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르트 스왈로즈에 대하여 나는 프로야구 팀으로는 무슨 까닭에선지 야쿠르트 스왈로즈를 후원하고 있다. 후원한다고 해서 응원단에 들어가 응원을 한다거나, 선수에게 용돈을 준다든가 하는 구체적인 일을 하는건 아니고, 그저 혼자서 '야쿠르트 스왈로즈가 이기면 좋겠다.' 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영화 <디어 헌터>에 러시안 룰렛이라는 게임이 나온다. 리볼버 권총에다 탄환을 딱 한 발만 집어 넣고 탄창을 빙빙 돌리다가, 자기 머리에다 총구를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게임이다. 야쿠르트 스왈로즈를 응원하는 일은 여섯 개의 탄창에 탄환을 네 발 넣고 러시안 룰렛을 하는 바로 그런 것이다. 이길 확률이 대충 삼분의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팀을 응원하는 게 건강에 좋을 턱이 없다. 내가 야쿠르트 스왈로즈를 응원하기 시작한 것은 십팔 년 전 처음으로 동경으로 올라 왔을 때이다. 그 무렵엔 아직도 팀명이 산케이 아톰즈였는데, 이름이 다를지언정 약하기는 매한가지였다. 나는 옛날부터 야구는 원칙적으로 홈 팀을 응원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동경에 있는 한은 동경 팀을 응원하려고, 재경 네 팀 '쿄진(巨人)' '아톰즈' '토에 플라이어즈' '도쿄 오리언즈'를 여러 가지로 비교해 봤다. 그런데 결국 소거법에 의거하여 야쿠르트가 남았다. 동경 스타디움은 줄 곧 다니기에는 지리적 조건이 안좋고, 쿄진전은 워낙 붐비는데다 도무지 고라쿠엔(後樂園)이란 경기장이 마음에 안든다. 그 반면 진구(神宮) 구장은 제법 상쾌한 경기장이다. 주변에는 녹음이 우거져 있고, 그 무렵엔 외야석이 편평한 둔덕처럼 되어 있어서 꽤 행복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하긴 바람이 불면 모래먼지가 심하게 일어, 마침 그때 주먹밥을 들고 있기라도 하면 모래가 달라 붙어 자글자글한 게 단점이라고 하면 단점이었지만. 낮 게임 때는 상의를 훌떡 벗어 던지고 일광욕을 즐기기도 했다. 요컨대 간단히 말해서 야쿠르트가 마음에 들어 진구 구장에 다니게 되었다기 보다는 진구 구장이 좋아 그 결과로써 야쿠르트를 응원한 거나 다름없다. 따라서 텅 비어 있는 구장의 외야석은 여자와 데이트를 하기엔 더 없이 좋은 장소이다. 맥주를 마시거나 도시락을 까먹어 가며 옥외의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고, 입장료도 극장보다 싸다. 게다가 그럴 마음이 생기면 야구 시합을 볼 수도 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게임은 십사 오 년전의 대 쿄진전 더블 헤더로, 나는 그때도 역시 여자와 함께 오른쪽 스탠드의 우익수 바로 뒷자리에서 시합을 관전하고 있었다. 지금 같으면 예의 오카다(岡田) 응원 군단이 시끌법석하게 진을 치고 있을 자리이지만, 당시의 응원단은 오로지 큰 북 하나에 피리가 하나뿐인 조촐한 규모여서 차분했다. 그 시합에서 야쿠르트가 이겼는지 졌는지 지금은 생각나지 않지만, 쿄진의 타자가 때린 라이트 플라이만큼은 아주 상징적인 정경으로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플라이는 실로 그림으로 그려 놓은 듯 편안한 외야 플라이었다. 타자가 야구 방망이를 경기장에 내 던지고는 머리를 갸웃갸웃하면서 일루 베이스로 달려가는 그런 플라이었다. 야쿠르트의 우익수(불쌍하니까 이름은 특별히 감춘다)는 '올 라이트'라는 듯한 몸짓으로 오 미터 정도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 볼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평범한 광경이다. 그러나 볼은─믿기 어려운 일이지만─우익수의 글로브로부터 오 미터 정도 뒤에 툭 떨어졌다. 바람도 잔잔하고, 태양빛도 그리 눈부시지 않은 오후에 벌어진 일이다. 관객들은 모두 망연자실하여 한동안은 헤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얘, 네가 응원하고 있는 팀이 바로 이 팀이니?' 하고, 여자가 멋적은지 꾸물꾸물하고 있는 우익수를 가리키면서 내게 물었다. '음, 그래.' 라고 나는 대답했다. '다른 팀 응원하는 게 낫지 않겠어?' 하고 그녀는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당연한 충고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도 한결 같이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팬이며,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 때마다 조금씩 정이 깊어만 가는 듯한 기분까지 들 정도이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되었는지도 잘 모르겠고, 이렇게 된 게 옳았는지 어쨌는지에 관해서도 확신이 안 서는 부분이 있다. 좀 안 좋은 예이지만 '지나치다 우연히 만난 연분쯤으로 여긴 게 꼬리를 끌어' 지금에 이르렀다는 느낌이다. 그 사이에 나는 실로 어이없는 광경을 수 없이 목격했다. 마츠오카(松岡) 투수가 쿄진을 상대로 아마 9회 투아웃까지 퍼펙트 피칭을 하여, 완봉까지 앞으로 한 명만 아웃시키면 될 곳에서 상대방이 홈런을 날리는 바람에 진 적도 있었다. 내가 딱히 지는걸 좋아하여 야쿠르트를 응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이런 일이 생기면 역시 그 나름으로 실망하고 만다. 그러나 야쿠르트를 응원함으로 해서 얻을 수 있었던 자질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바로 패배에 대한 관대함이다. 지는 것은 싫지만, 그런 일을 일일이 마음 깊이 묻어 두고 있다가는 도저히 오래 살아 남지 못하리라는 체념이다. 그러한 경지에 있는 내 눈으로 보면 쿄진 팬은 졌을 때의 행실이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게 보인다. 야쿠르트 대 쿄진전에서 야쿠르트가 이기면 '돼지에게 채였다.' 고 내게 전화를 걸어대는 쿄진 팬 친구가 있는데, 이런 건 정말 좋지 않다. ♣ 마츠오카 투수의 은퇴 시합 관전 중, 내게 맥주를 권해 주었던 샐러리맨풍의 두 아저씨분, 정말 고마웠습니다. 마츠오카 선수도 상대편 와카나를 경원하지 않고 깨끗한 승부를 겨뤄 주어 기분이 상쾌했습니다. 깨끗하게 쓰리런 홈런을 맞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