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 내가 아직 학생이고 틈만 생기면 침낭을 둘러메고 혼자서 여행을 하며 돌아다니던 시절, 여행지의 여러 사람들로부터 수많은 얘기를 들었다. 재미있는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 기묘한 이야기... 그런 얘기들은 하나 같이 그 지방의 역사나 지형, 기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이야기였다. 자신의 두 다리로 마을이나 부락을 하나하나 돌다 보면, 그 하나하나의 장소에 사람들의 정념이 미세한 비늘처럼 달라 붙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것들은 비행기나 신칸(新幹)선이나 자동차를 이용하며 바쁘게 여행하는 여행자들의 눈에는 도저히 들어오지 않는다. 먼지를 뒤집어 쓰고, 땀으로 뒤범벅이 되어 가며, 어리석게 보일 정도로 며칠이고 터벅터벅 걷고 있노라면 조금식 보여지는 것이다. 어느 산중에서, 한 노인이 내게 <사인(死人)의 길> 얘기를 해 주었다. <사인의 길>이란 죽은 자의 혼이 명부(冥府)로 향하는 길을 일컫는 것으로, 모든 물이 강줄기를 따라 바다로 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해져 있다. 그리고 그것은 신성한 길이어서, 사람들은 가능한 한 그 길에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어떻게 그 길이 사인의 길이란 걸 알 수 있습니까?' 라고 나는 노인에게 물어 보았다. 자칫 잘못하여 그런 길에서 야숙을 했다가는 큰일이 날 것 아닌가. '추우니까 금방 알 수 있어.' 라고 노인은 말했다. '한여름에도 등줄기가 얼어붙을 듯 서늘해져. 혼이 그 길을 걷고 있을 때는 말씀이야.' 나는 그런 연유로, 여름 밤은 더워서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여름은 더운 게 당연하고, 그런 게 또 가장 평화로운 것이다. 그런데 때때로 물가사의하게 여겨지는 일이 있다. 도시 한 복판에서 숨을 거둔 사람들은 어떤 길을 더듬어 사자의 나라로 향하는 것일까? 그들은 빌딩의 그림자를 따라, 소리없이 지하철 궤도의 어둠에 뒤섞여, 혹은 빗물과 함게 하수도로 스며 들어가, 자취도 없이 도시를 질러가는 것일까?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지금도 그 노인의 말을 되새기면서, 지하철 차량의 맨 뒤에 서서 뒤쪽으로 밀려가는 어둠을 지그시 바라보는 경우가 있다. 옛 넋의 아물거림 같은 여름 날의 어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