모르는, 요세프조차 모르는 첼라비의 어 딘가에 묻혔다. 그는 아버지를 사랑했고 아버지도 그를 벌주거나 질책하지 않고 잘 대해 주었고 사랑해 주었다. 아버지는 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 듬으며 노래 부르곤 했다. 그가 음악성을 물려받은 것은 바로 아버지로부 터였다. 그는 학교에서 키 작은 소년들이 서는 합창단의 꼭대기 줄에 있었 고, 성가대 지휘자는 그가 가장 좋은 목소리를 가졌고 고음을 잘 낸다고 칭찬하곤 했다. 그는 외모도 아버지를 닮았는데, 어머니는 키가 크고 거무 스름한 반면 아버지는 키가 작고 혈색이 좋았다. 그의 아버지는 농담을 즐 겼고, 반면 항상 부루퉁한 어머니는 그를 이해조차 한 적이 없었다. 이제 그 지역의 주민들은 스탈린에게 고리의 이름을 바꾸어 달라고 하고 있었다. 그것은 필요치가 않았다! 그것보다 남부 오세챠의 수도인 히나블 리의 이름을 고치는 것이 나았다. 그러면 그의 아버지와 오세챠의 그의 친 족 모두를 기리는 유적으로 존재할 것이다. 그의 어머니는 그가 아버지인 구두장이 비사리온 드주가쉬빌리에 대한 추억을 소중히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녀는 바보가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그는 소련 인민에게 모범적인 아들처럼 보였을 것이고, 그의 이미지는 보다 인간적이고, 보다 친숙한 것이었다. 그에게 있어, 그의 어린 시절은 무엇보다도 그의 아버지 를 의미했다. 그는 또다시 아버지와 함께 아테나에 갔던 때를 회상했다. 그때 농부들 은 포도를 맨발로 밟아 커다란 물동이에 쏟아 부으면서 질 좋은 아테니 포 도주를 만들고 있었다. 저녁 때, 그의 아버지는 친구들과 함께 그 지방 포도주를 마시며 가슴을 울리는 그루지아 합창으로 노래 부르곤 했다. 그들은 술을 마시면 감미롭 고 명랑해지는 진짜 그루지아인이었다. 술 취하면 권력을 휘두르고 칼싸움 을 하는 러시아 농부들과는 다르게, 노래도 잘 부르고 술도 잘 마셨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인구가 많고 영토가 방대한 나라, 러시아의 인민 이었다. 더불어 역사를 만들어 나갈 인민들이었다. 러시아에 의한 합병은 그루지아인들을 하나의 민족으로 구원했고, 그루지아의 사회주의는 러시아 사회주의의 한 부분이 되었다. 러시아사람들은 상스러운 국민으로, 그루지아사람들과는 달랐다. 학교에 서는 어느 누구도 그가 한쪽 팔이 성치 못하다고 그를 괴롭힌 적이 없었 다. 그것은 오로지 그루지아인 만의 훌륭한 태도에 뿌리박은 것이었다. 그 러나 바쿠, 바투미와 시베리아의 러시아 사람들은 그의 육체적 무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무자비하게 대했다. 그래서 그는 더욱 거칠게 그들을 대했 다. 레닌은 그의 무례함을 꾸짖었다. 그러나 그것은 지배의 유일한 방법이 었다. 거친 정부만이 거친 인민들을 다스린다. 지식인들은 인민을 너무 점 잖게 다루어 왔고, 인민들은 그들을 허접쓰레기처럼 여겼다. 그가 젊었을 때조차, 그는 러시아의 민주주의가 조야한 폭력의 속박을 푸는 유일한 허 가증이 되는 것으로 판명되리란 것을 실감했었다. 인민의 거친 본성은 강 력한 제도, 독재에 의해서만 통제될 수 있었다. 멘셰비키는 이 점을 이해 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인민을 알지도 못했다. 반면 인민을 바로 알고 그 본성을 이해한 것은 볼셰비키였다. 그것이 대부분의 러시아 사회민주주의 자들이 볼셰비키에게로 기울게 된 이유였다. 볼셰비즘은 러시아적인 사상 이었고, 멘셰비즘은 그렇지 않았다. 유명한 그루지아 사람들 중에서, 그는 러시아 인민을 이해하고 볼셰비키에 참가했던 유일한 사람이었다. 노아 조 르다니아, 체레텔리, 츠헤이드제 같은 사람들은 러시아 인민을 이해하지 못했고 멘셰비키의 편에 섰었다. 진실로 그는 영토의 민족주의화에 반대해 왔었다. 그 시대에 그나 레닌 중 누가 옳았었는가를 얘기하긴 불가능했다. 역사는 과거에 누가 옳았고 누가 틀렸는가라는 질문에 명료한 대답을 주지 않는다 - 승리자가 옳은 것이다. 그러나 그는 레닌을 반대하려고 하지 않 았다. 그의 운명은 볼셰비키 그리고 러시아와 함께 해왔는데, 러시아는 그 가 정치적 인물로 알려질 수 있었던 유일한 곳이었다. 그는 자신을 민족적 문제에 몰두시켰고 인민들과 마찬가지로 국가간에도 권력 있는 나라가 지 배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정치가들 중에도 지배하는 자와 지배당하는 자가 있는 것처럼, 수백 가지의 다른 민족들로 구성된 소련에서는 오직 한 민족만이 통치할 수 있었고, 그것은 전체 인구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 민족이었다. 러시아 쇼비니즘에 대해서도 무자비한 전쟁을 선전포 고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것은 반사적으로 지역민족주의를 유발시켰던 것 이다. 그러나 가장 주요한 통합력은 러시아 인민이라는 사실을 한순간도 잊어서는 안되었다. 코르시카인 나폴레옹이 프랑스 국민들을 위해 프랑스 사람이었던 것과 같이 러시아 인민들을 위해 스탈린도 러시아 사람이 되어 야 했다. 스탈린은 회의에 만족했다. 그는 모스크바 재건의 창시자이며 조직자로 떠올랐을 뿐 아니라, 모든 러시아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이름의 도시, 모 스크바를 그들이 알고 상상한 대로 보존해 왔다. 유일하게 그만이, 모스크 바에 대한 깊은 숭배와 사랑을 만족시켜 주었다. 러시아 문화를 보존하는 게 일인 허풍쟁이 지식인들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제 모스크바 는 그의 도시였고, 미래의 모스크바는 그에게 기념물이 될 것이다. 러시아 인인 키로프는 레닌그라드의 재건을 외치면서 레닌그라드에서 몸부림치고 있었으나, 거기서 무엇이 재건되었는가. 레닌그라드는 이미 완벽하게 이루 어진, 키로프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단단한 바위 덩어리였다. 그는 왜소 한 남자일지는 모르나, 큰 야망을 갖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독창성을 과시한 후에는, 짙은 고독감이 몰려왔다. 그들은 일어서서 박수갈채를 보냈지만, 그를 사랑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를 두 려워했다. 그가 만약 실패한다면, 그들은 한없는 만족과 승리감과 기쁨으 로 들떠 그를 짓밟을 것이다. 그들은 그에게 불만과 원한을 드러내곤 했 다. 그들은 그의 우월성과 독창성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그들에게는 스탈린이 반밖에 교육을 받지 못한 신학도이자 교양이 낮은 평민으로 보였다. 이른바 동지라는 자들도 그가 권력을 잡게 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들은 집단 지도체제와 중앙위원회의 역할에 대해 논의했고, 당과 러시아의 역사에서 그의 역할을 무시함으로써, 역사에서 개인의 역할을 부정하는 포크로프스키의 생각을 견지하고 있었다. 그들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러시아의 새로운 역사를 창조할 뿐 아니라 역사적 사건을 평가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개발할 것이다. 현재와 미래의 세대가 시대, 곧 스탈린의 시대를 옳게 판단하고 있다는 확신을 불 어넣어 주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쥴리어스 시저와 나폴레옹은 허영에 찬 황제가 아니라 역사적 필요에 의 해 황제가 되었다. 개인적 권력을 소유한 시저만이 야만인을 패배시킬 수 있었고, 황제가 된 나폴레옹만이 유럽을 정복할 수 있었다. 최고권력은 독 재체제에서 위풍당당해야 하며 국민들은 그러한 권위에만 복종할 것이다. 그러한 권위만이 공포를 일으키고 국민을 떨게 할 수 있었다. 러시아 역사 가들은 공포의 황제 이반을 악한으로 묘사했다. 실제로 그는 카잔, 아스트 라한과 시베리아를 합병한 위대한 정치가였다. 그는 해외무역의 독점사업 을 소개한 러시아 역사에서 최초의 인물이었고, 아마 러시아에서 뿐만이 아니라 모든 것을 국가 이익에 귀속시키는 기본 원칙을 채택한 역사상 최 초의 독재자였다. 귀족들은 권력 있고 중앙집권화된 국가의 수립을 반대했 다. 따라서 이반의 실수는 그들을 벌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충분히 벌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는 핵심적인 네 귀족들을 뿌리까지 파괴하지 않았던 것 이다. 이런 점에서 고대의 왕들은 좀더 선견지명이 있었다. 그들은 정적을 삼, 사대까지 죽였고 모든 토지를 단번에 그리고 영원히 없애 버렸다. 역사가들은 이반의 참모부인 오프리츠니나의 역할도 잘못 해석했다. 오 프리츠니나의 개념과 그 구성원인 오프리츠니크스의 개념을 구별하는 것이 중요했다. 오프리츠니나는 이반의 호위대였는데, 귀족들과 대항해 싸우기 위해 구성된 진취적인 무장집단이었다. 오프리츠니크스는 집행인들이었고, 그들 중에서 실무자가 나오는 것이었다. 인간적인 의회주의자들과 높은 교 육을 받은 법률가들이 중요한 처벌에 대한 법률을 만들면, 실무자들은 그 것들을 수행했다. 표트르 1세는 위대한 지도자였고, 새로운 러시아를 창조했다. 포크로프 스키는 그에 대해 뭐라고 썼던가? 역사가들에게 아첨하여 <대제>란 애칭 을 얻은 표트르는 수도원에 그의 아내를 처박고, 에스토니아의 목사 앞에 서 객실하녀였던 캐더린과 결혼할 수 있었다. 그는 아들을 자신의 손으로 고문했고 표트르 - 파울요새의 지하감옥에서 비밀리에 죽였다.... 그는 매 독으로 죽었고, 그건 두 번째 부인에게 가장 먼저 전염되었다. 이것이 그 의 말이다. 그리고 포크로포스키가 표트르에게서 볼 수 있었던 모든 것이 었다! 포크로프스키는 자신을 레닌주의의 후견인으로 레닌의 견해에 대한 유일 한 해석자로 알려지길 원했다. 그러나 블라지미르 일리이치 레닌의 관점의 유일한 해석자는 유감스럽게도 레닌주의를 지속시키고 그를 따라 국가를 이끌고 있는 유일한 그의 계승자였다. 그 계승자가 바로 이제 국가를 이끌 어 가고 있는 스탈린이었다. 그것은 역사를 포함해서 레닌의 유산을 해석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스탈린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스탈린 자신이 역 사를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십 년 동안 아직도 포크로프스키는 스탈 린의 사회과학에의 공로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었다. 그는 국가를 운영하는 것이 그 국가의 이론을 발전시키는 것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을까? 그는 물론 알고 있었으나, 스탈린을 학자나 이론가로 인식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포크로프스키의 반마르크스주의 <역사>학파는 분쇄되어야 했다. 레닌의 권위는 현재와 미래의 당의 필요에 봉사해야 한다. 따라서 레닌의 권위는 그의 후계자에게 넘겨져야 한다. 스탈린은 오늘날의 레닌이다. 스탈린이 죽을 때, 그의 후계자는 그 날의 스탈린으로 불리울 것이다. 현실적인 관점에서 볼 때, 10월혁명은 페트로그라드 소비에트의 군사혁 명위원회에 의해 수행되었다. 트로츠키가 혁명의 선두에 섰다. 권력쟁탈의 시기에 그것은 아주 중요했다. 하지만, 그 사건이 먼 과거의 일이 되고 당 이 새로운 과업에 직면해 있는 지금은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이제 필요한 것은 강력한 정부였다. 트로츠키는 정부에 적대적이었으므로 10월혁명의 영웅으로 간주될 수 없었다 - 그는 그 역사적인 트럼프 카드로 취급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은 영원히 지속되고 흔들리지 않는 불멸의 권력계승을 창조하는 유 일한 길이었다. 역사과학은 스탈린이 레닌의 유일한 후계자라는 사실과 함 께 후계자로 자처하는 다른 사람들은 감상주의자들, 정치적 모험자들, 음 모자들일 뿐이었다는 사실을 확실히 해야 했다. 역사과학은 스탈린이 레닌 과 어깨를 나란히 해왔다는 사실을 항상 확인해야 했다. 망명 중에 레닌의 유일한 비서였던 지노비예프나, 레닌의 서류나 뒤적거렸던 카메네프도 아 니고, 러시아 안에서 당을 창설하는 실제적인 일을 해왔던 스탈린만이 레 닌의 진정한 후계자인 것이다. 그게 바로 <레닌과 스탈린의 당>이라고 불 리는 이유였다. 그들이 가졌던 전술상의 작은 차이점은 잊혀져야 했고, 그 들 역시 역사로부터 영원히 삭제되어야 했다. 역사는 스탈린의 오늘날의 레닌이 되었다는 사실만을 보여 주어야 했다. 주요 과업은 강력한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위해서 는 강력한 권력이 필요했다 스탈린은 그 권력의 우두머리에 있었는데, 이 는 그가 레닌과 근본을 같이 했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레닌과 함께 그는 10월혁명을 이끌었다. 존 리드는 10월혁명의 역사를 다르게 표현했지만 우 리에게 필요했던 것은 존 리드의 역사서술이 아니었다. 이런 게 역사의 왜곡일까? 아니 그렇지 않을 것이다. 10월혁명의 권력쟁 탈을 실행한 것은 파리, 취리히, 런던에서 돌아온 해외망명자들이 아니라 바로 당이었다. 러시아의 혁명가들이 침묵을 지키거나 속삭여 얘기하는 것 을 배웠던 반면, 해외망명자들은 파리 길가의 카페에서 토론과 논쟁에 익 숙해졌고 회의를 주재하는 방법을 익혔다. 결정적인 순간에 대중들을 투쟁 과 혁명에 동원하고, 이후 혁명을 수호하게 한 것은 아주 평범하고 온순한 당의 일꾼들이었다. 스탈린은 당원들의 대표자였으므로 10월혁명의 역사에 서 그들의 역할은 바로 그의 역할이었다. 그것이 대중의 역할의 본질이었 고, 역사에서 개인의 진정한 역할이 어디에 있는가는 밝혀지게 되어 있었 다. 트로츠키는 오직 자신만을 대표하는 10월혁명의 한 단위였었다. 그가 한 일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그것은 그 자신의 일이었으므로 진정한 인민의 역사와 관계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트로츠키가 당과 레닌에 반대한 것은, 역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다. 당의 역사는 곧 당의 투쟁의 역사였던 바, 그 으뜸가는 투쟁 대상이 바로 트로츠키였던 것이다. 내전을 승리로 이끈 것은 각종 연단을 오르내리며 연설을 했던 그가 아니었다. 물론 군사 전문가들도 아니었다 - 그들은 오직 방해했을 뿐이다. 그것은 수만 명의 공산당원들과 군대와 사단, 연대, 부대를 창설한 당 간부들에 의해 승리로 이끌어졌었다. 스탈린은 그러한 간부들을 대표했으므로, 내전에서의 그들 의 역할은 그의 역할이었고, 그의 역할은 곧 당의 역할이었다. 오직 이 사실만이 역사와 당의 역사가 근거해야 하는 원칙들이었다. 소위 집단지도체제라는 것은 신화였다. 인류의 역사에서 <집단지도체제> 는 한번도 없었다. 로마 원로원? 그것이 어떻게 끝났는가? 시저에 의해 끝 났다. 프랑스 삼두정치? 나폴레옹에 의해 끝났다. 물론 인류의 역사는 계 급투쟁의 역사였으나, 지도자는 계급의 대변자로 출현했으므로, 인류의 역 사는 곧 지도자와 통치자의 역사였다. 이상주의는 역사에 나타나지 않았 다. 시대정신은 그 시대를 만드는 사람에 의해 결정되었다. 위인 표트르의 시대는 러시아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시대 중 하나였고, 그것은 표트르의 영특한 인간성을 반영했다. 알렉산드르 3세의 통치시대는 가장 따분한 시 대였는데, 그것은 그 자신이 너무도 평범한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르바트의 아이들 - 제 2 부 3 보리스는 아침에 그들의 여행을 위해 마부를 구하러 나갔고, 사샤는 몇 통의 편지를 쓰기 위해 앉아 있었다. 사랑하는 어머니.... 어떤 사무관이 그가 심문 받던 바로 그 방에서 특별회의의 판결문을 읽 어 주었다. 58조 10항, 동부 시베리아로 예비구류를 포함한 3년간의 행정 유형에 처한다. 서명하시오! 사샤는 서류를 읽어보았다. 아마도 그가 왜 3년간 유배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씌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없었다. 그것은 정식 판결문도 아니었고, 단지 긴 명부 초본으로, 그는 다섯 번째 나 스물 다섯 번째, 혹은 삼백 스물 다섯 번째 기록에 올라 있었던 모양이 었다. 사샤는 서명했다. 아침에 판결문이 발표되었고, 낮에 어머니와 면회를 한 다음 저녁에 이 송되었다. 전날 밤, 간수가 와서 그에게 한 장의 종이와 연필을 주었었다. 떠나기 전에 누굴 만나고 싶소? 사샤는 어머니와 아버지 이름을 썼다. 바랴? 그는 약혼녀, 바랴 이바노 바 라고 쓸 수도 있었다. 약혼녀라면 만나도록 해줄 테니까. 왜 바랴를 만 나고 싶었을까? 그는 그녀를 사랑했나? 그녀도 그를? 그래도 그는 그녀가 보고 싶었다. 향기 가득한 초원의 꽃처럼 그대 웃음은 피리보다 더 달콤 하고.... 그는 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그리웠다. 그러나 그는 바랴의 이름을 쓰지 않았다. 그녀도 그를 보고 싶어할까, 그를 기다리고 있을까, 그를 필요로 할까? 간수가 사샤를 아주 작은 방으로 데려다 놓고는, 그의 뒤에서 문을 잠갔 다. 사샤는 탁자에 앉아, 턱수염이 자란 자기 모습을 보면 어머니가 얼마 나 놀랄 것이며, 감옥의 복도를 따라 걷는 그녀의 마음이 얼마나 찢어질까 하고 생각했다. 문이 열리고 간수의 얼굴이 나타나더니 그 뒤로 어머니의 얼굴, 그녀의 회색빛 머리칼이 보였다. 간수는 어머니가 그에게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게 하며, 테이블의 반대쪽 의자를 가리켰다. 그녀는 사샤를 보지 않으려고 고 개를 숙인 채 얼른 자리에 가 앉았다. 잠시 후 그녀는 눈을 들고 그를 똑 바로 쳐다보았다. 그녀의 입술은 떨렸고 머리는 아주 가볍게 흔들리기 시 작했다. 사샤는 쿵쿵거리는 심장을 간신히 억누르며 어머니를 보고 웃었다. 그녀 는 늙고 불쌍해 보였으며, 눈에는 고뇌가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그녀가 <개버딘>이라 부르던 늙고 가벼운 코트를 입고 왔는데, 그것은 사샤에게 벌써 봄이 왔다는 사실과 그가 1월 이후 어머니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깨 닫게 했다. 창문의 반쪽 밑은 흰색으로 칠해 가려져 있었으나, 봄 햇살이 창문 윗쪽 을 통해 간수가 태연히 앉아 있는 저쪽 구석으로 흘러 들어왔다. 면도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었어요. 그리고 오늘은 이발사도 안 나왔 거든요. 사샤는 애써 쾌활하게 말했다. 어머니는 말없이 그를 보고 있었다. 이발사가 아마추어예요. 머리칼을 마구 잡아당기거든요. 그래서 아무도 그에게 가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턱수염이 내게 어울리는 것 같은데, 그 냥 한번 놔 둬 볼까요? 그녀는 가볍게 머리를 끄덕이면서 그를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 다. 모두들 어때요, 잘 있죠? 그녀는 그 질문의 의미를 이해했다. 그의 친구들은 무사했을까? 그래, 모두 잘 있단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잘 있는데 오직 사샤만이 이런 고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그만 울음을 터 뜨리고 말았다. 울지 마세요. 할 얘기가 있어요. 그가 말했다. 그녀는 손수건을 꺼내서 눈을 닦았다. 나는 곧 항소할 거예요. 말도 안 된다구요. 학교하고 무슨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 그때 간수가 그를 제지시켰다. 소송에 대해선 얘기하지 마시오! 그의 어머니는 권위 있는 누군가가 자기에게 거칠게 말할 때면 늘 그렇 듯이 놀라움을 나타내지 않았다. 사샤가 잘 알고 있는 완강한 표정이 그녀 의 얼굴에 나타났고, 그녀는 그의 얘기를 듣기 위해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 고 있었다. 이 점이 그가 어머니를 눈여겨본 새로운 점이었다. 전 노보시비리스크로 가게 될 것 같아요. 모든 일이 잘될 거예요. 그 는 차마 시베리아로 간다고 말할 수 없었기 때문에 노보시비리스크로 얘기 했다. 가자마자 전보 치고 편지 쓸께요. 전 일할 거예요. 돈은 보내지 마 세요. 백 오십 루블 넣었다. 왜 그렇게 많이? 부츠하고 먹을 것도 조금 넣었단다. 부츠는 좋아요. 하지만 음식은 필요 없을 거예요. 따뜻한 양말과 목도리도 넣었다. 그녀는 눈을 치켜 뜨며 물었다. 얼 마나 오래 있게 되니? 별 거 아니에요. 삼 년간의 유형이거든요. 한 육개월 후면 돌아올 거예 요. 아버지도 오셨나요? 아버지는 일월에 오셨다. 하지만 지금은 만나게 해 줄 수가 없구나. 그 들은 어젯밤에 나에게만 전화했거든, 몸은 어떠니? 완벽해요! 전 한번도 아파 본 적이 없잖아요. 여기 음식은 꽤 괜찮은 편이예요. 진짜 건강해요! 그는 자신이 명랑해짐으로써 어머니를 위로하려고 노력했으나, 그녀는 그의 고통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괴로웠다. 어머니는 그가 혼자가 아니 며, 사람들이 그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그에게 알려주려고 노력하면서, 그의 농담에 고통스럽게 미소지어 보였다. 베라는 네가 자기 이름을 쓰지 않았다고 무척 섭섭해했다. 나하고 같이 왔는데 그들이 들여보내지 않았거든, 폴리나도 마찬가지고. 그는 그의 이모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었다. 그녀는 머릿속에서 뒤죽박죽된 말들로 무엇을 얘기해야 할지 혼란을 느 끼면서 말했다. 뒤돌아보렴. 이 모든 것은 금방 지나갈 것이다. 나에 대 해선 염려하지 말아라. 난 곧 일을 갖게 될 거야. 어떤 직업이죠? 세탁소에서 일하는 거야. 우리 집 근처의 주보프 보울레바르드에서 세 탁물이 들어오는 대로 분류하는 일이지. 더러운 내복을 분류한다구요. 벌써 허락했단다. 지금 당장은 아니고, 널 만난 다음부터. 저를 만난 뒤부터요? 그래. 좋아요. 우린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는 그녀를 진정시키 기 위해 말했다. 학회에서 누군가 오지 않았어요? 사팔뜨기에다 그 키가 작고.... 루노츠킨! 그것은 그들이 옳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가 뭐래요? 부학장에 대해서 말하더라. 크리보루츠코! 그것은 그가 여기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쟈코프는 거짓 말을 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모든 게 그와 연관돼 있어요. 사샤는 중얼거렸다. 간수가 일어났다. 면회시간이 끝났습니다! 이 소송사건은 모두 그에 관한 거예요. 사샤는 되풀이했다. 마르크 삼촌에게 꼭 전해 주세요. 그녀는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샤는 부학장 때문에 체포되었고, 그는 이를 마르크에게 말해야 했다. 그것이 이롭지 않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녀는 그에게 말했다. 좋은 일이 있을 리 없었다. 그러나 적어도 그 상태 보다 더 나쁘지는 않았다. 3년은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 내가 아무 것도 증언하지 않았다는 것도 전하세요. 간수가 문을 열었다. 나가세요! 포옹하고, 서로 다가서서 키스하는 것은 금지되었지만, 그들은 거의 동 시에 그렇게 했다. 이리 와요. 이리 와, 나가시오. 간수는 어깨를 쿡 찌르며 문 쪽으로 그녀를 밀었다. 벌써 얘기했잖소, 이제 떠나시오! 이제 그는 모든 일이 잘되었으며, 건강상태도 좋고 행복하며, 아무 것도 보낼 필요가 없다고 어머니에게 편지를 쓰고 있었다. 어머니는 유치우편이 라는 것을 고려하여 칸스크 구 보구차니 마을로 편지를 써야 했다. 보리스는 화가 나서 돌아왔다. 아무도 그들을 데려가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모두가 험한 길을 두려워하며 엄청난 돈을 요구했다. 사령관 사무 실에서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으니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빨리 떠나라고 했다. 그러나 여행 수당만 가지고는 중간까지 가지도 못할 테니 쓸모 없는 것이었다. 그들은 또 다시 모피공급조합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한쪽 구석 테이 블에는 이고르가 구부리고 앉아 있었다. 백작양반이 여기 계시구만. 보리스가 말했다. 나와, 그의 둘시니아를 기다리고 있겠지. 그녀에겐 자기의 시를 읽어 주고, 나에겐 음식을 얻어먹 기 위해서 말야, 그는 오랫동안 기다렸어. 그렇지만 난 이 직업을 포기하 겠어. 요리사는 이번에는 솔로베이치크를 환영하기 위해 나오지 않았다. 그녀 는 스토브 위의 냄비를 요란스럽게 올려놓고 있었고, 쟁반을 덜거덕 덜거 덕거리고 있었다. 보리스 솔로베이치크, 이고르가 아침부터 저러고 있어요. 고용인들의 음식을 얻어먹으며 말이에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는 일이에요. 여긴 그 가 동냥을 구할 교회가 아니라구요. 내가 그에게 얘기하겠어. 보리스가 대답했다. 보리스가 무슨 공직에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녀 또한 어제처럼 그의 스프에 신크림을 가득 국자로 퍼 주었다. 넌 그녀의 입장을 이해해야 해. 보리스가 말했다. 식당에 거지가 들 어와서는 안 돼. 그건 그녀의 책임이거든. 그는 굶주리고 있잖아. 사샤가 대답했다. 봐, 사샤, 유배자들은 나 때문에 여기 들어올 수 있었어. 이제 내가 떠 나면 나야 뭐 별 상관이 없겠지만, 여기 남아 있는 사람들에겐 생사가 걸 린 문제야. 여기서 쫓겨나면 그것으로 끝장이라구. 나는 그들에게 고용인 들이 식사한 후인 2시전에는 여기 들어오지 말라고 했어. 소란 피우거나 말썽을 일으키지 말고 조용히 있으라고 경고했고 말야. 그런데 그들은 그 렇게 하지 않았다구! 아침에 가장 먼저 나타나는 사람이 바로 이고르야. 그는 눈에 보이는 것은 무엇이든 먹으면서, 하루종일 죽치고 있다구. 그 시 나부랭이를 읽어대며 말야.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어? 파리 사람들은 카페에서 만나 하루종일 그곳에 둘러앉아 있지. 이고르 는 그것에 익숙해져 있을 거야. 사샤가 말했다. 나는 따뜻한 화장실과 목욕탕, 그리고 전화에 익숙했어. 레스토랑에 가 는 것에도 말야.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나는 그 습관을 깨뜨려 버렸어. 보리스가 딱딱거렸다. 그에게 마지막 저녁을 사주자. 내가 계산하겠어. 사샤가 말했다. 그 를 불러. 보리스는 어깨를 움츠리고 눈살을 찌푸리더니 이고르에게 손짓을 했다. 보리스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이고르는 곧 생기를 띠며, 테이블에서 일어나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자, 도면 값은 받았소? 보리스가 물었다. 언제든지 받을 수 있어. 당신의 연인은 어디 있소? 발레리아 안드레예브나는 레닌그라드로 돌아갔소. 영원히? 영원히. 우리는 이상하게 만나, 이상하게 헤어졌다. 보리스는 중얼거렸다. 자, 앉게. 이고르는 테이블 위에 구겨진 모자를 놓았다가 깜빡 잊었다는 듯이 모자 를 무릎 위로 내려놓았다. 보리스는 사샤를 향해 끄덕였다. 내일 우리는.... 이고르는 벌떡 일어서더니 사샤에게 절을 했다. 사샤는 그를 향해 미소 를 지었다. 내가 말한 대로, 내일 그들은 우리를 앙가라로 보낼 거야. 당신과 다른 이들이 이전처럼 여기에 올 수 있도록 그들에게 얘기는 해놓았지만, 당신 은 이제 이곳이 몽마르뜨의 카페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되네. 알고 있어. 이고르는 테이블 위로 낮게 구부리면서 속삭였다. 이곳은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된 간이식당이야. 식사하자마자 나가야 한 다구. 돈이 없으면 나타나지도 말고, 여기서는 그것이 규칙이야. 하지만 당신은 규칙을 어기고 있어. 물론 그들은 당신을 쫓아낼 수 있었지. 그것 은 불행한 일이야. 그러나 당신 때문에 당신의 동료 유배자들 역시 쫓겨날 것이오. 알겠소? 알아, 하지만 난 유배자가 아니오. 이고르는 허둥지둥 덧붙였다. 그렇다면, 대체 당신은 뭐야? 조사 좀 해볼까? 보리스가 조롱하며 물 었다. 나는 선고받지 않았어. 그들은 단지 나를 불러 칸스크로 가시오, 거기 가 당신이 살게 될 곳이오? 라고 말했을 뿐이오. 당신은 외교문서를 갖고 다니오? 그럼. 여권도? 나는 한 번도 소련 여권을 가져 본 적이 없소. 그래도 여길 떠날 권리는 있지 않아? 아니오. 그렇다면, 당신은 우리들과 똑같아. 자, 오리 오시오! 보리스와 이고르는 음식을 건네주는 창구로 갔다. 이고르는 보르시치 한 대접을, 보리스는 빵 한 덩어리와 숟가락을 갖고 왔다. 드시오! 보리스가 명령했다. 천천히 들어요. 아무도 당신 것을 빼앗 지 않을 테니까. 이고르는 대접에 머리를 박고는 조용히 먹었다. 당신은 예술가야, 차라리 초상화를 그리면 어때. 보리스가 말했다. 이고르는 숟가락을 놓고 손가락으로 입을 닦았다. 아무도 초상화를 원 치 않아요. 사진이 훨씬 비슷하고 값싸다고들 해요. 그렇다면 조그만 풍경화를 그리면 되잖소? 보리스가 우겼다. 이곳 사 람들은 그런 걸 좋아한다구. 휴일에 클럽에서 팔면 돼고, 머리를 써요. 머 리를. 당신이 귀족이라는 생각만 버리면 되는 거라구.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이고르가 속삭였다. 그래, 당신은 나를 평민으로 여기지. 이고르는 머리를 흔들었다. 평민이 아니오. 그럼 뭐요? 이고르는 그의 숟가락을 든 채 고개를 숙이며 중얼거렸다. 나는 당신을 돈벌레라고 생각하고 있소. 사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으나 보리스는 하얗게 질렸다. 내게는 새로울 게 없는 얘기야. 러시아에서는 시골뜨기, 평민, 돈벌레 모두 같은 것이니까. 파리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러나 귀족들이 먹 는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바로 평민, 유감스럽게도 돈벌레라오. 나는 당신 에게 7루블을 주겠어. 이 돈이면 열 끼 정도는 충분할 거야. 이 돈을 주방 에 맡겨 놓을 테니, 하루에 모두 먹어치우든지 맘대로 하라구. 열 끼를 다 먹고 나면, 당신은 또 다른 <돈벌레>를 찾아다니거나, 의심스러운 일이지 만 당신이 직접 일을 해야 할거야. 그렇지만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은 아마 굶어죽는 일일 걸. 그는 주방으로 가서 요리사에게 돈을 맡겼다. 서랍으로 쓰는 접시에 돈 을 던져 넣으면서도 그녀는 별로 유쾌해 보이지 않았다. 사샤는 일어섰다. 이고르도 따라 일어났다. 그의 모자가 마루로 떨어지자 그는 허리를 굽 혀 모자를 집어들었다. 사샤는 그의 손을 잡았다. 잘 있어요, 이고르. 일이 잘되기를 바랍니다. 노력해 보겠소. 이고르는 슬프게 대답했다. 잘 있게. 보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음날 아침, 다 떨어진 사슴가죽신에다 기름때 낀 모자를 쓴 마부가 나 타났다. 그의 주름진 얼굴은 온통 짧고 억센 수염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 는 운임을 충분히 받지 못할까봐 걱정하는 것 같았다. 사샤와 보리스는 그들의 물건을 짐마차 위로 옮겼고, 그 여주인은 음식 가방을 넣었다. 그녀는 그들이 가는 것을 지켜보며 오랫동안 현관에 서 있 었다. 마차 뒤로 걸어가면서 보리스가 슬프게 말했다. 저 여자, 나를 위해 참 많은 것을 해줬어. 그들과 여행을 함께 할 친구들이 벌써 대표자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었 다. 5년간의 수용소 생활을 끝낸, 지난달에 구입한 검은 색 자켓을 입은 키 크고 핸섬한 그루지아인 볼로쟈 크바차드제, 민스크에서 온 중년의 인 쇄업자 이바쉬킨, 모스크바에서 온 전 공산청년동맹 사무관 카르체프는 베 르흐네우랄스크의 특별 감옥인 정치적 <격리실>로부터 열흘간의 단식투쟁 끝에 칸스크로 보내졌다. 보리스는 대표자 사무실 문을 두드리며, 마차가 도착했고, 솔로베이치크 와 판크라토프가 왔다고 알렸다. 기다려! 덧문이 꽝 하고 닫혔다. 거만하게 눈살을 찌푸린 볼로쟈 크바차드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을 감고 긴 의자 위에 앉아 있는, 허약하고 아주 냉담하게 보이는 카르 체프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아직 아무 데도 가지 못했는데, 마부는 벌써 우리에게 백 루블 을 달라는 거야. 보리스가 말했다. 여행수당으로 오십 루블밖에 받지 못 했으니까 오십 루블을 더 마련해야 해. 무슨 수로! 볼로쟈가 딱딱거렸다. 저자들에게 나머지 반을 내라고 해. 그들은 할당된 몫을 내놓았잖소. 보리스가 설명했다. 여름에는 그걸 로도 충분할 텐데. 그래서 나는 여름에 갈 예정이야. 난 조금도 급하지 않으니까. 볼로쟈 가 대답했다. 어쨌든, 나는 돈 한푼 받지 못했으니까. 이것은 쓸데없는 논쟁일 뿐이야. 나 역시 마찬가지야. 카르체프가 눈꺼풀을 들지 않고 조용히 말했다. 나도 그래. 이바쉬킨이 죄스럽다는 듯이 덧붙였다. 그때 문이 열렸다. 이바쉬킨! 서명해! 이바쉬킨은 당혹스럽게 다른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볼로쟈가 그를 밀치고 문 쪽으로 나섰다. 당신들은 우리들 각자에게 십 루블씩 주지만 마부는 백 루블을 내노라 고 하고 있소. 우리들은 너희들에게 할당된 돈을 준 것뿐이야. 보리스가 문 아래로 몸을 굽혔다. 모두에게 다 준 것도 아니질 않소. 그렇다면 우린 지금 어떻게 해야 하지? 그건 너희들이 알아서 할 문제야. 응답이 왔다. 그건 바로 당신네들이라구. 볼라쟈가 소리쳤다. 당신네들 말이오! 그는 문을 주먹으로 탕하고 쳤다. 그만해! 책임자를 데려와! 이바쉬킨은 볼로쟈의 옷소매를 잡았다. 이봐, 어떤 문제도 만들지 말 자. 볼로쟈는 그에게 조소의 눈길을 던졌다. 그때 짧은 상의 칼라 위에 두 개의 가로줄이 있는 옷을 입은 건장한 남 자가 나타났다. 누가 불평을 하고 있지? 우리는 돈이 없소. 운임을 지불할 수가 없다구. 볼로쟈가 그의 어깨에 대고 말했다. 그럼, 걸어가. 뭐라고? 그럼 당신이 대신 저 짐들을 옮겨 주겠소? 지금 누구한테 말하는 거요! 누구긴 누구요.... 당신에게 말했소. 당신이 우리 짐들을 날라다 줄 거 냔 말요? 여행경비의 할당은 인민위원회 내무부에서 결정한다. 사령관은 자신을 억누르면서 말했다. 당신네 인민위원회에서 주는 돈을 가지고 당신이 한번 직접 가보시지! 수용소로 돌아가고 싶나? 볼로쟈는 벽에 뒤꿈치를 대고 쪼그리고 앉았다. 난 상관없소! 그래? 당장 보내 주지! 맘대로 해. 경호원! 사령관은 얼굴이 벌개져서 소리쳤다. 두 명의 경호원이 나와, 볼로쟈의 발을 질질 끌고 갔고, 그의 손을 등 뒤로 묶었다. 지금 당신이 그를 묶었으니, 그로부터는 한푼도 돈을 받아낼 수 없소. 사샤가 말했다. 너도 맛 좀 보고 싶어? 사령관이 소리쳤다. 당신은 나한테서도 돈을 받아낼 수 없을 것이요. 사샤가 조용히 말했 다. 사령관은 돌아서서 짐마차가 마당 안으로 들어오도록 명령했다. 볼로쟈는 사무실 안으로 끌려갔다. 이바쉬킨이 목청을 돋우었다. 완전히 지쳤어. 빌어먹을! 카르체프는 눈 하나 까딱 하지 않았다. 다시 문이 열렸다. 솔로베이치크! 보리스가 갔다. 당신의 여행수당을 마부에게 빨리 주시오. 나머지는 보구차니의 책임자 가 지불할 것이오. 그에게 이 서류도 전해 주시오. 그것들은 당신들에 대 한 서류요. 자, 당장 떠나시오! 그들은 거리로 출발했다. 짐마차는 정문을 통과했고, 소총을 장비한 두 명의 감시병이 따라왔다. 볼로쟈는 검은 눈을 노엽게 흘기면서 짐차의 뒤 켠에 묶여 있었다. 일행은 떠나갔다. 아르바트의 아이들 - 제 2 부 4 소년들은 벽돌담을 따라 서 있었고, 선생님들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들 뜬 기분으로 차려입은 소녀들은 땅바닥에 앉아 있었다. 10회 졸업생들이 떠나가고 있었다. 학업을 마쳤으니 영원히 안녕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바 랴만이 거기 없었다. 이 날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니나는 당혹스러움을 간신히 억제했 다. 지난 10년을 함께 한 친구들에게 작별을 고하지 않고, 기념사진 한장 조차 찍지 않고, 모든 선생들 앞에서 바랴를 소개시켜야 할 그녀의 입장도 개의치 않았다. 며칠 전, 니나는 교무실에서 수학선생을 만났는데 바랴를 천부적 재능 이 있는 어린 숙녀 라고 칭찬했었다. 어린 숙녀 라는 말이 귀에 거슬렸 다. 그녀의 동생은 비현대적인 특성들을 많이 고집하고 있었다. 그녀는 옛 날 초상화의 여인처럼 머리를 묶지 않고 단순하게 귀 뒤로 넘겼다. 그리고 모든 것을 옆으로 바라보듯이 그런 식으로 고개를 돌리곤 했다. 니나는 어린 숙녀 라는 표현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그 수학선생이 친 근해 보일지라도, 그와의 대화는 별로 좋은 일이 아니었다고 생각하기 시 작했다. 물리선생과 화학선생 역시 바랴를 좋게 얘기해 왔었다. 그리고 수 학 선생은, 그들이 바랴는 경쟁시험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고 말했을 때 동의했었다 - 아무도 그녀가 시험에 합격하여 상급학교로 진학하게 되 리라는 것을 의심치 않았다. 니나는 몇 가지 일반적인 얘기들을 함으로써 그 순간을 넘겼다. 바랴의 기교 있는 그림솜씨는 매우 훌륭하다는 것, 또 재능이 많은 사람들은 무엇 을 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는 것 등.... 그러나 그녀는 동 생이 자기의 조언을 듣지 않고, 자신이 바라는 대로 살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한다는 것을 그들에게 말할 수 없었다. 바랴는 담배를 피웠다. 니나가 그렇게 비싼 담배 - 작은 통에 10개피가 든 프롤 - 를 어떻게 구했냐고 물었을 때 그녀는 샀어 라고 조용히 대답 했다. 그리고 이렇게 늦게까지 어디서 뭘 했느냐고 물어 봐도 그저 친구 들과 함께 있었어 라고 짧게 대답하곤 했다. 하지만 담배 살 돈을 어디서 버는지 또는 밤새도록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외제 전축 레코드는 누가 주었느냐고 니나가 물었을 때, 그녀는 거만한 표 정을 짓고는 난 일본 정보원을 의해 일해, 몰랐어? 라고 말했다. 그녀는 논쟁하려는 듯 도전적으로 말했다. 그러나 니나는 간신히 흥분을 억제했고, 마치 농담할 때처럼 웃었다. 난 높은 교육을 받은 사람들만 스 파이로 이용한다고 생각했는데. 네 주변을 봐,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말야. 모든 사람에겐 자신의 능력을 발전시킬 기회가 있어. 틀림없이 그게 가장 중요할 거야. 그런데 너는 왜 기회를 놓치니. 모두가 공부하고 있 어.... 난 관심 없어, 알겠어? 그렇다면 넌 대체 무엇에 관심이 있지? 니나는 빽 소리질렀다. 하루 종일 거리를 빈들거리면서 쏘다니는 것? 그녀는 자신이 왜 그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가 길거리나 그곳 에 있는 사람들과는 아무 관련도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 이었다. 스스로를 억제하지 못한 자신을 저주했다. 바랴는 도대체 무엇을 원했는가? 도안가가 되는 것? 기계공? 사샤와 만 나기 위해 시베리아로 가는 것? 그녀는 별별 생각이 다 났다. 역에서 호송되는 사샤를 보았을 때, 그녀는 울부짖으며 누구의 말도 듣 지 않았었다. 전차에 있던 사람들이 그들을 쳐다보았다. 분명히 그녀의 것 이 아닌 물개모피코트을 입고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어린 소녀 를. 집에 오자, 니나는 소피야 알렉산드로브나를 만나러 가지 말라고 바랴를 설득했다. 몹시 흥분했던 바랴는 갑자기 온순해졌고, 곧 잠자리에 들었다. 니나는 그녀가 안정을 되찾았으니 곧 깊은 잠에 빠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서, 담요를 덮어주었다. 바랴는 저녁 내내 그리고 밤새도록 잤다. 그녀의 비참해진 물개모피코트를 가지러 조예가 온 것도, 니나가 아침에 학교 갈 준비를 하는 것도 듣지 못하고 말이다. 니나는 걱정이 되어 일찍 돌아와 보니 바랴는 나가 버리고 없었다. 바랴는 집에 늦게 들어와서는, 소피야 알렉산드로브나를 만났었다고 말 했다. 그리고는 전날 밤 덮었던 따뜻한 담요를 덮은 채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도 소피야 알렉산드로브나와 함께 보냈다. 얼마가 지난 후, 니나도 소피야 알렉산드로브나를 만나러 갔다. 그녀는 평소처럼 다정하지도 않았고 무척이나 쌀쌀맞았다.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데 사샤가 유배간 것이 마치 니나의 잘못이라도 되는 것 같은 태도였다. 그것은 그녀의 기분을 그대로 나타내 주는 것이었다. 바랴는 소파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그녀가 도착했을 때 쳐다보지 도 않았다. 대화는 껄끄러웠다. 소피야 알렉산드로브나는 니나의 질문에 짤막하게 대답했고, 바랴가 책장 넘기는 소리만이 긴 침묵을 채우고 있었 다. 그녀 역시 의심할 여지없이 니나가 사샤를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를 배반했다고 생각하는 게 틀림없었다. 그들이 좋을 대로 생각하라고 그래. 니나는 다시는 소피야 알렉산드로브 나를 만나러 가지 않았다. 그녀는 분명히 바랴에게 자신을 해명하려 하지 않았고, 자신을 정당화시킬 필요도 없었다. 나쁜 일이라곤 하지 않았으니 까. 그러나 소외당했다는 느낌이 아직도 그녀의 입맛을 쓰게 했다. 바랴가 거기에 아주 편하게 있는 것과는 반대로, 그녀는 소피야 알렉산드로브나의 집의 침입자였다. 그것이 바로 바랴가 그렇게 완강하고 자신이 좋은 대로 하는 이유였다. 소피야 알렉산드로브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결국, 지금 사샤는 반대쪽에 있었고, 그녀 역시 반대쪽에 있어야 한다. 그것은 마친 것 같았 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니나는 사샤가 학교에서 어땠었는가를 회상했 다. 그러나 학교에서의 우정이 정치적 믿음의 기초는 결코 아니었다. 유년 시절은 유년시절이었고, 현실생활은 또 현실생활이었다. 그들 그룹에는 누 가 남았는가? 사샤는 유배되었고, 막스는 극동지방에 있었다. 틀림없이 그 는 결혼해서 그곳에 정착했을 것이다. 샤로크는 검찰국에 있었다. 그것 역 시 미친 짓이었다. 유리 샤로크는 한 사람의 검사로서 사람들의 운명을 결 정해야 하는데, 그의 눈에는 그것이 혁명에의 당당한 헌신으로밖에는 보이 지 않는 것이다. 사샤 판크라토프는 반혁명주의자로 유배당했는데! 그렇다 해도, 역사에는 확고하고 가차없는 논리가 있었다. 공산주의자들 을 오직 그들의 개인적 특성으로만 판단한다면, 당은 말 잘하는 지성인들 의 원칙 없는 집합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남았나? 바짐 마라세비치? 아르바트에서 그를 마주칠 때 면, 그는 언제나처럼 친근했다. 그는 그의 견해를 신문과 잡지를 통해 얻 었고 그의 다른 식구들처럼 올바르게 행동했으며, 소비에트 정권이 들어선 지 17년이 되었다는 사실만을 인정했다. 짧고 빛바랜 속옷을 입은 바랴는, 창턱에 맨발로 서서 유리를 닦고 있었 다. 더러운 물방울이 그녀의 손등과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려 창틀에 괴어 있었다. 너 왜 사진 찍으러 오지 않았니? 잊어버렸어. 그리고 생각났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더라구. 적어도 네가 해야 할 다른 일들을 기억할 수 있다면, 신에게 감사하겠 어. 바랴는 걸레를 물통에 던지고 내려왔다. 이래서 난 찍지 않았어. 그녀는 서랍을 뒤져서 사진 몇 장을 꺼냈다. 여기 육학년에 내가 있어, 그리고 여기 칠학년에 내가 있구. 그리고 여기 는 지난 가을에 찍은 십학년 때고, 육개월 동안 조금도 변하지 않았어. 그 건 언니도 잘 알고 있을 걸. 니나는 그것들을 못 본 체하며 차갑게 말했다. 난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이틀 후에 떠날 예정이야. 네가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해. 네가 기꺼 이 대학입시 준비를 한다면 널 도울 테지만, 그렇지 않으면 내 맘대로 해. 걱정하지 마. 바랴는 대답했다. 난 취직할 거야. 바랴가 역에서 사샤를 보고 받았던 충격은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 그녀 는 그가 호송 당하고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좋은 좌석을 차지하려고 플랫폼을 따라 뛰어가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그는 무척 창백했고, 턱수염 때문인지 꽤 나이 들어 보였다. 얼굴이 발그레한 젊은 장교들은, 한 남자 가 호송되고 있다는 사실을 적혀 알아차리지 못한 채 즐겁게 극동으로 떠 나고 있었다. 세상은 모든 게 다 잘 돌아가고 있었다. 그녀는 사샤가 순순히 옷가방을 들고, 자발적으로 유배의 길로 걸어가던 순종적인 태도에 의해서 더욱 충격을 받았다. 그는 왜 저항하지 않았을까, 왜 그들은 그를 묶지 않았을까? 만약 그가 싸우고 소리치고 반항했다면, 그들이 손발을 묶어 놓았더라면, 두 명의 감 시병은 충분치 않았을 것이고, 일게 보병소대가 필요했을 것이다. 또 열차 도 평범한 객차가 아니라 철창을 단 객차가 필요했을 것이다. 사라들은 플 랫폼을 따라 뛰던 것처럼 그렇게 무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빛나는 새 제복을 입은 막스와 세라핌 등 모든 사람들도 그렇게 소심하고 자기만 족의 삶에 순종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샤 역시 길들여져 왔었다. 그녀가 부티르키 형무소로 그의 소포를 갖다 주었을 때, 높고 두껍고 꿰 뚫을 수 없는 벽들이 그녀에겐 오직 그 때문에 세워진 것처럼 보였다. 총 을 든 사람들도 무척 두려웠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두려운 것은 그 들이 아니었으며, 사샤가 그들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사샤를 두려워했다. 그것이 그가 한 손으로 때려눕힐 수 있었던 두 명의 젊은 감 시병들 사이로 아주 유순하게 걸었던 이유였다. 그는 더 이상 어쩔 수 없 었던 것이다. 그러나 바랴는 소피야 알렉산드로브나를 계속 동정했다. 그녀는 매일 소 피야를 기쁘게 해줄 새로운 소식을 가져갔다. 소피야 알렉산드로브나가 세 탁소에서 일하지 시작하자, 바랴는 그녀 대신 가게에 가서 배급을 타오기 도 했다. 소피야 알렉산드로브나는 사샤를 정직하고, 남자답고, 용감했다고 칭찬 했다. 바랴는 반박하지 않았으나, 그를 더 이상 남자답다고 여기지 않았 다. 그가 그런 식으로 취급당하도록 자신을 내버려둘 수 있다면, 그는 다 른 사람들과 똑같을 뿐이다. 그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과 똑같았고, 늘 들 은 대로 행동했었다. 이제 그는 유배 가라 명령을 받았고, 그래서 그는 간 것이다. 그는 손에 가방을 든 채 플랫폼을 따라 아주 순종적으로 걸었 었다. 소피야 알렉산드로브나는 사샤의 방을 넘겨주기로 결정했고, 바랴는 그 녀를 도와 새로 들어올 사람을 위해 준비를 했다. 사샤의 스케이트가 선반 위에 놓여 있었다. 날은 거의 못쓰게 돼 있었고, 긴 끈은 끊어졌던 곳이 여기저기 이어져 있었다. 소피야 알렉산드로브나는 스케이트를 들고 울기 시작했다. 사샤의 어린 시절이 생각난 것이다. 그 스케이트는 바랴에게 스케이트장의 차가운 공기와 얼음판 위에 비치 는 희미한 불빛, 연주대 위의 악대, 탈의실의 혼잡스러움을 상기시켰다. 그녀의 스케이트는 사샤 것처럼 작은 구멍이 많아서 준비하는 데 오랜 시 간이 걸렸다. 바랴는 사샤에게 스케이트를 타러 가자고 제안했던 아르바트의 지하실 을 기억했다. 모든 것이 멋있었고, 사샤는 모든 사람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탱고와 룸바를 추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악대는 미 스터 브라운 , 검은 눈동자 , 오, 작은 레몬 을 연주했다. 사샤는 그 낯 선 소녀를 지켜 주었고 그가 얼마나 용감한가를 보여 주었다. 아르바트의 지하실 에서의 그 순간, 그는 그녀의 영웅이 되었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영웅이 아니었다. 그녀는 어떤 영웅도 없다는 것을 알 았다. 거기엔 햇빛이나 신선한 공기가 아닌, 지하실에서 풍겨오는 오래 된 양 배추와 썩은 감자 냄새가 나는 거대한 아파트가 있었을 뿐이었다. 끝없는 싸움과 다툼이 있는 공동아파트. 계단에서는 고양이의 악취가 풍겼다. 빵, 설탕, 마가린을 사려는 줄은 끝이 없었고, 물건이 없기 때문에 쓸모 없게 된 쿠폰들. 기운 양복바지를 입은 지적인 남자들, 떨어진 자켓을 입은 지 적인 여자들. 아르바트와 스몰렌스크 가의 구석에는 토르그신 상점이 있었는데, 거기 서는 금화나 외국돈을 갖고 있으면 뭐든지 살 수 있었다. 그리고 플로트니 코프 가의 바로 옆에는 돈과 권력 있는 사람들을 위해 모든 물건을 갖춘 특별한 가게가 있었다. 그리고 이곳 아르바트에는 돈만 있다면 원하는 것 무엇이나 구할 수 있는 아르바트 지하실 이 있었다. 그것은 너무나 공정 치 못했고, 옳지 않았다! 6학년 때 학교에서 바랴는 엘레나 파블로브나라는 전직 여배우가 운영하 는 연극반에 들었었다. 