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이야기(1) 세상에는 하기 어려운 일이 여러 가지로 많지만, 사전, 지도, 지구의 등을 새로 사는 일도 생각해 보면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다. 예를 들면 지도 하나만 하더라도 십오 년 전 것과 지금 것과는 꽤 다르다. 베트남만 해도 십오 년 전까지는 아직 남북으로 갈라져 있었다. 아랍 공화국 부근에서도 몇 나라인가 국경이 바뀌었다. 그렇다고 곧장 지도를 새로 사들이는가 하면 그런 것은 아니고, 낡은 지도를 여전히 사용한다. 도대체가 세계 지도란 그렇게 자주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베트남이나 아랍 공화국의 구석지 어느 조그만 나라를 특별히 상세하게 조사해야 할 기회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거의 찾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지도가 그런 형편이니, 오십 권짜리 세트로 된 백과사전쯤 되면 평생 동안 몇 번이고 바꾸는 성실한 인간이 그렇게 많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백과사전을 출판한 출판사가 경영 부진에 허덕인다는 것도 알만하다. 나는 번역 작업을 할 때는 대·중·소 세 종류의 영일(英日) 사전과 두 종류의 영영(英英) 사전을 책상 위에 진열해 놓고 경우에 따라 나눠 사용하고 있는데, 그 중에 연구사(硏究社)의 '신 절약 영일(新節約英日)' 이라는 사전이 있다. 이것은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산 사전인데, 그 후 이십 년 가까이나 쓰고 있어, 아주 손에 익숙해져 있다. 다만 좀 불편하게도 이 사전 한 중간쯤인가가 네 페이지 정도 뜯겨지고 말았다. 뭐 사전에 결함이 있었던 게 아니고, 내가 부주의해서 그렇게 된 것이다. 그래서 늘 같은 사전을 새로 사야지, 하고 생각은 하는데, '하지만 2150펭지 중에 4페이지가 없을 뿐이니까.' 하고 흐지부지 지내고 있는 사이에 떨어져 나간 것을 깨끗이 잊어버리고는 몇 달에 한번쯤 '아, 그렇지 여기 없지 참!' 하게 된다. 별로 돈을 아끼느라 그러는 것도 아닌데, 사전을 바꾸는 일에는 정말로 용기가 필요하다. 사전 이야기(2) 사전에는 흔히 삽화가 들어 있다. 나는 그 삽화를 무척 좋아한다. 삽화라 해도 그것은 딱히 독자를 즐겁게 하기 위해 들어 있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어휘의 의미를 독자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예를 들어 연구사의 <신 절약 영일>로 말하자면 pergola라는 항목이 있는데, 이것은 '정자'라고 해석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이미지가 명확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그 옆에 실제로 pergola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이다. 이 그림을 보면 기둥이 둥그렇고, 등나무 넝쿨 아래에는 벤치가 있고, 바닥에는 돌이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벤치에는 젊은 남녀가 걸터 앉아 서로 양손을 맞잡고 있다. 남자 쪽이 적극적인 편에, 여자도 별로 싫지는 않은 듯 눈으로 아스라하게 답하고 있다. '저, 이상한 짓 안할테니까, 같이 좀 눕지 않으렵니까?' 하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그런 분위기가 pergola 고유의 것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사전에 실려 있는 그림이란 재미있다. 그렇다면 차라리 사전을 전부 그림으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발상으로 생겨난 것이 옥스퍼드 도덴의 <도해(圖解) 영일 사전>(후쿠다케(福武)서점) 으로, 나도 며칠 전에 막 샀는데, 이 사전은 팔락팔락하고 페이지를 뒤적여 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흥미로운 책이다. 부분적으로는 꽤 현대적인 곳도 있어, 디스코 도해, 누디스트 클럽 도해 같은 것도 빠짐없이 실려 있다. 굉장하죠. 더욱 더 굉장한 부분은 318페이지에 있는 '나이트 클럽'편으로, 이 일러스트는 암만 봐도 유무라 테루히코풍이다. 그리고 지금 막 브래지어를 풀은 스트립퍼를 집어 삼킬 듯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색골스런 손님은 또 암만 봐도 이토이 시게사토*풍 이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서점에 가서 서서 보는 한이 있더라도 확인해 보세요. 덧붙여서 일러스트레이터는 JOCHEN SCHMIDT라는 이름의 엄연한 외국인인 듯 합니다. ----------------------------------------------------------------------- * 이토이 시게사토 : 군마현 태생. 카피라이터, 소설까. 다년간에 걸친 불륜 사건이 최근 일단락되어 그는 부인과 정식 이혼하고, 불륜의 상대와 정식 결혼을 했다고 한다.