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잡아내기 지은이: 폴 에크만 지음 윤영이 편역 출판사: 동인 1. 거짓말 이야기 1938년 9월 15일, 세계 역사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긴 가장 악명 높은 거짓말 이 시작되었다. 독일의 총통 아돌프 히틀러와 영국 수상 네빌 챔벌레인이 최초 로 자리를 함께 한 것이다. 제2의 세계대전을 피하기 위하여 전세계인이 이들의 만남을 주시하고 있었다. 회담이 있기 6개월 전, 히틀러는 이미 오스트리아를 합병한 상태였다. 영국과 프랑스가 이에 대해 항의했지만 항의 이상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챔벌레인을 만나기 사흘 전인 9월 12일, 히틀러는 체코슬로바키아의 일부를 독일령으로 만 들려고 했다. 그는 계획적으로 체코슬로바키아 내에서 폭동을 유발했다. 그리고 이미 체코슬로바키아를 공격할 군대를 비밀리에 국경 근처에 이동시키고 있었지 만, 9월 말까지는 준비가 미흡하여 공격을 보류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히틀러가 독일 군대의 이동을 체코인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숨길 수만 있다면 그는 그만큼 기습 공격의 이점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시간을 끌기 위해 그는 자신의 전쟁 계획을 숨긴 채 체코인들에게 자신의 요구조건만 들어주면 평화를 보장할 것이라는 거짓말을 했다. 챔벌레인은 히틀러에게 속았다. 그는 체코에 히틀러와 협상할 여지가 남아 있 으므로 체코의 군대를 이동시키지 말도록 설득하고 있었다. 챔벌레인은 히틀러 를 만난 후 그의 누이에게 "그의 딱딱하고 잔인해 보이는 표정에도 불구하고, 나 는 그가 자신이 한 말을 지킬 줄 아는 사람임을 느낄 수 있었다"는 편지를 썼다. 또한 그는 의회연설에서 히틀러의 말을 불신하는 사람들에게 "히틀러와의 개인 적인 만남을 돌이켜보건대 그가 약속을 지킬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거짓말에 관한 나의 연구는 민족마다 제스처가 다를 수는 있지만 얼굴의 표정 에는 공통된 점이 있다는 강의를 하던 중, 표정을 통해 환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느냐는 임상병리학자의 질문을 받으면서 시작되었다. 보통의 환자들에게 거짓말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자살기도에 실패 해 병원에 입원하게 된 환자들이 자신의 상태가 훨씬 좋아졌다는 거짓말을 할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의사라면 누구나 병원의 구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 을 속이는 환자가 다시 자살을 시도할까봐 걱정한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시작된 의사들의 이런 관심은 나에게 인간의 의사소통에 대한 근원적인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사람들은 자신이 심하게 흥분해 있더라 도 그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통제할 수 있는가. 또는 그들의 비언어적 행동이 말 속에 숨어 있는 내용을 드러내 주는 것인가 등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거짓말의 예를 찾기 위해 정신질환 환자와 정신과 의사의 면담을 기록한 필름을 살펴보았다. 메리는 마흔 두 살의 가정주부였다. 그녀는 여러 번의 자살 기도 경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에서 마지막 세 번째가 무척 심각했다. 만약 수 면제를 먹고 쓰러져 있는 그녀를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그녀는 죽고 말았 을 것이다. 자살을 기도할 만큼 그녀에게 고통을 준 원인은 중년의 여자들이 흔히 겪는 고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이들은 다 자라서 더 이상 그녀를 필요로 하지 않고, 남편은 일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메리는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라고 느낀 것이다. 병원에 입원할 때쯤 그녀는 집안 일도 할 수 없었고 잠도 자지 않았으 며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울며 보냈다. 병원에 입원한 뒤 3주동안 그녀는 집단 치료요법과 더불어 약물투약 처방을 받았다. 그녀의 증세는 많이 호전되었다. 표 정도 밝아졌고, 자살기도에 관한 이야기는 더 이상 하지 않았다. 기록된 필름 중에는 그녀가 담당 의사에게 자신이 얼마나 좋아졌는지를 말하 면서 주말 휴가를 요청하는 장면이 있다. 그러나 휴가허가를 받기 전에 그녀는 휴가를 얻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고 고백했다. 그녀는 여전히 자살충동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1년쯤 뒤에 증세가 다시 재발하기는 했지만, 병원에서 3개월을 더 보낸 뒤 그녀는 정말로 나아지기 시작했다. 메리의 면담기록 필름을 젊은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 몇몇 연륜 있는 의사 에게 보여주었는데, 그들도 역시 그녀에게 속고 말았다. 연구팀은 그 필름을 많 은 시간 동안 연구했다. 그녀가 보여준 각각의 제스처와 표정을 슬로우 모션으 로 잡아서 단서가 될 만한 것은 모두 찾아보았다. 그 결과 장래의 계획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기 직전, 그녀가 짓는 절망적인 표정을 슬로우 모션을 통해 찾아 낼 수 있었다. 그 장면은 그 동안 몇 번의 관찰에서 놓쳐버린 것이었다. 숨겨진 감정이 이런 종류의 미세한 표현을 통해 드러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자, 우리는 이 점에 대 해 더욱 집중적으로 관찰했다. 그 결과 몇 가지 사례를 더 발견할 수 있었다. 또 한 미세한 제스처도 발견했다. 메리는 자신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의사에게 설명하는 동안 어깨를 살 짝 으쓱거리곤 했다. 완전한 동작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손을 약간 돌리면서 한 쪽 어깨를 으쓱거렸다. 손은 무릎 위에 가만히 두고 어깨만 잠깐씩 움직였다. 우리는 속임수에 대한 또 다른 비언어적 단서를 찾아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는 정말로 그것이 거짓말의 단서인지, 아니면 그저 상상으로 거짓말의 단서 라고 생각하는 것인지를 확신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일단 누군가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아무리 순박한 몸짓이라도 의심이 가기 때문이다. 거 짓말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사실을 말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측정한 객관 적인 정보만이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 이러한 이유에서 우리는 메리에 대한 연구에서 발견한 것들이 단순히 개인적 습관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연구를 진행했다. 어떤 특정한 개인이 거짓말을 할 때 나타나는 징후가 다른 사람이 거짓말을 할 때도 나타난다면 거짓말의 단서를 찾아내는 일은 의외로 간단해진다. 그러나 거짓말의 징후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우리는 메리의 면담 이후에 하나의 실험모델을 고안했는데, 그 모델은 실험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거 짓말을 하기 직전에 갖게 되는 부정적인 감정을 숨기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우리의 연구 주제는 피가 많이 흐르는 외과 수술과 같이 상당히 곤혹스러운 필 름을 사람들에게 보여준 다음 그 필름을 보지 못한 면담관과 대화할 때는 필름 을 보면서 느꼈던 위압감, 고통, 반발감 등의 진짜 감정을 숨긴 채 아름다운 꽃 에 관한 필름을 보았다고 말하게 하는 것이었다. 일 년 가까이 연구가 진행되면서 비록 거짓말 실험에 관한 연구는 시작단계에 불과했지만, 우리가 제시한 거짓말에 대한 여러 가지 이론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경찰청이나 에프비이아이, 심지어 은행털이범을 잡는 데까지 우리의 연 구를 이용하고자 했다. 또 소련에서 강의할 때는 전자연구소라는 곳의 관리가 우리를 찾아와 꼬치꼬치 캐묻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관심은 달갑지 않 았다. 우리의 발견이 비판 없이 조급하게 사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속임수에 대한 비언어적 단서들이 범죄나 정치 또는 외교상의 속임수에서 그 렇게 명료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거짓말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거짓말은 흠잡을 데가 없고, 엉뚱한 제스처나 목소리의 변화와 같은 단서 가 반드시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알아내는 무슨 마법 같은 게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속임수를 판별해 낼 단서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대부분의 거짓말쟁 이들은 자기자신의 행동 때문에 속임수에 실패한다. 사람들이 어떤 경우에 거짓 말에 성공하고 또 실패하는지, 속임수에 대한 단서를 어떻게 찾는지 안다면 그 것은 거짓말, 거짓말쟁이, 거짓말 탐지자 모두를 이해하는 것이 된다. 챔벌레인을 속인 히틀러의 거짓말과 담당 의사를 속인 메리의 거짓말은 양쪽 모두 생명이 달려 있는 치명적인 속임수였다. 두 사람 모두 미래의 계획을 숨겼 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지도 않은 감정을 거짓말의 주요 무기로 사용했다. 그러 나 두 사람의 거짓말이 가져오는 결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히틀러는 타고난 거짓말쟁이였다. 타고난 능력 말고도 히틀러는 메리보다 속 임수에 관한 한 더 많은 연습을 한 사람이다. 또한 히틀러는 챔벌레인과 같이 스스로 상대방의 거짓을 믿고 싶어하는 사람을 속인다는 이점도 가지고 있다. 챔벌레인은 체코의 국경이 히틀러가 원하는 대로만 조정되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히틀러의 거짓말을 스스로 믿으려고 한 희생자다. 또한 그는 평 화를 위한 자신의 정책이 실패함으로써 결국 자신의 조국인 영국의 국력을 약화 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많은 경우 속임수의 희생자들은 상대방이 행한 모호한 행동을 이해한 듯이 행 동하거나 거짓말의 단서들을 간과한 나머지, 결과적으로 상대방이 거짓말을 계 속하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만약 어떤 사람의 아내가 부정을 저질렀을 때, 남편 이 그 낌새를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행동을 지나쳐 버린다면, 부정한 아 내의 남편이라고 소문이 나거나 이혼 시기만 늦추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 다. 진실에 관해 두 사람 간에 실제로 오고간 대화가 없는 한, 남편은 아내가 부 정할 리 없다는 희망만 갖게 된다. 모든 희생자가 그렇게 자의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거짓말에 도움을 주거나 무시해버릴 경우 본인 스스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수가 있 다. 또는 상대의 거짓말을 폭로해야만 반드시 이익을 보는 경우가 있고, 또는 폭 로하더라도 자기에게 오는 이익이 전혀 없을 수도 있다. 메리의 의사가 그녀의 거짓말을 믿는다고 해서 그에게 별다른 위험이 있는 것 은 아니다. 만약 그녀가 더 이상 침울해 있지 않았더라면 의사는 그녀의 회복에 대해 어느 정도 확신을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녀가 회복된 것이 아니 라고 해도 그는 크게 손해볼 것이 없다. 챔벌레인과는 달리 의사로서의 경력이 위험에 빠지는 것도 아니다. 1938년의 챔벌레인은 전쟁을 막기에는 시기상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히틀러 가 별로 믿을 만한 사람이 못 되는 것으로 보였다든가 혹은 전쟁을 도저히 막을 길이 없었다 하더라도 챔벌레인의 경력은 어차피 끝난 것이었다. 챔벌레인이 어 떻게 해서라도 전쟁을 막으려 노력해도 제2차 대전은 일어나고 말았을 것이다. 히틀러를 믿으려 했던 챔벌레인과는 달리, 히틀러 자신은 그의 거짓말에 대해 별로 감출 만한 감정이 없었다. 거짓말은 대부분 그 이면에 숨겨진 감정의 징후 가 드러나기 때문에 실패하게 된다. 거짓말에 관계된 감정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리고 그 감정이 종류가 많으면 많을수록, 행동으로 드러나는 감정의 징후 때 문에 거짓말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대부분의 거짓말쟁이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죄책감이라는 감정이 히틀러에게 는 없었다. 죄책감을 가지면 결국 그 감정의 징후가 겉으로 드러날 뿐만 아니라, 거짓말을 탄로나게 만들 수 있는 실수가 따르게 된다. 메리와는 달리 히틀러는 거짓말의 희생자가 될 상대방과 다른 사회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상대방 을 존중하지도 않았고 우러러 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메리는 거짓말을 성공시키기 위하여 아주 많은 감정을 감춰야 했다. 그녀는 자살을 원할 만큼 강렬했던 절망과 고뇌를 억눌러야 했다. 또한 의사에 게 거짓말을 한다는 죄책감도 느껴야 했다. 그녀는 의사를 존중했고, 우러러 보 았으며, 의사가 그녀 자신을 도우려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외교관이나 이중 스파이보다 자살기도 환자나 부정한 배 우자의 거짓말이 행동으로 나타나는 단서를 통해 알아내기가 쉽다. 그렇다고 모 든 외교관이나 범죄자, 또는 정보원이 완벽한 거짓말쟁이라는 뜻은 아니다. 정치 가나 범죄자가 하는 거짓말을 찾아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상대방에게 고도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이러한 사람들은 거짓말을 판별할 수 있는 기회가 적고 제약사항도 많다. 거짓말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만 이 책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언제 어떻게 거짓말을 하는지 알아봄으로써 다양한 인간관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일상생활에서는 속임수를 사용하게 되는 많은 상황이 존재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아직 다 자라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섹스에 대해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으며, 아이들은 성인이 되고 나서도 부모가 이해하지 못할까봐 자신의 섹스 경험을 말하지 않는다. 친구와 친구, 스승과 제자, 의사와 환자, 아내와 남 편, 증인과 배심원, 변호사와 의뢰인, 세일즈맨과 고객 사이 등 거짓말은 어떤 상황에서나 발생하게 된다. 거짓말은 그것에 대한 이해가 거의 모든 인간사와 연관될 정도로 인간의 삶에 나타나는 주요한 특성이다. 어떤 사람이든지 거짓말을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거 나 거짓말을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단순한 사고이다. 상담 전문 기고가인 앤 랜더스는 독자들의 고민을 상담할 때, 진실이 오히려 뼈아픈 고통을 가져다 줄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된다고 말한다. 사교관계는 서로가 가지 는 각자의 신뢰 때문에 지속된다. 그렇다고 상대방이 속고 싶어 할 것이라고 쉽 게 추정하고 함부로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거짓말을 찾아내는 사람도 어떤 종류를 불문하고 거짓말이라면 무조건 밝혀야 한다는 단정을 지어서도 안 된다. 거짓말 중에는 상대에게 아무 해악도 미치지 않고 인간적인 차원에서 행해지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거짓말을 들춰내 서 속았던 사람이나 제3자가 모욕을 당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논의들은 좀더 세심한 부분까지 고려되어야 한다. 우선 알아보아야 할 것은 거짓말에 대한 두 가지 정의와 기본적인 형태, 그리고 속임수에 대한 대표적인 단서 두 종류이다. 2. 거짓말에 대한 단서 리차드 닉슨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8년 후, 자신은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지 만 다른 정치가들처럼 자신의 진의를 숨겨야 했던 경우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공적인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속임수도 필요하다고 말했 다. "누군가를 이용하려고 할 때 그에게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그대로 말 할 수는 없다.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얘기할 수 없다. 언 제 그들과 함께 일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것이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상황에 대해서 굳이 거짓이라는 말로 그것을 표현할 필요 는 없을 것이다. [옥스포드 사전]의 정의대로 "현대적 의미에서 거짓은 보통, 도덕적 비난을 담 고 있는 표현이다. 점잖은 자리에서는 거짓말이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는다. 비 교적 완곡한 표현을 쓸 때 사용하는 동의어로는 속임수 혹은 허위가 있다." 진실 하지 않은 사람, 특히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거짓말쟁이라고 부르기는 쉽다. 그러나 그가 진실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존경하거나 좋아하는 사람일 경우 거짓말쟁이라고 부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이 나기 오래 전 닉슨은 "여러분은 이 사람에게서 중고차를 사시겠습니까?"라는 상징적인 표 현으로 그의 적수였던 민주당 후보를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웠다. 적당히 숨기고 가장할 줄 아는 닉슨의 이런 능력은 공화당 당원들에게 오히려 정치적 능력으로 인정되어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이런 주제는 이 책에서 논의하고자 하는 거짓 혹은 속임수에 대한 정 의와 그다지 관계없는 것들이다. 정말 실수로 틀린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처럼, 거짓말을 하지 않고도 진실하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경우는 많다. 또 자신이 막달 라 마리아라는 정신분열적 환상을 가지고 있는 환자처럼, 사실이 아닌 것을 주 장하지만 거짓말쟁이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고객에게 잘못된 투자 정보를 제공했더라도 그것이 고의가 아니었다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다. 외모가 주는 분위기가 실제 그 사람의 됨됨이와 다르다고 해서 그를 거짓말쟁이라고 부를 수 는 없다. 먹이를 잡기 위해 사마귀가 나뭇잎과 같은 초록색 몸을 가지고 있는 것 역시 거짓은 아니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거짓말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다. 속인 다는 것은 고의적인 행동이다. 상대방을 속이겠다는 의도를 미리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거짓말이 거짓말하는 사람 자신이나 그가 속한 공동체에 의해 인 정받을 수도 있고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 그가 좋은 사람일 수도 나쁜 사람 일 수도 있으며, 사람들이 그를 좋아 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 나 거짓말을 할 것인지 진실을 말할 것인지는 그가 선택할 수 있으며 그가 그 결과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음은 분명하다. 자신이 하고 있는 말이 거짓임을 알 면서도 자신의 그런 행동을 제어할 수 없는 정신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나,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 또는 자기 스스로의 거짓 말에 속고 있는 사람들은 이 책에서 정의하는 거짓말의 대상이 아니다. 처음에는 거짓말임을 알았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말로 자신의 거짓말을 믿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되었다면 그도 더 이상 거짓말쟁이가 아니다. 이런 종류의 거짓말은 탐지하기가 매우 어려운데, 무솔리니의 생애에 빚어졌던 몇몇 사건들을 보면 자기가 한 거짓말에 본인 스스로 속게 되는 것이 그리 이로 운 일은 아님을 알 수 있다. 1938년 이탈리아는 3개 연대로 1개 사단을 편성하던 것을 바꾸어 2개 연대로 1개 사단을 편성하기로 했다. 무솔리니는 이렇게 함으로써 파시스트 당이 원래 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60개 사단을 가지고 있다고 선전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그러나 전쟁이 막 시작되었을 때 이탈리아 군은 이 변화 때문에 엄청 난 혼란을 겪어야 했다. 게다가 몇 년이 지났을 때는 무솔리니 자신도 자기 속 임수에 속아 이탈리아 군의 역량을 실제보다 과대 평가하는 오류를 범하게 되어 결국 비극적 최후를 맞고 말았다. 거짓말을 정의할 때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그 희생자가 되는 사 람도 고려해야 한다. 거짓말의 희생자는 상대방이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의심하 지 않으며 상대방의 그런 의도를 읽을 수 있을 만한 어떠한 사전 언지도 받지 못한 상태여야 한다. 때문에 배우들을 거짓말쟁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연극을 보는 관객은 이미 무대 위의 환상에 속아줄 것을 동의하고 있기 때문 이다. 관객은 속기 위해 극장에 온 것이다. 어떤 중개인이 알면서도 잘못된 정보 를 제공했고 투자자도 그것을 알고 있다면 그가 그 조언에 따를 리가 없기 때문 에 거짓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심리치료를 받고 있던 메리가 의사에게 그 동안 그렇지 않은 척 위장해 왔다고 고백했다면 메리가 했던 말은 더 이상 거짓 말이 되지 않는다. 히틀러가 챔벌레인에게 그의 약속을 믿지 말라고 얘기해 주 었다면 그것도 마찬가지로 거짓말이 될 수 없다. 어떤 사람이 상대방을 속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는 계획 적으로 그 의도를 실천하려 할 것이다. 상대방은 사전에 어떤 언질도 받지 못했 으며 속기를 자처하지도 않았다. 이것이 이 책에서 정의하는 거짓말의 상황이다. 거짓말을 하는 방법으로는 크게 속이기와 감추기, 두 가지가 있다. 감추기란 실제로 거짓말을 하지는 않지만 어떤 정보를 밝히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속이 기는 여기에 한 단계가 더 추가해 어떤 정보를 사실대로 밝히지 않을 뿐 아니라 틀린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전달하는 것이다. 상대방을 멋지게 속여내기 위해서 는 이 두 가지 방법이 병행되어야 하지만 어떤 경우는 감추는 것만으로도 충분 히 상대방을 속일 수 있다. 특정한 정보를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그것을 거짓이라고 생각하 지는 않는다. 대개의 경우 더 대담한 속임수에 대해서만 거짓이라는 용어를 쓴 다. 의사가 환자에게 병이 치명적임을 말해 주지 않았다거나, 남편이 아내에게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와 모텔에서 점심시간을 함께 보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 았다면, 혹은 경찰이 피의자에게 비밀 마이크를 통해 그와 변호사와의 대화를 녹음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면, 이것은 거짓말 조건을 충족시키는 예 이다. 상대방이 속기를 자처하지 않았고 숨긴 사람 역시 자신의 의도를 미리 밝 히지 않은 채 계획적으로 속임수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 모두 분명한 의도와 고의적으로 정보가 감추어진 것이다. 예외적으로 사전 언질이 있었거나 속기를 자처하는 동의가 있었다면 이때는 뭔가를 숨겼더라도 거짓이 되지 않는다. 계약 결혼을 통해 서로의 생활을 간섭하지 않는다는 묵시 적 동의가 남편과 아내 사이에 이루어져 있는 상태라면, 밀회를 즐긴 사실을 말 하지 않은 것이 거짓말이 될 수는 없다. 검사 결과가 나쁘면 말하지 말아달라고 환자가 의사에게 요청했을 경우, 의사가 병명을 숨긴 것 또한 거짓말이 아니다. 그러나 피의자와 변호사 간의 대화는 공개되지 않을 법적 권리가 있으므로 이 러한 권리를 침해한 사실을 숨긴 것은 명백한 거짓이다. 거짓말의 방법을 선택 할 수 있을 때 거짓말하는 사람은 대개 속이기보다는 감추기 쪽을 택하는 경향 이 있다. 많은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숨기는 것이 속이는 것보다 쉽다. 아 무것도 만들어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미리 모든 스토리를 다 만들어 놓지 않 아도 들키지 않을 확률이 높다. 링컨을 거짓말쟁이가 되기에는 자신의 기억력이 너무 나쁘다고 말했다. 의사 가 환자의 병을 숨기기 위해 다른 식의 설명을 해주었다면, 나중에 다시 설명을 해줄 때 속임수가 탄로가 나지 않도록 자신이 했던 설명을 잘 기억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사람들이 숨기는 쪽을 더 선호하는 것은 그것이 속이는 것보다 탄로났을 경우 비난을 덜 받기 때문이다. 감추는 것은 능동적인 것이 아니라 수동적인 것 이다. 속은 사람이 똑같은 형태의 손해를 입더라도 속였을 때보다는 숨기기만 했을 때 죄책감을 덜 느끼게 된다. 상대방이 진실을 몰랐던 것이 아니라 그것을 공개해서 공연히 문제를 확대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라고 변명할 수도 있기 때문 이다. 그런 사람들은 "남편은 내가 바람을 피우는 것을 알고 있어. 내가 오후 내 내 어디에 가 있는지를 한 번도 물어보지 않으니까 말이야. 어쩌면 나는 그에게 친절을 베풀고 있는지도 몰라. 최소한 나는 거짓말은 안 하잖아. 남편에게 내가 외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인정하게 만들어 그를 모욕하고 싶지는 않아"라 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숨기는 쪽이 발각되었을 때 둘러대기도 쉽다. 들키더라도 위험한 처지에 놓이 는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기 때문이다. 몰랐다든가 나중에 말할 생각이었다 혹 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고 변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기억하기로는'이라는 표현을 앞세워 증언을 하면 나중에 감추었던 것을 들키게 되더라도 변명할 여지 가 많다. 사실을 기억하고 있으면서 일부러 기억이 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 은 숨기는 것과 속이는 것의 중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더 이상 말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닥치기도 하는데 이렇게 되면 그는 많은 도전을 받게 된다. 이때도 기억을 못 했다고만 하면 될 뿐 거짓된 변명거리를 기억해낼 필요 는 없다. 기억해야 하는 것은 단지 기억력이 나쁘다는 핑계뿐이다. 후에 진실이 밝혀진다 하더라도 단지 기억력에 문제가 있었을 뿐 거짓말을 하려고 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다. 닉슨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했던 워터게이터 사건은 이런 기억력 수법을 잘 보여준다. 이 사건에 백악관이 연루되었으며 그런 사실을 감추어 왔다는 증거가 점점 확실해지자 대통령 비서였던 홀드만과 존 알리히만은 공직에서 물러나야 했고 홀드만 자리에는 알렉산더 헤이그가 임명되었다. 헤이그는 약 3개월 동안 백악관에서 일했다. 1973년 6월 4일, 그와 닉슨은 전 백악관 자문위원이었던 존 딘이 제시할 치명적인 증언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토론했다. 후에 의회의 탄핵청문회에서 공개되었던 닉슨과 헤이그의 대화를 녹음한 테이프에 따 르면 헤이그는 닉슨에게 무조건 "기억이 잘 안 난다"는 말로 딘의 증언에 관한 의회의 질문들을 막아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기억력 핑계는 제한된 상황에서만 가능하다. 검사 결과가 나쁘게 나왔 냐는 질문을 받은 의사가 기억을 못 하겠다고 대답할 수는 없다. 피의자가 경찰 에게 혹시 이 방이 도청당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물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기 억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일이나 시간이 지난 일에만 가능한 변명이다. 일어난 시간과 무관하게 누구나가 기억할 만한 특별한 사건일 경우에 는 시간이 어느 정도 경과되었더라도 기억이 잘 안 난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 다. 그러나 일단 상대방이 의심을 품기 시작하면 거짓말의 방법을 선택할 여지가 없어진다. 왜 점심시간에는 연락이 안 되냐고 아내가 묻는다면 남편은 외도를 지속하기 위해 아내를 속여야 한다. 이것은 저녁식사 시간에 아내가 그저 평범 하게 "오늘 하루는 어땠어요?"라고 묻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질문이다. 식사 시 간에 이루어지는 이런 질문은 그럭저럭 피해갈 수 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피 할 수 없는 질문만 아니라면, 남편은 자신의 외도를 숨길 수 있는 다른 주제들 에 대해서만 이야기함으로써 아내의 질문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거짓말은 처음부터 속임수를 필요로 한다. 감추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살 계획을 감추는 것만으로 메리가 그녀의 목표를 성취할 수 는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기분이 훨씬 좋아져서 주말을 가족과 함께 보 내고 싶다는 적극적인 거짓말을 함으로써 의사를 속일 수 있었다. 파티에 초대 한 주인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지겨운 그곳에서 빠져 나가려면, 집에 가서 텔레비전이나 보았으면 좋겠다는 자신의 감정을 숨겨야 함은 물론 아침 일 찍 약속이 있다거나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다는 식의 피치 못할 사정을 둘러대 야 한다. 또 꼭 속이는 수법을 써야만 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전에 숨겼던 것을 계속 숨기기 위해 속임수가 필요할 경우도 있다. 숨긴 것을 계속 감추기 위한 이런 속임수는 특히 어떤 감정을 감춰야 할 때 많이 사용된다. 느끼지 않는 감정을 감추는 것은 쉽다. 그러나 대화 도중 아주 강하게 느껴지는 어떤 감정을 감추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신경질보다 분노가 감추기 어렵다. 또 근심보다는 공 포가 감추기 어렵다. 감정의 강도가 강하면 그것을 감추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감정의 단서가 노출될 가능성은 커진다. 전혀 다른 감정상태인 척하는 것이 숨 겨야 하는 감정을 위장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위장된 감정을 통해 깊숙이 숨겨둔 감정을 은폐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설명해온 여러 가지 특징들은 업 다이크의 소설 [결혼합시다]에 묘 사된 한 사건을 통해 찾아볼 수 있다. 소설의 주인공 루스와 그녀의 정부 사이 의 전화 대화를 남편이 엿듣는 장면이 있다. 이 대목 전까지 그녀는 남편을 특 별히 속이지 않고도 자신의 외도를 숨길 수 있었다. 그러나 이때부터 남편의 직접적인 질문을 받아내기 위해 그녀는 남편을 속여 야만 한다. 남편이 그녀의 외도 사실을 계속 모르도록 하는 것이 거짓말의 목표 였다. 이 장면을 통해 거짓말을 할 때 당사자의 감정이 개입되기가 얼마나 쉬우 며, 일단 감정이 개입되고 나면 그것을 감추는 것 역시 상당한 부담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루스는 자신과 정부 딕의 대화를 다른 편 전화기로 남편 제리가 엿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몹시 놀란다. 그녀는 남편이 뒷뜰을 청소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런데 남편이 부엌에서 나오면서 "그 사람 누구야?"라고 묻자 그녀는 당황해서 "누구요? 주일학교에 조안나와 찰리를 등록하려 올건지 물어봤던 그 여자요?"라 고 둘러댄다. 당황한다는 것, 그 자체가 거짓말의 증거가 될 수는 없지만 그녀가 당황하고 있다는 것을 남편이 알아차렸다면 그는 그것을 근거로 아내를 의심하게 될 것이 다. 숨길 것이 없다면 아내가 그렇게 당황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 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전히 결백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심문하는 사람이 자신의 결백을 믿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게 되면 두려움을 떨칠 수 없게 마련 이다. 루스는 곤경에 처했다. 남편에게 거짓말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생 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녀의 입장을 변명할 거리를 아직 준비해 놓지 못했던 것이다. 그녀는 들켜버린 지금의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당혹함은 다스리기 어려운 감정이라서 남편이 그녀의 감정 을 눈치챌 가능성도 크다. 숨기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솔직히 그녀의 당혹감을 인정하는 것도 한 가지 방 법이 될 수 있다. 대신 그 이유에 대해 거짓말을 하면 된다. 아무것도 숨길 것이 없지만 의심을 받게 될까봐 두렵다, 그래서 지금 몹시 당황스럽다, 이렇게 주장 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남편이 의심할 때마다 그녀의 결백이 증명되었던 것이 아니라면 이런 변명도 그리 효과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루스가 침착하거나 무표정하게 혹은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이 려 했더라도 그 시도는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손이 떨리기 시작하고 긴장 때문에 입술이 마르거나 양미간이 좁아지는 상황에서 평온한 얼굴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느끼는 강한 감정을 숨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면을 쓰는 것이다. 얼굴 전체나 일부를 한 손으로 가리거나 상대를 등지고 돌아서면 거짓말이 드러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더 좋은 가면은 감정을 꾸며내는 것이다. 감정이 아주 격한 상태에서 무표정한 얼굴을 하거나 손모양을 침착하게 유지 하는 것은 몹시 어렵다. 어떤 감정이 느껴질 때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냉정한 표정을 유지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보다는 다른 표정으로 위장하는 것, 즉 완전히 다른 행동을 해서 솔직한 감정이 드러나는 것을 막거나 반대로 자신의 감정과 완전히 반대되는 감정으로 비춰지게 행동하는 것이 훨씬 쉬운 방법이다. 업다이크의 소설이 계속되면서, 남편은 아내를 믿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마도 그녀의 당혹감은 더 커졌을 것이고 그것을 감추기는 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당 혹감을 가장하기 위해 그녀는 분노나 즐거움 혹은 놀람과 같은 감정들을 이용할 수도 있다. 그녀는 화를 내며 남편에게 그녀를 믿지 않고 꼬치꼬치 캐묻는다고 따질 수도 있고, 그가 비신사적으로 그녀의 전화내용을 엿들었다는 사실을 비난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감정을 위장하는 것이 모든 상황에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어 떤 경우는 위장도 못한 채, 감정이 없는 듯 감추어야 하는 더 어려운 상황이 생 기기도 한다. 이런 난처한 상황은 포커판에서 찾을 수 있다. 포커게임을 하는 어 떤 사람이 현재 아주 좋은 패를 들고 있어서 곧 많은 돈을 딸 수 있을 것 같은 기대에 부풀어 있다 하더라도 그는 다른 사람들이 서둘러 패를 접어버리지 않도 록 자신의 흥분된 감정을 감춰야 한다. 이 경우는 다른 감정인 척 위장하는 것 역시 위험하다. 실망하거나 화가 난 듯 위장한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그가 곧 패 를 접을 것이라는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때 가장 좋은 방법은 완전히 무표정해지는 것이다. 반대 상황도 있을 수 있다. 패가 너무 안 좋아서 실망스럽거나 초조하지만 일단 허세를 부려서 다른 사람들이 패를 접 어버리도록 만들자는 작전을 세워 놓은 경우라면 위장법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 하다. 실망감을 감추고 기분이 좋거나 흥분한 척함으로써 그가 좋은 패를 쥐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위장술은 초보자나 사용하는 것이다. 숙련된 포커꾼들이 그의 위장술에 속아 주지는 않을 것이다. 노련한 포 커꾼이 되려면 처음 패를 들었을 때 느끼는 자신의 감정을 완벽하게 감추는 재 주부터 마스터해야 할 것이다. 모든 감정은 본래의 감정을 위장하는 가면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 가운데 미 소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가면이다. 미소는 공포, 분노, 좌절, 역겨움 등 부정적 인 감정들과 반대되는 모든 긍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성공 적으로 거짓말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좋은 인상을 주어야 할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미소는 빈번히 이용된다. 어떤 사람이 승진에서 누락되어 몹시 실망했다 하더라 도 그는 마음이 상했거나 화가 나 있다는 표시를 사장 앞에서 드러내 놓고 할 수는 없다. 이 상황에서도 그는 미소를 지어 보여야 한다. 감정을 위장하기 위해 미소가 자주 사용되는 또 다른 이유는, 미소가 우리들 이 흔히 하는 인사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기분이 몹시 나빠도 인사를 할 때는 그런 내색을 하지 않는다. 대신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라는 질문에 "잘 지내 요. 어떻게 지내세요?"라고 자기 기분은 묻어둔 채 상대방의 질문에 공손하게 미소지으며 대답한다. 이때 그가 묻어둔 감정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것은 미 소가 그 기분을 너무 잘 위장해 주었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이 흔히 인사말 몇 마디를 나누면서 그 사람의 진짜 기분을 알아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미소가 인기가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것이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는 표정 중에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첫돌을 지내지 않은 유아들 조차 미소를 지어 보일 수 있다. 아이들이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최초의 표현 중 하나가 미소이다. 일생 동안 우리는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필요하기 때문에 거짓으로 미소를 짓는 경우가 많다. 이런 억지 미소를 지을 때는 상대방의 말에 비해 미소가 너무 빨리 나오거나 늦게 나오는 실수를 하기 쉽다. 미소를 구성하 는 움직임 그 자체는 아주 쉬운 것이지만 그렇다고 미소짓는 일이 항상 쉬운 일 은 아니다. 속이거나 숨기는 것 외에도 다양한 방법의 거짓말이 존재한다. 존업다이크의 소설 [결혼합시다]에서는 당혹함을 감추기 위한 거짓말의 한 방법이 제시되었 다. 당혹함을 숨기기는 어려우므로 그것을 숨기려고 애쓰기보다 당혹감을 솔직 히 드러내면서 그 이유에 대해 거짓말을 하는 것이 더 낫다. 루스는 자신이 완 전히 결백하지만 남편의 의심을 받게 될까 두려워서 몹시 당황하고 있다고 주장 함으로써 남편을 속일 수 있다. 메리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초조해 하는 이유를 의사가 물었다면 그녀도 초 조한 느낌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속임수를 쓸 수 있었을 것이다. "전 다시 가족 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래요. 그렇게 할 수 없을지도 모 른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초조해져요." 자신이 느끼는 기분에 대해서는 솔직하지 만 그 기분이 생기게 된 원인에 대해서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방법은 진실을 말하되 그것을 왜곡하여 전달함으로써 상대방이 사 실을 믿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거짓되게 진실을 말하는 방법이다. 제리가 루스에게 누구와 전화했느냐고 물었을 때 루스는 이렇게 대답할 수도 있다. "애 인이랑 얘기했죠. 그 사람은 시간마다 전화를 해요. 하루에 세 번씩 같이 자려 면 계속 연락을 해야 약속을 잡을 수 있을 것 아니에요!" 진실을 과장함으로써 의심 자체를 우스꽝스럽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남편이 더 이상 그녀를 의심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놀리는 듯한 목소리나 표현도 일종의 속임수 기술이 될 수 있다. 진실을 거짓되게 말하는 것과 유사한 것으로 진실을 반만 감추는 방법이 있 다. 진실을 말하되 그 일부만을 밝히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항목은 말하지 않 거나 빠뜨림으로써 아무런 속임수를 쓰지 않고도 자신의 거짓말을 지속할 수 있 게 하는 것이다. [결혼합시다]에서 전화내용을 엿들은 대목 다음에는 남편 제리 가 침대에서 루스를 끌어안으며 그녀가 누구를 사랑하는지 물어보는 장면에서 그녀는 이 방법을 사용한다. 루스는 "당신을 사랑해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저 나무 위에 있는 비둘기들, 마을에 있는 강아지들, 그렇지만 우리집 쓰레기통을 뒤지는 놈들은 빼구요. 또 룰루를 임신시킨 수컷만 빼면 고양이도 좋아하죠. 또 바다에서 일하는 구조원들 도 좋아해요. 시내에서 유턴할 때 나한테 고함을 지르는 그 사람만 빼면 경찰관 들도 좋구요. 그리구 내 친구들이요. 특히 내가 취했을 때..." "딕 마시아스는 어때?"(딕은 루스의 정부다) "그도 나쁘지는 않죠."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또 한 가지의 방법은 상대방이 틀린 추론을 내리 도록 얼버무리는 것이다. 어떤 신문칼럼니스트는 이런 얼버무림을 어떻게 이용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아주 친숙한 문제를 예로 들어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친구의 작품 전시장에서 그 친구의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미처 빠져 나 갈 틈도 없이 친구가 다가와 자신의 작품을 평가해 달라고 요구할 경우를 상상 해 보자. "피터!"(질문을 한 예술가 친구의 이름을 피터라고 하자) 어떤 감정에 완전히 압도되어 있다는 듯 친구의 눈을 응시하며 말한다. "피 터... 피터... 피터." 양미간에 잔뜩 힘을 준 채로 그의 손을 잡고 말하는 것이다. 열이면 열, 친구 는 여러분의 손을 풀고 공손하게 몇 마디 인사말을 하고는 다른 곳으로 가버릴 것이다. 물론 다른 방법도 있다. 