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 년에 한번 나는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팬이라서 곧잘 진구(神宮) 야구장에 간다. 진구 야구장은 제법 훌륭한 야구장이다. 고라쿠엔(後樂園)과는 달리 사방에 녹음이 우거져 있어,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과 뚝 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으로, 느긋하게 야구 구경을 즐길 수 있다.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 탓인지 모르겠으나, 고라쿠엔 구장은 어쩐지 안정감이 없다. 야쿠르트가 우승을 하던 해, 대학 야구가 진구 구장에서 거행되는 바람에 일본 시리즈는 별 도리없이 고라쿠엔에서 경기를 가졌다. 진구에서 경기를 못한 것은 두고 두고 유감스러웠지만, 뒤집어 말하자면 '쿄진(巨人) 엿 먹어라.' 하는 분위기로 기분은 좋았다. 고라쿠엔의 일루석에 들어가 본 것은 그 이전, 이후를 막론하고 그때 딱 한 번뿐이다. 야쿠르트의 팬으로서 감히 한마디 하자면, 1978년 시즌만큼 기분 좋은 시즌도 없었다. 나는 그 해, 진구 구장에서 걸어서 오 분 정도밖에 안되는 곳에 살고 있었으므로*, 매일처럼 야구구경을 하러 다녔다. 해가 저물어 조명등이 일제히 켜지고 북소리가 탕탕하고 들려오면, 더 이상 참지 못한다. 일 따위 다 내동댕이쳐 버리고 진구로 출퇴근이다. 또한 그 해의 야쿠르트는 정말이지 속이 시원시원해지는 시합을 했다. 후나다(船田)가 쿄진전에서 날렸던 최후의 홈런이라든가, 힐튼이 일루에 헤드 슬라이딩했던 일이라든가, 우승 결정전에서 마쓰오카(松岡)가 보여주었던 신들린 듯한 피칭, 고라쿠엔의 외야석 제일 윗 계단으로 날아간 매뉴얼의 홈런 등 지금도 그런 장면들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있는데, 기억을 되살릴 때마다 뭉클뭉클한 감동이 되살아난다. 삼십 년에 한 번밖에 우승을 하지 않는 팀을 응원하고 있노라면, 딱 한번의 우승으로라도 오징어를 질겅거리 듯 십 년 정도는 즐길 수 있다.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올해 야쿠르트팀은 슬럼프라 도저히 구제불능이지만, 뭐 할 수 없다. 내 소원은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 -가능하면 서기 2000년까지- 다시 한번 야쿠르트가 우승을 해주는 것 그것뿐입니다. --------------------------------------------------------------------- * 센다가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