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나이의 크리스마스 (2) by Murakami Haruki "어이, 얘들아." 하고 양사나이는 말했다. "이리 와서 같이 도너츠 먹지 않을래?" "우와, 멋져." 하고 208이 말했다. "정말 맛있겠다." 하고 209가 말했다. "맛있지? 그럼. 내가 만든 거거든." 하고 양사나이가 말했다. 셋은 땅바닥에 나란히 앉아 냠냠 도너츠를 먹었다. "잘 먹었어요." 하고 209가 말했다. "이렇게 맛있는 도너츠 처음이야." 하고 208이 말했다. "맛있었다니 다행이네." 하고 양사나이는 말했다. "그런데, 너희들. 내가 저주에 걸려 있는데, 그것을 풀 방법 모르니? 여기에 오면 풀 수 있다고 들었거든." "가엾어라." 하고 208이 말했다. "저주라니, 정말 큰일이네요." 하고 209가 말했다. "끔찍하게 큰 일이야." 하고 양사나이는 말하고 한숨을 쉬었다. "그거라면 바다 까마귀 부인께 물어보면 어떨까?" 하고 209가 208에게 말했다. "맞아. 바다 까마귀 부인이라면 알고 있을지도 몰라." 하고 208이 209에게 말했다. "그 부인, 저주에 관한 거라면 아주 훤하잖아." 하고 209가 208에게 말했다. "저기, 너희들. 나를 그 까마귀 부인이 있는 곳까지 데려가 주지 않겠니?" 하고 양사나이는 말했다. "까마귀가 아니에요." 하고 208이 말했다. "바다까마귀예요." 하고 209가 말했다. "까마귀와 바다 까마귀는 전혀 다르니까요." 하고 208이 말했다. "맞아요." 하고 209가 말했다. "미안, 미안." 하고 양사나이는 208과 209에게 사과했다. "그 바다 까마귀 부인이 있는 곳에 데려가 줄 수 있겠니?" "문제없어요." 하고 208이 말했다. "모셔다 드릴까?" 하고 209가 말했다. 쌍둥이와 양사나이는 셋이서 숲 속 길을 걸었다. 쌍둥이는 걸으면서 노래를 불렀다. 만약 바람이 쌍둥이였다면 동과 서로 불 수 있었을텐데 만약 바람이 쌍둥이였다면 오른쪽 왼쪽으로 불 수 있었을텐데 10분인가 15분 걷자 숲은 끝나고 그 앞에는 끝없는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저기 언덕 위에 작은 오두막집이 보이죠? 저것이 바다 까마귀 부인의 집이에요." 하고 209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는 숲 밖으로 나가면 안되거든요." 하고 208이 말했다. "정말 고마워. 아주 큰 도움이 되었어." 하고 양사나이는 말했다. 그리고 가방에서 꽈배기를 꺼내서 쌍둥이에게 하나씩 주었다. "고마워요, 양사나이님." 하고 208이 말했다. "저주가 잘 풀렸으면 좋겠네요." 하고 209가 말했다. 바다 까마귀 부인의 집으로 가는 길은 아주 험했다. 언덕은 울퉁 불퉁 깎아 지른듯 솟아 있고, 길다운 길도 없었다. 더군다나 강한 바닷 바람은 언덕에 매달린 양사나이를 금방이라도 불어 날려 버릴듯 했다. "바다 까마귀 부인은 하늘을 날 수 있기 때문에 별 상관 없겠지만 걸어서 오르는 사람도 좀 생각해 줬으면 좋겠구만." 하고 양사나이는 투덜거렸다. 그렇지만 양사나이는 힘겹게 언덕을 꼭대기까지 기어올라 바다까마귀 부인의 집을 노크했다. "누구지? 신문 수금인가?" 집안에서 덜렁대는 듯한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뇨, 아닙니다. 양사나이라고 합니다만." 하고 양사나이는 말했다. "그 따위 것, 알 바 없어." 하고 바다 까마귀 부인인듯한 소리가 딱 잘라 말했다. "이상한 사람 아닙니다. 문 좀 열어 주세요." "정말 신문 수금이 아니지?" 돌연 문이 덜컹 열리고, 바다 까마귀 부인이 얼굴을 내밀었다. 부인은 매우 키가 크고, 부리 앞은 곡괭이처럼 뾰족했다. "쌍둥이가 바다 까마귀 부인이라면 저주에 관한 일은 정통하다고 가르쳐 줬습니다." 하고 양사나이는 바들바들 떨면서 말했다. '이런 부리로 머리를 쪼이게 된다면 눈 깜짝할 사이에 죽어 버릴거야.' 부인은 수상쩍다는 듯이 양사나이를 빤히 쳐다봤다. "우선 안으로 들어 오시게. 이야기를 들어 봐야지." 