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밤의 행진 꽤 오래 전 일인데, 이 컬럼에다 4회에 걸쳐 벌레 이야기를 썼다. 들은 바에 의하면 안자이 미즈마루 씨는 벌레를 몹시 싫어하여, 삽화를 그리느라 상당한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짓궂은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안하게 생각하는 한편으로,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한층 더 벌레 이야기를 하고 싶어지는 게 인심이라는 것이다. 그런 연유로 또 벌레 이야기. 내 마누라는 옛날에 괄태충의 행렬을 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녀가 여고생 때 얘기다. 달 밝은 밤에 오차노미즈 여자대학 근처에 있는 언덕길을 걷고 있자니, 저 멀찌감치 앞쪽에 은색 띠 같은 게 보였다. 그것이 반짝반짝 빛나면서, 마치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도로를 횡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오른편의 돌담에 빠끔 뚫려 있는 토관 구멍에서 줄지어 흘러나와, 길을 가로질러 건너편에 있는 돌담을 올라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 간다. 띠의 폭은 대충 일 미터 정다. 대체 뭘까 하고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게 글쎄 쥐만한 크기나 되는 거대한 괄태충의 행렬이었던 것이다. 좌우지간 몇 천 몇 만 마리나 되는지, 도저히 헤아릴 수 없다. 행진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된 듯, 자동차에 깔린 괄태충이 물컹물컹하게 짓이겨진 자국이 선명하게 노면에 남아 있다. 그게 달빛에 반사되어 미끈미끈하게 빛나고 있다. 소름끼치는 광경이다. '마침 그 돌담 너머에 있던 낡은 저택을 부수고 맨션을 짓는 중이었으니까 그곳에 살던 괄태충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던 거겠죠.' 하고 그녀는 말하지만, 그렇게 엄청난 숫자의 거대한 괄대충이 한곳에 모여 살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그들은 그 다음 도대체 어디로 옮겨 살았을까? 괄태충의 민족 대이동이라니, 마치 <십계> 속에 나오는 모세의 출애굽기 같은 이야기다. 필시 그 괄태충 무리 중에는 월등하게 거대한 보스 괄태충이 있어, 그게 앞장서서 모두를 신천지로 인도해 갔을 것이다. 그런 일들을 줄곧 생각하고 있자니, 속이 메슥거려 잠을 못 이룰 것만 같다. 송충이 항아리의 비극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형벌은 무엇인가, 그건 역시 '송충이 항아리'겠죠. 하긴 이 '송충이 항아리'를 실행하기에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드니까, 그다지 현실적이 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끔찍함에 있어서는 다른 어떤 형벌에도 뒤지지 않는다. 먼저 깊이 2.5미터에서 3미터, 직경 2미터 정도의 튼튼한 항아리를 준비한다. 꽤 단단하고, 더구나 어느 정도 무게가 안 나가면 쓸모가 없으니까 주의한다. 안쪽 벽은 가능한 한 미끈미끈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다음 항아리 둘레에 둥그렇게 망루를 세워, 거기에서 항아리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한다. 이것으로 제1단계는 완료. 그 다음 노예를 삼천 명 정도 끌어 모은다. 그리고 그들을 항하여 '한 사람당 송충이 열 마리를 잡아올 것. 그렇지 않으면 곤장 백 대!' 하고 명령한다. 노예들은 곤장을 백 대나 맞고서야 당해낼 재간이 없으니까 죽어라고 송충이를 모아 온다. 그렇게 하면 한 삼만 마리의 송충이를 채취할 수 있다. 그리고는 삼만 마리의 송충이를 항아리에 쏟아 붓는다. 송충이 삼만 마리를 한 곳에 모으면, 웬만한 사건이다. 마치 검은 코울타르가 항아리 속에서 꾸물꾸물 움틀거리는 광경이 된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울렁거린다. 송충이의 깊이는 대충 2미터 정도. 이것으로 준비는 모두 완료. 나머지는 죄수를 그 안으로 떨어뜨리는 일뿐이다. 그러고는 모두들 항아리 속을 들여다 보며 즐기는 것이다. 항아리 속으로 떨어진 죄수는 벽을 기어오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미끈미끈해서 곧장 미끌어 떨어지고, 깡충깡충 뛰어서 숨을 쉬려고 해도 발 밑에 깔려 짓이겨진 송충이 때문에 발이 미끄러워 생각대로 안되고, 그러는 사이에 입 안으로 검은 송충이가 꾸물꾸물 한가득 기어 들어와 결국은 질식사하고 만다. 무섭죠, 이런 형벌? 따끔따끔한 송충이가 입 안 가득 들어오다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구역질이 난다. 이렇게 죽는 것만큼은 사양하고 싶다. 침대 위에서 평온하게 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