그것은 찬양법인데 제3자는 못듣도록 한두 발짝쯤 친 구 앞으로 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는 "피터, 피-터, 내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혹은 더 그럴듯하게 낮은 목소리로 "피터! 말로는 다 표현을 못 하겠군." 혹은 더 아이러니하게 "피터, 다들 자네 얘기를 하고 있군." 이러한 식의 사전포섭 수법은 일부만 감추기나 거짓되게 진실을 말하기처럼 굳이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거짓말하는 사람의 어떤 행동 때문에 거짓말이 탄로나기도 한다. 속임수가 드 러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거짓말하는 사람의 실수로 인해 감추어졌 던 진실이 드러나는 경우, 감춰져 있던 것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그 실수로 인 해 상대방이 의심을 하게 되는 경우가 그것이다. 필자는 거짓말하는 사람의 실 수로 인해 감춰져 있던 진실이 드러나는 경우에 '사실의 누설'이라는 표현을, 또 감춰진 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 다는 암시를 주는 실수에는 '속임수의 단서'라는 표현을 사용하고자 한다. 메리가 이젠 괜찮아졌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손을 꼭 움켜쥐고 있는 것을 보고 담당의사는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의심을 했을 것이다. 이럴 때 그녀의 손을 움켜잡은 행동은 속임수에 대한 단서가 된다. 그러나 진실이 드러나지는 않았기 때문에 의사는 여전히 그녀의 진짜 감정상태가 어떤지 알 수 없다. 그녀 의 표정이나 목소리, 말 실수나 특정한 제스처의 사용을 더 세밀히 관찰함으로 써 그녀의 진짜 감정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속임수의 단서는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해답은 제공하지만 감추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게 한다. 그것을 알게 되는 것은 사실이 밝혀진 다음에나 가능하다. 그러나 많은 경우 진실이 무엇인지보다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혹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은가라는 문제가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굳이 진실을 폭로하지 않아도 감추어진 사실이 드러날 수도 있다. 면접관이 어떤 단서를 통해 지원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면 그것만으로 도 충분한 것이다. 그가 감추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그를 채용할 것인가를 결 정하는 데 중요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숨 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아내는 것이 아주 중요할 때도 있다. 믿었 던 사원이 횡령을 했을 때 그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때로는 사실의 일부분만 드러나기도 한다. 속임수에 대한 단서만을 갖게 되는 것보다는 많은 것을 알 수 있지만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결혼합시다]의 인용 부분을 다시 한 번 상기해보자. 루스가 당황했을 때 그녀는 남편이 자신과 정부와의 전화 대화를 얼마나 엿들 었는지 모르고 있었다. 남편이 그 통화에 관해 물었을 때 루스는 당혹함을 드러 내는 어떤 행동-입술을 떨거나 눈을 커다랗게 뜨는 것과 같은-을 보였을 수도 있다. 이 경우 루스가 당황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 는 증거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단서만으로는 그녀가 무엇에 대해 거짓말을 하 고 있는지 또 그녀와 전화했던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알아낼 수는 없다. 아마도 제리가 루스를 의심하게 된 약간의 증거들은 전화 통화를 하는 아내의 목소리에 서 알아낸 듯하다. 루스가 주일학교 선생님과 통화했다고 말하지만 제리는 이를 믿지 않는다. 그 러면서 그 이유를 "그건 당신의 목소리 때문이지"라고 말했다. "그래요? 제 목소리가 어땠는데요"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애쓰면서 말했다. 그는 마치 어떤 미학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는 듯 허공을 응시하면서 아주 짧 게 말했다. "그건 좀 달랐지. 나와 말할 때와는 달랐어. 뭐랄가 더 따뜻했어. 그건 완전 히 여자의 목소리였지." "그야 당연하죠. 전 여자니까요." "나와 얘기할 때 당신 목소리는...." 그녀의 목소리는 주일학교 선생님이 아니라 연인과 얘기할 때 어울리는 그런 목소리였던 것이다. 목소리로 인해 제리는 루스가 외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상황을 다 알 수 있는 것은 아니 다. 그는 아내의 외도가 막 시작된 것인지 아니면 오래 전부터 행해진 것인지, 상대는 누구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는 아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점만은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이다. 자신의 의도를 감춘 채 사전 언질 없이 상대를 속이려 하는 고의적인 선택을 거짓이라 정의했다. 또 거짓말 기법에서 중요한 것 두 가지가 있다. 한 가지는 '감추기' 즉 사실을 빠드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속이기' 즉 거짓을 사실인 양 제시하는 것이다. 다른 방법들도 있다. 현혹시키는 기술은 감정을 솔직히 인정하되 그 원인을 속이는 것이고, 거짓되게 진실을 말하는 기술은 사실을 과장하거나 우스꽝스럽 게 드러냄으로써 상대를 속이는 것이다. 또 반만 감추는 방법은 상대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사실의 일부분만을 인정하는 것이고, 틀린 추론으로 유도하는 방법 은 말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되는 것을 사실처럼 전달하는 것이다. 거짓말에 대한 단서도 두 가지가 있다. 사실의 누설, 즉 거짓말을 하는 사 람이 무심코 사실을 밝히게 되는 경우와 속임수의 단서, 즉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암시만이 드러나는 경우이다. 누설이나 단서는 둘다 실수로 인한 것이 다. 그러나 항상 실수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거짓말이 다 발각되는 것 도 아니라는 사실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3. 거짓말이 실패하는 이유 거짓말이 실패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거짓말의 희생자가 우연히 숨겨진 문서 나 손수건에 묻어난 립스틱 자국 같은 증거를 찾아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배신하여 정보를 제공했을 수도 있다. 질투에 가득찬 동료, 버림받은 애인, 돈 을 받고 정보를 파는 사람 등 이들 모두 속임수에 탐지하는 데 필요한 정보원들 이다. 그러나 여기서 논의할 대상은 거짓말을 하는 동안 나타나는 실수나, 거짓말하 는 사람의 행동 때문에 실패하게 되는 거짓말이다. 거짓말의 단서나 징후는 얼 굴, 몸짓, 목소리의 변화, 침을 삼키는 동작, 말 실수, 미세 표정, 잘못된 제스 처 등으로 나타난다. 문제는 거짓말하는 사람들이 왜 이런 종류의 실수를 막지 못하는 것인가이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도 때로는 실수를 하기도 하고, 증거가 될 만한 단서를 하나도 남기지 않는 완벽한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이 항상 완벽한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 다. 하나는 사고력과 관련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감정과 관계된 것이다. 거짓말의 줄거리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언제 거짓말을 해야 하는지 예측할 수 없다. 또한 늘 거짓말을 준비하고 연습해서 외워 두는 것도 아니다. 업다이크의 소설 [결혼합시다]에서 루스는 정부와 통화하는 것을 남편이 듣게 되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남편이 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그녀가 생각 해 낸 핑계는 '주일학교에서 아이들 문제로 걸려온 전화'였다. 그러나 남편이 들은 통화내용과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거짓말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만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많은 사전지식을 갖추고 있고 또 거짓말의 줄거리를 세 밀하게 고안해 놓았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는 모든 질문에 완벽하게 대응하기는 어렵다. 또한 보이지 않는 주변상황의 변화가 지금까지는 효과적이었던 거짓말 의 줄거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연방판사 존 시리카는 워터게이트 사건의 대배심 심리 때 있었던 닉슨 대통령 의 특별보좌관 프레드 버즈하트의 증언을 통해 이와 같은 예를 보여주고 있다. "테이프가 왜 없어졌는지를 설명하면서 프레드 버즈하트가 첫 번째로 부딪힌 문 제는 그의 주장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었다. 청문회 첫날, 버즈하트는 타이 머가 고장나는 바람에 대통령관 단(대통령 법률 보좌관)의 4월 15일 대화를 녹 음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그는 처음의 주장을 번복했다 (다른 증거 때문에 타이머가 정상이었음이 밝혀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회담이 많았던 그 전날 녹화테이프를 다 써버려서 4 월 15일에 있었던 딘과의 대화를 녹음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주변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줄거리를 바꾸지 않았더라도, 예전에 자신이 구성해 놓았던 줄거리를 기억하지 못하는 바람에 새로운 질문에 신속하게 대답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언제 거짓말을 해야 할지 예측하지 못하거나, 주변상황의 변화에 준비가 충분 치 못한 줄거리, 혹은 이미 사용하고 있는 줄거리를 기억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실수는 쉽게 거짓을 탐지하게 만드는 단서를 남긴다. 주장하는 내용이 끝까지 일관된 것이거나 논쟁의 여지가 없을 만큼 교묘한 것이라 해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그 진위가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렇게 명백한 단서도 눈에 보이는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지나치 게 매끄러운 줄거리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사전에 충분한 연습을 했다는 뜻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점을 간파한 나머지 고의로 사소한 실수까지 미리 준비해서 자신의 이야기가 지나치게 매끄러워지는 것을 막는 교활한 사기 꾼도 있다. 사건담당 기자인 제임스 펠란은 백만장자 하워드 허게스의 가짜 자 서전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런 속임수 중에서도 가장 기가막힌 실례를 보여준다. 몇 년 동안 허게스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이 백만장자에 대한 사람들의 추측은 난무했다. 그는 항공사를 소유하고 있었으며, 라스베이거스에 서 가장 큰 도박장을 가지고 있었다. 가끔씩 영화제작도 하는 유명인사였다. 그 가 죽었다는 추측이 나올 만큼 오랫동안 허게스는 대중들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 았다. 이렇게 속세를 떠난 사람이 누군가에게 자신의 자서전을 쓸 권한을 위임 해 줄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클리포트 어빙이란 사람이 그런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주장했다. 맥그로 힐 출판사는 허게스 자서전을 출판 하는 대가로 어빙에게 75만 달러를 지불했다. [라이프]지는 그중 세 부분을 인 용하기 위해 25만 달러를 냈다. 하지만 클리포드의 주장은 결국 사기로 밝혀졌다. "클리포드 어빙은 대단한 거짓말쟁이였다. 아마도 지금까지의 사기극 중 최고였을 것이다. 그가 꾸민 이 야기를 밝혀내기 위해 우리가 그에게 반대심문을 하자, 그는 자신이 했던 이야 기를 반복해서 설명하면서도 결코 실수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약간의 허점이 드러났고, 우리가 그것을 알아내자 그는 주저하지 않고 그 허점을 인정했다. 보 통의 거짓말쟁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완벽하게 외워두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언제나 그 이야기를 반복할 수 있다. 보통의 사람은 사소한 실수를 하게 마련이 다. 특히 클리포드의 이야기처럼 장황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클리포드는 그 것을 알고 있을 정도로 똑똑한 사람이었다. 그는 정말이지 정직한 사람인 양 행 세했다. 우리가 실수인 듯한 부분을 찾아내면 그는 거리낌없이 '이런, 나한테는 불리한 이야기네요. 안 그래요? 그러나 실제로 그랬는 걸 어쩌란 말예요.' 거짓 말을 번복하고 또 번복하면서도 그는 거리낌없이 행동했다. 심지어는 자신에게 불리한 이야기까지 하기도 했다." 어빙과 같은 류의 거짓말에는 대책이 없다. 뛰어난 재주를 가진 사기꾼은 거 짓말로 인생의 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대부분의 거짓말쟁이들은 이 정도로 교묘 하지 않다. 준비가 부족했거나 미리 꾸며둔 이야기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을 경우에는, 거짓말쟁이가 어떻게 그 이야기를 하는지 관찰해서 단서를 찾 아낼 수 있다. 말하기 전에 미리 단어를 생각해 보기 위해 일시적으로 말을 중 단하거나 눈썹이나 눈꺼풀을 살짝 찡그리는 행동, 또는 제스처의 변화 등으로 이 점을 알 수 있다. 말을 하기 전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서 그것을 항상 거짓말의 단서라 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는 정확한 단서가 되기도 한다. 제 리가 루스에게 누구와 통화를 했느냐는 질문을 했을 때, 그녀가 자신이 하는 말 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는 징후가 하나라도 있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감정에 대한 거짓말 거짓말을 하는 동안 단서가 새는 것은 거짓말의 줄거리를 미리 생각하고 사전 연습을 하지 않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감정을 감추거나 가짜로 지어내는 것 역 시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실수가 발생한다. 모든 거짓말에 감정이 개입되는 것 은 아니지만, 감정은 거짓말에 커다란 장애요소가 된다. 감정이 발생한 순간 그 것을 숨기려 하면 말을 하는 도중에 드러나게 된다. 이때 얼굴 표정이나 가빠지 는 숨결, 또는 목소리가 고조되는 현상과 같은 것들은 숨기기가 어렵다. 감정이 생기게 되면 그 상황에 대처할 방법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도 없이 외 부적인 변화가 저절로 나타난다. 이런 변화는 순간적으로 일어난다. [결혼합시다]에서 제리가 루스의 거짓말을 지적했을 때, 루스는 별 문제 없이 남편의 말을 가로막았다. "아녜요, 거짓말이 아니란 말예요!" 그러나 애정행각 이 드러나리라는 공포가 그녀를 사로잡게 되자 상대방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감정상의 변화를 드러내고 만다. 그녀가 느끼고 있는 공포는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현상을 감정 경험의 본질에 있어 '본원적인 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임의적으로 선택해서 유발할 수 없다. 단지 감정이 발 생하는 것을 수동적으로 느끼기만 하는 것이다. 특히 두려움이나 분노 같은 부 정적 감정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생겨난다. 감정을 느끼는 것도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지만, 그 감정의 징후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느냐 마느냐 역 시 선택할 수 없는 것이다. 감정이 갑자기 일어나는 대신 아주 낮은 단계에서 시작되면 행동의 변화가 미 세할 뿐만 아니라 감정을 감추는 것도 쉬워진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의 감정 은 아주 천천히 생겨나고 또 미약한 상태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자신보다는 남이 먼저 알아채기 쉽다. 감정이 고조되기 전에는 본인 스스로는 깨닫지 못하는 경 우가 많다. 따라서 일단 감정이 고양되고 나면 통제하지 못하게 된다. 감정을 감추는 데 성공해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다고 해도, 감정을 감추려는 노력 그 자체가 거짓말의 단서가 될 수 있다. 감정을 감추는 것이 어렵듯이, 느끼지도 않는 감정을 겉으로 표현하는 것 역 시 어렵다. 감춰야 할 감정이 따로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저 말로만 '화가 났다'거나 '무섭다'고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남이 자신의 말을 믿게 하려면 실제로 화가났거나 두려움을 느끼는 것처럼 보여야 하며 목소리까지 그래야 한 다. 또한 이러한 가짜 감정과 어울리는 동작과 목소리의 변화도 나타내야 한다. 특정한 감정을 의미하는 특유의 얼굴 표정을 마음대로 꾸며낼 수 있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특히 실망이나 공포 또는 분노 등을 꾸미는 것은 더욱 어렵다. 감춰야 할 다른 감정이 있는 경우는 가짜 감정을 만들기는 어렵다. 단순히 분 노를 감추는 것도 어렵지만, 공포를 느끼면서 동시에 분노를 표현하는 것은 더 욱 어렵다. 공포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과 화가 난 듯 꾸미려는 시도가 자 연스럽게 어우러져야 하기 때문이다. 공포 때문에 치켜 올라갔던 눈썹이, 화가 난 듯 꾸미려 들면 다시 아래로 처져야 한다. 실제 감정과 가짜 감정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런 부조화들은 속임수의 단서가 되기에 충분하다. 거짓말에 나타나는 감정 모든 속임수마다 반드시 감정을 숨기거나 가짜 감정을 꾸며야 하는 것은 아니 다. 횡령범은 자기가 돈을 훔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긴다. 도용범은 다른 사람의 일을 가로채서 마치 자기 것인양 행세한다. 허황된 중년층은 머리를 염색하고 다니면서 원래 나이보다 일곱 살이나 적다고 나이를 속인다. 이렇게 감정과는 관계가 없는 거짓말을 하더라도 감정이 개입되게 마련이다. 허황된 사람은 스스로 자신의 허황됨에 당황한다. 그래서 거짓말에 성공하려면 나이만 속이는 것이 아니라 당황함도 숨겨야 한다. 도용범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모멸감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그는 자기 업적의 원천이 어디에 있는지를 감춰 야 하고, 실제로 없는 능력을 있는 것처럼 가장해야 하며, 동시에 자기가 느끼 는 모멸감도 숨겨야 한다. 횡령범은 누군가 자신의 범법행위를 고소할 경우 당 혹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는 자신의 당혹감을 숨겨야 할 것이다. 따라서 감정을 숨기는 것이 목적인 거짓말이 아니더라도 모든 거짓말에는 감 정이 개입된다. 일단 감정이 개입되면, 거짓말이 탄로나지 않게 하기 위해 그 감정까지 숨겨야 한다. 다양한 감정이 개입될 수 있지만, 그중 세 가지 감정은 자주 나타나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 발각의 두려움, 거짓말을 한 다는 사실 자체에서 생기는 죄책감, 남을 속이는 데서 오는 쾌감 등이 이에 해 당한다. # 발각에 대한 두려움 적절한 형태의 두려움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오히려 거짓말을 한 사람의 경 계심을 자극해서 실수를 막아준다. 그러나 적정수준의 두려움이라 할지라도 뛰 어난 거짓말 탐지자가 있다면 행동으로 드러나는 징후들을 잡아낼 수 있다. 잡 히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강하면 그것은 겉으로 드러나게 마련이다. 때문에 거짓말 탐지자는 용의자가 잡힐까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면 그런 공포의 징후 를 잡아내기 위해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잡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는 많은 요소들이 영향을 미친다. 첫 번째 요소는 상대방의 탐지능력이다. 거짓말의 희생자가 될 사람의 능력이 부족하다면 거짓 말하는 사람은 별반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반면, 속이기가 힘든 사람으 로 알려져 있고, 거짓말 탐지자로서의 명성이 높다면 두려움이 강하게 나타날 것이다. 대개의 부모들은 자녀들의 속임수를 알아내는 데 있어서 스스로 대가라고 자 부한다. "나는 네 눈만 보아도 네가 거짓말을 하는지 안 하는지 알 수 있단다." 거짓말하는 아이들은 대개 자신이 느끼는 두려움 때문에 발각될까봐 걱정하거 나, 그렇지 않으면 성공할 가망이 거의 없다고 생각한 나머지 종종 자백을 하고 만다. 테렌스 라티건의 희곡 [윈슬로우]를 각본으로 만든 1950년대 영황에서는 아버 지가 이 점을 교묘히 이용한다. 사춘기였던 그의 아들 로니는 우편환을 훔쳤다 는 혐의를 받게 되었다. 아서(아버지) : "이 편지에 의하면 네가 우편환을 훔쳤다고 되어 있구나. 이 제부터 내가 하는 말을 다 듣기 전까지는 아무 말도 하지 말거라. 그리고 만약 네가 정말로 훔쳤다면 그렇다고 말해주렴. 로니, 네가 진실을 말해준다면 화를 내지는 않으마. 하지만 네가 거짓말을 하더라도 결국은 내가 알게 된다. 왜냐하 면 너와 나 사이에는 거짓말 같은 게 통하지 않으니까. 로니, 나는 꼭 알아야 한다. 그러니 나에게 말하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기억해 봐라. (말을 잠시 멈춘다) 너 정말로 우편환을 훔쳤니?" 로니 : (망설이다가) "아뇨. 아버지, 전 안 그랬어요." 아서 : (아들의 눈을 응시하며) "네가 정말 그 우편환을 훔친게 아니니?" 로니 : :"아버지, 전 안 그랬어요." (아서는 아들의 눈을 잠시 응시하다가 긴장을 푼다) 아서는 로니를 믿었고, 희곡의 나머지 부분에서는 아버지와 나머지 가족이 로 니를 변호하기 위해 겪었던 어마어마한 희생이 묘사된다. 다른 부모들이 진실을 알아내는 데 아서와 같은 전략을 항상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거짓말을 해서 여러 차례 부모를 속인 전력이 있는 아이들은 자신이 거짓말에 실패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가 잘못을 고백한다고 해도 이미 과거의 전력이 있기 때문에 부모가 용서하지 않을 수도 있고, 또 용서를 한다는 부모의 말을 아이가 믿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믿는다는 전 제 하에 부모를 믿게 된다. 진실을 말했는데도 자녀를 믿지 않았던 전력이 있는 부모는 순진한 아이에게 두려움을 안겨줄 것이다. 바로 이 점이 거짓말을 탐지하는 데 중요한 문제가 된다. 거짓말의 발각에 대 한 아이들의 두려움만큼이나 알아내기 힘든 것이 바로 결백한 아이들이 자신을 믿어주지 않을까봐 갖게 되는 두려움이다. 이 두 가지 형태의 두려움은 서로 같 은 외적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에 거짓말 탐지는 더욱 힘들다. 이런 문제는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벌어지는 속임수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결백한 사람이 오해를 받게 될까봐 갖게 되는 두려움과 죄를 지은 사람이 발각 될까봐 갖게 되는 두려움에서도 똑같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거짓말을 알아내려 고 하는 사람이 의심이 많고 전에도 남을 믿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불신에 대한 두려움과 발각에 대한 공포를 구분하기 힘들어진다. 속임수를 미리 연습해두고 공포를 억제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나면 발각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줄어들 수 있다. 이미 여러 번 부정한 짓을 했던 사람은 잡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속임수에 관한 한 숙 련공이다. 어떤 일이 닥쳤을 때, 그는 어떻게 그것을 숨겨야 하는지 잘 알고 있 다. 또 가장 중요한 점은 그 자신 스스로 성공하리라는 점을 알고 있다는 것이 다. 자신감은 발각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준다. 그러나 거짓말이 오래 지속되면 주 의가 산만해져 실수를 하게 된다. 그래서 발각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편이 오 히려 거짓말을 하는 사람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도 있다. 거짓말탐지기를 사용하는 조사관도 거짓말을 드러내는 행동상의 징후를 탐지 하는 데 똑같은 원칙을 사용한다. 따라서 위에서 논의한 것과 같은 문제에 대해 대책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거짓말 탐지기 조사는 거짓말 자체를 탐지하는 것 이 아니라 감정의 징후를 찾아낼 뿐이다. 거짓말탐지기에 연결된 전선을 용의자 의 신체에 부착해서 땀의 양, 호흡, 혈압의 변화 같은 것을 조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땀이 많이 난다거나 혈압이 높아졌다고 해서 거짓말을 했다는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감정이 격해지면 손이 차갑고 축축해지며 심장의 박동도 빨 라지게 마련이다. 보통 거짓말탐지기 조사관은 실제 조사가 시작되기 전에 일종의 '자극요법'을 사요해서 용의자로 하여금 거짓말탐지기가 거짓말 탐지에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고 믿도록 만든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방법은 용의자가 카드 묶음 중에서 어떤 카드를 집었는지 거짓말탐지기로 맞추는 것이다. 일단 카드를 집었다가 다 시 섞은 다음 조사관이 카드를 일일이 하나씩 집어서 그 카드가 맞는지 물어보 고 용의자에게는 계속 그 카드가 아니라고 말하게 한다. 대부분의 조사관은 이 사전실험에서 실패하는 일이 없는데, 그것은 자신들도 특별히 표시가 되어 있는 카드 묶음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용의자를 속이는 행위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정당화된다. 결백한 사람에게는 거짓말탐지기가 실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죄를 지은 사 람에게는 자신이 잡히리라는 두려움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기계 자체가 아무 쓸모가 없어진다. 대부분의 거짓말탐지기 조사관은 이런 속임수를 쓰지 않고 어떤 카드를 집었는지 거짓말탐지기의 기록만으로 진위를 추측한다고 주장한다. [윈슬로우]에서도 마찬가지다. 용의자가 거짓말을 탐지하는 사람의 능력을 믿 어야 하는 것이다. 결백한 사람이 아니라 실제로 죄를 지은 사람이 두려움을 느 끼도록 상황을 정리해 두지 않으면 두려움의 징후가 모호해진다. 거짓말탐지기는 결백한 사람들이 느끼는 오해에 대한 두려움과 조사 그 자체 가 주는 중압감, 그리고 기계 따위는 마술을 부리지 못한다는 범죄자들의 믿음 때문에 효력을 보지 못하곤 한다. 이런 범죄자들은 거짓말탐지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어느 정도 확신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그들은 거짓말탐지기에서 벗 어나기 더욱 쉬워진다. 거짓말탐지기와 [윈슬로우] 사이의 또다른 유사점은 거짓말탐지기 조사관이 자백을 유도한다는 점이다. 이들의 유죄일 경우 자백을 하도록 하기 위해 거짓 말을 찾아내는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강조했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일부 거짓 말탐지기 조사관도 용의자로 하여금 기계를 이길 수 없다고 믿게 해 자백을 유 도한다. 용의자가 자백하지 않을 경우, 거짓말탐지기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결과 가 나왔다고 말해서 허를 찌르기도 한다. 발각에 대한 두려움을 증폭시키면 자 백을 받아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백한 사람들이 부당한 의심을 받게 되더라도 나중에 해명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결백한 데도 불구하고 그런류의 압력에서 비롯된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거짓 자백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부모들이 자백을 받아내는 경우처럼, 거짓말탐지기 조사관에게는 범죄를 시인 했을 경우 그 죄를 사면해준다거나 하는 식의 권한이 없다. 그렇지만 수사관들 은 자백을 하면 처벌을 경감해 주겠다고 제안해서 비슷한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 다. 수사관이 전면적인 사면을 해줄 수야 없지만, 범죄자가 자신의 죄에 대해 느끼고 있는 수치심이나 죄의식을 줄여주는 심리적인 사면을 이용해서 자백을 유도할 수도 있다. 수사관은 아주 적극적인 태도로 자신도 용의자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똑같은 상황이었다면 자기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 고 말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거짓말 탐지자의 능력이 범죄자의 발각에 대한 두려움과 결 백한 사람의 오해에 대한 두려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았다. 발각에 대한 두려움에 영향을 미치는 또다른 요소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인성이다. 어떤 사람에게 거짓말은 아주 힘든 일이지만 어떤 사람은 놀랄 만큼 쉽게 거짓 말을 한다. 그리고 거짓말을 못 하는 사람보다는 쉽게 해치우는 사람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정신질환자 메리를 분석하면서 발견한 거짓말에 대한 단서를 검증하기 위해 1970년에 일련의 실험을 한 적이 있다. 메리는 자신의 고뇌와 절망을 숨겨서 의 사로부터 주말 휴가를 얻어내고 아무 감시도 없는 상태에서 자살을 시도하려 했 다. 실험의 목적은 메리의 기록 필름에서 보았던 거짓말에 대한 단서가 다른 사 람에게서도 나타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환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의심이 되더라도, 메리의 경우처럼 환자가 고백을 하지 않는 한 확신을 할 수 없기 때 문에 충분한 임상실험이 없었다. 따라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 은 메리의 거짓말과 유사하게 꾸며진 상황의 실험 모델을 만들어서 다른 사람들 이 거짓말을 할 때 저지르는 실수를 관찰하는 것이다. 메리의 거짓말과 유사하게 꾸미기 위해 실험 대상자가 부정적인 감정을 강하 게 느끼도록 했다. 또한 그 감정을 숨기도록 유도했다. 우리는 실험대상자들에 게 무시무시한 수술장면을 보여주고 그들이 보았던 장면에서 느껴진 감정을 숨 기도록 했으나, 모두가 별 어려움 없이 감정을 감췄기 때문에 첫 실험은 실패였 다. 그들로서는 거짓말을 해도 별로 잃을 것이 없었으므로 별다른 어려움 없이 거짓말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두 번째 실험 대상으로 간호학과 학생들을 선정했다. 그들에게는 이런 종류의 거짓말에 성공하느냐 못 하느냐가 대단히 중요한 문제가 된다. 간호원들은 자신 들이 보는 수술 장면이나 출혈 장면에서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능숙하게 숨 겨야 하기 때문이다. 간호학과 학생들은 이 실험을 통해 간호사로서의 경력과 관계에 있는 감정 은폐 기술을 실습하게 되는 셈이다. 간호학과 학생들을 선택한 또다른 이유는 그와 같이 곤혹스러운 장면을 아무 한테나 보여주어서는 안 된다는 도덕적인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간호원들은 직업상의 이유 때문에 어차피 그런 일들을 겪어야 했다. 실험에서 우리가 그들 에게 지시한 것은 다음과 같았다. "여러분이 응급실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어떤 여자가 손가락이 잘린 자신의 아 이를 안고 응급실로 뛰어들어 왔다고 가정해 봅시다. 여러분은 매우 곤혹스럽겠 지만, 그 곤혹스러움을 감춰야 합니다. 심지어 그 애가 심한 고통을 느끼고 있 고 살아날 가망도 거의 없는 경우라도 그렇습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감정을 억 제하고 의사가 올 때까지 아이의 엄마를 진정시켜야 합니다. 또 배설기관을 조 절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배설물을 치워야 할 때는 어떨지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환자는 자신이 유아상태로 돌아갔다는 점 때문에 이미 당혹감을 느끼고 있을 것 입니다. 분명히 여러분은 역겨움을 느끼겠지만, 그 감정을 숨겨야 합니다. 이 실험은 그런 류의 감정을 통제하는 여러분의 능력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실험의 의도를 설명한 다음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먼저, 여러분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바다를 보여주는 필름을 보게 됩니다. 그런 다음 그 장면을 보지 못한 면담관에게 여러분이 그 장면들을 보면서 느낀 감정들을 솔직하게 이 야기합니다. 다음에는 간호원 생활을 하면서 언제라도 보게 될 끔찍한 장면들을 보게 됩니다. 이제 그 장면을 보고 여러분은 감정을 숨겨야 합니다. 면담관에게 는 여러분이 매우 즐거운 필름을 봤다고 생각하게끔 만들어야 합니다. 예쁜 꽃 을 보았다고 해도 좋고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공원을 보았다고 해도 됩니다. 자, 가능한 한 열심히 해주기 바랍니다." 우리는 될 수 있으면 끔찍한 필름을 골랐다. 예비 실험을 통해 심한 화상을 입은 상처나 절단 장면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매우 당황해 한다는 사실을 알았 다. 이러한 두 가지 종류의 필름을 편집해서 화상 환자가 절단 수술까지 받는 것처럼 꾸몄다. 이 끔찍한 필름을 통해서 우리는 사람들이 숨기고 싶어하거나 숨겨야만 하는 아주 강력한 감정을 얼마나 잘 숨길 수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내가 근무하던 대학에서는 간호학과 입학 경쟁이 매우 치열했기 때문에 어린 학생들은 다양한 시험에서 하나같이 최고의 성적을 보였고 인성 면에서도 아주 뛰어났다. 그런 뛰어난 그룹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 는 능력에서는 많은 차이를 보였다. 몇몇은 정말 뛰어나게 면담관을 속이는 거 짓말을 해냈고, 몇몇은 아예 시도도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우리는 그들을 면접하면서 끔찍한 필름을 보고난 후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것 이 내 실험에서만 보였던 특이한 현상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평소에도 자신의 감정을 감추지 못했던 학생들도 몇몇 있었다. 어떤 학생들은 발각에 대한 두려 움 때문에 거짓말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들은 거짓말이 드러날까봐 몹시 두려 워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이면 누구나 자신의 거짓말을 알아 채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두려움을 강하게 나타내는 학생들 전체를 대상으로 다양한 종류의 개인 인성 검사를 했는데, 놀랍게도 거짓말을 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과 나 머지 학생들 사이에서 다른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거짓말에 대한 유별난 반응 만 제외하면 별다른 차이점이 없었다. 거짓말을 쉽게 하고 또 실험에서도 성공을 거두었던 학생들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를 알아보았다. 타고난 거짓말쟁이들은 자신의 능력에 대해 잘 알고 있었 다. 그리고 그들을 알고 있는 사람들 역시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어렸 을 때부터 자신이 원하는 대로 부모나 선생님, 친구를 속이면서 일을 해결해 왔 다. 그들은 발각에 대한 두려움을 전혀 느끼지 않고 심지어 속임수에 대한 자신 의 능력에 대해 어느 정도의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타고난 거짓말쟁이들은 다양한 종류의 개인 인성 검사를 거치면서도 다른 사 람들과 점수 면에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검사결과에는 그들이 정신병적인 인 상을 가졌다는 흔적도 없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반사회적 특징도 없었다. 정신 병적 범죄자와는 달리 이들은 거짓말에 대한 자신의 능력을 다른 사람을 해치는 데 사용하지 않았다. 속임수에 관한 한 뛰어난 재주를 가지고 있고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 타 고난 거짓말쟁이들은 배우, 세일즈맨, 변호사, 협상 대표, 스파이, 외교관 등의 직업을 선택할 경우 자신의 타고난 재주를 십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군사문제에 관해 속임수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거짓말에 뛰어난 재주를 가진 부류의 사람들이 가지는 특징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 사람들은 유연 하고 복합적인 사고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 사고력은 아이디어, 개념, 말 등을 기초적인 조각으로 분해하고 다시 다양한 방식으로 재조립하는 과정을 통해 일 을 수행해 나간다. 과거 속임수에 뛰어났던 인물들은 대단히 개인주의적이고 또 경쟁심이 강한 편에 속했다. 그들은 대규모 조직에 쉽게 융화되지 못했으며 혼 자 일하는 경향이 있었다. 보통 그들은 자신들만의 견해에 대해 확고한 우월감 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기이하고 고독한 보헤미안 아티스트 특유의 방식대로 일을 해나갔으며, 보헤미안 아티스트와는 사용하는 재주만이 다른 뿐이었다." 바로 이런 점이 처칠, 히틀러, 로렌스처럼 속임수에 뛰어났던 인물들과 타고 난 거짓말쟁이 사이에 존재하는 유일한 공통 분모이다. 이런 '뛰어난 속임수꾼' 이 되려면 속임수의 전략을 세우는 기술, 상대편과의 대면에서 그들을 오도하는 기술 등 아주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자신의 정적이 거짓말을 하면,그가 반사회적이고 정신병적 인성을 가진 인간 이라고 매도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매도 행위를 비난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정적을 매도하는 사람의 판단이 전적으로 옳다고 볼 수는 없다. 판단하는 사람 의 정치적 견해에 따라서 닉슨이 영웅이 될 수도 있고 악당이 될 수도 있다. 다 른 나라 지도자의 경우도 그의 거짓말이 자신만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아닌지에 따라 정신병자로 보일 수도 있고 빈틈없는 정치가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 신병자는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될 만큼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발각에 대한 두려움을 구성하는 두 가지 결정요인에 대해 설명했다. 하나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인성이고 다른 하나는 거짓말 탐지자의 명성과 특 징이다. 이 두 가지와 함께 도박성도 중요하다. 여기에는 간단한 규칙이 적용된 다. 도박성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발각에 대한 두려움도 커진다. 물론 이러한 간단한 규칙을 적용하는 것은 오히려 더 골치아픈 일이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무엇이 도박성이 큰 것인지 구별해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간혹 쉬울 때도 있다. 간호학과 학생들의 경우 훌륭한 경력을 갖추고자 하는 의욕으로 인해 우리가 했던 실험에 매우 열성적이었다. 따라서 간호학과 학생들 은 발각에 대한 두려움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들에게 주어졌던 위험이 경 력과 아무 관계가 없었다면 발각에 대한 두려움도 약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가 게에서 슬쩍 물건을 훔치는 행위에 대한 도의적 느낌을 속이라고 했다면 대부분 의 학생들은 거짓말에 실패하더라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실험 에서 거짓말에 실패할 경우 간호학과 입학을 취소하겠다고 했다면 그들이 처했 던 위험, 즉 도박성은 훨씬 컸을 것이다. 고객을 속이는 세일즈맨은 커미션이 적은 경우보다 많은 경우에 주의를 더 기 울인다. 거짓말에서 얻는 보상이 크면 클수록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발각에 대 한 두려움도 커진다. 겉으로 명확히 드러나는 보상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을 때도 있다. 세일즈맨의 목적이 커미션이 아니라 동료들로부 터 존경을 받는 데 있을 경우이다. 상대하기 힘든 고객의 돈을 뜯어냈다면, 비 록 커미션은 적을지라도 동료들로부터 그들 세계만의 존경을 얻게 되는 것이다. 포커게임을 하는 놀음꾼의 목적이 돈이 아니라 자기 여자 친구와 놀아난 상대 방에게 복수를 하는 것이라면, 아무리 판돈이 적다고 해도 그는 사당히 많은 것 을 게임에 걸고 있는 셈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저 이기는 것만이 목적이 될 수 도 있다. 그들에게는 모든 경쟁 그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에 십 원이냐 백 원이 냐 하는 액수는 중요하지 않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무엇을 도박에 걸고 있는지는 외부관찰자가 한눈에 알 아보지 못할 만큼 특수한 것이다. 바람둥이 남편은 불타오르는 육욕을 해소하기 위해서라기보다 마누라에게 무엇인가를 감추어야 한다는 끊임없는 충동에 이끌 린 나머지, 아내를 속인다는 사실 그 자체를 즐기는지도 모른다. 거짓말에 걸린 도박이 어떤 이익이 아니라 처벌을 피할 수 있느냐에 관련되면 발각에 대한 두려움은 한층 커진다. 일단 속임수를 쓰기로 결정하고 나면, 대개 의 경우 이익을 얻을 수 있느냐가 목적이 된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얻게 될 이익만 생각한다. 횡령범의 경우 처음 거짓말을 하기로 결심할 때만해 도 오로지 '술과 여자와 노래'만 생각한다. 그러나 한 번 속임수를 써먹고 나면 더 이상은 이익을 얻을 수 없게 된다. 회사에서 돈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횡령범이 더 이상 돈을 가져가지 못하게 경계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 면 횡령범은 이익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죄를 감추기 위해 속임수를 써야 한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처벌을 피하느냐 못 피하느냐가 된다. 만약 의심 많은 상대를 만난다거나 속임수를 쓰는사람 스스로 성공에 대한 확신이 적 을 경우라면, 처음부터 처벌을 피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속임수에서는 두 가지 종류의 처벌이 있다. 하나는 속였다는 사실 그 자체에 내려지는 처벌이고, 또 하나는 속임수와 관련된 행위에 내려지는 처벌이다. 이 두가지 처벌 모두가 대상이 되고나면 발각에 대한 두려움도 배가된다. 피하려고 했던 애초의 처벌보다 거짓이 드러날까봐 갖게 되는 두려움 자체가 오히려 더 큰 처벌이 될 때도 있다. [윈슬로우]에서 아버지는 바로 이 점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거짓말로 인해 생긴 죄에 대한 처벌보다도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 그 자체에 대해 훨씬 혹독한 처벌이 내려질 것이라는 점을 주지시키면 더 이상 거짓말을 고수하지 못하게 할 가능성이 커진다. 