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이란 무엇인가? 그 두 번째. 비만에 대하여 지난 주에는 탈모에 관한 얘기를 했으니까 이번 주에는 비만에 관해 쓰겠습니다. 그다지 달가운 화제도 못되므로, 읽고 싶지 않으신 분은 안 읽어도 상관 없습니다. 중년이 되어(나는 서른 여섯 살이므로 싫든 좋든간에 일단은 중년초기에 속한다) 가장 곤란한 일은, 가만히 내 버려두면 점점 살이 찐다는 것이다. 이십 대일 무렵에는 아무리 먹어대고 마셔대도, 체중계의 바늘이 60킬로그램 선을 넘어서는 일이 결코 없었는데, 최근에는 조금만 방심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65킬로그램 정도가 되어 버려 아연해지고 만다. 아무래도 나이를 먹으면 '아연해지는' 경험이 날로 풍성해지는 것 같다.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한 동안 장편 소설에만 매달려 있었던 터라 시간이 아까워서 조깅을 쉬었더니, 지난 2월에 나의 체중은 마침내 66킬로그램이라는 미지의 영역에 발을 내딛고 말았다. 운동 부족에다 일에서 오는 긴장감 때문에 과식, 폭음이 겹치다 보면 살이 찌는 게 당연한 일이다. 이 정도 체중이 되면 사뭇 몸이 무겁고, 사이즈 29인치인 바지에 몸을 쑤셔 넣기도 고통스러워진다. 그래서 석달동안 감량에 감량을 거듭한 결과 59킬로그램까지 체중을 줄이는데 성공했다. 조금 더 힘을 내어 어떻게든 58킬로그램 선에 정착했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키가 168센티니까 그 정도 선이면 가장 가뿐한 상태로 생활할 수 있다. 내 경험으로 봐서 일 개월 당 2킬로그램 정도의 감량이라면 그렇게 대단한 노력이 필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찌기는 쉽고, 빼기는 어렵다.' 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또 다르게는 '비만에 이르는 길은 짧고 평탄해도, 감량에 이르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고 표현할 수 있겠다. 하기야 이 점은 체질 탓도 있어, 중년이 되면 너 나 할것없이 살이 찌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안자이 미즈마루 씨 같은 경우는 나 보다 한 단계 위의 중년인데도, 늘 바싹 말라 있어 부럽기 짝이 없다. 그리고 우리 마누라 같은 경우도 절대로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다. 살이 찌는 체질인가 안찌는 체질인가 하는 차이에는 유전적인 요소가 꽤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 점은 제삿날이라든가 결혼식처럼 친척들이 한꺼번에 모인 자리에 나가, 주위를 한 바퀴 휘 둘러보면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다. 내 경우를 보면, 우리 친척들은 뚱뚱하다고 할 정도까지는 안되지만 꽤 통통한 체형의 사람이 많고, 마누라의 친척들 쪽은 모두가 대개 야위었다. 그래서 나는 가끔 제삿날에 친척들이 모이는 자리에 나가면 '이거야 상당한 끈기를 가지고 임하지 않으면 큰일나겠는걸.' 하고 결심을 새로이 하여 운동에 힘쓴다. 마츠모토 세이초(松本淸張)*의 오래전 단편에 새끼 손가락이 짧다는 (아마도 그런 이유였다고 생각한다) 이유로 박복한 운명을 짊어지지 않으면 안되었던 일가족의 얘기가 있는데, 나는 요즘 들어 그런 사람들의 기분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인생이란 본질적으로 불공평하고 불평등한 것이다.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노력 없이는 도저히 획득할 수 없는 것을 또 다른 어떤 부류의 사람들은 아무런 노력 없이도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은 불공평, 불평등 이외의 그 무엇도 아니다. 이런 얘기를 쓰다 보면 점점 화가 난다. 그러나 그 대신─이라고 말하기는 좀 뭣하지만─마누라 집안에는 암으로 죽는 사람이 많은 반면 우리 집안은 암으로 죽는 사람이 거의 없다. 비만과 암 사이에 어떤 상관 관계가 있는가 하는 데까지는 난 잘 모르겠지만, 이와 같이 혈통이라고 하는 것은 꽤 흥미로운 것이다. 나는 어쩌다 결혼식에 초대를 받기라도 하면, 식장에서 좌우로 나뉘어져 나란히 앉아 있는 양가 친척들의 얼굴 생김이니 체격이니 하는 것들을 하나 하나 견주어 보며 시간을 보낸다. 그런 기회가 있으면 꼭 한번 시도해 보세요. 틀림없이 흥미로울테니까. 그건 그렇고 세상에는 비만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 꽤 많은 듯, 책방에 나가 보면 살을 빼기 위한 노하우 책이 즐비하게 진열돼 있는데, 또 그 대부분이 베스트셀러인 모양이다. 나도 몇 권인가 들춰 보았지만, 내가 느낀 바로는 '이거야말로 결정판!' 이랄 만한 책은 단 한권도 없었다. 세 권을 읽으면, 거기에는 살을 빼기 위한 세 가지 방법이 있어, 그 각각의 방법이 전혀 반대의 주장을 펴고 있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그리고 개중에는 몹시 극단적인 주장을 전개하고 있는 책도 있다. 살을 빼기 위한 영양학이 아직 체계적으로 확립되어 있지 않은 현재, 지나치게 편협한 요법에 의존하면 사람에 따라서는 위험 부담이 클 것이라 여겨진다. 나는 애당초 꼼꼼한 성격이라 다이어트나 살을 빼기 위한 운동에 대해서 꽤나 연구를 많이 했는데, 그 결과로써 나온 결론은 '사람에게 다양한 생김새나 성격이 있는 것처럼 사람이 살찌는 방식에도 다양한 형태가 있으므로, 만인에게 적합한 살빼기 방법이란 없다.' 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자신의 체질이나 식생활, 직업이나 수입에 맞추어 한사람 한사람이 자기에게 적합한 방법을 찾아내는 수밖에 없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처럼 권위있는 영양과 의사가 각 개인의 얘기를 '음, 음.' 하고 들어가며, 그 상대에게 알맞는 살빼기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는 게 이상적인 방법이 아닐까, 하고도 생각하지만, 갑작스레 그런 수준까지 도달하기는 무척 어려울 것이다. 지금 상황으로는 한 군데다 뭉뚱그려 놓은 다이어트책으로 때우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뭐가 어찌 됐든, 프랑스 요리집에서 디너를 먹고 디저트를 생략해야 하는 분함이나 불쾌함은 필설로는 다 하기 어렵다고 생각지 않습니까? ------------------------------------------------------------------------- * 마츠모토 세이초 : 소설가. 1950년대 중반 이후에는 추리소설가로 전신, 일본 추리문학계에 한 획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