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증감에 대하여 그다지 값비싼 물건도 아닌데, 어쩐지 사게 되지 않아 못 사는 것들이 있다. 내 경우에는 체중계가 그랬다. 늘 사야지 하고 생각은 하지만, 실제로 백화점 같은 데 가서 보면 디자인이 마음에 꼭 들지 않는다든가, 가지고 돌아오는 게 귀찮아지거나 해서, 결국은 '다음 번에 사지 뭐.' 하는 식이 되고 만다. 게다가 내 경우 체중이 늘 60에서 61킬로그램 정도로 안정되어 있는데다, 몸에 이상이 있는 곳도 특별히 없는지라,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고, 있으면 편리하다는 정도이다. 이럭저럭 하는 사이에, 올 가을 뜻하지 않게 체중계를 선물받았다. 이런 일이 생기면 무척 기쁘다. 지금까지 사지 않고 참아온 보람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체중계가 두 개나 있은들 별 소용이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모두 재빨리 체중을 재어 보았다. 고양이 ⓐ가 3.5킬로그램, 고양이 ⓑ가 4.5킬로그램, 내가 61킬로그램이다. 체중계란 것은 제법 재미있는 물건이다. 한번 재기 시작하면 버릇이 되어, 나 같은 사람은 하루에 열 번쯤 체중계에 올라간다. 틈틈이 재 보면 알 수 있는 일이지만, 인간의 체중은 하룻사이에도 1킬로그램에서 1.5킬로그램 정도는 늘었다 줄었다 한다. 당연한 일이긴 하나 식사를 하면 늘어나고, 배설을 하면 준다. 밤에 잘 때와 아침에 일어 났을 때도 1킬로그램 정도 체중에 차이가 난다. 그리고 여름에 1킬로미터당 오 분 정도의 페이스로 달리면 500그램이 줄고, 10킬로미터에 1킬로그램 가까이 준다. 하기사 이런 현상은 발한(發汗)작용에 의한 것으로, 수분을 보급하면 체중은 원래에 가까와진다. 또 한가지, 시내에 나가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일 관계로 만나거나 하면 1킬로그램 야윈다. 꽤나 미묘하다. 올 가을 나의 최고 체중은 64킬로그램, 현재는 58킬로그램이다. 기초적인 다이어트와 가벼운 조깅을 한 달 가량 하면, 5킬로그램 정도는 쉽사리 빠지는 모양이니까, 살이 쪄 고민하고 있는 사람은 용기를 내시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