아이들이 잘못에 대해 거짓말을 할지 고백을 할지는 자신들이 받게 될 처벌의 강도에 영향을 받는다. 진실된 행동 때문에 잃는 것보다 거짓말 때문에 잃는 것 이 더 많다는 점은 아이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부정을 저지른 아내에게 남편은 부정을 속이지만 않았더라면 가슴 은 아팠을지언정 이해해 주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남편의 말대로 단순히 배우자로서의 충실함에 대한 믿음보다는 부부간의 신뢰 그 자체를 잃은 슬픔이 더 클 것이다. 물론 아내로서는 그점을 알 수 없었을 것 이고, 또 남편의 말이 거짓말 일 수도 있다. 부정을 고백하는 일이 잔인한 행위 로 해석되기도 한다. 정말로 사려깊은 배우자였다면 부정을 고백하기 전에 상처 받을 사람에 대해서 좀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부부 사이라고 해서 늘 의견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결혼생활을 꾸려나가면 서 서로 감정이 변할 수도 있고, 단 한 번이라도 외도를 저지르고 나면 각자의 태도가 돌변하기도 한다. 부부간의 관계는 어떤 문제점이 부풀어지기 시작하는 그 순간에 크게 좌우된다. 거짓말이 드러나서 입을 피해보다 진실을 자백함으로 인해 입게 될 피해가 더 크다면 거짓말에 대한 유혹은 더욱 강해진다. 진실을 밝히게 되면 그 즉시 피해 를 입게 되지만, 거짓말을 하면 아무 피해도 입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 다. 눈앞에 닥친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기대는, 거짓말이 발각될 가능성이나 발각된 뒤 치러야 할 대가를 과소평가하게 만들 만큼 매력적인 것이다. 대개 자백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는 점을 깨닫고 나면 이미 시간은 너무 늦어 버린 것이 보통이다. 그것을 깨달았을 즈음엔 너무 오랫동안 거짓말을 고 수한 상태이기 때문에 자백을 한다 해도 처벌이 감해지지는 못할 때가 많다. 자백을 할 경우 치러야 할 대가와 거짓말을 계속 유지할 경우 치러야 하는 대 가의 차이가 모호할 때도 있다. 저질러 왔던 행위 자체가 너무 사악한 것이어서 그 동안의 일을 드러내지도 못하고, 또 계속 숨긴다고 해도 처벌이 마찬가지일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아동학대, 근친상간, 살인, 번역, 테러 등의 죄가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 과 거지사를 후회하는 바람둥이와는 달리, 이런 범죄자들은 죄를 자백한다고 해도 용서받지 못한다. 또한 이런 범죄자들은 일단 거짓이 드러난 다음이라 해도 자 신들의 행위에 대해 도덕적 자책감 같은 것을 느끼지도 않는다. 비열하고 잔인한 부류의 사람들만이 이런 상황에 처하는 것이 아니다. 나치 점령치하에 남아 있던 유태인이나 전시 스파이 같은 사람들은 자신의 신분을 속 이고 있다는 사실을 자백해 봐야 얻는 것이 없다. 이 경우 속임수를 고수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잃을 것은 하나도 없다. 거짓말의 도박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 생각해 보아야 할 또다른 것으로 상대 방의 득과 실이 있다. 보통은 상대방의 손실이 속이는 사람의 이익이 된다. 횡 령범은 나머지 직원들이 잃은 것을 얻게 된다. 그러나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 다. 상품을 속여 팔아 얻은 세일즈맨의 수수료는 멍청한 고객이 잃어버린 것보 다 훨씬 적을 수 있다. 속이는 자와 속임을 당하는 자가 부딪히게 되는 득과 실은 양적 차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바람둥이는 모험을 얻는다. 그러나 배신당 한 배우자는 자존심을 상하게 된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과 그 대상자의 도박성 이 서로 종류가 다르면, 각자가 처한 도박 중 한두 가지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 의 발각에 대한 두려움을 증가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기도 한다. "지난 일요일 요세마이트 국립공원에 추락했던 작은 비행기 잔해 속에서 부상 을 당하긴 했지만 목숨을 부지하고 있던 창백하고 깡마른 체구의 11살짜리 소년 이 구조대원들에게 구조되었다. 이 소년은 해발 11,000피트의 추락지점에서 부 서진 채 눈 속에 파묻혀 있던 비행기의 뒷좌석에서 오리털 침낭 하나로 온몸을 감싼 채 심한 눈보라와 영하의 날씨를 홀로 견뎌냈다. 시력이 희미해져 있던 구 조되는 순간, '엄마 아빠는 어떻게 되셨나요?' 하고 물었다. '무사하시죠?' 구 조대원들은 아이의 부모가 죽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 아이의 부모는 아이가 누워있던 그 자리에서 불과 몇 발자국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조종석의 좌석 벨트에 묶인 채 죽어 있었다." 이와 같은 상황의 거짓말은 상대방에게 도움을 주었으나 구조대원에게는 이득 되는 것이 전혀 없는 애타적 거짓말이다. 상대방이 이익을 얻게 된다는 사실 때 문에 발각에 대한 강한 두려움이 없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누가 이득을 보든지, 모험이 크면 클수록 발각에 대한 두려움도 커진다. 구조대원들도 아이가 충격을 견뎌낼지 걱정되어 거짓말을 했지만 막상 자신들의 거짓말이 성공하지 못할까봐 불안해 하기는 마찬가지다. # 속임수에 대한 죄책감 속임수에 대한 죄책감은 법적인 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거짓말에 대한 하나 의 감정을 의미한다. 이 죄책감은 거짓말을 구성하는 사실 때문에 가지는 죄책 감과 구분된다. [윈슬로우]에서 아들 로니가 진짜로 우편환을 훔쳤다고 가정해 보자. 로니는 도둑질 그 자체에 대한 죄책감을 느꼈을 것이고, 그가 한 행위 때문에 자신이 악한 인간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만약 아버지에게까지 자신의 행동을 숨겼다 면 거짓말을 했다는 죄책감까지 생길 것이다. 그것이 바로 속임수의 죄책감이 다. 로니는 급우의 돈을 훔쳤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 으며 오히려 적절한 복수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교장선생님이나 아버지를 상대로 속임수를 썼다는 것에 대해서는 죄책감은 느꼈을 것이다. 정신질환 환자 였던 메리는 자살을 기도하려던 자신의 계획에 대해서는 죄책감이 생기지 않으 나 자신의 담당의사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죄책감을 느낄 수 있 다. 발각에 대한 공포와 마찬가지로, 속임수의 죄책감도 그 정도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아주 미약한 경우도 있는 반면, 너무 강해서 겉으로 드러나거나 속임수 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는 경우가 되기도 한다. 죄책감이 지나치게 강해지면, 죄 책감을 느끼는 사람의 자신의 존재 가치 전체를 매도해버릴 만큼 고통스러운 경 험이 된다. 속임수에 대한 죄책감이 이렇게 강해지면 처벌의 강도가 어떠하더라도 죄책감 을 덜어내기 위해 자백을 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처벌이야말로 고통스러운 죄 책감을 덜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며, 또 그것이 자백을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 다. 처음 거짓말을 하기로 결정할 때는, 훗날 자신이 겪어야 할 속임수의 죄책감 이 얼마나 클지 예측하지 못한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겉으로는 도움처럼 보이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희생자가 감사해 한다거나 누군가 다른 사람이 자신의 잘못 때문에 비난을 받게 될 경우에 느끼게 될 충격을 미처 알지 못한다. 한편 그런 충격이 죄의식을 유발하는 데 전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오히려 그 점이 거짓말을 하는 유혹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미래에 느끼게 될 죄책감에 대해 과소평과하는 또다른 이유는 한 가지 거짓말만으로는 일이 제대로 꾸며지지 않아서, 결국은 처음의 거짓말을 감 추기 위해 다른 거짓말을 하고 또 반복해서 거짓말의 가지가 마치 거미줄처럼 늘어난다는 점을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나 깨닫기 때문이다. 수치심도 죄책감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그러나 수치심과 죄책감 사이에는 질 적인 차이가 있다. 죄책감을 느끼는 데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도 필요가 없 고 사실을 알고 있는 다른 사람도 필요 없이 오직 자기 자신의 판단만 있으면 된다. 그러나 수치심은 다르다. 수치심을 느끼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힐난 이나 비웃음이 필요하다. 자신의 잘못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수치심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 러나 죄책감은 여전히 남게 된다. 물론 두 가지 모두 있을 수 있다. 수치심과 죄책감의 차이점은 매우 중요하다. 이 두 가지 감정은 한 개인을 서로 다른 반 대 방향으로 몰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죄책감을 덜고자 하는 소망은 자백을 유 도할 수도 있겠지만, 수치심과 모욕감은 그 자백을 막을 수도 있다. [윈슬로우]에서 아들 로니가 실제로 돈을 훔쳤다고 가정해 보자. 그는 극도의 죄책감뿐만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숨기는 것에서 오는 속임수의 죄책감도 느꼈 을 것이다. 로니는 아마도 죄책감이 주는 양심의 고통을 덜기 위해 고백을 하고 싶어졌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버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하면서 갖게 되는 수치심이 고백하 고자 하는 용기를 꺾어버릴 것이다. 이때 그의 아버지가 아들로 하여금 고백을 하도록 용기를 북돋워 주려면 고백에 대해 처벌이 아닌 용서를 베풀어야 한다. 로니가 처벌에 대해 느끼고 있는 공포가 줄어들면, 발각에 대한 두려움도 줄 어들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버지는 로니가 고백할 경우 느끼게 될 수치심 을 줄여주는 말을 해야 한다. 아버지는 로니를 용서할 것이라고 말해서 고백에 대한 용기를 북돋워 주기는 했지만, 고백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로니가 느낄 수치심까지 줄일 수 있는 배려를 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거짓말에 대한 수치심과 발각에 대한 두려움을 견뎌내지 못하 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너무 엄격한 가정교육을 받아 거짓말이라고 하면 세상 에서 가장 끔찍한 죄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거짓말을 특별히 경멸하지 않도록 가정교육을 받았다고 해도, 일반적으로 거짓말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 기 때문에 죄의식 또한 있게 마련이다. 이런 사람들일수록 거짓말로 인한 죄책 감을 느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강한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수치심이나 죄책감이 결여되어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죄책감이나 수치심의 결핍이 가정교육이나 생물학적 결정요인에서 비롯 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또한 정신병자가 거짓말을 할 때는 죄책감이나 발각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실수를 하게 되는 경우는 드물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희생자와 다른 사회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면, 속임수 에 따르는 죄책감도 그리 크지 않다.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사람을 상대로 거짓 말을 할 때도 사람들은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잠자리를 같이 하려고 들 지도 않고 차갑게 굴기만 하는 아내의 남편은 자신의 외도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혁명론자나 테러리스트는 정부의 요원을 속이고도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 는다. 이러한 현상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과 희생자 간의 가치관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거짓말하는 사람의 행동이 자기 편을 위해서는 오히려 정의로운 일을 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의 사람들은 거짓말을 할 수 있는 권한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반대 파를 속이는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잘 정리된 사회적 규범에 따라서 행동 하는 것이다. 속임수의 대상이 자신과 다른 반대파이고 가치관마저 다른 이런 류의 속임수에는 죄책감이 따르지 않는다. 거짓말의 대상이 반대파가 아니고 또 속이는 사람과 가치관이 같다 하더라도 거짓말이 정당화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의사들은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짓말을 할 때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아주 좋은 약이라고 말하면 서 설탕이 들어 있는 알약을 주는 것과 같은 처방은 오래전부터 사용되던 공인 된 속임수이다. 실제로는 해로울지도 모르는 불필요한 약을 달라고 졸라 대는 환자의 요구를 막기 위해서라든가, 환자 스스로 자신의 상태가 좋아졌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의사들은 자신의 행동이 정당한 것이라고 믿는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에는 환자 에 대한 정직함까지 언급하고 있지는 않다. 단지 의사는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일만 하도록 되어 있을 뿐이다. 범죄자의 고해를 들은 신부가 경찰로부터 누구의 짓인지 아는 바가 있느냐고 질문을 받았을 때 사실을 숨기다 해서 신부가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신부 는 거짓말을 해도 이익을 보지 않는다. 오직 이익을 보는 것은 정체를 계속 숨 길 수 있게 된 범죄자뿐이다. 내 실험에 참여했던 간호학과 학생들도 자신들의 감정을 속이는 데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환자의 고통을 덜기 위해서는 간호원 자신의 감정을 숨겨야 한 다는 설명을 통해 그들의 속임수가 정당화되었던 것이다. 애타적인 속임수로 보 이는 경우에도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얻는 이익이 상당히 많다는 점을 거짓말하 는 사람 스스로 깨닫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남을 위해 이루어지는 거짓말도 있다. 범죄자의 고해를 누설 하지 않는 신부, 부상당한 11살짜리 꼬마에게 부모가 사망한 사실을 숨긴 구조 대원들이 바로 그런 거짓말을 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아무것도 얻는 것이 없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거짓말을 통해 얻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속임수에 대한 죄책감도 없다. 이기적인 거짓말이라고 해도 그것이 정당화된 경우에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다. 포커판에서는 아무도 속임수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협상에서도 마 찬가지다. 사업상의 거짓말에 대한 어떤 글에서는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거짓말은 '이게 마지막 제안이오.'라는 말이다. 이런 말은 사업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어떤 협상에서건 처음부터 마지막 카드를 내놓는 사람은 없다." 자기 집을 파는 사람 이 실제 시세보다 값을 올려 부른 다음, 결국 그 가격에 집을 팔았다고 해서 집 주인이 죄책감을 느끼는 일은 없다. 그의 거짓말은 공인된 것이다. 협상이든 포 커판이든, 참가하는 사람 모두 자신의 정보가 틀렸다고 생각할 뿐이지 그 정보 가 거짓말이라고 여기지는 않기 때문에 이것은 거짓말 조건에 부합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참가자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거짓말이 공식화되지 않은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짓말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거짓말에 속는 사람이 자신과 상대방 사이에는 확실한 신뢰 관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할 때 속임수에 대한 죄책감은 더욱 커진다. 이런 종류 의 속임수에서는 상대방이 잃은 것만큼 자신이 이익을 보거나 그보다 더 큰 이 익을 얻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거짓말을 한 사람은 더욱더 죄책감을 느 끼게 된다. 속이는 사람과 속은 사람 서로가 어떤 종류의 가치관도 공유하지 않으면 죄책 감은 존재하지 않으며, 있다고 하더라도 아주 미미하다. 대마초를 피우고 있는 십대가 마약이 해롭다는 부모의 말을 바보 같은 소리라고 생각한다거나, 자신의 경험으로 보아 부모의 말이 틀렸다고 믿는다면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만약 부모는 주정뱅이면서 자녀의 약물복용을 나무란다면 자식은 부모를 위선적 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더더욱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마초에 관해 부모와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또다른 문제에 있어서도 서로 의견이 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의견 불일치 때문에 고민을 한다거나 신경 을 쓰고 있는 십대라면 자신의 행동이 탄로날 경우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 수치 심을 유발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행동을 승인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존경심이 있 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에 대한 분노와 경멸감만 생길 뿐이다. 거짓말의 대상이 개인이 아니고 불특정 다수인 경우에는 죄책감이 줄어든다. 비싼 물건을 쇼핑 수레에 넣어 놓고도 그 사실을 점원에게 숨겨서 돈을 적게 지 불한다고 해도, 그 점원을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가 아니면 죄책감을 느끼지 않 을 수 있다. 그 가게가 대형 체인점 슈퍼마켓이 아니라 점원 스스로가 주인이라 든지, 혹은 점원이 가게 주인의 가족이라면 아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게 될 것 이다. 속임수의 대상이 불특정인이고 실제로 손해를 보는 것이 없거나, 속임수 같은 것에는 아예 신경도 쓰지 않고 속임수를 알지도 못하는 경우, 또는 속여 마땅한 사람이거나 본인 스스로 속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거짓말쟁이는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스스로의 환상을 만들 것이다. 속임수의 죄책감과 발각에 대한 두려움이 서로 반대되는 경우도 있다. 거짓말 에 대한 죄책감이 줄어드는 대신 발각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는 것이다. 속임수 가 공인된 것이라면 당연히 죄책감이 줄어든다. 그러나 이런 공인은 위험의 수 위가 높기 때문에 발각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게 된다. 이것은 속임수의 성공 여 부가 자신의 공인된 경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험에 참여했던 간호학과 학생들도 바로 이 같은 이유 때문에 거짓말에 실패 할까봐 걱정했던 것이다. 그들의 발각에 대한 두려움은 컸지만 죄책감은 거의 느끼지 않았다. 자신의 고용주가 나쁜 짓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하고 있는 직원 은 고용주의 범법행위를 잡아내기 위해 자신이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출 것 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죄책감은 별로 없지만 발각에 대한 강한 두려움은 강하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속임수에 대한 죄책감을 고조시키는 요인이 발각에 대한 두려움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자신을 믿고 있는 상대를 속여야 한다면 당연히 죄책감이 생기겠지 만 그 상대가 자신이 이용당하는 줄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두려움은 줄어든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죄책감과 두려움 두 가지 모두 동시에 강하게 느낄 수 있 다. 혹은 그중 어느 한쪽이나 양쪽 모두를 거의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이것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과 그 거짓말을 잡아내는 사람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진 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죄책감을 느끼는 일이 해롭다고 여기기 때문에 그것을 줄 일 방법을 찾는다. 속임수를 정당화하는 방법은 많다. 저속한 사람이나 비열한 인간에 대해서는 정직할 가치가 없다고 주장할 수가 있다. 상대방이 워낙 잘 속 는 사람이라서 거짓말이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 상대방 탓이라고 책임을 돌릴 수 도 있다. 속임수에 대한 죄책감을 줄여주는 두 가지 자기 합리화가 있다. 하나는 고귀 한 목적이 있거나 직업상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른 합리화는 희생자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이 경우 때로는 희생자 스스로 속고 싶어했다고 함으로써 거짓말을 정당화할 수단을 제공하는 수도 있다. 속는 사람이 처음부터 속임수를 알고 있었지만 내색을 하지 않았다면 어떤 면에서는 거짓말을 하지 않은 셈이 되는 것이며, 거짓말을 한 사람도 책임질 필요가 없게 된다. 특히 거짓말을 통해 이익을 보기 때문에 스스로 속고 싶어하는 사람을 상대로 속임수를 사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이 정도가 아니더라도 자신을 속이는 사 람을 돕게 되는 경우가 있다. 속임수의 대상이 거짓말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 때 문에 스스로 속아 주는 것은 흔하다. 손님이 일찍 자리를 뜬다고 해서 지나치게 따져 묻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 서이다. 중요한 것은 손님을 초대한 사람이 손님의 기분을 상하지 않도록 예의 를 갖추는 것이다. 속은 사람이 스스로 원할 뿐만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거짓말 에 이미 동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속으려 하지 않던 사람도 속임수를 발견했을 경우 치러야 할 대가가 두려워 자의로 속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다. 정부의 관리가 자기 애인을 믿고 업무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나중에 그녀가 스파이가 아닐까 하고 의심을 하게 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직원 충원 담당자가 경력을 속여 사원 모집에 지원한 사람을 채용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단 지원자를 채용하고 나면 자기의 판단 이 틀렸다는 점을 남에게 알리기보다는 스스로 속음으로써 거짓말의 희생자가 되려 한다. # 속임수의 쾌감 지금까지는 발각에 대한 두려움이나 희생자를 오도하는 데서 느껴지는 죄책감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서만 논의했다. 그러나 거짓말은 긍정적인 감정도 만 들어 낸다. 즉, 거짓말하는 것 자체가 기분 좋은 성취로 여겨지는 것이다. 아직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거짓말을 하는 순간 흥분을 느낄 수도 있다. 성공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난 후에 느끼는 안도의 기쁨, 성취에 대한 자신감 또는 희생자를 경멸하면서 우쭐해 하는 쾌감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류의 쾌감은 속임수를 썼다는 사실을 드러내 버리는 단서가 되 기도 한다. 속이는 쾌감도 그 강도에 따라서 다양하게 형성된다. 전혀 없을 수도 있고 발 각에 대한 두려움에 비해 아주 큰 것일 수도 있다. 혹은 속이는 쾌감이 너무 커 서 거짓말의 징후가 겉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사람들은 보통 자기가 누군가를 속였다는 즐거움을 남에게 자랑하기 위해 자신의 거짓말을 털어놓는다. 범죄자 들은 자신이 특별한 속임수를 쓸 만큼 똑똑하다는 사실을 남에게 알리고 그에 대한 찬사를 받기 위해 자신의 범죄행위를 친구나 낯선 사람, 심지어는 경찰에 게까지 털어 놓는 경우가 있다. 자신이 가진 것을 잃어버릴 위험이 적다면 거짓말도 등산이나 운동처럼 즐기 는 대상이 될 수도 있다. 50년대 초반 필자가 시카고 대학에 다니고 있을 때 대 학 구내서점에서 책을 훔치는 일이 아주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신입생들에게는 통과의례나 다름 없었던 이 절도 행위는 그저 책 몇 권 정도로만 제한되어 있었 으며 책을 훔치는 데 성공했을 경우에는 자신의 성공을 남에게 자랑을 하고 또 그 사실이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학생들은 자신의 행위에 대한 죄책감은 거의 느끼지 않았다. 학생들은 구내서 점은 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되어야 하는데, 개인이 경영하며 이윤을 추구하고 있으므로 책을 도난당해도 마땅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더욱이 구내서점 에는 보안 장치가 없었기 때문에 발각에 대한 두려움도 적었다. 필자가 다니는 동안 버나드라는 친구가 자신이 느꼈던 속임수의 쾌감 때문에 절도행위가 발각 된 적이 있다. 그는 일상적인 도둑질이 주는 모험에 만족하지 못했다. 그는 자부심을 갖기 위해 더욱 큰 모험을 했으며 서점을 향한 그의 경멸을 남에게 내보이고 자기 친 구들로부터 자신이 원하던 존경을 받았다. 그는 크기가 큰 미술 서적만을 훔쳤 는데 그런 책을 감추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서 그 정도의 자부심에도 식상해 버린 그는 결국 서너 권의 책을 한꺼번에 훔치는 식의 더 큰 도박에 도전했다. 그러나 그것도 식상해져 드디어 그는 점원을 상대로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자기 전리품을 한 손에 든 채로 계산대 주위를 서성거리면서도 그것을 감추려 들지 않았다. 그는 점원이 자신에게 질문을 하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결국 속이는 쾌감은 그로 하여금 자신의 운명을 재촉하게 만들었다. 행동으로 나타나는 쾌감의 징후가 상대방에게 힌트를 준 것이다. 그는 잡히고 말았다. 그 의 방에는 훔친 책이 거의 500권 가까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친구는 후에 백만장자가 되어 사람들로부터 완벽한 존경을 받는 존재가 되었다. 속이는 쾌감을 강화시키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속여야 할 사람이 속이기 어 려운 사람으로 평판이 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속임수의 묘미와 쾌감을 촉진시키 는 것이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 자신 말고도 더 있다 는 사실도 속임수의 쾌감을 강하게 만든다. 자신의 속임수에 관심을 가지고 있 고 그것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있기만 하면 꼭 눈앞에 청중이 있을 필요는 없다. 자기 거짓말에 재미를 느끼는 청중이 눈앞에 있다면 아마도 최고의 쾌감 을 느끼게 될 것이고 그 쾌감이 드러나지 않도록 엄청난 애를 써야 할 것이다. 거짓말을 하는 동안 사람들은 속이는 쾌감, 속임수에 대한 죄책감, 발각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이들 모두를 한꺼번에 느낄 수도 있고, 연속적으로 느낄 수도 있다. 포커게임을 다시 예로 들어보자. 실제로는 별볼일 없는 패를 들고 있으면서도 남들이 그 판을 포기할 정도로 좋은 패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속임수를 쓰는 사 람은 판돈이 많이 걸린 판일수록 발각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느낄 것이다. 또한 남들이 하나씩 하나씩 포기하는 것을 보면서 속임수의 쾌감도 느낄 것이다. 이 런 류의 속임수는 공인된 것이기 때문에 부정행위를 하지만 않는다면 속임수에 대한 죄책감도 생기지 않는다. 횡령범은 세 가지 감정 모두를 느낄 수 있다. 자신의 동료와 고용주를 속였다 는 쾌감, 누군가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고 여겨질 때마다 갖게 되는 발각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법을 어겼다는 점과 자신을 믿어준 회사를 속였다는 죄책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죄책감, 두려움, 쾌감 이들 모두는 얼굴표정, 목소리, 몸짓 등을 통해 겉으로 드러난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그런 외적인 표시를 숨기려 해도 마찬가지다. 비언어적 표시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그런 표시를 숨기려고 고군분투해야 하기 때문에 속임수에 대한 단서가 드러나게 된다. 4. 거짓말 알아내기 "제가 거짓말을 했는지 어떻게 아세요?" "얘야, 거짓말은 금세 탄로나기 마련이란다.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가르 쳐 주는 표시가 두 가지 있기 때문이야. 거짓말을 할 때마다 다리가 짧아지기도 하고 코가 길어지기도 하지. 너는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져. 벌써 그렇게 되었 잖니." [피노키오] 가운데 거짓말임을 나타내는 확실한 증거가 존재한다면 아마 거짓말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떠한 표현도 그 자체로서 거짓말의 증거가 될 수는 없다. 거짓말의 증거로 확실하게 인정된 제스처나 표 정, 근육경련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얻을 수 있는 것은 이야기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거나 말하는 사람의 말 과 그 사람의 감정이 서로 다른 것 같다는 느낌 정도뿐이다. 이런 느낌들을 통 해 우리는 누군가의 말이 거짓말이라는 단서를 잡아내기도 하고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기도 한다. 거짓말을 탐지해내기 위해서는 말이나 목소리, 몸짓 그리고 표 정 속에 어떤 식으로 감정이 실리게 되는지, 거짓말하는 사람이 진짜 감정을 속 이려 애쓰고 있을 때 그것을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또 그가 거짓된 감정을 연기하고 있을 때는 어떤 특징이 나타나는지 알아두어야 한다. 거짓말을 알아낸다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첫 번째 어려움은 정보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어휘나 말이 중단되는 정도, 목소리, 표현법, 머리의 움직임, 제스처, 호흡상태, 얼굴이 상기되었는지 창백한지, 땀을 흘리고 있는지 등등 한 꺼번에 고려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게다가 이런 단서들은 동시에 나타나 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 똑같은 무게의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없다. 대화 중에 얻게 되는 모든 정보들이 다 믿을 만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보에 따라서는 다른 것보다 더 많은 비밀을 드러내주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진실을 드러내는 것과는 가장 거리가 먼 말과 표정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이 때문에 쉽게 거짓말에 속게 되는 것이다. 거짓말하는 사람이 거짓말을 할 때 자신의 모든 행동을 다 관찰하고 제어하는 것은 아니다. 거짓말쟁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가장 신경 쓸 것 같은 부분을 속이 고 은폐하는 데 집중적인 노력을 한다. 이들은 자신이 해야 하는 말을 선택하는 것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쓴다. 우리는 상대방이 말을 할 때는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는 교육을 받으면서 자랐기 때문에 상대방의 말에 많은 신경을 쓴다. 말은 가장 독특하고 풍부한 표현 수단이기 때문에 상대방에게는 집중적인 관 심의 대상이 된다. 말은 또 표정이나 목소리, 몸짓보다 더 많은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표정 또는 다른 몸짓에 비해 말에 대해 더욱 주의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말 을 검토하여, 해서는 안 되는 말은 신중하게 감추려고 한다. 화난 듯한 표정이나 거친 목소리는 쉽게 부인할 수 있다. 상대방이 그런 느낌 을 받았을 때는 "내 말을 그런 식으로 들었군. 내 목소리가 화난 것 같다니 말도 안 돼." 이렇게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면 된다. 그러나 분노가 섞인 표현을 말로 직접 해버리고 나면 그것을 부인하기는 쉽지 않다. 말은 기록되거나 상대방의 기억에 뚜렷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이미 한 말을 부정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말이 속임수의 도구로 사용되는 또다른 이유는 사실이 아닌 것을 말로 속이는 것이 가장 쉽기 때문이다. 말할 내용을 미리 적어놓고 검토해서 정확한 표현으 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 반면에 표정, 동작, 목소리에 대한 계획을 미리 세워 놓고 그대로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또 말을 할 때는 그 말을 듣고 있 는 상대방의 반응이 어떠한지 계속 점검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에 맞춰 자신의 표현을 조금씩 수정해 갈 수도 있다. 상대방의 반응을 읽어내려 할 때도 말로 얻어내는 것이 표정이나 몸짓, 목소리로 얻을 수 있는 반응보다 더 정확하다. 말 다음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표정이다. "얼굴 좀 펴라!" "그렇게 말 을 할 때는 좀 웃으면서 하렴." "그렇게 건방진 얼굴로 쳐다보지 말라구." 사람 들은 표정에 관해 이런 식의 지적을 받게 된다. 얼굴이 그 사람의 상징이자 표 시이기 때문에 표정은 더욱 관심의 대상이 된다. 얼굴이 사람을 구별해 주는 가 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외에도 사람들이 얼굴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이유는 많다. 얼굴은 감정 이 가장 잘 표현되는 곳이다. 얼굴은 목소리와 더불어 말하고 있는 사람이 자신 이 하는 이야기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갖고 있는지 전달해 준다. 그러나 표정이 주는 느낌이 항상 정확한 것은 아니다. 표정으로 감정을 속이 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화를 진행시켜 나가는데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 해 우리는 상대방의 표정에 주의를 기울여야만 한다. 말하는 사람은 상대방이 자신의 얘기를 듣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어한다. 그 러나 듣는 사람의 표정이 믿을 만한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지루해서 마음이 다른 데 가 있으면서도 예의바른 사람이라 내색을 못하고 계속 그의 얼굴을 바 라보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개를 끄덕인다거나 장단을 맞춰가며 말하는 사람의 흥을 돋우기도 하지만 이런 것들은 쉽게 속일 수 있는 것들이다. 말과 표정이 깊은 관심의 대상이 되는 데 반해 몸짓과 목소리는 그다지 관심 거리가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몸짓이나 목소리로 전달할 수 있는 정보가 말 과 표정에 비해 적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아들이 수화를 사용하는 것처럼 손짓도 많은 의미들을 전달할 수 있다. 반면에 북유럽 사람들이나 북유 럽계 미국인들은 말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니고는 대화 중에 손짓을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몸짓뿐만 아니라 목소리도 그 사람이 감정에 휘말려 있는지 혹은 그렇지 않은 지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정확하게 어떤 감정에 대해 표정만큼 많은 단서를 줄 수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사람들의 관심이 자신의 말과 표정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 을 알기 때문에 그것들을 관찰하여 목적에 맞도록 관리하려고 한다. 이런 노력 은 표정보다는 말의 경우에 더 큰 효과를 거두게 되는데, 이것은 말보다는 표정 을 준비해 두는 것보다 쉽기 때문에 상대방을 속일 때도 말로 속이는 것이 표정 으로 속이는 것보다 쉽기 때문이다. 감출 때도 마찬가지다. 거짓말을 탄로나게 할 수 있는 허점을 검토할 때 표정 보다는 말이 더 쉽게 관찰된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아는 것은 쉽지 만, 자기가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를 아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얼굴에는 근육이 긴장되거나 움직일 때 그것을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있기 때문 에, 이 감각을 이용하면 자신의 표정도 읽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감각을 이용 하는 사람은 드물다. 말보다 얼굴에서 속임수의 단서가 나타나기 쉬운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표 정은 감정을 지배하는 뇌영역에 직접 연관되어 있는 반면 말은 그렇지 않기 때 문이다. 감정이 고양되면 얼굴근육은 무의식적으로 자극을 받게 된다. 사람들이 그런 표현을 억제할 수 있다면 그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습관이나 의식 적 노력을 통해 그것들을 감추는 방법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일부러 가짜 표정 을 지을 때를 제외하고는 감정이 일어나기 시작했을 때 얼굴에 제일 먼저 나타 나는 표정은 무의식적인 것이다. 얼굴 표정은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인 것 혹은 솔직하거나 가식적인 것 등 이중적 구조를 갖는데 이 두 가지가 동시에 나타나 기도 한다. 얼굴 표정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우면서도 매력적인 이유는 이 때문이 다. 상대방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는 사람은 상대의 목소리와 몸짓에도 많은 관심 을 기울여야 한다. 표정처럼 목소리도 감정을 지배하는 뇌영역에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감정이 고양되었을 때 발생하는 목소리의 변화는 감추기 어렵다. 거짓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신의 목소리가 어떻게 들리는지 검토해보겠지만 스스 로 생각하는 자기 목소리의 느낌과 실제로 상대방이 듣는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목소리 변화의 단순한 은폐는 큰 효과를 보기가 어렵다. 사람들은 녹음된 자기 목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몹시 놀란다. 자기가 듣는 자기 목소리는 뼈의 울림을 타고 전달되기 때문에 남들이 듣는 목소리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몸짓도 비밀을 누설시키거나 거짓말의 단서를 제공하는 좋은 자료이다. 표정 이나 목소리와 달리 몸동작은 감정을 지배하는 뇌영역과 직접 연관되어 있지 않 다. 몸의 움직임은 관찰하기도 쉽다. 때문에 누구나 자기 몸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고 직접 볼 수도 있다. 몸짓을 감추는 것은 어떤 감정을 드러내는 표정이나 목소리 변화를 감추는 것보다 훨씬 쉬운 일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몸짓을 감추려고 일부러 애쓰지는 않는다. 그럴 필 요가 없다고 배우며 자라 왔기 때문이다. 자신의 신체적 움직임에 의해 표현된 것들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은 별로 없다. 몸짓은 사소하게 여겨지기 때 문에 그만큼 비밀을 누설시키기도 쉽다. 그런데 사람들은 상대방의 표정을 지켜 보고 말의 진위를 따져보는 것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몸짓에는 신경을 못 쓰는 경향이 있다. 어떤 말이 거짓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말에 근거하여 상대를 판단하기 때문에 곧잘 속는다. 그렇다고 말을 전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다. 말 실수로 인해 비밀이 드러나거나 속임수의 단서가 주어지기도 하 기 때문이다. 말 실수가 아니더라도 말하는 내용과 목소리, 몸짓, 표정이 보여주 는 것이 달라서 거짓말이 드러날 때도 있다. 그러나 표정, 몸짓, 목소리에 나타 나는 단서들은 대부분 무시되거나 잘못 해석되는 확률이 높다. 속임수에 대한 단서를 찾는 방법은 배워서 알 수 있다. 또 거짓말 탐지기가 있다면 거짓말을 탐지해낼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단,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정 신병자이거나 거짓말에 아주 익숙한 사람, 혹은 타고난 거짓말쟁이가 아니어야 한다. 단서를 찾는 법을 배우는 목적은 세 가지다. 거짓말쟁이를 더 잘 찾아내는 것, 사실이 거짓으로 오도되는 일을 줄이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거짓과 진실을 구분할 수 없는 때가 언제인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말 부주의로 인한 말 실수 때문에 거짓말을 들키게 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말을 위장할 수 없었거나 노력했는 데도 불구하고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짜맞추는데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들통이 나는 것이다. 신중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말 실수 때문에 거짓말이 들통날 수 있다. 이런 류 의 말 실수는 프로이드에 의해 처음 개념화되었다. [일상생활에서의 정신병리]라 는 책에서 프로이드는 말 실수를 하거나, 익숙한 이름을 갑자기 잊어버리는 행 동, 실수로 잘못 읽거나 쓰는 것 같은 일상생활에서의 불완전한 행동들은 우연 하는 것은 우연한 것이 아니라 내부의 심리적 충동을 드러내는 의미 있는 사건 이라고 하였다. 