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충이 이야기 개미 얘기를 하고, 도마뱀 이야기를 하고, 이번에는 송충이 이야기입니다. 징그러워 속이 메슥거릴 듯 한 사람은 읽지 마세요. 우리 집 부근 일대는 벚나무 가로수가 줄지어 있어 봄이면 무척 아름답지만, 그대신 5, 6월이 되면 경이로울 정도로 송충이가 많아진다. 그런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착실하게 살충제를 뿌리면 좋을텐데, 내가 살고 있는 후나바시(船橋)시란 곳은 자랑할 건 못 되지만 행정이 제대로 잡혀 있지 않은 데라, 초여름이 되어 송충이들이 모두들 기어 나왔다 싶을 무렵이 되어서야 일제히 살충 작업을 한다. 그러니까 온 동네가 송충이투성이가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런 광경을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상상조차 못하겠지만, 실로 닭살이 돋는 광경이다. 나는 작년 여름, 아침 여섯 시경에 산책을 하다 그 살충제 살포차와 맞닥뜨렸다. 이사를 와서 처음 있는 일이라 무슨 일인지 영문도 잘 모르고, 벚나무 가로수길을 천천히 걷고 있자니, 머리 위로 꽃보라처럼 하얀 것이 하늘하늘 떨어졌다, 도대체 뭘까 하고 잘 들여다 보니, 그게 송충이였던 것이다. 몇 만이나 되는 송충이가 카펫이 뒤틀리는 듯한 모양으로 길바닥에서 몸을 꼬아대며 돌아다니는 그 위로 또 끊임없이 송충이가 춤추듯 떨어져 내린다. 나는 목청을 돋구어 발언하고 싶다. 이렇게 무지막지한 작업을 아무런 예고도 없이 돌연 행해서는 곤란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 봤더니 길바닥이 온통 송충이투성이라니, 이거야 마치 패닉 영화가 아닌가. 어째서 그 전날에 방송을 하든 어쩌든지 해서 '내일 아침 살충제를 살포하니 송충이를 주의하십시오.' 라고 알려 주는 그 정도의 일을 못한단 말인가. 그리고, 그 일하고는 무관하지만 우리 집 건너편에 있는 잡풀 숲에다 시에서 살충제를 뿌렸을 때 몇 백 마리나 되는 크고 작은 송충이가 길을 건너 우리 집 정원을 목표로 하여 돌진해 왔는데, 그때도 정말 등골이 오싹했다. 송충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쪼록 후나바시시에는 살지 않는 게 좋으리라 생각된다. 피너츠 버터만큼은 아주 맛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