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의 언어, 정교한 상징의 세계 지은이: 시공 디스커버리 증서 출판사: 시공사 봉사자: 임동현 모든 것은 기호이다. 모든 것은 상징이 될 수 있다. 기호는 그 기호 자체가 아닌 다른 어떤 실체를 가리킨다. 상징은 기호를 연속적인 것이 되게 한다. 그래서 나무는 아주 옛날부 터 삶을 가리키는 기호로, 세계를 가리키는 상징으로 표현되어져 왔다. 우주를 거대한 나무 의 형태로 보아 왔다는 사실은 여러 전통 속에서 발견된다. 우주를 가리키는 이 나무는 가 장 명백한 신화적 표현은 11세기와 12세기에 쓰여진 스칸디나비아의 서사시. 에다 양식에서 발견할 수 있다. 뵐루스파(1000년경에 쓰인 서사시로 우주 창조 이야기를 들려준다: 역주)에 는 다음과 같이 표현되어 있다. "시간의 여명 속에 태어난 거인들이여, 나에게 탄생을 부여 해 준 그대들을 기억합니다. 나는 새로운 세계를, 세상이라는 나물로 뒤덮인 새로운 공간을 알고 있습니다. 지혜 속에 뿌리내리고, 대지의 중심으로 깊이 들어가는 나무. 이그드라질이 라는 이름을 가진 거대한 물푸레나무에는, 흰 물방울이 흘러 넘치고 물방울들은 이슬로 계 곡에 맺힙니다. 이처럼 그 나무는 우르드 샘 옆에 언제나 푸르게 서 있습니다. "고대인의 어떠한 공통적 사고방식으로 '나무'의 어떤 구조적 특성에서 그처럼 광범위하고 일관성 있는 상징화가 이루어졌을까?...고대의 종교적 표현을 살펴보면, 나무(특별한 몇몇 나 무)는 힘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이 힘은 나무의 우주론적 연관성에서 비롯된 것일 뿐만 아 니라, '나무'자체에서도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을 덧붙여야만 할 것이다. 고대의 사고방식에서 는 실체와 상징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무는 그 고유한 실체와 형태로 신앙심을 불러 일으켰겠지만, 나무라는 실체와 형태가 지니는 r가지는 그것이 종교와 결부되고, 종교에 의 해 '선택되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 우리는 '나무숭배'만 말할 수는 없다. 나무를 단지 그 자체로 숭배하는 일은 결코 없으며, 언제나 그 나무를 통해 드러나는 것, 다시 말해 나무 가 함축하고 의미하는 것 때문에 숭배한다. ... 이처럼 나무가 신앙의 대상물이 되는 이유는 나무가 가진 힘과 나무가-나무자체를 넘어서- 표현하는 것 때문이다. 하지만 이 힘은 본체 론에 의해서 유효해진다. 나무가 가진 신성한 힘은, 나무가 수직으로 자라고, 잎이 피고 져 서 수없이 '죽고' '부활'하기 때문에 생긴다. 신성한 나무로서 진정한 가치를 획득하는 것은, 나무가 죽음이라는 생활의 질서를 반드시 따르지 않는, 어떤 원형을 보여주기 때문일 것입 니다. 나무가 신선해지는 이유는 그 힘, 즉 주기적으로 열매 맺고 재생하는 초인간적인 실체 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나무는 단지 존재한다는 사실, '힘'과 고유한 변화의 법칙,'재생'에 따 라서, 고대의 경험 속에서는 우주 그 자체를 반복 재생하는 것이다. 진보된 문명 속에서의 나무는, 확실히 그 형태로서 우주에 대한 상징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고대의 신앙에서 나 무가 우주인 까닭은 나무가 우주를 상징하는 동시에 우주를 반복하고 개괄하기 때문이다...." 미르체아 엘리아데, 종교사 개론 더디고 복잡한 문자의 발명은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인간이 찾아냈던 최초의 수단도, 유일한 수단도 아니었다. 문자라는 표현양식이 나타나기 훨씬 이전에 사실적인 그림과 형상 이 의사소통 체계로 이미 사용되고 있었다. 기호를 통한 전달형태는 예부터 지금까지 가장 대표적인 의사교환 수단으로 남아있다. 제1장 기호, 문자의 선구자 지금으로부터 약3만 5000여 년 전 후기 구석기시대, 오늘날 프랑스 영토를 이루고 있는 지역의 중심부에 장신구나 패물로 보이는 '쓸데없는 '물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일 정한 간격에 맞추어 점선과 흠집을 질서 있게 배열하면서 연속적으로 새겨 놓은 돌이나 뼈 로 만든 작은판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분명 기호일 테지만 우리는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다시 말해서 그것이 가리키는 다른 어떤 실체를 알 수는 없다. 오히려 이것들은 단지 장식을 위한 어떤 실체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며, 자신의 능력을 발휘한 장인이나 기술자 들의 단순한 솜씨자랑일 수도 있다. B.C. 2만 5000년과 B.C. 1만 5000년 사이에 위대한 동굴 예술이 발달했다. 도르도뉴 지방의 라스코동굴이나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 유럽을 포함하 여 전세계에 걸쳐 있는 수많은 지역의 동굴벽화에서 그 증거를 찾을 수 있다. 주로 동물을 그리고, 양식에서 극도의 생동감을 엿볼 수 있는 수렵예술은 동시에 언어가 아닐R까? 만약 그렇다면 이것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오늘날 선사시대를 연구하는 학자들 은 동굴벽화들이 일종의 상징적인 문자였을 거라고 추정한다. 동굴에 새겨진 그림과 형상의 조합은 일관성 있는 시각기호를 이룬다. 이 기호들은 전체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는 언어를 아주 신비로운 방식으로 구성한다. 일부 학자들은 사실적인 그림과 추상적인 형상으로 이루 어진 벽화가 세계에 대한 신화적이고 종교적인 개념을 표현하는 기호체계라고 설명한다. 대 부분의 연구자들은 이 벽화가 무엇보다도 다산을 상징하는 여성성과 번식을 상징하는 남성 성이라는 기본적인 변증법적 사고를 표현한다는 점에 주목하는데, 이 사고는 가장 오래된 중국의 사상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해석할 수 있는 이유는 들소, 사슴, 맘모스와 같은 동굴의 형상 이외에 수수께끼 같은 기호들이 도식적으로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 그룹의 기호는 굵은 선과 점선, 작은 막대기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것은 아마도 남근을 연 상시키는 남성기호를 이루고 있으며, 다른 쪽의 기호는 달걀모양과 삼각형, 닫힌 원 들로 여 성 생식기관을 연상시키는 여성 기호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몇몇 여자 조각상(예를 들어 '레스퓌그의 여인' 같은)을 제외하면 사람을 표현한 예를 극히 드물었다. 마치 장난으로 찍 어 놓은 것같이 돌 위에 새겨 놓은 손자국 또한 사람을 표현한 예외적인 경우이다. 기호를 합쳐 그림부호 체계를 만들게 되면서 문자가 생기게 되었다. 동굴예술은 지금부터 8000년 전에서 9000년 전 사이에 점진적으로 때로는 매우 급격히 사라져 버렸다는 사실이 일반적으 로 인정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주거생활을 위해 동굴을 찾아야만 했던 빙하기 이후 채집과 목축생활에 적당한 온화하고 습한 간빙기가 도래했다. 이 시기부터 뼈에 채색하거나 조각을 하기 시작했는데 발견된 것은 많지 않다. 그중 1889년 피레네 지방은 마스 다질 동굴에서 다량으로 발견된 채색된 조약돌도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 이 돌은 일반적으로 달걀모양의 타원형을 이루고 있는데, 평평한 한 면 또는 양면 모두에 황적색이나 갈색으로 선이나 점들 이 연속해 칠해져 있다. 점이나 선의 개수는 21개 또는 29개가 가장 흔한데, 이 기호는 삭망 월(달이 음력 초하루에서 다음 초하루까지, 보름에서 다음 보름까지 가는 데 걸리는 기간 평균 29일 12시간 44분 28896초)동안 매일매일 변화하는 달의 모양을 기록해 둔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같은 지역에서 발견되는 조약돌에는 더 복잡한 그림이 있는데, 가로지르는 한 개 또는 여러 개의 선과 파선으로 이루어진 이 그림은 그리스문자를 연상하게 한다. 문 자의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조약돌에 표시한 기호들이 실제로 '초창기'의 문자기호였다 고 추정한다. 아울러 학자들은 소유를 표시하는 기호, 셈을 하는 데 사용하는 기호도 존재 했다고 보고 있으며,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남성적 형상(선)과 여성적 형상(원)울 구별지어 신화적 변증법을 표현하는 기호 또한 존재했다고 말한다. 여하튼 이 가설 중 어느 것도, 그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가를 밝혀 줄만큼 확실한 코드를 재구성해서 보여 주지 못 하므로, 선사시대 연구가 장 아벨라네의 용어처럼 우리는 단지 '파롤없는 기호'를 마주할 수 밖에 없다. 기적의 계곡에서 발견된, 다양한 변이형으로 양식화된 형상들은 확실히 파롤없는 기호들을 연상케 한다. 이 지역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1650년에 쓰인 오래된 연대기 속에서 찾을 수 있지만, 19세기 중엽 이후부터, 이탈리아 학자 카를로콘티의 주도로,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이곳에 있는 수만 개의 돌에 새겨진 형상들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기 적의 계곡에 있는 돌에서 찾을 수 있는 그림, 홈, 조각들은 단어나 문장, 아니면 이들을 표 현하기 위한 철자로 보이는 것들을 '말하고'있음이 분명하다. 이것은 아마도 계곡과 관련된 원시적 신앙의 기호들이거나, 근접하기 어려웠던 계곡의 풍부한 물과 연관된 신앙의 기호들 이었을 것이다. 파롤없는 세계의 저자 장 아벨라네는 다양한 기호들을 면밀하게 묘사했다. 그는 이 기호들이 전체적으로 보아 청동기시대에 계곡을 드나들던 주민들이 비의 신에게 경 의를 표한 증거라고 추정한다. 동물이나 무기, 혹은 남자, 여자들의 사실적인 형상들은 지극 히 형식화되어 있고, 대부분 직선인 이 선들이 다양하게 변형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원, 타원, 직사각형, 정사각형 같은 기하학적인 형상은 그 안이 비어 있거나 점이 찍 혀 있는데, 때로는 복잡한 칸막이로 구분되어 많은 의문점을 제시한다. 그 연구자들 중 일부 는 말뚝점을 찍어 논 강변의 구획들이 구불구불한 선으로 병렬로 연결되어 있는 점을 지적 하여 퐁탈바 골짜기의 구조를 나타내 주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그들은 이것이 작은 경작지 와 인접 도로들을 나타내어주는 하나의 토지 대장이고, 지도 제작물의 아주 먼 조상이라고 설명한다. 기적의 계곡에 있는 형상들은 10만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장 아베라네는 다 음과 같이 적고 있다. "이 분야에 별다른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그렇게 높은 고지대에, 그 것도 아주 외진 곳에 그렇게도 많은 형상들을 단지 종교적인 동기에서만 새겨놓았다는 설명 에는 당연히 의심을 품을 것이다." 동굴벽에 그린 그림이나 기적의 계곡의 형상들은, 그것을 만든 사람도, '읽고' 이해했던 사람도 오늘날 생존해서 그 의미를 말해주지는 못하므로, 어찌 보면 우리가 기대하는 의미에서의 '진정한' 기호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기적의 계곡 의 형상들에 관한 한, 특히 다양한 자료들을 이루는 형태들에 대하여 많은 연구과제가 남아 있다. 이 형상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은, 이것을 사용했던 부족집단 내에서 형상의 제작자와 바라보는 사람들 사이에 서로 약속된 체계가 있어서, 이 형상들이 공통된 의미전 달체로서 기능을 했을 것이라 짐작케 해준다. 우리는 그 그림, 메시지들을 재구성할 만한 능 력이 없고, 그것을 해석할 기호체계를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 눈에는 그것들이 여 전히 수수께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사실은, 인간의 모습을 띤 것이건 기하학적인 것이건 사실적이건 추상적이건, 이 형상의 숫자는 무척 많은 데 비해 그 변이형 들은 상대적으로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림, 메시지는, 그 형태가 고정되면서 문자체계와 유사한 조직을 형성하게 된다. 그림, 메시지가 일정한 순서에 따라 배열될 때, 그것을 문자로 볼 수 있다. 스페인 사람들 이 원정한 시기를 전후하여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아스텍의 고문서들에 나타난 그 림들은 순서대로 해독할 수 있는 어떤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여겨지는데, 앞에서도 언급했 던 그 유명한 보투리니 고문서에서는 발자국모양을 나란히 새겨 놓은 선의 방향이 대개 왼 쪽에서 오른쪽으로,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향하는 일정한 특징을 띠고 있다. 한편 달력이 들어있는 함부젠시스 고문서에서는 읽는 방향이 나선형을 이룬다. 따라서 이 그림, 메시지들 은 모든 의사소통 체계에서 찾아볼 수 읽는 본질적인 성질을 내포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수신자는 발신자가 사용하는 코드나 체계적인 그림체계를 알고 있어야 한다. 예술작품은 바 라보고 감상하는 사람에게 그림자체로 제시되므로, 여러 해석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그림, 메시지의 경우는 예술작품과 달리 코드에 대한 지식에 따라 일정한 해석이 이루어진다. 사 실상 기호 읽기가 행해지는 것이다.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은 그러한 의사소통 체계를 사용해 왔고 지금까지도 사용하고 있다. 뉴멕시코의 미시간 호수 주변에서 '묘사를 통한 표현'이라 말할 수 있는 그림들이 발견되었는데, 이 그림들은 단지 회화적이고 선적인 방식만으로 장 거리원정이나 접근금지를 표현한다. 샤이엔족과 이지브와족 고문서에는 매매나 교환 계약서 로 사용된 그림기호를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실제로 문자로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캐나다 북부의 에스키모와 마찬가지로 알래스카의 원주민이 의사소통의 도구로 사용한 그림기호는 일정한 순서에 따라 구성되었다. 기호를 읽는 방식은 왼쪽에서 오른쪽, 오른쪽에서 왼쪽 혹 은 이집트나 그리스의 문서에서 발견할 수 있는 좌우 교대방식이 있었다. 이 방식은 부스트 로페돈이라고 하는데, 읽는 방향이 좌우로 한 줄씩 번갈아 가며 바뀐다. 북아메리카 인디언 이 사용한 그림기호 체계는, 중앙아프리카 몇몇 부족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전사나 추장의 이름을 나타내기 위해 토템과 결합시켜 그려 놓은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무성 신호 때로 극적인 효과를 주어 상상력을 자극함으로써 그 의미를 증가시킨다. 수세기 동안 성직자나 필사가들만이 문자를 다룰 수 있었다. 교회의 지붕 밑 삼각형 벽면 을 장식하는 조각물이나 스테인드글라스 같은 것은 글자를 모르는 평신자에게 성자이야기를 알려 주는 진정한 '책'의 역할을 해왔다.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된 서구 교회의 모든 장식물 에서 그 증거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그림, 메시지가 다양한 문자체계와 병행하여 존속해 온데는 또 다른 긍정적인 이유가 있다. 단어를 거치지 않아도, 그려진 사물의 이미지가, 우 리가 경험을 통해 가지고 있는 실제와 그림, 메시지는 보다 직접적인 감정과 행동을 표현하 기 때문이다. 그림으로 된 이야기와 수수께끼 엄밀하게 말할 때, 말도 아니고 문자도 아닌 기호가 과연 어떤 것일까? 그리스 역사가 헤 로도토스의 글 중, 의사소통과 관련된 한 일화는 흥미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 그 이야 기에 따르면, 스키타이의 왕들은 페르시아의 왕 다리우스에게 새 한 마리와 쥐 한 마리, 개 구리 한 마리, 그리고 다섯 개의 화살이 담긴 선물을 사신을 통해 보냈다고 한다. 다리우스 는 이 선물을 스키타이의 왕들이 그들의 영토와 하천을 포기하고 항복하는 표시로 해석했 다. 왜냐하면 쥐는 땅에 살고, 개구리는 물에서도 살고, 새는 군마와 닮았으며, 다섯 개의 화 살은 전쟁무기를 가리키는 것이니까, 이것들을 선물했다는 것은 항복을 의미하는 것이라 생 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리우스의 대신 중 한 사람은 전혀 다르게 해석했다. 그는 이 선 물이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추론했다. 왕이 새가 아닌 이상 하늘을 날 수 없고 쥐가 아니므로 땅속에 숨을 수도 없으며, 개구리가 아닌 이상 호수에서 뛰어오를 수도 없기 때문에, 결구 다섯 개의 화살을 맞고 다시는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선물이 가진 의미를 최종적으로 어떻게 이해했건, 우리는 그 의미를 해석하는 데 논쟁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잇다. 그러면 스키타이의 왕이 사용한 이런 방법에는 어떤 이점이 있었을 까? 다섯 개의 화살과 연약한 동물들이 한데 결합해 극적인 효과를 자아낸 것이다. 들려주 기보다는 보여 주도록 전달된 이 전언은 구체적 이미지를 떠오르게 해준다. 이 전언은 페르 시아인들에게 오래 생각해 보지 않더라도 그들이 도망 중에 있다는 사실을 상상하도록 만든 다. 반대로 똑같은 의미를 말로 전달했다면 그것은 실속 없이 큰소리치는 협박이 되었을 것 이다. 이처럼 무성기호는 종종 글로 쓰는 것보다 훨씬 더 긴 내용을 이야기해 준다. 반대로 이야기 속에 문자를 넣는 경우도 많은데, 부적이나 스테인드글라스, 현대의 만화에 쓰이는 말풍선 등에서 그 예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그림만으로 된 만화와 이야기하고 소리를 내 는 만화 사이에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첫 번째 경우에는 기호를 말로 표현하여 이야기 를 꾸며 나간다. 반면 두 번째 경우에는 롤랑 바르트의 표현처럼 문자가 전언의 의미를 문 자 그대로 '정박시킨다'. 이 경우 독자에게 부여된 해석의 자유는 감소될 수밖에 없다. 이러 한 사실은 모든 의사소통 체계가 제기하는 '코드화'와 해석의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원시인은 우선 몸동작으로 자기 생각을 표현했다. 가까운 사람 사이에서 이러한 몸동작 은 기호가 된다. 이 단순한 창조는 인간의 역사를 통해 계속 되풀이되어 왔다. 인간에게 고 유한 몸짓언어는 말을 보충해, 말하는 것을 강조하고 명확하게 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몸짓이 말에 덧붙여지는 것이 아니라 말을 대신할 정도로 효율적이다. 제2장 신체의 언어, 침묵의 언어, 밤의 언어 신체는 말을 한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모든 말과 문자 이외에도 우리는, 의식적이건 무 의식적이건 간에, 신체를 사용하여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서로 교환한다. 인간의 신체는 놀랄 만큼 복잡성을 띠고 있어서, 이 책 속에 신체언어가 간직하고 있는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단지 의미를 지닌 실체인 신체를 통해, 인류의 보편적인 언어형태가 어떻 게 표현되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만족하고자 한다. 태어난 뒤 첫 언어를 울음으로 표현하는 인간에게 신체언어는 최초의 언어형태를 이룬다. 갓난아기들은 말을 하기 훨씬 이전부터 신체를 사용하거나 어떤 소리를 질러서 자신의 의 사를 표현한다. 비명, 울음, 신음, 웃음 등을 그러한 신체표현의 예로 들 수 있는데, 웃음 또 한 불만이나 화가 났을 때 생기는 움직임처럼 하나의 제스처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 시간 을 잠자며 보내는 갓난아기는 자신이 직립동물이라는 사실을 아직 모르며, 신체기관의 일부 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자기 의사를 전달하는 데에 신체를 일관되게 사용할 줄 모른다. 아기 의 신체표현은 수신자들에게 아직 일종의 지표에 지나지 않는다. 어린아이는 점차적으로 신 체언어를 배우면서 모국어 기호체계를 배워 가게 된다. 성인들의 경우 때로 신체로만 표현 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말에 제스처를 덧붙이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처 럼 제스처는 말하는 것을 분명히 하고 강조하고, 때로 반대의미를 전달하는 기능도 한다. 어 쨌든 제스처로 사용하는 것이 말하는 내용을 보충하든, 또는 그것과는 반대의미를 전하든 보편적인 것만은 틀림없다. 비록 제스처가 시대와 나라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해도 모든 인종, 모든 문화 속에서 인간은 신체로 표현하고 의사소통을 한다. 신체언어를 언급할 때, 자세와 제스처는 구별된다. 자세나 태도는 신체가 유지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공격적인 자세, 친근한 자세, 애정어린 자세, 신중한 자세, 무관심한 자세, 긴장하고 있는 자세, 긴장이 풀린 자세, 느긋한 자세 등 은 대개 심리상태나 일정한 특징을 나타내는 움직임으로 표현한다. 일반적으로 자세의 개념 은 전체적인 것이건 부분적인 것이건 부동성과 연관이 있다. 움직임은 하나 혹은 여러 제스 처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움직임은 또한 자세를 바꾸는 것으로도 나타난다. 이 두 개념을 바 탕으로 우리는 언제부터 그리고 어떤 조건에서 신체기호 체계가 존재하는가를 알 수 있었 다. 언어학자들은 신체기호 체계를 세우려고 시도했다. 자세와 개괄적인 태도에 대한 관찰의 차원을 넘어서, 이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요소에 대 한 연구가 있었다. 사람들은 얼굴모양, 눈, 눈의 표정과 움직임, 눈꺼풀과 눈썹의 움직임 등, 얼굴과 그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눈썹을 치켜 올리는 것이나 윙크하는 것은 신호가 될 수 있다. 입을 움직여서 말을 하기도 하지만, 무한하고 다양한 의미를 만들어 내기도 한 다. 얼굴이나 '몸짓'으로 하는 표현 중에는 웃음이나 고민, 경계를 나타내는 표현처럼 보편적 인 것들도 있지만, 반대로 문화적인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 것들도 있다. 또한 보편적인 기호 들도 많은 문화 속에서 미적이고 종교적인 이유에서 맨얼굴 대신 색칠한 얼굴로 바뀌기도 하는데, 일본이나 중국 연극에서 볼 수 있는 상징적인 분장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배우의 얼굴은 엄격한 얼굴은 엄격한 규칙에 따라 분장한 것이다. 머리 위의 관은 등장인물이 왕족 임을 나타내는 기호이다. 손 또한 잠재적인 기호의 보고이다. 손동작으로, 또는 신체의 다른 부위와 결합시켜 기호를 만드는데, 아주 흔한 예로 방향을 가리키는 기호를 들 수 있다. 방 향을 가리킬 때에는 손이나 손가락뿐만 아니라 흔히 머리도 이용한다. 머리 자체는 중요한 신체언어 요소로, 왼쪽에서 오른쪽, 혹은 아래에서 위로 움직임으로써 의미를 나타낸다. 하 지만 아래에서 고찰하게 될, 말하지 못하거나 듣지 못하는 사람의 언어나 트라피스트(오른 지방 솔리니에 있는 노트르담 드라 트라프 수도원을 중심으로 1140년에 세워진 베네딕트 교 단 계열의 수도회) 수도사의 언어에서 볼 수 있듯, 손과 손가락의 움직임을 통해서 가장 수 월하게 신체 코드를 만들고 유지할 수 있다. 게다가 신체언어는 모든 문명 속에서, 패션 사 진에서 보는 모델의 '자세'나 조각과 회화에서 인물의 '자세'가 그런 것처럼, 어떤 미학적인 지향점을 추구한다. 신체언어의 일종인 춤의 경우, 엄격한 규칙을 요구하는 고전무용이나 현 대무용의 여러 유파까지도 각기 고유한 규칙을 따르고 있음을 증명할 수 있다. 발리와 자바, 인도 반도의 전통적인 춤을 보면, 춤을 추는 사람은 신체로 특히 손과 전통적인 춤을 보면, 춤을 추는 사람은 신체로 특히 손과 손가락의 위치로 표현을 하는데, 그 위치를 종합해 놓 은 무드라스(카타칼리의 규칙체계)라는 엄격하고 상징적인 규칙은 책으로 읽어야 할 정도이 다. 전세계에 걸쳐 그 수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존재하는 신체언어 중에서 비교적 엄격한 규칙으로 완결된 두 개의 체계, 즉 트라피스트 수도사의 신체언어와 현대의 수화에 대해 잠시 살펴보는 것도 흥미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클뤼니나 시토, 트라피스트 수도사들은 은둔생활을 하면서 제스처 언어 체계를 만들었다. 성 베네딕트는 엄격한 교리를 따르는 엄격한 교리를 따르는 수도사들에게 의사소통이 꼭 요한 경우에 말을 대신할 수 있는 '몇 가지 소리나 기호'를 사용하도록 권고하였다. 체계적 으로 제스처를 사용했다는 기록은 약 1000년경에 처음으로 등장하는데,. 그 첫 번째 목록에 는 296개의 기호가 수록되어 있다. 그후 다른 목록들도 등장하는데, 최종적으로는 1300여종 의 제스처가 들어 있는 목록에 이르게 된다. 그 기호는 의문, 명령, 기원, 확인, 등 크게 네 가지 부류로 구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원을 표현할 경우, 원하는 것을 머리 높이에 표시 하고는 마치 인사하는 양 웃으면서 상체를 숙이면 된다. 우리는 이 언어체계가 두 종류의 기호로 이루어져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하나는 대부분의 다른 코드와 마찬가지로 '의미 (시피니에)'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기호로 '성수 뿌리기'나 '성호 긋기' 등과 같은 것 이 있다. 다른 하나는 의미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이 약속에 따라, 소쉬르의 발을 빌리자면 자의적으로 만들어진 기호이다. 예를 들어 '절반'을 나타낼 경우에는 집게손가락의 가운데를 짚는 식으로 표시하는데, 이는 시니피에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기호이다. 그러나 '4분의 1' 을 표시하는 경우 집게손가락의 끝 부분을 건드리는데, 마디가 세 개밖에 없는 손가락에서 4분의 1 지점을 표시하기란 매우 모호하기 때문이다. 트라피스트 수도사의 제스처 체계는 단순기호와 복합기호로 구분되어 있다. 예를 들어 '꿀벌'을 표현할 때는 (수도사들이 양봉 일을 하는 경우가 흔했다.) '날개'와 '부 드러움'을 의미하는 제스처를 결합시켜 표현했고, '꿀'이라는 단어의 경우에는 '버터'와 복합 기호 '꿀벌'을 의미하는 제스처를 함께 결합시켜 표현했다. 다른 경우에도 이처럼 둘 이상의 동작이 결합된 것이 많았다. '금속'의 경우에는 '줄질하는 것처럼 왼손집게손가락 위에 오른 손 집게와 가운데 손가락을 빈번하게 왕복시키고' 여기에 '단단함'의 기호, 즉 '가운데 손가 락의 마디를 손등에 대고 밀어내는 동작'을 덧붙여서 표현했다. 제스처는 수도사들의 신앙생 활과 전원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된 사물, 동작, 생각 등을 가리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분명하지 않은 것이 많아서 모호한 상황이 많이 생겼다. 아마도 필요할 때마다 경험에 비추 어 체계를 세운 것 같다. 그래서인지 제스처 목록 중에 재미있는 것들도 있는데, 그중 담배 는 '밀가루를 나타내는 제스처를 한 뒤 코담배를 맡는 것처럼 손가락을 코에 가까이 대어서' 표현했다. 아마도 코담배 흡입 같은 작은 위반을 저질렀던 수도사도 있었던 모양이다. 우리 는 여기에서 두 가지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하나는 어휘목록이 비교적 짧아서 모든 것을 말할 수 없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제스처가 한번도 알파벳 철자를 만드는 데 이용되지 않고, 의미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몸짓기호였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지적은, 듣지 못한 사람들의 언어가 제기하는 문제를 보다 잘 이해하게 해준다. 이 언어, 즉 수화는 모든 것을 말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알파벳 하나 하나에 대응하는 수화를 만들어야 한다 생각하는 사람들과 알파벳에 의존하지 말고 독창적인 신체언어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사이에 오랜 논쟁이 있었다. 샤를 드레페 신부는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농아들 자신이 자연스럽게 고안해 낸 제스처를 체계적으로 만들었다. 어느 날 드 레페 신부는 비를 피하려고 어떤 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 집에는 쌍둥이 농아 자매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이 자매는 오랜 시간 같이 살면서 제스처를 통한 의사소 통 체계를 경험적으로 보완시켜서 그가 보기에도 놀라우리 만큼 완벽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드 레페 신부의 공로는 지대한 것이었지만, 그가 일반언어가 가지고 있는 통사구조나 선조 성(요소들이 한 줄로 연결되는 성질)과 같은 복잡하고 추상적인 개념에 맞추어 신체언어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했다. 사실 현대 수화의 독창성은 구어의 선조성과 는 근본적으로 다른 유형의 공간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데서 비롯된다. 실제적인 차원에 서 일관성 있게 만들어진 이 언어체계가 유용한 것임에는 분명하지만, 아주 흥미 있는 이론 적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언급해야 할 것이다. 그 문제점이란 다음과 같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즉, 오로지 손짓과 몸짓만을 사용하여 통사구조와 어휘체계 그리고 문체적 특성까지 갖춘 진정한 언어를 만들 수 있을까? 더군다나 이 언어는 상대적으로 변수 가 적은 (따라서 경제적인) 단순한 코드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예를 들어 '만족'의 기호를 나 타낼 경우, 그 변수는 형태(손의 모양), 방향(손바닥이 몸 쪽을 향한다.), 기호를 만드는 위치 (가슴), 움직임(원운동), 얼굴의 표현(기쁨) 등 다섯 가지이다. 이러한 작업을 통하여 수화 나름의 진정한 통사구조와 어휘사전을 만들 수 있으며, 아주 간단한 이 언어가 시나 사투리 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몇몇 지혜로운 사람들은 말에 그 사회 고유의 신체기호를 병치시킨다. 트라스피트 수도사나 말을 못 하는 사람, 그리고 듣지 못하는 사람은 침묵하는 존재이다. 하지만 북아메리카 수족들은 자연적인 구어를 사용하면서도, 신체언어만을 이용해 의사소통 을 하기도 한다. 수족의 신체언어는 너무 오래된 것이어서, 한 학자는 이 표현양식이 아메리 카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언어라고 주장할 정도이다. 