행동주의자들은 그녀가 소련 극작가의 대본 대신 오스트로프스키와 그리보예도프 를 상연했다고 비판했고, 그녀는 돌봐 줘 야 할 병든 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업을 잃었다. 그녀처럼 나이 지긋한 사람도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사실은 바랴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3 년이 지나자, 연극반은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왜냐하면 박봉의 직 업을 택할 사람을 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 그리고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았다. 바랴는 모임에 빠지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항상 미리 결정되어 있었으니, 사소한 것을 결정하기 위해 손을 드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니나 는 아직도 그것들을 고수했다. 니나는 어떤 질문에라도 한가지 대답만 반 복하는 멍청이였다. 질문은 모두 다를 수 있었지만 그녀의 대답은 언제나 똑같았다. 바랴는 거리의 소년소녀들 사이에서 자신과 같은 낙오자를 발견했다. 그 들은 담배 피우지 못하게 되어 있었기에 담배를 피웠다. 화장하는 것은 눈 살이 찌푸렸기 때문에 소녀들은 립스틱과 분을 칠했고, 머리를 길게 길렀 고, 그물 스타킹과 밝은 스카프를 했다. 그러나 이제 이 모든 것이 재미없어졌다. 역에서 그녀가 체험했던 충격 이 그녀로 하여금, 이제 거리에서 새로운 군중이 있는 것처럼, 다른 종류 의 독립을 모색하도록 했다. 어느 날 바랴는 아르바트의 거리에서 비카 마라세비치와 마주쳤다. 그녀 는 40세 가량의 매우 불쾌하고 요란한 색상의 옷차림을 한 남자와 함께 이 었다. 비카는 바랴는 아는 척한 적이라곤 없었으나, 이제는 멈춰 서서 얘기했 고 그녀를 껴안기까지 했다. 그녀의 옷에서는 놀라운 향내가 풍기고 있었 다. 바랴, 내 친구와 인사해. 비탈리아. 비탈리, 얘는 내 학교 친구 바랴예 요. 비카의 사소한 실수를 바랴는 놓치지 않았다 - 그들은 학교에서 5년간 잘 지낸 적이 있었던 것이었다. 아르바트 거리엔 정말 아름다운 소녀들도 참 많죠? 자, 비탈리. 뭐라고 말 좀 해요. 비탈리는 그의 팔을 벌리고 바보처럼 눈썹을 치켜올렸다. 할 말을 잃은 모양이었다. 정말 오랜만이구나, 바랴. 너는 어쩜 전화도 하지 않고 놀러오지도 않 니? 바랴는 한번도 비카에게 전화한 적이 없었고 그녀의 집에 갔던 적도 없 었다. 니나는 잘 있니? 응, 잘 있어. 일하고 있어. 니나는 바랴의 언니예요. 비카가 그의 친구에게 설명했다. 사랑하는 바랴, 전화 좀 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전화할게. 그리고 한번 만나자. 그녀는 가방을 뒤져서 작은 수첩을 꺼내더니 그녀의 전화번호를 찾아냈다. 전화번호 바뀌지 않았지? 응. 그럼, 연락할게. 이틀 후, 비카가 전화를 해서 바랴를 초대했다. 바랴가 도착했을 때, 비카는 방금 일어난 것 같았다. 그녀는 가운과 스 타킹, 실크 잠옷을 입고 있었고, 옷은 전 날밤 던져 놓았던 안락의자 위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그러나 이런 옷조각들이 바랴에겐 아무 의미도 없었 고, 그것들에 대해 신경 쓰지도 않았다. 작은 열쇠로, 그녀는 자기가 모아 놓은 병들 가운데 끼워둔 귀걸이, 구슬, 브로치들이 담긴 나무상자를 열었 다. 그녀는 자신의 물건들을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요즘 무엇이 유행인지, 외국에서는 무엇을 입는지를 바랴에게 보여 주었다. 또 외국 잡 지들을 넘겨가며 그녀는 바랴에게 모피코트에 육감적인 색깔의 스타킹과 우아한 신발을 신고 있는, 아름다운 여자들의 사진을 보여 주었다. 그들은 긴 의자와 나란히 놓인 작은 테이블에 앉아 아주 작은 유리잔으 로 베네딕틴과 커피를 마셨으며, 끝에 금박을 입힌 긴 담배를 피웠다. 이것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바깥에서는 쿠폰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여기서 그들은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외국 의상을 동경하고 있다니! 니나도 네가 여기 온 걸 아니? 아니. 나랑 만났던 걸 얘기하지 않았구나? 그녀에게 모든 걸 다 얘기할 필요는 없잖아. 하긴 그래. 동감이야. 비카는 찬성했다. 난 너의 언니를 무척 존경해 왔어. 그러나 너희 언니는 사물을 대하는 태도가 꼭 남자 같애. 여자가 필 요로 하는 것에 너무 무관심하다구. 그녀가 나를 경멸한다는 것도 알고 있 어. 그녀가 여류학자기 때문이지. 하지만 난 아무렇지도 않아. 난 그녀의 야망을 존경하거든. 니나는 사회적인 관점을 갖고 있잖아. 그것은 훌륭하 고 아름답지. 그러나 우리 모두가 똑같을 수는 없어. 니나는 모든 사람이 자신처럼 되기를 바래. 바랴가 말했다. 비카가 전축을 틀었다. 넌 누구를 좋아하니? 멜레호프? 소녀여, 너의 친구에게 말해 주오.... 아니야, 넌 그 노래를 많이 들었을 거야.... 그녀는 베르친스키와 레시첸코를 틀었다. 비탈리는 좋은 레코드를 몇 장 갖고 있어. 언제 가서 그것들을 들어보 자. 바랴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집에 간다구? 왜, 넌 그가 담에 안 드니? 그는 인간이 원숭이로부터 진화했다는 명백한 증거야. 그런데 왜 거기 까지 가서 그를 만나지? 너는 그를 얕보고 있어, 바랴. 그는 매우 영향력 있는 사람이야. 다른 사람에게나 영향을 주라고 해. 넌 연극학교에 들어갈 생각이니? 올해로 학교는 끝이야. 난 일할 거야. 무슨 일을 할 건데? 도안사 같은 직업을 구할 거야. 바랴! 비탈리라면 너를 금방 취직시킬 수 있어. 그는 모스크바에 있는 모든 사람을 다 알고 있거든, 당장 그에게 전화해 볼께. 그녀는 의자를 가로질러 전화기를 잡아당기더니 다이얼을 돌렸다. 비카예요. 째즈가 수화기를 통해 흘러 나왔다. 풍금 좀 꺼요. 그녀가 명령했다. 바랴가 여기 있어요. 내 학교 친구, 아르바트에서 만났던.... 아시겠죠? 그녀가 바랴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안부 전해 달래.... 기가 막혀! 들어봐요. 그녀는 도안사 자릴 찾고 있어요.... 학교에서는 그것을 전 공했어요. 그림을 썩 잘 그려요.... 뭐요? 거기에 누가 왔다구요? (대화 는 비카를 만나고자 하는 어떤 남자에 대한 것이 분명했다.) 아니요! 내 일 모레, 토요일. 그때라면 에릭도 분명히 올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우 리는 메트로폴 가로 갈 거예요. 바랴에게 물어 볼께요.... 바랴, 내일 모 레 시간 있니? 응. 괜찮대요. 에릭도 꼭 와야 해요.... 왜냐하면 내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그렇지 않으면 바랴와 나는 가지 않을 거예요. 꼭 와야 해요. 잊지 마세 요. 비카가 전화를 끊었다. 에릭이란 남자가 있는데, 그는 매트니토스트로이 설계소에서 일하고 있 어. 그녀는 바랴를 쳐다보았다. 내일 모레 여섯 시에 와. 여기서 같이 떠나자구. 직업도 얻고 즐길 수 도 있단 말이야. 그녀는 웃으며 바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를 한번 파벨 미하일로비치에게 데려가야겠구나. 그나 네 머리를 멋 있게 해줄 거야. 파벨 미하일로비치는 유명한 미용사였다. 프라그 레스토 랑에 있는 그의 미용실은 보통 파울의 집으로 불리었다. 그는 고객들에게 미스터 파울 로 알려져 있었고, 비카는 그의 본명을 사용함으로써 그녀가 그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를 보여 주고 있었다. 아르바트의 아이들 - 제 2 부 5 바랴는 내일 어떻게 입어야 할지, 무엇을 입고 메트로폴 호텔에 가야 할 지 무척이나 신경이 쓰였다. 비카의 옆에만 서면 그녀는 해진 블라우스를 입은 것처럼 볼품없는 소녀일 뿐이었다. 그녀의 물건은 모두 구식이라 초 라해 보였다. 스타킹과 구두는 어떤 게 있었지? 그녀는 옷을 입었다. 벗었 다 하며 옷장을 뒤졌다. 낡은 푸른색 드레스만이 적당해 보였다. 아무래도 조예에게 굽 높은 구두를 빌려 신어야 할 것 같았다. 그밖에는 할 일이 없 었다. 비카는 앞은 무릎 바로 밑까지 오고, 뒤는 종아리 밑에까지 오는, 한쪽 이 다른 한쪽보다 높이 올라간, 구슬로 장식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가 슴과 허리가 꼭 끼는 것이었다. 늘씬한 키와 부드러운 피부, 큰 회색빛 눈 을 한 이 금발 소녀는 눈에 띄는 미인이었다. 약손시간인 7시를 넘어 8시가 가까워졌음에도 서두르는 기색 없이 그녀 는 옷을 벗고 분홍색 속옷차림으로 머리손질을 하기 위해 앉았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고 비탈리와 복잡한 얘기를 주고받았다. 그는 어떤 곳에서도 에릭을 볼 수 없었으므로 그들에게 에릭의 집으로 오면 어떻겠냐 고 물었던 것이다. 비카는 어디든지 상관없다고 대답했다. 여기로 당신이 온다면 정말 좋을 텐데. 그렇지만 유감스럽게도 당신은 에릭의 전화를 기다려야만 하겠군요. 그녀가 그에게 말했다. 그녀는 여전히 속옷만 입고 화장대에 앉아 있었다. 최근에 레나 부쟈기나를 만난 적 있었니? 그녀가 바랴에게 물었다. 신년 파티 이후로는 없었어. 걔는 요즘도 유리를 만난대니? 아니, 유리는 밀고자야. 용서할 수 없어! 비카는 회전의자를 돌려 화난 눈빛으로 바랴를 쳐다보았다 - 그녀의 집 에서는 그런 말을 쓰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던 것이다. 비카, 그녀의 오 빠, 그들의 아버지, 그리고 그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살의 불가피한 조 건들인 현실을 받아들였다. 그들이 받아들인 것의 본질은 간단했다. 그것 은 자제였다. 애매모호함이 아니었다. 농담이나 비난도 아니었다. - 그들 은 무엇을 받아들이며, 또 그것을 어떻게 좋은 방향으로 설려야 하는지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을 뿐이었다. 바랴, 이제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 나는 너를 사람들에게 소개할 생 각이야. 그들이 올라 있는 지위에는 많은 책임이 따르겠지. 그런 사람들과 얘기할 때는 단어 하나 하나에도 신경을 써야만 할거야. 내가 무슨 말을 했는데 그래? 비카는 밀고자라는 단어를 생가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네가 쓰는 말들 은 길거리를 연상케 해. 바랴가 폭발했다. 그래? 나는 거리에서 자랐어! 내 말을 오해하고 있구나. 난 천박함을 말하려는 게 아니야. 그런 건 문제도 안 돼. 하지만 때로는 피해야 할 주제나 단어들이 있다는 거야. 유 리는 자신의 일을 하고 있고, 너와 나는 그런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해 본 적도 없잖아. 바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해할 게 뭐가 있다는 말인가? 감옥에 서 차례를 기다리고 서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하지만 비카의 말은 옳았 다. 이제 그녀는 새로운 미지의 세계로 들어서려 하고 있으니까 뭔가 다르 게 행동해야 할 것 같은 모양이었다. 나는 단지 유리를 좋아하지 않을 뿐이야. 왠지 불쾌하거든. 비카가 그녀를 껴안았다. 현명한 친구야. 인생은 짧다 란 건 진부한 표현일지는 몰라도 그것은 진실 이상을 함축하고 있어. 나머지 모든 것은 우리가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그렇지? 바랴가 도착했을 때 아파트는 조용했다. 9시가 되자 사람들 목소리와 복 도의 발자국소리, 문 닫히는 소리 등으로 아파트는 활기를 띠었다. 비카는 그런 것에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여기서는 모든 사람들이 각기 자신의 삶을 살았고, 자신의 일에만 신경을 썼다. 심지어는 바짐조차 비카의 방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바랴는 니나의 엄격한 통제 밑에서 살았던 자신의 공 공아파트에서의 생활과 비카의 경우를 비교해 보았다. 비탈리는 10시에 전화해서 그들에게 15분내에 입구에 나와 있으라고 말 했다. 비카는 힘없이 머리를 매만지며 립스틱을 한번 더 칠한 후, 구슬로 장식 된 드레스를 입었다. 에릭은 빛나는 검은머리를 부드럽게 뒤로 빗겨 넘긴 키가 크고 늘씬한 남자였다. 옷차림으로 보아 그는 분명히 외국인이었다. 차에서 내린 그는 양치기 소녀들을 초대한 왕자처럼 정중하게 비카와 바랴가 차에 타도록 문 을 열었다. 그리고 나서 목적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이 운전만 했다. 그들이 메트로폴 가에 도착했을 때, 그는 숙녀들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도 와주었다. 레스토랑의 바깥에는 사람들이 두 줄로 나뉘어 서 있었고, 제복을 입은 문지기가 그들에게 문을 열어 주었다. 까만 제복을 입은 급사장이 나타나 붐비는 실내에서 빈자리를 찾아 그들을 안내했다. 비탈리는 수위, 휴대품 보관소의 시중드는 사람, 급사장, 급사 등과 얘기를 나누었지만, 바랴는 그들이 친절하게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사람은 에릭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기 집에라도 온 듯 느긋해 보이는 비탈리는 급사가 정중하게 서 있는 동안 메뉴를 살펴보며 무엇을 주문해야 할지 조언해 주었다. 비카는 변해 있었다. 레스토랑 밖의 줄, 휴대품보관소의 시중인, 테이블 의 부족, 급사장의 정중함, 급사의 순종적 태도 - 어떤 것도 그녀의 관심 사가 아니었다. 그녀는 가벼운 걸음으로, 승리의 행진을 하는 것처럼 그들 의 테이블로 다가왔다. 자신에게 모인 시선들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리고 에릭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 주기 위해서였 다. 그녀는 실내에 아는 사람이 있음을 확인하려 하는 듯이 고개를 똑바로 들고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오늘, 그녀는 누구와 대화를 나누고 누구는 무시할 것인지를 결정할 것이다. 앉으면서 그녀는 레스토랑 주변을 자연스럽고 무표정한 눈길로 둘러보다 가 검은 안경을 쓴 땅딸막한 일본 남자와 함께 있는 금발의 작은 소녀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너 노에미 아니? 비카는 그녀를 아르바트 거리에서 만났을 때같이 바랴를 오랜 친구처럼 대하고 있었다. 바랴는 노에미가 누군지 몰랐고, 단지 비카가 메트로폴 거 리에서 만나기 전에 1시간 정도 노에미와 만났었단 것을 알뿐이었다. 이번에는 비카가 아름다운 중국 여자를 가리켰다. 봐, 시빌라도 여기 왔어. 급사가 식탁을 정리할 때, 비탈리는 바랴와 에릭에게 시빌라 첸은 중국 외무상의 딸이라고 설명했다. 유명한 무용가인 그녀는 다음날 모스크바 여 행을 시작할 것이었는데, 레닌그라드와 유럽 그리고 미국에 갈 예정이었 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극장문이 열리고 나서 30분쯤 후에 도착할 것이다. 이곳에서의 쇼는 11시에 시작될 예정이었다. 쇼는 유티요소프가 없는 유티 요소프 밴드일 것이다 - 유티요소프는 레스토랑에서 노래 부르는 법이 없 기 때문이었다. 레스토랑에는 외국인과 함께 온 많은 소녀들이 있었다. 바랴는 그들이 초신 유행의 옷을 입고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는 것을, 결혼하여 외국에서 살게 되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외국인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지만, 이 레스토랑에는 분수대와 음악, 유명인사들만이 수두룩했다. 그 음침한 공공아파트로부터 도망치려던 곳이 바로 여기란 말인가? 풀먹인 식탁보와 냅킨, 샨데리아 불빛 은그릇들과 크리스탈그릇 - 메트 로폴 호텔, 사보이 호텔, 내셔녈 호텔, 그랜드 호텔, 이전에는 이런 것들 이 모스크바 토박이인 그녀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었으나, 이제 그 녀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었다. 아르바트 출신의 소녀 바랴는 그곳에서 일 어나는 모든 일들을, 특히 자신을 쳐다보는 남자들의 눈길과 스쳐 지나가 는 여자들의 시선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들은 그녀의 초 라한 옷을 보고는 그녀를 무시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자. 내가 정말 신경 써서 옷을 입고 오면 그 어떤 사람보다도 많은 시선을 끌 수 있을 테 니까. 그녀는 새 옷을 어떻게 장만할 것인가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을 외국인에게 팔지는 않을 것이다. 바랴는 창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쨌든, 여기 있는 사람들이 모두 그렇지는 않을 것이었다. 저쪽 테이블만 해도 많은 사람이 술 한 병을 놓고 앉아 있다가, 돈이 없어 더 이상 술을 못 시키겠는지 춤을 추러 나가는 것이 보였다. 바랴는 친구들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들은 어떤 포도주를 주문할까 얘기하고 있었다. 비탈리는 샤또우 뒤르 방을 시키려고 했으나 비카는 바르사크를 원했다. 바랴가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술이름이었다. 에릭은 보드카 한 잔과 소금에 절인 철갑상어알을 주 문했다. 부드러운 미소가 그의 얼굴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는, 약간의 액 센트가 있고 때때로 단어를 기억해 내려고 애쓰기도 했지만 러시아 말을 비교적 잘했다. 그의 아버지는 스웨덴 사람이었는데 소련의 공장에 특별한 통화장비를 설치하고 있는 유명한 전화 회사의 소유자였고, 기술자인 에릭 은 아버지 회사를 대표하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러시아 제국의 발트해 근처에서 태어나 에릭과 그의 아버지에게 러시아말을 가르쳤다. 혁명 이전 의 러시아에 최초로 전화를 부설해 준 것도 바로 그 회사였다. 바랴는 웃 으면서, 스웨덴 사람은 금발머리와 푸른 눈을 가졌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에릭은 자신의 외할머니가 러시아 군대의 장군이었던 발틱 남작과 결혼한 그루지아 공주였다고 진지하게 설명했다. 그가 말한 이름은 바랴가 좋아했 던 역사 퀴즈에 나왔던 이름들 중의 하나였다. 학교에서 그들은 옛날 귀족 들의 조상들에 대해 배운 적이 있었다. 그러나 에릭은 수세기를 거슬러 올 라가지 않고 다만 다른 나라들을 찾아봄으로써 자신의 혈통을 추적할 수 있는 것이었다. 오래 된 씨족들이 온 세상으로 퍼져 나가게 된 방식은 역 사 그 자체만큼이나 환상적이었다. 지금 보지 마. 비카가 몸을 숙이며 말했다. 우리 뒤에, 오른쪽으로 두 번째 테이블에 이탈리아 남자와 한 여자가 같이 있는 게 보일 거 야.... 그들은 모두 딴청을 피우며 차례대로 모두 돌아서서 이태리 남자와 그와 함께 있는 여자를 보았다. 그녀는 큰 눈과 창백해 보일 정도로 흰 피부를 지닌 이국적인 여자였다. 니나 쉐레메체프. 비카가 말했다. 쉐레메체프 가문의? 에릭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에릭의 관심이 백작 부인에게 있음을 눈치채고, 비카가 대답했다. 맞아요. 하지만 직계가 아 니라 몰락한 방계 혈족 출신이에요. 비탈리가 덧붙였다. 그녀는 신문사 사진기자, 그 다음엔 배우와 같이 살았었는데, 그 배우가 아내에게로 다시 돌아간 모양이야. 이젠 저 이태리 남자와 어떻게 될지 두고보는 것도 아주 흥미 있을 거야. 그 여자에 대해 얘기를 시작한 것은 비카였으나, 그녀는 이제 사람들의 생각을 슬쩍 떠보고 싶었다. 아름다운 여인은 언제나 쓸데없는 말만 해, 모든 사람들이 알다시피. 조명이 어두워졌다. 스포트라이트가 분수대를 비추었고, 악대가 연주를 시작했다. 젊은 남자가 바랴를 쳐다보고 있었다. 자그마한 키, 깨끗한 얼 굴, 시원스런 이마, 조심스럽게 손질한 밤색 머리, 오똑한 콧날 그리고 사 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닌 사람이었다. 그의 옷, 셔츠와 타이는 흠잡을 데 없이 너무도 완벽했다. 구김살 하나 없고, 먼지 한 점 없어 마치 그림 엽서에 있는 사람 같았다. 바랴는 그를 배우로 단정했다. 배우만이 그렇게 잘생기고 우아할 수 있을 걸이다. 그는 복잡한 스텝을 발전시키지 않고 단 순하게 춤을 추었는데 그것이 바로 최근에 유행하는 스타일이었다. 대조적 으로 비탈리의 춤은 구실이었다. 바랴는 그런 중년의 파트너와 함께 있다 는 사실이 무척이나 당혹스러웠다. 그가 그녀를 향해 미소를 띠었다. 그 미소 또한 촌스럽지 않고 친구가, 마치 좋아요, 메트로폴 호텔에서 춤추 고 있으니, 당신의 남자 친구가 외국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겠어요. 그는 이런 곳에 자주 온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나 보죠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음악이 끝나자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테이블로 돌아갔다. 그 남자는 바 랴 곁을 지나가며 그녀에게 또 미소지었다. 그는 자신의 파트너를 테이블 로 데려가 주고 그녀에게 인사하며 분수대 가까운 쪽에 있는 그의 테이블 로 갔다. 처음에 그의 테이블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 겠지만 잠시 후엔 젊은이들 몇 명이 가고 몇 명이 남아 있었다. 그와 같은 테이블에 있는 퉁퉁한 소녀는 예쁘고 주근깨가 났는데 매번 춤을 추었다. 오케스트라가 룸바를 연주하자, 그는 바랴의 옆에 나타났다. 그는 모든 사 람에게 정중히 인사하고 비탈리에게 돌아서더니 바랴와 이번 춤을 추어도 좋을지를 물었다. 바랴는 이것이 레스토랑에서 흔히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 다 - 그녀는 누구와 춤출 것인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었다. 바랴는 일어 나서 그를 따라 무대로 나갔다. 그는 폭스 트로트를 추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룸바를 추었다 - 걷고, 미끄러지고, 걷고, 미끄러지고. 바랴는 춤을 형편없이 추는 파트너와도 멋 지게 출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난 당신을 알아요. 그가 웃으면서 말했다. 비록 하나가 구부러지긴 했 지만, 아주 하얀 치아를 갖고 있었다. 바랴는 얼굴을 조금 찌푸렸다. 네, 당신이 하고 있는 것을 알겠어요. 그 는 그녀를 알기 위해, 그가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한 질문들을 그녀에게 하는 <생각하기 게임>을 하고 있었다. 얼마나 유치한가! 당신 친구의 이름은 비카죠. 그녀는 얼굴을 찌푸렸다. 이 사람이 어떻게 비카의 이름을 알고 잇는 것 일까? 어쩌면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비카가 누구인지 알지도 몰랐다. 당신은 아르바트에서 살지요. 그는 구부러진 이를 드러내면서 웃었다. 아주 매력적이었다. 그는 목소리도 멋있었다. 비카가 아르바트 거리에서 사는 것을 안다면, 나도 그러리라고 쉽게 짐 작할 수 있겠죠. 그리고 당신은 조예라는 친구도 있지요. 그는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 게임에서 이긴 셈이 되었다. 바랴는 뒤로 조금 물러나서 그를 쳐다보았다. 조예와 함께 있는 것을 어 디에서 보았을까? 어떻게 알았지요? 그의 수수께끼 같은 미소는 그가 지금 말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해 주고 있었다. 이번에는 그녀의 차례였다. 내 이름은 료바요. 당신 이름은? 바랴. 다음 춤도 나와 함께 추시겠습니까? 좋아요. 그녀는 비카, 에릭과 동시에 테이블로 돌아왔다. 비탈리는 춤추지 않았 었다. 바랴, 잠깐 얘기 좀 하자. 비카가 말했다. 미용실은 립스틱을 칠하는 여자들, 분을 바르고, 머리를 고치는 여자들 로 만원이었다. 그곳은 꼭 고급미용실 같았다. 한 여자는 비단 허리띠 뒤 에 단추를 달고 있었다. 미용실의 심부름꾼이 팁을 받고 바늘과 실, 수건 등을 빌려 주었다. 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니? 비카가 물었다. 넌 우리와 함께 여기 왔어. 그런데 넌 네 파트너가 아닌 다른 사람과 춤을 추었다구. 무슨 말인 지 알겠니? 하지만 비탈리가 괜찮다고 그랬어. 그건 네가 신청받는 것을 개의치 않겠다는 거였어. 넌 당연히 거절했어 야 했다구. 더 이상 나를 곤란하게 하지 마. 에릭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 겠어. 이제 모든 남자들이 우리 테이블로 물려들 거야. 어떤 남자도 거절 하지 않는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아니까. 내가 비탈리와 춤추는 걸 원치 않는다는 것 몰랐니? 그러면 넌 네가 정말로 같이 춤추고 싶은 사람과 왔어야 했어. 그렇지 만 일단 우리들과 함께 온 이상 비탈리나 에릭과 함께 춤을 춰야지, 생전 처음 보는 남자가 춤을 신청했다고 그렇게 무작정 따라가면 어떻게 하니? 사실, 아주 모르는 사람도 아니야. 그는 너를 알고 있던 걸. 물론 그는 내 이름을 알지. 나도 그의 이름, 료바를 알아!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그를 알아. 그녀는 비웃듯이 입을 씰룩거렸다. 그는 디자인 스튜디오에 있는 도안사야. 그래서 그가 조예를 알 수 있었던 모양이었다 - 그녀 역시 디자인 스튜 디오에서 일했다. 바랴가 조예의 사무실로 찾아갔을 때 그녀를 보았음이 틀림없다. 그는 그녀를 기억했는데 그녀는 그를 배우라고 생각했었다. 그 가 도안사라면 오히려 잘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녀도 도안사가 되려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레스토랑을 돌아다니는 댄싱 파트너에 불과해. 비카가 계속 말했 다. 그는 언제나 계산을 자신이 하는 어떤 당구선수 친구와 함께 있지. 만약 정말 그가 좋다면, 다음에 그와 함께 와서 춤추도록 해. 하지만 오늘 밤은 제발 나를 더 이상 바보로 만들지 마. 그들이 돌아오자 비탈리와 에릭이 일어나서 그들이 앉도록 도와 주었다. 료바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음악이 시작되자 그녀에게 나오라 는 듯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러나 그녀가 조용히 머리를 가로젓자 그는 다른 테이블로 갔다. 비카는 에릭과 함께 춤추러 무대에 올라갔다. 바랴는 비탈리에게 춤추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 밤은 엉망이 되었다. 비탈리는 비카에게, 자신은 에릭을 데려왔으므 로 자기의 몫을 했는데 지금 자신의 처지가 어떻게 되었는지 좀 보라며 투 덜거렸다. 그는 다른 사람을 이용하는 이기주의자들을 욕해 댔다. 비카는 그가 무엇을 말하는지 애써 모른 체했고, 바랴에 대해서는 비탈리에 연관 해 비난하지 않았다. 그들은 새벽 3시쯤 레스토랑을 나왔다. 비탈리는 자기 집에 가서 음악을 듣자고 제의했다. 비카는 피곤하고 너무 늦었으니 집으로 가겠다고 말했 다. 넌 어때? 그녀가 바랴에게 물었다. 나도 너무 늦어서 안 되겠어. 에릭은 그들이 가는 곳으로 태워다 주겠다고 말했다. 비탈리는 차에 타 지 않았다. 그는 고르키 가 근처에 살았으므로 금방 걸어갈 수 있었기 때 문이었다. 비카는 그에게 손을 흔들어 작별인사를 했다. 그녀는 바랴와 함께 있는 것이 즐거웠다. 바랴는 역시 믿을 만한 친구였 다. 그녀는 값싸게 굴거나 멍청하게 굴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훌륭하 고 품위있는 소녀였으며, 그녀의 순진함은 비카에게 감동을 주기까지 했 다. 그녀는 비카가 필요로 했던 바로 그 친구였다. 그들은 아주 잘 어울리 는 한쌍처럼 보이기도 했다. 한 명은 금발, 다른 한 명은 검은 머리, 둘다 똑같이 키가 크고, 둘 다 아름다웠다. 바랴는 옷 입는 법, 머리를 다듬는 법, 좋은 매너를 그녀에게 배워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다음 날 내셔널 호텔에서 에릭과 만나 차를 마시기로 약속했다. 비카는 바랴와, 최근의 대회에서 대상을 탄 유명한 건축가 친구를 데려 갈 생각이었다. 에릭은 그 건축가에 대한 소문은 들어왔기 때문에 몹시 기 뻐했다. 비카는 외국인과 결혼하여 외국에서 살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메트로폴 호텔에 있던 다른 소녀들처럼? 그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그 녀는 이러한 모든 것들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가정에서 자라왔기 때문이었 다. 어렸을 때, 그녀는 그들의 아파트에 칸막이를 치고 살던 시골뜨기를 굉장히 싫어했었다. 복도나 부엌에 물건을 쌓아놓던 촌스러움을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는 야간 작업에서 아침에 돌아와 목욕탕을 지저분하게 어지럽혀 놓는 불결한 노동자였다. 그리고 아파트의 주인인 그녀의 아버지 를 살아남은 반혁명분자로 여겼다. 게다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수인 그녀 의 아버지는 봉급을 밀가루, 잼, 과일 액체가 함께 붙은 것으로 받을 것을 강요받기도 했다. 이러한 하찮은 것들마저 부르조아라는 낙인이 찍히지 않 기 위해 숨겨져야만 했었다. 그녀의 이러한 어린 시절은 결코 잊혀질 수 없었다. 그 이후 모든 것이 변했다. 그들은 아파트 전부를 되찾게 되었으며, 그 의 아버지는 엄청난 돈을 벌었다. 그들은 최고의 생활수준을 유지했으며, 유명인사들이 그들의 아파트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녀는 옷, 화장품 등 갖 고 싶은 것은 뭐든지 가질 수 있었다. 모스크바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 중의 한 명으로서 살아가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미래는 과연 어떨까? 교수? 유명한 예술가? 막강한 우두 머리? 이혼, 위자료....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빈 손으로, 또는 사백 루블 정도로 새 삶을 시작할 것이었으나 그녀는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았 다. 그때 정말로, 새로운 엘리트가 나타났다 - 비행기 조종사, 항공기 디 자이너 - 정부는 그들에게 훌륭한 아파트, 좋은 배급품, 그 일부는 외국상 점에서 통용될 수 있도록 보증서가 지급되기조차 하는 월등한 봉급을 주었 다. 보드피아노프, 카마닌, 도로닌, 랴피제프스크, 몰로코프, 슬레프네프 등이 모스크바에서 가장 유명한 비행기 조종사였다. 그들은 아마도 결혼했 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항공기 디자이너들은 어디 있는 것인가?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몰랐다. 어쨌든 일본이나 미국에 가서 살지는 않을 것이었다.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이었다. 또 모 든 것이 불편한 독일도 싫었다. 영국 귀족 또는 부유한 프랑스 남자 또는 경솔한 석유왕의 아들.... 그들은 서류상으로만 스웨덴 사람이거나 네델란 드 사람이었다. 실제로 그들은 런던과 파리에서 살았다. 만약 그녀가 에릭 의 아내가 된다면, 다른 여자들은 샘이 나서 죽을 것이다 - 그들에겐 터어 키의 집시 행상인조차도 왕자였으니까. 어쨌든, 외국 사람과 동반해야 레스토랑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곳엔 그 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이 갖춰져 있었다. 그들은 돈으로 어떤 물건이나 살 수 있었고, 그들과 함께 있는 사람들은 인간 대접을 받았다. 그녀는 에릭의 방으로 올라갈 것인지 결정하지 못했다. 함께 있을 바랴에 게는 잠깐 양해를 구하면 될 것이었다. 바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미덕을 과시해야 했다. 비카와 바랴는, 에릭과 섬세한 매너와 조용한 목소리를 가진 30대 중반 의 유명한 건축가 이고르 블라지미로비치와 함께 내셔널 호텔의 레스토랑 에 앉게 되었다. 바랴는 라디오에서 그의 이름을 들은 적이 있었다. 비카 는 그를 그냥 이고르라고 불렀다. 여종업원이 차를 가져 왔다. 레스토랑의 첫 글자가 소오스와 설탕 그릇, 쿠키 접시에 새겨져 있었다. 페스트리 과자와 포도주도 같이 나왔다. 모두 가 한결같이 맛있었다. 바랴는 전날 밤 메트로폴 호텔에 있었던 많은 사람들을 알아보았다. 노 에미와 그녀의 일본 남자, 니나와 그녀의 이태리 남자, 주근깨 있는 통통 한 소녀도 있었다. 그러나 료바는 없었다. 여자들은 짧은 드레스나 정장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음악과 발레에 대해 얘기했다. 에릭은 스트라빈스키와 쟈그힐레 프와 파를로바, 그리고 외국에 살고 있는 러시아 음악가들과 예술가들에 대해서 얘기했다. 바랴는 음악을 아주 좋아해서 친구와 함께 음악감상실에 자주 갔으나, 이고르 블라지미로비치가 그녀에게 어떤 종류의 음악을 가장 좋아하느냐고 물었을 때, <시끄러운 음악>이라고만 대답했다. 이고르 블라지미로비치와 에릭이 웃음을 터뜨리자, 비카도 웃음 지었다. 바이올린, 피아노, 트럼펫, 드럼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시작 하자, 네 사람은 춤추기 위해 일어섰다. 이고르 블라지미로비치는 료바만큼은 아니었지만 춤을 아주 잘 추었고,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았다. 통통한 소녀가, 친구 를 통해 알았다는 뜻의 미소를 바랴에게 보냈다. 당신은 아름답게 아주 잘 추는군요. 이고르 블라지미로비치가 말했다. 함께 추기가 아주 편해요. 당신도 마찬가지예요. 그는 중년의 교육받은 남자가 어린 소녀를 다루듯 행동했으나, 바랴는 그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비카가 에릭과 춤출 때, 그는 그녀를 그의 방으로 초대했다. 만약 거절 당한다면 꽤나 창피한 일일 것이었다. 그들이 데이트를 한 것은 이것으로 네 번째였다. 그녀는 그가 아주 오래 기다려 줄 것을 기대할 수 없었다. 그녀가 결정하는 데에는 노에미의 붉은 옷이 조금 영향을 주었다. 매우 아름다운 옷이었다. 비카의 가장 좋은 옷은 구슬로 장식된 이브닝 가운뿐 이었다. 소련 외교관 부인들이 외국에서 가져온 옷들을 모스크바의 추종자 들이 그대로 흉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어쨌다는 건가? 그녀는 결정해야 했다. 오늘. 오늘 밤이 아니고 지금 즉시, 그들의 대화 는 좋게 시작되었지만 굳이 쾌락의 차원이 아니더라도 그녀는 지적인 남자 를 만날 필요가 있었다. 낮동안 그의 방으로 그녀가 방문하는 것을 막을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러나 바랴를 어떻게 하나? 그녀에게 에릭의 방으로 올라가자고 청한다 는 것은 우스꽝스러울 것이었고, 그렇다면 그녀를 보내야 했다. 그것은 아 주 당연한 일이다. 그녀를 집에 데려다 주고 혼자 돌아온다 할지라도. 그 녀는 파트너를 바꿀 것을 제안한 뒤 이고르와 춤추는 동안 그에게 바랴를 집에까지 바래다 달라고 부탁했다. 저는 양장점에 가야 해요. 바랴는 아름다운 소녀예요. 그러나 양장점이 문제일 때는 길에서 가장 좋은 친구를 만나는 것이 상책이지요. 그들이 내셔널 호텔에서 나왔을 때, 이고르 블라지미로비치는 바랴에게 알렉산드르 공원으로 산책하자고 제안했다. 시간이 있다면, 그렇게 합시 다. 벤치가 공원 입구에 가로질러 놓여 있었다. 너무 이르긴 했지만. 자, 장애물을 뛰어넘읍시다. 그는 길에서 그 벤치의 한쪽 끝을 밀어 냈고, 그들은 철로 옆의 비에 젖 은 오솔길을 따라, 키 큰 라임 나무와 말쑥한 관목들을 지나치며 걸었다. 아직 밝고 따뜻한 저녁이었다. 석양이 크레믈린 흉장 모양으로 비치고 있 었다. 옛날엔 네그린카 거리가 여기부터 시작되었지요. 이고르 블라지미로비 치가 말했다. 그리고는 연못과 정원을 만들었죠. 아주 위대한 건축가인 보베가 설계 했어요. 그랬겠지요. 바랴가 조롱하듯 말했다. 그녀가 음악에 대해 빈정대던 말을 기억하고,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매네즈 호텔을 지었죠. 그녀가 말했다. 매리 극장도 지었고 불 타고 난 후 볼쇼이 호텔도 다시 지었죠. 정면에 GUM'이라고 쓰인... 그밖 에? 승리의 아치, 제일 시립병원, 노빈스키 부레바드에 있는 가가린 왕자 의 저택.... 그걸 다 어떻게 알죠? 학교에서 건축 도안에 대해 배웠어요. 그가 말했다. 당신은 특별한 눈을 갖고 있군요 - 거의 관자놀이 쪽으로 기울어져 있거든요. 내겐 타타르 인의 피가 섞였어요. 아니에요. 그가 반대했다. 몽고인과는 다른 것이에요. 페르시아의 정 밀화에서나 볼 수 있는 눈이에요. 타타르 정밀화는 없나요? 바랴가 말했다. 둘은 함께 웃었다. 그리고 그가 말했다. 그런데 난 당신이 시끄러운 음악을 좋아하는 게 유감입니다. 왜냐하면 나는 조용한 음악을 더 좋아하거든요. 나도 좋은 음악을 좋아해요. 그녀가 대답했다. 멀리 공원 수위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였다. 우린 쫓겨나겠지요? 바랴가 물었다. 한번 잘 말해 봅시다. 그가 용감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그냥 나가는 게 좋겠어요. 웅덩이를 뛰어넘어 그들은 출구로 달려갔다. 호루라기 소리가 그들 뒤에 서 울렸지만, 그들은 이미 공원을 빠져나와 있었다. 살았다! 이고르 블라지미로비치가 말했다. 한쪽 발로 뛰면서, 바랴는 신발 한짝을 벗고 철로에 기대고 있었다. 젖었습니까? 그가 몸을 구부렸다. 아니요. 스타킹이 나갔어요. 그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 채 그녀의 곁에 서 있었다. 그녀의 곤경을 걱정하면서, 사실 그녀는 이것이 유일한 스타킹이기 때문에 무척 당황했 다. 그는 그녀의 신발을 들고 자기 손수건으로 안팎을 닦아냈다. 그녀는 철 로에 기대 서 있었다. 신발 치수가 어떻게 되죠? 삼십 오. 그녀는 신발을 신었다. 이제 됐어요. 갈 수 있어요. 그들은 전차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전화해도 됩니까? 그가 전차에 막 오르고 있는 바랴에게 물었다. 좋으시다면요. 아르바트의 아이들 - 제 2 부 6 중앙위원회의 정기총회가 6월 9일에 열렸으며, 30일엔 독일로부터 뉴스 가 들어왔다. 내용인즉, 나치 돌격대원의 우두머리인 룀과 돌격대원의 지 도자들 중 대부분이 암살되었다는 것이다. <장검들의 방>으로 역사에 기록된 이 사건은 히틀러의 직접 명령으로 수 행된 것이었다. 7월 1일, 프라우다 지와 다른 소비에트 신문들은 이 사건을 파시스트 정권의 불가피한 몰락을 예고하는 일대 변동으로 해석한 지노비예프와 라 데크의 글을 게재했다. 스탈린은 이러한 견해에 반대하지 않았다. 다른 체제가 약화되면, 상대 적으로 그의 체제는 강화될 것이다. 물론 분열이 정치적 운동을 약화시키 지 않으며, 오히려 다른 종류의 지지자들을 더욱 규합하고 반대자들과의 투쟁에서 중심적 세력을 강화시키면서 사회적 기반을 넓혀간다는 사실을 스탈린은 알고 있다. 이러한 분명한 예가 바로 기독교인 것이다. 레닌은 권력을 잡기 전에는 당의 분열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았지만, 일단 당이 정부의 기구가 되자 분열을 피하려고 노력했다. 이것이 바로 트 로츠키와 지노비예프 그리고 부하린의 지도체제에 대한 요구를 강화했던 소위 레닌의 <체사멘트>의 동기였다. 레닌은 국가권력이란 그것을 유지하 고 강화함으로써 어떠한 이익을 얻은 사람들을 함께 규합하는 하나의 요소 도 간주했다. 사실 권력은 모든 집단들이 그것을 쟁취하려고 하기 때문에 분열되기 마련이었다. 권력은 어느 누구도 감히 그것을 쟁취하려는 꿈을 꿀 수조차도 없는 사람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을 때에만 강화된 힘으로 나 타났다. 이것을 달성하기 쉬해서는 체제란 파괴되지 않는다는 신념을 인민들에게 불어넣어 주어야 하며, 그 신념을 깰 가능성이 있는 자는 제거되어야 했 다. 레닌은 자기가 만든 당을 혁명으로 이끌었다. 그는 그것을 창조했으며, 아무도 그의 지도력에 도전하려고 시도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 다. 스탈린은 많은 사람들이 권력을 열망하고, 스탈린보다 더 적절한 레닌 의 계승자라고 믿는 상황에서 자신의 권위를 주장하고 있었다. 패배한 사 람들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지노비예프가 그들 중의 하나였다. 룀의 암 살이 히틀러의 권력을 약화시키기는 커녕 더욱 공고히 했다는 것을 그는 진정 깨닫지 못했을까? 그는 결코 정치 풋내기가 아니었다. 라데크도 그걸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그와 같은 분열이 권위를 약화시켰고, 반대자들의 물리적인 제거는 파시즘의 속성이었으며, 그와 반대로 볼셰비 즘은 당의 체계와 힘을 항상 통합해 왔다고 일반 당원들을 설득하고 있었 다. 그들은 하나의 세력이었을까? 그들은 벌써 오래 전에 정치를 떠났어야 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계속 글을 쓰고, 연설을 하고, 인민 들에게 그들의 건재를 상기시켜 왔으며 스스로를 보다 뚜렷이 부각시키고 싶어했다. 그들은 단지 서툰 헤엄을 치며 시기만 기다리고 있었으며, 스탈 린에게 독일과의 전쟁을 주지시키려 하고 있었다. 더욱이 그들은 스스로 그 전쟁을 부추기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볼셰비키 지가 짜르의 외교정책 에 대한 엥겔스의 논문을 개재한 것은 이러한 이유 외에 다른 것이 있을 까? 그것도 작성된 지 40년이 지난 후 갑자기 말이다. 세계대전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면 믿을 수 있을까? 그것은 볼셰비키 지 편집위원 중의 한 명이었던 지노비예프가 바보스런 크노린을 속이고 원래부터 계획 안 일이었다. 엥겔스는 그의 논문에서, 러시아의 군사력이 절정일 때에 러시아를 지배 한 사람은 뒤어난 외국의 모험가들이며, 그들 대부분이 독일인이었다고 주 장했다. 즉 에카체리나, 네셀로드, 리에벤, 기에르 그리고 벤켄도르프 등 과 같은 인물이었다. 왜 이 시점에 그러한 것에 초점을 두었을까? 왜 나치 의 선전기관은 독일인의 역할을 찬양하는 트럼프 카드를 나눠 주고 있는 것일까? 왜 러시아 정부에서의 비러시아인들의 역할에 관심을 두는 것일 까? 그것은 스탈린이 그루지아 출신임을 암시하는 게 아닐까? 지노비예프 와 크노린 모두가 러시아인은 아니었다. 하지만 누가 그들에게 관심을 두 고 있는가, 그리고 그들이 남들에게 도움이 되는 게 뭐가 있는가? 아무도 평행선을 그을 생각은 없을 것이다. 인민들은 스탈린 동지에게 지지를 보 내고 있었고, 이 점은 그들도 예상할 터였다. 사실 비러시아적 요소의 전 체 문제는 키로프를 위한 공격이었다. 그가 선택되었다는 것은 하나의 행 운이었다. 왜냐하면 트로츠키를 제거하기 위하여 스탈린 동지에게 의존했 었던 것처럼, 현재 그들은 키로프에게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더 멀리 전진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단지 비러시아적 요소만을 엥겔스의 논문에서 찾아낸 것은 아니었기 때문 이다. 엥겔스는 러시아를 유럽 반동의 보루로 간주했으며, 러시아 팽창주 의를 비난했고 또한 미래의 전쟁을 해방전쟁으로서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서술했던 것이다. 그는 독일에 대한 승리는 혁명의 승리로 이어질 것이 다. ....만약 러시아가 전쟁을 시작하면, 러시아와 또한 그들이 누구이든 러시아의 동맹자들을 향한 전쟁으로 이어져야 한다! 라고 그의 논문에서 밝혔다. 세계대전의 주요 원인이었던 독일과 영국간의 갈등에 대해선 한마 디 언급도 없었다. 엥겔스는 분명히 어떠한 것도 예견할 능력이 없었던 것 같았다. 그 논문을 게재한 주요 목적은, 히틀러에게 소련에도 전쟁을 기대하는 정치적 세력들이 있음을 인지시키고, 그 정쟁으로 인해 현재의 권력을 타 도하고, 그리하여 히틀러와 협상을 한 후에 그에게 어느 정도의 것을 양보 할 의사가 있음을 알리는 것이었다. 그 논문의 또 다른 목적은 히틀러에게 외교정책에서의 승리를 약속해 주 기 위해서였다. 독일 민족을 하나로 통합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한 민족적 복수라는 보복주의적 발상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그런 약속이 필수적이었 다. 그러나 소비에트 인민들은 전쟁이 필요하지 않았으며, 소비에트는 전쟁 을 치를 준비도 되어 있질 않았다. 또한 국가산업의 재건이 진행되고 있었 던 상황이었다. 그것은 권력을 쟁취할 어떠한 방법도 찾지 못한 그룹이, 스탈린 전복의 기회로서 그들만이 필요한 전쟁이었다. 수사학적으로는 지 노비예프와 라데크는 히틀러의 앙숙으로 보였으나, 이러한 시기에 엥겔스 의 논문을 게재함으로써 히틀러를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 그의 거만을 키워 주며, 서양을 조절하려는 그의 하찮은 생각을 부추기려는 것이었다. 그것도 스탈린의 등뒤에서, 스탈린의 덕택으로 공작을 꾸미면서 말이다. 스탈린은 펜을 들어 잉크병에 담갔다. 그리고 작고 섬세한 손으로 엥겔 스의 논문에 관한 입장을 밝히는, 당중앙위원회의 정치국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다. 그러나 그 요지만을 썼을 뿐이다. 스탈린은 지노비예프와 라 데크 그리고 키로프를 연관시켜 그의 견해를 해명하지도 않았으며, 더구나 그들의 이름조차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의 편지는 다음과 같이 끝내고 있 었다. 우리가 이제까지 언급한 견해에서 볼 때, 엥겔스의 논문을 우리의 군사 기관지인 볼셰비키 지에 주요 기사로서 혹은 적어도 간절한 명령조의 논 설로서 게재한 것이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왜냐하면 그것을 볼 셰비키 지에 게재한 그 자체만으로도 은연중에 그 주장을 보증해 주는 것 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나의 견해로는 그것은 우리에게 전혀 가치가 없다 고 생각한다. J. 스탈린 그는 방을 가로질러 포스크레비셰프의 사무실이기도 한 대기실 문을 열 었다. 스탈린은 포스크레비셰프를 부르기 위해 좀처럼 벨을 사용하지 않았 다. 보통은 그의 방문을 열고 그를 불렀으며, 혹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 으면 그를 통했다. 포스크레비셰프는 항상 그의 자리를 지켰으며, 간혹 잠 시 자리를 비울 때면, 드빈스키가 대신 그의 책상에 앉아 있었다. 포스크레비셰프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스탈린은 벽에 걸려 있는 게시판 으로 걸어갔다. 매일 새로운 정보들이 게시판에 걸려 있었다. 봄철의 파종 과 여름의 수확 그리고 가을의 조달상태 등. 그는 게시판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았지만, 보통 때와 마찬가지로 입을 열지 않았다. 서재로 돌아오 면서 스탈린은 포스크레비셰프를 들어오라고 했다. 포스크레비셰프는 스탈린을 따라 들어와 그의 등뒤에서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스탈린은 문이 열려 있거나, 세게 닫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리고 스탈린의 바로 곁에 서지 않기 위해 책상에서 몇 발자국 떨어진 위 치에 섰다(스탈린은 그것도 역시 싫어했다). 그러나 스탈린의 조용한 목소리를 듣기엔 충분한 거리였고, 스탈린이 다 시 반복하여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스탈린은 무엇이든 반복하는 것을 싫어했다). 이 편지를 받아. 스탈린이 말했다. 포스크레비셰프는 다가가 그가 내미는 편지를 받았다. 모든 정치국원들에게 이 내용을 알리고 편지를 다음과 같은 명령초안과 함께 보내게. 크노린 동지를 볼셰비키 지 편집장의 직위에서 해제하고 시예스키 동지가 그 자리에 임명된다. 지노비예프는 볼셰비키 지 편집위 원직에서 해임되고 탈 동지가 그를 대신한다. 항상 그래왔듯이 포스크레비셰프는 스탈린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본능적 으로 알아차렸다. 즉 이러한 경우에 그는 첫번째로, 그의 편지가 복사되어 선 안 되며 모든 정치국원들이 이를 숙독한 뒤엔 개인함에 보관되어야 한 다. 둘째, 그 편지엔 볼셰비키의 인사이동에 대한 이유가 설명되어야 하 며, 세째로는 이러한 조처에 대한 공식적인 해명은 없다는 것이다. 네, 알겠습니다. 포스크레비셰프가 대답했다. 그러나 자리를 뜨지는 않았다. 그는 스탈린의 얼굴표정을 통하여 정확하게 언제 떠나야 할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스탈린은 그의 책상에서 검붉은 색의 모로코 가죽으로 된 서류철을 포스 크레비셰프에게 건네주었다. 