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야마구치 시모다마루군, 그리고 안자이 미즈마루씨에 대하여 몇 회 전 이 컬럼에다 야마구치 시모다마루 즉 야마구치 마사히로군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썼다. 그랬더니 그 머칠인가 후에 야마구치군이 찾아와 얼음에 채워진 은어를 몇 마리 두고 갔다. '이게 원데?' 라고 내가 묻자, '이히히히, 시모다의 어머니가요, 무라카미씨한테 드리라고 하면서 주더군요. 가끔은 좋은 얘기도 써 주시도록 부탁한다면서요. 하여간에 시골 사람이니까.' 라는 것이다. 덕분에 은어는 고맙게 받아 소금을 뿌려 구어 먹기도 하고, 잡탕 죽을 만들기도 하고, 칼칼하게 튀겨 먹기도 했다. 아주 맛있는 은어였다. 동경에서는 맛있는 은어를 구할 수가 없으니 귀중하다. 타인의 험담은 쓰고 볼 일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한 세 번 정도 야마구치 마사히로=시모다마루의 일을 에세이에 썼는데, 좋은 얘기는 한 번도 쓰지 않은 듯한 기분이 든다. '머리가 나쁘다.' 든가, '눈치 코치가 없다.' 든가, '도움이 안된다.' 든가, '여자한테 인기가 없다.' 든가, 그런 나쁜 일만 잔뜩 썼다. 은어를 받았다고 해서 안이하게 반성을 하는 건 아니지만, 야마구치에게도 야마구치의 부모님께도 참 못할 짓을 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껏 야마구치에 대해 이러니 저러니 하고 쓴 험담의 사분의 일 정도는 농담입니다─라고 해도 아마 이런 얘기로는 변명이 되지 않겠지. 며칠 전 오모테산도 거리를 걷다가 안자이 미즈마루씨와 우연히 딱 마주쳤길래(미즈마루라고 하는 사람은 마냥 바쁘다 바쁘다고 얘기하는 주제에 늘 그 주변에 어물쩡거리고 있다) '저, 지난번 원고에 야마구치 얘기를 좀 심하다 싶게 쓴거 아닐까요?' 하고 물었더니, '아니, 그런 정도를 가지고 뭘. 정말 그대로라니까. 그걸로 됐잖아.' 란다. 그래서 나도 자신을 갖게 되었는데, 그래도 가끔씩은 야마구치의 좋은 점을 써주고 싶다. 야마구치 시모다마루는 옛날 나와 내 마누라에게 T셔츠와 레코드를 준 일이 있다. 요컨대 친절한 사나이인 것이다. T셔츠에는 하얀 타원형의 물체가 틀림없는 안자이 미즈마루씨의 필치로 그려져 있었다. '이건 또 뭐지?' 하고 내가 묻자, '아니, 섭섭합니다. 이거 모르세요?' 하고 야마구치는 깜짝 놀란 듯 말했다. '이건 말이죠, 내가 만든 <구인(求人) 타임즈>의 '황금 달걀이 되고 싶어'라는 CM이 있는데 말이죠, 그 CM용으로 만든 T셔츠입니다. 알고 계시죠, '황금달걀이 되고 싶어'란 CM?' '모르는데. 텔레비전 안보는 걸 뭐.' '참 그렇지.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도 그렇게 말했죠. '인간이었다면 좋았을텐데'하는 것 말입니다. 이것 참, 텔레비전 안보시죠. 그럼 테마송도 모르겠군요?' '모르지.' '레코드가 있는데 들어 보렵니까?' '듣고 싶지 않아, 그런 거.' '그런 말씀 마시구요. 내가 가사를 직접 썼단 말입니다. 이히히히, 좀 들어 보세요.' 라고 하며 야마구치는 레코드를 두고 돌아갔다. 재킷에 인쇄되어 있는, 야마구치가 붙였다는 가사가 너무나도 한심스러워, 그 레코드는 한 번도 듣지 않았다. 며칠 후 그런 얘기를 야마구치에게 했더니 몹시 낙담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말이야, 자네 솔직하게 감상을 얘기해 주는 사람 따위 이 세상에 그리 많지 않다구.' "에, 뭐..., 뭐, 그건 그렇지만." 하고 야마구치는 맥없이 대답했다. 결국 또 험담이 되고 말았는데, 야마구치 시모다마루=마사히로는 상당히 친절한 남자이다. 그 후 나와 마누라는 바로 그 '황금달걀' T셔츠를 입고 미국에 갔다. 미국에서 '황금달걀' T셔츠를 입고 있었더니, 미국 사람들한테 '그거 무슨 그림이죠?' 라는 질문을 받았다. 내가 '음, 그러니까, 골든 에그입니다.' 라고 대답하자, '오호, 그 그림 달걀로는 안보였는데요.' 라며 놀랐다. 그러나 이건 야마구치의 책임이라기 보단 안자이 미즈마루씨의 책임이다. 안자이 미즈마루씨의 그림이 격렬하게 희망해마지 않는 포스트 모던 리얼리즘은 후진국 미국에서는 아직도 정확하게 이해되지 못하는 것이다. 불굴의 명작 <보통 사람들>이 뉴욕 근대 미술관에 입성하는 날도 좀 먼 훗날이 될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세간에는 안자이 미즈마루씨의 그림을 둘러 싸고 대립되는 두 의견이 있다. 하나는 '미즈마루의 그림은 언뜻 보기에는 단순한 듯하지만, 그건 상당한 시간을 들여서 그리는 것이다.' 라는 설과, 또 하나는 '시간이 걸릴 리가 없지 않은가'하는 설이다. 나는 그 진상이 알고 싶어서 연말에 미즈마루씨와 일 관계로 상의할 겸 식사를 함께 나누던 차에, '저 미즈마루씨. 연하장 그림 좀 그려 주시렵니까?' 하고 주머니에서 엽서 두 장과 펜을 꺼내 미즈마루씨에게 건넸다. 미즈마루씨는 '아, 좋지요.' 라면서 엽서와 펜을 옆에다 밀쳐 두고는, 그대로 찔끔찔끔 술을 마시고, 간천엽을 집어먹고, 북어를 입으로 운반하고, 이러쿵 저러쿵하고 세상얘기를 했다. 미즈마루씨가 불현 듯 잔을 상에 놓고 펜과 엽서를 집어 든 것은 약 삼십 분이 경과한 후였다. 결과적으로 그 두 장의 그림을 그리는 데 약 십오 초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문제는 그 십오 초에 도달하기까지의 삼십 분 동안에 있다. 안자이 미즈마루씨에게 그 삼십 분은 과연 무엇이었단 말인가? 가능성으로서는, ① 간천엽을 집어먹으며 줄곧 구상을 짜 내고 있었다. ② 갑작스런 부탁이었으므로, 부끄러워 삼십 분 간 겸연쩍어 하고 있었다. ③ 너무 잽싸게 그려 버리면 고마움을 모를 것 같아, 그냥 단순히 폼을 잡고 있었다. 이 세 가지를 생각할 수 있겠는데, 음, 어느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