윌리엄 톰킨스가 전개한 연구에 따르 면, 수족의 신체언어는 450에서 500개 정도의 기호로 이루어져 있고, 대부분의 기호는 손의 이동이나 움직임, 얼굴, 그리고 머리의 위치로 표현된다고 한다. 그 어휘에는 사냥이나 전쟁 과 같은 그들의 생활양식과 연관된 실사, 형용사, 동사, 부사 등이 포함되어 있다. 듣지 못하 는 사람들의 언어와 달리 수족의 신체언어는 진정한 기호체계를 이루지는 못했건만, 트라피 스트 수도사들의 신체 언어와 공통점이 있다. 두 언어 모두 폐쇄된 사회 안에서만 사용되었 다. 지금까지 언급했던 세 가지 언어의 공통점은 알파벳을 대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기 호와 시피니에의 관계에서 볼 때, 자연발생적인 언어는 어떤 의미에서 사라져 버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발랑탱 아우이는 기호를 부조로 조각해 맹인이 손가락으로 읽을 수 있게 한다는 단순하지 만 기발한 구상을 했다. 1791년, 필사본 해독 전문가였던 아우이는 부조로 된 활자판을 발명했고 맹아들을 위한 학교를 설립했다. 이것은 맹인에게 괄목할 만한 진보였다. 그러나 이 부조 글자독본이 완성 되기 위해서는 많은 혼란과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네 살에 사고로 맹인이 된 루이 브라 유는, 1819년 열 살의 나이로 이 학교에 들어갔다. 바르비에라는 대위에게서, 점으로 소리를 전사하는 '음향 활자판'을 배우게 되었고, 그 뒤 부조로 된 63개의 점자조합을 만드는 데 성 공하였다. 알파벳, 기본적인 수학기술, 음악기호들이 여기에 들어 있었다. 맹인들은 손가락 끝을 부조로 된 알파벳 점자에 대고 읽게 되었고, 놀라우리만큼 민감하고 빠르게 그 기술을 습득해서, 1분당 150단어 정도를 읽기에 이르렀다. 이 알파벳은 전 세계에 맹인용으로 채택 되었다. 초기에는 점자로 책을 인쇄하는 작업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고, 경비 또한 많이 들었다. 오늘날에는 컴퓨터의 사용에 힘입어 기술자가 점자를 배우지 않고도 일반 택스트를 자동적으로 점자화할 수 있게 되었다. 녹음 테이프에도 정보를 저장해서 부조판에서 전자로 재생할 수 있다. 크기와 무게가 책 한 권 정도인 옵타콘이라는 기계는 소형카메라와 144개 의 점으로 된 촉각 진동판을 갖추고 있어서 보통 문자로 된 텍스트를 분당 40단어 정도의 속도로 직접 점자화하여 읽게 해준다. 부조로 재현되는 영상도 일반적인 점자와 마찬가지로 집게손가락(보통 왼손)끝으로 들을 수 있게 된다. 앞에서 살펴보았던 신체언어와 달리 점자 는 알파벳을 대치하는 문자이다. 그러나 정상인들의 알파벳과 비교할 때 나름의 독창성 또 한 지니고 있다. 사실 점자는 기호의 최소 요소로 오직 점만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맹 인들은 문자나 다른 기호에 대한 더욱 사실적인 표현을 보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신체는 기호를 만들어 낸다. 우리는 신체, 손, 몸짓 등으로 말보다 섬세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인간관계의 대부분은 말과 신체기호의 관계 속에서 유지된다. 말과 달리 몸짓이나 시선으 로 상대를 속이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트라피스트 수도사의 상징체계 속에서 그들의 시적 인 제스처와 명상에 잠긴 침묵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귀머거리나 벙어리들을 침묵 으로부터 빠져 나오게 하려고 열중했던 사람들이 결국 몸짓으로만 이루어진 기호체계를 선 호하게 된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 마치 모든 인류가 훨씬 오래 전에는 모두 그 기호체 계를 사용했던 것처럼. 전쟁처럼 긴급한 행동을 요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인류는 언제나 정보를 신속하게 주 고 받을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을 찾았다. 기호나 신호를 전달받고 그것을 먼 거리에 있 는 상대방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것은 모든 의사소통 체계의 과제였고, 역사를 관류하는 인 류 보편적인 과제였다. 제3장 장거리 신호의 마술 의사소통 이론에서는, 의사전달 도중에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의 손실을 초래하거나 필요 없이 방해만 되는 모든 것을 소음으로 지칭한다. 전언이 그 원천(발신자)을 떠나는 순간부터 수신자에게 받아들여지기까지 소음은 모든 순간 개입될 수 있으며 전달과정에서뿐만 아니라 코드화와 코드해독 과정에서도 개입될 수 있다. 소음을 줄이고 전언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 는 정보를 표현하는 신호의 구성요소를 제한하고 조합하는 방식의 코드화 기술을 이용했다. 초기 장거리 신호체계는 불완전한 것이었다. 북아메리카 인디언은 연기를 신호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다. 예를 들어 수족이 나 샤이엔 족 같은 인디언 사이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던 연기를 이용한 사용체계는 아주 단 순한 것이었다. 연기 한 무더기를 피워 올리는 것은 '주의'를 의미했고, 두 무더기는 '이상 없음', 세 무더기는 '위험, 도움을 요청함'이라는 뜻이었다. 그들은 작물 따위를 사용하여 부 을 덮었다 다시 열었다. 하면서 연기를 만들었다. 정보를 멀리 보내기 위해 사용한, 가장 오 래된 '신호'는 불이었던 것으로 추측되는데, 피어오르는 연기는 멀리서도 관측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불을 사용한 장거리 의사소통 체계를 적어 놓은 가장 오래된 자료는 탈무드이다. 탈무드의 몇 대목은 예루살렘과 바빌론 사이에 통신망이 세워져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 준 다. 탐이나 높은 곳에 불을 피워 올리는 방식으로 통신이 이루어졌는데, 불의 지속시간과 불 꽃의 높이, 그리고 아마도 불꽃의 색깔 등으로 신호를 구별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것은 단지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이 기본적인 신호체계가 많은 혼동을 일으켰을 것 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이 신호체계를 이용하여 말할 수 있는 것들은 아주 적었을 뿐만 아 니라, 불을 보면서도 그것이 신호라는 것도 확신할 수 없었을 것이다. 멀리서 피어 오르는 연기는 화전민이 피워 놓은 불 때문에 생긴 것일 수도 있으며, 낙뢰나 부주의로 생긴 불, 혹 은 방화광이 지른 불로 생긴 것일 수도 있다. 장거리 신호체계가 기초적인 닽계를 넘어 코 드화와 전달절차에서 괄목할 만한 진전을 보이기까지는 여러 세기에 걸친 기술적 발달이 필 요했다. 먼 거리에 떨어져 있는 상대방에게 신호를 보낸다는 장거리 전송은 계몽시대에 이르러 주 된 관심사가 되었으면, 프랑스 혁명은 이를 위한 기술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기 회를 제공했다. 영구의 물리학자 로버트 후크는 1684년 새로운 시각 전송체계를 고안하였다. 1960년에는 프랑스인의 기윰 아몽통 또한 새로운 신호체계를 구상하였는데, 이에 대래 퐁트웰은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기록을 남겨 두었다. 이에 대해 퐁트웰은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기록을 남겨 두었다. "수수께끼처럼 보이는 정교한 수단으로, 파리와 로마같이 아주 먼 거리도 서너 시간만에, 중간 지역에 있는 사람에게 발설되지 않고, 원하는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기이하 고 공상적으로 보이는 이 구상은, 한 번은 왕이, 다른 한 번은 왕비가 보는 가운데, 작은 평 원에서 실험되었다." 아몽통의 장거리 전송 체계의 비밀은 연속적으로 여러 개의 중계소를 배치하는 데 있었 다. 한 중계소에 있는 사람은 고성능 망원경을 통하여 앞 중계소에서 보내 오는 신호를 받 아 다음 중계소로 넘기고, 이런 식으로 계속 연결시킨다는 구상이었던 것이다. 중계소들이 젼달했던 시호는 알파벳 글자였으며, 파리와 로마에서만 암호를 해독할 수 있었다. 이때 망 원경의 사정거리가 허락하는 한 가장 멀리 중계소를 설치하여, 중계소의 숫자를 가능한 한 최소로 하였다. (각 중계소에서는 앞 중계소에서 보내 온 신호를 그대로 다음 중계소로 연 결해 주기 때문에, 파리에서 로마까지 짧은 시간 내에 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다.)통신기를 개발하려고 시도한 이런저런 노력을 알려 주는 자료들을 이따금 만나 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1788년 뒤퓌라는 사람은 메닐몽땅에서 바뇨까지 알파벳을 전송하려는 실험을 수행하였 다. 하지만 이 체계는 1789년 프랑스 혁명과 그에 따른 전쟁이 아니었다면 실험단계에 머물 렀을 것이다. 전선에 위치한 적군이 알지 못하도록 가능한 한 가장 빠르게 신호를 전달하기 위해 신속한 송신과 수신, 비밀유지가 동시에 가능한 신호체계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보병 전령이나 기병 전령은 포로가 되기 쉬웠고, 전언 또한 들통나는 일이 빈번했다. 1790년부터 샤프 신부는 3단계의 어휘 영역으로 이루어진 혁신적인 전송체계를 실험했다. 샤프 전송체 계가 보여 준 새로움은 전송기술의 개량에 있는 것이 아니라, 코드 제작방법을 개선했다는 데 있다. 신호기의 수평축과 조절기 그리고 두 날개(조절기의 양끝에 붙어서 움직이도록 부착되어 있는 장치) 의 위치에 따라 만들어지는 신호 196개를 일일이 다 살펴보지 않더라 도, 아주 독창적인 신호체계를 고안한 샤프 형제의 기호적 재능이 굉장히 놀랍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1794년 샤프 형제는 92페이지로 구성된 어휘목록을 만들었는데, 각 페이지에는 92개의 단어가 들어 있었다. 신호기를 통해 보내오는 첫 번째 신호는 어휘목록 의 페이지를 가리키는 것이었고, 두 번째 신호는 전보문의 단어에 해당하는 단어번호를 가 리키는 것이었다. 그래서 두 번의 신호를 통해 8464개의 단어를 표현할 수 있었다. 이것이 단어 목록이다. 두 번째 어휘목록은 문장 단위로 만들어졌는데, 단어체계와 마찬가지로 92페 이지로 이루어졌고 한 페이지마다 92개의 문장이나 문장요소가 수록되어 있어서 8646가지 신호를 보낼 수 있었다. 이 문장들은 특별히 해군과 육군을 위한 것이었는데, 전언을 보내기 위해서는 세 단계의 신호가 필요했다. 즉, 첫 번쨰 신호는 무장 단위 어휘목록에 관한 것이 라는 표시이고, 두 번째 신호는 어휘목록의 페이지를, 세 번째는 그 페이지의 문장번호를 가 리키는 것이었다. 장소를 지칭하기 위한 세 번째 어휘목록도 같은 원리에서 만들어졌다. 샤프형제의 일관성 있는 기호체계는 최대한의 의미를 비밀리에 전달할 수 있었다. 이 신호 체계는 이용한 전보는 염탐하기가 매우 어려웠는데, 왜냐하면 최초의 발신자와 최종의 수신 자만 코드 해독 방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모스 부호나 다른 전신 부호는 염탐하기 훨씬 쉬울 수도 있다. 샤프 신호기는 일관성 있게 조직된 최초의 장거리 신호망이였다. 샤프 형제의 신호체계를 실용화하기 위해서는, 상황에 맞춰 10km에서 30km정도 거리에 통신기를 설치하는 작업도 필요했다. 이 통신기는 망원경 관측과 신호재생이 용이하도록 언 덕, 탑, 성당의 종루 같은 높은 곳에 설치해야 했다. 왕정복고 시기중인 1840년 샤프형제와 기술자인 브레게가 구성한 전송체계는 프랑스 전역에 걸쳐 4000km가 넘는 전송망을 이루고 있었다. 이 전송망은 8개의 주선과 11개의 지선이 있었고 556개의 중계소가 설치되어 있었 다. 각 중계소에는 신호기의 조작 책임을 맡고있는 고위직 관리가 파견되어 있었고, 중앙 정 부가 직접 나서서 행정통제를 했다. 특히 모든 정보는 암호화되었고, 이런 이유로 중계소를 통한 비밀전송이 보장되었다. 현대에 와서 전파를 이용한 전송탑들이 옛날 샤프 체계 중계 소의 자리에 그대로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무엇보다 도 샤프 체계는 경제적인 전송형태를 이루는 신호체계의 모델을 제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제한된 적은 수의 신호로 많은 수의 전언을 송신하고 중계하고 수신할 수 있는 체계를 제공한 것이다. 하지만 시각을 통해 대기 중에 전송시키는 모든 체계가 그 렇듯이, 이 체계 또한 기후 조건에 따라 그 기능이 좌우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안개 가 끼거나 비가 많이 오는 날, 반사광으로 인하여 관측이 어려울 정도로 햇빛이 강한 날에 는, 이 시각 전송체계가 아무 쓸모가 없었다. 1837년 사무엘 모스와 쿡, 휘트스턴은 전기를 사용한 장거리 전송체계의 원형을 발명했따. 전류를 이용하여 명료한 신호를 보낼 수 있는 기술에는 두 가지 체계가 있었는데, 두 체 계는 전송되는 신호의 성질에 따라 명백하게 구별된다. 먼저, 영국에서 것은 자침의 간격에 따른 자기창의 차이를 이용하는 것이었는데, 이렇게 하면 수신자의 문자판에도 송신자가 만 드는 것과 똑같은 글자가 나타나도록 고안되어 있었다. 따라서 이 신호체계는 문자 신호체 계에 속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두 번째로 미국에서 사무엘 모스가 만든 체계는 이것 과는 다른 방식으로 신호 전송이 이루어진다. 자기장의 차이는 접어두고 모스는 전류의 일 정한 단속에 기초한 신호전송을 구상했던 것이다. 모스 신호체계를 구성하는 '점과 선'은 그 소리가 귀에 들리는 동시에 종이띠가 옮겨 찍히도록 고안되어 있다. 한편 이 체계가 지니는 독창성은 그 단순함에 있다. 사용되는 신호는 점과 선, 단지 두 요소인 것이다. 더욱이 두 요소는 보는 동시에 들을 수 있으며, 보는 방식도 여러 가지가 가능해서 선박에서 사용하는 경우처럼, 전등의 길고 짧은 점등에 의해서도 멀리 떨어져 있는 선박 상호간의 신호전달이 가능했다. 모스 부호는 글자를 구성하는 점과 선에 대응하는 소리를 길거나 짧게 내어 송신 한다. 모스 부호는, 그 철자와 해양의 깃발신호 사이에 등가체계를 수립함으로써 더욱 개량 되었다. 프랑스에서는 나폴레옹 3세 때에 와서야 시각 전송체계를 모스 부호 체계로 대치하 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앞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전기 전송체계는 지금도 옛 설비물을 부분적 으로 사용하고 있다. 오늘날의 새로운 기술은 장거리 전송체계를 몰라 볼 정도로 변화 시켜 버렸다. 말과 그림이 바다 밑을 통해, 우주 공간을 통해 지구 전역을 왕래하고 있다. 우주를 떠다니던 전언은 전기신호 형태로 지상에 도착하여 해독되고 영상으로 환원된다.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려는 인간의 부단한 욕구로 지도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인 간이 지도를 만들기 시작한 이후로, 과학과 기술이 발달한 것과 동시에 지도에 필요한 그래 픽 코드 또한 진보했다. 중세에 만들어진 초기의 그림지도에서 오늘날의 지도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지도 기호의 변화과정을 추적할 수 있다. 제4장 기호의 보고, 지도 기호-지도가 여러 기호를 포함한 총괄적인 기호라는 사실은 인간이 지도에 대해 서로 다 른 두 가지 태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설명해 준다. 그 하나는 단지 그림을 감상하는 것처 럼 지도를 '보는' 태도이고, 다른 하나는 지도를 용도에 따라 '읽는' 태도이다. 지도를 본다는 것은, 먼저 그림을 보는 행위이다. 지도를 보는 행위는 산과, 평야, 하천, 길 따위를 알아보는 것이다. 푸른색으로 칠한 넓은 부분이 바다를 표시하는 것임을 알아볼 수도 있다. 지도에 대해 약간 지식이 있는 사람은 지도를 보면서 그 축적이 8만분의 1인지, 5만분의 1인지, 아니면 2만분의 1인지를 구별할 수 있다. 또한 어떤 사람들의 경우, 예를 들어 지리 선생님 같은 사람에게는 지도를 보는 행위 가 가장 중요하고 꼭 필요한 작업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도를 읽는다는 것은, 먼저 그 그 림을 보고 그 내용에 따라 암호를 해독하는 행위이다. 지도읽기는 이중의 행위이다. 아니 삼 중의 행위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지도 속에서 언제나 기호를 읽는다. 하지만 위치를 가늠하 기 위해서 지도를 읽을 때, 지도 속에 있는 다른 자료는 모두 무시해 버리는 수가 있다. 급 한 운전자의 경우, 가야 될 길이 몇 킬로미터인지, 그 길이 얼마나 험한지만을 읽을 뿐, 그 외의 것은 보지도 읽지도 않는 경우가 흔하다.그런데 다른 식의 지도읽기가 수반된다. 다시 말해서 대도시, 소도시, 마을, 하천, 산, 도로, 성당, 철도, 포장도로, 비포장도로 등을 표시하 는 약속된 기호들로 이루어진 범례, 그리고 축적에 따른 지도읽기가 그것이다. 범례를 읽지 않는다면, 프랑스 국립지리원에서 최근에 발간한 2만 5000분의 1 지도 속에서 일반철로와 궤도열차의 철로, 자기부상열차의 모노레일을 구별해 낼 수 없을 것이다. 언제나 순서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림을 보는 1단계, 범례를 보는 2단계에 이어지는 3단계는 기호 해석이라는 순서로 실제 지도읽기가 행해진다. 덧붙여진 설명문 없이 침묵하는 지도를 보면 서 기호를 해석해 가는 절차의 이점과 어려운 점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기호만이 표현 된 장소가 산인지, 평야인지, 고원인지, 사막인지, 바다인지, 아니면 주거지인지를 알려 준다. 그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범례를 참조해야 하는데, 해석하는 사람이 지리학자이냐 경제학자 냐 농작인이냐 군인이냐 아니면 관광객이냐에 따라 찾는 범례도 달라질 것이다. 또한 지도 속에 글자가 없을 경우에는, 그 장소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없다. 산이나 간, 도시 이 름도 알 수 없으며 산의 높이도 바다의 깊이도 알 수 없다. 우리는 그저 약호를 보며, 예를 들어 기복이 있는 형태로 산맥을 표현하고 있구나 하는 정도를 알 수 있을 뿐이다. 설명이 없어도 학교에서 배운 기억이나 지리적 지식을 더듬어 기호가 가리키는 바를 알 수도 있다. 하지만 기호를 명백하게 하고 가리키는 바를 알 수도 있다. 하지만 기호를 명백하게 하고 확실한 의미로 '고정시키는' 것은 역시 글자로 된 설명이다. 중세의 지구전도는 본질적으로 그림지도였다. 13세기말에서 14세기 초엽에 그려진 항해지도는 더 이상 그림지도가 아닌 도구 지도였다. 항해지도는 세계를 가능한 한 정확하게 표현한 것이어야 했다. 이 지도는 더 이상 경이로운 그림이나 괴물그림을 찾아볼 수 없고, 실제 해안선이나 반도, 섬, 만, 항구, 항만 등을 찾아 볼 수 있을 따름이다. 이 시기의 항해지도에는 장미꽃 모양의 방위표시도에서 갈라져 나온 것이다. 방위표시도에서 검은색은 기본방위, 붉은 색은 2분의 1방위, 녹색은 4분의 1방위를 나타낸다. 방위표시 이외에 눈에 띄는 표시는 깃발이나, 불꽃무늬 또는 문장으로, 이것은 도 시나 항구를 나타냈다. 포르투갈이나 스페인, 제네바 항해가의 대항해와 더불어 지도는 대탐 험의 항로를 적어 기록하는 수단이 되었다. 항해사와 지도제도가는 비밀기호를 사용하였고, 지도 또한 비밀스럽게 보관했다.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군주들은 '새로운 땅'으로 이끌어 주 는 비밀항로를 밝히고 싶어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14세기와 17세기에 플랑드르 인과 네덜란드인은 메르카토르식 지도(지도에서 경선과 위선을 직각으로 교차시키고 경선 사이의 거리는 같게, 위선 사이의 거리는 고위도로 갈수록 넓게 그리는 법, 방위도가 정확히 표시되어 항해나 항공용으로 많이 쓰이는데, 1569년 네덜란드의 지리학자 메르카토르가 원 통법으로 개량한 것이라고 한다.) 같은 새로운 지도를 만들었다. 또한 지구의 모양을 왜곡하 지 않고 평평하게 그리기 위해 삼각도법을 개발했다. 지도 속의 기호는 더 이상 장식의 수단이 아니라, 물리적이고 인간적인 실체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었다. 1720년 자크 카시니는 국립과학원에 최초로 프랑스 지형도를 제출하였다. 카시니의 지도 를 잠깐 살펴보기만 해도 장식적인 성격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ㅅ다. 18 세기 초기만 해도 프랑스는 근본적으로 농촌국가였다. 이 지도 속의 기호는 매우 풍부하고 다양해서 농촌을 나타내는 사실적인 그림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숲, 평야, 늪지대, 모래지 대 등을 나타내는 기호와 포장도로, 가로수길, 오솔길, 공사중인 도로 등을 나타내는 기호는 사실적이다. 이 프랑스 전도가 정확하다고는 하지만 세부적인 면에서는 정확도가 떨어졌다. 이 지도를 통하여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에 이르는 길을 찾을 수 있게 되었지만, 예를 들어 토지의 기복 같은 것은 표현하지 않아서 길을 잃은 위험 또한 없지 않았다. 지도 속에 있는 여러 기호들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일일이 살펴보지 않더라도, 기호체계가 과학과 기술 의 다양한 진보에 따라 바뀌어 가는 모습을 확인하는 일은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특 히 땅의 높이를 표현하는 기호의 변화는 좋은 증거가 된다. 카시니의 지도에서는 산을 평지 와 구분이 가능하도록 일정한 선을 사용하여 표시하였다. 그런데, 이 시기부터는 경사지를 표현하기 위해 더욱 촘촘하게 선영을 그려 넣는 방법이 사용되기 시작했고, 철필로 명암을 주는 기술과 특히 높은 산의 경우에는 무한대의 한 점으로부터 투영하여 글리는 투시부감도 법이 개발되었다. 지도의 기호는 실제 지형을 연상시켜야 한다. 해양지도 제작자들은 곡선의 정도를 다르게 함으로써 바다의 깊이를 표시하였다. 바다의 깊이는 측정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웠다. 바다의 표면은 평평하기 때문에 깊이를 나타내는 곡 선표시는 읽기가 용이하다. 지표의 높이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그렇지만 지표의 높이를 나 타내는 데도 이 곡선표시 체계가 적용되었는데, 1881년에 완성된 8000분의 1 프랑스 전도에 는 곡선표시에 선영기법을 덧붙여서 높이를 표시하였다. 곡선표시에는 적합하지 못했다. 지 도의 기호는 실제 지형을 연상시킬 수 있어야 하므로, 곡선표시에 수직의 선영을 넣어 높이 를 표시했다. 각 선은 옆선의 4분의 1길이로 그려 넣어 멀어져 보이게 하였다. 곡선표시가 가까울수록 선영의 선은 점점 짧아지고, 각의 크기도 줄어들어 선의 간격도 줄어들었다. 이 러한 차이를 통해 사람들은 급경사와 완만한 경사를 지도 속에서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2 만 3000분의 1 지도는 곡선을 표시하는 데는 보다 정확하지만 실제를 표현하는 데를 정확하 지 못하다. 현대의 지도에 와서는, 색깔 구분, 보자 세밀해진 철필 명암기법, 비행기나 인공 위성을 사용한 항공촬영 기술, 컴퓨터 제도 기술 등의 도움으로 높이를 나타내는 모든 표현 이 가능해졌다. 이제는 지도 속의 기호가 실제 모습을 보는 것만큼이나 실감나게 표현된다. 하지만 지도 속에 표현된 것은 실물이 축소된 모습으로 우리의 눈과 손가락 앞에 존재한다 는 점에서, 이것 모두는 여전히 기호라는 사실을 상기할 수 있다. 현대 지형도는 진정한 기호의 창조물이다. 프랑스 국립지리원에서 만든 2만500분의 1 지도의 범례 속에는 엄청난 목록이 있다. 이 범례 중 첫 항목은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인 도로를 표시하는 기호들에 할애되어 있 다.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로, 교차로, 사설도로, 공공도로, 가로수가 있는 길과 없는 길, 여 러 형태의 철도, 건널목, 교량 육교, 케이블카의 레일, TGV 철도(최근 판의 경우), 그리고 전기 전송망까지. 현대의 지도학자는 새로운 사실에 아주 정통해야만 한다. 그가 만들어 내 는 기호는 표현하고자 하는 실체를 제대로 반영해야 하는 동시에 모호함과 혼돈을 피해야 만 한다. 이러한 이유로 다양한 연구는 첨단과학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그래픽 기호학은 효과적이고 명확한 기호를 만드는 모든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기호이론에서는 여러 기 호를 두 부류로 나눈다. 한 부류는 비관련기호로 표현대상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도로지도의 경우, 도시를 나타내는 기호는 원으로 표현되는데 원은 도시 의 지형적 형상이나 주민수와는 관계가 없다. 다른 부류는 관련기호로 지도 속에 그려진 모 습이 실제 대상과 상대적인 연관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천은 푸른 실선으 로 나타내는데, 상류에서 하류로 내려갈수록 강폭은 증가하는 것과 비례하여 실선의 폭도 넓어진다. 인구통계지도나 경제통계지도 등과 같은 특별한 몇 가지 지도를 제외한다면 일반 적으로 지도 속에는 비관련기호가 훨씬 많다. 이러한 상황은 많은 문제점을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지도 속에 문자 텍스트를 덧붙여서 기호가 표현하지 못한 점을 알려 준다. 인구로 도시의 규모를 나타내기 위해서, 가리키고자 하는 도시의 이름을 인구의 많고 적음에 따라 다른 크기의 글자로 표시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도시 툴루즈는 라발보다 큰 글씨로 적게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시각기호가 글자나 단어에까지 파급되는 셈인데, 이런 경 우 '시각기호'는 단지 그래픽 코드의 기능보다 더 많은 기능을 수행하는 셈이 된다. 지도는 자연적이거나 인위적인 기호를 사용하여 세상을 보여주는 표현수단이다. 모든 분야의 연구자나 기술진이 사용하는 기호를 지도에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게 보인다. 컴퓨터는 영상 합성 기술을 사용하여 오든 영역에서 번식력 강한 기호의 생산자가 되었고, 단 하루라도 연령 피라미드, 주식시세 곡선, 인플레나 실업률 같은 것이 TV 화면에 나오지 않는 날이 없을 지경이다. 선거 결과를 방송하는 저녁, 각 정당이 얻은 비율만큼 카망베르, 프랑스 노르망디 치즈 조각처럼 잘려진 원을 볼 수 있다. 서적과 교과서에도 이러한 시각기 호들, 즉 그림을 사용하여 복잡한 체계를 단순화시킨 다양한 도식들이 많이 등장한다. 도식 이라는 프랑스어 단어 디아그람은 '그림'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어원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 없이 다양한 형태로 변화될 수 있는 도식은, 기호를 만들 때 두 요소의 상관작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알게 해준다. 한 요소는, 의미를 설명하고 그 발견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기호 를 새로이 창조하는 직업과 관련된 요소이고, 다른 한 요소는 기호 제작을 위해 자연적이거 나 인공적인 실물에서 그 형태를 빌려오는 작업과 관련된 요소이다. 기차나 버스, 전철의 연 결 조직을 그려 놓은 조직망의 경우는 첫 번째 요소의 성격이 강한 반면, 언어학, 전산학, 사회학,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나무그림들은 한 체계의 위계질서를 보여 주는데, 두 번째 요 소의 성격을 찾을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예들 속에서 우리는 기호가 만드는 언어, 다시 말해 서 수학적이고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가장 보편적인 언어가 무관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 게 된다. 아주 오래 전부터 인간은 길을 찾는 데 자연기호를 이용했다. 동방박사들에게는 샛별이 그 기호가 되었고, 선원들에게는 별자리가, 잉카 부족들에게는 태양이 그러했다. 그렇지만 이런 지표들로는 충분치 못했다. 그래서 인류는 인간 나름의 고유한 지표를 만들어 내기에 이르렀다. 자연기호에 문명기호를 결합시켰던 것이다. 그 이후로 인간은 자신의 길을 더욱 수월하게 찾을 수 있었다. 제5장 교통신호 19세기 초 영국, 스티븐슨이 증기기관차를 발명하고 처음으로 철도가 선을 보였을 때, 오 늘날 우리들이 신호등이라 부르는 신호체계 또한 생겨났다. 이 신호체계는 단지 방향을 가 리키기 위한 것일 뿐 아니라, 불을 내뿜으면서 위협하듯 갑자기 달려드는 쇠로 된 괴물로부 터 인간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철도신호는 금지신호와 통과신호로 이루어진 단순한 2진법 체계로 특징지을 수 있다. 철도신호기는 철도통제기는 최초의 철로 변환장치가 설치되었을 무렵에 생겨났다. 1844년 경 영구에서는 역의 플랫폼, 철로분기점과 철도건널목 등에서 열차를 통과시키거나 정지시 키는 신호를 하였다. 역무원은 깃발을 이용해 세 가지 기초적인 신호를 했다. 역무원의 몸통 높이에 깃발이 늘어져 있을 때는 철로가 비어 있음을 의미했고, 위로 치켜 든 깃발은 '주의' 를, 아래로 내린 깃발은 기관사에게 이동할 방향의 철로가 손상되었음을 의미했다. 밤이 되 면 이들은 등불을 사용했다. 우리는 이 신호의 기본원리가 분명한 대립에 있다는 사실과, 이 대립관계는 통과신호와 금지신호를 구별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컴퓨 터를 운용하기 위해 사용되는 컴퓨터 언어처럼 2진법에 근거한 일종의 기호언어였던 것이 다. 아울러 이 신호는 고정된 자리에 서서 신호를 보내는 사람과 기차를 운전하는 사람 사 이에 단순하지만 명령적인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그런데 고정된 자리에서 신호를 보내는 사람의 책임이 움직이는 위치에 있는 기관사의 책임보다 물론 더 무거웠을 것이다. 처음에는 영국에서, 뒤이어 프랑스와 독일에서 날개 신호기를 사용함으로써 결정적인 진보 가 이루어졌다. 영국인은 이 신호체계가 로열 네이비(영국 해군)에서 사용했던 신호에서 착 안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날개 신호기의 원조는 '제3장 장거리 신호의 마술'에서 언 급했던 클로드 샤프의 장거리 신호체계에서 찾은 것이 더 나을 듯 하다. 철도 신호의 진보는 열차 속도의 증가와 교통량의 증가라는 두 가지 요인과 관련된다. 속도와 교통량의 증가라는 상황을 고려하여, 사람들은 철로를 여러 구획으로 조직하였는 데, 각 구획의 입구와 출구에 신호기를 설치하였다. 이 신호기의 원리는 오늘날까지도 여전 히 유효한데, 한 구획 내의 철로에는 일정한 시간 동안 한 대의 열차만 통과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연속되는 두 열차 사이에 이렇게 공간적이 거리를 둠으로써 시간적 차이 또한 유지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신호기와 철로 변환기를 결합시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결정적인 진 보가 이루어 졌다. 1852년 영국에서는 그 이후의 모든 철로 신호체계 개발에 결정적인 역할 을 하게 될 새로운 방식을 완성하였다. 각 구획마다 입구와 출구에 하나씩의 페달을 레일 내에 설치하여 열차가 들어올 때는 페달이 낮아지면서 철로 변환장치에 신호를 보내는 전기 회로를 차단하도록 만들었다. 이 장치가 바로 그 유명한 악억경보기(철도의 자동경주기)의 원조인데, 오늘날의 열차도 이 원리를 이용하여 통과 이후에 빨간등으로 바뀌도록 신호를 차단시킨다. 