실수로 나온 표현은 사실은 그가 말하고 싶지 않았던 표현으로 프로이드는 그것이 자아 폭로의 형식을 띤다고 했다. 프로이드가 거짓말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가 든 예 들 중에는 거짓말임을 드러내는 실수와 관계된 이야기도 있다. 다음의 예는 프 로이드의 초기 지지자로 알려진 브릴 박사의 경험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는 말 실수의 예이다. 어느날 저녁 나는 프린크 박사와 함께 산책을 하고 있었다. 뉴욕 심리분석 모 임의 일을 토론하고 있던 중 우연히 전에 우리와 함께 일한 적이 있는 동료 R 박사를 만나게 되었다. 나는 최근 몇 년 동안 그를 본 적이 없었고 그의 사생활 에 대해서도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된 것을 아주 기뻐했 다. 나의 제의로 어떤 까페에 가서 두어 시간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의례적인 인사를 마치고 나자 그는 우리집 둘째 아이 안부를 묻고 친구들로부터 가끔 내 소식을 들어왔으며 의학도서관에서 내가 쓴 논문을 읽은 후부터 나의 연구에 흥 미를 갖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어느 정도 내 소식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그에게 결혼은 했는지 묻자 그는 안 했다고 대답하며 "나 같은 사람이 뭐 하러 결혼을 하겠나"라고 덧붙였다. 까페를 나서는데 갑자기 그가 나를 향해 돌아서며 말했다. "이런 경우 자네라 면 어떻게 하겠나. 내가 알고 있는 간호사가 있는데 간통죄로 이혼재판장에 서 게 됐어. 남자의 아내가 자기 남편과 그 간호사를 고소했고 결국 그 남자는 원 하던 이혼을 하게된 셈이지." 내가 그의 말을 막으며 말했다. "그녀가 원했다는 거겠지." 그는 곧 자신의 말 실수를 정정했다. "아, 물론 그녀가 원했던 거지." 그리고는 그는 계속해서 그 간호사가 이혼재판 과정과 소문들을 견뎌내기 힘들 어서 술을 마시게 되었고 신경이 몹시 불안정한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는 이야기 를 해주었다. 그리고 나서 나에게 그 간호사를 어떻게 대하는 것이 도움이 되겠 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의 말 실수를 지적하면서 그런 실수를 한 이유가 뭔지 설명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놀란 듯한 항변만 할 뿐이었다. 사람이 말 실수도 못 하느냐, 그냥 실수지 거지 무슨 대단한 의미가 있겠느냐와 같은 말들을 하면서 나의 질 문을 반박했다. 나는 모든 말 실수에도 사실은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에서 그렇게 물어본 것이며, 아까 그가 결혼을 안 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그 얘기의 주인공이 바로 R박사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얘기의 주인공이 정말 그라면, 그는 아내가 아니라 본인이 재판에 이겨서 아내에게 위자료를 지불할 필요없이 뉴욕에서 다시 결혼할 수 있기를 바랐을 것 이고, 그렇다면 그런 그의 바람이 밖으로 드러나면서 은연중에 그런 말 실수를 하게 되었을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호하게 나의 가정을 부인했다. 그러나 처음에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다 가 나중에는 필요 이상의 과장된 웃음을 보여주는 그의 행동은 나의 의심만 가 중시킬 뿐이었다. 진실을 말해 달라는 나의 호소에 그는 "내가 거짓말하기를 바 라는 마음이 자네에게 없었더라면 자네는 결혼한 적이 없다는 내 말을 믿었을 거야. 그러니까 자네의 심리분석은 틀린 거라구." 그러면서 너무 사소한 것까지 신경쓰는 사람은 분명 위험한 사람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더니 그는 갑자기 다른 약속이 있다면서 급히 자리를 떠나버렸다. 프린크 박사도 그의 실수에 대한 내 해석이 맞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나는 좀더 자세히 조사하여 이런 주장을 증명하거나 부정할 수 있는 증거를 찾 아보기로 했다. 며칠 후 나는 R박사와 오랜 친구인 한 이웃을 찾아갔다. 그는 나 의 설명이 구체적인 부분까지 전부 일치했음을 증명해 주었다. 내가 R박사를 만 나기 몇 주 전에 이혼 재판이 열렸고, 간통의 상대로 고소당한 여자는 바로 그 간호원이었다. "뭔가를 말하고 싶은 화자의 욕구가 억압되면 필연적으로 말 실수가 발생한 다"고 프로이드는 주장한다. 화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 때는 이런 억압이 의도 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프로이드가 더 관심을 기울였던 것은 화자가 이런 억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였다. 일단 실수를 하게 되면 화자는 억 압되어 있던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물론, 그때도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다. 말 때문에 스스로 거짓말을 드러내게 되는 세 번째 상황은 화자가 열변을 토 하고 있을 때이다. 이때 드러나는 단서는 말 실수와는 다르다. 한두 단어 이상의 실수를 하게 된다. 정보가 하나씩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감정에 휩싸여 있기 때문에 스스로 거짓말의 단서를 드러 내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침착함을 잃고 스스로 비밀 을 폭로해 버리게 되는 것은 분노, 공포, 두려움, 혹은 고통과 같은 감정에 압도 되어 어떤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속임수에 대한 네 번째 단서는 엔비씨 텔레비전의 인터뷰 담당자였던 탐 브로 커의 설명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내가 사람들로부터 얻게 되는 대부분의 단서 는 얼굴이나 몸이 아니라 말과 태도에 의한 것이다.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고 있 는지 알고자 할 때 나는 그의 얼굴을 보지 않는다. 나는 앞뒤가 안 맞는 대답이 나 교묘하게 답변을 회피하려는 태도에서 거짓말의 단서를 찾아낸다." 속임수에 대한 연구 중 몇몇은 브로커의 직감을 뒷받침해 준다. 사람들은 거 짓 대답을 할 때는 간접적이고 후회적인 표현을 쓰며, 질문에서 요구한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자신이 그렇게 어리숙하지는 않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아마도 이런 거짓말쟁이들은 탐 브로커가 놓쳤을지도 모른다. 또한 아무 의미 없이 우물쭈물하거나 회피하는 투로 대답한 정직한 사람을 오해할 수 있는 위험 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언제나 이런 투로 말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말투만으로는 거짓말의 증거가 될 수 없다. 그것은 단지 그들이 말하는 방식일 뿐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속임수를 탐지하는 유용한 단서가 되는 행동들이 다른 사람에게 있어서는 그저 일상적인 행동양식 일 수도 있다. 이렇게 해서 생기게 되는 오해를 '브로커의 위험'이라 한다. 이것은 거짓말탐지자가 의심이 가는 상 대방의 독특한 행동양식을 잘 모를 때 빠지기 쉬운 위험이다. 대개의 실험에서 거짓말하는 사람과 그 대상이 되는 상대방은 전에 알고 있던 사람들이 아니며 다시 만나게 될 것 같지도 않은 사람들이다. 때로는 실질적인 속임수의 대상도 없이 기계에다 대고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목소리 목소리는 말하면서 느끼는 화자의 감정 상태를 말보다 잘 드러낸다. 목소리로 속임수를 알아내는 가장 일반적인 단서는 말의 중단이다. 오랫동안 말을 중단하 거나 말이 자주 끊길 때가 있다. 이야기할 차례가 되었을 때 망설임을 보이는 것, 특히 어떤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순간에 나타나는 망설임은 상대방의 의심 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잠시 동안이라 하더라도 이야기 도중 상대방이 지나치 게 자주 말을 중단하면 의심을 해볼 만하다. 화법상의 실수도 속임수에 대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말이 아닌 것들을 통해 주어지는 단서들, 즉 "아" "아아" "어" 등과 같이 말을 끄는 것 혹은 "나는, 나 는, 내가 생각한 것은 사실은..." 같이 말을 되풀이하는 것, "나느 지-진짜로 그 것을 좋아해"처럼 한 단어를 나누어 발음하는 것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런 화법상의 실수와 말의 중단에서 발생하는 음성상의 단서는 두 가지인데, 이 둘은 서로 연관되어 있다. 우선 한 가지는 거짓말하는 사람이 속임수의 전체 적인 줄거리르 짜맞추어 놓지 못했을 경우이다. 거짓말을 하게 될 줄 몰랐거나, 알았더라도 세밀한 사항까지 거짓말을 하리라는 예측을 하지 못했다면 우물쭈물 하거나 실수를 하게 된다. 그러나 거짓말의 줄거리가 잘 짜여져 있다고 해도 이런 실수들은 발생한다. 거짓말의 줄거리를 잘 준비해 놓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발각될지도 모른다는 두 려움 때문에 생각해 두었던 줄거리를 잊어버리거나 말을 더듬게 될 수 있다. 더 욱이 거짓말할 내용을 잘 준비해 두지 못한 사람들은 이런 두려움으로 인해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자신의 목소리가 이상하게 들린다고 여겨지면 거짓 말이 탄로날까봐 더욱 두려워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더 많은 실수를 하게 되는 것이다. 목소리에 의해 속임수가 드러나기도 한다. 우리들은 대부분 목소리로 그 사람 이 느끼는 감정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목소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런 주장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지 않다. 기분좋을 때의 목소리와 기분 나쁠 때의 목소리를 구별하는 방법은 많이 찾아냈지만 똑같이 기분이 나쁠 때의 목소 리라고 하더라도 화가 났을 때와 두려울 때, 고통스러울 때, 역겹거나 경멸할 때 목소리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에 의하면 가장 현격한 소리상의 증거는 목소리의 높낮이이다. 실험에 응 한 사람 중 약 70퍼센트 정도가 민감한 주제에 관해 이야기할 때 목소리가 고조 되었다. 특히 그 주제가 분노나 두려움의 감정을 수반하는 경우일 때는 거의 대 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현상을 나타냈다. 슬프거나 비통함을 느낄 때 목소리가 낮아진다는 주장도 있지만 아직 확실히 증명되지 않았다. 흥분했거나 고통스러 울 때 혹은 역겨움이나 경멸을 느낄 때의 목소리의 높낮이 변화도 아직 확실하 지 않다. 아직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화가 나거나 두려움을 느낄 때는 목소리가 더 커지거나 빨라지고 슬플 때는 말이 더 부드러워지거나 느려진다는 것도 감정 을 읽어내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믿을 만한 특징이다. 감정 때문에 생기는 목소리 변화는 감추기 어렵다. 특히 거짓말을 하는 순간 의 감정을 속여야 하는 거짓말일 경우라면 거짓말이 누설될 가능성도 그만큼 커 진다. 속이려는 감정이 두려움이나 분노라면 목소리가 크고 높아질 것이다. 그리 고 말의 속도는 빨라질 것이다. 이와 반대되는 특징들은 그 사람이 슬픈 감정을 감추려 애쓰고 있음을 암시할 수도 있다. 간호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던 우리의 실험은 속임수를 쓸 때 목소리의 높 낮이가 변한다는 사실을 알려준 최초의 실험 중 하나이다. 우리는 그들의 목소 리가 거짓말을 할 때 고조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이 두려움을 느꼈기 때 문에 이런 목소리 변화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이 두려움을 느꼈던 이유는 두 가지이다. 거짓말이 성공했을 때 주어지는 보상이 그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것이었기 때문에 발각에 대한 두려움이 컸을 것이다. 게다가 피가 뒤범벅인 끔 찍한 수술 장면은 그 자체만으로도 두려움을 유발시켰을 것이다. 두려움의 강도가 덜했다면 똑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간호사로 채용되느냐의 문제가 달려 있지 않았고, 단지 하나의 실험이었을 뿐이 었다고 가정해 보자. 걸려 있는 보상이 적었다면 목소리를 고조시킬 만큼 두려 움을 느낄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또 우리가 학생들에게 죽은 아이의 필름을 보 여줌으로써 두려움이 아니라 슬픔을 불러일으켰다고 해보자. 들키지 않으려는 조바심에 목소리가 고조되었다 할지라도 이 두려움의 반응은 목소리가 낮아지게 하는 슬픈 감정에 의해 상쇄되어 버렸을 가능성도 있다. 목소리에 나타난 감정 표시들을 모두 거짓말의 증거로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 다. 정직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상대방이 자신을 믿어 주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때는, 거짓말하는 사람이 잡힐까봐 두려워 할 때와 똑같이 고조된 목 소리로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하고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무고한 사람도 때로는 감정이 격해질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거짓말을 찾아내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다른 잠재적 단서들을 해석하는 데 혼돈을 줄 수 있는 이런 어려움 때문에 저지르는 실수를 '오델로의 실수'라고 한다. 한편 목소리 변화를 통해 거짓말을 알아내는 방법으 로는 앞에서 논의한 바 있는 브로커의 위험(감정을 드러내는 행동에 있어서의 개인적 차이)이 존재한다. 소리의 고조 같은 목소리의 감정 표현이 늘 거짓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것 처럼 목소리에 감정을 드러내는 단서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 반드시 정직함을 증 명해 주는 것은 아니다. 미국 전역에 방영되었던 워터게이트 관련 의회 청문회에서 닉슨의 법률 고문 이었던 존 딘이 했던 증언의 진위는 그의 목소리에 아무런 감정이 들어 있지 않 았다는 사실, 즉 매우 무덤덤했던 그의 목소리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 라질 수 있었다. 딘이 증언을 하게 된 것은 워터게이트 민주당 당사를 도청한 사건이 벌어진 후 일 년이 지났을 때의 일이다. 이미 한 달 전 닉슨은 그의 보좌관들이 워터게 이트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사실을 전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자신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연방판사인 시리카의 말을 들어보자. "은폐되었던 진상의 세부사항들은 주로 쌍방의 증언에 의해 거의 다 드러나 있는 상태였습니다. 남은 문제는 대통령이 이 사건에 연루되었는가를 판단하는 일이었지요. 이 문제를 밝히는 데 있어 관 건이 되는 것이 딘의 증언이었습니다. 의회청문회에서 딘은 그가 닉슨에게 워터 게이트 사건 때문에 고발된 사람들의 입을 막는 데 100만달러 이상이 들 것이라 고 말했으며 이에 대해 닉슨은 그 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주장을 하면서도 딘은 당황하지 않았고, 화를 내거나 거부감을 표현하지 않았습 니다. 대통령이 피고인들에게 돈을 지불하라고 했다는 말을 하고 있었는데도 말 입니다." 다음날 백악관은 딘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5년 후 출간된 책에서 닉슨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워터게이트 사건에 관한 딘의 증언이 진실과 거짓의 아주 정교한 혼합물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스스로 만들어낸 오해와 사실을 명 백한 의도를 갖고 왜곡한 내용이 교묘히 섞여 있는 증언이었다. 그 사건에서의 자신의 역할을 축소시키려 애쓰는 동안 그가 은폐했던 것은 진실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의해 자신의 거짓말이 탄로날까봐 가지고 있던 그의 두려움까지 포함된다." 그 무렵 딘에 대한 공격은 더욱 거세졌다. 딘이 거짓말을 하고 있으며 감옥에 가서 동성연애자들의 공격을 받을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대통령을 비난하고 있 다는 소문이 백악관으로부터 흘러나와 언론을 통해 계속해서 보도되었다. 이에 대해 딘도 반박을 멈추지 않았다. 아무도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확 신할 수 없었다. 시리카 판사는 딘에 대한 자신의 의심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 했다. "나는 딘의 주장에 대해 회의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가 사건 은폐의 핵심인물이었다는 사실이 분명합니다. 그는 잃는 것이 많았습니다. 그는 진실을 밝히는 것보다 대통령을 연루시켜 자신을 보호하는 데 더 급급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리카는 계속해서 딘의 목소리가 아주 인상적이었음을 말했다. "진술서를 낭 독한 뒤 며칠 동안 그는 아주 신랄하고 적의에 찬 질문들을 받아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주장을 고수했습니다. 어쨌든 당황해하는 것 같지는 않았습 니다. 무덤덤하고 감정이 배제된 그의 목소리는 믿을 만했지요." 딘의 담담한 목 소리를 오해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 목소리가 원래 그의 목소리인지 아닌지를 알 아야만 한다. 목소리에 어떤 감정도 실려 있지 않다고 해서 반드시 그것이 진실함의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결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적어도 목소리에서는 이것이 가능하다. 감정을 담고 있다고 하더라도 거짓말 때문에 생 긴 감정이 아닐 수도 있다. 그 당시 시리카 판사는 브로커의 위험에 처해 있었 다. 뉴스캐스터였던 탐 브로커는 우회적인 표현을 거짓말의 증거로 삼지만, 어떤 사람들은 언제나 우회적인 표현을 쓰기 때문에 그의 판단이 틀릴 수도 있다고 했던 것이 브로커의 위험이다. 시리카 판사는 속임수에 대한 단서를 전혀 드러내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 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딘 역시 단서가 될만한 것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로 하여금 그가 정직하다고 판단하게 함으로써 브로커의 위험과는 정반대되는 실수를 했을 수도 있다. 이런 실수들은 모두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 각 개인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생겨난다. 의심하고 있는 상대방의 감정 표현법이 어떤 것인지를 모를 때는 거 짓말 탐지자가 실수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행동으로 나타나는 믿을 만한 단서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브로커의 위험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거짓 말 탐지자가 할 수 있는 일도 없어질 것이다. 반대로 행동상의 어떤 단서가 모 든 경우에 완벽하게 들어맞는다면 이때도 브로커의 위험은 없어진다. 그러나 대 부분 혹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는 속임수에 대한 단서는 존재하지 않는 다. 단독으로 혹은 몇 가지 단서가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거짓말 탐지자가 다른 사람들을 판단하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 딘의 아내, 친구들, 동료들은 그가 목소 리에 감정을 드러내는 편인지 아니면 대개 감정을 억제하는 편인지를 알고 있을 것이다. 시리카 판사의 경우는 딘과 친분이 없었기 때문에 브로커의 위험에 빠 졌을 가능성이 크다. 담담한 목소리로 이루어졌던 딘의 증언은 또 하나의 교훈을 준다. 타고난 거 짓말쟁이들은 거짓말을 암시하는 모든 행동을 위장해서 감출 수 있다는 점을 항 상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딘 스스로의 설명을 근거로 추론해보면 그는 거짓 말에 아주 재능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시리카 판사와 다른 사람들이 그의 행 동을 어떻게 해석하게 될 것인지를 미리 알고, 증언을 할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지를 계획했다고 한다. 딘의 행동이 사전에 꾸며진 것이고 그가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는 재능이 있었 다는 사실이 반드시 거짓말에 대한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의 행동 을 해석하는 데 있어 다른 사람들이 좀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는 것을 의미 할 뿐이다. 사실, 후에 밝혀진 증거들을 통해서 판단하면 딘의 증언은 대부분 사 실이었다. 그리고 딘과 달리 거짓말하는 데 별 재능이 없다고 말하던 닉슨은 오 히려 더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목소리에 대한 논의에서 마지막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은 기계가 목소리를 검 사해서 자동적으로 또 정확하게 거짓말을 찾아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기 계로는 심리적 스트레스 측정기, 마크 2 음성 분석기, 해고스, 그리고 음성 스트 레스 측정기 등이 있다. 이런 기계들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은 이 기계들이 목소리를 통해, 심지어 전 화 목소리를 통해서도 거짓말을 찾아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름이 의미 하는 대로 스트레스를 찾아낼 수는 있겠지만 스트레스가 곧 거짓말인 것은 아니 다. 그 자체로 거짓말의 증거가 되는 목소리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나 쁜 감정의 증거일 뿐이다. 이 값비싼 기계의 생산자들은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 는 거짓말쟁이를 놓치거나 당황하고 있는 정직한 사람을 오해하게 될 수도 있다 는 사실을 고객들에게 경고해야 할 만큼 정확하지 않다. 전문적으로 목소리를 연구하는 학자들과 거짓말을 찾아내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런 기계들이 거짓말을 알아맞출 수학적 확률 이상의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이 당황했는가 그렇지 않은가라는 아주 쉬운 질문 에 대해서도 별로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몸짓 간호학과 학생들을 상대로 한 실험에서 거짓말에 대한 또다른 비언어적 누설 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번에 실수를 한 것은 손가락이 아니라 어깨였다. 질문자 가 "그것을 더 보고 싶으세요?" 또는 "그것을 아이들에게도 보여주시겠어요?"라 고 질문하자 학생들은 모두 어깨를 조금 으쓱 함으로써 그들의 거짓말에 대한 단서를 드러냈다. 어깨를 으쓱하거나 손가락 욕설 같은 몸짓을 다른 행동들과 구별하기 위해 특 별히 '상징동작'이라 부른다. 상징동작은 같은 문화에 속해 있는 사람이라면 모 두 그 의미를 읽을 수 있을 만큼 아주 구체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을 말한 다. 누구나 중지를 세우는 손가락 동작이 "엿먹어라" 또는 "네 거시기나 세워라" 를 의미하고, 어깨를 으쓱하는 동작이 "잘 모르겠어요"라든가 "어쩔 수가 없어 요" 혹은 "뭐가 문제야?" 라는 뜻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대부분의 다른 행동들은 그런 구체적인 정의를 갖고 있지 않으며 그 의미 또 한 모호하다. 대부분의 제스처들은 말과 병행되지 않으면 많은 의미를 전달하지 못한다. 그러나 상징동작은 다르다. 상징동작은 말을 할 수 없을 때 말을 대신하 여 사용할 수 있다. 오늘날 미국에는 일반적으로 약 60여 가지의 상징동작이 존 재한다. 이러한 상징동작은 각 나라마다, 때로는 한 나라 안에서도 각 지역마다 다른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상징동작은 대부분은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사용되는 것들이다. 상징동작을 사용하는 사람은 자신이 왜 그 행동을 하고 있는지를 알 고 있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말 실수가 존재하는 것처럼 몸 동작에서도 실수가 있을 수 있는데, 어떤 사람이 뭔가를 감추려고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누설하는 상징동작이 바로 그런 동작상의 실수이다. 그 상징동작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 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용한 것인지 아니면 감추려 했던 비밀을 드러내는 동작상 의 실수인지를 구별해 내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한 가지 방법은 그 상징동작이 전체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일부만 나타날 때를 포착하는 것이다. 두 어깨를 모두 올리고, 손바닥은 위를 향하게 펴고, 눈썹은 올리고 위눈꺼풀은 축 처지게 하는 표정을 짓고, 입모양을 유자로 만들고, 고개 까지 약간 갸우뚱하면서, 어깨를 으쓱할 수도 있다. 비밀에 대한 누설로서 상징 동작이 나타날 때는, 이들 중 한 가지 동작이 나타난다. 때로는 완전하지 않은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다. 한쪽 어깨만을, 그것도 그리 높지 않게 올릴 수도 있 고 아랫입술만 내밀 수도 있다. 혹은 손바닥만 아주 조금 위로 향하게 할 수도 있다. 손가락으로 욕을 하는 상징동작을 완성하려면 다섯 손가락을 특정한 위치로 배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손을 위와 앞을 향해 치켜드는 동작도 해야 한다. 손가락 상징동작이 의도된 것 이 아니라 학생의 억압된 분노를 누설시키는 실수로 행해졌을 때, 이 상징동작 의 다른 구성요소들은 나타나지 않고 손가락만이 욕을 하는 형태로 배열되어 있 을 수도 있다. 상징동작이 실수로 행해졌다는 것을 들내는 또다를 정보는 그 동작이 일반적 으로 나타나는 위치를 벗어나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상징동작은 허 리와 목 사이에서 행해진다. 이 위치에서 상징동작이 행해지면 상대방은 그것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비밀을 누설시키는 상징동작은 결코 이 위치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스 트레스 실험에서 학생이 교수에게 손가락으로 욕을 하고자 했을 때 학생의 손가 락은 허공에 있지 않고 그녀의 무릎 위에 숨겨져 있었다. 그 동작이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위치를 벗어난 것이다. 간호지망생들을 통한 실험에서 그들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감정을 누설시켰던 어깨 동작은 손을 약간 회전시키는 정도로만 나 타났는데, 이때도 그들의 손은 여전히 무릎 위에 놓여 있었다. 상징동작이 일반 적으로 나타나는 위치에서 발생한다면 거짓말을 하던 사람은 당장 그것을 알아 채고 동작을 중지할 것이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거짓말을 하는 사람과 그의 말 을 듣고 있는 사람 모두 이런 동작들을 발견하지 못한다. 이런 상징동작상의 실수가 항상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찾아내기만 하 면, 이런 실수는 거짓말을 밝혀내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상징동작상의 실수 는 어떤 사람이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메시지를 보여주는 증거가 되기도 한 다. 또 이 증거는 다른 증거들에 비해 브로커의 위험이나 오델로의 실수를 저지르 게 될 위험도 적다. 늘 우회적인 말투를 쓰는 사람은 있어도 항상 같은 상징동 작의 실수를 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말 실수는 다른 스트레스로 인해 일어 날 수도 있기 때문에 그것이 항상 거짓말의 증거라고는 할 수 없지만 상징동작 의 실수는 그 의미를 구체적으로 표현해 주기 때문에 그 의미를 해석하기가 명 료하다. 어떤 사람이 실수로 "엿 먹어라", "화가 나 죽겠어요" 혹은 "그런 뜻이 아니었 어요"라는 표현을 했다면 상대가 그 의미를 읽어내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거짓말을 하는 동안 어떤 종류의 상징동작의 실수가 나타나느냐는 감추고 있 는 감정이 무엇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스트레스 실험에서 학생들이 감추고 있던 감정은 분노였고 그 감정은 손가락과 손목에서 나타났다. 교육용 의학 필름실험 에서 간호학과 학생들이 느낀 감정은 분노가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효과적 으로 자신의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다.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으쓱 하게 되는 것이 이때 나타난 상징동작의 실수였다. 상징동작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성인이라면 배울 필요가 없다. 그들은 이미 그들과 같은 문화권 내의 구성원들이 보여주는 상징동작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사람들이 배워야 하는 것은 그런 상징동작이 실수로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거짓말 탐지자가 이것을 경계하지 않는다면 그는 상징동작의 실수가 일 어나더라도 그것을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더욱이 상징동작상의 실수는 일반적 인 행동 위치를 벗어나고 또한 완전하지 않은 동작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찾아내 기가 매우 어렵다. 몸짓에서 속임수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는 또 하나의 단서로는 '설명동작' 이 있다. 설명동작은 상징동작과 종종 혼동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거짓말을 하는 동안 두 동작은 전혀 다른 변화과정을 거치게 되기 때문에 잘 구별해 두어 야 한다. 거짓말이 진행되는 동안 상징동작으로 인한 실수는 점점 증가하는 반 면 설명동작은 점점 감소한다. 설명동작은 말 그대로 이야기를 하면서 그 이야기 내용을 동작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설명의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강조 표시나 밑줄처럼 어떤 단어나 표현을 강조하는 동작이 있는가 하면, 마치 화자가 그의 이야기를 지휘하고 있 는 것처럼 의식의 흐름을 공기 중에서 추적하는 동작도 있다. 공간에다 손으로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말한 내용을 반복하거나 부연설명하는 동작을 취하기도 한다. 눈썹이나 눈꺼풀이 말을 강조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몸 전체나 상체가 이야기 내용을 설명하는 동작에 사용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설명동작에 는 주로 손이 사용된다. 설명동작을 어떻게 보는가에 관련된 사회적 태도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설명 동작이 상류층의 상징인 때도 있었고 세련되지 못한 사람들만의 행동으로 여겨 지던 때도 있었다. 연설법에 관한 책들은 대개 훌륭한 연설을 하기 위해서는 이 런 설명동작들이 필요하다고 한다. 설명동작에 대해 처음으로 시도된 과학적 연구의 목적은 나치계 사회과학자들 의 주장을 공격하기 위해서였다. 그 연구의 결과는 거짓말 탐지자들이 설명동작 의 문화적 차이를 인식하지 못해서 오류를 저지를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1930년대 나치계 학자들은 설명동작이 선천적인 것이며, 동작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 아리안족은 우수한 민족인 데 비해 유태인이나 집시같이 '열등한 민족'일수 록 더 크고 광범위한 설명동작을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은 독일의 연맹국으로 커다란 설명동작을 사용했던 이탈리아인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 을 하지 않았다. 인류학자인 프란쯔 보아와 함께 콜롬비아 대학에서 연구를 했던 아르헨티나계 유태인 데이비드 에이프론 박사는 뉴욕의 남동쪽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설명동 작을 연구했다. 그는 시실리에서 온 이민족들이 그림을 그리거나 행동을 보여주 는 설명동작을 주로 사용함에 반해 유태계 리투아니아의 이민족들은 의식의 흐 름을 좇거나 강조를 하는 동작들을 더 많이 사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 나 미국에서 태어나 일반학교에 다니는 그들의 후손들은 설명동작에 있어서 차 이를 보이지 않았다. 부모가 시실리인이건 유태계 리투아니아인이건, 학생들의 설명동작은 유사했다. 에이프론은 설명동작의 방법이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주위 환경에 의해 획득 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문화가 다르면 사용하는 설명동작도 다르다. 뿐만 아니라 얼마나 많은 설명동작을 사용하는가도 문화에 따라 다르다. 또 같은 문 화라 할지라도 평소 어느 정도로 설명동작을 사용하는지는 개인의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다. 특정하게 정해진 비율의 설명동작을 사용한다든가 특정한 형태의 설명동작을 사용하기 때문에 거짓말이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거짓말의 단서가 되는 것은 어떤 사람이 평소 말할 때보다 설명동작을 덜 사용한다는 것, 즉 설 명동작의 양이 감소한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설명동작을 평소보다 적게 사용하는 첫 번째 이유는 말하고 있는 것 에 대해 감정적으로 몰두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야기에 몰입해 있지 않거나 지루하고 무관심할 때 혹은 깊은 슬픔에 잠겨 있을 때 설명동작은 줄어든다. 어 떤 사람이 대화의 주제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열광하는 척하고 있을지라도 말로 만 그럴 뿐 설명동작이 증가하지 않았다면, 이것은 현재 그가 거짓감정을 나타 내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정확한 표현을 결정하지 못해 곤란함을 느낄 때도 설명 동작은 감소한다. 말하기 전에 말할 내용에 대해 단어 하나하나까지 신중하게 따져보고 있다면 당연히 설명동작은 줄어들 것이다. 예를 들어 강의를 하든 세 일즈를 하든 상대를 한두 번 정도 만났을 때는, 나중에 서로를 잘 알게 되었을 때와 비교하여 훨씬 적은 설명동작을 사용한다. 말을 하는 데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는 항상 설명동작이 줄어들게 마 련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모든 상황이 거짓말과 관계 있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문제에 연관되는 대화이기 때문에 신중해질 수도 있다. 사장에게 첫 인상을 심 어줄 때라든지 상벌이 걸려 있는 질문에 대답할 때, 또 멀리서 존경만 하던 사 람과 가까이에서 직접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을 때도 말을 조심하게 된다. 이중 적인 심리도 사람을 신중하게 만든다. 소심한 사람이 아주 돈이 잘 벌리는 어떤 일을 제안받고 솔깃해졌지만 새로운 일을 시작할 용기가 나지 않아 망설이고 있 다면, 그는 대화를 하면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결정하지 못해 고심하 게 될 것이다. 거짓말하는 사람이 자신의 입장을 미리 정리해 놓지 못했다면, 말하기 전에 각 단어들을 하나하나 고려해야 할 것이므로 당연히 그의 말은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거짓말을 해본 경험이 별로 없는 사람이 연습도 많이 해보지 못한 상태에 서 언제 무슨 질문을 받게 될지 모르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설명동작이 줄어 드는 것은 당연하다. 미리 입장을 정리해 두고 충분히 연습을 한 상태라 할지라 도 특정한 감정이 그를 방해하고 있기 때문에 설명동작은 줄어들게 된다. 예를 들어 두려움은 일관성 있게 이야기를 하는 데 방해가 된다. 두려움을 통 제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이야기를 엮어내는 데 생각을 집중할 수 없기 때 문이다. 아주 흥분되어 있는 상태에서 감정을 억제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감추기 까지 해야 한다면 아무리 이야기를 잘 꾸며놓은 숙련된 거짓말쟁이라 할지라도 거짓말을 하기 어렵게 되고 결국 설명동작도 감소하게 된다. 우리 실험에 응했던 간호학과 학생들은 꽃이 담긴 화면을 보고 그 느낌을 솔 직히 전달할 때보다 절단수술 필름을 보고나서 그 느낌을 감추려 애 쓸 때 설명 동작을 적게 사용했다. 설명동작의 감소는 적어도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일어났다. 학생들은 요구되었 던 거짓말을 하는 데 익숙지 않았다. 그리고 이야기를 미리 준비해 둘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그리고 발각에 대한 염려와 피가 흐르는 화면을 본 느낌으로 인 해 그들은 격렬한 감정 상태에 있었던 것이다. 많은 연구에서 진실을 말할 때보 다 거짓말을 할 때 설명동작이 현저하게 감소한다고 한다. 상징동작과 설명동작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동작 자체와 그 동작이 전달하는 메시지의 정확성에 있다. 상징동작은 두 가지 모두를 아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고도로 정의된 움직임만이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이와 대조적 으로 설명동작은 광범위한 동작들을 포함하기 때문에 정확하다기보다는 모호한 의미들을 전달하게 된다. 엄지손가락을 집게 손가락에 붙여만드는 오케이라는 상징동작을 생각해 보자. 그 동작을 취하는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다. 엄지 손가 락을 장지나 검지에 붙인다면 동작이 의미하는 것이 분명하게 전달되지 않을 것 이다. 또 그것이 전달하는 메시지도 아주 구체적이다. '오케이', '좋았어', '괜찮아' 등과 같은 설명동작들은 말과 독립적으로 사용될 경우 많은 의미를 전달하기 어 렵다. 말을 듣지 않은 채 어떤 사람이 하는 설명동작만을 보고 그 대화 내용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는 어렵다. 반면에 그 사람이 상징동작을 했을 때는 그 렇지 않다. 설명동작과 상징동작 사이의 또 하나의 차이는 두 동작이 모두 대화 중에 이 루어지지만 상징동작은 말을 대신하거나 사람들이 말을 할 수 없는 경우에 사용 될 수 있는 반면, 설명동작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설명동작은 말을 할 수 없 을 때 말 대신 사용할 수는 없다. 거짓말 탐지자는 상징동작상의 실수를 해석할 때보다 설명동작을 해석할 때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앞에서 설명되었던 것처럼 상징동작에는 오델로 의 실수나 브로커의 위험을 저지르게 될 가능성이 별로 없지만 설명동작의 경우 에는 이런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거짓말 탐지자가 상대방의 설명동작이 줄 어들고 있다는 것을 감지해냈다면 그는 동시에 상대방이 각 단어를 아주 신중하 게 선택하게 되는 다른 이유들, 즉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 아닐 수도 있는 다른 이유들도 밝혀내야 한다. 그래야 실수를 피할 수 있다. 상징동작은 전달되는 메 시지가 분명해서 거짓말 탐지자가 그것을 해석하기 쉽다. 또 상징동작은 거짓말 탐지자가 그것을 해석하기 위해 이전부터 상대방을 알고 있어야 할 필요도 없 다. 상징동작들은 그 자체로서 명확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명동작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거짓말 탐지자가 비 교할 수 있는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상대방에 대해 어떤 판단도 내릴 수 없다. 거짓말의 단서가 되는 다른 모든 것처럼 설명동작을 해석하는 데도 상대 방을 사전에 알고 있어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첫 만남에서 속임수를 찾아 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상징동작의 실수로는 첫만남에서도 거짓말 을 찾아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움직임도 거짓말을 나타내는 몸짓의 한 종류이다. 그러나 움직임이 많다고 해 서 거짓말에 대한 믿을 만한 단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 들은 움직임에 많이 의존하는 편이다. 움직임은 몸을 가다듬는 것, 마사지하는 것, 문지르기, 안기, 꼬집기, 긁기, 귀 후비기, 기타 신체 부위를 조작하여 만들어낼 수 있는 모든 종류의 행동들을 가 리킨다. 움직임은 잠시 동안 일어나기도 하고 오랫동안 지속되기도 한다. 머리를 매만지거나 귀를 파는 것, 몸의 일부분을 긁는 것과 같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동작들은 주로 잠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머리카락을 비비 꼬거 나 펴는 것,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는 것, 발장단을 맞추는 것 등은 아무 목적 없 이 오랫동안 나타나는 동작들이다. 이런 동작의 대표적인 수단은 손이다. 그 대상이 되는 것들은 주로 머리카락, 귀, 코, 가랑이 등이다. 그러나 혀로 볼벽을 미는 것, 입술을 살짝 깨무는 것처럼 움직임 동작이 얼굴 안에서만 일어나기도 하고 다리를 꼬는 것처럼 다리를 이용 하는 경우도 있다. 성냥, 연필, 종이 클립, 혹은 담배 같은 사물들도 움직임의 일 부로 사용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라면서 이런 사적인 행동을 공개적 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배우지만 이런 행동들을 전혀 안 할 수는 없다. 다만 그 들은 그들이 그런 동작을 취할 때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볼 수 없도록 할 뿐이 다. 실험에 의하면 사람들은 불안하거나 초조하면 안절부절하면서 쉼없이 움직이 게 된다고 한다. 어떤 식으로든 불편함이 느껴지면 몸을 긁거나, 손을 꽉 움켜쥐 기 혹은 이를 쑤시거나, 코와 귀를 후벼파는 것과 같은 동작이 증가하게 된다. 반대로 긴장을 풀고 아주 편안하게 누워 있을 때도 많은 움직임을 나타날 수 있 다. 친구와 함께 있을 때 사람들은 예의바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이 경우 평소보다 더 많은 트림을 하거나 움직이는 것과 같이 일반적으 로 자제하는 동작들을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것이 맞다 면 움직임은 익숙지 않은 사람과 함께 해야 하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느끼는 불 편함의 표시일 뿐이다. 움직임은 불편함과 편함이라는 상황만을 가리킬 수 있기 때문에 믿을 만한 단 서가 될 수 없다. 또한 거짓말쟁이들은 그들이 움직임을 억제해야 한다는 사실 을 잘 알고 있지만 실제로 움직임을 억제할 수 있는 것은 잠시뿐이다. 거짓말쟁 이들은 움직임에 대해 특별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은 움직임이 초조할 때 나타나는 불편함의 증거라는 일반적인 믿음뿐이다. 사람들 은 거짓말쟁이들이 안절부절 못하고 초조해하는 것이 거짓말에 대한 단서라고 생각한다. 쉽게 멈출 수 있고 또 누구나 거짓말의 단서가 된다고 생각하는 동작 들은 거짓말에 걸려 있는 위험이 크거나 거짓말하는 사람 스스로가 잡히기를 바 라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다지 믿을 만한 단서가 아니다. 간호학과 학생들이 진실을 말할 때보다 거짓말을 말할 때 더 많은 움직임을 보여준 것은 아니다. 다른 연구들은 거짓말을 할 때 움직임이 증가한다는 사실 을 밝혀냈다고 주장한다. 