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by Murakami Haruki 남자와 여자가 길을 걷고 있다. 묘지 옆의 길이었다. 한밤중이다. 안개마저 깔려있다. 그들이라고 해서 한밤중에 그런 곳을 걷고 싶지는 않았다. 두 사람은 손을 꼭 붙잡고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다. "마치 마이클 잭슨의 비디오 같아." 여자가 말했다. "응, 묘석이 움직이지. " 남자가 말했다. 그때, 어디선가 끼이이하는 무서운 것이 움직이는 듯한 삐걱이는 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은 걸음을 멈추고 얼결에 얼굴을 마주보았다. 남자가 웃었다. "괜찮아. 그렇게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없어. 나무가지가 부딛힌거야. 바람이나 뭔가에." 하지만, 바람같은 것은 불지 않았다.여자는 숨을 삼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상당히 좋지않은 기분이 들었다. 사악한 일이 일어날 듯한 예감이 들었다. 좀비다. 하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죽은 사람이 되살아난 기척도 없었다. 두 사람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남자의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진 것처럼 보인다. "어째서 너는 그렇게 보기 싫은 걸음걸이를 하는거지." 남자가 돌연 말했다. "나?" 여자는 놀래서 말했다. "내가 그렇게 보기 싫은 걸음걸이를 하고 있다구?" "지독하다구." 남자가 말했다. "그래?" "안짱걸음이야." 여자는 입술을 깨물었다. 분명히 조금 그런 경향이 있을지도 모른다. 구두 밑창이 어느 정도 한편이 치우쳐 닳는것이다. 하지만 일부러 그런 말을 딱 잘라서 말할 만큼 지독하지는 않다. 하지만 여자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남자를 사랑하고 있고, 남자 역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 두 사람은 다음 달에 결혼하기로 되어있다. 한심한 다툼은 하고싶지 않았다. '나는 안짱걸음으로 걷는지도 몰라, 그걸로 됐잖아.' "안짱걸음인 여자와 사귄 것은 처음이야." "그래?" 굳은 웃음을 지으며 여자는 말했다. '이 사람 취한거 아닌지 몰라, 아냐, 오늘은 술 전혀 마시지 않았을텐데.' "그리고 네 귓구멍 속에 점이 세 개나 있어." 남자가 말했다. "어머, 그래?" 여자가 말했다. "어느쪽인데?" "오른쪽이야. 오른쪽 귀의 바로 안쪽에, 점이 세 개 있어. 굉장히 못생긴 점이야." "점 싫어?" "못 생긴 점은 싫어. 그런거 좋아할 녀석이 세상에 어디있겠어?" 그녀는 입술을 더욱 더 꽉 깨물었다. "그리고 때때로 액취가 나. 남자는 계속했다. 전부터 신경쓰였었어.만일 처음 너와 만났을 때가 여름이었다면, 나는 너같은 애하고는 어울리지도 않았을 거야."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붙잡고 있던 손을 뺐다. "이봐요, 잠깐 기다려봐. 그렇게 말할 것 까진 없잖아 ? 너무 지나치잖아. 당신 이제까지 그런...." "블라우스의 칼라도 더러워져 있어. 오늘, 지금 입고 있는 그거 말이야. 어째서 그렇게 단정하지 못한거야. 어째서 뭐하나 제대로 못하냐고?" 여자는 가만히 침묵했다. 너무 화가 나서 입도 열 수가 없었다. "알겠냐, 네게 하고 싶은 말은 산만큼 쌓여있다구. 팔자걸음, 액취, 더러운 칼라, 귀의 점, 그런 것은 아주 일부라구. 그래, 어째서 그렇게 어울리지도 않는 귀걸이를 달고 있는거야. 그러니 마치 매춘부같잖아. 아니, 매춘부쪽이 외려 훨씬 고급이라구. 그런 걸 달 정도라면 코에 고리라도 거는 게 좋아. 네 이중 턱에는 딱 어울린다구. 응, 이중 턱이라는데서, 생각난다. 네 어머니는 진짜 돼지야. 투실투실한 돼지말야. 그게 20년후의 네 모습이야. 먹어대는 꼬락서니가 모녀가 똑같은걸. 돼지야. 정말 퍽퍽 먹어댄다니까. 아버지도 지독하지. 