편지를 부쳐. 이제 포스크레비셰프는 자리를 떠야 할 때임을 알았다. 그는 뒷걸음으로 몇 발자국 걸어와 등을 돌리고 방을 나왔다. 그리고 들어올 때처럼 확실하 고도 조용히 문을 닫았다. 그는 책상에 앉아 스탈린이 방금 건네준 우편물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스탈린 동지는 그에게 보내진 우편물 중 중요한 것만 보았다. 중요한 우 편물과 그렇지 않은 것, 필요한 것과 필요치 않은 우편물을 구별하는 것은 포스크레비셰프의 뛰어난 능력 중의 하나였다. 물론 그도 스탈린에게 보내 진 모든 편지들을 다 볼 시간은 없었다. 비서실에는 편지를 분류하고 중요 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포스크레비셰프에게 넘겨주는 특별 참모가 있었 다. 그리고 사전에 분류된 것들 중에서 그가 보고할 가치가 있는 우편물을 추리는 것이다. 물론 비서실의 참모는 그의 임무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즉, 중앙위원회의 위원들에게 관한 편지들, 특히 정치국원들에 관한 것들 은 반드시 보고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매일 아침에 포스크레비셰프는 우 편물을 그 검붉은 서류철에 넣어 스탈린 동지의 책상 위에 놔두며, 오늘처 럼 스탈린이 그에게 다시 건네주면 그것을 받아서 처리하는 것이다. 보통 포스크레비셰프는 우편물을 두 개의 부류로 구분한다. 하나는 스탈 린이 펜으로 메모한 것이고, 나머지는 그렇지 않은 것들이다. 첫번째 부류 의 것은 스탈린의 명령에 따라 처리하고 공식적으로 등록시키기 위하여 즉 각 각 비서실로 넘긴다. 아무런 명령이나 지침이 없는 두 번째 부류의 편 지들은 등록되지는 않지만, 스탈린이 다시 보고자 할 때까지 그것들을 서 류함에 안전하게 보관시킨다. 그러나 다른 한 부류의 편지들이 있는데, 그것들은 물론 매번은 아니지 만, 스탈린이 바로 돌려주지 않는 것들이다. 그것들은 스탈린이 보관하거 나 심지어는 찢어버리는 것들이다. 이것들이야말로 상당히 중요한 편지임 에 틀림없었다. 포스크레비셰프가 아침에 스탈린의 책상 위에 우편물을 놓아둘 때 그는 항상 편지의 수를 세고 그것을 적어 놓는다. 그리고 그에게 돌려졌을 때에 다시 한번 세어 보면 스탈린이 몇 개의 편지를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가 있었다. 그는 물론 그것들이 어떤 것들인지도 안다. 관료로서의 좋은 기억력을 소유하고 있는 포스크레비셰프는 스탈린이 가지고 있는 편지들이 무엇인지 까지 충분히 알고 있다. 이번의 경우에도 야고다의 보고서를 담고 있는 한 묶음의 편지들을 재외 하고는 모두가 돌아왔다. 스탈린은 항상 야고다의 보고서를 자신이 보관했 다. 아르바트의 아이들 - 제 2 부 7 마르크 알렉산드로비치는 중앙위원회의 회의가 시작되는 6월 29일 아침 에 모스크바에 도착하여 7월 1일 저녁에 떠났다. 그는 매우 서둘렀다. 압 연공장은 막 가동될 예정이었으며, 그럴 경우 그의 공장은 완벽한 야금공 정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야금공장을 세운다는, 그의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목표가 달성되는 것이었다. 그는 중앙위원회 회의의 모든 과정에 참석했다. 곡물과 육류의 공급, 가 축류 사육 증진 및 개발 방안과 같은 당의 경제정책에 관한 모든 질의가 토론되었다. 경제 분야 담당자로서 그는 모든 부문을 감당해 내야 했다. 그는 인민위원회에는 들르지 않았다. 압연공장을 가동하는 일은 모스크바 에서는 해결될 수 없고 공장 자체 내에서 해결되어야 했던 것이다. 그가 해야 하는 일 중, 오직 한 가지만 그 회의와 관련이 없었다. 소피 야를 만나는 것이었다. 사샤는 유배 판결을 받았고 현재로서는 그를 도울 길이 아무 데도 없었다. 선고 전의 그의 노력들은 도움이 되지 않았으며, 특별위원회의 선고가 내려진 지금 다시 재청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그 기 회는 없어진 것이다. 중앙위원회의 비투표회원으로서 그가 사샤를 위하여 청원한 사실은 분명 히 고위층에 보고된 게 틀림없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샤가 징계를 받았다는 것은 그가 분명히 다른 것과 연루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 나 그게 완벽한 파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는 젊었고 3 년이란 빨리 지나갈 것이며, 앞으로도 그에겐 인생의 많은 부분이 남아 있 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샤를 생각하면 그는 위축되었다. 그의 일생에는 늘 어려움이 따랐지만, 이와 같은 위험은 없었다. 그는 늘 정직하고 깨끗하게 살았다. 그나 그의 주변에서는 아무런 과오나 당파주의도 없었던 것이다. 그는 정치에 관심이 없는 가정에서 성장하여 유일하게 당원이 되었다. 그 의 누이들은 비당원이었으며 그들의 남편들도 그러했다. 사실 그는 사샤를 당원으로 만들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어떤 일이 벌어졌던가! 그의 조카 인 사샤는 제 58조 반혁명적인 선전과 선동죄로 유죄 선고를 받았던 것이 다. 마르크 알렉산드로비치는 당에 대해 죄의식을 느꼈다. 즉 그는 아무 것 도 눈치채지 못했으며, 무의식적이었고 태만했던 것이다. 오점은 그에게도 있었다. 그것이 혁명 바로 직후에 일어났더라도 이해될 수 있었을 텐데. 혁명은 결국 많은 가족들을 분리시켰기 때문이다. 또 1920년대에 일어났어 도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1920년대에는 지도력이 흔들리고, 분파가 형 성되고 반대파들이 있었으며, 트로츠키의 화술에 유혹된 일단의 청년학생 들이 있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1934년인 지금은 분파와 반대파의 집단은 과거의 것이 되었고, 새로운 당 지도부는 이미 굳건히 강화되었으 며, 당의 노선 또한 안정되었다. 그리고 당과 국가 모두에게 있어서 전례 없는 동맹과 연대가 형성되었기에 사샤에게 일어났던 일은 모욕적이었고 수치스러운 것이 아닐 수 없었다. 또한 그것은 그에게도 오점을 남긴 것이 었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사샤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다. 모스크바, 집, 학교 그리고 빛나는 미래, 그는 회계학 강사와의 논쟁이나 벽신문을 붙였 다는 이유만으로 체포되지는 않았을 것이며, 더구나 유죄 선고까지 받지는 않았을 게다. 분명히 다른 어떤 것이 있었으며 그는 이제까지 그것을 숨겨 왔음이 틀림없다. 그는 어느 누군가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 그러 나 사샤는 이미 어린애가 아닌 22세의 성인이었다. 그는 신중히 생각했어 야 했다! 자신뿐만 아니라 어머니와, 그에겐 아버지와 같았던 외삼촌도 그 려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의 행위가 자신뿐만 아니라 당과 국가에 대한 명 성에도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를 생각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다! 그는 전혀 고려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너무 영리해지려고 했다. 좀더 품위가 있었어야 돼요. 라며 그는 당돌하게도 스탈린에 관하여 말했 다. 그는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었다. 그는 감히 스탈린이 어떻게 처신했 어야 했다고 까지 판단 내리는 것이었다. 마르크 알렉산드로비치의 공장에서는 11,000명의 콤소몰(공산청년동맹) 및 소년, 소녀들이 그야말로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제 2기 용광로가 세워 질 때는 하루에 16시간씩 일했다. 잔인하게도 춥고 얼음 같은 바람이 몰아 치는 겨울이 계속되었고, 그들은 하루도 쉬는 날이 없이 일했다. 오르드조 니키드제가 불러 모스크바에 다녀온 뒤에 그가 들은 것은 오직 모래와 시 멘트가 화물차에서 얼어붙었다는 소리뿐이었다. 콘크리트는 따뜻한 상태에 서 부어야만 했다. 소년과 소녀들은 그 문제에 매달렸다. 그들은 기관차를 가져와 쇠파이프를 연결하여 24시간 스팀과 뜨거운 물을 부었다. 그것이 바로 그들이 어떻게 일했는가를 나타내는 것이었고, 결국 그들은 두 번째 용광로에 <콤소몰>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권리를 획득했다! 그들은 작업현장에서 지냈으며 모닥불을 피워 놓고 그 자리에서 음식을 준비했다. 또한 그들은 진흙 속에서 말에 마구를 채웠으며, 그들의 손수레 는 비탈길에 떨어지곤 했다. 유일한 도구는 삽이었으며 주된 수송수단은 말이었다. 그들이 판 도랑은 끝이 없었고, 지구 만한 산과 하늘을 덮은 먼 지 구름뿐이었다. 거기엔 소음과 기계소리가 천둥소리같이 들렸으나, 이러 한 혼돈 속에서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공장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 고 있었다. 그 젊은 인민들과 생기가 넘치는 열성파들은 자신을 아끼지 않 았다. 그들은 어려움을 탓하지 않았다. 그들은 아르바트의 훌륭한 아파트에서 가 아니라, 텐트나 방공호 혹은 나무 원두막 속에서 살았다. 온 가족이 한 침대에서 혹은 밀짚요 위에서 잠을 잤다. 그들은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다 - 벼룩, 이, 바퀴벌레 그리고 발진티푸스 등등. 거기엔 교사도 제대로 없 어서, 어린이들은 밤에 잠을 자는 나무 원두막에서 배워야 했다. 영화는 밖에서 상영되었다. 특별작업대원이라고 불리는 노동자들에게는 바지 한 벌이나 치마 혹은 구두 한 켤레, 심지어는 과일 드로프스의 교환권으로 임 금이 지불되었다. 그들은 자랑스러웠다. 그들은 해묵은 후진성을 극복하면 서 방어력을 강화하고, 그리하여 경제적 독립을 가져올 사회주의 산업을 재건하고 있음을 인지했다. 그리고 새로운 사회주의 사회를 건설하고 있음 도 잘 알고 있었다. 그게 바로 이러한 젊은이들이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결코 어 떠한 이유에서도 스탈린 동지를 비난하지 않았다. 스탈린은 그들 삶의 상 징이었으며, 전례 없는 그들의 보람이었다. 이들 소년과 소녀들은 역사를 창조하고 있었으며, 감옥에 끌려가 시베리아로 유배를 간 그의 조카와는 다른 젊은이들이었다. 그는 아르바트에 있는 소피야의 아파트를 향해 걸어갔다. 아르바트 예술 극장 위로 미풍에 흔들리는 작은 깃발들이 보였다. 빽빽이 들어선 건물 사 이로 사샤가 뛰어 놀다가 야, 마르크 삼촌! 하면서 조그만 손을 흔들며 그를 향해 달려오던 꽤 넓은 마당이 있었다. 하늘엔 늘상 구름이 조금씩 끼어 있기 마련이고, 불행은 항상 사라들 곁 에 있는 법이다. 그리하여 지금은 그의 누이 중 가장 온화하고 연약한 소 피야에게 그 불행이 닥쳐온 것이다. 남편은 그녀의 곁을 떠났고, 이제는 아들까지 유배지에 끌려가 있었다. 느는 누이에게 미안함을 느꼈지만, 그 녀의 남편이 떠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그녀를 돕기엔 힘이 없었다. 그는 오직 누이에게 사랑과 동정과 물질적 보조만 줄 수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이제 더욱 강하고 용감해져야만 했다. 불행이란 절대로 영원하지 않고, 언젠가는 멀리 가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누이를 방문했을 때를 상기했다. 그녀는 가엾게도 몸을 계속 떨며 말을 더듬었다. 그는 아파트에 도착하기도 전에 뒷덜미가 굳어 지는 것을 느꼈다. 다시 한 번 기대가 허물어진 누이의 표정을 보게 될 것 이기 때문이었다. 현재로서는 사샤를 위해 해줄 것이 아무 것도 없었으며, 지금이야말로 누이가 이것을 이해하고 단념해야 할 때였다. 사샤는 3년 후 에 또다시 이 집에 있을 것이다. 소피야 알렉산드로브나는 막 일에서 돌아와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녀는 이제까지 그가 방문했을 때 통상 보여 왔던 흥분과는 달리 조용히 그 를 맞았다. 전에는 누이가 그의 방문을 위해 파이를 굽는다든지 옷을 갈아 입곤 했었다. 그가 도착해 보니 이제는 빵을 굽거나 환영파티를 준비할 시 간이 전혀 없는, 일하는 한 여성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소피야는 그를 반 갑게 맞았고 비록 검은 보리 스프와 소금에 절인 고기, 마가린에 튀긴 감 자를 좋아할지는 모르지만 함께 저녁을 먹자고 권했다. 일하려 나간다는 것은 그녀에게 유익한 일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노동은 그녀를 변화시켰 다. 예전의 누이는 한 남편의 아내와 아이의 어머니, 그리고 평범한 가정 주부에 불과했다. 집밖의 일에 대해 관심을 갖고 같이 논의하고 일하는 생 활은 그녀의 개인적 고통을 잊게 했고, 스스로의 세계를 넓혀 주었으며, 또한 안정과 강인함을 그녀에게 가져다주었다. 그것은 자기한테도 기쁜 일이었다. 이번 방문은 그가 걱정했던 것만큼 힘든 것은 아닐 것 같았다. 그러나 마르크는 먼 과거로부터 그녀가 자신에게 베풀어 온 귀중하고도 정다운 무엇을 잃어버렸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그녀의 온화함과 자비 로움이었다. 그가 익숙해져 있던 누이 집의 매력적인 안락함이 없어진 것 이다. 단정함과 청결 그리고 그를 기쁘게 해주던 조그마한 장식품들도 없 어졌다. 이젠 가난, 그 자체만 있었다. 여기는 더 이상 시간을 보내며 머 굴 곳이 아니었다. 거기엔 몹시 서두르며 살고 있는 한 사람만이 있었다. 그녀는 금속 삼발대 위에 놓여 있는 프라이팬에서 바로 감자를 구워 먹었 다. 식탁보는 한쪽 구석이 들려져 있었다. 그러나 그는 누이가 스스로를 방기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느꼈다. 오히려 그녀는 더욱 솔직하고 민첩하 며, 융통성이 있고 활동적으로 보였다. 분명히 그 집은 그녀에게 의미를 잃어버린 것 같았다. 왜냐하면 아들이 집에 없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세탁소에 관해 말했다. 물론 가끔은 난처한 손님들도 있었지만 일은 그다지 어렵지는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요즘은 모든 사람들이 신경질적이고 긴장되어 있었다. 문제는 세탁소 자체에 있었다. 세탁물을 손상하거나 분실했던 것이다. 그러면 골치께나 썩이게 된다. 항 의하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뭔가 설명을 해주고 조치를 취해 야 했다. 문제를 해결하고 그녀가 스스로의 일에 몰두하게끔 해야 하는 것 은 관리자의 책임이었다. 그러나 그 관리책임자는 절대로 나와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고, 그가 당연히 있어야 할 자리엔 없었다. 그리고 간혹은 이상하게도 며칠씩 자리를 비웠다. 그녀는 아직까지는 사물의 재미 있는 부분을 볼 수 있었고, 그녀 특유의 유머 감각을 잃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사샤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녀는 마르크가 무료 하지 않도록 계속 얘기를 했지만, 그를 쳐다보지는 않았고 오히려 그의 눈 길을 피했다. 그는 누이가 건성으로 말하고 있으며 그것도 미리 준비한 말 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누이가 그를 바라보지 않으려고 하는 태도에 서 마르크는 누이가 늙었다는 것을 느꼈다. 갑자기 그녀는 하던 말을 중단했다. 오! 그래, 마르크. 너에게 말할 게 있구나. 난 조그만 방을 세주고 있 단다. 그래서 오늘밤에 네가 여기 머물려면, 내 방에서 지낼 수밖에 없구 나. 난 호텔에서 묵고 있습니다. 그가 대답했다. 그는 누이가 그 방을 계속 가지고 있어도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녀는 남편과 공식적으로 이혼한 상태도 아니어서, 사샤가 체포된 후에, 파 벨 니콜라에비치는 자기가 일 때문에 잠시 지방에 내려가 있는 기술자라고 주장하여 손을 써 두었던 것이다. 그러나 마르크는 방을 세줬다는 말을 들 으니 기분이 언짢았다. 그녀는 법에서 허용하는 공식 방세 이상을 받으면 안 되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주택난으로 인민들이 거처할 곳 이 모자라는 상태에선 아무도 그것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나 랴 자노프 인민위원의 누이인 그녀가 방세로 살아가다니.... 그는 누이를 돕 는 일에 꺼려하지 않았었다. 현재 누이가 그 방에서 받는 수입만큼, 아니 그보다도 더 줄 수도 있었다. 꼭 그래야만 했어요? 뭘 말야? 그녀는 이해하질 못했다. 방 세놓은 것 말입니다. 그래, 난 돈이 필요해. 얼마나 받는데요? 오십 루블. 세든 사람은 누굽니까? 한 명이야, 중년부인이지. 어떻게 구했어요? 응, 이웃에서 추천했지.... 그런데 뭐가 문제지? 결국 그녀는 그를 쳐다보았다. 넌 내가 무엇인가를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누님은 그 여잘 모르잖아요.... 이웃에서 추천했다구요? ....왜 그러세 요? 주택관리소로부터 허가를 얻어가면서까지요? 도대체 왜 그러세요? 난 누나에게 매달 오십 아니 백오십 루블을 주겠어요. 그리고 오백 루블을 주 려고 이렇게 가지고 왔어요. 내겐 돈이 필요 없다는 걸 알잖아요! 그녀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가 나직이 말했다. 난 네 돈을 받지 않겠어. 난 나를 위해선 돈이 필요 없어. 스스로 충분 한 돈을 벌고 있으니까. 그리고 사샤 때문이라면, 그 애에겐 돌보아줄 아 버지와 엄마가 있단 말이야. 그는 더 이상 그녀를 설득시키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더 이상 다투기 도 싫었다. 돈을 준대도 마다하고, 자기가 싫어하는 줄 알면서도 세놓기를 원한다면 그것은 그녀의 일이었다. 미리 준비한 말은 아니었지만, 방금 그 말에 대해서도 어쩔 수 없었다. 완곡하게 돌려서 얘기하는 것도 이제 늦었 다. 사샤는 어때요? 그가 물었다. 그녀는 천천히 대답했다. 사샤.... 마지막 편지가 칸스크로부터 왔었지. 그애는 보구차니 마을로 가기로 되어 있었던 것 같았는데, 거기로부터는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어. 어떻게 갔을지 모르겠어. 걸어서 아니면 차를 타고 갔는지. 지도를 보았는 데.... 앙가라강 유역에 있는 보구차니로는 도로가 없어서 아마 걸어서 갔 을 거야. 그녀는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 요즈음엔 어떻게 유배 가는지 모르겠어. 옛날엔 스톨리핀 마차를 타고 갔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어.... 누님. 마르크는 꾸짖듯이 말했다. 난 누님이 지금 매우 힘들다는 것 을 알아요. 하지만 이런 건 알아야 해요. 먼저 이제는 중노동이란 더 이상 없을 거예요. 둘째로 사샤는 수용소로 간 것이 아니고 유배 갔다는 사실입 니다. 나는 윗사람을 만나 봤어요. 그들이 개입했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법은 법이거든요. 사샤에게 뭔가 있나 봐요. 대단한 건 아니겠지만 꼬투리 를 잡힌 건 분명해요. 지금은 어려운 시기예요. 그리고 할 수 있는 것도 하나도 없구요. 사샤는 삼 년간 유배당했어요. 그리고 수백만의 인민들처 럼 사샤도 어느 한 마을에서 살게 될 거예요. 그리고 스스로 일하는 자신 을 발견하게 되겠지요. 그 앤 아직 젊고, 그리고 삼 년은 빨리 지나가 버 려요. 누님도 이젠 운명에 맡겨야 해요. 그리고 포기하지 말고 끈기 있게 조용히 기다려야 해요. 그녀는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더. 그는 누이의 미소 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삼 년이란 것이 중형이 아니란 말이지! 그녀가 말했다. 사샤가 벌을 더 받아야 된다는 뜻이 아니잖아요? 누님 진정해요. 내 말 은 그 기간 동안에도 우린 살고 있다는 것이에요. 삼 년형은 별거 아니에 요. 누님도 알다시피 총살까지 시킨다구요.... 그녀는 계속 미소를 띄우고 있었으나, 곧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그래서...., 물론 총살하지는 않았지. 벽신문에 쓴 그 짧은 시에 대해 그들은 총을 쏘지 않았어. 그리고 그 대가로 그 애는 단지 시베리아 삼 년 유형을 받았을 따름이라는 것이지. 대단히 고마운 처사구나! 그런데 삼 년 이 별거 아니라구! 요세프 비사리오노비치 스탈린은 무장봉기와 스트라이 크, 데모를 조직했어. 그리고 지하신문을 발간하고 불법적으로 해외여행을 했는데도 삼 년밖에 안 받았어. 그리고 유배지에서 탈출했을 때 다시 삼 년을 받았지. 그러나 만약 사샤가, 그와 같이 탈출한다면 적어도 수용소에 서 수십 년간은 있어야 할 게다. 그녀는 더 이상 미소를 짓지 않았고, 동생을 똑바로 그리고 굳은 표정으 로 바라보았다. 그래, 만약 짜르가 너희 공산주의자들을 너희들의 법대로 판결한다면, 수천 년간이나 왕좌를 지켰을 게다. 그는 탁자 위를 손바닥으로 쳤다. 되지 못한 소리! 바보스럽군요! 도대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 지요? 당장 그만두세요! 감히 그런 식으로 말하다니! 내 앞에서! 우린 독 재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 독재는 폭력을 의미해요. 하지만 그것은 소 수에 대한 다수의 폭력이에요. 짜르하에서는 소수가 다수를 억압했고, 그 것이 바로 우리가 인민의 이름으로, 인민을 위하여 사용하고 있는 그 궁극 적인 수단을 짜르가 감히 사용하지 못했던 이유예요. 혁명은 스스로를 방 어해야 해요. 그렇지 못한다면 그것은 아무런 가치가 없어요. 누나의 고통 이 대단하다는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교양 없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돼요. 누님은 지금 스스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만약 누님이 그런 말을 다른 사람에게 한다면, 누님은 수용소에서 일생을 끝내야만 될 거예요. 사샤를 위해서라도 조심해야 해요. 걔도 지금과 같은 때에 어머니 를 잃고 싶지는 않을 거예요. 그녀는 앉아서 침묵 속에 듣고 있었다. 그녀는 손끝으로 느껴지는 빵부 스러기를 탁자에 눌러 으깼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마르크, 잘 들어라. 먼저, 네가 우리 집에 있을 때는 주먹으로 탁자를 치는 짓은 삼가해라. 난 그것을 싫어해. 난 그렇다 치고 이웃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니? 남편이 가끔 탁자를 치더니 이젠 네가 그러는구나. 그러한 일 이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 정 그러고 싶으면 네 부하 앞에서 하려무나. 이것을 잊지 말아라. 수용소에 관해서도, 나를 그렇게 위협하지 마라. 난 이제 두려운 게 없단다. 난 충분히 공포에 떨었고, 이젠 그것으로 족해. 모든 사람을 다 수용소에 넣을 순 없어. 또 거기엔 그럴 만한 감옥도 없 고....<소수라고.> 그렇게 말하기는 쉽지! 수백만의 인민들이 여러 마을 에서 살고 있다. 고? 그러나 넌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았니? 네가 어렸을 때 즐겨 부르던 러시아 농민들이 신음하지 않는 마을을 나에게 찾 아주오 라는 노래를 기억하고 있니? 넌 그 노래를 따뜻한 마음으로 잘 불 렀지. 넌 착했고, 농민들을 동정했지. 그런데 왜 넌 이제 그들을 불쌍히 여기지 않니? 요즈음엔 누구를 위해 노래를 부르지? 인민을 위해, 인민의 이름으로 라고? 사샤는 인민이 아니니? 그렇게 정직하고 열린 마음과 신념 이 강한 소년을 그들은 시베리아로 보냈어. 그들은 그 애를 쏠 수 없었기 때문에 시베리아로 보낸 거야. 이제 너의 노래엔 무엇이 남아 있니? 감옥 과 유배와 수용소? 넌 이제 너의 스탈린에게 기도하고 있겠지.... 마르크 알렉산드로비치는 일어서서 의자를 밀어 넣었다. 오, 누나! 소란을 떨지 마라. 흥분해선 안 돼! 그녀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내가 말하는 것을 잘 들어라, 마르크. 넌 나에게 돈을 제시했지만, 너 자신을 돈으로 살 수는 없어. 너희는 무고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향해 칼을 들었지만, 바로 그 칼에 의해서 스스로 멸망하고 말 거다. 그녀는 희끗희끗한 머리를 숙이고 동생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손가락 으로 동생을 가리키며 말했다. 언젠가, 사샤를 기억하게 될 게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을 거야. 넌 무고한 아이를 보호하지 못했고, 그리고 그때엔 아무도 널 보호해 주지 않을 게다. 아르바트의 아이들 - 제 2 부 8 유배자들은 그 끝없는 침엽수림 속으로 점점 깊게 나흘간이나 걸어 들어 갔다. 마차 뒤에는 등에 사냥총을 멘 마을 호송인이 말 위에서 꾸벅꾸벅 졸며 따라가고 있었다. 마을의 호송인은 농부들간에 번갈아 가며 하는데, 그 호송임무는 다금 마을까지였다. 시베리아의 농부들은 다른 많은 일 틈틈이 이러한 일도 항 상 해야 했다. 그 청년의 아버지도, 그의 할아버지도 그리고 그가 태어나 기 전의 증조부도 유배자들을 호송했고, 그의 고조부는 자신이 유배자로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호송이란, 형식적인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왜냐하면 유배자들 을 이 마을에서 받아들여서 저 마을로 보낼 때까지 아무런 서류상의 확인 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말로 안전한 호송인은 침엽수림 그 자체였다. 거 기엔 숨을 곳이라고는 없었으며, 마을 농부들은 20마일 밖에서도 이방인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항상 감시받고 있기 때 문에 몰래 숨어 있기란 사실 불가능했다. 가끔 일어나는 탈주 시도는 오히려 정착지에서 일어나는데, 자유를 갈망 한 나머지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냥 달아나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대개 모 든 사물과 냄새가 - 물론 어디에서도 마찬가지지만 - 견딜 수 없는 향수로 가슴을 채우는 봄과, 길고 어두운 시베리아의 겨울이 올 것이라는 생각으 로 더욱 절망적이 되는 초가을에 탈출을 시도하였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 은 형기만료 한 달을 앞두고 겨울철에도 탈출을 시도하는데, 그것은 이미 그들의 머리는 집에 가 있고 더 이상 기다릴 힘이 없을 때나, 유배해지 공 문을 받으러 가서 또 한번의 형기 연장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이 었다. 이러한 겨울철의 탈주자들은 봄에 눈이 녹으면 시체로 발견되곤 했 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송 중에는 달아나지 않았다. 감옥에나 수용소 그리고 숨막힐 듯한 기차에서 막 나와 그들은 크게 그리고 자유롭게 걸을 수 있었 기 때문이었다. 감시마차로부터 그들의 짐을 몰래 꺼내는 것도 불가능했 다. 도한 전체가 하나의 서류로 관리되면서 이송됐기 때문에 만약 한 명이 탈출했다면 나머지 모두도 그 일에 연류된다. 즉 그들 모두는 방조나 교사 죄로 고발당하게 되었다. 만약에 탈출하고 싶으면 자신의 정착지에서 시도 하는 것이 경우에 맞았다. 눈은 벌써 낮은 곳에서는 녹고 있었으며, 태양은 높은 나무들 위로 빛나 고 있었지만, 길은 어둡고 습했다. 주변은 온통 쓰러진 나무들과 가지들 그리고 뿌리까지 썩어서 회색이끼로 덮여 있는 나무들뿐이었다. 보이는 것 은 넘어진 통나무들이었고 관목이나 꽃들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작년에 말라죽은 잡초들의 노란 자국들이 여기저기에서 눈에 띄었고, 산불이 일어 난 것처럼 타고 그을은 자국들이 도처에 있었다. 그것은 너무도 단조롭고 끝없는 숲이었으며, 드물게 전나무나 히말라야 삼목 혹은 갯솔, 그리고 아 주 가끔 자작나무나 백양들이 있었으나 거의는 낙엽송이었다. 생명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오직 키 큰 나무들 위에서 부는 미풍과 새들의 지저귐 소리 뿐이었고, 가끔 다람쥐들이 솔방울을 찾아 나뭇가지 사이를 뛰어다녔다. 앞에 놓인 것은 오직 숲과 산등성이 그리고 드러난 나무뿌리들뿐이었다. 처음 칸스크 구역에 있을 때는 마을들이 많았으나 그곳을 지나칠 때마다 그들은 매번 서둘러야 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그들이 마을에서 밤을 보 내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유배자들은 저녁 늦게 숙소에 도착해 서는 아침에 제일 먼저 떠났다. 문 여는 소리로 깬 어린애가 울기 시작하 면 집주인은 욕설을 해댔고, 여주인은 마루에 누더기를 던져주면서 투덜대 거나, 침구를 전혀 주지 않기도 했다. 그래서 내준 맨바닥에서 잘 수밖에 없었다. 마루에서 자는 것은 매우 추웠으며 환자였던 카르체프는 심하게 기침을 하였다. 이바쉬킨은 그의 처와 자식들을 생각하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이 침엽수림에 접어들면서부터는 마을들은 드물어졌고, 다음 마을까 지 가려면 온종일 걸렸다. 그들은 그래도 해가 있는 동안에 첫번째 침엽수 림 마을에 도착하여, 마침내 실컷 잘 수 있었다. 호송인은 그들이 칸스크를 빠져 나오자 볼로쟈를 풀어 주었다. 이젠 걸 어가도 좋소. 그는 마비된 몸을 문질러 대더니 곧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 는 피로하거나 불평하지는 않았으나 깊은 분노로 차 있었다. 그는 오랜 수 용소 생활 때문에 익힌 노련미를 갖고 있었다. 어떠한 사소한 것도 너의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너는 너 자신을 보호해 야 하며 언제나 즉각적인 결정을 내릴 태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어떠한 것에도 틈을 주지 말며 아무도 두려워하지 마라. 오히려 모든 사람들이 너 를 두려워하게 만들어라. 그는 보리스와 사샤, 그리고 이바쉬킨을 <스탈린정권의 무고한 희생자> 로 간주하면서 그들에게는 잘해 주었다. 그러나 카르체프는 <배신자>로 경 멸하였으며 그에게 말을 걸거나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도 않았다. 사샤는 같은 방에서 잠을 자고 같은 어려움을 나누면서 함께 여행하는 사람을 그 토록 무시할 수 있는 그의 능력에 놀랐다. 볼로쟈 크바차드제는 맨 앞에서 걸었으며, 병들고 호흡이 곤란한 카르체 프는 뒤에서 터벅터벅 걸었고 자주 멈추었다. 그럴 때면 모두가 서곤 했 다. 볼로쟈는 그러한 지연에 속태우며 뒤를 돌아다보지도 않고 섰다. 그는 카르체프의 육체적 허약함을 정신적 나약함으로 간주했고, 도한 그의 변절 도 그런 까닭으로 보았다. 누군가 힘든 길에서 카르체프를 도와주면, 볼로 쟈는 그를 마치 적군으로부터의 첩자처럼 의심스러워했다. 사샤는 권위에 대해 보여 주었던 그의 용기와 자신에 대해 맹세했던 그 의연한 길을 좋아했다. 그러나 사샤는 또한 볼로쟈가 그 자신과 다른 견해 는 전혀 받아들이지 않음을 알게 되었고, 그것을 그의 결점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바로 첫날, 그는 말했다. 볼로쟈, 어떠한 오해도 있을 수 없듯이, 나는 당과 노선을 인정한다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어. 우리 자신의 견해는 서로 다르니까 초점 없 는 공박은 할 필요가 없다고 봐. 나는 스탈린주의의 추종자와 논쟁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어. 볼로 쟈는 불손하게 대답했다. 네가 여기까지 나를 데리고 왔다고 해서 더 이 상 나의 말을 막을 생각을 해선 안 돼. 사샤는 웃으면서 말했다. 너를 여기에 대리고 온 것은 내가 아니야. 너 도 알다시피 나도 여기에 보내졌잖아. 그들은 자기들 편도 모른대? 넌 칸스크에서 그들이 나에게 한 것처럼 아주 쉽게 우리들 뒤에서 팔을 비틀 수 있었을 거야. 네가 권력을 쥔다면 우리들을 어떻게 다룰지 안 봐도 뻔하겠군. 넌 나머지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어. 라고 볼로쟈 크바차드제는 경멸하 듯 말했다. 야야, 여기서 싸울 필요 없어. 라고 보리스가 끼여들었다. 정치적인 것에는 항상 문제가 있지. 그들은 툭하면 싸워 댄다구. 일반죄수들은 혼자 서도 잘해 나가는데 말야. 죄수들은 비열해. 볼로쟈가 말했다. 변절자들과 살인자들, 그들은 수 용소의 한 그릇 죽을 위해 자신의 동료들을 배신했어. 그들은 체재의 중심 인물들로 우리들의 감시인을 도와주고 있어. 마누라를 죽이면 팔 년은 받 을 거야. 그러나 그들은 말 잘 듣는 이에겐 사 년을 준다구. 그렇지만 공 장에서 신발 한 켤레를 훔친다면, 십 년은 살아야 될 걸. 침엽수림은 점점 울창해져 갔다. 나무가 무성한 산마루와 고원들, 그리 고 움푹 패인 지반과 작은 언덕들, 아무 꼭대기에서 짖어대는 새소리 그리 고 어둡고 습한 길. 한번은 자작나무 숲 속에서 그들은 크고 긴 코를 가진 사슴이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이른 아침에 그들은 태양으로 몸을 덥혔다. 햇볕은 결코 길까지는 내려 오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여행을 더욱 기분 좋고 쉽게 만 들었다. 그들은 낮에 나무로 된 작은 오두막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것은 연기에 그을린 벽들로 되어 있었고, 창문과 화로는 찾아볼 수 없었으며, 겨울철 모닥불에 타 구멍이 난 마룻바닥과 연기를 내보낼 수 있는 지붕에 난 작은 환기통만이 있었다. 마른 나뭇가지 한 묶음이 구석에 놓여 있었다. 그것은 그 오두막을 전에 마지막으로 이용했던 사람이 연료로 사용하게끔 놓아둔 것이었다. 왜냐하면 다음번 방문객이 만약 눈보라 속에서 도착하여 불을 피우기 위한 마른나무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그는 깨어진 마룻바닥에서 얼 어죽을 것이기 때문이다. 매우 경우 바른 사람은 보통 나뭇가지 외에도, 비를 맞지 않는 곳에 성냥갑까지 숨겨 놓는다. 그들은 불을 피우고, 계속에서 물을 길어다 수수죽과 차를 끓였다. 보리스가 전날 마을 잡화점에서 수수를 구한 것이다. 그 가게 주인은 보 리스와 구면이었고 그래서 밤에도 문을 열어 주었던 것이다. 그는 또 담배 한 묶음과 그날밤에 마셨던 밀조 보드카 한 병도 그들에게 주었었다. 이러한 침엽수림에 묻힌 한 마을에서도 그가 아는 사람이 있으며, 그리 고 그가 아니었다면 나머지 사람은 아마 쓰러졌을 것이라는 사실 때문에 보리스는 주도권을 잡았다. 보구차니에서조차도 그는 잘 헤쳐 나갈 것이라 는 그의 신념을 심어 주었다. 보리스는 다른 모든 사람의 숙박비와 음식값을 지불해 주었다. 왜냐하면 사샤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보리스는 보구차니에 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일자리가 있는 반면, 사샤는 일거리를 발견한다는 보장이 없었다. 접혀진 깃의 작업복과 값비싼 구두에 주름잡혀 넣어진 바 지, 그리고 방수용 외투와 카키색 모자를 쓰고 있는 그는 인민위원 같아 보였다. 그리고 그는 누구도 한번 들어보면 반박할 수 없을 정도의 부드럽 고 권위있는 권력가의 목소리를 갖고 있었다. 그는 어떠한 경우라도 그의 길을 갔으며, 특히 스스로 말한 것을 바로 지켜 나갔다. 그리하여 보리스는 물을 구하러 누구를 보낸다든지, 나뭇가지를 가지러 숲에 다른 사람을 보낸다든지 하면서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숲에서 마른나무를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오두막에 쌓여 있던 그 나뭇가지 더미에 손대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는 나무 그루터기에서 앉아서 눈을 감은 채 야위고 지친 얼굴을 태양 쪽으로 돌리고 있는 카르체프만을 제외했다. 그 가게 주인은 비록 그의 차례가 되지는 않았지만 착하고 인정 많은 유 능한 젊은이를 그들에게 딸려 보냈다. 그들이 식사를 하려고 멈추었을 때 그는 자작나무 껍질로 숟가락을 만들었다. 금발의, 발이 빠른 그는 말의 로프를 잡고서 그들과 하께 걸었다. 사샤는 그 마을을 떠날 때부터 그의 옆에 있었으며 그날 온 종일 같이 지냈다. 그 청년은 심지어 사샤에게 뇌 조를 쏘아보라고 총까지 주었으나 사샤는 실패했다. 곰을 놓쳤더라면 당신에게 큰일날 뻔했어요. 청년은 웃었다. 곰을 잡아 봤소? 세 번이오. 우리는 곰이 동굴 속에 있을 때 접근하지요. 개들이 곰 냄 새를 맡자마자 우리는 통나무를 잘라서 굴을 막아요. 그리고 곰들이 나오 려고 애를 쓸 때에 총을 쏩니다. 어떤 사람들은 창과 단도를 가지고 달려 들기도 하죠. 곰은 죽은 체하고 있다가 사람에게 덤벼들어요. 그러나 말이 나 가축에게는 조심스레 접근한답니다. 그는 사샤가 사자나 호랑이 그리고 코끼리와 같이 이 세상엔 곰보다 더 강한 동물들이 있다고 말하자, 미소를 지었다. 그는 사샤를 믿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1년 전에 세 명의 유배된 죄수들이 여기에서 청소를 하고 나서 행군을 계속하려고 할 때, 마을 청년들이 그들을 어떻게 죽였는지에 대해 말할 때에도 웃고 있었다. 그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유배되어 왔어요. 그들은 마을에서 카드놀이를 했지요. 우리 친구들은 그들이 돈을 가지고 있는 것을 목격했어요. 그들이 여기에 도착했을 때, 친구들이 총을 쏘기 시작했고 그들은 숲으로 도망갔 어요. 그들이 사라지자 눈이 내렸고 기온이 급격히 내려갔어요. 친구들은 그들이 여기 주변에 많이 있는 짐승들에게 잡아먹혔으리라 생각했지요. 모 피 지역 담당관이 왔을 때, 그의 개들이 시체 냄새를 맡고 그들을 찾아냈 지요. 그들은 친구들을 체포해서 심문을 시작했고, 친구들은 노보시비르스 크로 보내졌어요. 그리고 친구들은 거기 감옥에 있을 때에 죄수들에게 살 해당했어요. 죽은 사람들에게서 많은 돈을 찾아냈대요? 십 루블. 이 이야기는 모닥불에 둘러앉아 잡담할 때에 다시 거론되었다. 보리스는 칸스크에 유배되었을 때 이 이야기를 들었고, 크바차드제는 역시 수용소에 서 들었다. 두 청년은 감옥에 도착한 날 밤에 살해되었다. 그들이 온다는 소문이 미리 나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큰 감방에 수감되어졌는데, 그 방 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친구들이었기에 누가 죽였는지를 알아내기란 불가 능했다. 볼로쟈는 또 이렇게 덧붙였다. 제기랄, 기껏해야 그들은 오 년을 선고 받았을 거야. 그리고 일년 후엔 석방될 수 있었을 텐데. 그들은 유배자들 을 죽였기 때문이지. 이것을 잊지 마. 지금 지역위원회는 정부보다도 더 나은 감옥의 전보가 있다는 것을 말야. 정부는 우리를 보호해 주질 않아. 그래서 우린 스스로가 자신을 보호해야 해. 그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 어. 볼로쟈, 넌 스스로 죄수들은 인간이 아니라고 말했어. 그런데 어떻게 넌 그들이 스스로 법을 어기고 제멋대로 제재를 가한 것을 인정하고 있 니? 사샤가 말했다. 중노동 그 자체가 바로 법이야. 네가 만약 그걸 당했었다면, 그것을 알 수 있을 건데. 볼로쟈는 그 반대의견을 무시하며 말했다. 그건 단지 지 식인의 항변일 뿐이야. 넌 지식인에 무슨 감정 있는 거 아냐? 그들은 유용할 때가 있어. 사샤 가 말했다. 볼로쟈가 손가락을 세우면서 말했다. 경우에 따라 그렇기도 하겠지. 어쨌든, 너 자신도 지식인이야. 내가 그것을 자랑이라도 한다고 생각해? 최초의 지식인은 불을 발견한 사람이야. 사샤가 말했다. 따라서 그의 동료들은 그를 죽였지. 어떤 사람은 손가락을 데었고, 다른 사람은 발을 태웠기 때문에, 오직 그들보다 위에 서려는 것이 미워서 그를 죽였다구. 석기시대에서조차도 사람들은 그들보다 앞선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았어. 일등상이 사샤의 논리성에 주어졌다. 보리스가 발표했다. 볼로쟈, 일 등상을 사샤에게 주는 데 동의하니? 네가 갖고 있다면, 그에게 주려무나. 그들은 모두 기분이 좋았다. 비록 태양은 나무 뒤로 지고 있었지만, 그 들은 코트와 모자가 없어도 걸으면서 온기를 느낄 수가 있었다. 하기야 그 것들을 오두막 뒤에다 던져 버렸어도 말이다. 그들을 수행한, 그리고 그의 총을 쏘게도 해준 그 고마운 청년은 감시자가 아니었다. 이것은 유배가는 것 같지가 않았다. 처음으로 그들은 다른 사람의 식탁에서 식사를 하지 않 아도 되었다. 숲속엔 그들만의 모닥불이 있었으니까. 소나무 가지들이 튀 는 소리, 송진에서 나는 향기, 끓인 죽 냄새 그리고 차에 떠 있는 솔잎들, 이 모든 것이 그들을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했다. 그들이 <젊은 선구자>의 캠프에 참가하여 모닥불 주위에 앉아 있던 때가 그렇게 오래 전의 일은 아 니었다. 카르체프는 나무들 사이로 스며드는 흐릿한 빛 쪽으로 그의 머리를 돌 려, 병색있는 얼굴을 태양을 향해 돌렸다. 이바쉬킨은 사샤의 볼로쟈 모두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지식인 대화를 매우 좋아했다. 그는 자신의 직업을 아주 지적이고 특별한 것이라 생각했 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급해서 인쇄를 하는 데 실수를 저지른다면, 그것 이 비록 당신 잘못이 아닐지라도 그들은 당신을 시베리아로 보낼 것이다. 그런데 스탈린 동지의 연설문 중에서 그들은 <드러내다> 대신에 <숨기다> 로 인쇄과정에서 실수를 저질렀던 것이다. 그들 중 여섯 명이 체포되었으 며, 이바쉬킨은 처와 세 딸들을 남겨 두고 떠나야 했다. 그 호송인은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죽을 매우 적게 먹었는데, 아마 다른 사람들의 몫을 뺏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았다. 마차를 모는 사람은 침울한 남자였으며, 죽과 차를 사양했다. 그는 마차 안에서 무엇인가를 씹었으며 말이 쉬면서 풀을 먹고 있지 졸기 시작했다. 그리곤 마구를 채웠다. 모닥불 옆에서 쉬고 있던 사람들은 내키지 않은 듯 이 일어섰고, 이동을 계속했다. 그들이 약 3마일을 갔을 때, 갑자기 나무 위에서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날이 어두워지면서 강풍이 불더니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마부는 말을 재촉했으며 호송인도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 은 아직 해가 있을 때 추나 강에 도착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눈 은 내리기 시작할 때처럼 갑자기 멈추었고, 수풀 위로 금세 눈꽃을 피웠 다. 길은 눈이 쌓여 전보다 더 험해졌다. 그들은 마차를 밀면서 걸음을 지 촉했다. 카르체프는 계속 갈 수가 없었다. 그는 나무에 기대어 기침을 하며 숨을 헐떡거렸다. 마차 안으로 들어가. 사샤가 말했다. 그러나 마부는 그렇게 하려고 하지 않았다. 난 사람을 태우려고 고용된 것은 아니요. 길이 나빠서 말이 가지 못할 거요. 당신은 양심도 없어요. 이바쉬킨이 말했다. 사샤는 말고삐를 잡았다. 워이, 카르체프, 올라타! 야, 말에서 손대지 마! 마부가 소리쳤다. 난 돌아갈 거야. 그들이 너 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 줄 거다! 친구, 우리는 싸우고 싶지 않아. 보리스가 권위있는 목소리로 말하면 서, 카르체프가 마차에 타는 것을 도왔다. 그들은 가장 가벼운 두 개의 짐가방을 내려야 했고, 그것들을 그 호송인 의 말안장 위에다 묶었다. 오직 볼로쟈만이 말이 없었고, 그것이 끝날 때 까지 무관심하게 기다렸다. 그는 카르체프를 유령에게 넘겨줄지언정, <배 신자>를 위해 떠들어대고 싶진 않았으니까. 그들은 바닥이 평평한 배로 추나 가을 건넜는데, 배가 제방 바로 옆에까 지 올 수가 없어서 그들은 물건을 지고 마차를 끌면서 물 속을 걸어야 했 다. 그들은 모두 심하게 젖었다. 그들은 황폐하고 검은 헛간들과 부서진 가축우리로 이루어진 크고 가난 한 마을에 도착했다. 한창 어떤 축제가 열리고 있는 중이었다. 아직 일렀 지만 집집마다 등불이 달려 있었고, 술 취한 고함소리와 노랫소리가 들려 왔다. 스텝지대에 사는 옅은 갈색머리의 시베리아인들과는 전혀 다른 형태 와 체격과 피부빛깔을 가진 침엽수림 거주자들, 숲의 민족이 비틀거리며 거리를 쓸고 다녔다. 통나무 위에 앉아 있던 소년소녀들이 호송인을 향해 <수호신의 날>을 축하하는 중이라고 소리쳤다. 호송인은 일단 그 지역의 책임자를 만나려고 서둘렀다. 그는 가능한 빨리 그의 임무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그들이 마을 책임자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는 동안, 지역 유배자들이 그 들에게 다가왔다. 그들 중의 한 명은 풍채가 당당하고 머리숱이 많았으며, 침착한 동작과 주의력 깊은 외모를 갖고 있었는데 그런 연방관리의 전형적 인 모습은 제 5차 소비에트 주택에서 사샤가 자주 보았던 것이다. 그의 곁 에는 삶에 찌든 야윈 얼굴에 붉은 머리칼을 한 여인이 서 있었다. 사샤 일 행은 그 마을로 오는 길이 개통되고서 방문한 첫번째 손님이었으며, 그들 은 혹시 자신들이 아는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았나 하고 매우 흥미롭게 관 찰하였다. 좋은 날이군요. 동지들! 그 여인의 시선이 크바차드제에게 머물렀고, 그녀는 그와 마주친 눈빛에 서 분명하게 낯익음을 느꼈다. 볼로쟈는 그의 이름을 밝혔다. 그들은 그의 이름을 알고 있었고, 또한 그들의 이름도 그는 들어본 적이 있었던 것이었 다. 그들은 서로 껴안고 키스를 했으나 나머지 사람들에겐 그러한 환영의 식을 하지는 않았다. 그 풍채 당당한 남자는 환영한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 으나, 아무에게도 손을 내밀지는 않았다. 결국엔 그는 하지 않았어야 할 사람과 악수를 나눈다든지, 악수를 거절당한다든지 하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은 것이다. 곁에 있던 그 여인은 미소조차 없었다. 그들은 볼로쟈를 데리고 갔다. 키가 크고 홀쭉한 그는 덕지덕지 기운 자켓에 짐을 짊어진 채 그들 사이 에 끼어 걸어갔다. 그는 수많은 질문에 대답했는데 그들은 두 달 동안이나 우편물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잘 가게나 하고 보리스는 그들의 뒤에다 대고 기분 나쁘게 소리쳤다. 볼로쟈는 정치적 연대보다 더 중요한 동지적 단결을 깨뜨린 것이었다. 살찐 얼굴을 한 소년이 술이 취한 채 부산을 떨면서 그들에게 달려왔다. 그는 눈을 비비며 자기가 온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당신들 중 누가 유배자들이야? 전부라구? 이 더러운 꼴 좀 봐! 러시아 인들이 그렇게 만들었어? 자, 이리와! 그는 마을 끝에 있는 부서진 화로가 있는 한 황폐해진 오두막으로 그들 을 데려갔다. 그들은 몸을 덥히고, 옷을 말리고, 카르체프를 어딘가 따뜻 한 곳에 눕혀야 했다. 그들이 이렇게 오랫동안 버려진 집을 살펴보고 있는 동안, 그 살찐 얼굴의 소년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마부도 물건들 을 땅에 집어던지고 난 뒤에 떠나버렸다. 지방당국에 뭔가 압력을 가해야만 해. 이바쉬킨 이리 와 봐! 라고 보리 스가 말했다. 어디에 간다고? 마을 전체가 축제중인데. 말은 내가 할께. 보리스가 그를 안심시켰다. 넌 그냥 따라와 와서 먹 을 거나 챙겨오면 돼. 그들은 떠났다. 사샤는 가방에서 깨끗한 내의와 털양말과 셔츠를 꺼내 카르체프에게 건네주었다. 자, 이것으로 갈아입어. 사샤는 카르체프가 굉장히 야윈 것을 보고 놀랐다. 그의 살갗은 갈비뼈 위에 말라붙었고, 무릎은 뼈가 드러났으며, 다리에는 살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긴 팔은 생명력이 없이 축 늘어져 있었고, 어깨뼈는 잘려진 날갯 죽지처럼 튀어나왔다. 넌 단식투쟁 때문에 쇠약해진 거야 라고 사샤는 말했다. 그들은 튜브를 통해 억지로 음식을 먹이려고 했어. 카르체프는 셔츠를 하의 속으로 주춤주춤 밀어 넣었다. 그리고 나를 병원으로 옮겨, 억지로 우유를 먹였어. 난 손목을 잘랐지. 그리고 많은 피를 흘렸어. 그의 눈은 열기로 빛났고 얼굴엔 붉은 반점이 돋아났다. 분명히 열이 심 한 것 같았지만 그들에게 체온계가 없었다. 하기야 내일 아침이면 다시 길 을 떠날 거니까. 체온계가 있다고 해도 아무런 소용도 없을 처지였다. 옷 을 다 갈아입고 나자, 그는 사샤의 면 모포를 덮어쓰고 의자에 앉아 벽에 기댄 뒤 눈을 감았다. 손목은 왜 잘랐니? 사샤가 물었다. 카르체프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마 그는 졸고 있었기 때문에 듣지 못했 던 것 같았다. 사샤는 화로를 검사했다. 누군가가 문짝을 뜯어냈다. 그는 그것으로 불 을 땔까하고 생각했지만, 보리스가 더 좋은 장소를 물색해 낼지도 몰랐다. 