나는 두 실험이 실험대상자들에게 부여했던 위험의 차 이를 살펴봄으로써 정반대의 주장들이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위험이 클 때는 반대되는 힘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해 움직임이 간간히 중단 될 수 있다. 위험이 클 때 거짓말하는 사람은 그들이 알고 있는 속임수에 대한 단서들, 예를 들어 움직임 같은 것들을 관찰하고 통제함으로써 거짓말을 성공시 키려 할 것이다. 또 많은 위험은 발각되어서는 안 된다는 부담을 가중시킴으로써 그들을 더욱 긴장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해 오히려 움직임을 증가시킬 수 있다. 움직임은 증가할 수도 있고, 억제될 수도 있다. 또는 잠시 사라졌다 다시 나타날 수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는 사실만 보아도 움직임은 아주 조 심스럽게 해석되어야 할 단서이다. 사람들은 많은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 속임수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이것 을 알고 있기 때문에 거짓말쟁이들은 움직임을 억제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거 짓말을 할 때 표정을 억제해야 하는 것에 비하면 움직임을 억제하기가 쉽다. 위 험이 크다면 적어도 잠시 동안은 움직임을 억제할 수 있다. 몸짓의 또 다른 특징인 자세에 대해서도 학자들은 연구했다. 그러나 거짓말의 단서나 누설의 증거가 될 만한 자세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들이 어떻게 앉고 서야 하는지 이미 잘 알고 있다. 공식적인 인터뷰를 할 때 취하는 자세가 친구와 대화하는 동안에는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자세는 언제나 적절 히 통제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거짓말을 할 때도 쉽게 조절할 수 있다. 속임수를 연구하는 동안 거짓과 진실을 드러낼 수 있는 자세의 차이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거짓말의 증거가 될 가능성이 있는 자세는 관심이 있거나 화 가 날 때 몸을 앞으로 기울이는 것과, 두렵거나 역겨울 때 뒤로 젖히는 것뿐이 다. 그러나 거짓말쟁이들도 이 정도의 사실은 알고 있기 때문에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이러한 자세를 취하지는 않는다. 자율신경구조에 의한 단서 지금까지 골격 근육에 의해 발생하는 움직임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와 더불 어 자율신경구조 또한 감정이 고양됨에 따라 눈에 띄는 변화를 일으킨다. 숨을 쉬는 형태, 침을 삼키는 횟수, 그리고 땀의 양 등으로 이런 변화를 알 수 있다. 이런 변화들은 감정적으로 고양되면 무의식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멈추기 어렵 다. 그리고 바로 이런 이유로 자율신경구조에 의한 변화는 아주 믿을 만한 단서 가 된다. 이런 자율신경구조 변화는 거짓말탐지기로 측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특별 한 장치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눈으로 쉽게 찾을 수 있다. 거짓말하는 사람이 두 려움, 분노, 흥분, 고통, 죄책감, 혹은 수치심 등의 감정을 느끼게 되면 가슴이 부 풀며 호흡이 빨라지고 침을 자주 삼킨다거나 땀을 흘리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 이다. 각각의 감정이 저마다 독특한 자율신경구조의 변화형태를 가지고 있는지에 관 해서는 대부분의 학자들의 의견이 일치되고 있다. 학자들은 감정이 일어나면 그 감정의 종류에 관계없이 호흡이 빨라지고 땀을 흘리며 침을 삼키게 되는 변화들 이 나타난다고 믿는다. 자율신경구조 변화는 그것이 어떤 감정인지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주는 표시이다. 그러나 이 견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일반적인 경험과는 모순되는 점이 있다. 화가 날 때와 두려울 때 사람들은 그들에게 나타나는 신체적 변화가 다르 다고 느낀다. 그러나 대부분의 심리학자들이 주장하듯 그것이 같은 신체적 변화 였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화났을 때와 두려울 때 그것을 다르게 해석하게 되 기 때문일 수도 있다. 자율신경구조 활동 그 자체가 화가났을 때와 두려울 때 실제로 다르게 나타난다는 증거는 없다. 만약 자율신경구조 변화가 각각의 감정에 대해 독특하게 나타나는 것이라면, 이것은 거짓말을 찾아내는데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거짓말탐지기를 이 용하거나 혹은 그냥 지켜보거나 듣기만 하는 정도로도 상대방이 감정적으로 고 양되어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정확하게 그것이 어떤 감정인지를 알아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는 지금 두려워하고 있는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는 데 는 억제할 수 있는 표정보다는 통제하기 어려운 자율신경구조 활동이 더 중요한 증거가 될 것이다. 감정마다 각기 다른 자율신경구조 활동을 갖는다는 것을 증명해 줄 확실한 증 거를 찾기 위해서는 두 가지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우선 첫 번째 문제는 순 수한 감정의 표본을 어떻게 얻어낼 것인가 하는 것이다. 두려움을 느낄 때의 자 율신경구조 변화와 화가 났을 때의 변화를 대조해 보려면 피실험자가 그 각각의 감정을 경험하고 있는 순간을 확실히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자율신경구조 변 화의 측정이 고도의 장치들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피실험자는 표본이 될 감정을 실험실 안에서 느껴야만 한다. 문제는 그런 작위적이고 부자연스러운 장치들을 통해 어떻게 자연스런 감정을 유도해 내느냐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화나게도 만들고 두려움을 느끼게 만들 수 있을까? 이 마지막 문제, 그들이 분노와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 지 않도록 하는 것, 즉 감정의 혼합이라고 부르는 상태를 막는 것은 아주 중요 하다. 감정들이 분리되어 유지되지 않으면 -표본이 순수하지 않으면- 각각의 감 정에 대한 자율신경구조 활동이 다르다는 것을 증명할 길이 없다. 두 번째 문제는 필요한 감정 표본을 실험실에서 기계들을 이용해 얻어내야 하 기 때문에 생겨난다. 실내에 있을 때 대부분의 피실험자는 자신의 내부에서 일 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 의식하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그 감정은 과장된다. 자율 신경구조 활동을 관찰하려면 피실험자의 몸 여러 부분에 전선을 감다시피 해야 한다. 단지 호흡이나 심장박동수, 체온, 그리고 땀이 나는가를 살피는 것에만 이 렇게 많은 전선을 써야 한다. 이런 전선들에 묶여 있어야 하고, 연구자들이 자신의 신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세밀히 관찰하고 있으며, 변화를 탐지하기 위해 카메라까지 동원된 다는 것을 알고 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황하게 된다. 이런 당혹감이 한 가지 감정으로 작용해서 자율신경구조 활동을 야기시키게 된다면 이 변화는 궁 극적으로 과학자들이 얻고자 하는 감정에 대한 자율신경구조 변화에 영향을 미 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일어난 감정은 당혹감뿐이었는데도 과학자는 피실험자 가 한 순간 두려운 사건을 기억했고, 다음 순간에는 화가 나는 일을 기억했다고 생각하는 오류를 저지르게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피실험자의 당혹감을 없애기 위해 우리는 직업배우들을 실험대상자로 선택했다. 배우들은 다른 사람에 의해 관찰되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사 람들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어도 당황하지 않는다. 당황하기는커녕 그들은 우리 가 전선을 이용해 그들의 몸 안을 살펴보게 될 것이라는 사실에 매우 흥미스러 워했다. 배우들을 피실험자로 이용하는 것은 또 첫 번째 문제 -순수한 감정을 얻어내는 것- 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배우들은 여러 해 동안 연기법을 훈련해 왔기 때문에 어떤 감정을 기억해 내서 그 감정을 재연출하는 데 아주 익 숙해 있었다. 실험이 이루어지는 동안 우리는 그들의 몸에 전선을 연결해 두었고 그들의 얼 굴을 조사할 수 있도록 비디오 카메라를 장치해 놓았다. 그리고 그들이 살아오 면서 가장 강렬한 분노를 느꼈을 때를 기억해내서 가능하면 그때만큼 강렬하게 그 느낌을 되살려내라고 요청했다. 그 다음에는 두려움을, 다음에는 슬픔, 놀람, 행복, 역겨움 등의 감정을 차례로 주문했다. 이것은 다른 학자들에 의해서도 많 이 사용되었던 방법이지만 우리는 다른 연구들보다 더 확실한 자료를 얻어낼 수 있었다. 배우들은 그런 기교에 익숙해 있었고, 따라서 당황해하지도 않았기 때문 이다. 배우들을 조사하는 것은 순수한 감정을 얻기 위해 우리가 사용한 기술적 측면 에서도 도움이 되었다. 이러한 방법은 아직까지 시도된 적이 없었다. 우리는 이 새로운 방법으로 감정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몇 년 전에 했던 다른 실험을 통해 우연히 알아내게 되었다. 근육의 움직임에 의해 발생하는 표정의 구조를 조사하기 위해 나와 동료들은 일단 얼굴표정을 필름으로 찍은 후 각각의 근육 움직임의 조합이 어떻게 표정을 변화시키는지를 분석함으로써 수천 가지의 얼굴 표정들을 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감정에 관계된 얼굴 근육을 움직이면 우리 몸에도 갑자기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 것이 자율신경구조에 의해 생기는 변화였다. 우리는 배우들에게 정확하게 그 얼굴 근육들을 움직여 달라고 요청했다. 여섯 가지의 다른 지시사항들이 있었는데 그것은 각각 여섯 가지 감정을 나타내는 것 이었다. 배우들은 우리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에 대해 당황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시사항들을 만족스러울 만큼 잘 해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어낸 감정 표본이 순수한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의심해 보았다. 그들의 표정 연기를 비디오 테이프로 녹화해서 그들이 각각 요구받은 얼굴표정을 제대로 만들어 냈다고 판 단되는 부분만을 자료로 삼았다. 우리 실험은 자율신경구조 활동이 모든 감정에 따라 달라진다는 강력한 증거 를 제공했다. 심장박동과 피부 온도 그리고 땀의 양에 있어서의 변화는 감정에 따라 모두 다르게 나타났다. 피부 온도는 화가 나면 뜨거워지고 두려우면 차가워진다. 우리는 다른 피실험 자들을 대상으로 이 실험을 반복했는데 그때도 같은 결과를 얻었다. 만약 다른 과학자들도 그들의 실험실에서 우리와 같은 실험을 반복해서 같은 결과를 얻게 된다면 거짓말 탐지자가 거짓말탐지기로 알아내야 하는 내용이 바뀌게 될 것이 다. 단지 상대방이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아닌지만을 알아보는 대신 거짓말탐지 기로 다양한 자율신경구조 활동들을 조사해 봄으로써 그 감정이 정확하게 무엇 인지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거짓말탐지기 없이 맨눈으로 보기만 하더라도 호흡이나 땀을 흘리는 상태의 변화를 읽어냄으로써 상대방에게 특정한 감정이 발생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자율신경구조 활동이 누군가가 느끼는 감정을 구체적으로 가르쳐 줄 수 있다 면 거짓말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범할 수 있는 실수, 즉 진실한 사람을 오해하는 것과 거짓말쟁이를 믿게 되는 일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번 장에서는 감정을 숨기려는 시도가 어떻게 말이나 목소리, 몸짓에 의해 드러나게 되는지를 살펴보았다. 예를 들어 처남이 사업에 실패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는 슬픈 듯한 인상을 지어 보여야 한다. 처남의 실패 소식에 대해 아무 느낌이 없을 때는 겉모습만 슬픈 척하고 있으면 될 것이다. 그러나 그가 은밀히 처남의 불행을 기뻐하고 있었다면 거짓된 슬픔의 모습이 그의 진실한 감 정을 위장하는 가면이 된다. 말, 목소리, 몸짓에 의해 그런 가장된 감정표현이 드러나고, 그래서 실제로는 감정을 느끼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알 수 있을까? 아무도 모른 다. 꾸며낸 감정을 발견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감춰진 감정을 찾아내는 방법에 비해 아직까지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만 관찰과 이론, 그리고 직감 에 의지할 뿐이다. 자율신경구조에 의해 생기는 변화들 중 몇 가지는 하기 쉬운 것이다. 호흡이 나 침을 삼키는 행동으로 나타나는 특정한 감정표시를 숨기는 것은 어렵지만, 숨이 차고 침을 자주 삼키는 척하는 것이 특별한 기술은 아니다. 그러나 이와 달리 땀은 감추거나 위장하기는 어렵다. 거짓말쟁이가 부정적 감정을 느끼고 있 는 듯한 인상을 주기 위해 호흡과 땀을 이용할 수는 있겠지만 이런 것들을 이용 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 것이다. 속이는 사람에게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듯 보이고 싶다면 그는 움직임을 증가 시키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렇게 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 하고 있다. 쉽게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것인데도 이런 행동들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두려움이나 고통을 느끼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될 수도 있다. 설명동작을 열심히 함으로써 실은 아무 느낌도 없는 문제에 대해 관심과 열정 을 가지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줄 수도 있겠지만 성공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신문에 의하면 전 대통령 닉슨과 포드는 그들의 설명동작을 다양하게 하기 위해 특별한 지도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텔레비전을 통해 그들의 행동을 지켜본 국민들은 오히려 거짓말쟁이 같은 인상만 받았을 뿐이었다. 말과 설명동작이 연관되어야 할 부분에서 계산대로 정확하게 그런 동작을 취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설명동작이 너무 빨리 나타나기도 하고 너무 늦게 이 루어지기도 하며, 때로는 지나치게 길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말과 설 명동작의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5. 얼굴에 드러나는 속임수 얼굴은 거짓말이나 진실, 또는 그 두 가지가 동시에 나타나기 때문에 거짓말 탐지자에게는 매우 귀중한 자원이 된다. 얼굴에는 거짓말쟁이가 감추고 싶어하 는 메시지와 보여주고 싶어하는 메시지가 동시에 담겨 있다. 어떤 표정은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서 오히려 거짓말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표정을 잘못 꾸며서 오히려 거짓말을 드러내버리는 경우도 있고, 감추려 고 애쓰던 감정이 얼굴에 나타나기도 한다. 혹은 한 가지 표정을 짓고 있는 얼 굴에 꾸며낸 감정과 감추려는 감정이 동시에 드러나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 이 얼굴에서 거짓말을 찾아내지 못하는 이유는 꾸며낸 감정과 진짜 감정을 구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진짜로 느껴진 감정표정은 화자의 생각이나 의도와는 관 계없이 무의식적으로 얼굴 근육의 움직임으로 나타난다. 가짜 표정은 사람들이 자신의 숨겨진 감정과 가짜 감정을 서로 착각하도록 일부러 얼굴을 통제해서 표 현하는 것이다. 얼굴은 교묘하게 조작된 표정과 무의식적인 표정이 함께 나타나 는 이중적인 시스템이다. 심지어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당사자도 자기 얼굴에 무엇이 나타나 있는지 모를 때가 많다. 특정한 감정을 어떤 표정으로 표현하는 지는 알고 있지만, 막상 감정이 드러날 때는 선택의 여지없이 자동적으로 표현 되거나 때로는 원하지도 않은 감정이 무의식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나 전혀 제약이 없는 것은 아니다. 권위 있는 인물에게는 화를 드러내지 못하는 것과 같이, 특정한 표현을 할 때 언제나 나타나는 표정상의 매너리즘이 나 뿌리 깊은 습관이 이러한 제약에 해당한다. 이 책에서 관심을 두고 있는 표 정은 거짓말쟁이가 남을 속이기 위해 고의로 꾸며내는 교묘한 가짜 표정과 저절 로 나타나는 무의식적인 표정이다. 얼굴에 나타나는 감정의 무의식적인 표정은 진화에 따른 산물이다. 인간의 표 정 중에서 상당 부분은 다른 영장류와 유사하다. 얼굴을 통한 감정 표현 중 몇 가지는 나이, 성별, 인종, 문화와는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사용하는 것 이다. 이런 류의 표정은 감정이 발생하는 순간의 미묘한 뉘앙스까지 전달해주는 가장 풍부한 정보가 된다. 표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특정한 감정 경험을 묘 사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언급했듯이, 얼굴이 단순히 무의식적인 시스템만은 아니다. 유년 기의 아이들도 얼굴 표정을 통제해서 자신의 진짜 감정을 감추거나 없는 감정을 꾸며내는 방법을 알고 있다. 아이들은 자랄수록 사회적으로 공인된 표현 규칙을 배워서 점점 뿌리 깊은 습관을 습득하게 된다. 나중에는 표정을 통한 감정표현 에 대한 표현규칙이 몸에 배어서 자신의 선택과는 무관하게 무의식적으로 표정 을 조절하게 된다. 그런 표현 규칙이 있다는 것을 안다고 해도 그 규칙을 거부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단 습관이라는 것이 몸에 배어서 저절로 행하게 되면, 그 습관을 고치는 것은 어렵다. 감정 관리(표현규칙)를 포함해서 이러한 습관은 고치기 가장 힘든 것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같은 감정에 대해 얼굴표정이 각 나라마다 다 르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바로 표현규칙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정한 감정을 유 발시키는 필름을 보고 나서 그 감정을 표현하는 표정은 일본인이나 미국인이나 차이가 없다. 그러나 일본인이 혼자였을 경우 필름을 보는 동안 같은 자리에 다 른 사람이, 특히 권위 있는 누군가가 함께 있을 때는 일본인들이 미국인들보다 표현규칙에 더 얽매여서 부정적인 감정을 미소와 같은 것으로 감추는 경향이 있 다. 습관적으로 표정에 대한 자동 통제가 가능하지만, 사람들은 의식적으로 자신 의 진짜 감정을 걸러내거나 없는 감정을 꾸며서 표현할 수가 있다. 대부분의 사 람들은 한두 가지 표정쯤은 쉽게 꾸며낼 수 있다. 그래서 누군가 상대방의 표정 때문에 속았다 할지라도 그 사실을 모르고 지나가게 마련이다. 그러나 반대로 상대방의 얼굴에 스쳐지나는 표정을 통해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 치챘던 경험도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짜 표정을 구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연구 결과에 의하면 그렇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간호학과 학생들이 언제 거짓말을 하며 또 언제 진실을 말하는지 구분하라고 했던 실험에서 대부분은 이를 구분하지 못했다. 학생들의 표정만 보 았던 사람들은 학생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을 때를 오히려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오판함으로써 확률상의 기대치보다도 낮은 성적을 보였다. 그들은 가짜 표정에 속아서 진짜 감정을 드러내는 표정을 무시하고 넘어간 것이다. 누군가가 거짓말 을 할 때 상대방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표정은 명확하게 나타날 뿐만 아니라 발견하기도 쉬운 것들인데, 이런 표정은 대개 가짜인 경우가 많다. 대개의 학자들은 거짓말하는 사람의 표정보다는 설명 동작이나 화법상의 실수 같이 손쉽게 관찰할 수 있는 행동상당의 단서에만 연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표정을 관찰했던 극히 일부의 학자들도 미소에만 국한했고, 그것도 지나치게 단 순하게 취급한 경향이 있다. 그들의 관찰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 거나 진실을 말할 때 모두 미소를 사용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학자들은 미소의 종류를 구분하지 않았다. 모든 미소가 똑같은 것은 아니다. 표정을 측정하는 우 리들의 기법에 의하면, 미소의 종류만 해도 50가지가 넘었다. 간호학과 학생들도 거짓말을 할 때와 진실을 말할 때 모두 다른 종류의 미소를 보였다. 얼굴 표정에는 수천 가지 종류가 있다. 대부분의 경우, 감정과는 관계없는 것 들이다. 설명 동작, 대화를 강조하는 동작, 문법을 보완해 주는 동작(표정으로 물 음표나 느낌표를 대신하는 것같은 동작) 같은 많은 종류의 동작은 '대화신호'라 고 한다. 얼굴 상징도 있다. 여기에는 한 쪽 눈을 감는 윙크, 눈썹은 올리고 눈 꺼풀은 내려뜨린 채 입을 유자로 만드는 축처진 표정, 한 쪽 눈썹을 치켜 올리 는 조소의 움직임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얼굴 움직임'이라는 것도 있는데 입술 을 깨물거나 빠는 행동, 입술 문지르기, 볼을 내밀기 등이 있다. 각각의 감정마다 별개의 표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감정에 수십 가지 의 표정이 있을 수도 있고, 심할 때는 수백 가지 표정이 모두 한 가지 감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모든 감정은 한 그룹에 속하는 다양한 표정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양이 서로 다르다. 하나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한 가 지의 경험이나 느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은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경험이 여 러 가지인 것과 마찬가지다. 우선 가장 까다로운 단서인 미세표정부터 살펴보자. 이런 표정들은 숨겨진 감 정을 완벽하게 드러내준다. 그러나 너무 빨리 지나가기 때문에 종종 놓치는 경 우가 많다. 미세표정은 4분의 1초 내외의 짧은 시간 동안 나타났다가 이내 사라져 버린 다. 미세표정은 거의 20년 전에 있었던 속임수의 단서에 대한 첫 번째 연구에서 발견되었다. 정신질환 환자 메리의 면담 필름을 조사하던 중 발견된 것이다. 그 녀는 자살을 시도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있던 환자였다. 메리가 병원 에 입원한 지 몇 주쯤 지나서 찍은 그 필름에서, 그녀는 자신이 더 이상 좌절감 을 느끼고 있지 않으며, 주말을 가족과 함께 보내고 싶으니 휴가를 달라고 의사 에게 말했다. 그러나 나중에는 병원의 감시를 피해 자살을 시도하려고 거짓말을 했다고 고백했다. 여전히 절망적인 불행에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메리는 상징동작으로 어깨를 으쓱하는 동작을 부분적으로 취했고 설명동작은 평소보다 적게 사용했다. 미세표정도 있었다. 슬로우 모션을 반복해서 관찰한 결 과, 슬픔을 나타내는 완벽한 미세표정이 나타났다. 그러나 아주 잠시 동안이었 고, 그 표정은 곧바로 미소로 바뀌어버렸다. 미세표정은 얼굴 전체에 나타나는 압축된 형태의 감정표현이며, 일반적인 표정의 몇 분의 일에 해당하는 짧은 시 간 동안만 지속된다. 너무 빨리 지나가기 때문에 거의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슬픈표정을 나타내고 있는 <그림 1>은 그냥 움직임이 없는 단순한 그림이기 때문에 표정해석이 쉽다. 그러나 미세표정처럼 이 표정도 약 25분의 1초 정도만 나타나고 곧바로 다른 표정으로 바뀌어버린다면, 대부분은 찾아내지 못할 것이 다. 우리는 메리의 면담에서 발견된 미세표정과 몇 가지 기초자료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메리의 감정이 어떤 것인지를 판단하게 했다. 비숙련자들은 미세표정 을 지나쳐 버리고 메리가 좋은 상태인 듯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후에 슬로우모 션을 보고 나서야 겨우 슬픔의 표정을 찾아냈다. 그러나 의사들 같이 숙련된 사 람들은 슬로우모션이 필요없었다. 의사들은 메리의 면담 필름을 보면서 바로 슬 픔을 나타내는 미세표정을 읽어냈다. 미세표정은 아주 까다로운 것이다. 숨겨진 감정을 표현하는 풍부한 정보원이 면서도 그리 쉽게 볼 수 없다. 간호학과 학생들의 거짓말 실험에서도 우리는 몇 가지 미세표정을 발견했다. 가장 공통적으로 나타났던 것은 표정의 중단이었다. 하나의 표정이 드러나기 시작하자마자 자신이 곧 그것을 깨닫고 그 표정을 멈추 거나, 다른 표정을 가면으로 사용해서 방금 자신이 지었던 표정을 감추는 경우 를 표정의 중단이라고 한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가면은 미소였다. 중단된 표정 은 보통의 미세표정보다 오래 지속되지만 미세표정만큼 완전한 것은 아니다. 미 세표정은 지속되는 시간이 짧기는 하지만 완벽한 메시지가 들어 있다. 중단된 표정은 어느 순간 잘라진 것으로 완전한 하나의 표정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미세표정보다는 오랫동안 지속되기 때문에 표정이 중단되었다는 사실 그 자체는 찾아낼 수 있다. 미세표정과 중단된 표정은 두 가지 취약한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이들이 제공 하는 속임수에 대한 단서는 해석하기가 어렵다. 앞 장에서 언급했던 브로커의 위험을 생각해보자. 개개인의 감정표현이 서로 달라서 거짓말을 찾아내지 못하 는 경우를 브로커의 위험이라고 했다. 자기 감정을 숨기고 있다고 해서 모든 사 람들의 얼굴에 미세표정이나 표정의 중단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그런 것들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서 진실을 말했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이다. 감정을 숨기는 능력은 개인마다 차이가 나며, 내가 타고난 거짓말쟁이라고 부르는 사람 들은 거짓말을 완벽하게 해내기 때문에 증거가 나타나지 않는다. 오델로의 실수라고 불렀던 두 번째 문제는 거짓말을 한 것으로 오해를 받았을 경우 결백한 사람도 지나치게 흥분할 수 있기 때문에 생겨난다. 오델로의 실수 를 막으려면 거짓말 탐지자가 누군가의 얼굴에서 미세표정이나 중단된 표정을 찾았다 하더라도, 그것이 거짓말에 대한 충분한 증거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 해하고 있어야 한다. 이런 표정에 나타나는 대부분의 감정은 선의의 감정을 감 추려는 지극히 단순한 상황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것들이다. 결백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오해를 받을까봐 두려워하거나 거짓말이 아닌 다른 것 때문에 죄책감 을 느낄 수도 있으며, 자신이 결백함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고소를 해서 화가 나 있거나 그런 오해에 대해 환멸을 느낄 수 있다. 또 엉뚱하게 내려진 처벌에 당황할 수도 있다. 반대로 고소한 사람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기회가 주어지면 그 때문에 오히 려 기분이 좋을 수도 있다. 만약 이 경우에 결백한 사람이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감추려고 한다면 미세표정이나 표정의 중단은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 표정을 만들어 내는 얼굴 근육들이 모두 쉽게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근육은 마음먹은 대로 움직일 수 없는 것이어서 가짜 표정을 만드는 데 써 먹을 수 없다. 따라서 얼굴 근육으로 거짓말의 단서를 잡는 것은 상당히 믿을 수 있다. 또한 숨겨진 감정을 감추려고 하는 데도 이런 근육들이 저절로 움직여 서 표정을 만들기 시작하면 그런 표정은 감추거나 도중에 멈추기가 어렵다. 근육의 움직임을 통제하지 않아도 실제의 감정을 감출 수 있는 다른 방법도 있다. 미소와 같은 전형적인 가면으로 실제 감정을 덮어버리는 눈꺼풀에 난것이 다. 그러나 이렇게 하더라도 이마와 티나는 진짜 감정까지 감추지는 못한다. 또 다른 방법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정반대의 근육들을 사용해서 진짜 감정 을 감추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강제로 미소를 지으려면 입술을 다문 채 볼 근육 을 위로 움직이면 된다. 그러나 자의로 움직일 수 있는 근육을 사용하면 그 자체가 속임수에 대한 단 서가 될 수도 있다. 자의에 의해 조정할 수 있는 근육의 움직임과 감정에 의해 이끌린 근육의 움직임이 한 가지 표정에 섞이게 되면 엉뚱한 표정이 되기도 하 고, 경직되거나 일부러 꾸며낸 표정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의 감정을 감추는 가장 완벽한 방법은 표정과 관련된 모든 근육의 움직임을 철저하게 막는 것이 다. 그러나 거짓말에 대한 단서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근육에 이런 감정이 나타 나면 통제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마는 신뢰근육 움직임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그림 2>는 슬픔, 비애, 고뇌, 죄의식 등에서 신뢰근육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그림 2>는 <그림 1>과 같은 것이지만, 이마의 움직임에만 초점을 맞추기 위해 얼굴 의 다른 부분을 그려 넣지 않았기 때문에 알아보기가 더 쉽다) 눈썹의 안쪽 모 퉁이가 윗쪽으로 올라가 있는 것을 주시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보통 눈꺼풀이 삼각형 모양이 되고 이마의 중앙부분도 약간 찡그린 모양을 하게 된다. 이 표정들은 감정을 가짜로 만들어낼 경우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 로 슬픔, 고뇌 또는 죄의식 같은 것을 느낄 때는 그 감정을 감추고 싶어도 저절 로 나타나게 된다. 이 그림과 그 외의 다른 그림들은 각각의 표정을 명확하게 묘사하기 위한 것들로, 실제로는 얼굴에 그대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슬픔을 느꼈는데 그 강도가 약한 것이라면 모양만 <그림 2>와 같을 뿐이지 실 제로 나타나는 표정은 <그림 2>보다 더 작게 나타날 것이다. 일단 각각의 표정 이 어떤 패턴을 가지는지를 배워서 아주 작은 표정까지 구분할 수 있게 되면, 그림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 볼 수 있는 섬세한 표정까지 구분할 수 있게 된다. <그림 3>은 두려움, 염려, 불안, 공포 등의 감정을 느낄 때 나타나는 신뢰근육 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눈썹이 모두 위로 올라가 있고 가운데로 모여 있다. 이런 움직임의 조합도 정교하게 꾸미기가 어렵다. 또한 이 그림은 윗눈꺼풀이 위로 당겨지고 아랫 눈꺼풀이 긴장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것은 두려움을 느낄 때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정도의 눈꺼풀 움직임은 통제하는 것은 쉬운 일이기 때문에 두려움을 숨기려고 마음만 먹으면 쉽게 멈출 수 있다. 그러나 눈썹의 위치는 그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그림 4>와 <그림 5>는 노여움과 놀림을 보여주는 눈썹과 눈꺼풀의 움직임 이다. 이 그림에는 두 가지 이외의 다른 표정이 개입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눈썹 이나 눈꺼풀의 움직임이 없다. 그러나 <그림 4>와 <그림 5>에서 보이는 눈썹과 눈꺼풀의 움직임은 믿을 만한 것이 못된다. 이런 움직임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진짜 감정을 감추거나 가짜 감정을 꾸며내는 데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그림은 눈썹과 눈꺼풀이 어떻게 감정을 나타내는지 총괄하 기 위한 것이며, <그림 2>와 <그림 3>의 신뢰동작과 대조를 이루게 해서 신뢰 동작을 좀더 뚜렷하게 보여주기 위한 것들이다. 입 주위에도 신뢰 동작이 나타나는 부분이 있다. 입술이 좁아지는 것은 노여 워하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단서이다. 입술을 빨거나 꽉 다물지 않더라도 붉은 부분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이다. 이런 근육 움직임은 보통사람들이 꾸미기는 아 주 어려운 동작이다. 화가 나기 시작할 때 흔히 나타나는 동작으로 심지어 자신 이 느끼는 감정을 알고 있어도 이 움직임이 나타난다. 그러나 이 움직임은 아주 미묘한 것이며, 미소와 같은 것으로 쉽게 감출 수 있다. 오델로의 실수(결백한 사람이 오해를 받을 경우 거짓말쟁이와 똑같은 특징이 나타나기 때문에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지 못하는 오류)는 이들 신뢰근육의 움직 임을 해석하는 일을 한층 복잡하게 만든다. 결백한 사람이라도 자신이 오해를 받아 고소당할까봐 두려움을 느끼데 되면 <그림 3>과 같은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자신이 두려워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면 거짓말쟁이로 오해를 받을까봐 자신의 감정을 감추려 들겠지만, 눈썹 주위에 나타나는 감정은 감추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대로 남게 된다. 진짜 거짓말쟁이가 자신의 두려움을 감추려고 할 때도 똑같 은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다. 브로커의 위험(개개인의 개인적인 차이 때문에 진짜 거짓말쟁이는 오히려 단 서를 전혀 보이지 않을 수도 있고, 결백한 사람이 그런 단서를 보일 수도 있다 는 점을 계산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위험)도 신뢰근육의 움직임을 해석하는 과 정에서 주의해야 할 문제점이다. 일부 사람들은 자신의 진짜 감정이 표정에 나 타나는 것을 막는 데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사람들의 경우에는 신뢰 근육도 믿을 것이 못된다. 카리스마적인 지도력을 가진 인물 중에도 이런 특출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1983년 폴란드를 방문했을 때 그의 이런 능력을 보여준 적이 있다. 교황이 폴란드를 방문했을 때 그의 이런 능력을 보여준 적이 있다. 교황이 폴란드를 방문하기 몇 해 전, 그다니스크 조선소에서 발생했던 파업을 통해 폴란드 국민들은 공산당 지도부가 어느 정도의 정치적 자유를 줄지도 모른 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당시 자유노조의 지도자였던 레흐 바웬사가 지나치게 급진적인 노선을 취해서 헝가리나 체코슬로바키아, 또 는 동독의 경우처럼 소련군이 진주해 올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 소 련군은 이미 몇 달 전부터 폴란드 국경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지역에서 '군사 훈련'을 하고 있었다. 결국 자포자기의 상태로 자유노조의 활동을 방관하고 있던 폴란드 정권이 모 스크바의 승인을 얻어 무력탄압을 시작했다. 폴란드 군부의 야루젤스키 장군은 계엄령을 선포해서 노조 활동을 금지시켰으며, 바웬사의 활동에도 제한을 가했 다. 계엄령이 선포된 지 1년 6개월이 지난 후, 폴란드인인 교황이 스스로 고국을 방문하게 되었으며, 그의 방문은 폴란드 정국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 로 예상되었다. 과연 교황은 야루젤스키에게 신의 가호를 내릴 것인가, 아니면 바웬사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게 될 것인가. 한편으로는 교황이 폴란드 땅에 있 다는 사실 그 자체가 파업에 다시 불을 붙이고 폭동을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수 도 있었다. 언론인이었던 윌리엄 사파이어는 사진으로 기록되었던 교황과 야루젤스키 사 이의 대담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교황과 꼭두각시 지도자는 서로 웃으면서 악수를 했다. 교황은 대중에게 공개되는 자신의 모습이 이 상황에서 어떻게 사 용되지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표정을 잘 통제하고 있었다. 그러나 서 로 웃으면서 악수하는 이 장면은 교회측과 폴란드 정권이 서로 비밀협정을 체결 했다는 뜻 이외에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는 것이었다. 소련이 선택한 지도자(야 루젤스키)는 자신이 원하던 정치적 축복을 받은 셈이었고, 이 장면은 국영 텔레 비전을 통해 재방송되고 또 재방송되었다."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인 차이가 신뢰근육의 움직임을 해석하는 데 방 해가 되는 또다른 예가 있다. 이미 언급한 적이 있는 표정을 통한 대화신호가 그것이다. 대화에 사용되는 표정 신호 중에서 몇 가지는 특정한 단어를 강조하 기 위해 사용하는 손동작과 상당히 유사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림 4>나 <그림 5>처럼 눈썹을 높이거나 낮추는 방법을 사용한다. 자신의 말을 강조하기 위해 슬픔이나 두려움을 나타내는 눈썹 움직임을 사용하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만약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사람들의 신뢰근육의 움직임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배우이자 감독인 우디 알렌은 눈썹 움직임으로 말의 진위를 판단할 수 없는 사람의 실례이다. 그는 슬픔을 의미하는 눈썹 움직임을 대화 중의 강조수단으로 사용한다. 대개의 사람들이 강조의 수단으로 눈썹을 올리거나 내리는 반면, 우디 알렌은 눈썹의 안쪽 부분을 위로 올린다. 그가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이 보 이거나 감정에 치우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어느 정도는 그의 이런 표정 때문이 다. 우디 알렌 같이 슬픔의 움직임을 대화 중의 강조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언제든지 그런 표정을 고의로 만들어낼 수 있다. 이 사람들은 그런 동작을 통해 가짜표정을 꾸며낼 수 있으며, 감추고자 하는 감정도 숨길 수 있다. 그들은 보통 사람들이 조절할 수 없는 근육을 쉽게 사용한다. 거짓말 탐지자는 의심가는 사람이 이들 동작을 대화 중의 강조수단으로 자주 사용할 경우 신뢰근육을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얼굴에 나타나는 신뢰근육 움직임의 해석을 더욱 어렵게 하는 세 번째 문제점 으로는 연극적 기교가 있다. 꾸며낸 감정을 표현할 때 신뢰근육의 움직임이 사 용될 수 있다. 스타니슬라브식 연기법은 특정한 감정을 기억해내서 그것을 다시 느끼는 과정을 통해 배우들이 필요한 감정을 정확히 표현하는 표현하는 기법이 다. 배우가 이 방법으로 감정을 표현할 때 나타나는 표정은 꾸며낸 것이 아니라 재형성된 감정의 결과일 뿐이며, 연구를 통해 밝혀졌듯이 감정에 의한 생리작용 까지 그대로 유발시킨다. 거짓말쟁이도 스타니슬라브식 기법을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기법을 사용 할 경우, 그들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징후도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가짜 표정을 짓고 있는 거짓말쟁이는 실제로 그 가짜 감정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얼굴에도 신뢰근육의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다. 스타니슬라브식 기법에 의해 만들어지는 감정은 가짜와 진짜를 구분할 수 있 는 경계가 모호하다. 거짓말쟁이가 자기 자신의 감정에 스스로 속아버려서, 자신 의 거짓말을 진실로 착각해버리는 경우에는 상황이 더욱 악화된다. 이 경우 거 짓말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더욱 어려워진다. 지금까지 숨겨진 감정이 노출될 수 있는 미세표정, 감정의 중단 이전에 나타 나는 것들, 신뢰근육의 움직임을 통제하지 못해서 얼굴에 그대로 남아버리는 것 등 세 가지 경우에 대하여 논의했다. 이제부터는 관점을 바꿔 느끼지도 않는 가짜 감정을 의미하는 표정이 얼굴에 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펴보겠다. 이미 언급했듯이 가짜 표정에는 신뢰근육의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물론, 우디 알렌 같은 사람이 없 고, 또 스타니슬라브식 연기법 같은 문제가 없다는 가정을 전제해야 할 것이다. 표현하고 있는 감정이 가짜임을 의미하는 단서에는 표정의 불균형, 타이밍, 대화 의 흐름에서 차지하는 위치 등 세 가지가 있다. 불균형 표정의 경우, 얼굴의 양쪽에 같은 동작이 나타나지만 양쪽에 나타나는 움직임의 강도가 서로 다르다. 이 표정은 어느 한 쪽에만 동작이 나타나는 단독 표정과 구분되어야 한다. 한 쪽에만 나타나는 움직임은, 입술의 좌우측 중 어느 한 쪽만 윗쪽으로 움직이거나 서로 모으는 경멸감의 표정만 제외하면, 어떤 감 정이 생겼다는 증거가 되지 못한다. 단독 표정은 한 쪽 눈만 깜빡이는 윙크나 한 쪽 눈썹만 치켜 올리는 회의의 표시처럼 상징동작의 일부일 뿐이다. 불균형 표정은 단독표정에 비해 더욱더 미묘하고 보편적이며, 그만큼 재미있는 것이다. 얼굴의 어느 한 쪽이 다른 쪽보다 강한 움직임을 보이는 기형적인 표정은 표현 하고 있는 감정이 가짜임을 의미하는 단서가 된다. 불균형 표정은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자의적인 가짜 표정이다. 저절로 우러난 표정에서는 불균형이 거의 나 타나지 않는다. 표정의 불균형은 표현하고 있는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는 증거가 된다. 이 문제에 대한 학계의 논쟁은 예전부터 아주 활발하게 이루어졌는데, 근래들 어 긍정적인 감정표현에 관해서만 부분적인 의견일치를 보고 있다. 지금은 대부 분의 과학자들도 감정을 정말로 느끼지 않았을 경우에 해당되는 미소는 1차 근 육의 움직임이 어느 한 쪽의 얼굴에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필자의 주장에 동의 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가짜 미소를 꾸미거나 행복한 표정을 지어달라고 하자, 피투성이 장면을 보고나서 미소를 지어달라고 했던 간호학과 학생들의 실험에서처럼 불균 형 표정이 나타났다. 표정을 꾸미는 사람이 오른손잡이일 경우, 전형적으로 얼굴 의 왼쪽 부분이 오른쪽보다 강한 움직임을 보였다. 진짜로 느껴진 감정을 표현 하는 표정의 경우, 불균형 표정이 나타나는 경우가 극히 적었으며, 얼굴의 왼쪽 부분에서 흔히 나타나는 불균형 움직임도 없었다. 부정적인 감정에서 나타나는 불균형도 발견되었다. 이 불균형도 가짜 감정을 꾸미는 경우에는 나타나고, 실제로 느끼는 감정을 표현할 경우에는 나타나지 않 았다. 어떤 때는 얼굴의 좌측에서 움직임이 강하게 나타나는가 하면 오른쪽에 움직임이 강하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었고, 그런 불균형이 전혀 나타나지 않을 때도 있었다. 미소뿐만 아니라 눈썹을 아래로 내리는 동작과 같이 노여움을 표시하는 움직 임도 감정을 꾸며낼 경우에는 왼쪽 얼굴에 더 강하게 나타났다. 또한 코 끝을 찡그리는 경멸감의 동작이나 입술의 양쪽을 귀 쪽으로 곧장 펴는 두려움의 동작 은 해당되는 감정을 꾸며냈을 경우 오른쪽 얼굴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불균형 표정이 여러 번 나타났다면 표현하고 있는 감정을 실제로는 느끼지 않 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표정의 불균형이 있다는 점이 표현하고 있는 감 정을 느끼지 않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되지는 못한다. 몇몇 표정은 실제로 감 정을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불균형을 보일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표정은 그렇 지 않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불균형 표정이 전혀 없었다고 해서 실제로 그 감정 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는 아닌 것이다. 단지 몇몇 경우에만 불균형 표정이 나타 날 뿐이다. 거짓말 탐지자는 거짓말을 판별할 때 한 가지 단서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여러 가지 단서들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얼굴에 나타나는 단서들은 목소리, 말, 몸짓 같은 다른 단서들을 통해 검증해야만 한다. 