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다다까야마 (飛馬單高山)에서 사라진 여인 (니시무라교따로 작) 목 차 제 1 장 가미산노마찌(上三之町) 제 2 장 한장의 그림 제 3 장 제3의 살인 제 4 장 무명의 화가 제 5 장 다시 온 다까야마(高山) 제 6 장 하나의 추리 제 7 장 변신 제 8 장 바다에 계신 님에게 제 1 장 가미산노마찌(上三之町) 1 10월 16일. 히다다까야마(飛馬單高山)의 가을축제는 끝났지만 가을 관광시즌은 계속되고 있었다. 고가(古家)가 즐비한 것으로 유명한 다까야마시가미산노마찌(高山市 上三之町) 거리에는 단체나 개인관광객이 붐비고 있었다. 젊은 여성이 많은 것은 옛 고을에 대한 동경(憧憬)일까?! 그녀는 여성 관광객 중, 한 사람이었다. 나이는 23,4세 정도이다. 다른 여성 관광객과 다른 것은 큰 스케치 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청바지에 남자가죽잠바, 배낭을 어깨에 매고 한 손에는 스케치 북을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화장하지 않은 얼굴이 소년처럼 보이는 것은 머리가 짧은 것과 눈이 큰 것 때문일지도 모른다. 가미산노마찌는 시내를 관통하는 미야가와(宮川)와 평행을 유지하는 거리로 민예품점, 커피점, 악기점, 산채요리점 등이 옛 모습 그대로 나란히 서 있다는 것으로 유명한 곳이다. 대부분이 덴보(天保) 3년 쯤에 세워진 것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덴보(天保)는 에도(江戶)시대의 연호입니다. 참고로 1994년은 헤이세이(平成) 6년입니다. 역자 주> 그림처럼 아름답기 때문에 사진을 찍는 관광객이 많았지만 스케치 북을 펼쳐놓고 목탄을 움직이고 있는 사람은 그녀 혼자였다. 마침, 자전거로 지나가던 파출소의 가토(加東) 순사는 민예품점 앞의 의자에 엉덩이를 걸치고 스케치하고 있는 그녀를 발견하곤 자전거에서 내려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42세의 가토 순사도 취미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눈에 가토는, "이건 솜씨가 좋은데......"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순사의 친구 중에는 꽤 잘그리는 일요화가가 있지만, 터치가 달랐다. 뎃상의 기초가 잘 되어 있다곬가미도 보곤, 갑자기 스케치 북을 접고 자리에 서 일어 났다. 옆에 놓았던 배낭을 매고 머리를 숙인 채 걷기 시작했다. "쟤, 굉장한데......" 가토는 무라가미에게 얘기했다. 무라가미도 같은 42세로 두 사람은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자네가 감탄하는 정도라면 아주 잘 그리는 거구먼." "정식으로 그림을 공부하는 것 같았네. 나 같은 아마츄어완 차원이 다르지. 자네 가게를 그리고 있었다네." 가토가 그렇게 말하자, "아, 그래! 우리 가게가 마음에 들었나보군. 어제도그리던데." "어제도?!" "아, 맞다. 방금 간 그녀라네. 시간도 이맘뗏 아까 전화하던 두 젊은 여자가 아직 전화를 걸고 있었다. "내 눈엔 단순한 고풍의 디자인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데......" 가토 순사는 몇 번이나 얘기한 심술 섞인 말을 하면서 자전거를 타고 파출소로 달려 갔다. 오후 3시를 막 넘은 시간인데 약간의 추위를 피부로 느꼈다. 2 가토 순사가 근무하는 파출소는 가미산노마찌를 벗어 난 가지바시(鍛治橋) 근처에 있었다. 다까야마시(高山市) 산책코스의 도중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자주 관광객이 길을 묻곤 했다. 다음날, 10월 17일 점심 때쯤 파출소에서 120m 쯤 떨어진 미야가와(宮川:강 이름) 언저리에 있는 여관인 '가즈모토(和 本)'에서 전화가 왔다. 가토 순사가 전화를 받자 가즈모토 여관의 안주인이, "손님 중 한 분이 어제부터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걱정이 돼서요......" 라고 말한다. "즉시 가겠습니다." 가토는 기분좋게 말하곤 자전거로 달려갔다. 가즈모토 여관은 다까야마에서 두 번짼가 세 번째로 오래된 여관으로 그 고풍스러움을 즐기려는 도시의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가토가 도착했을 때도 5, 6 명의 젊은이가 체크 아웃하고 출발 하고 있었다. 지붕의 차양이 높았으므로 카운터 쪽으로 가니 갑자기 어두운 느낌이 들었다. 기둥에는 쇼와(昭和)초기 때쯤의 것 같은 벽시계가 시간을 가르 쳐 주고 있고, 에도(江戶)시대의 갑옷도 장식용으로 걸려 있었다. <쇼와(昭和)는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 왕의 연호입니다. 1925년부터 1989년까지입니다. 역자 주> 여주인인 오가와미나코(大川美祭子)와는 오래 전부터 아는 사이였다. 작년에 남편이 병사(病死)하고 현재는 혼자서 여관을 잘 꾸려가고 있고 두 딸은 도쿄(東京)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었다. "자, 올라 오시지요." 미나코는 이렇게 말하면서 복도 한 쪽 구석에 꾸며져 있는 오락실로 안내했다. 오락실이라고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응접세트가 있고 공중전화와 자동판매기가 두 대 있을 뿐이었다. 미나코는 녹차를 권하고 나서, "도쿄에서 온 여자손님인데 글쎄, 어제 저녁을 드신 후에 외출한 이후 전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근심스러운 말투로 이야기했다. "전화연락도 없었나요?" "아니요, 그런 것도 없었어요." "숙박하고 있는 손님명단을 좀 봅시다." 가토 순사가 말했다. 여주인이 가져 온 명단에 의하면 돌아 오지 않고 있는 손님의 이름과 주소는 다음과 같았다. 시라이시유까(白石 ) 도쿄도세다가야쿠세이지요우(東京都世田谷區成城) 빌라 '세이지요우(成城)' 309 "장부에 의하면 도착한 것은 그저께 10월 15일이군요." "에에, 오후 1시 쯤 도착했습니다. 내일 즉, 18일까지 숙박할 예정이예요." "어제 뭔가가 있었나요?" 가토가 물었다. "아니요, 별로. 도착한 날부터 다까야마를 스케치하고 오겠다고 했지요. 어제도 스케치 북을 가지고 외출했어요. 그리고 오후에 돌아와서 식사하고 ------" "잠깐만. 스케치 북을 든 여성이라고 했지요?" "그래요. 가토 씨가 아는 사람입니까?" "그게 아니라 어제 가미산노마찌에서 스케치하는 여성을 본 기억이 있어서. 23, 4세에 검은 가죽잠바를 입고 나가지 않았나요?" 가토가 물었다. "맞아요. 바로 그 사람이예요." "그 여자가?" 가토 순사는 이상한 표정을 지으면서, "저녁식사 후에 외출한 게 틀림없습니까?" "유심히 본 건 아니지만 저녁은 6시에 먹으니까 식사 후, 방에 계시지 않으셨으므로 산보라도 나간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지요." 미나코가 말하고 나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어쨌든 수배는 하겠습니다. 그 여자의 사진이 어디 없을까?" 가토가 물었다. "손님이 가지고 온 짐 속에는 있을지도 모르지요. 그렇 지만......" "짐은 아직 그대로 있겠지요?" "예, 그렇니까 배낭과 스케치북은 방에 그대로 있습니다." 미나코가 말했다. "이 단계에서 배낭을 뒤진다는 것은 아무래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것 같은데...... 얼굴 생김새와 입고 있던 옷차 림으로 찾는 편이 좋을 듯 싶은데." 가토는 그렇게 말하곤, 수첩을 꺼냈다. 미나코가 설명하는 것과 자신이 보았던 점을 종합적으 로 수첩에 하나 하나 적기 시작했다. "녹차, 잘 마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가토는 인사를 하고 파출소로 돌아 간 즉시 경찰서로 연 락을 취했다. 다까야마시는 관광에 주력하는 입장이므로 관광객의 행 방불명은 큰 사건이었다. 다까야마경찰에서도 즉시 수배령을 내렸고 가토 순사에게 도 가즈모토 여관 주변을 잘 감시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어제, 저녁식사를 6시에 했다고 하므로 식후에 외출했다면 7시 쯤이라는 이야기가 되겠지. 가토는 동료와 함께 즉시 가미산노마찌를 조사하기로 했다. 없어진 시라이시유까라는 여성이 어쩐지 가미산노마찌를 좋아 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틀 동안 스케치한 커피점 '다까야마'에도 가 보았다. 대 여섯 명의 관광객이 있었다. 가토 일행은 주인인 무라가미를 만났다. "어제 저쪽에 앉아 이 가게를 스케치하던 여성말인데. 그녀가 행방불명이 되었거든. 어제 저녁 7시 쯤 그녀가 여기에 커피라도 마시러 오지 않았나?" 라고 물었다. 무라가미가 '그 아가씨?'라고 놀란 얼굴로 반문한 후, "어제도 그저께도 우리 가게에 오지 않았네. 우리 가게에 흥미가 있어서 스케치는 했을 망정 커피나 차를 마시고 싶지는 않은 눈치였다네." "10월 15일에도 그녀가 자네 가게를 스케치했다고 자네가 그랬지?" 가토 순사는 무라가미에게 확인하듯 물었다. "그래, 오후 4시경 이쪽을 보며 스케치했었다네. 사진을 찍는 관광객은 많지만 스케치하는 사람은 아주 적기 때문에 기억하고 있지." "그때도 이 가게 안으로는 들어오지 않았나?" "너무 열심히 그리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 집에서 커피를 한 잔 대접하려고도 생각했었지만." 무라가미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까 이 가게의 벽에 걸려 있는그림은 관광객 이 그린 것으로 돈이 떨어진 청년이 무라가미에게 사 달라고 한 것을 들어 준 것이다. "정말로 없어진 것이 확실한가?" 이번엔 무라가미가 물었다. "그런 것 같은데...... 짐은 여관에 그냥 있거든." "스케치북은?" "여관에 그냥 방치한 상태지, 뭐." "그걸 보면 그녀가 다까야마시의 어디를 좋아했는지를 알 수 있을 게 아닌가? 그걸 조사하면 그녀를 찾을지도 모르 지." "그럴 듯 한 말을 하는구먼." 가토 순사가 금방 그 의견에 찬성한 것은 그 자신이 다시 한 번 그 스케치북을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동료와 함께 가즈모토 여관에 다시 들리니 여관 주인인 미나코가 가토 일행을 보자, "미안합니다." 라고 말했다. "어쩐 일입니까? 찾았습니까?" "전화가 왔었습니다. 그 손님한테서." 미나코는 웃으면서 말했다. "어디서?" "도쿄에서. 도쿄로 갔다고 하더군요." "짐을 그냥 두고서 왜, 그런 일을 했다고 합디까?" 가토 순사는 뭔가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 물었다. "그게 글쎄 이렇다는구먼. 어제 저녁, 식사 후에 역 쪽으로 걸어가다 갑자기 집에 전화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는구먼. 그래서 걸었더니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지셨으니 즉시 집으로 돌아오라구 하더래. 그래서 그 길로 역에서 그냥 기 차를 타고 도쿄로 돌아가게 되었?!" "그런 이유가 있으니 우리 여관에 있는 자기 물건을 좀 보내달라는구먼." "자기만 생각하는군요." "숙박료는 송금한다고 했으니 할 수 없지. 어쨌든 아버지 가 쓰러지셨다는데......" 미나코가 인정어린 말투로 얘기했다. "자, 돈 받을 사람이 그렇게 말한다면 할 수 없지. 그런데 스케치북을 잠깐 봐도 될까요? 그림을 그리는 솜씨가 좋아 서 그러는데 다시 한 번 봅시다." 가토가 요청했다. "괜찮겠지요!?" 미나코가 그렇게 말하자 가토는 2층으로 올라갔다. 그녀가 묵었던 방에 들어가서 대형 스케치북을 집었다. 기대를 가지고 페이지를 넘기면서 그림을 감상하던 가토는 도중에 "어라?"하는 얼굴이 되었다. 틀림없이 거기엔 다까야마의 거리 풍경이 몇 장인가 그려 져 있었지만 16일 오후, 가토가 보았던 것과는 어딘가 다른 것이 그려져 있었다. 무라가미가 경영하는 '다까야마'는 스케치되어 있었다. '이상한데......' 가토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중얼거렸다. 같은 풍경을 그린 것이므로 언뜻 보면 같은 것 같지만 뎃 상 실력이 확실하게 틀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제 가토가 본 뎃상실력은 쭉쭉 뻣는 듯한 재능이 풍부 하다고 느껴지는 것이었으나 지금 대하고 있는 스케치에는 그것이 없다. 정성스레 그린 것이지만 그림이 죽었다고 해야할 정도로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림엽서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 그림 같은 형편없는 솜씬데!' 가토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정성을 다해 그렸지만 그 그림은 사진처럼은 될 수 있을망 정 그림의 생명력은 잃은 상태였다. "이거 정말로 그녀가 놓고 간 스케치북이요?" 그걸 카운터까지 가지고 온 가토는 미나코에게 물었다. 주인인 미나코는 의아한 얼굴로, "그 손님이 놓고 간 물건이예요." "그게 말이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거든." 가토는 그녀 앞에서 하나 씩 페이지를 넘기면서 말했다. "그렇지만 그것 뿐이예요." "그건 그렇지만." 가토는 다시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이거 잠깐 빌려가도 될까?" "보내 주기로 한 물건이라서 잃어버리면 곤란한데요." "그런 염려는 하지 마십시오. 금방 되돌려 줄 테니까." 가토 순사는 그렇게 말하곤 동료는 먼저 돌려보내고 자신 은 자전거로 다시 한 번 '다까야마'에 들렸다. 커피점 '다까야마'에 들린 가토는 친구인 무라가미에게 스 케치북을 보여 주었다. "자네 의견을 듣고 싶네." 가토가 이렇게 요청하자 무라가미는 '음, 음'하며 페이지 를 하나씩 넘기면서, "이거 그 젊은 여자가 그린 건가? 아직 발견하지 못했나?" "아버지가 갑작스레 아프셔서 급히 도쿄로 돌아 갔다는데." "그렇다면 해결된 셈이군." "그렇다네." "그러면 이 스케치북은 당연히 돌려 보내야 하는 거 아닌 가?" "그 전에 자네에게 보여 주고 싶어서." "왜?" "자네의 감상을 듣고 싶네." 가토 순사는 이렇게 말했다. "꽤 잘 그린 그림이군. 그렇지 않나? 어쨌든 정성을 다해 그린 것은 틀림없군." "그것 뿐인가?" "그것 뿐이라니?" "자네, 정말 그림 볼 줄 아나?" "뼈가 있는 말 같은데. 무슨 말이 듣고 싶나?" "자네, 어제 그녀가 그림 그리는 것을 보았지?" "그래, 보았지. 그래서 자네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나?" "그때 보았던 스케치와 이게 똑같은 걸로 보이나?" "그건 다른 사람의 스케치인가?" "그걸 자네에게 묻고 싶은 걸세. 자네의 판단력을 빌리자는 거지. 같은 스케치로 보이나?" 가토는 귀찮을 정도로 세심하게 물었다. "그건 그렇지만 잠깐 슬쩍 보았을 뿐이라서......" 무라가미는 고개를 흔들면서 기억을 되살리려고 했지만, "듣고보니 이 스케치는 기교적이라고 할까. 심혈을 기울여 그렸지만......"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지. 그렇다니까." 가토 순사는 만족한 듯이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겠냐고 묻는다면 당혹할 따름이면서. "그리고 이 그림은 어딘가에서 본 듯한 느낌이 들거든." 무라가미가 말했다. "그건 자네 가게를 그렸기 때문이지. 그러니까 본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당연할테지." 가토가 이렇게 말하자 무라가미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그런 게 아니라네." "그렇지 않다면 어떤 점이?" "우리 가게 뿐만이 아니라 민예관이나 히다다까야마민예관 등이 그려져 있지? 그게 전부, 어딘가에서 본 듯한 그림인 것 같거든." "그건 히다다까야마를 그렸기 때문이지." "그게 아니라니까." 무라가미는 안절부절한 표정으로 하늘을 보다가 갑자기, "그렇지!" 커다란 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뭐야? 깜짝 놀랬잖아!" "잠깐 기다리게.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무라가미는 그렇게 말하곤 여종업원에게 가토를 위해 커피 를 한 잔 준비하라고 지시한 뒤 자기는 가게 뒷 쪽으로 달려 갔다. 이유를 모른 채 가토는 여종업원이 가지고 온 커피를 마시 면서 기다리니 12, 3분 후 무라가미가 돌아왔다. "이거, 이거." 자신있게 가토에게 보여 준 것은 히다다까야마의 그림엽서 였다. "자 보게, 이것과 같은 풍경 아닌가?" 무라가미는 그것을 한 장씩 카운터 위에 펼쳐 놓았다. 역시 그것은 스케치북에 그려져 있는 풍경과 같은 구도의 그림 엽서뿐이었다. 무라가미의 가게 '다까야마'가 그려져 있는 그림엽서도 있 었고 그 설명은 '가미산노마찌'라고 씌여 있었다. '다까야마'근처는 제일 가미산노마찌다웠기 때문이겠지! 히다다까야마민예관의 그림엽서도 있었고 그걸 스케치북과 비교하니 무라가미가 이야기한 것과 같이 똑같은 각도에서 그린 것이라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이건 우연이라고는 볼 수 없는데." 무라가미는 귀신이라도본 듯한 얼굴로 말했다. "그렇지만 우연히 같은 각도에서 스케치할 수도 있었겠지?" "한 곳이라면 몰라도......" 무라가미가 되묻고 난 후, "그리고 이 가미산노마찌 그림 말인데. 우리 가게 앞에 있 는 공중전화부스가 그려져 있지 않거든." "그렇군. 틀림없이 그려져 있지 않군." "그림엽서도 마찬가지라네. 저 공중전화는 작년 봄에 설치 된 관계로 이 그림엽서가 제작될 당시에는 없었으니까." "스케치에도 없다는 것은 일부러 그리지 않은 것일 까?....." "이 오래 된 그림엽서를 보고 그렸던지." 무라가미가 말했다. '여기도 아닌데.' 가토 순사는 그렇게 생각했다. 어제, 그녀가 가미산노마찌에서 스케치할 때는 '다까야마' 앞에 있는 공중전화를 그린 것을 분명히 보았는데...... '역시 그녀가 스케치한 것과는 다르다.' 가토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일개 파출소 근무자의 의문에 누가 귀를 기울일까? 그리고 그녀가 아무 일도 없었으므로 사건화되지도 않았으니 까. . 가토는 스케치북을 가즈모토여관에 돌려 주기 위해 갔을 때, 주인인 미나코에게, "전화의 목소리는 분명히 여기에 묵었던 여자의 목소리였 습니까?" 라고 물었다. "그렇다고 생각하는데요......" "자신없는 것 아닙니까?" "자신이라고요? 단 이틀 묵었었고 거의 나와 이야기를 한 적이 없으니. 그리고 전화목소리를 들은 적도 없어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뭔가 문제가 발생했나요?" 미나코는 그렇게 묻고 나선 뭔가 생각 난 얼굴로, "조금 전에 파출소에서 전화가 왔었어요. 빨리 돌아 오라는 내용이었다우." "잘, 알겠습니다." 가토는 한숨을 쉬었다. 파출소 근무자이니 그곳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뭔가 복잡하고 어수선했지만 그것도 이미 끝난 느낌이었다. 도쿄의 시라이시유까에게 손가방과 스케치북을 보내주었고 그녀가 송료와 숙박료를 보내왔고 모든 것이 끝났다. 사실, 모든 것이 틀림없었다. 가토 순사도 평소와 다름없는 근무로 복귀했다. 3 그날 이후, 10일이 지난 10월 27일 아침, 사건이 일어 났다. 이 가을, 가장 추운 아침, 다까야마시내에서 잘 보이는 북알프스에도 눈이 내리고 정상은 하얗게 화장하고 있었다. 어제밤부터 내린 비가 북알프스에서는 눈이 되고 말았다. 관광코스 중 하나인 히다민속촌 안의 길은 내린 비로 군 데군데 질퍽거리는 곳이 있었다. 히다지방 여러 곳에서 모은 가쯔쇼오 민가를 한 곳에 집합시 킨 민속관과 제2의 민속관을 새롭게 만들고 있는 히다의 한 동 네이다. <가쯔쇼오는 일본 전통양식의 건축방법 중의 하나이다. 손벽을 치는 것과 비슷한 모양의 엇물림방식이다. 역자 주> 이 두 곳의 거리는 약600미터로 하나의 관광코스다. 주변의 산은 국유림이기 때문에 다까야마산림청이 관리 하고 있다. 그 산림청 직원 두 사람이 작년 봄에 심은 묘목의 생육 상태를 조사하기 위해 히다마을 뒷산으로 들어갔다. 이 두 사람이 낙엽 위로 사람의 손이 삐죽 나온 것을 발견한 것이다. 두 사람은 관리소로 내려와 110번으로 연락했다. <110번은 우리 나라의 112에 해당합니다. 역자 주> 순찰차가 두 대 달려와서 낙엽 속에서 젊은 여자 시체를 끄집어 냈다. 속옷차람의 사체였다. 부패가 시작되고 있었다. 어제 내린 비로 시체를 덮은 흙 이 흘러내려 오른손이 삐죽 흙밖으로 나오게 된 것일 가능 성이 높다. 사체는 즉시 부검을 하기 위해서 오하라(大原)병원으로 옮겨졌다. 사체의 목 부위에는 로프로 졸린 듯한 자국이 남아 있었다. 현 경찰에서는 살인사건으로 보고 다까야마 경찰서에 수사 본부를 설치하였다. 형사들은 신원파악에 필요한 단서를 잡기 위해 흙투성이가 될 정도로 현장주변을 뒤지고 다녔으나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범인이 살해한 후, 신원이 밝혀지는 것이 두려워 속옷만 남 기고 전부 가져 간 것으로 추정된다. 밤이 되자 부검결과가 통보되었다. 부검결과에 따르면 사인은 노도압박에 의한 질식사였다. 사망추정시간은 10월 16일 오후 7시부터 9시 사이다. 신장 160cm, 체중 50Kg. 혈액형 B. 맹장수술의 흔적이 있음. 연령은 25세 전후로 추정. 그러나 그것만 가지고는 신원파악이 어려웠다. 현 경찰 소속의 무까이(向井) 경감은 우선 지문을 조회하기 로 했다. 피해자가 전과가 있으면 신원이 밝혀질 것이다. "기대할 수 있을까?" 조사본부장이 물었다. "글쎄요, 기대는 하고 있지 않지만......" "다까야마시내의 가출인 신고는?" "그것도 없습니다. 다만, 관광객 중 한 사람이라고 생각되지 만......" 무까이가 말했다. "현장주변은?" "뭔가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계속해서 서(暑)의 경관 을 충원하여 조사하고 있습니다." "신원이 파악되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는 것 아닌가?" 본부장이 말했다. 경시청에 한 지문조회도 허사였다. 피해자는 전과가 없었다. 이틀 후인 10월 29일 오후, 수사본부의 다까이를 만나기 위 해서 경관 한 사람이 찾아왔다. "가미산노마찌 파출소에 근무하는 가토라고 합니다." 40대의 작은 키의 경관이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까이는 국립경찰대 출신으로 아직 28세였다. 그는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순사를 보았다. "무슨 일인가?" "오늘 아침, 현장에 갔다 왔습니다." "그런가? 수고했네." 그렇게 치하한 후, "그래서?" "사실은 사체발견장소에서 가까운 곳에서 이걸 발견했고 그 래서 지문을 채취하고 있는 기따하라(北原) 형사에게 보여 주 었지만 그런 것은 살인사건과 관계없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습 니다." 가토 순사는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그러나 가토 순사는 관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나에게 가지고 온 거란 말이지?" "그렇습니다." "보여주게." 무까이는 그렇게 말하고 가토 순사가 내미는 검고 작은 파편 을 집어 들었다. "뭐야? 이게!" 무까이는 가볍게 실망스런 표현을 하며 물었다. 일부러 가지 고 온 것이라 하기에 좀 의미가 있는 물건이라고 상상했었다. "이건 그림의 기초가 되는 뎃상을 할 때 사용하는 목탄의 파 편이라고 사료됩니다." 가토는 소신있는 듯한 말투로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뎃상에 쓰이는 목탄?" 무까이는 다시 한 번 물었으나 그림에 관심이 없는 그는 그 게 무슨 의미인지 알 길이 없었다. "그렇습니다. 뎃상용 목탄입니다. 사실은 저도 취미로 그림 을 조금 그리기 때문에 가끔 사용합니다." 가토 순사는 드디어 미소를 머금었다. "그래서 얘기하고 싶은 것은?" "사실은 그 피해자가 가미산노마찌에서 스케치하던 여성이 아닌가 해서요." "스케치하던 여성?" 눈썹을 세우는 듯한 표정으로 무까이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10월 16일 저녁식사 후, 여관 '가즈모토'에서 행방불명된 손님이 한 사람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었습니다. 그 전날 그리고 바로 이날도 가미산노마찌에서 스케치북을 펼쳐놓고 목탄으로 스케치하던 여성이었습니다. 그 여성은 그 후,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여관에 아무런 연락을 취하지 않은 채 도쿄로 돌아갔다는 내용을 나 중에 알게 되었고 그로인해 신고된 사건은 일단락된 것으로 처리했습니다만......" "그렇다면 아무 것도 아니지 않은가?" 무까이는 근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렇습니다만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토는 스케치북에 있는 뎃상이 어딘지 이상하다는 이야기 를 했다. 무까이는 "흥미롭군."이라고 말하곤, "그 스케치북이 지금 어디 있나?" "가즈모토 여관 측이 도쿄로 보냈습니다." "그렇다면 자네 추리가 증명될 수 있나?" "증명할 순 없습니다만 그 스케치북의 그림이 선명하게 눈 에 아로 새겨져 있습니다." "우선 그 여관에 가 보는 수 밖엔 없겠군. 안내하게." 무까이가 명령했다. 순찰차로 두 사람은 가즈모토 여관으로 가서 주인인 미나코 를 만났다. "10월 15, 6일, 이곳에 묵었던 그 여자 일로 왔습니다." 가토는 그렇게 설명한 후, 그 당시의 숙박계를 좀 가져다 줄 것을 부탁했다. 시라이시유까라는 이름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가토는 무까 이에게, "이 여성입니다." "도쿄 세다가야로군?!" 무까이는 짧은 말한 후, 카운터의 서랍 등을 뒤지더니, "아! 이거다." 종이쪽지를 보여 주었다. <도쿄도 세다가야쿠마쯔바라(東京都 世田谷區松原) X-X> 시라이시(白石) 님 메모지에는 이렇게 씌여 있었다. "여기로 보냈습니까?" 무까이가 물었다. "네, 우편환으로 돈도 받았습니다." "그 우편환 봉투는?" "그건 이미 버렸습니다만......" "시라이시유까라는 손님 얼굴은 기억하고 있습니까?" "별로 잘 기억할 자신은 없지만......" 미나코가 말했다. "사체를 확인해 주면 좋겠는데......" 젊은 무까이가 명령조로 말했다. "도쿄에서 시라이시유까가 지금 도대체 뭘하고 있는지 조사 시키면 어떨까요?" 가토 순사가 참견하는 듯이 끼어들자 무까이는, "알겠네. 자네는 이 양반을 모시고 오하라 병원에 가서 사 체를 확인하게." 불쾌하다는 말투로 명령했다. 젊은 무까이는 상관이외의 사람이 자기에게 명령하든가, 지 시하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 특히 자기가 무언가 판단하고 있을 때, 상대가 이러쿵 저러 쿵 참견하는 것을 무척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무까이는 수사본부에 도착하자, 본부장에게 도쿄 경시청에 수사협조를 부탁해 줄 것을 요청했다. "가즈모토 여관의 주인이 사체를 확인해 주면 특별히 경시 청에 수사협조를 의뢰하지 않아도 될테지만......" "확인해 줄 것 같은가?" "별로 기대하지 않습니다. 명령조로 부탁했고 또 여관 주인 도 별로 묵었던 손님과 얼굴을 대하지 않았다고 했으니까 요." 무까이가 대답했다. "그렇다고 하드라도 이 작은 파편이 뎃상에 쓰이는 목탄조 각이라는 것을 잘도 알아 냈구먼." 본부장은 손바닥 위에 놓여있는 검고 작은 파편을 만지작 거리며 감탄한 듯이 무까이에게 말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소홀히 보면 위험하지요. 현장에서 수색작업을 하는 기따하라 형사는 무시한것 같습니다." "그 친구는 베테랑 수사관으로 신뢰할 수 있지만 가끔 독단 적인 판단을 하곤하지." "주의 시키겠습니다." 무까이가 말했다. 한 시간 뒤, 수사본부로 가토가 전화를 했다. "가즈모토 여관 주인에게 사체를 확인받았습니다만 확실하 게 말할 수 없다고 합니다. 시라이시유까라는 손님인 것 같 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고 합니다." "그럴줄 알았네." 무까이는 쌀쌀맞게 대답하곤, 전화를 끊었다. "역시 도쿄에 부탁하는 것 이외엔 방법이 없겠지?" 본부장이 이렇게 물었다. "본부장이 부탁해 주십시오. 뭔가 나오면 제가 도쿄에 다녀 오겠습니다." 무까이는 결심한 듯한 말투로 대답했다. 4 경시청에서는 기후(岐阜)현 경찰의 요청을 받아 들여서 수 사1과의 도쯔가와(十津川)가 조사하기로 하였다. 조사할 내용은 두 가지였다. 그 하나는 시라이시유까라는 여성이 현재, 세다가야쿠에 있 는 맨숀에 살고 있는지의 여부이다. 또 다른 하나는 그녀가 아버지의 급작스런 발병으로 귀가했 는지의 여부와 가족의 동태였다. 도쯔가와는 베테랑인 가메이(龜井) 형사와 젊은 니시모토 (西本) 형사, 이렇게 두 사람에게 맡기기로 했다. 두 사람은 우선 순찰차로 오다큐(小田急)선 세이지요우(成 城)학원역 근처에 있는 빌라 '세이지요우'로 향했다. 11층 짜리 맨숀이었다. 신축이었다. 이 근처는 2DK라고 하 드라도 몇 천만엔(円)할 것임에 틀림없었다. <2DK는 방 둘, 거실 그리고 부엌이 있다는 뜻이다. 역자 주> 가메이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니시모토와 차에서 내려, 맨 숀입구로 갔다. 309호실의 우편함을 조사했다. 그런데 그곳에는 시라이시라 는 이름 대신에 '이노우에(井上)'라는 이름이 씌여 있었다. '아차!' 싶었다. 혹시 방 호수를 기후현 경찰이 실수로 잘 못 연락한 것이 아닌가 해서 1층부터 11층까지의 우편함을 조사했으나 시라이시라는 이름은 찾지 못했다. 가메이는 관리인을 만났다. "이곳에 시라이시유까라는 여성이 살고 있을 텐데요." 가메이가 이렇게 말하자 제복을 입은 관리인은 고개를 갸우 뚱 걋煥壙居쭉 관리해 왔는데 시라 이시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없었어요." 관리인이 말했다. "10일전 쯤부터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고 있는 사람은 혹시 없습니까? 여성 중에서." 가메이는 질문을 달리 해 보았다. "하와이로 여행을 간 사람은 있지만 중년의 부분데." 관리인이 말했다. 어쩌면 시라이시라는 여성은 아무 주소나 다까야마의 여관 에 써 놓은 것 같다고 가메이는 생각했다. 가메이와 니시모토는 다시 순찰차로 같은 세다가야쿠의 마 쯔바라(松原)로 갔다. "여기도 시라이시가족 같은 것은 없는 거 아닙니까?" 니시모토는 였裏 이 집 주인인 시라이시게이이치로(白石圭一郞)가 기모노차 림으로 나왔다. 큰 키의 남자다운 사나이였다. 쉰 살 정도로 보였다. 명함을 건네 받았다. 거기에는 시라이시공업 사장이라고 인 쇄되어 있었다. "이 집에 시라이시유까라는 따님이 계십니까?" 가메이가 물었다. "있습니다." 시라이시가 대답했다. 가메이는 드디어 기아의 이빨이 맞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금 어디 계십니까?" "미국에 있는 대학에 다니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대학을 나 온 후, 좀 더 공부하겠다고 하길래 미국에 있는 대학에 보냈 습니다만....." 잔곳이 없다고 합디 다." "따님이 한 분입니까?" "에에, 한 놈입니다. 아들이 하나 있는데 그 녀석은 작년에 결혼했습니다." "그래서, 운송되어 온 물건은 이 집에 있습니까?" 니시모토가 물었다. "딸년 말이 혹시 자기 친구 중 누가 자기 이름을 사용하여 보낸 물건일 지도 모르니 어느 정도는 보관하는 편이 좋을 듯 싶다고 하길래 보관하고 있습니다." 시라이시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가정부에게 그 물건을 가 져 오도록 시켰다. 배낭과 스케치북이었다. "안을 보여 주십시오." 이렇게 말하면서 가메이는 배낭을 열었다. 젊앳배달된 겁니다." 시라이시는 어깨를 움칠이며 대답했다. 5 가메이와 그 일행이 가지고 온 배낭과 스케치북을 도쯔가와 가 책상 위에 펼쳐놓고, "시로이시유까라는 여성은 실존인물인가?" "그렇습니다만 그녀는 지금 미국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10월 15일 다까야마에 있는 여관에 숙박했던 여 자는 다른 사람이란 말인데......" "설마, 또 다른 시로이시유까라는 이야기는 아닐테니 까...... 가명을 쓴 것이라고 생각되는데요." 가메이가 말했다. "시로이시유까라는 이름은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이름이 아니니까 지금 미국에 있다는여성을 아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묘하게 돌아가는구만." 도쯔가와가 중얼거리고 나선, "아무튼 기후현 경찰서에 연락하지!" 라고 말했다. 그 기후현 경찰서의 무까이 경감이 다음 날 비행기 편으로 왔다. "무까이라고 합니다. 이번 사건을 담당했습니다." 이렇게 절도있게 말하는 것을 보고 도쯔가와는, '젊군!' 희망과 기대와 불안감을 동시에 발견했다. 젊음에서 풍기는 기상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 다. 아직 많은 실전경험은 없을테지! "미국에 유학 간 시로이시유까의 출신교가 파악되었습니 까?" 무까이가 물었다. "가메이 형사가 듣고 왔지. S대 영문학과를 2년 전에 졸업 했더군요." "그렇다면 S대에 갔다 오겠습니다." 절도있게 말했다. "가메이 형사와 함께 다녀 오시지요." 도쯔가와가 말했다. 가메이가 운전하는 순찰차로 무까이 경감은 S대로 향했다. 니쏢고 합니다. 저도 동행할까 합니다." "괜찮을까?" "뭘 말씀하시는 겁니까?" "너무 빨리 휙 둘러 봐서 혹시 실수하는 일은 없을까?" "예!, 그런 점은 제가 경력이 좀 있으니까 제가 가끔 브레 이크를 걸지요!" 가메이가 그렇게 말하곤 전화기에다 큰 웃음소리를 흘려 보 냈다. 도쯔가와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하신 말씀을 상기했다. 아버지는 2차대전때문에 오랜 세월을 중국, 동남아시아 등 지에서 싸웠다. 아버지 말씀에 따르면 사관학교 출신 소대장 의 사망율이 가장 높은 것 같다. 그 이유는 실전경험이 없 고, 전투에선 되는 대로 "그렇지만 아무 관계없는 사람이 어떻게 시로이시유까라는 사람을 알고 있었을까요?" 무까이가 화가 난 듯한 목소리로 질문했다. 제 2 장 한 장의 그림 1 젊은 무까이 경감은 점점 불안해져서 기운이 없어졌다. 젊으니까 자신이 품은 생각이 틀리다는 것에 화가 났고 동시 에 실망했으리라. 도쯔가와는 그런 무까이의 모습을 미소를 머금고 보고 있었 다. 그 정도 나이가 먹으면 처음에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더라 도 동요하지 않으니까. 아니 반대로 그것만큼 범위가 좁아졌다 고 오히려 기뻐하겠지! 아마 나이와 함께 요령이 생기겠지. 무까이도 결국엔 나처럼 능구렁이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도쯔가와는 혼자 생각했다. "아무래도 잘못 짚은 것 같은데요.와에게 말했다. "진짜 시로이시유까 氏의 친구 중에는 귀신은 없었단 말이군 요?" "그렇다네. 설마 시로이시유까 본인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우 니까." "본인은 지금 미국의 대학교에 재학 중이다. 어제 미국으로 전화를 걸어서 통화를 했으므로 틀림없다고 판단되므로." 도쯔가와가 말했다. "그 때 가짜 시로이시유까에 관하여 어딘가 짐작되는 데가 없 느냐고 물어 보셨습니까?" "물론 질문했지만 그럴만한 짐작이 가는 친구는 없다고 대답 했네. 그리고 시로이시유까는 그림을 좋아한다고 하더군. 일본 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을 무 나갔다. 도쯔가와는 웃으면서 니시모토 형사에게, "이게 실제 인물인 시로이시유까의 사진이다. 필요할 지도 모 르기 때문에 가지고 왔네." 그렇게 말하면서 가메이가 시로이시 집안에서 가지고 온 사진 을 건네주고 무까이를 아가라고 명령했다. "바쁜 사람이군요." 가메이가 말했다. "할 수 없지 뭐. 일부러 다까야마에서 왔으니까. 피해자의 신 원이 밝혀지지 않으면 불안감이 덮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 가?" 도쯔가와는 그를 두둔하듯 말했다. 도쯔가와와 가메이는 시로이시유까의 사진들을 눈에 익혔다. 가는 얼굴로 미인이뎃상한 여자와 동일 인물이란 증거도 없는 것 같은데......" "그러나 지문으로 동일인물인지 아닌지 판명할 수 있지 않을 까요?" "기후현에서도 그러니까 그 쪽 경찰에서도 지문을 조회했지. 피해자의 지문과 가즈모토 여관의 방에서 채취한 지문과의 대 조를......" "일치하지 않습니까?" "피해자의 지문과 여관에서 채취한 지문은 같지 않다는 결과 네." "그럼, 다른 사람입니까?" "그런데 그게 다른 사람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거지. 말하 자면 가즈모토 여관의 그녀가 묵었던 방에서 채취한 지문은 한 번 닦은 것이라는 얘기곌기지." "어려운 사건이 될 가능성이 있겠군요." 가메이가 말했다. "아아, 그래. 단지 시로이시유까의 명의로 가즈모토 여관에 묵었던 여성이 있었다는 사실은 틀림없지. 그 여성이 어떤 인 물인지 알게 되면 이 사건은 해결에의 길로 한 발자국 다가서 는 셈이지. 틀림없이......" 도쯔가와가 말했다. 2 무까이 경감과 니시모토는 두 시간 정도 후에 돌아왔다. 무까이는 실망한 얼굴로, "성과가 없었습니다. 진짜 시라이시유까와 관계있는 사람들 을 모두 접촉했습니다만 왜 해답을 찾을 수 없는지 알 길이 없군요." 그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러나 반드시 진짜 시라이시유까와 관계있는 사람이 있 다네. 그렇지 않으면 같은 이름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고 또 여관에 남긴 소지품을 시라이시 집으로 보내 달라고 하지 않 았을 걸. 그렇지 않은가?" 도쯔가와는 위로하는 마음을 가지고 이렇게 얘기했다. 무까이는 이마에 주름을 잡으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그렇다면 왜 오늘까지 나타나 지 않는 걸까요?"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지. 하나는 아직 추적하지 않 은 다른 관계가 있는 인물이 알고 있을 가능성이 있지. 또 다른 하나는 자네가 만나 본 사람들 중 알고 있는 사람이 있 었지만 무슨 이유에선가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이지." "거짓말이요?" "그렇지. 살인사건이라고 본다면.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지." 도쯔가와가 말했다. "내일 다시 한번 S대 시절의 친구들 그리고 신쥬쿠에 있는 디자인 교실을 가 보겠습니다." 뱅르지만 발밑에서 사건이 일어난 기분이었다. 2년 전에 완공한 고급 맨숀이었다. 30평에서 50평이나 되는 넓은 맨숀으로 지금 산다면 5, 6억 엔(円)은 족히 할 것이다. 그 건물의 7층으로 그 건물에서는 맨꼭대기였다. 초등수사 반이 이미 출동해 있었다. 지휘하고 있는 사람은 도쯔가와와 동기인 사까구찌(坂口) 경감이었다. "이렇게 호사스런 방에 살아도 죽으면 그만이군!" 사까구찌가 말했다. 그의 말대로 그 방은 상당히 호사스러운 방이었다. 넓이가 50평은 되는 것처럼 보였다. 페르시아 융단이 깔린 응접실. 대러나 이 집 주인은 침실 마루바닥에 등 에 칼을 맞고 누 워 있었다. 순백의 욕조가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피살자의 이름은?" 도쯔가와가 물었다. "우다가와 히로시(宇田川 宏). 나이는 52세. 우다가와통상 의 사장일세. 우다가와통상(宇田川通商)은 흔히 말하는 디스 카운트세일을 하는 업체로 굉장한 이익을 남기는 회살세. 도쿄도(東京都) 안에 전문점 두 개. 그 이외, 치바(千葉), 가나가와(神祭川), 사이따마(埼玉)에 하나씩 있지. 년간 매출 이 300억. 우다가와는 작년에 부인을 잃고 현재는 독신이네." "아주 자세하게 알고 있군." 도쯔가와가 그렇게 말하자 사까구찌는 웃으면서 한 권의 잡 지를 보여 주었다. "똑같은 잡지가 20권이나 산처럼 쌓여 있길래 그 중 하나 를 보니까 '일본에서 성공한 인물'이란 시리즈로 바로 이 우 다가와가 실려 있었다네. 그래서 이 죽은 사장이 20권이나 샀겠지." "역시!" "사체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운전수이네. 오후 7시에 데리 러 오라는 지시를 사장인 우다가와에게 직접 받았으므로 그 시간에 왔다. 벨을 눌러도 대답이 없었다. 엄수하는 사장이므로 이상하게 생각하고 안으로 들어와서 둘러 보다가 죽은 사장을 발견한 것이라는 이야기지." "문은 열려 있었나?" "운전수는 그렇게 말하고 있다네." 사까구찌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그 운전수를 도쯔가와 앞으 로 데리고 온 다음에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운전수는 마흔 쯤 되어 보이는 사내로 체격이 좋은 편이었 다. 이름은 하라다(原田). "5년 전부터 사장님의 차를 운전했습니다." 하라다는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오늘 밤엔 어디로 갈 예정이었습니까?" 도쯔가와가 이렇게 물었다. "누군가를 쯔기지(築地)의 요정 S에서 모토바시(本橋) 선생 과 만날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모토바시 선생?" "대의사(代議士)인 모토바시 선생입니다." "아아." 도쯔가와가 알았다는 듯이 감탄사를 연발했다. 현재, 통산정무차관(通産政務次官)을 맡고 있는 대의사(代議 士)였다. <代議士는 우리식으로 하면 국회의원이다. 日本의 참의원이 다. 국민을 대신해 의견을 발표한다는 뜻이다. 역자 주> 그렇다면 요정에서 만나는 이유가 대강 상상이 된다. "샤워라도 하고 막 외출하려던 참이었는데 범인이 갑자기 나 타나 살해했겠지요?!" 가메이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등에 칼을 맞았다는 얘기는 범인은 평소에 안면이 있는 사람 일 가능성이 짙군." "그렇군요. 범인에게 무방비로 등을 보인 결과이니까요." "여자일까?" 도쯔가와가 중얼거렸다. 등에는 몇 군데 찔린 흔적이 남아 있었다. 한 번 찔른 것이 아닌 점으로 보아 여성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었다. 검시관이 상처부위를 살핀 후, 사체는 바로 뉘어졌다. 창백한 얼굴이 형광등 빛에 들어났다. 눈썹이 짙고 입술이 얇 은 얼굴이다. 살아 있었을 때는 분명히 정열적이었을 얼굴이 지금은 당연한 얘기지만 전혀 생기가 없었다. 그 사체가 부검을 위해 운반되어진 후, 도쯔가와와 그의 부하 들은 단서를 찾으려고 넓은 그 집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흉기인 칼도 찾아 놀 필요가 있었다. 