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읽지 않음에 대하여 외국으로 나가면 신문을 읽지 않아도 되니까 그게 가장 마음 편하다. 나는 일본에 있어도 대개는 신문을 읽지 않는 편이라서 어디엘 가더라도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일본에 있으며 커다란 사건은 싫든 좋은 관계없이 귀에 들어오기도 하고, 가령 대한 항공기가 미그기에 격추되었다는 사건쯤 되면 일단은 신문을 펼치게 된다. 그 점 유럽 같은 데 있으면 현지의 신문은 읽을 줄을 모르고, 그렇다고 비싼 돈 들여가며 영자지 <헤럴드 트리뷴>을 사는 것도 멍청한 짓이고 해서, 정보와는 담을 쌓는 생활을 보내게 된다. 이러 생활은 정말 편하다. 정직한 얘기, 신문 따위 없어진다 해도 조금도 곤란할 게 없다. 특히 그리스에 있을 때가 그랬는데, 아침에 일어난다 → 밥을 먹는다 → 수영을 한다 → 밥을 먹는다 → 낮잠을 잔다 → 산책을 한다 → 술을 마신다 → 밥을 먹는다 → 잔다, 이런 패턴을 매일 매일 반복하느라, 신문이 파고 들어올 여유가 도무지 없다. 그리스란 나라는 정말 굉장한 나라라고 생각한다. 지난 번에는 독일에 한 달 동안 체재해 있었는데, 그때도 신문이라는 걸 전혀 읽지 않았다. 딱 한번 베를린행 팬암기 내에서 서비스인 트리뷴을 읽었지만, 이렇다할 별 다른 사건도 없어 '음, 미국이 그레나다를 침공했군.' 이라든가 '론과 야스가 손을 잡았군.' 하고 흐음흐음하여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다. 그것보다는 독일의 젊은이들이 모두 반핵(反核) 배지를 가슴에 붙이고 있거나, 퍼싱Ⅱ 반대 캠페인 실을 자동차에 찰딱찰딱 붙여놓은 것을 보는 쪽이,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그 흐름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진짜 정보는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문이 도움이 안된다는 것은 결코 아니고, 세상에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지나쳐갈 뿐 제 것이 되지 않는 정보들이 흘러 넘치도록 많은 게 아닌가 생각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