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시대 며칠 전 , 오엔이라는 일본에 온 지 얼마 안된 스물 두 살의 미국 청년과 식사를 하면서 세상 얘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소위 '탁상 대화'이다. 나는 영어 회화에는 그리 능통하지 못하기 때문에(라고 일본어 회화에는 능통한가 하면 그렇지도 못하다) '탁상대화'는 정직하게 말해 서투르지만, 그래도 외국인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무언가 한 가지쯤은 '으-음.' 하고 신기하게도 납득이 가는 일이 있다. 이것은 딱히 외국인이 일본인에 비해 머리가 좋다든가 감각이 뛰어나다든가 그래서가 아니고, 외국인과 일본인이 구사하는 표현의 발상 사이에 약간의 기본적인 격차가 있는 탓이라고 생각한다. 요컨대 같은 얘기를 하더라도 표현 방법이나 시점이 아주 조금만 다른 것만으로도 그 내용까지 신선하게 느껴져, 그래서 '으-음.'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이다. 오엔군은 일본에서 영어 회화를 가르치면서, 그 자신도 조금씩 일본어를 배워 나가고 있는 꽤 성실한 청년이다. 일본의 TV를 보면서 일본어 단어를 습득하고 있다고 하기에, '일본의 TV 프로그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라고 질문하자,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글쎄요, 농담이라고 생각하고 본다면 재미있지 않을까요.' 라고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때는 나도 '음, 과연 그렇군.' 하는 식으로 웃어 넘겼는데 나중에 점점 그 '농담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재미있다.' 는 표현이 TV 프로그램의 존재 방식뿐만 아니라, 더욱 폭 넓게 세상의 일반적인 상황에까지 부연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분이 든 것이다. 발언의 내용 자체는 깜짝 놀랄 만큼 새로운 것도 아닌데, '그런 말을 듣고 보니 정말 그런데.' 하고, 그야말로 신기하게 납득이 가는 것이다. 그 이후로 나는 신문을 볼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각양 각색의 사건이나 상황, 유명인의 농담적 측면에 자연히 눈을 돌리게 되었는데, 그런 시점으로부터 주변의 풍경을 휘 둘러보면, 현재 세상을 시끌법석하게 하고 있는 사건의 약 65퍼세트 정도는 '농담으로 생각하고 보면 재미있는' 영역에 영락없이 수납되고 말거라는 기분이 든다. 물론 그런 '농담으로 보면 재미있는' 사건의 하나에서부터 열까지가 모두 농담이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 저 칼 마르크스씨가 지적한 대로 심각하게 시작하여 농담으로 끝나는 종류의 세상사도 있고, 또 당사자들에겐 지극히 심각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타인에게는 완전한 우스개거리로밖에 보이지 않는 문제도 있다. 깊고도 진지한 우물에서 차갑고 깨끗한 물을 길어 올려 어릿광대란 잔에다 따르는 예도 없지 않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모가 나겠지만─하고 얘기하면서도 결국은 예를 들고 있지만─이디오피아 기근의 심각함은 인정해도, 란 노래는 내 귀에는 질 떨어지는 농담처럼 울린다. 그리고 살인 사건이란 원리적으로는 심각한 것일테지만, 지금에 와서 미우라 카즈요시를 둘러싼 저 야단법석을 농담 이외의 무엇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스포츠도 그 자체는 엄숙한 것일지 모르겠으나, 일본의 프로야구 따위 어떤 의미에서는 사회적 조크로 얘기된다 해도 별 도리가 없지 않을까. 맛있는 식사를 하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지만, 오늘날의 구루메가이드 붐은 역시 일종의 농담으로 봐야 할 것이고, 양복점을 경영하는 고급(혹은 고급스러운) 레스토랑 따위도 농담의 순수하고도 화려한 결정이라고밖에 말할 길이 없는 곳이 많은 듯하다. 이런저런 식으로 세계에는 수많은 형상과 사이즈를 지닌 불가사의한 일들이 넘쳐 흐르고, 우리는 일일이 그것들의 본래적인 성립 과정에 관계하기보다는 ─그런 짓을 하고 있다간 몸이 남아나지 않을 테니까─'농담으로써 재미있다'는 선에서 대개의 세상사를 흘려 버리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게 바람직한 일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난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서 달리 이 '쓰레기 같은 시대'에 효율적으로 흥미를 느끼고 있는 부분만을 자신의 힘으로 깊이 성찰하도록 노력하고, 그 나머지 쓰레기는 농담이라고 여기고 버리는 것이다. 분명 금후 몇 년간에 걸쳐, 우리는 싫건 좋건 관계없이, 그러한 삶의 방식을 강요당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구체적으로 말하면 수평적 선택은 가볍게, 수직적 선택은 신중하게 라는 뜻이 되겠는데, 그건 그렇다고 쳐도 1960년대는 점점 뒤로 멀어져 가고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