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유명인(4) 야마구치 마사히로 씨는 딱히 유명한 사람은 아니지만, 유명함의 한 양식을 시사하고 있음은 분명하므로 이 항에서 특별히 거론해 보기로 한다. 야마구치 마사히로(이하 경칭 생략)는 무사시노 미술대학 상업디자인과 출신으로, 학생 시절에는 내가 옛날 고쿠분지에서 경영하던 재즈 찻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야마구치는(점점 경박하게 부르게 된다) 질이 나쁜 사내는 아니지만, 딱 잘라 말해 무능에 가까운 종업원이었다. 거의 일도 하지 않고, 종업원 할인가격에 그것도 외상으로 술만 마셔대고, 미술적 재능은 없고, 성적도 나쁘고, 여자한테도 인기가 없었다. 그 야마구치로부터 며칠 전 우리 집으로 전화가 걸려 왔다. 어차피 거지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얘기를 듣고 있자니, 웬걸 '학생 원호회'의 광고를 취급하는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 원호회'라면 바로 <일간 아르바이트 뉴스>를 펴내고 있는 버젓한 회사다. 그래서 '거기서 뭘 하는데?' 하고 물어 보니, '광고를 만들고 있죠, 뭐.' 란다. 대단한 출세다. '저 하루키 씨 말이죠, 그, 소가 나오는 텔레비젼 광고 있잖습니까. 그걸 말이죠, 이토이 씨 같은 사람들하고 같이, 내가 만들었다구요.' 라고 야마구치가 말한다. 우리 집에는 텔레비젼이 없으니까, 그런 얘기를 해도 무슨 소린지 통 알 수가 없다. 대체 뭣 때문에 <아르바이트 뉴스> CM에 소가 출현한단 말인가? '그럼 말이죠, 후지산이 학생복을 입고 짜잔하고 나와서 인간이었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것도 모릅니까?' 텔레비젼이 없으니 그런 걸 알 턱이 없다고 하잖느냐구! 야마구치 마사히로는 낙담한 듯 맥이 풀려 전화를 끊었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무엇인가? ① 내가 관심을 갖지 않는 분야에서 아무리 유명하다 해도, 그런거 나는 모른다. ② 무사시노* 미술대학의 성적 평가는 신용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야마구치군 진구 구장의 박스석 티켓, 또 주세요. --------------------------------------------------------------------- *무사시노 대학 : 4월이야기에 나오는데죠...(업글맨 왈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