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 커피와 오뎅 개인적인 소견을 기술하자면, 겨울이 되어 맛있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찌게류와 럼을 넣은 커피이다. 물론 찌게와 럼이 든 커피를 함께 먹으면 맛있다는 게 아니라, 제각각 맛있다는 뜻이다. 만약 럼이 든 커피를 마시면서 오뎅을 먹는다면 맛있을 리가 없다. 나는 요 한 이년에 걸쳐 존 어빙의 <곰을 풀어 놓다(Setting Free The Bears)> 라는 괜스레 길기만 한 소설을 번역하고 있는데, 그 안에 럼이 든 커피 얘기가 종종 나온다. 이 작품은 빈을 무대로 한 소설로, 주인공들이 곧 잘 길 모퉁이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 '럼 커피'를 주문한다. 그런 장면을 읽고 있노라면 나도 몹시 럼이 든 커피가 마시고 싶어지는데, 유감스럽게도 일본에는 맛있는 럼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가게가 별로 없다. 메뉴에 '럼 커피'라고 씌어 있어도, 그닥 주문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지도 않고, 따라서 럼주도 꽤 오래 된 게 아닐까, 하고 의심스러워진다. 그리고 일본에서 마시는 럼 커피에는, 뭐랄까 음악에서 말하는 소노리티 같은 것이 결여된 듯한 기분이 들어 께름칙하다. 즉 '럼 커피는 모름지기 이래야 한다'라는 개념풍의 울림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웬지 식은땀이 흐르는 일이지만─겨울에 오스트리아나 독일에서 마시는 럼 커피는 굉장히 맛있다. 하기야 그 동네는 동경 따위에 비하면 뼛 속까지 파고들 만큼 압도적으로 추우니까, 오리털 파커에다 장갑에다 머플러까지 중무장을 하고 대처해도 곧바로 '으─ 추, 추워'하는 꼴로, 카페로 뛰어들어가 따스한 것이 마시고 싶어진다. 카페의 유리창도 대개 난방 탓으로 뽀얗게 김이 서려 있어, 바깥에서 보면 정말 따뜻하고 푸근하게 보이는 것이다. 그런 곳에 뛰어들어가 주문하기에는 역시 '럼 커피'가 제일이다. 독일어로는 아마 '카페 미트 루므'였던 것 같은데, 틀렸다면 죄송합니다. 뜨거운, 뜨거운 커피 위에 새하얀 크림이 듬뿍 얹혀져 있고, 럼 향기가 핑하고 코를 찌른다. 그리하여 크림과 커피와 럼의 향기가 하나가 되어 구수하게 누른 듯한 냄새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것은 제법 상당한 맛이다. 그리고 확실하게 몸이 따스해진다. 그런 연유로, 나는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에 있는 동안에는 날이면 날마다 럼 커피만 마신다. 포장 마차에서는 커리 부르스트(카레맛 소시지)를 아작거리고, 카페에 들어가서는 럼 커피를 마시는 패턴이다. 엄청나게 춥기는 했지만, 그 나름으로 행복한 한 달이었다. 구경꾼 하나 없는 춥디 추운 프랑크푸르트의 동물원에서 덜덜덜 떨면서 마시는 럼 커피의 맛 또한 각별하여, 지금도 꽤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일본에는 '럼 커피'는 없지만, 그 대신 '오뎅'이 있다. 럼 커피도 좋지만, 오뎅도 나쁘지는 않다. 낮에는 빈에서 럼이 든 커피를 마시고 밤에는 동경에서 오뎅을 먹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는데, 하고 얼빠진 생각을 하고 있는 오늘, 요즘입니다. 내 개인적인 사정만 말씀드려 죄송하지만─이라니, 이 컬럼의 내용은 철두철미하게 내 얘기뿐인데, 우리 마누라는 오뎅이란 존재를 심각하고도 강렬하게 증오하는 터라, 나를 위하여 오뎅을 만드는 일은 결코 없다. 그녀가 오뎅을 혐오하는 까닭은 소녀시절에 무우와 어묵 때문에 전철속에서 봉변을 당했기 때문이다─라는 것은 순전히 거짓말이고(당연하다), 그저 단순하게 싫어할 뿐이다. 그런 탓에 나는 대개 혼자 바깥에서 오뎅을 먹는다. 중년 남자가 홀로 오뎅을 먹고 있는 모습은 세련됐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게 볼썽 사나운 것도 아니다. 이십 대일 무렵에는 오뎅 집에 혼자 들어가서 술을 마신다는 게 어쩐지 썩 탐탁치 않았지만, 삽십 대를 지나고 나서는 아주 일상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영화를 본 후 혼자 밥이라도 먹고 돌아갈까, 할 때는 나는 대충 오뎅 집의 카운터에 앉기로 하고 있다. 생선 초밥집은 '오늘의 특별 메뉴와 대결한다'는 일종의 긴박감이 있지만, 오뎅 집이라고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오늘의 특별 메뉴니 뭐니 하는 게 없으니까 기분도 편안하고, 우선은 싸다. 혼자서 멍청하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술을 마시기에는 오뎅 집이 최고다. 다만 늘 의문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세상에는 과연 오뎅을 먹는 정통적 방법이란 게 존재할까,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생선 초밥집에서는 처음부터 다랑어를 두 접시 연달아 먹는 것이 세련되지 못한 매너인 것처럼, 처음부터 계란말이를 두 접시 계속 먹어대면 안된다든가, 치쿠와와 한펜 사이에는 다시마를 끼워 넣는 것이 상식이라든가, 롤 카베츠 다음에는 두부로 입가심을 해야 식도락가가 될 수 있다든가 하는, 소위 '오뎅도(道)'라는 게 있는 것일까? 아니면 롤 카베츠 따위는 애당초 식도락가는 먹어서는 안되는 음식인가 하는 그런 것들이다. 잘 모르겠다. 적어도 나의 아버지는 오뎅을 먹는 옳은 방법이라는 것에 관해서는 내게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안자이 미즈마루씨는 그런 일에는 제법 까다로운 사람이니까, 혹 함께 오뎅을 먹으러 갔다가 나중에 '무라카미씨는 이러니 저러니 말이 많은 주제에 정작 오뎅을 먹는 매너는 순 엉터리로군요. 곤약을 먹은 후에 은행을 먹다니 말입니다.' 라는 핀잔을 들을 것 같아 두렵습니다. ♣ 나는 감자를 넣은 오뎅을 무척 좋아하는데, 동경에서는 전혀 볼 수 없다. 오뎅을 파는 포장마차로는 에노시마의 다리 입구에 몇 군데 줄지어 있는 포장마차가 조개 같은 것도 많이 들어 있어 제법 맛있다. 후지사와에 살던 시절에는 점심 시간에 곧잘 에노시마까지 산책 삼아 갔다가 먹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