단서가 얼굴에서만 나타난다 하더라도, 그것이 반복되어 나타나기 전에는 거짓말에 대한 단서로 확정지어서 는 안 된다. 얼굴에 나타날 수 있는 다른 단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면 더 좋 다. 신뢰근육, 눈 그리고 자율신경상의 변화가 얼굴에 나타나는 세 종류의 단서가 될 수 있다. 불균형 표정은 이들 세 가지 단서에 포함되는 또 다른 단서에 불과 할 뿐이며, 상대방이 숨기고 있는 무엇인가에 대한 단서가 아니라, 겉으로 드러 난 표정이 가짜일지도 모른다는 단서에 지나지 않는다. 타이밍도 속임수에 대한 단서가 된다. 표정이 나타나는 시점(시작시간)이나 표 정이 사라지는 시점뿐만 아니라 표정이 지속되는 전체적인 시간 등이 타이밍에 포함된다. 10초 이상 오랫동안 지속되는 표정의 경우 거의 가짜 표정이고, 5초 이상 머무르는 대부분의 표정도 가짜일 확률이 높다. 실제로 느껴지는 감정을 표현하는 표정은 그렇게 오랫동안 지속되는 경우가 드물다. 희열의 절정 상태에 있다거나 격분의 끝, 혹은 절망의 바닥에 떨어진 경 우가 아니라면 진짜 표정은 몇 초 이상 지속되는 일이 없다. 실제로 느낀 감정 상태에서 나타나는 표정들은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종류의 표정이 나타난다. 긴시간 동안 지속되는 표정은 대부분 그 표정이 가짜라는 것을 의미한다. 놀라움을 의미하는 표정만 제외하면 표정이 시작되는 시점과 사라지는 시점을 통해 속임수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진짜로 놀랐을 때 나타나는 표정은 시작시간, 중단시간 그리고 지속시간 모두 1초 이내로 아주 짧게 나타났다가 사 라진다. 그 이상 긴 시간 동안 지속되는 것은 가짜 놀라움(놀란 척 위장하고 있 을 경우)이거나, 놀라움을 의미하는 상징동작(자신이 놀랐다는 점을 그냥 표현하 고 있는 경우), 혹은 잘못된 표정임을 의미한다.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이 실제 로는 놀라지 않았으면서도 놀란 듯이 보이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일상적인 놀라움은 놀라고 있는 사람이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을 파악하는 순 간 사라지기 때문에 언제나 짧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놀란 척하는 방법을 알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놀란 표정처럼 짧은 순간만 나타났다 사라지게 만들어서 남들을 확실하게 속일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나머지 종류의 감정 표현도 아주 짧아서 1초 이내에 나타났다 사라지며 길어 도 몇 초 정도만 지속된다. 시작과 중단은 갑작스러운 것일수도 있고 점진적인 것일 수도 있다. 시작과 중단은 감정이 발생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유머감 각도 없고, 기억력도 형편없고, 분위기 파악도 제대로 못하는 자기 회사 사장이 농담 같지도 않은 농담을 네 번씩이나 반복하는 것을 들으며 마지못해 재미있는 척하는 부하직원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웃음이 시작되기까지의 시간은 웃음을 터뜨리는 부분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점진적인 것인지, 약간 우스운 것인지 또는 갑작스러운 것인지에 따라 다르게 된다. 웃음이 사라지기까지의 시간은 농담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그 농담이 그동안 얼마나 반복되었던 것이며 또 얼마나 축약된 것이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누구나 가짜 즐거움을 표현하는 거짓 미소를 꾸밀줄 안다. 그러나 그런 류의 미소를 지으면서 미소의 시작시간과 종료시간까지 특정한 상황에 어 울리도록 조정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야기, 목소리 변화, 몸짓 등의 전체적인 흐름으로 볼 때 표정이 나타나는 흐 름상의 정확한 위치는 그 표정이 가짜인지 판별할 수 있는 네 번째 단서가 된 다. 몸짓과 맞물려 있지 않은 표정은 속임수가 있다는 확실한 단서일 가능성이 높다. 얼굴에 가장 흔히 나타나는 미소에 관해 논하지 않고는 얼굴에 드러나는 속임 수의 단서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할 수 없다. 미소는 다른 종류의 모든 표정과 비교하여 특별한 것이다. 다른 감정을 표현하는 표정들의 경우 보통 세 가지에 서 다섯 가지의 근육을 움직여야 하지만, 미소는 한 가지 근육만 움직여도 표현 할 수가 있다. 이렇게 단순한 미소는 인식하기 가장 쉬운 표정이다. 우리는 실험 을 통해 이런 미소가 300 피트 거리에서도 알아 볼 수 있으며, 다른 감정 표현 에 비해 단순한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을 알아냈다. 누군가 미소를 지으면, 그에 대해 미소로 반응한다. 심지어 미소를 짓고 있는 사진을 보고 있을 때조차 마찬 가지이다. 이렇듯 사람들은 미소를 좋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소는 가장 과소평가되고 있는 표정이다. 대부분의 사람 들이 미소에 대하여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표정이 바로 미소이다. 미소 에는 수십 가지 종류가 있으며, 이것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양과 전달하는 메 시지가 서로 다르다. 미소가 의미하는 긍정적 감정은 즐거움, 신체적 또는 감각 적 쾌락, 만족감, 단순한 재미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사람들은 비참한 기분이 들 때도 미소를 짓는다. 그러나 이런 미소는 부정적인 감정을 숨기고 있으면서 느 껴지지도 않는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남을 속이려는 가짜 미소와 는 다르다. 미소 집단에 속하는 대부분의 표정 중에서 가장 공통된 요소는 광대뼈 주 근 육 때문에 나타나는 외관상의 변화이다. 이 근육은 광대뼈에서 시작해서 얼굴을 가로질러 입술 구석까지 이어진다. 이 근육이 수축되면 입술 구석부분을 광대뼈 방향으로 끌어 올리게 된다. 움직임이 강해지면 입술이 곧게 펴지고 볼을 윗쪽 으로 끌어당기며 눈 아랫부분의 피부를 부풀게 만드는데 개인에 따라서는 코 끝 이 약간 처지기도 하며, 귀주변의 피부가 살짝 당겨지기도 한다. 다른 근육들도 광대뼈 주 근육과 함께 미소 집단에 속하는 서로 다른 표정을 만들어 낸다. 몇 몇 미소는 광대뼈 근육 대신 다른 근육만 움직여서 만들어지기도 한다. 광대뼈 주 근육의 단순한 움직임은 통제되지 않은 진짜 긍정적인 감정에서 나 타나는 미소를 만들어 낸다. 얼굴 아랫부분의 다른 근육들은 진짜로 느껴질 때 만 나타나는 미소에는 개입하지 않는다. 얼굴 윗부분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른 움직임 중에서 유일한 것으로는 눈을 동그랗게 만들어 주는 근육 수축뿐이다. 이 근육은 얼굴 윗쪽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변화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 림 6>은 진짜 미소를 보여주고 있다. 진짜 미소는 지속시간이 긴 편이며 긍정적 감정이 강하면 강할수록 강렬하게 나타난다. <그림 7>과 같이 두려움을 나타내는 미소는 긍정적인 감정과는 아무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미소로 잘못 판단되기 쉽다. 이 표정은 리소리우스 근육이라고 불리는 근육이 입술 구석부분을 귀쪽을 향하도록 수평으로 끌어당겨 서 입술을 사각형 모양으로 만들기 때문에 생겨난다. 리소리우스는 원래 웃음을 의미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이런 움직임은 웃을 때가 아니라 주로 두 려움을 느끼고 있을 때 나타난다. 그러나 리소리우스 근육이 입술을 수평으로 끌어당기고 구석부분이 약간 윗쪽으로 경사를 지게 해서 아주 넓은 모양으로 입 술이 펼쳐진 경우의 진짜 미소와 유사하게 되면 혼동을 일으키기가 쉽다. <그림 8>에 보이는 경멸감의 표정은 입술 구석부분을 위 아래로 서로 모으는 움직임 때문에 입술뿐만 아니라 주변의 근육까지 부풀어 있고 입술 구석 부분이 살짝 위로 경사를 이루고 있다. 보조개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나타나는 경사진 입술 모양도 진짜 미소와 공통되는 부분이기 때문이기 때문에 혼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보조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진짜 미소에서도 보조개를 종종 볼 수 있다. 특정한 형태의 시선과 미소가 섞이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불장난 미소는 미 소를 지으면서도 관심을 두고 있는 상대방으로부터 시선이 멀어져 있다가, 일순 간 상대방을 살짝 쳐다보고, 상대방이 자신에게 시선이 와 있음을 깨달을 정도 의 시간이 되면 다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버리는 미소를 말한다. 모나리자 그림이 독특하게 보이는 이유 중의 하나는, 원래의 시선이 다른 방 향이었는데도 관심을 두고 있는 대상쪽으로 살짝 시선을 돌리는 불장난 미소의 순간을 전형적으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생활에서의 이런 움직임은 아주 짧은 시간 한 곳에 머무르는 시선의 변화로 나타난다. 당황함의 미소는 시선의 방향을 아랫쪽이나 옆쪽으로 향해서 당황하고 있는 사람의 시선이 다른 사람과 마주치지 않도록 할 때의 미소이다. 때로는 미소가 얼굴에 나타나는 동안 볼 전체(아랫 입술과 볼 사이의 피부와 근육)가 위로 움 직이는 현상도 보인다. 아랫쪽이나 옆쪽으로 향한 시선과 감쇄된 미소가 함께 나타나는 당황함의 미소도 있다. 채플린 미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의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근육의 움직임 때문에 나타나는 특이한 미소이다. 찰리 채플린은 입술이 진짜 미소보다 훨씬 날카로운 각도를 그리며 위로 올라가는 미소를 잘 지었다. 이 표정은 그의 등록 상표라고 할 수 있다. 거짓 미소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미소는 긍정적인 감정이 없는 데도 마치 이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사람들로 하여금 믿게 만드는 미소이 다. 이 미소가 쓰이는 때는 느끼고 있는 감정이 별로 없거나 속임수를 쓰는 사 람이 부정적인 감정을 거짓 미소로 숨기고자 할 때이다. 기분이 좋지 않다는 사 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비극적 미소와는 달리, 거짓 미소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 이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도록 남들을 속이는 미소이다. 이 미소는 유일하게 거짓말에 해당된다. 거짓 미소와 진짜 미소를 구분하는 데 두 가지 단서가 있다. 첫째, 거짓 미소 는 진짜 미소보다 표정의 불균형 상태가 심하다는 것이고, 두 번째 단서는 눈 주변의 근육 움직임이 수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거짓 미소를 지을 때 는 진짜 미소에서처럼 볼이 올라가거나, 눈 아래의 피부가 부풀어 오르고, 눈가 의 주름이 생기면서 눈썹이 약간 아래로 내려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거짓 미소의 시작시간은 눈에 띌 만큼 부자연스럽게 나타난다. 지나칠 정도로 갑작스럽게 얼굴에 사라지는가 하면, 종료시간도 단계적으로 나뉘어져 있다. 미소가 어느 정도 사라지다가 그대로 정지하거나, 다른 표정이 나타나기도 한다. 때로는 거짓 미소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 일정한 상태의 미소가 얼굴 에 그대로 남아 있기도 한다. 얼굴에는 속임수에 대한 여러 가지 단서가 나타난다. 이런 것들의 예는 미세 표정, 표정의 중단, 신뢰근육에 의한 단서, 눈깜빡임, 동공 확대, 눈물, 얼굴색이 붉어지거나 창백해지는 변화, 불균형, 시간조절상의 실수, 위치상의 실수, 거짓 미소 등이 있다. 이들 단서 중 몇 가지는 실제로 거짓말을 드러내주거나, 감추어 진 정보를 겉으로 흘려버리는 기능을 한다. 나머지는 감추어진 감정이 긍정적인 것이냐, 부정적인 것이냐의 차이만을 보여줄 뿐,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정확히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는 드러내주지 않는다. 거짓말을 알아낼 수 있느냐 없느냐는 거짓말 그 자체뿐만 아니라,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꾸며놓은 거짓말의 줄거리, 상황, 둘러댈 수 있는 변명의 선택 폭에 따라 달라진다. 거짓말과는 관계 없지만 거짓말쟁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이 왜 발생했고 또 왜 그것을 숨기고 있는지 등 다양한 것들로부터 영향을 받기 때문 에 거짓말을 알아낸다는 것은 미묘하고 어려운 문제이다. 거짓말을 찾아내려면, 어떤 단서가 특정한 정보를 담고 있으며 또 어떤 정보 가 단순히 일반적인 정보만을 담고 있는지 항상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6. 거짓말 예방하기 사람들은 마음만 먹으면 쉽게 다른 사람을 속일 수 있다. 아이들도 여덟 살 정도만 되면 부모를 보기좋게 속여 넘긴다. 거짓말을 탐지하면서 저지를 수 있 는 실수에는 거짓말을 믿어버리는 것과 정직한 사람을 의심하게 되는 것 두 가 지 경우가 있는데, 후자가 더욱 치명적 결과를 가져온다. 정직한 아이가 부당하게 의심을 받게 되었다면 이것으로 인해 그 아이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성인도 마찬가지다. 우정을 잃게 될 수도 있고, 직장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심지어는 삶 자체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 무고한 사 람이 거짓말을 했다는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몇 년 동안 복역을 하고 나왔다면 이것은 아마 뉴스거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사가 신문의 첫 페이지를 장 식할 만큼 대단하게 취급되는 경우는 드물다. 거짓말을 탐지해 내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모든 실수를 완전히 제거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실수를 줄이기 위한 예방책은 강구되어야 한다. 첫 번째 예방법은 거짓말의 근거가 되는 행동에 대하여 더욱 명백하게 해석하 는 일이다. 거짓말임을 드러내는 표정, 몸짓, 목소리, 이야기 등에 관한 정보가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 항상 정확한 판단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 지만, 이런 정보들을 분석함으로써 실수하기 쉬운 형태를 명백하게 인식하고 있 다면 실수를 줄일 수는 있다. 더 이상 직관이나 예감에만 의지해서 거짓말을 탐 지하면 안 된다. 거짓말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이런 정보들을 좀더 이해하기 위하여, 거짓말 탐 지자는 많은 경험을 통해 어떤 정보를 버리고 어떤 정보를 수정해야 하며 또 어 떤 단서에 더 많은 비중을 두어야 하는지를 배워야 한다. 거짓말을 판단하는 이 런 근거들이 구체화된다면, 이것은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누명을 쓰고 불이익을 당하게 되는 사람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예방법은 거짓말을 찾아내는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실수의 본질을 정 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이런 실수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이것은 그 원인과 결 과에 있어 매우 대조적이다. 정직함 의심하기는 정직한 사람을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실수이고, 거짓말 믿기는 거짓말하는 사람을 정직하다고 믿게 되는 실수를 말한다. 이러한 판단의 근거로 이용된 것이 거짓말탐지기인지, 행동상의 단서에 근거 한 탐지자 본인의 해석인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거짓말 탐지자가 이러한 실 수를 저지를 수 있는 위험에 처해 있기는 마차가지이기 때문이다. 업다이크의 소설 [결혼합시다]에서 루스가 전화를 통해 그녀의 정부와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을 남편이 엿들었던 부분을 상기해보자. 그녀의 목소리가 남편에게 이야기할 때보다 더 다정했다는 것을 알아채고 그는 "그 사람 누구야?"라고 묻 는다. 루스는 "조안나와 찰리를 주일학교에 등록할 것인지 묻기 위해 걸려 온 전 화"라는 변명을 둘러댄다. 제리가 루스의 이야기를 믿었다면 그는 거짓말 믿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 다른 가정을 해보자. 루스가 충실한 아내였고 정말로 주일학교 여선생과 통화 를 했다고 하자. 그리고 제리는 그녀를 곧잘 의심하는 남편이다. 충실한 그의 아 내가 정직했음에도 불구하고 만약 제리가 계속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 각한다면 그는 정직함 의심하기 실수를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2차대전 중에 히틀러는 거짓말 믿기 실수를 저질렀다. 그리고 스탈린은 정직 함 의심하기 실수를 저질렀는데, 이 두 실수 모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연 합군은 '제2전선'을 뚫기 위한 유럽 공세지역으로 노르망디 해변 대신, 칼라이스 를 선택했다는 정보를 독일군으로 하여금 믿게 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군대 를 한 곳에 집중 배치하는 척하기도 했고 의도적으로 거짓 소문을 퍼뜨리기도 했다. 또한 독일 정보기관에 위조된 군사작전을 흘리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방 법을 동원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감행되고 6주가 지난 후에도 독일군은 노르망디 상륙이 칼라이스 침공에 앞서 독일군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수행된 작전에 불과하다고 생각한 나머지 전투태세를 갖춘 많은 부대들을 칼라이스에 그대로 주둔시켰다. 그들은 잘못된 판단을 계속 고집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거짓말 믿기 실수의 한 예이다. 독일군은 연합군이 칼라이스를 침공하 려 한다는 정보가 사실일 것이라고 믿었지만, 사실 그것은 교묘하게 조작된 속 임수였다. 독일은 칼라이스를 침공할 계획이라는 연합군의 거짓말을 사실로 믿 어버린 것이다. 스탈린은 독일군 내에 잠입해 있던 정보원으로부터 독일군이 러시아를 침공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그 정보들을 믿지 않음으로 써 사실을 거짓으로 판단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것은 정직함 의심하기 실수이 다. 거짓말 믿기와 정직함 의심하기 실수의 특징들을 잘 구별해 두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적용되면 대부분의 경우 이 두 가지 중 어느 한 쪽에 특 히 관심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실수를 둘다 완벽하게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문제는 두 가지 중 어떤 실수로 인해 잃게 되는 것이 더 많 은가 하는 것이다. 거짓말 탐지자는 차라리 속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결백한 사람에게 잘못된 혐의를 씌우는 실수를 저지르는 것 이 나은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무고한 사람을 의심하게 되거나 거짓말하는 사람을 믿음으로써 얻거나 잃게 되는 것이 무엇인지는 거짓말과 거짓말하는 사람, 그리고 거짓말 탐지자에 따라 달라진다. 어느 한 쪽의 실수가 더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고 두 실수 모 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어떤 것이 발생할 확률이 가장 적은 실수인지 단정하기 어렵다. 이는 거짓말 의 줄거리, 거짓말하는 사람, 그리고 거짓말 탐지자에 따라 달라진다. 여기서는 행동으로 나타나는 거짓말의 단서들이 정직함 의심하기 실수와 거짓말 믿기 두 가지 유형의 실수를 저지를 위험과 어떻게 관련되는지, 그리고 이런 실수를 피 하기 위한 예방법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개인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브로커의 위험은 거짓말 을 밝혀내는 과정에 나타날 수 있는 이 두 가지 실수 모두에 영향을 끼친다. 표 정, 몸짓, 목소리, 말에 나타나는 그 어떤 단서도 거짓말의 확실한 증거는 아니 며 거짓말탐지기로 측정되는 자율신경조직 활동도 마찬가지다. 거짓말 믿기 실수가 발생하는 것은 거짓말을 하면서도 전혀 실수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자와 타고난 거짓말쟁이들, 스타니슬라브식 연 기법을 익힌 사람들, 그리고 다른 경로를 통해 그들 자신의 거짓말을 믿어버리 게 된 사람들이 이에 해당한다. 거짓말탐지자는 거짓말의 표시가 없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진실함의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거짓말의 표시가 나타나는 것 역시 잘못 해석되면 반대의 실수, 즉 정직한 사 람을 거짓말쟁이로 판단하게 되는 정직함 의심하기 실수를 유발시킬 수 있다. 어떤 사기꾼들은 일부러 거짓말의 단서를 내보임으로써 상대방이 그에 대해 잘 못된 확신을 갖도록 만든다. 포커게임에서 패가 그리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는 오해를 받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상대방의 정직함 의심하기 실수를 유도해 내 며, 그 결과 이익을 보는 사람도 있다. 거짓말탐지자가 정직함 의심하기 실수를 저지르게 되면 많은 경우 그 상대방 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음으로써 고통받게 된다. 정직함에도 불구하 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게 되는 것은 솔직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우물쭈물하는 식으로 행동을 하거나 그들만의 독특한 표현스타일 대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브로커의 위험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실수를 줄이는 유일한 방법은 상대방의 의심스러운 행동을 짐작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행동에 나타나는 행동 상의 변화를 근거로 거짓말을 판단하는 것이다. 거짓말 탐지자는 상대방의 평소 행동과 의심스러운 순간의 행동을 잘 비교해야만 한다. 처음 만날 때는 비교할 만한 두드러진 근거가 없으므로 행동상의 변화를 감지해낼 수 있는 기회도 없어 지고, 이렇게 해서 더 잘 속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일반적인 편견을 바탕으로 상대를 판단하면 틀리기 쉽다. 그러나 각 상황에 따라 개인적 차이를 근거로 판 단하면 정직함 의심하기 실수를 줄일 수 있다. 거짓말 탐지자는 상대방의 평소 행동을 관찰할 기회를 충분히 가질 수 있을 만큼 오랫동안 그와 시간을 보내야 한다. 예를 들어 잠시 동안 상대에게 긴장감 을 주지 않는 주제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때로는 그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상대방이 화가 나 있거나 의심받을지도 모 른다는 두려움에 쌓여 있어서 그 만남 전체가 매우 긴장된 것일 수도 있기 때문 이다. 그렇다면 거짓말 탐지자는 상대방의 평상시 행동의 특징들을 모르기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브로커의 위험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 다. 속임수를 누설시키는 네 가지 근거들 -말 실수, 감정적 열변, 상징동작상의 실 수, 그리고 미세표정- 을 해석할 때는 브로커의 위험을 저지를 가능성이 적다. 이 근거들은 그것 자체로 의미를 지니는 절대적 용어들이기 때문에 해석을 위한 비교대상이 필요로 하지 않다. 프로이드의 글에서 인용했던 예를 상기해 보자. 알박사는 다른 사람의 이혼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것처럼 가장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내가 알고 있는 한 간호사가 있는데 그녀가 간통죄로 이혼재판장에 서게 됐어. 아내가 남편과 그 간호사를 간통죄로 고소했고 결국 그는 이혼재판에서 승소했지." 사실은 그 이야 기 속의 남편이 R박사 그 자신이며 그래서 자기가 이혼재판에서 승소하기를 바 라고 있다는 사실을 그의 말 실수로부터 추론해 내려면 그 당시의 이혼법에 대 해 알고 있어야 한다(그 당시 이혼법에 의하면 간통이 이혼을 성립시키는 한 가 지 사유가 될 수 있으며 배신당한 배우자만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고소를 당 한 쪽은 보통 상당한 액수의 위자료를, 그것도 영구히 지불해야 한다). 이것을 몰랐다 하더라도 '그녀'를 '그'라고 잘못 말한 실수는 그것 자체로 구체 적인 의미를 갖는다. 알박사의 아내가 아니라 알박사 자신이 이혼재판에서 승소 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말 실수는 말의 중단처럼 그 빈도가 변해야만 해 석할 수 있는 단서들과 다르다. 말 실수는 그가 평소보다 더 많은 말 실수를 했 는지를 조사해 보지 않아도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발생 빈도와 관계없이 말 실수, 미세표정, 혹은 열변에 의한 실수는 모종의 정 보를 누설하며, 이들은 어떤 속임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귀뜸해 준다. 교수에게 계속 공격을 당하자 손가락 욕설을 한 학생의 경우 평소에 그의 행동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 '손가락 욕'은 평소에는 나타나지 않는 것이며 그 의미하는 바가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전체 중 일부동작이 평소 발생하는 위치를 벗어나 행해지는 상징동작 상의 실수이기 때문에 '손가락 욕'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학생이 감추려하고 있던 감정을 누설시키는 단서로 해석될 수 있다. 자살 계획을 감추고 있던 정신질환 자 메리가 미세표정을 보여주었을 때 슬프다는 메시지는 그 자체로 해석가능한 것이다. 일상적이고 긴 표정이 아니라 미세한 표정을 드러냈다는 사실은 메리가 그녀의 슬픔을 감추려 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 대화의 앞 뒤 정황을 이해하고 있다면 그녀가 한 거짓말의 전체적 맥락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 지 않다고 하더라도 말 실수, 열변에 의한 실수, 그리고 미세표정에 의해 드러나 는 메시지들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지며 이를 통해 감춰진 정보를 누설시킨다. 이 네 가지 근거들은 정직함 의심하기 실수를 피하기 위해 비교의 근거들을 가지고 있어야 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첫만남이라 하더라도 거짓 말탐지자는 상대방의 말 실수, 미세표정, 혹은 열변에 의한 실수가 그 사람만의 특징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거짓말의 근거로 해석하면 안 된다는 딜레마에 빠질 필요가 없다. 오히려 그 반대로 생각해야 한다. 상대방이 말 실수나 열변에 의한 실수 혹은 미세동작을 자주 보여주는 경향이 있는 사람이라면 거짓말탐지자에게는 유리한 상황이 된다. 정직함 의심하기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미리 상대방에 대해 알 고 있어야만 한다는 예방조치는 이 네 가지 단서들의 경우에는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이 단서들이 거짓말 믿기 실수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 다. 이 네 가지 단서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서 어떤 사람이 반드시 정직하다는 해석을 할 수는 없다. 모든 거짓말쟁이들이 다 말 실수를 하고 미세표정을 보여 주고 격한 감정에 휘말리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델로의 실수도 브로커의 위험과 함께 정직함 의심하기 실수를 일으키는 요 인이다. 이 실수는 정직한 사람도 강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는 거짓말을 하 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거짓말 탐지자가 인식하지 못할 때 발생 한다. 정직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의심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속임수의 단서로 해석될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 다. 정직하더라도 의심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두려움을 느낄 수 있는 데 이것이 거짓말이 발각될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잘못 해석될 수도 있다. 다른 문제에 대해 아직 해결되지 않은 강한 죄의식을 느끼고 있어서 일단 어떤 잘못 에 대한 의심을 받게 되면 무조건 강한 죄의식을 느끼게 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죄의식 때문에 나타나는 특징들을 보고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기 때문에 죄의식을 느끼는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이것은 잘못된 해석이다. 또 그는 자신을 오해하고 있는 상대방에 대해 경멸감을 느끼게 도리지도 모르고 상대방이 틀렸 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도전적 상황에 대해 흥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곧 자신을 해명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 상황을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데, 이런 감정은 거짓말쟁이가 거짓말을 성공시켰을 때 느끼는 희열과 비슷하다. 이것 외에도 다른 여러 가지 감정들이 정직하든 거짓말을 하고 있든지 간에 일어날 수 있다. 이유는 다르지만 거짓말하는 사람이나 정직한 사람 모두가 놀 람, 분노, 실망, 고통 혹은 거짓말 탐지자의 의심이나 질문에 대해 역겨움을 느 낄 수 있다. 오델로의 실수는 세익스피어의 희곡에 나오는 데스데모나의 죽음 장면에서 유 래된 것이다. 오델로는 데스데모나가 카시오를 사랑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자 신을 배신했기 때문에 그녀를 죽일 것이라고 협박하며 자백을 강요한다. 데스데 모나는 그녀의 결백을 증명할 수 있도록 카시오를 불러달라고 요청한다. 오델로 는 이미 카시오를 죽여버렸다고 말한다. 데스데모나는 더 이상 그녀의 결백을 증명할 길이 없으며, 곧 자신도 오델로의 손에 죽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다. 데스데모나 : 아! 그가 배신을 당하다니, 난 그러지 않았어요! 오델로 : 이 더러운 매춘부 같으니. 감히 내 면전에서 그놈을 위해 울어? 데스데모나 : 오 저를 추방해주세요, 하지만 절 죽이시면 안 돼요! 오델로 : 죽어라, 이 더러운 매춘부야! 오델로는 데스데모나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기 때문에 두려움과 고통을 느끼 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녀가 부정을 저질렀다는 자신의 믿음을 더 공고히 한다. 그는 데스데모나가 결백한 상태에서도 두려움과 고통의 감정들을 똑같이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사실 데스데모나가 고통과 절망을 느낀 것은 오델로가 그녀를 의심하고 있고 그녀의 결백을 증명할 마지막 희망인 카시오마저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또 그녀 는 곧 자신이 죽게 될 것이라는 점을 알았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데스데모나는 연인의 죽음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인생 때문에, 오델로가 그녀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는 절망적인 상황 때문에 울고 있었던 것이다. 오델로의 실수는 또한 선입견으로 인해 거짓말 탐지자의 판단이 어떻게 흐려 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로도 이용될 수 있다. 오델로는 데스데모나가 충실 하지 않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오델로는 그녀의 감정이 부정의 증거가 아니라 결백의 증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더 이상 데스데모나의 설 명을 묻지 않는다. 오델로의 목적은 데스데모나가 과연 부정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심에 대한 확신을 갖는 것이 되어버렸다. 오델로의 예가 다소 극단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선입견이 판단을 왜곡시 키고 그가 이미 생각하고 있는 것에 들어맞지 않는 생각이나 가능성, 사실들을 무시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다. 거짓말 탐지자가 갖고 있는 생각이 그를 고통 스럽게 할 때도 이것은 마찬가지이다. 오델로는 데스데모나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고통받고 있었다. 그러나 그 고통이 그의 생각을 데스데모나의 결백을 증명하려는 방향으로 돌리 는 데는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그는 데스데모나의 행동을 자신이 가장 바라지 않는 방향으로, 그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방향으로 해석하고 있다. 거짓말 탐지자의 판단을 왜곡시켜 정직함 의심하기 실수를 유발시키는 이런 선입견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발생한다. 데스데모나가 부정하다는 오델로 의 믿음은, 자신의 영리를 위해 오델로의 의심을 만들고 결국 그를 망하게 하려 했던 오델로의 사악한 부관 이야고의 소행 때문이다. 아마도 오델로가 질투심이 강한 본성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이야고의 계략은 성공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질투심이 아주 강한 사람의 경우에는 이야고가 없 어도 된다. 그들은 자신이 강하게 느끼고 있는 두려움의 방향으로 확신을 굳히 고 끊임없이 의심할 것들을 찾아내려고 할 것이다. 의심이 많은 사람은 정직함 의심하기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거 짓말 탐지자가 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물론, 반대로 아주 잘 속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들은 역시 속이는 사람을 전혀 의심하지 않기 때문에 거짓말 믿기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높다. 거짓말에 걸려 있는 위험이 크고, 상대방의 거짓말에 속을 경우 거짓말 탐지 자가 치러야 할 대가가 클 때는 의심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릇된 판 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화가 나거나, 배신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 거나, 혹은 그의 불길한 예감이 사실로 증명되었을 때 그가 느껴야 할 수치심을 이미 경험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는 자신을 안심시켜 줄 것들은 다 무시하 고 자신을 더욱 괴롭힐 것만을 찾게 된다. 그는 더 심하게 속았을 때 느끼게 될 더 큰 수치심보다는 차라리 현재 느끼고 있는 모욕감을 선택할 것이다. 그가 두려워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고통받는 것보다는 차라리 지금의 고통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는 정직 함을 의심하게 되는 것 -예를 들어 불합리하게 아내를 의심하는 남편이 되는 것 - 보다 거짓말을 믿게 되는 것 -아내에게 속는 것- 을 더 두려워한다. 물론 이 성적으로 이것들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직함 의심하기 실수 -속임수가 없는데도 속고 있다고 여기는 것- 가 반드시 감정의 불길이나 의심 많은 성격, 혹은 이야고 같은 모략꾼 때문에 발생하는 것 은 아니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을 설명하는 강력 하고 유용한 수단이기 때문에 진실을 거짓말로 해석하려는 의심이 일어나기도 한다. 씨아이에이에서 28년 동안 근무했던 어떤 사람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간단히 설명해서, 거짓말은 그 자체가 아주 질서정연하고 이성적인 것이기 때 문에 본질적인 만족감을 안겨준다. 우리가 설명하려고 하는 현상들이 실제로는 실수에 의해 생겨난 것이기 때문에, 다른 법칙들에는 맞아 떨어지지 않거나 혹 은 그 현상의 다른 구성요소들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의 설명들이 별로 설득력을 지니지 못할 때 속임수는 아주 편리하고 쉬운 설명을 제공한다. 정보국 요원들은 일반적으로 속임수의 가능성에 대해 민감하고 속임수를 잘 찾아내는 것이 뛰어난 분석능력의 증거로 여겨지기 때문에 모든 것에 대해 속임 수라는 의심을 갖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거의 모든 증거들이 미리 생각해 놓은 속임수 가설에 맞아떨어지는 방향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사실, 일단 속임수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생기게 되면 이 가설의 반대 증거들에 의한 판단은 거 의 하지 않는다." 이런 관찰은 정보국이나 경찰 외에도 아주 넓은 영역에 걸쳐 적용될 수 있다. 자식이나, 부모, 친구, 혹은 연인이 신뢰를 배신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중요한 순간에서조차 그것이 아주 쉽게 설명된다는 이유만으로 거짓말 탐지자들 은 잘못된 의심을 품는다. 그리고 이로 인해 정직함 의심하기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일단 의심이 시작되면, 사랑하는 사람이 거짓말하고 있다는 선입견은 그와 반대되는 모든 증거들은 배제시켜 버린다. 거짓말 탐지자는 자신이 상대방에 대해 어떤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자신의 성격, 감정의 불길,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이 평가, 과거의 경험 등 어떤 이유에서든지 자신이 상대방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면 거짓말 탐지자는 모든 문제들을 자신의 선입견에 의해 해석할 위험에 처해 있다는 점을 알고 주의해야 한다. 거짓말 탐지자는 적어도 지금 그가 선입견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과 그렇기 때문에 상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정확하지 않은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거짓말 탐지자는 어떤 감정표현이 속임수의 단서가 아니라 정직한 사람 이 의심받고 있을 때 느끼는 감정의 단서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 다. 표현된 이 감정이 과연 거짓말을 하고 있을 때 나타나는 것일까? 아니면 잘 못된 비난이나 의심을 받고 있을 때 나타나는 것일까? 거짓말탐지자는 거짓말을 하고 있을 때 드러나기 쉬운 감정뿐 아니라 정직하게 말하고 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감정들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찰해 보아야 한다. 어떤 감정을 속임수의 단서로 잘못 해석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상 대방의 감정적 특징을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 거짓이나 잘못에 대한 의심을 받 는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똑같이 두려워하거나 화를 내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의심받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는 당사자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자기정당성이 아주 강한 사람은 상대방의 의심에 대해 두려움이나 죄책감보다 는 분노를 느낄 것이다. 소심한 사람은 자신감이 부족하고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기 때문에, 화를 내기보다는 의심받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 끼기 쉽다. 죄책감을 쉽게 느끼는 타입의 사람은 일단 의심을 받으면 자기가 하 지 않은 행동에 대해서도 쉽게 공연한 죄책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러나 쉽게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두려워하거나 화를 내고 또는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아니다. 정직할 때라 하더라도 어떤 사람이 성 격상의 특징으로 인해 특정한 감정을 느낄 가능성이 큰 경우라면 거짓말 탐지자 는 이것을 속임수의 단서로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감정은 의심받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어야 한다. 의심받고 있다는 것을 안다고 해서 정직한 모든 사람이 똑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은 아니기 때문 이다. 결백한 사람이 의심을 받음으로써 어떤 감정이 발생하게 되었다면, 그것은 그 와 거짓말 탐지자와의 관계에 따라 그리고 그들의 과거 관계가 어떤 형태로 이 루어져 왔는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어야 한다. [윈슬로우]에서 소년의 아버지는 아들이 아버지를 믿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아들 로니가 정직했을 때 는 결코 아들을 비난하거나 야단친 적이 없다. 그런 그들의 과거 관계로 인해 아버지는 로니의 두려움이 거짓말을 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나타날 수 있는 상 대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잘못된 의심을 받게 될까봐 두려워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로니가 두려움을 느낀다면 그것은 단지 그가 거짓말이 발각 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사람들에 대해 잘못된 비난을 자주 하는 사람들과 정직한 사람을 계속해서 의 심하는 사람들은 두려움이라는 증거를 모호하게 만들어 버리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계속적으로 외도를 했다는 의심을 받아 왔고 결백했음에도 불구하 고 늘 언어적 신체적 폭력을 당해온 아내는 남편의 의심을 받게 되면 그것이 거 짓이든 사실이든 간에 무조건 두려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런 남편은 속임수 의 단서 중에서 두려움이라는 증거를 이용하면 안 된다. 또는 거짓말 탐지자가 어떤 상대방과 특정한 감정관계를 형성해 왔다면 그 감정도 속임수의 단서가 될 수 없다. 지금까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을 때 정직한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에 의해 생기는 혼란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러나 정직한 사람들이 갖는 감 정이 모호하지 않고 명백해서, 오히려 이 감정이 거짓말하는 사람과 정직한 사 람을 구별하는데 도움을 주는 경우도 있다. 해석에 있어서 혼란함이 생기는 것 은 정직한 사람과 거짓말하는 사람이 의심받을 때 둘다 같은 감정적 반응을 보 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반응이 명백하게 다를 때는 해석이 분명해진다. 어떤 사 람은 똑같이 의심받는 상황에 놓이더라도 거짓말을 하고 있을 때와 진실을 말하 고 있을 때 분명히 다른 감정을 갖게 된다. [윈슬로우]에서 소년은 이런 예가 될 수 있다. 아버지는 아들의 성격이 어떠한 지, 그리고 과거 그들의 관계가 어떠했는지에 대해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로니 가 거짓말을 할 때와 사실을 말할 때 각각 어떤 감정적 반응을 보여주는지를 구 체적으로 알고 있다. 