도로 교통신호는 도로망의 구성과 도로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이동이라는 두 가지 기본개 념을 그 원리로 한다. 1883년, 들라마르 드 부트빌은 석유를 이용하는 내연기관을 장착한 첫 번째 자동차를 만 들어 작동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엔진 제작의 많은 부분을 자전거 공업에서 차용했 던 1900년 이전까지는 진정한 자동차를 완성했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1894년 열렸던 파리-루앙 간의 자동차경주에서 출전 자동차들의 평균시속은 21km 였는 데 비해, 1901년 파리-베를린간의 자동차경주에서는 평균시속이 무려 74km나 되었던 것이다. 1893년 역사상 최초로 교통사고가 생긴 이래로 '운전 능력 증명서'를 발급할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그로부 터 6년 후인 1899년 3월 10일 도청에서 발급하는 공인 운전면허증이 나타났다. 도로 교통신 호는 이 시기에 나타났다. 도로신호에 대한 첫 번째 법령은 1897년에 포고되었다. 도로망이 발전하고 복잡해지면서 신호체계 또한 한층 복잡해지긴 했지만 그 이후로 신호체계는 근본 적으로 변화되지 않는다. 일정한 형태와 색깔에 대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지니고 있는 관습은 어떤 신호를 보고 한눈에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도로신호는 도로망 각 구간에 대해 상황을 지시해 주고, 그 신호에 적절한 운전태도를 상 기시켜 주는 기능은 하는데, 신호를 형성하는 과정 속에서 이중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도 로신호는 자의적이고 약정적인 기본 신호에, 의미하고자 하는 내용과 부분적이거나 전적으 로 유사한 상징적 기호를 결합시킨다. 도로 교통 코드의 제한적인 토대를 이루고 있는 기본 신호 단위는 사람들 상호간에 이루어진 약속에 기반을 둔다. 그래서 삼각형은 위험을, 원은 절대적인 명령을, 사각형은 단순한 안내를 나타내며, 또한 붉은색은 위험을, 푸른색은 명령 이나 지시를 십자가는 교차로(여러 가지 형태)를 의미한다. 기본신호 단위에 도식화하거나 자세하게 도로 각 구간의 상황이나 외형을 나타내는 기호를 결합시킨다. 그리고 얼마되지 않는 기본신호 단위에 보다 사실적인 기호를 결합시킴으로써 고속으로 차를 몰고 지나가는 운전자도 순간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교통표지판을 만들게 된다. 하지만 표지판을 주의 깊 게 살피지 않고 건성으로 보는 습관이 있는 운전자는 방향표시판을 읽기 위해 자동차를 뒤 로 돌려 되돌아와야 하는 수도 있다. 도로 이용자라면 운전하기 전에 스스로 도로상황이 어 떠한지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표지판을 주의 깊게 살피지 않고 건성으로 보는 습관이 있는 운전자는 방향표지판을 읽기 위해 자동차를 뒤로 돌려 되돌아와야 하는 수도 있다. 도로 이 용자라면 운전하기 전에 스스로 도로상황이 어떠한지 확인해야 한다 .철도신호처럼 도로신 호등을 사용하여 통과와 금지라는 의미를 운전자에게 일러준다. 하지만 도로신호의 경우 철 도신호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을 찾을 수 있다. 기차와 달리 어떤 신호통제도 자동차가 통 과하면서 조작되도록 되어 있지 않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고려하여, 도로 통행체계는 자동차운전자가 도로사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한편, 통행신호에 따른 적절한 예상 반응을 상기하도록 구성되게 된다. 이러한 이중의 기능을 충족시키기 위해 운전자가 지나쳐 버리더라도 다시 보고 도로상황을 알 수 있게 연속적으로 도로신호를 배치시킨다. 위험한 급커브를 나타내는 표지판이 바로 이런 종류에 속하며, 노폭감소 표시나 국도나 지방도로의 교차로 표지판 또한 마찬가지이다. 두 번째 부류의 도로표지판은 신호가 요구하는 운전태도 를 상기시켜 준다. 금지와 재한 표지판이 그러한데, 속도제한, 주차금지, 추월금지, 좌회전 금지나 우회전금지 표지판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운전자는 급커브 표지판이나 어떤 상황에 서는 추월을 금지한다는 표지판들이 연속적으로 나타나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시가 지 진입 표지판에는 속도제한 표지판이 같이 붙어 있거나 뒤이어 나타나는 모습 또한 흔히 볼 수 있다. 등대신호와 깃발신호는 같은 해양신호는 가장 오래된 통행신호이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인 알렉산드리아 등대는 B.C. 3세기에 파로스섬에 세워졌는 데, 그 이후 같은 형태의 건축물은 그 이름을 따서 등대라고 불리게 되었다. 등대는 가장 오 래되고 기본적인 해양신호이다. 땅 위에 고정된 등대는 항구를 표시할 수 있고, 항구까지의 거리, 섬의 위치나 항로, 위험상황 등을 표시할 수 있다. 등대에는 여러 부류가 있다. 상륙을 인도하는 등대는 해안까지의 인접 정도를 표시하는데, 일반적으로 가장 강한 빛을 발한다. 이보다 조금 약한 빛을 발사하는 등대는 해안을 따라 세워져 있는 것으로 항해를 돕는다. 가장 약한 빛을 내는 등대 혹은 '불'은 항구의 입구나, 정박지, 부표를 설치한 수로를 표시한 다. 몇천 년 전부터 선박을 식별하는 데 깃발을 사용해 왔다. 고대 이집트의 무덤 속에서 B.C. 13세기 람세스 2세 때의 것으로 추정되는 선박용 깃발을 발견하였는데, 같은 유형의 깃발들이 이집트 배에 걸려 있었다. 깃발을 선박에 사용하였다는 최초의 흔적은 B.C. 9세기 로 거슬러 올라간다. 근대에 와서는 엘리자베스 여와의 통치시대인 16세기에 영국함대를 구 성하는 다양한 선박들을 빨강, 파랑, 여러 색깔의 흰색 등 깃발을 통해 구별하였다. 해상신호는 주로 바다에 고정시켜 놓은 항로표시인 경표로 구성된다. 경표는 항해사에게 안전한 항로를 알려주고 바다에서 만나게 될 수고 있는 여러 가지 위 험을 알려주는 신호이다. 경포체계의 역사는 철도신호의 역사와 여러 면에서 유사성을 보이 고 있다. 실제로 1976년까지 전 세계에 30개 이상의 다양한 경표 체계가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그 결과 특히 안개가 자욱하게 낀 때나 어두운 밤이 내리면 항해사들이 혼동할 위험 이 많았다. 항해사는 신호의 의미를 즉각적으로 식별할 수 없는 경표를 느닷없이 만나는 경 우도 있다. 만약 어떤 경표에 아직 해양지도에 실려 있지 않은 새로운 방식으로 위험을 표 시해 놓았다면 혼동에 따른 위험은 더욱 커지게 된다. 더욱이 모든 나라가 경표와 해상등을 설치하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했다. 어떤 나라에서는 항로 옆에 해상등이나 경표를 설 치해 놓고 이 항로를 따라 선박을 운행하게 하는 체계를 택하고 있다. 한편 다른 나라들은 주요 지점에만 하는 체계를 택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체계에서는 예상되는 위험에 따라서 하나 또는 여러 개의 경표를 설치하여 위험을 표시해 놓는다. 국제 공통의 경표체계는 겨우 1980년에야 만들어졌다. 그래서 지구상의 바다는 'A체계(유럽,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등 에서 채택)를 사용하는 바다와 'B체계'(남아메리카, 북아메리카, 일본, 한국 등에서 채택)를 사용하는 바다로 양분되어 있다. A체계는 붉은색이 좌현 항로를 나타내는 데 비해 B체계에 서는 같은 색깔로 우현 항로를 나타낸다. 이러한 사실은 신호와 그 의미가 약속에 따라 정 해져 완전히 자의적이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해양 신호 체계의 독창성은 선박 자체가 기호전달자라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깃발 신호 이외에도 선박은 엄격하게 정해진 신호등을 사용하여 자신을 알린다. 예를 들 어 선박의 신호등은 돛단배와 동력선을 구별하게 해주는데, 돛단배의 겨우 흰색 등을 돛대 의 가장 높은 끝부분에 설치하며, 좌현에는 붉은색 등을, 우현에는 녹색 등을 총 톤수에 따 라 하나 혹은 여러 개 설치하여 전면으로부터 112도 까지 식별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동력 선은 메인 마스트의 가장 높은 부분에 붉은 등과 녹색 등을 설치하고 배의 총 톤수에 따라 우현에는 녹색 등을, 좌현에는 붉은색 등을 하나 또는 여러 개 설치한다. 이러한 신호체계를 잠깐 살펴보기만 해도 많은 사실들을 알 수 있다. 먼저 신호의 수효가 상대적으로 적다. A 체계신호와 B체계 신호에서 색깔이 서로 바뀌어 버리긴 하지만, 해양신호 체계는 도로 신호 보다 훨씬 일관성 있고, 철도 신호보다 덜 요소의 숫자 또한 아주 적다. 즉 낮에는 색깔과 형태, 밤에는 등불의 색깔과 박자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해양신호 체계가 적은 요소로 이 루어진 경제적이면서도 일관성 있는 기호체계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여태껏, 어림짐작으로 이루어지던 항해를 보다 정교하게 하기 위해 오늘날에는 시각장치, 음향장치, 전자장치가 결합되어 사용된다. 20세기 초반부터 교통량이 증가하고 항해속도가 급증하면서 안전성과 신속성, 명확성을 근본요소로 하는 확실한 항해체계가 요구되었다. 무선전파 전달장치로 기술적인 어려움이 해결되었다. 무선등대, 무선경표(라디오 비컨), 관제용 계기반, 데카 항법 장치(송신국에서 발사되는 전파의 위상차를 측정해서 현재의 위치를 검출하는 장치)등의 다양한 장치는 기계 장치의 중계를 통해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그중 레이다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는데, 시계가 완전히 차단된 곳에서도 목적물을 '볼' 수 있어 위험을 피하도록 도와준다. 음향신호나 잠수함과 결합된 일부 무선등대들은 짧은 유효거리 내에서 거리측정 에 대한 정보를 제골할 수 있다. 종과 호각, 공기 압축식 경적, 뿔나팔 등에서부터 전자기 진동장치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음향장치가 안개주의 경보를 발한다. 안개가 낄 때 해군 은 낮에는 깃발, 삼각기, 불꽃을, 밤에느  조명등과 색등, 대포를 사용해 신호를 보낸다. 항공교통이 비약적으로 발전함에 따라서 고도로 정교한 신호체계를 갖출 필요성이 증가했 다. 이 신호체계에서는 전자장치와 컴퓨터가 주된 역할을 담당한다. 해양신호와 마찬가지로, 항공신호도 신호조직(착륙금지, 주의, 활주로를 초과한 운행 허용 등)과 비행사를 위한 위치 측정도구를 결합시켜 사용한다. 비행사는 지도를 가지고 있어서 위치를 측정하고 길을 찾을 수 있다. 주간이건 야간이건 이륙 활주로와 착륙 활주로는 활주 로 중심선과 끝부분, 또는 활주로의 턱 등이 흰색의 띠로 표시되어 있거나, 나침반의 정북에 서 10도 간격으로 그려 놓은 활주로 식별 표지로 표시되어 있다. 하지만 항공신호에 사용되 는 시각신호 방식과 청각신호 방식은, 현대의 한결 고도화됨에 따라 점점 더 빠른 변화의 양상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외형상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신호를 완전하게 보 고 듣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오늘날에도 안개가 낄 때에는 비행기가 착 륙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자기술과 컴퓨터 이용 기술이 완벽해지고 있긴 하지만, 이 기술로도 고장이나 실수가 가져오는 커다란 재난은 막지 못한다. 어쨌든 이러한 신호체 계는 다른 장거리 신호체계가 진화해 온 것과는 달리 훨씬 더 단일화되어 있는 실정이다. 항공이든 해양이든 항법 기술에는 신호 식별과 판단, 그리고 경험을 통한 기술 등과 같이 인간이 직접 수행해야 하는 부분이 여전히 남아 있다. 최초의 인간이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을 뻗쳐 준 기호가 태양이나 달, 별을 대신해 우리의 모든 비행이나 실제와 가 상 여행을 인도해 주기를 기원해야 할 것이다. 어떤 기호는 역사를 가로질러 존재한다. 물이 흘러가면서 물 속의 물질을 돌로 응결시 키는 것처럼, 약속에 따라 의미가 부여되었던 기호는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상징이 된다. 어 떤 기호는 약속에 따라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상기할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러워진다. 인간 의 역사 속에 어떤 기호가 익숙해지거나 그렇지 않거나는 분명 시간에 달려 있으며, 이 기 호가 일종의 상징으로서 인간의 집단무의식 속에 자리 잡는 것 또한 시간에 달려 있다. 제6장 기호에서 상징으로 기호체계는 특별한 목적에 따라 그리고 경험적인 방법으로 조직된 코드들로 구성된다. 그 래서 지도에 사용되는 기호는 지도 위에서만 제 기능을 발휘하며, 교통소통을 원활하게 하 기 위해 제작된 도로표지판의 기호는 도로상에서만 완전하게 기능을 한다. 또한 지형도에서 어떤 지점을 표시하기 위해 달아 놓은 기호는 그 고유한 영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 에, 이 기호가 항해지도 같은 다른 영역에 쓰인다면 의미를 갖지 못한다. 기호체계는 여러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사실상 우리가 알고 있는 기호에는, 그림, 표지, 신호와 같은 세 가지 기본적인 유형이 있 다. 이 가운데에서 그림기호 유형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보편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예 를 들어 아스텍 고문서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검은 색의 발자국 무늬로부터 손이나 화살표로 진행방향을 가리키는 오늘날의 그림기호에 이르기까지, 여러 모양의 그림을 통해 표시해 왔 던 방향지시 그림기호는 분명 가장 오래된 기호유형의 하나일 것일 것이다. 한편 아주 오래 멀고 먼 옛날부터 인간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그림기호를 사용해 왔다. 북아메리 카의 동굴 벽면에 그려 놓은 눈동자 그림은 슬픔을 표현한 그림기호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에서도 이 눈동자 그림과 같은 기호를 발견할 수 있다. 사람들은 겁 을 주거나 경계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아주 오랜 옛날부터 해골그림을 사용해 왔다. 옛날 해적선의 깃발에 그려 넣곤 했던 해골은 오늘날에도 번개그림과 결합되어서 사용되고 있다. 문구는 기호를 설명하고 이야기할 수도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호 자체를 대치할 수 는 없다. 그림기호는 문자기호와 마찬가지로 기록을 함으로써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특성을 갖 는다. 그러나 몸짓을 사용하는 신체기호나 지도에서처럼 물리적인 실체를 나타내는 그림기 호들의 경우, 소통과정에서 다른 기호가 대신할 수 없는 경제성과 지름길을 제공해 준다. 그 림기호는 그려진 대상이 실제로 있는 것처럼 만들거나(기차의 그림기호), 관념을 표현하고자 할 경우에는 그 관념에 대한 틀을 제공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그림기호는 상징적 의미라 는 점을 부담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의를 나타내는 데는 양쪽 저울대가 어느 쪽으로도 기울 지 않은 평평한 저울을 들고 있는 여인을 묘사한 그림이 사용되며, 왕국은 신선한 왕권을 상징하는 왕홀로 나타내며, 그리고 사랑은 오래 전부터 사용해 온 상징적인 그림인 하트 모 양으로 나타낸다. 마찬가지로 진리는 우물에서 솟아오르는 나체의 여인으로 상징되는데, 어 떤 시기에는 무엇보다도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대상인 낫으로 상징되기도 하였다. 그림기호 는 명료하고 경제적이며, 모두에게 즉각적인 해석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모호하지 않기 때 문에 모든 시대에 걸쳐 사용되어 왔으며, 오늘날의 의사소통에도 보다 보편화되어 더욱 빈 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제례의식이나 생활관습 또한 상징적 체계로 해석될 수 있다. 기호에는 지급까지와는 또 다른 범주에 속하는 것이 있는데, 본질적으로 옛 시대와 연관 되는 기호인 제례의식과 생활관습이 바로 그것이다. 문명의 태동기에는 세속적인 의식과 신 에 대한 의식이 같은 동작으로 이루어졌다. 왜냐하면 그때에는 세속이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옛날부터 늘 우리와 함께 존재했던 것들이 그렇듯이, 의식의 기원을 알 수는 없 다. 의식 속의 기호에 대한 기억은 상속되는 것이어서 그 기원이나 의미에 대한 설명없이 시대에서 시대로 전달되어 왔다. 의식은 조상이 가르쳐 준 동작을 수천 번 반복함으로써 존 속된다. 중요한 행사나 필요에 따라 이루어지는 동작의 연속인 의식은 삶에 리듬을 부여하 고(세례, 결혼, 장례), 일상사와 결부된다.(식사 의식, 목욕 의식, 성행위 의식), 의식은 그 의 미가 개인적인 인식의 차원을 넘어 집단무의식 속에 닻을 내리는 하나의 전언이다. 의식은 한 사회에 다른 사회집단과 구별되는 동질성을 부여해 주고, 그 집단 고유의 기억을 유지하 게 해준다. 전통사회의 의식은 현대 서구 사회의 의식보다 훨씬 화려하고 시선을 끈다. 클로 드 레비스트로스는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파라과이 국경지대에서 만날 수 있는 토착민처럼 마오리족도 거의 종교적인 분위기 속에서 얼굴과 몸에 치장을 한다. 문신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문신은 가문을 상징하는 그림이고, 귀족의 표시이며, 사회계급에서 서열의 표시일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의미가 아니라 정신적인 의미가 깃들여 있는 전언이며 계율이기도 하 다. 마오리족의 문신은 단지 살갗에만 새겨지는 것이 아니라, 또한 정신 속에 모든 전통과 사상을 심어 놓은 것이다...의식은 각 민족의 역사와 문화 속에 면면히 살아 숨쉬며 또한 그 민족의 독자성을 보증하고 기억하게 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의 기능을 배제하고 남은 의식 자체는 상징이 된다. 프리메이슨단(1717년 영국에서 결성된 세계주의적 자유주의자 단 체를 말하며 세계 동포주의, 인도주의, 개인주의, 합리주의 등의 이념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 며, 입단에 관한 한 폐쇄성을 띠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중세의 직업조합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의 탄생 또한 비슷한 성격을 띤다. 11세기부터 직업조합이나 길드가 생겨났는데, 여기에서는 신입 단원의 입단식을 통해 직업기술이 전수되었다. 13세기부터 석공들은 '자유 직업동맹'을 결성하고 영주의 예속에서 벗어났다. 직업과 관계된 기호나 의식에서 인본주의 적 이상이 깃들인 정신체계가 만들어진다. 정신체계에서 단순한 건축용 연장(직각자, 컴퍼 스, 수평추, 자...) 자체가 상징화의 근본적인 매체가 된다. 어떤 분야도 기호와 상징이라는 이중적인 기능을 지닌 문장 제조 기술만큼 발달하지 못했 다. 처음부터 문장은 신분표시와 식별수단으로 사용되었다. 문장은 어떤 사람의 존재를 말해 주는 완전한 기호로서 기능하였는데, 신분상의 특징들이 상징적인 방식으로 표현되어 있었 다. 문장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12세기에는, 투구를 써서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상대방을 문 장으로 식별했다. 또한 중세에는 귀족을 구별하는 수단이기도 하였다. 1429년 필리프 르 봉 이 만들었던 황금양털(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황금 양털 신화에 따르면, 이올쿠스의 왕위계 승자였던 아에슨의 아들 이아손은, 그의 아버지의 자리를 빼앗은 포세이돈의 아들 펠리아스 로부터 왕위를 도로 빼앗기 위해, 골키스섬에서 그 섬의 공주 메데이아의 도움을 받아 황금 양털을 가져왔다고 한다) 가문집에는 성모와 성 앙드레에게 경의를 표하는 많은 그림들은 찾아볼 수 있다. 조화롭게 색을 배합하여 놀라울 정도로 세밀하게 제작한 이 가문은 상상력 을 자극하는 훌륭한 작품임에 틀림없다. 문장예술은 엄숙한 기독교 예술이 번성하던 시기에, 풍부한 생각과 감정을 여러 형태로 상징화해서 밖으로 전파하려는 보편적인 욕구를 표현한 것이다. 현실의 대상들을 기호로 사용하는 문장예술은 진정한 상징언어이고, 그림언어이다. 강물은 구불구불한 선으로 표현하였고, 출입문을 그려 놓은 탑은 도시를 의미했으며, 사각형 위에 그려진 새는 불멸을 상징했다. 중세 동물우화집에는 문장 속에 표현된 동물상징이 많 이 등장한다. 새들의 왕 독수리, 잿더미 속에서 500년마다 부활하는 불사조, 불을 두려워하 지 않는 불도마뱀, 뿌리가 두 명의 사람 형상을 하고 있는 마법의 식물 만드라고라, 동물의 왕 사자들이 그 예이다. 이처럼 중세인의 의식 속에서 동물은 타고난 본성에 따라 인간적인 성격을 부여하는 가장 대표적인 상징물이다. 중세의 문장들은 가문의 역사와 혈통, 도시나 지역의 역사나 담겨 있는 상징의 세계를 이룬다. 그림기호의 주된 기능은 실체를 상징화하는 데 있다 그림기호는 육체적이고 생리적인 과정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활동중인 신 체에 대한 관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기호는 우리를 경험과 기억으로 만들어진 세상 속으 로 끌어들인다. 이 세상에서 모든 물체는 기다림, 싸움, 도피, 복종이나 호의, 감정의 표출, 애정, 융화와 같은 기호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그러한 이유에서 종교에서는 상징을 많이 사 용한다. 이러한 형태의 기호는 우리가 살면서 따르는 전통과 관습을 연장한다. 종교적인 상 징은, 상징에 대한 논리에 의문을 제기하기 이전에, 우리가 기고 행위를 배울 때 그 상징을 통해 느꼈던 감정과 언어를 다시 상기시킨다. 이 행위를 재현하면서 우리는 공동체 의식에 참여하고, 그 안에서 일체감과 숭고한 감정을 공유하게 된다. 우리는 공동체의식에 참여해서 그곳에서 맛보는 감정을 바탕으로 상징과 종교적인 신비를 더 깊게 체험할 수 있다. 종교적인 상징은 인간의 감성과 직결되는 경험의 영역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성령의 상징인 비둘기는, 신성한 계율을 위반하는 데에 대한 두려움에 간접적인 기반을 두고 있다. 기독교인에게는 신의 모습을 직접 표현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신의 존 재를 성령의 상징인 비둘기로 대치하여 표현한 것이다. 또한 순수와 순결의 상징이자 신에 대한 제물의 상징인 신성한 양은 기독교의 많은 성화 속에 등장한다. 끝으로 순결, 영광, 찬 란함은 아주 옛날부터 천생과 지상의 중간 존재라고 생각한 백합으로 상징된다. 백합의 찬 란함은 기독교들에게 신의 영화를 상징하는데, 솔로몬의 인간적인 영화와는 다른 것이다. 백 합이 가진 상징성 때문에 왕실에서는 백합을 가문으로 이용했고, 기독교왕국에서는 대관식 중에 백합을 사용하기도 했다. 종교행사는 그 자체가 상징이다. 성직자의 의복이나 미사 때 의 동작 등, 예술가들이 다양하게 표현했던 미세한 상징들을 미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종교 마다 각기 다른 기호들을 사용한다. 로마 카톨릭교의 상징물은 그리스정교의 아주 복잡한 상징물과는 또 다르다. 이슬람교의 상징체계가 있고, 유대교의 상징체계가 따로 있으며, 불 교나 신도(조상과 자연의 힘을 믿는 일본 고유의 종교)의 것도 또한 따로 있어서, 각 종교는 그 나름대로 명료하고 완결된 고유한 상징체계를 갖는다. 중세부터 17세기에 이르기까지 성 화를 그리는 화가들은 주제를 드러내는 데 초현실적인 표현을 사용하였다. 예를 들어 피에 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성모와 아기 예수라는 그림 속에는 예수 탄생을 타조알로 장식하여 표현해 놓았다. 세상의 탄생을 상징하는 일은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어, 이집트나 그리스, 티 베트, 일본, 아프리카 등 여러 나라에서 나타나는데, 문화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표현된다. 위대한 업적이 완성되는 연금술사의 증류기 또한 같은 기능의 상징성을 갖는다. 신비술은 거대한 상징의 보고이다. 신비술의 경우 상징은 극도로 세밀하게 다루어진다. 여기에서의 상징은 사물이나 관념을 나타내는 기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대치한다. 상징은 사물 그 자체가 된다. 시기 적인 기원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연금술은 극도로 복잡한 상징체계에 그 근거를 두고 있으 며, 금을 만들 수 있는 돌을 찾고 위대한 업적을 달성하는 데 기여하는 모든 재료와작업은 단순한 기호의 의미를 넘어 초월적 가치를 지니는 그림기호로 표현된다. 점성술 또한 풍부 한 상징의 장이다. 태어난 별자리를 나타내는 표시에서부터 운명을 그려 놓은 복잡한 형상 에 이르기까지 점성술의 상징체계는, 완벽하게 코드화된 다른 체계와 달리 해석과 주관이 라는 전혀 새로운 문을 향해 열려 있다. 신비술의 곁가지라고 할 수 있는 민간마술이나 백 색마술(불행이나 기운을 멀리하고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마술) 또는 흑색마술(나쁜 영혼의 힘을 빌려 복수 따위를 하는 데 사용되는 마술) 등에도 완벽하게 코드화된 상징체계가 존재 한다. 오래 전부터 점쟁이나 마술사, 주술사들이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기호나, 벼락을 내리 는 기호, 질병을 부르는 기호, 아이를 낳게 하는 기호, 사랑에 빠지도록 만드는 기호 등을 알고 있다. 상징은 시대를 가로질러 문화 속에 닻을 내리게 된다 오늘날의 그림기호와 옛날의 상징에서 나타나는 유사성과 차이점을 보는 일 또한 흥미로 운 작업이 될 것이다. 오랜 역사를 통해 상징은 늘 풍성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으며, 기호 의 과거를 더듬어 보면 인간의 사고 속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유추작용에 의해 상징이 뿌리 내리기 시작했다는 점 또한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사용되는 그림기호는 이러저러 한 의미를 나타내는 데 꼭 필요하고 유용한 요소들로 제한되어 있다. 역사가 기호와 상징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를 잘 알려진 의사와 상징과 조금 다른 형태인 약사의 상징을 통해 보도록 하겠다. 의사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두 마리 뱀이 지팡이를 감고 있는 기호를, 약사의 경우에는 그 뱀이 항아리를 감고 있는 기호를 사용하는데, 지팡이 기호는 지금으로부터 수 천년 전 메소포타미아에서도 발견할 수 있으며, 그리스나 로마의 조각상에도 장식적인 요소 로서 사용되었고, 중세 유럽의 그림에서도, 중국의 미술품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뱀은 아스클레피오스(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의술의 신으로 태양의 신 아폴론의 아들인 아스클레피 오스는 죽은 자들을 되살려 내는 바람에 제우스에게서 미움을 사서 제우스가 내린 벼락을 맞고 죽었다가 뱀으로 환생하였다고 한다.)와 관련될 때는 의술의 기호이며 헤르메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의 아들, 목축, 상업, 여행, 음악, 경기, 행운, 웅변의 신, 날개가 있는 모자와 신을 신고 뱀을 감은 지팡이를 짚으며, 신들의 사절로 죽은 이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구실도 한다고 한다. 로마 신화의 메리크리우스에 해당한다)의 경우에는 상업의 기호이고 기독교인들에게는 유혹의 기호이다. 오늘날에는 병원 차나 약국의 조제실에서 녹색 십자가 속에 뱀이 감고 있는 지팡이나 항아리 그림을 볼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상징은 약정적인 기호 상태로 되돌아온다. 상징은 얼마간의 세월이 경과하면 언어의 단순한 자료가 되는 듯하다. 우리는 상징에 얽 힌 이야기를 망각하게 되고, 또한 그 상징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사물이나 관념, 생각과 맺고 있었던 비밀스럽고 난해한 대응관계도 알 수가 없게 된다. 시간과 역사가 기호를 변화 시키는 것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형상적이고 사실적인 특성은 흐려져 버리고, 상징은 언어체계 속에서 기본적인 구성원자처럼 되어 버린다. 오늘날 사용하는 약속 에 따른 문자체계는 고대 수메리아의 그림기호, 중국의 그림기호,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로 부터 만들어 졌다. 그렇다면 돠거에는 다양한 의미작용을 담당했던 상징들이 단순한 앒파벳 기호로 변화된 빈약화 현상을 괄목할 만한 진보라 말할 수 있을까? 역사와 시간 속에서 인 간의 진보를 뒷받침해 준 비약적인 발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기록과 증언 기호에서 상징, 표지에서 흔적, 가문에서 은유, 그리고 그림 기호에서 로고 기호까지......말 로 표현할 수 없는 기호의 모든 것 기호와 기호학 기호라는 단어의 의미는 다양하고 복잡하다. 예를 들어 언어학자에게는 언어의 음소 또는 철자가 기호이다. 그러나 비언어적 기호의 세계는 더 광대하다. 다음에 소개하는 텍스트들은 '기호'라는 개념과 연관된 거대한 학문적 성찰에 대한 빙산의 일각만을 보여 줄 것이다. 움베르트 에코는 그의 저서 기호에서, 여러 사전을 발췌한 기호의 여러 정의들을 다음과 같이 열거한다. 사전에 열거된 기호의 일반적 기능과 개념을 살펴보도록 하자. 사전을 선택하는데 신중을 기하기 위해, 네 권의 권위 있는 사전을 참조하여 이상적인 기호 목록을 만들고자 하였다. 내가 조사한 바로는 로버르 대사전은 11개의 정의를, 라루스 불어 대사전은 11개의 정의를, 라루스 출판사의 렉시스 사전은 7개의 정의를, 리트레 사전은 15개의 정의를 각각 싣고 있 다. 기호/SIGNE 남성명사 (표시, 태도, 표적, 신호, 증거, 별자리 등을 의미하는 라틴어 어원 시그눔에서 유래) 1. 지표, 표시, 조짐 보다 일반적으로 지각된 어떤 것으로, 우리는 거기에 서 나타내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예측, 추론, 단서 등을 끄집어낼 수 없음. 환자의 고통스러운 모습이나 환 자 자신이 표현하는 것에서 알 수 있는 병의 특징적인 증상(신체적 기호, 기능적 기호). 2. 사물, 특히 사람을 쉽게 식별하게 도와주는 흔적이나 상처자국 따위와 같은 유형의 표 지들 (다시 말해 신분증명서에서 개인적 기호로서 나타낼 수 있는 표지) 3. 존재하고 방응하고 느끼는 방식을 나나내는 몸짓이나 행동, 예를 들어 '즐겁다는 신호 를 보내다'나 '부를 나타내는 외면적 기호' 등의 표현. 4. 명령이나 희망, 정보 따위를 표현하고 서로 소통하기 위해 사용되는 자발적인 동작. 5. 사물이나 사람을 식별하기 위해 덧붙인 특징적인 표시. 6. 