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리오 이글레시아스가 뭐가 그렇게 좋단 말이냐!(1) 내 주변에는 어찌된 판인지 얼굴만 가지고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가 많다. 나로서는 서른이 넘어서 남편까지 있는 주제에 무슨 미남이냐고 생각하지만, 마음이 약해서 그런 말을 입밖에 내지는 못한다. 마음 속으로만 그렇게 생각할 따름이다. 나는 그런 류의 여자들에게 훌리오 증후군이란 명칭을 붙인다. 모 출판사에서 나를 담당하고 있는 여성도 훌리오병 환자 중의 한 사람이다. 그녀는 훌리오를 좋아하기 전에는 이브 몽땅의 팬이었는데, 이브 몽땅이 일본에 왔을 때는 와병 중에 있는 남편의 캐시 카드에서 말도 않고 이만 엔을 인출해서는, 티켓을 사가지고 혼자 콘서트에 가 '남편 따위 어떻게 되든 내가 무슨 상관이냐.' 는 식으로 눈물을 흘려가며 감격했다는 대단한 사람이다. 그래서 아마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고 걱정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 사람이 최근에는 훌리오 이글레시아스의 팬이 되었다. '있잖아요, 무라카미씨. 훌리오는 연 수입이 몇 백억에, 자가용 비행기도 있는데다, 별장 같은 것도 한 다스쯤 있고, 전 세계에 애인이 몇 십명이나 되고, 게다가 굉장한 인텔리라구요. 어때요, 부럽죠?' 하고 그녀는 말한다. 환경이 천양지차라 그런 말을 들어 봤자 전혀 부럽지도 아무렇지도 않다. 전 세계에 애인이 몇 십명이나 산재한다니, 이름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뼈가 빠지겠다. 나 같은 사람은 마누라 한 사람밖에 없는데도 혹시 잠꼬대라도 옛날 애인 이름을 주절대지 않을까 싶어 부들부들 떠는 형편인데, 훌리오는 잘도 해내고 있다. 꼼꼼한 모양이죠, 틀림없이. 그녀는 만약 훌리오가 말을 건네기라도 하면 틀림없이 마음이 솔깃해질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훌리오의 몇 십분의 일 애인이 되어, 한 해에 오천 만엔 정도 수당을 받겠다고. 그래도 한 해에 오천 만엔을 다 쓸 수는 없으니까, 그중 천 만엔 정도는 지금의 남편에게 송금해 주겠다고 한다. 이런 여자를 정숙하다고 해야 좋을지, 나는 모르겠다. 세상에 있는 일반 주부들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 그것은 내 상상력 밖의 일이다. 훌리오 이글레시아스가 뭐가 그렇게 좋단 말이냐!(2) 어째서 훌리오 이글레시아스가 그렇게 열렬한 인기를 얻고 있는가는 한번 생각해 볼 가치가 있는 문제이다. 물론 용모 탓도 있다. 전형적인 라틴계 지고로의 얼굴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기가 찰 정도로 어마어마한 선전 탓도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훌리오가 성공한 가장 큰 비결은, 그가 사상적으로 백 퍼센트 텅텅 비어 있음이 아닌가, 하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훌리오 외에도 사상적으로 골빈당이 아닐까, 하고 추측되는 대형 가수가 얼마든지 있다. 프랭크 시나트라도 미조라(美空) 히바리*도 그다지 고매한 메시지를 지니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노래에는 꾸밈없는 아주 자연스러운 무언가가 스며 있다. 그에 비하며 훌리오의 경우는, '머리 텅 비었음 →노래 껍질'이란, 그 연령의 가수로서는 경이로운 경지에 도달해 있는 터라, 그런 류의 명쾌함이 중년 여성들에게 '좋고 말고!' 하는 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게 아닐까. 이런 경향이 바람직한 것인지 몰상식한 것인지, 나는 알 수 없다. 암만 그래봤자 음악일 뿐이니까 좋지도 나쁘지도 않을 것 같다. '콜트레인*을 모르다니 한심하군.' 하는 인간들이 거리를 헤매고 있던 시절에 비하면, 자기 선전이 없는 만큼 그 나름대로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모두들 저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그걸로 족한 것이다. 그러나 나의 개인적인 감상을 피력하자면, 저 훌리오 이글레시아스란 인간은 진짜 기분 나쁘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의하면, 그런 류의 두루뭉실한 얼굴 생김의 남자 중에 제대로 된 인간은 없다. 길거리에서 지갑을 주워도 경찰서에 갖다 주지 않는 타입이다. 그런 작자는 한 오년쯤 도츠카의 요트 학교에 처넣는 게 좋을텐데, 분명 요령이 좋으니까 도중에 코치 같은게 돼가지고는 타인을 쥐어박는 쪽으로 변신할 게 틀림없다. 그런 남자인 것이다. 내가 그런 식의 발언을 하면 훌리오 증후군의 여성들은 '흥, 하루키 씨는 그렇게 생각하겠죠.' 라고 악의에 찬 말투로 얘기한다. 그런 말을 들으면, 웬지 내가 일부러 미남을 싫어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 * 미조라 히바리 : 왕년의 가수. 1949년에 데뷔하여 천재 소녀라는 극찬을 받으며 히트 곡을 연발. 죽을 때까지도 일본 엔카계의 여왕으로 군림하며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 콜트레인 : 미국의 흑인 색스폰 연주자. 테너와 소프라노 색스폰에 의한 표현의 한계에 도전, 재즈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