그는 아들이 타고난 거짓말쟁이도, 정신병자도, 또 죄의식 에 사로잡혀 있는 타입도 아니라는 것과 아들이 자신과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만약 로니가 거짓말을 하려고 하는 것이라면 그는 커다란 죄책감을 느낄 것이다. 로니가 뭔가를 훔치고도 그 사실을 부인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가정해보 자. 아버지는 아들의 성격으로 보아 로니가 잘못을 저질렀다면 그 사실에 대해 거짓말을 하든 사실을 털어놓든 이와는 무관하게 죄책감을 느끼게 되리라는 것 을 알고 있다. 그래서 로니가 뭔가를 훔쳤으며 그 사실을 감추려 한다면 로니는 두 가지 사실로 인한 강한 죄책감 -거짓말을 한 것과 잘못을 저지른 것에 대한 죄책감- 을 느끼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거짓말은 탄로가 나고 말 것이다. 로니 가 뭔가를 훔쳤다는 사실을 부정했을 때 그것이 사실이었다면 그는 어떠한 죄책 감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는 또 아들이 그를 믿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과거에도 그래 온 것 처럼 사실대로 말만하면 아버지가 로니를 믿는다는 것을 로니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로니는 의심을 받게 될까봐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만약 로니가 거짓말을 하려 한다면 아버지는 몹시 화를 낼 것이다. 어쩌면 로 니는 도둑질을 했다는 것을 아주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가 아직 사실을 인정할 수 없는 것은 이런 수치심 때문일 수도 있다. 이때 아버지 는 로니에게 "소년 시절에는 유혹에 굴복하는 것이 얼마나 쉬운 일인지 아버지 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숨기지 않고 솔직히 인정할 줄 아는 용기"라고 말해주어야 할 것이다. 거짓말을 할 때 로니가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인지(두려움과 죄책감), 그리 고 사실을 말할 때도 이런 감정이 나타날 수 있는지를 따져 보고난 후에도, 속 임수 단서를 해석함에 있어서의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한 가지 단계를 더 거 쳐야 한다. 로니가 사실을 말했다면 두려움이나 죄책감 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두려움이나 죄책감과 비슷한 반응을 드러내는 다른 감정을 그 가 느끼게 될 수도 있는데, 이것이 두려움이나 죄책감과 혼동될 수도 있다. 로니 는 그에게 도둑이라는 잘못된 판단을 내린 선생님에 대해 화가 나있을 수도 있 다. 그래서 어떤 분노의 표시, 특히 학교에 관한 얘기를 할 때 나타나는 분노의 표시는 판단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로니는 아마도 그가 처한 상황에 의해 고통받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불쾌한 감정이, 이야기하고 있는 특정 주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그의 곤경스러운 상황 전체에 대해 전반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 므로 그의 아버지는 두려움이나 죄책감은 거짓말의 증거로 삼을 수 있는 반면, 분노나 고통은 로니가 정직하다 하더라도 나타날 수 있는 감정임을 알아야 한 다. [윈슬로우]의 소년에 대한 분석이 보여주듯, 사실을 얘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 고 거짓말의 혐의를 받게 된 사람이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되는지, 또 이것이 그 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 때 느끼는 감정과는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내는 것은 매 우 복잡한 문제이다.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많은 사전 지식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런 것을 판단할 수 있을 만한 충분한 지식을 갖고 있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 다. 데스데모나의 예가 보여주듯이, 거짓말을 하든 사실을 말하든 똑같은 감정이 나타날 경우에는 상대방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지식도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거짓말을 할 때와 사실을 말할 때 다른 감정이 나타난다는 것을 이런 조사들 을 통해 알아냈다 하더라도 그 감정을 밝혀줄 행동사의 근거가 모호하기 마련이 다. 거짓말쟁이와 정직한 사람을 구별할 수 있도록 특정 감정에만 국한되어 나 타나는 단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짓말 탐지자는 자신이 이런 애매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만 정직함 의심하기 실수를 필할 수 있다. 또 이렇게 충분히 주의를 기울였을 때 거짓말을 믿는 실수도 저지르지 않는다. 물론 거짓말을 하는 사람과 의심받는 정직한 사람이 각각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되는지를 분석함으로써 거짓말을 찾아 낼 수도 있다. 수사관 교육 분야의 전문가, 로스 멀레니는 트로이의 목마 전략이라는 것을 주장한다. 이것은 경찰관이 혐의자를 믿는 척함으로써 혐의자가 말을 더 많이 하게 해서 결국 혐의자의 거짓말 줄거리가 서로 뒤엉키게 만드는 것이다. 이렇 게 하면 발각에 대한 두려움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혐의자가 더 많은 실수를 하게 된다. 멀레니에 따르면 "경찰관은 미심쩍은 이야기에 대해 구체적인 사실들을 점점 더 많이 질문함으로써 혐의자가 계속 거짓말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사실, 경 찰관도 혐의자를 믿는 척함으로써 그를 속이는 것이다. 이런 방법은 정직한 혐 의자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는다. 경찰이 처음에 가졌던 혐의가 잘못된 것이라면 혐의자는 속고 있는 것이다. 이 방법은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는다. 거짓 말을 하고 있는 사람만이 이 방법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전략은 쇼펜하우어의 충고를 연상시킨다. 쇼펜하우어는 "어떤 사람이 당신 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가지게 되었다면 그가 하는 모든 말을 믿는 것처럼 행동해라. 이로 인해 상대방은 거짓말을 계속할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그는 점점 더 격렬해져서 마침내는 스스로 거짓말을 드러내고 말 것이다"라고 말했다. 상대방이 그를 믿고 있다고 생각할 때 발각에 대한 두려움이 감소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것이 거짓말을 할 때 나타나는 여타의 다른 감정들에 대해 서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의심받는 사람이 의심받고 있 다는 사실을 모를 때 거짓말 탐지자는 정직함 의심하기 실수를 줄이게 된다. 이 때 나타나는 감정들은 속임수의 단서일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짓말을 밝혀줄 수 있는 주요 근거가 되는 감정들이 거짓말을 드러낼 수 있을 만큼 강해지지 않을 것이므로 거짓말 믿기 실수가 더 많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의심하고 있는 것이 드러났을 때는 반대의 결과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즉, 정직함 의심하기 실수는 증가하고 거짓말 믿기 실수는 감소하게 되는 것이 다. 또 다른 두 가지 문제가 있는데, 첫 번째 문제는 거짓말 탐지자가 상대방이 자신이 의심받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게 거짓말을 탐지할 수 있는 상황을 설정하 는 것이 의도대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거짓말 탐지자가 모든 상황에서 상대의 의심을 감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능하다 할지라도 자신이 속고 있는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생각까지 통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모 든 거짓말탐지자들이 자신의 의심을 성공적으로 숨길 만큼 뛰어난 재능을 가지 고 있는 것도 아니다. 두 번째 문제는 첫 번째 문제보다 심각한 것이다. 의심을 감추는 것에만 신경 을 써서, 사실은 그가 의심을 감추는 데 실패했으며 상대방이 의심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는데도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계속 의심을 감추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때 거짓말하는 사람이 심문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는 없다. 사람에 따라서는, 일단 상대방이 의심을 품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나 면, 특히 그것을 감추려는 상대방의 의도까지 알아챈 사람이라면 대담하게 정면 충돌을 시도할 수도 있다. 그는 자신이 정당하지만 상대방이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솔직히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불공평하게도 자신을 변호할 기회를 잃어 버리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몹시 상처받고 화가 났다고 주장할 것이다. 이런 책략에 완전히 수긍하지는 않는다 할지라도, 이런 말을 들으면 잠시 동 안이나마 의심을 품었던 사람이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모든 거짓말쟁이들이 다 이렇게 뻔뻔한 것은 아니다. 어떤 거짓말쟁이들은 자신의 흔적을 은폐할 시 간을 벌거나 도망갈 여지를 준비하기 위해, 상대방이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아채고도 그 사실을 숨길지도 모른다. 정직한 사람 또한 그들이 의심받고 있다 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체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그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자신을 지지 해 줄 수 있는 어떤 증거들을 모을 시간을 벌기 위해서이거나, 혹은 의심하는 사람이 그들을 믿게 할 수 있는 어떤 조치들을 취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냄으로써 얻을 수 있는 하나의 이점은 불확실성의 곤경에 빠지는 것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의심하는 사람은 의심받는 상대방이 자신이 의심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점은 확실히 알고 있게 된 다. 이때 정직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거짓말쟁이와 마찬가지로 의심받는 것에 대 한 어떤 감정을 숨기려 할 가능성도 있다. 일단 의심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거짓말쟁이는 발각에 대한 두려움을 감 추려 한다. 반면 정직한 사람은 의심받는다는 두려움을 감추려 애쓰거나 의심받 는 것에 대한 분노나 고통을 느끼게 될 것이다. 감정을 감추려 애쓰는 것이 거 짓말을 하는 사람들뿐이라면 거짓말을 알아내기가 더 쉬울 것이다. 그러나 이렇 게 되면 영리한 거짓말쟁이는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려 할지도 모른다. 거짓말의 탐지자가 자신이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솔직히 밝힘으로써 얻게 되 는 또 하나의 이점은 그가 범죄지식기법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거짓말탐 지기의 사용을 반대하는 심리학자 데이비드 리켄은 범죄지식기법이 거짓말탐지 기의 정확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조사관은 의심받는 사람에게 범죄를 저질렀느냐고 물어보지 않는 대신, 혐의 자에게 죄를 지은 사람만이 가지고 있을 지식들에 대해 묻는다. 누군가가 살인 의 혐의를 받고 있다고 가정했을 경우, 혐의자는 피살자를 살해할 만한 동기를 가지고 있다거나 범죄현장 가까이에서 목격되는 등 혐의를 받을 만한 이유가 있 을 것이다. 이때 혐의자를 대상으로 범죄지식기법에 기초한 몇 가지 객관식 질문을 한다. 각각의 질문에서 지문 중 하나는 항상 실제로 일어났던 일을 묘사하고 다른 것 들은 똑같이 설득력은 있지만 실제로 일어나지는 않은 일을 묘사한다. 정말로 죄를 지은 혐의자만이 어느 것이 사실이고 어느 것이 거짓인지를 안다. 예를 들어 혐의자에게 "살해된 사람은 얼굴을 아래로 향하고 있었을까, 아니면 위로 향하고 있었을까 아니면 옆으로 향하고 있었을까"라고 묻는다. 혐의자는 각 각의 지문을 듣고난 다음 "아니오" 또는 "모릅니다"로 답할 수 있다. 범죄를 저 지른 사람만이 죽은 사람이 얼굴을 위로 향하고 누워 있었다는 것을 알 것이다. 거짓말에 대한 실험에서 리켄은 정답을 읽어줄 때 범죄지식을 알고 있는 사람 에게는 자율신경구조 활동에 변화가 일어나 이것이 거짓말탐지기에 기록된다는 것과, 반면 결백한 사람의 경우는 모든 지문에 대해 똑같은 반응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죄를 지은 사람이 그가 그 범죄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감추려고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이 기술이 사용되었을 때는 거짓말탐지기 가 범죄여부를 가려냈다. 범죄지식 테스트의 장점은 어떤 반응의 결과가 정말로 정직한 혐의자에게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범죄지식 테스트는 거짓말을 탐지해 냄에 있어 생길 수 있는 가장 큰 위험, 즉 의심받고 있는 정직한 사람을 오해하는 정직함 의심 하기 실수를 제거해준다. 불행히도 거짓말을 탐지해 내는 이 유용한 방법의 정확함을 입증해 줄 수 있 는 실험이 많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최근 거짓말탐지기에 대해 조사한 기술조 사국의 보고서는 '범죄지식 테스트가 실제로 죄를 지은 대상자를 찾아낸 비율은 일반적인 거짓말탐지기 테스트의 비율보다 약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하 고 있다. 이 기술이 상대적으로 거짓말 믿기 실수를 저지를 확률은 높은 반면, 정직함 의심하기 실수를 저지를 확률은 낮다는 것을 이 보고서는 보여준다. 어쨌든 범죄지식기법은 범죄 심문을 제외한 다른 영역에서는 아주 유용한 방 법이 못 된다.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서 거짓말의 희생자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 각하는 사람들은 거짓말하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한다. 따라서 그 지식이 없다면 범죄지식 테스트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은 거짓말 탐지자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고 있지만, 그것을 누가 했는지만 모를 경우에 사용해야 한다. 7. 거짓말에 관한 최종 분석 사람들이 성공적으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거짓말을 찾아내는 방법이 정밀하게 연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거짓말을 찾아내는 것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러나 걸려 있는 보상이 높을 경우, 즉 거 짓말에 속게 되었을 때 치러야 할 대가가 아주 크다거나, 거짓말을 하고 있을 때 그것이 들통나면 큰 손해를 보거나 반대로 성공했을 경우 큰 이익을 얻게 되 는 경우라면 거짓말을 찾아내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거짓말 점검은 금세 해버릴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실수가 있을 수 있는지 판단해 보기 위해 많은 문제들을 고려해야 한다. 실수를 하게 될 가능성 이 있다면 어떤 종류의 실수를 저지르게 될 것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상의 단서를 통해 실수들을 찾아낼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특정 거짓말쟁이와 특정 거짓말 탐지자의 개인적 관계와 특성에 관해서도 조사해야 한다. 그러나 거짓말이 밝혀지고 정직한 사람의 무고함이 증명될 것이라고는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거짓말 점검은 단지 지식에 근거한 추측을 제공할 뿐이 다. 그러나 이런 판단을 해봄으로써 정직함 의심하기 실수와 거짓말믿기 실수를 줄일 수는 있을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거짓말하는 사람과 거짓말 탐지자는 적어도 거짓말을 밝혀낼 수 있는가를 예측하는 것이 얼마나 복잡한 일인지 알게 될 것이다. 의심을 품고 있는 사람은 거짓말 점검을 통해 그가 계속 의심을 해도 좋은지 아니면 의심을 버려야 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때로는 자신이 얻게 될 해답이 알 수 없다는 것뿐일 수도 있다. 혹은 상대방에게 나타날지도 모르는 실수가 무 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 무엇을 보고 어디에 귀기울여야 하는지를 알게 될 수도 있다. 또한 거짓말 점검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 거짓말을 하는 데 방해가 되는 사소한 문제들을 알아낼 수 있고, 하던 거짓말을 포기할 수도 있다. 혹은 거짓말을 성공시키는 것이 아주 쉬워 보여서 용기를 얻게 되거나, 거 짓말 도중 저지를지도 모르는 실수를 피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에 초점을 맞추어 야 하는지도 알게 될 것이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하기 쉬운 거짓말에는 실수가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것은 오히려 거짓말 탐지자에게는 찾아내기 어려운 거짓말이 된다. 쉬운 거짓말은 감정을 감추거나 속이는 것을 필요로 하지 않고, 그것을 충 분히 연습할 기회가 있으며, 거짓말하는 사람이 그 거짓말을 해본 경험이 많고, 상대방이 아직은 의심을 품고 있지 않는 거짓말이다. "인재 스카우트 담당자들이 기업의 밀림 속에 있는 간부들에게 어떻게 접근하 는가"라는 제목의 신문기사에는 이런 종류의 쉬운 거짓말들이 많이 있다. 회사 간부직이 공석인 경우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해 간부 영입자들은 경쟁사로 부터 스카웃 가능성이 있는 간부들을 찾아낸다. 어떤 회사도 능력있는 간부를 경쟁사에 빼앗기고 싶어하지는 않으므로, 간부 영입자들이 드러내놓고 직접 스 카웃 제의를 할 수는 없다. 뉴욕사의 간부 영입자인 사라 존스는 산업조사요원이라고 속여서 필요한 정보 를 얻어내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한다. "저희는 교육수준과 직업적 성취도의 관계 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어요. 몇 가지 질문을 드려도 될까요? 이름을 밝힐 필요 는 없습니다. 저희가 필요로 하는 것은 그냥 통계수치니까요. 그러고 나서 전 그 사람에 대한 모든 것을 물어보지요. 보수는 얼마나 되는가, 결혼은 했는가, 나이 는 몇 살인가, 아이는 몇인가 등등요. 간부 영입자들은 사람들이 자신에 관한 정 보를 스스로 말하도록 사람들을 속이고 있는 것이지요. 솔직히 말해서 그것이 우리 직업이 하는 일이에요." 일반적으로 간부 영입자는 자신의 직업을 살기 위 해 거짓말하고 정보를 훔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반대로 이미 언급한 적이 있는 정신질환자 메리와의 인터뷰는 아주 어려운 거 짓말의 예를 보여준다. 의사 : 자, 메리, 음... 오늘은 기분이 어때요? 메리 : 좋아요, 선생님. 주말을, 음... 아시잖아요. 가족과 함께 보낼... 주말이 몹시 기다려지거든요. 벌써 병원에 들어온 지 다섯 주나 지났잖아요. 의사 : 이제는 우울하지 않습니까? 자살을 하고 싶은 생각도 없구요, 확실히 그렇습니까? 메리 : 그때는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이제는 그런 기분이 들지 않아요. 단지, 집에 가서 가족과 지냈으면 좋겠어요. 메리와 사라는 둘다 발각되지 않고 거짓말에 성공했다. 그러나 메리는 발각될 수도 있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모든 상황이 메리에게는 불리했고 사라에게는 유리했다. 메리의 거짓말은 성공하기가 훨씬 어려운 거짓말이었다. 메리는 거짓 말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이었고 반대로 의사는 훌륭한 거짓말 탐지자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었다. 우선 거짓말하는 사람이나 거짓말 탐지자 의 개인적 특성은 별도로 제쳐두고 거짓말 그 자체의 차이점에 대해서만 생각해 보기로 하자. 메리는 감정에 대한 거짓말을 해야 했지만 사라는 그렇지 않았다. 메리의 경 우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고통을 감추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감정은 특히 누설되기 쉽다. 또한 감정을 감추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그 녀가 애써 보여주려 했던 밝은 기분이 사실은 꾸며낸 것임을 탄로나게 만들 가 능성도 있다. 메리는 감정에 대해 거짓말을 해야 했을 뿐만 아니라 사라와는 달리 거짓말 그 자체에 대한 아주 강렬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사라는 그녀의 거짓말이 직 업상 인정된 것이기 때문에 거짓말을 한다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다. 반면 메리는 인정되지 않은 거짓말을 하고 있기 때문에 죄책감을 느낄 수밖 에 없다. 환자는 그녀를 도우려 애쓰는 의사에게 정직해야 하는 법이다. 더욱이 의사에 게 호감을 가지고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가장 어려운 거짓말은 어떤 감정을 느끼면서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그 감정이 강할수록 그리고 감추어야 하는 감 정이 많을수록 거짓말을 하는 것은 어려워진다. 이제 거짓말하는 사람에 대한 분석으로 넘어가 보자. 여기서 우리는 메리가 감추어야만 했던 감정이 왜 생겨났는지는 알게 될 것이다. 사라에 비하면 메리 는 거짓말에 대한 연습이나 기술면에서 매우 부족한 거짓말쟁이다. 그녀는 고통 과 자살 계획을 감추려는 거짓말을 해본 적이 없었으며, 정신과 의사에게 거짓 말을 해본 적도 없다. 연습을 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 때문에 그녀는 거짓말이 탄로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특정 감정을 감추어야 한다는 부담과 더불어, 탄로날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 에 거짓말이 탄로나는 것이다. 그녀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로 인해 그녀는 두려 움, 죄책감, 그리고 수치심을 더 쉽게 느낄 수 있는 상태이다. 게다가 그녀는 이 런 감정들을 효과적으로 숨길 수 있는 능력도 없는 사람이다. 메리는 의사가 그 녀에게 어떤 질문을 할지 알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녀는 이야기를 해나가 면서 거짓말의 줄거리를 만들어 내야 했다. 사라는 메리와는 정반대 상황이다. 그녀는 직업의 특성상 그런 유형의 거짓말 에 익숙해 있고, 같은 형태의 거짓말을 해본 경험이 많으며, 그간 이루어 온 성 공들로 인해 매우 자신감에 차 있다. 게다가 거짓말의 내용마저 완벽하게 준비 되어 있다. 더욱이 사라는 연기수업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었는 데, 이 덕분에 그녀는 자신의 역할을 아주 성공적으로 수행해 낼 수 있었다. 거짓말 탐지자 입장에서 보면 회사 간부에 비해 정신과 의사는 세 가지 측면 에서 거짓말 탐지자로서의 유리함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첫만남이 아니었기 때 문에 그는 전부터 메리에 대해 알고 있었다. 또 이로 인해 개인적 특성을 고려 하지 못해 발생할 수 있는 브로커의 위험을 피할 수 있는 확률을 더 많이 가지 고 있다. 마지막으로 모든 정신과의사들이 숨겨진 감정을 찾아내는 법을 훈련받는 것은 아니지만 메리의 담당의사는 그런 기술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회사간부와는 달 리, 의사는 거짓말을 경계하고 있다. 자살충동을 갖고 있는 환자들이 병원에 들 어오고 몇주가 지난 후에는 병원을 나가 자살을 하고 싶은 충동 때문에 곧잘 그 들의 진짜 감정을 감추곤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는 메리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던 것이다 말이나 목소리, 몸짓, 그리고 표현에 있어서의 메리는 분명 많은 실수를 저질 렀다. 그녀는 서툰 거짓말쟁이였기 때문에 말의 선택이나 목소리에 속임수의 각 종 단서들을 드러냈다. 그녀가 느끼는 강한 부정적 감정이 그녀의 이야기나 고 조된 목소리를 통해 나오는 그런 실수들을 더욱 부추겼다. 고통, 두려움, 죄책감, 수치심 등과 같은 감추어진 감정 때문에 그녀는 어깨를 움추리는 것과 같은 상 징동작이나 설명동작의 감소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녀는 이런 것들을 감추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얼굴 근육의 움직임에 의해 이 러한 감정들이 그대로 누설되고 있었다. 메리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의사는 첫 번째 만남이었더라면 개인적 특성으로 해석해야 했을 그녀의 설명동작이나 움직임들을 거짓말의 단서로 해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라는 거짓말하는 입장으로서는 이상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감추어야 할 감 정도 없고, 같은 내용의 거짓말에 익숙해져 있으며, 연습할 시간도 많다. 또한 과거의 성공에 의해 자신감도 가지고 있으며, 타고난 재능과 효과적으로 거짓말 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연기력도 익히고 있다. 게다가 그녀가 하는 거짓말은 인 정된 것이며, 상대방은 첫 만남이라 그녀를 의심조차 하지 않는 상태이다. 그녀 가 속여야 하는 대상이 거짓말을 찾아내는데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도 아니었 기 때문에 그녀는 그만큼 유리한 상황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속임수에 어떤 단서가 있었는가를 분석함에 있어 가장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하 는 문제는 거짓말을 하는 그 순간에 어떤 감정 상태인가 하는 점이다. 정신질환 자 메리에 대한 분석에서 보았듯이 가장 어려운 거짓말은 거짓말을 하는 바로 그 순간에 어떤 감정을 포함하고 있는 거짓말이다. 메리의 경우처럼 감정을 감추는 것이 거짓말의 주된 목표가 될 수도 있다. 그 러나 거짓말이 감정에 관한 것이 아닐 때라도 거짓말에는 감정이 수반되게 마련 이다. 루스가 발각에 대한 두려움이나 죄책감을 느낀 데는 많은 이유가 있다. 그 녀는 외도를 감추기 위한 그녀의 노력이 실패했을 때 초래될 결과를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거짓말이 실패했을 때 감수해야 하는 것이 애정행각에서 누려오던 즐거움을 더 이상 누릴 수 없다는 것만은 아니다. 그녀는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그녀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다면 남편 제리는 그녀를 떠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혼을 하게 된다면 그녀는 자신의 부정으로 인해 재정적으로 불리한 판결을 받게 될 것이다. 또한 간통은 자녀양육권에도 불리한 영향을 끼친다. 결혼이 지속된다 하 더라도 결혼생활에 어느 정도의 손상을 입게 될 것이다. 루스가 느낀 발각에 대한 두려움의 근원은 거짓말이 들키면 처벌을 받게 될지 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생긴 것이다. 그녀는 거짓말이라는 행동 그 자체에 대한 처벌 또한 두려워하고 있었다. 만일 그녀가 남편을 속이려 했고 속일 수 있었다 는 것을 남편이 알았을 때, 남편이 그녀에 대해 가지게 될 불신은 그녀의 부정 과 관계없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배우자의 간통을 겪은 사람들은 용서할 수 없는 것이 부정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으로 인한 신뢰감의 상실이라고 주장 한다. 거짓말을 들켰을 때 간부영입자 사라가 잃게 되는 것은 특정 대상으로부터 정 보를 얻어내는 그녀의 능력에 있어서의 손상뿐이다. 정신질환자 메리는 거짓말 그 자체 때문에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녀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알 아냈다면 그로 인해 담당의사는 더욱 근심하게 되었을 것이다. 루스는 제리가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난 후에 발각에 대한 두려움이 더 욱 커졌을 것이다. 속임수의 희생자는 설마 도둑이 그가 도둑맞을까봐 두려워하 고 있다는 것을 꺼내놓고 이야기 할 만큼 대담하지는 않겠지라고 생각하게 된 다. 그런 논리는 거짓말탐지자가 누설된 단서를 놓치게 되는 이유에도 적용될 수 있는데, 거짓말을 한다면 설마 저런 실수를 하지는 않겠지라고 생각하게 되 기 때문이다. 군사적 속임수 분석에서 도날드 다니엘과 케더린 허빅은 "누설되는 것이 너무 많으면 상대방은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기에는 너무 어처구니 없다고 여겨, 오히 려 그것을 믿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너무 노골적이라서 오히려 속임수일 것 이라고 여기에 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메리처럼 루스도 그녀가 속인 상대방과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 에 거짓말에 대한 죄책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루스가 그녀의 외도를 숨긴 것이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간통을 비난 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간통을 한 배우자가 자진하여 간통 사실을 밝혀 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부 영입자 사라는 죄책감 을 느끼지 않는다. 거짓말이 자기 직업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루스가 한 거짓말의 특징으로 한 가지가 더 있다. 루스는 언제 거짓말을 해야 되는지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는 거짓말의 줄거리를 준비하고 연습해 둘 수 없었다. 이것은 발각에 대한 그녀의 두려움을 증가시켰을 것이다. 거짓말을 시작 해야 했을 때, 그녀는 자신의 잘 준비된 대답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 문이다. 지금까지 왜 루스와 메리의 거짓말에서는 속임수의 단서가 드러나고, 사람의 경우에는 속임수의 단서가 드러나지 않는지를 분석했다. 이제 정직한 사람이 거짓말을 한다는 오해를 받게 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것을 통해 우리는 거짓말 점검이 거짓말을 판단함에 있어서의 실수들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제랄드 앤더슨은 옆 집에 사는 이웃 낸시 존슨을 강간살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기소되었다. 자정 무렵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낸시의 남편은 차에 치인 채 앤더슨의 집 앞에 버려져 있는 그녀의 시체를 발견했다. 그는 앤더슨 부부에 게 그녀의 아내가 죽었으며 아들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경찰에 연락해 줄 것을 부탁했다. 많은 우연들로 인해 앤더슨씨가 혐의를 받게 되었다. 사건이 일어나던 날, 그 는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있었다. 술집에서 술을 잔뜩 마시고 난 후였다. 거 기서 그는 살인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집에 돌아왔을 때 그는 아내에게 흐느끼 면서 "그러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어"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 다는 증인이 있었다. 나중에 그는 그것이 살인이 아니라 술에 취한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고 주장했 지만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경찰이 그에게 그의 차 커버에 묻은 핏 자국에 대해 물었을 때 앤더슨은 그가 처음 차를 샀을 때부터 그 핏자국이 있었 다고 주장했다. 나중에 심문 과정에서 그는 사실은 그가 아내와 언쟁을 하다가 아내를 때려 코피를 쏟게 만들었는데 그것이 수치스러워서 거짓말을 했노라고 자백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앤더슨이 사람을 죽일 수 있고, 또 그것 을 부인하느라 거짓말도 할 수도 있는 폭력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그를 심문했던 사람은 이야기했다. 심문을 받는 과정에서 앤더슨은 그가 12살 때 한 소녀에게 해를 끼친 사소한 강간사건에 연루된 적이 있지만 그후로는 그 런 일이 없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그것이 12살 때가 아니라 15살 때였다고 번복했다. 이 점 은 그의 심문자가 주장하는 대로 그가 강간 경력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거짓말 쟁이이기도 하며, 그래서 이웃 여자 낸시를 강간을 하고 살인할 수도 있는 인물 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타당한 근거가 되었다. 결국 거짓말탐지기 기사인 죠 타운센드가 불려왔다. 심문자는 앤더슨에게 죠 타운센드는 거짓말을 찾아냄에 있어 결코 실수를 한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 했다. 타운센드는 탐지기를 작동시키면서 두 가지 질문을 했는데, 앤더슨은 이 질문에 혼란스럽고 모순된 대답을 했다. 살인 그 자체에 대해 질문을 했을 때 그의 목소리를 녹음한 테이프는 '삑' 소리를 냈는데 그것은 죄를 부정하는 속임 수가 있다는 증거를 의미했다. 그러나 살인 무기나 그것을 어디에 어떻게 처리 했는가를 물었을 때는 탐지기 테이프는 그가 아주 결백함을 보여주었다. 간단하게 정리해서 앤더슨은 낸시의 살해에 대해서는 유죄판정을 그리고 그녀 를 끔찍하게 난도질 해놓았던 살해 무기에 대해서는 무죄판정을 받은 것이다. 어디서 그 칼을 구했는지, 그리고 칼이 어떤 종류였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물었을 때 앤더슨은 모른다고 대답했고 부저는 울리지 않았다. 타 운센드는 살인 무기에 대한 실험을 세 번이나 반복했지만 결과는 같은 대답뿐이 었다. 실험을 다 마쳤을 때 타운센드는 심문자에게 앤더슨이 거짓말탐지기 테스 트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거짓말탐지기 기사의 판단은 범인을 잡았다는 심문자의 믿음과 일치했다. 그 들은 앤더슨에게 총 엿새 동안 질문을 했다. 심문을 녹음한 테이프를 들어 보면 앤더슨이 얼마나 지쳐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는 마침내 그가 저지르지도 않 은 범죄사실을 자백하고 만 것이다. 거의 끝부분까지 그는 낸시를 살해했거나 강간했던 기억이 전혀 없다고 변론하면서 결백을 주장했다. 심문자는 이에 대해 범인이 범죄사실을 완전히 망각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함 으로써 앤더슨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범죄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 그가 그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 다. 앤더슨은 그의 아내가 심문자에게 남편이 낸시를 죽였다고 말했다는 이야기 를 듣고 자백서에 서명하고 말았다. 그러나 나중에 그의 아내는 그런 진술을 한 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며칠 후 앤더슨은 그의 자백을 번복했다. 그리고 7개월 후, 진범이 잡혔는데 그는 다른 강간 사건으로 인해 구속되면서 낸시 존슨도 자신이 죽였다고 자백했다. 이 예는 거짓말탐지기 테스트를 통해 살인에 대한 질문을 받는 동안 나타났던 앤더슨의 감정적 반응이 거짓말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가능성과는 관계없는 다른 이유들로 인해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거짓말탐지기 테스트는 거짓말 자체가 아니라 단지 감정적으로 고양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내는 것뿐이다. 문제는 과연 앤더슨이 정말로 살인을 했을 때에만 질문에 대해 감정적으로 흥 분된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앤더슨이 살인을 하지 않았어도 그 범죄에 대해 감정이 고양될 수 있는 다른 이유는 없는 것인가. 만약 그런 이 유들이 존재한다면 거짓말탐지기 테스트는 정확하지 않은 것이 된다. 걸려 있는 보상이 아주 높기 때문에 즉, 처벌이 강력하기 때문에 진짜로 그런 범죄를 저지를 대부분의 혐의자들은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결백한 사람 도 두려움을 느끼기는 마찬가지이다. 거짓말탐지기 작동자는 혐의자에게 이 기 계가 결코 실패한 적이 없다고 말함으로써 결백한 사람에게는 의심받을지도 모 른다는 두려움을 줄여 주고, 진범에게는 잡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증가시키 게 하는 효과를 얻으려 한다. 앤더슨이 의심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된 한 가지 이유는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에 앞서 행해졌던 심문의 성격 때문이다. 경찰전문가들은 인터뷰 와 심문을 구별하는데, 인터뷰는 단지 정보를 얻기 위한 것이고 심문은 범죄 사 실을 추정한 상태에서 비난적인 어조로 이야기함으로써 자백을 강요하려 하는 것이다. 심문자들은 종종 그들이 앤더슨에게 했던 것처럼 그 혐의자가 범죄를 저질렀을 것이라는 그들의 확신을 공공연히 인정함으로써 혐의자가 스스로 결백 하다는 주장을 포기해 버리도록 만들려고 한다. 범죄자가 이로 인해 겁을 먹음으로써 자백을 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이 방법 은 무고한 혐의자에게도 역시 두려움을 느끼게 만든다. 앤더슨은 이런 심문을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계속 당한 후에 거짓말탐지기 테스트를 받았기 때문에 당연히 의심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게 된 것이다. 거짓말탐지기에 기록된 앤더슨의 감정 상태는 오해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 움뿐만 아니라 수치심이나 죄책감에 의해 생긴 것일 수도 있다. 앤더슨은 살인 에 대해서는 결백했지만 다른 두 범죄에 대해서는 수치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 의 심문자들은 그가 아내를 구타한 것과 청소년기에 강간죄를 저질렀던 것을 부 끄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또한 이런 사건들을 숨기거나 허위로 진술하려 했던 그의 시도가 발각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역시 느끼고 있었을 가 능성이 있다. 심문자는 반복하여 이런 사건들에 대해 언급함으로써 앤더슨에게 그가 살인이 나 강간을 저지를 수 있는 타입의 사람이라는 것을 설득하려 했다. 이것은 또한 그의 수치심과 죄책감을 더욱 증폭시켰을 것이고 심문자에게는 이런 반응들이 낸시를 살해해서 나타난 것으로 해석되었던 것이다. 거짓말 점검을 통해 우리는 왜 두려움, 수치심, 혹은 죄책감의 표시들이 속임 수의 단서로 해석하기에 모호함이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감정들은 진짜 살인 범에게 나타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결백한 사람에게도 나타날 수 있는 아주 표면적인 것들이다. 심문자들이 알지 못했던 사건이 한 가지 더 있었 는데, 이 사건은 심문자들이 앤더슨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구별해내 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앤더슨이 감옥에서 풀려났을 때, 기사를 써서 그가 다시 자유를 찾을 수 있도 록 도왔던 저널리스트 제임스 펠란이 앤더슨에게 왜 거짓말탐지기 테스트에 실 패하게 되었느냐고 물었다. 앤더슨은 그가 저지르지도 않았던 범죄에 대해 감정 적 반응을 일으키게 되었던 또 다른 이유를 말했다. 낸시가 살해되던 날 밤, 앤더슨이 경찰과 함께 낸시의 집으로 갔을 때, 그는 낸시의 벗은 몸을 두어 번 보았다. 그는 그것을 보면서 그가 저질렀던 과거의 강간이 너무도 끔찍한 짓이었다고 느꼈던 것이다. 마음속에서 그는 마치 자신이 범죄를 저지른 것 같은 느낌을 받았고 이로 인해 낸시를 죽이지 않았음에도 불 구하고 그는 죄책감과 수치스러움을 느꼈던 것이다. 이 감정이 거짓말탐지기에 그대로 반영되었던 것이다. 그는 그가 저질렀던 그 끔찍한 행동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 물론 이 거짓말 자체에 대해서도 그 는 죄책감을 느꼈다. 앤더슨을 심문했던 사람들은 오델로의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오델로처럼 그 들도 혐의자가 감정적으로 고양되어 있다는 것을 감지한 것은 올바른 판단이었 다. 그들이 실수한 점은 알아낸 감정이 죄가 있든 없든 모든 경우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데에서 발생했다. 연인을 잃었기 때문에 데스데모나 가 고통을 느꼈던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앤더슨의 수치심이나 죄책감, 두려움은 살인과 관계된 것이 아니라 그가 저지른 다른 범죄와 연관된 것이었다. 오델로의 실수처럼 심문자들도 혐의자에 대한 선입견의 희생자가 된 것이다. 그들은 또한 혐의자가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아닌지 밝혀지지 않은 불확실한 상 황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심문자들은 -죄를 지은 사람은 알겠지만- 결백한 사람은 알지 못하는 정보, 즉 살인무기에 대한 세부사항들을 알고 있었다. 칼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거 짓말탐지기에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로써 거짓말탐지기 작동자는 앤더 슨이 결백하다는 것을 알아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테스트를 세 번 반복하는 대 신 거짓말탐지기 작동자는 오직 찌른 사람만이 알고 있었을 범죄에 대한 정보를 이용해 범죄지식 테스트를 사용했어야 했다. 우리가 다른 사람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상은 그들의 행동에 기초하고 있다. 그런 행동들은 진실성 여부 외에도 많은 것을 전달한다. 표현 행동은 누군가가 친근한지, 사교성이 풍부한지, 권위적인지, 지적인지, 누군가가 하는 말에 대해 관심이 있는지 혹은 그것을 이해하고 있는지 등에 관한 주요한 판단 근거가 된 다. 대개 그런 것들은 무의식적으로 형성된다. 어떤 인상을 받으면서도 상대방의 어떤 행동으로 인해 자신이 그런 인상을 갖게 되었는지를 모르고 있는 것이다. 상대방에 대해 어떤 인상을 받게 되는 근거를 알고 있다면, 그리고 그가 특정한 행동을 해석함에 있어 주의해야 할 규칙들을 알고 있다면 자신이 받은 인상이나 판단을 수정하는 것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경찰학교 교육과정에서는 행동상에 나타나는 속임수의 단서들을 강 조하지 않는다. 누가 범인이고 누가 결백한 사람인지에 대해 탐정들의 예감이 명확한 근거에 바탕한 것은 아닐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거짓말탐지기 조사원들의 교육과정에서 비언어적인 속임수 단 서들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기는 하지만 어떤 것이 행동상의 거짓말 단서인가 에 대한 그들의 정보는 시대에 뒤떨어져 있어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런 단서들이 쓸모가 없거나 잘못된 판단을 일으킬 수 있는 경우도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나 속임수의 단서를 찾아내는 방법을 훈련하고 위험과 예방법에 대해 가 르침으로써 더 정확한 탐정들을 양성할 수 있고, 이렇게 함으로써 정직함 의심 하기나 거짓말 믿기 실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찰 심문자와 범죄 혐의자를 대상으로 이 분야에 대한 더욱 전문적인 연구를 해보아야 할 것 이다. 