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과 전철표(4) 전철표를 잃어 버리는 얘기를 네 번이나 계속하다니, 이게 마지막. 요 앞에 전철표를 접어 귓속에 넣어 두면 잃어 버리지 않는다는 얘기를 썼는데, 그렇게 표를 귀에 넣고 있으면 이상한 눈길로 나를 보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멍청한 얼굴로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기분 나쁘다는 듯 멀찌감치 비켜나는 사람도 있다. 뭐 그 기분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전철표를 주머니에 넣든, 귀에 넣든, 그건 어디까지나 내 마음 아닌가. 그런 정도의 일로, 일일이 사람을 이상한 눈길로 안봤으면 좋겠다. 내 쪽은 그 나름의 사정이 있어, 궁여지책으로 그렇게 하고 있는 거니까. 그 다음으로 짜증나는 일은 끄덕끄덕 졸고 있을 때, 표를 검사하러 온 차장이 갑자기 '손님, 표 좀 보여 주세요.' 라고 하여 귀에서 슬며시 표를 꺼내면, 차장도 주위 사람들도 굉장히 놀랍다는 표정을 보이는 일이다. 놀라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차장에 따라서는 구겼다고 화를 내는 이도 있다. 그런 여러 가지 일로 그만 성가셔져, 결국 전철표를 귀에다 간직하는 일도 포기하고 말았다. 지금은 '그렇게 없어지고 싶거들랑 언제라도 네 멋대로 없어져 버려.' 하는 무아·무심의 경지로 전철을 탄다. 아무리 애를 써도 전철표는 반드시 없어지고 마니까, 애를 쓰는 만큼 헛된 것이다. 단 잃어 버렸을 때 손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법이 있다. 어떤 방법인가 하면, 어디엘 가더라도 기본 요금에 해당하는 표만 사는 것이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하여 개찰구에서 기본 요금으로 초과한 금액만큼 추가 요금을 낸다. 이렇게 하면 설사 표를 잃어 버렸더라도, 손해는 훨씬 적어진다. 혹, 마음씨 좋은 역원이 있어 '잃어 버렸습니까? 할 수 없죠 그냥 가세요.' 라고 말해 주기라도 한다면, 고스란히 득을 보는 셈이다. --------------------------------------------------------------------- ⊙ 일본 국철의 경우 차장이 표를 검사하기 위해 차내를 돈다. 이때 걸리면 재수좋게 무임승차를 하거나, 아니면 기본 요금표를 가지고 장거리를 뛰려던 몰염치한들도 초과 운임을 정산해야 하는 비운을 겪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