추상적인 대상을 가리키기 위해 약정적으로 사용하는 간단한 형태의 그림형태(점, 선, 직선, 곡선 등),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복잡한 형태의 도형 (숫자, 화학식, 식물학기호, 생략 부호, 천문학부호, 군부대 단위를 표시하는 약정 기호 등). 이 기호들을 때로는 상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주의할 점: 10번과 11번의 정의와 혼동하지 말 것) 7. 구체적 대상에 대한 물질적 표현. 8. (언어학) 청각영상을 사용하여 어떤 개념이나 물체를 표현하는 방식 (예를 들어 단어). 모든 요소가 이 과정의 부분을 구성함. 9. 청각 영상, 즉 단어나 개념, 물체 따위를 표현하는 시각수단의 모든 요소. 예를 들어 알 파벳, 인쇄기호, 생략부호, 속기 문자부호, 악센트 따위의 구분부호, 구두점, 음표, 모스 부호, 점자 부호 등. 광의적으로는 인쇄 활자. 10. 상징, 약정에 따라서 또는 외형적인 특징을 바탕으로 어떤 사건이나 가치, 기관, 목표 등을 나타내는 형상적이거나 비형상적인 실체. 예를 들어 십자가(성호), 낫과 망치(구 소련 국기), 해골, 문장, 해양기호(깃발, 들불, 사다리꼴 신호기), 동의어로 문장, 휘장, 가문, 표시 따위 11. 상징, 막연하고 암시적이며 불명확한 방식으로 어떤 사건이나 가치 따위를 나타내는 형상적, 비형상적인 실체. 12. (라틴어법. 드묾) 군기 13. 별자리. 황도 12궁 14. (숙어) sous le signe de : 무엇의 영향하에, 무엇의 후원하에, 무엇한 분위기 속에서, 무엇한 조건하에. 15. 서류상의 서명. 16. (드묾) 점을 칠 때 점쟁이가 손에 쥐는 은화. 17. 자연현상, 숨은 의도나 신의 의지 또는 마술적인 힘. 교리 등이 표현된 것으로 여겨지 는 사건. 전조. 기적. 기호라는 용어의 일반적인 용례를 알아보기 위해 여기에 열거해 놓은 사전적 정의들을 다 음과 같이 체계화할 수 있을 것이다. 1. 비의지적 기호(A)와 '인위적'이라 여겨지는 기호(B)를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비의지적 기호란 어떤 실체를 인지하고 그 존재를 추리하기 위해 사용되는 일종의 자연적인 사실들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언덕 위에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고 누군가 그곳에 불을 피 워 놓았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인위적' 기호는 말 그대로 인간이 의사소통을 위해 약속에 근거하여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2. 기본적인 정의와 은유나 의미 확장에 따라서 파생된 정의를 구별할 수 있다. 자생된 정 의는 기본적 정의로 분류된 항목에 이어 추가할 수 있다. 3. 복잡한 표현이나 문어에만 사용되거나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몇 가지 정의들을 하나의 다른 항목(C)으로 따로 묶을 수 있다. 그것이 파생적 정의이거나 의미 확장에 따른 정의라 하더라도 (A)와 (B)에 수록된 다른 정의와 구별하기 위해 다른 항목이 필요하다. ... 어쨌든 위에서 살펴본 정의들을 통해 모든 유형의 기호에 나타나는 공통성과 이 유형들을 몇 개의 범주로 구분할 수 있게 해주는 개별적인 특징들을 추출할 수 있다. 고대부터 오늘 날에 이르기까지 기호에 대한 수많은 정의와 범주 구분은 바로 공통성과 개별성의 바탕 위 에서 이루어져 왔다. 기호를 정의하고 구분하는 일을 언어학자가 하든, 아니면 철학자가 하 든 이 작업이 '일반적인 사용' 에 근거하고 있음을 더 이상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사 실이다. 기호, 증상, 신호, 흔적 의미, 기호 의미작용, 상징 등과 관련된 문제는 그 개념에 대한 명백한 정의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어떤 분석도 의미 없는 작업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불명확 하고 일관성 없는 용어를 ㅎ학문적인 차원에서 규명하고 그 사용영역을 고찰해야 한다. ...... 먼저 기호라는 단어를 살펴보자. 우리는 날씨나 건강, 주식시세에 대해 얘기할 때 기호라 는 단어를 사용한다. 연기는 불의 신호이고, 무성하게 풀이 나 있는 것은 가까이 물이 있다 는 신호이다. 이 경우 기호는 증상이나 징후라는 단어의 동의어로 사용된다. 어떤 경우 기호 는 경험과 관련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경험이 많은 의사는 훌륭한 의사이어서 기호나 증상 에 대해 더욱 정확하게 해독한다. 의학에서 징후학은 고대처럼 증상을 해독하는 학문이다. ..... 기호라는 단어는, '성호를 긋다'나 '게자리에 태어나다'와 같은 표현에서 의미가 분명하지 만 정의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 경우 개념과 표현 사이에는 관용적 사용이나 약정에 따른 어떤 관계가 내포되어 있다. 악수는 우정을 나타내는 기호이고 검은색은 죽음을 나타내는 기호이다. 이런 기호는 약정에 따라서 제한된 지역 내에서만 사용되는데, 중국에서는 흰색이 죽음을 상징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기호' 대신에 '상징'이라는 말로 대치할 수 있다. (십자가 나 악수는 분명하게 상징적인 특징을 지닌다.) 끝으로, 가른 상황에서 기호는 다분히 신호의 동의어가 되는 경우가 있다. (누군가에게 오라고 신호하다나 '자동차가 교통순경의 신호를 받고 멈추어 섰다와 같은 경우 '기호'는 손동작에 해당하고, '신호'는 호각소리 등으로 볼 수 있다.) 도로표지 또한 지시나 신호라고 말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적이나 초인종처럼. 보통 시각기호나 청각기호는 짧게 이어지는 특정한 자극으로 이루어진다. 자극은 반복될 수 있는 데, 정해진 코드에 따라 이루어지는 간단한 신호들은, 때로 언어를 대신하는 전언을 이루기 도 한다. 신호의 기능은 상황이나 약속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전달될 수 있는 어떤 전언에 대해 누군가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데 있다. 신호는 다른 어떤 것을 재현하지 않는다. 즉, 상 징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한편, 신호요소는, 발신자와 수신자 사이에 언제나 자극이 존재한다는 의미에서(음성언어의 경우에는 청각자극, 문자로 쓰인 전언이나 몸짓언어의 경 우에는 시각자극, 맹인용 점자의 경우에는 촉각자극 등) 모든 전달행위 속에 존재 한다고 할 수 있다. 보다 형상화시켜 사용하는 단어의 경우에는 언어적이건, 미적이건, 청각적이건, 시각적이건, 어떤 전달 방식을 동원하건 모든 정언은 누군가를 이런저런 방식으로 반응하도 록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종교적인 전언이나 정치적인 전언의 경우를 말할 수 있다) 음성언어에서 신호는 발신자가 내는 청각자극을 통해서 수신자에게 전달된다. ..... 때로 징후나 지시가 신호나 증상이라는 개념과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과음 증상' 등). 그렇지만 이 부분을 우리가 여기에서 다루고 있는 개념의 영역 속에 포함시키지는 않겠다. 색인이라는 용어는 '가리키다' 라는 의미의 어원을 가지고 있지만 논의에 포함시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색인은 어떤 자료의 내용을 소개하는 용어로(책)로, 또는 카달로그와 같은 목록(참고문헌 등)의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 이름은 기호와는 다른 기능을 지니다. 덜 세분화된 언어에서도 이름과 기호를 혼동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어 이름 레너드는 불어에서 여우로 여겨져 혼동될 수도 있다)이름은 근 본적으로 유일한 개인에 대한 '명칭 부여'의 개념을 지닌다. 누군가에게 이름을 부여한다는 것(어린아이의 세례)은 그 사람을 나타내는 명칭을 수여하는 행위이다. 이 이름 덕분에 한 개인은 다른 개인과 구별될 수 있는 것이다. 이름은 사람을 식별하게 해준다. .... 이미지라는 단어 또한 우리가 논의하는 기호의 의미 영역에게 가까운 뜻을 지니고 있다. 즉, 순수한 도상적 기능이외에 어떤 것을 표현한다. 미술작품은 행복과 불행을, 그리고 부와 가난을 표현할 수 있다. 스웨덴의 미술가 닐스 포스버그의 걸작 '영웅의 죽음' 이 전쟁의 참 상을 이미지로 표현한 것처럼,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는 언어를 사용하여 소설에서 전쟁의 참상을 표현하였다. 문학작품에서 장르별 미학적 코드에 따라 체계적으로 활용되어 양식화 된 이미지는 비유가 되는 데, 이에 대해서는 언어의 상징적 기능과 관련하여 함께 살펴볼 것이다. 마침내 우리는 상징에까지 도달하였다. 상징이라는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언어일 경 우에도, 이 개념이 아무렇게나 기호나 신호로 대치되지 않는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십자가 기호는 상징이라 할 수 있지만, 불이 났음을 알리는 기호로서의 연기는 그것이 상징개념을 분명하게 갖고 있거나 그 개념이 분명한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결코 상징이 될 수 없다. 상징은 제도적이어서 사회적 약속에 따라 기능한다. .... 흔적은, 예를 들어 동물이나 범인의 흔적과 같은 경우에는, 그 흔적을 보고 사냥꾼이나 형 사가 추적하기 때문에 신호로서 기능하는 징후나 증상으로 볼 수 있지만, 우리가 살펴보고 자 하는 기호의 개념 속에는 포함시키지 않겠다. 스토아학파의 학자들은 기호라는 용어에 흔적의 개념도 포함하여 사용하였다. (섹스투스엠피리쿠스의 글 속에는 상처자국이 괴로움 을 나타내는 기호로 사용되었다.) 기호라는 용어와 그 개념에 대하여 지금까지 살펴본 사실 을 통해, 재현이라는 기본적인 기능에 근거할 때, 두 개념만 채택할 만한 가치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기호와 상징이 그것이다. 일상언어에서 기호는 상징보다 훨씬 자유롭게 사용되 며, 그 개념 또한 유동적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모든 상징은 기호가 될 수 있지만 모든 기호 가 상징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결론지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결론은, 지금까지 그 예 들을 살펴본 것처럼 기호라는 용어의 일상적이고 막연한 개념에 근거할 때만 정당성을 지닐 수 있을 것이다. 베르틸 말름베르 <기호와 상징>, 1977년 기호는 '관계를 맺어주는' 것이다. '첫 번째 것'과 두 번째 것' 사이에 관계를 맺어주는 '제3의' 어떤 것. 기호는 바로 이 '세 번째 것'에 해당한다. 기호의 특징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기호는 두 번째 것, 즉 어떤 대 상과 세 번째 것 사이에서 인식관계를 맺어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면 두 번째 것을 첫 번째 것과 관계 맺는 작용자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만약 인식에 초점을 맞춘다면, 어떤 대상을 인식함으로써 우리가 알게 되는 것을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감 정 또한 알게 되지 않을까? 우리는 결합관계를 알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관습을 알고 있 는 것일까? 그러나 이 구분은 논의의 대상에서 제외하고자 하는 심리적인 것이다. 전달되는 기호와 전달되지 않는 기호 사이에는 본질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리는 정말 기호를 통해 이해하는가?'와 같은 단순한 질문이라면 쉽게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 금까지 열거한 우리의 문제는 여기에 있지 않다. 물고기를 척추동물로 분류하려고 '물고기 '에 대한 의미를 탐색하는 동물학자와 같은 상황에 우리가 놓인 셈이다. 기호의 근본적인 기 능은 상관관계가 없는 관계에 상관성을 부여하는 데 있는 것 같다. 기호는 관계를 직접 실 행하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이루어지도록 보편적인 규칙과 습관을 구축한다. 물리학 이론에 따르면 직선상을 일정한 빠르기로 나아가는 운동과 입자들이 자리 이동을 하는 가속도 운동 밖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다른 모든 관계에는 상관관 계가 없다. 인식이란 어떤 면에서 볼 때 그 관계에 상관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호 란 그 이상의 무엇이다. 기호의 경우, 인식내용에 대한 지식을 제외한다면 (이런 지식이 실 제로 존재하는 지 의심스럽지만 ), 우리의 모든 지식과 사고는 기호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 러니까 기호란 한쪽에는 대상이 다른 한쪽에는 해석 내용이 존재하는 것이며, 해석 내용과 대상사이에는 고유한 상응관계가 유지된다. '고유한 관계'라고 말한 이유는 유사성에 근거하 는 상응관계가 기호의 경우, 근거하는 상응관계가 기호의 경우, 보다 밀접한 특징을 보여 주 기 때문이다. 기호학의 근원: 페르디낭 드 소쉬르 앞에서 우리는 언어가 사회적인 제도라는 사실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러나 언어는 몇 가 지 특징에 의해 정치 제도나 법률제도 등 다른 제도들과 구별된다. 언어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법칙을 참조해야 할 것이다. 언어는 관념을 나타내는 기호체계라는 점에서 문자체계나 수화체계, 상징적인 의식, 예법, 군사용 신호와 비교된다. 언어란 단지 이들 체계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일뿐이다. 그러므로 '사회생활 속에 존재하는 기호의 삶을 연구하는 학문'을 구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사회심리학의 일부분을 이룰 것이며, 따라서 일반심 리학의 일부분을 이룰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기호학(그리스어에서 유래)이라 부를 것이다. 기호학은 우리에게 기호는 무엇으로 이루어지고, 어떤 법칙에 따르는가를 가르쳐 줄 것이다. 기호학은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어떠한 것이 될지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기호학은 존재할 권리가 잇고 그 위치는 미리 정해져 잇다. 언어학은 일반 과학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으며, 기호학이 발견하게 될 법칙들은 언어학에도 적용될 것이다. 이처럼 언어학은 인간형 성의 총체 속에서 잘 정의된 영역에 속할 것이다. 기호학의 정확한 위치를 결정하는 일은 심리학자가 할 일이다. 언어학자의 임무는, 어떻게 언어가 기호학적 현상 전체 속에서 특별 한 체계를 이루게 되는가를 규명하는 데 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와 기호언어 기호는 대개 소리나 몸짓이다. 소리는 귀로, 몸짓은 눈으로 전달된다. 이처럼 신체기호는 머리에 담고 있는 생각을 몸짓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사실 몸짓으로 기호를 보낸다는 것은, 눈에 보이도록 말하는 것이다. 아닐까? 사물에 대해 말하면서, 우리의 관심은 사물 그 자체 에 있는 것이지 사물이 의미하는 것과 같은 사물이외의 것에 있지 않다고 이미 알린바 있 다. 그러나 기호를 다루게 될 때에는 사물의 존재에 관심이 놓이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사물이 표현하는 것, 다시 말해서 사물이 의미하는 것에 놓이게 된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익살광대가 춤을 추면서 만들어 내는 기호가 사람들의 습관과 공감에 의거하지 않는다면 아 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변사는 무언극 배우가 춤을 출 때, 그가 무엇을 표 현하려고 하는지 카르타고의 관객들에게 알릴 수 없었을 것이다. 많은 노인이 아직도 이 희 극의 세부적인 사실들을 기억하고 있어서 우리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우리는 그들의 말을 믿어야 하는데, 만약 오늘날까지도 누군가가 배우의 유치한 행동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모르고 이 연극을 관람했다면 아무리 우리가 관심을 집중한다 해도 헛수고일 따름이다. 얼 굴이 신체의 표현이듯이 글자는 정신의 산물이다. '화'를 지칭하는 단어는 불어로는 'colere' 이고 라틴어로는 'ira'로 달리 표현된다. 이 단어는 그리스어에서는 또 달리 지칭되며, 각 언 어에 따라서 모두 달리 지칭된다. 그러나 화가 난 사람의 얼굴표정은 그리스어도 아니며 라 틴어도 아니다. 만약 누군가가 'Iratus sum'이라고 말한다면 라틴어를 쓰는 사람이 아니면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불같이 화가 난 표정이 얼굴에 역력히 드러난다면 모 든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판단할 것이다. '저 사람 화가 났군'하고...고백록이란 책에서도 위 의 것과 동일한 주장을 발견할 수 있다. 제스처는 모든 사람에게 자연어와도 같다. 표정을 짓고, 눈짓이나 팔다리의 움직임 등으로 신호를 만든다. 목소리의 어조와 또한 어떤 사실에 대한 욕구나 소유, 거부, 도피와 같은 것을 표현할 때 속마음을 드러낸다. 세상은 기호로 가득 차 있다 세상은 기호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이 기호들은 알파벳 문자나 교통신호 표지판, 또는 군대의 제복처럼 모두 단순한 것은 아니다. 기호는 보다 복잡하게 뒤틀려 있다. 대개의 경우 우리는 기호에서 '자연스런' 정보를 취하게 된다. 체코산 기관총이 콩고 반란군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을 볼 때, 거기에는 명백한 정보가 들어 있다. 그러나 체코 정부군이 미국 무기를 많 이 사용한다는 사실을 동시에 상기하지 못한다면, 이 정보는 이차적인 기호가 되면, 정치적 인 선택가능성을 드러낸다. 세상의 기호들을 해독하는 일은 언제나 대상에 대한 무지와 싸 우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인 모두에게는 불어가 아주 '자연스런'것이어서, 불어가 기호와 규칙으로 이루어진 아주 복잡하고 '자연스럽지'않은 체계라고 생각하는 사람 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전언의 내용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 기호학자도 언어학자처럼 '의미의 조리실'로 들어가야만 하는 것이다. 기호해독은 거대한 사업이다. 왜 일까? 어떠한 의미라도 결코 고립된 방식으로 분석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청바지 를 청소년들이 멋에 대한 취향을 나타내는 기호라고 설정한다면, 또는 고급 잡지에 사진으 로 등장한 수프 냄비를 대단한 촌스러움을 나타내는 기호라고 규정한다면, 그래서 이와 비 슷한 다양한 해석을 모아서 사전의 항목처럼 나만의 기호목록을 만든다면, 나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기호는 차이에 의해 구성되기 때문이다.' 기호학이 생기기 시작한 초 기에 사람들은 소쉬르의 말을 따라, 기호학은 사회생활 속에 존재하는 기호의 삶을 연구하 는 데 있으므로 본질적인 임무는 의복, 음식, 이미지, 의식, 예법, 음악 등의 기호체계를 구 성하는 데 있다고 생각했다. 이 일은 해볼 만 하다. 그러나 원래부터 방대한 이 계획이 진전 되어 가면서 기호학은 새로운 임무를 만나게 되었다. 그 임무란 전언 속에 감추어진 '내포의 미', 즉 일반적으로 이데올로기가 들어 있는 2차원적인 의미를 수수께끼를 풀 듯이 밝혀 내 는 것이다. 내가 신문에서 '사치스럽지도 않고 자신에 차 있지도 않지만 열기로 가득 봄베이 식당의 분의기'라는 기사의 제목을 읽는다면, 분명히 나는 그 정보를 통해 문자 그대로 국회 만찬식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정형의 미묘한 균형이 만드는 신문문장 의 상투적인 형태 또한 느낄 수 있고, 이 형태에서 균형 잡힌 세계관을 감지할 수도 있다. 이 같은 현상(내포의미)은 항상 존재하므로 이제부터는 모든 언어학적 연구성과와 더불어 이런 현상들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기호학의 임무가 끊임없이 증가한다면, 결국 우리는 세 상에 존재하는 의미작용의 범위와 중요성을 보다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근대에 증명 가능 한 '사실'이 실증과학적 사고방식을 만들었듯이, 기호화는 현대의 사고방식이 되었다. 기호이야기 선사시대부터 인류는 쓰기 기호나 그림기로, 새김기호들을 이용하여 의사소통을 추구해 왔다. 어떤 '그림기호'는 긴 세월이 흐른 뒤에 문자가 되었다. 그러나 문자 이외의 기호 또한 문자 기호와 고유한 기능을 가진 그림기호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선사예술 속의 기호들 예술을 위한 예술이론과 크로키 그림들이 인기를 누리던 1870에서부터 1880년대부터 선사 연구가들은 몇몇 동물그림 중에서 기호의 대상을 발견하였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자면, 이러 한 대상은 아주 드물었고, 그 당시 가장 눈에 띄는 예는 남성의 상징으로 장식된 로르테 지 방의 구멍 뚫린 막대기나 사슴, 물고기 등의 그림에서 찾을 수 있는데, 이 그림은 일정한 방 식으로 조직되어 있어서 사람들은 그 그림 전체가 연어떼 사이로 물을 건너가는 사슴을 표 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 사슴의 엉덩이 뒤에는 한가운데에 선이 그어진 두 개의 마름 모꼴을 볼 수 있다. 처음 그려진 뒤로 8000여 년 동안 잊혀졌던 두 개의 이 작은 기호는 그 것이 왜 존재하는가를 밝힐 수가 없었기 때문에 오랜 세월 연구가 계속 되었지만 선사연구 가들은 그 의미를 해석할 수가 없었다. 로르테 기호의 해석에 대한 역사는 합리적이라고 믿 었던 과학적 방법론 이 기호가 가진 의미를 설명하기에는 불충분했다는 사실을 드러내 보인 다. 선구자로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피에트는, 구석기시대 사람들은 오늘날의 몽마르트 화가와 같은 예술가 였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는 마름모꼴은 예술가의 서명이라고 확신했다. 뒤이어 계속된 피에트의 으론들은 다방면에서 맹렬한 공격을 받았지만 , '예술가의 서명'이 라는 생각에는 학자 모두 동의 했다. 그러나 양식화된 동물그림이나 장식적 요소에 포함되 지 않고 독립된 대상으로 표현된 기호는 아주 드물다. 20세기 초반부터 사람들은 동굴예술 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브레유 신부는 이에 대해 많은 책을 발표했다. 카스티야 지방의 동굴을 중심으로 한 신부의 연구는, 그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선사연구가들의 관심을, 두 개의 스페인 동굴벽화의 후미진 구석이나 수십 개의 형상들로 이루어진 이상한 그림들이 표 현되어 있는 벽화 한가운데로 돌려 놓게 되었다. 상황은 역전되어서 예술가의 서명이라는 설명은, 문장의 그림처럼 칸막이로 나누어진 사각형 그림과 짧은 막대기 모양의 그림 앞에 서는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 20 세기 초반에 민족학적인 비교주의가 크게 성 행하면서 많은 연구가들이 원시시대의 유적들을 많이 연구하게 되었다. 어떤 이들은 커다란 사각형 기호를 지붕모양이나 집모양, 더 정확하게 말하여 오두막집모양이라고 해석하였다. 몇몇 학자들은 이 그림을, 라 무 지방의 그림처럼 오두막집의 골조를 세밀하게 그린 것이라 고 단순하게 생각하였고, 다른 학자들은 영혼을 가두어 두는 오두막(임신중인 암말을 괴롭 히는 것으로 유명한 '라타파스' 영혼 같은 것)이라 생각하였다. 또 다른 학자들은 이 그림이 때로 들소나 맘모스의 위에 또는 암사슴의 머리 위에 나타나 있는점을 지적하여 동물을 잡 기위한 올가미였을 거라고 해석하였다. 라스코동굴의 벽화에 대해 누군가는 문장의 하나라 고까지 해석하였다. 수평으로 길게 그려놓은 , 쇄골형이라 명명된 기호들에 대해, 브레유 신 부는 부메랑과 같은 투척무기라고 생각했는데, 라스코동굴 발견 직후, 필자 또한 그 기호들 을 연구하는 데 참여했다. 기호들의 실체는 훨씬 뒤에, 다른 것에 대한 통계학적인 작업이 행해진 뒤에, 다른 것에 대한 통계학적으로 볼 때, 이 기호들은 두 부류로 나누어진다. 하나 는 가시 같이 털무늬를 덧붙인 기호나 짧은 막대기모양의 기호, 점선과 직선으로 이루어진 기호의 부류이고 다른 하나는 타원형, 삼각형, 사각형과 가로로 확장된 괄호모양의 기호부류 이다. 한 부류는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는데, 이 기로들이 동물기호처럼 체계적으로 분류되어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일반 규칙을 벗어난 예외에 대한 분석 역시 이루어져야 한다. 말처럼 첫 번째 부류에 속하는 기호는 동굴 입구나 구석에 있는 것이 일반적인데 동굴 중앙에 있는 기호의 무리 속에 다시 나타난다. 가운데의 들소그림에 말이 덧붙여진다는 보충적인 규칙 또한 기호에 부합된다. 가운데 부분 벽화 속의 '둥근' 기호 무리 하나하나에는 일반적으로 '막대형' 기호무리가 상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에 반대되는 증거 또한 찾을 수 있는데, '둥근' 기호 무리는 들고나 황소의 그림과 마찬가지로 입구나 구석에는 아주 드물게 나타난다. 각 부류들을 따로 살펴 볼 때, 타원형과 삼각형, 사각형 모양의 기호는 다소 추 상화되어서 그 이전에도 나타났던 그림처럼 여성의 생식기를 표현한 것이 분명하다. 점선이 나 막대기 모양의 기호는 분명 남성의 상징일 테지만 그 추상화 정도가 심해서 형태를 대조 하기가 힘들다. 이러한 사실은 두 가지 물건에 대한 여러 차례의 출판물을 통해 결정적으로 증명되었다. 첫 번째 물건은 마들렌기의 반원형 막대기로 앞서 언급한 바 있으며, 두 번째 물건은 마사 동굴의 구멍난 막대기이다. 두 물건의 오른쪽 부분에는 곰의 머리가 그려져 있 다. 첫 번째 것에는 만성의 성기와 여성의 성기가 아주 노골적으로 그려진 데 비해, 두 번째 것에는 보다 조심스럽게 철사처럼 털이 달린 기호와 타원형 기호가 첫 번째 것과 동일한 순 서로 그려져 있다. 이를 보충해 주는 증거들을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파랭쿠르의 사암 지대에서 발견되 남자의 성기 그림, 털모양의 기호와 구멍뚫린 여러 막대기들도 같은 상징 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고양이들의 방' 이라 이름 붙은, 최근 발견된 라스코의 한 동굴벽 에도 털모양의 기호가 양쪽으로 반원을 그리는 식으로 덧붙여져 있는데, 그것이 남성의 성 기를 나타내고 있음은 확실하다. 들소와 맘모스를 연대순으로 구별하면서 종교적인 관념이 담긴 골격과 같은 예상하지 못한 복잡한 체계를 발견했는데, 너무나 모호한 것이어서 마치 화성을 연구하는 고고학자가 60여 성당의 성화에 나타난 상징을 연구하는 일과 비교할 만하 다. 나는 이 골격을 재구성하지 않고 연구하고자 한다. 선사시대 기호의 문법 만약 우리가 동굴을, 입구(오늘날의 그것과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니라 해도)와 주공간, 복 도, 통로를 갖추고 있는 전체로서 간주한다면, 통계적인 분석을 통해 살펴볼 때 여러 기호가 매우 엄격하게 구분되어 일정한 위치에 그려져 있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알 수 있다. 거대한 중앙벽이나 방 칸막이벽과 같은 중요한 공간에는 주로 들소나 말이 그려져 있다. 말과 들소 가 결합된 그림은 동굴벽화에 나오는 동물 중 반을 넘는 것으로 중앙벽이나 칸막이벽을 따 라 여러 번 반복되는 수도 있다. 순록이나 다른 사슴종류, 야생 염소 등의 동물도 동굴벽화 에 비교적 풍부하게 등장하는데, 코뿔소나 맘모스, 곰, 고양이 같은 동물은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런 종류의 동물은 비교적 부수적인 공간에 그려져 있거나 단순한 첨가 요소로 그려져 있다. 사람의 그림은 남자이건 여자이건 상대적으로 드물다. 동굴의 칸막이벽 에 그려진 수수께끼 같은 기호는 올가미, 오두막집, 창 등으로 해석되어 왔는데, 통계학적인 연구 결과 상징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는 그 기호들은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는 사실이 증명 되었다. 하나는 길쭉한 남성 기호(선, 막대기, 점선, 털이 달린 기호)이고 다른 하나는 둥근 여성기호(여자 성기 그림, 타원형, 삼각형, 구형, 쇄골형 등)이다. 남성의 상징은 부차적인 부 분 (통로 입구나 구석방 입구, 통로의 마지막 부분)에 고립되어 나타나거나 또는 중심벽화에 덧붙여져서 나타난다. 반면에 여성 기호들은 주로 중요 공간에 그려져 있다. 동굴벽을 수놓 은 그림과 부조에 나타난 기호의 일반적인 배열과 배치의 규칙을 발견했지만, 그렇다고 우 리가 동굴벽화의 모든 것을 알았다고 말할 수 없다. 종교적인 '관념'이나 신화에 대한 기호 로 추측되는 것들은 아직까지 침묵하고 있다. 깊고 신비스러운 신전 동굴은 삶의 모든 형태 를 생산하는 풍성한 모태로 이해될 수 있을까? 들소와 말의 결합은 세상에 대한 신화적인 설명 속에서 남성적 요소와 여성적 요소의 근본적인 결합을 표현하는 것일까? 물론 이것은 가능한 설명이지만 모든 것을 완전히 증명할 수는 없다. 우리의 호기심은 풍성한 정신세계 의 변두리에 머물고 있지만, 세상에 대해 종교적이고 신화적인 해석과 그 개념을 상징적으 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던 인류는 옛날부터 높은 정신 상태를 보유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구석기 시대의 예술가들은 사실 일종의 상징적인 '문자'를 기록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실체를 3차원 공간인 조각이나 2차원 공간인 회화로 해석한다는 것은, 인간의 두뇌가 단순히 즉각적인 이해 수준을 넘는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그래서 실제적인 대상의 본질적 인 요소만을 보존하는 것, 그리고 사실적이건 비사실적이건 기초적인 기호들에 의미를 부여 하는 것은, 훨씬 뒤에 문자를 발명하게 되는 지적인 과정만큼이나 중대한 가치를 지니는 진 보인 것이다. 아스텍의 고문서 아스텍의 네 부족은 여덟 친척 부족에게 작별인사를 하러 '강림의 장소'를 향해 이동한다. 이곳에서 양쪽의 두 족장은, 부족들이 성찬식과 종교의식에 참여하고 있는동안 출발을 결정 한다. 성찬식과 종교의식 그림 바로 위에 표현 된 두 사람 중, 왼쪽인물은 친척 부족의 족장 인데, 그림 오른쪽 위에 '집' 그림으로 표시된 것처럼 여덟 부족 둥 한 부족에 속한다. 각 족 장의 이름은 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왼쪽 눈에서 귀로 이어진 물로 나타냈다. 의식은 밤에 이루어진다. 부족들의 출발은 중앙에서 멀어져 가는 발자국으로 표시되어 있다. 몇몇 사람의 입 앞에 표시된 '말' 또한 주목하 만하다. 한 인디언의 허리띠에 담겨있는 이야기 이 허리띠는 나의 할머니가 만든 것이다. 아름답 다고 생각할 이 띠를 여러분에게 기증하게 되어서 나 또한 기쁘다. 그러나 이 허리띠는 단 지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러분은 진주나 유리세공품에서 선, 삼각형, 다이아몬드형 등의 기하학적인 표현만을 보겠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할 아버지의 모혐에 대한 이야기이다. 