한자도 제대로 못적잖아. 요전에 우리 부모님께 편지를 쓴 모양인데, 모두 웃어버렸다구. 글씨도 제대로 못적는다고말야. 초등학교도 못 나온 것은 아닌거야, 그사람? 지독한 집이야. 문화적 슬램이라구. 그런 건 석유를 부어서 태워버리는게 나아. 지방으로 지글지글 탈테지, 분명." "이봐요, 그렇게 마음에 안들면 어째서 나하고 결혼따위를 하는거지?" 남자는 그런 것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돼지다." 그는 말했다. "그리고, 네 거기말인데, 그건 정말 지독하다구. 난 포기하고 있지만, 이젠 뭔가 늘어나버린 싸구려 고무같아. 그런걸 달고 있을 정도라면, 나라면 차라리 죽어버리겠어. 내가, 여자고, 그런걸 달고 있다면 말야, 창피해 죽을거야. 어떤 식으로 죽던 좋아. 어쨌든 빨리 죽어버리지. 살아있는게 창피라구." 여자는 망연자실 거기에 서있었다. "당신 잘도 그런...." 그 때, 남자는 갑자기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괴로운 듯이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그 자리에서 몸을 웅크렸다. 손톱으로는 관자놀이를 눌렀다. "아파" 남자는 말했다. "머리가 깨질 것 같아. 견딜 수 없어. 괴로워." "괜찮아?" 여자는 말을 걸었다. "괜찮지 않아. 참을 수가 없어. 뭔가 피부를 태우는 듯이 찌릿거린다구." 여자는 남자의 얼굴에 손을 대었다. 남자의 얼굴은 타는 것 처럼 뜨거웠다. 여자는 그것을 가볍게 문질러 보았다. 그러자 피부는 얇은 껍질이 벗겨지듯이 스르륵 벗겨졌다. 그리고는 그 뒤에 축축한 빨간 살이 드러났다. 그녀는 숨을 삼키며 뒤로 물러섰다. 남자는 일어섰다. 그리고는 씨익 웃었다. 그는 자신의 손으로 얼굴의 피부를 주욱 벗겼다. 안구가 게슴츠레하게 드러났다. 코는 그저 두 개의 검은 구멍이 되었다. 입술이 사라져, 이빨이 드러났다. 그 이빨이 히죽 웃었다. "내가 너와 함께 한 것은 너의 그 돼지 같은 살을 먹기 위해서야. 그 외에 너따위 하고 어울릴만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애? 그정도를 왜 모르는거야. 넌 멍청이냐. 넌 멍청이냐. 넌 멍청이냐. 헤헤헤헤헤헤헤..." 그리고 그 드러난 살덩이가 그녀의 뒤를 쫓았다. 그녀는 달리고 또 달렸다. 하지만 그 등 뒤의 살덩어리로부터 도망갈 수는 없었다. 묘지의 끝에서 축축한 손이 그녀의 블라우스 칼라를 잡았다. 그녀는 힘껏 비명을 질렀다. 남자가 여자의 몸을 안고 있다. 여자는 목이 바짝 말랐다. 남자는 싱긋 웃으며 그녀를 보고 있다. "왜 그래? 나쁜 꿈 꿨어?" 그녀는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았다. 두 사람은 호수 근처의 호텔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그녀는 머리를 흔들었다. "비명질렀어, 나?" "굉장했다구." 그는 웃으며 말했다. "굉장히 큰 비명이었어. 호텔 안 사람들 전부 들은건 아닐까 할정도로. 살인이 일어났다고 생각하지나 않으면 다행이게.." "미안해요." 여자가 말했다. "괜찮아." 남자가 말했다. "나쁜 꿈을 꿨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나쁜 꿈이었어." "얘기해줄래?" "말하고 싶지 않아." 그녀가 말했다. "말하는 편이 좋을거야. 누군가에게 얘기하면, 그 바이브레이션 같은 것이 사라져버리니까." "괜찮아. 지금은 말하고 싶지 않아." 두 사람은 잠시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그녀는 그의 맨 가슴에 안겼다. 멀리서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남자의 가슴은 느리고 확실한 고동을 반복하고 있다. "있잖아." 여자가 문득 생각난 듯이 말했다. "듣고 싶은게 있는데." "뭔데?" "내 귀에 혹시 점이 있어?" "점?" 남자가 말했다. "혹시 그거, 오른 쪽 귀 안에 있는 못 생긴 세 개의 점 말이야?" 그녀는 눈을 감았다. 계속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