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그래피티(5) 도립가정의 어두운 삼조 방에서 반년을 생활하다, 살아 있다는 게 못 견디게 싫어져서 또 이사를 하기로 했다. 1969년 봄의 일이다. 가구와 짐이라고는 거의 없으니까 이사하기는 실로 간단하다. 이불과 옷가지와 그릇 나부랭이를 자동차 트렁크에 던져 넣고나면, 그것으로 준비 완료다. 인생이란 모름지기 이랬으면 좋겠다. 이번 터전은 미타카에 있는 다세대 주책이다. 닥지닥지 복잡한 곳은 이제 진절머리가 나서, 교외로 옮기기로 한 것이다. 육조 방 한 칸에 부엌이 딸려서 7,500엔(와 싸다), 2층 모퉁이에 있는 방으로 사방이 전부 빈 들판이어서 참으로 햇빛이 잘 들었다. 역까지 먼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지만, 무엇보다도 공기가 깨끗하고, 좀 걸으면 아직도 자연 그대로 남아 있는 무사시노(武藏野)의 잡목림이 있어, 굉장히 행복했다. 날아갈 듯 기분이 산뜻하여 전당포에서 중고 플롯을 사가지고와 연습을 하고 있었더니, 옆 방에 카마야츠 히로시*와 비슷하게 생긴 기타보이가 '해피맨 같이 해요.' 라기에, 매일 <멤피스 언더 그라운드>만 열심히 불었다. 그래서 내 기억 속에는 미타카=<멤피스 언더 그라운드>가 되어 버렸다. 그 무렵에 관한 나머지 기억이라고 하면, 브래지어가 하늘을 날았다는 정도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브래지어가 정말 하늘을 날았단 말인가? 물론 그렇지 않다. 바람에 날려 공중을 떠다녔을 뿐이다. 아주 바람이 강한 밤이었는데, 내가 집 근처 길을 터벅터벅 걷고 있자니, 무슨 하얀 물체가 하늘 높이 둥실둥실 날고 있어, '아니, 백로인가.' 하고 곰곰 올려다 보니, 그게 브래지어였단 말씀에요. 브래지어가 밤 하늘을 날고 있는 광경을 목격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잘 아실 테지만, 그게 또 몹시도 희안한 광경입니다. '설마 그런 게 어떻게...' 하는 의아스러움, 공기 역학적인 움직임의 재미가 일체화되어 그 장면 정말 멋있었다. ----------------------------------------------------------------------- * 카마야츠 히로시 : 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