다이아몬드 모양은 전사에게 주는 깃털을 표현한 것인데, 적과 몸을 부딪쳐 싸우는 것과 같은 용감한 행위를 자랑스레 드러내 보이도록 주는 것이다. 한쪽 면이 없는 사각형들은 말의 발자취를 나타낸다. 이것으로 말이 적에게 잡혔다는 사실 을 알 수 있다. 아래 기호는 전쟁에서 죽은 말과 할아버지 덕에 목숨을 보존할 전사를 표현 한 것이다. 그리고 다음에 볼 수 있는 두 개의 삼각형은 적에게 쏜 화살을 그려 놓은 것이 다. 이처럼 이 띠는 전쟁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여자는, 자연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다른 종류의 띠를 두를 수 있다. 아래 선은 여자가 산책하는 오솔길을 그려놓은 것이다. 다음기호 는 여자가 만진 나뭇잎이고, 아래는 어깨위에 내여 앉은 예쁜 나비를 나타낸다. 계단모양은 멀리 있는 산을 표현한다. 이것은 구름이고, 구름 아래 세 개의 기호는 회오리바람을 의미한 다. 이 띠는, 산책을 하다가 거센 바람에 놀라 급히 집으로 돌아가 띠를 두르는 젊은 소녀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허리띠를 만들어 줄 수 있다. 그 속에 모든 비밀과 속마음을 적어 놓으 면, 그것을 받는 남자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여자의 작품은 추상적인 주제를 다룬다. 남 자는, 자기가 본 대로 사실적인 방법으로 사람이나 동물을 묘사한다. 그러나 남자의 그림 속 에도 숨겨진 의미가 있다. 한 친구가 그린 풍경을 살펴보자. 여러분이 보는 것은, 하늘 아래 에 펼쳐진 둥근 모양의 두 언덕과 초원, 그리고 샘이다. 그러나 이것은 풍경묘사가 아니라 여성의 육체에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두 언덕은 여성의 가슴이고, 비옥하고 부드러운 벌판 은 여자의 배, 샘이 있는 계곡은 여자의 성기를 말한다. 이 친구는 웃음을 자아내거나 탄성 을 지르게 하려고 이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다. 여자를 아름다운 풍경으로 표현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마도 그는 이 계곡과 그곳의 절벽을 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바로 여기에, 사랑과 아이를 상징하는 신성한 여성관의 진수가 있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정 말 아름다운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상징적용은 알파벳 없이도 표현할 수 있도록 해준다. 우 리는 상징이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아주 추상적인 관념까지도 모두 이해할 수 있도록 매우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 손을 펴서 서로 마주보도록 그려놓은 아래 그림은 평화를 의미하 는 우리의 기호이다. 화평담뱃대를 들고 있는 남자의 그림은 기원은 기원한다. 다음그림은 병을 고치는 예언자이다. 그는 눈을 감고 있는데, 어떤 환영이나 직관이 다가와 있음을 나타 낸다. 머리 위의 구불거리는 파선은 그에게 내려오는 영적인 힘을 표현한다. 점선으로 둘러 싸인 이 남자는 두려움에 빠져서 스스로를 가둔다. '문자의 선구자' 문자 이전에 쓰인 기호 중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통용되었던 것은, 보통 우리가 '그림 문 자'나 '표의 문자'라고 부르는 것인데, 그 명칭은 적절하지 않다. 이 종류 중 아메리카 인디 언들이 사용했던 기호는 수천 개가 있다. 기호의 정의나 명칭과 같은 복잡한 문제를 다루기 전에 이들 중 주목할 만한 것을 다루기 전에 이들 중 주목할 만한 것은 잠깐 살펴보고자 한 다. '통과 금지'라는 간단한 표시는, 뉴멕시쿄 지방에서 발견한 것으로, 아주 가파른 오솔길 입구의 암벽에 그림으로 표시되어 있다. 산양은 바윗길을 뛰어오를 수 있지만 말은 곤두박 이쳐서 추락해 버릴 거라고 표현함으로써, 기마전사에게 경고한다. 아메리카 인디언의 그림 중에서 다음 페이지 왼쪽 위에서 볼 수 있는 예와 같이 보다 복잡한 내용을 전달하는 것도 있다. 오른쪽 위 그림은 한 젊은 오지브와 여인이 사랑하는 남자에게 자기를 보러 그녀의 오두막으로 와 달라고 쓴 편지이다. 젊은 여인은 곰으로 남자는 불도마뱀으로 표현되어 있 다. 길은 불규칙적인 세 원으로 표시된 호수와 연결되어 있으며, 거기에서 두 개의 천막 쪽 으로 갈라져 있다. 십자가 표시가 보여 주는 것처럼 세 명의 젊은 기독교인이 그곳에 야영 을 하고 있다. 두 개 중 한 천막에는 자신을 보러 오라고 남자를 초대한 여인의 팔이 그려 져 잇다. 우리는 이 그림이 길이나 호수등을 표현해 놓은 지도의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초대를 표현하기 위해 천막에 그려 놓은 손 표시 같은 것에서 상징적인 성격 또 한 찾아볼 수 있다. 아래와 같은 해학적인 그림 속의 형상 또한 같은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는데, 그 의미는 어떤 질서에 따라 연속적으로 구성된 그림 안에서만 드러난다. 장거리 의사소통 멀리 떨러져서 말을 하면, 그 말은 대기 중에 사라져 버린다. 옛날부터 인간은 개인적인 이유에서건 공적인 이유에서건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신속하게 정보를 주고 받을 필요 를 느꼈다. 인간은 전화가 발명되기 이전에도 장거리 의사소통을 위한 여러 장치를 고안해 냈다. ...혁명으로 전국이 들끊고 있던 1791년 프랑스, 클로드 샤프 신부는 샤르트 주민들을 아연 실연케 하는 장치를 만들었다. 발명 초기에 작성된 기록을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1791년 3월 2일 오전 11시 , 샤르트주 사블레 지구 브륄롱 시의 행정관인 본인은 교구장 아 부낭씨와 브륄롱에 살고 있는 의사 장 오드뤼제 드라 메조뇌브 씨 등과 더불어 고매한 사제 의 사촌인 클로드 샤프씨가 발명한 단서리 통신장치 실험에 대한 목격자 겸 공증인 자격으 로 초대되어 이 자리에 참석하였음. 먼저 우리는 클로드 샤프씨의 동생인 르네 샤프 씨와 함께 성 꼭대기에 만들어진 테라스로 올라갔고, 거기에서 커다란 추와 움직이도록 만들어진 검은 색 판과 흰 색판을 발견하였음. 뒤이어 르네 샤푸 씨는 우리에게 클로드 샤프 씨가 그 에게 전달될 전언을 수신하기 위해서 브륄롱에서 16킬로미터 떨어진 파르세에 있다고 설명 하고 우리가 전달하고 싶은 문장을 말해 달라고 요청하였음. 그러자 의사인 슈누 씨가 "만 약 성공한다면 당신은 금방 유명해질 것이다. "라고 무장을 제안하였음. 르네 샤프 씨는 날 씨가 흐리고 옅은 안개가 끼어서 시계가 불량하다는 사실을 말하면서 위의 문장을 두 판을 다양하게 움직이며 전송을 행하였는데, 약 4분 가량의 시간이 소요되었음. 그는 우리에게 문 장이 파르세에 도착하였을 것이고, 파르세의 공증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해석될 것이라고 설 명하였음. 같은 날 오후 3시 본인은 전언을 전달하는 데 참석한 증인과 더불어 상기의 성에 다시 도착하였음. 상기한 테라스로 올라가자 르네 샤프 씨는 파르세에 있는 형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우리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말해 달라고 부탁하였음. "대중에게 유용한 이 장치에 대해서 국회의 보상이 있을 것이다. "라는 문장을 그에게 전하자, 약 6분 동안의 두 개의 판 을 다양하게 작동시켰고, 문장이 파르세에 전달되었다고 말했음. 다음날인 1791년 3월 3일 오전 10시 30분, 브륄롱 의 행정관인 본인은 교구장 아브낭 씨, 의사 오드뤼제 드 라 메조뇌 브 씨 등과 함께 클로드 샤프 씨에게 15개의 단어로 이루어진 아주 복잡한 문장을 전달하기 위해 브륄롱의 성 꼭대기 테라스에 도착하였음. 르네 샤프 씨는 약 10분간 두판을 다양하게 조작하여 우리가 말한 문장을 전달하고, 파르세의 공증인이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음. 야외 신호기의 이론과 실제.. 야외 신호기는 엄밀하게 말하여 대기 중에서 신호를 만드는 기계장치로 움직이는 세 개의 축으로 불리는 중심축으로 길이가 4미터이고 나머지 두 축은 표시축으로 길이가 1미터이다. 철로 된 두 개의 중심추가 날개축에 연결된 가지 끝에 붙어 있어서 날개의 무게 균형을 유 지하고, 아주 작은 힘으로도 날개를 움직이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 가지는 아주 가늘어서 멀 리서는 볼 수가 없다. 조절축은 그 한가운데를 기둥이나 사다리에 고정시켜 놓았는데, 관측 인이 위치한 건물의 지붕 위로 높이 솟아 있다. 움직이는 축은 차양의 형태로 연결되어 있 다. 다시 말해서 좁은 액자틀 모양이 연결되는 구성을 보이는데, 그 틈새는 얇은 판으로 채 워진다. 이러한 구성은 무게를 가볍게 하는 장점이 있으며, 바람에도 저항할 수 있고 태양의 반사 또한 막아준다. 이 축은, 배경이 되는 하늘과 뚜렷하게 구별되도록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다. 세 축이 결합된 모양은 독특한 체계를 이루는데, 대기 중에 높이 솟아오른 기둥 끝으 로 지탱되어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신호기는 놋쇠줄을 이용하여 움직였 다. 놋쇠줄, 바로 밑 작은 방에 바깥의 장치를 축소시켜 놓은 작은 장치와 연결되어 있었다. 신호기는 실내에 있는 작은 장치의 동작을 그대로 반복되는 기능만을 수행하였다. 신호기의 축은 커다란 도르래 홈에 놋쇠줄을 팽팽하게 연결시켜서 움직이도록 구성하였다. 방 안의 감시인이 작은 장치의 조절축을 내리면 이 축에 감겨있는 놋쇠줄이 당겨져서 지붕위에 있는 신호기의 조절축에 전달되어 같은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방안의 작은 장치에서 표시축을 움 직이면, 연결되어 있는 놋쇠줄에 의해서 지붕 위 신호기의 표시축과 똑같은 위치로 움직여 졌다. 감시인이 밖으로 나가거나 위를 쳐다 볼 필요도 없이 모든 조작은 놋쇠줄과 도르래르   사용하기만 하면 되었다. 감시인에게 어려운 일이라고는 그가 전달할 신호를 확실하게 작동하는 일뿐이었다. 이미 말했듯이 지붕 위에 위치한 신호기는 실내에 있는 장치를 정확 하게 재현하기 때문이다. 조절축은 네 가지의 모양을 낼 수 있었다. 수직, 수평, 왼쪽에서 오 른쪽으로 기울어진 모양,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기울어진 모양, 두 개의 신호축은 조절축에 대하여 직각과 예각과 둔각을 이룰 수 있었다. 신호는 아주 명백하여 알아보기 쉽고, 전달하 기 쉬워서 혼동의 우려가 거의 없었다. 지금부터 신호를 만드는 규칙과 협약에 대해 살펴보 고자 한다. 조절축과 신호축의 두 날개가 만드는 다양한 모양은 49개의 신호를 만들어 냈다. 또한 신호는 수직이냐 수평이냐에 따라 두 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98개의 신호가 만들어지 고, 다시 오른쪽으로 기울어지냐에 따라 두 배가 되어 결국 모두 196개의 신호를 만들 수 있었다. 샤프 형제는 196개의 신호 중 절반을 전언용으로 할애하였고 나머지 절반은 관측인 사이의 회선용으로 할애하였다. 그래서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축으로 만드는 신호 98개는 전 언을 만드는데 사용되었고, 왼쪽으로 기울어진 축으로 만들어진 신호98개, 또는 그중 일부는 관측인에 보내는 통지에 할애되었다. 지금부터는 신호를 이요하여 어떻게 내용을 전달하는 지 살펴보도록 하자. 샤프 형제는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표현되는 92개의 신호묶음을 숫자 1 부터 92까지에 할애하였다. 그리고 92페이지로 된 목록을 만들었는데 각 페이지마다 92개의 단어를 실었다. 신호기가 보내는 첫 번째 신호는 목록어휘의 페이지 번호를, 두 번째는 그 페이지 속의 단어 번호를 가리켰다. 이렇게 두 번의 신호를 통해서 8664개의 단어를 만들 수 있다. 이것이 '단어목록'이다. 그러나 모든 생각을 표현하고 예상 못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8464개의 단어만으로는 불충분했다. 그래서 교신 중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문장들 을 따로 모아, 이를 바탕으로 '문장목록'이라 명명한 두 번째 어휘체계를 만들었다. 첫 번째 것처럼 이 목록 역시 92개의 문장이 수록된 92페이지의 목록이었고, 8646개의 생각을 표현 할 수 있었는데, 특별히 해군과 육군을 위한 것이었다. 두 번째 어휘 목록을 사용하려면 세 번의 신호가 필요했다. 즉, 첫 번째 신호는 문장목록을 참조하라는 신호이고, 두 번째는 페 이지 번호, 세 번째는 문장번호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번언의 전달속도는 거리에 따라 달라 졌다. 파리에서는 칼레 의 소식을 33개의 신호기를 거쳐 3분만에 받을 수 있었고, 릴의 소식 은 22개의 신호기를 거쳐 2분만에 스트라스부르의 소식은 44개의 신호기를 거쳐 6분30초만 에 브레스트의 소식은 54개의 신호기를 거쳐 거의 8분만에 툴롱의 소식은 100개의 신호기를 거쳐 20분만에 받을 수 있었다. 1930년대에 두 명의 프랑스 인류학자 주느비에브와 마르셀 그리올은 말리에 채류하였다. 도공 주민의 상징체계와 우주탄생론, 그리고 그것을 설명하는 그들의 언어에 대한 두 학자의 관찰은 특별한 자료로 남아있다. 도공인은, 리듬을 만들기 위 해서는 "치는 소리가 똑같아서는 안된다. "고, 즉, 타악기를 두드려서 내는 소리가 서로 다 르게 들려야만 한다고 말한다. 또한 평평하고 공명이 좋은 부분을 두드려야만 리듬이 만들 어진다고 믿는다. 손바닥을 펴서 규칙적으로 때리는 행위는'치다'라고 부르고, 공기의 공명을 만드는 식으로 손바닥을 안쪽으로 약간 구부려서 때리는 것은 '두드리다'라고 부르며, 두드 려서 리듬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아울러 막대기 같은 것으로 나무의 평평한 부분이나 호리병 등을 칠 때는 공명이 생겨서 리듬을 만들 수 있는데, 이것을 보이라고 부른다. 손이 나 막대기로 두드리는 악기는, 일반적으로 '말'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 부르는데, 대붑분의 북 과 기누 가 이에 해당한다. 속에 '입김을 불어넣는'모든 악기는 '말'을 넘어서 '노래'를 만든 다고 한다. 이 악기의 소리는 더욱 길게 연장되고 공명 또한 더 커진다. 하지만 몇몇 타악기 또한 '노래'를 만든다고 여기는데, 다른 북보다 소리가 '부드럽고' 공명도 좋은 곰보이북(겨 드랑이북)과 바루바루(북의 몸체가 커다란 호리병 모양으로 되어 있음. )그리고 가가나라는 커다란 종이 그것이다. 두 손의 엄지손가락으로 줄을 움직이는 류트 하프는 타악기로 간주 되는데, 이것 역시 '노래'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노래를 만든다고 여겨지는 여러 악기 들의 공통은 기름에 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구체적인 사물인 사 의 기름은 악기를 만들 때 사용되는데, 기름은 철의 녹을 방지하기 때문에 악기를 오래 보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기도 하지만, 그보다 기름은 악기가 '노래'를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조화로운 목소리 를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름으로 문지르지 않은 종은 소리가 길게 퍼지지 않으며, 피리 속에 기름을 먹이지 않으면, '목소리가 부드럽지 못해서' 안 좋은 소리가 나게 된다. 또 한 바루바북 표면 가운데에 소의 골과 사의 씨앗을 짓이겨서 그 찌끼를 섞어 만든 고무 같 은 둥글넓적한 기름을 바르지 않으면, 북의 '소리'는 갈라져서 공명하지 않게 된다. 사람이 노래할 때 일반적으로 악기의 '노래'를 곁들이는데, 북의 요소 중 기름을 먹이지 않은 부분 (말)도 이 결합에 한몫을 담당한다. 만약 리듬 요소로 간주되는 '말'과 멜로디 요소로 간주되 는 '노래'사이에 밀접한 결합이 없다면 음악은 생겨날 수 없기 때문이다. '말의 리듬'은 도공 인의 관점에서 볼 때 '리듬의 말'이 된다. 이 같은 역설적인 관점에 의거할 때, 노모신이 만 들고 비누 세루신이 받아들인 최초의 말이 최초의 북에 반향되어 죽은 사람이 듣고 이해할 수 있었다는 신화적 이야기를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의사 소통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말에 리듬을 부여하는 것. 즉 언어의 규칙에 따르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음악에 이르 기 위해서는 모든 음향요소는 리듬 양식을 이루어야만 하고 리듬 양식은 그 자체로서 의미 를 지니고 있어서 어떤 체계에 대한 코드로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리듬 양식과 단어가 일치되는 것을 과연 어떤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을까? 이 문제는 '북으로 반향되는 언어' 라는 유명한 신화와 관계없는 문제이다. '북으로 반향되는 언 어'는 , 음조 언어와 관련시켜 생각해 볼 수 있지만, 그 존재 자체가 의심스럽다. 도공인은 북을 두드려서 전언을 멀리 보낼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언어를 구성하는 단어나 음소로 인식되는 그림요소에 약정적이거나 전형화된 리듬 요소가 결합되어야만 전언의 전달이 이루 어진다고 잊는다. 그래서 도공인은 북'소리'와 결합된 단어를 사회적이고 물리적인 상황과 결부시켜 전언으로 해석하게 된다. 대부분 리듬은 노래를 수반하는데, 노래 속의 말은 북의 말에 대해 완전히 독립적이다. (북의 말 또한 마찬가지이다. ) 우리는 여기에서 도공인 음악 체계의 본질을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할 것이다. 리듬에 관한 것이건 멜로디에 관한 것이건 모든 양식은 이중적인 성격을 지닌다. (연주에 사용되는 두 가지 악기, 악기를 연주하는 두 손)'톨로라고 불리는 부분은 암컷 부분으로 두 손 중 언제나 왼쪽 악길로 연주되는데, 이 형 태는 여성을 상징하는 특징이 있다. 톨로라는 부분은 언제나 2박자나 4박자(2박자는 여자 쌍둥이의 짝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4박자의 가치를 지닌다. )로 이루어진다. '시작하는 부분 '이라는 명칭이 보여 주듯이 언제나 톨로 부분이 시작을 하고 나라는 부분이 여기에 답한다. 나 부분은 '중요한 부분'이라는 의미의 수컷 부분이고, 3이라는 숫자로 구성된다. 모든 리듬 은 두 부분(톨로와 나)을 포함되는데, 때로 매우 복잡하게 뒤얽혀 있는 두 부분의 결합이 바 로 대화를 이루는 것이며, 동시에 남성법칙과 여성법칙의 화합을 이루는 것이기도 하다. 휘파람 불기와 말하기 현재 지구상에는 휘파람 언어가 존재하는 곳이 거의 없다. 그러나 프랑스의 피레네 산맥 아스 지역 주민과 카나리아 제도의 고메아섬 주민, 터키의 깊은 계곡 에 사는 사람들, 그리고 멕시코의 마자텍 인디언과 자포텍 인디언은 휘파람언어를 사용한다. 형태나 사용법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는 없지만, 대개 일화로 존재하는 전설들에 의하면 아프리카나 중국에도 휘파람언어가 존재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고메라섬의 휘파람언어 고메라섬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115km정도 떨어진 카나리아 제도를 구성하는 일곱 개의 중요한 섬 가운데 하나이다. 고메라섬은 거대한 바퀴모양을 하고 있는데, 섬의 중앙에는 바 퀴의 축모양을 한 1487m의 가라요나이 봉우리가 솟아 있다. 여러 개의 깊은 계곡이 바퀴살 모양으로 섬 외곽의 가파른 해안까지 뻗어있다. 고메라의 목동이 '페르티가'라고 부르는 긴 지팡이를 사용해서 옮겨 다니는 바위투성이의 깊은 협곡에서 고메라의 휘파람언어가 생겼났다. 아스의 휘파람언어와 마찬가지로 이곳에서 도 계곡의 비탈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길고 힘든 수고를 피하기 위해 휘파람을 불어서 전 언을 전달했던 것이다. 목동은 고메라의 깊은 계곡 아래에 바나나와 포도, 야자 등과 여러 가지 채소를 재배한다. 옛날에 이 섬에는 백인종인 귀앙슈 종족이 살았는데, 15세기에 발견 된 이후 기독교국 왕인 페르지낭 다라공과 이자벨 드 카스티우의 지배를 받았다. 이 섬을 발견하는데는 프랑스인 모험가 장 드 베탕쿠르와 가디페르 드 라 살의 공헌이 컸다. 1402년 부터 이섬을 지배한 기독교 왕은 수년 동안 매우 위협적인 귀망슈족의 저항에 부딪혔다. 여 러 탐험에 참여했던 프랑스인 선교사 두명이 처음으로, 고메라에는 이상한 언어가 존재한다 고 보고하며 다음과 같이 기록해 두었다. "이 나라에는 아주 이상스런 언어를 말하는 주민 이 살고 있다. 그들은 혀를 사용하지 않고 입술로만 말을 한다. 일성에 따르면, 위대한 왕자 가 그들의 혀를 자르도록 했다고 하는데 그들이 말하는 모습을 살펴보면 그 이야기를 맏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스 지방 오소 마을의 휘파람언어와 고메라섬의 휘파람언어 사이에는 놀랄 만큼의 유사성이 있다. 먼저 휘파람의 높낮이로 표현되는 이들의 언어는 둘 다 라틴어 어족에 속한다는 사실이다. (하나는 불어의 예 방언 중 하나인 베아른어이고, 다른 하나는 스페인어이다.)그래서 고메라의 목동은 (비록 그 의미를 이해할 수는 없다하더라도 )아스 주 민이 사용하는 휘파람언어를 어느 정도 판독할 수 있다. 또한 고메라인의 휘파람은 아스 주 민의 휘파람만큼 강한 소리를 내서, 인간의 귀가 견딜 수 있는 최대치인 110데시벨에서 120 데시벨에 해당한다. 그래서 두 언어는 아주 먼 거리까지 전달될 수 있다. 한편, 아스 주민의 휘파람전언은 2000미터(바람이 좋을 경우에는 2500미터)가 지나면 감지하기 어려운 데 비해, 고메라의 전언은, 더 멀리까지 소리를 전달할 수 있게 도와 주는 지형조건으로, 별 어려움 없이 7에서 8킬로미터 까지 전달될 수 있다. 휘파람언어가 가장 멀리 전달된 공인기록은 10 킬로미터에 달한다. 믿어지지 않는 기록이다. 아스에서 처럼 카나리아 제도의 목동도 예고를 알리는 간투사 '오'를 먼저 발송하고, 휘파람전언을 시작한다. 휘파람을 만들기 위해 고메라 인이 사용하는 기술은 아스 지반 목동의 기술과 동일하다. 고메라인 중 극히 드문 몇 사람 은 혀의 앞부분으로 홈을 만들어 나팔모양을 한 뒤, 앞니에 대고 사용하는 휘파람을 만들지 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스 사람과 마찬가지로 혀와 손가락을 사용한다. 이 시술은 하나 또 는 두 개의 손가락을 입에 넣어서 혀의 가운데 부분을 고정시키는 방법으로 이루너지거나 손가락 관절을 구부려 입에 대는 방법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렇게 발성기관과 바람을 사용하 여 말하고자 하는 정언을 혀의 안쪽 끝부분에서 조율하는 것이다. 고메라인은 때로 다른 한 손을 ㅎ확성기처럼 입에 대어서 변형을 만들기도 한다. 아스인처럼 고메라인은 누가 휘파람 을 부는지 식별할수 있다. 이들에게 휘파람이란 말과 같아서 개인적인 특성이 있기 때문니 다. 휘파람언어를 실제 사용하는 곳이 아스 지방에서는 오소마을에 국한된 것처럼, 고메라 또한 카나리아 제도 중 휘파람언어를 사용하는 유일한 섬이다. 고메라는 섬이라는 특징 때 문에 특이한 언어를 갖기가 더 쉬웠을 것이다. 우 언어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유사성(주민 이 아니고는 아무도 확실하게 해석할 수 없다는 점)의 반대편에는 두 가지 차이점 또한 찾 을 수 있다. 우선, 고메라인의 휘파람 기술이 아스 지방보다 더 잘 정리되어 있어서 습득이 가늘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클라스 씨는 휘파람을 불어 의사를 전 달하는 방법을 배웠다. 또 한가지는, 고메라의 목동은 오늘날까지도 휘파람언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아스 지방 사람 제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만 사용했다는 점이다. 고메라의 휘파람언 어는 아직도 아주 많은 어휘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스의 휘파람언어처럼 결국 유적으로나 존재하는 사어가 될 것이라 추측된다. 벌썬 1862년 크리스 마스날 산세바스티안(고메라섬의 수도)의 시장 알칼데 씨는 목동이 성당에 들어오는 것을 금지하기 위해 성당의 문을 폐쇄해 버렸다. 왜냐하면 목동들이 미사중에 성경구절을 휘파람으로 낭송하는 것을 금지한 규칙을 존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제스처의 유희 옛날부터 우리는 몸이 말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신체는 기원과 고통과 환희 등 모 든 것을 말할 수 있다. 무언극, 춤, 의식은 물론 인사에서 기도에 이르기까지 몸은 모든 언 어를 관장해왔다. 제스처를 통한 세계여행, 만남 티베트에서는, 혀를 서로 내민 뒤 코와 코를 맞대어 인사한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손바닥 을 펴서 상대편의 손바닥과 마주친 후, 상대편의 가슴을 친다. 포옹은 목을 전혀 건드리지 않았던 사람하고만 할 수 있다. (실수로 건드린 사람과도 포옹을 할 수 없음) 목을 건드린다 는 것은 노예로서 소유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상대방의 두 손바 닥 사이에 손을 넣고, 그것을 상대편 가슴에 댄다. 투아레그족은, 손을 평평하게 펴서 상대 방의 손 앞에 내민 뒤 손가락 끝을 접으면서 신속하게 거두어들인다. 프랑스에서는, 우정의 표현으로 손을 내밀 때는 언제나 맨손을 내밀어야 한다. 특히 지방에서 친분니 있는 두 사 람이 길에서 서로 부딪치며 입맞추는 소리를 낸다. 영국에서는 길에서 남자와 여자가 만났 을 때 언제나 여자가 먼저 인사를 한다. 이런 방식으로 여자는 남자가 알은 체하는 것을 허 가한다. 마오리족은, 오른손 집게 손가락을 굽혀서 두 번째 마디를 상대의 코 끝에 댄다. 오 스트레일리아에서는 길거리에서 사람을 만났을 때 모자를 벗어 올리지 않고 가볍게 모자를 건드리면서 인사한다. 상징으로서의 제스처 제스처는, 우리가 다른 사람을 인식하고 그들에 대해 알게 해주는 소중한 보조수단이다. 제스처는 의사소통에서 상징으로 작용하지 않을 때조차 여러 영역에 걸쳐 비언어적인 전달 수단이 된다. 언제 어느 사회에서나 제스처는 사람들 사이의 교환수단이었고 신과의 관계 속에서 중개자가 되어 왔다. 기도의 자세 기도를 한다는 것은, 사실 정신작용만은 아니다. "신체자세는 언어이다. "라는 앙리 카파 렐의 말처럼 신체가 가만히 머물러 있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영혼과 신체의 통합체 이기 때문에 두 존재가 하나로 합쳐진 전제로서 기도에 임해야만 한다. 신체를 사용하여 취 하는 다양한 기도자세는 약정된 의미를 지닌다. 선채로 명상하는 자세는 우대교와 기독교 대부분의 나라에서 일상적인 자세로 여겨지는데, 부동성이 주는 신체적인 불편함 때문에 조 심성이 생기게 되는데, 이 자세에는 복종, 열정, 신에 대한 공경과 헌신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무릎을 꿇은 자세는 종속이나 간곡함을 표현하는데, 무릎을 끓은 채로 절을 하는 자세 는 의미를 배가시켜 완전한 복종과 굴종, 경배를 의미한다. 앞으로 허리를 숙이는 자세는 용 서를 비는 참회나 겸손함을 나타낸다. 기도할 때는 눈을 감으면 명상을 쉽게 할 수 있다. 손 을 합치는 자세는 경배나 희열, 탄원을 나타내며, 손가락을 교차시킨 것은 집중과 명상을 가 리킨다. 모범적인 모델로부터 만들어진 자세는 우리가 본 것처럼 대부분 종교적인 복종의 자세와 부합되는데, 다소 영속적인 성격을 자동적으로 지니게 되어 사회적인 전통으로 받아 들이느냐, 아니면 개인적 차원에서 재창조된 의식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조금씩 변형될 수 잇다. 비록 제스처가 말로 대신할 수 없는 표현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언어적인 표현을 도와 주고 추론하게 해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반대로 제스처가 상징일 경우, 다시 말해 서 추상적 개념이나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실체와 유추적인 상응관계로 연결된 구체적인 표 현일 경우, 제스처는 그 자체가 의사소통이 된다. 시스티나 대성당의 천장화 속에는 앞을 가 리키는 듯한 신의 손가락으로 천지 창조가 표현되어 있는데, 이 때 제스처는 상징이 된다. 상징적인 제스처의 기원은 언제나 집단이나 특정 사회에 연관되어있는데, 보통 일상적인 갊 으로 이루어진 민중의 역사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상징적인 제스처는 문화적인 상속물에 속 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포괄하며 의미가 명백하다. 물과 불은, 신선한 동작에서 정화작용을 표현하고 구체홯하기 위해 폭넓게 사용되었다. 세례받는 사람의 이마에 정화수를 붓는 사제 의 동작이나 최고 천사가 예언자 이사야의 죄를 정화하기 위해 불집게로 잉걸불을 지어 그 의 입술에 대는 동작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사람들의 사고 속에, 이 동작은 신성함에 대한 전언인 동시에 새로운 상태의 신호이기도 하다. (세례의 동작 등). 물건을 소유자의 연장물 이라고 믿는 몇몇 원시사회에서는, 물건을 산 사람은 판 사람으로부터 그 물건을 떼어내어 새로운 소유주를 부여하기 위해 특정한 제스처를 취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양이 팔렸다는 사실은 채찍으로 그 양을 내리쳐야만 확인이 되는 것이다. 미신 미신과 관계된 제스처는 대개 그 기원을 찾기 힘들다. 처음에는 행운이나 불행 등 돌발적 인 사건과 제스처의 일치성에서 출발하지만, 점차적으로 원인과 결과에 대한 자의적인 관계 를 연역하게 된다. 그후 제스처는 사건을 일으키는 동작과 동일화되고, 결국에는 일으키는 동작과 동일화되고, 결국에는 사건자체가 되어 의식으로 굳어져 버린다. 부주의로 옷을 뒤집 어 입는 것은, 전통적으로 운수 좋은 날의 전조라고 하는데, 낙천주의자는 좋은 전조 때문에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합리적으로 단지 실수 때문에 하루 종일 웃을 수 있기에 즐겁 게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모든 문화에는 미신이나 주술이 존재하며, 사람들은 관습적으로 이 를 신성시 하는데, 관습은 완고한 성격이 있어서 깨뜨리기 힘들다. 어떤 사람이 계란을 먹고 난 뒤 속이 빈 계란 껍데기를 잘게 부수는 것은, 속이 빈 물건에 영혼이 갇혀 버릴 수 있을 지 모르는 의혹을 표현하는 아주 오래된 의식이다. 누군가가 소금단지를 엎었을 때, 소금을 몇 움큼(주로 세 움큼) 왼쪽 어깨 너머로 던져 버리거나, 불행을 쫓으려고 나무를 만지는 행 위는 특정한 개인에만 관계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보편적인 주술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에 어떤 미신은 특정한 원시적 신과 관계되는데, 예를 들어 몰로크신(어린아이를 제물로 바 쳐 모시는 샘족의 신)처럼 그 이름을 발설하는 것이 금기로 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주숙적 제스처가 다양하고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사람들의 감수성이 강하고, 비판력이 그다지 훌 륭하지 못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신성한 의식 모든 문화는, 신비스러운 상태에서 신과 교류하기 위해 가장 적절하게 다듬어진 신체동작 을 저마다 지니고 잇다. 