형사들은 마루바닥을 혀로 듯이 세밀하게 응접실, 침실, 욕 실을 수색했다. 칼은 어디에도 없었다. 가메이가 편지뭉치와 앨범을 찾아냈다. 명함꽂이에는 명성에 걸맞게 유명한 사람들의 명함으로 가득했다. 편지, 사진 그리고 명함에 범인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도쯔가와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직 각각의 방을 뒤지고 다 녔고 서재에 있는 책상의 서랍에서 두 번 접은 그림을 발견했 다. 그것을 펴 보았다. 목탄으로 그린 뎃상이었다. '잘 그린 그림 같은데.' 감동하면서 도쯔가와는 갑자기, "가메 군!" 이라고 큰소리로 불렀다. 가메이는 급히 달려왔다. 도쯔가와는 그에게 이 뎃상을 보이며, "이거 다까야마 풍경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그렇군요. 틀림없는 다까야마의 가미산노마찌라고 생각되는 데요! 눈에 익은 풍경입니다." 가메이가 눈을 반짝이면서 말했다. "그렇지?! 나도 두 번 정도 갔었기 때문에 기억하고 있네!" "이 종이는 어디에선가 찢어 낸 것 같은데 아마 스케치북에서 떼어 낸 것 같은데요." 가메이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시라이시유까의 집으로 배달되어 온 스케치북은 히다다까야 마에서 문제의 여성이 그린 것과 틀린 것 같다고 무까이 경감 이 얘기했지요? 아마!" 도쯔가와의 얼굴을 보면서 얘기했다. "그래. 나도 그 말을 되뇌이고 있었네." "그렇다면 이 사건과 그 사건은 어딘가에서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도 있겠는데요." "물론 지금으로선 가능성 뿐이지만......" 도쯔가와는 신중하게 말했다. 우선 도쯔가와는 그 뎃상을 명함, 편지 그리고 사진앨범과 함 께 가지고 가기로 했다. 고우지마찌(麴町) 경찰서에 수사본부가 설치되어 도쯔가와는 집으로 가는 것을 포기하고 수사지휘를 하게 되었다. 도쯔가와는 무까이가 묵고 있는 호텔에 전화를 걸어서 늦은 밤이지만 와 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고 급히 달려 온 무 까이에게 문제의 뎃상을 보여 주었다. 무까이는 다까야마에서 온 사람답게 즉석에서, "이건 가미산노마찌입니다." 라고 단언했다. "그쪽의 뎃상을 한 그림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본 사람은 가토라는 파출소 근무자인 경관입니다만......" "팩스로 보내면 어떨까요? 가토에게는 제가 전화로 이 그림을 좀 봐 주었으면 좋겠다고 지시할 테니까요." "그렇지만 팩스로 이 그림의 맛까지 볼 수 있을까요?" 도쯔가와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문자는 읽을 수만 있으면 되 지만 그림의 경우엔 다르다고 도쯔가와는 생각했다. 그리고 이 그림은 꽤 잘 그린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러나 제가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가토는 파출소 근무자이 고 이번 사건 수사팀에 가담하지 않은 신분이라서......" 무까이가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 가토 순사만이 문제의 뎃상을 보았지요?" "또 한 사람, 가미산노마찌에 있는 커피전문점의 주인이 보았 습니다." "그렇다면 더욱 더 가토 순사에게 이 그림을 직접 눈으로 세 심하게 봐 달라고 부탁하는 방법 이외엔 달리 뾰족한 수가 없 겠군요." 도쯔가와가 간곡하게 부탁하는 듯이 얘기했다. 어쩐지 가토라 는 경관을 꼭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그의 머리 속을 점령한 후 였기 때문이다. 무까이는 반신반의하는 기분이었지만 결국, 도쯔가와의 의견 에 동의했다. 3 다음 날, 그 가토 순사가 상경했다. 제복이 아닌 사복차림으 로 비행기를 타고 왔지만 그 모습이 어딘가 어색했다. "이런 차림은 익숙하지 않아서요." 가토는 어색함을 감추려고 이런 말을 하곤 웃음으로 얼버무렸 다. 그리고 도쯔가와가 내민 뎃상을 열심히 보았다. "어떤가? 자네가 본 바로 그 그림인가?" 도쯔가와가 물었다. "틀림없습니다. 이건 가미산노마찌에 있는 '다까야마'라는 커 피전문점을 그린 것입니다. 그녀가 그린 것입니다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제가 본 것과는 다른 것입니다." 가토는 얼굴을 들면서 도쯔가와에게 말했다. 도쯔가와는 눈썹을 세우며, "어떤 의민지 잘 모르겠군." "이 터치는 틀림없이 제가 본 그 아가씨의 것입니다. 저도 조 금이지만 그림을 배운 적이 있기 때문에 잘 그린 것이라고 그 당시 느꼈습니다." "그런데 자네가 본 것이 아니라는 것은 무슨 의민가?" "그녀는 다까야마에 이틀 간 묵었으나 매일 가미산노마찌의 풍경을 뎃상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본 것은 10월 16일이었습니 다만 그 전날도 같은 '다까야마'라는 가게를 그리고 있었다고 그 가게 주인이 제게 말해 주었습니다. 이건 15일에 그린 뎃상 입니다." 가토가 설명했다. "어떻게 16일 것이 아니고 15일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습니 까?" 가메이가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이 가게 앞에 공중전화부스가 있지요? 제가 16일 보았을 땐, 이 공중전화에서 전화하고 있던 두 사람의 여성을 이 뎃상에 그려 넣는 것을 보았습니다. 누가 보아도 관광객인 것 같은 젊 은 여성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뎃상엔 한 사람 뿐입니다. 그 래서 그 전날의 풍경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가토는 미소를 머금으면서 말했다. "아! 그렇군." 도쯔가와가 수긍했다. "어쨌든 재능이 풍부한 것을 느낄 수 있군요!" 가토가 말했다. 도쯔가와는 시라이시 집으로 다가야마의 가즈모토 여관에서 배달되어 온 스케치북을 가토에게 보여 주었다. "이건 이미 그 쪽에서 보았겠지?" "그렇습니다. 가즈모토 여관에서 보았습니다. 보고 무척 놀랐 습니다. '이건 틀린데.'하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많이 틀립니까?" 가메이가 물었다. "전혀 틀리지요. 이걸 그린 사람도 다소 그림을 공부한 분이 라고 생각되지만 재능은 없다고 봐야겠지요. 그림이 죽어 있습 니다. 정성을 다해 그린 것입니다만 그림엽서 같군요." 가토가 말했다. 그러나 너무 혹평을 한 것이라고 느꼈는지 밝 은 표정으로, "저도 그림을 조금 공부해 보았지만 이 그림을 그린 사람과 같은 수준으로 재능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까 결국은 어느 수준인지 아시겠죠?" 이렇게 말했다. "언젠가 가토 君의 그림을 보고 싶군." 도쯔가와는 인사치례로 한 마디 하고 나서, "이 그림을 그린 재능이 있는 여성은 15, 16일 가미산노마찌 근처에서 그림을 그렸고, 17일에는 행방이 묘연해졌다는 이야 기로군. 그런가?" "그렇습니다. 17일, 가즈모토 여관의 여주인이 전화를 해 왔 습니다. 그 여성이 16일 저녁식사 후, 외출해서 그 이후, 줄곧 돌아오지 않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때 이 솜씨 나쁜 스케치북을 보았겠지?" "그렇습니다. 보면 뭔가 단서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 다. 그래서 보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니까 전혀 다른 뎃상이 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매우 놀랐습니다. 이건 어떤 다른 인 물이 그린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떠 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가토가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도쯔가와가 물었다. 가토는 깜짝 놀란 얼굴로, "저는 단지 뎃상한 여자를 보았을 뿐이라서......" "그러나 나는 가토 君의 의견을 듣고 싶네. 왜 이 형편없는 스케치북이 가즈모토 여관에 있었는지를......?" 도쯔가와가 신중하게 물었다. 가토는 난처한 표정으로 무까이 경감을 바라 보았다. 기후현 경찰의 방침과 다른 의견을 제시할 경우 곤란하게 될 것을 우 려했고 무까이에게 양보하여 그가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눈길이었다. 무까이는 불쾌했으나 도쯔가와 앞이라는 점도 고려해서, "자네가 생각한 대로 말씀 드리게." 이렇게 가토에게 말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저도 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가토가 말했다. "그럴거라고 생각했지!" 도쯔가와가 미소를 띠우며 말했다. "그렇지만 뭔가 느낀 점은 있을 테지요?" 가메이가 물었다. 가토는 잠시 생각하더니, "처음에 생각한 것은 '그 잘 그린 뎃상이 어디로 사라진 걸일 까?'하는 점이었습니다." "당연하겠지? 그래서 어떤 생각을 했나?" "그것은 수사본부에서 여러 가지로 생각하고 계실 것 같은데 요......" 가토는 무언가 사양하는 투의 말을 했다. 역시 무까이가 신경 에 거슬리는 모양이었다. "자네의 개인적인 견해를 듣고 싶은 걸세." 도쯔가와가 말했다. " 감찮으니까 염려말고 자기 의견을 말하도록 하시오." 무까이가 말했다. 가토는 그런 말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사양했지만 가 메이가 끝까지 의견을 제시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하자 드디 어, "'저녁식사 후, 외출했을 때, 그녀가 스케치북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 스케치북이 여관에 있어야만 되니까요!" "그러나 그때는 해가 진 뒤였을 시간이니까 스케치가 되지 않 을 상황이 아니었을까요?" "그렇지요. 그래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그림을 그리려고 가지고 간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보이 려고 혹은 건네 주려고 가지고 나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합니 다." "그 상대방이 그녀를 살해하고 그 스케치북을 빼았았을 가능 성이 있겠군요." 가메이가 말했다. 무까이가 얼굴을 내밀듯이 끼어들어, "그 정도의 추측은 현지경찰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상대방이 누군지 알아낼 방법이 없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말했다. 도쯔가와가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그 상대를 찾게 될지도 모르지. 어찌되었든 사라진 스케치북 의 한 페이지를 발견했으니까......" "우다가와히로시라는 사내가 다까야마에서 그녀를 살해하고 스케치북을 훔쳤다는 이야깁니까?" 무까이가 물었다. "그건 모르지. 어쨌든 그의 맨숀에 있었던 것은 단 한 장의 뎃상뿐이니까......" "스케치북은 어디로 갔을까요?" 가토가 질문했다. "그걸 찾는다면 이번 사건이 해결될 수도 있겠지." 도쯔가와가 말했다. "저로서는 전혀 모르겠는데요." 가토가 또 자신에게 올지도 모르는 시선을 피하듯이 말했다. "어떤 점이?" 도쯔가와가 물었다. "그런 좋은 솜씨로 그림을 그리는 아가씨가 왜 살해되며 뎃상 이 없어지는 사건이 발생해야만 하는지를 모르겠습니다." "그런 감상적인 말을 하면 이 사건이 해결될 것 같소?" 무까이가 목의 핏줄이불거져 나오도록 핀잔을 주었다. "아니! 아니! 가토 순사가 하는 말은 무척 흥미로운데......" 도쯔가와가 말했다. 무까이는 자신의 의견에 반대할 줄을 미리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이 눈썹을 세우며, "저는 감상적이면 좋지 않다는 말을 한 것 뿐입니다만." "이 그림 말일세." 도쯔가와는 우다가와의 맨숀에서 찾아 낸 뎃상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 뎃상이 잘 그린 것이라는 것은 저도 알 수 있습니다." 무까이가 말했다. "어딘가 이 그림에 이상한 점이라도 있습니까?" "아니. 그저 가미산노마찌를 잘 묘사했구나하는 정도지." "그렇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렇다면 왜 노렸을까요? 범인이 노렸다면 왜 그랬을까 하고 저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 었습니다. 이것이 기밀설계도나 그거 비슷한 거라면 그림의 소 유주를 살해하고 빼았을 궁리를 했겠지만요......" "범인이 과연 스케치북을 빼았을 목적으로 그녀를 죽였을까 요? 또 살해된 여인이 스케치북의 주인공인지 그렇지 않은지의 확인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요." 무까이는 심각한 얼굴로 도쯔가와를 보았다. "그건 어떠하다고도 말할 수 없지만 스케치북이 도난당했다는 것만은 사실이 아닌가? 그것 뿐만이 아니지. 상대는 그것이 알 려지지 않도록 같은 스케치북을 준비하여 다까야마의 풍경을 스케치하여 여관에 놓아 두었지. 그걸 생각하면 범인의 한 가 지 목적은 스케치북을 입수(入手)하려는 것이라고 보아도 좋겠 지." 도쯔가와는 상당한 자신을 가지고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도쯔가와 경감님이 말씀하신대로 이 그림은 잘 그렸 지만 특별하게 이상한 점이 없는 뎃상이지 않습니까......?" 무까이는 목을 옆으로 돌리면서 물었다. "그렇지." "그리고 잘 그린 것이라고 하지만 이 뎃상이 수십 만 혹은 수 백만엔(円)의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바로 그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인은 그녀를 죽이기까지 하면서 스케치 북을 빼았았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지." "이상한 사건이군요." 가메이가 결론을 내리듯이 그렇게 말했다. 무까이 경감은 결국은 살해된 여성의 신원을 파악하지 못한 채 가토와 함께 다까야마로 돌아갔다. 도쯔가와와 그의 팀은 맨숀에서 살해당한 우다가와히로시의 주변을 조사하기로 했다. "우선, 그 뎃상은 잊기로 한다!" 도쯔가와는 부하 형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가메이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그러나 경감님. 그 뎃상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 각됩니다만...... 어쩌면 그것이 죽임을 당한 이유일지도 모르 는데요." "알고있네!" "그래도 잊고 수사하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네. 뎃상이 머리에있으면 무엇이든지 무조건 뎃상에 연관지으려는 경향이 있게 되거든. 그걸 피하려는 생각이라 네." 도쯔가와가 말했다.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우다가와(宇田川) 주변을 조사하는 도 중에 어떤 것이 자연스럽게 그 뎃상과 연결된다면 가장 좋은 결과라고 생각했다. 우다가와는 부인과 사별한 후, 돈이 있었기 때문에 여성관계 가 복잡했다. 그의 맨숀에서 가지고 온 편지 중에는 러브레터처럼 보이는, 여성으로부터의 편지가 꽤 있었고 앨범에도 여자사진이 매우 많았다. 그 여자사진을 도쯔가와는 복사하여 기후현 경찰에게 보냈다. 혹시 그 사진 중에 스케치북의 주인공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 각이 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해당자가 없다는 것이었다. 우다가와와 관계가 있었다고 사료되는 여자들의 명단을 도쯔 가와는 칠판에 적었다. 니노미야미야코(二宮 子) 아리다게이코(有田敬子) 이 두 사람이 편지나 사진에 자주 등장했다. 그외,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우다가와와 라이벌 관계에 있는 남자의 이름도 몇인가 떠올랐지만 도쯔가와는 우선, 여자관계 에서 무언가를 찾으려고 했다. 그는 가메이와 함께 이 여성들과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겠다 고 생각했다. 첫 번째의 니노미야미야코(二宮 子)는 29세. 우다가와의 비서이다. 그녀를 회사의 사장실에서 만났다. 우다가와의 비서가 되기 전에는 모델을 했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몸매는 잘 빠졌지만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기색은 없었다. 부검 결과, 우다가와가 살해된 것은 11월 1일 오후 6시부터 7 시 사이라는 통보에 따라 니노미야미야코가 그 시간에 어디 있 었냐는 알리바이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그 시간이라면 하쯔다이(初臺)의 맨숀에서 사장님이 오시기 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사장님이 그날 정치가와 만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비서인 저도 동석하라는 지시가 있어서요." 미야코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 맨숀에 혼자서 살고 있는 겁니까?" "네, 네!" "그렇다면 그 말을 증명할 증인은 없겠군요." 가메이가 물었다. 미야코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가메이를 쏘아 보았다. "증인이 있어요." "누구?" "운전수인 하라다 씨입니다. 지금부터 사장님 댁으로 간다고 전화를 한 후, 왔었지요. 그때가 아마 오후 6시반 정도였을 겁 니다." 미야코는 마음을 가라앉힌 것 같은 분위기로 대답했다. 고우지마찌에서 하쯔다이까지 차로 달린다면 오후 6시에 살해 하고 6시반에는 맨숀에 돌아올 수 있을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 니지만 그 시간대의 교통체증을 감안한다면 범인일 가능성은 희박해 질 수 밖에 없다. 도쯔가와는 알리바이 이외에 미야코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우다가와 씨는 그림을 좋아하셨습니까?" 도쯔가와가 물었다. 미야코의 얼굴에 웃음이 돌았다. 그것은 비웃음에 가까웠다. "사장님이 그림을 좋아하셨나.....?" "그러나 고우지마찌의 맨숀에는 유명한 화가의 그림이 걸려 있었습니다." 가메이가 말했다. "그것은 허영과 이득이지요. 사장님은 스스로 그렇게 말씀하 시곤 했답니다." 미야코가 얘기했다. "허영과 이득이라?!" "예. 사장님은 스스로 재산을 모으신 분이라서 교양이 없었지 요. 그것을 염두에 두고 비싼 그림을 벽에 걸어 놓으셨습니다. 그렇게 하면 교양이 있는 것처럼 보일 뿐만 아니라 죽은 화가 의 작품일 경우는 그림이 비싸진다고 말씀하셨지요." "그렇다면 스스로 그림을 그린 적은 없으시겠군요?" 도쯔가와가 확인하듯 물었다. "전혀 없었어요." 미야코는 한마디로 잘라 말했다. "이 그림을 보신 일이 있습니까?" 도쯔가와는 그 문제의 뎃상을 미야코에게 보여 주었다. "이거 다까야마의 가미산노마찌 아니예요?" 미야코는 그리운 곳이라는 듯 되물었다. "가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네, 사장님과 같이 두 번 정도 갔었어요." 미야코는 이렇게 설명했다. "왜 갔었습니까?" 도쯔가와가 그렇게 묻자, 미야코는 "예?"하고 눈을 크게 뜨면 서, "그건 사장님이 히다다까야마를 좋아했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최근엔 언제 갔었습니까?" "아마 9월 중순이라고 생각되는데요." "그 쪽에 가서 가미산노마찌를 구경하고 오셨는지요?" "네, 물론이지요." "며칠 간 계셨습니까?" 가메이가 물었다. "사장님은 바쁘셨기 때문에 2박만 하셨지요. 역사가 있는 일 본여관에 머무셨지요." "그 여관의 이름을 기억하고 계십니까?" 도쯔가와는 어떤 기대를 가지고 이렇게 물었다. 어쩌면 가즈모토 여관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가지고...... "고요깐(紅葉館)이었어요." 미야코는 이렇게 대답했다. 대답은 기대한 방향이 아니었지만 우다가와가 최근에 다까야 마에 다녀왔다는 사실에 도쯔가와는 센미를 느꼈다. "그 다까야마에서 보낸 이틀 간 뭔가 특별한 일이 있었습니 까?" 도쯔가와는 이렇게 물어 보았다. "특별한 점은 없었어요. 그렇지만 그 쪽에서 저는 사장님과 함께 있지 않고 따로 따로 움직였어요." "따로 움직였다는 의미는?" "그 쪽에서 사장님은 일을 겸한 친구와의 미팅으로 이틀 간 아침식사 후엔 혼자서 외출했고, 저는 그 시간엔 여기 저기 둘 러 보면서 산보를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실은 그 시간동안 사 장님이 어떤 일을 하셨는지는 정확하게 알 길이 없다는 뜻이 죠." "그러나 다까야마에서 친구를 만난다는 이야기는 했지요?" "네,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다까야마에서 돌아 온 후에 사장님의 행동이 평소와 달랐다 든가 하는 점은 없었나요?" "평소와 다른 점이요?" 앵무새처럼 말을 되내이면서, 미야코는 생각에 잠기더니 "귀경(歸京)한 직후는 특별히 다른 점이 없었고, 다까야마에 서 있었던 일을 그냥 이야기 했지요. 그런데 최근 열흘 정도는 뭔가를 생각하시는 것 같았어요. 그게 다까야마에서의 일과 관 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뭔가를 걱정하는 눈치였다는 이야깁니까?" 도쯔가와가 물었다. "예, 예." "그 내용은 모르겠지요?" "네, 저도 특별히 그것에 대하여 묻지 않았으니까요." "그 뎃상 말인데요. 혹시 누군가가 사장님께 전달한 것인지 아니면 팔려고 가지고 온 것인지, 그런 것에 대하여는 아시는 게 없나요?" 도쯔가와는 이렇게 물어 보았다. "모르겠어요. 이쪽으로 가지고 오신 물건이라면 알텐데 자택 으로 누가 가져왔는지는...... 아무튼 자택에서 일어 난 일은 여기에선 모르니까요." 미야코는 이렇게 대답했다. 도쯔가와는 또 한 사람인 아리다게이코(有田敬子)를 만나기로 했다. 이쪽은 우다가와(宇田川)에게 보낸 편지를 보며 상상한 것과 같웩와는 그녀에게도 그 뎃상을 보여주고 이전에 이 그림을 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기모노 차람의 게이코는 무릎 위에 양손을 가지런히 놓고 뭔 가를 생각했다. "전혀 본 적이 없는데요." 저음(低音)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비서인 미야코와는 달리 우 가가와의 죽음에 쇼크를 받은 것 같았다. "우가가와 씨가 9월 중순에 다까야마에 간 일을 알고 계십니 까?" "네, 선물을 받았어요." "왜 같이 가지 않았나요?" 도쯔가와가 이렇게 질문했다. "그쪽에 가면 만날 사람이 있고 그래서 같이 있어 줄 시간이 없으므로 같이 가지 않는 편이 좔의 모습은 어떠했습니까?" 가메이가 물었다. "특별히 변한 것은 없었는데요......" 라고 이야기 한 후, 말을 바꿔서 "갔다 온 직후는 히다다까야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최근에는 전혀 이야기하지않았어요." "그 이유를 알고 계십니까?" "모릅니다. 그러나 사 오일 전엔 다까야마 이야기를 하니까, 갑자기 두려운 얼굴을 하면서 뭔가를 무서워 하는 것 같았습니 다." "왜지요?" "모르겠어요." "정확하게 9월 몇 일에 갔었는지 기억하고 계십니까?" 이렇게 도쯔가와가 묻자, 등 뒤에 있는 달력을 바라 보았다. 여기 저기, 날짜 위에 무엇인가 점이라든가 메모가 적혀 있었 다. "9월 15일과 16일이예요." 게이코는 이렇게 대답했다. "돌아와서 며칠은 기분이 좋았다고 말씀하셨지요?" "에에." "그 당시 그는 어떤 이야기를 했습니까?" 도쯔가와가 물었다. "토산품을 사 왔는데 그 중에는 그림엽서도 있었어요. 그래서 그걸 설명하곤 했어요. 이 뎃상은 가미산노마찌지요? 거기에 갔을 때의 일도 이것 저것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삼 사일 전엔 기분이 좋지 않았다?" "네." "다까야마의 어디에서 심기가 불편했을까요?" 도쯔가와가 물었다. "글쎄요. 모르겠는데요. 일이 잘 되지 않아서 심기가 불편했 는 지도 모를 일이고...... 알 수가 없네요." "그러나 다까야마 이야기를 하면 심기가 불편했다고 이야기하 지 않았나요?" 가메이가 확인하듯 물었다. "그렇긴 해요. 그렇지만 심기가 불편할 때 제가 다까야마 얘 기를 물은 것인지도 모르지요." 게이코는 이렇게 대답했다. "우다가와 씨는 여행을 좋아했나요?" 이건 도쯔가와가 물은 질문이었다. "에에, 일에 지쳤을 땐, 여행이 최고라고 언제나 얘기했어 요." "외국에 간 적도 있습니까?" "예 예. 그렇지만 외국의 경우는 일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 고 즐기기 위한 여행은 거의 국내에서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게이코가 대답했다. "국내여행을 같이 간 적은 있습니까?" "에 에, 몇 번 같이 갔어요." "어디에 갔다 오셨습니까?" "도호쿠(東北), 홋가이도(北海道), 큐슈(九州) 온천여행이 많 았어요." 게이코는 그 시절이 생각나는 듯 추억에 잠기며 얘기했다. 도쯔가와는 마지막으로 1일의 알리바이에 대하여 물었다. "그날은 하루종일 집에 있었어요. 그 사람이 저녁에 누굴 만 나고 여기로 오기로 했어요. 그래서 쭉 기다리고 있었어요." 게이코는 이렇게 대답하면서 작은 한숨을 내뱉었다. 5 우다가와히로시의 개인재산은 자식이 물려 받고, 회사는 현 상태로 현재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되었다. 이 부사장은 친척 이었다. 우다가와의 사생활은 여자를 좋아했고, 일에서는 적을 많이 만든 것 같았으나 한 편, 돈을 많이 주었고 남들의 궂은 일을 많이 해주었기 때문에 살해당할 정도로 나쁜 이미지를 갖고 있 지 않았다는 것이 그를 아는 사람들의 의견이었다. 꽤 많은 재산의 상속에 관하여서도 이렇다할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 같았다. 우다가와는 확실하게 유언장을 남겨 두었다. 도쯔가와는 그 유언장을 변호사에게 보여 주고 자문을 구했 다. 우다가와 자신이 직접 손으로 쓴 것이었다. 그러나 도쯔가와 가 주목한 것은 그것을 기록한 날짜였다. 금년 10월 17일로 되어 있었다. 살해된 날로부터 겨우 2주전이었다. 담당 변호사인 나까네(中根)에게 도쯔가와는 그 점을 물어 보 았다. "우다가와 씨는 그것이 처음 유언장을 쓴 것입니까?" 그렇게 묻자, 나까네 변화사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오, 몇 년전부터 쓴 겁니다. 매년 1월 5일에 새 유언장 을 다시 쓰곤 했지요. 내용이같더라도 매년, 다시 쓰는 습관 이 있었지요." "그렇다면 10월 17일에 다시 쓴 것은 이상한 일이 되겠군요?" 도쯔가와가 물었다. "그렇지요." "갑자기 우다가와 씨가 다시 쓰자고 한 겁니까?" "17일 저녁이었지요. 갑자기 전화가 왔습니다. 좀 와 달라는 내용이었지요. 그래서 갔더니 오늘 유언장을 다시 쓰고 싶다고 하더군요." "어째서 갑자기 유언장을 다시 쓰려고 하는 지에 대해서 이유 를 설명하던가요?" "아니오. 갑자기 다시 고쳐 쓰고 싶다는 얘기 밖에는......" "전에 쓴 유언장과 내용이 같았습니까?" 만약 내용이 틀렸다면 그것이 바로 살인의 동기와 뭔가 연결 점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도쯔가와는 그렇게 물었으나 나까네는, "거의 같았지만 세세한 부분을 첨가했습니다. 예를 들면 5년 간 열심히 일해 온 운전수인 하라다 씨에게도 천만엔(円)을 주 기로 한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다가와 씨가 그 날까지의 유언장을 세세한 부분까지 첨가하여 17일에 다시 쓰고 싶어서 였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문제의 그 여성의 신원은 아직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시라이시유까라는 이름을 도용한 것 같은데 실제 인물인 시라 이시유까와는 어떤 관계일까 하는 부분마저 모르고 있다. 두 사건을 이어 주는 것은 이 뎃상인데 아무리 보아도 이상한 부분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게 열심히 보면 눈에 해롭습니다." 가메이가 걱정스런 목소리로 말을 걸어 왔다. 도쯔가와는 뎃상에서 눈을 떼었다. 가메이가 커피를 잔에 따 랐다. "이 그림에 뭔가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말하곤 커피잔을 입으로 가져 갔다. "숨은 그림 찾기입니까?" 가메이가 이렇게 물었다. "숨은 그림?" "그림 안에 동물이 숨어 있다든다 뭐 그런 거지요." "그런 건 없다고 보는데......" 그렇게 도쯔가와가 대답할 때,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든 니시모토 형사가 즉시 수화기를 도쯔가와에게 건 네 주었다. "난데." 초등수사반의 사까구찌 경감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쯔가와가 이상하게 여기면서, "지금 그 문제의 사건으로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네. 새로운 사건을 배당하면 곤란한데......" 이렇게 말했다. "살인사건이다. 살해된 사람은 유명한 디자이너라네." "글쎄, 나는 그 문제의 사건으로 여유가 없다니까......" "이 디자이너가 말이야. 등을 찔렸는데 사체 근처에서 무엇이 발견되었는 줄 아는가?" 사까구찌는 무언가를 알려 주려는 듯한 말투로 이야기했다. 도쯔가와의 눈에 갑자기 광채가 돌았다. "설마, 그게 그 문제의 뎃상 한 장이 아닌가?" "그렇다네. 다까야마를 그린 뎃상이라네. 그래서 자네에게 연 락한 걸세." "그걸 잘 가지고 있게." 도쯔가와는 크게 소리를 질렀다. "지금 즉시 올건가?" "물론 가지. 현장은?" "메구로(目黑)구 시로가다이(白金台)에 있는 맨숀일세." 사까구찌는 이렇게 말하며 맨숀의 이름을 가르쳐 주었다. 도쯔가와는 가메이에게, "자 빨리 가자. 또 같은 사건이 터졌다." 이렇게 외쳤다. 두 사람은 순찰차에 몸을 실었다. "또 그 문제의 뎃상이 발견되었다네." 달리는 순찰차 안에서 도쯔가와가 가메이에게 설명했다. "다까야마라는 마을을 그린 뎃상입니까?" "그런 것 같은데......" 도쯔가와는 방금 전까지의 지치고 피곤한 모습이 아니었다. "이것이 실마리가 될 지도 모르겠는데요." 가메이가 말했다. 제 3 장 제 3 의 살 인 1 고까(豪華)맨숀 7층에 있는 그 방은 주인이 디자이너답게 센 스있게 꾸며져 있었다. 그러나 그 주인공인 주인은 그것을 즐길 수 없게 되었다. 디자이너인 누마다아끼라(沼田章)는 등을 찔린 상태로 침실에 누워 있었다. 그 사체 옆에 그 문제의 뎃상이 떨어져 있었다. "전번 살인사간과 동일하다네!" 초등수사반의 사까구찌가 도쯔가와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런 것 같군." 도쯔가와는 짧게 말했다. 전 번 사건인 우가가와의 경우도 침실에서 등을 찔려서 죽었 고 서재에 있는 서랍에서 그 문제의 뎃상 한 장이 발견되었었 다. 사체를 발견했다는 젊은 사내를 도쯔가와에게 안내한 사까구 찌는 현장으로 갔다. 그 젊은이는 누마다의 제자로 28세의 이시가미신지(石上新治) 라고 했다. 이시가미(石上)는 아직 질린 얼굴로, "오늘, 선생님이 오전 10시에 트레블 스케치를 가지고 오라고 하셔서 왔더니 현관이 열려 있었습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면 서 안으로 들어왔더니......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다. "트레블 스케치? 누마다 선생님은 여행을 하실 예정이셨습니 까?" 도쯔가와가 물었다. "예에. 오늘 오후 비행기로 유럽에 갈 예정이셨습니다. 그걸 위한 스케치입니다만 어제, 사무실에 그냥 두고 왔었기 때문에 오늘 아침에 그걸 가지고 와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유럽엔 무슨 목적으로 출국하려고 하신 겁니까?" "선생님은 새로운 공부를 위한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시가미가 말했다. "선생님은 이미 유명한 분이 아닙니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새 로운 공부를 위하여 가실 예정이셨습니까?" "그렇긴 합니다만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언제나 공부하는 심정 으로 임하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훌륭한 분이십니다." "그렇다면 이미 오래 전부터 계획하신 겁니까?" 도쯔가와가 이렇게 묻자, 이시가미는 "갑자기 가신다고 하셨기 때문에 그 쪽 호텔 예약 등이 무척 힘들었나 봅니다." 이렇게 대답했다. 도쯔가와는 그 문제의 뎃상을 이시가미에게 보여 주었다. "이 그림을 이전에 본 기억이 있습니까?" "아니오, 처음 보는 그림입니다."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선 이런 뎃상을 공부하지요?" "예에. 물론 합니다." "이건 히다다까야마라는 고장을스케치한 겁니다. 이시가미 씨도 다까야마에 가 본 적이 있습니까?" "2년 전쯤에 간 적이 한 번, 있습니다. 그러나 스케치는 하지 않았습니다." "누마다 씨에게 배우는 이시가미 씨 같은 제자는 몇 명이 계 십니까?" "정식 제자라고 해야 할까, 문하생이라고 해야 좋을까 명칭은 잘 모르겠지만 좌우지간 20명 정도의 사람이 있었다고 생각되 지만 선생님은 K미술학교에서도 가르치고 계셨으니까 그 학생 까지 합친다면 몇 백명은 될 겁니다." 이시가미가 말했다. "그 20명 중에는 여자도 있습니까?" "에, 그렇니까, 그 중 다섯이 여성입니다." "시라이시유까라는 여성은 없습니까?" "그런 이름을 가진 여성은 없는데요." "최근에 모습이 보이지 않은 여성은 없습니까?" "그 다섯 명의 여성들은 이미 프로 생활을 하고 있으므로 바 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미국, 유럽에 가기도 하고 어떤 때는 동남아시아를 들락거리고 있으며 이런 일은 그녀들에겐 흔히 있는 일상생활이 되어 버렸습니다. 일주일 정도 모습을 보이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니 모르죠." 이시가미가 말했다. 도쯔가와는 그 다섯 명의 이름을 듣고 수첩에 옮겨 적었다. 그 중에 다까야마에서 죽은 시라이시유까라는 여성이 있는지 없는지는 아직은 모른다. "누마다 씨가 갑자기 유럽에 갈 예정이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최근 무언가에 긴다는 인상을 풍겼거나 겁내고 있는 듯한 느 낌을 주는 행위를 한 적은 없습니까?" 도쯔가와가 물었다. 이시가미는 "글쎄요." 라는 대답과 함께 무언가를 생각하더 니, "겁을 낸 것 같은 기억은 없었으나, 화를 낸 적은 있었습니 다."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가메이가 이렇게 요청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대답하기 곤란하지만 평소 같으면 화 내 지 않을 일을 화 낸다든가 해서 주위에 있는 사람을 어리둥절 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유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선생님 이 매우 신경질적이 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건 언제부터 입니까?" 도쯔가와가 물었다. "언제부터 였드라?! 아마 최근 한 주간 정도였다고 생각됩니 다." "협박전화가 왔다든가 편지가 배달되어 온 적은 없습니까?" "그것은 알 수 없습니다. 선생님은 혼자서 이곳에서 기거해 왔기 때문에......" "디자인 사무실에 근무하는 사람은 어떠습니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최소한 나는 본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으니까요." 이시가미가 말했다. "우다가와히로시라는 이름을 누마다 선생님이 들은 적이 있었 나요?" 도쯔가와는 질문을 바꾸었다. 2 가메이가 우다가와히로시의 사진을 이시가미에게 보여 주었 다. "디스카운트 세일을 하던 우다가와통상이란 회사의 사장으로 시내외의 여러 곳에 전문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사장도 자 택인 맨숀에서 살해되었습니다." "뉴스에서 본 기억이 있습니다." 이시가미는 사진을 보면서 이야기했다. "이 사람을 만난 일은?" 도쯔가와가 물었다. "기억엔 없습니다만, 우리 사무실에서는 여러 회사의 팜프렛 이나 홍보용 소책자를 만들기도 하므로 혹시...... 그리고 어쩌면 그 회사의 일을 했을 지도 모릅니다." "누마다 씨가 혹시 우다가와히로시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했다 든가 우다가와통상 이야기를 한 적은 없습니까?" 도쯔가와는 신중하게 물었다. "그런 말을 한 것을 들은 기억이 없는데요." "어쨌든 우다가와통상의 일을 했는지 여부를 조사해 주십시 오." 도쯔가와가 이렇게 부탁했다. 누마다의 사체는 부검을 위해 대학병원으로 옮겨지고 이시가 미도 사무실로 돌아 갔으나 두 시간 후, 그로부터 전화가 도쯔 가와에게 걸려 왔다. "사무실로 돌아 온 즉시, 조사해 보았습니다. 2년 전 것 까지 조사해 보았지만 우다가와통상의 일을 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런데, 정확하게 1년 전에 우다가와히로시라는 이름으로 우 리 쪽으로 500만엔(円)이 입금된 일이 있습니다." 이시가미는 이렇게 말했다. 도쯔가와는 수화기를 고쳐 잡고, "정말입니까?" "정확하게 통장에 그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사무실의 회계 를 담당하는 친구에게 물어 보았더니 이 우다가와 씨라는 인물 에 대한 기억은 없다고 합니다. 다른 디자이너도 그 회사의 일 을 한 기억은 없다고 합니다." "재미있군요." "왜 입금시켰는지 알길이 없군요." "입금시킨 날짜는?" "작년 10월 말입니다." 이시가미가 말했다. "금년 9월 중순에 누마다 씨가 히다다까야마에 간 적이 있는 지 알고 싶은데요." 도쯔가와가 말했다. "일로 간 적은 없다고 사료됩니다. 제 기억에 없으니까요." "개인적으로 갔는 지를 알 길은 없겠지요?" 도쯔가와는 집요하게 물었다. "선생님의 개인적 행동은, 저는 모릅니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조사할...... 누군가 선생님의 개인 적 행동을 알만한 사람이 없을까요?" "선생님은 미즈노구니코(水野 子) 씨라는 여성분과 굉장히 친했으므로 그 분에게 물어 보면 알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 분은 어떤 분이십니까?" "선생님의 친구 중에 미즈노이치로(水野一郞)라는 분이 계십 니다. 돌아가셨지만 우리 사무실의 일에 협조를 많이 해 주신 분이십니다. 그녀는 그의 미망인입니다." 이시가미가 말했다. 도쯔가와는 그녀가 현재 시부야(澁谷)에서 커피전문점을 하고 있다고 듣고, 만가기로 하였다. 시부야 역 근처에 있는 빌딩의 지하에 커피전문점이 위치하고 있었다. 동행하던 가메이가 차 안에서, "그 가게라면 가 본적이 있습니다. 커피가 맛있고 미인 자매 가 있는 것으로 유명한 가게입니다." 라고 말했다. 역시, 지하의 '레인보우'란 가게는 손님들로 가득했다. 카운터에 가메이가 말하던 미인자매가 있었다. 언니는 30세 정도로 기모노가 잘 어울렸다. 동생은 25세일까? 키가 크고 흰 세타의 가슴 부분이 잘 잘발 되어 봉긋 솟은 모습이 좋은 느낌을 주는 여자였다. 도쯔가와는 카운터 앞 자리가 빌 때까지 기다려, 가메이와 나 란히 앉아서 커피를 주문했다. "미즈노구니코 씨 되십니까?" 도쯔가와가 기모노를 입은 여인에게 물었다. "예." 긴장된 목소리로 대답한 것은 도쯔가와가 경찰수첩을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은 디자이너인 누마다 씨의 일 때문에 여쭤 볼 일이 있 기에 이렇게 방문한 것입니다." 도쯔가와가 말했다. "누마다 씨의 일을 듣고 무척 놀랐습니다." 그렇게 미즈노구니코는 말했다. "잘 아시는 사이지요?" "돌아가신 남편의 친구였어요. 남편이 죽은 후, 말동무가 되 어 주셨지만......" "금년 9월 중순에 누마다 씨가 히다다까야마에 가신 일이 있 는 지를 알고 싶은데요. 미즈노 씨라면 누마다 씨와 친했기 때 문에 알고 있지 않을까 해서요." "누마다 씨와 친하셨던 분은 방금 말한 것처럼 돌아가신 남편 이었어요." 구니코는 이렇게 신중하게 말하고 나서, "언제 쯤인가 여기로 커피를 마시러 오셨을 때, 9월 15일경 다까야마에 갔다 올 것이라는 말을 한 것을 기억하고 있어요." "무엇 때문에 간다고 말하지 않았나요?" "그건 말하지 않았어요. 그냥 당연히 일 때문에 가는 걸로 생 각했지요." 구니코는 이렇게 말했다. "일이라면 무엇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누마다 씨는 직접 일본의 옛 고을이 어떻게 배치되어 있고 어떤 양식으로 만든 것인가가 참고가 되기 때문이라고 언제나 말씀하셨기 때문에 그것 때문에 다까야마에 갔다고 생각했어 요." "그 후, 누마다 씨를 뵈었습니까?" "예. 두 세번." "그때, 다까야마에 갔다 오신 일에 대해서 묻지 않았나요?" "아니요. 일에 관해서는 별 말씀을 하시지 않는 편이고, 저도 묻지 않고요." 구니코가 대답했다. "돌아가신 남편과 누마다 씨는 어떤 관계였습니까? 누마다 씨 가 사무실을 만들 때, 상당한 협조를 해 주셨다고 들었는데." 도쯔가와는 이렇게 물었다. "남편은 옛날에 디자인을 공부한 적이 있어요. 그때 누마다 씨와 같은 미술학교에 다녔다고 들었어요. 그렇지만 남편은 졸 업 후, 아버님이 하시던 건축사업을 이어받게 되었지요. 단순 히 누마다 씨가 자기 자신의 사무실을 갖고 싶다고 말했을 때, 약간 힘을 써 준 거예요." "그 건축회사는?" "지금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없어졌어요." 구니코가 작게 웃었다. "없어졌다구요? 망했다는 의밉니까?" "에, 남편이 죽은 후, 빚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요. 제가 회사 경영을 할 입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전부 정리했지요." "남편이 돌아가신 후에도 누마다 씨는 친절하게 대해 주셨다 고 하던데......" "예. 