보리스와 이바쉬킨은 빵 한 덩어리와 나무그릇에 든 버터우유를 가지고 돌아왔다. 그것이 바로 그들이 얻을 수 있었던 전부였다. 더구나 그들은 다른 거처를 발견할 수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취해 있어서 어느 누구에게 도 부탁을 할 수 없었으며, 아무도 그들에게 밤을 지낼 거처를 주려고 하 지 않았다. 이바쉬킨은 바깥에서 나무 조각들을 찾아내더니 그것에 불을 붙이려고 쪼개었다. 그러나 그것은 좀처럼 타지 않았고 성냥만 낭비했다. 그들은 어둠 속에서 빵과 버터우유를 먹었다. 찬 음식이라도 없는 것 보단 낫군. 보리스가 말했다. 카르체프는 아무 것도 먹지 못했으나, 계속해서 마실 것을 찾았다. 그러 나 물도 없었다. 난, 볼로쟈의 친구들을 찾아가겠어. 아마 그들은 카르체프에게 잠자리 를 마련해 줄지도 모르니까. 사샤가 말했다. 보리스는 미심쩍은 듯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들은 하지 않을 거야. 그러나 한번 노력한다고 나쁠 건 없겠지. 나도 함께 가자구. 왜? 마을 전체가 심하게 술에 취해 있어. 통나무에 앉아 있던 소년들은 아 주 공격적으로 보이더라구. 청명한 하늘의 보름달이 오두막 안보다 바깥을 더욱 밝게 했다. 그 소년 들은 여전히 통나무 위에 앉아 있었다. 그들 중의 재담꾼이며 문제아임이 틀림없는 한 소년이 웃기는 얘기를 하 며 손을 흔들어대자 모두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사샤와 보리스를 보고 그가 소리쳤다. 어이, 잊혀지고 버려진 인간들아, 이리로 와 봐! 신경쓰지 마 라고 보리스가 숨을 죽이고 중얼거렸다. 왜? 사샤는 통나무 쪽으로 걸어갔다. 도대체 뭘 원하는 거야? 무엇 때문에 돌아다니냐구. 여자? 아니면 턱을 맞고 싶어서? 그들을 호송했던 시골 청년도 역시 통나무 위에 앉아 있었고, 조용히 미 소를 지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들이 사샤와 보리스를 때리기 시작해 도, 그는 여전히 웃고만 있을 것이다. 사샤는 보리스 쪽으로 몸을 돌렸다. 나쁜 생각은 아니지. 여기엔 예쁜 소녀들이 제법 있을 테니까. 예쁘지, 그러나 너희들을 위해 있는 건 아니야! 그 소년이 소리쳤다. 그럼, 그들이 모두 네 것이야! 사샤가 씩 웃었다. 넌 정말 너 혼자서 그들 모두를 감담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다른 사람들이 낄낄거렸다. 아, 물론이지, 난, 난.... 아, 물론! 사샤가 따라했다. 그럼, 한번 잘해 보라구. 화학공장에서 사샤와 같이 일했던 그 하역인부들은 그를 자랑스럽게 여 겼었다. 그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여, 친구들, 싸우려고 해선 안 돼. 세상엔 좀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게 많이 있다구. 사샤를 따라 나서려고 몸을 돌리면서 보리스가 그렇게 덧붙였다. 그들이 함께 걷게 되었을 때 그가 사샤에게 말했다. 저놈들이 너를 여 기서 죽이지 않는다면, 넌 틀림없이 오래 살 거다. 그들에게 넌 아주 인상 적인 놈이 될 수 있거든. 오두막의 문은 닫혀져 있지 않았다. 볼로쟈는 그 남자와 여자와 함께 식 탁에 앉아 있었다. 등유 램프가 타고 있었다. 여긴 판크라토프와 솔로베이치크야. 그리고 여긴 내가 말한 사람들이 고. 볼로쟈가 말했다. 그는 분명히 그들에 대해 좋게 말했었다. 왜냐하면 그 남자는 미소 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 동지들, 여기 앉아서 함께 차를 듭시다. 고맙소. 사샤가 안지 않고 볼로쟈를 향해 말했다. 카르체프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나더러 어떻게 하란 말야. 그를 위해 네가 이 장소를 포기해 주었으면 해. 볼로쟈를 대신해서 그 남자가 대답했다. 분명히 말하건대, 내 집에서 밤을 보낼 사람을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 있소. 혹시 우리들을 위해 방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을까요? 보리스가 물었 다. 여기선 아무도 이방인들을 제 집에 들여놓지는 않아요. 특히 그들이 병 자일 때는. 그 여자는 그들에게 아무런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고 볼로쟈에게 계속해 서 말을 걸었다. 그래, 일르인을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였어요? 그들이 거리로 나왔을 때, 사샤는 잔뜩 호가 치민 듯이 말했다. 나에게 감동을 줄 자질이 그렇게 많다고! 오, 친구여. 일에 대해서 정치적으로 열성이었던 사람들이 지금은 가장 무서운 사람들이 되었어. 아르바트의 아이들 - 제 2 부 9 그날 밤, 포스크레비셰프는 엥겔스의 논문과 관련하여 정치국원들에게 보내는 스탈린의 편지를 그에게 돌려주었다. 그들은 모두 그 논문이 발간 되어서는 안 된다는 데 동의했다. 그들은 또한 볼셰비크 지의 편집진의 교체 요구 결의를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스탈린은 그 두 가지 제안이 수락될 것에 대하여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 았다. 스테츠키에 대한 그의 전술은 정확한 것이었다. 스테츠키는 부하린 의 사람으로서 그를 보호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를 선뜻 희생시킬 생각이 없었다. 그것은 1년 전에 수리노프와 탈마체프, 에이스몬트를, 그리고 2년 전에 류틴을 희생시키려 하지 않았던 것과 같은 이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반대자들은 숙청되어야 했 고, 앞으로도 숙청될 것이다. 이 지구상에서 유일한 사회주의 국가는 흔들 리지 않아야만 살아남게 될 것이다. 그리고 바깥 세상에서도 그것을 안정 의 징후로 볼 것이다. 국가란 전쟁을 수행하든지 평화를 원하든지 간에 강 력해야 한다. 다시 말해 그것은 두려운 존재이어야 하는 것이다. 농경사회를 공업국가로 탈바꿈시키기 위해선, 수많은 물자와 사람들이 희생이 필요했다. 인민들은 이것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러나 그것은 열 정 하나만으로는 달성될 수 없었다. 인민들이 그러한 희생을 받아들이도록 만들어야 했고, 그 때문에 강력한 권위, 공포를 자아내는 그러한 권위가 필요했다. 이러한 공포는 가능한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도 유지되어야 했 고, 끝없는 계급전쟁의 이론이 그러한 가능성들을 위해 제공되었다. 그 과 정에서 단지 몇 백만의 인민들이 죽어간다 해도, 역사는 스탈린 동지를 용 서해 줄 것이다. 만약 그가 무방비상태로 국가를 놔둔다면, 그는 국가의 멸망이라는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이며, 역사는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 다. 그러한 위대한 목적은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했고, 그 엄청난 에너 지는 각고와 노력 끝에 하층인민들로부터 나올 수 있었다. 모든 위대한 통 치자는 가혹했다. 현재 아카데미 출판부의 책임자로 있는 카메네프가 최근 에 마키야벨리의 책을 출판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는 그 책을 단지 스탈린을 위하여 출간했다. 그는 스탈린에게 그가 사용하고 있는 방 법들이 15세기나 16세기에도 널리 알려졌던 것들이라는 사실을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카메네프는 잘못 알고 있었다. 마키야벨리의 사상 은 이미 구시대의 것이었다. 15세기에서조차도 그 사상은 가치를 지니고 있지 못했다. 그들은 단지 피상적이고 도식적이며 비논리적이며 비변증법 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독재자에 대한 인민의 사랑에 기초한 권력이란 약한 권력이다. 왜냐하 면 그것은 인민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독재자에 대한 두려움에 기초한 권 력은 강한 권력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독재자 그 자신에게 달려 있기 때문 이다. 이러한 주장은 부분적으로는 진실이었다. 사실 인민의 사랑에만 의 존하는 권력이란 허약한 권력이다. 그러나 단지 인민의 두려움에만 기초하 는 권력도 불안정했다. 안정도니 권력이란 독재자에 대한 인민의 공포와 그에 대한 인민의 사랑 모두에 기초한 것이라야만 했다. 위대한 통치자란 두려움을 통해 사랑을 고취시키는 사람이다. 그러한 사랑이란, 그의 통치 의 가혹함이 인민들과 역사에 의해서 그 자신이 아닌 그의 집행자들에게 돌려질 때만 가능한 것이었다. 트로츠키를 국외로 유배 보낸 것은 자비로운 조처였다. 따라서 그것은 하나의 실수였다. 트로츠키는 위대했고 아직 영향력이 있었다. 스탈린은 지노비예프와 카메네프를 해외로 유배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민족 과 국가를 방어하기 위하여 그가 구축해야만 하는 공포의 요새에 하나의 시금석으로 사용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그들의 동지들이 그 뒤를 따를 것이다. 부하린은 그들의 동지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는 비밀리에 카메네 프를 찾아가 정치국에 있는 스탈린보다는 지노비예프와 카메네프를 보는 것이 더욱 좋다고 말했었다. 그는 자신의 동지들을 발견했고, 그는 그들과 운명을 같이할 것이다. 정치에서는 동정의 여지가 없었다. 그가 어떤 사람에 대해 미안함을 느 꼈다면, 그는 바로 카메네프였다. 죄는 지노비예프에게 있지 카메네프에게 있지는 않다는 생각으로 미안함을 느꼈다. 카메네프는 착하고 유순하고, 정말 마음을 포근히 해 주는 사람이었다. 더구나 그는 티플리스 출신이었 다. 그는 티플리스에서 고등학교를 마쳤고 거기에서 수년간 살았다. 그의 타인에 대한 친절과 배려, 그리고 상냥함에서 유태인과 그루지아풍의 지성 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약간 냉소적이었지만, 호인기질이 있었다. 그는 식견이 높아 정치적 분위기에서 어떻게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 다. 자만하지 않는 그로서는 지도자에 대한 야망이 없었다. 그는 전통적인 제 2인자였다. 그것이 바로 그가 레닌 밑에 있었으며 지금은 스탈린의 밑 에서 일할 수 있는 이유였다. 그러나 카메네프는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는 허풍쟁이 그리쉬카 지노비예프를 스탈린보다 선호했다! 한때 그들은 사이좋게 같이 일했으며, 서로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했다. 사실 스탈린을 당비서의 후보직에 추천했던 것도 카메네프였다. 그러나 그는 단지 트로츠 키에 맞서 스탈린을 이용하기 위하여 그랬던 것이다. 지노비예프와 함께 그는 트로츠키를 치기 위한 지팡이로서 당의 정치기구를 사용하려고 마음 먹었지만,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대신해 그 치사한 짓을 하게끔 허 용한 결과가 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당의 정치기구가 지팡이가 아니라 지 렛대라는 중요한 점을 오해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이 지렛대를 스탈 린의 손에 쥐어 주면서, 그에게 모든 권력을 주게 된 것이었다. 스탈린의 천재성은 그가 이러한 것을 깨닫고 있던 유일한 사람이었다는 사실로도 알 수가 있다. 사실 레닌도 이것을 깨달았으나, 그것은 즉각적이 지 못했고 이미 때가 늦은 1년 뒤에서였다! 그러나 그 이후, 레닌이 당은 스탈린을 비서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에도 카메네 프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지 못했으며, 전당대회에서 레닌의 편지에 주의를 기울이지 말 것을 제안한 것도 바로 그였다. 그는 레닌이 죽고 나서 트로츠키뿐만 아니라 카메네프 자신과 지노비예프도 레닌의 후 계자로서 자리를 잃었을 때에야 그것을 이해했다. 바로 그때에 그는 바른 정치적 선택을 내렸어야만 했고, 당의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스탈린을 추종해야만 했다. 그러나 대신에 그는 그 무식한 그리쉬카 지노비예프를 선택했다! 왜 그랬을까? 그가 그리쉬카의 위대한 능력을 믿었기 때문에? 절대로 그렇지 않다! 그는 스탈린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 오산했던 것이다. 그는 스탈린 동지의 소위 원시성과 평범성이 바로 콤 아카데미에서 강론을 읽고,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를 따르는 대중들에게 연설하고 그들을 지도해 가는 지도자의 <단순성>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유태인들은 그러한 지도자의 사상을 절대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은 복종 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었다. 이것이 바로 역사 속에서의 그들의 위치였 다. 그것은 그들 민족의 비극이었다. 모든 다른 민족은 로마에 복종했으며 하나의 민족으로서 보존되었다. 유태인들만이 복종하지 않았던 유일한 민 족이었다. 모든 다른 종교에서 신은 자기 자신을 인간의 모습으로 구현했 다. 그것이 그리스도이건, 모하메트이건 부처이건 말이다. 오직 유태인만 인 신으로 모시는 지도자가 없으며, 오직 유태교만이 신이 인간화를 용납 하지 않았다. 그들에겐 절대적 권위란 없었으며 그러한 이유로 그들은 국 가를 유지할 수 없었다. 하나의 국가에 있어서 절대적 권위란 위대한 지도 자 안에 인격화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유태인들은 내내 입씨름만 해 왔다. 그들에게 있어서 민주주의란 논쟁의 가능성으로 여겨졌다. 그들은 언제나 다수의 의견에 맞서 그들의 의견을 개진해야만 했다. 그러나 예를 들어 카가노비치와 같이 개인적으로 지도자를 인정하고 그 를 따르려고 준비한 사람도 있었다. 사실 카가노비치는 1929년에 붉은 교 수학교에서 강의를 할 때 스탈린을 실제로 <지도자>라고 불렀던 것이다. 그러나 카메네프는 그것보다는 어떤 피상적인 학식과 수사를 더 선호했었 다. 계산을 잘못했던 것이었다. 학식과 수사만으로는 지도자가 되기엔 충 분치가 않았다. 혁명 전의 소위 지도자, 지식인, 교양인이었던 그들은 지 금 어디에 있는가? 루나찰스키와 포크로프스키, 로쥐코프, 골덴베르그 그 리고 보그다노프와 크라신은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노긴과 로모프, 리코 프도? 그들은 더 이상 주위에 있지 않았으며 그들에게 남겨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러나 당 간부들은 그가 매번 기회 있을 때마다 보여 준 지적 오만을 수용하지 못했었다. 인민들은 바보처럼 여겨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인민들은 정신적 우월함이 권위의 우월함과 결합될 때에만 그것을 인정하 였다. 지배자에게서만 그들은 정신적인 우월함을 인정했다. 왜냐하면 그것 은 현명한 지배자에게 복종함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자신 들의 지위가 천해졌다고 생각하기는커녕, 오히려 격상되었다고 느꼈다. 그 들의 무조건적인 복종은 눈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스스로를 힘에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복종한다고 위로했다. 절대적인 권력을 쥘 때까지는, 지도자는 인민들에게 그들이 그의 정신적 동지이며 그는 단지 그들의 생각을 표현하며 정형화하고 있다는 믿음을 확 인시키고, 그들 마음속에 믿음을 창조할 수 있어야만 한다. 트로츠키는 조 직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였듯이 이것을 알지 못했다. 그 자신을 지도자 로서 생각하면서, 그는 자신의 언변과 지식으로 혼자서도 대중을 이끌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건 오산이었다! 대중을 정복하기 위해 선 뛰어난 연설보다 더욱 중요한 게 있었다. 그것은 바로 당의 조직이었 다. 우리에게 혁명가의 조직을 달라! 그러면 우리는 러시아를 전복시킬 것 이다! 라고 레닌은 기술했다. 트로츠키는 이 중요한 레닌주의의 지침을 이 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레닌이 그의 <체스타멘트>에서 트로츠 키의 비볼셰비즘에 대하여 기술했을 때 의미했던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닌이 그런 트로츠키의 스탈린보다 더 선호한 것도 바로 <체스타멘트>에서였다. 그는 그들 모두를 중앙위원회의 중요한 지도 자로 불렀지만, 트로츠키에 대해 우선을 둔 것이었다. 왜 그랬을까? 아마 도 레닌은 집단지도체제를 신중히 검토했던 것일까? 아니다, 그렇지 않았 다! 레닌은 <지도자>의 의미를 알았던 것이다. 소비에트 사회주의의 중앙집권주의는 어떠한 개인적 지도력과 독재력과 도 모순되지 않으며.... 때때로 혼자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독재자는 또한 계급의 의지를 가끔 실현할 수 있으며.... 지도자의 독재력에 반대하 여 일반적인 대중의 독재에 동의하는 것은 모욕적이고, 불합리하며 어리석 은 것이다. 레닌은 이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러시아를 유럽적인 방법으 로 다스릴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는 스탈린을 아시아적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레닌은 조직의 중요성을 알았지만, 그가 국가의 최고의 자리로서 있을 수 있는 행정력의 강화를 더욱 원했지, 스탈린이 의지했던 것처럼 당 조직 강화를 원하지는 않았다. 그러한 이유로 레닌은 스탈린을 당비서의 자리에 서 몰아낼 것을 제의했던 것이다. 새로운 경제정책과 함께, 레닌은 분명히 장기계획에 대해 어떤 마음의 변화를 일으켰다. 왜냐하면 만약 농부들이 방향감각을 갖기 시작하면, 자기들의 권리를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레닌은 트로츠키와 지노비예프, 카메네프, 부하린 그리고 퍄타코프조차도 이러한 정책에 적절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으며, 스탈린 동지는 적합하지 않 는 것으로 간주했다. 그는 스탈린에게서 정치조직의 주요 속성을 발견했으 며 또한 그것의 강화를 두려워했다. 그리고 그의 판단은 옳았다. 그 정치 조직은 부패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오랜 시간에 걸쳐 굳어진 연대에 의해 형성되었고, 권력의 지렛대가 되는 대신에 제어 장치와 미이 라로 변했다. 다민족으로 이루어진 광대한 후진 농업국가에 있어서 형평법 은 혁명의 소득을 지속하기 위한 필요사항이었다. 그러나 그 형평법은 스 스로 혁명 그 자체에 대한 위협을 감추고 있었다. 형평법의 위력은 매우 포괄적이며 강력했고 통제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레닌은 정확하게도 이 러한 사태를 두려워했고, 그리하여 그는 우리는 짜르 러시아의 뒤를 이어 우리가 실제로 숨막히게 답답해 할 관료주의와 나태를 계승받았다 라고 주 장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정치조직을 파괴하고 정치적 균형을 창조해야 함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정치적 균형이란 프롤레타리아 트 독재의 종료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 조직은 보존되고 강화되어야만 했지만, 그것의 독립성은 애초부터 제거되어야만 하였고, 요원도 항상 교 체되어야 했다. 그래야만 상호 연대가 굳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항 상 변화하는 조직은 독자적인 정치력을 가질 수 없지만, 지도자, 즉 전능 한 지배자의 손안에 들어 있으면, 강력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었다. 이러 한 권력의 도구로서의 조직은 인민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켜야 했지만, 그 자체도 지배자 앞에서 공포로 떨어야 했다. 스탈린은 과연 그러한 조직을 가지고 있었던가? 아니다. 그렇지 않았다. 그는 오랫동안 당 중앙위원회의 구성을 바꾸길 원했지만, 그의 승리였던 제 17차 전당대회에서조차도 그럴 만한 능력이 없었다. 후보위원들을 거부 할 만한 이유가 하나도 없었기 대문에 그는 중앙위원회를 그대로 놓아둘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집단적인 보장과 연대와, 살아남아 있는 상호관계 가 그들 위에 작용했고, 그는 그것들을 극복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것 으로 충분한 것이었다! 이 조직은 목적에 충분히 봉사했고 현재의 형태로 는 더 이상 가치가 없었다. 그는 새로운 것이 필요했다. 논쟁하지 않고 하 나의 법만이, 즉 그의 의지만이 있는 새로운 것이! 현재의 조직은 그것을 가졌었지만 그것은 김이 빠져버려 아무 쓸모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가장 굳건히 결속되어 있는 사람들은 노장관료들이었다. 그들은 제발로 걸어나 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마땅히 제거되어야만 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 후에도 영원히 숨어 있으면서, 그에게 대항하는 사람에겐 언제라도 가세할 치명적인 적들이었다. 그들은 숙청되어야만 했다. 그들 중에는 과거에 훌 륭한 일을 수행했던 이들도 있었지만, 역사는 스탈린 동지를 용서할 것이 다. 그들의 과거 업적은 당에겐 위험한 것으로 변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스스로를 국가의 운명을 조정하는 자들로 상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교체되어야만 했다. 교체란 곧 숙청을 의미했다. 스탈린은 다시 서성거리면서 생각에 몰두했다. 그래, 레닌은 10월혁명을 이끌었고 그것을 완수했지. 그것이 바로 그의 역사적 업적으로 남아 있었 다. 그러나 혁명을 수행하고 내정의 와중에서 새로운 체제를 수호한 레닌 은 그후 정통 마르크스주의의 경험에서 습득한 길을 택했다. <신경제정책> 이 그 길의 첫번째 단계였다. 레닌은 오랜 봉건지주제의 찌꺼기를 분쇄함 으로써 그의 길을 깨끗이 청소했고, 극단적인 수단에 의해 부르조아 혁명 을 완수했다. 그러나 레닌은 죽었다. 역사는 훌륭한 연출가다. 그는 아주 좋은 때에 레닌을 무대에서 사라지게 했으며, 이젠 순수하게 사회주의의 길로 러시아를 끌고 갈 새로운 지도자를 등장시켰다. 한번의 혁명만 가지 고는 가능하지 않았던 것이다. 스탈린은 그 규모에 있어서 결코 10월혁명에 뒤지지 않는 하나의 혁명을 완수했다. 먼저 자작농을 철폐하고, 부농들을 쫓아냈다. 개인적인 토지소 유는 짜르시대의 유물이었다. 그렇게 발전할 가능성 있는 마을도 모조리 쓸어버렸다. 수백만의 인민들이 죽었다. 하지만 역사는 그를 용서할 것이 다. 그는 군사적인 면에서 의미를 갖는 현대적이고 산업적인 국가로 러시 아를 탈바꿈시킴으로써, 산업발전의 길에 조국을 올려놓는 두 번째 혁명을 지금껏 수행해 왔다. 그것은 비용이 많이 들었고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 지만, 역사는 다시 그를 용서할 것이다. 만약 러시아를 적들 앞에 약하고 힘없는 상태로 놔 둔다면, 역사는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새롭고 특별한 권력조직을 창조할 때였다. 그리고 오래 된 것을 파괴해야 할 때였다. 그는 그에게 반대했던 사람들을 제거함으로써 구시대의 조직을 숙청했다. 지노비예프와 카메네프가 가장 약점이 많았다. 그들은 당에 대항해서 투쟁했고, 많은 죄를 스스로 인정했다. 이제는 더 이상 인정할 죄도 없을 정도였다. 그들은 어떠한 것도 고백할 것이다. 그 래서 아무도, 키로프조차도 감히 그들을 보호하려고 하지 않았다. 키로프는 9년 동안 레닌그라드에 있었다. 그 기간 동안에 레닌그라드의 당 조직을 단순한 유리진열장이 아닌 중앙위원회의 실질적인 요새로 변화 시키기 위하여 그는 어떤 일을 해왔던가? 그는 영원히 불만스러운 그 도시 를 박살내는 대신에 그것을 가라앉히려고 결심했다. 그것을 박살낸다는 것 은 오래 된 조직을 새로운 조직으로 대체하고, 구시대의 인물을 제거하여 새로운 사람들로 바꾼다는 것을 의미했다. 진정시킨다는 것은 구시대의 조 직과 인물들을 구대로 놔두고 단순히 한쪽으로 끌어온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것이 키로프 동지가 선택한 길이었다. 그는 왜 그렇게 결심했을까? 그는 자신의 임무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일까? 그는 그것을 충분히 인정하고 있 었다. 그러나 그가 이해한 것은 자신만의 임무였지 당의 임무는 아니었으 며, 결국 레닌그라드를 자신의 요새로 만들었을 뿐이지 당의 것으로 만들 지는 못했던 것이다. 그는 레닌그라드의 사람들을 당쪽으로 끌어들인 게 아니라 오히려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새로운 지도자로 부상했던 것이다. 스탈린은 책상으로 돌아와 다시 야고다의 보고서를 읽었다. 아니다, 야 고다의 심복인 자포로제츠는 레닌그라드를 변화시킬 수 있는 인물이 아니 었다. 그는 별볼일 없는 친구였다! 스탈린은 바깥 사무실 쪽으로 향한 문을 열고, 포스크레비셰프에게 내 일, 내무담당위원인 야고다를 호출하라고 말했다. 아르바트의 아이들 - 제 2 부 10 그들은 정오에 앙가라에 도착했다. 그 거대한 강 양쪽에 솟아 있는, 갈 색과 노란색 그리고 붉은색을 띤 높은 석회석 절벽의 지층은 지구의 가장 오래된 구조를 드러내고 있었다. 한 시간 뒤에 그들은 보구차니에 도착했으며, 여기가 바로 이제부터 그 들이 살 곳이었다. 제방 위엔 탈의실이 있었고, 건조대 위에는 그물이 펼쳐져 있었으며, 배 들은 말뚝에 묶어 있었다. 넓은 길 양편으로는 베란다가 있는 회색 통나무 집들이 있었는데, 푸른빛이나 보랏빛으로 칠한 창문들은 거리 쪽으로 나 있었다. 널빤지로 된 지붕 위엔 푸른 이끼가 끼었고, 그것들은 높고 단단 한 울타리로 격리되어 있었다. 마부는 가축우리와 헛간 그리고 축사가 있는 넓은 마당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거기엔 가축이라곤 없었고 오직 닭들만이 사료더미를 쪼아먹고 있 었다. 마부가 넓은 오두막의 문을 열자 역겨운 냄새가 확 풍겼다. 집에서 만든 탁자와 벽을 따라 놓인 몇 개의 의자들이 보였다. 그들은 가난한 과 부 집에 머무르게 되었다. 그들의 주인은 지팡이를 옆에 두고 의자에 앉아 있던 등이 굽은 노파였 다. 그녀는 그들의 모든 행동들을 조심스레 살펴보고 있었다. 40세 가량 되어 보이는 그녀의 딸은 밋밋한 가슴과 불룩한 배에 더러운 앞치마를 두 르고 있었는데, 거의 말이 없었다. 그리고 열네살쯤 된 작고 못생긴 아들 이 한 명 있었다. 그들은 짐을 내려놓고 나서 그 구역의 내무인민위원을 찾으러 갔다. 그 는 바라노프라는 뚱뚱하고 관리 타입의 얼굴을 한 남자였다. 그는 겨울 내 내 잤던 것처럼 보였고, 만약 이 일이 자신의 임무가 아니라면 계속 잠을 잘 것처럼 보였다. 그는 서류철을 열어 거만스럽게 일행의 각자에게 지정 된 거주지를 읽어 나갔다. 이바쉬킨은 보구차니에 머무르게 되었고, 볼로 쟈 크바차드제는 앙가라를 따라 더 내려가야 했고, 나머지는 강을 따라 올 라가야 했다. 즉, 카르체프는 차도베츠 마을로, 사샤와 보리스는 케쥐마 마을로, 각각 그곳 관리자의 관할하에 다른 구역으로 배치되었다. 당신도 알겠지만, 나는 <모피공급조합>의 지역사무소로 지명받았어요. 호흘로프 동지로부터 그것에 관해 코솔라포프 동지에게로 보내는 명령서도 있습니다. 보리스가 설명했다. 호흘로프는 그 지역의 모피공급조합의 소장이었으며, 코솔라포프는 보구 차니의 대리인이었다. 그러나 보리스는 바라노프에게 보내는 호흘로프의 편지를 보여 주지는 않았는데, 그것은 그 편지가 압수당할 것을 두려워했 기 때문이었다. 호흘로프는 공무에 간섭할 수 없소. 라고 바라노프는 눈살을 찌푸렸다. 다음 우편배가 도착하면, 당신들은 케쥐마로 떠나게 될 거요. 볼로쟈는 여기에도 자신의 동료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어디론가 가 고 없었다. 자기 직업이 아주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이바쉬킨은 곧바로 일 을 시작할 것이다. 인쇄소는 보구차니에도 이미 문을 열었지만, 거기엔 식 자공이 없었다. 그들은 모든 면에서 공급이 딸렸다. 인쇄소 얘기는 어디서 들었어? 사샤가 그에게 물었다. 칸스크에서 들었던 것 같아 라고 이바쉬킨은 둘러댔고 숙소를 찾아 급 하게 떠났다. 그는 이것에 관하여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들이 그 일을 채 갈까봐 두려워하는 눈치였다. 그것은 별로 유쾌하지 않은 인상을 남겼다. 보리스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케쥐마는 200마일이나 떨어진 마을이었고, 거기에서 그가 할만한 일자리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럴 줄 알았 다면 케쥐마에 보내는 편지 또한 준비해 두는 건데, 그렇지 못한 것이 실 수였다. 코솔라포프를 만나 봐야겠어. 그는 아마 뭔가를 해줄 수 있을 거야. 바 라노프 - 그 양, 정말 이름 잘 붙였어. 사샤와 카르체프는 오두막으로 돌아왔다. 카르체프는 매우 지쳐 있어 도 착하자마자 의자 위로 주저앉더니 마실 것을 원했다. 그는 떨고 있었다. 사샤는 모포로 그를 덮어 주고 그 늙은 여자에게 물었다. 혹시 끓인 물이 있습니까? 끓인 물? 저기 주전자에. 그녀는 올빼미처럼 구석에 앉아 있었다. 오다가 길에서 병을 얻었군. 하지만 너무 염려 말아요. 당신은 젊으니 까 금방 회복될 거예요. 뭘 들고 싶어요? 라고 그녀가 물었다. 친구들이 돌아오면 먹죠. 볼로쟈가 제일 먼저 돌아왔다. 그는 가방을 집어들고선, 학교를 지나 세 번째 집인 친구의 집에서 머물 거라고 말하곤 떠나버렸다. 다음에 보리스가 돌아왔다. 코솔라포프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으며 모 든 것이 바라노프의 손에 달려 있다고 했다. 그의 생이 그런 멍텅구리 녀 석에게 달려 있다니! 빌어먹을! 사샤, 난 그것조차 행복해. 너와 친해졌어. 우린 함께 여행을 떠났으니 함께 잘 끝낼 거야. 그는 케쥐마에서의 그들의 생활을 벌써부터 계획하고 있었는데, 케쥐마 지역에 대한 약간의 사실과 통계숫자들을 기억해 내서는, 모피공급조합 대 리인을 설득하는 데 써먹을 생각이었다. 이바쉬킨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는 월급이 꽤 괜찮고, 북쪽이기 때문에 덤으로 보너스도 지급해 주며 싼 식사도 제공되는 장소를 발견했다고 말했 다. 그는 집으로 얼마를 보낼 수 있을 것이며, 오히려 그의 가족들을 여기 에 데리고 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저녁식사 값을 이미 지불했기 때문 에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를 필요가 없었다. 친구들,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겠어. 작별을 그런 식으로 하나? 보리스가 말했다. 그럼, 너의 어깨에 기대어 울까? 사샤가 씩 웃으며 말했다. 역시 넌 알고 있구나. 안녕? 넌 빨리 배우는 편이야. 그들은 같은 그릇에서 양배추를 먹고 나서, 우체국에 가서 그들의 우편 물을 케쥐마로 부쳐 달라고 했다. 사샤는 또 그의 어머니에게 편지를 썼 다. 자기는 아주 건강하며 앙가라 강은 굉장히 크며, 현재로는 별로 필요 한 것이 없다고 그리고 이제부터 케쥐마로 그녀가 편지를 부쳐야 한다는 내용들이었다. 그들은 오두막으로 돌아왔다. 오그라든 꼬리를 가진 에스키모산 개가 길 가에 누워 있었는데, 그들은 여자가 소를 몰고 옆을 지나갈 때나, 심지어 한 떼거리의 어린애들이 문에서 뛰어나와도 좀처럼 고개를 들지 않았다. 난 이 지방 탤런트들이나 만나봐야겠어. 보리스가 말했다. 우체국의 그 소녀도 괜찮던걸. 아마 엘리트일.... 그런데, 이 지역 전체는 성병에 둘러싸여 있어. 몸조심해야 된다구. 그리고 모두 결막염에 걸려 있으니까, 절대로 그들의 수건으로 몸을 닦지 말, 절대로! 그건 그렇고, 우리 근처를 어정거리던 그 소녀를 봤니? 그녀의 광대뼈도 봤어? 못생긴 편은 아니었 지. 사샤는 그녀가 과부의 아들과 잡담하는 것을 보았었다. 그녀가 널 쳐다보더라구. 보리스가 덧붙였다. 그녀는 아직 어린애야. 무슨 소리야? 적어도 열여섯 살은 되었겠던데. 충분하다구. 그들도 결 혼하면 훌륭한 일꾼으로 변하지. 넌 그런 걸 좀 알아둬야 돼. 그것은 미성년자 약취법에 해당돼. 사샤가 웃으며 말했다. 난 형법 58조만으로도 충분히 괴롭다구. 오두막 밖에 있는 동쪽 바람막이 위에 앉아 있는 사람은 바로 그녀였다. 그녀는 늘씬한 다리에다 각지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과 깎여진 이마, 그리고 도톰한 입술을 가지고 있었다. 언뜻 보아도 퉁구스인임을 알 수 있 는 그녀는 가볍게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그녀는 꽉 조이게 단추를 채운 블라우스와 맨 다리를 발목까지 가린 시골풍의 긴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그녀의 거친 발은 먼지로 덮여 있었다. 송진조각을 씹고 있었던 그녀는 작 은 갈색 눈으로 사샤를 보고 웃었다. 뭘 보고 웃어요? 그가 물었다. 그녀는 손으로 입을 막으며 낄낄거렸다. 그러더니 담에서 벌떡 뛰어내리 더니 문을 쾅 닫고 달려가 버렸다. 그러나 사샤는 갈라진 틈새로 그녀가 그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거칠지만 명랑하고 귀여운 미인이야. 보리스가 말했다. 저녁으로는 끓인 순무와 귀리죽이 나왔다. 다시 모든 사람이, 그 늙은 여자와 그녀의 아들까지도 같은 그릇으로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 늙 은 여자는 우유나 고기 그리고 생선을 구할 수 없다고 투덜거렸다. 그 집 엔 남자가 없었기 때문에 고기를 잡으려 갈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데 그 소녀가 옆문으로 나타났다. 그녀는 문을 열 고 사샤를 보고는 문을 닫고서 현관에 숨었다. 이 작은 뱀아, 어디에 숨어? 그 늙은 여자가 소리쳤다. 현관은 조용했 다. 저에는 약간 정신이 돌았어. 늙은 여자가 설명했다. 쟤 이름은 루케 쉬카야. 루케쉬카! 라고 그녀는 다시 소리쳤다. 이리 들어와. 이 도시에 서 온 양반들이 맛있는 걸 가져왔어. 사샤는 그의 가방에서 소세지의 남은 부분을 잘라 카르체프에게 주었다. 루케쉬카는 들어와 문간에 서 있었다. 이 꼬마아가씨야. 늙은 여자는 루케쉬카의 체격을 보고 말했다. 저애 의 아버지와 엄마 모두가 키가 작은 사람들이어서 저렇지. 네 오빠들은 어 디 갔니? 루케쉬카는 사샤를 쳐다보며 말했다. 숲속의 악마는 알지요. 그루터기를 파거나 중노동을 하고 있겠지. 술먹고 있을지도 모르고, 가 난을 면치는 못해. 네 아버지도 오빠들과 함께 있니? 예. 루케쉬카는 카르체프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 사람 어디 아파 요? 그래. 늙은 여자가 대답했다. 항상 중얼거리고 있는데 누구한테 그러는지 모르겠어. 그는 제정신이 아니란다. 거기에 서서 뭘하고 있어? 이리 와서 앉아. 앉아서 얘기해. 여 기 이 사람도 어깨 위에 머리가 하나니까. 그녀는 사샤를 향해 손짓을 하 며 말했다. 그러나 맨발에다 자켓과 긴치마를 입은 루케쉬카는 앉지 않고 계속 문가 에 서 있었으며, 여전히 송진을 씹으며 사샤에게 웃음을 보내고 있었다. 그녀는 강과 새로 벤 건초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아직까지 그녀는 힘든 일이나, 가사일 그리고 자식들에게 시달리지 않아 아직까지는 민첩해 보였 다. 또 모든 것을 알 때여서, 시골 소녀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좋은 시기 였던 것이다. 그녀는 거친 마을의 거리에서 생의 모든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의 아버지와 엄마, 그리고 오빠들과 그들의 아내들이 모두 함께 잠을 자는 오두막 안에서도 그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솔직했고 천진난만하게 뻔뻔했다. 사샤는 소재지 조각을 그녀에게 주면서 먹어 봐 라고 했다. 루케쉬카는 움직이지 않았다. 받아. 이 악마 같은 애야, 그리고 먹어 봐! 늙은 여자가 말했다. 루케쉬카는 소세지를 먹었다. 그저께도 네 오빠들은 고기 잡으러 갔었니? 늙은 여자가 물었다. 예. 많이 잡았어? 두 통 가득히요. 몇 살이지? 사샤가 물었다. 네? 루케쉬카가 다시 물었다. 몇 살이냐구, 언제 태어났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아마 열여섯 살쯤.... 내가 알기엔. 늙은 여자가 말을 막으며 말했다. 우리 반카가 열다섯 이니, 너도 열다섯일 게다. 루케쉬카는 문설주를 어깨로 문지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루케쉬카! 누군가 거리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오빠들이 널 찾고 있어. 늙은 여자가 말했다. 알아요. 루케쉬카는 대답했으나 꼼짝도 하지 않았다. 루케쉬카! 야, 죄수! 그녀는 그렇게 소리치고선 문을 꽝 닫고 가버렸다. 늙은 여 자는 사샤에게 그앤 이상한 소녀야. 그녀에게 초케르를 준다면 그앤 아마 당신을 따라갈 걸 라고 말했다. 초케르가 뭐죠? 음. 당신들은 스카프라고 부르더군. 재미있군요. 사샤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카르체프는 잠새도록 신음했고 숨을 헐떡거렸다. 그리고 스스로는 도저 히 견딜 수 없다는 듯이 일으켜 달라고 했다. 사샤와 보리스는 아침에 병원으로 달려갔다. 거기엔 의사를 기다리고 있 는 사람들이 복도를 따라 늘어서 마당에까지 나와 있었다. 솔로베이치크는 곧바로 진찰실로 들어갔고, 사샤도 그 뒤를 따랐다. 젊은 의사는 보리스의 말을 주의깊게 들었다. 그러나 환자가 유배자라는 얘기를 듣더니, 그는 내무인민위원회 구역관리로부터의 편지를 가져오라고 했다. 사람이 죽어가고 있어요. 도대체 어떤 종류의 서류가 필요한 거요. 사 샤가 무례하게 말했다. 바라노프는 무엇이 필요한지 알 거요. 그 의사는 짧게 대답했다. 졸리는 듯한 바라노프가 그들을 만나러 마당으로 나왔다. 그는 퉁명스럽게 무슨 일이냐고 묻더니 귀찮은 듯이 편지를 갈겼다. 거 기엔 지역담당 의사에게, 행정 유배자인 카르체프를 진찰해 주시요. 라고 씌어 있었다. 그들은 병원으로 돌아왔다. 보리스는 줄에 서서 기다리지 않고 다시 한 번 진찰실로 바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메모지를 건네 주었고 의사는 정규 환자들을 진찰한 뒤에 가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저녁에 와서 카르체프를 진찰했다. 진찰 결과는 한쪽 폐에 폐렴과 기종을 앓고 있었으며 심한 영양실조라는 거였다. 카르체프에게는 산소흡 입용 텐트가 필요했으나, 거기엔 없었다. 또 곧 입원해야 했지만, 병원엔 침대가 10개밖에 없었고, 이미 20명의 환자들이 입원하고 있었다. 의사는 처방전을 써주었으며, 그에게 뜨거운 우유를 먹이라고 말했다. 사샤는 그 의사의 얼굴에 나타난 냉혹하고 어두운 표정을 통해, 그는 카르체프를 이 미 죽은 목숨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아침에 카르체프는 어제보다 조금 나아졌으며, 사샤와 보리스에게 바라 노프를 불러 달라고 했다. 그는 왜? 사샤가 놀라 물었다. 가서 오라고 해. 카르체프는 숨을 헐떡이고 기침을 했다. 그는 산소 흡입용 텐트를 가지고 있어.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구. 그냥 가서 오라고 만 말해. 그들은 밖으로 나왔다. 보리스는 볼로쟈 크바차드제를 만나 보자고 했 다. 그는 어떻게 그에게 얘기해야 할지를 알고 있을 거야. 볼로쟈는 동정하며 조용히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추나에서 그가 카르체프를 그 차가운 헛간에 밤새 남겨 두었을 때의 그의 행동을 보상하 려는 것일까? 천만에.... 아마 다른 어떤 것이 있으리라. 말썽을 일으킬 소지가 생긴 것이다. 유배자의 치료를 거절한 당국을 비난할 좋은 구실이 생겼으니까. 카르체프는 우리들더러 바라노프를 불러 달라고 했어. 뭐라고? 볼로쟈는 얼굴을 찡그리며 사샤에게 몸을 돌렸다. 그가 바라 노프 보고 와달라고 했다고? 그의 목소리는 그가 그루지아 액센트로 흥분 하여 말할 때처럼 떨렸다. 너도 알겠지만. 그 상태로는 바라노프에게 간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잖아. 그가 너희들보고 바라노프를 데려오라고 했어? 볼로쟈는 눈에 증오를 띄고 사샤를 노려보며 다시 물었다. 그리고 넌 그렇게 하겠다고 했고? 사샤는 그의 태도에 화가 났다. 뭘 그렇게 쳐다봐. 예전에도 날 그렇게 본 적이 있었지! 진정해 볼로쟈. 이건 사샤의 잘못이 아니잖아. 보리스가 말했다. 볼로쟈는 가만히 있다가 어둡게 말했다. 카르체프는 밀고자야. 사샤는 깜짝 놀랐다. 넌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지? 그는 특별정치감 옥에서 삼년간이나 독방에 있었고, 단식투쟁에다 손목을 자르기까지 했다 구. 그래, 그는 감옥에 있었고, 단식투쟁도 했고 손목을 잘랐어! 볼로쟈는 방을 왔다갔다 하면서 소리쳤다. 어는 누구도 감옥데 던져져 버릴 수 있 고, 다른 사람들처럼 단식투쟁도 할 수 있다구.... 그런데 왜 그들이 그를 모스크바에 데리고 갔었지? 어쨌든 그들은 그에게 유배결정을 내렸어. 보리스가 덧붙였다. 그래서 어쨌다는 거지! 볼로쟈가 다시 소리쳤다. 그들은 유배지에서 그와 같은 사람들을 필요로 해. 그에게 이렇게 얘기했겠지. 이제 너희들 은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 스스로의 과오를 받아들일 수 있겠나? 글쎄, 미 안하지만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너희들은 실제적인 행동으로 그것을 증명해야 해! 우리는 밀고자가 필요하다구!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바라노프는 그를 차드베츠로 보내지 않고 보구 차니에 머물게 했을 거야. 사샤가 반대의견을 말했다. 바라노프는 아직 그 빌어먹을 사실을 몰라! 우리가 건제 준 서류엔 단 지 우리의 신분증명만이 들어 있어. 진짜 중요한 정보는 특별배달인에 의 해 나중에 올 거라구. 그래서 카르체프는 자기가 그들과 같은 편이며, 따 라서 치료받아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을 설명하고 싶은 거야. 베르흐네우랄 스크로부터 나온 모든 사람들은 제각기 교도소와 수용소로 흩어졌지만 그 는 모스크바로 돌아왔어! 뭣 때문에? 볼쇼이 발레단을 구경하기 위해서? 넌, 너에게 동의하지 않는 어느 누구도 야비한 녀석이거나 밀고자이지. 우린 바라노프를 만나러 가야겠다. 사샤가 말했다. 아, 그래? 그런 종류의 일을 하고 싶다면 얼른 가봐! 볼로쟈가 위협적 으로 말했다. 넌 우리를 겁줄 순 없어! 우리는 사람들을 결코 그런 식으로 보아오진 않았단 말야. 보긴 네가 뭘 봤다고 그래? 볼로쟈가 소리쳤다. 넌 사물을 보지 않았 어. 아직 어린애야! 넌 영하 사십 도일 때 나무를 쓰러뜨려 봤어? 넌 사람 들이 눈속에서 피를 토하며 쉰 소리를 내는 것을 보기나 했냐구? 넌 카르 체프에게 미안함을 느끼고 있지? 그러나 카르체프와 같이 죽을 때까지 유 배되어 온 모든 사람에게는 어때, 넌 그들에게도 미안함을 느끼니? 무엇보다도 너에게 미안하구나. 사샤가 말했다. 그들이 바라노프의 집에 당도했을 때 보리스는 갑자기 멈추어섰다. 사샤, 잘 생각해 봐. 넌 비록 볼로쟈의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의 말 이 논리적이라는 사실은 인정해야 돼. 카르체프는 바라노프에게 도대체 뭘 원할까? 입원하기 위해서? 사샤, 넌 바로 여기서 출발하고 있지만, 좀더 넓고 포괄적으로 생갈해 봐. 그래, 이런 종류의 의심이란 정말 안 좋은 거 지. 그것은 금방 퍼져나가거든. 네 일생 동안 아무리 별 방법을 다 써봤자 그걸 증명할 수는 없어. 나는 기꺼이 병원에 가서 카르체프를 돌볼 거야. 난 어떠한 것도 하겠어. 심지어 환자의 변기도 치우겠어. 하지만 그를 위 해 바라노프를 만나는 것만은 끝까지 고집할 수는 없어. 그런 나 혼자 가겠어. 사샤가 말했다. 보리스는 잠시 생각하더니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이런 식으로 해보자. 바라노프를 만나서 그를 병원으로 데려가 줄 것을 요구하자구. 카르체프가 그를 만나자고 한 것은 말하지 말고 말야? 그리고, 일단 그가 입원한 다음 에도 바라노프를 만나고 싶다면 의사에게 부탁할 수도 있을 거야. 난 이니 당신들에게 의사를 보냈어. 이제 더 이상 뭘 원하지? 바라노 프가 성가신 듯이 물었다. 그는 병원에 입원해야 하오. 하지만 침실이 없다는 소리를 이미 들었지 않소. 그 사람이 죽어가고 있단 말이오. 그는 죽지 않을 거야. 만약 그가 죽는다면, 우린 당신이 그를 입원시키는 것을 거절했다고 모 스크바에 보고하겠소. 판크라토프, 당신은 벌써 여기서의 시작부터 좋지 않군. 바라노프는 몹시 불길하게 말했다. 3시간 후에 병원 마차가 오두막에 도착했고, 사샤와 보리스는 카르체프 를 데리고 나왔다. 막 해가 지려고 했고, 강에서는 부드러운 미풍이 불어 왔다. 카르체프는 눈을 감은 채 누워 평온하게 숨을 쉬고 있었다. 그날 저녁에도 루케쉬카는 뒤축 없는 가죽신을 신고, 따뜻한 외투로 머 리와 어깨를 감싼 채 그 바람막이 위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사샤가 옆에 앉아 주기를 바라는 듯이 옆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 는 그녀 옆에 앉았다. 그래, 나에게 말해 봐요. 루샤, 당신은 루샤라 불리지, 그렇지? 루케쉬카의 약칭이예요. 우린 루샤라고 발음하지요. 그러나 난 루케쉬카라고 부르겠어. 그녀는 외투를 끌어다 입을 가렸다. 당신은 루케쉬카를 좋아해요? 그녀는 입에서 외투를 치웠는데, 그녀의 눈은 웃고 있었다. 지금 일을 해, 아니면 아직도 학교에 다녀? 학교는 마쳤어요. 몇 년 동안? 단지 삼 년. 읽고 쓸 수 있어? 배웠지만 잊어 버렸어요. 그럼 일을 하나? 난 요리사예요. 그런데 당신은 어디에 가서 살지요? 케쥐마. 아. 그녀는 실망한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거긴 너무 멀어요. 많은 유배자들이 우리와 함께 여기서 사는데. 케쥐마에 가봤어. 아뇨. 난 한번도 숲 밖을 나가 본 적이 없어요. 곰이 두렵지 않아? 네, 무서워요. 전에 우리는 딸기를 따러 숲에 들어갔는데, 곰이 뛰어나 왔어요. 숲을 전부 쓰러뜨리기라도 할 듯이 짖어대면서 말이에요. 우리는 놀라서 소리를 치며 배로 달려갔어요. 그 과일들은 아깝지만 버리고 왔어 요. 너무 무거워서 빨리 달릴 수 없었죠. 곰은 똑바로 달라지 못했어요. 발이 안으로 굽었거든요. 간신히 노를 잡았지만 곰은 벌써 물 속에 들어와 있었어요. 우리가 겨우 노를 젓기 시작했을 때도 그놈은 계속 짖어대고 있 었어요.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이제 우리는 거기에 가지 않아요. 너무 놀 랐거든요.... 그녀는 신나게 떠들어댔는데, 아직도 외투 끝으로는 수줍은 듯 입을 가 리고 있었다. 나와 함께 케쥐마에 갈래? 사샤가 물었다. 그녀는 웃음을 멈추고 그를 쳐다보았다. 만약 데리고 가 준다면, 가겠 어요. 그러면 우린 거기서 뭘하지? 우린 잘 지낼 거예요. 그런데 얼마 동안 케쥐마에서 살 거예요? 삼 년. 그럼, 삼 면 동안만 함께 살면 당신은 떠날 거예요. 그럼 당신은? 나요? 난 여기에 머물 거예요. 그건 누구나 다 마찬가지예요. 얼마 동 안 여기서 살고 그리고는 훌쩍 떠나버리고, 당신도 여기 눌러 살 건 아니 죠. 아예 앙가라 사람이 될 거예요? 아니, 난 그렇게 생각지 않아. 우린 내일 세르군킨 섬으로 갈 거예요. 함께 가지 않을래요? 뭐하러 가지? 함께 자려구요. 그녀는 거리낌없이 말했다. 루케쉬카! 이웃집 마당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오시겠어요? 난 좀더 생각해 봐야겠는데. 오, 당신들은 너무 많이 생각한다니까요. 그녀는 웃으면서 달려갔다. 관속에 대팻밥이 있었고 사샤는 그것을 치우려고 했다. 그러나 보리스가 그것을 치우면 안 돼. 저게 뭔지나 알아? 라고 말했다. 사샤는 그게 뭔지 몰랐다. 한번도 사람을 묻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 다. 장의사와 마부는 시체가 있는 지하실로 내려갔다. 그 의사가 계단 위 로 올라와서 카르체프에게 보였던 근엄한 모습으로 사샤를 보며 말했다. 사망확인서는 지역 사무관에게 보냈습니다. 사샤와 보리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 사망확인서를 가지고 그들은 무엇을 할까? 그리고 그것을 누구에게 보낼까? 의사는 떠나지 않고 그들을 바라다보았다. 그는 그들과 나이가 비슷해 보였다. 장의사와 마부는 시체를 가지고 와서 관 안에다 놓았다. 그들이 관을 못질하여 고정시키자 마차는 곧 마당을 빠져나왔다. 키작은 마부는 마차 옆에서 걸었고, 사샤와 보리스가 그 뒤를 따랐다. 