이런 작업은 이미 시작되었는데 결과는 매우 낙관적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다. 국제 정세가 위기에 직면해 있을 때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두 나라의 지도자 가 만났다면, 이때의 속임수는 경찰 공무원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직면하게 되는 거짓말보다 훨씬 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거짓말을 찾 아내는 것 역시 어렵고 위험하다.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치르게 될 대가가 개인 이 저지르는 가장 극악한 범죄에서 사용한 속임수의 파장보다 더 치명적인 결과 를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의 지도자나 고위 정치인들이 개인적 만남을 가질 때 거짓말을 하 거나 거짓말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정치학자는 단지 몇몇뿐 이다. 알렉산더 그로스는 "상대편의 태도나 의도, 진실성 여부를 알아내는 일은 어떤 외교정책을 평가함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한 국가의 지도자가 뻔뻔한 거짓말쟁이라는 명성을 얻게 되는 것을 바라지는 않겠지만 간과해 버릴 경우 때로는 그 이상의 대가가 돌아올 수도 있다. 로버트 저비스의 말대로 "아주 성공적인 속임수는 국제역학 구조에 있어서의 기본적인 권력구도를 바꾸어 놓을 수도 있다. 거짓말을 사용함으로서 어떤 국가 가 지배적인 위치를 얻게 된다면 거짓말쟁이라는 명성을 얻게 되는 것 따위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헨리 키신저는 이런 주장에 반대한다. 그는 속임수나 거짓말이 현명하지 못한 작전이라고 강조한다. "속임수를 통해 협상에서 우월한 위치를 점하게 될 것이라 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낭만주의자뿐일 것이다. 외교관에게 속임수는 영리한 통로가 아니라 재앙의 통로가 될 것이다. 주로 같은 사람과 반복하여 협상을 해 야 하기 때문에 속임수가 통하는 것은 기껏해야 한 번뿐이다. 그것 역시 오랫동 안 불편한 관계를 지속해야 하는 대가를 치르고 말 것이다." 아마도 외교관은 임기가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속임수의 중요성을 인정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키신저가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여 하튼 자신의 외교적 노력에 대한 그의 설명은 상대편이 속임수를 쓰거나 뭔가를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했던 경우들과 내가 속임수 혹은 반속임수라고 일 컬었던 것을 그가 어떻게 이용했는가를 보여주는 예들로 가득하다. 스탈린은 가장 퉁명스럽게 이야기한다. "외교관의 말은 그의 행동과 아무 고나 계가 없음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 어떤 외교정책이 있을 수 있겠는가? 좋은 말은 나쁜 행동을 감추고 있는 것이다. 진실한 외교는 건조한 물이나 철로된 나 무처럼 불가능한 것이다." 이것은 다소 극단적인 표현이다. 때로는 외교관들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그러나 항상 그렇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게다가 자국의 이익에 심각한 손상을 끼칠 수 있을 때, 진실을 얘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 이다. 어떤 정책이 한 국가의 이익을 진작시키는 것임에 분명할 때 상대국가는 그들 이 거짓말을 하게 될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이 경우 거짓말을 했다는 것은 문제 가 되지 않으며 그것을 문제삼으려 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대체로 더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된다. 비록 후에 발각되는 한이 있더라도 비밀스런 조치나 속임수를 행하거나 거짓 조약을 맺는 것이 이익이 된다면, 그렇게 하리라는 것을 상대 국가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의심하고 있는 국가에 이익이 되는 조치가 무엇인지 혹은 그 국 가가 취한 공식적 조치들이 어떤 것들이었는지를 살펴보는 것만으로 거짓 여부 를 밝혀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의심을 받고 있는 국가는 속임수를 쓰지 않은 국가와 마찬가지로 거짓이 없음을 주장할 것이다. 저비스의 말대로 "러시아인들 이 핵실험 금지에 대해 속이려 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그들은 정직하다는 인상 을 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진실을 말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정직한 사 람과 거짓말을 하고 있는 사람은 둘 다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거짓말을 하거나 거짓말을 찾아내는 기술은 기습적인 공격을 감행하려는 계획 을 은폐하거나 발견해 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정치학자인 마이클 한델은 이 경우에 해당하는 한 가지 사건을 설명한다. "1967년 6월 2일까지 이스라엘 정부 는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문제는 양쪽이 모두 전시체제를 갖추 고 경계태세에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하면 성공적으로 기습을 감행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전쟁을 감행하려는 의도를 감추기 위한 거짓계획의 일부 로 이스라엘 국방장관 다얀은 6월 2일 영국인 저널리스트에게 이스라엘이 전쟁 을 감행하기에는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이 말을 6월 3 일의 기자회견에서도 반복했다." 이것이 이스라엘이 적국을 속이기 위해 취한 유일한 방법은 아니었지만 6월 5 일에 감행된 그들의 공격을 완전히 성공시키는 데는 다얀의 거짓말도 한몫했다 고 볼 수 있다. 속임수가 사용되는 또다른 경우는 한 국가의 군사적 역량을 적국에게 숨겨야 할 때이다. 1919년부터 1939년 사이에 은밀하게 이루어졌던 독일군의 재무장에 대한 바톤 월리의 분석은 독일군이 재무장 과정을 얼마나 교묘히 숨겼는가를 보 여준다. 1938년 8월, 히틀러의 압력 아래 체코의 위기가 달아 오르고 있었을 때, 독일 공군원수 허만 괴링은 프랑스 공군의 우두머리로 하여금 독일의 신형 비행기 뤼 프트바페를 시찰하는 여행에 초대했다. 프랑스 공군 사령관이었던 조셉 뷸망 장 군은 즉시 이 제안을 수락했다. 독일군 장군 에른스트 유데트는 뷸망을 자신의 전용 비행기로 안내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잠시 후, 유데트는 전용기의 속도를 최대로 낮추었다. 이때 하인켈 에이치이-100이 최고 속도를 내며 나타났고, 휙 소리와 함께 멀리 사라 져 버렸다. 이것은 교묘하게 꾸며진 사건이었다. 시간이 지난 후 두 비행기는 모두 같은 장소에 착륙했고, 놀란 표정의 프랑스 방문객으로 하여금 비행기를 관찰하도록 했다. 독일군의 밀치 장군은 짐짓 아무 렇지도 않은 듯이 꾸미며 "유데트, 이 제품을 양산하는데 얼마나 걸리겠소?" 유 데트는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아, 제2생산 라인은 이미 준비가 끝났고, 2주 안에 제3생산 라인도 준비가 끝납니다." 뷸망은 기가 죽은 듯이 보였고, 엉겹결에 "정 신이 하나도 없군"하고 중얼거렸다. 프랑스의 시찰단은 뤼프트바페가 무적의 비 행기라는 패배주의적 결론을 내리고 파리로 돌아갔다. 이 속임수로 과장된 에이치이-100기의 속도는 세 가지 거짓말 중 하나였다. 무적의 공군력임을 과시하려 했던 이런 종류의 허세는, "빛나는 성공을 거두었던 히틀러의 외교 협상에 있어 중요한 조건으로 작용했다. 히틀러를 회유하려는 모 든 정책들의 근저에는 뤼프트바페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국가간의 속임수가 항상 거짓말을 하는 사람과 상대방 사이의 직접적인 개인 적 접촉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예들은 직접 대면하고 거짓말을 하 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진실성 여부를 측정하기 위해 상대방의 협조를 필요로 하는 거짓말탐지기 같 은 장치들은 사용될 수 없다. 그래서 최근 10여년 동안의 연구는 행동상의 속임 수에 대한 과학적 연구들을 이용하는 것이 가능한가에 관심을 두고 있다. 서론 에서 이야기했듯이, 우리 정부나 다른 국가의 관료들을 만나서 거짓말을 탐지함 에 있어서의 위험을 경고했을 때 그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범죄상의 속임수에서 보았듯, 거짓말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 니다. 때로는 행동상으로 나타나는 속임수의 단서가 어떤 지도자나 상대 국가의 대변인의 거짓말을 찾아내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문제는 그것이 가능한 때 는 언제이고 불가능한 때는 언제이며 또 지도자들의 속임수의 단서를 해석함으 로 인해 오히려 속게 될 때는 언제인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이 책의 첫 장에서 인용했던 뮌헨 회담 15일 전인 1938년 9월 15일 챔벌레인 과 히틀러가 처음 만났던 때의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히틀러는 그가 유럽을 공 격할 계획을 세워놓지 않았으며, 단지 체코슬로바키아에 있는 슈테텐 지방 독일 인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할 뿐이라는 것을 챔벌레인에게 확신시키려 노력했 다. 만약 영국이 히틀러의 계획에 동의한다면 -히틀러의 계획이란 인구의 대부분 이 독일인인, 체코슬로바키아령의 슈테텐에서 국민투표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이었다. 그러나 만약 계획대로 된다면 결국 그 지역은 독일에 합병될 것이 분명 한 상황이었다- 자신은 전쟁에 돌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이미 그는 비밀리에 전쟁을 감행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10월 1 일 체코슬로바키아를 공격하기 위해 군대를 전시체제로 정비해 놓았다. 게다가 군사적 정복을 이루려는 그의 계획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챔벌레인이 이 첫 만남을 가진 후에 누이에게 썼던 편지를 상기해보자. "히틀러는 자신이 한 약속 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다." 야당인 노동당 지도자들의 비난에 응답하면 서 챔벌레인은 히틀러를 "아주 비범한 인물", "말보다 오히려 더 뛰어난 사람"으 로 묘사했다. 일 주일 후에 챔벌레인은 괴데스버그에서 히틀러를 두 번째로 만났다. 그때 히틀러는 새로운 요구를 내놓았다. 독일군은 곧 독일인들이 살고 있는 슈테텐 지역을 점령할 것이며 국민투표는 독일이 군사 점령을 하기 전이 아니라, 그 이 후에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는 전보다 더 넓은 지역을 요구했다. 챔벌레인은 나중에 히틀러의 요구를 수락하기 위해 영국 내각을 설득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동기를 이해하고 그 들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히틀러는 마음이 좁은 사람 이다. 게다가 어떤 문제에 대해 폭력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하지 만 그는 존경심을 품고 협상해온 사람을 고의로 속일 만한 사람은 아니다. 그리 고 나는 지금 히틀러가 나에게 존경심을 느끼고 있음을 확신한다. 히틀러는 뭔 가 하겠다고 했으면 그것을 하고야 말 것이다." 챔벌레인의 말을 인용한 후 텔포드 테일러는 이렇게 자문한다. "히틀러가 정말 로 그렇게 완벽하게 챔벌레인을 속였던 것일까 아니면 히틀러의 요구사항을 수 락하도록 하기 위해 챔벌레인이 그의 동료들을 속였던 것일까?" 우리도 테일러 처럼 적어도 베르히테스가든에서의 첫만남에서는 챔벌레인이 히틀러를 믿었다고 가정해보자. 아주 중요한 문제들이 걸려 있는 거짓말이었으므로 발각에 대한 두려움을 느 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히틀러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자발적인 희생자를 가 지고 있었다.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낸다면 그 순간 챔벌레인은 히틀러를 회유하려 했던 자신의 모든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가 버린다는 것을 깨 닫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히틀러는 잘 알고 있었다. 그 당시 챔벌레인의 회유책은 수치스러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존경스러운 것 으로 평가되고 있었다. 그러나 몇 주 후 히틀러의 기습으로 인해 챔벌레인이 속 았다는 것이 명백해졌을 때, 회유책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히틀 러는 무력으로 유럽을 정복하기로 결심한 상태였다. 만약 히틀러가 믿을 만한 사람이었거나 협상을 지킬 만한 인물이었다면 챔벌레인은 유럽을 전쟁에서 구원 한 사람으로서 전세계인의 추앙을 받았을 것이다. 챔벌레인은 히틀러를 믿고 싶 었다. 그리고 히틀러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발각에 대한 두려움을 히틀러가 덜 느껴도 되었던 또 하나의 조건은 그가 언 제 어떤 거짓말을 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해 야 할 거짓말의 줄거리를 미리 준비하고 연습해 둘 수 있었다. 그리고 히틀러는 자신이 한 속임수에 대해 죄책감이나 수치심을 느낄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는 영국을 속이는 것이 자신의 역할상 해야만 하는, 그것도 역사가 요구하는 매우 명예로운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히틀러처럼 악명 높은 지도자뿐만 아니라 존경받은 지도자들도 적수에게 거짓 말을 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정치적 관점에서 보면 거짓말 은 국가간의 외교에 있어 필수적인 것이며, 거짓말이 문제가 되는 것은 단지 그 로 인해 자국의 이익이 침해당했을 때뿐이다. 히틀러가 느꼈을지도 모르는, 그래 서 누설되었을 수도 있었던 한 가지 감정은 거짓말의 성공에서 오는 희열이다. 기록에 의하면 히틀러는 영국인들을 속일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아주 유쾌하 게 느끼고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이 성공적인 거짓말을 다른 독일인들이 지켜 보고 있다는 사실은 당연히 챔벌레인을 속임으로써 생긴 히틀러의 흥분과 기쁨 을 더욱 크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히틀러는 아주 교묘한 거짓말쟁이였으므로 이런 감정들도 분명히 노출하지 않았을 것이다. 거짓말쟁이와 그의 희생자가 다른 문화 출신이라서 언어를 공유할 수 없다는 점 또한 거짓말을 찾아내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이다. 챔벌레인은 비록 히 틀러가 실수를 했다 하더라도 그 실수를 찾아내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었다. 한 가지 이유는 그들의 대화가 통역관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것은 직접적인 대화에 비해 거짓말하는 사람에게 두 가지 이유에서 유리한 입장을 제공한다. 만약 언어적인 실수 -말 실수, 너무 오랜 말의 중단, 이야기실 수- 가 발생했다 할지라도 통역관이 그것을 덮어버릴 수 있다. 그리고 동시 통 역의 과정은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각 문장이 통역되는 동안 어느 정도의 시간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다음에 거짓말을 어떻게 이어나갈지 미리 생각해 둘 시간적 여유를 준다. 듣는 사람이 거짓말하는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모국어가 아닌 이상은 속임수의 단서가 될 수 있는 말의 어휘와 전달 상 의 미묘한 차이를 알아채기는 어렵다. 또한 국가적, 문화적 배경의 차이는 어휘, 표정, 그리고 신체상으로 나타나는 속임수의 단서들을 아주 모호한 것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각각의 문화는 말 을 설명하기 위해 손이나 얼굴을 사용하는 스타일뿐 아니라, 단어의 수, 목소리 의 톤 등을 지배하는 그 문화 나름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얼굴과 소리에 나타나는 감정표시는 문화에 따라 달라진다. 만일 이런 차이들 을 모르고 있거나 그것들을 분명하게 고려하지 않는다면 거짓말 탐지자는 이 모 든 행동들을 잘못 해석함으로써 정직함 의심하기나 거짓말 믿기 실수를 저지를 위험에 처하게 된다. 정보국에 근무하는 요원이라면 이 대목에서, 히틀러와 챔벌레인의 만남에 대 한 분석이 그 당시에 과연 얼마나 이루어질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세월이 흘러 당시에는 이용할 수 없었던 많은 사실이 밝혀졌을 때에만 이런 분 석이 가능한 것이라면 당장 거짓말을 찾아내야 하는 사람들에게 거짓말 점검은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을 것이다. 그 당시를 설명한 자료들에 의하면 적어도 몇 사람은 1938년 당시에도 거짓말 에 대한 분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챔벌레인이 히틀러를 믿고 싶어 함으로써 너무 큰 모험을 시도하고 있었으므로, 그가 아닌 다른 사람들은 히틀러가 진실 하다고 판단함에 있어 챔벌레인이 좀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어야 했다. 기록에 의하면 챔벌레인은 그의 정치 동료들보다 우세하다고 느끼고 있었고, 그 들을 향한 우월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어떤 경고도 받아들일 수 없었 던 것이다. 히틀러는 회담을 가졌을 때부터 이미 영국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기로 마음먹 고 있었다. 챔벌레인은 메인 캄프에서 히틀러가 말한 것을 믿거나 협정 내용을 읽을 필요조차 없었을 것이다. 영독해군조약을 파기했던 것이나 오스트리아를 침공했던 것 등 그가 진짜 의도를 속였던 예들은 많다. 히틀러를 만나기 전, 챔벌레인은 히틀러가 유럽을 정복하려는 의도를 감춘 채 체코슬로바키아에 대해 거짓말을 할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생긴다고 얘기한 적이 있었다. 히틀러는 외교적, 군사적 수완뿐만 아니라 유능한 거짓말쟁이로서도 유 명했기 때문이다. 그는 매력을 느끼거나 화난 듯 가장할 수 있었으며, 감동이나 겁을 주고 자신의 감정이나 계획을 감추는 데도 아주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인물 이었다. 쿠바의 미사일 위기가 있었을 때,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과 소련 외무장관 그 로미코가 만나기로 했던 이틀 전인 1962년 10월 14일 화요일, 케네디 대통령은 맥조지 번디에게서 쿠바 상공을 정찰하던 유2정찰기가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을 배치하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를 포착했다는 보고를 들었다. 소련의 미사일 배치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소문이 떠돌고 있는 상태였다. 그 래서 후르시초프는(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의 말에 의하면) "가장 직접적이고 개인적인 통로를 통해, 소련은 케네디가 처해 있는 미국 내 문제들을 잘 이해하 고 있으며(11월에 있는 미국의 선거를 고려해) 국내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일은 전혀 하지 않겠다고 케네디를 확신시켰다. 특히 쿠바에 절대 공격용 미사 일을 배치하지 않겠다고 진지하게 약속까지 했다"고 한다. 때문에 케네디는 유2 정찰기가 알아낸 보고를 듣고 몹시 화가 났다고 한다. 비록 "그를 속이려 했던 후루시초푸에게 화가 났지만 그는 조용히 그러나 몹시 놀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그 소식을 들었다." (테오도르 소르나제의 설명) 로버트 케네디의 증언을 들어보면 "그날 아침 유2 정찰기가 촬영한 사진을 씨아이에이 대표가 설명해 주었기 때문에 우리는 후르시초프의 행동이 속임수의 한 부분으 로 이루어진 거짓말임을 알고 있었다." 대통령의 주요 자문위원들은 그날,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인지를 의논하기 위한 회의를 열었다. 대통령은 "이번 일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를 결정 하기 전에 우리가 소련의 미사일 배치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공개 해서는 안 된다. 보안은 필수적이다."라고 결정했다. "그리고 대통령은 이번만은 워싱턴 역사상 유례가 없을 만큼 철저히 비밀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그의 결정을 분명히 했다." (당시 국무성에 근무했던 로저 힐스맨의 증언) 이틀 후인 10월 16일 화요일, 자문위원들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를 논 의하고 있는 동안, 케네디는 소련 외무장관 그로미코를 만났다. "그로미코는 일 주일 이상 미국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그 이유는 정확하게 모르고 있었다. 그는 기자들을 초청해 줄 것을 백악관에 요청했다. 그의 이런 요구는 유 2정찰기가 촬영한 사진과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다. 소련은 유2 정찰기를 발견했 을까? 미국이 어떤 반응도 보이기 전인, 바로 이 순간 쿠바 내에서 쿠데타를 일 으켜 그 동안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을 배치해 왔다는 것을 공개해 버리는 것은 아닐까?" "케네디는 회담이 다가오자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그로미코와 도브리 닌(소련 대사)을 집무실로 맞아들일 때 미소를 짖고 있었다. 아직 어떤 대응책도 준비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소련이 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도록 하지 않기 위해서는 미국이 미사일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그로미코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 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케네디는 생각했다. (소렌슨의 증언) 모임은 오후 5시에 시작되어 7시 15분까지 계속되었다. 한편에서는 케네디의 비서실장 딘 러스크, 레월린 콤슨(전 소련주재 미국 대사) 그리고 마틴 힐데브렌 드(독일문제담당국장)가,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도브리닌과 블라디미르 그로미 코(소련의 외무장관) 그리고 세 번째 소련 공무원이 회담을 지켜보고 있었고 옆 에는 각각 통역관이 위치하고 있었다. "케네디는 벽난로를 마주하고 있는 흔들의 자에 앉아 있었다. 카메라맨이 들어와 뒤쪽에서 사진을 찍고 나갔다. 러시아인들 은 줄무늬 쿠션에 기대어 이야기를 시작했다." 베를린 문제에 관해 잠시 대화를 나눈 후에 마침내 그로미코가 쿠바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로버트 케네디의 설명에 따르면 "그로미코는 후르시초프 서기장 과 소련을 위해 쿠바와 관련해 존재하는 긴장을 줄이려는 그의 호소가 미국과 케네디 대통령에게 설득력을 지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케네디 대통령은 그 얘 기를 듣고 놀라움과 함께 그로미코의 대담한 자세에 감탄 또한 느꼈다. 케네디 는 감정적으로 되지 않게 몹시 자제하면서 노력하면서 단호히 말했다." 저널리스트 에일 아벨은 "대통령은 쿠바에 있는 미사일이 단지 방어용 무기일 뿐이라는 후르시초프와 도브리닌의 주장을 다시 반복하여 언급함으로써 그로미 코에게 그의 주장을 바로잡을 기회를 주었다. 그로미코는 단호하게 대통령이 이 미 거짓임을 잘 알고 있는 낡은 주장을 반복했다. 케네디는 사실을 들이댐으로 써 그와 충돌하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케네디는 "냉정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 는 어떤 긴장이나 분노도 드러내지 않았다."(소렌슨의 증언) 그로미코는 백악관을 나설 때 '보기 드물게 즐거워' 보였다. 기자들이 그에게 회담에서 무슨 이야기들이 오갔는지를 물었다. "그로미코는 기자들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분명 기분이 아주 좋은 듯했다. 그리고 그는 '유용한, 아주 유용한' 대화를 했노라고 대답했다."(아벨의 증언) 로버트 케네디의 보고에 의하면 "그로미코가 백악관을 떠나고 잠시 후 내가 대통령의 집무실에 들렀을 때 대통령은 소련의 대변인에 대해 아주 언짢아 했 다." 정치학자인 에이비드 대처의 말에 의하면 케네디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증거를 보이고 싶어 죽을 지경이었어." 로버트 케네디와 맥 번디가 집무실로 들어오자 케네디는 그들에게 말했다. "그로미코는, 이 방에서 단지 10분 전에 내가 들어본 어떤 거짓말보다 더 뻔뻔스러운 거짓말을 하고 하 고 갔다네. 그가 그들의 계획을 부정하는 동안... 내 책상 가운데 서랍에는 유2기 가 찍은 사진이 들어 있었다구. 그에게 그것들을 보여주고 싶은 유혹이 생기더 군." 우선 도브리닌 대사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그는 아마도 그 회담에서 거짓말 을 하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로버트 케네디는 소련이 도브리닌의 거짓말 능력을 믿지 못해 그에게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브리닌이 전에 로버트 케네디를 만났을 때 그가 쿠바에는 미사일이 없다고 말 했던 것은 그의 입장에서는 사실을 이야기한 것일 수도 있다. 이런 목적 때문에 한 나라의 대사가 자국 정부에게 속는 것은 드물지 않은 일 이다. 존 에프. 케네디 역시 피그 연안에 대한 정보를 아들래이 스티븐슨에게 이 야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앨리슨은 "유사하게 일본 대사들도 진주만 공격에 대해 알지 못했다. 모스크바에 주재했던 독일대사도 러시아 침략에 관한 독일의 계획 을 모르고 있었다."고 지적한다.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을 배치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추정되는 1962년 6월부터 이 회담이 열렸던 10월 중순까지 소련은 도브리닌과 조지 볼샤코프를 케네디 내 각의 각료인 로버트 케네디, 체스터 보울즈, 소렌슨에게 쿠바에 어떤 공격용 미 사일도 배치하지 않을 것임을 반복하여 확신시키는 데 이용했다. 아마 볼샤코프 와 도브리닌은 정말로 그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어쩌면 알고 있을 필요조차 없 었는지도 모른다. 후르시초프나 그로미코, 또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다른 사람들도, 그로미 코와 케네디의 회담 이틀 전인 10월 14일까지는 직접 미국측과 만난 적이 없었 다. 후루시초프는 모스크바에서 미국 대사 포이 콜러를 만났다. 그리고 쿠바 미 사일이 배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백악관 회담에는 두 가지 거짓말이 존재하고 있었다. 하나는 케네디의 거짓말 이고 다른 하나는 그로미코에 의한 거짓말이다. 이때 케네디의 거짓말은 거짓말 은폐하기 정의에 잘 들어맞는다. 케네디와 그로미코는 둘다 쿠바에 미사일이 있 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 쿠바에 미사일이 배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 음을 서로 숨기는 거짓말을 한 것이다. 그러면 왜 케네디가 그로미코보다 속임 수의 단서를 노출시키기 쉬웠는지 분석해 보겠다. 양측이 다 거짓말의 줄거리를 미리 짜놓은 이상, 두 쪽이 모두 이미 알고 있 는 사실을 서로에게 숨기는 데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상당한 위험이 수반되는 문제였기 때문에 두 사람 다 발각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아마도 케네 디가 그로미코에게 인사를 할 때 느꼈다고 전해지는 염려는 발각에 대한 두려움 이었을 것이다. 위험(발각에 대한 두려움)은 그로미코보다 케네디에게 더 컸을 것이다. 미국은 아직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를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쿠 바에 얼마나 많은 미사일이 어느 정도의 준비 상태로 배치되어 있는지에 대한 정보도 밝혀지지 않았을 상태였다. 케네디의 자문위원들은 그가 알아낸 비밀을 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국이 어떤 조치를 취하기도 전에 후르시초프가 그것 을 알게 된다면 침략을 감행하거나 위협을 가해 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미국의 대응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맥조지 번디의 말대로 "러시아인들이 했음이 전세계에 분명해지고, 그들이 하 지 않은 척 서툰 방법으로 가장하고 있는 것이 드러나면 미국은 현상황을 역전 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이점을 가지게 될 것이다." 소련 역시 미사일 기지 구축 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미국이 미사일에 대해 금방 알 게 되었다고 해도 크게 문제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유2정찰기가 곧 미사일을 발 견하게 되리라는 것을 소련측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짓말의 성공 여부에 걸린 위험이 양측 모두 비슷한 상황이었다 하더라도 그 로미코보다 케네디가 발각될 것을 더 두려워했을 것이다. 그것은 케네디가 거짓 말을 해낼 수 있는지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그로미코보다 적었기 때문이 다. 그는 분명 그로미코보다 거짓말에 덜 익숙해 있었다. 게다가 후르시초프가 쿠바사건이 일어나기 일 년 전 비엔나 회담에서 케네디를 보고 느낀 인상을 바 탕으로 그로미코가 케네디를 판단하고 있었다면 그는 더욱 자신감에 차 있었을 것이다. 회담에서 속임수의 단서나 비밀이 누설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았을 것이다. 성격상 둘다 어떤 감정을 느낀다 해도 그것을 숨길 수 있는 노련한 사람들이었 기 때문이다. 그러나 케네디의 경우 감정이 더 강렬하고, 거짓말쟁이 역할에 덜 능숙한데다 자신감마저 덜 했기 때문에 그는 분명히 부담이 컸을 것이다. 문화와 언어의 차이가 그가 노출한 속임수의 단서들을 감춰주었을지도 모른 다. 그러나 도브리닌 대사는 그것들을 감지해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그는 여 러 해 미국에서 생활해 미국식 행동방식에 익숙하고,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었기 때문에 도브리닌은 직접적인 참여자보다는 상대를 관찰하는 관찰자로 서의 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 회담의 결과에 대한 소련측 자료는 구할 수 없다. 그래서 도브리닌이 정말 로 사실을 모르고 있었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회담이 열리고 난 4일 후 그의 비서실장인 러스크가 미국이 미사일을 발견했으며, 미국 정부가 해군함정으로 쿠바 해협에 대한 봉쇄령을 내린 사실을 전해주었을 때 그는 깜짝 놀라 아무말 도 못 했으며 매우 동요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고 전한다. 정말로 소련이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도브리닌은 이때 처음 그 사실을 알 게 되었을 것이다. 그가 쿠바에 배치된 미사일에 대해, 혹은 미국이 미사일을 발 견했다는 것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 미국의 군사적 대응에 대한 충격 때문에 말 문이 막히고 동요된 것이었을 수도 있다.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소련이 케네디가 군사적으로 대응하리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케네디의 거짓말이 발각되었는가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발각되었 을 수도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혹 발각되었을 때라도 그에게서 속임수 의 단서를 찾아내는 것이 쉬운 문제가 아님을 설명하는 것이다. 자료에 의하면 케네디는 그로미코의 거짓말에서 어떤 실수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미 사 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속임수의 단서를 찾아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사실 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케네디는 그로미코의 거짓말 능력에 대해 감탄할 수 있 었던 것이다. 이 두 국가간의 속임수를 분석하면서 권력을 쥐게 된 모든 정치가들이 거짓말 쟁이가 될 수 있는 천부적인 재능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능력은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재산이라고 할 수 있다. 거짓말을 하든 안 하든 그들은 그것을 잘 해내는 데 필요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다 른 방법으로 권력을 얻을 수도 있다. 사람을 속이는 능력이 있어야만 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나름대로의 정책들을 통해 국 내의 라이벌을 물리침으로써 행정관료적 능력을 인정받아 권력을 쥔 사람도 있 다. 상대방을 직접 대면하고 이야기해야 할 때가 아니라면 대화상의 기술이 없어 도 된다. 글이나 중개인, 언론, 군사적 조치 등을 통해서도 상대방을 속일 수 있 다. 그러나 어떤 형태의 거짓말이든 거짓말하는 사람이 상대방의 행동방향을 생 각해 내는 전략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실패하기 마련이다. 이런 점에 서 모든 정치 지도자들은 영리한 전략가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 책에서 살펴 보았던 종류의 속임수를 상대방과 직접 대면하여 성공시키는데 필요한 천부적 거짓말쟁이로서의 대화적 기술을 가진 사람들은 단지 몇 사람뿐일 것이다. 모두가 거짓말을 할 수 있거나 거리낌없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 분의 정치 지도자들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상대에게는 기꺼이 거짓말을 할 것이 다. 미국 국민에게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던, 그리고 [플레이 보 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원색적 공상을 이야기함으로써 그 맹세를 직접 실천 해 보였던 지미 카터조차도 나중에는 이란에 억류된 인질들을 무력으로 구출하 리라는 것을 감춤으로써 거짓말을 했다. 군사적 속임수 전문가들은 지도자들이 더 거리낌없이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시도해 왔다. 한 가지 가능성은 그들이 속임수를 묵인하는 문 화 속에서 성장해 왔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그런 문화가 존재한다는 증거 는 약하다. 증명되지 않은 또 다른 추론은 군사적 결정에 있어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도자들(특히 독재국가)이 더 거리낌없이 거짓말을 하는 경향 이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 자료를 근거로, 거짓말을 잘했던 것으로 유명한 지도자들의 특징, 잘 속이는 인격의 타입을 찾아내려는 시도는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정치 지도자 들이 실제로, 예를 들어 사업가들보다 더 유능한 거짓말쟁이라거나 더 노련하고 거리낌없이 거짓말을 한다는 타당한 증거는 없다. 만약 그렇다면 국가간의 속임 수는 더욱 하기 어려운 것이 된다. 이번에는 동전의 다른 면, 한 국가의 지도자가 다른 사람들보다 거짓말 탐지 자로서 더 유능한가라는 문제를 살펴보자. 어떤 사람들은 거짓말을 탐지함에 있 어 보통 이상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불행히도 이 런 조사는 실험 대상이 대부분 대학생을 상대로 이루어진 것이다. 어떤 조직체의 지도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는 아직 없 다. 만약 그들을 테스트해서 몇 사람이 거짓말 탐지자로서의 뛰어난 능력을 가 지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할 때, 그렇다면 과연 멀리서 아무런 테스트 없이 도 그런 사람들을 구별해내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생길 것이다. 만일 유 별나게 뛰어난 거짓말탐지 능력을 가진 사람이 공적인 인물들에 대해 일반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구별할 수 있다면, 거짓말을 찾아내려는 정치 지도자는 상대방 이 한 속임수의 단서를 좀더 쉽게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정치학자인 그로스는 국가 지도자들은 상대방의 성격이나 진실성을 살펴보는 데 있어 직업적인 외교관들보다 주의를 덜 기울이기 때문에 가장 서툰 거짓말 탐지자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가 원수들과 외무장관들에게는 종종 협상에 있 어서의 기본적인 기술이 결여되어 있다." 저비스도 여기에 동의하는데 그는 국가 원수들이 "어느 정도는 다른 사람들을 판단하는 예리한 능력 덕분에 권력을 획 득하게 되었을 것이므로" 거짓말 탐지자로서의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할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어떤 지도자가 자신이 거짓말을 탐지해 내는 데 비상한 재주를 가졌다고 믿는 것이 정확한 것이라 해도 상대가 다른 문화 출신이고 다른 언어를 사용할 때는 거짓말을 탐지해 내는 것이 훨씬 어려워질 수도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나는 챔벌레인이 전쟁을 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히틀러를 믿고 싶어하고, 또 히틀러의 사람됨을 평가한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함으로써 자발적인 속임수의 희생자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챔벌레인은 어리석은 사람은 아니었다. 그 는 히틀러가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챔벌레인 은 히틀러를 믿고 싶은 강한 동기를 가지고 있었다. 히틀러를 믿을 수 없다면 전쟁이 곧 발발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로스에 따르면, 판단에 있어서의 국가원수들의 이런 실수와 거짓말 탐지자 로서의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잘못된 확신은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걸려 있는 위험이 클 때는 특히 더 그럴 확률이 높을 것이다. 그래서 국가 원수 가 상대 국가의 속임수에 대해 자발적인 희생양이 될 위험이 클 때는 국가의 이 익에 가장 큰 손상이 생기게 된 것이다. 자발적 희생양의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그로스의 많은 예들 중에서 이번에 는 공평하게, 챔벌레인의 적수였던 윈스턴 처어칠을 살펴보자. 처어칠은 '스탈린 이 소련'이라는 말만큼이나 자주 '러시아'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과 '신'을 자주 언 급했다는 사실 때문에 스탈린이 어떤 종교적 믿음을 지니고 있지 않은지 궁금해 졌다고 이야기했다. 1945년 얄타에서 돌아온 후 다른 사건에서 스탈린의 맹세에 대한 그의 신념에 대해 처칠은 다음과 같이 변호했다. "나는 그들의 말이 그들에게는 곧 속박이 된 다고 느낀다. 나는 러시아 정부처럼 굳건하게 지켜야 할 의무들을 지켜내는 정 부를 본 적이 없다." 그의 전기를 썼던 사람 중 한 명은 처어칠에 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소련의 과거 행동들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는 기꺼이 스탈린의 의도를 믿어줌으 로써 그에게 커다란 이익을 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는 함께 일하는 고위직의 사람들이 본질적으로 청렴결백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그에게는 어려운 일이였 다." 그러나 스탈린은 그런 처어칠의 존경심에 보답하지 않았다. 이 장에서는 다른 형태의 거짓말보다 정치가들 사이의 거짓말에 대해 많은 논 의를 했다. 그 이유는 행동상의 속임수 단서를 찾아냄에 있어 가장 유망한 분야 이기 때문이 아니라, 속임수에 대한 잘못된 판단이 가장 값비싼 대가를 요구하 는 가장 위험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범죄 혐의자들의 속임수를 찾아내는 것에 대해 살펴보았을 때와 마찬 가지로, 행동상의 속임수 단서를 통해 거짓말을 찾아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나라도 국익과 관련된 거짓말을 멈출 수는 없다. 적어도 비공식적으로라도, 행동상의 속임수 단서를 통해 그런 정보를 얻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심문하는 과정에 있을 수 있는 거짓말 탐지 의 위험을 논하면서 주장했듯이, 그런 인상들이 단지 직관과 예감의 영역에 머 물러 있을 때보다 거짓말 탐지자가 표현된 속임수 단서에 대한 자신의 판단을 알고 있을 때 탐지과정은 더욱 안전해진다. 국가간의 회담에서 행동상으로 나타나는 속임수 단서를 통해 거짓말을 판단하 는 것을 멈출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바람직하지는 않다. 역사적 기록은 최근 에 있었던 악명높은 국가간의 거짓말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그런 거짓말을 찾아내는 데 자국이 더 뛰어난 능력을 갖추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잘못 판단할 가능성을 줄이면서도 거짓말을 찾아내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지금까지 비록 간접적이나마, 어떤 나라를 위해 거짓말 탐지자로서 일하고 있 으면서 거짓말을 찾아내는 일이 복잡하다는 것을 알고서 그들의 고객들-그들이 조언해 주는 사람들-을 더욱 회의적으로 만드는 행동과학자들에 도전해 왔다. 만일 그런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더라도, 그들은 협상자나 국가원수들의 거짓말 을 찾아내는 방법에 관해 기밀에 부쳐진 채 연구하고 있는 사람들처럼 은밀히 작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나의 도전은 간접적일 수밖에 없다. 나는 그런 익 명의 연구자들이 좀더 조심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들의 작업에 대해 돈을 지 불하는 사람들이 그 연구성과의 유용성에 관한 주장에 대해 더 많은 요구를 하 고 더 비판적이 되기를 바란다. 이 장에서는 거짓말의 성공 여부가 거짓말의 주제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님을 설 명했다. 결혼을 하기 위해 행하는 모든 속임수가 실패하는 것은 아니고 또한 사 업, 범죄, 외교상의 속임수라고 해서 모두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성공하느냐 실 패하느냐는 특정한 거짓말 그 자체와, 거짓말하는 사람, 거짓말 탐지자에 달려 있는 문제이다. 부모 자식 사이가 아니라 국가간의 수준으로 넘어가면 이 문제 는 더욱 복잡해진다. 국가간에 이루어지는 거짓말보다 실수를 발견하기 쉬운 자녀의 거짓말에서조 차 부모들이 실수를 알아내는 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안다면, 결국 우리가 하 고자 하는 거짓말 탐지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편역자 약력 윤영이 : 1969년 강원 동해 출생. 강릉여고, 덕성여대 도서관학과졸. 덕성여대 신문사에서 3년간 활동했으며 한겨레신문사 광고개발부, 실록출판사 미디어팀, 새로운사람들 기획편집팀을 거쳐 현재 (주)교원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