예를 들어 불교 신자는 결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자세를 명상의 자세라고 여기며, 신과 가장 밀접하게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사회의 상 징체계를 보호한다는 의미를 지닌 의식을 반복함으로써, 공동체 고유의 질서가 보존되고 유 지된다. 예를 들어 입단 의식은 신입단원의 신체적, 정신적 시련을 포함하는 상징적 제스처 로 이루어져 있다. (프리메이슨 결사, 스카우트, 여러 비밀단체 등).사춘기 청소년을 부족의 성인으로 인정해 주는 통과의례나, 죽은 자의 무덤 속에 음식을 같이 매장하는 고대 이집트 인의 행동, 또는 돌아가신 조상의 제삿날에 진짜 음식을 싸 들고 무덤을 찾는 현대 그리스 인의 풍습 등도 신성한 상징체계의 성격을 지닌다. 죽은 두 오빠를 위해 무덤을 만들지 못 하게 되자, "망치로 두들겨서 만든 청동 그물과 마른 먼지를 가져와서 시체 위에 덮고 뿌렸 다. "는 안티고네의 신화 속에서 상징적으로라도 무덤을 만들어 죽은 영혼을 위로하는 제스 처의 상징성을 찾을 수 있다. 서양인이 본 동양의 예절 서양에서는 공손함을 왜 의심스런 눈으로 대하는가? 왜 정중함은 거리감(심지어 회피의 느낌까지)이나 위선의 느낌을 주는 걸까? 격식 차린 관계보다 '비형식적인' 관계(서양에서 너무 흔히 입에 오르내리는 표현처럼)를 더 바람직한 것으로 여기는 것일까? 서양에서 무례 함은 '개인'신화에 근거를 두고 있다. 지형상 서양에 사는 서양인은 이중적이라고 간주된다. 즉, 사회적이고, 부자연스럽고, 거짓된 '외면'과 개인적이고, 진실된 (신성한 소통이 이루어지 는 장소인)'내면'이 결합되어 있다. 이 관찰대로라면 '개인'은, 별로 높이 평가되지 않는 사회 라는 덮개로 가려지고 봉합되어진 본성(신성함, 또는 죄의식)으로 충만한 공간이다. 예의바 른 동작(예의바르다고 가정될 때)은, 세속적 경계를 가로질러 (다시 말해서 경계에도 불구하 고 바로 그 경계의 중개작용에 의해서 )한 충만함에게로 전달되는 존경의 기호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더 믿을 만한 것이 내면으로서의 '개인'이라고 판단한다면, 사회의 덮개와 관 련된 모든 관계들을 부정할 때 '개인'이라고 판단한다면, 사회의 덮개와 관련된 모든 관계들 을 부정할 때 '개인'을 더 잘 알게 된다는 점은 논리적인 귀결이 될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 의 개별적인 가치는, 자칭 솔직하고, 거칠고, 가식없고, 모든 중개적인 코드와 관련된 기록을 삭제한 것이라고 일컬어지는 관계 속에 더욱 존중되는 것이다. 서양적인 사고로는 무롛하게 행동하는 것을 , 논리 법칙에 따라 진실된 것으로 여긴다. 만약, 한 '개인'(빽빽하고, 꽉차 있 으며, 집중되어 있고, 신성한 )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처음 순간의 움직임(고개, 입술, 몸)을 통해서 '인사'를 하고자 하는 존재로서의 개인일 것이다. 그러나 진짜 '개인'은, 반드시 타인 의 충만함과 부딪칠 때, 꾸며진 것들로 이루어진 모든 중개작용을 제거한 이후에만, 자신의 '내면'이 통합(아주 모호한 단어: 신체와 정신의 통합)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신할 때에만 알 아볼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나서 두 번째 순가에 '나'라는 개인은 나를 분할시켜, 모든 틀 로부터 해방되어서 깨끗해진 척, 자발적인 척, 자연스러운 척 가장할 것이다. 충족한 수입 이나 높은 계급에 속한다는 사실을 표시함으로써 (다시 말해서 개인을 이루고 있는 것들로 '충만한' 존재양식을 표시해)우아하다는 환상을 느끼는, 프루스트의 작품에 나오는 파름 공 주처럼, 나는 가까스로 우아해지거나 보나마나 조작된 환상 속에서 우아함을 느낄 것이다. 타인을 대하는 경직성에서 벗어나 이러한 방식에 요구되는 '단순성'을 표현하면서, 나는 얼 마나 단순한가? 나는 얼마나 우아한가? 나는 얼마나 솔직한가? 나는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 가? 이러한 표현이 바로 서양의 무례함이 말해주는 것들이다. 세분화된 코드 체계와 동작이 만드는 선명한 형상성으로 이루어지는 또 다른 예절은, 개인이라는 형이상학에 근거한 서양 인의 관습대로 해석하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지나치게 공손해 보일지라도 (다시 말해서 우리 눈에는 '굴욕적으로' 보인다해도)일종의 비어 있음의 표현 (좀 더 강하게 표현한다면 '무의 표현이다. 서로 마주한 두 사람은 모을 아주 낮게 구부리는 데(팔, 무릎, 머리 등도 정해진 위치에 정확하게 놓인다. )구부리는 정도 또한 엄격한 규칙에 따라 달라진다. 또한 선물을 전달할 때도 (오래된 그림 속에 그려진 것처럼 )거의 땅에 닿을 정도로 몸을 숙이는데 여기 에 답례하는 상대방 또한 똑같이 몸을 숙인다. 아주 하찮은 것이어서 아무것도 안 들어 있 는 거나 다름없는 선물상자에 결부된, 선사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그리고 예의 범절이 형성 하는, 땅바닥에 닿을 정도까지의 동일한 낮은 선. 이 형상적인 양식에 의해, 모든 탐욕스러 움이 사라져 버린다. (선물은 일단 제쳐 놓은 상태에서 예절이 행해진다. ) 동양의 인사는 모든 비굴함이나 또는 오만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글로 쓸 때는 아무도 이런 식으로 인사 하지 않기 때문이다. 동양의 인사는 두 자립체 사이에, 즉 개인이라는 두 왕국(각 개인자기 만의 '열쇠'를 쥐고 자기 자신이라는 작은 영역을 통치한다는 의미에서 )사이에 오고 사는 조심스러운, 또는 건방진, 또는 감시하에 이루어지는 의사소통용 기호가 아니다. 인사는 확 고하고, 관계를 맺고 , 형상의 그물 속에서 이루어지는 곡선일 따름이다. "누가 누구에게 인 사하는 것인가?" 이러한 질문만이 동양의 인사를 정당화한다. 땅에 닿을 정도로 납작하게 구부리는 행위는 그 의미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모양을 표현하는 것이며, 서양인들이 지나치다고 생각하는 자세에는, 이상하게도 시니피에가 완전히 비어있는 행동으로서 절도가 부여되어 있다. 불교용어를 인용하자면 '색즉시공(色卽是空) 인 셈이다. 형태(깨어지기 쉬운 플라스틱 같은 의미나 사회 일반적인 의미는 여기에 결부되어서는 안 된다. )실행을 통해 인사예절이 만들어 내는 것은, 결코 굴종을 의미하지 않는 두 사람의 신체가 표현하는 곡선 이 그려내는 것, 바로 '색즉시공'이다. 서양의 언어습관은 아주 불완전하다. 만약 내가 동양 에서는 예절이 종교하고 말한다면, 동양의 예절 속에는 무언가 신성한 것이 있다. 이해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표현은, 그곳에는 종교가 예절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식 으로 잘못 이해되거나, 혹은 더 심하게, 예절이 종교를 대치했다고 이해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의식에 나타나는 제스처 아프리카 토속종교는 문자 없이 이루어지며 구어로도 표현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제스처 언어를 풍부하게 사용하고 있어서, 우리는 기호나 상징으로 이루어진 제스처 언어를 통해서 합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생각이나 때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사상까지도 이해할 수가 있다. 종교적인 전언의 전달에서 의식용 제스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즉각적인 의사소통과 무의식적인 이해작용이 이루어지는 의식용 제스처의 상징체계는, 생활종교의 중 심사상과 신앙체계를 드러내고 설명한다. 제스처가 만드는 시각적, 촉각적 기호를 통하여 인 간은, 평화나 행복을 기원하는 의식에 대해 또는 복수를 기원하는 주술에 대해 초인간적인 힘이 도움을 줄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안심하게 된다. 의식은 안정이나 복원을 추구하 는 평화로운 표현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분노나 질투 등의 심리상태 속에서, 행해질 때 주술이나 마법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인간은 똑같은 손으로 축복을 내릴 수도 저주를 내릴 수도 있으며, 치료를 할 수도 통증을 가할 수도 있고, 화해나 불화를 조장할 수도, 죽은 사 람을 되살아나게 할 수도 산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것이다. 정확성을 추구하는 과학은 상 징이 정확하지 않고 비합리적이라고 하지만, 상징은 에너지를 지배하고 발산하며 변형하며 변형시키는 특유의 마술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만약 우리가, 종 교적인 신념으로부터 발산되는 감정은 관념적인 언어로 표현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다면 상징이 담당하는 전언 전달의 중요성을 보다 높이 평가하게 될 것이다. 제스처를 통해 전언을 이해하는데 명백한 기준을 제공해 주는 제스처 체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상징 적인 사고와 관계된 여러 문화 모델이 제공하는 다양한 접근방식을 채택하고자 한다. 예를 들자면 어떤 제스처는 신체의 어느 부분을 만지느냐에 따라 다른 해석을 할 수 있으며(머리 카락, 이마, 관자놀이, 코, 팔, 넓적다리, 무릎 등), 또 어떤 제스처는 신체 중 어떤 관절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른 의미를 드러낼 수 있고(손목, 팔꿈치, 목, 무릎 등), 또 다른 제스처 는 신체에 부여된 태도나 움직임 또는 절제 등과 같은 요소에 따라 해석될 수 있다.(금욕, 침묵, 은둔, 장례, 죽음의 상징 등). 의식에 사용되는 제스처를 해석하는 데는 동물의 상징체 계가 소중한 도움이 된다. 포유동물과 그 신체부위(영양, 숫염소, 물소, 개, 표범 등 : 뿔, 이 빨, 심장 등), 조류와 신체부위(수탉, 암탉 ; 날개, 부리, 깃털, 발톱 등), 어류와 양서류, 파충 류(지옥과 결부되는 변온동물, 카멜레온, 두꺼비, 도마뱀, 뱀 등)와 신체부위(물고기의 가시, 뱀의 이빨), 몇몇 곤충들(거미, 구더기, 개미, 풍뎅이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동물상징을 찾아볼 수 있다. 식물로부터 생거냔 풍부한 상징 또한 찾아볼 수 있다. 의식에 사용되는 제 스처에 결합된 식물상징은 쉽게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예;지하와 지표와 하늘을 연결 하는 나무의 상징). 4대 원소와 그 복합물 또한 제스처 기호에서 중요한 몫을 담당한다(공 기, 물, 불, 연기, 소금 등).만약 여러 의미를 지니는 상징이 구체적인 제스처에 동반된 때, 그 의미는 상황이나 제스처와 더불어 이루어지는 말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물, 연기, 소금, 흙). 인도의 춤 인도문화에서 춤은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세상의 창조자 브라마는 계율, 즉 베 다를 세상에 부여하였는데, 베다네는 모든 지혜가 들어있어서 인간의 행동을 통제하는 지침 이 되었다. 이 속에는 모든 것이 담겨져 있다. 제례의식이나 생활 리듬을 비롯하여 의식을 행하는 동안 행해야만 하는 제스처에 이르기까지, 신과 짐승, 꽃, 모든 자연을 대하는 태도 까지, '별의 운행을 비롯하여 물결의 살랑거림이나 바람이 부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 이 담겨 있다. 감정이나 영혼이나 영혼의 상태는 이를 표현하는 제스처와 마찬가지로, 태어 나면서부터 지니고 있는 계급 분리의 전통을 상기시키는 두 가지 체계를 이루고 있다. 한 체계는, 천부적인 성별이나 나이, 교육, 직업과 같이 항구적으로 개인을 이루고 있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상황에 따라 생기는 감정이나 정열을 '여과하는' 체계이다. 감정이나 느낌은 움 직임과 자세, 태도 등으로 해석되는데, 감정이나 느낌이 상상력과 연관되는 데 비해, 움직임 과 자세, 태도는 엄격히 통재된다. 춤은 제스처 언어의 모든 어휘를 포괄하는데, 단지 아름 답고 신성하며 고상한 제스처만 골라 선택하지 않고 진정한 언어를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 다. 신봉자가 성사에서는 물론 일상사에서도 똑같이 의사소통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완전 한 언어가 필요한 것이다. 내 스스로 관찰해 본 것처럼, 가느다란 손가락이 이루는 조용한 춤은 마치 런던의 시내버스를 노선 끝에서 끝으로 인도하는 능력이 있는 듯하다. 이처럼 인 도의 춤은 놀랄만큼 일상적인 대화를 표현하고 있어서 브라만교의 신자가 아닐지라도 대체 로 이해할 정도이다. 춤과 동작으로 이루어지는 인도의 제스처 언어는 강한 연상능력이 있 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대중이 명확하게 이해해서 감정의 신비와 자연의 영광에 참여하고, 또한 완벽하고 청명한 의미를 찾는 어려운 작업에 참여할 수 있다. 따라서, 언어 코드가 순 수하게 신성함과 만남이 이루어지는 강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일회적이고 소멸하게 되어 있는 피조물이 지닌 모든 것에 대한 승화가 필요하다. 인도의 춤은 여덟가지 표현영역이 존 재한다. 사랑, 영웅심, 평온함, 우스움, 비장함, 두려움, 공포, 노여움, 불쾌감, 그리고 기적이 그것이다. 이렇게 여덟 가지 영역은 인간행로의 모든 상황에 꼭 들어맞을 정도로 유연성을 지니고 있다. 힌두교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춤으로 표현된다. 삶은 시바로, 죽음은 검은 여 신 칼리로, 구원은 피리를 불어서 뱀과 괴물을 다스리는 크리슈나로 의인화된다. 수천 년의 역사를 통해 형성된 인도의 제스처 어휘체계는 아마 세계에서 가장 정제된 언어임과 종시에 가장 완성된 언어일 것이다. 그리고 인도의 제스처 어휘체계는 영혼의 모든 면모를 무한하 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편적 지평에 도달한다. 인도의 제스처와 서양의 춤 사이의 가장 본질적인 차이는 신전에서 태어난 인도춤이 지니는 신성한 기원으로부터 비롯된다. 개 인적인 특성을 무시하는 인도의 춤에서는, 춤을 추는 사람이 누구든 그 사람은 단지 데스처 를 집행하는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가 정해진 통사구조에 따라 반봇을 통해 말 을 배우는 것처럼 이 제스처 또한 반복하면서 배워야만 한다. 이 춤의 근원은 '도구 중의 도 구'인 손의 움직임에 있다. 손은 관념을 표현한다. 세분된 근육으로 구성된 얼굴에서 각 근 육으로 구성된 얼굴에서 각 근육을 분리시키는 법을 배운다면 얼굴의 움직임 또한 영혼의 상태를 표현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몸의 움직임 또한 손의 움직임에 덧붙여 지지만, 결코 우선권이 부여되지는 않는다. 제스처의 목록은 놀랄마큼 다양해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자세의 조합들로 이루어진다. 손의 움직임은 세 등급으로 명백하게 구분된다. 순수한 묘사적 움직임, 자연이나 관습과 관련된 제스처를 승화시킴 움직임, 그리고 관념이 결합되어 있는 움직임이 그것이다. 손의 종교는 신성한 기원을 지닌다. 신봉자들이 노래를 부르는 동 안 제사장이 손을 움직여 표현했던 신성한 노래 '만트라'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만트 라의 제2단계는 관중의 활발한 참여로 이어졌고, 마침내 미와 기술을 연결하는 신정의 여자 무용수가 제례의식을,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고정된 형식에 매이지 않는 볼거리인 '드바다시' 로 변화시켰다. 또한 '힌두타냐'의 대가들은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자연에 대한 관찰로부터, 새로운 표현을 만들고 다듬어 가면서 춤의 영역을 계속 넓혀 나갔다. 춤 형식을 통한 의사 소통의 힘은 단순한 육체적 표현이나 미적 표현을 훨씬 능가하며 그 유효성 또한 놀랄 만하 다. 카타칼리의 언어 서양 기준에 따르면, 카타칼리는 '극'이나 '마임'으로 쉽게 명명할 수 있을 것이다. 카타칼 리를 명명하는 서양식 용어의 모함을 부각시키기 위해 서양에서는 이것을 춤의 연극이나 춤 으로 된 극이라고 흔히 이름 붙인다. 그러나 인도인은 그들의 문화에 의거한 고유의 방식에 따라 여러 표현방식을 체계화하였다. 마임과 연주, 그리고 춤은 언어표현에 같이 참여했는 데, 각 요소가 부담하는 언어학적 기능은 서양문화에서 분류하는 것과는 다른 영역에 속한 다. 카타칼리는 18세기 중반에 오늘날의 형태에 도달하였다. 그러나 이 언어를 만드는 데 쓰 이는 몇몇 요소는 훨씬 이전부터 존재해 왔다. 카타칼리의 동작에 아주 강하게 스며 있는, 용맹을 표현하는 기법 모두는 기원전 2세기경 인도의 남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지리적인 요충지이며 카타칼 리가 실행되는 지역인 케랄라의 무사계급의 전토훈련에서 그 기원을 찾 을 수 있다. 오래된 인도 역사에서, 이러한 현상의 출현을 잘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 들의 분 석대상인 재현이라는 개념을 사회학과 신화학까지 포함하는 보다 폭넓은 담론으로 확장시켜 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카타칼리는, 그 지시 작용의 원전으로 마하바라타와 라마야니 같은 신화적인 대서사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신화적인 원천은, 크게 사회체계로서 브 라만교 카스트제도와 종교체계로서 힌두교가 통합되어 있는 인도의 사회구조를 가리키고 있 다. 마임 카타칼리는 개인적인 특성을 제거한 얼굴표현이 만들어 내는 코드 체계를 갖추고 있다. 자연적이고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흔적을 나타내는 코드 체계에 따라 얼굴은 인종과 가문에 대한 환유로서 기능한다. 카타칼리는, 세밀한 연습을 통하여 필요한 안면근육을 움직여 정확 하게 감정표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카타칼리는 아홉 가지 기본 감정을 토대로 이루어져 있으며, 표현방식은 엄격하고 특별해서 틀리는 경우가 없었다. 이것을 통틀어서 아홉 가지 풍미라는 의미의 나바라사라고 명명하였다. 스링가사(사랑)는 눈썹의 급격한 떨림으로 이루 어진다. 눈은 가볍게 주름을 만들고, 입술을 길게 다물어서 맞닿는 부분을 바깥쪽으로 내민 다. 목을 이용해서 머리 전체를 평행하게 좌우로 움직인다. 하샤(경멸)는 눈썹을 밑으로 내 리고, 눈을 크게 뜨고, 코를 위쪽으로 올리고, 입술이 맞닿는 부분을 아래쪽으로 내린다. 카 루나(슬픔)는 눈썹을 삿갓모양으로 만들고, 시선은 땅을 향하고, 입술이 맞닿는 부분을 떨면 서 한숨을 쉰다. 라우드라(분노)는 눈썹을 위로 치켜 올리고, 눈을 크게 뜨고, 시선은 날카롭 게 아래쪽 한 점을 노려보며, 눈 아래쪽 근육을 떨리게 하고, 턱을 세게 끌어당긴다. 베에라 (자존심, 용기)는 눈썹을 위로 향하고, 눈을 크게 뜨고, 시선은 똑바로 앞을 향하게 하고, 입 술 맞닿는 부분을 바깥쪽으로 내민다. 브하야나카(근심, 두려움)는 눈썹을 삿갓모양으로 만 들고, 눈을 크게 뜨고, 시선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천천히 옮기며, 입술이 맞닿는 부분을 아래로 내리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목을 움직인다. 비크핫사(불쾌감)는 눈썹을 찌푸르고, 눈에 주름을 만들고, 코끝을 뾰족하게 올리고, 입술 맞닿는 부분을 아래로 내린다. 아드브후 타(놀라움)는 눈썹을 삿갓모양으로 만들고, 눈을 크게 뜨고, 시선은 정면, 콧구멍을 팽창시키 고, 목을 앞쪽으로 내밀고, 숨을 잠시 멈춘다. 샨타(평화)는 눈썹을 편안하게 하고, 시선은 노픈 곳을 바라보며, 얼굴도 별움직임없이 휴지 상태로 둔다. 하프라와 무드라 카타칼리 제스처 체계를 일종의 알파벳 체계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카타칼 리는 하스타라고 불리는, 손가락 동작에 의한 24개의 기본 코드 체계로 이루어ㅓ져 있기 때 문이다. 손바닥을 펴고 모든 손가락을 곧게 하여 엄지를 제외한 나머지를 서로 붙여서 만든 모양은 함샤파크샤, 주먹을 쥔 모양은 무슈티, 집게손가락을 곧게 편 모양은 아르다찬드라라 고 불리는 하스타이다. 하스타는 그것 자체로는 아무 것도 못한다. 이것은 개별적인 알파벳 처럼 기능하는 상징이다. 어떤 상황과 관련될 때, 서로 결합되어야만 의미있는 기호가 되는 것이다. 이때 하스타는 단어로서 가치를 지니게 되는데, 명사, 동사, 형용사와 같은 품사적 가치뿐만 아니라, 접두사, 접미사, 복수표시 같은 가치도 지니게 되는 된다. 단어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을 무드라라고 부른다. 어떤 무드라는 실제와 유사성이 많아서 손쉽게 해석 할 수 있다. 춤추는 사람이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꽃에서 꿀을 모으는 꿀벌이나, 전쟁용 무기, 주사위, 호랑이의 발톱, 일출 등과 같은 의미를 알아볼 수 있다. 무드라가 지니 는 유사성이 언제나 실제 대상의 형태와 관계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 대상의 움직임이 나 위치와도 관계되며, 대상이 만들어 내는 효과나 대상을 낳게 하는 원인과도 관계된다. '나무'의 무드라는 나무모양이 아닌 나무에 대한 신앙심과 관계된다. 또한 모양을 모방하는 대신에 단순하게 손가락으로 장소를 가리키는 지시적인 무드라도 존재하는데, '하늘'의 무드 라는 하늘을 향해 두 번의 아르다찬드라를 표시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지시사 '이, 그, 저'또 한 같은 종류의 무드라로 표현된다. 그외 여러 무들하는 완정히 상징적이다. 모든 고유명사 (시바, 판잘리, 하누만, 시타, 라바나 등) 또한 유사관계나 근접관계가 없는 약정적인 무드라 를 갖는다. 동사 '뭐뭐 이다.' '뭐뭐를 가지다'나 부사 '지금', '언제나', 추상명사 '행복', '아름 다움'과 같은 것도 역시 상징적인 무드라로 이루어진다. 카타칼리는 500개이상의 무드라로 이루어진 어휘체계를 보유하고 있다. 무드라 체계는 노래용 텍스트의 모든 미세한 부분을 표현하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 노와 가부키의 제스처 연극에 대하여 일본은 가난한 나라였고, 봉건체제하의 백성들은 가난함을 감추고 감정을 억누르는 데 익 숙해 있었다. 일본인은 개인보다는 사회에 커다란 중요성을 부여하며, 인간관계는 여전히 경 직되어 있다. 일본인은 또한 개인적인 감정을 결코 드러내지 않는데, 특히 윗사람이 있을 때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무례하고 천한 행동으로 여긴다. 남자와 여자 간의 관계에서도 성적 인 문제와 관련된 모든 것들은 금기시 된다. (오주의 영화 참조). 모든 내면적 갈등에 대한 억압은 얼굴이나 목, 어깨 흉부에 등의 근육을 긴장시켰다. 목소리 또한 위장된 느낌을 중 다. 신체는 의상과 두 손으로 가려진다. 사람들은 흔히 두 손을 몸 앞에 가지런히 모은다. 팔꿈치는 몸에 붙이고, 신체의 움직임이 거의 없으며 많이 웃는다. 웃음, 이것은 가면과 같 은 것이 아닐까? 여자들의 손 또한 가면이라 할 수 있는데, 여자들은 말을 하면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을 때도 입을 가린다. 일본의 전통연극 또한 여러 양식에서 이런 태도를 보 여준다. 17세기 초에 처음 등장한 가부키가 통속적이고 개방적인 데 비해 13세기에 시작된 노(비극)와 쿄구엔(코미디)은, 훨씬 격식을 차란다. 노의 제스처는 '능동적'인데, 이 제스처는 신이나 악마와 관계된 것으로, 본궤도에 돌입하게 되면 제스처는 느려지고 근엄해진다. 가부 키의 제스처는, 시선을 모으기 위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동적'인데, 불규칙하며 단속적이 다. 배우들은 가면들 쓰기도 하고 안 쓰기도 한다. 노의 제스처는 50가지 정도로 한정된다. 제스처는 추상적인데,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예외도 있다. 오른손에 들고 있는 부채를 접어서 하늘이나 땅을 가리키는 동작, 손을 이마에 대고 달이나 풍경을 응시하는 동작, 몸 앞에 팔 을 겹치며 세상을 껴안는 동작, 손으로 눈을 가리며 우는 동작 등이 그것이다. 배우에게 가 장 중요한 점은 세상의 중심에 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배우는 모든 근육 보이지 않는 힘 에 의해, 모든 방향의 무한으로까지 이끌려지는 자세를 추구한다. 정신집중을 위한 제스처의 에너지는 사방으로 빛을 발해야만 한다. 사람은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 동작에 수반되는 긴 장은 아주 강한 것이어서 앞으로 한 발자국을 옮기는 것은 기쁨을, 뒤로 한 발짝 물러서는 것은 슬픔을 표현한다. 성공적으로 노를 상연했을 때, 세상의 실체는 변화되어 한 편의 시가 되고 신비가 된다. 가부키와 더불어 연극은 축제나 욕구 해소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사랑, 증오, 난폭함 등 모든 열정은 과장되어 히스테리나 열광에 가깝게 표현된다. 흥분되고 외설 스러운며 매혹적인 세상에 사람들은, 미친 듯이 들어가게 된다. 노나 가부키의 제스처가 어 디에서 영감을 받았건, 이중 많은 수는 표현적이고, 과시적인 성격을 지닌다. 언제나 강한 내적 긴장을 유지하는 배우는 표현을 생각한다. 배우는 감정을 강조하기 위해 허공에 자주 동작을 정지시키며, 대중에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 아름다운 자세를 취한다. 뒤틀어지고 마조히스트적이고 선정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여장배우의 자세는 특히 인상적이다. 머리는 언제나 한쪽으로 기울이고, 목은 뒤틀고, 팔과 손가락을 극단적으로 꼿꼿하게 펴고, 흉부는 팽창시키고, 어깨는 뒤로 젖히고 무릎을 심하게 구부려 모아 두 발을 그 속에 넣는 지극히 고통스러운 자세는 붕대로 발을 동여매는 중국의 전족을 생각나게 한다. 이 자세는 변장 여 배우의 여성상을 돋보이게 하고, 아주 유혹적인 제스처를 가능하게 해준다. 상대적으로 남자 배우는 남성상을 과장되게 표현한다. 남자배우는 같은 쪽의 어깨와 다리를 앞으로 내밀면서 성큼성큼 걷는다. 발을 바깥 쪽으로 향하고, 주먹을 꽉 쥐었으며, 팔꿈치는 몸에서 멀리 떨 어져 있다. 거기다가 배우를 더 커 보이게 하기 위해 속을 넣어 두툼하게 만든 의상을 사용 한다. 남녀 모두 아주 진하게 분장을 하며, 다양한 형태의 가발과 원색 의상을 입는다. 노나 구엔과 마찬가지로 가부키에서도 보이지 않는 세계와 맺은 관련성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배우의 연기가 절정에 달하는 순간에는 샤머니즘의 영향을 엿볼 수 있는데, 징후나 상을 뜻 하는 미에의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배우는 줄곧 감정을 억눌러 표현하다가 분출 직전에 도달한다. 아직까지 폭발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감정은 부글부글 끓어서 억누르기 힘든 상태 이다. 배우는 느리게 연기한다. 모든 근육을 극도로 긴장시키고, 미세한 움직임까지 세밀하 게 연기하다가, 사팔뜨기 눈을 하고 입을 크게 벌린 채 숨을 멈추며 연기를 마친다. 미에는 참혹하게 죽어 간 사람들의 원한을 풀어주는 마술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실제 역사 속에서 인용된 주인공은 전쟁과 음모와 반역의 희생자인 것이다. 배우가 사팔뜨기 눈을 할 때 눈은 해와 달을 표현한다. 커다랗게 벌린 입 속에 붉게 칠한 혀는 지옥의 힘을 말한다. 배우의 강렬한 연기와 관중의 열렬한 반응 속에서 죽은 자의 원한은 소진되고 우주의 기를 통해 정화된다. 단마리(일을 다물기)는 극에 리듬을 부여하는 순간이다. 단마리는 미에보다 훨씬 오래 지속되며, 주인공의 운명에 따르는 중요한 변화를 표시한다. 무대 위에서 많은 배 우들은 전쟁을 마임으로 표현하고, 어둠 속에 있는 것처럼 서로 찾는 동작을 한다. 이 순간 에 주인공은 갑자기 의상을 갈아입고, 관중은 그의 운명이 바뀌었음을 알게 된다. 이 극은 정신을 잃게 하고 도취시키는 데 그 목적을 둔다. 모든 요소는 관객을 놀라게 하거나 만족 시키도록 구성된다. 이야기는 아무런 논리적 연관성 없이 넘나들고 극의 각 장은 스타일을 달리한다. 예를 들어 매우 근엄한 사무라이 스타일로 시작했다가, 서로 사랑하는 두 연인과 광대가 함께 어우러진 춤으로 바뀌고, 이어서 멜로드라마의 스타일로....마침내 극은 처음으 로 되돌아온다. 규정을 뜻하는 카나에 따라 조명, 장식, 소품, 의상, 분장, 제스처, 표현, 어 조, 음악효과를 고려한 좌석배치 등이 정해진다. 절정부분이 연기될 때는 한마디의 말도 필 요가 없으며, 춤에 의해서 절정에 도달한다. 배우의 신체적 긴장은 극도로 고조되고 교감이 가능해진다. 수세대에 걸쳐 기발한 고안물과 솜씨가 덧붙여진 일본의 전통극은 전위적, 셰익 스피어적, 브레히트적, 표현적이며, 그리고 초현실적이다. 상징의 세계 옛날에 그리스인은, 세레스신과 시벨레신, 미트라신을 신봉하는 사람을 서로 알아보게 해 주는 말이나 표시를 '상징'이라고 불렀다. 이 같은 표시는 두 개로 나눈 물건을 다시 맞추어 봄으로써 식별할 수 있었다. 오늘날 상징이라는 단어는 그 영역이 확장되어서, 본질적인 유 추작용이나 자의적인 약속에 따라 다른 실체를 표현하는 기호를 의미한다. 상징의 세계는 거대하고 매혹적이다. 상징은 무엇인가? 상징은 무엇인가? 상징 속에서 시니피앙은 시니피에를 지시하기 위해서 다른 시니피앙의 자리를 차지한다. 상징은 형상성이 강한 구체적인 시니피앙과 이를 통해 가리키고자 하는 추상적인 사실이나 가치 사이에 상호관계를 수립하는데, 이 관계는 간접적이고 느슨하게 '풀 어져' 있다. 간접적인 관계가 제대로 기능하고 그 의미가 정확하게 해석되기 위해서는 다소 약적인 연관성, 다시 말해서 문화를 통해서 습득하여 공유하고 있는 연관성, 또는 연관성을 쉽게 알 수 있게 해주는 유사성이 있거나 담화상황이 명백하게 정해져 있어야 한다. 따라서 상징에 대한 유효성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데, 상징이란 아주 모호하고, 불명확하고, 비일 상적이어서 해독에 도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징은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관 련성이 있다. 상징은 무의식 언어로 말하므로 비논리적이고, 관념이나 가치처럼 충분히 감지 하기 어려운 것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형상적이고 구체적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다양하고 울림이 많은 의미작용을 단 하나의 유일한 기호에 집약시켜 담화를 풍부하게 하기 때문에 다의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보통 우리는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차원에서 많은 기능을 상징 에 부여한다. 의미작용을 풍부하게 하고 구체적으로 만드는 기능, 단결과 참여의 기능(상징 은 어떤 사회 그룹에 소속되어 있다는 사실을 표시해 주기 때문에), 명령과 규칙으로서의 기능 등을 통해 상징은 사회에 대한 소속감을 강화시키고, 의미를 명확하게 하고 질서를 존 중하도록 우리를 이끌어 준다. 그런데 이 기능들은 표면적으로 드러나 있는 것이 아니다. 언 어의 한 옆에서, 상징은 보충적으로 작용하는 듯하지만, 갑자기 언어 한가운데 불법으로 침 범하여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상징은 전복적이다. 상징, 다시 맞춰지는 두 개의 조각 기원을 더듬어 보면 상징은, 도기나 나무, 금속 등의 작은 조각을 줄로 나눈 물건을 가르 키는 것이었다. 