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도 그리기를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댁으로 찾아 뵙고 싶은데요, 저에게도 비슷한 것을 좀 그려 주시면...' 이라는 말을 들으면 신나서 쓱쓱 그린다. 음, 그러니까 버스에서 내리면 여기에 커다란 해바라기가 피어 있거든요, 그 옆에 이런 모양의 대문이 있는 집이 있는데, 거기를 곧바로 지나서 '모리나가 호모 우유' 란 간판 왼쪽으로 돌아서, 하고는 하염없이 세세한 부분까지 그려 넣는다. 원고 의뢰 같은 거라면 '지금 좀 바빠서요, 죄송합니다.' 라고 거절할 만한 때에라도 지도만큼은 공을 들여 꼼꼼히 그리고마니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글씨에도 잘 쓰고 못 쓰고가 있듯, 지도를 그리는데도 역시 잘 그리고 못 그리고가 있다. 서툰 사람이 그린 지도란, 그거야말로 재액이나 다름없다. 못 그린 지도의 삼대 요소를 각항별로 요약하면, ① 균형이 안 잡혀 있다. 즉 도로의 폭이라든가 거리의 상대적 비율이 엉터리이다. ② 기억이 선명하지 못하다. 음, 두 번째 골목이었든가, 세 번째 였든가... 이런 식이다. ③ 포인트가 빠져 있다. 제일 눈에 뜨이기 쉬운 표적물이 전혀 표시되어 있지 않다. 는 얘기가 됩니다. 이런 지도를 들고 미지의 땅을 걷는 날에는 도무지 짜증이나 견딜 수 없다. 혼자서 걷고 있으니 망정이지, 그게 만약 콜롬부스 였다면 부하들이 반란을 일으키고도 남을 것이다. 평소에 늘 생각하는 일인데, 그만큼이나 펜 습자교실이니 서예교실이니 하는 게 세상에 널려 있으니까, 그 중에 한 군데쯤 '지도그리기 교실' 이란 데가 있어도 좋지 않을까 싶다. 그런 곳에서 반 듯하게 지도 그리는 법을 터득한 여자가 회사에 들어가 어떤 지도를 그려야 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 지도라면 총무과에 있는 미스○○에게 부탁하는 게 좋을거야. 미스○○, 지도만큼은 딱 부러지게 잘 그리니까.' 라고 칭찬을 듣는 장면을 상상하면, 어쩐지 마음이 느긋해진다. 나는 비교적 편견에 치우친 사고방식을 지닌 인간이라, 그다지 일반적인 감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지도를 멋지게 그리는 여자가 가까이에 있기라도 하며, 저도 모르게 사랑하고 말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정도이다. 나는 한 번은 가공의 마을을 지도로 그려, 그것을 바탕으로 소설*을 쓴 적이 있는데, 그 일도 상당히 즐거운 작업이었다. 안자이 미즈마루 씨도 지도나 설명도를 그리는 데는 명수이다. --------------------------------------------------------------------- * <세계의 끝과 하드 보인드 원더랜드>. 국내 번역 제목은 <일각수의 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