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과 전철표(3) 전철표를 잃어 버리는 얘기를 집요하게 계속하여 세 번째. 옛날에 나는 어떻게 하면 전철표를 잃어 버리지 않을 수 있을까에 대해, 제법 심각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 이론적으로는 아주 간단한 일이다. 즉 ① 어떤 복장을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존재하고 ② 집어 넣고 꺼내는데 시간이 걸리지 않고 ③ 거기에다 표를 넣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 버리지 않을 장소 를 찾아내면 되는 것이다. 잠시 생각해 보세요. 이 세가지 조건을 갖춘 장소를, 당신은 생각해 낼 수 있을까요? 양말이나 구두도 안되죠. 샌들을 신을 때도 있으니까요. 팬티 속도 물론 불합격, 조건 ②가 미달. 꽤 어려운 일이다. 나는 오랫동안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간신히 적합한 장소를 하나 발견해 냈다. 귀다. 귀밖에 없다. 나는 유레카(발견했다)! 그 이후 나는 전철표를 착착 접어서는 귓 구멍 속에 간직하게 되었다. 처음 한 동안은 빳빳한 게 귓속에 들어있어 불안스럽지만, 익숙해지고 나면 아무렇지도 않다. 거꾸로 '아, 지금 내 귓속에 전철표가 있지.' 하는 확고한 존재감이 전해져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그런 느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은, 시험 삼아 한번 해 보세요. 국철표라면(물론 두꺼운 종이는 안되죠. 그런 걸 귓 구멍에 쑤셔 넣았다간 상처가 날 테니.) 가로로 두 번, 세로로 한 번 접으면 귀에 들어갑니다. 그때는 잉크가 귀에 묻지 않도록, 뒤집어서 접는 것을 잊지 않도록 하시고요. 귀의 솜털이 찌릿찌릿 소리를 내고, 조금은 부끄러운 기분이 들죠? 키득키득 간지럽다고 하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발명한 이 '전철표 귀에 넣기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몇 만명이나 되는 여고생들이 매일 아침 귓속에서 셋으로 접은 전철표를 꺼내는 광경을 상상하면 내 마음은 설레인다. 이런 건 역시 어디가 잘못된 것일까? 잘 모르겠다. (이 글을 쓴 후에 독자로부터 '여고생들은 정기권을 가지고 다닙니다.' 라는 투서를 받았다. 그러고 보니 그렇다. 정기권은 유감스럽게도 귀에는 안 들어간다.) 전철과 전철표(4) 전철표를 잃어 버리는 얘기를 네 번이나 계속하다니, 이게 마지막. 요 앞에 전철표를 접어 귓속에 넣어 두면 잃어 버리지 않는다는 얘기를 썼는데, 그렇게 표를 귀에 넣고 있으면 이상한 눈길로 나를 보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멍청한 얼굴로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기분 나쁘다는 듯 멀찌감치 비켜나는 사람도 있다. 뭐 그 기분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전철표를 주머니에 넣든, 귀에 넣든, 그건 어디까지나 내 마음 아닌가. 그런 정도의 일로, 일일이 사람을 이상한 눈길로 안봤으면 좋겠다. 내 쪽은 그 나름의 사정이 있어, 궁여지책으로 그렇게 하고 있는 거니까. 그 다음으로 짜증나는 일은 끄덕끄덕 졸고 있을 때, 표를 검사하러 온 차장이 갑자기 '손님, 표 좀 보여 주세요.' 라고 하여 귀에서 슬며시 표를 꺼내면, 차장도 주위 사람들도 굉장히 놀랍다는 표정을 보이는 일이다. 놀라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차장에 따라서는 구겼다고 화를 내는 이도 있다. 그런 여러 가지 일로 그만 성가셔져, 결국 전철표를 귀에다 간직하는 일도 포기하고 말았다. 지금은 '그렇게 없어지고 싶거들랑 언제라도 네 멋대로 없어져 버려.' 하는 무아·무심의 경지로 전철을 탄다. 아무리 애를 써도 전철표는 반드시 없어지고 마니까, 애를 쓰는 만큼 헛된 것이다. 단 잃어 버렸을 때 손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법이 있다. 어떤 방법인가 하면, 어디엘 가더라도 기본 요금에 해당하는 표만 사는 것이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하여 개찰구에서 기본 요금으로 초과한 금액만큼 추가 요금을 낸다. 이렇게 하면 설사 표를 잃어 버렸더라도, 손해는 훨씬 적어진다. 혹, 마음씨 좋은 역원이 있어 '잃어 버렸습니까? 할 수 없죠 그냥 가세요.' 라고 말해 주기라도 한다면, 고스란히 득을 보는 셈이다. --------------------------------------------------------------------- ⊙ 일본 국철의 경우 차장이 표를 검사하기 위해 차내를 돈다. 이때 걸리면 재수좋게 무임승차를 하거나, 아니면 기본 요금표를 가지고 장거리를 뛰려던 몰염치한들도 초과 운임을 정산해야 하는 비운을 겪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