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는 토지를 소유하는가? 내가 잘 가는 외국서적 전문 헌책방이 간다(神田)에 있다. 이 책방의 좋은 점은 무슨 책이든 뒤범벅이 되어 있어, 희귀본도 쓰레기 같은 책도 가격이 일률적으로 책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이렇게 사심없는 책장사들이 몽땅 자취를 감춰 버려 서운할 따름이다. 특히 중고 레코드 가게에 그런 경향이 심해서, 조금이라도 진기하다 싶으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 매겨져 있다. 옛날에는 (옛날이래야 십 년 하고 조금 전이지만) 이렇지 않았다. 예를 들면 중고 가게의 구석지에 굴러다니는 말 월드런*의 <레프트 아론> 오리지널이라든가, 몽크*의 보그 10인치 오리지널 같은 것을 끈기있게 찾아내어 천 엔에 살 수 있었다. 그런 것을 찾아내는 게 취미라, 학생시절에는 온 동경에 있는 레코드 가게를 순례했지만, 요즘에는 그런 '횡재'를 낚는 횟수가 부쩍 줄어들었다. 희망이 없다. 이 점, 그 칸다에 있는 중고 원서 가게는 아직도 정상적인 가격으로 흥미로운 것들을 살 수 있어 귀중한 존재다. 단 그 헌책방은 책을 장르별로 가지런하게 정리해 놓지 않아, 뒤죽박죽 아무렇게나 진열되어 있거나 쌓여 있는 터라, 원하는 책을 찾아내기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특히 몇 천권이나 되는 페이퍼백의 책 등을 살피는 일은 그다지 시력이 좋지 못한 인간에게는 고행 이외에 그 무엇도 아니다. 그래도 나는 그 책방에 들어서면 한 시간 정도는 심심치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덕분에 다른 책방에서는 입수할 수 없는 귀한 책들을 꽤 많이 찾아냈다. 단 이 책방 주인이 손수 만들어 붙이는 책 때에 씌어 있는 일본어 제목만큼은 신용하지 않는 게 좋을 듯하다. (독수리는 내려 앉았다)*란 제목이 <독수리는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다>로 돼 있곤 하니, 잭 히긴즈도 깜짝 놀랄 것이다. 하지만 뭐 그런 웃음거리가 있으니까 내 쪽도 심심치 않지만. ------------------------------------------------------------------------- * 말 월드런(Mal Warldron) : 재즈 피아니스트. * 몽크(Thelonious Monk) : 미국 흑인 재즈 피아니스트. 모던 재즈의 개척자 중 한 사람이다. * THE EAGLE HAS LANDED : 책 히긴즈(Jack Higgins)의 작품으로 우리나라에는 <독수리는 내리다>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