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운전사 얼마 전 일인데, 아오야마에서 택시를 탔더니, 차에 설치된 조그만 스피커에서(카 스테레오가 아니다.) 어느 나라 음악인지 모를 민속 음악 비슷한 것이 흐르고 있었다. 몹시 기괴한 느낌이 들었다. 운전사는 삼십 대 중반, 나랑 비슷하거나 몇 살 위 정도이다. '이거 어느 나라 음악입니까?' 하고 물어 봤더니, '알아맞춰 보세요.' 하는 말이 돌아 왔다. 알아맞추면 택시를 공짜로 태워 주겠다는 것도 아니지만, 재미있을상 싶어 '아프카니스탄?' 하고 대충 짐작으로 말해 보았다. 그런데 '애석한데요, 이란입니다. 바로 이웃나라지만요.' 라는 것이다. 애석하다니, 이란과 아프카니스탄의 음악적 차이를 알 턱이 없잖은가. 차츰 얘기를 나눠 보니 그는 민속 음악팬인 듯, 대개는 늘 이렇게 여러 나라의 음악을 들으며 운전을 한다고 한다. "그밖에 어디 들을 만한 음악이 있어야죠. 재즈니 록이니 해도, 모두들 상업주의에다 경박해가지고, 도대체 생명감이란 걸 느낄 수 없으니 말이에요." 꽤나 혹독하다. "그렇지만 어제 탄 손님 같은 경우, 수단의 어디 어디 지방 음악이라고 딱 알아 맞추드라구요. 나도 놀랐습니다." 나라도 놀랄 것이다. 세상에는 참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 일본에 관계된 음악으로는 오키나와의 음악과 불경밖에 틀어 놓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불경 같은 거 틀어 놓으면 싫어하는 사람 없을까요?" "그야 물론 있고 말고요. 한 절반 정도는 내릴 겁니다, 아마. 특히 접대 중인 샐러리맨 같으면 백 퍼센트 내립니다." 이런 얘기를 듣고 있으면 동경도 상당히 와일드해졌다 싶은 느낌이 든다.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택시 운전사'들의 세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