누마다 씨는 여러 가지로 힘이 되어 주셨지요. 정말 감 사하고 있어요." 구니코는 이렇게 말했다. "누마다 씨는 독신인데 어쩌면 구니코 씨에게 반해서 그 때문 에 결혼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까?" 가메이가 이런 말을 하자, 구니코는 다시 작게 웃었다. "그런 일은 없어요. 누마다 씨는 여자가 많아서 그래서 그것 때문에 독신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누마다 씨가 왜 살해당했다고 생각하십니까?" 도쯔가와가 이렇게 묻자 구니코는 곤혹스런 얼굴로, "저는 모르겠어요." "범인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이 있습니까?" "예. 말씀드리기는 뭐하지만......" 구니코가 말했다. 3 이것으로 우다가와히로시와 누마다아끼라가 세 가지 점에서 관련이 있다고 도쯔가와는 생각했다. 제 1 은, 우다가와히로시가 1년 전에 500만엔(円)을 누마다디 자인 사무실에 지불한 것이다. 그 500만엔이 도대체 무슨 돈일까는 지금은 알 길이 없다. 제 2 는, 두 사람의 맨숀에 그 문제의 다까야마 시내 중에서 도 가미산노마찌(上三之町)를 그린 스케치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도 그 의미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제 3 은, 두 사람 모두, 9월 15일, 다까야마로 여행을 갔다는 점이다. 이것도 어쩌면 두 사람이 거기에서 만났을 가능성도 있지만, 명확하지는 않다. 도쯔가와는 특히, 제 3 을 밝히고자 기후현 경찰의 무까이(向 井) 경감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 두 사람에 대하여 긴급으로 조사하겠습니다. 조그마한 마 을이니까 금방 결과가 나올 겁니다." 젊은 무까이는 간단하게 말했다. "부탁합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여기서 발생한 사건이 도쿄(東京)가 주 무대라니?!...... 도쯔가와 경감님도 열심히 수사하십시오." 무까이는 약간은 심술이 섞인 듯한 말투로 얘기했다. 그런 말 투가 도쯔가와에게는 도전적으로 들렸다. '젊으니까 그런 태도가 나오겠지.' 도쯔가와는 웃으면서 수화기를 놓았다. "도쯔가와 경감님도 열심히 수사하십시오 라는 말을 들었다 네." 도쯔가와가 가메이에게 이야기했다. "젊어서 약간 건방지군요." "어느 쪽이 빨리 사건을 해결할까 하는 경쟁이 붙은 것 같은 말투로군." "그렇지만 생각해 보면, 아무 것도 모르는 것 같은데...... 스케치가 어째서 배달되어 왔는 지도 모르고, 우다가와와 누마 다의 관계도 석연치 않고......" 가메이가 말했다. "제일 알고 싶은 것은 이번 연속살인사건의 동기인데....... 연속살인이라면......" "적어도 도쿄에서 발생한 두 사건은 동일범의 소행이라고 생 각됩니다. 살해방법도 비슷하고 무엇보다도 그 다까야마 시내 를 그린 스케치가......" 가메이는 단언하는 투로 이야기했다. "두 사람 모두 9월 15일, 다까야마에 갔었으니까. 그게 무슨 목적이었는 지를 알면 좋겠는데......" 도쯔가와가 말했다. 무까이 경감에게서 전화가 온 것은 그 다음 날이었다. "우다가와와 누마다는 다까야마의 각각 다른 여관에 묵었습니 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15,6일 이틀간 이곳에 있었습니다." "두 사람이 다까야마에서 만났을 가능성은 있습니까?" 도쯔가와가 물었다. "그것을 중심으로 조사했습니다만, 두 사람이 서로의 여관을 방문한 흔적은 없습니다. 낮에는 두 사람 모두 외출했었기 때 문에 밖에서 만났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누마다는 여관 측의 이야기로는 외출할 때, 스케치북을 가지고 나깠다고 합니다." "스케치북이라?!" "예. 디자니어이므로 오래된 마을 풍경이나 집들이 나란히 붙 어 있는 모습이 흥미로웠나 봅니다. 다까야마 시내의 가미산노 마찌를 스케치한것은 재미있군요." 무까이가 말했다. "그 점에 대해선?" 도쯔가와가 묻자, 무까이는 "9월 중순은 아직 따뜻하니까 가미산노마찌 주변을 스케치하 는 사람이 더러 있습니다. 탐문한 결과, 몇 명인가가 스케치했 다는 사실은 알아 냈지만, 그것이 확실하게 누마다아끼라라는 것은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의 사진을 가지고 여러 번 돌 았지만...... 그 사이 알아 낸 것이 하나 있는데, 여자는 어여 쁘고 귀엽게 생긴 미인이었다고 기억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라고 말했다. "우다가와와 누마다는 본명으로 다까야마의 여관에 묵었습니 까?" "아닙니다. 두 사람 모두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사진 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누마다를 찾는 전화가 여관 외부에 서 있었습니다. 15일 밤, 8시경입니다. 물론 그 가명의 누마다 를 찾는 전화였습니다." "그건 남자였습니까? 아니면 여자?" "남자 목소리였다고 여관 사람이 얘기했습니다." 무까이가 말했다. "그것이 우다가와일 가능성은 있습니까?" 도쯔가와가 이렇게 묻자, 무까이는 웃으면서 "그건 상상할 수는 있지만, 단정 짓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 됩니다." "우다가와히로시는 일 때문에 갔다고 비서가 말하고 있습니다 만, 우가가와통상과 그 쪽이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관계가 있다면 이쪽의 특산물인 시윤게이(春慶)라는 도자기 를 도쿄에서 판매하는 것인데 이쪽의 업자에게 물어 봤으나, 우다가와통상과 거래를 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무까이가 말했다. 그렇다면 일 때문이라는 말은 거짓말인가? 우다가와의 비서인 니노미야미야코는 우다가와가 아침 식사 후, 여관을 나갔다고 말했었다. 이틀간 같았다고 했다. 그녀는 그것이 일 때문이었다고 말하지만, 일 때문이라면 비 서를 대동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 비서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개인적인 일이기 때문에 오히려 혼자 외출한 것이 아닐까? 그때, 우다가와는 디자이너인 누마다를 만난 것이 아닐까? '그러나 단순히 만나는 것 때문이라면 도쿄에서 만났겠지? 그 먼 다까야마까지 와서 만나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보는데......' "여보세요!" 무까이가 부르는 소리에 도쯔가와는 현실로 돌아오며, 놀란 얼굴로 "아아, 여보세요!"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갑자기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걱정 했습니다." "우다가와와 누마다는 다까야마에서 만났습니다. 그건 틀림없 지요. 두 사람은 무엇 때문에 다까야마에 갔을까? 만나는 것 때문이라면 다까야마까지 갈 필요는 없는데......" "두 사람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있었다고 생각되지는 않 습니까?" 무까이가 물었다. "역시. 그럴듯한 추리인데요......" 도쯔가와는 스스로 공상하는 버릇이 있어서, 그런 무까이의 발언에 찬성한다는 기분으로 무까이를 칭찬했다. 젊은 무까이는 기분이 좋아서, "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상식에 속하지요. 뭘......"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도쯔가와가 연속적으로 물었다. 이 젊은 경감을 시험해 보고 싶은 기분이 반이고, 금번 사건에 젊은 세대는 어떻게 반응하 는 지를 알고 싶은 것이 나머지 반이었다. "글쎄요?!" 무까이는 전화선 저쪽에서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하더니, "또 다른 한 사람은 이번 사건의 범인이 아닐까요? 그렇게 생 각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여겨지는데요." "그렇다면 우다가와와 누마다는 범인이 불러서,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거기에 간 것이 되지 않습니까?" 도쯔가와가 물었다. "아마, 그러하겠지요." "그러나 그때는 살해되지 않았다. 왜?" 도쯔가와는 약간 짖궂은 질문을 했다.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 하나는, 살해할 의사는 가지고 있었으나 기회가 없었다. 다른 하나는, 그때는 살해할 정도로 미워하지 않았다. 그 후, 화가 머리 끝까지 난 범인은 1개월 반이 지난 후, 차례로 살해했다는 이야기가 되겠군요." "다까야마에서 살해된 젊은 여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범인 입 장에서는 우다가와와 누마다와 마찬가지로 즉, 같은 정도의 미 움이 그녀를 살해하는데 적용되었다고 보십니까?" "그렇다고 봐야겠지요. 동일범이라면 그렇다고 볼 수 밖에 없 습니다." "그러나 우다가와나 누마다는 말하자면, 이 사회에서는 일단 은 성공한 사람이라고 봐야겠지요. 그리고 중년의 남자입니다. 다까야마에서 살해된 여성은 젊고, 아직까지 신원이 파악되고 있지 않습니다. 조금은 이상하고 느끼고 있습니다만." 도쯔가와가 말했다. 이것은 짖궂은 질문이 아니었다. 도쯔가 와는 스스로 불만스럽게 생각하고 있고, 그 해답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한 질문이었다. 젊은 무까이는 도쯔가와의 이번 의문에도 확신에 찬 분명한 대답을 했다. "한편, 이상하다고 보여진다고 하드라도 저는 같은 동기로 살 해되었다고 봅니다. 이것이 정반대라면 제가 생각하는 모든 것 이 틀리는 것이 되겠죠." "정반대라는 것은 무슨 의미입니까?" "살해하는 순서이죠. 우다가와 그리고 누마다 그 다음이 젊은 여성이었다면 범인은 증오심 때문에 앞의 두 사람을 살해했고, 그 당시 그 장면을 목격한 젊은 여성을 할 수 없이 살해했을 것 이라는 이야기가 성립되지만, 그 여성이 가장 먼저 살해되 었습니다. 그러므로 같은 동기로 살해했다는 추리가 가장 설득 력이 있다고 봅니다." "음, 역시!" "지금, 그 세 사람에게 공통되는 점이 있다면 히다다까야마입 니다. 아마, 이곳에서 무언가가 있어서 그 무엇이 세 사람을 살해하게 된 동기가 되었다고 보는데요......" 무까이가 말했다. "다까야마에 열쇠가 있다는 의견에 찬동합니다." 도쯔가와가 말했다. 문제는 그것이 무엇인가에 있다. "다시 한 번, 우다가와와 누마다가 9월 15일 16일, 이틀간 다 까야마의 어디에 갔었는 지를 그리고 무엇을 했었는 지를 조사 하겠습니다. 관광객이 많았던 시기였고, 2개월 정도 지난 일이 기 때문에 묻고 다니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니겠지만...... 어쨌 든 알아보겠습니다." 무까이가 말했다. 4 도쯔가와는 두 장의 뎃상을 칠판에 핀으로 고정시켰다. 우다가와와 누마다, 두 사람의 죽음에 연관이 있을 것 같은 다까야마 시내, 가미산노마찌다. 여러 장을 복사하여 부하들에게 나눠주고, 뭔가 이상한 점이 발견되면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 보고하도록 명령했다. '잘 그린 뎃상인데......' 도쯔가와는 이미 여러 번 보았지만 볼 때마다 느끼는 점이다. 그렇지만 그것 자체가 범인과 어떤 관련이 있다고는 보지 않 는다. 그려져 있는 풍경이 문제가 될 것이다. "경감 님, 이 뎃상을보시면서 꼼짝하지 않으시니까 진짜루 미이라처럼 보이시는데요." 가메이가 놀려 대었다. "미이라?" "그래요." "그러나 미이라는 곤란하지. 특별히 뭘 듣자는 것도 아니고, 몇 년의 세월이 흐른다면 의미가 없어지니까!" "그건 그렇고, 정말 잘 그렸군요." "두 장 모두, 가미산노마찌의 거의 같은 장소를 그렸군." "그렇습니다. 그 유명한 '다까야마'라는 커피전문점 앞입니 다. 그게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가메이가 물었다. "그럴지도 모르지. 그러나 이 근방이 가장 가미산노마찌를 잘 표현해 주는 장소로 그림 엽서에 까지 나올 정도의 장소지. 그리고 커피점의 양 기둥이 그려져 있군." "이 두 장은 약간 다르군요. 가게 앞의 공중전화부스가. 한 쪽은 관광객인 듯한 여자가 한 사람 부스 안에 들어 가 있지만 다른 한 장은 두 사람이 부스 안에 있군요." "시간대가 틀린 것이 아닐까?" "보통, 풍경을 그릴 때, 보행인 혹은 전화를 거는 사람을 그 립니까? 그것도 상세하게......" 가메이가 물었다. "그건 작가에 따라 다르겠지. 사람은 그리지 않고 풍경만 그 리는 작가도 있을 것이고, 사람을 그려 넣는 것이 약동감이 있 고 사실적으로 보인다고 생각하는 작가도 있을테고......" "스케치할 때도 사람을 그렇게 그려 넣을까요?" "보통은 그리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런데, 이 인물은 꽤 섬세한 부분까지 묘사되어 있습니다." " 그 부분은 나도 흥미롭게 보았지. 스케치할 때는 이처럼 세 세하게 묘사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으므로." 그렇게 말하며 도쯔가와는 책상에 있는 서랍에서 그림엽서를 꺼냈다. 다까야마시의 그림엽서로 세 종류였다. 그 중, 한 장을 스케치 옆에다 고정시켰다. "스케치는 그림엽서에 담겨 있는 장소와 같은 곳이다." "틀린 것은 역시 인물이군요. 그림엽서에는 사람이 없습니다. 아마 사람이 없을 때, 찍은 것일 겁니다. 전화부스는 그림엽서 를 제작할 당시에는 없었으므로 무시해도 좋을 듯 싶습니다." "그래서 범인은 그림엽서를 사용하지 않고 이 스케치를 보낸 것일까?" "그렇다면 범인은 이 스케치를 그린 여자라는 이야기가 되는 데요." "그렇군." "그렇지만 그녀는 히다다까야마에서 살해되지 않았습니까?" "그게 아직, 뭐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부분이다. 시라이시유 까라고 불리우는 스케치의 주인의 사체가 어쩐지 명확하지 않 으니...... 지문조회에도 명확한 답을 얻기 힘들고...... 그리 고 그녀가 묵었던 여관에서 발견된 지문은 지운 흔적이 있 고......" 도쯔가와가 말했다. "그걸 생각하면 오히려, 이상한 사건으로 보이는군요. 첫 피 해자는 아직까지도 신원이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두 번째 그 리고 세 번째 피해자는 확실하게 누구인지를 알고 있습니다. 이런 연속살인은 처음입니다." 가메이가 말했다. "그것도 범인의 의도라고 생각하나?" 도쯔가와가 스케치를 보면서 물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번 사건의 범인이 꽤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관의 지문을 없애고 유유히 사라진 것도 그렇고, 스케치북을 슬쩍 바꿔 논 것도 그렇고, 모든 것이 계획적이었다고 봅니다." "히다다까야마에서 발견된 젊은 여성의 사체 말인데. 그 쪽 파출소 근무자가 사체 옆에 뎃상에 쓰는 목탄의 파편이 떨어져 있어서 가미산노마찌를 스케치하던 여성이 아닐까 하고 결론이 났지! 그래서 목탄 파편은 범인의 실수라고 나는 생각한다네. 신원파악이 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그것이 발견되었으므로 스케치를 하던 여성이라는 결론이 났지." "한때, 그 쪽의 경찰이나 신문도 가미산노마찌를 스케치하던 여성이라고 발표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그 후,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결론이 도출되었 지만......" "그렇다면, 목탄 파편이 발견된 것도 범인의 계획 속에 있었 다는.....?"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고 봐야 되겠지." "그러나, 왜 그런 치밀한 계획을 세웠을까요?" 가메이가 당연한 질문을 던졌다. "우다가와와 누마다에게 스케치를 하던 여성이 죽었다는 사실 을 보여주기 위한 것일지도 모르지. 그녀가 묵었던 여관에서 체취한 지문을 조회하면 죽은 이의 지문과 다르다는 사실이 판 명될까봐 그걸, 지워버린 것이 아닐까?" 도쯔가와가 말했다. "그러나, 그렇다면, 스케치북을 바꾸지 않는 편이 더 좋지 않 았을까요?" "그도 그렇군." 도쯔가와는 수긍한 다음, 목을 조금 움직였다. "이거, 모를 일 투성이군요." "다시 한 번, 이 스케치를 보고 있자니, 의문점이 하나 떠오 르는 데요." 가메이가 말했다. "그게 뭐지?" "이 공중전화부스 안의 인물입니다. 이 주인공은 정말, 그녀 가 그릴 때, 있었을까요?" "무슨 의미지?" "어쩌면, 사실은 그리고 있을 때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 아닐 까요? 일부러 사람을 그려 넣은 것이 아닐까요? 갑자기 그런 의문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두 장, 모두 부스 안에 사람이 있으니까요." 가메이가 말했다. "역시, 그게 의문이라면 의문이 될 수 있겠군." "우다가와와 누마다는 그 스케치가 자신들에게 배달되자, 겁 이 난 것이 아닐까?" "적어도, 누마다가 갑자기 유럽으로 가기로 한 것은 이 스케 치 때문이라고 보이는데......" 도쯔가와가 말했다. "우다가와나 누마다는 이 스케치의 주인이 누군지 안다고 봐 야겠지요." "그건 동감일세. 그렇기 때문에 보낸 것이지." "두 사람은 무엇이 겁이 났을까요? 스케치, 그것 자체일까요? 아니면 스케치에 그려져 있는 풍경 때문일까요?" "그걸 알면......" 도쯔가와가 말했다. 5 다까야마서(暑)에서는 무까이 경감이 기후현 경찰의 명예를 걸고 수사에 임하도록 부하를 독려하고 있었다. 도쿄에 출장까지 가면서, 시라이시유까라는 이름을 사용한 여 성을 잡으려고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수사가 암흑 속을 헤메고 있을 때, 도쿄에서는 두 건의 살인 이 연속적으로 발생했고, 그것이 어쩐지 히다다까야마에서 발 생한 살인사건과 연계되어 있을 것이란 추측을 낳게 했다. '이쪽의 사건을 해결했다면, 도쿄에서 발생한 사건은 발생하 지 않았겠지?!'라는 후회를 하게도 되었고, 그것이 도쿄의 경 시청과의 싸움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물론, 도쯔가와와의 대항의식이기도 했다. 저쪽이 나이도 있고 명성도 있지만, 무까이에게도 자존심이 있었다. 젊은 에리트라는 자존심이었다. 수사회의 도중에 무까이는 본부장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이번 사건은 동일범에 의한 연속살인입니다. 그러므로, 이쪽 에서 발생한 최초의 사건을 해결한다면, 자연적으로 도쿄에서 발생한 두 건의 사건도 해결됩니다. 아직, 피해자의 신원이 파 악되지 않고 있지만, 사건의 열쇠는 이 곳, 다까야마에 있다고 사료되므로 해결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경시청의 꽃을 꺽을 수 있다는 이야긴가?" 본부장이 물었다. "그럴 자신이 있습니다." "어떻게 할 속셈인가?" "경시청에서는 우다가와와 누마다, 두 사람이 9월 15, 16일 그 이틀간 다까야마에서 누군가를 만났을 것이니, 조사해 달라 는 부탁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것도 전력을 다해 조사하지 않 으면 안 되는 일이지만, 이곳에서 살해당한 피해자의 신원도 파악되고 있지 않고 있으며, 시라이시유까라는 이름을 사용한 여성의 행방도 묘연하므로 그 둘을 해결하고 싶기도 합니다."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사실은 하나, 생각해 둔 것이 있습니다." 무까이가 말했다. "그게 뭐지?" "경시청의 도쯔가와 경감님이 다까야마의 사체 근처에서, 목 탄의 파편이 발견된 것은 스케치를 하던 여성이 그 사체의 주 인공이라고 생각하게끔 하려는 계산된 의도가 아니었을까 하는 의견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것이 아니라고 생 각합니다. 절대로." 무까이가 자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그래서 자네는 그 죽은 여성은 시라이시유까라는 이름을 도 용한 가미산노마찌를 스케치한 여성이라고 생각한단 말이지?" 본부장이 물었다.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자네는 경시청의 의견에 반대하는 입장이 아닌가?" "그렇습니다." 무까이는 수긍하고 나서, "목탄 파편은 우리 쪽, 파출소 근무자인 가토가 발견한 것입 니다. 가토 순경은 그 자신이 뎃상을 공부하고 있으며, 또 그 래서 작은 파편이 뎃상에 쓰이는 목탄 조각이라는 것을 알았던 것입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발견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설 사 발견했드라도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범인의 트릭이라고 보기엔 무립니다." "그렇다면 살인을 할 때, 범인 혹은 피해자가 떨어 트린 것이 라는 얘기인가?" 본부장이 물었다. 무까이는 살짝 웃으면서, "그렇습니다." "그건 어떤 의미가 있나?" "이번 사건에서는, 목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두 사람 있습 니다." "한 사람은 자칭, 시라이시유까일테고. 또 한 사람은?" "스케치북을 바꿔 치기한 스케치를 한 사람입니다." "여관에서 발견된 스케치북에 스케치를 한 사람을 지칭하는 말인가?" "잘 그리지 못한 주인공입니다." "그것이 어떤 관계를 의미하는 건가?" "말하자면 가능성을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만약, 목탄 파 편이 피해자가 가지고 있던 것이라면, 피해자는 시라이시라는 이름을 도용한 여성 혹은 또 다른 스케치북을 가지고 있던 사 람이라는 얘기가 됩니다. 범인이 떨어 트린 것이라면, 그것 역 시, 시라이시라는 이름을 도용한 여성 혹은 또 다른 스케치북 의 소유자라는 얘기가 됩니다." "이거, 참, 뒤죽박죽된 것 같은데, 살해한 사람은 자칭, 시라 이시유까로 사체는 또 다른 스케치북의 소유자라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 않은가?" "예, 그것이 제일 가능성이 있는 추리이긴 하지만 범인이 남 성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피해자는 '시라이시유까' 혹은 또 다른 스케치북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성 립됩니다." 무까이가 말했다. "그렇다면, 아직 피해자의 신원이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시 라이시유까' 혹은 또 다른 스케치북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라는 이야기로 귀결되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는 결론이 나오는 데......" "그렇습니다." 무까이는 단호하게 말했다. <오늘부터순사를 순경으로 바꿉니다. 순사가 우리나라의 순 경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역자 주> 6 무까이는 이렇게 느꼈다. 히다민속촌 뒤쪽에서 발견한 사체는 '시라이시유까'가 아니라고...... 만약 그녀가 피해자라면 그녀가 묵었던 여관에서 그녀의 지문 을 지울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또 다른 스케치북의 소유자다. 그 스케치북은 일단, 도쿄의 시라이시유까의 집으로 보내졌 다. 그러나 그 시라이시유까라는 사람은 다른 사람으로 판명되 었고 스케치북은 무까이가 빌려서 가지고 갔다. '시라이시유까'가 그린 뎃상과 비교하면 굉장히 못그린 것으 로 여러사람이 평가하고 있으나, 무까이의 눈에는 그다지 못 그린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가토 순경에 의하면 정성을 다해 그린 것이지만 재능을 느낄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전혀 그림에 문외한이 그린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어느 정도 뎃상 연습을 한 사람의 솜씨라고 가토가 말했다. 그렇다면 여자...... 인가, 무까이는 단정적으로 생각했다. '도쯔가와 경감도 여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겠지?!' 그렇게 생각하자, 무까이는 갑자기 기쁜 느낌이 들었다. 무까이는 부하 형사들에게, "이 스케치북을 가지고 여기에 있는 풍경을 그린 여성의 행적 을 조사한다. 그림엽서를 보고 그린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나, 실제로 스케치한 것으로 사료된다. 얼굴그림도 가지고 간다." 이렇게 명령했다. 얼굴그림이란 사체의 얼굴을 그린 그림이나, 그것이 '시라이 시유까'와 닮은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물론, 경시청의 수사의뢰에 관하여도 부하들에게 지시하였다. 무까이 자신도 수사본부에서 젊잖게 기다리지 못하고, 부하 형사 한 사람을 데리고 다까야마 근처를 뒤지기로 작정했다. 가을이 이미 시작되었고,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우다가와와 누마다의 경우는 2개월 전에 일이고, 그 9월 15일 16일, 그 때는 관광객이 많았던 시즌이므로 목격자를 찾아 낸 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또 다른 스케치북을 가진 여성의 경우는 목격자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무까이의 예상은 들어 맞는 듯 싶었다. 젊은 여성이 스케치북을 들고 다니면, 쉽게 눈에 띌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즈모토 여관에 묵었던 '시라이시유까' 이외에도 10월 중순경에 다까야마시내를 스케치하며 다닌 여성이 있었다 는 것을 알아냈다. 아니,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스케치북을 들고 활보할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실제로 스케치를 하는 것을 본 사람은 없 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그 여성은 어느 호텔 혹은 여관에 묵은 흔적을 남기지 않았으므로 차로 왔다가 갔는 지도 모르는 일이다. "선그라스를 쓰고 큰 스케치북을 가지고 걷는 것을 보았습니 다. 그게 아마 10월 15일 아니면 16일이라고 기억되는 데......" 히다민속촌에서 토산품점을 하는 아주머니가 무까이에게 해 준 이야기이다. "외모는?" "글쎄. 신장은 160cm 정도였나?!.... 깜찍하게 생긴 25, 6세 정도의 여자였지, 아마." "그녀가 이 근방에서 스케치했나요?" "그냥 서서 스케치북을 펴기만 하고는 그냥, 그리지는 않았 지. 그 대신에 우리 가게에서 몇 세트인가 그림엽서를 샀지., 아마. 스케치하는 것이 귀찮아져서 그림엽서를 산 것인지도 모 르지." 아주머니는 '아하하!'하고 웃었다. "그녀가 산 그림엽서를 기억하고 계십니까?" 무까이가 묻자, 아주머니는 그림엽서가 많이 있는 곳을 손가 락으로 가리키며, "거기에 있는 걸 모두 사 가지고 갔다우." 라고 말했다. "그림엽서의 그림을 확인하고 사 가지고 갔습니까?" "'무조건 전부 주십시오.'라는 식으로 그림은 보지도 않고 샀 다우." 아주머니는 이렇게 대답했다. 신장이나 그 모습은 죽은 사람과 비슷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다까야마 시내에 있는 구사까베(日下部)민 속관 앞에서, 16일 오전중에 흰 차에 등을 기댄 채, 스케치북 을 펴고 있던 젊은 여성을 보았다는 사람이었다. 민속관에 근무하는 사람이었다. "선그라스를 끼고 있었습니다. 금방 없어졌기 때문에 스케치 를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차에 기대고 있었습니까?" "그렇습니다. 아무튼, 흰 차였습니다." "차종을 기억하고 계십니까?" "글쎄요. 뭐라고 말해야 할지...... 국산. 카로라인가? 차를 주의 깊게 보지 않아서......" "그럼, 차 번호를 기억하고 계십니까?" "잘 보지 않아서......" "차에 누군가가 타고 있지 않았나요? 그 여자 이외에." "아니요. 그녀가 차에 올라서 운전을 시작했을 무렵엔, 그녀 이외에는 아무도 타고 있지 않은 걸로 보였습니다. 그 여자가 어떻게 되었습니까?" "확실히는 알 수 없지만 타살된 것 같습니다." "타살되었다? 그렇다면, 히다민속촌 뒷편에서 발견된 사체가 그녀라는 말씀입니까?"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불쌍하게......" 그 직원은 낮게 중얼거렸다. 7 우다가와와 누마다의 행동을 조사하라고 한 일도 아주 조금이 지만 진전이 있어서 무까이를 기쁘게 했다. 두 사람의 목격자를 찾는 작업은 대단한 일이었다. 9월 15일, 16일. 그 양일은 히다다까야마를 찾은 관광객이 많 았기 때문이었다. 그냥 목격자를 찾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 었다. 무까이는 택시에 촛점을 맞추었다. 15일, 16일. 그 양일 중 어떤 한 날이라도 그리고 우다가와와 누마다, 두 사람 중 어느 한 사람이라도 택시를 이용하지 않았 을까 하는 생각을 한 것이었다. 다까야마 시내에 있는 택시를 하나씩 조사하기 시작했다. 부하인 형사들이 우다가와와 누마다의 사진을 가지고 운전수 를 한 사람씩 만난 것이다. 그러나 그 두 사람을 15일 혹은 16일에 태웠다는 운전수는 만 나지 못했다. 무까이는 그 시점에서 택시를 조사하는 것은 이제 그만 두어 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부하 중, 한 사람이 좀 더 범위를 넓혀 서 조사해 보겠다는 요청이 있었다. 두 사람이 관광으로 온 것이라면, 다까야마 시내에서 택시를 이용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다까야마 시외에서 택시 를 잡았을 가능성이 큰 것이 아닌가 하고 경험이 많은 그 형사 는 주장한 것이다. "그렇다면 자네 혼자서 조사하도록 하지!" 무까이가 말했다. 이와다(岩田)라고 불리우는 그 형사는 혼자서 경찰서를 나갔 다. 어디까지 갔는지는 알 수 없으나, 밤 늦게 수사본부로 전화를 걸어 왔다. "지금, 게로(下呂)에 있습니다." 이와다 형사는 전화로 무까이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게로(下呂)온천? 그 곳까지 갔단 말인가?" 무까이는 기가 막혔다. 다까야마에서 게로까지는 50Km도 더 떨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과묵한 이와다는 그냥, "누마다가 게로에서 택시를 이용했습니다." 이렇게 말했다. 그랬더니 무까이는 얼굴에 빛을 발하면서, "정말인가?" "9월 15일 밤 11시경, 누마다라고 추정되는 남자가 게로역 근 처에서 택시에 올라 다까야마까지 갔다고 합니다." "틀림없겠지?" "운전수의 이야기에 의하면, 누마다가 묵었던 사와이(澤井)여 관 근처에서 내렸다고 하니까 아마 틀림없다고 여겨지는데요." "누마다가 15일 밤, 게로온천에 갔었다니?!" 무까이는 벽에 걸려 있는 지도로 자신의 눈을 옮겼다. 게로는 다까야마 온천이라기 보다는 나고야(名古屋)의온천이 라고 불리우고 있다. 천하의 삼명천(三名泉)라는 의미로 관광 객이 많이 오는 곳이다. '누마다가 게로에 볼 일이 있었다면 어째서 다까야마가 아닌 게로에 묵지 않았을까?' 무까이는 이렇게 생각했지만 현재는 아무리 생각한다고 해도 알 길이 없었다. "나도 내일, 그 곳으로 갈 예정테니까 자네는 거기에서 누마 다의 행적에 대해서 좀 더 조사했으면 좋겠네." 무까이가 이와다 형사에게 말했다. 다음 날, 무까이는 순찰차를 직접 몰고, 게로온천으로 향했 다. 다까야마와 게로 사이에는 다까야마본선이 연결되어 있었으므 로, 최고 스피드로 달리면 57분이 소요된다. 순찰차로 1시간만에 도착했다. 다까야마시는 작은 교토(京都)라는 이미지로 만들어진 도시이 나, 게로온천에 도착하자 그 이미지와는 다른 이미지를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은 역시 나고야의 아따미(熱海)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아따미(熱海)는 도쿄(東京)에서 신깐센(新幹線)으로 약 30분 거리에 있는 널리 알려진 온천의 이름이며, 지명이기도 하다. 역자 주> 무까이는 JR게로역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와다 형사와 만났 다. "이 게로에서 누마다아까라가 무엇을 했고, 누구를 만났는지 알아 냈나?" 무까이가 갑자기 물었다. "알 수 없었습니다만, 어쩐지 여성을 만났을 것 같은 감이 잡 히는데요." 이와다가 말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나?" "그를 15일 밤, 여기서 다까야마까지 태워 준 택시운전수의 이야기에 의하면 달콤한 향수 냄새가 풍겼다고 합니다." "달콤한 향수 냄새?" "그래서 약간 농담을 걸어보는 기분으로 누마다에게 좋은 아 이를 품었나요? 하고 물으니까 놀란 얼굴로 그렇게 보이십니 까? 하고 역으로 물었답니다." "말하자면 누마다의 몸에서 나는 향수 냄새는 남자들이 흔히 쓰는 남성용 화장수의 냄새가 아니었단 말이로군." "바로 그렇습니다. 그래서 여자를 만난 것이 아닌가 하고 생 각했습니다만......" 이와다가 말했다. 제 4 장 무명의 화가 1 한 사람의 여성이 히다에서 살해되고, 두 사람의 남성이 도쿄에서 살해되었다. 그리고 다까야마를 그린 스케치가 관계되어 있다. 갑자기, 이 두 가지 일에서 한 가지 추리가 성립되었다. 며칠 전, 몇 달 전 혹은 몇 년인가 전에, 히다다까야마에서 발생한 사건이 이번, 일련의 사건의 원인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도쯔가와도 그렇게 생각했고, 기후현 경찰서의 관계자도 같은 생각을 했고, 현경(縣警)이 다루웠던 과거의 사건을 다시 검 토하기로 결정했다. 도쯔가와 일행이 다까야마까지 가서 그 일에 협력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신문의 보존판으로 과거의 사건을 검토하기로 했다. 무까이 경감은 과거 2년간의 기후현 관할 내에서 발생한 사건, 특히 다까야마 시내에서 발생한 사건을 하나씩 철저히 조사하 기로 하였다. 그 사건과 관계있는 사람들 중에서, 우다가와히로시, 누마다 아끼라, 시라이시유까라는 이름이 나오면 메모를 해 두기로 했다. 무까이와 그의 부하들은 사건조서를 유심히 살펴보고, 특히 문제의 그 세 사람의 이름이 씌어 있는 지를 눈을 부비면서 꼼꼼히 보았다. 특별히, 미해결된 사건은 주의 깊게 보았다. 범인이 떠 오르지 않았을 경우는, 아직까지 액운이 끊이지 않았을 수도 있으니까...... 살인사건, 강도사건 그리고 교통사고까지 눈을 잠시라도 떼지 않고 샅샅히 조사했다. 그러나 그렇게 기대했던 답이 쉽게 나오지는 않았다. 사건과 관계있는 사람들의 명단 중에서 그 세 사람의 이름을 기대하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일 수도 있었다. 무까이는 다시 3년 전의 사건까지 조사했다. 그러나 결과는 뻔했다. 도쯔가와 쪽도 같은 경우였다. 신문을 통해서 과거 2년 간의 사건을 조사했지만 이렇다할 사건을 만나지 못했다. 히다다까야마 근처에서 발생한 사건을 체크하고, 그것을 신 문사에 연락하여 협조를 구하면서까지 세세한 부분까지 조사 했다. 형사사건은 현경(縣警)에서 조사하겠거니 하고, 그 외의 사 건까지 조사했다. 열차사고 그리고 파산때문에 자살한 경우이다. 이런 사건의 범인이 누구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증오심 만은 강하게 남아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떤 특정인을 향한 증오심이 아니고, 어느 날, 어떤 것이 계기가 되어서 누군가를 살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쯔가와는 그런 추리를 했다. 예를 들면, 히다다까야마에서 자동차가 전복되는 교통사고 가 발생하여 누군가가 죽었다고 가정하자. 운전 부주의라고 판명되었다. 그러나 남은 가족은 그것을 납득하지 못했다. 그래서 다시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고, 사건 직후에 그 사건이 발생한 지 점을 몇 대의 차량이 질주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차 바로 뒤에 따라 오던 차량의 운전수가 사건이 발생한 직후, 즉시 도와주었다면 죽지는 않았을 지도 모른다. 가족은 그렇게 생각하고 그 때, 그 곳을 지났던 차량의 운전 수에게 살의를 품게 되었을 수도 있다. 그 후속차의 운전수가 우다가와나 누마다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런 특별한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있다. 우연히 그 시간, 현장 주변을 차량으로 질주한 것 뿐이니까. 혹은 다까야마 시내에서 어느 날 밤, 관광객인 여성이 운 나 쁘게 그곳을 지나가다가 살해되었다고 하자. 범인은 체포되고, 형무소로 보내졌고 사건은 일단락 되었다고 치자. 그러나, 그 날 밤, 그녀가 지른 비명을 우연히 그근처를 지 나던 같은 관광객이 들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사람들이 우다가와와 누마다였다. 두 사람 모두, 비명은 들 었지만 도와주지는 않았다. 살해된 그녀의 가족은 그 날, 그 두 사람이 만약 도와주었다면, 그녀는 살해되는 것만은 면할 수 있었는데 라고 생각했고, 그 감정은 증오심으로까지 발전했 다. 이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은 아니었고, 이런 케이스까지 들춰 낸다면 한정없는 일이었다. 물론, 문제는 이런 사실이 있었는가 아니면 없었는가 하는 것 이다. 도쯔가와는 기후현 경찰의 협조를 얻어서, 자신이 생각한 사례 가 혹시 있었는지를 조사하기로 했다. 그 결과는 기대감을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어떤 것도 나오지 않았다. 숨겨진 사실이 있는 사건은 지난 2 년간 히다다까야마에서는 발생하지 않았다. 도쯔가와는 피곤을 느끼곤, 보존판을 덮었다. 2 "가메이 군. 신선한 공기를 마시려면 밖으로 나가야겠지?!" 도쯔가와가 이렇게 가메이를 밖으로 불러냈다. 수사본부인 고우지마찌 경찰서에서 나가, 두 사람은 황궁이 있는 호리바다(濠端)까지 걸어갔다.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조깅을 하는 사람이 몇 명인가 있었 다. 도쯔가와와 가메이는 천천히 호리바다를 걸었다. "어디가 틀렸을까요?" 걸어가면서 가메이가 말문을 열었다. "구역을 히다다까야마에 한정한 것이 틀린 것인지도 모르지!" 도쯔가와는 자기자신에게 말하듯이 얘기했다. "그러나, 일본전국토를 상대로 수사를 한다는 것은 대단히 힘 든 일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사 건의 발단이 된 스케치가 다까야마 시내를 그린 것이란 사실이 아닙니까?"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도 또한 기후현 쪽에서도 사건의 열쇠 는 히다다까야마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이 대전제가 틀 렸는 지도 모르는 일이라네." "그렇지만 경감 님, 다른 무엇을 생각할 수 있습니까?" 가메이가 물었다. 한 사람 두 사람,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도쯔가와와 가메이를 스치고 지나갔다. "도쿄라네." 도쯔가와가 말했다. "도쿄란 말씀입니까?" "두 사람의 남성이 살해된 것이 도쿄이고, 그 두 사람 다 도 쿄인이지. 그리고 스케치를 한 여성이 도용한 시라이시유끼라 는 이름의 주인공도 도쿄에 사는 사람이었지." "그러나 그렇게 되면, 다까야마 시내를 그린 스케치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전혀, 히다다까야마와 관계없다고 볼 수는 없지 않을까요?" 가메이는 당연한 의문점을 말하고 있었다.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하지는 않았네." "그렇다면 어떤 관계가?" "지금, 그걸 생각하고 있는 중일세." 그러면서 도쯔가와는 생각에 잠기는 듯 했다. 사건의 원인이 사건이라고 도쯔가와는 생각했다. 작은 사건이 발단이 되어서, 큰 사건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거 니와, 역순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원인이 없는 사건이란 있을 수 없다. 동기가 없는 살 인사건은 없다는 원리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두 사람은 한동안 말을 하지 않은 채, 호리바다를 걸었다. 걷는 사이에 벌써, 사꾸라다몬(櫻田門)을 지나서, 히비야(日 比谷) 근처까지 오고 말았다. 거기서부터 다시 두 사람은 온 길을 되돌아 갔다. "그림이다." 갑자기 도쯔가와가외쳤다. ".....?" 가메이가 입을 열지 못한 채, 도쯔가와를 보았다. "스케치다. 가메이 군." "그렇습니다. 스케치가 사건의 발단입니다." 뭘 새삼스럽게 그러느냐는 표정으로 가메이가 말했다. "어째서 사진이 아니었을까?" "그건 무슨 뜻입니까?" "범인이라고 추정되는 자가 다까야마 시내를 그린 스케치를 한 장씩 우다가와와 누마다에게 보냈다. 그 후, 두 사람은 살 해당했으나, 스케치를 보낸 이유말일세. 문제는." "그것은 범인이 이걸 아직 기억하느냐 라는 뜻으로 보낸 것이 아닐까요? 우다가와와 누마다는과거에 다까야마에서 뭔가 나 쁜 일을 했습니다. 그걸 기억하라고 그림을 보냈던지, 아니면 살해한 후, 범인이 살해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하여 갖다 놓은 것. 그 두 가지 중에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말하자면, 그 스케 치는 살해동기라고도 생각됩니다만......" "그 점은 동감일세. 왜 스케치였을까?" 도쯔가와가 물었다. "어째서 사진을 사용하지 않았느냐? 이 말씀입니까?" "아아, 그렇다네. 우다가와와 누마다에게 그 풍경을 보고 뭔 가를 기억해 내라는 의미였다면 사진으로도 충분하지 않았을 까? 그쪽이 간단하지. 이틀 씩이나 소비해 가면서 스케치를 하 지 않아도 되니까......" "그건, 그렇습니다만......" "또 다른 한 사람의 여성도 스케치를 했다. 같은 모습으로. 말하자면 스케치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 게 생각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그것이 이번 사건과 어떤 관계가 있는 지 모르겠습니다. 