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수록한 그림과 문장은 안자이 미즈마루(安西水丸) 씨와 제가 <클래시>라는 잡지에 이년 간에 걸쳐 게재했던 것들입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 미즈마루 씨와 콤비로 하는 일은 상당히 즐거운 체험이었습니다. 나는 원칙적으로는 늘 말짱한 정신으로 글을 쓰는데, 여기에 미즈마루 씨의 그림이 곁들어지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면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그만 어슬렁 어슬렁 부엌으로 들어가, 칵테일을 만들어서는 그걸 마시면서 쓰게 되는 일도 있습니다. 극단적인 얘기, 안자이 미즈마루 씨의 그림이 들어 있는 저의 글은 전부 그러니까, 당연히 '미즈마루 끼'가 스며들어 있다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미즈마루 끼란 대체 무엇일까? 들어서기만 하면 기분이 느긋하게 풀어지는 단골 바의 카운터에서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 장면을 상상해 주십시오. 그 분위기가, 즉 내게는 '안자이 미즈마루 끼' 입니다. 바에 들어서면 카운터에 앉는다. 바텐더와 서로 눈짓으로 인사를 주고 받는다. 그리고 적당하게 싸한 술이 내 앞에 놓여진다. 나직한 소리로 오래된 옛 음악이 흐른다. 그러는 사이에 문득 친구에게 편지가 쓰고 싶어져 노트에다 볼펜으로 '잘 지내고 있나...' 하고 쓰기 시작한다. 바로 그런 분위기입니다. 실제로 나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 기분으로, 여기에 실린 글을 썼습니다. 언제나 문득 머리에 떠오른 것을 그대로 술술 써서는 그것을 또 그대로 봉투에 집어 넣어 미즈마루 씨에게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는 거기에 그림을 그려 주었습니다. 미즈마루 씨가 그림을 곁들여 주는 나의 글은 꽤나 행복한 글입니다. 그 까닭은 그들에게는 사람을 감탄시키거나 탄성을 지르게 해야 할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막 태어날 알몸둥이로 '미즈마루 끼' 라는 옷을 걸치고, 사뭇 상쾌하다는 듯 그림 옆에 얌전히 자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이렇게 쓰고 있는 사이에도, 아직 한 낮의 한 시밖에 안된 시간인데 웬지 술이 마시고 싶어지는군요. 골치 아픈 일입니다, 참으로. - 무라카미 하루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