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긴자선의 어둠 동경으로 올라와서 가장 놀랐다고 할까, 감동한 것은 지하철 긴자(銀座)선을 탔을 때였다. 타 본 적이 있는 사람은 물론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긴자선 전차는 역에 도착하기 직전에 일, 이초간 전등이 꺼지며 차내가 암흑이 된다. 그래서 거꾸로 깜깜해지면 '아, 이제 역에 다 왔구나.' 하고 알 수 있다. 그러나 난생 처음 지하철 긴자선에 탄 사람은 그런 사정을 알 리가 없다. 그러니까 깜깜해진 순간 '사고다!' 라고 생각한다. 지하철 사고는 대단히 위험하니까, 이젠 틀렸구나 싶은 생각이 일순 뇌리를 스친다. 하나 그 다음 순간에는 차내 전등이 다시 반짝반짝 켜진다. 그리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전차는 다시 달리기 시작하여, 이윽고 역에 정차한다.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런데 그때 내가 무엇보다도 놀랐던 것은, 다른 승객들은 모두 털 끝만큼도 놀라거나, 겁에 질리거나, 동요하는 기색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지하철의 차내가 설사 순간적일지라도 새까만 암흑 세상이 된 셈이니까, 여자들이 비명을 지르거나, 노인네가 당황하여 넘어지거나 하는 정도의 일이 있어야 마땅할텐데 말이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얼굴색조차 변하지 않았다. 얼굴색이 변하긴커녕, 깜깜해진 것을 의식조차 못하는 것 같았다. 동경 사람들은 터프하고 냉정한가 보다, 하고 나는 내심 감탄했다. 그런 후 물론 몇 번인가 거듭 타는 사이에, 그게 사고가 아니라 일상적인 일임을 알 게 되었다. 그런 종류의 일은 한번 알아 버리고 나면, 정말 시시해진다. 같은 과 친구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근데 말이야, 그 새깜깜하게 됐을 때 눈이 번쩍 빛나는 사람이 승객 중에 몇 명 있는데, 그게 다 히비야(日比谷)고등 학교 학생이더라구. 한번 유심히 살펴 봐.' 라고 한다. 이것은 물론 거짓말입니다. 하긴 거짓말이란 걸 깨닫기까지 며칠 걸렸지만. 나는 옛날에는 무척 순진한 청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