검회색 빛 의 오두막들이 있는 마을의 긴 도로를 지나, 그들은 비슷한 검회색의 거리 로 들어섰으며, 곧 그것을 뒤로 한 채 나무판자로 만든 교회 쪽으로 올라 갔다. 공동묘지는 교회 뒤에 있었다. 그들은 삽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땅은 표면만 부드러웠고, 파내려가 자 점점 딱딱하게 얼어 있는 얼음층으로 되어 있었다. 그래, 이곳이 바로 한때 <망치와 낫> 공장에서 일했고, 청년동맹의 활동 가였으며, 베르흐네우랄스크의 정치수용소에서 죄수생활을 하고 그리고 유 배되어 온, 그들의 우연한 여행 동반자였던 카르체프의 인생종착점이란 말 인가. 볼로쟈가 옳았을까? 그랬다면, 무엇이 카르체프를 그렇게 만들었을 까? 자신의 죄를 면하기 위해서, 혹은 그의 철회가 진실함을 보여 주기 위 해서였을까? 아마, 그들은 그에게 자유를 약속했을까? 그렇지 않다면, 단 지 나약함 때문이었을까? 그 대답은 지구의 한쪽 끝인 시베리아에 카르체프와 함께 묻혔다. 그러나 만약 볼로쟈의 말이 사실일지라도, 그것은 사샤가 알았던 카르체 프가 아니었다. 그는 병들고 고통받는 한 인간만을 알 뿐이었다. 마부는 삽을 집어던졌다. 됐어. 곰들이 이렇게 멀리까지는 내려오지 않을 거야. 그들은 마차에서 관을 내려 밑으로 밧줄을 두르고는, 상여꾼과 호흡을 맞추며 조심스럽게 무덤 속으로 내렸다. 그리고는 밧줄을 치우고 구멍을 메웠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일이 끝나자 마부는 마차에 뛰어올라 고삐를 쥐고 마을로 바삐 돌아갔다. 무덤가에는 사샤와 보리스만이 남았다. 적어도 그의 이름을 적은 표식은 남겨야 해. 보리스가 말했다. 그러나 그들은 나무조각을 발견할 수 없었고 또 연필도 갖고 있지 않았 다. 그들이 서 있는 곳에서 그들은 절벽들과 숲 사이로 앙가라 강을 볼 수 있었는데, 강물은 어느 이름 모를 곳에서 흘러와 또 다른 어떤 곳으로 흐 르고 있었다. 사샤는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황량한 공동묘지에서 그는 분노와 절망으로 몸을 떨었다. 그때 문득, 그가 겪는 고통과 불행은 하찮은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광대하고 영원한 진리는 그가 이제까지 살 아오면서 느껴 왔던 가치들보다 더 높은 어떤 것에 대한 믿음을 더욱 강화 시켰다. 사람을 유배 보내는 사람들은 인간을 그런 식으로 파멸시킬 수 있 으리라 생각했겠지만, 그것은 명백한 오류였다. 사람을 죽일 수는 있어도, 결코 그를 파멸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아르바트의 아이들 - 제 2 부 11 이걸 읽어보시오. 야고다가 자신이 제출한 최근의 보고서를 읽는 동안 스탈린은 내내 그를 지켜보았다. 죽은 나무빛의 천박하고 옹색해 보이는 얼굴, 코밑에 매달려 있는 히틀러와 똑같은 콧수염, 왠지 초라하고 소심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에게 잘생긴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1929년, 스탈린은 그를 은밀히 발탁했다. 멘진스키가 위독하여 그 동안 에도 사실상 그의 직무활동은 중단된 것과 다름없었으나, 제 17차 전당대 회에서야 비로소 그의 대리인 야고다가 중앙위원으로 후임되었다. 멘진스 키 동지에게 국가정치보안국장의 직을 그만두게 하고 야고다를 지명할 수 도 있었으나, 멘진스키가 펠릭스 드제르진스키의 후계자로 널리 알려져 있 었기 때문에 오해를 살 것 같았다. 야고다가 중앙위원으로 임명된 한달 후 멘진스키가 죽자, 국내업무를 담당할 인민위원회를 창설하려는 공산당 정 치국의 오랜 숙원은 지체없이 실행될 수 있었다. 그 인민위원회는 소방업 무와 인민등기취급뿐 아니라 국가안보최고위원회, 의용군, 국경지대와 국 내안전수비대 그리고 징계노동수용소와 수용촌 등의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 었다. 야고다는 내무인민위원으로 지명되었으며 그의 지명에 대해 공산당 정치국의 반대는 없었다. 구 당원이자 비밀정보원이었던 그는 정치적 인물 도, 공산당 정치국원도 아니었으므로 당의 세력균형을 뒤엎지 않을 중립적 인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스베르들로프는 야고다가 자신의 조카사위긴 했지만 그를 그다지 좋게 보지는 않았다. 스베르들로프는 잡지 가난한 마을 에다 그의 일자리를 마 년해 주었고 그런 뒤에 체카에서 하급의 업무를 보도록 했다. 그러나 세르 들로프는 인민들에 관해 그다지 아는 게 없었다. 그는 자기가 곧 중앙위원 회를 완전히 뒤바꿔 놓게 될 것이라고 떠벌리는 실수를 범했다. 심지어 그 는 스탈린을 지독한 개인주의자로 단정하고 그의 면전에다 대고 함께 유배 생활을 하던 투루한스크로 돌아가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일로 스탈린은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볼 때 스베르들로프는 예절바른 편이었으나 개성은 없었다. 레닌은 그를 명목상의 대표일 뿐인 집행위원회의 책임자로 발탁하였다. 스 베르들로프가 죽었을 때 레닌은 그 자리에 칼리닌을 앉혔다. 칼리닌은 <모 든 러시아 마을의 웃어른>으로서, <러시아 농업국>이라고 말한 바 있는 트 베르 출신의 자그마한 농민이었다. 드제르진스키는 야고다를 매우 싫어해서 그에게 사무소장과 같은 사람이 이나 하는 이류업무를 맡겼다. 드제르진스키는 귀족 출신이었다. 멘진스키 역시 귀족이었고 게다가 14 개 국어를 하였으니 그가 야고다보다 드제르진스키와 가까운 것은 당연했 다. 그리고 그의 인품에 대해 사람들은 품행 면에 있어서 드제르진스키보 다는 훨씬 낫지만, 인민들이 싫어했던 트로츠키의 태도나 성격과 그리 틀 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식한 사무관인 야고다가 냉혹한 펠릭스에게 깊은 인상을 주지 못한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게페우(KGB의 전신)는 천사 같거나 잘생긴 용모의 인물을 필요로 하는 곳이 아니었다. 지도자의 수완은 적당한 자리에 적당한 사람을 배치하고, 그가 더 이상 필요한 존재가 아닐 때 과감히 제거하는 능력에 있다. 얼마 동안 야고다는 알맞은 자리에 있었고 하달된 업무내용들을 완벽히 수행했다. 야고다가 전제비밀경찰인 오흐라나를 위해 일했을 것이라는 혐의가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같은 문제들은 아주 복잡하게 얽혀 있 어서 파헤치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정황증거는 신뢰할 수 없었고, 직접적인 증거는 하나도 없었다. 오흐라 나가 혁명 때 그들의 문서를 모두 파기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우리가 알고 있던 밀고자의 이름은 과연 몇이나 될까? 더군다나 오흐라나가 증거를 은 폐하는 것과 동시에 거짓정보를 흘렸기 때문에 우리가 알았던 사실조차도 증거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전제경찰과 거래했던 사람들이나 당에 대해 자신을 교묘히 보호하고자 했던 사람들이, 수년이 지난 지금 의심을 면하 기란 어려웠다. 그러나 몇몇 증거가 있다 하더라도 오흐라나와 관련이 있었는지 없었는 지를 가려내기란 사실 불가능했다. 야고다에게도 증거가 몇 개 있었다. 그 것은 정황증거라서 믿을 만한 것이 되지는 못했지만 잘하면 경찰밀고자가 될 수도 있었다고 비난할 수는 있었다. 스탈린은 그 증거를 제공한 사람에 게 당은 그걸 믿을 수 없으니 다시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고 말했다. 그러 나 스탈린은 그 증거를 기억하고 있었고 야고다 역시 그걸 알았다. 스탈린 은 그 증거를 알려준 사람에게 손을 대지 못하도록 명령했는데 그 사실 역 시 야고다는 알고 있었다. 야고다는 두려움을 모르는 충복이 되었고 이는 불확실한 충복이 되는 것보다 나았다. 확신이란 변하나 두려움은 영원한 것이기 때문이다. 야고다는 말없이 책상 위에 서류를 올려놓았다. 스탈린은 아직 아무 것 도 물어보지 않았다. 그는 스탈린을 쳐다보지 않았다. 스탈린은 쳐다보는 것은 소리 없는 질문이었고 대화를 청하는 것이었는데, 스탈린은 그런 것 을 싫어했다. 스탈린은 결코 자신이 할 얘기를 서둘러 말하지 않았다. 물 론 스탈린이 그에게 보여 주었던 보고서는 야고다가 작성한 것이었지만 아 직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스탈린이 야고다 옆에 있는 의자 쪽으로 거의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야고다가 짐작했던 대로, 그를 자리에 앉도록 한 것은 스탈린과의 대화가 몹시 길고 진지한 것이라는 사실을 의미했다. 방안을 서성거리며 스탈린이 말했다. 당신의 보고서는 무엇을 말하고 있소? 그것은 자포로제츠 동지가 자신의 책임을 완수하지 않고 있음을 말 하고 있소. 만일 레닌그라드에서 지노비예프의 반대세력을 일소하는 것이 그렇게 단순한 문제였다면, 우리는 메드베드 동지와 그의 부하들에게 그 과업을 맡길 수 있었소. 그러나 메드베드 동지는 키로프와 같은 사람이고 키로프 동지는 불행히도 당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위협적인 지노비예프의 위험성을 모르고 있소, 그는 레닌그라드의 상황을 정확하게 평가하지 않고 있단 말이오. 그는 천천히 그리고 조용하게 양탄자 위를 이리저리 거닐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무엇이 예외요?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레닌그라드 에서는 예외지. 지노비예프와 같은 많은 사람들이 그 도시의 당 조직에 남 아 있기 때문만은 아니오. 중요한 것은 대다수의 그들이 여전히 그 조직의 지도부에, 그리고 키로프의 측근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오. 어떤 이는 제 14차 전당대회 전에 지노비예프에게 찬성표를 던졌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해하고 있소. 그들은 어디에 있소? 그들은 여전 히 그곳에 있소. 레닌그라드 말이오. 똑같은 곳에서 여전히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단 말이오. 키로프 동지는 그들 모두가 당의 노선에 찬성하며 중앙 위원회를 위해 일한다고 말하고 있소. 그러나 과연 그렇소? 오, 그래. 그 들은 키로프 동지를 위해서 일하고 있소. 그것이 중앙위원회를 위해 일하 는 것과 같을 것 같소? 키로프가 레닌그라드에서 그들을 보호하고 안전하 게 지켜 주고 있는데 그들이 어떻게 그를 따르지 않을 수 있겠소? 자연히 그들은 키로프 동지를 따르고 헌신하는 것이오. 혹시 키로프 동지는 그에 대한 헌신을 당에 대한 헌신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아니오? 키로프 동지는 자신과 당을 동등하게 여기고 있는 게 아니오? 레닌그라드에 있는 정직한 공산당원들이 그들의 당조직이 직면해 있는 상황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게 놀라운 일일 것 같소? 전혀 놀라운 게 아니오. 당신이 보고서에 정확히 지 적한 것처럼 그들의 불안은 당연하오. 특히 지노비예프시대 이후에 성장한 젊은 공산주의자 사이에선 더욱 그렇소. 그들은 그런 상황에 대항하고 잇 는데 왜냐하면 자신들의 성장과 발전의 구 지노비예프의 권력기구로 인해 방해받기 때문이오. 지노비예프는 자신의 추종자들은 자연스럽게 승진시키 면서 추종자 이외의 사람들과 방관자들의 승진은 막고 있고. 그러나 방관 자들은 사실 정직하고 상실한 중앙위원회 조력자들이오. 스탈린은 잠시 말을 멈추고 벽면을 쳐다보았다. 그런 뒤 다시 이야기를 계속했다. 자포로제츠 동지의 과업은 도대체 뭐요? 레닌그라드의 상황을 변화시키 고 지노비예프파에 대한 레닌그라드 조직의 태도를 변화시키며, 트로츠키 파와 지노비예프파들의 위협적인 면을 폭로시키는 것이요. 그런데 자포로 제츠 동지가 이룩한 일은 무엇이오. 아무 것도 없소. 그는 키로프와 메드 베드가 그 임무를 허락지 않는다고 불평을 하고 있소. 그와 같은 불평은 진정한 정보원으로서 할 만한 것이 못되오. 그는 그 기구가 자신을 중요하 게 여기지 않는다고 불평하고 있소. 어리석은 친구! 그가 자신의 기구를 만들도록 하거나 자신의 무력함을 깨닫도록 해야겠소. 스탈린은 야고다 바로 앞에서 갑자기 멈췄다. 우리는 지노비예프와 카메네프의 조력자들을 단 한번에 전부 제거하기 위해 준비해 왔소. 키로프 동지는 그들을 자신의 주위에 두었고 그들은 지 금 그의 후원에 고마워하고 있소. 그는 다시 방안을 서성거렸다. 만일 키로프가 제거된다면, 현재 상황으로 보아 그것은 확실히 지노비 예프파에게 이득이 되진 않을 거요. 왜냐하면 그가 현재 그들을 보호해 주 고 있기 때문이지. 그러나 세력다툼으로 상황이 더욱 긴장된다면 그들은 키로프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오. 전쟁의 위협은 상황을 보다 긴장시킬 수 있소. 전쟁은 중앙위원회의 적들에게는 유익할 것이기에 전쟁 으로 지도체제의 전복을 꾀할 수 있소. 바로 지금 지노비예프와 카메네프 는 키로프 동지를 중앙위원회에 대항할 무기로 이용하려 하고 있소. 그러 나 그가 더 이상 쓸모 없게 되면 그들은 나라에 위기를 불러일으키면서 그 를 제거할 것이오. 키로프는 가슴속에 스탈린에 대항할 독사 같은 마음을 품고 있지만, 그것이 키로프 동지 자신을 해치지 않으리라 누가 장담하겠 소? 그는 보고서를 들어 야고다에게 던졌다. 당이 요구하는 것은 행동이지 종이조각이 아니오. 당신이 가야 하오. 야고다는 그를 이해했을까? 그래, 그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 정말이지 키로프가 모스크바로 옮겨오는데 동의한다면 좋을 것이다. 결국 그느 중앙 위원회 서기니까 그를 서기국에서 일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곳에서 그를 눈여겨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오르드조니키드제와도 더욱 가깝게 지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중앙위원회 서기로서 키로프가 오르드조니키드 제와도 더욱 가깝게 지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중앙위원회 서기로서 키로 프가 오르드조니키드제와 그의 부하들이 몸담고 있는 중공업을 포함한 모 든 산업을 관장하게 될 때, 그들의 우정이 얼마나 섬세하고 강한지를 우리 는 보게 될 것이다. 세르고는 그다지 명석한 편은 아니라서 언제나 키로프 에 뒤졌지만, 키로프의 지휘 바로 밑에서 일하고 싶어하지는 않을 것이다. 함께 일하는 데 있어 적당한 불신은 가장 훌륭한 기초였다. 스탈린은 포스크레비셰프의 사무실로 가서 예조프를 소환하라고 말했다. 예조프는 1927년 중앙위원회기구에 등장했다. 그는 작달막한 사람이었는 데 좀더 솔직히 말하자면 난쟁이였다. 스탈린은 키 작은 사람을 좋아했는 데 자신 역시 160센티미터에 못 미쳤다. 매우 드문 경우지만, 스탈린은 누가 예조프를 추천했었는지 기억할 수 없었다. 메흘리스였던가? 아니면 포스크레비셰프나 토프스투하였던가? 아 무튼 그들 중의 하나였으리라, 그때까지 예조프는 카자흐스탄에서 당을 위 해 일했었다. 그는 서기국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누가 어디서 언제 그리고 어떤 일을 했는지 다 기억했고, 수백 명의 이름들을 전부 암기하고 있었다. 전 문가적 기질을 타고난 사람이라 아니할 수 없었다. 1930년 스탈린은 그를 중앙위원회의 인사과 책임자로 임명했는데 그것은 적절한 배치였다. 빠른 시간 안에 예조프는 인사과 명부 - 공산당 정치국 원의 모든 명단이 들어 있는 - 의 모든 사람들에 대한 철저한 보고서를 작 성할 수 있었다. 예조프의 목록에는 모든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 땅딸막한 사나이는 당에서 근무한 기간이나, 사회적 신분, 그리고 과거의 경력 등에 대해 전혀 권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서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그같은 모든 생각들은 시대에 뒤떨어지고 유해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공산당 정치국원들에 관해 보고했을 때, 그의 보랏빛 눈에는 감정이라곤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그에게 공산당 정치국원 은 어떤 다른 기구의 소속원들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었다. 서기국원들 중 유일하게도 예조프만이 줄이 없었다. 그는 저 멀리 카자 흐스탄 출신으로 지금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은 당원이었다. 이런 이유로 인해 그는 줄을 많이 가진 당 전문가들을 싫어했고, 조직 내에서 관계를 단절시키려는 스탈린의 정책을 집행하면서 중요한 연결고리들을 무자비하 게 제거해 나갔다. 물론 예조프는 단독으로 활동했으므로 강력한 그 도당 들로부터 자신과 자신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만 했다. 맹목적인 증 오는 정책을 펴나가는 데 있어 나쁜 특성이 되며 합리적 정책 결정과정을 방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나쁜 특성이라도 쓸 곳은 있는 법이 었다. 예조프는 거칠고 당돌한 사람이어서 혹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는 그 성격으로 인해 일을 잘 마무리짓곤 했었다. 또 그는 참을성 있고 신중한 편이 아니라 행동파였으며, 모든 도덕적 구속이나 윤리적 관습에 구애받지 않았다. 겉으로는 겸손해 보였으나 그는 자만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작은 사람들이 모두 그런 것처럼, 그도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고 그들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기를 좋아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개인집무실 책상 위에서 비 밀리에 처리하기를 좋아했다. 그는 이미 보안조직인 내무인민위원회의 실 질적 권한을 쥐고 있었다. 야고다는 그를 싫어했다. 이 같은 둘의 관계는 바람직한 군형을 이루었 다. 스탈린은 제 17차 전당대회 때 그를 중앙위원으로 승진시켰다. 이제 내무인민위원회의 기구뿐만 아니라 재판 및 검찰 업무를 감시할 수 있는 서기국으로 그를 배치시킬 때였다. 그러면 균형을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것 이다. 스탈린은 서로 미워하는 두 협력자인 야고다와 예조프 덕분에 그 특 수분야에 관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스탈린은 의자 쪽으로 머리를 끄덕였다. 예조프는 스탈린 바로 앞자리에 앉아 자신의 노트철을 열었다. 스탈린이 말했다. 중앙위원회와 그 부속기구를 새로운 구조로 기계회시켜야 한다는 제안 이 있더군. 스탈린 동지가 제안이 있더군 이라고 말했을 때 그것은 바로 스탈린의 지시임을 의미했다. 이 제안의 근거는 무엇이요? 스탈린은 그 질문을 자신에게 던진 양 물었다. 그리고는 스스로 대답했 다. 나는 그것이 심사숙고의 결과라고 믿고 있소. 예조프는 그의 노트철을 응시했고 그의 만년필은 언제라도 쓸 준비가 되 어 있었다. 우리는 랴자노프가 한 행동을 용서해 주었소. 스탈린이 말했다. 우리 가 그를 용서한 것은 그가 퍄타코프 때문에 화가 나서 그런 일을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오. 그러나 그 행위 자체는 좀 심했소. 중앙에서 온 위원 을 감금하려 하다니! 감히 그런 짓을 한 지구당 서기는 아무도 없었소. 그 러나 이번 그 공장 관리자는 지구당위원회 서기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그 일을 저질렀소. 그것은 중대한 암시였소. 스탈린은 잠깐 멈추었다. 예조프는 머리도 들지 않고 필기를 했다. 이 암시는 우리에게 무얼 말하는 것이겠소? 스탈린은 스스로에게 한번 더 물었고 곧 대답했다. 그 암시는 산업계의 중진은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소. 산업 계는 공산주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전문가가 통제. 지배하는 기술주의로 전 환해 가고 있소. 이는 심각한 위험이란 말이오! 스탈린은 이 문제를 널리 일반화시켜 대중들에게 방송을 통해 전달해야 한다는 뜻에서 잠시 말을 멈췄다. 예조프는 정신을 집중했다. 기술주의는 경제적 패권을 차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소. 그것은 경제적 패권이 곧 정치패권이라는 마르크스주의의 기본원리 중의 하나요. 우리는 기술관료들이 경제적 패권과 정치적 패권을 차례로 차지하도록 놔둘 수는 없소. 그것은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종말을 뜻하기 때문이오. 예조프가 다 받아 적기를 기다렸다가 스탈린임 말했다. 불행하게도 오 르드조니키드제 동지는 이 위험을 깨닫지 못하고 있소. 예조프는 받아쓰기를 멈추었다. 공산당 정치국원과 관련된 것은 무엇이 든지 머릿속으로만 기억하게 되어 있지, 절대로 기록해서는 안 된다. 사실 오르드조니키드제 동지는 자기 부하들의 충성을 당이나 국가에 대 한 충성으로 착각하는 많은 지도자들과 똑같은 실수를 범하고 있소. 실제 로 기술주의를 추구하는 노동자들은 오르드조니키드제에게 충성을 다하고 있고, 오르드조니키드제 동지는 그들을 지키고 방어하기 위해, 당의 통제 에서 자유롭게 하기 위해, 그들의 자율적 성향을 북돋우기 위해 그리고 어 떤 노동자에게도 제재를 가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자신의 힘으로 모든 수 단을 동원하고 있소. 물론 이 같은 상황하에서만이 그들은 그에게 충성을 다하고 있는 것이오. 그들은 그에게 힘이 있는 동안에만 충성을 바친다오. 그들이 만일 힘이 있다면 오르드조니키드제 동지 없이도 충분히 일할 것이 오! 랴자노프는 퍄타코프가 임명한 위원들을 감금하고 쫓아 버렸소. 그러 나 퍄타코프는 오르드조니키드제 동지의 대리인이오! 랴자노프 동지가 언 젠가는 오르드조니키드제 동지가 임명한 위원들을 축출하지 않으리라 어떻 게 확신할 수 있겠소? 모스크바 출신의 위원들을 그는 지구당위원회 서기 인 로미나드제 동지의 정치적 지도력을 인정해 주지 않았을 것 같소? 로미 나드제 동지가 랴자노프 동지보다 힘이 없어서?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 그러나 로미나드제가 그런 사람이든 아니든 그는 여전히 당 조직의 우두머 리요. 아무도 당 조직을 무시할 수는 없소. 스탈린이 오르드조니키드제에 관한 얘기를 멈추고 랴자노프에 관한 얘기 를 시작할 때 예조프는 다시 받아적기 시작했다. 랴자노프 동지는, 스탈린은 계속해서 말했다. 모스크바와 지방에서의 당의 지도력을 무시하고 있소. 이는 무엇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오? 이는 기 술주의를 추구하는 노동자들이 비난이나 통제권에서 벗어나 있음을 알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소. 이것은 왜 그럴 것 같소? 스탈린은 또 다른 일반화 작업이 진행중임을 알리려고, 다시 말을 멈추 었다. 예조프는 노트에다 얼굴을 가까이 댔다. 경제적인 기구는, 스탈린은 말을 계속했다. 그것에 필적할 당 기구가 없기 때문에 자기들이 통제권밖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소. 만일 공산당 정 치국원이 인민위원회의 대표라면, 중공업 담당 인민위원회의 당 지부는 무 슨 역할을 맡을 수 있겠소? 만일 중앙이사회장과 공장관리자들이 지구당위 원회나 중앙위원회 소속이라면 중앙이사회, 조합 그리고 공장의 당 지부는 무슨 역할을 맡을 수 있겠소? 그런 차원에서 볼 때 당 조직의 역할은 사실 상 소멸되는 거요. 랴자노프의 경우는 우리가 과업의 주요임무를 맡도록 부추겼소. 경제기구의 통제는 당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오. 당 기구는 국 가의 모든 행정을 장악해야만 하오. 물론 가장 독단적이며, 배운 척하고, 오만한 인물을 멋대로 놔두는 산업기구를 포함해서 말이오. 스탈린의 노란 눈동자는 오만한 이 라는 단어를 말할 때 심술궂게 번쩍 였다. 그는 말을 잠시 멈춘 후 계속해서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기술주의를 일으키려는 경향은 모두 뿌리째 뽑혀야만 하 오. 그래서 산업부문, 농업부문 그리고 수송부문이 새로이 추가된 중앙위 원회 부속기구를 설립하도록 제안하고 있소. 이런 식으로 이 세 가지 부분 들은 당 중앙위원과 직접 접촉하게 될 거요. 당은 과단성 있는 정책으로 국가경제를 보다 잘 도와 줄 소 있게 될 거요. 이 새로운 부문들의 수뇌부 는, 인민위원들보다 월등하지는 않더라도 똑같이 중요하고 권위 있고 능력 있는 실천가들이 될 것이오. 당 기구의 재조직화에 관한 초안을 준비해서 나에게 보여 주시오. 또한 새로운 부문에 대한 관리자들의 후보자를 선별 하여 가져오시오. 각각의 부문은 중앙위원회 위원과 가능하면 공산당 정치 국원들의 책임 하에 있게 될 것이오. 산업부문은 가장 중요한 부문으로 공 산당 정치국원의 책임 하에 있게 될 것이 분명하오. 어쩌면 키로프 동지가 그 책임자로 내정될지 모르오. 누가 뭐라 하든 그는 기술교육을 받은 사람 이니까. 말이 났으니 그의 완벽한 신상서류도 가져오시오. 스탈린이 일어섰다. 예조프도 그를 따라 황급히 일어섰다. 스탈린이 말했다. 당장 랴자노프를 징계하는 것은 퍄타코프의 분노를 정당화하는 것이 될 거요. 그러나 중진이 실수한다 하여 그것이 민주적 중 앙집권주의에 위배된 것은 아니오. 지구3당 서기가 이제 그 문제를 다루어 야 하오. 그는 해명을 요구하고 조사를 해서 그 결과를 나에게 보내야 하 오. 그리고 그 사건은 정확히 기록되어야 하오. 아르바트의 아이들 - 제 2 부 12 때는 여전히 봄이었다. 대학 졸업을 앞둔 샤로크에게 어느 날 말코바로 부터 전화가 왔다. 인민재판위원회 인사과로 다음날 아침까지 출두하라는 것이었다. 결정은 그렇게 내려졌다. 공장에는 하자가 없을 것이고 만일 사법이나 검찰업무가 있다면 그것은 최소한 모스크바와 관련이 있는 것이었다. 그렇 지 않다면 그들이 샤로크를 위원회로 소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학교에 있는 다른 모든 학생들도 그들의 장래를 약속 받았으며, 앞으로 맡게 될 직책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다음날 그는 약속한 시간에 말코바의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가 사무실로 들어가자 말코바는 방안에 우뚝 선 채 무뚝뚝한 사무적 태도로 말했다. 갑시다! 그녀는 작고 반쯤 텅 빈 방으로 그를 데려갔다. 벽에는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았고, 초록색 덮개를 씌운 곧 무너질 것 같은 사무용 책상 하나와 잉크로 얼룩진 종이, 그리고 의자가 세 개 있었다. 장식 없는 전구 하나가 천장에서 내려온 전깃줄에 매달려 있었다. 그 방은 쓸모가 없어 마치 오랫 동안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던 방 같았다. 닦아 본 적이라곤 전혀 없는 것 같은 침침한 유리창 옆에 한 작은 남자 가 서 있었다. 그들이 방으로 들어서자 그는 그들을 둘러보았다. 말코바는 샤로크에게 자신의 앞으로 지나가도록 이르고는 그녀 뒤에 있는 문을 닫고 나갔다. 그 두 남자는 서로를 잠시 동안 바라보았다. 그 남자는 무표정하고, 동 안이었는데 커다란 뿔테 안경을 끼고 있었다. 일부러 원숙해 보이려고 그 런 것 같았다. 유리는 늘 그 남자같이 냉혹한 인간들과는 관계하려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들은 약한 의지의 소유자이나 쉽게 성내고 앙 심을 품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같이 유별난 사람이 바로 쟈코프였 다. 그는 유리에게 앉으라고 말하고는 자신도 그를 마주보며 앉았다. 샤로크 동지, 당신은 곧 대학을 졸업하게 되겠죠. 쟈코프가 말하기 시 작했다. 이제 곧 자네에게 직책이 주어질 것이오, 왠지 자네와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자네에 대해서 좀 말해 주시겠소. 예전에 말코바도 이와 똑같은 말로 처음 대화를 시작했었다. 그는 말코 바에게 했던 똑같은 대답을 그에게 했다. 즉 자신은 의류공장 근로자의 아 들이고, 제분기 기술자로서 실질적 훈련을 익혔으며, 대학에서 이러이러한 사회적 과업을 수행하였고, 형이 절도죄 판결을 받은 복잡한 사건도 있었 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신용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사법이나 검찰업무에 는 부적당하다는 것을 암시했다. 자신을 공장으로 보내는 게 더 좋을 것이 라고, 말코바와는 다릴 쟈코프는 그의 형에 관해 하나하나 캐묻지 않았다. 쟈코프가 그 사실에 관해 알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는 샤로크 에게 부모의 출신성분과 친척들에 관해, 그리고 어디서 살았으며 어떠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지를 물었다. 그리고 마지막엔 학교 졸업 후 어떠한 계획이 있는지 물었다. 저는 공장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쟈코프는 호의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 일은 바로 당신의 의향이 무 엇인지 확실히 알아보는 것이오. 나머지는 당이 결정할 일이오. 다시 부르 리다. 그들이 그를 인민위원회나 검찰업무에 발탁하고자 했던 것은 확실하나 그에게 어떤 일을 맡겨야 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전체 졸업반 중에서 발탁 되는 것은 사람을 매우 우쭐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유리의 계획을 실패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인민위원회나 검찰의 일이 모 스크바에서 체류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더라도 유리는 이미 공장에서 일하 리라 결심하고 있었다. 얼마후 쟈코프는 유리에게 전화를 걸어 인민위원회로 올 것을 요구했다. 쟈코프는 그들이 대화를 나누었던 사무실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들은 전에 갔던 4층에 있는 방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갔다. 옷깃에 네 개의 줄이 그어진 군복을 입은 한 남자가 신문을 읽으며 창문 근처에 앉아 있었다. 진홍색 금장이 그가 국가정치보안대에 속해 있음을 나타냈다. 유리는 자기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드는 걸 느꼈다. 이제 그들이 원하던 일이 어떤 일인지를 깨달았다. 베레진 동지. 쟈코프가 말했다. 베레진은 서류를 내려놓았다. 유리는 그의 구리빛 에스키모인 같은 얼굴 을 보고 다시 몸을 떨었다. 베레진은 유리에게 의자에 앉도록 손짓했다. 쟈코프는 여전히 서 있었는 데 베레진이 신호를 보내서 면접하는 동안에만 앉아 있었다. 베레진은 유리를 한참 쳐다보고 나서 천천히 얘기했다. 당 조직은 당신을 내무인민위원회에서 일하도록 추천하고 있소. 그래서 내가 당신의 인사카드를 보았소. 형이 범죄행위로 복역중이더군요. 당신은 형과 연루됐던 사람들과 친했었소? 저는 그 사람들을 법정에서 처음 보았습니다. 당신은 형과 친했었소. 형은 저보다 네 살이 많습니다. 형에게는 형의 친구들이 있고 제게는 제 친구들이 있을 뿐입니다. 당신은 여전히 형과 접촉하고 있소? 형은 부모님께 편지를 보냅니다. 부모님은 형에게 답장을 하고요. 부모 님은, 제가 형이 형기를 끝내고 정직한 생활을 하기 바란다고 형에게 씁니 다. 제 충고가 형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유리는 베레진이 관심을 갖는 사람은 형이 아닌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을 아주 잘 알았다. 단지 자신의 성실성에 관해서 의심받고 싶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유리는 그들이 자신을 보안대로 보내지 않도록 힘써야 했다. 그러나 판결은 그들이 하는 것이다. 베레진은 결코 그를 믿지 않았으며, 부쟈긴처럼 냉정한 사람이었다. 당신의 친구들은 어떤 사람이오? 베레진이 물었다. 특별히 친한 친구들은 없습니다. 샤로크는 이 질문이 가장 중요한 것 임을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그런데 베레진은 누구에 관해 듣고 싶은 것일까? 사샤 판크라토프일까? 아니면 레나 부쟈기나일까? 그러나 그 들 중 누구와도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하지 않았었다. 저는 가까운 친구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가 반복해서 말했다. 그저 대학과, 옛날에 다니던 학교, 그리고 제가 사는 집 근처에 몇몇 아는 사람 이 있을 뿐입니다. 당신은 제 7학교에 다니고 있소? 그거였다. 그는 사샤와 레나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제 7학교입니다. 크리포아르바트 가에 있는 거 말이요? 예. 좋은 학교군. 그러면 거기서는 어떤 친구들을 사귀였소? 베레진은 사샤 판크라토프에 관한 얘기로 대화를 이끌어 가고 있었다. 그는 어떤 것을 얘기해야만 할까? 얘기 못할 것은 뭔가? 모든 사람들이 그 사건에 관해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왜 자신을 추궁하는 것인가? 사샤와 유리의 사이에는 우정도 없었고 오히려 적개심만 있었다. 그러나 그 적개 심에 관해 얘기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그가 죄인을 중상하고 있다고 여길 것이기 때문이다. 둘 사이에는 사실 우정이나 적개심도 없고, 아무런 관계 도 없어야 했다. 그들은 한 아파트에 살았고 나이도 똑같았다. 이는 같은 학교를 다니는 것을 의미했다. 그 다음에는 똑같은 공장에서 일했으나 그 것은 매우 오래 전 일이었다. 저, 모든 단어들을 신중히 생각하며 그는 말했다. 사실 여태까지 거 의 만난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한 아파트에 살고 있기 때문에 우연히 마 주치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모두 다른 길을 가고 있습니다. 예 를 들어 막심 코스틴은 보병학교를 졸업하자 극동지방으로 파견되었습니 다. 판크라토프, 솔직히 제가 뭐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어떠한 일로 구금되어 있습니다. 니나 이바노바는 학교 선생님입니다. 우리는 가끔 길 에서 마주치면 안녕 , 잘 가 등의 가벼운 인사 정도 나누는 사이입니 다. 그리고 바짐 마라세비치가 있는데 저희 집 근처에서 살지는 않지만 아 르바트에 살고 있기에 종종 만납니다. 그는 언어학자입니다. 다른 누가 더 있습니까? 레나 부쟈기나는 5번가에서 살지만 우리는 거의 만나 보지 못합 니다. 이반 그리고리예비치의 딸 말이오? 베레진이 물었다. 그렇습니다. 약혼녀나 여자친구는 있소? 레나에 관한 얘기가 나오자마자 바로 나온 질문이었다. 이 질문은 그들 이 그에 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음을 나타냈다. 그러나 그들은 보다 정확 한 정보를 얻어야 했다. 이 질문의 목적은 그의 사사로운 개인생활에 관해 보다 많은 것을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의 정직성을 시험하기 위 헌 것이었다. 저는 결혼할 의사가 아직 없습니다. 유리는 미소를 띠었다. 당신은 영화와 연극 구경을 좋아하죠? 그리고 춤을 좋아하죠? 그들은 그가 레나와 함께 레스토랑에 가곤 했던 것을 알았다. 춤추는 걸 좋아합니다. 예쁜 소녀와 추는 것을? 이왕이면 예쁜 소녀가 좋습니다. 베레진은 침묵을 지키다가 물었다. 당신은 판크라토프에 관해 언급하였 소. 그가 바로 알렉산드르 파블로비치 판크라토프요? 예, 그러나 우리는 그를 사샤라고 부릅니다. 그는 우리 콤소몰의 비서 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체포되었고.... 그는 어떤 부류의 사람이오? 샤로크는 어깨를 으쓱했다. 오래 전이었습니다. 팔 년이 됐죠. 옛날의 그는 아주 멋있고 정직한 것 같았습니다. 그는 미소를 지었다. 콤소몰의 훌륭한 리더였죠. 그러나 나중에 어떠한 일이 발생했는지에 관해서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유리가 그 밖에 할 수 있는 얘기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어떤 부 정적인 반응이나 억지 판단은 자기가 대답도 할 수 없는 질문을 야기시킬 수 있는 것이었다. 유리는 그런 질문을 받고 싶지도 않았다. 과거 그와 판 크라토프가 15세였을 때, 판크라토프는 매우 진보적인 모습으로 세상으로 신뢰하는 훌륭한 소년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개방적이고 솔직한 사샤와, 이미 유죄판결을 받은 형에 대해 무엇을 알고자 했을까? 샤로크는 사샤 판크라토프에 관한 자신의 진실된 답변이 자신의 운명을 결정지을 줄은 조금도 몰랐었다. 베레진은 사샤에 대한 샤로크의 생각을 되받아서, 그도 사샤를 훌륭하고 정직한 젊은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 제는 샤로크 역시 사샤와 똑같은 정직한 젊은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베 레진은 이 실수에 대해 큰 댓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잠시 후 베레진이 말했다. 우리는 당신의 내정을 고려할 것이오. 그러나 무엇보다도 먼저 당신이 우리를 위해 일을 할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해야 하오. 체카에서 일하는 것 은 큰 명예요. 그곳은 당의 무장대요. 그러나 우리는 가입을 강요하지는 않소. 그는 쟈코프 쪽을 돌아보았다. 샤로크 동지에게 당신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시오. 알겠습니다. 쟈코프가 일어났다. 아직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소. 베레진이 말했다. 그러니까 이 얘 기는 비밀로 해야하오. 잘 알겠습니다. 샤로크가 대답했다. 그들은 왜 유리를 발탁했을까? 그는 좋은 성적을 얻은 적도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고, 그리고 그의 사회적 업적도 평범했고 하달된 일만 하였었다. 그러나 보통사람도 그들에겐 쓸모가 있었던 것이다. 샤로크는 형에 관해 했던 얘기들을 기억하려 했다. 베레진은 샤로크에 관해서 의심을 품었었다. 왜 형은 유죄판결을 받았을까? 왜 레스토랑에 갔 었던가? 죄인인 형이 삶을 보다 쉽게 살려고 보석가게에서 절도행위를 저 질렀던 것이 틀림없다. 우리도 우리를 위해서 그런 일을 해줄 수 있는 사 람이 필요하지 않은가? 한편 쟈코프는 샤로크에게 호감을 가졌다. 샤로크 의 보안대 지원을 부추긴 것도 바로 쟈코프였다. 따라서 그는 자신이 선택 한 인물을 보호할 수밖에 없었다. 서로간에 보이지 않는 이해심이 그들 사 이에 흐르고 있었다. 유리는 쟈코프와 잘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 나 베레진의 경우에 있어서는.... 아버님과 함께 자네도 경마장에 다니나? 베레진이 물었다. 아닙니다. 이 질문은 모든 질문 중의 가장 불쾌한 것이었다. 그들은 그에 관한 한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부쟈긴을 두려워했었다. 부쟈긴만 두 려운 게 아니라 이젠 베레진도 무서웠다. 부쟈긴은 잘 알려진 사람이었으 나 베레진은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최고 실권을 쥔 사람은 바로 베레진이 었다. 은밀한 권력을 지닌 베레진 같은 사람은 인민에게 잘 알려진 사람들 의 뒷전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리고 비로 쟈코프는 베레진이 그에게 말할 때마다 일어나 차렷자세를 취해야 했지만 그 역시 권력가였다. 유리는 쟈코프를 처음 만났을 때, 그 렇게도 권위 있는 모습으로 앉아 있던 쟈코프를 상기해 보았다. 쟈코프는 절대로 학교에 그의 신원조회를 요구하지 않았고 그것들을 필요로 하지도 않았다. 쟈코프는 인물 선정에 이미 마음을 굳혔는데 그가 바로 샤로크였 다. 솔직하지 못한 막심 코스틴이나 우유부단한 지식인 바짐 마라세비치 혹은 자부심 강한 사샤 판크라토프보다는 샤로크가 그 일에 적격이었다. 누구도 샤로크의 지배와 통제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며 스스로를 변명하기 위해 요령을 피울 수도 없을 것이다. 그는 어느 누구의 진실성도 믿지 않 았다. 이러한 과업에서 진실성을 믿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고, 자신이 진보를 말한다고 주장하는 모든 사람은 다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은 그렇게 됐다. 유리는 올바른 결정을 내린 것이다. 사람은 운명을 믿어야 한다. 유리가 동의하면 그들에게 결정을 맡기면 된다. 만일 원한다 면 유리를 데려갈 것이고 반대로 원치 않는다면 데려가지 않을 것이다. 유 리는 그곳에서 안정된 지위를 확보할 것이고 아무도 그를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 그는 모든 사람에게 세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 중의 하나가 될 것 이다. 유리는 쟈코프에게 전화를 걸어 그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얘기했다. 오늘 저녁에 들르시오. 쟈코프가 말했다. 유리는 통행증을 들고 사무실 방 번호를 기억하면서 복도를 따라 내려갔 다. 그는 정말 이곳에서 일하게 되는 걸까? 쟈코프는 작은 방에서 유리를 맞이했다. 그 방이 바로 쟈코프의 사무실 이었고 이제 이곳에서 그는 유리의 상관이었다. 그는 옷깃에 세 개의 줄이 그어진 군복을 입고 있었다. 이상하리만치 그 군복은 그에게 썩 잘 어울렸 다. 그 군복은 쟈코프의 자그마한 모습을 아주 인상적으로 보이게 했다. 잘 결정했네. 마치 유리가 보안대에 이미 소속돼 있었던 듯 형식적인 환영의 인삿말을 건넸다. 그는 책상서랍에서 서류철을 꺼냈다. 이게 자네의 서류라네. 우리가 그것을 완성해야 되지. 유리는 쟈코프가 자기를 좋아하고 있음을 느꼈다. 샤로크, 잘 듣게. 쟈코프가 말했다. 지난번 자네는 사샤에 관해 언급 했었지. 그는 어떤 류의 사람인가? 저, 유리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이미 말씀드렸던 것처럼 그는 학교 다닐 때 콤소몰 비서였고, 당시에는 정직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었 습니다. 저는 그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영리하고, 훨씬 더 박식하지만 반 면에 자신만을 생각하는 결점도 지니고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 친구는 괜찮은 정보망이었나 보지? 그럴 겁니다. 유리는 동의했다. 유리는 일의 진행 상황을 정확히 파악 할 수 있었다. 따라서 그는 다음에는 어떤 말을 해야 될지 훤히 알고 있었 다. 그의 삼촌인 랴자노프는 건설공사 감독관입니다. 우리 학교에는 고급 관리의 자녀들이 얼마 없었습니다. 판크라토프는 그들의 집에 자구 찾아가 곤 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사샤는 명령하길 좋아했고, 또 자신이 책임자가 되길 원했던 것 같습니다. 자네가 그것을 밀고했군. 쟈코프는 엄숙하게 말했다. 그는 좀 먼 곳 으로 유배당했네. 그에 관해 추가로 말하건대, 그는 멋있고 정직한 젊은이 를 성가신 사건으로 끌어들인 거야. 저는 그가 벽신문인가 하는 것을 발생했다고 들었는데요? 맞았네, 그리고 그는 다른 일에도 연루됐었네. 그가 방문하곤 했던 주 요 공무원들이 누구인지 말해 줄 수 있겠나? 쟈코프는 확실히 부쟈긴에게 흥미를 갖고 있었으나 그의 이름을 입밖에 내지는 않았다. 그는 너무도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유리 또한 그의 이름을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부쟈긴에 관한 정보가 그를 통해 수 집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베레진과의 대화에서 레나에 관해 이미 언급 했으므로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 학급에는 제 5주거지 출신들이 있었는데 사샤는 주로 그들을 방문했 습니다. 쟈코프는 샤로크를 곁눈질했다. 이 질문서를 완성하고 자신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게. 그는 쾌활하게 덧붙었다. 나는 우리가 함께 일을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네. 유리는 새로운 상황에 아주 빨리 익숙해졌다. 그는 이 기구에 적합한 인 물이었다. 게다가 싱싱한 젊음과 상냥한 미소, 그리고 호탕한 러시아형 얼 굴이 그를 한층 더 돋보이게 해주었다. 유리는 스칸디나비아 사람 같은 정 확성을 익혀 가며 성장해 왔고, 그런 성품은 그를 라트비아인이나 유태인 그리고 폴란드인과 중년의 러시아 노동자와 뚜렷이 구별시켜 주었다. 늘씬 하고 상냥한 그는 약삭빠르고 사무적이었으며 쟈코프와 베레진의 장점만을 뽑아놓은 것만 같았다. 베레진의 후원은 유리가 신속히 승진할 수 있도록 도왔으나, 그를 거북 하게 만들기도 했다. 왜냐하면 그는 쟈코프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베레진 은 그 조직의 상부에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몇 주 동안 만나지 못할 때도 있었다. 유리는 다만 그가 그곳에 있을 때는 베레진이 어디선가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했다. 반면에 쟈코프와는 하루 종일 함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유리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는 미숙함을 빌미로 언제라도 그를 이 용할 수 있었다. 베레진이 친절한 사람인데 반해 쟈코프는 그렇지 못했다. 사실 유리는 직선적인 베레진과 일하는 것보다는 책략가인 쟈코프와 일하 는 것이 더 좋았다. 베레진은 무엇이든 잘 믿었고, 유리는 아무것도 믿지 않았으며, 쟈코프는 믿는 체하는 스타일이었다. 유리는 쟈코프와 함께 일하면서 그가 모사꾼임을 눈치챘기에 그를 빈틈 없이 경계해야 했다. 쟈코프는 자기와 함께 일해 왔던 사람들의 명단을 그 에게 주었는데 그 속에는 비카 마라세비치가 포함되어 있었다. 맙소사, 얼마나 놀라운가! 세상에 비카라니.... 유리는 쟈코프가 명단을 그저 단순히 넘겨준 건지, 아니면 그들의 관계를 눈치채고 의도적으로 그 랬는지 분간할 수 없었다. 바로 그때 유리가 말했다. 저는 이 비카 마라세비치를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함께 학교를 다녔지요. 그녀의 오빠와 저는 같은 방이었고 그녀도 위층인지 아래층인지 잊어버렸지만 하여튼 비슷한 곳에서 공부했죠. 제가 벌써 잊어버린 모양입니다. 쟈코프가 그것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입을 다문 채 차갑게 설명했다. 그 작은 숙녀는 외국인에게 접근했네. 그녀의 서류를 보면 알 게 될 거요. 그러나 중요한 사살은 그녀의 아버지가 마라세비치 교수이고 바로 그린스키가 그를 방문하고 했다는 거요. 그 관계를 바로 자네와 비카 가 밝혀내야 하는 것이네. 자네는 내일 열한 시. 마라세이크 거리에서 그 녀를 만나게 될 거요. 그녀는 결코 늦는 법이 없소. 그리고 늘 그 지점에 서 만나고 있소. 예상했던 대로 그녀는 정확히 열한 시에 나타났다. 유리가 문을 열자 그 녀는 그를 보더니 몇 발자국 뒷걸음질쳐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물러섰다. 그녀는 그가 내무인민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그의 지휘를 받게 되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자, 이리 와, 비카. 수줍어하지 말고. 그는 야비한 웃음을 띄었다. 오랜만이군. 군복을 입은 그는 늘씬하고 근사했다. 그는 그녀를 방으로 안내하고 정 중하게 의자를 권했다. 유리의 모든 것을 반짝거리는 새로운 것들뿐이었 다. 그의 가죽벨트, 상의 칼라에 달란 금장, 그리고 구두까지도 광이 났 다. 그는 강한 권력을 지닌 성공한 사람처럼 보였다. 그는 그녀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관심없다는 듯 다정하고 유쾌한 투로 얘기를 건넸다. 두 번째 만났을 때, 그녀는 히프의 곡선과 둥글고 하얀 어깨가 드러나 는, 목이 깊게 파인 여름옷을 입고 나왔다. 유리는 그녀의 드러난 몸매를 무관심하게 흘깃 쳐다보고는 그녀의 눈동자를 똑바로 들여다보며 말했다. 너와 나는 같은 학교를 다녔지만, 몰래 키스를 나누었던 사실은 아무도 모르고 있어. 우리 사이에는 아무일도 없었던 거야, 알겠어? 그녀는 어깨를 감추려고 소매를 끌어올리면서 당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 다. 그래, 알았어. 쟈코프가 로미나드제 사건과 관련해서 비카를 채용한 것은 마라세비치 교수의 집안을 감시하기 위해서였다. 