동기가 히다다까야마에 있는 것 말고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가메이가 물었다. 도쯔가와는 걷던 것을 멈추고, 성곽 외부를 감싸고 있는 인공 개천의 수면을 응시했다. "그 그림 때문에 우리는 그 사건의 발단이 히다다까야마라고 생각했다. 그건 그것으로 일리있는 일이다. 그러나 스케치자체 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지." "말하자면 범인은 스케치로만 어떤 것을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어떤 일이 있다는 말씀입니까?" "그렇다네. 사진으론 표현하지 못하는 그 무엇이 있었다는 말 이지. 스케치가 있어야 할 필요를 느꼈겠지. 그래서 히다다까 야마에서 그린 것이라네." 도쯔가와가 말했다. "거기까지는 알겠습니다만, 그것이 이번 사건과 어떻게 연관 이 되는지 그 점을 모르겠습니다." "제일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히다다까야마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점이다. 그 전에 거기서 어떤 사건이 있었다 는 가정일세. 그러나 그것은 틀렸다네. 그렇다면 사건의 발단 이랄까 열쇠는 도쿄에서 히다다까야마의 그림이 발견된 것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도쯔가와가 말했다. 3 두 사람은 수사본부로 돌아와선, 다시 일을 시작했다. 가메이가 커피를 끓이고, 그걸 마시면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문제는 히다다까야마보다는 스케치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 닐까? 만약, 그렇다면 과거의 어떤 사건이 히다다까야마에서 일어 나지 않았어도 되는 것이지. 장소는 도쿄라도 관계없으니 까." 도쯔가와가 말했다.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림이 사건과 관계가 있다는 말 씀입니까?" "예를 들어서, 도쿄에서 한 사람의 화가가 살해되었던지 자살 했다고 하자. 그 화가가 좋아한 히다다까야마, 그 중에서도 가 미산노마찌를 그렸다......" "그럴 듯 한데요." "그 화가를 위해서 복수를 결심한 사람이 같은 장소를 스케치 하고, 그것을 한 장씩 복수할 상대에게 보냈던가 아니면 사체 근처에 놓았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 면 원인이 된 사건이 도쿄에서 발생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지 않나?" 도쯔가와가 이렇게 얘기하자, 가메이가 갑자기 웃으면서, "그렇다고 가정합시다. 저는 경감님의 추리가 맞는다고 생각 합니다." 이렇게 대답했다. 도쯔가와가 거꾸로당혹한 표정이 되어서, "아직, 그렇다고 단정지을 단계는 아니지." "어쨌든 그런 방향으로 수사를 해 보지요." 가메이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근 1, 2년 사이에 히다다까야마를 좋아한 화가가 도쿄에서 죽었는지를 조사하기로 했다. 그 조사는 간단했다. 옛날 신문을 읽지 않아도, 그림의 세계에 밝은 사람에게 물어 보면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도쯔가와와 그의 부하들은 그런 사람을 몇 명인가 만나 보았 다. 그 결과, 한 사람의 이름이 떠 올랐다. <네모토잇세이(根本一成)> 이런 이름의 화가였다. 작년 가을에 32세의 젊은 나이로 자살했다. 히다다까야마 태생으로, 도쿄에서 그림을 그렸지만 줄곧 고향 의 풍경을 그렸다. "좋은 그림을 그렸지만 잘 팔리지 않았어요." 신쥬쿠에서 화랑을 하고 있는 아사이(潭井)가 도쯔가와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째서 팔리지 않았나요?" 도쯔가와가 묻자, 아사이는 웃으면서, "어느 세계에서나 마찬가지겠지만, 잘하면 팔린다는 법은 없 지요. 운도 필요하고, 수단도 필요하지요." "말하자면 그 두 요소가 네모토잇세이에게는 없었다는 말씀입 니까?" "그렇다고 생각하네. 그리고 그는 자기 주장이 매우 강해서, M대학도 도중에 그만 두었고, 그의 재능을 높이 평가해서 이끌 어 주려한 선배와도 사이가 나빴으므로 어떤 상(賞)도 받지 못 했지." "자살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신문에는 앞날을 비관하여 라고 씌어 있었습니다만......" 도쯔가와가 물었다. "그것도 있었겠지만, 실은 다른 이유 때문이라오." 70세 가까운 아사이는 회상하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그걸 가르쳐 주실 수 있겠습니까?" "꼭 알고 싶소?" "살인사건과 연계되어 있는 일이라서......" 도쯔가와가 말했다. "그는 금전적으로 궁지에 몰렸지. 큰 빚이 있는 눈치였지만, 왜 그렇게 큰 빚을 지게 되었는가 하는 이유는 나는 알 수가 없었지. 다만, 그것을 갚으려고 나쁜 일을 했다. 화가의 신분 으로는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 재능이 있는 화가가 추락하는 일은 대강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있지." 아사이가 말했다. "그림을 위조했나요?" "그렇다네. 그는 유명한 화가의 작품을 몇 점인가 위조했지. 외국 화가의 것도 있고, 일본 화가의 것도 있었지." "그 위조된 작품은 어떻게 되었나요?" "그가 자살했을 때, 한 점만이 남아 있었지. 우메하라유자부 로(梅原龍三郞)의 작품으로 후지(富士)를 그린 것이었다네. 진 품과 거의 흡사해 전문가도 알아 보지 못할 정도로 정밀하게 위조했지." "다른 위조품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모두 행방불명이네. 아마, 가지고 있는 사람은 진품이라고 믿고 샀겠지. 그림에 관하여 상당한 수준의 해박한 지식을 가 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위조품이라고 알 수 없을 테니까." "그는 몇 점 정도 위조했습니까?" "알 수는 없지만, 꽤 했을 걸." "그렇다면 그는 돈을 꽤 가지고 있었겠군요?" "그런데, 죽은 후에, 아직도 큰 빚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 었다네. 아마, 누군가가 그에게 위조품을 만들게 하고 그 이익 금을 착복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지." "그의 작품을 가지고 계십니까?" 도쯔가와가 물었다. "우리 집으로 갑시다. 집에 몇 점인가 있으니까." 아사이가 말했다. 4 가마쿠라(鎌倉)에 있는 아사이(潭井) 노인의 댁을 도쯔가와와 가메이, 두 사람이 방문했다. 아사이는 네모토잇세이(根本一成)의 유화 2점과 뎃상 5점을 보여 주었다. 자화상 1점. 그밖의 것은 전부 히다다까야마의 풍경이었다. 도쯔가와가 특별히 관심을 보인 것은 뎃상이었다. 다섯 장, 모두 다까야마 시내를 그린 것으로, 그 중, 세 장은 가미산노 마찌였다. 물론, 그것에도 주목했지만, 도쯔가와를 흥분시킨 것은 그 문제의 스케치와 매우 흡사하다는 점이다. "비슷하군요!" 가메이도 그것을 느꼈는지 도쯔가와에게 말했다. 아사이가 이상한 것을 느꼈는지, "뭐가 비슷하나요?" "다까야마에서 마을 풍경을 그리던 젊은 여성이 있었습니다. 현재, 행방불명으로 찾고 있습니다만, 그녀가 그린 스케치가 이 뎃상과 매우 흡사합니다." 도쯔가와가 말했다. "보고 싶군." "꼭, 봐 주십시오." 도쯔가와가 그렇게 말하곤, 가지고 온 문제의 스케치 두 장을 아사이 앞에 펼쳐 놓았다. 우다가와와 누마다의 사체 근처에 놓여 있던 스케치였다. 아사이는 한 장씩 매우 조심스럽게 보고 난 후, "매우 흡사하군. 그리고 이것을 그린 사람은 꽤 재능이 있는 사람이군." "누군지 아시겠습니까?" "글~~~쎄." 아사이는 한참 생각하더니, "3년 전인가? 물론, 그 사람이 위조할 때, 내 화랑에서 개인 전을 열었을 때인데...... 그때, 매우 열심히 그의 그림을 보 던 젊은 여성이 한 사람 있었지. 그녀가 그의 제자가 되었다는 소릴 들은 적이 있지." "그 여성의 이름을 혹시, 알고 계신가요?" "그 후, 갑자기 네모토가 내 곁을 떠났기 때문에......" 아사이가 말했다. "누군가 그 사람을 아시는 분이 없을까요?" "글쎄. 그 사람 성격이 매우 괴팍해서 친구가 거의 없었다오. 미우라다다시(三浦正) 정도일까......" "그 분은 어디서 뭘 하고 계십니까?" "화가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아사이는 그렇게 말하고 난 후, 그의 주소를 가르쳐 주었다. 도쯔가와와 가메이는 예를 표한 후, 즉시 오쿠다마(奧多摩)에 살고 있는 미우라를 찾아 가기로 했다. 도착한 시간은 저녁 때였다. 미우라의 집은 JR의 역(驛)으로부터 약 15, 16분 거리에 있었 다. 도쿄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전원(田園)이었다. <도쿄는 東京都(도쿄도)라고 합니다. 우리의 서울시처럼 구 (區)가 있고, 몇 개의 위성 시(市)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역자 주> 농가(農家)를 개조한 듯한 구조였다. 미우라는 개인전을 위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네모토잇세이의 일이요?" 미우라는 씁쓸한 얼굴로 도쯔가와를 맞았다. "그와 매우 친했다고 들었는데요." "그렇게 친하지는 않았지요. 어떤 도움도 줄 형편이 되지 않 았으니까요." 미우라가 말했다. "네모토 씨가 자살한 전후의 일을 이야기해 주실 수 있겠습니 까?" 가메이가 이렇게 요청했다. "사실은 그때 일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무렵 그가 내 앞에서 모습을 감추었으니까요." "그가 그림을 위조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까?" 도쯔가와가 물었다. "그건 나중에 알았습니다. 지금도 믿을 수 없습니다만......" "네모토 씨에게 젊은 여자 제자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계셨습 니까?" "몇 년전인가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3년 전인가?" "그 여성의 이름을 알고 계십니까?" "왜, 그러시죠?" "살인사건의 해결을 위해서는 꼭 필요합니다." 도쯔가와가 말했다. 미우라는 "잠깐, 기다려 주시오."라며, 집안으로 들어갔다. 5, 6분 지난 후, 밖으로 나온 미우라는 앨범을 펼쳐서, 거기에 있는 사진을 도쯔가와에게 보여 주었다. 두 사람의 남자와 한 젊은 여자가 거기에 있었다. 두 사람의 남자 중, 한 사람은 미우라 자신이었다. "3년 전, 네모토 군의 아파트를 방문했을 때, 함께 찍은 것입 니다. 가운데 있는 여자가 아마 그 여자라고 생각됩니다 만......" 미우라가 말했다. "이름이 기억나십니까?" "뒤에 적혀 있다면......" 미우라는 그 사진을 앨범에서 떼어내어 뒷면을 살폈다. <친구 네모토와 유미코(由美子) 양> 이렇게 적혀 있었다. "유미코 씨의 성이 뭔지 기억나십니까?" 가메이가 물었다. 미우라는 머리를 흔들면서, "기억이 나질 않는군요. 그러나 그녀가 네모토 군을 존경하고 있었다는 것은 틀림없는 일입니다." "사진을 찍을 때, 그녀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나요?" 도쯔가와가 물었다. "그게, 그녀는 말수가 적은 편이었어요. 거의 이야기하지 않 았지요." "그러나 네모토 씨를존경하고 있었다는 것은 알았지요?" "그렇습니다. 그의 그림에 대한 재능에 탄복하고 있었습니 다." "이 그림을 좀, 봐 주십시오." 도쯔가와는 미우라에게도 문제의 그 스케치 두 장을 보여 주 었다. 미우라는 눈을 크게 뜨고, 그림을 보더니, "네모토 군의 그림과 매우 흡사하군요. 그 정도 수준은 아니 지만......" "이 스케치를 한 사람이 그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만......" "그렇습니까? 나는 그녀가 그린 그림을 본 적이 없어서, 방금 말한 것과 같이 매우 비슷하다는 말 밖에는......" "사사를 받았다면, 당연히 그림도 비슷하겠지요?" "그럴수는 있겠지요." "어디 태생인지 기억이 나십니까?" "글쎄요. 모르겠는데요. 미안합니다." "어떤 것이라도 좋습니다. 그녀에 대해서 뭔가 기억나시는 일 이 없을까요?" 도쯔가와는 신중하게 물었다. 미우라는 깊이 생각하더니, "디자인을 공부했어요. 그것을 그만두고, 네모토의 제자가 되 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데......" "디자인입니까?" " 예, 그렇게 말한 것 같은데......" "어느 학교에서 디자인을 공부했는지 말하던가요?" "그건, 기억이 나질 않는군요." 미우라가 말했다. 5 도쯔가와와 가메이는 세 사람이 웃고 있는 사진을 빌려서, 수사본부로 돌아왔다. 이 여자가 과연, 다까야마 시내에서 풍경을 그리고 있던 시 라이시유까라는 이름을 도용한 그 여자일까? 3년 전의 사진일뿐 아니라, 자그마한 사진이다. 도쯔가와는 사진을 복사하여 기후현 경찰서에 있는 무까이 경감에게 보내기로 했다. 가토라는 파출소 근무자를 비롯, 그 여자가 묵었던 여관 종사 자에게 봐 달라는 의미로 보내는 것이다. 다음 날, 그 회신이 올 때까지 도쯔가와는 도쿄도(東京都)에 있는 디자인스쿨을 조사하기로 했다. 가메이와 니시모토 그리고 쿠사까(日下)라는 젊은 형사도 동 원되었다. 3년 전, XX유미코라는 여자가 학교에 적(籍)을 두었는 지를 조사하는 일이었다. 최근에 새로 생긴, 디자이너를 키우는 학교가 많았다. 전문학원 혹은 대학의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과에 소속되었을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에 그쪽도 조사하기로 했다. 조사하고 있을 때, 회신은 기후현에서 이미 도착해 있었다. XX유미코라는 여자가 그 여자와 매우 흡사하다는 회신 내용이 었다. 그 후, 도쯔가와의 조사가 결실을 맺었다. M대학예술학부에서 디자인 공부를 하고 있던 학생 중에 고노 데라유미코(小野寺由美子)라는 학생이 있었다. 3년전, 10월에 2학년이었는데, 갑자기 대학을 그만 두었다. M대 관계자의 이야기에 의하면 당시, 그녀의 주소는 세다가 야구(世田谷區)가라스야마(烏山)에 있는 아파트였다고 가르쳐 주었다. 도쯔가와와 가메이는 그 아파트를 방문하기로 했다. 게이오(京王)선이 다니는 찌도세(千歲)가라스야마(烏山) 근처 에 있는 아파트였다. <게이오선은 도쿄의 대표적인 전철이다. 사선(私線)이다. 역자주> 고노데라유미코(小野寺由美子)는 살고 있지 않았다. 초로의 관리인은 그녀의 일을 기억하려고 애써 주었기 때문에 도쯔가와는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고노데라 양은 학생이었다오. 미인이었 고 얌전한 편이었지." 관리인이 말했다. "그녀가 이사한 것은 언제 쯤이었습니까?" 가메이가 물었다. "3년 전, 가을이었오. 10월인가 11월이었지. 아마...... 갑자 기 갈곳도 가르쳐 주지 않고, 이사해 버렸다오. 대학마저 그만 두었다고 들었소. 어떤 일이 있었는 지는 모르지만......" "그녀의 가족관계도 모르겠군요!? 부모나 형제에 관해 서......" 이건, 도쯔가와가 말한 것이었다. "글쎄, 난 기억이 없다오. 고노데라 양과는 잘 얘기를 하지 않아서......" 관리인은 이렇게 말했다.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보았지만, 모두 그녀가 이 사 간 후에 입주한 사람들이었다. 아마, 고노데라유미코는 네모토잇세이의 개인전을 보고, 감동 을 받아서 모든 것을 버리고, 그가 살고 있는 곳으로 달려 간 것이리라. 그것이 네모토의 그림에서 받은 감동이거나, 남녀의 사랑인지 거기까진 알 수 없지만...... 도쯔가와는 네모토잇세이가 자살할 무렵, 그가 살았던 집을 방문해 보기로 했다. 사이타마(埼玉)현에 있는 우라와(浦和)시 교외에 있는 집이었 다. 의외로 큰 집이었다. 자기 집이 아닌 빌린 집이었다. 지금은 물론, 다른 사람의 문패가 걸려 있었다.그는 우라와 시내에 있는 회사에 근무하는 샐러리맨으로, 네모토잇세이의 일이나 고노데라유미코의 일은 전혀 알 지 못했다. 도쯔가와와 가메이는 근처에서 탐문 수사를 했다. 네모토잇세이의 일과 고노데라유미코의 일을 기억하는사람을 몇 명인가 만날 수 있었다. 그 사람들은 거의 모두, 두 사람을 부부로 생각하고 있었다. "사이가 좋은 부부였지요." 옆 집의 주부는 그렇게 말했고, 근처에서 상점을 하고 있는 사람은, "젊고 이쁜 부인이었어요." 라고 말했다. 그랬기 때문에 네모토잇세이가 자살했을 땐, 모두 굉장히 놀 란 눈치었다. "빚이 너무 많아서 그것 때문에 고민하다 자살했다고 들었지 요." 라든가, "뭔가 나쁜 일을 해서 경찰이 찾아 온 적도 있다는 소문을 들 은 적도 있고, 그렇지만 남편 그리고 그 부인이 그렇게 나쁜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는데......" 이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도쯔가와는 들을 수 있었다. 이상하게 네모토잇세이가 화가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 었다. 위조품을 만들 무렵, 의식적으로 자기가 화가라는 사실을 숨 겼는 지도 모르는 일이지. 네모토잇세이가 자살한 후, 물론, 고노데라유미코는 장례를 치른 후, 모습을 감췄다고 말한다. 도쯔가와와 가메이는 우라와 경찰서에 들려서, 여러 가지를 물어 보았다. "가스자살이었습니다. 동거하던 여자가 집에 있지 않았을 때, 죽었습니다." 이건,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가 들려 준 말이었다. "자살은 확실합니까?" 도쯔가와는 확인하듯 다시 물었다. 마쯔모토(松本)라고 불리우는 형사는 작년의 조서를 보면서, "처음엔 그저 단순히 자살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죽은 남자 가 이상한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것을 알고, 다시 조사했습니 다." "유명한 화가의 작품을 위조했다는 이야깁니까?" "그렇습니다. 만약, 동업자가 있었다면 돈의 배분 때문에 그 동업자가 자살로 위장한 살인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 다." "그래서, 결과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여러 가지 이상한 일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그 방 면의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의 말에 의하면, 그의 위조 솜씨는 대단한 것으로 꽤 많은 돈을 받았을 거라고 합디다. 대단한 솜 씨로 위조했기 때문에 위조품이라고는 쉽게 알 수 없었답니다. 그 솜씨로 30 여점을 그렸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 지만 그의 은행구좌를 조사한 결과, 그는 1엔도 없었습니다." "그는 꽤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죽었을 때, 300만엔의 빚이 있었습니다." "그건,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와 함께 생활했던 고노데라유미코가 지불하고 떠났습니 다." 마쯔모토 형사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녀는 그런 돈을가지고 있었나요?" 가메이가 의외라고 생각하곤, 이렇게 물었다. "거기까진 알 수 없지만, 아무튼 깨끗하게 청산하고 사라졌습 니다." "그녀의 현재 주소를 알고 있습니까?" "모릅니다." "살인의 가능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일단, 수사했지요? 그 때, 그녀가 깨끗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나요?" "알리바이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행방은 추적하지 않 았습니다." "다른 용의자가 있었습니까?" 도쯔가와가 물었다. "몇 명이 수사 선상에 떠 올랐습니다. 그 중 한 명이 우다가 와히로시라는 사장이었습니다." 마쯔모토는 아무 의미없이 지껄였지만, 그 이야기를 듣는 순 간, 도쯔가와는 가메이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 "며칠 전에 도쿄에서 죽은 우다가와히로시 말입니까?" 도쯔가와가 이렇게 묻자, 마쯔모토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저도 아아, 그 남자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네모토잇세이와는 어떤 관계였습니까? 위조품에 관련되 어 있는 겁니까?"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불운한 예술가를 돕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재능은 뛰어나지만, 돈이 없는 네모토잇세이를 금전적으로 돕는 것 같았습니다." "그걸 구실로 위조품을 그리게 한 것은 아닐까?" 도쯔가와가 물었다. "그런 이야기는 듣지 못했는데요......" 누마다아끼라라는 이름은 그 당시, 떠 오르지 않았습니까?" 도쯔가와가 물었다. "누마다요?" 마쯔모토가 되묻고 나서, "그런 이름은 듣지 못했는데요." '아닌가?' 도쯔가와는 고개를 저으면서, 우다가와는 관계가 있고, 누마다는 없었을까? '그렇다면 누마다가 살해된 이유를 찾기가 어려워 지는 데......' 도쯔가와는 생각하기 시작했다. "시라이시유까라는 이름은?" 가메이가 마쯔모토에게 물었다. "시라이시유까?" 마쯔모토는 다시 한 번, 되묻고 나서, "시라이시유까라는 이름은 나오지 않았습니다만, 시라이시라 는 이름은 나왔습니다." 가메이의 눈에서 빛이 났다. "그 사람은 남자입니까? 여자입니까?" "남자입니다. 시라이시게이찌로(白石圭一郞)라고 합니다. 이 사람도 회사사장입니다." "시라이시게이찌로라!" 가메이가 확인하듯 되내이고 나서, "이 사람은 네모토잇세이와는 어떤 관계였습니까?" "우다가와 씨와 마찬가지로 그 사람의 재능을 높이 평가한 사 람 중에 한 사람입니다. 훌륭한 사람이었습니다." 마쯔모토 형사가 말했다. "그 사람 따님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나요?" "아니오. 그런 이름은 없었는데요." 마쯔모토가 말했다. "네모토가 죽었을 때, 딱 한 점 위작이 남아 있었다고 들었는 데, 그 그림은 압류했습니까?" 도쯔가와가 물었다. 마쯔모토 형사는 작게 눈썹을 움직이고 나서, "그 이야기는 저도 들었습니다만, 우리가 조사할 때는 없었습 니다. 증거품으로 압류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가 가지고 갔다는 이야깁니까?" "그렇겠지요. 우리도 처음엔 위작사건에 연류된 것인지 모르 고 단순한 자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집안을 샅샅이 수색하 지 않았습니다." "위작이 한 점만 남아있다는 이야기는 아사이라는 화랑 주인 이 했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중에 집을 이 잡듯 뒤졌 으나,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마쯔모토는 섭섭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6 우라와 경찰서에서 들은 이야기는 도쯔가와 일행에게는 큰 수 확이었다. 누마다아끼라는 모르겠지만, 네모토잇세이와 고노데라유미코, 그리고 우다가와히로시와 시라이시게이찌로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이 사실을 즉시, 기후 현 경찰서의 무까이 경감에게 전화로 알려 주었다. 무까이가 흥분하고 있다는 사실이 전화선을 통하여 전달되어 왔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은 해결된 것이나 다름없군요." 무까이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도쯔가와는 씁쓸하게 웃으면서,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지요. 누마다아끼라가 연결되어 있지 않고, 고노데라유미코가 어째서 시라이시유까의 이름을 도용했 는 지를 모르니까요." "그러나, 고노데라유미코를 찾는다면, 모든 것이 밝혀지지 않 을까요?" 무까이는 매우 낙천적으로 이야기했다. "그렇지요. 빠른 시일 내에 찾을 수 있다면 그렇겠지요." 도쯔가와가 말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도쯔가와는 무까이에게, "저 젊은 경감이 벌써, 사건이 해결된 듯한 얘기를 한다네."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고노데라유미코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어떻게 하든지, 그녀에 대하여 좀 더 조사해 주겠나?" 도쯔가와가 말했다. "해 보겠습니다. 그녀가 다녔던 대학이 알고 있는 것이라면 조사할 구석이 있겠지요." 가메이가 말했다. 가메이가 니시모토를 데리고 나간 후, 도쯔가와는 칠판에 오 늘, 알게 된 것을 써 넣기 시작했다. 네모토잇세이, 고노데라유미코를 나란히 써 놓고, 관계가 밝 혀진 인간을 선으로 연결시켜 보았다. 누마다아끼라. 이 사람만을 아직, 연결할 수 없었다. 도쯔가와는 누마다아끼라라는 이름 옆에 디자이너라고 적으면 서, 고노데라유미코가 M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했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그런 연결점이 있었나?' 도쯔가와는 생각했다. 누마다아끼라는 잘 팔리는 디자이너였다. 그렇다면 그가 고노 데라유미코를 잘 아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그를 잘 알 것이다. '그녀가 그에게 접근한 것일까?' 그러나 뭘 위해서? 도쯔가와는 그런 경우, 생각할 수 있는 몇 가지 케이스를 생 각했다. 유미코는 네모토잇세이의 전시회에서 그의 그림과 성품에 반 했다. 그래서 네모토가 사는 곳으로 한 걸음에 달려갔다. 당시, 그는 재능은 있지만 전혀 알려지지 않은 화가일 뿐이었 다. 아사이는 화가는 재능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투의 이야기 를 했다. 운과 재능이 겸비되어야 한다고 했다. 사교성도 필요 하겠지. 도쯔가와도 어디에선가 읽은 적이 있는 것 같았다. 화단의 중 진이라고 불리우는 위대한 선생이 귀여워 해 주지 않으면, 재 능이 있어도, 발탁되고 인정받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네모토잇세이에게 그런 행운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잘 싸웠다고 하고 괴팍한 성격이었다고 하니까. 네모토를 흠모했던 유미코는 필사적으로 그의 뒷바라지를 한 것이 아닐까? 예를들자면, 유명한 디지이너인 누마다아끼라에게 그를 잘 부탁한다고 했을 지도 모르지. 그래서 연결된 것이 아닐까? 물론, 증거는 없다. 도쯔가와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가메이와 그의 일행 이 돌아왔다. "유미코에 대해서 꽤 알아 왔습니다." 가메이가 밝은 표정으로 보고했다. "대학에서 알아 보았나?" "그녀의 동창을 세 명, 찾을 수 있어서, 그녀들에서 들은 것 입니다. 유미코는 가나자와(金澤) 태생으로 상경하여 M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다까야마(高山)의 북서쪽에 위치한 동해를 접하고 있는 도시 가 가나자와(金澤)입니다. 이시기와(石川)현 입니다. 역자 주> "가나자와에는 부모가 계신가?" "아직 계실 겁니다.그리고 언니가 한 사람있는데 이미 결혼했 다고 합니다." 가메이가 말했다. "빨리, 그곳 경찰서에 연락하여 그녀가 지금 그곳에 있는 지 를 살펴 보도록 부탁하게." 도쯔가와가 말했다. 이시가와(石川) 현 경찰서에 전화하여 유미코의 부모에 관하 여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다. 가메이가 이미 주소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다지 많이 시간 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세 시간후에는 이시가와 현 경찰서의 오가와(小川)라는 경감 에게서 전화가 왔다. "고노데라시로(小野寺司郞) 50세, 처 요시코(良子) 43세는 가 나자와 시내에서 작은 여관을 하고 있습니다. 유미코의 언니인 끼요코(香子)는 결혼하여, 아이가 한 명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여관이나 언니가 살고 있는 곳, 어느 곳에도 유미코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오가와가 말했다. "부모와 언니는 유미코에 대해서 뭐라고 합디까?" 도쯔가와가 물었다. "최근, 2 년간 전혀 연락이 없었다고 합니다. 정말인 지는 모 르겠지만......" "유미코가 네모토잇세이와 함께 생활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 습니까?" "부모는 알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런 팔리지도 않는 화가와 함께 생활하지 말고 헤어지라고 침이 마르도록 이야기 했다고 합니다. 그런 소리를 하니까, 아주 연락을 끊은 것이 아닌가 하고 부모는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유미코로부터 부모나 언니 앞으로 온 편지는 없었습니까?" "오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왔었을 지도 모르지만, 강제로 조 사할 수도 없고......" 오가와가 말했다. 확실히 그것은 옳았다. 아직 유미코가 살인범이라고 밝혀진 것은 아니니까. 도쯔가와 자신도 그녀의 체포영장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이 고...... 네모토잇세이에 대하여 다시, 조사하기로 했다. 이미 죽었지 만, 유미코가 아직까지 네모토 근처에 있을 지도 모르기 때문 이었다. 네모토는 다까야마 시내의 옛 가옥에서 태어났으나, 그 집은 이미 다른 사람에게 넘어 간 후였다. 부모도 이미 돌아가셨다. 형제도 없고, 그가 죽었을 땐, 아무 도 없었다. 도쯔가와는 아사이에게 빌려 온 네모토가 그린 그림을, 수사 본부에 걸어 놓았다. 다까야마시내, 가미산노마찌를 그린 뎃상이었다. "그는 풍경을 그리면서, 그 안에 물론 사람도 그렸지. 그것이 그가 다른 사람과 다른 점이지." 아사이가 설명해 주었다. 역시, 가미산노마찌를 그린 풍경에도 사람이 세세하게 그려져 있었다. 걷고 있는 관광객, 공중전화 부스에 들어 가 있는 젊은 여성. 그런 사람들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그려져 있었다. '그러니까, 유미코도 그와 같이 사람을 그려 넣은 것일까?' 그렇게도 생각해 보았다. "가메이 군. 시라이시게이찌로를 만나고 오세." 그렇게 도쯔가와가 외쳤다. 두 사람은 순찰차로 급히, 마쯔하라에 있는 시라이시의 집으 로 향했다. 가메이는 전에, 니시모토와 함께 시라이시게이찌로를 만났다. "누가 뭐래도 사장이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남자였습니다." 순찰차 안에서 가메이가 도쯔가와에게 말했다. 시라이시게이찌로는 집에 있었다. 역시 가메이가 말한대로 풍 체가 좋은 남자라고 도쯔가와는 생각했다. "이제는 이야기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데요." 시라이시는 불만스럽게 이야기했다. "오늘은 네모토잇세이라는 화가에 대해서 여쭤 보려고 합니 다." 도쯔가와는 상대의 눈치를 살피면서 말했다. "네모토?" "그렇습니다. 작년에 죽은 젊은 화가입니다. 다까야마를 좋아 한 그래서 그 풍경을 그렸던 화가입니다. 알고 계시는 줄 알고 왔는데요. 기억나십니까?" "그런데, 나와 무슨 관계가 있단 말씀입니까?" 시라이시가 반문했다. "사장님이 그의 재능을 사랑하여 후원자가 되셨다고 들었습니 다만......" 도쯔가와가 미소를 머금으면서 이렇게 묻자, 갑자기 시라이시 는 수긍하면서, "아아, 생각났습니다. 정말로 괴상한 재능이었지요. 기대를 가지고 여러 가지로 후원했지요." "처음에 네모토잇세이를 어떤 일로 알게 되었습니까?" "그전에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는데요." 시라이시가 말했다. "어떤 일입니까?" "나는 특별히 네모토잇세이만을 후원한 것이 아니라는 말씀입 니다. 나는 시라이시기금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축복받지 못한 예술가들을 돕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는 그것이 알려져서 도쿄 도 지사로부터 표창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시라이시는 표창장을 보여 주었다. 역시, 지사의 명의로 시라이시기금을 표창한 것이다. "축하합니다." 도쯔가와는 일단,칭찬하곤, "네모토잇세이와 처음에 어떻게 만나셨는 지를 말씀해 주시겠 습니까?" 신중하게 물었다. 시라이시는 마른 기침을 하고 나선,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나는 시라이시기금이라는 기구를 만 들었습니다. 재능은 있지만, 축복받지 못한 예술가를 찾으면, 후원해 왔습니다. 네모토잇세이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기 금에서 일하는 직원이 그를 발굴해 왔기 때문에, 그를 후원하 기로 결정했으며, 그 일로 한 번인가 두 번 만났을 따름입니 다."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로 그를 후원하셨습니까?" 가메이가 물었다. "시라이시기금이라는 기구에 나는 이사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만, 구체적으로는 담당자가 하는 일이라서...... 물어 보지 않 으면 모릅니다." "네모토잇세이가 위작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까?" 도쯔가와가 물었다. "죽은 후에 소문으로 들었습니다. 정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군요. 그렇게 좋은 재주로......"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떻게 생각하셨습니까?"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굉장히 놀랐습니다." "고노데라유미코라는 여성을 아십니까?" 도쯔가와는 질문을 바꾸었다. "모릅니다." 시라이시는 그렇게 대답했다. "다까야마에서 시라이시유까라는 이름을 도용한 여자입니다." "딸 이름을 마음대로 도용했단 말씀입니까? 어째서 그런 일 을.....?" "그걸, 시라이시 사장께 여쭤 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도쯔가와가 말하자, 시라이시는 불쾌한 듯 눈썹을 움 직이면서, "내가 알 턱이 없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마음대로 내 딸의 이름을 도용한 것은 그쪽에서 지 마음대로 한 것이니 까......" 이렇게 말했다. 도쯔가와가 예를 표한 후, 가메이를 이끌고 되돌아 갈 차비를 하자, 시라이시는 시라이시기금의 선전팜프렛을 가지고 왔다. "자, 보십시오. 나는 이후에도 축복받지 못한 예술가를 후원 할 예정입니다." 시라이시가 말했다. 순찰차 안에서 가메이는 그 팜프렛을 읽어 본 후, "이건, 과장이 좀 심하군요." 라며 못마땅한 투로 말했다. 제 5 장 다시 온 다까야마 1 가메이는 '시라이시기금'이 냄새가 난다고 했다. 확실히 부자들의 선행사업은 뭔가 과장된 것 같았다. 특히, 시라이시게이찌로 정도의 자산가의 경우는 더욱 위험했다. 일본 제일이나 세계 제일의 자산가가 기금을 만든다면, 거 꾸로 안심이 될 것이다. "두 가지, 문제가 있다네." 도쯔가와가 가메이에게 말했다. "그 하나는 시라이시게이찌로라는 사람의 일일세." "또 하나의 다른 문제는 고노데라유미코와의 관계이다. 단 지 시라이시가 네모토의 후원자라는 관계뿐은 아니라는 느 낌이 들거든." "그렇습니다. 고노데라유미코는 시라이시의 딸의 이름을 도 용했습니다. 연인의 후원자에게 누가 될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바로 그거다. 유미코가 범인이라면, 두 사람의 남자를 살해 한 것은 자살한 네모토의 복수 때문일 가능성이 짙다. 그녀 가 두 사람을 저승으로 보낸 것에 만족하고 있는 지, 아직 더 살해할 인간이 남았는 지, 그것이 알고 싶다네." "세 번째는 어쩌면 시라이시일 지도 모르겠는데요." 가메이가 말했다. "시라이시게이찌로가 아니라, 그 부녀와 고노데라유미코의 관계를 알고 싶네. 표면적인 관계가 아닌, 진짜 관계 말일세 ." "조사해 보겠습니다." 가메이가 말했다. 다음 날부터, 가메이와 니시모토는 다시 한 번, 시라이시게이 찌로의 주변을 훑어 보기로 했다. 의외로, 시라이시기금의 평은 좋지 않았다. 자신의 이름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평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시라이시는 장래, 정계에 진출할 야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준비로 시라이시기금을 이 용하고 있다는 소리를 많은 사람이 하고 있었다." 구체적인 얘기도 가메이는 갖고 왔다. "현재, 중견 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시다세이시(石田靑史)라 는 사람이 있습니다만, 그가 5년 전에 시라이시와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이시다세이시라는 이름은 들은 적이 있는데......" 도쯔가와가 말했다. "그가 한 얘기를 들었습니다만, 5년 전에는 그림이 팔리지 않 았답니다. 그 때, 시라이시기금에 다니는 사람이란 어떤 사람 이 와서, 생활비를 포함한 모든 것을 전면적으로 후원해 주고 싶다고 했고, 프랑스 그리고 미국까지 유학을 보내 주겠다고 했답니다. 시라이시기금은 그저, 젊고 유능한 화가를 후원해 주려 한다는 달콤한 이야기를 했답니다." "그게, 그렇지 않았다는 뜻인가?" "틀림없이 생활비를 비롯, 프랑스와 미국에도 보내 주었지만, 그 때, 쓴 계약서를 올가미로 삼아, 그림이 팔리기 시작할 무 렵부터 그것을 무기로 3년 간, 그가 그린 그림 전부를 그냥 공 짜로 가져 갔다고 합니다. 그것뿐만이 아니고, 그 후, 2년 간 도 마찬 가지 일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계약서에 그렇게 한다고 씌여 있었느냐고 물어 보았나? "그런 모양입니다. 이시다는 무조건 그림 공부를 할 수 있다 는 사실에 고무되어서, 내용도 보지 않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 었나 봅니다." "5년 간, 무료로 그림을 그려 주었다는 얘긴가?" "그렇습니다. 그걸 돈으로 환산하면 수억엔은 되었을 텐데요." "붓을 꺽고, 아무 그림도 그리지 않으면 되지 않았을까?" "그렇게는 할 수 없습니다. 년간 몇 작품을 그려야만 한다는 약 속이 계약서에 기입되어 있습니다. 이시다도 매우 놀랐다고 합 니다. 그렇다면 이시다의 패배로군." "네모토잇세이도 같지 않았을까?"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네모토잇세이는 누구나 인정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는 기대를 한 몸에 받던 화가였으므로 시라이시가 눈 독을 들이지 않았을 리가 없습니다." "세 사람이 공동으로 네모토를 샀나?" 도쯔가와가 물었다. "그랬을 가능성이 큽니다. 일종의 마피아를 만들고, 네모토잇 세이에게 돈을 주었다. 물론, 그것은 미끼였습니다." "디자이너인 누마다는 약간 다르다고 본다. 우다가와히로시와 시라이시는 돈이 목적이었겠지만, 누마다는 그래도 디자이너이 니까....." "그렇지만 네모토의 자살에는 관계가 있다고 보는데요. 그래서 그도 살해의 대상이 되었겠지요." 가메이가 말했다. "이 다음 목표가 시라이시라면, 우리가 그 사람을 지켜주지 않 으면 안 된다." 도쯔가와는 별로 즐겁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2 도쯔가와와 가메이가 품고 있던 불안이 현실로 나타 난 것은 이틀 후였다. 시라이시의 집으로 배달되어 온, 소포가 폭발한 것이다. 연락을 받고 도쯔가와 일행은 시라이시의 집으로 긴급출동 했다. 도착해 보니, 현관이 아주 어지럽게 파괴되어 있었고, 아직 폭탄 냄새가 나며, 연기가 여기 저기서 모락모락 나고 있었 다. 이 현관은 대리석을 이용하여 저택답게 지은 것이나, 그것이 지금은 엿가락처럼 휘고 또 부러져 있었다. 먼저 와 있던, 소방대원이 도쯔가와를 보고, "시한장치가장착된 다이나마이트라고 생각됩니다." 라고 외쳤다. "그래서, 부상당한 사람은?" "다행하게도 이 집에 살던 사람은 건물 뒤쪽에 있었기 때문에 다치지 않았습니다." "우편물입니까?" "도어 투 도어입니다. 지금, 파편을 모으고 있습니다만, 어떻 게 '이로와( ) 도어 투 도어'를 이용했는 지 모르겠습니 다." 소방대원이 말했다. 시라이시게이찌로는 집에 있지 않았으나, 부인인 기미코가 안 색이 좋지 않은 얼굴로, 도쯔가와의 질문에 응하고 있었다. "오전 10시경에 배달서비스맨이 왔다고 하면서, 가정부가 제 게 도장을 빌리러 왔습니다. 그 때, 마침 바뻤으므로, 그 소 포를 거기에 놓아 두라고 말했습니다. 만약, 그 때 제가 그 소포를 받았다면 하는 생각만 해도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서. ....." 실제로 소포를 받은 가정부는 60세 정도의 체격이 작은 노파 로 요시다후미(吉田 )라는 여성이었다. 그녀도 얼굴이 파랗게 질린 얼굴로, 목소리가 떨리는 상태로, "인터폰에서 '이로와 서비스'입니다 라고 얘기하길래, 부인에 게서 도장을 건네 받아, 물건을 건네 받기 위해 밖으로 나갔 어요. 물건을 가지고 온 사람은 중년의 유니폼을 입고 있어서, 별로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았지요." "어떤 소포였는지 기억 나십니까?" "흔히 사용하는 이로와 봉투에 담겨져 있었어요." "발신인의 이름을 보았습니까?" "예. 부인에게 말씀드려야 하기 때문에. 다까야마의 네모토 씨라고 기억하고 있기는 하지만......" "다까야마의 네모토?" 도쯔가와는 자기도 모르게 가메이의 얼굴을 보았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요. 부인에게 가지고 갈까요? 하고 물었지만, 지금 좀 바쁘다고 말씀하셔서 그냥 현관에 두었던 거에요." "그 소포가 도착한 것이 오전 10시 경이라고 하셨지요?" "예." "폭발한 것은?" "점심 때가 조금 지난, 12시 5분인가 6분 경이라고 생각되는 데요." 후미는 그렇게 대답했다. 