집 안은 지독하게 어지러져 있었다. 바닥은 먼지 투성이였고, 테이블에는 소스가 흠뻑 찌들어 있고, 쓰레기통은 마구 넘쳐나고 있었다. 양사나이는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것 참, 안됐구만." 하고 부인은 말했다. "당신, 잘못 된 출구로 나와 버린 거야." "그럼 다시 한 번 처음으로 돌아가야겠군요." "그건 안돼. 한번 들어와 버리면 처음으로는 돌아갈 수 없지." 하고 부인은 부리를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단지 내가 당신을 등에 태우고 저주를 풀 수 있는 장소까지 데려다 줄 수는 있어." "그렇게 해 주신다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만." 하고 양사나이는 말했다. "그렇지만, 자네... 무겁겠는걸." 하고 바다 까마귀 부인은 주의 깊게 말했다. "무겁지 않습니다. 42kg 밖에 안됩니다." 하고 양사나이는 3kg 줄여서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지." 하고 바다 까마귀 부인은 말했다. "자네가 이 방을 청소해 주면 나는 자네를 그 장소에 데려다 주지." "좋구 말구요" 그러나 바다 까마귀 부인의 방을 청소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벌써 몇 달째 청소를 하지 않았음에 틀림 없다. 양사나이는 때가 들러 붙은 접시와 그릇을 씻고, 테이블을 닦고, 바닥에 청소기를 돌리고, 타올을 빨고, 쓰레기를 모아서 버렸다. 거기까지 끝나자 양사나이는 완전히 녹초가 되어버렸다. "정말이지 저주 덕에 지독한 꼴을 다 당하는군." 하고 양사나이는 부인에게 들리지 않도록 투덜투덜 불평을 했다. "어머나, 깨끗해졌네." 하고 바다 까마귀 부인은 만족한 듯이 말했다. "집이라고 하면 자고로 이 정도 정리는 되어 있어야지." "그럼, 그 장소에 데려다 주시겠어요?" "좋아. 나는 약속은 지켜요. 자, 내 등에 타요." 양사나이가 등에 타자 바다 까마귀 부인은 하늘로 훌쩍 날아 올랐다. 양사나이는 하늘을 나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부인의 목에 꽉 잡고 매달렸다. "좀좀.. 이봐요. 힘들어. 목을 꽉 조르면 어떡해. 숨을 쉴 수가 없잖아." 하고 바다 까마귀 부인은 소리쳤다. "대단히 죄송합니다." 하고 양사나이는 바다 까마귀 부인에게 사과했다. 하늘에서는 바다랑 숲이랑 언덕이 한 눈에 보였다. 푸른 숲과 짙푸른 바다가 끝 없이 계속되고 그 사이에 띠처럼 하얀 모래사장이 늘어져 있었다. 그것은 정말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아름답군요." 하고 양사나이는 말했다. "그런 것, 당신도 매일 보고 있으면 싫증 나 버릴 거야." 하고 바다 까마귀 부인은 재미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바다 까마귀 부인은 날개의 상태를 시험하듯이 양사나이를 태우고 집 위를 빙글빙글 몇 번인가 맴돌고 나더니, 100m도 떨어지지 않은 초원에 내려 앉았다. "왜 그러십니까, 부인. 어디 불편하신 데라도?" 하고 양사나이는 걱정이 되어 물었다. "불편한 곳 없어, 전혀." 하고 바다 까마귀 부인은 목을 좌우로 죽죽 돌리면서 말했다. "몸이 안좋을 리가 없잖아? 내가 건강 그 자체라는 건, 이 근방에서는 유명한걸." "아.. 이런 장소에 내리시길래." "여기가 그 장소니까." 하고 부인은 말했다. "여기는 당신 집에서 100m도 떨어져 있지 않잖아요?" 하고 양사나이는 어이 없어 말했다. "이 정도라면 굳이 등에 태워주시지 않았어도 걸어서도 충분히 올 수 있었습니다요." "그렇지만 당신, 그랬으면 내 방 청소 같은거 안 해줬을걸?" "그야, 뭐. 그렇겠지만." "그리고 나는 멀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 그냥, 등에 태우고 가 줄 수 없는 건 아니라고 말한 것 뿐인걸." "음, 그야. 