글린스키와 마라세비치는 서로 관련이 있거나 아니면 같은 고향사람이었 다. 또한 글린스키는 로미나드제의 지지자였다. 글린스카야가 마라세비치 의 집을 방문했을 때 그는 그곳에서 외국인을 만났다. 그가 어떻게 그 외 국인들을 통해서 로미나드제와 동맹을 맺고 있는 외국 공산당과 비밀 연계 를 조직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이 각본은 각색이 가능했고, 체르의 불확실한 증거에 그것을 덧붙이면 보다 확실히 코민테른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사람들을 밝혀낼 수 있을 것 이다. 그러나 간접적 연계라 해도 항상 어떤 사건에 대해 사실과 진실을 알려준다. 각색과 연결되기만 한 것은 어떠한 사실도, 심지어 비카의 사소 한 문제조차 중요하게 취급됐다. 만일 체르가 확실하다고 주장했던 명단에 그린스키가 로미나드제의 심부름꾼이었다는 사실이 덧붙여지면, 그것은 말 할 필요도 없이 중요한 자료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시기에 글린스키 의 부인이 그 학교의 교장이었으며, 그 학교는 바로 그녀의 부하인 크리보 루츠코를 선봉으로 한 트로츠키 세력의 발상지였던 것이다. 샤로크는 글린스키의 아들 얀을 학교에서 사귀었었다. 유리는 글린스키 가 레닌에 관해 회상하면서 하는 얘기를 들었고 어느 정도의 권력을 지닌 얀의 엄마를 만나 보았었다. 그녀는 나중에 학장이 되었고, 그 학교는 사 샤가 공부했던 곳이었다. 말하자면 그녀가 바로 사샤를 제명했던 장본인이 었다. 그 어리석은 여자는 사샤의 사건이 언젠가는 결국 남편과 자기자신 에게 문제를 일으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것이 요즈음 유리가 조사하고 있는 일이다. 유리는 옛날부터 이런 이름들을 알고 있었기에 새로운 세계인 이곳에서 그의 과거는 곧바로 현재와 연결되었다. 난생 처음 샤로크는, 과거 자기에 게 굴욕감을 주었던 사람들과 자신을 업신여겼던 사람들에 대해 진정한 복 수심을 느꼈다. 사샤 판크라토프는 유리로부터는 아니지만 같은 종류의 형벌을 받고 있 었다. 그도 또한 그 나름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 역시 곧 그 댓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아르바트의 아이들 - 제 2 부 13 유리가 비카를 만났던 아파트는 쟈코프의 소유였다. 쟈코프는 레베카 사 모일로브나라는 뚱뚱하고 맵시 없는 몸매에 아주 못생긴 아내와 함께 다른 곳에서 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정치적 학식이 풍부하여 정치경제를 강의했는데 그가 정치교육을 습득했던 것도 그녀 덕분이었다. 샤로크가 이 해할 수 있었던 책은 그가 유일하게 읽었던 스탈린의 레닌주의의 문제점 들 이었다. 샤로크는 레베카를 좋아하지 않았다. 사실 그는 유태인을 싫어했다. 그 러나 그의 아파트나 학교에서는 어느 누구도 유태인에 관해 편견을 갖지 않았다. 그와 그의 부모들만이 편견을 가졌을 뿐이다. 샤로크 일가의 유태인에 대한 반감은 오흐트니 가의 이웃들이 품고 있던 반유태주의에 뿌리박고 있었다. 그곳의 상점 주인들은 다수가 <블랙 헌드 레즈> (제1차 세계대전 이전에 유태인 학살운동을 주도했던 비공식 단체) 의 당원이었다. 그들은 아직도 오래 전의 유태인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유 리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모스크바 강 거리에서 재단사로 일하던 시절, 유태인들은 쟈라드 가와 글레보프 가 근처에서 살며 예배를 보러 다녔다. 건방진 젊은 점원들은 재단사와 모자 만드는 사람 그리고 모피상인을 우습 게 여기곤 했다. 어느 날 중류층들이 갑작스럽게 상류층으로 올라섰고 우 두머리가 되었다. 러시아 토박이인 시골뜨기들이 권력을 잡은 것도 참을 수 없는 일이었으나, 그 권력을 모이쉬 족들과 나눠 가진 것은 더더욱 참 을 수가 없었다! 항상 진보적이지 못했던 샤로크는 새로운 체제에 반대하 는 그의 주장을 유태인에 대한 미움으로 돌렸다. 체제에 항거하는 것은 위 험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유리는, 쟈코프가 레베카와 결혼한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쟈코프는 매력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는 쟈코프에게 유태인에 관해서는 전 혀 언급하지 않았다. 사실 그는 유태인에 관해 얘기를 입밖에 낸 적이 한 번도 없었으며, 집에서조차 그의 아버지가 유태인에 대한 의견을 말할 때 도 유리는 입을 떼지 않았다. 이제 샤로크의 가족들은 그에게 있어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그는 재빨 리 어머니가 이웃과 잡담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사실 그녀는 이제 더 이 상 이웃과 잡담할 시간도 없었다. 매일 아침 특별 소매상에 달려가 그날 새로 나온 물건이면 무엇이든지 사들여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아파트 마 당에서 서성거리지도 않았다. 이제는 장바구니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이웃 사람들에게 떠벌릴 수도 없었다. 그의 아버지 문제는 더욱 힘들었다. 노인 은 여전히 밤늦도록 집에서 부업을 했다. 그리 많지는 않았고, 기껏해야 한달에 두세 벌이었으나, 그것은 세무조사원에게도 비밀에 부쳐진 특별한 수입이었다. 노인은 그 돈으로 경마장에 가서 마권을 샀다. 그런데 그것은 유리의 신용을 떨어뜨리고 유리의 출세를 막을 수도 있는 커다란 문제였 다. 노인은 어느 누구를 위해 자신의 비밀수입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것 은 노인에게 지긋지긋한 제도에서 독립하여 지낼 수 있게 하는 유일한 수 입원이기 때문이었다. 공장에서의 그는 단순한 노동자로서 하찮은 존재였 으나 이곳에서는 그가 주인이었다. 모스크바에서 가장 우아한 여인들이 다 투어 그를 찾았고, 이런 그들을 그는 돌려보냈다. 그들은 그의 비위를 맞 추려고 애썼고 그가 부르는 값을 결코 깎은 적이 없었다. 그는 어여쁜 자 신의 고객들과 망사스타킹에 싸인 그들의 다리를 좋아했다. 속이 뻔히 들 여다보이는 아첨도 그는 좋아했다. 고객들 중에서는 특히 젊고 아름다운 여인들을 좋아하며, 때때로 유태여인을 위해 일하기조차 했다. 특히 그들 중 몇몇은 아주 새까만 눈을 하고 있었는데, 그런 눈을 볼 때마다 그는 현 기증이 날 것 같은 황홀한 기분에 휩싸이곤 했다. 여자란 젊고 싱싱하며 톡 쏘는 맛이 있어야 한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완벽한 몸매에 가슴이 풍만한 여인들을 좋아했다. 그래서 노부인이나 심지어 중년여자들을 위해 일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들은 허리가 없고 몸매도 형편없었으니까. 그의 아버지는 유리가 존경하고 애정을 느꼈던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상식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또한 아버지가 자기에게만 마음을 쓴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형 블라지미르에게 무자비했지 만 유리에게는 손가락 하나 대지 않았다. 아버지와 아들은 둘 다 잘생겼고 심지어 비슷해 보이기도 했다. 그들은 똑같이 삶을 사랑했다. 또한 험담꾼 인 어머니와 범죄자인 형을 싫어한 것도 공통점이었다. 노인은 아들의 새 로운 상황에 관해 생각하는 바를 내색하지 않았다. 그가 콤소몰에 가입했 을 때에도 찬성도 불만도 표시하지 않았으며 레나와의 연애사건과 파경에 대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는 무관심 때문이 아니라 그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다. 모든 사람들은 새로운 체제를 위해 일했고 그들은 모두 국가의 피고용인 이었다. 누구를 위해 일했는지는 더 이상 논점이 되지 못했고, 얼마큼 일 을 잘했는가가 중요시되었기에 모든 사람들은 최선을 다해 요령껏 일해야 했다. 그렇지만 노인은 계속 자기만의 생활을 지켰고 장사를 포기하지 않 으려 했다. 포기하라는 얘기는 아버지에게 모욕을 주는 것이며 아버지는 결코 그런 말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서로 등지게 될 것인가? 그는 자신과 모스크바의 아파트를 옛 이 야기로 흘려 버릴 수 있을까? 그는 솔직히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나 그의 새 상관에게 가정의 복잡한 사정을 감히 숨길 수는 없었다. 차라리 직접 얘기하는 것이 다른 사람을 통해 듣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쟈코프에게 설명했다. 저희는 전쟁 전까지 그 아파트에서 살았습니다. 그들은 모두 친구죠. 이 사람은 자켓을 뒤집어 달라고 하고 저 사람은 코트를 줄여 달라고 합니 다. 그리고 제 아버님은 아시다시피 알콜중독자는 아닙니다. 자네 아버지는 공장에서 일하시지. 쟈코프가 말했다. 자기 시간에 옷 한 두벌 꿔매 입는 것이 죄가 되지 않네. 또한 보드카 한 잔 마신 것이 죄 가 되지는 않는다구. 쟈코프는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말하는지 알 바가 아니었다. 그와 샤로크는 사람들의 생사문제를 결정하고 있었으며, 적과의 투쟁에서 맨 앞 에 나가 있었다. 그들은 특수한 임무를 띠고 있었고, 따라서 특수한 도덕 관을 지니고 있었다. 사생활에 대해서도 일에 관해서도 모두 비밀이었다. 유리는 이제 내무인민위원의 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저녁식사 후 일 하러 나가서는 한참 후에나 집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거의 누구와도 마주치 지 않았고, 설사 마주친다 해도 모른 척했다. 그들의 집 근처에 살던 아버지의 고객들은 이제 방문하지 않았고, 집 근 처에서 살지 않던 대다수의 고객들과는 그의 아버지가 손을 끊었다. 유리 는 이를 재치있는 처사로 여겼다. 또 그의 아버지는 그의 훌륭한 두 고객 을 그들의 집에서 만나기로 하는 등 너무도 신중하게 처신했다. 그리고 나 서 다른 고객들은 그곳으로 그를 만나러 오기 시작했고 이처럼 만남이 까 다로워지자 그는 더욱 유명해졌다. 이렇게 신중한 가정생활로 샤로크의 가족들은 편안하게 지냈고 그렇게도 바라던 안정을 얻었다. 그러나 유리의 사생활 중 여전히 남아 있는 또 다 른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여자였다. 유리는 여자를 사귀면서 그에 따르는 손해를 늘 염두에 뒀다. 새로운 직 장에서 만난 여자들은 그와 시시덕거리기는 했으나 연애에 빠지는 사람은 없었다. 그 또한 스스로 새로운 연인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바랴는 그의 흥미를 돋우었다. 그녀는 특별한 느낌을 주었고 지 금은 성숙하고 아름다운 여자가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약간 불쾌감을 주 기도 했다. 아파트 건물 뜰에서 그녀와 마주쳤을 때, 그는 그녀에게 다정 한 미소를 보냈으나 그녀는 혐오로 가득 찬 모습으로 응답했었다. 그녀는 히스테릭한 언니 니나와 함께 사샤의 패거리들이었다. 유리는 그 신년파티 를 결코 잊지 못했다. 사샤가 그를 모욕했으나 시작은 니나였다. 그녀는 흙두덕을 산으로 부르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사샤는 끝장났다. 그는 제거 됐다. 나머지 역시 제거될 수 있다. 물론 그런 일을 하지는 않겠지만! 그 들은 똑같이 하류출신이었다. 쟈코프는 이 중하류 출신의 거짓말쟁이를 호 출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집과 가족이 바로 이곳에 있고 형도 이곳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에 주위사람들을 적으로 만들 수는 없다. 한 여자에 관한 생각으로 유리는 괴로웠다. 레나! 그는 사랑과 고통으로 얼룩진 그녀의 얼굴을 잊을 수 없었다. 그의 아버지는 예외로 하더라도 그 녀는 그가 애정을 품은 유일한 여자였다. 그녀는 그가 믿을 만한 헌신적이 고 특별한 여자였다. 그녀는 그를 위해 기꺼이 희생했고 또 그것을 증명해 보였다. 그 무시무시했던 밤, 그리고 병원. 아직까지 그녀는 그에게 말 한 마디 한숨 한번 내비치지 않았다. 그녀는 그를 사랑했다. 매운 겨자내음. 그는 아직도 여전히 기억할 수 있었다. 그는 그 사이 그녀가 다른 누군가 를 사랑했거나 동거 아니면 결혼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괴로웠다. 사실 그가 그녀를 버렸었지만 그는 그녀에게 요구할 권리가 있는 유일한 사람이 었다. 그는 이제 그녀에게 돌아가 모든 것을 잊도록 할 것이다. 그는 그녀 가 다시 그를 따르도록 만들 것이다. 샤로크는 그녀를 우연히 만나기를 바랬으나 그럴 가능성은 희박했다. 그 는 그녀가 일하는 곳을 알았지만 그곳에서 그녀를 만나는 것은 거북할 것 같았다. 그래서 전에 그랬던 것처럼 그녀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가 수화기를 들자 그대로 끊어 버렸다. 다음날 그는 작업장으로 전화를 했다. 그녀는 놀라지 않았다. 아니 적어도 그런 인상을 주지는 않았다. 다정하 고 느린,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어때? 좋아. 만날 수 있을까? 글쎄. 괜찮 겠지. 그러나 그녀는 곧장 가버릴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전화해서 같이 만날까? 유리는 놀랬다. 누구 생각해 놓은 사람이라도 있어? 그녀는 웃었다. 사실은 없어. 나는 니나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세미나에 갔어. 바짐은 어때? 왜 그에게 전화도 하지 않니? 그렇게 할께. 유리가 대답했다. 비록 그렇게 할 마음은 아니었지만, 언제 어디서 만날까? 일요일이 좋을 것 같애. 그녀는 언제나 그랬듯이 확실하게 말하지 않고 말끝을 흐리면서 이야기 했으므로, 그 대답은 불확실하게 들렸다. 그녀는 연극광장에서 출발하는 버스번호를 그에게 말해 주었는데, 그 노 선의 번호는 실버우드에서 집 번지수를 본따서 붙여진 것이며, 버스가 모 스크바로 돌아가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에 대해서까지 설명했다. 그녀는 유리에게 비난 한마디하지 않았고 예의바른 목소리에는 기쁨도 분노도 당황함도 없었다. 상처 입은 현명함이라고나 할까? 귀족적 기품이 라고나 할까? 그러나 어쨌든 그것은 그의 취향에 맞았다. 그는 그녀의 부모님을 다시 보게 된다는 생각으로 당혹했지만 아마도 그 들은 아무 것도 몰랐을 것이다. 이반 그리고리예비치는 그를 싫어했지만 그는 이반을 싫어하지 않았다. 아마 그를 보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그는 레나와 수영하러 갈 것이고 저녁식사 때까지 그녀의 집에 있지는 않을 것 이다. 그는 그저 그녀가 보고 싶었다. 그것은 레나 혼자만의 문제라면 가 능할 것이다. 그녀의 부모는 블라들렌과 휴가를 갔을지도 모른다. 아마 이 때문에 그 녀가 바짐을 데리고 오라고 부탁한 것 같다. 그녀는 혼자서 그와 만나는 것이 두려운 모양이었다. 이틀 후,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된다는 생각을 하자 옛날 일이 떠올랐다. 그는 이반 그리고리예비치의 서재에 앉아 있었고, 레나가 침실에서 옷을 갈아입을 동안 유리는 그녀를 기다리면서 몹시 흥분했었다. 그러나 지금 유리는 그때 보다 더 흥분하고 있었다. 아르바트의 아이들 - 제 2 부 14 샤로크는 자신에게 새롭게 부여된 지위와 권력으로 자신감에 부풀어 있 었으나 실버우드에 도착하자 조금씩 긴장이 되는 것 같았다. 옛날 그들이 불렀던 거리와 노선의 번호는 변함없이 똑같았다. 한껏 자란 라일락과 쟈 스민 울타리며, 그것으로 만든 문, 그리고 나무와 관목으로 가려진 집으로 통하는 정원의 오솔길도 모두 그대로였다. 그곳은 관문도 호위병도 없는 비밀의 휴식처였다. 마치 정부에서 아무나 들어오지 못하게 출입을 근한 곳처럼 한적했다. 거리에는 아무도 없었고 향내나는 관목이나 울타리 뒤에도 사람이 없었 다. 자동차는 그 집주인을 태우기 위해 아침에 왔다가는 저녁때 그들을 내 려주고 돌아간다. 그 운전수는 잘 훈련되었기에 모든 것에 조심스러워 했 다. 그들은 호위병의 역할도 한 셈이었다. 그러나 거기에는 오직 신만이 찾아낼 수 있는 안전장치가 있었다. 그들은 비밀리에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해서 자신의 임무를 수행해야 했다. 자신들이 보호하는 사람들에게 결 코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스스로 자유롭고 구속받지 않도록 행 동해야 했다. 그 방식이 훨씬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자녀들 또 한 두려움을 갖게 해서는 안 되었다. 인간은 누구나 밤낮으로 보호를 받게 되면 분명히 두려운 느낌이 일어날 수 있으니까. 부쟈기나의 집으로 가는 문은 결려 있었다. 양옆이 온통 꽃으로 덮인 오 솔길을 따라 걷던 유리는 엷은 청색으로 칠해진 이층집 앞에 섰다. 베란다 의 커다란 테이블 위에 아침 먹은 것이 그대로 놓여져 있었다. 테이블 주 위에 있는 접시의 숫자는 레나가 혼자가 아님을 나타냈다. 그는 베란다 앞에서 자신의 도착을 어떻게 알려야 할지 몰라 잠시 머뭇 거렸다. 한 하녀가 머리를 창 밖으로 내밀고 어떻게 왔는지를 물었다. 레나를 만나러 왔어요. 그가 말했다. 그러면 뒤쪽으로 가보세요. 라며 그녀는 길을 가르쳐 주었다. 유리는 집 둘레를 따라 걷다가 야생포도덩굴이 무성히 자란 작은 베란다 에 이르렀다. 그는 남자의 목소리를 듣자 그것이 바짐의 목소리임을 얼른 알아차렸다. 바짐을 부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이곳에 왔을까? 야릇한 우연의 일치일 거야. 자주 찾아오는 손님일지도 모르지. 아니면 둘만의 시간을 방해하기 위해 초대된 것일까? 반면에 나머지 식구들이 집에 있다면 바짐의 존재는 유리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바짐과 함께 있으면 유리는 좀더 자신감을 갖고 보다 더 오래 도 니 친구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그 멍청이를 초대함으로써 레나는 둘 사이의 어색함을 다소 풀어주었다. 그는 나무계단을 올라가서 버드나무로 만든 팔걸이 의자에 레나와 바짐 이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곳에는 또 작은 테이블과 소파도 놓여 있었 다. 만일 비카가 바짐에게 어떤 주책스런 말을 했다면 그는 지금 몹시 혼란 하고 당혹해 하며 그 내용을 밝힐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에 대한 아무말 도 하지 않았다. 바짐은 코끼리처럼 중앙을 차지하고서 자신만이 알고 있 는 주제에 관해 과장되게 뽐내는 것이 옛날과 똑같았다. 레나는 꼼짝도 하 지 않고 바짐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있었다. 그녀는 옛날처럼 깊은 속눈 썹을 내리깔고서 수줍은 듯한 미소를 띄고 있었고, 검은머리는 여전히 뒤 로 묶어 올렸다. 예전처럼 그녀의 입술은 도톰하니 붉은 색으로 빛났다. 레나는 편하고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러나 유리는 그녀가 자기를 여전히 사랑하며 자신에 대한 자랑스러움과 가쁨으로 충만해 있음을 알았다. 전처럼 유리는 고관 지에 머무르는 것을 싫어했다. 그는 여전히 그런 것 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는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이제는 그들이 유리를 두려워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고관들의 힘이 결코 유리의 비밀권력을 능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왜 그들에게 위압감을 느끼 는 걸까? 그러나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은 두려워한다는 것과 같은 것이었 다. 바짐은 베니스 영화제에 파견되는 소련의 대표단에 관해 얘기하고 있었 다. 그들은 네 편의 새로운 영화를 가지고 참석했다. 그것은, 갈리나 세르 게예바가 제작한 미하일 롬의 비계덩어리 , 레오니드 우토소프가 제작한 알렉산드로프의 모스크바의 웃음 , 체류스킨호로 항해했던 트로야노프스 키가 영화화 한 포셀스키의 체류스킨 그리고, 프투스코의 신 걸리버 등이었다. 바짐은 자신이 영화선별작업에 참여했었다고 얘기하며, 그 영화들이, 특 히 비계덩어리 라는 작품이 큰 성공을 거두리라 예상하고 있었다. 체류스킨 은 제외하고 나머지 영화들은 소비에트 극장에서 상영되지 않 았다. 따라서 역시 이번에도 바짐은 다른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자기 만이 알고 있는 정보를 가지고 얘기했다. 바짐에 의하면, 많은 영화들이 형식주의적 특성과 속물적인 겉치레 때문 에 질이 저하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계덩어리 와 모스크바의 웃음 은 낙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으며 소련 영화제작자들은 곧 인민을 위한 영화를 제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모파상의 비계덩어리 가 인민을 위해 만든 거라구? 유리는 의심스러 워하며 물었다. 그럼, 확실히 그렇지! 바짐이 외쳤다. 그 영화에 대해 한번 생각해 봐! 그건 그저 매춘부 얘기만은 아니야. 그 영화는 반 군국주의와 반 파시 스트를 표방하고 있어. 그것은 인민에게 있어 중요한 문제이고, 그들은 그 걸 이해할 수 있을 거야. 유리는 혀를 깨물었다. 그는 늘 비계덩어리 를 모파상의 다른 작품들처 럼 애정문학으로 생각해 왔었다. 그는 프러시아 장교가 그 매춘부를 차지 했던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포템킨 전함 역시 아주 난해한 내용이지만 인민들은 그 영화를 보러 갔었잖아. 레나가 말했다. 유리는 그녀가 자신을 두둔해 주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맞아. 바짐이 동의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형식주의가 어디서 끝 나는지를 봐! 세상을 흔들었던 열흘 은 주제가 천박해서 청중이 전혀 이 해할 수 없었지. 그리고 드지가 베르토프도 마찬가지야. 너, 그의 돈바스 의 교향곡 을 봤니? 무질서와 현실의 서투른 모방에 불과해. 그는 요즈음 레닌에 관한 영화를 찍고 있는데 - 이때 그는 뚱뚱한 손가락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 드지가가 그런 주제를 다룬다는 걸 상상해 봐. 그들은 영화계 의 거장들이겠지. 하지만 지금은 그들 스스로 뚜렷한 입장을 밝힐 때고 또 그들이 어느 편에 속해 있는지 알려야 할 때라고 생각해. 유리는 바짐이 앙리 드 르니에와 다른 하찮은 불란서 사람 이상으로 열 광하는 모습과, 전에 자신에게 불란서 포주들에 대한 재미있는 책을 주었 던 일을 생각나게 했다. 그와 말다툼하는 것은 별 가치가 없는 일이리라, 그러나 유리가 모파상 을 능가하고 싶어하는 유혹은 그 자신에게 너무 벅차다는 것을 증명해 주 었다. 바짐, 취향이 변했구나. 유리가 말했다. 보다 더 나은 것을 위해서지. 이 친구야. 바짐은 도전적으로 말했다. 우리는 모두 진보의 과정을 거치고있어. 문제는 어떤 방향인가 하는 거 지. 무슨 뜻이야? 유리는 언짢은 얼굴을 했다. 바짐의 공격적인 말투는 그 를 놀라게 했다. 이것은 비카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이었다. 단지 바짐 이 스스로의 힘을 느끼는 것이었다. 내가 한 말 그대로야, 바짐은 괴팍하게 대꾸했다. 사람은 항상 발전 하고 그 발전방향은 중요한 거야. 모든 사람들은 장애물을 넘고 있어. 하 지만 중요한 것은 어느 곳에서 뛰어오르느냐 하는 거야, 어느 곳에서. 학 교다닐 때 내 문학적 취향은 항상 변했었지.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내가 현 재 도달한 지점이야. 학교다닐 때 너는 콤소몰에 가입하기 위해 애썼지. 그런데 지금 너는 당원이 되었어. 나는 그걸 정상적인 발전이라 생각해. 유리는 더 이상 말다툼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상냥하며 고분고분해야 했다. 그래서 줄곧 레나의 눈동자만 바라보았다. 좋아. 아마 심지어는 아인슈타인조차 현실적 사회주의를 청산하게 될 거야! 유리감 말했다. 유리는 아인슈타인에 관해서만 언급했는데, 왜냐하면 다른 지도자들의 이름은 잘 기억하지 못했고 실수를 저지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레나는 그에게 감사의 빛을 보였다. 바짐이 얘기하는 정체 형상이란 아 마 발성영화시대로 넘어가는 것과 관계있는 것이겠지? 바짐은 당장 반대했다. 나는 거기에 침체현상이 있다고 얘기한 게 아니 였어. 그리고 난 미래의 발성영화에 대해선 좀 신중한 편이야. 너는 어떻 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영화는 위대한 침묵이야. 소리는 아마 영화를 스크 린 극장으로 만들어 버릴 거야. 찰리 채플린이 얘기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겠니? 난 못해. 레나는 런던에서 많은 발성영화를 보았었다. 그 영화들은 그곳에서 인기 가 치솟고 있었는데 소련에서도 곧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바짐 과 말다툼하지 않았다. 그저 미국 발성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관객들이 배 우들의 미국식 억양에 웃었던 것을 기억하면서 미소를 지었을 뿐이다. 너는 대책 과 황금산맥 을 어떻게 생각하지? 유리는 바짐의 우월성 을 인정하면서 물었다. 바짐은 웃었다. 그 영화들이 정말 발성영화야? 그것들은 차라리 쇼스타 코비치의 음악이 첨가된 슬라이드용 필름에 더 가깝지. 음악은 음악 그 자 체만으로도 아주 훌륭해. 게다가 쇼스타코비치가 민속 멜로디를 사용한 점 은 더욱 훌륭하지. 그것은 작곡가가 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거야. 바짐은 자기가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를 보여 주면서, 자신이 모든 공격 에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을 유리가 알아주길 원했다. 유리는 그것을 눈치챘 고, 그것이 유리에 대한 두려움으로 그랬다는 것까지도 알았다. 이런 바짐 의 모습은 그의 비정상적인 공격성을 설명해 주는 것이었다. 유리는 웃음 을 참을 수 없어 레나를 바라보며 웃음 짓자, 그녀도 그의 인내심에 감사 하며 미소로 답했다. 점심식사 전에 수영하러 갈까? 레나가 물어 보았다. 난 못 가겠는데. 바짐이 시계를 힐끗 보며 말했다. 나는 스미도비치 를 방문해야 해. 만일 괜찮다면 점심식사 하러 올 수는 있을 것 같아. 레나가 뒤에 있는 문을 닫으며 옷을 갈아입기 위해 나갔다. 바짐과 유리 만 베란다에 남게 되었다. 레나의 방은 창문을 통해 베란다에서 보였는데, 미풍에 펄럭이는 커튼이 달린 열린 창문으로 옷을 벗기 위해 팔을 쳐든 레 나의 모습이 보였다. 유리는 그 모습을 가리려고 창문 앞에 서 있었다. 그 리고는 커튼을 내렸다. 일은 잘 돼 가니, 바짐? 바짐은 테이블 위에 있는 책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전이랑 똑같애. 너는 한 번도 전화하거나 찾아오지도 않더구나. 일이 너무 많아서. 바짐은 책을 집어들고서 유리에게 그것을 보여 주었다. 읽어 봤니? 뭔데? 파나예프의 회고록 . 생각이 나질 않는구나. 내 생각으로는 전에 파나예바 부인의 회고록 을 읽었던 것 같은데.... 그건 그의 부인이 쓴 책이야. 사실 그녀는 네크라소프의 정식부인이었 지. 그녀의 회고록도 재미없진 않지. 그러나 이 책은 파나예프 자신이 쓴 거야. 바짐은 페이지를 넘겼다. 그리고 몇몇 재미있는 구절들이 있지. 이웃집에서 나는 왜 당신을 사랑하나요, 밝은 별이 빛나는 밤.... 을 노래하고 있는 싱그러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짐은 책에서 눈을 떼고는 그 소리를 들었다. 차이코프스키의 곡에 야 코프폴론스키가 노랫말을 붙였지. 그런 다음 그는 다시 책으로 눈을 돌렸 다. 레나가 나타났다. 그녀는 가죽끈이 달린 집시풍의 얇은 빨간색 옷을 입 고 있었는데 어깨와 등이 훤히 드러나 보였다. 그녀의 요염하고 풍만한 가슴에 눈이 부셨다. 그녀는 예전에 유리가 좋 아했던 모습 그대로였다. 레나는 너무 드러난 옷차림을 보여 주게 된 것이 당황스러워 미소를 지 었다. 수영복을 입었어. 그래야 다시 갈아입지 않아도 되잖아. 갈까? 잠깐, 잠깐만! 드디어 바짐은 찾고 있던 곳을 발견했다. 이걸 들어 봐, 파나예프는 벨린스키의 말을 인용하고 있어. 우리는 인간이라는 이름 하에 우리를 무자비하게 다룬 독재의 천재 표트르 대제를 필요로 한다. 우 리는 공포를 경험해야 한다. 전에는 최소한 인간의 형태를 갖추기 위해 표 트르 대제의 지휘봉을 필요로 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완벽하고 존엄한 인간이 되기 위한 공포이다. 우리의 형제 슬라브민족은 의식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신이 어떻게 받아들이든 간에 농부는 번개가 치지 않으면 성호를 긋지 않고, 신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까닭 에, 성스러운 단두대는 매우 쓸모있는, 훌륭한 존재인 것이다. 바짐은 책을 내려놓았다. 자, 이것에 관해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유리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처럼 명확한 암시에 어떻게 반응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그 말은 매우 놀라웠다. 유리는 언제나 바짐에게 응수할 수 있었으나 이번에는 너무도 명확해서.... 다시 레나가 그를 구해 주었다. 그 부분은 나도 읽었어. 그걸 말한 사 람은 벨린스키가 아니라 파나예프 자신이야. 그가 그 말을 벨린스키에게 돌린 거지. 아니, 벨린스키의 말을 정확하게 인용하고 있어. 바짐이 주장했다. 똑같은 얘기들이 벨린스키에 관한 다른 회고록에도 나와 있어. 예를 들면 카벨린이 쓴 책 같은 경우, 요점은 벨린스키가, 러시아는 확고한 지도자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훌륭한 사람이었다는 거야. 그러나 그는 19세 기초의 사람이었지. 그는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진행될 줄은 생각도 못했고 또한 알 수도 없었어. 유리는 바짐의 정치적 식견에 내심 놀랬다. 나는 왜 당신을 사랑하나요, 밝은 별이 빛나는 밤.... 이웃집에서 아 까와 똑같은 노랫소리가 들렸다. 저 사람 노래를 잘하는군. 유리가 말했다. 누구야? 우리 이웃. 레나가 대답했다. 중앙위원회 위원이야. 니콜라이 이바노 비치 예조프라고 해. 모든 사람의 이름을 잘 기억하는 바짐이 그 이름은 들어 본 적이 없는 듯 고개를 저었다. 나도 그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노래 하나는 잘하는군. 유리가 말했 다. 아주 멋있는 사람이야. 레나가 덧붙여 말했다. 유리와 레나만이 남게 되자 그녀가 말했다. 나는 바짐을 모르겠어. 그가 두려워. 그는 점점 독단적이고 성급해지고 의심이 많아지고 있어. 그처럼 소련의 제도를 옹호하다니! 누구로부터? 우 리? 레나는 늘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지 않았고 심지어 지금도 예외가 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바짐이나 그의 아버지처럼 단순히 국가에 봉사하는 것이 아닌, 국가를 움직이는 사람들에 속했다. 유리 역시 국가를 움직이는 사림이었다. 그는 노동자 계급 출신이 며, 이제는 인민이고, 인민들이 지도자로 키우려는 사람이다. 이런 이유로 그는 보안국에 발탁되었었다. 그라노프스키 가에 있는 아파트나 이곳 실버 우드에는 고위급의 체키스트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훌륭한 사람들 이 많았는데, 레나의 아버지 역시 체카의 정치국원이었다. 바짐의 행동은 부자연스러웠다. 그가 우리는 할 수 있어, 우리는 못 해, 혹은 우리가 해냈어, 우리 나라, 라고 얘기할 때 그것은 꾸민 듯 한 아주 거북한 느낌을 주었다. 니나 이바노바나 사샤 판크라토프 정도면 그런 식으로 얘기할 수 있었다. 그들은 그런 세계 출신이었기때문에 그럴 권리가 있었다. 그러나 바짐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그저 봉사나 할 수 있 을 뿐이지 그 이상은 결코 아니었다. 그녀가 사샤를 생각하고있을 때 마침 유리가 사샤에 관해 얘기하기 시작 했다. 이 묘한 일치는 그녀를 전율케 했다. 바짐은 그들이 사샤를 체포했을 때부터 변했어. 그는 말했다. 나는 금방 알아차렸지. 사샤의 체포는 그를 겁나게 했어. 그런데 지금 겁이 없 어지자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목청을 돋우는 거야. 맞아. 그녀는 슬프게 동의했다. 사샤가 체포된 이후 우리는 모두 변 했어. 유리는 베레진과의 대화에서 그랬던 것처럼, 자신이 사샤에 관해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많은 일들이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샤에 관한 한 부끄럽다. 내가 나빴어. 그는 신년파티 모임에서 나를 모욕했기 때문에 그 당시 나는 사물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었어. 결국 어떤 일이 벌어졌는데? 레나는 마치 유리가 자신을 믿어주기를 기대하는 양 바라보았다. 사샤가 했던 말들을 생각하며 유리는 대답했다. 사샤는 늘 모든 것을 지휘하곤 했지. 그러나 학교에는 지도부에 속해 있는 다른 사람들이 있었 어. 사샤는 기구에 대한 당의 지휘를 전복시키려는 이단자집단에 가입했 어. 그래서 그 사건에 말려들었지. 삼 년간의 추방은 그에게 가해질 수 있 는 최소한의 판결이었어. 나머지 사람들은 감옥이나 수용소로 보내져서 장 기형을 살았지. 마치 그가 사샤를 도왔던 것처럼 들렸다. 나는 학교를 졸업한 수 내무인민위원회로 배치됐어. 결국 변호사가 된 거지.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내가 배치된 때와 사샤 사건이 동시에 발생한 건 우연이었어. 솔직히 말하자면, 그들이 내게 뭘 원하는지 마지막 순간까지 몰랐어. 정말이야? 레나는 놀랬다. 넌 비록 다른 속에서 교육받긴 했지만 그 래도 우린 모두 동창이잖아? 유리의 미소는 의미심장했다. 레나! 그들이 사샤의 친구 모두에게 관심이 있었던 게 아냐. 그렇다고 그들이 사샤의 친구들에게는 전혀 무관심했다는 것도 아니구. 내가 사샤와 같은 아파트의 같은 층에서 살았고, 이 년 동안 우리 둘 다 똑같은 공장에 서 일했었다는 걸 잊지 마. 바짐이 놀란 이유가 있었지. 그들이 사샤를 체 포했을 때, 나는 너를 포함해서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고 말해야 했어. 나 는 너의 아버님을 위해서라도 복잡한 사건에 연류되어서는 안 되었지. 너 의 아버님은 잘 알지도 못하는 사샤의 사건에 말려 들어갔어. 다행히 모든 것이 잘 해결되었지. 사샤는 비교적 가벼운 형을 받았고, 그의 친구들은 혐의를 벗게 되었지. 바짐만이 여전히 신경쓰고 있지만. 레나는 머리를 약간 숙이고 그의 옆에서 걷고 있었다. 유리를 믿고 있는 것일까? 믿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그녀는 훌륭한 사람들이 무사히 일을 끝냈다는 걸 알았다. 그러나 그 사람들이 또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구 형을 내렸는지도 알았으며, 자신은 아니었지만 다른 많은 사람들이 증인으 로 불려 갔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유리가 말했듯이, 거기에는 매우 복 잡한 문제들이 뒤얽혀 있었다. 유리는 그녀의 아버지를 위해 더 이상 일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스탈린은 그녀의 아버지를 싫어했기 대문에 아주 사소한 일로도 큰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기 대문이었다. 유리와 같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다르게 행동했으리라, 그들은 특별한 부 분에 대해서 얘기하고 설명하려고 애썼을 것이다. 그러나 유리는 그대로였 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를 이끌었던 원칙이었다. 해수욕장에는 사람들이 얼마 없었다. 아이들 몇은 제방 근처에서 시끄럽 게 물을 튀기며 놀고 있었고, 햇볕에 그을린 수영복 차림의 십대 아이들은 모래 위에서 카드놀이를 하고 있었다. 레나가 겉옷을 벗자, 몸에 착 달라붙어 가슴과 히프의 곡선이 드러나는 수영복차림이 되었다. 그녀는 그에게 수줍은 미소를 띠었다. 그녀는 유리 가 속바지를 벗고 짧은 반바지로 갈아입을 때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녀는 머리를 좌우로 돌리면서 팔꿈치를 구부려 수영했다. 유리는 전에 이런 수영형태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그녀가 수영을 너무도 잘 하는 것을 보고 놀랬다. 그녀의 새로운 면이었다. 그는 갑자기 그들 사이 에 가려져 있는 문제들이 잘 해결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 혔다. 한참 후, 그들이 태양에 등을 드러낸 채로 모래 위에 길게 몸을 뻗고 있 는 동안, 그녀는 팔베개를 하고 쉬면서 그를 지켜보았다. 유리는 여전히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녀는 정말 유리를 사랑했다. 아마도 그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 도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유리는 그녀의 생애에 있어 첫번째이 자 유일한 남자였기 때문일 것이다. 유리가 그녀에게 주었던 고통은 오히 려 그녀의 감정을 강하게만 했을 뿐이다. 그러나 유리 역시 고통을 받았었 다. 우리 언제 또 만날까? 유리가 물었다. 그녀는 간단히 대답했다. 네가 원할 땐 언제나. 그는 그녀를 다시 자기의 방으로 데려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아버지 는 얼굴을 찌푸릴 것이고, 어머니는 손을 꽉 쥐어주시겠지. 그러나 신경쓰 지 말자. 그런 것쯤 쉽게 극복할 수 있을 테니까. 우리의 사랑은 다시 불 붙을 것이다. 좋다. 그러나 이번엔 너무 깊이 빠져들지 말자. 그는, 두번 째는 그렇게 쉽게 도망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지낼 만한 다른 장소는 없을까? 그녀를 어디로 데려갈 수 있을 가? 오직 한 군데, 그곳은 바로 쟈코프의 아파트였다. 쟈코프는 사실 강 건너편에 있는 부인의 집에서 살았다. 그곳은 만나기에 이상적인 장소는 아니다. 만일 레나가 눈치채 버린다면.... 그러나 그녀는 모를 것이다. 침 대는 낡고 더러웠지만 그것은 문제되지 않았다. 집에서 침대보를 서류가방 에 넣어서 운반할 수 있으니까. 쟈코프와 함께. 그런데 말이지, 요즘 집을 수리하고 있는 중이거든. 우리는 이 방 저 방으로 물건을 끌어 나르면서 한 방에서 생활하고 있어. 마침, 기관에서 만난 친구 하나가 휴가라며 아파트 열쇠를 내게 맡겼지. 우리는 얼마 동안 그곳에서 지낼 수 있을거야. 좋겠는데. 그녀가 찬성했다. 아르바트의 아이들 - 제 2 부 15 조예는 바랴가 메트로폴에서 료바와 춤을 추었다고 말했을 때 흥분하였 다. 그의 성은 사냐브스키로 건축초안자이었는데, 일할 때 늘 그녀를 도와 주던 멋이고 친절한 남자였다. 그리고 그는 언제나 최고의 양복점에만 다 니므로 옷 입는 스타일이 항상 세련되고 훌륭했다. 또 멋지게 춤출 줄도 알았다. 료바와 함께 있던 토실토실하고 예쁜 여자. 그녀 역시 초안일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리나였다. 조예는 질투의 눈빛으로 바랴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언제나 료바와 친하 게 되기를 꿈꾸어 왔으나 이루지 못했던 것이다. 아름다움이 얼마나 중대 한 의미를 갖는지는 바로 그런 것 때문이다. 무엇이든 듯대로 되었던 것이 다. 어머, 너는 정말 운이 좋구나! 그녀는 솔직하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 다. 바랴는 특별히 료바를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는 별로 남자답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춤을 근사하게 잘 추었고 다른 무엇보다도 그의 친 구들처럼 주체성이 있었다. 그들은 비카나 비탈리 같지는 않았다. 외국사 람들을 무조건 좋아하지는 않았다. 친구들 중 유일하게 그녀의 마음을 끈 사람은 건축가 이고르 블라지미로비치였다. 그러나 그는 이미 서른 살이었 고, 그래서 그녀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그와 상대하려면 항상 진지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녀는 그처럼 나이든 사람과 사랑에 빠질 수 없었고 그를 속이고 싶지도 않았다. 이고르는 존경할 만한 가치가 있었고 고상한 감정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그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고약한 짓이 될 것이 다. 바랴는 스스로의 품위를 지킬 줄 알았다. 즉 해야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료바가 모임에 그녀가 가입하기를 바랬으므로 그의 초대를 기다 리고 있었다. 약간의 사간은 걸렸으나 그 약속은 그들이 메트로폴에서 만 났던 날로부터 2주 후에 이루어졌다. 흥분한 조예가 뛰어와 모임 사람들이 모두 내일 허미티지 가든에 갈 거 라고 알려 주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비카가 전화를 걸어 다음날 저녁, 이고르 블라지미로 비치와 함께 카나티크 레스토랑에 가기로 했는데 그 자리에 그녀를 초대한 다고 말했다. 안 되겠어. 바랴가 말했다. 허미티지에 가기로 했어. 누구와 가는데? 료바와 그의 친구들과 함께. 그들의 모임에 가입했거든. 그렇다고 그들과 어울려야만 한다는 의무는 없잖아? 그들에게 전화해서 갈 수 없다고 해. 이고르 블라지미로비치가 그곳에 갈 거라는 말을 내가 했잖아. 글쎄 안 된다니까. 이미 약속을 했고 그들에게 거짓말할 수는 없다구. 나 역시 약속했단 말야. 비카는 화가 났다. 료바 같은 시시한 녀석과 어울리지 말고 이고르 블라지미로비치를 만나라구. 내 생각을 해서 하는 말이 아니야. 그는 너를 좋아해. 그는 아직 미혼이란 말야. 미안해. 바랴가 대답했다. 다음으로 미루었으면 해. 다시 전화해 줘. 안녕. 그리고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 메트로폴에서처럼, 허미티지 가든에서도 그 모임은 들락날락하는 사람들 로 붐볐다. 새로 가입하는 회원들이 한동안 그들과 함께 있는가 하면 어느 새 사라졌다가 나중에 다시 합류하곤 했다. 그것은 아주 자연스러워 보였 다. 어느 누구도 종일 그 모임에 붙어 있을 필요를 느끼지 않았던 것이다. 다른 데로 가는 것이 아니라 다만 출입구 근처에 몰려 서서 사람들을 바라 보고 있었다. 그것은 남자들의 사교모임이었다. 료바, 디자인실에서 온 큰 볼랴와 작 은 볼랴라 불리는 두 남자, 이카라는 이상한 이룸을 가진 멋지게 생긴 남 자, 자객의 얼굴을 한 투명하리 만치 하얀 얼굴의 코민테른 고관 아들 윌 리 롱,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용의 대가 바간의 조수이며 품성이 좋고 직업 인 정신을 지닌 미론이라는 곱슬머리의 남자였다. 그들 중에서 리마만이 유일한 여자였다. 그녀는 통통한 주근깨투성이였는데 그 주근깨가 마치 몸 전체에 퍼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큰 볼랴는 그녀가 태양에서 입맞춤 당했 다고 말했다. 리나는 금련화처럼 타는 듯한 붉은 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천성적으로 명랑한 성격이었기에 어디에서나 기쁨을 발산했다. 다른 여자애들은 그 모임에 되는대로 가입했다. 오늘은 바랴 차례였다. 그러나 새 회원인 그녀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다들 조예처럼 평범한 초안자들로 스스럼없이 서로를 대했으며 나 아도 엇비슷한 젊은 남녀들이었다. 그들은 스추세프의 건축연구실에서 모 스크바호텔을 설계하고 있었는데 바랴가 그곳에 취직되도록 도와 줄 것이 다. 그곳은 중공업 분야에 대한 계획을 설계하는 업체와 비슷한 높은 임금 을 주었다. 료바는 구부러진 이빨을 드러낸 채 웃고 있었는데 마치 천사의 얼굴 같 았다. 리나는 주위를 비추고 있는 것 같았다. 새로 들어온 여자들에 대해 평가하면서 느긋하게 잡담을 늘어놓고 있었는데 그들의 얘기는 재미있었고 전혀 악의가 없었으므로 여자들은 이에 마음쓰지 않았다. 그들은 돈도 없고, 입장표도 없이 들어왔고, 다른 곳에서 식사할 예정이 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을 독차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곱슬머리를 한 마 음 착한 사업가 미론은 코스챠라고 부르는 사람에 관해 모호한 얘기를 한 다음 다른 테이블로 가버렸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어차피 그들은 조 만간 떠나갈 테니까. 바랴는 이 사람들과 함께 있으니 편안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조용한 이 카와 료바뿐만 아니라, 모임의 모든 남자들이 자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았으나, 그들이 자신을 졸졸 쫓아다니는 조예를 자신과 함께 식당으로 데려갈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조예는 모임 사람들 곁에 찰싹 붙어 앉아 수다스럽게 흥분한 모습으로 지껄여대고 있었다. 그 사람들이 조예를 떼어놓고 가고 싶어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문 바로 안쪽에 턱수염을 기른 남자가 작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 남 자 앞에는 봉투더미와 연필, 그리고 다음과 같이 씌어진 푯말이 있었다: 필적학자 - D.M. 주예프 인사로프. 필적으로 당신의 성격을 분석함. 50코 페이카. 나는 늘 내 성격을 알고 싶었어. 조예가 갑자기 말했다. 볼 사람 없 어? 리나는 어리둥절한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윌리 롱이 한숨을 쉬고 괴롭다는 듯이 그의 손을 들어 올렸다. 해보고 싶어도 돈이 없어 못하다니. 너무 불쌍하군! 바랴는 자기의 친구가 얼마나 쓸데없는 말을 했는지 알았다. 그 모인 사 람들은 그같은 일이 유치하고 촌스러워 보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조예는 테이블 쪽으로 가서 바랴를 불렀다. 바랴, 이리와! 만일 그녀가 거절하면 식당에 가자는 부탁을 받아들이는 것이고, 만일 조예와 함께 필적을 분석해 본다면 그녀는 아마 조예와 함께 남아 있게 될 것이다. 어쨌든 그녀는 필적학자의 테이블로 갔다. 그녀는 그의 해설책을 쭉 넘 겼다. 막심 고리키와 루나찰스키 그리고 유명한 배우들의 서명이 있었다: 정체가 드러난 야론이 주예프 인사로프에게. 조예는 봉투에 글을 적이 필적학자에게 주었다. 그녀는 바랴를 보고 고 개를 끄덕였다. 너도 어서 적어! 난 하기 싫어. 바랴가 거절했다. 그녀는 전차를 타고 갈 8코페이카가 전재산이었다. 누가 자신의 성격을 알 수 있단 말야? 특히나 봉투에 몇 자 끄적거린 것으로 무얼 분석하겠어? 말도 안 되는 속임수야! 그러나 조예는 이미 그 필적학자에게 100코페이카를 주었다. 우리 두 사람 값이에요. 할 수 없이 바랴는 봉투에 글씨를 적어 주고는 다른 사람들이 있는 데로 돌아갔다. 그들은 그녀가 다시 돌아온 사실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 녀는 다른 사람들처럼 얼마든지 왔다갔다 할 수 있었다. 미론이 돌아와서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고는 다시 사라졌다. 조예가 두 볼랴와 얘기하느라 정신없는 사이에 리나가 바랴에게 부드럽 게 속삭였다. 우리는 사보이에 갈 예정이야. 하지만 조예와는 가지 않을 거야. 그럼 조예는 어떻게 하지. 리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마치 그건 네가 알아서 해, 우리는 너만 데려 갈 거야, 네가 적당한 방법으로 조예를 떼어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 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처럼 밝게 미소를 지으며 가버렸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매우 교묘하고 눈치챌 수 없게 하나씩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제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조예와 바랴는 어느새 두 사람만이 남겨진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가버렸어! 