가메이는 즉시, '이로와 서비스'로 전화를 걸어, 실제로 시 라이시의 저택으로 배달한 사실이 있는 지의 여부를 물었다. 소방대원이 폭발물의 파편을 모으자, 그것을 도쯔가와에게 보 여 주었다. 역시, 도쯔가와도 흔히 보아 왔던 '이로와 서비스'의 봉투의 파편이 몇 개, 거기에 있었다. 가메이가 현장으로 다시 왔다. "역시, 그곳에서 오전 10시 경 시라이시의 집으로 배달한 사실 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진짜로군." "그리고 열차역에 있는 서비스 창구에서 배달 의뢰를 받았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스스로 봉투에 넣어, 물품보관함에 넣어 둔 놈인가?" "그렇습니다. 몇 번 물품보관함에 있는 물건을 어디로 배달해 달라고 하면, 배달해 주는 시스템을 이용한 것 같습니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발신인의 얼굴을 본 사람이 없으므로, 일이 어렵게 되겠는 걸." 도쯔가와가 말했다. "문제는 실제로, 다까야마역에서 보내졌는 지의 여부인데, 그 걸 지금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가메이가 말했다. 시라이시게이찌로가 급히 차를 몰아, 회사에서 집으로 돌아왔 다. 시라이시는 도쯔가와를 만나자, "범인을 즉시, 잡아 주시오." 큰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물론, 체포하겠습니다." "나를 증오하는 인간이 이런 일마저 하고 말았습니다. 만약, 집사람이 그 물건을 받았다면, 틀림없이 죽었을 겁니다. 내가 집에 있었다면, 나도 죽었겠지요. 범인은 그것을 노린 것입니 다." 시라이시는 한꺼번에 이렇게 말했다. "흥분하지 마십시오. 아무도 죽지 않았습니다." 도쯔가와가 이렇게 말하자, 시라이시는 무엇을 말할까 하는 표정으로, "죽지 않은 것은 우연이 아닙니까? 전화로 집사람이 부들부들 떨면서, 말했습니다. 목소리마저 떨면서...... 만약 소포를 받 자마자 즉시, 내용물을 확인하려 했다면, 지금쯤 집사람도 가 정부도 죽었을 겁니다. 빨리 범인을 잡아주십시오." "그건, 사장님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사장님이나 사모님을 미 워하는 인간이 보낸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그걸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래서 이렇게 부탁드리는 겁니다.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나 사람이 있으면 이야기해 주십시오. 전력을 다해 조사하겠습니 다." "그걸 조사해야 하는 것이 경찰이 해야 하는 일 아닙니까?" "이런 사건일 경우는 당한 쪽의 협력이 꼭 필요합니다." 도쯔가와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네모토잇세이와 고노데라유미코와 관계를 맺었던 두 사람이 이미, 죽임을 당했습니다. 사장님이나 사모님이 당한 것이 그 선의 연장선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건 아닙니다." 시라이시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부인했다. "왜 그렇습니까?"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네모토잇세이가 시라이시기금의 협력 을 받았는 지는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만난 일도 없고, 또 고노데라라는 여성도 전혀, 모릅니다." "그렇다면, 그 두사람에게 미움을 살 일이 없다는 말이네요?" "없습니다. 그러나, 네모토잇세이는 이미 죽지 않았습니까?" "자살했습니다. 고노데라유미코나 네모토잇세이와 연결된 사 람이 그를 자살에 이르게 한 것은 우다가와나 누마다라고 여겨 서 이제까지 두 사람을 살해했다고 우리는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 범인이 사장님도 같은 이유로 노린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했 습니다." 도쯔가와가 이렇게 말하자, 다시 초조한 얼굴이 되어, "이미, 두 사람이 살해되었다면, 왜 범인을 방치하고 있습니 까? 일초라도 빨리 체포해 주시오. 나는 미움을 살만한 일을 한 적이 없다고 생각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드라도 범인이 체포되었다면 이번에 일어난 것 같은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 아닙니까?" "그렇습니다만, 사장님이 무엇인가를 이야기해 주신다면, 범 인의 체포를 일초라도 빨리 할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잘 모르는 사람에 대한 일을 어떻게 말하라는 말씀입니까?" 시라이시가 물었다. "고노데라유미코는 다까야마에서 시라이시유까라는 이름을 도 용했습니다. 사장님따님의 이름입니다. 왜 그 이름을 사용했 을까요?" "단순한 일입니다. 다른 것은 생각할 수 없습니다." "따님이 미국에 유학 가신 것은 언젭니까?" 도쯔가와가 묻자, 시라이시는 위를 쳐다 보면서, "그런 개인적인 일을 왜 이야기해야만 합니까?" 목소리가 흥분되었다. 그리고, 그대로 집안으로 들어갔다. '왜 화를 낼까?' 도쯔가와가 이렇게 고개를 까우뚱 거리며, 생각하고 있을 때, 가메이가 돌아왔다. "일단, JR 다까야마역에서 보내진 것은 틀림없는 듯 합니다. '이로와서비스'의 이야기에 의하면 다까야마역 옆에 코너를 마 련해 놓고 있다고 합니다. 거기서 보내진 것이라고 합니다." "다까야마라?" "범인은 끝까지 다까야마를 고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노데라유미코가 범인이라면, 그녀가 또 다까야마에 간 것 이라는 얘기로군." "그렇습니다." "우리도 일단 히다다까야마에 가 볼까? 고노데라유미코가 다 까야마를 고수하고 있는 것인 지, 혹은 무엇인가 빠뜨린 것이 있는 지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니까." "그 젊은 경감을 만나는 일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요." 가메이가 말했다. 3 그를 니시모토에게 부탁하고, 도쯔가와와 가메이는 다음 날, 히다다까야마로 향했다. JR다까야마역에 내리자, 현지의 무까이 경감이 마중나와 있었 다. 무까이는 조금 피곤해 보였다. 히다다까야마에서 시작된 사건 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탓이겠지. 역 바로 옆에, '이로와서비스' 코너가 있었고, 자유롭게 봉투 에 담아서, 무게를 재고 요금을 지불한 후, 보관함에 넣어 두 면 배달하는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최근, 여러 역에 설 치된 시스템이다. "연락을 받고, 여러 곳을 탐문하였으나, 보시는 바와 같이, 무인 시스템이라서, 발신자의 얼굴을 본 사람이 없습니다. 다 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고 위험한 물건을 배달시키기에 알맞은 방법입니다. 보관함을 살펴 보았지만, 수신인이나 발신인의 이 름은 붓으로 써 넣었습니다." 무까이가 말했다. 세 사람이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도, 토산품을 잔뜩 넣은 백 을 든 관광객이 몇 사람인가 근처에 있었다. 지금은 토산품을 사서 무인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서비스 망을 통해 배달시키는 시대이지, 옛날처럼 직접 가지고 가는 시대는 끝이 난 것 같았다. "문제의 그 여성이 범행을 했다고 생각하십니까?" 무까이가 물었다.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크겠지요. 그녀가 흔적을 남겼으면 하고 기대했지만, 역시. 무엇인가 흔적을 남겼을 것이라고 기 대하면서, 그녀가 묵었던 여관에 우리가 직접 묵으려 합니다." "가즈모토 여관이죠. 제가 모시겠습니다." 무까이가 말했다. 여관에 도착하여 무까이와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우선, 도쿄에서 일어 난 두 건의 살인사건과, 이번에 발생한 폭파사건에 대해서, 자세하게 무까이에게 설명해 주었다. "두 건의 살인사건에는, 분명하게 고노데라유미코가 관련되어 있다고 봅니다. 범인이 혹, 다른 사람이라고 할 지라도, 그녀 가 그린 다까야마 시내의 뎃상이 그 두 사람에게 보내졌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도쯔가와가 말했다. 여관의 종업원이 차와 다과를 가져왔다. <일본에서는 방문객에게 일본차(우리가 흔히 말하는 녹차)와 다과(전병)를 대접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일본사람들은 이런 차와 다과를 거의 습관적으로 마시고 먹습니다. 역자 주> 그래서 이야기가 잠시 중단되었다. "그녀가 뎃상을 보내서, 그들을 놀라게 해 놓고, 살인을 감행 했단 말씀이십니까?" 무까이가 물었다. "표면상으로는 그렇습니다." 도쯔가와는 이런 말을 하곤, 차를 한 모금 마셨다. "표면상으로는 이라는 말씀은 진짜로는 다르다는 말씀이십니 까?" "그게, 실은 모르는 부분입니다. 선입견을 버리고 보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일 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어떻게 생각하면, 우 리가 그런 생각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고노데라유미코가 그린 뎃상을 보내 놓고 우다가와와 누마다 를 죽인다. 그러면 그녀가 범인이라고 믿게 된다. 그것이 진짜 범인이 노린 것인 지도 모르지요." "이번 폭파사건을 어떻게 보십니까?" "틀림없이, 시라이시의 집에도 같은 뎃상이 보내져 있다고 생 각되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나, 다까야마에서 보 내진 폭팔물로 저택의 현관이 아주 흔적도 찾을 수 없을 만큼 파괴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경찰은 다까야마---고노데라유 미코라고 연관지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바로 범인이 노린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말 씀이시군요." "그렇지요. 만약, 범인이 그런 목적으로 일련의 사건을 일으 켰다면, 우리는 범인의 손에 놀아난 꼴이 되는 셈이지요." 도쯔가와가 말했다. "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무까이가 대꾸를 했다. 도쯔가와는 다시, 차를 마시곤, " 객니까?" "제 생각으로는, 고노데라유미코가 애인의 원수를 갚으려고, 두 사람을 죽이고, 세 번째 목표물도 없애 버리려 한다고 보여 집니다. 너무 역설적으로 해석하면, 범인을 놓아주는 꼴이 되 는 건 아닐까요?" 무까이가 말했다. "틀림없이 그런 걱정도 있지만......" "그렇다면, 어째서 순리적으로 생각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한 가지, 의문이 있기 때문이죠." 도쯔가와가 말했다. "어떤 의문입니까?" "문제의 그 가미산노마찌(上三之町)를 그린 뎃상이지요. 우다 가와와 누마다가 살해되었을 때, 실내에 그 뎃상이 있었지요. 누군가가 보낸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아니, 그렇지 않은 것은 아닐지 모릅니다. 그러나, 두 사람 입장에서는 불유쾌한 뎃상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그것을 일부 러 그곳에 둔 심리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도쯔가와가 이렇게 말하자, 무까이는 빙그레 웃으며, "실례지만, 그 점은 이렇게 생각하시면 어떻겠습니까? 문제의 뎃상이 우편이나 그 밖의 방법으로 배달되었다는 증거는 없지 않습니까?" 이렇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뎃상만이 있었으니까요." "그렇다면, 우다가와와 누마다를 살해한 범인이 범행 후, 거 기다 놓아 두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 아닙니까? 범인이 고노데라유미코라면, 가장 잘 알 수 있겠지요. 그녀는 자살한 애인의 원수를 갚으려는 생각을 했다. 우다가와를 살해 하고 그 다음에 누마다를 살해했다. 살해한 후, 자신이 왜 이 들을 살해했는 지를 경찰에, 아니, 세상에 이야기하고 싶어서 그 메세지를 남겨 놓았다. 자신의 행위가 정의라고 생각하는 범인이었다. 흔히 있는 일이지요. 자신의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타잎이지요. 그래서 현장에 사인을 남겨 놓았 다. 그 사인이란 것이, 우리가 의문점으로 생각하고 있는 가미 산노마찌를 그린 뎃상이다. 이런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생각한 다면, 살인현장에 뎃상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으며, 거꾸로 현 장에 그것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지시지 않으십니까?" 무까이가 말했다. "범인의 사인이라?" "그렇습니다. 테러집단이 범행성명을 발표하는 것과 같은 것 아닐까요?" 무까이는 자신있게 이렇게 말했다. "역시. 그럴수도 있지. 그렇다면, 잘 이해가 가는군. 납득이 되네." 도쯔가와는 무까이를 칭찬해 주었다. 무까이가 만족한 얼굴로 돌아 간 후, 가메이는 여관에 있는 휴식코너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그것으로 만족하십니까?" 도쯔가와를 향해서 이렇게 물었다. 도쯔가와는 빙그레 웃으면서, "가메이, 자네는 불만이 있는 것 같은 말투로군." "경감님이 수긍하는 것이 불만족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범인이 사인을 남길 수도 있다는 가정은 우리도 생각한 것 아닙니까?" "그래도 좋은 징조지. 젊은 친구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을 수 긍하고 응원해 주는 것도...... 독단적인 판단은 젊은 사람의 특권이니까. 나중에, 그것이 틀렸다는 것을 아는 것이 성장했 다는 의미니까." 도쯔가와가 말했다. "그렇다면, 경감님은 실제로는 찬성하지 않았다는 뜻이십니 까?" "그렇다네." "그렇지만, 찬성하는 투의 이야기를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무까이 경감이 생각하는 것 같이 생각하는 것도 좋을 거라는 생각을 했지. 그러나, 나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네. 그것을 이야기해서 그와 논쟁을 벌이고 싶지 않았네. 도쿄에서 발생한 두 건의 살인은 우리 소관이니까." "그걸, 범인의 사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 까?" "만약, 범인의 사인이라면 사체 위에다 올려 놓던가, 벽에 붙 이고 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상 서랍 속에 넣었다. 자신의 사인을 책상 서랍 안에 넣어 두는 범인을 생각 할 수 있나?" 도쯔가와가 말했다. "그렇다면, 그 뎃상은 무엇이란 말씀이십니까?" 가메이가 고개를 까우뚱 거리면서 물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모르네. 사실을 직시하는 것, 이외엔 방법 이 없다네. 이 다까야마에서 한 사람의 젊은 여성이 이틀 간이 나 스케치를 했다. 그녀의 이름은 고노데라유미코일 가능성이 크다. 다음으로 도쿄에서 두 사람의 남자가 살해되었고, 그 뎃 상이 한 장씩 배달되었다. 이것이 사실이다. 이것이 전부이다. 이것을 기초로 우리가 한 가지 추리를 해서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었다." "그렇군요. 복수의 스토리군요. 그래서, 무까이 경감은 그것 을 범인의 사인이라고 생각했군요. 스토리로는 재미있고, 또 세상 사람들에게는 납득이 쉽게 되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가메이가 말했다. "세상 사람들이 납득한다고 해도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별 수 없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실이니까." "그렇지만, 어떻게 사실을 알아 냅니까?" 가메이가 물었다. "내일부터 다까야마 시내를 거닐어 보세나. 그녀가 이 곳을 스케치했다고 하니까." 도쯔가와가 말했다. 5 저녁식사 후, 도쯔가와는 주인인, 오가와미나코를 불러서, 고 노데라유미코가 이틀 간 머물었던, 때에 일어났던 일을 다시 듣기로 했다. 도쯔가와는 잘 마시지 못하는 편이었지만, 맥주를 몇 병인가 주문하고, 그것을 조금씩 마시면서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는 편이 상대도 긴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잊었던 사실도 다시 상기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미나코는 도쯔가와와 가메이에게 술을 따랐고, 그들은 그녀에 게도 권하면서 이야기를 들었다. <일본에서는 여성이 남성에게 술을 따르는 것이 흉이 되지 않 습니다. 여성이 남성에게 술을 따르는 것은 존경의 표시입니 다. 자연스런 일이지요. 우리 나라보다는 유교적인 관습이 덜 성행하고 있습니다. 역자 주> "무엇이라도 좋으니까,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십시오, 아주 사소한 일도 참고가 됩니다. 예를 들어, 그녀가 단 것을 좋아했다든가, 기침을 했다든가, 그런 이야기 말입니다." 도쯔가와가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나코는 당혹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 입을 굳게 다물고만 있었다. 도쯔가와가 형사이므로, 어쩔 수 없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 그녀가 왔을 때부터 이야기해 주십시오. 예약한 후에 왔습니까?" 도쯔가와가 이렇게 물었다. "예. 전화로 예약한 후에 오셨어요." "첫 인상은?" "아주 숙녀 같았고, 조용한 분이라는 인상이었어요." "이곳에 처음 숙박하는 거였나요?" "에에, 처음 뵙는 얼굴이었어요. 그런데......" "그런데라니요?, 무슨 일이십니까?" 가메이가 사이를 두지 않고 끼어 들었다. "전에, 시라이시유까라는 이름의 여자 손님이 숙박한 적이 있 었지요. 같은 분이 아니라서 그게 신경에거슬렸지요." "그건 언제 일입니까?" 도쯔가와가 눈에 광채를 띠면서 물었다. "한 2년 전쯤 된 것 같은데요...... 같은 이름의 손님이 묵었 던 일이 있었지요." "그 때의 장부가 있습니까?" "에, 갖고 오지요." 미나코는 이렇게 말하곤, 2년 전의 장부를 스스로 가지고 왔 다. 2년 전, 10월 15, 16 이틀 간, '시라이시유까'라는 여성이 묵 었었다. 주소는 그 시라이시 저택은 아니었다. 도쯔가와가 그 주소를 자신의 수첩에 옮겨 적고 있었으나, 마음 속으로는 실존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어떤 여성이라고 기억하고 계십니까?" 도쯔가와가 물었다. "젊고 예쁜 아가씨였지요. 조금 제 멋대로인 점은 있었지 만......" "제 멋대로라는 것은 어떤 뜻이지요?" "우리는 식사 후, 과일을 대접하지요. 그러면 그것이 싫은 손 님은 그냥 남겨 두는것이 상례이지만, 이 손님은 파인애플은 없느냐, 오렌지는 없느냐 하고 묻곤 했답니다. 그래서 '아차', 싶은 마음에 사러 가곤 했지요. 그게 기억이 나는군요." 미나코가 말했다. "얼굴은 이번에 묵었던 시라이시 씨와 비슷했습니까?" "그렇지요, 아마. 닮지 않은 것이 아니고,2년 전에 묵었던 손님이 더 미인이었던 것 같은데요. 그리고 제 멋대로였고, 저 는 그 사람이 더 좋아요." 미나코가 말했다. "2년 전의 시라이시 씨는 혼자서 이곳에 묵었다고 말씀하셨지 요?" "예." "남자가 들렸다든가 그런 일은 없었습니까?" "그런 일은 없었지만, 가끔 이토(伊東)여관에 전화를 했었지 요." "이 다까야마에 있는 여관입니까?" "에에, 이토여관의 전화번호를 물어서 가르쳐 주었더니, 전화 를 걸었어요." "상대는 남자였나요?" "그것까지는 알 수 없었어요." "그 이토여관에 전화를 걸고 싶은데요......" 도쯔가와가 이렇게 말하자,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었고, 그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서 전화를 걸었다. 상대가 나오자, 도쯔가와는 2년 전, 10월 15일, 16일 그곳에 묵었던 손님의 명단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다. 처음엔 경계하는 말투로 거절당했다. 그러나, 미나코가 자초 지종을 이야기하자, 안심하고 가르쳐 주었다. 이토여관은 이곳보다는 큰 여관인듯 했다. 2년 전, 그 날에 묵었던 사람이 30여 명이나 되었다. 그 사람들의 이름을 한 싸람씩 읽어 주는 도중에 도쯔가와가 생각했던 인물의 이름이 나왔다. '네모토잇세이' 였다. 그는 2년 전, 10월 15일부터 17일까지 이토여관에 묵었으며, 매일, 히다다까야마를 스케치하면서 다녔다고 한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가메이가 목을 길게 뺐다. "그건 내일, 생각하기로 하고, 고노데라유미코에 대해서 좀 더 이 여관 주인에게 듣기로 하세." 도쯔가와가 말했다. "그녀는 큰 스케치북을 가지고, 매일 외출했었나요?" 가메이가 미나코에게 다시 확인하듯 질문했다. "예. 그랬어요." "그 그림을 보았습니까?" 도쯔가와가 물었다. "예. 그녀가 보여 주었지요. 너무 잘 그린 것이라서 놀랐습니 다." "스케치에 대해서 그녀가 뭐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나요?" "자기는 히다다까야마가 좋다고 얘기했지요. 언젠가, 2,3개 월쯤 머물면서 천천히 그리고 싶다고......" "그런 말을 했습니까?" "에에. 이번엔 그냥 스케치만 하고 돌아가지만, 나중에 다시 와서 마음을 가다듬고, 유유히 다까야마 시내나 히다지방의 시 골 풍경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지요." "사장님은 그런 그녀의 말에 뭐라고 답하셨습니까?" "2, 3개월씩 묵으려면, 시모료(下呂)근처로 가서 온천에 묵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해 주었지요." "그 말에 대한 대꾸는요?" "온천을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이틀간 스케치하면서 누군가를 만났다고 하지 않던가요?" "그런 얘기는 듣지 못했는데요." "누군가가 그녀를 방문하지는 않았나요?" "에에." "이틀 동안 그녀의 행동은 어떠했습니까? 무엇인가 심각하게 생각하는 눈치는 없었나요? 아니면, 아주 밝은 표정이던가?" 도쯔가와가 물었다. "같은 질문을 여러 형사님들에게 들어서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보았지만, 심각하게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눈치는 없었던 것으 로 기억됩니다. 식사 중에는 곧잘 농담도 했지요." "어떤 농담이었습니까?" 가메이가 물었다. "TV 광고에 나오는 대사를 인용한 농담이었지요." "어쩐지, 믿을 수가 없군요. 그녀는 가명을 사용했고, 자신의 지문을 지웠고, 모습을 감추었으니까요." 가메이가 말했다. "지문에 관해서는 저는 확실히 알 순 없지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심각하게 무엇가를 고민한 것 같지는 않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 째날 저녁식사 후에, 갑자기 모습을 감추었다는 것은......" "에에." "그 때,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무슨 사고가 나지 않았으면, 어떤 사건에 휘말렸나? 하고 걱 정했지요." 미나코가 말했다. 다른 종업원에게도 물었지만, 갑자기 모습을 감출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5 여관 주인이 가고 난 후, 도쯔가와와 가메이는 이불을 덮고 누워 이야기를 계속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으니, 오히려 알 수 없게 되는군요." 가메이가 말했다. "저 여주인은 이런 영업을 오래 한 것 같으니, 사람을 보는 눈이 있을 것 같군. 그런 사람이 밝게 보았다면 그 말도 어느 정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이 다까야마에 와서 스케치하며 여기 저기를 돌아 다녔을 무렵엔, 자살한 애인의 복수를 생각하지 않았다는 얘기 가 되는 겁니까? 만약, 그렇다면 왜 스케치를 하며 여기 저기 를 다녔을까요? 점점 더 모르겠는데요......" "그러게 말일세. 단지, 히다다까야마의 풍경이 좋아서 스케치 했다면, 어째서 그것이 살해된 두 사람의 남자 앞으로 보내졌 는 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리는군." 도쯔가와가 말했다. "혹시, 그녀는 자신이 스스로 모습을 감춘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그녀를 유혹했거나, 납치되었을 경우도 생각 할 수 있 지 않을까요?" "그런 추리를 버릴 수 없게 되는군." 도쯔가와가 말했다. 다음 날, 도쯔가와와 가메이는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어제, 전화했던 이토 여관에 가 보기로 했다. 생각했던 대로 가즈모토 여관보다 꽤 컸다. 호텔 형식의 여관 이었다. 경찰수첩을 보이고 난 후, 프론트에서 2년 전에 묵었던 네모 토잇세이에 관해서 물어 보았다. 여기서, 10년 이상 근무한 프론트 요원은 우선, 2년 전의 숙 박자카드를 보여 주었다. 거기엔 네모토잇세이의 이름이 있었 다. "어쨌던 2년 전의 일이라서 기억이 희미하지만, 그림을 그리 는 분이셨던 것은 기억이 납니다." "히다다까야마를 스케치하며 여기 저기를 돌아 다녔다고 들었 습니다만......" "그렇습니다. 다른 종업원들에게 물어 보았더니, 그 때, 네모 토 씨로부터 스케치를 선물로 받은 종업원을 찾아 냈습니다." 프론트에서 근무하는 그 종업원은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한 사람의 종업원을 데리고 왔다. 55, 6세 정도의 여자 종업원이었다. 2년 전, 네모토 씨의 방 에 청소를 하기 위해 갔을 때, 스케치를 보고 잘 그린 것이라 고 이야기하자, 스케치를 한 장 떼어서 주었다고 한다. 도쯔가와와 가메이는 그 그림을 보았다. 다까야마 시내 일부분을 그린 그림이었다. I. NEMOTO라는 사 인이 있었지만, 그것은 여자 종업원에게 줄 때, 한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아주 비슷한데......' 도쯔가와는 그렇게 생각했다. 고노데라유미코의 뎃상과 매우 흡사했다. 같은 장소를 그린 것이라는 점도 있지만, 터치나 구도도 같은 사람이 그린 것처럼 아주 닮은 것이었다. 전에 네모토잇세이의 뎃상을 보았을 때, 느낀 것이지만 지금, 같은 느낌을 도쯔가와는 재확인했다. 일단, 가즈모토 여관으로 돌아 오니, 도쿄에 있는 니시모토 형사로부터 전화가 와 있었다. "시라이시유까에 대한 일인데, 아주 흥미로운 것을 하나 알아 냈습니다." 니시모토는 열을 내며 이야기했다. 도쯔가와는 이야기를 중도 에서 끊는 것 같아 미안했지만, "네모토잇세이와 관계가 있다는 이야기인가?" "어떻게 아셨습니까?" "다까야마에서도 그런 것과 비슷한 일을 알게 되었기 때문일 세. 그 쪽에서 알게 된 일은 어떤 거지?" 도쯔가와가 물었다. "여대에 다니고 있던 시라이시유까가 네모토잇세이에게 열중 한 일입니다. 그에게 매달린 것입니다." "두 사람이 알게 된 것은 그녀의 아버지 때문인가?" "시라이시가 그 시라이시기금으로 네모토잇세이를 도와 주고 있을 때,네모토가 시라이시의 저택을 방문했고, 그 때 그 집 딸인 유까가 그에게 첫 눈에 반한 것 같습니다." "그 때, 네모토에게는 고노데라유미코라는 애인이 있었지? 그 렇지 않은가?" "그렇습니다. 시라이시유까는 고노데라유미코에게서 네모토를 빼앗아 오려고 했습니다. 그녀는 부자인 아버지를 둔 관계로 가난한 화가인, 네모토를 아주 간단하게 자신의 애인으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런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열을 내서 그를 찾아 다녔지만, 그것만으로는 네모토가 자신에게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론, 그를 증오하고 아주 괴롭히기로 작정한 것 같습니다. 이 것은 당시, 시라이시유까의 친구들에게서 들은 것입니다. '저 런 남자는 죽여 버리겠어.'라며 매우 불쾌해 하고 저주하는 말 을 했다고 하니까요." 니시모토가 말했다. "그래서, 아버지인 시라이시게이치로는 서둘러서 딸을 미국으 로 유학 보낸 것이라는 얘긴가?"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시라이시는 그 당시, 네모토잇세이를 증오했겠지?" "그렇다고 사료되지만, 시라이시로부터 그 사이에 일어 난 일 을 들으니, '그건 아주 근거없는 이야기이다.'라고 말했습니 다. 딸을 미국으로 유학 보낸 것은, 전부터 계획했던 일이라고 말입니다." 니시모토가 말했다. 6 도쯔가와는 시내의 문구점에서 스케치북을 하나 사서, 그것을 가지고 가메이와 함께 가미산노마찌로 향했다. "경감님, 거기에 뎃상을 하실 겁니까?" 함께 걸으면서 가메이가 이렇게 도쯔가와에게 물었다. 도쯔가와는 웃으면서, "나는 그림에는 소질이 없다네. 그걸 자각하고 있지." "그런데 왜 그걸 사셨습니까?" "이걸, 가지고 걸으면 이 거리를 스케치하며 여기 저기를 다 녔던 네모토잇세이나 이번 사건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우리 가 생각하고 있는 고노데라유미코의 기분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산 것일세." 물론, 도쯔가와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은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감정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던 것이다. 태양이 숨었고, 날씨는 추웠다. 두 사람은 추위를 피해서 가미산노마찌에 있는 커피점에 들어 갔다. 외부를 옛 분위기로 만든 가게로, 고노데라유미코가 그린 뎃 상에 있는 커피점이었다. 도쯔가와는 니시모토의 보고를 커피를 마시면서 검토하기로 했다. "왜, 고노데라유미코가 숙박계에 시라이시유까라는 이름을 기 입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메이가 말했다. "그것도 복수에 포함된다는 얘긴가?" 도쯔가와는 커피를 천천히 저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고노데라유미코의 입장에서 본 다면 2년 전, 자신의 애인인 네모토잇세이에게 촉각을 곤두세 우면서 접근한 증오하는 여인이니까요. 시라이시유까와 그의 부친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다는 감정에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이 라고 생각하면 틀림없을 겁니다." "2년 전의 일이지만, 시라이시게이찌로가 자기 딸이 별로 유 명하지도 않은 화가인네모토에게 열을 내고 있다는 사실에 화 가 나서 서둘러 유까를 미국으로 보냈다. 시라이시는 그 외에 네모토에게 어떤 일을 했을까가 문제지." "아버지니까 그 입장에서 본다면 나쁜 것은 자기 딸이 아니 라, 네모토라고 생각했겠지요. 제가 그 입장이라도 그렇게 생 각했을 겁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을까?" "다시는 딸에게 접근하지 말라고 못을 박았을 겁니다. 시라이 시라면 그 정도는 했을 겁니다." 가메이가 말했다. "우다가와와 누마다와 짜고 네모토를 위작의 세계로 끌어 들 이는 일에 일조했을까?" "그것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일이군요." "그것도 아니라면, 어쩌면 전에 어떤 화가에게 한 것처럼 별 로 유명하지 않은 화가인 네모토에게 위협적인 계약서를 쓰게 한 것은 아닐까?" "어떤 것이든, 시라이시는 딸의 일로 해서, 네모토에게 쓴 맛 을 보여 주려고 자살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아닐까요?" 가메이가 말했다. "만약, 이 추리가 맞는다면 시라이시에게 '이로와서비스'를 이용하여 다이나마이트를 보낸 것은 고노데라유미코가 되는 데...... 그리고, 그 목표물인 시라이시가 죽지 않았으므로 다 시 어떤 일을 할 가능성이 있지." "니시모토에게 그 점을 유념하도록 해야겠습니다." 가메이는 이렇게 말하면서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를 걸러 갔다. 도쯔가와는 산 스케치북을 펼쳤다. 거기에 그림을 그릴 생각 은 아니었다. 흰 화면을 보면서 머리 속에서 생각나는 그림이 나 글씨를 그리는 상상을 했다. 고노데라유미코라는 이름을 그리는 상상도, 그녀의 얼굴을 그 리는 상상도 했고 다까야마의 풍경을 그리는 상상도 했다. 가메이가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아직은 시라이시의 집이나 그 자신에게 별다른 변화는 없다 는 보고입니다. 니시모토와 히노시다(日下), 두 사람에게 책임 지고 관찰하도록 지시했습니다." "당분간은 그것으로 충분하겠지?" 도쯔가와가 말했다. "일초라도 빨리 고노데라유미코를 발견한다면, 만사 오케인데 요." 가메이는 아쉬운 듯이 이렇게 말했다. "태양이 보이는군. 잠시, 이 거리를 걷지 않겠나?" 도쯔가와가 이렇게 권했다. 7 만추의 가는 태양이 가미산노마찌의 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바람이 없었으므로, 그런 태양도 따뜻했다. 여전히 관광객은 이 거리에 모여 있었다. 단체 관광객이 많았 으므로 그들이 빠져 나가면 거리는 조용해졌다. "스케치를 하고 싶어 졌다네." 갑자기 도쯔가와가 말했다. 커피점 앞에는 걸상이 놓여 있었고, 담배 재털이가 있었다. 두 사람은 그곳에 앉았고, 도쯔가와는 스케치북을 펼쳤다. 눈 앞에는 민예관이 있었다. 도쯔가와는 4B 연필을 사용하여 민예관을 그리기 시작했다. 스케치가 한 것이 얼마만인가? 아니, 몇 십간만인지도 모르 지. 악전고투하면서 그리고 있으려니까, 어린이가 한 사람, 두 사 람 모이기 시작하여 도쯔가와가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엿보기 시작했다. 국민학교 5, 6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이들이었다. "아아, 민예관을 그리고 있구나." "창문이 이상한데......" 이런 제멋대로의 말을 지껄였지만, 도쯔가와가 입을 굳게 다 물고 있었으므로 금방 흥미를 잃고 떠나 버렸다. 도쯔가와가 다행이구나 하고 느끼고 있을 때, 이번에는 12, 3 세 가량의 소녀가 와서 뒤에서 열심히 보고 있었다. 방금 간 국민학생들처럼 여러 가지 잡담을 늘어 놓는 것이 아 니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보고 있었지만, 그림을 그리고 있 던 도쯔가와의 손이 멈추었다. "도쿄에서 오셨습니까?" 이렇게 물었다. "그래. 그런데......" "그 그림, 제게 주시면 안되나요?" "이걸?" "응." "왜?" 도쯔가와가 물었다. "나는 도쿄에서 온 사람이 그린 그림을 모으고 있거든요." 소녀는 그렇게 말했다. "그래? 왜 모으고 있지?" "학교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에 대해서 조사하기로 했거 든요. 그래서 도쿄에서 온 사람은 이 마을을 어떤 시선으로 보 는가 해서......" "그렇지만, 이건 매우 엉망인데......" "그 전에 어떤 언니는 금방 주었는데......" 소녀는 이렇게 말했다. 도쯔가와는 진지한 눈빛으로, "그 언니는 어떤 사람이었지?" "예쁜 언니." 소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언제 그걸 받았지?" "10월 15일인가 16일." 소녀는 큰 눈으로 도쯔가와를 바라 보았다. "나처럼 이 곳에 앉아서 이렇게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 "응." "그 그림을 좀 보여 줄 수 있겠니?" 도쯔가와가 말했다. "왜, 그러세요?" "참고로 볼려고. 틀림없이 훌륭한 그림일테니까......" "보여주면, 아저씨 그림을 주실래요?" "그럼. 그렇게 하지. 암." 도쯔가와는 방금, 그린 그림을 그녀에게 주었다. 소녀는 그것 을 둥글게 말아서 손에 쥐고, 종종걸음으로 걸어 갔다. 12, 3분 후, 소녀는 돌아 왔다. 손에는 둥글게 만 그림이 한 장 있었는데, 그것을 도쯔가와에게 건네 주었다. 펼쳐 보니, 민예관을 그린 스케치였다. "틀림없이, 고노데라유미코군요." 가메이가 이렇게 외쳤다. "뭐가 뭔지 알 수가 없군." 도쯔가와는 스케치를 보면서 말했다. 소녀는 뭘 이야기하는 지 몰라서 의아한 눈길을 도쯔가와에게 보냈다. 도쯔가와는 소녀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곤, 스케치를 돌려 주고, "고노데라유미코가 그렇게 간단하게 시골 소녀에게 스케치를 주었다면, 10월 15, 16일에 이곳에 와서, 이 고장 풍경을 스케 치 한 이유가 더욱 미궁에 빠지지 않나?" 그는 당혹한 표정과 함께 이렇게 말했다. 이번, 일련의 사건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고노데라유미코가 복수를 위해서 다까야마의 풍경을 이용했다는 사실뿐이다. 살해된 우다가와와 가메이에게 한 장씩 그 그림이 배달된 것 이 그걸 증명해 주고 있다. 이곳 경찰서의 무까이 경감은 범인 이 살인현장에 그걸 놓고 갔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스케치가 살인의 소도구로 이용되었다는 사실은 틀림없었다. 처음부터 고노데라유미코가 그것을 위해서, 다까야마를 스케 치했다면 그런 그림을 그렇게 간단하게 소녀에게 주었다는 사 실은 믿기가 어려웠다. "여기에 왔을 때는, 복수를 잊고 단지 스케치를 즐기려 했을 까요? 그렇다면, 소녀에게 그림을 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 은데요......" 가메이가 말했다. 소녀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태양이 지취를 감추자 추워졌다. "그러나, 그녀는 갑자기 모습을 감추었고, 지문도 지우려 했 다. 단지, 이 고장 풍경을 그리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고는 생 각되지 않는데......" 도쯔가와가 말했다. "도쿄로 돌아 간 후, 갑자기 복수를 생각해 내곤, 스케치를 이용하기로 마음 먹었다는 얘긴가?" 가메이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만 갸우뚱 거렸다. "거기에다, 우린 또 다른 한 사람의 여성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지. 형편없는 스케치를 하곤, 살해한 이유를...... 고노데라 유미코와는 어떤 관계일까? 그것도 알고 싶군." 도쯔가와가 말했다. 제 6 장 하나의 추리 1 "우리는 어쩌면 우리에게 유리한 스토리를 만들어 냈는 지도 모르지." 여관에 돌아 온 도쯔가와가 자신에게 말하듯 가메이에게 말했 다. 그는 그 말 속에 반성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었다. "고노데라유미코에 대한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네. 죽은 애인을 위해 복수를 실행에 옮기는 스토리가 그렇다고 생각되네." "무까이 경감은 그 스토리로 이번 사건을 끌고 나가고 있습니 다." 가메이가 말했다. "우리도 똑 같았지." "그건, 그렇군요." "그러나, 고노데라유미코가 히다다까야마에 스케치를 하러 온 것이 그냥, 그 자체를 즐기려고 온 것이라면, 그 후에 일어 난 일은 처음에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데......" 도쯔가와가 말했다. "그녀가 증오심을 가진 채, 다까야마를 그린 것이 아니라, 즐 기면서 그렸다. 그건 틀림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렇다고 하드라 도, 그 후에 일어 난 일은 어떻게 설명해야 합니까?" 가메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복수의 스토리라면 가장 간단한데......" 도쯔가와는 웃고 나서, "커피라도 마시면서 천천히 검토하기로 하지." 이렇게 말하면서 휴게실로 가서 커피를 2인분 가지고 왔다. 이것은 어려운 국면을 맞으면 행하는 일종의 의식 같은 일이 었다. 어쨌든, 커피를 마시면서 차분히 마음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 었다. 흥분하면, 다시 틀린 추리를 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 다. 최근에는 자판기 커피도 맛이 감찮아졌다. 두 사람은 천천히 마시면서 생각에 잠겼다. "고노데라유미코는 자신의 애인인 네모토가 평소에 사랑했던 히다다까야마에 왔다. 그래서, 네모토가 그린 것처럼 다까야마 시내를 스케치했다. 아마, 죽은 애인을 추모하는 감정을 그림 에 농축하는 의미도 있었겠지?" 도쯔가와는 재차 말을 고쳤다. "시라이시유까라는 이름을 도용하며, 가즈모토 여관에 투숙한 것은 왜일까요?" "그건, 시라이시유까를 의식한 것이 아닐까? 그녀에게 무엇인 가 메세지를 남길 요량으로...... 그녀도 네모토를 배반한 사 람 중에 한 사람이었으므로......" "같은 시기, 어떤 젊은 여성이 한 사람, 이 다까야마에 와서 스케치북에 마을의 풍경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살해되 었습니다. 이 여인의 정체가 아직까지도 파악되지 않고 있지 만, 도대체 이 여인은 누구일까요?" 가메이가 물었다. "나도 잘 모르겠지만, 고노데라유미코를 감시하고 있었다고 생각되네. 차(車)로 와서 같은 행동을 했다. 우연히, 같은 모 양의 스케치북을 가진 여인이 다가야마에 왔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네." "누군가의 부탁을 받고, 고노데라유미코를 감시하러 왔다는 말씀이십니까?" 가메이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서 이렇게 물었다. 서로, 의 문점을 이야기하면서, 추리를 정립해 나가는 것은 언제부터인 가 도쯔가와와 가메이의 독특한 방법이 되어 있었다. "네모토잇세이는 자살했다. 