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 소문이란 그 나름으로 무척 재미있는 것이다. 나는 교우 관계가 폭 넓은 편이 아니라서─잘라 말하면 좁다─그런 일이 흔치 않지만, 그래도 가끔 나와는 전혀 무관한 나에 대한 소문이 귀에 들어오는 일이 있다. 고맙게도 지금껏 그다지 나쁜 소문은 없고, '무라카미가 BMW를 산 것 같은데.' 라든가(살 턱이 없잖아!), '무라카미는 튀긴 두부를 하루에 세 모나 먹는대.' 라든가 (한 모밖에 안 먹는다) 하는 정도다. 영문을 알 수 없어 '어째서 내가 튀긴 두부를 하루에 세 모나 먹지 않으면 안됩니까?' 하고 상대방에게 물어 봤더니, '하참, 잡지 인터뷰에서 그렇게 대답하지 않았습니까.' 란다. 곰곰 생각해 보니 과연 그런 말을 한 기억이 난다. 인터뷰의 질문은 내용이 대개 엇 비슷하기 마련이라, 몇 군데 겹치거나 하면 지겨워서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마구잡이 대답을 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좋아하는 음식이요? 튀긴 두부입니다. 하루에 세 모는 먹죠, 아마.' 하는 식으로. BMW 얘기도 어디에선가 농담 삼아 했을지도 모르겠는데, 전혀 기억이 안난다. 이런 식으로 세상을 조롱하며 살다가는 언젠가 반드시 혹독한 일을 당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찌 됐든 내가 응한 인터뷰는 그다지 믿지 말고 적당히 읽어 주세요, 이따금 읽어 보다가 나 스스로도 어이가 없어질 때가 있을 정도니까. 하기야 '연수익은?' 하는 질문에 곧이곧대로 대답하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그건 그렇다치고, 해가 없는 소문이란 참 재미있다. 문단에도 요령 부득의 소문이 풍성하다. 편집자와 만나면 가끔씩은 '실은요, 무라카미 씨. 우리끼만 얘긴데요─' 하면서, 하나 둘 그 계통의 소문을 듣고는 '그런가, 그런 일도 있나.' 하며 사회에 참여한 듯한 기 분에 젖는다. 그러나 그런 것은 빙산의 일각 중의 또 그 부서진 조각과도 같은 것으로, 신주쿠의 골든가에 어떤 얼음 기둥이 솟아 있는지, 내 알 바가 아니다. 펭귄 북스에 란 책이 있다. 이 책은 미국에 유포되어 있는 무수한 소문이 진짜 소문인지 아니면 헛소문인지를 자세하게 해설해 놓은 꽤 재미있는 책인데,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세상에는 별의별 소문이 많기도 하구나 싶어 감탄하고 만다. 예를 들면 '존 딜린저의 페니스는 유달리 컸기 때문에 스미소니안 박물관에 보존되어 있다.' 는 것은 거짓말이고, '아인슈타인의 뇌는 위치타의 의사가 병에 넣어 보존하고 있다.' 는 것은 사실이다. 아인슈타인은 사후 자신의 뇌를 연구용으로 써 달라는 말을 남기고 죽었는데, 그게 돌고 돌아 위치타까지 흘러가서는 병에 담겨져 사이다 박스 안에 처박혀 있다는 것이다. '1943년에 주조된 일 센트짜리 동전을 포드사에 들고 가면 새 차를 한 대 준다.' 는 소문도 있는데, 이건 엉터리 헛소문이다. 그러나 1943년에 주조된 일 센트짜리 동전은 희귀품이라, 실제로 새 차 한 대를 살 수 있을 만한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고하니, 완전한 헛소문이라고도 할 수 없다. 미국판 <플레이 보이>지의 표지 타이틀 중 P자에 조그만 별이 몇 개씩 찍혀 있곤 한데(1978년 이전의 <플레이 보이>지를 갖고 계신 분은 확인해 보세요), 이게 편집장인 휴 헤프너 씨와 그의 플레이 메이트와의 그 달 섹스 횟수를 나타내는 거라고 믿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이건─섭섭하게도─엉터리다. <플레이 보이>지는 지역이나 용도에 따라 판을 달리 하고 있는데, 별의 수는 그 표시였던 것이다. 문학에 관계된 것으로는 '토마스 핀천은 J.D. 샐린저의 펜 네임.' 이란 가공할 소문이 있다. 이것은 진짜가 아닌 백 퍼센트 거짓말로, 순전히 헛소문이다. 샐린저는 자기 집에 틀어박혀 밖으로 나오지 않고, 핀천은 사진도 공개하지 않은 채 사람들 앞에 그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탓에 이런 소문이 떠돌아다니게 된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나 자신도 비밀 필명을 두 개 정도 갖고 있지만서도. '프랑스에서 제리 루이스는 채플린에 비견될 만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는 소문은 사실이다.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필경 프랑스인이 포도주를 지나치게 많이 마시는 탓일 게라고 저자는 기술해 놓았다. 그리고 구리코 모리나가(森永) 사건*을 봐서도 잘 알 수 있듯, 식품 관계 회사는 근거 없는 헛소문의 희생물이 되기 쉽다. 예를 들면 맥도날드 햄버거에 들어 있다고 소문이 난 것만 해도 고양이 고기, 캥거루 고기, 거미 알, 벌레의 유총 등등 이루 다 헤어릴 수가 없다. 그렇게 때문에 맥도날드사는 광고에다 굳이 '백 퍼센트 돼지 고기'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체스터 필드 담배 화사는 한번은 '공장에서 한센병 환자가 발견되었다.' 는 헛소문으로 수난을 겪은 일이 있다. 회사는 탐정을 몇 명 고용하여, 그 소문의 근원지에 가장 가까운 스물 다섯 명 중 누가 장본인인가를 밝혀내는 자에게 상금으로 천 달러를 주겠노라고 했다. 하지만 탐정들은 어느 누구도 그 천 달러를 손에 넣지 못했다. 아무리 연줄 연줄을 더듬어 소문을 퍼뜨린 경로를 헤쳐나가도 끝내 그 근원까지는 다다를 수 없었던 것이다. 유해한 소문이란 참 겁나는 것이다. ♣ 며칠 전 여성 편집자에게 '무라카미 씨도 제법 심술궂다면서요.' 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 소문의 발생지를 더듬어 본 즉 아니나 다를까 안자이 미즈마루 씨였다. 정말 곤란하다구요, 그런 장난. ------------------------------------------------------------------------- * 구리코 모리나가 사건 : 1955년 오카야마에서 모리나가 분유에 함유된 비소가 원인이 되어 유아 4명이 사망한 사건. 전국적으로 환자가 일만 명 이상 발생하고, 그 중 113명이 사망한 대형 사고로 발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