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리오 이글레시아스가 뭐가 그렇게 좋단 말이냐!(2) 어째서 훌리오 이글레시아스가 그렇게 열렬한 인기를 얻고 있는가는 한번 생각해 볼 가치가 있는 문제이다. 물론 용모 탓도 있다. 전형적인 라틴계 지고로의 얼굴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기가 찰 정도로 어마어마한 선전 탓도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훌리오가 성공한 가장 큰 비결은, 그가 사상적으로 백 퍼센트 텅텅 비어 있음이 아닌가, 하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훌리오 외에도 사상적으로 골빈당이 아닐까, 하고 추측되는 대형 가수가 얼마든지 있다. 프랭크 시나트라도 미조라(美空) 히바리*도 그다지 고매한 메시지를 지니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노래에는 꾸밈없는 아주 자연스러운 무언가가 스며 있다. 그에 비하며 훌리오의 경우는, '머리 텅 비었음 →노래 껍질'이란, 그 연령의 가수로서는 경이로운 경지에 도달해 있는 터라, 그런 류의 명쾌함이 중년 여성들에게 '좋고 말고!' 하는 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게 아닐까. 이런 경향이 바람직한 것인지 몰상식한 것인지, 나는 알 수 없다. 암만 그래봤자 음악일 뿐이니까 좋지도 나쁘지도 않을 것 같다. '콜트레인*을 모르다니 한심하군.' 하는 인간들이 거리를 헤매고 있던 시절에 비하면, 자기 선전이 없는 만큼 그 나름대로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모두들 저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그걸로 족한 것이다. 그러나 나의 개인적인 감상을 피력하자면, 저 훌리오 이글레시아스란 인간은 진짜 기분 나쁘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의하면, 그런 류의 두루뭉실한 얼굴 생김의 남자 중에 제대로 된 인간은 없다. 길거리에서 지갑을 주워도 경찰서에 갖다 주지 않는 타입이다. 그런 작자는 한 오년쯤 도츠카의 요트 학교에 처넣는 게 좋을텐데, 분명 요령이 좋으니까 도중에 코치 같은게 돼가지고는 타인을 쥐어박는 쪽으로 변신할 게 틀림없다. 그런 남자인 것이다. 내가 그런 식의 발언을 하면 훌리오 증후군의 여성들은 '흥, 하루키 씨는 그렇게 생각하겠죠.' 라고 악의에 찬 말투로 얘기한다. 그런 말을 들으면, 웬지 내가 일부러 미남을 싫어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 * 미조라 히바리 : 왕년의 가수. 1949년에 데뷔하여 천재 소녀라는 극찬을 받으며 히트 곡을 연발. 죽을 때까지도 일본 엔카계의 여왕으로 군림하며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 콜트레인 : 미국의 흑인 색스폰 연주자. 테너와 소프라노 색스폰에 의한 표현의 한계에 도전, 재즈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