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게임 스키조프레니아*↔파라노이아*니, 아름다움(美)↔돈(金)이니 하는 여러 가지 구분─그런 걸 차별화라고 한단다─이 항간에 유행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비단 일본에 한한 것은 아니다. 미국만 해도 힙*↔스퀘어*라든가, 쿨↔언쿨이라든가 하는 구분이 지금껏 수 없이 많았다. 이런 종류의 게임에서 그 나름의 재미를 찾으려고 한다면, 그것은 그런 구분 리스트를 농담 또는 패러디로 받아들이는 사람과 의외로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 사이의 의식의 낙차 속에 숨겨져 있지 않을까, 하고 나는 생각한다. 미국에 업계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인터뷰>라는 잡지가 있다. 발행인은 앤디 워홀이고, 광고가 유별나게 많다. 이 잡지는 판형이 너무 커서 늘 어디에 보관하면 좋을지 골치를 썩는데, 그건 뭐 이 글과는 관계 없는 일이다. 며칠 전 이 <인터뷰>지를 읽고 있으려니 '지금, 무엇이 세련된 것인가.' 라는 컬럼이 실려 있었는데, 상당히 흥미로웠다. 요컨대 다양한 세상사를 '뒤쳐졌다(OUTSKI)'와 '앞서간다(INSVILEE)'로 나누어 리스트를 작성한 것이다. 와타나베 카즈히로* 씨의 선별 시스템을 차용하자면 신(新)과 구(舊)가 된다. 미국 풍속의 최첨단에 있는 일이라 개중에는 무슨 소린지 알 수 없는 항목도 있지만, 일단 아는 것만 쭉 열거해 본다. 앞이 구이고, 뒤가 신이다. 마리화나 → 아스피린 습관성 마약 → 정사 NY 양키즈 → NY 메츠 <베니티 페어>지 → <애틀랜틱>지 레게* → 메렌게*(아, 그립다) 쿨 → 민감한 (Responsive) 클럽 → 레스토랑 일본풍 → 타이풍 영국 → 독일 조깅 → 팀 스포츠 인디애나 존스의 소프트 모자 → 야구 모자 팜 비치 → 마이애미 비치 (이유는 잘 모르겠다) 댄스 → 오페라 노먼 메일러 → 고어 비다르 록 콘서트 → 오프 브로드웨이 뉴욕 타임즈 → 월 스트리트 저널 다이어트 → 미식 로렉스 → 스와치 ...는 식이다. 이 중에는 그럴 법하게 느껴지는 것도 있고, 무슨 얘긴지, 대체 이게 뭐야 싶은 것도 있다. 마리화나나 코카인은 사양하고 아스피린을 먹으며, 클래시컬한 사랑에 빠져서는 월 스트리트 저널 (다소 경제 신문에 가깝다)을 읽고, 오페라를 관람하러 다니면서 뉴욕 메츠를 응원하는 게 지금 뉴욕의 신진적 신 인사의 모습인 듯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바로 어제까지 디스코 테크에 들락날락거리던 인간이 하루 아침에 메트로폴리탄 가극장에 <마적>을 보러 가거나, 어제까지 매일 아침 10킬로미터를 조깅하던 사람이 갑자기 수구(水球)팀에 들어갈 것인가 하면, 그런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 낡은 것이라 해도 좋은 것은 좋고, 새로운 것이라 해도 싫은 것은 싫다고 생각하는 게 정상적인 인간의 생활 감각이다. 더구나 이런 리스트는 하늘에 뜬 구름과 같은 것으로, 올려다 볼 때마다 그 모양새가 변해 있지 말란 법도 없는 것이다. 그렇긴 하나 애당초 썼듯이 이런 류는 게임으로서는 상당히 재미있다. 예를 들면 나는 산토리 맥주를 마시며 야쿠르트 스왈로즈를 응원하고 있는데, 이런 사항 역시 내 멋대로 신구 리스트로 만들 수 있다. 기린 맥주 → 산토리 맥주 요미우리 자이언트 → 야쿠르트 스왈로즈 ...하는 식으로 말이다. 치요다(千代田)선 → 긴자(銀座)선 버섯 → 순나물 햄버거 → 튀긴 두부 BMW → 도요페트 크라운 ...하고 얼마든지 계속할 수 있다. 딱히 이 리스트에 근거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 그저 거기에 생각이 미쳤을 뿐이다. 긴자선은 깜빡하고 불이 나가는 점이 좋고, 순나물은 버섯보다 맛잇다. 내가 알고 있는 어떤 아름다운 여성은 도요페트 크라운을 몰고 다니고,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오노(小野) 두부집'은 튀긴 두부가 일품이다. 그런 정도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꼼꼼하게 목록을 작성해 보면, 자신이 제법 첨단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드니 참 묘한 일이다. 한번 하기 시작했다 하면 버릇이 될 것만 같다. 세상 사람들이 너 나 할것없이 모두 이런 리스트를 제멋대로 만들어, '아니, 아직도 계란 덮밥 먹어? 이제부터는 튀김덮밥 시대라구.' 라든가, '워드 프로세서? 뭘 모르시네. 지금은 잠자리표 연필이 제일 멋있다니까.' 라는 둥 자신을 갖고 저 하고 싶은대로 살기 시작한다면, 제법 흥미로울 것이다. ♣ 기린 맥주를 나쁘게 얘기했는데, 그 다음에 나온 청색 라벨은 나도 제법 좋아합니다. 기린 맥주에 종사하는 분들, 미안합니다. 극단적인 얘기, 거품이 있으면 그걸로 족한 면도 없지 않지만. -------------------------------------------------------------------------- * 스키조프레니아(Schizophrenia) : 정신 분열증. * 파라노이아(Paranoia) : 편집증, 망상증. * 힙 : 힙합(Hip Hop). 뉴욕의 흑인들과 푸에르토리코인 젊은이들이 1980년대에 시작한 음악 혹은 춤. 랩, 브레이크 댄스 등. * 스퀘어 : 스퀘어 댄스(Square Dance). 포크 댄스의 일종. 여덟 명이 둘씩 짝을 지어 상대를 차례차례 바꿔가며 사변형을 그리듯 추는 춤. * 와타나베 카즈히로 : 히로시마 태생.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에세이스트. * 레게(Reggae) : 1970년대에 세계적으로 확산된 자마이카의 팝 음악. * 메렌게 (Merengue) : 도미니카의 경음악. 초기에는 민속 악기를 위주로 한 소박한 것이었는데, 1970년대 이후 색스폰이 첨가되면서 댄스 음약으로 각광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