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률좋은 죽마 by Murakami Haruki 일요일 점심 전에 무말랭이를 조리고 있으려니까 능률 좋은 죽마가 우리집을 찾아왔다. 내가 문을 열자,거기에 능률 좋은 죽마가 당당히 서 있었다. 키가 나보다 머리 하나 정도 크다. '저 아시리라고 생각합니다만, 이세상에 저만큼 능률이 좋은 죽마는 또 없습니다.' 능률 좋은 즉마는 나를 향해서 도전적으로 굉장히 빠른 어조로 말했다. 나는 깜짝 놀라서 잠시 동안은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능률 좋은 죽마라고 하는것은 구체적으로 어떤식으로 능률이 좋다는 것입니까?' 나는 겨우 물어보았다. '저런저런 당신은 고바야시 히데오를읽으신 적이 없습니까?' 능률 좋은 죽마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역시 빠른 어조로 말했다. 콘크리트 바닥을 대나무 다리로 딸가닥 딸가닥올려가면서. '고바야시 히데오 글가운데에 능률 좋은 죽마라는 말이 나오는데 혹시 당신은 모르고 계시는게 아닙니까?' 유감스럽게도 고바야시 히데오의 글이라고는 한줄도 읽은 적이 없다. 나는 작은 이공계열 대학을 나와서, 오타의 구청에서 토목공사 관계 설계일을 하고 있다. 내 주위에도 고바야시 히데오의 책을 읽은적이 있는사람이라고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내가 솔직히 그렇게 말하자, 능률 좋은 죽마는 화가 난다는 듯이 흥 하고 작게 코방귀를 뀌었다. 고바야시 히데오의 그을 읽은적이 없는 인간과 더이상 얘기 해봤자 별수 없다는 듯이. 그렇지만 가려고는 하지않았다. '저 그런데 도대체 무슨 용건이신가요?' 나는 쭈빗쭈빗 능률 좋은 죽마에게 물어보았다. 어쩌면 책이라든가 뭐 그런것을 팔아먹으러 온건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지금은 월급날 전이라 돈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아뇨, 뭐 이렇다 할 구체적인 용건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능률 좋은 죽마는 별나게 딱 부러지는 어조로 말했다. '다만 말이죠. 저는 지금 여기 복도를 딸가닥 딸가닥 걷다가, 도대체 세상이 나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문득 알고 싶어 졌을 뿐입니다. 그래서 댁의 방문을 노크한 것 입니다.' 나는 나의 무식함을 사과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너무 실망하진 마세요. 내가 세상 그자체는 아니지 않습니까?' 능률 좋은 죽마는 가슴에 달린 주머니에서 파이프를 꺼내어 손바닥에 통통 두서번 두둘기고 나서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런데 당신은 모차르트의 K.421이 단조인지 장조인지 아십니까?' 능률 좋은 죽마는 다시 한번 기회를 주겠다는 듯한 어조로 물어왔다. '모른다'고 나는 말했다. 당연히 그런걸 알리가 없지 않겠는가? 나는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하수도를 만드는 일로 바쁜것이다. 능률 좋은 죽마는 창백한 얼굴로 나를 째려보더니 험악하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거봐. 당신이 세상 그자체인 거야.' 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뭐가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그이상 말썽이 진전될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에, 나는 점심으로 따끈한 밥과 무말랭이를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