채권자와 채무자일 수도 있고, 성지 순례일 수도 있고, 연인일 수도 있는 두 사람은 오랫동안 떨어지게 될 때 각각 한 부분을 간직한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서로를 만 났을 때 두 부분을 맞춰 봄으로써 두 사람의 채권문제나, 두 사람의 우정, 두 사람의 사랑을 상기하게 되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인에게도 상징이란, 부모가 자식을 쉽게 찾도록 해주는 식별용 기호였다. 유사하게 상징이랑 단어는 봉급이나 배상금, 또는 식량배급 등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표시패로 의미가 확대되었으며, 집합신호로, 또한 징조로, 약정으로 의 미가 확대되었다. 상징은 나누었다가 다시 합치는 것이어서, 분리와 결합이라는 두 가지 개 념이 내포되어 있다. 상징은 둘로 분리되었지만 다시 합쳐질 수 있다는 공통성을 갖는다. 모 든 상징에는 쪼개진 표시 중 한 부분이라는 개념이 포함되었다. 그래서 상징의 의미는 단절 과 연관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곳에 위치하는 것이다. 상징의 역사는, 모든 대상들이 상징의 가치를 지닐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대상이 자연물(돌, 금속, 나무, 꽃, 바다, 산, 계곡, 별, 불, 벼락 등)이건 추상적인 것(기하학적 형상, 숫자, 리듬, 관념 등)이건 모든 것은 상징 이 될 수 있다. ....상징의 가치를 새로 만들어 내는 일은, 미학적이거나 독단적인 주관론에 입각하여 이루어지는 전문가의 일이 아니다. 예술작품 속에서 지적인 요소나 표현의 직접적 인 성격을 제거하는 일이 필요한 것도 아니며, 작품에 관계된 이론을 제거해 버리거나 기호 를 폐기시키지도 않는다. 상징은 기호에 하나의 차원을 덧붙여서 입체적인 것이 되게 한다. 사실 상징은, 물건, 기호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며, 존재의 차원에, 우주와 인간과 신 사이에 초논리적이고 상상적인 관계를 수립하는 것이다. 후고폰 호프만스탈의 말을 인용하자면, 상 징은 "어떤 하나와 다른 하나를 둘 다 의식할 수 있도록, 근접해 있는 것을 멀어지게 하고 멀리 있는 것을 가깝게 한다. "....따라서 상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구경꾼의 태도는 배제하고 배우로서의 직접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상징은 대상의 차원에 근거를 두고 있지만 주체의 차원에만 존재할 따름이다. 주체적으로 상징을 이해하는 데에는 관념적인 지식이 필 요한 것이다. 감각의 경험이 필요한 것이다. 상징의 본성은 '끊임없는 연상'에 있다. "각 개 인은 자신의 감지능력이 허용하는 만큼 상징을 보는 것이다. 상징에 빠져들지 않는다면 그 심원한 세계를 전혀 볼 수가 없다." 상징의 세 가지 유형 퍼스가 분류한 대로 상징은 흔히 데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 도상적인 상징은 지시하는 외 적 현실과 유사관계가 있는 상징이다. 도로표지판은 도상적이다. 소를 그려놓은 도로표지판 은 동물이 지나다닐 수 있음을 경계시키는 표지판이며, 금지기호 밑에 트럭을 그린 도로표 지판은 트럭에 대한 제한적인 통행금지를 표시하는 것이다. 카톨릭 표지 또한 도상적인 상 징이다. 두 번째는 동기상징(유연적 상징)은 상징과 상징되는 것 사이의 외적인 관계(근접관 계 등)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상징이다. 십자가는 기독교 신앙을 나타내는 유연적 상징이다. 알파벳 피 위에 사선을 덧붙여진 모양은 주차금지를 표시하는 유연적인 상징이다. (물론 피 가 주차의 뜻인 파킹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만 상징을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상징은 소쉬르가 말하는 것처럼 상대적으로 유연성이 강한 상징으로 분류될 수 있다.) 문장 기호 중의 하나인 괄호는 그 속에 있는 것을 포함하는 것처럼 생긴 모습에서 그 유연성을 발견할 수 있다.(만약 괄호를 역순으로 기록한다면 같은 의미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기 ㅎ 힘들 것이다.) 셋째로 무동기 상징(자의식 상징)은 단지 약속에 근거하여 상징적인 가치를 지니는 상징을 말한다. 현재 사용되는 대부분의 국기는, 그 기원이나 동기 등을 국민 대부분 이 잘 모른다는 점에서 자의적 상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상징은, 관념의 표지나 국기처럼 약정적인 것일 수 있기 때문에 사회 속에 세워지는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개인적으로 만들 어지는 수도 있는데, 이 상징은 개인에 대한 언급이나 그의 작품에 대한 언급이 결부되었을 때만 유효하며, 유효성은 지속적일 수도 있고, 특별한 경우 제한될 수도 있다. 문학과 예술 에서 이런 상징을 많이 찾을 수 있다. 상징의 개념과 관련한 지름까지의 논의를 통해서 볼 때, 소쉬르가 말한 동기성(유연성)은 단지 유연적 상징에 제한되는, 상징의 한 특징일 수는 있지만 상징 전체의 일반적인 특징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상징의 이해 상징, 유추, 원형이라는 단어는, 이 분야의 학자가 정확하게 구별하는 데에도 불구하고 자 주 혼동된다. 단어를 구별지어 이해하는 것이 마치 개인의 지식 정도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 처럼 여전히 혼동이 존재한다. 심지어 유추적 이미지는 현행의 만화와 똑같은 것이라고 과 장스럽게 말할 정도이다. 하지만 상징에는 풍미가 있고, 소리가 있고, 열기가 있어서 생각을 살아 숨쉬게 한다. 이러한 사실은 상징과정을 몸소 추적해 보지 않는 사람은 이해하기 어렵 다. 사실 유추는, 명백하게 알려진 개념을 환기시키는 요소를 언제나 포함하고 있으며, 이 요소는 즉각적으로 감지할 수 있다. 유추는 개념에서 출발하여 이미지에 도달한다. 그러나 진정한 상징의 과정은 완전히 역순이다. 상징에서는 개념에 도달하기 위해 이미지에서 출발 하기 때문이다. 상징에는 창조성이 함축되어 있어서 수동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상징은 '영 수증'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데, 어떤 '대상의 영혼'을 그림으로 그려서, 그 속에 담겨진 '힘' 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합리화를 시도하는 마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 신앙체계나 또는 종교 의 경우처럼, 상징에는 대상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가능성이 부여되어 있다. 상지의 가장 큰 효능은, 자신의 상태를 초월하려는 모든 인간의 신비에 대한 욕망을 실현 가능하게 반영 해 준다는데 있다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징을 연구하는 학자에게도 분 명한 '해석방식'을 정립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들의 방식은 직관적일 수밖에 없는데, 상징연구가 알파벳처럼 정해진 규칙에 따라 이루어진 글자 체계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징은 종교나 이데올로기의 독단을 통해서 '해독될' 구 밖에 없다.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는 상지의 해석은, 확립된 방법론에 근거를 두고 행해지는 것이 아 니라, 오히려 정신분석이 토대로 삼는 무의식에 근거를 두고 이루어진다고 말해야 할 것이 다. 물론 모든 과학을 벗어나는, 광명으로 빛나는 기적 같은 짧은 순간이 존재한다. 바로 이 특혜 받은 마술적인 순간에만 명철함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오래된 신화나 웃음 의 폭발, 사랑의 힘 등과 신선한 교감을 이루어야만 한다. 상징은 우리의 철학체계를 통해 서, 즉 사회에 의해 주입된 성찰에 밀접하게 연결된 우리의 어휘체계를 통해서는 해석할 수 가 없다. 상징은 모든 것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것이며, 우리의 시적 감수성에, 우리의 자유 표현에 토대를 두고 있는 것이다. 시는 어떤 틀에 맞추어 보아서도 안 되며, 상품이나 구경 거리로 보아서도 안 된다. 시를 통해 우리는, 모든 행위마다 모든 생각만 우리 자신을 끊임 없이 작품으로 산출하게 하는 무의식적인 창조력을 이해해야만 한다. 자유를 통해, 각 개인 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실체를 발견함으로써, 사회밖에 아닌 자신의 가장 깊은 곳 에 있는 것을 인식해야만 한다. 세상에 대한 개안을 하는 명철함의 순간, 바로 풍부한 상징 연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명철함의 순간에 친숙하기도 하고 동시에 모호하기도 한 상징을 들을 수 있는 능력과 볼 수 잇는 능력, 그리고 접근할 수 있는 능력에 도달하게 된다. 모든 인간에게 근본적인 기능은 동일하다. 지적인 사색과는 다른, 그리고 환각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실수하기 쉬운 경험 때문에 우리는 신비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사 물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물에 스스로를 동화시켰던 '원시'인류처럼, 우리도 기호를 모방하여 우리 스스로를 동화시키고, 우리의 호흡과 심장박동까지 기호의 내재적인 리듬에 맞추어야 할지도 모른다. 예  들어 십자가라는 상징, 기도의 도구로서가 아니라 세상에 대 한 이미지로서의 십자가 상징을 살아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아마도 신체를 사용해 표현해야만 할 것이다 머리는 하늘을 향해 길게 늘이고, 다리는 대지 쪽으로, 양팔은 왼쪽과 오른쪽을 향하게 해야 하는데, 모든 동작은 물론 한계나 고통이 없어야 한다. 종교의식에서 실타래처럼 영속되는 필수적인 것은 의식 속의 제스처가 가지고 있는 마술적인 힘이다. 상 징을 실행시키는 작업인 의식 속에서, 상징의 표현은 주문을 낭송하는 것으로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채택한 단어의 의미에 생동감을 주고, 그 의미를 지지해 주는 제스처에 의해서도 이 루어지기 때문이다......상징은 숨겨져 있지 않다. 단지 우리가 읽지 못할 뿐이다. 신화나 상징 을 역사적인 방법으로, 관념론적인 방법으로, 합리주의적인 방법으로 해석한다는 것은 오류 에 불과하다. 또는 정신분석학처럼 우리의 감수성이나 욕구불만을 통하여 해석하는 것도 오 류를 낳을 뿐이다. 신화와 상징은 고고학자가 발견하고 분류하는 골동품과 비교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얘를 들어 십자가가 세상의 이미지이고 기본적인 네 점으로 이루어져 있다 는 것을 안다고 해도, 왜 거의 모든 문화 속에 똑같이 등장하는지를 이햏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상징을 '읽기'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상징의 자유, 즉 사회적인 질서에 속박되기 이전 에 어린이의 자유와 같은 그런 자유스러움을 부활시켜야만 한다. 인간은 스스로 요새를 만 들어 그 속에 갇혀 버렸고 절망스럽게 그 열쇠를 찾고 있다. '신비'의 상태에 빠져들지 않는 다면 인간은 그 속에서 점점 더 질식해 버릴 것이기 때문에, 물질적인 속박에서 벗어나, 요 구불만 때문에 인간이 상실해 버린, 자연이 부여하는 최초의 황금시대를 다시 찾아야만 한 다. 태양, 십자가, 별, 그리고, 삼각형 상징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비유를 좋아하는 인간이 정신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단 순한 기호도 다양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 단어가 문장과의 관계 속에서 여러 의미를 지닐 수 있다. 단어가 문장과의 관계 속에서 여러 의미를 가질 수 잇는 것처럼 상징에도 연결된 그 무언가가 존재한다. 문장이나 도상 해석의 연구들을 생각해 볼 때, 단순한 개념을 시각적 으로 결합시키고 해겆하는 약정적인 기호(도로표지판, 방향표시....)와 상징이라는 거대한 범 주 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함을 쉽게 알 수 있다. 약적정인 시호는 기능적이지만, 상징은 논리성을 초월하여 신앙의 대상처럼 제시된다. 약정적인 시호로 사용될 수 도 있는 해와 달 과 별은, 특별한 개념을 부여했던 천상의 상징이다. 미궁은 여정의 시작이라는 개념을 가리 키는데, 1963년 한 글에서 외제니오 바티스티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음험한 동굴 속에 꾸 며진 미궁은 오랜 시련을 거친 이후에 신성한 장소로 인도한다고 여겨진다."고 강조했는데, 상징 속에 담겨 있는 다양한 내포적 의미 때문에 미궁은, 어두 컴컴한 불확실한 통로로 여 겨지는 인간의 운명을 상기시키는데, 어떤 탈출구도 예감할 수 없는 구조를 여러 가지 상징 적인 가치가 결부되는데, 종교적인 상징의 가치(선의 추구)가 담겨 있기도 하고, 명쳘함의 가치(르네상스 시대와 바로크 시대의 정원)와 방어의 가치(요새화된 도시, 카스바)등도 담겨 있다. 한편, 십자가를 긋는 행위는 이상적인 우주공간의 정중앙에 위치하게 해준다. 켈트족 은 십자가가 우주의 완벽한 조화를 나타내는 보편적인 상징이라고 믿었는데, 삽자가의 두 선이 만드는 균형을 보면, 이러한 상징작용은 단순한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원으로부터 뻗어 나온 여섯 개의 가지로 이루어진 별은 기하학적인 꽃을 연상시킨다. 별의 상징은 아마 도 금성을 표현한 메소포타미아인의 그림기호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는데, 유대의 의식 속에서는 이 상징이 풍성한 번식과 연결되어 있었다. 분명 이러한 근거에서 서양의 중세 후 기와 르네상스 시기의 결혼식용 함에 장식처럼 그려진 이 상징(장미꽃 장식이라고 불렸던) 도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별은 또한 길조의 상징으로도 많이 사용되는데, 건축(과리니 사 원의 둥근 천장, 튀랭의 성당)이나 도시 계획(필라레트의 별모양의 도시 계획), 건물장식(코 르두에 지방의 도기 벽돌 등) 등에서 그 예를 찾을 수 있다. 우주를 나타내고 태양을 표현 하는 원형 또한 최고에 대한 상징으로서 가치를 지닌다. 원과 똑같은 상징체계에 속하는 링 은 끊임없이 영속성의 형상으로써 외부세계와 변증법적 관계를 유지한다. 보호의 상징인 동 시에 빛의 방사의 상징인 링은 성인들의 후광을 상기시킨다. 나선형은 상승의 움직임을 가 지고 있어서 점층적인 별에 대한 정복과 상응한다. 종종 뱀이나 별에 대한 정복과 상응한다. 종종 뱀이나 용을 나선형으로 표현하는데, 나선형은 동물의 신체적 힘을 이 형상이 지니는 정신적인 능력에 연결시켜 주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그 외의 많은 이미지를 복잡한 도상적 의미를 지니는 상징적인 장식으로 사용하였다. 피리미드나, 탑, 나무, 손 등이 그러하며, 단 순한 삼각형도 그 중 하나인데, 삼각형은 인디언이나 불교, 기독교의 사상 속에 깊숙하게 자 리 잡고 있어서, 종교 철학적인 의미에서 삼위일체 등의 개념을 표현하는 상징이었다. 이처 럼 복잡하고 혼합된 상징체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종교의 신비를 연구한 여러 텍스트들을 참조해야 할 것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카발라인데, 이 말은 '전통' 또는 헤브루 종교 에서 신ㄴ성한 것에 대한 전통을 의미한다. 10세기경에 알려진 '창조의 장'에는 세상은 10개 의 구구자와 22개의 알파벳으로 태어났다고 말한다. 우주론을 다루는 카발라에 따르면 인간 은 신과 천사와 마법에 접근할 수 없다고 한다. 인간은 진정한 소우주로서, 그 행동은 우주 의 총체성 속에서 작용한다. 인간의 본분은 두 개의 속은 세 개의 계급과 남자와 여자라는 두 요소로 이루어진다. 이 본분은 탄생 이전부터 선재하고 있어서 탄생할 때 인간의 몸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인도나 중국 문화의 수 천가지 계율 속에 들어 있는 보편적이고 근본적인 개념들은 18세기와 19세기 유럽 사회에 접신 이론과 인류 이론에 영감을 전해 주었다. 다섯 가지 요소에 대한 연금술의 개념 또한 보편적이다. 연금술은 중국과 인도, 이집트, 그리스, 아랍 등의 문명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특히 옛날 중국인은 인간을 자연과 연결시키는 다섯 가지 요소에 대한 법칙을 발견하였다. 즉, 불에서 시작하여 대지, 금속, 물, 나무를 거 쳐 다시 불로 돌아오는 법칙을 체계화하였다. 이 순환은 우주에서와 마찬가지로 인간 속에 도 흐르는 기의 순환과 합치되는 것이었다. 우주적인 동시에 인간적인 기는 음과 양의 이중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음은 수동적인 힘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달, 밤과 같이 음성적인 것에 존재한다. 그러나 음은 낮, 태양과 같이 양성적인 것에 존재하는 양과 절대로 분리될 수 없 다. 이 세계관 속의 모든 개념은 시각적인 코드로 상응관계가 표현되는데, 기하학적이고 형 상적인 표현은 오늘날에도 인용될 정도로 정확하다. 하지만 그 기원이 가지고 있었던 숨겨 진 의미를 찾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동양에서는 우주의 질서를 해석하는데 형상적인 기호(부처의 두 발)나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동양 또한 원을 영속성으로, 삼각형을 균형과 힘의 분배로-부처는 삼각형을 하고 앉아 있음-사각형을 견고함으로 사용하였다.)를 채택하 였다. 이 형태와 기호들은 동양의 신비사상에서 형이상학적 개념을 표현하는 상징체계를 형 성한다. 여러 가지 얀트라(명상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탄트라 종교의 표지)시각적 방식은 주 목할만하다. 얀트라는 상징을 통하여 기쁨의 극치까지 도달한다. 중심 부분에는 삼각형으로 자주 병치시키는데, 연꽃 잎사귀를 줄지어 배열하여 중근 원의 형태를 이루고 있는 기하학 적 모양은, 고도의 상징성을 지니고 있어서 복잡한 형이상학적인 개녀 을 가리킨다. 얀트라 는, 옛 동양문화를 형성하고 있었던 시원적인 형상을 가장 심오하게 집약시켜 만든 추상적 인 그림이다.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우리들 인디언은 상징의 세계 속에서 산다" 우리 인디언의 상징은 원이다. 자연은 사물을 둥글에 만들고 싶어한다. 사람이나 동물의 신체에는 각진 부분이 없다. 인디언 생활에서, 원은 불을 둘러싸고 모여 있는 남자와 여자, 화평 담뱃대가 손에서 손으로 건네지는 동안 평화롭게 모여 있는 친척과 친구의 상징이다. 부족 내부의 각 티피(작은 집단) 또한 원형을 이루며 자리를 차지한다. 티피를 구성하는 사 람들은 둥글게 앉아 있다. 각 가족 또한 티피가 이루는 원 속에 작은 원을 이룬다. 이렇게 하여 수 부족 국가전체를 의미하는 일곱 개의 불꽃(부족)에서 출발하여 티피가 이루는 원, 가족이 이루는 원으로 연결된다. 부족국가 전체는 우주의 한 부분을 구성한다. 둥근 우주는 둥근 대지를 만들고, 둥근 태양과 둥근 별들을 만든다. 달과 지평선, 무지개 등도 시작도 없 고 끝도 없는 우주 속에 포함된 원이다. 우리 눈에 모든 원은 아름답고 완전히 조화로운 것 으로 비쳐진다. 상징인 동시에 실체이기도 한 원은 끊임없이 영원하게 퍼져 나가며, 죽음으 로부터 솟아오르는 생명, 죽음을 제어하는 생명이 된다. 백인을 가리키는 상징은 테두리이 다. 방이 있고 분리시키는 벽이 있는 집이라는 테두리, 건물이라는 테두리가 그것이다. 어디 를 가나 각지고 네모나다. 외국인의 출입을 어렵게 하는 문도 그렇고, 종이로 된 돈도, 감옥 도 마찬가지이다. 사각형처럼 각진 테두리 투성이이다. 백인의 생활 용폼도 마찬가지이다. 텔레비전, 라디오, 세탁기, 컴퓨터, 자동차...상자, 상자의 연속이다. 모든 상자에는 날카로운 각과 모서리가 있다. 백인의 시간, 만남의 약속, 짜여진 일던, 날카롭게 지켜지는 시간 등, 이것이 내 눈에 느껴지는 각의 의미이다. 당신들도 모두 상자 속에 포로처럼 갇혀있다. 하지 만 점점 더 않은 젊은 백인이 상자가 되고, 테두리에 갇혀 버려서, 평평해지는 것을 거부하 고 둥글어지도록 시도하고 있다. 이것은 졸은 일이다.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우리들 인디언은 덮개처럼 우리를 감싸주는 상징의 세계 속에서 살고 있다. 갓 태어난 아기용 요람 의 판자는, 아기의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지켜 주는 그림으로 뒤덮여 있다. 죽은 자에게 신 기는 가죽신에는 저승으로 가는 여행을 돕는다는 의미에서 구멍 뚫린 밑창을 대어 놓는다. 같은 이유에서 대부분의 인디언은 손목에 문신을 새긴다. 문신은, 당신들 나라의 선원이 새 기는 단검, 하트 모양, 나체의 여인 등과는 달리, 이름을 나타내는 문자나 그림에 불과한 것 이다. 죽은 영혼의 방 출입구를 감시하는 여자귀신 히부(올빼미)는 우리의 문신을 보고 출입 을 허가한다. 문신은 신분증과 같은 것이다. 많은 인디언은, 몸에 문신이 없으면 여자귀신이 통과를 금지해서,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져 버린다고 믿고 있다. 영혼의 방에 들어가지 못한 영혼은 지상에서 끊임없이 떠돌게 된다. 와나기(귀신)가 되는 거이다. 와나기가 되면 휙휙 소리를 내며 무서움을 주는 능력을 지니게 된다. 와나기가 된다는 것은 그리 나쁜 일만은 아닐 수도 있다. 즐거운 일이 될 수도 있다. 더 이상 말하지는 않겠다. 그런데 내 팔에는 당 신들도 보다시피 문신이 새겨져 있다. 내 일생의 매일 매일을, 나무뿌리나 가지의 형태 속에 서 상징을 보면서 지낸다. 나는 돌 속에 메시지를 읽는다. 나는 돌에 특별한 관심을 갖는다. 왜냐하면 나는 유위피이어서 그것이 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 혼자 이 일을 하는 것 이 아니라, 많은 인디언이 같은 일을 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삶을 도와주는 인얀, 즉 신성한 돌이 필요하다. 치료에 유용한 돌에는 두 종류가 있다. 얼음처럼 흰 돌과, 특이한 모양 때문 에 당신들이 수집하는, 당신들도 알고 있는 색깔 있는 돌이 그것이다. 우리는 잃어 버린 물 건을 찾기 위해 돌에게 물어본다. 돌은 또한 적의 출현을 예고할 수도 있고, 불행이 가까이 있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까마귀와 달걀만한 크기의 검은 돌이 바람을 상징하기도 한다. 리 틀 빅혼의 전쟁 바로 직전에 수족과 샤이엔족은 병을 치료하는 사슴 바위에서 태양의 춤 의 식을 거행하였다. 시팅(앉은 수소)불고기과 다리를 수백 조각으로 잘라서 제물을 만들었는 데, 그 때 그곳에 환영이 보였다. '수많은 백인 군인들이 후퇴하는' 모습이었다. 이것은 커스 터의 패배를 예견한 것이었다. 나에게 기회가 주어져 몬태나에 갈 때마다 나는 이 돌에 기 도를 한다. 이 돌은 가축을 사육하는 초원의 소유주의 땅 한가운데에 서 있다. 게다가 이 땅 주인은 좋은 사람이다. 그는 우리에게 격자문을 열어 주고 울타리를 통과하라고 신호한다. 그 사람은, 무엇이 한 트럭분의 인디언에게 돌 하나를 찾아 미친 듯이 달려오게 하는지 의 아해 할 것이리라 생각한다. 이 돌은 정말 우리의 상징세계에 들어맞는다. 이 돌은 둥글고 끝이 없다. 돌의 능력 또한 둥글고 끝이 없다. 모든 둥근 것들은 유사관계가 있다. 예를 들 어 와그하무라는 호리병용 박, 405개의 작은 돌이 들어 있고, 같은 수의 조약돌도 들어 있는 신성한 풍차 등이 그러하다. 태양, 생명의 아버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태양은 숭배의 대상이었던 것만은 아니다. 남아메리카 대륙 중 페루와 멕시코 문명만이 유일하게 태양숭배 신앙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멕시코의 신앙 에 따르면, 일식과 같은 상황은 피할 수 없는 우주의 재앙이었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 처했 을 때, 그들은죄인의 피가 잃어버린 태양의 힘을 보상해 주고 대지를 따뜻하게 한다는 생각 에서 태양을 향해 죄인을 제물로 바쳤다. 잉카인과 히티이트인, 비빌로니아인은 태양에게 남 자의 부성을 부여하였으며, 왕이나 왕자 같은 사람을 태양의 아들이라고 생각했다. 마찬가지 로 인도네시아에서도 어떤 족장은 스스로를 '태양의 아들'로 불러서 태양과 직접 연결된 존 재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어떤 아프리카 부족에게 태양은 땅의 남편이었으며, 벵골의 부족 들에게는 달의 남편이었다. 또한 뱅골 지역에서는 태양을 우주의 창조주라 믿었다. 어디에서 나 태양은 달에 비하여 지배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태양의 우월성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어떤 부족에서처럼 여성의 근원은 상징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태양은 오직 창조자로만 여 겨지지는 않는다. 장례와 관계된 신앙의 영역에서도 태양은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많은 신앙에서 태양을 죽음과 관련시킨다는 것은, 태양은 밤에 죽은 자의 왕국으로 내려갔다가 아침이 되면 다시 떠오르는 영웅이나 신이라는 생각으로부터 유래되었다. 태양은 죽음의 고 통을 당하지 않고 지옥을 넘나드는 특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죽은 자의 영혼이 대지의 뱃속으로 들어가는 긴 여행의 길잡이로서 믿어졌건 것이다. 망령을 인도하는 태양신의 숭배 가 특히 우월했던 지역은 이집트였다. 그곳에서 태양은 숫염소나 매의 형상으로 표현되거나, 또는 토움이라는 코브라뱀이 받치고 있는, 빛을 발하는 원의 형상으로 표현되었는데, 삶의 부활을 만들어 내는 지하세계의 주인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이집트인은 태양에 대한 여러 형상을 단 하나로 집약시키기도 했는데, 두 마리 뱀을 옆에 두고 있는 날개 달린 지구 모양 이 바로 그것이다. 신성한 필사가인 에드푸의 기록에 따르면, 암흑에 대한 광명의 승리를 기 억하기 위해 신전의 입구에 이 상징을 놓았다고 한다. 국가로서 완전한 발전을 이루었던 제 5왕조때, 이집트의 모든 신화는, 파라오의 삶과 동일시되었던 태양과 관계된 이야기로 가득 차 있었다. 수메르인이 최고신의 상징으로 날개 달린 원을 사용했던 것은, 아마도 이집트 예 술과 상징체계의 영향이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도시적이고 호전적인 그들의 문화 속에서, 아침의 탄생과 시간의 배분을 주관하는 샤마슈신의 반영이라 생각되는 태양신 숭배는 큰 중 요성을 지니고 있었으며, 달과 농촌의 여신 신에 대한 숭배를 대치했다. 전쟁의 신 마르두크 는 종종 태양신으로부터 태어나는 모습이다. 태양신의 후광으로 표현되었다. 예수의 머리를 둘러싸고 있는 후광 또한 이 오래된 형상과 결부시켜야 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후광의 상징 이 특히 태양과 관계된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주의 질서를 조정하는 신으로 태양을 숭배하는 사상은 인간에게는 태양을 모방한 의식을 수행하도록 자극하였다. 세상 속에서 성 령이 탄생했음을 표시해 놓은 성체를 높이 올려 봉헌하는 것은 이 의식의 흔적 중 하나일 것이다. 황도 12궁 만약 우리가 전통 논리학의 규범에 따라 기호를 다룬다면 기호의 구분은 불가능해진다는 사실을 먼저 언급해야 할 것이다. 모든 별자리는 관념과 결합되어 나타나는 듯하지만 때로 는 일관성이 없기 때문이다. 황도 12궁 속에서 상징으로 작용하는 동물, 인물, 신화적 존재 들은, 너무 자의적이어서 모순된 속성 또한 가지고 있다. 그것들의 성을 살펴보자. 양은 남 성이지만 황소는 여성이다. 또한 천칭은 남성이고, 산양은 여성이다. 별자리의 근본 요소간 의 유사성을 살펴보자. 양은 불에서 살고, 황소는 땅에서 살며, 물병은 공중에 있다. 하지만 전갈은 게와 물고기처럼 물 속에서 산다. 왜 이러한 차이가 생겨났을까? 만약 우리가 관념 사이의 내적인 일관성을 참조한다면 이 의문점은 전혀 풀리지 않는다. 12개의 별자리 상징 속에서 논리성을 찾는 작업도 오류일 따름이다. 상징은 관념으로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범주의 틀로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어떤 별자리의 성질에 대해 말 한다는 사실은, '별자리 자체에 대해'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별자리 아래' 분류될 수 있는 것 을 다루는 행위이다. 왜냐하면 유추는, 유사성 이전에 우선 차이의 체계에 따라서 수립되기 때문이다. 레비 스트로스가 '야생의 사고'에서 이루었던 범주의 개념과 마찬가지로, 각 별자 리는 구체적 범주의 망 속에서 마디점을 이루고 있다. 첫 번째로 별자리 모두는 우주의 운 행과 계절의 리듬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양자리는 춘분과 일치하는 봄의 지점에서 시작하 며, 다른 별자리도 1년 중 태양의 위치를 나타낸다. 두 번째로 별자리는, 근본적인 요소나 가장 중요한 성질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불과 연기, 하늘과 건조함, 땅과 추위, 물과 습 기 - 이것은 세상이라는 질료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세 번째, 별자리 속에는 중요한 대립 의 표지를 찾을 수 있다. 남성과 여성이 교대로 등장하여, 밤의 속성을 가진 별자리 뒤에는 낮의 속성을 가진 것이 이어진다. 동물이나 물건에 대한 단순한 상징인 별자리는 잘 구조화 된 체계 속에서 상대적인 결합으로서 표현된다. 먼저 별자리는 잘 구조화된 체계 속에서 상 대적인 결합으로서 표현된다. 먼저 별자리는 어휘의 존재론적 조건, 즉 두 개의 요소를 다른 두 개의 요소를 다른 두 개와 서로 대립시켜 완벽하게 차이를 만든다는 조건에 잘 부합된 다. 성의 구분에 그 기원은 두고 있는 남성기호와 여성기호의 교대적 구성은, 구체적인 범주 를 활용하는 모든 사상 속에서 근본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아울러 근본 요소의 대립적인 연 결 - 첫 번째 것은 불에 살거나 공주에 있는 것이고 두 번째 것은 땅이나 물에 사는 속성 을 지니고 있다. -은 그 시대의 의학저기 사상과 결부된 결합을 이루고 있는, 생명이 있는 것과 생명이 없는 것 사이의 다층적인 상관관계 또한 찾아볼 수 있다. 서로 대립되는 요소 를 교대적으로 배열하는 것은 황도 12궁 체계의 내적인 필요성, 즉 동질적인 것들 내부에 차이점을 부여해야 하는 필요성에 잘 부합된다. 이 차이점 때문에 각 별자리기호는 이웃한 것과 구별되는 동시에 견고한 연결망 속에서 정확하게 위치할 수 있는 것이다. 황도 12궁 별자리 기호의 특징은 땅과 관련된 용어를 사용하여 하늘에서 일어나는 일을 부호로 표시하 는 엄격한 체계를 만들었다는 데서 기인한다. 상징 자체와 그것을 가리키는 용어까지도 무 시할 수 없는 중요성을 지니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니만 양자를 타고난 사람이라고 해서 양모업이나 의류업에 성공한다거나, 아니면 시인 마닐라수가 원했던 것처럼 지상에서 양털을 깎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식의 유추는 본질적인 것이 아니다. 