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영화를 보는 일에 대하여 지난 회의 연속. 사흘 동안 삿포로에 있었다. 딱히 무슨 용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기회가 닿아서 혼자 문득 들려 본 것이다. 그리하여 삿포로에서 무엇을 했는가 하면, 우선 맥주집에 들어가 생맥주를 세 잔 마시고, 점심을 먹고(홋카이도에서 마시는 맥주는 왜 그렇게 맛있는 걸까?), 그러고는 <람보>와 <소림사>를 동시 상영관에서 보았다. 그 다음은 저녁을 먹고, 당연히 또 맥주. 식후에는 재즈 찻집에 들어가 위스키. 그 이튿날에는 영화관에 가서 윌리암 와일러의 <탐정 이야기>와 빌리 와일더의 <선 셋 스트릿>, 그러고는 <불꽃의 런너>를 보았다. 밤에는 또 술. 어째서 애써 삿포로까지 가서는 영화를 봐야만 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익숙지 않은 땅에 발을 디디면 이상하게도 영화가 보고 싶어진다. 그런고로 지금까지 일본 각지의 수 많은 영화관에 들어가 실로 수많은 영화를 보았다. 모르는 거리의 모르는 영화관에 들어가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영화가 묘하게 전신으로 파고 들어온다. 이것은 아마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 본질적으로는 서글픔을 동반하기 때문이라서가 아닐까, 하는 기분이 든다. 열 여덟 살 나던 해 수험 공부가 지겨워져서, 코베에서 배를 타고 훌쩍 큐슈(九州)로 갔다. 그러고는 구마모토(熊本)로 가서 영화관에 들어가, 제임스 칸이 출연하는 <영광의 사나이들>(좋은 영화였다)과 록 허드슨의 <눈 가리개>를 동시에 봤다. 영화관에서 나와 어슬렁어슬렁거리고 있는데, 어떤 여자가 가까이 다가오더니 '저요, 오백 엔이면 되니까 안 할래요?' 하고 말을 걸었다. 오백 엔이라니 당시로서도 너무 싼 터라 수상하다 싶어 거절하고, 또 다른 영화관에 들어갔다. 토에이(東映)계 영화관으로, 요금이 아마 오백 엔 정도였을 것이다. 그 일로 '세상이란 참 이상한 거로구나.' 하고 생각했던 일을 기억하고 있다. 나는 그 즈음 연애를 하고 있었으므로, 영화를 보는 것과 비슷한 요금으로 섹스가 가능하다는 말 따위, 쉽사리 믿을 수가 없었다. 그건 그렇고 삿포로에는 한군데 극장이 열 개나 모여있는 건물이 있다. 이거야말로 정말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