그렇지만." 하고 양사나이는 납득하지 못한 채 말했다. 바다까마귀 부인은 까악까악 웃으면서 하늘로 날아 올라 집의 방향으로 돌아갔다. 양사나이가 주위를 둘러 보자, 초원의 한 가운데 커다란 나무가 한 그루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나무의 줄기에는 줄사다리가 걸려 있었다. 그 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양사나이는 우선 그 사다리를 올라가 보기로 했다. 줄사다리는 심하게 흔들거려서 올라가기가 힘들었다. 양사나이가 땀을 흘리면서 맨 위까지, 30개나 40개 정도의 계단을 올라가자, 가지 사이에서 "어이, 자네, 뭐 볼 일 있나?" 하는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아, 실례합니다. 저주 때문에 왔습니다만. 뭔가 아시는 것이 없으신지요?" 하고 양사나이는 그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향해서 말해 보았다. "아, 저주로군, 하하하. 좋아, 이쪽으로 오시게." 하고 그 목소리는 말했다. 양사나이가 발을 미끄러뜨리지 않도록 주의하며 가지를 헤치면서 그 쪽으로 갔더니, 그 속에는 나무 굴을 이용한 조그마한 방이 있고, 그 방의 앞에서는 꽈배기가 앉아서 커다란 면도날로 턱수염을 깎고 있었다. "얼랄라." 하고 양사나이는 놀라서 말했다. "당신은 굴의 밑바닥에 있지 않았습니까?" "아냐아냐, 그건 내가 아니야, 하하하하." 하고 그 꽈배기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건 형님이지. 이것 봐, 나는 오른쪽으로 꼬여 있지. 형님은 왼쪽 방향으로 꼬여 있어. 형님은 금방 울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욕을 하기도 하고 그러지, 후후후." 오른꽈배기는 눈을 오른쪽으로 향하고 턱을 왼쪽으로 향하고는 킬킬거리며 웃으면서 그릇에 수염을 깎고 있었다. "같은 형제인데도 상당히 성격이 달라 보이는군요." 하고 양사나이는 놀라하며 말했다. "그거야, 이 사람아, 오른쪽과 왼쪽인걸. 정반대잖아. 후후후후." 하고 오른 꽈배기는 귀 아래에 면도날을 갖다 대면서 말했다. "후후후후후." "그런데, 저주말입니다만." 하고 양사나이는 말했다. "아무 것도 안가르쳐 줄거야, 헤헤헤." 하고 오른꽈배기는 말했다. "더 저주 받아서, 실컷 고생해 보라구, 헤헤헤헤헤." 양사나이는 화를 내고 나무를 내려 왔다. "정말이지 너무너무 싫은 곳이야, 여기는." 하고 양사나이는 말했다. "오른 꽈배기도, 왼 꽈배기도 비슷한 정도로 꼬여 있고, 바다 까마귀 부인은 제멋대로고." 양사나이는 이제 될대로 돼버려라 하는 기분이 되어, 눈에 보이는 길을 따라 앞으로 걸어 갔다. 한동안 걷자, 깨끗한 샘이 있어서 양사나이는 거기에서 물을 마시고 도너츠를 또 하나 먹었다. 도너츠를 먹어 버리자 졸려 와서, 양사나이는 풀 위에 누워 한 잠 자기로 했다. 양사나이가 눈을 떴을 때, 해는 벌써 저물어 하늘에는 별이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바람이 휘이잉 윙윙거리는 소리를 높이며 불고 있었고, 때때로 거기에 섞여서 늑대 소리도 들려왔다. "하, 이거, 어떡한다. 이런 영문도 모르는 곳에서 길을 잃어버리다니. 아직 저주도 풀리지 않았는데 말이야." 하고 양사나이는 혼잣말을 했다. "저, 말씀을 듣자하니... 저주 때문에 곤란하신 것 같은데..." 라고 돌연 어둠 속에서 조심스런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십니까? 도대체 어디에 있습니까?" 하고 양사나이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저.. 이름도 없는 것입니다." 하고 그 목소리는 부끄러운 듯이 말했다. 양사나이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저를 찾지 말아 주십시오." 