조예는 속삭이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면 그들이 차로 바래다 줄 거라고 생각했니? 바랴가 조롱하듯 말 했다. 아니면 훔친 타이어로 만든 마차로 모셔갈 거라고 생각했어? 비열한 녀석들. 조예가 힘없이 중얼거렸다. 가장 비열한 애는 주근깨 투성이에다 빨간 머리를 한 리나야. 그들은 보도를 따라 걷다가 군중 속에 묻혀 버렸다. 극장과 츠파스만 악 단이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 음악관 앞에는 막간을 이용해 밖으로 나온 사 람들이 이리저리 몰려다니고 있었다. 그들이 따분하게 길을 걷고 있을 때 음악관 뒤쪽에 있는 이카를 발견했다. 그는 오랜 시간 그곳을 헤매고 있었 던 것 같았다. 어이, 그가 소리쳤다. 여태까지 찾고 있었어요! 갑시다. 어디로요? 바랴가 물었다. 사보이. 우리는 정거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영 오지를 않잖아. 사람 들이 모두 먼저 떠나면서 나더러 당신들을 찾아오랬어요. 아무도 우리에게 그런 말 해주지 않았어요. 조예가 항의했다. 아무튼 그런 것은 잘 몰라. 이카는 설명하려 하지 않았다. 아마 오해 했겠죠. 빨라 갑시다. 아르바트의 아이들 - 제 2 부 16 다른 사람들은 이미 커다란 타원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바랴와 조예의 도착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바랴는 이카가 자발적으로 그들을 위해 돌아왔는지, 아니면 누군가가 그 를 보냈는지 아직도 알 수 없었다. 그들은 부하라 출신인, 남편의 질투심에 의해 살해된 알레브티나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리나는 공판에 가 보았던 모양이었다. 그는 변호사인 브라우드에 의해 구제되었어. 그녀는 말했다. 그 변호사 대단하더라. 재판관들이 그에게 매혹 당했다니까. 내셔널에 있는 회전문 때문에 소녀들이, 온간 악으로 가득 찬 레스토랑 생활에 빠진 다는 것이었어. 그녀는 회전문처럼 손을 돌려 보였다. 부인을 살해해 놓고 겨우 이 년밖에 안 받았어. 조예는 분하게 생각했 다. 그것은 틀림없이 그가 무식하다는 걸 감안했기 때문이었으리라고 생각 해. 료바는 구부러진 이를 내보이면서 순진하게 씩 웃었다. 그러면 우리가 회전문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타락하지 않는단 말이야?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도처에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잖아. 윌리 롱은 말했다. 작은 볼랴는 얼굴을 가리고 전율하면서 중얼거렸다. 불쌍한 알레브티 나, 가엾은 알레브티나, 왜 난폭한 부하라인은 아무 죄도 없는 그녀의 목 을 닭목을 자르듯이 베어 버렸을까. 구운 닭, 삶은 닭! 큰 볼랴가 단조로운 말투로 중얼거렸다. 한 마리 의 닭도 살 권리를 가지고 있는데. 그럼 회전문을 없애고 일반문으로 바꾼다면 타락한 집단도 없어진다는 말이야? 료바는 다시 물었다. 미론이 어디선가 다시 나타나 테이블에 앉으면서 말했다. 그는 방금 게임을 끝냈어. 곧 이곳에 나타날 거야. 그가 온다! 문쪽을 보고 있던 윌리가 말했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테이블로 다가왔다. 그는 땅딸막한 키 에 딱 벌어진 어깨로 수염을 약간 기르고 있었다. 그의 검은 구두는 잘 닦 여져 광이 나고 있었으며, 아무렇게나 입은 듯한 멋진 양복은 굉장히 신경 써서 입은 료바보다 더 멋져 보였다. 그는 가벼운 걸음으로 자신 있게 그 러나 조심스러운 걸음걸이로 레스토랑을 가로질러 왔다. 아는 사람에게 목례로 인사에 답하면서 지나가는 그 남자는, 미론이 허 미티지 가든에서 넌지시 말해 주었던 그 유명한 당구 선수인 코스챠였다. 모임 사람들 모두가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들은 그를 아주 잘 알고 있었지만 그는 그들을 마치 어음 보는 사람들처럼 의심스런 눈초리로 테이 블을 천천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새 가입자인 바랴와 조예를 보고도 잠 깐 시선을 멈추었을 뿐이었다. 그는 바랴의 바로 옆에 앉았다. 아직 아무 것도 주문하지 안했군. 그는 말했다. 리나가 알레브티나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하던 참이었어요. 그녀는 재판 당시 그 곳에 있었으니까요. 료바가 발뺌하듯이 대답했다. 이카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우리는 후원자인 당신을 기다렸어요. 코스챠는 이카를 유심히 바라보면서 말했다. 불쌍한 알레브티나, 좋은 아가씨였지. 나는 그녀에게 부하라인과 관계를 갖지 말라고 수 차례 경고 했었지만, 그녀는 듣지 않았어. 그는 입을 크게 벌리면서 천천히, 정확하 게 말했다. 그의 억양에는 남부 러시아의 사투리가 섞여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짙은 갈색 눈에 빛나는 금발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갑자기 바랴를 돌아보았다. 아가씨들은 배가 고프겠군. 별로 먹고 싶지 않아요. 조예가 얌전한 체하며 말했다. 아니. 나는 배고파요. 리나가 분명하게 말했다. 배고파요. 이제 식사 를 하도록 하지요. 간단한 식사를 하는 게 좋겠어요. 이카는 말했다. 그는 코스챠에게 좌지우지되지 않는 유일한 사람인 것처럼 보였다. 한 웨이터가 다가왔다. 우선 담배 좀 갖다 줘. 코스챠가 주문했다. 헤르세고비나 플로르로 드릴까요? 그래. 그는 모든 것을 아주 천천히 여유 있게 행동했다. 그는 그들 모 두가 몹시 배가 고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서두르지는 않았다. 그는 손톱으로 담뱃갑을 뜯어 테이블 위에 던져 놓았다 - 여기 있으니 마음대로 피우라는 것 같이. 그러나 바랴에게만은 담배를 피우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녀는 그가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는 대답을 기대하고 있음을 느꼈다. 아 니 분명히 그녀가 담배를 피우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한 개피의 담배를 집어들었다. 당신은 담배를 피우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얼마나 실망하셨어요? 그녀는 바람난 여자처럼 웃었다. 코스챠는 그녀로부터 천천히 고개를 돌려 예의 그 억양으로 말했다. 자, 무얼 먹을까? 그리고 술은 뭘로 하지? 료바가 메뉴를 읽기 시작하자 코스챠는 그를 가로막았다. 사라다와 고기제리. 그는 식탁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리고 보드카 두 병과 포도주 한 병, 붉은색, 아니면 흰색? 붉은 포도주가 좋아요. 리나가 말했다. 그러자 그는 다시 당신은 어때요? 하며 바랴를 보았다. 아무거나 좋아요. 그러면, 보드카 두 병과 붉은 포도주 한 병, 그리고 주 요리로는 구운 잉어를 먹읍시다. 와! 신난다. 윌리 롱은 함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코스챠, 당신 돈을 그렇게 낭비할 필요는 없어요. 미론이 말했다. 나는 당신들 모두를 대접하고 싶소. 코스챠가 대답했다. 오늘이 당신 생일이에요? 바랴는 농담조로 물었다. 그래요. 어떤 의미에서는 내 생일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그런 류의 사람이었다. 그는 그녀의 한쪽으 로 올라간 눈을 칭찬하거나 하면서 비위를 맞추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그를 잡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가 너무 거 만스럽게 자신을 과시하고 있는 한 그럴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 늙은 악한 같은 흉칙한 얼굴을 한 남자 한 명이 들어와 코스챠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 아냐, 오늘은 끝이야. 코스챠가 대답하자 그는 곧 사라졌다. 갑자기 다른 사람들 모르게 코스챠가 바랴의 무릎 위에 놓인 지갑을 집 어 그곳에 한 뭉치의 돈을 슬그머니 넣었다. 그리고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 였다. 이래야 오늘은 더 이상 도박을 안 하지. 바랴는 당황했다. 도박을 하고 싶다면 그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서 하 면 되고, 원하지 않는다면 돈을 그냥 두면 됐다. 그것은 눈에 훤히 보이는 계략임에 틀림이 없었다. 즉, 그는 그녀를 공범자로 만들고 있는 것이었 다. 악한들은 대개 이런 식으로 정부에게 돈을 주며 돌보아 주고 있는 모 양이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 앞에서 그에게 돈을 되돌려 준다는 것도 어 색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가 했었던 것같이 은밀하게 돌려줄 수 없 었다. 돈은 이미 그녀의 지갑 속에 있었으나 그녀는 굉장히 불안했다. 웨이터가 음식과 술을 가져왔다. 코스챠는 손님들을 정성껏 대접하려는 주인처럼 행동했다. 그들이 메트로폴이나 허미티지 가든에 있었을 때 사람들이 자주 드나듦 으로 해서 그들은 늘 무질서했으며 불안해 보였다. 그러나 사보이에서의 그들은 무척 예절바르게 행동했다. 그래서 바랴는 처음에 그녀가 생각했던 것 같은, 우연히 만들어진 모임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모임은 코스챠를 중심으로 해서 모인 그의 집단이었다. 미론만이 코스챠의 사무적인 심부름으로 때때로 자리를 떴다. 그리고, 이카는 자신의 독립심을 보여 주려는 듯 잠시 동안 옆 테이블에 혼자 앉아 있었다. 하얀 앞치마와 희고 큰 모자를 쓴 요리사가 물고기 통을 가지고 왔다. 그 바닥에는 살아 있는 물고기가 그물 속에서 꿈틀거리고있었다. 이 물고기 이름이 뭔지 알아요? 코스챠는 그녀 대신 다른 사람이 대답 치 못하도록 손가락을 위로 치켜들면서 바랴에게 물었다. 음, 당신이 잉어를 주문했으니까 물론 잉어겠지요. 맞아요. 그런데 어떤 종류의 잉어지요? 보통 잉어, 아니면 은빛 잉어? 모르겠어요. 이것은 은빛 잉어예요. 그는 설명했다. 이것은 크고 뾰족한 등지느러 미와 큰 비늘이 있는데, 보통 잉어는 넓은 등지느러미와 작은 비늘을 가지 고 있어요. 알겠어요? 예, 고마워요. 이제 저는 수산연구소에도 들어갈 수 있겠네요. 코스챠가 요리사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그는 통을 가지고 갔다. 당신은 낚시꾼인가요? 바랴가 그에게 물었다. 낚시꾼이 아니라 어부예요. 나는 케로치 출신인데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어부였지요. 어릴 때부터 바다에 나가기 시작했어요. 언제부터 잉어가 바다고기였지요? 이카가 테이블로 돌아오며 물었다. 바다에서 잉어를 잡았다고 말하지 않았소. 코스챠가 입을 다물었다. 바다잉어는 잡았었소. 당신은 바다잉어와 카스피해 잉어와의 차이점을 알고 있소? 모른다고? 보시오. 악단이 있으니 가서 춤이나 추시오. 그 질 문에 대해선 내가 나중에 말해 줄 테니까. 바랴는 료바, 이카, 윌리와 춤을 추었다. 코스챠는 추는 법을 몰랐기 때 문에 춤을 추지 않았는데, 왠지 모르지만 그 사실이 바랴에게 결점으로 보 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이 다른 사람들보다 돋보이게 했다. 그는 테이블 로 홀로 앉아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그녀는 그에게 미안함을 느꼈 다. 그들은 그의 돈으로 유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에게 세 심히 신경 써주지 않았다. 그들은 친구보다는 춤추는 것에만 더 관심을 가 지고 있었다. 다음 곳이 시작되어 그들 모두가 춤추기 위해 다시 일어날 때 코스챠는 손을 그녀의 등에 대며 말했다. 나와 함께 있어요. 그녀는 그와 같이 있기로 했다. 당신은 학생인가 보죠? 전 졸업했어요. 이제 취직하려 하고 있어요. 어디에? 디자인 스튜디오예요. 학교 다닐 때 제도에 대해 배웠거든요. 대학에 가는 것은 어때요? 가고 싶지 않아요. 왜? 돈이 없어서요. 이제 만족하세요? 꼭 말장난하는 것 같군요. 당신도 디 자이너인가 보죠? 디자이너? 그는 씩 웃었다. 아니오. 나는 좀 특별한 직업을 가지고 있소. 당구? 그는 그녀가 빈정거린다는 것을 알자 그녀를 무섭게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이글거리는 분노가 스쳐갔지만 그는 그것을 억누르고 있었다. 천천히 말을 생각해 내면서 그가 말했다. 당구는 직업이 아니오. 누군가가 말한 것같이 당구는 예술이오. 어머! 저는 단지 당구를 게임으로만 생각했어요. 그녀는 놀란 듯 말했 다. 그녀는 그가 너무 거만스러워 보였기 때문에 그를 놀리고 싶었다. 내 직업은 전기공학이요. 그는 진지하게 말했다. 자외선, 인공 태양 광선, 수정램프, 태양등, 치과의사용 드릴, 당신은 치과의사용 드릴을 좋 아하오? 아니요. 나도 싫어하오. 하지만 나는 그것들을 수리해 주죠. 그는 자신에 대해 충분히 말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그녀가 어떻게 이 모임의 멤버기 되 었는지 알려고 애쓰면서 물었다. 리나와 오랫동안 알고 지냈소? 아뇨. 오늘 처음 만났어요. 그녀는 조예와 함께 일해요. 조예와 나는 같은 아파트에 살구요. 같은 아파트예요? 그는 놀라는 것처럼 보였다. 그 아파트가 어디에 있는데요? 아르바트예요. 다시 그는 놀라는 것처럼 보였다. 아르바트? 어머님, 아버님과 함께 말이오? 전 부모님이 없어요.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언니와 함께 살고 있죠. 그는 못 밑겠다는 듯이 그녀를 보았다. 레스토랑에 오는 여자들은 항상 특별하게 자신을 보이려고 했다. 즉, 특 별한 성공이나 불행을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했다. 그 들 모두는 스스로 기구한 운명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했다. 열일곱 살의 고 아라는 것은 기구한 운명으로 통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앞 에 앉아 있는 여자는 레스토랑 여자가 아니었다. 내 가족은 모두 살아 있소. 코스챠는 말했다. 우리 부모님, 네 형제, 세 명의 누이, 할아버지와 할머니, 우리는 대가 족이지. 그분들은 케르치에 사시나요? 아니오. 이사갔소. 그는 회피하듯이 대답했다. 나는 모스크바에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소. 어는 누구도, 그리고 아무 것도 내 집조차도. 그러면 어디에서 사세요? 나는 교외의 소콜니키에 방을 하나 얻어서 살고 있소. 바랴는 놀랐다. 그렇게 많은 친구들이 있는데 당신에게 시내에 있는 방 하나쯤도 구해 주지 못해요? 그녀는 소피야 알렉산드로브나의 집을 그에게 제공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는 생각이 들었다. 세 들어 있던 사람이 곧 이사할 거라는 말을 들었기 때 문이다. 그녀는 물론 소피야 알렉산드로브나에게 말하기 전에 코스챠에게 어떤 것도 말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은혜를 모르 는 친구들을 대신해서 보상하고 싶다는 욕망이 너무나 강했다. 난 어떤 것도 약속할 수는 없지만 같은 아파트에 사는 부인에게 한번 물어볼께요. 그녀에겐 남는 방이 하나 있거든요. 아마 얘기를 하면 당신에 게 빌려 줄거예요. 그는 다시 못 믿겠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녀가 진지하 게 말하고 있다는 것을 곧 알 수 있었다. 멋지군요. 그는 말했다. 정말 멋지군요. 그 집에 전화는 있소? 제가 먼저 그녀에게 물어 봐야 해요. 그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그녀에게 전화한다는 게 아니라 내 직업이 전화가 꼭 필요한 직업이기 때문이오. 걱정 마세요. 전화가 있으니까. 그녀는 그 방에 관해서 아무 말도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방을 얻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당신은 어떻게 어부에서 전기 전문가가 되었어요? 어부.... 나는 바닷가에 살았었소. 그러니까 어부였지. 저는 바다를 한번도 본 적이 없어요. 그는 놀랐다. 바다를 본 적이 없다구? 단지 영화에서만 보았어요. 그는 이제 그녀를 똑바로 보았다. 바다를 보고 싶어요? 그렇고 말고요. 음악이 끝나자 사람들이 테이블로 돌아왔다. 우리의 새로운 친구인 바랴와 조예를 위해 건배합시다. 코스챠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잔을 높이 쳐들며 말했다. 건배. 작은 볼랴가 코스챠를 흉내내며 환호성을 질렀다. 건배를 하기엔 적당한 시간도 장소도 아니었지만, 그들은 이미 충분히 먹고 마셔서 테이블은 지저분해져 있었고 모두들 계속 오고 가며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안경을 쓴 대학교수처럼 보이는 젊은 남자가 코스챠 옆에 나타났다. 바 랴는 그가 10루블의 지폐를 들고 있는 것을 눈여겨보았다. 홀수 아니면 짝수? 그가 물었다. 난 하지 않겠어. 그러나 곧 그는 마음을 바꾸었다. 기다려. 바랴. 당신의 소원을 빌어요. 어떤 것이나, 자, 이젠 됐소? 네. 사실 그녀는 빌지 않았다. 자, 짝수인지 홀수인지 말해요. 짝수. 짝수? 젊은이가 반문했다. 코스챠가 다시 한번 짝수라고 말하자 젊은이는 테이블 위에 지폐를 올려 놓았다. 코스챠는 씩 웃으면서 그 지폐를 집었다. 그리고 바랴에게 말했 다. 나는 돈을 벌었고 당신은 소원을 성취했소. 무엇을 빌었소? 그녀는 언뜻 생각나는 것을 말했다. 취직했으면 하고 빌었어요. 굳이 빌지 않아도 취직할 수 있을 텐데.... 그는 실망했다. 그건 무슨 게임이죠? 코스챠는 그 지폐를 테이블 위에 펴고는 지폐에 쓰여 있는 일련의 수 341672를 가리켰다. 여기 아라비아 숫자가 여섯 개 있소. 당신이 짝수라고 했지요? 즉 십이 가 되는 사, 육, 이를 말했소. 그렇게 되니 그는 자연히 홀수를 가지게 되 는데 그것은 합해야 겨우 십일밖에는 되지 않소. 당신이 고른 짝수의 합이 더 많지. 그래서 당신이 이긴 것이니 십 루블을 가지게 되는 거지. 알겠 소. 바랴는 웃었다. 그것은 결코 수준 높은 수학은 아니군요. 이것은 매우 정확하고 빠른 게임이오. 왜냐하면 그가 주먹을 펴자마자 당신이 이겼는지 졌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지. 그는 마치 어린애처럼 기 뻐했다. 이 복잡한 게임의 이름은 뭐죠? 미국식 <레일로드>요. 프랑스식이 아니라 단지 평범한 미국식 트럼프 말이오. <사보이의 레일로드>군요. 그녀는 말했다. 코스챠가 웃었다. 지금 그 말 들었소? 료바, 들었소? <사보이의 레일로 드>라는. 당신은 사보이와 사보이에 중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이죠? 이카는 마치 어느 누구도, 특히 코스챠가 사보이와 사보이에의 차이를 모르고 있다는 것처럼, 자기만 알고 있다는 듯이 웃었다. 나는 사보이 레스토랑을 말한 것이에요. 바랴는 이카가 코스챠를 놀리 는 것에 화가 나서 툭 쏘아붙였다. 맞소. 틀림없이 그 식당이오. 코스챠가 맞장구를 쳤다. 그는 사보이에 가 무엇이든 어디에 있든 간에, 그가 잘 알지 못하는 차이점이 있다는 것 을 느꼈다. 그는 그녀의 몸에 손을 대지는 않았으나 팔을 바랴의 의자 뒤 에 올려놓은 채 의자 앞쪽에 앉아 있었다. 그는 직선적인 그의 성격으로 그녀에게 접근하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그는 계속 적극적인 몸짓을 했으 나 지나치지 않게 억제하고 있었다. 바랴는 그런 그의 행동을 모두 알고 있었으나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 로 그녀도 결국은 그의 돈으로 유쾌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었다. 게다 가 그녀는 그에게서 어떤 매력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돈만 잘 쓸 뿐 아니라 진실했다. 악단이 다시 연주를 시작했다. 모든 사람들이 춤을 추기 위해 일어났다. 그러자 그는 다시 바랴를 잡았다. 당신은 정말 바다를 본 적이 없소. 네. 아까 말했잖아요. 그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러면, 세바스토폴까지는 가는 기차를 타고 얄타까지 남쪽 해안을 따라 버스로 갑시다. 돈이 아직 남아 있으니 내일 떠나기로 하지. 그는 고개로 지갑을 가리켰다. 기차는 오후에 떠나요. 그러니까 필수품과 수영복, 코트만 가져와요. 더 필요한 것은 도착해서 사도 충분하오. 그녀는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그런 일을 제안할 수 있을까? 그에게 그렇고 그런 여자로 생각될 수 있도록 어떤 계기를 주었을까? 그게 무엇일까? 당신은 매년 휴가 때 같이 갈 사람도 없나요? 그녀는 조소와 야유의 눈길을 그에게 보내며 빈정거렸다. 그는 머리를 거만하게 젖히면서 천천히 말했다. 내겐 휴가 같은 거 없 소.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떠나는 거지. 나는 어느 누구에게도 구속되어 있지 않으니까. 그녀는 그에게 왜 마음이 끌리는 것인지를 알았다. 그것은 그의 독립성 때문이었다. 이제 그는 그녀에게 그것을 함께 할 기회를 제시하고 있는 것 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그의 제안에 응하면 어떻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 었다. 그러나 별로 걱정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는 그러한 일이 조만 간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늘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작 그녀 를 불안하게 한 것은 다른 것이었다. 그것은 그가 도박꾼으로서 상당한 돈 을 따 이제는 새로운 여자와 즐기기를 원하는 것 같다는 점이었다. 그는 또 덧붙여 말했다. 우리가 돌아와서, 다른 것을 살수도 있구. 그렇구나. 어쩐지 바닷가에 놀러 가는 것보다도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 는 것 같았다. 바랴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어떻게 내가 당신과 그런 곳에 갈 수 있겠어요? 난 아직 당신을 잘 모 르잖아요. 그래야 나를 알게 될 것 아니오. 아니에요. 벌써 당신에 대해 많이 알게 됐어요. 꼭 우정의 맹세를 교환 해야 한다는 건 아니겠죠? 그는 술병을 집어들었다. 우리의 우정을 위해 건배합시다. 라며 그가 술을 권했다. 그녀는 그의 손을 밀어버렸다. 그리고 너무나 진부한 말이었지만 다른 말이 언뜻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면서 말했다. 당신은 나를 왜 데 려가려는 거죠? 당신이 명랑하고 착한 아가씨이기 때문이오. 그는 그녀의 손을 잡으면 서 진지하게 말했다. 바랴는 그의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손 을 매만지지는 않고 다만 부드럽게 그녀의 손위에 자신의 손을 얹어놓고만 있었다. 그녀는 그것이 더욱 마음에 들었으며 그 역시 좋아하고 있다는 것 을 알았다. 침착하고 점잖게 그는 시끄러운 홀을 바라보고 있었다. 돈이 많고 독립 적이고, 강인한 남자로서 그는 그곳에서 신뢰할 수 있는 오직 한 아가씨에 게 모든 관심을 쏟고 있었다. 이 세상에 어떤 영웅도 남아 있지 않는다 할지라도, 그는 차렷자세를 취 하거나 권력을 탐내거나 하지 않을, 그리고 감시병의 호위 속에서 그의 가 방을 들고 플랫폼을 따라 유유히 걸을 그런 사람이다. 갑자기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그는 신중하게 말했다. 아마 당신과 함 께라면 나는 진실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요. 그녀는 난색을 표했다. 그가 얼굴을 돌려 바랴를 바라보았다. 좋아요. 그녀가 말했다. 가겠어요. 아르바트의 아이들 - 제 2 부 17 준비는 끝났다. 사샤는 적재된 배가 급류를 거슬러 아주 쉽게 나아가고 있는 것에 놀랐다. 뱃머리에 있는 높은 들보를 질러 쇠사슬로 달아 올린 채 그 배는 제방과 나란히 나아가고 있었다. 사샤와 보리스는 노를 저어 강을 건너야만 했다. 그들은 노를 노받이에 잘 맞추어놓고 거센 급류에 맞서서 온 힘으로 노를 저었다. 그 강이 계절 에 따라 강철빛의 회색, 군청색, 혹은 청록색으로 변한다고 할지라도, 물 은 너무나 맑아서 밑바닥에 있는 조약돌까지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지금 아주 전속력으로 가고 있는 거야. 닐은 농담하듯 말했다. 아! 젊은이들이여! 닐 라브렌티예비치는 좋게 말해서 표정이 풍부한 사람으로 왜소한 체구 에 조금은 설쳐대는 농부였다. 그는 레나 강에서 사금을 가려내는 일을 했 었으며, 내전 중에는 콜차크와 백군에 대항하여 유격대와 함께 투쟁하기도 했다. 지금 그는 집단농장의 노동자였다. 그는 유격대와 함께 지냈던 일들을 떠벌리곤 했는데, 필시 다른 사람들 로부터 들은 것임에 분명했다. 그러나 그는 금광에서 있었던 일들에 관해 서 만은 사실대로 말했다. 젊은이들이 금을 찾으러 떠나는 것은 앙가라 사람들의 관습이기도 했다. 만약 그들이 금반지를 끼고 달아온다면 운 좋게 금을 발견하여 결혼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걸이었다. 닐 라브렌티예비치도 금을 발견하여 집으 로 돌아와 결혼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여섯 마리의 소와 자신의 농 장을 갖게 되었다. 그는 일꾼들을 거느리지 않았으며, 자신의 우유 분리기 를 가지고 있지 않았고, 또한 퉁구스족과 거래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열 마리의 소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땅을 소유한 부농은 아니었다. 가을에 그는 덫을 가지고 숲으로 들어가 겨울 내내 육칠백 마리의 짐승 을 잡아 가죽을 얻었다. 그는 그 일에 매우 능숙했으나 담비들이 다람쥐들 을 북쪽으로 쫓아내 이제는 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집단농장은 그가 할 일이 더 많아졌다. 옛날에는 건초를 만들기 위해 농부가 풀을 베면 남은 일들은 아내가 하 곤 했다. 그런데 이제 농부와 그의 아내는 집단 농장의 노동자로서 별 차 이가 없었다. 그들은 제방을 따라 나아가고 돌출된 절벽, 낙석 사이와 절벽 바로 아래 에 있는 여울을 지나가면서 닐이 떠벌리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낮 동안 의 뜨거운 태양이 내내 머리 위에서 비치고 있었는데, 저녁 무렵이 돼야 겨우 숲 저편으로 지곤 했다. 그때의 제방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침엽 수림이 연보라빛의 줄무늬가 되기도 했다. 때때로 외딴 어선이 나타나거나 반대편 둑에서 뗏목이 보이기도 했다. 그들은 이곳에서 저인망 고기잡이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반대편 둑에서 가끔 보이는 뗏목은 멀리서 보면 외로운 말이 떠다니는 것 같았으나, 가까이에서 보면 사람은 커녕 짐승이나 새 한 마리조차 없었 다. 또 강물이 소용돌이치고 햇빛 속에서 물보라를 일으키며 둥근 달과 폭 포 사이로 돌진해 갈 때, 작은 시내의 물소리는 마치 거센 바람에 흔들리 는 침엽수림의 소리와 같았다. 배가 그 시내를 빠르게 지나갈 때, 닐은 키 를 잡고 있었고 그들 모두는 밧줄을 잡아당겨야만 했다. 심지어는 큰 쇼올 을 걸치고 있는 말이 없고 병약한 그의 아내까지도 밧줄을 당기곤 했다. 어깨는 쓸려 벗겨지고 정강이는 둑에 있는 바위에 부딪쳐 멍이 시퍼렇게 든 보리스는 침울하게 말했다. 볼로쟈 크바차드제라면 꼼짝도 하지 못했을 거야. 오히려 배가 그를 끌 어당길 테니 말야. 우리가 이곳에 있는 한 호송인은 필요없겠군. 사샤가 말했다. 그들이 강둑에 있는 골차비노 마을에 도착하니, 그 지방의 유배자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중 한 명은 과거 사회주의혁명가였던 키가 작 은 백발의 할머니였으며, 다른 한 사람은 무정부주의자로 인상이 좋은 반 백의 노인이었다. 그리고 프레다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소녀가 있었다. 그 할머니는 마리야 페도로브나였고, 노인은 아나톨리 게오르기예비치였다. 우편물이 두 달 동안 배달되지 못했기에, 닐은 그들에게 한 묶음의 편 지, 신문, 잡지 등을 전해 주었다. 그 속에는 프레다의 소포도 포함되어 있었다. 우리는 삼 일 동안 내내 당신들을 기다렸소. 아나톨리 게오르기예비치 는 밝게 웃으면서 말했다. 우편 분리소인 나톨리 예고리치에서 지체되었어요. 닐이 설명을 해주 었다. 우리는 드보레츠로 가려고 해요. 우체국이 새로 생겼거든요. 이 소식으로 인해 그들간에는 많은 대화가 오고갔다. 만약 드보레츠 마 을이 우편 구역이 된다면 타이셰트 지역에 대한 겨울 우편은 훨씬 빠르게 배달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우편 구역의 창설이 행정적 변화를 갖고 올지도 모른다. 아마 새로운 지방 중심지가 드보레츠에 세워 질 예정인 것 같았다. 새로운 관청은 개혁을 뜻하는 것이기도 한 것이다. 개혁은 아주 가까이에 다가온 것이다. 마리야 페도로브나는 서둘러 그들을 재촉했다. 물건들을 들어요. 밤을 지낼 곳을 정리할 테니까. 고맙습니다만 닐이 벌써 장소를 구해 놓았어요. 사샤가 대답했다. 예프로시냐 안드랴노브나 집이요? 맞아요. 닐은 우편함을 끌어내리면서 말했다. 좋아요. 그녀는 대답했다. 그럼 저녁이나 같이 먹읍시다. 프레다가 당신들을 부를 거예요. 그렇지, 프레다? 프레다는 편지를 읽고 있었다. 프레다, 정신차려! 예, 예. 그 소녀는 편지를 봉투 속에 다시 넣었다. 그리고 마리야 페도로브나를 바라보기 위해서 크고 푸른 눈을 들었다. 낡은 블라우스 위까지 길고 검은 머리가 내려와 그녀의 가는 허리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이분들을 모시고 가. 마리야 페도로브나는 다시 말했다. 그리고 우린 오늘 밤 아나톨리 게오르기예비치 집에서 저녁을 함께 먹을 거야. 알겠어요. 아나톨리 게오르기예비치는 신문을 대충 훑으며 넘기고 있었다. 이봐요. 나중에도 읽을 시간이 많잖아요. 마리야 페도로브나는 명령조 로 말했다. 갑시다. 보리스가 프레다의 소포를 집었다. 당신 물건이나 나르세요. 그녀는 말했다. 괜찮소. 보리스는 힘찬 몸짓으로 소포를 어깨에 둘러메고는 자신의 가방을 들었 다. 그의 피로는 어느새 깨끗이 가셔졌다. 그럼, 짐을 두고 갑시다. 다시 올 테니까요. 마리야 페도로브나는 참 견했다. 사샤가 날이 배에서 짐을 내리는 것을 도와주고 있을 때 보리스가 돌아 왔다. 그들은 둑 가까이에 있는 오두막으로 모든 짐을 날랐다. 여주인이 고기를 씻어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동안, 사샤와 보리스 는 밖에 있었다. 어때? 보리스는 의심스럽게 사샤를 보고 있었다. 사샤는 그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는 척했다. 그들은 친절하고 매력적이 며 호감이 가는 사람들이야. 무슨 소리야. 보리스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반박했다. 그들은 추나 에 있는 볼로쟈의 친구들과 같은 그런 종류의 사람들이 아냐. 현실적인 지 식인들이라구. 그들은 네가 무엇을 믿든 간에 신경쓰질 않아. 그들에게 중 요한 것은 네가 그들과 같은 유배자라는 점이야. 현실적인 사람들! 하여 튼, 프레다 어때? 아름다운 소녀야. 겨우? 그녀는 슐라이드나 에스더 정도는 되는 여자야! 수천 년에 걸친 박해, 방랑, 학살을 겪으면서도 보호해야 했던 중요한 존재지. 네가 그런 민족주의자인지는 전혀 몰랐어. 사샤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녀가 만약 러시아 소녀라면 애국심을 가지고 있지 않을 거야. 그러나 유태인 소녀이기 때문에 애국심을 갖고 있어. 그러나 내 아내 역시 유태인 이지만 그녀는 안 그래. 오! 저 고상한 모습! 아! 현모양처여! 유태인 남자들이나 그렇게 말하겠지. 사샤는 말했다. 뭐라구? 프레다와 너는 채워야 할 형기가 있어. 게다가 너는 케쥐마에 있고 그 녀는 보구찬스크에 남아 있잖아. 무슨 소리야! 만약 우리가 결혼한다면 그들은 우리를 함께 있게 해줄 거야. 사샤는 보리스의 생각에 놀랐다. 그러나 그가 말한 모든 것에 비추 어보면 분명히 그녀는 결혼했을 것 같았다. 그녀는 결혼했을 것 같아. 그렇다면 정말 유감이겠지. 생선, 신크림, 월귤잼이 식탁 위에 올라 있었다. 닐과 그의 아내는 식탁 에 생선뼈를 뱉아 냈지만, 사샤는 그런 모습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그들의 여주인은 솔직하고 쾌활한 여자였다. 그녀는 집단농장에서 일하 기 싫어하는 아들과, 빌딩단지에 가서 일하자고 아들을 유혹하는 사람들에 해해 불평했다. 아마 당신을 홀로 내버려두지 않을 게요. 닐이 그들에 관해 얘기했다. 그놈들은 모르는 게 없고, 어디든지 나타나서 그럴싸한 말을 해댄다니 까. 실제로 작은 집시인 그 아들은 사샤와 보리스를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 보며 엄마의 불평을 조용히 듣고 앉아 있었다. 역시 집시처럼 보이는 주인 은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보리스는 프레다를 기다리며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주인은 아직도 그녀의 아들에 관해서 이야기를 계속 해대고 있었다. 이 애한테서 성냥을 발견했어요. 글쎄 주머니에 담배를 감추고 그 주머 니에서 불을 붙이다 구멍을 냈어요. 도대체 무엇이 부족했을까요? 우리는 이 애에게 많은 일을 시키지 않았어요. 모든 일을 다 우리가 했다구요. 그 런데 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나가요. 요즘엔 세상이 다 그러나 불평할 수도 없고, 참. 그 소년은 옆으로 사샤와 보리스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의 아버지 역 시 조용했다. 그의 아버지 역시 방랑자였으리라. 그것 역시 그녀는 알고있 는지 불평을 그치지 않았다. 그녀의 아이가 집을 떠나 나쁜 친구를 사귀어 평생 감옥에서 일생을 마칠 것 같아서였을 게다. 프레다가 모든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들어왔으나 대화를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앉았다. 그녀는 부츠를 신고 낡은 코트를 입고 있었으며, 길 게 묶은 머리와 목에는 스카프를 두르고 있었다. 그녀는 저녁식사가 끝날 때까지 코트를 입은 채 그대로 있었다. 보리스는 일어나 초조한 듯 사샤에게 서두르라는 눈짓을 보냈다. 한 구석에는 성상과 함께 성체용기가 있으며, 다른 구석에는 거울, 반짇 고리와 깨끗하게 수가 놓여 있는 타올과 함께 코너 테이블이 있었다. 창턱 을 따라 광물 표본과 씨를 담아 놓은 상자와, 풀이나 꽃이 든 항아리가 있 었다. 아나톨리 게오르기예비치는 우리의 전임 농학자, 지질학자, 광물학자인 데 내가 모르는 것이 또 있을 거예요. 마리야 페도로브나는 웃으면서 말 했다. 이 사람은 자신의 업적에 대해서 그들이 보상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들은 강제 노동수용소나 정치인 격리소에 그를 유치시킴 으로써 보상을 한 셈이지만요. 이곳은 가치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아나톨리 게오르기예비치는 대답 했다. 앙가라에 있는 자원들은 다른 어느 곳에도 없어요. 석탄, 금속, 석유, 수목, 모피, 무한한 수력 들이 이곳에 있지요. 그는 가냘픈 손가락으로 조약돌을 뒤집어 그들에게 질이 좋은 은광맥의 선이 새겨진 용암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그는 기대하지 않았던 방문객의 관심을 끈 것에 기뻐했다. 이러한 방문객은 설사 있다하더라도 최소한 몇년 동안 아마 있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1917년 2월혁명 이전에도 앙가라로 유배되었어요.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다시 여기에 있어요. 그 당시에는 지방신문에 내 기사가 실렸었지만, 지금은 생각조차 할 수 없지요. 그러나 언젠가 나 의 조사기록이 유용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광산 자원의 탐구는 동부의 두 번째 가는 야금술의 발전을 위해서도 매 우 중요한 일이에요. 보리스는 프레다를 힐끗 보며 말했다. 쿠즈네츠 유역 개발 후에는 여기에서 산업화가 진행될 거예요. 그것은 시간 문제지요. 그는 그 지역의 열정주의자들을 고무하는 높은 관리처럼 진지하게 말했다. 불쌍한 보리스! 그는 프레다에게 상류급의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했으나 별로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다. 마리야 페도로브나는 비웃는 듯 끄덕였다. 당신이 원하는 것은 오개년 계획, 산업화군요. 하지만 그들은 당신의 자유를 박탈했어요. 그것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해요. 당신은 지금으로 부터 오십 년후 이 지역에서 일어날 것과 시베리아 사정만 얘기하고 있지 만, 그 동안 사람들이 지닌 선과 친절에 대한 권리의 박탈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 보라구요. 그러나 명백한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좋지 않아요. 아나톨리 게오르기 예비치는 말했다. 산업혁명이 러시아에서 일어나고 있어요. 솜털이 많은 작은 노인은 무정부주의자에 대한 사샤의 생각처럼 아무 슬모없는 것이었 다. 당신은 뭐 때문에 여기 있어요? 마리야 페도로브나는 소리를 질렀다. 취소하세요! 과학 연구소에 들어가야 할 걸 그랬어! 아니오. 아나톨리 게오르기예비치는 거절했다. 거기에는 다른 사람들이 있을 거요. 만약 서로의 생각들이 모두 같다면 전혀 사고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을 거요. 그러나 사람들은 일을 해야만 해 요. 빈둥거리며 살 수는 없어요. 그는 그의 식물을 가리켰다. 저기에다 나는 토마토와 멜론을 재배하고 있소. 이 토마토 때문에 당신은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강제 노동수용소로 보 내질 거예요. 마리야 페도로브나는 말했다. 당신은 토마토에 온갖 정열 을 다 쏟지만 그 집단농장은 생계를 위한 곡물조차 기를 수 없어요. 러시 아에선 그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조차 하질 않아요. 그리고 그들은 한번도 앙가라에서 그것을 재배해 보지도 않았으면서 이곳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 고 있어요.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과거에는 잘 견딜 수 있었어요. 유배자는 농부들을 위해 일하거나 고향 으로 보내져 그곳에서 살았지요. 그래서 어느 누구도 유배자들을 신경쓰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집단농장과 당국이 있고 정부 감시인이 있어요. 만약 당신이 개혁을 주장한다면 그들은 당신을 선동자라고 비난할 거예요. 집단종장에서 무엇인가 잘못될 깨마다 어떤 사람을 비난해야만 하는데 그 희생자는 늘 반 혁명가인 유배자들이죠. 그들이 그 지방 사람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거예요. 만약 감자가 자라지 않으면 그들 때문이라고 생 각하며, 고기가 잡히지 않아도, 소가 새끼를 낳지 못해 우유를 제공하지 못해도 다 유배자들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처음에 그들은 프레다를 침례교도로 생각했어요. 그들 중 한 면은 실제로 그녀의 침례교도 선동을 중지하라고 요구까지 했다니까요. 맞지, 프레다? 맞아요. 프레다는 웃었다. 그들이 얻은 것은, 마리야 페도로브나는 빈정거리듯 말했다. 농부들 이 싸우지 않는다는 것이죠, 뭐 때문에 싸우겠어요? 옛날엔 지주가 그의 땅을 뺏지나 않을까 하고 두려워하곤 했지만, 이제는 땅을 몽땅 다 빼앗겼 으니 도대체 무엇을 위해 계속 투쟁을 하겠어요? 그것은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 질문이군요. 사샤는 말했다. 전체 인 민이나 국가를 위해서는 싸울 가치가 있어요. 그럼 당신도 싸웠습니까? 마리야는 물었다. 물론이에요. 무엇을 위해 싸웠지요? 러시아를 위해, 소비에트의 힘을 위해서. 그러나 당신을 시베리아로 추방한 것은 바로 그 소비에트의 힘이잖아 요. 참으로 유감스럽게도 그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것은 소련 당국의 잘 못이 아니라 그 권력을 남용하는 사람들의 잘못이지요. 몇 살이죠? 아나톨리 게오르기예비치는 물었다. 스물 두 살인데요. 젊군. 노인은 웃었다. 아직도 창창한 나이로군요. 이 사람 앞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마리아 페도로브나는 침울하게 중 얼거리더니 갑자기 사샤에게 물었다. 형량은 얼마나 되죠? 삼 년입니다. 당신은요? 나는 형량이 없어요. 그녀는 차갑게 말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죠? 난 1922년에 처음, 정치인 격리수용소인 솔로브키섬으로 유배되었지요. 그러다가 다시 솔로브키와 격리수용소로 돌아왔죠. 이제 그들은 북부를 지 배하기 위해 우리 반혁명가들을 이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도 당 신 앞날이 창창하다구요. 이곳에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벗어날 수가 없어 요. 만약 그들이 프레다를 팔레스티나로 가게 해주었다면 그녀가 이곳으로 왔으리라고 생각하나요? 당신은 팔레스티나에 가고 싶어요? 사샤는 놀라서 물었다. 예. 그곳에서 뭘 할 건데요? 일할 거예요. 그녀는 대답했다. 나는 농사를 지을 거예요. 그녀의 말투에는 약간의 사투리가 섞여 있었다. 땅파는 법이나 알고 있소? 조금. 사샤는 얼굴을 붉혔다. 그 질문이 심술궂게 들렸기 때문이었다. 뒤늦게 알았지만 그녀는 이곳에서도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었다. 그것이 그녀의 살아가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그는 어색함을 무마하기 위해 점잖게 물었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것이 불편하오? 나는 유태인으로 취급되기를 원치 않아요. 그녀는 침착하게 말했으나 완고한 음성이었다. 보리스는 이곳에서는 아무 것도 할 일이 없을 거라고 사샤는 생각했다.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마리야 페도로브나와 아나톨리 게오르기예비치는 사상이 다른 사람들도 불가피하게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혁명 전, 짧은 기간에 만들어진 시대의 파편들이었다. 지금도 비정상적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바울린과 스톨페르 와 쟈코프는 그들과 사상을 달리하는 늙고 힘없는 이런 사람들까지도 재판 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확신했던 것이다. 부탁이 있어요. 마리야 페도로브나는 말했다. 케쥐마에 도착하거든 안나 페트로브나 삼소노바를 찾아서 그녀에게 이것을 전해 주세요. 그녀 는 사샤에게 봉투를 주었다. 그 봉투를 받아야 할까? 그 안에는 무엇이 있 을까? 왜 그녀는 우편으로 보내지 않을까? 그녀는 그가 망설이는 것을 알 아차리고는 봉투를 열어 보였다. 돈이 들어 있었다. 이십 루블이에요. 이것을 그녀에게 주고 내가 아직도 살아 있다고 전해 주세요. 좋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라고 사샤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들은 이쪽 둑에서 건너편 둑까지 빠른 해류를 지나 노를 저으면서 상 류로 계속 나아갔다. 날씨는 더웠지만 뱃머리에 앉아 있는 닐의 부인은 쇼 올로 몸을 감싸고 있었고, 닐도 비옷을 벗지 않고 있었다. 그들은 멀리서 나는 폭음을 들었다. <무라> 급류야. 닐은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 배는 번번이 물 속에 있는 돌에 긁혔다. 급류는 점점 빨라지고 소리 는 포효하듯이 으르렁거렸다. 강은 거대한 백운으로 뒤덮여져 있었으며, 바위에 부딪쳐 거대한 물거품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 소리는 마치 수백 개 의 대포를 쏘아대는 것 같았다. 거대한 소리와 함께 무라 강은 왼쪽 둑에 있는 바위 골짜기 틈을 통해 급류하고 있었다. 앙가라로 흘러가는 그곳에 는 거대하고 뾰족한 화강암처럼 바위산이 우뚝 솟아 있었다. 그들은 둑 위에다 배를 끌어 내려놓았다. 그리고 짐을 나르고 다시 와서 는 밧줄로 배를 묶었다. 보리스는 더 이상 피곤함을 느끼지 않았다. 그리고 케쥐마에 도착하기 위해 서둘렀다. 그는 그곳에 정착하여 프레다를 데려올 생각이었다. 그는 그들이 결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아니야. 그녀는 약혼자나 남편도 없을 거야. 그녀의 엄마는 체르니고프 어딘가에 살고 있어. 프레다는 고아가 아냐. 결혼하면 우리는 케쥐마에서 살 거고 난 그녀를 밖에서 일하게 하지 않을 거야. 그녀는 조용히 가정을 꾸려 나갈 거고 우린 곧 아이를 갖게 되겠지. 여기의 모든 사람들도 다 아 이를 키우고 있으니까. 그리고 형량이 끝나면 우린 떠날 거야. 그러면 나 는 모스크바에서만 그녀를 보는 것 말고도 극장에서 멋진 옷을 입고 있는 그녀를 볼 수 있을 거야. 진짜 좋은 아내를 얻기 위해 앙가라로 여행하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지. 유배는 단지 몇 년이지만 아내는 일생동안 같이 있는 거잖아. 그녀는 팔레스티나로 가기를 원하고 있어. 사샤는 대답했다. 쓸데없는 소리, 그 말은 이제 곧 안 하게 될 거야. 그녀는 아직 여자로 서 많은 경험을 하지 못했어. 가축, 집, 아이들이 있으면 팔레스티나에 대 해서는 모두 잊게 될 거야. 사샤는 프레다의 아름다운 얼굴에 나타났던 결심을 생각해 내고는 보리 스의 맹목성에 다시 한번 놀랐다. 그녀는 신을 믿는다고 말했어. 보리스는 계속했다. 너는 그녀가 얼마 나 심각한지 몰라. 그렇지 않아? 나에게 여호와를 진지하게 믿는 현대 유 태인을 한 명 소개해 줘 봐. 유태인에게 있어서 종교는 단지 민족적 자기 방어 형태로 동화작용을 막기 위한 수단이야. 그러나 동화작용은 필연적이 지. 우리 할아버지는 차디크였지만 나는 히브리아어조차 몰라. 너는 내게 넌 어떤 종류의 유태인이지? 하고 물을지도 모르지. 보리스 너는 그녀를 단 하루저녁밖에 보지 않았어. 사샤는 말했다. 너는 5분 안에도 어떤 사람에 대해 잘 알게 됐잖아. 나는 너를 사령관 사무실에서 본 순간 곧 나는 우리가 잘 지내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았어. 그런데 내 예감은 틀리지 않았지. 이제까지 나는 여러 종류의 여자들을 알 아왔어. 하지만 일단 진정한 여자를 발견했다. 싶으면, 다른 여자들에겐 전혀 관심 없어. 오히려 나 같은 사람이 더 좋아. 왜야하면, 결혼 전 순진 했던 남자가 바람을 피면 아내와 아이들을 내쫓고 가정을 파괴하는 법이거 든.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외로움인지 아니면 먼 지역에서 자신과 같 은 인생을 살아온 한 여자에 대한 동정인지는 모르지만 보리스는 분명히 사랑에 빠졌다. 프레다에 관해 이야기를 할 대 그의 얼굴은 부드러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은 닐의 친구와 친척들의 집에 머물면서 카르체프 정착지로 결정되 었던 차도베츠 마을과 몇몇 다른 마을을 둘러보았다. 사샤와 보리스는 저녁 식사 후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지만 닐은 그들의 주인과 함께 늦게까지 앉아 있었다. 사람들이 왔다갔다하는 바람에 사샤는 잠결에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와 농부의 긴 대화를 들었다. 그들은 생선 튀기는 냄새, 달가닥거리는 스토브와 스튜 냄비의소리 때문 에 일찍 일어났다. 잘 잤수? 벌레에 물리지는 않았나요? 여주인은 물었다. 아주 잘 잤어요. 벌레 물리지도 않고요. 그들은 빨리 나가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아침식사를 오래하지는 않았 다. 바깥에선 일찍 일하러 나온 사라들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사람들은 빨리 일을 시작하려고 저렇게 달려가지요. 여주인은 말했 다. 잘 먹었습니다. 닐은 일어나 트림을 하면서 성호를 그었다. 