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티 해리의 문제 지난 번에 영화의 자막은 글잣 수가 한정되어 있어 처리하기 힘들다는 얘기를 썼다. 특히 <스타 워즈>의 C3PO처럼 무턱대로 뭐라고 주절주절 떠들어대는 캐릭터가 나오면, 이건 완전히 넉아웃이다. 재미있는 표현의 사투리 같은 것도 전달되기 어렵다. 익살, 말장난 같은 류의 그 묘미를 살릴 길이 없다. 자막을 제작하는 사람들의 일이란 실로 고달픈 것이다. '이거야 원, 번역이라기 보단 하이쿠(俳句)*나 카피 라이팅의 세계나 다름없죠.' 라고 모 관계자도 말했다. <더티 해리 4> 중에서 인질에게 총을 들이대는 강도를 향해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사정이야 어찌됐든 매그넘 총구를 노려보며 'go ahead, make my day'하고 위협하는 신이 있다. 자막은 '자, 쏴바.' 라고 돼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의미로서는 틀림이 없지만 번역문이 너무나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여 어떤지 감동이 덜하다. 이 대사는 이 영화중에서는 중요한 거니까, 좀 더 궁리를 해 보는 게 좋을 뻔했다. 그러나 이 'make my day'란 참 번역하기 껄끄럽다. 느낌으로는 '자 쏘라구, 나도 한방 당겨 보게.' 인데, 모처럼의 기회니까 좀 더 멋진 대사로 지어내고 싶다. '자 쏴 보라구, 덕분에 나도 기분좋게 한방 날릴테니.' 쯤 되면, 더티 해리의 캬라한 형사의 성격에 점점 가까워진다. 더 멋진 번역문이 완성되거들랑 가르쳐 주세요. 조건은 17자 이내로 마무리할 것. 제법 어렵죠. 과연 이쯤 되면 하이쿠나 카피 라이팅 세계에 가까운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나는 호놀눌루에서 이 영화를 봤는데, 이런 결정적인 대사가 나오면 젊은 청년들이 모두 '야호!'하고 환성을 지르며 즐거워한다. 바로 내가 학생 시절 보던 토에이 야쿠자 영화의 분위기와 무척 비슷하다. '세상은 널 용서할지라도 내 등에 새겨진 사자는 널 용서 못해.' 정말 이런 결정적인 대사를 번역하는 일이란 쉽지 않다. ---------------------------------------------------------------------- * 하이쿠 : 5·7·5의 3구(句) 17음(音)으로 되어 있는 단형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