하고 소리는 말했다. "그, 정말로, 아무 아닌 것입니다. 보잘 것 없는 것입니다." "나와서 함께 도너츠 먹지 않겠습니까?" 하고 양사나이는 권해 보았다. "혼자 있는 것도 외롭고 한데..." "저... 도너츠 씩이나 받을 만한 것도 못됩니다, 정말로." 하고 그 아무 것도 아님은 말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는 것도 과분합니다." "괜찮아요. 도너츠라면 얼마든지 있으니까. 부끄러워서 그러는 것이라면 돌아 앉아 있을 테니까, 그 사이에 여기에 와서 먹어버리면 어때요?" "죄송하네요." 하고 아무것도 아님은 말했다. "가장 작은 것의 그 반만이면 충분합니다." 양사나이는 풀 위에 도너츠를 하나 놓아두고 돌아 앉았다. 이윽고, 살금살금 소리가 들리고 누군가가 다가와서, 꼼지락 꼼지락 도너츠를 먹었다. "맛있다. 정말 맛있다." 하고 그 아무것도 아님은 말했다. "돌아 앉으시면 안돼요." "돌아앉거나 하지는 않습니다만, 그 저주 말입니다. 알고 계신다면 가르쳐 주지 않겠습니까?" 하고 양사나이는 물었다. "저주 말씀이시군요, 예. 냠냠. 알고 있어요." 하고 아무것도 아님은 말했다. "맛있다, 냠냠." "어디로 가면 저주가 풀릴까요?" 하고 양사나이는 물었다. "그 샘으로 뛰어 들면 돼요, 냠냠. 간단하죠."하고 아무것도 아님은 말했다. "하지만 나는 수영을 못해요." "수영 못한다고 걱정 할 필요 없어요. 괜찮아요. 그건 그런데... 맛있다, 냠냠." 양사나이는 이제 뭐 아무러면 어떤가, 하는 기분이 되어서 샘가까지 가서, 그 속으로 머리부터 뛰어 들었다. 그러나 양사나이가 뛰어듦과 동시에 샘의 물은 말끔히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양사나이는 구멍의 바닥에 머리를 쿵 부딪히고 말았다.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저런, 미안하게 됐는걸." 하고 누군가가 말했다. "설마 머리부터 뛰어 들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었어." 양사나이가 눈을 뜨자, 거기에는 신장 140cm 정도의 몸집이 작은 노인이 있었다. "아, 아파라." 하고 양사나이는 말했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십니까?" "내가 성양상인(聖羊上人)입니다." 하고 그 노인은 생긋생긋 웃으며 상냥하게 말했다. "그러면 당신이 나에게 저주를 걸었군요. 어째서 그런 잔인한 짓을 하셨나요? 아무 것도 나쁜 짓 한 적 없는데, 이런 지독한 꼴을 당하게 하다니, 정말 심하지 않아요? 몸은 완전히 녹초가 되었고, 이것 보세요, 머리에는 혹이 나고." 하고 말하며, 양사나이는 성양상인(聖羊上人)에게 그 혹을 보였다. "이런, 미안미안,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나 여기에는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서..." 하고 성양상인(聖羊上人)은 말했다. "반드시 듣고 싶군요." 하고 양사나이는 여전히 화가 난 채로 말했다. "우선에는..." 하고 성양상인(聖羊上人)은 말했다. "그 전에 이쪽으로 오시게. 자네에게 보여 주고 싶은 것이 있으니까." 성양상인(聖羊上人)은 총총히 구멍 안쪽으로 걸어갔기 때문에 양사나이도 머리를 흔들면서 그 뒤를 쫓아갔다. 성양상인(聖羊上人)은 멀지 않아 문 앞에 서서 문을 휙 열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하고 모두가 외쳤다. 방안에는 모두가 있었다. 오른 꽈배기도, 왼 꽈배기도, 208도, 209도, 바다 까마귀 부인도, 아무것도 아님도 있었다. 아무것도 아님은 입 주위에 도너츠 가루를 묻히고 있었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양박사의 모습도 보였다. 방에는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장식되어 있고, 트리 아래에는 리본으로 묶은 선물 꾸러미가 쌓여 있었다. "도대체 이건 뭡니까? 