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블랑카 문제 최근 오래간만에 제임스 본드 시리즈 중 <007 위기 일발>을 봤는데, 터키인 영국 스파이가 본드에게 '자네가 없어지면 이스탄블도 심심해지겠는데(Life in Istanbul will never be the same without you)' 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다. 아니 어디선가 들어 본 적이 있는 대사인데, <카사블랑카>였던가? 하고 조사해 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역시 <카사블랑카>였다. 지방 경찰서장인 클로드 레인즈가 험프리 보가트에게 'This place will never be the same without you' 하고 하는 대사이다. 간단히 말하면 'I'll miss you' 인데, 말을 약간 돌린 만큼 사나이의 체취가 묻어나는 말투로 되어 있다. 구문으로서는 아무래도 좀 기묘한 예지만 '크림을 넣지 않은 커피 따위...' 하는 말투와 비슷하다. 제임스 본드 없는 이스타블 따위, 험프리 보가트가 없는 카사블랑카와 마찬가지다, 란 의미가 된다. 딱히 광고 문안에 대해 불평을 할 심산을 아니지만, 유명하게 된 광고 문안은 반드시 그 주면의 문체를 파괴시키는 것 같다. 그것은 마치 필리핀의 소전농법(燒田農法)이 삼림을 파괴하는 것과 유사하다. 예를 들면 예의 챈들러의 결정적인 대사 '터프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부드럽지 않으면...운운' 도 광고업계에 의해 완전히 파괴당한 후에는, 구멍이 숭숭 뚫린 껍질 같은 대사가 되고 말았다. <카사블랑카> 중에도 결정타와 같은 대사가 많아, 몇 번을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나 이외에도 이 영화를 선호하는 초 매니어가 많은데, 그런 사람들이 간혹 영화를 흉내내거나 하여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 내가 그 옛날 재즈 찻집을 경영할 무렵, 가게문을 닫을 즈음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피아노로 <에즈 타임 고즈 바이>를 치고 가는 인물이 있었다. 이런 사람은 호감이 가는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역시 일종의 사회적 폐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