우다가와히로시, 누마다아끼라 그 리고 시라이시게이찌로가 그를 자살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그 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위작을 하도록 한 것은 그들 자신도 범 죄행위를 한 것이므로......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을 알고 있 는 고노데라유미코의 행동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다." 도쯔가와가 말했다. "그렇다면, 이 살해된 여인에게 고노데라유미코를 감시하도록 명령했다는 말씀이십니까?" 가메이는 확인하는 듯한 말투로 물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네. 그녀는 고노데라유미코를 관찰한 후, 그것을 전화로 보고했다고 생각하네." "세 사람 중 누구에게요?" "글쎄,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시라이시게이찌로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아야겠지." "나머지 두 사람은 죽었기 때문입니까?" "그래. 그렇다네." "시라이시게이찌로가 젊은 여성을 이용하여 고노데라유미코를 감시했다고 합시다. 유미코가 다까야마에 와서, 시내를 스케치 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전화로 시라이시에게 보고했다. 시라이 시는 그걸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그리고, 유미코는 시라이시유까라는 이름을 사용해 가즈모토 여관에 투숙하고 있다. 그것도 보고했다고 생각하네." 도쯔가와는 그런 말을 덧붙였다. 2 "오히려, 그 일로 해서, 시라이시가 강렬한 인상을 받았을 지 도 모르지. 자기 딸의 이름이 도용되었으므로......" 가메이는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도쯔가와는 일어 나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어려운 사건이 계속되니까 금연을 지키기가 어려웠다. 생각할 일이 많아지면 자기도 모르게 담배를 물곤 했다. "유미코가 자기 딸의 이름을 이용하여 여관에 투숙했고, 네모 토잇세이와 같은 필치로 다까야마 시내를 스케치하는 것을 알 고, 시라이시는 이렇게 생각한 것이 아닐까? '유미코가 자살한 애인의 복수를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충분히 그럴 수 있지요. 시라이시가 우다가와와 누마다와 공 모하여, 네모토에게 위작을 강요하고, 돈을 갈취하고 드디어는 자살에 이르도록 했기 때문에 유미코는 틀림없이 자기들을 노 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바로 그거다." "그 후, 시라이시가 어떻게 대처했는 지가 문제지만, 사실만 을 나열하자면, 고노데라유미코가 갑자기 모습을 감추고, 스케 치는 바꿔치기를 당하고 여관의 지문은 지워진 흔적이 있습니 다. 이게 뭘 뜻하는 걸까요?" 가메이가 말했다. 도쯔가와는 다시 의자에 앉았다. "지금까지는 고노데라유미코가 모습을 감추었다고 생각했다." "맞습니다. 그래서 복수를 시작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문을 없애려고 한 것은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의도 였다고 생각했다." 도쯔가와는 새롭게 상기하는 듯이 말했다. 가메이가 자기 말에 수긍하는 것을 보고 도쯔가와는 웃었다. "지금, 다시 생각하면, 고노데라유미코는 별로, 변장을 하지 도 않았고, 다까야마 시내를 활보하면서 스케치를 했다. 젊은 미인이 스케치를 하면, 눈에 띄인다. 한편으로는 그런 행동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지문을 지우려 했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납득이 가질 않는다." "그렇다면, 여관의 지문을 지운 것은 유미코 본인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는데요.....?" 이렇게 가메이가 물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도쯔가와가 말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왜 일부러 가즈모토 여관에 몰래 침투하 여 그렇게까지 유미코의 지문을 지우려 했을까요? 그런 일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하는데요......" 가메이는 당연한 질문을 했다. "바로 그거라네." "그게 뭡니까?" "유미코의 지문이 지워졌다고 생각한 것이 실수였지. 나는 그 렇게 생각하네." 도쯔가와가 말했다. "그건, 뭘 의미하는 겁니까?" "잘 듣게. 어떤 사람이 침입하여 스케치북을 바꿔치기 했다. 그 때, 방을 이리 저리 뒤졌겠지. 스케치북을 바꿔 치려는 목 적만으로 그렇게 침입까지 하지는 않았을테니까. 그 때, 그 사 람 지문이 여기 저기에 묻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그 녀석이 자기 지문을 지우려고 방 전체를 깨끗 이 청소했다는 얘기가 되는군요." "한 부분만을 지우려 했다가는, 여러 가지 의문점이 대두될 수도 있지. 만약, 그 인간이 '고노데라유미코의 복수극'을 기 획했다면,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지. 그래서 방 전체의 지문을 지운 것일세. 그렇게 해 놓으면, 누구라도 고노데라유미코가 지문을 지우려 했다고 생각하게 되지. 그런 의도에서 그런 행 동을 한 것은 아닐까?" 도쯔가와가 말했다. "그 인간이 시라이시게이찌로입니까?" 가메이가 물었다. "시라이시, 본인일 지도 모르고, 그의 명령을 받은 놈의 소행 일 가능성도 있지. 그것도 아니라면, 그 문제의 여성일 수도 있지." "만약, 그녀라면 그 직후에 살해되었다는 이야기가 되는군 요?" "아아, 그렇군." "이것으로 조금씩 스토리의 윤곽이 잡혀가는군요." 가메이가 말했다. 도쯔가와는 새 담배에 불을 붙혔다. 가메이는 두 잔째, 커피 를 잔에 따랐다. "고노데라유미코의 복수가 아니라면, 누군가가 그녀가 복수하 는 것처럼 보이게 해 놓고, 우다가와와 누마다를 살해했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그 누군가라는 인물이 시라이시게이치로라는 이야기십니까?" 가메이가 물었다. "다른 인물이 있나?" 도쯔가와는 가메이를 보면서 되물었다. "시라이시가 범인이라면, 동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시라이시는 우다가와 그리고 누마다와 함께 네모토에게 가짜 그림을 그리게 하곤, 그것으로 돈을 벌었다. 어느 정도 벌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슬슬 이 사업에서 손을 떼어야 겠다고 생각 했겠지? 네모토가 자살한 후, 그런 생각을 했겠지. 그러나, 우 다가와 혹은 누마다가 비밀을 발설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 겠지. 그걸 무서워했겠지. 그래서 두 사람의 입을 막으려고 했 거나, 네모토가 그린 가짜그림으로 돈을 벌고 있을 때, 우다가 와와 누마다에게 단물을 다 뺐겨서 배가 아팠을 지도 모르지. 어느 쪽인 지는 모르겠지만, 시라이시는 두 사람을 죽이고 싶 었을 것이다. 그러나, 살해하면 자신이 의심을 받는다. 그래 서, 찬스를 기다린 것이 아닐까?" "그 때, 마침 이 스토리에 잘 어울리는 고노데라유미코라는 인물이 나타났다는 말이 되는군요?!" 가메이가 물었다. "커피를 한 잔, 더 마시고 싶군!" 도쯔가와가 이렇게 말하자, 가메이는 새 커피를 끓이면서, "고노데라유미코도 위작을 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애인인 네모토가 자살한 것에 대하여 시라이시를 비롯 한 자신들을 증오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니, 시라이 시는 틀림없이 그렇게 생각했을 걸. 그래서, 그녀의 행동을 예 의 주시했겠지? 그런 유미코가 스케치북을 가지고 히다다까야 마로 간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그래서, 시라이시는 살해된 그 여성에게 유미코를 감시하도 록 지시했군요?" 가메이가 물었다. 가메이도 다시, 새로운 잔에 커피를 가득 부었다. "그렇다네. 그녀는 유미코를 미행했고, 하나하나 전화로 그녀 의 행동을 시라이시에게 보고했다고 생각되네. 10월 15일, 유 미코는 다까야마 시내를 스케치했다." "그걸, 시라이시가 듣곤, 뭘 생각했을까요?" 가메이가 말했다. "시라이시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까?" "그렇군요. 자살한 네모토잇세이는 다까야마가 좋아서, 다까 야마를 자주 그렸으므로, 유미코가 그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겠지." "다시 말해서, 유미코의 마음 속에는 아직, 애인인 네모토잇 세이의 기억이 강하게 남아 있지않을까 하고 시라이시는 생각 했음에 틀림없다고 나는 생각하네." "음음, 역시 훌륭하십니다. 그것으로 복수 스토리를 생각하신 것이군요." 가메이는 빙긋 웃었다. "아마, 그럴걸 . 그래서 드디어, 시라이시가 다까야마에 왔 다." 이렇게 말한 도쯔가와는 다시 담배를 한 개비 뽑아 물었다. 그리고 불을 당겼다. 3 도쯔가와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다까야마 시내를 스케치하며, 시라이시유까라는 이름으로 여 관에 숙박하고 있다는 것을 듣고, 시라이시는 유미코가 자기 딸에 대해서도 아직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았다. 그렇다면, 네모토를 자살하게 만든 자신을 포함한 세 사 람에 대해서도 증오심을 품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겠지. 복수 의 스토리가 간단하게 만들어 진다고 생각했겠지. 그리고, 우 다가와와 누마다가 죽는다면, 위작이 밝혀져서 큰 문제가 될지 라도 죽은 자는 말이 없으므로, 그 죽은 두 사람이 네모토와 짜고 그런 일을 꾸민 것이라고 하면 문제가 깨끗히 해결될 것 이라고 생각했겠지." "16일에 이곳에 와서, 시라이시는 뭘 했을까요?"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두 가지 있지. 16일, 저녁을 먹은 고노 데라유미코가 여관에서 나간 채로 행방불명이 되었을 가능성. 시라이시가 그녀를 만난 후, 어디론가 끌고 가서 버렸을 가능 성. 이것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일이지."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 후, 시라이시가 그 문제의 여성에게 명령하여, 가즈모토 여관에 잠입하여 스케치북을 바꿔치기하고, 지문을 남기지 말 고 모두 지우라고 했다." "고노데라유미코는 그렇기 때문에 선명하지 못한 이유로 모습 을 감춘 꼴이 되었군요?!" "바로 그걸세." 도쯔가와는 맞장구를 치고 나서, "그녀가 만약, 누군가에 의해서 끌려 갔다고 한다면, 지문을 지운다거나, 스케치북을 바꿔치기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판단되어서, 자기가 스스로 모습을 감춘 것이라는 연극을 할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군요. 그 후, 우다가와와 누마다 두 사람에게 유미코가 그린 스케치북을 보내고 살해하면, 유미코가 스스로 모습을 감 추고 복수를 실행한 것이라는 확인을 해 준 셈이되겠군요." 가메이가 말했다. "이것이 전부, 시라이시의 계획이었다면, 우리는 보기좋게 그 것도 정통으로 속은 것이라네." 도쯔가와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유미코를 감시했다고 보여지는 여자가 살해되어서 암매장되 었습니다만, 그것도 시라이시의 범행이라고 보십니까?" "물론, 그렇지. 시라이시는 유미코가 그린 스케치북을 이용하 여 우다가와와 누마다를 죽일 계획을 세웠다. 그것을 위해서는 유미코를 감시하던 여자가 제물이될 수 밖에 없다. 스케치북 을 바꿔치기하라고 시켰다면, 더더욱 그렇지. 복수극을 펼치기 전, 위험한 여자를 치워버려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은 당 연한 수순이지." 도쯔가와가 말했다. "우다가와와 누마다가 살해된 후, 시라이시의 저택에 폭발물 이 다까야마로부터 배달되었습니다. 이건 어떻게 생각하십니 까?" 가메이가 물었다. 도쯔가와는 웃으면서, "명확한 양동작전이지. 우리가 시라이시기금에 대해서 의문점 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안, 시라이시는 자기도 유미코의 복 수대상이라는 점을 우리가 염두에 두도록 하기 위한 작전을 생 각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겠지. 자기만 무사하다면, 우리가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생각했겠지." 이렇게 말했다. "무까이 경감에게 이야기 할까요?" 가메이가 물었다. "조금 후에 하지." "왜지요? 무까이 경감이 이 얘기를 믿지 않을까봐 그러십니 까?" "그런 점도 있지만, 우리의 추리에는 지금으로서는 아무런 증 거가 없기 때문이지. 시라이시에게 이런 추리를 얘기한다면, 그는 틀림없이 우리를 비웃기만 하겠지." 도쯔가와가 말했다.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동원하실 예정이십니 까?" "우선은, 시라이시의 알리바이를 조사하는 것이지. 그 다음은 고노데라유미코의 행방을 명확하게 밝히는 일이지." "그녀는 이미 죽지 않았을까요?" 가메이가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럴 지도 모르지만, 나는 70%의 확률로 살아 있다고 보는 데...... 지금, 그녀가 주인공인 복수극이 진행되고 있다. 적 어도 시라이시는 잘 진행된다고 믿고 있겠지. 만약, 지금 유미 코의 사체가 발견되어서 그녀가 살해된 시점이 우다가와나 누 마다보다 먼저라는 것이 밝혀진다면, 복수극은 거짓말이 되기 때문이지." 도쯔가와가 말했다. "그러겠군요. 모든 복수가 끝난 후, 범인인 유미코가 자살한 다. 시라이시는 극의 마지막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모 르겠군요?" "자네의 추리가 제일 합리적이라고 보는데...... 그렇기 때문 에 그녀는 어딘가에 감금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나는 생각하 네. 그렇지만, 빨리 구출해 내지 않으면 그녀는 살해될 가능성 이 점점 더 커진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네." 도쯔가와가 말했다. "어떻게 하든지 빨리 구출해야 되겠군요." 가메이가 말했다. 4 도쿄(東京)로 돌아 온 도쯔가와가 처음 한 일은 시라이시게이 치로의 알리바이를 조사하는 일이었다. 시라이시의 알리바이에는 다음과 같은 점이 문제라고 도쯔가 와는 생각했다. 10월 16일, 시라이시가 다까야마에 가지 않은 건 아닐까? 16 일 그리고 17일의 알리바이가 알고 싶었다. 우다가와와 누마다가 살해되었을 당시의 알리바이가...... 시라이시의 저택에 다까야마로부터 '도아 투 도어 서비스 (Door to door service)'로 폭발물이 배달되었다. 다까야마 역에 있는 '이로와서비스'창구에서 범인이라고 여겨 지는 인물이 도쿄로 폭발물을 부친것은 11월 16일이었다. 그러 므로, 시라이시가 자신에게 그것을 부친것이라면 그날, 그는 다까야마에 있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도쯔가와는 자기가 시라이시를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에 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만약, 시라이시가 그것을 눈치채면 고노데라유미코를 살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도쯔가와는 은밀히 시라이시를 감시하면서, 그의 알리바이를 조사하기로 했다. 그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후, 시라이시를 만나기가 불가 능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가장 최근인 11월 16일의 알리바이가 밝혀졌다. 그 날, 시라이시는 오후 6시까지 회사의 사장실에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그 후, 시라이시는 신바시(新橋)에 있는 요정에서 국회의원인 호리에기사부로(堀江幾三郞)와 저녁을 먹고 오후 10시 반에 헤 어져 귀가했다. 이건, 그 날, 시라이시를 만난 사람을 직접 만나서 증언을 청 취한 것이므로 거의 틀림없다고 본다. '뒤죽박죽이군!' 도쯔가와는 입술을 약간 깨물었다. 수사의 방향을 정확하게 잡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폭발물이 자신의 연기(演技)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범 인은 다른 사람일 것이고, 도쯔가와와 가메이의 추리는 허물어 지는 것이다. "시라이시가 누군가를 시켜서 다까야마 역에서 부친 것이 아 닐까요?" 가메이가 말했다. "가메이 군, 폭발물 말인데...... 누굴 고용해서 그 사람에게 시킨 건 아닐까?" "그도 그렇군요!" 가메이도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날, 시라이시가 도쿄 밖으로 움직이지 않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 말한 것처럼 부칠 물건이 폭발물이므 로 보통 사람에겐 부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보통 사람이 아닌, 그런 사람이면 부탁했겠군요?" "그래서, 그 사람이 그날, 다까야마에 갔었다는 사실을 증명 하는 일이 필수지만......" "그런 사람이 있었는 지를 조사해 보지요." 가메이가 말했다. "알리바이 조사도 조사지만, 히다에서 살해된 젊은 여성의 신 원도 빨리 파악했으면 좋겠는데......" "거의 틀림없이 시라이시 주변인물일 거라고 생각되지 만...... 시라이시의 명령이라면, 무엇이나 복종하는 그런 여 자가 아니었을까요?" "그걸, 조사해 주게나." 도쯔가와가 말했다. 히다에서 살해된 여성의 몽타쥬 사진이 여러 장 복사되었다. 그것을 받은 형사들은 시라이시 회사나 그가 갔음직한 장소에 탐문 수사를 나갔다. 그것은 도박이었다. 그녀가 시라이시의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여성이라면, 이런 수사에 덜미를 잡힐 것이다. 그러나, 그런 전제가 틀린 것이라면, 아무리 찾아도 소용없는 일일 것이다. 그럴듯한 여성을 찾지 못했다. 조금씩,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처음에 우리가 추리한 것처럼 고노데라유미코 의 복수극인가?' 도쯔가와는 이렇게도 생각했다. 그렇다면, 지금 도쯔가와가 하고 있는 작업은 아무 의미도 없 는 것이고, 아까운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조사를 시작한 지 이틀 째 되는 날, 시미즈(淸水) 형사와 다 나가(田中) 형사, 두 사람이 용의자를 한 명 찾아냈다. "이름은 야마기시미유끼(山岸 ). 27세. 시나리오를 공부 하고 있는 직장여성입니다. 주변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전혀 재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시라 이시기금 측에서 그녀에게 시나리오 공부를 권했고, 자금까지 제공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다니던 직장을 그 만 두었답니다." 시미즈는 이렇게 도쯔가와에게 보고했다. 다나가가 그녀의 사진을 보여 주었다. 몽타쥬와 많이 닮았다. "그런데, 지금 그녀는 어떻게 하고 있나?" 가메이가 물었다. "10월 15일부터 행방이 묘연합니다." "주소는?" "고꾸분지(國分寺) 역 근처에 있는 맨숀이라고 합니다." "가보세. 가메이 군." 도쯔가와가 말했다. JR주오센(中央線) 고꾸분지(國分寺) 역에서 내렸다. 어수선하 고 좁은 역에서 걸어서 7분 정도 떨어진 곳에 약간 낡은 맨숀 이 있었다. <고꾸분지(國分寺) 역은 도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 해 있다. 말하자면, 수도권에 있는 도시이다. 도쿄 동쪽에 위 치한 자그마한 도시이다. 지도에서 찾으려면 35.42N, 39.29E에 있다. 역자 주> 그 건물의 506호실에 '야마기시(山岸)'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 다. 2DK의 방이었다. <방 두개, 거실과 부엌이 하나 씩인 구조이다. 일본에서 부동 산을 이야기할 때 흔히, 쓰이는 독특한 단위이다. 역자 주> 경찰수첩을 보이곤, 문을 열어 달라고 부탁한 후, 방을 조사 했지만 아무도 없었다. 틀림없이 누군가가 이 방에 침입하여 편지나 사진을 전부 가 지고 갔기 때문이었다. 어디를 뒤져도 그런 물건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를 아는 사람의 이름이 경찰에 누설되지 않도록 하기 위 한 것 같았다. 도쯔가와는 관리인이나 그 맨숀에 사는 사람들에게 시라이시 게이치로의 사진을 보여 주었다. 이 사진의 주인공이 이 집에 놀러 온 것을 보았느냐는 것을 묻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를 보았다는 사람이 없었다. 시라이시는 주의깊게 행동했겠지. 시라이시기금이 야마기시에게 자금을 대 주었다고 하지만, 시 라이시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오.'라고. "같은 스토리가 전개될 것 같은데......" 도쯔가와가 가메이에게 말했다. "같은 것이라면? 뭘 얘기하시는 겁니까?" "시라이시가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네모토에게 시라이시기금 을 통해서 자금을 대 주고, 우다가와 그리고 누마다와 함께 그 에게 가짜 그림을 그리도록 했다. 야마기시미유끼에게도 시라 이시기금을 통해 시나리오 작가로 키워준다는 미명 아래, 그녀 를 이용하고자 했다는 의도가 보인다는 이야기이지." "10월 15일, 고노데라유미코를 미행하도록 명령을 하달했다는 얘깁니까?" "그래. 설마, 자기가 살해당하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않고 그녀는 그가 시킨대로 다까야마에 가서, 미유코의 행동을 낱낱 히 시라이시에게 보고했겠지." 도쯔가와가 말했다. "시라이시를 체포하여 16일의 알리바이를 조사해 볼까요?" 가메이가 눈에 광채를 띄우면서 말했다. 5 "아직, 안 돼." 도쯔가와가 말했다. "안 됩니까?" "우리가 추리한 것은 어디까지나 추리일 뿐이다. 16일의 알리 바이도 어쩐지 잘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우물쭈물하 는 사이 고노데라유미코가 살해당할 수도 있다. 만약, 자살한 것처럼 꾸민다면, 모든 것이 그녀가 한 복수극이 되고 마는 거 지. 그게 제일 무서운 점이지." 도쯔가와가 말했다. "도대체 어디에 그녀를 감금했을까요?" 가메이가 초조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녀가 발견되고 경찰에 의하여 구출된 후, 증언해 준다면 모 든 것이 한 번에 해결될 것으로 그는 믿었다. "시라이시도 그걸 잘 알고 있겠지. 그러므로 간단히 밝혀질 장소에는 감금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위험하 다고 생각되면, 즉시 그녀를 살해하겠지. 그렇게 하도록 방치 할 수는 없지." 도쯔가와는 자기 자신에게 타이르듯 이렇게 말했다. 시라이시는 고노데라유미코를 살해할 찬스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것도 자살로 위장한 채로...... 우다가와와 누마다를 살해했지만, '그들은 경찰에 기다 자 살했다.' 그런 스토리를 만드려고 시라이시는 필사적일 것이 다. "야마기시미유끼 건은 잠시 보류다." 맨숀을 나서면서 가메이에게 도쯔가와는 이렇게 얘기했다. "그게 좋을 지도 모르겠군요." 가메이도 그 말에 수긍했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고노데라유미코를 우다가와와 누마다를 죽인 범인이라고 생각하고 추적하는 것처럼 위장한 모습을 그 에게 보여야 하니까." "시라이시를 안심시킨다는 의밉니까?" "그렇지. 바로...... 시라이시는 자기가 계획한 대로 모든 것 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할 지 모르나, 신경은 꽤 날카로울 것이다. 우리 의도(意圖)를 그가 읽게 되면 곤란해 지지." 도쯔가와가 말했다. "이제부터 어떻게 하실 작정이십니까?" "시라이시를 만나 볼 걸세." 도쯔가와는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좀 흔들자는 말씀이십니까?" 가메이가 만족한 듯이 웃었다. 그러나 도쯔가와는 머리를 저으면서, "아직, 그럴 때가 아니지. 오히려, 그를 안심시키고 싶을 뿐일세." 이렇게 대답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말하면서, 곧바로 그를 찾아 나섰다. 시라이시의 저택은 아주 깨끗했다. 폭파된 현관은 원래 모습 을 되찾은 상태였다. 사건이 있었다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그 폭발물은 다까야마에 있는 '이로와 서비스' 창구에서 부 친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도쯔가와가 시라이시에게 말했다. 시라이시는 담배를 피워 물곤, "그래서 그런 못된 물건을 우리 집에 부친 범인을 체포했습니 까?" "그 범인을 아직은 모릅니다만, 고노데라유미코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도쯔가와가 말했다. 시라이시는 '역시, 그렇군요.'라며, 도쯔가와의 말을 받았다. "그렇지만, 어째서 그토록 나를 미워할까요? 그녀는." "아마, 자기 애인이었던 네모토잇세이를 사장님과 누마다 사 장님 그리고 우다가와 사장님, 이렇게 세 분이 짜고 자살에 이 르도록 한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지금 복수한다는 그런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런 일을 한 적이 없으며, 그건 오해입니다. 네모토잇세이라는 화가에겐 시라이시기금에서 후원해 주었을 뿐이고. 오히려 내가 그러면 그럴까." "그렇다면, 고노데라유미코가 그걸 더 잘 알겠지요." 도쯔가와가 얼빠진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면 좋겠는데. 그녀에게 이렇게 외치고 싶은 심정이오." "이제, 네 복수는 끝이다. 라고 말입니까?" "하루라도 빨리 자수하길 바랄 뿐이죠." 시라이시도 태연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도쯔가와는 어디까지나, 복수극으로 믿고 수사를 전개한다는 표정으로, "시라이시 사장님은 전에 고노데라유미코를 만난 적이 있으시 죠? 네모토잇세이를 만날 때......" 이렇게 물었다. "글쎄, 그게 전혀 기억이 나질 않거든. 우리 시라이시기금에 서 화가인 네모토에게 자금을 대 주었다는 사실은 알지만, 고 노데라유미코라는 처자를 만난 기억은 없거든." 시라이시는 눈썹을 세우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그러나, 지금은 알고 계신 것 아닙니까?" "에-, 경찰이 그녀 사진을 보여 주었으니까요." "만약, 그녀를 보게되면 즉시 우리에게 연락해 주시면 고맙겠 습니다. 그녀는 틀림없이 사장님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 같습 니다." 도쯔가와가 말했다. 시라이시는 눈썹을 움직이면서, "그건, 그녀가 다시 폭발물을 나에게 부쳤다는 말입니까?" "어쩌면, 그럴 지도 모르죠. 그것도 아니라면, 우다가와 사장 님에게 한 것과 같은 일을 사장님에게도 하려고...... 즉, 사 장님을 살해할 목적으로 올 지도 모른다는 말이지요." "놀라게 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참. 그 문제의 폭발물은 고노데라유미코가 부친 것 이라고 생각하셨지요?" 도쯔가와는 심술궂은 질문을 하였다. "그녀 이외에는 나를 미워할 사람이 없으니까요. 내 생각에 는......" 시라이시는 이렇게 말하곤, 당황하는 표정으로 "그러나 경감 님, 몇 번이나 말하는 거지만 이건 그녀가 크게 오해하고 있는 겁니다. 오히려 내가 그러면 그렇지. 그걸 그녀 가 알면 좋겠는데......" 이렇게 덧붙였다. "시라이시기금은 좋은 일을 하려고 하는데, 오히려 선을 악으 로 갚으려 하니, 기가막히겠습니다. 그렇지요?" "그렇습니다. 나는 가짜 그림하곤,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시라이시가 말했다. 도쯔가와가 그렇겠군요 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일부러 가난한 예술가에게 호의를 베풀었지만, 그걸 거꾸로 배반하고 그것도 부족하여 선을 악으로 갚으려 하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겠군요. 이 이외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 까?" 이렇게 물었다. 일순, 시라이시가 어떻게 대답할까? 하는 듯한 표정이 되었다 고 도쯔가와는 생각했다. "어떻습니까?" 도쯔가와가 이번엔 목소리에 무게를 실어서 다시 물으니, "있습니다. 내가 어설프게 협조했나 봅니다. 오히려 하지 않 았으면 자기 스스로 뭔가를 했을까요?" "그림공부를 하는 사람만 협조해 주신 것이 아니라, 노래나 소설을 공부하는 사람에게도 협조하십니까?" "그렇습니다. 넓게 협력하고 있습니다. 즉, 재능은 있으나 경 제적으로 어려운 예술가에게 협조하겠다는 것이 내 뜻입니다. 사실은, 나도 젊었을 때, 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서 포기한 경험이 있지요. 그래서 이런 기금을 조성하게 되었지 요." "영화나 TV에 관계하는 젊은이들에게도 시라이시기금에서 협 조하는 경우가 있나요?" 도쯔가와가 물었다. "물론, 여러 분야의 젊은 예술가를 돕고 있습니다." "한 번, 그 명단을 볼 수 없을까요?" 도쯔가와가 말했다. "명단이라면.....?" "시라이시기금이 협조해 주는 젊은 예술가의 명단 말입니다. 틀림없이 훌륭한 결과가 나오리라고 봅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 씀인데, 그걸 공표하시면 어떻겠습니까? 고노데라유미코가 선 을 악으로 갚는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세상에 알려지게 되니까 요. 그렇지 않습니까?" 도쯔가와가 말했다. 시라이시가 갑자기 당황하는 눈빛을 하곤, "에-. 자기가 한 일을 스스로 자랑하는 것 같아서 명단을 공 개하는 일은 쑥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제게만 살짝 보여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왜 명단을 보시려고 하십니까?" "누가 뭐라고 한다고 해도, 이번 사건은 시라이시기금에서 경 제적인 도움을 받은 남자의 애인이 범인이기 때문이죠. 참고가 되지 않을까 해서요. 명단에 있는 사람을 한 사람씩 만나서 얘 기를 들어 보려고 합니다. 뭔가 참고가 될만한 이야기를 듣게 될 지도 모르니까요." 도쯔가와가 말했다. 물론, 야마기시미유끼의 일을 머리 속으 로 생각하면서 시라이시의 반응을 본 것이다. 생각한 대로 시라이시는 몹시 싫은 표정을 지었다. "시라이시기금이라는 것을 내가 직접하는 것이 아니라 서...... 잘 정리된 명단이 있는 지 없는 지를 관계자에게 물 어 보지요." 시라이시가 말했다. "그렇게 하시지요. 조금이라도 빨리 명단을 보여 주시면 좋겠 습니다. 수사에 필요하니까요. 부탁드립니다." 도쯔가와는 무겁고 정중한 어투로 이야기했다. 6 도쯔가와와 가메이는 시라이시의 저택을 나섰다. 가랑비가 내 리고 있었다. 이 비는 곧 겨울이 올 것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시라이시가 약간은 당황하는 눈치였지요?" 순찰차로 돌아 온 가메이가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강 심장인 그라도 가슴이 벌렁벌렁 했겠지?! 일단, 고노데라유미코가 이 복수극을 꾸몄다는 것으로 그를 안심시 켰다고 생각되지만, 언제 자신의 계획이 알려질 지 모를 두려 움을 간직한 채 세월을 보낼 것이니까 아직 안심할 수는 없 지." 도쯔가와가 말했다. "시라이시기금의 수혜자 명단을 보여줄 것으로 생각하십니 까?" "그 정도 얘기했으면 보여주지 않고는 못배길 걸. 보여 주지 않는다면 경찰이 이상하게 여길 것이고, 그것 뿐만이 아니라 네모토잇세이와의 관계를 의심 받게 될테니까. 기대되는 것은 그 명단 중에 야마기시미유끼의 이름이 있을까 하는 점이지." 도쯔가와가 말했다. 그날밤, 팩스로 시라이시기금의 수혜자 명단이 도착했다. 열 세명의 명단이었다. 그 안에는 네모토잇세이의 이름은 적 혀 있었으나, 야마기시미유끼의 이름은 빠져 있었다. "역시, 없군." 도쯔가와는 웃으면서 가메이에게 그 명단을 보여 주었다. "없군요." 가메이가 빙긋 웃었다. "이것으로 야마기시미유끼가 시라이시의 명령을 받고, 다까야 마로 가서 결국은 살해되었다는 것이 명확해 졌다. 아무 일도 없었다면, 이 명단에 그녀를 올렸을 것이다." 도쯔가와가 말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시라이시에게 야마기시미유끼를 아느 냐고 물어 볼까요?" "잠깐, 전화로 약간 떠 볼까?" 도쯔가와는 이렇게 말하곤 가메이에게 전화를 걸게 했다. "아, 그 명단 잘 받았습니다. 무리한 부탁을 드려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도쯔가와는 우선, 감사를 표했다. "아니오. 가신 후, 즉시 시라이시기금에 근무하는 담당자에게 경찰에서 필요하다고 하니, 빨리 명단을 만들도록 지시했습니 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명단에 관해서 여쭐 말씀이 하나 있는 데요...... 빠진 이름은 없습니까?" 도쯔가와가 물었다. "아니오. 수혜자 전원의 명단일 텐데요......" 약간 시라이시의 목소리가 작게 들렸다. "사실은 제 먼 친척 중에 시라이시기금의 돈으로 공부하는 여 학생이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이름이 없어서요." 도쯔가와가 말했다. 금방은 그의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잠시 후, "경감님의 먼 친척되십니까?" 시라이시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그렇게 자주 만나는 친척이 아니라서...... 이 름은 야마기시미유끼라고 합니다. 어떤 사무실에 나갔습니다 만, 시라이시기금의 돈으로 시라니오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한다 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그래서 기대를 가지고 명단 을 훑어 보았는데, 그런 이름이 없어서요......" 도쯔가와가 말했다. 아직, 그는 입을 굳게 다문 채였다. 아마, 시라이시는 야마기시를 머리 속에 떠 올리며, 그녀가 한 얘기 중에 도쯔가와라는 이름이 있었는 지를 생각하느라 필 사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것이다. 도쯔가와가 그런 상상을 하고 있을 때, "아마, 뭔가 착각이 있었던 건 아닐까요?" 시라이시가 말했다. "착각이라면.....?" "내 생각에는 그렇습니다. 시라이시기금 이 외에도 젊은이에 게 협조하는 재단이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그녀는 확실하게 '시라이시기금'이라고 했는 데......" "다시 한 번, 그 아가씨에게 물어 봐 주십시오. 아마, 다른 단체일 겁니다." 시라이시가 말했다. "그런데, 그게... 행방불명입니다." "행불?" "에, 지난 달 15일 경부터 집에 돌아 오지 않고 있다고 다 들 걱정하고 계십니다. 제가 경찰에 있는 관계로 찾아 달라는 부 탁을 받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시라이시기금의 수혜를 받는다 고 하길래 물어 본 것입니다. 사장님이 혹시 잘 알고 계신 것 이 아닌가 해서요." "예. 전혀 모르는 사람입니다. 방금 이야기해 드린 대로, 우 리 기금에서 후원하는 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시라이시는 그 점을 강조했다. 도쯔가와는 너무 그를 몰아 세우면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곤, "잘 알겠습니다. 다시 한 번, 여기서 조사해 보도록 하지요." 이렇게 말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뭐라고 합니까?" 가메이가 흥미 진진한 표정으로 물었다. "큰 반응은 감지할 수 없었지만, 확실히 당황하기는 했지." "시라이시가 겁을 먹으면 먹을 수록, 약점이 밝혀질 테니까 요." "니시모토 형사에게 시라이시의 미행을 철저히 하도록 다시 한 번 지시하게. 눈치채지 않도록 주의하고, 절대로 우리가 미 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도록......" 도쯔가와가 말했다. 7 시라이시의 미행에는 네 명의 형사가 동원되었다. 어려운 미행이었다. 만약, 발각되면 고노데라유미코의 목숨이 위험해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행은 해야만 했다. 그것은 시라이시에게 사건해결 의 열쇠가 있기 때문이었다. 니시모토와 히노시다, 시미즈와 다나까가 두 사람 씩 조를 이 루어 미행하기로 했다. 아침이 되자 시라이시는 기사가 운전하는 벤츠로 집을 나서 회사로 향했다. 이 시점부터 미행은 시작되었다. 시라이시는 점심시간에 회사 근처를 산보할 경우가 있었다. 이때도 물론, 미행은 계속되었다.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날 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도쯔가와가 제일 먼저 알고 싶은 것은 고노데라유미코의 감금 장소였다. 시라이시가 그곳으로 간다면 좋겠지만, 시라이시도 여간해선 자신의 약점을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긴자(銀座)에서 거래선과 술을 마시기도 했다. <긴자(銀座)는 우리 나라 서울의 명동(明洞)에 해당하는 거리 이다. 도쿄만을 매립하여 만든 곳이다. 도쿄의 대표적인 거리 이다. 역자 주> "꼬리를 잡기가 어렵군요." 가메이가 말했다. "주의하고 있는 것 같아. 고노데라유미코를 어디에 감금하고 누구에게 감시하라고 했을까?" 도쯔가와는 고개를 위로 쳐 들었다.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 에게 부탁했겠지? 이건 범법행위니까...... "시라이시 저택에 감금한 건 아닐까요?" 가메이가 말했다. "그렇다고 하더러도 집을 몰래 수색할 수는 없지. 지금, 시라 이시를 체포할 증거를 갖고 있지 않지 않은가?" 도쯔가와가 말했다. 11월 13일, 시미즈와 다나까는 미행을 계속했다. 그들이 미행 할 순서였다. 시라이시는 매일 그랬던 것처럼 아침에 집을 나와 회사로 향 했다. 그날, 점심시간엔 산보를 하지 않았다. 오후 6시, 시라이시의 벤츠가 회사 주자창을 빠져 나갔다. 시 미즈와 다나까는 반사적으로 위장 순찰차로 미행을 했다. 그 순간 갑자기 시미즈가 외쳤다. "세워! 세워라!" 벤츠 뒷 자석에 앉아 있는 사람이 시라이시가 아니었던 것이 다. 체격은 비슷했지만 다른 사람이었다. 시미즈와 다나까는 당황하여 순찰차를 시라이시 회사로 다시 몰았다. 회사 앞에서 택시에 오르는 시라이시의 모습이 보였다. 하마터면 놓칠 뻔 했다. 시미즈는 그 택시를 미행하기로 했다. 시라이시를 태운 택시는 고슈(甲州)도로를 서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메이다이(明大) 앞을 지나 가라스야마(烏山)를 지날 즈음엔 날이 어두워졌다. <메이다이는 메이지 대학을 줄여 부르는 말이다. 역자 주> 조후(調布) 근처에서 택시는 멈추었고, 시라이시가 내리는 모 습이 보였다. <조후(調布)는 도쿄의 서쪽에 위치한 조그마한 도시이다. 막 히지 않는다면 긴자(銀座)에서 조후(調布)까지는 고슈(甲州)도 로를 이용한다면, 60분에서 70분 정도(시속 80Km 이상) 걸리는 곳이다. 역자 주> 시라이시는 고슈도로 곁에 있는 커피점으로 들어 갔다. 시미즈와 다나까는 그 근처에 위장 순찰차를 세우고 차 안에 서 그를 계속 감시했다. 시라이시가 커피점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지는 알 수 없었 다. 10 분 정도 지나자 시미즈가 더 참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혼자서 가게 안으로 들어 갔다. 12 평 정도의 가게였다. 시라이시는 안 쪽 테이블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시미즈는 입구 근처에 앉아서 커피를 시켰다. 시라이시가 가끔 손목시계를 보는 것을 본 시미즈는 누군가를 기다리고있다고 판단했다. 7시반이 되자 중년의 남자가 한 사람 가게로 들어 오더니, 시 라이시 앞에 앉았다. 보통 체격의 평범한 얼굴의 남자였다. 뭔가 시라이시와 대화 를 나누었으나, 시미즈는 너무 멀리 떨어져 앉았기 때문에 목 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시라이시는 안주머니에서 뭔가 두툼한 봉투를 꺼내 그 남자에 게 건네 주었다. '돈인가?' 시미즈는 이렇게 생각했다. 두툼한 것으로 보아 그것이 만약 현금이라면 100만엔 이상이 될 것이다. 사내는 내용물을 확인하지도 않고, 표정도 없이 그냥 받아 자 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시라이시는 자리에서 일어 나 가게를 나섰다. 사내는 그가 가던 말던 천천히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시미즈는 사내를 관찰하기로 했다. 다나까 형사가 가게 안으로 들어 와선 작은 목소리로, "시라이시가 택시를 잡았어." 시미즈에게 이렇게 말했다. "알고 있어. 저 사내를 감시하기로 하자." 시미즈도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다나까도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주문했다. "누구지?" 다나까가 작은 목소리로 시미즈에게 물었다. "확실하진 않지만 시라이시가 돈 같은 것을 건네 주었어. 아 마, 100만엔을 될 것 같은데......" 