대인마다 자기 나름 대로 별자리를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자신이 속한 별자리를 통해, 별자리를 분류하는 것과 유사한 틀에 맞춰 인간의 행동을 인식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그래서 별자 리 체계는 천상과 지상 사이의 이상적인 전환가능성(여기에서 일기예보가 생겨났다.)이나, 보편적인 것과 개별적인 것 사이의 전환가능성(여기에서 점성학이 생겨났다.), 자연과 역사 사이의 전환 가능성을 제시해 주는 일종의 전환체계의 구실을 하게 된다. 레비 스트로스가 야생의 사고에 대해 기술한 다음과 같은 문장을 점성술의 사고체계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 이다. "야생의 사고는, 우리가 갖고 있는 사고의 개념과 같은 것이고 그 방식 또한 같고 논 리적이다. 우리의 사고가 그런 것처럼 야생의 사고 또한 우주의 물리적인 속성과 의미론적 인 속성을 동시에 인식하는 지식체계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어떤 사람이 사자자리에, 전갈 자리에, 또는 천칭자리에 태어났다고 말하는 것은, 고양이과 동물의 특성을, 곤충의 특성을, 또한 측정용 저울의 특성을 그에게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이 말은 어떤 요소와 타인과 어 떤 둥물과 어떤 계절과 어떤 별을 견고하게 연결된 그물망 속에서 그 사람과 위치시키는 것 이다. 즉, 세상 속에 위치시키는 행위이다. 존재들 사이에 한 존재로, 물질들 사이에 한 물질 로 그를 위치시키는 것이다. 이 그물망의 견고성 속에는 물질적인 특성과 정신적인 특성, 삶 의 중요한 순간으로 이루어진 운명이 함축되어 있기 때문에 그 사람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사건은, 그 사거 이 일어나게 된 이유인 동시에 기호가 된다. 금성의 영향력이 강해져서 달이나 목성과 상을 이루게 되거나 천칭자리(금성의 '천상'의 집)에 위치 하게 되면, 모든 기운이 왕성해진다. 예를 들자면 강물의 흐름, 비, 피, 정액의 분비 등이 활 발해진다. 금성의 운을 타고 난 남자는 이 시기에 성적 능력이 왕성해지는 것이다. 상징의 문법, 문장과 깃발 오늘날 문장학은 역사학의 보조학문이다. 기록으로 남겨진 증거, 거북의 등껍데기, 옷자락, 군기, 방패, 또는 문서 속에 있는 문장들은 어떤 사건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여 기에서는 문장에 대한 몇 가지 원칙만을 소개하고자 한다. '문장학'이라는 용어는 전달자, 사 신이라는 뜻은 'heraut'라는 단어와 같은 어원을 가진다. 그래서 사신의 의복은 어떤 집단에 또는 군주에 속하는 가가 표시되어 있다. 신성한 땅을 찾아 외국으로 길을 떠났던 십자군 기사는 언어적이고 문화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이유(연대성, 전쟁에 대한 열정)에 서 똑같은 옷차림을 하고, 하나의 깃발 아래 모일 수 있었다. 먼저 의복 전체에 표시되었던 식별용 기호는, 곧 갑옷의 일부분, 예를 들어 투구는 끝 장식과 같은 부분으로 제한시켜 표 시하게 되었다. 마침내, 무기 중 가장 넓고 평평한 부분인 4각형 방패 속에 어떤 집안이나 봉건영주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색깔을 표시하게 되었다. 가장 근본적 인식수단 으로 색깔표시가, 그것도 아주 단순한 색깔표시가 선택되었는가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뒤 이어 사람들은 색깔표시를 다양하게 결합시켜 인식기호를 만들어 여러 변이형이 생겨나게 된다. 먼 거리에서도 잘 알아볼 수 있도록 금이나 은과 같은 금속 위에 색깔을 표시하거나 색깔 위에 금속을 새기는 제작법이 고안되기도 했다. 이 체계에 또 하나의 근본적인 요소가 덧붙여졌는데, 방패의 분할이 그것이다. 사각방패를 수평으로, 때로 수직으로, 때로는 사선으 로 분할시킴으로써, 하나 또는 여러 개의 분할선과 그림표시를 결합시켜 많은 조합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라들은 이 분할법을 더욱 발전시켜서 세련되게 만들 었는데, 테두리 부분의 빈 공간도 색깔로 채워서 명백하고 상징적인 윤곽을 드러내도록 했 다. 이 분할방법은, 그 유명한 마스다질 동굴의 채색돌을 연상시키는데, 선사시대의 채색 조 약돌도 유사한 방법으로 표면이 분할되어 있다. 방패와 마찬가지로 이 돌들도 사물의 형태 에 맞춰서 그림을 그려 넣은 것이다. 아마도 소유권의 표시와 관계된 것이라 생각된다. 오늘 날에도 국제 적십자 단의 자동차는 길게 그려진 이 기호를 붙이고 전쟁터를 누비고 있다. 방패를 다양하게 장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은, 색칠된 면을 더 작게, 거의 바둑판처럼 분할하는 것(방패꼴 무늬의 반복)이었다. 큰 분할이나 작은 분할은 색칠된 면 사이에 직선의 경계선을 남겨 두게 된다. 단순한 방패장식을 넘어 가문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점점 커짐에 따라, 방패에는 율동적인 형태와 풍부한 분할선이 등장하게 되었다. 가문의 제작은 형태, 분 할, 구성 등 아주 엄격한 규칙에 따라 이루어졌다. 예를 들어 '샹(방패 표면 전체)'은 '카르티 에(방패 표면의 사분의 일)'로 나뉘는데, 이 속에는 혈통이나 국적, 계급, 고향등이 표시되기 도 한다. 방패 속에 표시된 다양한 무늬의 대부분은 기호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었으며, 흔히 형상적인 그림(예를 들어 힘을 상징하는 동물)또한 덧붙여졌다. 자연물이나 가정용구까지 포 함하는, 문장 속에 그려진 형상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인간의 형상은 드물었 다. 현재 국제 기구는 '세계시민'이라는 말처럼 범세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유엔은 이러 한 경향의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문장은 종종 과거의 우물이라고 치부된 다. 하지만 유엔의 무능함 또한 분명하게 볼 수 있다. 인류는 이전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집 단으로 분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유엔 건물 앞에 펄럭이는 회원국들의 국기들은 마술에 의 해서도 단 하나의 세계국기로 합쳐지지 않는다. 나라마다 그 고유한 '지역특성'을 지키고자 애를 쓰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국기는 현대의 문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대개 색깔 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서 국기는 매우 간결하다. 하지만 국기는 명확성을 가지 고 있어서 문외한이라 해도 조금만 신경을 기울이면 국기를 구별할 수 있다. 간단한 기억술 은, 깃발 내부에 여러 가지 색깔표시나 형상(십자가, 삼각형, 사선 등)을 그려놓은 기하학적 인 분할을 기억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여러 국가는 명백한 식별을 위해 특징적인 모양을 사용한다. 십자가나 원과 같은 상징이 바로 그것이다. 많은 국기가 채택하는 별 모양은, 미 국 국기처럼 국가의 연합이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기도 하지만, 공산주의의 상징이기도 하 며, 이슬람 국가의 국기에서처럼 초승달과 결합되기도 한다. 국기에 나타나는 색깔과 형태의 다양성은 세상의 다양성을 나타내는 말해주는 증거이다. 인간의 다양성을 무시한다는 덕은 사리에 어긋난 일이 될 것이다. 사람들이 견해에 따라 여러 집단으로 구별하는 것은 경계선 을 그어서 편을 나누는 작업이 아니다. 단지 정치적이거나 종교적인 또는 민족적인 전통의 다양성을 확인하는 일일뿐이다. 그림기호와 로고기호 우리는 신호의 숲 속을 돌아다닌다. 신호는 우리를 안내하고 보호하며, 통과를 허가할 수 도 있다. 오늘날 우리는, 정보를 주고 방향을 잡아 주며, 상황을 명백하게 알려 주면서 때로 는 우리를 혼란에 빠뜨리기도 하는 그림기호와 로고기호에 둘러싸여 있다. 옛날 건축공의 표시로부터 오늘날 기업의 로고까지 소유권을 주장하거나 근거를 표시하기 위해 특별한 표시를 그 대상에 해두는 습관은 아주 오래된 것이다. 이미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에서는 특히 벽돌과 같은 건축재료에 제작자 나 름의 무늬를 찍어 넣었다. 로마시대에 만들어진 벽돌과 도기에는 제작자의 이름과 제작장소, 때로는 다른 정보까지 표시하는 완전한 로고가 적혀 있었다. 이름은 사각형 안에 적혀 있는 데, 조금 뒤늦게 만들어진 것에는 원이나 반원 안에 적혀 있다. 또한 우리는, 자신의 흔적을 남겨 놓은 석공들 덕에, 페르시아와 로마의 건축에서와 마찬가지로 예루살렘의 성벽이나, 트 로이, 올림피아 등에서도 제작표시를 찾을 수 잇다. 그런데 12세기 석공표시는 매우 다르다. 보다 작고 각이 져서 룬 문자와 비슷한 표시는 십자가 모양의 변형이다. 1952년 베르나르 뤼도프스키는 한 글에서, 이러한 형태의 표시는 후세에 나타나는 귀족의 가문이나 문장 제 작표시의 원형을 이룬다고 주장하였다. 중세시대의 모노그램은 글을 쓸 줄 모르는 사람들에 게 서명 구실을 하던 것이었는데, 기초적인 기하학적 그림인 동시에 신의 기호라는 이중의 의미가 담겨 있는 십자가의 형상을 자주 참조하였다. 옛날 문장에는 글자나 여러 약정적인 형상을 덧붙일 때, 일반적으로 십자가를 축으로 하여 배열시켰다. 최초의 인쇄 마크는 1457 년 마이엔스에서 요한 푸스트와 페터 슈퍼가 인쇄한 프샐테리엄 래티넘이라는 책에서 찾을 수 있다. 여기에서도 문장의 영향을 엿볼 수 있는데, 그 시대의 많은 출판업자들은 십자가의 형상을 참조하여 인쇄마크를 만들었다. 출판인의 마크가 책 맨 뒷면에서 맨 앞면으로 옮겨 지고, 보다 복잡하고 중요한 의미를 획득하게 된 것은 16세기말부터이다. 상징적이고 도상적 인 모양의 마크가 순수한 상태의 기호를 점차적으로 대신하게 되었고, 사각형이나, 타원형, 또는 문장의 전통에서 발견할 수 있는 여러 모양을 사용하여 매우 분명한 형태로 표시되었 다. 단순한 도형으로 표시하는 방법, 도상적인 그림으로 표시하는 방법, 성명의 첫 알파벳을 겹치는 방법(모노그램), 그때까지도 사용되고 있었던 문장 속의 그림을 인용하는 방법 등 여 러 기법들은 르네상스시기에 완전한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이러한 체걔에근거하여 약정적 인 기호 속에는, 마술과도 같이 풍부한 내용이 삽입되고 오늘날의 다양한 그래픽 기호로까 지 연결되는 것이다. 현대의 그래픽과 마크 현대 시각예술 중에서 마크는, 어떤 모임이나 기업, 정치단체, 사상운동 등의 이상을 종합 시켜 놓은 상징적인 요소로서 기능한다. 마크는 여러 유형이 있는데, 이름의 첫 알파벳을 겹 쳐서 표현하는 모노그램의 유형(서명을 대신하기도 함), 대상의 특징을 상징화하여 간략하게 표현하는 형상적 마크의 유형, 대상의 특별한 내용이나 의미와는 무관하며, 단순한 시각효과 를 노리는 추상적 마크의 유형 등으로 구별 할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의 마크는, 어떤 경우 너무 조밀해서 겨우 읽을 수 있는 로고타이프(작업능률을 올리기 위해서 일련의 활자를 붙 여서 주조한 것)와 거의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두 번째의 경우, 마크의 구성요소로 여러 형 상이 사용된다. 예를 들면 인간의 형상, 작업도구, 전문시술 기호, 에너지를 표현하는 상징, 세계의 형상을 보여주는 지구본 등이다. 마지막유형의 마크는, 스위세 카를로 비바렐 리가 지적했던 것처럼, 배경의 성질을 지니 것이어서 여러 가지 개념을 동시에 포괄한다. 다라서 일종의 그래픽 응축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현대의 마크는 입안자의 개인적인 스타일을 넘 어서 형태 심리학의 연구대상이 된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시각적 구성에 대한 사전 교육이 없다면, 여러 요소가 이루는 마크 전체를 주의해서 보지 않는다면, 오늘날의 마크는 이해하기 힘들 정도이다. 주요 구성요소의 균형, 형상과 배경이 관계, 형태의 조화, 충만함과 여백의 대비, 질량감을 통한 충격, 음성과 양성의 결합, 선의 리듬감, 역동적인 힘의 표현 등 오늘날의 마크 속에는 여러 요소가 결부되어 있다. 예전에 장서표를 만들 때 사용했던 마크 처럼 서술적인 스타일은 이제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한다. 실제로 마크는 그림이 간략할 때 더 두드러지는 것이고, 마크의 기호가 되는 기하학적 형태가 얼마나 미묘한 구조를 이루고 있는가에 따라 마크의 가능성이 커진다. 새로운 개념, 디자인 오늘날에는 디자이너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작업을 다른 분야의 일을 하던 사람들이 원시 적으로 행하던 시기가 있었다. 각자 자시의 취향과 심미안을 발휘해서, 그 작품이 다양한 상 황에 그럭저럭 들어맞는 경우도 있었지만 부적당한 경우도 많았다. 예를 들어 어떤 공장의 경우, 로고 기호를 만드는 작업을 인쇄소에 부탁하기보다는 공장주가 직접 구상하였다. 출판 도 마찬가지여서, 책을 편집하는 일은 식자공의 일이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원시적'인 초기 디자인 작업이 매우 성공적일 때도 있었다. 런던이나 빈, 암스테르담 같은 많은 유럽도시들 이 채택하고 있는 흰색과 푸른색의 표지판은 특별한 교육을 전혀 받지 않았던 시청직원의 작업인데, 천부적인 감각을 타고났다고 말할 만큼 인상적인 작품으로 남아 있다. 회사상품이 나 장비 등에 정해진 체계에 따라 마크를 표시할 필요성을 먼저 느꼈던 곳은 서비스 업종의 대규모 기업에서였다. 항공회사와 철도회사는, 사람들에게 회사를 쉽게 식별시켜 주고 운행 과 관계된 모든 사항을 쉽게 알려 줄 수 있다는 명백한 이유 때문에 회사 마크를 비롯한 여 러 그래픽 표시를 만들어 사용하였다. 운송회사 이후에 거대기업이나 다국적 기업에서도 회 사 중앙에서 원하는 대로 스타일의 통일성을 유지하면서 각 지사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체 계적인 소통도구를 고안하였다. 제 2차 대전이 끝날 무렵부터, 시장의 세계화를 위해 기업마 크는 큰 중요성을 띠게 되었다. 그 이후 각 회사마다, 상품을 생산하는 아주 작은 단체까지 도 자신을 표시하는 마크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바로 이런 필요 때문에 그래픽 디자인은 소비과 직렬시켜서 회사의 마크 체계를 연구한다. 회사 마크는 조화를 고려하여 제작되고,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주기적으로 새롭게 만들어지기도 한다. 마크가 조잡하게 분열 되어 있을 때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보다 효과적인 마크를 만들기 위해서는, 회사의 경영철학뿐만 아니라 광고전략과도 일관성을 유지해야만 한다. 회사 마크는 의사소통과 소 비를 공존하도록 만드는 장치인 셈이다. 시장이 진보됨에 따라 디자이너가 상업성에 복종하 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시각'의 세계는 '개념'의 세계 속에 발을 내딛게 되었고, 창조의 시간 은 상품 생산의 시간으로 변형되어 버렸다. 또한 광고회사는 시각소통의 영역에 난입하게 되었다. 이러한 점유현상은 디자이너의 창조에 대한 의미를 현저하게 변화시켰다. 어떤 광고 회사에서 일하는 도안가는 '도안계획'이 세워진 후에야 비로소 일을 할 수 있다. 그의 작업 은 회사의 경영철학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도 아니며 두고 있는 것도 아니다. 디자이너는 도형이나 색깔의 사용가치에 역점을 두고 일을 하고, 광고인은 상징적 가치에 더 치중한다 고는 하짐나, 두 사람은 동일한 작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디자이너와 광고인 사이의 경계선 은 점점 더 희미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 그래픽 단체의 표현처럼 의사소통에 대한 선 택은 '철학적이고 도덕적이며 정치적'이다. 그것은 '사회의 선택'인 것이다. 인상적인 기호, 촉수를 가진 체계 국제공항이라는 거대한 바벨탑에서, 일본인 기업가나 미국인 교수나, 100개 이상의 방언을 사용하는 아프리카인이나 모두 알아볼 수 있도록 채택된 유일한 언어는, '구어'언어가 아닌 시각언어이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한눈에 알아보게 하기 위해서 시각기호는, 상응하는 동작 의 중심적인 형상과 가장 가까운 형태로 표현되어야만 한다. 시각기호 중 상당수가 중심적 인 형상에서 유래된 그림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예를 들자면 '안전 벨트를 매어 주세요'라는 전언에 대해선 벨트와 벨트를 매는 모양이, '흡연금지'에 대해서는 담배에 엑스표시를 덧붙 인 그림이, 식당은 숟가락과 포크, 나이프의 그림이 각각 시각기호로 사용된다. 도로와 하천 의 교통표시나 공공건물의 통행안내표시를 나타내는 게시판과 표지판은 다양한 신호로 이루 어진 왕국과 같은데, 사람이 대신할 경우에는 살아 있는 기호가 되기도 한다. 사람이 지시할 경우는 다음과 같은 목적을 가진다. 어떤 행위를 유발시키기 위해, 교차로에서 자동차의 흐 름을 통제하는 교통경찰관은 운전자에게 운전방법을 지시하는 동작을 행한다. 어떤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예를 들어 기차역의 역장은 차장에게 출발해도 좋다는 약속된 신호를 보낸 다.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엄지손가락을 들어 가리키는 오토 스피커(자동차 편승 희망자)의 동작은 인심 좋은 운전자를 찾는다는 신호이다. 이 경우 동작 신호는 의무를 요구하는 신호 가 아니어서 차를 세우거나 무시하는 것은 운전자의 자유의사에 달려있다. 통행신호 신호는 다른 기호에 비해 보다 능동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정보를 주건, 명령을 하기도 하 며, 경고나 금지, 교훈을 주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신호는 받는 사람에게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신호의 형태와 내용은 우리의 시선을 집중시키며, 다른 기호를 읽을 때의 일 상적인 습관은 경우에 따라 무시되거나 거부될 때도 있다. 신호는 삶의 양식 중 그 일부를 이루고 있어서, 신호 없이 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제2차 산업혁명은 기호의 개념을 완전히 바꾸어 버렸다. 신앙의 시대에는 '상징'의 지배를 받았고, 이성의 시대에는 '기호'의 지배를 받았으며, 전달과 소통의 시대인 우리 시대는 '신호'의 지배를 받는다. 통행신호는 우 리 시대, 즉 인간의 신체적 능력을 초과하는 어마어마한 속도의 시대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것이다. 위험시 반응에 필요한 시가는 자동차의 속도보다 빠를 수가 없다. 통행신호 는 비교적 최근에 자동차의 속도보다 빠를 수가 없다. 통행신호는 비교적 최근에 생겨난 것 으로, 우리의 지각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 버렸다. 통행신호는 비교적 최근에 생겨난 것으로, 우리의 지각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 버렸다. 통행신호는 행동지침에 대한 일종의 서열을 만 드는 특징이 있다. 통행신호에는 '완전한 금지'(통행금지, 멈춤, 주차금지 등), '부분적 금지' (트럭 전용, 강가 정박 허용 등), '행동지침'(일반통행, 속도제한 등), '주의'(교차로, 급커브 등), '정보'(주차장, 거리와 방향 표시 등)과 같이 여러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다양한 신 호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시각적 효과와 관련하여 그 형태를 선정한다. 원형 표지 판은 특히 주변 환경과 대비됨으료써 두드러져 보이는데, 한 손을 들어올리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 반대로 정사각형 신호나 직사각형 신호는, 비슷한 도형이 가득 들어차 있는 도 심 지역에서는 별로 주의를 끌지 못한다. 원과 사선은 눈에 잘 띄는 대비 현상을 낳는다. 그 래서 대부분의 금지신호는 삼각형이나 옆으로 기울어진 정사각형으로 표현된다. 일반적인 삼각형 신호는 정보를 나타내지만, 흥미롭게도 역삼각형 신호는, 원형 신호와 마찬가지로 명 령을 나타낸다. 도심의 풍경 속에서 거꾸로 놓여진 삼각형은 정상적인 삼각형보다 더 공격 적으로 느껴진다는 점은 수긍할 만한 사실이다. 특히 지붕의 모양을 생각해 볼 때, 역삼각형 이 더 눈에 잘 띄는 것은 자명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익숙한 형태 에서는 안정감을 느끼지만, 익숙하지 않은 것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금지 신호나 행 동지침, 주의를 나타내는 기본 색깔로 붉은 색을 선택한 것도 단순한 우연만은 아니다. 양적 으로 따져 볼 때 붉은 색은 드문 색깔이고, 있다고 해도 작은 점으로 존재하지 면으로 존재 하는 일은 거의 없다. 게다가 가장 눈에 잘 띄는 색깔이기도 하다. 이와는 반대로 너무 흔히 보는 녹색은 금지 신호 색깔로는 합당하지 않다. 도로를 통행하는 사람이 신호등 앞에서 반 응하는 모습을 구별하는 일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크게 두 부류로 구별되는데, 첫번째 부류는 위험신호 앞에서 이기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다. '낙석주의'라는 신호를 만났을 때 이 부류에 속하는 운전자는 열려 있던 자동차의 지붕을 잽싸게 덮는다. '건널목'이나 '급 경사'의 신호 앞에서는 무작정 속력을 낮춘다. 두 번째 부류는 범칙금을 두려워하는 사람들 이다. 이 사람들은 '무인 감시기' 앞에서 급격히 속도를 낮춘다. 반대로 이들은 '위험, 공사 중'이나 '위험, 횡단보도'등과 같은 표지판을 보아도 가속 페달에서 발을 들기가 어려운 사람 들이다. 그림기호 '그림기호', 또는 그렇게 불려질 수 있는 것들이 점점 더 널리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 이유는 그 형태가 어떤 것이든 신호의 축소성향 때문이다. 이 원리는, 단일한 의미로 줄이기 힘든 긴 전언을 단 하나의 그림으로 줄일 수 있다는 장점 이 있다. 그림기호의 점증적인 사용은 언어적 이유라는 또 하나의 이유를 설명해 주는데, 그림기호는 국경을 초월하여 소통망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주로 영어를 사용하는 항공 교통 용어를 제외하더라도, 다른 교통 신호에 여러 나라 언어를 동시에 표현한다면 엄청나 게 큰 표지판이 필요해질 것이다. 그림기호를 사용한 신호의 일반화현상은 사람들의 생활태 도를 변화시켰다. 신호 체계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도 없다면 운전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 다. 그림을 통한 정보표시에는 세 가지 유형이 존재한다. 첫 번째 유형은, 흔히 대상의 외 관을 그려서 표현하는 자연적인 기호이다. 이 기호는 분명하고 특별한 학습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엑스표를 해놓은 담배, 전화기, 커피잔 등이 여기에 속한다. 두 번째 유형은, 첫눈 에 이해하기 어렵고 조금 생각을 해야만 알 수 있는 도식적인 그림이 해당된다. 예를 들어 도로표지판의 경우, '우선권이 있는 차선표시'나 '역방향 통행'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 유 형의 신호들은 끝없이 많아지는 실정인데, 몇 년이 지난 뒤에도 그 의미가 불명확한 경우도 있다. '입구'와 '출구'에 대해 생각해 보자. 어떤 사람은, 두 가지의 추상적인 요소의 결합 (문을 나타내는 사각형과 방향을 나타내는 화살표)을 보고, 한참동안 생각을 해야만 문이라 는 사실을 이해하는 경우도 있다. 즉각적으로 식별하기 어렵고, 이해하기도 힘든 이러한 신 호는, 신호 본래의 목적에 어긋난 것이다. 세 번째 유형의 신호는 형상적이지도 않고 도식 적이지도 않은, 추상적인 것이다. 이 신호는 세심하게 배워야만 한다. 하지만, 알파벳처럼 머릿속에 일단 저장되기만 하면 완벽하게 신호의 기능을 수행한다. 가장 좋은 예로는, 오늘 날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고 잘 지키는 '진입금지'표시를 들 수 있다. 신호등의 빨강, 노 랑, 초록 불이나 화살표 같은 유형에 속하는 신호이다. 그런데 어떤 신호들('세관','분실물 센터','셀프서비스','대기실' 등)은 알아보기 힘들다. 화장실 표시도 여전히 문제점이 있 다. 남자와 여자를 바지와 치마로 구분하는 것은 서양에서만 유효하기 때문에, 오히려 국제 공통 표시를 만드는 것이 더 간단한 해결 방법일 수도 있다. 내가 보기에 가장 잘 만들어진 그림기호 체계는, 미국전체의 단일화를 위해 국립그래픽예술원에서 제작된 기호체계라고 생 각한다. 이에 대한 언급은 다음기회로 미루고자 한다. 이와 같은 지시체계를 만드는 근본적 인 이유 중의 하나는, 미지의 세계의 대한 불안감이나 밀실 공포증, 또는 잘 모르는 건물 속에서 맛보게 되는 미궁증세에 있다. 자신의 길을 찾는 사람은, 주어진 공간 안에 있느냐 바깥에 있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된다. 가람들은 건물 밖에 있을 때, 건 물의 테두리 벽을 표시 삼아, 전적으로 자율적인 결정에 따라 길을 찾는다. 그러나 처음 가 보는 건물 안으로 일단 들어가게 되면, 자신감을 잃고 제일 먼저 안내인을 찾아 헤매는 것 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안내 사무실이 없는 건물에는 보통 안내지도가 갖추어져 있다. 축소 지도, 또는 약도는 주요한 신호표지이다. 안내도는 방문객이 건물 구조를 식별하고 기억하 도록 하는데 근본목적이 있다. 건물 안에서 길을 찾는데 참조하는 안내도는 건물 안의 공간 배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박물관 같은 곳에서는 느긋하게 자기 스스로 길을 찾게 된 다. 하지만 우체국이나 경찰서, 병원 같은 공공 건물에 들어가면, 사람들은 자율적인 능력 을 상실하고, 제일 먼저 마주치는 사람에게 길을 묻는 일이 허다하다. 공항이나 역 같은 곳 에서는 길을 잃을까 봐 더 서두르고 걱정하게 되며, 다른 사람의 동정심에 호소하는 일이 불가피해진다. 하지만 반향 표지판이 다른 사람이 일어주는 것과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 니다. 따라서 이런 장소에는 고민중인 여행자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초대형 안내 시가 필요하다. 기술자의 표상 기호 우리는, 최근의 기술적인 들이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 이다. 성과 모두는 전 단계의 성과에 기초를 두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기술자는 장인이었 다. 대개는 글을 모르고, 지도를 그릴 줄도 몰랐지만 손재주가 좋은 사람들이었다. 목수는 밑그림을 자신의 머릿속에 그렸다. 작업실에서 이미 잘라 온 대들보의 조립을 용이하게 나 무에 일종의 새김기호를 적어 넣었다. 이것은 다른 동료들도 알 수 있는 기호였다. 다른 직 업에서도 이와 비슷한 종류의 기호들을 찾을 수 있는데, 특히 작업실 밖에서 일을 하는 직 업의 경우에 더욱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석공의 기호는 흔히 작업이 끝난 벽 속에 가려져 버려서 잘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정확하게 식별해야만 했다. 몇 세기가 지나, 건축과정은 설계와 시공이라는 두 단계로 나눠지게 되었다. 이렇게 작업이 분화된 이유는 건물이나, 설 비, 기계 모두가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설계도 없이, 사정연구도 없이 집을 짓 는다는 것은 생각할 수 도 없이 되었다. 설계사와 건축공, 그리고 기술자가 팀을 이루어 거 대한 작업을 더욱 조직적으로 수행하게 되었다. 오늘날 건축과 연구, 도시계획 등 모든 영 역의 작업이 설계도판을 거쳐 진행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단계적인 작업분화 현상의 증가는, 조금씩조금씩 시각표현에 대한 새로운 방식을 낳게 하였다. 기술자들은, 익숙한 표 현체계가 여러 가지 서식과 다양한 기법의 관련기호 체계에 의거하여 특수한 기호로 변화되 어 가는 현상을 거북하게 생각하였다. 동시에 전문적인 표현체계는, 필요이상으로 자세한 문자 설명까지 동반하게 되었다. 조립하는 데 지침이 되는 가장 단순한 기호에도 이제는 자 세한 설명문구까지 필요한 상태가 되었고, 숙련된 기술자는 전문용어와 기호를 통해 즉석에 서 그 구조를 식별해야만 하게 되었다. '전문화된 속기문자 부호(순식간에 식별해야 한다는 의미에서)'의 수효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픽 도구 의 성격을 지니는 전문용어의 체계화는 전문가만이 알아볼 수 있는 기호체계를 구축하게 되 었다. 신문의 주제별 코드 체계 신문이나 잡지에서는 어떤 기사를 소개하기 위해 종종 그림이 사용된다. 이것은 주어진 정보를 장식하는 도식이 아니라, 그 속에 내용을 표현하는 약화나 몽타주 사진의 성격을 지 닌다. 그림은 정보전달보다는 연상적인 기능에 더 역점을 두고 만들어지는데, 텍스트에 대 한 은유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주제별 코드 체계는 독자가 찾는 정보영역을 쉽게 발견 하도록 여러 가지의 주제별 그림과 기호를 일관성 있게 구성한다. 주제별 코드 체계는, 적 어도 북아메리카에서는, 점점 많이 사용되고 있다. 사용자가 더욱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사 람들은 다양한 형태의 독서 방식을 접목시킨다. 오디오와 주제별 기호를 결합시키거나 텍스 트와 주제별 코드를 결합시키거나, 그 방식은 여러 가지인데, 몇 가지 예를 살펴보고자 한 다. 시청각 매체에 대하여: 이중적인 화면구성을 사용한 정기 간행 시사 잡지에서 한 독자 가 중앙에서 약간 왼쪽으로 약간 벗어나 있다. 그의 어깨 위에는 창(화면의 공간)이 하나 있는데, 그곳에는 주제별 그림이 나타나 있다. 이 상징들은 잡지에 실린 정보의 주제를 연 상시킨다. 즉, 마약과의 전쟁(해골표시와 주사기로 상징화)이나 경제 정상회담(참여한 두 나라의 국기로 표현)같은 것들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주제별로 표시된 기호나 그림은, 컴퓨 터에 사용되는 주제별 이미지 뱅크에서 따온 것인데, 구독자의 문화환경에 맞춰 구어적인 설명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오늘날 많은 신문과 잡지들은, 전통적인 조판술의 방식 이외 에도, 다단편집을 통한 시각적 표현을 시도하고 있다. 자극적인 기사 제목(머릿글), 주제별 신호나 그림, 색깔체계(스포츠란은 붉은 색으로 경제란은 녹색으로)에 이르기까지 그 방법 은 매우 다양하다. 공통의 주제에 대한 여러 가지 기사를 소개하는 잡지는, 똑같은 주제 기 호를 기사의 첫머리마다 넣는다(장이나 절의 처음 글자에 장식그림을 덧붙여 크게 적어 놓 았던 중세의 문서들처럼). 주제별 코드 체계의 사용은 시간요소와 연관되어 있다. 코드는 독자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에 가능한 한 신속하게 도달하도록 해준다. 또한 시각체계 에서도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이와 유사한 주제별 이미지 체계가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자신의 생각을 몇 개의 구체적인 단어로 종합하는데 재주가 있는 미국인은, 언제나 더욱 빠 르게 주고받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텍스트와 이미지를 동시에 사용하는 특별한 방식을 점점 더 폭넓게 활용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