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유명도에 대하여 가끔 바의 카운터 같은 데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노라면 옆에 앉은 사람들이 누군가에 대한 소문 얘기를 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그런 얘기를 어렴풋이 듣고 있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그 소문의 대상은 나도 알고 있는 어떤 유명 인사일 때도 있고, 직장의 상사나 동료, 친구일 경우도 있는데, 어느쪽이든 그 나름대로 재미있다. 제일 재미없는 얘기는 누군가를 칭찬하는 경우로, '저 말이지, 누구 누구 말이야, 그 자식 굉장한 놈이야. 재능이 있어.' 같은 얘기가 나오면 내 쪽도 시큰둥해져 '빨리 험담이나 하지.' 하고 마음 속으로 채근을 하기도 한다. '그 자식 바보라니까. 정말 바보 얼간이라구. 도저히 구제불능이야.' 하는 기세이면, 어차피 남 얘기니까 내 쪽도 유쾌하기 그지없다. 몇 년 전인가 요코하마에 있는 '스토크'란 재즈클럽의 카운터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으려니 옆에 앉은 샐러리맨인 듯한 두 사내가 줄곧 신교지 기미에(眞行寺君枝)* 얘기를 하고 있길래, 또 여느 때와 다름없이 귀를 솔깃하고 있었더니, 느닷없이 '저 말이야,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있잖아, 그 사람 말야─' 라는 식으로 얘기가 바뀌어 그 다음은 듣지도 않고 서둘러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어찌하여 신교지 기미에 얘기에서 아무런 맥락도 없이 무라카미 하루키 얘기로 화제가 바뀔 수 있는지 난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그런 때는 정말 대책이 없다. '음 이제 신교지 기미에 얘기는 이쯤하고 말이야, 다른 장르의 얘기를 좀 해 보자구.' '뭐가 좋을까?' '소설 얘기나 할까.' '젊은 작가들 것 뭐 읽은 거 있어?' '그러고 보니까 얼마전에─' 하는 정도의 쿠션이 있으면 나로서도 일단 경계 태세를 갖출 수 있어 좋은데, 목 밑에서 바로 위가 시작되는 것 같은 식으로 화제를 바꾸니, 그만 언더 록 잔에 콧부리를 부딪히고 마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거리를 걷다 보면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안면이 없는 사람이 다가와 말을 거는 일도 있다. 나는 TV에 나가지 않으니까 아주 드문 정도로 그치지만, 쉴 새 없이 TV에 출연하는 사람들은 몹시 황당하리라고 추측된다. 잡지 사진쯤이라면 실물을 보아도 의외로 알아 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TV라고 하는 것은 거의 실물에 가깝게 비춰지니까 실로 난처한 모양이다. 그런 까닭으로 난 TV 출연은 하지 않는다. 가끔 TV방송국으로부터 출연 의뢰가 오면 '인형 옷을 입고 출연해도 괜찮다면 나가지요.' 라고 농담으로 응수하는데, '그래도 상관없으니까 꼭 나와 주십시오.' 라고 한 경우는 한번도 없다. 뭐 당연지사라고는 생각하지만서도. 이 난에 그림을 그려 주시고 있는 안자이 미즈마루 씨도 한번 TV에 나갔다가 그 후 여러모로 곤욕을 치뤘다고 한다. 그 다음날 따르릉 따르릉 하고 쉴 새 없이 전화가 걸려 와서는, 이런저런 사람들에게 'TV에 출연했더군요.' 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TV라고 하는 것은 정말 끔찍하다. 뭐니뭐니 해도 문예지가 제일이다. 문예지에 소설을 발표해 본들 전화 한통 안걸려오니 말씀이죠. 한번은 진구구장의 외야석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며 야쿠르트 대 쥬니치(中日)전을 보고 있는데, 한 여자가 다가와 '무라카미씨, 싸인해 주세요.' 라고 한 적이 있다. 나는 진구구장의 외야 우익수 석에 오는 여자에게는 대개 호감을 갖고 있으므로 '예, 그러죠.' 라고 대답하자, 상대방 여자는 '저─, 힘내라 야쿠르트 스왈로스. 라고 써 주시겠어요?' 란다. 이런 사람을 나는 비교적 좋아한다. 한 번은 소부선 전철 안에서 맞은 편 자리에 앉아 있던 여자가 말을 걸어 온 적도 있다. 단 이런 경우 나는 몹시 얼어 버리는 타입이라,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상대방에게 실례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전철 안에서 누군가 말을 걸면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힐끗힐끗 보니까 매우 부끄럽다. 야쿠르트 대 쥬니치전만큼 텅텅 비어 있다면 내 쪽도 마음이 편할텐데. 아카사카(赤坂)에 있는 베르비라는 맨션 빌딩의 로비의자에 부루퉁하게 앉아 있을 때도(마누라의 쇼핑 시간이 너무 길어져서) 말을 걸어 준 사람이 있었다. 그때의 상대방은 젊은 청년이었는데 '무라카미 씨, 열심히 하십시오.' 라기에 나도 모르게 '옛!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이쯤 되면 '프로야구 뉴스'의 인터뷰 같은 꼴이다. 내친 김에 생각나는 대로 기억을 더듬어 보면, 롯본기(六本木)에서 젊은 커플이 말을 걸어 온 적도 있다. 오차노미즈의 메이지(明治) 대학과 신주쿠의 이세탄 백화점의 이층과 후지사와에 있는 세이부 백화점과 오타루의 길모퉁이에서 한번씩. 오타루에서 내게 말을 건 사람의 얘기에 의하면 홋카이도에서는 내 책이 제법 잘 팔린다고 한다. 암만 그렇다고 오타루역 앞 상점가에서 잘도 나 같은 사람의 얼굴을 알아봤다고 내심 감탄했다. 이런 식으로 하나 둘 손꼽아 보니, 소설을 쓰기 시작한 지 육 년 동안에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이 내게 아는 척을 한 횟수는 전부 여덟 번이 된다. 대충 일년에 한 번 하고 나머지 조금의 비율인 셈인데 이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건 빈도'가 나 같은 직업에 종사하는 인간에게 많은 수치인지 적은 수치인지는 나 자신도 잘 모르겠다. 옛날, 모 가수가 살고 있는 맨션 옆에 살았던 적이 있는데, 그 모 가수가 차에서 현관까지의 십여 미터 거리를 전력으로 질주하는 광경을 종종 목격하곤 했다. 필시 팬에게 붙잡히지 않기 위해서였겠지만 한 시가 넘은 한 밤중, 사방에 사람 그림자 하나 없을 때 조차도 그랬다. 유명인이란 상당히 기묘한 인생을 강요당하고 있는 모양이다. ----------------------------------------------------------------------- * 신교지 기미에 : 여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