시미즈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시라이시가 뭔가를 시킨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시킨 일에 대한 보답일 수도 있지." 시미즈가 말했다. 사내는 전혀 바쁘지 않은 듯이 천천히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커피를 마시고 나서 종업원을 부르더니 이번에는 케익을 주문 했고, 그것이 나오자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카메라 가지고 왔나?" 시미즈가 물었다. "아니, 여기서 찍으려고?" "저 사내 얼굴이 필요하다. 저 친구가 모르게 찍고 싶은 데......" "스트로보는 사용할 수 없겠군." "스트로보라니?" "플래시 말이야." 다나까는 이렇게 말하곤, 주머니에서 아주 작은 카메라를 꺼 냈다. 다나까는 시미즈 몸 뒤에 숨어서 사내를 살펴 보았다. 셔터 스피드를 길게 하고 다나까는 사내를 향해서 셔터를 눌 렀다. 다행히 사내는 한가롭게 담배를 피고 있었다. 세 장 정도 찍었을 때, 갑자기 사내가 일어 섰다. 카운터에 돈을 지불한 후, 밖으로 나갔다. 시미즈와 다나까도 즉시 그 사내를 따라 나섰다. 시미즈와 다나까는 사내가 당연히 자기 차를 타고 온 줄 알았 는데, 도로를 따라 유유히 걷기 시작했다. 시미즈와 다나까도 5, 6 미터 정도 떨어져서 뒤따르기로 했 다. 고슈도로를 건넌, 사내는 어둠 속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 근처에는 아직, 여기 저기에 무사시노(武藏野)의 풍물이 남아 있어서 밭이나 잡목림이 있었다. <무사시노는 도쿄의 서부에 위치한 평야의 이름. 도쿄(東京) 에서 사이따마(埼玉)현의 가와고에(川越)시까지의 평야. 역자 주> 집이 드문드문 있었지만 네온사인 하나 없는 거리어서 그런지 매우 어두웠다. 갑자기 신식 맨숀이 나타났다. 그러나, 사내는 그곳으로 들어 가지 않고 그 앞을 지나쳤다. 잡목림 안에 있는 오솔길로 접어 들었다. "어디까지 갈 거지?" 시미즈가 이렇게 중얼 거리고 있을 때, 갑자기 사내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자식!" 다나까가 이런 말을 내 뱉었다. 두 사람은 어둠 속에서 그를 찾으려고 애를 무던히도 썼다. 그러나, 어디에도 사내의 모습은 없었다. 어둠이 그를 삼킨 것 같았다. 손전등도 없었으므로 찾을 방법이 없었다. "할수 없지. 돌아 가자." 시미즈가 다나까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일, 날이 밝으면 다시 와서 이 근처를 수색해 보면 뭔가를 찾을 수 있겠지." 다나까는 아쉬운 듯이 이렇게 말한 뒤, 차가 있는 쪽으로 발 길을 돌렸다. 그 사내의 정체가 밝혀지면,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지도 모르는 일이다. 제 7 장 변 신 1 사진은 즉시 현상되었다. 플래시를 사용하지 않았으므로 선명한 화질은 아니었다. 그러 나 얼굴은 알아 볼 수 있었다. 문제는 사내의 신원을 파악하는 일이었다. 사내가 시라이시와 만난 커피점에 시미즈와 다나까, 두 사람 이 다시 가서 주인이나 종업원에게 사진을 보여 주었다. "이 사진의 주인공은 어제 저녁, 이곳에 들린 사람인데, 혹시 평소에 자주 들립니까?" 시미즈가 물었다. "아니오. 어제 처음 본 사람이었는데요." 주인은 이렇게 말했으나, 여종업원은 전에 한 번 온 적이 있 는 것 같다는 투의 말을 했다. 여하튼 평소에 오는 사람은 아닌 것이 확실해 졌다. 그러나, 어제 걸었던 길을 생각하면 이 근처에 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었다. 커피점에서는 별 소득이 없었으므로 두 형사는 파출소나 그 외의 가게에서 그 문제의 사내를 본 사람이 있나를 물어 보고 다녔다. 그러나, 문제의 사내를 보았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만날 수 없었다. 파출소에 근무하는 두 경관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 고 했다. 그렇다면, 커피점 근처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이 고장에서 꽤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인 듯 했다. 최종적으로 두 형사는 어제 그가 갑자기 사라진 장소에 가 보 았다. 잡목림과 밭만이 넓게 펼처져 있는 곳이었다. 대나무 숲이 있었고 농가가 몇 채 보였다. 두 형사는 그 농가 를 한 채 씩 방문하며 사진을 보여 주었다. 그러던 중, 한 곳에서 반응이 나타났다. 그 집에는 70세 정도의 노파와 25세 가량의 여성이 살고 있었 다. "우리 달걀을 사러 왔던 사람인 것 같은데...?" 노파가 이렇게 말하자, 그 집의 며느리인 듯한 젊은 여성이 "지난 달 중순 쯤으로 기억하는데요. 틀림없이 이 사람이에 요. 차를 타고 왔었어요." 이렇게 이야기했다. 시미즈와 다나까는 기운이 다시 나는 듯 했다. "차를 타고 이 농가에?" "우리 집은 마당에 닭을 풀어서 기르고 있다오. 그 사람은 그 래서인 지는 모르지만, 이 집에서는 좋은 달걀이 많이 나올 것 같다는 말을 했다우." "그렇다면 이 사람은 가끔 달걀을 사러 이 곳에 옵니까?" 다나까가 물었다. "몇 번 정도 왔지?" 노파는 며느리 인 듯한 여성에게 물었다. "저는 올해, 두 번 보았는데요." "그렇다면 이름을 아시겠군요?" "우리들은 도다 씨라고 불렀지요. 그렇지만 어떤 글자인 지는 모릅니다. 아마 戶田라고 쓴다고 사료되긴 하지만......" 며느리는 허공에다 그 한자(漢字)를 그려 보았다. "주소는 알고 계십니까?" "모릅니다. 차로 오시는 것으로 봐서는 멀리서 오는 것 같은 데......" 이렇게 그녀는 말했다. '어제 밤에도 이 근처에 차를 세워 놓고 그 커피점에 나타난 것일까?' "직업이 무엇인 지는 얘기하지 않았습니까?" 시미즈가 물었다. 노파와 며느리는 얼굴을 마주보며 작은 목소리로 무엇인가 이 야기를 주고 받더니, "뭔가 사업을 하고 있다고는 들었지만......" 젊은 며느리가 얘기했다. "어떤 사업인지 아십니까?" "아니오." "어떤 차를 타고 달걀을 사러 왔습니까?" "어떤 거였지요? 그게......" 며느리가 노파에게 물었다. "난 차에 대해선 잘 몰라요." 노파가 그렇게 퉁명스럽게 이야기하자, 며느리는 난처한 입장 이 되어 시미즈에게, "어떻게 말하면 알기 쉬울까요? 보통 차는 아니었죠. 트럭은 아니지만, 각이 졌고, 조금 키가 큰...... 지프 스타일인가? "색은?" 이번엔 다나까가 물었다. "고동색 계통의......" 이건 노파가 한 말이었다. "도다 씨는 언제나 혼자 왔습니까?" "예, 혼자였어요." 며느리가 대답했다. "한 번 오면 달걀을 몇 개나 사 갑니까?" "언제나, 있는 건 다 달라고 하지만, 우리 집엔 그렇게 많이 없으니까 30개나 40개 정도 드렸지요." 며느리가 말했다. "달걀을 그렇게 많이 필요로 한다는 것은 식료품점이라도 하 는 걸까요?" 시미즈가 노파에게 이렇게 물었으나, 그녀는 딱 잘라 "모르지요." 라고 대답했다. 2 다시 그 남자가 달걀을 사러 오면 즉시 수사본부에 연락해 달 라는 부탁을 한 후, 두 형사는 수사본부로 돌아 왔다. "지프를 타고 와서 달걀을 몇 십개 사가는 사내라?" 도쯔가와가 이렇게 중얼거리고 난 후, 가메이에게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일까?" 하고 물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요리점을 하는 사람으로 달걀에 매우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프로 정신이 강하고 고집이 센 사람처 럼 보입니다만......" 가메이가 말했다. 도쯔가와는 시미즈와 다나까에게 눈길을 주었다. "자네들은 이 도다라는 사내를 실제로 보았다. 어떤 사내로 보였는가?" 도쯔가와가 두 사람에게 물었다. "중소기업을 하는 사장처럼 보였습니다. 당당한 모습이었습니 다." 시미즈가 이렇게 대답하자, 다나까는 "전혀 우유부단하지 않을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뭘 하고 있는 사람인 지는 전혀 상상이 가지 않았습니다. 뭘 해도 될 것 같 은 사람으로 보였으니까요." 이렇게 말했다. 연령이 40세 가량이라는 점은 두 형사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신장은 170Cm 정도였고, 체중은 70Kg 정도로 보였다. 스스로 고동색 지프를 운전한다면, 차에 관심이 많은 사람일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일부러 거기까지 가서 달걀을 살 정도면 뭔가 고집스 러운 구석이 있는 사람일까? "여러 가지 안 것 같지만, 실은 전혀 소득이 없군." 도쯔가와가 실망하는 투로 말했다. 시라이시와는 어떤 관계일까? 뭘 하는 사람일까? 행방불명된 고노데라유미코와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그런 의문점은 전혀 풀리지 않았다. "이제부터 어떻게 알아 보지요?" 시미즈가 도쯔가와에게 지시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왜 시라이시가 그 커피점에서 도다라는 사내를 만났을까?" 도쯔가와는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듯한 말을 했다. "시내에서는 눈에 띄기 쉽고, 또 다른 이유는 도다가 오기 쉬 운 장소를 선택하느라 그곳으로 정한 건 아닐까요?" 가메이가 말했다. "그렇다면 역시 도다는 그 커피점 근처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 가 되는데......" "근처라는 의미를 저는 차를 이용한다는 전제 하에 생각하고 싶습니다." 가메이가 말했다. "그러면 시미즈와 다나까는 그 근처를 다시 한 번 탐문해 주 기 바라네. 이번에는 조금 범위를 넓히도록......" 도쯔가와가 두 형사에게 지시했다. 시미즈와 다나까는 즉시 순찰차를 타고 현장으로 갔다. "어쩐지 불안하군." 도쯔가와가 가메이를 보고 말했다. "저도 그렇습니다. 한 시 바삐 고노데라유미코를 찾아야 한다 는 생각 밖에는 없습니다. 그래서......" "우다가와 그리고 누마다 거기에다 야마기시미유끼를 살해한 사람은 분명히 시라이시게이찌로라고 생각되지만, 증거가 없으 니......" 도쯔가와가 말했다. "그건 고노데라유미코를 찾으면 자연히 증거도 확보하게 될 것 같은데요." "시라이시. 이놈!" 도쯔가와가 언성을 높였다. 범인이 누군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을 때가 오히려 신경을 쓰 지 않았었기 때문에 좋았다. 이번 사건처럼 범인이 시라이시게이찌로라는 심증은 있으나 증거가 없어서 체포하지 못하고 속을 끓일 때가 제일 신경질이 난다. 지금, 시라이시를 체포한다고 해도 증거가 없기 때문에 금방 석방될 것이고, 또 고노데라유미코를 찾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시라이시를 만나 당신이 그 커피점에서 도다라는 사람을 만 난 것을 우리가 안다고 은근히 으름장을 놓을까요?" 가메이가 말했다. 확실히 그렇게 하면 시라이시가 겁을 먹을 지는 모르지만, 우 리도 그 이상으로 그를 조일 방법이 없고, 시라이시도 반격을 할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그가 자극을 받아 고노데라유미코를 살 해할 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시라이시는 자기 욕심을 채우려고 옛 친구 두 사람을 살해했 고, 자기를 위해 그토록 충성했던 여자마저도 죽이고 고노데라 유미코를 납치, 감금한 상태라면 언제 그녀를 죽일 지 모른다. 시라이시가 유미코를 죽이지 않고 있는 이유는 단 한가지, 그 녀가 범인이고 복수극을 벌이고 있다고 경찰이 결론을 내리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그런 방향으로 결론이 나지 않는 기미가 보이면 틀림 없이 그는 즉시 그녀를 죽일 것이다. 도쯔가와는 어떻게 하든지 그런 불행한 일이 일어 나지 않게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단지, 지금 고민하는 것은 이렇게 방치하면 절대로 유미코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메이도 그 점이 불안한 모양이다. "얼굴을 찡글이고, 이렇게 기다리고만 있어야 하는 것인가 요?" 가메이가 도쯔가와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아니, 그냥 기다리는 게 아니지. 도다라는 사내를 조사하고 있고, 어떻게 해서든지 유미코를 찾으려고 여러 가지로 노력하 고 있지 않은가?" 도쯔가와가 말했다. "경감님은 그걸로 전력투구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오늘은 일이 꼬이는 것 같구만." 도쯔가와는 이렇게 뇌까리면서 웃었다. 그러나, 물론 가메이가 무얼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인지 알고 있었다. "이 단계에서 시라이시에게 뭔가를 얘기해 주어야 하는 게 아 닙니까?" 가메이가 말했다. "뭘? 뭘 이야기하고 싶은가?" "당신이 범인이다! 이렇게 얘기하고, 당신이 우다가와, 누마 다 그리고 야마기시미유끼를 살해하고, 고노데라유미코를 감금 하고 있다는 것을 내가 알고 있다고 얘기해 주고 싶습니다." 가메이가 말했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네. 그 놈의 얼굴을 보면서 그렇게 얘기 해 주고 싶지만, 유감스럽게도 증거가 없네." "시라이시가 우다가와 그리고 누마다와 짜고 네모토에게 가짜 그림을 그리게 한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입니다." 가메이가 흥분해서 이야기했다. "아아, 틀림없지. 그렇지만 그것이 시라이시의 살인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되지 못하지. 오히려 그건 고노데라유미코가 일 으킨 범행을 증명하게 되어 버리지. 아직까지 경찰의 공식적인 입장은 고노데라의 범행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지." 도쯔가와가 말했다. "그렇다면,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군요." "그렇지! 오늘은 시라이시를 어떻게 할 방도가 없지." "그 놈을 만나서 만약, 고노데라유미코가 죽는다면 범인은 바 로 너다. 라고 얘기해 준다면 어떻게될까요?" 가메이가 말했다. "그런 것으로는 눈썹 하나 흔들리지 않을 위인이지. 그 놈 은." 도쯔가와가 이렇게 대답하며, 웃고 나서 "첫째, 위작에 대해서인데 그것을 증명하는 일이 생각처럼 쉽 지 않다는 얘기지. 네모토가 위작했다는 그 그림을 증거물로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지." 도쯔가와가 말했다. "누군가가 가짜 그림을 진짜라고 속이고 자기에게 어떤 그림 을 팔았다고 시라이시를 고소한다면 그것으로 일단 그를 소환 할 수 있지만......" 기대는 하지 않는다는 투로 가메이는 이렇게 말했다. "자기가 소장하고 있는 그림이 가짜 그림이라고 알게 된 사람 을 찾는 것은 무지하게 어려운 일이지. 말하자면, 그건 카드 게임에서 퀸을 잡기가 쉽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지. 그걸 다른 사람에게 진짜라고 다시 속일 사람은 드믈다는 얘기지. 잘못하 면 이번에는 자기 자신이 사기 친 것이 되니까. 그리고 그 그 림을 진짜로 알고 벽에 걸어 놓았거나 소장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림에는 문외한인 사람들이 많으니까." 도쯔가와가 말했다. 3 도쯔가와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다음 날 신문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났다. 요코야마다이깐(橫山大觀)의 그림을 위조한 가짜 그림을 발 견한 한 자영업자가 두 사람을 고소 고소당한 사람은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팔기도 한 네모토잇세 이와 고노데라유미코 그리고 화상이라고 기사는 말하고 있었 다. 화상(畵商)의 이름은 구로끼타까오(黑木敬夫)였고, 도쯔가와 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도쯔가와를 놀라게 한 것은 네모토잇세이와 함께 고노데라유 미코도 고소당한 점이었다. 도쯔가와와 가메이는 신문을 덮자마자, 그 자영업자를 만나기 위하여 수사본부를 떠났다. 스가모(巢鴨)에서 수퍼마켓을 경영하고 있는 노다(野田)라는 남자였다. <스가모(巢鴨)는 옛날에 형무소가 있던 곳이다. 도쿄(東京)의 이께부꾸로(池袋)에서 전철(야마노테[山手)선[線])로 세 정거 장 째에 위치한 서울의 연신내와 분위기가 비슷한 곳이다. 역자 주> 신문에는 자영업자라고 소개되었지만, 실제로 만나 보니 사장 님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사람이었다. 넓은 사장실로 도쯔가와와 가메이를 안내한 그는 문제의 그림 을 보여 주었다. 후지(富士)를 그린 그림이었다. 물론 요코야마다이깐(橫山大 觀)의 서명도 있었다. <후지(富士)는 일본을 상징하는 산입니다. 도쿄에서 하루 코 스로 정상까지 관광이 가능합니다. 후지는 보는 산입니다. 그 래서 그림으로나 사진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해발 3000M가 넘기 때문에 정상까지 가시려면 두터운 옷을 준 비하셔야 합니다. 가장 더운 때라도. 일본을 대신하여 후지라 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본에는 후지라는 이름을 가진 상표나 기업이름이 많 은 것입니다. 역자 주> "이걸 진짜로 속이고 그가 팔았습니까?" 도쯔가와가 그림을 보고 난 후, 이렇게 물었다. 도쯔가와의 눈에는 진짜 요코야마다이깐(橫山大觀)의 그림으로 보였다. "그렇습니다. 이 집에 살던 사람이 돈이 급해서 팔려고 한다 고 화랑을 경영하고 있는 구로끼라는 사람이 와서 사지 않겠느 냐고 의향을 물었습니다. 저는 평소에 요코야마 씨를 대단히 좋아하는 까닭에 평생 그 분이 그린 그림을 한 점 정도 가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즉시 이것을 사기로 작정했었습니다." "비쌌습니까?" "500만엔을 지불했습니다. 진짜라면 싼 가격이지요." "그런데, 어떻게 가짜 그림인 줄 아셨습니까?" "며칠 전에 화가인 친구가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림을 보더니, 뭔가 이상하다고 하면서 그림을 조사하자고 했 습니다. 그래서 가짜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분하고 원통합 니다." "그래서 그들을 고소하신 겁니까?" "그렇습니다. 화랑을 경영하는 구로끼에게 따졌더니, 이 집에 살던 사람이 돈이 급해서 그림을 팔려고 했다는 말은 거짓말이 라고 실토했습니다. 그리고, 가짜 그림을 그린 사람이 두 명이 라는 사실도 알아 냈습니다. 그래서 그들 모두를 고소한 것입 니다." 노다가 말했다. "네모토잇세이는 이미 죽었습니다." 가메이가 말했다. "그건 고소할 때 알았습니다만, 그들을 고소하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여겨져서 죽은 사람을 포함하여 세 사람 모두를 고소한 것입니다." "고노데라유미코도 고소했지요?" "구로끼의 말에 의하면 그 두 사람이 가짜 그림을 제작하는 일에 관여했다고 해서......" 노다가 말했다. "고노데라유미코를 만난 적이 있습니까?" 가메이가 물었다. "아니오. 만난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화상인 구로끼의 이야 기에 의하면, 네모토라는 사람과 부부행세를 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노다가 말했다. "만약, 그녀가 나타난다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물론, 내가 지불한 돈을 구로끼와 더불어 두 사람이 내게 갚 아 주길 원합니다." 노다가 말했다. 도쯔가와와 가메이는 고소당한 화상(畵商)인 구로끼를 만나 보았다. 50세 정도의 왜소한 남자였다. "이젠, 더 물어 보지 마시오. 쭉 매스컴이 나를 추궁하는 통 에 아주 많이 지쳤소." 구로끼가 피곤한 얼굴로 이렇게 얘기했다. "그렇지만, 고소당한 것은 사실이지요?" 도쯔가와가 물었다. "그렇긴 합니다만, 나도 피해자라면 피해자요." "그건, 무슨 뜻입니까?" 노다 씨는 내가 그 그림이 가짜란 걸 알고 팔았다고 얘기하고 있으나,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나도 사기당한 겁니다." 구로끼가 말했다. "누구에게 사기당했단 말씀입니까?" "네모토잇세이와 고노데라유미코에게 사기당했습니다." "아아." "그 두 사람이 능력은 있으나, 별로 그림이 팔리지 않는다는 말에 동정심이 생겼죠. 어느 날, 고노데라유미코가 방문했었습 니다. 자기가 잘 아는 사람이 돈 때문에 유명한 화가의 그림을 급히 팔려고 한다. 그런데 그 그림을 팔아 주면 자기도 거기에 서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좀 도와달라. 그런 얘기였습니다. 그래서 내가 움직이게 되었던 것입니다." 구로끼가 말했다. "그러나, 그 후 당신은 네모토잇세이가 가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텐데.....?" 이렇게 도쯔가와가 질문하자, 구로끼도 그 말에 수긍했다. "에. 알았습니다. 그 시점에서 노다 씨에게 용서를 빌었으면 좋았겠지만...... " "고노데라유미코가 지금, 어디에 있는 지 알고 계십니까?" 가메이가 물었다. "아니오. 요즈음은 전혀 만나지 못 했습니다." "뭔가 소문을 들은 것도 없습니까?" "그런 것도 없습니다. 그 여자가 뭘 어쨌는 데요?" 구로끼가 물었다. "아니, 별 것 아닙니다. 우리도 만나서 얘기할 게 있어서 찾 고 있는 것 뿐입니다. 만약, 그녀 소식을 알거나 그녀 얘기를 들으면 즉시 우리에게 연락해 주십시오." 도쯔가와가 구로끼에게 얘기했다. "그건, 나보다 노다 씨에게 부탁하는 편이 좋을 텐데요. 그는 고노데라유미코를 찾는 일로 정신이 없을 정도고, 만약 어떤 사람이 그녀를 찾는다면 보상금을 줄 용의가 있다고 하니까." "물론, 노다 씨에게도 부탁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고 경 찰이 노다 씨에게 권유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구로끼가 말했다. 도쯔가와가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건 변호사와 의논하는 게 좋을듯 하군요. 우리는 그런 말 을 할 수가 없습니다." "알고 있습니다만, 신문에 이 기사가 나서 나는 화상(畵商)으 로서의 신용이 없어졌습니다. 빨리 이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면 나는 내 사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될 테니까요." 구로끼가 울먹이면서 말했다. 4 도쯔가와와 가메이는 수사본부로 돌아왔다. "그들에게 고노데라유미코가 시라이시에게 납치되고 감금되었 다는 사실을 얘기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가메이는 그렇게 말하곤, 빙그레 웃었다. 그럴 수 없다는 사 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노다는 어떻게 그 500만엔을 되찾으려는 걸까요? 구 로끼는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고, 네모토잇세이는 죽 었으니...... 그리고, 고노데라유미코는 행방불명인 상태인 데......" 도쯔가와가 말했다. "노다가시라이시를 고소한다면 좋을텐데......" "다시 한 번, 노다를 만나서 이런 얘기를 해 볼까요? 가짜 그 림을 제작하도록 한 사람은 시라이시였다. 그러므로 그를 고소 하시오. 고소당한다면 시라이시가 조금은 당황하지 않을까요?" "그럽시다. 시라이시가 당황하여 꼬리를 드러낼 수도 있으니 까요!" 가메이가 갑자기 큰 소리로 말했다. 도쯔가와와 가메이는 다시 한 번, 노다를 만나기 위해서 수사 본부를 나섰다. 노다는 이미 수퍼마켓 근처에 있는 자택으로 퇴근했지만 도쯔 가와가 방문하자, "사실은, 지금 도쯔가와 경감님께 연락을 취하려든 참이었어 요." 이렇게 얘기했다. "무슨 일입니까?" "그런데, 두 분이야말로 어떻게 오셨습니까?" 노다가 물었다. "사장님은 화랑을 경영하는 구로끼 외에도 네모토잇세이 그리 고 고노데라유미코를 고소했다고 말씀하셨지요?" "그렇습니다. 그 세 사람이 제게 막대한 피해를 보게 했으니 까요." 노다가 말했다. "그렇지만, 네모토는 죽었고 고노데라유미코는 행방불명인 상 태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실실적으로 남는 사람 은 구로끼 씨 뿐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도쯔가와가이렇게 말하자, 노다는 "고노데라유미코와는 연락이 되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도쯔가와는 깜짝 놀랐다. "연락이 되었습니까? 정말입니까?" 도쯔가와는 반신반의한 말투로 노다에게 되물었다. "됐습니다." 노다가 웃었다. "믿을 수 없습니다. 어떻게 그녀와 연락이 됐습니까? 그녀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가메이가 무릎이 떨리는 듯한 자세로 균형을 잡지 못하며 물 었다. 노다는 가메이가 너무 놀란 표정을 짓자, 난처한 표정으로 " 감찮으십니까? 제 말이 이상합니까?" "우리가 알고 있는 바에 의하면, 그녀는행방불명인 것이 분 명하니까요." 가메이가 말했다. "그런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나, 제 얘기가 신문에 난 직후, 그녀가 제게 전화를 했습니다." 노다가 말했다. "그게, 정말입니까?" "에. 틀림없습니다." "그렇지만, 사장님은 고노데라유미코의 목소리를 그 때, 처음 듣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그녀가 고노데라유미코인 줄 어떻게 아셨습니까?" 도쯔가와가 이렇게 물었다. 당연한 것을 물었다는 기분이 들 자 도쯔가와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노다의 얼굴이 당혹한 표정으로 바뀌며, "그렇지만, 틀림없는 고노데라유미코였습니다." "제가 묻는 것은 어떻게 고노데라인 줄 아셨나 하는 점입니 다. 다른 사람이 그녀로 가장했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나, 왜 다른 사람이 그런 일을 해야만 하는 겁니까?" 노다가 거꾸로 질문을 했다. 그로서는 당연한 의문이었다. "고노데라유미코가 자유롭게 사장님과 전화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는 걸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도쯔가와가 말했다. "이상하군요. 전혀, 그런 기색은 안 보이던데......" "그래서 다른 사람이라는 거지요." "그렇다면 그녀를 잘아는 사람에게 테이프를 듣게 하면 어떨 까요?" 노다가 말했다. "테이프?" 가메이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테이프로 녹음했습니까?" "당연한 일이 아닙니까? 나는 그들을 고소한 상태입니다. 상 대와 이야기한 것이 증거로 채택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녹음했습니다." 노다가 말했다. "그 테이프를 들려 주십시오." 도쯔가와가 말했다. 5 고노데라유미코의 음성을 잘 알고 있는 여성을 노다의 집으 로 오도록 부탁했다. 그녀와는 대학 시절, 친한 친구였던 사람이었다. 도쯔가와와 가메이는 그녀에게 여러 가지를 물으면서, 문제 의 테이프를 돌리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저는 고노데라유미코입니다. 노다 씨 계십니까? "아아, 노다요! 어쩔 셈이요? 당신은 네모토잇세이와 짜고 요코야마 씨가 그린 그림을 위조하여 나에게 500만엔에 팔았 지? 그것은 인정할 수 있나?" 그건 화랑을 경영하는 구로끼 씨가 부탁한 것입니다. 그 래서 네모토가 그렸지만...... 그걸 노다 씨에게 판 것은 정 말, 모르는 일입니다. "어쨌든 나에게 그걸 판 것은 분명히 구로끼였지만, 당신들 에게도 책임이 있지!? 위조한 것은 네모토와 당신이니까." 책임은 느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게 배상해야지. 나도 고소하고 싶지는 않으니 까!" 어떻게든 해 드려야지요. "'어떻게'라면 어떤 의미로 하는 말인가?" 어쨌든 성의를 보이겠습니다. 배상해 드리도록 노력해 보 겠습니다. "언제?" 현재로는 언제라고 확실하게 말씀을 드릴 순없지만, 틀 림없이 배상해 드리겠습니다. 그건, 약속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단......" 정말 대단히 죄송합니다. 이것으로 테이프에 녹음된 통화는 끝이 났다. 도쯔가와는 고노데라유미코의 친한 여자 친구인 쯔찌다유코 (土田 子)에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렇게 물었다. 유코는 눈을 반짝거리며, "유미코입니다. 틀림없습니다. 요즈음 연락이 되질 않아서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무사하군요. 안심했습니다." 이렇게 말했다. "이 테이프를 빌려 가도 되겠습니까?" 도쯔가와는 이렇게 노다에게 양해를구하곤, 테이프를 빌려 서 수사본부로 돌아왔다. 그 날, 그 테이프 때문에 긴급수사회의가 소집되었다. 이 테이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토론하기 위한 회의였 다. "고노데라를 감금하고 있는 시라이시가 전화하게 한 것이 틀 림없다고 생각합니다." 가메이가 말했다. "어째서이지?" 미까미(三上) 부장이 물었다. "시라이시가 고노데라유미코를 감금하고 있다는 사실은 틀림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녀에 대해서 전혀 아는 것이 없 다고 우리에게 강력하게 얘기하고 있지만...... 그런데, 노다 가 그녀를 고소했고 그것이 신문에 실렸다. 시라이시는 이걸 낭패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유미코가 침묵하고 있으면, 경찰 은 이미 그녀가 살해당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그래서, 그녀가 연락하도록 한 것이라고 생각했 습니다. 고노데라유미코가 무사하고 감금된 상태도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겠지요." "그렇다면 이 전화는 강제로 한 것이라는 얘기가 되는게 아 닌가....?" 미까미가 이렇게 물었다. "물론입니다. 감시자가 있는 상태에서 한 전화라고 여겨집니 다." 가메이가 말했다. "그렇지만 강제로 한 것 같지는 않은데...... 목소리도 특별 히 떨리는 것 같지 않고......" 미까미가 말했다. 도쯔가와도 그 점이 이상했다. 도쯔가와는 시라이시가 유미코를 납치한 후, 감금하고 있다 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침착한 상태라고 여겨지는 분위기였고, 목소리도 전혀 당황하거나 떨리는 것을 감지할 수 없었다. 그것이 이상했다. "도쯔가와 경감은 어떻게 생각하나?" 미까미가 물었다. "나도 가메이 형사가 생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전화는 누 군가에 의하여 걸려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성이 떨리지 않고 있는 이유는?" "그게, 이상합니다. 우리들의 추리로는 이미, 그녀는 1 개월 반 이상 어딘가에 감금되어 있는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정신 적으로 압박을 당했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목소리는 무척 기 운이 없어야 할텐데......" 도쯔가와가 말했다. "시라이시가 고노데라유미코와 목소리가 비슷한 여자를 시켜 서 전화를 걸게 한 것은 아닐까?" 미까미가 이렇게 물었다. "그럴 가능성이 다분하므로 이후, 고노데라유미코의 음성을 잘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을 몇 명인가 더 찾을 예정입니다. 그 래서 이 테이프를 듣게 할 계획입니다." 도쯔가와가 말했다. "만약, 이것이 정말, 그녀의 목소리가 확실하다는 결론에 도 달하면 어떻게 할건가?" 미까미가 도쯔가와에게 물었다.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 하나는, 감금되었지만 편한 상태라는 것이지요. 즉, 정신적인 압박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다른 하나는, 그녀는 감금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모습을 감춘 것이라는 얘기지요. 신문에서 자신이 고소당한 것을 알곤, 전화한 것인지도 모르지요." "어느 쪽의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하나?" "물론, 전자지요." 도쯔가와가 말했다. 다음 날, 도쯔가와와 가메이는 그 테이프를 가지고 고노데라 유미코를 잘 알고 있는 여러 사람을 만났다. 그리고, 그 사람 들에게 문제의 테이프를 들려 주었다. 그 수는 50 명을 넘었다. 그러나, 그들 모두는 이것은 틀림없 는 고노데라유미코의 목소리라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도쯔가와는 그들에게 그녀의 음성이 자연스러운지를 질문했고, 혹시 어딘가 어색한 부분이 있지 않은가를 물었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런 구석을 전혀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즉, 자연스럽다는 얘기였다. 여기까지 도달하면,전화를 건 사람은 고노데라 본인임을 부 정할 수 없게 된 셈이었다. 그리고, 누군가의 협박에 의한 강제적인 통화였다고 단정할 수도 없게 된 것이다. "어쨌든 그녀가 지금, 무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만으로 만 족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가메이가 이런 이야기를 피곤한 표정으로 도쯔가와에게 했다. "그러나, 이 테이프를 여러 번 들었지만 그녀가 전화한 곳을 전혀 짐작할 수 없으니...... 배경으로 자동차 소리 혹은 전차 소음이라도 들리면 그것을 단서로 찾아 낼 수도 있을 텐 데......" "그렇군요. 어딘인지 정확하게 알 순 없지만 지하인지 지상인 지 정도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지요." 가메이가 말했다. 한 편, 도다(戶田)에 대한 조사도 시미즈 형사가 꾸준히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단 시일 내에, 그에 대한 정보를 전부 수집한다는 것은 무리 였다. 농가의 계란을 사려고 도다가 다시 나타났다는 정보도 없었 다. 그 대신, 노다(野田)에게 두 번 째 전화가 걸려 왔었다는 전 갈을 받았다. 도쯔가와와 가메이는 노다의 집으로 급히 순찰차를 몰았다. "이번 전화도 녹음해 두었습니다." 노다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그 테이프를 들려 주었다. 여보세요. 저는 고노데랍니다. "아아, 기다렸지? 지금 어디지?"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좀 곤란한 일이 있어서... "그게 아니라, 내가 당신을 만나고 싶으면 어디로 가야 좋은 지를 묻는 거야."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폐를 끼쳤으므로 변상해 드리겠습니다. 저와 네모토가 400만엔 을 변상해 드리고 나머지는 구로끼 씨에게 받으시면 안 되겠습 니까? "아, 그것도 좋겠군. 가짜라는 사실을 모르고 샀던 것은 내 실수였으니까. 언제 지불할 건가?" 1 개월 이내로 해 주십시오. 저도 지금 당장 400만엔이라 는 돈을 준비하는 것은 좀 어려우니까요. "1 개월 이내라?" 잠깐, 기다려 주십시오. 누군가가 온 것 같습니다. 다시 걸까요? "아니, 그 쪽 일을 먼저 보게. 그냥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멀리서) 도장이 있어야 되겠군요. 예. 감사합니다. (목소 리가 커지면서) 죄송합니다. 지금, 소포가 와서...... "400만엔은 현금으로 줄 건가?" 선생님 은행구좌를 가르쳐 주십시오. 돈이 준비되면 즉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M은행 스가모 지점. 구좌번호는 ****. 성명은 노다 앞으로 하면 되네." 잘 알겠습니다. 준비가 되면 즉시 송금 하겠습니다. 이것으로 전화가 끊겼다. 도쯔가와가 흥미롭게 생각하는 부분은 전화 중, 우편 배달부 가 소포를 배달하기 위하여 고노데라유미코의 집을 방문했고, 유미코가 도장을 찾기 위해 잠시 전화 통화를 중단한 점이다. 전화선 저쪽에서 유미코가 연기를 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다. 연기라고 보기엔 너무 자연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도쯔가와는 이 테이프도 빌렸다.우선, 유미코를 잘 아는 사 람에게 들려주고, 고노데라유미코 본인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첫 째 테이프도 충격적이었지만, 이번 것은 더 큰 충격으로 받아 들여졌다. 전화 통화 중, 유미코가 우편 배달부에게 보인 반응이 테이프에 녹음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까미 부장도 그 부분을 문제로 삼았다. "도쯔가와 경감은 시종일관 고노데라유미코가 감금된 상태라 고 주장했다. 그러나, 감금된 사람이 소포를 받고 도장을 배달 부에게 건네 주는 행동을 할 수 있을까?" 미까미가 그렇게 얘기했다. "부장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도쯔가와가 말했다. "연기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아니오. 몇 십번 들었습니다만, 연기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 다." "그렇다면, 강제로 연기를 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로 들리는 데......" "바로, 그렇습니다." "이렇게 된 마당에도, 자네는 고노데라유미코는 시라이시에 의하여 납치된 후, 감금되어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은가?" 미까미가 물었다. "그게, 전혀 판단이 서질 않습니다. 그래서 당황하고 있습니 다." 도쯔가와는 정직하게 대답했다. "가메이 형사는 어떻게 생각하나?" 미까미는 시선을 그에게로 옮겼다. 가메이도 당혹한 얼굴로, "저도 도쯔가와 경감님과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금되어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는 가?" 미까미는 짖굳게 도쯔가와와 가메이를 바라 보았다. "솔직히 말씀 드리자면, 버릴 수 없습니다. 만약 지금, 고노 데라유미코가 자유롭다면 왜 경찰에 연락하지 않았을까요? 그 것이 이상합니다." 도쯔가와가 말했다. "경찰을 불신하기 때문일까?"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노다라는 사람에겐 연락했지? 그렇지 않은가?" 미까미가 심각하게 이야기 했다. "그게 더 이상합니다." "우리도 신문에 이걸 발표하면 어떨까? 그녀에게 공개적으로 질문을 하는 거지." "어떤 식으로 하실 겁니까? 살인사건에 대해서 질문할 것이 있다고 하면 역으로 즉시, 모습을 감출지도 모릅니다." 도쯔가와가 말했다. "그러나, 지금도 우리는 그녀가 어디에 있는 것인지 모르고 있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미까미는 장황한 이유를 달았다. 결과적으론, 미까미가 주장하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니다. 아무 리 찾아도 찾을 수 없는 유미코가 노다가 자신을 고소했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전화를 그에게 했다. "한 번, 해 볼까요?" 도쯔가와가 말했다. 문제는 신문에 낼 기사 내용이었다. 매스컴의 협력을 얻을 필요도 있고, 고노데라유미코를 너무 자극하지 않을 내용이어야만 했다. 그리고, 도쯔가와의 의식 속에는 그녀는 시라이시에 의해 납 치, 감금되었을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는 의문이 깨끗이 지워 지지 않고 있었다. 만약, 그렇다면 신문에 실릴 기사로 인하여 시라이시에게 살 의를 품게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 었다. "역시, '살인사건의 참고인' 이라는 표현은 좀 무리한 표현이 아닐까요?" 가메이가 말했다. "어디까지나 가짜 그림에 대한 사건으로 한정하자는 얘기인 가?" 도쯔가와가 말했다. "노다가 가짜 그림이라는 것을 밝혀냈고, 그것 때문에 고노데 라유미코를 고소했고, 그 사실이 신문에 기사화 되었습니다. 그녀가 그것을 보고, 연락했고, 그녀는 가짜 그림에 대한 이야 기를 나누었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림 위조 사건은 우리 수사 1과 담당이 아니잖아." 도쯔가와가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했다. "그건 사실입니다만, 살인사건에 대한 증언이나 변명을 하기 위해서 전화해 올 것으로는 기대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러면, 일단 그림 위조 사건으로 기사를 내도록 합시다. 문 안을 만들 작업에 착수하도록." 도쯔가와가 말했다. 현재, 그림위조사건수사본부는 신쥬쿠(新宿) 경찰서에 설치되 어 있었다. '경시청 수사 1과로 연락해 주시오.' 라는 표현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신쥬쿠 경찰서에 연락해 주십시오.' 라는 문귀는 감찮다고 여겨졌다. 최근에 요코야마다이깐(橫山大觀) 혹은 피카소의 그림 같은 유명화가의 작품을 위조한 그림이 대량으로 시중에 유포되어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태는 국가의 신용을 크게 실추시키는 일이며, 중대한 범법행위입니다. 경찰은 강력한 단속을 할 것을 국민 여러분께 정중히 약속하 는 바입니다. 그러나, 그림을 위조하는 조직은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습니 다. 발본소탕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런 상태로 나간다면, 일본은 명화 위조의 천국으로 세계 여 러 나라의 비난을 받을 것입니다. 