어째서 모두가 여기에 있는 겁니까?" 하고 양사나이가 깜짝 놀라 말했다. "모두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하고 208이 말했다. "한참이나 기다렸어요." 하고 209가 말했다. "이 늙은이가 크리스마스 파티에 자네를 초대한 것이지." 하고 성양상인(聖羊上人)이 말했다. "하지만, 저는... 저주에 걸려서, 그래서..." 하고 양사나이는 말했다. "내가 저주를 걸고, 그래서 자네가 여기에 오도록 꾸민 걸세." 하고 성양상인(聖羊上人)이 말했다. "그 쪽이 스릴 있고, 모두가 즐길 수 있어." "즐거웠어, 까악까악." 하고 바다 까마귀 부인이 말했다. "재미있었잖아, 임마." 하고 왼 꽈배기가 말했다. "유쾌했지, 후후후후." 하고 오른 꽈배기가 말했다. "맛있었어, 냠냠." 하고 아무것도 아님도 말했다. 양사나이는 속은 것에 몹시 화가 나 있었지만, 그러는 사이에 점점 즐거워졌다. 주위에 있는 모두의 얼굴이 매우 행복한 듯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괜찮습니다, 그런 거였다면..." 하고 양사나이는 수긍하는 듯이 끄덕이며 말했다. "양사나이님, 피아노를 쳐주세요." 하고 208이 말했다. "피아노를 멋지게 잘 치시죠?" 하고 209가 말했다. "여기에 피아노가 있을까?" 하고 양사나이가 물었다. "있어요, 있어요." 하고 성양상인(聖羊上人)은 말하고 커다란 천을 홱 걷었다. 천 아래에는 양의 모양을 한 새하얀 피아노가 있었다. "자네를 위해서 이걸 준비해 뒀네. 마음껏 치시게." 그날 밤 양사나이는 매우 행복했다. 양피아노는 멋진 소리를 냈고, 머리에는 아름다운 멜로디랑 즐거운 멜로디가 끝없이 떠올랐다. 오른 꽈배기와 왼 꽈배기가 합창을 하고, 208과 209가 춤을 추고, 바다 까마귀 부인은 "까아아아악." 소리 내면서 방을 날아다니고, 성양상인(聖羊上人)과 양박사는 둘이서 맥주 마시기 내기를 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님 마저도 신이 난 듯이 마루 위를 데굴데굴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케잌이 모두에게 나누어졌다. "맛있다, 냠냠." 하면서 아무것도 아님은 케잌을 세조각이나 먹었다. "양사나이 세계가 언제까지나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하고 성양상인(聖羊上人)이 기원을 했다. 눈이 떠졌을 때, 양사나이는 자기방의 자기 침대 안에 있었다. 모든 것이 꿈 속에서 일어난 일 같이 생각되었지만, 그것이 꿈이 아니었다는 것을 양사나이는 잘 알 수 있었다. 머리에는 분명히 혹이 남아 있었고, 양의상의 엉덩이에는 기름이 묻어 있었고, 방의 낡아 빠진 피아노는 사라지고 그 대신에 새하얀 양 피아노가 놓여 있었다. 모두 정말로 일어난 일이다. 창 밖에는 눈이 쌓여 있었다. 나뭇가지에도, 우편함에도, 울타리에도 하얀 눈이 쌓여 있었다. 그날 오후, 양사나이는 마을의 변두리에 있는 양박사의 집에 찾아가 보았지만, 거기에는 이미 양박사의 집은 없었다. 단지 공터가 있을 뿐이었다. 양의 모양을 한 정원수도 문주(門柱)도 입구에 깔린 돌도 모두 사라져 버렸다. '나는 이제 두 번 다시 그 사람들과는 만날 수 없겠지.' 하고 양사나이는 생각했다. '두 사람의 꽈배기와도, 208과 209 쌍둥이와도, 바다 까마귀 부인과도, 아무것도 아님과도, 양박사와도 성양상인(聖羊上人)과도.' 그렇게 생각하자 양사나이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 양사나이는 모두를 마음 깊이 좋아하게 되었던 것이다. 하숙집에 돌아오자 양그림의 크리스마스 카드가 한 장 우편함에 들어 있었다. 거기에는, "양사나이 세계가 언제까지나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이라고 씌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