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결한 생활 나이를 먹으면 이발소와 목욕탕을 좋아하게 된다고 한다. 나 역시 정말 그렇다. 아직 '좋아하는' 단계까지 간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고통스럽지는 않게 되었다.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다. 이발소든 목욕탕이든 그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얼굴색이 창백해질 만큼 싫었다. 이발소 의자에 한시간 가까이나 꼼짝않고 앉아 머리를 이리 저리 만지작거리도록 놔두는 것도 질색이고, 욕조에 느긋하게 잠겨 있는 것도 화가 났다. 타고난 성격이 급한 탓도 있지만, 역시 에너지가 흘러 넘쳐 긴 시간 옴짝달싹도 못하는 상황을 견뎌 낼 수 없었던 것이리라. 그래도 고등학생이 되어 여자 친구를 사귀게 되고부터는 웬만큼은 청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꾹 참고 성실하게 목욕도 하고, 이발소에도 드나들게 되었다. 아주 바람직한 일이다. 한데 대학에 진학하여 동경으로 올라오자 단박에 원래의 더러운 생활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왜냐하면 내가 대학 생활을 하던 시기가 학생운동*, 히피 무브먼트*의 절정기와 꼭 맞물려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그 시절은 더러움이 스테이터스 심볼 같은 때였던지라, 너 나 할 것 없이 이발소에도 안 가고, 수염도 깎지 않고, 목욕도 게을리하고, 옷도 갈아입지 않아 엉망진창이었다. 한 달이나 머리를 감지 않는 사나이들이 수두룩했다. 좌우지간 그런 식으로 몇 년인가가가 지나고, 결혼을 하자 또다시 청결한 나날이 찾아왔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수염도 깎고, 양복도 몇 벌 샀다. 처음 한동안은 의무적으로, 그 다음은 습관적으로, 요즘 들어서는 알아서 목욕도 하고, 이발도 하게 되었다. 머리도 매일 감고 오데코롱까지 뿌린다. 스스로도 기특하다고 생각한다. 한 달에 두 번 편도에만 두 시간이나 투자하여 센다가야에 있는 이발소에 간다. 와이셔츠도 내 손으로 다림질한다. 주위에서는 '그럭저럭 청결한 사람'으로 통하고 있다. 옛날의 내 모습은 아무도 모른다. 인생이란 참 묘한 것이다. --------------------------------------------------------------------- * 1960년 안보 투쟁을 기축으로 60년대를 정치의 계절로 물들였던 일본의 학생 운동은 68년, 69년 전공투(全學共鬪會議)의 투쟁으로 그 절정기를 맞는다. * 히피 무브먼트(Hippie Movement) : 1960년대 미국 젊은이들의 반체체적, 반문명적 집단 행동. 그들은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표어를 내걸고 사회 관습이나 도덕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 분방한 생활을 구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