이에, 과거에 어떤 형태로든 위조의 세계와 접촉을 했던 사람 들의 협력을 구합니다. 물론, 과거의 범죄 사실을 물어서 형사 처벌을 받게 하지는 않을 것임을 약속합니다. 미나가와이치로(皆川一郞) 씨, 구보다하지메(久保田初) 씨., 야스오까교진(安岡巨人) 씨, 네모토잇세이(根本一成) 씨, 고노 데라유미코(小野寺由美子) 씨. 협조를 요청합니다. 현재, 신쥬 쿠 경찰서에 수사본부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 분들의 거처나 연락처를 알고 계시는 분은 연락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신쥬쿠 경찰서 內 그림위조사건 수사본부> 이것이 도쯔가와와 그의 부하들이 작성한 문안이었다. 전화번 호도 기입해 두었다. 네모토잇세이, 고노데라유미코와 함께 이름이 거론된 세 사람 은 과거, 그림 위조에 관련되었던 사람들이다. 수사 2과 과장은 신문기자들을 모아놓고, 이 문안을 신문에 실어 달라고 부탁했다. 기자들은 이 문안을 도쯔가와를 비롯한 수사 1과에서 작성한 것이라는 것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 것 같았다. 다음 날, 신 문에는 '경시청의 요청으로' 라는 안내의 글과 함께 이 글이 실렸다. "이걸, 당연히 시라이시도 보겠지요?" 가메이가 조간을 보면서 도쯔가와에게 이렇게 말했다. "문제는 그가 이것을 어떻게 읽느냐지!" 도쯔가와가 말했다. "기자들은 수사 2과의 가짜 그림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 의 일환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시라이시는 어떻게 해석할까?" "아마, 의혹의 눈초리로 이 기사를 읽고 있겠지? 어쨌든 고노 데라유미코와 네모토잇세이의 이름이 신문에 활자화 되었으 니......" "시라이시의 반응을 점검할 필요가 있겠군요." "니시모토와 히노시다 형사에게 시라이시를 잘 감시하라고 일 러 두었네." 도쯔가와가 말했다. 6 도쯔가와는 오래 기다렸다. 유미코가 연락해 오기를. 그러나,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아무 연락도 없었다. 그 대신 시라이시를 감시하고 있던 니시모토와 히노시다, 두 형사로부터 그의 움직임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 "시라이시가 일 주일간의 예정으로 동남아시아 여행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내일, 출발합니다." 니시모토가 전화로 알려왔다. 그 소식은 도쯔가와를 당혹스럽게 했다. 시라이시의 행동은 도쯔가와의 예상과는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건, 틀림없는 정보인가?" 도쯔가와는 다시 확인하듯 물었다. "틀림없습니다. 나리타(成田)발 마닐라 착 JAL 표를 예약했습 니다." "혼자, 가나?" "여성비서가 동행합니다." "여행 목적은?" "비지니스로 되어 있습니다." "전혀, 감이 잡히질 않는군!" 도쯔가와는 심각한 얼굴을 한 채로, 생각에 잠겼다. "그 여행은 언제 결정된 일인가?" 도쯔가와가 말했다. "2, 3일 전인 듯 합니다만......" 히노시다가 말했다. "그렇다면, 그 기사가 신문에 발표된 직후군." 도쯔가와는 더욱 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도쯔가와는 그 기사를 본 시라이시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를 생각했었다. 그러나, 동남아시아를 여행할 것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도피하는 건 아닐까요?" 가메이가 도쯔가와에게 물었다. "도피?" "그렇습니다. 그 신문 기사로 경찰이 고노데라유미코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위험하다고 판단한 그가 여자를 데리고 해외로 도피하려는 건 아닐까요?" "그러나, 우리는 그를 수사하거나 연행하지는 않았다. 그건, 그가 세 건의 살인사건과 연관이 있다는 우리의 추리 외에는 아무런 물증이 없기 때문이었지." 도쯔가와가 말했다. "그렇긴 합니다만 시라이시는 우리의 의중을 꽤뚫어 보고 있 는지도 모르지요?" 가메이가 이렇게 말한다. "그렇지는 않다고 보는데...... 아무튼, 정말 떠나는지 보러 가 봄세." 도쯔가와가 말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도쯔가와와 가메이는 나리타 공항으로 나 갔다. 시라이시가 탈 마닐라 행 비행기는 오전 10시 정각에 출발할 예정이었다. 출발 로비에서 기다리니, 시라이시가 젊은 여자를 데리고 나 타났다. 도쯔가와를 보지 못한 걸까? 그는 비서라는 25, 6세 정도의 여성과 무언가 담소하고 있었다. "왔군요!" 가메이가 속삭이듯 말했다. "여행 중, 고노데라유미코가 경찰에 출두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나?" 도쯔가와는 그것이 무척 궁금했다. "역시, 한 수 앞을 읽고, 지금이 해외로 떠날 기회라고 계산 했는지도 모르지요." 가메이가 말했다. 12분 정도 늦게 시라이시가 탄 마닐라 행 JAL이 이륙했다. 도쯔가와와 가메이는 다른 출영객과 함께 그 비행기가 하늘로 높이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흰 기체가 창공을 가르고 구름 속으로 사라진 후, 두 사람은 주차해 둔 자동차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갔군요!" 가메이가 차를 출발시키면서 도쯔가와에게 말했다. "그래. 갔군." "역시, 도망갔다고 생각할 수 밖엔 없군요. 다르게 생각할 근 거가 없으니까요." 가메이가 말했다. "그건, 그렇지만......" 도쯔가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생각에 잠겼다. '이 단계에서 정말, 그는 도망 친 것일까?' 문득, 도쯔가와의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아니. 그 놈이 그런 짓을.....?' 도쯔가와의 얼굴이 갑자기 파랗게 변했다. 제 8 장 바다에 계신 님에게 1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한 여행?' 그런 생각이 도쯔가와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시라이시가 외국에 나가 있는 동안, 고노데라유미코가 국내에 서 죽는다면 완전한 알리바이가 성립되는 것이다.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한 여행이다!" 도쯔가와가 그렇게 외쳤다. "만약, 그렇다면 고노데라유미코가 위험하겠군요." 가메이도 얼굴색이 변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시라이시는 지금부터 네 시간 이내에 마닐라에 도착하겠지. 도착한 후, 고노데라유미코를 살해할 계획인가? 그럴 수도 있 겠지. 누굴 시켜서......" 도쯔가와는 그런 얘기를 나리타에서 도쿄로 돌아오는 차 속에 서 했다. "그러나, 경감님. 유미코가 노다(野田)라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서 가짜 그림에 대한 변명을 했다고 하셨지요? 그건, 그녀 가 감금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까?" 가메이가 차를 돌리면서 말했다. "그 테이프를 말하는 건가?" "그렇습니다. 강제로 노다에게 전화를 한 것 같지는 않습니 다. 음성도 떨리지 않았고, 침착한 어조로얘기했습니다." "변상한다고 했지? 그런데, 그것이 여의치 않자 자살했다. 이 런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있군." 도쯔가와가 말했다. 가메이가 시선을 도쯔가와에게 주면서, "그런 내용의 글을 써 놓았겠지요?" "만약, 그녀가 시체로 발견된다면...... 그것도 자살로 판명 될 경우, 모두가 '이번 가짜그림사건이 원인이구나!'하고 생각 하겠지. 시라이시와는 어떤 관련도 없는 사건으로 처리되겠 지." "그렇겠군요!" "만약, 이것이 의도된 일이라면 어떻게 되겠나?" "노다도 의심스럽다는 이야깁니까?" "그렇다네. 잘생각해 보니까, 노다라는 남자의 고소가 너무 타이밍을 잘 맞췄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우리는 유미코가 시라이시에게 납치된 후, 감금되었다고 생각하고 필사적으로 감금장소를 찾고 있었다. 그런 때, 노다라는 남자가 가짜그림 을 팔았다는 이유로 고노데라유미코에게 변상을 요구했다. 그 리고, 그녀가 답신을 보내왔다. 그걸 녹음해서 우리에게 들려 줬다. 간접적으로 그녀가 감금되어 있지 않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겠지. 타이밍이 너무 잘 맞아 떨어 졌다고 생각하지 않 나?" "만약, 그렇다면 노다는시라이시와 한 패라는 이야기가 되는 데요." 반신반의한 얼굴로 가메이가 말했다. "돈으로 매수했거나, 그 이상의 관계가 있는지도 모르지." "그런데, 그 테이프는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노다가 만든 것 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데요. 고노데라유미코의 목소리도 진짜 라고 생각되는데......" "이건 진짜지. 실제로 그녀가 전화한 것이라고 생각되네." "그렇다면......" "그러나, 언제인지는 모르지." 도쯔가와가 말했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첫 째, 이 단계에서 갑자기 가짜그림이라고 떠드는것이 이 상하다네. 좀 더 빨리 그것에 대해 이야기가 있었어야 했다. 아마, 노다는 지금보다 먼저 가짜라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유미코에게 변상하라고 했을 것이다. 그것은, 금년이 아닌 작년이라고 생각하네. 고노데라유미코는 진짜로 전화를 걸었고, 지불하겠다는 약속을 했을 것이다. 그 때, 노다는 전 화내용을 녹음해 두었다. 그런 사실을, 시라이시가 알고 그를 포섭한 게 아닐까? 고노데라유미코가 스스로 모습을 감췄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도쯔가와가 말했다. "우리가 그걸 무리없이 믿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을까요?" "아마, 그렇겠지." "짜아식......" 가메이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노다라는 남자가 등장했다는 것은 우리에게도 좋은 찬스를 만들어 준다고 볼 수 있지. 시라이시에게 어떤 부탁을 받았다면, 그 자가 고노데라유미코가 감금되어 있는 장소를 알 고 있다는 얘기니까." 도쯔가와가 말했다. "자, 그럼. 이제부터 노다를 다시 만나러 갑시다." 가메이가 말했다. 두 사람은 스가모(巢鴨)에 있는 노다의 수퍼마켓으로 향했다. 2 오늘, 방문객을 맞은 사람은 사장인 노다(野田)가 아니라, 사 장을 보좌하는 다까야나기(高柳)라는 사내였다. "사장님은 외출 중이십니다. 전할 말씀이 계시면 메모해 두었 다가 돌아오시는 즉시, 전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다까야나기가 말했다. "급히, 만나야 하는데 지금 어디에 계시는지 알 수 없을까 요?" 도쯔가와가 물었다. "사흘 정도, 이곳에는 오시지 않을 겁니다. 아마, 여행을 떠 난 것 같습니다만......" "여행?" "에에. 사장님은 자주 혼자서 예고없이 여행을 갑니다." "어떻게, 가신 곳을 알 수 없을까요? 급히 면담할 일이 있습 니다. 사장님께 직접. 가족도 모릅니까?" "사장님은 독신입니다." "독신?" "예. 부인과 헤어지셨습니다." "이유는?" "거기까지는 모릅니다." "지금, 즉시 만나지 못하면 사장님은 살인용의자가 됩니다." 가메이가 그렇게 설명했다. 그 말을 들은 다까야나기는 얼굴색이 변하면서, "정말입니까?"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오늘, 여기에 온 겁니다." "어떻게, 찾아 보지요." 다까야나기가 말했다. 도쯔가와와 가메이는 수퍼마켓 바로 위층에서 기다리기로 했 다. 시간은 점점 흘러 가고 있었다. 도쯔가와는 자신의 손목시계를 보았다. 곧, 시라이시가 탄 비 행기가 마닐라에 도착한다. 한 시간 정도 지났을 때, 다까야나기가 돌아왔다. "알아냈습니까?" 도쯔가와가 물었다. "여기저기에 알아 봤습니다만, 사장님은 아마 이즈(伊豆)에 간 것 같습니다." 다까야나기는 자신없는 듯한 말투로 그렇게 얘기했다. "어째서 이즈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까?" 도쯔가와가 물었다. 지금은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추측을 할 경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만 했다. "사장님은 평소에도그 곳에 별장을 하나 마련하고 싶다고 하 셨고, 친구 분에게 전화해서 여쭤봤더니, 여행을 갔다면 아마 이즈지방으로 갔을 거라고 해서......" "이즈라면 넓은 지역인데...... 그 지방 어딘지 모릅니까?" 가메이가 물었다. "거기까지는 못 알아 봤습니다." "잘 들으십시오. 한 시 바삐 우리가 그를 만나지 못하면 그는 살인용의자가 됩니다. 그것도 보통 용의자가 아닙니다. 납치, 감금을 한 죄도 포함되는, 그런 범죄 용의자가 되는 겁니다." "저는 그렇게 말씀하시는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사장실을 좀 봐도 되겠습니까?" 도쯔가와가 말했다. "그런데, 사장님이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하셨는데......" "그래요? 그렇다면 사장님을 용의자가 되게 그냥 놔 둘 겁니 까? 이건, 농담이 아닙니다." 가메이는 잡아 먹을 듯이 다까야나기를 째려 보았다. 다까야나기가 잠시 생각하더니 결심한 듯, "그렇다면, 사장실을 열긴 열겠습니다만 제가 순순히 연 것이 아니라, 경찰 측의 요청이 너무나 강력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인정해 주십시오." "그런 내용의 서류를 써 드릴까요?" 도쯔가와가 말했다. 다까야나기가 가져 온 열쇠로 연 사장실에 도쯔가와와 가메이 가 들어 섰다. 도쯔가와는 전에, 노다를 여기서 만났을 때도 꽤 넓은 방이라 고 생각했었지만 오늘, 새삼 그렇게 느꼈다. 그 당시, 노다가 보여 주었던 그 가짜라는 그림이 방 구석에 놓여 있었다. "어디부터 찾을까요?" 가메이가 물었다. "전부지. 빨리 찾지 못하면 고노데라유미코가 살해된다." 도쯔가와는 큰 책상에 붙어 있는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좀체 단서가 될만한 것이 눈에 띄질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처음부터 무엇을 찾아야 한다는 원칙도 없었 다. 맨 밑에 있는 서랍에서 한 다발의 사진이 나왔다. 60매 정도의 사진이었다. <이즈(伊豆) 지방은 흔히 이즈반도로 알려져 있다. 지금의 시 즈오까(靜岡)현의 동남부이다. 후지(富士)산의 남동부이다. 도쿄(東京)에서 車로 4 시간 정도 달리면 도착한다. 역자 주> 날짜가 표시되는 카메라로 찍은 듯한 사진에는 2주일 전 날짜 가 찍혀 있었다. "어디서 촬영한 사진일까요?" 한 장씩 사진을 보면서 가메이가 물었다. "글쎄?" "배경에 바다가 찍힌 게 많군." "이즈(伊豆)일까요?" "그걸, 확인해 보기로 하지!" 도쯔가와는 그렇게 말한 후, 다까야나기(高柳)에게 양해를 구 하고 사진을 빌렸다. 수사본부로 돌아 온 도쯔가와는 이즈에 자주 가는 형사에게 그 사진을 보여 주었다. 구로가와(黑川) 형사는 그 사진을 몇 장인가 유심히 보더니, "이 근처는 이즈지방의 이로자끼(石廊崎)입니다. 틀림없습니 다. 이 사진 중, 열 장이 이로자끼에서 촬영한 것입니다." 구로가와는 절벽, 바닷가, 등대 등에서 찍은 열 장의 사진을 골라서 도쯔가와에게 주면서 그렇게 말했다. "이로자끼는 그럼, 시모다(下田) 근천가?" "그렇습니다. 경치가 좋은 곳입니다. 근처엔 식물원도 있습니 다만, 거기서 찍은 사진은 없군요." "다른 사진도 이즈에서 찍은 거라고 생각하나?" 도쯔가와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그것도 남부 이즈에서 찍은 겁니다. 시모다, 유미가하마(弓 洪) 그리고 이로자끼에서 찍은 겁니다. 전부. 이사진을 촬영한 사람은 특별히 이로자끼가 마음에 들었던 모양입니다." 구로가와가 말했다. "이 절벽은 높이가 몇 미터나 되는지 혹시 아나?" 도쯔가와는 절벽 위에서 바로 밑의 바닷가를 찍은 사진을 보 면서 구로가와에게 그렇게 물었다. "아마, 삼십 미턴가 사십 미터는 될 겁니다. 고소공포증이 있 는 사람은 밑을 보지 않는 게 좋을 걸요. 그 절벽 위에 있는 등대의 높이가 오십 미터라고 씌어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죠." "여기에 식물원이 있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등대로 가는 도중에 '장글파크'라는 큰 온실이 있습니다. 그 곳이 열대식물을 볼 수 있는 식물원입니다." "관광객은 많이 오는 편인가?" "그럴 걸요. 제가 평일에 갔었는데도 꽤 붐볐습니다. 연중무 뺨니다." "몇 시에 문을 닫나?" "아마, 오후 다섯 실 겁니다." "그 시간 이후에도 등대에는 갈 수 있겠지?" "물론 갈 수 있지요. 등대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산책로가 마 련되어 있습니다." "잘 알았네." 도쯔가와가 말했다. '이 사진을 촬영한 목적은 사전답산가?' 도쯔가와는 그렇게 생각했다. 고노데라유미코를 자살한 것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 다. 맨숀에서 뛰어 내린다. 목을 맨다. 음독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방법은 절벽에서 투신하는 것이다. 위험하기 때문에 요즈음은 맨숀 옥상을 개방하지 않는 추세이 다. 최근에는 젊은 여자가 목을 매어 자살하는 예는 거의 없 다. 음독 자살도 어렵다. 독극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 다. 그렇다면, 제일 간단한 방법은 절벽에서 바다로 투신하는 것 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 노다는 자살하기에 적절한 장소를 물색하기 위하여 남부 이즈 에 간 건 아닐까? 그리고, 이로자끼를 가장 적절한 장소로 택한 것은 아닐까? 경치가 좋고 몇 십 미터나 되는 절벽이 있는 곳. 투신하기에 적당한 곳이다.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곳이다. 노다는 2 주일 전에 이 사진을 찍었다. 아마, 시라이시에게 보이기 위해서 찍 었을 것이다. 그리고, 시라이시가 여기가 좋겠다고 했을 것이 다. 시라이시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하여 마닐라로 갔고, 노다는 시라이시가 부탁한 살인을 하기 위해서 떠났다. "가메이. 빨리 이로자끼로 가 보세." 도쯔가와가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두 사람은 이즈로 자동차를 몰았다. 지금은 오후 세시다. 이즈에 도착할 무렵엔 해가 지겠지! "좀 불안한데......" 도쯔가와가 말했다. "자, 속력을 더 내지요." 가메이는 경광등을 지붕에 얹고 사이렌을 울렸다. 속력을 높였다. 80 Km/H, 100 Km/H. 속력계 바늘이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 3 고노데라유미코는 어딘가에 감금되어 있다. 그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도쯔가와는 굳게 믿고 있었다. 시라이시가 만난 도다(戶田)라는 사내가 그 열쇠를 쥐고 있 다. 아니, 그 사내가 감시하고 있을 것이다. 그 사내라면 노다가 유미코를 데리고 이로자끼에서 절벽 아래 로 미는 것 보다 더 확실하게 그녀를 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 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때를 놓칠 지도 모르겠군요?" 가메이는 악세레이터를 더 힘껏 밟으면서 도쯔가와에게 얘기 했다. "가메이. 재수없는 소린 하지 말게." "그렇지만 경감님. 시라이시가 마닐라로 출발한 지 벌써 다섯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미, 마닐라에 도착했을 겁니다. 고노데 라유미코가 죽어도 그는 의심을 전혀 받지 않을 시간이 됐습니 다." "그건, 그렇지만......" 도쯔가와가 전방을 응시하면서 말했다. 두 사람을 태운 자동차는 사이렌을 울리면서 100Km/H 이상으 로 달려 가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은 자꾸 흘러 가고 있었다. 주변도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난 조금은 기대하고 있지!" 도쯔가와가 말했다. "뭘 기대하십니까?" "도쿄---마닐라는 네 시간 비행거리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기체의 정비불량으로 회항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마닐라 공항 사정으로 몇 시간이나 선회하는 경우도 있지. 알 리바이는 완벽해야 하니까 그럴 가능성에 대비했을 것이다." 도쯔가와가 말했다. "그렇다면, 시라이시가 마닐라에 도착한 후, 전화로 연락해 오면 유미코를 살해한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지, 바로 그거지. 확인할 시간은 확보해 둘 가능성이 충 분히 있다는 거지." "아암!" 도쯔가와는 스스로에게 말하는 듯 그렇게 얘기했다. 그들은 이즈반도에 들어선 후, 해안을 따라 쭉 남하했다. 드디어, 해가 졌고 어둠이 찾아 왔다. "신깐센(新幹線)을 이용한 후, 다시 이즈큐(伊豆急)로 갈아 탔다면 좀 더 일찍 도착할 수 있었을 텐데요." 가메이가 그렇게 말했다. "상대도 살아 있는 사람을 데리고 가는 것이다. 분명히 자동 차를 이용할 걸세." "도쿄에서 살해한 후, 이로자끼로 사체를 운반할 가능성은 없 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러면, 시라이시는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기가 어렵게 되 지." "그녀를 이로자끼까지 자동차에 태워서 데리고 간 후, 절벽에 서 아래로 밀 작정일까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보는데......" 도쯔가와가 말했다. 시모다에 도착한 것은 오후 다섯시 반이었다. 그들은 그대로 시내를 관통하여 해안을 끼고 남 쪽으로 더 내려 갔다. 이로자끼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밤이었다. 주차장에는 차가 없었다. 장글파크도 조용했다. 모두 잠 든 고요한 밤이었다.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렸다. 장글파크를 끼고 등대로 가는 길이 있었다. 두 사람은 손전등을 비추면서 그 길을 따라 등대로 조금씩 접 근하기 시작했다. 달이 뜬 밤이었으므로 아주 깜깜하지는 않았고, 어렴풋이 등 대 근처가 보였다. 절벽 위로 난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니 바다에서 불어 오는 바람이 강하면서도 차가웠다. 바다에서 갈매기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하얀 등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산책로는 그 앞으로도 이어져 있었으므로 두 사람은 발 밑을 주의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바람은 점점 세차게 불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데요!" 가메이가 말했다. "아직, 오지 않은 거겠지." 도쯔가와가 말했다. 등대 근처를 한바퀴 둘러 본, 두 사람은 다시 주차장으로 돌 아 왔다. 썰렁한 주차장에는 도쯔가와가 타고 온 자동차 외에는 아무도 없었고 다른 차도 주차되어 있지 않았다. 도쯔가와는 이미 문 닫은 토산품점 앞에 있는 공중전화로 도 쿄에 있는 니시모토 형사에게 연락했다. "여긴 노다도 없고 유미코도 없는데 그 쪽은 어떤가? 도다라 는 사내의 움직임이 뭔가 포착된 건 없나?" 도쯔가와가 그렇게 묻자, "그건, 조후(調布) 경찰서에서 조사하고 있읍니다. 그리고, 그 쪽에서 전화를 해 왔습니다. 도다(戶田)라는 곳은 조후(調 布) 역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장소로 그는 그곳에 서 혼자 조각을 하며 있는 것 같다는 연락이었습니다. 그래서, 히노시다와 시미즈 형사가 출동한 상태입니다." "조각가인가?" "농가였던 집을 사서 스스로 개조해서 살고 있는 듯 합니다." "유명한 조각가인가?" "아니요. 아무도 이름을 모릅니다." "그렇다면, 시라이시기금에서 원조를 받고 있는 사람인가?" "그걸로 시라이시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니시모토가 그렇게 말하고 나서, "지금, 히노시다와 시미즈가 돌아왔습니다. 직접 들어 보시지 요." "히노시답니다." 다른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들려왔다. "어떻게 됐나?" "도다 그리고 유미코, 두 사람 다 찾지 못했습니다. 다른 남 자가 있었습니다. 혼자서 그 큰 집에 살면서 주위 사람들과 접 촉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설사 그 근처에 고노데 라유미코가 감금되었다고 했더라도 모를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나, 바로 그 사람 집에 있는 다른 방에 젊은 여성이 있 을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도쯔가와는 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2 층에 입술연지가 떨어져 있었지만, 그게 고노데라유미코 것인지 아닌지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히노시다가 말했다. "차는 없었나? 그 지프형 자동차 말이다." "우리가 갔을 땐, 없었습니다. 누군가 그 차를 타고 나갔겠지 요." "어떤 지프형 자동찬지 알아 보았나?" "색은 고동색이고, TOYOTA 지프형 자동차로 밝혀졌습니다. 그 리고 차 번호는......" 4 도쯔가와는 자동차로 돌와왔다. "이 곳에 있으면 눈에 띌텐데......" 도쯔가와가 그렇게 말하자 가메이는 천천히 차를 토산품 가게 뒤로 이동시켰다. "도다도 자동차와 함께 어딘가에 숨어 있는 것 같은데......" 도쯔가와가 그렇게 말하자 가메이는, "그렇다면 노다와 도다가 유미코를 처치하려는 걸까요?" "시라이시로부터 돈을 받았을 테니까......" "배 고프지 않으십니까?" "고프긴 하지만, 뭐가 있나?" "네. 없긴 없습니다." 가메이가 말했다. 그 말이 우스워서 도쯔가와는 쿡쿡 웃었다.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자동차도 사람도 나타나지 않았다. 점점 도쯔가와는 불안해 졌다. 이미, 고노데라유미코는 이 절벽에서 저 밑으로 떨어져 죽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리 속을 가득 메웠다. 그것도 아니면, 자살로 위장해 죽이려고 하는 장소가 이 곳, 이로자끼가 아니라 다른 곳이란 말인가? "조금 이동할까요?" 가메이가 그런 말을 했을 때, 멀리서 엔진 소리가 들렸다. "쉬!---" 도쯔가와가 속삭이듯 작게 말했다. 자동차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저 쪽도 이 쪽이 보이지 않 겠지만, 물론 이쪽도 마찬가지여서 가까워지는 차가 어떤 종 류의 것인지를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서 건물 벽을 이용해 조금씩 앞으로 전 진했다. 주차장이 잘 보이는 곳까지 벽에 기대어 다가갔다. 자동차가 한 대,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것이 보였다. 보통 승용차보다 조금 크게 보이는 차로써 차고(車高)가 조금 높은 자동차였다. "지프형 자동찬데요." 가메이가 도쯔가와 귀에다 작은 소리로 얘기했다. "차 색은 구별하기 힘들군." 달빛으로는 검게 보이지만 어쩌면 고동색인지도 모르는 일이 다. "번호판에는 종이를 붙였는데요." 가메이가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것 만으로는 도다의 차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폭주족도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 번호판에 종이를 붙이고 다니 기 때문이었다. 그 차가 멈추었다. 그 상태로 5, 6분 움직이지 않고 있다. 그 리고, 운전수가 차에서 내릴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주위를 살 피는 눈치였다. 갑자기, 그 자동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장글파크 근처까지 달리더니 다시 멈추었다. 도쯔가와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계속 그 차를 지켜보았다. 차 문이 열렸고, 그림자가 하나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또 하나. 두 사람 모두 남자 같았다. 두 사람은 상체를 차 안으로 넣더니, 큰 자루에 싼 물체를 차 밖으로 끄집어 냈다. 무거운 것 같았다. 그걸 일단 지면에 놓더니, 한 사람이 다시 차에서 뭔가를 꺼 냈다. "구두와 핸드백인데요." 가메이가 말했다. "자루에 든 것은 여잔가?" "고노데라유미코인지도 모르죠." 두 사람이 그런 대화를 하고 있는 동안, 문제의 그 두 그림자 는 자루 목을 다시 죄곤 걷기 시작했다. "차를 타자." 도쯔가와가 그렇게 말하고 난 후, 두 사람은 차에 올랐다. "자, 체포하세." 도쯔가와가 그렇게 말하자, 가메이는 자동차를 급발진시켰다. 사이렌을 울리며 문제의 자동차로 접근했다. 도쯔가와는 안 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낸 후, 안전장치를 풀었 다. 헤드라이트 빛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두 사내는 놀라는 기색 이었다. 굉장히 놀란 것 같았다. 자루에 든 것을 꺼내 차 저 쪽으로 던지려고 했다. 도쯔가와는 그 쪽을 향하여 한 발 쏘았다. 번쩍하면서 밤하늘을 가른 총탄은 그 쪽 차에 명중했다. "꼼짝마라!" 도쯔가와가 자동차 창문을 열며 소리쳤다. 가메이가 운전하는 자동차는 그 쪽 차에 거의 부딪칠 뻔한 상 태로 겨우 멈추었다. 도쯔가와가 재빨리 뛰어 내렸고, 이어서 가메이도 내렸다. 두 사내는 꼼짝하지 않은 채로 서 있었다. 도쯔가와가 권총을 겨눈 채로 경찰수첩을 상대에게 보여 주었 다. "노다와 도다지?" "......" 두 사내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 자루에 든 건 뭔가?" "아무 것도 아닌데요." 키 큰 사내가 벌벌 떨면서 말했다. 가메이가 번호판에 붙인 종이를 떼어 내고 그 번호를 읽었다. "역시, 도다 찬데요......" 가메이가 큰 소리로 말했다. 도쯔가와가 두 사내에게, "이 자루에 든 걸 풀어 보지. 안에 있는 사람이 살아 있으면 5, 6년 으로 끝나지만, 만약 죽어 있다면 청부살인으로 사형에 처해질 것이다." 그렇게 외쳤다. 두 사내는 떨리는 손으로 자루를 묶고 있는 끈을 풀었다. "빨리 해!" 가메이가 재촉했다. 자루가 열리자, 고노데라유미코가 모습을 드러냈다. 미동도 하지 않았다. 가메이가 맥을 짚어 보았다. "살아 있습니다. 수면제를 먹인 것 같습니다." "네 녀석들도 운이 좋았군. 나도 사형은 질색이거든." 도쯔가와가 두 사내를 향해서 한 소리였다. 5 도쯔가와는 시모다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서 응원을 요청했다. 순찰차가 와서 노다 일행을 연행해 갔다. 구급차도 왔다. 도쯔가와와 가메이는 우선, 고노데라유미코를 구급차로 시모 다에 있는 병원에 데라다 준 후, 시모다 경찰서에 들렸다. 의사 말에 의하면, 강력한 수면제를 마시게 한 것 같다는 얘 기였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하였다. 노다와 도다를 한 명씩 신문(訊問)했다. 노다는 얼굴이 파랗게 질렸으나, 처음엔 전혀 이 쪽 질문에 응하려 하지 않았다. "살인사건의 공범이 돼도 좋은가? 그것도 연속살인이다!" 도쯔가와가 그렇게 얘기하자 노다는 수그러지면서, "나는 부탁 받은 대로 했을 뿐이예요."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울부짖었다. "누가 자네에게 그런 부탁을 했나?" "......" "시라이시가 부탁했지. 우린 다 알고 있다." "묵비권을 행사하면 시라이시가 저지른 모든 살인 혐의를 자 네가 받게 된다!" 가메이가 옆에서 큰 소리로 말했다. "유미코를 자살로 위장해 죽이라는 부탁을 시라이시로부터 받 았습니다." 노다는 울먹이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부탁한 놈은 시라이시지?" 도쯔가와는 확인하듯 그렇게 물었다. "아아. 그렇소." "시라이시가 필리핀에 있는 동안인가?" "그렇다." "누가 이로자끼로 정했나?" "나와 시라이시가 정했다." "시라이시는 지금, 마닐라 어디에 있나? 무슨 호텔에 머물고 있나?" 도쯔가와가 물었다. "호텔?" "시치미 떼지 마라. 시라이시가 마닐라에 도착한 것을 확인했 지?" "마닐라 제일호텔이다." "자, 거기로 전화 좀 해 주게." 도쯔가와가 그렇게 말하며 전화기를 노다 앞으로 끌어 왔다. "잘 들어라. 시라이시에게 전화해서 이렇게 얘기해야 한다. 지시한 대로 고노데라유미코를 처치했으니 안심하라고 말이 다." "빨리 걸어라." 가메이가 잔소리를 퍼부었다. 노다는 순순히 전화기로 손을 가져 갔다. 도쯔가와와 가메이는 숨을 죽이고 노다와 시라이시의 전화내 용을 들었다. 시라이십니다. "납니다. 노다예요." 아아, 자넨가? 잘 했나? "오늘 밤, 9시에 유미코는 이로자끼에서 투신 자살했습니다." 오후 9시가 틀림없나? "말한 대로 잘 이행했습니다." 그녀는 틀림없이 오후 9시에 죽었지? 오후 9시가 틀림없나? "그렇습니다. 잠든 상태로 바다에 빠졌습니다. 그러니 까...... 살았다고 하더라도 1분 혹은 2분 정도였겠지요? 그러 니까, 이젠 안심해도 됩니다." 알았다. "언제 귀국해도 좋습니다. 깨끗합니다." 이 삼일 후에 가지. 보답은 하겠네. 이것으로 전화는 끊겼다. 이제, 남은 일은 노다와 도다의 조서를 꾸미는 일 뿐이다. 도다와 시라이시는 도쯔가와가 생각했던 것처럼 도다가 시라 이시기금의 돈을 이용했을 때부터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시라이시는 네모토잇세이에게 한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조각 가인 도다에게도 가짜 작품을 만들라고 강압적인 요구를 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도다는 네모토처럼 가짜를 만드는 재능이 뛰어 나지 못했음으로 시라이시가 그처럼 많이 귀여워해 주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 대신, 고노데라유미코를 감시하는 일이라든가 자살로 위장 해 유미코를 살해하는 일 따위를 시켰던 것이다. 노다와 시라이시의 관계는 도다보다는 좀 더 복잡했다. 처음엔 노다는 피해자였다. 노다가 시라이시에게 가짜 그림을 판 것을 배상해 달라고 요구했던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고소 하겠다고 했다. 그 금액은 500만엔이었다. 그런데, 도쯔가와가 추측했던 것처럼 고노데라유미코가 작년 에 노다에게 건 전화녹음 테이프를 그가 아직껏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시라이시가 알게 된 것이다. "유미코가 올 줄 알았는데, 실제 나타난 사람은 시라이시였습 니다. 그래서 나는 500만엔을 돌려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런 데, 그는 1,000만엔을 내 놓았습니다." 노다가 말했다. "그 다음엔?" "그것으로 그는 나에게 압력을 가했습니다. 그 후론, 시라이 시와 함께 가짜 그림을 제작, 판매하는 일에 가담하게 되었습 니다. 그 놈의 사슬에 묶인 꼴이 되고 말았지요. 이번 일도 하 기 싫다고 말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언제부터 인가 그 놈에게 머리를 쳐 들고 반항할 수 없게 돼 버렸습니 다." "우다가와와 누마다라는 사람을 알고 있나?" "물론, 압니다. 고노데라유미코가 한 범행으로 위장해 그들을 죽인 것도......" 노다가 말했다. "자네는 왜 살해되지 않았을까?" 도쯔가와가 그렇게 묻자, 노다는 이상한 웃음을 지으면서 "그 두 사람은 언제 시라이시를 배반할 지 몰랐지요. 시라이 시와 대등한 위치에 있었으니까.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 두 사람은 안심할 수 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했겠지요. 그래서, 우리는 죽임을 당하지 않았겠지요. 그 대신, 도다와 둘이서 시 라이시가 해결하지 못한 일을 뒷마무리하게 된 거지요." 라고 말했다. "다까야마(高山)에서 살해된 여자는 어떻게 된 거지? 알고 있 지?" "야마기시미유끼(山岸 )입니다. 시라이시기금 직원이라 기 보다는 시라이시 애인이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리는 표현이겠 지요." "그런데, 그 여자가 왜 다까야마에서 살해됐고, 암매장되었 나?" "진짜 모르십니까?" "아아, 그 여자가 다까야마에서 고노데라유미코를 감시하고 있었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지만......" "야마기시는 시라이시의 부탁을 받고 고노데라유미코를 미행 했고 결국 다까야마까지 갔었지요. 시라이시는 유미코를 두려 워했지요. 가짜 그림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고, 애인인 네모토 잇세이를 시라이시가 죽게 했다고 생각한다고 시라이시는 추측 한 거죠. 그런데, 야마기시가 그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래서, 다까야마에서 도쿄에 있는 시라이시에게 유미코의 움직임을 보 고하면서 한편으론 시라이시를 증오하게 된 거지요. 시라이시 와 자기는 특별한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상응하는 돈을 받지 못했다는 생각을 한 거 같습니다. 그래서, 야마기시는 시 라이시에게 1,000만엔을 요구했지요. 만약, 그 돈을 주지 않는 다면 모든 것을 유미코에게 발설하겠다는 협박도 잊지 않았구 요. 시라이시가 자기를 유미코의 감시자로 발탁했고, 현재 그 임무를 수행 중이라고 유미코에게 말하겠다고 협박했죠. 시라 이시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 고." "그래서, 시라이시가 죽였나?" "아니요. 살해한 사람은 도다지요. 그 사람은 냉철하고 실행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죠. 그래서, 가짜 작품을 만들 능력은 없었어도 시라이시가 귀여워해 준 거지요." 노다가 말했다. 도쯔가와는 다시 한 번, 도다를 만났다. 처음엔, 야마기시에 관한 일은 아는 바가 없다고 하다가 도쯔 가와가 집요하게 추궁하자, 결국 시라이시가 시켜서 자기가 살 해했다고 자백했다. "그녀가 시라이시를 미워한 게 화근이었죠." 도다가 말했다. "그래서, 고노데라유미코를 다까야마에서 납치한 건가?" "아아, 그것도 실은 시라이시의 지시였습니다. 갑자기, 고노 데라유미코가 스스로 모습을 감춘 것으로 위장하라는 지시와 함께. 고생했습니다. 시라이시가 그녀의 스케치북도 가져오라 고 해서...... 그냥 스케치북이 없어진 걸 알게 되면 이상한 의심을 사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 여관에 잠입하여 야마기 시가 그린 스케치북을 두고 나왔습니다." "그 때, 방에 찍혀 있던 지문을 다 닦았나?" "네. 내 지문이 묻은 것을 알고 당황하여 방 안의 모든 곳을 닦게 되었지요." 도다가 말했다. 그것으로 일단락되었다고 도쯔가와는 생각하면서도, "자네가 가지고 온 고노데라유미코의 스케치북을 시라이시가 어떻게 이용했는지는 알고 있나?" "네. 압니다. 우다가와와 누마다를 살해할 때 사용했지요. 머 리를 쓴 거지요." "그 두 사람도 도다, 네가 죽였지?" 도쯔가와가 그렇게 묻자 도다는 어깨를 움칠이며, "이거 왜 이러십니까? 그건 시라이시 본인이 했습니다." "왜 시라이시가 시키는 대로 야마기시를 죽이고 암매장했으며 고노데라유미코를 납치, 감금했나? 그 정도로 시라이시가 무서 운가?" 도쯔가와가 물었다. 이 도다 뿐이 아니고, 노다도 시라이시의 명령 한 마디에 그 대로 움직였다. 그 정도로 시라이시라는 사내가 힘이 있나? 도다도 그 질문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잠시 생각에 잠 기는 듯 했다. "특별하게 무섭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뭔지는 모르지 만 시라이시와 함께 있으면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들 곤 했습니다. 떨어져 있으면 웬지 불안했습니다."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 때문에 자네는 살인을 했다 이 건가?" 가메이가 화가 몹시 나서 자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것 같은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나, 도다는 어깨를 조금 움칠이며, "그것 밖에는 해 줄 일이 없었지요." 그렇게 말했다. 사흘 후, 오후. 도쯔가와와 가메이는 나리타 공항에 갔다. 고노데라유미코는 회복이 빨랐다. 감금되었을 당시의 일을 하 나씩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 중에는 시라이시의 이름도 등장했다. 시라이시도 감금장소에 가끔 나타났었다. 마닐아에서 온 비행기가 착륙했고, 승객들이 나오기 시작했 다. 일본인이 많았다. 그 중에는 시라이시도 있었다. 햇볕에 그을린 얼굴에는 미소 가 끊이질 않았다. 고노데라유미코가 이미 죽은 것으로 믿고 의기양양한 얼굴이었다. 세관을 통과한 시라이시의 얼굴에 갑자기 당혹의 그림자가 드 리워졌다. 마중 나오기로 한 사람은 보이지 않고, 그 대신 도쯔가와와 가메이가 거기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도쯔가와가 접근해 오자 당혹의 그림자는 더 어둡게 얼굴을 덮었다. 불안의 그림자도 동행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