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과 전철표(1) 나는 툭 하면 전철표를 잃어 버리는 인간이다. 어린 시절부터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막 개찰구를 빠져나가려고 하면 표가 보이지 않는다. 코트 주머니 바지 주머니, 셔츠 주머니 같은 델 전부 뒤집어가며 찾아 보지만, 전철표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 버렸단 말인가? 전철에 타고 있는 동안 별 다른 짓을 한 것도 아니다. 좌석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멍하니 문고본을 읽고 있었을 따름이다. 표를 넣어 둔 주머니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그런데 왜 전철표가 없어지는 것일까? 수수께끼다. 더구나 그런 일이 한 두 번도 아니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생기는 것이다. 이거야 원 전철표를 전문으로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내 몸 주변 어딘가에 있다고밖에 생각할 길이 없다. 그건 어찌됐든, 다 큰 사내가 개찰구 옆에서 옷에 달린 주머니란 주머니를 전부 뒤집고 있는 광경이란 그다지 볼 만한 게 못된다. 정직하게 말하면 창피하다. 특히 선반 위에다 주머니 속에 있는 것들을 '이건 지갑이고..., 수첩이고..., 화장지고...' 하고 늘어놓으며 점검해야 할 때는 정말 비참하다고밖에 형용할 수가 없다. 나는 역의 개찰구를 지나갈 때마다 나랑 마찬가지로 옷 주머니를 전부 뒤집어가며 표를 찾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어디 없을까, 하고 두리번거리는데, 거의 그런 광경을 본 적이 없다. 보통 사람들은 전철표 같은 것을 안 잃어 버리는 걸까? 그리고 또 여자랑 데이트를 하고 있을 때 전철표를 잃어 버리면 참 난감하다. '저, 이봐 잠깐, 잠깐 기다려.' 라고 기다리게 해 놓고, 개찰구 옆에서 뒤적뒤적하고 있으면, 상대방 여자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하는 걸 알 수 있다. 참 서글프다. 전철과 전철표(2) 전철표를 잃어 버리는 얘기의 계속. 옛날에 전철표를 분실하지 않는 비결이란 걸 배운 적이 있다. 비결이라고 해서 그리 복잡한 것은 아니다. 요컨대 '늘 일정한 주머니에 표를 넣어 둘 것.' 이다. 바지 앞 주머니든 지갑 속의 작은 주머니든, 전철표 전용의 장소를 만들어 놓는 셈이다. 그리고 개찰을 하고 나면, 짬을 두지 않고 곧바로, 거기에 집어 넣는다. 이렇게 하면 절대로 전철표를 잃어 버릴 염려가 없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얼른 꺼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에 지나지 않는다. 가령 어떤 식으로 대비를 하여도 전철표를 잃어 버리는 숙명을 타고 난 사람은, 확실하게 표를 잃어버리고 만다. 예컨대 사람은 언제나 같은 바지를 입고 다니는 것은 아니다. 플라노 바지를 입는 일도 있거니와, 청바지를 입는 일도 있고, 조깅 팬티를 입는 일도 있다. 그리고 바지 종류에 따라 주머니의 모양에서부터 숫자, 의미, 목적까지 전부 다른 것이다. 그러니까 단순하게 '앞 주머니' 라고 하면 미묘하게 어긋나기 마련이다. 도대체 조깅 팬티의 어디에 앞 주머니가 있단 말인가? 자, 그럼 지갑 속의 작은 주머니는 어떤가. 일견 합리적일 듯 하지만 이것 역시 계획대로 잘 안된다. 왜냐하면 ① 지갑을 꺼낸다. ② 전철표를 집어 넣는다. ③ 지갑을 주머니에 집어 넣는다. 이런 세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바쁠 때 같으면 이 과정은 몹시 번거롭다. 게다가 사람들 앞에서 지갑을 꺼내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다. 또 전철표를 일일이 지갑에 집어 넣는 행위는 다 큰 어른이 할 짓이 아니잖나, 하는 창피스러움도 있다. 그러니까 결국은 '이번에는 이 바지 오른쪽 주머니에 집어 넣어 두면 되겠지. 분명히 기억하고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하게 된다. 그리하여 목적지에 닿으면 전철표는 예외없이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 몇 번이고 거듭 말하지만, 이건 거의 숙명이다. 전철표란 잃어 버리지 않는 사람은 잃어 버리지 않고, 잃어 버리는 사람은 영원토록 잃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