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으로 스테레오를 사 들였을 때, 그것과 함께 빙 크로스비의 크리스마스 캐롤집이 딸려 왔다. 그런 걸 보면 그때가 크리스마스에 즈음한 계절이었나 보다. 여름에 산 스테레오에 빙 크로스비의 크리스마스 캐롤집이 딸려 올 리가 없으니까 말이지. 레코드는 네 곡이 수록돼 있는 컴팩트판으로 <화이트 크리스마스>와 <징글벨> <아베마리아> <고요한 밤>이 들어 있었다. 이 정도만 있으면 꽤 멋진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다. 하기야 벌써 20년 하고도 몇 년이나 지난 옛날 이야기니까, 크리스마스 캐롤이래야 네 곡만 있으면 충분했다. 그것도 빙 크로스비가 부르는 걸, 그 이상 더 바랄 게 없잖아. 1960년 12월, 우리는 아주 심플하고, 아주 행복하고, 아주 중산계급다웠다. 그리고 빙 크로스비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번이고, 몇 번이고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