그런 날을 지내던 며칠 수 돌아온 닐은 가끔 떠벌리곤 했다. 이곳 집단농장들을 봐. 침엽수림지대라서 땅은 거칠고 얼어붙었다구. 이곳은 러시아가 아니야. 여기서는 곡물을 수출할 수가 없어. 나와 우리의 아이들은 배불리 먹을 수도 없지. 이런 상태에서 과연 우리가 국가에 무엇 을 줄 수 있을까? 다람쥐를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에게도 아무 것도 줄 수 가 없어. 여기 사람들은 레나에서 소를 기르곤 하지. 하지만 너는 우유조 차 얻을 수 없을 거야. 유배자니까. 그런데도 우리는 정치범들을 가끔 고 용했지. 그들은 나무의 그루터기를 파곤했어. 이제 그들은 더 이상 할 일 이 없을 거야. 그들은 러시아로부터 유배된, 부농인 같은 특별한 정착자들에 의해 1930 년에 이루어진 카리닌 정착지도 둘러보았다. 그들은 유배자들을 일월 말에 여기에 데려왔어. 닐은 말했다. 숲속에다 그 추방자들을 풀어주었지. 그곳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아이들 이 얼어 죽지 않게 하기 위해 눈 속에다 땅굴을 팠어. 그런데 추위를 이기 지 못하고 아이들이 많이 죽어버리자, 여자들은 큰소리로 울면서 아이들 위에 눕곤 했지. 용기 있는 몇몇 농부는 적어도 아이들을 위하여 좋은 피 난처를 발견할 수 없을까 하여 오 마일이나 떨어진 코다 마을까지 갔지. 그러나 코다 사람들은 깜짝 놀랐지. 그들 중의 하나인 루코스예프 일가 가 전에 부농을 끌어들인 적이 있었거든 그런데 가장 믿을 만한 그 일가가 쫓겨나자 그들은 두려워지기 시작했지. 그래서 농부들은 숲으로 돌아와 땅 굴을 만들기 시작했어. 눈이 덮여 얼어붙은 땅에서 땅굴을 파려고 노력했 지. 그러다가 많은 사람이 죽어갔지. 그러나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사람들 은 봄에 그루터기를 파고 일구어서 씨를 뿌렸어. 그들은 일벌과 같이 열심 히 일했고 그럴 능력도 있었지. 그들은 아직도 이곳에 있어. 그들은 토마 토를 심고 있는데, 유배된 정치인인 나톨리 예고리치가 처음으로 심었지. 처음에 여기 사람들은 그를 비웃곤 했었어.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겨우 땅을 끓어 구멍을 파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었거든, 그들은 언제나 거 칠고 무식한 사라들이었지만, 이제 그 부농들은 토마토 재배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어. 봐, 국가에 있어서 그들이 얼마나 가치로운 존재인지. 그는, 부농을 제거해야 하는 필요성과 토마토를 재배한 그 가치에서 그 가 국가 이익을 이해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같이 중대하고 의미있게 말했 다. 그러나 그는 특별정착자들에 대한 동정을 감출 수는 없었다. 그에게도 아이들이 있었으며 그들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서 충격을 받았었다. 앞으로 무엇이 닥쳐올지 몰랐다. 고향으로부터 유배된 우크라이나인과 쿠반 출신 의 농부들과 같은 운명으로 고통받지 않을지 어떨지도 몰랐다. 사샤는 좀 특별해 보이는 새 오두막을 바라다보았다. 그것들은 전형적인 러시아인들의 오두막으로 길가까지 계단이 놓여져 있고 벽둘레에 바람막이 가 있었다. 고향으로부터 유배되어 눈 속의 침엽수림 지대로 쫓겨난 러시 아 사람들은 그곳에다 하나의 작은 러시아를 재창조하고 유지한 것이었다. 사샤는 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들은 항상 일 하고 있었다. 그 마을은 조용하고 평화롭고 고요했으며, 강둑은 앙가라를 따라 잇는 다른 모든 마을의 것과 같이 평범했고, 배들과 틀, 그물들도 흔 하게 눈에 띠었다. 그들은 다른 모든 사람들과 같이 살았다. 이들이 그때 생존한 사람들이 었다. 멀리 언덕 위로 아이들이 얼핏 보였다. 그들은 눈 속에서 얼어죽지 않은 사람들이었거나 혹은 생존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태어난 새 로운 사람들일지도 몰랐다. 다시 한번 거친 강을 지나고 나자 평화로운 강, 파란 낭떠러지, 끝없는 침엽수림, 하늘에서 빛나고 있는 태양이, 모든 것들이 사람들을 위해 아낌 없이 펼쳐지고 있었다. 강의 조용한 흐름과, 작고 이름 없는 여울들까지. 오른쪽 둑에는 루코스예프 일가가 살던 코다 마을이 있었다. 특별정착자들 은 그 마을에서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었다,. 코다는 역시 조용하고 평화 로웠으나 생기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르바트의 아이들 - 제 2 부 18 바랴가, 멋있는 신사와 함께 춤추는 예쁜 여자들과 음악이 흐르는 레스 토랑에서 좋아요. 가겠어요 라고 말한 것은 그녀의 새롭고 독립된 생활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코스챠의 크리미아로 가자는 가의 제안은 바로 그런 그녀 생활의 부분이 되어 버렸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바랴는 세상의 어는 곳이라도 그와 함께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다음날, 공공아파트의 음침한 방에 있으니 모든 것은 달라 보였 고, 바로 어제의 일이 비현실적이고 이루어질 수 없는 것 같아 보였다. 그 것은 일종의 게임이나 레스토랑에서의 한가로운 잡담처럼 생각되어졌다. 비카의 친구들은 크리미아 혹은 카우카수스로 갈 여행에 대해 들떠서 이야 기하였다. 그런데 과연 코스챠는 어떤 사람일까? 한가하게 당구나 치며 도 박을 즐기는 사람? 그가 그녀를 유혹할 때 썼던 방법들을 생각해 보았다. 그는 그녀의 지갑에 돈을 넣어 주고, 메뉴판에서 가장 비싸고 좋은 포도주 를 주문했었다. 그러나 그는 예전에도 그렇게 돈을 뿌리며 다녔을 테고 또, 그것을 수많은 여자들에게 자랑삼아 자신을 과시하며 매우 친절하게 대해 주었을 것이다. 또한 그녀에게 말했던 것처럼 그는 자기와 함게 크리 미아로 가자고 수많은 여자들을 고셔 댔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코스챠 의 말에 쉽게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는 도박꾼에게 자신을 얽매이 게 할 만큼 바보는 아니었으니까. 크리미아에 갔다온 후 그가 그녀를 버리 면 어쩌지? 아니 그것보다 더 그곳에서 떠나버리면 어떻게 되겠는가? 만약 에, 그가 그녀에게 모스크바로 가는 표를 쥐어 준다면 야 상관없을 것이 다. 그렇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그녀에게 혼자 가라고 내팽개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너무 끔찍한 일이었다. 어제 레스토랑에서 처음 만난 사람 과 오늘 크리미아로 떠나려 한다니! 하여튼 왜 그것이 오늘이어야 하는 것 인지. 서두르지 않고 여유 있게 계획을 잡았다면 좀더 냉정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을 텐데. 이렇게 다급해지면 그녀는 소피야 알렉산드로브나에게 말 해 볼 수밖에 없다. 소피야가 동의한다면 그녀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를 따라나설 것이고, 그렇게 되다보면 그녀는 코스챠를 더 잘 알게 될 것이 다. 그러면, 아마도 그들 사이에 무엇인가 이루어질지도 모르지. 어제 코스챠는 조예와 함께 택시로 그녀를 집까지 배웅했고 작별인사를 하면서 이렇게 속삭였다. 내일은 외출하지 말고 내 전화를 기다리고있어 요. 정오 전에 전화할 테니. 벌써 11시가 되었다. 소피야 알렉산드로브나나 조예의 직장으로 그들을 만나러 나가 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저녁에 그가 전화를 걸면 아침 내내 당신 전화를 기다렸는데 왜 하지 않았죠? 라고 그녀는 말할 것이다. 결국 그녀는 어제, 농담처럼 가볍게 그와 약속을 해버렸지만 어쨌던 간에 그것도 약속은 약속이었다. 12시 30분에 코스챠는 전화를 걸어서 차표를 사 놓았다고 말했다. 4시에 기차가 출발하니 3시에 데리러 가겠다면서 그녀의 아파트의 층과 홋수를 물어 보았다. 바랴는 그의 부드럽고 강한 목소리를 듣자마자 또다시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전날에 그는 느리면서도 정확하게 약간의 거리감 을 갖고서 말했었기 때문에 바랴는 그에게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그와 통화하고 난 지금, 갑자기 그의 낯설고 약간은 광적인 듯도 한 불신의 표 정. 넓은 체격과 허세스런 모습이 떠올랐다. 동시에 그에게는 어떤 소박함 도 느껴졌다. 코스챠는 아마 그녀가 아르바트에 살고 있다는 것을 들으면 놀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모퉁이로부터 두 번째 집 근처 니콜스키 거리 에서 기다리겠다고 대답했다. 좋소. 그렇지만 늦지는 마시오. 그렇게 되면 기차를 놓치고 말 테니 까. 바랴는 입구에서 니나와 마주치지 않기 위해 샛길로 니콜스키 가에 가야 겠다고 생각했다. 여행가방을 따고 챙길 필요는 없을 걸이다. 그래서 그녀 는 입고 있는 평상복과 쇼올, 팬티, 스타킹 한 켤레, 칫솔, 비누, 빌 들의 모든 것을 학생용 가방에 넣었다. 가방이 꽉 차서 더 이상 물건이 안 들어가게 되어도 그녀는 여행용 가방 을 따로 챙기지 않았다. 그녀는 아르바트에서는 이웃집으로 통한 통로가 모두 막혀 있다는 것을 기억해 내고는 곧장 니콜스키 가에 갔으나 다행히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설사 만났을지라도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그녀는 단지 그녀의 옛 학생용 가방을 들고 거리를 따라 걷고 있을 뿐인데, 집에 서 나오기 전에 그녀는 니나에게 쪽지를 남겼다. 친구와 함께 크리미아에 갔다가 2주 후에 돌아올게. 즐겁게 지내도록 해. 바랴. 니콜스키 가 모퉁이를 막 돌았을 때 그녀는 택시 옆에 서 있는, 사보이 에서 전날 밤 입었던 것과 같은 옷을 입고 있는 코스챠를 보았다. 그들은 침대차로 여행했다. 바랴는 그런 차를 난생 처음 보았다. 그녀와 니나가 코즐로프(요즘엔 미추린스크라 불린다)에 있는 아주머니 댁에 갔을 때는 보통차의 예약석을 이용했었다. 그녀는 에 명의 승객을 위한 칸막이 객실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두 명의 승객을 위한 칸막이 객실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속에 세면대까지 갖춰져 있다는 것은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실제로 그와 같은 객실에서 여행하고 있는 것이었다. 객실은 벨벳과 청동으로 멋있게 꾸며져 있었으며 청동으로 된 손잡이까 지 달려 있었다. 복도는 카페트가 깔려 있었고 창문 너머로는 벨벳 커튼이 달려 있었으며, 테이블에는 램프의 아름다운 그림자가가 드리워져 있었다. 코스챠에게 특히 대접을 잘해주는 공손한 승무원은 갖가지 모양의 컵으로 그들에게 차를 대접하여 주었다. 바랴는 그들이 객실이 중요하고 저명한 사람을 위한 차라는 것을 알았 다. 옆 객실에는 최고 계급을 나타내는 네 개의 줄이 그어진 붉은 금장을 단 군인이 타고 있었다. 그 너머 객실에는 배우같이 아름다운 중년여자가 그의 남편과 함께 타고 있었다. 바랴는 영화에서 그녀를 보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른 객실에는 인민위원 혹은 부인민위원이 있었는 데 고위 장교들의 표준복장인 자켓, 군화, 짧은 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러 나 경비, 술과 스낵을 담당하는 승무원, 식당차를 위해 예약을 받으러 다 니는 사림이나 식당차의 웨이터와 술 따르는 남자 등 모두가 특별하게 코 스챠를 대접하였다. 그의 얼굴에는 사람을 끄는 무언인가 있었고, 그의 태 도는 다른 승객에게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 처음에 바랴는 코스챠의 좀 저속해 보이는 친밀감이 거슬렸다. 그는 모 든 봉사요원과 금방 허물없이 말을 주고받았으나, 그들 중 아무도 화를 내 지 않았다. 그들은 코스챠가 농담을 던지면 웃음을 터뜨렸고, 그가 시키는 일이면 무엇이든 기꺼이 응했다. 코스챠는 성공의 절정에 이른 남자에게나 어울릴 법한 미소를 띠고 이들의 서비스를 받았다. 코스챠는 고위층만이 가질 수 있는 공식적인 이름도 갖고 있지 않았고, 또 그럴 필요도 느끼지 못하였다. 언제나 매력적이고 독립심이 강하며, 어 떠한 위험도 감당할 수 있는 그는 늘 어는 누구도 차지할 수 없는 것을 곧 잘 얻어내곤 했다. 한창 유가철인 6월에 누가 바로 그 날짜에 출발하는 크 리마아행 기차표를 얻을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중요한 인물들만이 예약할 우 있는 침대차를. 바랴는 그가 틀림없이 두세 배의 돈을 얹어 주었으리라 생각했지만, 그것도 코스챠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는 아무에 게나 팁을 쥐어 줌으로써 자신의 행운을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었다. 그는 바랴와 마치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사이인 것처럼 행동했고, 그래 서 이렇게 막힌 객실에서 둘만이 여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는 듯이 행동했다. 그는 이미 그녀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 처럼 그녀에 관해서 아무 것도 물어보지 않았다. 또 그는 그녀가 이곳에는 당연히 처음 와보는 곳이리라 생각하고는 그들이 통과하고 있는 장소에 대 해 설명해 주곤 했다. 단 한번도 포옹이나 키스하려 하지 않았다. 사실 그 는 그녀와 처음부터 시작하려고 하였다. 그들이 복도에 서서 창밖을 바라 볼 때만 그는 그녀의 어깨 위에 손을 얹어놓았는데 그것은 무척이나 자연 스러운 행동이었다. 즉 그들은 경치에 경탄해 하는 젊은 부부로서 남편이 부인의 어깨에 손을 얹어놓은 정도로 아주 자연스럽게 보여졌다. 정말로 많은 승객들이 그들을 향해 웃고 있었으며 그들을 신혼부부로 생각했다. 바랴는 그런 코스챠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그의 아내처럼 보여지고 있 다는 사실로 그가 무척 기뻐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밤이 다가올수록 바랴는 괴로워졌다. 코스챠는 그녀가 자신과 함께 여행 을 왔으므로, 자신과 관계 맺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남 자는 여자가 자기와 함께 극장이나 함께 춤을 추는 것은 곧 자기와의 관계 를 허락 받은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녀들이 관계를 못하게 하면 화를 냈 다. 코스챠 역시 바랴와 같은 방에서 자게 될 것이며, 함께 식사하게 될 크리미아로 그녀를 데리고 가고 있는 중이었다. 코스챠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바랴는 달랐다. 그녀는 그와 관계를 맺으려고 여행을 결정한 것 은 아니었으니까. 단지 그 남자 덕분에 크리미아로 여행을 가고 있는 중인 것이었다. 그가 그녀와 같이 가기를 원했기 때문에 그것을 허락하였던 것 뿐이었다. 그것이 바랴가 코스챠와 함께 여행하기를 허락했던 이유의 전부 였던 것이다. 그가 만약 크리미아 근처에서 예쁜 여자와 함께 팔짱을 끼고 데이트하는 것 정도로 이번 여행을 생각하고 있다면, 그녀로서는 더욱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었다. 밖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을 즈음 코스챠가 바랴를 바라보며 말했다. 기분이 어떻소? 아주 좋아요. 바랴는 그에게 대답했다. 그렇지만 밤이 다가올수록 그 녀는 더욱더 신경이 쓰였다. 그녀가 그와 사랑에 빠져 있다면 물론 상황은 다르리라. 그렇지만 그녀는 그런 상태가 아니었고, 행여라도 그렇게 되지 는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 확신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그녀도 코스챠의 관대함과 허세에 압도되었지만, 그녀 는 그보다 더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한마디로 코스챠는 정상적인 생활 을 하지 않았다. 그는 다른 세상으로부터 온 것 같았다. 그녀의 친구들인 료바, 이카, 리나, 그리고 빌리와 볼랴는 잘 교육받은 젊고 평범한 사람들 이었다. 그러나 코스챠는 달랐다. 사람들이 그에게 이끌렸던 가장 큰 이유 는 그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갖고 있지 않은 돈을 그가 갖고 있었기 때문 이었다. 물론 그는 지방출신으로 유별나고 즉흥적인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 지만, 그런 모습에 바랴가 끌렸던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그의 독립성에 마음이 끌렸다. 그녀 또한 독립적이었다. 따라서 만약 그녀가 그의 아내가 되더라도 그녀는 결국 혼자 일을 처리할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그의 아내가 되기를 원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은 한번도 결혼에 대해서 진지하게 얘기해 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이 흔 들리고 잇다는 것을 알았다. 만약 그의 첩이 된다면? 그러나 연인들은 서 로 사랑해야 한다. 물론 그의 첩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녀는 결코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일어날 일은 어떻게 해서든 일어나는 법이었 다. 그녀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어리석은 흉내 같은 건 아예 집어치워야 했다. 아르바트의 아이들 - 제 2 부 19 사샤와 보리스는 드보레츠 마을에서 사공과 그의 말없는 아내와 헤어졌 다. 닐은 우체국으로 달려가 검사관과 함께 돌아왔다. 배에서 짐을 나르던 그는 사샤와 보리스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떠벌리고 있었다. 그의 임 무는 2명의 유배자들을 이곳에 데려다 주는 것이었는데, 이제 그 일이 끝 난 것이다. 우리 그 사령관을 방문해야 하지 않아? 보리스는 넌지시 말했다. 뭐 때문에?" 사샤는 물었다. 케쥐마로 보내 달라고 말야. 우리는 그의 도움 없이도 거기에 도착할 수 있을 거야. 거기로 가라는 명령을 받았으니까. 만약 우리가 신고하지 않거나 모습을 나타내지 않으면 좀 어려운 일이 생길걸. 보리스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괜히 그들을 화나게 할 필요 는 없잖아. 사샤는 사령관 사무실에 가고 싶지 않았다. 그들을 만나봤자 굴욕감만 더해질 뿐이었다. 보리스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켜 보겠다는 욕구에 사로 잡혀 있었다. 그는 프레다 외에는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업었다. 드보레츠 가 그 지방의 중심지가 될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은 그는 프레다를 자신이 있는 곳으로 오게 하거나, 자신이 그녀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꿈 을 꾸고 있는 것이었다. 내일 결정하자. 사샤는 말했다. 좋아. 보리스도 찬성했다. 그럼 내가 나가서 하룻밤 묵을 곳을 찾을께, 그 동안 넌 이 물건을 지 키고 있어. 태양이 구름 사이로 사라지자 둑의 가느다란 수양버들이 차가운 바람 속 에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히우스 바람이 강으로부터 불어오고 있었다. 사샤는 코트를 어깨에 걸쳤다. 그는 침울했다. 왜 사령관을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일까? 크바차드제라면 사령관을 찾아가 무언가를 요구했을 것 이다. 보리스도 자신의 목적을 위해 사령관을 찾아가려 하고 있었다. 그러 나 사샤는 가고 싶지 않았고 또 그르지도 않을 것이다. 사샤는 감시도 없 는 탁 트인 둑에서 일주일간 여행하면서 자유로움을 느꼈다. 그러나 이제 끝나야만 하나? 이러한 생각은 지구의 끝인 이곳에서는 특히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 가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그는 자신을 속이고 있 는 건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것이 어쨌다는 말인가! 보리스가 돌아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너에게 오랜 역사의 일부분이었던 한 사람을 소개할께. 유스포프와 라 스푸틴 왕자를 위해 음식을 만들던 위대한 요리사지. 그는 사샤를 한 오두막으로 데려갔다. 누빈 카키색 자켓과 장화 속으로 밀어 넣어 덧댄 바지를 입고 있는 뚱뚱하고 코가 빨간 노인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반질반질하게 면도한 그의 살찐 얼굴은 이끼같이 번드르르했다. 그리고 빗으로 잘 빗은 그의 회색머리 때문인지 그는 도시남자같이 보였 다. 안톤 세묘노비치야. 보리스가 유쾌하게 말했다. 황제폐하 궁궐의 요 리사였어. 평생 요리사였다고? 사샤는 흥미롭게 노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노인 역시 반쯤 감긴 눈꺼풀 아래로 사샤를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었다. 모스크바에서는 안통 세묘노비치를 다시 오라고 부르고 있어. 보리스 는 계속했다. 그러면 그는 대사와 사절을 위해 요리하게 될 거야. 닭고기 튀김, 프로방스 소스.... 나는 모스크바에서 몇몇 요리사를 사귄 적이 있 어요. 물론 당신 조직에서는 하찮은 사람이겠지만 아직도 그는 건강하게 살고 있는 모양이에요. 혹시 그랜드 호텔의 이반 쿠즈미치를 아십니까? 생각이 잘 안 나는데. 안통 세묘노비치가 부드럽게 대답했다. 설령 이 반 쿠즈미치가 그를 기억한다 할지라도 안통은 그들 모두를 거의 기억할 수 없었다. 뭔가 재료만 있으면 훌륭한 요리를 만들어내던 요리사가 있었어요. 이 름이 아마 메트르 알버트 카를로비치일 걸요. 보리스는 계속했다. 그는 나도 알아. 안톤 세묘노비치가 짧게 말했다. 그는 정말 요리사가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었죠. 보리스는 그들이 공통으로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기뻤다. 어떻게 맛있는 음식을 만드느냐 하는 건 그가 요리를 하다가 특히 어는 부분에서 주의를 기울이느냐 하는 것에 달려 있지. 안톤 세묘노비치가 화 가 난 듯 말했다. 첫 번째 과정이냐, 두 번째 과정이냐.... 그래요. 그렇죠 보리스는 대답했다. 만약 요리할 재료가 있다면 말이오. 또, 누구를 위해 요리하나 하는 것 도. 중요하지. 만약 그게 <보예프 스토로가노프>였다면.... 당신은 정말 < 보예프 스트로가노프> 요리법을 배워야 해. 안톤 세묘노비치는 바쁘게 저 녁 식사를 만들고 있는 여주인을 힐끗 보며 말했다. 당신은 언제 모스크바로 떠날 거죠? 보리스는 물었다. 그들이 나를 놓아줄 때. 당신의 석방 문제가 지금 처리되고있다고 말했지요? 나는 사령관 사무실에서 일하는데 그들도 역시 먹기를 원하지.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나를 다시 잡고 있어. 그래서 석방은 좀 힘들어질 것 같 아. 여주인은 생선을 다 다듬어 프라이팬 위에 올려 놓았다. 스토브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던 보리스가 말했다. 저걸로 뭘 만들려는 지 알겠어요. 안톤 세묘노비치는 점잖은 척 앉아 있었다. 우리가 모스크바로 다시 돌아가면 우리의 식사도 만들어 주셔야 해요. 보리스는 웃으면서 말했다. 재료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만들 수 있을 텐데. 안톤 세묘노비치 가 말했다. 그는 보리스를 응시하고 있었는데 목소리는 괴로워하는 것 같 아 보였다. 보리스가 그에게 약간의 돈을 주자, 그는 힘겹게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알코올 중독자인가 봐. 사샤가 말했다. 아니야. 보리스는 딱 잘라 말했다. 그는 단지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 는 거야. 안톤 세묘노비치는 보드카 한 변을 가지고 돌아왔다. 기운을 내기 위해서는 이것이 가장 좋을 거야. 그는 말했다. 그는 다른 음식은 거의 먹지도 않고 술만 마시더니 곧 취해 버렸다. 그 의 목은 자줏빛이 되었고 얼굴은 화가 난 것 같아 보였다. 그는 모르는 사 람의 돈으로 술을 얻어먹고 오히려 그에게 화를 내는 변덕스러운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다. 보리스는 그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모스크바에 서 만났던 모든 요리사와 급사장을 계속 나열하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당신은 왜 이곳에 오게 됐죠? 사샤가 물었다. 안톤 세묘노비치는 술이 오르자. 그가 진정으로 경멸하는 모스크바 출신 의 이 임시 술친구들에게 욕설을 퍼부을 준비를 하면서 게슴츠레한 그의 눈을 들었다. 그러나 그가 바라본 것은 모스크바 출신 바보의 나약한 시선이 아니라, 어떤 사람과도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그들의 모습이었다. 눈을 내리깔고, 느릿느릿 힘들게 숨쉬고 있는 안톤 세묘노비치는 마지못 해 말했다. 내가 한 식당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 메뉴판에 <게으른 수프>라는 걸 써넣었어. 그러자 검찰관이 왜 하필이면 <게으른 수프>냐고 하면서 내게 특별작업대 사람들을 놀린다고 말했어 그래서 나는 1930년에 발행된 것으 로 게으른 수프에 관한 것이 들어 있는 요리책을 그들에게 보여 주었지. 이봐, 이젠 내가 왜 여기 오게 됐는지 알겠어? 알긴 뭘 알아? 잘난 척하지 말라구. 그 책은 바로 반혁명주의자가 쓴 책이었단 말야. 이것은 사샤가 지금까지 들어온 얘기 중 가장 터무니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고맙게도 이제 다 끝났어요. 보리스가 동정하며 말했다. 이제 그들은 당신이 집에 갈 수 있도록 허락할 것이고, 그러면 당신은 곧 집에 갈 수 있을 거예요. 집? 안톤 세묘노비치는 증오스러운 눈으로 보리스를 바라보았다. 네까짓 놈이 집이 있다고? 더러운 수전노 마을에? 순간 보리스는 갑자기 속에서 불길이 치솟는 것 같았다. 그것은 사샤도 마찬가지였다. 이봐 영감, 지금 뭐라 그랬어! 사샤가 소리질렀다. 그래, 당신 지금 한 말 다시 해봐! 보리스는 일어나 문 빗장을 걸었 다. 아니, 왜들 그래. 안톤 세묘노비치는 놀라서 말했다. 농담이었어. 농 담이었다구. 이것이 아마 당신의 마지막 농담이고 허풍이 될 거야. 사샤가 반격했 다. 보리스가 갑자기 안톤 세묘노비치에게 몸을 던져 테이블 위에다 그의 머 리를 박았다. 이봐 그만해. 안톤 세묘노비치는 그의 게슴츠레한 눈을 굴리며 흐느꼈 다. 그를 죽이지는 마. 보리스. 내 몫도 남겨줘야지. 사샤는 말했다. 사샤는 그의 흉칙한 얼굴과 놀라 튀어나온 눈을 보았다. 인간쓰레기! 이 놈이 우리를 감히 비웃었다고 생각해 봐! 독사 같은 놈! 구역질나는 놈! 구역질 나는 일이었지만 짐승만도 못한 인간쓰레기를 다루는 방법은 오직 이런 방법뿐이었다. 사과해, 이 뱀 같은 놈! 미안하게 됐네. 안톤 세묘노비치가 침울하게 말했다. 이제 나가. 빌어먹을! 보리스는 문 밖으로 그를 밀어 거리에 있는 계단으로 넘어뜨렸다. 그리 고는 녹초가 된 채 의자에 앉았다. 폐하의 요리사였다고? 사샤가 웃으면서 말했다. 프레다가 그런 부류의 사람들 속에서 살아야 한다니.... 다음날, 그들은 자신들을 다음 목적지로 데려다 줄 배를 찾아냈다. 선장 은 그들이 자신의 선원과 함께 배를 끌어내 주면 태워 주겠다고 약속했다. 케쥐마는 45마일이나 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래서 만약 순조롭게 간다면 이틀 후에 도착할 것이었다. 그들은 운이 좋았다. 그들은 짐을 강둑으로 옮겨갔다. 그곳에는 커다랗고 짐을 빽빽이 실은 배가 정박되어 있었다. 그들이 배를 끌어내야 하는 모양이었다. 선장은 뱃 전에서 아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캔버스 어깨망토를 입고 각반에 긴 부츠를 신고 있었다. 얼굴이 통통한 인상이 좋은 사나이였다. 곧 떠나게 됩니까? 보리스가 물었다. 사무처리가 끝나면 출발할 겁니다. 선장이 대답했다. 이봐 사샤. 보리스가 말했다. 아무래도 사령관을 방문해야 될 것 같아. 가서 그냥 얼굴만이라도 보이 고 오자. 그렇지 않으면 케쥐마에서 곤경에 처할 수 있어. 요리사 그 자식 이 그들에게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말했을 거야. 마음대로 해. 나는 안 갈 거니까. 사샤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 리고 그에게 내가 여기에 있다는 건 말하지 마. 나는 케쥐마에 가라는 명 령을 받아서 그곳에 가고 있는 중이니까. 그래 그럼. 보리스는 어깨를 으쓱였다. 가서 잠깐 만나고 올께. 그러나 보리스는 그때 프레다와 결혼하는 생각에 사로 잡혀 있었고, 그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그는 어떤 기회도 놓치고 싶지 않 았다. 그는 말도 없이 나가서 삼십 분이 지나고 다시 한 시간이 지나도 돌 아오지 않았다. 선장이 서류처리를 다하고 돌아왔는데도 보리스가 돌아올 낌새는 없었다. 가서 당신 친구를 찾는 것이 좋겠어요. 라고 선장이 말했다. 우리는 시간이 없어요. 그를 남기고 떠나야만 할 것 같은데요. 사샤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보리스를 남겨놓고 떠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사령관의 사무실로 찾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쯤 보리스는 어 쩌면, 왜 여태 보고하지 않았느냐는 추궁을 받고 있을지도 몰랐다. 조금만 더 기다립시다. 사샤가 말했다. 드디어 보리스가 돌아왔다. 그런데 그는 오자마자 말없이 배에 있던 그 의 여행용가방을 들었다. 무슨 일이 있었어? 대강 눈치 챈 사샤가 물었다. 그들이 나더러 로즈코보로 가래 라고 보리스는 대답했다. 그의 얼굴은 허해 보였다. 로즈코보는 그들이 바로 어제 닐과 함께 지나온 작은 마을이었다. 어떻게 지역관청의 승인도 없이 그런 결정이 내려졌지? 그들이 독자적으로 거주지역을 확정할 권한이 있다더군. 나쁜 놈들. 이리 와, 보리스. 그냥 가버리자. 그들이 내 허가증을 갖고 있어. 보리스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진정해. 사샤가 말했다. 로즈코보로 가서 케쥐마나 칸스크로 편지를 해. 그래서 전이를 부탁해 보자. 로즈코보에선 너에게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그리고 나도 케쥐마에 도착하면 당에 말할께 라고 말했다. 보리스는 팔을 내저었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어. 난 바보였어. 사샤는 좋은 친구이자 동지였던 그와 헤어진다는 사실이 슬펐다. 힘찬 포옹과 이별의 키스를 나누는 보리스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사샤는 바에 올라탔다. 선원 하나가 배를 밀며 뱃전에 뛰어올랐다. 배가 물살을 가르며 서서히 움직였다. 그들의 떠나는 모습을 보고 있던 보리스는 한참 후, 여행가방을 들고 천천히 언덕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르바트의 아이들 - 제 2 부 20 황량한 강을 따라 사샤는 홀로 남아 자신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 다. 다른 사람들은 싫든 좋든 간에 모두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사샤만이 지정된 유배지에서 그를 기다리는 게 뭔지 모르고 있었다. 앞으로는 볼로 쟈나 이바쉬킨, 그리고 여러 마을에서 만났던 다른 유배자들도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다. 같은 지역에서 살게 될지라도 보리스를 다시 본다는 것은 거 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몇십 마일을 함께 여행한 선원들과 헤어지는 것이 몹시 섭섭했다. 한 선원이 키 위에 앉아 있었다. 그는 근엄함 모습을 한 사십대 가량의 과묵한 사람이었다. 사샤와 선장은 배가 정박할 방향을 잡고 그들이 얕은 지역을 통과할 때 재빨리 다른 한 선원과 함께 줄을 끌어당겼다. 그 선원 의 이름은 페쟈였다. 그는 사교적인 부류의 사람으로 붉은 군대를 제대한 후 지금은 케쥐마 근처의 모즈고바 마을에서 판매 보조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 마을 상점의 매니저>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명칭하였다. 그는 크라스노야 르스크 대학에 몇 개의 강좌를 등록하고서 겨울부터 공부를 시작할 것이 다. 페쟈는 우스꽝스럽게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마을 상점에서의 판매원의 역할은 시골에서의 정부 정치의 표현이라고 떠들었다. 그는 이 마을에 있 어서 새로운 타입의 행동주의자로 이해심이 많았다. 그리고 어떠한 신이 나 분쟁도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믿음 속에서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사람 이었다. 또한 그는 작곡에도 재주가 있었으며 아코디언도 능숙하게 연주할 줄 알았다. 사샤가 유배자라는 사실은 그에게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세상이란 그렇게 구성된 것이다. 시대의 새벽부터 항상 유형수들은 있어 왔다. 그리고 그들도 또 다른 이와 같은 사람이었다. 페쟈가 지금 만약 사 령관의 부하로 일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에게 사샤를 죽이라는 명령이 내 려진다면, 그는 틀림없이 사샤를 죽였을 것이다. 어차피 세상이란 그런 것 이기 때문이다. 그는 사샤에게 모스크바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그가 살고 있는 거리가 어떤지, 그것이 좋은 거리였는지, 다른 거리들은 어떠했는지, 그의 부모는 무엇을 했는지, 크레믈린 내부에 그가 있었는지, 또는 최고사령관인 스탈 린을 보았는지, 그리고 그 외에 다른 지도자들을 보았는지, 가게에서 물건 가격은 어떠했는지 등등을. 그에게 있어서 모스크바는 환상적인 도시였다. 그는 모스크바 출신인 사샤를 부러워하며 고급 담배인 <럭스>를 대접하기 도 했다. 때때로 그는 앙가라에서 매우 유명했었던 유배자들의 노래인 잊혀지고, 버려진 것 이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그는 노래를 아주 잘 불렀다. 그는 아무도 나의 무덤에 찾아오지 않네. 나이팅게일만이 초봄에 그 위에서 노 래를 부르리라. 노래 부르고 휘파람 불다가 날아가 버리면 나의 외로운 무 덤은 또 다시 외롭게 되리라 라는 가사의 노래였다. 페쟈는 황금에 대한 욕심은 없었다. 그러나 군복무 전에 퉁구스의 운석 을 찾는 클리크 교수의 탐험대를 도와준 적이 있었는데, 그것은 땅 속 깊 이 묻혀 있었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그는 그 운석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분 화구가 호수를 형성하여 나중에는 늪지로 변하자 모기떼들이 들끓었다. 빠 져나갈 길이 없자, 모두들 나와 버렸다. 페쟈도 군에 징집되어 나와 버렸 다. 이곳에서는 1926년부터 군대 징집이 시작되었으며, 같은 해에 학교 교 육도 시작되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에게 교육을 받아 쓰고 읽을 수 있는, 마을에선 유일한 소년이었으며, 그의 아버지는 무역부서에서 퉁구스 사람들과 함께 일을 했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교육을 받지 않은 포악한 무리야. 그러면서 페 쟈는 퉁구스 족의 좋은 면에 대해 말하는 걸 잊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널 속이지는 않을 거야. 퉁구스족은 말을 함부로 하고 담배를 좋아 해. 남자나 여자나 모두 술 마시고 담배를 피워. 그리고 그들은 남자나, 여자나 거의 비슷한 복장을 하고 있어서 거의 구별이 안가. 다만, 남자들 의 머리에는 돼지꼬리가 하나 있고 여자들 머리에는 두 개가 있다는 걸로 구별을 하지. 그들은 또 콩 요리를 좋아하고, 털외투를 항상 입고 다니며 <카마신스>를 신고 다녀. <카무스>는 퉁구스 말로 수사슴이나 큰 사슴의 앞다리 가죽을 가리키는 데, 그것으로 만든 장화를 <카마신스>라고 부른다. 사샤는 그 말이 인디언 들이 쓰는 <모카신>이란 말과 비슷한 것을 보고 놀랐다. 그것은 퉁구스 족 과 아메리카의 인디언들이 비슷한 종족이라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사샤는 지역방언을 연구하기 위해 탐험대와 함께 이곳에 온다거나, 그 지역에서만 찾을 수 있는, 다른 지역에서는 들어보지도 못한 골동품을 찾 기 위해서 지질학자와 함께 탐험하며 돌아다니고 싶었었다. 그러나 그는 그 대신에 외딴 마을로 유배당해 떠날 권리도 없는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3년 동안의 유배 생활은 그의 인생에 있어서 커다란 낭 비일 것이며 사샤 자신이나 다른 누구에게도 쓸모가 없는 시간일 것이다. 왜 그러한 일이 일어났을까? 사샤의 잘못이었나? 만일 크리보루츠코에 대해서 다 말해 버렸다면 지금쯤 자유로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말하지 않았었다. 대신 도덕이란 것은 프롤레타리아들의 이해 속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프롤레타리아들도 인간이고, 따라서 프롤레타리아의 도덕도 인간 의 도덕인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희생시킴으로써 자신의 목숨을 구 하는 것은 비도적적인 것이다. 사샤는 지난 밤을, 별로 맘에 들지 않는 투르게네프라는 이름을 가진 서 의 자이므코라는 마을에서 보냈다. 섬의 길이는 수십 마일이나 되었으며 아래쪽으로는 알레스키노, 위쪽으로는 자이므코라는 마을이 있었다. 그곳에서 사샤가 묵던 오두막은 넓었는데 뜰에는 판자가 깔려 있었다. 그 집에 있는 여자는 한때는 아름답고 기세 등등했을 것 같아 보이는 살 찐 여자였으며, 그녀의 남편은 건강해 보이는 혈색의 등이 구부정한 늙은 잠자였다. 그의 아들들은, 장남은 사십대였고 그 아래 아들은 삼십대였다. 그들은 검은 머리칼과 매부리코, 그리고 진한 눈썹을 지닌 전형적인 백인 의 모습이었으며 둘 다 처자식이 있는 몸이었다. 바실리 신부님이 곧 오실 텐데, 그때 같이 식사하죠. 그 여자가 말했 다. 신부님이 도착했다. 그는 밝은 갈색의 턱수염이 났는데 성자의 초상화에 서 본듯한 친근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가 입고 있던 비옷을 벗고 법의 로 갈아입자, 여자는 마른 생선과 달걀, 우유를 대접하였다. 식사를 하는 동안 바실리는 사샤에게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지, 어디에서 태어났고, 부모님은 무엇을 하시는지 여라 가지를 물어 보았다. 그는 자신도 유배자라고 했다. 그는 사샤에게 왜 유배되었는지 묻지 않았 으며, 아예 그에 관한 어떤 것도 말하지 않았다. 저녁 식사 후에 그들은 바실리 신부의 침대와 작은 탁자가 있는 조그마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오래 된 교회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가 났 다. 옷을 벗으세요. 그리고 다리를 물 속에 담그고 있으면 피로가 풀릴 거 예요. 바실리 신부가 뜨거운 물주전자와 대야를 가져오면서 말했다. 그는 사샤에게 비누와 수건을 주었다. 사샤가 다리를 물 속에 담그자 일시적으 로 힘이 빠지는 듯하면서 그의 말대로 피로가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 다. 문기둥에 기대어 서서 얼굴에 온화한 모습을 하고 사샤를 주시하는 바실 리 신부를 쳐다보며 사샤는, 처음에 그를 늙은 사람이라 생각한 것이 잘못 된 것이었음을 알았다. 그는 매우 젊어 보였다. 늙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턱수염과 법의, 그리고 그가 신부라는 생각 때문인 것 같았다. 사샤 의 마음속에서 신부는 늘 늙은 사람으로 생각되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신 부는 진화 이전 시대의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다. 당신을 위해서 목욕물을 뜨겁게 해놓았어요. 바실리 신부가 말하였다. 목욕할 만한 좋은 장소가 있긴 한데 그곳은 강둑 너머에 있어서, 피곤한 당신이 돌아오다 감기에 걸릴지 몰라서.... 이곳도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샤가 대답했다. 여기서는 목욕통을 사용하지요. 바실리 신부는 계속해서 말했다. 내 가 보기에 모스크바에서는 목욕탕을 사용했을 것 같은데요? 네. 그래요. 내가 있던 곳에서는 목욕통을 썼었어요. 바실리 신부가 말했다. 혹은 스토브의 맨 위에 올라가서 거기서 씻었어요. 여기 있는 사람들은 광장히 깨끗하죠. 당신은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사샤가 물었다. 리야잔의 코라블린 구역이죠. 들어본 적이 있어요? 리야잔 지역은 들어보았지만 코라블린 구역을 들어보질 못했어요. 당신과 나는 남부지역에서 왔군요. 바실리 신부가 웃으면서 말하였다. 당신은 이곳에서 사과와 배를 볼 수 없을 거예요. 무척 먹고 싶겠죠. 붉은 월귤나무 열매, 여러 종류의 블루베리가 전부예요. 야생나무 딸기와 검은 산까치밥나무까지 합쳐서 말예요. 진짜 과일은 없죠. 이제 과일도 먹지 못하면서 지내게 되겠군요. 하지만 상관 없어요. 사샤는 따뜻한 물로 장난하듯 손가락으로 물을 튀기며 말했다. 비누를 쓰세요. 내가 비누칠을 해주지요. 바실리 신부가 비누와 수건 을 집어 들었다. 안예요. 사샤는 크게 말하였다. 그러나 바실리 신부는 벌써 수건을 물 에 담그고 비누를 묻혔다. 정말 괜찮습니다. 사샤는 말했다. 물속에서 그의 다리를 빼려고 하면서도 마루에 물이 튈까봐 그러질 못했다. 바실리 신부가 사샤의 다리를 씻어주며 괜찮아요 라고 달래듯 말했다 내겐 아주 즐거운 일이에요. 이러시면 안 되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마침내 사샤가 그에게서 수건을 빼앗았다. 바실리 신부는 마른 수건에 손을 닦으면서 알았어요. 당신이 하세요, 그럼 라고 말하였다. 당신은 이곳에서 무엇을 하세요? 사샤가 그에게 물었다. 집안일을 돌봐 주고 있어요. 그들은 나를 먹여주며 나는 그들에게 감사 해 하고 있어요. 여기에 있는 사람은 탁해서 잘해 주면 꼭 보답을 하죠. 그렇지만 이곳에서 유배자들을 이전시킬 것 같아요. 왜죠? 집단농장 때문이죠. 여긴 개인 공장이 없어요. 어느 곳에도 벌어 먹고 살 땅이 없죠. 집단농장은 유배자들을 고용하지 않아요. 몇몇 공동농장에 특별한 정착자들이 있긴 한데 역시 유배자들은 받아들이려 하지 않지요. 제가 묵는 집 주인에겐 카우카샨 사람으로 보이는 낯선 아들들이 있던 데.... 사샤가 말하였다. 착한 여자가 젊어서 죄를 지었어요. 그들 말로는 유배중이 카우카샨 사 람이 한 명 머물고 있었는데, 그때 그녀가 죄를 범한 거라는데요. 아이들이 둘이잖아요. 구 년 동안 함께 살았어요. 바실리 신부가 설명해 주었다. 그후 그는 떠나고 아디들만 남았죠. 지금 그녀의 남편은 그들을 그의 자식으로 생각 하고 그들은 그를 진짜 아버지로 알고 있지요. 태고 이래, 유배자들이 여 기로 보내졌고 그들과 서로 피가 섞이게 되었어요. 그들은 잘 살며 나를 또 잘 돌보아 주지요. 그들은 어떤 특별한 종교를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런 지역에 참된 종교는 사실 없어요. 참된 종료란 시베리아에서도 그 나 름대로의 의식을 갖고 있는 것을 말하지요. 예배는 보세요? 사샤는 물었다. 교회는 비록 닫혀져 있지만 한 사람이 말씀을 주고 안락을 주죠. 사샤는 발이 다 말라서 양말을 신었다. 누워서 주무세요. 당신은 휴식이 필요해요. 바실리가 말했다. 대야를 갖다두고 눕겠어요. 내가 하겠어요. 대야를 들면서 바실리 신부가 말했다. 당신은 이곳 지리를 잘 모르잖소. 그는 걸레를 갖고 돌아와서 바닥을 닦았다. 그리고 주전자를 멀리 치웠다. 그 다음에 그는 다시 와서 침구를 내려놨다. 누우세요. 그가 말했다. 그렇지만 당신은요? 나는 아무데서나 자도 편안해요. 자, 누우세요. 그가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제가 마루에서 자겠어요. 바닥이 차서 한기가 들 거예요. 나는 스토브 위에서 잘 거예요. 바실 리 신부가 말했다. 저도 그러겠습니다. 나는 조용히 자니까 좁은 스토브 위에서도 충분히 편하게 잘 수 있어 요. 그는 부드럽게 사샤를 설득하였다. 그렇지만 그는 그의 의무를 다하 는 산사다운 남자였다. 그의 임무는, 그가 자기고 있는 모든 것 즉 뜨거운 물이 들어 있는 대야와작은 철 침대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사샤는 누었다. 홑이불의 한기가 느꼈다. 괘 오랜 동안 요를 깔고 자보 지 못했다. 따뜻한 담요를 덮고 자보지도 못했다. 사샤는 몸을 벽 쪽으로 돌린 후, 곧 잠들기 시작했다. 그는 감옥에서부터 얕은 잠을 자는 것에 익숙해 있었다. 아침에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눈이 떠졌다. 가죽털 깔개와 사샤의 털코트 르 덮고 마루에서 일어난 사람은 바실리 신부였다. 당신은 스토브 위에서 잔다고 말했잖아요. 사샤가 일어나 앉으면서 말 했다. 스토브에서 자려고 했는데 그곳은 이미 식어 있어서.... 난 아주 잘 잤 어요. 바실리 신부가 말했다. 오고 가는 모든 사람에게 당신의 침대를 제공할 필요는 없어요. 그들은 다수이고 당신은 혼자니까요. 다수? 바실리 신부가 반박하듯 말했다. 그는 벽에 걸려 잇는 작은 손 거울 앞에 서서 그의 목 뒤로 매듭을 만들기 전에 먼저 머리를 빗었다. 지난 석달 동안 한 명도 없었어요. 그들은 매일 사람들을 추방하지 않 았으며 또 그렇다 하더라도 다른 집에서 숙박을 해요. 그중 한두 사람쯤 우리집에 오죠. 나는 매일밤 이 침대에서 잠을 자고 있어요. 그것은 나에 게는 늘 있는 일이지만 우리집에 오는 사람들은 휴식을 필요로 해요. 아시 겠어요? 조금 더 자도록 해요.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요. 그가 나가고 사샤는 다시 잠이 들었다. 그는 진흙이 묻은 장화와 법의를 입으려고 온 바실리 신부에 의해 다시 깨었다. 이제 일어나서 세수를 하세요. 아침식사를 준비해 놓았어요. 아침식사를 위하여 달걀과 뜨거운 파이와 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일하러 가고 집에는 부인 혼자만 남아 스토브 앞에 서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나이가 몇이에요? 바실리 신부가 사샤에게 물었다. 스물 두 살입니다. 사샤가 말했다. 당신은요? 나요? 그가 웃었다. 스물입곱 살이에요. 유배기간은 얼마나 되죠? 바실리 신부가 다시 미소를 띠었다. 오래는 아니에요. 단지 삼년이요. 이미 이 년은 지났고 이제 일년이 남았죠. 고향이 그립지만 마찬가지로 여 길 떠난다는 것은 슬픈 일이죠. 나는 이곳에 정이 들었거든요. 당신은 이곳에 있어야 해요. 부인이 말했다. 당신이 어디를 갈 수 있 겠어요? 러시아에서는 당신이 하나님을 섬기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텐데. 바실리 신부가 사샤에게 돌아섰다. 처음에는 좀 지겹겠지만 익숙하게 도리 거예요. 당신의 영혼은 타락하 지 않도록 하고, 마음을 아프게 하지 마세요. 그리고 나쁜 일 다음엔 항상 좋은 일이 따른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나는 알렉산더 듀마가 쓴 책을 읽은 적이 있어요. 거기엔 불행은 염주알처럼 우리들의 인생에 꿰어져 있다 라 고 씌어 있습니다. 현명한 사람은 침착하게 각각의 염주에 대해서 대처할 수 있을 거예요. 그는 모험소설을 쓰는 속세의 작가였지만, 얼마나 좋은 말을 했어요! 창문에서 노크소리가 났다. 사샤가 떠날 시간이었다. 얼마를 드리면 되죠? 사샤는 부인에게 말했다. 그녀는 손을 저으면서 말하였다. 안 줘도 돼요. 돈 받으려고 하는 게 안예요. 바실리 신부가 그의 팔을 끼면서 그녀를 그렇게 괴롭히지 마세요. 라고 했다. 바실리는 사샤와 함께 밖으로 나오면서 그의 여행가방을 들어주었다. 선원이 밧줄을 풀고 노젓는 데에 앉아 있었다. 페쟈는 어깨에 밧줄을 메 고 앞으로 가면서, 느슨하게 풀어진 밧줄을 잡아당기며 사공이 어느 쪽으 로 노를 젓는지 확인하기 위해 배의 뒤쪽을 바라보았다. 섬의 끝에 도착 하자마자 곧장 본토로 가로질러 갈 거예요. 라고 했다. 안녕히 계세요. 감사했습니다. 사샤가 바실리 신부의 손을 잡으며 말 했다. 페쟈가 힘차게 소리쳤다. 출발합시다. 부디, 하나님의 가호가 있기를! 바실리 신부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